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신분당선이 용인까지 연장됐고 수인선이 인천까지 연장된 이 와중에 철도 분석 카테고리에 몇 년째 새 글이 없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번에 게재하는 자료는 수 년 전에 한 번씩 다 다룬 적이 있는 주제이지만, 그래도 최신 정보도 같이 업데이트 했다.

1. 이색 지하철역 열전 몇 가지

승강장은 지상이고, 입구와 통로가 지하인 역은?
구일(경인선 분기 직후의 교량 위에 세워진 역. 경인선 2복선화와 관련된 아주 독특한 내력이 있음), 대방(일반열차 선로가 평지이고, 전철 승강장은 고가이긴 하다만), 반월, (신도림도 해당하지만 지하 환승역)

출구가 하나뿐인 역은?
학여울, 독바위, 반월, 마곡(과거 마천 역이 그랬던 것처럼 출구를 추가로 만들려는 계획은 있는 듯함)

옛날 역명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은?
중앙(바깥에), 신설동(환승 통로 어딘가에 일부러 남아 있음), 야탑(승강장에. 옛날 역번호와 로마자 표기를 볼 수 있음)

2. 역명에 등재된 대학교들

한때, 수도권 광역전철 1호선 회기 역의 부역명은 '경희대앞'이었다. 인근에 경희대 서울 캠퍼스가 있기 때문. 그러나 2009년부터 학교에서 부역명 표기 재계약을 하지 않고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이 부역명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 대신 2012년 말에 개통한 분당선 영통 역이 경희대 국제 캠퍼스와 가까운 관계로 부역명 '경희대학교'를 차지해 있다. 같은 학교가 두 전철역에다 동일 부역명을 번갈아 가면서 쓴 게 흥미롭다.

전철역명의 본좌급인 학교는 역시 부역명도 아니고 주역명으로 '한양대'(2호선)와 '한대앞'(4호선)을 모두 당당히 차지해 있는 한양 대학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울 캠퍼스와는 달리, 안산의 에리카 캠퍼스는 전철역에서 그리 가까이 있지 않다.

한양대, 고려대, 숭실대는 지하철 출구가 정문이 바로 이어져 있을 정도로 가까운 학교이다. 서울 근교엔 가천대가 그러하며, 인천에서는 최근에 수인선의 연장 개통 덕분에 인하대도 이 반열에 합류했다.
2호선 신촌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가 적당한 멀리 떨어진 채 비슷하게 인접해 있는 관계로 어느 학교의 부역명도 끼어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신촌 일대는 교통이 헬인 관계로, 셔틀버스는 경복궁 역을 경유한다.

광운대는 "시종착역"인 성북 역이 자기 학교 이름으로 개명된 덕분에 학교 홍보 효과 하나는 정말 대박으로 누리고 있다.
중앙대는 원래 7호선 상도 역에 교명을 딴 부역명이 붙어 있었지만, 더 가까운 9호선이 개통한 뒤부터는 흑석 역으로 부역명이 이동했다.

그 반면, 총신대는 '총신대입구-이수' 병크 때문에 이 바닥 사정을 아는 철덕들로부터 두고두고 까이고 있는 중.
그리고 서울대입구 역에서 서울대까지 걸어서 가는 사람은 바보 중의 상바보이고. 서울대라는 이름 인지도가 아니었다면, 위치와 거리만으로는 절대로 저런 이름이 붙을 수가 없었다. 그냥 관악구청 역이 됐지 않겠는가.

3. 전철들의 급행 운행

우리나라의 지하철/전철에서 급행의 원조는 평일에 하루 세 번씩 다니던 서울-수원 급행이었다. 1981년에 서울-수원 2복선이 개통하면서 같이 운행을 시작했다.

그 뒤 좀 더 자주 다니는 급행은 경인선에 등장했다. 이 역시 선로의 2복선화와 함께 운행을 시작했다.
경부선에는 2005년 1월, 병점을 넘어 천안까지 2복선화가 완료되면서 경인선과 비슷한 계열의 용산-천안 급행이 추가로 등장했다. 기존 서울-수원 급행도 천안으로 구간이 연장됨. 기존 급행과는 달리 용산 착발 급행은 서울 시내 구간을 일반열차 선로가 아니라 급행 전동차 선로로 다닌다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별도의 선로에서 상시 운행되는 급행은 경부선과 경인선에만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2010년대부터는 편도로만(아침엔 상행만, 저녁엔 하행만) 기존선의 일부 구간에서 찔끔찔끔 다니는 급행이 안산선, 경원선, 중앙선, 경의선, 분당선에서 등장했다.

일산선과 과천선은 너무 짧고 딱히 건너뛸 만한 구간이 없어서 그런지 급행 운행이 없다.
경인선에는 한때 급행보다 더 정차역 수가 적은 특급까지 잠시 운행되기도 했지만 없어졌다.
경춘선은 역시 한때는 급행이 존재했으나, 지금은 급행 역할을 ITX-청춘이 대체한 지 오래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광역이 아닌 도시철도에서 대피선을 이용한 급행이 처음부터 계획되고 운행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때는 개통해 봤자 공기수송일까봐, 지하철의 메리트를 만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낸 아이디어였으나, 9호선은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을 쳐서 극심한 혼잡과 차량 부족을 호소하는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도 이제 부천과 인천까지 가는 굉장한 장거리 노선이 됐는데 연장 구간만이라도 급행이 다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분당선은 일단은 컨셉 자체가 '모든 열차 급행'이다. 하지만 정자 이남부터는 도시철도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간에 자꾸 역이 생기면 완급 구분이 추가될지도 모른다.

공항 철도의 직통열차는 여느 급행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중간의 모든 역을 씹어먹고 진짜 서울 역과 인천 공항만을 찍는다. 이제는 KTX까지 공항까지 가게 됐지만, 그래도 공항 직통열차는 경춘선 급행과는 달리 고유한 자기 역할이 있다 보니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전철들의 급행 운행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해 보니 재미있다.

4. 철도 터널

요즘 우리나라 철도의 대세는 왕창 깊고 왕창 긴 터널이다. 정말 시원시원하게 팡팡 뚫어 댄다. 철덕들은 반드시 암기하고 숙지할지어다.

(1) 금정 터널: 2010년, 경부 고속철 2차 개통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왔다. 부산 북부 노포동에서 부산진 역까지.. 거의 20km에 달하는 부산 시내 종축을 전부 지하로 관통해 버린다. 물론 부산은 어차피 동서를 가로막는 산이 있으니 고속선 역시 많은 구간을 산 아래로 지난다.
서울 쪽은 광명까지 20km를 약간 넘는 거리를 전부 지상의 기존선을 타면서 천천히 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부산은 참 복 받았다. 다만, 부산의 경우 고속선이 울산 쪽으로 우회하느라 근본적으로 거리 페널티가 굉장히 큰 것으로 인해 장점이 상쇄되기도 한다.

(2) 솔안 터널: 우리나라에 최후로 남아 있던 영동선 스위치백을 대체하여 새로 건설된 '루프식 터널'이다. 즉, 얘는 직선으로 빨리 이동하는 게 아니라 고저 차이를 극복하는 게 목적이다. 길이는 16.7km에 달한다. 2012년 6월 말에 개통함.
현재 우리나라에는 얘를 포함해 루프 터널이 총 4개가 있다. 중앙선에 두 군데, 그리고 함백선에 한 군데, 그리고 저것. 그 중 솔안 터널이 그리는 원은 다른 세 터널의 회전 반경보다 훨씬 더 크다.

