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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먼 옛날.. 특히 성경 시대

(1) 처음엔 병거라는 게 운용되다가 나중에 군인이 직접 말에 타는 걸로 바뀌었다.
모세 일행을 추격하러 나섰던 이집트 군대, 엘리야의 승천 장면.. 그러다가 요한계시록의 말 탄 자들
안장과 등자가 발명되고 말이 품종 개량되어 덩치와 체력이 커진 덕분이다.

(2) 옛날의 공성전의 후신이 오늘날로 치면 참호전 정도 되겠다.

(3) 그러고 보니 성경에는 수많은 전투 장면이 나오지만, 딱히 해전이 기록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요나서와 사도행전이 바다 냄새 풍기는 스토리가 많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항해와 난파 얘기이니까..

1. 육군, 총기

(1) 주 무장이 냉병기에서 화약 총포로 바뀌면서, 군인과 무인은 영역이 달라지고 차이가 더욱 커졌다. 무인과 가깝고 개인의 피지컬이 크게 부각되는 병과는 특수부대나 저격수, 공작원 같은 쪽으로 세분화되고, 장교보다는 부사관의 성격이 강해졌다. 큼직한 방패나 금속 갑옷이 없어지고, 방어구는 방탄모나 방탄조끼 정도만 남았다.

(2) 1700년대까지만 해도 군인들이 빨강 파랑 등 화려한 군복을 입고 직접 전장에서 싸웠지만(나폴레옹, 미국 독립전쟁 등).. 지금은 그렇지 않고 그냥 활동하기 편하고 위장 잘 되는 칙칙한 색상으로 전투복이 싹 바뀌었다. 이젠 계급장이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조차도 실전에서는 위험한 지경이니까.. 무연화약이 발명되고 개인 각개전투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화려한 군복은 사관생도 예복으로나 남아 있다. 제식이나 총검술 같은 그냥 옛날 군대 legacy이다.

(3) 총이 발명되기는 했지만,
옛날에는 화약 가격이 그렇게도 비싸서 천하의 영국군 레드코트조차도 실탄 쏘는 훈련을 평소에 좀체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훗날 1차 세계 대전 때는 유대인 과학자 ‘하임 바이츠만’이.. 화약 만들 때 필요한 아세톤을 쉽고 저렴하게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나라를 구하고 영국의 승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4) 공용화기인 기관총 말고, 개인화기가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으면 두두두두 갈겨지는 ‘자동’ 모드까지 지원하기 시작한 지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총은 전문적인 기관총이 아니기 때문에 방열 능력에 한계가 있는지라, 정말 1시간 동안 계속 갈기고 있을 수는 없다.

19세기 사람들은 기관총만 갖고도 너무 놀라서 이제 사람들이 무기의 위력이 너무 무서워서 전쟁을 선뜻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실제로는 기관총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고, 나중에 핵무기까지 발명된 뒤에야 진짜 현타가 찾아오게 됐다.

권총은 작아서 불순한 용도로 은닉하기 쉽기 때문에, 군용 소총은 사정거리 길고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규제가 심하다. 민간인이 수렵이나 호신 용도로 그나마 가장 쉽게 구경하고 보유할 수 있는 총은 위의 두 속성과는 거리가 먼 산탄총이다.
권총은 경찰에게 적합하다. 군대에서는 빈약한 보조 무장에 지나지 않지만, 경찰에게는 그게 삼단봉이나 테이저 건 다음으로 최후에 등장하는 최강의 무력이다.

2. 해군

(1) 목재 범선 시절에는 배수량 겨우 몇백 톤짜리 작은 배에 수십 명의 선원이 타고 대양을 건너고 이걸로 심지어 전투도 벌였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그 시절 화력으로는 배를 통째로 다 파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적선에다 다리 놓고 쳐들어가서 배에서 백병전 벌여서 승무원들만 제압하고, 배는 노획하거나 심지어 빼앗겼던 배를 도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공성전이나 시가전이 건축물 대신 배에서 벌어지는 거나 마찬가지.. 요즘 같으면 적군이 아니라 그냥 테러리스트나 해적과 싸우는 것하고 비슷한 양상이다. -_- 배를 통째로 격침시켜서는 안 되고 인질도 보호해야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하긴, 옛날에는 해군과 해적의 구분도 지금만치 분명하지 않았고, 국가 공인 해적인 사략선 같은 조직도 있었다.

(2) 옛날 범선 시절엔 대포들이 배 옆구리에 일렬로 쭈욱 늘어서 있었으며, 그 구조상 위로 발포는 불가능했다.
이런 배를 전열함이라고 불렀는데, 배의 재질이 철로 바뀌고 동력원이 돛 대신 엔진으로 바뀌면서 현대적인 의미의 전함이 등장했다. 20세기가 돼서야 함포가 밖으로 돌출돼 나오고 구경이 더 커지고, 나름 고각으로 대공 발포도 가능해졌다.

(3)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전에서는 포의 사정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바다야말로 아무 지형 장애물이 없으니, 우리는 안 맞고 적은 맞을 수 있는 사정거리에서 포 쏴서 맞히면 장땡이었기 때문이다. 포의 사정거리를 올리려면 배가 커져야 했다.
물론, 적선이 아예 보이지도 않고 지구의 둥근 곡률을 실감할 정도로 수십~수백 km 이상 아득히 먼 곳에서 쏘는 수준은 아니었다.

(4) 러일 전쟁 시절엔 전투기 폭격기라는 게 사실상 없다 보니, 러시아 발트 함대가 인도양 건너 무려 7개월을 항해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왔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삽질인 것 같은데..??
러일 전쟁은 육군의 203 고지전과 해군의 쓰시마 해전이 같이 존재하는 것도 그렇고.. 양상이 굉장히 특이했다. 40여 년 뒤에 소련군이 일본 관동군을 박살내는 방식은 그때와는 또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은 핵무기가 너무 위력이 강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더는 이걸 갖고 경쟁을 하지 말자고 나라들이 조약을 맺게 난리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너도 나도 대형 전함을 개발하는 게 요즘으로 치면 핵 개발을 하는 것과 비슷한 군사 위협이었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우리 다같이 일정 배수량을 넘게 전함을 만들지는 말자는 조약을 서로 체결할 정도였다. 참 격세지감이다.

(5) 그러나 요즘 군함은 2차 대전 시절의 전함보다 오히려 다시 작아졌다. 엄청나게 거대한 배는 항공모함뿐이다. 그건 배가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함재기가 싸우는 거고..
항공모함을 표방하는 프로토스 캐리어와, 태평양 전쟁 시절 대형 전함을 표방하는 테란 배틀크루저의 관계가 더 잘 와 닿을 것이다. 후자는 심지어 포 이름조차도 ‘야마토’이다!!!
대형 전함은 대형 대륙 횡단 여객선과 동급으로 유행이 끝나서 퇴역했다. 하지만 해병대의 입장에서는 재래식 전함이 있어서 나쁠 게 없다. 상륙 작전 때 뒤에서 사정거리 수십 km에 달하는 함포를 펑펑 쏘면서 아군을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엄호 사격이 아닌 엄호 포격..!!

여담이지만, 군함뿐만 아니라 도로도 비슷하게 스케일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은 대도시라도 시내 도로를 예전처럼 너무 큰 10차로, 12차로 급으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을 우대하는 쪽으로 도시를 설계한다.
시내 도로는 뭔가 전함 같고, 보행자가 아예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나 고속도로는 항공모함에 대응하는 것 같다. 차라리 후자는 전자보다 더 커질 여지가 있다.

(7) 그나저나 잠수함은.. 여느 수상함과는 성격이 좀 다르고, 육군 저격수 같은 특수 병과의 해군 버전 같은 느낌이 든다. 저격수의 바다 버전이랄까? 하긴, 저격수는 전투복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길리슈트를 입고 잠복한다.;;

3. 공군

(1) 2차 대전까지만 해도 전투기가 고작 왕복엔진 프로펠러기였다는 것, 원자폭탄을 미사일로 날린 게 아니라 유인 폭격기가 직접 투하했다는 것..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제트 엔진이라는 게 아직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태평양 한복판에서 항공모함 함재기끼리 싸운 전투만 해도 가히 그 시절로서는 SF급의 첨단 전투였겠지만,
적선 근처까지 직접 저공 비행해서 폭탄이나 어뢰를 떨궜던 급강하폭격기와 뇌격기는.. 뭔가 심하게 위험하고 삽질스러워 보인다. 저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이것도 다 미사일이란 게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로켓 엔진은 제트 엔진의 파생형이다.

(3) 적성국가에서 누가 적기나 적선을 몰고 귀순해 와서 그걸 갖다바치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이 주어지며 그 사람은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이런 캐이득 귀순을 적극 유도하고 장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나마 배는 느리고 승무원이 많기라도 하기 때문에 돌발행동이 극히 어려운 반면, 전투기 같은 건 한두 명밖에 안 타는데 기동성은 넘사벽이다. 그러니 조종사가 나쁜 마음 품으면 그 비싼 국가 자산을 갖고 돌발행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계 각국에서는 수송기도 아니고 전투기 조종 정도면 간부인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부사관도 아니라 장교에게 맡긴다. 수백 kill을 자랑하는 인간흉기 최정예 저격수나 특전사 대원은 부사관이지만, 전투기 조종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허나, 구 일본군은 이런 어마어마한 전투기를 운용한 군인의 계급이 꼴랑 ‘병’이었던 유일한 군대이지 싶다. 다시 말하지만 전투기를 정비하는 군인이 아니라, 조종하고 그걸로 목표물을 공격하던 군인 말이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다.

(4) 해병대가 육군과 해군 사이에서 좀 짬뽕 같다면(병의 복무 기간은 육군과 동일하지만, 그래도 간부는 장교는 육사가 아닌 해사 출신).. 항공모함 함재기는 공군과 해군 사이에서 좀 짬뽕 같다. ㄲㄲㄲ
육군과 해군이 운용하던 항공대가 독립해 나가서 공군이 됐는데.. 미국은 아직 상징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 공군에서 우주군이라는 걸 따로 독립시키려는가 보다.

4. 여담: 총알과 포탄과 미사일

오늘날 바다에서 군함들이 서로 보이는 곳에서 총포를 주고받는 건.. 그냥 옛날 백병전이나 전열보병과 다름없는 짓으로 취급된다.
아니면 저건 우리나라 제2 연평해전 때 그랬던 것처럼.. 확전을 억제하려고 우리 쪽에서 비정상적으로 불리하게 봐 주고 먼저 얻어터져 줬을 때에나 벌어지는 일이다.

그것처럼 전투기에서 기총사격..?? 이건 뭐 육군으로 치면 대검이나 권총 딱총 정도의 초라한 무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무장도 가끔은 필요할 때가 있고, 또 미사일 만능주의만 외치기에는 미사일은 너무 비싼 무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총포 같은 재래식 무장이 육해공을 막론하고 완전히 퇴출된 건 아니다.

  • 한번 동력을 얻어서 날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엔진이 달려서 추진을 하면 그건 로켓이나 어뢰 같은 물건이 된다.
  •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폭발해서 파편도 날리면 그건 단순 총알 탄환을 넘어서 수류탄이나 포탄, 폭탄이 된다.
  • 거기에다가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라 목표물을 향해서 방향 전환까지 하면 그건 유도탄이나 미사일이라고 불린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0 08:36 2023/07/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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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

1930년대에 일본군 장성인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미국으로 여행인지 출장인지를 갔는데..
시골 깡촌의 평범한 소녀가 공구를 들고 와서 자동차가 퍼진 걸 뚝딱 수리하는 걸 목격했다.
그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천조국의 저력을 직감하고 경악했으며, 일본은 이런 나라와 전쟁을 벌여서는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참고로, 옛날에 성경 번역자 틴데일은.. 시골에서 소 모는 꼬맹이 조무래기라도 교황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고 자국어로 성경을 암송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근데 이 미친 나라는 어떻게 듣보잡 시골 처자조차 기계를 이렇게 잘 다루느냐 말이다.

2. 컴퓨터

한편, 1940년대인가 50년대인가, 컴퓨터 과학자 폰 노이만은 거의 인간 컴퓨터 급의 큰 수 암산이 가능했으며, 그냥 머릿속으로 기계어 코드를 쭈룩 읽고 쓰는 게 가능했던 천재 괴수로 유명했다.
자기 제자들이 컴파일러는커녕 어셈블러를 만드는 것조차 별로 달갑지 않게 봤을 정도였다. 프로그램을 짜고 싶으면 사람이 그냥 직통으로 0 1 쑤제 암산 기계어 코딩을 하면 되지, 엔지니어가 지 한 몸 편하자고(!!) 그 비싸고 거대하고 귀한 컴퓨터를 갖고 무슨 자원 낭비 잉여짓을 하느냐고, 그렇게 힐난을 가했었다.

