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에 재미 붙이다

1. 운전에 재미 붙이다

자동차는 마치 내 신체의 일부라도 된 듯, 가속 페달만 밟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쓰윽 나아가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신기하고 대단한 물건이 아닐수 없다.

단지 사고가 났다 하면 온갖 험한 꼴 보면서 정말 인생에 애로사항이 알록달록 꽃피게 되며, 더구나 그게 나만 잘한다고 100% 예방 가능한 게 아니어서 문제일 뿐.. -_-;;
또한 돈 씀씀이의 레벨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올라간다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BMW(버스, 지하철, 도보)만 이용하던 시절엔 기름값, 주차비, 운전자 보험 같은 개념을 생각할 일 자체가 없지 않았던가.

도로 정체, 기름값, 주차라는 3대 난제를 생각하면 차를 가져가는 데 부담이 느껴지나,
날씨가 안 좋고 시간이 늦어질수록 귀가할 때 차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심야에는 대중교통은 차가 뜸해지고 이용하기 어려워지며, 반대로 도로는 더욱 한산해지니 자가용의 경쟁력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심야 총알 택시가 있긴 하지만 이때는 역시 재정의 압박이.. -_-;;

본인은 엄청난 옛날, 아직 철덕이 되기도 전이던 2003년 초에 면허를 땄다.
하지만 무려 2011년이 돼서야,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차를 몬 것보다 더욱 운전을 많이 했다.
대학원생이다 보니 이런 블랙코미디가 문득 떠오르더라.
이게 박사 학위를 따는 때(먼허)와 교수 되는 때의 간극(자가용 장만&운전)처럼 되는 건 아닌지. -_-;;;
그때까진 그럼 학위도 장롱 학위나 마찬가지인 건가. ㄲㄲㄲㄲㄲ

처음에는 차들이 쌩쌩 들어가는 도로로 들어가는 게 겁나기도 했고, 차선 바꾸거나 주차하는 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모든 게 생소하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하고 나니까 진짜 '감'이 온다. 어려울 것 하나도 없다. 악기를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정도 배짱도 생기고, 나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앞차를 경적 누르면서 갈구기도 하는 경지에 올랐다.

도로가 한산한 밤에 혼자 차 몰고 나들이 갔다 오면서 운전 알파테스트를 하다가 이내 남까지 태워다 주게 됐다. 차키를 쥐고 있으니 정말 절대권력을 쥔 느낌이었다.
비록 지금은 내가 전철을 타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차를 갖고 나갈 수도 있는 상태에서 일부러 전철을 타는 것하고, 차가 아예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전철을 타는 것은 마음 상태가 서로 완전히 다르다.

차가 좋아서 한적한 도로에 차 세워 놓고 안에서 혼자 그냥 자기도-_-;;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마치 텐트 치고 야영 온 느낌이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도로 정체가 없기 때문에 운전하기엔 최적. 교회에는 차를 가져가는 빈도가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운전하니까 좋다.

일각에서는, 자가용 운전에 재미 붙임으로써 본인의 철덕 기질도 상대적으로 한풀 꺾일 거라고 벌써부터 기대하는 분이 있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아직까지는 과연 글쎄다.
내가 운전하면서 맨날 뭘 듣는지를 지켜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ㅋㅋㅋㅋㅋ

내가 교회를 안 다녔으면, 차가 있으면 주말마다 일단 서울 교외선과 중앙선의 간이역 답사부터 하러 돌아다녔지 싶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타입이 아니고, 등산도 싫어하고, 혼자서 프로그래밍도 안 하면 그럼 뭘 하겠는가?
아무튼, 부모님이 물려주신 목숨과 자동차는 하나뿐이다. 둘 다 안 아프고 간수 잘 하는 게 효도하는 길 되겠다. ^^

2. 관련 잡설들

- 산업 혁명 시절에 다른 분야도 그랬지만, 자동차 역시 기존 마차 업계들로부터 밥그릇 빼앗는다고 미움을 많이 받았다. 그런 데다 교통사고까지 빈번하니까 영국이던가 미국이던가? 20세기 초에 쟤네들의 로비 덕분에 말도 안 되는 조항이 만들어지기도 했던 걸 아시는지? 사고 예방을 위해 자동차는 시속 10km대의 속도로만 가도록 하고, 앞에서 조수가 빨간 깃발을 흔들면서 비키라고 경고하라고..;; 자동차를 완전 고자로 만들어서 굴리는 거구만.. -_-

- 198, 90년대에는 유난히도 환경과 관련된 섬뜩한 괴담이 많이 나돌고 캠페인도 많이 벌어졌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지금도 비록 서울 공기가 그리 맑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십 년 동안 그렇게도 많은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는데도 반세기 전의 영국 같은 스모그가 안 생기고 시민들이 전부 호흡기에 병 걸리고 죽지 않는 걸 보면 정부와 기업에서 환경 정화를 위해서 지금까지 노력을 많이 하긴 했다. 시꺼먼 매연을 뿜는 시내버스들은 거의 다 천연가스 엔진으로 바뀌고, 자동차 회사들도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기술을 공돌이들을 갈아넣어서 충분히 개발했다.

