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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 텔레비전, 전화기, 냉장고 같은 평범한 백색 가전제품 이후로 21세기에 인간들의 전기 소비량을 특별히 크게 증가시킨 물건은 시대별로 다음과 같다.

1. 2000년대: 에어컨

20세기 중반에 미국에서 이게 처음 도입됐을 때는 사무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너무 좋아서 직장인들이 퇴근을 안 하고 잔업· 야근을 자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ㄲㄲㄲㄲ
그 당시엔 에어컨이 집집마다 비치되기에는 너무 비싸고, 결정적으로 전기 소모도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버스나 지하철 열차 안에 에어컨 냉방이 없었고, 학교 교실에도 천장엔 에어컨이 아니라 선풍기가 달려 있었다.;;
그렇잖아도 비효율적이고 열 풀풀 나는 저항 제어 전동차를 여름엔 어떻게 타고 다녔을까? 찜통 그 자체였을 텐데. ㅠㅠㅠㅠ 1990년대엔 지하철 승강장도 너무 덥다고 TV 뉴스의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섹션에서 지적할 정도였다.

1970년대에 울나라에서는 그 비싼 에어컨이 석굴암 내부에 설치된 적이 있었다. 습도 조절 때문에.
그런데 그 시절에 운행됐던 관광호 및 새마을호 열차는 객실에 벌써부터 에어컨이 있었을 정도라니 이건 뭐 초 호화 금수저 열차였다.

통계에 따르면 가정집 에어컨 한 대가 가정용 선풍기 30대의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고, 소형 승용차용 에어컨은 엔진 출력을 4~5마력 정도 깎아먹는다고 한다.
지금도 이북 평양의 아파트들 풍경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눈에 띈 적은 없을 것이다.;;

2. 2010년대: 스마트폰

이건 그야말로 사람이 머무는 곳 어디에나 콘센트나 보조 배터리를 필요하게 만든 주범이다.
요즘 전화기는 간단한 전화기 기능만 있던 2000년대 폴더폰/피처폰 시절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있다. 매일 AA 사이즈 건전지 5~6개씩을 소모하는 것에 맞먹는다고 한다.

나 옛날에 초창기 폴더폰/피처폰 쓸 때는.. 배터리 용량이 총 4칸으로 표시됐는데, 걸거나 받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이틀’ 지난 뒤에 한 칸이 줄어들어던 적이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진짜 6~7일 가까이는 갔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 ㅡ,.ㅡ;;
우리나라 KTX 고속철 최초 차량의 내부에 콘센트가 없었던 이유도 1990년대에 이런 걸 예측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서울-부산을 1시간 56분 만에 찍을 건데 굳이 저런 시설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고 여기고 넣지 않았었다.;;

30여 년 전 Windows 3.x 및 9x 시절에는 컴터를 쓰면서 사용자가 운영체제의 리소스 퍼센티지를 민감하게 관찰하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뭔가 퍼센티지를 들여다보는 건.. 폰 배터리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30여 년 전에 사람들이 컴퓨터에서 뭔가 먼지를 주기적으로 청소해 주는 건 볼 마우스 안이었지 싶다. =_=;;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먼지를 청소하는 건 폰 충전 단자 주변이지 싶다.
폰 충전 단자도 규격이 통합되지 않아서 기기마다 제각각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폰까지 USB C로 통합되는 나날이 도래했다.

3. 2020년대 이후 전기 등골 브레이커계의 다크호스는 과연 전기차가 차지할까?

그 많은 자동차들까지 전기 인프라에 빨대를 꽂기 시작한다면 이건 원자력 발전이 없이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텐데 말이다.;;
핵융합은 지금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일으키려고 애쓰는 현상이고,
초전도는 지금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일으키려고 애쓰는 현상이구만. 하지만 둘 다 아직은 SF의 영역이다.

전기차는 비슷한 체급, 성능의 기름차보다 무게가 수백 kg 이상 더 나간다.
오~ 지금까지 생각을 안 하고 지냈네. 현타가... =_=
전기차는 정작 엔진룸 안은 기름차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깔끔하고 가벼운데도 말이다.

쟤들이 엔진오일이 필요하나, 냉각수가 필요하나~ 점화 플러그가 필요하나~ 연료 필터 공기 필터가 필요하나, 터보차저가 필요하나,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필요하나.. ㄲㄲㄲㄲ
그런데 빳데리가 이 모든 장점을 싹 씹어먹는다.
게다가 빳데리가 야기하는 공간 복잡도 무게 복잡도는 필요한 전력량(= 차 크기 내지 모터 출력)의 제곱 이상에 비례해서 급격히 커진다.

옛날에 구닥다리 브라운관 방식으로 텔레비전을 지금 수준으로 대형화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러니 빳데리 전기 방식으로 버스나 대형 트레일러, 군용차, 국가원수 의전차, F1 레이싱카는 요원한 거지 싶다. 승용차나 시내버스, 소형 트럭 같은 일부 분야만 대체하겠지..

참 어려운 문제이다. 오늘날의 배터리 기술이 용량은 많이 늘렸지만, 그게 아무 부작용 없이 늘린 게 아니고 아직 갈 길이 멀다. 무게, 가격, 안전성 따위.. 기름 담긴 말통을 대체하는 게 쉽지 않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9 08:35 2024/03/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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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발전사

인류가 물 위를 건너기 위해 선박이라는 물건을 만들어서 띄운 지는 수천 년이 됐다. 심지어 그걸로 바다 위에서 전쟁도 치렀다.
하지만 그걸로 사람만 잔뜩 실어 나르는 장거리 전문 여객선이라는 게 등장한 건 역사가 의외로 짧다.

전근대 시절에는 평민들의 경제력과 교통 수요가 그런 걸 받쳐 주지 못했다. 거기에다 그 당시엔 선박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 느리고 정시성을 장담 못 하는 물건이었다.
배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는 것의 포스와 리스크가 요즘으로 치면 과장 보태서 무려 우주로 나가는 것에 맞먹었다. 보험 회사의 이름이 'oo 화재, xx 생명'뿐만 아니라 'xx 해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낭만적인 여행이 절대 아니고 모험 탐험이었다.

그 시절에 사람을 잔뜩 태운 배가 있다면 그건 지하에 노꾼이 잔뜩 탄 갤리선이거나, 아니면 아예 노예 무역선. 둘 중 하나일 뿐이었다. -_-;; 사람을 살인적인 중노동을 시키거나, 아니면 용변도 제대로 못 볼 정도로 꼼짝달짝 묶어서 짐짝처럼 쌓아 놓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단, 노예이면서 동시에 노꾼이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호흡 맞춰서 엉킴 없이 노 젓는 건 극심한 중노동일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필요했다. 일자무식에다 더 잃을 것도 없는 노예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ㄲㄲㄲ 질 낮은 죄수를 호락호락 총 쥐어 주고 군인으로 부려먹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50미터 남짓한 길이에 엔진이 아니라 돛-_-이 달렸고 배수량도 200톤이 채 안 될 대항해시대 나무 범선 갖고 호화로운 장거리 여객선 영업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근데 그 시절에는 그 가냘프고 열악한 배에 남자들 수십 명이 낑겨 앉아서 신대륙을 개척하러 갔다는 거다. 이 정도면 교도소 복역이랑 선원 생활을 퉁쳐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 우리가 잠수함에 대해서 생각하는 위험함, 갑갑함, 열악함 등등이 그때는 일반 수상 범선에 적용됐고 수위가 더 높았다.

선박을 굴려서 돈을 벌려면 그 비좁은 공간에 화물을 왕창 실어야 했다. 그러니 선원들 복지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근대 시절에 선박은 화물 수송이 main이었고, 여객은 거기에 꼽사리로 낑겨 타는 정도였다.

자, 그러면 성경의 요나서도 어떤 배경인지가 완벽하게 이해가 될 것이다. 요나 역시 여느 상선 화물선에 낑겨 탔기 때문에, 편안한 좌석이나 선실이 아니라 어디 한구석에 짱박혀서 잠들었다. 그리고 배가 위험에 처하자 선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무거운 화물들을 바다에 버린 것이다. 그건 승객 개인이 들고 다니던 더플빽이나 캐리어 같은 덩치의 짐이 아니었다.

참고로, 옛날 목선 범선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를 좀 더 나열하자면 이렇다.

(1) 노아의 방주도 오늘날 기준에서는 그렇게까지 막 큰 배는 아니다. 길이 150미터 남짓한 목선이니 대항해시대 범선보다 좀 큰 정도이고, 20세기에 등장한 여객선이나 군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 크기와 부피이면 배수량은 여러 자료로 추정하건대 1만 톤 안팎쯤 됐을 거라고 여겨진다.
참고로, 현대의 조선공학 관점에서는 목선은 길이가 100미터, 배수량 2000톤 정도가 현실적인 한계로 여겨진댄다. 목재는 금속처럼 단단하지 못하고, 용접으로 이어붙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2) 노아, 요나 이상으로 성경에서 바다 항해를 제일 진지하게 다루는 곳은 사도행전 27장이지 싶다. 바울이 죄수 호송선을 타고 이스라엘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장면 말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뱃길로 약 2400km 거리라고 한다.
이건 부담 없는 단거리는 절대 아니고 2000여 년 전의 항해 기술로는 더욱 만만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태평양이나 대서양도 아니고 기껏해야 지중해 횡단일 뿐인데 그걸 한 번에 못 가서 중간 정박을 하고 겨울을 나네 마네 논쟁이 오갔던 것이다.
게다가 배에 사람이 276명이나(행 27:37) 탔었다. 선내에 공간이 절대로 넉넉하지 않았을 것이고 승선 환경은 몹시 열악했을 것이다.

(2) 500여 년 전,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는 대장인 마젤란을 비롯해 250명에 달하는 선원을 잃고 배 세 척 중에 한 척만 겨우 귀환하는 개막장 거지꼴 패잔병 상태로 종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배 한 척에 실린 외국 향신료만으로도 그들은 항해 비용을 다 뽑고 남는 흑자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 시절에 향신료 가격이 지금의 마약 가격 정도라도 됐나 싶다. =_=;; 후추가 아니라 필로폰이었는지.. -_-;; 하긴, 그때는 화약 가격도 그렇게도 비쌌다니까 말이다.

