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캠핑

2022년 올해가 저물어 간다.
2022년은 21세기 이래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새 버전 소식이 한 번도 없었던 최초의 시기이다.
일종의 휴양· 요양을 한 셈인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발 중단은 절대 아니고 개발할 것 리스트가 한가득 쌓여 있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다시 일을 할 예정이다.

전쟁 때문에 에너지와 식자재 물가가 많이 올라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세계적으로 적지 않을 것이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모든 방문자께서 편안한 잠자리에서 따뜻한 밤을 보내시기를 개인적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만약 아직 그리하고 계시지 못한다면 나처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

유난히 따뜻했던 11월이 지나고, 지난 11월 30일부터는 밤 기온이 서울 기준 -5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습 한파가 찾아왔다.
그 날 밤에 본인의 무장은 텐트, 두꺼운 담요, 패딩 잠바, 침낭 두 겹이었다.
밖엔 강풍이 휘몰아치고 물병에 담긴 물이 꽁꽁 얼었지만, 이불 속 침낭 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따뜻했다.
"추위가 뭐야? 먹는 거야?" 생각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너무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게 잘 자고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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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잤냐 하면.. 밤 11시쯤 눈 감았다가 뜨니 새벽 5시 반이었다. 피로가 싹 가시고 정신이 맑아져 있었다.
내 경험상, 무장이 부족하면 새벽 2~3시쯤 깨거나, 하체 쪽이 추위에 떨게 된다. 특히 발가락 말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 절대적인 무장 자체가 부족: 날씨 예측 실수, 또는 자전거 타고 멀리 나간 상태여서 무장을 충분히 많이 실을 수 없었음
  • 처음 잠들던 때는 별로 안 추워서 무장을 안 하다가 나중에 추워져서 무장이 뚫림

그러나 저 때는 작정하고 처음에 잠들 때부터 중무장을 했기 때문에 밤중에 무장이 뚫리는 일도 없었다.
따뜻한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이불 속에다 노트북과 호박 한 덩이까지 같이 보온을 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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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기습 한파의 바로 전날 밤은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10도를 훌쩍 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고가도로 아래의 공원 벤치에서 이렇게 잤었다. 보온은 별로 필요 없고 비만 피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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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같은 시간대의 기온이 전날 대비 15도가 넘게 곤두박질쳤으니.. 날씨도 고삐 풀린 듯 급발진과 급제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입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동장군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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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건..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안 와서.. 그냥 공원 풀밭에서 텐트도 안 치고 자연을 즐기며 잤을 때의 모습이다. ^^
나는 1년 중 과반.. 6~70%는 늘 밖에서 자고 이걸 지난 수 년 동안 반복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매뉴얼이 있다.

1. 대원칙
일단 밖에서 자기로 했으면 친환경 최소주의 이념에 입각해서 텐트와 침낭과 담요로 간단하게.. 100% 내 체온과 근성만으로 자연을 즐기고 쉬었다가 돌아오는 게 좋다.
온갖 장비빨에 살림살이를 통째로 옮기는 듯한 캠핑은.. 내가 보기엔 그닥 바람직한 캠핑이 아니다.

  • 자고로 보일러라는 건 몸을 씻을 물을 데울 용도로만 사용하는 거다. 실내에서 단순히 공기나 바닥을 데우는 건 낭비다.
  • 자동차의 기름은 무조건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차 시동을 걸어서 엔진을 공회전시키면서 히터를 튼다니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캠핑을 못 하는 조건은

  • 열대야: 그냥 집에서 선풍기· 에어컨 틀고 자는 게 나음
  • 나쁨 이상 수준의 미세먼지: 야외 공기가 너무 안 좋음

그 반면, 무조건 반드시 밖에 나가는 조건은 기록적인 강추위 또는 폭우이다.

3. 밖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자고 나서는 텐트를 싹 걷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야 된다. 누가 여기에 텐트를 치고 갔다는 티를 안 내는 게 정상이다.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는 안 치우는 놈, 텐트를 안 걷고 알박기 하는 놈들은 캠핑계의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 몰상식한 또라이들이다. 정말 공개적으로 거듭 거듭 씹고 욕과 비방을 퍼부어 줘야 된다.
이런 애들 때문에 훌륭한 캠핑 장소들이 다 출입금지 주차금지 걸리고 유료화되고 인심이 야박해지는 거다.

4. 개인적으로 제일 김빠지고 힘빠지는 소식은..
텐트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누가 죽었다는 소식이다. 도대체 난방을 왜 하냐..??
그냥 자기 체온만으로 버티면 절대로 저렇게 될 일 없다.

5. 과거 기억에 남는 캠핑은..

  • 호우경보가 내려졌는데 출입 통제를 무시하고 안에 들어가서 강가에서 텐트. 수위가 내가 있는 곳에 근접할 정도로 굉장히 올라가서 흥미진진했음. 당연히 아무 탈 없이 무사 귀환.
  • 한겨울 -15도. 꽁꽁 얼어붙은 강물과 눈 위에다 텐트 치고 캠핑. 폰과 노트북은 다 퍼지고 차 시동도 제대로 안 걸렸음. 딴 덴 다 괜찮은데 발가락이 정말 시렵고 따가웠음.
  • 산속 군용 벙커에서 캠핑.
  • 600m 남짓한 높이의 산 정상에서 캠핑. 야간 산행을 하는 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상에 올라왔다가 텐트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내려간 듯했음.
  • 어느 무덤 옆에서 캠핑. 평평한 풀밭이 있어서 텐트 치기 좋았음.

세상에 신학, 목회 권유도 받고 기인 엽기 유튜브 권유도 동시에 받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_-;;
글쎄.. 이 나이에 결혼이나 해서 곱게 가정을 꾸려도 시원찮을 판에 혼자 튀는 짓을 비디오로 찍어서 유포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난 아무도 유튜브 안 하던 시절, 무려 2008년에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영상을 독보적으로 올리긴 했었다.
마치 컴퓨터과학자 도널드 커누쓰 할배가.. 무려 1970년대에 이메일이라는 걸 썼고 정작 1990년대 이후부터는 안 쓰는 것처럼... 나도 유튜브 동영상을 비슷한 시기와 방식으로 활용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7 08:35 2022/12/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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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력) 가속도

인간의 신체는 지구의 중력 가속도인 9.8m/s^2가 발 쪽으로 향하는 것에 아주 적응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어긋나도 생각보다 탈이 많이 난다.
이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흔히 1G라고 부른다. SI 단위가 아니지만 공기 중에서의 음속인 마하 1이나, 지구-태양의 평균 거리인 1AU(천문 단위), 연주 시에 따른 거리 1파섹처럼 뭔가 지구 중심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통용되곤 한다.

이 가속도는 상당히 큰 값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높은 데서 떨어져도 물건이 깨지고 사람이 다치기 쉬우며, 사람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추락에 대해 겁과 공포심이라는 게 각인된다.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번지 점프를 할 때 엄청난 아찔함과 스릴을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중력 가속도와 대기압은 둘 다 사람을 움직이기 힘들게 압박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작용하는 방식과 성질이 서로 크게 다르다.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을 지구와 비교해 보면 이렇다.

  • 달은 대기압이 없고 중력 가속도는 지구의 1/6 수준이다.
  • 금성은 중력 가속도는 지구보다 약간만 작은 수준이지만(91%), 대기압이 지구보다 훨씬 더 높다(지표면 기준, 95배 -_-). 빈 깡통쯤은 바로 콱 찌그러진다.
  • 화성은 대기압은 지구의 거의 1%, 중력 가속도는 지구의 거의 40% 수준이다.
  • 태양계 전체를 통틀어서 지구보다 중력 가속도가 50% 이상 확실하게 더 큰 행성은 목성밖에 없다(약 2.5G).

중력 가속도는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힘인 반면, 대기압은 사방팔방 모든 방향으로부터 고르게 작용한다.
추력이나 부력이 아니라 양력을 이용해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뜨려면.. 주변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을 갖춘 대기가 있어야 한다.

  • 달은 저렇게 공기 저항 없고 중력도 작으니, 그 작은 달 탐사선 로켓이 간단하게 뿅 가속하는 것만으로도 모선으로 합류해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의 상공에서 날개 달린 비행기를 띄우는 건 불가능하며,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방법은 오로지 로켓밖에 없다.

  • 화성은 그나마 2020년대가 돼서야 소형 드론의 양력 비행이 가까스로 성공했다. 하지만 회전익이 아닌 고정익 비행기가 뜨려면 지구보다 훨씬 더 긴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훨씬 더 빠르게 달려야 할 것이다.

  • 금성은 아마 자전거 주행 속도로 활주하는 것만으로도 비행기가 뜰 수 있을 것이다. 살인적인 대기압이 야기하는 강한 공기 저항을 뚫고 그런 속도를 내는 게 가능만 하다면 말이다. 또한, 이런 저속으로도 지표면에서 발을 떼고 사뿐히 이륙하는 건 금방이지만, 그 상태로 지구에서처럼 엄청 높이 올라가고 빨리 이동하는 건 여전히 애로사항이 가득할 것이다.

뭐, 금성에서는 수백 도에 달하는 고열 때문에 인간의 과학 기술로 만든 기계들은 애초에 동작을 못 하고 죄다 고장 날 것이다. 저런 사치스러운 뇌피셜 상상을 하는 것이 애초에 무의미하다.

그나저나.. 같은 압력이라 해도 공기 1G와 물 1G는 동등한 환경 여건이 아니다.
가령, 수면에서만 찰랑찰랑 물놀이를 하면 수압은 공기 중과 차이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물 속에서 육지와 동등한 방법으로 동등한 속도로 이동 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니 금성 표면의 95기압을 무작정 지구의 수심 950m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건 어폐가 있을 것이다.
까놓고 말해 금성의 표면에서 총을 쏘면 총알이 어떻게 나갈까..??? 지구 내지 우주, 달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중력 때문에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는 게 엄청나게 어렵고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게 우주에서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러나 이게 인간에게 해로운 것보다는 이익인 면모가 더 많다. 일상생활에서 잡초나 먼지 같은 게 전혀 없으면 안 되고(흙을 붙들기, 비를 만드는 작용 등..), 마찰과 공기 저항이라는 것도 인간의 생활에 이로운 경우가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중력이 없으면 가루나 액체, 기체, 가루, 부스러기 같은 물질을 실수로 흘렸을 때 도저히 수습하기 힘든 난국이 벌어진다.
그리고 신체도 다리가 힘을 쓸 일이 없어서 가늘어지고 얼굴은 피가 쏠려서 굳고.. 이거 뭐 지구가 갑자기 자전을 멈추면 원심력 때문에 적도로 가 있던 바닷물이 육지로 몰려와서 난리가 나는 것을 연상케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영양소가 빠지는 건 덤.. 건강에 절대로 좋지 않다.

  • 우주 정거장은 동력 비행을 하는 게 아니라,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와 완전히 동급으로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상태이다.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고도를 조금씩 잃는 것만 가끔씩 엔진 동력으로 보정할 뿐.. 그러니 여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무중력을 경험한다.

  •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진공과 무중력은 다른 개념이다. 우주 정거장이나 달 탐사선 내부는 사람이 살 정도의 공기가 있지만 중력 가속도가 저 지경이다. 반대로 지구에서도 진공을 만들면 그 안에서 쇠구슬과 깃털이 같은 속도로 툭 떨어질 수 있다.

  •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제일 안전하게 목숨 부지하는 방법은.. 착지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_- 하는 게 아니라, 머리를 감싼 채 누워서 온몸으로 충격을 고르게 받는 것이라고 한다.

  • 전투기 조종사야 5~7G에 달하는 엄청난 가속도를 버티는 훈련을 받으니,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따위는 그냥 애들 장난도 아닐 것이다. 피가 머리에 너무 쏠리거나 반대로 너무 빠져나가서 기절하기 십상인 환경을 버텨야 한다. 새턴 V 로켓이 한창 가속될 때는 4G 정도 나온다고 한다.

  • 하긴, 순환계가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추운 날 누워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기만 해도 머리로 피가 잘 안 가서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심지어 기절할 수도 있다. 그 반면, 전류가 흐르는 데 주변의 가속도의 영향 따위를 받지는 않을 테니.. 가속도도 인체가 기계보다 취약한 면모임인 게 실감이 난다.

