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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호박 재배 근황 -- 열매

1.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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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지난 6월 11일 아침에 핀 단호박 암꽃이다. 주변에 꿀벌이 돌아다니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주변의 수꽃으로 인공수분을 또 해 줬다. 아침 6시 반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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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노란 꽃잎은 완전히 시들어 떨어졌지만, 씨방은 부풀어 차차 커지기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없던 단호박 특유의 주름도 생기기 시작했다. 6월 15일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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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 성공하고 착과된 씨방은 처음에는 그저 동글동글한 채로 풍선 부풀듯이 커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종횡비"가 달라져서 더 납작해진다. 수박이나 조롱박이 아닌 호박 모양을 갖춰 간다.
이게 수분 성공 자체와는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건 6월 2x일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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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월 1일.. 폭우 때문에 텃밭 주변이 난장판이 되고, 주변 환경 사정상 이 호박은 더 놔 두고 키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호박을 더 키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땄다.
길이 대략 12.5cm, 무게 710g짜리 단호박이 착과된 지 거의 3주 만에 이렇게 만들어졌다. ^^
대견스럽다. 표면에 코를 대면 비누 냄새 비슷한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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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박은 이렇게 쪄서 껍질째로 잘 먹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호박 내부에는 저렇게 씨앗들이 많이 형성되는 중이었다.
좀 오래 놔 두면서 주변에 자랑을 하고 싶었지만, 딴 지 겨우 이틀 만에 처분했다. 좀 갖고 다녀 보니 표면 곳곳이 금세 물렁물렁해지고, 비누 냄새도 살짝 역겨운 느낌이 들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리해 보니 먹는 데는 다행히 문제가 없었고, 먹은 후의 뒤탈도 없었다.

이렇게 이 호박은 자기 임무를 다 수행하고 본인의 추억에만 남게 됐다.

2. 일반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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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소개하는 이 아이는 실내에서 재배한 놈이다. 지난 5월 2일경에 요렇게 암꽃이 활짝 펴서 인공수분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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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은 성공적으로 잘 됐음이 어린이날 즈음에 최종 확인됐다. 씨방은 요렇게 부풀어 오르면서 열매로 바뀌기 시작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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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에서 가까운 쪽이 색깔이 아주 짙어졌다. 전형적인 동그란 애호박처럼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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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같은 호박이 이렇게 됐다는 게 믿어지시는가?
색깔이 꼭지 주변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더 짙어졌을 뿐만 아니라, 열매의 외형과 종횡비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때는 이미 5월 말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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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6월 중순쯤 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언제까지나 푸르딩딩할 것 같던 열매가 초록색이 걷히고 조금씩 누래지더니.. 풋호박이 폭삭 늙은 호박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사과나 고추는 익으면 겉이 시뻘개지는데 호박은 그냥 살색이나 주황색 살구색으로 바뀐다. 단풍이랑 비슷한 걸까..??
묽은 황산이 진한 황산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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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7월 9일.. 수분된 지 65일 이상 뒤에야 잘 익은 늙은 호박을 따게 되었다.
지름 13.5cm 남짓에 약 750그램으로, CD보다는 약간 더 커졌다. ^^
실내에서 키우느라 햇볕과 통풍에 큰 핸디캡이 있었던 녀석이다. 덩굴의 줄기부터가 막 크고 굵지는 않았으니 열매도 막 크게 맺히지는 않았다.

얘 역시 꼭지가 더 시들고 완전히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놔 두고 싶었지만, 부득이하게 따게 됐다.
그러고 보니 늙은 호박이 정말 오랫동안 많이 삭아서 고인물 썩은물 수준이 되면.. 표면에 허연 가루 같은 것도 앉는다는데, 얘는 그 경지에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본인은 얘를 자그마한 종이 가방에 넣어서 내내 갖고 다녔다.
데이트 갈 때 가져가서 여친한테도 자랑하고, 교회 갈 때도 가져가서 주변 성도들에게 자랑하고..
누나와 여친은 보더니 기겁을 하면서 이딴 걸 도대체 왜 들고 다니냐고 난리를 쳤다. =_=;;
길거리에서 자기 아는체 하지 말라고.. 언제부터 그렇게 농부가 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호박을 첫 암꽃과 씨방 시절부터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 감흥을 모를 수도 있겠지.. 내돈내산...이 아니라 내꽃내받이인가?
3D 스캐너 같은 거 있으면 요 3D 모델을 스캔해서 저장하고 싶구만. 이런 열매를 많이 많이 모으고 싶다.

얘는 아직 먹지 않았다. 속이 어떻게 생겼을지, 전을 만들어 먹을지 죽을 쑤어 먹을지 고민된다.
이 늙은 호박은 내부 구조가 잘 안정화돼서 그런지 표면에 아무 냄새도 없고... 따고 나서 수 주 이상 한참 지나도 아까 그 단호박과는 달리, 상태에 아무 변화가 없다. 늙은 호박다운 연륜이 느껴진다. ^^

며칠 전 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식물은 잎, 줄기 등 어지간한 부위들은 뿌리가 달린 본체에서 잘려 나가면 신속하게 말라 죽는다. 특히 잎은 본체에 붙어 있더라도 수명이 다하거나 뭐가 부족한 등 갖가지 이유가 생기면 저절로 정말 잘 말라 죽고 떨어진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맺혀서 안정화된 호박 열매는...?? 본체에서 잘려 나가도 상온에서 몇 달을 버틴다. 오옷~
심지어 같은 박과여도 수박 열매는 상온에서 이렇게 호박처럼 절대로 못 버틸 것이다. 이것도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이상이다.
호박은 큼직한 잎도 매력적이고 무슨 뱀 같은 꼬불꼬불 덩굴도 매력적이고, 노란 꽃도 매력적이고 쭈글쭈글 열매도 매력적이고.. 온통 매력덩어리이다.
본인은 10대 때부터 자동차와 컴퓨터, 열차처럼 인간이 발명한 기계류에 꽂혀 지냈다. 그러다가 등산과 캠핑을 거쳐 다음은 농사.. 나이 40이 다 돼서야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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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사진. 본인의 개인 신상과는 무관함!)

전국 방방곡곡에 호박이 많이 심기고 가꿔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8~9월이면 올해 수확한 늙은 호박이 시장에 올라오겠지? 큼직한 늙은 호박을 사 먹어 보고 싶기도 하다.

※ 여담: 호박 열매가 많이 잘 맺히려면..??

누구는 구덩이 파고 호박씨를 심을 때, 처음에 밑거름으로 퇴비를 한 번만 잔뜩 집어넣고 나서는 딱히 농약 비료 안 주고 별로 관리 안 하고 방치했는데도 늙은 호박이 큼직하게 잘 맺혔다고 자랑을 하더라.
이건 본인에게는 "누구는 딱히 학원 안 가고 사교육 과외 없이 학교 교과서 공부에만 충실했더니 서울대 합격했다" 부류의 말처럼 들린다. =_=;;;

종합 영양 알비료를 주니까 꽃이 더 피고 새순이 더 빠릿빠릿 나는 등 효과가 분명 있더라.
그런데 호박은 예전에도 글로 썼듯, 자기 몸집을 키우는 모드하고.. 몸집이 작아도 꽃과 열매부터 우선적으로 만드는 모드가 따로 존재한다. 어느 모드로 갈지는 진짜 호박 마음대로인 듯..

영양이 부족하면 호박이 힘들어서 씨방이나 열매를 떨궈 버리고 수분이나 착과가 잘 안 된다고 그러는데,
또 한편으로는 초창기부터 영양이 너무 풍부하면 호박이 자기 몸집만 키우고 잎만 무성해지지 암꽃 잘 안 피고 열매 안 맺힌다고 한다.
그리고 암꽃이 피려면 온도가 좀 낮은 게 좋은 반면, 착과된 열매가 잘 익으려면 더운 햇볕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참 복잡다난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6 08:35 2022/07/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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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지난 5월 이후로 오랜만에 본인의 반려식물 얘기를 좀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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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싹이 트면 처음에는 이렇게 동그란 떡잎 두 장부터 나온 뒤, 그 가운데에서 좀 더 예리한(?) 속잎이 나오고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다.

어린 아기한테 성인용의 음식을 갑자기 먹일 수 없듯..
이런 연약한 싹 내지 모종한테도 갑자기 강한 햇볕을 오래 쬐거나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못 버티고 죽는다고 한다.
옮겨 심는 것도 어류에게 어항 물갈이와 마찬가지로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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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잎에 허연 힘줄 같은 게 많이 그려져 있는 일반(?) 호박, 그렇지 않고 잎 표면이 반들반들한 단호박 두 종류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싹이 난 호박은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위로만 솟으며 잎을 낼 것 같지만..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미친 듯이,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덩굴을 길게 뻗으며 주변을 뒤덮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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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덩굴은 길게 꼬불꼬불 뻗는 게 마치 뱀 똬리 같다. 경이롭지 않은가? =_=;;
우주발사체에다 비유하면 이렇다. 이게 지표면에서는 저속으로 수직 상승을 하는 것만 보이지만, 시야에서 사라진 아득한 고고도에서부터는 옆으로 누워서 수평 이동을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초고속으로 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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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컨디션이 좋은 호박은 영양성장 최적화 모드가 돼서 줄기가 확 굵어지고 잎 크기가 왕창 커진다. 이 파릇파릇한 잎들을 보소.. 벽이나 줄을 타고 올라가지 않고 땅 위에 퍼지면 잎이 우산 같은 역할을 하면서 아래의 어지간한 잡초들을 다 가리면서(햇볕 차단..) 쳐발라 버린다.

