지난 2000년 5월경에 방영된 <현장 르포 제3지대> -- 지하철에 미친 아이들 편

현재까지 공중파 방송에서 철덕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가장 흥미진진하게 잘 보여준 TV 프로가 아닌가 싶다. 철덕들의 열정과 낭만이 느껴지더라. 난 무척 감명깊게 봤다!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노랑-초록 도색의 코레일 전동차와, 리모델링 전의 용산 역 승강장의 모습이 덤으로 인상적이다.

역시 겨우 나 정도의 철덕력으로는 저런 사람들에게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저 TV에 나온 이 재원 씨는 MEIS의 운영자이고 지하철역에서 공익 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현재는 어엿한 서울 도시철도 공사 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국내 유명 철덕이신 '영동선 511' 운영자분도 도철 입사..;;)

“전동차 출발 구동음을 녹음해서 차량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어요. 차량 제작사마다 소리가 제각각이거든요.” (38:50 ~ 39:40 구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철도 덕후들이 한국 사람보다 한국 철도 차량에 대해 이미 더 잘 알고 더 면밀히 분석해서 일본어로 책을 만들어 놨다. 게다가 그런 책이 일본에서 아주 잘 팔린다고.. “이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1:10 ~ 41:50 구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록수 역 - 한대앞 - 수인선 선로 답사도 난 2005년에 완전히 똑같이 한 적이 있으니 완전 공감이다. 물론 저 TV 프로를 모르던 상태에서.
상록수 역 어원을 찾다가 최 용신 선생의 일대기 공부를 한 것까지도 똑같다. (42:50 ~ 45: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12/08/11 08:40 2012/08/11 08:40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18

수인선 복선 전철 1차 개통!

‘수인선’이라 하면 대한민국 최후의 협궤 철도라고 굳이 철덕이 아니어도 우리나라 역사· 지리· 문화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개통된 수인선은 원래 더 먼저 만들어진 수려선(1930년)과 직결하여 경기도 여주까지 이어졌다. 여주에서 나는 쌀을 인천항으로 수송하여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엔 쌀을 인천항으로 나를 일이 없어졌고, 도로 교통도 발달하면서 이 장난감 같은 철도는 잉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수려선은 이미 1972년에 진작에 폐선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참고로 현재의 국도 42호선이 수려선과 많이 겹쳤었다. 수원 시내 동쪽에서 수원 역 정문으로 닿는 그 도로가 바로 국도 42호선임.

그리고 수인선도 적자를 감당치 못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운행 구간은 축소되었고, 결국 1995년 12월 31일에 치른 종운식을 끝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운행 중단이라 쓰고 폐선이라 읽는다 ㄲㄲ)

물론, 운행 중단과 폐선은 엄밀히 보자면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가령, 서울 교외선은 여객 열차가 다니지 않는 운행 중단 상태이지만 폐선은 아니다. 그에 반해 수인선은 그 뒤로 선로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었으며, 협궤 열차 자체가 한국 철도에서 완전히 맥이 끊김으로써 폐선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그 수인선이 폐선된 지 딱 16년 반 만에 1차 구간이 부분적으로나마 표준궤 복선 전철로 부활하여 우리 곁에 돌아왔다. 만세! 개통 날짜도 2012년 6월 30일 토요일인 덕분에 본인은 전날인 29일 금요일에 회사 근무를 마친 후, 미리 시흥으로 답사를 갔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있는 곳은 판교이다. 자동차라면 성남에서 안산 내지 시흥으로 가는 경로로 우리의 친구인 외곽 순환 고속도로(고속국도 100호선)가 있지만,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서울과 위성도시를 잇는 방사형 노선만 발달해 있을 뿐 위성도시 사이를 잇는 순환형 노선은 인프라가 무척 열악하다. 철도는 그게 더욱 심하다.

그래서 성남 버스 103번을 타고 서쪽으로 간 뒤, 4호선 인덕원 역에서 전철을 쭉 타는 경로를 택했다. 사실 버스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이건 시간적인 메리트는 별로 없다. 인터넷 지도는 아예 서울 강남(분당선 - 2호선 선릉-사당 - 4호선)까지 매우 심하게 우회하는 지하철 경로를 제시할 정도였는데 차라리 그게 가장 빨리 가는 경로가 맞는 듯했다.

단지 나는 시간적으로 급한 상태가 아니고, 한국학 중앙 연구원 같은 생소한 지대를 구경하고 싶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길(안양판교로. 지방도 57호선)로 성남-의왕-과천을 횡단해 보고 싶어서 버스를 선택한 것이었다.

새로 개통하는 철도역이나 노선을 개통 당일 첫 차로 답사하러 내가 직접 그 전날에 미리 근처에서 외박까지 하는 건 4년 전(2008년 6월)의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 개통 방문 이래로 이게 두 번째였다.
전국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이상 고온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찜통 같은 6월을 보냈는데 이 날 저녁부터 때마침 단비가 땅을 촉촉히 적시고 여행을 한결 더 운치 있게 만들어 줬다.

수인선을 타려면 출발역인 오이도 역 주변에서 대기하는 게 좋다. 하지만 거기 주변은 그냥 닥치고 아파트뿐이고 식당, PC방, 찜질방 같은 상업 시설이 눈에 띄질 않았다. 특히 오이도 역의 동쪽 방면인 3번 출구는 그야말로 잉여 황무지인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출구 역세권에 대해서 쓸 게 없어서 그냥 ‘동광장’이 끝이다!

그래서 본인은 부득이 그 앞의 정왕 역에서 내려서 거기 근처에서 외박을 했다. 이는 이튿날 실제로 오이도 역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오이도 역에서 첫 차는 타야 하니 새벽 4시 무렵에 본인은 우산을 쓰고 어두컴컴한 빗길을 걸으면서 정왕에서 오이도 역으로 도보로 이동했다. 이것도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본인은 5시 30분에 오이도에서 송도로 출발하는 수인선 전동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했다.

수인선은 세 단계에 걸쳐 개통될 예정인데, 이번에는 그 중 1단계가 개통한 것이다(오이도-송도). 아직 13km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시흥시와 인천 광역시가 어떤 형태로든 철도로 이어지고, 인천 지하철 1호선 원인재 역과 환승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그 유명한 수인선 소래 철교도 이 구간에 포함되어 있다.

