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종 교통수단 분석 3

이건 뭐 비교문학도 아니고 비교운송학-_-인지.. 철도에 하나 필이 꽂히니 별별 뻘글이 다 써진다. ㄲㄲㄲㄲㄲ 이미 예전에 썼던 내용도 있지만, 다시 정리하자면..

※ 타는 곳

버스: 버스 터미널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 내지 승강장을 전통적인 평지가 아닌 지하에다 건설하고, 지상은 영화관이나 백화점 같은 종합 쇼핑 시설로 조성하는 것이 공간 활용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인기이다. 성남(분당) 버스 터미널이 좋은 예로, 버스들이 잔뜩 도열해 있는 마당(?)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길거리에서는 이 건물 안에 버스 터미널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요즘 터미널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이 없이 통합 형태로 만든다.

열차: 철도역. 철도는 없는 길을 새로 내는 형태로 건설된다는 특성상 평지뿐만이 아니라 지하나 심지어 지상 고가로도 많이 건설된다. 최소한 고속버스 전용 도로가 고가로 따로 건설되지는 않으니까.. 도시 계획을 잘 세우면 버스 터미널이나 철도역 모두, 번화가에 좋은 접근성이 보장되게 잘 건설될 수 있다.

비행기: 공항.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 항공기가 자가용 내지 택시로 널리 활용된다면야 높은 건물의 옥상에 간이 터미널이나 공항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고정익 항공기는 긴 활주로와 막대한 부지가 필요한 법(비행기의 커다란 날개가 차지하는 공간도 흠좀무섭..). 보안상의 이유로, 또 소음 문제로 인해 공항은 근본적으로 번화가에 들어설 수가 없으며 시가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외곽에 건설된다. 따라서 연계 교통수단이 자연스럽게 필요해진다.
물론 철길 주변에도 사람의 접근이 통제되고 높은 울타리나 접근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긴 하지만, 공항 주변에는 아예 철조망을 두른 담장과 무장 경찰/군인이 근무하고 있다.

배: 여객 터미널이 있는 항구에서 탄다. 위치는 무조건 강이나 바닷가에서만 ^^..;; 그래서 인천이나 부산 같은 역사가 긴 대도시의 철도역은 도심에서 딱 끊어진 게 아니라 더 길이 없는 바닷가 근처까지 이어졌다. 당연히 선박과의 연계를 위해서이다.

※ 운행 시간 제약

버스: 도로는 24시간 반영구적으로 통행 가능한 길이다 보니, 제약 같은 게 전혀 없다. 운임에 할증이 붙은 심야 우등이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다. 좌석도 큼직하고 편하고, 차내에 불이 완전히 꺼져 있으니 자기 좋고, 심야여서 별로 막히지도 않고... 자동차 엔진이 시끄럽기로서니 설마 비행기 만하겠는가?
고속버스 말고 수도권 광역 버스 중에도 수요가 많은 노선은 막차가 차고에 들어가기 전에 첫차가 운행을 시작하는 사실상 24시간 운행을 하는 게 있다.

열차: 철도는 매일 선로 보수와 정비를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선로만으로는 24시간 열차 운행을 할 수 없다.
열차의 주행 속도가 무척 느리던 과거에는 침대차가 있기도 했으며, 지금도 중앙선이나 영동선 같은 낙후한 노선에는 유명한 밤차가 하루 하나씩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 시설이 발전하고 열차의 운행 시간이 단축되면서, 장기적으로 밤차는 없어지는 추세이다. 그냥 새벽 1~2시 안으로 하루 운행을 마치고, 첫 운행을 새벽 4~5시에 일찍 하는 식. 밤에 근무하는 역무원· 승무원에 대한 인건비 절약 내지 에너지 절약(전차선 단전)을 위해서일 것이다.
열차는 전철화의 혜택을 입으면서 아주 조용해지는 추세이다.

비행기: 비행기는 소음 문제에 가장 민감한 교통수단이다. 공항은 그렇잖아도 외곽에 있는데 그마저도 시가지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못하면 통금(curfew)에 걸려서 밤 10시 이후에는 비행기를 띄우거나 내리지 못하게 된다. 국내에는 김포, 김해, 제주 같은 유명 공항이 이런 제약이 걸려 있으며, 인천과 청주 공항 정도나 24시간 운항되고 있다.

배: 통금 뭥미? 그거 먹는겅미? 우걱우걱..
다만, 대양을 넘나드는 장거리 여객 수송 역할은 비행기가 대체했기 때문에, 오늘날은 타이타닉 같은 수준의 대형 호화 여객선이 다니지는 않는다.

※ 티케팅

버스: 사기업인 여러 버스 회사들이 버스를 번갈아가며 굴리는 시스템이지만 승객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목적지와 시간대만 말하면 그때 출발하는 버스 승차권이 알아서 발권된다. 금호 고속이 걸리든 동양 고속이 걸리든 코오롱 고속이 걸리든..;; 단골 고객, 포인트, 마일리지 그딴 것도 없다.

열차: 철도역부터 시작해서 열차까지 모든 시설이 코레일 독점인 아주 특이한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혼자서 다 해 먹는 구조인 덕분에 승차권 발권은 SMS 티켓까지 등장할 정도로 편리해져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해 철도의 프런트 엔드는 코레일 담당이고 백 엔드는 철도 시설 공단 관할이긴 하지만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알게 뭐야.;;

비행기: 공항 안에서 자기가 타고자 하는 항공사 부스를 찾아가야 한다. 서울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안에 금호/동양/코오롱 등 버스 회사별로 부스가 있다는 상상을 해 보라.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점에서는 고속버스 터미널이 통합 건물도 없고 회사별로 찢어져 있는 동대구가 아주 좋은 예이구나. ㅋㅋㅋ
비행기는 탈 때 아예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국제선은 아예 여권이 신분증 역할을 함), 애초에 개인 식별을 하고 탑승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공항 가서 신분증만 내밀면 예매된 탑승권은 다 알아서 발권된다.

배: 정보 없음. 아마 버스와 비슷한 절차이지 않을까? 물론 비행기처럼 탈 때 신원 확인이 필요할 것이고, 국제선의 경우 출/입국 신고 및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 수하물

버스: 큰 짐은 아랫부분의 짐칸에다 따로 실을 수 있다. 운송 약관에는 이런 짐의 크기와 무게 제한이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거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는다.

열차: 철도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또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point-to-point의 성격이 희박하며 중간 정차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나 비행기만치 개인 짐에 대한 특별 대우를 해 주기 곤란하다. 짐은 알아서 개인이 객실에 반입해야 한다.

비행기: 공항 카운터에서 큰 짐을 부칠 수 있다. 단, 이때 짐에 대한 X선 검사와 무게 측정을 엄격하게 한다는 점을 유의할 것.

배: 정보 없음. 하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자동차까지 실을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배인 만큼 짐에 대한 잣대가 상대적으로 관대할 것이다. ^^;;

※ 시설 이용료

버스: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로 공사에다 지불한다. 이에 덧붙여 버스 터미널의 차고에 주박하는 차량들에 대한 주차료나 터미널 사용료 지출도 있을 것이다.

열차: 코레일은 선로 사용료를 철도 시설 공단에다 지불한다.

비행기: 비행기는 연료를 쓰면서 움직이는 것 자체뿐만이 아니라 기반 사실을 이용하는 비용부터도 어마어마하다. 그렇기 때문에 땅에 세워 둘수록 돈 먹는 하마가 된다.
승객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탑승교(브리지) 설치하는 것, 객실에 전기 공급하는 것, 후진 견인차를 모는 것,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 다 돈이다! 국제선 노선의 경우, 영공 통과료를 경유 국가에다 지불하며 이 비용은 해당 국가 공항 시설의 관제 업무에 쓰인다.
비행기는 공항 이용료가 승객의 비행기 운임에 고정적으로 explicit하게 부과되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배: 정보 없음.

※ paid 영역의 경계

버스: 버스 승강장까지 들락날락하는 게 매우 자유롭다. 따라서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이 떠나는 사람을 마지막 순간까지 배웅하기도 쉽다. 실질적인 승차권 검사는 버스의 출발 직전에 버스 안에서 이뤄진다. 한 차에 타는 승객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열차: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굉장히 애매한 경우로, 변천사가 좀 복잡하다. 옛날에는 아래의 비행기처럼 역무원이 게이트 앞에서 일일이 승차권을 검사했으며, 배웅 승객은 입장권이라는 철도계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표를 구입해야 했다.
한동안은 마치 지하철처럼 자동 개집표기가 도입되기도 했는데 그것도 없어졌고 지금은 버스처럼 누구나 꽤 자유롭게 승강장까지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철도는 지정석 위주 영업이 주류인 만큼, 검표는 승무원이 차내에서 불시에 진행한다. 지급되는 PDA로 비교해서 팔리지 않은 좌석에 사람이 앉아 있으면 검사.

비행기: 얄짤없다. 게이트 입구에서 공항 직원이 탑승권을 일일이 확인한다. 짐 검사가 시작되는 일정 구역 이상부터는 비행기 탑승권 없이는 일반인이 절대로 드나들 수 없고, 거기 한번 들어간 사람도 도로 나오기가 대단히 어려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국제선 면세 구역에 무단 침입하는 건 국제법상 무단 월경 행위가 된다.

