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선하고, 그 노선을 상징하는 전동차는 서로 일대일관계가 딱히 성립하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관계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서울 지하철을 예로 들어 보자.

1호선 하면 떠오르는 터줏대감 차량은 누가 뭐래도 히타치 사의 저항 전동차이다. 바로 이것! (장소: 철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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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 도입된 저항 방식 전동차라고 하여 철덕들 사이에서는 ‘초저항’이라고 불린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지하철의 역사를 간직한 차량이 아닐 수 없다.
운전석의 중앙에 저렇게 문이 달린 게 당시 일본의 유행이었다고 한다. 물론 일본은 지하철이 죄다 협궤인 관계로, 저런 커다란 전동차는 만들어서 수출만 했을 뿐 본토에서 굴리지는 않았다.

1974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그 오리지널 전동차는 이미 2000년대를 전후해서 모두 퇴역했다. 하지만 차량과 편성수의 증결로 인해 동일한 스펙으로 나중에 도입된 전동차는 2000년대 중· 후반까지 간간이 명맥을 유지했다.
철도청(현 코레일) 소속 차량은 파란색, 서울 지하철 공사(현 서울 메트로) 소속 차량은 빨간색 도색이었다는 건 상식.

2호선은 유일한 순환선인 데다, 승강장에 가장 늦게까지 구닥다리 플랩식 전광판이 남아있었고 차량도 2호선에서밖에 볼 수 없는 레이템이었다. 게다가 외곽이나 강변이 아니면서 지상 고가 구간이 간간이 있다는 점도 2호선을 더욱 특색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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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에서만 볼 수 있던 터줏대감 차량은 역시 MELCO 쵸퍼 전동차이다. 사실은 2005년부터 도입된 신형 전동차도 한동안 유니크 아이템이긴 했다.

3호선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배불뚝이 GEC 쵸퍼 전동차. 객실 내의 천장에 모니터가 달려 있던 유일한 차량이었다. 지금처럼 서울 메트로 자체 방송이 나간 게 아니라 새마을호처럼 코모넷이라는 외주 업체가 방송 컨텐츠를 따로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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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전동차는, 3호선과 같이 동시 건설 중이던 4호선에도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4호선은 과천선과 직결되고 GEC 쵸퍼 전동차는 교직 겸용이 아니었던 관계로 얘는 2호선에 일부 대체 투입되었다.

그래서 본인의 기억 속엔, 서울 지하철들 중 유일하게 4호선만 차량의 개성이 가장 희미하다. 다른 호선들은 개통 초기에 어떻게 생긴 전동차가 다녔는지 본인이 분명히 아는 반면, 4호선은 잘 모르겠다.

현재는 100% VVVF인 건 확실하고, 그냥 1호선에서 볼 수 있는 코레일/서울 메트로 VVVF 차량의 subset이 다니는 듯. 단, 1호선엔 없는 애드립도 있는데, 서울 메트로가 굴리는 차량 중 대우 중공업 제조 차량은 7호선 1차 도입분 차량과 동일한 시끄러운 GEC 알스톰 구동음이 난다는 게 특색이다. 1호선에는 그런 차량이 없다.

다음으로 세월이 흘러 2기 지하철 시대가 열린다.
5~8호선 전동차는 차량 프레임은 표준화 내지 단일화가 되어서 다 똑같다. 그래서 1~4호선과는 달리 5~8호선은 이례적으로 외형이 천편일률적이다. 애드립을 찾자면 전면부의 색깔띠의 모습이 5호선만 6~8호선과는 차이가 있으며, 통유리가 7, 8호선의 2차 도입분 차량부터 도입되었다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또, 6호선 전동차만 객실 내부에 쇠기둥이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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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선은 전면부의 두 겹짜리 색깔띠가 아래로 삐치지만, 5호선만 한 줄이고 앞에 '서울도시철도'라는 문구까지..)
물론, 외형은 비슷해도 under the hood는 여전히 제각각인지라 전동차 구동음은 노선별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본인은 ‘VVVF의 향연’이라는 표현을 쓰고자 한다.

5~8호선만이 2011년 현재까지 전동차의 순혈주의(?)가 가장 잘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질서도 7호선 연장으로 인한 3차 도입분 전동차가 들어오면 다소 흔들리게 될지 모르겠다.

끝으로 9호선 전동차는 전국의 다른 전철 노선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외형을 하고 있다. 동글이를 좋아하는 요즘 추세에 걸맞지 않게 외형이 좀 각진 느낌을 준다. 그리고 헤드라이트는 아예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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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차량은 조향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주황색 깜빡이(방향 표시등)는 전혀 의미가 없으며,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진과 후진을 완전히 동일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자동차로 치면 헤드라이트 겸 후진 경고등(white)이, 브레이크 경고등(red)과 나란히 놓이게 된다.
그런데 9호선 전동차는 이 둘이 나란히 놓인 게 아니라 완전히 따로 놓였다는 게 인상적이다.

다만 9호선 전동차는 외형은 독특해도 under the hood는 공항 철도나 여타 지방 지하철과 동일하여, 구동음은 음높이만 다를 뿐 다들 비슷해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전동차들 중, 도철의 5~8호선 전동차가 제일 무난하게 생긴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10/02 08:21 2011/10/0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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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튜브> 분석 --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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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훈이 오토바이로 전동차를 따라잡는 유명한 스턴트 장면. 당연한 말이지만 스크린도어가 없던 시절이니까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고속터미널 역에서 점프를 하고는 논현 역에서 전동차에 달라붙는 건 도대체 무슨 순간이동이냐! (논현 역은 저렇게 높은 천장이 없기도 하고, 또 고텀-논현은 똑같이 대리석 인테리어여서 서로 연계를 한 건 좋은 아이디어이긴 함. 그럼 촬영 전체를 왜 고텀 역에서 하지 않았냐고? 아마 고텀은 논현과는 달리 곡선 승강장이어서 묘기를 하기가 더 어려워서 그러지 않았을까? 철덕이라면 이 정도 수읽기는 할 줄 알아야 한다. ㅋㅋㅋ)

참고로 <라이터를 켜라>에서는 논현 역 대합실을 서울 역 대합실로 설정한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라. 아주 그냥 지하철역을 일반 철도역으로.;;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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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기믹을 생각해 냈는지는 모르지만, 도철(SMRT) 관할의 5~8호선 전동차는 천장에 저런 전광판이 원래 달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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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요구 사항이 충족되지 않자, 강변북로와 동호대교를 배경으로 국철 옥수 역이 박살난다.
저런 규모의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고 지하철역에 잘 숨겨져 있다가 터지는 건, 내부 소행 내지 역무원을 매수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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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7호선 전동차가 2호선 선로로 진입해 청담 대교가 아닌 잠실 철교를 건너고 있다. 잠시 후 김 석훈과 박 상민이 다시 전동차 안에서 대면하여 칼부림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분위기상 전동차가 다시 어두운 지하로 들어간다. 잠실 철교 이북은 한양대까지 가서야 지하가 나오니, 그렇다면 전동차는 이남인 잠실 방면으로 들어갔다는 뜻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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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발의 차이로 상· 하행 열차가 충돌을 피하고 평면 교차하는 장면인데, 당연히 CG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를 보면, 붉은 램프(=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 경고등. 후방)가 켜진 열차가 우리 쪽으로 전진해 오고, 흰 램프(=자동차로 치면 헤드라이트. 전방)가 켜진 열차가 뒤로 멀어져 간다는 것.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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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가 딱 한 번 멈춰 서고 벌어진 터널 내 총격전 장면은 아예 부산 지하철 2호선 전동차를 썼다. 전동차가 더 홀쭉하고 작은 걸 알 수 있다.
부산 2호선 전동차는 서울 7호선 1차 도입분 전동차와 동일한 구동음을 내기 때문에 고증상 유리하다. 그런데 본인이 정말 놀란 건... 영화에서는 박 상민이 이 전동차를 도로 출발시킬 때,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의 구동음이 난다는 것! 이 음향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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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다 끝나고, 잠깐 나오는 이 사람도 누군지 잘 모르겠다.
김 석훈은 혼자 열차에 남아서 최대한 오래 스위치를 붙잡고 있다가 죽는 설정(이것도 굉장한 억지 설정이긴 하다만)인데, 설마 살아나기라도 했나..?
그리고 credit roll이 올라가기 전에 잠깐 뜨는 이 문구도 OST 제목이기라도 한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인은 알 길이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09/26 08:22 2011/09/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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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튜브> 분석 -- 上

<튜브>(백 운학 감독, 2003)는 잘 알다시피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하철 테러를 컨셉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배급사가 튜브 엔터테인먼트인데, 이 영화와는 관계없이 원래부터 이름이 튜브였다.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은 악재도 있고 해서 국내 영화관에서는 그리 흥행하지 못했지만, 외국에 비디오 수출로는 본전을 뽑았는가 보다. 그래서 외국의 파일 공유 서비스들을 뒤져 보면, 웬 희한한 언어로 더빙이 된 <튜브> 영화 파일이 돌아다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좋은 점: 철덕들에게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김 석훈· 배 두나· 박 상민 등 배우가 참 멋있다. 밤에 연인들 분위기가 참 낭만적이고 멋있고, 음악도 좋은 편.