(얼마 전엔, 지난 2003년에 단종된 현대 갤로퍼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걸 본 적이 있었다.별로 크지도 않은 차에서 나오는 시꺼먼 매연을 보니, 갤로퍼가 환경 기준을 만족 못 하고 왜 진작에 단종됐는지를 알 것 같았다.)

- 컴퓨터 프로그래밍 세계에 memory leak가 있다면, 자동차에는 battery leak가 있다. 시동이 꺼졌는데 실내등, 계기판의 각종 불빛 따위가 켜져 있는 채로 차가 장시간 방치되면, 그 다음에 그 차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동을 걸 수가 없어진다. -_-;; 옆에 다른 차가 있고 배터리 연결이라도 가능하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영락없이 보험사 콜.. -_- 자동차에도 battery leak을 감지하거나 시동 가능을 위한 최소 전력까지만 전기 사용을 허용하는 그런 장치는 없으려나 모르겠다.

- 그런데, 시동을 켜서 발전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능사는 아닌 것이, 에어컨과 헤드라이트는 오늘날의 자동차에도 상당히 무리를 주긴 하는가 보다. 특히 둘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여름 밤의 운전은 정말 최악이라고...;; 시동을 걸고 차를 주행하고 있더라도 발전량이 전력 소비량을 못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에어컨은 주기적으로 껐다가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시동이 꺼지면서 동작이 자동으로 멈추는 전자 기기라 하더라도, 미리 그걸 스위치를 눌러서 직접 끈 뒤에 시동을 끄는 게 여러 모로 차에 좋다고 한다. 에어컨은 두말 할 나위도 없고.

- 옛날에는 축전지가 들어가는 물건 자체가 자동차, 노트북 컴퓨터, 워크맨 외에는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랬는데 1990년대 말부터 휴대전화부터 시작해서 온갖 전자 기기들이 보급되면서 이 구도도 바뀌었다. 자동차의 부품으로는 '밧데리'라는 말도 많이 쓰였는데, 오늘날은 확실하게 배터리라고 표현이 바뀐 것 같다.

- 어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은 외래어의 원형 그대로 축약을 잘 안 한다.
일본은 play station도 그냥 '프레스테'라고 줄이고, shock absorber를 '쇼바'라고, 텔레비전을 '테레비'라고 뚝뚝 편한 대로 잘 줄이는데,
한국은 도이칠란트 대신 그냥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대신 호주, 에스컬레이터 대신 E/S, 텔레비전 대신 그냥 TV, 남캘리포니아 대신 남가주 등 영어 이니셜이나 차라리 한자어를 쓰고 마는가 보다.
자동차 용어 중에서도 조금만 생각하면 이런 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9/12 08:29 2011/09/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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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대로

한강을 따라 서울 강남 구간을 동서로 쫙 관통하는 이 도로의 상징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대로’라는 타이틀까지!
서쪽으로는 공항 고속도로(130)와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100)와 경춘 고속도로(60)로 이어진다. 청담 분기점에서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가 뻗어 나간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노선이 이와 비슷하다.
88 올림픽 고속도로-_-와 마찬가지로, 올림픽을 강조한 5공 시절의 산물이다.

※ 강변북로

강남에 올림픽대로가 있다면 강북엔 한강을 따라 이 도로가 있다. 서쪽으로는 일산으로 가는 자유로가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구리시에서 끝난다. 경원선(운행 계통상으로는 중앙선) 이촌-옥수 구간과 나란히 달리기도 한다. 올림픽대로와 마찬가지로 8~10차선급의 크고 아름다운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능가하는 차량들 때문에 정체로 몸살을 앓곤 한다.

