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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과학 기술 전망

1. 미래의 떡밥

  • 수소를 가솔린이나 여느 천연가스만큼이라도 안전하게 많이 저장하고, 싸게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동력 얻기
  • 핵융합 발전
  • 무선 송전/충전, 직류 고압 송전
  • 양자 컴퓨터
  • 획기적인 반도체 소자(규소) 내지 배터리 재료(리튬이온)
  • 휘발유 압축 착화 엔진 (디조토)

이런 게 하나 제대로 개발되면 21세기는 20세기의 연장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이 또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겠는데.. 과연 실현 가능할지, 아니면 저건 SF의 영역에만 머문 채로 인간 세상이 끝날지 모르겠다.

다음은 세계 대전 종전 후, 1940년대 말에 등장했던 과학 기술이다. 하긴, 일본에서 최초의 노벨 상 수상자도 이때쯤 배출됐었다.

  • 가스 터빈, 제트 엔진
  • 전자레인지, 트랜지스터, 전자식 컴퓨터

다음은 옛날에 개발된 적이 있었지만 실용성이 부족해서 사장된 기술이다. 전기 자동차처럼 미래에 재조명을 받게 될지는 모르겠다.

  • 초음속 여객기 (연료 효율과 소닉 붐 문제)
  • 무탄피총 (탄피가 없으면 편하긴 하지만.. 탄약값이 너무 비싸진..)
  • 반켈 엔진 (왕복 엔진이 반쯤 터빈 엔진처럼 되는 듯.. 성능과 효율과 제작 난이도가 다같이..)

다음 아이템들은 현실에서는 존재 불가능, 실현 불가능이고 진짜로 SF의 영역이다.

  • 대기권 여객기와 우주 발사체를 겸하는 단일 비행체(!!!)
  • 포유류 수준의 고등 동물이 무슨 곤충처럼, 히드라/럴커나 뮤탈/가디언처럼 변이

2. 자원 고갈, 환경 문제

한때 인류의 미래에 애로사항을 꽃피울 거라고 여겨졌던 문제들 중.. 석유는 여전히 많이 잘 산출되고 있어서 공급에 문제가 없다.
쓰레기는 재활용 기술이, 각종 수질· 대기 오염도 정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서 많이 해결됐다. 자동차도 석유가 아닌 천연가스나 전기로 가는 놈이 제법 많이 늘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석유의 경우, "지구에 석유 자체는 엄청 많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소비 속도로도 10만 년은 족히 쓸 수 있습니다. 화석 연료가 다 고갈되기 전에 지구 대기 중의 산소가 먼저 고갈될 겁니다" 이렇게 전망하는 학자도 있다.;; 이거 레알인가..??? ㄷㄷㄷㄷ

단지, 지금과 같은 채산성을 지닌 석유는 현재로서는 앞으로 30~50년치 남짓만 있는 게 맞다. 그게 팩트다. 무슨 타이타닉 호가 가라앉아 있는 급의 해저에서 석유를 퍼올리기는 건 아직은 곤란할 테니 말이다.
무슨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처럼 "석유는 고갈되지 않는다. 다만 채산성이 떨어질 뿐이다"인 셈이다.

인구도.. 1987년대 말에 세계 인구가 50억(추정)을 넘었을 때 UN에서 '인구의 날'까지 제정하면서 설레발 내지 우려를 내비쳤다. 그러나 지금은 80억이 다 되도록 지구엔 아무 일이 없으며, 선진국들은 오히려 극심한 저출산을 걱정하는 지경이다.

고래는 그린피스 운동꾼이 아니라, 고래기름의 값싼 대체제를 개발해서 고래를 잡을 필요를 없게 만든 과학기술이 보호해 줬다. 나무도 무식한 벌목 금지법이 아니라 화석 연료와 원자력 에너지 같은 대체제가 보호해 줬다. 이러니 탈원전 재생 에너지가 무식한 사기꾼 소리를 듣는 것이다.

3. 전기차의 전망

말만 들어서는 앞으로 15~20년 안으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자취를 감추기라도 할 것 같고 테슬라 차도 마냥 우려하던 수준의 베이퍼웨어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과연..??

(1) 배터리는 용량뿐만 아니라 온도 문제도 심각한 한계다.
한겨울 혹한에서는 스마트폰이나 놋붉 같은 가볍디가벼운 물건의 배터리조차 퍼지고, 엔진이 아니라 시동 모터만 돌리는 것도 힘들어지는데 이런 건 잘 극복됐는지??

  • 축이 3개 이상 달린 대형 트레일러, 덤프트럭, 건설기계 (닥치고 디젤.. 아니면 휸다이처럼 수소연료가 아쉬운 대로 파고드는 중)
  • 군용차, 장갑차, 탱크(가스터빈) (!!!)
  • F1 레이싱 머신 (일반 자동차와는 특성이 완전히 다른 세계임)
  • 초 럭셔리 기함급 승용차나 스포츠카(휘발유), 아니면 대통령 의전 차량 (오히려 디젤)

이런 차들이 설마 내연기관 말고 다른 동력원으로 바뀔 수 있을까??
버스조차도 시내나 광역 말고 장거리 고속버스가 전기는커녕 천연가스로라도 바뀌었다는 얘기를 난 들어 보지 못했다.
충전소 문제도 있지만 주행거리, 그리고 짐칸 공간 확보 문제에서 기존 디젤 엔진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배터리나 가스 탱크가 모두 말이다. 2층 버스도 비슷한 이유로 인해 그냥 다 디젤 기반이다.

승용차 수준에서야 전기차가 많이 보급될 수 있겠지만, 여러 연료가 공존하는 거지 내연기관 자동차가 완전히 없어진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2) "내연기관(기름)차 : 배터리 전기차"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재래식(자기 디스크) 하드 : SSD"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재래식 하드가 무슨 기름값이나 환경 문제에 연루돼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다른 차원에서 말이다.

SSD가 비슷한 가격으로 수 테라바이트 이상 재래식 하드와 대등한 용량을 구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배터리 기반 전기차는 현재 기술로는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하다못해 수소 연료 전지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SSD는 입출력 속도가 빠르고 조각 모음을 안 해도 되고 물리적인 충격에 재래식 하드보다 강한 대신, 전기 신호 차원에서의 오류나 이상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재래식 하드는 그래도 데이터가 어떤 형태로든 물리적인 형태로 기록되는 물건이지만, SSD는 근본 출신이 휘발성 메모리이다. 데이터가 순식간에 그냥 훅갈 수 있다. 날아간 데이터에 대한 복구 가능성이 재래식 하드에 비하면 그냥 없다.

그것처럼 전기차는..
평소에는 공해 없고 잘 나아가고 좋은데.. 사고가 나서 쾅 박았을 때 배터리가 무슨 백린탄처럼 될 수 있는가 보다.
당연히 재래식 황산-납 축전지가 그렇게 될 일은 없고, 리튬 이온 배터리 말이다. 에너지 축적량이 많은 대신, 화학적으로 훨씬 더 불안정하기도 한 녀석..

내연기관 차도 부서져서 연료가 새면 얼마든지 불이 날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자동차의 화재 가능성을 넘어서 비행기의 화재 가능성에 더 가까운 듯하다. 비행기는 같은 무게/크기 대비 자동차보다야 연료를 더 많이 넣어야 하고, 추락/충돌할 때의 속도도 더 빠르니 말이다.

더 편리한 대신에 기존 재래식 솔루션에는 없는 치명적인 단점과 취약점이 있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SSD는 고온에도 취약하다. 노트북 컴터 내부의 발열에 너무 오래 노출되고 냉각이 잘 안 되면 그것만으로도 손상을 입고 데이터가 날아갈 수 있다.

4. 여담

  • 리튬 이온 배터리라는 게 없던 시절, 100년 전의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하게 황산-납 배터리를 달고 다녔다고 한다.;;; 당연히 충전 시간이나 항속거리가 절대로 쨉이 안 되니 기름차에 밀려 도태할 수밖에 없었다.

  • 테슬라가 배터리까지 직접 생산하려 하는 건 애플이 CPU까지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려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자기 제품에 들어가는 워낙 중요한 부품이니 자체 기술을 보유하려 애쓸 수밖에 없겠다.

  • 일본은 25년 이상 전부터 '도요타 프리우스'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본좌였는데, 정작 순수 전기차 쪽은 시들시들한 것 같다. 그 반면, 요즘 중국이 배터리 기술을 육성하고 전기차를 왕창 많이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BYD 시내버스가 많이 눈에 띈다.

  • 동력원 다음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인 기술은 자율 주행인데.. 자율주행 자동차가 100% 전자동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현재의 기계번역 소프트웨어가 기계 보조 수준이 아니라 완전 자동으로 바뀌는 정도의 기술 혁신과 격변이 필요할 것 같다. 즉, 컴터가 인간의 자연어를 자연스럽게 알아듣고 구사하는 것과 같은 급의 기술이 동원돼야 할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03 08:35 2022/09/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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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기관의 기술 동향

1. 내연 기관과 외연 기관

열기관, 엔진이라는 건 오늘날 지구상의 수많은 기계들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인데.. 크게 내연기관과 외연기관으로 나뉜다. 연료의 연소가 기관의 안에서 이뤄지냐, 밖에서 이뤄지냐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만 말을 해서는 차이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내연은 연료 자체의 폭발 팽창력으로 힘을 내고, 외연은 연료로 다른 매개물질을 끓여서 기화 팽창력으로 힘을 낸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전자에서 말하는 폭발력이란 건 찰나의 순간에 ‘펑’ 강하게 발생했다가 바로 사라진다. 후자의 팽창력보다 더 제어하기 힘들다.

이걸 축적해서 큰 힘을 지속적으로 만들려면 내연기관은 연료를 끊임없이 아주 찔끔찔끔 연소· 폭발시키면서 일정 회전수 이상 빠르게 계속 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이산적인 출력을 연속적인 형태로 취합하는 플라이휠 같은 장치가 필요하며, 밖의 바퀴가 원하는 저속/고토크 비율로 변환하는 변속기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기 시설로 치면 이게 변압기나 마찬가지이다.

그 반면, 증기기관 같은 외연기관에서 물 같은 비열 높은 물질이 한번 끓어 수증기가 되면, 얘는 열을 간직하고 있는 동안 내연보다야 꽤 가늘고 부드럽고 길게.. 저속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물론 열역학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며, 처음에 물을 끓이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속도 조절 같은 반응이 늦다는 건 매우 큰 단점이다. 하지만 외연기관은 내연기관보다 기계 구조가 훨씬 더 단순하고 제작 난이도가 낮으며, 연료도 훨씬 덜 가리고 신뢰성이 높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다.

외연기관은 공간이 많이 필요해서 소형화가 어려운 반면, 내연기관은 복잡하고 제작 난이도가 높아서 고출력 대형 버전을 만드는 것이 오랫동안 난감했다. 괜히 20세기 이후에 실용화된 게 아니다.

