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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이야기

이미 대문에도 올리고 몇 차례 알렸듯이, 본인은 연세 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9월 1일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이쪽 근황에 대해서도 블로그에다 글을 남길 필요를 좀 느낀다.

※ 학교 얘기

보통 대학들은 표어(표어? 교훈?)에 라틴어나 한자 나열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데에 즐겨 등장하는 '베리타스'(진리)라는 단어는 아예 차 이름으로까지 본격 등장해서 '제네시스'와 맞장 뜨는 중이다.
하지만 성균관대나 육사 같은 곳은 성향상 표어가 응당 한자(한자어도 아니고) 형태. 설마 육사 표어가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같은 라틴어 나부랭이이겠는가? ㅋㅋ

그런 학교들 중, 연세대는 기독교 계열 학교가 아니랄까봐, 표어로 간지나게 성경 구절을 쓰고 있다(요 8:32). 사실 성경 자체도 한때는 라틴어로 읽어야 간지 나던 시절이 있었지만, 연세대는 굳이 외국어를 쓰려면 그냥 NIV 성구로 대체하는 듯.

아울러 연세대의 상징 동물은 독수리이다.
딱히 성경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독수리로 제정한 건 분명 아니라고 들었다만,
표어가 요한복음 구절이고 요한복음은 에스겔서에 나오는 네 생명체(마;사자, 막;황소, 눅;사람, 요;독수리) 중에 예수님의 신성을 의미하는 독수리와 관련이 있으니... 웬지 묘하게 연결이 잘 됨을 느낀다.
학교의 상징색은 감청색(군청색)이라고 하는데,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노선색과 일치한다. 어??

연세대와 라이벌 구도인 고려대의 상징이 크림슨색 + 호랑이인 건, 워낙 옛날부터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에, 고려대를 전혀 다니지 않고도 알고 있었다. "민족고대" ㅋㅋㅋㅋ 어디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는 의문이다. 하긴, 고려대는 아예 교표에까지 호랑이 그림이 있긴 하다.

※ 과 이야기

본인의 진학 컨셉은 완전 '짬뽕'이다. 문과와 이과 짬뽕. 이론과 실무 짬뽕..;;
계열이 정해져 있는 단과 대학원이 아니라, '언어 정보학'이라는 학과간 협동 과정을 선택했다. 잘 알다시피 국어학과 전산학 연계이다.
대학원은 자기가 공부할 걸 알아서 찾아서 연구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 곳인 만큼, 학부와는 달리 학과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코스도 개설하고 있다. 학과간 협동 과정 말고 산학 협동 과정이란 것도 있다.

이공계 대학원에는 한 과 안에 각 교수들마다 자기 전문 분야에 맞게 운영하는 여러 랩(연구실)이 있다. 가령 전산학과 대학원을 예로 들어 보면 그 아래에 데이터베이스 연구실, 컴퓨터 아키텍처 연구실, 네트웍 연구실, 컴파일러 연구실, 컴퓨터그래픽 연구실 등이 있듯이 말이다.
학과간 협동 과정은 각 과들이 그렇게 특화된 연구실과 같은 위상을 지닌다. 언어 정보학, 비교 문학, 언어 병리학 등.

본인이 간 이 대학원은, 학부를 본인과 같은 경로로 거친 사람이 흔히 선택하는 진로는 아니다.
좀 의외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랩 생활 하는 이공계 대학원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난 논문 쓸 건 이미 다 생각해 놓고 있으며, 대학원에서 하는 공부는 그 연구 아이템에 대한 학문적인 근거와 권위를 부여하는 활동 정도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수 프로젝트가 아닌 내 연구와 내 개인플레이가 main이 될 수 있는 곳을 골랐다.

나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혼자 만들 정도의 실력을 갖춘 프로그래머치고는 솔까말 의외로 수학이나 전산학이나 전자 공학 덕후가 아니다. 내가 그런 공돌이였다면 어쩌면 철도 공학 연구하러 갔을지도 모를 일.
그렇다고 해서 촘스키 같은 골수 언어학자 기질도 아니고... 난 그냥 우리말과 한글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다.
논문 자격 시험도 알고리즘, 운영체제 같은 과목보다 말뭉치 분석, 형태론 같은 과목으로 응시하고 싶어서 말이지.. 그래도 여기는 논문 연구 분야에 따라서 공학 학위도 준다. ^^;;

※ 미래-_-

이공계 대학원은 맨날 랩에 출퇴근하면서 바쁜 대신에, 그래도 교수 밑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각종 기업 등 취업문도 넓은 편이다.
인문계 대학원은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하고만 싸우면 되고 널널한 대신에, 알아서 부업 뛰면서 학비 벌어야 되고, 취업문 좁고, 잘못하면 평생 보따리 장수 신세를 못 면한다....... 라고

본인은 알고 있었으나,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국내" 대학원은 이공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유학파와 국내파 차별이 꽤 심하며, 유학파가 아니면 교수나 대기업 채용에서 완전 국물도 없는 모양이다.