2단계 때는 인천 시내를 좀 더 깊숙이 관통하여 수인선이 드디어 경인선 인천 역과 연결된다. 1단계 구간은 모든 역들이 지상이거나 지상 고가이지만(연수-송도 사이에 잠깐 지하 터널은 지남), 2단계 때는 지하역도 생길 것이고 특히 수인선 인천 역 승강장은 지하에 만들어질 거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동인천 역에서 회차하는 경인선 급행 전동차는 나중엔 이 지하 인천 역까지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단계 구간에 포함돼 있는 용현 역이 개통되면 인하 대학교도 드디어 전철 역세권에 들게 될 것이다. 사실, 이 2단계 구간인 송도-인천은 수인선에서 가장 먼저 폐선된 구간이기도 하다. 무려 1973년이니, 수려선의 폐선과 시기적으로 별 차이도 안 난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한대앞 역에서 수원 역까지 나머지 잔여 구간이다. 즉, 인천 다음으로 수원과의 연결이다. 여기는 수원 시내만 지하이고 나머지 교외 구간은 응당 지상이나 고가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말 당시에 최후까지 영업을 하던 수인선 구간은 바로 여기였다.

한대앞-오이도는 복복선이 아니라 기존 안산선과 수인선 열차가 선로를 “공유”하게 된다. 이 구간은 안산선이 의도적으로 수인선과 동일한 선형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4호선 열차의 절반은 어차피 사당까지밖에 안 가기 때문에 안산선은 선로 용량이 남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천-오이도-한대앞-수원이 연결됨으로써 수인선이 완공되고, 지금 기흥까지 가는 분당선도 수원까지 연장되어 내려오면, 수인선과 분당선은 수도권 남부를 도는 거대한 노란색 광역전철로 변모하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수인선의 노선색은 분당선의 그것과 동일한 노랑으로 설정되어 있다. 마치 광역전철 중앙선과 경의선이 미래의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고 둘 다 옥색을 쓰고 있듯이 말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전철 노선도의 토폴로지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분당선은 동쪽으로 끝나고 안산선은 서쪽으로 끝나는 형태였는데 이젠 이들을 한데 이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1단계 개통을 한 수인선은 다른 노선과 직결 운행을 하는 게 없이 오이도-송도만 짤막하게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6량 1편성이고 전철 중앙선과 비슷한 배차 간격인 15분당 1대 운행이다. 민자 사철이 아니라 전형적인 코레일 광역전철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운임을 받는다거나 한 건 없다. 따라서 기존 기본 운임 체계에 따라 마음 놓고 타면 된다.

원래 오이도 역은 쌍섬식 승강장으로 한 섬은 상행, 다른 섬은 하행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승강장의 용도가 반씩 분담되어. 한 섬은 안산선, 다른 섬은 수인선 승강장으로 바뀌었다. 시종착역은 플랫폼이 좀 많아야 할 텐데 저런 식으로만 운영해서는 회차 용량의 감소가 우려되긴 하지만, 안산선과 수인선 모두 배차가 최하 10분이 넘는 한적한 노선이고 둘 다 인상선도 있는 형태이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 싶다.

수인선 1차 개통 구간의 주변 경치는 공장 아니면 고층 아파트들이다. 남동 인더스 파크는 남동 산업 단지를 쓸데없이 외래어 버프를 씌워서 표기한 것. 우리집에 있는 본드의 제조사인 ‘오공 본드’의 공장이 이 역 근처의 차창 밖에서 보였다.
인천논현 역은 서울 지하철의 논현 역과 헷갈리지 말라고 ‘인천’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사랑 침례 교회는 이 역에서 400m 남짓 떨어져 있다.

마치 지금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 전철, 그리고 공항 철도가 공덕-DMC 사이에서 상당 부분 중복 구간이 존재하듯, 수인선과 안산선은 일부 구간을 중복 수준을 넘어서 아예 동일 선로를 공유한다. 하지만 대피선이 설치된 역이 많은 만큼, 수인선이나 오리지널 안산선(4호선) 중 어느 노선의 열차는 안산선 구간에서 표정 속도에 차이를 두어, 급행 형태로 좀 다니면 좋겠다.

본인은 수인선의 복선 전철 부활을 경축하는 바이다. 나머지 구간도 어서 개통하고 분당선-수인선이 경의-중앙선과 짝을 이루는 거대한 광역전철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그리고 안산선 구간과 만날 예정인 소사-원시선과 신안산선도 어서 개통하고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과 인천 지하철 2호선까지 개통한다면 철도 덕후로서 무진장 행복해질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7/18 08:17 2012/07/18 08:17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8

좌석형 전동 열차

우리나라의 여객용 철도 차량은 시설과 운임 체계가 기관차+객차(일반열차) 아니면 통근형 전동차(전철)로 비교적 경직되게 양분된 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 되어 간다. 일반열차처럼 앞을 보는 좌석을 갖추고 있으면서 전동기가 바닥에 달린 동력 분산식 좌석형 고상홈용 전동 열차가 속속 도입되면서 기존의 여객 열차 운행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철덕후라면 이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옛 EEC(우등형 전기 동차)의 뒤를 잇는 후손으로 현재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1. 공항 철도 직통열차 (20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울 역-인천 공항을 무정차로 운행하는 열차로, EEC의 멸종 이후로 국내에 10여 년 만에 최초로 도입된 동력 분산식 좌석형 전동 열차이다. 좌석은 KTX와 동일한 고정식 좌석이며 따라서 역방향 좌석이 있다. 6량 1편성.
다만, KTX가 순방향과 역방향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이고 중앙에 동반석이 있는 반면, 공항 철도 직통열차는 순방향과 역방향이 서로 등지고 반대쪽을 보는 형태이다. 항공 여행객이 이용하는 열차라는 특성상 짐칸도 따로 있다.

공항 철도 직통열차는 거리 당 임률이 KTX보다도 더 높아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열차이다. 지금은 사실상 서울 역의 도심 공항 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받은 뒤 곧장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갈 사람들이나 이용하는 열차가 되었다. 좌석수에 비해서 잉여력이 너무 강해서 텅 빈 채로 운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운임이 워낙 독자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수지가 아주 안 맞는 건 아니라고 한다.

2. 누리로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동 열차로, 무궁화호와 완전히 동일한 등급으로 기존 일반열차의 운임 체계를 따르며 운행되고 있다. 4량 1편성.
다만, 이 열차는 대놓고 서울-부산 무궁화호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현재로서는 오히려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를 대체하는 컨셉에 더 가깝다. 그래서 지금도 서울 역에서 누리로를 타는 곳은 서울-천안 급행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제일 동쪽 끝 플랫폼이다. 운행 구간도 서울-부산이 아니라 수도권 전철 1호선을 따라 장항선으로 빠져서 신창까지 간다.

급행 전동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차하지만, 가감속 성능이 좋아서 표정 속도가 높다.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중련 편성하여 8량으로 달리기도 한다. 또한 명절에는 대전이나 익산 같은 더 장거리 구간을 운행하기도 하며, 서울-조치원-제천으로 충북선 구간을 달릴 때도 있다.
(참고로 누리로의 도입 이후에도 평일에 하루 3회 다니는 기존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는 여전히 건재하다)

3. ITX 청춘 (201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마을호보다 명목상 ‘더 고급’ 등급인 준고속 2층 전동 열차이다.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쓰며 임률이 새마을호보다 약간 더 높다. 현재는 아직 경춘선에만 운행 중이다. (정확히는 용산-청량리-춘천 직결) 8량 1편성으로 의외로 길다.

