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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글꼴 처리 기술의 변천사

※ 0세대

0이라는 숫자는 뒤에 나올 1~3세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관점에서 붙여졌다. 1~3에 비해 0은 기계/아날로그적인 성격이 짙다.
한글을 모아쓰기+네모꼴 형태로 표현할 여건이 도저히 안 되는 환경을 말한다. 한 낱자를 상황에 따라 여러 벌로 분간해서 처리할 수가 없고, 최소 수천 자에 달하는 한글을 글자 단위로 부호화할 수도 없다.

옛날에 전보가 한글을 풀어쓰기 형태로 찍었다고 그러고, 김 정수 교수가 고안한 한글 두벌식 기울여 풀어쓰기도 0세대 기술이다. 굳이 풀어쓰기가 아니라도, 쓰이는 한글 몇 글자만 그림처럼 다루는 것도 딱히 기술이란 게 쓰인 게 아니므로 넓게는 0세대 기술로 간주한다.

그나마 0세대 기술 중에서 한글의 원리를 가장 잘 반영한 바람직한 기술은 공 병우 한글 세벌식 타자기, 그리고 그 이념을 물려받은 직결식 글꼴이다.

※ 1세대

제한된 벌수의 자모를 조합하여 한글 글자를 정사각형에다 모아쓰기 형태로 찍을 수 있다. 16*16 크기의 화면용 조합형 한글 글꼴이 바로 1세대의 상징이다.

옛날에 자체 한글을 지원하던 국내 도스용 프로그램들은 전부 이 수준의 기술을 사용하였으며, 도스용 아래아한글 1.x는 더 나아가서 간단한 수준의 옛한글과 자체 조합 로직까지 구현했다. 1세대 기술은 작고 간결하면서도 한글의 조합 원리와 무척 잘 부합한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날개셋> 편집기 역시 최소주의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딱 이 수준의 기술만을 의도적으로 고수하고 있다.

철도역 승강장의 전광판이 0세대인 롤지나 플랩에서 LED로 바뀌면서 1세대 기술로 한글을 표현한 것들이 많다.

※ 2세대

1세대보다 많이 발전했다. 8*16, 16*16의 한계를 벗어나 글자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심지어 윤곽선 글꼴을 지원한다. 영문의 경우 W와 I의 폭이 다른 가변폭 글꼴을 지원한다. Windows의 경우 트루타입 글꼴이 도입되면서 글꼴의 기술 수준이 1.x세대에서 2세대 수준으로 껑충 뛰었으며, 아래아한글도 2.x 버전으로 넘어가면서 이 수준에 도달했다.

디스플레이 소자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전광판이 청색이나 흰색을 포함한 원색도 잘 표현하고 해상도도 더욱 높아졌다. 그래서 종전의 16*16만으로는 글자의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2세대로의 전환은 필수이다.
그러나 2세대 기술은 구현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1세대에 비해 한글 자체만의 조합 가능성이나 옛한글 표현 능력은 오히려 퇴보한 경우가 많다. 1코드 포인트당 반드시 한 글자가 대응한다는 한계에 여전히 매여 있기 때문이다.

※ 3세대

글꼴 처리 기술의 만렙으로, PC에는 21세기 무렵부터 도입되었다. 한글까지 가변폭 글꼴의 처리가 완벽하게 지원되며, 가변폭으로도 모자라서 커닝까지 처리된다. OpenType 기술을 이용하여 아랍· 태국어 문자까지도 꼼수 없이 잘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인데 하물며 옛한글쯤이야 모아쓰기 형태로 표시를 못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유니코드라는 건 이런 글꼴 처리 기술과 결부되지 않을 수가 없는 규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의 서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텍스트 에디터를 만든다 해도, 이제는 유니코드를 완벽하게 지원하려면 워드 프로세서를 만들 때나 필요할 것 같은 이런 기술을 어느 정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세대에서는 글꼴의 화면 렌더링도 단순한 grayscale 수준을 넘어서서 LCD 화면의 픽셀 구조에 특화된 subpixl 방식을 지원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31 19:47 2013/08/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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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품꾼 비유는 논조가 다소 이질적이며, 누가복음 16장의 불의한 청지기 비유만큼이나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도 1데나리온을 받고, 마감 한 시간 전에 와서 1시간만 달랑 일한 사람도 1데나리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성경에다 이런 불공평한 이야기를 왜 써 놓으신 걸까?

나도 하나님의 심정을 다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성경의 다른 부분이나 인류 역사에서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하나님의 성품으로부터 짐작해 보건대, 하나님께서 그런 정책을 취하시는 것이 충분히 가능은 하다는 걸 느낀다.

저 비유는 ‘하나님의 주권’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도행전을 보면, 똑같은 예수님의 사도 중에서도 야고보는 헤롯의 칼에 곧장 순교한 반면 베드로는 천사가 와서 몇 번이고 구해 줬다. 이것은 하나님이 근본 성품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변덕쟁이 기분파여서라거나, 야고보가 베드로보다 영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또한, 세상에서 꼭 실력 좋은 사람만 1등을 하는 게 아니라는 자조적인 차원(전 9:11)의 이야기도 아니다.

욥은 현대인 같았으면 몇 번이고 멘붕을 거듭하다가 자살했을 정도의 최악의 고난과 시련을 경험했다. 이를 체험하고 욥이 하나님에 대해서 깨달은 것은 바로, 하나님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분께서 자신에게 그 어떤 일을 허락하시든지 그분은 선하고 전지전능하신 면모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욥을 죽을 때까지 그 상태로 내버려 두시든, 그리고 다니엘의 세 친구들을 풀무 불에서 보호하지 않고 순교하게 내버려 두시든지 말이다(단 3:17-18).

그 정도인데 그런 하나님이 하물며 비유에서처럼 일꾼을 고용하고 품삯을 주는 정책 하나조차 마음대로 결정을 못 하시겠는가?
애초에 하루 일당을 1데나리온으로 계약했으니, 그 주인은 나중에 말을 바꾸지도, 임금을 떼먹지도 않고 품꾼에게 그 약속을 정확하고 성실하게 이행했다. 이게 바로 포인트다.

나중에 다른 일꾼이 추가 투입될 수도 있고 그들은 일당을 얼마만치 받을지에 대해서는 애당초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건 주인 사정이고 추가 일꾼의 사정이지,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내용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걸 자꾸 부각시킴으로써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신뢰를 틀어지게 만들고, 자기 처지를 불평하게 만들고 남을 탐내고 원망하게 만드는 것이 마귀의 역사이다. 공산주의도 이런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생겨났다.

