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철도 덕력은?

Q: 연어 하면 생각나는 것은?
A: 교· 직류 겸용 전동차.
민물을 직류 전기, 바닷물을 교류 전기라고 생각하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남영-서울역 사이가 바다에서 강으로 바뀌는 일종의 절연 구간인 셈.

Q: 매일 면도할 때, 그리고 고기를 구워 먹다 철판을 갈 때 공통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A: 열차 운행 종료 후 매일 선로를 연마하고 보수하는 작업.

Q: 식당에서 여러 컵에 물을 따를 때 생각나는 상황은?
A: 각 역마다 정확하게 정지선에 맞춰 정차하는(딱 맞게 물을 따르는) 지하철 운전.

Q: 훈련소에 가 있을 때 가장 생각난 것은?
A: 서울 지하철 7호선. 7호선 노선색이 완전 국방색일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는 진작부터 우측통행을 하고 있어서 더욱 기억이 절실했다.

Q: 내 손전화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A: 하루에 두세 번, 열차가 아주 뜸하게 드나드는 시골의 한적한 단선 철길 건널목.
전화벨이 울리는 것은 차단기가 내려가고 경보음이 울리는 것이다. 통화는 열차가 통과하는 것이다.
어쩌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거는 것은 우리 역에서 열차가 갓 출발한 것이다.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통화중’은, 마주 오는 열차가 교행 대기하는 상황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0 07:59 2010/04/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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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자가용 같은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교통수단에는 객실 내부에 화장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버스만이 생리 현상을 실시간으로 주행 중에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외국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큰 50인승이 넘는 규모에 화장실까지 갖춘 차가 있다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의 일반열차들은 소변기만 있는 남자 전용 화장실 +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이렇게 객차 하나당 화장실을 둘 갖추고 있다. 붙박이 건축물의 화장실에 존재하는 변기는 도기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교통수단 내부의 화장실 변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재도 많이 보는 것 같다.

공간이 제일 아쉬운 비행기는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하나만이 존재한다. 화장실을 하나 만들려면 일단 오물 보관 탱크에 세척용 물탱크까지.. 교통수단의 입장에서는 오버헤드가 꽤 생기는 셈이니 말이다(수분은 몸을 무겁게 한다!).
배는 글쎄? 어지간한 규모가 있는 여객선이라면, 그래도 교통수단들 중 가장 여유가 있으니 남녀가 구분된 화장실이 있으려나?

기차를 마지막으로 탄 경험이 한참 옛날인 분들은 아직도, 열차가 정차 중일 때는 화장실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로, 통일호 직각 좌석 열차가 다니고 천장에 에어컨도 아닌 선풍기가 달려 있던 시절의 얘기이다. 출입문을 손으로 열 수 있어서 주행 중에 선로로 추락하는 게 가능하던 시절의 얘기이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화장실 이용이 금지되었던 이유는 오물을 곧장 바깥 선로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 승강장 주변 선로로 오물이 투척되면? 충격과 공포.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열차가 고가 위로 달릴 때 그 아래로 지나가지 않았다. 철도청에서는 선로 주변 오물을 수거하는 전담 부서마저 뒀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전해진다.
물론 1980년대 이후부터 도입된 객차는 오물을 자체적으로 모아 두는 시설이 있으므로 아무 때나 화장실을 이용해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무 걱정 말 것.

비행기는 이착륙 중일 때 정도에나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다. 물론 이건 화장실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게 좌석에서 안전벨트 매고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오물을 바로 지상으로 투척할 리는 없을 테고.. -_-;; (그랬다간 철도보다 더욱 충격과 공포)

그런데 비상 착륙을 해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까운 연료를 버리는(fuel dumping) 상황이라면, 분위기 잘 봐 가면서 바다 위로 오물 투척도 못 할 짓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둘 다 환경오염-_-이긴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연료를 못 써서 덤핑할 정도이면 어차피 그렇게 오래 날지도 못한 상황이고 오물이 그렇게 많이 쌓이지도 않았을 것 같긴 하다. ^^;;;

그리고 어차피 화장실과 바깥이 완전히 격리된 건 아닌 모양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Catch Me If You Can을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행기 화장실을 통해 경찰을 피해 바깥으로 탈출하는 장면도 나왔다. 엥?