(3) 율현 터널: 길이로 따지자면 위의 저 두 터널을 아득히 버로우 태우는 괴물이다. 서울 수서 역과 무려 평택에 있는 지제 역 사이의 50.3km를 지하로 연결했다! 작년 6월 말에 개통했다. '율현'이란 수서 역 남쪽으로 자곡· 세곡동의 사이에 있는 서울의 외곽 끝자락 그린벨트 지대이다. 그래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아직 인서울임.
이 선로는 수도권 고속선과 GTX(고심도 급행 광역전철)가 공유한다. 즉, KTX 산천이라는 장거리 고속열차와 누리로 급의 통근형 열차가 한 선로를 같이 쓴다는 뜻이다. 동일 선로 공유라니, 그 깊은 지하에서 속도 차이도 꽤 많이 나는 열차가 완급 결합을 하면 양쪽 다 선로 용량 제약도 많이 걸릴 텐데, 운영이 잘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4) 대관령 터널: 평창과 강릉을 잇는 21.7km짜리 터널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곧 개통할 원주-강릉선 구간에 속한다. 부산을 관통하는 금정 터널보다 약~간 더 길다. 작년 11월 말에 개통했다.
서울에서 강릉을 가기 위해 먼 옛날에는 무려 영주까지 내려가야 했으나 1970년대에는 분기점이 제천으로 바뀌었고(태백선은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해방 후에 만들어졌음), 이제는 원주로 바뀔 예정이다.

2000년대 초엔 영동 고속도로가 산을 몽땅 타넘는 고가로 다시 만들어졌는데, 철도는 오르막을 오르는 게 힘들다 보니 그냥 닥치고 지하 터널로 아주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 냈다.
예전에도 한번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 광명 역에서 분기하여 인천대교를 따라 곧장 인천 공항으로 가는 철도가 필요하고, (2) 신분당선은 서울 남산 아래를 지나서 광화문까지 직통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이 없는 게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

2016/03/09 08:37 2016/03/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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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차라리 선로로 대피하는 게 낫다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소사보다는 질식사가 훨씬 더 많다는 게 상식이다.
일반적으로는 깊은 지하가 빛도 안 들어오고 산소도 부족해서 생존에 불리한 게 사실이지만,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하에 뚫린 길이다. 지하가 길이 더 없는 막다른 던전이 아니라는 큰 차이가 있다.

유독가스는 위로 굉장히 빠르게 잘 퍼진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도, 발상을 전환하여 앗싸리 선로로 대피해서 멀찌기 인접역까지 걸어 간 후 거기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소수의 사람들은 다 별다른 부상 없이 멀쩡히 살아 나왔다.
그 반면,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당장 지상과 더 가까워 보이는 화재 발생 당역의 출구를 통해 나가려 했으며,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살아서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생존하더라도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해 몸이 상했다. 후자가 더 안전할 것 같은데 결과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특히나 지하 n층 이하의 매우 깊은 역이라면 정말로 무리해서 지상으로 빠져나갈 생각일랑은 버리고 선로로 대피하는 게 더 훨씬 더 안전할 것이다. 선로가 단선 쌍굴이라면 통행하기가 좀 무섭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에서 그 정도 사고가 났다면 어차피 근처 열차들은 안전 장치 내지 사령부로부터의 지시를 받고 멈추니 열차에 치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단, 요즘은 스크린도어가 역설적으로 이런 선로 탈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 구명조끼는 탈출 후에 부풀려라

육상 교통수단과는 달리 비행기나 배는 사고가 났을 때 사망, 부상뿐만 아니라 실종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탑승 전에 신분증으로 탑승객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다.
또한 얘들은 추락이나 침몰로 인해 동체가 수면에 떨어질 수 있다. 안전벨트와 산소 마스크는 비행기에만 있지만, 구명조끼는 두 교통수단이 공통으로 갖추고 있다.

비행기나 배의 위급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잘 착용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거기에다 공기를 주입해서 부력을 만드는 건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해당 동체를 탈출하여 밖에 나온 뒤에 해야 한다.

이미 물에 빠져서 내부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배나 비행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잠수를 해야 할 수도 있는데, 너무 일찍 공기를 집어넣으면 이것 때문에 동체에서 탈출도 못 하고 거기서 갇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1996년의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 피랍 사건과 최근의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선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들이 부풀어 오른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것은 바르게 행동한 것이 아니었다.

저 비행기 피랍 사건도 마찬가지다. 동반 자살을 유도하던 테러리스트 때문에 비행기는 연료가 고갈되어 추락했다. 기장은 필사적인 노력으로 기체를 바다 위에 최대한 안전하게 착수시켰으며, 적절한 대처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나중에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7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목숨을 부지한 사람은 50명에 그쳤는데, 사망자들은 구명조끼를 기내에서 미리 부풀리는 바람에 침수되고 있는 동체에 갇혀서 최후를 맞이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4/07/30 08:34 2014/07/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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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노트북 PC나 읽을 책을 챙겨 들고 한적한 전철역으로 떠나서 피서를 즐기는 건 수도권 광역전철 역세권에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다.

지금까지 경의-일산선, 분당선, 과천-안산선, 서울 7호선, 공항 철도 등 여러 노선을 다녀 봤다. 하지만 1호선과 직결되는 광역전철이나 경춘선은 상대적으로 덜 탔다. 안 그래도 토요일 낮에는 지하철들이 혼잡한 편인데 거기는 특히 너무 혼잡하기 때문이었다.

경춘선은 통일호, 무궁화호를 거쳐 지금은 전동차와 ITX 청춘이라는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광역전철이다. 비록 혼잡하고 타러 가기가 힘들고(무려 상봉까지!) 열차가 중앙선보다도 드물게 다니긴 하지만(경의선 서강-공덕의 배차간격과 비슷함), 주변 경치가 워낙 좋기 때문에 한 번쯤은 날 잡아서 다시 시승해 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경춘선 중에서도 백양리와 김유정 역에서 내려서 역 주변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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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백양리 역 승강장이다. 이 넓은 승강장에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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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바깥은 이렇게 생겼다.
주변이 워낙 한적하고 부지가 넉넉하니 광장도 있고 자전거 거치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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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차장은 그냥 무료 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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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역 쪽을 대고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운치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나저나 경춘선은 역시 은근히 길더라. 서울-수원 정기권(거리 비례 6단계)으로도 백양리 역까지만 가도 내릴 때 추가 차감이 발생했다.

다음, 김유정 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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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원래 신남 역이라고 불렸으나, 근처에 소설가 김 유정 문학촌이 있다 하여 2004년에 역명이 이렇게 바뀌었다. 이 역은 역명판의 한글 서체도 다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가 한옥 컨셉의 특이한 형태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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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선로가 고가가 아닌 평지에 있다. 그리고 역사에서 승강장으로 갈 때 육교가 아니라 '지하도'를 이용한다. 그래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역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세상에 평지 선로 + 지하도 형태인 역은 매우 드물다. 반월, 대방, 구일 정도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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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 철도역처럼 보이지 않는가?
역 주변에도 한옥 스타일의 정자와 뜰이 있다. 경춘선 탐방 때 한번쯤 들러 볼 만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6 08:34 2013/08/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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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에 차고지가 있다면, 지하철에는 차량 기지가 있다.
2년 전에 본인은 수도권 전철의 차량 기지에 대해서 위치와 관할 회사 위주로 정리했었다. 그 뒤 이번에는 차량 기지가 수행하는 기능 위주로 옛날 글에서 다루지 못한 설명을 보충하도록 하겠다.

사실, 철도를 운영하는 데는 당장 차량을 굴리는 동력비(전기료)뿐만 아니라 선로와 차량을 정비하는 비용도 굉장히 많이 든다. 그리고 어느 주기로 차량을 어느 정도로 정비할지가 매뉴얼에 다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 기지에서 처음 나올 때: 차량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주요 운행 장치와 접객 시설들이 동작하는지 최소한의 확인. 차량이 운행을 마치고 기지로 들어갈 때도 간략하게나마 점검을 실시함.
  • 3일 간격으로: 전동차의 내부 주요 장치의 기능과 외관을 검사
  • 2개월 간격으로: 좀 더 세부적인 부품에 대한 월상검사

한 대도시에서 지하철이 얼마나 중요한 교통수단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철도는 오로지 선로 위만 달릴 수 있으며 차량이 스스로 방향 전환조차 할 수 없는 1차원 교통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 하나가 정비 불량으로 인해 선로에서 도중에 퍼지면, 사실상 모든 열차가 올스톱되어 버린다. 그때 발생되는 영업 손해와 무너지는 승객들의 멘탈, 증가하는 폭력성-_-은 가히 추산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점검은 저런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2년~4년 주기로는 아예 전동차들을 싹 다 분해해서 모든 부품들을 일일이 검사하고 교체한 뒤, 다시 조립하기도 한다. 이 신문 기사를 참고하라.

