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번역

윈도우 2000부터는 스크롤바에도 우클릭 메뉴가 생겼다. 마우스가 가리키는 특정 지점이라든가 맨 위/아래 지점으로 바로 스크롤이 가능해서 매우 편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병맛 같은 우리말 번역.

위쪽 / 아래쪽 이 무엇인지 짐작하시겠는가?
이게 영어는 Top / Bottom이다. 즉, 스크롤되는 대상의 맨 꼭대기/맨 밑바닥 위치를 가리킨다.
본인은 한국어를 봐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페이지 위로 / 페이지 아래로는 Page up / Page down의 직역이다.
차라리 위쪽 / 아래쪽은 Page up / Page down의 번역으로 더 적절하지 않은가? 아니면 차라리 '한 화면 위/아래' 말이다.
Top / Bottom의 의미를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최소한 '가장'이나 '맨', '최' 같은 최상급 부사가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보다 더욱 병맛 같은 번역, 사람 진짜 낚은 번역은 따로 있다.

윈도우 XP와 비스타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작 메뉴가 도입되어서 자주 실행하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메인에 뜬다. 그리고 사용 빈도와 관계없이 언제나 나타나 있길 원하는 프로그램은 거기에 '고정'(pin)이 가능하다.

고정을 할 때는 프로그램 아이콘을 우클릭한 후, '시작 메뉴에 고정'을 누르면 된다.
그런데 이미 고정된 프로그램을 우클릭하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와 '이 목록에서 제거'가 뜬다.
둘 중 하나는 단순히 '고정 상태 해제'이고,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시작 메뉴에서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한국어만 봐서 뭐가 뭔지 파악하겠는가? (7은 아예 작업 표시줄에 고정이 되므로 해당 사항 없음)

정답을 말하자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가 고정 해제이고, '이 목록에서 제거'가 완전히 제거이다!
도대체 시작 메뉴하고 이 목록의 개념상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_-;;
영어 원문은 엄연히 전자는 Unpin, 후자는 Remove이다. '고정 해제'라고 하면 아무 혼동 없이 알아들을 텐데 왜 번역을 이 따위로 했는지? 2002년에 윈도우 XP를 써 온 이래로 아직까지도 본인은 직접 아이콘을 실수로 없애 버리지 않고서는 분간을 못 한다. MS 제품에 들어있는 제일 엉터리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윈도우 XP sp2가 나오기 전, IE 6의 About 화면을 보면 '승인'이라는 버튼이 있었다. 이게 뭘까요?
영어 원문은 Acknowledgments이다. 이걸 클릭하면 IE 6의 개발자 명단이 애니메이션으로 쭈르륵 나온다. 그렇다. 이건 논문이나 저서(특히 외국물)에서도 볼 수 있듯, '감사의 글' / '만든 사람들' 뻘 되는 의미로 번역해야 맞다.

이때 Acknowledgment를 승인이라고 너무나 사전적인 의미로 번역하는 것은, '만든 사람들' 리스트가 나오는 Credits를 달랑 신용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번역가가 이 단어가 쓰이는 문맥과 상황을 알지 못하고, 그냥 수많은 영어 문장/단어 리스트를 보면서 기계적으로 번역해서 그런 것 같다.

저런 오역은 그냥 사람을 낚는 정도이지만, 오역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오늘날처럼 영어로 무수한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엔 영한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나 번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2 08:26 2010/03/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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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웃겨서 소개한다. 아놔... ㅜ.ㅜ
배경 워터마크로 들어가 있는 아저씨 인상이 정말 쩐다. 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제적으로 골고루 싸가지없게 굴기> ㄳㄳ
우리의 한국어 버전은 좌측 셋째 줄에 있긴 한데,
저건 그냥 shit, darn 같은 감탄사이지, F-word의 번역으로는 j로 시작하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_-;;;

F-word의 동작을 뜻하는 말이 한국어에 놀랍게도 정확하게 존재한다. 흠좀무.
사전에서 꼴뚜기질을 찾아보기 바란다. ㅋ

[명사] 남을 욕할 때에, 가운뎃손가락을 펴고 다른 손가락은 모두 접은 채 남에게 내미는 짓.

한국에도 저런 문화가 존재했다는 뜻일까?
본인 기억으로 한국에 '뻑큐, 엿먹어' 같은 욕설이 등장한 건 90년대 초중반부터이다. 숏다리, 롱다리 이런 말과 비슷한 시기이거나 더 나중에 접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그런 게 없었다.

욕설의 어원은 크게 질병-장애 / 동물 / 성 이렇게 세 갈래로 나뉘는 듯하다.
국제어 영어의 위상을 힘입어 '꼴뚜기질'까지 국제적인 욕설로 등극하고 있는 중이다. -_-
하지만 영어의 종주국에서 F-word는 정말 성적인 의미까지 가미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욕설이라는 걸 잊지 말자.

