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의 추억

살다 보면 집 밖에서 숙박을 하는 건, 흔하지는 않아도 아주 없지는 않은 색다른 경험이다. 업무상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냥 단순히 지인 집에서 자거나 지인이 머무르는 숙소에서 같이 자는 것도 외박에 속할 수 있다.

본인은 일단 두 차례의 미국 여행 때 호텔 투숙의 기억이 있다. 10년 사이에 호텔의 방 열쇠는 1회용 카드 키로--잃어버리거나 심지어 투숙객이 가져가 버려도 아무 상관 없는-- 다 바뀌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대학원 생활하면서 앞으로 또 이런 데 갈 일이 생겨야 할 텐데. =_=;;

그리고 철도 여행을 떠나서 타지에서 외박을 한 적이 있다. 찜질방은 꽤 저렴한 비용으로 개운하게 목욕이 가능하고 수면까지 덩달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외박 장소이다. 그러나 찜질방 수면실은 공공장소인 만큼 개인 공간이 보장되지 않으며, 상대방의 코 고는 소리와 타인의 알람 소리 때문에 쾌적한 수면이 어렵다.

침대에서 푹신하게 제대로 자고 전자 기기를 안심하고 충전하고 컴퓨터 작업까지 하려면, 좀더 비용이 들더라도 개인 공간이 제공되는 숙박 장소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본인은 내일로 티켓 여행 같은 걸 할 때 대도시에서는 찜질방을, 중소 도시나 시골에서는 여관을 이용해 왔다.

2006년에 장항 역 인근에서, 그리고 2007년에 제천 역 인근의 여관에서 투숙한 적이 있다. 2009년 말엔 지인과 또 정동진 여행을 떠나서는 여관에서 서로 침대 위에서 노트북 코딩을 하며-_- 즐거운 밤을 보내..... 려고 했지만, 둘 다 너무 피곤해서 심하게 일찍 잠들어 버렸었다.

2008년 여름엔 카이스트를 방문해서... 이건 외박도 아니고 사실상 노숙을 한 적까지 있다. 강의동 안에서 뒹굴뒹굴 빈둥거리다가(방학이니까 사람 별로 없음) 휴게실 소파에서 누워 자기도 하고, 나중엔 아예 촉촉한 여름 가랑비를 맞으며 바깥 벤치에서 엎드려 자기도 했다. 그 당시엔 '내가 지금 무슨 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재미있는 추억이다. 그때 왜 다른 지인들 방에서 잘 생각을 안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타지에서의 외박보다 어찌 보면 더 흥미로운 것은, 지인 따라 "집 근처 외박"이다.
2005년, 본인은 아직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서식하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아는 분이 대전에 볼일이 있다고 찾아오셔서 본인 역시 그분 따라 유성 온천 일대의 모 여관에서 간만에 외박을 했다. 기숙사에서 3km 남짓밖에 안 떨어진 곳에서 그것도 여관 외박이라니? 이런? ㅋㅋ

이건 정확하게 외박이라 할 순 없지만, 학부 졸업을 앞둔 마지막 여름방학 때 어머니께서 오셔서 기숙사 방에서 본인과 같이 잔 적이 있었다. 기숙사에 외부인의 숙박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 싶은데, 슬쩍 그렇게 했다.
방학이어서 룸메이트도 없고 캠퍼스 전체가 황량하지, 각종 물건들은 이미 다 치워서 방도 썰렁함 그 자체, 게다가 그 날 따라 밖에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었다. 정말로 어디 오지에 야영 간 느낌이었다. 외박은 아니지만 정말 외박 체험이나 다름없었는데, 참고로 말하자면 비슷한 경험을 추석 때 고향 안 가고 기숙사에 남아 있어도 할 수 있다.

서울 안에서는 어느 행사에 초대를 받아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다. 광진구 광장동에 쉐라톤 워커힐 호텔이란 게 있다는 걸 본인이 알게 된 건 겨우 1년 남짓 전. 예비군-_- 훈련 때문에 남양주까지 갔다가 하루는 지리도 좀 익힐 겸 전철 대신 버스를 타고 귀가했는데, 구리에서 서울 광진구 시내로 막 진입하는 지점에서 커다란 호텔이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에서 너무 멀지 않고 적당히 외곽이면서 한강도 내려다보이니, 위치가 무척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실제로 투숙할 기회를 얻다니! 호텔 침대는 심하게 푹신해서, 그냥 파묻힌 채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아마 하루 투숙비만 해도 가히 억소리 나는 비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천 송도 신도시에 있는 송도파크 호텔에서 투숙한 적도 있다. 인천대입구 역 인근은 크고 아름다운 도로와 건물들로 가득하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입주하지 않아 약간의 황량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성경이 말하는 하늘나라, 새 예루살렘에서의 생활이 대략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같은 곳에서 살면서 고통, 고생이란 게 없고, 일상 생활이 행사와 축제로 가득한 곳?
성경에는 거기에 진주로 된 문에다가 황금으로 된 도로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곳에 새마을호 같은 열차가 다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본인은 병특 시절에 내일로 티켓 내지 회사 복지 카드를 이용하여 순수하게 열차만 타고 온 적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퇴근 후 바로 서울/용산 역으로 가서 부산/광주까지 간 후(새벽 3~4시 도착), 곧바로 새벽에 출발하는 상행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도착한 후 바로 다시 출근... 당연히 그 날 하루는 피곤해서 직싸게 고생했다. -_-;;
기차를 타고 집으로 퇴근한 게 아니라, 기차라는 장소가 퇴근 목적지였던 것이다...;;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묻는다면 본인의 대답은.. "이렇게라도 새마을호 타고 싶어서.."
이것도 열차 안에서 일종의 외박을 한 셈 되겠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0/22 18:20 2010/10/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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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KTX가 1차 개통하고 나서 6년 7개월 만인 2010년 11월 한국 철도계에 또 이변이 펼쳐진다.
뒷북이긴 하지만, 11월 이후의 다이아가 공개됐다.
(앞으로 얘기하는 모든 열차 운행 횟수는 편도 기준)

1. 총론

- 서울, 대전, 대구, 부산만 정차하는 전구간 신선 주행 optimal KTX 기준으로, 서울-부산 소요 시간은 2시간 18분 정도. 아직 대전, 대구 시내 구간에 고속신선이 깔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단축의 폭이 생각만치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으며, 이번 2차 개통은 노선의 다변화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게 좋다. 참고로 2004년 1차 개통 당시에 잠깐 있었던 서울-부산 무정차 엽기 KTX의 소요 시간은 2시간 32분. ㄲㄲㄲㄲ