  • 물구나무를 서는 것은 인체의 입장에서는 중력 가속도가 -1G인 걸로 간주된다. 수 초 남짓 잠깐이 아니라 그렇게 몇 시간째 있는 것은 인체 건강에 아주 좋지 않으며, 그렇게 방치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보다 머리로 피가 쏠리는 게 더 해롭다.

4. 고온 (+저온)

그럼 마지막으로, 진공 얘기가 나올 때 같이 다뤘던 온도에 대해서 얘기를 좀 더 한 뒤 글을 맺도록 하겠다.
신체 내부는 온도에 매우 민감하며, 온도의 변화에 생각보다 취약하다. 왜냐하면 물질대사를 일으키고 생명 활동에 기여하는 각종 단백질 효소들은 잘 활동하는 온도 영역이 엄청 좁기 때문이다. 끽해야 35~40도대?

얘들은 분자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그런지 금속 기반인 기계보다 열에 너무 약하다. 40도 이상에서는 그냥 비가역적으로 변성돼 버리며.. 그렇게 되면 당사자는 열사병에 걸려 죽거나 장애인이 된다. 생각보다 굉장히 낮은 온도에도 오래 노출되면 이렇게 된다. 꼭 손이 닿자마자 "앗 뜨거!" 하면서 화상을 입는 온도여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우리 인체는 땀을 흘리고 헥헥거리면서 열을 조절하려고 노력을 엄청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온도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칼같이 탈이 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버티는 것엔 한계가 있다.

(1) 70도짜리 물에 손을 넣으면 당연히 바로 화상을 입지만, 70도짜리 사우나에 들어가면 그래도 몇 분간은 버틸 수 있다. 그것처럼 아예 진공인 우주는 온도가 훨씬 더 높아도 그 여파가 공기 중보다도 훨씬 더 천천히 전해진다. 비열의 차이가 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열전도율은 비열과 일단 독립적인 별개의 개념이다. 비열이 낮은 물질이 열전도율도 높은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비열이 거의 같은 금속끼리도 열전도율이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 우리는 더우면 옷을 벗지만, 그래도 극단적인 고온에서는 오히려 옷을 입는 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옷이 외부의 열 대미지를 좀 줄이고 지연시켜 주는 게, 신체의 열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물에서 수영을 할 때는 몸에 걸친 옷은 정말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벗어야 된다. 오죽했으면 해군은 배에서 근무할 때 신발도 끈 달린 운동화가 아니라 비상시에 곧장 쉽게 벗을 수 있는 슬리퍼 같은 신발을 신는다고 하던데..
그럼 물이 뜨거워져 버리면 이건 뭐 정말 답이 없을 것 같다.

(3)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은 무슨 말라 비틀어진 건초나 통나무 같은 가연성 물질이 아니다. 생체에는 내부에 수분이 굉장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름을 같이 끼얹지 않으면 호락호락 불이 붙지 않는다. 산 채로 화형을 당해도 그냥 삶아져서 죽거나, 그 전에 연기에 질식해서 죽는다. 반대편 극단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굳이 체액이 몽땅 꽁꽁 얼어붙지 않아도 훨씬 전에 저체온증으로 동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 시체를 완전히 화장해서 완전히 숯덩이에 뼛가루로 바꿔 버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최소한 몇 분 만에 간편하게 끝나는 일은 아니다.
이러니 옛날에 히틀러도 자살 후에 자기를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시체를 훼손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전쟁통에 제대로 그리 되지 못해서 시체의 신원이 파악되었으며, 그의 죽음이 공식 확인될 수 있었다.

(4) 쌍팔년도 옛날 미스터리/공포물에서는 어떤 사람이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혼자 홀연히.. 불이 붙어서 죽어 버렸다는 실제 사례가 소개되곤 했다. 그것도 자기만 혼자 열받아서 불에 탔지, 주변에는 불이 옮겨 붙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일단은 검증이 안 되는 도시전설이다. 다른 사고나 살인 사건이 미스터리로 각색된 걸로 여겨진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살아 있는 인체는 가연성 물질이 아니다.

(5) 옛날에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 놓고 지내다가 갑자기 더운 곳으로 나가면 신체가 적응을 못 해서 웬 '냉방병'에 걸린다는 낭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역시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도시전설이다. 압력 변화로 인한 잠수병은 있지만, 이 정도 온도 변화가 무슨 면역력 저하 같은 병을 따로 일으키는 건 아니다.
만약 이런 병이 있다면 반대로 겨울에도 난방병이란 게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도 실외와 실내를 넘나들면 -10도에서 영상 10도대로 온도 변화는 한여름 이상으로 들쭉날쭉할 텐데 말이다.

(6) 뭐, 고온뿐만 아니라 저온도 해롭다. 저온은 무슨 피부가 익는 등 단백질의 변성과는 관계가 없지만 역시나 물질대사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운동 대신 추위에 벌벌 떨어서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너무 클 것이다.;;
자고로 입을 것이 먹을 것과 동급으로 괜히 중요하게 다뤄진 게 아니다. 성경의 구약 율법도 이불· 담요는 채무 담보로라도 빼앗지 말고 밤에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돌려주라고 말한다. 이건 사람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4 08:35 2022/12/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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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 공간 (진공)

사람이 우주복 없이 우주 공간에 내던져지면 지구 표면과 다른 환경 여건으로 인해 온갖 신체 이상이 발생한다. 극단적인 고온이나 저온, 진공, 무중력, 태양풍과 각종 해로운 방사선(지구에서는 자체 자기장이나 오존층이 차폐해 주는)... 어느 것도 인체에 좋을 게 없다. 어서 우주복을 입든 우주선 안으로 돌아오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얼마 못 가 죽는다.

그런데, 우주에서 사망에 가장 크게 빨리 기여하는 요인은.. 그냥 산소가 없어서 숨을 못 쉬는 질식이다. 10~20초 남짓 만에 의식을 잃은 뒤 수 분 뒤에 뇌사가 시작되고 사망한다.
그리고 우주에 노출되자마자 즉사한다거나 노출 부위가 중상을 입는 건 아니다. 몸이 펑 터진다거나, 에볼라 바이러스마냥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장기가 녹아내린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교통· 통신의 발달 덕분에 온갖 과학 상식과 잡학들도 많이 알려져서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 죽는다" 급의 도시전설이나 낭설이 상당수 없어지긴 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인간이 맨몸으로 진공 우주로 나가면 몸통이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온다는 myth가 퍼져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게 SF 영화에서도 반영되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토탈 리콜(1990) 말이다. 본인도 초딩 시절에 뻘건 화성 땅에서 주인공이 숨 막히고 안구가 튀어나오고 터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위기를 벗어나는 이상한 영화를 TV로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저 영화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실상은.. 과거의 우주 개발 과정에서 미국이나 소련의 우주 비행사가 사고로 수 초에서 수 분간 우주에 신체의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실제로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지는 않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이것도 다 토탈 리콜 같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전파가 늦었던가 보다. 유언비어 도시전설 같은 건 인터넷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반대로 인터넷이 정확한 팩트와 진실을 퍼뜨리기도 해 주는 듯하다.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서울 다녀온 놈과 서울 안 다녀온 놈이 싸우면 안 다녀온 놈이 이긴다" 같은 일은 상당수 없어졌다. 아무튼..

사실 압력보다 더 골때리는 건 온도다. 진공에서는 말 그대로 산소를 포함한 공기가 없고 물기도 전혀 없기 때문에 기존 물질의 온도 변화와 상변화(액체-기체 따위) 형태가 완전히 꼬여 버린다.
우주의 평균 온도가 -270도의 극저온이라지만, 또 태양열을 받고 있으면 수백 도까지 온도가 치솟는다. 그러다가 태양광을 살짝만 가리면 식는 것도 금방이다.

우리 지구에서도 날씨가 아주 맑고 건조하면 일교차가 커진다. 낮 기온이 40~50도를 찍어도 그늘에 들어가거나 바람이 좀 불면 금세 싹 시원해지는데..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이런 변화가 훨씬 더 극단적으로 널뛰기처럼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달 표면만 해도 최저 섭씨 -170도에서 110도대를 찍는다. 태양과 엄청 가까이 있는 수성도 낮에는 최대 400도가 넘게 달궈지지만, 그래도 밤 시간대에 해당하는 "뒷면"은 여전히 무려 -180도 부근까지 식는다.

그래도 -100도건, +100도건 온도의 여파는 굉장히 천천히 전해진다. 대류· 전도가 없이 오로지 복사만으로 열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도 그 온도에 노출되자마자 곧장 동상이나 화상을 입지는 않는다.
이런 게 다 대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지구에서의 경험만으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달과 수성은 자전 주기가 지구보다 수십 배 더 느리다는 것 역시 감안할 점이다. 지구와 같은 낮과 밤 시간 만에 온도가 저렇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래도 고온은 고온이니 인공위성이나 우주 발사체들은 통구이처럼 동체를 뱅글뱅글 돌려서 모든 면이 태양을 바라보는 쪽과 태양을 등진 쪽을 고르게 노출시켜서 온도 대미지를 상쇄한다.

또한, 온도 자체 말고도.. 물을 포함한 액체들은 주변 기압이 낮을수록 정신줄을 놓기(...) 쉬워지고 더 쉽게 기화하며, 다른 물질을 많이 녹이는 능력이 약해진다. 쉽게 말해, 끓는점이 낮아진다.
심해에서 갑자기 올라올 때 혈액 속에 질소 거품이 뽀글뽀글 일고 잠수병이 발생하듯.. 우주 공간에서는 피에 들어있던 산소가 빠져나가 버리고, 체액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한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피끓는 청춘이 아니라 진짜 문자 그대로 피가 끓어 버리고 거품이 일고 제대로 흐르질 않으니, 이것도 건강에 절대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이 지구라는 행성은 자기 표면에 '대기'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은 양의 기체들을 자기 중력으로 붙들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는 이런 대기가 없는 공간을 자연적으로 만들기가 극도로 어렵다.
지표면의 대기압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물을 10m가 넘게 높게 퍼올리거나, 물보다 훨씬 더 무거운 수은을 76cm 이상 끌어올리거나.. 그래야 진공을 만들 수 있을까말까다.

지표면에서의 진공이라면 깃털과 동전이 동일한 속도로 툭 떨어질 것이고 흙먼지조차 무슨 철가루가 떨어지듯이 일체의 공기 저항 없이 후두둑 떨어질 것이다. 이런 걸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일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중세까지는 대기압이라는 개념을 몰라서 "자연은 본능적으로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 같은 해석 내지 낭설까지 통용될 정도였다.
또한, 생명체가 이런 대기가 없다시피한 곳에 들어가면 어찌 되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무려 20세기가 되도록 인류에게 딱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20세기 중반에 전범국들이 벌였던 극악무도한 생체실험 중에는 또라이 같은 무기 위력 실험이나 약물 실험, 장기자랑 실험뿐만 아니라, 진공에서 사람이 맨몸으로 얼마나 버티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옛날에 흑태양 731인가 그 마루타 영화-_-에서는.. 펌프로 공기를 빼는 진공 실험을 당한 피실험자가 신체가 부풀고 내장이 항문으로 튀어나온;;; 채로 죽었다. 뭐 이건 "우주에서는 몸이 터진다"를 염두에 둔 영화적인 과장이지 싶다.

훗날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을 할 때도 사람이 훈련을 잘 받으면 저기압을 후유증이나 장애 없이 얼마까지 감당 가능하겠는지 데이터를 얻는 게 아주 중요했다.
이때는 함부로 대하고 죽여도 아무 상관 없는 적국 양민이나 포로-_-가 아니라 우주인으로 선발된 자국의 최정예 파일럿이 마루타 역할을 하니..=_= 실험이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됐다.

끝으로, "진공에 노출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숨을 꾹 참으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있다.
이야.. 이건 "엘리베이터가 추락해서 땅에 닿는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를 하면 좀 덜 다칠 수 있을까?"와 거의 같은 격의 그럴싸한 질문인걸..?? =_=;; 하지만 답을 말하면 이는 가능하지 않다.

