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철도 차량의 팬터그래프

이번 달은 철도 관련 글이 이례적으로 무척 드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짤막한 철도 토막 상식 하나. ㄲㄲㄲ

전기로 달리는 철도 차량은 어떤 형태로든 길에 있는 전차선으로부터 전기 에너지를 공급받는 장치가 있다.
외국의 철도(당장 북한부터 포함) 내지 놀이기구에는 땅에 있는 궤도에 전차선이 나란히 부설되어 있는 제3궤조 집전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전기 철도는 천장에 빨랫줄처럼 전차선이 매달려 있고 이를 차량의 팬터그래프가 끌어다 쓰는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되어 있다.

마치 헬리콥터에 동축 반전 로터 방식과 테일 로터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듯, 전기 철도도 시설에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제3궤조 집전식은 거추장스러운 전봇대와 전차선이 없어서 미관에는 좋지만, 반대로 철길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잘못해서 감전될 위험이 크다.
뭐, 가장 좋은 꿈의 기술은 무선 송전이겠지만, 에너지의 손실이 커서 아직 실용화는 못 돼 있는 듯하다.

고속으로 열차가 주행 중일 때 팬터그래프는 전차선과 닿으면서 마찰과 마모가 발생하는 부위가 존재하기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이 부분을 잘 만드는 게 첨단 기술이다. 전차선은 팬터그래프의 모든 부분과 고르게 닿도록, 선로의 진행 방향 기준으로 볼 때 약간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게 배선되어 있다. 무조건 선로와 평행하게 깔려 있지가 않다.

참고로 철도는 비단 팬터그래프뿐만이 아니라 차륜조차도 고르게 마모되게 하기 위해, 굳이 차를 돌릴 필요가 없는 전후 대칭형 동차도 정기적으로 열차 진행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한다.
(한 우진 님의 관련글: http://blog.naver.com/ianhan/120116919855 )

전기 기관차가 팬터그래프를 올리면서 그게 전차선과 닿을 때 불꽃이 팍 튀는 모습이 본인의 기억에 생생하다.
KTX가 고속선에서 시속 250~300km로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팬터그래프와 전차선이 맞닿은 곳에서 빛이 나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모습을 직접 보기란 쉽지 않다.
천안아산 역을 답사라도 하면서 무정차 통과 열차를 봐야 할 것이고, 아니면 경부선 일반열차를 타면서 기존선과 고속신선이 만나고 때마침 KTX가 지나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기를 바라야 할 텐데 그 기회가 그리 만만하게 찾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전철역에서야 KTX도 시속 100 남짓한 속도로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팬터그래프 주변이 그렇게 강한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팬터그래프는 열차의 진행 방향 기준으로 최대한 뒤쪽에 장착하는 것이 상식이며 관례이다.
그렇게 하면 열차의 앞부분이 갑자기 절연 구간이나 전기 규격이 다른 곳에 진입했을 때 그 대처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으며, 사고로 팬터그래프가 부러지더라도 그 부위는 뒤로 곧장 날아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안전하다.
앞과 뒤의 팬터그래프를 모두 올릴 수 있는데 평소에는 뒷쪽 것만 쓴다. 그러나 뒷쪽 것에 문제가 생기면 스페어로 앞쪽 것을 투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 철도 차량이 달리는 사진을 보면, 불빛의 색깔뿐만이 아니라 팬터그래프의 위치만 보고도 이 열차는 비록 전후 대칭형 차량이지만 원래 어느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는 걸 철덕은 금세 유추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7/27 19:12 2011/07/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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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내일로 티켓 여행기

새 홈페이지에다 이 귀한 자료를 내가 아직 올리지 않고 있었구나.
병특 회사에 다니는 중이던 2007년, 본인은 나이가 만 24세였던 덕분에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일로 티켓 여행을 즐겼다. 지금으로부터 딱 4년 전에!

사실은 내일로 티켓 자체가 그때 처음으로 생겼었다. 본인은 ISEF 참가 1세대일 뿐만 아니라 내일로 티켓 1세대. ㄲㄲㄲ
그 후로 코레일이 내일로를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내일로 UCC 공모전을 하고, 하계뿐만이 아니라 동계 내일로도 시행하고, KTX 내일로에다 일반 내일로도 2회에 한해 KTX 운임 50% 할인까지 도입했지만 내 때는 처음이라 그런 게 없었다.

그때는 정말 꿈같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보이저 호가 우주의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전송하듯, 미지의 세계를 철도로 탐사하면서 수많은 사진, 동영상을 찍었다. 여행 경로 구상과 모든 계획은 내가 직접 했고, 나중에는 내일로 티켓 여행을 떠나는 후배에게 코치도 해 줬다.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목걸이 명찰 형태의 티켓을 받는다. 이거 무슨 대회, 학회, 워크숍 같은 데에 등록하고서 받은 명찰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마치 한국의 모든 철도역이 대회장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여행 기간 동안 본인의 모습은, 미리 정해진 오전· 오후 일정대로 철도 워크숍에 참석한 기자 내지 연구원 같았다.

7일 중 4일은 주말+제헌절+회사 연차를 이용해서 연달아 여행을 즐겼고, 나머지 3일은 일종의 번외편으로 회사 퇴근 후에 밤에 또 기차를 타고 왔다. 수원까지만 갔다 오거나, 심지어 광주까지 갔다가 새벽 상행 열차를 되돌아온 후 바로 다시 출근-_-, 그리고 주 간선이 아닌 경춘선만 타고 돌아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티켓을 사용했다. ^^;;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하이라이트 중의 하이라이트 사진만 첨부한다. 지금 나이가 되는 후배 여러분들은 나중에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일로 여행을 가고 특히 새마을호를 많이 타 두기 바란다.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런 충고를 하는 거다. ㄲㄲ

차창 밖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동해남부선 해운대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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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2호선의 북서쪽 구간은 낙동강+경부선과 나란히 달리기는 하지만 서울과는 달리 고저 차이가 존재하며, 광역전철 직결 운행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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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에서 경치가 제일 빼어난 곳.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마곡 역 승강장 사진과 더불어 2007년에 본인이 남긴 명장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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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선으로 진입하는 열차 안에서 경부선과 경부고속선을 나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 날 유난히도 날씨가 참 좋았다. 그리고 최강 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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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산과 강, 들판뿐이던 영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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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과 태백선이 합류? 분기? 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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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티켓의 대단원을 찍은 곳! 이 마석 역은 본인이 방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리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기 한참 전에 이미 선로가 이설되면서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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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곳에 올린 사진들에 딱히 워터마크를 넣는다거나 내 꺼라는 티를 안 냈다. 우클릭을 막지도 않고..
한국 철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미래의 철덕 꿈나무들에게 동기와 자극을 주기 위한 비영리 목적이라면, 누구라도 마음대로 퍼 가고 사용해도 좋다. 새마을호 덕후인 사무엘 님이 찍은 거라고 출처 밝혀 주면 Thank you이지만, 강요는 안 함..;; 자기가 찍은 거라고 거짓말만 안 하면 된다.

사실, 웹에 올리기 위해 해상도를 팍 낮춘 것만으로도, 디카 원본 사진에 비해서 엄청나게 품질을 저하시킨 것이다.
원본 사진을 누가 갖고 있는지만 대조해 봐도 사진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는 바로 판가름이 날 테니, 인터넷 상으로 그렇게 저작권 따지지는 않을 생각.

Posted by 사무엘

2011/07/12 08:11 2011/07/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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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철도역

요즘 지어지는 철도역은 온통 ‘유리궁전’이 대세이다. 유리궁전은 일단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인천 공항, 서울 역부터 시작해서 요즘은 전철역과 심지어 관공서 건물까지 두루 유행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지역에는 의도적으로 한옥으로, 혹은 완전 한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와지붕을 얹은 형태로 역이 지어지기도 한다.

경주(동해남부선): 경주는 왕년에 신라의 수도이지 않던가. 경주 역은 기와지붕 모양인 대표적인 역이다. 하지만 동해남부선의 이설이 끝나면 지금의 신경주 역에게 모든 지위를 내어 주고 철거될 예정이니 대략 안습임.

영월(태백선): 지붕뿐만이 아니라 건물이 완전히 한옥 인테리어를 하고 있고 역명판도 아예 한자로 써진 무척 독특한 역이다.

전주(전라선): 경주 역과 비슷하지만 더 한옥 느낌이 든다. 여기는 아예 관광 명소인 한옥 마을이 있기도 하니까. 참고로 전주는 경주와 위도가 비슷하기도 하다.