또한, 증기라는 유체는 불을 때는 기관과 분리된 덕분에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변속기 오일 같은 역할도 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즉, 외연기관은 엔진도 구조가 단순하지만 변속 계층도 더욱 단순하다.

2. 폭발

자동차가 부드럽게 잘 굴러가려면 연소실에 들어가는 공기와 연료의 양, 그리고 이 회전수를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절한 부하로 바퀴에다 전달하는 변속비가 잘 결합해야 한다. 공기와 연료의 배합 문제는 어느 엔진에서나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며, 굳이 폭발이 아니라 열만 왕창 뜨겁게 만드는 물건인 용광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할 것이다.

좀 뜬금없는 얘기이다만, 이건 세탁기에서 빨래의 양 대비 물과 세제가 잘 맞물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제 찌꺼기가 빨래에 남은 건 연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불완전 연소해서 매연과 검댕이 나오는 것과 동일하다.
적정 비율을 계산하는 게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세탁기에도 컴퓨터(콤퓨타 세탁)가 들어갔고, 엔진엔 진작부터 전자 제어 기술이 동원돼 있다.

수소는 맹렬히 반응하고 잘 폭발해서 단독(액체 수소) 또는 탄화수소 형태로 동력기관의 연료로 쓰이는데, 질소는 화합물이 화약· 폭약의 재료로 쓰인다는 차이가 있다.

3. 무연 휘발유외 유연 휘발유

21세기엔 자동차의 동력원 중 디젤 엔진만이 더티하다는 오명을 잔뜩 뒤집어쓰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구석이 있었다. 특히 유로 규제는 6단계까지 올라가서 DPF에다 SCR까지 도입되고, 연료뿐만 아니라 요소수도 주기적으로 번거롭게 넣어야 하게 됐다.

하지만 휘발유 엔진도 아무 조치 없이 저절로 깨끗해진 건 아니었다.
고온 고압으로 인해 공기 중의 질소가 질소산화물로 합성되며, 불완전 연소로 인해 일산화탄소와 각종 탄화수소가 배출되는데, 이걸 고온(300~500도)에서의 화학 반응을 통해 물· 질소· 이산화탄소로 환원시키는 삼원촉매 정화 장치가 개발되었다.

얘는 모든 자동차에 장착이 의무화됐다. 이것 덕분에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 자동차가 이렇게 많이 다녀도 사람들이 그럭저럭 숨 쉬고 지낼 수 있게 됐다.
단, 이 촉매 장치는 백금이나 팔라듐 같은 비싼 귀금속을 써서 제조되기 때문에 자동차의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백금은 수소 연료 전지에도 촉매로 쓰이는걸? 몇 그램 남짓한 미량이지만 이거라도 건지려고 폐차장을 뒤지는 귀금속 도둑도 나돌았다고 한다.

그리고 참 운명의 장난인지..
이 촉매 장치는 휘발유 엔진의 노킹 오동작을 방지해 주는 효자 첨가제이던 '납' 성분과는 어울릴 수 없는 캐상극이었다.
얘는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은 잘 반응시켜 주지만, 납이 들어가면 그게 촉매 장치에 달라붙으면서 촉매를 망가뜨렸다.

삼원촉매 정화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납이 아닌 다른 대체제가 들어간 무연 휘발유의 개발이 필수였다. 대체제는 아무래도 납보다는 더 비싼 물질이었다.
환경 규제 때문에 기름값도 비싸지고 차값도 더 비싸지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연 휘발유는 공기 중에 미세하게나마 납을 내뿜으니 그것만으로도 인체에 해로운데, 촉매 변환이 되지 않아서 다른 배기가스의 정화조차 못 하게 만드니 "이중으로 해로웠다". 환경과 건강에 백해무익이니 빨리 퇴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부터 무연 휘발유 도입이 논의되었고, 1987년 7월부터는 무연 휘발유 차량만 생산 가능하게 바뀌었다.
그렇게 과도기를 거쳐서 1993년 1월부로 유연 휘발유는 국내에서 유통이 전면 금지되었다.

요컨대.. 무연과 유연 휘발유 문제는 납이 있고 없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촉매 변환 장치의 사용 가능 여부도 같이 딸린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도 경유처럼 환경 규제로 인한 규격 변화를 거쳤다는 것..
유연 휘발유는 작년 여름에 마지막 생산 시설이 폐쇄되고 전세계에서 완전히 퇴출됐다고 한다. (☞ 보도 자료)

4. 독특한 기술들

자동차 업계엔 통상적인 가솔린/디젤 왕복 엔진 말고 자신만의 독특한 엔진 기술을 육성한 걸로 유명한 기업이 좀 있다.

(1) 마쓰다: 반켈 엔진. 거기에다 휘발유 자연착화 디조토 엔진도 선구자인 듯?
둘 다 제대로 동작만 한다면 굉장히 획기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용화에 갈 길이 먼 상태인 걸로 내가 알고 있다. 그리고 내연기관 자체가 마이너 퇴물로 전락한다면.. 대형차용 디젤도 아닌 이런 엔진 기술은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반켈(로터리?) 엔진은 그 특성상 2행정 엔진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배기량 대비 고출력, 하지만 내구성 메롱, 엔진오일도 같이 연소 등...

(2) 도요타: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거의 1990년대 말부터 육성했기 때문에 이 바닥 기술은 도요타가 완전 본좌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 때문에 일본 전체가 순 배터리 전기차는 보급이 굉장히 더디고, 오히려 그건 요즘 중국이 더 많이 연구하고 팔아먹고 있다. 우리나라에까지 중국산 BYD 배터리 전기 시내버스가 다닐 정도이니..
순 내연기관도, 순 배터리 전기도 아닌 하이브리드 차가 과연 얼마나 더 상품성이 있을지 궁금하다.

(3) 현대: 수소 연료전지
현대는 이례적으로 저 분야에다가 사운을 걸고 집중 연구 개발을 해 왔다.
충전 인프라가 열악한 게 큰 약점이다만.. 배터리 전기가 영 들어가기 곤란한 대형차 상용차 쪽으로 승산이 있어 보인다.

이러니 21세기의 초-중반은 자동차 엔진의 주 동력원이 다양해지는 매우 흥미로운 시기로 역사에 기록될 듯하다.

옛날엔 증기와 전기가 자동차의 동력원에서 퇴출되고 철도에서만 살아남았다. 당연히 전자는 대형화에 유리해서, 후자는 길 따라 전깃줄을 부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 증기는.. 왕복 엔진이 아닌 터빈 형태로 발전소나 선박에서만 현역이다. 내연기관으로는 저렴한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전기는 눈부신 전기공학과 배터리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100여 년 뒤에 다시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5. 가스 터빈

외연기관인 증기 터빈이 저런 대형 기계에서 쓰인다면, 내연기관인 가스 터빈은 비행기에서 주로 쓰인다. 왕복 엔진과 덩치를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른 조건이 유사할 때 터보샤프트(회전익) 및 터보프롭(고정익) 같은 엔진이 왕복 엔진보다 고회전 고출력이 더 잘 나오고, 엔진 자체도 구조가 덜 복잡하고 정비성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펠러 비행기라도 아주 아담한 경비행기 급이 아닌 한, 조금만 덩치가 커지면 왕복 엔진 대신 이런 가스 터빈 기반 엔진이 쓰인다.

다만, 이런 가스 터빈 엔진이 왕복 엔진보다 더 비싸고, 연료 소모도 더 심하다는 건 감안할 점이다. 터보샤프트 엔진은 헬리콥터뿐만 아니라 탱크 같은 일부 특수한 육상 기계/교통수단(?)에도 쓰인다.
가스 터빈을 더욱 발전시켜서 배기 가스를 적극적으로 뒤로 내뿜으면 '제트' 엔진이 된다. 오늘날 크고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기들은 모두 이런 제트 엔진 기반이다. 프로펠러만 돌려 갖고는 피스톤이든 터빈이든 초음속 비행이 무리이며, 소음도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하긴, 비행기뿐만 아니라 기록 수립만이 목적인 초음속 초고속 자동차도 이런 제트 엔진이 탑재된다고 들었다.
공기를 빨아들이지 않고 산화제를 내장한 채, 이런 분출에만 특화된 엔진은 로켓 엔진이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2/08/31 08:35 2022/08/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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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과학과 관련된 여러 음모론· 낭설 중에서 지구 평면(..)이나 아폴로 계획 자작극 같은 건 제일 유치하고 너무 수준 낮아서 별로 고려할 가치가 없다.
우한 폐렴 관련 백신은.. 개인적으로 그 정도 음모론까지 믿는 건 아니지만, 부작용이 유의미하게 너무 많았고 석연찮은 구석도 있다. 음모론이 자꾸 불거지는 배경과 맥락 자체는 이해가 가고 공감하는 정도이다. 그 이상, 빌 게이츠가 세계 인구수를 조절하려고 백신에다가 초소형 칩을 넣었네 하는 소리는.. 너무 황당한 판타지이고 입에 담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지구 온난화 허구는?? 이건 백신 음모론보다 좀 더 말이 되는 듯하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개소리라고 0.1초 만에 쳐낼 정도까지는 못 되는 것 같다.

뭐, 나도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긍정’이긴 하다. 여러 정황들이 있다.
금성이 대기의 90% 이상이 이산화탄소이고 게다가 그 농도가 지구의 90배를 넘기 때문에 저런 불지옥이라고 하는데.. 그 관측이 틀릴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동해 해수욕장들이 물이 불어서 그렇게도 침식이 많이 됐는데 이것도 아주 심상찮은 이변이라고 한다.

다만, 나도 지금까지 얼치기 환경팔이들의 거짓 선동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이쪽 말을 무작정 신뢰하지는 않는다.
옛날 만화영화 "출동 지구특공대"는 오로지 "공해와 파괴를 즐기는 악당들" 얘기만 나오지만..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환경 장사꾼 사기꾼에 대해서는 전혀 통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못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사람들은 개나 소나 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막연히 겁을 주는 게 크다. 이게 지구가 일방적으로 더워진다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들쭉날쭉 기상이변이 더 심해진다는 건지 이 스탠스부터가 분명하지 않다.

이 2020년대에도 한겨울에 혹한이나 폭설 테러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걸 보면, 지구가 일방적으로 마냥 더워지기만 하는 건 아닌 듯하다. 이게 본인의 첫 의문이다. (1)
제아무리 가뭄이 심하다고 해도 지구상의 물의 절대적인 총량이 변하는 건 아니다. 한 지역이 가뭄이 극심하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폭우 물난리를 겪는다. 이런 편차가 너무 커지는 것조차도 지구 온난화 때문인 걸까..? 글쎄?