우주에서 질식하는 건 물이나 다른 유독가스가 폐에 들어가서 질식하는 게 아니다. 그냥 흡입할 유체 자체가 전혀 없는 상태이고.. 체내에 이미 있던 기체까지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평범한 이물질 유체에 둘러싸였을 때는 최대한 숨 참고 버티는 게 답이겠지만, 진공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는다. 숨을 참으면 체내에 갇혀 있는 기체가 압력 때문에 폐를 부풀려서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우주의 진공이 사람 몸 전체를 빵 터뜨리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자잘한 팽창을 야기하고 장기나 혈관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에서는 숨을 꾹 참으며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 물에 빠져서 발버둥치는 것보다도 더 신속하게 산소가 부족해지고 의식을 잃고 질식사하게 된다. 참 흥미로운 사실이다.;;

2. 고압

지금까지 길게 얘기했던 바와 같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건 1기압에서 0기압, 즉 고압에서 저압으로 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지구 안에서는 깊은 물 속 아래로 들어가는 게 1기압에서 더 높은 압력으로 가는 것에 대응한다.
미터의 단위가 수압을 의식해서 제정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물의 밀도를 감안했을 때 수심 10m마다 얼추 1기압꼴로 수압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심 10m가 대기압 1 + 수압 1을 합한 2기압으로 느껴진다.

맨몸으로 우주의 진공에 노출됐다고 해서 몸이 풍선처럼 펑 터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신을 잘못하면 일부 신체 부위가 부풀고 고막, 폐나 모세혈관이 터지는 정도의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
그것처럼 수심 10m 정도 잠수하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해서 사람이나 물고기가 터지지 않는다. 그러나 뻥 터지지만 않을 뿐, 체내는 잠수병 앓으면서 곪을 수 있으니 천천히 주의해서 올라와야 한다.

우주에서는 주변이 온통 진공이기도 하고 중량을 극도로 최소화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람 몸을 망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기를 최대한 적게 넣어 준다. 그래서 지구처럼 1기압에 20% 산소 대신, 0.3기압에 100% 산소 같은 공기 편성도 사용한다. 물론 이건 일반인이 아니라 저압을 버티는 훈련을 받은 전문 우주 비행사만이 감당할 수 있는 극한의 공기 비율이다.

스쿠버다이버의 산소통에는 질소가 80%를 차지하는 일반 공기를 그대로 넣는 편이다. 스쿠버다이버는 우주인이 아니니, 이게 제일 저렴하고 무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질소가 수중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에는 아무 작용도 하지 않고 그냥 자기 무게로 대기압에만 기여하고 있다가 얌전히 빠져나가는데.. 물 속처럼 수압이 높을 때는 이놈이 혈액 속에 녹아 버린다.

그 상태로 있다가 주변의 압력이 갑자기 줄어들면 질소는 혈액 속에 녹아 있을 수가 없어져서 뽀글뽀글 빠져나오는데.. 이게 혈관에서 질소 기포를 형성하고 혈관을 막는다. 탄산음료를 갑자기 땄을 때 거품이 확 올라오는 현상이 사람 혈관 안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인체는 피가 제대로 안 돌아서 온갖 통증과 이상을 유발하며, 심지어 심근경색· 뇌경색이 야기되어 죽을 수도 있다.

이거 뭔가 자동차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 브레이크액에 비정상적인 기포가 발생해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 베이퍼 락(vapor lock) 현상이 있다. 브레이크액의 기포도 혈액의 기포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 질소가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대체로 비활성이지만, 자동차 연소실 같은 고온· 고압 환경에서는 산화해서 질소산화물 같은 공해 물질 배기가스를 생성한다.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고압 환경에서 혈액 속에 녹듯이..)

도대체 수압이란 게 뭐길래..;; 결국 물 속은 산소만 있다고 해서 잠수부가 xyz 축 아무렇게나 임의의 속도로 마음대로 이동 가능한 3차원 공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산소만 100% 넣는 건 당연히 공기 성분으로나 압력으로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질소 대신 헬륨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럼 극단적으로 사람이 수압을 느끼지 않게 아예 강화복이나 금속 갑옷 수준으로 무장시키면..?? 그러면 너무 무겁고 갑갑해서 수중 활동을 못 할 것이고 차라리 별도의 잠수정에다 로봇 팔을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잠수병에 안 걸리면서 안전하게 잠수하는 방법은 단 하나.. 깊은 곳에 오래 들어가 있었을수록 수면으로 올라올 때는 엄청 천천히.. 혈중 알코올.. 아니, 혈중 질소를 조금씩 자연스럽게 빼내면서 올라오는 것밖에 없다.
술을 인위로 강제로 빨리 깨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혈중 질소를 인위로 빠르게 빼내는 것 역시 인간의 현재 과학 기술로는 여전히 불가능한 모양이다.

통계를 찾아보면 상승 속도는 분당 9m, 초당 15cm가 권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적인 건 아니다.
고심도에서 30분 이상 오래 머물렀다면 일정 간격으로 감압 챔버에 들어가서 5분 이상 더 쉬어야 하고.. 100m쯤 깊이에서 수 시간 잠수했다면 반나절이나 하루 가까이 가다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잠수병 없이 안전하게 수면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런 안전 매뉴얼은 인류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근거하여 만들어졌으며, 잠수하는 사람들이 귀가 따갑도록 교육받는다. 이 사람들은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게 아니라 잠수병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도 밖에 나갔다가 지구의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게 어려운 문제이다.
또 수성 같은 내행성으로 가려면 감속 스윙바이가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수 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태양으로 끌려가지 않고 근처의 훨씬 가벼운 수성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처럼 사람은 지구의 바닷속을 잠수했다가도 나오려면 겨우 수십 m 남짓의 직선 거리도 곧이곧대로 상승하지 못하고 삽질을 해야 하나 보다.

누가 부주의해서 사람이 잠수병에 걸려 버렸다면 고압 산소 챔버에 집어넣어서 산소를 강제 주입하고 질소를 빼내는 식으로 치료하는 게 기본이다. 100% 산소를 1기압보다 더 높게 주입한다니(2~6기압).. 일산화탄소(연탄 가스) 중독을 치료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원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100% 산소는 사람에게 '산소 중독'을 일으키며 건강에 해롭다. 산소가 너무 많으면 질소가 고압의 혈액 속에 녹는 것처럼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지 않은 채 혈액에 녹아서 신체로 전달되는데, 이 때문에 정작 산소와 결합해 있는 헤모글로빈은 환원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러면 이 헤모글로빈이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일도 못 하고 체내에 독이 쌓이는 것이다.
산소 중독은 다른 이물질 기체와 같은 질식사를 유발하지는 않겠지만, 인두통, 기침, 호흡 곤란, 폐 손상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참고로 인체가 숨을 참았을 때 답답함을 느끼는 기준도 산소 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과다이다..!

잠수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잠수부의 산소통에 100% 산소만을 주입하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대신, 산소보다 더 해로운 기체를 빼내야 할 때만 불가피하게 고압 산소 처방을 한다.
베테랑 잠수부의 경우, 수중 대기 시간을 줄이고 더 빨리 귀환하려고 일반 공기보다 질소를 줄이고 산소는 더 늘려서 세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잠수병 대신 산소 중독의 위험이 더 커진다고 하니, 거 참 답이 없는 문제이다. =_=;;.

* 문득 드는 생각: 물 같은 액체에는 기체가 녹을 수도 있고 고체가 녹아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고체는 용매인 액체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잘 녹는 반면, 기체는 반대로 온도가 낮아야 잘 녹는다~! 굉장히 흥미로운 차이점인 것 갈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1 08:36 2022/12/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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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성 물질은 발화점을 넘은 온도에서 불이 활활 붙을 때 열과 빛이 나온다.
하지만 불이 붙지 않는 물질이라도 수백 도 이상의 온도로 달궈지거나 녹으면... 얼음이 녹듯이 곱게 녹지 않는다. 어느 물질이건 언제나 시뻘건 빛을 동반하는 상태가 되며 녹는다. 용암이나 쇳물을 생각해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쇠는 상온에서 은백색의 고체이지만, 쇳물은 수은 같은 평범한 회색(?) 액체가 절대로 아니다.
이건 알고 보면 굉장히 신기한 면모이다. 이 빛은 분자· 원자 차원에서 무슨 에너지를 바탕으로 나오는 걸까?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연소 같은 화학 반응을 겪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단순히 열을 잔뜩 받은 것만으로 어떻게 빛이 나올 수 있을까?

옛날에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1992) 영화를 보면 쇳물이 철철 흐르는 용광로가 나온다. 이건 진짜 쇳물이 아니고 소품이다. 물 같은 평범한 액체 안에다가 누런 조명을 켜서 쇳물처럼 보이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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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색감에 대한 왜곡이 굉장히 많다. 가령, 현실의 건물 지하 주차장들은 영화 '아저씨'에서 묘사된 것처럼 그렇게 시퍼런 톤으로 어두컴컴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백열등은 대놓고 이 원리를 이용해서 빛을 내는 물건이다. 가느다란 필라멘트를 녹지 않을 만큼만 달궈서 빛을 내니 말이다.
물론 이건 오늘날의 전자공학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이 매우 매우 안 좋은 원시적인 광원일 뿐이다. 이는 백열등과 얼추 비슷한 시기에 발명된 또 다른 과학 기술 산물이던 증기 기관도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도태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도 증기 기관만으로도 그 시절엔 마차로는 상상할 수 없는 교통· 물류 혁명과 산업 혁명이 일어났다. 그와 마찬가지로 백열등도 연료를 직접 태우는 등잔불· 호롱불· 촛불· 횃불 따위로 범접할 수 없는 새로운 빛을 인류에게 선사하긴 했다.
그 단순무식하고 비효율적인 백열등조차도 처음 발명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필라멘트를 만들 만한 재료(텅스텐)를 그 시절 여건에서 찾는 게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불꽃 기반의 광원들은 켜고 끄기 어렵고 질식과 화재의 위험이 크고 불필요한 열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 결정적으로 여전히 별로 밝지 않고 너무 어두웠다. 밤에 시골에서 촛불· 호롱불 켜서 책 읽고 공부해 보신 분이라면 이 말에 적극 공감 가능할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 세대는 자그마한 스마트폰만으로 과학 완구 꼬마전구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맹렬한 LED 불빛을 간단히 만들어서 어둠을 비추니.. 참으로 놀라운 과학 기술의 혜택을 입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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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부터 지금까지 120년 가까이 켜져 있다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열등 '센티니얼 전구'. 다만, 현물 보존을 위해 현재는 전류를 아주 약하게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에 불빛이 더 어둡다. 저 시절엔 전구의 껍데기 유리를 다 사람이 불어서 모양을 내고 만들었다.)

아무튼.. 형광등이나 LED등만치 밝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백열등처럼 고온만으로 불꽃이 아닌 빛을 가능케 하는 과학 원리는.. 바로 '흑체 복사'이다.
어떤 물체의 온도가 높다는 건 미시세계에서 그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가 많이, 맹렬히 움직이고 있음을 뜻한다. 그 움직임 덕분에 빛이 만들어져 나오며, 그게 심해지면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과 자외선, 심지어 방사선의 범주에 드는 X선이나 감마 선까지 나온다.

흑체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은 절대온도의 무려 4제곱에 비례한다. 이른바 슈테판-볼츠만의 법칙.
본인은 학교에서 배웠던 각종 과학 과목들을 통틀어서 제곱이나 3제곱이 아닌 4제곱이 등장하는 과학 법칙이나 공식을 이것 말고는 본 기억이 없다.
평면이나 공간의 특성상 2승, 3승까지는 나올 수 있지만 4승은.. 생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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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체란 모든 전자기 복사를 흡수해서 에너지량 계산을 제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가상의 물질이다. 화학에서 다루는 이상기체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럼 백체는 반대로 모든 전자기 복사를 반사하는 물체일 텐데.. 이런 건 딱히 다루지 않는 듯하다.)

