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음악 교실

1.

지난 남아공 월드컵 때 우리나라는 역사상 최초로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그런데 경기 중계 방송을 보고 있으면, 경기장 내부에서 웬 웅웅~~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서 귀에 거슬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소리를 영어로는 drone/droning이라고 한다. 딱 정확한 표현이다.
스타크에서 저그의 일꾼 유닛인 드론이 이 단어이다. 설정상 드론은 말벌인데, 웅웅 윙윙거리면서 일을 한다나?)

본인은 그게 무슨 잡음인지 알지 못했다. 더운 여름에 아프리카에서 축구 경기를 개최하다 보니 더워서 냉방기라도 가동하는 소리인가 했다. -_-;;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오히려 거기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이며, 저녁에는 사람들이 숫제 긴팔까지 입었다.

잘 알다시피 그 소리는 부부젤라라고 하는 나팔 비슷하게 생긴 아프리카 민속 악기 소리이다. 관중석에서 이런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걸 이해해 달라고 해설가들이 몇 차례나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 소리는 지하철에서 나는 이 소리와 아주 비슷하지 않은가?
조용한 지하철 승강장에서나, 아니면 지상에 돌출돼 있는 지하철 터널 통풍구 근처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이 소리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런 기계음 같은 소리도 엄연히 악기로 내는 소리인데,
하물며 전동차 VVVF 구동음은 영락없이 음악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아예 그걸로 노래까지 만든 적이 있다. ㅋㅋㅋ
http://www.youtube.com/watch?v=EExvEF2zudA 지멘스 옥타브는 음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

본인은 국내 유일 & 최초의 Looking for you 채보자이다.
악보를 본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 표정을 지으면서 어떻게 그걸 채보했냐고 내게 묻곤 했다.
하지만 이건 천재가 아니라 전적으로 노력의 산물이다. Looking for you를 끈질기게 한 3천 번만 들으면 누구라도 16분 음표 하나 안 놓치고 그대로 채보할 수 있다. Looking for you를 뼛속까지 내 음악으로 소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새마을호를 제대로 탔다고 간주할 수 없다.

곡 중에는 아래와 같이 색소폰으로 좀 어려운 기교를 부린 부분이 있는데, 그런 곳은 소리 재생을 절반 이하로 늦춰서 끈질기게 들으면서 음표를 정확하게 그려 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악보를 교회에서 작곡을 전공한 어느 형제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더라. “이런 부분은 들리는 대로 받아적다 보니 16분 음표 여러 개로 복잡하게 표기했겠지만, 실제로는 꾸밈음이겠군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식음을 표현하는 꾸밈표는 악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매크로와 같은 존재일 거라고 말이다. 간단한 꾸밈표 중 하나인 스타카토를 예로 들어 보자.

#define 스타카토(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2);   쉼표((길이)/2);   }
#define 메조_스타카토(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3/4); 쉼표((길이)/4);   }
#define 스타카티시모(음높이, 길이) \
  { 음표(음높이, (길이)/4);   쉼표((길이)*3/4); }

http://user.chollian.net/~kktae386/menu02/me0206.htm 참고. 꾸밈표도 여럿 존재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일정한 패턴을 띠는 바리에이션을 한 기호로 간단하게 축약해서 표현하려는 욕망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31 08:45 2010/08/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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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상으로 서울 사방의 최고 말단에 자리잡은 전철역은 다음과 같다.

최북단은? 도봉산(경원선, 그리고 7호선의 사실상 종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암이든 망월사든 그 이북부터는 의정부 시내이다.

최남단은? 금천구청(경부선). 참고로 남태령(4호선) 역도 독산 역 정도 되는 상당한 남쪽이긴 하다. 그 이남은 안양이나 과천. (2011년 11월 현재,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서울 최남단역이 되었다.)

최서단은? 개화(9호선 종점). 9호선이 개통하기 전에는 김포공항(5) 역이 최서단이었다. 5호선의 선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방화 역이 최서단이 아니며, 심지어 경인선의 서울 시계에 있는 온수 역도 최서단이 아니다. 개화 역은 가로 위치가 무려 역곡과 부천 사이에 해당하는 최서단이 맞다.

최동단은? 상일동(5호선 종점). 역시 서울을 동서로 관통하는 지하철 노선답다. 그 반면 마천 역은 상일동 전역인 고덕 역보다도 살짝 더 서쪽이다. 그런데 상일동의 옆에 강일 역이 더 추가되면 최동단 역 자리도 저기로 넘어가게 되겠다. 더 동쪽은 하남시가 나온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30 08:51 2010/08/3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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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UI 변화 추이 복습

2010년 여름 현재,

- 2009년 말~2010년 초: SMRT와 서울 메트로 공히, 서울 지하철 모든 역들의 스크린도어 설치를 완료함
- 2010년 봄~여름: SMRT가 갑자기 승강장의 열차 진입 안내 방송을 전격 교체. 때르르릉~ 땡땡땡 소리까지 없앤 것이 놀랍다. "항상 5678 서울 도시 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0년 봄~여름: 서울 메트로가 천연색 전광판 안내 시스템을 다시 교체하기 시작함. 문자의 글씨체가 바뀌고 특히 다음에 오는 열차가 지금 몇 단계의 전역에 있는지까지 숫자로 표시해 준다.

