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Looking for You!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이런 사이트를 발견했다.

"곤시오페아"라고 하는 J-Fusion(일본식 퓨전 재즈) 음악 동호인 커뮤니티이다. 원래는 이 분야의 매니아인 어느 개인의 홈페이지였는데 방문자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로 발전한 듯하다.

이 사람의 개인적인 주 관심사는 CASIOPEA와 T-SQUARE라는 두 그룹이라고 하지만, 일단 J-Fusion에 속하는 뮤지션들을 다 소개는 하고 있으며, MALTA도 응당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MALTA의 음반 Obsession에 대한 코멘트가 딱 한 건 실려 있었다!

[★★★★★] MALTA의 앨범 중 최대의 집념이 담긴 앨범
개인적으로 MALTA의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면 두말없이 이걸 꼽을 것입니다.

Obsession 이후의 작품들이나 심지어 이 앨범과 마찬가지로 GRP세션들이 참여했던 이전작과 비교해 봐도,
두 번 다신 이 정도의 음반이 나오리라 기대가 안 될 정도의 높은 완성도와 감성을 지닌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적인 우수가 배어 있는 Sentimental Morning, Step Closer, Not Yet(하비 메이슨 작),

팝 넘버로서 좀 빠른 템포의 경쾌한 Obsession, 따스함이 묻어나는 Reflections과 Time And Tide,

펑키한 느낌의 101 Freeway(돈 그루신 작)와 Lucky 7,

발라드 Sweet Dreams와 피노키오 주제가이기도 한 커버곡 When You Wish Upon A Star,

돈 그루신의 재즈적 감성이 가득찬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가히 앨범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Looking For You까지 버릴 곡이 없는 앨범입니다.

평소 MALTA의 가벼운 음악풍에 실망하신 분이라도 이것만큼은 적극 추천할 수 있습니다.
by 리스너(vintage1900), at 2012-08-27 오후 8:46:00


이 사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뭘 좀 아시는 분이다~~!!
거 봐, MALTA가 발표한 음반들 중 역대 최고가 1988년작의 Obsession이고,
그 앨범에서 최고봉 베스트 곡이 Looking for you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명불허전이다~!

철덕이 아니면 이런 마이너한 일본 재즈 음반을 아는 사람이 국내에 거의 없을 텐데.
철도가 아니라 진짜 음악 매니아여서 아는 거라면... 정말 만나서 인사 나누고 싶다.
글 쓰는 투를 봐서는 MALTA의 대부분의 음반을 이미 섭렵한 사람이다.
이런 음악을 알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Looking for You의 작곡자 MALTA는 일본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버클리 음대 출신이며
이 앨범 작업은 미국에서 서양 사람들과 함께 행해졌다.
색소폰과 함께 병행해서 흘러나오는 신시사이저는 Larry Williams이고
어쿠스틱 피아노 및 키보드는 Don Grusin. 다들 영문 위키백과에 등재가 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들이다. 대단하다.

이런 음악을 새마을호 열차의 출발-종착 때 틀어 줘서 나를 철덕으로 만들어 버린 건, 과거 철도청의 치밀하고 교묘한 음모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17 08:16 2013/10/17 08:16
,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88

성경 노선도!

지금 각종 SNS와 구글, 네이버 등 검색엔진에서 '성경 노선도'라는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아래 그림은 원저자가 본인이다. 김 용묵, 내가 고안한 것임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힌다.

너무 남사스러운 거 같아서 그림에다 딱히 저작권 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자기가 만들지 않은 작품을 자기 것이라고 사칭하는 일은 막기 위해서 최소한의 출처는 알리도록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철도와 성경이라는 두 분야를 서로 융합해서 표현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을 최초로 만든 건 2006년경이다. 다음은 2006년임을 인증하는 최초의 그림 링크이다.

그러다가 본인은 내 혼자서 발로 그린 노선도를 디자인 일을 하시는 교회의 모 자매님에게 부탁하여 깔끔한 그림으로 만든 뒤, 청지기 카페와 킵바이블에다가 공개했다.
그랬는데 역시 킵바이블의 인지도 덕분인지 이 노선도는 인터넷에서 크리스천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누가 만든 건지도 모르는 채로.. ㅎㅎㅎ

주황과 분홍 같은 붉은 계열은 신구약 성경의 배경 지식이 되는 기초에 속한다. 구약에서는 모세오경, 신약에서는 복음서이다.

파란색은 역사서이다. 구약에서는 역사서가 모세오경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에스더기 구간이 저런 선형을 하고 있는 이유는 시간적으로 느헤미야보다 이전이기 때문이다.
신약에서는 역사서가 사도행전이 전부이며, 사복음서 중 당연히 누가복음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자주색은 소위 대언서로, 신약에서는 계시록이 유일하다.
구약에서 위쪽은 major prophets이고 아래쪽 호세아부터는 minor prophets이다.

사무엘하~열왕기하, 그리고 역대기상~역대기하는 병렬로 배열되어 있고, 이를 대언서가 수직으로 관통한다. 왼쪽은 다윗 이전이고, 오른쪽은 다윗 이후이다.
그리고 에스라와 그 오른쪽의 책들은 바빌론 포로 귀환 이후의 시간대이다.

다음, 연두색은 문학서이다. 욥기는 창세기 시대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룻기는 역사적으로는 사사기 중간에 속하지만 결말이 다윗의 계보로 끝나는 점을 감안하여 그림과 같이 분류했다.
문학서는 위쪽을 차지하면서 예레미야서와 교차하여 예레미야애가로 끝나게 배치한 것이 특징.

신약을 보면, 사도행전 중간부터 바울이 활동하기 시작하므로 바울 서신서의 노선은 그림과 같이 분기되어 나온다.
시기적으로 사도행전 28장까지 다 끝난 뒤에(로마 감금 내지 그 이후 4차 전도 여행) 기록된 것은 사도행전보다 오른쪽에 놓인다.
데살로니가 서신은 바울 서신들 중 상당히 초기에 기록된 서신임을 알 수 있다.

히브리서는 바울 서신과 일반 서신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책이므로 응당 저렇게 배치된다.

즉, 이 노선도는
성경 각 책의 성격, 책이 다루는 연대나 기록된 연대, 그 책이 성경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적당히 시각적으로 나타내면서 책의 66권 배열 순서도 크게 안 흐뜨리려 했다.