물질마다 어느 온도에 도달했을 때 나타내는 색깔은 언제나 일정하다. 그렇기 때문에 색깔만으로 온도를 추정하는 게 가능하며, 색깔 온도계라는 게 존재할 수 있다.
측정 센서조차 녹거나 타 버릴 정도의 높은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매우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심지어 별의 색깔도 이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건 스피드건이 굉장히 얼렁뚱땅 허술하게 동작하는 것 같은데 주변의 자동차나 야구공의 속도를 꽤 정확하게 측정해 내는 것, 그리고 요즘 체온계가 신체의 영 엉뚱한 부위만 대충 접촉하는데도 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사실은 꼭 엄청난 고온이 아니어도 된다. 사람 체온만으로도, 무슨 쇳물 같은 누런 가시광선보다 급이 낮은 적외선 정도는 나온다. 깜깜한 밤에 사람을 식별할 때, 아니면 그냥 열기를 탐색할 때 쓰이는 적외선 카메라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해서 동작한다.

이 정도 온도 차이에 4제곱은 정말 폭발적인 에너지 크기 차이를 만들 텐데.. 전자기파의 파장이라는 것도 지수/로그 스케일을 찍는 동네이기 때문에 그런 차이에 대응 가능한가 보다. 사실, 가시광선은 대역폭이 주변의 적외선(IR)이나 자외선(UV)보다 훨씬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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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색깔이란 건 그냥 눈에 띄는 느낌만 다른 요소일 뿐이지, 같은 온도와 같은 재질이어도 "검은 옷이 흰 옷보다 왜 덥게 느껴지는 걸까?" 이걸 이해를 오랫동안 완전히 못 했다.
저렇게 온도에 따라 다른 '빛깔'이 나오는 건 이해하겠는데, 역으로 '색깔' 자체도 열 흡수율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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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면에 눈이나 심지어 비닐하우스 같은 인공 구조물 때문에 흰색이 많으면 그게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반사해서 기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온도계를 보관하는 백엽상의 주변은 반드시 하얗게 칠하며.. 비행기도 열 흡수를 하지 말라고 흰 도색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쪽 관련 과학 법칙은 열역학도 광학도 전자기학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분야인 걸까..?
이게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양자역학이라는 걸 태동시킨 전신이라고 한다. 얘는 물질 자체를 존재하게 하는 원자 차원의 힘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서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발상의 전환을 선사했다.

※ 관련 여담

(1) 유리는 투명한 데다, 성냥을 갖다대면 불이 붙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도 겉으로는 하나도 티가 안 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실험실 안전 수칙에서 다뤄지곤 한다. (단골로 다뤄지는..)
물론 성냥의 발화점이 그리 높은 건 아니며, 유리도 더 뜨거워져서 흐물흐물 녹기 직전일 때는 벌겋게 변하기는 한다.

(2) 인류에게 열과 빛이라는 건 바늘과 실처럼 같이 따라다니는 형태인 게 익숙하다. 자연에서 보는 불꽃이나 달궈진 물체의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빛이 필요한 곳에서는 발열이 거의 없이 밝은 빛만 만들어 내는 기술도 잔뜩 개발했다. 전기 에너지를 원하는 곳에만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에서는 반딧불이도 발열이 없이 생물학적으로 신비로운 빛을 내는 곤충이라고 한다.

(3) 불꽃 반응은 불태우는 금속 원소에 따라 서로 다른 불꽃 색깔이 나타나는 걸 말하는데, 이건 온도 자체와는 좀 다른 분야의 현상이다.;;

(4) 그러고 보니 빛을 받았다가 깜깜해진 뒤에도 잠깐이나마 빛이 나는 무려 '야광/축광',
방사능 원소인지가 어쩌구 하는 형광,
거울이 아니면서 어둠 속에서 빛을 좀 반사에서 더 밝게 빛나는 그 무언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원리를 다시 공부해 보고 싶은데.. 내가 시간과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 도로의 차선도 평범한 페인트가 아니라 이런 안료가 들어가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받았을 때 더 밝게 비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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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달 표면도 말이다.
하늘은 새까만 암흑인데 지표면은 아주 하얗게 빛나고 물체 그림자도 선명하게 비쳐 보이는 거..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표면 전체가 이렇게 빛나고 있으니까 지구의 하늘에서는 달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지구는 대기가 있어서 낮에 하늘이 파란 것이고..

(5) 빛 내지 전자기파는 진행 과정에서 질량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다 보니 꼬불꼬불한 케이블 안에서도 광속으로 진행하고, 심지어 관찰자의 상대속도 관점에서도 불변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한편으로 진공이 아닌 유체 안에서는 그래도 속도가 미세하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굴절도 발생한다.
그게 얼마나 줄어들고 차이가 발생하는지, 얘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물리학이 깊게 들어가면 난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런 걸 컴퓨터도 없던 19세기에 처음 발견하고 공식을 만들어 낸 물리학자들은 참..

수백 년 전에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걸 물증 아닌 심증으로 인지하고, 나중에 실험으로 입증한 과학자들도 정말 괴수였을 것이다. 이걸 알아낸 것은 지구 구형이나 지동설만큼이나 엄청난 과학 발견이었다.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이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6) 끝으로..
이 글에서 주로 거론된 용광로는 시뻘겋거나 누렇지만, 원자로는 시퍼런 편이다~!! 흥미로운 차이점이지 않은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체렌코프 효과라고 불리는 방사선 관련 현상 때문에 시퍼런 빛이 나와서 그렇다. 이건 흑체복사보다 더 이해하기 어렵고 20세기가 돼서야 발견된 현상이다. 이걸 발견하고 규명한 과학자들은 죄다 노벨 상을 받았다.

방사능은 원자력이라는 너무 근원적이고 강한 힘에서 유래됐다 보니.. 인간이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리· 화학적 조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게 더욱 대단하고 무서운 면모이다.
방사능 폐기물은 아무리 깨부수고 전기 충격을 가하고 물· 불에 쳐넣어도 방사능이 없어지지 않는다. 찬송가 가사를 빌리자면 말 그대로 "물불이 두렵잖고 창검이 겁없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28 08:35 2022/11/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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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oom의 그래픽: 복셀 mod

Doom은 고전 FPS 게임의 교과서적인 명작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소스가 공개된 이래로(1997) 전세계 양덕후 해커, 너드, 구루들에 의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그래픽 강화 마개조 리마스터링이 행해졌다.

  • 256색 컬러 제약 없애고
  • 스프라이트를 확대할 때 선형보간법 기반의 안티앨리어싱 적용은 기본. 더 나아가..
  • 각종 텍스처와 스프라이트를 수작업으로 HD급 고화질로 업글..;; (☞ 보기)
  • 무기와 게임 진행 방식을 엄청 고도화한 모드 제작.. (대표적으로 Brutal Doom.. 듀크 nukem 3D와 비슷하게? ☞ 보기)
  • 그래픽 엔진을 더 고도화해서 요즘 게임처럼 ray tracing까지 적용 (☞ 보기)
  • 심지어 각종 오브젝트들을 3D 폴리곤화 (☞ 보기)

별의별 게 다 만들어져서 플레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일이요 끝판왕.. "튜닝의 끝이 순정"임을 보여주는 건..
딴 게 아니라 복셀 mod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보기1 / 보기2)

겉으로는 그래픽이 원판 이래로 하나도 안 바뀐 것 같고 이질감이 전혀 없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체의 모양과 각도를 보시라~!! ㄷㄷㄷㄷ)

고개를 돌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면.. 그때서야 "오오!! 장난이 아니군!!" 소리가 나온다.
와, Doom에서 몬스터 시체의 모양을 모든 각도에서 둘러볼 수 있다니~!! 이런 게 정말 수준 높은 리마스터링이 아니겠는가?
소실점의 위치만 옮기는 엉성한 상하 시점이 아니라, 실제로 삼각함수 회전 변환을 수행하는 정확한 상하 시점까지 지원되는 건 물론이다.

1980년대 TRON처럼 CG 티가 대놓고 나는 어설픈 CG가 아니라.. 영락없는 쑤제 재래식 셀 애니메이션 같은데 3D 구현이 완벽하고 알고 보니 사람 손맛을 그대로 재현한 CG여서 놀라운 것.. 이런 느낌이다. 아니면..

  • 비트맵 형태로만 존재하는 폰트를 그대로~~ 교묘하게 윤곽선 폰트로도 옮겨서 글자를 확대해도 깨지지 않고 인쇄용으로도 쓸 수 있게 함
  • Windows의 굴림이나 궁서 폰트에 드디어 한자 글립이 들어감 (바탕, 돋움에 의존하지 않고)
  • 화면이 해상도나 색상은 그대로인데, 주사율이 확 올라가서 애니메이션이나 마우스 포인터 이동이 아주 부드러움..

핵심은.. 원래 있던 질감과 UX를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정보량만 아무 단절감 없이 늘리고 확장하는 것이다.
복셀.. 이건 도트 노가다의 3D 버전이니 작업량이 장난이 아닐 텐데.. 이걸 근성으로 해낸 덕후들이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죽는 모습과 시체는 스프라이트가 한 방향 것밖에 없으니 상상과 창작도 많이 해야 했을 텐데 말이다. ㄷㄷㄷㄷ

2. Quake의 음악

Doom까지만 해도 게임 배경 음악은 그냥 미디 기반이었다. 그러나 퀘이크부터는 저장 매체가 CD로 바뀌고 용량이 커진 덕분에(디스켓에 비해서야..ㄲㄲㄲㄲ) 쌩음원이 그대로 수록됐다.

특히 퀘이크 1은 1990년대 중반에 잠깐 유행했던 "오디오 CD 겸 데이터 CD-ROM"이라는 굉장히 참신한 과도기적 형태로 만들어졌었다.
프로그램의 용량은 50~60MB (이것도 15~20MB가량이던 Doom 2에 비해 3배 이상 커진 용량)밖에 안 하니 CD-ROM 전체 용량의 10%밖에 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는 다 오디오 CD로 편성해도 곡을 40분 이상은 넣을 수 있는 거다. 그 정도면 게임 BGM을 다 집어넣기에도 충분하고..

20~30년 전만 해도 게임 하나의 용량이 이렇게 작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CPU의 성능이 펜티엄이니 펜티엄 프로니 어쩌구 하던 시절에는 그 빡센 3D 그래픽 게임을 돌리면서 쌩음원까지 같이 하는 건 몹시 버거웠다.
내 기억으로 그 정도 컴에서 winamp로 128kbps짜리 mp3 하나만 틀어도 CPU 사용률이 10% 가까이 올랐다. 요즘 같으면 무식한 whlie(true); 돌려서 코어 하나를 다 잡아먹어야 나올 만한 사용률이겠지만.. 그렇다고 압축하지 않은 쌩 wav는 I/O 대역폭 소모가 너무 크고..

그때는 오디오 CD 플레이어가 컴터하고는 사실상 따로 놀았기 때문에 오디오 CD 재생은 CPU를 잡아먹지도 않았었다.
그러니 게임을 위한 CD 오디오 트랙 활용은 게임의 용량, 음악의 분량, 미디어의 용량 배분, CPU 부하 절약이 모두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에 가능한.. 지금 생각하면 정말 뽀록에 가까운 꼼수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 퀘이크 1은 원본 CD 없는 불법복제 립버전으로는 배경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참고로 스타크래프트도 초창기 불법복제 립버전은 음악이 안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용량을 줄이기 위해 BGM 음원 파일을 mpq 패키지에서 빼 버렸기 때문이다. BGM이 오디오 CD 트랙에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렇듯, 퀘이크 1은 그래픽만 full 폴리곤 3D를 시도한 게 아니라 컴파일러도 왓콤 대신 무려 djgpp로 바꾸고, VGA mode X라든가 초창기 그래픽 가속 카드를 지원하고, 저장 매체에서도 저런 시도를 하는 등..
정말 신기술 실험으로 가득했던 명작이었다. 플랫폼만 구닥다리 도스일 뿐,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도는 몽땅 다 했다. 그러니 전작 Doom의 아성도 뛰어넘는 또 다른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1990년대엔 팝송 가사로 영어 공부하는..;; 컨텐츠가 잠시 유행이었는데, 오 성식뿐만 아니라 "곽 영일 Pops academy"라는 씨디 타이틀도 저렇게 데이터+오디오 짬뽕으로 만들어졌었다.