김유정(경춘선): 경춘선의 복선 전철화와 함께 이설된 이 역은 작정하고 영월 같은 본격 한옥으로 지어졌다. 역명판의 글자는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로 인쇄되었다. 전철역 중에서는 최초의 사례이니 무척 흥미롭다.

이외에 남원, 곡성 역도 기와지붕을 한 역으로 알려져 있다. 더 있으려나? 특히 곡성 역은 탑리 역처럼 성곽 형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14 08:44 2011/06/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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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철 경원선(중앙선)의 모든 것

서울 강북에는 예전부터 '국철'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전철 노선이 있었다.
경인선이나 경부선과는 달리, 이 전철은 나름 서울 중심부 구간에서 한강을 따라 미려한 경치를 선사하면서 지상으로 달렸다. 딱히 이름도 없이 그냥 국철이었고, 배차 간격이 12~15분대로 다른 지하철보다 꽤 길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국철의 명목상 노선색은 군청색으로, 마치 1호선의 지선처럼 취급되었다. 그런데 지선은 본선에서 뻗어나가서 제 갈 길을 가는 형태가 보통인 반면, 얘는 용산에서 분기하여 한남, 옥수 따위를 지난 뒤에 다시 청량리에서 합류하여 일종의 고리를 형성했다. 여러 모로 특이한 노선이 아닐 수 없었다. 정식 명칭도 없는 이 국철의 정체에 대해 본인은 어릴 때부터 굉장한 호기심을 품어 왔다.

이것은 오늘날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라고 불리는 코레일 광역전철 노선의 옛날 모습이었다.
물론 용산-한남-옥수-청량리 구간 자체는 원래 경원선이라고 하여 일제 강점기 초창기인 무려 1911년부터 있던 철도이다. 그 경원선이 청량리와 성북과 그 이북으로 올라가서 신탄리까지 가고 북한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남북이 분단되면서 경원선은 경의선과 더불어 반쪽짜리 노선이 되었다.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기 전에 경인선과 경부선(수원 이북)이 그랬던 것처럼, 경원선에는 용산에서 신탄리까지 디젤 동차가 다녔다(아마 비둘기호급?). 1974년의 광복절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고 경부선· 경인선과 심지어 경원선의 일부 구간이(성북까지) 1호선에 편입되어 전동차가 직결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그때 경원선에는 아직 변화가 없었다. 다시 말해 회기-성북은 1호선 전동차와 기존 경원선 디젤 동차가 선로를 공용했다.

오히려 경원선은 철거당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69년, 박통 시절에 서울의 유명한 자동차 도로인 강변북로가 건설되었는데, 경원선을 그냥 철거해 버리고 그 부지를 이용해 도로를 손쉽게 건설하자는 제안이 채택될 뻔했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경원선 서울 시내 구간은 도시 개발에 방해가 되고 잉여력만 펄펄 넘쳐 보였으니 말이다. 그 당시엔 용산과 청량리 사이에 어차피 역도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나 이때 사명감 있는 철도 관계자들은 경원선을 절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그 의견에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우리나라 철도 건설사의 산 증인인 정 진우 박사의 저서 <평생 인연 철도 건설>을 보면 그 일화에 대해 잘 소개돼 있다. 저분은 경원선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경부 고속철 건설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고 우리나라에 고속철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한 고속철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책은 철덕들에게 강추인 아주 유익하고 귀한 문헌이니, 일독을 권한다.

저런 분들 덕분에 경원선은 철거와는 반대의 운명을 갔으며, 1978년 12월,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이어 별도의 복선 전철 노선으로 거듭났다.
비록 1974년 8월만치 유명한 날짜는 아니지만 철덕이라면 저 날짜도 잊지 말자. 이를 계기로 성북 역은 지하철 1호선과 국철의 동시 종점이 되었으며, 그 이남은 두 노선이 공히 디젤 동차가 완전히 퇴출되었다. 그리고 강변북로는 철길을 건드리지 않고 강변과 더 가까이로 건설되었다.

경원선 용산-이촌 사이에는 절연 구간(사구간; dead section)이 있다. 직류· 교류가 바뀐다거나 변전소가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다. 철길 위로 지나는 어느 노후한 교량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전차선을 설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잠시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 그런데 거기는 그렇잖아도 급커브 때문에 열차가 굉장히 천천히 달려야 하는데, 관성으로 무동력 운행까지 해야 하니 좀 불안하다.

서빙고 역 근처에는 아예 평면교차 건널목이 있고 열차가 지나가기 전에 차단기가 내려온다. 덜덜~ 전동차가 지나는 길목에 건널목이라니. 1호선도 북쪽 어느 구간에 딱 하나 아직 입체화가 되지 않은 건널목이 있다. 건널목 있지, 일반열차도 가끔씩 취급하지, 1호선과 공용하는 선로가 있지...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국철 경원선은 지하철 수준의 증차가 곤란하다.

게다가 경원선 국철은 옛날엔 사람과의 평면교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용산 이남으로는 어차피 운행을 안 하니까 별 문제될 게 없는 반면, 청량리-회기에서는 1호선과 합류해서 같이 성북으로까지 가야 하는데 여기에도 평면교차가 존재했다. 용산에서 출발한 경원선 전동차가 1호선의 상행(=원래 경원선인) 선로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1호선 하행의 선로를 필연적으로 침범해야 했다.

예전에 성북, 의정부 방면으로 가는 1호선 상행 전동차들이 청량리-회기 구간에서 심심하면 정체· 서행을 반복했던 주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말이다.
과거엔 1호선의 남쪽 끝인 수원 역에도 전동차가 아예 일반열차 선로를 침범하여 회차하느라 평면교차 장애가 있기도 했으니... 1호선은 이렇듯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병목 지점들이 존재했다. 덧붙이자면, 인천 역은 평면교차 지장은 없지만 인상선도 없는 열악한 두단식 승강장이어서 회차 성능이 영 안습이었고.

그러다 국철 경원선에 봄이 찾아온 것은 2005년, 덕소 역까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개통하고부터이다. 이 국철은 운행 계통상 경원선이 아닌 중앙선으로 편입되었고, 청량리-성북 구간에 더부살이를 하지 않는 별개의 노선으로 독립해 나갔다. 평면교차 장애가 없어진 것은 보너스. 과거에 안산선이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지선처럼 운행되기도 하다가 결국은 4호선으로 운행 계통이 완전히 분리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앙선은 고유 노선색(옥색)까지 부여받았다! 더는 이름 없는 국철이 아니다.
옛날에는 이 노선에 이름도 없어서 안내방송조차 “옥수· 청량리 행 열차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였는데 이제는 다 지나간 얘기. 이미 수 년 전부터 '중앙선'이라는 당당한 이름이 생겼다.

2000년도에 서울시에서 기존 지하철과 직통 운행을 하는 국철들은 다 지하철 호선 번호로 노선명을 통합했다. 그런데 용산-성북 국철은 지하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면서 1호선에 또 붙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분당선만치 독립적인 노선도 아니다 보니, 꽤 오랫동안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중앙선부터 시작해 경의선, 경춘선 등 워낙 국철들이 많이 개통하다 보니 국철이라는 말은 조용히 사라지고 각 노선명을 따로따로 부르는 게 대세가 되어 있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2009년에 드디어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의선도 옥색 노선색을 쓰고 있고,
경의선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춘선은 마치 중앙선에서 분기하는 지선 같은 위상으로 동일한 옥색을 쓰고 있다.
옛날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은 빨강, 국철들은 다 회색을 쓰던 노선 배색이, 회색이 옥색으로만 탈바꿈하여 되돌아온 게 아닌가 모르겠다.

다만, 경의선과 경원선은 궁극적으로 상호 직통 운행을 하여 파주에서 양평까지 한큐에 가게 하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으니, 지금부터 동일한 노선색을 쓰는 게 합리적인 정책이긴 하다. 오오~ 40년 전에 철거 위기까지 맞았던 경원선이 이 정도면 가히 장족의 발전을 한 게 아닌지?

이들에 이어 다른 국철인 분당선은 왕십리까지 올라가고 수원까지 내려가서 수인선하고까지 직결이 계획되어 있다! 노랑 국철과 옥색 국철의 거대한 발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경의선과 경원선이 만날 때쯤엔 건널목도 입체화하고, 특히 용산-이촌 사이의 절연 구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원선상에 있는 용산과 회기 역이 6, 7년 전에 비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변했는지가 아직까지 기억에 선하다. 특히 용산은 KTX 정차역으로까지 지정되었으니, 비록 광장은 서울 역보다 좁지만 건물 덩치는 서울 역보다 더 커졌다.
왕십리와 청량리 역은 크고 아름다운 민자역사로 바뀌었고 청량리의 경우 역시나 거의 30년 만에 지하철과 국철역 사이의 환승 통로도 드디어 생겼다.