주인의 이런 반응에 삐쳐서 “흥, 그럼 다음부터는 나도 문 닫을 때 다 돼서 일하러 가야지” 같은 잔머리를 굴리는 건 별 의미나 영양가가 없는 짓이다. 솔로몬의 재판을 보고는 “CCTV도, 유전자 감식도 없이 무슨 이런 허접한 재판이 다 있냐? 그럼 나도 아기를 납치한 다음엔 상대방에게 아이를 주라고 생색 내면 되겠네.” 이러는 것과 똑같다.
성경을 읽고도 그 집필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숲을 보지 못한 모습이라 하겠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은 인간의 잔머리에 결코 조롱· 농락을 당하지 않는다는 힌트까지 알려 놓으셨다(갈 6:7).

이런 비논리적인 하나님 무조건 킹왕짱 정신승리법이 어디 있느냐고 비아냥거리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뭐,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게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는 기본 원칙이며, 크리스천과 불신자의 사고방식의 큰 차이 중 하나이다. 하나님 앞에서 낮추고 엎드리고 바보 되는 것 말이다. 예수님이 먼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낮아지셨고 킹왕짱 사랑을 베푸셨으니까!
그리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데 세상 스펙이 전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사람마다 물질적인 여건이나 스펙이 불균등하게 분배된 것은 사실은 불공평이 아닌 것이다.

요컨대 마태복음 20장의 품꾼 비유에서 우리가 읽어야 하는 것은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1데나리온 일당을 지급한 눈에 띄는 정책 자체보다도, 그 위에 있는 하나님의 신실함과 주권이다. 성경을 제대로 읽으면, 하나님은 진짜로 공평해야 하는 분야에는 정말 칼날같이 공평하며, 정말로 논리가 필요한 곳에서는 완전 철두철미한 논리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그냥 영적으로 적용해서 모태신앙으로 나태하게 산 사람보다 뒤늦게 구원받고도, 알찬 인생을 살고 주님으로부터 상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처음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처음 될 것이다”란 교훈이 뒤에 등장하니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9 08:23 2013/08/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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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노트북 PC나 읽을 책을 챙겨 들고 한적한 전철역으로 떠나서 피서를 즐기는 건 수도권 광역전철 역세권에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다.

지금까지 경의-일산선, 분당선, 과천-안산선, 서울 7호선, 공항 철도 등 여러 노선을 다녀 봤다. 하지만 1호선과 직결되는 광역전철이나 경춘선은 상대적으로 덜 탔다. 안 그래도 토요일 낮에는 지하철들이 혼잡한 편인데 거기는 특히 너무 혼잡하기 때문이었다.

경춘선은 통일호, 무궁화호를 거쳐 지금은 전동차와 ITX 청춘이라는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광역전철이다. 비록 혼잡하고 타러 가기가 힘들고(무려 상봉까지!) 열차가 중앙선보다도 드물게 다니긴 하지만(경의선 서강-공덕의 배차간격과 비슷함), 주변 경치가 워낙 좋기 때문에 한 번쯤은 날 잡아서 다시 시승해 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경춘선 중에서도 백양리와 김유정 역에서 내려서 역 주변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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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백양리 역 승강장이다. 이 넓은 승강장에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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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바깥은 이렇게 생겼다.
주변이 워낙 한적하고 부지가 넉넉하니 광장도 있고 자전거 거치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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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차장은 그냥 무료 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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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역 쪽을 대고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운치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나저나 경춘선은 역시 은근히 길더라. 서울-수원 정기권(거리 비례 6단계)으로도 백양리 역까지만 가도 내릴 때 추가 차감이 발생했다.

다음, 김유정 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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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원래 신남 역이라고 불렸으나, 근처에 소설가 김 유정 문학촌이 있다 하여 2004년에 역명이 이렇게 바뀌었다. 이 역은 역명판의 한글 서체도 다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가 한옥 컨셉의 특이한 형태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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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선로가 고가가 아닌 평지에 있다. 그리고 역사에서 승강장으로 갈 때 육교가 아니라 '지하도'를 이용한다. 그래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역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세상에 평지 선로 + 지하도 형태인 역은 매우 드물다. 반월, 대방, 구일 정도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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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 철도역처럼 보이지 않는가?
역 주변에도 한옥 스타일의 정자와 뜰이 있다. 경춘선 탐방 때 한번쯤 들러 볼 만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6 08:34 2013/08/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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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치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특이한 유튜브 동영상 몇 개를 좀 소개하겠다.

시 - 미친개 리명박패당을 무자비하게 징벌하리라 by 김 영남 (현재 북한 권력의 2인자인 그 사람을 말하는 건지?)

이것은 북한에서 만든 영상물이다.
철덕이라면 수 년 전에 <영상포엠 간이역>이라는 KBS 영상 다큐멘터리를 기억할 텐데,
그런 것과 비슷한 스타일로, 적절한 영상과 BGM을 곁들여 창작시를 낭송했다.
무슨 내용이냐 하면.. 당시의 남조선 현직 대통령을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욕설로 비방하고 저주하는 내용.

“력사앞에 민족앞에 천추에 용납못할 대죄를 저지른 깡패 리명박역적
... 백두산 절세위인들의 최고존엄까지 감히 건드리며 도발의 한계선을 넘어섰으니
... 민족도 안중에 없고 인륜도덕도 줴버린 미친개 리명박패당무리들
... 특대형 죄악의 말로가 어떤것인지 지옥의 문어구에서야 알게 될 네놈들
... 썩은 눈깔로라도 제정신 들어 바로 보라
... 네놈들 흔적도 없이 태워 지구밖에 내던지리라”


이 명박 전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대북 정책 하나는 정말 잘 밀어붙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동영상이다.
이 승만 이래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 저 정도로 북한으로부터 미움받고 능멸당한 사람이 있었을까? ㅋㅋㅋ

뭐 이런 퀄리티의 시가.. 북한에서는 무슨 케이블 방송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KBS뻘 되는 국영 공영 방송에서 작년 봄쯤에 버젓이 방영되었다.
진짜 딱 “개미를 죽입시다 개미는 나의 원수” 같은 느낌이니, 웃으면서 보면 된다.
한국어와 한글을 쓰는 아담의 후손, 단군의 후손이 사상이 이상하게 박히면 저렇게까지 맛탱이가 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시가 한두 개가 아니다. -_-;; 도대체 무슨 약을 빨면서 저런 시를 쓰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낭송을 했을까?