3. Quake 3 Arena 음악

Doom까지만 해도 게임 음악이 블루스도 있고 뭐랄까 평범했는데.. 미디 대신 쌩음원으로 바뀐 Quake에서는 BGM의 장르가 메탈? 락? 쪽으로 확 기울었다.
퀘이크 3 Arena 게임에서 나오던 BGM들 중 개인적으로 제일 흥겹고(!!) 마음에 드는 곡은 이거다. (☞ 듣기)

쿵 따라라라라라 쿵땅~ 땅~~ (특히 41초 이후부터)
리듬이 뭔가 민요가 떠오를 정도로 흥겹지 않은가? 일렉 기타와 드럼 대신에 꽹과리와 장구 사물놀이 세션으로도 비슷한 리듬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요 BGM이 흘러나오던 투기장 중 하나는 tier 6에 속하는 Bouncy map이었다.
이런 부류의 BGM과 함께 게임 투기장에서는 푱~~ 푱~~ 레일건 광선이 번쩍거리고 로켓 탄두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누구는 거기에 쳐맞아서 작살이 나고 "You fragged 홍 길동" 어쩌구저쩌구 방송이 나가곤 했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그러고 보니 비슷하다면 비슷한 예가 있다.
영화 '악녀'(2017)에서 말이다.. 좁은 건물 복도에서 주인공 악녀(숙희)가 혼자서 수십 명의 건달들을 칼빵 놓으며 학살하고 화면이 무려 1인칭 시점으로 마치 게임 하듯이 흘러나올 때..
이때 BGM이 쿵 따라라라라라 하면서 실제로 꽹과리 소리가 나온다. (☞ 보기, 1분 40초 이후부터)
이것도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 나름 게임 BGM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이 꽹과리 BGM이 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서도 또 흘러나오더라~~ 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퀘이크 3 음악은 100% Sonic meyhem이라는 뮤지션 그룹에서 만든 건줄 알았는데.. 아니네.
얘를 포함해 몇 곡은 "Front Line Assembly"라는 다른 그룹에서 만들었다.
쌍팔년도 시절에 Xenon 2 megablast라는 종형 스크롤 슈팅게임이 있었는데 그거 개발사는 영국의 the "Assembly Line"이라는 곳.. 같은 단어인데 배열 순서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게다가 저 게임도 main OST가 묘하게 경쾌하고 락인지 메탈스러운 장르이다!! (☞ 듣기)

Posted by 사무엘

2022/11/25 19:35 2022/11/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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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우크라이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나라들과 통치 형태는 상당수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정립되었다. 그래서 21세기도 20세기의 연장이라고 여겨질 정도이다.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넓은 전장에다 전례가 없던 끔찍한 전쟁 범죄, 그리고 핵무기까지 경험한 뒤에야 "이래서는 정말 안 되겠다"라는 관념이 생기고 제국주의 군국주의라는 게 종식됐다.

유엔이라는 단체가 생겨나고 세계 인권 선언이라는 게 생기고.. 각종 식민지들이 모조리 해방되어 독립했다.
패전국인 일본의 식민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울나라..), 승전국인 영국도 인도 같은 자기 식민지를 그냥 해방시켜 줬다. 이건 좀 의아하지 않은가?
영국이 자애롭고 관대한 대인배여서가 아니다. 이렇게 제국주의 군국주의 트렌드가 다 끝장나고 사람 몸값도 왕창 오른 시국에서는(인권..) 식민지가 뽕 뽑는 것보다 관리 비용이 더 들어서 가성비가 안 맞았기 때문이다.

이 타이밍을 계기로 세계 상당수의 나라들이 왕정을 버리고 공화정으로 체제가 바뀌었다. 그리고 세계 인권 선언의 이념을 반영한 현대적인 헌법을 본격적으로 채택했다(신분제나 노예제 부정, 인종 차별 철폐,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 보장). 그러니 1945~1950년대는 격변과 혁명 급으로 세계 질서가 확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기 전.. 그로부터 30~40년쯤 전에는 동북아시아에서도 아주 큰 격변이 벌어졌다.

  • 1910년, 조선? 한국?은 주권을 빼앗기고 멸망해서 일본 제국의 멀티로 편입돼 들어갔다. 이건 일본 내부에서도 대대적으로 선전 보도됐고, 세계적으로도 크게 보도됐다. 신흥 열강 일본이 러일 전쟁에서 이긴 것에 이어 식민지를 하나 통째로 접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국 우편 연합 등 나름 그 시절의 국제 기구에도 여럿 가입돼 있던 멀쩡한 회원국 하나가 이를 계기로 싹 없어졌다.

  • 그리고.. 이웃 중국에서는 청나라가 멸망하고 1912년엔 중화민국이라는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 1917년, 쓰러져 가던 러시아 제국이 멸망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엔 쏘비에트라는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가 세워졌다.

비슷한 시기에 각 나라들이 어째 서로 극과 극의 길을 가게 됐는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는 그 제국주의의 본좌 영국도 자기 식민지들을 다 해방시켜 준 반면,
1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는 조선은 전혀 해방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해 보자. 민족 자결주의 따위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서 국제적으로 승인 받고 청과 러를 몰아내면서 어떻게 만든 식민지인데.. 아직 인프라 시설 투자도 덜 했고 제대로 뽕을 뽑은 것도 없는데, 당연히 전혀 풀어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훗날 1940년대에 와서는 한국은 일제로부터 해방되기는 했지만 이념 대립으로 인해 남북이 분단됐다.
그러나 남북 분단 정도면 감지덕지지, 중국은 대륙 전체가 적화됐다(중공). 원래 있던 중화민국은 타이완 섬으로 쫓겨나고(대만), 중공의 텃세에 밀려서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고 있다. 이제 대다수 사람들이 '중국 = 중공'이라고 생각하지, 대만을 떠올리지는 않으니 말이다.
우리 남한도 만약 6· 25 전쟁에서 졌으면 제주도 하나만 달랑 남아서 대만과 비슷한 처지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하루는 우연히 대만의 국가를 들어 봤다. (☞ 링크)
그러고 보니 "일어나라(찌라이~)"라고 시작하는 대륙 중공의 국가는 진작부터 접해 봤지만, 대만의 국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민주의는 우리가 따를 길 ...
밤낮으로 게으르지 말고, (삼민)주의를 따르라
맹세코 근면 용감하고, 반드시 정직하고 충실하라.
한 마음 한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라."

뭐야 이거.. 대만 국가는 왜 이렇게 고퀄이었던 거냐..?? 쓸데없이 고퀄... 아, '쓸데없이'는 아니지.
나 솔직히 삼민주의가 뭔지 몰라서 "삼대기율 팔항주의"를 말하는 건가.. 맨 처음엔 그걸 생각했었다. 엄청난 실수를 참회한다.
지나치게 일어나 싸워라 투쟁하라 반쯤 군가 같은 국가들보다 더 수준 높고, 너무 밍숭맹숭한 울나라 국가보다도 훨씬 낫다.

다음은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이며 나도 100% 공감한다.
  • 정말 성스럽고 거룩한 느낌이 물씬 난다. 자유를 염원하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국가라 자신한다. 삼민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이어나가자. 그리고 대륙에 민주주의를 꽃 피울때 진정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 평화와 정직함이 대만국가에서 느껴집니다
  • 이 노래가 천안문 광장에서 울려 퍼지길..
  • 전 국민 노예 만들면서 노예가 되기 싫으면 일어나라고 하는 '그 나라' 국가보다 더더욱 품격있는 국가였네요~~*
  • 저기가 진짜 중국이다. 가짜 중공은 중국이 아님
  • 중화민국(대만) 국가가 아주 듣기 좋으네요. 곡은 애잔하면서 장중하고 그리고 비장함까지 느껴집니다. 가사 내용은 더 없이 평화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본을 공격한다"가 아니라.. 누구 유언 말마따나 대륙을 공격이라도 해야겠구만..
우리로서는 러시아 대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듯이, 중공 대신 대만을 지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아 참, 중간에 잠깐 스타카토가 나오는 연출(?) 기법은.. 카이스트 교가 이후로 개인적으로 처음 본다. (... 과학도의 긍지와 포부를 안고...)

대만에는 저런 '국가'에 이어 국기에 대한 노래도 있다. (☞ 링크)
국기가는 국가보다는 템포가 더 빠르고 경쾌한데, 들어 보면 무슨 "시온 성과 같은 교회" 느낌이 나는 찬송가 풍이다. 애초에 "시온 성과 같은 교회"도 독일 국가 멜로디이기도 하고..
뭔가 대만 국기가에다가 가사를 그럴싸하게 붙여서 찬송가로 불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대만은 원래 중국 대륙을 차지하고 있다가 중공한테 패배하고 밀려난 나라이다. 중공은 대만까지 다 '단일 중국'으로 집어넣고 싶어서 안달이고, 반대로 대만도 "저거 원래 다 우리 땅인데.. 중공을 몰아내야 하는데.. (현실은 시궁창)" 이러고 있다.

한편, 올해 전쟁 때문에 시끄러웠던 우크라이나는..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독립한 나라가 아니라, 냉전..;; 지난 1991년에 소련의 붕괴와 함께 독립해 나온 신생국이다. 내가 자세한 내력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소련 시절에 강제 합병됐다가 다시 독립한 형태일 것이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서로 출신과 배경은 다르지만 "중공 vs 대만", 그리고 "러시아 vs 우크라이나"에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전자는 땅 넓고 거대하지만 비민주 독재 국가이고, 후자는 그 정반대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국내의 어느 케이블도 아닌 지상파 TV 방송국 말이다.
도대체 연출이나 편성 책임자가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는지 작년에는 도쿄 올림픽 때는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면서 체르노빌 원전 모습을 내보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전쟁이 났을 때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서 개그맨 출신 주제에 지도력이 의심스럽다고 비하 보도를 내보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와.. 이것들이 약소국을 대놓고 무시하나?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직싸게 규탄과 항의를 받고 국내 시청자들로부터도 욕을 바가지로 쳐먹은 뒤에 겨우 사과하고 문제의 영상을 내렸다. 이 정도면 방송 통신 위원회인지 어디서 징계를 먹여야 한다.
외국에서 울나라 소개하면서 삼풍 백화점 붕괴 현장이나 세월호 침몰 장면, 광주 사태 내전 벌어진 길거리 모습을 내보냈다고 생각해 보아라.

그 같은 방송국에서는 대통령 영부인을 천하의 요망한 개썅년으로 음해할 의도로,
비슷하게 닮은 대역을 써서 이상한 주작 영상을 만들고는 그게 영부인의 실제 행적인 것처럼 내보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게 들통나서는 또 망신 당했다. 이것도 엄청난 중징계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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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돼도 싸다~ 쌤통이다)

쟤들은 이념이나 정치색도 썩었지만, 저런 꼬라지를 보면 쟤들이 강자가 아닌 약자를 얼마나 깔보고 개취급하고 무시하고 갑질해 댈지.. 그런 것까지 쫙 느껴진다.
"아~~ 그 지잡대 야간대학원 다니면서 딴 석사학위 나부랭이쯤은 걍 반납하고 말죠~~ 그럼 됐죠?" 이랬던 그 태도와 똑같단 말이다.

내가 그래서 저것들은 정말 인간 취급을 하고 싶지 않다.
난 이런 거 잘 안 잊어버려.. 역사를 잊은 민족한테 미래는 없다며? 나는 미래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거든?
아무쪼록 그렇게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좋으면 마오가 아니라 장 제스가 있었던 대만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한때 국제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은 약소 신생 독립국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런 처지의 나라를 먼저 도와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23 08:35 2022/11/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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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북아시아 국가들

서유럽에서 영-프-독이 참 독특한 강대국인 것처럼 동북아시아의 한중일도 참 만만찮게 서로 극과 극이다. 먼저 올림픽 개최 내역을 비교하면..