아쉬운 점: 인위로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드느라 어거지가 너무 많고, 서울 지하철 시스템에 대한 고증이 너무 개판이다. 코미디 컨셉이 짙은 <라이터를 켜라>(새마을호 배경)보다 훨씬 더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장면과 고증 오류는 저것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다. 현실성은 이 말년의 만화 <이니셜 엠>과 비슷한 수준 ㅋㅋㅋㅋㅋㅋ

이 글은 <튜브>의 스토리를 일일이 다루지는 않을 것이고, 주요 특징이나 옥의티들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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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는 도입부부터 김포 공항을 배경으로 한 총격전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이건 정말 귀한 기회를 이용해 촬영한 것이었다.
김포 공항은 원래 국제선 청사 둘과 국내선 청사 하나인 세 개의 터미널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인천 공항이 개항하면서 김포 공항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었고, 그래서 국제선 청사가 하나 줄어들게 되었다. 어차피 건물 리모델링을 해야 하던 차에 공항 당국은 영화 촬영 협조를 허가할 수 있었고, <튜브>의 총격전은 2002년 4월 25일부터 5월 2일까지 공항 건물 전체를 빌려서 그 중 나흘을 작업한 끝에 만들어졌다. (☞ 관련 기사 클릭)

공교롭게도 그 전라선 상행 새마을호 3콤보 인명 사고(2002년 5월 1일)와 거의 비슷한 기간이구나.
참고로, 새마을호 열차가 배경인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촬영하는 도중엔 실제 촬영지인 울산 역에서 배우가 열차에 빨려들어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이는 2002년 3월 13일의 일이다. (☞ 관련 기사 클릭)

지금처럼 도색이 변경되기 전(2006년경)에 파란색 비중이 높던 옛날 경찰차를 볼 수 있다.
자동차가 펑 폭발하는 장면은 무술 감독이 직접 몸을 던져 차를 운전하면서 연기한 것이라고.

공항 총격전을 찍은 것은 가히 절호의 기회를 이용한 것이지만, 이 영화는 개봉운이 없던 걸로 유명하다. 2003년 초에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하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딱 터져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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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 문화방송(문화바탕이 아니다!)체이다. MBC가 과거에 사용하던 전속 서체. 이 서체 자체가 좀 이탤릭스럽게 기울어져 있는데, 그 글자를 더 기울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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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연 배우들. 김 석훈은 정말 잘생겼고 배 두나도 아주 귀엽고 매력적이다. 박 상민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테러리스트 연기를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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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두나는 영화에서 소매치기 짱으로 나온다. 하지만 형사인 김 석훈을 짝사랑한다.
왼쪽에 있는 양아치 행동대장 소매치기는 맨날 김 석훈에게 붙잡히는데, 이건 마치 쿠마키치와 우사미의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_-;;; “소매치기라는 이름의 신사”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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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민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국가 정보원 요원 정도로 나오고, 김 석훈은 국가 안보 그딴 건 관심 없고 오로지 박 상민과의 개인적인 원한 관계 때문에(아내가 그에게 살해당함) 그를 쫓는 형사로 나온다. 이 장면은 김 석훈의 아내의 생전 모습인지, 아니면 다른 내연녀인지 그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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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영화인데 이런 스턴트 정도는 양념으로 있어야지. 응암순환도, 봉화산도 아니고 대흥이 뭐냐. 대흥 역도 6호선의 주박역 중 하나이긴 하지만, 대흥 행 열차는 막차 시간대가 아니면 평소에 볼 일이 없다.
설정상 상행과 하행 열차를 연달아 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행과 하행 열차가 모두 대흥 행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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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민이 노리는 서울 시장은 녹사평 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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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일행이 지나고 있는 곳은 무려 서울 서쪽 끝의 김포공항 역.
그나저나 첫 탑승은 옥수 역이었던 것 같은데? -_-;;; 장소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글이 길어지니 다음편을 기대하시라. 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9/23 19:14 2011/09/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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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남 지방에 있는 광주 광역시의 교통 시스템의 특징에 대해 논하도록 하겠다. 물론 철도와 지하철 얘기가 주류이지만 여타 교통수단 얘기도 나올 것이다.

광주에는 원래 경전선과 호남선이라는 두 개의 간선 철도가 지났다.
그러나 경전선은 단선 철길이 시가지를 관통하여 좋지 않다는 지적으로 인해 2000년경에 저 멀리로 이설되었고, 이 때문에 원래 호남선이 아닌 경전선상에 있던 광주 역은 호남선의 지선에 남겨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지선은 '광주선'이라고 불리는데, 무려 단선이라고 한다.
경부고속선에서 시속 300km로 달리던 KTX도 광주 역 도착 직전엔 그냥 기존선도 모자라서 아예 단선으로 들어간다니 신세가 참으로 안습하다. 물론, 동두천-소요산 구간 같은 말단의 짤막한 단선이고 광주 착발 KTX가 많은 것도 아니니, 교행· 대피 같은 건 없다.

비슷한 작명법으로 명명된 여타 철도 노선과 비교하자면 이렇다.
대구선: 동대구 역에서 분기하여 중앙선의 영천 역을 잇는 지선
대전선: 대전 역에서 호남선 서대전 역으로 가는 지선. 원래는 호남선의 일부였다.
그리고 광주선: 호남선 광주송정 역과 광주 시내의 광주 역을 잇는 지선. 원래는 경전선의 일부이지만 이제는 호남선의 지선처럼 돼 있다. 다만, 지역 대표역이 간선이 아닌 지선상에 있다는 게 광주와 여타 지역과의 차이라 하겠다.

광주 도심에서 가깝지만 지선에 처박혀 있는 광주 역과는 달리,
비록 좀 서쪽 외곽이지만 간선인 호남선상에 있는 광주송정(구 송정리) 역과 그 주변의 지위가 요즘은 크게 올라가 있다.
이런 추세를 만든 데엔 광주 지하철도 큰 기여를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하철 얘기를 해 보자.

광주 지하철은 지난 2004년 4월 말, KTX가 개통한 지 얼마 안 되어 1호선이 드디어 개통했다.
수도권, 부산, 대구에 이어 경부 라인이 아닌 지방 광역시에 생긴 최초의 지하철이다. 건설 시점에서부터 전구간에 스크린도어가 완비된 국내 최초의 지하철이기도 하다. (정정. built-in으로 스크린도어가 갖춰진 지하철은 2005년 하반기에 개통한 부산 3호선이 최초임.)

시스템이 여러 모로 대전 지하철과 아주 비슷하다. 대전 지하철이라 함은, 개통 직전에 시승 행사를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시민들을 초대해서 못 하고 물통을 잔뜩 집어넣어서 했던 걸로 뉴스까지 몇 차례 탔던 그 지하철 말이다. ^^;;

완전히 동일한 전동차에 4량 1편성인 것도 같고, 동일한 동전 모양의 일회용 승차권을 사용한다. 평일 N/H의 배차 간격이 10분인 것도 동일. 두 도시가 규모가 서로 비슷하고 지하철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의 노선으로 개통했으니 말이다.
도시의 크기는 광주가 더 크지만, 광주 지하철은 20개역에 20.6km, 대전 지하철은 22개역에 22.7km로 대전 지하철이 약간 더 크다. 그래도 비슷한 규모인 건 사실이다. 심지어는, 원래 무려 5호선까지 계획되었으나 IMF 등으로 인해 현실은 시궁창이 되어 1호선만 개통한 것마저도 비슷한 사정이다.

다만,
1차 개통은 광주(2004)가 대전(2006)보다 일찍 해서 본인은 대전 지하철이 개통하는 걸 못 보고 대전에서 다니던 대학을 졸업할 정도였던 반면,
2차 구간, 다시 말해 전구간 개통은 대전(2007)이 광주(2008)보다 훨씬 더 일찍 해냈다.

