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잡설

1.
요즘은 열차 안에서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며 간식거리를 파는 영업 사원을 거의 찾을 수 없어져 있다. 옛날에는 소위 홍익회라는 곳에서 그런 영업을 했으나 철도청이 공기업으로 바뀐 뒤부터는 이미 진작부터 흑역사가 됐고, 지금은 장항선에서 시범 운영했던 카페 객차라는 게 전노선과 특히 새마을호로도 확대되어 예전의 영업 사원을 대체하고 있다. 즉, 이제는 뭘 먹고 싶으면 영업 사원이 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카페 객차로 직접 가야 한다. 새마을호는 예전부터 식당칸이 있었으므로 용도 변경이 더욱 쉬웠을 것이다.

다만, KTX 내부에서는 카트를 끌고 커피 같은 걸 파는 영업 사원이 여전히 돌아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 KTX(산천 말고)는 구조적으로 카페 객차 나부랭이 따위는 못 만들며, 어차피 코레일은 모든 고급 인터페이스 투자를 이제 KTX에다가만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춘선 열차에서는 여전히 예전의 클래식한 영업 사원을 볼 수 있다. 몇 달 후면 없어질 노선에다가 굳이 카페 객차를 편성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재래식 영업을 하는 것임. 경춘선 자체가 장항선만큼이나 여행· 관광 성격이 강한 노선인데 그런 영업 사원이 돌아다니니 더욱 운치가 난다.

2.
단선 비전철 철도는 길 자체에 대한 흔적이 주변에 가장 남기지 않는 교통수단이다. 쉽게 말해서 자동차 안에서 좌우를 살펴보면 맞은편 차선이 보이고 울타리나 가드레일 같은 도로 시설이 보인다. 그리고 복선 철도라면 맞은편 선로가 보일 것이고 전철인 경우 전력을 공급하는 전봇대도 시시때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선 비전철 선로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좌우를 아무리 살펴봐도 철도 시설과 관련된 걸 찾을 수 없다. 마치 비행기나 배에서 창밖을 보는 것처럼 우리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 철도는 차량의 폭은 버스보다 훨씬 더 크면서 선로가 차지하는 폭은 자동차 도로보다 훨씬 좁다. 궤도 위만 달린다는 특성상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전철의 경우, 전차선을 선로 위에다가 설치함으로써 거추장스러운 공중 전차선과 전봇대를 제거한 전철도 있긴 하나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고 이제 경전철 같은 데서나 도입되는 중이다.

3.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에"로 시작하는 유명한 트로트가 있다. 그런데 이 가사에서 호남선을 경부선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열차의 목적지가 목포가 아닌 부산으로 바뀐다면 노래의 뉘앙스도 확 달라질 것이다.

4.
이번엔 서울 지하철 얘기이다.
본인의 경험상, 서울 메트로는 수도권 전철을 운영하는 회사들 중에 지하철 질서/안전 수칙을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곳이다. 이 점에서는 그저 행복 미소만 강조하는 SMRT(도철)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야구나 축구에다 비유해서 "지하철에서 골키퍼처럼 다리 쩍 벌리고 앉는 것은 반칙입니다" 같은 식으로, (특히 서메는 야구 선수를 홍보 대사로 자주 위촉해서 쓰기도 했으므로)
최대한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옛날에는 지하철에 무질서하게 비집고 승차하려는 승객을 럭비 선수에다 비유한 UCC를 틀어 주기도 했다.
홍보하는 주제로는 "제발 문 닫힐 때 무리하게 타지 마세요", "우측 통행을 하세요", "보고 난 무료 일간지는 선반에다 놔두지 마세요", "혼잡한 열차에서 내릴 땐 전역에서부터 미리 준비를 해 주세요" 같은 게 있다.

다른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승객에 대한 안전 교육과 질서 유지 협조 당부가 필요한 항공업계에서는 저런 트렌드를 도입하지 않으려나 궁금하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이미 당연히 그러고 있다. 안전 수칙 동영상을 어린애들까지 동원해서 최대한 재미있게, 안 따분하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 http://hansfamily.kr/950 참고할 것.

Posted by 사무엘

2010/06/07 08:48 2010/06/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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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의 개성

무궁화호는 물론이고 KTX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새마을호만의 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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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큼직하고 두툼한 좌석

새마을호는 세계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크고 두툼하고 안락한 좌석과 내장재를 자랑한다. KTX가 선로 위의 비행기라면, 새마을호는 가히 선로 위의 호텔이다.
좌석도 좌석이지만 좌석 사이의 광활한 간격을 보라. 저건 우등 고속버스도 '저리 가라'이다. 일반실이 저러한데, 특실은 키가 175cm 남짓인 본인이 다리를 쫙~ 뻗고도 남는 간격이다.
게다가 저런 디자인의 새마을호 객차는 우등 고속이 생기기 수 년 전인 1980년대 말에 만들어진 것이니, 그때는 새마을호가 지금의 KTX마저 능가하는 얼마나 호화 귀족 고급 열차였겠는가?

이 새마을호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관념이 왜곡되어 KTX가 좌석이 너무 좁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한국인보다 훨씬 더 덩치 크고 뚱뚱한 코쟁이들도 그런 좌석을 당연히 여기고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철도 인프라가 일제가 만들어 놓은 것 이래로 너무 열악하고 발전을 안 해서, 20세기까지는 선로의 고속화 같은 속도와 성능 향상보다는, 단순히 내장재 향상 위주로 고급 열차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장재만 기형적으로 너무 발전한 것.

