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특강

이것만 알면 나도 철도 덕후!
자, 사무엘 님과 함께하는 본격 즐거운 한국 철도 교양 강좌 시간이 돌아왔다. ㅋㅋㅋㅋㅋ
오늘은 장항선 얘기를 해 보겠다.
장항선은 경부선 천안 역에서 분기하여 아산, 예산, 홍성 등 충청남도 서남부로 향하는 간선 철도이며, 새마을호가 다니는 가장 짧은 노선이기도 하다.

영동선에 정동진 해수욕장이 있고 경춘선에 강촌, 가평 같은 관광 코스가 있다면, 장항선에는 대천 해수욕장 일대가 관광과 MT 장소로 유명하다.
장항선에는 온양온천과 도고온천이라고 온천이 붙은 역이 이례적으로 둘이나 있으며, 이들은 안산선의 '신길온천'과는 달리 훼이크가 아니어서 진짜로 온천이 존재한다. ^^;;

장항선은 2000년대 중반에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시험에 나오니까 밑줄 치고 반드시 달달 외우기 바란다.

1. 원래 장항선에는 새마을호도 기관차형 열차밖에 안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새마을호 PP가 다니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속철 개통 후에는 장항선에 구특전 새마을호가 투입되어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다.
옛날에 철도청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전량 특실만으로 편성된 6량짜리 새마을호 PP를 운행했는데, 장사가 안 되어 이내 일반실로 격하는 했지만 전설의 서울-대전-동대구-부산 4시간 10분짜리 열차가 바로 이 구특전 열차로 운행되었다.
KTX 개통 후 이 4시간 10분 열차는 경부선에서 퇴출되고 장항선으로 발령이 났다. 일반실 요금으로 1량당 64석이 아닌 60석(간격이 더 넓은)의 특실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 구특전 열차를 타고 싶다면 장항선으로 가라. 그래 봤자 새마을호도 장항선에서는 10~20분을 못 달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정차하긴 하지만.. ^^;;

이후로도 장항선은 적당히 짧은 노선 길이 덕분인지, 카페 객차가 가장 먼저 도입되기도 했으며 KTX를 제외한 일반열차들의 편의 서비스가 가장 먼저 베타테스트되기도 했다는 점을 알아 두자.

2. 그 후 얼마 안 되어 장항선은 구불구불하던 노선이 긴 공사 끝에 상당수 개량되었다. 직선 + 고가 + 장대 레일로 리모델링되는 과정에서 여러 역들이 이설되었으며 듣보잡 역은 폐역되기도 했다.
단, 아래에서 설명할 수도권 전철 말고 다른 구간은 여전히 '단선'이다. 선형 개량일 뿐 전구간 복선 전철화까지 한 건 아니므로 주의하자. 하지만 선형 개량을 하면서 복선 노반은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나중에라도 복선화할 수 있도록.

3. 이 참에 천안에서 온양온천을 지나 신창 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들어갔다. 2008년 말의 일이다. 천안 행도 모자라서 신창 행 전동차가 생겼다. 물론 배차간격은 이제 극도로 길어진 최하 3~40분대이지만 말이다.
설마 경부선 전철이 천안에서 더 내려가서 대전까지 간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충북선의 청주 공항 쪽으로 가지도 않고 아산시 쪽으로 전철이 연장되었다. 이 참에 장항선 아산 역은 아예 KTX 천안아산 역 인근으로 이설되었으며, 덕분에 KTX 광명 역에 이어 천안아산 역도 장항선의 환승역인 동시에 수도권 전철을 탈 수 있는 곳이 됐다.

기존 천안 급행 전동차는 여전히 천안까지만 간다. 그 대신 신창까지 가는 좌석형 간선 전동차인 누리로 열차가 2009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4. 2의 연장선 공사라고 볼 수도 있는데, 배를 타고 가야 하던 장항선 남쪽 끝의 장항과, 군산선 끝의 군산 역이 다리로 연결되었다. 올레! 2008년 1월부터 다리 개통 겸 운행 시작함.
그래서 짤막하던 군산선이 장항선 노선으로 편입해 들어갔으며, 장항선 열차는 과거의 군산선을 그대로 경유하는 익산 행으로 노선이 바뀌었다. 그리고 아예 서대전 역에서 경부선이 아닌 장항선을 경유하여 서울로 가는 열차도 일부 생겼다. 다만 기존 군산과 장항 역은 화물역으로 기능이 축소되고 승객을 취급하는 역은 더 외곽으로 이설되었다.
이는 군산선 통근열차의 숨통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존선 주행 KTX와 더불어, 철도에서 '우회'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2007년이면 구미· 김천 경유 우회 주행 KTX도 생긴 때니까 말이다.

꽤 옛날, 바로타 사이트가 있던 철도청 시절에는(2003~2004?) 장항선 무궁화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노량진 역에 정차를 했었다. 영등포에 이어 노량진까지..! 마치 그 시절에 새마을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대구 역과 신탄진 역에 정차를 했던 게 생각난다.
그때는 노량진 역의 한쪽에 있는 일반열차 승강장이 제 구실을 하던 시절이었으나, 2005년 1월 20일, 코레일이 갓 출범하던 무렵에 이 역의 일반열차 취급을 완전히 중단해 버리면서 그 승강장은 잉여물로 버려지게 되었다. 역사 깊은 역이고 일반열차용 저상홈까지 잘 갖추고 있다 보니 지금은 누리로라도 노량진에 정차하면 어떨까 싶지만.. 노량진은 인근의 정차역인 영등포와 용산하고 너무 가깝다..

현재 천안 역은 경부선을 주행하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쪽 파트와, 장항선 열차와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쪽 파트로 딱 갈라져 있다. 그런데 천안을 포함해 장항선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를 모두 취급하는 역들은, 일반열차 이용객과 전철 이용객의 동선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시설이 경부선의 기존역들과는 달리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다같이 그냥 한데 들어가서 한 승강장을 이용하니 원... (일반열차를 상대로도 개집표 게이트를 설치하려던 때는 언제고.. 지금은 입장권을 구입할 필요조차도 없어져 있다.)

승객 분리를 제일 확실히 할 수 있는 곳은 아예 선로별 복복선 형태인 영등포나 용산 같은 서울 시내의 역들이겠지만, 다른 역들은 선로가 그만치 대인배이지 못하니까. ㅎㅎ
좌우로 부지가 넓지 못하면서 방향별 복복선 선로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객을 서로 분리해야 하는 역은, 보통 앞쪽과 뒤쪽에 고상홈과 저상홈을 따로 만든다. 경부선 안양, 중앙선 덕소 역처럼. 하지만 장항선 전철역들은 그렇게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장항선에서 중요한 것. 온양온천 역은 전동차 승강장이 내선에 있고 일반열차 승강장이 외선에 있어서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를 하고 있다. 일반열차라든가 경인선 급행처럼 더 빠른 열차가 내선을 달린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깨는 구조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때 장항선 전철은 신창이 아닌 온양온천 시종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장항선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는 전동차가 평면교차 없이 내선에서 회차를 할 수 있게 나름 머리를 쓴 것이다.
과거(2003년 이전) 수원 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일반열차는 외선으로 꺾느라 약간 굴곡이 생기긴 하지만, 어차피 이 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중요한 역이기 때문에 성능면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산 역도 KTX와의 환승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들이 100% 정차하는 역이지만, 중간 회차나 시종착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역이기 때문에 이 역은 기존 관행대로 내선이 일반열차, 외선이 전동차이다. 울타리 하나 없이 한 승강장에서 전동차와 일반열차를 모두 탈 수 있는 모습.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전광판에는 각각 새마을 & 무궁화, 그리고 청량리라고 쓰여 있다. 온양온천 역은 배치가 아산 역과는 정반대라는 뜻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도 건설이라는 것도 노하우가 쌓이면서 은근히 발전한다.
2기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1기 지하철과의 자비심 없는 환승 거리가 문제되자, 2기 지하철은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까지 염두에 두고 건설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여의도 역 같은 명품 환승역이 탄생할 수 있었다.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2폼 3선 승강장이 능률이 좋다는 게 입증되면서, 이건 지방 지하철에까지 시종착역의 관례 형태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내선 전동차, 외선 일반열차' 형태도 이런 노하우가 반영된 건설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 장항선의 특징에 대해 요점만 설명했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아, 나 혼자 흥분한 듯.. ㅜㅜㅜ
철도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데 이건 글 주제에 벗어나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글에서 차츰 다뤄야겠다.
본인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철덕이 되어 버렸다고 커밍아웃 하는 독자가 나온다면, 본인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8 07:44 2011/01/0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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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전철 백과 사전

우리나라 수도권에 지하철 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전철 노선은 아래와 같은 10개가 있다.
광역전철은 색깔별 노선이 뚜렷한 지하철에 비해서 존재감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어 오지 못한 것 같다. (유아독존이던 분당선은 예외)

1. 경인선
- 성격: 클래식. 이미 있던 철도를 복선전철화해서 광역전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구로-인천 1974)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바다 앞에서 끝나는 짧은 노선이기 때문에 전철이 일반열차를 전구간 완전히 대체했다. 일부 부정기 무궁화호가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2복선을 일단 전동차가 완급 결합 운행으로 제각기 따로 사용한다. (전국 유일)
- 운행 계통: 서울역-청량리를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하여,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완전히 편입했다. 행선지는 인천/동인천(급행) 단일.
- 비고: 출퇴근 시간이면 2복선으로도 수송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난리인 혼잡 노선.