그리고 대전 지하철은 구간제 운임을 시행하기엔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1구간과 2구간으로 나눠서 운임을 징수하지만, 광주 지하철은 현재 전구간 균일 운임이다.
원래 구간제를 하다가 다시 균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는 대구 지하철과도 비슷하다. 철저한 거리 비례 운임제가 정착해 있는 서울· 수도권과 크게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두 지하철 사이의 더 큰 차이가 있으니, 바로.. 승객수이다.
대전 지하철은 당시 황금 노선이던 140번 시내버스와 비슷한 선형으로 시청과 대전 역을 15분 만에 연결하면서, 우려와는 달리 본전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승객은 꾸준히 늘어나고 시내버스들도 지하철과 연계 수송을 하는 방식으로 노선이 크게 개편됐다. 덕분에 출퇴근 시간엔 8분, 6분에 이어 5분까지, 평소 배차간격의 절반에 가깝게 증차가 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광주 지하철은? 전국에서 이용객수 꼴찌 지하철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대전 지하철의 5~60% 정도밖에 수익이 안 나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지하철 중 광주 지하철은, 그 지역의 시청과 대표 철도역 중 어느 곳도 경유하지 않는 최초의 지하철 1호선으로 기록되었다. -_-;; 기괴하다.
본인은 대학 시절에 광주 지하철의 선형을 딱 보고는 첫 순간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을 바로 했다. 사실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닐 테고.

광주 지하철은 어째 광주 역, 광주 버스 터미널(유스퀘어), 광주 시청을 모조리 남쪽으로 수백 m씩 떨어져 비껴 간다. 조선 대학교하고도 공대는 남광주 역에서 가까운 편이지만, 인문대 쪽은 답이 없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닌 지인도, 광주 지하철은 영 좋지 않은 노선으로 만들어져서 타는 사람이 없다고 공감을 하더라.

물론, 광주는 지하철 노선이 하나만 있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는 무척 큰 도시이며, 지하철이 지나 줘야 할 주요 장소가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시청, 유스퀘어, 철도역 따위는 광주 전체에서 보자면 좀 북쪽에 치우쳐 있다.
광주 지하철은 애초에 최하 3개 이상의 노선을 동시에 건설하기로 계획되었고, 이들이 모두 존재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에나 1호선의 선형이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구도였다. 그랬는데 아 글쎄 하나밖에 건설이 못 됐으니 비극이다.

뭐 지금의 광주 지하철에도 긍정적인 면모는 있다. 그나마 번화가인 금남로를 경유하며, 2단계 구간은 외곽에 있던 광주송정 역을 지하철 역세권으로 만들어 줬다. 게다가 광주 공항까지 경유한다. 헐..;;
광주 역을 안 지나는 지하철이 광주송정 역과 광주 공항을 지나다니... 시내보다도 외곽의 교통을 더 편리하게 해 준 것 같다.
그러니 비록 동대구 역과 대구 역의 지위 반전만치는 안 되더라도, 광주송정 역의 지위가 크게 오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KTX가 개통하면서 대구-김포 비행기 노선은 없어졌다. 그러나 광주-김포 노선은 여전히 있다. 두말 할 나위도 없이 KTX가 여전히 매우 느려서 서울-광주가 3시간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구도도 수 년 뒤에 호남 고속철이 전구간 개통하면 바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광주 공항은 지하철 연계도 잘 되어 있으니 말이다.

본인은 전국의 지하철들 중 광주 지하철만 유일하게 아직까지 한 번도 안 타 봤다. 갈 일이 없으니.. -_-;;
'광주 지하철' 하면 종착역인 녹동 역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장암이나 보정처럼 기지 내부에 설치된 임시역인데, 배차는 장암이나 보정보다 더욱 안습해서 거의 천안 급행이나 경의선 서울-DMC 수준이다. (1시간에 한 대) -_-;; 국내 최초 겸 유일인 로프식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곳이기도 하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기지 종착역인 9호선 개화 역과 비교하자면 일종의 근성.

그럼 끝으로 광주의 도로 사정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겠다.
서울-대전, 서울-청주가 거의 10분 간격으로 고속버스가 다니지만, 광주-서울도 금호 고속이 거의 5분~10분급으로 승객을 수송하고 있다. 철도는 비록 고속철조차도 오송 때문에 선형이 굽은 반면, 도로는 논산-천안이라는 아주 깔끔하게 뻗은 길이 있는 게 매력이라 하겠다.

앞으로 광주의 미래가 볼 만하다. 어쨌든, 외톨이 광주 지하철 1호선을 보조하는 궤도 교통수단이 경전철로든 뭐로든 더 개발되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27 19:21 2011/08/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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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철도 떡밥

1.

한때는 공항 철도가 코레일에도, 지방 지하철 회사에도 소속되지 않은 순수 사철이라는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은 옛말이고, 공항 철도는 결국 코레일의 자회사로 들어가서 브랜드 이름도 ‘코레일 공항철도’가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여러분도 다 잘 알 것이고..;

물론 공항 철도는 시설부터가 좌측통행에 교류 25000V로 만들어졌고, 지하철보다야 광역전철의 성격이 훨씬 더 짙다. 운영면에서는 아예 누리로처럼 일반열차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 차이는 서울 역에 도착하는 서울 지하철의 안내 방송을 들으면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경의선으로는 ‘갈아타세요’라고 방송하는 반면, 공항 철도를 이용하려면 ‘이 역에서 내리세요’라고 방송하기 때문. 마치 KTX나 새마을호를 탈 때처럼 말이다.

이런 일반열차스러운 광역전철이라는 개념은, 가까운 미래에 경춘선에 좌석형 우등 전동차가 도입되면 우리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2.

공항 철도의 디자인은 인근의 여러 전철 노선을 떠올리게 한다.
회색 위주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비슷한 시기에 개통한 9호선과 비슷하다. 그러나 파란 계통의 노선색과 고딕체 계열의 서체는 영락없이 인천 지하철 1호선의 모습이다. 공항 철도의 역 내부에는 서울 남산체 같은 건 전혀 찾을 수 없다.

공항 철도는 각종 전광판 시설은 21세기에 개통한 철도답지 않게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서울 메트로(1~4호선)와 9호선이 각종 올컬러 모니터로 무장하고, 승강장뿐만이 아니라 대합실과 심지어 지하철 진입로에서까지 현재 열차 위치를 보여주는 친절함을 발휘하고 있으나 공항 철도엔 그런 게 없다.
전광판은 오히려 청색이 없는 저해상도 LED에 그냥 옛날 비트맵 글꼴인지라 1990년대의 2기 지하철이나 분당선 같은 노선을 떠올리게 한다.

3.

2009년은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경의선.
2010년은 경부 고속철과 공항 철도의 2단계 구간이 철도계의 주요 뉴스였다면,
2011년의 철도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경전철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부산 지하철 4호선이 국내 최초의 경전철로 개통하였으며, 뒤이어 김해 경전철이 개통했다. 사실은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이 개통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이유로 인해 개통이 ‘못’ 되고 있다.
이유인즉슨, 개통해 봤자 적자가 날 게 뻔하고 적자는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 줘야 하는데, 난 그렇게 못 해 주겠다고 개통 승인을 정부에서 안 하고 있다..;;

사실, ‘구갈’ 역이 용인 경전철과 분당선의 환승역으로 예정되어 있고 둘은 동시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당선이 예정보다 완공과 개통이 늦어지더니, 경전철까지 개통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어 있어서 현실은 둘 다 시궁창이다.
그러나 앞으로 곳곳에서 다양한 경전철이 등장할 것이고, 나중에는 경전철도 하드웨어적인 규격이 다 통합될 것이다.

4.

지하철역들 중에 밖이 아닌 개표 구역(paid area) 안에 화장실이 있는 건 흔치 않다. 그런데 그 정도를 넘어 아예 승강장에 화장실이 바로 비치되어 있는 역은 매우 드물다. 1호선 금정, 남영, 동묘앞, 2호선 용두, 그리고 광역전철 중앙선의 응봉 정도?
또 아는 분이 있으면 알려 주기 바란다.

5.

다음은 경부 고속철의 토막 상식이다.
풍세교는 서울-대전 사이에 있으며, 고속철 1단계 구간 중 가장 긴 교량이다(6.5km).
황학 터널은 대전-대구 사이에 있으며, 고속철 1단계 구간 중 가장 긴 터널이다(9.97km).
그리고 금정 터널은 대구-부산 사이에 있으며, 고속철 전체 구간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20km).