하지만 도로 교통이 너무나 발전한 요즘은 그런 구시대 산물인 새마을호 같은 열차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옛날에 힌덴부르크 비행선은 그랜드 피아노와 수영장, 산책로까지 갖춘 초호화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덩치만 타이타닉처럼 컸지 승객은 거의 콩코드 수준으로밖에 못 태우고 시속 200도 못 내던 비효율 느림보가 말이다. 초호화 여객선 내지 비행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속도의 증가와 해외 여행의 보편화(수요 증가)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새마을호의 위상의 변화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새마을호 특유의 디젤 엔진은 도입 당시에는 조용하고 힘 좋고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전철이 대세가 된 요즘은 이 역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내장재가 너무 좋아서 KTX 후속 열차로 싸게 굴리기엔 아깝고, 오히려 KTX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승객의 입장에서야 “빠른 KTX 아니면 편한 새마을호” 식으로 두 열차를 대등하게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철도 경영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운을 걸고라도 무조건 KTX에 올인해야 하는 처지이다.

※ 좌우 가장자리가 둥근 창문

위의 사진 참고. 이 역시 새마을호 이전이나 이후 열차(심지어 누리로나 KTX 산천에서도)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물론 일명 '유선형 무궁화호'라고 둥근 창문을 한 열차도 있긴 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현역에서 찾을 수 없는 상태이며, 그 객차 자체도 옛날에는 새마을호이다가 무궁화호로 격하한 것이므로 이 역시 새마을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복도의 장판이 별도로!

역시 위의 사진 참고. 새마을호는 좌석이 있는 곳은 그냥 황토색 같은 누런 바닥이지만, 중앙 복도는 붉은색의 별도의 장판이 깔려 있다. 이 역시 객실에 첫 들어서는 순간 은근히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주며, 새마을호 이외의 어떤 열차도 갖추고 있지 않다.

※ 엔진 음향

본인은 철도 매니아로서 새마을호의 엔진 소리를 무척 사랑한다. 디젤 기관차처럼 너무 유별나게 시끄럽지도 않고, 전기 기관차처럼 너무 조용한 전자음 일색도 아니면서.. 은은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난다. 가속 중일때도 딱히 주파수가 올라가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며, 심지어 발전차 소리와도 분간이 안 될 정도. 기름을 먹는 내연 기관이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 새마을호는 소리까지도 사랑스럽다!

※ 영상 서비스

영상 서비스야 새마을호에 있던 걸 KTX가 뺏어 가서 지금은 KTX에만 존재한다. 사실은 영상 서비스 자체가 새마을호에서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0년부터 시작했으며 철도청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최초라고 한다.
하지만 KTX에도 이건 없다. 바로 운행 종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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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맞다면, 1~2년 전 남짓, 마지막으로 탄 KTX도 종착역에 다 도착해서까지 자기 TV 방송만 계속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새마을호는 다르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열차 자체 동영상이 나오면서 "XX에서의 특별한 여행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마무리가 된다.
새마을호에는 마무리가 있다. 그리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다음은 원래는 새마을호에만 있었으나 요즘은 다른 등급의 열차들도 얼추 갖추게 된 특징들이다.

※ 콘센트와 독서등, 간접 조명

통일호나 무궁화호 구형 객차들은 위에 오로지 선반만 있지 독서등 나부랭이 따위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에메랄드색을 표방하면서 개발된 신형 무궁화호 객차는, 인테리어가 매우 좋아져서 독서등을 갖추고 새마을호 같은 고급스러운 간접 조명을 채택했다. 또한 콘센트도 구비하기 시작했다. 새마을호는 노트북석을 따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콘센트가 100% 갖춰져 있으나, 무궁화호 객실에 콘센트가 있을 확률은 random인 셈이다.

콘센트는 심지어 KTX에도 없다. 고속철을 처음 구상하던 1990년대에는 오늘날처럼 개인 전자 기기 수요가 급증한 때도 아니었고, 또 서울-부산을 단 2시간대에 주파할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딱히 식당차라든가 콘센트 같은 편의 시설을 고려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신형 차종인 'KTX 산천'에는 이 둘이 모두 추가되어, 덕분에 고속철과, 기존 무궁화호급 일반열차 사이의 UI 이질감이 한결 줄어들었다.

※ 손잡이

무궁화호의 좌석에는 대놓고 위쪽 귀퉁이에 손잡이가 있다. 입석 승객을 고려해서이다. 그러나 새마을호와 KTX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딱 이것만으로도 이들은 입석 승객을 받지 않는 고급 열차라는 게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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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리로와 KTX 산천의 좌석에는 의자 어깨에 살짝 덧댄 듯한 손잡이처럼 보이는 매듭(?)이 있다.
명절에는 열차 등급을 안 가리고 다 입석을 받을 정도로 코레일의 경영 방침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급 열차란 단순히 속도가 빠른 열차일 뿐이다. 속도가 빠른 열차가 굳이 내장재까지 '새마을호스럽게' 특별나게 좋아야 할 필요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03 15:35 2010/06/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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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이용 경험 이모저모

※ 입석

본인은 철도를 매우 좋아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 공급이 풍부한 곳에서 굳이 입석이나 예약 대기까지 감수하면서 철도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명절 때는 오히려 수시로 증차가 되고 좌석을 얻기 쉬운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다. 명절 때 기차를 편하게 타고 가려면, 철도 오덕 기질 수련보다는 철도 인맥과 빽을 만들어 두는 게 더 필요하다. 코레일 직원이 대량으로 추석 귀향 열차 암표를 팔다가 적발됐다는 소식이 꼭 한두 번씩 들리지 않는가.