※ 내부 순환로

마포구청 근처에서 시작하여, 북한산 기슭의 서울 북부 외곽을 둥글게 감싼다. 그래서 홍제 역(3호선), 국민대, 길음 역(4호선), 월곡 역(6호선) 근처를 지나고, 상명대도 근처까지는 간다. 중간에 산을 뚫은 정릉 터널도 지나고 어지간한 서울 지하철 노선에 비해서는 외곽이지만, 그래도 외곽 순환 고속도로나 교외선에 비해서는 훨씬 더 서울 안쪽이다. 걔들은 아예 북한산 맞은편 쪽까지 가니까..;;

이 도로는 경우에 따라서는 강변북로가 너무 혼잡할 때의 우회 경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월곡 역 근처에서는 북쪽으로 뻗어 구리로 가는 북부 간선 도로가 분기해 나가며, 얘는 청계천이 있는 곳으로까지 남하하다가 중랑천 합류 지점에서 동부 간선 도로와 합류하며 끝난다.

※ 동부 간선 도로

외곽 순환 고속도로(100)의 의정부 IC 근처에서 시작하여 진짜로 중랑천만 따라 쫙 내려간다. 그리고 중랑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 구간에서 이 도로도 강변북로와 합류하면서 끝난다. 말 그대로 서울 동부의 간선 도로이며, 서울 지하철 7호선의 노선도 수락산 역에서 군자 역까지 이것과 비슷하다.

이 도로는 한강 본류를 따라 달리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보다는 좁다. 하천 이편은 하행만 있고 건너편은 상행만 있는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이다. 다만 경원선(운행 계통상으로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월계-녹천 구간은 철길도 중랑천과 매우 인접해 있기 때문에 동부 간선 도로의 확장을 위해서 선로 이설이 예정되어 있다.

※ 서부 간선 도로

성산대교를 통해 어찌 보면 내부순환로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거기서 안양천을 따라 쭉 내려가면서 신목동 역(9호선), 양평 역(5호선), 도림천 역(2호선), 구일 역(1호선) 등을 경유하다가 이내 경부선 철길도 만나고, 금천 IC에서 서해안 고속도로(15)로 이어진다. 여타 고속화도로들이 시도(市道)인 것과는 달리, 이 도로는 국도 1호선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외에도..

남부 순환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남쪽 구간과 비슷한 선형으로 사당 역에다 우면산 근처의 예술의 전당까지 끼는 도로인데, 전구간 자동차 전용은 아니어서 그런지 여타 도로들에 비해 존재감은 덜하다.

북부 간선 도로는 너무 짧고 서울 동북부와 구리 사이의 셔틀에 불과하니 패스.
남부 간선 도로라는 건 없다. -_-
분당은 내곡으로 가는 놈, 수서로 가는 놈 이렇게 고속화도로가 두 군데나 있다. 철도로 치면 분당선과 신분당선과 비슷한 관계라고나 할까?

전철 노선도를 외우듯이, 자동차 도로도 이 정도만 알면 서울 지리에 물미가 트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5/19 08:45 2011/05/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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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계 이야기

1. 총이 발명되면서 활은 전투 병기에서 완전히 은퇴하고, 레저 내지 스포츠용으로나 전락했다. 그런데 활이 총에 비해 독보적으로 갖는 장점은 바로 조용하다는 것.
이런 이유로 인해, 현대전에서도 일부 아주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저격수는 활까지는 아니어도 석궁을 써서 요인을 암살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물론, 어지간하면 저격용 소총에다 소음기를 달겠지만, 더 조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말이다.

2. 증기 기관차는 동력원이 있으면서(마차나 글라이더나 돛단배와는 달리) 전기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디젤 전기 기관차는 말할 것도 없고, 기름을 이용하는 내연 기관도 시동 걸 때는 배터리로부터 전기 플러그의 점화가 필요하지만, 증기 기관차는 진짜로 전기 안 쓴다. (그래서 EMP 공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_-)

3. 오늘날까지도 구닥다리 모래시계를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사우나.. -_-;;
기온이 90~100도에 달하고 물로 축축하기까지 한 곳에서 시간 측정용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물건은 없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전자 기기가 무용지물인 곳에서는 쿼츠 시계가 아닌 태엽 시계를 다시 꺼내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4. 전기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흔들림이 심한 곳에서 일관된 자형의 글씨를 쉽게 찍을 수 있는 기계는 역시 기계식 타자기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 중이거나 오랫동안 주거지를 떠나 있을 때든지, 기차나 배, 자동차, 전철 등 흔들리는 장소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글을 찍어서 소식을 전하거나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는 오늘날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체하게 된 게 사실이다. ^^;;

5. 자전거는 동력원이 없고 가축의 힘을 쓰지도 않는 교통수단 중에서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에너지 효율도 매우 좋다. 자전거와 타자기는 분야별로 차지하는 위상이 서로 비슷하면서 인류가 만든 대단히 훌륭한 발명품임이 틀림없다.