  • 일본은 수도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을 두 번 치렀다(1964, 2020). 동계는 삿포로(1972)와 나가노(1998)에서 총 두 번 치렀다.
  • 중국은 수도 베이징에서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모두 한 번씩(2008, 2022) 치렀다.
  • 한국은 수도 서울에서 하계(1988), 평창에서 동계(2018) 이렇게 한 번씩 치렀다.

정치-외교 구도

  • 대한민국만이 직접 선거를 통해 유의미한 정권(= 집권 여당) 교체까지 이뤄지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야 뭐.. 일본은 저런 동네 정도의 비민주 독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므흣하고 특이한 면이 있다(자민당)..
  • 한때 러시아는 소련이라고, 중국은 중공이라고, 몽골은 몽고라고 표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들 1990년대 초에 우리나라와 정식 수교하면서 표기가 바뀌었다. 이때 북한과 나란히 UN 가입도 했고.. ‘북괴’라는 표기가 공식 용어에서 사라졌다.
  • 러시아-우크라이나하고 중국-대만이 뭔가 비슷한 사이인 것 같다.

2. 기념일

  • 일본은 참 신기하게도 1년 중에 낮과 밤 길이가 같아지는 두 날인 춘분이랑 추분을 일부러 공휴일로 만들어 놨다. 오~ 참신한데? 뭔가 이꽈 감성이 느껴진다.
  • 그리고 히로히토 천황의 탄신일인 4월 29일도 '쇼와의 날'이라고 해서 논다. 나름 20세기가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그리운 리즈 시절이라고 이때의 천황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해 놓고 노는 듯하다.
  • 그 반면, 우리나라는 한글날, 즉 자국 문자를 창제한 날을 공휴일로 기린다. 무척 독특하다.
  • 그리고 성탄절이 공휴일. 동북아시아에서 성탄절이 빨간날인 나라도 대한민국 남한밖에 없다.

  • 어린이날이 5월 5일로 우리나라와 같지만, 일본에서는 더 정확하게는 '남자 어린이날'이다. 여자 어린이날은 3월 3일인데, 그래도 공휴일은 남자 버전뿐이다. 신기한 노릇.. 하긴, 외국에서는 어린이날이 아니라 어버이날이 아버지의 날과 어머니의 날로 나뉜 경우도 드물지 않다.
  • 그 반면, 우리나라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 세분화된 게 아니라 종교 공휴일이 성탄절과 석가탄신일 모두 존재하는.. 특이한 나라이다.

4월 29일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윤 봉길 의사가 훙커우 공원에서 폭탄을 터뜨렸던 날이다.
윤 봉길은 천황의 생일에 맞춰 치러진 일제의 전쟁 승리 기념 행사 때 의거를 일으켰다. 그 반면, 그 천황 자체를 암살하려 했던 사람은 이 봉창 의사이다.

전에도 한번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일본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잊지 않는 근성이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하고 부럽게 느껴진다. 꼭 달력에 표시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의사자 이 수현 씨를 20년째 계속 추모하고 있고.. 2005년 후쿠치야마 선 탈선 사고 사죄한다는 말이 JR서일본 홈페이지에 아직까지도 박제돼 있고..

이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일본 항공도 신입사원들한테 JAL123 추락 사고 현장을 방문시키고 사고 잔해를 보여주고 희생자 위령비 참배를 시킨댄다. 1985년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이 사고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젊은 세대들한테도 자기 회사의 과거 흑역사 치부를 숨김 없이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저렇게 사고를 친 회사에서 직접 사죄하는 모습을 좀 볼 수 없을까..?? 글쎄, 세월호나 삼풍의 경우, 그 회사가 통째로 망해서 없어져 버리긴 했다만.. 씨랜드 화재 참사는 다시 생각해도 정말 답이 없는 막장 사례인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은 해상 사고를 한번 겪고 나서 전국의 초-중등학교들에 수영장을 설치했다고 그러는데.. 최소한 세월호 난동이나 민식이법보다는 훨씬 더 모범적인 대처인 것 같다.

물론, 걔들도 다 완벽한 건 아니다. 이 수현 씨 사고를 겪었다고 해서 그 많은 역에다 스크린도어를 다 도배하는 건 일본의 입장에서도 무리인 듯.. 그리고 후쿠치야마 선 사고 이후로 일본 특유의 그 가혹한 똥군기 이지메 문화가 좀 개선되기는 했나 모르겠다.

글쎄, 저렇게 과거를 잊지 않고 반성하는 것처럼 태평양 전쟁도 좀 반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허나, 그렇게도 목이 뻣뻣한 일본 정치인들이 그 정도로 애매한 표현으로나마 유감 표명하고 보상해 줬으면.. 반성을 전혀 안 한 것 역시 아니다. 최소한 북괴보다는 훨씬 더 사죄와 보상을 많이 했다.

또한, 정치가 아닌 민간에서는 "침략 전쟁을 사죄합니다. 제암리 학살을 사죄합니다. 우리 일본이 저지른 죄악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그만 됐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저희가 머리 박고 있겠습니다" 이러는 양심적인 일본인도 실제로 있다.

독일은 일본과 달리 나치의 죄악을 그렇게도 반성(?)하고 청산했다지만, 걔들도 이스라엘 같은 빽 있는 나라 말고 다른 듣보잡 민족에게 저지른 학살이나 전쟁 범죄는 나몰라라 하고 보상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결국 이런 건 여전히 힘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영역인 셈이다.

이웃 미국은 "스푸트니크를 잊지 말자, 진주만을 잊지 말자" 그러면서 당했던 것 이상의 설욕을 했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기술이 발달하고 안전 의식이 발달하면서 사회 시스템이 나아진 건 있지만.. 일제 식민지 이후로, 그리고 "잊지 말자 6 25, 때려잡자 공산당" 이후로 그렇게까지 절대로 잊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이를 악물었던 계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미국은 군인과 소방관을 극진히 존중하고 예우하는 그 특유의 문화도 정말 부럽기 그지없다. 선진국은 뭐가 달라도 다르고 분위기가 선진적이다.

3. 일본의 매체

일본은 1980~90년대에 어째 그리도 창의적이고 천재적이고 장인 정신 근성이 담긴(비록 성경적인 배경의 소재는 아니지만=_=) 만화와 영상물, 게임들을 많이 쏟아내면서 문화 산업에서 세계를 석권했는지 경이롭기 그지없다. 내가 일본 토박이었어도 이런 건 좀 국뽕을 해도 될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도 역량이 굉장히 많이 향상돼서 일본의 위상이 옛날 정도로 절대 지존이지는 않다. 허나, 저런 걸 옛날에 최초로 만들어냈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1) 모 일본 AV의 BGM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TOKYO-HOT (☞ 듣기), =_= 그리고 모탈 컴뱃 OST BGM은 뭔가 비슷한 성격의 음악 같다. =_=;; 병맛스럽지만 그래도 완성도 높고 잘 만들어진 경쾌한 테크노-_- 음악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일본이 성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도 개방적이고 야동 AV가 엄청 발달(...)했다지만.. 정작 일본 내부는 가정이나 결혼, 성 관련 관념이 아주 보수적이다. 듣기로는 일본 여자가 한국 여자보다 훨씬 더 다소곳하고 예의 바르고 착하고 신부감으로 더 좋다고 그럴 정도랜다.;;

(2) 한동안 에네르기파와 파동권..;;이 헷갈렸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자는 드래곤볼의 장풍이고 후자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장풍이었다. 다들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명작 일본 만화와 일본 게임이었다. ㅋㅋㅋㅋㅋ

(3) 도카이도 신칸센 개통 기록 영화. (☞ 보기)
작년에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대단하고 감격스럽고 부러우니 복습 차원에서 또 소개한다. 누군가가 우리말 자막을 넣어 주셨다.
도쿄는 1963년에 이미 저런 대도시가 돼 있었구나..;; 우리나라 서울은 아무리 일러도 1970~80년대는 돼야 저런 모양이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같았으면 '6 25 사변의 참화를 극복하고'라고 말했을 텐데.. 일본이니까 '2차 세계 대전의 참화를 극복하고'라고 말한다. 역시 이런 게 문화 역사 배경의 차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량 개발과 선로 건설을 전부 100% 자체 기술로 해냈다니.. 그것도 그 까마득한 옛날에? 그리고 개발 과정을 이런 고화질 컬러 영상으로 남겼다니.. 저때 이미 열차 집중 제어 장치(CTC)와 장대 레일을 취급했다니..

컴퓨터나 화면 장비, 각종 글자와 계기판을 봐야만 완전 옛날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아울러, 1960년대이니 비록 고속철도이지만 저 때는 아직 전부 콘크리트 노반은 아니고 재래식 목재 침목과 자갈 노반이 쓰였다.

(4) 도쿄 올림픽 픽토그램 (☞ 보기)
일본은 2020 올림픽 예고편? 티저 영상에서부터 약 빤 티를 철철 내더니, 올림픽이 개막한 뒤에는 50여 개에 달하는 운동 종목들의 픽토그램을 실사 재현한 근성 영상을 선보여서 또 세계를 놀라게 했다.

컴퓨터 아이콘이라는 게 없던 1964년 올림픽 때 저렇게 특징만 간소화된 그림으로 어떤 운동 경기나 장소를 나타낼 생각을 했다니, 쟤들은 디자인 내지 UX 쪽으로도 그때부터 굉장히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저 영상도 보면 애니메이션, CG, 실사가 마구 뒤섞이면서 정말 현란하고 정교하기 그지없다.;;.

4. 20세기 초중반의 항일물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국뽕 항일물이라고 하면 으레 1920년대 초중.. 그나마 독립군이 있고 의열단 투사들이 활동하던 시절이 제일 때깔 나고 간지 나고 영화를 만들 소재가 제일 많다. 그래서 2010년대 중후반에 쏟아져 나왔던 암살, 밀정, 봉오동 전투, 심지어 엄복동도 다 이 시기를 다룬다.

그 반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국뽕 항일물은 상하이 사변에 중일 전쟁 어쩌구가 배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1930년대이고 넉넉하게는 1940년대 초까지 가야 된다.

이때는 정작 우리나라는 윤봉길 이후로 국내에서의 항일 독립 운동이 거의 전멸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거리가 별로 없는 시기이다. 말모이(1940년대의 조선어 학회)처럼 성격이 많이 다른 영화가 하나 나왔을 뿐이며, 얘는 역사왜곡 각색이 엄청 많다. 실제 역사 다큐가 순수 쏘고기라면, 얘는 스팸도 아니고 거의 혼합 소시지 정도의 위치밖에 못 된다.

그리고.. 중국 국뽕 항일물에는 쿵푸 무협지가 꼭 들어간다. 일본군이 쳐들어왔다가 무림의 고수 한 명에게 쳐발리는 오글거리는 판타지 말이다. 이런 식으로 문화 배경의 차이가 있구나..!!

요즘 들어 유튜브 자동 완성에 왜 자꾸 이런 영상들이 뜨는지 모르겠다. ㄲㄲㄲㄲ 일본이 스시를 세계에 퍼뜨렸듯, 중국은 소림사니 어쩌니 하면서 자기가 모든 동양 무술의 원조라는 식의 이미지메이킹을 꾸준히 한 모양이다.

한국과 중국이 저렇게 유치하게 열폭하는 동안, 정작 원쑤 나라 일본은 자기들의 1920년~1930년대를 매체에서 어떻게 묘사할까?
2 26 쿠데타를 영화로 만들기는 했다고 들었는데, 그것 말고 뭐 영화화할 만한 소재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대동아 공영권에 덴노 헤이카 반자이" 이러는 극우 국뽕물이 당연히 있겠지만,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주류는 절대 아니라고 들었다.

5. 차이점

(1) 일본은 국력이 너무 강해서 사고를 단단히 쳐서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자위대)
그러나 한국은 국력이 약한 주제에 자기들끼리도 갈라졌고, 군대를 안 가면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징병제)

(2) 그리고 미국에서는 개인의 총기 소지와 관련된 헌법을 고치겠다고 난리인 반면,
일본은 국가의 군대 소유와 관련된 헌법을 고치겠다고 난리이구나~!

(3) 일본의 철도는 기존선이 협궤이고 고속철(신칸센)은 표준궤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철도는 기존선이 광궤이고 고속철(AVE)은 표준궤이다.