2. 경부선
- 성격: 클래식. (구로-수원 1974, 병점 2003, 천안 2005, 신창 2008)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를 넘고 호남· 전라· 장항선이 경부선에서 분기하기 때문에, 전구간이 광역전철로 바뀔 수도 없고 일반열차도 없어지 않는다. 일반열차와 전동차가 2복선 선로를 하나씩 사용한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한다. 워낙 거리가 길다 보니 행선지는 병점, 천안, 신창, 광명 등 여러 계통이 존재한다. 병점보다 더 남쪽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열차는 청량리 이북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 비고: 일반열차도 워낙 미치도록 많이 지나는 곳이다 보니 전철 공급이 부족하다. 경인선과 더불어 상시 급행이 다니고는 있으나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고작 1시간에 1대 꼴이다.

3. 중앙선
- 성격: 클래식. (회기-덕소 2005, 용문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경부선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장거리이기 때문에 간선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겨우 복선이기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많이 다닐 수 없다.
- 운행 계통: 덕소 행과 용문 행이 번갈아가며 다닌다. 앞으로 경의선과의 직결이 점쳐지고 있다. 요즘 전철 노선도를 보면 중앙-경의-경춘선이 동일한 옥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 비고: 중앙선은 경부선이 한 3~40년에 겪었던 발전을 이제야 겪으면서 봄이 찾아오고 있다. 물론 중앙선의 중요도가 대도시만 골라서 지나는 경부선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최소한 전구간 복선 전철화는 좀 돼야지?

4. 경원선
- 성격: 클래식. (청량리-성북 1974, 의정부 1986, 소요산 200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남북 분단 때문에 노선 길이가 길지 않으며 거의 모든 구간에 전동차만 다닌다. 그런데 북쪽 말단의 소수 구간은 또 CDC 같은 특수한 통근형 일반열차가 다니고 있어서 매우 독특하며, 이 점에서는 아래의 경의선도 마찬가지이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성북, 의정부, 동두천, 소요산 행이 존재한다. 경원선에서 출발한 전동차는 수원이 아닌 인천 방면으로만 간다.

5. 경의선
- 성격: 클래식. (서울-DMC-문산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원선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영향을 받았다. 평양, 서울, 부산이 한데 연결되었다면 경의선은 2복선으로도 모자랄 국가 간선 철도가 됐을 텐데.
- 운행 계통: 경원선과는 달리 경의선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의 기지 입출고 트래픽 때문에 수십 년 동안이나 광역전철화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대부분의 전동차는 DMC까지만 운행하고, 서울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는 기묘한 운행 계통을 물려받았다. 경원선이 먼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손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 경의선은 앞으로 경유지를 용산으로 옮겨서 중앙선 쪽으로 직결이 시도되고 있다.

※ 서울 역은 지하철 1· 4호선을 타는 곳뿐만이 아니라 경의선 전철을 타는 곳, 그리고 서울-천안 급행을 타는 곳이 다 제각기 다른 승강장이다. 흥미롭다. 결국 서울 역 플랫폼의 최동단 아니면 최서단 위치이다.

6. 경춘선
- 성격: 클래식 (상봉-춘천 201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춘선 전철은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기관차형 무궁화호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서 다른 클래식 광역전철과는 사뭇 다른 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반열차나 마찬가지인 좌석형 특급 열차가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답변은 X라기보다는 세모에 더 가깝다.
- 운행 계통: 기존 중앙선 광역전철에서 분기하여 독립 운행한다. 평면 교차 지장과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경춘선 열차가 중앙선과 직결하지 못하고 서울 시내로부터 더욱 외곽에서 착발하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 시설의 특이점: 경인선처럼 짧지도 않고, 경부· 중앙선처럼 길지도 않고, 경의· 경원선 같은 특색도 없고 신설 전철도 아니던 독특한 철도가 드디어 가장 늦게 광역전철로 거듭났다.

7. 분당선
- 성격: 지하 신설 (수서-오리 1994, 수서-선릉 2003, 오리-보정 2004 등...)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선릉-죽전/보정 독립 운행. 분당선은 클래식한 철도가 전혀 없는 서울 동남부에 홀로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보니 위상이 굉장히 특이하다. 직결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직결 운행하는 광역전철도 아직 없으며, 죽전 이남을 제외하면 전구간 지하이고 번호가 아닌 별도의 노선명에다가 노란색이라는 분명한 색깔까지 갖고 있다 보니 광역전철이라기보다는 별도의 지하철 노선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 시설의 특이점: 굳이 힘들게 지하화할 필요 없이 안산선처럼 지상으로 건설할 수도 있었지만, 인근의 서울 공항의 보안을 위해 지하로 건설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승강장이 10량 기준으로 건설되었으나 10량 편성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 비고: 분당선은 남북으로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앞으로 북쪽 서울로는 왕십리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수원과 만나서 분당선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일반열차를 안 굴리기엔 아까운 노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분당선의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다 보면 지금과 같은 분당선만의 고립성과 노란 개성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8. 과천선
- 성격: 지하 신설 (사당-금정 1993)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과 직결한다. 사당 행보다 열차가 뜸하다.
- 시설의 특이점: 분당선하고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VVVF 전동차, 콘크리트 노반이 첫 도입되고 지하 구간의 교류 전기 시설이 첫 시도되던 때였다. 이때가 기술 발전의 과도기였기 때문에 열차의 구동음도 크고 주행 소음도 커서 전철이 시끄럽다고 욕 많이 얻어먹던 시절이었다. 과천선과 4호선의 연결을 위해 절연 구간도 모자라서 아예 통행 방향까지 바뀌는 남태령-선바위 꽈배기굴까지 생긴 사례는 유명하다.

9. 안산선
- 성격: 지상 신설. 안산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원래 경부선의 지선 성격으로 계획되었다. (금정-안산 1988, 안산-오이도 200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의 과천선과 직결한다. 안산 행과 오이도 행이 나뉘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도시 개발과 동시에 전철을 굳이 비싼 지하가 아닌 지상 고가 형태로 잘 건설한 사례이다. 안산선과 과천선이 연결되면서 4호선은 서로 다른 시기에 건설된 광역전철 둘을 연달아 직결하는 유일한 노선이 되었다. 한대앞 역부터는 수인선과 노선을 공유한다.

10. 일산선
- 성격: 지하 신설 (지축-대화 199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3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전동차는 대화까지 일산선을 다니는 열차와 그렇지 않은 열차 반반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서울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을 따르는 유일한 광역전철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지하철까지 광역전철을 따라 좌측통행인 반면(그래도 전기는 직류), 3호선은 반대로 광역전철이, 먼저 건설된 지하철의 스펙을 따라 주고 있다는 뜻이다. 남태령-선바위 병크를 경험한 정부 당국이 일산선을 건설하던 당시에 미리 시정을 명령한 덕분에, 꽈배기굴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 비고: 일산선은 중간 구간에 지상-지하 짬뽕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경의선과 비슷한 선형을 갖추고 있으나, 원당-삼송 쪽 굴곡 때문에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일산선은 서울 2기 지하철 계획과는 관계없이 건설되었다. 오히려 2기 지하철들과 같은 타이밍 때 연장된 구간은 분당선과의 연장을 위해 건설된 양재-수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3 08:36 2011/0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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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 시승기

1. 들어가는 말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가 끝났다.
수련의 결과가 어떤 그레이드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_-, 어쨌든 리포트까지 다 제출하고 드디어 방학이 시작됐다.
그리고 종강과 성탄 연휴 기념으로, 올해도 작년과 동일한 지인하고 같이 철도 여행을 떠났다.
첫 코스는 경춘선. 수도권 전철로 개통한 경춘선이 첫 주말을 맞이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에 앞서
경춘선에 대한 미주알고주알 역사적 배경 설명을 다 늘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다. (그래서 여행 카테고리로 넣으려던 글이 결국 철도 분석글이 되어 버렸다. ㄲㄲㄲ)

경부선 개통 1905년 -> 수도권 전철화(당시는 수원까지만) 1974년.
경춘선 개통 1939년 -> 수도권 전철화 2010년.
우연의 일치일까? 둘 사이에는 거의 똑같이 70년간의 간격이 있었다.
서울-춘천은 85~90km대로, 서울에서 평택 내지 천안까지의 거리와 얼추 비슷하다.

경춘선의 수도권 전철화가 갖는 큰 의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서울을 경유하는 “기존” 국철들 중에서 가장 늦게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005년의 중앙선을 시작으로 회송 열차 트래픽 때문에 금기의 벽에 머물러 있던 경의선이 2009년에 수도권 전철로 바뀐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둘째, 경춘선은 일반열차가 여전히 다닐 필요가 있는 장거리 간선인 경부선이나 중앙선 같은 노선이 아니다. 또한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최북단에 여전히 비전철 구간을 남겨 놓아야 하는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노선도 아니다. 전구간이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경인선과 비슷한데,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번듯한 무궁화호급 열차를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경춘선의 변신은 특이하다.

셋째, 수도권 전철이 충청남도(경부· 장항선으로 가는 1호선 천안· 신창 노선)뿐만이 아니라 드디어 강원도에까지 손길을 뻗치게 됐다는 점!
무려 천안과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했다면, 중앙선도 좀 더 욕심을 내서 양평에 이어 원주까지 전철이 다니게 되면 어떨까 싶다.
이런 특성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일명 ‘광역전철 총정리’라고 체계적으로 글을 다시 쓸 작정이다.

2. 경춘선의 역사

경춘선은 통근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좀 운행 시간이 길고--그렇잖아도 선형이 안 좋고 열차 주행 속도도 느린데!--,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아까운 규모였다. 새마을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이 장항선이라면, 무궁화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은 경춘선.