배: 항구와 배가 연결된 딱 그 길목에서 직원이 탑승권을 수작업으로 확인하지 싶다.

※ 대기 구역

버스 터미널이나 철도역, 항구와는 달리 공항은 검표를 마친 뒤에 실제로 비행기와 연결된 구역 안에도 꽤 넓은 방과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한번 paid 영역으로 들어간 뒤부터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고 지정 시간이 되기 전엔 비행기에 미리 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런 대기 공간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순항 시점

버스: 시가지를 다 지나서 고속도로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대구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터미널이 있는 곳과 고속도로 나들목이 꽤 먼 편이다.

철도: 고속철의 경우 고속신선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비행기: taxing, 이륙이 끝나고 순항 고도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배: 딱히 그런 개념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3 09:29 2010/12/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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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남기는 요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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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벌써 2010년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옆의 회사 동료의 책상을 보니 2011년도 달력이 비치되어 있는데,
‘힘차게’부터 시작해서 글씨체가 심하게 낯익다. 이거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렇다. ‘힘차게 땅을 딛고 날아오르다’는 신명 세명조이고, 달력의 숫자와 영문은 신명 중고딕이다. 딱 보면 안다.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전성기이던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하고서 지금은 유행이 완전히 지난 글꼴인데 그걸로 2011년도 달력을 만드는 인쇄소가 있다니! 반가웠다. 내 사랑 신명 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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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TX 산천을 대전-서울 구간에서 드디어 시승하다.
한눈에 봐도 구형 떼제베 기반 KTX보다 좌석이 더 큼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역방향 좌석이 없다.
이 날은 주말에 밤 11시 20분에 서울에 도착하고도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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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TX 2차 개통 후 어느 토요일 오후의 서울 역은 명절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그럼 진짜 명절엔 얼마나 혼잡할까?) 하긴, 비슷한 시간대에 고속버스 터미널을 가 봐도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만 10~20분씩 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유인 매표소 창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많은 무인 자동 발권기에다가도 저렇게 사람들이 줄서 있는 건 처음 봤다. 나처럼 홈티켓이나 SMS 티켓을 이용하면 줄설 필요가 없을 텐데!
주말엔 사람들이 어딜 그렇게도 많이 돌아다니는지 열차마다 꽉꽉 차서 갔다. 이틀 전에 예매한 주말 KTX는 영락없이 역방향 좌석에 걸려 있었고, 이미 서울에서부터 입석 승객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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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말로만 듣던 신경주 역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는 기존 경주 역에 갈 때보다 차로 시간이 15분 정도 더 걸린다.
그러나 일단 여기서 KTX를 타면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2시간! 시간 단축의 폭이 월등하다. 과거 경주-서울 새마을호는 4시간 40분, 그리고 경주-동대구 환승 KTX는 총 3시간 정도는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에서 가깝다고 신경주 대신 경주-동대구 환승을 선택하기엔 대구로 가는 재래식 열차가 너무 느려서 시간 손실이 크다.
특히 신경주-동대구는 16분 남짓밖에 안 걸린다는 게 더욱 충격이다. 보통 경주-대구는 최하 40분이고 재래식 열차로도 1시간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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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통사론 공부하다가 내 기분을 활짝 펴게 만든 예문. (남 기심· 고 영근 지은 <표준 국어 문법론>)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전산학계뿐만이 아니라 언어학계에도 천재들이 너무 많다. -_-;;;
그나저나 이제 고속철은 전구간 개통했으니 다음에 개정판을 낼 때는 예문의 시제를 과거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2004년 말에 잠깐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이번 12월부터 산천 차량으로 하루 딱 1회 재등장하여 서울-부산을 2시간 8분 만에 주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1~5의 사진들은 모두 서로 다른 날짜와 시간대에 찍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9 19:49 2010/12/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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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 재현 기관사 (1923-1950)

간단히만 말하자면, 6·25 전쟁 초기에 군사 작전에 자진 참여하여 열차 운전을 맡았다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순직한 분이다.
그 작전이란, 특공대를 투입하여 당시 옥천 지역에서 실종되었던 미군 사단장인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한 후, 열차에 태워 모셔 오는 것. D-day는 1950년 7월 19일이었는데, 이때 대전은 북한군에게 일찌감치 점령당해 있었다. 서울은 개전 3일 만에 함락됐고, 국군은 대전까지 빼앗기고서 후퇴를 거듭했다. 남한의 수도는 부산으로까지 남하하려던 시국이었다. 그러니 이건 적진을 뚫고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좀 인용하자면,

다윗은 그때에 요새에 있었고 블레셋 사람들의 수비대는 그때에 베들레헴에 있었더라. 다윗이 애타게 바라며 이르되, 오 누가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내게 주어 마시게 할까! 하매
세 용사가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뚫고 나가서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길어 그것을 가지고 다윗에게로 왔으나 ... (삼하 23:14-16)

정도 되겠다.

그러나 성경 스토리와는 달리 이 미션은 비극으로 끝났다. 딘 소장도 못 찾았고 특공대는 전원 전사했다. 대전에 들어올 때도 북한군으로부터 기관총, 수류탄 등으로 공격을 받았고, 철수하고 나갈 때도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이때 김 씨는 가슴 관통을 포함해 전신에 8발의 총알을 맞고 절명했으며, 곁에 있던 기관조사 1명만이 겨우 살아남아 다친 몸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열차를 운전하여 대전을 빠져나갔다.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휴전 협정 후 귀환하게 된다.

사망 당시 김 씨는 아직 서른도 못 된 나이로 본인과 지금 동갑이었다. 생년과 몰년에다가 60만 더하면 딱 본인의 생년과 지금 연도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ㄷㄷㄷ;;
그러나 아주 일찍부터 이미 철도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20대 중반의 나이로 기관사가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이미 결혼하고 씨를 남긴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유족과 후손이 있다.

고인의 시신은 동료들에 의해 영동산 아래에 묻혔다가 휴전 후 다시 고향인 논산으로 이장되었다. 고인의 공적이 알려지면서 박 정희 정권 초기이던 1962년 12월, 고인이 순직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의 선로 인근(서울 기점 171.8km 지점)에 순직 위령비가 세워졌다. 경부선 대전-세천 사이 구간으로, 지금은 대전 동구 삼정동이다. 상행과 하행 선로 사이에, 지하철 용어를 쓰자면 ‘섬식 승강장’의 형태로 위령비가 놓여 있다. 일반인이 위령비에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다.

한동안 경부선 열차를 운전하는 후배 기관사들은 열차로 이 위령비 근처를 지날 때마다 기적을 울리고 거수경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1983년 8월, 이분의 업적이 다시 전국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그 해 10월에 고인의 유해는 철도인으로서는 최초로 서울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에 가면, 이분의 사진, 유품, 이분에 대해 보도되었던 신문 기사와 잡지 스크랩, 이분에게 추서된 상과 훈장 등이 죄다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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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위령비가 있는 곳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다음 위성 지도에서 딱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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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여기를 근성으로 직접 답사를 하신 분이 있어서 그분이 찍은 사진과 위성 지도 사진을 같이 소개한다. 사진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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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위령비
노랑 & 파랑: 지하철 차량 기지 건물
초록, 파랑, 분홍: 길 건너편의 병원 내지 요양 시설
정확하지 않은가?

위령비가 세워지던 당시에만 해도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이었으나...;;
거기에 대전 지하철의 동쪽 종점인 판암 차량 기지가 들어서면서 주변 지리가 확 바뀌었다.
지도를 보면, 서쪽부터 국도 4호선과 대전 지하철 차량 기지, 경부선 철도, 그리고 통영-대전 고속도로(경부 고속도로가 아님!)가 나란히 조밀하게 지나는 아주 흥미로운 지형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는 어찌 된 일인지 상행 선로와 하행 선로가 노반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위령비는 상행(대전, 서울 방면) 선로와 같은 높이에 있다.
철도 당국에서는 해마다 현충일이면 위령비를 청소하고 분향도 하는 모양이다.
한국 전쟁 당시에 순직한 철도 종사자가 김 재현 기관사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만, 국가적으로 이 정도로 주목을 받고 더구나 하필 위령비가 있는 곳에 지하철 차량 기지까지 건설된 게 참 이례적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아야 할 분이다.