쥐명박의 말로를 그린다 by 김 향일

“붓을 벗으로 삼고 세상의 아름다움만을 골라 화판에 옮기는 나는 미술가
... 이 붓으로 나는 지금 이름조차 역겨운 쥐새끼를 그린다 (!!!)
... 쥐명박, 너는 아무리 뜯어봐야 볼꼴없는 늙다리 생쥐새끼” (대놓고 외모 디스 ㄲㄲㄲㄲㄲㄲ)


병사는 방아쇠에 손을 걸었다 by 송 정우

“못 참아 못 참아 더 이상 못 참아
우리의 최고존엄을 또다시 건드린 리명박역도를 향해
병사는 총구를 겨눈다 병사는 방아쇠에 손을 걸었다
... 열두번도 더 뒈졌어야 할 네놈이 더 숨을 자리는 이하늘아래 없다”


무자비하게 죽탕쳐버리리라 by 류 명호

“명박이 쥐새끼무리들이 한줌도 못되는 그 쥐새끼들이
감히 우리의 신성한 하늘에 삿대질했더니
... 최고사령관 김정은장군의 명령이 내리는 순간 리명박쥐새끼무리들을 씨도 없이 죽탕쳐버리리라”


쟤들이 왜 저렇게 이 명박 전대통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는 간단하다.
김, 노 전대통령과는 달리 이 명박은 “돈 내놔 X끼야!” “드.. 드리겠습니다!”에 휘말리지 않고 북한을 상대로 소신껏 행동했다. 그래서 북에서는 진작부터 온갖 깽판을 부리면서 남조선 대통령 디스질을 하고 천안함도 침몰시키고 연평도 포격을 저질렀다. 딱 그림이 그려지잖아.

거기에다 2012년 4월 태양절(북한 김 일성의 생일) 즈음엔 이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이런 말까지 했었다.
그렇게 김 일성을 신격화하고 핵무기 미사일 개발하는 비용이면 주민들을 수 년치 먹여 살릴 수 있으니 폐쇄와 고립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의 길을 가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이 정도면 간접 디스가 아니라 돌직구를 날린 건가? ㅎㅎ 지극히 상식적으로 당연하고 건전한 말을 했을 뿐인데.

그랬더니 북한에서는 자기네 체제의 치부를 정면으로 찌른 이 명박을 부관참시하겠다고 길길이 날뛰었던 것이다.
저기서 관련 동영상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인민들을 시켜서 온갖 생 X랄을 떨었다. 이 명박 규탄 퍼레이드를 하고, 이 명박 인형을 만들어서 불태우고 돌팔매질을 하고 탱크로 깔아 뭉개고, 사격 훈련 과녁으로 삼고, 축시의 참배를 하고..

그런데 종북 좌좀들은 이것도 다 남북 관계 망쳐 놓은 이명박 새누리당 때문이라고 욕한다. ㅎㅎ
이 명박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난 그런 주장에는 공감 못 해 주겠다.

퍼레이드 참여자의 인터뷰를 보면 쥐명박, 쥐새끼, 지능지수가 2MB밖에 안 되는 놈... 별별 욕지거리가 다 나온다. '죽탕치다', '쏠라닥질하다/쏠라닥거리다'라는 말을 난 처음 들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나랏돈을 저런 짓을 하는 데나 쓴 것이다.
그나저나.. 북한 로동자 계급 주민들은 컴퓨터라는 물건을 구경도 해 본 적이 없을 텐데 '메가바이트'라는 정보량 단위의 의미를 알기나 하고서 2MB 드립을 친 걸까?

이 명박 대통령이 북한에서 그림으로 얼마나 능멸을 당했는지를 예를 좀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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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앞의 <쥐명박의 말로를 그린다>를 다시 보시라. 이건 저런 선전용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참여한 어느 화가가, 체제 충성심 경쟁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기고한 시인 것이다.
사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방부 장관과 합참 의장 같은 우리나라의 고위 군 관계자들도 실명이 거론되면서 북한의 매체에 의해 반통일 반동분자로 디스당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게 사실이다.

우리가 이런 걸 유튜브로 편하게 보면서 마음껏 비웃어 줄 수 있는 건, 우리나라가 6·25에서 패배하지 않고 선조들이 나라를 피로써 지켜 낸 덕분임을 알아야겠다.
우리민족끼리 유튜브 채널은 몇 년 전에는 국내 접속이 차단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는 듯. 재미있는 자료가 많다.

여담이지만, 쟤들의 영상 자막에 등장하는 북한 서체는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바탕제목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도 적기는 두음법칙을 적용 안 하고 적어도, 실제로 발음을 할 때는 일일이 '리 명박, 력사'라고 안 하고 그냥 '이 명박, 역사'라고 읽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3 08:31 2013/08/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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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알다시피 올해 하반기부터 드디어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7.x 시대로 진입했다. 1.0이 개발된 지 13년 만의 일이다.
수없이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딱 하나 정도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나 자신이 유용하게 쓰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고유 문자인 한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특한 프로그램이고, 사람이 다루는 수많은 정보들 중 가장 기본적이고 원천적인 것에 속하는 텍스트 데이터를 취급하는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7.0은 공개된 지 40일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다음과 같은 몇몇 버그들이 발견되어 고쳐졌다.

편집기

(1) 한 줄당 200칼럼이 넘는 1920급의 가로 해상도에서, 그리고 '자동 줄바꿈' 옵션을 끈 상태에서 <날개셋> 편집기의 문서창을 최대 크기로 곧장 열었을 때 글자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오동작이 발생하는 문제를 확인하여 고쳤다.
이것은 이번 7.0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문제는 아니고 예전 버전부터 있었다. 단지 재연 조건이 흔치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2) 사용자 정의 후보 변환을 쓰면, 사용자가 선택한 후보의 다음 후보들까지 한 줄에 하나씩 나란히 다 삽입됨

외부 모듈

(1) Windows 8의 Modern UI에서 옛한글이 여전히 입력되지 않음.
이것은 다른 문제가 아니라, Modern UI에서는 레지스트리에 접근이 되지 않아서 옛한글 표현 방식 옵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발생한 현상이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문제는 즉시 해결했다.

(2) Visual Studio 2012의 일부 검색 입력란에서 한글이 연속 입력될 때 다음 음절의 첫 타가 씹히던 문제.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부터 받은 문자 조작을 운영체제의 TSF layer로 옮기는 핵심 루틴을 모처럼 고쳐야 할 정도로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렇게만 써 주면 아무 문제 없이 동작하는데, 저 프로그램은 특이하게 동작해서 그랬다.

(3) 이 외에 프로그램을 아주 극단적으로 특수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사소한 문제

또 일부 제어판 GUI에서 리스트박스의 아이템 높이가 현재 시스템 글꼴의 세로 크기를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고치고(고해상도 환경 대비), 일부 영문 GUI의 텍스트와 도움말 본문을 살짝 수정했다.

2.