- 역 수의 큰 증가로 인해(오송, 김천구미) 매 KTX 열차들의 평균적인 정차역은 더욱 증가 (아놔..)
- 원래 한국형 고속철은 시속 350까지도 주행 가능하게 설계되지 않았나? 공항 철도 열차도 증속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이 기회에 KTX 산천 같은 열차는 증속도 좀 하지..;;

2. 운행 계통

- 하루 4회, 대전-영등포 경부선 기존선을 다니는 KTX 등장. 수원에 4회 정차하고 영등포에도 아침과 저녁에 총 2회 정차. 드디어 영등포 역에서의 KTX 정차가 미약하게나마 실현됨. 하지만 천안 역은 천안아산 역이 있는 관계로 정차하지 않으며, 영등포 정차 KTX는 어차피 대전-서울 전체를 느린 기존선으로 달리는 놈뿐이다. 흠좀;;
-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2007년부터 신설된 경부선 기존선 김천· 구미 정차 KTX도, 김천구미 신역사의 완공으로 인해 없어짐.
- 그러나, 대구 이남에서 지금처럼 밀양-구포 기존선을 다니는 노선은, 대구 이남의 신경주-울산 고속신선(2차 개통의 주된 목적) 개통 후에도 하루 10수 회 남짓 유지됨

- 요컨대 지금 서울-대전, 대전-대구, 대구-부산의 KTX 신선 주행 비율이 100%, 90%, 0%라면, 2차 개통 후에는 90%, 100%, 70% 정도가 된다는 뜻. 대전-대구를 기존선으로 달리는 KTX는 완전히 없어짐.
- 주말에는 서울-시흥의 선로 용량 포화를 피해서, 드디어 광명 시종착 KTX가 일부 생긴다는 것도 인상적인 점.

3. 일반열차의 변화

- 이제 새마을호의 본격적인 퇴출 분위기. 순수 경부선 계통의 서울-부산 새마을호는 출근 시간대가 지난 오전에 1001 열차, 그리고 아예 심야 열차 1003 이렇게 단 두 번밖에 안 남음.
- 2008~9년을 전후해서 서울-부전 최장거리 노선까지 생기면서 그나마 좀 성행하던 동해남부선 경유 새마을호는 KTX 2차 개통 후 진짜 완벽하게 닥버하게 되며, KTX 1차 개통 직후에나 있던 동대구-부전 지선 형태로 역할이 대폭 줄어든다. 경전선, 진해선 방면 새마을호도 지선 형태로 변경. 그러나 울산과는 달리 KTX의 아무 혜택을 못 받는 포항 쪽은 서울-포항 직통 새마을호가 여전히 하루 2차례 운행된다.
- 호남선은 광주 행 말고 목포 행 새마을호는 심야 열차 하나만 남고 나머지 전멸.
- 다만, KTX가 직접적으로 안 다니는 전라선 새마을호(하루 4회)는 아직 변화가 없으나 이 역시 수명이 얼마 안 남았음

사실 장기적으로 동해남부선은, 지금 있는 경주-울산 구간은 완전히 폐선되고 기존 경주 역(무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던!)도 고속철 신경주 역으로 대체되어 폐쇄가 예정되어 있다. 고속철 신경주 역이 일반열차와의 환승까지 고려하여 건설되어 있다고 들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본인의 경우, 심야에 철도로 고향에 도착해서 3천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택시비로 집에 가는 건 불가능해지겠다.

한편, 아직까지 시설적으로 아무 변화가 없는 호남선은 지못미. 호남 고속철 완공은 또 지금으로부터 거의 5, 6년 뒤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동해남부선 리모델링이나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개통과 비슷한 시기가 될지도 모르며, 이게 아마 고속철 3차 개통-_-급의 과업으로 기록될 것 같다. 오송 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크이지만, 드디어 공주에 철도가 지나가고 광주와 목포가 한줄로 이어지는 건 바람직한 현상인 듯.
어쨌든,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으면 새마을호 많이 타 놔라! 이제 진짜로 명이 얼마 안 남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5 16:07 2010/10/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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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잡설

1.
중앙선 상봉 역은 경춘선 분기를 의식해서인지 복선 선로가 따로 갈라져 나가는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 중인 걸 봤다. 서울 지하철 7호선까지 포함하면 나름 3개 노선의 환승역이 되는데, 다만 상봉-망우는 현재 경의선 디엠시-수색만큼이나 너무 가까운 역이 될 것 같아 우려된다. 두 역 사이엔 딱히 커브나 구배도 없기 때문에, 한 역에서 다른 역 승강장이 보일 정도이다.
DMC는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에 이어 앞으로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된다는 말이 있던데 과연?

참고로 지금 DMC역은 원래 지하철 6호선의 수색 역이 개명된 것이다. 경의선 수색 역과는 수백 m 떨어져 있어서 환승역으로 연결하기엔 너무 멀고, 별개의 역으로 취급하기엔 마치 동대문-동묘앞만큼이나 가까운 처지가 된 것 같다. 화랑대나 신촌처럼, 지상 철도와 지하철의 역이 비슷하지만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예에 속한다.

2.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과 공항 철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좀 복잡하다.
지금 경의선은 서울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고 서울 역이 아닌 용산 역으로 가도록 재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중앙선 전철과 직결 노선을 만들고 이 기회에 용산선은 폐선했다. 기존 경의선을 대신하여 서울 역까지 들어가는 것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지금의 경의선 기존 지상 고가 구간은 어떻게 되는지? 가좌 역은 임시역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민자역사까지 새로 만든 신촌 역은 경의선 전철 개통 후 어떻게 되는지?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문산에서 용문까지 거대한 광역전철이 구축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경부선의 종점과 경의선이 한데 만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경의선의 종점이 서울에서 용산으로 바뀌는 건 아쉬운 일인 것 같다.

3.
전철의 표정 속도를 알고 싶으면 그 선로에 가뭄에 콩 나듯이 지나가는 '통과 열차'가 어느 속도로 달리는지를 보면 된다.
통과 열차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1호선 경부· 경인선으로 치면 급행 선로이다.
성북-회기 구간에서 전동차 선로로 달리는 경춘선 무궁화호 역시 좋은 예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경원· 중앙선이나 안산선에도 아주 가끔 화물 열차라든가 기관차 단독 주행을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지하철에서는 통과 열차를 보기가 물론 쉽지 않다. 아주 늦은 시간대나 출근 시간대 직후에 운 좋을 때에나 '회송'이라고 써 놓고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를 볼 수 있을 정도.