내가 가는 분야는 유학을 갈 필요가 없는 곳이긴 한데, 그만큼 취업문도 좁고 학계 분위기도 아주 폐쇄적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단과를 선택한 게 아니고 협동 과정이다 보니 위상이 어중간하고, 학계로 진출하는 길도 더 좁을지도. 뭐, 그런 고민은 2년쯤 뒤에 석사 마칠 즈음에 박사를 계속 할지, 한다면 어디서 할지를 고민하면서 같이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석박사 정도 되면, 이제 대학 간판이나 학부 평점, 토익 점수, 해외 연수, 알바 같은 스펙 나부랭이에 연연하는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 뭘 연구해서 학위를 받았으며 논문 주제가 무엇이냐, 무슨 교수 밑에서 무슨 학파-_-를 계승했나, 학계에서 무슨 활동을 했나가 main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알려진 '오답'들은 잘 피해서 최선을 다해 이 진로를 골랐는데, 이건 또 다른 오답이 아니라 정답이었으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정답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나름 연세대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협동 과정인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06 09:12 2010/09/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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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27일
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발해 온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프로그램과 설명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2000년 8월 30일
밤 11시 20분경,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나를 불러 집에 전화가 왔다고 전해 주셨다. 그리고 무슨 대회 예선을 통과했다고 하는 일종의 힌트도 덧붙였다. 집에 전화해서 보니 아니나다를까 어머니께서 ICC(당시 정보 문화 센터.. KOI 주최 기관)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해 주셨다. 결과는 물론 합격이었다.
오! 이제까지 코딩한다고 겪은 고생과, 그 고통보다 더 컸던 기다림의 고통이 단번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2000년 9월 1일, 7교시 수업을 듣고 바로 가방을 싼 뒤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2차 심사 준비를 해야 하니까. 2년 전의 기적이 재현됐으니 난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9월 2일, 오전 6시에 출발하는 서울 행 고속버스를 타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떠났다.
97, 98년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2차 심사가 대학교가 아닌 ICC 본관에서 열렸다. 건물은 새로 지어져 있었고 무척 깔끔했다. 1년 반쯤 전에 여기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넓은 홀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아침이었다. 몇몇 사람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거기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어머니와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 20분이 되어서 나는 대기실로 들어가서 진행위원의 지시를 들었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몇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나는 심사받는 15명 중 가장 먼저 심사받는 조에 걸렸다. 수험표를 받고 심사장으로 들어갔다. 카이스트, 고려대 교수를 비롯한 다섯 명의 교수들이 컴퓨터를 빙 둘러싼 가운데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약간 떨리긴 했지만, 난 준비한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진지하게 프로그램 소개를 했다.

교수들이 주로 질문한 내용은 두벌식 자판에 대한 내 입력기의 호환성이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내 입력기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한글 기계화는 세벌식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을 이었다.
곧이어 심사 위원들은 이 프로그램을 무슨 언어로 짰는지 묻고, 여기에 대한 지식을 언제부터 쌓아 왔는지 물었다. 난 물론 사실대로 대답했다.

이런 식으로 10분짜리 심사가 끝나고 나는 귀가하게 됐다. 그동안 조금도 떨지 않았고, 심사위원과 아주 평범하게, 부담없이 얘기를 나눴다. 시간이 내가 느낀 것보다 훨씬 빨리 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00년 9월 4일
아침 조회가 끝난 직후에 부랴부랴 ICC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런데 4층으로 올라가자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대상을 받았다고 전해 주셨다. 날 보더니 악수를 청하면서 “용묵아, 축하한다. 대상이더라.” 하고 말씀하셨다.
아니, 내가 컴퓨터실에 가 있던 사이에 선생님께서 먼저 교실에다 소식을 전하신 모양이었다. 급우들도 나를 보자 곧바로 축하 인사를 건네고, 이제 카이스트에 그냥 갈 수 있냐고 다그쳐 물었다.

-- 이 날은 네게 기념일이 될지니 네가 이 날을 평생 명절로 지키고 규례에 따라 그것을 영원토록 명절로 지킬지니라.
-- 보라, 김 용묵의 남은 행적 곧 그가 코딩을 하고 정올에서 입상한 과정은 그의 일기에 기록되어 있느니라.

당시 17회 대회 때 고등부에서는 총 92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그 중 15편이 2차 심사 대상자가 되었다.
참고로, 대회 결과가 발표된 지 얼마 안 되어 ICC 홈페이지엔 이런 글도 올라와 있었다.

"공모는 대리 출품이 가능하다."라는 잘못된 인식;;

17회 공모 면접을 보신 분들은 2~3명만 빼고는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_- 면접실을 나갔습니다.
다들..진이 빠진 상태에서;; 심사위원님들의.. 해박함에 질려서;;
또.. 몇 개월 동안 밤샘해서 만든 자기 프로그램이..심위분들 앞에서 일순간 쓰레기가 되어 버린 것에 대한;; 황당함;; 때문에 말이죠.

아는;; 수상자님께서;; 면접 끝나고 나서;; 대기실에 있는 제게 오시더니 "그들은 모든 걸 알고 있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 심위님들은.. 모든 걸 알고 있죠..--; 무슨 얘기냐 하면
어설프게 다른 프로그램 베끼거나..대리 개발해서 출품한 작품은
3분 내에 뽀록납니다.
작품과 관련된 배경 이론들을 모조리 물어보시며.. 우선.. 나쁘게 말해서-_- 작품을 무시하고 들어갑니다..
어떻게든 출품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게; 최고 미션인 듯;;하더군요-_-
심지어는.. 열심히 작품 설명하고있는데.. 딴 데 쳐다보시고..
심위님들끼리 딴 얘기 하시고..--; 중간에 말 끊고;; 이건 기본이구,

저는 맨 마지막쯤에..면접을 봐서리, 또 설치 중에 문제가 많아서 다른 분들 면접하시는 걸 거의 다 봤는데요..
거의 모든 분들 면접할때..심위님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래서 되는 게 뭔데? 빨리 보여 달라니깐.."
"그럼 그게 뭐야? 이미 있는 거잖아? 좋을 게 뭔데?"
"뭐야? 아무 필요 없는 건데?"
"다 하는 거네.."
이런..--;성격의 것들이죠;

심위님들 앞에서 절대 거짓말 못 합니다.-_-
모르는 것 아는 체 못 하구요-_- 대리 개발작..바로 뽀록납니다..


본인은 심사 받으면서 저런 일을 전혀 겪지 않았으며(2~3명 중의 하나였군), 아주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내 프로그램 소개를 하고 질문에 답변도 하고 왔다. 또한 조원들 중에 가장 먼저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심사 장면은 보지도 못했다. 가히 best 케이스...;;
솔직히 말해서 내 프로그램은 대리 개발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아이템이었으니 말이다.