화장실 설치와 오물 처리에 관한 한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제일 수월하고 만만한 녀석은 단연 선박일 것이며,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화조 정도는 거치고 배출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의 모든 폐기물 찌꺼기는 결국 바다로 몰려들게 돼 있는데, 강물이 아닌 바닷물은 소금기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얼거나 부패하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화장실 내부에서의 몰래 흡연 집중 단속은 공통적인 추세.
특히 비행기 같은 경우 화장실 내부에 연기 감지기까지 설치되며, 사실은 기내에 라이터 하나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심지어 향수나 스프레이까지, 액체 반입 자체가 전면 금지는 아니더라도 반입량이 제한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옛날엔? 스튜어디스가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 걸렸다고 소송을 걸 정도였으며 심지어 불꽃 하나만 잘못 튀어도 팀킬 ‘캐발살’인 비행선에도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역시 보안 관련 규정은 한번 거하게 사고를 당한 뒤에 허겁지겁 생기는 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7 09:25 2010/04/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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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마을호 객실에서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객실 내부에서 몇 차례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유튜브에 공개. 촬영한 지 1년이 채 안 되어 Looking for you 음악은 없어지고 영상 서비스 자체가 폐지됨. 역사 기록!
( http://www.youtube.com/watch?v=8elu7pv1W6M )

2. Looking for you를 아예 채보하여 미디 파일로 만듦. 처음에 멜로디부터 채보한 뒤, 대충 비슷한 느낌이 나게 화음과 비트까지 집어넣음. mp3를 수십, 수백 번 듣고 어려운 반음계 멜로디가 많은 곳은 속도를 절반에서 1/3으로 줄여서 반복해서 들으면서 음표를 입력했다.
mp3와 미디를 동시에 재생해서 들으면서 템포도 일치하는 것을 확인함(분당 ♩=132). 다른 철도 매니아들마저 경악함
( http://moogi.new21.org/railroad/looking4u.mid )

3. 바람직한 새마을호 탑승 자세 독사진 촬영. 그 후 1년이 채 가기 전에 기내지 레일로드는 폐간됐으며, 1년 반쯤 뒤에는 영상 서비스가 없어져서 이어폰 꽂을 일도 없어짐.
( http://moogi.new21.org/railroad/chair.jpg )

위의 1~3은 국내의 어느 철도 매니아도 시도한 적이 없고 이제는 시도할 수도 없는 본인만의 독자적인 영역임.

4. 2005년, 상록수-한대앞 인근의 수인선 협궤 선로 촬영. 역시 그 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그 선로는 다 철거되고 없어졌다.
( http://moogi.new21.org/tc/125 )

5. 2006~07년 사이에 장항, 강원도 정선, 경부선 부산-대구 구간 등지에서 철도 여행을 하면서 천혜의 경치를 카메라에 담음.
( http://moogi.new21.org/tc/126 )

6.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을 개통 전과 개통 후에 역명판과 역 출입구 모습을 대조해서 촬영한 것도 역사 기록임. 전자는 2007년 10월에, 후자는 2008년 6월에 촬영했다.
특히 개통 전의 역명판은, 전동차가 캄캄한 마곡 역 승강장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을 때 카메라를 전동차 창문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내려뜨려 놓고 매우 힘들게 찍은 것이다. 그런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 나왔다.
( http://moogi.new21.org/railroad/s5_magog.jpg <-- 달리는 전동차 안에서, 그것도 불도 안 켜진 승강장을 촬영한 것임
http://moogi.new21.org/railroad/seoulsubway_5.htm )

.....
그러고 보니 문득 든 생각.
옛날에는 서울을 출발한 하행 열차는 영등포 역에 정차할 때 ‘하차 승객’에 대한 방송은 나오지 않았었다. 즉,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같은 멘트 말이다. 새마을/무궁화급 열차를 서울에서 타서 영등포에서 내리는 바보가 어디 있었겠는가? ㅋ
이 글에서 말하는 ‘옛날’이란 새마을호 최저 운임(=기본 운임)이 6700원이던 시절이다. 지금은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3, 4000원대로 내렸다.

가까운 미래에 현재 다니는 새마을호가 완전히 퇴역하고 사라진 뒤에는, 지금 새마을호-고속버스 위주인 본인의 교통수단 이용 양상이
누리로(단거리 여행에 아주 실속 있음), 자가용(오지로 갈 때, 짐이 많거나 인원이 많을 때. 나도 운전 좀 해야-_-), KTX(흠.. 돈지랄), 비행기(아주 가끔. 완벽한 돈지랄)
등으로 다변화할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6 09:03 2010/04/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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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역 관련 잡설

1. 왕십리와 청량리 역

지금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운행 계통에 편입되었지만 명목상 ‘경원선’에 속하는 국철 구간에는, ‘리’자로 끝나는 걸출한 역이 둘 존재한다. (리 리 리 자로 끝나는 말은?? ㅋㅋ)
하나는 전철 환승의 본좌급인 왕십리 역이요, 다른 하나는 경부선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반열차 노선의 본좌급인 청량리 역이다.

하지만 한때 이 두 역은 그 중요성에 비해 외형이 그렇게 근사하지 못했다. 특히 본인이 무척 궁금한 건, 왕십리 역은 신도림처럼 지하철 2호선과 함께 추가 개통한 역도 아니면서 왜 코레일 관할 역무실과 출입구가 없느냐였다. 듣자하니 1983년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역무 시설을 일부러 지하로 완전히 옮겼다고 한다.
왕십리 역을 영등포처럼 민자역사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되었지만 IMF 때문에 한번 철퇴를 맞았고, 어마어마한 세월이 흐른 뒤인 무려 2008년 하반기가 돼서야 영업을 시작했다.