<날개셋> 한글 입력기 7.0에 뒤이어 올여름엔 Windows도 8.1이 나왔다.
윈도 8과 윈도 8.1의 관계는
윈도 98과 98 SE
윈도 95와 95 OSR2
윈도 XP와 XP sp2

의 관계에 얼추 대응하는 듯하다. 이제는 버전도(3.x, 4.0)도, 연도(95/98/2000)도, 고유명사도 아니고(XP/Vista), 버전과 무관한 숫자를 브랜드명으로 쓰는 이상한 관행이 생겼다. 잘 알다시피 윈도 7의 내부 버전은 6.1이고, 8과 8.1의 버전은 6.2이다.

잠깐 써 봤는데 생각만치 큰 차이는 없다. 시작 '버튼'만이 부활했을 뿐 그걸 클릭한다고 해도 과거의 시작 메뉴가 뜨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전체 화면을 차지하는 시작 화면이 나온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나 타자연습, 파워업이 윈도 8.1만을 위해 딱히 업데이트되어야 할 필요는 다행히 없는 것 같다. 다들 주요 기능들이 잘 동작한다.

차이라면 차이를 찾은 게 뭐냐 하면 8.1의 Metro(Modern) UI는 보안 모드에서도 TSF A급으로 동작하게 된 듯하다.
한글에 대해 한자 변환을 해 보면 한자들의 훈과 음이 뜨지 않고 유니코드 BMP 한자가 아니라 한국 상용 한자 4888자만 달랑 뜨는 모드가 있는데, 그게 바로 보안 모드이다.
날씨 앱을 실행한 뒤, 지역 추가 버튼을 눌렀을 때 뜨는 입력란이 보안 모드에 속한다.

보안 모드에서는 IME가 ProgramData나 사용자의 문서 디렉터리에도 전혀 접근을 할 수 없어서 자신의 동작에 필요한 파일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그래서 한자 후보도 그렇게 볼품없게 나오는 것이다.
다만, 모든 Metro UI가 보안 모드인 건 아니다. 가령, Metro용 Internet Explorer는 주소 입력란이 보안 모드가 아니기 때문에 한자 후보가 데스크톱과 똑같이 제대로 뜬다.

8 시절에는 보안 모드에서는 파일도 제대로 못 읽을 뿐만 아니라 입력란이 TSF A급으로 동작하지도 않았는데
8.1 평가판을 써 보니, 그때도 비록  한자의 훈과 음은 안 뜨지만 TSF A급으로 동작하여 backspace 달라붙기 기능도 잘 되고, 단어 단위 한자 변환도 잘 되더라. 이걸 확인했다.

2-1.

8.1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 8부터 그랬던 것이긴 하지만,
원래 운영체제의 에디트 컨트롤은 특별히 TSF A급 확장으로 동작하고 있지 않을 때는 딱히 후보 창을 표시할 위치를 설정해 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MS IME든 날개셋에든 한자 후보 변환을 시켜 보면, 한자 선택창이 cursor의 위치와 관계없이 언제나 화면 우측 하단에 고정되어 나타나곤 했다. 윈도 7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랬는데 8부터는 에디트 컨트롤도 후보 창이 cursor의 아래에 나타난다.
MS에서 딱히 이런 동작까지 일부러 신경 써서 바꿀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의외이다.

하지만 메뉴를 오른쪽 정렬로 띄우는 옵션은 도대체 왜 넣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랍권이 아니면 전혀 필요 없을 기능인데 왜 한글/영문판에다가도 기본으로 선택시켰는지 원?

3.

드디어 공개한다. 내 홈페이지의 영문 버전을 개설했다.
본인에 대한 아주 최소한의 소개와 <날개셋> 한글 입력기 페이지만 존재한다.
Kim Yongmook's Official Home Page
Nalgaeset Hangul Input System

새로 만드는 영문 사이트는 prg4.html 같은 구식 주소 대신 ngs라는 디렉터리를 통째로 사용하며, 인코딩도 UTF8로 돼 있다.
도움말 전문이 영어로 좀 번역돼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엄두가 안 나니, 외국인에게는 세벌식 같은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훨씬 더 필요한 기능만 중점적으로 소개해 놨다. 바로 한글 로마자 입력 기능. 한영, 한자 키를 재정의 가능한 것도 덤이다.

그나저나 설치 프로그램 자체도 다국어 UI가 지원돼야 하는데 이건 비주얼 스튜디오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설치/배포 프로젝트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항인지? 이 역시 아쉬운 점이다.
어쨌든, <날개셋>이 벌써 7.0까지 나왔으니, 이제는 내 프로그램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0 08:37 2013/08/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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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듯이 본인은 <놀라운 주의 은혜>(Wonderful Grace of Jesus)라는 찬양곡을 굉장히 좋아한다.

작사· 작곡자인 할도 릴레나스는 본인이 기억하는 위대한 노르웨이 출신 3인 중 하나이다.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닐스 아벨, 세계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로알 아문센과 더불어서 말이다. (단, 할도 릴레나스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거기서 귀화해서 살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노르웨이계 미국인이긴 하다.)
곡에 대한 찬사는 그때도 실컷 늘어놓았으니 이 글에서 또 반복하지는 않겠다.

이 곡은 마지막 단에서 “O magnify the precious name of Jesus! Prase His Name!”이라는 가사로 끝나고 “magnify the precious” 마디에서는 임시표 #으로 인해 알토 및 베이스의 음이 반음 올라간다. 후렴 직전의 마지막 단에서 이 곡의 주제라 할 수 있는 “for the wonderful grace of Jesus reaches me” 가사가 나오는 곳과도 비슷한 코드(chord)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음을 반음 올리지 않았으면 소프라노와 알토 사이의 음정이 단7도와 완전8도였을 텐데 임시표로 인해 음정이 반음 내려감으로써 이들은 모두 감음정으로(감7, 감8) 바뀐다.
비전공자인 관계로 난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증/감음정은 통상적인 완전/장/단음정에 비해 듣는 사람을 긴장시키고 자극을 주는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심지어 Looking for You에도 곡 전반부가 끝날 때 완전 짜릿한 감음정 화음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기보법과 관련하여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알토는 '레'에 #이 붙었기 때문에 반음 올린 검은 건반으로 쳐야 한다. 하지만 소프라노의 '레'는 원래의 흰 건반으로 쳐야 한다. 그래야 감음정이 나온다.
내가 알기로 올림표, 내림표, 제자리표 같은 임시표들의 scope은 해당 마디가 끝날 때까지이다. 그리고 옥타브를 불문하고 어떤 곳에서든 해당 음은 모두 임시표를 적용하여 쳐야 한다.

자, 이 임시표의 scope은 소프라노/알토 같은 화음 파트까지 초월하여 적용되는 것일까? 아니면 따로 적용되는 것일까?
위의 그림처럼 알토 파트의 '레'에 #을 붙였다 하더라도, 나는 저렇게만 악보를 그려 놓으면 원칙대로라면 소프라노의 높은 '레'도 #이 적용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컴퓨터용 악보 편집 프로그램인 Noteworthy Composer는 내 생각대로 악보를 재생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본인의 모 지인은, 임시표의 scope은 파트별로 따로 가는 게 맞으며 그 내용을 음악 교사 지도서에서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맞는 거지?