참고로, 김 씨가 순직하기 1주일 남짓 전에는 다른 곳에서 전쟁과 관련된 철도 비극(뭐 철도만의 비극은 아닐지도)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건 놀랍게도 북한군의 소행도 아니다.
이리(현 익산) 역 하면 1977년 11월에 발생한 대형 화약 폭발 사고로 너무나 유명한데, 1950년 7월 11일엔 미군 폭격기가 이리 역을 시작으로 민간인들을 무차별 폭격해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미국 국기를 보고는 아군이라 확신하여, 대피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태극기 흔들고 환영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폭격기는 오히려 그들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조준 사격을 가하고 나중에 확인 사살까지 했다고 한다. 오폭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

물론 본인은 미군 철수 내지 반미 반전 이러는 애들을 굉장히 싫어하며, 북한군의 만행과 미군의 만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굳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솔직한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 “아 ㅆㅂ, 그땐 그냥 기분도 드럽고 해서 피아 안 가리고 폭격했다”고 미국이 답변한다고 해서 우리가 뭐 인제 와서 응징이라도 할 수 있나? 우리가 미국이 필요하지 미국이 우리가 필요한가? 그저 솔직한 답변이 듣고 싶을 뿐이다.
아무튼, 눈이 안 달린 총알 때문에 전쟁은 정말 많은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게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8 09:54 2010/12/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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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도로의 커브

교통수단이 지나다니는 길은 도로든 철도이든 곧은 것이 건설하기도 쉽고 고속 통과도 가능하니 여러 모로 좋다. 하지만 산이나 강 같은 지형상의 이유로, 또 사람이 사는 지역을 이곳저곳 경유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굴곡이 생긴다.

그리고 철도야 가능한 한 최대한 곧게 건설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사람의 수작업 운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도로의 경우, 과속과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일부러 커브를 좀 만들기도 한다. 커브의 크기와 간격은 그 도로의 설계 제한 속도에 의거하여 정해진다.

핸들을 한쪽으로 꺾은 채로 차를 몰면 차는 원운동을 한다. 그 특성상, 도로의 커브를 나타낼 때도 커브의 궤적이 이루는 가상의 원의 반지름으로 표현한다. R300이라고 하면 커브의 굴곡이 반지름이 300m 되는 원의 호와 같은 급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숫자가 작을수록 급커브가 된다. 너무 급격한 커브는 차량이 빨리 통과하기 힘들며,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자동차의 경우, 주행 중에 커브를 도는 정도를 넘어 주차를 할 때라든가 차의 방향을 돌릴 때는 가히 R 값이 10도 채 안 되는 극단적인 코너링을 하기도 한다.
그 반면 철도 차량은 자동차보다 덩치가 큰 만큼 훨씬 더 큰 회전 반경이 필요하다. 국내의 대형 전동차의 최소 회전 반경은 40~80m가량으로, 이런 선로는 차량 기지 내부에서 차의 방향을 돌리는 고리에서나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종각-시청 사이는 극악의 90도 드리프트 구간으로 철도 동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회전 반경은 겨우 R140. 동아일보 사옥을 피해 가느라 이렇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 전동차는 시속 겨우 30~40km밖에 내지 못하고 거친 쇳소리를 내면서 무척 힘겹게 커브를 돈다. 지하철로 이 구간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 주변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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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의 동작 대교 북단도 인근의 아파트를 피해 가느라 R200의 급커브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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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의 마장-답십리, 그리고 김포공항 역 일대도 급격한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구간이며, 신길 역은 1호선과 5호선 모두 승강장 자체가 곡선이다.

지하철 말고 일반열차가 달리는 철도의 회전 반경은 선형이 좋은 구간은 1000~1200대이고, 굉장히 열악한 곳이 400~600 정도 된다고 한다. 굉장히 열악한 곳이 어딘지를 묻는다면 호남선의 서대전-논산 같은 구간. 특히 개태사-계룡이 ‘킹왕짱’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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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반지름 400m짜리 원에 정확하게 맞게 떨어지더라. ㄲㄲㄲ

열차가 커브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의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선로 노반 자체를 커브 바깥쪽이 더 높게 건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 높이 차이를 철도 업계에서는 캔트(cant)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값을 너무 높게 주면 승차감이 떨어지고, 고속과는 반대로 동일 구간을 저속으로 통과하는 완행 내지 화물 열차가 커브 안쪽으로 전복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커브를 돌 때 선로가 아니라 열차 객실을 기울여서 무게중심을 조정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갖춘 열차를 바로 틸팅(tilting) 열차라고 한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유리할 거라고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곧은 길인 경부 고속선의 회전 반경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속철은 가히 세계구급 클래스로 건설되어 있다. 무려 R7000이며, 늦게 건설된 만큼 이 정도로 품질 좋은 선로는 세계 어느 나라 고속철에도 뒤지지 않는다. 설계 속도가 괜히 시속 350km로 설정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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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2차 개통 구간인 신경주-울산 사이가 그나마 고속선 중에서 급커브에 속한 구간인데, 여기조차도 반지름 7km짜리 원의 궤적과 정확히 포개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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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두 사진은 경부선 KTX와 호남선 KTX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므로 눈여겨보시라. 시속 300으로 달리는 곳과, 시속 100도 낼까말까인 곳의 차이이다. 전자는 경부 고속선 중에서 유명한 곡선 교량인 대전-천안 사이의 풍세교 구간이며(고속철의 로망!!), 후자는 호남선에서 악명 높은 저 최악의 곡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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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KTX 한 편성의 길이는 거의 380m에 달한다.
코레일에서 KTX를 광고할 때 뭔가 빠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고속선 고가 구간을 보여주고, 친환경적이고 인간-_-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꼭 호남선 커브 구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이제 나는 4월 1일 하면 만우절보다도 2004년 KTX 1차 개통일이 먼저 떠오른다. 철덕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5 08:24 2010/12/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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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2차 개통 관련 심층 분석

지난 11월에 끝난 고속철 2단계 공사의 의의는 첫째 동대구-부산 신선의 개통, 그리고 기존 고속선 구간 사이의 중간역(김천구미와 오송)이다.
특히 이번 신규 개통은 20km에 가까운 부산 시내를 죄다 지하 터널로 통과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서울 쪽은 KTX도 광명 역까지 거의 20km를 기존 경부선으로 천천히 달리는 반면, 부산에서는 곧바로 신세계가 펼쳐지게 됐다는 뜻이다.

과거 경부선 대구-부산 기존선상에는 KTX 정차역으로 밀양과 구포 역이 있었던 반면, 고속신선에는 경주와 울산 역이 개통했다. 2차 개통 후에도 '일부' KTX는 현행처럼 밀양과 구포를 지나는 열차가 유지된다.

※ 선로 용량 문제

이번 2차 개통을 계기로 KTX가 예전보다 더욱 증편되었는데, 문제는 KTX가 전국의 (거의) 모든 열차들과 합류하는 금천구청 역(구 시흥 역) 이북 구간은 선로 용량이 이미 극도의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했다. 아예 금천구청 이북 구간을 다니지 않는 광명 시종착 KTX와 영등포 정차 및 수원 시종착 KTX.

광명은 처음에 시종착역으로 의도되었던 역이었다고 치지만 수원 시종착은 뜻밖이다. 과거 전동차가 시종착하던 시절에는 평면교차 때문에 악명 높았던 그 역에 KTX가 다니고 시종착까지 하게 될 줄이야. 영등포 역이 셔틀 전동차의 시종착역이 되었듯이 수원 역도 제한적이나마 시종착역의 지위를 얻었다.

사실, KTX가 영등포 역에 정차하는 것은 선로 용량의 확보에도 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모든 열차들이 순차적으로 한 역에 정차하면 괜찮은데, 통과 열차가 존재하여 대피와 추월이 필요할 경우, 그 시간대의 앞뒤로 다른 열차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월 예정인 후속 열차가 지연을 먹고 있다면, 대기하던 열차들까지 연좌제로 줄줄이 지연되어야만 하게 된다.

시흥 이북뿐만이 아니라 대전과 대구 일대에서도 아직은 KTX와 일반열차들이 기존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대구-동대구 사이는(하행 기준) 내가 열차를 타 본 경험상, KTX와 일반열차 가릴 것 없이 주말엔 열차가 신호 대기 때문에 정지 서행을 안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새마을호야 KTX를 기다려 주느라 멈춰선다고 치는데, 우선순위가 최상위인 KTX는 도대체 왜 멈추냐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대전과 대구의 고속철 시내 통과 구간이 빨리 완공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열차의 주행 속도만 더 빨라지는 게 아니라, KTX와 일반열차들 사이의 신호 대기와 정체· 서행이 없어짐으로써 정시성도 더욱 올라갈 것이다.

이로써 경부선 KTX는 이제 전구간 신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전-서울은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구-부산을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이렇게 세 계보가 존재하게 됐다. 영등포 역은 이제 일부 KTX를 취급하게 됐지만 여전히 고속신선 주행 KTX를 취급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번 2차 개통에서 호남선 노선이 바뀐 건 없다. 오히려 일부 열차가 오송 역에도 정차하다 보니 평균적으로 더 느려지기만 했을 것이다.

※ 경주 역과 울산 역

경부 고속철 2차 개통의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은 곳은 단연 경주와 울산이라 할 수 있다.
새마을호로 무려 4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경주가 단 2시간(optimal한 경우, 이론상 1시간 56분)대로 좁혀졌으니, 비록 운임이 매우 비싸고 역이 시내에서 꽤 멀다 해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경주 역에서 대구까지 가서 KTX로 환승을 하는 경우, 경주-대구 기존선 열차의 주행 속도가 워낙 느려서 시간 메리트를 상당수 까먹는다.)