이것만 봐도 철도가 건설된 해당 지역의 지형이 어떤지를 대략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서울에서 안양 정도 되는 거리를 북쪽은 그냥 기존선 철도를 이용하지만, 남쪽은 부산 시내를 아예 완전히 지하로 관통해 버린다는 게 신기하다. 중간에 부전 역 아래를 정확히 지나기 때문에 나중에 부전 역 KTX 정차역으로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서울의 정확히 중심부에 있는 서울 역과는 달리, 부산 역은 너무 남쪽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모든 부산 시민이 철도의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고속철 역이 하나 더 있는 것에 대해, 본인은 그렇게 크게 반대를 안 한다. 대구는 동대구 역조차도 접근하기 불편하다고 대구 역에 열차 정차 좀 많이 시켜 달라고 징징대는데...;; ㅉㅉ

Posted by 사무엘

2011/08/15 08:43 2011/08/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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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철도 공사 이모저모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관할하는 서울 도시철도 공사(SMRT; 일명 도철)는 1994년에 설립되었다. 경쟁사(?)인 코레일이나 서울 메트로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서울에서 가장 방대한 지하철망을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은 운영하는 구간이야 길지만 대부분 광역전철들이니, 서울 ‘안’으로 범위를 한정했을 때 말이다.

서울 메트로는 120개역 137.9km
도철은 148개역 152.0km
(출처: 해당 기관 홈페이지의 운행 현황 자료)
서메의 경우는 1호선의 운영 구간이 10km도 채 안 되는 서울역-청량리뿐이고, 도철은 8호선이 아주 짧은 노선인 게 특징이다. 8호선은 노선 길이가 17.7km로, 공항 철도의 검암-운서 구간보다도 짧다.

도철은 역대 사장들의 이름이 꽤 특이했다는 것도 아주 인상적이다.
지하철 회사 사장 중에서 가장 튀는 행적으로 가장 압도적인 인지도를 보유했던 음 성직 씨야 그렇다 치더라도, 전임 사장도 제 타룡 씨.. =_=;; 귀화 외국인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코레일 사장은 허 준영· 이 철 이렇게 나름 알려져 있는데 도철과 코레일에 비해서 서울 메트로는 사장이 딱히 언론을 탄 적도 없고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듯. 마치 삼성이 까이는 정도와 LG가 까이는 정도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오늘은 이 도철과 도철 구간 지하철역의 특이점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도철은 경쟁사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런 흑역사가 과거에 있었다.

1. 국산 전동차 609편성: 국산 인버터를 탑재한 전동차를 도입하여 처음으로 시범 운행한 적이 있다. 비록 그 결과가 시원찮아서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으나, 이 근성을 이어받아 도철은 훗날 또 SR-001이라는 국산 전동차를 만들어 냈다.

2. 무려.. 무인 운전: 서울 2기 지하철 전동차는 생각보다 무척 똑똑한 신형 차량이다. 1990년대의 새로운 기술 트렌드라 할 수 있는 VVVF 인버터(저항/쵸퍼 대신), LED 표시판(롤지 대신), ATS보다 더 뛰어난 ATC 체계. 그리고 승무원도 2인이 아닌 1인으로 최초로 감소했는데, 사실 이 전동차는 완전 무인 운전도 가능하다. 실제로 5호선 개통 초기에는 무인 전동차를 잠시, 그것도 몰래 운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자동으로 운행된 열차는 승객에게 심리적인 불안만 준 게 아니라 정지선을 못 맞추고 정차한다거나 사고도 여러 번 일으켰다고 한다. 그래서 무인 운전 떡밥은 쑥 들어갔다. 지금은 부산 지하철 4호선이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중.

3. 미개통이었던 마곡 역: 최고의 흑역사. 현재는 9호선의 마곡나루 역도 미개통 무정차 통과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된 경위라든가 상황이 마곡 역과는 여러 모로 다르다.

4. 총신대입구-이수 싸움: 덕분에, 환승역 주제에 관할 기관별로 명칭이 다른 초유의 역이 생겨 버렸다. 서울 메트로(4호선)는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역명을 즉각 총신대입구로 복귀하였으나, 도철(7호선)은 그렇잖아도 총신대와 훨씬 더 가까운 남성 역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의 요청을 거절하고 그냥 이수라는 역명을 미는 중이다. 서로 역명을 다르게 쓰고 있는 건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사이버 스테이션(=노선도)을 보면 알 수 있다.

5. 코레일과의 명칭 충돌로 인한 역명 개명: 7호선 광명사거리(광명이던 게 KTX 광명 역 개통으로 인해), 그리고 6호선 DMC(경의선 수색 역 개통으로 인해)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5호선 양평 역은 중앙선 양평 역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개명하지 않고 있다. 위의 두 사례와는 달리, 서울 양평동과 경기도 양평군은 완전히 다른 명칭이기 때문이다.
마치 2호선 신촌과 경의선 신촌이 따로 놀듯이 6호선 화랑대 역도 한때는 경춘선 화랑대 역과 충돌의 여지가 존재하였지만, 경춘선 화랑대 역은 선로가 이설되면서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그쪽 충돌은 없어졌다.:

도철에는 현재 ‘테마역’이 존재한다.
6호선 녹사평 역은 웬 ‘발명테마역’으로 단장되어 있고, 8호선 몽촌토성 역은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역’으로 지정되었다. 테마명이 마치 부역명처럼 역명판에까지 등재되었을 정도. 도철이 철도와 관련된 뭔가 창의적인 운영은 지금까지 제일 잘 했다. 다들 음 사장님의 아이디어겠지.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두 역은 당시 구상 중이던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공간이 좀 넉넉하게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몽촌토성은 승강장의 벽에 아예 환승역 색깔띠를 추가할 공간까지 대놓고 그려 놓은 상태인데...

코레일의 광역전철 구간과 서울 메트로의 지하철 구간이 구분되어 있는 1~4호선과는 달리 5~8호선은 완전히 도철 독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도철의 운영 구간에 서울 시외 구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7호선은 툭 튀어나온 광명시 구간을 잠깐 지나며, 8호선은 아예 성남시 마을 전철 같은 선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재미있는 문화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는, 관할 회사를 불문하고 ‘인서울’ 전철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서울 전용 정기권이 있다. 그런데 도철은 자기 관할의 역들은 모두 ‘인서울’로 인정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7호선 광명사거리 같은 역에서도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분당선과 8호선의 환승역이며 성남시에 있는 모란 역은, 8호선의 게이트에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지만 분당선의 모란 역에서는 그럴 수 없다. 물론, 8호선 게이트로 들어가서 환승 통로를 이용해 분당선 전동차를 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분당선이 9호선이나 공항 철도처럼 별도의 운임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는 노선도 아닌데, 이건 꽤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설 분리의 필요성 때문에, 모란 역은 복정 역과 달리 두 역이 꽤 떨어진 채로 지어진 것 같다. 복정처럼 두 노선의 역이 완전히 포개져서 한 대합실과 게이트를 공유한다면 관할 회사별로 승객 집계가 안 될 테니까 말이다. 충무로 역은 이런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3호선 이용객이 집계되지 않고 무조건 4호선으로 간주되지만, 어차피 두 노선 모두 100% 서울 메트로 관할이니 문제될 건 없다.

도철의 세력은 7호선의 부천· 인천 연장 구간이 개통하면 더욱 커질 것이며 이때는 운영 구간 재조율의 필요성이 더욱 진지하게 논의될 것이다. 이제 도철도 서울만의 지하철인 시대는 끝나는 셈. 하다못해 9호선도 앞으로 공항 철도와 직통 운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2기 지하철에도 직· 교류 겸용 차량까지는 몰라도 2개 이상의 기관과 직통 운영하는 노선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이것저것 말이 많았는데, 어쨌든 본인에게 도철 하면 역시 구동음 독특한 전동차가 많은 노선이라는 게 가장 인상적이다. 앞으로 한 10년, 20년 뒤에도 이 전동차를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02 08:30 2011/08/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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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철 경원선(중앙선)의 모든 것

서울 강북에는 예전부터 '국철'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전철 노선이 있었다.
경인선이나 경부선과는 달리, 이 전철은 나름 서울 중심부 구간에서 한강을 따라 미려한 경치를 선사하면서 지상으로 달렸다. 딱히 이름도 없이 그냥 국철이었고, 배차 간격이 12~15분대로 다른 지하철보다 꽤 길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국철의 명목상 노선색은 군청색으로, 마치 1호선의 지선처럼 취급되었다. 그런데 지선은 본선에서 뻗어나가서 제 갈 길을 가는 형태가 보통인 반면, 얘는 용산에서 분기하여 한남, 옥수 따위를 지난 뒤에 다시 청량리에서 합류하여 일종의 고리를 형성했다. 여러 모로 특이한 노선이 아닐 수 없었다. 정식 명칭도 없는 이 국철의 정체에 대해 본인은 어릴 때부터 굉장한 호기심을 품어 왔다.