고민 끝에 동일곡의 다른 악보들을 찾아 봤다.
곡의 퀄리티에 비해서 국내에서는 생각만치 유명하지 않은 게 유감이다만,
이건 워낙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명한 찬양이기 때문에 구글링만 하면 악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단, 문제는 대부분이 유료로 판매하는 악보라는 점.
유료 악보 사이트들은 첫 페이지의 내용은 대부분 견본 명목으로 보여주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은 불행히도 곡의 끝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예를 찾는 데 애로사항이 꽃펴 있었다.
오랜 검색 끝에 악보를 딱 하나 어렵게 구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본인이 제기했던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소프라노의 높은 '레'(pre-)에 제자리표가 적혀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을 아주 곧이곧대로 삐딱하게 해석하자면, 반대로 그 다음의 알토의 낮은 '레'(-cious)도 제자리표를 적용하여 쳐야 한다. 즉, 이 표기도 논리적으로 완전히 엄밀하지 못하다.

그러니 Noteworthy Composer는 이렇게 임시표를 일일이 지정해 줘야 원곡대로 음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걸 보면, 악보를 읽는 것도 언제나 컴퓨터처럼 절대적인 원리원칙이 있는 게 아니라 가끔은 '유도리', 휴리스틱이 동원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표기가 엄밀하지 않은 두리뭉실한 예가 심지어 수학에도 있다. 6/2(1+2) 내지 48/2(9+3)의 계산값이 무엇이냐 하는 게 아주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지 않았던가?

Posted by 사무엘

2013/08/17 08:20 2013/08/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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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 행렬은 굉장히 흥미로운 물건이다.
행렬끼리의 덧셈이나 행렬의 상수배는 어려울 게 없는 쉬운 연산이지만, 행렬끼리의 곱셈은 그렇지 않다. 행렬 A와 B사이의 곱셈은 A의 가로 크기와 B의 세로 크기가 같아야 정의되며, 새로 생기는 행렬의 크기(dimension)는 반대로 B의 가로 크기와 A의 세로 크기로 결정된다.

이런 특성상 행렬의 크기는 세로, 즉 row부터 먼저 써 주는 게 직관적이다. 세로 x줄 가로 y줄짜리 x,y 행렬과 y,z 행렬의 곱은 x,z 크기가 된다고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 있는 행렬과 뒤에 있는 행렬이 원소가 서로 연산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행렬의 곱셈은 교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A×B가 일반적으로 B×A와 같지 않다는 뜻. 그러나 결합 법칙은 성립한다. (A×B)×C와 A×(B×C)는 동일하므로, 같은 방향만 유지하면 아무 순서로나 행렬을 곱해 줘도 된다.

그래서 이것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문제가 하나 있다.
크기가 들쭉날쭉 다르지만 순서대로 곱셈은 가능한(= 인접한 행렬끼리는 앞 행렬의 가로 크기와 뒤 행렬의 세로 크기가 일치) N개의 행렬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모두 최소의 계산량만으로 곱하고 싶다.

역행렬이나 행렬식 값을 구하는 비용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행렬의 곱셈은 꽤 비싼 연산이다. 일반적으로 x,y 크기와 y,z 크기의 행렬을 곱하는 데는 원소들간에 x*y*z회의 곱셈이 필요하다. n 크기의 정사각행렬의 경우 이는 n^3으로 귀착된다. (뭐, 분할 정복법을 활용하여 n^2.x승으로 줄이는 복잡한 알고리즘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초기 준비 오버헤드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행렬이 무진장 클 때에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A는 4*2 크기, B는 2*3 크기, C는 3*1크기의 행렬/벡터라고 치자.
이것을 A*B*C 순으로 진짜 순서대로만 곱하면 A*B를 곱하는 데 4*2*3=24회의 곱셈이 동원되고, 그 결과물인 4*3 행렬을 C와 곱하느라 12회의 곱셈이 필요해서 계산량은 총 36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B*C부터 먼저 곱한 뒤 A를 거기에다 곱하면 열수가 적은 C 덕분에 B*C는 겨우 6회 만으로 끝나고, 거기에다 4*2*1=8회의 곱셈이 추가되어 총 14의 계산량만으로 A*B*C를 구할 수 있다. 답은 결국 똑같은데도 (AB)C보다 A(BC)가 훨씬 더 나은 전략인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configuration을 일반화하여 {4, 2, 3, 1}이라고 표현하고, 더 나아가 n>=3인 n개의 자연수라고 치자.
이 입력에 대해서 최소 곱셈 횟수와 실제 곱셈 순서를 구하는 것이 문제이다.

정올 공부를 한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것은 다이나믹 프로그래밍, 혹은 동적 계획법이라는 알고리즘 설계 방법론을 학습하면서 예시로 다뤄지는 아주 기본 문제이다.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유용하다.

  • 전체 구간에 대한 최적해가 부분 구간의 최적해에다가 추가 연산을 함으로써 구하는 게 가능하다.
  • 그리고 한번 답을 구해 놓은 부분 구간의 최적해는 더 바뀌지 않는다는 게 보장된다.

이 행렬의 곱셈 문제에서 가장 작은 구간은 3이며, 이때의 답은 그냥 두 말할 나위 없이 세 정수의 곱이다.
그리고 전체 구간 [1..n]에 대해서 최적해는 바로..

  • 1을 [2..n]과 곱했을 때의 계산량 (맨 앞의 행렬과 나머지)
  • [1..n-1] 과 n을 곱했을 때의 계산량 (앞의 행렬들과 맨 뒤의 행렬)

중 더 작은 놈이라고 간주하면 된다.

그럼 [2..n]과 [1..n-1]은? 각 구간에 대해서 또 동일한 해법을 적용하여 재귀적으로 구간을 계속 쪼개 나가는 것이다. 언제까지? 구간의 길이가 3이 될 때까지 말이다.
이렇듯,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은 재귀성을 띠고 있다. 이것은 수학적으로는 점화식으로 표현되며, 코드로는...

const int dat[]={4,2,3,1,2,6,5,8,3,2}; //배열

int GetMin(int f, int t)
{
    int i=t-f, j;
    if(i<3) return 0; //should not reach here
    else if(i==3) return dat[f]*dat[f+1]*dat[f+2]; //obvious case
    else {
        //사실은 i가 3인 경우도 이 조건의 특수한 케이스라고 간주할 수 있다.
        //단지 GetMin값이 0이고, t-2와 f+1이 동일한 값이 될 뿐이다.
        i=GetMin(f,t-1) + dat[f]*dat[t-2]*dat[t-1]; //(A*B)*C
        j=GetMin(f+1,t) + dat[f]*dat[f+1]*dat[t-1]; //A*(B*C)
        return i<j ? i:j;
    }
}

int answer = GetMin(0, 10);

과연 이렇게 하면 답이 구해질까?
프로그램을 돌려 보면, 10개의 정수로 표현된 9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행렬들의 곱은..
146회의 곱셈만으로 계산이 가능하다고 나온다.