왕십리 역은 민자역사가 생기기 전에는 마치 신도림 역처럼 코레일 관할의 역사 자체가 없어서 이것도 2호선과 동시 개통한 최신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렇지는 않다. 경원선의 이 지점에 역 자체는 이미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기 때문에 역사가 아주 길다.
저런 메이저 역들과는 달리 응봉, 한남 같은 역은 서울 도심의 시골 간이역 같은 정취가 여전히 물씬 풍긴다. 직접 가 보면 안다. 응봉과 옥수 역은 굉장한 곡선 승강장역으로도 유명하다.

성북 역은, 경원선 국철이 없어지고 최근엔 경춘선 무궁화호도 없어지면서, 역의 규모에 비해 이제 1호선 전철만 탈 수 있는 평범한 역이 되어 버렸다. 경원선이 북한으로까지 뻗어나갔으면 가히 강북의 영등포 같은 역이 됐을 텐데 아쉬울 뿐. 그래도 국철과 경춘선으로 인해 야기되던 고질적인 평면교차는 완전히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1호선 하나만이라도 쌩쌩 운행 잘 해 주길 기대하겠다.

중앙선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동안 1호선이 접수하고 있는 경원선 북쪽 구간도 전철의 세력이 커져서 지금은 무려 소요산까지 가 있다. 디젤 동차인 CDC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짤막한 단선 비전철 구간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뿐. 거기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1시간에 한 대꼴 열차보다는 차라리 20분에 한 대꼴 셔틀버스를 굴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경원선을 접수하고 있는 용산 역하고, 우리나라 킹왕짱 역인 서울 역과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서울 역은 지금의 민자역사 말고 옛날 건물 시절부터 거의 공항 수준으로 크고 아름다웠고, 이름에 걸맞게 경부· 호남· 전라· 장항선에 심지어 경의선과 교외선까지 혼자 다 취급하던 역이었다.
그랬는데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뭔가 서남쪽으로 가는 호남· 전라· 장항선 노선은 용산 역으로 이사를 갔다. 이것 때문에 지역 차별이라고 굉장히 불만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행선지별로 역이 이원화하는 것은 결코 나쁜 현상이 아니다. 청량리 역이 중앙· 경춘· 영동· 태백선 열차를 취급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강원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아무 불만 없었는데. -_-
역을 이원화하는 주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회차 용량과 취급 가능한 열차수를 늘리기 위해서이다. 거의 10분 간격으로 운행 가능한 그 많은 KTX 열차들을 서울 역 부지에다가만 세워 두기엔 공간이 부족하잖아? -_-;;

더구나 용산 역은 앞으로 경의선까지 뺏어 와서 경의· 경원· 중앙선 횡축에다 1호선 종축의 연계 전철망까지 구축하게 된다.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선은 회송 열차 트래픽도 있고, 또 신촌 같은 역도 있다 보니 아주 없애지는 못하지만 여객 전철은 여전히 1시간에 1대꼴로 아주 뜸하게 운행된다. 경의선이 비주류인 대신 서울 역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를 확보해 있다.
이렇듯, 서로 일장일단이 있으니
서울· 용산 구분이 무슨 지역 차별이라는 식의 말은 없었으면 한다. 용산구도 의심의 여지 없이 서울의 중심부이다.

생각해 볼 문제:
국철을 탈 때와 지하철 1호선을 탈 때 용산-회기까지 소요 시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 날까?
비슷한 문제로 공덕-청구(5, 6), 영등포구청-왕십리(2, 5), 도봉산-온수(1, 7)의 경우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03 08:43 2011/06/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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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여러 잡설

※ 서울 3대 전철 회사들의 전동차에서 방영되는 동영상의 주된 테마

서울 메트로: 2005년부터 도입된 2호선 신형 차량을 주축으로 하여, 차내 동영상 방송 트렌드를 가장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자기네가 전국에서 역사가 제일 긴 지하철 회사라는 걸 강조하면서 옛날 흑백 사진도 보여주고, 지금까지 수송 거리 n억 킬로미터, 수송 인원 n백억 명.. 같은 걸 자랑한다.
그리고 대국민 캠페인을 제일 열심히 한다. 무리해서 승차하지 말라, 내릴 사람은 전역에서 미리 내릴 준비를 하라, 두 줄로 서라 등.. 테러· 화재 시의 대처 요령 같은 걸 계속해서 방영한다. 이런 분위기는 오로지 서울 메트로 구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코레일: KTX를 운행하는 전국구 회사인 만큼, 철도 자체가 친환경 녹색 교통수단이라는 걸 귀가 따갑도록 강조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이용하면 나무 n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습니다' 드립. 그러면서 가끔 철도 안전 캠페인도 틀어 준다. 컬러 모니터는 1호선 같은 주류 노선에서는 보기 힘든 편이며, 중앙선· 경춘선· 경의선· 광명 셔틀 같은 곳에서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도철(SMRT): 역사가 가장 짧고 구세대 LED 전광판을 가장 먼저 도입한(당대엔 이게 롤지나 플랩 표지판에 비해서 최신형이었음) 회사인 만큼, 컬러 모니터의 도입은 가장 늦다. 하지만 요즘 심심찮게 컬러 모니터로 시설이 교체되고 있는 중이다. 도철이 보여주는 건 맨날 자기네 기술력 자랑뿐이다. 자체 전동차 SR-001은 절대 빠지지 않으며, 음 사장님이 인건비 절감 고효율 경영을 위해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걸 홍보하느라 바쁘다.
도철은 과거에 지하철 벽 프로젝션 광고를 가장 먼저 시도했고, 심지어 주행 중 터널 홀로그램 광고라는 엽기적인 시스템도 도입했으며, 서울 3대 전철 회사 중 스크린도어를 가장 먼저 전구간 완성한 회사이기도 하다.

Excercise: 서울 1기 지하철(1~4호선)과 비교했을 때, 2기 지하철(5~8호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시스템을 모두 고르시오.
(1) ATC 신호 시스템
(2) LED 전광판
(3) VVVF 인버터
(4) 1인 승무
(5) 직· 교류 겸용 전동차
(6) 콘크리트 노반
(7) 장대 레일

※ ABB? ABBA?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의 VVVF 인버터는 ABB라는 유럽계 회사(스웨덴)의 제품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1970년대의 유명 팝송인 Dancing Queen을 부른 가수 그룹의 이름은 ABBA이고 이들의 국적은 스웨덴!
Dancing Queen과 서울 지하철과의 묘한 연결 고리가 생기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ㄲㄲㄲㄲㄲㄲ

※ 아래아한글 2007

아래아한글 2007은 2006년 한글날에 출시된 후 2010년 3월에 차기작인 2010이 출시될 때까지 3년 반 가까이 지냈던 메이저 버전이다. 그렇다 보니, 두 버전 사이의 간극은 MS 오피스 2003과 2007의 간극에 맞먹는다(2003년 가을 ~ 2007년 초).
그 동안 2007은 업데이트가 굉장히 많이 뿌려졌으며, 2007 RTM과 지금의 2007은 가히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하게 되었다.

단순히 보안 패치 같은 보이지 않는 안정성 차이뿐만이 아니라..
F4 구역을 잡은 상태에서 Ctrl+Home/End가 동작하냐 안 하냐
키매크로와 스크립트 매크로가 동작하냐 안 하냐 같은 당장 눈에 띄는 기능 차이도 적지 않다
.
그렇기 때문에 아래아한글 2007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님, 버전 번호가 뭔가요? 최신 패치는 설치하셨나요?”부터 물어 봐야 할 지경이다.
About 화면에 아직도 (c) 2006이라고 적혀 있는 아래아한글 2007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 원격 터미널 클라이언트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1. CPU 사용량의 편차가 크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끊임없이 켜져 있고 돌아가야 하는 프로그램: 서버
2. 끊임없이 CPU를 혹사하면서 실시간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 게임, 시뮬레이션
3. 사용자에게 클라이언트 상으로 뭔가를 오랫동안 표시하고 보여주는 게 목적인 프로그램: 프레젠테이션, 동영상
4. 로컬 환경에서 사용자의 응답에만 그때 그때 반응하는 프로그램: 대부분의 GUI 기반 애플리케이션

일반적으로 개인이 PC에서 다루는 프로그램의 유형은 4가 대부분이다 보니, 컴퓨터는 사용자가 오랫동안 키보드나 마우스를 건드리지 않으면 화면 보호기를 돌리고, 더 시간이 흐르면 컴퓨터의 전원을 부분적으로 차단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쁘지 않은 전략이며, 절전과 환경 보호까지 달성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전세계에서 동작 중인 수많은 컴퓨터들이 잡아먹는 전기는 가히 엄청난 양이며, 이래서 IT 산업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1~3이 돌아가고 있다면 사용자가 건드리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꺼져서는 안 된다. 특히 3은 CPU 부하는 그리 크지 않은 것에 비해 모니터가 절대로 꺼져서는 안 된다는 특이점이 존재한다.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3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WM_SYSCOMMAND의 SC_MONITORPOWER와 SC_SCREENSAVE 메시지에 별도로 응답하여, 내가 실행되고 있는 동안은 화면 보호기나 절전 모드가 동작하지 않도록 운영체제에다 요청을 해야 한다.