경주의 경우 기존 동해남부선 경주 역은 그대로 있으면서 고속철 역은 신경주 역이다.
그 반면, 울산은 기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태화강 역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고속철 역이 울산 역이 됐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조치가 취해졌냐 하면 잘 알다시피 두 역의 미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 전철화와 이설 공사가 모두 끝나면 기존 경주 역은 "없어진다." 그 일대 선로가 죄다 시 외곽으로 이설되기 때문이다. 없어질 역에다 '서라벌'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투자를 또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때서야 신경주 역이 KTX뿐만이 아니라 동해남부선상의 일반열차까지 취급하는 통합 경주 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 타이밍은 호남 고속철의 개통이라든가,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고속신선의 개통과 비슷한 시기일 것이다.

울산은 좀 사정이 다르다.
고속철은 경부 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울주군 언양읍 일대를 지나면서 울산 서쪽 변두리만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기존 울산 역(태화강 역)은 바다와 가까운 동쪽 끝에 있고 사실은 울산 공항도 동해남부선 호계 역 근처이니까 동쪽이다. 둘은 서로 워낙 멀기 때문에 서로 따로 놀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이다. 실제로 KTX 개통 후에도 울산 공항은 예상한 것만치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KTX의 개통으로 인해 근 20년 가까이 운행되어 온 서울-경주(포항, 울산, 부전 행) 새마을호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동대구-부전 새마을호로 강등임. 이미 서울-부전 밤차 무궁화호도 행선지가 부산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옛 경주 역은 중앙선 테크를 타는 소수의 청량리, 강릉 행 열차를 제외하면 대구, 포항, 부전 행의 근거리 열차밖에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은 새마을호와 KTX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편하게 타고 싸고 좌석 캡 편하지만 느린 새마을호 vs 멀리서 타고 비싸고 좌석도 불편하지만 일단 타면 졸라 빠른 KTX
거의 1시간에 1대꼴로 신경주 역에서 서울, 울산, 부산 행 KTX가 정차해 주고 있는데 하루 네댓 번 있던 서울 행 새마을호를 살려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경주· 울산과의 재미있는 대조군으로는 대구가 있다. 대구는 대구 역보다 반세기도 더 늦게 생긴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훨씬 더 커지고 KTX 정차역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대구 역을 대구 역으로 개명한다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록 대구 역이 철도 위상에서의 중요도는 동대구 역에게 밀렸지만 대구 역이 있는 위치가 대구 시내에서 훨씬 더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 김천구미 역과 오송 역

올 11월부터 김천구미 역이 개통함으로써, 6년째 중간 정차역이 없고 최장거리 구간을 유지하던 대구-대전 사이에 역이 하나 생겼다. 이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지금도 간격이 충분히 촘촘하다고 생각한 대전-천안아산 사이에도 역이 하나 더 생긴 건 좀..;; 두 역은 평균 거의 50분에 한 대꼴로 KTX가 정차하며, 기존 천안아산이나 광명만치 열차가 자주 서지는 않는다.

천안아산 역이 장항선 아산 역과의 환승역인 것처럼 오송 역은 충북선과의 환승역이다. 단, 천안아산처럼 두 노선의 이름이 서로 다른 건 아님. 천안아산 역이 경부선 천안 역과 가깝다면 오송 역은 경부선 조치원 역과 가깝다.
그런데, 천안아산 역은 기존 경부선보다 서쪽에 있는 반면, 오송 역은 경부선보다 동쪽에 있다. 이거 신기하지 않은가?

대구-대전 구간에서는 소백 산맥을 넘느라 꼬불꼬불한 기존 경부선이, 곧게 뻗은 고속선과 수 차례 교차하는 걸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평지가 많은 대전-서울 구간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교차가 딱 두 번밖에 없다. 그 중 하나로, 경부선 소정리 역 근처에서 고속선이 기존선을 타넘어 서쪽으로 이동한다.

언젠가 KTX를 탈 일이 있으면 이 구간 아래로 지나가는 복선 철도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그게 경부선이다. 경부 고속철 시험선 구간으로 가장 먼저 건설된 고가인 풍세교가 이 일대이기도 하다(천안 동남구 풍세면). 옛날에 KBS <신화 창조의 비밀> 다큐멘터리에서 고속철 시험선 건설에 대해 다룬 걸 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구나!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313469_1035.html (시험선 건설)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225464_1035.html (한국형 고속철 차량)
오송 역 일대는 고속철 공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만큼, 인근에 궤도 및 차량 주박 기지가 있기도 하다.

한편, 같이 새로 생긴 김천구미 역은 비환승역이며 앞으로도 환승역이 되지 않을 역이다. 앞으로 신설 동해남부선과 승강장까지 공유하는(수도권 전철 금정 역처럼) 환승역이 될 '예정'인, 신경주 역과는 대조적이다.
구미보다는 김천으로부터 훨씬 더 가까이 있다. 그러나 김천 시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외곽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김천과 구미 모두로부터 접근하기 어려운 역이 돼 버렸다. 구미 시내에서 이 역으로 가려면 산을 빙 둘러서 꽤 고생해야 할 듯.

사실은 경부 고속선 자체가 구미를 경유하지 않는다. 김천에서 금오산을 뚫고 들어가 나오면 이내 칠곡군이고 대구 인근이지, 구미 시내에서 KTX는 너무나 먼 존재이다. 현실적으로는 김천보다는 각종 공단이 입주해 있는 구미 쪽에서 고속철 수요가 더 많을 텐데, 이제 대전-대구 구간을 기존선으로 다니는 KTX는 없어졌기 때문에 이게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것 같다.

※ 기타 잡설

KTX 건설 전부터 정차역으로 확정된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 같은 터줏대감 역은 승강장이 지상인 반면, 중간에 생긴 천안아산, 오송, 신경주, 울산 같은 역들은 응당 승강장이 고가이다. 시내 구간 신선이 건설되고 나면 터줏대감 역들의 승강장도 좀 바뀌려나?
거의 유일한 예외로 광명 역만 승강장이 지하이다. 광명 역 일대와 경부 고속선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굉장히 자주 만나는 편인데, 이때 고속선은 전부 지하에 있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JC 바로 아래로 KTX가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광명 역을 출발한 하행 KTX는 산을 뚫고 만든 터널을 달리며 열심히 고도를 올린 뒤, 반월 저수지 인근에서 지상으로 나와 고가를 달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면 수도권 전철 안산선 반월-상록수 구간 철길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렇듯 광명 역 일대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연결 지점이 어차피 지하에 있지만, 대전이나 대구는 연결 교차 지점이 지상에 있기 때문에 거기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전 북부는... 배선이 워낙 복잡해서 아무리 열차 안에서 밖을 눈여겨봐도 잘 모르겠다.;;

아.. KTX 하나만 갖고 강의를 줄줄 하고 싶다. 입이 근지러워 죽겠어 ㅋㅋㅋㅋ
요즘 KTX를 타면 6년 전에 비해 고속 주행 중 차량 내부의 진동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때는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컵에 담긴 물이 흔들리질 않는다고 선전을 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28 16:15 2010/11/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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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기관 이후 철도 차량의 동력원

(앞의 증기 기관차 글에서 계속됨)

내연 기관은 연료를 연소시켜서 폭발한 연소 가스의 힘을 곧바로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계이다. 외연 기관보다 더 만들기 어려우며, 외연 기관보다 훨씬 더 화력이 좋은 고품질 연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연 기관은 외연 기관보다 효율이 더 좋고 더 큰 동력을 낼 수 있으며, 오토바이나 기계톱 같은 기계에도 들어갈 정도로 소형화까지 가능하다. 증기 기관 정도의 출력으로는 열차를 굴리고 배까지는 움직여도, 비행기를 띄우는 건 어림도 없다.

그러고 보니 내연 기관의 선구자들이 다 독일 엔지니어들이구나. 자동차계의 앨런 튜링, 폰 노이만 같은 사람들이다. 난 내연 기관 하니까 컴퓨터로 치면 프로그램 내장 방식이 생각난다. 원동기를 지닌 동력 기관을 무슨 튜링 기계처럼 추상적으로 모델화할 수는 있을까? ^^;;

오늘날의 디지털 컴퓨터에 fetch, decode, execute 같은 기본 동작이 존재하듯, 내연 기관 중에서 피스톤 왕복 운전식 엔진에는 흡입, 압축, 폭발, 배기 같은 동작이 그런 기본 개념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2행정 엔진이 4행정 엔진보다 가볍고 간단하고 출력도 더 세지만, 부품의 수명이 짧고 연료와 함께 엔진 오일이 같이 연소되어 대기 오염도 더 심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오늘날은 극소수 소형 엔진이 아니면 전부 4행정 엔진만 쓰인다.

증기 기관도 피스톤 왕복 운동으로 바퀴를 굴리긴 하나, 내연 기관의 행정 사이클 같은 개념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내연 기관 중에는 피스톤 운동보다 효율이 더 좋은 로터리 엔진 같은 것도 개발되었으나, 아직까지 별로 실용화는 못 된 듯.

