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 고속철 정차역 총정리

서울, 부산: 경부 고속철의 시종착역이다. 서울은 대부분의 시내 구간을 여전히 기존 경부선 재래선과 공유하는 반면, 부산은 2차 구간이 개통하면서 대부분의 시내 구간을 지하 부설 신선으로 지나게 되었다는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서울 방면 차량 기지는 서울 이북의 경의선 행신 역에 있으나, 부산 방면 차량 기지는 더 남쪽에 있지 않다.

대전, 동대구: 고속철의 대표적인 중간 정차역으로, 고속철 노선 중 기존 경부선 일반열차와 그대로 환승이 가능한 유이한 역이다. 앞으로 수 년 뒤면 여기에도 시내 구간을 지상 고가로 통과하는 고속선이 개통되어 고속철이 기존 경부선과 완전히 분리되고 시내 통과 시간은 더욱 단축될 예정이다.

광명: 경부 고속철의 서울 서쪽 첫 정차역이다. 승강장이 반지하인 관계로, 전국의 일반열차 철도역 중 역사 전후로 선로가 지상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 유일한 역이라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영등포-광명 셔틀 전동차가 다니고 있다. 서울-대전-동대구-부산과 이 광명을 제외하고, 앞으로 소개되는 나머지 고속철 정차역들은 모두 승강장이 지상 고가에 있다.

천안아산, 오송: 이들은 대전-서울 사이 구간에 신설된 고속철 정차역인 동시에 일반열차 철도역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역들이다(각각 장항선, 충북선). 전자는 T자형으로 다소 치우친 환승이고 두 역이 서로 이름도 다르지만, 후자는 +자형으로 꽤 정확히 포개진 형태이다. 전자는 고속철 건설 당시부터 계획되어 있었지만 후자는 PIMBY 현상으로 인해 나중에 추가된 영 좋지 않은 역이다.

김천구미: 대구-대전 사이에 존재하는 유일한 정차역으로, 오송· 울산과 더불어 고속철 2차 개통 때 추가로 건설된 역이다. 하지만 김천과 구미 어느 도시로부터도 시내에서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안 좋고 역세권도 안습하다.

신경주: 비록 2차 개통 때에야 추가로 개통했지만 고속철을 구상하던 시절에 애초부터 계획은 돼 있던 역이다. 고속철 선로가 가장 급격한 커브를 트는 지점에 있다. 앞으로 동해남부선이 이쪽으로 이설되어서 이 역은 기존 동해남부선-중앙선 경주 역의 역할까지 흡수하는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고속철 역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금정 역 같은 방향별 복복선 승강장이 생긴다.

울산: 울산 시내에서 굉장히 멂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덕분에, 2차 신설역 중에서 그래도 가장 성공하고 잘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 역이다. 고속철 울산 역은 서쪽 극단에 있고, 기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태화강 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서 동쪽 극단에 계속 공존할 예정이다. 참고로 울산 공항도 울산의 동쪽 끝에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2/08 08:33 2012/12/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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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경전철 시승 소감

- 의정부 경전철은 잘 알다시피 부산에 이어 서울-수도권에 상륙한 최초의 경전철이다. 원래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이 진작에 개통했어야 하는데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정시 개통이 '나가리'가 났고, 그 사이에 부산이 지하철 4호선과 김해선을 통해 국내 최초로 경전철 시대를 엶으로써 선수를 쳤다.

- 경전철은 차량이 작은 덕분에 확실히 날래고 잽싸다. 문도 빨리 닫히고 금방 출발하고, 게다가 탁월한 가감속과 작은 회전 반경은 기존 대형 전동차 중전철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요소이다.

- 특히 급커브를 돌면서도 일반 철도 특유의 키링키링 쇳소리가 나지 않는 건 인상적이다. 다만, 전동차의 주행 소음은 큰 편이다. 차체가 작고 방음 설비도 덜 갖춰져서 차내에서 소리가 기존 중전철에 비해 더 크게 들리는 듯하다.

- 100% 진짜 무인. 신분당선과는 달리 승무원 1인 탑승조차도 없다. 게다가 종착역 도착 후 회차를 위해 차량이 인상선에 들어가려 할 때도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내리시기 바랍니다” 이런 거 없다. 그냥 차내에 짱박혀 있어도 된다. 얘들은 도중에 운행을 마치고 기지로 들어가는 열차도 없으려나..??

- 기관실이 없는 관계로 앞뒤가 훤히 보이고, 천장 위로 전차선이 없고 옆으로 전신주도 없다. 스크린도어가 있으니 어차피 선로 추락 우려가 없다면 제3궤조 방식도 승산이 있는 듯하다. (참고로 용인 경전철은 스크린도어가 없음)

-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상 고가 구간처럼 의정부 시내 전망이 한눈에 보인다. 그러면서 선로 구조는 부산 지하철 4호선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지하 구간이 전혀 없고 2량 1편성인 점은 오히려 김해 경전철과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단, 김해 경전철은 전기 규격만 750V 3궤조 집전 방식인 것만 빼면 쇠바퀴에 1435mm 표준궤인 것은 기존 철도와 똑같은 경전철이므로 참고할 것.

- 2량 1편성에 작은 폭은 마치 수인선 협궤 열차를 보던 느낌. 또한 차량 1량당 문이 3개인 것은 부산 지하철 1호선 열차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 사례이다.

- 차내와 승강장의 전광판은 의외로 검소(?)하게 꾸몄는지 컬러 LCD 화면이 아니라 그냥 LED 기반 도트 매트릭스 + 비트맵 글꼴이다.

- 다만, 그렇잖아도 운임이 1300원으로 비싼데, 장거리 간선도 아닌 주제에 환승 할인이 안 되는 건 병크이고 자충수로 보인다. 주말엔 의정부 사람들이 어디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족 단위로 놀이기구 이용하듯이 경전철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고 함.. 안습.

- 의정부 역과 시청 역 사이엔 아래로 복선도 아니고 2복선 철길이 지나는데, 이건 그냥 기존 경원선의 선로이다. 교외선과의 분기를 앞두고 선로가 잠시 복선에서 2복선으로 늘어나 있는 것이다.

- 민간 경전철은 기존 중전철 기반의 지하철이나 광역전철과 섞이지 않으려 하는 티가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이 일단 환승 할인이 없으며, 전철 내부에서는 아까처럼 시청이나 의정부처럼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역명과 겹치는 명칭도 대놓고 자기네 노선의 역을 식별하는 데 쓴다.

일종의 namespace 충돌인 셈인데, 비슷한 일이 용인 경전철이 개통하면 벌어질 것 같다. 환승역인 분당선 기흥 역과 에버라인 구갈 역부터 역명이 서로 다르며, 에버라인 측은 자기네 역명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그런다. 총신대입구-이수 꼴 나려나 보다. 이런...;;

Posted by 사무엘

2012/11/15 08:22 2012/11/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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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1차 개통 구간 탐방기

성남에 있는 분당은 고양시 일산과 더불어 1기 신도시의 양 축을 구상하고 있는 신도시이며, 수도권 전철 분당선은 분당과 서울 사이의 연계를 위해 만들어진 광역전철이다.

분당선은 여타 광역전철들과는 달리 연계하는 서울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선명과 노선색을 쓰고 있으며, 교류 전기를 씀에도 불구하고 전구간이 지하이기 때문에 마치 코레일만의 지하철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주변이 굳이 지하화를 해야 할 정도로 크게 개발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지하로 건설된 이유는 인근의 서울 공항으로 인한 보안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 분당선은 1994년 9월 1일에 수서-오리 구간이 최초로 개통했다. 그 당시엔 훗날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을 능가하는 시끄러운 전동차 주행 소음 때문에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왕십리에서 수원까지 연결되는 방대한 광역전철으로 확장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보다시피 공사의 진척은 한없이 늦다. 지난 10월에 드디어 북쪽 끝인 왕십리 구간이 완공되었으나 수원과의 연결은 언제쯤?
한편,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동차는 6량으로만 다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궁극적으로는 8량까지밖에 증결하지 않을 계획이라 한다.

이렇듯, 철덕의 입장에서 분당선은 할 말이 참 많은 노선임이 틀림없다.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분당선이 상당히 많이 길어져 온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개통한 1차 구간이 역사적으로 가장 분당선스러운 옛날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분당선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수서-오리 구간에 대한 종합 명세이다.

수서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서울 2기 지하철 사업의 일환으로 남쪽으로 연장되던 1993년 말에, 3호선의 종점으로 먼저 개통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여기와의 환승역이 되었다. 환승은 개념환승 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한 막장환승도 아닌 정도. 마치 1호선 청량리 역처럼 3호선 승강장은 환승 통로에서 계단을 도로 올라가야 나온다.
한때는 이 역이 3호선과 분당선 모두의 종점이었지만, 지금은 둘 다 노선이 연장되어 모두 단순 통과역으로 바뀌었다.

