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上

우리나라에는, 전국민이 알 정도로 시끄러운 사고를 쳐서 20세기에 교도소에 갔다가, 출소 후 기독교에 귀의하여 21세기의 여생을 이 분야의 사역에 바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최소한 둘 있다. 이들의 발언은 매스컴에도 보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 하면......;;
하나는 삼풍 백화점 사장이던 이 한상 씨이다(회장이던 이 준 씨의 아들). 몽골 선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잘 알다시피 고문 기술자라는 말을 만들어 내며 한때 악명을 떨쳤던 이 근안 씨이다. 요 몇 년 전에 아예 목사 안수를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그야말로 저주의 이름으로 전락한 삼풍 백화점!
당시 경영진은 돈에 눈이 먼 나머지, 전세계의 건축 전문가들을 경악케 한 전대미문의 비리와 편법을 동원하여 백화점 건물을 혹사시켰다. 그러다 결국 1995년 6월, 거대한 백화점 한 동을 지진이나 외부 폭격도 없이 제 발로 와르르 무너뜨리는 초대형 병크를 터뜨렸다. 4층 기준으로 설계된 건물을 5층으로 무단 증축하고, 미관을 위해 기둥 수를 줄이고 있던 기둥도 굵기를 줄이고, 윗층에는 무거운 온돌을 얹고, 옥상에는 규정 하중의 몇 배나 더 무거운 에어컨까지 얹고... 전문가들은 그 상태로 건물이 어떻게 6년씩이나 버텼는지를 더 신기해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들의 죄질이 더욱 나쁜 이유는, 건물이 붕괴할 걸 알고도 자기네만 쏙 피하고 영업은 계속 강행시켰다는 점 때문이다. 귀중품을 지하로 옮기고 고위 임원들은 미리 대피하고서 말이다. 이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 패닉 상태에 빠져서 자기 혼자 마스터 키를 빼들고 전동차를 탈출해서 달아나 버린 기관사와는 차원이 다른 악행이다.

이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던 1천 명이 넘는 종업원과 쇼핑객은 건물과 함께 그대로 폭삭..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불과 8개월 남짓 만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평시에 최다 사상자를 낸 최악의 참사를 일으키고 국제 망신까지 초래했다.

한편, 이 근안의 과거 행적도 충격과 공포이다. 심문 전에 기선 제압용으로 한주먹으로 사과를 으스러뜨리는 퍼포먼스부터 시작해 물 고문, 전기 고문, 통닭 고문, 잠 안 재우기 등등.. 말이야 쉽지 당해 보면 정말 차라리 죽여 달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는 말했다. “내가 손대기만 하면 누구라도 불게 돼 있어.”

고문 출장까지 갔던 그가 돌연히 목회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흉악범이 회개하여 목사가 된 것과는 다른 차원이며, 왕년에 크리스천들을 핍박하던 바울이 회심한 것과도 성격이 다르다.

고문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반인권적이고 사악한 행위이다. 성경의 그 엄한 구약 율법조차 사형은 백 번 인정할지언정, 고문은 절대 없다.
다만, 이 근안을 까는 글은 인터넷에 이미 널리고 널렸으니 본인은 for the sake of completeness 차원에서, 일부러 좀 다른 관점에서 논리를 잠시 펴도록 하겠다. 오죽했으면 인류 역사에 고문이란 게 존재했을지도 잠시 생각해 보자.

뻔히 드러나 있는 혐의를 일단 부인부터 하고, 아무 죄책감도 없이 거짓말로 태연하게 잡아떼기만 하던--그래 봤자, 밑져야 본전이므로-- 인면수심 흉악범 김 길태를 보고 열불이 안 났을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고문이란 저런 신발샛길을 위해 존재하는 거라는 게 본인의 육신적인 심정이었다. -_-;;

그리고 2006년 이래로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은 전북 대학교 이 윤희 씨 실종 사건을 기억하는가? 딸을 잃은 아버지는, 강력한 용의자이자--그러나 무능한 수사로 말미암아 증거 확보와 유죄 입증엔 실패-- 딸의 스토커이던 뻔뻔한 남학생으로 하여금 읽으라고 쓴 공개 성명서에서 이렇게 절규했다.