그래서 2000년대 초까지 경춘선에는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섞여서 운행되었다. 편도 배차 간격은 40분~1시간꼴로, 단선에서는 이게 거의 한계에 가까운 배차였고 이런 열악한 사정은 역시 단선이던 장항선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는 10분 이상씩 지연은 예사였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본인이 2004년 초에 마지막으로 경춘선 통일호를 타면서 남긴 사진이다. 통일호는 인테리어가 이렇게 생긴 열차였다. 좌석을 더 기울일 수 없고, 문도 자동문이 아니고, 화장실 오물은 정화조에 담기는 게 아니라 바로 밖으로 배출되었으며, 아마 차륜에다 체인을 감아서 발전기를 돌렸을 희대의 노후화 객차.1)
그래도 미치도록 싼 운임이 메리트였다. 경춘선에서 그 당시의 통일호 운임과 지금의 전철 운임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텐데 말이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동시에 구형 통일호 객차는 모두 퇴역하였으며, 경춘선의 모든 열차는 무궁화호로 승격되었다. 이는 당장 경춘선 이용객의 금전적 부담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당시엔 반발이 거세었다.
경춘선뿐만이 아니라 다른 간선에서도 간간히 운행하던 통일호 역시 모두 폐지되었고, 여기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부전 완행 통일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2004년 12월, 철도청의 공사화를 앞두고 웬일로 경춘선 신남 역이 김유정 역으로 개명. 공항 이름에도 인명이 붙은 사례가 없는 대한민국에서,2) 철도역에 사상 처음으로 인명이 등재되었다.3) 본인, 그 당시는 전철역 노선도를 암기하다가 상록수(안산선!)를 다시 읽던 터라, 철도가 나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더욱 키워 주는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던 중이었다.

2005년 10월, 경춘선 복선 전철 공사 때문에 춘천 역이 완전히 폐쇄되고 경춘선은 약 5년간 종착역이 남춘천 역이 되었다. 그런데 춘천 역 자체가 시내와의 접근성이 꽤 떨어지고 인근에 군부대까지 있어서, 폐쇄의 여파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2010년 12월이 돼서야 경춘선은 복선 전철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이로써 성북 역은 과거에 용산-덕소 중앙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원선 경유 용산 행 전동차 노선을 빼앗겼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춘선 무궁화호 노선도 빼앗겼다. 그래서 순수하게 수도권 전철 1호선만 취급하는 역으로 역할이 줄어들게 됐다.
육군 사관학교와 가장 가까운 역인 경춘선 화랑대 역도 역사 속으로 빠이빠이. 하지만 역 건물 자체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고 함.

3. 리모델링된 경춘선의 특징

경춘선 전철의 운행 계통은 상봉-춘천으로, 중앙선 상봉 역에서 출발하여 인근의 망우 역에서부터 분기한다. 예전에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상봉-망우의 위상은 마치 경의선 DMC-수색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노선의 실질적인 시작 지점은 후자이지만, 기존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가까운 전자에 역을 또 만든 것이다. DMC는 6호선, 상봉은 7호선.

편리한 기존 청량리나 성북 역에서 경춘선을 이용하지 못하고 중랑구의 듣보잡 역까지 가야 하는 게 불편해진 점이긴 하나, 강남으로 통하는 7호선이 중앙과 경춘이라는 무려 두 개의 국철 노선과 환승역으로 연결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아울러, 마치 7호선이 경인선과 만나러 천왕을 넘어 온수까지 연장되었던 것처럼, 6호선도 질세라 경춘선을 만나러 봉화산을 넘어 더욱 연장되는 수순을 밟는 중이다.

한 승강장에서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타는 건 없다. 이미 상봉에서부터 중앙선과 경춘선 승강장은 갈라져 있고 둘은 별도의 선로에서 따로 다닌다. 망우 역은 부지가 대단히 넓은데, 두 노선 승강장 사이의 거리는 망우에서는 더욱 벌어진다. 입체교차 설비가 없고 만들 공간도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편리한 환승 구조라든가 용산-경춘선 직결 운행이 “지금은 곤란하다.” 수준이다. 금정과 구로, 천안 역 주변의 매우 크고 아름다운 입체교차 고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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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역에서 인근의 망우 역을 훤히 볼 수 있다. 중앙선과 경춘선은 애초에 상봉에서 부터 이미 별개의 선로로 운행을 시작한다.

경춘선의 노선은 중앙선에서 뻗어가는 선형인 만큼 경의· 중앙선과 동일한 옥색으로 지정되어 있다. 같은 색의 두 노선이 Y자로 분기하여 오른쪽으로 분기하는 형태이다 보니, 바로 아래에 자주색으로 동일한 토폴로지로 그려져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중에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직결 운행을 시작하고 경춘선까지 직결이 시행되고 거기에다 분당선이 왕십리 역까지 올라온다면...?? 이렇게 연결된 광역전철의 네트워크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 경의· 중앙선을 다니는 여타 코레일 전동차들이 그냥 은색 깡통에 자석(red & blue) 모양의 띠 도색인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웬일로 독창적인 흰 바탕에 파란 띠 도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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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경춘선이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경춘선은 이래뵈어도 서울-평택, 서울-천안에 비견될 정도로 길며, 용문까지 연장된 중앙선의 수도권 전철 구간보다도 더 길다. 그래서 주말에도 상· 하행 공히 상시 급행이 운행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좌석형 특급 열차의 투입도 계획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상행만 제한적으로 급행을 운행하는 여타 신흥(?) 노선들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2복선 선로에서 10분 간격으로 급행을 운행해 주는 '미친' 경인선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뜻이다. ^^;;
또한 경춘선은 그 길이에 '비해서'는 아직 역 수가 적은 편이고 완행도 역간 주행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아 두자.

경춘선 전동차의 배차 간격은 중앙선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길어서 N/H 기준 15~20분에 한 대꼴이다. 급행은 1시간에 한 대이므로 경부선 천안 급행과 비슷한 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주말에 평일보다 열차 운행이 뜸해지는 여타 전철과는 달리, 경춘선만은 일반열차들처럼 주말에 예외적으로 집중 증차를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일행이 간 토요일 낮에는 미칠 듯한 인파 때문에 고생 제대로 했으며, 춘천에서는 먼 거리를 반드시 앉아서 가려고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중간역에서는 승하차 인원이 미미했으며 거의 다 남춘천 아니면 춘천에서 내렸다. 이것이 개통 첫 주만의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가감속력 좋은 전동차가 꼬불꼬불한 단선이 아니라 매끈한 복선으로 달리니, 예전보다 정차를 더 하고도 시간은 훨씬 더 단축되는 건 당연한 이치. 덜컹거림이 없는 장대 레일의 승차감도 정말 좋았고, 게다가 운임이 더 싸진 건 덤이다. 전철은 여러 모로 남양주와 춘천 사는 사람들에게 호재임이 틀림없다.
경의· 중앙선 전동차는 LCD 모니터가 출입문 쪽에 붙어 있는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모니터가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처럼 천장에 달려 있다. 경춘선도 8량인 건 동일하나,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건설됐던 걸로 기억한다.

4. 역 이모저모

강 따라 평지를 꼬불꼬불 다니기만 하던 경춘선도 이제 고가와 터널이 굉장히 많아졌다.
역은 기존역 근처에 전철 승강장(=고상홈)이 새로 건설된 것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설된 것도 있다. 예전에는 없는 부역명이 뭐가 이리도 덕지덕지 붙은 역이 많다. 우리가 달리는 고가 밑으로 가끔씩 구 경춘선이 꼬불꼬불 지나가는 걸 보기도 했다. 마치 KTX로 대구-대전 구간을 타면서 밑으로 구 경부선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평내호평: 경춘선이 이렇게 전철로 정식 개통하기 한참 전인 무려 2006년부터 신선 구간 중에는 가장 먼저 개통해서 무궁화호로 영업을 미리 시작했다. 이때가 장항선도 한창 리모델링되던 시절이었는데, 아직 복선 전철화는 안 하고 복선 노반만 만들어 둔 모양이다.

강촌: 경춘선에서 가장 상징성이 큰 역으로 가평과 더불어 젊은 시절 MT 코스의 추억이 깃든 곳이나.. 이 역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설되었다. 그런데 이설된 곳은 산과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 그래서 강촌이 아니라 산촌이 됐다.

김유정: 역명판이 코레일체가 아닌 궁서체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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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드디어 유리궁전으로 변신. 그런데 역 주변은 닭갈비집 몇 곳 말고는 정말로 황량하고 갈 데가 없다. 차라리 시내로 가려면 남춘천 역이 더 나을 듯. 역 주변엔 전철 개통 기념으로 세워진 듯한 이런 조형물이 있었다. 아 그리고 강원도 홍보 테마 누리로 열차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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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과거에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를 보면, 편성이 기관차+객차 각각 하나씩인데, 발전차가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_- 당연히 이런 자체 발전은 전력 생산량이 크게 부족하며 냉방기 같은 건 돌리지도 못한다.

2) 그 반면 외국은 드골 공항, 케네디 공항 등..;;

3) 참고로 진해선의 신창원 역은 인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____________^

Posted by 사무엘

2010/12/26 14:12 2010/12/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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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형 동차 DEC, EEC 쌍둥이

요즘 철도계엔 계속해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12월부터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하루 1차례 시범 운행을 시작한 데(6년 만의 부활. 서울-부산 2시간 8분. 그것도 최신형 산천 차량으로!) 이어, 지난 15일엔 마산으로 가는 경전선 KTX가 등장했다. 게다가 KTX 2차 개통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새마을호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청량리-안동의 중앙선 노선에 새마을호가 4년 만에 부활했다!
사실 지금 중앙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복선 전철화와 선형 개량이 진행되면서, 30여 년 전에 경부선이 그랬던 것처럼 전동차가 운행되고 운행 시간이 단축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또 옛날 철도 얘기를 좀 하겠다.
여러분은 옛~날 사진이나 그림책에서 이렇게 생긴 철도 차량을 본 기억이 있는가? 이건 물론 한국에서 현역으로 운행된 적이 있으며, 본인이 철덕으로 빠져들기 훨씬 더 전에 이미 은퇴하여 자취를 감춘 열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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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은 뭔가 선박 같은 느낌이 든다. 운전석 창문이 마치 2층이나 되는 듯이 좀 높다.
비슷한 디자인으로는 비행기 중에서 보잉 747 같은 기종이 있다. 이건 크기도 크거니와, 화물기 개조를 염두에 두고 전면부 뚜껑을 화물 적재를 위해 완전히 개방할 수 있게 하려고 조종석이 2층으로 올라간 형태로 설계되었다.
이렇듯, DEC, EEC의 모습을 보니까 선박 생각도 나고 비행기 생각도 난다. 일본의 신칸센 역시 앞부분의 디자인이 초창기인 0계부터 비행기(단, 여객기가 아닌 전투기-_-) 컨셉이었으니 나름 설득력 있는 추론인 듯하다. 어쨌든...