복정
서울 지하철 8호선 1차 구간이 개통한 1996년 11월에 8호선과 분당선 역이 동시에 개통한 환승역이다. 두 노선의 승강장은 상하로 정확하게 포개지는 일체형으로 건설된 덕분에, 계단 하나만 오르면 간편하게 환승이 된다. 게다가 이 역은 8호선과 분당선 모두 유일한 섬식 승강장이라는 특징까지 갖추고 있다. 교외 지대이기 때문에 역 주변은 한산한 편이며 버스 환승 센터와 거대한 유료 주차장이 있다.

그렇잖아도 분당선 수서-복정과 다음 역인 복정-가천대는 역간 거리가 꽤 길다. 전자는 직선 거리만 무려 3km에 달하고 후자도 2km가 넘는다. 서울에서 성남으로 넘어가는 교외 지대는 딱히 역세권이 없는 그린벨트이며, 특히 수서-복정 사이는 탄천과 수서 차량 기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지상화를 할 수도, 중간에 역을 만들 수도 전혀 없다. 그러니 복정 역이 아직 개통하기 전이던 1994~1996년 사이의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분당선 전동차는 수서에서 경원대(현 가천대) 역까지 5km가 넘는 거리를 무정차 쾌속 질주를 했었다. 3호선 일산선의 원당-삼송보다도 더 긴 간격임!

수서가 서울 메트로 냄새가 난다면, 복정은 8호선답게 철저하게 도철 냄새가 난다. 분당선 승강장으로 가려면 8호선 승강장을 반드시 거쳐서 내려가야 하며, 그 승강장 외의 다른 시설(출입구 안내판 같은)에서는 코레일체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대합실에는 8호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만 나와 있고, 분당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는 없다.

가천대
드디어 서울을 벗어나 성남 대로에 자리잡은 첫 역이다. 원래는 경원대 역이었지만 최근에 학교명이 바뀌면서 역명도 바뀌었다.
역의 한쪽에는 가천 대학교가 있지만 반대편에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성남 대로와 한데 바싹 붙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엔 숲과 고가 도로밖에 안 보이며 딱히 역세권이 없다. 지하철 통로와 가천대 입구는 마치 한양 대학교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인근의 동서울 대학은 딱 복정과 가천대 역의 중간에 있으며, 지역도 서울을 딱 벗어난 직후이다.

태평
온통 붉은 벽돌 인테리어로 도배되어 있는 게 인상적인 역이다. 그리고 모란 고개 때문에 주변의 역들보다 지대가 높은 편.
가천대와 태평 역엔 2012년 9월 현재까지 스크린도어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선로 중앙의 기둥엔, 1994년 분당선 첫 개통 당시의 역 번호와 로마자 표기법의 흔적이 담긴 옛날 역명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러 남겨 두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란

복정에 이어 또 다른 지하철 8호선과의 환승역이며, 8호선의 종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은 분당선의 개통과 함께 분당선 역이 먼저 영업을 시작하다가 8호선 역이 추후에 개통했다. 도철의 역무 시설만 존재하는 복정과는 달리, 모란은 두 역 사이의 환승 거리도 긴 편이며 도철과 코레일의 역무 시설이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한다. 또한 복정은 분당선이 8호선의 아래로 지나는 반면, 이 역은 8호선이 분당선의 아래로 지난다는 차이도 있다.
그리고 요금 정책의 차이 때문에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전용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그걸 쓸 수 있다.

태평-모란은 간격이 900m가 채 되지 않으며, 분당선 1차 구간으로 계획되었던 역들 중에는 역간 거리가 가장 짧다. 8호선과의 환승과, 모란 시장 같은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부득이 이동성을 희생하고 역을 또 만든 티가 난다. 과거에(2004년 이전) 성남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곳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 지점에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다.

야탑
다른 역들과는 달리, 지상 출입구로 나가면 시원스러운 광장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모란과 야탑 정도 오면 분당선이 좀 얕아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어디서 듣기로, 분당은 실제로 살짝 저지대라고도 함.
현재 성남의 종합 버스 터미널은 이 역 근처에 자리잡은 복합 상업 건물의 지하에 들어서 있다.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터미널로 바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통로가 한동안 만들기만 해 놓고 개방은 안 되어 있었으나, 2011년 무렵에 드디어 개방되었다.

태평과 야탑 역은 대합실 층에 열차 위치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불편하다. 사실, 복정도 8호선 말고 분당선 노선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모란-야탑은 역시 2.3km에 달하는 장거리이다. 중간에 외곽 순환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진출입로가 있으며, 성남 시청 신청사 및 아직 개발되지 않은 벌판도 지난다. 만약 여기까지 개발되어 복잡한 시가지가 조성된다면 모란-야탑 사이에도 미래에 역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매
2004년에 개통한 역으로, 지하철에서 초기 계획에 없었다가 두 역 사이에 역이 새로 삽입된 사례로는 국내 최초이다(복정은 늦게 개통했지만 그래도 계획이라도 돼 있었음). 마치 KTX 울산 역처럼 말이다. 이 역에 이어 2005년엔 1호선 동묘앞과 2호선 용두 역이 동일한 사례로 곧장 뒤를 이었다.
물론 야탑과 서현 사이는 3km가 넘는 장거리이긴 하지만, 이매 역은 개통 후에도 양 옆의 역보다 이용객 수가 여전히 매우 적다. 그래서 그런지 스크린도어도 역시 없다.
21세기에 개통한 역이지만 이 역도 승강장 크기는 8량이 아닌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주민들의 요구로 인해 공사는 1990년대 중후반에 꽤 일찍 시작했고 단지 개통이 늦어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역은 출입구가 역의 양 끝으로 무척 치우쳐서 존재하여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번호의 출입구 사이의 거리가 300미터에 달한다. 왜냐하면 중앙엔 역 주변으로 공원이나 아파트 담장만 있기 때문에 전철에서 내린 후에 갈 곳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최대한 아파트 입구나 마을 어귀 쪽으로 출입구를 내려다 보니 앞뒤로 멀어진 것이다. 분당선의 개통 초기에 이 자리에 역이 괜히 없었던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 이매 역은 분당선에서 유일하게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되었다.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가능하려면 게이트를 열차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만들어서 앞뒤를 막아야 하는데, 이매 역은 출입구가 앞뒤 극단에 있다 보니 앞뒤로 게이트를 둘 수 없고 부득이 평행하게 게이트를 만들게 되어, 승강장 횡단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매 역은 부역명이 성남 아트 센터이지만, 거기와 전혀 가깝지 않다. 오히려 야탑에서 가나 이매에서 가나 거리가 별 차이가 없다. ㄲㄲ

서현, 수내
이 두 역은 성남 대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것, 그리고 민자역사로 조성되어서 역 출입구 전체가 백화점 건물 내부로 쏙 들어가 버린 매우 특이한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지하철역의 출구 번호와, 각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의 출입구 번호가 달라서 초행자가 혼동하기 딱 좋다.
광역전철이든 일반열차든 선로가 어차피 지상에 있는 철도역이 민자역사가 된 경우야 적지 않지만, 이미 지하철의 형태로 고유한 출입구 체계를 갖춘 역이 민자역사로 덮인 경우는 희귀하다.

정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신분당선과의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역이다. 예전에는 이 지역을 궁내동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행정 구역이 바뀐 것 같다.
이 역과 다음 역인 미금 사이는 1.8km 정도로 긴 편이다. 그리고 이 두 역 사이에 신분당선 연결선도 있으며, 두 역 사이 지점에 그 이름도 유명한 NHN 본사가 있다.

미금, 오
내려 본 적이 없어서 이 두 역에 대해서는 내가 정보가 제일 부족하다.
다만, 오리의 경우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이어서 유명하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그 후 지하에 쌍섬식 승강장은 완급 결합 운행을 본격화한 서울 지하철 9호선 때 여럿 더 생기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13 08:27 2012/11/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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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은 수도권 전철계의 오랜 숙원이 둘이나 이루어진 달이다.
일단 월초엔 남쪽으로만 길어지던 분당선이 드디어 서울 강북까지 올라와서 왕십리-선릉 구간이 개통했다. 수서-선릉 구간이 2003년 가을에 개통했으니 거의 9년 만의 추가 연장이다. 이로써 한강에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사용하는 것에 이어 철도용 하저 터널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며, 여타 코레일 관할 노선과의 연결이 없이 수도권 동남부에서 혼자 고립되어 있다시피하던 분당선은 드디어 연결점이 생기게 되었다.