다음으로 온실가스라는 걸 생각해 보자. 지구는 내가 알기로 이산화탄소보다도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훨씬 더 일으키고 있고, 수증기야 인간이 통제 가능한 요인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0.03%이다가 0.04%가 됐다고 해서 지구가 그렇게까지 요동을 치고 난리를 벌이나? 그건 잘 모르겠다. 인간이 자동차와 비행기와 각종 기계를 굴리는 게 그 정도로 전 지구적인 영향을 끼치는가..??

겨울에 유리창으로 햇볕만 들어오게 해도 실내나 자동차 안에서 온실효과라는 걸 체험할 수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가득 채운 상자 안은 훨씬 더 뜨거워지는지 이런 거 실험한 사람은 없나 모르겠다. 글쎄, 그건 너무 거시적인 현상이어서 자그마한 실험실에서는 재현해 보일 수 없는 건가..?? 이게 다음 의문이다. (2)

다음으로, 물에 이미 둥둥 떠 있는 빙산이야 녹는다고 해서 해수면이 올라갈 일이 전혀 없다.
컵에 얼음과 물이 넘치기 직전의 한계까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물은 컵의 높이까지 꽉 담겼고, 그 위에 뜬 얼음은 수면, 즉 컵의 높이보다 약간 위로 봉긋 솟아 있다.
이 상태로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가만히 놔 두면 어떻게 될까? 물이 컵 밖으로 흘러넘칠까? 머릿속으로 사고실험을 한번 해 보자.

요즘은 유튜브 같은 걸로 과학 상식이 워낙 많이 퍼졌으니 답을 아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물은 컵 밖으로 넘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말이다. 지구가 아무리 더워져서 극지방의 빙산· 빙하가 녹는다고 해도, 최소한 "북극"의 빙하는 해수면을 결코 상승시키지 못한다.
걔들은 처음부터 땅이 아니라 바다 위에 동동 뜬 얼음덩어리일 뿐이다. 걔들이 바닷물을 압축해서 품고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얼음은 부피가 더 늘어나니까 오히려 더 헐렁했던 거지..

지구가 더워졌을 때 진짜로 녹아서 해수면을 높일 우려가 높은 것은 남극이나 캐나다 등 대륙 한구석에 꽁꽁 얼어 있는 거대한 빙하라고 한다. 육지 위에 쌓여 있는 빙하나 얼음덩어리가 녹아서 바다로 들어가야 물의 양이 증가할 텐데, 그게 전 지구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가 개인적으로 큰 의문이다. (3)

다만, 바닷물의 온도가 어떠한 이유로든 올라간다면 그건 연쇄적인 재앙이 되긴 할 것으로 보인다. 22도이던 게 23도가 된다고 해서 열팽창이 얼마나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미세하게나마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로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액체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고체에 대한 용해도는 올라가지만 기체에 대한 용해도는 떨어진다~!
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더 올리고, 온실효과를 더 가중시키고, 바닷물 온도가 더 올라가고.. 이하생략..

또한, 물이 얼어서 지표면에 하얀 빙산 빙하가 많았을 때는 지구의 알베도가 높아서 복사열을 많이 반사해서 덜 더웠는데, 그게 없어지면 열을 더 많이 흡수하고 더 더워진다.. 심지어 이런 것까지도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한다.
종합하자면 열팽창, 이산화탄소 방출, 그리고 표면 '반사도' 이 세 요인으로 요약된다.

정말 극단적인 최악의 경우엔 옛날 만화 ‘호텔’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구가 금성의 마이너 축소 버전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모든 비관적인 가설과 예측이 적중한다면 말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천연두는 완전히 박멸 퇴치했고, 납 농도 증가나 오존층 파괴는 세계가 공조해서 완전히 해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농도나 지구 온난화는 어째 감당 가능할지 모르겠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거나 둘 중 하나 말이다. 이건 인류의 산업 문명을 송두리째 멈춰 세우지 않는 한 쉽게 해결 가능하지 않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14 08:35 2022/07/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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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증기와 물방울

물이라는 건 일상적으로는 액체이지만 섭씨 0도 이하에서부터 고체 얼음으로 바뀌고, 섭씨 100도 이상에서부터 기체 수증기로 바뀌는 물질임이 주지의 사실이다(지표면 1기압 기준). 하지만 현실의 물은 상태가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자유자재로 바뀌는 물질이기도 하다.

  • 물은 공기와 접촉하다 보면 굳이 100도 이상이 아닌 온도에서도 느리게나마 슬슬 증발해서 수증기가 된다. 일반적으로 물이 공기 중의 다른 기체를 녹여서 품지만, 반대로 자기가 공기 중에 끼여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 다니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습기라고 부른다.
  • 수증기가 아니라 아예 미세한 물방울이 그대로 중력을 쌈싸먹고 공기 중에 뿌옇게 섞여 있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구름 내지 안개이며, 둘은 생긴 곳의 고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존재이다. 수증기는 깔끔하게 시야에서 사라져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반면.. 저런 뿌연 물 입자는 주변 시야를 좁히고 가시거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수증기나 물방울이나 완전 별개의 존재는 아니다. 상대 습도가 100%에 근접할 정도로 매우 높아지면 안개도 잘 끼게 된다는 인과관계가 있다.
이런 공기 중의 습기나 수분이 주변의 차가운 물질과 부딪혀서 액화하면 이슬이나 성에가 된다. 액화로 모자라서 얼어붙으면 서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물론 어떤 건 물만의 특징이 아니라 액체라면 대체로 다 갖는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상변화 원리를 화학적으로 저수준에서 완전히 규명하는 건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다.

2. 가습과 제습

세상에는 모터와 발전기, 터빈과 프로펠러라는 상반된 기계가 있는 것처럼, 가습기와 제습기라는 물건도 동시에 존재한다.
물이 공기 중에 섞이는 방법과 조건이 저렇게 다양하다 보니, 가습기도 분무기마냥 아주 미세하게 쪼개진 물 입자를 분사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가열 증발이나 자연 증발을 유발하는 놈도 있다.

(1) 물 자체를 쏘는 놈은 가습 성능이 좋지만 물에 섞여 있는 세균· 불순물까지 같이 공개 중에 분사될 위험이 있다.
(2) 증발식은 불순물 걱정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비싸고 가동 비용이 많이 들거나(물을 끓이려면..) 가습 성능이 떨어진다(세월아 네월아 자연 증발 유도)는 흠이 있다.

다음으로 제습은 가습과 반대로 공기 중의 눅눅한 물기를 온전한 액체 물의 형태로 도로 한데 수집하는 과정인데, 가습보다는 아무래도 더 어려워 보인다.

(1) 증발의 역순으로 아주 차가운 부위를 만들어서 습기를 액화· 응결시키는 제습기가 있는데, 얘는 개념적으로 에어컨의 완벽한 하위 호환이다. 에어컨이 사이다라면 제습기는 그냥 탄산수 정도라 하겠다. (송풍기는 맹물.. -_-)
얘는 다른 방식보다 제습 성능이 뛰어나지만, 에어컨의 공기 압축기가 그대로 들어간 형태이기 때문에 무겁고 전기를 많이 먹는다. 가동 중에 웅웅 소음도 감수해야 한다.

(2) 이런 기계 장치 말고 화학 반응으로 습기를 제거하는 물건도 있다. 넓은 실내보다는 옷장 안의 '물 먹는 하마', 김 봉지 안의 실리카 겔, 심지어 화학 실험 때 쓰이는 진한 황산 같은 부류 말이다. 습기를 한계치까지 머금어서 제습 능력이 고갈된 매체는 버리거나 아니면 따로 건조시켜서 재활용할 수 있다.

제습기 기계와 제습제의 차이는 마치 발전기와 전지/배터리의 차이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에어컨을 돌리면 제습도 자동으로 같이 되는데 굳이 제습기만 왜 필요한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에어컨은 열기를 밖으로 빼내는 설비를 갖춰야 하는 반면, 제습기는 그런 게 없으니 설비가 에어컨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단순하다.
또한, 도시에서는 빨래를 간편하게 밖에다 널어서 말릴 환경(미세먼지..)이나 여건(옥상???)도 갖추기 열악한 만큼, 제습기가 건조기 역할도 분담· 보조할 수 있을 것이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호흡기와 피부 건강에 안 좋고(그놈의 트고 갈라짐) 정전기가 잘 생긴다. 날씨는 일교차가 커진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곰팡이·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서 위생 여건이 안 좋아진다. 빨래가 잘 안 마르고 불쾌지수가 커진다.

그러고 보니 바이러스는 습도가 낮은 곳이 유리하고, 세균은 습도가 높은 곳이 유리하다는 게 참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똑같이 인체에 병을 일으켜도 둘은 그만치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와 세균이 다른 것처럼.. 세균하고 곰팡이· 버섯을 가리키는 균류는 또 서로 다른 존재이다.
폐렴은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세 병원체들로부터 모두 발생할 수 있으며, 치료법이 제각기 모두 다르다.

또한, 정전기는 건조해야 찌릿찌릿 잘 생기는 반면, 본격적인 전기 감전은 물이 흥건하게 젖은 환경에서 더 잘 발생하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한 면모이다.

3. 물에 녹은 유기물과 무기물

우리가 일상적으로 물의 맑고 더러움을 판별하는 기준은 마실 수 있느냐, 씻는 물이나 농업 용수로 쓸 수 있느냐 같은 생리적 관점이다. 그래서 n급수라든가 화학적/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같은 잣대를 만들어서 수질을 측정하곤 한다. 이런 건 물에 녹아 있는 유기물, 즉 부패하고 분해되는 물질의 양이 관심사이다.

그런데 음용 가능할 정도로 깨끗한 물이라고 해도, 그 물이 순도 100% H2O 순물질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잘한 무기물 불순물..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각종 ‘미네랄’ 성분이 여전히 극미량 녹아 있다.

이건 인체에 해롭지 않고 평소에는 더욱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뜨거운 물을 상시 취급하는 보일러나 온수 매트, 자동차 엔진(냉각수..), 증발식 가습기 같은 기계를 오래 가동하고 나면.. 물만 흐르거나 증발한 뒤에 이런 불순물이 앙금 형태로 조금씩 쌓이고 굳을 수 있다.
이건 당연히 기계 내부의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탈을 일으키게 된다. 한번 부은 물이 계속 순환만 하는 게 아니라 새 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마치 신체 내부에 결석/담석이 쌓이는 것처럼,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처럼, 치아 사이에 치석이 끼는 것처럼.. 이런 앙금을 일컫는 말이 '관석'이라고 따로 있다. 이건 물통 안에 끼는 평범한 물때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물질이다.