EC로 끝나는 이 두 종류의 차량은 비슷하게 1979~80년 사이에 도입되었다가 2001년 초에 모두 은퇴하였으나, 기관차-객차 일색이던 20세기 당시의 우리나라 철도계에서 아주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신선한 차량이었다. 그때는 기관차가 아닌 동차 자체가 동력원을 불문하고 상당한 레어템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핵심 기술인 엔진이나 전동기는 수입이지만 어쨌든 이들 차량의 생산 주역은 대우 중공업이었다.

DEC와 EEC 모두 앞부분은 비슷하게 저렇게 생겼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동력원으로, D는 기름으로 달리고 E는 전기로 달린다. 위의 사진은 EEC이다. EEC는 앞부분 끝에 운전석이 차지하는 공간이 마치 지하철 차량만큼이나 아주 작은 반면, DEC는 엔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지금의 새마을호 디젤 동차 정도의 길이는 된다. 즉, 동력차 안에 딸린 공간은 DEC가 EEC보다 더 작다는 뜻. 이뿐만이 아니라 열차 한 편성의 차량 수(=수송력)도 10량 편성 EEC가 5량 고정 편성인 DEC를 훨씬 더 능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청이 EEC와 함께 DEC를 도입한 것은 일단 그때에는 한국 철도에 비전철화 구간이 월등히 더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철화 여부를 넘어서 도입 목적 자체가 둘이 근본적으로 서로 달랐다. DEC는 새마을호 등급을 염두에 두고 역시 경부선, 전라선, 장항선 등에서 활약한 반면, EEC는 태백· 영동선 같은 전철화 구간에서 기존 전기 기관차의 느린 속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활약하던 지금의 8000호대 전기 기관차는 견인력이 무식하게 세서 화물용으로는 좋지만, 시속 80 남짓밖에 못 내는 느림보여서 속도를 중요시해야 하는 여객용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차 이름을 구성하는 영어 이니셜에서, 첫째 글자는 상술했듯이 이 차량의 동력원을 의미하고, 다음으로 둘째 글자 E는 우등(excellent)을 의미한다. 물론 30년 전의 관점에서 우등이었을 뿐이지, 화장실이 비산식이고(오물이 선로 밖으로 그대로 배출..;;) 편의 시설은 지금의 누리로 비해서도 훨씬 더 열악한 건 여전했다.

한국 철도의 역사를 좀 아는 분이라면, 무궁화호와 통일호라는 명칭은 새마을호보다 나중에 등장했다는 걸 알 것이다. 새마을호라는 명칭은 ‘관광호’의 후속 명칭으로 1974년부터, 즉 EEC· DEC의 도입 이전부터 이미 있었기 때문에 훗날 DEC는 곧바로 새마을호라는 등급으로 운행되었다. 하지만 무궁화호· 통일호라는 명칭은 EEC가 도입된 뒤인 1984년부터 쓰였다. 그 전에 오늘날의 ‘무궁화호’에 해당하는 열차는 그냥 ‘우등 열차’였고 EEC의 도입 계급도 이 계급이었다. 둘째 글자 E가 이런 의미였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

요컨대 오늘날 가장 만만한 최하위 등급이 된 무궁화호가 원래는 우등이었고, 새마을호는 넘사벽 귀족 특급이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DEC는 외형은 좀 비슷해도 기술적으로는 EEC보다 한 수 아래였음에도 불구하고, EEC보다 더 고급 열차로 기획되었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물론 이들은 다 세월이 흐르면서 비슷하게 무궁화호와 통일호로 강등을 거친 후 퇴역했지만 말이다.

DEC는 그냥 기름으로 달리는 열차가 아니었다. 유압 변속기를 이용하여 순수하게 디젤 엔진의 동력으로만 달리는 지금의 새마을호와는 달리, DEC는 디젤 동차이면서도 디젤 엔진으로는 전기를 생산하여 전기의 힘으로 달렸다. 기관차야 요즘의 특대형 기관차들은 다 디젤-전기 기관차이지만 동차 중에 디젤-전기 방식이 존재했던 것은 한국 철도 역사상 DEC가 유일했다.
그래서 기름으로 달리는 주제에 회생 제동 같은 전동차의 특징도 일부 갖고 있었다. 디젤 엔진은 동력 집중식으로 있고, 전동기는 동력 분산식으로 달린 아주 특이한 형태였다. 흠좀무..;; 새마을호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등장한 NDC, CDC 같은 디젤 동차들은 디젤-전기 방식이 아니다.

이제 와서 뒤늦게 -EC 차량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니, 마치 모아(moa)라든가 여행비둘기처럼 멸종해 버린 옛날 동물을 책으로 대하는 것 같은 애환이 느껴진다.
DEC의 명목상 후손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라는 두 계열로 나뉜다. 먼저 그 이름도 유명한 새마을호 디젤 동차이다. 유압 변속기가 특징이라고 하여 DHC라고도 불린다. DHC는 1987년에 6량 편성이 첫 선을 보인 후 8량으로 확장되었고 대우뿐만 아니라 현대와 한진 중공업에서도 1994년까지 생산했다. 이들 동차는 동력차와 객차가 거의 일심동체이고 자기네만의 인터페이스가 있기 때문에... 객차가 기관차형 새마을호의 그것과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둘은 규격이나 좌석이나 인테리어 같은 외형은 서로 거의 동일한데도 말이다.

과거의 새마을호 객차 중에는 훗날 무궁화호로 강등되어 ‘유선형 무궁화호’가 된 놈이 있긴 했지만, 지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새마을호들은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좋아서 하위 열차로 강등될 수가 없다. 강등은커녕 그대로 놔두기만 해도 KTX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게 되니 이거 원...;; 요즘은 전철이 대세여서 기름으로 달리는 차 자체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새마을호는 앞으로 수 년 내에 내구연한이 끝나면 바로 폐차될 것이다.

DEC를 2~4량 짤막한 무궁화호 등급으로 계승한 열차는 두말 할 나위 없이 NDC이다. 1984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생산한 열차이지만 현역으로 있으면서 고장이 굉장히 잦았다고 하며, 2006년부터 은퇴와 폐차가 시작되어 2010년 초엔 한국 철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NDC를 뒤를 잇는 한국의 마지막 디젤 동차는 바로 1996~1997년에 도입된 CDC인데, CDC 역시 경의선과 경원선에서는 전철에 밀려 입지가 매우 좁아졌고 여타 지방에서는 2008년부터 개조 무궁화호 RDC로 승격되어 운행 중이다. NDC, CDC들은 모두 동력 분산식이다.

여기까지가 DEC 설명이다.
EEC와 DEC 모두 레어템임에도 불구하고 철도 동호계에서는 EEC의 가치와 희소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20세기에 수도권 지하철 내지 광역철도가 아니면서 장거리 간선에 동력 분산식 전기 동차가 운행된 유일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1960년대에 운행한 신칸센부터가 동력 분산식 전기 동차이고, 장거리 간선에도 지하철 같은 고상홈 전동차가 일상화되어 있었는데도...

2001년에 철도청이 DEC와 EEC의 운행을 중단하고 두 차량을 모두 폐차 처분하기로 결정했을 때, 다음 카페 철도 동호회 회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DEC는 몰라도 EEC는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최소한 한 량 정도는 철도 박물관에 보존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를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건의가 받아들여져서 철도 박물관에 EEC 선두차 하나가 보존된 것이다.

EEC의 그 독특한 구조를 계승한 열차는 한국에 한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2006년에 도입된 공항 철도 직통 열차가 장거리 간선형(롱시트처럼 단거리 지하철 형태가 아닌) 객실을 갖춘 동력 분산식 전동차의 첫 사례이며, 지금은 2009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누리로 열차가 한국에 EEC스러운 열차로 활약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객은 동차가 대세가 되고, 기관차는 화물 위주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다.

21세기부터, 혹은 KTX 개통이나 코레일 출범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철도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철도는 복선 전철과 장대 레일, 고가 입체 교차는 필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기름으로 달리는 열차가 도입된 게 90년대 중후반의 CDC이고, 마지막으로 단선 철도가 건설된 건 경전선 정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관차형 무궁화호 객차가 도입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거기까지가 끝이고 그 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를 목격하고 있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1 15:29 2010/12/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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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잡설 컬렉션

※ 마곡과 마곡나루 역

1996년 3월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개통한 지 무려 12년 만인 2008년 6월에, 미개통 무정차 통과역으로 줄곧 남아 있던 마곡 역이 문을 열었다. 이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은 병특 중이던 시절, 아직 개통 전이던 마곡 역의 버려진 모습과 심지어 불 꺼진 어두컴컴한 승강장의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 위대한 기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ㄲㄲㄲㄲㄲ
하지만 마곡 역 일대가 워낙 허허벌판인지라 이 역은 개통하고도 승객 이용 실적이 굉장히 저조한 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거기에다 지금은, 동일하게 강서구를 지나는 9호선의 마곡나루 역이 과거 마곡 역의 안습한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중. 미래를 기약하고서 역을 건설은 했지만 당분간 미개통 무정차 통과인 역이다. 마곡 역은 그래도 공항로라는 대로변에라도 있지, 마곡나루는 그것도 아니다. 훗날 마곡 지구가 개발되고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역이라고는 하나, 환승은 계단 없이 3초 환승이 되는 김포공항 역에서 하면 되지 굳이 마곡나루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로써 서울 지하철에서 '나루'로 끝나는 역은 광나루(5), 여의나루(2), 최근에 개명된 잠실나루(2. 구 성내)에 이어 마곡나루가 추가되었다.
과거에 경인선 철길 일대가 전부 허허벌판이었다고 누가 말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그걸 결코 실감할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곡 역 일대는 2010년 현재까지도 '서울 시내'에서 논밭과 허허벌판을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대이다. 여기까지 마치 서울 강남처럼 빽빽한 건물로 뒤덮인다면?