그 뒤 지난 10월 27일엔,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더 길어졌다. 온수-부평구청 연장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의정부와 광명뿐만 아니라 부천과 인천 외곽까지 가는 긴 노선이 되었다. 그 결과 7호선은 1996년의 장암-건대입구(1차), 2000년의 건대입구-온수(2차)에 이어, 2012년의 온수-부평구청이라는 세 단계 개통 내력을 갖게 되었으며, 차량 계보도 1차와 2차, 3차가 모두 외형과 구동음이 제각각인 독특한 체계를 구성하게 되었다.

2009년에 9호선이 개통하고, 2010년 말에 3호선 수서-오금 연장 구간이 개통하고, 이제 7호선 연장 구간까지 개통했으니, 1990년대 초반에 수립되었던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은 IMF 때문에 폐기된 것을 제외하면 다들 완결되었다.

이번 7호선의 연장 구간 개통은, 약 4개월 전의 수인선 개통과는 다음과 같은 여러 비슷한 점들이 있다. (1) 토요일 개통, (2) 개통 당일 비, (3) 10km 남짓한 개통 구간의 길이와 9~10개 정도의 역 수도 비슷함,
(4) 온수든 오이도든 시승 지점 주변은 별다른 상업 시설 없는 외곽 지대, 그리고 (5) 새 노선으로 인해 인천 지하철에 환승역이 추가됨(7호선과는 부평구청, 수인선과는 원인재).

이에 본인은 이것도 새벽 5시 반 첫 차를 시승하러 금요일 밤부터 준비하고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날 밤에 전철 막차를 타고 미리 가서 노숙이나 외박을 한 게 아니라, 철도 답사 목적으로는 난생 처음으로 차를 가져갔다. 외박까지 하기에는 기력이 부족했고, 이왕 멀리까지 나간 김에 차로 다목적 테마 여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더구나 추위와 비 같은 날씨 사정을 감안했을 때, 차를 가져간 건 결과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었다.

새벽 2시. 강변북로와 경인대로를 달려 온수 역에 도착했다. 이런 늦은 밤인데도 도로에는 차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도상으로 온수 역 남단에 공영 주차장을 확인하긴 했으나, 그쪽으로는 안 가고 북단의 어느 공사장 옆 골목길에다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 뒷좌석에 누워서 두어 시간가량 잤다. 새벽부터 기온이 더 내려가고 비가 오기 시작했으나 차 안은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차를 가져가는 대신 밖에서 군것질은 안 하려고 물과 각종 간식에 심지어 도시락까지 챙긴 상태였다.

5시 20분. 차에서 내려서 드디어 7호선 온수 역 승강장으로 갔다. 그리고 30분 정시에 부평구청으로 떠나는 첫 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했다. 다음은 연장 구간과 관련된 몇 가지 관련 정보들이다.

  • 운영: 7호선의 모든 열차가 부평구청까지 가는 건 아니다. 마치 분당선에 죽전 행과 기흥 행이 반반씩 있듯, 7호선에도 온수 행과 부평구청 행이 반반씩 다닌다. 따라서 온수-부평구청 사이의 실질적인 열차 배차 간격은 마치 5호선 상일동-마천 지선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예상 수요, 차량 기지의 위치, 보유 중인 전동차 수 등 여러 정황상, 모든 열차를 연장하는 건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그런다.
  • 차량: 음 성직 사장 시절에 개발된 자체 전동차 SR001이 신규 투입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나도 1시간 반 남짓한 시승 시간 동안, 상· 하행을 통틀어서 신형 전동차는 한 번도 못 봤다. 전체 전동차 수에 비해 3차 도입분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은 미미하다. SR001을 못 타 본 건 좀 아쉬운 점.
  • 인터페이스: 7호선 연장 구간은 역명판이나 각종 안내 표지판에 서울 남산체나 전통적인 초롱테크 지하철체가 아닌 일반적인 고딕체를 사용하였다. 9호선처럼 지하철의 지상 출입구에서부터 열차 위치를 표시해 놓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번 연장 개통 구간은 크게 두 개의 phase로 나뉜다. (온수)-까치울-부천시청, 그리고 다음 상동-부평구청으로 말이다. 앞의 서울-부천 구간은 모두 터널식으로 건설되었다. 그래서 열차가 달리는 터널을 보면 단선 쌍굴이며 역들이 죄다 섬식 승강장이다(왼쪽 문 열림). 7호선은 특히 강남 구간은 섬식 승강장을 거의 찾을 수 없는 노선(보라매 역이 유일)으로 유명한데 그 관행을 부천 연장 구간이 깨뜨렸다.

서울에서 연장 구간이 첫 시작되는 온수-까치울 사이는 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야산 아래로 “길이 없는 곳을 억지로 파고들면서” 만들어졌다. 덕분에 주행 중에 커브 소음이 느껴지며, 중간에 역을 만들 곳도 없어서 역간거리가 거의 2km에 달한다.
7호선은 어차피 강남 구간에 이런 구간이 좀 있다. 내방-고속터미널도 중간에 공원 아래를 지나며, 남성-숭실대입구도 언덕과 아파트 단지 아래를 지나서 역간거리가 아예 2km를 넘는다.

똑같이 섬식 승강장이어도 신중동-부천시청 역은 여타 역들보다 플랫폼이 대단히 넓다. 이는 지상에 고가도로가 있어서 이를 건드리지 않고 공사를 한 귀결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인해 독특한 모양의 승강장이 생긴 역이 있다(아현 고가 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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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합실이 아니라 심식 승강장이 이렇게 거대하다.

부천시청 역의 인근에는 안 중근 기념 공원이 있다. 실제로 부천시는 중국 하얼빈 시와 자매 결연을 맺기도 했다고 한다. 지하철이 개통했으니 이 공원의 접근성과 인지도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안 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 10월 26일인데, 7호선 연장 개통이 그 이튿날인 것은 그냥 우연이려나?

그리고 독립 운동가를 기리는 비슷한 심상의 다른 전철역으로 신분당선 '양재 시민의 숲' 역이 있다. 거기는 인근에 윤 봉길 기념관이 있으며, 역의 부역명이 아예 '매헌'(윤 봉길의 호)이다. 조국을 사랑하는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고 찾아가 보시기 바란다.

자, 상동부터는 섬식 대신 상대식 승강장이 시작된다(오른쪽 문 열림). 여기는 터널식이 아니라 도로를 파헤쳐서 박스를 집어넣는 개착식으로 건설되었으며, 한 터널에 복선 철길이 깔려 있다.

종착역인 부평구청 역의 인천 지하철 환승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보통 수준인 것 같다.
다만, 밀폐형 스크린도어에다 고해상도 올컬러 액정 모니터까지 갖춰진 최고급 서울 지하철에 비해, 아직 스크린도어도 없고 청색이 없는 저해상도 LED(발광 다이오드) 전광판을 쓰는 인천 지하철 승강장을 보니, 지하철 시설조차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시작된 건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가지 옥의 티: 부평구청과 부천시청.. 전자에서는 '청'의 한자를 중국 간체자로 썼는데 후자에서는 그냥 한국 번체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일찍 7호선 연장 구간을 쭉 왕복하고, 환승역에서 환승 통로를 둘러 보고, 중간의 역에서 한번 내려서 나가 보기도 했다. 수많은 정보들을 수집한 뒤 내 승용차가 있는 온수 역 인근의 기지로 복귀(?)하니, 아침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7호선에 대해서 두 가지만 더 얘기한 뒤 지하철 얘기는 마치도록 하겠다.

* 7호선의 상대적 심도

수도권 전철 노선들 중에 환승역 사이의 상대적인 심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단연 서울 지하철 7호선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온수부터 시작해 이수, 건대입구, 태릉입구, 도봉산 등 모든 환승역에서 7호선은 다른 노선보다 언제나 더 아래로 지나거나 최소한 심도-고도가 뒤떨어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깊기로 악명 높은 5호선조차도 다른 모든 환승역에서는 아래로 지나지만 7호선과 만나는 군자에서만은 7호선이 아래이고 5호선이 위였다.