과거에는 군사 안보상의 이유로 인해 철도 궤간을 이웃 나라와 일부러 호환되지 않게 만들 정도였지만.. 오늘날은 이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담배에 대한 인식이 극과 극으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산업 혁명 근대화가 막 진행되던 시절의 철도와, 20세기 중후반의 철도는 위상과 역할과 기술 수준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4) 일본은 궤간의 차이 때문에 신칸센과 일반열차가 완전히 분리됐다. 고속선이 대도시의 도심 구간까지 고가 형태로 놓였다. 기존선은 화물이나 단거리 완행 연계로 싹 개편되었다.
그러나 한국과 프랑스는 모든 철도가 표준궤이기 때문에 고속철이 기존선과 직통 운행을 많이 한다. 그리고 기존선 일반열차도 서울-부산 장거리를 뛰는 게 여전히 남아 있고, 장거리 고속버스도 장사 잘 되고 있다.

역할 분담이 엄밀하게 되지 않은 것은 서울 시내버스들이 파랑-초록-노랑 역할 구분이 개편 당시에 의도했던 것만치 갈리지 않은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20 08:36 2022/11/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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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삼이라는 시인이 1971년에 발표했다는 <민간인>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본인은 먼 옛날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아주 어렴풋이 이런 시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시의 제목부터가 군인이 아닌 사람이라는 뜻에서 '민간인'이라고 지었던 것 같은데..
얘는 읽어 보면 정말 섬뜩하고 비극적인 내용임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헤밍웨이가 즉석에서 지었다는 6단어짜리 비극 소설이 곧바로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 분위기가 완전 비슷하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아기용 중고 신발 판매. 사용된 적 없음)


원래의 시에서 언급하는 시기인 1947년 봄은 아직 남한 단독 총선거를 하기 전이고, 북한이 자체적인 애국가와 인공기를 제정하기도 전인 완전 초창기였다. 하지만 남북 분단은 갈수록 굳어지고 남북 왕래가 어려워지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황해도 해주는 서쪽이 아니라 남쪽이 바다로 뻥 뚫려 있었다. 그러니 배 타고 전방의 바다를 향해 조금만 나아가면 38선 이남으로 갈 수 있었다.

빨갱이 치하에서 살 수는 없겠다 싶어서 이 지역 주민들 약간명이 모여서 탈북을 시도했다. 감시를 피해 보트 타고 해상으로 몰래 야반도주 중이었는데..
갑자기 아기 울음 소리 때문에 자기들의 존재가 노출되고 들킬 위험에 처했다. 그러자 아기의 부모는 눈물을 머금고 아기를 바다에 던져 버리게 됐다.

이게 바로 시가 묘사하는 상황이다. 시인은 어쩌다 보니 그 쪽배에 동승해서 이 사건이 벌어지는 걸 목격했던 모양이다.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이건 1947년 이후로 1970년대가 될 때까지 20년이 넘게 잊혀지지 않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인간이 너무 굶주려서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자기가 죽을 지경이 되면... 인륜이고 천륜이고 인간성이고 다 없어져서 거의 동물로 퇴화해 버린다. 그래서 자기 친자식이라도 잡아먹거나 노예로 팔아 버릴 수 있다. 이런 건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이다.

그런데 목숨 걸고 어디를 탈출해서 몰래 피난 가고 도망치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아기 울음 소리를 억제하지 못해서 걔를 불가피하게 버리게 되는 비극은.. ㅠㅠㅠㅠ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도망치다가 들키게 생긴 상황에서는 부모가 자기 한 몸만 희생함으로써 어차피 자녀라도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게다가 어영부영 하다가는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남까지 다 죽이게 되니까.. 도저히 답이 없다.

게다가 이런 사례가 역사적으로 드문 것도 아니다.
위의 '민간인' 스토리의 해상이 아닌 육로 버전도 존재한다고 한다. 38선을 넘어서 일가족이 야밤에 월남을 시도했는데, 공산군 초소 부근에서 아기가 우는 바람에 엄마는 얘 입을 강제로 틀어막았다. 허나, 위기를 모면하고 확인해 보니 아기는 그 사이에 질식사한 상태였다고..

1907년 평양 대각성--은사주의 논란은 일단 논외로..-- 당시엔 길 선주 장로부터 시작해서 자기 죄를 자백하는 회개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는데.. 그때에도 한 여인이 10여 년 전, 청일 전쟁으로 인한 피난 중에 자신의 아이를 죽게 했다며 참회했다고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아기가 너무 우는 바람에 근처의 나무에다 걔를 부딪쳐서 죽게 했다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고 독소 전쟁 당시의 온갖 끔찍 잔혹한 회고가 가득한 회고록이 있다. 여기서도 어느 애엄마가 적군에게 들킬 위험에 처하자 결국 울음 소리를 없애기 위해 자기 아기를 우물에 던졌다는 얘기가 나온댄다. 우물 속에서 울음 소리가 완전히 멎어 버리자 주변 사람들은 죄책감과 절망, 멘붕에 빠져서 침묵하고 만다.

성경에도 대환란 중의 피난 상황에서 "임산부와 산모에게 화 있으리로다" (마 23:19)가 괜히 기록된 게 아니었겠다 싶다.
아 하긴, 출애굽기에서 모세의 부모가 생후 겨우 3개월이던 모세를 더는 몰래 키우지 못하고 버리기로 결심한 주 이유도 울음 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출 2:2-3). 그래도 그 울음 덕분에 이집트 사람의 동정심을 사서 살아남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울러, 울음 소리 때문에 아기를 죽인 것보다는 덜 비극적인지 모르겠지만 6 25 사변 초기에 이런 믿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멀쩡한 남자들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곧바로 모병관 일행에게 붙들려서 군대로 납치에 가깝게 끌려가는 지경이었는데.. 어떤 4살배기 딸의 아버지는 징집을 피하려고 잘 짱박혀 숨어 있었다.

그런데 징집관이 그 아이에게 먹을것도 주면서 꼬드겨서 “네 아버지 혹시 어디 계신지 아니?” 이렇게 물었는데 애가 순진하게 아버지가 숨은 곳을 발설해 버렸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징집되어 끌려갔고, 전장에서 전사했다. 그 아이는 아버지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됐는지를 그로부터 수십 년 뒤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옛날에 어디에서 들은 얘기인데 지금은 출처를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한테 죄를 물을 수 없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 장병을 징집하는 업무를 수행했던 모병관을 비난할 수도 없다.
이런 것도 전쟁이 야기한 너무 슬픈 비극이다. 오로지 자기 권력욕을 위해 동족상잔을 추진한 이북 수뇌부들이 개XX일 뿐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8 08:35 2022/11/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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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0년대 우리나라 역사

우리나라는 먼 옛날 박 정희 때는 한창 고속도로 건설하고 자동차 만들고 제철소 짓고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다. 나라의 주 경제 구조가 농경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통째로 바뀌었다.
그 뒤 1980년대 전 두환 때는 최신 산업 트렌드가 정보 통신, 컴퓨터 쪽으로 바뀌었다. 삼성 전자에서 공돌이들을 갈아넣어서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8비트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80년대 말에는 벽돌만 한 크기의 엄청 비싼 휴대전화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저런 기업뿐만이 아니다.

  • 1980년대 중반에 ETRI에서는 전화기 전전자 교환기(TDX)를 100% 자체 개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 그리고 KIST 시스템 공학 연구소에서는 올림픽 경기 정보 시스템(GIONS)를 100% 자체 개발해서 실전에서 단 한 건의 장애 없이 잘 운영해 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일화도 경부 고속도로나 현대 포니, 포항 제철 "우향우 정신" 같은 아이템과 대등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얘들은 한번에 완성품이 짠 튀어나온 게 아니라, 수 년 동안 점진적인 발전.. 즉 진화를 거쳤다.
TDX는 첫 실용 모델인 TDX-1이 나온 게 1984년이고 상용화는 1986년이다.
GIONS도 1983년의 인천 체전, 전국 체전, 1986년 아시안 게임을 거치면서 검증과 보완을 거친 끝에 1988년의 올림픽 때 끝을 본 것이었다.

국내 체육대회는 시스템이 실패해도 세계적으로 망신 당할 일은 없기 때문에 위험 부담만 덜할 뿐이지... 자잘하게 관리해 줘야 하는 요소들, 경기 종목 수, 시스템의 복잡성은 올림픽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적합한 아이템이었다. 단지, 이런 것들을 비현실적으로 짧은 시한 동안 다 발로 뛰며 조사하고 코딩 구현을 해야 했던 연구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밀레로 갈려 들어갔다.;;

물론 둘 다 40여 년 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철 지난 완전 구닥다리 레거시 기술일 뿐이다.
경부 고속도로의 옥천 당재 터널이 그 당시에는 부족한 자본과 기술, 열악한 여건에서 그렇게도 고생하면서 처절하게 만들어졌지만, 30여 년 뒤에는 도로가 통째로 다른 고가로 이설되고 그 길과 터널이 쓰이지 않게 된 것처럼 말이다.

휴대전화가 어떻고 LTE/5G 기술이 어떻고 하는 와중에 겨우 유선 전화기의 회선 연결을 자동화해 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하지만 쌍팔년도 이전 옛날에는 전화기 하나조차도 기계값과 회선값이 너무 비싸서 집집마다 집집마다 장만하기 곤란한 첨단 문명의 이기였다.

시외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 치면 무슨 국제 전화를 거는 것처럼 보통일이 아니었다. 통화료가 폭증하기 시작했으며, 지역번호 체계도 완전 꼬여서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전자식 교환기가 도입되기 전에 백색 전화 청색 전화는 뭐, 나도 겪어 본 적 없는 옛날 일이고..

전전자 교환기가 저렇게 개발된 덕분에 1980년대 이후부터 유선 전화 인프라가 우리가 아는 그 체계로 정착될 수 있었다. 1천만 회선 돌파니 2천만 회선 돌파가 손쉽게 가능해졌다.
이거도 주어진 예산과 기한 안에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향우 해서 바다에 뛰어내려 다같이 자폭하겠..."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인사상의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팀원들 모가지를 걸고서 예산 따내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_-;;

그리고 GIONS도 말이다. 지금 관점에서야 뭐 흔하디흔한 SI 구축일 뿐이니 스펙대로 DB 설계하고 서버 돌리고 웹사이트 만들면 끝일 것이다.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스프링이니 아파치, 톰캣 등..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를 끌어다 쓰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 때가 1980년대였다는 거다. IBM 메인프레임에다가 코볼 언어로 코딩을 하던 시절이고, 이공계 출신 중에도 컴퓨터라는 물건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이던 때였다. 컴퓨터 관련 기술은 하드웨어건 소프트웨어건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폐쇄적이었고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었다.

그런 여건 하에서 저런 대규모 SI를 국내 기술로 해내서 국제 대회 기록을 성공적으로 집계하고 보도 자료를 내보내서 첨단 IT 올림픽을 선보인 것이니.. 정말 칭송받아야 마땅한 일인 것이다.

2.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우리나라는 휴대전화라는 게 전국민에게 저렴하게 보급된 건 거의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인터넷 전용선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기지국이 전국에 쫙 깔린 덕분이다. 그러고 나서 아이폰을 필두로 해서 스마트폰이란 게 대중화된 건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그 전에도 벽돌만 한 크기의 휴대전화라는 게 없지는 않았다. 특히 자동차에 카폰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얘는 원리가 무전기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어서 회선 수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기기 가격과 개통 비용이 살인적으로 비쌌다.
주파수 공용(TRS) 기술이 도입되면서 그나마 회선 문제는 좀 해결된 듯하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카폰은 부자만을 위한 엄청난 사치품인 건 변함없었다. 하긴, 1990년대 초엔 우등 고속버스의 앞자리에 이동식 공중전화도 있었으니 이 또한 정말 최고급 서비스였다.

