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답사기: 봉화산

서울 중랑구에 있는 봉화산은 둘레길만 따라 산기슭을 한 바퀴 도는 거리는 4km가 좀 넘고, 정상까지 높이는 해발 160m 정도 되는 작고 낮은 산이다. 인접한 산맥 능선이 없이 혼자 불쑥 솟아 있는 일종의 '독립구릉'인지라 예로부터 지리· 지형적인 이용 가치가 높았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 지하철 6호선의 종착역이 이 산의 이름을 따서 작명되어 있다.

본인은 혹서기에는 높은 산 대신 서울 곳곳에 공원 형태로 조성돼 있는 작고 낮은 산들을 틈틈이 답사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는 봉화산 역 → 정상 → 중랑구청의 순으로 봉화산 북남 종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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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역 4번 출구로 나가서 산을 향해 계속 전진하니 일단 나무들이 무성한 공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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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지나서 계속 산의 중심부 쪽으로 비탈길을 오르자, 길은 점점 좁아지고 흙길 등산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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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은 산의 규모에 비해 출입구와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굉장히 많이 나 있었다. 그래도 어느 걸 타도 적당히 중심부 쪽으로만 가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길 잃을 염려는 안 해도 된다.
여느 산들과 마찬가지로 산중턱에는 운동 기구들이 설치된 공터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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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송전탑과 매점(!)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자 정상이 나왔다. 정상에는 듣던 대로 봉수대가 있었다. 하긴, 산이 이름부터가 봉화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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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전체를 통틀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는 여기 하나뿐이었다. 곳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던 용마산과는 반대다. 봉화산은 육군 사관학교와 가까이 있기도 하지만 이 산에서 그쪽을 내려다볼 수는 있지는 않다. 보안상의 이유도 있을 것이고. 위의 풍경은 중랑천과 천장산 방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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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지나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봉화산 도당굿 보존 위원회' (서울시 무형 문화재 제34호) 이런 건물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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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청 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뭐 이런 식이었다. 7호선 먹골 역 방면인 서쪽으로도 갈 수 있고 길이 그야말로 사방으로 뻗은 듯했다.
중랑구청은 봉화산의 남쪽 중에서도 약간 동남쪽으로 치우친 곳에 있다. 본인이 이 지점을 선택한 이유는 여기도 아까 봉화산 역 방면의 북쪽과 마찬가지로 공원이 꾸며져 있으며, 여기 근처에서는 집으로 환승 없이 한 번 만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이로써 서울 지하철 4~6호선의 종점 근처에 있는 산들을 모두 가 봤다. 4호선 당고개(수락산, 불암산), 5호선 마천(청량산), 6호선 봉화산까지. 이제 7호선 도봉산만 남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18 08:35 2016/08/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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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름 밤엔 저녁에도 집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더웠다. 저 멀리 강원도에 훌쩍 떠나 버리고 싶은데 시간 관계상 아직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그 대신 동부 간선 도로를 타고 내 마음의 고향인 교외선 일대로 홀연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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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역은 송추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얼마 안 지나서 장흥 유원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그런데 폐역 상태이다 보니 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아무 표지판도 없었다. 그래서 다 와 놓고도 역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선뜻 찾을 수 없었다.

열차가 다니지 않고 인적도 끊긴 간이역 근처의 으슥한 골목에다 차를 세워 놓은 뒤, 저녁을 먹고 컴퓨터 작업을 하고 책을 읽다가(가로등 불빛) 이동식 텐트 안에서 잠들었다. 새벽이 되니까 살짝 한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원하던 경험이 바로 이것이었다. 차를 아무 데나 세워도 될 정도의 한적하고 으슥한 시골에서 혼자 이렇게 자 보는 거. 정말 꿀잼이었다. 그것도 철도역 근처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인가? 물론 위의 사진들은 이튿날 새벽에 동이 튼 뒤에 찍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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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체가 아니라 HY울릉도라는 간판 서체 자체가 여기는 1990년~2000년대 이후로 시간이 정지했음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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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장흥의 서쪽 다음 역이며 교외선에서 그나마 가장 크고 최후까지 역무원이 상주했던 곳인 일영 역의 승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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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 역은 밖의 마당(?)에 지붕만 있는 실외 광장 대합실이 있었다. 다른 철도역에서는 보지 못한 독특한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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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은 송추 역은 건물 모양과 마당, 그리고 광장 대합실이 있는 것이 모두 일영 역과 비슷한 형태였다. 하지만 일찌감치 영업이 중단되고 거의 폐역처럼 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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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 역의 앞마당에 있는 광장 대합실.
요약하자면 일영과 송추는 형태가 비슷하고 장흥만 임시 승강장만 달랑 놓인 좀 간이역스러운 스타일이었다.
장흥이 아니라 송추나 일영의 저 앞마당에다가 차를 세워 놓고 거기서 밤을 보냈으면 또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날은 일단 교외선만으로 만족하고 돌아왔지만, 가까운 미래엔 중앙선(양평)과 경춘선(가평)의 한적한 전철역 근처에도 가서 캠핑을 하고 싶다.
그리고 바다로도 가고 싶다. 강원도 동해, 그리고 김포-강화 쪽의 서해 모두. 언젠가 꼭 갔다 와서 여기에 사진과 여행기를 올릴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16 08:30 2016/08/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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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 공원 내부의 셔틀버스, 맹꽁이 전기차

서울 상암동에 있는 하늘 공원은 월드컵 경기장과 가까이 있으며, 역시나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시기에 맞춰서 개장했다. 사실 얘는 인근의 평화의 공원, 노을 공원, 난지천 공원과 더불어 '월드컵 공원'이라는 단지를 구성하는 공원 중 하나이다. 요컨대 서울에는 올림픽 공원만 있는 게 아니라 월드컵 공원도 있다.

본인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여기를 교회 친구들이나 다른 지인과 함께 몇 번 가 봤다. 하지만 지하철(월드컵경기장 역)로든 승용차로든 월드컵 경기장 쪽에서 접근해서 하늘 공원으로는 걸어서 계단으로 직접 오르기만 했다.
하늘 공원 내부의 주차장에 직접 주차를 한 건 최근에 간 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공원 꼭대기까지 도보가 아니라 '맹꽁이 전기차'라고 불리는 내부 셔틀버스를 타고 올랐다.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물론 무료는 아니다. (1인당 편도 2천, 왕복 3천원)

남산에도 전기 버스가 다니긴 한다만, 하늘 공원에도 이런 게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사실, 하늘 공원뿐만 아니라 옆의 노을 공원 캠핑장과 노을 공원 주차장 사이에도 동일한 전기차가 다닌다. 차량 한 대엔 10~12명 정도가 탈 수 있다.
이 전기차는 제3궤조나 전차선을 통해서 급전받는 건 아니고 배터리 기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차량이 한없이 쉬지 않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고 주기적으로 충전이 필요하다. 또한 차량의 덩치나 출력에도 응당 한계가 걸린다.

맹꽁이 전기차를 타는 느낌은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유적지 내부에서 툭툭이를 타던 느낌과 비슷했다.
사실, 우리나라 정도의 자본과 기술이 있는 나라이니까 전기차이지, 못사는 나라라면 이렇게 관광지· 공원 내부를 다니는 셔틀은 죄다 선진국에서 차령 경과로 폐차된 2행정 삼륜차 툭툭이 같은 차량일 것이다. 배기가스 처리도 제대로 안 하는 것들..;;
전기 자동차가 배터리 충전과 항속거리 문제만 잘 해결해서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에 실용화가 됐다면 얼마나 가볍고 조용하게 잘 달렸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2. 식물 이야기

하늘 공원에 펼쳐진 푸른 억새밭과 꽃밭은 이번이 처음 구경하는 건 아니지만 다시 봐도 경치가 참 아름다웠다. 머리가 복잡할 때 기분 전환 효과가 탁월했다. 강 건너 멀리 빌딩숲이 아니라 들판만 바라보면 무슨 마라도 내지 Windows XP 초원 배경 같지, 인서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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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빨간 꽃은 양귀비이다. 모든 버섯이 독버섯은 아니며 모든 뱀이 독사는 아니듯, 모든 양귀비가 마약 성분이 든 품종인 것도 역시 아니므로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처럼 꽃밭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John Rutter라고, 찬송가 중에서도 좀 시편 8편스러운 창조 세계 찬양과 성탄 캐롤 분야 작곡이 전문인 영국의 유명한 음악가가 있다. 이 사람이 만든 성가 중에 Look at the world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일들)라는 불후의 명곡이 있는데..

Look at the earth: bringing forth fruit and flower
Look at the sky: the sunshine and the rain

Praise to thee, O Lord for all creation
Give us thankful hearts that we may see!
All the gift we share, and every blessing
All things come of thee.


곡중의 2절 가사가 떠올랐다.

꽃은 동물로 치면 일종의 생식기이다. 풍매화는 꽃가루를 단순히 바람에다 날리기만 하지만, 충매화는 예쁜 꽃과 달콤한 꿀을 만들어서 곤충을 끌어들인 뒤, 꽃가루가 덩달아 묻은 곤충들이 열심히 날아다님으로써 꽃가루+암술 교접과 번식이 저절로 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충매화가 풍매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더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생겼다. 풍매화는..?? 퀄리티가 "엥? 걔들도 꽃이 피긴 해?" 수준이다. 소나무나 벼가 꽃이 핀다고는 하지만 백합· 장미 같은 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옛날에 <생명 영원한 신비> 다큐에서도 충매화에 대해서는 풍매화와 비교했을 때 정말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룬 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신자들은 신이 그렇게 만들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믿고, 그 다큐에서는 생명이 스스로 진화해서 그런 걸 만들었다고 얘기하니,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풍매화는 그냥 광고 찌라시 내지 스팸 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살포하는 것이고, 충매화는 그래도 목적을 갖고 가게를 찾은 고객에게 사은품과 함께 자매품 광고를 같이 하는 것과 같다. 후자가 광고 효율이 더 높을 거라는 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기계공학적으로 봐도 풍매화가 그냥 글라이더 내지 증기 기관이라면, 충매화는 진짜 엔진 달린 비행기 내지 내연 기관 급의 혁신인 것 같다.

본인은 생물학하고는 완전히 담을 싼 배경이지만 이렇게 식물의 번식 방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자동차 운전과도 관계가 있다. 봄철에 나무 아래 그늘에다 차를 세워 놨는데, 나중에 보니 잎과 가지 정도만 위에 떨어진 게 아니라 차 전체가 뿌연 송홧가루 테러를 당해 있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그래도 차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게 의외로 멀리까지 퍼져 있었다. 하지만 송홧가루를 이렇게 많이 살포해도 가성비는 꿀벌이 나르는 것에 비할 바는 못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식물 중에도 곤충과 상생하는 게 아니라 아예 곤충을 잡아먹는 놈도 있고, 또 '라플레시아'처럼 거대하지만 지독한 악취를 내는 못생긴 꽃을 피우는 놈도 있다.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꿀벌이 아니라 '파리'를 끌어들여서 꽃가루를 퍼뜨리려는 의도라니 참 이것도 걔네만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그리고 하나 더.. 동물은 어지간히 이상한 예외적인 종을 제외하면 암컷과 수컷이 따로 있다. 식물은 반대로 비록 수분(가루받이) 자체는 다른 몸체의 것으로 하더라도 일단 한 몸체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나, 이것도 예외가 있어서 동물 중에도 자웅동체가 있으며, 식물 역시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인 자웅이주(암수딴그루)가 있다.

자웅이주의 대표적인 예로는 살아 있는 화석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은행나무가 있다. 전세계를 통틀어 단 한 품종밖에 존재하지 않아서 언어 계통으로 치면 고립어처럼 다른 나무와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없는 아주 유니크한 놈이라고 한다. 얘가 수분을 해서 열매를 맺었는데 그게 잘못해서 터지면 주변에 지독한 악취를 풍긴다. 암그루와 수그루가 서로 만나지만 않게 배치하면 도시 가로수로서 다른 자질들은 다 훌륭한데 그 악취만이 문제라고..