짧게는 매일, 길게는 n개월 정도로 차량의 원형은 유지한 상태에서 차량을 점검하는 작업을 '경정비'라고 일컫는다. 그 반면, 최하 수 년 간격으로 차량을 완전히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는 작업을 '중정비'라고 일컫는다.
전동차 한 편성에 대한 중정비 작업은 당연히 당일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2~3주는 걸리는 대공사이다. 그러니 수십 편성에 달하는 전동차들을 모두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데는 1~2년씩 걸린다고 한다.

전동차의 차량 기지는 경정비와 중정비가 모두 가능한 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경정비만 가능한 놈이 있다.
경정비만 가능한 기지는 그냥 여러 편성의 차량들을 한꺼번에 넣어 두는 검수고만 있는 반면,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는 중정비를 위한 공장이 한 채 곁들어져 있다. 그 공장은 입구가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항공 사진을 보면 대체로 凸자 모양을 하고 있다. 사각형 모양이기만 한 검수고와는 외형이 다르다는 뜻이다.

또한 이것은 비록 중정비의 100%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 중에는 열차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U턴 회차 선로를 자기 주변에 갖추고 있기도 하다.
지하철 전동차는 전후 대칭형이기 때문에 들어왔던 형태 그대로 후진을 해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전동차를 계속 그렇게만 운행하면 안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가 불균등하게 마모되기 때문에 차량의 유지 보수 측면에서 좋지 않다. 당장 커브만 생각해 봐도, 커브 안쪽의 바퀴가 바깥쪽의 바퀴보다 덜 돌 테니 말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열차를 U턴시킴으로써 각 바퀴가 얹히는 궤조의 방향도 바꿔 주는 것이다.

중정비 공장은 여러 노선들로부터 수많은 전동차들의 중정비 예약을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1년 중에 노는 날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런 데서 수십 년간 일한 기술자들은 소리만 들어도 전동차의 어지간한 상태를 다 진단해 낼 수 있는 프로, 베테랑들이다.

자, 이제 지하철 차량 기지의 항공 사진이라고 하면 사무실, 검수고에 이어 공장, U턴 선로까지 있는지 시설을 보는 안목이 다들 생겼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도시철도 공사는 노선별로 차량 기지의 배분이 가장 균형 있고 예쁘게(?) 되어 있다.

얘들은 메이저한 노선 5호선과 마이너한 노선 8호선, 그리고 메이저한 7호선과 마이너한 6호선을 서로 짝지어서 관리한다. 유실물 센터도 이렇게 두 노선을 한데 합쳐서 운영하고, 차량 기지도 그런 식으로 공유한다.
메이저한 노선에는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 1개와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1개가 붙어 있다. 그러나 마이너 노선에는 역시 마이너 기지 1개만 있다.

그래서 5호선과 8호선이 공유하는 메이저 기지는 그 이름도 유명한 고덕 기지이며, 공장과 회차선이 모두 있다. 둘은 여객 환승역인 천호가 아니라, 가락시장-방이 사이에 연결 선로가 존재하며(3호선 연장 구간과도 다른 경로임), 8호선 전동차는 이 선로를 통해 고덕 기지로 가서 중정비를 받는다.
마이너 기지는 방화(5)와 모란(8)이다. 고덕 기지는 도철의 차량 기지 중 가장 거대한 반면, 모란 기지는 가장 작다.

7호선과 6호선이 공유하는 메이저 기지는 장암 역이 자리잡고 있는 도봉 기지이며, 역시 공장과 회차선이 모두 있다. 환승역인 태릉입구 역 근처에 전동차의 연결 선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두 노선의 마이너 기지는 천왕(7)과 신내(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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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 차량 기지의 구글어스 사진. 연보라색 사각형은 검수고이고, 맞은편에 있는 凸자 모양의 하늘색 건물이 바로 중정비용 공장이다. 그리고 기지 외곽으로 U턴 선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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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신내 차량 기지는 연보라색 검수고만 있으며, 공장이나 U턴 선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철 말고 다른 지하철 회사나 코레일은 사정이 어떨까?

서울 메트로 소속인 서울 2호선의 경우 군자와 신정 기지가 둘 존재하는데, 모두 중정비가 가능하다. 군자의 경우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건설되어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량 기지로, 한때는 근처에 있는 용답 역의 이름이 아예 '기지' 역이었을 정도였다.
1호선에 투입되는 서울 메트로 차량도 모두 여기서 정비를 받는다. 동묘앞 행 열차가 운행을 마친 후 가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양천구청 역 근처의 신정 기지는 검수고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걸로 유명하며, 이 때문에 기지의 전체 모습이 항공 사진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검수고 위이지, 훨씬 더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하는 중정비용 공장 위에다 아파트를 지은 건 아니다.
이 두 기지는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이지만 항공 사진상으로 U턴 선로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 메트로의 '고덕 차량 기지'뻘 되는 메이저 기지는 지축 차량 기지이다. 부지가 매우 넓고 경· 중정비가 모두 가능하고 U턴 선로도 있다. 그에 반해 수서나 창동 기지는 경정비만 가능하다.

서울 9호선의 유일한 차량 기지인 개화 차량 기지는 역시 경· 중정비+U턴이 가능한 full set 기지이다. 바로 옆에는 시내버스 강서 공영 차고지도 같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으로 9호선은 동쪽으로 더 연장될 예정인데 그래도 차량 기지는 여전히 하나만으로 유지되려나 궁금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지하철들은 차량 기지가 있는 쪽부터 가장 먼저 개통한다. 양 끝에 두 곳이 있다면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가 있는 쪽부터 말이다. 그래서 서울 5호선은 고덕 기지가 있는 방향인 왕십리-상일동이 가장 먼저 개통했으며, 7호선은 온수 쪽이 아니라 강북의 도봉산-건대입구부터 먼저 개통한 것이다.
3호선과 4호선은 각각 지축과 창동 기지를 끼고 강북 구간인 구파발-양재, 상계-한성대입구부터 개통했다가 점차 남하한 반면, 8호선은 성남에 있는 모란 기지를 끼고 잠실-모란부터 먼저 개통했다가 암사까지 올라갔다.

2호선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다. 군자 차량 기지를 경유하는 신설동-종합운동장 구간이 최초이다. 회사로 치면 창립 멤버뻘 되는 구간이다.

이제 코레일 광역전철을 생각해 보면..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가 자리잡고 있기도 한 신이문 역 인근의 이문 차량 기지, 경의선의 문산 기지, 안산· 수인선의 시흥 기지, 경춘선의 평내 기지(평내호평-금곡 사이)는 모두 경정비와 중정비가 가능하다. 분당 기지도 중정비는 가능하지만 딱히 툭 튀어나온 공장이 항공 사진에서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그리고 코레일의 메이저 기지들은 도철의 메이저 기지와는 달리 U턴 선로도 없다. 전동차의 방향 전환을 아예 안 하지는 않을 텐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나 싶다.