청량리 역도 거의 4, 5년은 족히 되는 시간 동안 ‘공사중’이었다. 2004년 초, 그러니까 청계천 고가의 철거 공사가 한창이고 서울 역이 KTX 개통을 염두에 두고 이제 막 민자역사로 탈바꿈한 그 시절에는 청량리 역은 열차에서 내린 후 전통적인 ‘지하도’를 거쳐 서쪽 출구로 나갔으며, 역으로 들어갈 때는 동쪽의 입구 계단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아 서쪽의 지하도가 폐쇄되었고 그 넓던 광장도 다 공사를 이유로 상당수가 없어졌다.

한 2008~9년부터는 승강장에 LED보다 해상도가 높고 청색까지 표현되는 올컬러 LCD 방식 전광판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2010년 3월, 아직 완전 정식 영업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드디어 넓디넓은 청량리 민자역사가 개방되었으며, 본인은 완전히 환골탈태한 청량리 역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이 역에서 거의 최후까지 남아 있던 구형 플랩 식 출발 안내기도 드디어 자취를 감췄다.

마치 경부선에서 일반열차 운행의 상징적인 의미는 서울 역이 더 강하지만 전동차가 더 다양하게 다니는 곳은 용산인 것처럼, 청량리와 왕십리 사이의 관계도 그런 구도가 될 것 같다.
다만 경춘선 복선 전철의 시발역은 선로 용량상 왕십리도, 청량리도 아닌 더 외곽의 상봉 같은 역이 될 것으로 보이니 이건 아쉽다. 그렇다면 서울 역이 경부선만 취급하는 것처럼 청량리는 오로지 중앙선과 영동· 태백선만의 역이 되려나? 그 대신 노량진 민자역사와 함께 지하철 9호선 환승 통로가 건설되는 것처럼 청량리도 민자역사 건설과 동시에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역과의 환승 통로가 건설될 예정이라 하니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2. 2010년 4월 시각표 개정

아울러 올해 4월부터는 중앙선 쪽의 열차 시각표도 살짝 고쳐졌다. 청량리-안동의 운행 시간이 좀 단축되었다. 그리고 본인이 이용한 이래로 거의 7년째 변함없던 청량리-부전 밤차도 출발 시각이 9:00에서 9:10으로 늦춰졌으며, 상행의 경주 출발 시각도 20분 가까이 늦어졌다. 운행 시간이 단축된 대신에 출발 시각도 살짝 늦춘 것이다.

과거 2006년엔가 이 중앙선 밤차의 운행 시간은 굉장히 파격적으로 단축되었으며, 청량리 도착 시각이 난생 처음으로 아침 6시 이전이 된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중앙선 수도권 전철 공사 구간도 있는데 시각표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는지 곧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그때 이래로 시간이 제일 큰 규모로 단축된 것 같다. 지금은 출발을 늦춰서 거의 6시 정각에 가깝게 종착역에 도착하지만, 경주-청량리 소요 시간은 5시간 35분대로 줄어들어 있다. 과거에는 거의 6시간 반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큰 변화이다. ^^

2007~8년 무렵에부터, 청량리 시종착 열차를 중심으로 새마을호가 없어진 대신 무궁화호 특실이 다시 부활했으며 이 덕분에 중앙선 밤차에 잠시 특실이 운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객이 없어서 그런지 밤차에는 특실이 도로 없어져서 아쉽다.

아울러 경주에는 이 청량리 밤차와 아주 비슷한 시각에 서울 발 부전 행 무궁화호가 지나가곤 했다. 전통적으로 경주에서는 서울까지 가는 직통 열차는 새마을호만 있으며 무궁화호는 하루에 단 한 번 이 열차밖에 안 지났는데, 이 열차가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승객이 적은 야간 열차를 비슷한 시간대에 두 번이나 그쪽으로 내려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 없앤 것 같다. KTX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있을 것 같던 열차가 드디어 시각표가 바뀌거나 없어지다니 무척 놀랐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1 07:42 2010/04/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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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별 복복선

철도에서 선로가 하나나 둘도 아니고 무려 네 개(두 쌍)나 있는 것을 ‘복복선’ 내지 ‘2복선’이라고 일컫는다. 정말로 열차 통행량이 많고(수 분에 한 대꼴-_-)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열차가 상대방을 간섭하지 않고 다양하게 다녀야 한다면 복복선이 필수적인 선택이다.

우리나라에서 복복선 구간은 잘 알다시피 경부선 수도권 전철 구간과 경인선이다. 수원-서울 구간이 1980년대에 일찌감치 복복선으로 확장된 데 이어 90년대에는 경인선이 차츰차츰 복복선화했다. 그리고 경인선이 동인천 역까지 전구간 확장이 완료된 것과 비슷한 시기인 21세기 초에 와서야, 경부선도 수원-천안 구간이 추가로 복복선화했다.