대회 결과가 나오긴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카이스트는 다른 대학보다 전형을 굉장히 일찍 하기 때문에, 본인은 이 대회의 결과를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원서를 '일반 지원자'로 제출해 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카이스트는 추후에 발표된 이 대회 결과를 받아들였고, '일반 지원자'이던 본인의 등급을 '지정 대회 우수 입상자'로 업그레이드해 줬다. (지금은 그런 대인배스러운 제도는 이미 옛날에 없어졌음. ㄲㄲ)
나중에 카이스트에서 본인의 고등학교로 1차 서류 전형 합격자 명단을 팩스로 보내 줬는데, 그때 본인의 이름은 인쇄체가 아니라 맨 끝에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은 2, 3, 4를 거쳐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5.65까지 버전이 올라갔다. 5.65 버전이 일종의 개발 10주년 기념작이다. 소스 코드 줄 수는 10년 전에 비해서 5배가 넘게 불어났고, 기술 수준은 당연히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학부 시절엔 이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연구만으로 5학점을 먹었다. 3학점짜리 학부 졸업 논문과 1학점짜리 개별 연구 두 건(TSF 모듈 개발, 그리고 3.0 아키텍처 연구). 이제 대학원에 가서도 써먹을 예정이다. 왜냐 하면 학부 졸업 후에도 또 논문 쓸 만치 연구 실적은 추가로 쌓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은 <날개셋> 말고도 전산 기술을 접목시킨 다른 한글 관련 연구 주제도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프로그램 개발하면서 나름대로 아래와 같은 손발리 오그라들 것 같은 말도 들었다. 앞으로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버전 6.0을 향하여 "cheers!"를 외쳐 본다.

-- 그 프로그램은 "날개셋 한글입력기 3.02" 이다. 세벌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게 만들어 준것이 바로 이 위대한 발명품(나는 그렇게 평가하고 싶다)이다.
정말 단순히 손목이 부담이 없고, 속도나 좀 더 빠르게 나올수 있다는 정도라면 나는 결코 세벌식 자판과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

-- 그냥 쓸 때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날개셋을 써 보면 왜 세벌식 최종이 좋은 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무궁무진한 응용을 할 수 있죠..  “한글이 컴퓨터와 이리도 잘 어울리다니”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

-- 용묵님은 우리나라 역사에 꼭 남을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문화사에는요.

-- 저는 이미 용묵씨의 <날개셋>은 영원한 한민족의 유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앞으로 올 발전을 생각하면 가슴마저 뻐근할 정도의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 이 프로그램은 프리웨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 10年前、高校生がこれだけ高度なIMEを??で開?するなんて、さすがはIT先進?の韓?。
10년 전에 고등학생이 이만큼 고급 IME를 독학으로 개발하다니, 과연 한국은 IT 선진국이다. (일본인 중에 내 프로그램 사용자)


 

Posted by 사무엘

2010/09/03 08:30 2010/09/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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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역에서 느껴지는 애환

* 카테고리를 뭘로 잡아야 할지 난감한 글이다. 철도 얘기, 성경 얘기, 별별 얘기가 다 들어가서... -_-

※ 철도 얘기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서쪽 종점은 잘 알다시피 방화 역이다. 그러나 서쪽 종점이라고 해서 이 역이 5호선 역 전체를 통틀어 서울 최서단에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5호선 최서단 역은 김포공항 역이며, 그 후로 5호선은 선형이 다시 살짝 동쪽으로 바뀐다. 김포 공항을 경유하기 위해 굴곡을 일부러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6호선의 최서단 역은 월드컵경기장 역이다. 서울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는 월드컵 경기장을 강서구 마곡 지구에 만들지, 은평구 상암동에 만들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결국 후자로 결정되면서 6호선의 노선에도 그쪽으로 급히 굴곡이 추가된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고생을 좀 했다고 들었다. (덧붙이자면, 당시 조 순 서울 시장의 지시로 마곡 지구의 개발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5호선 마곡 역도 10년이 넘게 미개통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방화 역은 시의 거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종착역답게, 그 인근은 좁은 4차선 도로이고 한가한 베드타운이다. 동쪽 종점인 상일동이나 마천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본인은 2008년 6월 말, 마곡 역이 거의 12년만에 정식 개통하기로 한 바로 전날, 방화 행 막차를 타고 거기까지 간 후, 근처 PC방에서 외박을 했다. 그리고 새벽 5시 반에 하행 첫 차를 타고 5시 38분경, 갓 개통한 마곡 역의 승강장에 지하철 회사 관계자가 아닌 사람 중에서는 최초로 발을 디뎠다!

이건 완전, 달에 최초로 도착한 아폴로 11호 조종사 같았고, 또 주의 첫 날에 아침 일찍 예수님의 무덤에 찾아가는 심정이었다(막 16:1). 본인은 예수님의 부활은 눈으로 못 봤지만 마곡 역의 부활을 맨 먼저 목격한 증인이다. 본인처럼 마곡 역 답사하러 인천에서 미리 찾아와 기다렸다는 어느 철도 덕후도 있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 날, 본인도 어차피 혼자 간 게 아니었고, 같은 철도 동호인 후배 친구와 함께 밤을 지새웠다.

본인에게 방화 역은 이런 오덕스러운 추억이 있다. 그런데 방화 역 인근에는 주거 구역만 있는 게 아니다. 국어학에 관심이 많고 동시에 KJV 빌리버이기도 한 본인에게 꽤 큰 의미를 지니는 기관이 두 곳이나 이 지역에 입주해 있다.
하나는 국립 국어원이고, 또 하나는 말씀 보존 학회(이하 말보회)이다. ㅎㅎ