FTP나 웹브라우저 같은 프로그램은 다운로드가 진행 중일 때는 모니터는 끄더라도 컴퓨터는 안 꺼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PuTTY 같은 원격 터미널은 어떨까? 통신 기능은 있지만 딱히 대용량 파일 전송에 최적화돼 있지는 않다. 그냥 프롬프트에서 놀고 있을 때는 장시간 무응답 시 접속을 끄고 컴퓨터도 끄게 할 수 있지만, 서버 접속하여 명령줄로 한창 긴 빌드를 걸어 놓은 상태인데 컴퓨터가 그렇게 정신줄을 놓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두 상태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미묘한 개념 차이

퍼센트는 비율을 나타내는 매우 유용한 단위이다.
그런데 60%라는 수치가 30% 증가하면 78%가 될까, 90%가 될까?
퍼센트에도 퍼센트가 적용된다고 보면 60%의 30%에 해당하는 18% 증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퍼센트 수치가 문자 그대로 덧셈으로 증가했다는 차이를 나타낼 때는 '퍼센트 포인트'라는 단위를 쓴다. 속도로 치면 가속도에 해당하는 개념 되겠다.

따라서 2%이던 실업률이 3%가 되었다면, 실업률은 겨우 1% 포인트 증가한 것이지만,
무려 50%나 증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통계는 수학적이고 객관적이지만, 이를 이용한 말장난 숫자놀음에 놀아나지는 말아야겠다.
'흉악 범죄자 싸이코패스들은 100% DHMO라는 위험한 약물에 중독되어 있으며 이걸 매일 마시지 않으면 못 산다' 같은 루머조차도 과학의 이름으로 퍼뜨릴 수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또 비슷한 예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경을 많이 찍어낸다고 들었는데, 성경뿐만 아니라 외국의 화폐도 굉장히 많이 찍어서 수출한다.
우리나라가 6· 25 당시에는 일본에서 임시로 돈을 찍어서 쓰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우리나라의 조폐 기술이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듣자하니 EU 유로화 화폐를 거의 전량 한국에서 만든다고 함.

그런데, 돈을 얼마짜리만치 만들어서 수출했다고 하면, 이건 우리나라가 챙긴 액수(제조 원가+이윤)를 말하는 걸까, 찍어낸 돈 자체의 액면가를 말하는 걸까?
이것도 마치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의 차이 같은 미묘한 개념 차이가 발생하는 영역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05/27 19:48 2011/05/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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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설교 외

* 스포일러: 이 글은 잘 나가다가 뒷부분부터 삼천포로 빠지는 구조이다.

본인은 정확하게 언제 구원받았는지 모르는 예수쟁이이다. 고등학생이던 1998년 가을에 처음으로 성경을 한 번 완독했으며, 2002년 무렵에 KJV believer가 되고 세례 대신 침례를 다시 받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6년엔,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거리 설교 때 난생 처음으로 preaching을 해서 지금까지도 이를 계속하고 있다. 본인은 길거리에서 직접 설교를 하는 교회 형제들 중에서는 최연소자이다.

주변의 불신자, 개독안티, 무신론자와 얘기를 나눠 보면, 그들은 교회 댕기는 주변 사람들의 행실 때문에 실망하고 기독교에 대한 호감을 잃은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어디서 접했는지 별 희한한 교회, 예수 사칭하고 다니는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사람에 의한 온갖 나쁜 기억과 응어리는 꼭 하나씩 갖고 있는 듯했다. 저런 놈들 때문에 예수 못 믿겠다고.

물론, “크리스천들의 행실은 불신자들이 보는 성경”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크리스천들은 세상을 상대로 좋은 본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고 본인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점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 예외가 아니다-_-. 그런 못난 것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고상하게 산 사람들도 다 예수 안 믿었기 때문에 죽어서 지옥 간다고 말하면 그것만치 기분 나쁘고 정 떨어지는 소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기독교는 애시당초 선행으로 구원받는다고 가르치는 종교가 아니다. 그리고 교회란, 열심히 도 닦고 인격 수련해서 구원을 받으려 애쓰는 고매한 사람들의 모임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이 다니는 일종의 병원 같은 곳이다. 병원에 완벽한 사람, 성한 사람이 다닐 리가 없잖아..;; 100% 완벽한 교회에 당신이 가입하고 나면 그 교회의 100% 완벽 무결성은 깨진다. -_-;; 그러나 예수님의 구원 초청에 차별이 있던가?? 신앙생활이란 그런 마인드로 하는 거다.

그리고 기독교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불신자들의 안목이 늘 객관적이고 정확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대형 교회에 대해서는 부패하고 비리 많고 돈만 밝힌다고 욕하면서, 한편으로 진짜 성경대로 좁은 길을 고집하는 마이너 교회에 대해서는 자기밖에 모르고 편협하고 옹고집 교조주의라는 식으로 응수한다면?
교회는 어떤 노선을 가든 어차피 욕을 하게 돼 있는 불신자의 취향까지 만족시켜 줄 의무는 결코 없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마 11:18-19 같은 부류들.

난 지금까지 살면서 참 다행스럽고 고맙게 여기는 점이 하나 있는데, 신앙생활에 관한 한 사람 때문에 시험 들고 실족한 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또라이-_- 짓과 괴팍한 성격 때문에, 남들로 하여금 예수 믿는 사람이 원래 다 저렇나 식으로(ㄲㄲㄲㄲㄲㄲㄲㄲ) 시험 들게 하고 간증 망친 게 더 많을 것이며, 기독교계 전체의 관점에서는 내가 빚진 게 더 많을 것이다. -_-;;; 죄인을 받아준다는데 내가 왜 마다하며, 다른 죄인으로부터 끼친 여파에 그렇게까지 피해의식에 사로잡힐 필요가 있겠는가?

나는 내가 죄인이라는 것, 사후 심판이 있다는 것, 인간은 스스로 의로워질 수 없으며 인간의 의는 몹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거나 그에 반감을 품어 본 적이 없다. 신이 인간을 지옥에 보낸다는 말에 불쾌해하기에는 인간의 죄악이 너무 극심하다는 현실에 훨씬 더 공감이 갔다. 이런 발상의 차이가 불신자의 사고방식과 신자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만들어 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누구 만만찮게 나만의 인생 개똥철학에 빠져서 하나님에 대해서 굉장히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히고, 죄의 결과와 여파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열폭하고 인생이... 으, 생각도 하기 싫다. “하나님의 은혜로 내가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고전 15:10)

길거리에서 복음을 설교하는 사람들의 메시지를 들어보면 자기만의 패턴이 있다. 그리고 나도 나만의 패턴이 있다. 나는 내가 깨달은 것을 강조한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고 성경이 어떤 책인지 먼저 얘기한 뒤,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 죽음과 심판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죄에 대해서 얘기하고 예수님은 우리의 경제· 교육· 정치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죄 문제를 해결하러 오셨고 그게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살인· 간음을 저질러서 지옥 가는 게 아니라 예수 안 믿어서 지옥 간다. 지금까지 하나님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던 것, 죽으면 다 끝이라고 생각하던 것, 절대적인 선과 악이란 없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모두 바로잡아야 한다” ... 이걸 전하려고 한다.