이것은 오늘날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라고 불리는 코레일 광역전철 노선의 옛날 모습이었다.
물론 용산-한남-옥수-청량리 구간 자체는 원래 경원선이라고 하여 일제 강점기 초창기인 무려 1911년부터 있던 철도이다. 그 경원선이 청량리와 성북과 그 이북으로 올라가서 신탄리까지 가고 북한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남북이 분단되면서 경원선은 경의선과 더불어 반쪽짜리 노선이 되었다.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기 전에 경인선과 경부선(수원 이북)이 그랬던 것처럼, 경원선에는 용산에서 신탄리까지 디젤 동차가 다녔다(아마 비둘기호급?). 1974년의 광복절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고 경부선· 경인선과 심지어 경원선의 일부 구간이(성북까지) 1호선에 편입되어 전동차가 직결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그때 경원선에는 아직 변화가 없었다. 다시 말해 회기-성북은 1호선 전동차와 기존 경원선 디젤 동차가 선로를 공용했다.

오히려 경원선은 철거당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69년, 박통 시절에 서울의 유명한 자동차 도로인 강변북로가 건설되었는데, 경원선을 그냥 철거해 버리고 그 부지를 이용해 도로를 손쉽게 건설하자는 제안이 채택될 뻔했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경원선 서울 시내 구간은 도시 개발에 방해가 되고 잉여력만 펄펄 넘쳐 보였으니 말이다. 그 당시엔 용산과 청량리 사이에 어차피 역도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나 이때 사명감 있는 철도 관계자들은 경원선을 절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그 의견에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우리나라 철도 건설사의 산 증인인 정 진우 박사의 저서 <평생 인연 철도 건설>을 보면 그 일화에 대해 잘 소개돼 있다. 저분은 경원선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경부 고속철 건설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고 우리나라에 고속철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한 고속철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책은 철덕들에게 강추인 아주 유익하고 귀한 문헌이니, 일독을 권한다.

저런 분들 덕분에 경원선은 철거와는 반대의 운명을 갔으며, 1978년 12월,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이어 별도의 복선 전철 노선으로 거듭났다.
비록 1974년 8월만치 유명한 날짜는 아니지만 철덕이라면 저 날짜도 잊지 말자. 이를 계기로 성북 역은 지하철 1호선과 국철의 동시 종점이 되었으며, 그 이남은 두 노선이 공히 디젤 동차가 완전히 퇴출되었다. 그리고 강변북로는 철길을 건드리지 않고 강변과 더 가까이로 건설되었다.

경원선 용산-이촌 사이에는 절연 구간(사구간; dead section)이 있다. 직류· 교류가 바뀐다거나 변전소가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다. 철길 위로 지나는 어느 노후한 교량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전차선을 설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잠시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 그런데 거기는 그렇잖아도 급커브 때문에 열차가 굉장히 천천히 달려야 하는데, 관성으로 무동력 운행까지 해야 하니 좀 불안하다.

서빙고 역 근처에는 아예 평면교차 건널목이 있고 열차가 지나가기 전에 차단기가 내려온다. 덜덜~ 전동차가 지나는 길목에 건널목이라니. 1호선도 북쪽 어느 구간에 딱 하나 아직 입체화가 되지 않은 건널목이 있다. 건널목 있지, 일반열차도 가끔씩 취급하지, 1호선과 공용하는 선로가 있지...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국철 경원선은 지하철 수준의 증차가 곤란하다.

게다가 경원선 국철은 옛날엔 사람과의 평면교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용산 이남으로는 어차피 운행을 안 하니까 별 문제될 게 없는 반면, 청량리-회기에서는 1호선과 합류해서 같이 성북으로까지 가야 하는데 여기에도 평면교차가 존재했다. 용산에서 출발한 경원선 전동차가 1호선의 상행(=원래 경원선인) 선로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1호선 하행의 선로를 필연적으로 침범해야 했다.

예전에 성북, 의정부 방면으로 가는 1호선 상행 전동차들이 청량리-회기 구간에서 심심하면 정체· 서행을 반복했던 주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말이다.
과거엔 1호선의 남쪽 끝인 수원 역에도 전동차가 아예 일반열차 선로를 침범하여 회차하느라 평면교차 장애가 있기도 했으니... 1호선은 이렇듯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병목 지점들이 존재했다. 덧붙이자면, 인천 역은 평면교차 지장은 없지만 인상선도 없는 열악한 두단식 승강장이어서 회차 성능이 영 안습이었고.

그러다 국철 경원선에 봄이 찾아온 것은 2005년, 덕소 역까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개통하고부터이다. 이 국철은 운행 계통상 경원선이 아닌 중앙선으로 편입되었고, 청량리-성북 구간에 더부살이를 하지 않는 별개의 노선으로 독립해 나갔다. 평면교차 장애가 없어진 것은 보너스. 과거에 안산선이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지선처럼 운행되기도 하다가 결국은 4호선으로 운행 계통이 완전히 분리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앙선은 고유 노선색(옥색)까지 부여받았다! 더는 이름 없는 국철이 아니다.
옛날에는 이 노선에 이름도 없어서 안내방송조차 “옥수· 청량리 행 열차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였는데 이제는 다 지나간 얘기. 이미 수 년 전부터 '중앙선'이라는 당당한 이름이 생겼다.

2000년도에 서울시에서 기존 지하철과 직통 운행을 하는 국철들은 다 지하철 호선 번호로 노선명을 통합했다. 그런데 용산-성북 국철은 지하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면서 1호선에 또 붙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분당선만치 독립적인 노선도 아니다 보니, 꽤 오랫동안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중앙선부터 시작해 경의선, 경춘선 등 워낙 국철들이 많이 개통하다 보니 국철이라는 말은 조용히 사라지고 각 노선명을 따로따로 부르는 게 대세가 되어 있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2009년에 드디어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의선도 옥색 노선색을 쓰고 있고,
경의선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춘선은 마치 중앙선에서 분기하는 지선 같은 위상으로 동일한 옥색을 쓰고 있다.
옛날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은 빨강, 국철들은 다 회색을 쓰던 노선 배색이, 회색이 옥색으로만 탈바꿈하여 되돌아온 게 아닌가 모르겠다.

다만, 경의선과 경원선은 궁극적으로 상호 직통 운행을 하여 파주에서 양평까지 한큐에 가게 하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으니, 지금부터 동일한 노선색을 쓰는 게 합리적인 정책이긴 하다. 오오~ 40년 전에 철거 위기까지 맞았던 경원선이 이 정도면 가히 장족의 발전을 한 게 아닌지?

이들에 이어 다른 국철인 분당선은 왕십리까지 올라가고 수원까지 내려가서 수인선하고까지 직결이 계획되어 있다! 노랑 국철과 옥색 국철의 거대한 발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경의선과 경원선이 만날 때쯤엔 건널목도 입체화하고, 특히 용산-이촌 사이의 절연 구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원선상에 있는 용산과 회기 역이 6, 7년 전에 비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변했는지가 아직까지 기억에 선하다. 특히 용산은 KTX 정차역으로까지 지정되었으니, 비록 광장은 서울 역보다 좁지만 건물 덩치는 서울 역보다 더 커졌다.
왕십리와 청량리 역은 크고 아름다운 민자역사로 바뀌었고 청량리의 경우 역시나 거의 30년 만에 지하철과 국철역 사이의 환승 통로도 드디어 생겼다.

왕십리 역은 민자역사가 생기기 전에는 마치 신도림 역처럼 코레일 관할의 역사 자체가 없어서 이것도 2호선과 동시 개통한 최신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렇지는 않다. 경원선의 이 지점에 역 자체는 이미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기 때문에 역사가 아주 길다.
저런 메이저 역들과는 달리 응봉, 한남 같은 역은 서울 도심의 시골 간이역 같은 정취가 여전히 물씬 풍긴다. 직접 가 보면 안다. 응봉과 옥수 역은 굉장한 곡선 승강장역으로도 유명하다.