6. 우리나라에서도 '지멘스 옥타브'를 전파하면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8200호대 전기 기관차는 내부에 인텔 80386 CPU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나마 원래 스펙상으론 80286이 들어있었는데 한국 측의 요구로 로컬라이즈 과정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CPU가 들어갔다고. 개인용 PC에서는 10년도 더 전에 도태한 놈이지만, 이런 구닥다리들이 임베디드 환경에서는 꽤 오래 살아 있어 왔다. ATM 기기나 키오스크 같은 데서는 아직까지 윈도우 2000/NT, 심지어 윈도우 3.x 머신까지 살아 있기도 하니 말이다.

7. 80286이면 그나마 양반이다. 지금 이미 명왕성의 궤도도 넘어서 태양계의 끝에 도달했다고 알려져 있는 파이어니어 내지 보이저 탐사선은 무려 1970년대 말,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갓 발명되었던 시절에 발사되었으며, 여기에는 겨우 1.6MHz 램 4KB의 8비트짜리 컴퓨터가 장착되어 있었다. 2006년에 발사된 New Horizon 호에 장착된 컴퓨터와는 가히 넘사벽의 차이일 것이다.

그래도 저 옛날 컴퓨터도 지구로부터 받은 지령을 수행하고 우주에서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는 등 할일은 다 해 냈다. ^^;; 특히 보이저 호는 지금까지도 지구와 교신을 주고받으면서 살아 있는데, 이런 옛날 탐사선을 제어하는 것이야말로, 겨우 Y2K 문제 해결용 코볼 프로그래밍과는 비교가 안 되는 하드코어 legacy 프로그래밍의 진수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인간이 다루는 컴퓨터의 똑똑한 성능은 상당수가 그냥 현란한 비주얼 이펙트를 보이는 데나 쓰이고 있으며-_-, 임베디드 환경에 들어가는 컴퓨터는 닥치고 전력 소모 적고 발열 적고 우주선과 방사능에 강하고 튼튼한 놈이 짱이니까...;; 그런 곳에서는 성능보다는 신뢰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듣자하니 목성 근처에서는 컴퓨터들을 죄다 짜부러뜨릴 강력한 방사선이 나오고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 근처를 처음으로 탐사한 파이어니어 10호가 튼튼하게 잘 버텼다고 한다.
일반 양민은 목성에 착륙 시도를 했다간, 뜨겁지만 않을 뿐이지 마치 지옥의 행성 금성에 착륙하는 것만큼이나 고압 유독가스 폭풍과 방사선으로 인해, 도착도 하기 전에 끔살..;;

물론, 태양과 지극히 먼 춥고 캄캄한 우주를 외로이 날아가는 탐사선이 이렇게까지 오래 장수할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태양이 아닌 근원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원자력. 이렇게 생각하니까 대단하지 않은가? 탐사선 역시 방사선 원소를 이용한 소형 발전기로부터 수십년 간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New Horizon 호는 본격 활동을 시작하는 명왕성 근처까지 갈 때까지는 아예 최대 절전(하이버네이션) 모드로 더욱 에너지를 아끼면서 가고 있다.

8. 컴퓨터는 음식이나 악기나 심지어 자동차와도 달리, 수제· 명품 같은 소위 '장인정신' 근성이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다. 그런 근성이 존재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할 수가 없다. 반도체· 집적 회로라는 게 애초에 사람 손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넘사벽급 기계니까.
(세상에 사람 손만으로는 어설프게나마도 절대로 전혀 만들 수 없는 물건은 흔치 않다. 건물만 해도 결국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것인데!)

- 장인의 손맛이 살아 있는 독일제 저전력 CPU
- 3대째 그래픽 카드만 만드는 명문 가문..

이런 게 있을 리가..;; 컴퓨터 분야에는 롤스로이스, 포르쉐, 벤츠 같은 성격의 브랜드도 없다. 닥치고 인텔, AMD, nVIDIA 같은 메이커만 존재할 뿐이다. ^^;; 단순히 역사가 짧아서 그런 전통이 없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외국의 자동차 명문 브랜드는 해당 회사의 창업자 이름을 딴 게 많다. 심지어 비행기를 만드는 보잉 사도 창업자 이름을 딴 사명이니까...
하지만 컴퓨터계에서는 그런 넘사벽급 엔지니어의 이름은 간판에서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무어의 법칙, 황의 법칙 같은 괴랄한 법칙-_- 이름에서나 간간히 등장하는 듯하다.