내연 기관은 그 특성상 연료 공급 방식을 자동화했으며(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사람이 삽으로 석탄을 퍼다 아궁이로 직접..;; ), 오늘날의 자동차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시동 상태 유지'와 '변속'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엔진이 최저 회전수 이상으로 돌지 못하거나 갑자기 너무 큰 부하가 직접 걸리면 시동이 꺼져 버린다. 그래서 동력비를 조절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덩치가 작은 차량은 톱니바퀴를 쓰고, 그보다 훨씬 더 큰 동력비가 필요한 철도 차량이나 선박에서는 엔진 효율을 좀 희생하고라도 유압 변속기를 쓰거나 아예 엔진으로는 발전기만 돌린 후, 동력비 조절이 용이한 전기로 차량을 움직이기도 한다.

오늘날 소위 디젤 기관차라고 불리는 철도 차량은 실은 '디젤 전기 기관차'이다.
비행기라든가 제트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는 역시 동력을 구동축에다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압축 공기를 분출하면서 나아가니, 일반적인 자동차와 같은 변속이라는 개념은 필요하지 않다. 제트 엔진은 큰 힘을 낼 수 있는 대신, 4행정 엔진보다 연료 소모가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

철도 차량의 동력의 만렙 완전체요 최후의 목적지는 단연 전기라 할 수 있다.
요즘이야 하도 환경 따지고 화석 연료의 고갈을 두려워하여 전기 자동차 내지 최소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20세기 초중반에도 전기 자동차라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성능과 충전 시간 등에서 기름 자동차와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되니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버로우를 타게 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자동차와는 달리, 철도 차량은 길만 따라 다니기 때문에 길을 따라 전차선을 설치함으로써 전기를 실시간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내연 기관의 선구자가 독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 철도의 선구자도 독일이었다. 이름하여 지멘스.

전동차는 시동을 걸 필요가 없고 별도의 변속기도 필요하지 않다. 자동차에다 비유하자면 키를 꽂아서 ON 모드로만 옮기면 곧바로 주행이 가능하며 START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서울역-남영, 청량리-회기 같은 곳은 자동차로 치면 시동을 끈 후 디젤 엔진을 휘발유 엔진으로 교체하고서(혹은 그 역순) 시동을 다시 켜는 건데, 전동차는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OFF-ON을 해낸다. ^^;;

지하철 전동차는 겨울에 냉방기 소리가 전혀 나지 않을 때 가만히 지켜보면, 소리가 전혀 안 나다가 그 상태 그대로 주행을 시작한다. 조용하다. 엔진 공회전 나부랭이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동차의 동력 부품은 전동기(모터)라고 할 뿐, 엔진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전기 자동차는 내연 기관에서 필요하던 변속기, 엔진 오일 같은 여러 부품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경량화, 소형화가 가능하다.

물론 전동차도 자동차 엔진의 변속기처럼 전압과 전류 조절을 통해 동력비를 제어하는 부품이 있긴 하다. 처음에는 옴의 법칙 V=IR에 의거, 열을 엄청 많이 뿜던 저항 소자가 쓰이다가 나중에는 쵸퍼 방식이 등장하고, 지금은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VVVF 인버터가 이쪽 바닥을 평정했다. 마치 쿼츠 시계가 태엽 시계를 떡실신시켰듯이 말이다. 전동차 부품이나 시계 부품이나 역시 대세는 반도체인 듯.

VVVF는 다 좋은데 주파수가 바뀌는 과정에서 윙윙~~ 우우웅~ 환상적인 전자음이 난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 VVVF 소자는 옛날 것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이 조용해진 건 사실이나, 그 환상적인 소리가 철덕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전동차들 중에서도 특히 서울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은 인간이 발명한 교통수단에서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소리가 날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훗날 이렇게까지 철덕이 될 줄 알았으면 학창 시절에 물리 공부 좀 더 열심히 해 놓는 건데. -_-;; 그러질 못해서 더 자세한 디테일을 서술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기계나 전자 쪽 공돌이였다면 컴퓨터보다도 이 바닥으로 갔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지금 본인의 현실은 취미와 직업이 독립된 형태로 가는 추세인데,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1/25 09:37 2010/11/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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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기관차와 외연 기관

철도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산업화의 주역이던 증기 기관차이다.
우리말의 경우 기차(汽車)라는 한자어부터가 증기라는 뉘앙스를 잔뜩 담고 있는 단어이며, 칙칙폭폭 역시 증기 기관차에서 유래된 의성어이다.
철도 건널목 표지판은 연기를 모락모락 내는 증기 기관차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증기 기관차가 달리면서 연기를 온 천지에다 뿌려대는 모습을 보면, “기차 화통 삶아먹었나?”란 말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다. 아마 중국어로는 기차를 아예 火車라고 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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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드보르작이 증기 기관차를 보고 철덕이 되었던 반면, 21세기의 철덕은 전자음 옥타브를 들으면서 쾌감을 느낀다.
오늘날의 철도 차량 중에 저렇게 연기를 뿜으면서 칙칙폭폭 하면서 달리는 녀석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억 속에 각인된 철도의 첫 구현체인 증기 기관차에 대한 인상은 너무나 뿌리 깊다. 마치, 플로피 디스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3.5인치 디스켓 아이콘은 ‘저장’ 아이콘으로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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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요즘 건설되는 철도는 복선 전철이 기본이요 전부 고가이다. 건널목은 절대 만들지 않으며 무조건 입체 교차이다. 그러니, 철길 건널목 하면 표지판의 증기 기관차가 암시하듯, 옛날의 꾸질꾸질한 기관차형 열차만을 사람들이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일리가 있다.

본인은 디젤 동차인 새마을호 연구 전문이기 때문에, 철덕치고는 열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증기 기관차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증기 기관차에 대해서 한번 좀 기계공학스러운 글을 써 볼까 한다. 역사든 지리든 음악이든 과학이든, 철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학문은 나의 친구이다. ㅋㅋ

물리학에는 열역학이라는 분야가 있으며, 열역학이라는 관점에 따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는 궁극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열로 바뀐다.
하지만 반대로 열을 에너지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며, 모든 열을 에너지로 바꾸지는 못한다. 그 일을 하는 물건을 통상 기관 내지 엔진이라고 부른다.

그 기관 중 증기 기관은 외연 기관이라고 불린다.
증기 기관은 연료를 태워서 물 같은 다른 매개체를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의 힘으로 피스톤이나 터빈을 움직인다. 연소가 동력을 만드는 곳과는 별개의 장소인 보일러에서 행해진다는 점에서 ‘외’(external)라는 말이 붙은 것이다.
밥솥 내지 냄비에서나 나오는 그 연약한 수증기가 평소보다 10수 배로 압축만 하면 집채만 한 무거운 열차를 움직이게도 한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요즘이야 기관차형 열차에는 기관차 뒤에 발전차가 편성되어 있다. 객실 내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발전차가 아니라 석탄을 실은 별도의 화차가 한 량 필요했다. ^^;; 기관사 밑에서 일하는 조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삽으로 석탄을 아궁이에다 열심히 퍼 넣어야 했다. ㅎㄷㄷㄷ;;
그리고 증기 기관차를 굴리기 위해서는 역에는 급수탑이 필요했다. 수원, 영천 등 몇몇 역에 있던 급수탑이 지금은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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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철도 차량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당시 증기 기관차의 특징 중 하나는 바퀴 크기가 큼직했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앞바퀴가 유난히도 큼직한 자전거가 존재하기도 했던 것과 따지고 보면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증기 기관차는 꼭 둥근 원통형이고 색깔은 새까맸다. 어차피 매연 묻어서 시꺼멓게 되는 걸 가리려고 검은색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듯.
또한 증기 기관차는 20세기 중반에 세상에 컬러 사진이 보편화할 무렵엔 모두 은퇴했기 때문에, 최소한 연기를 뿜으면서 달리는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 보기는 쉽지 않은 물건이기도 하다. 특히 정지 사진이 아닌 컬러 동영상은 더욱 찾기 힘들 것이다.

이에 덧붙여 증기 기관차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특유의 '웨에에엥!' 기적 소리인데.. 이건 어떻게 만들어 낸 소리인지 모르겠다.

증기 기관은 오늘날의 내연 기관에 비해서야 구조가 간단해서 만들기 쉽고, 저속에서도 비교적(언제까지나 '비교적!') 토크가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마차보다야 월등히 더 뛰어난 수송력으로 물류 혁명을 달성한 건 사실임. 그리고 무슨 방법을 써서든 물을 끓게만 만들면 됐으니 옥탄가가 크지 않은 저가의 저질 연료를 써도 괜찮은 점 역시 장점이었다.

그때 증기 기관차에는 별도의 변속기라는 게 없었다. 외연 기관은 태생적으로 연소 따로, 구동 따로인데 어차피 바퀴의 부하가 엔진에 바로 걸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냥 석탄 열나게 많이 때면 빨리 가고, 적게 때면 느려졌다. 수증기가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유체/유압 변속기 역할을 자연스럽게 했다.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그 대신 기관차의 바퀴 크기 자체가 동력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으며, 바퀴마다 크기가 들쑥날쑥이기도 했다. 여객용 기관차는 속도를 중요시해서 바퀴가 유난히 크고, 화물용 기관차는 견인력을 중요시해서 작은 바퀴 여러 개였던 식.