열 증발식 가습기는 초음파 진동식 가습기처럼 물 내부의 세균이 같이 분무되는 문제가 없는 대신, 물통의 관석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줘야 한다.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또한, 이런 이유로 인해 자동차 냉각수도 평범한 수돗물 맹물을 덥석 넣어서 오래 굴리는 건 엔진에 좋지 않다. 겨울에 꽁꽁 얼어서 터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물에 원래 녹아 있던 무기물 불순물이 엔진에 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은 사람이 당장 화상을 입는 90도대의 뜨거운 물이 냉각수로 아주 유용히 쓰이는 곳이라는 걸 생각해 보자. 그리고 요즘 엔진은 연료와 엔진 내부 상태에 대한 민감도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말이다. (불순물을 조금도 용납하지 못함)
그러니 이런 기계들은 1급수니,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이니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 다른 의미에서 깨끗한 물을 필요로 하는 셈이다.

자동차는 냉각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겨울에도 엔진이 과열되어 퍼질 수 있다. 그게 이상이 없으면 한여름 기온이 40~50도에 달하더라도 굴러가는 데 지장이 없다. 시동 걸린 엔진은 애초에 거기보다 훨씬 더 뜨거운 곳이니까.. 그리고 이 열이 바로 히터의 원천이다.
한여름에는 엔진 냉각에 덧붙여 타이어 공기압만 더 신경 쓰면 된다.

4. 물의 기묘한 특성

(1) 물은 사람의 온도만 낮춰 주지, 자외선은 전혀 차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물놀이를 하면 발도 슬리퍼로 가려지지 않은 발가락 부위는 검게 탈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해가 구름에 가려져서 하늘이 흐릴 때는 피부가 타지 않는다.
구름도 한낱 물방울 알갱이일 뿐인데 걔는 무슨 원리로 자외선을 차폐하는 거지? 게다가 구름은 무슨 수로 전기 에너지까지 품고서 천둥 번개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이건 내 과학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다.

(2) 공기가 너무 건조하면 찌릿찌릿 정전기가 잘 생긴다. 하지만 아예 감전 사고는 신체가 젖었을 때 잘 난다.
세균이나 곰팡이는 공기가 습할 때 잘 번식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건조한 환경에서 더 잘 퍼진다.
이런 것처럼 물기라는 것도 미세하게 있을 때와 흠뻑 넘쳐날 때의 특성이 좀 달라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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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2 08:35 2022/06/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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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과 폭발물

인간이 만들어 낸 기계와 소모품 중에는 뭔가 화학적 폭발로부터 발생하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 있다. 이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 A. 폭발력으로 뭔가를 멀리 쏴 날리기: 총포. 일반 총알, 옛날 해전 때 주고받던 대포알
  • B. 주변에다 폭압 대미지를 전함: 건물 철거나 터널 개통을 위해 터뜨리는 폭약
  • C. 주변에다 폭발력으로 파편을 날려서 대미지 주기: 수류탄, 각종 폭탄들. 이게 각종 게임에서는 '로켓 런처 스플래시 대미지'라고 표현하는 효과이다.

칼이 음식물을 썰고 요리를 할 때 유용하게 쓰이지만 한편으로 사람을 죽일 때도 쓰이는 것처럼..
폭발물 역시 토목 건축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유용하게 쓰이지만(발파..) 한편으로 사람을 죽일 때도 쓰인다.

그리고 화약만 폭발용으로 쓰이는 게 아니다. 내연 기관에서는 반응 속도가 빠른 연료를 급격하게 연소시켜서 제어 가능한 작은 규모의 폭발을 지속적으로 일으킨다. 그리고 그 폭발력으로 피스톤을 회전시키거나 터빈을 돌리거나, 심지어 그 배기가스를 분출시키는 반작용으로 동력을 생성한다.

저 위의 세 분류 중에서는 B에 가까운 셈이다.
단지, 자동차 엔진은 점화 플러그나 압축 착화를 이용해서 연료를 폭발시키는 반면, 총은 그냥 민감한 화약에다가 충격을 줘서 격발시킨다는 차이가 있다. 격발 후의 총구 화염이 엔진으로 치면 배기가스와 같다.

단순히 난방용 보일러나 외연 기관에서는 연료라는 게 단순히 불 때고 매질의 온도를 올리는 용도로만 쓰이겠지만, 내연 기관은 그렇지 않다.
물을 끓여서 증기 기관을 굴리는 용도로는 석탄과 석유를 모두 쓸 수 있다. 그러나 물 없이 연료만 들이부어서 열을 동력으로 바꾸는 건 석탄으로는 할 수 없고 석유로만 가능하다.

까놓고 말해 통나무나 숯, 석탄을 잔뜩 쌓아 놨다고 해서 거기 주변에서 담뱃불을 붙이다가 와장창 폭발 사고가 나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관계가 이렇게 정리된다.
폭발물의 작용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을 더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파편을 날리는 수류탄이 화약이 들어있는 것만큼이나, 총알도 내부에는 탄두를 날리는 힘의 원천인 화약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알만 잔뜩 모아 놓은 탄약고는 일정 수준을 넘는 열이나 충격에 노출되면 큰일 난다. 총알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주변을 몽땅 다 박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공포탄은 탄두가 없어서 A는 존재하지 않지만, 화약이 엄연히 들어있기 때문에 B의 위력은 존재하는 탄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쏘면 고온 고압의 배기가스의 폭압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공포탄은 사람의 발성으로 치면 성대를 울리지 않는 귓속말과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을 본인은 오래 전부터 해 왔다. 귓속말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들리기는 하는 소리이니까..;;

이런 배기가스와 파편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아폴로 계획에 대해서도 진공에서는 로켓이 날아갈 수 없네, 달 착륙선이 이륙했는데 흙먼지가 일지 않고 주변 후폭풍이 부자연스럽다는 식의 온갖 이상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배기가스는 주변에 공기가 없어도 분출되는 것 자체만으로 기체를 반대 방향으로 밀어낼 수 있다.

3.
터널을 뚫거나 건물을 철거할 때 쓰이는 폭약 역시 탄두도, 파편도 없이 그냥 폭압만으로 자기 일을 한다. 터지는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그냥 “따다닥~ 빡~!”으로 총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건물을 철거하려면 아랫부분을 날려 버린 뒤, 건물이 자기 무게를 못 이겨서 연쇄적으로 주저앉게만 만들면 된다. 물론 콘크리트 건물들이 워낙 튼튼하니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물을 붕괴시키기 위해서 꼭 전쟁용 폭탄이 필요한 건 아니다.
군함을 격침시키는 것도 원래 자기들이 갖고 있던 탄약고를 유폭시키면 된다. 꼭 자기 폭발력만으로 배를 몽땅 아작 내야 할 필요가 없다.

원자폭탄도 화구가 장난 아니게 크다고 하지만 상당수의 인명· 재산 피해는 주변 건물들이 박살나고 파편이 날리면서 야기된다. 뻥 뚫린 개활지 사막에서 원폭이 터져서 폭탄 자체의 열과 폭압과 방사선만 받아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같은 대미지가 나오지는 않는다.

4.
총알 수준을 넘어 포탄이나 어뢰, 미사일 수준이 되면 얘들은 날아간 뒤에 목표 지점에서 스스로 또 폭발을 한다. 즉, A와 C를 모두 갖추게 된다. 이런 물건들은 단순 총알과는 달리, 목표물에 물리적으로 닿는 충격 대미지보다는 폭발에 의한 파편 대미지가 훨씬 더 크다.

그런데 정교한 로켓 엔진이 달리는 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포탄을 만드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었다. 목표물에 도달해서 부딪혔을 때는 폭발하지만, 처음에 발사되느라 포 안에서 어마어마한 G (=충격)를 받았을 때는 폭발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 전근대 무기에다 비유하자면 불화살과도 비슷하다. 화살이 날아가는 동안은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5.
현실의 폭약, 폭탄 따위의 폭발물이 영화나 게임에서 보는 폭발물과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비주얼이다. 현실의 폭발물은 일부러 소이탄 같은 걸 터뜨리지 않은 한 우리의 통념보다 불꽃? 화염 따위가 거의 보이지 않고 간지가 안 난다. 그냥 흙먼지만 자욱하게 일 뿐..
현실이 매체보다 더 우월한 건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다. 수류탄이 터지는 곳 가까이에 있으면 지축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고,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리에 놀라게 된다. 일개 소총을 격발하는 따다딱 빡 소리도 가까이에서 들으면 살인적으로 크다.

소리를 줄여 주는 소음기라는 게 악기용이 있고, 자동차나 총기를 대상으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이 착용하는 귀마개라는 것도 방수용과 방음용이 있는데, 둘은 내부 구조와 성분이 당연히 다르다. 방검복과 방탄복이 다른 것만큼이나 다르다.

권총은 위력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은폐하기 쉽다는 이유로 인해 불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총에 장착하는 소음기도 일단은 수렵용으로라도 불법이다. 자동차가 번호판을 가리고 다니듯, 은밀하게 총질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범죄 악용).

다만, 총에 소음기를 달았다고 해서 총 쏘는 게 무슨 화살 쏘는 것처럼 조용해지는 건 절대 아니다. 비유하자면 160dB정도이던 게 120dB대로 줄어들 뿐이다.

소음이 무려 1000배나 줄어들기는 하지만, 1경쯤 되는 액수가 10조로 줄어들면 비용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든 거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대신, 소음기를 달면 총소리가 많이 탁해지고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추적하는 게 더 어려워지는 효과가 있다.

6.
수백 년 전 옛날에는 열악한 흑색화약만 해도 얼마나 비싸서 군인들이 실탄 훈련도 제대로 못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엔 총알, 포탄 같은 게 왕창 대량 생산되면서 과거에 비해 얼마나 흔해지고 저렴해졌는가..??

이런 게 다방면의 과학 기술과 첨단 산업공학,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이 통합적으로 선순환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20세기 이후의 현대 문명이 존재 가능하게 됐다.
고대에도 현대인들이 보기에도 놀랄 만한 과학 기술이 존재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때 그런 것들은 대량 생산되어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7.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11월에 발생한 이리 역(현재 익산) 폭발 사고가 정말 끔찍했던 참사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다이너마이트에다 뇌관까지 싣고 가던 열차가 규정을 어기고 역에 당당히 정지했는데, 기관사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는지, 화약이 실린 화물칸에서 촛불을 켜 놓은 채로 술 마시고 잠들었다.

밤에 켜 놨던 촛불이 엎어져서 화재가 발생하는 건 그 시절에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평범하게 불만 난 게 아니라 40톤에 달하는 화약들이 연쇄 폭발해 버렸다. 그래서 반경 500여 m 안의 건물들이 몽땅 파괴되고 어지간한 전시 폭격을 능가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더 과거엔 1917년,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화약을 잔뜩 실은 화물선(SS 몽블랑)이 충돌 사고와 화재로 인해 몽땅 폭발하면서 TNT 2900톤 급의 폭발 사고가 났다. 이건 뭐.. 그 당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폭발 사고였다.
사실, 1970년 무렵엔 소련이 유인 달 탐사를 위해서 거대한 N1 로켓을 무리해서 개발했지만, 이것들은 다 실패하고 발사대에서 폭발했다. 이때도 그야말로 천지가 불바다가 되면서 핵이 아닌 폭발 중에는 역대급 폭발 사고가 났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록은 자세히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저런 옛날일 말고, 21세기에도 2015년 8월 12일 톈진 항구 폭발 사고(TNT 한두 자리수 톤급)는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편이어서 아직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작년 여름 2020년 8월 4일엔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질산암모늄을 잘못 다뤄서 TNT 무려 1천 톤급의 폭발 사고가 나는 바람에 나라가 통째로 혼란에 빠졌다. 항구에서 위험물을 대량으로 취급하다가 이런 사고가 나는가 보다.