경인선은 추가 선로를 이용해 급행 전동차를 운행하며, 급행을 운행하고 남는 선로 용량으로는 이따금씩 화물 열차나 비정기 관광 열차도 운행한다. 하지만 급행은 평균 겨우 2개역 간격으로나 무정차 통과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증대에 두는 의미가 더 크다.

한편 경부선은 똑같이 복복선이지만 수원 이북과 이남은 위상 면에서 살짝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이미 복선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가 2복선으로 선로가 늘어난 관계로 전철역에 쌍섬식 승강장이 많은 편이다. (폼 || 폼 → 양옆으로 |폼| |폼| )
하지만 나중에 건설된 후자는 선로를 확장한 후에 그에 맞춰 전철역을 지었기 때문에 그냥 상대식 승강장 ‘폼 |||| 폼’의 형태가 대세이며, 심지어 병점 역처럼 양 옆에 대피선까지 둔 경우도 있다.

경부선은 비록 복복선이지만 한 쌍은 일반열차가 사용하기 때문에 전동차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선로는 여전히 복선 하나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역내에 대피선이 없는 수원 이북 구간은 급행이 제대로 운행되기--증차 내지 정차역 증가-- 매우 어렵다. 천안 급행이 무려 1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되는 게 수요가 없기 때문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천안-수원 구간만 운행하기도 하행 방면의 회차 시설의 부재 때문에 곤란하다. 골치 아픈 문제임이 틀림없다.

복복선은 ‘상1 하1 상2 하2’처럼 복선 선로가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을 ‘선로별 복복선’이라고 부른다(회기, 도봉산 타입). 그 반면 ‘상1 상2 하2 하1’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방향별 복복선’이라고 부르며(금정 타입), 위의 예에서 2선은 ‘내선’, 그리고 1선은 ‘외선’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로 이남부터는 경인선과 경부선 모두 방향별 복복선이며 그 북쪽의 서울 시내 구간만이 선로별 복복선이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방향별 복복선이 당연히 환승에 유리하다. 하지만 운임 등급별로 열차 이용객을 분리해야 할 때는 선로별 복복선이 유리하며, 사실 이게 열차를 회차하기도 더 쉽기 때문에 시설을 더욱 간소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방향별 복복선에서 어떤 열차를 내선에 두고 어떤 열차를 외선에다 두는 게 좋을까?
우리나라 철도의 전통적인 관행은, 더 빠른 열차를 내선에다 둬 왔다. 그래서 경인선에서 급행은 내선에서 다니며, 경부선 역시 일반열차가 내선을 쓰고 전동차는 외선을 쓴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통념상 그리 나쁜 방법이 아닌 건 맞다. 하지만 시설 면에서는 “먼저 회차하는 열차”를 내선에다 두는 게 합리적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하지 않은가? 외선 열차가 내선 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여 반대편으로 가려면 내선을 모두 침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체 교차 시설이 반드시 필요해지며, 그런 게 없으면 외선 열차는 회차 과정에서 과거 수원 역과 같은 흑역사를 겪게 된다.

그러나, 철도의 보편적인 건설과 선로 확장 과정을 살펴보면 내선이 빠른 열차가 다니기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도시의 발전과 열차 수요 증가라는 것은 아주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가 처음부터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무려 복복선으로 건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엔 복선이었다가 나중에 확장된다는 얘기인데...

처음 건설된 선로(훗날 내선이 되는)는 승강장 위치에 딱 맞춰 곧게 놓이지만, 나중에 양 옆에 놓이는 외선은 승강장을 감싸느라 역마다 선형상 굴곡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외선은 이 역에 반드시 정차하는 느린 열차에게 유리하고, 내선은 이 역을 통과하는 빠른 열차에게 유리하다. 이것은, 먼저 회차하는 단거리 완행 열차에게는 외선이 유리하다는 먼젓번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론인 셈이다.

경부선이야 수원이나 천안에 도착한 외선 전동차가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지만, 경인선은 내선인 급행 전동차가 동인천에서도 먼저 회차하고 용산에서도 먼저 회차한다. 속도가 더 빠른 열차가 멀리까지 한번에 가 주는 게 이치에 맞거늘, 우리나라는 급행을 주류가 아니라 뭔가 아주 특별 서비스로 간주하는 경향이 커서 아쉽다. 그래서 차라리 경인선의 내선과 외선 용도를 교환하여 완행을 일찍 회차시키는 게 더 좋겠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선로를 네 가닥으로 깐 뒤에도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해서는 이런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9 09:53 2010/03/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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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천안에 갈 일이 생겨서 옳다구나 새마을호 열차편을 검색했다.
오전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 10시를 전후해서 천안에 도착하는 하행 새마을호를 검색했는데..

두 가지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KTX 개통 이후 새마을호가 매우 희귀해지긴 했지만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을 모두 통틀어도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가 도통 검색되지 않는 것에 일단 놀랐다.