- 2010년 여름: 코레일이 열차 안내 방송을 서울 메트로 스타일로 전격 교체. 환승역 안내 음향까지 '얼씨구나'로 변경했으며, 시종착 때 클래식 음악이 아닌 회사 CM송 교체 트렌드에 동참을 시작했다. "달려라 코레일, 에코(eco-)레일 푸른 내일" 나름 롸임 맞춘 건가? ㅋㅋㅋㅋㅋ
- 2010년 여름~: 스크린도어의 불모지이던 코레일도 각종 역들에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

- 앞으로.. SMRT도 승강장과 열차 내부의 전광판에, 청색을 표현할 수 없는 LED가 아닌 올컬러 스크린 기반 안내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8호선에서 이 서비스가 시범 도입된 차를 가끔 탄 적이 있다.
또한 2호선의 트레이드마크이던 아날로그 시계+플랩식 전광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일반 철도역에서 플랩식 전광판의 최후 보루이던 청량리 역의 전광판도 역사가 리모델링되면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코레일, 서울 메트로, 도철(SMRT) 중에서
- 코레일만이 아직 스크린도어 설치가 가장 미비하다. 사실 스크린도어 시범 설치는 1호선 신길 역에다 국내에서 제일 먼저 했으면서 말이다. (무려 2003년에!)
- 서울 메트로만이 The doors on your left/right 대신, You may exit ... 를 쓰고 있다.
- SMRT만이 '얼씨구나'가 아닌 클래식을 환승역 도착 음향으로 쓰고 있다. 환승역 도착 음향은 서울 2기 지하철에서 녹음된 성우 목소리가 방송으로 등장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안 바뀐 걸로 알고 있다.

서울 지하철 상식 페이지를 좀 업데이트해 줘야 하는데.. 할 엄두가 안 나서 일단 블로그에다가 기록으로만 남겨 둔다.
이 세 회사들의 전철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경쟁은 앞으로도 '현재 진행형'일 것으로 보이며, 다들 상향 평준화할 것이다.

21세기에 코레일이야 광역 전철이 워낙 많이 개통했으니 생긴 역이 많았지만 거의가 지상이다. 지하에 새로운 코레일 역 개통은 분당선이 전부이다.
서울 메트로는 5년쯤 전에 용두(2)와 동묘앞(1) 역이 개통한 적이 있고, 9호선의 개통 후에 3호선 수서-오금 연장 구간이 개통했다.
그 반면 SMRT(도철)는 21세기에 딱히 새로 문을 연 역이 아직 없다. 그 대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이 마치 새 역처럼 완전히 리모델링되었고, 앞으로 5호선 강일, 8호선 우남(복정-산성 사이의 신역), 그리고 더 먼 미래에 7호선 온수-부평구청 연장 구간 떡밥이 남아 있을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3 09:08 2010/08/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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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와 더불어 본인에게 21세기 이전에 기차 타고 방문한 추억이 있는 곳은 바로 수원이다. 고등학교 시절, 인텔 ISEF 참가 준비와 교육 때문에 한동안(1999년 3월~4월).. 무려 주말마다 성균관 대학교 수원 캠퍼스를 찾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거사를 치르느라 그 옛날에 휴대전화까지 잠깐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구미와 삼성 하니까 둘 다 경부선 철도가 지나고 삼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산업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네? 뭐 그건 그냥 우연의 일치인 것 같고.

저것도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나고 값진 경험인데, 내가 그때는 지리와 교통 쪽 감각이 백지나 다름없는 상태여서 당시에 대한 기록과 기억이 전혀에 가깝게 없다. ㅠ.ㅠ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같은 관념도 없어서 어떤 열차는 좀 으리으리하고 고급스러운데, 어떤 열차는 좌석도 작고 입석 승객까지 있어서 혼잡하다는 식의 인식만 있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집에 돌아갈 때 기차를 잘못 타서 삽질한 적도 있었다.