하긴, 폰 노이만은 컴퓨터에 대해서 '프로그램 내장형 모델'이라는 개념 자체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었다..!!!
컴퓨터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진공관 배선을 바꾸고 천공 카드를 교체하는 식의 물리적인 노동으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이 지시사항 역시 프로그램이 취급하는 데이터와 동급으로 메모리 상의 정보 중 하나로 간주시키는 발상이다.

요즘처럼 키보드 코딩만으로 간편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진 것 자체가 이런 개념이 도입된 덕분이다.
그러니, 자기가 이 정도로 프로그래밍 환경을 개선했으니, 더 편한 요행 꼼수를 바라지는 마라~~ 그런 생각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3. 저격총

역시 2차 세계 대전 때.. '시모 해위해'라고 적군 수백 명을 사살한 핀란드의 전설적인 저격수가 있었다.
그는 저격 잘 하는 비결이랍시고 번거로운 조준경 따윈 없는 게 낫다는 말을 씨부려서 다른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지 혼자 시력이 2.0 3.0을 넘기라도 하는지.. 아무도 이해하지도 이행할 수도 없는 비현실적인 조언을 조언이랍시고 진지하게 남겼던 것이다.

하긴, 그 시절엔 레이더도 없거나 뒤늦게 개발됐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 폭격기 조종사 역시 시력이 좋은 게 지금보다 아득히 유리하게 작용하긴 했었다.

이것들은 대단한 일화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 시대 사람들이 오늘날과 같은 급의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요즘 컴퓨터와 운영체제 같은 여건에서 기계어 코딩을 한 건 아니라는 점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지금 자동차나 컴퓨터는 정말 저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호락호락 직접 만지고 고칠 수 있지 않다.

제 아무리 천재 괴수 폰 노이만이라 해도, 그 시절에 컴퓨터라는 건 핵 실험이나 탄도 계산, 일기예보 시뮬레이션을 위한 거대한 계산 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국가 기관· 연구소만의 전유물이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엄청 비싸고 귀하신 몸이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일반 양민들이 개나 소나 그 거대한 컴퓨터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를 살았거나 그걸 예측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컴퓨터 자원에 대해서 극도로 아껴 쓰고 절약하자는 마음이 뼛속까지 몸에 배겼으며, 그런 사고방식이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와 결합했기 때문에 '쓸데없이 어셈블러 따위'라는 갈굼이 나온 것이었다. =_=;;;

지금이야 한낱 작업자의 편의 때문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 때문에라도 프로그래머들에게 고급 툴과 컴파일러는 듬뿍 쥐어 줘야 한다. 폰 노이만이라도 Windows용 exe 실행 파일을 맨땅에서 만들지는 못할 것이며, 근본적으로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키가 3m인 인간흉기 골리앗, 특수부대 할아버지라 해도 현대의 전장에서 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시모 해위해도 기술이 훨씬 더 향상된 오늘날의 저격 소총을 보면 조준경 불필요 소신을 바꾸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전장에서 수백 명의 적군을 조준경 없이 저격 사살하긴 했지만, 그 대신 저격 거리도 km급이 아니고 우리 생각보다 짧았다고 한다(2~300m). 그만큼 더 위험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4. 비행기

20세기 중반의 천조국 기준으로.. 컴퓨터 업계에 폰 노이만이 있다면, 항공 업계에는 '켈리 존슨'(1910-1990)이라는 정말 전설적인 괴수 엔지니어가 있었다.
이 사람은 평생을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이 아니라 비행기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에 뼈를 묻었다. 이 사람도 조종을 안 한 건 아니지만, 평범한 여객이나 군용 조종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기체의 안정성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테스트 파일럿' 명목이었다. ㄲㄲㄲㄲㄲ 즉, 여느 파일럿과는 급이 다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람은 록히드에서 일하다가 미국의 최신 항공 우주 기술의 산실인 스컹크 웍스의 수장을 역임했고.. 네바다 주에 그 비밀 실험 기지인 AREA 51을 직접 구상하고 만들기도 했다.;;
전투기 P-38, 최초의 제트 전투기 F-80 슈팅스타 쌕쌕이, 마하 2를 최초로 돌파한 F-104, 고공 정찰기 U-2와 SR-71 등..

컴퓨터도, 캐드도 없던 시절부터 이 사람은 인간 컴퓨터나 인간 백과사전이 아니라, 그냥 걸어다니는 풍동 실험실이었다.
"비행기를 이렇게 만들고 날개의 모양과 크기와 각도를 이렇게 만들어서 저렇게 조종하면 실제로 이렇게 날아갈 것이다, 성능과 안정성이 이럴 것이다.. 이 디자인은 요런 비효율과 문제가 있으니 얼추 이 정도로 고쳐야겠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낑낑대며 복잡한 수학 계산을 통해 예측을 했지만, 저 사람은 머릿속에서 직감적으로 바로 시뮬레이션이 됐다.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한 게 굉장히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게 진짜 무서운 면모였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저 괴수는 공기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나?" 하며 혀를 찼다. 이 정도면 비행기의 폰 노이만 급이 아닐지? ㄷㄷㄷ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보잉 사에서 재직했던 '조(조셉) 서터'(1921-2016)도 전설적인 비행기 개발자였다. 보잉 7x7 프로젝트에 모두 관여하면서 짬을 쌓다가 궁극적으로는 747의 팀 리더가 되어 20세기 최대 크기의 전설적인 여객기를 설계하고 개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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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현대의 CPU 설계 중에서는 독보적이고 전설적인 장인 엔지니어가 없나 모르겠다.
CPU는 자동차나 비행기와 달리 애초부터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은 물건이긴 하다만.. 그래도 미시세계에서도 회로를 이렇게 설계하면 발열이나 전력 소모가 너무 심해진다느니, 몇 마이크로초 단위의 손실이 생긴다느니 뭐니 이런 직관이 발휘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08 08:35 2023/03/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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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짜 뉴스

인터넷과 SNS라는 게 온갖 날조 주작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과 성토가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절반 이하만 맞는 말인 듯하다.
"한국은 UN 지정 물 부족 국가", "일제가 석굴암을 훼손했다", 일제가 박은 쇠말뚝, 아베 노부유키의 유언(???),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 죽는다", "김 민지 조폐공사 사장 딸 이야기" 등등등..

인터넷과 SNS가 없던 시절.. 통신 불편하고, "서울 간 놈과 서울 안 간 놈이 싸우면 안 간 놈이 이길" 확률이 더 높던 시절이야말로 가짜 뉴스, 루머, 낭설, 괴담, 유언비어, 도시전설들이 더 많이 나돌았다. 검증을 하기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인터넷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게 아니다. 이건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닌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은 가짜 뉴스 주작이 빠르게 퍼지긴 하지만 그래도 반박되고 바로잡히는 것도 금방 되는 편이다. 그 대신 굉장히 저렴하고 간편하게, 공평하게 인류의 집단지성에 접근할 수도 있다. 정보력만 뛰어나다면 말이다.

"예수님 부활이 사실인가?" 이런 걸 위키나 네이버 지식인에서 찾는 건 좀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아폴로 우주선 달 착륙이 사실인가"를 확인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2. 사진과 영상의 화질

옛날에는 뿌연 흑백 사진과 흑백 영상이 더 옛날 기록의 특징이었는데.. 이제는 시퍼런 컬러 사진과 컬러 영상도 3, 40년 가까이 전의 옛날 기록이 되어 간다. 이게 정말 어색하게 느껴지고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다.
단지, 옛날 껀 해상도가 낮고 jpeg artifact가 존재하며, 특히 영상은 종횡비가 지금 같은 와이드가 아니었을 뿐이다.

차라리 아주 옛날 영화 필름은 복원을 잘 하면 1980년대의 것도 2K니 4K급으로 리마스터링이 된다. 하지만 화질이 제일 안 좋은 채로 굳어져 버린 건 1990년대의 '비디오' 영상인 것 같다. 이건 정량적인 방법으로 리마스터링이 불가능하다.;; 아날로그 스타일의 노이즈와 화질 열화는 요즘 세대가 알지 못하는 정말 인상적인 현상일 텐데 말이다.

하지만... AI가 출동하면 어떨까..??
옛날에는 "실종된 이 아동이 만약 지금 살아 있다면 이런 외모일 것" 이런 기술이 가끔 무슨 대학원 연구소나 스타트업 기업에서 깜짝쇼로나 선보이던 수준이었다. 신 윤복 화가의 풍속화를 '애니메이션'화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도 1990년대 최첨단 CG 기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더 나아가서 개나 소나 옛날 흑백 영상을 컬러화하고 저화질 영상을 거뜬히 리마스터링하고 있다. 이건 소실된 정보를 복원한 게 아니라, AI를 토대로 재구성 각색해서 넣은 것이다. 기술적으로 단순히 고종/순종 어차를 복원해서 때 빼고 광 낸 수준이 아니라, 시발 자동차의 레플리카를 새로 만든 것에 가깝다.
이런 게 쌍팔년도를 거쳐서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기술의 혜택이라 하겠다.

자동차 안, 건물 안, 길거리 곳곳에서 고화질 올컬러 CCTV와 블랙박스 카메라가 넘쳐나는 이 시국에...
난 집 현관 비디오폰의 영상이 컬러인 것 실물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다.. >_< 새로 지어진 집으로 거주지가 크게 바뀔 기회가 별로 없었던 듯..

3. 스마트폰

(1) 스마트폰 때문에 공중전화는 말할 것도 없고 재래식 건물 유선전화도 갈수록 없어지고 회선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송수화기에 꼬불꼬불 케이블 달린 재래식 전화기의 외형 자체가 깡그리 없어진 건 아니다. 기업 내부에서 쓰는 인터폰에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게 호락호락 없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CCTV가 폐쇄회로 영상이라면 인터폰은 폐쇄회로 통신에 대응할 것이다.

(2) 진짜로 영영 없어진 건.. 인류 역사상 전화기의 평균 싸이즈가 가장 작았던 시절.. 2000년대 초중반의 피처폰/폴더폰이지 싶다.
그땐 기기마다 충전 단자가 호환이 안 돼서 불편하긴 했다만.. 그래도 배터리도 왕창 오래 갔다. 한번 충전하면 2~3일은 아무 걱정 없었다. 통화 안 하고 그냥 대기만 시켜 놓으면.. 본인의 경험 기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_-;;

(3) 아 그런데, 요즘은 삼성에서 접어서 크기를 더 줄일 수 있는 엄청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앞의 (2)와 같은 편견도 어느 정도 뒤바꿔 놓았다.
그 반면, 펜이 달려 있는 '노트' 계열 스마트폰은 유행이 지났는지 단종되었다.

(4) 3년 반 가까이 사용해 온 아이폰이 언제부턴가 짹을 연결해도 충전이 도무지 되지 않아서 수리를 받았는데.. 세상에나, 단자 안에 먼지가 한 웅큼 껴 있었다. 그걸 청소하니 인식이 다시 거짓말처럼 잘 되기 시작했다.
전자 기기의 먼지 청소는 옛날 볼 마우스 내부의 먼지 청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먼지가 이렇게 문제이면 짹은 뚜껑 같은 게 둬서 충전기를 꽂지 않았을 때는 밀봉해서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터리는 완전히 밀봉해서 함부로 분리를 못 하게 만들어 놓고는 이건 참.

(5)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카톡, SNS, 은행 앱, 갤러리 등.. 즐겨 쓰는 앱이 정해져 있다. 깔려 있는 모든 앱을 골고루 쓰는 게 아니다.
그러니 실제로 쓰는 앱만 빈도에 따라 한 화면에 자동으로 분류해 주는 기능이 좀 있으면 좋겠다.
옛날에 Windows XP 시절에 잠깐 있었던 '바탕 화면 정리' 마법사와 개념적으로 비슷한 기능인데.. 일단 내가 써 본 폰에서 이런 걸 자동으로 해 주는 건 딱히 못 봤다. 그냥 수동으로 앱들을 한 화면에다 정리를..;;
더구나 스마트폰은 PC 화면과 달리 별도의 메뉴 같은 게 없이 그냥 바탕 화면을 찍는 것만으로 앱을 실행하니, 바탕 화면이 좀 더 능동적으로 optimize가 됐으면 좋겠다.

(6) 그리고 스마트폰은 PC와 달리 영문의 입력도 IME가 개입하는 게 가능하며, 실제로 온갖 자동 완성과 자동 교정 기능들이 개입한다. 그런데 가끔은 오타가 아니고 진짜로 내가 입력하는 단어나 이니셜을 그대로 입력하고 싶은데 입력기가 선택할 여지를 안 주고 오교정한 단어를 그대로 내보내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PC라면 Ctrl+Z를 눌러서 MS Word 같은 앱의 각종 자동 고침 동작을 취소할 수 있는데 폰은 그렇지 않고 오교정을 철회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게 불편하다.

4. 그 밖에

(1) 개인적으로는 무선 키보드(+ 무선 마우스)가 예나 지금이나 굉장히 싫고 마음에 안 든다. 건전지를 번거롭게 교체해야 하는 데다, 오동작 반복 입력 현상이 너무 잦다. 이것도 무슨 전자파인지 간섭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거라고 하는데, 해결됐으면 좋겠다.