암튼, 이런 열악한 상황은 증기 기관이 발명되면서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얘 덕분에 선박이 바람을 거스르는 정시 항해가 가능해지고, 해풍이 불지 않는 육지 한가운데 운하도 주행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배가 더 크고 무거워질 수 있게 됐다.
배의 재질이 나무 대신 철로 바뀌었고, 동력 전달 매체도 처음에 외륜이 쓰이다가 스크루 프로펠러로 바뀌었다. 엔진조차도 왕복이던 게 터빈으로..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혁명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좀 뭔가 호텔 같은 배가 등장할 수 있게 됐다. (해상 호텔이라, 옛날 범선 시절에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치.. ㄲㄲㄲㄲ) 민간이 아닌 군함은 훨씬 더 강하고 사정거리 긴 함포를 장착해서 적을 압도할 수 있게 됐다.
1906년경에 영국에서 만든 여객선 루시타니아 호, 그리고 드레드노트 전함이 민간과 군함 각 분야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대서양· 태평양을 건너는 장거리 대형 여객선이라는 게 운항을 시작하고, 군에서는 순양함을 넘어 전함이라는 등급이 등장했다. 19세기 말에 서 재필이니 이 승만이니 하는 우리나라 선각자들도 저런 배를 타고 미국을 다녀올 수 있었다. (비행기 1시간이 선박 1일에 맞먹으니, 편도로 2주 이상 걸렸을 듯.)
그 이름도 유명한 타이타닉이 이 바닥의 정점을 찍었다. 인류가 이런 배를 구경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1차 세계 대전을 겪은 뒤 세계 열강들은 군함만 만들다가 등골 빠지고 공멸하지 말고, 군함을 일정 배수량 이상은 다같이 만들지 말자고 군축 조약을 맺었을 정도였다. 그때는 전함을 더 만들지 말자는 게 지금으로 치면 핵무기를 다같이 만들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개념이었다.

그 뒤 선박은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 디젤 기관으로 바뀌면서 리즈 시절을 찍었지만, 비행기가 발명되면서 추세가 또 바뀌었다. 비행기는 터빈을 기반으로 한 제트 엔진이 도입되면서 세계의 하늘을 석권하게 됐다.
오늘날 배가 거대한 건 항공모함이나 초대형 유조선/화물선 정도이고, 인명을 태우는 건 말 그대로 해상 호텔인 관광 크루즈선만이 남았다. 100년 전과 같은 ocean liner(대륙 횡단 정기 여객선)라는 개념은 없어졌다.

거함거포주의는 항공모함 때문에 논파됐고, 지금은 미사일 때문에 더욱 확인사살됐다.
요즘은 해군보다도 해병대에서 상륙작전을 벌일 때 정도에나.. 뒤에서 펑펑 쏴 주는 전함의 함포를 그리워하는 지경이 됐다. 포탄이 그래도 비행기나 미사일보다는 화력 대비 훨씬 더 저렴하기도 하지.

20세기 초-중에는 여객선과 비행선이 대륙을 횡단했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부터는 여객기와 미사일이 대륙을 횡단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_=;;
우리나라 기준으로 여객선으로는 부산에서 일본, 인천에서 중국, 동해안에서 러시아 정도만 갈 수 있다. 즉, 아주 단거리 한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7 08:35 2024/03/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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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아폴로 계획 시절의 새턴 V 로켓, (2) F-22 전투기, (3) KTX-산천 열차.
분야가 서로 완전히 다른 교통수단이지만,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맨 앞에 무슨 총검처럼 길쭉하게 삐죽 튀어나온 부위가 있다.
이건 각각..

1. 로켓: 비상 탈출용 로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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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초기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승무원이 탄 캡슐을 로켓 본체로부터 사출· 생환시킬 용도로 장착되었다. 승무원들의 탑승 공간을 통째로 사출시키니.. 이건 경비행기에 장착되는 비상 탈출용 낙하산이라든가, 전투기에 장착되는 사출 좌석보다 더 강화된 버전인 셈이다.
단, 2단 엔진까지 무난하게 분리됐을 때쯤이면 이제 고도와 속도가 너무 올라갔고 비상 탈출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탈출용 로켓도 같이 분리되고 버려진다.

아폴로 계획 전체를 통틀어서 이 로켓이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 1969년 말의 12호 때.. 로켓이 발사되자마자 벼락을 맞는 바람에 이걸로 승무원들을 비상 탈출시키고 임무를 실패 처리시킬까 사령실에서 고민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리하지 않았고, 임무도 다행히 성공했다.

2. 전투기: 피토 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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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주변의 맞바람의 세기를 측정해서 이 기체의 비행 속도를 구하는 아주 중요한 장비이다. 레이더나 GPS 같은 기술이 개발되기 전엔 비행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처럼 바퀴의 회전수로 속도를 산출할 수가 없으니까..
정비 불량으로 인해 피토 관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계기판 바늘이 엉뚱하게 폭주하고, 이 때문에 조종사가 조종을 잘못해서 비행기가 추락까지 한 사고도 역사적으로 있었다.

다만, 피토 관이 꼭 저렇게 앞에 돌출된 형태로 장착될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객기의 피토 관은 옆구리나 꼬리날개 쪽에 훨씬 작게 장착되기도 한다. 자동차에 안테나가 옛날에 길쭉한 삼단봉 형태이다가 지금은 작은 상어 지느러미 모양으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3. 그리고 열차: 이 쇠막대기 빨대의 정체는 무려.. 독일제 최첨단 차량 연결기의 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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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베 기반의 1세대 KTX의 이후에 국내에 도입된 고속철 차량들은 무지막지한 20량 1편성이 아니라, 10량 1편성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 시 중련· 연결 운행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열차의 연결과 분리를 간편 신속하게, 한편으로 견고하게 하는 건 나름 엄청난 기술이다. 양 차량을 물리적으로 붙들거나 놓을 뿐만 아니라, 서로 전기· 통신 배선 같은 것도 바로 연결이나 분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두 차량이 합체할 일이 있으면 저 삐져나온 빨대가 먼저 상대 차량 연결기를 쑥 접촉하고, 나머지 부위도 찰칵 연결된다. 항공우주 업계에서는 우주 비행체의 합체를 도킹(docking)이라고 하는 반면, 철도에서는 이런 연결을 커플링(coupling)이라고 부른다. 오옷~!
참고로 우리나라의 철도 차량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연결기는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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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동력원뿐만 아니라 선로 분기기나 신호 시스템, 그리고 전철의 집전 방식(가공전차선=_=)까지 하나하나가 다 첨단 기술이다.
달리는 증기 기관차를 배경으로 하는 옛날 서부물을 보면 아주 흔히 등장하는 장면이 둘 있다. (1) 말 타고 달려가서 열차를 따라잡고 탑승하는 거(현대라면 오토바이-_-), (2) 그리고 열차 안에서 무슨 작업을 하고 나서는 뭔가를 조작해서 객차와 기관차를 분리시키는 것..

아마 영화적 허용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옛날 열차는 연결기도 구조가 더 허술해서 차량을 분리시키는 게 더 쉬웠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5 08:35 2024/03/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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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 한 가지 장점

세상에는 단점이 많고 정말 불편하고 너무 비효율적이어 보이지만.. 여전히 쓰지 않을 수 없는 물건, 기계, 방법론 따위가 있다. 장점이 단점들을 다 씹어먹는 수준이고 다른 대안이 현실적으로 도저히 없기 때문이다.

(1) 교류 전기: 전기공학 이론의 난이도를 한 100배쯤 더 끌어올린 주범이다=_=. 직류보다 취급하기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전자기기들에서는 어차피 직류로 변환도 해야 된다.
하지만 발전과 변압이 간편하고, 덕분에 대용량 전기의 초장거리 송전이 용이하다는 거.. 이 독보적인 장점 하나가 다른 모든 단점을 씹어먹었다. 건전지나 깨작거리는 수준으로는 오늘날 같은 눈부신, 찬란한 전기 문명이 절대 이뤄질 수 없었다.

(2) 헬리콥터: 고정익기보다 느리고 연비 안 좋고 대량 수송도 안 되고 너무 시끄럽고..;; 온통 단점뿐이지만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 가능하고 공중에서 정지할 방법이 이것 말고 더 있으리..??
(로켓도 양력이 아니라 추력만으로 공중에 뜨니 헬기 같은 기동이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다. 하지만 걔는 헬기보다도 연비가 훨씬 더 안 좋다. -_- 로켓은 동체 대부분이 연료로 꽉 차 있으면서도 자동차나 비행기와 달리 엔진을 겨우 '분 단위'로밖에 가동을 못 한다.)

(3) 주사기: 아프고 공포스러운 데다 감염 위험도 있다. 하지만 먹거나 바르는 약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과 좋으면서, 대놓고 배를 가르는 수술보다는 훨씬 더 간편하고 안전하다. 이 독보적인 장점을 대체할 다른 수단이 없다.

과학기술 분야는 전혀 아니지만, 복음 전하는 방법으로 거리 설교도 이와 비슷한 부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불신자뿐만 아니라 교인들조차도 상당수가 부정적인 편견과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 "저래 갖고 누가 듣나", "광신자라고 욕 먹고 신고나 당하지", "그냥 어려운 주변 이웃 도우면서 이미지 제고나 하는 게 낫다" 등등..

근데 저 방법 말고 세상 사람들이 예수 천당 불신 지옥 메시지를 듣고 경고를 받고 복음을 들을 통로가 뭐가 있겠나? 그 사람들이 제 발로 기독교 방송을 듣겠나 스스로 성경을 찾아 읽겠나? 거부, 거절, 부정적인 피드백은 당연한 것이니 제대로 전한 것만으로 씨앗을 뿌린 것이다. 저건 주사기만큼이나 더 나은 다른 대안이 없다.

다시 과학기술 얘기로 돌아오면..
저 사례들과는 정반대로, 언뜻 보기에 많은 장점이 있어 보이지만 치명적인 단점 한두 가지가 해결이 안 되어 주류가 못 되고 묻혀 버린 기술도 있다.
무탄피총이라든가 비행선, 반켈 엔진 같은 거 말이다.

2. 세분화, 전문화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고 인간이 이룩한 온갖 과학기술, 특히 공학의 세계를 맛보기나마 접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이 바닥은 정말 깊게 세분화돼 있어서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알기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기계도 하나만으로 이것저것 다 대응 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못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스타크래프트 테란과 달리, 단일 차체로 곡사 자주포와 장갑차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탱크를 만들지 못한다.
미사일 하나만 해도 대공이냐 대잠이냐 대전차냐.. 전투기가 발사하냐 잠수함에서 발사하냐에 따라 미사일의 형태와 폭약과 추진제의 구조가 다 달라진다. 하나 만드는 정밀 기술로 다른 분야를 커버할 수 없다.