수원 역에서 성균관대 역까지는 전철로 금방이다. 출구로 나가면 곧바로 야구 연습장이 보였고, 언덕을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성균관 대학교 이공계 대학 캠퍼스가 나왔다. 당시 지도 교수는 워낙 유명한 분이니 실명을 거론하겠다. 황 대준 교수님의 멀티미디어 연구실에 있었다. 그러면서 거기 랩에 있던 대학원생 형들과도 부대꼈고, 아마 이분들이 지내는 기숙사 내지 대학원생 아파트 구경도 했던 것 같다. 난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나서 이제야 대학원으로 고고씽이구나. ㅠ.ㅠ

그때가 본인 역시 이제 막 도스+C에서 벗어나 윈도우 API+MFC를 같이 공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때의 대회 준비 경험은 본인의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 단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뿐만이 아니라 영어 프레젠테이션, 대인 관계, 대학과 대학원의 분위기 같은 것들도.
내가 조금만 더 세상 보는 식견이 넓었으면 그때 마주쳤던 분들에게 훨씬 더 예쁘게-_- 보이고, 그분들에게서 더 많은 걸 배워 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학 시절 한때는, 밤에 자다가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ISEF에 다시 나가는 괴상한 꿈을 꾸기도 했다. 그건 아주 한국적인 소재인 데다, 고3 때 입상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본인이 ISEF 첫 출전 티켓을 딴 것도, 전적으로 당시 본인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든 학생은 이듬해에 대학에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는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관계로 ISEF 참가 경험은 IOI(국제 정보 올림피아드) 참가와는 달리 입시에서 뭔가 가산점으로 인정이 안 되었다. 그런데 그게 본인에게는 역설적으로 기회로 작용했다. ISEF에 갔다 온 후에도 아예 고3 때 과거 ISEF 작품과는 관계가 없는 작품을 하나 또 만들어서 그건 아예 대상을 받아 버렸기 때문이다. 정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지? (경시부였다면 불가능한 일. IOI 참가자는 이제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KOI에 또 응시할 수 없다.)

첫 참가자인 본인 이후로 ISEF 참가자 교육은 카이스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그리고 혼자만 가는 게 아니라 최하 두 팀이 가는데, 동 대회에 출전하는 ISEF 참가자들끼리는 서로 그렇게 자주 교류한다거나 친한 사이가 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후배에게서 들은 증언) 차라리 서로 다른 기수의 대회에 참가한 선후배끼리가 친해진다나?

정보 올림피아드와 관련하여 본인이 방문한 적이 있는 대학으로는 성균관대 말고도 KOI 경시부가 당시 치러졌던 서울대, 그리고 공모부 2차 심사가 열렸던 중앙대(1997)와 숭실대(1998)가 있다. 경시부의 경우, 지방에서 온 애들은 대회 전날의 예비 소집에 참석한 후 무려 학교 근처의 여관에서 자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행사들이 대학에서 개최되지 않고 백범 기념관이라든가 정보화 진흥원 본관에서 개최되는 걸로 안다. 기관 이름도 처음엔 정보 문화 센터(ICC)이다가 정보 문화 진흥원(KADO)을 거쳐 지금은 정보화 진흥원(NIA)으로 참 자주 바뀌었다.
옛날에는 역대 수상자를 조회하면서 공모부의 경우 작품명까지 볼 수 있었는데 그건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삭제한 모양이다.

어쨌든 결론은!
본인의 인생에서 정올과 관련된 옛 추억에도 철도가 조금이나마 끼여 있다. 그걸 이제 와서 추적하려고 하니까 쉽지 않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12 09:01 2010/08/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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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구미에는 경북 외국어 고등학교가 있다.
포항에 있는 본인의 모교인 경북 과학 고등학교도 1993년에 개교했으니 본인이 중· 고등학생 나이이던 당시에는 꽤 최근에 생긴 학교이긴 했으나, 외고는 더욱 나중에 생긴 학교였다.

경북 외고는 1995년에 설립 인가가 나고 1996년 개교로 알고 있고 있는데, 그땐 아직 기숙사나 강당 같은 건물조차 다 완공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홈페이지엔 연혁이 안 나와 있다. -_-)
1996년 개교이면 민족사관 고등학교와 생년이 동일하다. 1995년 중학교 <방학책>(초등학교의 탐구생활에 해당하는 책자?)의 뒷표지 광고에 민족사관 고등학교 1회 입학생 요강이 적혀 있던 걸 기억한다. 물론 살인적으로 까다로운 전형 절차와 우수한 성적, 요구 조건으로 말이다. 내신에 심층 면접에, 나중엔 체력장까지... 흠좀무.

어쨌든 본인은 경북 외고가 그 민사고와 동급으로 그렇게 역사가 짧은 파릇파릇한 학교인지는 그 당시에 잘 몰랐다. 하도 특목고, 특목고 하니까 내가 사는 경북에도 그런 외국어고가 으레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비록 전교 열 손가락 안의 순위까지는 아니어도 평소실력(?)만으로 나름 상위권이고...
머리는 나쁘지 않-_-은 거 같은데 그닥 노력파 성실형은 아니고 자꾸 컴퓨터로 쓸데없는 짓만 하던 본인에게, 당시 중학교 선생님들의 진로 조언은 불 보듯 뻔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공부 열심히 하고 내신 튜닝-_- 해서 외고 가라”였다.
백 번 수긍한다. 내가 선생이어도 본인 같은 학생에겐 그렇게 조언했을 것이다. 뭐 나중엔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 덕분에 과학고로 당첨됐지만-_- 말이다.