(2) 옛날에는 신용카드가 더 딱딱하고 번호도 양각으로 툭 튀어나게 새겨져 있었는데, 요즘 발급되는 카드는 다 매끈한 평면 재질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이런 카드는 단말기에서 인식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꽂아서 인식이 안 돼서 옛날처럼 다시 긁어야 한다. 이런 건 왜 발생하는 차이점인지 모르겠다.
하긴, USB 메모리도 단자 부분이 튼튼한 금속인 게 있고, 그렇지 않고 가녀린 플라스틱인 게 있는데.. 전자가 훨씬 더 튼튼하고 오래 가고 인식이 더 잘 된다. 후자는 좀 싸구려인 것 같다.

(3) 요즘은 매일 아침 11시 반에 우한 폐렴 확진자이든 자연재해이든, 폭염 주의이든, 실종자 안내이든 뭐든 무조건 오는 것 같다. 재난 문자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 전쟁, 사변, 공습경보처럼 진짜로 심각한 상황에만 좀 왔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이런 게 최초로 오기 시작한 계기가 지난 2016년쯤인가 경주 지진이었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13 19:35 2023/02/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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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와 전지

세상에 전기라는 에너지는 발전기 아니면 전지로부터 얻어진다.
먼저, 발전기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서 각종 동력 기관의 원운동으로부터 교류 전기를 생산하는 물건이다. 빨리 돌릴수록 전기가 많이 나오고 전력 생산량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즉각 가장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현대 전기 공학의 주요 산물은 (1) 전자석, 그 다음으로 (2) 모터(전동기)와 (3) 발전기, (4) 변압기의 순인 듯하다. 전자석과 모터는 직류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교류 전동기니 유도 전동기니 하는 물건도 없는 건 아니다. 브러시가 어떻고 정류자가 어떻고.. 흠~
그리고 발전기와 변압기는 빼박 교류 전기의 산물이다. 변압기는 영락없이 지레의 전자기 버전이며, '영구자석 : 도체'와 '전자석 : 반도체'는 비슷한 관계인 듯하다.

과학에서 전기 쪽이 단순 V=IR 수준을 벗어나서 패러데이와 맥스웰, 테슬라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워지는 건 아무래도 전기와 자기가 결합하고 이런 교류 전기가 등장하는 시점부터일 것이다.
하지만 교류가 온갖 난해한 특성과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전기의 주된 취급 형태가 된 건..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교류가 장거리 송전을 위한 변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발전기로 생산하고 변압기로 가공하기가 직류보다 훨씬 더 용이하다.

즉, 얘는 전기의 안정된 대량 생산에 가장 유리하다. 얘들 덕분에 인간이 다루는 전자기 관련 장비가 영구자석 나부랭이에서 전자석으로 업글 되고, 화학 건전지 나부랭이에서 초고압 대용량 교류 전기로 확장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메이저급 발전소들은 모두 발전기 기반이다.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화력이나 원자력, 수력 따위로 나뉠 뿐이다. 이런 추세는 획기적인 직류 장거리 송전/변압이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예측 가능한 미래에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교류 전기는 그 특성상 직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변화 주파수라는 개념이 있다. 이게 나라마다 완전히 일치하는 게 아니어서 50hz 내지 60hz 같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일본은 동부와 서부가 이 규격이 서로 다르다.
전압이 일치하더라도 이 주파수가 호환되지 않는 전자기기를 꽂아서 가동하면 기기의 출력이나 성능 따위가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교류 전기의 주파수는 발전기가 돌아가는 회전수(rpm)로부터 결정된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좀 낡은 멀티탭에다 전원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켜면.. ON된 스위치에 불빛이 들어오긴 하는데 불빛이 좀 깜빡거리는 편이다. 그 깜빡거리는 것도 교류 전기의 주기와 동일하게 꺼졌다가 켜지기를 1초에 수십 번 반복하는 것이다.

과거 전자 공학이란 게 처음 태동했던 아날로그 시절엔, 컴퓨터 모니터의 주사율, 그리고 텔레비전 영상 신호의 프레임 수도 이 교류 전기의 주파수와 맞물려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값이었다.
영화 필름의 24프레임은 약수가 많아서 분할하기 쉬우면서 인간이 충분히 부드럽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수를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 반면, 텔레비전 신호 30프레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더 발달한 디지털 시대가 돼서야 그런 기기들도 전기 종류에 종속되어 동작하지 않게 됐을 뿐이다.
그래도 모니터 주사율은 75hz 정도는 돼야 하고, 유튜브도 60fps짜리 고화질 동영상을 보면 화면이 확연히 부드러운 게 느껴지고 눈이 편하고 좋다.

아무튼.. 교류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데.
이런 거 말고.. 전선이 연결돼 있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전기· 전자 기기들을 가동하려면? 전지라는 게 필요하다. 특히 산소가 없어서 내연기관을 돌릴 수 없는 우주 월면차나 잠수함 같은 건 선택의 여지 없이 전지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움직여야 한다. 대형 잠수함은 배터리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아예 원자로를 집어넣기도 했지만 말이다.

전지는 좁은 의미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화학적으로 축적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그 에너지를 화학 반응을 통해 직류 형태로 방출하며 방전되는 물건이다. 방전 후에 재충전이 가능하면 이차 전지 내지 배터리라고도 불린다. 배터리 중에서도 자동차용 황산-납 배터리와 나머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 넓은 의미의 전지는 터빈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게 아닌 다른 원천으로부터 전력을 생성하는 모든 물건을 뜻한다. 수소 같은 연료 전지도 이런 범주에 들며, 원자력 전지나 태양광 전지는 화학보다는 그래도 물리에 가까운 전지이다.

전지는 직류 기반답게 연결할 때 + - 극 구분이 존재한다.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전지, 그리고 우주왕복선의 액체수소 엔진과 수소 연료전지 엔진은 구동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해 온 생각인데.. 발전기는 정렬 알고리즘 중에서 비교 연산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범용적인 놈이고, 나머지 전지들은 비교 연산을 하지 않는 특수한 놈과 비슷한 심상인 것 같다.

요즘은 10여 년 전의 우려와 달리 배터리 기술도 많이 발전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가 초대형 트레일러, 건설 기계, 군용차나 건설 기계까지 꿰차고 들어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리튬이온이건 수소 연료전지건, 이런 전지들은 사고로 파손되고 충격을 받았을 때 화재가 그리도 잘 발생하는가 보다. 게다가 이런 불은 기름 화재가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끄기도 굉장히 난감하다고 하는데.. 이런 안전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 같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배터리도 너무 밀도가 높아지고 불안한 유리몸이 되긴 했다.

그리고 요즘은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와 관련된 낡은 낭설들이 많이 불식됐지 싶다.
끝까지 완방 완충을 하면서 쓰는 게 좋다는 얘기 말이다. 이건 과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맞는 말이었지만 요즘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배터리를 끝까지 소모하지 말고, 조금만 썼더라도 곧바로 도로 충전하는 게 배터리의 수명에 더 낫다.
요즘 배터리가 완방 완충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요즘 자동차가 시동 직후에 수 분 이상 길게 공회전 웜업/예열을 할 필요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재충전이 불가능한 단순한 건전지가 통용되는 곳은 정말 가늘고 단순하고 오래 쓰는 기기들 한정인 것 같다. 벽시계, 도어락, 가스레인지, 무선 키보드-마우스 같은 곳..?? 손전등은 LED가 등장하면서 배터리 기반으로 가는 듯하고..
글쎄, 제아무리 핸드폰 시계니 스마트 워치니 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간편하게 볼 수 있는 벽시계나 종이 달력도 여전히 필요하긴 한 것 같다.

끝으로.. 전지는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 것이든 대개 아무렇게나 폐기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함부로 부수거나 분쇄· 분해하면 유독성 화학 물질이 누출될 수 있고, 소각하면 폭발 위험이 있다. 그리고 전지에는 각종 특수한 희소 원소가 들어가곤 하기 때문에 이런 걸 최대한 재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전지는 쓰레기 처리의 관점에서 볼 때 진작부터 특별 취급의 대상으로 분류되어 왔다. 재충전이 되지 않아서 더 쓸 수 없는 놈은 알루미늄이나 종이류처럼 반드시 별도로 수거해서 폐기하게 돼 있다.

하긴, 옛날에는 카드뮴이나 수은이 들어간 건전지도 있었지만 2000년대에는 다들 사용과 유통이 금지되고 퇴출됐다. 공교롭게도 카드뮴과 수은은 각각 20세기 중반에 일본의 유명 공해병이었던 이타이 이타이 병과 미나마타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반도체니 트랜지스터 이런 건 전기라기보다는 전자의 영역 같고..
충전기, 배터리 같은 건 화학/재료공학의 성격이 강해진다. 이런 건 나로서는 진짜 아오안이다.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공부하던 것의 큰 그림을 먼저 펼쳐 보고 세부적으로 들어갔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12 08:35 2023/01/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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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의 특성

인간이 자연에서 전자기파라는 것의 존재를 예상하고 발견하고 그 특성을 규명하고, 이걸 이용해서 각종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말 이후의 정말 위대하고 경이로운 발명· 발견이다. 이 기술 덕분에 무선 통신과 방송이라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과학 기술은..

  • 질량을 가진 물질 입자를 광속으로 이동시키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순간이동 텔레포트는 SF물 내지 게임에서나 존재한다. 광속이 아니라 음속(공기 중 기준)만 비행기로 아주 어렵게 제한적으로 초월했을 뿐이다.
  •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도 못 한다. 타임머신 역시 SF에서나 가능하다.
  • 실용적인 수준의 장거리 무선 송전도 요원하다. 즉, 질량이 없더라도 동력· 에너지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하지는 못한다. (일개 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도 글쎄...)

신호, 정보를 광속으로 주고 보내서 통신하는 것만이 가능할 뿐이다. 물론 이거 하나만으로도 20세기 이후 인류의 생활 양상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전자기파는 진폭과 파장이라는 속성을 갖는데, 단순 강도를 나타내는 진폭보다는 파장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속도야 다 똑같이 광속이지만, 퍼져 나가는 방식이나 강도의 변화 양상 같은 건 파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파장은 정의상 그 전파의 단위 시간당 진동수 내지 주파수와 정확히 반비례하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고주파'와 '단파'는 완전히 동치이며, 반대로 '저주파'와 '장파'도 동치인 개념이다. 앞에 '극/초' 같은 접두어가 똑같이 붙을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자기파 중에서 그나마 주파수가 낮아서 파장이 긴 '원초적인' 영역의 물건을 우리는 전파라고 부른다. 무선 통신과 방송 용도로 이 영역의 전자기파가 쓰인다는 것이다.
이것보다 파장이 짧아지면 맨 먼저 적외선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 가시광선, 그 다음에 자외선이 이어진다.
자외선보다도 파장이 짧은 놈은 X선이니 감마 선이니 하는 방사선의 영역으로 간다. 방사선은 전리와 비전리로 나뉘기도 하고.. (에너지가 있어서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는 녀석이 '전리 방사선')

그리고 주파수라는 개념은 사실상 전파의 범주에서만 쓰인다. 적외선 이상으로 가면 파장의 길이가 나노미터 이하 급으로 짧아지며, 그에 반비례하는 주파수는 숫자가 테라헤르츠 급을 넘어서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한쪽은 헤르츠이고 다른 한쪽은 미터이지만 둘 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속성을 측정한 결과라는 걸 다시 밝힌다.

기술적으로야 파장이 긴 저주파를 주고 받는 게 더 간단하고 쉽다. 그러니 인간은 이런 쉬운 전파부터 먼저 활용해 왔다. 저주파(장파)는 특성이 대체로 '가늘고 긴' 반면, 고주파(단파)로 갈수록 '짧고 굵은' 성향이 강해진다.

파장이 긴 전파는 장애물의 영향을 덜 받고 멀리 널리 잘 퍼져 나간다. 그리고 지구의 전리층에 반사되기도 하기 때문에 둥근 지구에서도 자연스럽게 수평선 너머 장거리 통신을 할 수 있다.
파장이 굉장히 긴 장파(3~300KHz)는 심지어 수중에서도 전파가 되기 때문에 심해에서 잠수함 간의 통신에 쓰인다. (음파와 별개로!) 공중과 해저에서 모두 장점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장파는 진동수가 낮고 대역폭도 낮기 때문에 안에다 정보를 많이 담을 수 없다.
실시간 음성이나 영상 따위는 감당이 안 되며, 모스 부호 같은 극도로 가볍고 단순한 메시지나 주고 받을 수 있다. 아니면 각지에 퍼져 있는 시계들을 동기화시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장파로 처리하기에 적절하다.

넓고 지형이 평탄한 나라(몽골, 러시아..??)에서는 장파 라디오 방송이라는 걸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건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이지, 음질 안 좋고 잡음에 취약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장파를 수신하려면 안테나가 더 크기도 해야 한다고 그런다.