공항 철도는 그 성격상 일반 통근형과 직통의 구분이 필수이고, 경춘선은 통근형만 굴리기에는 좀 긴 노선이며 통근 외에도 관광 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노선이다. 그러니 이런 곳에 좌석형 전동 열차를 투입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구닥다리 통일호가 다니고 디젤 기관차 무궁화호가 뒤를 잇던 철도 노선에 이런 최신형 전동차가 등장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단, 이 열차 때문에 기존의 저렴한 경춘선 급행 전동차가 명맥이 끊어진 건 아쉬운 점이다.

누리로가 서울 역의 지상 전동차 승강장에서 출발하듯, ITX 청춘도 명목상 일반열차이지만 중앙선 전동차가 출발하는 그 승강장에서 1시간에 1대꼴로 출발한다. 여기는 천안 이남의 장항선 수도권 전철들만큼이나 일반열차 승객과 전동차 승객이 섞이기 쉬우며, 마음만 먹으면 부정 승차가 쉽게 가능하다. 승객 분리와 검표를 잘 해야 할 텐데 말이다.

.
.

위에서 소개된 세 열차들은 정체성이 광역전철과 일반열차 사이를 좀 오락가락하는 위치에 있다. 덕분에 20년이 넘게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왔던 (KTX)-새마을-무궁화 열차 등급 구도가 문란해지고 있다.

이들 이후로는 중앙선 같은 험준한 간선 철도를 달리는 새마을호급 TTX 틸팅 준고속 전동차가 등장하여, 퇴역하는 기존 새마을호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대세는 역시 전동차이다.
KTX 산천 이후에는 사실 고속철조차도 동력 분산식으로 개발 중이다. 승강장만 고상홈으로 바뀌면 일본의 신칸센하고 형태가 완전히 같아진다.

한 우진 님께서 이 글과 거의 같은 주제로 글을 쓰신 적도 있으므로 참고하시라. (☞ 클릭)

Posted by 사무엘

2012/07/02 19:36 2012/07/02 19:36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2

1. 중앙선 6· 8량 혼합 편성

요 근래엔 수도권 전철 중앙선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말부터 수도권 전철에서 보기 드물게 전동차의 6· 8량 편성 혼합 운행이 시작된 것이다. 전광판에는 다음에 오는 열차의 행선지와 더불어 편성 규모까지 같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옛날엔 부산 지하철 1호선이 혼합 운행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모든 전동차가 8량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이지만 말이다.

원래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국철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대등한 위상으로 간주되어, 이와 동일한 10량 편성이었다. 비록 일반열차 트래픽 + 건널목 + 합류 지점에서의 선로 용량 같은 여러 제약 때문에 배차는 뜸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것이 중앙선으로 독립하고 얼마 안 되어 8량 1편성으로 규모가 줄었다. 그러면서 보상 조치라고 코레일에서는 열차의 배차 간격을 눈꼽만치 약간 줄여 줬다.

8량까지는 그나마 봐 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중앙선이 잉여력이 너무 충만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이나 시간대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이젠 8량으로도 모자라 아예 6량으로 줄어 버렸다. 이것은 누가 봐도 명확한 병크였다. 차가 그렇게 자주 다니지도 않는 노선이 예전보다 반토막에 가깝게 수송력이 줄어든 건 우리나라의 전철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인선 전철 개통을 앞두고 전동차가 부족해서라고 한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974년에 6량으로 개통했다가 8량을 거쳐 이미 1980년대부터 10량으로 증결되었는데, 중앙선은 시계가 거꾸로 갔다.
이 전철 중앙선은 앞으로 경의선과도 직결될 예정인데, 경의선도 8량이다. 중앙선에서 추가로 뻗어 나가는 형태인 경춘선도 8량이다. 그런데 이들을 이으면서 비록 번화가만 아닐 뿐 한강을 따라 서울 시내를 깊숙히 지나는 중앙선이 겨우 6량이라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중앙선은 경춘선과도 연계되면서 특히 주말 오후엔 극심한 혼잡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직접 타 보면 알 수 있다. 전철은 사람들로 콩나물 시루처럼 터져 나가는데, 아래의 동부 간선 도로는 별로 안 막히고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걸 보노라면 전철을 탄 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결국 코레일은 6· 8량 혼합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은 중앙선은 헷갈릴 것 없이 다시 전량 8편성으로 어서 되돌아와야 한다. 중앙선과 직결· 접속하는 광역전철들이 전부 8량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분당선까지 왕십리 역까지 올라와서 왕십리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앙선은 앞으로 더욱 터져나가게 된다. 분당선도 지금은 전량 6편성이지만 조만간 중앙선과 만날 예정이고 또 수원까지 내려가서 수인선과도 만나게 되면, 8량 증결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면 중앙선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참고로 분당선 초기 구간은 아예 10량 길이를 염두에 두고 역이 만들어졌었다!)

올여름에 개통하는 수인선은 당장은 6량으로 운행을 시작한다. 수인선은 일부 구간을 4호선 안산선과 공유하나,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안산선 전동차가 수인선 구간까지 연장되거나 수인선 전동차가 안산선 구간을 운행할 계획은 없는 듯하다. 전철 운행이라는 건 가능한 한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해야 할 텐데 이건 그리 좋은 생각이라 보기 어렵다. 수인선의 개통 구간이 길어지면 운행 거리도 길어지고 전동차도 더욱 증결될 것이다.

2. 여타 서울 지하철

하긴, 옛날에 1호선 신도림 역은 승강장이 승객들로 터져 나갈 때 승강장을 열차 길이보다 훨씬 더 길쭉하게 만들어서 열차를 번갈아가며 하나는 앞쪽 끝에, 다른 하나는 뒤쪽 끝에 세워서 승객을 분산시키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 신도림 역이 유난히도 긴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가야 하는 곳이 정해져 있는데 이는 조삼모사 미봉책에 불과했었다. 1호선이 결국 건너편에 상행 승강장을 하나 더 만들었듯이 2호선 신도림 역도 평소에는 잘 쓰이지 않는 입· 출고 열차용 승강장을 활용하여 승강장의 혼잡을 낮추려 노력 중이다.