그랬으나 이 7호선에도 예외가 생겼다. 2009년에 개통한 9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7호선보다도 더 아래로 지난다. 그리고 분당선 강남구청 역도 7호선 강남구청 역보다 더 아래로 지난다. 분당선 역시 서울 강남 구간에서는 거의 공항철도 서울 시내 구간에 필적하는 엄청난 깊이를 자랑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 서울 정기권 통용 여부

서울 1기 지하철들은, 서울 시내 순환인 2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1, 3, 4호선들이 다들 코레일 광역전철과 직통 운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2기 지하철들은 그런 관행이 없이 오로지 인서울을 표방하고 있다. 5, 6호선이야 정말로 인서울이지만, 8호선은 성남 구시가지를 경유하며 7호선은 의정부와 광명을 잠깐 경유하고 이제는 부천과 인천까지 가는 방대한 노선이 되었다. 서울만의 지하철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8호선은 여전히 전구간이 서울 도시철도 공사(도철) 관할이다. 그리고 도철 관할 노선은 행정구역상으로 인서울이 아니어도 서울 전용 지하철 정기권이 통용된다는 이례적인 관행이 있었다. 8/분당선 환승역인 모란 역이 이것 때문에 '아리까리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코레일 분당선 게이트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게이트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행에도 예외가 생겨, 7호선의 부천-인천 연장 구간에는 서울 정기권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었다. 이제 도철도 모든 구간이 서울 구간은 아니게 된 셈.

Posted by 사무엘

2012/10/31 19:20 2012/10/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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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철도의 영으로 충만한 사람이다. 지난 2004년 초, 새마을호 열차 객실과 Looking for you 음악이라는 두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었을 때, 본인은 딱 왕하 3:15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뼛속까지 철덕으로 거듭났다. 한국 철도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집합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을 위한 육상 교통수단임을 실감하였으며, 철도를 나의 개인적인 정신 지주로 영접했다.
 
나는 철도 덕분에 그야말로 세상을 보는 안목과 가치관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철도가 나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주고 감성을 키웠는지, 게다가 심지어 애국심과 국토 사랑 정신까지 고취시켜 줬는지를 나는 언제라도 얼마든지 간증할 수 있다. Looking for you를 안 들어 봤기 때문에 새마을호 여행만도 못한 별 허접하고 수준 낮은 체험을 갖고서 천국 간증이네, 은사주의네 하면서 사람들이 속는다고 난 생각한다.
 
본인은 지난 수 년 동안 성경을 알고 영적으로 양육을 받으면서 하나님과 세상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던 것들이 교정되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것이 바로잡혔으며, 모나고 괴팍하던 성격도 예전에 ‘비해서는’ 굉장히 많이 부드러워졌다. 죄에 대한 감각이 더욱 민감해졌고, 지금 상황에 맞는 성경 구절이 더욱 빠르게 생각나는 수준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철도 사랑은 변함없이, 아니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렬해졌다. 철도는 예수님도 좋아하시거나 최소한 묵인· 용인하는 게 틀림없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철도교와 기독교는 모순이나 대립 관계가 아니다. 내가 한 번 받은 구원을 잃지 않는 것만큼이나 세상 그 어느 것도 새마을호 안에 있는 철도 사랑으로부터 나를 떼어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머리 내부에 ‘연예, 오락, 스포츠, 유흥’ 분야는 오로지 철도가 100% 꽉 장악해 있어서 다른 영화, 드라마, 유행가, 스포츠 따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이렇듯 이 글을 읽는 분들, 그리고 본인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은 본인이 못 말리는 철도광이라는 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내가 맨날 철도 얘기를 떠벌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회사에서도 내가 철도 덕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내 개인 홈페이지의 방문객 중에서는 더 말이 필요 없다.
그리고 몇몇 지인들은 내게서 맨날 주워 들은 게 있어서 섬식 승강장, 복선, 경부선, 폐색 구간 같은 용어 정도는 구사하며, 심지어 Oh Glory Korail (한국 철도 공사 사가) 노래의 멜로디를 기억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다같이 좀 생각해 보자. 그런 것처럼,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 자신으로 인해서 복음이나 예수님, 성경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올바른 쪽으로 바뀐 게 있는가?
당장 예수님 영접하고 구원받아서 교회 출석을 시작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교회 댕긴다는 인간들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그래도 저 사람은 예외적이고 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쟤 앞에서는 기독교 욕 함부로 하기가 좀 껄끄럽다. 성경에 대해서 만에 하나 궁금한 게 있으면 앞으로 저 사람에게 물어 봐야겠다” 정도의 평판이라도 있는가?
 
우리가 믿는 복음은 언뜻 보기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황당한 낭설 같지만 정말로 살아 있고 권능이 있다. 지금은 죽고 없는 옛 성현들의 듣기 좋은 격언 같은 차원이 절대로 아니다. 복음은 제일 쉬운 구원의 길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절대로 “나만 구원받고 끝”으로 혼자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영원도, 구원도 없이 그저 세상적인 오덕질에 불과한 철도 복음만 해도 저 정도인데, 진짜 혼을 회심시키고 구원시키는 예수님의 은혜의 복음은 밖으로 퍼져 나가지 않으면 못 배기는 존재이다.
 
그래서 이를 필사적으로 막고자 마귀는 지능안티들을 참 많이도 만들어 놨다. 정상적으로 성령 충만한 크리스천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상한 위선자, 개념 없는 광신자, 나약한 루저 이미지를 예수쟁이와 딱 연결시켜 놓았다. 그리고 영적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으면서 스스로 합리적이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육신적인 크리스천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고작 저런 위선자· 광신자 부류와 같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이 얼마나 수준 낮고 답답한 생각인가?
 
성경을 살펴보자. 출애굽기의 모세는 열 가지 재앙이 내려지던 시절에 파라오가 제안한 각종 절충안들(가긴 가되 애들은 놔두고 가라, 짐승을 일부는 남겨 놔라 등)을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영적 교훈을 남겼다.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종교 행위가 주변이나 후세에 끼칠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려고 나름 잔머리를 굴렸던 것이다.
 
그리고 다리오 왕 시절의 다니엘이 있다. 그때 내려진 칙령은 모든 관료들에게 일일이 청문회로 사상 검증을 실시해서 예수쟁이들을 색출해 내겠다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그냥 한 달 동안은 혼자 골방에서 숨어서 기도를 몰래 해도 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참 고지식하게도 여전히 늘 하던 대로 공개적으로 “나 하나님 믿소” 티를 다 내면서 기도를 하다가 사자굴에까지 갔다 왔다. 이 점을 우리는 잊지 말자. (단 6:7,10)
 
예수 믿고 구원받은 사람에게서 끊임없이 예수님 얘기가 나오는 건 철도 덕후한테서 맨날 철도 얘기와 Looking for you 얘기가 나오는 것과 같다. 더 직설적인 비유를 동원하자면 똥에서 똥 냄새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방사성 물질로부터 방사능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과도 같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로, 똥 냄새가 안 나는 똥이 똥일 수가 있을까?
 
“남에게 티를 내거나 강요는 절대로 하지 말고 예수는 너 혼자만 조용히 믿어라”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건 온전한 신앙의 자유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기독교 신앙은 그런 식으로 절뚝발이 형태로 믿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의 국가들 사이에도 전쟁을 하는데 룰이라는 게 존재한다. 군인과 민간인을 분명히 구분하여 민간인의 피해가 없게 하고, 정정당당하게 싸운 군인은 설령 포로로 잡히더라도 명목상으로나마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게 하기 위해서이다.
 
현대전에서 어떤 군사 집단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조직이 아니라 교전권을 갖춘 정식 군대로 인정을 받으려면, 신원이 알려진 사령관에 의한 명확한 지휘 체계가 있어야 하고 모든 전투원이 통일된 고유한 복장을 갖춰서 피아 식별이 공개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무기를 겉으로 공공연히 휴대하고 다녀야 한다.
 
이것은 영적 전투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 쪽 진영의 사령관에 대해서야 더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투원인 우리 역시 자신의 영적 소속과 정체성에 대해서 세상을 상대로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드러내고 노출시킬 생각을 해야지,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민간인으로 변장하고 적진에 침투한 뒤에 주머니에서 수류탄이나 툭 던지고 도망치는 식으로 어줍잖게 싸워서는 공을 세우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러다가 나중에 적에게 잡혔다간 더욱 처참한 꼴을 당하게 된다.
 
그러면서 크리스천들은 “당연히” 실수도 많이 한다. 복음을 전하는 열성이 너무 지나쳐서 너무 극성스럽게 굴 때도 있고, 낙담한 나머지 육신이 앞서서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될 때도 있다. 그래서 도리어 복음에 대한 간증을 잃게 만드는 행동을 종종 한다. 본인 역시 그 누구보다도 그런 사고를 많이 쳤다.
 
그런데 그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철도 복음이야 안 믿었다고 지옥 갈 일도 없고, 버스와 철도가 힘을 합쳐서 모로 가든 서울만 빠르고 안전하고 편하게 가면 된다고 가르치는 복음이니,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고 그냥 소꿉장난 수준밖에 안 된다. 그에 반해 예수님의 복음 같은 엄청나고 극단적인 복음은 전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실수를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노릇이다. 예수님도 그걸 뻔히 알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성도들에게 맡기셨다!
 