8.
요즘 세상에 주유소는 무인 셀프가 완전히 대세가 됐고 말통 주유 정도나 직원 대면이 필요하다. 하지만 LPG 충전소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어떤 용도이건 무인화로부터는 여전히 열외되어 있다.
다른 에너지원은 어떨지를 생각해 보면, 전기차 충전이야 당연히 무인화 되겠지만.. 수소 연료 역시 무인화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자동차의 연료 및 엔진의 종류가 "소형차를 위한 휘발유, 아니면 대형차를 위한 디젤 엔진 경유"로 '얼추' 나뉘듯이, 비행기의 연료 및 엔진 종류는 "경비행기를 위한 왕복 엔진과 항공 휘발유, 아니면 나머지 대형기를 위한 제트 엔진과 등유" 계열로 얼추 나뉜다.
비행기를 넘어 로켓 엔진으로 가면 "등유 아니면 액체 수소"로 이원화된다. 연료 전지가 아니라 진짜 쌩 수소를 폭발시킨다.

9.
21세기의 최신 과학 기술로도 인간의 주류 살상 무기는 여전히 화약 기반의 열병기이며(핵무기는 논외로 하고..), 우주로 나가는 수단은 연료 소모가 너무 심한 내연기관 로켓에 머물러 있다.
영화나 게임에서 레이저 포가 어떻고 레일건이 어떻고, 플라즈마 소총이 어떻고 하는 건 여전히 비현실적인 SF의 영역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전쟁터에서 총알이나 포탄 파편이 아니라, 빛을 내뿜는 뭔가 신비로운 입자가 날아가서 적군을 죽이거나 시설을 파괴하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다.

심지어 사람이 쏘는 장풍은 SF라고 보기도 좀 민망하다. 얘도 일종의 폭압을 전하는 것에 가까울 텐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에네르기 파는 드래곤볼 만화에서 유래됐고, 파동권은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에서 유래됐다. ㄲㄲㄲㄲ 다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일본의 명작들이구나.

Posted by 사무엘

2022/05/09 08:35 2022/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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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반응

가스레인지를 켜서 라면, 국, 찌개 따위를 끓이다가 잠깐 한눈 팔다 보면... 펄펄 끓는 국물이 넘쳐서 아래의 가스 불꽃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그 국물 성분이 ‘치익~’ 소리와 함께 타면서 불꽃의 비주얼도 잠시 변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도 나트륨의 불꽃 반응이 나타났었구나. 그래서 노란 불꽃이 잠깐 이는 것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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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맨날 말로만 듣던 나트륨등하고 본질적으로 같은 색이었던 거다. 염화나트륨도 불꽃 반응은 나트륨과 동일하구나.. 지금까지 정말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
그 반면, 소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보리차물을 주전자로 끓이다가 물이 넘쳐 들어가면 그때는 가스레인지 불이 노랗게 변하지 않았던 듯하다.

이게 불꽃 반응이라고 내가 인지를 못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런 것 같다.

1. 나트륨의 호박색 불꽃은 자기 고유색이라기보다는 그냥 온도가 낮거나 산소 부족 불완전 연소해서 발생하는 호박색 불꽃과 아주 흡사하다. 연기와 일산화탄소와 그을음을 동반하는 그 더티한 불꽃 말이다. 그래서 그냥 그런 걸로 오인하기 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나트륨 말고 불꽃 반응에서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등 각종 예쁜 색깔의 예시로 등장하는 원소들은 리튬, 스트론튬, 바륨 등.. 과학 실험 아니면 끝말 잇기 종-_-결용으로나 등장한다. 사람이 식품으로서 냄비에 넣어서 끓이고 입에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러니 불꽃 반응 실험은 그냥 과학 실험에서나 보는 별개의 세계이지, 그게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구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 뭐, 불꽃 자체가 없이 열만 내는 전기레인지(인덕션)에서는 국물이 넘친다고 해서 노란 불꽃을 볼 일 자체가 아예 없겠지만 말이다.

금속 원소의 불꽃 반응색은 온도에 따라 빛의 색깔(파장)이 달라지는 흑체복사와는 다른 별개의 개념인 게 더 신기하다.
불이라는 건 열과 빛을 내는 그 무언가인데.. 기체도 액체도 아니고 그림자도 없고, 플라즈마..??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걸까? 옛날에 태양이나 불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었던 배경이 일면 이해가 된다.

※ 불꽃 관련 여담들

(1) 스타에서도 테란은 건물이 손상되면 그냥 누런 불이 붙지만, 고매하신 프로토스는 포톤이나 넥서스 등, 건물에 붙은 불의 색깔도 가스레인지 불꽃마냥 시퍼렇다. 무슨 원소 기반인지는 잘 모르겠다.

(2) 오래된 생각이긴 하다만.. 불과 관련해서 발화점과 인화점이라는 건 고전역학에서 정지 마찰과 운동 마찰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이 피어오르는 걸 물체가 운동하는 것에다 비유한다면 말이다.
경사로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예방하려면 주차 브레이크 잘 채우고 바퀴에다 굄목을 놓아야 하듯.. 주방에서 화재를 예방하려면 덕지덕지 묻은 기름때를 잘 닦아 주는 게 좋다. 뭔가 샤워실에서 비누 거품을 다 잘 씻어내야 위생에 좋은 것과도 비슷하다.

(3) 전기레인지가 아닌 가스레인지도 처음에 불을 피우는 건 도시가스 이외의 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콘센트든 건전지든.. 전기를 사용한다. 자동차 시동 거는 것과 비슷하다.
뭐, 가정용 가스레인지 정도의 사용 빈도로는 전력 소모가 어지간한 시계나 디지털 도어락 이상으로 적다. 그렇기 때문에 건전지 방식이라도 교환 주기는 수 개월이나 심지어 연 단위로 매우 길다고 한다.
다만, 식당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형태의 대형(?) 가스레인지 중에는 그냥 외부 딱딱이나 심지어 성냥으로 불을 켜는 놈도 있는 것 같다.

(4) “진짜 제일 뜨거운 불꽃은 노랑도 파랑도 아닌 검정색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지옥이 뜨거우면서도 어두운 장소라고 묘사돼 있다” 이런 말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그다지 옳은 진술이 아니라고 한다.
하긴, 태양의 흑점도 우주에서 맨눈으로 볼 때 시꺼멓고 어두운 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체의 정맥 피가 파란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이다.. ㅎㅎ

(5) 그리고 끝으로.. '작은 불꽃이여'라는 송 명희 시인의 찬송시..라기보다는 축복송이 있다. 주찬양 1집 A면 마지막 곡.
"작은 불꽃이여, 작은 불꽃이여, 그대의 빛을 밝히어라 ..."

얘는 뭔가 마 5:14-16 "세상의 빛"을 모티브로 쓰여진 시 같다.
마태복음은 '너희'가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지만 요한복음은 그에 앞서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라고 말한다는(요 8:12) 관점의 차이가 있다. ㅎㅎ 종합하면 당연히 예수님이 세상의 빛인 것처럼 예수의 제자인 너희들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다음으로 2절 가사인 "작은 향기"는 아무래도 고후 2:15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이다. 둘을 절묘하게 잘 결합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24 08:35 2022/04/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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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자연 현상

1. 극도로 맑고 조용할 때만 보이고 들리는 것

주변이 너무 조용하면 설마 사람 눈알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린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파리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특히 평소에 존재감이 전혀 없던 벽시계에서 주기적으로 째깍 째깍 하는 소리가 들리게 된다. 그 정도면 컴퓨터의 냉각팬 돌아가는 소리도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청각이 아닌 시각 버전을 생각해 보면.. 온갖 잡다한 광공해 없이 칠흑같이 어두운 깜깜한 밤 하늘에는 일단 별이 잘 보일 것이다.
하늘이 미세먼지 없이 엄청 맑고 밝고 청명할 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성남시 언덕에서 63빌딩까지 보이고, 북한산 정상에서 어디 인천까지 보이고 북한 개성 송악산이 보인댄다(맞나..?).
쓰시마 섬의 전망대에서 부산 광안대교가 보이고, 배가 수평선 아래로 서서히 넘어가는 게 보여서 지구가 한없는 평면이 아니라 둥글다는 것도 인지할 수 있다.

저런 거시적인 것 말고도,
한겨울 밤... 춥고 건조하고 칠흑같이 깜깜할 때 텐트 안에서 담요와 옷이 쓰윽 접촉하면 정전기 때문에 그 뽀도독~ 소리가 나면서 아주 작게나마 스파크라고 해야 하나 불꽃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반짝거리는 걸 볼 수 있다. 신기신기~
이런 것도 평소에는 볼 수 없는데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만 제한적으로 보이는 것의 범주에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 불을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끄기

촛불이나 그에 준하는 작고 약한 불은 훅 불어서 연소 가스를 날려 버리는 것만으로도 끌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 램프 정도만 돼도 불어서 끄는 건 할 짓이 못 되며, 큰 장작불은 후후 불면 공기 공급이 잘돼서 오히려 더 강해진다.

다음으로 적당한 규모의 불은 다른 물건을 덮어서 짓눌러서(?) 공기를 차단함으로써 끌 수 있다. 가령, 알코올 램프는 불이 붙어 있어도 생까고 뚜껑을 덮어서 끄면 된다. 그리고 물에 적신 담요 같은 걸 덮어서 불을 끄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불을 덮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못하거나 불길이 너무 크고 거세다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불이 꺼지기는커녕 덮으려고 투입된 물건이 먼저 타 버리기 때문이다.

훅 불어서 끄는 게 가능한 불의 상태, 그리고 물보다 비열이 낮은 다른 고체를 덮어서 불을 끄는 게 가능한 조건 같은 걸 물리/화학적으로 고찰해서 수식으로 표현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런 건 물을 끼얹거나 소화기를 분사하는 것보다 덜 과격하고 비파괴적인 소화 방법이라 하겠다. (불을 껐던 자리에서 곧바로 다시 불을 켤 수 있는..)