그 후 나를 정말 경악시킨 것은 그 다음이었다.
사실은 비슷한 시간대에 새마을호가 두 대나 지나는데, 하필이면 이들은 모두 천안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였던 것이다. ㅎㄷㄷㄷ

목포/여수 행 복합 1101/1121
  용산 8:55, 평택 9:45, 천안 통과

마산 행 1031
  서울 8:25, 무려 수원 8:58 후 천안 통과

경부선을 출발하여 경부선이 아닌 다른 마이너 노선을 지나는 열차는, 수도권 경부선 구간에서는 일반 경부선 열차보다 정차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열차 중에는 KTX 개통 후에도 천안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거나 심지어 서대전-수원 직통인 열차도 간혹 있었다.

KTX가 개통하기 전에 새마을호의 명목상의 필수 정차역은 대전, 동대구뿐이었다. 사실 그 외에도 정차역이 많았지만 필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서울-부산 중간에 서는 역은 6~8개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KTX가 개통한 후 새마을호는 정차역이 크게 늘어났다. 일단 KTX 개통 전부터 상당수의 열차가 정차했던 영등포, 수원, 구미, 대구, 구포는 필수 정차역으로 추가됐다. 그 외에도 천안, 경산, 김천, 밀양 같은 역에도 대부분의 열차가 서기 시작하여 새마을호는 가히 옛날 무궁화호급으로 정차역이 늘었다.

KTX 개통 직후에는 서울-부산 시간이 5시간 20분에 육박했다가 그나마 지금은 5시간은 가까스로 안 넘기게 개선되었다. 그때 KTX는 대전 무정차 통과, 심지어 동대구 무정차 통과 열차조차 잠시 다니던 시절. 새마을호 2*1 특실만큼이나 한국 철도 역사상 전무후무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거나.
결론은 천안은 비록 많은 열차가 서고 장항선이 분기하는 중요 환승역이기까지 하지만, 구미나 수원과는 달리 새마을호의 필수 정차역은 여전히 아니다.
내 생각에 천안은 육상 교통도 굉장히 잘 돼 있고 굳이 새마을/무궁화가 아니어도 KTX(비싸고 좀 외곽이긴 하지만)에, 누리로에, 전동차까지 별별 열차까지 이미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필수 정차역에서는 뺀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까 천안 통과 새마을호가 예상보다는 자주,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KTX 개통 직후에는 거의 하루에 딱 한 번 심야 새마을호나 천안을 통과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아침에 천안 통과 열차가 생겨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1.
소비자들은 빠른 KTX와, 싸고 편안한 새마을호가 서로 대등하게 경쟁하길 원한다. 이렇게만 되면 사실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예전에도 본인이 글로 쓴 적이 있듯, 철도 경영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운을 걸고라도 KTX만으로 돈 벌어야 되고 나머지 모든 열차들은 KTX 연계용 내지, KTX가 안 다니는 간선에나 다니는 열차로 구도를 바꿔야 한다.

KTX와 새마을호가 동일하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열차를 운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인천 공항이 개항한 후에도 김포 공항에 유럽, 미주 노선을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물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여 새 선로를 깔고 새 열차를 들여왔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는 심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마을호는 기름으로 달리고 KTX는 전기로 달리는지라 수송 원가가 서로 게임이 안 되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본인 생각에, 새마을호가 전기로만 달렸어도 지금 같은 이 정도로 심각한 계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부선 자체가 무려 2006년이 돼서야 전철화가 완료됐으니 현실은 시궁창.

2.
천안 역 하니까 생각난다. 천안 역은 경부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부, 그리고 장항선하고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부로 양분되어 있다. 그런데 서부 승강장의 경우 장항선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강장이 그렇게 엄격하게 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만 나쁘게 먹으면 전동차 무임 승차가 가능하다.

현재 또 비슷한 예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가 공용하는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을 어떤 구조로 만들까 고심한 끝에 결국은 별도의 승차 게이트를 만들지 않기로.. 쉽지만은 않을 결정을 내렸다. 지하철 9호선, 공철 일반열차, 공철 직통열차는 원칙상으로 운임 체계가 셋이 다 다른 열차인데도 말이다. ㄷㄷㄷ

아울러 최근에 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소프트 환승이다. 전철 역시 게이트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갈 때도 환승 적용이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신용산-용산 역을 게이트를 통과한 뒤에도 환승되게 해 달라고 사람들이 줄기차게 요구할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소프트 환승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 어려울 게 없음이 현재의 노량진(1, 9호선) 역과 서울(기존 지하철 vs 경의선) 역을 통해 입증되어 있다.

3.
추억의 서울 지하철 영화 <튜브> 영화 파일이나 DVD를 웃돈 주고라도 구하고 싶다.
스토리도 멋있고, 무엇보다도 스크린도어 설치 내지 내장재 교체 이전 시기의 서울 지하철의 역사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6 19:02 2010/03/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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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분야 잡설

1.
“항공기의 발달로 호화 여객선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바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항공기 대신 고속철,
호화 여객선 대신 새마을호
라고 집어넣으면 역시 딱 말이 되는 것 같다. 정말 말 된다.