사소한 고증 오류가 있을 수는 있으나, 취지는 충분히 설명되었으므로 그런 부분만 약간 고치면 성경에 대한 시청각 교육에 꽤 유용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우리 인류에게 성경을 남겨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한국 철도에게 영광 돌리는 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08 08:31 2013/10/08 08:31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85

1. 장폐단· 단폐단

한국 철도에서 운행 중인 특대형 디젤 기관차(정확히는 디젤 전기 기관차)는 앞부분이 잘 알다시피 이렇게 생겼다. (사진들의 출처: 위키미디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가끔은 앞부분이 이렇게 생긴 열차가 다니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 눈치 챈 독자도 계시겠지만, 이것은 새로운 다른 기관차가 아니라, 똑같은 기관차를 방향만 달리하여 배치한 것이다.
기관차의 뒷부분이 전방을 향하게 하고, 기관차의 원래의 앞부분을 후방으로 배치하여 객차를 연결한 뒤 기관차를 전진이 아닌 후진시킴으로써 앞으로 나아간다. 본인이 예전에 몇 번이나 언급한 적이 있듯, 모든 철도 동력차들은 전진과 후진을 완전히 동일한 성능으로 자유자재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비행기와는 다르다.

기관차의 운전석은 통상 앞부분과 가까이 배치되어 있으며, 전방의 시야도 넓게 확보되어 있다. 이런 직관적인 앞부분으로 기관차를 자연스럽게 운전하는 것을 '단폐단 운전'이라고 한다. 운전석과 차체의 진행 방향 끝부분이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관차의 양방향 중 운전석 방향과 먼 반대쪽으로 열차를 운전하는 것을 '장폐단 운전'이라고 한다.

철도는 신호 시스템이 아주 발달해 있고 방향 전환이 필요 없는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그래도 장폐단 운전이 단폐단 운전보다 더 위험하고 기관사의 심신에 부담을 많이 끼치는 근무인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운전석에서 차량의 말단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그렇잖아도 눈에 안 띄는 사각지대가 많아지는데, 그나마도 양 끝의 작고 좁은 창문만을 통해서 앞을 오랫동안 내다보느라 기관사의 자세도 구부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장폐단 편성은 왜 생기는 걸까? 기관차의 방향을 돌려 주는 전차대나 루프선이 없는 노선을 운행했다가 되돌아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경인선이다.
경인선에서는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인천항을 왕래하는 화물 열차도 비정기적으로 운행된다.
그러나 경인선의 종점인 인천 역은 인상선도, 루프선도, 전차대도 없이 열차가 있는 그대로 들어갔다가 도로 나올 수만 있는 매우 열악한 종착역이다. 그래서 인천 방면을 향하고 있던 기관차는 도로 서울 방면으로 돌아갈 때도 뒤쪽인 인천을 향한 채 주행하게 된다.

철도 차량은 아무래도 앞뒤 주행에 모두 유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게 유리함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도입될 예정인 7600호대 디젤 전기 기관차는 앞뒤에 동일하게 운전석과 큰 창문이 달린 전후 대칭형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 경우 마치 동차처럼 장폐단· 단폐단이라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물론, 전기 기관차는 진작부터 운전실이 앞뒤에 둘 달린 전후 대칭형으로 만들어져 있긴 했다. 기계 부품을 배치하는 데 다른 동력원 기관차보다 자유도가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전기나 디젤과는 달리 과거의 증기 기관차는 보일러와 탄수차, 차륜의 배치 같은 여러 문제 때문에 태생적으로 전후 대칭형으로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얘는 길쭉한 보일러가 앞으로 불쑥 돌출돼 있으니, 장폐단 형태만이 가능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물게, 중형 기관차인 4400호대 디젤 기관차는 설계상의 정방향이 장폐단 형태이다. 증기 기관차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일명 봉고 기관차라고도 불린 7000호대 디젤 기관차는 반대로 후진(=장폐단 주행)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설계 때문에 사실상 단폐단 전진 운전밖에 못 한다. 운전석 안에서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얘는 작년 말에 다 퇴역했기 때문에 지금은 볼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차륜 배치

자동차에는 엔진이 자동차의 어느 쪽에 적재되고 구동축이 어느 쪽 바퀴에 연결되는지를 나타내는 FF(전륜구동), FR(후륜구동), RR, 4WD 같은 용어가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이 철도 차량에도 응당 존재한다.

먼저, 동력 분산식 차량의 경우, 연결된 차량 자체가 동력차인지 아니면 단순히 끌려다니는 객차인지를 나타내는 표기가 있다. Tc(한쪽 말단에 운전실이 달린 객차), M(동력차), M'(전동차 한정. 동력차이면서 팬터그래프도 달린 차), T(단순 객차)가 그것.

그리고 다음으로 한 차량을 이루는 대차의 차륜 구성을 나타내는 표기가 있다. 연속으로 이어져 있는 바퀴의 수를 나열하는데, 동력이 연결된 바퀴는 A, B, C로 시작하는 알파벳으로 적고, 그렇지 않은 바퀴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는다.

예를 들어, 아래의 8200호대 전기 기관차의 차륜을 표기하면 Bo-Bo이다. (보다시피 전후 대칭인 것도 맞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B라고 적힌 걸 보니, 한 대차당 바퀴가 두 개 있고 각 바퀴에 모두 동력이 전달된다는 뜻이다. 이 기관차 하나만을 자동차 같은 차량에다 비유한다면 진짜 4WD급인 셈이다.
B 다음에 붙은 o는 그 구동축이 동력원이 내연 기관 같은 다른 엔진이 아니라 전기 모터임을 뜻한다. 순수 전기 기관차뿐만이 아니라 디젤 전기 기관차의 구동축도 결국 전기 모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o가 붙는다.

사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는 차륜이 한 레일당 총 4개로 적은 편이다. 가볍고 접지력이 낮은 것에 비해서 출력만 너무 강하다 보니, 이 기관차는 오르막에서 바퀴가 헛도는 공전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8000호대 전기 기관차는 Bo-Bo-Bo이며, 특대형 디젤 기관차는 Co-Co로 6개이다. 최근에 도입되고 있는 8500호대 신규 전기 기관차 역시 이 추세게 맞추어 Co-Co로 돌아갔다.