거리 설교라는 게 처음에 입을 떼기가 힘들다. 본인도 초창기에는 원고를 미리 써 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찾아 봤는데, 결국은 여러 번 하고 나니까 요즘은 원고 없이도 한번 말을 하면 최하 15분은 금방 지나는 것 같다. 나 자신이 복음과 구원 메카니즘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이를 조리 있게 얘기도 곧장 할 수 있다.
내가 평소에 다른 곳에서 공개적으로 얘기를 하다가 말 더듬고 혀 꼬이고 실수하는 것에 비하면, 내가 생각해도 거리 설교는 꽤 유창하게 잘 하는 것이다. -_-

오히려 나는 인터넷 공간도 그렇고 길거리도 그렇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 전파가 차라리 속 편하다.
단적인 예로, 이곳 인터넷에서는 내 인격-_-보다 내가 쓰는 글의 메시지 자체만이 비교적 쉽게 전달되기 때문에 신앙의 동지도 여럿 만나고 이끌어 올 수 있었다. ㅋㅋ 하지만, 나와는 반대 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분도 있겠지.

또박또박 길거리에서 설교를 하고 나면 굉장히 기쁘고 후련한 마음이 든다. 내 신앙 노선을 이미 잘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난 체험이나 경험 같은 데에 가중치를 덜 두고 그런 것 판단은 아주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 설교를 하고 나면 감회가 새롭다. 이런 육신의 체험은 나도 보증 가능하다. 이걸 기독교식으로 표현하자면 “내 안에 거주하는 성령님이 주는 기쁨”이라고 한다.

“네가 드디어 나에 대해서 공개 석상에서 당당히 증언을 할 정도로 성장했구나! 아이고 기특해라!” 정도? ㄲㄲㄲㄲ
거리 설교가 주는 유익: http://biblebaptistpublications.org/streetpreaching.html 클릭. (영어)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난 어차피 좀 덕후에 남 눈치 볼 줄 모르는 철면피 기질이 있어서.. -_-;;
하루는 거리 설교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문득 이런 선포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여러분은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저는 여러분에게 우리나라 철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전해 드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어쩌구저쩌구... 중략)

이처럼 철도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습니다. 철도는 21세기의 트렌드에 어울리는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입니다. 우리나라 철도를 알면 역사와 지식을 보는 눈이 바뀝니다. 철도는 정서 수양과 교양 함양에 좋습니다. 철도를 알면 국토 사랑 정신이 생깁니다. 이렇듯 철도 덕질(?)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선한 간증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철도에 관심을 갖고, 여행 갈 때 철도를 적극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본색이 드러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설마 진짜로 길거리에서 이렇게 외치고 왔다면, 여기 계시는 크리스천들께서 “용묵 형제가 부디 철도를 끊고 주님께로 돌아오도록” 기도라도 하셔야 할 배도(背道)-_- 단계이겠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철도를 전하는 데는 영적 전투가 필요하지 않다. 철도를 전하다가 순교? 순직?했다는 사람 얘기는 못 들었다. -_-
철도를 전하기 위해서는 죄, 죽음, 심판, 지옥 같은 유쾌하지 못한 주제를 꺼낼 필요가 없다.
“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해 줘야지 왜 너만 독단적으로 구냐?” 이런 말을 들을 일도 없다.

요즘은 철도역, 시외버스 터미널, 고속버스 터미널을 통합해서 교통 허브로 건설하는 게 유행이라지만, 그게 무슨 교통수단간의 에큐메니컬 운동이랍시고 경계라도 해야 할 대상이지는 않다.

허나, 철도에는 불행히도 혼을 구원하는 능력이 없다. 하늘로부터의 보상이 있다고 약속되어 있지도 않다. 그런 인센티브가 없으니 철도 전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을 해야지 뭐, 별 수 없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내 안에 거주하는 성령님도 철도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는다. (뭐, 주변에서는 용묵 형제가 철도 덕질을 할 때마다 성령님은 탄식할 거라고 악담을 하는데... ㄲㄲㄲㄲㄲ) 새마을호 객실에서 Looking for you가 내 귀에 울려 퍼지던 그 날은 내게 정말 오순절 성령 강림절이나 마찬가지인 날이었다. 철도와 본인과의 만남은 가히 운명적이고 필연이었다.

본인은 웅장한 예루살렘 성전 밑으로 지하철이 깔리는 날을 꿈꾼다. 누가복음의 므나 비유에서 “열 도시를 다스리라”(눅 19:17)가 ‘10개 철도 노선(사철 ㄲㄲ)을 다스리라’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make straight in the desert a highway for our God.”(사 40:3)는 사막에서 철도가 건설되는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어디 가서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나, 지하철 시스템에 대해서 강연이라도 실컷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나는 예수님을 증거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철도 얘기를 담대하게 늘어놓고 싶다. ^^;;

나는 한때는, 요즘 같은 영악하고 험악한 세상에 나 같은 별종, 괴짜, 덕후가 아니면 누가 성경 따위를 믿겠는지 의구심을 품은 적이 있다. 세상의 유행 풍조하고 성경의 사고방식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다시 말해, 철도 덕후나 KJV believer나 비슷한 수준의 geek라고 생각했....는데, 후자에 속한 분에 따르면 그건 절대로 그렇지 않으며, 그 둘을 상호 동급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그러네.. ㅋㅋㅋㅋㅋ 정말인지?? ㅠㅠ

Posted by 사무엘

2011/05/21 08:41 2011/05/2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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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

철도 차량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근성 있는 철덕이라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이미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이곳 본인의 블로그는 철덕만 오는 곳도 아니고 만인을 위한 보편적인 공간인 만큼, 그게 무슨 용어인지 또 친절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동력차를 편성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은 4종 교통수단 중 오로지 철도 차량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여타 교통수단과는 달리 여러 차량을 한없이 길게 줄줄이 엮어서 다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열차이다.

먼저 동력 집중식이란, 쉽게 말해서 동력을 내는 역할만 하는 한 개의 전용 동력차가 나머지 객차들을 전부 끌어 다니는 차량 편성 형태이다. 그 동력차는 흔히 기관차라고 불린다. 육중한 기관차는 당연히 괴력을 낸다. 가정으로 치면 가장 한 명이 혼자 돈 벌어서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형태라고나 할까?

기관차를 앞뒤로 혹은 앞-중간, 앞-앞으로 중련 편성하고 심지어 뒤에서 미는 형태로 편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동력 집중식에서 중요한 것은, 기관차는 오로지 기관차 역할만 하고 그 뒤에 객차를 끌든 화차를 끌든 뭘 엮든 상관없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철도 동력차는 증기 기관차이니 당연히 동력 집중식이었다. 증기 기관 자체가 덩치가 크고 물탱크에 석탄 화차까지 필요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동력 집중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력 분산식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한 차량에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여러 차량이 작은 힘을 동시에 낸다는 것. 동력 분산식을 설명하기 위해 동차에 대해서 먼저 소개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동차라든가 KTX는 동력차 안에도 일부 좌석이 편성되어 있으며, 그 뒤에 이어지는 객차도 아무 차량이나 편성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가 동일한 새마을호 객차라도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와 기관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이들은 위의 두 조건 중 첫째만 만족하는 차량이다. 이런 차량은 동차라고 불린다. 하지만 동력차가 겨우 앞뒤로 두 군데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동력 집중식 동차라고 불린다.
요컨대 동력 분산식 차량은 반드시 동차이다. 그러나 모든 동차형 열차가 동력 분산식은 아니다.

그럼 둘째 조건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의 길고 아름다운 화물 열차처럼 기관차를 중간중간에 여럿 편성하여 움직이는 것은 둘째 조건을 만족하지만, 이걸 동력 분산식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첫째 조건과 복합하여,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는 차량이 여럿이서 같이 움직이려면.. 결국 동력 기관이 객실 밑바닥에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추가된다.

이런 조건을 정확하게 만족하는 철도 차량은 역시 지하철이다.
사실 지하철뿐만이 아니라 일본 신칸센도 동력 분산식 고속철이며, 동력 집중식 고속철인 KTX와는 다르다.

철도 차량은 왜 이런 식으로 구성의 차이가 발생하며, 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의 장단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글을 계속 읽어내려가기 전에 여러분도 생각을 해 보기 바란다.
이런 사색을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철도 시스템을 이해하고 철덕이 되는 법이다.