“이 사건을 맡은 수사관이라면 누구라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정도 사건은, 30년 전만 해도 물고문에 고춧가루 한방이면 일도 아니었을 거라고 말이다. 네놈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민주화의 열매를 네놈 같은 녀석이 악용하는 게 통탄스럽다.” (☞ 원문이 있는 곳 클릭)

요즘 같은 첨단 과학 수사 기법과 심리 프로파일링 같은 기술도 없던 시절에 흉악 범죄에 맞서서 치안은 유지해야겠고,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정말 누가 누군지 모르는 간첩 불순분자도 우글거리던 시절,
비열하고 부작용의 우려도 만만찮으나 저비용으로 성과를 제일 간단하게 내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외면할 수 있었겠냐 말이다.

고문을 옹호나 정당화할 의도는 절대 없으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단지 전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그의 과거 행적이 그저 아무 이유 없이 하늘에서 그저 뚝 떨어진 건 아니라는 걸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더 잃을 게 없으니 배째라 하는 악질을 다스리는 제일 쉬운 방법은, 그 녀석들에게도 “더 잃을 게 있다는 걸” 일깨우고 공포에 빠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죄를 다스리기 위해 인간이 이열치열로 만들어 낸 차선책 중 하나가 고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두 사람은 동일하게 징역 7년이라는 죄값을 치렀다. 가정 전체가 풍비박산 났고 가족들까지 밖에 얼굴을 들고 다니질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 한상의 집안은 피해자 배상금 명목으로 전재산을 압류 당했으며, 이 근안의 자녀 중엔 아버지가 누군지 밝혀지자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몽골로 떠난 후 언론으로부터 수 년째 별다른 소식 없이 잠적해 있는 이 한상과는 달리, 이 근안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 응하면서 국내에서 활동 중인 것 같다. 그런데 발언의 수위가 다소 우려스럽다.

그래, 만에 하나 그는 왕년에 정말로 국가 명령에만 충성한 사람일 수 있으며, 고문도 상부 기관의 명령 내지 묵인하에 실적 쌓으려고,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수행한 것일 수도 있다. 무고한 사람 잡은 것보다는 그래도 진짜 흉악범이나 간첩을 잡은 공이 더 클 수도 있다. 나라가 망하기라도 한 것도 아닌데, 당대 상황을 감안하지도 않고 어제의 충신이 무작정 오늘의 역적으로 뒤죽박죽 평가 잣대가 바뀌는 언론 플레이도 본인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말은 목사 타이틀을 갓 얻은 그의 지금 처지에서 할 말이 아니다. 그런 변명은 그가 회개의 열매부터 충분히 보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이 근안 목사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한 주변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옹호하는 발언을 자발적으로 한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직도 그로 인해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린 사람, 파탄 난 가정이 즐비한 현 시국에서 그의 자기방어 변명성 발언은 더욱 많은 사람을 실족시키고 복음을 비방할 빌미만을 불신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선과 악, 죄와 벌, 회개 같은 것은 민감한 주제이다. 성경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며 오늘날 사람들이 반드시 정확하게 갖추고 있어야 하는 개념이다. 그래야만 하나님이라든가 복음에 대해 요즘 나돌고 있는 무수한 오해들도 불식시킬 수 있으며, 불신자에게 복음을 정확하게 전한다든가 교회 내부에서 죄로 인해 간증을 잃은 사람을 다루는 과정도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저 두 사람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저런 개념을 재정립을 한 번쯤 할 필요를 느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기독교는 거듭나지 못한 자연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종교 중 하나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굳이 종교라고 풀이하자면, 인간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죄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그 죄를 인간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 좀더 구체적으로는 그분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보혈의 능력으로 해결하고 내세의 구원까지 얻으라고 가르치는 종교이다.