호박들도 홀로 있는 것보다는 곁에 같은 패거리가 여럿 있으면 시너지를 일으켜서 더 잘 자라는 건가 모르겠다.
주변에 높고 큼직한 타 식물이나 잡초가 많아서 호박이 세력이 약하면.. 반대로 쟤들이 retard돼서 풀이 죽고 시름시름 못 자라기도 하더라. 성경의 씨 뿌리는 자 비유에서 못 자라고 죽는 식물의 예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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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호박은 잘 자라다가 때가 되면 덩굴에서 펜촉 같은 게 생기고 노~란 꽃이 한두 송이씩 피기 시작한다. 노란색 오각형이 꼭 별 같다.
꽃이 일찍 많이 피는 것과 자기 덩굴의 덩치가 크고 굵어지는 것은 별개의 현상이다. (영양성장, 생식성장) 그렇기 때문에 덩치가 비리비리하고 작은 놈, 척박한 환경에서 제대로 못 큰 놈이 번식이라도 하려고 꽃을 더 적극적으로 일찍 많이 피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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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박은 잎뿐만 아니라 꽃잎도 이렇게 더 둥글둥글한 놈, 오각이 뾰족뾰족한 놈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은데..
일반 호박과 단호박의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내 느낌상으로는 단호박이 더 둥글둥글, 일반 호박은 뾰족뾰족인 것 같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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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활짝 피어 있으면 보는 나까지 완전 황홀해진다.
덩굴이 영양이 풍부해서 큼직하게 잘 자랐으면 꽃도 아주 큼직하고 수술에 꽃가루가 흠뻑 넘치도록 묻어 있는 편이더라. 주변에 암꽃이 좀 있어서 이 꽃가루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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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봉오리가 제대로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꿀벌이 두 마리나 비집고 들어가서 꽃가루를 잔뜩 묻혀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당시 시각은 새벽 5시 반쯤이었고, 비가 내리다 그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꽃가루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걸까..?? 꿀벌도 개미 만만찮게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가뭄에다 꿀벌 전멸 같은 흉흉한 소식이 적지 않았는데.. 단비와 꿀벌 모두 반가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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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덩굴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암꽃이 그것도 둘이나 폈다.
내가 많이 봐 온 씨방은 그냥 구슬처럼 동글동글한 형태였다. 단호박은 아무 무늬가 없는 초록색 단색이고, 일반 호박은 좀 얼룩덜룩 무늬가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런데 얘는 씨방 모양부터가 납작한 게, 진짜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그 늙은 호박으로 자랄 녀석처럼 보였다. 이런 씨방은 처음 봤다.
한 덩굴에서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면.. 수꽃이 먼저 활짝 피고 암꽃 봉오리는 더 늦게 펴지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암꽃이 수꽃보다 피우기 더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아울러.. 이렇게 암꽃이 가까이서 여럿 피면.. 서로 팀킬을 벌이기도 하는 것 같다.
한 덩굴/줄기에서 두세 개의 씨방이 생기고 암꽃이 폈는데, 하나가 수분이 되면 그거 하나만 살고 나머지 암꽃들은 급속히 시들고 쪼그라든다.
평범하게 꽃가루를 못 받은 암꽃은 좀 더 오래 있다가 씨방이 떨어지는데, 얘들은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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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여곡절을 거쳐서 위의 암꽃도 둘 중 하나만 수분이 성공해서 딱 저 단계까지 잘 갔다.
꽃까지 얘기가 나왔는데 글이 이미 많이 길어졌다. 열매 얘기는 다음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위의 사진들만 보면 본인이 올해 호박 농사가 이미 대풍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밝힌다.
실내와 실외 여기저기 자투리 땅에 호박씨를 많이 뿌려 봤는데, 올해는 수난=_=이 좀 많았다. 저 사진에 찍힌 호박들이 상당수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밖에서는 잘 자라고 있던 덩굴을 누군가가 그냥 뽑아 없애 버리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강둑 모처에다 잔뜩 심었던 아이들은 지난 6월 말에 엄청난 폭우 때문에 회복 불능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 ㅠㅠㅠ 몽땅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거나 진흙을 뒤집어쓴 채 쓰러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진흙이 말라붙은 건 물만 뿌려 준다고 해서 호락호락 씻겨 없어지지도 않았다.;;

작년에는 재작년이나 올해와 달리 둑이 한 번도 침수되지 않았다. 덕분에 그때는 올해 정도로 호박을 꼼꼼히 관찰하고 관리하지 않았고, 인공수분 따위도 전혀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물찾기 하듯이 수십 개에 달하는 호박 열매를 딸 수 있었다.
둑의 호박들이 잘 자라고 있으면 지금쯤 열매도 많이 맺히고 있을 텐데 안타까운 노릇이다. 올해가 운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작년이 이례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 여담

(1) 호박은 박과의 덩굴식물이어서 그런지 내 경험상 다른 식물에 비해 생체 반응이랄까 피드백이랄까 그게 더 활발하게 온다. 한 마디로 말해 '다이나믹'하다는 점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선인장 같은 여느 관상용 식물과는 다르다.

덩굴이 돋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고, 금세 축 늘어졌다가 물 주면 금세 살아나고..
뿌리로부터 단절되거나 뿌리가 통째로 뽑히면 정말 순식간에 잎이고 뭐고 다 쪼그라들고 시들고 말라 비틀어져 죽는다. 물고기가 물에서 나오면 헐떡거리다가 죽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꽃 안 피고 가만히만 있는 것 같아도 현상유지만으로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뜻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또 새순이 뻗고 잎이 돋고 꽃도 피고.. 그러더라. 이놈의 식물 성장 알고리즘이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 물난리 후에 무려 7월이 돼서야 호박을 또 심은 것도 있다. 하지만 얘는 실질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간이 2~3개월밖에 안 되는 시한부 인생이니 큰 열매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착과가 돼야 그때쯤 늙은 호박을 구경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집으로 들여다놓을 수 없을까?
난 더운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걸 생각하면 여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이다.

(3) 호박이 깔끔히 삭제 당하고 온갖 식물 잔해와 쓰레기로 뒤덮였던 강둑은 그로부터 두세 주가 채 지나기 전에 또 시퍼런 잡초들로 점령당했다.
얘들은 홍수 이후에 생겨난 것들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된 건지 그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같은 식물이어도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농작물과,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잡초는 생태 특성이 달라도 서로 너무 다르다. -_-;;

(4) 호박이나 수박뿐만 아니라 오이도 '박과'이다. 오이는 덩굴 모양은 호박을 닮았지만, 잎은 깻잎을 더 닮은 것 같다.
그리고 참외는 '참 오이'라는 뜻으로, 역시 오이의 친척뻘인 박과 채소이다.;;;

(5) 호박을 최대한 오랫동안 키우기 위해서 새싹과 모종은 아직 추운 3~4월에 실내에서 미리 키우다가 나중에 밖으로 내놓는 기법이 쓰인다.
이건 스타크의 저그 진영에서 익스트랙터 짓다가 취소하는 식으로 드론을 하나 더 늘리는 기법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3 08:35 2022/07/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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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 생태 공원

지난 6월은 지방 선거(1일, 수요일)와 현충일(6일, 월요일) 덕분에 공휴일이 많아서 좋았다.
그때 본인은 서울 시민의 영원한 휴양지 안식처인 남양주-양평 일대로 바람이나 좀 쐬고 오려 생각했었다. 그래서 적당히 아점 시간대에 차를 몰고 동쪽으로 출발했는데..

문제는 나만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아닌 듯하다.
올림픽대로의 동쪽은 말할 것도 없고 팔당 방면으로 가는 국도 45호선은 그냥 차들이 멈춰서서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특히 하남 스타필드 이후로 동쪽으로는 더 진행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했다. 날은 더운데 차들이 수 km째 멈춰 있으니 답이 없었다. 도대체 병목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결국 본인은 위화도 회군...이 아니고 스타필드 회군을 결정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근처의 서울 동부 외곽에 있는 '길동 생태 공원'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지도를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머리로만 알고 있던 곳을 드디어 들렀다.
그랬는데.. 여기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인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주차 무료이고.. 한적하고 선선한 분위기에서 "텃밭과 숲과 늪과 초원"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큰 강이나 바다만 없을 뿐.
서울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쉬운 대로 남양주-양평의 공원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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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은 생긴 형태가 좀 특이하다. 주차는 일자산 기슭의 '길동 생태 문화 센터'라는 건물이 있는 곳의 마당에다가 한다. 그 뒤, 공원은 천호대로 건너편에 있으니 길을 횡단해서 들어가야 한다.
공원 안에는 텐트는 물론이고 돗자리도 들고 입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직원 눈에 안 띄게 알음알음 몰래 반입하는 걸 다 막지는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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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나오는 저수지 지구인데.. 물이 많이 마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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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이런 오두막도 있어서 중간에 쉬어 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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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농촌 지구. 공원 안에 이런 텃밭이 있어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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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렇게 논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공원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일일이 농사를 짓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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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호박을 보게 되어 몹시 반가웠다. 하지만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는 꽃이나 열매는 전혀 볼 수 없어서 이건 한편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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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지구는 딱 뒷산 언덕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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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컴터 배경 그림으로 넣어서 써도 되겠다.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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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렇게 늪지대도 나온다.

이 공원에 있는 건 이 정도이다. 설렁설렁 걷다 보면 적당한 거리에 어지간한 자연의 정취를 다 경험할 수 있다. 한강 공원과 달리 사람이 적고 한적하며, 텃밭도 있는 것이 더욱 좋은 점이다. 독자 여러분도 힐링이 필요할 때 한번 가 보시길 바란다.

알고 보니 여의도 샛강 생태 공원이라는 게 먼저 생겼고, 여기는 샛강 이후로 제2의 서울 생태 공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는 원래 단위 시간당 입장 인원에 제한이 걸려 있고,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더라. 하지만 그 날은 직원이 그냥 들여보내 줬다. 평일도 아니고 토요일 주말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공원 상태가 널널한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0 19:35 2022/07/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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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871년

(1) 조선에서는 1871년은 무려 천조국과 맞서 전투를 벌인 '신미양요'가 벌어졌던 해이다(6월).
당연히 절대적인 군사력으로는 조선이 택도 없이 쳐발렸다. 상대방은 그 시절에 벌써 초보적인 잠수함과 철갑선과 철도와 기관총, 후장식 저격총을 굴리면서 내전을 벌였던 미친 나라이다. 어디 조선 따위가.. -_-;;

전사자 교환비는 기관총 소지한 문명국 vs 화살이나 딱총 소유한 미개국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선 병사들은 뭔 신념이 있었는지, 무식하면 용감하다 급으로 탈영병 한 명 없이 사기가 충만했으며, 정말 용맹하게 맞서 싸웠다.