오늘날의 디젤이나 전기 기관차는 차륜이 비교적 규칙적이고 배치 방식이 그렇게까지 다양하지는 않기 때문에 조합이 기껏 저 정도밖에 안 된다. 다양한 차륜의 종결자는 역시 증기 기관차였다.
얘는 엔진 내부에서 전문적인 동력비 조절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은 원시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바퀴의 개수와 크기가 기관차의 출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여객용 기관차는 구동축이 걸리는 바퀴를 크게 하여 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했고, 반대로 화물용 기관차는 작은 바퀴를 여러 개 달아서 속도 대신 토크(견인력)를 크게 했다.

19세기에 앞바퀴가 엄청 큼직한 자전거가 잠시 등장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때는 체인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지 않아서 두발자전거도 세발자전거처럼 페달이 앞바퀴에 곧장 연결되어 있었으며 앞바퀴가 구동축이었다.
그리고 바퀴를 크게 하는 게 오늘날로 치면 고단 기어를 써서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접지면의 바퀴는 더 많이 돌게 하기 때문에,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그만큼 페달을 밟는 데 힘은 많이 들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철도에는 장폐단· 단폐단 같은 미처 생각도 못 했던 특성 구분이 존재한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있었다.
비행기의 랜딩 기어 바퀴의 배치도 이런 표기법으로 기술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지?

다만, 랜딩 기어 바퀴에는 구동축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철도 차량은 비행기나 트럭의 바퀴처럼 바퀴가 안쪽으로 두 겹이 배치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고려할 점이다. 궤도를 구성하는 한 쌍의 레일의 안쪽에 또 차륜을 얹을 레일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복수의 궤간을 지원하도록 특수하게 설계된 선로가 아닌 이상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9/06 08:34 2013/09/06 08:34
,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74

주말에 노트북 PC나 읽을 책을 챙겨 들고 한적한 전철역으로 떠나서 피서를 즐기는 건 수도권 광역전철 역세권에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다.

지금까지 경의-일산선, 분당선, 과천-안산선, 서울 7호선, 공항 철도 등 여러 노선을 다녀 봤다. 하지만 1호선과 직결되는 광역전철이나 경춘선은 상대적으로 덜 탔다. 안 그래도 토요일 낮에는 지하철들이 혼잡한 편인데 거기는 특히 너무 혼잡하기 때문이었다.

경춘선은 통일호, 무궁화호를 거쳐 지금은 전동차와 ITX 청춘이라는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광역전철이다. 비록 혼잡하고 타러 가기가 힘들고(무려 상봉까지!) 열차가 중앙선보다도 드물게 다니긴 하지만(경의선 서강-공덕의 배차간격과 비슷함), 주변 경치가 워낙 좋기 때문에 한 번쯤은 날 잡아서 다시 시승해 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경춘선 중에서도 백양리와 김유정 역에서 내려서 역 주변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백양리 역 승강장이다. 이 넓은 승강장에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의 바깥은 이렇게 생겼다.
주변이 워낙 한적하고 부지가 넉넉하니 광장도 있고 자전거 거치대도 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동차 주차장은 그냥 무료 개방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사진은 역 쪽을 대고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운치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나저나 경춘선은 역시 은근히 길더라. 서울-수원 정기권(거리 비례 6단계)으로도 백양리 역까지만 가도 내릴 때 추가 차감이 발생했다.

다음, 김유정 역으로 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역은 원래 신남 역이라고 불렸으나, 근처에 소설가 김 유정 문학촌이 있다 하여 2004년에 역명이 이렇게 바뀌었다. 이 역은 역명판의 한글 서체도 다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가 한옥 컨셉의 특이한 형태로 지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역은 선로가 고가가 아닌 평지에 있다. 그리고 역사에서 승강장으로 갈 때 육교가 아니라 '지하도'를 이용한다. 그래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역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세상에 평지 선로 + 지하도 형태인 역은 매우 드물다. 반월, 대방, 구일 정도가 고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짜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 철도역처럼 보이지 않는가?
역 주변에도 한옥 스타일의 정자와 뜰이 있다. 경춘선 탐방 때 한번쯤 들러 볼 만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6 08:34 2013/08/26 08:34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70

철도 광고: 나도 KTX 탈 걸

1.

요즘 철도 내지 코레일 광역전철 구간을 이용하는 분들은 차내 모니터에서 “나도 KTX 탈 걸”이라는 테마의 CF 동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여배우가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에일리와 신 보라이다. 열차 안에서는 음성이 안 나오니 대화 내용은 전적으로 자막으로만 봐야 했는데 음성은 역시 인터넷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4시간 후에 부산에서 생방송 촬영이 있는데 에일리는 서울에서 자가용을 끌고 가지만 교통 정체에 막혀서 지각하고, 언니인 신 보라는 공항 철도+KTX를 이용해서 빠르고 편안하게 간다는 내용이다.
(여담으로, 머지않아 아예 공항 철도에까지 KTX가 그대로 들어갈 예정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은 정책은 아니라 생각된다. 서울 역까지 찍었다가 다시 부산 방면으로 내려가는 건 동선이 너무 안 좋아서.. 정말 광명 역에서 인천 공항으로 가는 철길이 뚫리긴 해야 한다.)

철도청이 코레일이라는 기업으로 바뀐 뒤부터 확실하게 바뀐 것이 무엇이냐 하면, 대외 광고가 늘었다는 점이다. “당신을 보내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전에 철밥통 철도청 시절에  철도청이 자체 CF를 내보낸 건 1984년이 유일했다고 한다. “속도 향상으로 고속화된 철도 여행은...” 무궁화호 NDC 동차가 최신형 차량으로 소개되던 시절이었으니 얼마나 격세지감인지! ㅋㅋㅋ

2.