입석으로 열차를 탈 때는, 지정석 승차권이 있을 때에 비해서 어떤 점이 달라질까?
일단 신문지나 달력 같은 '깔고 앉을' 거리를 준비해 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에 일찍 도착해서 열차에 무조건 먼저 올라타야 한다. 그래야 통로 같은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여 쪼그리고 앉을 수라도 있다. 안 그러면 정말 얄짤없이 객실 복도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야 한다.

세상엔 기차를 타고 싶어도 못 타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출발지와 도착지가 비교적 철도로 잘 연결되어 있는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철도로 최대한 빠져 주는 게 좋을 것이다. KTX 같은 경우 워낙 빠르고 대구-서울도 1시간 40분이면 가기 때문에, 입석으로 장거리를 좀 가 봤자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다. 더구나 본인의 고향은 경부선이 혼잡하면 중앙선이라는 훌륭한 우회 경로까지 존재하니 선택의 폭은 더욱 넓다고 할 수 있다.

※ 가장 아슬아슬했던 승차 경험

옛날에도 글을 통해 회상한 적이 있지만, 본인이 지금까지 기차를 가장 아슬아슬하게 탄 건 2004년 2월 17일의 서울-대전 하행 새마을호 탑승이었다. KTX 개통 직전에 마지막으로 탄 새마을호인 동시에, 출발 전 Looking for You를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열차였다.

밤 8시 30분 열차를 예매해 놨는데, 출발 딱 5분 전인 8시 25분에 지하철 1호선도 아닌 4호선 서울 역에서 내렸다. 게다가 가방을 두 개나 들고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당시의 일기의 묘사에 따르면,
다리에 힘이 안 날 때까지, 젖먹던 힘까지 죽어라고 뛴 끝에 27분에 지상 서울 역 입구에 도달했다. 그리고 딱 29분에야 기차에 올라탔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표를 흔들면서 문 닫지 말라고 막 소리를 질렀다.

기침을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자리에 짐을 놓자마자 차는 출발하기 시작했다. 까무러치기 일보직전. 옆 자리의 승객이 본인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Looking for You가 들려오긴 했으나, 들은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다리가 후들거렸고 후유증은 다음날까지도 계속됐다. =_=;;;;

Posted by 사무엘

2010/05/24 08:11 2010/05/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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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 주제에 대해서 글을 좀 쓸까 벼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이것 때문에 제대로 빡치는 일이 발생하여 드디어 글로 옮기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육상 교통수단 중에 승차권 발권의 정보화/전산화가 압도적으로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은 단연 철도이다.
그 다음은 고속버스이다.
그리고 가장 열악한 곳은 시외버스이다.

물론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전국의 모든 길을 정부 기관 내지 국가 공기업이 일률적으로 장악해 있는 철도하고, 일개 사기업들 나부랭이로 이루어진 버스 회사와는 인프라의 비교 자체가 공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도는 일찌감치 승차권의 중앙 집권 전산 발매가 시작되었으며 회원 관리와 포인트 적립, 인터넷을 통한 예매, 홈티켓, SMS 티켓 등 별별 시스템이 다 있었다. 예매를 장려하기 위해 역마다 무인 승차권 발권기를 잔뜩 비치했으며, 사실은 심지어 일부 여행사를 통해 승차권 대리 발권조차도 되었다.

특히 철도청 시절의 바로타 사이트는 신용카드가 없는 학생도 얼마든지 계정을 만들어서 좌석을 찜한 후, 실제 발권과 결제는 무려 며칠 뒤에 역에 가서 현금으로 해도 되었다. 요즘처럼 예매하자마자 바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유예 기간도 굉장히 관대했던 것이다. (지금은 매점매석 같은 부작용 때문에 많이 엄격해졌지만)

요즘은 카드만 있으면 열차 탈 때 종이 승차권을 발권할 필요 자체가 없다. 한두 ActiveX 컨트롤만 설치한 뒤 카드 번호와 카드 비번, 주민 등록 번호 뒷자리를 입력하면 결제가 되며, SMS 티켓 발권만 하면 완전히 끝이다. 이보다 편할 수가 없으며 본인도 열차 탈 때 이 서비스를 적극 잘 활용하고 있다.

고속버스도 꽤 오래 전부터 신용카드를 이용한 예매 정도는 지원하기 시작했다. 비록 철도만치 대인배스러운 시스템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능은 갖췄다.
ActiveX 몇 개 깔아 준 뒤 카드 번호와 유효 기간, 주민 등록 번호 같은 필수 정보를 입력하면 별 어려움 없이 예매가 가능하다. 특히 고속버스는 예매할 때 자리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다만, 카드로 승차권을 샀더라도 실제 발권을 위해서는, 그 카드를 지참하여 터미널 창구로 가야 하는 불편이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철도에서는 진작에 도입됐던 홈티켓 발권 시스템을 고속버스도 비교적 뒤늦게 도입한 모양이다. 그리고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 보면 제한적이지만 예매 승차권 무인 발권기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제일 안습인 건 시외버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드 결제 자체가 안 됐다! 그것도 지방 영세 터미널도 아니고 엄연한 서울의 관문인 동서울 터미널에서도 말이다. 이런... -_-;;

상경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부모님의 차표를 마련해 드려야 할 일이 있었다. 부모님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보다 동서울 터미널을 훨씬 더 선호하셨다. 미로 같이 너무 복잡한 전자보다--강남 고속 터미널의 지하 상가는 얼마나 복잡한가!-- 후자가 지하철 역에서 가기가 훨씬 더 편하고, 버스의 운임도 더 쌌기 때문이다.

본인은 지금까지 시외버스는 인터넷 예매라는 개념이 없는 걸로 알고 있었고, 시외버스를 나중에 타야 할 일이 있으면 터미널을 직접 방문하여 표를 사 오곤 했다. 21세기 IT 강국 대한민국 땅에서 아직도 그런 원시적인 만행이 저질러진 것이다.