컴퓨터는 인간이 수천 년간 축적한 물리, 화학, 수학 지식의 결정체요 총아이다.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비단 기술뿐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적으로도 충분한 배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결코 발명될 수 없었다(전쟁 같은).

그런데 전기가 맛이 갔거나 컴퓨터가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는 증기 기관차, 모래 시계와 더불어 “수판”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있으려나 모르겠다. ^^;;
숫자는 자연어 문자와는 달리 엔트로피가 편중됨이 없이 균일한 문자이다 보니, 빠르고 정확하게 치기가 은근히 힘들다. TV 생활의 달인 편에도 잘 나오다시피, 능숙한 수판의 달인은 일반인이 계산기 키를 다 두드리기도 전에 어지간한 사칙연산은 말끔히 해치워 버린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11 08:49 2011/03/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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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자동차 잡설

1.
좋은 자동차의 주된 특징은?
당연한 말이지만 고속으로 달려도 고속으로 달린다는 티가 안 난다는 것!
엔진음의 높이라든가 바람 가르는 소리, 차에서 느껴지는 진동 등을 감안했을 때 시속 7, 80 정도로 슬금슬금 달리는 것 같은데 속도계 바늘을 보면 이미 120~130을 밟고 있다.
소형차를 타다가 중대형 고급 승용차를 타 보면 이런 차이가 바로 느껴진다.
그러나 지하철은 시끄러운 초창기 VVVF 전동차를 타면, 터널 소음까지 더해져서 꼭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같은 굉음이 들린다. 하지만 그래 봤자 시속 80도 안 내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요즘은 지하철 회사들이 승차감 개선을 위해서 굉장히 애를 많이 쓰고 있는 건 사실. 특히 분당선은 요 몇 년 전에 비해 정말 소음이 많이 줄어든 걸 인정한다.)

2.
자동차별로 연료 주입구의 방향이 제각각인 것을 본인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꽤 흥미롭게 눈여겨봐 왔다.
이는 마치 지하철 역마다 전동차의 문이 열리는 방향이 제각각인 것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 자동차의 차들은 전통적으로 연료 주입구의 방향이 ‘왼쪽’이다.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부터 시작해서 엑셀, 소나타, 그랜저 등~ 예외가 없다.

물론, 옛날에 고유 모델을 개발하기 전에 포드 사 자동차의 조립 생산에 가깝던 그라나다, 코티나 같은 차는 주입구가 오른쪽에 있었다. 그리고 스텔라도 코티나의 섀시 기반이었기 때문에 오른쪽.
(덧붙이자면, 현대는 고유 모델을 만들면서 FR 대신 FF를 대세로 바꾼 듯하다. 포니는 FR이었지만, 그 후 엑셀, 소나타, 그리고 심지어 그랜저까지도 다 FF였다.)

연료 주입구가 오른쪽에 있는 최후의 현대 차는 엘란트라였다. 고유 모델이면서 오른쪽이 채택된 거의 유일한 차가 아닌가 싶은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엘란트라의 후속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반떼는 응당 왼쪽으로 바뀌었다.

그 반면 대우 자동차의 차들은 거의 전부가 오른쪽이다. 르망, 에스페로, 로얄, 프린스, 레간자, 누비라 등등등... 다만 경차인 티코는 주최 측의 농간이 있었는지 왼쪽이 되었으나, 후속 모델인 마티즈에서는 다시 오른쪽으로 되돌아갔다.
연료 주입구의 방향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기네 차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표현하기라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연료 주입구 하니까 또 생각나는 건... 우리나라에서 유연 휘발유가 사라지고 무조건 무연 휘발유로 바뀐 게 언제부터이더라?

3.
끝으로, 디지털 계기판 생각이 나서 몇 자 더 적는다.
엔진 회전수와 속도가 아날로그스러운 바늘이 아니라, 숫자와 액정 게이지로 나타나는 계기판이 본인은 어린 나이에 너무 신기했다.