지하철 9호선은 내가 탈 일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걸로 안다. 특히 급행은 완전 대박이어서 차량을 추가 도입하고 배차를 더 줄인 적도 있다. 얘도 슬슬 6량 증결을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잘 알다시피 서울 2기 지하철인 도철 5~8호선 중에서 서울 바깥으로 꽤 이례적인 장거리 연장을 하게 되는 노선이다. 코레일 광역전철과의 직결도 아니면서 말이다.
물론 8호선은 성남 시가지 쪽으로 가지만 노선 자체가 단거리이고 선형이 구부정하기 때문에 7호선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코레일이나 서울 메트로의 관할 노선은 서울 지하철 정기권이 칼같이 서울 내부까지만 적용된다.
그러나 도철의 관할 노선은 지역에 관계없이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지금 7호선은 광명 시내를 살짝 경유하며 8호선은 성남 시내를 지나지만, 거기서도 서울 정기권이 통용된다. 그래서 같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쓸 수 있는 미묘한 차이까지 있다.

그렇다면 7호선의 부천-인천 연장 구간에서까지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게 될까? 이것은 도철의 관할 구간이 길어지고 광역화하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현 시설에서 열차 편성을 증결하거나 급행을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노선이 길어지고 차내 혼잡도가 늘면 배차간격이라도 더 줄여야 할 것이고 말이다.

도철 지하철은 코레일 광역전철과의 환승에 인색한 편이었다. 그런데 7호선 상봉(경춘/중앙)이 환승역이 되고 7호선 강남구청(분당선)과 6호선도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생길 예정이니 이것도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30 08:28 2012/06/30 08:28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1

두단식 승강장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 보면 행선지별로 여러 개의 플랫폼이 있다. 승객은 자기 목적지에 해당하는 플랫폼까지 걸어서 이동한 후, 그 플랫폼에 딱 90도 수직으로 들어와 있는 버스에 탑승한다. 철도역과는 달리, 버스 터미널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런데 철도역 중에도 아주 일부는 버스 터미널처럼 생긴 게 있다. 철도역이 근본적으로 계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선로는 역의 앞뒤를 끝없이 관통하고 있는데 거기를 수직으로 교차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로의 한쪽이 막혀서 더 진행하지 않는 시종착역이라면, 선로와 접객 시설이 굳이 교차하지 않아도 되므로 계단이나 육교나 지하도 따위가 없이 ‘바로타’를 실현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열차 승강장을 ‘두단식 승강장’이라고 한다. 이것은 어떤 노선의 시종착역이 가질 수 있는 특성 중 하나이다. 이건 물론 상대식이나 섬식 같은 선로와 승강장 배치 방식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이런 역에서는 승강장의 한쪽 길이에 맞춰서 선로도 정확하게 끝이 나 버리고, 선로가 끊어진 쪽의 공간을 이용해 승객이 계단 없이 다른 쪽 플랫폼을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두단식 승강장 내지 선로는 승객에게는 편하지만 열차 운영자의 관점에서는 그리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하철들의 시종착역을 보면, 종점이라고 해서 선로가 곧바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굳이 연장 계획이 수립된 노선이 아니라 할지라도 앞으로 더 진행해서 열차 한 편성 정도가 더 들어갈 수는 있는 공간이 있다. (요즘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앞을 들여다보기가 어렵긴 하지만 말이다)

이 공간은 괜히 만들어 놓은 게 아니며, ‘인상선’이라고 한다. 한 방향(가령 상행)에서 운행을 마친 열차는 더 전진하여 인상선으로 진입하여 운행 시격을 맞추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시간이 되면 거기서 맞은편 선로로 분기하여 새로 운행을 시작한다.

이런 인상선이 없는 노선이라면, 열차는 그 종착역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진행 방향을 바꿔서 들어가야 한다. 시종착 열차를 받아들이는 회차 용량이 감소하며, 인상선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열차는 더욱 조심스럽고 천천히 승강장에 진입해야 한다. 조금만 승강장을 벗어나도(overrun) 탈선이 발생하니까.

이런 이유로 인해 일반적으로 철도를 건설할 때는, 비록 시종착역이라 해도 인상선을 확보해 놓지, 선로를 승강장 길이에 맞춰 칼같이 끊지는 않는 게 관행이다. 특히 일본이나 영국처럼 역사 깊은 철도 종주국이 아니라 한 박자 뒤에 철도를 도입한 한국에서는 두단식 승강장을 보기가 대단히 어렵다.

현재 국내에는 다음 역들이 두단식 승강장이다. 왠지 다들 서쪽에 몰려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목포, 여수엑스포: 다들 영남이 아닌 서쪽 호남 지방에 있는 호남선과 전라선의 종점이며, 목포의 경우 우리나라 최서단에 있는 역이다. 여수 역은 처음엔 안 이랬다가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두단식이 되었다.

인천: 지하철 매니아들에게는 진작부터 잘 알려진 유명한 두단식 승강장이다. 바다와 항구가 코앞이니 수도권 서쪽으로 최고 끝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화(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까지 제치고 서울에서 최고 서쪽에 있는 지하철역이다. 서울 시내에서 스크린도어가 없는 유일한 지하철역인 건 덤. 두단식인 데다 역의 번호도 통상적인 910이나 하다못해 909도 아니고, 대놓고 901로 지정되어, 9호선 개화 역 쪽은 연장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인증했다.

지하철 덕후라면 잘 알겠지만 1990년대 중후반엔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당산 철교를 부수고 재건하느라 고리가 잠시 끊어졌으며, 지상 고가이던 당산 역이 잠시 두단식 승강장으로 바뀐 적이 있었다. 이때도 당산 역은 본선의 역 중에서는 상당히 서쪽 끝자락에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한국 철도에서 두단식 승강장은 여러 모로 서쪽과 인연이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19 08:25 2012/06/19 08:25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97

서울 지하철 7호선을 공부하는 철덕이라면, 청담-뚝섬유원지 구간을 특별히 주목하게 될 것이다. 먼저 청담 역. 거기는 경기 고등학교가 있는 곳이고, 영동 대교와도 가깝기 때문에 자동차로는 그 경로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다.

이 역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종착이 아닌 중간역으로서 보기 드문 2폼 3섬식 승강장인 데다, 비환승역으로서 역의 길이가 무려 650m에 달하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다. 600여 m 간격으로 역을 일일이 만든 저속철 분당선과는 달리, 역 수 대신 단일역의 역세권 길이를 늘린 현명한 결단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강 건너편에 있는 뚝섬유원지 역은 7호선 중간 구간의 유일한 지상역이며, 강북에서 한강 유람 시설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역이다. 여기까지가 7호선 2차 개통 구간이다.
그리고 이 7호선이 한강을 건너는 경로가 바로 청담 대교.
1999년에 개통된 서울의 17째 한강 다리라고 한다.