그런데 동서울 터미널 사이트를 보니까 예매도 되는 것 같아서 예매를 시도했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리 ActiveX를 깔아도 뒤로 넘어가질 않고, 맞는 카드 번호를 입력해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질 않고... 아니, 카드 번호를 입력하기 전에 카드 종류를 고르라는 화면은 철도나 고속버스 예매 때는 전혀 접하지 못한 듣보잡 인터페이스였다. 휴대전화 인증에, 카드 뒷면에 있는 인증 숫자 3자리를 입력하라는 말도 완전 처음 봤다. 이뭐병...;;

결국 포기하고 고속버스를 시도했다. 고속버스는 승차권 결제는 별다른 문제 없이 바로 OK. 그런데 기왕이면 그렇잖아도 복잡한 고속버스 터미널에 갔는데, 차만 바로 타면 되게 집 프린터로 홈티켓을 발권하고 싶었는데... 여기서 막혔다.

홈티켓을 출력하는 ActiveX 클라이언트는 무슨 이유인지 64비트 OS를 지원하지 않는다며 동작을 배째라 거부했다. 32비트 OS인 노트북에서 PDF 출력을 시도하니 가상 프린터 드라이버라고 또 거부.. ㅆㅂㄹㅁ;;
아놔 도대체 32비트랑 64비트의 차이가 뭡니까.. -_-;;

하긴, ActiveX만 잔뜩 깔아 놓으려고 윈도우 XP를 가상 머신으로 돌려 놓아도 각종 보안 솔루션들이 아예 가상 머신을 감지하고 거기서는 안 돌아간다고 하니 그것도 낭패이다.

철도처럼 버스도 간단하게 결제 후 SMS 티켓으로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버스 출발 직전에 검표하는 아저씨는 승차권 반쪽을 쭉 뜯어서 회수하는 게 아니라, 승객들의 휴대전화 화면을 검사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어휴, 그래도 시외버스는 시스템이 열악한 대신, 운임이 말도 안 되게 싸니까 용서된다.
경주-서울을 아직까지 2만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운임으로 4시간대에 그것도 우등 좌석으로 주파 가능한 실속 있는 교통수단은 시외버스가 유일하니 말이다.

사실, 시외버스와 우등 고속버스와 새마을호 열차의 운임은 거의 등차수열 관계이다. 편리한 시스템이 갖춰진 대신 운임도 정말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덧.
1. 요즘은 전국 방방곡곡에 고속도로가 워낙 거미줄처럼 많이 깔려서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의 구분 자체가 많이 무의미해져 있긴 하다. 요즘은 터미널도 두 버스 시스템을 모두 취급하는 통합 터미널로 건설하는 게 유행이다.

2. 비행기는 일단 탑승객의 신원을 신분증으로 무조건 파악하면서 다니는 교통수단이다 보니, 철도처럼 별도의 회원 가입 시스템을 안 만들어도 주민 등록 번호 자체가 회원 ID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명목상으로는 홈티켓 같은 게 있지만, 탑승권을 구입한 후 국내선의 경우 신분증, 그리고 국제선의 경우 여권 하나만 달랑 들고 가도 공항에 가면 조회가 다 된다. 다만, 마일리지 적립 같은 개념이 아주 철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회원 제도가 불필요한 건 아님. 비행기는 갈 때는 이 항공사, 올 때는 저 항공사로 이용하기가 꽤 곤란한 교통수단이다. 철도의 각종 복잡한 회원 제도 자체가 사실은 상당수가 항공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12 09:03 2010/05/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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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철도 덕력은?

Q: 연어 하면 생각나는 것은?
A: 교· 직류 겸용 전동차.
민물을 직류 전기, 바닷물을 교류 전기라고 생각하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남영-서울역 사이가 바다에서 강으로 바뀌는 일종의 절연 구간인 셈.

Q: 매일 면도할 때, 그리고 고기를 구워 먹다 철판을 갈 때 공통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A: 열차 운행 종료 후 매일 선로를 연마하고 보수하는 작업.

Q: 식당에서 여러 컵에 물을 따를 때 생각나는 상황은?
A: 각 역마다 정확하게 정지선에 맞춰 정차하는(딱 맞게 물을 따르는) 지하철 운전.

Q: 훈련소에 가 있을 때 가장 생각난 것은?
A: 서울 지하철 7호선. 7호선 노선색이 완전 국방색일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는 진작부터 우측통행을 하고 있어서 더욱 기억이 절실했다.

Q: 내 손전화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A: 하루에 두세 번, 열차가 아주 뜸하게 드나드는 시골의 한적한 단선 철길 건널목.
전화벨이 울리는 것은 차단기가 내려가고 경보음이 울리는 것이다. 통화는 열차가 통과하는 것이다.
어쩌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거는 것은 우리 역에서 열차가 갓 출발한 것이다.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통화중’은, 마주 오는 열차가 교행 대기하는 상황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0 07:59 2010/04/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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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자가용 같은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교통수단에는 객실 내부에 화장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버스만이 생리 현상을 실시간으로 주행 중에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외국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큰 50인승이 넘는 규모에 화장실까지 갖춘 차가 있다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의 일반열차들은 소변기만 있는 남자 전용 화장실 +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이렇게 객차 하나당 화장실을 둘 갖추고 있다. 붙박이 건축물의 화장실에 존재하는 변기는 도기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교통수단 내부의 화장실 변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재도 많이 보는 것 같다.