물에서 항해도 가능하고 공중 비행도 가능한 비행정은 비행기의 태동 초기에 잠깐 쓰이다가 말았다. 물 저항을 적게 받는 디자인과 공기 양력을 잘 받는 디자인에 서로 교집합이 없기 때문이다.
항해도 가능하고 지상 주행도 가능한 호버크래프트/수륙양용차 같은 건 해병대 상륙 작전용으로나 쓰이지, 여객용..?? 아니올시다.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
로터를 기울여서 헬리콥터도 되고 프로펠러기도 되는 비행기조차도 성능이 어정쩡하고 비싸서 널리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리고.. 비행체 엔진만 해도 지상에서 뜰 때, 아음속 비행, 초음속 비행, 심지어 우주 기동에 적합한 엔진의 형태가 다 다르다.
단일 엔진 단일 기체만으로 단 분리 없이 대기권과 우주를 모두 비행..??? 현재 인간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이러니 SF물만 많이 봤던 사람들이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선'을 보면 깜짝 놀라는 것이다. 유체역학적인 디자인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 이거 뭐 첫 이륙과 출발 때는 터보 팬이나 터보 제트를 썼다가 극초음속에서는 램 제트..?? 변속기를 넣어서 자동차처럼 기어비를 바꿀 게 아니라 아예 속도별로 엔진을 바꿔 끼워야 할 지경이다. 기술적으로 당연히 불가. ㄲㄲㄲㄲㄲㄲㄲ
  • F1 레이싱용 자동차들은 정말 서킷 전용으로 극도로 특수하게 만들어진 놈들이다. 시내를 달리는 일반 자동차들처럼 신호 받으면서 저속으로 가고 서다 하다가는 다 퍼지고 고장날 거라고 한다.
  • 시속 200짜리 기록 도전용으로 만들어지는 특수한 자전거도 마찬가지. 기어비를 극단적으로 높게 맞춘 채로, 공기 저항을 몸빵해 주는 자동차를 졸졸 뒤쫓아가는 것에만 특화돼 있다. 이 자전거를 사람이 정지 상태에서 페달 밟아서 시속 200까지 몽땅 가속시키는 건 아니며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_-;;;

동력 기관 말고 안전 장치만 해도, 총알을 막아 주는 방탄유리가 교통사고 때 쉽게 깨지지 않는 안전유리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하지는 못한다.
오토바이 헬멧이랑 공사장 헬멧도 역할이 다르며, 방검조끼와 방탄조끼 역시 한쪽이 다른쪽 영역까지 동시에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하긴, 굳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의 전문성도 마찬가지이다.
미친 난이도를 자랑하는 리스트의 클래식 피아노를 치는 전공자라도 재즈 반주를 보면 벙 쩔 수 있다. 영역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공기총 스포츠 사격 금메달이랑, 군대 육군 소총수의 특등사수 사격, 그리고 특전사 저격수의 사격은 다들 영역이 다르고 잘 호환되지 않는다. 한쪽을 잘하는 사람이 다른 분야까지 전문가를 겸하지 못하며, 그나마 원래 전문인 분야도 며칠만 연습· 훈련을 게을리하면 금세 감이 무더져 버린다.

그러니 사람뿐만 아니라 총기도 용도별로 특성이 모두 다른 건 당연지사다.
저격수 정도로 극도로 민감하고 전문적인 분야로 오면 총도 무슨 악기마냥 전용 케이스에 넣어서 고이 간직해야 하고, 수시로 닦아 주고 손질해야 한다.
유효 사정거리를 겨우 100~200m로 잡는 일반 쫄병들이야 훈련용 총 따로, 실전용 총이 따로이고 소총과 함께 진흙탕에 막 뛰고 뒹굴기도 한다만.. 그런 건 저격수한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3. 한 10년 전부터, 앞으로 2~30년 안으로 없어질 거라고 난리였던 것들

(1) Java, C# 같은 가상 머신 언어가 주류가 되고, 구닥다리 C/C++ 프로그래밍은 한물 갈 거다
그럴 리가.. C++이 2010년대 이후부터 얼마나 괴물 같은 문법과 기능들이 마구 추가되고 상상을 초월하게 바뀌었는지를 알면.. 저건 이불킥 수준의 단견임이 느껴질 거다.
아 물론 MFC 같은 일부 프레임워크는 한물 간 거 맞다. 기존 프로젝트들을 유지보수 하는 용도로만 쓰이지 신규 제품 프로젝트를 저걸 써서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간단한 내부 툴, 데모, 쌤플 정도나 만드는 경우 말고) 전멸이다.

(2) Windows NT 커널이 없어질 거다
마소에서 차세대 Windows를 표방하며 한때 개발했던 Midori니, Windows 10X 같은 건 전부 망했다. 만들려다 말았고 개발 중단됐다. NT 커널이 없어진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마치 인텔에서 x86 말고 다른 계열 CPU를 만들려다가 만 것과 비슷한 취급이다. 과거의 Itanium이라든가 i860, i960 같은 거.

(3) 폰트에서 힌팅이란 게 없어질 거다
요즘 서브픽셀 안티앨리어싱 기술이 많이 발달했고, 어지간한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30~40년 전의 도트 프린터에 근접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작은 본문 글씨에서 힌팅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유의미한 걸요?? 힌팅 없으면 획이 뿌옇고 뭉개지는 게 여전히 티가 난다.
맑은 고딕도 언뜻 보기엔 100% ClearType빨인 것 같지만.. 똠 뷁처럼.. 2350자 밖의 비완성형 글자를 작게 찍어 보시라. 힌팅이 적용된 일반 2350자 글자보다 훨씬 못생겨진다.

물론 옛날처럼 한땀 한땀 쑤제로 정교하게 힌팅을 할 필요는 없고, 심지어 대부분의 절차가 자동화, AI화는 될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못할 거다. 마치 비행기 유인기 vs 무인기의 역할 분담과 비슷한 관계가 될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2 19:35 2024/03/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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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사선. 흔히 말하는 ‘화생방’ 중에서 ‘방’은 물리적인 타격이나 화학 약품, 세균· 바이러스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인간 신체를 파괴한다.
세포가 방사능을 잘못 맞으면 자신의 설계도인 DNA가 망가지는 바람에 회복이나 분열, 재생 능력을 상실한다. 그 세포들로 구성된 생체는 오늘만 살 수 있고 미래가 날아간 시한부 인생으로 전락한다. 총알 구멍이 뚫린 게 아니라, 그야말로 분자/원자 레벨의 구멍이 세포에 수억 개씩 숭숭 뚫려서 벌집이 된 것과 비슷하다.

인간이야 70~100년을 산다지만 인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들은 수명이 훨씬 더 짧다. 혈액 속 적혈구는 수명이 4개월 정도밖에 안 되고, 피부 조직 세포라든가 백혈구는 한 달 남짓밖에 못 산다.
거시적으로 보면 인체에서는 1초 동안에도 수백만 개, 하루엔 수백억 개의 세포가 죽고 다시 태어난다. 끊임없이 세포 분열이 일어나서 죽은 세포를 내보내고 새 세포로 세대를 교체해야만 생체의 항상성이 유지되고 생명이 유지된다.

그런데 이게 안 되면 그 사람은 당장은 살아 있지만 이제 몸 여기저기가 탈 나고 썩으면서 고통스럽게 죽는 일만 남게 된다.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그냥 고인물 썩은물 웅덩이가 되는 것과 같다. 어떤 기계류가 지금 당장은 돌아가지만, 제조사와 서비스센터가 깡그리 망해 버려서 제품이 더 생산되지 않고 버전업도 되지 않으며, 기존 제품을 수리 받을 수도 없는 지경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섬뜩하지 않은가?

  • 그 지경이 되면 당장은 아무 병에 걸리지도 않은 것 같지만, 면역 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다른 합병증이 찾아오게 된다. 건강할 때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을 사소한 병도 이기지 못하고 훅 가 버린다. 흠, 이건 '에이즈'와 아주 비슷하네..
  • 또한, 방사선 피폭 증세는 '암'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어느 부위건 세포가 망가져서 정신줄 놓으면 얼마든지 악성 종양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백혈병은 구조적으로 혈액의 암이라고 여겨진다.
  • 인간이 비타민의 존재라는 걸 모르던 시절에는 비타민 C의 결핍증인 괴혈병도 거의 방사선 피폭 급의 무서운 괴질로 여겨졌지 싶다. 장기 조직이 제대로 형체 유지가 안 돼서 스물스물 뭉개지고, 잇몸에 피 나고 내출혈 발생하면서 죽으니까 말이다. (물론 오늘날이야 잇몸에 피 나는 건 99.9% 치주염 때문이지, 비타민 결핍증 때문은 전혀 아님..)

2.
지난 1999년 5월 20일엔 우리나라 대구에서 어떤 6살짜리 아이가 골목길에서 어느 괴한으로부터 얼굴에 황산 용액을 뒤집어쓰는 극악무도한 테러를 당했다.
그 아이는 전신 3도 화상에다 실명이라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딱 7주(49일) 만에 결국 패혈증이 도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더구나 정말 안타깝게도 이 사건은 범인을 못 잡고 영구미제 사건으로 귀결됐다. 이걸 계기로 우리나라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같은 해 9월 30일, 도카이 촌의 핵연료 가공 시설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나서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 가장 심하게 피폭 당한 '오우치 히사시'는.. 처음엔 제 발로 걸어서 입원할 정도로 멀쩡했지만 이미 염색체가 형체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는 며칠 못 가 백혈구부터 싹 전멸해서 림프구가 소멸하고, 에이즈 환자처럼 면역력이란 게 없어졌다. 피부가 재생되지 않고 다 벗겨져서 이내 중화상 환자처럼 붕대를 칭칭 감아야 하게 됐다. 수건으로 피부를 문지르면 그냥 피부가 벗겨져 나왔다.;;
장기들도 형체가 유지되지 않아서 음식물 소화도 제대로 안 되고 여기저기서 탈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니 의료진들조차도 "우리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 차라리 깔끔하게 안락사 시켜 주는 게 더 나았으려나" 자괴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투병 83일 만에 결국 심장이 멈추고 사망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진 황산 테러와 방사능 피폭.. 물론 전자는 범죄에 형사 사건이고 후자는 불의의 사고라는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의 정도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3.
1999년의 저 두 사건· 사고는 피해 규모가 개인 단위이다. 하지만 더 옛날 1980년대에는 집단 단위의 초대형 사고가 있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1986년 4월 26일의 전설적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비원자력에서는 1984년 12월 2~3일, 인도에서 벌어졌던 보팔 가스 누출 사고를 꼽을 수 있겠다. 여기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다가 그냥 독가스 테러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피폭만 당하지 않았을 뿐, 정말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체르노빌 주변은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앞으로 반영구적으로 살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는데,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는 원폭 맞고 나서도 사람들이 다시 살고 있는 이유가 뭘까?"
꽤 그럴싸한 좋은 질문이지 않은가? 마치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사진을 찍어서 볼 수는 없는가?" 질문처럼 말이다. 내가 아는 한 그 답은 이러하다.