새마을호 역시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열악한 선형에서 빠른 속도보다는 전무후무한 내장재로 고급 열차 노릇을 하다가 그 자리를 이제 KTX에게 내어 줬다. 그 대신 KTX는 새마을호보다 좁고 좌석이 열악하다. KTX2는 좀더 나아졌겠지만 말이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타이타닉 생존자였던 고령의 할머니는 회상을 시작하면서 ‘타이타닉은 정말 환상적인 배였어..’라고 말하는 게 나온다. 그처럼 본인도 ‘새마을호는 정말 환상적인 지상 낙원 열차였어’라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회상할 것이다. 새마을호는 과연 인류의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안락하고 화려한 열차였다.
2.
이거 뭐, 비행기 안에서 개인 영상 시스템으로 항공 사고 관련 영상물이 방영되다니... ㅋㅋㅋㅋ 소재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듣자하니 일반 TV 방송을 여과 없이 그대로 상영하다 보니 이런 게 화면으로 나갔나 보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 하면서 똥 얘기, 토한 얘기를 나누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에 지인과 같이 비행기 탈 일 있으면 여행 중에 역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역사 얘기나 나눠 볼까? -_-

3.
김 민규 님의 글. 교통수단 UI에 관심이 많은 본인으로서 무척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
철도는 그야말로 녹음된 안내방송의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고객이라는 말을 쓰는 분야는 철도밖에 없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비행기처럼 point-to-point가 아니라 일단 중간 정차역이 많다 보니, 근본적으로 방송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다른 회사 구간은 모르겠지만 도철(SMRT)은 정말 친절 그 자체.
 
"잠시 후 우리 열차는 곡선 구간을 통과하여 약간의 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급제동이 발생했습니다. 여행 중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전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성우가 녹음한 방송이 자동으로 나간다. ^^;;
정말로 급제동을 걸 확률이 높은 고속버스에서 저런 방송을 할 리가 없으며,
비행기도 "주변 기류가 불안정합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이런 멘트는 승무원이나 기장이 육성으로 영어까지 일일이 말하지, 녹음된 방송이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사실 비행기는 출발 직후의 안전 수칙 안내를 제외하면, 나머지 안내 방송은 다 육성이다.
 
또한, 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문구 역시, 공항이나 비행기 내부가 아닌 육상 교통수단에서는 거의 들을 일이 없다. 비행기는 사고 위험이 높은 교통수단이다 보니 통제할 것, 승객에게 당부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자체가 없고, 이미 있던 승차권 개집표기마저 없애고 있는(일반열차) 철도와는 넘사벽.
 
결론은... 비행기 타고 싶다.. ^^;;;;;;;;
그나저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는 엄밀히 말하면 어법에 맞지 않다. 불편이란, 그냥 끼치는 것이지 끼쳐 "줄" 필요가 전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이 되지만, "해 주셔서 죄송합니다"는 틀렸다. 그냥 "해서 죄송합니다"인 것이다. 본인은 국문과 전공도 아니고 딱히 토박이말 순수주의자도 아니지만, 내 모국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엿가락 같은 언어가 되는 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게 눈에 잘 띄는 편이다.
 
철도 기관사 정도만 해도, 되기 어려운 정도라든가 급여, 사회적 지위가 최소한 공립 학교 중등 교사뻘은 된다. 하지만 비행기 조종사는 가히 대학 교수나 군 장성 같은 레벨이 될 것이다.

- 돈 졸라 많이 벌긴 하는데 쓸 일 별로 없다 (사람 접대를 안 하니, 품위 유지비 같은 것도 별로..)
- 생명 수당.. 위험 부담이 크고 스트레스 받는다
-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하고는 떨어져 돌아다닌다
- 여자 앞에서 졸라 뽀대 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행기 조종사(특히 국제선 기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 피우기엔 최적의 직업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뭐, 조종사들의 실제 사정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현업 조종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뜻.

Posted by 사무엘

2010/03/24 16:40 2010/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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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어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 덕분에 플로피 디스크는 오늘날 PC 환경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용량 캐부족하고, 느리고 에러율 높고.. 미래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왜 A가 아닌 C부터 시작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세대도 분명 등장하지 싶습니다.
아이오메가 ZIP 드라이브처럼 플로피를 대체하는 보조 기억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편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USB 메모리가 급속도로 널리 퍼졌지요. 윈도우 2000/ME급부터는 별도의 드라이버를 전혀 설치하지 않아도 이제 운영체제가 알아서 인식도 해 줍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지만, 그래도 플로피 디스크는 컴퓨터로부터 정보를 읽고 쓰는 그릇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최초의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각종 응용 프로그램에서 '저장' 아이콘은 아직도 3.5인치 디스켓 그림이 단골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저장이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메타포어가 된 것입니다. 마치, 화장실 같은 데서 남녀를 구분하는 단골 아이콘이 치마 모양이 된 것과도 같습니다.
USB 플래시 메모리가 처음부터 개발되어 쓰였다면 아이콘 모양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철도 차량은 어떤가요?
여러 객차를 한데 연결해서 쇠로 된 레일 위를 달리는 이 교통수단에 대한 메타포어는 단연코, 연기를 뿜고 달리는 증기 기관차입니다. 기차라는 한자어 자체가 증기 기관차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 그리고 철길 건널목 주의 표지판의 그림... 모두 증기 기관차의 특성이 그대로 철도 차량 자체의 상징으로 발전해 버린 예입니다. 요즘 디젤 기관차는 그 정도로 연기를 뿜지도 않으며, 심지어 전기 기관차는 칙칙폭폭은커녕 지멘스 옥타브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달리기도 하지 않습니까?