※ 철도 말고 나머지 얘기

다만, 관심 분야가 유사할 뿐이지, 두 곳 모두 본인이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적은 없는 곳이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가령, 한글 학회와 국립 국어원은 민간 단체와 정부 기관이라는 차이도 있거니와 정체성도 완전히 다르고, 서로 원수지간까지는 아니어도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 그 이유를 근본적으로 파헤치자면 서울대 이 희승 라인과 연세대 최 현배 라인까지 길고 긴 흑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이 글에서 다 다루지는 않겠다. 뭐, 요즘은 어차피 옛날 같은 그런 파벌 싸움 자체가 별로 무의미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국립 국어원에서 제정한 한글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비판을 한글 학회에다가 하는 사람의 글을 예전에 좀 보곤 했다. 이건 지하철로 비유하자면, 코레일 관할 역 내지 코레일 소속 전동차에서 생긴 불만 사항 민원을 서울 메트로에다가 넣는 것과 같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말글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문화 체육 관광부 소속 정부 기관이 방화동에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그리고 또 말보회도 아주 유명하다. 있는 위치가 하도 상징성이 크다 보니, 우리 진영에서 설교 같은 공식 석상에서 가끔 말보회를 완곡하게 언급할 때 ‘방화동 교회’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킹 제임스 성경에 대해서 제대로 잘 아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 들어 본 사람의 머리에는 “KJV = 말보회 = 이 송오 = 피터 럭크만 = 이단”이라는 다중 거부 장치가 겹겹이 설치되어 있다. 이걸 두고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탓할 수는 없다. 바른 성경에 대한 관념이 없고 성경의 보존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삐뚤어진 신앙도 잘못됐지만, 바른 성경과 바른 교리를 알면서도 진리를 사랑으로 전하지 않고 무례하게 깽판 부리면서 간증을 다 망친 진영도 잘못한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남 탓할 자격이 없는 게... KJV를 처음부터 말보회 진영을 통해서 받아들였다면, 난 과격 면에서는 아마 이 송오 목사의 후계자(?)로 지목될 정도의 전투종족이 되지 않았을지? ㅋㅋㅋㅋ 럭크만 정도의 성경 실력은 없는 주제에 그 사람의 성깔만 Ctrl+C, Ctrl+V가 돼서.. 성경을 무기로 삼아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에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단들 욕하고 까는 글 기고하면서 말이다.
그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오버하느라 기성 교회 사람들 마음을 아주 닫아 버리게 만든 건 분명 잘못이다. 오죽했으면 “말썽 보존 학회”로 전락을.. -_-

“처음에 한국에 변개되지 않은 바른 성경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더라.”(1절) “And 한국 교회는 교리의 혼돈과 공허로 가득한데, 정작 KJV 교계는 여러 파벌들로 갈라져 있으며 기성 교회들로부터 이단으로 찍혔더라.”(2절)
이게 한국 KJV 교회 역사의 간극 이론이 아닌가 싶다. 그 간극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절을 1절 이후의 시간 순으로 해석하면 간극 이론이고, 2절을 1절이 일어나던 당시의 배경 상황 내지 부연 설명으로 풀이하면 간극을 배제한 해석이 되는 셈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기발하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09/02 09:10 2010/09/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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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난 2006년 2월, <음란한 성경은 가라>라는 글을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성경 역본 이슈에 대해서 인터넷을 돌아다녀 찾아보고 지인과 메신저로 교제하다가, 불현듯 소재가 떠올라서 서너 시간 끄적여서 완성한 글이었는데...
이 글은 자랑이 아니고 진짜로, KJV 독립 침례 교회 목사님들로부터는 가히 '형제가 지금까지 쓴 글들 중 최고로 뛰어난 명문'이라는 격찬을 아낌없이 받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 반만에..
어느 안티 KJV 진영이 그 글을 정면으로 난도질한 꽤 강경한 반박문을 올린 걸 우연히 발견했다.
글 올라온 날짜도 비교적 최근이다.

http://truthnlove.tistory.com/entry/%EC%9D%8C%EB%9E%80%ED%95%9C-%EC%A7%84%EC%A7%9C-%EC%84%B1%EA%B2%BD-%EC%88%AD%EB%B0%B0  (음란한-진짜-성경-숭배)

글쓴이는 김 삼(김 풍도 아니고. -_-)이라는 분인데 처음 본다.
프로필을 보니, 딱 우리나라 정통 신학 코스를 밟은 후 장로교 목사 안수를 받았고 미국에 목회 중이다. 나이도 나보다야 많겠지만, 그래도 글투를 보면 그렇게 나이 지긋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신학 공부 전혀 안 하고 히브리어· 그리스어 나부랭이는 하나도 모르는 풋 사과의 글을 현직 목사가 친히 반박을 해 주다니 감개무량하다. 체급이 서로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인데... ㅋㅋㅋㅋㅋㅋ
KJV를 반대하는 대다수 목사들의 사상과 가치관을 글로써 잘 대변해 주었다.

저 사람은 프로필에 신앙 고백이 아예 대놓고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쉽게 말해서 하나님의 말씀의 온전한 보존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음란한 성경은 가라> 같은 글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배알이 뒤틀려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 정세나 이단 교리 판단한 다른 주제의 글은 그럭저럭 건전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성경관에 관한 한은 본인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믿음의 소유자이다.
 
  성경은 최초의 원문 그대로가 곧 성령님의 영감으로 기자들을 활용해 기록하신 절대 완전/정확/무오한 말씀이며..현재의 원문은 여러 사본들이 합해지고 조화되고 종합된 결과로 원본에 거의 가깝다고 믿습니다.
(일부 주장자들의 말과는 달리, 절대/완전하게 보존된 사본은 없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원본만이 오직 완전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본을 모두 종합/조화시킨 현재의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모자란다"는 뜻은 아닙니다. 완전에 가깝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의 해석과 번역 탓입니다.)

내가 KJV 숭배자라면 저런 사람은 아무리 봐도 원어 숭배자로밖에 안 보인다. 내가 KJV가 최종 권위인 것만큼이나 저 사람은 세속 학자들의 그리스어 히브리어 사전이 최종 권위이다.
저 사람들의 머릿속엔  "킹 제임스 성경 = 이 송오 & 럭크만 추종자 = 성경 역본의 맹신과 우상화" 밖에 없다. 본인은 이 송오 & 럭크만 추종자가 전혀 아닐 뿐더러, 예수쟁이가 신앙의 근간인 성경의 온전한 보존과 그 실체를 믿는다는데 어떻게 거기에 맹신, 우상화라는 딱지가 붙을 수 있단 말인가!
 
KJV와 외경 사이의 논란, 그리고 초창기 인쇄본의 철자법 얘기는(그리스도 예수안에 발행 흠정역의 부록에도 실려 있는 반박문)
이미 진실을 아는 사람들한텐 면역이 다 돼 있는 주제인데 언제까지 뻔한 레퍼토리를 상대해 줘야 하나 모르겠다.
 
