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알면 나도 철도 덕후!
자, 사무엘 님과 함께하는 본격 즐거운 한국 철도 교양 강좌 시간이 돌아왔다. ㅋㅋㅋㅋㅋ
오늘은 장항선 얘기를 해 보겠다.
장항선은 경부선 천안 역에서 분기하여 아산, 예산, 홍성 등 충청남도 서남부로 향하는 간선 철도이며, 새마을호가 다니는 가장 짧은 노선이기도 하다.
영동선에 정동진 해수욕장이 있고 경춘선에 강촌, 가평 같은 관광 코스가 있다면, 장항선에는 대천 해수욕장 일대가 관광과 MT 장소로 유명하다.
장항선에는 온양온천과 도고온천이라고 온천이 붙은 역이 이례적으로 둘이나 있으며, 이들은 안산선의 '신길온천'과는 달리 훼이크가 아니어서 진짜로 온천이 존재한다. ^^;;
장항선은 2000년대 중반에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시험에 나오니까 밑줄 치고 반드시 달달 외우기 바란다.
1. 원래 장항선에는 새마을호도 기관차형 열차밖에 안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새마을호 PP가 다니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속철 개통 후에는 장항선에 구특전 새마을호가 투입되어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다.
옛날에 철도청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전량 특실만으로 편성된 6량짜리 새마을호 PP를 운행했는데, 장사가 안 되어 이내 일반실로 격하는 했지만 전설의 서울-대전-동대구-부산 4시간 10분짜리 열차가 바로 이 구특전 열차로 운행되었다.
KTX 개통 후 이 4시간 10분 열차는 경부선에서 퇴출되고 장항선으로 발령이 났다. 일반실 요금으로 1량당 64석이 아닌 60석(간격이 더 넓은)의 특실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 구특전 열차를 타고 싶다면 장항선으로 가라. 그래 봤자 새마을호도 장항선에서는 10~20분을 못 달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정차하긴 하지만.. ^^;;
이후로도 장항선은 적당히 짧은 노선 길이 덕분인지, 카페 객차가 가장 먼저 도입되기도 했으며 KTX를 제외한 일반열차들의 편의 서비스가 가장 먼저 베타테스트되기도 했다는 점을 알아 두자.
2. 그 후 얼마 안 되어 장항선은 구불구불하던 노선이 긴 공사 끝에 상당수 개량되었다. 직선 + 고가 + 장대 레일로 리모델링되는 과정에서 여러 역들이 이설되었으며 듣보잡 역은 폐역되기도 했다.
단, 아래에서 설명할 수도권 전철 말고 다른 구간은 여전히 '단선'이다. 선형 개량일 뿐 전구간 복선 전철화까지 한 건 아니므로 주의하자. 하지만 선형 개량을 하면서 복선 노반은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나중에라도 복선화할 수 있도록.
3. 이 참에 천안에서 온양온천을 지나 신창 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들어갔다. 2008년 말의 일이다. 천안 행도 모자라서 신창 행 전동차가 생겼다. 물론 배차간격은 이제 극도로 길어진 최하 3~40분대이지만 말이다.
설마 경부선 전철이 천안에서 더 내려가서 대전까지 간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충북선의 청주 공항 쪽으로 가지도 않고 아산시 쪽으로 전철이 연장되었다. 이 참에 장항선 아산 역은 아예 KTX 천안아산 역 인근으로 이설되었으며, 덕분에 KTX 광명 역에 이어 천안아산 역도 장항선의 환승역인 동시에 수도권 전철을 탈 수 있는 곳이 됐다.
기존 천안 급행 전동차는 여전히 천안까지만 간다. 그 대신 신창까지 가는 좌석형 간선 전동차인 누리로 열차가 2009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4. 2의 연장선 공사라고 볼 수도 있는데, 배를 타고 가야 하던 장항선 남쪽 끝의 장항과, 군산선 끝의 군산 역이 다리로 연결되었다. 올레! 2008년 1월부터 다리 개통 겸 운행 시작함.
그래서 짤막하던 군산선이 장항선 노선으로 편입해 들어갔으며, 장항선 열차는 과거의 군산선을 그대로 경유하는 익산 행으로 노선이 바뀌었다. 그리고 아예 서대전 역에서 경부선이 아닌 장항선을 경유하여 서울로 가는 열차도 일부 생겼다. 다만 기존 군산과 장항 역은 화물역으로 기능이 축소되고 승객을 취급하는 역은 더 외곽으로 이설되었다.