원래는 이 교량도 5호선처럼 하저 터널로 건설할까 논의되기도 하였으나, 여차여차 끝에 지상 교량으로 건설되었다. 어차피 이 도로 덕분에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생명력이 확 살아나기도 했고, 이게 철도만의 하저 터널로 건설되었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뚝섬유원지 역이 생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하철 7호선이 강을 건너느라 지상으로 나오는 덕분에 인근의 건대입구 역은 필연적으로 굉장히 얕아졌다. 2호선 건대입구 역도 지상 고가임을 감안하면, 이는 두 역의 수직 환승 거리를 조금이나마 줄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얕은 지하철은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으로 건설되었을 것이고, 지하철이 건설되던 동안 안 그렇도 좁아 터진 능동로 도로 일대는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지 않았겠는지도 생각해 본다.
철도 덕후라면 철도와 도로, 도시 개발 역사까지 다 통달해서 이런 수읽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청담 대교는 한강 다리들 중 유일하게 복층 교량이다. 즉, 기존의 2~4호선 다리들과는 달리 전동차 선로는 아래층에 있고 자동차 도로는 위층에 있다. 그래서 한 교통수단을 탄 사람이 다른 교통수단을 볼 일이 없다.

서울 지하철이 기존 철도들의 관행인 좌측통행을 버리고 돌연히 우측통행으로 건설된 유력한 이유 중 하나가 “열차와 자동차가 교량에서 나란히 달릴 때 통행 방향이 상이하여 사람들이 혼동하는 일이 없게 하자. 그래서 지하철의 통행 방향도 자동차의 그것과 일치시키자”였다는 걸 생각하면 복층 교량은 무척 참신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동호 대교(3호선)과 동작 대교(4호선)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동차가 다니는 청담 대교 북단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똬리굴’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다. 그것도, 터널이 아니라 지상에 마치 롤러코스터 선로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대입구 쪽에서 청담 대교를 타고 남쪽으로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길은 지하철 7호선처럼 수직으로 직진하며 내려가는 형태로 되어 있지가 않다. 마치 Q 모양처럼 360도 돌아서 매듭을 한 바퀴 만든 뒤에 다리로 진입하게 되어 있다. 회전하는 게 아닌 직진인데 왜 그럴까?

청담 대교 북단에 있는 하행 진입로는, 건대입구 방면의 서울 시내(능동로)가 아니라 강변 북로 영동 대교 방면(서쪽)으로부터 오는 차량의 소통에 더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 차들이 분당으로 더 편하게 가라고 말이다. 저 지도에서도 보이지만, 강변 북로에서 청담 대교 방면으로 꺾는 차선은 중앙선에서 가까운 1, 2차로쪽인 반면, 동쪽 잠실 대교 방면으로 계속 가는 차들은 우측의 3, 4차로로 가야 한다. 이 구조도 사실은 특이하다. 우회전하는 차가 중앙으로 가고, 계속 직진하는 차가 우측 차로로 가야 하다니?

그래서 강변 북로 서쪽으로부터 청담 대교로는 자연스럽게 직결되고 차선수도 더 많은 반면, 능동로에서 청담 대교로 갈 때는 한 바퀴 뺑 돌아야 하고 길도 더 좁다. 강변 북로와, 강변 북로→청담 대교 진입로를 모두 타넘었다가 다시 고도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철도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던 똬리굴이 청담 대교에 저렇게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청담 대교 상행은 그렇지 않아서 능동로로 진입하는 건 뺑뺑이 없이 곧장 된다. 강변 북로만 타넘으면 되니까 하행만치 더 높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리고 강변 북로의 동쪽에서 청담 대교로 진입하는 길은 없다. 더 서쪽에 있는 서울 강남 방면으로 갈 거라면 그냥 인근의 영동 대교를 이용하면 되고, 분당 쪽으로 가려면 굳이 청담 대교로 우회할 필요 없이 그냥 국도 3호선과 성남 대로를 타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담 대교는 지하철과 자동차 모두의 관점에서 재미있는 특성이 존재하는 교량이다. 나중에 이용할 일이 있을 때 더욱 눈여겨보도록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1/12/14 19:44 2011/12/14 19:44
,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13

신분당선의 특징

자칭 철도 분석 전문가 사무엘 님이 진단한, 신분당선의 특징.

1. 눈에 확 띄는 홍색 노선색

1990년대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회색(국철) + 홍색(순수 지하철 구간)으로 구분하여 노선도에 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관행이 없어지면서 수도권 전철에서는 한동안 홍색을 볼 수 없었다. 인천 지하철, 공항 철도, 경의· 경춘· 중앙선 등등은 모두 청색이나 옥색 계열을 썼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후, 혹시 9호선이 홍색을 쓰지는 않을까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9호선의 노선색은 금색이라고 쓰고 커피색, 황토색, 똥-_-색이라고 읽는, 6호선과 비슷한 색깔로 정해졌다. 공교롭게도 6호선과 9호선은 각각 강북과 강남 전용으로 서로 환승이 되지 않으니 딱히 혼동될 우려는 없긴 함.

대구 지하철이 1호선에서 홍색이라기보다는 적색에 가까운 붉은 색을 처음으로 시도한 후, 수도권에서는 신분당선이 붉은 노선색을 물려받았다. 어쨌든 튀는 건 사실이다.

2. 무인 운전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 신분당선 전동차는 국내 최초로 운전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완전 무인 운전인 중전철이다. (무인 운전 “경전철”은 부산에 이미 있음) 그래서 열차를 타면 앞과 뒤의 전망이 훤히 보여서 너무 좋으며, 맨 앞 칸에 승객이 몰린다. 인천 공항 내부의 무인 운전 셔틀 전철인 스타라인을 타면서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 기관사가 없을 뿐이지 승무원 자체는 한 명이 객실 내부에 상주하며, 상황에 따라 차내 육성 안내방송도 한다.

열차 안의 모니터에서는 현재 열차의 주행 속도와 다음 역까지 남은 거리가 미터 단위로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지간한 철도들의 폐색 방식이 큼직한 구역 단위로 열차의 위치를 파악하고 1폐색 1열차 통제를 하는 반면, 신분당선은 발달된 RF-CBTC (무인 운전 + 무선 통신 기반 이동 폐색식) 신호 시스템을 채택하여, 모든 열차의 위치가 미터 단위로 세밀히 파악되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동일 구간 사이에 열차를 더욱 촘촘이 배치할 수도 있다.

이 신호 시스템이 후지고 똑똑하지 못하면, 앞 열차가 출퇴근 시간 때 조금만 지연되어도 뒤 열차는 걸핏하면 “열차 신호 대기 관계로 천천히 운행 중입니다” 크리를 먹는다. 일반 자동차도 GPS로 내비에서 위치가 m 단위로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궤도 위밖에 달리지 않는 철도는 더 똑똑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3. 지하철체와 형형색색 컬러 테마

신분당선의 비주얼 UI는 우릴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덕분에,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3호선 연장 구간과는 역 내부 인테리어가 전혀 다르다(난 개인적으로 그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안 좋아한다-_-). 어차피 신분당선은 우측통행도 아닐 정도로 서울+지하철과는 뿌리가 다르긴 하다만, 이 정도로 파격적일 줄은 몰랐다.