(1) 절대적인 방사능의 유출량부터 원자력 발전소가 일본 원폭보다 훨씬 더 많았다.
원폭은 단지 그걸 순식간에 훨씬 더 빨리, 짧고 굵게 반응시켰을 뿐이다.
자동차처럼 기름 수십 리터를 자그마한 실린더에서 수 시간 동안 서서히 폭발시키고 태우느냐, (원전)
아니면 유증기가 한꺼번에 폭발해서 순식간에 건물이 다 날아가 버리냐.. 그 차이일 뿐인 거다. (원폭)

사실 원폭은 방사능 자체 때문에 위험한 것보다는, 폭탄으로서 원자력을 등에 업고 발생한 살인적인 폭압과 고열이 훨씬 더 위험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겨우 4.5톤짜리 리틀 보이가 TNT 15000톤(15킬로톤) 급의 위력을 냈다고 여겨진다.

(2) 그리고 또 결정적인 차이.
원자폭탄들은 다들 지상 500~600미터. 어지간한 서울 주변 산들의 정상에 가까운 공중에서 터졌다. 그래서 방사성 물질들이 상당수가 바람과 비를 타고 흩어져 날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원전 폭발 사고들은 완전 지상에서 일어났고, 저런 일이 일어나지 못했다.

원전과 원폭은 이런 차이가 있다.
하긴, 핵 실험을 했던 곳도 마냥 방사능 오염 황무지로 영원히 방치되는 건 아니랜다. 비키니 섬의 경우, 핵실험 후 수십 년 뒤부터는 사람이 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적극 찬성 소신이고,
옛날 일본에 원폭도 전쟁을 빨랑 끝내기 위해 잘 터뜨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전 정권의 탈원전 쑈를 매우 혐오한다.
지금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는 애초에 우리나라 쪽으로 가는 것도 아니구만 과거의 광우뻥과 다를 바 없는 반일팔이 선동이 매우 심하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18 19:35 2024/01/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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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강을 활용하거나 가공· 변형하는 방법으로는 이런 게 있다.

1. 강물을 취수해서 정수· 여과 후 수돗물로 공급한다.

수도 시설 덕분에 인간이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다가도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됐고, 보건· 위생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하수를 겨우 겨우 끌어올리는 우물이나 수동식 펌프, 물장수 같은 옛날 유물을 생각해 보자.;;
한반도에 건설된 최초의 현대적인 상수도 시설은 지금의 서울숲· 성수대교 부근의 한강 강물을 취수해서 썼다. 지금이야 더 상류인 팔당댐, 구리· 암사대교 부근으로 취수 지점이 이동했고, 잠실대교가 진짜 마지노 선이다.

이런 취수 지점의 반경 n km 이내는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서 정말 어지간한 그린벨트나 군사시설 보호 구역을 능가하는 살인적인 개발 규제가 걸린다. 땅을 갖고 있어도 안에서 진짜 아무것도 못 하고 개나 소나 허가를 받아야 된다.
세차 하나 마음대로 못 한다. 하수도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오· 폐수가 어차피 강 쪽으로 갈 일이 없는데도 규제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심한 면모도 있다.

강가에서 야영을 하다가 적발되면 여느 도시공원법이나 하천법, 산림법보다 더 빡센 수도법에 저촉되어서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가령,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 징역을 먹게 된다.
한강이 서울의 동쪽에는 상수원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서쪽에는 군사시설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으니 좋은 대조를 보인다. 그나마 서쪽의 철조망들은 북괴의 군사 위협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철거하는 추세인 반면, 동쪽은 별 가망 없다.

2. 댐을 만든다.

강물을 마냥 흘러가게 만들지 말고, 커다란 버퍼에다 한데 모아서 홍수· 가뭄에 대비시킨다. 하긴, 농업용수의 조달을 위해서 저수지라는 게 존재하긴 했는데, 댐은 강물을 모아서 더 거대한 호수를 만든다.
이렇게 물을 많이 모아 놓은 데서 상수원 공급도 하고, 물을 떨구는 힘으로 수력 발전도 겸사겸사 한다. 이러면 그냥 댐이 아니라 '다목적 댐'이 된다. ^^

댐의 건설은 어지간한 건물이나 공장, 교량 건설을 능가하는 정말 거대한 토목공사이다. 저 길고 넓고 높은 면적을 몽땅 커버하는 벽을 만드는 데 콘크리트가 얼마나 들겠는가??
물길이 확 달라지고 멀쩡하던 마을 하나가 통째로 수몰되기도 한다. 댐 하나 만들면 주변의 기후가 달라질 정도이다.

위의 둘은 아주 쉽게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저게 전부가 아니다.
물을 이용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진 과업도 있기 때문이다.

3. 바닥을 파서 수심을 늘리고(준설),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강물이 어떤 여건에서도 원래 흐르던 선형과 규모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안정되게 흐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폭우 좀 쏟아졌다고 금세 범람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렇게 해야 땅과 물의 영역 구분이 더 명확해지며, 강 주변의 땅을 더 많이 홍수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방 이래로 서울 한강은 이런 쪽으로 왕창 개조되어 왔다.
조선이나 일제 시대에는 한강 이남은 애초에 한양/경성부에 속하지도 않았으니 한강은 그냥 아오안이었다. 강가는 반쯤 바닷가 같은 뻘밭 모래밭일 뿐이었고, 홍수가 나면 주변이 온통 수시로 물바다가 되곤 했다. 평균 수심도 지금보다 얕았고, 어정쩡한 하중도가 지금보다 더 많았다. 잠실, 뚝섬, 난지도 등~~
한강이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6· 25 사변 1· 4 후퇴 때 강이 통째로 꽁꽁 얼 수 있었고, 시민들이 그 위로 자동차까지 몰면서 피난 갈 수 있었다.

그랬는데 서울이 북쪽을 피해(북한산 + 지리적으로 북한과 너무 가깝)서 한강 이남 쪽으로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에 대대적으로 칼질이 가해졌다. 홍수에 대비한답시고 단순히 제방을 쌓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닥을 더 파는 건 물론이고, 밤섬을 폭파하기까지 했다. 여의도를 개발하는 대신 그쪽으로 물길을 내기 위해서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에서는 간척이란 걸 해서 땅을 확보하는데, 잘 범람하는 강가는 이렇게 준설에 사방 공사를 해서 땅을 확보했다는 게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그리고 1980년대 5공 시절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이 총체적으로 정비됐다. 땅과 물의 경계에 다들 시멘트가 발라지고 뻘밭이 없어졌으며, 강가의 저지대 곳곳에 한강 공원.. 옛날 이름으로 고수부지/둔치라는 게 생겼다. 이게 추진된 이유는 자국민의 복지 이상으로,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가 한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를 대비하는 비중이 컸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 뭐, 밤섬은 한번 폭파되긴 했지만, 그 뒤로 계속 퇴적이 진행돼서 지금은 폭파 전보다도 덩치가 더 커졌다. ^^ 도심 속의 아주 희귀한 자연 생태 무인도가 됐다.
  • 서울에서 한강 다음으로 가장 길고 큰 강.. 더 정확히는 한강의 인서울 지류 중에 가장 큰 강은 중랑천이다. 거기도 언젠가 보니 중장비를 동원해서 바닥을 파내고 삼각주 모래톱을 없애서 물길을 트는 '준설' 공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저런 건 왜 하나 싶었는데, 홍수 대비와 유속 확보, 수질 보전이 목적이지 싶다.

이렇듯, 지금 우리가 보는 한강 등의 강변 모습이 자연 그대로가 아니며, 그냥 저절로 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농산물로 치면 품종개량을 왕창 한 것과 같다. 단지, 지금은 옛날처럼 닥치고 불도저 식으로 시멘트질을 하지 않으며, 주변 환경을 생각하고 야생 동물의 생태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할 뿐이다. 100% 자연 그대로 방관 방치하는 게 아니다.

4. 위를 덮어 버린다. (복개)

이건 개천· 시내 수준의 자잘한 물줄기에 대해서 과거에 행해졌던 방법이다. 물을 몽땅 덮어서 그 위에다가 주차장이나 도로, 심지어 도시철도를 만든다.;; 그 개천은 졸지에 지하수.. 아니 하수도처럼 돼 버리며, 햇볕이 차단되기 때문에 주변 생태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확보한 부지에다가 무슨 건물을 올릴 수는 없다. 그건 다리 위에다가 건물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렇잖아도 땅값 비싼 대도시에서 도로를 만들 부지만 공짜로 확보할 수 있어도 아주 감지덕지이다. 개천을 따라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를 만드는 건 20세기 대도시 개발의 주요 트렌드이기도 했다. 뭐, 고가도로는 완전한 복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옛날에 하천 복개가 일리 있는 방법론이었던 이유는.. 그 시절 어차피 대도시의 하천들이 더러운 똥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수 처리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꼭 공장 폐수여야 할 필요가 없다. 바글바글 한데 몰려 사는 사람들의 분뇨와 생활하수가 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었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냄새 나고 미관에도 안 좋은 똥물은 위에서 덮어서 아예 안 보이게 하는 게 더 낫다.

2000년대 이후부터야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져서 옛날에 복개했던 하천을 다시 복원하는 추세이다. 옛날에 만들었던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서 강과 관련된 마지막 아이템이 등장한다.

5. 하수처리장과 빗물펌프장을 설치한다. 생활하수, 오· 폐수가 강에 직접 흘러들지 않게 한다.

과거에 끔찍한 수질오염으로 악명을 떨쳤던 시화호나 울산 태화강 같은 걸 생각해 보시라. 그게 다 옛날 이야기가 되고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그럭저럭 깨끗한 강물을 보며 지내는 이유는..
인간이 산업화 문명의 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은 대규모 하수 정화 기술이 발달하고, 오염된 물이 강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지 않게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반대로 인도 갠지스 강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똥물의 상징이 된 것이고 말이다. ㄲㄲㄲㄲㄲ)

액체인 물뿐만 아니라 기체 공기든, 고체 쓰레기든 다 마찬가지다. (자동차 환경 규제, 쓰레기 재활용 기술..)
결국 과학기술이 환경에게 병 주고 약 주고를 다 하는 셈이다. 물론, 아무런 규제 없이 방임만 하면 인간들이 과학기술을 환경을 보전하는 쪽으로 개발하질 않을 것이니.. 밖에서 환경 운동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서울에는 하수 처리장.. 요즘 말로는 '물 재생센터'가 총 4곳이 있다. 제일 먼저 만들어진 중랑 물 재생센터(중랑천과 청계천 합류 지점) 이후로 동남부(탄천과 양재천 합류 지점), 서남부, 서북부(난지) 이렇게 말이다.
물론 더러운 물은 지하의 하수도관을 타고 거기로 도달하지, 거기까지 기존 하천을 타고 가는 건 아니다. 얼추 정화돼서 자연이 처리 가능한 수질로 올라간 물이 거기서 방류될 뿐이다.