공간이 제일 아쉬운 비행기는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하나만이 존재한다. 화장실을 하나 만들려면 일단 오물 보관 탱크에 세척용 물탱크까지.. 교통수단의 입장에서는 오버헤드가 꽤 생기는 셈이니 말이다(수분은 몸을 무겁게 한다!).
배는 글쎄? 어지간한 규모가 있는 여객선이라면, 그래도 교통수단들 중 가장 여유가 있으니 남녀가 구분된 화장실이 있으려나?

기차를 마지막으로 탄 경험이 한참 옛날인 분들은 아직도, 열차가 정차 중일 때는 화장실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로, 통일호 직각 좌석 열차가 다니고 천장에 에어컨도 아닌 선풍기가 달려 있던 시절의 얘기이다. 출입문을 손으로 열 수 있어서 주행 중에 선로로 추락하는 게 가능하던 시절의 얘기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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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화장실 이용이 금지되었던 이유는 오물을 곧장 바깥 선로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 승강장 주변 선로로 오물이 투척되면? 충격과 공포.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열차가 고가 위로 달릴 때 그 아래로 지나가지 않았다. 철도청에서는 선로 주변 오물을 수거하는 전담 부서마저 뒀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전해진다.
물론 1980년대 이후부터 도입된 객차는 오물을 자체적으로 모아 두는 시설이 있으므로 아무 때나 화장실을 이용해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무 걱정 말 것.

비행기는 이착륙 중일 때 정도에나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다. 물론 이건 화장실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게 좌석에서 안전벨트 매고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오물을 바로 지상으로 투척할 리는 없을 테고.. -_-;; (그랬다간 철도보다 더욱 충격과 공포)

그런데 비상 착륙을 해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까운 연료를 버리는(fuel dumping) 상황이라면, 분위기 잘 봐 가면서 바다 위로 오물 투척도 못 할 짓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둘 다 환경오염-_-이긴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연료를 못 써서 덤핑할 정도이면 어차피 그렇게 오래 날지도 못한 상황이고 오물이 그렇게 많이 쌓이지도 않았을 것 같긴 하다. ^^;;;

그리고 어차피 화장실과 바깥이 완전히 격리된 건 아닌 모양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Catch Me If You Can을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행기 화장실을 통해 경찰을 피해 바깥으로 탈출하는 장면도 나왔다. 엥?

화장실 설치와 오물 처리에 관한 한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제일 수월하고 만만한 녀석은 단연 선박일 것이며,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화조 정도는 거치고 배출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의 모든 폐기물 찌꺼기는 결국 바다로 몰려들게 돼 있는데, 강물이 아닌 바닷물은 소금기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얼거나 부패하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화장실 내부에서의 몰래 흡연 집중 단속은 공통적인 추세.
특히 비행기 같은 경우 화장실 내부에 연기 감지기까지 설치되며, 사실은 기내에 라이터 하나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심지어 향수나 스프레이까지, 액체 반입 자체가 전면 금지는 아니더라도 반입량이 제한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옛날엔? 스튜어디스가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 걸렸다고 소송을 걸 정도였으며 심지어 불꽃 하나만 잘못 튀어도 팀킬 ‘캐발살’인 비행선에도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역시 보안 관련 규정은 한번 거하게 사고를 당한 뒤에 허겁지겁 생기는 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7 09:25 2010/04/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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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마을호 객실에서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객실 내부에서 몇 차례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유튜브에 공개. 촬영한 지 1년이 채 안 되어 Looking for you 음악은 없어지고 영상 서비스 자체가 폐지됨. 역사 기록!
( http://www.youtube.com/watch?v=8elu7pv1W6M )

2. Looking for you를 아예 채보하여 미디 파일로 만듦. 처음에 멜로디부터 채보한 뒤, 대충 비슷한 느낌이 나게 화음과 비트까지 집어넣음. mp3를 수십, 수백 번 듣고 어려운 반음계 멜로디가 많은 곳은 속도를 절반에서 1/3으로 줄여서 반복해서 들으면서 음표를 입력했다.
mp3와 미디를 동시에 재생해서 들으면서 템포도 일치하는 것을 확인함(분당 ♩=132). 다른 철도 매니아들마저 경악함
( http://moogi.new21.org/railroad/looking4u.mid )

3. 바람직한 새마을호 탑승 자세 독사진 촬영. 그 후 1년이 채 가기 전에 기내지 레일로드는 폐간됐으며, 1년 반쯤 뒤에는 영상 서비스가 없어져서 이어폰 꽂을 일도 없어짐.
( http://moogi.new21.org/railroad/chair.jpg )

위의 1~3은 국내의 어느 철도 매니아도 시도한 적이 없고 이제는 시도할 수도 없는 본인만의 독자적인 영역임.

4. 2005년, 상록수-한대앞 인근의 수인선 협궤 선로 촬영. 역시 그 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그 선로는 다 철거되고 없어졌다.
( http://moogi.new21.org/tc/125 )

5. 2006~07년 사이에 장항, 강원도 정선, 경부선 부산-대구 구간 등지에서 철도 여행을 하면서 천혜의 경치를 카메라에 담음.
( http://moogi.new21.org/tc/126 )

6.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을 개통 전과 개통 후에 역명판과 역 출입구 모습을 대조해서 촬영한 것도 역사 기록임. 전자는 2007년 10월에, 후자는 2008년 6월에 촬영했다.
특히 개통 전의 역명판은, 전동차가 캄캄한 마곡 역 승강장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을 때 카메라를 전동차 창문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내려뜨려 놓고 매우 힘들게 찍은 것이다. 그런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 나왔다.
( http://moogi.new21.org/railroad/s5_magog.jpg <-- 달리는 전동차 안에서, 그것도 불도 안 켜진 승강장을 촬영한 것임
http://moogi.new21.org/railroad/seoulsubway_5.htm )

.....
그러고 보니 문득 든 생각.
옛날에는 서울을 출발한 하행 열차는 영등포 역에 정차할 때 ‘하차 승객’에 대한 방송은 나오지 않았었다. 즉,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같은 멘트 말이다. 새마을/무궁화급 열차를 서울에서 타서 영등포에서 내리는 바보가 어디 있었겠는가? ㅋ
이 글에서 말하는 ‘옛날’이란 새마을호 최저 운임(=기본 운임)이 6700원이던 시절이다. 지금은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3, 4000원대로 내렸다.