총알이 다 떨어진 뒤엔 돌 던지고 흙을 뿌리기라도 하면서 양키 코쟁이들한테 끝까지 저항했다.
포로로 잡혀 결박당해도 밥과 물을 일체 얻어먹지 않았으며.. 목을 드러내 보이면서 차라리 찌르라고, 자길 죽이라고 길길이 악을 쓰고 날뛰었다. 아니, 포로로 잡히기도 전에 한강으로 뛰어들어 줄줄이 자결한 병사 역시 부지기수였다.

이건 어찌 보면 70여 년 뒤의 태평양 전쟁 때 세뇌된 일본군이 미군한테 한 행동과도 비슷했다. (음 그래도 반자이 어택까지는.. -_-;; )
남북전쟁에서 죽을 고생을 하다 여기까지 온 미군 베테랑들도 조선군의 이 병맛 같지만 너무 진지하고 숙연한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게 맹렬히 저항하지, 지정학적으로 너무 멀고 별 메리트 없지.. 자기들도 남북전쟁 폐허를 수습하느라 정신없지..
여기는 천조국이 보기에 전략적 가치가 별로 없어 보여서 쟤들도 그냥 철수해 버렸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대원군은 자뻑하여 척화비를 세우고 쇄국정책을 강화하게 된다.

그 뒤로 천조국은 조선을 결코 직접 침략하지 않았다. 자기들이 침략할 가치를 느끼지 않으니 그냥 이웃의 일본이 조선을 차지하는 걸 걍 묵인하기로 입을 맞춰 버렸을 뿐이다. (가쓰라-태프트 밀약)

(2) 자 다음으로, 서양에서 1871년은 프랑스가 보불 전쟁에서 패배한 해이다(5월).
엄청난 전쟁 배상금을 뜯기고 알자스· 로렌 지방을 빼앗겼으며,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으로도 언급된 그 유명한 전쟁 말이다.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치욕적인 흑역사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엎치락뒷치락 악연은 훗날 1차 세계 대전 때 반대로 독일이 져서 천문학적 배상금크리, 그러다가 2차 대전 때는 또 반대로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게 점령당해서 비시 프랑스 괴뢰 정부가 등장하는 식으로 더 이어졌다. 2차 대전 이후에 세계 질서가 개편된 뒤에야 두 나라는 표면적으로 화해하고 협력하게 됐다.

1871년이 프랑스의 역사에서 더욱 특이한 시기인 이유는.. 저런 혼란스러운 패전 시국을 틈타서 '파리 코뮌'이라는 사회주의/공산당 정권이 수도 파리를 점령하고 70일 남짓 집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그 당시로서는 굉장히 진보적인 정책을 많이 표방했었지만, 공산당 특유의 과격한 과거 단절 노선은 어딜 가지 않았다. 오래된 프랑스 문화재 건축물들이 이때 많이 박살났었다.
또한, 혁명의 나라, 미터법의 원조 나라 아니랄까 봐, 시계와 달력까지 10진법 기반으로 고쳐서 시행했던가 보다. 무엇이든 과거 레거시와는 싹 단절이었다.

하지만 얘들은 오래 못 가고 무력으로 토벌됐다. 이때도 과거의 프랑스 대혁명과 자코뱅 공포정치(1794), 홍 경래의 난(1812), 갑신정변(1884), 청나라 태평천국의 난(1864), 우리나라 6 25 부역자 인민재판(195x) 따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잔혹하고 야만적이고 끔찍한 피바다가 벌어졌다. “뒈져라 빨갱이!” 우리나라만 이념 갖고 서로 죽고 죽이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공산당 인터내셔널가가 이 파리 코뮌의 투쟁을 모티브로 삼아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러니 1871년은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관점에서 꽤 흥미로운 해였다.
프랑스는 아무래도 영국 독일 미국하고는 동네 물이 좀 다르고, 러시아와 비슷한 기운이 있긴 해 보인다.;;
그나저나 2024년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군..

2. 1894년

그 다음으로 본인이 주목하고자 하는 연대는 1894년이다.
찬송가 중에서 '내세, 천국'을 노래하는 곡들은 크게 내 인생의 끝(사후 세계) 내지 이 세상의 끝(종말)으로 세부 주제가 또 나뉜다.
그냥 '육신의 장막을 벗고 주님 만나 보겠네, 셋째 하늘에 올라가겠네' 이런 건 내 인생의 끝이지만.. '나팔 소리, 새 예루살렘, 들려 올라감, 몸이 변화됨, 예수님 다시 오심' 이런 건 명백히 후자이다.

전자는 그나마 장례 예배 때도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불릴 수 있다. "예수 믿어서 구원받고 죽어서 천당 간다" 이거야 기독교라면 이견이 없는 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자는.. 교파마다 해석이 차이가 나는 민감한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교파 찬송가에 선뜻 수록하기가 참 난감하다.

우리나라 찬송가에서 드물게 종말을 다루는 곡의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하나님의 나팔소리 James. M. Black (1856-1938) Milton
  • 오랫동안 고대하던 James. M. Kirk (1854-1945) McPherson

(주의 신부인 교회가 먼저 들려 올라갔다가 나중에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천년왕국이 임하는 건데.. 왜 "천년왕국이 이를 때" 들려 올라가는 걸까?? 후자곡은 가사가 무슨 생각으로 번역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ㄲㄲㄲㄲ)

그런데 위의 두 곡은 작사· 작곡자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가사가 비슷하고 리듬도 비슷하고, 작사· 작곡자도 이름이 묘하게 비슷한 데다 거의 동시대를 산 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결정적으로 이 두 곡은 모두 1894년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이 시기에 우리 조선의 사정은 어땠는가??
갑오개혁, 청일 전쟁, 전 봉준의 농민군 항쟁, 우금치 전투..;;
개막장 탐관오리가 백성 등골을 빼먹지, 나라는 남의 나라 전쟁터가 됐지, 왕이라는 작자는 외국을 끌어들여서 민란을 진압하고 자국민을 학살했지..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헬게이트에 혼돈과 환란 그 자체였다.

그 동안 천조국에서는 저렇게 성도들이 변화될 것이고 예수님이 다시 올 것임을 노래하는 찬송가가 만들어지고 발표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선교사가 이 꿈도 희망도 없던 조선 땅에 와서 복음 전하고 학교 짓고 병원을 만들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비누와 성경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말이다.;;;

1800년대 말은 세계 열강의 관점에서는 잘 아시다시피 벨 에포크, 한창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팽창하던 리즈 시절이었다. 물론 그런 나라의 자국민이라도 로동자로 저렴하게 착취 당하던 계층이라면 인생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아예 피식민지 사람들의 처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본만 해도 이때는 근대화 잘해서 아주 잘나가던 시대였다. 그래서 이 시기의 자국 모습을 묘사한 작품들은 묘하게 서양 냄새가 많이 나고 희망적이고 몽환적이다. 찬송가 하나만 생각하다 보니 조선하고는 어쩜 이렇게 극과 극이었나 하는 생각이 덩달아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18 08:36 2022/07/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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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여인 보험 살인 사건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로 우 범곤처럼 군용 소총을 난사해서 주민들 62명을 죽이고 33명을 다치게 한 미친놈도 있었고, 지존파 같은 극악무도한 5인조 살인 집단, 조 두순 같은 변태,
그걸로도 모자라 정 두영· 정 남규· 강 호순· 유 영철 같은 비슷한 연배(1968~70년생)의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도 있었다.

신 창원은?? 1990년대 말에 여러 경찰 간부들을 징계 먹게 만든(진급 적체 해소 ㄲㄲㄲ) 희대의 탈옥수로 악명을 떨쳤지만.. 흉악 중범죄보다는 잡범 누적의 비중이 더 크다. 마치 장발장처럼 말이다. 그는 저렇게 앞서 언급됐던 사람들만치 악마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본인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함을 느끼고, 정말 “사람 속에 악마가 따로 각성할 수 있구나” 생각까지 드는 최강의 악질 범죄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바로 엄 여인 보험 사기 살인 사건의 주범인 엄 인숙.

2000년부터 2005년에 걸쳐 남편(재혼해서 두 명)과 가족(오빠, 남동생, 어머니)을 약 먹여 재우고 나서 눈을 찔러 실명시키고, 상당수를 결국 봉와직염 감염으로 직결시켜 죽게 만들었다. 나중엔 방화에도 재미를 붙여서 뻑하면 휘발유 부어서 집을 불지르기까지 했으니 정말 천하의 개ㅆ년이다.
요절한 자녀들도 저년이 죽이거나 죽게 방치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그건 입증은 못 돼 있다.

처음에 가족 해코지는 당연히 보험금 타려고 저지른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은 곧바로 명품 사치 쇼핑으로 탕진했다.
하지만 나중에 기껏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가사도우미의 집을 불지르고(가사도우미의 남편이 사망), 입원 중이던 화상 전문 병원까지 불지르려 했던 건.. 돈과도 무관하게 지가 그냥 기분 나빠서 저지른 쾌락성 방화으며 자기 무덤을 판 싸이코짓이었다.