그 교리는 인간의 머리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자연인들 보기에는 완전 황당무계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믿음으로 가능하다고 가르친다. 그거야말로 인간의 지혜와 시스템을 초월하는 기독교의 본질이기 때문에, 그 교리로 인해 복음이 초기에 비방 받고 조롱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성경은 그것 자체만으로 두려워하거나 쫄 필요는 절대 없다고 거듭해서 강조한다. 하나님이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주신 간증도 무수히 많으며, 그 어리석음에서 하나님의 지혜가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게 바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의 하나님께 다음과 같은 원칙은 변함이 없다. (下에서 계속)

Posted by 사무엘

2011/10/29 08:40 2011/10/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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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범준 2011/10/29 17:19 # M/D Reply Permalink

    1. (하)편도 기대합니다.

    2. 이근안에 대해선 끔찍할 정도로 많이 들어온 반면, 이한상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것도 없었는데 -- 듣보잡 수준 --
    소식이 뜸하다니 또다시 썰렁해지네요.

    3. 웬지 이근안 씨가 목사가 된건 지금의 발언으로 봐선 단지 과오를 가리기 위한 미봉책으로밖엔 안보이는군요.
    진짜 회개한 거라면 눈물을 쏟고서라도 정말 참회하는 마음으로 섰을텐데, 저건 뭐.. 자신의 진짜 참혹한 면모를 제대로 맛보지 않았으니 저렇겠군요.

    4. 글을 계속 읽어보고 행간의 의미를 곱씹어본 즉, 회개는 내면의 변화 - 생각과 마음의 돌이킴 - 와 행동의 변화의 동반,
    즉 전인격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함을 봅니다. 이근안 씨의 경우 단지 자기 신변 보호를 위해 기독교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5. 또한 인간의 진짜 근본적인 죄란 삼풍 백화점 붕괴의 경위에서 명확하게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앞뒤도 생각할 겨를 없이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게 만들고는 그 길이 파멸의 길인지조차 모르도록 눈을 감겨버리는 것이 인간의 죄의 흉측한 단면으로 보여집니다.

    지옥과 멸망도 {주} 앞에 있거늘 하물며 사람들의 자녀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그러하리요?(잠15:11)

    1. 사무엘 2011/10/29 23:45 # M/D Permalink

      이 글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꺼내기 그리 유쾌하지는 못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고 매우 중요하며 어찌 보면 기독교의 본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4~5번에서 형제가 고민한 내용에 대해서는 下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니, 사흘쯤 뒤에 올라올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세요. ㅎㅎ

      저도 사회관· 정치관과는 별개로 이 근안 씨는 제대로 회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한상 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블로그는 제 머릿속에 존재하는 컴퓨터, 철도, 성경 등 여러 코어-_-로부터 주제별로 완전 랜덤하게 글이 올라오고 있군요. 어제 개통한 신분당선 리뷰도 썼는데 이건 무려 12월에 올라올 예정.. ㅋㅋㅋㅋㅋㅋ
      이 댓글을 쓰는 지금, 저는 국어 통사론 논문 좀 읽다 말고, <날개셋> 다음 버전 코딩 중입니다. -_-;;

  2. 다물 2011/11/04 17:09 # M/D Reply Permalink

    주먹 좀 쓰시던 어떤분도 종교에 귀의했다고 나오던데요.
    그런데 문제는 그 뒤로도 신문에 나오는걸 보면 전혀 그런거 같지가 않더라는

  3. 백성 2012/01/16 02:15 # M/D Reply Permalink

    이근안 씨는 요즘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는군요.
    악플 보기는 뭐시기해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김길태씨를 억울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구도입니다. ㅎㅎ
    뭐 이근안씨가 잘못 군 건 사실입니다만 이게 이근안→목사→개신교→기독교 이렇게 확장되는 구조라서..

    (사5:20) 악을 선하다 하며 선을 악하다 하고 어둠으로 빛을 삼으며 빛으로 어둠을 삼고 쓴 것으로 단 것을 삼으며 단 것으로 쓴 것을 삼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1. 소범준 2012/01/16 09:36 # M/D Permalink

      수정요청

      김길태 ---> 김근태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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