가까운 미래에 현재 다니는 새마을호가 완전히 퇴역하고 사라진 뒤에는, 지금 새마을호-고속버스 위주인 본인의 교통수단 이용 양상이
누리로(단거리 여행에 아주 실속 있음), 자가용(오지로 갈 때, 짐이 많거나 인원이 많을 때. 나도 운전 좀 해야-_-), KTX(흠.. 돈지랄), 비행기(아주 가끔. 완벽한 돈지랄)
등으로 다변화할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6 09:03 2010/04/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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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역 관련 잡설

1. 왕십리와 청량리 역

지금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운행 계통에 편입되었지만 명목상 ‘경원선’에 속하는 국철 구간에는, ‘리’자로 끝나는 걸출한 역이 둘 존재한다. (리 리 리 자로 끝나는 말은?? ㅋㅋ)
하나는 전철 환승의 본좌급인 왕십리 역이요, 다른 하나는 경부선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반열차 노선의 본좌급인 청량리 역이다.

하지만 한때 이 두 역은 그 중요성에 비해 외형이 그렇게 근사하지 못했다. 특히 본인이 무척 궁금한 건, 왕십리 역은 신도림처럼 지하철 2호선과 함께 추가 개통한 역도 아니면서 왜 코레일 관할 역무실과 출입구가 없느냐였다. 듣자하니 1983년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역무 시설을 일부러 지하로 완전히 옮겼다고 한다.
왕십리 역을 영등포처럼 민자역사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되었지만 IMF 때문에 한번 철퇴를 맞았고, 어마어마한 세월이 흐른 뒤인 무려 2008년 하반기가 돼서야 영업을 시작했다.

청량리 역도 거의 4, 5년은 족히 되는 시간 동안 ‘공사중’이었다. 2004년 초, 그러니까 청계천 고가의 철거 공사가 한창이고 서울 역이 KTX 개통을 염두에 두고 이제 막 민자역사로 탈바꿈한 그 시절에는 청량리 역은 열차에서 내린 후 전통적인 ‘지하도’를 거쳐 서쪽 출구로 나갔으며, 역으로 들어갈 때는 동쪽의 입구 계단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아 서쪽의 지하도가 폐쇄되었고 그 넓던 광장도 다 공사를 이유로 상당수가 없어졌다.

한 2008~9년부터는 승강장에 LED보다 해상도가 높고 청색까지 표현되는 올컬러 LCD 방식 전광판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2010년 3월, 아직 완전 정식 영업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드디어 넓디넓은 청량리 민자역사가 개방되었으며, 본인은 완전히 환골탈태한 청량리 역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이 역에서 거의 최후까지 남아 있던 구형 플랩 식 출발 안내기도 드디어 자취를 감췄다.

마치 경부선에서 일반열차 운행의 상징적인 의미는 서울 역이 더 강하지만 전동차가 더 다양하게 다니는 곳은 용산인 것처럼, 청량리와 왕십리 사이의 관계도 그런 구도가 될 것 같다.
다만 경춘선 복선 전철의 시발역은 선로 용량상 왕십리도, 청량리도 아닌 더 외곽의 상봉 같은 역이 될 것으로 보이니 이건 아쉽다. 그렇다면 서울 역이 경부선만 취급하는 것처럼 청량리는 오로지 중앙선과 영동· 태백선만의 역이 되려나? 그 대신 노량진 민자역사와 함께 지하철 9호선 환승 통로가 건설되는 것처럼 청량리도 민자역사 건설과 동시에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역과의 환승 통로가 건설될 예정이라 하니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2. 2010년 4월 시각표 개정

아울러 올해 4월부터는 중앙선 쪽의 열차 시각표도 살짝 고쳐졌다. 청량리-안동의 운행 시간이 좀 단축되었다. 그리고 본인이 이용한 이래로 거의 7년째 변함없던 청량리-부전 밤차도 출발 시각이 9:00에서 9:10으로 늦춰졌으며, 상행의 경주 출발 시각도 20분 가까이 늦어졌다. 운행 시간이 단축된 대신에 출발 시각도 살짝 늦춘 것이다.

과거 2006년엔가 이 중앙선 밤차의 운행 시간은 굉장히 파격적으로 단축되었으며, 청량리 도착 시각이 난생 처음으로 아침 6시 이전이 된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중앙선 수도권 전철 공사 구간도 있는데 시각표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는지 곧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그때 이래로 시간이 제일 큰 규모로 단축된 것 같다. 지금은 출발을 늦춰서 거의 6시 정각에 가깝게 종착역에 도착하지만, 경주-청량리 소요 시간은 5시간 35분대로 줄어들어 있다. 과거에는 거의 6시간 반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큰 변화이다. ^^

2007~8년 무렵에부터, 청량리 시종착 열차를 중심으로 새마을호가 없어진 대신 무궁화호 특실이 다시 부활했으며 이 덕분에 중앙선 밤차에 잠시 특실이 운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객이 없어서 그런지 밤차에는 특실이 도로 없어져서 아쉽다.