이들 말고 병점 차량 기지와 구로 차량 기지는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이다.
원래 용산 역 일대에도 전동차 중정비 시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위해 모두 헐렸다. 용산으로도 모자라서 구로 기지마저도 지금은 재개발하고 더 외곽인 광명 일대로 기지를 옮기네 마네 하는 떡밥이 오가는 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6/28 08:36 2013/06/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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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을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서울 여행을 하고 제 발로 지하철/전철을 이용하기 시작한 건 2001~2002년 사이부터이다.
그리고 서울 지하철 중에서 5호선은 전동차가 아주 중독성 있는 특이한 가속 구동음을 낸다는 걸 스스로 인지한 게 한 2003년쯤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인간이 발명한 교통수단에서 어떻게 이런 구수한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나는 골똘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자동차처럼 연료를 폭발시키는 소리도 아니고, 비행기처럼 공기를 뿜는 소리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기계를 만들어야 이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
나팔을 부는 듯한 관악기 소리에 가까운지, 아니면 현을 켜는 듯한 현악기 소리에 가까운지는 내 음악 지식으로는 판단을 못 하겠다.

그래서 내부 디테일을 좀 공부하다 보니 몇 가지 용어를 알게 됐다. 전동차의 동력비 변환 메커니즘은 저항 제어, 쵸퍼 제어에 이어 반도체를 이용한 최신 기술인 VVVF(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 제어 방식으로 변모해 왔는데, 바로 VVVF 초창기에 속하는 차량이 이런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VVVF도 다 같은 물건이 아니다. 초기의 VVVF-GTO 방식은 윙~윙 하는 소음이 큰 편이지만, 나중에 등장한 VVVF-IGBT 방식은 구동음이 조용해진 편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는 물론 GTO 방식이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이곳에서.. 그리고 또 이곳 설명도 꼭 봐라, 두 번 봐라.

철덕들이야 이 소리를 아주 좋아하지만, 일반인들은 5호선 열차가 주행 중에 너무 시끄럽다고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자갈 대신 콘크리트 노반, 좁은 터널, 굴곡이 많은 선형 등 여러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당시 첫 도입되었던 VVVF 인버터도 소음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긴 했다. 게다가 5호선 차량의 인버터는 원래 지하도 아니고 지상 전철용 부품이 납품된 거라고도 하고.

그래서 5호선의 운영사인 도철에서는 장기적으로 5호선 전동차의 인버터를 더 조용한 것으로 차츰 교체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며, 지금으로부터 1년쯤 전인 2012년 2월, 제 502편성 열차 하나를 시범적으로 독일제 VVVF-IGBT 인버터로 교체해서 굴리기 시작했다.

난 그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열차와 마주칠 일은 없었다. 수십 편성짜리 열차 중에 달랑 하나만 바뀐 거니까 말이다.
그랬는데.. 며칠 전에.. 드디어 조우했다!

환승을 위해 겨우 두 정거장 구간밖에 이용을 못 해서 구동음을 충분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 2-3-9호선 신형 전동차보다도 더 조용한 듯하다. 그쪽 계열 소리가 아니다. 첫음은 G와 G# 중에서 G에 더 가까웠지 싶다.
내가 지난 10년간 탔던 5호선답지 않게 전동차의 구동음이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 된다.

마치 예전에 6호선에서 잠깐 다니던 전설의 609편성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처럼 지금 5호선에는 혼자 구동음이 튀는 열차가 하나 다니기 시작해 있다.
이런 식으로 이제 5호선의 마스코트인 ABB사 기존 구동음도 점점 듣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이제 서둘러서 녹음하려면 녹음하고 구동음을 실컷 감상해 둬야겠다.

어쨌든 철도는 이렇게 아름다운 구동음을 내면서 달리는 전동차도 있으니, 참 웰빙 교통수단임이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02/20 08:39 2013/02/2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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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지하철역 열전

1. 길이 아닌 건물 부지의 중심에 있는 지하철역

일반적으로 지하철역은 큰 도로의 교차로에 만들어지거나, 최소한 길을 따라 그 아래에 나란히 건설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신분당선 판교 역은 길이 아니라 사방의 길로 둘러싸인 거대한 직사각형 부지의 정중앙에 건설되었다.

이 때문에 판교 역 주변에는 버스 정류장도 판교역 동편/서편/남편/북편 이렇게 네 개가 서로 뚝 떨어져 있다.
판교 역이 있는 부지에는 앞으로 거대한 상업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면 판교 역은 마치 지금의 분당선 서현 역처럼 건물 안에 있는 전철역이 될 것이다.

이런 건물의 건설을 염두에 두고, 현재 역의 근처에는 신분당선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지하 주차장도 있다. 신분당선 본사가 이 역 근처에 있기도 하니, 판교 역은 공항 철도로 치면 검암역과 비슷한 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판교 역은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본사 소재 + 상업 시설 + 환승 노선이라는 속성이 모두 갖춰질 예정인 판교 역의 미래가 기대된다.

2. 지상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

지난 2005년에는 6호선 환승을 위해 1호선 동묘앞 역이 건설되었다. 기존 지하철 구간에 역이 신설된 것은 분당선 이매 역에 이어 이것이 두 번이다.
지하철은 선로+승강장뿐만 아니라 대합실· 매표소까지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상에는 내려가는 계단 출입구만 존재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1호선 동묘앞 역은 2번 출구 쪽에 지하철역 '건물'이 지상에 있다. 이런 형태는 지하철에서 좀체 보기 힘든 형태이기 때문에 본인은 이것을 흥미롭게 주목했다.

물론, 상업 시설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건물을 갖추게 된 지하철역이야 분당선에도 있고(서현 역이 대표적), 아까 소개한 판교 역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무 사무소 때문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5호선 개화산 역이 유명하다. 도철 소유의 승무 사무소 건물이 있으며 그 건물 아래로 지하철역이 있다. 이 역에 존재하는 2개의 출구는 그냥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그리고 8호선 잠실 역도 9번 출구가 바로 승무 사무소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통로가 건물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으며 곧바로 지하로 내려간다.

3.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암 역 vs 9호선 개화 역

차량 기지 내부에 설치된 임시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 장암은 의정부에 있는 반면 개화는 그래도 끝자락이나마 인서울이다..
  • 장암은 단선이고 모든 열차가 들어가지 않아서 배차도 길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고 급행이 아닌 일반열차들은 모두 간다.
  • 개화는 두단식 승강장이지만 장암은 그렇지 않다.
  • 장암은 스크린도어가 있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다.

차량 기지 안에 역을 만드는 테크닉의 원조는 7호선 장암인데, 도철의 경우 그 후로도 5호선 강일, 6호선 신내가 계획되어 있다.
다만, 8호선 모란 차량 기지는 노선의 선형과 주변 역세권의 문제로 인해 내부에 역이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1기 지하철들은 순환선이거나 노선의 끝이 광역전철과 직결되거나, 이미 기지 구간 너머로도 노선이 연장되기도 했기 때문에(수서, 지축, 창동 등) 저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영역에 있다.

한편, 개화 역은 그래서 장암뿐만 아니라 1호선의 종점 중 하나인 인천 역과도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인천은 차량 기지가 있는 역은 아니지만 승강장이 지상에 섬식+두단식이며, 이전역과의 선형이 직선이 아니라 빙 굽어 있는 것이 유사하다.
또한 급행은 이전역까지만 운행된다는 점도 똑같으니 기막히지 않은가? (김포공항 vs 동인천)

다만, 개화는 계단 없이 승강장에 도달할 수 있는 '바로타'는 아니다.
장암은 역 건물에서 승강장까지는 '바로타'이지만, 역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 어차피 선로 하나를 육교로 타넘어야 한다.

* 이런 식으로 이색 지하철/철도역을 복습 차원에서 좀 더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승강장에서 자연 채광을 볼 수 있는 역은? 녹사평, 양천구청, 광명
  • 승강장이 지상인데 정작 지상에 역 건물이 없기 때문에, 지하로 들어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역은? 대방, 신도림
  • 주택가 내지 완전 골목길에 출입구를 볼 수 있는 역은? 마천, 신길
  • 지하역인데 승강장이 대합실보다 더 얕은 역은? 지하 청량리
  • 다리 위에 건설된 초유의 역은? 구일
  • 전부 또는 일부 승강장이라도 계단 없는 '바로타' 탑승이 가능한 역은? 인천, 가좌, 신답, 경의선 서울역, 노량진(일부), 화서(일부) / 용두· 장암· 7호선 건대입구(매표소-승강장 사이만)

Posted by 사무엘

2013/01/10 08:43 2013/01/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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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탈 때 자전거를 갖고 타도 될까? 여기에 대한 규정은 의외로 회사별로 case by case이다.