이런 열차들은 절대로 승강장을 '쌩~' 하고 전속력으로 통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장한 사람이 전속력으로 달리면 따라잡을 수 있을 느린 속도로 슬금슬금 통과한다. 시속 한 30km대? (사람은 전속력으로 늘 그렇게 달릴 수는 없는 게 한계일 뿐이지)
이것은 단순히 안전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게 아니다. 스크린도어가 있더라도 어차피 통과 열차는 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렇다. 그게 바로 전철의 표정 속도이다.
무정차 열차의 앞뒤로는 전속력으로 찔끔 달리다가 금방 섰다가.. 또 달리기를 반복하는 일상적인 전동차가 다니고 있다.
그러므로 무정차 열차 역시 앞 열차를 추돌하지도, 뒤 열차에 추돌 당하지도 않을 평균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늘 이용하는 전철이 빨리 달릴 때는 막힘 없이 시속 7~80km대까지 가니까 빠른 것 같지만, 정차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겨우 저런 회송 열차 같은 속도밖에 안 나오는 셈.
전철이 아무리 교통 정체가 없어 빠르다고 해도, 정차가 잦은 관계로 의외로 느리다.
물론 시내 도로의 표정 주행 속도는 더 느리지만 말이다. ^^;;

4.
식당에 가서 뜨끈뜨끈한 국 같은 음식을 시키면, 처음에는 정말 펄펄 끓어서 거품이 보글보글하고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가는 혀를 델 것 같은 뜨거운 상태로 음식이 나온다. 우리는 그걸 후후 불어서 식혀서 먹는다.
철도 전기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어거지 비유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에서 음식을 최대한 뜨거운 상태로 제공하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음식을 갓 조리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류 전기는 수만 V에 달하는 굉장한 고압이다.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전동차가 자체적으로 이를 저전압 직류로 변압해서 사용하는 것은 뜨거운 국물을 불어서 떠먹는 것에 해당하겠다.

물론 애초부터 직류 전기를 내보내는 단거리 지하철은, 장거리 유통이 필요하지 않고 나온 즉시 바로 떠먹는 간편한 음식에다 비유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4 08:59 2010/10/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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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철도 생각

1. 대학원 생활과 철도

연세대 안에서 문과 대학에 속하는 위당관, 외솔관 같은 건물은 정문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 밖이 아주 조용할 때는, 정문 근처의 경의선 철길로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어렴풋이 그 먼 곳까지도 들린다.
물론 새마을호나 KTX 같은 열차의 소리는 어림도 없고, 디젤 기관차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철도가 소음과 진동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게 이런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긴, 디젤이면 그나마 양반이지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열차가 지나가면서 주변에 끼치는 side effect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뿜어져나오는 연기가 아주 그냥..;;
"이 친구,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먹었나?"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일산에서 통학하는 대학원 선배가 계셔서 그분께 "경의선 서울-수색 구간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이기 때문에 선로 용량이 부족해서 전철이 1시간에 1대꼴로밖에 못 다닙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자기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하셨다. 열차가 왜 이렇게밖에 안 다니는지 궁금했고 불편했더랜다. 사실, 연세대 학생 중에도 자기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철길이 경의선인 줄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서울이나 용산역에서 운행을 마친 여객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라는 것도 다들 처음 듣는다는 반응.;;

언젠가 학교에서 경의선 열차로 서울 역에 간 후, 거기서 바로 열차를 타고 대전이나 경주로 가 보고 싶다. 그럴 일도 언젠가 분명 생기게 될 것이다. ^^

그나저나 연대 정도면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질없는 생각이다.
강의실이 정문에서도 워낙 멀어서.. 결국은 어차피 셔틀버스 타게 되더라. ㅋㅋㅋ 셔틀버스 타고 매일 독립문 구경하면서 등교한다.
학교 지리에 완전 새내기이던 시절에나 신촌 역에서 강의실까지 걸어 다니지, 지금 그 짓을 다시 하라면 최소한 혼자서는 못 할 것 같다.

끝으로, 좀 엉뚱한 상상.
(1) 내가 만약 지금 같은 과가 아니라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고 (2) 카이스트나 서울대를 가지 않고 유학도 가지 않는다면,
내가 가게 됐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단연 포항공대일 것이다. 서울도, 대전도 아니라면 고향과 가까우면서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 학교가 단연 저기였을 테니까 말이다. 집에서 CDC 타고 다니며 통학하거나 아니면 아예 운전을 하겠지.;;

하지만 둘 다 본인의 성향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또 지금은 KJV를 믿는 지역 교회가 필요하고 게다가 철덕 기질(우리나라에서 서울과 수도권만치 철도 교통이 발달한 곳은..;)까지 있다 보니 서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지는 중이다.

2. 철도는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

본인은 지금까지 강북, 강남, 심지어 분당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10~25km 정도 떨어진 다양한 곳을 나름 출퇴근 경로로 왕래한 경험이 있다. 물론 어느 곳이든 주된 출퇴근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지만 아주 가끔 버스도 이용해 봤다.

버스와 지하철 중 더 빠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지하철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 차이가 나냐 하면, 지하철을 탔을 때 문에서 문까지 걸리는 전체 소요 시간과, 버스를 탔을 때 버스 안에서 순수하게 보내는 시간이 비슷하다. 즉, 버스를 타면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시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서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하철을 탈 때에 비해 추가로 더 걸린다는 뜻이다.

그래도 버스는 일반적으로 지하철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타서 목적지에서도 더 가까운 곳에 내린다. 또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없고, 지하철로는 한두 번 갈아타야 하지만 버스로는 한번에 가는 노선이 존재한다. 실제로 본인의 집에서는 논현을 경유하여 강남 역까지, 그리고 분당 야탑과 서현까지, 게다가 심지어 학교까지도 환승 없이 바로 가는 버스가 모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는 일반 도로 교통수단에 비해 우월하다.
빠르고 대량 수송이 가능하고 정시성이 뛰어난 것뿐만이 아니라, 일반 도로 교통보다 훨씬 더 쾌적하고 편한 여행이 가능하다.