일산선(대표적으로 원당-삼송)이나 안산선 일대도 그렇고 서울-성남 외곽(8호선 복정-산성 같은)도 몇 년 뒤면 다 개발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 준비된 환승역

준비된 바로타 환승: 금정이 최고의 환승역이다가 이제 김포공항 역까지 추가된다. 단, 9호선과 공항 철도끼리만 그렇고, 5호선은 아님.

준비된 십자형 환승: 두 노선이 같은 기간에 동시에 건설된 충무로, 군자, 천호 같은 역이 좋은 예이지만, 한 노선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나중 노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여의도도 최고의 대인배이다.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는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고려하여 여의도(5), 녹사평(6), 논현(7), 몽촌토성(8) 같은 역이 환승 대비를 하고 건설되었지만 여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역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다. 몽촌토성 역의 경우, 미지의 노선이 개통하면 바로 꽂으라고 노선 색깔띠를 꽂을 공간까지 미리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

억지로 만든 티가 노골적으로 나는 막장 환승: 노원, 신길, 신당 같은 역이 그 예이다. 가히 '환승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라' 수준.

※ 프로젝션 광고와 스크린도어

본인은 서울 도시철도 공사에서 개발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이랍시고 지하철 승강장에다 광고 프로젝션이 장착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시작했으며, 3년 남짓 뒤엔 그게 도로 철거되고 스크린도어가 대신 설치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끝냈다. 참 재미있는 시기였다.

왜 철거되었냐 하면 광고 동영상이 선로 쪽 벽 내지 기둥으로 프로젝션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쪽을 문으로 딱 가리는 스크린도어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이것도 어찌 보면 과거 코레일의 무인 개집표기 설치 -> 철거만큼이나 SMRT의 병크 아니면 최소한 흑역사인지도 모르겠다.

2006년이 절정이었다. 회사에서 퇴근한 후 맨날 7호선 강남 구간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본 CF로는 K-swiss, 그리고 그때 한전에서 이미지 광고로 히트 쳤던 <빛으로 만드는 세상>... 진짜 지겹도록 봤다. 그런데 이런 광고만 한 게 아니라 소주와 경마와 로또 광고도 어찌나 지독하게 많이 해 댔는지, 이거 공기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선로 쪽 벽이 아니어도 광고를 붙일 곳은 많다. 지금은 스크린도어에다가도 대문짝 만하게 광고를 붙이고, 또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 자체가 LED(청색을 표현할 수 없는)에서 올컬러 LCD 모니터로 교체되어 거기에다가도 쉴 새 없이 광고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2006년이면 2기 지하철 중 20세기에 개통한 5, 7(건대입구 이북), 8호선의 전광판에도 도착 열차 꼬마열차가 추가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것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 신도림-까치산 지선도 SMRT 관할?

까치산 역은 5호선(SMRT)과 2호선(서울 메트로) 지선과의 환승역이지만 100% SMRT 관할 구간이다. 마치 신도림 역이 인근의 영등포나 구로와는 달리 코레일 관할이 없고 100% SMRT 관할인 것과 비슷한 이치.
그래서 까치산 역은 2호선 열차를 타는 승강장도 2호선이 아닌 5호선 SMRT 스타일의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호선 열차가 진입하고 있는데 “항상 5678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멘트까지 덧붙이는 건 좀 심하지 않나? ㄲㄲㄲㄲ
그래도 5호선은 전동차 구동음이 우렁차고 아름다우니 용서된다.

※ 지하철 역 중에서 서로 연결된 곳

서로 다른 노선의 환승역이 아니라 동일 노선의 인접역이 순수하게 지하 통로(=상가들)로 연결된 곳은 어디가 있을까?
1호선 종각-종로3가가 대표적인 예이고, 2호선 을지로입구-을지로3가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상가가 원체 발달해 있는 7호선 고속터미널-반포 사이도 그렇잖아도 역간거리도 짧은데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1호선 동대문-동묘앞도 연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이 더 있으면(수도권 말고 지방 광역시 지하철도 포함) 알려 주기 바란다. 아, 대전 지하철도 대전역-중앙로는 거의 한 블록 거리인데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 경춘선과 서울 2기 지하철

이제 곧 있으면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한다. 벌써부터 지하철 노선도에는 경춘선 노선이 표기되고 있다.
2004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통일호가 사라지고, 2005년 본인의 병특 시절에 춘천 역이 폐쇄된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경춘선은 전철이 다니는 깔끔한 철도로 거듭나고 춘천 역도 다시 생긴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경춘선의 영향을 받아서 기존 지하철도 구간이 연장되거나 비환승역이 환승역으로 바뀌는 게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게 다 6~8호선이어서 SMRT 관할이다.
서울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전구간 개통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역이 생긴 사례가 없었으나, 2010년 이후가 돼서야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6호선 신내: 경춘선과의 환승을 위해, 차량 기지와 더욱 가까운 곳에 신설되는 역이다. 역의 지리적 위상은 5호선 강일(아직 완공되지는 않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7호선 상봉: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탈 수 있는 국철과의 환승역으로 바뀐다. 하지만 주변의 망우 역과 너무 가까워서 중앙선 전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개인적으로 우려된다.
8호선 별내: 6, 7호선보다는 아직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긴 하다. 8호선이 드디어 암사보다 더 북쪽으로 뻗어서 강을 건너고 중앙선과 경춘선을 수직으로 연결까지 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 일본 지하철엔 스크린도어가 없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이 수현 씨가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뒤 자신은 목숨을 잃었는데, 그로부터 8년도 더 뒤인 지난 11월엔 또 한국인 유학생 이 준 씨가 도쿄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했다. 덕분에 도쿄 소방서로부터 감사패 득템.

이분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안전 전문가일 뿐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공부도 교통 안전 분야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한다. 그 분야로 일본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 선로에 떨어졌을 때의 대피 요령과 전동차의 운행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은둔 철덕-_-이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는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철덕이 평소에 숙지한 FM대로 잘 행동한 덕분에 해외에서까지 국위를 선양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 역시 수 년 전엔 한 치의 막힘 없이 지하철 안에서 어느 중년의 캐나다 사람에게 서울 지하철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

철도 선진국인 일본도 지하철에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전역에 스크린도어가 완비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갑자기 뭔 바람이 들어서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스크린도어 설치 지시를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승객 안전보다도 당장 투신 자살 노이로제와 트라우마에 걸릴 것 같은 기관사들을 배려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0 08:53 2010/12/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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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에 대한 고찰

오늘날처럼 세상이 급변하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게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 역시 뭔가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적은 역사상 없었지 싶다. 그런데 성경에 따르면 그런 트렌드 자체도 그렇게 새삼스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아테네 사람들과 거기 있던 나그네들은 새로운 어떤 것을 말하고 듣는 것 외에는 자기들의 시간을 달리 쓰지 아니하였더라. (행 17:21)

성경 66권 각 책들이 모두 개성이 넘치는 책이긴 하지만, 본인은 사도행전이 문체와 표현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 성경은 사도행전에서, IT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이미 얼리어답터라는 집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맨날 뭔가 새로운 트렌드, 조금이라도 더 창의적인 개똥철학에 탐닉하는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것과 관련된 언어 현상을 먼저 좀 살펴보기로 하자.
new에 대응하는 한국어는 원래 ‘새롭다’라는 형용사인데, 신기하게도 ‘새’만 써도 관형사로서 ‘새롭다’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유명한 컴퓨터 개그가 있다.

“교수님, 새에 대해서 논문이라도 쓰시나 보죠?” (레 11:13-19 같은?)
“아니. 파일을 ‘새 이름으로’ 저장해야 한다는데, 이젠 더 생각나는 새 이름이 도저히 없어서 고민일세.”


영어권의 “Press any key...” / “any라는 키가 도대체 어디 있지?” 개그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식 컴퓨터 개그가 아닐 수 없다. 썰렁했다면 죄송. ㄲㄲㄲㄲㄲㄲㄲㄲㄲ

사실, GUI 환경에서는 각종 메시지 박스는 반드시 ‘확인’(OK) 버튼을 클릭해야 하고, 이 버튼은 Space나 엔터로만 인식이 되니까 Press any key 같은 메시지를 볼 일은 없어졌다. 명령창(command prompt; console) 환경에서나 볼 수 있다.
요즘 소프트웨어들은 새 이름 같은 악명 높은 오해(?)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새’ 대신 ‘다른 이름으로 저장’이라는 표현을 써 주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

하나 더, 본인은 한국어에서 ‘기존’이라는 표현이 오· 남용되고 있는 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거슬린다. ‘예전’, ‘종전’이라는 표현이 싹 다 저걸로 통합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이란, 현존(현재 존재)· 실존(실제로 존재)만큼이나 ‘이미 존재’라는 뜻일 뿐이다. “기존하는 아이템”처럼 활용도 가능하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것은 지우세요”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역전앞, 프린터기보다 더 말이 안 되는 표현이다.