사실, 지금으로부터 10년 쯤 전, 본격적으로 철덕이 되기 전이던 2003년경의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
본인은 대학 시절에 열차 여행 중이었는데 객실이던가 역 내부이던가에 철도 노조에서 만든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철도청이 기업으로 바뀌면 우리나라 철도도 영국이나 일본 꼴이 나서 서울-부산간 열차 운임이 10만원이 넘어가고 안전 관리도 개판이 되어서 철도 안프라가 완전히 망할 거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KTX가 개통하고 철도청은 코레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한국 철도는 저런 극단적인 꼴로 전락하지 않았다.
뭐든지 시장 경제에만 맡기고 민영화· 개방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저런 일도 한두 번 겪고 나면 국가 정책에 무조건 괴담 퍼뜨리면서 딴지 걸고 반대만 하는 주장은 좀 가려 가며 들을 줄 아는 안목이 생겨야 할 것 같다. 그런 쪽에 심취해 있는 분들은 반대로 비대한 정부 기관들의 비효율과 세금 낭비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뭐, KTX는 이제 코레일의 최대 돈줄이며 특히 주말에 경부선은 굳이 명절이 아니어도 없어서 못 탈 정도로 만석이다.
그 어떤 경영자가 코레일의 사장이 되었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서민들로부터 욕 먹는 한이 있어도 일반열차를 줄이고 KTX를 증차할 수밖에 없다. 임률 높고, 많이 태우고 빠르고 회전률 높고, 수송 원가 낮고 수요도 많고.. 도대체 주저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철도청도 경영을 아주 못한 건 아니었다.
어쩌다가 새마을호에 Looking for you 음악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
그냥 어차피 탈 사람은 타고 안 탈 사람은 안 타고, 적자쯤이야 세금으로 메우면 된다는 식으로 철도를 아주 안일한 철밥통 사고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데에다 고객 감동과 중독의 씨앗을 집어넣었을까?
이런 배려 때문에 대한민국에는 중증 말기 극성 철덕이 한 명 생겨 버렸고, 코레일은 철도청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마음껏 따 먹고 있는 중이다.

3.

지난 2011년 여름에는 꽤 도발적인 철도 광고가 옥외 광고판의 형태로 걸린 적이 있었다.
바로 경부 고속도로 신탄진 IC 북쪽으로 살짝 떨어진 곳에, “KTX 탈 걸”이라는 광고판 말이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한국 철도 역사상 최대의 적절한 광고 전략으로 기록될 것이다.

  • 일단 경부 고속도로가 경부 고속선과 아주 가깝게 나란히 달리는 얼마 안 되는 구간이요,
  • 이곳은 버스 전용 차선이 시작되고 주말에 그렇잖아도 상습적으로 막히기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또한, 수도권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진 국토의 중부이기 때문에 상행과 하행에 모두 비슷한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

도로는 막혀서 차들이 거북이걸음 중인데 옆에서는 KTX가 씽씽 지나가고 맞은편엔 “KTX 탈 걸”이라는 광고판이 놓여 있으면 운전자들이 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 광고판이 있는 곳 근처를 로드뷰로 보면 이렇다.
요즘 인터넷 지도는 로드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의외로 고속도로에는 유료 도로여서 그런지 로드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상으로 사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광고가 다른 것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11 08:28 2013/08/11 08:28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65

분당선 구성 역

수도권 광역전철 분당선은 혼잡한 서울 시내와 분당 신도시를 지나지만 종종 한적한 곳도 지난다.

구룡은 서울 강남에서 잉여력 높기로 악명 높아서 '굴욕'이라고까지 불릴 정도인 역이다.
이매는 야탑과 서현 사이에 새로 생긴 역인데 출구 근처에 기본적으로 역세권이라 불릴 만한 업무· 상업 시설이 없으며, 길거리에 행인이 거의 안 보인다. 예전에 역이 괜히 없었던 게 아니다.

오늘은 그러한 역들 중의 하나로 '구성' 역을 살펴보겠다.
구성은 죽전 이남의 보정 다음에 등장하는 역으로, 서울-성남-용인을 잇는 대표적인 두 길인 경부 고속도로와 국가 지원 지방도 23호선--이 구간에서는 특별히 용구대로라는 이름으로도 불림--의 사이에 자리잡아 있다. 신분당선 청계산입구 역과 더불어 지하철 출입구에서 경부 고속도로를 곧장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역이기도 하다.

고속도로가 코앞에 보인다는 건 그만큼 역도 한적한 곳에 있다는 뜻이다. 청계산입구 역과 같은 맥락이다.
주변의 분당선 역들이 여느 지하철들처럼 다 용구대로를 따라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구성 역은 용구대로를 한 블록쯤 벗어나서 용구대로와 고속도로의 중간의 어정쩡한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역 주변에 보이는 건 자그마한 개천, 한적한 들판이다.

역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선형 때문이다. 자동차 도로만 따라 남쪽으로 내려갈 경우 교차로에서 급곡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일부 단거리 마을버스만이 일부러 대로에서 벗어나 구성 역 출입구 근처까지 들어갔다가 나오지, 간선 버스들은 그냥 용구대로만 달리면서 구성 역을 비껴 가 버린다.

구성 역은 비록 대로에서의 접근성을 희생했지만 이 때문에 여느 분당선의 역답지 않게 주변이 아주 전원적이며, 공간이 넉넉하여 공영 주차장 같은 시설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역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관계로 다음, 네이버, 구글 등의 지도의 항공 사진들은 다 2013년 7월 현재까지도 역 주변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그냥 허허벌판만을 표시하고 있다. 하긴, 2010년 말에 생긴 신경주 역조차도 항공 사진에서 주변이 제대로 표시되기 시작한 건 정말 얼마 안 됐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본인은 구성 역으로 직접 답사를 떠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역에서 내린 후 1번이나 2번 출구로 나가면 이런 지하 마당이 이용객을 반긴다. 고도상으로는 지하여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완전한 지상이 나오지만, 이곳은 하늘 위가 완전히 뚫려 있다.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상으로 나오면 옆엔 좁은 도로가 뚫려 있고, 저 건너편에는 넓은 부지를 이용한 공영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너머로는 그냥 들판이며, 더 건너편은 경부 고속도로이다.
공간이 넉넉한 덕분에 주차장 이용료는 어지간한 상업용 건물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하루 종일 주차해도 6000원이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동차라면 역의 좌우로 나 있는 도로로 빙 둘러서 다리를 건너야 옆의 용구대로로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그냥 센터에 있는 샛길을 이용해서 대로로 가도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성 역 바로 옆에는 신기하게도 역세권 버프를 받은 절이 하나 있다. <전통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역과 대로 사이에는 이런 게 있더라.
포장도 되지 않은 이런 공터는 이미 무료 주차장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말의 용구대로는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번화가인 용구대로 주변과는 달리, 구성 역 주변은 정말 한가롭고 전원적이었다.
구성 역은 공간이 넉넉하고 부지에 여유가 있는 덕분에 훗날 고심도 급행 전철(GTX) 같은 철도가 건설될 때 환승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구성 역 주변이 언제까지 이렇게 한가할지는 모르겠는데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을 좀 지켜봐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3/07/31 08:32 2013/07/31 08:32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61

철도 사진 분석 - 2

1. 다음 사진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본인의 모 지인이 최근에 보내 준 것이다. (내가 철도광이라는 걸 알고 친히..ㅠㅠ ㄱㅅㄱㅅ!)
애들이 보는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용 지도서라서 사진이 흑백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덕이라면 철도 관련 사진을 보는 순간 눈에 불꽃이 튀면서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주변 정보를 모조리 상상하고 유추해 낼 수 있어야 마땅하다.