철도는 불쾌한 진동, 급가속, 급제동, 급커브가 없어서 멀미를 사실상 전혀 겪지 않는다. 자동차 특유의 차냄새도 없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열차 안에는 안전벨트라든가 구명용 조끼, 구토용 봉투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어지러워서 노트북 작업이나 독서를 할 엄두를 못 내며, 그저 자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차 안에서는 이동 중에 그런 지적 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만치 철도는 시쳇말로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이라는 뜻이다. 철도는 정시성뿐만이 아니라, 탑승자를 덜 피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까지 사람의 시간을 아껴 준다. 도시 철도의 성격을 띠는 지하철은 정차가 굉장히 잦기 때문에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면 의외로 자동차에 비해 속도 메리트가 감소한다. 그러나 저런 편안함 덕분에 시간을 버는 면모도 생각해 봐야 된다는 뜻이다.

쾌적성 면에서는 철도와 비행기가 비슷하게 편하고, 버스와 배가 비슷하게 불편한 것 같다. 물론 비행기도 난기류 때문에 흔들릴 때는 가끔 멀미를 하지만, 버스나 배 수준의 빈도로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상 교통수단은 고체 매질과 마찰이 있고 선박도 액체 매질과의 마찰이 있지만, 비행기는 오로지 기체와의 마찰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도는 철과 철이 접한다는 특성상 매질과의 마찰이 아주 작으며, 완전히 떠서 달리는 자기 부상 열차는 마찰이 항공 수준과 동일하여 더욱 편안한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

3. 열악한 철도 인프라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철도 투자에 지금까지 너무 인색했다는 것이다.
일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없던 여객 철도 노선을 완전히 새로 만든 게 얼마나 됐나? (기존선의 개량, 연결, 복선화 같은 거 말고)

가장 시급했던 영동· 태백선 같은 산업선이라든가 6,70년대에 경전선이나 만든 게 전부이다.
고속철은 '빠른 경부선'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규 노선이 아니고, 공항 철도나 수도권 전철을 빼면.. 전무에 가깝다.

가령, 일제 강점기 때까지 철도가 없던 충청남도 공주에 철도가 생겨서 새마을호가 다니기 시작했다거나,
하남과 용인에 철도가 들어갔다거나, 대구와 광주가 철도로 연결됐다거나 한 적이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다는 소리이다.
그러는 동안 고속도로만 가히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구축되어 가고.;;

그러니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로지 자가용이나 고속버스만 생각하게 되고, 철도는 명절에나 생각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KTX라는 명칭 그 자체가 사실상 경부선이라는 노선과 한국형 떼제베라는 차량 계보를 대표하는 말이지만 일본은 신칸센의 노선과 차량 계보 규모가 가히..;;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철도에 대한 인식과 한국에서의 그것은 가히 넘사벽에 가까운 차이가 존재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이야 우리나라도 KTX에, KTX 산천에, 누리로에, 공항 철도처럼 다양한 철도 차량이 들어와서 다재다능한 전동차 맛을 보기 시작하는 중이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의 철도 인프라는 가히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에 가까웠다. 재래식 기관차+객차 운영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앞으로 기관차는 화물 아니면 침대차 같은 곳에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6 15:00 2010/10/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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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어머니께서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다시 경주로 돌아가셨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을 왕래할 때 동서울 직행 시외버스의 애용자이다. 우등 수준의 좌석이면서 운임은 우등 고속버스보다 싸고(일반고속보다 약간 비싼 수준), 중부내륙 고속도로까지 개통하니 더욱 빨리도 가고, 가격 대 성능이 여러 모로 아주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낮에 연락을 해 보니 어머니 왈, 경주로 가는 버스가 모조리 좌석 매진인 바람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3시간 가까이 뒤에 있는 저녁 6시 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 잘 알다시피 시외버스는 예매 체계가 개떡 같다.

-- 경주와 서울을 왕래하는 버스는 고속버스(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서울 터미널)로 이원화해 있다. 둘 다 공히 배차간격이 40분인데 고속버스는 40n분마다 출발하고, 시외버스는 거의 40n+20분꼴로 출발함으로써 경주-서울 버스의 실질적인 배차간격을 둘의 조화평균인 20분으로 좁혀 주고 있다. 현재 어머니께서 계신 곳은 물론 동서울 터미널.

-- 그런데 시외버스의 경우, 실질적인 운행 계통은 동서울-경주-"포항"이다. 그리고 본인이 알기로 이 노선은 경주 승객보다 포항 승객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 사람은 시외버스를 이용하기가 고속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들며, 주말에 예매를 안 하면, 지금 어머니와 같은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가 쉽다.

그래서 본인은 즉각 이렇게 조언을 했다.
그 차를 기다리지 말고, 경주보다 차가 훨씬 더 자주 있는 대구로 일단 간 뒤 거기서 경주 가는 차를 갈아타라고 말이다. 이건 버스든 철도이든 철칙이다. 서울에서 경주 가는 차가 없으면 일단 대구로 가면 된다.

다행히 대구 행 버스는 30분이 채 안 되어 출발하는 다음 차가 있었고, 어머니는 본인의 말대로 해서 6시 차를 기다렸을 때보다 2시간에 가깝게 훨씬 더 일찍 귀가하실 수 있었다. 어머니도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미처 생각을 안 했다며 좋아하셨다.

다만, 동서울 터미널에서 대구로 가는 건 시외가 아니라 고속버스 노선만 있는 모양이다. 강남 터미널에는 오로지 고속버스만 있지만, 시외버스 위주인 동서울 터미널에는 대구나 대전 같은 주요 도시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도 일부 있다.
그래서 우등의 경우 운임이 시외버스보다 비싸며, 대구에서 대전 포함 서울 방면으로 가는 모든 고속버스들은 서대구 터미널을 경유한다. 뻑뻑한 대구 시내를 동서로 횡단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고속도로로 쌩~ 통과할 때보다 시간 손실이 더 크다는 단점도 있다.

뭐 그래도 서울에서 발이 묶인 채 3시간씩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지 않은가?

열차를 탈 때엔 더 기발한 팁이 있다.
주말에 대전-서울 직행의 좌석이 매진이면, 동일한 열차에 대해서 대전-천안, 천안-대전 이런 식으로 좌석을 분할해서 요청하면 어지간해서는 다 자리가 있다. 중간에 열차 안에서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된다. 본인은 이 기법을 수 년 동안 여러 번 활용해 왔다. 다만, 대전-천안, 수원-서울 이런 식으로 구입하는 건 불법 무임승차가 되므로 주의하자.

다음은 관련 추가 잡설들.