그러던 차에 본인이 처음이자 마지막(사실상??)으로 경북 외고와 인연을 맺은 일이 있었다. 바로 1997년 가을, 본인이 중3이던 시절에 거기서 자기네 학교 홍보를 목적으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제 1회 외국어 경시대회를 개최했던 것이다. 외국어 경시대회라고 해 봤자 사실상 영어 필기시험이었다.
이 대회의 입상자는 외고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준다는 단서도 당연히 붙었다. 그래서 본인은 그 대회에 우리 중학교에서는 혼자서 참가했다. 덕분에 대회 당일 수업은 공결로 째고, 경북 외고로 고고씽.

깔끔한 붉은 벽돌 건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때는 이미 이런 특목고에 진학해 있는 외고 재학생들이 가히 하늘처럼 높게 보일 뿐이었다. 시험 치는 느낌이 어땠는지는 13년이나 지난 지금 기억이 날 리가 없고, 어쨌든 그때 본인은 장려상 하나 겨우 건져 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게 있다.
그때 본인은 동행하는 인솔 교사가 없이 혼자 기차 타고 타지에 있는 학교에 찾아가서는 시험 치고 돌아왔다! 경북 외고는 구미 역에서 900m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타지에서 방문할 때는 철도가 딱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면 본인은 지리 하나도 모르고, 혼자서 기차 탈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시험 치고 나서는 확실하게 혼자였다는 게 기억난다. 담임 선생님에게 경과 보고를 공중전화로 하고, 귀가도 다시 기차 타고 스스로 해냈다. 그때 지금처럼 일기를 써 놨으면 그 당시 철도가 어땠는지 더할 수 없이 귀중한 기록이 되었을 텐데!

사실 경북 과학고도 포항 역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남짓한 가까운 거리이다. 포항에 지하철이 있다는 소리는 물론 아니지만, 뭐 1.5km 남짓한 거리니까... 본인은 그것도 까맣게 모르고서 고등학교 시절 3년간을 철도는 전혀 이용하지 않고, 더 멀고 비싼 시외버스만으로 경주와 포항을 왕래했다. 그 정도로 지리에 문외한이었는데 그때 구미 여행은 어떻게 해냈을까?

그때 이후로 본인은 구미를 다시 찾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경북 외고는 구미 역에서 무척 가깝다’는 기억 하나는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제 본인이 글을 쓰는 전형적인 방식인, 관련 잡설들을 옴니버스 형태로 나열하는 걸로 글을 맺겠다.

1. 경북 과학고와 외고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를 제외한 본인의 모교들은 전반적으로 역사가 짧은 편이었다. 계림 중학교는 1986년 개교로, 이는 포항 공대의 생년과 카이스트의 학부 개설 연도와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다만, 본인은 이제 대학원은 역사가 무진장 긴 학교로 가게 된다. ^^;;

2. 그러고 보니 정보 올림피아드 경시 부문의 전신이던 PC 경진대회의 경북 지역 예선은 포항도, 구미도 아닌 안동에서 늘 개최되어 왔다. 안동은 경북 내륙의 중심지이지만 당시 고속도로 하나 없는 교통 불편한 곳이다 보니, 인솔 선생님이 꼬불꼬불한 국도로 차를 몰면서 대회장까지 학생들을 태워다 주었다.

3. 본인에게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을 한 적이 있고 당시 같은 영어 사교육-_- 학원에서도 각종 대회에서 본인과 1, 2등을 다투는 라이벌 사이이던 여자 동창이 있다. 예쁘고 못 하는 게 없는 모범생 엄친딸이었는데, 이 친구는 결국 경북 외고에 진학했다. 저 외국어 경시대회에 참가를 안 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때 현장에서 걜 만나지는 못했다. (어머니께 고증을 의뢰하니, 어머니 왈, 걔도 그 대회에 응당 참가했고 역시 장려상 받았다고 한다)
본인은 뭐 과학고에 합격했으니, 중학교를 마칠 무렵 서로 축하 전화를 주고받았다. 본인의 어머니와 그 친구 어머니께서 서로 아는 사이여서 말이지..;;;

4. 하지만 과학고도 가 보니, 당시 외국어 경시대회에 참가했던 친구가 그래도 딱 한 명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 하면, 그때 외고에서는 모든 대회 참가자에게 학교 마크가 인쇄된 공책을 사은품으로 줬는데, 본인과 그 친구가 서로 그 공책을 갖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5. 하긴, 내 기억이 맞다면, 본인이 중학교에 갓 들어간 시절인 199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의 언어 관련 교육 제도에 좀 변화가 생겼다. 논술이 처음으로 부각되고 논술 경시대회라는 게 생긴 게 그때이다. EBS에서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영어 듣기 평가를 시행해서 그 점수 20점이 중간· 기말고사의 영어 점수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그때. 또한 나름 영어 말하기(혼자 웅변이 아니라 연극) 대회도 그때 생겼다.