디지털 계기판을 탑재한 차는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점은, 이게 무조건 고급 승용차에만 탑재된 건 아니었다는 것.
현대 차보다는 대우 차가 디지털 계기판 모델이 훨씬 더 많았다. 심지어 보급형 소형 세단인 르망에도 그게 달린 차가 있었고, 에스페로라든가 로얄 프린스/살롱 중에 좀 고급 모델은 디지털 계기판이 있었다. 레어템이던 임페리얼은 아예 무조건 디지털이었다. 이 녀석은 헤드라이트에도 작은 와이퍼가 달려 있던 나름 초 럭셔리 모델이었으나, 그랜저에 밀려서 크게 재미는 못 보고 단종되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기아 자동차도 프라이드만 빼면 다 디지털 계기판 사양이 있었다. 콩코드, 캐피탈, 세피아, 엔터프라이즈 등.
디지털 계기판에 유난히도 인색한 제조사는 오로지 현대 자동차. 소나타의 일부 고급 모델과 엘란트라에서밖에 본 기억이 없다. 엘란트라는 연료 주입구의 방향도 그렇고 이 점에서도 또 예외적인 특이한 차라는 게 드러난다. 나름 최고급 차종이라는 그랜저에도 디지털 계기판이 장착된 적은 확실하게 없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이렇게 등장한 디지털 계기판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이내 사그라졌다.
속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아날로그만치 부드럽게 업데이트되지 않고 0.n초 간격으로 랙이 있다는 것, 그리고 숫자는 바늘보다 의외로 읽기가 힘들다는 게 경험적으로 드러나면서였다.
오늘날도 각종 주행 정보는 차라리 내비 화면에 뜨지, 내비 화면이 전통적인 자동차 계기판을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엔진 타코미터와 속도계는 그냥 동그란 원 궤도를 그리는 전통적인 바늘로 나타내는 게 짱인 듯하다. 제아무리 프레젠테이션 장비가 발달해도 전통적인 수업엔 칠판과 분필만치 편한 게 없듯이 말이다.

그나저나, 연료 게이지와 냉각수 온도계는 자동차에 따라서는 시동을 꺼도 바늘이 현 위치를 나타내고 있는 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시동을 끄면 바늘이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놈도 있다. 둘의 동작 방식의 차이가 대략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14 18:18 2010/11/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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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을 만드는 업계에서 회사끼리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시장 왜곡과 공멸을 막기 위해,

자동차(2차 석유 파동을 계기로.. 분업): 5공 시절인 1981년엔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가 취해져서 회사마다 만들 수 있는 자동차의 업종이 제각기 지정되었다. 그래서 소형 승용차는 현대와 대우 자동차만이 생산할 수 있었고, 기아 자동차는 중소형 트럭이나 승합차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 규제는 1987년에 풀렸는데, 규제가 풀리자마자 기아에서는 프라이드라는 승용차를 만들고, 현대에서는 그레이스나 포터 같은 중소형 승합차와 트럭을 만들어 기아 자동차의 봉고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전동차(IMF를 계기로.. 합병): 지하철 전동차 생산과 납품은 현대 정공, 대우 중공업, 한진 중공업 이렇게 3개 대기업이 경쟁하면서 각 노선별로 사이좋게 나눠 가져 왔다. 회사별로 좋아하는 인버터 수입 회사 취향도 제각각이던 시절. 그러나 경쟁의 부작용도 만만찮았던 모양이다. 결국 나라에서는 1999년에 세 회사의 전동차 생산 부분을 통폐합한 로템이라는 법인을 출범시켰다. 구 명칭인 한국 철도 차량은 영문 이니셜이 KOROS여서 일본어로 ‘죽여 버린다’로 읽히는 관계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을 바꾼 거라는 후문이 전해진다.
개그 만화 일화 서유기 편에서 “1등 하는 놈을 증오로 죽인다!” 라는 삼장법사의 대사도 “이치(1)”로 시작해서 “코로스!”로 끝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07 13:04 2010/08/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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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해서 한두 번 들은 게 아닌지라,
지금까지 뉴스에서 그냥 흘려들으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만 해 왔는데
이번 사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특히 회사는 줄곧 사용자 잘못이라고 일관하면서 차량 결함에 대해서는 쉬쉬했는데,
2009년 8월에 미국에서 차를 세우질 못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운전자가 911에 도움을 요청하는 육성 녹음 방송이 공개되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니!

(그 말만 남긴 후 쾅...
한번 밟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이 떼어지질 않았다. 차는 시속 190에 가까운 속도로 돌진하다 다른 차량과 충돌한 후 전복, 화염에 휩싸였다. 일가족 4명 몰살.)