반박문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생략하고 넘긴 KJV 출간 당시의 교회사라든가,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원어 해석 몇몇 개만 갖고 계속 끝도 없이 꼬투리 잡고 있다. 반박하는 게 다 저런 식이다. 그 사람이 추종하는 그리스어 사전대로라면(변개된 성경에 맞춰진) KJV는 당연히 오역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일말의 반카톨릭 성향은 있는지 외경 나쁜 줄은 알아서, KJV가 1611년 초창기에 외경이 같이(본문으로 포함되어 나온 게 전혀 아니었는데도) 들어갔다고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게 통탄스럽다.

저 사람은 KJV도 어차피 온갖 카톨릭스러운 컨벤션이 잔뜩 들어있다고 KJV를 폄하하는데, 뭐 그 말이 일부 맞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 문화권 교회의 컨벤션이 원래 그랬으니까...;; The translators to the readers 같은 서문을 읽어봐도 성 어거스틴이 어떻고, 무슨 교부가 어떻고 하는 천주교스러운 문체가 물씬 풍긴다 "카더라".
그러나 저런 사람은 천주교가 KJV의 출간을 결사적으로 막고 방해했으며, 첩자를 보내 gunpowder 사건 같은 걸 꾸며서 제임스 왕과 성경 번역자들을 암살하려 한 KJV의 안티 카톨릭 역사에 대해서는 절대 침묵하고 있다.

KJV에도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몇몇 바리에이션이 생겼고 인쇄 과정에서 오탈자가 있었으며 몇 차례 에디션이 나온 것 정도는 나도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 갖고 "KJV의 여러 에디션 중에 어느 게 당신의 최종 권위입니까?" 같은 불순한 말장난 정도에는 다 대비가 돼 있다. 같은 크리스천끼리 그런 찌질한 짓은 좀 그만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글쓴이는 본인의 글의 본질적인 주제인, 현대 역본들의 음란한 표현에 대해서는 정작 한 마디도 반론이나 해명이 없다. 하다못해, NIV처럼 "거시기를 짤라 버린다는 게 맞는 표현이고" KJV의 "끊어지기를 원하노라"는 오역이라고 떳떳하게 지적한 것도 없다. 반박문을 시리즈로 쓸 기세이니 앞으로 다루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반박을 어떻게 할지는 본인 눈에도 훤히 보이고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한 마디로 말해 일일이 상대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영양가가 없다.

본인은 성경의 하나님을 믿는다면 지금 내 방식대로 믿고 아니면 아예 때려치우고 말지,
저 사람처럼은 못 믿겠다.
아직도 성경보다 원어 사전에 더 믿음이 간다면, 김 문수 형제님의 다음 글들을 한번쯤 묵상해 보기 바란다.
http://keepbible.com/bbs/board.html?board_table=free&write_id=3596 <원어 성경의 유혹>
http://keepbible.com/bbs/board.html?board_table=free&write_id=4474 <노새 이야기는 빼 놓고 왜 온천 타령을?> -- KJV와 non-KJV가 대표적으로 다르게 번역된 구절 중 하나이다.
http://keepbible.com/bbs/board.html?board_table=free&write_id=4230 <이삭이 리브가를 애무했다고?> -- 본인의 글 <음란한 성경은 가라>와 비슷한 주제이며, 본인 글을 언급도 하고 있음.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0/09/01 08:35 2010/09/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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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음악 교실

1.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 우리나라는 역사상 최초로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그런데 경기 중계 방송을 보고 있으면, 경기장 내부에서 웬 웅웅~~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서 귀에 거슬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소리를 영어로는 drone/droning이라고 한다. 딱 정확한 표현이다.
스타크에서 저그의 일꾼 유닛인 드론이 이 단어이다. 설정상 드론은 말벌인데, 웅웅 윙윙거리면서 일을 한다나?)

본인은 그게 무슨 잡음인지 알지 못했다. 더운 여름에 아프리카에서 축구 경기를 개최하다 보니 더워서 냉방기라도 가동하는 소리인가 했다. -_-;;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오히려 거기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이며, 저녁에는 사람들이 숫제 긴팔까지 입었다.

잘 알다시피 그 소리는 부부젤라라고 하는 나팔 비슷하게 생긴 아프리카 민속 악기 소리이다. 관중석에서 이런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걸 이해해 달라고 해설가들이 몇 차례나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 소리는 지하철에서 나는 이 소리와 아주 비슷하지 않은가?
조용한 지하철 승강장에서나, 아니면 지상에 돌출돼 있는 지하철 터널 통풍구 근처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이 소리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런 기계음 같은 소리도 엄연히 악기로 내는 소리인데,
하물며 전동차 VVVF 구동음은 영락없이 음악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아예 그걸로 노래까지 만든 적이 있다. ㅋㅋㅋ
http://www.youtube.com/watch?v=EExvEF2zudA 지멘스 옥타브는 음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

본인은 국내 유일 & 최초의 Looking for you 채보자이다.
악보를 본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 표정을 지으면서 어떻게 그걸 채보했냐고 내게 묻곤 했다.
하지만 이건 천재가 아니라 전적으로 노력의 산물이다. Looking for you를 끈질기게 한 3천 번만 들으면 누구라도 16분 음표 하나 안 놓치고 그대로 채보할 수 있다. Looking for you를 뼛속까지 내 음악으로 소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새마을호를 제대로 탔다고 간주할 수 없다.

곡 중에는 아래와 같이 색소폰으로 좀 어려운 기교를 부린 부분이 있는데, 그런 곳은 소리 재생을 절반 이하로 늦춰서 끈질기게 들으면서 음표를 정확하게 그려 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악보를 교회에서 작곡을 전공한 어느 형제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더라. “이런 부분은 들리는 대로 받아적다 보니 16분 음표 여러 개로 복잡하게 표기했겠지만, 실제로는 꾸밈음이겠군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식음을 표현하는 꾸밈표는 악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매크로와 같은 존재일 거라고 말이다. 간단한 꾸밈표 중 하나인 스타카토를 예로 들어 보자.

#define 스타카토(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2);   쉼표((길이)/2);   }
#define 메조_스타카토(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3/4); 쉼표((길이)/4);   }
#define 스타카티시모(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4);   쉼표((길이)*3/4); }

http://user.chollian.net/~kktae386/menu02/me0206.htm 참고. 꾸밈표도 여럿 존재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일정한 패턴을 띠는 바리에이션을 한 기호로 간단하게 축약해서 표현하려는 욕망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31 08:45 2010/08/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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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상으로 서울 사방의 최고 말단에 자리잡은 전철역은 다음과 같다.