동력 분산식은 작은 엔진이 여럿 동시에 힘을 낸다는 특성상 가감속력이 뛰어나다.
밥 먹듯이 정차를 자주 하고도 표정 속도를 높게 유지하려면 빠른 가감속력이 필수이므로, 동력 분산식은 민첩해야 하는 여객 열차에 매우 유리하다. 특히 지하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고 속력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가감속력이 뛰어나면 지연 만회에도 유리하다.
차량으로 치면 지프 같은 사륜구동 차량이 일반 승용차보다 등판능력 같은 성능이 더 좋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지하철이 보통 초당 2~3km/s 가속이 가능하며, KTX는 2km/h/s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전속력을 내려면 거의 4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시속 100km까지 10초가 안 걸리는 스포츠카와는 다르다. =_=
부산 지하철 1호선 전동차는 8량 1편성 중 앞뒤 차량을 제외한 6량이 모두 동력차...;;여서 전국의 지하철 중 가감속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기관차+객차형 차량의 경우, 객차는 별로 안 무거운 반면 열차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차만 100수십 톤에 달하며 엄청나게 무겁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과적 단속을 하는 게 다 이유가 있어서이듯, 무거운 차량은 선로에 무리를 많이 준다. 철도 교량 역시, 통과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열차의 하중을 기준으로 건설된다.

그 반면 동력 분산식 차량은 작은 동력 기관이 여럿인 형태이므로 개개의 차량이 기관차만치 많은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여러 엔진 중 한두 개가 좀 뻗는다고 해서 열차가 바로 서 버리지도 않는다. 아직까지도 국산 고속철인 KTX 산천이 자주 뻗는 모양이던데, 산천이 동력 분산식 차량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끝으로, 이건 굳이 동력 분산식이라기보다는 동차형 차량 전체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차량은 기관차+객차형 차량과는 달리 전후 내지 좌우 대칭형으로 편성된다. 그래서 굳이 차량의 방향을 돌리지 않아도 지금 있는 상태 그대로 자연스럽게 전진이나 후진으로 나아갈 수 있다. 회차가 불편한 노선에서는 동차형 차량이 약방의 감초가 된다.

자, 지금까지는 동차형 차량의 장점 위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도 단점이 있으며, 기관차형 열차가 유리한 분야도 있다.
일단 동력 분산식 차량은 객실 바로 아래에 동력원이 있는 만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증기 기관으로는 동차는 아예 만들 수가 없고, 기름으로 달리는 동력 분산식 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가히 버스· 트럭 수준이 된다. CDC, NDC가 딱 그 예이다.
그러나 전동차의 소음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그나마 요즘 굉장히 많이 줄어든 것이다. 누리로는 정말 조용하던데!

그리고 동력 분산식 차량은 차량 편성이 기관차형보다 경직된다.
앞뒤로 모두 동력 차량이 있고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뒤에 객차나 화차를 자유롭게 추가로 넣었다 끊었다 하기가 어렵다. 기껏해야 이미 해 놓은 편성의 배수 단위 중련 편성이나 가능하다. 이는 화물 수송에서는 꽤 불리한 점이다.

차량의 개수가 n이라 할 때 기관차형 열차의 cost는 15+n쯤 되는 반면, 동력 분산식 동차형 열차의 cost는 3n 정도 되겠다.
기관차는 초기 비용이 크다. 그러니 달랑 1량짜리 열차를 기관차+발전차까지 엮어서 끌고 다니는 건 대단한 낭비이다. 그러나 그 기관차의 출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객차는 얼마든지 저렴하게 추가로 끌고 다닐 수 있다.

그 반면, 동차는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한 차량의 비용이 일반 객차보다 비싸며, 길게 편성하면 할수록 그 비용도 커져서 결국은 기관차형 객차만 길게 편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앞지르게 된다.
또한 특별히 1량 동차로 설계된 동차가 아닌 이상, 동차는 어차피 1~2량 편성을 하지도 못한다.

이 정도면 동력 집중식과 동력 분산식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글의 논조에서 느끼셨겠지만, 동력 분산식은 결국 속도가 중요한 여객에 유리하며, 동력 집중식은 편성의 유동성이 더 중요한 화물에 유리하다.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진작부터 가히 동차 천국인데, 우리나라도 이 추세를 이어받아 이제 공항 철도나 누리로처럼 동차형 열차가 대세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옛날에 DEC, EEC 같은 동차의 추억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에는 아예 화물 열차도 동차형 열차가 존재하며, 이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그런 일본도 아예 바닥에 누워서 편히 자야 하는 침대차는 기관차+객차형 열차로 운행한다고 함. 어차피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높은 가감속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이를 응용하자면,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열차에 동차형 열차가 투입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비행기와 경쟁하는 시속 500km짜리 자기 부상형 고속철이 아닌 이상 말이다.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에 있는 모 형제는 혼자 있을 때 Oh Glory Korail을 절로 흥얼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섬식 승강장· 상대식 승강장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고 서울 지하철을 관할하는 회사가 둘로 나뉘어 있다고(서울 메트로 vs 도철) 얘기하더니만 주변으로부터 철덕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게 다 내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러분도 어디 가서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를 구사하고 그 차이점까지 설명할 줄 안다면 주변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5/15 08:32 2011/05/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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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어떻게 건설되는가

지하철이 건설되는 방식에 대해서 본인은 꽤 오래 전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은 그 내용을 좀 더 보충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본격 토목 공학 탐방.

앞서 쓴 글에서 언급되어 있듯, 지하철은 크게 개착식 아니면 터널식으로 건설된다. 처음 건설되는 지하철은 대체로 큰길· 간선 따라 먼저 건설되고, 또 그리 깊지도 않기 때문에 응당 도로를 파헤치는 개착식으로 건설된다. 이게 도로 틀어막느라 민폐는 많이 끼치지만, 건설비가 더 저렴하니까.

그러나 나중에 건설되는 지하철은 좀 더 외진 곳으로, 지상에 길이 없는 곳을 만들면서 가기도 할 확률이 높으며, 기존 지하철보다 더 아래로 지나가기도 하기 때문에 터널식으로 건설되는 경향이 있다.

광산에서 갱도를 파내려가는 작업을 생각해 보자.
암반을 뚫고 길을 내려면 곡괭이나 비슷한 레벨의 연장으로 굴착을 하든가, 아니면 작은 구멍만 뚫은 뒤 거기에다 다이너마이트를 꽂고 폭파를 한다. 그리고 기껏 뚫은 구멍이 자칫 무너지지 않게 굴착면을 보호도 잘 해야 한다. 폭파를 잘못 해서 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시ㅋ망ㅋ.

이게 전통적인 방법이다. 경부 고속철 공사를 할 때만 해도 산을 뚫는 폭파음 때문에 주변의 가축들이 놀라서 유산을 하네 마네 하면서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이를 약간 더 개선한 공법이 195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이름하여 나틈(NATM) 공법인데, 전산학계에 헝가리안 메소드가 있다면, 토목학계에는 오스트리안 메소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니셜의 의미가 딱 저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NATM은 폭약을 써서 터널을 뚫는 건 마찬가지이나, 빨리 굳어지는 급결제를 섞은 시멘트를 압축공기로 밀어내 굴착한 표면을 재빨리 콘크리트화하는 방식이다. 그 이상의 디테일은 본인도 잘...;;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별도의 지지대를 마련해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되어 예전의 공법에 비해 건설 비용을 절감한 것이 장점이지만, 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수준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당장 해저 터널을 뚫을 때 이 공법이 동원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건설 역사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 사이의 하저 터널이 이 공법으로 건설되었다. 한강 밑바닥보다 거의 10~20m 밑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저 대단할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호선은 마포-여의나루뿐만 아니라 광나루-천호 사이도 똑같이 한강을 건너는 하저 터널이긴 한데, 마포-여의나루 버전보다는 존재감이 훨씬 덜한 것 같다. 또한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터널 전후의 역이 모두 섬식이 아닌 상대식 승강장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하저 터널은 섬식 승강장에 더 유리한 단선 쌍굴 형태로 지어져 있을 텐데 말이다.

사람 눈에 보이는 교량과는 달리, 지하철이 지나는 이런 하저 터널은 일반인들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정식 이름도 없다. 아쉬운 점임. 마포 철교/터널 이런 이름이라도 있어야 할 듯하다.

NATM 공법에 이어 터널 뚫는 데 쓰이는 공법은 TBM 공법이 있다. 쉴드 공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건 지름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둥근 드릴을 빙글빙글 밀어넣어서, 애벌레가 먹이를 파먹듯 지반을 뚫는다.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전산학도라면 1997년도 IOI의 이숑고로로 문제를 떠올릴 법도 하겠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공법은 굉장히 비싼 첨단 기계를 동원하여, 폭파를 하지 않고 둥그런 터널을 만들어 낸다. 주변 지반에 끼치는 영향이 적어서 안전하고, 터널 뚫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까지 있다고 한다. 뭐, 빨라 봤자 하루에 1~5m 남짓이지만.