성북 역은, 경원선 국철이 없어지고 최근엔 경춘선 무궁화호도 없어지면서, 역의 규모에 비해 이제 1호선 전철만 탈 수 있는 평범한 역이 되어 버렸다. 경원선이 북한으로까지 뻗어나갔으면 가히 강북의 영등포 같은 역이 됐을 텐데 아쉬울 뿐. 그래도 국철과 경춘선으로 인해 야기되던 고질적인 평면교차는 완전히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1호선 하나만이라도 쌩쌩 운행 잘 해 주길 기대하겠다.

중앙선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동안 1호선이 접수하고 있는 경원선 북쪽 구간도 전철의 세력이 커져서 지금은 무려 소요산까지 가 있다. 디젤 동차인 CDC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짤막한 단선 비전철 구간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뿐. 거기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1시간에 한 대꼴 열차보다는 차라리 20분에 한 대꼴 셔틀버스를 굴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경원선을 접수하고 있는 용산 역하고, 우리나라 킹왕짱 역인 서울 역과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서울 역은 지금의 민자역사 말고 옛날 건물 시절부터 거의 공항 수준으로 크고 아름다웠고, 이름에 걸맞게 경부· 호남· 전라· 장항선에 심지어 경의선과 교외선까지 혼자 다 취급하던 역이었다.
그랬는데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뭔가 서남쪽으로 가는 호남· 전라· 장항선 노선은 용산 역으로 이사를 갔다. 이것 때문에 지역 차별이라고 굉장히 불만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행선지별로 역이 이원화하는 것은 결코 나쁜 현상이 아니다. 청량리 역이 중앙· 경춘· 영동· 태백선 열차를 취급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강원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아무 불만 없었는데. -_-
역을 이원화하는 주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회차 용량과 취급 가능한 열차수를 늘리기 위해서이다. 거의 10분 간격으로 운행 가능한 그 많은 KTX 열차들을 서울 역 부지에다가만 세워 두기엔 공간이 부족하잖아? -_-;;

더구나 용산 역은 앞으로 경의선까지 뺏어 와서 경의· 경원· 중앙선 횡축에다 1호선 종축의 연계 전철망까지 구축하게 된다.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선은 회송 열차 트래픽도 있고, 또 신촌 같은 역도 있다 보니 아주 없애지는 못하지만 여객 전철은 여전히 1시간에 1대꼴로 아주 뜸하게 운행된다. 경의선이 비주류인 대신 서울 역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를 확보해 있다.
이렇듯, 서로 일장일단이 있으니
서울· 용산 구분이 무슨 지역 차별이라는 식의 말은 없었으면 한다. 용산구도 의심의 여지 없이 서울의 중심부이다.

생각해 볼 문제:
국철을 탈 때와 지하철 1호선을 탈 때 용산-회기까지 소요 시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 날까?
비슷한 문제로 공덕-청구(5, 6), 영등포구청-왕십리(2, 5), 도봉산-온수(1, 7)의 경우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03 08:43 2011/06/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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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여러 잡설

※ 서울 3대 전철 회사들의 전동차에서 방영되는 동영상의 주된 테마

서울 메트로: 2005년부터 도입된 2호선 신형 차량을 주축으로 하여, 차내 동영상 방송 트렌드를 가장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자기네가 전국에서 역사가 제일 긴 지하철 회사라는 걸 강조하면서 옛날 흑백 사진도 보여주고, 지금까지 수송 거리 n억 킬로미터, 수송 인원 n백억 명.. 같은 걸 자랑한다.
그리고 대국민 캠페인을 제일 열심히 한다. 무리해서 승차하지 말라, 내릴 사람은 전역에서 미리 내릴 준비를 하라, 두 줄로 서라 등.. 테러· 화재 시의 대처 요령 같은 걸 계속해서 방영한다. 이런 분위기는 오로지 서울 메트로 구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코레일: KTX를 운행하는 전국구 회사인 만큼, 철도 자체가 친환경 녹색 교통수단이라는 걸 귀가 따갑도록 강조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이용하면 나무 n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습니다' 드립. 그러면서 가끔 철도 안전 캠페인도 틀어 준다. 컬러 모니터는 1호선 같은 주류 노선에서는 보기 힘든 편이며, 중앙선· 경춘선· 경의선· 광명 셔틀 같은 곳에서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도철(SMRT): 역사가 가장 짧고 구세대 LED 전광판을 가장 먼저 도입한(당대엔 이게 롤지나 플랩 표지판에 비해서 최신형이었음) 회사인 만큼, 컬러 모니터의 도입은 가장 늦다. 하지만 요즘 심심찮게 컬러 모니터로 시설이 교체되고 있는 중이다. 도철이 보여주는 건 맨날 자기네 기술력 자랑뿐이다. 자체 전동차 SR-001은 절대 빠지지 않으며, 음 사장님이 인건비 절감 고효율 경영을 위해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걸 홍보하느라 바쁘다.
도철은 과거에 지하철 벽 프로젝션 광고를 가장 먼저 시도했고, 심지어 주행 중 터널 홀로그램 광고라는 엽기적인 시스템도 도입했으며, 서울 3대 전철 회사 중 스크린도어를 가장 먼저 전구간 완성한 회사이기도 하다.

Excercise: 서울 1기 지하철(1~4호선)과 비교했을 때, 2기 지하철(5~8호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시스템을 모두 고르시오.
(1) ATC 신호 시스템
(2) LED 전광판
(3) VVVF 인버터
(4) 1인 승무
(5) 직· 교류 겸용 전동차
(6) 콘크리트 노반
(7) 장대 레일

※ ABB? ABBA?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의 VVVF 인버터는 ABB라는 유럽계 회사(스웨덴)의 제품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1970년대의 유명 팝송인 Dancing Queen을 부른 가수 그룹의 이름은 ABBA이고 이들의 국적은 스웨덴!
Dancing Queen과 서울 지하철과의 묘한 연결 고리가 생기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ㄲㄲㄲㄲㄲㄲ

※ 아래아한글 2007

아래아한글 2007은 2006년 한글날에 출시된 후 2010년 3월에 차기작인 2010이 출시될 때까지 3년 반 가까이 지냈던 메이저 버전이다. 그렇다 보니, 두 버전 사이의 간극은 MS 오피스 2003과 2007의 간극에 맞먹는다(2003년 가을 ~ 2007년 초).
그 동안 2007은 업데이트가 굉장히 많이 뿌려졌으며, 2007 RTM과 지금의 2007은 가히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하게 되었다.

단순히 보안 패치 같은 보이지 않는 안정성 차이뿐만이 아니라..
F4 구역을 잡은 상태에서 Ctrl+Home/End가 동작하냐 안 하냐
키매크로와 스크립트 매크로가 동작하냐 안 하냐 같은 당장 눈에 띄는 기능 차이도 적지 않다
.
그렇기 때문에 아래아한글 2007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님, 버전 번호가 뭔가요? 최신 패치는 설치하셨나요?”부터 물어 봐야 할 지경이다.
About 화면에 아직도 (c) 2006이라고 적혀 있는 아래아한글 2007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 원격 터미널 클라이언트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1. CPU 사용량의 편차가 크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끊임없이 켜져 있고 돌아가야 하는 프로그램: 서버
2. 끊임없이 CPU를 혹사하면서 실시간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 게임, 시뮬레이션
3. 사용자에게 클라이언트 상으로 뭔가를 오랫동안 표시하고 보여주는 게 목적인 프로그램: 프레젠테이션, 동영상
4. 로컬 환경에서 사용자의 응답에만 그때 그때 반응하는 프로그램: 대부분의 GUI 기반 애플리케이션

일반적으로 개인이 PC에서 다루는 프로그램의 유형은 4가 대부분이다 보니, 컴퓨터는 사용자가 오랫동안 키보드나 마우스를 건드리지 않으면 화면 보호기를 돌리고, 더 시간이 흐르면 컴퓨터의 전원을 부분적으로 차단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쁘지 않은 전략이며, 절전과 환경 보호까지 달성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전세계에서 동작 중인 수많은 컴퓨터들이 잡아먹는 전기는 가히 엄청난 양이며, 이래서 IT 산업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1~3이 돌아가고 있다면 사용자가 건드리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꺼져서는 안 된다. 특히 3은 CPU 부하는 그리 크지 않은 것에 비해 모니터가 절대로 꺼져서는 안 된다는 특이점이 존재한다.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3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WM_SYSCOMMAND의 SC_MONITORPOWER와 SC_SCREENSAVE 메시지에 별도로 응답하여, 내가 실행되고 있는 동안은 화면 보호기나 절전 모드가 동작하지 않도록 운영체제에다 요청을 해야 한다.