구체적인 계산 순서는 이러하다.

4 (2 (3 (((((1 2 6) 5) 8) 3) 2)))

이 경우, 각 단계별 계산 순서는 다음과 같이 되기 때문에,

x y z x*y*z
1 2 6 12
1 6 5 30
1 5 8 40
1 8 3 24
1 3 2 6
3 1 2 6
2 3 2 12
4 2 2 16

곱을 전부 합하면 진짜로 146이 맞다!
참고로, 이런 전략을 쓰지 않고 진짜 FM대로 앞에서부터 뒤로 행렬을 순서대로만 곱하면 계산량은 최적해의 세 배를 넘는 492에 달한다.
이것이 바로 알고리즘이 만들어 내는 차이이다.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에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예전에 구했던 구간 계산값들을 배열에다 저장해 두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피보나치 수열을 f(x) = f(x-1)+f(x-2)라고만 구현하는 것만큼이나 계산량이 n이 커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그것도 예전에 한번 했던 똑같은 계산을 매번 반복하느라 말이다.
그래서 이 방법을 사용한 알고리즘은 대체로 시간 복잡도와 공간 복잡도가 모두 O(n^2)이 된다. 시간 복잡도가 지수함수에서 그래도 다항함수로 바뀐다.

구간별로 최적해 자체뿐만이 아니라 구간 분할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따로 보관해 놓으면 아까와 같은 구체적인 계산 순서도 그 정보를 추적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

정올에서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
본인은 20세기에 정올 공부를 한 세대인지라 그 시절의 문제밖에 기억을 못 한다만..

1997년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의 고등부 3번인 벽장 문제는 최적해를 구하고자 할 경우 공간과 시간 복잡도가 O(n^3)인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으로 풀 수 있다. 이 때문에, 16비트 환경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문제는 입력의 범위가 작다. 벽장의 개수와 벽장 사용 순서가 최대 겨우 20까지밖에 안 올라가는 소규모이다. 실용적인 상황에서는 이런 부류의 시뮬레이션 문제는 휴리스틱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

1999년 고등부 1번 검은 점 흰 점 연결,
2000년 고등부 1번 수열 축소

도 다이나믹으로 푸는 문제이다.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의 기출 문제 중에는
10회(1998)의 둘째 날 마지막 문제인 폴리곤 게임,
11회(1999)의 첫째 날 첫 문제인 꽃 진열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꽃 진열은 상당히 기초적인 다이나믹 프로그래밍 문제로, <날개셋> 타자연습의 문장 정확도 측정도 이와 거의 같은 발상의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난 이 바닥은 손 놓은 지가 너무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보 올림피아드에서 경시와 공모는 마치 과학과 공학, 어학과 문학의 차이와 비슷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14 08:34 2013/08/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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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광고: 나도 KTX 탈 걸

1.

요즘 철도 내지 코레일 광역전철 구간을 이용하는 분들은 차내 모니터에서 “나도 KTX 탈 걸”이라는 테마의 CF 동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여배우가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에일리와 신 보라이다. 열차 안에서는 음성이 안 나오니 대화 내용은 전적으로 자막으로만 봐야 했는데 음성은 역시 인터넷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4시간 후에 부산에서 생방송 촬영이 있는데 에일리는 서울에서 자가용을 끌고 가지만 교통 정체에 막혀서 지각하고, 언니인 신 보라는 공항 철도+KTX를 이용해서 빠르고 편안하게 간다는 내용이다.
(여담으로, 머지않아 아예 공항 철도에까지 KTX가 그대로 들어갈 예정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은 정책은 아니라 생각된다. 서울 역까지 찍었다가 다시 부산 방면으로 내려가는 건 동선이 너무 안 좋아서.. 정말 광명 역에서 인천 공항으로 가는 철길이 뚫리긴 해야 한다.)

철도청이 코레일이라는 기업으로 바뀐 뒤부터 확실하게 바뀐 것이 무엇이냐 하면, 대외 광고가 늘었다는 점이다. “당신을 보내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전에 철밥통 철도청 시절에  철도청이 자체 CF를 내보낸 건 1984년이 유일했다고 한다. “속도 향상으로 고속화된 철도 여행은...” 무궁화호 NDC 동차가 최신형 차량으로 소개되던 시절이었으니 얼마나 격세지감인지! ㅋㅋㅋ

2.

사실, 지금으로부터 10년 쯤 전, 본격적으로 철덕이 되기 전이던 2003년경의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
본인은 대학 시절에 열차 여행 중이었는데 객실이던가 역 내부이던가에 철도 노조에서 만든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철도청이 기업으로 바뀌면 우리나라 철도도 영국이나 일본 꼴이 나서 서울-부산간 열차 운임이 10만원이 넘어가고 안전 관리도 개판이 되어서 철도 안프라가 완전히 망할 거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KTX가 개통하고 철도청은 코레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한국 철도는 저런 극단적인 꼴로 전락하지 않았다.
뭐든지 시장 경제에만 맡기고 민영화· 개방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저런 일도 한두 번 겪고 나면 국가 정책에 무조건 괴담 퍼뜨리면서 딴지 걸고 반대만 하는 주장은 좀 가려 가며 들을 줄 아는 안목이 생겨야 할 것 같다. 그런 쪽에 심취해 있는 분들은 반대로 비대한 정부 기관들의 비효율과 세금 낭비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뭐, KTX는 이제 코레일의 최대 돈줄이며 특히 주말에 경부선은 굳이 명절이 아니어도 없어서 못 탈 정도로 만석이다.
그 어떤 경영자가 코레일의 사장이 되었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서민들로부터 욕 먹는 한이 있어도 일반열차를 줄이고 KTX를 증차할 수밖에 없다. 임률 높고, 많이 태우고 빠르고 회전률 높고, 수송 원가 낮고 수요도 많고.. 도대체 주저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철도청도 경영을 아주 못한 건 아니었다.
어쩌다가 새마을호에 Looking for you 음악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
그냥 어차피 탈 사람은 타고 안 탈 사람은 안 타고, 적자쯤이야 세금으로 메우면 된다는 식으로 철도를 아주 안일한 철밥통 사고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데에다 고객 감동과 중독의 씨앗을 집어넣었을까?
이런 배려 때문에 대한민국에는 중증 말기 극성 철덕이 한 명 생겨 버렸고, 코레일은 철도청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마음껏 따 먹고 있는 중이다.