레벨 1. 모든 요일, 모든 시간대에 가능: 공항 철도
한때는 환승 할인도 없이 독자적인 요금을 징수하여 어그로를 이끌었던 공항 철도가, 코레일에 인수된 이후 자전거에 관한 한 가장 대인배가 되었다. 물론 열차가 워낙 한산하니 자전거를 실을 여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 구간 말고 서울역-김포공항 같은 서울 도심 구간까지 동일한 정책이 적용된다는 점도 포인트.
단, 직통열차는 당연히 불허이며, 인천국제공항 역 자체는 자전거 출입을 할 수 없다.

레벨 2. 평일 출퇴근 시간대만 빼고 모든 요일과 시간대에 가능: 코레일 외곽형 노선. 경의선(DMC-문산), 중앙선(용산-용문 전구간), 경춘선(상봉-춘천 전구간).
경의선은 전구간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서울역-DMC 구간은 그렇잖아도 열차가 1시간에 한 대씩밖에 안 다녀서 혼잡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레벨 3. 토, 일, 공휴일에 가능: 2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코레일 노선들. 분당선, 그리고 1, 3, 4호선에서 코레일 관할 구간(서울역 이남, 청량리 이북, 대화-지축, 선바위-오이도)이다.

레벨 4. 토요일을 제외하고 일, 공휴일에만 가능(즉, 빨간날에만): 서울 지하철 1~8호선. 이 레벨이 사실상 지하철 회사들의 표준 가이드라인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에 비해 코레일은 전반적으로 여느 지하철 회사들보다 관대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레벨 5. 언제나 불가능: 9호선, 신분당선
민자 전철들은 자전거의 휴대 승차를 전혀 허용하고 있지 않다. 9호선이야 서울 도심을 정면으로 통과하고 4량 1편성밖에 안 되는 작은 열차에다 자전거를 또 싣게 해 줄 여력도 없는 게 이해가 되는 반면, 신분당선은 좌측통행까지 할 정도로 좀 더 광역전철스러운 구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벨 2나 3 정도의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게 아쉽다.
가령, 경인선은 정말 승객들로 터져나가는 혼잡한 구간이지만 코레일이 레벨 3으로 랭크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내가 여행하고자 하는 구간이 여러 회사들의 관할 구간에 걸쳐 있다면 물론 가장 엄격한 허용 기준에다 맞춰야 할 것이다.
수인선은 주변의 안산선, 경인선, 그리고 앞으로 분당선과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레벨 3이 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개통할 수원-안산 사이 구간은 주변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외곽임을 감안했을 때, 이곳만은 관대하게 레벨 2로 해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천 지하철 1호선은 내가 공식 자료를 보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의 표준인 레벨 4를 따를 거라 예상된다.
토요일 낮에 모든 지하철들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얼마나 혼잡한지 아시는 분이라면, 토요일도 자전거 휴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단지 외곽형 광역전철들은 국가의 자전거 우대 정책에 따라 주기 위해서 규정상 허용해 줄 뿐이다.

위의 규정을 위반하고 지하철에 자전거를 휴대하다가 적발되면, 전철 기본 요금과 비슷한 수준의 부가금을 낸 뒤 열차에서 하차 조치를 당한다. 쉽게 말해서 강퇴 당한다. 추가 요금을 내고 자전거를 싣는다는 개념이 아니므로, 이 점에 대해 오해 없어야 한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적발되는 게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 이 글에서 다뤄진 모든 자전거는 접을 수 없는 자전거를 일컫는다.
반으로 접은 자전거는 위의 모든 레벨들을 무시하고 어느 요일과 어느 시간대와 어느 노선에든 휴대하고 열차내에 반입 가능하다. 맨 앞이나 맨 뒷칸에만 실을 수 있다는 건 그냥 권장 사항일 뿐 강제는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2/30 08:26 2012/12/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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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1차 개통 구간 탐방기

성남에 있는 분당은 고양시 일산과 더불어 1기 신도시의 양 축을 구상하고 있는 신도시이며, 수도권 전철 분당선은 분당과 서울 사이의 연계를 위해 만들어진 광역전철이다.

분당선은 여타 광역전철들과는 달리 연계하는 서울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선명과 노선색을 쓰고 있으며, 교류 전기를 씀에도 불구하고 전구간이 지하이기 때문에 마치 코레일만의 지하철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주변이 굳이 지하화를 해야 할 정도로 크게 개발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지하로 건설된 이유는 인근의 서울 공항으로 인한 보안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 분당선은 1994년 9월 1일에 수서-오리 구간이 최초로 개통했다. 그 당시엔 훗날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을 능가하는 시끄러운 전동차 주행 소음 때문에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왕십리에서 수원까지 연결되는 방대한 광역전철으로 확장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보다시피 공사의 진척은 한없이 늦다. 지난 10월에 드디어 북쪽 끝인 왕십리 구간이 완공되었으나 수원과의 연결은 언제쯤?
한편,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동차는 6량으로만 다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궁극적으로는 8량까지밖에 증결하지 않을 계획이라 한다.

이렇듯, 철덕의 입장에서 분당선은 할 말이 참 많은 노선임이 틀림없다.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분당선이 상당히 많이 길어져 온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개통한 1차 구간이 역사적으로 가장 분당선스러운 옛날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분당선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수서-오리 구간에 대한 종합 명세이다.

수서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서울 2기 지하철 사업의 일환으로 남쪽으로 연장되던 1993년 말에, 3호선의 종점으로 먼저 개통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여기와의 환승역이 되었다. 환승은 개념환승 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한 막장환승도 아닌 정도. 마치 1호선 청량리 역처럼 3호선 승강장은 환승 통로에서 계단을 도로 올라가야 나온다.
한때는 이 역이 3호선과 분당선 모두의 종점이었지만, 지금은 둘 다 노선이 연장되어 모두 단순 통과역으로 바뀌었다.

복정
서울 지하철 8호선 1차 구간이 개통한 1996년 11월에 8호선과 분당선 역이 동시에 개통한 환승역이다. 두 노선의 승강장은 상하로 정확하게 포개지는 일체형으로 건설된 덕분에, 계단 하나만 오르면 간편하게 환승이 된다. 게다가 이 역은 8호선과 분당선 모두 유일한 섬식 승강장이라는 특징까지 갖추고 있다. 교외 지대이기 때문에 역 주변은 한산한 편이며 버스 환승 센터와 거대한 유료 주차장이 있다.

그렇잖아도 분당선 수서-복정과 다음 역인 복정-가천대는 역간 거리가 꽤 길다. 전자는 직선 거리만 무려 3km에 달하고 후자도 2km가 넘는다. 서울에서 성남으로 넘어가는 교외 지대는 딱히 역세권이 없는 그린벨트이며, 특히 수서-복정 사이는 탄천과 수서 차량 기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지상화를 할 수도, 중간에 역을 만들 수도 전혀 없다. 그러니 복정 역이 아직 개통하기 전이던 1994~1996년 사이의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분당선 전동차는 수서에서 경원대(현 가천대) 역까지 5km가 넘는 거리를 무정차 쾌속 질주를 했었다. 3호선 일산선의 원당-삼송보다도 더 긴 간격임!

수서가 서울 메트로 냄새가 난다면, 복정은 8호선답게 철저하게 도철 냄새가 난다. 분당선 승강장으로 가려면 8호선 승강장을 반드시 거쳐서 내려가야 하며, 그 승강장 외의 다른 시설(출입구 안내판 같은)에서는 코레일체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대합실에는 8호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만 나와 있고, 분당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는 없다.