저런 인간의 탈을 쓴 악마년은 방화 행각 때문에 결국 잡혔다. 이를 계기로 이전의 여죄까지 몽땅 탄로났기 때문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현재까지 청주 여자 교도소에서 15년이 훌쩍 넘게 복역 중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얼굴은 왜 공개하지 않는 걸까..? 대구 지하철 참사 방화범, 세월호 선장, 남편 살인범 고 유정.. 다 얼굴이 공개됐는데 이상하지 않은가? 이 여자만 흉악한 죄질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공개된 적이 없다.
(희대의 유아학대 악녀인 장 하영은.. 바보같이 천사 연기를 하면서 진작부터 매스컴을 탔기 때문에 얼굴이 팔린 것이니 상황이 좀 다르고.. ㄲㄲㄲ)

두 눈을 잃은 친오빠는 생각 같아서는 바로 저년을 죽여 버리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대놓고 얘기했다.
경찰 수사가 들어갔던 당시에도 가족이 앞서서 “저 여자는 꼭 잡아 가두고 절대로 풀어 주면 안 됩니다. 쟤는 돈이 필요하면 우리 가족까지 언젠가 쥐도 새도 모르게 독살할 거예요.”라고 경찰에게 언질을 줬을 정도였다. 가족 혈육조차 저 여자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저년이 평소에는 정말 예쁘고 싹싹했고.. 전 남편은 여자 정말 잘 골랐고 결혼 잘했다는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을 정도라니.. 더욱 끔찍하지 않은가?
성장 배경이 어땠길래, 도대체 무슨 계기로 저렇게 악의 화신이 됐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저 여자는 체포돼서는 수시로 꾀병 부리고 거품 물고 기절하는 척하면서 자기한테 불리한 상황은 회피했다. 허언 거짓말은 밥먹듯이.. 이런 년은 그 어떤 인자한 수사관이라도 빡돌아서 심문할 때 물 담근 수조에다가 얼굴을 쳐박아 넣거나, 거꾸로 매달아서 고춧가루라도 부어 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냥 방화 중독만 됐다면 몰래 여기저기서 산불을 내거나, 2021년 말에 대전에서 어떤 미친년이 했던 것처럼 주차된 차에다 불을 지르는 식으로 행동했을 것이다. 최소한 건물에 불질러서 사람을 대놓고 해칠 생각하지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년의 악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례를 찾기 힘들며, 듣는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 뿐이다.

그러고 보니 김 선자라고.. 가족과 지인에게 독이 든 음료수를 먹여서 죽이고 보험금을 타낸 년도 있었는데, 얘는 엄 여인의 하위 호환뻘 되겠다. 엄 여인은 피해자를 바로 죽게 하지 않고 잠만 들게 한 뒤에 아예 눈을 찔렀으니까...

보통 흉악 범죄자에 대해서 과격하게 생각하자면.. "당장 사형에 처해라", "피해자가 당한 대로 똑같이 몸에다가 저질러 줘라" 같은 게 있다. 그런데 저 여자에 대해서는 본인은 좀 다른 생각이 든다.

실현 불가능한 생각인 건 알지만.. 많이는 안 바란다. 개인적으론 엄 인숙이랑 유 영철, 조 두순 따위를 서로 소개시키고 동거시키면 어떨까 싶다. (물론 상대방의 과거 이력은 알려주지 않고)
만취 음주운전 차량이랑 8차로 무단횡단 보행자, 혹은 과속 차량과 신호위반 좌회전 차량을 충돌시키듯이, 세계관 최강자들끼리 한번 붙여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든다. 저렇게 냅두면 누가 먼저 죽을까..?? 궁금하다.

* 추신

우리나라의 악녀 열전은 고 유정, 장 하영 이후로 딱히 업데이트가 없었던 듯했다. 그러다 지난 4월엔 착한 남편을 등쳐먹고는 사고로 위장해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낸 천하의 악질 이 은해라는 년이 당당히 매스컴을 탔다. 20여 년 전의 어린 시절에는 훈훈한 소재의 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다는 것, 지금 남편 이전의 남자들도 다들 의문사 내력이 있다는 것 등.. 알면 알수록 그 막장성과 경악스러움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저년도 부디 절대로 편하게 뒈지지 말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16 08:35 2022/07/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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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과학과 관련된 여러 음모론· 낭설 중에서 지구 평면(..)이나 아폴로 계획 자작극 같은 건 제일 유치하고 너무 수준 낮아서 별로 고려할 가치가 없다.
우한 폐렴 관련 백신은.. 개인적으로 그 정도 음모론까지 믿는 건 아니지만, 부작용이 유의미하게 너무 많았고 석연찮은 구석도 있다. 음모론이 자꾸 불거지는 배경과 맥락 자체는 이해가 가고 공감하는 정도이다. 그 이상, 빌 게이츠가 세계 인구수를 조절하려고 백신에다가 초소형 칩을 넣었네 하는 소리는.. 너무 황당한 판타지이고 입에 담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지구 온난화 허구는?? 이건 백신 음모론보다 좀 더 말이 되는 듯하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개소리라고 0.1초 만에 쳐낼 정도까지는 못 되는 것 같다.

뭐, 나도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긍정’이긴 하다. 여러 정황들이 있다.
금성이 대기의 90% 이상이 이산화탄소이고 게다가 그 농도가 지구의 90배를 넘기 때문에 저런 불지옥이라고 하는데.. 그 관측이 틀릴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동해 해수욕장들이 물이 불어서 그렇게도 침식이 많이 됐는데 이것도 아주 심상찮은 이변이라고 한다.

다만, 나도 지금까지 얼치기 환경팔이들의 거짓 선동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이쪽 말을 무작정 신뢰하지는 않는다.
옛날 만화영화 "출동 지구특공대"는 오로지 "공해와 파괴를 즐기는 악당들" 얘기만 나오지만..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환경 장사꾼 사기꾼에 대해서는 전혀 통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못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사람들은 개나 소나 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막연히 겁을 주는 게 크다. 이게 지구가 일방적으로 더워진다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들쭉날쭉 기상이변이 더 심해진다는 건지 이 스탠스부터가 분명하지 않다.

이 2020년대에도 한겨울에 혹한이나 폭설 테러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걸 보면, 지구가 일방적으로 마냥 더워지기만 하는 건 아닌 듯하다. 이게 본인의 첫 의문이다. (1)
제아무리 가뭄이 심하다고 해도 지구상의 물의 절대적인 총량이 변하는 건 아니다. 한 지역이 가뭄이 극심하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폭우 물난리를 겪는다. 이런 편차가 너무 커지는 것조차도 지구 온난화 때문인 걸까..? 글쎄?

다음으로 온실가스라는 걸 생각해 보자. 지구는 내가 알기로 이산화탄소보다도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훨씬 더 일으키고 있고, 수증기야 인간이 통제 가능한 요인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0.03%이다가 0.04%가 됐다고 해서 지구가 그렇게까지 요동을 치고 난리를 벌이나? 그건 잘 모르겠다. 인간이 자동차와 비행기와 각종 기계를 굴리는 게 그 정도로 전 지구적인 영향을 끼치는가..??

겨울에 유리창으로 햇볕만 들어오게 해도 실내나 자동차 안에서 온실효과라는 걸 체험할 수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가득 채운 상자 안은 훨씬 더 뜨거워지는지 이런 거 실험한 사람은 없나 모르겠다. 글쎄, 그건 너무 거시적인 현상이어서 자그마한 실험실에서는 재현해 보일 수 없는 건가..?? 이게 다음 의문이다. (2)

다음으로, 물에 이미 둥둥 떠 있는 빙산이야 녹는다고 해서 해수면이 올라갈 일이 전혀 없다.
컵에 얼음과 물이 넘치기 직전의 한계까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물은 컵의 높이까지 꽉 담겼고, 그 위에 뜬 얼음은 수면, 즉 컵의 높이보다 약간 위로 봉긋 솟아 있다.
이 상태로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가만히 놔 두면 어떻게 될까? 물이 컵 밖으로 흘러넘칠까? 머릿속으로 사고실험을 한번 해 보자.

요즘은 유튜브 같은 걸로 과학 상식이 워낙 많이 퍼졌으니 답을 아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물은 컵 밖으로 넘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말이다. 지구가 아무리 더워져서 극지방의 빙산· 빙하가 녹는다고 해도, 최소한 "북극"의 빙하는 해수면을 결코 상승시키지 못한다.
걔들은 처음부터 땅이 아니라 바다 위에 동동 뜬 얼음덩어리일 뿐이다. 걔들이 바닷물을 압축해서 품고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얼음은 부피가 더 늘어나니까 오히려 더 헐렁했던 거지..

지구가 더워졌을 때 진짜로 녹아서 해수면을 높일 우려가 높은 것은 남극이나 캐나다 등 대륙 한구석에 꽁꽁 얼어 있는 거대한 빙하라고 한다. 육지 위에 쌓여 있는 빙하나 얼음덩어리가 녹아서 바다로 들어가야 물의 양이 증가할 텐데, 그게 전 지구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가 개인적으로 큰 의문이다. (3)

다만, 바닷물의 온도가 어떠한 이유로든 올라간다면 그건 연쇄적인 재앙이 되긴 할 것으로 보인다. 22도이던 게 23도가 된다고 해서 열팽창이 얼마나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미세하게나마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로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액체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고체에 대한 용해도는 올라가지만 기체에 대한 용해도는 떨어진다~!
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더 올리고, 온실효과를 더 가중시키고, 바닷물 온도가 더 올라가고.. 이하생략..

또한, 물이 얼어서 지표면에 하얀 빙산 빙하가 많았을 때는 지구의 알베도가 높아서 복사열을 많이 반사해서 덜 더웠는데, 그게 없어지면 열을 더 많이 흡수하고 더 더워진다.. 심지어 이런 것까지도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한다.
종합하자면 열팽창, 이산화탄소 방출, 그리고 표면 '반사도' 이 세 요인으로 요약된다.