굳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 아니더라도 아무 하천이나 개천에서 비누· 샴푸를 써서 몸을 씻거나 대소변을 방류=_=;;하는 건.. 처벌 수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에서나 금지돼 있다. 꼭 우물에다 독 타는 짓만 민폐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씻고 싸는=_= 건 하수도와 연계돼 있는 화장실에서 해야 한다. ㄲㄲㄲㄲㄲ

상수도보다는 싸고 수질 안 좋고, 농업용수나 변기 물 정도로는 쓸 수 있는 '중수'를 따로 만드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 있다.
그런데 하수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고민거리가 있다. 땅에 떨어진 빗물은 돌고 돌아서 하수도로 가는데, 이걸 몽땅 다 사람에 의해 적극적으로 오염된 하수와 100% 동급으로 취급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처리 비용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에는 물 재생센터뿐만 아니라 '빗물 펌프장'이라는 것도 있다. 그리고 지대가 낮은 곳엔 하수도관이 아니라 빗물이 빠져나가는 용도로만 쓰는 배수관이 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릴 때 개천· 하천에는 단순 흙탕물을 넘어 거품 낀 똥물이 흐를 때가 있는데.. 이건 그런 시설들에서 넘쳐나는 빗물이 감당이 안 돼서 처리가 덜 된 더러운 물까지 불가피하게 방류하기 때문이다. 이때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뭐, 이 때다~ 하고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비양심적인 공장장도 있긴 한데.. 쌍팔년도 시절엔 그런 게 뉴스를 자주 탔었다.
아무쪼록, 폭우가 쏟아지면 주변에 물이야 넘쳐나지만 전부 드러운 똥물밖에 없다. 접촉해서 좋을 게 없다고 하겠다.

이상이다.
청계천 같은 작은 개천부터 시작해서 한강 같은 거대한 강까지.. 인간이 강을 두고 어떤 가공을 했는지를 살펴보니 참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까지만 해도 폭우나 태풍 하나 겪고 나면.. 지금처럼 개나 소나 정부 탓 나랏님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을 했다. TV에서는 성금 낸 사람 목록이 액수의 내림차순으로 쭉 소개되곤 했었다. -_-;; 그리고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물 부족 운운하면서 공중 목욕탕에서 자동 연사가 아니라 수동이나 반자동 연사만 되는 불편한 절수형 샤워기가 의무 장착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니 뭐니 하면서 기후가 더 지X맞아졌는데도 저런 관행들이 다 없어진 건 우리나라가 치수 사업을 잘 한 덕분인 걸 알아야 한다. 4대강 정비 같은 거 말이다.

강의 수위를 올리는 건 폭우나 댐 방류이지만, 바다의 수위를 올리는 요인은 지진해일이나 달 인력 변화 같은 것들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바다에 간척이 있으면 강에는 준설이 있고.. 바다는 바다에 적용되는 활용 방법이 있고, 하천은 하천에 적용되는 고유한 활용 방법이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31 08:35 2023/12/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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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중호우와 태풍

집중호우는 비만 죽어라고 많이 내리는 것이고, 태풍은 비뿐만 아니라 강풍을 동반해서 해일까지 일으키는 놈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후자는 따로 이름도 붙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강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동시에 범람시킨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는 단순 침수가 아니라 월파 피해를 많이 겪는 편이다.
아무리 파도가 높고 강하기로서니 설마 물 자체가 도로 아스팔트를 박살내는 건 아니고... 파도에 같이 실린 다른 단단하고 무겁고 딱딱한 물체들 때문에 그 난리가 난 것이다. 근처에 폭탄이 터졌을 때 폭압보다는 파편에 더 큰 대미지를 입는 것과 같으며, 운동 에너지만이 아니라 그게 수반한 충격량이 커진 셈이다.

그러니 겨울에 눈싸움을 할 때, 던지는 눈덩이 안에다 돌멩이를 집어넣어서도 안 될 것이다.

2. 화재와 비슷한 점

물난리 침수도 물의 반대편인 화재와 아주 대등한 피해를 끼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은 새까만 재를 남긴다. 재는 인간에게 아무 소용 없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물도 불타지만 않았을 뿐, 흙탕물 먹어서 어차피 못 쓰고 못 먹고 다 버려야 하는 쓰레기만 남긴다. 기계류든, 농작물이든 가재도구든 음식이건 무엇이든.
침수 쓰레기들은 시꺼멓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썩고 악취가 나고 위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흉측하다.

화재 현장도 소화기 한 대로 혼자 초동진압에 실패했을 정도라면 포기하고 현장을 바로 탈출하고 신고나 빨랑 해야 된다.
그것처럼 지하에서 무릎만치라도 물이 차면 이제 뭘 건질 생각 말고 바로 빠져나와야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다.
불이 번지는 거, 물이 불어나고 차오르는 거.. 둘은 정말 대등하게 경계해야 할 듯하다.

불에 대비해서 방화벽이 있다면, 물에 대비해서 차수판이라는 것도 있다.;;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물난리를 겪었는데 저수지가 돼 버린 지하주차장과 그렇지 않은 지하주차장은..
형태는 좀 다르지만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의 현대판을 보는 것 같다.

물난리 때는 사람 폐에 유독가스가 들어가서 질식해 죽는 건 없다. 폐에 물이 들어가서 익사할 뿐.
물난리는 연기나 열기, 유독가스 같은 건 확실하게 없지만..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바람에 시체가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야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3. 타 매체에서의 묘사

(1)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는 가사가 "임의 대는 천 년 만 년,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는가? 육지 지형과 관련해서 장구한 시간을 말할 때는 보통은 퇴적보다 풍화를 언급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느냐 말이다. 조약돌이 바위가 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바위가 다 쪼개져서 모래알이 되는 거..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동요처럼 말이다. 글쎄, 이것도 내 편견일 뿐일 수도 있지. ㄲㄲㄲ

(2) 성경에도 뭔가 물이 불어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겔 47:3-5에 따르면 발목, 무릎, 허리, 사람 키보다 더.. 이렇게 단계적으로 더 깊어진다.
깊이에다가 유속, 물에 섞인 이물질의 농도라는 변수를 추가로 고려하면 이 물을 건너는 난이도를 얼추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걷기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작정하고 헤엄을 쳐야 하겠는지 등..

4. 기조력

지구는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자기 주변의 물질이나 심지어 위성 달과 여러 힘을 주고 받고 있다. 그리고 여러 자잘한 물질들이 지구로 들어오기도 하고, 여러 물질들이 우주 밖으로 빠져나간다.
가령, 운석 같은 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들어온다. 그러나 지구에 있는 수소와 헬륨 같은 아주 가벼운 물질들은 반대로 아주 천천히.. 수십~수백 년에 걸쳐서 지구를 탈출해 우주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얘들은 아무리 가볍기로서니, 로켓을 쏘면서 온갖 애를 써서 우주로 힘겹게 나가는 인간에 비해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너무 잘 극복하는 것 같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좀 느려서 원심력이 덜하면 이렇게 빠져나가는 속도도 좀 느려질지?

그리고 달의 인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긴다는 건 뭘 의미할까? 이것 때문에 전세계의 그 육중한 바닷물이 통째로 요동 치면서 밀물 썰물이 발생할 정도이며, 이건 정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이다.
그런데 그 에너지에 비해서 바닷물 말고 우리 인간이나 다른 가벼운 물체들이 딱히 달의 인력 때문에 어디 끌려간다거나 무게가 달라지는 걸 느끼는 건 없다시피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난 여전히 직감적으로 본질적으로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지구는 이례적으로 크고 묵직한 위성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일단 자신도 자전하는 축과 형태가 극도로 안정되는 효과가 난다. 먼 옛날에 뭔가 우주적인 격변이 벌어졌을 때, 금성은 이런 게 없었기 때문에 혼자 자전축이 180도에 가깝게 뒤집혀 버리고 자전 속도도 극도로 느려진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구는 기조력을 따라 수시로 드나드는 바닷물이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전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나마 느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여파 때문에 달은 지구로부터 1년에 수 cm 남짓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알아 냈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나는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건 이해가 되는데,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건 왜 그런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이것도 잘 납득이 안 된다.

5. 물의 나머지 특성

(1) 냇물이 모여서 강이 되고, 강물들은 하류 끝까지 가서 모두 바다로 흘러든다. 하지만 강과 바다는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제일 간단하게는.. 전에도 한번 얘기했었지만, 강이 하류로 점진적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짜워지는 게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강은 그냥 민물이고 바다는 처음부터 그냥 짠물이다. 처음부터 상태가 다르다. 이것도 뭔가 창조냐 진화냐 같은 소리처럼 들린다.
강이 바다의 염분에 기여를 하고 있었다면, 짠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는 걸 막는 하구둑 같은 걸 인간이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2) 그리고 음향 효과도.. 바다는 24시간 내내 파도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작은 계곡이나 개울은 졸졸 소리가 나서 시끄러운 편이다.
적당한 크기의 강은 물이 아무 소리 없이 흐르니 제일 조용하다.

(3) 강은 너무 빨리 많이 흐르면 흙탕물과 온갖 잡탕 이물질 천지가 된다. 그러나 너무 천천히 적게 흐르면 그것대로 고인물 썩은물이 된다. 그러니 적당한 유속으로 흘러아 가장 깨끗한 상태가 된다.
전반적으로는 상류에서 계곡· 개울 상태일 때가 제일 차갑고 깨끗하다. 하류로 갈수록 물이 마시는 건 물론이고 담그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더러워지는 편이다.

(4) 바닷물의 수질은 동해와 서해가 정말 유의미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 그리고 한여름에 바닷물은 계곡· 개울에 비하면 훨씬 더 따뜻하다.
그렇잖아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서 난리인데, 수온까지 올라갈 정도이면 열이 좀 받고 있는 게 아니다.;;

(5) 강은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댐에서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면 수위가 확 올라가고 범람한다.
그러나 바다는 지진이나 태풍 때문에 해일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달에 의한 기조력이 커졌을 때 일시적으로 수위가 확 올라가서 주변 땅이 물폭탄을 맞을 뿐이다. 서로 근본 원인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기조력으로 인한 수위 상승은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악천후 징후가 전혀 없이 슬그머니 발생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더욱 신기하게 느껴진다.