나름 증기 기관도 발전을 거듭하여 처음 발명되었을 때보다 더욱 출력이 향상되고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 이런 동력을 쓰는 열차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많았다.
증기 기관 자체가 물리학적으로 볼 때 태생적으로 미치도록 열효율이 저조하고 열차를 굴리기에는 출력이 부족했다. 가감속이 쥐약이고 고속화 역시 곤란했다.

또한 증기 기관은 보일러가 필요하고 물탱크에 석탄까지 있어야 하다 보니, 구조는 단순하지만 덩치가 커지는 게 불가피했고 소형화하기가 곤란했다. 증기 기관이 자동차의 동력원으로는 실패하고 그나마 철길이라든가 증기선으로 살 길을 찾은 게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비열이 큰 물이 끓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석탄 같은 고체 연료는 취급하기가 번거로워서 여전히 큰 골칫거리였다. 시동 시간이 굉장히 길고, 차를 세우거나 움직이게 하는 게 고역이었다는 뜻. 연탄재 치우는 것만 해도 얼마나 귀찮은데 다량의 석탄재 처리는 어떻게?

마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순전히 관광 목적으로 streetcar (바닥의 전선을 잡고 달리는 legacy 시가지 교통수단)를 운행하듯이, 요즘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용으로 일부러 증기 기관차를 굴리는 곳이 있는데, 참고로 말하자면 걔네들은 석탄 대신 석유나 가스로 물을 끓인다. 200년 전의 증기 기관차를 100% 그대로 재연한 건 아니라는 뜻. 사실,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실용화한 시기 자체가 영국의 산업 혁명과 맥을 같이하며, 오늘날처럼 대량의 석유를 값싸게 전세계에 공급하는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이었다.

환경면에서도 증기 기관차 역시 석탄이든 석유든 엄연히 화석 연료를 태워서 달리는 만큼, 그 큼직한 굴뚝에서는 수증기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달릴 때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그을음 내지 매연은 친환경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존재였다.

18세기에 발명되어 인류의 동력원으로 활동한 증기 기관(핵심 인물: 제임스 와트)은 19세기 중후반이 되어서야 내연 기관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다. 최소한 육상 교통수단의 동력원에서는 확실하게 은퇴이다. 내연 기관이야 다임러, 벤츠, 오토 같은 사람이 공헌한 가솔린 기관도 있고 디젤 기관도 있으며 심지어 제트 엔진이나 로켓도 이에 속하지만, 외연 기관은 사실상 증기 기관과 동치나 마찬가지인 개념인 것 같다. (뭐, 스털링 엔진 같은 특이한 엔진도 외연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Posted by 사무엘

2010/11/17 20:18 2010/11/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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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교통수단은 가벼워야 적은 힘을 들이고도 움직일 수 있고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하는 방식 자체가 매질과의 마찰에 의존한다는 특성상, 교통수단이 너무 가볍기만 하면 엔진의 힘이 매질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바퀴가 헛돈다거나(skid), 브레이크를 걸어도 바퀴는 멈췄는데 차체는 표면을 미끄러져 나아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볍고 마찰이 작은 게 진짜 유리하게만 작용하려면 비행기처럼 떠서 공기를 뒤로 밀어내서 달리는 교통수단의 경지에 다다라야 할 것이다. 자기 부상 열차는 레일 위에서 그런 장점을 얻으려는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폭설 때 제아무리 호화 고급 외제차라도 구동축이 가벼운 FR 차는 빙판에서 나아가질 못하고 그대로 뻗었다.
그렇잖아도 마찰이 작은 철도의 경우, 그 고성능 새마을호 전후동력 동차가 중앙선 같은 곳에 투입되지 못하고 그 힘 좋은 8200호대 전기 기관차가 산악에서 애로사항을 겪은 것은 역설적으로 동력부가 기존 디젤 기관차보다 무척 가벼워서였다.
철도 차량은 그 자체가 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질량을 자랑하며 자동차 정도하고는 건널목에서 충돌해 봤자 자동차만 개발살이 나고 자기는 아무 탈도 없을 정도로 무겁다. 열차 안에 안전 벨트가 괜히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마찰이 워낙 작아서 바퀴가 헛돌 수가 있는 것이다.

기차는 차체가 워낙 무겁고 안정적이며, 자동차와는 달리 타이어 펑크 걱정이 없다. 승객 체중이 한쪽에 막 실린다고 해서 전복· 탈선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완전 천하무적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걱정이 다른 교통수단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심지어 이륙 허용 무게와 착륙 허용 무게가 다 정해져 있다.
비행기의 착륙은 랜딩기어와 활주로에 굉장히 큰 열과 충격을 끼치기 때문에, 둘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착륙 가능한 무게는 이륙 가능한 무게보다 더욱 가볍게 설정된다. 비행하면서 연료를 그만큼 써서 비행기를 가볍게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행기는 한번 떠 버린 후에는 내려가기가 더욱 어렵다. 비상 상황이 발생해서 목적지까지 못 가고 회항하더라도, 목적지에 간 것처럼 연료는 다 써 버려야 착륙이 가능하다. 선회 비행을 하면서 시간을 끌든지, 아니면 공중에다 아까운 연료를 버려야 한다(fuel dumping). "기름 섭취는 비행기를 무겁게 할 뿐."
연료는 유체여서 저장 장소의 제약은 덜 받다 보니, 보통 날개 안에다 보관하는 편이다. 전투기들도 그렇고 과거 콩코드 여객기도 그렇고.. 그 대신 날개에 불이 붙으면.. "망했어요.";;;

비행기는 전체 중량뿐만이 아니라 무게 배분도 중요하다.
본인은 2008년에 미국에 가서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관광을 했다. 소형 터보프롭 비행기였는데, 한 줄에 좌석이 3개가 있었다. 주최 측에서는 비행기 탑승 전에 관광객들의 체중을 일일이 측정했다. 어지간한 여성의 두 배에 가깝게 무거운 본인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 중앙에 자리가 배정됐고, 내 양 옆으로 젊은 아가씨가 한 명씩 앉았다. 여자에게 둘러싸여서 기분이 좋았기보다는... 중앙이다 보니 경치 감상하고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ㅋ

경비행기뿐만이 아니라 747 급의 점보 여객기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는 비록 일일이 승객의 체중을 저렇게 재지는 않더라도, 수하물이라든가 승객의 어지간한 덩치를 감안해서 무게가 균형 있게 배분되도록 좌석이 발권된다.

그래서 원칙대로라면 팔리지 않은 좌석이라도 승객이 마음대로 자리를 바꿔 앉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항공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는 있으나, 개당 한 35~40kg을 넘는 수하물은 추가 요금을 아무리 주더라도 보통은 받아 주지 않는다. 그건 비행기보다는, 수하물이 쿵쿵 떨어지기도 하는 컨베이어 시스템의 안전과, 짐을 수작업으로 수송하는 직원들의 허리 건강-_-을 생각해서이다. ^^;;;

비행기는 높이 날아야 공기 저항이 적으니까 좋긴 한데, 비행기가 나는 방식 자체가 공기를 압축시켜 뒤로 뿜는 것이고, 또 연료를 태우기 위해서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기가 아주 없는 곳에서는 날 수 없다는 역설도 또 지니고 있다. 두 변수의 교점이 성층권 정도 되는 지점인가 보다.

끝으로 배는 어떨까?
배는 부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무거워지면 침몰 위험이 커지지만, 너무 가벼워도 문제이다.
물에 적당히 잠겨 있지 못하고 위로 지나치게 떠 있으면, 무게중심이 불안정해져서 전복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스크루가 돌아가는 물속이 너무 얕거나(수압 불충분) 심지어 수면 위로 스크루의 일부가 드러날 정도가 되면, 동력 효율이 크게 떨어져 배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선의 경우, 짐이 없이 텅 빈 채로 다닐 때는 바닷물이라도 일부 좀 먹여서 배를 적당히 무겁게 유지되게 하는 물탱크 설비가 있다. 잠수함에만 이런 설비가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진짜 짐을 잔뜩 실을 때가 되면 바닷물을 당연히 방출한다.

그런데 이것이 해양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왜냐 하면, 빈 화물선은 출발지에서 출발지의 바닷물을 실은 후, 짐을 싣는 도착지에서 출발지의 바닷물을 버리기 때문이다. 그 바닷물엔 소금물뿐만이 아니라 플랑크톤, 작은 미생물 등등 잡다한 것까지 흡입되고 그게 도착지의 바다에 대량 방출된다. 1, 2톤 방출하는 것도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이런 식으로 무역선들이 뒤섞어 놓는 바닷물의 양이 가히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흠좀;;

인간이 지구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직접적으로 들고 다니는 화물뿐만이 아니라, 저런 것도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다. 마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쓰이고 방출되는 더운물이.. 화학적으로 오염된 물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도만으로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듯이 말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의 냉각을 위해 가히 억소리 나는 양의 찬물을 필요로 하며,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바닷가에 건설된다. 방사능 폐기물만이 side effect는 아닌 셈.)