가천대
드디어 서울을 벗어나 성남 대로에 자리잡은 첫 역이다. 원래는 경원대 역이었지만 최근에 학교명이 바뀌면서 역명도 바뀌었다.
역의 한쪽에는 가천 대학교가 있지만 반대편에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성남 대로와 한데 바싹 붙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엔 숲과 고가 도로밖에 안 보이며 딱히 역세권이 없다. 지하철 통로와 가천대 입구는 마치 한양 대학교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인근의 동서울 대학은 딱 복정과 가천대 역의 중간에 있으며, 지역도 서울을 딱 벗어난 직후이다.

태평
온통 붉은 벽돌 인테리어로 도배되어 있는 게 인상적인 역이다. 그리고 모란 고개 때문에 주변의 역들보다 지대가 높은 편.
가천대와 태평 역엔 2012년 9월 현재까지 스크린도어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선로 중앙의 기둥엔, 1994년 분당선 첫 개통 당시의 역 번호와 로마자 표기법의 흔적이 담긴 옛날 역명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러 남겨 두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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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복정에 이어 또 다른 지하철 8호선과의 환승역이며, 8호선의 종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은 분당선의 개통과 함께 분당선 역이 먼저 영업을 시작하다가 8호선 역이 추후에 개통했다. 도철의 역무 시설만 존재하는 복정과는 달리, 모란은 두 역 사이의 환승 거리도 긴 편이며 도철과 코레일의 역무 시설이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한다. 또한 복정은 분당선이 8호선의 아래로 지나는 반면, 이 역은 8호선이 분당선의 아래로 지난다는 차이도 있다.
그리고 요금 정책의 차이 때문에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전용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그걸 쓸 수 있다.

태평-모란은 간격이 900m가 채 되지 않으며, 분당선 1차 구간으로 계획되었던 역들 중에는 역간 거리가 가장 짧다. 8호선과의 환승과, 모란 시장 같은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부득이 이동성을 희생하고 역을 또 만든 티가 난다. 과거에(2004년 이전) 성남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곳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 지점에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다.

야탑
다른 역들과는 달리, 지상 출입구로 나가면 시원스러운 광장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모란과 야탑 정도 오면 분당선이 좀 얕아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어디서 듣기로, 분당은 실제로 살짝 저지대라고도 함.
현재 성남의 종합 버스 터미널은 이 역 근처에 자리잡은 복합 상업 건물의 지하에 들어서 있다.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터미널로 바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통로가 한동안 만들기만 해 놓고 개방은 안 되어 있었으나, 2011년 무렵에 드디어 개방되었다.

태평과 야탑 역은 대합실 층에 열차 위치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불편하다. 사실, 복정도 8호선 말고 분당선 노선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모란-야탑은 역시 2.3km에 달하는 장거리이다. 중간에 외곽 순환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진출입로가 있으며, 성남 시청 신청사 및 아직 개발되지 않은 벌판도 지난다. 만약 여기까지 개발되어 복잡한 시가지가 조성된다면 모란-야탑 사이에도 미래에 역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매
2004년에 개통한 역으로, 지하철에서 초기 계획에 없었다가 두 역 사이에 역이 새로 삽입된 사례로는 국내 최초이다(복정은 늦게 개통했지만 그래도 계획이라도 돼 있었음). 마치 KTX 울산 역처럼 말이다. 이 역에 이어 2005년엔 1호선 동묘앞과 2호선 용두 역이 동일한 사례로 곧장 뒤를 이었다.
물론 야탑과 서현 사이는 3km가 넘는 장거리이긴 하지만, 이매 역은 개통 후에도 양 옆의 역보다 이용객 수가 여전히 매우 적다. 그래서 그런지 스크린도어도 역시 없다.
21세기에 개통한 역이지만 이 역도 승강장 크기는 8량이 아닌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주민들의 요구로 인해 공사는 1990년대 중후반에 꽤 일찍 시작했고 단지 개통이 늦어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역은 출입구가 역의 양 끝으로 무척 치우쳐서 존재하여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번호의 출입구 사이의 거리가 300미터에 달한다. 왜냐하면 중앙엔 역 주변으로 공원이나 아파트 담장만 있기 때문에 전철에서 내린 후에 갈 곳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최대한 아파트 입구나 마을 어귀 쪽으로 출입구를 내려다 보니 앞뒤로 멀어진 것이다. 분당선의 개통 초기에 이 자리에 역이 괜히 없었던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 이매 역은 분당선에서 유일하게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되었다.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가능하려면 게이트를 열차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만들어서 앞뒤를 막아야 하는데, 이매 역은 출입구가 앞뒤 극단에 있다 보니 앞뒤로 게이트를 둘 수 없고 부득이 평행하게 게이트를 만들게 되어, 승강장 횡단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매 역은 부역명이 성남 아트 센터이지만, 거기와 전혀 가깝지 않다. 오히려 야탑에서 가나 이매에서 가나 거리가 별 차이가 없다. ㄲㄲ

서현, 수내
이 두 역은 성남 대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것, 그리고 민자역사로 조성되어서 역 출입구 전체가 백화점 건물 내부로 쏙 들어가 버린 매우 특이한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지하철역의 출구 번호와, 각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의 출입구 번호가 달라서 초행자가 혼동하기 딱 좋다.
광역전철이든 일반열차든 선로가 어차피 지상에 있는 철도역이 민자역사가 된 경우야 적지 않지만, 이미 지하철의 형태로 고유한 출입구 체계를 갖춘 역이 민자역사로 덮인 경우는 희귀하다.

정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신분당선과의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역이다. 예전에는 이 지역을 궁내동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행정 구역이 바뀐 것 같다.
이 역과 다음 역인 미금 사이는 1.8km 정도로 긴 편이다. 그리고 이 두 역 사이에 신분당선 연결선도 있으며, 두 역 사이 지점에 그 이름도 유명한 NHN 본사가 있다.

미금, 오
내려 본 적이 없어서 이 두 역에 대해서는 내가 정보가 제일 부족하다.
다만, 오리의 경우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이어서 유명하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그 후 지하에 쌍섬식 승강장은 완급 결합 운행을 본격화한 서울 지하철 9호선 때 여럿 더 생기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13 08:27 2012/11/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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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은 수도권 전철계의 오랜 숙원이 둘이나 이루어진 달이다.
일단 월초엔 남쪽으로만 길어지던 분당선이 드디어 서울 강북까지 올라와서 왕십리-선릉 구간이 개통했다. 수서-선릉 구간이 2003년 가을에 개통했으니 거의 9년 만의 추가 연장이다. 이로써 한강에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사용하는 것에 이어 철도용 하저 터널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며, 여타 코레일 관할 노선과의 연결이 없이 수도권 동남부에서 혼자 고립되어 있다시피하던 분당선은 드디어 연결점이 생기게 되었다.

그 뒤 지난 10월 27일엔,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더 길어졌다. 온수-부평구청 연장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의정부와 광명뿐만 아니라 부천과 인천 외곽까지 가는 긴 노선이 되었다. 그 결과 7호선은 1996년의 장암-건대입구(1차), 2000년의 건대입구-온수(2차)에 이어, 2012년의 온수-부평구청이라는 세 단계 개통 내력을 갖게 되었으며, 차량 계보도 1차와 2차, 3차가 모두 외형과 구동음이 제각각인 독특한 체계를 구성하게 되었다.

2009년에 9호선이 개통하고, 2010년 말에 3호선 수서-오금 연장 구간이 개통하고, 이제 7호선 연장 구간까지 개통했으니, 1990년대 초반에 수립되었던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은 IMF 때문에 폐기된 것을 제외하면 다들 완결되었다.

이번 7호선의 연장 구간 개통은, 약 4개월 전의 수인선 개통과는 다음과 같은 여러 비슷한 점들이 있다. (1) 토요일 개통, (2) 개통 당일 비, (3) 10km 남짓한 개통 구간의 길이와 9~10개 정도의 역 수도 비슷함,
(4) 온수든 오이도든 시승 지점 주변은 별다른 상업 시설 없는 외곽 지대, 그리고 (5) 새 노선으로 인해 인천 지하철에 환승역이 추가됨(7호선과는 부평구청, 수인선과는 원인재).