1번은 대전 국립 중앙 과학관과 엑스포 과학 공원을 잇는 자기 부상 열차이다. 딱 보자마자 알아보시겠는가?

2번은 미카나 파시 같은 기관차는 아니고, 관광용으로 국내에서 최후에 도입했다가 지금은 운행 중지+정태보존 상태로 바뀐 '901호 증기 기관차'이다. 보일러의 양옆에 흰색 금속줄이 놓여 있는 걸 보면 바로 분간 가능하다.
현재 얘는 중앙선 풍기 역에 놓여 있지만, 주변 배경으로나 저 사진이 촬영되던 시기를 감안하면 저 사진은 더 옛날에 경북선 점촌 역에서 촬영된 것이다.

3번은 외형이 워낙 특이하니 인천 지하철 전동차임을 쉽게 분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 구간인 귤현-계양 사이에서 촬영되었을 것이다.

기관차라고 이름을 붙여 놓고는 동차를 소개해 놓은 건 3번뿐만 아니라 4번도 마찬가지다.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인 건 더 말하면 입만 아플 것이고, 촬영 장소는 아마 승강장의 천장 모양으로 보건대 그냥 서울 역이 아닌가 싶다.

난 그 지인에게 부탁했다.
혹시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철도에 대해 에디슨 같은 호기심과 비범함을 보이는 미래의 꿈나무가 있다면, 날 생각해서라도 최대한 자상하게 지도하고 철덕으로 이끌어 달라고 말이다. ^____^;;

2. 다음 지도를 꺼내서 여기저기 지형을 살펴보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주요 지도 사이트들은 신경주 역 주변의 항공 사진이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현재의 모습과 지도의 모습이 맞지 않은 듯했는데 지금은 다들 개선되었다.

그런데, 부산 역 주변을 보니 선로에 KTX 한 편성이 놓인 게 보였다. (산천 말고, 1세대 TGV-K 차종)
요놈의 길이를 재 봤더니.. 역시나 진짜로 딱 388m가 맞았다.
항공 사진이란 게 있어서 이런 것도 확인이 가능하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른쪽의 KTX 제원은 한국어 위키백과 페이지의 화면 캡처이다.

인천 역은 승강장이 두단식일 정도로 진짜 선로의 말단에 자리잡고 있는 반면, 오늘날의 부산 역은 승강장 이남으로도 거의 1km에 가깝게 선로가 더 뻗어 있다.
이것은 원래 부산 역은 지금의 부산 역보다 더 남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의 부산 역은 초량 역이었다.
그러던 것이 1953년에 부산 역 대화재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역이 없어지고, 초량 역이 있던 자리에 부산 역이 새로 세워진 것이다.

3. 이건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다만,
딱 보면.. KTX 경부 고속선 서울-대전 구간이고, 역방향 좌석에서 찍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자는 좀 guessing이 가미된 요소이지만, 후자는 사람이 보통 사진을 찍는 방향을 생각했을 때 명확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지금은 수도권 전철 1호선에 [노량진] - 대방 - 신길 - [영등포] - 신도림 - 구로 - 가산디지털단지 - 독산 - [금천구청](구 시흥)으로 역이 무진장 많이 있지만, 경부선 개통 당시에는 [ ]친 역밖에 없었으며 그 구도가 196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노량진과 영등포는 아예 경인선 개통 당시부터 있었던 역이요, (since 1899) 시흥은 부산역과 같이 개통하여 경부선 개통 초기부터 있어 왔다(since 19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1968년에 구로공단에서 제1회 한국 무역 박람회가 개최되었을 때는 '박람회 역'이라는 임시 승강장이 잠시 만들어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주변에 하도 역이 없어서..

대방, 구로, 가리봉(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 역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함께 개통했으며(since 1974)
신도림은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2호선과 함께 환승역으로 개통(since 1984).
신길은 서울 지하철 5호선과 함께 환승역으로 개통(since 1998)했고 독산역도 이때 같이 개통했다.

사진을 보면 영등포-시흥 사이의 역간거리 숫자가 5인지 6인지 8인지 좀 희미한 편인데, 저건 8.2km이다. 어떻게 아냐고? 철도 영업거리표를 찾아보면 된다. 서울 기점으로 영등포가 9.1km이고 금천구청은 17.3km 지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7/20 08:37 2013/07/20 08:37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57

본인은 처음에 새마을호에서 시작되었던 철도 관심사가 KTX, 전기 기관차를 거쳐 요즘은 증기 기관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옛날에는 기관차의 이름을 지금처럼 0000호대라는 번호로 붙인 게 아니라 미카, 파시, 마터, 허기 등의 이름으로 붙였구나.
고 김 재현 기관사가 몰았던 증기 기관차(미카)와, 경의선 장단 역에 방치되어 있던 녹슨 증기 기관차(마터)는 차종이 다른 것이었구나.”
같은 식이다.

증기 기관차까지 마스터해야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철도를 연계하여 다 꿰뚫은 진정한 철덕이 될 수 있다는 걸 깨우쳤다. 이렇듯, 한번 철도의 맛을 접한 철덕은 차량, 시설, 지리, 역사 등 분야별로 철도 안에서 계속 골고루 자라야 한다. 그 성장이라는 게 금방 빨리 되는 게 아니다.

철도 기관차의 동력원은 크게 증기, 디젤, 전기로 나뉜다. 내연기관 기반인 디젤은 동력비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어/유압/전기 변환식으로 분류되고, 전기는 전기대로 사용하는 전기의 종류와 집전 방식에 따라 다양한 분류 기준이 존재한다.