연소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손쉽게 불을 켜고 화력을 조절하고, 원하는 때에 연료의 공급을 차단해서 불을 바로 끌 수도 있는 가스레인지가 얼마나 대단하고 편리한 물건인지 알 수 있다. 연료가 처음부터 유체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오죽하면 로켓 엔진은 액체 연료 기반이냐 고체 연료 기반이냐에 따라서 특성과 개발 난이도가 크게 달라질 정도이다.

3. 벽이나 천장을 오르는 곤충

소금쟁이가 물에 뜨는 이유나 새가 전깃줄에 앉아도 감전되지 않는 이유 이상으로 굉장히 신기한 게 있는데..
바로 개미, 파리, 모기 같은 곤충이 중력을 거슬러 벽은 물론이고 심지어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발을 디디는 비결이다.;; 이놈들은 그 상태로 휴식까지 취한다~!

과거에는 다리에 거친 털이 나 있어서 천장이나 벽의 울퉁불퉁한 면과 결박(?) 고정을 해서 안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더 정밀하게 관찰을 해 보니 휘발성 강한 극미량의 접착액을 분사하기도 한다는 게 상당히 최근에 밝혀진 것 같다.

이 흔해 빠진 현상조차도 공짜로 저절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곤충이 죽어서까지 벽이나 천장에 영원히 붙어 있지는 않는다는 것도 생각해 보자. (압살 당해서 파편이 눌러붙은 건 논외.. -_-) 살충제를 뿌리면 땅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그럼, 곤충의 그 접착액을 무력화시켜서 벽이나 천장에 착지하지 못하게 하는 약품이 개발되면 곤충을 잡기가 훨씬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상상을 초월하게 가벼운 곤충한테는 인간 급의 동물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유한 역학이 적용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에도 부력이 아니라 표면장력으로 뜨는 것처럼 말이다.
벼룩이 자기 키 대비 수십 배를 점프할 수 있고 개미가 자기 체중보다 몇백 배 더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른다고는 하는데.. 그건 곤충만의 미시세계 역학 하에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인간 스케일의 생물에게 적용 가능한 건 아니다.

여담이지만, 곤충은 죽는 모습도 남다르다. 압살 당하지 않고 살충제 같은 걸로 곱게(..) 죽는다면 어김없이, 약속이나 한 듯 99.9%에 가까운 확률로 언제나 배를 위로 드러내고 180도 벌렁 자빠진 채로 죽는다. 그 이유도 생각보다 깔끔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4. 식물 뿌리와 물

대다수의 육상 식물은 아무래도 씨앗이 흙 속에 파묻힌 채 있다가 싹이 난다. 잎과 줄기는 땅 위로 올라가지만 뿌리는 더 아래의 깊은 흙 속으로 내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흙 속에 파묻힌 뿌리 쪽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인간 같은 지상 동물이 알기는 쉽지 않다. 식물의 뿌리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물과 양분을 흡수하며, 뿌리 주변의 흙은 성분이 어떻게 바뀌는 걸까? 심지어 무게가 어떻게 달라질까?

건물만 해도 위로 올라가는 높이에 비례해서 아래로 터를 엄청 깊게 다져야 하듯, 지상에서 큰 덩치를 자랑하는 식물들은 지하의 뿌리도 왕창 깊고 넓게 내려 있다. 뿌리가 그야말로 땅 속을 몽땅 접수해서 무슨 돌덩이도 아닌 것이 흙을 꽉 붙잡고 있는다.;; 세포 분열이 만들어 낸 진정한 프랙탈을 보고 싶으면 가지가 아니라 뿌리를 보면 될 정도이다.

그러니 이런 식물은 조금만 커지고 나면 일반적인 완력으로 뿌리째 뽑아내는 게 불가능해지며, 손상 없이 딴 데 옮겨 심는 것도 극도로 어려워진다.
식물들을 다 베어내고 뽑아냈더라도 뿌리 밑동이 남아 있으면 잡초 같은 건 또 끈질기게 살아난다. 이런 게 많이 심긴 흙은 삽질을 해도 잘 파지지 않고, 또 빗물이 쏟아져도 흙이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흙을 붙잡아서 식물을 지지한 다음에 식물의 뿌리가 수행하는 역할은 다들 잘 알다시피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특히 품질 좋은 열매를 많이 얻으려면 햇볕을 많이 쬐어 주고 물과 비료를 적절히 잘 줘야 된다.

단순히 잎이나 줄기가 아니라 열매를 만드는 건 식물의 입장에서 굉장히 힘들고 영양과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다. 자기 자신이 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열매를 먹는 동물을 이롭게 하면서 자기 후세 번식을 겸하는 이타적이고 숭고한 일이다. 하지만 식물은 신이 내려 준 본능을 따라 이런 일을 기꺼이 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부족하면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주는 것도 문제이며 식물에 큰 해를 끼친다. 여기서 ‘많이’란 절대적인 양이랑, 단위 면적/시간당 투여하는 양을 모두 포함한다.

물이 제대로 빠지지도 않는 곳에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흙 속의 뿌리가 24시간 내내 수분에 쩔어서 축축하다 못해 뿌리가 숨을 못 쉬어 죽고 썩는 참사가 발생한다. 그러면 식물이 물과 영양 흡수를 못 해서 깡그리 시들고 죽어 버린다. 선의로 물을 많이 줬는데 도리어 식물을 잡게 된다.

그리고 물을 바가지로 무식하게 흙바닥에다 끼얹는 건 매우 안 좋은 방법이랜다. 샤워기/물뿌리개로 아주 살살 지속적으로 주는 게 적극 권장된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말이다. 우리가 밥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게 몸에 좋은 것과 정확하게 같은 이치이다.

다음으로 비료도.. 퇴비건 고농축 알비료건, 빨리 빨리 흡수되라고 뿌리에다 직타로 묻혀 줬다가는 식물이 반대로 영양분을 밖으로 털리고 말라 죽어 버린다.
며칠 쫄쫄 굶은 사람이 죽 대신 고영양 음식을 허겁지겁 흡입한 것, 목 마르다고 바닷물을 잔뜩 마신 것, 비타민이 독극물 수준으로 너무 짙게 농축된 북극곰 간을 그대로 먹은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병들어 죽기 전까지는 배고프네, 목마르네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게.. 키우는 관점에서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식물의 각종 내부 상태들이 계기판에 딱딱 표시됐으면 좋겠다. 자동차의 연료 경고등, 브레이크 경고등처럼 수분 부족 경고등, 양분 부족 경고등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_=;;

Posted by 사무엘

2022/03/01 19:34 2022/03/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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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발전 동향

1. 안전해짐

과거(20세기쯤?)엔 활발히 쓰였지만 현재는 환경을 파괴한다고, 인체에 해롭다고, 혹은 단순히 안전상 위험하거나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사용이 전면 금지된 물건들을 기억 나는 대로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엔진 노킹 방지용 유연 휘발유: 납 중독 위험
  • 수은 온도계와 수은 건전지: 수은 중독 위험
  • 메탄올 워셔액: 역시 맹독으로 인한 위험

메탄올의 경우.. 위험물인 건 사실이지만, 워셔액 성분으로 인한 자동차 탑승자의 골병 내지 중독 사례가 실제로 보고된 게 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 살충제(모기) DDT: 생물 농축과 부작용, 내성
  • 제초제 그라목손(파라콰트): 맹독으로 인한 자살/무차별 연쇄살인 위험
  • 살충제(식물 병충해) 파라티온: 역시 맹독으로 인한 위험

주유소에서 차에 바로 주입하지 않는 말통 기름을 판매할 때는 반드시 직원이 나와서 구매자를 대면하고, 구매자의 신상을 확보하고 구매 내역을 기록도 한다. 이것처럼 농촌에서 농약은 휘발유나 번개탄에 맞먹는 위험한 물건이며,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익명 구매가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197~80년대에 누군가가 개봉한 음료수에다가 그라목손을 섞고 재밀봉해서 자판기 곁에다가 몰래 놔 둬서 생사람 여럿 잡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일본의 음료수들은 재밀봉이 원천 불가능한 원터치 캔 형태로 바뀌기도 했다.

단, 그라목손은 환경 오염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 듯하다. 생체가 아닌 흙에 닿으면 오히려 비활성화돼 버린다니까.. 잎만 죽게 하고 뿌리는 제대로 죽이지 못한댄다. 여느 고엽제 같은 물건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 건축자재 석면: 폐에 발암물질 농축.. 화생방 어느 분야로도 딱히 특이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먼지와 동일한 특성만으로 치명적으로 위험한 매우 이례적인 놈이다.
  • 냉매 CFC 프레온: 반대로 인체에는 당장 아무 위험이 없는 무독성이지만.. 장기적으로 오존층 파괴
  • 화산 폭발 실험 실습용 중크롬산암모늄: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수십 년 전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삭제됨

20세기 초는 서양을 중심으로 인류가 과학 기술 유토피아 환상에 젖어 있던 때였다. 그게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많이 버로우 타긴 했지만, 20세기 중후반엔 냉전과 더불어 과학 기술이 또 다시 무섭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유전 공학, 원자력, 우주 시대, 컴퓨터 정보화 시대까지 열리면서 1980년대쯤엔 인류는 예전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과학 기술 유토피아 환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세계 대전이 아니라 자원 고갈 우려와 환경 오염 문제를 갖고 비관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간이 과학 기술의 힘으로 발명해서 편리하게 사용하던 각종 물질들이 알고 보니 아주 해로운 놈이었다는 게 밝혀졌을 때 말이다.
하지만 2020년대가 다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문제 역시 친환경 과학 기술의 힘으로 많이 극복됐다. 그저 무식하게 과학 기술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친환경 친자연으로 살던 옛날은 각종 원시적인 전염병들이 창궐하고 영아 사망률 높고, 먹고 사는 문제 해결하기에 급급하던 시절이지, 지금보다 더 좋던 시절이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지저분한 화석 연료는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되게 해 주었고, 위험하다는 원자력은 화석 연료조차 쓰지 않아도 되게 해 주는 관계라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 저런 해로운 물질들의 대체제를 만드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대체제는 생산 비용이 비싸거나 성능이 원판만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게 안타까운 노릇이다.

  • 요즘 워셔액은 메탄올 대신 에탄올이 들어갔다 보니, 워셔액을 분사했을 때 차내에까지 자욱한 술 냄새가 난다. 하지만 에탄올 워셔액은 예전의 메탄올 워셔액보다 단가가 훨씬 더 비싸다.
  • DDT만 해도 이미 20세기 중후반에 진작부터 사용이 금지되긴 했지만.. 당장 말라리아 사망자가 넘쳐나는 동남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는 현실적으로 DDT의 압도적인 가성비를 능가할 대체 살충제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듯이 DDT가 아직까지도 애용되고 있다고 한다. 당장 호랑이나 사자에게 물려 죽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동네에서 자연 보호 맹수 보호를 주장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 그라목손 역시 금지되던 당시엔 농민들이 많이 반발했었다. 얘만치 저렴하면서 강한 잡초 제거 성능을 발휘하는 농약이 없다고 한다. 단순히 성능이 너무 강해서 위험한 것만이 문제이고 다른 부작용은 없다면.. 엑기스를 희석하고 괴상한 맛과 냄새를 첨가해서 판매하면 되지 않을까?