그런데 묘목 수준일 때 이 은행나무가 암그루인지 수그루인지를 파괴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판별하는 게 과학적으로 꽤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여러 모로 나무들도 다 같은 나무가 아니고 침엽수와 활엽수, 상록수와 낙엽수 구분도 있는 등 굉장히 신기한 특성이 많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은 지금처럼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덕후가 될 여지는 없는 시절을 살았으니, 그 머리로 자연 속에서 완전 동식물 분류 덕후가 된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귀결인 것 같다. (왕상 4:33)

단백질인가 뭔가 하는 성분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똑같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물질이어도 식물이 동물보다 보존성이 훨씬 더 뛰어나며, 부패하더라도 그 중간 과정(비주얼이나 악취)이 훨씬 덜 혐오스럽다. 식물의 씨 vs 계란, 두유 vs 우유 같은 식품의 차이점을 생각하면 명백하다. 꽃가루도 일반적인 환경에서 딱히 상하거나 썩지는 않는다고 하며, 꿀조차도 상한다거나 냉장· 냉동 보관 필수 이런 말은 내가 들은 적이 없다. 이것도 시사하는 바가 큰 차이점이라 여겨진다.

3. 풍경

갑자기 식물 얘기가 좀 길어졌다만..
하늘 공원에서는 아래에 있는 '난지 한강 공원'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하늘 공원이 고지대이고 식물들 때문에 산책로 위주로만 다녀야 한다면, 한강 공원은 말 그대로 한강과 더욱 가까이 있으며 잔디밭이 있어서 거기서 돗자리 깔고 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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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서 모든 사진은 스마트폰으로만 찍었다.

그나저나, 월드컵 공원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는 또 매봉산이라는 자그마한 언덕이 있다. 얘는 쓰레기와는 무관하고 진짜로 자연적인 산이다. 여기 산 속에는 1980년대까지 국가에서 석유를 비축해 놓던 기름 탱크가 남아 있는데, 요것들은 나름 국가 기간 시설인 관계로 민간 항공 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가려져 있다.
이쪽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답사해 보고 싶다. 옛날에는 이 언덕 전체가 아마 민간인 접근 금지였지 싶다.

4. 쓰레기 매립지의 변천

하늘 공원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평범한 해발 100미터짜리 언덕이 아니다. 여기가 한때는(25~30년쯤 전) '난지도'라고 불리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었다는 걸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려울 것이다. 올림픽 공원을 건설하던 부지에서는 몽촌토성 유물이 나왔지만 월드컵 공원의 부지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전적으로 쓰레기가 쌓여서 저 높이와 덩치의 산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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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난지도에서 '난'은 難이나 亂 같은 안 좋은 뜻이 절대 아니라 蘭, 즉, 난초라는 꽃을 뜻하는 아주 향기로운 이름이었다. 쓰레기 매립이 시작되기 전에 거기는 자연의 정취가 가득한 들판이었고 데이트 내지 심지어 신혼여행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는 원래 지금과는 정반대로, 홍수를 맞으면 종종 침수도 되는 저지대였다.
그랬던 곳이 한때는 서울 시민들이 배출하는 오물, 건축 폐기물, 하수 슬러지 등등을 한몸에 뒤집어쓰고서 온갖 해충과 악취를 내뿜는 죽음의 장소로 전락한 것이다. '달동네'만큼이나 예쁜 이름과 실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에 속한다.

이런 내력으로 인해 하늘 공원 곳곳에는 땅 속 쓰레기의 부패로 인해 발생하는 메탄 가스를 수집하는 시설이 있고 바로 옆엔 열병합 발전소인 지역 난방 공사도 있다. 일반 쓰레기들은 방사능 폐기물만치 위험하지는 않으며, 완전히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방사성 원소의 반감 붕괴 주기만치 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절대적인 양이 너무 많으니 처리하는 게 골칫거리이다.

하늘 공원의 이런 외형과 내력이 믿어지지 않거니와, 옛날에는 겨우 마포구 상암동 일대가 쓰레기 매립지일 정도로 서울 시내가 그만큼 작기도 했다는 것 역시 실감이 안 간다. 남산이 있는 곳이 벌써 서울의 남쪽 외곽으로 간주되었고 합정동 일대에 무려 화력 발전소가 있으며, 조선 시대엔 한강 모래사장에 아예 사형장(새남터)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시절에 거기는 서울 시내에서 완전히 떨어진 교외 변두리로 여겨졌음을 뜻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에 비해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고 시민 의식이 미개해서 교통사고 1위, 쓰레기 배출량 1위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러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땐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쓰레기 봉투 종량제와 쓰레기 분리 배출이 당연한 관행으로 잘 정착한 지 오래다. 지금의 우리나라 정도면 이제 세계적으로도 쓰레기나 하수 처리 같은 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게 선진적으로 잘하는 축에 든다. 육지뿐만 아니라 안산 시화호나 울산 태화강도 옛날에는 죽음의 호수, 죽음의 강 어쩌구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말이 딱히 없다. 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기술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발달한 덕분이다.

난지도는 1978년부터 쓰레기 매립지로 쓰였지만 1992년부터 매립이 중단됐으며(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여서..), 국가에서는 이 쓰레기더미를 몽땅 흙으로 덮고 녹지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무슨 묘지 공원처럼 말이다. 돈이 한두 푼 든 게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덕분에 거기는 다시 시민들의 휴식 공간과 데이트 코스로 잘 바뀌었다. 서울 안에 등산로도 아니고 그 정도 고지대이면서 그 정도로 넓은 녹지는 흔치 않다.

그 대신 1992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포함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은 인천 서구 검단5동, 공항 철도 청라 역의 북쪽으로 경인 아라뱃길의 건너편에 있는 거대한 부지에다가 하고 있다. 거기엔 웬 뜬금없이 '드림파크'라는 이름의 골프장과 공원이 있는데, 거기는 이미 매립이 다 끝나고 휴양· 레저 부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기왕 골프장을 만들 거면 멀쩡한 산 깎고 환경 파괴하지 말고 쓰레기 매립장 위에 그럭저럭 잘 만든 것 같다.

드림파크보다 더 서쪽에 논밭이나 갯벌이 아니고, 재개발 부지는 아니어 보이고, 그렇다고 군사 보안 시설도 분명 아닌데 거대한 제방이 쳐져 민간인의 접근은 막힌 한 넓은 땅이 보인다. 거기가 바로 현재 쓰이고 있는 쓰레기 매립지이다. 과거의 난지도 시절만치 무식하게 쏟아붓고 파묻는 게 아니라, 분비되는 각종 부패 액체(침출수)와 기체(메탄..) 처리는 영글게 잘 하고서 매립한다.

거기가 옛날에는 행정구역상으로 김포군이었기 때문에 '김포 매립지'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행정구역이 인천으로 바뀌었다. 마치 김포 공항이 처음 지어지던 시절에는 김포 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 강서구로 바뀐 것과 정확하게 같은 맥락의 변화이다. (김포 지못미)
한강의 상수도 취수 시설은 점점 상류로 이동해서 남양주까지 갔고,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서 성남(경부), 안산(서해안), 하남(중부)까지 갔다. 김포 공항도 서울의 관문으로 운용하기엔 너무 비좁고 혼잡해져서 저 멀리 영종도에다 인천 공항이 대신 만들어졌다.

이처럼 쓰레기 처리장도 세월이 흐르면서 저 멀리 인천 서쪽 끄트머리로 옮겨졌다. 하지만 쓰레기 처리장을 받는 지역의 입장에서는 마치 교도소나 시신 화장장만큼이나 땅값 떨어뜨리는 영 좋지 않은 시설이 오는 것이니, 이런 걸 호락호락 받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다 쓰레기 처리장을 유치하는 대신에 서울시에서는 우리를 위해 뭘 해 달라, 뭘 보장해 달라는 식으로 딜이 오가곤 한다. 어 이건..? 철도를 지하화하지 않고 지상으로 만드는 대신에 뭘 만들어 달라 이러는 싸움과 비슷한 분위기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13 08:36 2016/08/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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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퀴, 엔진, 문 등의 내부 배치가 특이한 놈

요즘 자동차들은 대형 고급 승용차가 아니면 트럭 정도만이 FR(앞쪽 엔진, 뒷바퀴 구동)이다. 중형 이하의 작은 승용차들은 다 연비와 공간에 더 유리한 FF(앞쪽 엔진, 앞바퀴 구동)로 물갈이됐고, 버스들은 1종 보통(대형이 아닌) 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10몇 명짜리 '봉고차'급이 아닌 이상, 공간 확보와 조향에 더 유리한 RR(뒤쪽 엔진, 뒷바퀴 구동)로 바뀌었다.

승용차는 대형이 FR인데 버스는 소형이 FR인 게 흥미롭다. 이를 종합하면 트럭이 아닌 승용· 승합차는 차량의 크기에 따라 FF-FR-RR의 형태로 엔진과 구동 형태가 바뀌기라도 하는가 보다. (뭐 외국엔 승용차도 경차 위주로 RR이 일부 있기도 하니, 이게 절대적인 경향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인해 대형 버스는 다른 차들과는 달리 엔진 소리가 뒤쪽에서 들리며, 엔진과 연결된 팬벨트가 돌아가는 것도 뒤쪽에 보인다. 대부분의 차량들의 앞면에 으레 붙어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버스의 앞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1980년대까지는 국내의 대형 버스에도 전방 엔진 모델이 있었다. 본인도 초딩 시절에 시골에서 그런 버스를 탄 기억이 남아 있다.
전방 엔진 버스는 운전석이 있는 앞부분의 바닥이 유난히 높았고, 운전석의 오른쪽 중앙이 보다시피 뭔가로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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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맨 뒷좌석이 위로 봉긋 솟아 있지 않고 높이가 앞의 다른 좌석들과 동일했다.
요즘 버스들은 맨 뒷좌석은 위로 한두 계단 높이 솟아 있는 게 당연시되고 있는데, 이 버스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게 어릴 때도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비행기로 치면 보잉 사가 개발한 전무후무 유일한 삼발기인 727을 보는 느낌이다. 날개 밑에 엔진이 달려 있지 않은 게 신기함.

후방 엔진 버스에서는 맨 뒷자리가 폭도 좁은 데다 시끄럽기까지 한 최악의 폭탄 자리인 반면, 전방 엔진에서는 맨 뒷자리에 그 정도까지 페널티는 없을 듯하다.
반대로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버스는 무거운 엔진이 전방에 달려 있는 데다 옛날엔 파워 스티어링마저 없었을 테니 정지 상태에서 조향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하물며 주차는 완전 고역이었겠다. 지금처럼 후방 카메라나 경보 장치가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현대 FB(전방 엔진) 버스와 RB(후방 엔진) 버스는 외형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맨 뒷좌석의 높이를 보면 구분 가능하다. 대우 자동차도 BF105 같은 초기 모델은 전방 엔진 FR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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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대우(대우 자동차에서 버스 생산 부분만 계승한 후신)에서는 현대 자동차와는 달리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전방 엔진 버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전량 수출만 한다. 외국에 무슨 특별한 수요가 있어서 어째 수출 전용으로라도 생산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뭐, 이 글에서는 주로 전방 엔진 얘기만 했지만 잠깐 버스의 외형 얘기를 조금만 더 하고 넘어가겠다. 미국의 스쿨버스처럼 앞에 보닛이 달린 버스, 그리고 무슨 10~20톤 이상급 초대형 트럭처럼 뒷바퀴에 바퀴가 앞뒤로 두 줄이 달린 버스도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화장실이 달린 버스가 달리기엔 우리나라는 국토가 너무 좁다. 철도계에서 열차의 주행 속도가 올라가면서 침대차가 사라졌듯이, 버스도 고속도로와 휴게소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내장할 필요는 없어졌다.

옛날 버스 중에는 앞쪽 출입문이 요즘 버스처럼 앞바퀴의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앞바퀴의 뒤에 달린 버스도 있었다.
물론 현대 카운티처럼(예전의 코러스/콤비.. 그러고 보니 전부 'ㅋ' 돌림 이름이네.) 중형 버스까지는 오늘날까지도 그런 형태의 차들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커 보이는 차가 그런 형태인 건 참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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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에 선보인 시발 자동차의 자매품 버스..;; '씨X 뒈X' 같은 욕설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이리라. -_-;;

2. 동력원이 특이한 놈

바로 앞의 사진에서 버스의 앞면에 걸린 현수막 문구를 제대로 읽어 보면.. '국산 시발 디젤 버스'이다.
버스 같은 대형차는 만약 기름으로 달린다면 디젤 엔진 기반인 게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그때는 디젤 차량을 국내에서 만들어 낸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라서 저렇게 써 붙인 것이었다.