* 11월 3일, 학생의 날이라고 배운 이 날이 학생 독립 기념일이라고 이름이 바뀌어 있다.
그러고 보니 광주 학생 운동의 발단이 된 곳--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이 싸움이 붙은 곳--이 열차 안이다. 지금은 경전선의 일부 구간이 된 그곳이다.
이제는 더 말이 필요 없다. 역사를 보는 1순위 분야가 철도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1/03 08:57 2010/11/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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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1차 개통 시절에 대한 회상

지금으로부터 6년 반 전이던 2004년 4월, KTX가 1차 개통하던 시절의 기억이 본인에겐 아직도 생생하다.
본인은 아직 대전에 있고 학부도 졸업하기 전.
지하철 기본요금이 700원이고 서울에 아직 4색 GRYB 버스가 등장하기 전.
아직 코레일이 아닌 철도청 시절이고 바로타라는 사이트가 있던 시절. (우와!)
수도권 전철은 아직 천안이 아닌 병점까지만 가던 시절.

http://info.korail.com/ROOT/news/board_view.jsp?boardType=&bbs=bbs5&seq=94
그 당시 철도청은 정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KTX 광고를 해 댔다. 장대 레일과 관절 대차 자랑은 가히 침이 마르도록 했던 듯. 그땐 ktx.korail.go.kr 이런 사이트도 있었다.
사실, 고속철의 등장은 극도로 정체해 있던 한국 철도계에 획기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사건이긴 했다.
위의 링크는, 그때 철도청에서 제작한 홍보 동영상 중 하나인 <KTX 이젠 우리가 뜬다>로, 나름 인상적으로 봤다.
오프닝 음악이 참 역동적이지 않은가? “빰빰!”
“KTX, 이젠 우리가 뜬다. Let's speed up Korea” ㄲㄲㄲㄲㄲㄲㄲㄲ

KTX가 자기 부상 열차라는 루머가 그 당시엔 굉장히 많아 나돌았으나, 기존선을 달리는 구간이 엄청 많다는 것만 생각해 봐도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냥 재래식 바퀴식 열차이다.

그런데, 동영상의 기술 수준을 보면 KTX가 1차 개통하던 시절이 얼마나 까마득한 옛날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동영상 보기 위해 전용 ActiveX 설치해야 된다. 게다가 이 녀석은 윈도우 비스타/7의 Aero를 꺼 버린다. 이런~ ㅠ.ㅠ
참고로 저 때는 아직 유튜브도 없었고, 플래시 7이 이제 갓 flv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그게 대중화는 못 돼 있던 시절이다.
저 동영상도 파일로 뽑아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KTX 개통 때문에 본인은 한편으로는 심란했다.
“난 전적으로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때문에 철덕이 됐는데, 앞으로 새마을호는 몰락의 길을 가는구나.” 때문이었다.
그래도 프로게임계도 언제까지나 스타 1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듯, 우리나라 철도 역시 언제까지나 재래식으로나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철도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KTX에다 사운을 걸고 일반열차들은 KTX 연계용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런데 새마을호는 KTX의 하위 열차로 굴리기에는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좋아서 오히려 KTX의 경쟁 상대가 될 여지가 있는 열차이다.

KTX 개통 당시엔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2004년 4월 1일은 KTX 개통에 발맞추어 서울교외선 정기 열차가 폐지되었고 통일호가 없어졌다.
경춘선 통일호가 모두 무궁화호로 승격되었고(=비싸졌고), 특히 국내 최장시간 운행 열차이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도 없어졌다. 이로써 청량리 밤차를 제외하고는 중앙선을 전구간 직통 운행하는 열차가 없어졌다.
물론 당시 통일호 객차는 내구연한도 거의 끗발 수준이었고, 화장실 오물이 정화조 없이 곧바로 밖으로 배출될 정도로 정말 낡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버릴 때가 되긴 했다.

전라선의 기관차형 새마을호에 있던 전무후무한 2:1 특실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거 기억하시는 분은 정말 철덕 인증. ㅋ (KTX 특실도 2:1이긴 하지만 KTX 특실의 좌석은 새마을호 일반실보다도 훨씬 못하다.)
또한 전객차가 특실 좌석이고 대전과 대구에만 정차하던 ‘구특전 새마을호’도 경부선에서 물러나 장항선에 대체 투입되었다. 장항선은 운행 거리가 짧아서 지금까지 카페 객차 같은 각종 일반열차 서비스들의 베타테스트가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온 노선이기도 하다.

KTX 개통과 더불어 새마을호는 갑작스럽게 정차역이 무궁화호 수준으로 늘어서 서울-부산이 5시간 20분대까지 가기도 했고, 무궁화호는 과거 통일호가 정차하던 안양, 부강 같은 역까지 무차별 정차함으로써 서울-부산이 6시간대에 달했다. 게다가 일반열차의 운행 횟수 자체가 갑작스럽게 너무 줄었다. 소요시간의 증가보다도 더욱 나쁜 점이었다.
그 반면 KTX는? 내가 늘 강조하지만.. 서울-부산 무정차 직통 2시간 32분짜리 엽기 열차까지 있었다. 한국 철도 역사상 서울-부산 셔틀이 다닌 적이 2004년 저 때이다. ㅎㄷㄷㄷ;;; 서울-부산 4시간 10분 새마을호만큼이나 역사 속의 추억이며, 저 열차는 2004년 말의 1차 다이아 개편 때까지 다녔다. ㅋㅋㅋ

게다가 기술적으로 미비했던 점, 잦은 지연과 고장 때문에 KTX는 언론에 대차게 까였고, 광명 역도 3천억짜리 간이역이라고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2004년 가을이던가 그때쯤 열차 다이아가 1차 패치를 겪으면서 서울-부산 셔틀 KTX는 사라지고 새마을호도 서울-부산이 5시간은 안 넘게 일말의 개선이 이뤄졌다. KTX의 평균 정차역 수도 그때부터 야금야금 늘어 갔다. 그때는 아직 대전 통과 KTX는 있었으나, 2005년 11월 다이아 패치 때부터는 대전 통과도 없어져서 동대구나 대전은 무조건 정차하게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이아는 점점 똑똑해졌다. KTX 이용객은 충분히 늘었고, 국민들 의식도 성숙했으며 열차를 ‘골라 가며 갈아 탄다’는 관념이 정착했다. 경춘선은 이제 곧 수도권 전철로 부활하고, 중앙선 전구간 직통 열차는 무궁화호 형태로 2008년쯤에 다시 생겼다.
그리고 2010년 11월, 우리나라 철도계는 다시 변혁을 겪을 예정이다. 6년 전보다는 더 스마트한 모습으로 국민을 맞이하길 기대한다.

* * * * * * *
크리스천이 아니거나 성경 교리에 관심 없는 분이라면 이 단락은 읽지 말고 skip하라.
본인의 철덕 기질 중에 Looking for you 연구와 더불어 전세계에서 거의 나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을 거라 추정되는 똘끼가 뭐냐 하면, 철도와 성경의 융합-_-이다.

2004년은 고속철의 초림, 2010년은 고속철의 재림에다가 비유를 해 봤다. 그 6년간은 교회 시대 되겠다. ㄲㄲㄲㄲㄲㄲㄲ

성경에서 사 61:1-3은 예수님에 대한 예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초림하신 예수님도 훗날 그 구절을 읽으시면서 자기 입으로 그 예언이 드디어 성취된 거라고 선언을 하셨다(눅 4:16-19).
그런데 문제는 그 구절을 다 읽은 게 아니라 앞부분만 읽고 끊었다는 것. 보복하고 원수 갚는 건 초림 때 이루어진 일이 아니며 재림으로 미뤄졌다. 저 예언은 다 성취된 게 아니며, 사실 구약 성경에는 예수님의 초림 행적 덕분에 성취된 예언보다는 아직 안 이뤄진 예언이 더 많다.

사실, 구약 성경 시절에는 ‘주의 날(Lord's day)’이라는 개념만 있었지 그게 예수님의 초림과 재림이라는 선로 분기가 이뤄질 거라는 걸 생각할 수 없었으며, 그 과도기에 존재할 교회라는 개념도 있을 리 없었다.
콤마 하나로 쭉 나열된 예언들이 어떤 건 무려 2천 년 뒤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명되고 인간이 달에 갔다 온 뒤에야 성취될 거라는 사실이 정말 엄청나지 않은가?