어떤 새로운 개념이 첫 등장하면, 무엇이든 그 새로운 개념이 최초로 사람들에게 구체화, 현실화한 그 형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가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2 15:05 2010/03/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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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전사와 지하철 기관사

버스 운전(시내든 광역이든, 고속버스 말고 중간 정차가 잦은 노선)은 냄새 나고 멀미 나는 차 안에서 배기가스 마시면서 주변의 차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고, 개념 없이 운전하는 넘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직업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이고 요즘은 거의 근절됐긴 하지만, 승객의 운전기사 폭행까지 있었죠. 주변의 차들과 승객이 모두 기사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럼 지하철은? 분위기가 버스와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차량 승차감은 일단 버스보다 월등히 좋습니다. 냄새나 멀미 없고 정체 없고, 배기가스도 없습니다. 철길엔 오로지 나밖에 없으며 기관사는 승객하고는 원천 분리되어 있습니다.
앞차가 빨리빨리 못 가서 신호 받고 서행하는 건 있겠지만, 그건 지상 도로의 신호 내지 정체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지요.

하지만 하루 종일 마주치는 시꺼먼 터널과 깜빡이는 불빛, 열차 특유의 시끄러운 소음은 사람의 눈과 귀와 정신의 건강에 절대로 좋지 않습니다. 버스 기사가 이해하지 못할 지하철 기관사만의 고충이죠. 그리고 지하도 매연은 없을지언정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고, 먼지 때문에 공기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

또한 문을 닫으려는데 무리하게 가방 끼워서 타는 승객들은 지하철 기관사를 굉장히 애먹이는 요인입니다. 선로 투신 자살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전철역 역이 너무 많아서 개집표기는 다 교체를 못 하고 보증금 제도로 갔으면서, 그래도 스크린도어는 그 많은 역에 어느샌가 용케도 다 설치해 버렸지요. 제발 자살 좀 하지 말라고... 제가 사는 집 근처의 지하철 역은 환승역이 아니고 그저 그런 평범한 역인데, 거기도 역사상 2004, 2007, 2008년에 총 세 번이나 투신 자살 사고가 났습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겠죠.

스크린도어는 승객의 안전보다도 기관사가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설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제 이것 때문에 예전보다 정지 위치를 더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고충은 생겼겠지만 말입니다.

철도는 일단 조향이라는 개념이 없고 차선 바꾸기, 방어 운전 같은 개념도 없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도로 운전보다 쉽습니다. 운전 과정이 상당수 자동화되어 있고 사실 무인 운전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관사 1인이 담당해야 하는 인원이 버스 한 대와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요즘 대세인 '차장을 없애고 1인 승무'에 따르는 부담감이 무척 큽니다. 게다가 시각표를 반드시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스 운전사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또한 운전 중에도 기관사가 졸고 있지는 않은지, 비상시 대처 요령을 숙지하고 있는지 사령부로부터 불시에 점검 신호가 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늘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 기관사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하다고 합니다.

물론 사기업인 버스 회사와는 달리 훨씬 더 고도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된 철도를 운영하는 지하철 회사는 공기업이고 복리후생도 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버스 운전사와 지하철 기관사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도시로 하여금 존재 가능하게 하는 직업이니만큼, 늘 이용하는 육상 대중교통도 눈여겨 보고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는 게 어떨까요?

Posted by 사무엘

2010/03/19 09:18 2010/03/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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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라캇 Dreamers

스티브 바라캇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캐나다 출신의 작곡자/연주자이다. 방송이나 각종 행사 때 나오는 배경 음악으로 이 사람 곡을 은근히 많이 들을 수 있다.

비슷한 분야의 음악가 중에는 본인의 부모님보다도 나이가 많은 지긋한 노년 신사도 있지만 이 사람은 30대 중반의 아직 꽤 젊은 나이이고, 얼굴도 상당한 미남인 데다 연주뿐만 아니라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른다. 이미 세계적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앞날이 창창한 음악가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가장 유명한 곡은 단연 <Rainbow Bridge>와 <Whistler's Song>이 아닐까 싶다. 들어만 보면 “아 그 곡!” 하고 무릎을 칠 분이 많을 것이다.