정말 극단적인 최악의 경우엔 옛날 만화 ‘호텔’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구가 금성의 마이너 축소 버전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모든 비관적인 가설과 예측이 적중한다면 말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천연두는 완전히 박멸 퇴치했고, 납 농도 증가나 오존층 파괴는 세계가 공조해서 완전히 해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농도나 지구 온난화는 어째 감당 가능할지 모르겠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거나 둘 중 하나 말이다. 이건 인류의 산업 문명을 송두리째 멈춰 세우지 않는 한 쉽게 해결 가능하지 않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14 08:35 2022/07/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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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능과 알고리즘

(1) 현실의 퀵 정렬 알고리즘 구현체는 구간의 크기가 일정 기준 이하로 작아지면 그냥 O(n^2) 복잡도의 단순한 삽입 정렬로 대체하곤 한다. 그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2) 균형 잡힌 트리는 삽입, 탐색, 삭제가 모두 O(log n)의 복잡도로 되는 매우 유용한 자료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메모리 레벨의 set이나 map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파일 시스템이나 DB 같은 디스크 레벨에서도 쓰인다.
요즘 아무렇게나 DIR을 해도 파일 목록이 언제나 ABC 순으로 정렬되어 출력되는 이유는.. NTFS 파일 시스템이 내부적으로 이런 트리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의 재래식 FAT는 연결 리스트 기반이어서 파일 목록의 정렬이 보장되지 않음)

단, 디스크 레벨에서는 단순한 이진 나무가 아니라, 이를 변형하여 한 노드에 딸린 자식이 좀 더 많은 B+ 같은 트리 구조가 쓰인다. 왜냐하면 디스크는 메모리보다 입출력 속도가 훨씬 더 느리며 랜덤 지점 탐색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노드 안에서 선형 검색을 좀 더 하더라도, 노드 하나를 탐색하고 읽는 횟수를 줄이는 게 더 이득이다. 다만, 이런 이념도 재래식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에서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3) 한 번에 한 스레드만 접근 가능해야 하는 코드가 있다면 보통 그 구간을 critical section이나 뮤텍스 따위로 둘러싼다.
그런데 이것도 "어? 다른 스레드가 이미 들어가 있네? 그럼 우리는 닥치고 바로 대기"..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하는 것보다,
loop을 돌면서 busy waiting, polling, spin lock을 n번만 더 시도해 보고 "그래도 여전히 다른 스레드가 나가지 않았으면 그때 대기 타자" 이런 유도리 전략이 좀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왜? 대기를 탔다가 깨어나는 작업 자체가 사용자 모드에서 커널 모드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며, 수천 사이클에 달하는 CPU 오버헤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기하고 있는 스레드는 CPU를 먹지 않지만, 대기 상태로 들어가거나 깨어나는 출입 과정은 공짜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요즘 컴퓨터는 코어가 여럿 있기 때문에 한 스레드에서 아주 잠깐 무식한 busy waiting을 하더라도 그게 타 스레드의 실행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럴수록 대기 진입을 한 템포 늦춰서 신중하게 하는 게 가성비가 더 커진다.

일상 생활에다 비유하자면, 여러 잡다한 물건을 들고 있어서 무거운 채로 엘리베이터나 버스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걸 바닥에 완전히 내려놓아 버렸다면 팔이 힘들지는 않지만, 그걸 다시 집어드는 것도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 된다. 그러니 버스나 엘리베이터가 수 초 안으로 금방 온다면 그냥 그 물건들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게 더 낫다.

이렇듯, 컴퓨터에서는 성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한 방법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특히 아주 제한된 문맥에서는 통상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알려진 무식한 방법까지도 동원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스타로 치면 여러 유닛을 조합하는 것과 같다.

2. 자원의 회수

식물은 죽어서 말라 비틀어진 잎· 줄기나 썩은 열매 따위의 처리가 아주 간편한 축에 든다. 땅에 파묻기만 하면 거름이 되고 도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구성 물질이 회수된다.
뭐, 동물도 궁극적으로 그렇게 되기는 한다. 하지만 사체가 분해되는 과정이 식물보다 훨씬 더 더럽고 끔찍하고 더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이런 물질의 순환은 뭔가.. 가상 머신에서 GC에 의해 자동 관리되는 메모리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본격적으로 물질의 메모리 누수가 문제되기 시작한 건 인류가 자연이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같은 고분자 화합물을 만들어서 쓰기 시작하고부터이다. 그리고 반감기가 끔찍하게 긴 방사능 물질도 이런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겠다.

뭐, 썩지 않는 물질이 다 문제이고 골칫거리는 아니다. 수도관 같은 건 절대로 부식되거나 썩지 않는 재료로 만들어서 수백, 수천 년은 써야 할 테니 말이다.

3. 코드

(1) 우리나라의 모든 법조문들이 몽땅 github에 올라오고, 전체 개정 이력을 Show log 명령을 통해서 조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전철 노선도 같은 물건도 마찬가지이다.

(2) 대학교 컴터공학과 학부에서 시스템 프로그래밍 시간에 MIPS 어셈블리어 갖고 깨작깨작 실습하는 건.. 육사에서 승마나 백병전 총검술 잠깐 맛보기 하는 것과 정확하게 대응하지 싶다~ ㅋㅋㅋ
학교에서 뭔가 C/C++, Java, Python 같은 실용적인(?) 언어 말고 뭔가 비현실적인 언어를 다뤄 보는 게 이렇게 어셈블리어 같은 레거시 계열, 아니면 엄청나게 순수한 이론 이상을 추구하는 함수형 언어 계열.. 이렇게 둘로 나뉘는 듯하다.

(3) 자동차 취급설명서는 소스 코드 곳곳에 들어서 있는 조건부 컴파일의 완벽한 예시로 보인다. * 표시가 돼 있는 각종 선택사양들.. 그리고 악보의 음표 위에 붙은 각종 나타냄말? 스타카토, 스타카티시모 이런 건 매크로의 예시이다.
악보는 각종 반복과 분기가 복잡하게 꼬이면 흐름이 진짜로 어지간한 프로그램 코드처럼 바뀌기도 한다.

(4) 성경에서 '주의 책', '(어린양의) 생명책' 같은 상상 속의 거대한 책이 언급된 걸 보면.. 예수 믿는 컴터쟁이들은 하늘나라에 있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와 DB 서버 정도는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인간이 만든 컴퓨터는 신의 주요 성품 중 하나인 '무한, 영원'이라는 걸 절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물건이다. 그러니 DB 드립은 마치 "김 성모 스타일의 성경 이야기"만큼이나 그냥 웃자고 늘어놓는 말일 뿐이다.

(5) 요한복음의 마지막 구절인 "이 세상이라도 예수님의 행적을 기록한 책들을 다 담지 못할 것이다"는 정보량과 관련된 언급이다. 그리고 삼손의 수수께끼 놀이는 정보 보호· 보안과 관련된 통찰을 주는 이야기이다.

4. 자동과 수동

요즘 수동 변속기 차량을 몰 줄 아는 사람이 갈수록 드물어지듯, 컴터 업계도 C/C++처럼 메모리를 수동으로 관리하는 저급 언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갈수록 드물어지는 것 같다.
직장에서 부사수로 들어온 어린 신입 개발자에게 사수가 메모리 leak이라는 개념을 알려주는 게 굉장히 뜻밖이고 놀라워 보였다.

하긴, 공대 1학년의 기초 필수 프로그래밍 과목에서 가르치는 언어도 초창기엔 C/파스칼이다가 나중에 Java를 거쳐 지금은 파이썬이지 않은가. 프로그래밍을 위한 전산학적인 소양하고, C나 컴퓨터 특유의 지저분한 감각이랄까, 이 둘이 영역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깃집의 경우, 직원이 알아서 고기를 다 썰고 구워 주는 곳은 자동 변속기-_- 같고, 손님이 직접 고기를 얹고 굽고 자르고 뒤집어야 하는 곳은 수동=_=;;에 해당된다. 후자보다는 전자가 아무래도 마음 편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인건비가 추가되어 고기값이 더 비쌀 것이다.

5. 전체 리셋

컴퓨터 시스템을 날리는 방법으로 sudo rm -rf 라든가=_= Windows의 레지스트리 날리기, 시스템 디렉터리 날리기 같은 게 있다.
운영체제가 아닌 DB에서는 delete * 내지 drop table 같은 파괴적인 쿼리가 있다. 손가락 까딱 잘못 건드려서 회사 재산과 관련된 DB를 날렸다간 짤리는 정도를 넘어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로 치면.. 헌법 제1조가 바뀌거나 날아가는 게 그런 급의 파괴적인 사건일 것이다. 헌정 체제가 쿠데타로 인해 싹 뒤집히거나, 아니면 전쟁에서 지기라도 해서 외적이 자국 행정부를 완전히 접수했을 때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옛날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같은 몇몇 조항은 개헌조차 아예 영원히 불가능한 조항으로 못 박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컴퓨터로 치면 운영체제의 작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일부 시스템 파일을 절대 변조· 삭제할 수 없게 특수하게 보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업데이트 받을 때만 빼고).

하지만 법리적으로 볼 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개헌 불가 조항 같은 건 과거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리고 지금 6공화국 헌법은 그렇잖아도 개헌이 너무 어려운 형태가 된 감이 좀 있다.;; 과거에 널뛰기 하듯이 수시로 개헌하던 관행을 없애고 싶었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에 미래까지 발목이 잡힌 것 같다.

6. C++ export와 우주왕복선

2000년대 초에.. EDG 같은 일부 C++ 컴파일러 개발사에서는 희대의 흑역사 표준 기능이던 export를 구현하느라 상상을 초월하는 삽질을 했던 거랑,
NASA에서 2003년의 컬럼비아 우주왕복선 사고 이후에 이제는 우주왕복선을 띄울 때마다 옆에 구조용 예비 기체까지 같이 대기시키면서 정말 눈물겨운 삽질을 잠시 했던 것..
둘이 시기도 비슷하고 심상이 뭔가 묘하게 비슷하게 느껴진다.

전자는 지금까지 C++ 표준에 새로 추가되었던 복잡한 기능들과는 구현 난이도가 차원이 달랐다. 기존 언어 구조의 근간을 다 뒤엎어야 하는 헬 수준이었는데, 그렇다고 템플릿의 모듈화를 제대로 실현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이건 정말 백해무익에 가까운 미친 짓이었다. 결국 export는 2010년대 C++11에서는 완전히 삭제되었다.

우주왕복선에다가 구조 미션까지 추가한 것 역시.. 셔틀 한 대에다가 사람을 11명이나 태우는 것(기존 승무원 7 + 구조 요원 4), 안 그래도 3대밖에 없는 셔틀을 매번 2대나 세팅해야 하는 것, 묘기에 가까운 어렵고 위험한 기동으로 조난 당한 셔틀에 접근해서 사람을 구조하는 것..
살인적인 비용 대비 사람을 살릴 가능성도 별로 없는 미친 짓이었다. 다행히 이 미션이 실전에서 쓰인 적은 없었으며, 우주왕복선 역시 C++11과 비슷한 시기인 2011년에 완전히 퇴역했다.

7. 나머지

(1) 생물은 번식할 때 동물과 식물을 막론하고 가까운 혈통끼리 교배하지 말고, 최대한 먼 촌수끼리 다양하게 섞여서 교배해야 유전병 없이 건강한 후세가 태어나고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유전적 다양성이란 게 중요하다.
이런 걸 뭔가 숫자의 특성으로 표현하면 해시값의 충돌이 안 나는 것, 셸 정렬이 빠르게 수행되는 간격 수열을 구하는 것(무식하게 2^n에서 절반씩 줄이는 건 최악), 퀵 정렬의 pivot 중간값을 적절하게 잘 고르는 것에 대응하는 것 같다.