최북단은? 도봉산(경원선, 그리고 7호선의 사실상 종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암이든 망월사든 그 이북부터는 의정부 시내이다.

최남단은? 금천구청(경부선). 참고로 남태령(4호선) 역도 독산 역 정도 되는 상당한 남쪽이긴 하다. 그 이남은 안양이나 과천. (2011년 11월 현재,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서울 최남단역이 되었다.)

최서단은? 개화(9호선 종점). 9호선이 개통하기 전에는 김포공항(5) 역이 최서단이었다. 5호선의 선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방화 역이 최서단이 아니며, 심지어 경인선의 서울 시계에 있는 온수 역도 최서단이 아니다. 개화 역은 가로 위치가 무려 역곡과 부천 사이에 해당하는 최서단이 맞다.

최동단은? 상일동(5호선 종점). 역시 서울을 동서로 관통하는 지하철 노선답다. 그 반면 마천 역은 상일동 전역인 고덕 역보다도 살짝 더 서쪽이다. 그런데 상일동의 옆에 강일 역이 더 추가되면 최동단 역 자리도 저기로 넘어가게 되겠다. 더 동쪽은 하남시가 나온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30 08:51 2010/08/3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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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영성 등급

A.
부모가 모두 한 교회를 안정되게 오래 다닌 타입. 아버지가 아예 목사이거나 어느 직분 하나는 맡고 있다. (단, 교회 일에 몰두하느라 가정 내팽개치는 타입이 절대 아님) 부모가 가정 예배를 꼬박꼬박 챙기고 자녀에게 기도하고 성경 읽는 모습을 늘 보여 준다. 요컨대 가정 전체가 한 교회에 안정되게 출석하고 있고, 가장이 식사 기도 같은 사소한 것까지 포함해서 가정의 영적 건강을 잘 책임지는 중이라면, 그 가정의 영성 등급은 A이다. 집에서도 출석 교회에서와 동일한 분위기로 가족과 함께 거리낌없이 찬송, 기도, 성경 읽기가 가능하고 부모에게서 신앙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 A등급 가정은 정말 드물다.

그런데 이런 가정에서는 부모보다도, 저런 걸 당연하게 보면서 커 온 자녀들이 이 신앙이 값지고 귀한 줄 모르고 오히려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있다. 혹은 교회와 가정에서 부모가 보이는 모순-_-된 모습이라든가 교회 사람들의 위선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자녀가 믿음을 잃기도 한다. A라는 환경 여건이 무조건적으로 자녀에게 좋게 작용만 하는 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B.
개인적인 교회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 가족 중 일부가 불신자이거나 혹은 교회 출석을 중단할 정도로 신앙이 식음. 어쨌든 가정에서 뭔가 영적인 결정을 내리려 할 때 딴지를 걸 사람이 가족 중에 존재
- 교리 차이 내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부모가 서로 다른 교회에 다님
- 혹은, 부모가 한 교회에는 다니고 있지만 구원 받았는지도 모르는 단순 church goer이고, 평상시의 언행도 불신자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녀에게 영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함

이런 정도라면 B등급이다. 이렇게만 돼도 부모의 믿음이 자녀에게로 그대로 전수되기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자녀가 알아서 자기 신앙에 대해서 공부하고 각성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C.
가족 중에 구원받은 사람이 자녀 한둘밖에 없는 한편으로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
-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방관자이거나,
- "그래, 심성 수련을 위해 종교 하나 갖는 거 나쁘지는 않지. 다만, 너무 중독되고 빠지지는 마라."
- "예수쟁이 돼서 뭐 하냐?" (살짝 시니컬)
중의 한 반응이지만...
최소한 적극적으로 교회 가는 걸 막고 박해하지는 않는 경우이다.

아래의 D보다는 여건이 낫지만, 그래도 교회만 빠져나오면 맨날 집에서 불신자와(영적으로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 부대껴야 하기 때문에 영적으로 지치기 쉽다. 가족 구원을 위한 기도가 절실해진다.

D.
가족 중에 구원받은 사람이 자녀 하나밖에 없고 그 자녀가 그것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조롱과 박해를 받으며, 교회 출석 중단을 요구받고 있는 상태. 부모 몰래 교회를 가거나, 교회에서의 내 행적을 부모에게 떳떳하게 말도 꺼낼 수 없다. 이런 D급 가정에 소속된 구원받은 사람은 가정 여건 때문에 안정된 교회 출석이나 장시간 교제, 교회 직분 수행이 곤란하다.

나머지 가족은 무신론자 기독 안티일 수도 있고, 천주교나 불교나 심지어 이슬람 같은 타 종교 골수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KJV를 싫어하는 기성교회 소속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차라리 깔끔한 무교보다 더 무서운 경우도 있다.
A가 드문 것만큼이나 D만치 독한 가정도 흔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D급 가정에서 정말 독실하게 신앙 생활을 처절하게 열심히 하는 형제 자매도 있다. D급 가정을 혼자 힘으로 선한 간증을 남겨서 C를 거쳐 B나 A로 바꿔 놓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영적 전투에서 가히 최고의 승리를 거둔 사례라 하겠다.

참고로, 본인은 B급 가정 출신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8 13:44 2010/08/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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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존나아주 짙다: 이런 케이스는 워낙 많으니..;; (김 대중· 노 무현 영정 사진, 촛불소녀, MB 퇴진 xx일 등등..)
- 위와는 반대로, 보수 성향이 짙다: 진보 성향보다는 적지만, 본인을 포함해 몇 명 있긴 하다.
- 리눅스, 웹 표준 쪽에 관심 많고 ActiveX 개혐오: 글자판도 모자라서 OS까지 마이너한 놈으로. 하지만 본인은 이런 쪽은 크게 관심은 없음.
- 아이폰 매니아: 상위 몇 %에 드는 얼리 어답터 기질. 그런데 이런 사람이 꼭 진보 성향인 경우도 많다.
- 드보락 또는 콜맥 같은 영문 자판을 같이 쓴다: 이것도 한두 명이 아님. 본인은 세벌식과 비교 목적으로 드보락 자판을 익히기는 했지만, 코딩은 여전히 쿼티로 한다. 그래도 드보락은 영어 관점에서 정말 잘 만든 글자판 맞다.
- 혹은 에스페란토를 쓰기도 한다: 마이너한 언어. 몇 명 이름을 아는 분이 있음