그러다가 천연가스로 달리는 버스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야금야금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른 버스는 몰라도 최소한 대도시의 시내버스들은 거의 다 물갈이가 됐다. 천연가스 버스는 이제 특이한 놈이라고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주류이다. 석유 내연기관은 소형차용 휘발유와 대형차용 디젤로 나뉘는데, 어째 천연가스 엔진은 소형차(택시)와 대형차(버스)에 모두 쓰인다는 게 신기하다.

서울 시내의 공기가 시골에 비해 썩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천연가스 버스의 도입은 공기 질의 개설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잘 알다시피 디젤 차량은 선진국들에서 정말 찍어 누른다 싶은 수준으로 배기가스 규제를 걸고 있다.
과거의 디젤 버스들은 엔진이 달린 후면부에 매연 그을음도 시커멓게 잔뜩 묻어 있어서 몹시 더러웠다. 이건 단순히 흙먼지가 묻은 게 아니었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는 알고 보니 휘발유도 디젤도 아니고 진작부터 가스 전용이다. 그런데 웬 배기가스 규제를 받고 그것 때문에 차를 단종하네 마네 말이 있었나 모르겠다.

한편, 2010년대부터는 서울에서 남산 투어용으로 하이브리드도 아닌 순수 전기 버스가 다니고 있다. 요렇게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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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데 환경 보전을 위해 전기를 선택한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전기차는 배터리 문제 때문에 지금도 소형차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대형 버스가 그것도 배터리 집전 방식만으로 승객을 가득 싣고 에어컨 틀고 산길을 오를 수 있는지가 우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운행 개시 후 얼마 못 가 이런 애로사항이 잔뜩 제기되었다. 하지만 예전에 남산에 갔을 때도 버스가 다니고 있는 걸 보니, 문제점을 수정해서 운용은 계속하고 있는가 보다.

고질적인 배터리 충전+항속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 자동차에서는 몇 년 전에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연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양산과 실용화 단계까지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기구가 있긴 하지만 그냥 수증기+물만 나온다고 한다.

외국에는 더 엽기적인 발상을 해서 버스 차체에다 배터리 대신 가공전차선을 장착한 '트롤리버스'라는 게 있다. 비록 바퀴는 궤도 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면 전차와 다르지만, 공중에 있는 전차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궤도 교통수단이나 마찬가지이다. '무궤도 전차'라고 불리기도 한다.
뭐 그럴 거면 "조향을 아예 할 필요가 없는 노면전차나 경전철을 만들고 말지, 저딴 걸 왜 만들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위치가 좀 콩라인스러운 면모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버스의 입장에서는 정교한 레일을 만들 필요 없고 버스도 안에 간단한 집전 장치와 모터만 있으면 되고 배터리 충전 필요 없이 풍부한 전기를 팡팡 끌어다 쓸 수 있으니 나름 괜찮다. 얘도 아까 말한 전방 엔진 버스와 마찬가지로 맨 뒷좌석이 위로 툭 튀어나와 있지 않다.
외국에는 차선이나 하나 떼 낸 버스 전용 차선이 아니라 아예 버스 전용 고가 도로도 있다고 한다. 이것과 트롤리버스가 연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교통 평론가 한 우진 님의 블로그에 소개돼 있다.

전기 모터는 열과 폭발 뒷감당을 하는 내연기관보다 작고 조용하다. 냉각수나 엔진오일, 배기가스 촉매 변환 계통 따윈 없어도 되고 정비성과 유지보수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이 때문에 차량 내구연한을 기름 차량보다 훨씬 더 길게 잡아도 된다.

당장 이북의 평양에도 트롤리버스가 있으며, 영화 <태양 아래>에서는 하필 퍼진 버스를 시민들이 밀고 가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버스가 가파른 비탈길을 매연 안 내뿜고 깨끗하게 오르기 위해서 재래식 케이블 전차와 더불어 트롤리버스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롤리버스라 하면 노면전차만큼이나 좀 낡고 꼬질꼬질하고, 못사는 나라에서 노인학대급 차량을 굴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3. 외형이 특이한 놈

버스와 트럭을 정확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시내버스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슈퍼 에어로시티는 길이가 거의 11미터에 달하며 엔진 배기량은 10리터, 엔진 최대 출력은 300대 초반 마력이다. 이 덩치에 얼추 대응하는 트럭은 8톤 초장축 정도 된다.
(1종 보통 면허로 사람이 많이 타는 버스는 15인승까지밖에 운전할 수 없지만, 트럭은 이 8톤보다도 더 큰 12톤 미만까지도 운전할 수 있다. 그러니 운전 면허라는 건 단순히 기술 수준보다는 법적 책임감을 두고 제정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버스 한 대의 덩치를 더 키우고 대당 수송력을 더 키우기 위해 두 가지 시도가 있었다. (1) 위로 층수를 더 늘리거나 (2) 버스의 앞뒤 길이를 더 늘이는 것이다. 그리고 선뜻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 두 종류의 버스를 생각보다 옛날에 서울에 도입하려 한 적이 있었다.

높이를 키우거나 길이를 키우면 대당 수송력은 일반 버스보다 확실히 1.몇 배가량 더 증가한다. 입석까지 감안하면 차 한 대에 100명 이상은 너끈히 탈 수 있다. 하지만 외제차를 소량 수입하는 것이다 보니, 수송력 대비 차량 단가는 일반 버스의 2배 이상으로 훨씬 더 증가하고 정비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서 가성비 문제 때문에 도입이 무산되곤 했다.

먼저, 2층 버스 얘기부터 하자면.. 얘 원조는 역시 빨간 2층 버스를 굴리던 영국이다. 유명한 런던 명물이니 사진 첨부는 귀찮아서 생략한다.
2층 버스는 여행객을(특히 외국인) 대상으로 굴리는 도시 관광버스 계열이 있는가 하면, 본격 노선 버스(일반 시내버스) 계열이 있다. 전자는 2층은 천장이 없이 뚫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일반 시내버스용으로는 국내에서 1991년 10월부터 2개월간 서울 시청 - 사당 - 과천 노선을 시범 운행한 적이 있다. 차종으로는 독일 '네오플란'이라는 메이커 수입차를 3대 도입했다. 본인은 그 당시 자동차생활 같은 잡지에서 이에 대해 흥미롭게 다뤘던 걸 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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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버스는 딱히 회전반경이 걸리는 건 없겠지만 아무래도 무게중심이 높다 보니 커브를 돌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겠다. 승용차보다 약~간만 차체가 높은 SUV만 해도 고속 회전 중에 전복 위험이 더 커지니 말이다.
또한 2층 버스는 당연한 말이지만 노선을 짤 때 중간에 높이가 4~5미터 남짓한 육교, 교량, 신호등 따위와 부딪치지 않는지를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2층으로 인해 같은 면적에 걸리는 하중이 증가하는 건 바퀴를 더 달면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는 건 감안해야 할 문제 되겠다. 2층 버스의 구조에 맞는 복층 승강장과 출입문이라도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열차로 치면 승강장 길이보다 더 긴 열차가 들어와서 앞의 일부 출입문만 열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당시에 저 2층 버스를 베타테스트 해 봤다. 도로 주행에 딱히 문제는 없었지만, 총체적으로 볼 때 시내 대중교통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차량을 놀이공원 셔틀버스 부류로 용도변경 처분했다. 그 동안 오히려 철도에서 ITX-청춘이라는 국내 최초의 2층 열차가 등장했으나 얘는 아직 경춘선에서만 볼 수 있다.

2층 다음으로, 일명 아코디언 버스라고 불리는 굴절 버스 차례다. 철도 차량이나 트레일러 트럭처럼 중간에 꺾이는 부분을 만들어서 차체의 길이를 늘렸다(11미터 → 거의 18미터). 얘도 의외로 역사가 오래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여름경에 서울 시내에서 스웨덴제인 스카니아-볼보 차량을 도입해서 테스트한 적이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역시 유지· 정비 비용 같은 가성비 문제 때문에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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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묻혔던 굴절 버스는 그로부터 20여 년 뒤, 2004 서울 버스 대개편 때 다시 등장했다. 이때는 이탈리아 이베코 차량이 살짝 로컬라이즈와 원가 절감 디버프를 거쳐서 들어온 뒤, 470 같은 일부 파란 간선 버스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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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4자리 번호인 초록 버스와 3자리 번호인 파랑 버스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버스 개편 당시의 원래 의도는 둘을 훨씬 더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파랑 버스는 진짜 '대로'급의 간선에서 버스 전용 차선 위주로만 달리고 정거장도 적고 심지어 빨강 버스처럼 요금까지 더 비싸게 받으려 했다. 그리고 그런 파란 버스에 굴절처럼 수송력이 큰 차량을 집어넣는다는 게 계획이었다.

얘는 탈 때 계단을 덜 올라도 되는 저상(1번. 내부 배치 특이)에다 엔진도 기름이 아닌 천연가스 기반이어서(2번. 동력원) 버스의 여러 분야에서 신기원을 개척했다.
운용하는 데 2층 버스만치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위험한 요소는 없지만, 주차나 회차는 좀 아슬아슬할 듯하다. 그리고 중간문이나 후문에서 운전사의 시선을 교묘하게 피한 불법 무임승차를 주의해야 할 것이다. 뭐 CCTV로 잡아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이면 잘 알다시피 저상 버스는 2000년대의 시즌 2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으며, 몇 년 못 가 시내 도로에서 사라졌다. 고장이 나면 국내 기술자들이 뒷감당을 할 수 없었으며, 디버프가 너무 심하게 됐는지 엔진 출력이나 냉방 조절도 기사 재량으로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기획예산처에서는 굴절 버스의 도입을 세금 낭비 돈지랄로 끝났다고 깠었는데, 이에 대해 한 우진 님은 그렇지 않다는 반박글을 썼었다.
이때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현대 자동차에서 국산 굴절 버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베코 외제차가 보였던 냉방 같은 문제까지 해결해서 말이다. 하지만, 양산은 더 되지 않았다. 뭔가 포니 쿠페처럼 묻혀 버린 것 같다.

지하철에서는 6호선의 609편성 국산 인버터 지하철이 고장이 너무 잦아서 퇴출되고 다시 외제 인버터로 돌아갔는데.. 버스는 반대로 외제가 정비가 힘들어서 퇴출되고 다시 국산차로 돌아간 것이 특이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10 08:32 2016/08/1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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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승용차의 종류

자동차에서 일반 서민들이 범접할 수 없는 최고급 승용차라고 하면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말 그대로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벤틀리처럼 대통령, 대기업 총수 등이 운전수를 부려서 타는 기함 계열이다. 차체가 크고 내부엔 온갖 편의 시설이 즐비하다. 뒷좌석에도 팔걸이 다리 받침대가 있고, 개인 모니터와 냉장고도 있다. 차 문과 트렁크는 스위치 조작으로 자동 개폐가 가능하다. 주행 중에도 워낙 조용하고 진동이 안 느껴져서 밖이 고속 주행 중인지 알기가 어렵다.

겨우 네댓 명이 타는 승용차 주제에 공차중량이 2톤을 넘으며, 5000~7000cc에 달하는 배기량으로 300~500마력짜리 출력을 내는 8기통짜리 엔진은 그 규모와 성능이 거의 대형 버스나 트럭과 비슷하다. 그것도 버스· 트럭과는 달리 디젤이 아닌 휘발유 엔진으로 그렇게 달린다. (그럼 연비가..;; ) 힘이 워낙 넘치기 때문에 변속기도 5~6단이 아닌 8단 이상급이며, 1000대 중반 rpm만으로 시속 100km쯤은 거뜬히 넘어간다. 에어컨을 켜도, 무거운 짐을 가득 실어도 고속도로쯤은 슬금슬금 적당한 경제 속도 주행일 뿐, 경차처럼 힘겨운 고rpm 주행이 아니다. 아, 나도 이런 차 몰고 싶다..