1. 지금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지하철 고속터미널 역 일대)은 과거에 정부에서 강남을 주거 및 부도심 지역으로 집중 개발할 때 의도적으로 지금의 위치에 건설되었다. 그때는 한강 이남이 이북보다야 북한에서 더 멀리 있으니, 심지어 안보상의 이유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한편, 1980년대 말에 지어진 동서울 터미널은 중부 고속도로의 육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경부 고속도로의 혼잡 완화도 의도한 것이다.
이 두 곳 말고 상봉이나 남부 같은 다른 터미널은 이용할 일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본인에게 정보가 전무하다.

2. 경주에서는 서울 행뿐만이 아니라 대구 행 노선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경쟁 관계이다.
고속버스(동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부 정류장.. 뭐 동대구 시외버스 터미널 뻘 된다)로 이원화한 구도이며, 배차간격도 30분대로 비슷하고 운임도 아마 같지 싶다. 고속버스의 경우 일반과 우등이 거의 반반씩 투입되지만, 단거리이고 시외버스와 경쟁하는 노선인 관계로 우등도 일반과 동일한 운임을 징수한다.
본인은 어렸을 때는 동부 정류장을 애용했지만, 나중에는 동대구 역과 연계가 잘 되어 있는 고속버스 매니아로 바뀌었다. 두 터미널은 1.n 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어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걸어서 가기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참고로 경주의 시외버스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미널은 비록 단일 통합 건물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이웃집 사이이고 매우 가깝다.

3. 경주와는 달리 포항에는 대구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이 없다. 경주를 거쳐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만이 존재한다.

4. 대구는 대중교통 인프라에 관한 한 굉장히 특이한 도시라고 예전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더 큰 것부터 시작해 고속버스 주제에 중간 정류장인 서대구 터미널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정작 종점인 동대구에는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 건물이 없어서 회사별로 고속버스 터미널들의 전산 코드마저 다른.... 정말 괴팍한 도시이다. (대구-동양, 대구-한진, 대구-중앙 등~~ 이게 뭐냐구!!)
그런 대구가 동대구 역 근처에다가 고속버스 터미널과 동부 정류장(시외버스)까지 통합한 종합 교통 허브를 만들겠다는데 과연 잘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5. 하긴, 밤에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열차 중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 밤차도 있고, 또 서울 역에서도 밤 10시~11시대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게 2010년부터는 부전이 아니라 부산으로.. 즉, 경부선 풀코스로 바뀌었다. 동대구 역에 새벽 2시 43분에 도착하고 부산으로 가는데, 동대구를 새벽 3시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소형 RDC 무궁화호가 추가로 생겼다. 즉, 서울에서 경주를 가려면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용답-신설동 지선을 타듯이.
대구선과 동해남부선 일대의 수요 부족 때문에, 아쉽지만 이렇게 바뀐 것 같다.

6. 한 2002~03년쯤엔 어머니께서 서울에 아주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나름 울산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신 적도 있었다. 그때 KTX가 있었다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운임과,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이동 시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대구 이남의 KTX 고속신선은 경주와 울산에 근접하게 만들어졌다지만 그래도 포항은 교통면에서 여전히 답이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3 18:26 2010/10/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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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는 여러 분야에서 굵직한 철도 개통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생각만 해도 즐겁다.

※ 경부 고속철 2차 개통(1차가 2004년)

1차 개통을 한 지 거의 6년 반 만의 일이다. G20 정상 회의 때문에 진행 속도가 좀더 붙었다.
이번 개통의 가장 큰 변화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드디어 대구-부산 구간에도 신선이 개통된다는 것이다. 서울-부산 운행 시간이 더욱 단축된다. 대전과 대구에만 정차하는 걸 기준으로 서울-부산을 1시간 56분으로 예측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2시간을 약간 넘긴 시간으로 좀 더 길어진 모양이다.

이것 때문에 항공 업계는 서울-부산 비행기가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대구 비행기가 이미 KTX에게 발리고 닥버-_-했듯이 말이다. 단적인 예로, 부산 김해 공항을 경유할 예정인 김해 경전철의 공항 역은 국내선을 배제하고 국제선 청사와 더 가까이 연결되게 건설된다.

앞으로 경부 고속철에는 신선뿐만이 아니라 기 개통 구간에도 김천구미와 오송 역이 신설되며, 아직 기존선을 사용하는 대전과 대구 시내 구간에도 시내를 관통하는 선로가 새로 생긴다. 사실, 대전-대구 사이에는 기존선 주행 구간이 너무 긴 게 문제이긴 했다. 대전의 경우 이미 옥천에서부터 고속선이 끝나고 기존선으로 빠지니 말이다.

대전과 대구의 시내 통과 구간을 지상으로 만드냐 지하화하냐 때문에 지금까지 말이 많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조삼모사 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 같다.

A: 고속철은 시내 구간을 지상으로 통과할 예정이다.
B: 꺅 꺅~ 소음과 진동 때문에 싫단 말야!
A: 싫으면 지하화할 사업비나 대던가.
B: 이미 지상 노반 다 확보해 놨습니다.
ㄲㄲㄲㄲㄲㄲ

※ 공항 철도 2차 개통(1차가 2007년)

김포-인천 공항 사이의 1차 구간이 3년 반쯤 전에 먼저 개통한 뒤, 이제 공항 철도도 서울 역으로 들어온다. 지하철들(1, 4호선)이 역의 동쪽에 있다면 공항 철도는 지금 경의선 전철이 있는 자리인 서쪽으로 입주하게 된다. 사실 공항 철도의 서울 강북 구간의 노선 자체도 경의선과 꽤 비슷하다. 둘 다 지하로 건설되지만 공항 철도가 경의선보다 더 깊게 건설된다.

환승역이 될 홍대입구, DMC, 공덕 같은 곳은 대략 대박. 이제 공항 철도도 이용객이 더욱 늘길 기대해 본다.

그런데 노선이 더 길어지는 것 이상으로 기대되는 떡밥이 있는데, 바로 공항 철도에 KTX 산천 차량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이미 경의선과 공항 철도 사이의 연결선의 건설도 확정된 상태. KTX를 타고 공항까지 간다니 뭔가 흥미롭지 않은가?

이건 코레일의 공항 철도 회사 인수, KTX 산천 도입, 공항 철도 2차 구간 등 여러 요인이 한데 어우러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미 거미줄처럼 구축된 공항 리무진 버스 인프라에 맞서, 단군의 후손들에게 “기차 타고 공항 간다”라는 인식을 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항과 서울 시내를 연결하는 철도 자체는 꼭 필요하다. 강남은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으로, 강북은 공항 철도로, 이렇게 양분된 구도가 될 예정이다.