3.

지난 2011년 여름에는 꽤 도발적인 철도 광고가 옥외 광고판의 형태로 걸린 적이 있었다.
바로 경부 고속도로 신탄진 IC 북쪽으로 살짝 떨어진 곳에, “KTX 탈 걸”이라는 광고판 말이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한국 철도 역사상 최대의 적절한 광고 전략으로 기록될 것이다.

  • 일단 경부 고속도로가 경부 고속선과 아주 가깝게 나란히 달리는 얼마 안 되는 구간이요,
  • 이곳은 버스 전용 차선이 시작되고 주말에 그렇잖아도 상습적으로 막히기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또한, 수도권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진 국토의 중부이기 때문에 상행과 하행에 모두 비슷한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

도로는 막혀서 차들이 거북이걸음 중인데 옆에서는 KTX가 씽씽 지나가고 맞은편엔 “KTX 탈 걸”이라는 광고판이 놓여 있으면 운전자들이 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 광고판이 있는 곳 근처를 로드뷰로 보면 이렇다.
요즘 인터넷 지도는 로드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의외로 고속도로에는 유료 도로여서 그런지 로드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상으로 사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광고가 다른 것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11 08:28 2013/08/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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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상엔 여름에 우리나라보다 더 더운 나라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라들은 여기만치 습하지는 않다. 그래서 낮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더라도 그늘에 들어가거나 조금만 바람이 불어 주면 또 금세 시원해지기도 한다.
자동차의 성능을 잴 때 마력뿐만 아니라 토크도 봐야 하고, 전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측정할 때 전압보다도 전류를 더 봐야 하듯(엥?), 사람의 불쾌지수에는 온도 이상으로 습도가 참 크게 작용하는 게 틀림없다.

요즘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이놈의 습기를 증오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반대로 습도가 너무 낮을 때 발생하는 현상도 절대로 유쾌한 게 아니다. 겨울철의 끔찍한 정전기와 거칠어지는 피부, 따가워지는 코와 까지는 입술을 생각하면 말이다. 지금은 최소한 그런 현상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어 본다.

2.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도로의 인도에 대대적인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시작되었다. 인도가 전부 흙밭으로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차도로 다니게 됐다. 지금까지 보도블록의 교체에 대해 “쓸데없는 전시행정, 세금 낭비” 같은 부정적인 얘기만 언론으로부터 잔뜩 들어 왔던지라 나도 불평을 하면서 길을 지나갔는데..

생각해 보니 저 도로의 인도는 원래부터 상태가 진짜로 안 좋았다. 손상된 블록, 불쑥 튀어나오고 움푹 패인 곳 때문에 어차피 자전거가 인도로 다니기엔 위험했으며, 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여기 도대체 보도블록을 교체 안 하고 뭐 하냐?”라고 불평을 하면서 다니곤 했었다! 그런데도 상황이 조금만 바뀌니까 생각과 관점도 덩달아 달라지니.. 사람은 사고방식을 논리적으로 단련하지 않으면 참 간사해지기 쉬운 동물이란 걸 내 경험을 통해 느꼈다.

3.
사실은 알게 모르게 세상이 좋아진 게 많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장마철만 끝나면 어김없이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이 연중관례였는데 요즘은 그런 거 없다. 독자들 중에 2MB나 4대강 싫어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니, 저게 강 정비를 잘 해 놓은 덕분에 필요 없어진 거라고 굳이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 -_-;;

20여 년 전만 해도 추석· 설 때 서울-부산을 가는 덴 10몇 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고속도로와 우회도로가 워낙 많이 생기고 실시간 도로 안내 시스템도 하도 발달한 덕분에, 명절에도 국토를 종단하더라도 10시간은 정말 안 넘긴다.

또한, 정부에서 시내버스를 경유 대신 천연가스 차량으로 교체하고 자동차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를 꾸준히 강화한 덕분에(특히 디젤 차량을 상대로) 서울 시내는 그렇게 많은 자동차들이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중반 같은 끔찍한 스모그나 환경오염 사상자는 더 발생하지 않고 공기가 그나마 지금만큼이라도 유지되고 있다.

난 자연이 언제나 인간에게 선한 것만 주지는 않는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맹목적인 문명의 이기 부정(특히 원자력 발전 반대 같은 거 ㄱ-), 친환경, 채식 같은 구호에 동조하지 않는다. 백신과 수돗물 약품 소독만으로도 그야말로 넘사벽급으로 인간 주거 환경의 위생이 개선되었으며, 무수히 많은 전염병이 예방되고 영아 생존률이 올라가서 숱한 생명을 구했다. 이게 없으면 인구가 이렇게 밀집한 대도시는 위험해서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런 디테일은 간과한 채 오늘날과 같은 현대 문명을 이뤄 낸 과학 기술이나 사회 체제에 어설프게 이상한 음모론 제기하고 체제를 부정하는 낭설을 난 믿지 않는다. 그래, 가끔은 진실이 정말로 과격· 극단적인 곳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센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말로 팩트에 대한 철저한 교차검증과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
내가 처한 상황으로 인해 위의 권위나 세상에다 불평을 하기 전에 정말로 그게 합당한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오히려 세상이 좋게 바뀐 건 없는지 살펴보는 안목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08 08:38 2013/08/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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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흔히 육해공 3군으로 나뉘는데, 이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육군: 땅개로 설명 끝이다. 장병들은 병영에서 생활하면서 각종 작업이나 일과 수행을 위해 온갖 장소를 돌아다녀야 한다. 보병+소총수라는 제일 기본 보직이 있으며 이들에겐 행군 능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 의사 중에 TOP은 외과 의사이듯이, 육군 중의 TOP 병과는 역시 포병이 아닌가 싶다.
  • 해군: 배가 곧 생활 공간 겸 전장이기도 하다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해군만의 그 특유의 세일러 복장이 있다. 육군에 행군과 화생방이 있다면 해군엔 전투수영이 있다. 연평해전, 천안함 등의 사건으로 인해, 근래까지 병사들 중에서 북한군의 공격으로 인한 전사자가 제일 많이 나온 곳이다.

그리고,

  • 공군: 여타 군과는 달리 공군은 소수의 전투기 조종사를 지원하고 비행장· 기지 내부를 방어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투 병과의 비중이 높으며, 병사가 무슨 비행기 타고 영공을 지키다가 전사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육군 같은 행군· 숙영은 없지만 화생방의 비중이 높다.