장파보다 파장이 더 짧아진 중파(300~3000KHz) 정도가 AM 라디오에서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이다. 실용적으로는 500~1600kHz 부근이다. 여기가 음질과 송· 수신 난이도, 기기의 구조적인 복잡도를 감안했을 때 가성비가 가장 좋은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파보다 파장이 더 짧아진 단파(3~30MHz)는 이제 주파수 단위가 킬로에서 메가로 바뀐다. 얘는 수신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중파보다 좀 더 높으며, 지구 전리층에 반사되는 장거리 전파의 거의 마지노 선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얘는 20세기 초중반부터 국경과 대륙을 넘어 외국의 소식을 접하는 통로로 즐겨 쓰였으며, 현재도 소수나마 단파 라디오 방송국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첩이 난수표 같은 지령을 받는 용도로도 당연히 쓰였다. 이 때문에 이 동네는 쌍팔년도 시절까지 허가 받은 사람 외에 단파 라디오의 소지가 금지였으며, 간첩 식별 요령으로도 "이불 뒤집어쓰고 라디오 같은 걸 청취하는 사람"이 설정돼 있을 정도였다. HAM인가? 아마추어 무선도 이 영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다음으로 30~300MHz 대역은 초단파/초고주파/VHF로 분류된다. 여기부터는 전파의 특성과 용도가 위의 것들과는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전파는 파장이 왕창 짧아질수록 '짧고 굵은' 모 아니면 도 성향이 강해진다. 지형과 장애물에 취약해지고 사정거리도 짧아질지언정, 그 사정거리 안에서는 멀쩡히 날아가다가 스스로 퍼지고 약해지지 않는다. 직진성이 강해진다.

그리고 처음에 고출력으로 아주 쎄게 쏴 주면 지구의 전리층에 반사되지 않고 오히려 우주로도 전파를 날릴 수 있게 된다. 우주와 지구의 통신은 이렇게 지구 전리층에 튕기지 않는 초단파 이상의 고주파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그 뜨겁고 두꺼운 대기를 자랑하는 금성에 착륙한 소련 탐사선도 지구와 잠시나마 성공적으로 교신을 한 바 있다.

이런 고주파는 대역폭이 커서 저주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과거의 유물인 삐삐, 그리고 음성을 넘어 영상 신호를 담고 있는 텔레비전도 다 이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기존의 진폭 변조(AM)가 아닌 주파수 변조(FM) 방식을 채택해서 훨씬 더 좋은 음질에다 스테레오 채널까지 얹을 수 있다. (대략 87MHz ~ 108MHz) 변조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논하도록 하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단파'는 '초음파'와는 전혀 무관하고 다른 개념이니 혼동하지 마시라.;;;

끝으로, VHF보다도 더한 고주파는 300~3000MHz 대역인 극초단파/극초고주파/UHF라고 불린다.
드디어 컴퓨터의 클럭 속도 같은 기가헤르츠라는 단위가 등장하는데, 얘 정도의 대역폭은 돼야 휴대전화에다 요즘 같은 HD급 텔레비전에 초고속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까지 감당 가능하다.

사실은 아날로그 TV 시절에도 VHF를 넘어 UHF 수신 기능까지 추가해서 지상파의 채널 수를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래서 쌍팔년도 시절 엄청 옛날 텔레비전은 채널 다이얼이 VHF/UHF용으로 두 개 있어서 VHF는 2부터 13까지밖에 없는 반면, UHF 다이얼은 14부터 거의 70까지인가 눈금이 아주 조밀하게 달렸었다. 개인적으로 VHF/UHF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접한 것도 이런 텔레비전에서였다.

라디오에 AM/FM(중/초단) 구분이 있다면 텔레비전엔 VHF/UHF(초단/극초단)의 구분이 있는 셈이다. 텔레비전은 이산적인 채널 번호가 존재하는 반면, 라디오는 주파수 영역이 쌩으로 그대로 통용됐다는 차이도 있다.
VHF 텔레비전의 음성과 FM 라디오는 구성 방식이 비슷했기 때문에 그 당시 일부 라디오는 텔레비전의 작은 채널 번호의 음성을 수신하는 기능이 있기도 했다. 이건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NTSC 규격이 컬러 영상도 재래식 흑백 수상기와의 하위 호환이 됐던 것과 비슷한 면모이다.

VHF를 넘어 UHF 급으로 극도로 조밀한 전파는 멀리까지 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지국이 많이 필요하다.
까놓고 말해, 삐삐 기지국보다 휴대전화 기지국이 훨씬 더 촘촘하게 많이 필요한 이유도 취급하는 전파의 주파수와 특성 차이 때문이다. 휴대전화 기지국은 나무 같은 걸로 위장한 형태로 우리 생각보다 여기저기 많이 숨어 있다. 휴대전화나 와이파이의 전파를 무슨 라디오 전파처럼 쉽게 간편하게 널리 쏠 수 있지는 않다..!

이상이다. 무선 통신의 세계는 심오하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광속 같은 전자기파의 물리적인 특성이 달라졌을 리는 없는데 컴터 무선 네트워크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막히게 빨라지고 텔레비전의 화질이 기겁할 정도로 좋아진 이유는.. 인류가 전파의 주파수를 더 열나게 달구고 짜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걸 사방팔방 쏘는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ㄲㄲㄲㄲ 이게 컴퓨터 반도체의 집적도를 올리는 것과 대등한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런데 라디오는 지하에서도 수신되는 것 같은데 고속버스 위성 텔레비전은 차가 터널 안에만 들어가도 먹통이 되는 이유..
와이파이는 AP로부터 수십 미터만 떨어지면 신호가 간당간당해지는 이유, 그 반면 우주로도 전파를 쏴서 탐사선과 교신을 할 수 있는 이유 등등.. 이런 것도 전부 전파의 특성을 알아야 답을 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가 되는 건 선로를 따라 몽땅 다 기지국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환기 시설이나 지하수 배수 시설과 마찬가지로 그냥 공짜로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전파라는 게 워낙 신기한 물건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이게 무슨 방사선마냥 사람 건강에 해로울 거라는 낭설이 많이 나돌았다. 컴퓨터 모니터에다 보안경을 씌우고, 모니터를 아래로 매립한 컴퓨터 전용 책상을 비치하기도 하고, 근처에 선인장이나 동전을 쌓아 놓기도 하고..;;
이거 기계 버전은.. 비행기 이착륙 중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관행이었지 싶다. (전자파가 기계에 혼선을 초래..) 마치 열차 정차 중에 화장실 사용 금지처럼 말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전화기건 라디오건 텔레비전이건.. 길쭉한 안테나를 무슨 삼단봉처럼 꺼냈다가 집어넣는 비주얼이 없어진 게 참 인상적이다. 심지어 자동차의 안테나도 말이다.
텔레비전 역시 곤충 더듬이처럼 작대기 한 쌍이 삐져나오곤 했었지만.. 요즘은 그런 거 없다. 이렇게 된 데에도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단파나 장파 라디오는 기기나 안테나가 이 정도로 소형화가 안 되나 보다.

그리고.. 통신이라는 건 교통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개나 소나 누구나 아무렇게나 전파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면 혼선을 감당할 수 없어지고 아무도 통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신호등 없이 사방팔방 교차로에서 차들이 밀려드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에 번호판을 달지 않고 공도를 주행할 수 없듯, 민간인이 특정 대역의 주파수로 무선 통신을 하려면 자격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앙 전파 관리소'라는 기관이 이런 전파 대역을 관리하며, 전파와 관련된 테러가 벌어지는 것을 감시한다.

1. 추가 정보: AM과 FM

전파에다가 강약 기복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초창기에는 진폭 변조, 즉 AM 방식이 먼저 개발되어 쓰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주파수를 변조하는 FM 방식이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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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이 기술적으로 더 단순하고 쉽고 저렴하다. AM 라디오 기술이 이미 19세기 말에 발명된 반면, FM은 1930년대가 돼서야 발명되었다.
FM은 표현 가능한 가장 강한 신호를 기준으로 주파수를 산정해야 하는 특성상, 단파· 중파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못해도 초단파 급의 전파를 쏴야 송신 가능하며, 취급하는 회로도 더 복잡하고 고가였다. FM은 보기보다 AM보다 훨씬 더 발달된 기술의 산물인 것이다.

FM의 난관은 기술 발전과 부품 대량 생산으로 인해 극복됐다. FM은 AM보다 잡음에 더 강하고 음질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에 음악 방송의 주류로 등극했다. 잡음은 주파수보다는 진폭을 건드리는 게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주파의 특성상 FM은 지형이나 날씨의 영향을 더 타면서 난청 가능성이 AM보다 더 높다.

2. 자매품: 적외선 통신

한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옛날 노트북이나 피처폰급 휴대전화에는 '적외선 통신'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극초단파 기반의 통신 규격이 제정되기 전에.. 전파보다 파장이 더 짧은 적외선을 전용 다이오드 반도체로 쏴서 초단거리에서 일종의 무선 광통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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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파 통신과는 기술적인 성격이 좀 다른데, 그 구체적인 내역은 내가 잘 모르겠다.;;
고주파의 특성상 대역폭이 넉넉하며 통상적인 전파 규제도 없는 반면.. 사정거리가 겨우 수 m대로 극도로 짧다. 그리고 그 짧은 신호가 잘 퍼지지도 않기 때문에 송신기와 수신기는 서로 방향 조준도 잘 해야 한다.

적외선 통신은 지금도 각종 리모콘, 자동문 센서, 스마트키나 하이패스 단말기 같은 소형· 단거리 전자기기의 통신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현역이다. 리모콘은 방향을 돌려 놓으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상 알고 있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01/09 08:35 2023/01/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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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력) 가속도

인간의 신체는 지구의 중력 가속도인 9.8m/s^2가 발 쪽으로 향하는 것에 아주 적응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어긋나도 생각보다 탈이 많이 난다.
이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흔히 1G라고 부른다. SI 단위가 아니지만 공기 중에서의 음속인 마하 1이나, 지구-태양의 평균 거리인 1AU(천문 단위), 연주 시에 따른 거리 1파섹처럼 뭔가 지구 중심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통용되곤 한다.

이 가속도는 상당히 큰 값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높은 데서 떨어져도 물건이 깨지고 사람이 다치기 쉬우며, 사람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추락에 대해 겁과 공포심이라는 게 각인된다.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번지 점프를 할 때 엄청난 아찔함과 스릴을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중력 가속도와 대기압은 둘 다 사람을 움직이기 힘들게 압박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작용하는 방식과 성질이 서로 크게 다르다.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을 지구와 비교해 보면 이렇다.

  • 달은 대기압이 없고 중력 가속도는 지구의 1/6 수준이다.
  • 금성은 중력 가속도는 지구보다 약간만 작은 수준이지만(91%), 대기압이 지구보다 훨씬 더 높다(지표면 기준, 95배 -_-). 빈 깡통쯤은 바로 콱 찌그러진다.
  • 화성은 대기압은 지구의 거의 1%, 중력 가속도는 지구의 거의 40% 수준이다.
  • 태양계 전체를 통틀어서 지구보다 중력 가속도가 50% 이상 확실하게 더 큰 행성은 목성밖에 없다(약 2.5G).

중력 가속도는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힘인 반면, 대기압은 사방팔방 모든 방향으로부터 고르게 작용한다.
추력이나 부력이 아니라 양력을 이용해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뜨려면.. 주변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을 갖춘 대기가 있어야 한다.

  • 달은 저렇게 공기 저항 없고 중력도 작으니, 그 작은 달 탐사선 로켓이 간단하게 뿅 가속하는 것만으로도 모선으로 합류해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의 상공에서 날개 달린 비행기를 띄우는 건 불가능하며,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방법은 오로지 로켓밖에 없다.

  • 화성은 그나마 2020년대가 돼서야 소형 드론의 양력 비행이 가까스로 성공했다. 하지만 회전익이 아닌 고정익 비행기가 뜨려면 지구보다 훨씬 더 긴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훨씬 더 빠르게 달려야 할 것이다.

  • 금성은 아마 자전거 주행 속도로 활주하는 것만으로도 비행기가 뜰 수 있을 것이다. 살인적인 대기압이 야기하는 강한 공기 저항을 뚫고 그런 속도를 내는 게 가능만 하다면 말이다. 또한, 이런 저속으로도 지표면에서 발을 떼고 사뿐히 이륙하는 건 금방이지만, 그 상태로 지구에서처럼 엄청 높이 올라가고 빨리 이동하는 건 여전히 애로사항이 가득할 것이다.

뭐, 금성에서는 수백 도에 달하는 고열 때문에 인간의 과학 기술로 만든 기계들은 애초에 동작을 못 하고 죄다 고장 날 것이다. 저런 사치스러운 뇌피셜 상상을 하는 것이 애초에 무의미하다.