작년 5월의 한티 역 택시 역주행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사고이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articleId=44116&bbsId=S103
이것도 오르막을 시속 100~140으로 돌진하다가 차는 두 동강 나고, 운전자와 승객 2명이 모두 숨진 괴이한 사고이다. 택시 기사가 그 전의 접촉 사고 때문에 발을 액셀러레이터에다 얹은 채 의식을 잃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다른 기계 결함 때문인지...
의혹이 무진장 많이 나돌았으며 방송에서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둘 다 밟으면 차가 설 수 있는지 실험까지 하면서 연구를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진실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여튼...
알고 보니 미국에서 지금까지 급발진 사고가 제일 많이 보고된 차가 도요타 차였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속속 폭로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결함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도 딱 부러지게 파악이 못 된 상태라고 한다.

일본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위신이 무너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리콜에 동종 모델 차량 판매 금지.
덕분에 미국이나 한국의 자동차 경쟁사들은 반사 이익을 챙기는 중이다. "도요타 고객이 우리 회사 차로 이전할 경우 특별 할인" 같은 마케팅까지 구사하고 있으니 정말로 "난 라이벌은 일찌감치 밟아 주는 주의"(개그만화 4기 1화)임이 틀림없다.

일본 항공의 자존심이던 JAL도 저 지경 됐고, 그렇게도 품질 하나로 승부해 온 일본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뜻밖이다.

차가 사람 말을 안 듣고 급발진을 시작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정상적인 제동 방법만으로 차를 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러지 못할 경우 시동을 끈다거나 P 위치, 주차 브레이크처럼 타이어나 자동차 부품을 손상시키면서라도 어떻게든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차보다야 사람 목숨이 더 소중하니 말이다.

다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를 세울 경우.. 특히 시동을 끌 경우 차는 핸들도 잠기고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차가 감속하더라도 앞으로 가면서 서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고 심하면 전복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4 11:57 2010/02/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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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속도를 올리는 방법 외

- 차량: 더 성능이 좋은 동력차를 도입한다. 특대형 디젤 기관차와 새마을호 디젤 동차는 1980년대에 열차 고속화의 선두 주자였다. 특히 역에 자주 정차하고도 표정 속도가 높으려면 가감속이 높은 차량이 필요한데, 이런 형태에는 동력 집중식보다는 동력 분산식이, 기름보다는 전기 차량이 훨씬 더 유리하다.
- 동력차의 기어비를 바꾼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의 경우, 스펙상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이지만, 기어비를 바꾸면 시속 200을 넘길 수도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전기 기관차는 산업선 화물 위주로나 많이 쓰여서 속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있다.

- 선로: 당연히 선형을 직선화하고 개량함으로써(필요하다면 고가, 터널 건설) 열차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 레일을 더 무겁고 튼튼한 재질로 교체하고, 덜컹거리지 않는 장대 레일을 쓰면 된다. 그래야 레일이 빠르게 달리는 육중한 열차를 견딜 수가 있다. 물론 요즘 건설되는 철도는, 굳이 고속철이 아니더라도 m당 60kg 이상의 최고급 장대 레일은 기본이다.

- 선진적인 신호 시스템도 알게 모르게 열차의 고속(빠르게 운행), 고밀도(자주 운행) 운행에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똑같은 복선이지만 지금의 경부선은 별다른 하드웨어 투자 없이도, 일제 강점기 때보다 허용 선로 용량이 5배에 가깝게 증가해 있다. 신호 시스템이 낙후해 있으면 안전상의 이유로 인해, 단위 구간에 대해서 열차를 매우 띄엄띄엄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운행할 수밖에 없어지며, 구간별로 진입 허가를 받기 위해 수시로 열차 속도를 줄여야 하게 된다.
교통수단들 중에 오로지 철도만이 ATS, ATC 같은 잘 통제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지하철의 경우는 신호 시스템만 치면 기술의 첨단성이 고속철 뺨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부선 열차가 1970~80년대에 들어서 서울-부산이 6시간이 넘다가 4시간 50분대로 진입하고, 나중에 4시간 10분으로까지 단축된 것은 그 당시에 위의 모든 분야에서 시설 투자와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바퀴를 굴리는 육상 교통수단은 축중 하중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본인은 운전 경험이 아직 거의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같은 차라도 FF(전륜구동), FR(후륜구동)은 핸들에 전달되는 느낌부터 시작해서 차가 움직이는 감각이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흠 난 FF 승용차를 몰 때나, 자동차 학원에서 FR 트럭을 몰 때나 별 차이를 못 느낀 걸로 기억하는데.