이때 모토롤라가 무전기 내지 자동차용 카폰 제조사로 유명했다. 노키아 내지 블랙베리는 휴대전화보다는 더 나중의 피처폰/초창기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회사였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으로 평정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많이 몰락했다. 코닥 사가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개발까지 해 놓고는 21세기 들어서 몰락하고, LG 전자가 피처폰만 공략하다가 삼성과는 완전 정반대 처지로 전락한 것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게 1983년, 모토롤라에서 내놓은 거의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휴대전화인 '다이나텍'이다.
40년 전에는 이것만으로도 정말 세계 최첨단.. 돈 많고 어디서나 바쁘게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정부 요원 대기업 중역들이나 쓰는 물건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저건 쿵 퓨리에서 히틀러가 빼앗았던 물건이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전화기에다가 총질을 하자 전화를 받고 있던 사람이 사살 당하는 그 장면.. =_=;;;

3. 지상파? 공중파?

케이블/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방송 말고, 평범한 전파 수신만으로 쉽게 청취· 시청 가능한 KBS, MBC 같은 방송을 흔히 '지상파'라고도 부르는데.. 반대로 '공중파'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어떻게 서로 정반대 용어를 한 개념에다 사용할 수 있을까??

찾아보니 '지상파'가 맞다고 한다. 하긴, 나도 '지상'이 있는데 저 '공중'은 설마 空中(in the air)일 리는 없고 公衆(public)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sky wave를 가리키는 空中파도 있긴 하지만 그건 별개 분야의 기술 용어이다. KBS MBC 따위를 가리킬 때는 지상파 방송국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워딩이다.

종이 신문이 엄청 많이 몰락한 것처럼 통상적인 지상파 방송도 많이 몰락하고 사람들의 눈에서 차지하는 파이의 크기가 작아졌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게 많이 잡아먹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이 완전히 망해 없어지거나 권위가 무너진 것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아프리카 개인 방송 나부랭이가 아니라 KBS/MBC/SBS 텔레비전에 어떤 형태로든 출연하는 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4. 회선 vs 패킷

데이터 통신에서 아주 기초 원론적인 방법론 구분으로는 “회선(circuit) 교환 방식”과 “패킷(packet) 교환 방식”이란 게 있다.
둘의 차이를 통신이 아닌 교통에다가 얼추 비유하면 이렇다.

회선은 에스컬레이터, 스키장의 곤돌라,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처럼.. 중앙 기계실에서 거대한 와이어를 당겨 주고, 승객이나 객차는 그 와이어에 올라타서 이동하는 방식이다. 객차에는 딱히 동력이 없다.
패킷은 그렇지 않고 사람들 태운 자그마한 자동차들이 각자 목적지까지 스스로 굴러가는 방식과 같다.

전자는 처음 구축하는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들고, 후자는 구현하고 운영하는 기술적인 난이도가 더 높다.
그러나 결국 후자가 더 장거리 대량 수송에 더 적합하고, 트래픽이 가변적일 때에도 더 유동적으로 대처 가능하다.

전자 정보 통신 쪽 배경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두 방식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과금 체계이다.
25년쯤 전 옛날에 모뎀으로 PC 통신 내지 인터넷에 접속할 때,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각종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모든 요금이 시간 단위로 매겨졌다. 파일 다운로드를 하건, 가만히 놀고만 있건 무조건 분당 몇백 원꼴.. 이건 회선 방식이요,

지금 4G 데이터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요금은 모두 데이터 용량 단위로 부과된다. 몇 기가바이트당 얼마.. 요건 패킷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옛날에 모뎀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던 시절엔 그럼 자기 컴퓨터는 IP 주소를 받는 게 있는지? 전화선으로 패킷 기반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해서 중간 계층에서 무슨 일이 이뤄지는지..?? 갑자기 문득 궁금해진다. 인제 와서는 별로 알 필요도 없는 구닥다리 기술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5. 와이파이와 https

버스나 지하철, 공원에서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나면, 보통은 맨 처음에 와이파이 제공자에서 만들어 놓은 시작 페이지만 뜬다. 여기서 로그인을 하든지 ‘와이파이 사용’ 같은 걸 클릭해서 최소한의 인증을 거쳐야만(광고 시청..)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인증을 통과하기 전에는 다른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아마 DNS 계층 차원에서 요청이 몽땅 씹히고, 시작 페이지로만 강제 포워딩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http 말고 암호화가 돼 있는 https 방식 사이트는 이런 식으로 강제 포워딩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증을 통과하기 전에도 https 사이트들은 들어갈 수 있는데..
요즘은 https가 아닌 사이트를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러니 저런 단순한 강제 포워딩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https에서는 강제 포워딩을 구현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건지..??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공공 와이파이도 접속한 뒤에 잡다한 인증 없이 바로 인터넷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주 겪지는 않았지만 오로지 https 사이트만 되고, http는 아예 금지하고 막아 버린 경우도 있었다.
와이파이 쪽도 연결 방식과 각종 보안 기술이 많이 바뀌어 온 것 같다. 그런데 와이파이 AP 자체에도 암호가 걸린 보안 접속이 있고, 와이파이 첫 화면에도 보안 연결 기능이 있는데 이런 건 https와는 별개인 타 계층에서의 보안인 건지? 잘 모르겠다.

코넷(kornet)이 모뎀으로 인터넷 연결하던 시절의 사업자/상표 명칭이었다면, 네스팟(nespot)은 와이파이라는 게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절의 명칭인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5 08:36 2022/11/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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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고

(1) 2009년에는 어째 김 대중과 노 무현.. 일단 '그쪽' 계열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별세했는데..
어째 2021년에는 전 두환과 노 태우.. 역시 반대편 계열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나란히 별세했다.
전 두환부터 노 무현까지는 참 공교롭게도 재임한 순서의 역순으로 별세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그나저나 전 두환은 장지를 정하기는 했나? 그 뒤로 소식이 없으니 모르겠다. 별세한 전직 대통령 중에 유일하게 묘소를 비공개 비밀로 간직하려는지?? 궁금하다.

(2) 우한 폐렴 때문에 시끌벅적했던 2020년에는 박 원순 서울 시장, 백 선엽 장군, 이 건희 회장을 잊을 수 없다.

(3) 올해는 연초에 송 현 선생, 이 송오 목사가 세상을 떠났고, 문학계에서는 김 지하 시인과 이 외수 소설가가 봄쯤에 별세했다.
여름엔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암살 당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났다.
이 외에도 1920년대생 유명인사인 송 해 옹과 김 동길 박사가 나란히 고인이 됐다.

이 정도면 올해는 유명인사의 부고가 여느 해보다는 많은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워낙 고령인 촘스키의 부고가 언제쯤 전해질지? 그리고 이 사람의 사후에는 언어학계의 판도가 어찌 달라질지 무척 궁금하다.

2. 사건· 사고들의 유사점

(1) 사고
지금으로부터 2년쯤 전인 2020년 7월 23일엔 부산에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부선 철길을 아래로 입체교차하던 초량 제1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돼 버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를 주행 중이던 차량들이 날벼락을 맞았는데, 이때 한 20대 딸과 그 어머니 모녀 중에서 어머니만 구조되고 딸은 목숨을 잃었다. "너라도 여기를 헤엄 쳐서 빠져나가서 살아라"라고 딸의 손을 놔 준 것이 정반대의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9월 초엔 태풍 '힌남노' 때문에 포항에 물폭탄을 맞아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몽땅 침수됐다. 이번에는 차를 빼내려고 내려갔던 사람들이 참변을 당했는데.. 그 중에는 10대 중학생 아들을 포함한 '모자'가 있었다.
이때도 2년 전의 부산과 같은 패턴으로 모친은 천장 근처에서 버티고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반면.. 모친이 자신과 일부러 떨어지게 한 아들은 숨지고 말았다.

(2) 강력 범죄
지난 7월에(15일)는 인하대 재학생 강간치사 내지 살인 사건이 벌어졌으며, 그로부터 딱 두 달 뒤에는(9월 14일) 신당 역 역무원 스토킹+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물리적인 범행 방식은 서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같은 조직에 소속돼 있는 동기 남자가 동기 여자를 죽게 한 안타깝고 악질적인 범죄라는 점에서는 성격이 좀 비슷해 보인다.

(3) 실종
그리고 지난 여름엔 하필 가양 역과 가양대교 일대에서 20~30대 남녀가 세 명이나 나란히 실종된 것을 기억하는가? 굉장히 괴이하게 느껴진다. 어느 20대 여성(김 가을)이 6월 말에, 그리고 20대 남성(이 정우)과 30대 여성(박 수민)이 8월 초에 그 뒤를 따랐다.
그 뒤로 이 사람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감감무소식 상태이다~! 단, 제일 먼저 실종됐던 20대 여성은 유서가 발견됐기 때문에 어디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20대 남성은 9월경에 강화도 쪽 갯벌에서 아예 하반신만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30대 여성 역시 안타깝지만 이 시점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4) '암살'이 비슷한 패턴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2콤보 이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인류 역사상 다음 사례 말고 더 있는지 궁금하다. 다들 왕이나 대통령을 죽인 내란/반역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성경 북왕국 이스라엘: 엘라 - 시므리 - 오므리 (열왕기상16, 부하)
  • 중국 당나라: 안록산 - 안경서 - 사사명 - 사조의 (아들과 부하)
  • 1960년대 미국: 케네디 - 오스왈드 - 잭 루비 (생면부지)

3. 괴이한 미스터리

(1) 작년에 반포 한강 공원에서 발생했던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은 한때 전국을 굉장히 떠들썩하게 하긴 했지만, 아무도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 없이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이다. 옆의 친구가 따로 음흉한 짓을 했다는 증거는 전무하고, 안타깝지만 고인이 술 마시고 혼자 입수· 실족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건 2016년 말에 "망원" 한강 공원에서 발생했던 한강 "여대생" 사망 사건과도 굉장히 비슷한 패턴이다.

사람이 술이 잘못 들어가서 정신줄을 놓으면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특히 음주운전) 자기도 그냥 차도로 뛰어든다거나 물로 뛰어들고 상상을 초월하는 민망한 짓을 할 수 있나 보다. 물론 그 정도면 아주 극단적인 사례이겠지만 그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한 사망 사건? 사고?가 지금까지 여러 건 있었다.
딱히 범죄 정황이나 엽기적인 아이템이 없고, 전말을 자세히 보도하면 고인의 명예에만 누가 될 것 같으니 그냥 괴이한 미스터리 미제 사건처럼만 보이게 사건을 덮고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2) 허나 2019년, 부산에서 벌어졌던 어느 20대 여성의 '알몸 소화기 난동 사건'은.. 글쎄다. 아무리 유족의 요청이 있었다지만, 사건의 괴이함에 비해서 너무 빨리 비공개되고 묻혀 버리고 언론 보도가 싹 없어졌다. 부산에서 그런 엽기적인 짓을 한 사람이 불과 5~6시간쯤 뒤에 창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무런 범죄 용의점 없이, 정말 미친 정신병자가 사고 한번 치고 나서 평범하게 자살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점이 많다.

전에 한번 글로 썼었지만, 2002년에 전라선 상행 새마을호 3연속 건널목 충돌 사고, 2011년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 그리고 2019년 저 사건이.. 모두 8~9년 간격으로 5월 1일에 벌어졌다는 것도 굉장히 기묘 기괴한 우연이다.

(3) 끝으로 2012년 5월 4일 아침에 안양 모 오피스텔 내부에서 어떤 여성 모양의 미확인 물체가 추락했다는 사건 영상은..
이거 뭐 로스웰 외계인 시신 해부 동영상에 필적하는 괴담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 물체는 외계인 시신이고, 무슨 오징어 게임 진행요원처럼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치우는 관리소 직원들은 외과 의사(?)에 대응한다.
2012년 당대도 아니고 2020년대가 다 돼서야 갑자기 주목받는 것도 그렇고.. 마침 같은 날 비슷한 지역에서 어떤 여성 영어 강사도 실종됐다는데 그것도 갑자기 부각되고 있으니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

마네킹이나 리얼돌에서 돼지 피가 튀었다는 변명은 말도 안 된다. 저 영상에 찍힌 관계자들이 사체유기 급의 구린 점이 실제로 있거나.. 아니면 로스웰 동영상이 그랬던 것처럼 사건 자체가 주작 낚시이거나.. 나로서는 그런 극단적인 쪽으로 추측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2 19:36 2022/11/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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