(6) 물은 그냥 무색 투명한 물질인데 대외적으로는 물의 상징색이 파랑으로 굳어져 있다. 태양의 상징색이 빨강이나 노랑으로 굳어진 것처럼 말이다.
물은 하늘 색깔을 투영해서 자신도 파랗게 보이는 것인데, 어지간히 규모 있는 물이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일은 극히 드물긴 하겠다.

(7) 일상생활에서 늘 드는 의문인데.. 물 같은 유체는 한 곳에서 다른 곳에다 옮겨 부어도 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몽땅 다 깔끔하게 흘러가지 않고 잔당이 남아 있는 걸까? 분자 구조 차원에서 표면장력인지 뭔지가 작용해서 지구의 중력까지 거스르는 걸까? 이건 곤충이 천장이나 벽에 착 앉을 수 있는 이유와 비슷하게 생각보다 굉장히 신기한 현상이다.
하긴, 물이 절대로 스며들지 않고 물방울이 동글동글하게 맺히는 특수한 재질을 쓴다든가.. 액체 자체가 물이 아니라 수은 같은 것이면 남김 없이 마치 모래알 붓듯이 옮겨 붓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8) 물과 땅의 엄청난 비열 차이 때문에 바닷가 내지 바다에서는 바람이 장난 아니게 많이 분다. 이렇게 공기가 많이 흐르고 바닷물이 증발도 많이 하기 때문에 바다 한복판에서는 비구름이 형성되고 태풍이 힘을 얻기도 한다.
바다에서 이안류가 사람 안전을 위협한다면, 항공에서는 급변풍이라고 불리는 윈드시어가 비행기의 이· 착륙 때 안전을 위협한다.
이걸 생각하면 그러고 보니 물뿐만 아니라 상승기류와 하강기류, 빌딩풍처럼 공기의 흐름에도 신기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유체역학의 위대함을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28 08:35 2023/1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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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단위, 진행 방향 규격

1. 온도 단위 등

섭씨 온도는 잘 알다시피 물이 어는 온도가 0으로, 물이 끓는 온도가 100으로 잡혀 있다.
그러나 화씨는.. 뭔가 실생활에서 어지간히 겪는 한겨울 혹한 저온이 0도, 어지간한 한여름 폭염이 100도에 근접하게 잡혀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 같은 미국 문화권 알못이 화씨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섭씨 -18도, 꽁꽁 얼어붙은 냉동실이 화씨 0.4도이다.
그 반면, 섭씨 36.5도 체온이 화씨로 97.7도이다.
덤으로 물이 어는 온도는 화씨 32도.. 0과 100에서 얼추 1:2쯤 되는 지점이다.

옛날에 '금광을 찾아서' 고전 게임에서도 화면에 온도계 그림이 있었는데.. 미국 서부 사막이 배경이다 보니 수은주가 수시로 100도 부근을 오르내렸던 걸로 기억한다.. ^^ 이제 그 숫자의 의미가 좀 이해가 된다.
킬로미터가 딱 100km/h부터가 도로교통법 상의 고속을 나타낸다면, 온도에서는 100이 이런 의미를 지니는 셈이다. (물이 끓는 온도 내지 체온보다 더 고온)

옛날 만화영화 "All dogs go to heaven"에는
"천당은 온도도 73도로 유지되는 아주 쾌적한 곳이에요~ 화씨로요 ^^" 이런 대사가 있다.
저 셈법을 적용하면 굳이 5/9니 9/5니 32니 따지지 않아도 화씨 73도는 섭씨로 얼추 20도 초반의 쾌적한 기온이라는 걸 어림할 수 있는데.. 실제로 계산한 정확한 값은 22.7도이다.

20 중후반의 숫자가 80 중후반의 숫자로 매핑되는 건 섭씨-화씨뿐만 아니라 평-제곱미터와도 살~짝 비슷하게 느껴진다. (26평 - 85.8제곱미터 ... 섭씨 29도 - 화씨 85도). 특히 섭씨 27도는 절대온도로 300이어서 계산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화씨로도 80.6으로 얼추 직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그나저나 섭씨와 화씨가 값이 일치하는 지점은 -40도이다. 흐음.. 얼음이 아니라 드라이아이스 레벨은 돼야 생성할 수 있는 저온이다. (얼음, 드라이아이스 다음은 액체 질소요, 액체 질소 다음 최종 테크는 액체 헬륨.. ㄲㄲㄲㄲ)
서양에서는 '공자'를 음역해서 '컨퓨셔스'라는 명칭을 만들었고, 동양에서는 '셀시우스'를 음역해서 '섭씨'라는 한자어 명칭을 만들었다는 게 참 흥미롭다.

과학계에서야 SI 단위가 적극 권장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일상적으로 SI 단위만 사용하도록 지난 2010년대에 표준 도량형이 대대적으로 개편됐었다. (1) 주민 등록 번호 수집 금지, (2) 도로명 주소와 비슷한 시기이지 싶은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평'이 3.3제곱미터라고 형태만 바뀐 채로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비표준 단위 중에서 '인치'도 종주국의 산업 인프라의 특성 때문에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다. 모니터 크기, 옷 치수, 하드디스크 단자 크기 등에서 말이다.

집의 면적은 평인데 임야· 필드의 면적은 꼭 헥타르라고 많이 부르는 편이었다.
옛날에는 대기압은 '밀리바'라는 단위를 써서 표기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파스칼로 바뀌었다. 열량 단위는 칼로리니 J줄이니 하면서 좀 혼선이 있고.. 도량형이 사정이 좀 복잡하다. ^^

교통 분야에서는 피트(항공), 노트(해상), 해리 같은 독특한 단위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 표준으로 정착해 있기 때문에 바뀔 가능성이 없다. 미국의 도로에서만 쓰이는 마일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20세기 중후반에야 새로 개척된 우주로 나가면 얄짤없이 SI 단위인 킬로미터 세상이 찾아온다. 인공위성의 고도에 무슨 비행기 고도처럼 피트가 쓰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2. 비트 순서

컴퓨터에서는 숫자를 0/1비트의 나열로 표현할 때 큰 자리수부터 작은 자리수로 내림차순으로 표현하느냐(big), 반대로 작은 자리수부터 큰 자리수 오름차순으로(little) 표현하느냐, 일명 endian-ness 문제가 있다. 이건 세상 교통에서 좌측· 우측통행 문제와 거의 같은 형태의 문제인 것 같다.

Big endian은 우리가 숫자를 표기하는 방식과 일치하기 때문에 직관적이며, 비교 연산에 더 유리하다. 비교는 큰 자리수부터 먼저 하니까.
그 반면, little endian은 형변환 연산과 산술 연산에 더 유리하다. 덧-뺄-곱셈을 생각해 보면, 작은 자리수부터 오름차순으로 연산을 하는 걸 알 수 있다. (나눗셈은.. 혼자 너무 독보적으로 어렵고 복잡한 초등산수의 끝판왕.. ㄲㄲㄲㄲ)

이 두 방식은 CPU 설계의 관점에서 볼 때 서로 일장일단이 있고 그냥 정하기 나름일 뿐, 절대적인 우열이 있는 관계가 아니라 여겨진다. 이걸 언어에다 비유하자면 big 엔디언은 뭔가 영영어, little 엔디언은 미국 영어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제일 대중적인 인텔 x86 계열 CPU가 little을 채택한 덕분에 완전 little 엔디언 천하통일처럼 됐다.
그러나 컴퓨팅 업계에서는 외형 면에서 더 직관적인 big 엔디언이 더 “formal하고 official한.. 격식 있는 방식”으로 간주된다. 정말 미영어와 영영어의 관계와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_=;;

이 인터넷 시대에 정보 교환용 네트워크 표준은 big 엔디언이다.
이 세상 네트워크 패킷에 binary 형태로 들어간 숫자들은 모두 big 엔디언 방식이어야 한다. htons 뭐 비스무리하게 생긴 C 함수들은 전부 이런 로컬 컴퓨터와 네트워크 간의 비트 순서를 보정해 주는 함수이다.

그리고 Java 언어. 얘는 바이너리 차원에서 어느 CPU에서나 똑같이 구동되는 가상 기계(VM)라는 걸 제공하는데, 얘 바이트코드도 처음부터 big 엔디언 기반으로 설계됐다.

예쁜 트루타입 폰트(ttf)들도 내부적으로 글자의 곡선을 기술하는 좌표들은 다 big 엔디언이다. 스펙 문서에는 모토롤라 CPU 방식이라고 적혀 있는데, 쌍팔년도 시절엔 저 CPU가 현역이었고 자체적으로 big 엔디언을 사용했었다..!
TTF를 만든 애플 매킨토시가 초창기엔 모토롤라 68000 기반이기도 했고.. 그 말인즉슨, 매킨토시는 IBM PC와 달리 빅 엔디언 동네에서 시작됐다는 뜻이다.

문자를 표현하는 표준인 UTF-8도 글자 코드 포인트를 여러 바이트로 쪼개긴 하는데, 큰 자리수부터 앞부분에 먼저 들어가니 개념적으로 big 엔디언이나 다름없다.

에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인텔도 그냥 big 엔디언을 쓰지 싶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주변의 압도 다수의 지상 광역전철 구간들이 다 교류이구만, 겨우 10km도 안 되는 서울역-청량리도 다 같이 교류로 만들어 버리지? 이런 것처럼 말이다. (거기 때문에 괜히 더 비싼 직교류 겸용 차량 도입하느라 두고두고 고생을..)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UTF-16 big 엔디언은 진짜 UTF-7이나 심지어 UTF-32만큼이나 완전 듣보잡이 된 듯하다.;; 오랜 관행을 생각하면 UTF-16도 정보 교환용으로 저장하고 전송할 때는 LE가 아니라 BE를 쓰는 게 원칙일 텐데.. 잘 안 지켜진다. UTF-16BE를 쓸 거면 아예 그냥 UTF-8을 쓰고 말 테니까.;;

3. 통행 방향

(1) 처음에 영국이 좌측통행을 밀었고, 이 관행히 산업화와 제국주의 트렌드를 타고 세계로 전파되었다. 영연방 국가라든가 영국 입김 하에 근대화한 일본은 좌측통행이 정착했다.
그러나 프랑스나 미국 같은 나라는 영국 스타일에 반발했는지 우측통행을 밀었다.

(2) 우리나라처럼 열강의 대열에 들지 못하고 산업화 근대화가 한 박자 늦은 나라들은 철도는 좌측, 자동차 도로는 우측인 하이브리드가 정착했다. 중국이나 북한도 마찬가지..
그런데.. 도로가 좌이고 철도가 우인 정말 특이한 나라가 전세계에 딱 하나.. 인도네시아라고 한다. 얘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세계에 미국 말고 미터법을 안 쓰는 정말 마이너한 나라가 미얀마와 '라이베리야'라는데.. 그런 나라와 비슷해 보인다.