아울러 경주에는 이 청량리 밤차와 아주 비슷한 시각에 서울 발 부전 행 무궁화호가 지나가곤 했다. 전통적으로 경주에서는 서울까지 가는 직통 열차는 새마을호만 있으며 무궁화호는 하루에 단 한 번 이 열차밖에 안 지났는데, 이 열차가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승객이 적은 야간 열차를 비슷한 시간대에 두 번이나 그쪽으로 내려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 없앤 것 같다. KTX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있을 것 같던 열차가 드디어 시각표가 바뀌거나 없어지다니 무척 놀랐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1 07:42 2010/04/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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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별 복복선

철도에서 선로가 하나나 둘도 아니고 무려 네 개(두 쌍)나 있는 것을 ‘복복선’ 내지 ‘2복선’이라고 일컫는다. 정말로 열차 통행량이 많고(수 분에 한 대꼴-_-)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열차가 상대방을 간섭하지 않고 다양하게 다녀야 한다면 복복선이 필수적인 선택이다.

우리나라에서 복복선 구간은 잘 알다시피 경부선 수도권 전철 구간과 경인선이다. 수원-서울 구간이 1980년대에 일찌감치 복복선으로 확장된 데 이어 90년대에는 경인선이 차츰차츰 복복선화했다. 그리고 경인선이 동인천 역까지 전구간 확장이 완료된 것과 비슷한 시기인 21세기 초에 와서야, 경부선도 수원-천안 구간이 추가로 복복선화했다.

경인선은 추가 선로를 이용해 급행 전동차를 운행하며, 급행을 운행하고 남는 선로 용량으로는 이따금씩 화물 열차나 비정기 관광 열차도 운행한다. 하지만 급행은 평균 겨우 2개역 간격으로나 무정차 통과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증대에 두는 의미가 더 크다.

한편 경부선은 똑같이 복복선이지만 수원 이북과 이남은 위상 면에서 살짝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이미 복선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가 2복선으로 선로가 늘어난 관계로 전철역에 쌍섬식 승강장이 많은 편이다. (폼 || 폼 → 양옆으로 |폼| |폼| )
하지만 나중에 건설된 후자는 선로를 확장한 후에 그에 맞춰 전철역을 지었기 때문에 그냥 상대식 승강장 ‘폼 |||| 폼’의 형태가 대세이며, 심지어 병점 역처럼 양 옆에 대피선까지 둔 경우도 있다.

경부선은 비록 복복선이지만 한 쌍은 일반열차가 사용하기 때문에 전동차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선로는 여전히 복선 하나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역내에 대피선이 없는 수원 이북 구간은 급행이 제대로 운행되기--증차 내지 정차역 증가-- 매우 어렵다. 천안 급행이 무려 1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되는 게 수요가 없기 때문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천안-수원 구간만 운행하기도 하행 방면의 회차 시설의 부재 때문에 곤란하다. 골치 아픈 문제임이 틀림없다.

복복선은 ‘상1 하1 상2 하2’처럼 복선 선로가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을 ‘선로별 복복선’이라고 부른다(회기, 도봉산 타입). 그 반면 ‘상1 상2 하2 하1’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방향별 복복선’이라고 부르며(금정 타입), 위의 예에서 2선은 ‘내선’, 그리고 1선은 ‘외선’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로 이남부터는 경인선과 경부선 모두 방향별 복복선이며 그 북쪽의 서울 시내 구간만이 선로별 복복선이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방향별 복복선이 당연히 환승에 유리하다. 하지만 운임 등급별로 열차 이용객을 분리해야 할 때는 선로별 복복선이 유리하며, 사실 이게 열차를 회차하기도 더 쉽기 때문에 시설을 더욱 간소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방향별 복복선에서 어떤 열차를 내선에 두고 어떤 열차를 외선에다 두는 게 좋을까?
우리나라 철도의 전통적인 관행은, 더 빠른 열차를 내선에다 둬 왔다. 그래서 경인선에서 급행은 내선에서 다니며, 경부선 역시 일반열차가 내선을 쓰고 전동차는 외선을 쓴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통념상 그리 나쁜 방법이 아닌 건 맞다. 하지만 시설 면에서는 “먼저 회차하는 열차”를 내선에다 두는 게 합리적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하지 않은가? 외선 열차가 내선 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여 반대편으로 가려면 내선을 모두 침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체 교차 시설이 반드시 필요해지며, 그런 게 없으면 외선 열차는 회차 과정에서 과거 수원 역과 같은 흑역사를 겪게 된다.

그러나, 철도의 보편적인 건설과 선로 확장 과정을 살펴보면 내선이 빠른 열차가 다니기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도시의 발전과 열차 수요 증가라는 것은 아주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가 처음부터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무려 복복선으로 건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엔 복선이었다가 나중에 확장된다는 얘기인데...

처음 건설된 선로(훗날 내선이 되는)는 승강장 위치에 딱 맞춰 곧게 놓이지만, 나중에 양 옆에 놓이는 외선은 승강장을 감싸느라 역마다 선형상 굴곡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외선은 이 역에 반드시 정차하는 느린 열차에게 유리하고, 내선은 이 역을 통과하는 빠른 열차에게 유리하다. 이것은, 먼저 회차하는 단거리 완행 열차에게는 외선이 유리하다는 먼젓번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론인 셈이다.