그나저나.. 같은 압력이라 해도 공기 1G와 물 1G는 동등한 환경 여건이 아니다.
가령, 수면에서만 찰랑찰랑 물놀이를 하면 수압은 공기 중과 차이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물 속에서 육지와 동등한 방법으로 동등한 속도로 이동 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니 금성 표면의 95기압을 무작정 지구의 수심 950m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건 어폐가 있을 것이다.
까놓고 말해 금성의 표면에서 총을 쏘면 총알이 어떻게 나갈까..??? 지구 내지 우주, 달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중력 때문에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는 게 엄청나게 어렵고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게 우주에서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러나 이게 인간에게 해로운 것보다는 이익인 면모가 더 많다. 일상생활에서 잡초나 먼지 같은 게 전혀 없으면 안 되고(흙을 붙들기, 비를 만드는 작용 등..), 마찰과 공기 저항이라는 것도 인간의 생활에 이로운 경우가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중력이 없으면 가루나 액체, 기체, 가루, 부스러기 같은 물질을 실수로 흘렸을 때 도저히 수습하기 힘든 난국이 벌어진다.
그리고 신체도 다리가 힘을 쓸 일이 없어서 가늘어지고 얼굴은 피가 쏠려서 굳고.. 이거 뭐 지구가 갑자기 자전을 멈추면 원심력 때문에 적도로 가 있던 바닷물이 육지로 몰려와서 난리가 나는 것을 연상케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영양소가 빠지는 건 덤.. 건강에 절대로 좋지 않다.

  • 우주 정거장은 동력 비행을 하는 게 아니라,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와 완전히 동급으로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상태이다.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고도를 조금씩 잃는 것만 가끔씩 엔진 동력으로 보정할 뿐.. 그러니 여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무중력을 경험한다.

  •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진공과 무중력은 다른 개념이다. 우주 정거장이나 달 탐사선 내부는 사람이 살 정도의 공기가 있지만 중력 가속도가 저 지경이다. 반대로 지구에서도 진공을 만들면 그 안에서 쇠구슬과 깃털이 같은 속도로 툭 떨어질 수 있다.

  •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제일 안전하게 목숨 부지하는 방법은.. 착지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_- 하는 게 아니라, 머리를 감싼 채 누워서 온몸으로 충격을 고르게 받는 것이라고 한다.

  • 전투기 조종사야 5~7G에 달하는 엄청난 가속도를 버티는 훈련을 받으니,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따위는 그냥 애들 장난도 아닐 것이다. 피가 머리에 너무 쏠리거나 반대로 너무 빠져나가서 기절하기 십상인 환경을 버텨야 한다. 새턴 V 로켓이 한창 가속될 때는 4G 정도 나온다고 한다.

  • 하긴, 순환계가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추운 날 누워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기만 해도 머리로 피가 잘 안 가서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심지어 기절할 수도 있다. 그 반면, 전류가 흐르는 데 주변의 가속도의 영향 따위를 받지는 않을 테니.. 가속도도 인체가 기계보다 취약한 면모임인 게 실감이 난다.

  • 물구나무를 서는 것은 인체의 입장에서는 중력 가속도가 -1G인 걸로 간주된다. 수 초 남짓 잠깐이 아니라 그렇게 몇 시간째 있는 것은 인체 건강에 아주 좋지 않으며, 그렇게 방치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보다 머리로 피가 쏠리는 게 더 해롭다.

4. 고온 (+저온)

그럼 마지막으로, 진공 얘기가 나올 때 같이 다뤘던 온도에 대해서 얘기를 좀 더 한 뒤 글을 맺도록 하겠다.
신체 내부는 온도에 매우 민감하며, 온도의 변화에 생각보다 취약하다. 왜냐하면 물질대사를 일으키고 생명 활동에 기여하는 각종 단백질 효소들은 잘 활동하는 온도 영역이 엄청 좁기 때문이다. 끽해야 35~40도대?

얘들은 분자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그런지 금속 기반인 기계보다 열에 너무 약하다. 40도 이상에서는 그냥 비가역적으로 변성돼 버리며.. 그렇게 되면 당사자는 열사병에 걸려 죽거나 장애인이 된다. 생각보다 굉장히 낮은 온도에도 오래 노출되면 이렇게 된다. 꼭 손이 닿자마자 "앗 뜨거!" 하면서 화상을 입는 온도여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우리 인체는 땀을 흘리고 헥헥거리면서 열을 조절하려고 노력을 엄청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온도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칼같이 탈이 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버티는 것엔 한계가 있다.

(1) 70도짜리 물에 손을 넣으면 당연히 바로 화상을 입지만, 70도짜리 사우나에 들어가면 그래도 몇 분간은 버틸 수 있다. 그것처럼 아예 진공인 우주는 온도가 훨씬 더 높아도 그 여파가 공기 중보다도 훨씬 더 천천히 전해진다. 비열의 차이가 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열전도율은 비열과 일단 독립적인 별개의 개념이다. 비열이 낮은 물질이 열전도율도 높은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비열이 거의 같은 금속끼리도 열전도율이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 우리는 더우면 옷을 벗지만, 그래도 극단적인 고온에서는 오히려 옷을 입는 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옷이 외부의 열 대미지를 좀 줄이고 지연시켜 주는 게, 신체의 열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물에서 수영을 할 때는 몸에 걸친 옷은 정말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벗어야 된다. 오죽했으면 해군은 배에서 근무할 때 신발도 끈 달린 운동화가 아니라 비상시에 곧장 쉽게 벗을 수 있는 슬리퍼 같은 신발을 신는다고 하던데..
그럼 물이 뜨거워져 버리면 이건 뭐 정말 답이 없을 것 같다.

(3)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은 무슨 말라 비틀어진 건초나 통나무 같은 가연성 물질이 아니다. 생체에는 내부에 수분이 굉장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름을 같이 끼얹지 않으면 호락호락 불이 붙지 않는다. 산 채로 화형을 당해도 그냥 삶아져서 죽거나, 그 전에 연기에 질식해서 죽는다. 반대편 극단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굳이 체액이 몽땅 꽁꽁 얼어붙지 않아도 훨씬 전에 저체온증으로 동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 시체를 완전히 화장해서 완전히 숯덩이에 뼛가루로 바꿔 버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최소한 몇 분 만에 간편하게 끝나는 일은 아니다.
이러니 옛날에 히틀러도 자살 후에 자기를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시체를 훼손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전쟁통에 제대로 그리 되지 못해서 시체의 신원이 파악되었으며, 그의 죽음이 공식 확인될 수 있었다.

(4) 쌍팔년도 옛날 미스터리/공포물에서는 어떤 사람이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혼자 홀연히.. 불이 붙어서 죽어 버렸다는 실제 사례가 소개되곤 했다. 그것도 자기만 혼자 열받아서 불에 탔지, 주변에는 불이 옮겨 붙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일단은 검증이 안 되는 도시전설이다. 다른 사고나 살인 사건이 미스터리로 각색된 걸로 여겨진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살아 있는 인체는 가연성 물질이 아니다.

(5) 옛날에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 놓고 지내다가 갑자기 더운 곳으로 나가면 신체가 적응을 못 해서 웬 '냉방병'에 걸린다는 낭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역시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도시전설이다. 압력 변화로 인한 잠수병은 있지만, 이 정도 온도 변화가 무슨 면역력 저하 같은 병을 따로 일으키는 건 아니다.
만약 이런 병이 있다면 반대로 겨울에도 난방병이란 게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도 실외와 실내를 넘나들면 -10도에서 영상 10도대로 온도 변화는 한여름 이상으로 들쭉날쭉할 텐데 말이다.

(6) 뭐, 고온뿐만 아니라 저온도 해롭다. 저온은 무슨 피부가 익는 등 단백질의 변성과는 관계가 없지만 역시나 물질대사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운동 대신 추위에 벌벌 떨어서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너무 클 것이다.;;
자고로 입을 것이 먹을 것과 동급으로 괜히 중요하게 다뤄진 게 아니다. 성경의 구약 율법도 이불· 담요는 채무 담보로라도 빼앗지 말고 밤에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돌려주라고 말한다. 이건 사람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4 08:35 2022/12/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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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 공간 (진공)

사람이 우주복 없이 우주 공간에 내던져지면 지구 표면과 다른 환경 여건으로 인해 온갖 신체 이상이 발생한다. 극단적인 고온이나 저온, 진공, 무중력, 태양풍과 각종 해로운 방사선(지구에서는 자체 자기장이나 오존층이 차폐해 주는)... 어느 것도 인체에 좋을 게 없다. 어서 우주복을 입든 우주선 안으로 돌아오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얼마 못 가 죽는다.

그런데, 우주에서 사망에 가장 크게 빨리 기여하는 요인은.. 그냥 산소가 없어서 숨을 못 쉬는 질식이다. 10~20초 남짓 만에 의식을 잃은 뒤 수 분 뒤에 뇌사가 시작되고 사망한다.
그리고 우주에 노출되자마자 즉사한다거나 노출 부위가 중상을 입는 건 아니다. 몸이 펑 터진다거나, 에볼라 바이러스마냥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장기가 녹아내린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교통· 통신의 발달 덕분에 온갖 과학 상식과 잡학들도 많이 알려져서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 죽는다" 급의 도시전설이나 낭설이 상당수 없어지긴 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인간이 맨몸으로 진공 우주로 나가면 몸통이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온다는 myth가 퍼져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게 SF 영화에서도 반영되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토탈 리콜(1990) 말이다. 본인도 초딩 시절에 뻘건 화성 땅에서 주인공이 숨 막히고 안구가 튀어나오고 터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위기를 벗어나는 이상한 영화를 TV로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저 영화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실상은.. 과거의 우주 개발 과정에서 미국이나 소련의 우주 비행사가 사고로 수 초에서 수 분간 우주에 신체의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실제로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지는 않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이것도 다 토탈 리콜 같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전파가 늦었던가 보다. 유언비어 도시전설 같은 건 인터넷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반대로 인터넷이 정확한 팩트와 진실을 퍼뜨리기도 해 주는 듯하다.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서울 다녀온 놈과 서울 안 다녀온 놈이 싸우면 안 다녀온 놈이 이긴다" 같은 일은 상당수 없어졌다. 아무튼..

사실 압력보다 더 골때리는 건 온도다. 진공에서는 말 그대로 산소를 포함한 공기가 없고 물기도 전혀 없기 때문에 기존 물질의 온도 변화와 상변화(액체-기체 따위) 형태가 완전히 꼬여 버린다.
우주의 평균 온도가 -270도의 극저온이라지만, 또 태양열을 받고 있으면 수백 도까지 온도가 치솟는다. 그러다가 태양광을 살짝만 가리면 식는 것도 금방이다.

우리 지구에서도 날씨가 아주 맑고 건조하면 일교차가 커진다. 낮 기온이 40~50도를 찍어도 그늘에 들어가거나 바람이 좀 불면 금세 싹 시원해지는데..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이런 변화가 훨씬 더 극단적으로 널뛰기처럼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달 표면만 해도 최저 섭씨 -170도에서 110도대를 찍는다. 태양과 엄청 가까이 있는 수성도 낮에는 최대 400도가 넘게 달궈지지만, 그래도 밤 시간대에 해당하는 "뒷면"은 여전히 무려 -180도 부근까지 식는다.

그래도 -100도건, +100도건 온도의 여파는 굉장히 천천히 전해진다. 대류· 전도가 없이 오로지 복사만으로 열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도 그 온도에 노출되자마자 곧장 동상이나 화상을 입지는 않는다.
이런 게 다 대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지구에서의 경험만으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달과 수성은 자전 주기가 지구보다 수십 배 더 느리다는 것 역시 감안할 점이다. 지구와 같은 낮과 밤 시간 만에 온도가 저렇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래도 고온은 고온이니 인공위성이나 우주 발사체들은 통구이처럼 동체를 뱅글뱅글 돌려서 모든 면이 태양을 바라보는 쪽과 태양을 등진 쪽을 고르게 노출시켜서 온도 대미지를 상쇄한다.

또한, 온도 자체 말고도.. 물을 포함한 액체들은 주변 기압이 낮을수록 정신줄을 놓기(...) 쉬워지고 더 쉽게 기화하며, 다른 물질을 많이 녹이는 능력이 약해진다. 쉽게 말해, 끓는점이 낮아진다.
심해에서 갑자기 올라올 때 혈액 속에 질소 거품이 뽀글뽀글 일고 잠수병이 발생하듯.. 우주 공간에서는 피에 들어있던 산소가 빠져나가 버리고, 체액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한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피끓는 청춘이 아니라 진짜 문자 그대로 피가 끓어 버리고 거품이 일고 제대로 흐르질 않으니, 이것도 건강에 절대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이 지구라는 행성은 자기 표면에 '대기'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은 양의 기체들을 자기 중력으로 붙들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는 이런 대기가 없는 공간을 자연적으로 만들기가 극도로 어렵다.
지표면의 대기압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물을 10m가 넘게 높게 퍼올리거나, 물보다 훨씬 더 무거운 수은을 76cm 이상 끌어올리거나.. 그래야 진공을 만들 수 있을까말까다.