공군 훈련소에서 수류탄 훈련은 완전 야메로 넘기면서 교관이 “너희들이 이걸 던지는 상황이라면 전쟁은 이미 진 거다.”라고 말하는 건 유명한 일화인 듯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지 바깥을 몇 겹으로 지키고 있던 육군 병력이 전멸했다는 뜻이므로.

군용기에는 비행기 대 비행기가 싸우는 전투기만 있는 게 아니다. 지상에다 다량의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 전문인 폭격기도 있고, 정찰기· 조기경보기도 있다. (한편, 전투와 폭격을 겸할 수 있는 공격용 군용기를 전폭기라고 한다)
그리고 또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다름아닌 수송기이다. 방대한 물량이 생명인 오늘날의 전장에서 군대 유지의 생명은 보급이다. 수송기는 이 보급을 책임지는 물건이기 때문에, 비록 전투기 같은 화려함은 없을지언정 전쟁에서의 숨은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배보다 수송량은 부족하지만 속도가 워낙 넘사벽이니..

역사적으로 볼 때 월남전의 상징이 헬리콥터라면, 걸프전 하면 수송기를 떠올려도 좋다. 다량의 수송기 덕분에 그 먼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에 미국(+다국적군)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조종사밖에 못 타는 전폭기만 먼저 도착해 있으면 뭘 하나. 정비 인력, 각종 부품, 무장, 보급이 없는데?

군용 수송기는 웬지 프로펠러기가 많이 눈에 띄는 것 같다. 본인의 직장이 있는 판교도 아무래도 서울 공항과 가까운 곳인지라 종종 수송기가 저공으로 날아다니는 게 눈에 띈다.
굳이 군용기뿐만이 아니라 화물기가 전반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얘네들은 민항기에 비해 랜딩기어가 굉장히 낮은 걸 볼 수 있다. 개로 치면 다리가 몹시 짧은 닥스훈트 같은 품종? 기체가 지면에 더욱 가까이 있다. (왼쪽은 보잉 737, 오른쪽은 수송기 C-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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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실 화물을 싣는 모든 교통수단들이 공통으로 갖는 특징이다. 기체의 높이가 낮아야 무거운 화물을 기내에 반입하기가 쉬우니까. 시내버스만 해도 사람이 타기 불편하다고 저상 버스가 있는 지경인데 하물며 화물은 어떠하겠는가? 짐받이에다가 탑승교를 마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화에서도 종종 보지만, 수송기의 뒷문은 아예 아래로 열어젖혀서 화물을 싣는 입구 램프(ramp)로 종종 쓰인다. 중세 영화 장면에서 성(castle)문을 바닥 쪽으로 열어서 문짝을 그대로 도랑과 성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bridge)로 쓰듯이 말이다.
이렇게 비행기의 기체가 지면과 가깝게 낮아지다 보니, 날개는 기체에서 상당히 윗부분에 달릴 수밖에 없어진다. 그래야 날개 밑에다 엔진이든 프로펠러든 달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수송기의 외형은 일반 민항기와는 살짝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런 날개의 구조는 비행기의 연비 절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특성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군용차만 해도 사륜구동에 차체가 온통 무거운 쇳덩이여서 튼튼하고 힘은 좋다만, 완전 기름 먹는 하마이지 않던가. 군용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장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거칠고 험악한 활주로에서도 안 부서지고 뜨고 내릴 수 있게 튼튼하고 다소 무겁게 만들어진다. 그러니 군용 수송기는 민항기보다 경제성이 여러 모로 떨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수송기는 전투기보다 '간지'가 덜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종 병과를 전공한 정예 공군 장교가 도저히 전투기를 조종할 수 없게 됐을 때 차순위로 빠지는 게 수송기나 헬리콥터 쪽 보직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보직으로 가는 인원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은 경험만이 공군 장성으로 진급할 때나 전역 후 민항사로 재취업할 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수송기 경력은 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송기도 전쟁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니, 그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 덧붙이는 말

1. 수송기 추락 사고

우리나라는 1982년에 도대체 무슨 마가 씌였는지 군 수송기가 두 대나 산에 추락하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하나는 2월에 제주도 한라산이고, 다른 하나는 6월에 서울 청계산.
사고의 원인(악천후 때문에 방향· 위치 감각 상실), 사고 기체(C-123),
게다가 인명 피해(50여 명의 탑승 장병 전원 사망)까지 완전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그 이듬해에 민간에서 워낙 큰 사건· 사고가 또 나긴 했지만(KAL기 추락, 그리고 아웅산 폭탄 테러)
5공 시절에 군 내부에서 발생한 저 사고는 완전히 흑역사로 치부되고 비밀로 함구되었으며, 희생자 유족은 제대로 된 보상이나 예우도 못 받았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관련 자료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저런 거야말로 재조명과 진상 규명이 필요한 이슈가 아닌가 싶다.
과격한 훈련 중에 전투기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순전히 날씨 때문에 육지 지형을 파악 못 해서 비행기가 떨어졌다는 게 애석하다. 뭐, 기체의 노후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 듯하지만 말이다.

2. 조종사가 되기

항공업계는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위험한 전문직군이다 보니, 의료계와 더불어 조직 내부의 군기가 세고 그 대신 종사자의 대우도 매우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공군 사관학교 + 조종 병과로 가는 것이다. 군기 바짝 든 건장한 공군 출신 조종사는 민항사에서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이건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가 보장돼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어릴 적부터 몸 좋고 공부도 매우 잘해야 하거니와, 돈이 안 드는 대신 인생의 상당량을 국가를 위해 고된 군생활에 바쳐야 한다.

게다가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의무 복무 기간은 10년이지만, 공군 조종사만은 그 기간이 15년이다. 양성 비용이 워낙 많다 보니 국가에서 좀 더 오래 뽕(?)을 뽑아야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예전에는 군을 거치지 않고 민간 테크만으로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사실상 외국으로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미국은 자동차는 이미 신발이나 다름없는 필수품이고, 진짜 돈 많은 유명인사는 자동차를 넘어 자가용 비행기까지 날리는 천조국이니 말이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져서 국내에도 차츰 항공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이나 조종사 양성소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국내든 국외든 그야말로 극심한 돈지랄은 불가피하다. 그 비싼 비행기를 조종하는 법을 배우는 게 돈으로나 노력으로나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을 거쳐서 배출된 조종사는 한동안 자기 연봉에서 교육비가 공제된다. 그런 식으로 채무를 청산한다. 청산이 완료되기 전에 조종사가 그 회사를 퇴사한다면 미납 교육비를 모두 뱉어 주고 나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대한 항공 조종사 출신인 말씀 보존 학회 대표가 문득 대단하게 보인다. =_=;;; 공사가 아닌 민간 출신이다. 킹 제임스 진영을 이끄는 사람들은 다들 참 똑똑한 사람들이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05 08:36 2013/08/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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