더구나 KTX 산천은 편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굳이 한 편성에 무려 935명씩이나 태울 만한 지역이 아닌 곳에도 좀더 구석구석까지 고속철의 혜택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임률이 가장 높은, 쉽게 말해서 가장 비싼 철도는 KTX가 아니다. 명목상으로는 공항 철도 직통 열차-_-가 임률이 가장 높다. 1km당 새마을호가 93원, KTX는 기존선이 100원이고 고속선은 158원인데, 직통 열차는 무려 209원으로 잡혀 있다(일반 통근 열차는 82원). 그래서 김포에서 인천 공항까지 40k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가는 데 직통 열차는 무려 8천 원이 넘는 운임을 징수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하도 이용객이 너무 없어서 FM대로의 직통 운임 징수를 몇 년째 보류하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공항 철도는 무슨 박리다매 출퇴근 통근 컨셉이 아니라, 어차피 돈 많이 쓰고 오는 여행객이 주 고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좀 비싸고 내장재가 호화로워도 된다. 또한 무거운 짐을 취급하는 시설이 더욱 발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KTX가 공항 철도에 투입된다면 운임이 어떻게 산정될지 흥미롭다. 공철 직통 열차는 KTX 1과 동일한 좌석을 쓰고 있고 임률이 이미 KTX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2차 구간이 개통되면 이런 임률도 조금 개선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쩌면 옛날에 임진강 라이너 새마을호가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썼듯이 공항 철도를 달리는 KTX는 좀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쓸 가능성도 있다.

공철에 KTX가 투입되고 나면 열차 운행 속도나 좀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영종 대교를 달리고 있노라면 열차가 일개 공항 리무진(딱 규정 속도대로만 달리고 과속을 절대 하지도 않는!) 버스들에게도 추월당한다. 원래 공철 자체도 시속 150 이상도 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선형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또한, KTX가 공철에 투입된다 하더라도, 서울과 공항 사이만 오갈 뿐, 인천에서 바로 부산 방면으로 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인천 대교를 따라 철도를 건설해서 KTX를 인천 공항에서 서울 역이 아니라 차라리 광명 역으로 가게 한 후 경부 고속선으로 진입시키는 게 필요할 것이다.

※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춘천 역은 2005년 10월부터 폐쇄됨)

이것도 꽤 오래 됐다.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뀌어, 30년이 넘게 수도권 전철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던 경의선마저 2009년부터 광역전철로 편입되었고 심지어 천안 이남의 장항선 구간까지 전철 1호선의 일부가 되었다. 중앙선과 경원선의 발전도 놀랍다. 이제 다음은 경춘선 차례이다!

그런데 성북은 물론이고 청량리 역까지 경춘선 취급 기능을 상실한다면 청량리 민자 역사 관계자들이 많이 섭섭해할 것 같다. 상봉이라는 웬 듣보잡 신설역이 경춘선의 시종착역으로 과연 굳어질까? 뭐, 선로 용량 부족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는 하던데.

느리고 무거운 무궁화호가 다니던 단선 비전철 노선이 복선 전철로 바뀌고, 루머에 따르면 심지어 2층 전동차까지 투입된다고 하는데 나름 경춘 고속도로와 경쟁한답시고 대비를 많이 한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29 08:25 2010/09/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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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환승 통로

청량리 역 민간 역사가 완공되면서 중앙선 청량리 역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사이에도 드디어 환승 통로가 생겼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지로4가가 연속으로 2· 5호선 환승이 가능한 것처럼 청량리-회기도 연속으로 1호선과 중앙선끼리 환승이 가능한 구간이 되었다. 하지만 환승 거리가 그렇게 짧지는 않다.

이는 여러 가지 패턴을 떠올리게 만든다.
위상 면에서 이 두 노선은 서울 지하철 1호선과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 사이의 환승과 비슷하다. (비록 경의선 내지 공항 철도와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은.. 답이 없지만 말이다 -_-)
하지만 상업 시설과 전철역이 연결되었다는 점에서는 야탑 역과 성남 터미널 사이의 지하 통로와도 비슷하다.

본인 기억이 맞다면, 지하철 청량리 역은 한동안 칙칙하고 무서운 분위기 나는 역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천장은 왜 깔끔하게 덮어 놓질 않고 각종 시설물들을 흉측하게 노출해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08년에 본인이 미국에 가서 LA 국제 공항에 들어섰을 때에도, 낡고 음침한 통로를 보자마자 머리에 곧바로 떠오른 게 1호선 청량리 역 승강장이었다. 일반열차와 광역전철을 취급하는 청량리 역이 환골탈태를 한 것만큼이나 지하철 역도 덩달아 쇄신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 4호선 신용산과 용산 역이 그렇게 환승역으로 통합될 날은 올 수 있을까?
비슷한 예로 신분당선의 역이 3호선 신사와 7호선 논현 역 사이에 종축으로 놓인다면 세 역이 한 노선의 환승역으로 통합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겠다.

이 청량리 역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변화를 겪기로 현재 예정되어 있는 역은 노량진 역임을 알아 두자.
민자 역사가 완공되고 나면 1호선과 9호선 역 사이의 실내 환승 통로도 개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1호선 노량진 역은 민자 역사가 조만간 생길 거라면서 역명판조차 가장 늦게까지 새 걸로 교체하지 않고 있었는데 역명판은 결국 공사되었고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18 09:54 2010/09/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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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코레일이 아주 이색적인 열차를 주말에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일반열차도 아니라 일반 통근형 전동차이고, 운임도 전철 체계 그대로이다.

이름하여 '용문 급행'.
토요일과 일요일에 2왕복으로 운행하는데, 운행 계통은 병점 발(경부선)과 동인천 발(경인선) 둘로 나뉜다.
토요일에는 경부선, 경인선의 순으로 운행하고 일요일 아침에는 순서를 바꿔서 경인선, 경부선의 순으로 운행한다.
운행 컨셉은 연인-_-들 데이트 코스 내지, 주말 운동과 중앙선 일대의 관광이다.

주말에 혼자 지하철 타고 노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타라고 딱 예비된 열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난 9월 11일, 모든 일정을 제쳐 놓고 당장 시승하러 나갔다.

아침 10시 반에 신길 역에서.. 드디어 용문 급행 전동차를 만났다. 열차를 기다리는 기분은 마치 데이트 상대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코레일이 중앙선과 경부/경인선을 직통 운행하는 전동차를 굴리기 시작했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ㅋㅋ 이제 구로-영등포 구간엔 4량짜리 광명 셔틀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8량짜리 용문 급행 전동차도 다니게 되겠다.