지표면에서의 진공이라면 깃털과 동전이 동일한 속도로 툭 떨어질 것이고 흙먼지조차 무슨 철가루가 떨어지듯이 일체의 공기 저항 없이 후두둑 떨어질 것이다. 이런 걸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일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중세까지는 대기압이라는 개념을 몰라서 "자연은 본능적으로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 같은 해석 내지 낭설까지 통용될 정도였다.
또한, 생명체가 이런 대기가 없다시피한 곳에 들어가면 어찌 되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무려 20세기가 되도록 인류에게 딱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20세기 중반에 전범국들이 벌였던 극악무도한 생체실험 중에는 또라이 같은 무기 위력 실험이나 약물 실험, 장기자랑 실험뿐만 아니라, 진공에서 사람이 맨몸으로 얼마나 버티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옛날에 흑태양 731인가 그 마루타 영화-_-에서는.. 펌프로 공기를 빼는 진공 실험을 당한 피실험자가 신체가 부풀고 내장이 항문으로 튀어나온;;; 채로 죽었다. 뭐 이건 "우주에서는 몸이 터진다"를 염두에 둔 영화적인 과장이지 싶다.

훗날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을 할 때도 사람이 훈련을 잘 받으면 저기압을 후유증이나 장애 없이 얼마까지 감당 가능하겠는지 데이터를 얻는 게 아주 중요했다.
이때는 함부로 대하고 죽여도 아무 상관 없는 적국 양민이나 포로-_-가 아니라 우주인으로 선발된 자국의 최정예 파일럿이 마루타 역할을 하니..=_= 실험이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됐다.

끝으로, "진공에 노출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숨을 꾹 참으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있다.
이야.. 이건 "엘리베이터가 추락해서 땅에 닿는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를 하면 좀 덜 다칠 수 있을까?"와 거의 같은 격의 그럴싸한 질문인걸..?? =_=;; 하지만 답을 말하면 이는 가능하지 않다.

우주에서 질식하는 건 물이나 다른 유독가스가 폐에 들어가서 질식하는 게 아니다. 그냥 흡입할 유체 자체가 전혀 없는 상태이고.. 체내에 이미 있던 기체까지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평범한 이물질 유체에 둘러싸였을 때는 최대한 숨 참고 버티는 게 답이겠지만, 진공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는다. 숨을 참으면 체내에 갇혀 있는 기체가 압력 때문에 폐를 부풀려서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우주의 진공이 사람 몸 전체를 빵 터뜨리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자잘한 팽창을 야기하고 장기나 혈관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에서는 숨을 꾹 참으며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 물에 빠져서 발버둥치는 것보다도 더 신속하게 산소가 부족해지고 의식을 잃고 질식사하게 된다. 참 흥미로운 사실이다.;;

2. 고압

지금까지 길게 얘기했던 바와 같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건 1기압에서 0기압, 즉 고압에서 저압으로 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지구 안에서는 깊은 물 속 아래로 들어가는 게 1기압에서 더 높은 압력으로 가는 것에 대응한다.
미터의 단위가 수압을 의식해서 제정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물의 밀도를 감안했을 때 수심 10m마다 얼추 1기압꼴로 수압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심 10m가 대기압 1 + 수압 1을 합한 2기압으로 느껴진다.

맨몸으로 우주의 진공에 노출됐다고 해서 몸이 풍선처럼 펑 터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신을 잘못하면 일부 신체 부위가 부풀고 고막, 폐나 모세혈관이 터지는 정도의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
그것처럼 수심 10m 정도 잠수하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해서 사람이나 물고기가 터지지 않는다. 그러나 뻥 터지지만 않을 뿐, 체내는 잠수병 앓으면서 곪을 수 있으니 천천히 주의해서 올라와야 한다.

우주에서는 주변이 온통 진공이기도 하고 중량을 극도로 최소화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람 몸을 망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기를 최대한 적게 넣어 준다. 그래서 지구처럼 1기압에 20% 산소 대신, 0.3기압에 100% 산소 같은 공기 편성도 사용한다. 물론 이건 일반인이 아니라 저압을 버티는 훈련을 받은 전문 우주 비행사만이 감당할 수 있는 극한의 공기 비율이다.

스쿠버다이버의 산소통에는 질소가 80%를 차지하는 일반 공기를 그대로 넣는 편이다. 스쿠버다이버는 우주인이 아니니, 이게 제일 저렴하고 무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질소가 수중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에는 아무 작용도 하지 않고 그냥 자기 무게로 대기압에만 기여하고 있다가 얌전히 빠져나가는데.. 물 속처럼 수압이 높을 때는 이놈이 혈액 속에 녹아 버린다.

그 상태로 있다가 주변의 압력이 갑자기 줄어들면 질소는 혈액 속에 녹아 있을 수가 없어져서 뽀글뽀글 빠져나오는데.. 이게 혈관에서 질소 기포를 형성하고 혈관을 막는다. 탄산음료를 갑자기 땄을 때 거품이 확 올라오는 현상이 사람 혈관 안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인체는 피가 제대로 안 돌아서 온갖 통증과 이상을 유발하며, 심지어 심근경색· 뇌경색이 야기되어 죽을 수도 있다.

이거 뭔가 자동차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 브레이크액에 비정상적인 기포가 발생해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 베이퍼 락(vapor lock) 현상이 있다. 브레이크액의 기포도 혈액의 기포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 질소가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대체로 비활성이지만, 자동차 연소실 같은 고온· 고압 환경에서는 산화해서 질소산화물 같은 공해 물질 배기가스를 생성한다.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고압 환경에서 혈액 속에 녹듯이..)

도대체 수압이란 게 뭐길래..;; 결국 물 속은 산소만 있다고 해서 잠수부가 xyz 축 아무렇게나 임의의 속도로 마음대로 이동 가능한 3차원 공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산소만 100% 넣는 건 당연히 공기 성분으로나 압력으로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질소 대신 헬륨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럼 극단적으로 사람이 수압을 느끼지 않게 아예 강화복이나 금속 갑옷 수준으로 무장시키면..?? 그러면 너무 무겁고 갑갑해서 수중 활동을 못 할 것이고 차라리 별도의 잠수정에다 로봇 팔을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잠수병에 안 걸리면서 안전하게 잠수하는 방법은 단 하나.. 깊은 곳에 오래 들어가 있었을수록 수면으로 올라올 때는 엄청 천천히.. 혈중 알코올.. 아니, 혈중 질소를 조금씩 자연스럽게 빼내면서 올라오는 것밖에 없다.
술을 인위로 강제로 빨리 깨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혈중 질소를 인위로 빠르게 빼내는 것 역시 인간의 현재 과학 기술로는 여전히 불가능한 모양이다.

통계를 찾아보면 상승 속도는 분당 9m, 초당 15cm가 권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적인 건 아니다.
고심도에서 30분 이상 오래 머물렀다면 일정 간격으로 감압 챔버에 들어가서 5분 이상 더 쉬어야 하고.. 100m쯤 깊이에서 수 시간 잠수했다면 반나절이나 하루 가까이 가다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잠수병 없이 안전하게 수면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런 안전 매뉴얼은 인류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근거하여 만들어졌으며, 잠수하는 사람들이 귀가 따갑도록 교육받는다. 이 사람들은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게 아니라 잠수병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도 밖에 나갔다가 지구의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게 어려운 문제이다.
또 수성 같은 내행성으로 가려면 감속 스윙바이가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수 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태양으로 끌려가지 않고 근처의 훨씬 가벼운 수성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처럼 사람은 지구의 바닷속을 잠수했다가도 나오려면 겨우 수십 m 남짓의 직선 거리도 곧이곧대로 상승하지 못하고 삽질을 해야 하나 보다.

누가 부주의해서 사람이 잠수병에 걸려 버렸다면 고압 산소 챔버에 집어넣어서 산소를 강제 주입하고 질소를 빼내는 식으로 치료하는 게 기본이다. 100% 산소를 1기압보다 더 높게 주입한다니(2~6기압).. 일산화탄소(연탄 가스) 중독을 치료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원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100% 산소는 사람에게 '산소 중독'을 일으키며 건강에 해롭다. 산소가 너무 많으면 질소가 고압의 혈액 속에 녹는 것처럼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지 않은 채 혈액에 녹아서 신체로 전달되는데, 이 때문에 정작 산소와 결합해 있는 헤모글로빈은 환원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러면 이 헤모글로빈이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일도 못 하고 체내에 독이 쌓이는 것이다.
산소 중독은 다른 이물질 기체와 같은 질식사를 유발하지는 않겠지만, 인두통, 기침, 호흡 곤란, 폐 손상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참고로 인체가 숨을 참았을 때 답답함을 느끼는 기준도 산소 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과다이다..!

잠수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잠수부의 산소통에 100% 산소만을 주입하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대신, 산소보다 더 해로운 기체를 빼내야 할 때만 불가피하게 고압 산소 처방을 한다.
베테랑 잠수부의 경우, 수중 대기 시간을 줄이고 더 빨리 귀환하려고 일반 공기보다 질소를 줄이고 산소는 더 늘려서 세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잠수병 대신 산소 중독의 위험이 더 커진다고 하니, 거 참 답이 없는 문제이다. =_=;;.

* 문득 드는 생각: 물 같은 액체에는 기체가 녹을 수도 있고 고체가 녹아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고체는 용매인 액체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잘 녹는 반면, 기체는 반대로 온도가 낮아야 잘 녹는다~! 굉장히 흥미로운 차이점인 것 갈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1 08:36 2022/12/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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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성 물질은 발화점을 넘은 온도에서 불이 활활 붙을 때 열과 빛이 나온다.
하지만 불이 붙지 않는 물질이라도 수백 도 이상의 온도로 달궈지거나 녹으면... 얼음이 녹듯이 곱게 녹지 않는다. 어느 물질이건 언제나 시뻘건 빛을 동반하는 상태가 되며 녹는다. 용암이나 쇳물을 생각해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쇠는 상온에서 은백색의 고체이지만, 쇳물은 수은 같은 평범한 회색(?) 액체가 절대로 아니다.
이건 알고 보면 굉장히 신기한 면모이다. 이 빛은 분자· 원자 차원에서 무슨 에너지를 바탕으로 나오는 걸까?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연소 같은 화학 반응을 겪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단순히 열을 잔뜩 받은 것만으로 어떻게 빛이 나올 수 있을까?

옛날에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1992) 영화를 보면 쇳물이 철철 흐르는 용광로가 나온다. 이건 진짜 쇳물이 아니고 소품이다. 물 같은 평범한 액체 안에다가 누런 조명을 켜서 쇳물처럼 보이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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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색감에 대한 왜곡이 굉장히 많다. 가령, 현실의 건물 지하 주차장들은 영화 '아저씨'에서 묘사된 것처럼 그렇게 시퍼런 톤으로 어두컴컴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백열등은 대놓고 이 원리를 이용해서 빛을 내는 물건이다. 가느다란 필라멘트를 녹지 않을 만큼만 달궈서 빛을 내니 말이다.
물론 이건 오늘날의 전자공학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이 매우 매우 안 좋은 원시적인 광원일 뿐이다. 이는 백열등과 얼추 비슷한 시기에 발명된 또 다른 과학 기술 산물이던 증기 기관도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도태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도 증기 기관만으로도 그 시절엔 마차로는 상상할 수 없는 교통· 물류 혁명과 산업 혁명이 일어났다. 그와 마찬가지로 백열등도 연료를 직접 태우는 등잔불· 호롱불· 촛불· 횃불 따위로 범접할 수 없는 새로운 빛을 인류에게 선사하긴 했다.
그 단순무식하고 비효율적인 백열등조차도 처음 발명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필라멘트를 만들 만한 재료(텅스텐)를 그 시절 여건에서 찾는 게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불꽃 기반의 광원들은 켜고 끄기 어렵고 질식과 화재의 위험이 크고 불필요한 열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 결정적으로 여전히 별로 밝지 않고 너무 어두웠다. 밤에 시골에서 촛불· 호롱불 켜서 책 읽고 공부해 보신 분이라면 이 말에 적극 공감 가능할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 세대는 자그마한 스마트폰만으로 과학 완구 꼬마전구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맹렬한 LED 불빛을 간단히 만들어서 어둠을 비추니.. 참으로 놀라운 과학 기술의 혜택을 입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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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부터 지금까지 120년 가까이 켜져 있다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열등 '센티니얼 전구'. 다만, 현물 보존을 위해 현재는 전류를 아주 약하게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에 불빛이 더 어둡다. 저 시절엔 전구의 껍데기 유리를 다 사람이 불어서 모양을 내고 만들었다.)