세월이 흘러 어느 지식인 검색을 보니, 영어 말하기 대회 때 써먹겠다면서 개그 만화 일화 3기 3화 쇼토쿠 태자 대사를 좀 영작해 달라는 요청을 본 기억이 난다. Inside the pillow is full of tuna (베게의 속에는 참치가 가득) ㅋㅋㅋㅋㅋㅋ 이 나라의 미래는 밝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11 08:49 2010/08/11 08:49

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위 'name value', 브랜드가 마케팅 수단으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철도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이기주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철도역 이름에다 어떻게든 자기네 이름을 집어넣으려는 행정 단체나 대학들이다.

사실, 동 이름만 해도 지하철 역명으로 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인지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본인은 서울 종로구에 듣보잡 동이 그렇게도 많은 줄 몰랐다. 관철동, 평창동, 당주동, 동숭동, 인의동.. -_-;;; 듣보잡으로 느껴진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떨 때는 두 대학이나 두 행정 구역이 한 역을 동시에 탐내게 되어, 부산 지하철에는 '경성대 부경대'라는 사상 초유의 스타일의 역명이 생겼고, 고속철에도 '천안아산 (온양온천)'이라는 병맛 나는 역명이 생겼다.
아직까지 (대)기업은 대학이나 행정 구역에 비해 역명 배틀에 끼려는 기미가 덜한 듯하다. 만약 그들까지 꼈다간 잠실은 롯데월드/롯데타운, 강남은 삼성타운이라고 부역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실은 롯데와 관련된 명칭 대신 송파구청이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으니 아직까지는 행정 구역이 더 우선이다.

지하철 역명에다가 자기 이름을 넣으려는 대학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주역명이 안 되면 부역명으로라도 말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부역명이 추가된 역은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한세대, 폴리텍대, 나사렛대 등...
우선, 과거에 총신대입구/이수 역 병크는 굉장히 유명하며,

서울대입구 역은 위치상으로는 주역명이 관악구청, 부역명이 그나마 서울대입구 정도가 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 반대로 됐다. 서울대에는 역에서 내리고도 마을버스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넘게 더 가야 도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연계에 관한 한 가히 대인배인 학교이다. 서울 2호선 한양대 역하고는 바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산선에 '한대앞'이라는 또 다른 역명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산 캠퍼스는 전철역과 꽤 멀다.

고려대와 숭실대는 그나마 지하철 주역명 자리를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치가 좋다. 숭실대의 경우 지하철 출입구에 맞춰 정문까지 옮겼다고 한다. 서로 가까이 있는 건국대와 세종대도 괜찮은 편.
2호선은 이외에도 홍익대, 서강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서울 대학을 꽤 많이 경유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등학교 3학년 학급에서 '2호선 라인 대학에 꼭 가자'를 목표로 써 붙여 넣을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4호선 역시 강북 구간에 유난히도 대학 이름이 주역명이나 부역명으로 붙은 역들이 많다. 한성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등.

1호선은? 유명한 청량리 역에 '서울 시립대'라는 부역명이 붙었고, 회기 역에도 꽤 오래 전부터 '경희대'라는 부역명이 드디어 붙었다. 대놓고 외대앞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이 존재하기도 한다.
한편, 옛날에는 7호선 상도 역에 '중앙대'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었으나, 그 역보다 중앙대에 더 가까운 흑석 역이 9호선에 개통하면서 부역명은 옮겨 갔다.

대전 지하철 1호선은 충남대와 카이스트를 (사실상) 지나지 않아서 아쉽다. 한때 2호선이 그쪽을 지나고 엑스포 과학 공원까지 가는 순환선으로 계획되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흑역사화하여 안습. 결국 카이스트와 가장 가까운 월평 역에 카이스트라는 부역명을 붙이고 학교에서 셔틀 봉고차 운행을 시작하였으나, 역에서 학교까지는 2km 가까이 가야 한다. 아마 한양대 안산 캠퍼스와 한대앞 역까지의 거리와 체감상 비슷하다.

자, 그런데 이런 모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신촌 역이다.
양평과 더불어 완전한 동명이역이다. (경의선과 2호선. 양평은 중앙선과 5호선)
연세대가 탐낼 법도 한 금싸라기 역이지만 부역명을 붙이려고 징징대지 않는다.
SKY 대학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세대만이 지하철 노선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말이다. 심지어 바로 옆의 이화여대는 대놓고 '이대'라는 역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이미 신촌이라고만 해도 연세대라는 걸 한국인 중에 모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굳이 역명을 건드리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대인배 기질인 것일까?
(뭐, 그래도 나중에 부역명을 붙여 버린다면 낭패. ㅋㅋ 서강대는 6호선 대흥 역에 자기 이름이 부역명으로 붙어 있다.)

연세대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철길을 볼 수 있는 전국에서 얼마 안 되는 복 받은 학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포항공대도 옆으로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난다. 그쪽에 광역전철이 있다면 효자 역이 포항공대 입성 코스가 되었을 것이나(포항공대에 더 가깝게 역을 이설까지 하면서), 동해남부선의 미래는 앞으로 알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6 10:33 2010/07/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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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에서 서울 메트로 방송이!