- 킹 제임스 성경: 헐..;; 세벌식 만만찮은 듣보잡(국내에서) 마이너 성경
- 철도 덕후: 엥?? 그런데 세벌식+철도+리눅스 이런 친구도 있다! ㄲㄲㄲㄲ
- 일본 애니 덕후: 서얼마....;;;;

결론:
세벌식이 국가가 인정하는 표준이 되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두벌이나 세벌을 선택해서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세벌식 사용자의 평균적인 오덕· 괴짜 기질 수치도 좀 내려갈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08/27 08:32 2010/08/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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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소리를 찾아서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포함해 소리를 낼 수 있는 소형 개인용 전자 기기에서 두루 통용되는 사운드 단자는 ‘TRS 커넥터’라고 불린다. 제정된 지 꽤 오래 된(누가 처음 고안했는지?) 아날로그 오디오 커넥터 규격이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TRS는 tip, ring, sleeve의 이니셜을 딴 것인데, 마치 끝이 펜촉처럼 생긴 독특한 커넥터의 생김새를 표현한 단어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TRS 커넥터도 크기별로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건 3.5mm (1/8인치) 규격이다. 하지만 TRS 커넥터가 최초로 개발된 건 1/4인치짜리 크기였다고 한다. 본인이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전축의 헤드폰 단자도 1/4인치 TRS 커넥터였던 것 같다.

PC99 규격에서는 컴퓨터에 꽂는 사운드의 단자의 용도가 색깔로 바로 분간이 되게 정해져서 한결 편리하다. 과거 카세트 테입 플레이어에서도 녹음 버튼은 언제나 빨간색이었기 때문에 빨간 단자가 마이크 입력 단자이다. 그 반면 이어폰을 꽂고 듣는 단자는 초록색이다.

입력 단자와 출력 단자를 양방향 잭으로 연결하면 한쪽에서 나는 소리를 컴퓨터로 녹음할 수 있고, 심지어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그대로 녹음할 수도 있다. 하지만 TRS 커넥터는 아날로그 방식인 관계로, 출력되는 파형을 순수한 원형 그대로 추출할 수는 없으며 컴퓨터 내부의 잡음이 섞이는 것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녹음하는 방법이 윈도우 XP 시절에는 무척 간단했는데, 비스타 이후부터는 그 분야의 드라이버 계층이 크게 바뀌면서 절차가 다소 번거로워진 걸로 기억한다.

음반 매체는 카세트 테입, LP, CD 등 다양하게 바뀌어 왔지만 그 소리를 전달하는 단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발전이 있어 왔으며 TRS보다 더 나은 표준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모니터가 영상 신호를 받는 방식도 과거의 아날로그 D-sub 방식에서 디지털인 DVI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리 쪽도 정말 극악에 가까운 결벽증 매니아인 사람이 있다. 고음역과 저음역까지 귀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겨우 128Kbps짜리 mp3는 너무 저질이어서 못 듣는다. 대역폭이 최소한 300Kbps가 넘어야 하거나, 아예 무손실 압축으로 듣는다.

좋은 소리가 나려면 좋은 음원과 좋은 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출력기가 한데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스피커/이어폰은 흔한 필수품인 만큼 조악한 싸구려는 정말 싸지만, 품질 좋은 명품은 무슨 악기 이상으로 가히 살인적으로 ‘억 소리’ 나게 비싸다. 이런 걸 기를 쓰고 구하려고 하는 매니아가 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 나오는 싸이코패스 악당처럼 말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품질이 열악한 테입도 거부하고, 비록 깨끗하지만 양자화와 디지털화를 거쳐 버린 CD도 거부하며, 진짜 아날로그 소리가 원형 그대로 담겨 있는 레코드나 축음기를 구하려 애쓰는 사람도 있다. 귀가 얼마나 예민해야 그런 소리의 차이까지 분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초음파까지 들리고 들어 봤자 인생만 피곤해지는 소리까지 다 들려서 고민인 경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소리의 세계는 참으로 심오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5 09:13 2010/08/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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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되었수다!
Old timer PC 유저라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을 만한 전설의 게임이다.
이 게임의 내력에 대해서 전부 떠벌리자면 좀 복잡하다.
그러나, “모든 일을 맨 처음부터 완전히 이해한 본인이, 이 블로그의 구독자인 여러분에게 그 내막에 대해 차례대로 글로 써서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눅 1:3) 몇 자 좀 끄적이도록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게임은 본디 1994~95년경, 당시 카이스트 학생이던 김 동건, 이 은석 님의 작품이다. 물론 이분들은, 지금으로부터 10년 가까이 전에 이미 넥슨에 입사하여 지금은 데브캣 스튜디오를 지휘하는 베테랑급 게임 개발자가 되어 있다. 모교로부터 초청을 받아 강연도 한 유명인사이다.
매우 황공스럽게도, 본인 역시 대학 시절에 이분과 메신저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고 이분들 초청으로 넥슨에 견학 간 적도 있다! 그게 2002년 가을의 일이다.

이 게임의 컨셉의 제일 원조는 1980년대에 일본 KONAMI에서 개발한 <그라디우스>라는 횡형 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인삼을 여러 개 먹은 후 다양한 파워업을 고르는 시스템의 원조가 저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KONAMI는 훗날 그 게임의 시스템을 익살스럽게 바꿔 놓은 <패러디우스>(패러디-_-)를 내놓았고, 카이스트의 저 두 분은 그걸 또 패러디해서 ‘패러디우스’에서 착안, <85되었수다>라는 패러디 슈팅 게임을 만들었다. ‘패러디’가 ‘파로되’로 바뀌다니, 환상적인 작명 센스. ㅠ.ㅠ

게임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중 하나인 ‘할 박사’가 설정상 85세 노인이다. 그래서 85되었수다. ㄲㄲㄲ 그리고 또 하나는 ‘산소’라는 할 박사의 손녀딸이며, 18세 미소녀이다. 원래 게임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 게임에서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살모사라는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 악당이 반란을 일으키고 자기 직장이던 카이스트부터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게임 주인공이 나서서 학교를 구하고 세계-_-를 구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임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아마 스테이지 1이 끝나고 2를 만들던 중이었는데...
<85되었수다!>의 개발팀에게 악재가 닥친다. 사고로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바람에, 개발 중이던 소스를 날렸다고 한다. 흠좀무;; 결국 <85되었수다!>는 미완성인 채로 당시 주요 PC 통신에 공개되었고 개발은 중단되고 말았다. 스테이지 2 중반부터 더 진행이 안 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PC 통신 자료실이나 심지어 게임 불법복제 CD 등으로도 퍼져 나갔다.