실수했으면 하나님께는 회개하고 사람에게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다시 본업으로 복귀하면 된다.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안 하면 그걸로 끝이다. 마치, 봐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성경을 아예 안 읽는 것이 잘못이듯, 미숙함을 핑계로 자신의 영적 소속을 드러내고 알리는 일을 언제까지나 주저하는 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이 될 수 없다.
 
죽으면 다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절대적인 선과 악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기 의를 철석같이 믿는 사람, 성경에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을 내 논리와 지식으로 완벽하게 설득하려고 마음먹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오만이다. 언제 하나님께서 당신더러 그러라고 하셨던가?
 
잃어버려진 자들에게 그냥 내 인격을 걸고서 하나님의 의와 심판, 죄와 복음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알려 주기면 하면 된다. 단지 그 말이 정말로 듣는 사람을 “위해서”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사랑의 호소력을 불어 넣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봐도 예수님 영접은 어렸을 때 빨리 하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 세상 연륜과 성경 교리와의 충돌의 폭이 그리 크지 않으며, 사고를 친 것도 크게 허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작은 시행착오를 몇 번 미리 겪고 거기에 적응과 면역이 되고 나면, 장성한 뒤부터는 탄탄대로이다. 평생 흥청망청 살다가 죽기 바로 직전에만 예수 믿으면 된다고? 큰일 날 소리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 볼 게 있다. 교회사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여러 신앙의 선배들이 있고 특히 순교자들이 있다. 그분들을 존경하고 그분들의 삶으로부터 도전을 받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들만 우리로서는 엄두도 못 낼 무슨 엄청난 초인적인 일을 해냈다는 식으로 괴리감을 두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결말로 빠질 수 있다.
그런 사고방식이 악화되면 천주교 성인 제도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약 5:17 같은 말씀을 생각하면서 영웅 콤플렉스를 교정해야 할 것이다.
 
하늘에 가면 우리도 초대 교회 시절이나 중세 암흑기 시절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놀라겠지만, 그 선조들 역시 말세에 벌어진 말도 안 되는 교리적 배도와 총체적 혼돈,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진리를 사수해 낸 성도들의 싸움 얘기를 들으면 아마 까무러칠 것이고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상당수의 옛 믿음의 선배들은 진화론이 뭔지도 몰랐을 것이며, 영어 성경 역본이 200종이 넘어가고 이중 대부분은 변개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일례로 인간 횃불이 되고 사자에게 잡아 먹히며 순교한 옛날 사람들은, 말세엔 근본주의 크리스천들이 사형 제도 폐지를 반대하고 비판하게 될 거라고 꿈엔들 예상했을까?
우리 같은 마지막 시대 라오디게아 팀은 사육신은 못 돼도 생육신은 충분히 된다. 어깨를 펴고 살도록 하자.
 
도산 안 창호는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 왜 인물이 없느냐고 탄식하지 마십시오. 왜 당신이 그 인물이 될 생각을 안 하십니까?

안 창호 자신이 크리스천이기도 했고, 저건 성경적으로도 굉장히 통찰력이 있는 말이다. 지금 우리의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영적으로 더욱 어둡고 암울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게 된다. 환란 전 휴거라는 약속마저 없으면, 정말 꿈도 희망도 답도 없다. 재물이 없으면 시편 37편 같은 신앙밖에는 후세에 물려줄 게 없다.
 
정말 심각한 마음으로 구국의 일념으로 길거리에서 프리칭을 하고, 전도지를 나눠 주고, 성경과 신앙 서적을 출간하거나 출간을 후원하고, 주일학교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은 그리스도의 군사가 그저 잠자코 있기에는 너무 위급한 상황이다. 우리도 초대 교회 시절의 순교자처럼 살 수 있고, 살아야만 한다. 단지 그 삶을 실현하는 배경과 방법이 다를 뿐이고, 그 방법을 실천할 기회는 오늘날 시국이 말해 주듯 주변에 널려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는 위기인 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기회”라는 사고방식으로 살면 나의 영적 본분을 잊지 않고 살 수 있고 삶을 사는 방식도 많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감당하지도 못할 엄청난 권면을 함부로 늘어놓은 건 아닌가 싶어 글을 맺기가 부담스러우나, 그러나 본인 역시 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차츰차츰 내 삶을 하나님의 방식에 맞춰 보련다. 내가 그걸 지향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도 철도 오덕질 그렇게 하고도 안 짤리고 보직 유지하고 버티고 있는 게 틀림없다.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2/10/10 08:30 2012/10/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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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서울역-DMC는 서울에 있는 도시철도/광역전철 중 배차간격이 가장 긴 구간이다. 사실 인서울뿐만이 아니라 수도권 전체, 아니 전국의 지하철까지 다 포함해도 말이다. 1시간에 1대꼴이니 이건 배차가 길기로 악명 높은 중앙선이나 2호선 지선조차도 가뿐히 관광 태우기에 충분하다.

이 구간에 열차가 이렇게 드문 이유는 잘 알다시피 용산-서울역에서 수색 기지로 입출고하는 KTX 포함 일반열차들이 차지하는 트래픽 때문이다. 몇 분 간격으로 화물도 아닌 여객 열차들이 드나드니, 이곳 선로를 2복선 이상으로 확장하지 않는 이상 경의선 전철은 도저히 더 늘릴 수가 없다. 수색 기지를 지난 뒤인 DMC 이북부터나 현재의 중앙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열차가 다니는 실정이다.

서울역-DMC 사이에 있는 경의선의 중간 경유역으로는 신촌과 가좌가 있다. 외곽의 차량 기지 주변의 시종착역도 아니고, 엄연히 서울 중심부에 이런 특이한 역이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신촌은 지하철 2호선의 역과 이름이 겹치기도 하기 때문에 흔히 '기차 신촌 역'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엄밀히는 경의선 신촌 역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신촌과 가좌는 이렇게 열차 운행 위상은 동일하지만 실질적인 지위는 가히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신촌은 연세대와 이화여대에 인접했다는 천혜의 위치 덕분에 이용객이 많고 진작에 큼직한 민자역사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넓은 광장까지 있다! 일반열차도 안 서고 1시간에 1대꼴로 다니는 전철밖에 없는 것치고는 상당히 과분한 대우이다. 아담하던 구역사는 진작에 한쪽 구석으로 이설되었고,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

그 반면 가좌 역은 아직 신역사가 건설 중이고 구역사는 서울 시내의 '간이역'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직접 가 보면 그 초라함과 허접함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가좌 역에서 내리면 우리를 반기고 있는 것은 급조한 듯한 임시 섬식 승강장 하나이다(그러고 보니 신촌도 섬식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역사는 선로와는 따로 작은 건물로 존재하는데, 승강장에서 거기로 가려면 놀랍게도... 철길을 건널목으로 평면 횡단해야 한다! 수도권, 고상홈 전동차를 타는 역에 선로 평면 횡단이 존재하는 역은 수도권, 아니 전국을 통틀어 유일하게 여기밖에 없을 것이다. 가히 수도권 전철계의 '영동선 스위치백' 같은 유물(legacy)이지 않은지?

역 건물은 한 층밖에 안 되고 냉방도 없이 철도 대합실 같은 분위기이다. 내부에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이란 게 없다. 비유하자면 지금의 인천 역과 딱 비슷한 분위기이다. 인천 역이 '바로타'이듯이 가좌 역도 '바로타'이다. 다만 인천 역은 종점이다 보니 두단식 승강장이 가능한 반면, 가좌는 그렇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건널목이 존재하는 것이다.

신촌과 가좌 역에는 역사적인 사연이 있다.
철덕이라면 옛날에 용산선이라는 철도가 있었고 거기엔 중간에 효창, 서강이라는 역이 있었다는 걸 아실 것이다. 용산선은 용산 역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서울 지하철 6호선과 비슷한 선형을 탔다가 가좌 역에서 지금의 경의선과 합류를 했다. 서강 역에는 당인리 화력 발전소로 분기하는 지선도 있어서 발전소에 석탄 공급 화차가 다녔으나, 이 선로는 1980년대에 폐선됐다.

그리고 사실은 용산선이 오리지널 경의선 구간이었다. 경의선은 서울 역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더 앞서 있다. 서울 역에서 출발하여 신촌을 경유하는 경의선 신선은 나중에 1920년대가 돼서야 생겼다. 신촌 역이 바로 이 시기에 영업을 시작했으며, 오늘날 서울 역의 전신인 경성 역은 그로부터 수 년이 더 지나서야 완공되었다.