2010년 7월 1일. 분당선 전동차를 타고 출근하면서 본인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코레일이 안내 방송을 완전히 서울 메트로 스타일과 동일하게 고쳤기 때문이다.
성우 목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환승역 도착 음향도 수 년째 전통적으로 써 오던 클래식 대신, 서울 메트로의 퓨전 국악 ‘얼씨구나’로 바뀌어 있었다!

모란· 복정 역에서 ‘얼씨구나’를 듣다니, 이 어색함은 직접 들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분당선은 1기 지하철처럼 서울 메트로와 코레일이 직결 운행을 하는 곳도 아니고 100% 코레일 관할 구간인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렇게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코레일은 지금 영어 방송에서 유일하게 남자 성우 목소리를 쓰는 회사이다. 이 추세라면 그 개성도 앞으로 없어질 것 같다.

그나저나 도철(SMRT)은 21세기 이래로 환승역 도착 음향은 단 한 번도 교체된 적이 없다. 멜로디가 유일하게 단조여서 좀 냉정한 느낌이 든다. 지난달엔 승강장 도착 멘트가 바뀌고 더 옛날엔 시종착역 알림 음향도 CM송으로 바뀌었는데, 앞으로 환승역 도착 음향이 바뀔 일만 남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 행복미소 마케팅 공세가 시작된 2008년 하반기 이래로 한동안 도철 구간 지하철 역에서는 노조의 회사 비판 포스터를 볼 수가 없었는데 역시 비슷한 시기인 이 달 초에 드디어 하나 출현했다.
한동안 음 사장은 무리한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인해 철도 동호인들로부터 가루가 되도록 까였으나, 최근엔 그런 병크가 상당수 해소되었고 또 스크린도어 기술 국산화 같은 업적이 드러나면서 안티가 다소 줄어든 추세라고 들었다. 그런데 다시 회사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를 보게 됐다.
노와 사의 관계는 마치 군대에서 병과 간부의 관계만큼이나 영원히 가까울 수가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10 09:19 2010/07/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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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간이역 서체들

이제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추억의 서체들을 보라.
서체 쪽으로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철도 매니아라면 저런 글씨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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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90년대 철도청 시절에는 HY울릉도가 각종 역명판 서체로 쓰였고,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시아폰트에서 제작한 코레일체라는 전속 서체로 또 한번 서체가 다 물갈이되었다.
HY울릉도는 둥글둥글하면서도 간판용으로 가독성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건물 간판이나 도로 톨게이트 등에서도 많이 쓰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9년에 확인한 바로는 카이스트 기계 공학동 건물도 간판이 울릉도체였다.
그 반면 코레일체는 울릉도보다 좀 홀쭉하고 각진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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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각종 제목이나 심지어 도로 표지판 서체도 동글동글한 게 대세였다. 그러던 게 산돌 도로표지판이 등장하고부터 완전히 고딕 컨셉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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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추억의 간이역 역명판체가.. 디지털 서체로 부활한다면
과거 산돌에서 성경체(옛날 성경책 특유의 붓글씨 서체)를 개발한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업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저 '서빙고' 체는 아마추어 티도 안 나고 굉장히 예쁘다.
하지만 과연 부활이 가능할까? =_=;;

Posted by 사무엘

2010/07/08 08:22 2010/07/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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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 승강장, 승강장의 확장

서울 지하철을 포함해 수도권 전철역들 중, 승강장이 굉장히 심하게 굽은 곡선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깊은 역이라든가 환승이 짧거나 긴 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있다.
또한 역이 아니라 노선 중의 급커브 구간에 대해서도 1호선 시청-종각을 비롯해 이미 답이 다 나와 있다.
하지만 승강장이 자체가 커브 모양인 역에 대해서는 본인도 지금까지 충분히 생각을 안 해 본 것 같다.

일단 급커브 승강장은 서로 건설 시기가 다른 두 노선의 환승역에 생기는 경향이 짙다. 신길 역이 아주 좋은 예이다.
1호선과 5호선을 무리하게 만나게 하느라 5호선은 노선 자체가 상당한 굴곡이 생겼으며, 1호선은 원래 커브이고 켄트(열차의 회전 주행 시 발생하는 원심력을 상쇄하려고 선로 한쪽을 기울이는 것)마저 상당하던 선로 위에다 역을 만든 티가 농후하다. 두 노선 모두 승강장의 모양이 꽤 곡선이 되어 있다.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구 동대문운동장) 역은 딱 커브 위에 환승역이 지어지는 바람에, 서울 지하철에서 손꼽히는 급커브 승강장이 되었다. 이 점에서는 7호선 고속터미널 역도 비슷하다.