이런 차는 진짜 높으신 분들의 보안을 위해 장갑을 장착하여 방탄 의전 차량으로 개조되어 운용되기도 한다. 기관총 탄환은 물론이고 차 밑에서 폭탄이 터져도 어지간히 방어할 수 있다.
물론 장갑이 장착되면 차체는 무슨 군용차처럼 굉장히 무거워진다. 하지만 엔진이 원래부터 워낙 고성능이니 이 정도 부담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크고 호화로운 차' 말고 다른 갈래로는 스포츠카 내지 슈퍼카 계열이 있다. 여기도 포르쉐, 부가티,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역사 깊은 메이커 계보가 있다. 이런 차들은 떡대와 갑빠, 안락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날렵함과 스포티함을 추구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게 높이가 낮고 정말 매끄럽게 생겼으며, 문도 대체로 쿠페형이다.
사실, 시속 300km 이상은 엔진 출력만 크다고 달성 가능한 게 아니라 속도에 비례해서 폭발적으로 커지는 공기 저항의 제어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같은 고급차여도 단순 호화로운 기함급과 스포츠카 차급의 디자인 철학이 달라진다.

이런 명품 스포츠카들은 너무 성능이 좋으니.. 오토바이도 아닌 것이 그냥 쑥 밟으면 단 몇 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로 진입한다. 운전자는 관성 때문에 뒤로 확 밀릴 것이다. 이런 차를 일반 승용차 몰듯이 밟았다간 그야말로 급발진 사고에 준하는 큰일이 난다.

실제로 2012년 10월엔 이런 일이 있었다. 억대의 포르쉐 카레라 S 한 대가 차주의 경제 사정 때문이었는지 은행에 압류 당해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차량은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자동차 안전 연구원(교통 안전 공단 산하)에 넘겨져서 간단한 검사를 받았는데.. 일반 직원이 이 차를 몰고 시운전을 해 보다가 차가 폭주해 버렸고, 빗길에 미끄러져서 충돌 사고 발생. 운전자는 중상을 입었으며, 차는 경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 나는 바람에 폐차 처분되었다..; 다시 말해, 압류 자산 값을 못 하고 허무하게 일생을 마쳤다.

호화형이든 스포츠형이든 대도시 시내 도로에서 이렇게 지나치게 고성능인 차들이 제대로 달릴 만한 공간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엔 우리나라보다 땅이 넓은 나라도 많고, 자동차라는 게 남자의 재력 과시와 질주 본능이라는 지극히 원초적이고 육신적인 욕망을 잘 충족하는 물건이다 보니, 저런 데에 집착하는 부자들이 꼭 있다.

그리고 이런 명차들은 한때는 다 수제 주문 생산을 했기 때문에 더욱 비싸고 희귀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한테나 팔지도 않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자본주의 규모의 경제 시대에는 아무리 명차 메이커라 해도 그런 방식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내고 살아남을 수가 없어서 다른 자동차 대기업에 합병됐거나 마케팅 방식을 바꿨다. 옛날 같은 고자세를 버리고 돈만 주면 당연히 아무에게나 팔며, 고급차라 하지만 운전수가 태워 주는 구도뿐만 아니라 차주가 오너 드라이빙을 하는 것도 고려해서 뒷좌석만 너무 고급스럽게 꾸미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현대 자동차에서도 이런 이미지의 쇄신을 위해서 이례적으로 에쿠스라는 브랜드를 접고 제네시스 EQ 900을 기함으로 계승한 것이라 생각된다.

※ 국회의원들의 이동 수단

우리나라는 1952년, 아직 6· 25 전쟁 중이고 수도가 부산으로 임시로 옮겨져 있던 시절에 '부산 정치 파동'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간단히만 말하면 이 승만 대통령이 2선에서도 확실하게 당선되고 독재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기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연행하고 구속한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이 승만을 정치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 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때 이 승만 정권이 국회의원들을 납치한 방식이 지금의 우리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이야 국회의원들은 그야말로 평범한 회사원 월급쟁이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돈 많이 벌고 온갖 예우를 세금으로 공짜로 받으면서 호화롭게 산다. 출퇴근 할 때도 당연히 '검정 고급차'를 끌고 다닌다. 과장 좀 보태면 "남들은 전부 외제차인데 나만 에쿠스예요" 이게 그 바닥에서는 겸손이랍시고 나오는 말일 지경이다.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자전거로 통근하는데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너무 비교된다고 까는 글도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있다. 마치 같은 폭설이 내렸는데 미군과 국군에서 간부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1952년 저 시절엔 우리나라가 몹시 가난했고, 게다가 나라가 전쟁 중이었다. 그러니 국회의원들도 얄짤없었다. 무슨 공장 출퇴근하는 노동자마냥 한데 모여 통근버스를 탔었다. 그랬기 때문에 저 때는 검문을 핑계로 그 버스를 강제로 세운 뒤, 헌병대가 군용차를 동원해 버스를 통째로 코렁 시설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 야당 의원들을 간단히 연행할 수 있었다. (!)

지금 느닷없이 옛날 독재가 어떻고 세금값 월급값 못 하는 국회의원(놈)들이 어떻고 하는 골치 아픈 정치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다. 그건 잠시 잊고, 단지 고위 정치인의 이동 수단에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이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한번 생각해 봤다.

※ 1000마력짜리 스포츠카

세계의 명품 스포츠카/호화 고급 승용차들이 다들 세 자리 수 마력대의 성능을 내고 있을 때, 프랑스의 '부가티 베이론'이 8기통 엔진을 두 개 붙인 16기통 엔진에다 터보차저도 4개나 들여서 1000마력을 돌파했다. 그렇게 해서 최고 속도를 시속 400~430km까지 달성했다.
프랑스는 그렇잖아도 바퀴식 고속철도도 세계 최고 속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2007년, 574km/h!!!) 자동차까지.. 상상 이상의 속도 덕후 과학 기술 강국인 것 같다. 어디 그 뿐인가? 프랑스는 옛날에 콩코드 초음속기도 영국과 공동 개발할 정도였다!

하지만 콩코드와 마찬가지로, 속도가 올라갈수록 가성비는 정말 돈지랄에 가까운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엔진 두 개를 붙였다고 해서 속도도 기존 300대짜리 슈퍼카의 두 배에 준하는 시속 5~600이라도 나오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이런 엔진은 기름뿐만 아니라 공기(=산소)도 어마어마하게 소비한다. 세상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는데 없어지는 연료가 다 어디로 가겠나? 다 같은 질량의 배기가스(혹은 기껏해야 + 물)로 바뀌어서 차 밖으로 나간 거다. 겨우 한두 명의 탑승자를 이동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속도가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연료를 태운 양에 정확하게 비례해서 속도가 더 올라가는 건 진공의 우주 공간 속을 비행하는 우주선에서나 가능하지, 공기 속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나 비행기는 결국 일정 속도 이상부터는 더 속도를 올리기가 급격하게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건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가속이 더 어려워진다는 상대성 이론하고는 전혀에 가깝게 무관하며, 광속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저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공기 저항, 타이어가 받는 마찰열 등..

하지만 비행기는 역설적으로 그런 공기 저항을 받아야 뜰 수가 있으며, 자동차는 지면 마찰이 어느 정도 있어야 바퀴를 굴려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뭔가 비선형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기술하려면 역시나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풀 줄 알아야겠다. 중등교육 수준의 물리 시험 문제에서는 '단, 공기 저항은 무시한다' 단서가 아무 생각 없이 나왔겠지만 대학 이후의 고등교육 전공부터는 이상이 아닌 현실을 다루니까. 이 분야를 정밀하게 연구해서 자동차와 비행기의 엔진 성능을 더 끌어올리려면 풍동 실험실 같은 게 필요하고 기계공학 석박사 이상의 학력과 연구 경력이 필요하겠다.

※ 우리나라의 스포츠카 컨셉 차량의 역사

1976년에 천신만고 끝에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엔진으로 포니라는 고유 모델을 겨우 만들어 낸 우리나라에서 하루아침에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같은 명품 스포츠카가 만들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술로나 경제력으로나 정서로나 모두.
그나마 쥬지아로가 같이 설계해 줬던 포니 쿠페조차도 "이런 디자인은 경제성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우리나라 정서와 미풍양속(?)과 맞지 않는다. 높으신 분들의 눈 밖에 나겠다"라는 이유로 양산되지 못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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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쿠페. 당시 포니의 개발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훗날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쿠페 모델이 컨셉트 카만으로 묻힌 걸 무척 아쉬워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쿠페형으로 스포츠카 비스무리한 물건을 최초로 시도한 것은 1990년에 출시된 현대 스쿠프이다. 엑셀과 비슷한 외형과 크기이고(동일한 하체 프레임, 엔진 배기량도 1500cc로 동일) 성능도 외국의 스포츠카에 비해서는 택도 없었지만, 엑셀에서는 선택사양이던 리어 스포일러가 기본으로 달려 있고 뭔가 날렵한 외형이 젊은 연령의 운전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스포츠/경주용 자동차에 리어 스포일러는 그저 폼이나 장식으로 다는 건 아니고, 고속 주행 시에 차량에 발생하는 양력을 억제해서 주행 안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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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스쿠프 1 (1990), 엑셀 X2 (1989. 뉴 엑셀 말고), 쏘나타 Y2 (1988)는 전방의 램프 모양이 서로 굉장히 비슷했다. 이 중에 가장 먼저 나온 것이 중형차인 쏘나타 Y2이고, 얘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인의 끝물을 본 작품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쏘나타의 디자인이 더 작은 차급인 스쿠프와 엑셀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겠다.
포니부터 시작해서 스텔라(쏘나타의 전신)와 프레스토(엑셀의 전신)까지 다 쥬지아로의 디자인인 반면, 당시 최고급 승용차이던 그랜저(1986)만은 쥬지아로가 관여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얘는 일제와 합작해서 만들어진 거니까.

스쿠프는 젊은 컨셉답게 유난히 파란색이 많았고 빨강도 심심찮게 보였던 것 같다. 무채색 중에는 차라리 검정. 드물게 하양도 있었지만, 스쿠프가 엑셀· 쏘나타 같은 평범한 승용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색 도색인 건 내가 본 기억이 없다. 여러 모로 독특한 차였다.

외형 다음으로 엔진을 논하자면, 그랜저가 1986년 처음엔 2000cc 엔진으로 시작했다가 2400cc를 거쳐 나중에 3000cc V6 모델을 출시했듯, 스쿠프도 처음에는 미쓰비시 오리온 엔진을 사용하다가 1991년 봄에 최초의 자체 개발 알파 엔진을 얹고, 그 해 가을에는 터보차저까지 얹는 식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특히 최초의 휘발유 터보 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스쿠프는 1500cc 배기량에서 엔진의 최고 출력이 세 자리수 마력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제로백이 10초 이내로 당겨졌으며, 최대 시속이 200km를 돌파했다.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스쿠프 이후로 스쿠프 2가 나왔고, 그 뒤 현대 자동차에서는 엘란트라를 시작으로 아반떼라는 준중형 승용차를 내놓았다. 스쿠프가 터보를 소개했다면 엘란트라는 DOHC 흡기 방식을 도입하여 고성능을 표방했다.
이 엘란트라의 후속 모델로는 잘 알다시피 아반떼가 나왔다. 1세대 아반떼는 가성비 최강에 그야말로 불후의 명차로 대접받았는데.. 이 아반떼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쿠프의 뒤를 잇는 스포츠 쿠페 후속 모델이 나왔다. 바로 티뷰론.

현대 자동차가 거의 1990년대 초부터 애지중지 연구했던 컨셉트 카로 HCD-II가 있는데, 그게 양산된 게 티뷰론이다. 마치 철도계에서 컨셉트카 HSR-350x가 양산된 것이 KTX-산천인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4분 30초짜리 티뷰론 광고 영화 동영상은... 뭐랄까 스케일 한번 참 거창하게 만들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보기엔 좀 중2병스럽기도 해 보인다.
악당들이 포르쉐를 탈취해 가는데 경찰들은 자기 경찰차로는 쟤들을 따라잡질 못함. 그런데 때마침 베일에 싸인 티뷰론을 수송하는 트레일러가 지나간다. 경찰들은 거기로 진입해서는 트레일러 운전사에게 신분증 제시하면서 "우린 경찰입니다. 좀 협조해 주시죠"..와 함께 그 티뷰론을 공권력-_-을 동원해 빌려 타고.. 쌩쌩~~

저게 고딩 시절에 거원 제트오디오 CD 안에 예제 동영상으로 들어있기도 했다.;; 사이버 가수 아담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말이다. ㅎㅎ
옛날에 엘란트라 아우토반 CF도 그렇고 현대차 관계자들은 자기 회사 차로 외국 스포츠카를 따라잡는 걸 그렇게도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티뷰론 이후로 2000년대에는 '투스카니'라는 스포츠형 쿠페가 나왔다고 한다. 이제 현대도 기술이 많이 발달했고 차의 배기량도 2700cc로 뛰어서 그럭저럭 무늬만 스포츠카에서 레알 스포츠카로 진입하는 단계라는 소리를 들었다. 국내외로 평도 좋았다. 하지만 본인은 이 차는 정말 본 적이 없고 기억도 전혀 없다. 스쿠프만 해도 그 어리던 시절에 지방에서도 종종 봤던 것 같은데 얘는 왜 이리 생소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200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현대 자동차가 밀고 있는 스포츠형 쿠페는.. '제네시스 쿠페'이다.
에쿠스 다음으로 대형이던 후륜 세단을 베이스로 한 차량답게 얘 역시 후륜이다. 게다가 세단 제네시스와 동일한 3800cc 엔진도 얹혔는데, 세단과는 달리 저렴한 중형급의 2000cc 모델도 추가로 존재한다.
뭐 가격이 수억에 달하는 외국의 초고성능 슈퍼카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네시스 쿠페 정도면 제로백도 5초대까지 왔고 세계 어디를 가도 진정한 스포츠카 체급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그게 21세기에 와서야 달성된 것이다.