(3) 뭐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 시대까지만 해도 교통수단의 통행 방향은 별 의미가 없었다.
복선 철도 자체가 일제 말기에 건설된 경부선밖에 없었고, 그나마 경인선은.. 복선화 논의가 있긴 했지만 사정상 결국 못 했다.
도로도 마찬가지.. 조선총독부가 있는 경성 시내에조차도 포장되어서 차선이 그어진 차도가 없었다. 노면전차 내지 두 차량이 가끔 교행할 때에나 좌측으로 했지..
그러니 해방 직후인 1946년, 미군정 때 한반도의 차량 통행 방향이 우측으로 곧바로 바뀔 수 있었다. 영향을 받는 도로 시설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4) 세계적으로는 오키나와가 미국 것이다가 일본으로 반환되면서 1978년 7월 29-30일 사이에 도로 시설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전격 변경된 적이 있었다.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기준의 신호등과 도로 표식들을 모두 만들어 놨다가.. 하루 날 잡아서 밤에 6시간인가 8시간 동안 모든 도로들의 차량 통행을 금지한 뒤, 공무원들이 좌측통행용을 가리고 있던 덮개를 우측통행용으로 싹 옮겼다고 한다. ㄷㄷㄷㄷ 참 특이한 operation이 행해졌다.

(5)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부터 자전거·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의 핸들도 왼손이 앞바퀴 브레이크, 오른손이 뒷바퀴 브레이크로 전격 변경됐다. 이건 보행자의 우측통행하고는 별개의 조치인 것 같다.

(6) 세계적으로 우측통행과 좌측통행의 점유율은 마치 안드로이드와 iOS의 점유율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소수 진영도 점유율이 충분히 유의미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
그런데 비행기와 선박은.. 교행할 때 우측통행이 국제 표준이라고 한다. 이건 의외로 좌측이 아니다.
다만, 다들 탑승 때는 마치 좌측통행인 것처럼 진행 방향 기준 왼쪽 문으로 드나드는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23/12/03 08:35 2023/12/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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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흡 충동과 산소 부족은 서로 별개

인체는 숨을 오랫동안 참고 있으면 곧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기도를 열어서 무엇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빨아들이려고 애쓰게 된다. 주변이 온통 물이나 유독가스뿐이더라도 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물질(흡입), 다른 도구, 외력(강제로 호흡 차단)으로 인해 질식사를 할지언정, 혼자 숨을 참아서 자살할;;; 수는 없다. 이건 인간이 스스로 호락호락 목숨을 끊을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안전 장치이기도 한 것 같다.

글쎄, 과거에 대종교의 핵심 간부이면서 독립 운동가였던 나 철, 서 일 같은 사람은 스스로 숨을 참아서 목숨을 끊고 자결· 순국했다고 전해진다. 마치 어느 만렙 불교 승려가 꼿꼿한 가부좌 자세로 분신 인신공양을 한 것만큼이나.. 저게 아주 특수한 수련을 통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범한 일반인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숨을 안 쉬어서 인체가 괴로움을 느끼는 판단 기준은.. 정말 의외인데 산소 부족이 아니다. 반대로 체내에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증가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만큼이나 이산화탄소는 물질대사로 인해 계속해서 생성되니까.. 그리고 이게 산소 부족보다 먼저 감지되는 더 민감한 현상이다.

코나 입을 틀어막거나 목을 조르는 게 아니라 그냥 얼굴만 비닐봉지로 씌워서 밀폐해 보면(...;;) 얼마 못 가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벌개지긴 한다. 이것도 산소 부족 때문이 아니라 봉지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해서 호흡만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농도 조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요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0.04%, 대략 400ppm으로 여겨지는데, 날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가량으로, 약 100배 증가한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잘 하고 있으면서 순수하게 산소만 부족한 상황은 인체가 제대로 감지를 못 한다고 한다. 그냥 나른하고 체력이 딸리고.. 물론 그 상태로 등산 같은 무리한 신체 활동을 하면 고산병 같은 증세도 일어나겠지만, 대기압이 정상이면서 격렬한 신체 활동 없이 산소만 없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픽 쓰러지고 훅 갈 수도 있다.

하긴, 그렇게 위험을 감지할 기력 자체가 사라지니까 말이다. 스타에서 다크 템플러가 일꾼을 원샷 원킬 하는 것은 under attack 경보가 안 뜨듯이.. 일산화탄소 중독 같은 걸로 질식한 사람만 해도 다 그냥 픽 쓰러지지, 얼굴 벌개지고 켁켁거리면서 의식을 잃지는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리고 굳이 그 정도로 위험한 유독가스가 아니라 질소만 100% 있는 곳에 있어도 사람은 똑같이 픽 쓰러질 수 있다. 누가 나쁜 마음 품으면 이런 중독과 질식을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고통 없이 쉽게 가는 자살· 살인 방법을 고안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수영을 하면서도 과호흡이라고 해야 하나, 이산화탄소만 내보내어 인체가 내보내는 자연스러운 호흡 충동을 강제로 억제함으로써 실제 체력보다 더 오래 숨을 참는 테크닉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조심해서 활용해야 한다. 멀쩡히 수영하던 중에 뇌의 산소 부족 때문에 아무 이상 징후 없이 의식을 잃고 익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키는 Shallow Water Blackout이라는 현상 내지 용어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이런 맥락에서, 요즘은 하품도 산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최소한 주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졸음 운전은 명백하게 차내의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래도 날숨보다는 훨씬 낮은 농도이니까 졸리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지, 그 이상이면 탑승자들이 견디지 못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이 지치는 것에도 숨이 차는 것과 근육이 저린 건 별개의 영역인데, 호흡과 관련해서도 산소 부족과 이산화탄소 과다는 서로 완전히 별개로 생각해야겠다.
그래도 호흡이 어느 물질이 어떻게 변화하는 과정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체내의 산소 부족과 이산화탄소 과다는 대부분, 사실상 동치라고 봐도 무방하긴 하다.

여담이지만.. 호흡 하니까 떠오르는 게..
음식의 맛은 혀로 느낀다고들 그런다. 그런데 숨을 참으면서 음식을 먹을 때는 절대로 감지되지 않다가, 숨을 코로 내쉴 때만 느껴지는 그 형언할 수 없는 ‘끝맛’은 도대체 무슨 기관 내지 장기가 어떤 원리로 감지하는 것일까? 굉장히 궁금해진다.

2. 혹한 속에서 탈의

인체가 자기 상태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는 저런 호흡 관련 말고도 몇 가지 더 알려져 있다. 허기를 표현하는 배꼽시계만 해도 지금 정말로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만을 곧이곧대로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며..

한겨울에 눈에 파묻혀서 저체온 동사하기 직전인데, 정작 당사자는 정신줄을 놔 버렸는지 신체에서 무슨 반응을 내보냈는지.. 불타는 듯한 더위를 느껴서 스스로 옷을 훌훌 다 벗어 던져 버릴 수 있다 (paradoxical undressing). 물론, 그렇게 옷 벗은 뒤에는 더 빨리 의식을 잃고 죽는다.

그래서 이런 상태로 발견된 나체 시신은 본의 아니게 단순 사고를 넘어 강력 범죄를 당하기라도 했나 오해를 받곤 한다. 자가색정사처럼 말이다.
요즘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동사한 사람이 다 저러는 건 또 아니라는 게 의아한 점이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면서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한 사람의 회고도 전해진다. 갑자기 너무 더워져서 옷을 벗으려 했는데, 그랬다간 진짜 얼어 죽는다며 고참이 말렸다고 말이다.
옛날에 일본에서 러일 전쟁을 앞두고 동계 산행 행군을 하다가 수백 명의 군인들이 준비 미비로 인해 눈 속에서 얼어 죽는 참사가 벌어졌었는데.. (핫코다 산 참사) 이걸 묘사한 영화에서도 어느 군인이 정신줄 놓고 맛이 가서는 옷 훌훌 벗는 장면이 묘사됐었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 엔도르핀이 분비돼서 헤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 화재 현장 같은 데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초인적인 힘이 순간 나왔다가 그 뒤에 퍼지는 것.. 그런 면모가 있는 것 같다.

3. 뇌사

똑같이 의식을 (반)영구적으로 상실한 상태이더라도 뇌사는 식물인간하고는 완전히 다른 상태이다.
뇌사는 소생 가능성이 0%이고, 기계만 떼어내면 맥박이고 호흡이고 다 정지해서 무조건 바로 죽는다.
더구나 기계가 인체의 모든 생명 활동을 다 대체하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뇌사자는 기계로 도배를 해 놔도 1~3주 안에는 결국 심폐사에도 도달해서 어차피 죽는다.

그러니 뇌사자가 살아난다는 건 무슨 성경의 기적이 아닌 한 인류 역사상 전무하며 절대불가능이다. 아주 극소수 뇌사라고 오인된 식물인간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뇌사자가 놀랍게도 뭔 자극에 반응해서 양팔을 갑자기 치켜들었다가 자기 가슴에다 살포시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이건 ‘나사로(라자루스) 징후’ 내지 spinal reflex라고 불리는 현상인데, 이건 뇌가 아니라 그냥 척수에서 보낸 기계적인 반응일 뿐이다. 환자가 이제 살아나는 거 아니냐고 설레발 칠 필요가 전혀 없다.

뱀이라던가 일부 동물이 목이 잘린 뒤에도 일부 신체 부위는 뇌가 아닌 신경 반응을 보이는 것과 동일하다. 물론 그렇게 놔 두면 산소와 영양의 부족으로 인해 언젠가는 다 죽기는 한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현행법은 심폐사에 완전히 도달하지 않은 뇌사는 사망과 동급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뇌사도 사망으로 더 적극적으로 일찍 인정해 줘야 1분 1초가 급한 장기 이식을 더 수월하게 시행해서 “살 가능성이 있는 다른 환자”를 더 많이 살릴 수 있다~~~ 이런 말이 오가며 논란을 일으킨다. 안락사하고는 비슷해 보이지만 좀 다른 분야의 얘기이다.