이는 군산선 통근열차의 숨통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존선 주행 KTX와 더불어, 철도에서 '우회'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2007년이면 구미· 김천 경유 우회 주행 KTX도 생긴 때니까 말이다.
꽤 옛날, 바로타 사이트가 있던 철도청 시절에는(2003~2004?) 장항선 무궁화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노량진 역에 정차를 했었다. 영등포에 이어 노량진까지..! 마치 그 시절에 새마을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대구 역과 신탄진 역에 정차를 했던 게 생각난다.
그때는 노량진 역의 한쪽에 있는 일반열차 승강장이 제 구실을 하던 시절이었으나, 2005년 1월 20일, 코레일이 갓 출범하던 무렵에 이 역의 일반열차 취급을 완전히 중단해 버리면서 그 승강장은 잉여물로 버려지게 되었다. 역사 깊은 역이고 일반열차용 저상홈까지 잘 갖추고 있다 보니 지금은 누리로라도 노량진에 정차하면 어떨까 싶지만.. 노량진은 인근의 정차역인 영등포와 용산하고 너무 가깝다..
현재 천안 역은 경부선을 주행하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쪽 파트와, 장항선 열차와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쪽 파트로 딱 갈라져 있다. 그런데 천안을 포함해 장항선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를 모두 취급하는 역들은, 일반열차 이용객과 전철 이용객의 동선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시설이 경부선의 기존역들과는 달리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다같이 그냥 한데 들어가서 한 승강장을 이용하니 원... (일반열차를 상대로도 개집표 게이트를 설치하려던 때는 언제고.. 지금은 입장권을 구입할 필요조차도 없어져 있다.)
승객 분리를 제일 확실히 할 수 있는 곳은 아예 선로별 복복선 형태인 영등포나 용산 같은 서울 시내의 역들이겠지만, 다른 역들은 선로가 그만치 대인배이지 못하니까. ㅎㅎ
좌우로 부지가 넓지 못하면서 방향별 복복선 선로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객을 서로 분리해야 하는 역은, 보통 앞쪽과 뒤쪽에 고상홈과 저상홈을 따로 만든다. 경부선 안양, 중앙선 덕소 역처럼. 하지만 장항선 전철역들은 그렇게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장항선에서 중요한 것. 온양온천 역은 전동차 승강장이 내선에 있고 일반열차 승강장이 외선에 있어서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를 하고 있다. 일반열차라든가 경인선 급행처럼 더 빠른 열차가 내선을 달린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깨는 구조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때 장항선 전철은 신창이 아닌 온양온천 시종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장항선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는 전동차가 평면교차 없이 내선에서 회차를 할 수 있게 나름 머리를 쓴 것이다.
과거(2003년 이전) 수원 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일반열차는 외선으로 꺾느라 약간 굴곡이 생기긴 하지만, 어차피 이 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중요한 역이기 때문에 성능면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산 역도 KTX와의 환승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들이 100% 정차하는 역이지만, 중간 회차나 시종착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역이기 때문에 이 역은 기존 관행대로 내선이 일반열차, 외선이 전동차이다. 울타리 하나 없이 한 승강장에서 전동차와 일반열차를 모두 탈 수 있는 모습.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전광판에는 각각 새마을 & 무궁화, 그리고 청량리라고 쓰여 있다. 온양온천 역은 배치가 아산 역과는 정반대라는 뜻이다.
철도 건설이라는 것도 노하우가 쌓이면서 은근히 발전한다.
2기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1기 지하철과의 자비심 없는 환승 거리가 문제되자, 2기 지하철은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까지 염두에 두고 건설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여의도 역 같은 명품 환승역이 탄생할 수 있었다.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2폼 3선 승강장이 능률이 좋다는 게 입증되면서, 이건 지방 지하철에까지 시종착역의 관례 형태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내선 전동차, 외선 일반열차' 형태도 이런 노하우가 반영된 건설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 장항선의 특징에 대해 요점만 설명했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아, 나 혼자 흥분한 듯.. ㅜㅜㅜ
철도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데 이건 글 주제에 벗어나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글에서 차츰 다뤄야겠다.
본인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철덕이 되어 버렸다고 커밍아웃 하는 독자가 나온다면, 본인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