현대 자동차는 과거의 에쿠스 같은 호화형 차량에다, 고성능 스포츠카까지 최고급 승용차는 모두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려는가 보다.
또한 스포츠카의 포지션이 처음에는 엑셀과 비슷한 소형에서 시작했다가(스쿠프), 준/중형(티뷰론, 투스카니)을 거쳐 중/대형(제네시스 쿠페)로 점차 커져 온 것을 현대 자동차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 주행 시험장

우리나라에서는 현대 자동차가 기아 자동차까지 같은 계열사 안으로 흡수한 뒤, 그야말로 국내 톱급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로 군림해 있다. 그래서 대졸 신입 사원의 연봉도 업계 최강인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풍족하다. 국내의 자동차 제조사들 중엔 유일하게 차량 수송을 위한 철도 차량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며(울산-성북.. 아니 태화강-광운대), 또 기술 연구소 내에 자체적인 주행 시험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태화강 역 근처에 있는 현대 자동차 주행 시험장은 트랙에서 직선 도로의 길이가 1km가 채 되지 않아 다소 작은 감이 있다. 물론, 대도시에다 철도역까지 가까운 곳에 그 정도 시험장이라도 있는 게 감지덕지이겠지만..
화성시에 있는 남양 연구소의 주행 시험장은 트랙의 직선 길이가 2km 남짓으로 훨씬 더 길며, 그렇기 때문에 시속 200km급의 고성능 주행 시험도 그럭저럭 가능하다. 그보다 더 북쪽에 있는 교통 안전 연구원의 주행 시험장도 인터넷 지도로 보면 크기가 그 정도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볼 때 움직이는 물체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지니, 슈퍼카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테스트하는 데는 그 정도 크기로도 부족하다. 현대 자동차는 미국 모하비 사막에도 국내의 시험장보다 더 큰 주행 시험장을 건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름하여 Hyundai/Kia Proving Grounds. 트랙 내부의 직선 도로는 거의 4km에 육박한다.
참고로 보잉 747을 연료 만땅 상태에서 이륙시키기 위해 필요한 활주로의 길이가 이미 2.5~3km에 달하며, A380이나 An-225급이라면 진짜 저렇게 4km 정도는 돼야 한다.

참고로 이 모하비 주행 시험장은 모하비 공항(겸 우주항)과 꽤 가깝다. 직선 거리로 10km 남짓 떨어진 건 미국의 땅 넓이를 감안하면 이웃집이나 마찬가지인 거리이고 무엇보다도 위도가 거의 같다. 모하비 공항은 세계에서 실려 온 노후 중고 항공기들의 보관소이며 민간 우주 왕복선이 뜨고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끝으로, 모하비 주행 시험장보다도 더 긴 유명한 주행 시험장은 독일에 있는 Ehra-Lessien test track인데, 트랙 직선 거리는 거의 9km에 달한다. 아까 언급되었던 부가티 베이론의 최고 속도는 이 시험장에서 측정되었다. 자동차의 속도가 극단적으로 빨라지면 모든 게 불안해지는데, 오버런 내지 커브 전복 사고를 안 내려면 최고 속도를 찍자마자 허겁지겁 감속을 해야 했을 것 같다. 물론 대형차가 아니니 그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음속 자동차는 아예 정식 주행 시험장에서 테스트를 하지도 못하고 얄짤없이 사막 모처로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_-

Posted by 사무엘

2016/08/07 08:39 2016/08/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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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력: 공기보다 가벼운 가스를 잔뜩 실어서 뜬다. 배가 물에 뜨는 것과 개념적으로 동일한 원리임. 비행선이나 기구는 둥실둥실 우아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며 공중 정지가 가능하고 연료도 적게 들어서 좋다. 그러나 얘는 중량 대비 동체의 부피가 너무 커지며 비행 속도도 대단히 느려서 실용성이 떨어진다. 엔진이 꺼졌다고 바로 추락하지는 않지만, 피탄 면적이 너무 크기 때문에(가스가 새면?) 그게 안전 관점에서 안 좋다.

(2) 양력(고정익. 동체가 움직여서 생성): 고성능 엔진으로 공기+배기가스 혼합 가스를 내뿜어서 추력을 만들긴 하지만, 추력으로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그 뒤 날개로 양력을 발생시켜서 뜬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빠르게 움직여야만 양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종이 까다로우며, 이착륙 시엔 매우 길고(가속) 넓은(날개 폭..) 활주로가 필요하다. 그래도 장거리 비행에 충분한 비행 속도와 경제성(항속거리)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 바로 이 방식이다.

(3) 양력(회전익. 날개 자체가 공기를 휘저어서 생성): 엔진으로 로터를 회전시키고 그걸로 직통으로 양력을 발생시켜서 뜬다. 고정익기보다 더 불안정하고 조종과 자세 제어가 까다로운 데다, 느리고 연비도 안 좋다. 하지만 활주로 없이 달랑 뜰 수 있고 공중 정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고정익기와는 별개의 활용 영역이 존재한다.

(4) 추력: 날개 없이 연료를 태운 배기가스를 내뿜는 반작용 추력만으로 뜬다. 날개도 없이 초기에 굉장한 고도와 속도를 얻을 수 있으나,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하여 연료와 중량 대비 항속 거리가 매우 짧다. 이건 비행기보다는 로켓이나 미사일,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더 적합하다. 지구 중력을 탈출하려면 닥치고 위로 솟구쳐 올라가야 하며, 달이나 우주 같은 곳은 애초에 대기가 없어서 부력이고 양력이고가 전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가 없다는 말은 연료를 태울 산소도 없음을 의미하므로, 연료 자체를 산화제와 함께 섞어서 만들어야 한다.

(2)의 원리로 날도록 만들어진 비행기/비행체라도 중량 대비 엔진 출력이 캐사기급으로 좋다면 제한적으로 (3)이나 (4) 같은 기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F-22 같은 최신 전투기는 무슨 로켓처럼 수직 상승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람이 안 타서 가벼운 무선조종 항공기 같은 것도 실속에 빠졌을 때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차라리 프로펠러가 있는 쪽이 위로 향하도록 하면.. 프로펠러가 마치 헬리콥터 로터처럼 돼서 비행기를 호버링 상태로 최소한 추락 사고는 안 내고 보전이 가능하다. 반쯤은 틸트로터 비행기처럼 운항 가능한가 보다.

물론 덩치 큰 여객기에게는 저런 건 어림도 없는 소리다. 동체를 수직으로 세웠다가는 곧바로 추락한다..;;

이런 기계들 말고 새와 곤충 같은 생명체가 공중에 뜨는 건 일단 (1)과 (4) 부력과 추력은 제끼고 시작한다. (1)은 크기 압박, (4)는 분출과 힘 압박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구현 가능하지 않다. 결국 남는 건 양력인데, 생물의 비행은 고정익과 항공익 어느 하나로 딱 떨어지지는 않아 보인다.

날개를 직접 퍼덕여서 상하 압력차와 양력을 만드니, 대놓고 고정익은 아니다. 게다가 어디서든 간편하게 떴다가 내릴 수 있으니 고정익의 한계를 갖고 있지 않다. 새가 무슨 활주로가 필요하다거나, 주변 공기를 다 빨아들여서 온갖 요동을 치고 후폭풍을 일으키며 날지는 않는다!
하지만 긴 날개를 쫙 펴서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는 새도 있기 때문에 고정익 비행 원리도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고정익 항공기를 발명한 선구자들이 새들의 날갯짓을 눈에 불을 켜고 관찰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새들은 하늘을 날기 편하라고 여느 육상 동물들보다 시력이 아주 좋으며, 덩치 대비 폐활량도 훨씬 더 우수하다고 한다. 뼈도 가볍고 공기구멍이 많다던데, 그럼 골다공증이 인간에게는 병이지만 새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보다.

지상에서 무려 9~10km 위인 어지간한 여객기 순항 고도에서 나는 철새들도 있다. 이들은 그 먼 길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정말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매 같은 새가 공중을 날다가 거의 8~90도로 급강하해서 지표면의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를 채어 가는 건 어지간한 전투기의 기동 뺨치는 스킬이다. 이런 기술은 절대로 그냥 저절로 생길 수가 없으니 '지적 설계'의 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큰 새가 아니라 벌새나 참새 같은 극단적으로 작은 새들은 활강 따위 없이 닥치고 죽어라고 날갯짓을 해야만 공중에 뜰 수 있다. 이는 헬리콥터의 특성에 더욱 가깝다. 날개를 퍼덕이는 횟수가 초당 수십 회에 달하기 때문에(분당 2~3천 회) 소리가 '퍼덕퍼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엔진 소리처럼 '부웅', 영어로는 droning이 된다.

이 때문에 요런 동물들은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며, 덩치 대비 식사량도 엄청나게 많다. 내연기관으로 치면 회전수가 왕창 높은 오토바이용 2행정 숏 스트로크 엔진 같다. 디젤 엔진과는 스타일이 완전 반대다.
새들은 그렇게 힘들게 공중에 떠 있다 보면 곧 지치기 때문에 착륙해서 쉬어야 한다. 옛날에 중국에서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운동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무슨 무기를 쓴 게 아니라, 모조리 쭈욱 도열해서 참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쉬질 못하게 해서 비행 중에 지쳐 떨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참새를 잡았다.

새 다음으로 곤충으로 가면.. 전세계에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고 있는 동물은 같은 사람이 아니며,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도 아니고 뱀도 아니고.. 모기라고 한다. 곱게 피만 빨아먹고 꺼지는 게 아니라 나쁜 병원균을 같이 옮겨서... (그래도 모기 다음의 굳건한 2위는 사람이 맞댄다. ㄲㄲ)
모기는 비행체로서는 힘이 아주 부족하며 항속거리도 짧다. 지상에서 스스로 1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을 오르지는 못하며, 엘리베이터나 계단 복도 등을 타고 올라온다고 한다.

하지만 모기는 기동성은 최고이다. 공중정지부터 시작해 그야말로 상하좌우전후 6방향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그나마 민첩하지 않아서 파리보다야 훨씬 쉽게 잡을 수 있는 게 다행이다. 게다가 피를 빨아먹은 뒤엔 무거워서 민첩성· 반응성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인간에게 잡힐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원하는 시뻘건 액체를 얻었으면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고 사라지는 게 사람과 모기에게 모두 좋을 텐데, 그런 것까지 생각할 정도로 모기가 똑똑하지는 못하다. 게다가 모기의 '웨엥' 날갯짓 소리는 흡혈 이상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극도의 불쾌감과 모기에 대한 살생 충동을 부추기는 요소이다.