한국 철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역시 이 사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사람의 곡 <Dreamers>가 지금도 일반열차(전동차 말고)에서 종착역 도착 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곡은 비록 재생 이벤트와 대상 열차가 바뀌었을지언정, 무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장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내 방송 중에 깔려 나오는 배경 음악이 아니라, 열차의 운행 시작이나 종료 직전/직후에 음악만 별도로 쫙 틀어 주던 열차는 KTX 개통 이전엔 잘 알다시피 새마을호밖에 없었다. 그 관행은 아마 2000년, 영상 서비스와 함께 시작된 걸로 추정한다. 그때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담당은 코모넷이라는 회사가 담당했으며, 운행 전과 종료 후에 둘 다 너무나도 유명한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왔다. 본인이 이 곡을 몇 번 들은 뒤 철도에 눈이 완전히 뒤집히고 미쳐 버리게 된 건 여기 오는 분들도 이미 잘 알 것이다.

그러다가 2004년에 와서 이 트렌드가 좀 바뀌었다. KTX 개통 직후에도 아주 잠깐은 L-L(시작과 끝 모두 룩킹포유)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런데 루머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에, 룩킹포유가 아침에 첫 새마을호를 타는 사람에게는 곡이 조용하지가 못하고 너무 방방 뛰어서 잠 깬다는 민원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민원 때문에 2004년 여름, 새마을호의 출발 전 음악은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라는 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종착 후 음악은 다행히 룩킹포유가 계속 유지됐다.

이것이 한국 철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이 최초로 도입된 사례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여전히 코모넷 시절이고, 심지어 철도청조차 아직 정부 기관으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게다가 당시 새마을호는 시발역을 출발하고 잠시 후엔 역별 정차역과 도착 시각이 화면으로 나왔는데, 이때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스티브 바라캇의 또 다른 명곡인 <Flying>이 흘러나왔었다.

KTX가 개통한 후 2004~05년간은 새마을호에 그 외의 UI상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정차역 안내 방송이 두 번 나오던 특이한 시기이기도 했다. “잠시 후 우리 열차는 XXX 역에 도착하겠습니다” 그 후, “여기는 XXX 역입니다.” 그것도 4개 국어로. 듣기에 굉장히 지루했다.

그 후 2006년은 새마을호의 앞날에 망조가 본격적으로 드리워진 해였다. 코모넷이 망하고 연합뉴스가 영상 서비스를 대신 떠맡았다. Flying이 사라지고 안내 방송도 중국어와 일본어가 삭제됐다. 평일에 중련 편성 새마을호 편성 수가 감소하고, 그 해 여름엔 기내지 레일로드가 폐간했다. 그 해 가을엔 중앙· 영동· 태백선 새마을호가 폐지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Dreamers - Looking for You 구도는 변함없었다. 본인은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여, 이때를 놓치지 않고 룩킹포유 재생 화면을 세 차례에 걸쳐 카메라에 동영상으로 성공적으로 담았다.

2007년, 드디어 기내지에 이어 새마을호에서 영상 서비스가 거의 7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거 뭐, 2005~06년 사이엔 영상 서비스 모니터를 와이드 화면으로 교체하더니만 1년이 채 안 되어 그걸 도로 철거해 버린 것이다! Looking for You는 이미 사라진 걸 확인했지만 Dreamers는 영상 서비스가 없어진 와중에도 운행 전에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후 2008년. 새마을호의 UI는 크게 바뀌었다. 모니터가 다시 생기긴 했지만, 객실당 4개이던 게 2개로 감소하고, 영상 서비스는 없어졌다. 주행 중엔 그냥 정지 사진만 여러 컷 돌아가면서 나오고 정차역 도착 자막만 뜬다.

제일 충격적인 변화는 음악. 출발 전 음악은 Dreamers이던 것이 가야금 퓨전 국악으로 바뀌고, 대신 종착 후 음악이 Dreamers로 옮겨졌다. 나라에서 국악을 정책적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하는지, KTX는 이미 초창기부터 정차역/종착역 도착 안내 배경 음악으로 국악을 써 왔고, 2008년경엔 서울 메트로도 환승역 진입 음향으로 꽤 오래 사용해 오던 차임벨을 버리고 퓨전 국악을 채택했다.

게다가 지금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공통으로 시작 전엔 가야금 Let It Be, 종착 후에는 KTX 미니 만화 주제가-_- 다음으로 Dreamers가 유지되고 있다. 원래는 음악이 새마을호밖에 안 나오다가 나중에 KTX와 무궁화호에도 확대된 것이다. 한 2007년 말 내지 2008년부터 그렇게 됐다.

새마을호에서 출발 전에나 듣던 곡을 이제는 사실상 모든 열차에서 도착 후에 들으니 느낌이 이색적이다. Dreamers가 2004년에 첫 도입되자 그 당시 철도 매니아들은 며칠 안으로 금세 곡의 정체를 파악해 내서 mp3 올리고 야단법석이었다. 처음 들었을 땐 뭔가 몽환적이고 잔잔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그러하다. 이 곡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철도계에서 쓰일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7 16:26 2010/02/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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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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