그래서 서울 역 이북으로 신촌, 가좌 쪽으로 가는 선로는 왼쪽으로 상당히 급격한 드리프트가 있고 중간에 터널까지 지난다. 뭐, 용산선도 드리프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경의선 신선은 구선보다도 없는 길을 무리해서 힘들게 만든 흔적이 역력함을 알 수 있다. 경의선이 처음부터 서울 역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런 곡선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선로는 용산 대신 경성/서울 역을 뒤늦게 한반도의 허브 철도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결과물인 것이다.

용산선은 여객 취급은 안 하고 코레일이 내부적으로 비밀 아지트처럼 사용하는 단선 철길이었는데 수 년 전에 드디어 폐선되어 선로가 철거되었다. 그러나 해당 구간은 지하화되어 복선 전철로 재건설되고 있다. 이미 공항 철도가 동일 구간을 아주 깊숙히 지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수도권 전철 경의선은 지하에서 용산까지 간 후, 지금의 중앙선 복선 전철과 직통 운행을 하게 된다. 내가 예전에도 글로 썼듯이, 서울 역에 공항 철도가 들어왔다면 용산 역엔 경의선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경춘선 ITX 청춘에 이어 경의선까지 말이다!

신촌과 가좌의 미래의 위상은 여기서도 또 갈린다. 가좌는 지하 용산/경의선에 속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지하에 승강장이 새로 건설된다. 그런데 용산을 기점으로 하는 지하 경의선이 개통하더라도 지금 신촌을 경유하는 서울 계통 경의선도 여전히 존치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들의 인지도와 수요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 지금 DMC에서 멈추는 열차들만 용산까지 그대로 연장되고, 서울-신촌 경유 열차는 변동 사항이 없이 1시간에 1대꼴로 유지된다는 뜻 되겠다.

그래서 지금은 비록 초라한 몰골의 가좌 역이지만, 계획대로라면 이 역은 지상 승강장과 지하 승강장을 모두 갖춘 특이한 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파주, 문산 쪽으로 간다면야 지상과 지하 중 먼저 오는 열차를 아무거나 타면 될 것이며, 용산으로 가려면 지하 승강장으로 가고, 서울로 가려면 시각표 보고 지상 승강장으로 가면 된다.

새롭게 태어나는 가좌 역의 모습이 기대된다. 용산 방면 지하 경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하면 이것이 경의선의 본선 역할을 할 것이고, 기존의 서울-신촌 방면 지상 경의선은 열차의 회송이 main이고 전동차는 보조인 지선 성격으로 위상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철덕이라면 환골탈태하기 전의 지금의 가좌 역을 어서 다시 방문하여 구경해 보시기 바란다. 열차가 1시간에 1대꼴로 다니니, 인서울이면서도 어지간한 근성 없이는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본인은 밀덕, 역사덕, 애니덕 등 여러 덕 중에서도 하필 철덕이 된 것을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특히 새마을호 Looking for you를 계기로 철덕이 된 것은 그저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9/27 08:37 2012/09/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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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지하철 소개

예전에 올린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본인은 반공-_- 성향이 강하며 정치적으로 북한 정권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공산주의고 나발이고 간에 우리나라를 삥뜯고 시종일관 민폐만 끼쳐 왔으며, 눈엣가시 같은 짓만 골라서 해 온 놈들이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서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것만큼이나 쟤들도 사과를 하고 개과천선한 적이라고는 없다. 대남 적화 야욕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다.

그들은 국제 사회로부터 주어진 개방과 회생의 기회는 죄다 제 발로 거절하고 세계 최악의 생지옥 국가를 만들었다. 지도자라는 작자는 국민들을 먹여 살릴 돈과 물자로 핵 무기나 만들고 개인적인 향락만 즐겼다.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는 기근이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이라고 남 탓만 한다. 그러니 아량과 자비를 베풀고 예쁘게 봐 줄 구석이 어찌 눈꼽만큼이라도 있으리요?

사실, 극소수의 정신줄 놓은 좌빨 종북주의자를 제외하고는 북한 정권을 좋아하는 사람 자체가 있을 리 없겠지만(스톡홀름 증후군?), 그 극소수의 인간들이 국가에 끼치는 손해가 워낙 막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법은 그런 부류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부득이 다소 원시적이고 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약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본인은 그런 정치관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과 호기심도 많은 편이다. 같은 한국어와 한글을 쓰는 동족이 지도자 잘못 만난 죄로 어떻게 저 정도로 맛이 가고 흑화해 갔는지... 이 21세기에 서울에서 100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한반도 북부에 어떻게 절대로 가 볼 수 없는 위험한 지역이 존재할 수 있는지가 솔직히 신기하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ㄱㄱㅇㅅ라는 충격과 공포의 물건이 있어서 전에는 일반인이 보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던 장소들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특히 지리덕에게!) DMZ와 판문점도 보이고 예전에 국기 높게 달기 경쟁을 하던 대성동· 기정동 마을까지 항공 사진으로 다 볼 수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도 볼 수 있고 평양 시내도 들여다볼 수 있다.

자, 북한에도 관심이 많고 한국 철도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북한의 철도 체계, 그리고 더 세부적으로는 평양의 지하철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 된다.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겠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북한은 지하철이 다니는 나라치고는 상당히 가난한 나라이다.
그래도 북한이 최초의 지하철을 만들기는 남한보다 1년 더 먼저 만들었다.

평양 지하철은 노선이 딱 두 개이다. 1973년에 첫 개통한 천리마선과, 1975년에 개통한 혁신선. 노선별로 역이 10여 개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주 소규모이다.
다음은 평양 지하철의 역명과 주변의 역세권을 나열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천리마선 (종축)

붉은별: 장경동, 2인민병원
전우: 혁신선 전승 역과의 환승. (역명이 서로 다름)
개선문: 말 그대로 개선문이 인근에 있음
통일: 칠성문, 모란봉 야외극장
승리: 김일성 광장
봉화: 해방산 려관
(영광): 평양 역, 김책 공업 전문 대학, 고려 호텔
(부흥): 화력 발전소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평양에는 대동강이 있다. 봉화 역 이남으로는 하저 터널을 뚫고 평양의 강남과 강북을 지하철로 연결하겠다는 게 북한의 당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71년, 하저 터널 건설 중에 터널이 붕괴되어 10여 명의 인부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난 뒤 그 계획은 철회되었다. 사실, 한강 하저 터널은 남한도 삼부 토건이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건설하면서 1990년대에 와서야 NATM 공법으로 해낸 어려운 과업이다.

북한은 하저 터널 대신 강을 따라 서쪽으로 평양 역과 화력 발전소, 그리고 김 일성의 생가 쪽으로 노선을 연장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것이 1987년에 개통한 만경대선인데, 사실상 천리마선의 연장이나 다름없다. 마치 서울 지하철 3호선과 일산선의 관계와 비슷한 셈. 영광과 부흥 역은 만경대선 구간이다.

* 혁신선 (횡축)

광복: 광복 다리
건국: 평남선 보통강 역
황금벌: 경흥관
건설: 류경 호텔
혁신: 서평양 려관
전승: 천리마선 전우 역과의 환승. 전우동. 지하철도 건설 박물관, 2· 8 문화회관
삼흥: 김일성 종합 대학
광명: 금수산 기념 궁전. 김 일성이 죽은 후 이 역은 열차가 무정차 통과.
락원: 대성산 유원지

북한의 어지간한 유명 시설들이 망라되어 있다.
류경 호텔이 '건설' 역의 역세권에 있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_-;;;

자, 북한은 지하철 노선이나 역에다 이름을 붙일 때도 지명 같은 건 갖다 버리고, 이념적인 보통명사를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역명으로 주변에 있는 기관이나 시설명을 병기해 주기는 하지만, 인근에 철도역이 있는데도 이를 싹 무시하고 전혀 다른 이름을 부여하는 건 뜻밖이다.

환승역이 어차피 하나밖에 없긴 하지만, 환승 통로라는 자비 같은 건 없다. 완전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며, 노원 역을 능가하는 막장환승을 자랑한다. 북한 지하철은 무진장 깊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하'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간주하여, 공식적으로는 지하철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도시철도' 내지 '광역전철' 같은 포괄적인 용어를 선호한다. 그에 반해 북한은 철저하게 지하를 강조하여 로고타입에도 선명하게 '(지)'자가 적혀 있다.
평양 시내에는 노면 전차가 따로 있지, 지하철이 지상 구간을 달린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럼 얘들은 차량 기지는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다. 다 지하에 있어서 안 보이나? 하긴, 북한은 워낙 비밀이 많은 스텔스 국가인지라 저 지하철 노선 이상으로 지하 철도가 많이 있을 거라 추정되기도 한다. 심지어 평양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평양 순안 국제 공항까지도 사실 철도가 존재할지 누가 알겠는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대동강은 중간에 섬이 여럿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능라도이다. 평양의 여의도 같은 섬인데, 여기에는 10만 명이 넘는 관중들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스타디움인 5· 1 경기장이 있다. (북한에는 삼일절만큼이나 기념일 날짜를 그대로 이름으로 붙인 시설명이 종종 있다) 북한 특유의 매스게임, 카드 섹션 같은 게 공연되는 장소가 바로 여기이다. 하지만 평양의 지하철은 강을 건너는 노선이 없는 관계로 이 경기장은 지하철 역세권이 아니다.