Posted by 사무엘

2010/03/09 13:37 2010/03/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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텝스 또 친 소감

두 주 전에 텝스 시험을 쳤는데, 2년 전에 학교에서 응시한 기관 텝스 때에 비해서 점수가 50점이 넘게 "하락"했다. 멍.... =_=

듣기: 뒷부분으로 가니까 내가 지금 영어를 듣고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멍... 총알 같은 속도와 모르는 단어들 때문에 내용을 전혀 못 알아들은 문제도 속출했다. 영어 공부 의욕마저 대략 상실. 내가 실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2년 사이에 텝스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_-;; 아니면 기관 텝스하고 정식으로 치는 텝스 사이의 gap이 크던가.

==> 결과: 완전히 파토를 친 줄 알았지만, 듣기는 2년 전에도 원래 워낙 못 했었기 때문에 하락의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음. 다행.

문법: 삽질을 너무 했다. 앞부분은 별다른 트러블 없이 한 것 같았는데 슬슬 시간에 쫓기기 시작했고, 게다가 마지막의 어려운 세 문제.. 즉 장문에서 문법이 틀린 문장을 찾는 건.. 아무리 문장을 뚫어지게 들여다봐도 문법이 틀린 놈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대략 패닉. 여기서 점수 다 깎였지 싶다. 나중에는 앗차 답이 이거였는데! 한두 문제는 뒤늦게 답을 찾아냈지만, 시간에 쫓겨 미처 수정도 못 하고 틀린 답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삽질까지 했다. ㅠ.ㅠ

==> 결과: 예상했던 수준대로 점수 하락. 그래도 문법은 워낙 배점이 낮아서 그렇게 큰 데미지는 아님. 나름 문법은 자신 있다고 생각해 온 나의 자존심에 상처. -_-;;

어휘: 이제야 듣기와 문법에서 받았던 데미지를 극복하고 평상시 페이스를 되찾았다. 쭉쭉 읽다 보면, 답이 이것밖에 없다는 게 금세 찾아졌다. 이상하고 모르는 생소한 단어는 의외로 맨 뒷부분에 잠깐밖에 안 나왔고 양이 적었다. 시간도 그렇게 부족하진 않았다.

==> 결과: 완전 극과 극. 2년 전에 상당히 어렵다고 느꼈고 점수도 제일 안 나온 분야를 이번에 압도적으로 제일 잘 했다. 문법 점수가 까내려간 것보다 이거 점수의 상승폭이 더 컸다. =_=;;

독해: 도대체 문장을 봐도 하얀 건 종이, 검은 건 글씨.. 무슨 소재에 대해 다루는 글인지 앞이 캄캄할 때가 좀 있었다. 왜 이렇게 빨리빨리 머리에 들어오질 않을까?
하지만 어휘 때부터 회복한 컨디션을 바탕으로 최대한 빨리 넘기면서 풀었다. 머뭇거리질 않았다. 시간 조절 성공. 뒷부분의 어색한 문장 찾기 문제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2년 전과 비슷한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다.

==> 결과: 망했다. 그때보다 몇 문제 더 틀린 듯한데, 일단 문제 수에 비해 배점이 매우 높은 분야이고 2년 전에 워낙 만점에 가깝게 잘 쳤다 보니, 이번 점수 하락에 제일 기여한 주범은... 앞부분에서 말아먹었다고 생각한 듣기도 문법도 아니요 독해 분야가 됐다.

내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했고 2년 전에 당당히 1+ 등급이 나왔던 문법과 독해의 등급이 싹 까내려가고, 어휘만 급상승한 이상한 시험 결과가 나왔다.:
물론 나도 평소실력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컨디션 조절 워낙 못 했고 삽질에 패닉을 거듭하긴 했지만,
"이건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시험이 변한 거다" 에 한 표 던진다. -_-;;;

물론 지금 점수만으로도 국내 어딜 가더라도 영어로 밥벌이 하는 직종만 제외하면 입시, 입사 스펙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긴 하다. 하지만 역시 텝스 800에 토익 900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_-

하긴 평생에 해외에 나가 생업에 종사해 본 적이 없고, 20대 나이 이후로 공부다운 공부 한 번 한 적 없으며, 미드나 CNN 방송, 영어 팝송, 영화 따위와도 담을 쌓고 지내 온 주제에 이런 영어 시험에서 대박이 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말 영어 쓸 일 없다. 그리고 영어는 역시 한국인에게 어려운 언어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0 09:31 2010/02/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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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잡설

1. 다른 언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영어와 일본어는 임의의 인명을 소리만 듣고 받아적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영어는 언문 일치가 개떡이기 때문이요, 일본어는 한자 때문이다. 특히 한자 문화권에서는 내 자식은 특별하게 키우려고 일부러 잘 안 쓰이는 어려운 한자만 골라서 집어넣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그런 문화권은 일상 생활에서는 잘 알려진 쉬운 이름만 사용하는 애칭이 발달해 있는 것이다. 영어 알파벳은 단어 단위로 한자 같은 뜻글자를 이루고 있는 것에 가깝다. ^^