* 여담: 복엽기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발명한 비행기를 포함해 1910~1920년대까지의 비행기의 형태는 복엽기가 대세였다. 복엽기란, 날개가 위아래로 두 겹이 달린 비행기를 말한다. 그게 옛날 비행기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건 한눈에 봐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다이나미컬'한 디자인은 아니어 보이는데.. 초창기에 비행기의 모양이 저랬던 이유가 무엇일까?
날개를 두 겹으로 배열하면 같은 속도에서 공기를 더 많이 부딪치고 양력도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2배까지는 아니어도 1.x배 정도는 말이다. 또한 이렇게 하면 한 날개에 걸리는 공기의 압력 오버헤드를 분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옛날의 비행기는 100여 년 전의 열악한 엔진+날개 기술로 일단 어떻게든 공중에 뜨는 걸 목표로 했다. 속도는 일단 안정적으로 뜬 뒤에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였던 것이다. 애초에 고정익기는 이륙할 때(양력)와 착륙할 때(제동) 모두 뒷바람이 아닌 맞바람이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금속으로 더 튼튼한 비행기 날개를 넣는 기술이 개발되고 엔진의 성능도 향상되면서 비행기의 트렌드는 단엽기로 바뀌었다.
헬리콥터로 치면 상하로 로터가 둘 달린 동축 반전 로터가 만들어졌다가, 나중에는 지금 같은 테일로터 방식이 주류가 된 것과 비슷한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 여담: 라이트 형제에 대해서

세상을 바꿔 놓은 발명들이 일단 개발된 뒤에도 아무 탈 없이 곱게 정착하고 실용화된 건 아니었다.
자동차의 경우 영국에서는 잘 알다시피 멀쩡하게 잘 만들어 놓고도 적기 조례라는 규제 병크(기존 마차 운수업자들 보호..) 때문에 자동차 기술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뒤쳐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는 이제 유명인사가 되고 돈방석에 앉은 게 아니라... 자국 정부 기관으로부터는 외면받고, 비행 기술을 시샘하는 동종업계 종사자들로부터는 웬 표절 도용 소송을 당해서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됐다. 그 동안 정작 프랑스와 영국, 심지어 일본 같은 경쟁국에서는 라이트 형제를 VIP로 대접했으며, 한편으로는 비행기 제조 기술을 빼내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한국도 아니고 선진국에 엔지니어· 덕후의 천국인 미국이 그것도 자국 국민으로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발명을 한 라이트 형제를 당대에 그렇게 홀대했다는 건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형인 윌버 라이트는 여기 저기 쓸데없는 소송에 말리면서 몸과 마음이 쇠약해졌으며, 1912년에 40대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동생인 오빌 라이트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비행기 기술이 지금의 컴퓨터 기술만큼이나 가히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본 뒤, 1948년에 죽었다. 1903년에 플라이어 1호를 띄우고도 40년이 넘게 더 살아 있었던 것이다.

오빌과 윌버가 한 비행기를 같이 타고 조종한 건 1910년 5월 25일의 가족 비행이 마지막이었다. 지금까지는 여든이 넘은 친부가 "둘이서 한 비행기를 타다가 추락 사고라도 나서 다 죽어 버리면 비행기 연구의 맥이 끊어지지 않느냐? 그러니 연구 중에 비행기엔 반드시 한 명씩만 타고 다른 한 명은 땅에 있어라"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라고 함..;;

그리고 끝으로, 라이트 형제는 목사의 아들인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런데 평생을 비행기에 미쳐 사느라 두 사람 모두 독신으로 살다가 갔다..;; 후세는 못 남겼지만 전세계인들이 영원히 기억하는 이름을 남겼다.
비행기를 발명해서 유명해지고 신문 기자로부터 혹시 결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들은 이렇게 대답한 것이 잘 알려져 있다.

  • 오빌: 형부터 결혼하면 그 다음에 나도 할 거예요.
  • 윌버: 비행기와 부인에게 둘 다 쓸 시간은 없습니다. (!!)

그래서 둘 다 독신이 됐대나 어쨌대나..;;

Posted by 사무엘

2016/08/04 08:38 2016/08/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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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나 비행기, 열차 같은 모든 교통수단들은 진행 방향이 다른 교통수단과 한 지점에서 교차할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신호 시설의 통제를 받으며 움직여야 한다. 비행기는 이륙이야 그냥 관제탑으로부터 허가가 날 때까지 활주로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만 착륙은.. 신호 대기를 할 수 없고 상시 선회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트래픽 대비 활주로가 부족한 혼잡한 공항에 착륙하는 게 다소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동일 경로의 공유와 교차가 같은 종류의 교통수단끼리만 발생하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옛날에 이종간의 하이브리드를 시도한 교통수단들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교통수단들간의 이색적인 교차 양상에 대해 살펴보겠다.

1. 사람 vs 자동차

이건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가장 먼저 생긴 갈등(?)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일단 횡단보도가 만들어졌으며, 아주 혼잡한 곳에서는 사람과 자동차를 공간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서 육교와 지하도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높이의 변화는 노약자, 혹은 짐이 많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악재이기 때문에, 귀차니즘에 충실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사람들과 차들이 터져 나가는 교차로에서는 그냥 단순무식하게 일정 시간 주기로 빨간불과 파란불을 반복하면 되지만 한적한 시간과 장소에서는 점멸 신호 내지 주문형(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서 요청을 했을 때에만 잠시 후 파란불이 되는) 신호등이 운용되기도 한다.

2. 육상 vs 철도

육상 교통수단들 중 진행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놈은 단연 철도 차량이다. 차량이 무겁고 수송량이 압도적이며, 무엇보다도 너무 둔하고 지면 마찰도 작아서 가감속을 날렵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얘가 일단 속도가 붙어 버렸으면 아무도 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차와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인 교통사고가 나면 무단횡단에 굉장히 관대하고 오로지 운전자에게만 과실을 뒤집어 씌우는 관행이 심하지만, 그래도 철길 주변 보행이나 철길 건널목 교통사고에서까지 보행자에게 무한 관대하지는 않다.

철길 건널목 사고가 나면 철도 당국은 여러 모로 골치아파진다. 2002년 5월에 어느 전라선 상행 새마을호에서 발생했던 3연속 건널목 사고는 요런 사고의 아주 극단적인 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꾸준히 전국의 수백, 수천 곳에 달하는 건널목들을 야금야금 모조리 정책적으로 입체화해 왔다. "열차를 급정거시킬 수 없다면 애초에 급정거해야 할 상황 자체를 봉쇄하자"라는 발상에 따른 것이다. 이런 조치 덕분에 오늘날 철도 건널목 사고는 3, 40년 전에 비해서 굉장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아닌 서울에도 일부 건널목이 있다. 물론 무려 3복선이 된 경부선이나 2복선짜리 경인선 구간에 건널목이 있는 건 아니며, 그 이북의 경의선과 경원선, 특히 경원선 구간에 한정되어 있다.

먼저 서빙고 역에서 한남 역 방면으로 400미터쯤 전방 반포대교 근처를 보면 건널목이 있다(서울 용산구 서빙고로62길). 새마을· 무궁화 같은 열차도 아니고 전동차가 지상에서 차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널목을 통과해 간다니 참 상상이 안 된다.
서빙고 역 인근에는 자동차 도로를 예각으로 가로질러서 미군 기지로 들어가는 단선 철도도 이따금씩 쓰이는가 보다. 이거 유명한 사진이다. 차단기도 없이 이거 정말 안습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으로, 회기 역에서 외대앞 방면으로 얼마 안 간 곳에도 건널목이 있으며(서울 동대문구 휘경로12길), 이웃 외대앞 역은 역 출입구에 대놓고 선로 횡단 건널목이 있다. 육교와 지하도로 대체 경로도 있으니 코레일에서는 여기를 못 없애서 난리이나,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 건널목을 완전히 못 없앤 상태이다.

심지어 육교에다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까지 다 놔 줘도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한다. 아무리 최첨단 액세서리 기능들로 무장한 안경이나 휠체어가 있어도, 그런 게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눈과 건강한 다리보다 나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그런가 보다.
경원선 구간은 일반열차가 다니기도 하고 게다가 이렇게 건널목까지 있으니 전동차(운행 계통상으로는 경의중앙선)의 배차간격을 지금보다 더 줄이는 건 도저히 무리일 것이다.

경원선보다 상태가 더 안습한 건널목은 바로 서울 역 이북 경의선 구간에 있는 '서소문 건널목'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는 수색 기지에서 서울· 용산 역으로 입출고하는 KTX 포함 모든 일반열차들이 이 선로를 지나기 때문에 그야말로 크리티컬 중의 크리티컬이다. 그야말로 몇 분이 멀다 하고 차단기가 내려온다. 애초에 경의선 서울-신촌 통근열차/전동차가 1시간에 1대꼴밖에 못 다니고 지금도 경의중앙선의 지선으로 전락한 이유도 이런 열차들의 트래픽 때문이다.

그러니 이 건널목으로 정상적인 차량 통행은 곤란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완전히 틀어막고 건널목을 없애기에는 지상의 자동차 트래픽도 무시 못 하며(밤에는 열차 운행도 뜸해지거나 중단되니), 이 건널목은 입체화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로 위로는 서소문 고가차도가 있고, 지하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나기 때문이다(시청-충정로 사이. 서울 도시 구간에는 2호선이 별로 깊지도 않음). 여러 모로 진퇴양난이다.

3. 육상 vs 배

배는 물 위를 다니는 교통수단이며, 자동차는 수륙양용이 아닌 이상 다리가 놓여 있어야 물 위를 건널 수 있다. 그러니 자동차와 선박이 교차 가능한 상황이란 단 한 가지 경우뿐이다. 바로 다리가 도개교(bascule, 跳開橋) 형태인 것이다. 이게 철도로 치면 차단기가 내려오는 것과 개념적으로 동일하다.

요즘은 건축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애초에 다리를 지을 때 어지간히 큰 선박도 아래로 지나갈 수 있게 왕창 높고 크고 기둥 간격도 넓게 만들곤 한다. 선박의 통과를 위해 다리를 통째로 들어올리게 되면 그 동안 자동차들의 통행이 막히는 큰 불편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는 요즘은 길거리에 자동차들이 좀 많나..;; 그러니 도개교는 노면 전차만큼이나 좀 과거의 유물이고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물건이 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도개교가 전국을 통틀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부산의 영도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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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에 도개교 형태로 오리지널이 완공됐다. 부산은 일본과 가까운 항구 도시로서 그 시절부터 대도시였으며, 나룻배만으로 영도와 본토 사이를 오가기에는 트래픽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다리가 생기긴 했지만 그때엔 선박의 트래픽도 여전히 만만찮은 수준이어서 리즈 시절엔 다리 도개를 하루에 무려 7번이나 했다고 한다. 매회 도개 시간은 약 20분.

이렇게 자동차와 선박 사이의 평면교차가 이뤄졌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영도대교의 도개는 15분씩 하루 2회로 줄었다. 게다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인 1966년 9월에는 다리 아래로 상수도관을 매달면서 도개가 중단되어 버렸다. 노면 전차(1968) 내지 증기 기관차(1967)와 비슷한 시기에 도개교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게 흥미롭다.
뭐, 도개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다리를 근 60년 가까이 잘 쓰면서 지냈는데.. 마침 1994년 가을,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터졌다.

이 때문에 나라에서는 혹시 성수대교 시즌 2가 벌어질 여지는 없는지 전국의 유명 교량들을 부랴부랴 긴급 점검했다. 이때 서울에서는 지하철 2호선이 다니는 당산철교가 시범 케이스로 제대로 걸렸다. 그야말로 "성수대교가 안 무너졌으면 얘가 무너졌을 것이다. 달리던 지하철이 다리와 함께 나란히 강으로 추락해서 초특급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급의 막장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산철교는 전면 철거 후 새로 만들어졌는데..

부산에서는 지은 지 너무 오래 된 영도대교가 '대대적인 긴급 보수, 혹은 아예 철거 후 재시공 필요' 판정을 받았다. 간이역 건물만큼이나 역사적인 가치가 크고 안전을 위해 여러 번 땜빵도 했지만, 넘쳐나는 교통량을 감당하고 근본적인 안전이라는 토끼까지 둘 다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지금 다리는 철거해 버리고 다리를 더 큰 규모로 다시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됐다. 그래도 새 다리는 오리지널 영도대교와 최대한 같은 외형으로 만들고, 먼 옛날에 봉인되어 버렸던 도개 기능도 상징적인 차원에서 다시 부활시켰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영도대교는 지난 2013년 11월에 개통했다. 하루 한 번(오후 2시) 다리를 15분 동안 들어올린다.
그러고 보니 민방위 대피 훈련도 매달 15일의 이 시간대에 20분 동안 진행한다. 다리를 들어올리는 건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벌건 대낮에 하는 게 아무래도 운전자들에게 민폐가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4. 육상+철도의 특수한 경우

음, 그러고 보니 전라남도 무안과 영암 사이에는 호남선의 지선인 대불선이라는 화물 철도가 있다.
얘도 종점 인근에 자동차 도로와 만나는 건널목이 있는데, 여기는 서울처럼 열차나 차량 통행량 자체가 너무 많아서 입체화가 필요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과는 전혀 다른 문제가 건널목에 존재한다.