아무튼.. 형광등이나 LED등만치 밝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백열등처럼 고온만으로 불꽃이 아닌 빛을 가능케 하는 과학 원리는.. 바로 '흑체 복사'이다.
어떤 물체의 온도가 높다는 건 미시세계에서 그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가 많이, 맹렬히 움직이고 있음을 뜻한다. 그 움직임 덕분에 빛이 만들어져 나오며, 그게 심해지면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과 자외선, 심지어 방사선의 범주에 드는 X선이나 감마 선까지 나온다.

흑체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은 절대온도의 무려 4제곱에 비례한다. 이른바 슈테판-볼츠만의 법칙.
본인은 학교에서 배웠던 각종 과학 과목들을 통틀어서 제곱이나 3제곱이 아닌 4제곱이 등장하는 과학 법칙이나 공식을 이것 말고는 본 기억이 없다.
평면이나 공간의 특성상 2승, 3승까지는 나올 수 있지만 4승은.. 생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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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체란 모든 전자기 복사를 흡수해서 에너지량 계산을 제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가상의 물질이다. 화학에서 다루는 이상기체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럼 백체는 반대로 모든 전자기 복사를 반사하는 물체일 텐데.. 이런 건 딱히 다루지 않는 듯하다.)

물질마다 어느 온도에 도달했을 때 나타내는 색깔은 언제나 일정하다. 그렇기 때문에 색깔만으로 온도를 추정하는 게 가능하며, 색깔 온도계라는 게 존재할 수 있다.
측정 센서조차 녹거나 타 버릴 정도의 높은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매우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심지어 별의 색깔도 이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건 스피드건이 굉장히 얼렁뚱땅 허술하게 동작하는 것 같은데 주변의 자동차나 야구공의 속도를 꽤 정확하게 측정해 내는 것, 그리고 요즘 체온계가 신체의 영 엉뚱한 부위만 대충 접촉하는데도 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사실은 꼭 엄청난 고온이 아니어도 된다. 사람 체온만으로도, 무슨 쇳물 같은 누런 가시광선보다 급이 낮은 적외선 정도는 나온다. 깜깜한 밤에 사람을 식별할 때, 아니면 그냥 열기를 탐색할 때 쓰이는 적외선 카메라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해서 동작한다.

이 정도 온도 차이에 4제곱은 정말 폭발적인 에너지 크기 차이를 만들 텐데.. 전자기파의 파장이라는 것도 지수/로그 스케일을 찍는 동네이기 때문에 그런 차이에 대응 가능한가 보다. 사실, 가시광선은 대역폭이 주변의 적외선(IR)이나 자외선(UV)보다 훨씬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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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색깔이란 건 그냥 눈에 띄는 느낌만 다른 요소일 뿐이지, 같은 온도와 같은 재질이어도 "검은 옷이 흰 옷보다 왜 덥게 느껴지는 걸까?" 이걸 이해를 오랫동안 완전히 못 했다.
저렇게 온도에 따라 다른 '빛깔'이 나오는 건 이해하겠는데, 역으로 '색깔' 자체도 열 흡수율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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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면에 눈이나 심지어 비닐하우스 같은 인공 구조물 때문에 흰색이 많으면 그게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반사해서 기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온도계를 보관하는 백엽상의 주변은 반드시 하얗게 칠하며.. 비행기도 열 흡수를 하지 말라고 흰 도색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쪽 관련 과학 법칙은 열역학도 광학도 전자기학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분야인 걸까..?
이게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양자역학이라는 걸 태동시킨 전신이라고 한다. 얘는 물질 자체를 존재하게 하는 원자 차원의 힘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서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발상의 전환을 선사했다.

※ 관련 여담

(1) 유리는 투명한 데다, 성냥을 갖다대면 불이 붙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도 겉으로는 하나도 티가 안 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실험실 안전 수칙에서 다뤄지곤 한다. (단골로 다뤄지는..)
물론 성냥의 발화점이 그리 높은 건 아니며, 유리도 더 뜨거워져서 흐물흐물 녹기 직전일 때는 벌겋게 변하기는 한다.

(2) 인류에게 열과 빛이라는 건 바늘과 실처럼 같이 따라다니는 형태인 게 익숙하다. 자연에서 보는 불꽃이나 달궈진 물체의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빛이 필요한 곳에서는 발열이 거의 없이 밝은 빛만 만들어 내는 기술도 잔뜩 개발했다. 전기 에너지를 원하는 곳에만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에서는 반딧불이도 발열이 없이 생물학적으로 신비로운 빛을 내는 곤충이라고 한다.

(3) 불꽃 반응은 불태우는 금속 원소에 따라 서로 다른 불꽃 색깔이 나타나는 걸 말하는데, 이건 온도 자체와는 좀 다른 분야의 현상이다.;;

(4) 그러고 보니 빛을 받았다가 깜깜해진 뒤에도 잠깐이나마 빛이 나는 무려 '야광/축광',
방사능 원소인지가 어쩌구 하는 형광,
거울이 아니면서 어둠 속에서 빛을 좀 반사에서 더 밝게 빛나는 그 무언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원리를 다시 공부해 보고 싶은데.. 내가 시간과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 도로의 차선도 평범한 페인트가 아니라 이런 안료가 들어가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받았을 때 더 밝게 비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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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달 표면도 말이다.
하늘은 새까만 암흑인데 지표면은 아주 하얗게 빛나고 물체 그림자도 선명하게 비쳐 보이는 거..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표면 전체가 이렇게 빛나고 있으니까 지구의 하늘에서는 달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지구는 대기가 있어서 낮에 하늘이 파란 것이고..

(5) 빛 내지 전자기파는 진행 과정에서 질량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다 보니 꼬불꼬불한 케이블 안에서도 광속으로 진행하고, 심지어 관찰자의 상대속도 관점에서도 불변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한편으로 진공이 아닌 유체 안에서는 그래도 속도가 미세하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굴절도 발생한다.
그게 얼마나 줄어들고 차이가 발생하는지, 얘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물리학이 깊게 들어가면 난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런 걸 컴퓨터도 없던 19세기에 처음 발견하고 공식을 만들어 낸 물리학자들은 참..

수백 년 전에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걸 물증 아닌 심증으로 인지하고, 나중에 실험으로 입증한 과학자들도 정말 괴수였을 것이다. 이걸 알아낸 것은 지구 구형이나 지동설만큼이나 엄청난 과학 발견이었다.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이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6) 끝으로..
이 글에서 주로 거론된 용광로는 시뻘겋거나 누렇지만, 원자로는 시퍼런 편이다~!! 흥미로운 차이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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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체렌코프 효과라고 불리는 방사선 관련 현상 때문에 시퍼런 빛이 나와서 그렇다. 이건 흑체복사보다 더 이해하기 어렵고 20세기가 돼서야 발견된 현상이다. 이걸 발견하고 규명한 과학자들은 죄다 노벨 상을 받았다.

방사능은 원자력이라는 너무 근원적이고 강한 힘에서 유래됐다 보니.. 인간이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리· 화학적 조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게 더욱 대단하고 무서운 면모이다.
방사능 폐기물은 아무리 깨부수고 전기 충격을 가하고 물· 불에 쳐넣어도 방사능이 없어지지 않는다. 찬송가 가사를 빌리자면 말 그대로 "물불이 두렵잖고 창검이 겁없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28 08:35 2022/11/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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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0년대 우리나라 역사

우리나라는 먼 옛날 박 정희 때는 한창 고속도로 건설하고 자동차 만들고 제철소 짓고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다. 나라의 주 경제 구조가 농경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통째로 바뀌었다.
그 뒤 1980년대 전 두환 때는 최신 산업 트렌드가 정보 통신, 컴퓨터 쪽으로 바뀌었다. 삼성 전자에서 공돌이들을 갈아넣어서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8비트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80년대 말에는 벽돌만 한 크기의 엄청 비싼 휴대전화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저런 기업뿐만이 아니다.

  • 1980년대 중반에 ETRI에서는 전화기 전전자 교환기(TDX)를 100% 자체 개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 그리고 KIST 시스템 공학 연구소에서는 올림픽 경기 정보 시스템(GIONS)를 100% 자체 개발해서 실전에서 단 한 건의 장애 없이 잘 운영해 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일화도 경부 고속도로나 현대 포니, 포항 제철 "우향우 정신" 같은 아이템과 대등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얘들은 한번에 완성품이 짠 튀어나온 게 아니라, 수 년 동안 점진적인 발전.. 즉 진화를 거쳤다.
TDX는 첫 실용 모델인 TDX-1이 나온 게 1984년이고 상용화는 1986년이다.
GIONS도 1983년의 인천 체전, 전국 체전, 1986년 아시안 게임을 거치면서 검증과 보완을 거친 끝에 1988년의 올림픽 때 끝을 본 것이었다.

국내 체육대회는 시스템이 실패해도 세계적으로 망신 당할 일은 없기 때문에 위험 부담만 덜할 뿐이지... 자잘하게 관리해 줘야 하는 요소들, 경기 종목 수, 시스템의 복잡성은 올림픽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적합한 아이템이었다. 단지, 이런 것들을 비현실적으로 짧은 시한 동안 다 발로 뛰며 조사하고 코딩 구현을 해야 했던 연구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밀레로 갈려 들어갔다.;;

물론 둘 다 40여 년 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철 지난 완전 구닥다리 레거시 기술일 뿐이다.
경부 고속도로의 옥천 당재 터널이 그 당시에는 부족한 자본과 기술, 열악한 여건에서 그렇게도 고생하면서 처절하게 만들어졌지만, 30여 년 뒤에는 도로가 통째로 다른 고가로 이설되고 그 길과 터널이 쓰이지 않게 된 것처럼 말이다.

휴대전화가 어떻고 LTE/5G 기술이 어떻고 하는 와중에 겨우 유선 전화기의 회선 연결을 자동화해 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하지만 쌍팔년도 이전 옛날에는 전화기 하나조차도 기계값과 회선값이 너무 비싸서 집집마다 집집마다 장만하기 곤란한 첨단 문명의 이기였다.

시외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 치면 무슨 국제 전화를 거는 것처럼 보통일이 아니었다. 통화료가 폭증하기 시작했으며, 지역번호 체계도 완전 꼬여서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전자식 교환기가 도입되기 전에 백색 전화 청색 전화는 뭐, 나도 겪어 본 적 없는 옛날 일이고..

전전자 교환기가 저렇게 개발된 덕분에 1980년대 이후부터 유선 전화 인프라가 우리가 아는 그 체계로 정착될 수 있었다. 1천만 회선 돌파니 2천만 회선 돌파가 손쉽게 가능해졌다.
이거도 주어진 예산과 기한 안에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향우 해서 바다에 뛰어내려 다같이 자폭하겠..."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인사상의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팀원들 모가지를 걸고서 예산 따내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_-;;

그리고 GIONS도 말이다. 지금 관점에서야 뭐 흔하디흔한 SI 구축일 뿐이니 스펙대로 DB 설계하고 서버 돌리고 웹사이트 만들면 끝일 것이다.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스프링이니 아파치, 톰캣 등..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를 끌어다 쓰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 때가 1980년대였다는 거다. IBM 메인프레임에다가 코볼 언어로 코딩을 하던 시절이고, 이공계 출신 중에도 컴퓨터라는 물건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이던 때였다. 컴퓨터 관련 기술은 하드웨어건 소프트웨어건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폐쇄적이었고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었다.

그런 여건 하에서 저런 대규모 SI를 국내 기술로 해내서 국제 대회 기록을 성공적으로 집계하고 보도 자료를 내보내서 첨단 IT 올림픽을 선보인 것이니.. 정말 칭송받아야 마땅한 일인 것이다.

2.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우리나라는 휴대전화라는 게 전국민에게 저렴하게 보급된 건 거의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인터넷 전용선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기지국이 전국에 쫙 깔린 덕분이다. 그러고 나서 아이폰을 필두로 해서 스마트폰이란 게 대중화된 건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그 전에도 벽돌만 한 크기의 휴대전화라는 게 없지는 않았다. 특히 자동차에 카폰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얘는 원리가 무전기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어서 회선 수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기기 가격과 개통 비용이 살인적으로 비쌌다.
주파수 공용(TRS) 기술이 도입되면서 그나마 회선 문제는 좀 해결된 듯하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카폰은 부자만을 위한 엄청난 사치품인 건 변함없었다. 하긴, 1990년대 초엔 우등 고속버스의 앞자리에 이동식 공중전화도 있었으니 이 또한 정말 최고급 서비스였다.

이때 모토롤라가 무전기 내지 자동차용 카폰 제조사로 유명했다. 노키아 내지 블랙베리는 휴대전화보다는 더 나중의 피처폰/초창기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회사였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으로 평정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많이 몰락했다. 코닥 사가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개발까지 해 놓고는 21세기 들어서 몰락하고, LG 전자가 피처폰만 공략하다가 삼성과는 완전 정반대 처지로 전락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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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983년, 모토롤라에서 내놓은 거의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휴대전화인 '다이나텍'이다.
40년 전에는 이것만으로도 정말 세계 최첨단.. 돈 많고 어디서나 바쁘게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정부 요원 대기업 중역들이나 쓰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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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건 쿵 퓨리에서 히틀러가 빼앗았던 물건이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전화기에다가 총질을 하자 전화를 받고 있던 사람이 사살 당하는 그 장면.. =_=;;;

3. 지상파? 공중파?