작년에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피습 사건을 생각해 보자. 그가 의료진으로부터 정식으로 사망 판정을 받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은 ‘심정지’라고만 언론에 보도됐다는 걸 생각해 보자.
심장과 뇌의 관계가 이렇게 미묘하다. 컴퓨터에다 비유하자면 파워 서플라이랑 CPU의 관계와 비슷해 보이는데 말이다.;;

정작 전통적인 사망 판정 기준인 심폐사는 뇌사보다 소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멈췄던 심장이 갑자기 다시 뛸 수 있고, 심폐소생술, 제세동, 심지어 심장 이식 같은 대체가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가족의 사망이야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체 남기면서 일체의 희망이나 뒤끝 없이 깔끔하게 딱 죽어 버리는 게 차라리 더 나을 정도로 다른 방식으로 더 나쁘게 되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 실종: 생사불명. 사망과는 차원이 다른 잔인한 희망고문을 선사한다;;
  • 전신 마비: 외관상 사지 멀쩡하고 생명과 의식이 있고 지능도 100% 정상이지만.. 척수가 나가서 목 아래의 몸체를 조종을 못 한다..;; 평생 혼자서 대소변 통제도 못 하고(변의 자체를 못 느끼는 채로 그대로 싼다ㅠㅠㅠ), 간병인이 주기적으로 체위도 바꿔 줘야 한다(욕창 예방). 살아도 산 게 아님.
    아까 저 뇌사자조차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나사로 징후’를 못 하는 반대편 극단에 속한다.
  • 중증 치매나 이와 비슷한 급의 정신 질환: 역시 살아도 산 게 아니며, 주변 보호자의 인생까지 파탄으로 몰아넣는다. 오죽했으면 가족인 보호자가 환자를 작정하고 죽여 버린 뒤에 경찰에 자수하고 제 발로 교도소로 간 비극적인 사연이 나올 정도이다!! 이건 보호자를 절~대로 비난할 수 없는 사항이다.
  • 양안 완전 실명: 앞을 못 봄. 사망 다음으로, 혹은 심지어 사망에 준할 정도로 생명보험금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엄 여인 사건이 괜히 발생한 게 아니다. 여느 식물인간이나 사지절단보다 더 암울하다.
  • 뇌사: 사실상 사망이나 마찬가지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심폐사가 아닌 뇌사를 사망 기준으로 공식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제아무리 생명 존중하고 안락사 부류를 금기시하는 종교나 문화라도, 아무짝에도 쓸모나 의미가 없는 연명 조치까지 무작정 강요하지는 않는다. 뇌사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살인이랑,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가시려는 걸 억지로 막지 않고 놔 두기" 이 둘의 차이는 아동학대와 사랑의 체벌의 차이만큼이나 분간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19 08:35 2023/09/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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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건, 기계 장치

  • 비를 화살에다 비유해 보면, 구름은 활이고 비옷과 우산은 갑옷과 방패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듯하다.;;;
  • 집에는 하자(보수), 자동차는 결함(리콜), 컴퓨터 프로그램은 버그(업데이트/패치)가 각각 있는 것 같다.
  • 담배를 피우는 방식이 파이프, 시가, 궐련 등으로 바뀌어 온 게, 총의 격발 방식이 바뀌어 온 것과 비슷해 보인다. 매치 락, 플린트 락, 탄피...
  • 이동을 보조해 주는 기계로 무빙워크(수평), 에스컬레이터(수평+수직), 엘리베이터(수직)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마트에는 잘 알다시피 경사형 무빙워크도 있고, 지하철역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있다. 이 둘은 용도가 좀 특수해 보인다.

  • 아래로 치렁치렁한 두툼한 전원 플러그를 조밀하게 잘 꽂으라고 요즘은 멀티탭의 콘센트가 45도로 기울어진 형태인 게 많다. 이는 마치 휴게소에서 45도 기울어진 전진주차와 형태가 비슷해 보인다.
    휴게소는 부지가 넓고, 차가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주차 형태를 사용할 수 있다. 들어왔던 곳으로 도로 나가야 하는 대다수 일반 주차장에서는 이 구조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2. 과학기술 관련

  • 광속과 절대0도, 완벽한 진공.. 과학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상태를 말하지만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 '운동'은 체육 운동과 3·1 운동, 물리학 운동을 모두 가리킨다. '힘'은 병력 강제력 무력과 물리학적인 force를 모두 가리킨다.
  • 운동 에너지와 운동량, 충격량.. 열용량과 비열은 모두 미묘하게 서로 다른 개념이다.
  • 스프링/태엽은 영구자석과 비슷하게 일상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굉장히 심오한 장치인 것 같다. 게다가 자석뿐만 아니라 탄성력도 근원은 전자기력으로 귀착된다.;; 고체뿐만 아니라 액체의 점성이나 표면장력조차도 근원은 동일하다.

  • 로슈 한계 때문에 작은 천체가 큰 천체로 끌려오다가 박살나는 거, 그리고 열전도 차이 때문에 유리 깨지는 거.. 뭔가 비슷한 심상이 느껴진다.
  • 성냥의 재료로 쓰이던 백린과 적린은.. 수소와 헬륨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 과학에는 분야별로 어떤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존재가 있다. 강체, 이상기체, 흑체 같은 것.. 그 중 흑체(black body)는 뜬금없지만 천문학 용어인 암흑물질(dark matter)과도 비슷한 심상인 것 같다.

  • 오디오 CD의 표준 샘플링 rate인 44100hz, 그리고 마라톤의 표준 길이인 42195m...;; 역사적인 사연으로 인해 40000에서 묘하게 비껴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 컴퓨터에서의 언어 기계번역과, 자동차에서의 자율주행은 뭔가 비슷한 양상의 연구 분야인 것 같다. 100% 무인 자동화되기는 많이 어렵고, 컴퓨터 보조 번역 내지 일부 자동화 보조 주행이 더 현실성이 높다.
  • NASA에서는 천체 운동을 시뮬레이션 하다가 여호수아기에 나오는 지구 자전 정지 시간을 찾아낸 게 아니다. 상대성 이론 덕분에 우주 스케일에서 수성의 세차 운동 오차를 찾아냈고, 인공위성 GPS에서 발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세한 오차를 찾아냈다.

  • 자동차 엔진이 비효율적인 카뷰레터가 전자 제어 연료 분사로 바뀌었듯, 모터도 원시적인 저항 제어에서 초퍼/VVVF 제어로 바뀌었다. 초퍼 제어는 뭔가 ABS가 동작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전원 ON/OFF, 브레이크 ON/OFF)

  • 양수 발전은 수력 발전의 파생 보강형이고, 열병합 발전은 화력 발전의 파생 보강형이다.
    전자는 전기가 충분할 때 물을 미리 좀 끌어올려 놔서 대비를 하는 것이고, 후자는 쓰레기 소각에다 잔열로 물을 데워서 근거리 난방을 겸하는 시스템이다.
    제철소는 타 공장과는 성격이 다른 더 근본적인 건물로 여겨지는데, 발전소는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근본적인 시설이다.

  • 우주발사체 나로호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는.. 분야는 다르지만 나름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실패를 겪었고 세 번째 시도에서야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 2013년, 2011년)
  • 저온 핵융합과 반대로 고온 초전도는 서로 비슷하게 여전히 SF의 영역이다. 한쪽은 온도를 높여야 하고 다른 쪽은 온도를 낮춰야 하니..

3. 인체, 의료, 보건

(1) 감기-독감, 일사병-열사병이 좀 서로 비슷한 쌍인 것 같다. 후자가 전자보다 차원이 다르게 더 위험하다.

(2) 몸 속을 들여다보는 의료 영상이라는 건 CT(X선), MRI, 초음파 이렇게 분야별로 나뉜다.
현대의 서양 의학은 최첨단 기계와 장비빨로 인체를 구석구석 다 관찰한 뒤에야 진단을 내리는데, 그래도 여전히 인체의 모든 것을 다 파악하지는 못해 있고, 때로는 과잉 검진· 진료 논란도 있다.
그에 비해 한의학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가 아니라 무술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 같다. 여전히 사람 몸이 묘하게 아프고 쑤신데 서양 의학으로 원인 파악이나 치료가 안 되는 걸 치료하는 것에 효과가 있다.

(3) 생물학에서는 세균 다음에 바이러스, 물리학에서는 분자 다음에 원자의 순으로 관찰하는 세계가 작아진 것 같다.
화학은 분자 레벨에서도 온갖 유기· 무기 화합물을 만들면서 연구할 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이나 원자력만치 작게 파고들지는 않는 것 같다. 생물학은..?? DNA보다 더 작게 들어가면 뭔지 모르겠다.;;

(4) 게임 황금도끼와 영화 킬 빌에 공통점이 있다. 악당의 코드명 명목으로 생소한 독사 이름이 쓰였다는 것이다. 전자는 death adder, 후자는 black mamba이다.;;
뱀의 독은 대부분이 신경독이지만 일부 혈액독도 있다. 이 독은 물려서 혈관에 바로 주입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반면, 먹어서 소화 기관에 들어가면 의외로 평범한 단백질로 소화되어 버리기도 한댄다. 그래서 영어로는 먹는 독과 물리는 독이 각각 poison과 venom으로 단어가 완전히 다르다.

(5) 머리카락 염색이라는 게 10대, 20대의 아주 어리고 젊을 때는 주로 갈색으로 물들이는 날라리-_-, 탈선의 상징인 반면.. 60대 이후의 장년? 노년층에서는 백발 새치를 감추는 수단으로 용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단순 미용 성형과 화상 치료 성형이 다른 것만큼이나 달라 보인다.

4. 의문점

(1) 플래시 불빛이 주변 물체에 도대체 무슨 물리적인 영향을 끼치길래 석굴암 안이나 각종 박물관 안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인지 모르겠다. 거기는 보안 때문에 촬영 금지인 게 아니다. 온도나 습도도 아니고 빛에 성질이 변해 버리는 물질은 무슨 필름 같은 감광 물질밖에 없을 텐데 말이다.
태양은 빛을 줄이고 줄이고 왕창 줄여서 찍지만, 다른 행성이나 은하 같은 우주 사진은 왕창 오랫동안 노출을 시켜서 간신히 찍는다. 그런 곳은 플래시 잠깐 터뜨리는 식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다.

(2) 집 창문을 여니 집안에 열어 놓았던 문이 바람이 안 부는 데도 저절로(?) 쾅 닫히는 현상 말이다. 이게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데 왜 발생하는지 잘 모르겠다. ㄲㄲㄲㄲㄲ

(3) 손톱 깎을 때 손톱이 자꾸 탁 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길바닥의 돌멩이가 자동차 바퀴에 갈려 들어가면서 멀리 튕기는 건 이해가 되는데 손톱깎이는 손톱을 무슨 원리로 그렇게 멀리 튕겨 내는지 모르겠다. 손톱을 가위로 싹둑 자르는 것과 무슨 차이일까?

(4) 자전거 타이어는 왜 자꾸 공기가 천천히 빠지는지, 겨울 침낭과 패딩 점퍼는 도대체 어디서 왜 깃털이 하나 둘씩 빠지는지 궁금하다. 이걸 막을 수는 없을까..??

Posted by 사무엘

2023/09/08 19:36 2023/09/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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