열차는 텅 비다시피했기 때문에 긴 시트에 그대로 누워 버렸는데, 이런 만행을 본인은 지금까지 공기 수송의 본좌급인 광명 셔틀 전동차에서밖에 저질러 보지 못했다. ^^;;; 뭐, 특이한 공기 수송 열차 하면 과거에 경의선 새마을호(일명 임진강 라이너)도 한 위치 차지했지만 말이다.

용문 급행 전동차의 모든 안내방송은 기관사가 육성으로 직접 하고 있었다. 이 열차는 서울 역 방면으로 가지 않고 심지어 용산 역에도 정차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려는 승객은 노량진 역에서 다 내리라고 기관사가 몇 번이고 방송을 해 댔다.

"우리 열차는 용산까지 가지 못하는 열차입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오늘도 함정에 빠지셨습니다." ㄲㄲㄲ

한강 철교를 건넌 후 열차는 선로를 바꾸어, 경부선 하행 방면에서 경원선으로 들어가는 삼각선으로 진입했다. 오오옷! 여기는 일반적으로 승객이 구경할 수 없는 경로이다. (중앙선 전동차가 용산 역에서 이촌 역 사이를 드나드는 길은 경부선 "상행" ↔ 경원선 삼각선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용문 급행은 빨리 가는 급행이 아니라는 것. 단순히 정차역을 줄여서 열차를 탄 사람들이 좀더 쾌적하게 여행을 즐기게 하는 것만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열차는 이촌에서 무려 청량리 역까지 무정차이고, 그 뒤에는 덕소까지 통과하여 팔당까지 무정차라는 어마어마한 괴력에도 불구하고 표정 속도는 완행 전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그 긴 거리를 가는 동안에, 우리 열차가 앞서 가는 중앙선 전동차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

그래도 청량리-팔당까지 2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롱시트가 달린 전철이 그토록 오래 무정차로 달리는 건 공항 철도 이외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이었다. 경원선 용산-청량리 구간을 무정차로 질주한 건 지난 2009년 말, 서울-청량리 경유 아우라지 행 열차를 아침 일찍 탔을 때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경인· 경부선 이외에 현재 경의· 경원· 중앙· 안산선에서 출근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정규 급행 전동차는 서울로 가는 상행 방면만 있지 하행은 없으며, 주말에는 운행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용문 급행은 주말에만 하루 2회 운행하고 게다가 서로 다른 정규 운행 계통을 직결 운행까지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참신한 시도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주말에 지하철이나 전동차 운행은 감소하는 반면, 일반열차의 운행은 증가한다. 각 열차의 보편적인 이용 패턴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량진 바로 다음 역인 이촌 역에서 승객이 많이 탔으나, 이 열차는 옥수나 왕십리 등에 정차하지 않고 바로 청량리까지 간다는 말에 상당수의 승객들이 질겁을 하고 도로 내렸다. 용문 급행에 대한 홍보가 시민들에게 여전히 부족한 건 사실이다.
관광과 데이트 컨셉으로 운행한다는 전동차가 정작 왜 양 끝칸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냐는 질타도 있었다고 하는데, 본인이 보기에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오랜만에 중앙선 열차를 타 보니, 한창 공사 중인 상봉 역 승강장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망우 같은 인근역과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게 딱 티가 난지라, 마치 1호선의 동대문-동묘앞처럼 중앙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춘선이 선로 용량과 평면교차 지장 문제 때문에 청량리가 아닌 여기서 시종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이 또한 문제이다.
아울러, 아신과 양평 사이에 '오빈'이라는 역이 건설 중인 것도 처음 봤다.

지금까지 한 긴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 용문 급행은
첫째, 출퇴근이 아닌 여가 컨셉의 급행이라는 것,
둘째, 두 개의 정규 운행 계통을 직통하여 운행한다는 것,
그리고 셋째, 일반열차가 아닌 기존 전동차 운행 계통을 따른다는 것
에서
무척 이색적인 열차이다. 전에도 가끔 있던 경인선-경원선 직통 부정기 관광 열차 무궁화호 같은 것과도 급이 다르다.

독자 여러분도 주말에 꼭 시승해 보기 바란다.
그나저나, 경인-경부 하행(상행이 아닌) 삼각선을 이용한 직통 열차나 전동차가 다니는 날은 과연 올지 궁금하다.
하지만 경인선은 서울 방면 전동차만 굴려도 수요보다 공급이 미치도록 부족하니 원. ^^;;

Posted by 사무엘

2010/09/16 18:51 2010/09/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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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덕 수련을 위한 동영상과 책

※ 코레일 사가 -- Oh Glory Korail 뮤직비디오

철덕에 갓 입문했다면, 닥치고 이것부터 먼저 바이블로 삼고 달달 외우기 바란다.
오늘날 코레일이 철도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가 가사에 담겨 있다.
본인은 이거 가사도 다 외웠고, 피아노로 악보 없이 반주도 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 영상은 옛날에 새마을호에 영상 서비스가 있던 시절, 코모넷에서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떠올려서 애틋함을 더한다.

※ 현대화되는 한국 철도

과거 철도청이 1990년대 중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인데, 이거 정말 물건이다.
온라인 상에서 철덕으로 맹위를 떨치고 계신 말짱황 님께서 귀한 자료를 입수하여 올려 주셨다.
처음에 Q마크 철도청 CI와 함께 대우 중공업 새마을호가 쫙 달리는 오프닝 화면은 정말 장엄함과 감동과 심지어 오르가즘(?)마저 선사한다. 음악까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현재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고음의 알스톰 구동음과 함께 달리는 서울 메트로 전동차도 대우 중공업의 작품이다.

※ 더 큰 세상을 향해

“설레는 만남이 있기에, 이루어야 할 꿈이 있기에 늘 깨어 준비하는 사람들...”로 시작하는 동영상으로, KTX 개통을 얼마 안 남기고 2002~03년경에 철도청이 제작했다. 도입부부터가 사람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지금은 인터넷 어디에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본인은 옛날에 동대구 역 공식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이 파일을 입수하여 소장 중이다.

※ 한국 철도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삼성 경제 연구소, 2001)

철도에 대해 일종의 인문학 개론서 스타일로 쓴 책으로, 10여 명에 달하는 철도 전문가가 글을 공동 집필했다. 책이 잘 팔리지 않았는지 꽤 오래 전부터 절판되어서 지금은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본인은 무려 2005년 말에 서울의 어느 대형 서점에 딱 하나 재고가 있는 걸 발견하여 그때 이 책을 입수했는데, 그때에도 이미 이 책은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져 있었다.