이런 것처럼 증기 기관차에도 증기에만 적용되는 중요한 분류 기준이 하나 있다.
바로, 구동하는 데 필요한 물과 석탄을 기관차 내부에 보관하느냐, 혹은 기관차의 바로 뒤에 연결된 별도의 탄수차로부터 공급받느냐는 것이다. 전자식은 탱크식(tank)이라고 하고, 후자는 텐더식(tender)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기관차가 사용하는 물과 석탄의 부피가, 내연 기관이 사용하는 기름의 그것보다 크다는 점 때문에 생긴 특성이다. 보일러의 부피도 내연기관의 엔진보다 더 커야 겨우 그 집채만 한 쇳덩어리를 굴릴 만한 수증기를 만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증기 기관은 디젤 엔진보다 태생적으로 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물과 석탄을 기관차 안의 좁은 공간에다가만 싣고 다녀서는 도저히 장거리를 달릴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증기 기관차는 텐더식이며, 이는 심지어 <은하철도 999>에 그려진 열차도 마찬가지이다.
탱크식은 단거리 소형 열차에 한정된 형태로만 쓰인다. 이는 디젤로 치면 자동차처럼 기어로 변속하는 소형 기관차와 같은 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1899년에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노량진-제물포(오늘날의 동인천)에 처음으로 다녔던 열차는 '모가'(mogul의 변형) 형 증기 기관차인데, 이 역시 아담한 탱크식이다. 더 큰 텐더식 열차는 경부선과 경의선이 뚫린 1906년 이후에야 슬금슬금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반도를 최초로 달렸던 철마가 바로 이 물건이라니! 오오오오~~ 굴뚝이 깔때기 같은 모양이다.
오늘날 경인선을 달리고 있는 VVVF 전동차와 비교해 보면 가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같은 1435mm 표준궤를 달리는 철도 차량이 100년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철도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이라면, 증기 기관차를 구경할 일이 있을 때 이놈이 탱크식인지 텐더식인지부터 먼저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여담으로 영어 단어 공부를 좀 하자면,
tender는 ‘부드러운, 여린’을 뜻하는 형용사의 뜻이 있으며 특히 영어 성경에서는 tender mercies(친절한 긍휼)라고 해서 아주 즐겨 쓰인다. 그 반면, tender는 거룻배, 관리자, 탄수차 등을 뜻하는 명사도 되며, 둘은 어원상 아무 관계가 없는 동명이의어이다.

그리고 보너스.
얼마 전에 본인은 6·25 전쟁 당시에 총격을 받고 장단 역 구내에 버려졌던 '마터' 형 증기 기관차의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모가'가 우리나라 최초의 증기 기관차라면, '마터'는 일제 강점기 말기인 1940년대에 처음 제작되었으며, 크기도 크고 힘도 좋은 신형(?) 증기 기관차이다. 탱크식이 아니라 텐더식인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당시 '마터'는 한반도 중· 북부 지방에서만 운행되었으며 이들은 전부 오늘날의 북한에 속한 지역이기 때문에 남한과는 영 인연이 없는 열차였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도 태백선, 영동선 같은 산악 철도가 있지만, 그건 예전 글에서도 알 수 있듯, 해방과 분단 후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만든 철도이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나 북한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

다음은 이 '마터'형 증기 기관차가 파괴되고 녹슬기 전의 원래 모습이 어떠했을지를 유추하게 해 주는 아주 좋은 자료이다. 북한에서 이 증기 기관차를 모델로 우표를 만든 적이 있다. 모든 증기 기관차는 원래 검은색 도색이며, 이는 저 기관차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파괴된 기관차 잔해는 앞부분의 좌우에 씌워진 철판 벽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13/07/13 08:28 2013/07/13 08:28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53

수인선이라 하면 철덕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중앙선 및 경춘선보다는 살짝 이른 1937년 8월 5일에 개통하여 대한민국 최후의 협궤 철도로 남아 있었지만 1995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운행이 중단된 추억과 비운의 노선 말이다.

단, 최후까지 살아 있던 구간은 인천-수원 전체가 아니라 한대앞-수원 사이의 비교적 한적한 구간이다. 한적하다는 말은 재개발을 위해 선로를 철거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여객 수요도 안습하다는 뜻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운행 중단’ 상태라지만 실질적으로는 폐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된 선로를 곧장 악착같이 모조리 철거한 것도 아니었다. 관리가 중단된 협궤 선로는 이내 시뻘겋게 녹이 슬고 잡초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이런 것은 일상적으로 보기 쉽지 않은 구경거리이기 때문에 철덕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에 본인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8년 전인 지난 2005년에 상록수-한대앞 역 사이의 수인선 선로 흔적을 답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수인선의 표준궤 복선 전철 공사가 진행되고 거기에 있던 선로는 의외로 얼마 못 가 철거되었다. 사진을 찍어 놓길 잘했다. 본인은 별다른 의심의 여지 없이 이제 수인선 협궤 선로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추측은 사실이 아니었다.
한대앞 바로 다음의 중앙-고잔 사이에 선로가 아직까지 의외로 잘 보존되어 있고, 일부 구간은 안산시에서 관광 시설로 조성해 놓기까지 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의외로 각종 위키 부류의 정보 사이트에서도 수인선 잔여 구간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는 듯했다.

그래서 본인은 석가탄신일 연휴 때 곧장 안산으로 달려갔다. 그 날은 마침 사랑 침례 교회의 정 동수 목사님께서 뉴에이지 특강을 했는데, 안산선과 수인선 답사를 먼저 한 뒤, 안산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이 있는 편인 그 교회에서 강의도 듣고 왔다. 이렇게 동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정에 없었지만, 잠시 반월 역 주변의 사진을 먼저 카메라에 담았다.
세상에 이렇게 전원적이고 산과 들로 뒤덮인 전철역이 또 있을까 싶다. 안산선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월 역은 굉장히 드문 특성을 여럿 갖춘 특이한 역이다.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으며(이런 역도 몹시 드문데), 역무 시설과 승강장이 모두 지상 평지이면서 선로 횡단은 육교가 아니라 지하도로 한다. 지하철과의 환승역이 아니면서 이런 구조로 만들어진 역은 구일이나 대방 역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역 입구엔 작게나마 광장도 있다.