신분당선에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재래식 서울 지하철 전속 서체(초롱테크 개발)가 다시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의 서울 2기 지하철 이래로 전국의 지하철에서 찾을 수 없던 그 추억의 서체 말이다.
그리고 노선색이 홍색이랍시고 모든 역에 다홍색 띠만 도배한 게 아니라, 각 역마다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 맞는 서로 다른 색깔을 부여했다. 게다가 각 역마다 온갖 기하학적인 인테리어까지! 철도역을 마치 예술 작품처럼 꾸며 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식으로 지금 있는 각 역마다 개성을 너무 많이 부여해 놓으면, 나중에 역을 추가하기가 힘들 텐데.

4. 요즘 대세는 사철, 급행화

신분당선은 구 분당선보다 역 수가 훨씬 더 적다. 그리고 노선의 선형도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곧게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근처인 정자에서 강남까지 겨우 16분밖에 안 걸린다.

쏟아지는 차들로 인해 만성적인 정체 몸살을 앓고 있는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 양재IC 사이를 생각하면, 이는 정말 시간 혁명이 아닐 수 없다. 도심 한복판의 서울 역에서 김포 공항까지 딱 20분 주파를 달성해 낸 공항 철도의 위엄에 필적할 만하다.

신분당선의 1차 개통 구간을 공항 철도의 1차 개통 구간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 강남(환승) → 양재(환승) → 양재 시민의 숲 → 청계산입구 → (꽤 긴 거리) → 판교(본사가 있는 곳) → 정자
- 김포공항(환승) → 계양(환승) → 검암(본사가 있는 곳) → (꽤 긴 거리) → 운서 → 공항 화물 청사 → 인천 공항

신분당선은 건설과 운영이 100% ‘싸제’인 최초의 철도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건설이 아닌 운영만 싸제인 경우인데, 지금은 운임도 기존 지하철과 완전히 동일하게 매겨지고 있다. 자기네만 따로 비싼 운임을 부과하려 했으나, 서울시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깨갱 한 후 저렇게 운영하는 것임.

공항 철도는 처음엔 100% 싸제였으나, 쌓이는 적자 때문에 운영 주체가 코레일로 인수되면서 요금 체계도 좀 하이브리드 형태가 됐다. 서울 포함 내륙 구간은 기존 지하철 운임 체계에 흡수된 반면, 영종도로 가는 곳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전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분당선은 진짜 자신만의 운임 방식을 최초로 시행하였으며, 기본요금도 900원보다 훨씬 더 비싼 1600원에서 시작한다. 버스로 치면 진짜 빨간색 광역 버스 같은 위상. 이런 독자적인 요금 체계를 쓰는 전철이 자꾸 등장하면서 정기 승차권의 위상이 좀 애매해져 있다. 공항 철도와 신분당선은 현재 자기만의 정기권 체계를 따로 세워 놓은 상태이다.

5. 기타 잡설

- 양재 시민의 숲 역은 인근에 윤 봉길 의사 기념관과 서울 교육 문화 회관 같은 주요 장소가 존재하며,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 위령탑도 거기 근처에 있다. 부역명이 ‘매헌’인데, 이는 아주 이례적으로 지역명이나 근처의 기관명이 아니라, 윤 의사의 호이다.
경춘선 김유정 역과, 안산선 상록수 역(최 용신)에 이어 셋째로, 위인을 컨셉화한 전철역이 또 등장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걸로 알려진 유명한 문구가 역 승강장에 새겨져 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청계산입구 역은 신분당선의 역들 중 역세권이 가장 없고 가장 한적하고 잉여력이 강한 서울 교외의 역이다. 인테리어도 산과 숲 컨셉.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신분당선 전동차는 6량 1편성이며, 구동음은 요즘 새로 도입되는 전동차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 역 내부엔 역 주변 안내도가 없는 것 같다. 모니터로만 표시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 스크린도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가 도착할 때 요즘 트렌드인 멜로디 대신 재래식 경보음이 들린다.
게다가 이때 화면에 뜨는 문구는.. “열차가 곧 도착하니, 승객 여러분은 스크린도어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아놔 이건 좀 시대에 맞지 않은 과잉 안내 같은데? 개통 후 나중에 다시 가 보니, 과잉 안내 멘트는 없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3 08:35 2011/12/03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8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08

군부대라 하면, 흔히 주류 대중 교통수단과는 완전히 소외되어 있는 오지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역세권을 넘어서 아예 전철역의 코앞에 닿아 있는 군부대도 있다. 보안상, 그게 지도에 표기되어 있지가 않을 뿐. 다음 예를 살펴보자.

1. 세류(1호선)

공군 부대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수원 비행장이 바로 이것임. 민간용 위성 지도로 보면 역 서쪽이 온통 논밭뿐이지만 이는 훼이크이다. 지상에서 위장(?)도 잘 해 놨는지 열차 차창 밖만 봐서는 주변에 군부대나 비행장이 있다는 걸 거의 눈치챌 수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세류는 전철의 시종착역 중 하나인 병점과,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수원 사이에 낀 마이너 콩라인 역이긴 하나 군부대로 인한 고정 수요가 있는 중요한 역이다. 면회 가는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곳에 항공유를 수송하여 공급하는 수단 역시 응당 철도이다. 부대 내부로 이어지는 선로가 있음.
이곳엔 미군 부대도 있기 때문에 국군 공군 장병뿐만 아니라 카투사 역시 이쪽으로 발령 가는 경우가 있다.

2. 녹사평(6호선)

민간 지도에서 녹사평 역 주변으로 아무것도 없는 방대한 공간(위성 지도에서는 다 숲으로 땜질-_-)을 차지하고 있는 건 잘 알다시피 미군 부대이다. 서울 용산구의 금싸라기 땅이라니, 아마 대한민국에서 땅값 가장 비싼 곳에 있는 자신만의 신세계일 것이다.

녹사평은 군부대 근처에 있는 역치고는 너무 으리으리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감이 없지 않다. 내가 예전 글에서도 썼듯, 서울 지하철 11호선과의 환승에다 서울 시청 신청사 이전을 염두에 두고 화려하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둘 다 계획이 흐지부지되었으니 역만 저런 신세가 됐다. 마치, 통합 글꼴 HFT가 제정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그걸 쓰는 건 결국 아래아한글밖에 안 남았고 아래아한글 전용 글꼴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것처럼 말이다. ㄲㄲㄲ

3. 남태령(4호선)

서초구와 관악구의 경계인 동작 대로에 자리잡은 이 역은 역세권 수요 때문도, 환승 때문도 아니요 그냥 서울 지하철 4호선과 과천선의 직결 사업의 산물이다. 동쪽의 서초구 방면으로는 방배2동 전원 마을이 있는데 산으로 뒤덮인 서쪽에 있는 것은... 무려 그 이름도 유명한 수도 방위 사령부이다. 참고로 국가 정보원과 거의 같은 위도상에 있다.