평양 지하철은 표준궤에 3량 내지 4량 1편성이고, 제3궤조(우리나라처럼 공중에 팬터그래프가 달린 형태가 아님) 직류 750V 전기를 쓰니 남한의 직류 1500V와는 전압이 절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측통행인지 우측통행인지는 딱히 동영상을 못 봐서 잘 모르겠다. 역의 인테리어가 러시아 식의 유리궁전이라는 것, 그리고 요즘은 전력난이 심해서 전동차 운행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으로 평양 지하철에 대해서 본인이 아는 내용을 최대한 나열해 보았다.
무려 9호선까지 있고 세계 5위권의 방대한 전철망을 구축한 우리 서울과는 달리 평양의 지하철은 인프라의 성장이 20세기 이후로 사실상 완전히 멈췄고,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솔직히 지금 경제력으로는 있는 지하철을 굴릴 여력도 없으니 말이다.

모 우익 논객의 말마따나 평양 주석궁에 탱크가 진격하기에 앞서-_-, 남과 북의 철도가 평화적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먼저 북녘 동포들에게 변개되지 않은 하나님 말씀인 흠정역 성경이 들어가고, 덤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이념을 초월하여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9/24 19:28 2012/09/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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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6월 30일엔 수인선 복선 전철 1차 구간이 개통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에는 서울 수도권에서의 첫 경전철인 의정부 경전철이 개통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시기인 6월 27일에는 철덕들이 기릴 만한 아주 의미심장한 사건이 또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딱 한 군데 존재하던 영동선 스위치백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문제의 장소는 태백선과 영동선이 합류하는 강원도 태백시와 삼척시 사이의 지점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기 바란다. (바탕 그림의 출처: 네이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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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산 역 이북으로 올라가는 영동선은 험준한 산을 오르느라 몹시 고달프다.
자, 무엇부터 설명하는 게 좋을까?
이번에 새로 개통한 노선은 연화산을 빙 도는 연보라색의 둥근 똬리굴(1)과 한 치의 곡선도 없이 북쪽으로 정면돌파하는 분홍색 선(2)이다. 이것이 기존의 초록색 선과 파란색 선을 대체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반세기 가까이 전에는 영동선에 인클라인이 있었다는 것을 철덕이라면 알 것이다. 거기는 철길이긴 하지만 경사가 지나치게 급해서 열차가 자기 힘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가 아니라, “레일을 깔아 놓았는데 왜 달리지를 못하니?”였다.
그래서 이 구간만 기관차와 객차를 한 량씩 크레인으로 끌어당기고, 승객들은 내려서 옆에서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크레인의 힘이 부족해서 승객이 내려야 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객차에 승객과 짐이 꽉 차 있어 봤자 기관차 한 량보다 더 무거울 리는 없잖은가.
승객들을 부득이 다 하차시킨 것은 그냥 안전 문제 때문이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람들이 뒤에서 같이 객차를 밀어야 했던 건 더욱 아니다.

자, 그 인클라인이 있던 곳이 바로 지금은 폐역하고 없는 통리 역과 심포리 역 사이였고, 지도에서는 대략 '빨간색 선'에 해당한다. 이 1km 남짓 되는 인클라인을 8배가 넘는 거리와 그 대신 1/8 이하의 경사로 우회 대체시킨 것이 옆의 초록색 선이다.

그 뒤 그 이름도 유명한 스위치백은 N자 모양의 파란색 선이다. 초록색 선 정도의 회전 반경을 낼 공간마저 부족했던 관계로 부득이 열차를 정지시키고 후진을 하게 만든 것이다.

스위치백은 관광객에게는 흥미로운 체험 수단이지만 원시적이고 운전하기 까다로우며 열차의 원활한 운행에는 방해가 되는 존재였다. 게다가 구불구불한 기존 초록색-파란색 선로는 지반도 그리 좋지 않아서 위험했다고 하니,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대체할 깔끔한 선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다른 지대인 연화산 기슭을 한 바퀴 빙 돌면서 언덕을 오르는 대체 똬리굴이 개통했다. 평지가 아니라 터널이다. 똬리굴 자체는 우리나라에 이미 중앙선을 비롯해 몇 군데 있지만 이번에 개통한 건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이 터널의 이름은 '솔안 터널'이고, 터널 자체는 이미 2006년에 관통식까지 끝나고 완공되었다.

솔안 터널은 스위치백뿐만 아니라 과거의 인클라인 대체 우회 선로까지 훌륭히 대체했으며, 전체 거리는 기존의 우회 선로보다 더 단축시키고 열차의 운행 시간도 10분이 넘게 더욱 단축시켰다.
어떤 철도의 선형이 하루아침에 이 정도로 급격하게 바뀌고 지도까지 덩달아 바뀌는 일은 앞으로도 매우 드물 것이기 때문에 이는 국내 철도사에 길이 남을 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재래식 스위치백 선로의 폐선을 며칠 앞두고 코레일에서는 평소에는 정차하지 않던 스위치백 구간의 간이역에도 영동선 여객 열차를 정차시켜 줬었다. 거기서는 당연히 철덕들의 향연이 펼쳐지곤 했다.

그리고 좀 옛날 소식이긴 하다만, 지난 6월 초엔 웬 KTX 산천 한 편성이 강릉으로 디젤 기관차의 견인을 받아 끌려가서 스위치백까지 넘는 사상 초유의 이벤트가 벌어졌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도 열리는데 앞으로는 강원도에도 고속신선이 깔리고 고속철이 들어갈 거라는 홍보 행사를 위해 현역 고속철 한 편성이 얼굴마담 자격으로 끌려간 듯하다.

발상 자체는 좀 병맛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KTX 산천이 강원도에 들어와서 스위치백 고개를 넘는다니, 게다가 한 달 남짓 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그 스위치백을 말이다. 이 소식은 전국의, 아니 듣자하니 심지어 일본의 일부 철덕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이 KTX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철덕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았으며, 자가용을 굴리는 철덕은 아예 도로를 나란히 달리면서 열차를 따라가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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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비록 죄악도 있으나 일말의 아름다움도 갖추고 있다. 비록 본인은 교회크리와 논문크리 때문에 그 당시에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했으나, 마음만은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응원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22 08:46 2012/08/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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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5월경에 방영된 <현장 르포 제3지대> -- 지하철에 미친 아이들 편

현재까지 공중파 방송에서 철덕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가장 흥미진진하게 잘 보여준 TV 프로가 아닌가 싶다. 철덕들의 열정과 낭만이 느껴지더라. 난 무척 감명깊게 봤다!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노랑-초록 도색의 코레일 전동차와, 리모델링 전의 용산 역 승강장의 모습이 덤으로 인상적이다.

역시 겨우 나 정도의 철덕력으로는 저런 사람들에게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저 TV에 나온 이 재원 씨는 MEIS의 운영자이고 지하철역에서 공익 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현재는 어엿한 서울 도시철도 공사 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국내 유명 철덕이신 '영동선 511' 운영자분도 도철 입사..;;)

“전동차 출발 구동음을 녹음해서 차량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어요. 차량 제작사마다 소리가 제각각이거든요.” (38:50 ~ 39:40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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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도 덕후들이 한국 사람보다 한국 철도 차량에 대해 이미 더 잘 알고 더 면밀히 분석해서 일본어로 책을 만들어 놨다. 게다가 그런 책이 일본에서 아주 잘 팔린다고.. “이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1:10 ~ 41:50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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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 역 - 한대앞 - 수인선 선로 답사도 난 2005년에 완전히 똑같이 한 적이 있으니 완전 공감이다. 물론 저 TV 프로를 모르던 상태에서.
상록수 역 어원을 찾다가 최 용신 선생의 일대기 공부를 한 것까지도 똑같다. (42:50 ~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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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2/08/11 08:40 2012/08/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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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복선 전철 1차 개통!

‘수인선’이라 하면 대한민국 최후의 협궤 철도라고 굳이 철덕이 아니어도 우리나라 역사· 지리· 문화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개통된 수인선은 원래 더 먼저 만들어진 수려선(1930년)과 직결하여 경기도 여주까지 이어졌다. 여주에서 나는 쌀을 인천항으로 수송하여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엔 쌀을 인천항으로 나를 일이 없어졌고, 도로 교통도 발달하면서 이 장난감 같은 철도는 잉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수려선은 이미 1972년에 진작에 폐선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참고로 현재의 국도 42호선이 수려선과 많이 겹쳤었다. 수원 시내 동쪽에서 수원 역 정문으로 닿는 그 도로가 바로 국도 42호선임.