대불선은 전철화가 돼 있다. 그런데 이게 고성능 전기 기관차를 운용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호재이지만, 화물 수송 능률면에서는 큰 악재이기도 하다.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린 전차선 때문에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화차에다 선뜻 실을 수가 없으며, 게다가 전차선의 높이보다 더 높게 화물을 쌓은 트레일러가 건널목을 지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교량 때문에 높은 배가 통과할 수 없어 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여기 건널목에는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됐고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동식 전차선이 존재한다. 마치 배가 지나가게 다리를 들어올리듯, 아슬아슬 간당간당한 대형 트레일러가 건널목을 통과할 때는 건널목 위를 지나는 전차선을 잠시 치울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치 주문식 횡단보도 신호기처럼.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

5. 육상 vs 비행기

자동차가 비행기의 항로를 침범한다는 건 불가능-_-한 일이고, 그 대신, 과거에 일부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가 비상시에 군용기의 활주로로 쓰이는 경우는 있었다.
경부 고속도로에 신갈, 천안을 비롯해 몇몇 구간이 이상하리만치 곧고 길게 잘 뻗었으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붙박이 중앙분리대가 없이 페이크 이동식 중앙분리대만 있었다. 그런 곳이 바로 활주로 공용 구간이었다.

옛날에는 물론 자주는 아니었겠지만 공군이 가끔씩 경부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틀어막고 실제로 훈련을 했다.
동아일보 1988년 3월 30일자를 보면, "팀 스피리트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하나인 비상 활주로 이착륙 훈련이 30일 경부 고속도로 판교-신갈 구간에서 전투기 F4, F5, F15, F16, 대형 수송기 C123, 폭격기 B52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같은 보도가 있다. TV 뉴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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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지금 8차선, 10차선으로 확장되고 있고 24시간 차들로 터져 나가는 그 경부 고속도로의 일부를 틀어막고, 거기서 전투기 이착륙 훈련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이야 그런 비상 활주로들은 다른 한산한 도로로 옮겨지고 해제되고 있다. 특히 활주로 구간의 중간에 분기점이나 나들목을 만들다 보면 활주로 기능이 자동으로 상실되었다. 성환 활주로에 생긴 북천안 IC처럼 말이다.

그런데, 활주로+고속도로 공용보다 더 엽기적인 사례가 있다.
스페인의 남부에 있는 영국 속령인 '지브롤터'라는 지역에는 지브롤터 국제 공항이 있는데, 얘는 전세계의 공항들 중 유일하게 공항 활주로가 일반 도로와 수직으로 평면교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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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착륙 예정일 때는 마치 철도 건널목처럼 차단기가 내려오며, 운전자들은 눈앞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저렇게 빤히 지켜보게 된다.
활주로에는 이물질 하나 있어서는 안 된다. 일례로 2000년 7월에 발생한 에어프랑스 4590편 콩코드 여객기 추락 사고는 바로 전에 먼저 이륙한 비행기에서 떨어진 부품을 밟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였다.

그런 와중에 여객기 활주로가 자동차 도로와 평면교차한다는 건 안전이나 보안 면에서 굉장히 아찔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활주로를 포함하는 공항 담장 외벽에 철조망이 괜히 쳐진 게 아닌데.;;
캄보디아의 씨엠 립 국제공항은 비행기 착륙 후에 여객 터미널까지 승객이 활주로 바닥을 걸어서 이동하며, 제주 국제공항에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X자 모양으로 평면교차하는 두 활주로를 바꿔 가며 운용하긴 한다. 일본의 나리타 국제공항은 지역 주민들의 알박기 때문에 반쯤 고자처럼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지브롤터 국제 공항은 그런 공항들보다 더 엽기적이다. 비보호 좌회전+평면교차가 있던 옛 88 올림픽 고속도로의 남장수 IC의 공항 버전이라 하겠다.
활주로는 지형과 역사적인 사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만들어졌으며, 딱히 더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01 08:39 2016/08/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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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답사기: 배봉산, 백련산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본인 역시 코딩 집중도가 올라가고 대외적으로 이것저것 바쁜 일이 생기니.. 지난 봄만치 멀리 가서 높은 산을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날씨가 풍경 사진을 찍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이긴 하나, 본인처럼 열 많고 땀 많이 흘리고 더위에 약한 사람에게는 장거리 산행을 몹시 괴롭게 하는 날씨이다.

이럴 때는 도심에서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그냥 100~200m대 높이의 공원에 가까운 언덕을 산책하고 오는 걸로 만족하곤 했다. 중전철 대신 경전철, 행성 대신 왜행성 같은 느낌이랄까? 하긴, 예전에 올랐던 산 중에도 개화산이나 응봉산처럼 완전 작은 놈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원래 가려던 산 대신 예정에 없던 엑스트라로 다녀온 곳이 두 군데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얘들은 다 외곽이 아닌 시내 중심지에 있고, 산 반대편으로 건너갔다고 해서 교외 지역이나 경기도에 도달하는 게 아닌 것치고는 지하철 접근성이 별로 좋지 않다. 이에, 본인 역시 둘 다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으로 방문해서 다녀 왔다. 단, 한 곳은 자전거를, 다른 한 곳은 자동차를 이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1. 배봉산

정상의 높이는 108미터, 종축 횡단 거리도 1km 남짓밖에 안 되는 정말 아담한 산이다. 한때 사도세자가 죽은 후에 여기에 묻혔었다는 걸 안내 표지판을 보고 처음 알았다(나중엔 더 멀고 터 좋은 곳으로 이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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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으로 접근하는 곳이 이곳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배봉산 근린공원'은 이렇게 근사한 입구를 갖추고 있다. 바로 옆에는 야외무대라는 공터도 있다. 위치는 산의 최남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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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둘레길만 돌아다닐 수 있고 정상으로 높이 올라갈 수 있었다. 본인은 응당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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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계단 오르는 정도의 기분으로 잠깐만 수고를 하고 나니 금세 정상이 나왔다. 단, 산의 진짜 정상은 유적 발굴 공사 때문에 접근이 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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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은 전반적으로 나무들이 굉장히 조밀하게 우거져 있어서 위로나 좌우로나 경치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나마 정상 근처에 딱 한 군데 있는 전망대도 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이 정도에 불과했다. 전방에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용마산으로, 여기서 3~4km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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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지난 뒤부터는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가는 길이 이런 식으로 나 있다. 산이 면적이 굉장히 작은 관계로 여기 말고 다른 길은 없는 듯하다. 아까 언급한 그 둘레길도 사실은 서울 시립대 부근에서 끊어졌다.

북쪽 끝까지 가면 '휘경 광장'이라는 공터가 나오며, 더 진행하면 휘경2동 주민센터를 보면서 하산할 수 있었다. 혹은 그냥 서울 시립대 부지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본인도 평소 같으면 당연히 그쪽으로 하산을 했겠으나, 이번엔 자전거를 세워 둔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관계로 부득이 방향을 돌려서 배봉산 능선을 1왕복했다. 이렇게 하는 데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배봉산은 남쪽의 횡축 도로인 사가정로(전농동사거리 동쪽)의 남쪽으로도 계속 이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는 그렇잖아도 경사가 굉장히 급한 언덕길이다. 사가정로의 남쪽에 계속 이어지는 언덕엔 아파트도 있지만 또 '답십리 공원'이 조성돼 있다. 낮은 배봉산보다도 더욱 낮은 언덕이지만 인근 주민이 부담 없이 운동과 산책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이다.

본인은 여기 일대에 있는 운동 장소로는 그냥 청계천, 중랑천, 한강 주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물뿐만 아니라 고지대에도 애착이 간다. 이런 데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잠도 자고 싶은데 여름 밤에는 모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2. 백련산

이 산은 인왕산과 안산만치 유명하지는 않으며 정상의 높이도 이들보다 낮지만, 어쨌든 이들보다 더 서쪽에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종단하는 거리는 대략 2km 정도 된다.

지도를 보니 산기슭에는 '백련사길'이라는 도로가 있고, 그 길가엔 백련사 방문객과 백련산 등산객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주차장이 있었다. 안 그래도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들게 생겼던데 주차장이라니? 마이 프레셔스!
학교 갈 일이 있을 때 곧장 차를 끌고 갔다 왔다. 새벽에 여기 등산을 한 뒤 학교로 가면 동선이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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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워 놓은 뒤 '팔각정'이라는 정자 겸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에서 계단을 쭉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만 팔각정이 있는 게 아니라 등산로 입구에도 있다. 계단을 다 오르자 위와 같은 능선 산책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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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운동 시설과 웬 송전탑 같은 시설도 있었다. 그것들을 지나친 뒤, 총 약 1km 정도 걷자 '은평정'이라는 정자가 나타났다.
여기가 백련산의 실질적인 정상이지만 정상 표지석 같은 건 없다. 그런 걸 세우기에는 너무 낮은 산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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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걸 내려다볼 수 있다.
인왕산이 보이는 동쪽으로는 막 해가 뜨는 시간대여서 사진을 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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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정을 지난 뒤에도 북동쪽으로 산행을 계속했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타났는데, 여기서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을 선택했다. 오른쪽은 북한산 자락으로 길이 계속 이어지는 반면, 왼쪽은 그대로 하산하면서 산행이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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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도가 충분히 낮아졌는지 아파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길, 그리고 근린공원이 눈에 띄었다. 거길 지나자 지금까지 못 보던 암반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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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산은 전망대라고는 정상의 은평정밖에 없는가 싶었는데 요런 곳이 하나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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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무로 된 계단을 따라 계속 하강하자.. 결국은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지나는 '통일로' 도로에 도달했다.
녹번 역과 홍제 역의 사이(그래도 녹번에 훨씬 더 가까움), 서대문구와 은평구의 경계쯤 되는 지점에 이렇게 큰 다리가 있어서 백련산과 북한산 자락을 연결하고 있었다.

체력과 날씨,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 다리를 건너서 등산을 계속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여느 때와는 달리 몸만 달랑 온 게 아니니 발 닿는 대로 계속 편도 경로로 이동할 수 없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온 길의 정확한 역순으로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차례였다. 은평정에서 여기까지도 또 1km가 넘었던 듯하니 편도 거리가 약 2.몇 km. 그래서 왕복으로 대략 5km 가까이를 걸었다. 시간은 2시간이 좀 덜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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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션을 완수하고 출발지로 돌아왔다. 새벽에 갓 도착했을 때와는 달리 주변은 온통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큰일 났겠다. "일찍 움직이는 운전자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라는 말이 진리임을 알 수 있었다.
차가 없었으면 또 세월아 네월아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근처의 지하철역에서 또 환승을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다음 목적지인 학교로 아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6/07/26 08:35 2016/07/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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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칼리스타(1992)와 기아 엘란(1996).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그 옛날에 저런 자동차도 팔았나 싶은데, 위의 두 자동차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 본인은 직접 본 경험이 전무하다. (초딩 시절에 대우 임페리얼조차 길거리에서 본 적이 있건만, 저것들은 정말 듣보잡. 그나마 칼리스타는 자동차 잡지를 통해서 접하긴 했었다.)
  • 나름 2인승 스포츠카 컨셉으로 영국제 자동차를 그대로 들여 와서 생산했다.
  • 생소한 컨셉에다 너무 비싼 가격으로 인해 망했음. (수제 생산 크리)

굳이 나 말고도 자동차 매니아들이라면 국내의 자동차 역사에서 두 차량이 갖는 유사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1. 기아 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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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동차는 1980년대 말에 외제차 수입 규제가 완화되자마자 3000cc급 대형 고급차 컨셉으로 머큐리 세이블이라는 미제 승용차를 수입 판매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쯤 전인 1970년대 말에 현대 자동차에서 최고급차 컨셉으로 포드 그라나다를 포드 사 CI조차 안 걷어내고 그대로 판매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머큐리 세이블은 무엇보다도 도어에 번호 기반 자물쇠가 장착돼 있는 게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그 뒤로 기아 자동차는 스포츠카를 만들 결심을 하게 되고, 영국 로터스 사의 스포츠카인 엘란을 생산 라인을 인수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건 외제차를 하나도 안 고치고 100% 똑같이 만들어 판 건 아니며 엔진, 서스펜션, 내장재 등 여러 곳에 변형과 로컬라이제이션이 가해졌다.