‘기존’이라는 말을 제일 널리 퍼뜨리고, 또 잘못 퍼뜨리기도 한 곳이 IT계가 아닐까 하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맨날 업그레이드, 업데이트를 밥 먹듯이 하는 분야이다 보니 늘 예전 것과 비교를 하고 뭔가 새롭다는 걸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IT계가 아니어도 자동차계도 차 이름 앞에다 new를 붙이는 게 유행이었다. 뉴 엑셀, 뉴 소나타, 뉴 프린스, 뉴 그랜저... 그러고 보니 포니는 ‘뉴 포니’가 아니고 ‘포니 2’였는데, 나중엔 네이밍 방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new가 붙고 화려하게 세상에 드러난 그 이름들이 세월이 흐르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분야별로 살펴보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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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에 출시된 MS-DOS 5.0의 미국 현지 CF의 한 장면이다. “It's new!!” 출처는 유튜브.
1985년에 스티브 발머가 온갖 오버액션으로 윈도우 1.0 광고 개그를 펼치던 동영상만큼이나 웃기다.

1. NE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윈도우 운영체제는 90%가 넘는 점유율로 PC 환경을 완전히 평정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5~20년 가까이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윈도우 1.0부터 3.x까지의 16비트 시절에 쓰이던 자체 실행 파일의 이름은.. New Executable이었다! 32 내지 64비트 시대가 된 오늘날에 이 실행 파일 포맷이 새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Portable Executable이라는 다른 포맷이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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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DC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사진은 1984년에 도입되어 20년 남짓 국내에서 운행된 무궁화호 디젤 동차(기관차 견인형이 아니고)인데, 업계 종사자 내지 철도 동호인들이 부른 명칭은 NDC. 신형 디젤 동차(New Diesel Car)였다. 1984년에 철도청이 저런 CF를 찍던 당시에는 아주 새로운 차량이었으나,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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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폐차가 진행되어 지금 NDC는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못미 NDC.
출처: 류 기윤(현직 코레일 기관사 겸 철도 동호인) 님의 블로그

3. NIV, NASV, NRSV, NKJV 등등..;;
드디어 KJV 크리스천들에게 아주 친숙한 이름들이 나왔다.
new라는 이름이 유난히도 자주 눈에 띄는 분야는 다름 아닌 성경 역본이다.
물론 본인 같은 사람은 그런 것들을 변개된 old lie일 뿐이라고 폄하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과거 통근열차(CDC)를 무궁화호로 개조하여 2008년부터 NDC의 후속 차량으로 뛰고 있는 열차는 RDC라고 불리고 있는데, KJV 신자들이 싫어하는 RV, RSV의 R과 같은 의미의 이니셜이다. Revised와 New는 여러 분야에서 통용되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

이런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큰 교훈이 있다.
지금 당장은 새롭다고, 참신하다고 new라고 상업적으로 막 떠벌려진 것들도.. 세월이 흐르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게 태반이며, 결국 인간은 동일한 패턴의 쳇바퀴를 돌고 있을 뿐이라는 것. 성경의 그 유명한 말씀에 공감하게 된다.

이미 있던 것 즉 그것이 후에 있겠고 이미 행한 것을 후에 다시 행하리니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전혀 없도다. (전 1:9)

자칭 이종 예술가로 활동 중인 김 형태 씨의 칼럼을 읽어보면 글쓴이가 저런 면에서 상당한 통찰력이 있는 분임을 알 수 있다. 기타 다른 주제의 글에서 느껴지는 인본주의· 자유주의적인 견해가 성경의 사고방식에서 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옛날과 오늘날이라든가 옛 것과 새 것의 관계에 대해서는 영적으로 아주 잘 간파했다.

... 과거에 비해서 현재가 여러가지 의미로 더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문화, 예술, 철학은 오늘도 옛것을 계속 리메이크하면서 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누군가 저에게 반문했죠? 정말 이 시대보다 옛날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만 지식이 있으면 당연한 소리입니다. 아무 분야나 하나 잡아서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물어보세요. 20년, 30년 전, 40년 전, 50년 전에 비해서 지금이 더 좋은 시절이냐고. 음악, 패션, 건축, 디자인, 가구, 자동차, 경제구조, 세계 평화, 문학, 미술, 레크리에이션, 철학, 스포츠 등등 알고 보면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따끔하지만 유익한 고언, 충고, 조언이 많으니 칼럼을 진지하게 읽어보기 바란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주}가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는 길들 가운데 서서 보며 옛 행로들 곧 선한 길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그 길로 걸으라. 그리하면 너희가 너희 혼들을 위한 안식을 얻으리라. ... (렘 6:16)

굳이 이 구절과 비슷한 사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찾자면 온고지신인데...
이 말은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의 변화를 무조건 배척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수구꼴통이 돼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 극단으로 치우치면, 문명의 이기를 다 거부하고 생체 이식 칩과 신용카드가 666이라는 논리로 빠지게 된다.

말씀이 의도하는 바는, 언뜻 보기에 구시대적이고 수구꼴통(?) 같지만 결국 인간 세상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그 검증되고 안정화된 성경적인 길을 일단 존중하고 따라 걸으라는 뜻이다. 그런 것들이 괜히 아무 이유 없이 존재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 중에 진짜로 새로운 건 극히 드물다. 인생의 법칙은 불변이며, 결국은 하나 좋은 걸 만들었다면 이를 위해 다른 하나를 반드시 희생했다는 식으로 대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 분별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상업적인 광고는 그런 이면의 그림자를 소비자에게 절대로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행간의 의미를 읽는 게 인생의 지혜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능력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대해서도 분야별로 여러 case study를 제시할 수 있으나, 시간과 분량 관계상 거기까지는 생략하겠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인정하는 진짜 NEW란, 사람이 거듭나서 구원받은 후 바뀐 행적이고, 훗날 이 땅에 세워지는 새로운 왕국이며, 나중에 창조될 새 하늘과 새 땅이다.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로만 new가 아니라 저게 진짜로 객관적으로 new이다.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는 분이라면 역설적으로 성경이 제시하는 옛 길을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5 18:49 2010/12/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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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종 교통수단 분석 3

이건 뭐 비교문학도 아니고 비교운송학-_-인지.. 철도에 하나 필이 꽂히니 별별 뻘글이 다 써진다. ㄲㄲㄲㄲㄲ 이미 예전에 썼던 내용도 있지만, 다시 정리하자면..

※ 타는 곳

버스: 버스 터미널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 내지 승강장을 전통적인 평지가 아닌 지하에다 건설하고, 지상은 영화관이나 백화점 같은 종합 쇼핑 시설로 조성하는 것이 공간 활용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인기이다. 성남(분당) 버스 터미널이 좋은 예로, 버스들이 잔뜩 도열해 있는 마당(?)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길거리에서는 이 건물 안에 버스 터미널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요즘 터미널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이 없이 통합 형태로 만든다.

열차: 철도역. 철도는 없는 길을 새로 내는 형태로 건설된다는 특성상 평지뿐만이 아니라 지하나 심지어 지상 고가로도 많이 건설된다. 최소한 고속버스 전용 도로가 고가로 따로 건설되지는 않으니까.. 도시 계획을 잘 세우면 버스 터미널이나 철도역 모두, 번화가에 좋은 접근성이 보장되게 잘 건설될 수 있다.

비행기: 공항.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 항공기가 자가용 내지 택시로 널리 활용된다면야 높은 건물의 옥상에 간이 터미널이나 공항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고정익 항공기는 긴 활주로와 막대한 부지가 필요한 법(비행기의 커다란 날개가 차지하는 공간도 흠좀무섭..). 보안상의 이유로, 또 소음 문제로 인해 공항은 근본적으로 번화가에 들어설 수가 없으며 시가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외곽에 건설된다. 따라서 연계 교통수단이 자연스럽게 필요해진다.
물론 철길 주변에도 사람의 접근이 통제되고 높은 울타리나 접근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긴 하지만, 공항 주변에는 아예 철조망을 두른 담장과 무장 경찰/군인이 근무하고 있다.

배: 여객 터미널이 있는 항구에서 탄다. 위치는 무조건 강이나 바닷가에서만 ^^..;; 그래서 인천이나 부산 같은 역사가 긴 대도시의 철도역은 도심에서 딱 끊어진 게 아니라 더 길이 없는 바닷가 근처까지 이어졌다. 당연히 선박과의 연계를 위해서이다.

※ 운행 시간 제약

버스: 도로는 24시간 반영구적으로 통행 가능한 길이다 보니, 제약 같은 게 전혀 없다. 운임에 할증이 붙은 심야 우등이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다. 좌석도 큼직하고 편하고, 차내에 불이 완전히 꺼져 있으니 자기 좋고, 심야여서 별로 막히지도 않고... 자동차 엔진이 시끄럽기로서니 설마 비행기 만하겠는가?
고속버스 말고 수도권 광역 버스 중에도 수요가 많은 노선은 막차가 차고에 들어가기 전에 첫차가 운행을 시작하는 사실상 24시간 운행을 하는 게 있다.

열차: 철도는 매일 선로 보수와 정비를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선로만으로는 24시간 열차 운행을 할 수 없다.
열차의 주행 속도가 무척 느리던 과거에는 침대차가 있기도 했으며, 지금도 중앙선이나 영동선 같은 낙후한 노선에는 유명한 밤차가 하루 하나씩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 시설이 발전하고 열차의 운행 시간이 단축되면서, 장기적으로 밤차는 없어지는 추세이다. 그냥 새벽 1~2시 안으로 하루 운행을 마치고, 첫 운행을 새벽 4~5시에 일찍 하는 식. 밤에 근무하는 역무원· 승무원에 대한 인건비 절약 내지 에너지 절약(전차선 단전)을 위해서일 것이다.
열차는 전철화의 혜택을 입으면서 아주 조용해지는 추세이다.