※ 과학 기술로 달리는 철도 (한국 철도 기술 연구원, 2007)

올컬러에 알록달록 노란 표지이며 삽화도 많다. 좀 애들 보는 그림책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내용도 너무 유치하기만 한 건 아니다. 철도가 운영되고 유지 보수되는 방식,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에 대해서도 철덕 입문자가 보기에 여러 유익한 내용이 많으며, 매니아라도 소장할 가치는 있다.

※ What's 기차 철도 속이 보인다 (골든벨, 2010)

최근에 대학원 수업 교재를 구입하면서 같이 지른 책이다. 철도에 대해서 차량, 운전, 시설 등 분야별로 위의 <과학 기술로...>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게 설명을 잘 해 놓았다. 올컬러이고 그림· 사진과 도표도 많다. 증기 기관차부터 전동차까지, VVVF, 심지어 지하철이 건설되는 방식 지하철 승강장의 구조까지 다 나온다.
단, 일본에서 출간된 철도 서적을 편역한 컨텐츠에다가 우리나라 철도의 실정을 약간씩만 덧붙인 형태이기 때문에, 구성이 좀 조잡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 책 표지에는 나름 KTX 산천 사진도 있지만, 실제 본문 중엔 우리나라 철도나 지하철 사진은 잘 없고 일본 협궤 지하철과 신칸센 위주이다.

역시 이런 매니아적인 책이 순수하게 국내에서 발간된 것이길 바란 건 좀 무리였다.
일본은 뭔가 과학이나 공학 쪽으로 교양서적이 굉장히 발달해 있는 게 부럽다. 철도 분야의 책만 보고 느낀 건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15 10:26 2010/09/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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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상상: 철도 가이드

나의 골수 철도 덕후 기질을 잘 아는 어느 목사님이 이런 제안을 하셨다.
철도 가이드를 해 보라고 말이다. 코레일 사장한테 이런 사업 아이템 어떻냐고 각서도 보내 보란다. ㅋㅋㅋ

흔히 무슨 관광을 가면 여행 가이드가 있다.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유명한 관광지를 안내하면서 여기 유래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이게 왜 역사적인 장소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행지가 아니라 기차 안에서 철도 그 자체에 대해서 나불나불 설명을 해 주는 가이드가 어떻냐는 것이다.

경부선 새마을호 기준.
- 여러분이 타고 계신 이 열차는 새마을호로, 새마을호라는 명칭은 1974년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화로운 열차는 관광호라고 불렸어요.
- 지금과 같은 열차는 1987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최초로 6량짜리로 생성했는데, 엔진은 독일제이고 n마력이다가 훗날 8편성으로 증편되면서 엔진 출력도 1920마력으로 향상되었습니다.
- 현재 우리는 한강 철교를 건너고 있습니다. 한강 철교는 1910년, 경부선이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길 무렵에 처음으로 지어졌는데 이것이 역사상 최초의 한강 교량입니다. 경부선이 구로-서울 구간이 3복선인 관계로 한강 교량에도 6가닥의 선로가 있는데, 가장 먼저 만들어진 교량은 현재 급행 전동차가 사용하고 있으며, KTX나 새마을호 같은 일반열차가 사용하는 교량은 1944년에 건설되었습니다.

- 경부선이 처음 건설되던 당시에 서울 역과 부산 역은 각각 서대문 역과 초량 역으로 불렸지요. 노량진 역과 영등포 역은 경인선 철도가 건설된 189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유서 깊은 역입니다.
- 구로 역은 경인선과 경부선이 분기하는 관계로 신호장으로 존재하던 역이었으나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전철역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승강장이 9개나 존재하며 우리나라 전철역 중에서 구조가 가장 복잡한 역입니다.
- 지금 달리고 있는 구로-수원 구간은 1981년에 2복선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쌍섬식 승강장이 그 흔적이죠. 그 전에 서울 지하철과 직결 운행을 하던 서울-수원 전철은 일반열차와 동일한 선로에서 일반열차를 피해서 운행하는 관계로 선로 용량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처음엔 40분에 한 대 정도로, 지금의 천안 급행 정도밖에 편성을 못 했지요.
- 드디어 석수 역부터가 서울을 벗어나 안양입니다. 여기서 경부선의 선형은 국도 1호선과 비슷합니다.

- 시흥 역 이남에서는 경부선 기존선과 KTX 고속신선이 분기합니다. 아, 정확히 말하면 고속선 연결선이죠. 서울로 올라오는 상행 일반열차는 여기서 KTX가 먼저 지나가 주길 기다렸다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하행 일반열차가 영등포 역에서 KTX를 먼저 보내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KTX도 영등포 역을 정차한다면 이런 일은 없어도 됩니다.
- 수원 역이 지금은 이렇게 생겼지만 옛날에는 평면교차 지장이 있어서 상황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 여기가 경부선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터널입니다.
- 성환-평택 사이가 경부선에서 10km에 가깝게 역이 없는 구간이며, 사실 일반열차도 시속 140에 가깝게 가장 빨리 주행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 잠시 후 대전 일대가 선로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대전 조차장도 있고 KTX 고속신선과 기존 경부선이 합류하는 한편으로 호남선과 경부선이 입체 교차로 갈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 당장 떠오르는 레퍼토리만 적어도 저 정도인데, 정말 재미있겠다. ㅋㅋㅋㅋ
저 목사님 왈,
“형제는 저 방면으로 워낙 지식이 뛰어나니, 피곤하게 직접 그렇게 가이드 일을 할 필요도 없이, 다른 가이드들을 ‘양성’하고 ‘지도’하는 일만 하면 됨.
철도는 분명 건전한 취미이니, 그걸로 혼자 음지에서 오덕질만 하지 말고 뭔가 남에게 유익을 끼치고 후학을 양성하는 생산적인 일을 해 보셈.”

철도 쪽으로 안정된 부업이 생기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
이미 회사 사람들도 내 철덕 기질은 잘 알고 있으며, 내가 철도 쪽으로 취업해 버렸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하면, 어쩔 수 없이 수긍할 것이다. -_-;;; 더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았다는데 어떡하겠는가?
기껏 잘 키워 놨더니 조금 연봉 더 준다고 동일 업종의 경쟁사에 넙죽 들어가는 것도 전혀 아니고... 업종을 완전히 바꾸는 건데 이건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과연 저 철도 가이드 일이 수익이 있을까?
저런 가이드 설명을 재미있게 들어 줄 관광객은 과연? ㅋ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09/12 11:04 2010/09/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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