다만, 폭파를 안 하고 단단한 바위를 뚫는다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장비가 정말 억소리 나게 비싸며, 터널 뚫는 과정에서 드릴의 표면이 닳고 손상되고 망가지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에(유지비), 쉽게 말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터널 뚫는 도중에 갑자기 지반 구조가 다른 곳이 발견되었을 때의 대처도 어렵다는 게 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통되지 않은 분당선 한강 횡단 하저 터널이 TBM 공법으로 건설되었다. 터널이 완전히 뚫린 지 벌써 4년도 더 됐는데 아직도 노선의 개통은 오리무중..

http://blog.naver.com/ianhan/120122003473

그리고 서울 지하철 7호선의 부천 연장 구간도 일부는 시가지 아래로 TBM 공법으로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터널식 지하철은 NATM과 TBM 공법이 병행되어 건설된다고 보면 정확하다.
공항 철도는 그 깊은 서울 시내 구간이 당연히 터널식으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역시 저런 비슷한 공법이 쓰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 홈페이지의 '서울 지하철 상식 -- 5호선 편'을 보면 사진이 나와 있지만, 본인은 5호선 을지로4가 역이 방화 방면으로는 둥그런 터널이고 왕십리 방면으로는 네모 터널인 것을 주목한 적이 있었다. 아마 이 역의 양 옆으로 터널의 건설 공법이 달라진 것 같다. 놀라운 발견이지 않은지? 드디어 서울 시내로 들어가니까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굴을 판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지금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저런 사진은 찍고 싶어도 못 찍는다.

터널은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에서 동시에 건설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드디어 중앙에서 양 방향이 한데 만나면 건설이 끝나며, 그때 '관통식'을 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린다.
그런데 개미들은 굴을 파다가 어쩌다 상대방 부족의 굴과 관통이 되어 버리면 헬게이트의 시작. 어느 한 부족이 전멸할 때까지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끝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는 데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이 있듯이, 해저 터널을 파는 데도 이와 비슷한 침매 공법이라는 게 있다. 육지에서 터널 구조물을 건설한 뒤, 바다 밑바닥을 파서 구조물을 얹고, 그걸 다시 흙으로 파묻는다고..;; 내가 보기엔 그것도 터널식 만만찮게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에 개통한 거가대교의 가덕도-대죽도 사이 구간이 최초로 이 공법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공법은 수압 때문에 너무 깊은 바다에서는 쓸 수 없다.

철도를 공부하면서 연결되는 지식의 분야는 참으로 넓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4/26 19:44 2011/04/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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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표(*): 비교적 서울 시내에 가까이 있는 기지임을 뜻한다. (시계나 외곽이 아니라)

※ 코레일

- 구로*: 경부선과 경인선이 분기해 나가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차량 기지이다. 구로 역에 차량 기지 입· 출고 선로가 있으며, 전동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아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떡밥이 나돌고는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과연 글쎄다.

- 이문*: 여기는 원래 경원선 북쪽 방향에서 중앙선으로 바로 진입하는 삼각선, 일명 망우선이 시작하는 곳이고 망우선의 화물 취급역인 이문 역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갈수록 길어지고 그에 비례하여 운행 중인 전동차 수도 늘어나면서, 코레일은 이문 역을 폐지하고 여기에 전동차 차량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게 되었다. 그게 2004~2005년의 일이다.
바로 옆에 1호선 신이문 역이 있다. 이곳은 차량 기지뿐만이 아니라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 본부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 병점: 중정비 기능도 없고 그다지 존재감 없는 외딴 기지였으나, 내부에 지선 형태의 서동탄 역이 생기면서 인지도가 살아났다. 수원 일대에서 회차하는 전동차들의 입체 교차를 책임지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임.

- 월곶(시흥): 안산선의 종점인 오이도 역에서 북쪽으로 더 진행하면 나온다. 영동 고속도로의 인천 기점 근처인 월곶 분기점 일대에 있으나,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오이도 역 이북으로 수인선 전철이 완공되면, 이 기지 내부에도 달월 역이 생길 예정이며 전동차 안에서 기지 주변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 분당: 분당선의 종점에서 이어지는 차량 기지로, 용인에 있다. 2004년엔 보정 역이 기지 내부에 개통했다. 그러나 분당선이 남쪽으로 더욱 연장되고 나면 보정 역 역시 이설될 예정이라 한다.

문산(경의선), 용문(중앙선), 평내(경춘선) 차량 기지도 있으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설명 생략.

한편,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광명시 소하2동 일대를 지나면, 차량 기지처럼 보이는 선로들이 근처에 보인다. 이건 광명 셔틀 전동차를 취급하는 기지이지 싶다. 광명 역이 당초 계획대로 KTX의 시종착역으로 운영되었다면 이 부지가 KTX가 주박하는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서울 메트로

- 군자*: 용답 역 바로 옆에 있고 쉽게 보인다. 옛날에는 용답 역의 역명 자체가 기지 역이었으나, 이름이 너무 촌스러웠는지 용답으로 개명. 공교롭게도 근처에 도시철도 공사 본사도 있지만, 이 기지는 도철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서울 메트로의 관할이다.
다음에 설명할 신정 기지의 경우도 그렇지만,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지선은 차량 기지 입출고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니, 2호선이 맨 처음 개통한 구간이 신설동-종합운동장이었으니, 그때는 지금의 지선이 아예 본선 노선으로 포함돼 있었다!
성수 역에서 진입한 2호선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동묘앞-신설동 사이의 비밀 연결 선로를 이용한 1호선 서울 메트로 소속 전동차도 이곳으로 들어와 정비를 받는다. 어차피 1호선에 다니는 서울 메트로 차량은 코레일 차량의 1/6이 채 안 되니까 말이다.

- 신정*: 용답에 이어 2호선의 또 다른 지선인 양천구청 역의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저 역은 지하에 있는 관계로 전동차 안에서는 기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기지의 지붕 위로 아파트가 잔뜩 세워져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도 지하화하는 게 유행인데, 그런 것처럼 전동차 차량 기지가 만들어진 부지를 나름 입체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지선은 까치산 역까지 이어진 덕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개통 당시, 전동차의 반입 경로로도 이용되었다.

- 지축: 서울 지하철 3호선의 북쪽 지상 구간에서 전동차를 타고 쉽게 볼 수 있는 기지이다. 여기서부터 서울 메트로 구간이 끝나고 코레일 일산선이 시작된다. 3호선 전동차와 4호선 전동차를 취급한다.

- 수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의 남동쪽 외곽에 존재하고, 3호선 전동차와 분당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하지만 위치가 수서 역에서 좀 먼 편이고 수서 역 자체도 지하에 있기 때문에, 전동차 안에서는 이 기지를 볼 수 없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어렴풋이 이곳을 볼 수 있다.

- 창동*: 4호선 창동-노원 사이에 있는 기지이고 4호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이곳은 4호선이 고가로 달리는 곳이다 보니, 기지의 모습을 전동차 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호선이 처음 생기던 당시에는, 이곳이 전철 노선을 지하로 건설할 필요도 전혀 없고 대놓고 차량 기지까지 지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으며, 코레일 관할의 구로 기지와 마찬가지로 창동 기지를 더 외곽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들 요구가 많다고 한다.

※ 서울 도시철도 공사

기지가 모두 상당한 외곽에 있다.
그래도 5호선이나 7호선 같은 긴 노선은 차량 기지가 양 끝에 두 개씩이라도 있지, 더 나중에 개통한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기지가 하나씩밖에 없다.

- 고덕: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최초 개통 구간인 왕십리-상일동과 더불어 영업을 시작한 역사 깊은 차량 기지로, 도철(SMRT) 관할의 차량 기지 중에서는 7호선 도봉 기지와 더불어 차량 중정비를 담당하는 양대 기지 중 하나이다. 서울 지하철을 통틀어 최고 동쪽에 있음.
이름과는 달리, 고덕-상일동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종점인 상일동 역에서도 좀 멀리 더 가야 나온다. 그래서 현재 정규 전철 노선만으로는 기지 모습을 구경할 수 없으며, 외곽 순환 고속도로의 강일 나들목 근처에서 접근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지 내부에 강일 역이 신설될지도 모른다.

- 방화: 5호선의 서쪽 종점인 방화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역시 일반적인 여객용 전철 노선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올림픽 대로의 서쪽 끝인 개화 IC 근처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 신내: 6호선의 동쪽 종점인 봉화산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현재 이 기지 근처로 가는 방법은 신내-남양주 도시 고속화도로 정도밖에 없으나, 앞으로 이곳에 신내 역이라고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건설되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시종착역이 환승역인 사례는 이게 최초가 되지 싶다?