전원 마을은 진짜 말 그대로 단독 주택 일색이며, 3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서울 안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코앞의 군부대로 인한 고도 제한+개발 제한 크리 때문. 다만 여느 그린벨트 지대와 크게 다른 건, 코앞에 전철역도 있다는 점 되겠다. 마을 어귀에 나 있는 남태령 역 1번 출구의 모습은 짤방으로도 알려져 있다. 상업 시설이 아닌 한가한 주택가에 덩그러니 놓인 지하철 출입구는 역시나 이색적이다.

참고로 남태령 역은 서울의 최남단 역은 아니다. 1호선의 금천구청 역이 최남단이었는데, 이 기록을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또 갱신했다.
남태령 역은 깊은 섬식 승강장이며 에스컬레이터 형태를 포함해 전반적인 구조가 이대 역을 쏙 빼닮았다. 이쪽 구간은 1기 지하철로서는 드물게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
.
.

추가 질문: 수방사와 미군 본거지는 저쪽에 있는데, 그렇다면 육본은 어디 있을까?
대전의 위성 도시이면서 국방 도시로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독립한 충남 계룡시에 있다(원래는 논산시 영역이었음).
그리고 여기에 육본뿐만 아니라 육해공 3군의 본부가 모두 자리잡아 있다.
이래저래 논산을 비롯해 이쪽 일대는 육군 훈련소도 있고, 군사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 듯.

계룡 역의 예전 명칭은 두계 역이었다. 무궁화호 중에도 무정차 통과 열차가 있을 정도로 태생이 마이너한 작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 덕분에 현재는 일부 호남선 KTX가 정차하는 이색적인 위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육본이 그 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건 아니다. 거기서 북서쪽으로 직선 거리로 4km남짓 더 가야 된다.

육본, 아니 3군 본부가 있는 곳은 그 호남선 개태사-신도 R400짜리 드리프트가 있는 곳과 상당히 가깝다. 즉, 계룡보다도 과거의 신도 역에서 더 가까웠지만 현재 그 역은 폐역되었음.
군 본부는 민간 지도에는 당연히 표기되어 있지 않으므로 지도에서 찾을 생각은 하지 말라.

Posted by 사무엘

2011/11/25 08:28 2011/11/25 08:28
,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04

지하철역 출입구 이야기

성경 66권 중에는 장(chapter)이 하나밖에 없는 책이 있다. 구약 중엔 오바댜서가 유일하고 신약에는 요한이서, 요한삼서, 빌레몬서, 유다서가 있어서 총 다섯 권이다. 그래서 그런 책의 구절을 표시할 때는 장의 표기를 생략하기도 한다. 창 10:1은 창세기 10장 1절이지만, 유 7은 유다서 (1장) 7절 같은 식.

자, 그런데 지하철역 중에도 그런 레어템이 있다. 바로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이다.
보통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을 때는 'xxx역 n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고 말하는데, 이런 역에서 위치를 설명할 때는 'xxx역에서 내려서 나오라'고만 말해도 된다.

지하역보다는 지상역이, 그리고 한적하고 접근하기 영 좋지 않은 지형에 만들어진 역일수록, 또 단순 시종착역일수록 출구 수가 적어지고 심지어 1개밖에 없는 경향이 있다.
다만 요즘은 지상의 일반 철도역도 선로 이쪽편과 저쪽편에서 모두 접근 가능하게 출입구를 최소한 2개 이상 만드는 게 관례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법칙도 잘 통하지 않는다. 동부와 서부 출입구가 모두 존재하는 오늘날의 서울· 대전 역을 생각해 보자. 바다를 끼고 막다른 곳에 지어진 인천 내지 부산 역 정도나 출입구가 하나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 2호선 신답: 한적한 지선의 지상역이기도 하고, 뒤로는 청계천이 지나기 때문에 출구가 한 쪽밖에 없다. 인근의 용답 역은 청계천을 건너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서 출구가 2개이지만 이 역은 그렇지 않다.
- 3호선 학여울: SETEC때문에 만든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종의 잉여역. 출입구도 거기 들어가는 통로밖에 없고, 주변역과의 거리도 600m 남짓이다. 하지만 코믹월드가 열리는 날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급이 된다고 함.
- 5호선 마곡: 주변 도로는 국도 6호선이자 크고 아름다운 8차선짜리 공항로. 주변이 개발되면 출구가 더 생길 여지는 있다.
- 6호선 독바위: 언덕 위이고, 주변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 -_-

가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덧붙여 7호선 장암, 분당선 보정, 경인선 인천, 경원선 소요산 같은 말단의 지상 종착역들도 출구가 하나뿐이다.

출구 개수 얘기를 좀 더 하자면,
환승역은 출구 개수가 늘어날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출구가 무지무지하게 많은 역의 대표적인 예로 종로3가 역이 잘 알려져 있다. 왕십리 역도 드디어 코레일의 민자역사까지 건설되면서 출구 수가 크게 늘었다.
7호선 청담 역은 한 역이 두 역 역할을 하게 만들려고 역을 이례적으로 쫙 늘어뜨려서 건설한 관계로, 단일 노선역치고는 출구 개수가 굉장히 많다.

다만, 현재 전국의 지하철 중에서 출구 수가 가장 많은 역은 무려 23개의 출구를 자랑하는 대구 지하철의 1· 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 역이다.
지표면으로부터 가장 깊은 역 기록도 이제는 서울· 수도권 전철이 아니라 부산 지하철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3호선 만덕)

환승역이라고 해도 두 역이 동시에 건설되어서 환승 거리가 짧고, 한 역이 다른 역의 중심에 완벽하게 포개지기라도 하면 지상의 출구 개수가 그렇게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첫 사례가 충무로 역이고, 복정 역도 환승역임에도 불구하고 출구가 4개밖에 없다.

끝으로, 지하철역은 응당 자동차가 씽씽 다니고 사람이 많이 보이는 번화가와 큰길에 건설되는 것이 통념일진대, 그 통념을 깨는 사례가 존재한다.

신길 역은 애초에 역세권이 아니라 오로지 환승을 위해서 억지-_-로 건설된 만큼, 1호선과 5호선 모두 원래 역이 있을 만한 곳에 있지가 않다. 1호선 신길 역만 해도 신길 역 주변과, 인근의 영등포· 노량진 역 주변의 도로 선형이 어떤가 차이를 생각해 보자.
더구나 5호선 신길 역은 전용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고(3번 출구), 게다가 나가 보면 승객을 반기는 것은 엄한 주택가와 골목뿐이다.