케이블/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방송 말고, 평범한 전파 수신만으로 쉽게 청취· 시청 가능한 KBS, MBC 같은 방송을 흔히 '지상파'라고도 부르는데.. 반대로 '공중파'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어떻게 서로 정반대 용어를 한 개념에다 사용할 수 있을까??

찾아보니 '지상파'가 맞다고 한다. 하긴, 나도 '지상'이 있는데 저 '공중'은 설마 空中(in the air)일 리는 없고 公衆(public)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sky wave를 가리키는 空中파도 있긴 하지만 그건 별개 분야의 기술 용어이다. KBS MBC 따위를 가리킬 때는 지상파 방송국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워딩이다.

종이 신문이 엄청 많이 몰락한 것처럼 통상적인 지상파 방송도 많이 몰락하고 사람들의 눈에서 차지하는 파이의 크기가 작아졌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게 많이 잡아먹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이 완전히 망해 없어지거나 권위가 무너진 것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아프리카 개인 방송 나부랭이가 아니라 KBS/MBC/SBS 텔레비전에 어떤 형태로든 출연하는 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4. 회선 vs 패킷

데이터 통신에서 아주 기초 원론적인 방법론 구분으로는 “회선(circuit) 교환 방식”과 “패킷(packet) 교환 방식”이란 게 있다.
둘의 차이를 통신이 아닌 교통에다가 얼추 비유하면 이렇다.

회선은 에스컬레이터, 스키장의 곤돌라,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처럼.. 중앙 기계실에서 거대한 와이어를 당겨 주고, 승객이나 객차는 그 와이어에 올라타서 이동하는 방식이다. 객차에는 딱히 동력이 없다.
패킷은 그렇지 않고 사람들 태운 자그마한 자동차들이 각자 목적지까지 스스로 굴러가는 방식과 같다.

전자는 처음 구축하는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들고, 후자는 구현하고 운영하는 기술적인 난이도가 더 높다.
그러나 결국 후자가 더 장거리 대량 수송에 더 적합하고, 트래픽이 가변적일 때에도 더 유동적으로 대처 가능하다.

전자 정보 통신 쪽 배경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두 방식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과금 체계이다.
25년쯤 전 옛날에 모뎀으로 PC 통신 내지 인터넷에 접속할 때,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각종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모든 요금이 시간 단위로 매겨졌다. 파일 다운로드를 하건, 가만히 놀고만 있건 무조건 분당 몇백 원꼴.. 이건 회선 방식이요,

지금 4G 데이터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요금은 모두 데이터 용량 단위로 부과된다. 몇 기가바이트당 얼마.. 요건 패킷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옛날에 모뎀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던 시절엔 그럼 자기 컴퓨터는 IP 주소를 받는 게 있는지? 전화선으로 패킷 기반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해서 중간 계층에서 무슨 일이 이뤄지는지..?? 갑자기 문득 궁금해진다. 인제 와서는 별로 알 필요도 없는 구닥다리 기술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5. 와이파이와 https

버스나 지하철, 공원에서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나면, 보통은 맨 처음에 와이파이 제공자에서 만들어 놓은 시작 페이지만 뜬다. 여기서 로그인을 하든지 ‘와이파이 사용’ 같은 걸 클릭해서 최소한의 인증을 거쳐야만(광고 시청..)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인증을 통과하기 전에는 다른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아마 DNS 계층 차원에서 요청이 몽땅 씹히고, 시작 페이지로만 강제 포워딩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http 말고 암호화가 돼 있는 https 방식 사이트는 이런 식으로 강제 포워딩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증을 통과하기 전에도 https 사이트들은 들어갈 수 있는데..
요즘은 https가 아닌 사이트를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러니 저런 단순한 강제 포워딩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https에서는 강제 포워딩을 구현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건지..??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공공 와이파이도 접속한 뒤에 잡다한 인증 없이 바로 인터넷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주 겪지는 않았지만 오로지 https 사이트만 되고, http는 아예 금지하고 막아 버린 경우도 있었다.
와이파이 쪽도 연결 방식과 각종 보안 기술이 많이 바뀌어 온 것 같다. 그런데 와이파이 AP 자체에도 암호가 걸린 보안 접속이 있고, 와이파이 첫 화면에도 보안 연결 기능이 있는데 이런 건 https와는 별개인 타 계층에서의 보안인 건지? 잘 모르겠다.

코넷(kornet)이 모뎀으로 인터넷 연결하던 시절의 사업자/상표 명칭이었다면, 네스팟(nespot)은 와이파이라는 게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절의 명칭인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5 08:36 2022/11/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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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세트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는 플로피 디스크(디스켓)과 더불어 20세기 중후반을 풍미했던 정보 저장 매체이자 특별히 음반 매체였다.
얘의 발명자는 '루 오텐스'라는 엔지니어인데(1926-2021), 이 사람이 바로 작년 3월에 세상을 떠났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록에 따르면 얘는 1963년에 처음으로 출시됐다고 한다.
1970년대에 비디오 테이프의 표준 규격이 정해지던 시절에 VHS와 베타맥스가 경합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전 1960년대엔 오디오 테이프도 표준화 과정에서 여러 회사들 간의 경합과 진통이 있었다.
여기서 필립스의 이 카세트 테이프가 최종 승자가 되면서 세계를 석권하게 된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라는 게 발명되기 전에 인류가 보유한 소리 저장 수단은 방송국 장비 급인 거대한 릴 테이프.. 아니면 SP/LP 같은 레코드밖에 없었다. 1945년, 일본 천황의 항복 옥음방송도 원판이 SP 레코드에 녹음되고 재생됐다는 건 유명한 일화이다.
그러다가 카세트 테이프가 발명된 덕분에 인류는 1시간 가까이 적당한 분량이 들어가는 음반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가 있게 됐다. 그 뒤 1980년대 초에 워크맨이란 게 발명되면서, 밖에서 걸어다니며 음악을 듣는 것까지도 가능해졌다.

얘는 저렴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쉽게 녹음도 됐다. 라디오 방송의 녹음이라든가 마이크 꽂아서 외부 소리의 녹음, 아니면 테이프끼리의 복제까지.. 실용성도 뛰어났으니 세계를 석권할 수밖에 없었다.

루 오텐스 아재는 평생을 필립스 네덜란드 본사에서 재직했으며, 20여 년 뒤의 후속품인 CD를 개발하는 데도 참여했다. 이 CD도 나름 발명된 지 아직 50년이 채 지나지 않은 물건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대체제가 이미 DVD에 이어 블루레이까지 나와 있으니 원..
게다가 지금은 음원 기술이 몽땅 디지털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휴대용 기억장치 자체가 인터넷 아니면 USB 메모리에 밀려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것도 참 격세지감이다.

테이프가 CD는 물론이고 더 과거의 레코드와도 다른 독특한 특성이 무엇이냐 하면.. 현재의 재생 지점이 기기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나타나 있다는 점일 것이다. ㄲㄲㄲㄲ
전에 한번 얘기한 적이 있었나..? 카세트 테이프는 테이프가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쏠릴수록 좌우 reel이라고 해야 하나 회전부의 주행 속도가 서로 달라진다. 이를 통해 나름 무단변속기의 원리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21세기에 태어난 애들은 디스켓과 더불어 카세트테이프가 뭔지 알까...??
더 옛날 8비트 컴터 시절엔 저 카세트테이프가 파일을 읽고 저장하는 용도로도 쓰였다는데.. 그건 나조차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난 레코드가 현물 기계를 통해 돌아가고 재생되는 모습도 본 적이 전혀 없다. -_-;;

2. 추가 음향 기술

카세트 테이프는 수십 년 동안 시종일관 같은 방식으로만 만들어진 게 아니고 개량형 바리에이션이 좀 있었다. 이는 전신인 LP 레코드도 마찬가지였다.

(1) 크롬/메탈: 음원을 기록하는 테이프의 자성체가 평범한 산화철이 아니라 산화크롬 기반이었다. 이게 고음부까지 더 깨끗하게 잘 기록돼서 음악 감상용으로 화질이 더 좋았던가 보다. '메탈'은 크롬보다 더 고급형인 듯..
단, 이런 신소재로 제대로 뽕을 뽑으려면 재생기도 고급 테이프를 제대로 지원해야 했다. 여러 모로 자동차용 고급 휘발유의 테이프 버전에 대응하는 셈이다.

(2) 스테레오: 이미지 파일에 레이어가 있다면 사운드에는 여러 채널이란 게 있다. 사람은 눈 2개의 영상을 합성해서 공간과 거리감을 느끼는데, 이와 비슷하게 좌우의 스피커 2개로부터도 공간을 인지하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시청자로 하여금 공간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전용 고글을 쓰고 거리 착시를 느끼게 왜곡된 영상을 보는 일명 3D 영화라는 게 요즘도 잘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것처럼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으로도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서라운드 입체음향'이라는 게 존재한다. 이건 거대한 음향 설비를 갖추거나, 전용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써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는 말할 것도 없고 LP조차도 1960년대에 스테레오 녹음이 지원됐다고 한다. 재생기의 입장에서 스테레오는 좌우에 서로 다른 소리를 동시에 재생하는 것이니, 결국 동일 길이 동일 음질 기준으로 기억 공간이 두 배로 필요하다. 아날로그 시절에 그 공간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3) 돌비: 옛날에 카세트 테이프나 테이프 재생기의 주변에서는 '돌비' 어쩌구저쩌구 하는 상표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얘는 레이 돌비(1933-2013)라는 음향 공학자 겸 사업가가 1965년에 설립한 '돌비 연구소'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회사를 차려서 1970년대에 카세트 테이프의 재생 노이즈를 제거해 주는 전자 회로를 개발했다. 테이프는 그냥 공음부만 재생해도 치이이익~ hissing noise가 들리는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일반 소비자용 상품이 아니라 전세계의 테이프 재생기 제조사를 상대로 B2B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런 회로도 크기와 성능, 가격대별로 여러 모델이있었는데.. 1990년대에 최고급 메탈 테이프에다가 최신 돌비 모드를 적용해서 녹음된 음악을 해당 돌비 모드를 적용해서 재생하면.. 노이즈 한 점 없이 CD 뺨치는 깨끗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테이프로도 말이다.

이런 게 쌍팔년도 시절에 테이프라는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어떻게든 음질을 더 향상시키려는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돌비 연구소는 지금도 건재하고 있으며, 카세트 테이프 말고도 영화관용 영화의 4채널 서라운드 음향 저장 포맷을 진작에 선점한 덕분에 이게 마르지 않는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전자레인지에서 물이 갑자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가리키는 돌비(突沸) 현상은 Dolby하고는 무관한 어원이구나~! 저것도 뭔가 파동과 관계 있는 물리 현상이다 보니 왠지 Dolby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ㄲㄲㄲ

3. 영상 기술과의 관계 등, 나머지 여담

(1) 19세기 초창기에 축음기는 사진이나 영사기와는 별개의 영역으로 발명되고 발전했다. 둘이 합쳐져서 유성 영화라는 게 생기고 텔레비전 방송까지 시작된 건 아무래도 20세기 초부터이다. 전화가 발명된 것도 19세기 말쯤..?

(2) 영상 쪽은 디지털화된 이래로 화질 관련 정보량이 4K니 8K니 하면서 계속 올라가고 더 복잡한 코덱이 개발되고 기술이 바뀌어 왔다. 더구나 요즘의 HD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이거 뭐 전자기파의 물리적 특성이 30년 전과 지금이 서로 달라지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어떻게 이렇게 화질이 좋아질 수 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 반면, 음성은 이제 인간이 차이점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음질이 충분히 좋아져서 그런지, 먼 옛날에 제정됐던 CD 규격 이후로 딱히 음질이 더 올라가지 않은 것 같다. 라디오 방송은 심지어 신호 송수신 방식도 TV와 달리 여전히 아날로그이다.
뭐, 라디오는 전쟁· 재난 시국에서도 아주 단순한 전자 장비만으로도 누구나 간편하게 수신하라고 일부러 안 바꾸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3) 이렇게 정보 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2020년대 이 와중에도.. 전화 통화 음질은 여전히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상대방의 전화 연결을 기다리는 컬러링 소리만 해도.. 여느 mp3 음원하고는 억만 광년 떨어진 음질이지 않은가?
전화로는 대체로 음성만 오가다 보니, 디지털 기반인 인터넷 전화에서도 저음질 음성의 압축에만 왕창 최적화된 AMR-WB 같은 부류의 전용 코덱이 쓰인다고 한다. 전화로 음악이나 다른 일반적인 자연음은 짤리거나 왕창 왜곡되고 열화되어 들리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06 08:35 2022/10/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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