잘 알다시피 반월과 다음의 상록수 사이는 거리가 3.7km가량으로 수서-복정급으로 매우 길다. 두 역은 지상이지만 잠시 몇백 m 길이의 터널도 지나며, 아래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그리고 위로는 경부 고속선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상당히 긴 역간거리에도 불구하고, 지형적인 특성으로 인해 이 사이에는 역이 또 생길 여지가 거의 없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본인은 여행을 계속했으며, 드디어 중앙 역에 도착해서 내렸다. 그랬더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짜로 그분이 내 눈에 펼쳐졌다! 하앍하앍...;;
한대앞 역의 경우(그리고 안산 역도), 안산선의 승강장도 지상 평지이다 보니 수인선과 승강장이 나란히 건설되는 게 가능했던 반면, 중앙이나 고잔 역은 안산선 선로가 고가로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평지인 수인선은 역의 밖에 이렇게 있을 수밖에 없다.
금정 쪽으로 되돌아가는 한대앞 방면으로도 수인선 선로가 살짝 있긴 했지만 얼마 못 가 끊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선로 주변은 그야말로 경치 대박.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글은 그렇다 쳐도 영문 서체는 마치 Mac OS 클래식의 서체와 닮은 것 같다.
이런 클래식 역명판도 누가 잘 보존해 놔야 할 텐데 말이다.
과거엔 이곳에 수인선 승강장이 있었기 때문에, 열차 승강장도 아니고 역의 외벽에 이런 물건이 붙어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은 계속 이렇게 이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잔 역에 가까워지자 웬 이런 시설물도 있었으나, 식물 넝쿨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주변 식물들의 키는 낮아져서 시야가 확 트여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지어 수인선 고잔 역 승강장과 열차를 재연해 놓은 시설물도 있었다.
안산선의 역들 중 수인선을 가장 잘 보존해 놓은 구간은 중앙-고잔이며, 역 하나만 꼽자면 고잔 역 주변인 듯했다.

고잔 역은 수인선 시절부터 있었던 역일 뿐만 아니라 안산선이 개통한 뒤에도 한동안 수인선 영업만 하고 안산선 쪽 승강장은 수 년 뒤에 생겼을 정도이다. 그 정도로 정서적으로 수인선이 ‘갑’이었던 역이기 때문에 보존 시설도 고잔 역을 중심으로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그 반면, 그 옆의 초지(구 공단) 역은 그렇지 않다. 수인선이 본격적으로 망해 가던 1994년에 추가로 생긴 역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잔 역을 지나고부터는 수인선 선로는 다시 잡초로 무성하게 덮이더니, 나중에는 안산선으로부터도 멀어지고 개천과 철길 공사장(원시-소사선!)에 가려져 선로가 더 진행되지 않았다.

땡볕에서 중앙-고잔-초지 사이의 거의 3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으면서 수인선 성지순례를 마쳤다. 그러고 보니 광역전철 분당선이 첫 개통한 날이 반대로 수인선의 상당 구간이 폐선된 날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됐다. 마치 KTX가 개통한 날이 교외선 열차가 없어지고 경춘선 통일호가 없어진 날이기도 하듯이 말이다.

지금 오이도 역은 과거의 수서 역과 비슷한 위상이 돼 있다. 옛날에는 3호선의 남쪽 종점이 수서였고, 동시에 노란 분당선의 북쪽 종점도 수서였으며 둘은 한데 이어진 노선이라는 성격이 짙었다.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4호선의 남쪽 종점이 오이도이고, 동시에 분당선과 직결될 예정인 노란 수인선의 종점도 오이도인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7/04 08:27 2013/07/04 08:27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50

시내버스에 차고지가 있다면, 지하철에는 차량 기지가 있다.
2년 전에 본인은 수도권 전철의 차량 기지에 대해서 위치와 관할 회사 위주로 정리했었다. 그 뒤 이번에는 차량 기지가 수행하는 기능 위주로 옛날 글에서 다루지 못한 설명을 보충하도록 하겠다.

사실, 철도를 운영하는 데는 당장 차량을 굴리는 동력비(전기료)뿐만 아니라 선로와 차량을 정비하는 비용도 굉장히 많이 든다. 그리고 어느 주기로 차량을 어느 정도로 정비할지가 매뉴얼에 다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 기지에서 처음 나올 때: 차량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주요 운행 장치와 접객 시설들이 동작하는지 최소한의 확인. 차량이 운행을 마치고 기지로 들어갈 때도 간략하게나마 점검을 실시함.
  • 3일 간격으로: 전동차의 내부 주요 장치의 기능과 외관을 검사
  • 2개월 간격으로: 좀 더 세부적인 부품에 대한 월상검사

한 대도시에서 지하철이 얼마나 중요한 교통수단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철도는 오로지 선로 위만 달릴 수 있으며 차량이 스스로 방향 전환조차 할 수 없는 1차원 교통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 하나가 정비 불량으로 인해 선로에서 도중에 퍼지면, 사실상 모든 열차가 올스톱되어 버린다. 그때 발생되는 영업 손해와 무너지는 승객들의 멘탈, 증가하는 폭력성-_-은 가히 추산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점검은 저런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2년~4년 주기로는 아예 전동차들을 싹 다 분해해서 모든 부품들을 일일이 검사하고 교체한 뒤, 다시 조립하기도 한다. 이 신문 기사를 참고하라.

짧게는 매일, 길게는 n개월 정도로 차량의 원형은 유지한 상태에서 차량을 점검하는 작업을 '경정비'라고 일컫는다. 그 반면, 최하 수 년 간격으로 차량을 완전히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는 작업을 '중정비'라고 일컫는다.
전동차 한 편성에 대한 중정비 작업은 당연히 당일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2~3주는 걸리는 대공사이다. 그러니 수십 편성에 달하는 전동차들을 모두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데는 1~2년씩 걸린다고 한다.

전동차의 차량 기지는 경정비와 중정비가 모두 가능한 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경정비만 가능한 놈이 있다.
경정비만 가능한 기지는 그냥 여러 편성의 차량들을 한꺼번에 넣어 두는 검수고만 있는 반면,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는 중정비를 위한 공장이 한 채 곁들어져 있다. 그 공장은 입구가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항공 사진을 보면 대체로 凸자 모양을 하고 있다. 사각형 모양이기만 한 검수고와는 외형이 다르다는 뜻이다.