(2) 자동차나 자전거 운전하다가 상대방과 부딪칠 것 같아서 한쪽으로 피하는데..
골때리게도 상대방도 내가 피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피하고, 이 상황을 탈피하지 못해서 결국 부딪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게 머신러닝이나 방정식 근 찾기에다 비유하자면 처음에 시작점을 잘못 잡고 학습을 잘못 시켜서 최적해로 수렴을 못 하고 삼천포로 빠진 것과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다. 아니면 데드락을 극복하지 못했거나.;;.

(3) 옛날, 1955년쯤에 중공의 마오 주석께서는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저 새는 해로운 새.." 아니, "참새는 해로운 새"라고 교시하시였다는데..
1968년쯤에 네덜란드의 전산학자 다익스트라는 ACM 저널을 통해 "GOTO Considered Harmful".. 즉, 스파게티 코딩이 해롭다고 저격했었다. 오늘날은 저 두 말투가 모두 밈..처럼 쓰이고 있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2/07/11 08:35 2022/07/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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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포인터를 인식하지 못하는 버그

회사에서 이미 작성된 C++ 클래스 멤버 함수를 사용하고 싶어서 호출을 했는데.. 컴파일러인지 링커인지가 도무지 말귀를 알아듣질 못하고 unreferenced external symbol 링크 에러를 내뱉곤 했다. 매크로 치환, namespace 그 어떤 문제도 없는데 왜?
더 골때리는 건.. 같은 코드가 Windows에서 Visual C++은 아무 문제 없이 빌드되고, 안드로이드의 NDK 빌드 환경에서만 저런다는 것이었다.

그 함수는 첫째 인자의 타입이 FOO const&이었는데, FOO는 스마트 포인터 std::shared_ptr<BAR>의 typedef였다.
스마트 포인터를 왜 value로 전달하지 않고 또 레퍼런스로 전달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이 코드를 처음에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니까..

그런데 문제는 저 스마트 포인터를 그냥 날포인터 BAR*로 바꿔 주니까 링크 에러 없이 빌드가 됐으며, 프로그램도 양 플랫폼 다 별 문제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건 -> 연산자를 쓰면 BAR 내용을 참조할 수 있으며, 몇몇 곳에서만 ptr 대신에 ptr.get()을 호출해 주면 됐다.

결국 이 문제의 원인은 안드로이드 쪽의 컴파일러 내지 링커의 버그이긴 한 것 같다. 하나만 고르라면 링커보다도 컴파일러의 문제인지도? 복잡한 type의 decoration string가 양쪽에서 서로 동일하게 생성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 변수에도 extern "C" 구분이 필요한가

C++ 코드에서 다른 C 소스 파일에 정의된(C 소스로부터 빌드된 obj, lib도 포함) 함수를 참조해서 호출하려면.. 그 함수의 prototype이 extern "C" 형태로 선언되어야 한다.
C++은 오버로딩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C와 달리 함수를 이름만으로 유일하게 식별할 수 없으며, 인자들의 개수와 타입들도 명칭 decoration에 다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C언어 방식으로 만들어진 라이브러리는 헤더 파일이 중복 include guard뿐만 아니라

#ifdef __cplusplus
extern "C" {
#endif

(.....)

#ifdef __cplusplus
}
#endif

이렇게 관례적으로 감싸져 있기도 하다. C++ 코드에서 인클루드 되더라도 여기 함수들은 C++이 아닌 C 방식으로 링크 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난 함수뿐만 아니라 전역 변수도 이런 decoration 방식이 차이가 존재하며,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걸 요 근래에야 처음으로 알게 됐다.
C++이 C 코드에서 선언된 전역 변수를 참조하려면.. 역시 extern "C" int Global_in_C_code; 이렇게 해 줘야 된다. extern "C"를 생략하면 링크 에러가 난다..;;

헐 왜 그렇지..?? 변수는 언어 문법 차원에서 decoration이 전혀 필요해 보이지 않는데..?? Visual C++만 그런가?

그러고 보니 Visual C++은 함수를 C++ 형태로 decoration을 할 때 인자뿐만 아니라 리턴 타입까지 그 함수의 prototype의 모든 정보를 써 넣는다.
함수의 리턴 타입은 오버로딩 변별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써 넣을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리한다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그냥 completeness 차원에서.. 나중에 미래에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변수도 C++ 방식에서는 자신의 type까지 다 꼼꼼히 써 넣는 게 아닐까? 나로서는 이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예전에 C++에서는 const 전역 변수는 반드시 extern을 명시해 줘야 다른 번역 단위에서도 참조 가능해진다는 걸 알지 못해서 오랫동안 컴파일러/링커의 난독증을 의심하며 짜증 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것도 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심지어 extern "C" 다음에 { }를 쳐서 C 방식의 외부 전역 변수 선언을 여러 개 하려면 중괄호 안에다가 extern을 또 써 줘야 된다. extern "C" { extern int x,y,z; } 처럼.

extern "C" { int x,y,z; }
이렇게 하면 x,y,z가 이 번역 단위 안에서 몸체가 직접 정의돼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unresolved symbol 대신, 명칭 중복 선언 충돌이라는 링크 에러가 날 수 있게 된다.

즉, 선언만 하고 마는 것은 중괄호와 함께 extern을 또 명시한 extern "C" { extern int x,y,z; } 이거 아니면..
그냥 extern "C" int x,y,z; 둘 중 한 형태라는 것이다. 어휴~ ㄲㄲㄲㄲ

3. 에러 안내

(1) 컴파일 에러는 컴파일러가 지적해 준 부분의 주변만 유심히 살펴보면 대체로 쉽게 해결 가능하다. 아주 복잡하게 꼬인 템플릿 코드에서 컴파일러가 뜬구름 잡는 난해한 소리만 늘어놓는다면 그건 상황이 다르지만, 그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은 흔치 않다.
그 반면, 컴파일 에러보다 훨씬 더 무질서도가 높고 난해한 에러는 링커 에러일 것이다.

요즘 컴파일러는 명칭의 오타 때문에 에러가 나면 근처의 스펠링이 비슷한 변수· 함수를 제안까지 하면서 "혹시 이걸 의도하셨습니까?" / "혹시 뒤에 세미콜론을 빠뜨렸습니까?" 이런 안내를 할 정도로 똑똑해졌다.
링커도 "동일한 명칭이 C 방식으로는 존재하는데 혹시 extern "C"를 빠뜨렸습니까?" 정도의 유사 명칭 안내는 해 줘야 하지 않나 싶다.

(2) 아 하긴, C++ 템플릿은 그 자체만으로는 컴파일러가 문법 검사를 전혀 하지 않으며, 그 구조상 할 수도 없다.
템플릿에 인자가 주어져서 어떤 타입에 대한 실체가 생겼을 때에만 컴파일러가 그에 대한 코드를 생성할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문법 검사가 행해진다.

템플릿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컴파일 에러는 뭔가.. 한 박자 다음에 발생한다는 점으로 인해 링커 에러처럼 더욱 난해한 구석이 있다.
템플릿 인자가 그 어떤 형태로 주어지더라도 무조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컴파일 에러는 템플릿 자체의 코드만 보고도 컴파일러가 먼저 딱 잡아낼 수도 있으면 좋겠다만.. C++ 컴파일러 업계에서 그런 건 아직 신경을 안 쓰는가 보다. 메타프로그래밍이란 건 아무래도 추상화 수준이 높고 매우 난해한 기술이기도 하니 말이다.

4. 버전이 올라가면서 달라지는 C++ 컴파일러 동작

cmake라고 플랫폼별로 파편화돼 있는 개발툴 프로젝트/빌드 스크립트를 한데 통합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건 분명 현실에서의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겠지만.. 본인은 오픈소스나 크로스 플랫폼 같은 쪽으로는 인연이나 경험이 없다시피한 Windows 토박이에 Visual Studio 매니아이다 보니 얘를 다루는 게 참 난감하고 버겁게 느껴졌다.

회사에서 굉장한 구닥다리인 Visual Studio 2013을 오랫동안 쓰고 있어서 이걸 2019로 올리고, 플랫폼도 x86뿐만 아니라 x64도 추가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cmake 스크립트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cmake 자체도 버전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VS가 2013이 없고 2019만 있을 때 발생하는 에러 메시지들이 그 근본 원인과는 전혀 관계 없는 엉뚱한 것들이어서 에러 메시지가 짚어 주는 부분만 뒤져서는 문제의 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cmake 따위 없이 Visual Studio 솔루션과 프로젝트 파일만 있었으면 이건 뭐 일도 아니었을 텐데 이런 것들이 cmake 스크립트가 좀 유연하지 못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특정 Visual Studio 버전과 특정 타겟 아키텍처에 매인 비중이 크다. 뭐, 사실은 본인이 cmake 사용법을 잘 몰라서 삽질하는 것이겠지만..
cmake나 git 같은 빌드 관련 툴들은 학교에서 가르치기에는 너무 남사스럽고, 학원도 아니고.. 천상 스스로 독학하거나 직장에서 알음알음 배우는 수밖에 없나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컴파일러를 업글 하고 나면.. 기존 코드가 자잘하게 컴파일이 안 되는 부분이 꼭 발생하곤 한다. 그런 건 내 경험상.. C++이 갈수록 type safety가 강화되어서 더 까칠 엄격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직장에서의 경험을 회고해 보자면, 이 클래스가 이 상태로는 vector, list, set 같은 컨테이너에 들어가지 않아서 에러가 나곤 했다. 2013에서는 됐는데 2019에서는 안 되는 것이다.

operator =의 인자가 T였던 것을 const T&로 바꾸고, 복사 생성자가 정의돼 있지 않던 것을 명시적으로 넣어 주고, 원래는 생성자에다가 U라는 타입 값을 넣으면 자동으로 형변환이 됐는데 이제는 되지 않아서 명시적으로 형변환을 하는 등.. 에러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들 이런 식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08 08:35 2022/07/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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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 3 사채 동결 조치

1972년, 박 정희 시절에 국내에서 시행됐던 8 3 사채 동결 조치는

  • 그린벨트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개인의 재산과 시장 구조를 인위로 좌지우지했던.. 반시장적이지만 필요악 성격이 있는 조치였다.
  • 김 영삼 때의 '금융실명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헌정사상 제일 마지막에 행해졌던 대통령 긴급명령이다. 둘 다 금융· 경제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마지막 계엄과 마지막 국민투표는 5공 시절)
  • 우리나라가 그때까지만 해도 국가 기반이 얼마나 허술하고 경제 구조가 얼마나 취약했는지, 오죽했으면 경제 개발을 위해서 그런 통제가 필요했는지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얘는 10월 유신과도 관계가 있다.