FTP나 웹브라우저 같은 프로그램은 다운로드가 진행 중일 때는 모니터는 끄더라도 컴퓨터는 안 꺼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PuTTY 같은 원격 터미널은 어떨까? 통신 기능은 있지만 딱히 대용량 파일 전송에 최적화돼 있지는 않다. 그냥 프롬프트에서 놀고 있을 때는 장시간 무응답 시 접속을 끄고 컴퓨터도 끄게 할 수 있지만, 서버 접속하여 명령줄로 한창 긴 빌드를 걸어 놓은 상태인데 컴퓨터가 그렇게 정신줄을 놓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두 상태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미묘한 개념 차이

퍼센트는 비율을 나타내는 매우 유용한 단위이다.
그런데 60%라는 수치가 30% 증가하면 78%가 될까, 90%가 될까?
퍼센트에도 퍼센트가 적용된다고 보면 60%의 30%에 해당하는 18% 증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퍼센트 수치가 문자 그대로 덧셈으로 증가했다는 차이를 나타낼 때는 '퍼센트 포인트'라는 단위를 쓴다. 속도로 치면 가속도에 해당하는 개념 되겠다.

따라서 2%이던 실업률이 3%가 되었다면, 실업률은 겨우 1% 포인트 증가한 것이지만,
무려 50%나 증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통계는 수학적이고 객관적이지만, 이를 이용한 말장난 숫자놀음에 놀아나지는 말아야겠다.
'흉악 범죄자 싸이코패스들은 100% DHMO라는 위험한 약물에 중독되어 있으며 이걸 매일 마시지 않으면 못 산다' 같은 루머조차도 과학의 이름으로 퍼뜨릴 수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또 비슷한 예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경을 많이 찍어낸다고 들었는데, 성경뿐만 아니라 외국의 화폐도 굉장히 많이 찍어서 수출한다.
우리나라가 6· 25 당시에는 일본에서 임시로 돈을 찍어서 쓰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우리나라의 조폐 기술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듣자하니 EU 유로화 화폐를 거의 전량 한국에서 만든다고 함.

그런데, 돈을 얼마짜리만치 만들어서 수출했다고 하면, 이건 우리나라가 챙긴 액수(제조 원가+이윤)를 말하는 걸까, 찍어낸 돈 자체의 액면가를 말하는 걸까?
이것도 마치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의 차이 같은 미묘한 개념 차이가 발생하는 영역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05/27 19:48 2011/05/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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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어떻게 건설되는가

지하철이 건설되는 방식에 대해서 본인은 꽤 오래 전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은 그 내용을 좀 더 보충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본격 토목 공학 탐방.

앞서 쓴 글에서 언급되어 있듯, 지하철은 크게 개착식 아니면 터널식으로 건설된다. 처음 건설되는 지하철은 대체로 큰길· 간선 따라 먼저 건설되고, 또 그리 깊지도 않기 때문에 응당 도로를 파헤치는 개착식으로 건설된다. 이게 도로 틀어막느라 민폐는 많이 끼치지만, 건설비가 더 저렴하니까.

그러나 나중에 건설되는 지하철은 좀 더 외진 곳으로, 지상에 길이 없는 곳을 만들면서 가기도 할 확률이 높으며, 기존 지하철보다 더 아래로 지나가기도 하기 때문에 터널식으로 건설되는 경향이 있다.

광산에서 갱도를 파내려가는 작업을 생각해 보자.
암반을 뚫고 길을 내려면 곡괭이나 비슷한 레벨의 연장으로 굴착을 하든가, 아니면 작은 구멍만 뚫은 뒤 거기에다 다이너마이트를 꽂고 폭파를 한다. 그리고 기껏 뚫은 구멍이 자칫 무너지지 않게 굴착면을 보호도 잘 해야 한다. 폭파를 잘못 해서 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시ㅋ망ㅋ.

이게 전통적인 방법이다. 경부 고속철 공사를 할 때만 해도 산을 뚫는 폭파음 때문에 주변의 가축들이 놀라서 유산을 하네 마네 하면서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이를 약간 더 개선한 공법이 195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이름하여 나틈(NATM) 공법인데, 전산학계에 헝가리안 메소드가 있다면, 토목학계에는 오스트리안 메소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니셜의 의미가 딱 저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NATM은 폭약을 써서 터널을 뚫는 건 마찬가지이나, 빨리 굳어지는 급결제를 섞은 시멘트를 압축공기로 밀어내 굴착한 표면을 재빨리 콘크리트화하는 방식이다. 그 이상의 디테일은 본인도 잘...;;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별도의 지지대를 마련해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되어 예전의 공법에 비해 건설 비용을 절감한 것이 장점이지만, 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수준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당장 해저 터널을 뚫을 때 이 공법이 동원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건설 역사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 사이의 하저 터널이 이 공법으로 건설되었다. 한강 밑바닥보다 거의 10~20m 밑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저 대단할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호선은 마포-여의나루뿐만 아니라 광나루-천호 사이도 똑같이 한강을 건너는 하저 터널이긴 한데, 마포-여의나루 버전보다는 존재감이 훨씬 덜한 것 같다. 또한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터널 전후의 역이 모두 섬식이 아닌 상대식 승강장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하저 터널은 섬식 승강장에 더 유리한 단선 쌍굴 형태로 지어져 있을 텐데 말이다.

사람 눈에 보이는 교량과는 달리, 지하철이 지나는 이런 하저 터널은 일반인들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정식 이름도 없다. 아쉬운 점임. 마포 철교/터널 이런 이름이라도 있어야 할 듯하다.

NATM 공법에 이어 터널 뚫는 데 쓰이는 공법은 TBM 공법이 있다. 쉴드 공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건 지름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둥근 드릴을 빙글빙글 밀어넣어서, 애벌레가 먹이를 파먹듯 지반을 뚫는다.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전산학도라면 1997년도 IOI의 이숑고로로 문제를 떠올릴 법도 하겠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공법은 굉장히 비싼 첨단 기계를 동원하여, 폭파를 하지 않고 둥그런 터널을 만들어 낸다. 주변 지반에 끼치는 영향이 적어서 안전하고, 터널 뚫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까지 있다고 한다. 뭐, 빨라 봤자 하루에 1~5m 남짓이지만.

다만, 폭파를 안 하고 단단한 바위를 뚫는다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장비가 정말 억소리 나게 비싸며, 터널 뚫는 과정에서 드릴의 표면이 닳고 손상되고 망가지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에(유지비), 쉽게 말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터널 뚫는 도중에 갑자기 지반 구조가 다른 곳이 발견되었을 때의 대처도 어렵다는 게 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통되지 않은 분당선 한강 횡단 하저 터널이 TBM 공법으로 건설되었다. 터널이 완전히 뚫린 지 벌써 4년도 더 됐는데 아직도 노선의 개통은 오리무중..

http://blog.naver.com/ianhan/120122003473

그리고 서울 지하철 7호선의 부천 연장 구간도 일부는 시가지 아래로 TBM 공법으로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터널식 지하철은 NATM과 TBM 공법이 병행되어 건설된다고 보면 정확하다.
공항 철도는 그 깊은 서울 시내 구간이 당연히 터널식으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역시 저런 비슷한 공법이 쓰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 홈페이지의 '서울 지하철 상식 -- 5호선 편'을 보면 사진이 나와 있지만, 본인은 5호선 을지로4가 역이 방화 방면으로는 둥그런 터널이고 왕십리 방면으로는 네모 터널인 것을 주목한 적이 있었다. 아마 이 역의 양 옆으로 터널의 건설 공법이 달라진 것 같다. 놀라운 발견이지 않은지? 드디어 서울 시내로 들어가니까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굴을 판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지금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저런 사진은 찍고 싶어도 못 찍는다.

터널은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에서 동시에 건설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드디어 중앙에서 양 방향이 한데 만나면 건설이 끝나며, 그때 '관통식'을 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린다.
그런데 개미들은 굴을 파다가 어쩌다 상대방 부족의 굴과 관통이 되어 버리면 헬게이트의 시작. 어느 한 부족이 전멸할 때까지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끝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는 데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이 있듯이, 해저 터널을 파는 데도 이와 비슷한 침매 공법이라는 게 있다. 육지에서 터널 구조물을 건설한 뒤, 바다 밑바닥을 파서 구조물을 얹고, 그걸 다시 흙으로 파묻는다고..;; 내가 보기엔 그것도 터널식 만만찮게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에 개통한 거가대교의 가덕도-대죽도 사이 구간이 최초로 이 공법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공법은 수압 때문에 너무 깊은 바다에서는 쓸 수 없다.