참고로, 화학 조미료 성분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일명 MSG)은 이례적으로 누명을 벗은 사례이다. 저렴하게 감칠맛을 내는 마법의 물질로 추앙받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체에 해롭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던 것이 임상 실험을 통해 인체에 정말로 무해하다는 것이 입증되긴 했는데.. 소비자의 인식은 여전히 썩 좋지 않은가 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조미료는 뭐고 방부제는 뭔지.. 가공 식품의 세계가 참 궁금하긴 하다.

2. 똑똑해짐

요즘 기계들은 내부적으로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고 있다. 전자 공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단순한 물건에도 반도체 소자와 컴퓨터가 내장돼 들어간다. 내부 구조가 '전자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얘들은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성능을 발휘하더라도 3, 40년 전의 물건보다 전기나 기름을 덜 소모하는 편이다. 특히 에너지를 아낀답시고 껐다 켜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으며, 적절한 세기로 그냥 켜 두는 게 더 나은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가동하지 않았다가 처음 가동할 때야말로 예열이나 초기화 같은 이유로 인해 에너지가 더 많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 PC: 절전 모드로 해 놓으면 전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컴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완전히 시스템 종료를 할 필요가 거의 없다.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설치한 뒤에나 필요할 듯..)
  • 보일러: 난방도 아니고 온수 정도야 여름이든 겨울이든 그냥 상시 켜 놓는 게 더 낫다. 온수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미지근한 물도 포함).
  • 에어컨: 인버터 방식이 등장하면서 에어컨의 효율도 꽤 올라갔다. 하루 종일 켜 놓으면서 등온을 유지하는 건 생각만치 전기를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
  • 전기 철도: VVVF 한 마디로 모든 게 설명된다. 전기 모터는 내연기관처럼 공기와 연료 배합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같은 전력으로 전압과 전류를 적절히 잘 제어하는 게 엔진과 변속기에 대응한다.

그리고 자동차야 더 말이 필요하지 않다.

  • 공기 혼합과 연료 분사 방식이 197, 80년대의 원시적인 카뷰레터보다 훨씬 더 정교해졌다. 그래서 90년대 이후의 자동차들은 예열을 할 필요가 없으며, 엔진 브레이크가 걸릴 때 자동으로 fuel cut도 된다.
  • 자동 변속기의 경우 약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게, 어설프게 뗐다가 재가속 하는 것보다 대체로 더 낫다. 요즘 에어컨이나 보일러가 등온 유지 중일 때는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하고도 일맥상통한다.
  • 심지어 정지 중에 N으로 바꿀 필요도 없다. D+브레이크만으로도 엔진이 알아서 정지 상태에 맞는 연료 절약 모드로 진입하며, 요즘 차들은 심지어 그때 엔진 시동을 잠시 끄는 ISG 기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자동차는 악셀 페달을 밟거나 변속 레버를 조작하는 것 자체가.. 밸브의 개폐 정도 같은 기계의 물리적인 상태 변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컴퓨터의 판단을 거쳐서 간접적으로 전해질 뿐이다. 좋게 말하면 매우 똑똑해진 것이지만, 극악의 확률로 컴퓨터가 오동작할 때 급발진의 가능성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기계식 카뷰레터와 전자 제어의 효율 차이는 전등에다 비유하면 백열등과 형광등/LED등의 효율 차이에 맞먹을 것이다. 전동차에다 비유하면 구닥다리 저항 제어 vs VVVF 제어하고도 비슷하다.
게다가 내연기관 연료 분사 기술의 경우, 단순히 차 성능과 연비뿐만 아니라 환경하고도 관계가 있다. 연료가 제대로 연소하지 못하면 전부 검댕이나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한 배기가스로 바뀌기 때문이다.

세탁소에는 거의 1980년대부터 "컴퓨터 세탁"이라는 수식어가 관행이 돼 있다. 이건 컴퓨터가 내장된 스마트한 세탁기를 운용한다는 뜻이다. 컴퓨터가 세탁물의 양과 상태를 판단하여 물과 세제를 더 똑똑하게 배합해 준다.
그리고 자동차 엔진의 ECU 컴퓨터는 공기와 연료 배합을 그런 식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와 에어컨 얘기가 동시에 나왔으니 말인데..
더울 때 창문을 열어서 공기 저항을 증가시키는 것하고, 그냥 창문 닫고 에어컨을 켜서 엔진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연료 소모가 클까 하는 의문이 자동차 매니아 사이에서 오랜 논쟁거리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을 넘어가는 폭주가 아니라 경제 속도 이내라면.. 공기 저항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닌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그냥 창문을 여는 게 에어컨보다는 부담을 덜 준다는 것이 본인의 식견이다.

땡볕에 세워져서 내부 온도가 50~60도에 달했을 때 차 시동을 걸면.. 내부는 왕창 뜨거운데 엔진이 충분히 돌아가지 못해서 에어컨은 아직 충분한 냉기가 안 나오니 엔진과 에어컨 모두 부담이 최고로 걸려 있을 것이다. 이때는 몇 분 동안 그냥 창문 열고 주행하면서 열기를 내보내 주는 게 도움이 된다.

참고로, 요즘 똑똑한 전자레인지는 조리 완료 후에도 한동안 냉각 팬이 돌아가면서 내부를 자가냉각을 하고,
자동차는 시동 꺼진 뒤에도 한동안 송풍기가 돌아가면서 압축기 내부의 습기를 제거한다고 한다. 무슨 터보차저의 후열 처리처럼 말이다. 이런 것조차 사람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바뀌고 있다.

3. 나머지

(1) 형광등은 처음 켤 때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낭설이 나돌았던 대표적인 물건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많이 소모하는 건 아니며, 더구나 요즘 형광등은 옛날 것처럼 처음 켤 때 주절주절 깜빡거리지도 않기 때문에 옛날 통념이 많이 사라졌다. 깜빡거리지 않는 형광등도 최신 전자 공학의 산물이다.

(2) 끝으로,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또 얘기하자면..
매년 풍년 흉년에 연연하지 않고 밥값이 별 차이 없고, 가물건 폭우가 쏟아지건 물 걱정을 옛날에 비해서는 '훨씬' 안 하고 살고.. 물과 전기가 시간제 제한 공급되는 일이 없고, 매년 수재민 돕기 성금 내기 관행이 없어진 게 본인이 보기에는 보통일이 절대 아니다. 치수 인프라가 예전보다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10/26 08:35 2021/10/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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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과학사 에피소드

※ 세균의 발견, 비타민의 발견

1. 19세기는 인류가 미생물과 세균을 막 발견하고, 생물의 자연발생설을 완전히 떠나 보낸 시기였다.
독일에서는 로베르트 코흐가 1880년대에 탄저병, 결핵, 콜레라의 원인균을 최초로 발견해 냈는데, 같은 나라의 '막스 폰 페텐코퍼'라는 과학자는.. 위생학의 거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균설을 믿지 않았다. 더러운 물을 덮어놓고 마셔서 생물학적 세균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해로운 독 때문에 탈이 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게 아니면 유전병 또는 영양 결핍 따위..

그는 자기 주장을 입증해 보이겠다면서 콜레라 세균을 일부러 잔뜩 모아 놓은 맑은(?) 물을 공개적으로 원샷까지 했다.. =_=;; 그랬는데 그는 며칠(3~4일-_-) 설사만 약간 좀 하더니 멀쩡하게 나았다. 선천적으로 위장이 튼튼하고 면역력이 강했던가 보다.

그는 기고만장해서 자기 제자(루돌프 에머리히)한테까지 그 물을 먹였다. 불쌍한 그 제자는 죽을병을 끙끙 앓다가 간신히 살아났다.;;
그래도 페텐코퍼 아재는 죽을 때까지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더러운 물 때문에 콜레라가 창궐한다는 것까지는 맞았다. 단지 더러운 물에 병균이 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2. 그 다음으로 20세기에는 인류는 세균에 이어 비타민과 바이러스라는 것까지 발견해 냈다.
일본에서는 '모리 오가이'라고 문과 배경에다가 의학· 생리학을 두루 섭렵하여 일본군 육군 군의관을 역임한 꽤 똑똑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군대에서 비타민 B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기병까지도 세균성 질환이라는 견해를 고집했다. 그래서 예방을 위해 식단 개선이 아니라 그저 근성으로 내무반 위생 검열만 빡세게 시켰다.

이 때문에 러일 전쟁 때 통계에 따르면 육군에서만 25만 명이나 되는 각기병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약 2만 8천여 명이 사망했다. 이 환자 및 사망자는 거의 다 육군이었다. 오히려 식단이 더 열악했을 해군이 경험적으로 잡곡밥 처방을 하고 있어서 각기병 환자가 별로 없었다.
인품이 훌륭하고 자기 선에서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실책으로 많은 병사들을 죽이는 흑역사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노기 마레스케 장군과도 비슷해 보인다. 이 사람도 죽을 때까지 비타민 B 결핍증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 파리와 구더기가 같은 종의 생물이라는 걸 모르고, 반드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던 시절, 무작정 피를 빼내기만 하다가 생사람 잡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인류의 위생 보건 지식과 노하우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물리학에서는 19세기 말에 X선, 방사선 따위가 발견되고 양자역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반면, 생물학은 비슷한 시기에 미생물과 세균의 존재가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저런 논쟁이 오갔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바이러스도 아니고 세균은 양성자 중성자보다는 덩치가 훨씬 더 큰 놈일 텐데.. 그만치 생물은 무생물보다 연구하기 더 어렵고 까다롭기 때문일 것이다.

※ 지구의 나이, 우주의 나이

1. 미국의 클레어 패터슨이라는 과학자는 납 농도만 죽어라고 측정하다가 지구의 나이 대략 45.5억 년을 계산해 내는 업적을 남겼다. 이게 1940년대 말의 일이며, 그 이후로 지질학· 천문학에서 몇억, 몇천만 년 전 이러는 것들은(Before Present) 편의상 1950년 1월 1일로부터 그만치 전이라는 뜻으로 관행이 정착됐다. 컴퓨터의 유닉스 원년인 1970년 1월 1일보다 정확하게 20년 더 전이다.

이 사람은 실험 중에 다른 모든 변인을 통제했는데도 납 농도 측정이 정확하게 안 되고 뒤죽박죽인 이유를 캐다가..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공기 중의 납 농도가 미세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걸 덤으로 알아내기도 했다.

납이야 인체에 매우 해로운 중금속이니.. 이 사람 덕분에 1970년대 이후부터 무연 휘발유가 따로 개발되게 되었다. 그 미세한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고 인과관계까지 파악한 걸까?
자외선(오존층 파괴), 이산화탄소만큼이나 나름 지구를 구한 셈이다.