비행기: 비행기는 소음 문제에 가장 민감한 교통수단이다. 공항은 그렇잖아도 외곽에 있는데 그마저도 시가지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못하면 통금(curfew)에 걸려서 밤 10시 이후에는 비행기를 띄우거나 내리지 못하게 된다. 국내에는 김포, 김해, 제주 같은 유명 공항이 이런 제약이 걸려 있으며, 인천과 청주 공항 정도나 24시간 운항되고 있다.

배: 통금 뭥미? 그거 먹는겅미? 우걱우걱..
다만, 대양을 넘나드는 장거리 여객 수송 역할은 비행기가 대체했기 때문에, 오늘날은 타이타닉 같은 수준의 대형 호화 여객선이 다니지는 않는다.

※ 티케팅

버스: 사기업인 여러 버스 회사들이 버스를 번갈아가며 굴리는 시스템이지만 승객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목적지와 시간대만 말하면 그때 출발하는 버스 승차권이 알아서 발권된다. 금호 고속이 걸리든 동양 고속이 걸리든 코오롱 고속이 걸리든..;; 단골 고객, 포인트, 마일리지 그딴 것도 없다.

열차: 철도역부터 시작해서 열차까지 모든 시설이 코레일 독점인 아주 특이한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혼자서 다 해 먹는 구조인 덕분에 승차권 발권은 SMS 티켓까지 등장할 정도로 편리해져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해 철도의 프런트 엔드는 코레일 담당이고 백 엔드는 철도 시설 공단 관할이긴 하지만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알게 뭐야.;;

비행기: 공항 안에서 자기가 타고자 하는 항공사 부스를 찾아가야 한다. 서울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안에 금호/동양/코오롱 등 버스 회사별로 부스가 있다는 상상을 해 보라.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점에서는 고속버스 터미널이 통합 건물도 없고 회사별로 찢어져 있는 동대구가 아주 좋은 예이구나. ㅋㅋㅋ
비행기는 탈 때 아예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국제선은 아예 여권이 신분증 역할을 함), 애초에 개인 식별을 하고 탑승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공항 가서 신분증만 내밀면 예매된 탑승권은 다 알아서 발권된다.

배: 정보 없음. 아마 버스와 비슷한 절차이지 않을까? 물론 비행기처럼 탈 때 신원 확인이 필요할 것이고, 국제선의 경우 출/입국 신고 및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 수하물

버스: 큰 짐은 아랫부분의 짐칸에다 따로 실을 수 있다. 운송 약관에는 이런 짐의 크기와 무게 제한이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거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는다.

열차: 철도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또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point-to-point의 성격이 희박하며 중간 정차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나 비행기만치 개인 짐에 대한 특별 대우를 해 주기 곤란하다. 짐은 알아서 개인이 객실에 반입해야 한다.

비행기: 공항 카운터에서 큰 짐을 부칠 수 있다. 단, 이때 짐에 대한 X선 검사와 무게 측정을 엄격하게 한다는 점을 유의할 것.

배: 정보 없음. 하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자동차까지 실을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배인 만큼 짐에 대한 잣대가 상대적으로 관대할 것이다. ^^;;

※ 시설 이용료

버스: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로 공사에다 지불한다. 이에 덧붙여 버스 터미널의 차고에 주박하는 차량들에 대한 주차료나 터미널 사용료 지출도 있을 것이다.

열차: 코레일은 선로 사용료를 철도 시설 공단에다 지불한다.

비행기: 비행기는 연료를 쓰면서 움직이는 것 자체뿐만이 아니라 기반 사실을 이용하는 비용부터도 어마어마하다. 그렇기 때문에 땅에 세워 둘수록 돈 먹는 하마가 된다.
승객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탑승교(브리지) 설치하는 것, 객실에 전기 공급하는 것, 후진 견인차를 모는 것,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 다 돈이다! 국제선 노선의 경우, 영공 통과료를 경유 국가에다 지불하며 이 비용은 해당 국가 공항 시설의 관제 업무에 쓰인다.
비행기는 공항 이용료가 승객의 비행기 운임에 고정적으로 explicit하게 부과되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배: 정보 없음.

※ paid 영역의 경계

버스: 버스 승강장까지 들락날락하는 게 매우 자유롭다. 따라서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이 떠나는 사람을 마지막 순간까지 배웅하기도 쉽다. 실질적인 승차권 검사는 버스의 출발 직전에 버스 안에서 이뤄진다. 한 차에 타는 승객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열차: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굉장히 애매한 경우로, 변천사가 좀 복잡하다. 옛날에는 아래의 비행기처럼 역무원이 게이트 앞에서 일일이 승차권을 검사했으며, 배웅 승객은 입장권이라는 철도계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표를 구입해야 했다.
한동안은 마치 지하철처럼 자동 개집표기가 도입되기도 했는데 그것도 없어졌고 지금은 버스처럼 누구나 꽤 자유롭게 승강장까지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철도는 지정석 위주 영업이 주류인 만큼, 검표는 승무원이 차내에서 불시에 진행한다. 지급되는 PDA로 비교해서 팔리지 않은 좌석에 사람이 앉아 있으면 검사.

비행기: 얄짤없다. 게이트 입구에서 공항 직원이 탑승권을 일일이 확인한다. 짐 검사가 시작되는 일정 구역 이상부터는 비행기 탑승권 없이는 일반인이 절대로 드나들 수 없고, 거기 한번 들어간 사람도 도로 나오기가 대단히 어려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국제선 면세 구역에 무단 침입하는 건 국제법상 무단 월경 행위가 된다.

배: 항구와 배가 연결된 딱 그 길목에서 직원이 탑승권을 수작업으로 확인하지 싶다.

※ 대기 구역

버스 터미널이나 철도역, 항구와는 달리 공항은 검표를 마친 뒤에 실제로 비행기와 연결된 구역 안에도 꽤 넓은 방과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한번 paid 영역으로 들어간 뒤부터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고 지정 시간이 되기 전엔 비행기에 미리 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런 대기 공간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순항 시점

버스: 시가지를 다 지나서 고속도로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대구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터미널이 있는 곳과 고속도로 나들목이 꽤 먼 편이다.

철도: 고속철의 경우 고속신선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비행기: taxing, 이륙이 끝나고 순항 고도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배: 딱히 그런 개념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3 09:29 2010/12/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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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남기는 요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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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벌써 2010년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옆의 회사 동료의 책상을 보니 2011년도 달력이 비치되어 있는데,
‘힘차게’부터 시작해서 글씨체가 심하게 낯익다. 이거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렇다. ‘힘차게 땅을 딛고 날아오르다’는 신명 세명조이고, 달력의 숫자와 영문은 신명 중고딕이다. 딱 보면 안다.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전성기이던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하고서 지금은 유행이 완전히 지난 글꼴인데 그걸로 2011년도 달력을 만드는 인쇄소가 있다니! 반가웠다. 내 사랑 신명 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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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TX 산천을 대전-서울 구간에서 드디어 시승하다.
한눈에 봐도 구형 떼제베 기반 KTX보다 좌석이 더 큼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역방향 좌석이 없다.
이 날은 주말에 밤 11시 20분에 서울에 도착하고도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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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TX 2차 개통 후 어느 토요일 오후의 서울 역은 명절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그럼 진짜 명절엔 얼마나 혼잡할까?) 하긴, 비슷한 시간대에 고속버스 터미널을 가 봐도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만 10~20분씩 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유인 매표소 창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많은 무인 자동 발권기에다가도 저렇게 사람들이 줄서 있는 건 처음 봤다. 나처럼 홈티켓이나 SMS 티켓을 이용하면 줄설 필요가 없을 텐데!
주말엔 사람들이 어딜 그렇게도 많이 돌아다니는지 열차마다 꽉꽉 차서 갔다. 이틀 전에 예매한 주말 KTX는 영락없이 역방향 좌석에 걸려 있었고, 이미 서울에서부터 입석 승객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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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말로만 듣던 신경주 역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는 기존 경주 역에 갈 때보다 차로 시간이 15분 정도 더 걸린다.
그러나 일단 여기서 KTX를 타면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2시간! 시간 단축의 폭이 월등하다. 과거 경주-서울 새마을호는 4시간 40분, 그리고 경주-동대구 환승 KTX는 총 3시간 정도는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에서 가깝다고 신경주 대신 경주-동대구 환승을 선택하기엔 대구로 가는 재래식 열차가 너무 느려서 시간 손실이 크다.
특히 신경주-동대구는 16분 남짓밖에 안 걸린다는 게 더욱 충격이다. 보통 경주-대구는 최하 40분이고 재래식 열차로도 1시간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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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통사론 공부하다가 내 기분을 활짝 펴게 만든 예문. (남 기심· 고 영근 지은 <표준 국어 문법론>)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전산학계뿐만이 아니라 언어학계에도 천재들이 너무 많다. -_-;;;
그나저나 이제 고속철은 전구간 개통했으니 다음에 개정판을 낼 때는 예문의 시제를 과거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2004년 말에 잠깐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이번 12월부터 산천 차량으로 하루 딱 1회 재등장하여 서울-부산을 2시간 8분 만에 주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1~5의 사진들은 모두 서로 다른 날짜와 시간대에 찍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9 19:49 2010/12/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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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 재현 기관사 (1923-1950)

간단히만 말하자면, 6·25 전쟁 초기에 군사 작전에 자진 참여하여 열차 운전을 맡았다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순직한 분이다.
그 작전이란, 특공대를 투입하여 당시 옥천 지역에서 실종되었던 미군 사단장인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한 후, 열차에 태워 모셔 오는 것. D-day는 1950년 7월 19일이었는데, 이때 대전은 북한군에게 일찌감치 점령당해 있었다. 서울은 개전 3일 만에 함락됐고, 국군은 대전까지 빼앗기고서 후퇴를 거듭했다. 남한의 수도는 부산으로까지 남하하려던 시국이었다. 그러니 이건 적진을 뚫고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좀 인용하자면,

다윗은 그때에 요새에 있었고 블레셋 사람들의 수비대는 그때에 베들레헴에 있었더라. 다윗이 애타게 바라며 이르되, 오 누가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내게 주어 마시게 할까! 하매
세 용사가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뚫고 나가서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길어 그것을 가지고 다윗에게로 왔으나 ... (삼하 23:14-16)

정도 되겠다.