철도를 공부하면서 연결되는 지식의 분야는 참으로 넓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4/26 19:44 2011/04/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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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표(*): 비교적 서울 시내에 가까이 있는 기지임을 뜻한다. (시계나 외곽이 아니라)

※ 코레일

- 구로*: 경부선과 경인선이 분기해 나가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차량 기지이다. 구로 역에 차량 기지 입· 출고 선로가 있으며, 전동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아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떡밥이 나돌고는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과연 글쎄다.

- 이문*: 여기는 원래 경원선 북쪽 방향에서 중앙선으로 바로 진입하는 삼각선, 일명 망우선이 시작하는 곳이고 망우선의 화물 취급역인 이문 역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갈수록 길어지고 그에 비례하여 운행 중인 전동차 수도 늘어나면서, 코레일은 이문 역을 폐지하고 여기에 전동차 차량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게 되었다. 그게 2004~2005년의 일이다.
바로 옆에 1호선 신이문 역이 있다. 이곳은 차량 기지뿐만이 아니라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 본부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 병점: 중정비 기능도 없고 그다지 존재감 없는 외딴 기지였으나, 내부에 지선 형태의 서동탄 역이 생기면서 인지도가 살아났다. 수원 일대에서 회차하는 전동차들의 입체 교차를 책임지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임.

- 월곶(시흥): 안산선의 종점인 오이도 역에서 북쪽으로 더 진행하면 나온다. 영동 고속도로의 인천 기점 근처인 월곶 분기점 일대에 있으나,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오이도 역 이북으로 수인선 전철이 완공되면, 이 기지 내부에도 달월 역이 생길 예정이며 전동차 안에서 기지 주변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 분당: 분당선의 종점에서 이어지는 차량 기지로, 용인에 있다. 2004년엔 보정 역이 기지 내부에 개통했다. 그러나 분당선이 남쪽으로 더욱 연장되고 나면 보정 역 역시 이설될 예정이라 한다.

문산(경의선), 용문(중앙선), 평내(경춘선) 차량 기지도 있으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설명 생략.

한편,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광명시 소하2동 일대를 지나면, 차량 기지처럼 보이는 선로들이 근처에 보인다. 이건 광명 셔틀 전동차를 취급하는 기지이지 싶다. 광명 역이 당초 계획대로 KTX의 시종착역으로 운영되었다면 이 부지가 KTX가 주박하는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서울 메트로

- 군자*: 용답 역 바로 옆에 있고 쉽게 보인다. 옛날에는 용답 역의 역명 자체가 기지 역이었으나, 이름이 너무 촌스러웠는지 용답으로 개명. 공교롭게도 근처에 도시철도 공사 본사도 있지만, 이 기지는 도철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서울 메트로의 관할이다.
다음에 설명할 신정 기지의 경우도 그렇지만,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지선은 차량 기지 입출고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니, 2호선이 맨 처음 개통한 구간이 신설동-종합운동장이었으니, 그때는 지금의 지선이 아예 본선 노선으로 포함돼 있었다!
성수 역에서 진입한 2호선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동묘앞-신설동 사이의 비밀 연결 선로를 이용한 1호선 서울 메트로 소속 전동차도 이곳으로 들어와 정비를 받는다. 어차피 1호선에 다니는 서울 메트로 차량은 코레일 차량의 1/6이 채 안 되니까 말이다.

- 신정*: 용답에 이어 2호선의 또 다른 지선인 양천구청 역의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저 역은 지하에 있는 관계로 전동차 안에서는 기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기지의 지붕 위로 아파트가 잔뜩 세워져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도 지하화하는 게 유행인데, 그런 것처럼 전동차 차량 기지가 만들어진 부지를 나름 입체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지선은 까치산 역까지 이어진 덕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개통 당시, 전동차의 반입 경로로도 이용되었다.

- 지축: 서울 지하철 3호선의 북쪽 지상 구간에서 전동차를 타고 쉽게 볼 수 있는 기지이다. 여기서부터 서울 메트로 구간이 끝나고 코레일 일산선이 시작된다. 3호선 전동차와 4호선 전동차를 취급한다.

- 수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의 남동쪽 외곽에 존재하고, 3호선 전동차와 분당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하지만 위치가 수서 역에서 좀 먼 편이고 수서 역 자체도 지하에 있기 때문에, 전동차 안에서는 이 기지를 볼 수 없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어렴풋이 이곳을 볼 수 있다.

- 창동*: 4호선 창동-노원 사이에 있는 기지이고 4호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이곳은 4호선이 고가로 달리는 곳이다 보니, 기지의 모습을 전동차 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호선이 처음 생기던 당시에는, 이곳이 전철 노선을 지하로 건설할 필요도 전혀 없고 대놓고 차량 기지까지 지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으며, 코레일 관할의 구로 기지와 마찬가지로 창동 기지를 더 외곽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들 요구가 많다고 한다.

※ 서울 도시철도 공사

기지가 모두 상당한 외곽에 있다.
그래도 5호선이나 7호선 같은 긴 노선은 차량 기지가 양 끝에 두 개씩이라도 있지, 더 나중에 개통한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기지가 하나씩밖에 없다.

- 고덕: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최초 개통 구간인 왕십리-상일동과 더불어 영업을 시작한 역사 깊은 차량 기지로, 도철(SMRT) 관할의 차량 기지 중에서는 7호선 도봉 기지와 더불어 차량 중정비를 담당하는 양대 기지 중 하나이다. 서울 지하철을 통틀어 최고 동쪽에 있음.
이름과는 달리, 고덕-상일동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종점인 상일동 역에서도 좀 멀리 더 가야 나온다. 그래서 현재 정규 전철 노선만으로는 기지 모습을 구경할 수 없으며, 외곽 순환 고속도로의 강일 나들목 근처에서 접근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지 내부에 강일 역이 신설될지도 모른다.

- 방화: 5호선의 서쪽 종점인 방화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역시 일반적인 여객용 전철 노선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올림픽 대로의 서쪽 끝인 개화 IC 근처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 신내: 6호선의 동쪽 종점인 봉화산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현재 이 기지 근처로 가는 방법은 신내-남양주 도시 고속화도로 정도밖에 없으나, 앞으로 이곳에 신내 역이라고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건설되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시종착역이 환승역인 사례는 이게 최초가 되지 싶다?

- 도봉: 7호선의 북쪽 끝에 있다. 이 기지는 애초부터 내부에 장암 역이 건설된 덕분에, 도철 관할 차량 기지 중에서는 전철로 가장 접근하기 쉽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이건 원래는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차량 기지를 건설할 부지를 의정부시로부터 제공받는 대가로 선심성으로 만들어 준 역에 가깝다.
차량 기지 내부(옆이나 근처가 아닌!)에 단선 승강장 형태로 지어진 역으로는 장암 역이 최초이며, 나중에 개통한 분당선 보정 역은 장암 역의 스타일을 물려받은 사례라 하겠다.

- 천왕: 7호선 담당이지만, 도봉 기지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정말 존재감이 없다. 7호선의 서쪽은 여타 2기 지하철 노선들과는 달리, 차량 기지가 있는 쪽으로 노선이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는 놔두고 경인선 온수 역 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서동탄 역 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뜻.
이 기지는 천왕이나 광명사거리 같은 인근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고, 주변에는 유명한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도 없기 때문에 이쪽으로 찾아가기도 더욱 쉽지 않다.

- 모란: 8호선 남쪽 종점인 모란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오지만 이 기지가 있는 곳은 모란 역에서 지하철 두세 정거장 거리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오히려 성남 시청 내지 분당선 야탑 역에서 더 가깝다. 수서 기지와 마찬가지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달리면서 잠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8호선의 특이한 선형과 주변 지역의 특성상, 기지 내부에 역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량 기지는 철도 덕후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본인은 결혼도 저런 곳에서 하고 싶다. 공항 철도 용유 차량 기지에서 결혼식을 한 후 곧장 공항 가서 신혼여행 고고씽..;;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볼링장의 모습을 보고도 전동차 차량 기지가 바로 연상된다.
공이 우르릉~ 굴러가는 소리는 전동차 굴러가는 소리요,
점수가 뜨는 모니터는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로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4/24 19:31 2011/04/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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