본인도 중학생이던 그 시절, 이 게임을 해 봤다. 오프닝 음악과 게임 줄거리 정도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살모사 박사가 수감됐다가 탈옥한 것, 출동하는 주인공을 향해 “그나저나 할 박사, 올해 연세가 몇이지요?” 질문이 뜨고, 이때 “85되었수다” 로고가 딱 뜨는 것까지도 기억한다. 게임이 끝까지 제대로 완성됐다면 정말, “이거 내가 혼자(많아야 둘이서) 만든 게임이에요!” 한 마디면 어느 게임 회사에서도 스카웃 제의 받고 바로 입사할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어차피 개발자 분들은 자기 적성에 맞는 좋은 직장에 이미 잘 들어갔지만 말이다.

그렇게 <85되었수다!>는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로부터 몇 년 정도 시간이 지난 1997년, PC 통신 하이텔의 게임 제작 동호회(go GMA)에서 제 1회 아마추어 게임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출품한 작품의 총용량이 압축했을 때 100KB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때는 그것 갖고도 별 걸 다 만들었다.

이때 <85되었수다!>의 제작진이 옛날 레퍼토리를 리메이크했다. 소스를 날렸다고 했으니, 기존 게임의 리소스만 가져다가 코딩을 다시 한 모양이다. 그런데, 용량 100KB를 맞추느라 게임 데이터를 곳곳에서 가위질을 해야 했다. 그래서 게임의 제목이 또 패러디되어 바뀌었다. <삭제되었수다!>라고 말이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옛날 게임 시스템과 리소스를 기반으로, ‘패러디에 패러디’를 거듭한 끝에 <삭제되었수다!>라고 나름 스테이지도 5개까지 있는 완성된 게임이 만들어졌다.
그 시절, 본인은 비록 완전 허접 눈팅 유령 회원이긴 했지만, 나름 하이텔 게제동의 회원이었고 그 공모전이 진행되던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이 게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다른 출품작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기술적인 면이나 그래픽, 게임성이나 모든 것이 아마추어를 넘는 프로급으로 손색이 없었다.
공모전은 이듬해에 2회까지 한 후 그 후로 더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못 들었다. 그 무렵부터 PC 통신 자체가 인터넷에 밀려 슬슬 빛을 잃기 시작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랬으니 1회의 당당한 대상 수상작인 <삭제되었수다!>가 더욱 부각되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조금 기술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얘기하고자 한다.
이 게임은 볼랜드 C++ 3.x로 빌드된 16비트 도스용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메모리, 그래픽, 사운드 등 모든 하드웨어 제어 루틴을 어셈블리로 다 자체 제작했다. 대체 하드웨어를 어떻게 제어하기에, 윈도우 95의 도스창에서는 실행할 수 없고 무조건 순수 도스로 빠져나가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게임이 실행되는 모드이다. 본인은 1990년대의 도스용 게임들이 다 채택하던 VGA mode 13h 320*200 256색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작은 256*200이었다. 가로· 세로의 aspect ratio가 좀더 균형 잡힌 모드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문제는 저런 해상도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모드가 아니라는 것. VGA mode X라고 해서 90년대 중반에 ID 소프트웨어의 마이클 압래쉬 같은 프로그래머나 특수한 용도로 사용했던 기법이 동원된 것이다.
그런 게임을 만든 사람이 나온 대학을 약 3년 남짓 뒤에 본인도 가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감개무량했다.

참고로, 그 1997년도 대회에서 <삭제되었수다!>에 이어 금상을 받은 작품은 안 영기(SMgal) 님의 <대변 파이터>이다. 이것도 각종 PC 통신 자료실에 많이 퍼졌다. 이분은 파스칼/델파이 프로그래머로 날리던 분이어서 그 게임 역시 C/C++이 아닌 파스칼로 개발되었다. 하드웨어 제어라든가 게임 개발 쪽의 달인인 것도 매한가지인지라 이분도 지금까지 게임 개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나이나 경력이나 인상이 여러 모로 박 정만(옛날에 하이텔 세벌식 사랑 모임 동호회 대표) 님과 비슷한 분 같다.

<대변 파이터>도 주인공이 비행기가 아니라 사람인 것만 빼면, 일종의 횡형 스크롤 슈팅 게임.
그러고 보니 1990년대 전설의 명작 국산 게임인 <그 날이 오면 3>도 횡형 스크롤 슈팅이고, <삭제되었수다!>나 <대변 파이터> 같은 명작 게임이 다 이 장르라는 게 무척 흥미롭다.

그러나 본인은 총알 피하는 건 영 소질이 없다. 특히 체력(hit point)이라는 게 없이 부딪치기만 해도 즉사하는 게임은 겁이 나서 원...
슈팅이라는 장르는 내 타입이 아닌 것 같다. 지인 중에는 반대로 총알 피하는 게임만 즐기는 친구도 있지만... ㅋㅋ <그날이 오면>, <-되었수다!> 모두 너무 어려워서 혼자서는 스테이지 2도 못 깬다.

본인은 게임은 하지도 않고 개발에도 그렇게 별 관심이 없다. 그냥 타자 게임 정도가 고작..;;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배경지식과 스킬은 기회가 되면 익히고 싶다. 지금은 이제 운영체제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카드놀이, 지뢰찾기 같은 게임마저도 3D로 만들고, 아예 GDI조차 Direct3D 계층 위에서 돌아가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4 08:44 2010/08/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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