성경에서 이런 간극을 아주 평이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창 1:1-2 사이의 간극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재창조 간극 지지자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이건, 철도 예언-_-으로 치면 이렇다.
“21세기에 한국에 고속철이 건설되어 서울-대전이 50분, 대전-대구가 50분, 대구-부산이 40분 걸리는 날이 오리라.”
이렇게만 써 놨다면, 이 예언은 아직까지는 부분 성취이며, 1차와 2차 개통이라는 개념(6년간의 간극)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문장이다. 1990년대에 고속철 기공식 하던 당시에는 공사 예상 기간도 실제로 걸린 것보다 훨씬 더 짧게 잡았다. 인천 공항 개항과 비슷한 시기에 서울-부산을 2시간대에 왕래하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게 질질 끌다가 실제로 대구-부산은 아직 미완성인 채로 1차와 2차로 나누어 개통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하나님의 경륜이 무슨 인간 사업의 진척처럼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말은 아니지만, 뭔가 비슷한 맥락의 비유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상, 헛소리 끗.
* * * * * * *

Posted by 사무엘

2010/10/30 19:57 2010/10/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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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 철덕후가 알기 쉽게 해설해 놓은 본격 21세기 한국 철도 동향. ㄲㄲㄲㄲㄲ

1. 대구

경부 고속 철도 2차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동대구 역을 출발한 부산 방면 KTX는 경부선 기존선을 타고 밀양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제 별도의 선로를 계속 이용해서 경주 쪽으로 가게 된다.

마치 대전이 호남·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이듯, 대구는 대구·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가 된다.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라. 왼쪽에 보라색 선으로 표시된 도로는 고속국도 55호선의 일부인 부산-대구 민자 고속도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속도로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지 않는 직통 고속도로가 뚫린 반면, 철도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는 고속선이 건설됐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 경주

KTX가 다니는 신경주 역은 천안아산 역과 비슷한 디자인을 한 방향별 복복선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되었다. 동대구-경주 소요 시간은 20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이는 대전-천안아산보다도 짧다. 물론 경주-울산은 더 짧지만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대구 역이 생겼다고 해서 대구 역이 없어지지는 않았으며, 경부선 천안 역도 KTX 천안아산 역과는 별개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역이다. 그러나 1910년대에 건설된 지금 경주 역의 운명은 이와는 다르며, 앞으로 없어진다. 그리고 지금 있는 경주-울산 동해남부선 구간 자체가 고속철 연계 위주로 대거 이설된다.
신경주 역이 경주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신경주 역은 KTX와 여타 지선 열차와의 ‘바로타 환승’이 가능하게 설계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경주 역의 위치이다. 건천읍 화천리에 있는데(화천 초등학교 근처) 경주 시내에서 멀어도 너무 멀다. 경부 고속도로 경주 IC보다도, 경주 대학교보다도 더 외곽이다. 국도 4호선에서 삐져나간 904번 지방도를 따라 한참을 가야 나온다. 경주는 수도권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를 기대할 수도 없는 중소도시인데 철도역 연계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주 정차 KTX는 현재 편도 기준 1시간에 거의 1대꼴로 편성되었으며 울산과 비슷하다. 경주-서울 고속버스가 40분에 1대꼴임을 감안하면 아주 넉넉한 편이다.

3. 울산

경주를 통과한 경부고속선은 한동안 경부 고속도로와 함께 나란히 남하한다. 터널도 별로 없고 평지가 이어지는데, 그러다 긴 터널을 하나 지나고 나오면 밑으로 보이는 고속도로가 바로 16번 울산 고속도로이다. 여기는 울산 광역시 울주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울산 고속도로를 타넘는 저 지점(지도에서 분홍색 동그라미)이 꽤 특수한 공법으로 공사되어, 기반을 닦는 첫 몇 시간만 제외하고는 고속도로를 폐쇄하지 않고 차량 통행을 허용한 채로 공사를 마친 것으로 유명한 구간이다. 거기서 좀더 내려가면 신울산 역(지도에서 파란색 동그라미)이 나온다.

울산은 굉장히 넓다. 그리고 중앙이 산으로 가로막혔고 서쪽이 울주군, 동쪽이 울산 시내로 양분된 것과 얼추 비슷한 구도이다. 오죽했으면 그래서 울산 고속도로를 따로 건설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KTX 울산 역은 경부 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근처에 건설되니, 울산 시내에서 멀기로는 가히 경주를 능가하는 수준. -_-;;

그 반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바다 근처 완전 동쪽 끝에 있다. 이 울산 역은 울산이 너무 넓고, KTX 울산 역이 너무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진 덕분에 역시 없어지지 않는다. ‘새 동해남부선’은 신경주 역을 지난 후 904번 지방도와 비슷한 선형을 따라, 지금의 입실 역 인근(경주 외동읍)에서부터 기존 동해남부선과 비슷한 노선을 가게 된다.

4. 부산

경부 고속선은 울산 역까지는 경부 고속도로와 선형이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길이 갈린다. 고속도로는 산을 피해서 서쪽의 양산시를 경유한 후 다시 방향을 틀어 부산의 동북쪽으로 가지만, 울산을 지난 경부 고속선은 산을 뚫고 직선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그래서 만나는 곳은 부산 북부의 노포동. 고속도로 노포 IC와 부산 지하철 1호선의 노포 차량 기지를 볼 수 있다.
자, 여기서 경부 고속철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고속철은 부산 북부에서 부산 남부의 부산 역까지 20km에 달하는 시내 구간을 전부 산 뚫고 지하 터널로 통과해 버린다! 부산 동서를 가로막고 있는 산 따라 수직으로 길을 내면 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금정 터널이다.

경부 고속철의 중간 경유 도시인 대전과 대구는 시내를 지상 고가로 통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대전의 경우, 고속철의 지하 통과를 염두에 두고 지하철 대전 역의 승강장도 의도적으로 굉장히 깊게 지어졌으나, 결국 비용 문제 때문에 거기는 지하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 반면 부산은 통째로 지하 통과이다. 흠좀;; 밖으로 나오면 이미 좌천동이고 부산 역의 바로 옆인 부산진 역이다. 즉, KTX는 부산에서 지상으로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밖에 안 지난다는 뜻이다.

서울 역을 출발한 KTX는 광명 역까지 20km에 가까운 거리를 그냥 경부선 기존선으로 천천히 다닌다. 아니, 초창기에는 아예 광명 역을 고속철 시종착역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구간 지하화가 이제 와서 과연 가능할까? -_-;; 이것에 비하면 부산은 가히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게 아닐 수 없다. 사실 부산은 고속선뿐만이 아니라 기존 경부선도 시내 구간이 전부 고가로 올라가 있는데, 이것도 언제 그렇게 이설된 건지 궁금하다. 100년도 더 전에 일제가 처음에 그렇게 만들었을 리는 없잖아!

이미 경부 고속철 대전-대구 구간에도 굉장히 긴 터널이 있고, 전라선도 복선 전철화와 직선화를 하면서 5km가 넘는 꽤 긴 터널이 지어졌으며, 영동선도 스위치백 구간이 똬리굴로 바뀌면서 굉장히 긴 터널이 만들어졌지 싶다. 하지만 금정 터널만치 길지는 못하다. 이 터널은 천성산을 뚫는 과정에서 모 스님의 ‘도롱뇽 단식 투쟁’ 때문에 한동안 공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 적이 있다.

기왕 선로가 이렇게 만들어진 김에 부산 북부의 노포동 역 일대에도 고속철 정차역을 만들면, 서쪽의 화명 역(경부 기존선), 동쪽의 기장(동해남부선) 역과 더불어 중앙에 부산 북부 3대역이 생기고 노포동 일대는 마치 동대구 역처럼 지하철과 버스와 철도가 한데 만나는 교통 허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별로..;; -_-

이것으로 분석을 마친다. 이 주제로만 떠벌려도 입이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다.
다음은 덧붙이는 말.

1. 시발역 기준으로 오전 11~12시 사이는 경부고속선의 선로 점검 시간인 관계로 KTX가 안 다닌다. 심야에만 점검하는 게 아닌 듯. 그러고 보니 2차 개통 후에 남아있는 서울-부산 새마을호 딱 두 편이 하나는 심야(1003)이고, 다른 하나는 KTX가 안 다니는 11시대에 서울을 출발하는 열차이다. KTX가 안 다니는 시간대에만 새마을호를 남겨 놓은 센스.

2. 경부선은 아마 새벽 2~5시 같은 심야 시간대에 전차선을 단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야 열차는 전통적으로 디젤 기관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경부선 새마을호의 퇴출 분위기가 드리워진 이번 KTX 2차 개통 후에도 심야 새마을호는 앞서 말했듯이 건재하다. 새마을호 PP는 잘 알다시피 디젤 동차.
24시간 전차선이 돌아가는 노선은 중앙선이나 영동· 태백선 같은 곳밖에 없을 것이다.

3. 부산 일대에는 경인이나 외곽 순환 고속도로처럼 개방식 톨게이트를 쓰는 구간이 없는지 궁금하다. 서울에 이어 제2의 대도시라는 부산이 수도권형 고속도로도 없고 광역전철도 없다는 건, 아무리 이 나라가 서울 몰입 위주라고 해도 너무했다.

4.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 설정상 천안과 대전 역 씬이 실제로 촬영된 곳은 경부선도 아니고 아예 울산 역이다. -_-;;
영화 첫 부분에서 허 봉구가 조폭들과 마주치는 장소인 서울 역 대합실은 실제 촬영 장소가 아예 서울 지하철 논현 역이었으니 더 말이 필요 없을 듯. ㅋ

Posted by 사무엘

2010/10/26 09:04 2010/10/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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