선로는 곡선이어도 직사각형 모양의 열차는 엿가락처럼 외형을 바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곡선 승강장은 열차 출입문과의 간격이 벌어진다. 그만큼 승· 하차 과정에서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전철을 건설할 때 곡선역은 가능한 한 안 만들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역이 아주 안 생길 수는 없다. 꼭 환승역만 곡선 승강장은 아니며, 지상의 도로가 굽었다면 그 아래의 역도 응당 곡선역이 된다. 5호선 아차산 역이 비환승역으로는 좋은 예이며, 5호선 김포공항 역도 역과 인근 선로가 모두 굉장히 급격한 커브이다.

사실 수도권 전철의 역사상 최악의 곡선 승강장 기록 보유자는 다름아닌 경원선(현재 운행 계통상으로는 중앙선) 옥수 역이었다고 한다.
경원선 자체야 역사가 매우 길지만 옥수 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함께 환승 목적으로 개통하여 역사가 짧다. 환승 목적으로 개통했다는 말은, 타 노선과의 환승 편의를 위해 원래 역을 만들려고 의도하지 않았던 지점에 역을 무리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길 역처럼 말이다.

일단 3호선 옥수 역도 신길 만만찮은 곡선 승강장이 되었다. 그런데 과거의 경원선 옥수 역은 3호선 역보다도 한술 더 떠서 열차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의 거리가 무려 40cm에 달했다고 한다. 어린이 동반 승객은 어린이를 안고 풀쩍 뛰어넘어서 타야 했고 성인이라도 부주의했다간 그 간격 사이에 발이 쑥 빠져 버릴 수 있었다. 유모차나 휠체어로는 열차에 탈 수조차 없을 지경. 옛날 옥수 역 사진을 좀 보고 싶은데 인터넷 검색을 해도 잘 안 나온다.

게다가 옥수 역 근처를 보면 잘 알겠지만 주변은 온통 자동차 도로이다. 경원선 옥수 역의 위치가 인근 도로를 확장하는 데도 장애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인해서 1999년에는 3호선 역은 놔두고 경원선만 아예 선로를 남쪽으로 이설하면서 곡선을 완화하는 공사가 행해졌고, 이때 경원선 역도 예전보다 더 남쪽으로 옮겨졌다. 공사는 2001년에 끝났으며, 이로 인해 두 노선의 환승 거리는 좀더 길어졌다.
인근의 응봉 역도 좀 곡선이고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까 그렇게 심한 곡선도 아니다.

이렇듯 지상은 그래도 지하 구간보다는 승강장의 이설· 확장이 쉬우며 심지어는 선로조차 이설이 가능하다. 승강장 확장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에 섬식으로 건설되었던 승강장(선로 폼 선로)이 승객 증가로 인해 맞은편에 또 승강장이 생기는 수가 있는데(선로 폼 선로 폼), 1호선 신도림 역과 외대앞 역이 그 예이다. 일단 선로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승강장을 확장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그 반면 1호선 석계 역은 아예 선로까지 이설해 가면서 섬식 승강장 자체를 확장한 흠좀무스러운 내력도 있다(2004년 공사 완료). 상대식 승강장보다 확장을 하기 훨씬 더 어렵다.

섬식 승강장은 양 선로 사이로 승강장이 비집고 들어간다는 특징 때문에 그 자체가 노선에 살짝 곡선을 만들기도 한다. 6호선 응암이라든가 2호선 삼성 역이 그 예이다. 특히 삼성 역이 처음 건설되었던 1980년대에는 거기 일대는 가히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곳에다가 그토록 크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승강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당시엔 예산 낭비라고 언론에서 대차게 깠다.
그러나 지금 삼성 역이 이용객 수에 비해서 너무 크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서울 시민들은 그 옛날에 오늘날의 서울의 형태를 결정해 버린 큼직한 2호선 순환선을 구상한 구 자춘 전 서울 시장의 선견지명을 칭송하는 단계가 되었다. (그러니, KTX 광명이나 천안아산 역도 오로지 지금만 내다보고서 예산 낭비라고 까기만 하지는 말고 좀더 기다려 보자.)

Posted by 사무엘

2010/06/30 08:30 2010/06/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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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가 다니는 경부선 역들 분석

※ 서울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누리로 포함
광역전철: 서울-천안 급행과 경의선이 있으나, 이들 모두 굉장히 드물게 운행되는 열차임
지하철: 1, 4호선
비고: 백화점과 붙은 민자 역사

※ 용산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호남선 전부
일반열차: 호남· 전라· 장항선 전부. 누리로 포함
광역전철: 1호선 완행과 급행, 중앙선. 광역전철 연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역이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 역
비고: 전자 상가· 백화점 등과 붙은 민자 역사

※ 광명
역무 시설: 지하
승강장 선로: 맨 아래 지하. 자연 채광이 들어오긴 하지만 꽤 깊은 지하역이다.
선로 품질: 고속선 연결선
KTX: 경부· 호남선 일부
일반열차: 없음
광역전철: 영등포-광명 4량 셔틀 전동차. 배차 간격 매우 긺
지하철: 없음