비슷한 예로 3호선 잠원 역도 유명하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지만 아파트 단지 내부의 2차선 도로 아래에 역이 만들어져 있다. 아파트 거주민 말고는 이용할 사람이 없는데다, 인근의 신사와 고속터미널 역에 밀려서 이용객 수는 매우 적음. 게다가 인근역과 거리도 아주 가깝다..

* 뭐 어쨌든... 이런 식으로 출입구뿐만이 아니라 서울 시내에서 역간 거리가 1.5km가 넘는 역, 지하 통로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역(종각-종로3가, 고속터미널-반포 등) 등 글쓸 거리는 많은데 시간이 없다. -_-;; 오 나의 철덕 근성이여. -_-

Posted by 사무엘

2011/11/19 08:35 2011/11/19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01

요즘 철도 개통 트렌드

※ 부산 4호선 (2011. 3. 30. 개통)

부산은 표준궤 중전철인 지하철 1~3호선도 제각각 차량의 규격이 완전히 다른데, 전국 최초로 경전철 시대도 열었다. 원래 3호선의 지선으로 계획되었다가 4호선으로 승격(?)된 이 노선은 철바퀴가 아닌 고무 바퀴+무인 운전+제3궤조 집전 방식을 도입하여 여타 중전철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궤도가 차량을 지탱하는 방식부터가 기존 철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호선 8량, 2호선 6량, 3호선 4량으로 편성 당 차량수가 꾸준히 감소한 것과는 달리, 이 4호선 경전철은 6량 1편성이다. 그리고 노선은 지상과 지하가 거의 반반씩 섞여 있다.

용인 에버라인과는 달리 비수도권에서 신규 경전철 사업을 개통으로 골인까지 잘 이끌어내어 잘됐다.

※ 김해-부산 경전철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11. 9. 9. 겨우 개통)

2량 1편성의 경전철이지만 부산 4호선과는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표준궤와 철바퀴인 것은 기존 철도와 동일하나, 무인 운전과 제3궤조 집전 시스템은 요즘 경전철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구간 지상 고가이다. 경전철치고는 노선 길이는 20km를 넘어서 약간 긴 편이며, 이례적으로 도시와 도시를 넘나드는 광역 성격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중간에 김해 공항도 경유하니 공항 철도의 성격까지!

부산 4호선은 건설과 운영이 공기업인 부산 교통 공사에 100% 관할인 반면, 이 노선은 여러 기업의 손길이 컨소시엄 형태로 닿아 있다. 위탁 운영 회사 중에는 심지어 서울 메트로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듣자하니, 이 노선은 현재 전국에서 노인 무임 우대가 없는 유일한 철도라고 한다.

※ 신분당선 (2011. 10. 28. 개통)

대구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분당선이 경부 고속도로라면, 신분당선은 대구-부산 민자 고속도로쯤 되겠다. 다만, 신분당선의 선형은 상당수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그대로 밑으로 지난다는 게 흥미로운 점. 전구간 지하이고, 광역전철의 특성상 좌측통행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경전철이 아니다. 표준궤 6량 1편성, 교류 25000V짜리의 대형 전동차로, 기존 분당선 전동차와 동일한 스펙이다. 집전 방식 역시 전통적인 팬터그래프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철이 여타 전철과 크게 다른 점은, 전동차에 운전실조차 존재하지 않는 무인 운전인 최초의 중전철이라는 것!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의 완전 무인 운전은 이미 1990년대의 서울 2기 지하철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차마 아직까지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때는 2인 승무를 1인 승무로 줄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파격적이었으니까.;;
이런 첨단 신호 시스템을 첫 도입한 덕분에, 신분당선은 비록 다른 선로 스펙이 일치한다고 해도 여타 광역전철과의 직결 운행은 곤란할 것이다.

신분당선은 건설과 운영 모두 100% 싸제이다. 공항 철도는 코레일에 인수되었고 9호선은 사철로 간주되기는 하지만 건설 주체는 싸제가 아니기 때문.
신분당선의 노선색으로는,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지하철 구간에서만 과거에 쓰던 색이었으며 9호선이 쓸 수도 있었던 색인 붉은색을 물려받았다.

‘싸제’ 철도여서 그런지 역내 인테리어도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과는 무관한 형형색색의 파격적인 독자 노선을 갔다. 초롱테크 지하철체가 21세기에 다시 부활한 것은 굉장한 충격이다. 여러 모로 흥미롭다.

※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 (??)

예정대로 개통했으면 한국 최초의 경전철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수익성 보장 문제 때문에 개통이 끝없이 연기되어 나락으로까지 추락해 있는 비운의 노선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구간 지상 고가이다. 부산 4호선 경전철과는 달리, 바닥에 표준궤 선로는 놓여 있는 형태. 고무 바퀴도 아니고, 그러면 선로와 차륜은 김해-부산 경전철과 비슷한 수준인가 보다(더 기술적으론 선형 유도 모터(LIM) 방식이라 함). 경전철이 다 그렇듯이 등판능력과 가감속력은 중전철을 압도한다.

에버라인에 도입되는 차량은 좀 특이한 게, 편성이란 게 없이 그냥 1량 1편성이고, 그 차량 하나가 거의 중전철 이상으로 폭과 길이가 큼직하다. =_=;; 물론 무인 운전이고.

이례적으로 역에 스크린도어는 설치되지 않았다. 선로 추락 사고가 나도 겨우 1량짜리 차량 정도면 충분히 금방 비상 정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본 모양.

※ 결론

-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국내 메이저 경전철에 대해 잘 정리를 해 주신 한 우진 님의 글 클릭하여 참고하라.
- 이렇듯 경전철들은 스펙이 완전 제각각이다. 요즘 개통하는 전철은 무인 운전이 대세이다 보니, 앞뒤 모습을 훤히 볼 수 있다.
- 표준궤 기반의 재래식 철도가 C++ 기반 native 코드라면 경전철은 자바/C#의 바이트코드 기반 managed 코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다만, 올해 중· 후반을 기점으로 도철(SMRT)은 전동차 내부의 전광판과 역 승강장 내부의 전광판이 구형 LED이던 게 다 컬러 LCD 모니터로 교체가 끝난 모양이다. 다만, 승강장 내부의 LED 전광판을 제거하지는 않은 상태.
신형 모니터는 오고 있는 열차 위치를 표시하는 기능이 상당히 부정확한데 이건 언제쯤 개선되려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04 19:18 2011/11/04 19:18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593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 10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41231
Today:
858
Yesterday: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