그리고 수인선도 적자를 감당치 못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운행 구간은 축소되었고, 결국 1995년 12월 31일에 치른 종운식을 끝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운행 중단이라 쓰고 폐선이라 읽는다 ㄲㄲ)

물론, 운행 중단과 폐선은 엄밀히 보자면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가령, 서울 교외선은 여객 열차가 다니지 않는 운행 중단 상태이지만 폐선은 아니다. 그에 반해 수인선은 그 뒤로 선로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었으며, 협궤 열차 자체가 한국 철도에서 완전히 맥이 끊김으로써 폐선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그 수인선이 폐선된 지 딱 16년 반 만에 1차 구간이 부분적으로나마 표준궤 복선 전철로 부활하여 우리 곁에 돌아왔다. 만세! 개통 날짜도 2012년 6월 30일 토요일인 덕분에 본인은 전날인 29일 금요일에 회사 근무를 마친 후, 미리 시흥으로 답사를 갔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있는 곳은 판교이다. 자동차라면 성남에서 안산 내지 시흥으로 가는 경로로 우리의 친구인 외곽 순환 고속도로(고속국도 100호선)가 있지만,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서울과 위성도시를 잇는 방사형 노선만 발달해 있을 뿐 위성도시 사이를 잇는 순환형 노선은 인프라가 무척 열악하다. 철도는 그게 더욱 심하다.

그래서 성남 버스 103번을 타고 서쪽으로 간 뒤, 4호선 인덕원 역에서 전철을 쭉 타는 경로를 택했다. 사실 버스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이건 시간적인 메리트는 별로 없다. 인터넷 지도는 아예 서울 강남(분당선 - 2호선 선릉-사당 - 4호선)까지 매우 심하게 우회하는 지하철 경로를 제시할 정도였는데 차라리 그게 가장 빨리 가는 경로가 맞는 듯했다.

단지 나는 시간적으로 급한 상태가 아니고, 한국학 중앙 연구원 같은 생소한 지대를 구경하고 싶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길(안양판교로. 지방도 57호선)로 성남-의왕-과천을 횡단해 보고 싶어서 버스를 선택한 것이었다.

새로 개통하는 철도역이나 노선을 개통 당일 첫 차로 답사하러 내가 직접 그 전날에 미리 근처에서 외박까지 하는 건 4년 전(2008년 6월)의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 개통 방문 이래로 이게 두 번째였다.
전국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이상 고온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찜통 같은 6월을 보냈는데 이 날 저녁부터 때마침 단비가 땅을 촉촉히 적시고 여행을 한결 더 운치 있게 만들어 줬다.

수인선을 타려면 출발역인 오이도 역 주변에서 대기하는 게 좋다. 하지만 거기 주변은 그냥 닥치고 아파트뿐이고 식당, PC방, 찜질방 같은 상업 시설이 눈에 띄질 않았다. 특히 오이도 역의 동쪽 방면인 3번 출구는 그야말로 잉여 황무지인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출구 역세권에 대해서 쓸 게 없어서 그냥 ‘동광장’이 끝이다!

그래서 본인은 부득이 그 앞의 정왕 역에서 내려서 거기 근처에서 외박을 했다. 이는 이튿날 실제로 오이도 역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오이도 역에서 첫 차는 타야 하니 새벽 4시 무렵에 본인은 우산을 쓰고 어두컴컴한 빗길을 걸으면서 정왕에서 오이도 역으로 도보로 이동했다. 이것도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본인은 5시 30분에 오이도에서 송도로 출발하는 수인선 전동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했다.

수인선은 세 단계에 걸쳐 개통될 예정인데, 이번에는 그 중 1단계가 개통한 것이다(오이도-송도). 아직 13km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시흥시와 인천 광역시가 어떤 형태로든 철도로 이어지고, 인천 지하철 1호선 원인재 역과 환승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그 유명한 수인선 소래 철교도 이 구간에 포함되어 있다.

2단계 때는 인천 시내를 좀 더 깊숙이 관통하여 수인선이 드디어 경인선 인천 역과 연결된다. 1단계 구간은 모든 역들이 지상이거나 지상 고가이지만(연수-송도 사이에 잠깐 지하 터널은 지남), 2단계 때는 지하역도 생길 것이고 특히 수인선 인천 역 승강장은 지하에 만들어질 거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동인천 역에서 회차하는 경인선 급행 전동차는 나중엔 이 지하 인천 역까지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단계 구간에 포함돼 있는 용현 역이 개통되면 인하 대학교도 드디어 전철 역세권에 들게 될 것이다. 사실, 이 2단계 구간인 송도-인천은 수인선에서 가장 먼저 폐선된 구간이기도 하다. 무려 1973년이니, 수려선의 폐선과 시기적으로 별 차이도 안 난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한대앞 역에서 수원 역까지 나머지 잔여 구간이다. 즉, 인천 다음으로 수원과의 연결이다. 여기는 수원 시내만 지하이고 나머지 교외 구간은 응당 지상이나 고가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말 당시에 최후까지 영업을 하던 수인선 구간은 바로 여기였다.

한대앞-오이도는 복복선이 아니라 기존 안산선과 수인선 열차가 선로를 “공유”하게 된다. 이 구간은 안산선이 의도적으로 수인선과 동일한 선형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4호선 열차의 절반은 어차피 사당까지밖에 안 가기 때문에 안산선은 선로 용량이 남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천-오이도-한대앞-수원이 연결됨으로써 수인선이 완공되고, 지금 기흥까지 가는 분당선도 수원까지 연장되어 내려오면, 수인선과 분당선은 수도권 남부를 도는 거대한 노란색 광역전철로 변모하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수인선의 노선색은 분당선의 그것과 동일한 노랑으로 설정되어 있다. 마치 광역전철 중앙선과 경의선이 미래의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고 둘 다 옥색을 쓰고 있듯이 말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전철 노선도의 토폴로지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분당선은 동쪽으로 끝나고 안산선은 서쪽으로 끝나는 형태였는데 이젠 이들을 한데 이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1단계 개통을 한 수인선은 다른 노선과 직결 운행을 하는 게 없이 오이도-송도만 짤막하게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6량 1편성이고 전철 중앙선과 비슷한 배차 간격인 15분당 1대 운행이다. 민자 사철이 아니라 전형적인 코레일 광역전철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운임을 받는다거나 한 건 없다. 따라서 기존 기본 운임 체계에 따라 마음 놓고 타면 된다.

원래 오이도 역은 쌍섬식 승강장으로 한 섬은 상행, 다른 섬은 하행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승강장의 용도가 반씩 분담되어. 한 섬은 안산선, 다른 섬은 수인선 승강장으로 바뀌었다. 시종착역은 플랫폼이 좀 많아야 할 텐데 저런 식으로만 운영해서는 회차 용량의 감소가 우려되긴 하지만, 안산선과 수인선 모두 배차가 최하 10분이 넘는 한적한 노선이고 둘 다 인상선도 있는 형태이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 싶다.

수인선 1차 개통 구간의 주변 경치는 공장 아니면 고층 아파트들이다. 남동 인더스 파크는 남동 산업 단지를 쓸데없이 외래어 버프를 씌워서 표기한 것. 우리집에 있는 본드의 제조사인 ‘오공 본드’의 공장이 이 역 근처의 차창 밖에서 보였다.
인천논현 역은 서울 지하철의 논현 역과 헷갈리지 말라고 ‘인천’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사랑 침례 교회는 이 역에서 400m 남짓 떨어져 있다.

마치 지금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 전철, 그리고 공항 철도가 공덕-DMC 사이에서 상당 부분 중복 구간이 존재하듯, 수인선과 안산선은 일부 구간을 중복 수준을 넘어서 아예 동일 선로를 공유한다. 하지만 대피선이 설치된 역이 많은 만큼, 수인선이나 오리지널 안산선(4호선) 중 어느 노선의 열차는 안산선 구간에서 표정 속도에 차이를 두어, 급행 형태로 좀 다니면 좋겠다.

본인은 수인선의 복선 전철 부활을 경축하는 바이다. 나머지 구간도 어서 개통하고 분당선-수인선이 경의-중앙선과 짝을 이루는 거대한 광역전철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그리고 안산선 구간과 만날 예정인 소사-원시선과 신안산선도 어서 개통하고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과 인천 지하철 2호선까지 개통한다면 철도 덕후로서 무진장 행복해질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7/18 08:17 2012/07/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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