박 정희 시절에 우리나라는 무슨 공산주의 식으로 사유재산을 없앤다거나 땅을 몽땅 국유화한다거나 통치자를 우상화하거나 인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업· 경제 구조가 완전히 자유 방임인 것도 아니어서 국가가 이것저것 통제를 많이 했다. 이건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이다.

그때는 국가 차원에서 돈줄이 끊어지지 않게 하고, 그리고 공급이 충분치 않은 원자재나 농수산물에 수요가 너무 쏠리는 것을 분산시켜야만 사회 안정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가령, 혼· 분식 장려 운동은 쌀 소비를 제어하려는 취지였으며, 연탄 보급은 산림을 보호하고 비싼 석유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2. 수도 이전 계획

과거에 일제 강점기가 태평양 전쟁과 일제 패망 같은 이변 없이 20세기 중후반까지 계속됐으면 한반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정황상 조선인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졌을 수 있고, 철도의 관점에서는 만들다가 말았던 동해중부선이 완공됐을 것이다. 경부-경의선뿐만 아니라 경인선과 경원선의 복선화는 그 시절에도 이미 논의됐던 계획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1960년대 자료에 따르면, 쟤들은 식민지 조선의 수도를 경성에서 근처의 용인으로 옮길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 (출처: <국토종합개발의 역사>, 일본 국토계획협회, 1961) 음.. 도대체 왜?
하긴, 서울 구시가지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한데 엉켜 살기엔 너무 비좁아지긴 했다. 북쪽은 산으로 가로막혀서 더 확장을 못 하고..

그런데 지금 서울처럼 한강 이남을 개발하고 다리를 잔뜩 건설하는 게 아니라, 다른 장소를 개척할 생각을 했다는 게 흥미롭다.
심지어 조센징들은 만주로 쫓아내고 일본인들 뉴타운을 조성하려 했다는데.. 현실성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교통 연계는 어찌 될까? 수려선이 있긴 하지만 얘는 협궤였다. 얘가 당장 표준궤로 개궤되고 복선화도 되고, 경부선과의 연결선이 만들어져야 했을 것이다.

한편, 해방 후 리 승만 할배 시절에야 '경성부'가 서울 '특별시'로 바뀌었고 수도 이전 따위는 전~~혀 논의될 가치가 없는 주제였다. 하지만 1970년대에 박 정희는 남한의 중심부인 충청도쯤으로 수도 이전을 염두에는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국토 균형 개발이라기보다는 서울이 북한과 너무 가까워서 불안하다고 말이다.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코앞까지 침투했던 1 21 사태가 큰 트라우마를 남겼지 싶다.

(내 개인적으로, 박통 시절에 훗날 통치 스타일에까지 영향을 줬을 정도로 비극적이었던 사건 둘은 1 21 (1968), 그리고 영부인 피격(1974)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를 계기로 박통은 어디 멀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차선책인 강남을 적극 개발했다. 강북 여기저기에 난립해 있던 고속버스 정류장들을 통합해서 마침 경부 고속도로와도 가까이 있는 서초구에다가 전용 터미널을 만들었다.
여기는 일제 시대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허허벌판 논밭이었다. 리 승만 때까지만 해도 경기도 광주군이었지, 애초에 인서울 자체가 아니었다.

박 정희는 유신 헌법 하에서 9대 임기만 채웠어도 1984년까지는 했을 텐데..
여러 기록에 따르면 자신의 마지막 과업으로 (1) 행정 수도 이전, (2) 1996년쯤을 목표로 올림픽 유치 준비, (3)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잡았던 듯하다. 각색이 들어간 오글거리는 낭설일 수도 있겠지만, "핵무기를 국군의 날 기념식 때 짠~ 공개하고는 미리 점찍어 둔 후임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퇴임한다~~" 급이었다고 한다.

저 사람 이후 행정수도 이전은 세종시로 그럭저럭 실현됐고, 이제는 대통령 집무실이 경복궁 뒤의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졌다.
올림픽은 뭐.. 바로 후임인 전땅끄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서 결국 잘 해냈다. 다만, 핵무기는 미국의 강력한 견제와 반대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뭐.. 일제의 '용인 철도'와 마찬가지로, 계획만 했다고 해서 진짜 실현된다는 보장이 있지는 않다는 걸 유의하자.
완전히 180도 틀어져 버린 서울 지하철 1~5호선 초창기 계획처럼 말이다.
그리고 경제 개발 5개년 정도는 박 정희 이전의 장 면 내각도 생각했던 것이고, 심지어 박 정희도 그걸 참고하긴 했었다. 그러나 그걸 실제로 추진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3. 청와대 주변의 잠금해제 내력

청와대 부근은 1968년, 북괴 무장공비가 청와대 코앞까지 침투했던 김 신조 사태를 계기로 주변 경비가 역대 최고로 강화됐다. 주변의 산길까지 몽땅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고 묶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간첩 식별을 위한 주민등록번호(지금과 같은 번호 체계는 아니지만), 5분대기조, 실미도 공작원 양성 등 엄청 많은 일이 있었으며, 특히 군복무 중이던 사람들은 복무 기간 역대 최장(3년)으로 연장이라는 날벼락을 제대로 맞았다.

이런 것들에 비하면 청와대 주변 등산로의 전면 봉인쯤은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했을 것이다.;;
평창동 마을이 이때 육성됐으며 북악스카이웨이 도로도 1968년 9월에 개통했다. 그 당시엔 유료 도로였다;;

그로부터 무려 25년이나 지난 1993년, 김 영삼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 등산로가 개방됐다.
단, 주요 전망대 포토존에는 공익인지 의경인지 어쨌든 군인까지는 아니지만 경찰에 준하는 아재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청와대 쪽으로는 사진을 못 찍게 감시하곤 했다. 본인은 그 시절에 인왕산을 올랐던 경험과 기억이 있다.

청와대를 촬영하지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니, 차라리 해 떨어지고 시야가 불량해진 밤에 인왕산을 오르는 건 괜찮았던가 보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인가? 1주일에 한 번은 감시 요원들이 사정이 있어서 그런지 여전히 입산 금지였다.

1993년 말엔 창의문(a.k.a. 자하문) 일대 구간이 개방됐다고 한다. 헐~ 옛날엔 거기도 민간인 접근 금지였어?? 하긴 북악산 쪽은 월담하지 못하게 높은 담장이 쳐져 있긴 하더라.

한양도성의 북쪽에 있는 숙정문 일대는 2006년 4월, 무려 노 무현 시절에야 개방됐다고 한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거의 동시에 저기도 해금됐다는 뜻이다.
그 뒤 2007년은 1월 1일부로 전국의 국립공원들이 무료화되어 입장료 징수가 폐지됐다.
2007년 식목일엔 북악산의 한양도성 구간 산책로가 개방됐다. 단, 신분증 까고 목걸이를 받아야만 출입 가능하다. 남쪽의 청와대 방면은 말할 것도 없고, 북쪽의 기존 북악스카이웨이와 팔각정 방면으로도 왕래는 불가능하다.

2009년 7월 10일엔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에 있는 우이령길이 매일 최대 500명에 예약제 형태로 민간에 개방됐다. 사실, 안보보다는 환경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선뜻 개방을 못 하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첫 개통을 앞두고 있고, 용인-서울 고속도로가 개통했던 시절의 일이다.
그리고 그 해 10월 24일엔 북악산에서 "성북천 발원지 - 하늘마루" 사이의 제2 산책로, 일명 김 신조 루트가 추가로 개방됐다.

그렇게 규제가 차츰차츰 풀리다가 2019년쯤..?? 인왕산의 촬영 감시요원이 없어졌다. 그리고 북악산 목걸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개인 정보까지 수집하지는 않고 그냥 드나드는 인원 집계만 하는 출입 태그로 바뀌었다.
2020년 11월부터는.. 산중턱의 북악스카이웨이에서 한양도성 청운대 - 곡장 사이를 오가는 등산로가 추가로 개방됐다.

그리고 2022년.. 대통령의 집무실 자체가 청와대 말고 용산 국방부 청사 안으로 이사를 감으로써.. 청와대를 경호하기 위해 취해졌던 온갖 봉쇄· 금지 조치들도 모두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북악산 등산로는 모두 개방되고 목걸이 자체가 폐지되고, 북악산은 지금의 남산이나 인왕산과 별 차이 없는 서울 중심부의 친근한 야산으로 바뀔 것이며, 청와대 기존 건물은 청남대의 서울 버전뻘 될 것이고 흠..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구글 지도가 아닌 국내 지도 사이트들에서도 청와대의 전체 구조가 멀쩡히 다 표시된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경복궁이 조선 시대의 궁궐이라면, 청와대는 대한민국 초기의 궁궐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2020년대 이전의 과거를 배경으로 영화나 드라마 찍을 때 "청와대 세트"를 따로 차릴 필요가 없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05 08:35 2022/07/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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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휘 메모

1. 곁의 두 숫자를 한데 싸잡아 지칭하기

예전에 몇 번 언급했던 바와 같이, 한국어는 영어 대비 참 기괴한 면모가 많은 언어이다.

  • 청자를 포함하지 않으면서 화자를 낮추는 1인칭 복수 대명사 ‘저희’
  • 청자를 의식하지 않는 독백투 “어 그게 뭐더라?” 따위
  • 부정 의미의 한 단어 타동사 “모르다”.. 내가 아는 외국어 중엔 이게 존재하는 언어는 없다. 전~부 “do not know”.. ‘알다’에다가 not 연산자를 씌울 뿐이지. 한국어에서 “싸다 / 비싸다”와 비슷하게 말이다.