일단 기술적으로 FF가 FR보다 부품 수는 줄일 수 있지만, 만들기는 좀더 어렵다고 들었다. FR은 앞바퀴의 조향 반경이 FF보다 더 클 수 있고 핸들링 성능이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뒷부분이 지나치게 가벼울 경우 바퀴가 헛도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FR은 뒤에 화물로 인한 충분한 하중이 실릴 수 있는 트럭 같은 차에 적합하다.
FF는 역시 작은 승용차에 적합하지만 차체가 커질수록(=엔진 무게보다 훨씬 더 큰 하중이 실린다는 보장이 있는) 점점 FF보다는 FR이 더 유리해지는 것 같다. 반면 버스는 엔진까지 뒤에 있는 RR 방식이 동력 전달에도 유리하고 앞부분이 가벼워져 핸들 조작에도 좋다.

철도 차량은 조향이라는 개념도 없고 그런 구동축 위치도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마찰이 작다는 특성상, 축중 하중이 더욱 중요하다. 쇠로 된 길 위에 쇠로 된 바퀴가 구르다 보니, 차가 지나치게 가벼우면 바퀴가 헛돌기 쉽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라든가 새마을호 디젤 동차도 엔진 자체의 성능은 훌륭하지만, 이런 현상 때문에 선형이 안 좋은 곳에서 도입되지 못해 왔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54 2010/01/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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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되었을 때는 임상 실험을 차마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맨 처음에 동물을 상대로 실시한다. 사실 의학 내지 생명 공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실험용 흰쥐를 비롯해 적지 않은 동물들이 희생된다. 그래서 그런 연구소의 뒤뜰에는 동물 위령탑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쪽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또 인간에게 예상되는 위험을 대신 체험해 주는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더미(dummy)이다. 더미란 사람과 유사한 체구, 체중, 표면 재질을 갖추고 있는 마네킹 비슷한 인체 모형이다. 여기에다 온갖 센서들을 장착한 후 개발 중인 신차의 좌석에 곱게 앉혀 놓고 차를 충돌시킴으로써, 탑승자가 신체 부위별로 어떤 데미지를 받았는지, 생명에 지장은 없는지, 차 디자인이 안전 면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연구진들은 꼼꼼히 분석하게 된다. 보통 시속 60km로 주행하다가 콘크리트 벽에 정면충돌하는 테스트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 같다.

더미는 덩치는 옷 가게에 진열돼 있는 마네킹과 비슷하다. 그러나 용도는 그런 마네킹과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코스프레를 하는 일이 없으며 사람의 체중까지 흉내내어야 하기 때문에 마네킹보다 더욱 무겁다(지게차로 운반한다고 한다). 또한 대량 생산하는 물건이 아닌 데다 최첨단 센서 장비가 동원되다 보니 가격도 굉장히, 엄청 비싸서 한 개 가격이 억대에 육박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더미 하나의 가격이 거의 버스 한 대 가격이라는 뜻.

더미는 성인 남자, 임산부, 노인, 어린이, 아기 등 다양한 체구별 에디션(?)이 존재하며 이 한 세트가 일종의 더미 일가족을 구성한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의 연구소는 이런 더미 한 세트를 보유하고서 한 모델이 개발될 때까지 수십에서 무려 백수십 회에 이르는 충돌 테스트를 하게 된다. 한번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더미는 강한 충격으로 인해 파손된 부품만 그때그때 교체하고서 거듭 재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나(가격의 압박), 심하게 손상된 더미는 어쩔 수 없이 폐기하고 새걸 구입하기도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 충돌 테스트를 할 때 차를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궁금하지 않은가? 밖에서 차를 원격 무인 조종이라도 하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차는 가만히 서 있으면서 바닥의 무빙워크 같은 궤도가 위의 차를 날라서 벽에다 부딪히게 만든다고 한다. 궤도가 힘이 엄청 좋아야 할 것 같다.
쉽게 말해 실험 대상차는 시동을 걸지 않으며 바퀴가 굴러가지도 않는다는 뜻인데, 내가 옛날에 무슨 충돌 실험 동영상을 본 기억으로는 바퀴도 굴러갔던 것 같아서 좀 의아스럽다.

어쨌거나 교통사고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그냥 순식간에, 너무나 허무하게 사랑하는 가족, 사회 구성원, 유능한 인재를 죽거나 불구 병신으로 만들며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이놈의 음주운전 사고는 단순 과실치사가 아니라 고의성을 가미하여 살인 내지 살인 미수죄로 다스려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9:54 2010/01/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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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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