2. 1964년, 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둘(윌슨과 펜지어스)은 인공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야 하는데 사방팔방에서 감지되는 정체 모를 미세한 잡음 때문에 무진장 고생하고 있었다. 안테나를 아무리 닦고 광 내도 잡음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잡음의 정체는 우주를 균일하게 가득 채우고 있는 아주 미약 미세한 열복사 전자기파였다. 지구의 운동, 계절 따위와 무관하게 모든 방향에서 거의 같은 세기로 도달했다. 즉, 얘는 태양계 바깥에서 온 놈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우주의 기원과 관련하여 대폭발설, 일명 빅뱅 이론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받았다. 우주는 첫 시작이 있고 대폭발이 일어난 뒤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대폭발이 있었던 시점은 약 133억 년 전으로 여겨진다.

중세 때 천동설과 지동설이 대립했다면, 근현대의 천문학계에서는 정상우주설과 빅뱅이 대립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랬는데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관측 덕분에 결과는 빅뱅의 KO승.. 이게 얼마나 대단한 발견이었으면, 저 두 사람은 지구를 구한 클레어 패터슨도 못 받은 노벨 상을 받았다.

* 납과 전파 잡음. 지구와 우주에서 십억 년을 넘는 연대기를 측정하는 실험엔 실험을 방해하던 외부 요인과 뭔가 ‘우연’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20 08:35 2021/09/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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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기의 흐름과 저항

집에 창문이 열려 있으면 딱히 주변에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방문이 세게 닫히며, 심지어 방문이 스스로 꽝 닫히기도 한다.
본인 역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바람이 안 불어도 이런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를 단순 직관이 아니라 수식을 동원해서 제대로 설명하려면 중등 수준을 넘는 어려운 유체역학 이론이 필요할 것이다.

고속 주행하던 열차가 갑자기 좁은 터널로 들어갈 때 급격한 압력 변화와 저항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물을 들이붓는 것도 공기가 같이 빠져나가게 해 줘야 더 빨리 되는 것 등.. 우리 주변에 공기는 아무 존재감 없는 ‘공기’ 같아도 실제로는 존재감이 생각보다 크다.

공기 저항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아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 공기 저항은 교통수단이 주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그 무거운 비행기를 공중으로 띄우는 양력을 만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2. 열의 흐름

(1)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자동차를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실외에 세워 놓으면 내부의 온도가 잘 알다시피 7, 80도까지 치솟는다. 사람이 거기에 장시간 있으면 열사병으로 졸도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차내에 놔 둔 음료수 캔은 팽창해서 터지며, 라이터는 연료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차내에 비치된 블랙박스나 카오디오 같은 전자기기들은 그런 온도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게 온실효과이다. 유리창이 열을 붙잡아 두는 온실효과가 더 큰 듯하다. 그래서 유리궁전 형태로 만들어진 건물들은 냉방비도 많이 든다고 한다.
그럼 밀폐된 차내에서 사람이 계속 호흡을 해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의 농도가 더 짙어지면.. 같은 조건에서 차내의 온도가 더 빠르게 혹은 더 고온으로 올라가는 걸까? 기체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를 실험실 실험 수준으로 관찰하고 확인하는 방법이 좀 있으면 좋겠다.

온실효과는 단열재의 단열과는 다른 현상이다. 한여름에 아이스크림을 최대한 덜 녹이고 운반하고 싶으면.. 굉장히 의외이지만 차라리 패딩 점퍼나 외투로 감싸는 게 낫다. 유리창은 열을 일방통행만 시키지만 외투는 열의 이동을 어느 방향으로든 저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2) 환절기여서 낮과 밤의 일교차가 아주 크다던가.. 한겨울에 등산을 가서 와들와들 떠는 상태와 땀을 뻘뻘 흘리는 상태가 널뛰기 하듯 바뀌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면 우리는 옷을 어떻게 입을지 고민하게 된다. 얇은 옷 세 겹을 챙길지 네 겹 챙길지?
아주 얇은 옷 + 두꺼운 외투로 할지, 아니면 적당히 두꺼운 옷 두 겹으로 할지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게 자동차로 치면 변속기의 단수와 각 단별 기어비를 어떻게 편성할지 고민하는 것과 개념적으로 굉장히 비슷해 보인다. 너무 두껍게 입어서 더워지는 것은 저단이고, 너무 얇게 입어서 추위에 떠는 것은 고단에 대응한다.
다만, 인간의 옷 중에는 자동이나 무단 변속기에 대응하는 물건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3) 자동차 엔진 내부는 공기보다 열량이 월등히 더 많은 '냉각수'의 적정 온도가 70~95도대인 엄청난 고온 고압의 환경이다. 사람이 맞았다간 곧바로 화상을 입을 뜨거운 물이 엔진을 식히는 데 쓰인다는 뜻이다.
그러니 겨우 4~50도 정도의 한여름 땡볕만으로 차가 퍼지거나 엔진에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가을· 겨울이라도 냉각수가 새어 없어졌거나 냉각 계통에 기계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곧장 과열되고 고장 난다. 그리고 엔진보다는 타이어의 공기압 부족으로 인한 과열이 한여름 땡볕에 취약할 뿐이다.

한편, 인간 같은 생물은 단백질로 이뤄져 있고 효소의 도움으로 물질대사를 하는 특성상 온도의 변화에 생각보다 매우 취약하다. 체온이 약간만 오르내려도 신체에 큰 탈이 나며, 체온보다 몇십 도 높은 액체나 고체에 접촉하면 화상을 입는다. 고온에 잠깐이든, 저온에 오랫동안이든 어느 것이든 말이다. 단, 같은 열을 얼마나 먹었을 때 온도가 얼마나 변하는지는 물질마다 케바케이다.

3. 물의 흐름

자연에서 물이 순환하는 원리, 그리고 강과 바다의 물리적인 차이 같은 것도 어린이용 교양 과학 서적에서 다룰 정도로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한편으로 성인 전공자가 아니면 그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잘 모를 것이다. 예를 들어..

(1) 근원: 전에도 몇 번 언급했던 적이 있지만 비가 오랫동안 안 오고 있을 때도 산의 높은 계곡에는 어떻게 물이 흐를 수 있을까? 강의 origin, 발원지라는 곳에 가면 무슨 광경을 볼 수 있을까? 그 지점을 정확하게 추적하는 게 가능은 한가? 뭐, 강물이 흘러오는 쪽으로 한없이 이동만 해 보면 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2) 지하수: 평범한 지표면도 아니고 흙 아니면 돌밖에 없어 보이는 땅 속에서 어떻게 물이 고여서 흐르기까지 하는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지하수는 지하철을 건설할 때 복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하 시설은 환기 시설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딴 데로 퍼 내는 물 펌프가 상시 가동되어야만 유지 가능하다.

(3) 성분 차이: 강이 하류로 갈수록 물맛이 점진적으로 짜지는 게 아니다. 파도가 거슬러 올라오고 바닷물과 직접 마주치는 하구 지점부터 갑자기 확 짜질 뿐이다. 정황상 바다는 강물의 유입과 무관하게 처음부터 원래부터 짰던 것 같다.
물론 염호라는 곳도 있긴 하다. 하지만 바다는 그렇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축적과 증발만 반복하면서 소금물이 되기에는.. 넘사벽급으로 너무 넓고 수량이 많다. 호수와는 별도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4) 음향: 작은 계곡이나 시냇물은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나고, 바다에서는 파도 소리가 난다. 그에 비해 강의 중· 하류는 물이 가장 조용히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5) 수위 상승: 전에도 한번 언급했던 바와 같이, 강물은 폭우와 댐 방류 때문에 수위가 올라가고, 바다는 기조력 변화와 쓰나미 때문에 수위가 올라간다. 힘의 원천이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셈이다. 강물에 수력 발전이 있다면 바다에는 조력과 파력 발전이 있다.

지표면에 물을 얼마나 넓고 깊게 많이 부어 놓으면 땅과의 온도차로 인해 수면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물결이 일고 파도가 치기 시작하는 걸까? 그걸 수식으로 어떻게 유도 가능할까? 그나마 커다란 수영장이나 호수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사고실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문득 궁금하다.

끝으로, 강물은 직류 기반의 지하철, 바다는 교류 기반의 광역전철 내지 일반열차에 대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본인은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연어는 직· 교류 겸용 전동차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ㅡ,.ㅡ;;.

4. 불의 흐름

화재 현장에는 소방관을 순직시키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하는 위험한 현상이 둘 있다.

  • 백 드래프트: 밀폐된 장소에서 불이 활활 잘 타다가 산소만 다 떨어지고 없어서 불길이 겉보기로 사그라들었는데.. 누군가 부주의하게 문이나 창문을 열자, 산소가 새로 유입되어 불길이 폭발적으로 확 살아나면서 문을 열었던 사람까지 덮치는 현상이다.
  • 플래시 오버: 불타던 기물들이 가연성 가스로 기화해서 천장에 자욱하게 떠 올라갔는데(나무로 치면 목가스 같은..).. 열기로 인해 주변 온도가 그 기체들의 발화점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현장이 한꺼번에 화염으로 휩싸이는 현상이다.

둘 다 뭔가 화재계의 스탑 럴커 내지 얼라이 마인이나 마찬가지이다. 단지, 연소의 3요소 중에서 전자는 산소가 기폭제이고, 후자는 열이 기폭제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연료야 갑자기 더 주어지는 일이 없을 테니 논외이다.
실내 화재 현장이라는 게 건물· 구조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고 또 밀폐된 공간도 있기 때문에 소방관이 접근하기가 더욱 위험한 것 같다.

야외의 산불은 절대적인 규모가 무식하게 너무 크고 불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불을 퍼뜨리는 것 때문에 진화가 매우 어렵고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저런 플래시 오버 / 백 드래프트 같은 지뢰에 대비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느 산악 야전과 시가전이 전술이 다르듯이, 화재 진압 방법론도 실내와 실외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5. 의외의 미스터리

  • 얼음판이 미끄러운 이유는? (단순히 표면이 살짝 녹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는데..)
  • 하품이 나는 이유는? (단순히 산소가 부족해서? 이산화탄소가 과다해서? 졸려서..??)
  • 천둥· 번개가 가능한 이유는? (물방울· 얼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구름이.. 그 많은 전기 에너지를 어떻게 머금을 수 있지? 정말 획기적인 배터리 기술인데..)

이것들은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의외로 원인이 아직도 딱 떨어지게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손으로 쇠붙이를 만졌을 때 나는 '쇠냄새'는 금속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손에서 묻은 분비물(...;; )이 쇠에 닿아서 변질되면서 생기는 냄새라고 하는데.. 이게 밝혀진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12 08:35 2021/09/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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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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