그리고 한두, 두셋, 서너, 너댓, 대여섯, 예닐곱처럼 주변의 숫자 둘 정도를 싸잡아서 일컫는 므흣한 단어가 존재하는 것도 독특하다.
영어에서 아주 적절한 사례를 개인적으로 꼽자면.. 디즈니 포카혼타스에서 초반부 뮤지컬 ‘Virginia Company’ 노래의 reprise 부분에 나오는 요 대사가 아닐까 한다.

We'll kill ourselves an Injun--or maybe two or three
우린 인뎐도 해치울 거야~ 하나? 아니면 두세 놈 정도?


이건 “신대륙을 개척하다가 미개한 야만인과 맞닥뜨리면? 야만인쯤이야 걍 없애 버리면 그만이지~ 숫자가 많지도 않을 거야” 정도의 뉘앙스이다.
자막이나 더빙은 저런 뉘앙스를 짧은 음표와 화면에 도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아주 뭉뚱그려진 의역만 나갔다.

  • 저 영어 문장은 kill Indians라고만 하지 않고 간접목적어 ourselves를 집어넣은 4형식 문장이다. God will provide himself a lamb처럼..;; (저 성경 구절은 뭐 5형식 중의적 해석까지 가능..)
  • Indian을 Injun이라고 줄여 놓은 걸 보면.. 구개음화는 꼭 한국어에만 존재하는 음운 변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긴, don’t you / could you 따위의 발음이 ‘츄 / 쥬’로 바뀌는 것도 같은 예이다.
  • 뒷부분에 mine, mine, mine 노래에서는 제임스 폐하를 Jimmy라고 가리키는 것도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애칭이라는 개념이 없는 문화권이다. (Bill이랑 William이 어떻게 같은 이름인가!) ‘지미’가 아니라 ‘젬쑤 왕’ 정도로 줄이는 게 더 직관적일 것 같다.

2. 동물 관련 순우리말

(1) 흘레
동물의 교미(mating)를 나타내는 명사이며 '흘레하다'라는 형태로 동사도 될 수 있다.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엄연히 올라 있긴 하지만.. 현실의 인지도는 가히 듣보잡 사어 수준이다. 텔레비전 순우리말 퀴즈 같은 데서나 나올 것 같다. 저 말소리가 어딜 봐서 그런 동작을 연상시킬 수 있을까..??

매기: 수퇘지와 암소가 흘레하여 낳는다는 짐승. (표준 국어 대사전)


그래서 '짝짓기'라는 말이 대신 쓰이게 됐는데.. 이걸 처음으로 퍼뜨린 곳은 다름아닌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TV 프로였다고 한다.

(2) 무녀리
한자어 무녀(巫女/舞女) 따위와는 전혀 관계 없고, 그냥 '문열이'를 대충 풀어서 적은 것이다. 한 배에서 태어난 여러 포유류 새끼들 중에서 엄마 태라는 문을 제일 먼저 열고 나온 놈을 '무녀리'라고 한댄다.
그런데 이런 무녀리는 확률적으로 다른 새끼들에 비해 덩치 작고 약하고 젖 쟁탈 경쟁에서도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얘는 사람으로 치면 열 달을 덜 채우고 좀 모자란 채 태어난 '팔불출'과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가 됐다.

이 단어를 '문열이'라고 형태를 밝혀 표기하지 않는 이유는.. '문닫이'라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니니 생산성이 없고, 의미도 gate/door opener라는 원래 뜻과는 상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키미'를 '지킴이'로 적는 것보다도 명분이 더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열쭝이'라는 말도 있다.
이 역시 "1.겨우 날기 시작한 새 새끼 2.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뜻.

3. 돼지에게서 유래된 한자어

돼지를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한자어는 돈(豚)이긴 한데.. 다른 한자도 있다. 마치 개를 가리키는 견(犬)과 구(狗)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 저돌적: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돌진하는. '저'가 저팔계, 제육 할 때의 猪(돼지 저)이다. 멧돼지가 원래 저렇게 저돌적으로 돌진을 잘 하나 보다. '전투적으로, 의욕적으로' 대신 '저돌적'을 즐겨 사용해야겠다. ^^;;
  • 해안면: 강원도 양구에 원래 뱀이 그렇게 많이 들끓었나 보다. 그런데 돼지를 잔뜩 데려와서 키우니 돼지가 뱀들을 내쫓거나 잡아먹어서 없애 줬다고 한다. 그래서 지명의 '해'가 亥(돼지 해)이다.

4. 도전

현재까지는 '도전'이라는 말이 챌린지의 뜻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앞으로 미래엔 전기 절도(盜電)라는 쓰임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도청, 도촬처럼 말이다. 챌린지와 어감상 구분하기 위해서 '도'는 좀 장음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앞으로 2, 30년 안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류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그 자리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고 충전 시설이 곳곳에 들어설 것이다.
충전 시설을 이용하려는 운전자 사이에 자잘한 마찰이나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꼭 자동차가 아니라 폰 충전기를 공공장소 콘센트에다 몰래 쓰윽 꽂는 것도 지금보다 더 강하고 적극적으로 금지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리라 여겨진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이런 것에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자리값에 이미 그런 가격이 포함돼 있는 카페 같은 곳이 아닌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콘센트를 사용하는 것도 반드시 꼬박꼬박 돈을 내야 한다.
이런 시국이 예상되는데 앞으로 즐겨 쓰이게 될 단어는 아무래도 '도전'의 새로운 동음이의어 한자어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사전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잘 쓰이지 않을 뿐.. 하지만 언론에서 매번 번거롭게 '전기 절도'라고 풀어서 쓰지 않는 한, '도전'의 쓰임이 재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5. 군대, 경찰, 소방..??

공무원 중에서 사회의 치안과 안녕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직업, 대놓고 순직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 오늘날까지도 계급장 달린 제복이 남아 있는 직업을 꼽자면 군인, 경찰, 소방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각각 외적과 싸우고 자국 범죄자와 싸우고, 화마와 싸운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거기에다 자연재해나 유해조수와 싸우는 건 일단 소방관에서 시작하는데, 감당이 안 되면 경찰, 군인의 순으로 공조도 하게 된다.

군인, 경찰관, 소방관이 들어가 있는 조직을 건물 관점에서 가리키는 명칭은 각각 군부대, 경찰서, 소방서 정도에 대응한다.
그런데 집단 전체의 총체적인 명칭은 무엇일까? 군인이 있는 곳이야 군대 내지 그냥 군이라고 간단하게 부를 수 있을 것이고, 경찰도 단독으로 직업이나 집단, 심지어 사람까지도 두루 간편하게 가리킬 수 있다. 꼭 경찰'관'이나 순경이라고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소방'은 그렇지 않다! 이 단어는 그냥 '화재를 진압하거나 예방함', firefighting이라는 동작만 나타낼 뿐, 그 일을 수행하는 관청 조직이라는 뜻이 없다. 그래서 신문 기사를 쓸 때 난감하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에서는 멧돼지의 포획에 나섰다" 이런 식으로 간편하게 워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방 당국' 정도는 돼야 관청 조직이라는 뜻이 들어가니 번거롭다.

"경찰을 부르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 "군대를 동원해서 진압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군대 대신에 소방 당국을 집어넣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그러니 신고 전화번호인 119 '일일구'가 소방 당국을 가리키는 편의상의 총칭으로 통용되고 있는 거다. 신기하지 않은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할 때 "112 불러라, 112에 신고해라" 이렇게는 잘 말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자~!

게다가 119는 화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의료 응급 상황까지 다 처리하지 않는가? 애초에 '소방'이라는 말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수백 년 뒤, 먼 미래에 우리의 후손은 필요에 따라서 '이릴구' 이런 말을 표준어로 받아들여서 "화재와 응급 환자,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정부 조직"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 언론에서 "경찰과 이릴구가 출동.." 운운하면서 말이다. 그건 중립적인 2인칭 대명사 '너님/유님'만큼이나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6. 방송

라디오나 텔레비전 따위가 없던 시절, 우리말에서 '방송'이라는 단어는 원래 '내놓아 보냄', 석방과 거의 같은 뜻이었다고 한다.
영어로 치면 release와 비슷한데.. 영어에서는 죄수만 release하는 게 아니라,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release라고 한다. 한국어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의미 확장이다.

한편으로 현재 영어에서 방송을 뜻하는 broadcast는 원래 씨앗을 널리 흩뿌린다는 뜻인 농사 용어였다.;;
이런 걸 생각하면 언어의 의미 변화라는 게 참 신통방통하게 느껴진다. 우리말에서 '생도'도 꼭 사관학교 재학생에 국한되지 않은 제자, 학생이라는 더 넓은 뜻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7. 나머지

(1) '백엽상'은 백이 white 白이 아니었구나..!! 충격이다. =_=;; 당연히 화이트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다른 어원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100 百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학교마다 운동장 한켠에 있었던 물건이지만 요즘은 거의 찾을 수 없어지고 있다..

(2) 우리말에 "if and only if"(역도 성립하는 필요충분조건)라든가 "and/or"(둘 다인지 하나만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분명히 나타내는 조사, 부사, 어미 따위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3) '괴멸/궤멸'은 분간이 거의 안 되는 발음에 뜻은 거의 같은 단어쌍인 것 같다. '저지/제지', '환난/환란'처럼 말이다.
우리말에 이런 예가 더 있지 싶은데 당장은 기억이 안 난다.

(4) 우리말은 '낳다'와 그 반의어 '태어나다'가 모두 능동인 반면, 영어는 be born이 수동 형태이다. '출산되었다/출산 당했다' 이렇게 워딩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인상적이다.
영어는 '결혼하고 결혼 당하다'(marry and be married to)라고 말하지만, 한국어는 이 역시 '장가 가다, 시집 가다'라고 모두 능동이라는 차이가 있다.

(5) 금융과 관련된 '외상, 어음'이 한자어가 전혀 아니고 순우리말이라니 굉장히 의외이다.
기왕이면 더치페이, 1/n을 뜻하는 '각추렴'도 대중적으로 더 널리 쓰였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02 08:35 2022/07/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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