경부선이야 수원이나 천안에 도착한 외선 전동차가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지만, 경인선은 내선인 급행 전동차가 동인천에서도 먼저 회차하고 용산에서도 먼저 회차한다. 속도가 더 빠른 열차가 멀리까지 한번에 가 주는 게 이치에 맞거늘, 우리나라는 급행을 주류가 아니라 뭔가 아주 특별 서비스로 간주하는 경향이 커서 아쉽다. 그래서 차라리 경인선의 내선과 외선 용도를 교환하여 완행을 일찍 회차시키는 게 더 좋겠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선로를 네 가닥으로 깐 뒤에도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해서는 이런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9 09:53 2010/03/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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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천안에 갈 일이 생겨서 옳다구나 새마을호 열차편을 검색했다.
오전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 10시를 전후해서 천안에 도착하는 하행 새마을호를 검색했는데..

두 가지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KTX 개통 이후 새마을호가 매우 희귀해지긴 했지만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을 모두 통틀어도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가 도통 검색되지 않는 것에 일단 놀랐다.

그 후 나를 정말 경악시킨 것은 그 다음이었다.
사실은 비슷한 시간대에 새마을호가 두 대나 지나는데, 하필이면 이들은 모두 천안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였던 것이다. ㅎㄷㄷㄷ

목포/여수 행 복합 1101/1121
  용산 8:55, 평택 9:45, 천안 통과

마산 행 1031
  서울 8:25, 무려 수원 8:58 후 천안 통과

경부선을 출발하여 경부선이 아닌 다른 마이너 노선을 지나는 열차는, 수도권 경부선 구간에서는 일반 경부선 열차보다 정차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열차 중에는 KTX 개통 후에도 천안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거나 심지어 서대전-수원 직통인 열차도 간혹 있었다.

KTX가 개통하기 전에 새마을호의 명목상의 필수 정차역은 대전, 동대구뿐이었다. 사실 그 외에도 정차역이 많았지만 필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서울-부산 중간에 서는 역은 6~8개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KTX가 개통한 후 새마을호는 정차역이 크게 늘어났다. 일단 KTX 개통 전부터 상당수의 열차가 정차했던 영등포, 수원, 구미, 대구, 구포는 필수 정차역으로 추가됐다. 그 외에도 천안, 경산, 김천, 밀양 같은 역에도 대부분의 열차가 서기 시작하여 새마을호는 가히 옛날 무궁화호급으로 정차역이 늘었다.

KTX 개통 직후에는 서울-부산 시간이 5시간 20분에 육박했다가 그나마 지금은 5시간은 가까스로 안 넘기게 개선되었다. 그때 KTX는 대전 무정차 통과, 심지어 동대구 무정차 통과 열차조차 잠시 다니던 시절. 새마을호 2*1 특실만큼이나 한국 철도 역사상 전무후무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거나.
결론은 천안은 비록 많은 열차가 서고 장항선이 분기하는 중요 환승역이기까지 하지만, 구미나 수원과는 달리 새마을호의 필수 정차역은 여전히 아니다.
내 생각에 천안은 육상 교통도 굉장히 잘 돼 있고 굳이 새마을/무궁화가 아니어도 KTX(비싸고 좀 외곽이긴 하지만)에, 누리로에, 전동차까지 별별 열차까지 이미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필수 정차역에서는 뺀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까 천안 통과 새마을호가 예상보다는 자주,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KTX 개통 직후에는 거의 하루에 딱 한 번 심야 새마을호나 천안을 통과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아침에 천안 통과 열차가 생겨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1.
소비자들은 빠른 KTX와, 싸고 편안한 새마을호가 서로 대등하게 경쟁하길 원한다. 이렇게만 되면 사실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예전에도 본인이 글로 쓴 적이 있듯, 철도 경영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운을 걸고라도 KTX만으로 돈 벌어야 되고 나머지 모든 열차들은 KTX 연계용 내지, KTX가 안 다니는 간선에나 다니는 열차로 구도를 바꿔야 한다.

KTX와 새마을호가 동일하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열차를 운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인천 공항이 개항한 후에도 김포 공항에 유럽, 미주 노선을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물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여 새 선로를 깔고 새 열차를 들여왔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는 심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마을호는 기름으로 달리고 KTX는 전기로 달리는지라 수송 원가가 서로 게임이 안 되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본인 생각에, 새마을호가 전기로만 달렸어도 지금 같은 이 정도로 심각한 계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부선 자체가 무려 2006년이 돼서야 전철화가 완료됐으니 현실은 시궁창.

2.
천안 역 하니까 생각난다. 천안 역은 경부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부, 그리고 장항선하고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부로 양분되어 있다. 그런데 서부 승강장의 경우 장항선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강장이 그렇게 엄격하게 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만 나쁘게 먹으면 전동차 무임 승차가 가능하다.

현재 또 비슷한 예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가 공용하는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을 어떤 구조로 만들까 고심한 끝에 결국은 별도의 승차 게이트를 만들지 않기로.. 쉽지만은 않을 결정을 내렸다. 지하철 9호선, 공철 일반열차, 공철 직통열차는 원칙상으로 운임 체계가 셋이 다 다른 열차인데도 말이다. ㄷㄷㄷ

아울러 최근에 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소프트 환승이다. 전철 역시 게이트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갈 때도 환승 적용이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신용산-용산 역을 게이트를 통과한 뒤에도 환승되게 해 달라고 사람들이 줄기차게 요구할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소프트 환승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 어려울 게 없음이 현재의 노량진(1, 9호선) 역과 서울(기존 지하철 vs 경의선) 역을 통해 입증되어 있다.

3.
추억의 서울 지하철 영화 <튜브> 영화 파일이나 DVD를 웃돈 주고라도 구하고 싶다.
스토리도 멋있고, 무엇보다도 스크린도어 설치 내지 내장재 교체 이전 시기의 서울 지하철의 역사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6 19:02 2010/03/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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