※ 천안아산
역무 시설: 지상
승강장 선로: 맨 꼭대기 층. 광명 역과는 정반대로 지상 고가역이다. 안산선 상록수 역과 비슷한 구조.
선로 품질: 고속선 정중앙임! 통과 열차는 이 역을 시속 290km 이상의 속도로 통과한다. 이 역에서 한번 정차해 버리면 시간을 한 10분 정도 까먹는다.
KTX: 경부· 호남선 일부
일반열차: 이 역은 수직으로 교차하는 장항선 아산 역과 환승이 가능한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으며, 아산 역이 장항선 전열차를 취급한다. 누리로 포함
광역전철: 역시 환승역인 아산 역에서 1호선 전동차가 다니나, 배차 간격이 매우 긺
지하철: 없음

※ 대전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광역전철: 없음
지하철: 1호선과 연계가 잘 되어 있다. 지하철은 KTX의 대전 시내 지하 통과를 염두에 두고 매우 깊게 건설되었다.
비고: 역사가 오래 된 역인 만큼, 누리로와 광역전철이 없다는 것만 빼면 전반적으로 서울 역과 비슷한 위상이다. 타러 들어가는 곳과 내리고 나오는 곳이 구분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도 마찬가지 구조를 하고 있다. 한때는 대전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KTX도 있었으나 지금은 다 흑역사가 됐음.

※ 동대구
역무 시설: 평지
승강장 선로: 언덕 아래 평지. 지형의 특성상 꽤 특이한 구조가 됐다.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광역전철: 없음
지하철: 1호선이 지나지만 역까지 조금 멀다.
비고: 대구선과의 환승 노선이다. 고속버스 터미널과도 연계가 매우 잘 되어서 교통이 편리하다.

※ 부산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광역전철: 없음
지하철: 1호선이 지나지만 역 광장을 지나야 하고 역까지 조금 멀다.
비고: 서울 역과 비슷한 유리 궁전이다. KTX 정차역 중에 아직까지 역전 광장이 가장 넓게 남아 있는 역이다.

다들 자신만의 개성이 넘친다.
대구 이남에 있는 구포· 밀양 역은 KTX가 다 정차하지는 않으면서 고속신선이 아닌 기존선상에 속하는 역이다. 하지만 본인이 답사한 적이 없어서 자료가 없으므로 기재를 생략했다.
다음은 KTX 잡설들.

천안아산 역 건물 내부의 아래층에서 좀 있어 보면, 위층에서 무정차 KTX가 쌩 통과할 때의 진동이 거기까지 전해진다. 길이가 거의 380m에 달할 정도로 긴 18량짜리 KTX의 주행 진동이 느껴지는 시간은 겨우 4초가 될까말까이다. 그만큼 빠르게 지나간다는 뜻이다. 시속 300km이면 1초에 무려 80m를 넘게 나아가기 때문이다.
마치 공항의 탑승 게이트에서 저 멀리 이륙하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는 것 같다. 하긴, KTX의 주행 속도는 V1 속도를 넘어선 비행기의 이륙 속도와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천안아산 역과 장항선 아산 역은 T자 환승역으로, 천안아산 역의 경우 환승 통로가 한쪽 끝에 몰려 있다. 부산 방면(즉, 상행 열차는 맨 뒷칸, 하행 열차는 맨 앞칸. 18호차)에서 내려야 환승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KTX-장항선 환승으로 열차 승차권을 구입할 경우, 그 칸에 가깝게 KTX 좌석이 배정된다고 한다.
18호차 같은 맨 뒷칸에 타 보면 KTX의 은은한 구동음을 들을 수 있다. 여러 번 들어 본 본인의 결론은 신시사이저 건반 소리와 비슷하다. 예전에는 역에 도착할 때 제동 거는 소리가 굉장히 귀에 거슬리고 시끄러웠는데 이것도 요즘은 좀 개선된 것 같다.

그나저나 지금은 김천구미 역 공사 때문에 KTX가 한 8월 말까지는 그쪽 구간에서 서행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구간을 지나는 경우 운행 시간이 5~10분 정도 지연된다. KTX 이용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점을 감안하는 게 좋겠다.
2008년 초엔 KTX가 천안아산 역 부근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서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기서는 서행을 안 한다. 한 2009년부터는 KTX의 최고 주행 속도가 300에서 305로 상향 조정되어 체감 속도가 더 오르기도 했다.

김천구미야 대전과 대구 사이에 역을 하나쯤 만들 수도 있다고 치지만 오송은 도대체 무슨...;; 대전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 조치원쯤에 역을 또 왜 만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잖아도 논산-천안 고속도로 덕분에 도로는 호남 지방 가는 길이 더욱 곧고 빨라져 있는데, 철도는 뭘 하는 짓인지 원..;;

Posted by 사무엘

2010/06/09 08:14 2010/06/0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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