또한 이것은 비록 중정비의 100%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 중에는 열차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U턴 회차 선로를 자기 주변에 갖추고 있기도 하다.
지하철 전동차는 전후 대칭형이기 때문에 들어왔던 형태 그대로 후진을 해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전동차를 계속 그렇게만 운행하면 안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가 불균등하게 마모되기 때문에 차량의 유지 보수 측면에서 좋지 않다. 당장 커브만 생각해 봐도, 커브 안쪽의 바퀴가 바깥쪽의 바퀴보다 덜 돌 테니 말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열차를 U턴시킴으로써 각 바퀴가 얹히는 궤조의 방향도 바꿔 주는 것이다.

중정비 공장은 여러 노선들로부터 수많은 전동차들의 중정비 예약을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1년 중에 노는 날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런 데서 수십 년간 일한 기술자들은 소리만 들어도 전동차의 어지간한 상태를 다 진단해 낼 수 있는 프로, 베테랑들이다.

자, 이제 지하철 차량 기지의 항공 사진이라고 하면 사무실, 검수고에 이어 공장, U턴 선로까지 있는지 시설을 보는 안목이 다들 생겼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도시철도 공사는 노선별로 차량 기지의 배분이 가장 균형 있고 예쁘게(?) 되어 있다.

얘들은 메이저한 노선 5호선과 마이너한 노선 8호선, 그리고 메이저한 7호선과 마이너한 6호선을 서로 짝지어서 관리한다. 유실물 센터도 이렇게 두 노선을 한데 합쳐서 운영하고, 차량 기지도 그런 식으로 공유한다.
메이저한 노선에는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 1개와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1개가 붙어 있다. 그러나 마이너 노선에는 역시 마이너 기지 1개만 있다.

그래서 5호선과 8호선이 공유하는 메이저 기지는 그 이름도 유명한 고덕 기지이며, 공장과 회차선이 모두 있다. 둘은 여객 환승역인 천호가 아니라, 가락시장-방이 사이에 연결 선로가 존재하며(3호선 연장 구간과도 다른 경로임), 8호선 전동차는 이 선로를 통해 고덕 기지로 가서 중정비를 받는다.
마이너 기지는 방화(5)와 모란(8)이다. 고덕 기지는 도철의 차량 기지 중 가장 거대한 반면, 모란 기지는 가장 작다.

7호선과 6호선이 공유하는 메이저 기지는 장암 역이 자리잡고 있는 도봉 기지이며, 역시 공장과 회차선이 모두 있다. 환승역인 태릉입구 역 근처에 전동차의 연결 선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두 노선의 마이너 기지는 천왕(7)과 신내(6)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봉 차량 기지의 구글어스 사진. 연보라색 사각형은 검수고이고, 맞은편에 있는 凸자 모양의 하늘색 건물이 바로 중정비용 공장이다. 그리고 기지 외곽으로 U턴 선로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반면, 신내 차량 기지는 연보라색 검수고만 있으며, 공장이나 U턴 선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철 말고 다른 지하철 회사나 코레일은 사정이 어떨까?

서울 메트로 소속인 서울 2호선의 경우 군자와 신정 기지가 둘 존재하는데, 모두 중정비가 가능하다. 군자의 경우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건설되어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량 기지로, 한때는 근처에 있는 용답 역의 이름이 아예 '기지' 역이었을 정도였다.
1호선에 투입되는 서울 메트로 차량도 모두 여기서 정비를 받는다. 동묘앞 행 열차가 운행을 마친 후 가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양천구청 역 근처의 신정 기지는 검수고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걸로 유명하며, 이 때문에 기지의 전체 모습이 항공 사진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검수고 위이지, 훨씬 더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하는 중정비용 공장 위에다 아파트를 지은 건 아니다.
이 두 기지는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이지만 항공 사진상으로 U턴 선로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 메트로의 '고덕 차량 기지'뻘 되는 메이저 기지는 지축 차량 기지이다. 부지가 매우 넓고 경· 중정비가 모두 가능하고 U턴 선로도 있다. 그에 반해 수서나 창동 기지는 경정비만 가능하다.

서울 9호선의 유일한 차량 기지인 개화 차량 기지는 역시 경· 중정비+U턴이 가능한 full set 기지이다. 바로 옆에는 시내버스 강서 공영 차고지도 같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으로 9호선은 동쪽으로 더 연장될 예정인데 그래도 차량 기지는 여전히 하나만으로 유지되려나 궁금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지하철들은 차량 기지가 있는 쪽부터 가장 먼저 개통한다. 양 끝에 두 곳이 있다면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가 있는 쪽부터 말이다. 그래서 서울 5호선은 고덕 기지가 있는 방향인 왕십리-상일동이 가장 먼저 개통했으며, 7호선은 온수 쪽이 아니라 강북의 도봉산-건대입구부터 먼저 개통한 것이다.
3호선과 4호선은 각각 지축과 창동 기지를 끼고 강북 구간인 구파발-양재, 상계-한성대입구부터 개통했다가 점차 남하한 반면, 8호선은 성남에 있는 모란 기지를 끼고 잠실-모란부터 먼저 개통했다가 암사까지 올라갔다.

2호선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다. 군자 차량 기지를 경유하는 신설동-종합운동장 구간이 최초이다. 회사로 치면 창립 멤버뻘 되는 구간이다.

이제 코레일 광역전철을 생각해 보면..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가 자리잡고 있기도 한 신이문 역 인근의 이문 차량 기지, 경의선의 문산 기지, 안산· 수인선의 시흥 기지, 경춘선의 평내 기지(평내호평-금곡 사이)는 모두 경정비와 중정비가 가능하다. 분당 기지도 중정비는 가능하지만 딱히 툭 튀어나온 공장이 항공 사진에서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그리고 코레일의 메이저 기지들은 도철의 메이저 기지와는 달리 U턴 선로도 없다. 전동차의 방향 전환을 아예 안 하지는 않을 텐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나 싶다.

이들 말고 병점 차량 기지와 구로 차량 기지는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이다.
원래 용산 역 일대에도 전동차 중정비 시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위해 모두 헐렸다. 용산으로도 모자라서 구로 기지마저도 지금은 재개발하고 더 외곽인 광명 일대로 기지를 옮기네 마네 하는 떡밥이 오가는 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6/28 08:36 2013/06/28 08:36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48

« Previous : 1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 29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989734
Today:
1294
Yesterday:
1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