이에 본인은 이것도 새벽 5시 반 첫 차를 시승하러 금요일 밤부터 준비하고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날 밤에 전철 막차를 타고 미리 가서 노숙이나 외박을 한 게 아니라, 철도 답사 목적으로는 난생 처음으로 차를 가져갔다. 외박까지 하기에는 기력이 부족했고, 이왕 멀리까지 나간 김에 차로 다목적 테마 여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더구나 추위와 비 같은 날씨 사정을 감안했을 때, 차를 가져간 건 결과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었다.

새벽 2시. 강변북로와 경인대로를 달려 온수 역에 도착했다. 이런 늦은 밤인데도 도로에는 차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도상으로 온수 역 남단에 공영 주차장을 확인하긴 했으나, 그쪽으로는 안 가고 북단의 어느 공사장 옆 골목길에다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 뒷좌석에 누워서 두어 시간가량 잤다. 새벽부터 기온이 더 내려가고 비가 오기 시작했으나 차 안은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차를 가져가는 대신 밖에서 군것질은 안 하려고 물과 각종 간식에 심지어 도시락까지 챙긴 상태였다.

5시 20분. 차에서 내려서 드디어 7호선 온수 역 승강장으로 갔다. 그리고 30분 정시에 부평구청으로 떠나는 첫 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했다. 다음은 연장 구간과 관련된 몇 가지 관련 정보들이다.

  • 운영: 7호선의 모든 열차가 부평구청까지 가는 건 아니다. 마치 분당선에 죽전 행과 기흥 행이 반반씩 있듯, 7호선에도 온수 행과 부평구청 행이 반반씩 다닌다. 따라서 온수-부평구청 사이의 실질적인 열차 배차 간격은 마치 5호선 상일동-마천 지선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예상 수요, 차량 기지의 위치, 보유 중인 전동차 수 등 여러 정황상, 모든 열차를 연장하는 건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그런다.
  • 차량: 음 성직 사장 시절에 개발된 자체 전동차 SR001이 신규 투입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나도 1시간 반 남짓한 시승 시간 동안, 상· 하행을 통틀어서 신형 전동차는 한 번도 못 봤다. 전체 전동차 수에 비해 3차 도입분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은 미미하다. SR001을 못 타 본 건 좀 아쉬운 점.
  • 인터페이스: 7호선 연장 구간은 역명판이나 각종 안내 표지판에 서울 남산체나 전통적인 초롱테크 지하철체가 아닌 일반적인 고딕체를 사용하였다. 9호선처럼 지하철의 지상 출입구에서부터 열차 위치를 표시해 놓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번 연장 개통 구간은 크게 두 개의 phase로 나뉜다. (온수)-까치울-부천시청, 그리고 다음 상동-부평구청으로 말이다. 앞의 서울-부천 구간은 모두 터널식으로 건설되었다. 그래서 열차가 달리는 터널을 보면 단선 쌍굴이며 역들이 죄다 섬식 승강장이다(왼쪽 문 열림). 7호선은 특히 강남 구간은 섬식 승강장을 거의 찾을 수 없는 노선(보라매 역이 유일)으로 유명한데 그 관행을 부천 연장 구간이 깨뜨렸다.

서울에서 연장 구간이 첫 시작되는 온수-까치울 사이는 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야산 아래로 “길이 없는 곳을 억지로 파고들면서” 만들어졌다. 덕분에 주행 중에 커브 소음이 느껴지며, 중간에 역을 만들 곳도 없어서 역간거리가 거의 2km에 달한다.
7호선은 어차피 강남 구간에 이런 구간이 좀 있다. 내방-고속터미널도 중간에 공원 아래를 지나며, 남성-숭실대입구도 언덕과 아파트 단지 아래를 지나서 역간거리가 아예 2km를 넘는다.

똑같이 섬식 승강장이어도 신중동-부천시청 역은 여타 역들보다 플랫폼이 대단히 넓다. 이는 지상에 고가도로가 있어서 이를 건드리지 않고 공사를 한 귀결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인해 독특한 모양의 승강장이 생긴 역이 있다(아현 고가 차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대합실이 아니라 심식 승강장이 이렇게 거대하다.

부천시청 역의 인근에는 안 중근 기념 공원이 있다. 실제로 부천시는 중국 하얼빈 시와 자매 결연을 맺기도 했다고 한다. 지하철이 개통했으니 이 공원의 접근성과 인지도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안 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 10월 26일인데, 7호선 연장 개통이 그 이튿날인 것은 그냥 우연이려나?

그리고 독립 운동가를 기리는 비슷한 심상의 다른 전철역으로 신분당선 '양재 시민의 숲' 역이 있다. 거기는 인근에 윤 봉길 기념관이 있으며, 역의 부역명이 아예 '매헌'(윤 봉길의 호)이다. 조국을 사랑하는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고 찾아가 보시기 바란다.

자, 상동부터는 섬식 대신 상대식 승강장이 시작된다(오른쪽 문 열림). 여기는 터널식이 아니라 도로를 파헤쳐서 박스를 집어넣는 개착식으로 건설되었으며, 한 터널에 복선 철길이 깔려 있다.

종착역인 부평구청 역의 인천 지하철 환승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보통 수준인 것 같다.
다만, 밀폐형 스크린도어에다 고해상도 올컬러 액정 모니터까지 갖춰진 최고급 서울 지하철에 비해, 아직 스크린도어도 없고 청색이 없는 저해상도 LED(발광 다이오드) 전광판을 쓰는 인천 지하철 승강장을 보니, 지하철 시설조차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시작된 건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가지 옥의 티: 부평구청과 부천시청.. 전자에서는 '청'의 한자를 중국 간체자로 썼는데 후자에서는 그냥 한국 번체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일찍 7호선 연장 구간을 쭉 왕복하고, 환승역에서 환승 통로를 둘러 보고, 중간의 역에서 한번 내려서 나가 보기도 했다. 수많은 정보들을 수집한 뒤 내 승용차가 있는 온수 역 인근의 기지로 복귀(?)하니, 아침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7호선에 대해서 두 가지만 더 얘기한 뒤 지하철 얘기는 마치도록 하겠다.

* 7호선의 상대적 심도

수도권 전철 노선들 중에 환승역 사이의 상대적인 심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단연 서울 지하철 7호선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온수부터 시작해 이수, 건대입구, 태릉입구, 도봉산 등 모든 환승역에서 7호선은 다른 노선보다 언제나 더 아래로 지나거나 최소한 심도-고도가 뒤떨어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깊기로 악명 높은 5호선조차도 다른 모든 환승역에서는 아래로 지나지만 7호선과 만나는 군자에서만은 7호선이 아래이고 5호선이 위였다.

그랬으나 이 7호선에도 예외가 생겼다. 2009년에 개통한 9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7호선보다도 더 아래로 지난다. 그리고 분당선 강남구청 역도 7호선 강남구청 역보다 더 아래로 지난다. 분당선 역시 서울 강남 구간에서는 거의 공항철도 서울 시내 구간에 필적하는 엄청난 깊이를 자랑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 서울 정기권 통용 여부

서울 1기 지하철들은, 서울 시내 순환인 2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1, 3, 4호선들이 다들 코레일 광역전철과 직통 운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2기 지하철들은 그런 관행이 없이 오로지 인서울을 표방하고 있다. 5, 6호선이야 정말로 인서울이지만, 8호선은 성남 구시가지를 경유하며 7호선은 의정부와 광명을 잠깐 경유하고 이제는 부천과 인천까지 가는 방대한 노선이 되었다. 서울만의 지하철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8호선은 여전히 전구간이 서울 도시철도 공사(도철) 관할이다. 그리고 도철 관할 노선은 행정구역상으로 인서울이 아니어도 서울 전용 지하철 정기권이 통용된다는 이례적인 관행이 있었다. 8/분당선 환승역인 모란 역이 이것 때문에 '아리까리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코레일 분당선 게이트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게이트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도 예외가 생겨, 7호선의 부천-인천 연장 구간에는 서울 정기권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었다. 이제 도철도 모든 구간이 서울 구간은 아니게 된 셈.