그러나 성경 스토리와는 달리 이 미션은 비극으로 끝났다. 딘 소장도 못 찾았고 특공대는 전원 전사했다. 대전에 들어올 때도 북한군으로부터 기관총, 수류탄 등으로 공격을 받았고, 철수하고 나갈 때도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이때 김 씨는 가슴 관통을 포함해 전신에 8발의 총알을 맞고 절명했으며, 곁에 있던 기관조사 1명만이 겨우 살아남아 다친 몸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열차를 운전하여 대전을 빠져나갔다.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휴전 협정 후 귀환하게 된다.

사망 당시 김 씨는 아직 서른도 못 된 나이로 본인과 지금 동갑이었다. 생년과 몰년에다가 60만 더하면 딱 본인의 생년과 지금 연도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ㄷㄷㄷ;;
그러나 아주 일찍부터 이미 철도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20대 중반의 나이로 기관사가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이미 결혼하고 씨를 남긴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유족과 후손이 있다.

고인의 시신은 동료들에 의해 영동산 아래에 묻혔다가 휴전 후 다시 고향인 논산으로 이장되었다. 고인의 공적이 알려지면서 박 정희 정권 초기이던 1962년 12월, 고인이 순직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의 선로 인근(서울 기점 171.8km 지점)에 순직 위령비가 세워졌다. 경부선 대전-세천 사이 구간으로, 지금은 대전 동구 삼정동이다. 상행과 하행 선로 사이에, 지하철 용어를 쓰자면 ‘섬식 승강장’의 형태로 위령비가 놓여 있다. 일반인이 위령비에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다.

한동안 경부선 열차를 운전하는 후배 기관사들은 열차로 이 위령비 근처를 지날 때마다 기적을 울리고 거수경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1983년 8월, 이분의 업적이 다시 전국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그 해 10월에 고인의 유해는 철도인으로서는 최초로 서울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에 가면, 이분의 사진, 유품, 이분에 대해 보도되었던 신문 기사와 잡지 스크랩, 이분에게 추서된 상과 훈장 등이 죄다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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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위령비가 있는 곳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다음 위성 지도에서 딱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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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여기를 근성으로 직접 답사를 하신 분이 있어서 그분이 찍은 사진과 위성 지도 사진을 같이 소개한다. 사진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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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위령비
노랑 & 파랑: 지하철 차량 기지 건물
초록, 파랑, 분홍: 길 건너편의 병원 내지 요양 시설
정확하지 않은가?

위령비가 세워지던 당시에만 해도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이었으나...;;
거기에 대전 지하철의 동쪽 종점인 판암 차량 기지가 들어서면서 주변 지리가 확 바뀌었다.
지도를 보면, 서쪽부터 국도 4호선과 대전 지하철 차량 기지, 경부선 철도, 그리고 통영-대전 고속도로(경부 고속도로가 아님!)가 나란히 조밀하게 지나는 아주 흥미로운 지형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는 어찌 된 일인지 상행 선로와 하행 선로가 노반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위령비는 상행(대전, 서울 방면) 선로와 같은 높이에 있다.
철도 당국에서는 해마다 현충일이면 위령비를 청소하고 분향도 하는 모양이다.
한국 전쟁 당시에 순직한 철도 종사자가 김 재현 기관사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만, 국가적으로 이 정도로 주목을 받고 더구나 하필 위령비가 있는 곳에 지하철 차량 기지까지 건설된 게 참 이례적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아야 할 분이다.

참고로, 김 씨가 순직하기 1주일 남짓 전에는 다른 곳에서 전쟁과 관련된 철도 비극(뭐 철도만의 비극은 아닐지도)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건 놀랍게도 북한군의 소행도 아니다.
이리(현 익산) 역 하면 1977년 11월에 발생한 대형 화약 폭발 사고로 너무나 유명한데, 1950년 7월 11일엔 미군 폭격기가 이리 역을 시작으로 민간인들을 무차별 폭격해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미국 국기를 보고는 아군이라 확신하여, 대피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태극기 흔들고 환영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폭격기는 오히려 그들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조준 사격을 가하고 나중에 확인 사살까지 했다고 한다. 오폭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

물론 본인은 미군 철수 내지 반미 반전 이러는 애들을 굉장히 싫어하며, 북한군의 만행과 미군의 만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굳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솔직한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 “아 ㅆㅂ, 그땐 그냥 기분도 드럽고 해서 피아 안 가리고 폭격했다”고 미국이 답변한다고 해서 우리가 뭐 인제 와서 응징이라도 할 수 있나? 우리가 미국이 필요하지 미국이 우리가 필요한가? 그저 솔직한 답변이 듣고 싶을 뿐이다.
아무튼, 눈이 안 달린 총알 때문에 전쟁은 정말 많은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게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8 09:54 2010/12/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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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도로의 커브

교통수단이 지나다니는 길은 도로든 철도이든 곧은 것이 건설하기도 쉽고 고속 통과도 가능하니 여러 모로 좋다. 하지만 산이나 강 같은 지형상의 이유로, 또 사람이 사는 지역을 이곳저곳 경유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굴곡이 생긴다.

그리고 철도야 가능한 한 최대한 곧게 건설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사람의 수작업 운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도로의 경우, 과속과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일부러 커브를 좀 만들기도 한다. 커브의 크기와 간격은 그 도로의 설계 제한 속도에 의거하여 정해진다.

핸들을 한쪽으로 꺾은 채로 차를 몰면 차는 원운동을 한다. 그 특성상, 도로의 커브를 나타낼 때도 커브의 궤적이 이루는 가상의 원의 반지름으로 표현한다. R300이라고 하면 커브의 굴곡이 반지름이 300m 되는 원의 호와 같은 급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숫자가 작을수록 급커브가 된다. 너무 급격한 커브는 차량이 빨리 통과하기 힘들며,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자동차의 경우, 주행 중에 커브를 도는 정도를 넘어 주차를 할 때라든가 차의 방향을 돌릴 때는 가히 R 값이 10도 채 안 되는 극단적인 코너링을 하기도 한다.
그 반면 철도 차량은 자동차보다 덩치가 큰 만큼 훨씬 더 큰 회전 반경이 필요하다. 국내의 대형 전동차의 최소 회전 반경은 40~80m가량으로, 이런 선로는 차량 기지 내부에서 차의 방향을 돌리는 고리에서나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종각-시청 사이는 극악의 90도 드리프트 구간으로 철도 동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회전 반경은 겨우 R140. 동아일보 사옥을 피해 가느라 이렇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 전동차는 시속 겨우 30~40km밖에 내지 못하고 거친 쇳소리를 내면서 무척 힘겹게 커브를 돈다. 지하철로 이 구간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 주변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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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의 동작 대교 북단도 인근의 아파트를 피해 가느라 R200의 급커브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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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의 마장-답십리, 그리고 김포공항 역 일대도 급격한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구간이며, 신길 역은 1호선과 5호선 모두 승강장 자체가 곡선이다.

지하철 말고 일반열차가 달리는 철도의 회전 반경은 선형이 좋은 구간은 1000~1200대이고, 굉장히 열악한 곳이 400~600 정도 된다고 한다. 굉장히 열악한 곳이 어딘지를 묻는다면 호남선의 서대전-논산 같은 구간. 특히 개태사-계룡이 ‘킹왕짱’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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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반지름 400m짜리 원에 정확하게 맞게 떨어지더라. ㄲㄲㄲ

열차가 커브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의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선로 노반 자체를 커브 바깥쪽이 더 높게 건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 높이 차이를 철도 업계에서는 캔트(cant)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값을 너무 높게 주면 승차감이 떨어지고, 고속과는 반대로 동일 구간을 저속으로 통과하는 완행 내지 화물 열차가 커브 안쪽으로 전복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커브를 돌 때 선로가 아니라 열차 객실을 기울여서 무게중심을 조정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갖춘 열차를 바로 틸팅(tilting) 열차라고 한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유리할 거라고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곧은 길인 경부 고속선의 회전 반경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속철은 가히 세계구급 클래스로 건설되어 있다. 무려 R7000이며, 늦게 건설된 만큼 이 정도로 품질 좋은 선로는 세계 어느 나라 고속철에도 뒤지지 않는다. 설계 속도가 괜히 시속 350km로 설정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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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2차 개통 구간인 신경주-울산 사이가 그나마 고속선 중에서 급커브에 속한 구간인데, 여기조차도 반지름 7km짜리 원의 궤적과 정확히 포개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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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두 사진은 경부선 KTX와 호남선 KTX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므로 눈여겨보시라. 시속 300으로 달리는 곳과, 시속 100도 낼까말까인 곳의 차이이다. 전자는 경부 고속선 중에서 유명한 곡선 교량인 대전-천안 사이의 풍세교 구간이며(고속철의 로망!!), 후자는 호남선에서 악명 높은 저 최악의 곡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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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KTX 한 편성의 길이는 거의 380m에 달한다.
코레일에서 KTX를 광고할 때 뭔가 빠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고속선 고가 구간을 보여주고, 친환경적이고 인간-_-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꼭 호남선 커브 구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이제 나는 4월 1일 하면 만우절보다도 2004년 KTX 1차 개통일이 먼저 떠오른다. 철덕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5 08:24 2010/12/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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