현대 자동차에서 1990년대 초에 '엘란트라'라는 준중형 승용차를 내놓았는데, 그때는 얘를 수출할 때 이 '엘란'과의 이름 충돌을 의식해서 '엘'은 빼고 '란트라'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이름으로 수출해야 했다.
하지만 나중에 기아 자동차가 '엘란'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인수하고 그 기아 자동차를 현대 그룹이 꿀꺽 해 버리니, 그때부터는 이름 충돌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이제 '엘란트라'는 후속 모델 아반떼의 수출명으로도 당당히 쓰이고 있으니 참 세상 많이 변했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중간 체급이라고 전륜구동 준대형 '아슬란'을 만든 건 망한 듯하지만, 그래도 엘란트라처럼 엑셀과 쏘나타 사이의 준중형 체급은 굉장한 선견지명으로 판명됐으며 오늘날까지도 잘나가는 중이다. 자동차 엔진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뿐만 아니라 이렇게 평균적인 소비자들의 수요 심리를 잘 읽는 것도 자동차 회사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엘란은 범퍼 위로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게 인상적이다. 이게 그 시절에 스포티한 디자인 유행이었던 것 같다. 대우 에스페로와 현대 아반떼 초기형 말고는 이런 디자인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엘란은 20년 전 물가로 3천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었으며, 전국적으로 1055대 남짓만 생산된 뒤 단종됐다. 이것도 나중엔 차를 좀 팔려고 제작사에서 원가 미만인 2천만 원대 후반 가격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팔기도 해서 얻은 실적이었다. 참고로 대우 임페리얼이 최종 생산량이 863대였다.

2. 쌍용 칼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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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란이 미래지향적이라면 칼리스타는 딱 봐도 복고풍의 컨셉이다. 원 제작사는 영국의 팬서(panther. 만화 주인공 핑크 팬더도 곰이 아니라 표범임) 웨스트윈드 사로, 이를 쌍용 자동차에서 인수하여 SUV 말고 쌍용 최초의 승용차 명목으로 국내에서 생산했다. 영국 본토에서는 동일 모델의 차명이 '리마'(Lima)였다고 하는데, 칼리스타는 도대체 무슨 어원이고 누가 지은 이름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옛날 자동차의 주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휀다(바퀴 덮개)가 저렇게 돌출돼 있는 것이다. 외국의 차덕들도 서양이 아닌 웬 동북아시아 대한민국에서 이런 차가 생산되다는 것에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고 하지만, 딱 봐도 이런 자동차는.. 매니아들 말고는 일반 서민들에게 많이 팔리게 생기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대기업 총수 같은 부자들이 그랜저 대신 이런 차를 굴리지는 않을 테고.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어서 엔진의 성능은 나쁘지 않았으나, 자동화 대량 생산을 못 한 탓에 차 가격은 1990년대 초 물가로 역시 무려 3천만 원을 넘어섰다.
결국 앞의 엘란만치도 못 팔았다. 연 판매량은 10~20대에 불과했으며, 1994년까지 누적 판매 100대를 채 못 채우고 단종됐다(78대). 그것들도 다 국내에서 굴러다닌 게 아니라 수출 처분되기도 했다.

칼리스타 이후로도 이런 복고풍 로드스터 승용차는 국내에 현재까지 다시 등장한 적이 없다. 엘란보다도 먼저 만들어진 차인데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던 것 같다. 엘란이 등장한 때는 칼리스타가 이미 단종된 뒤였다.

* 이 외에 대우 르망 이름셔(Irmscher, 1991)도 생각난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차종은 아니고 그 당시에 생산되던 대우 르망을 '이름셔'라는 외국 회사에서 스포츠형으로 튜닝해서 고급화하고 성능을 올려 놓은 것이다.
르망은 분명 엑셀· 프라이드 같은 소형차 체급인데 이름셔 에디션(?)은 엔진 배기량부터가 중형차급 2000cc로 버프되어서 엄청난 성능을 자랑했으며, 그 외에 다른 내외장제도 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바뀌었다.

보통 국내에서는 세금 규제를 피하려고 이미 있는 외국 원판 차량도 배기량을 줄여서 내놓곤 한다. 옛날에 그라나다도 그랬고 대우 에스페로도 준중형 차급에 비해 너무 작은 1500cc 엔진을 얹은 게 화근이어서 빌빌댔다. 이름셔는 그와는 정반대 케이스였다.
하지만 이름셔 역시 인지도 부족과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별로 인기를 못 얻었다. 1000몇백만 원에 달했는데, 그 돈 쓸 거면 아예 대놓고 중형차를 사는 게 나았기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7/23 19:32 2016/07/2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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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실행 제어라 하면 조건과 분기, 반복, 예외 처리 같은 것들이 있는데.. 절차형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이런 게 예약어와 블록 구조 같은 걸로 표현되고, 단순 함수 호출이나 연산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차적으로 수행되는 편이다.

그런데 C 언어는 타 언어었으면 예약어를 써서 구현되었을 실행 흐름 제어도 다 함수로 구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렇다. 코드 정적 분석 프로그램 같은 걸 만든다면 이런 건 함수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C가 저수준이라는 소리를 괜히 듣는 게 아닌 듯하다.

1. signal

시스템 차원에서 인터럽트가 발생했을 때 실행될 콜백 함수를 지정한다. Ctrl+C나 Ctrl+Break가 눌리는 것도 이런 상황에 포함되나, Windows의 경우 C 표준을 준수하느라 함수는 동일해도 Ctrl 키 인터럽트는 다른 인터럽트와는 꽤 다른 방식으로 따로 처리된다. (Windows API에 SetConsoleCtrlHandler이라는 함수가 있음) 사실, Windows는 자체적인 예외 처리 함수 지정 메커니즘도 제공한다.
현대의 언어라면 다 try ... catch로 처리했을 사항들이다. SIG* 상수들은 catch 구문에다 별도의 값이나 타입으로 전달되고 말이다.

2. setjmp/longjmp

C 언어에 이런 함수도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굉장히 놀랐었다. goto는 한 함수 안에서만 분기가 가능하지만 얘는 아예 함수의 경계를 초월하여 이전의 setjmp 실행 직후 상황으로 분기를 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 함수는 다음과 같이 사용하면 된다. 개념적으로 운영체제의 '시스템 복원'을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include <setjmp.h>
jmp_buf jb;

void Func(int n)
{
    printf("%d\n", n);
    if(n==5) longjmp(jb, 0); else Func(n+1);
}

int main()
{
    if(setjmp(jb)) {
        puts("recursion interrupted.");
    }
    else {
        puts("OK, try");
        Func(0);
    }
    return 0;
}

jmp_buf라는 버퍼 자료형을 선언한다. 얘는 배열에 대한 typedef이며, 함수의 인자로 전달될 때는 자동으로 포인터처럼 취급된다. 그렇기 때문에 setjmp, longjmp의 인자로 전달할 때 &를 붙일 필요가 없으며, 그리고 안 붙이더라도 언제나 내부 컨텐츠는 call by reference처럼 취급된다. jb는 매번 함수의 인자로 전달할 게 아니라면 그 특성상 전역변수로 선언해 놓는 게 속 편하다.

그럼, setjmp를 호출하여 되돌아가고 싶은 지점에 대한 스냅샷을 만든다. 스냅샷을 만든 직후에는 setjmp의 리턴값이 0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위의 코드에서는 "OK, try"가 먼저 출력되고 Func가 호출된다.

나중에 Func가 굉장히 복잡하게 실행된 뒤에 이것들을 몽땅 한 큐에 종료해야겠다 싶으면 longjmp를 호출한다. 그러면 얘는 아까 setjmp를 호출한 곳에서 함수가 0이 아닌 값이 리턴된 상황으로 모든 컨텍스트가 '원상복귀' 된다. 그래서 "recursion interrupted"가 출력되고 실행이 끝난다.

구체적인 리턴값은 longjmp의 인자에다가 줄 수 있다. 다만, 여기에다가 0을 지정하면 setjmp가 처음 호출되어 0이 리턴된 것과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setjmp의 리턴값이 1인 것으로 값이 일부러 보정된다.

위의 코드는 예외 처리 구문을 사용한 다음 코드와 실행 결과가 완전히 동일하다. 이번에도 try, catch가 답이다. 언어 차원에서 예약어를 동원해서 구현했을 기능이 그냥 함수로 처리되어 있다는 얘기가 바로 이런 의미이다.

void Func(int n)
{
    printf("%d\n", n);
    if(n==5) throw 1; else Func(n+1);
}

int main()
{
    try {
        puts("OK, try");
        Func(0);
    }
    catch(int e) {
        puts("recursion interrupted.");
    }
}

setjmp/longjmp는 언어 차원에서 제공되는 기능이 아니다 보니, 저렇게 함수들을 이탈할 때 C++ 객체들의 소멸자 함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가변 인자만큼이나 C와 C++의 기능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래도 얘는 시스템 프로그래밍 차원에서 고유한 용도가 있다 보니, 이들 함수가 현대의 컴파일러에서 deprecate됐다거나, 뭔가 기능이 보강된 *_s 버전이 생겼다거나 하지는 않다.

3. fork

새로운 실행 주체를 생성하는 함수라는 점에서 Windows의 CreateProcess나 CreateThread와 얼추 비슷하다. 그러나 생성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Windows에서는 프로세스를 생성할 때 파일명을 주며, 그 프로세스는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실행된다. 그리고 스레드는 콜백 함수를 지정해서 생성하며, 그 콜백 함수의 실행이 끝나면 스레드 역시 종료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fork는 지금 나 자신과 메모리 구조와 스택 프레임, 내부 상태 문맥 같은 게 완~전히 동일한 프로세스가 하나 또 실행된다. 그래서 fork를 처음 호출한 기존 프로세스는 fork의 리턴값이 nonzero인 것으로 간주되어 실행이 계속되며, 새로 생성된 프로세스는 리턴값이 0인 것처럼 간주되어 실행이 계속된다. 굉장히 신기한 결과인데, 함수의 디자인 방식이 setjmp와 미묘하게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통 처리 진행 후,
if(fork()==0) {
    //분기된 자식 프로세스 문맥. 하지만 공통 부분에서 만들어 뒀던 변수들에 접근 가능함.
}
else {
    //'공통'을 실행하던 부모 프로세스 문맥
}

(뭐, 정확히는 실행이 성공하면 양수가 돌아오고, 실패하면 음수가 돌아오니 이건 마치 GetMessage의 리턴값만큼이나 주의할 필요는 있다.)

Windows API에는 저렇게 모든 실행 문맥을 그대로 복제해서 자신의 분신 프로세스를 만드는 함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프로그램들 내부에 포인터들까지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정말 주소 공간이 문자 단위로 정확하게 일치해야 할 텐데, 그걸 그대로 복제하는 건 성능 오버헤드가 크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fork는 프로세스를 생성하는 놈이다 보니 CreateProcess와 마찬가지로 비동기적으로 실행된다. 앞서 소개한 signal도 인터럽트 함수가 이론적으로 비동기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set/longjmp는 하는 일은 기괴해도 그래도 프로세스/스레드를 넘나드는 물건은 아니니 대조적이다.

그래서 signal 핸들러나 fork를 사용하는 코드에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버퍼를 사용하는 고수준 IO 함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쉽게 말해 Hello, world를 찍을 때도 간단하게 printf나 puts를 쓰지 말고 write(1, "Hello", 5)라고 좀 번거로운 방법을 써야 한다. 비동기적인 환경에서 여러 실행 단위가 고수준 IO에 동시에 접근하면 출력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먼 옛날 대학 시절, 시스템 프로그래밍 숙제를 하던 시절에 어떤 수강생이 뭘 잘못 건드렸는지 자식 프로세스를 무한 생성하는 삽질을 했고, 이 때문에 학과 서버가 몽땅 다운되어서 수강생들이 과제를 할 수가 없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정도면 그 학생뿐만 아니라 계정별로 자원 할당 한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서버 관리자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만, 어쨌든 이것 때문에 과제의 듀(제출 기한)까지 불가피하게 연장된 적이 있었다.

이것 때문에 빡친 모 친구의 메신저 대화명은 "포크 삽질하는 놈 포크로 찍어 버린다 -_-"였던 것을 본인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6/07/21 08:39 2016/07/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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