Posted by 사무엘

2012/10/31 19:20 2012/10/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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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지하철 소개

예전에 올린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본인은 반공-_- 성향이 강하며 정치적으로 북한 정권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공산주의고 나발이고 간에 우리나라를 삥뜯고 시종일관 민폐만 끼쳐 왔으며, 눈엣가시 같은 짓만 골라서 해 온 놈들이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서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것만큼이나 쟤들도 사과를 하고 개과천선한 적이라고는 없다. 대남 적화 야욕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다.

그들은 국제 사회로부터 주어진 개방과 회생의 기회는 죄다 제 발로 거절하고 세계 최악의 생지옥 국가를 만들었다. 지도자라는 작자는 국민들을 먹여 살릴 돈과 물자로 핵 무기나 만들고 개인적인 향락만 즐겼다.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는 기근이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이라고 남 탓만 한다. 그러니 아량과 자비를 베풀고 예쁘게 봐 줄 구석이 어찌 눈꼽만큼이라도 있으리요?

사실, 극소수의 정신줄 놓은 좌빨 종북주의자를 제외하고는 북한 정권을 좋아하는 사람 자체가 있을 리 없겠지만(스톡홀름 증후군?), 그 극소수의 인간들이 국가에 끼치는 손해가 워낙 막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법은 그런 부류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부득이 다소 원시적이고 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약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본인은 그런 정치관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과 호기심도 많은 편이다. 같은 한국어와 한글을 쓰는 동족이 지도자 잘못 만난 죄로 어떻게 저 정도로 맛이 가고 흑화해 갔는지... 이 21세기에 서울에서 10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한반도 북부에 어떻게 절대로 가 볼 수 없는 위험한 지역이 존재할 수 있는지가 솔직히 신기하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ㄱㄱㅇㅅ라는 충격과 공포의 물건이 있어서 전에는 일반인이 보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던 장소들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특히 지리덕에게!) DMZ와 판문점도 보이고 예전에 국기 높게 달기 경쟁을 하던 대성동· 기정동 마을까지 항공 사진으로 다 볼 수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도 볼 수 있고 평양 시내도 들여다볼 수 있다.

자, 북한에도 관심이 많고 한국 철도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북한의 철도 체계, 그리고 더 세부적으로는 평양의 지하철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 된다.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겠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북한은 지하철이 다니는 나라치고는 상당히 가난한 나라이다.
그래도 북한이 최초의 지하철을 만들기는 남한보다 1년 더 먼저 만들었다.

평양 지하철은 노선이 딱 두 개이다. 1973년에 첫 개통한 천리마선과, 1975년에 개통한 혁신선. 노선별로 역이 10여 개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주 소규모이다.
다음은 평양 지하철의 역명과 주변의 역세권을 나열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천리마선 (종축)

붉은별: 장경동, 2인민병원
전우: 혁신선 전승 역과의 환승. (역명이 서로 다름)
개선문: 말 그대로 개선문이 인근에 있음
통일: 칠성문, 모란봉 야외극장
승리: 김일성 광장
봉화: 해방산 려관
(영광): 평양 역, 김책 공업 전문 대학, 고려 호텔
(부흥): 화력 발전소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평양에는 대동강이 있다. 봉화 역 이남으로는 하저 터널을 뚫고 평양의 강남과 강북을 지하철로 연결하겠다는 게 북한의 당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71년, 하저 터널 건설 중에 터널이 붕괴되어 10여 명의 인부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난 뒤 그 계획은 철회되었다. 사실, 한강 하저 터널은 남한도 삼부 토건이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건설하면서 1990년대에 와서야 NATM 공법으로 해낸 어려운 과업이다.

북한은 하저 터널 대신 강을 따라 서쪽으로 평양 역과 화력 발전소, 그리고 김 일성의 생가 쪽으로 노선을 연장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것이 1987년에 개통한 만경대선인데, 사실상 천리마선의 연장이나 다름없다. 마치 서울 지하철 3호선과 일산선의 관계와 비슷한 셈. 영광과 부흥 역은 만경대선 구간이다.

* 혁신선 (횡축)

광복: 광복 다리
건국: 평남선 보통강 역
황금벌: 경흥관
건설: 류경 호텔
혁신: 서평양 려관
전승: 천리마선 전우 역과의 환승. 전우동. 지하철도 건설 박물관, 2· 8 문화회관
삼흥: 김일성 종합 대학
광명: 금수산 기념 궁전. 김 일성이 죽은 후 이 역은 열차가 무정차 통과.
락원: 대성산 유원지

북한의 어지간한 유명 시설들이 망라되어 있다.
류경 호텔이 '건설' 역의 역세권에 있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_-;;;

자, 북한은 지하철 노선이나 역에다 이름을 붙일 때도 지명 같은 건 갖다 버리고, 이념적인 보통명사를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역명으로 주변에 있는 기관이나 시설명을 병기해 주기는 하지만, 인근에 철도역이 있는데도 이를 싹 무시하고 전혀 다른 이름을 부여하는 건 뜻밖이다.

환승역이 어차피 하나밖에 없긴 하지만, 환승 통로라는 자비 같은 건 없다. 완전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며, 노원 역을 능가하는 막장환승을 자랑한다. 북한 지하철은 무진장 깊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하'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간주하여, 공식적으로는 지하철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도시철도' 내지 '광역전철' 같은 포괄적인 용어를 선호한다. 그에 반해 북한은 철저하게 지하를 강조하여 로고타입에도 선명하게 '(지)'자가 적혀 있다.
평양 시내에는 노면 전차가 따로 있지, 지하철이 지상 구간을 달린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럼 얘들은 차량 기지는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다. 다 지하에 있어서 안 보이나? 하긴, 북한은 워낙 비밀이 많은 스텔스 국가인지라 저 지하철 노선 이상으로 지하 철도가 많이 있을 거라 추정되기도 한다. 심지어 평양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평양 순안 국제 공항까지도 사실 철도가 존재할지 누가 알겠는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대동강은 중간에 섬이 여럿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능라도이다. 평양의 여의도 같은 섬인데, 여기에는 10만 명이 넘는 관중들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스타디움인 5· 1 경기장이 있다. (북한에는 삼일절만큼이나 기념일 날짜를 그대로 이름으로 붙인 시설명이 종종 있다) 북한 특유의 매스게임, 카드 섹션 같은 게 공연되는 장소가 바로 여기이다. 하지만 평양의 지하철은 강을 건너는 노선이 없는 관계로 이 경기장은 지하철 역세권이 아니다.

평양 지하철은 표준궤에 3량 내지 4량 1편성이고, 제3궤조(우리나라처럼 공중에 팬터그래프가 달린 형태가 아님) 직류 750V 전기를 쓰니 남한의 직류 1500V와는 전압이 절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측통행인지 우측통행인지는 딱히 동영상을 못 봐서 잘 모르겠다. 역의 인테리어가 러시아 식의 유리궁전이라는 것, 그리고 요즘은 전력난이 심해서 전동차 운행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으로 평양 지하철에 대해서 본인이 아는 내용을 최대한 나열해 보았다.
무려 9호선까지 있고 세계 5위권의 방대한 전철망을 구축한 우리 서울과는 달리 평양의 지하철은 인프라의 성장이 20세기 이후로 사실상 완전히 멈췄고,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솔직히 지금 경제력으로는 있는 지하철을 굴릴 여력도 없으니 말이다.

모 우익 논객의 말마따나 평양 주석궁에 탱크가 진격하기에 앞서-_-, 남과 북의 철도가 평화적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먼저 북녘 동포들에게 변개되지 않은 하나님 말씀인 흠정역 성경이 들어가고, 덤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이념을 초월하여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9/24 19:28 2012/09/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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