- 도봉: 7호선의 북쪽 끝에 있다. 이 기지는 애초부터 내부에 장암 역이 건설된 덕분에, 도철 관할 차량 기지 중에서는 전철로 가장 접근하기 쉽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이건 원래는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차량 기지를 건설할 부지를 의정부시로부터 제공받는 대가로 선심성으로 만들어 준 역에 가깝다.
차량 기지 내부(옆이나 근처가 아닌!)에 단선 승강장 형태로 지어진 역으로는 장암 역이 최초이며, 나중에 개통한 분당선 보정 역은 장암 역의 스타일을 물려받은 사례라 하겠다.

- 천왕: 7호선 담당이지만, 도봉 기지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정말 존재감이 없다. 7호선의 서쪽은 여타 2기 지하철 노선들과는 달리, 차량 기지가 있는 쪽으로 노선이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는 놔두고 경인선 온수 역 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서동탄 역 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뜻.
이 기지는 천왕이나 광명사거리 같은 인근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고, 주변에는 유명한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도 없기 때문에 이쪽으로 찾아가기도 더욱 쉽지 않다.

- 모란: 8호선 남쪽 종점인 모란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오지만 이 기지가 있는 곳은 모란 역에서 지하철 두세 정거장 거리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오히려 성남 시청 내지 분당선 야탑 역에서 더 가깝다. 수서 기지와 마찬가지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달리면서 잠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8호선의 특이한 선형과 주변 지역의 특성상, 기지 내부에 역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량 기지는 철도 덕후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본인은 결혼도 저런 곳에서 하고 싶다. 공항 철도 용유 차량 기지에서 결혼식을 한 후 곧장 공항 가서 신혼여행 고고씽..;;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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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볼링장의 모습을 보고도 전동차 차량 기지가 바로 연상된다.
공이 우르릉~ 굴러가는 소리는 전동차 굴러가는 소리요,
점수가 뜨는 모니터는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로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4/24 19:31 2011/04/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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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환승과 막장 환승

지하철 노선에는 잘 알다시피 여타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있다.
그러나 환승역이라고 해서 다 같은 환승역이 아니다.
비교적 적은 거리만 움직이면 금방 환승이 가능한 '개념' 환승역이 있는가 하면, 가히 욕 나오는 수준의 '막장' 환승역도 있다.

같은 시기에 동시에 건설된 지하철 노선들은 가능한 한 상호 환승이 편리하게 되도록 건설된다. 애초부터 환승역으로 계획됐으니 말이다. 청구(5, 6), 천호(5, 8), 충무로(3, 4) 같은 역이 좋은 예이다. 군자(5, 7)는 앞의 역들보다는 환승 거리가 길지만, 환승객들을 수용할 공간을 내기 위해서 일부러 환승 통로를 길게 만든 것에 가깝다.

그 반면, 서로 다른 시기에 선견지명 없이 건설된 지하철과의 환승은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여러 유형이 있다. 기계적으로 무슨무슨 역이 막장 환승이라는 식으로 무식하게 암기하기보다는, 막장 환승역의 형성 경위에 대해서 본질적인 맥을 짚어 보기로 하자. (서울 지하철 기준)

첫째, 1기 지하철하고 2기 지하철 사이에 악명 높은 막장 환승역이 많이 생겼다.
그 이름도 찬란한 종로3가(1, 5), 노원(4, 7), 신당(2, 6), 잠실(2, 8), 신길(1, 5) 등. 환승 노선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생각 안 하다가, 나중에 억지로 환승 통로를 내다 보니 저렇게 됐다. 2호선 신당은 역간 거리 유지를 위해, 4호선 노원은 창동 기지 입출고선 때문에 교차로에 정확하게 닿는 형태로 역이 지어지지도 못했으며, 이로 인해 환승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둘째, 2기 지하철은 5~8호선이 모두 동시에 건설된 것에 가까운 반면, 1기 지하철은 1호선과 2호선이 서로 별개이고 또 3-4호선이 1· 2호선하고는 서로 별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끼리도 환승 거리가 꽤 긴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그래서 1호선은 전반적으로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거리가 좀 긴 편이다. 시청(1, 2), 서울역(1, 4), 신설동(1, 2) 등.

셋째, 3기 지하철인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서를 지하로 관통하는 반면, 인근 환승역들은 대체로 종축(남북) 노선이며 강을 건너기 위해 역시 지상에 나와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환승 거리가 필연적으로 무척 길어진다. 동작(4, 9)이 아주 좋은 예이고 당산(2, 9)도 마찬가지. 노량진(1, 9)은 아예 아직 환승 통로 자체가 없다. 같은 지하역이지만 고속터미널도 7호선과 9호선 환승은 막장이다.

넷째, 막장 환승의 결정타를 찍은 것은 최근에 개통한 공항 철도 서울 도심 구간이다. 일단 이 노선 자체가 서울 시내의 어느 지하철보다도, 심지어 경의선보다도 밑으로 지나기 때문에 미치도록 깊다. 홍대입구의 2호선-공철 환승은 충정로보다 더 나쁘면 나쁘지 더 좋지 않다. 계획 환승역인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역과의 환승은 과연...;;

현재 막장 환승의 최고봉은 노원도 아니고 서울역이다. 경의선, 공철, 1호선, 4호선이 각각 서울 역의 네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철에서 4호선 환승은 그렇잖아도 막장 환승의 극치이던 경의선과의 환승조차도 버로우 타게 만든다..;;
지하 7층인 공철 승강장에서 지상 2층(지하 2층이 아니다!)까지 올라간 후, 그 큰 서울 역 건물을 동서로 횡단한다. 그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간 후 1-4호선 환승 통로를 지나고, 또 계단을 내려가면 4호선 승강장..;; 10분 족히 넘게 걸어야 한다. ㅎㄷㄷㄷ;;

다음은 본인의 관련 코멘트들.

1. 어떤 지하철 역과 수직인 노선이 나중에 건설될 때는 T나 L자 모양으로 역이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십자형)자 모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영업 중인 기존 지하철 역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역을 건설하려고 해서 그런가 보다.

2. 이런 막장 환승역들을 거울삼아, 서울시에서는 2기 지하철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나름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훗날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 환승역이 될 걸로 예상되는 역들은, 지름길 환승 통로를 쉽게 건설할 수 있게 공간을 확보하고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5호선 여의도, 6호선 녹사평, 7호선 논현, 8호선 몽촌토성 같은 역들이 그 대상이었으나 오늘날은 5호선 여의도 역만이 9호선과 연결되어 나름 개념 환승을 실현해 냈다.

3. 서울 말고 다른 광역시들은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되는 일 자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하철은 환승역들이 전반적으로 개념 환승에 가깝게 편리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막장 환승이 있다면 응당 개념 환승도 있다. 발전 양상은 다음과 같다.

4위 회기(1호선, 중앙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타 노선으로 갈아타려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덧붙이자면 계양(인천1· 공철)도 회기와 완전히 동일한 위상의 환승역이다.

3위 복정(8호선, 분당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복층으로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환승하려면 계단을 한 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된다. 이 정도만 돼도 무척 편하다. 천호 역도 이 정도로 편리한데, 이 역은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이고 평행형이 아니라 수직형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2위 금정(1호선, 4호선):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였다는 점에서는 회기와 비슷하지만, 입체 교차 시설까지 동원하면서 머리를 좀 썼다. 두 노선이 수직이 아닌 예각으로 만난다는 특성상, 1호선 상행(서울 방면)과 4호선 상행(당고개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고, 1호선 하행(천안 방면)과 4호선 하행(오이도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한다.

그래서 안산에서 구로 쪽으로 가는 사람,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는 사람은 계단을 전혀 오르내릴 필요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일명 평면 환승이다. 마치 경인선에서 완행과 급행을 갈아타듯이 말이다.
물론, 안산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하나, 안산에서 금정까지 찍었다가 수원으로 가는 건 굉장한 우회이기 때문에 이용 승객이 적다.

1위 김포공항(9호선, 공항 철도): 계단을 한 번만 이용하면 되는 복정과, 같은 방향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는 금정의 장점만 취합한 국내 최초의 환승역이다. 개념 환승의 최종 완전체이다.

이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늦게 생긴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계획 환승역은 극단적으로 환승이 편한 반면, 그렇지 않은 역과는 극단적으로 환승이 불편해져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8 18:42 2011/04/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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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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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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