한국어가 영어보다 문법이 복잡하고 어렵고, 띄어쓰기 같은 맞춤법도 엄밀하게 정착해 있지 못한 면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정이 꼭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글은 그런 게 필수불가결한 변별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꼭 안 지켜도 어지간하면 뜻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에서 단어 철자나 띄어쓰기가 틀리는 것은 한글 자모를 잘못 적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ㅈ을 ㅊ으로 잘못 적는 게 아니라 아예 ∨ 같은 엉뚱한 글자로 적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2. better than nothing은 이게 다른 것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는 '꼴찌, 무익'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위안' 뉘앙스일까? 영어로 이 둘은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
'아닌' 것과 '없는' 것은 의미가 비슷하지만 다를 때도 있다. 이런 게 헷갈릴 때가 있다.

3. 영어에서 비교급을 쓸 때 간단한 형용사에 대해서는 잘 알다시피 -er, -est 어미가 붙지만,
3음절 이상의 긴 단어이거나 형용사 자체가 -ous, -ful 같은 접미사가 붙은 단어라면 그런 어미가 또 붙지는 않고, more, most 같은 부사가 비교급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문제는 more, most 자체도 many의 비교급으로서 형용사의 의미가 있다는 것.
나의 영문법 지식에 따르면, "더 유명한 사람들이 오고 있다"와 "유명한 사람들이 더 오고 있다"가 영작을 할 때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한국어에서 조사 '과(와)', '랑'이 and라는 의미도 있고 with라는 의미도 어느 정도 동시에 갖고 있어서 발생하는 모호성/중의성 정도와 비슷한 차원인 것 같다.

4. '한번'은 붙일까 띄울까?
인간의 언어에서 1이라는 숫자는 두 가지 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0이 아니라 1이라는 의미일 때(부재가 아니라 실존)이다. 이때는 영어에서도 a, the 같은 관사가 붙는다.
둘째는 복수가 아니라 1이라는 의미이다. 이때는 영어로 정확하게 one이라는 숫자가 쓰인다.

그래서 0이 아니라는 부정관사에 가까운 의미로 쓰는 '한번'은 붙여 쓰고, 진짜 정확하게 one time이 되어야 할 때는 '한 번'이라고 띄어 쓴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맞다.

"언제 한번 놀러 오시죠." / "우리 한번 맞장 떠 볼까?" / "그런 방법도 한번 써 봤지만, 잘 먹히지 않았다." (놀러 오는 것, 맞장 뜨는 것처럼 안 하던 행위를 해 본다는 게 중요함)
"이미 접수가 되어 있으니 글쓰기 버튼은 한 번만 눌러야 합니다." / "한 번만 더 틀렸다간 진짜 죽는다" (왜 띄었는지 명확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1 17:49 2010/02/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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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의 철도 무용담

친구들 만나러 가는 약속이 있어서 온수 행 전동차를 탔습니다.
자리가 생겨서 거기 앉아 노트북을 켜고,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제 홈페이지의 철도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기사 번역인 <한국의 특급열차 새마을호>, 그리고 서울 지하철 상식 페이지는 언제 봐도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낍니다.

그런데 잠시 후 본인의 옆자리에 새치가 좀 많은 한 외국인 중년 남성이 앉았습니다. 그는 내 컴퓨터 화면을 좀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 내게 Excuse me와 함께 말을 걸었습니다.

지금 정확한 영어 문장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대화였습니다.

“님 혹시 철도 업계 종사자나 관련 학과 전공자에요?”
“아니요, 저는 그냥 우리나라 철도/지하철 매니아랍니다. 여기 사진들도 다 제가 직접 찍은 거고요.”
“오, 참 뜻밖이네요. 나는 토목공학 전공해서 님이 보시는 화면에 좀 관심이 가더군요. 물론 여기서는 그냥 학원 영어 강사만 하고 있지만.”

그러고 나서 일사천리였습니다.
1기 지하철과 2기 지하철의 차이, 가장 깊은 역, 서로 좋아하는 서울 지하철 노선에 대해서 그냥 술술 프리토킹이 오갔습니다. 서울 지하철 시스템에 대해서 저한테 강의를 하라고 하면 한국어, 영어 불문하고 1시간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ㄱㅅ!

“서울 지하철은 시설이 참 깔끔하고 좋더군요. 그나저나 님은 진짜 지하철 회사 취직해서 기관사 해도 되겠어요.”
“하하. 기회만 된다면요. ^^”

그 사람도 KTX는 타 봤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전엔 새마을호가 정말 본좌였다고 소개하면서 저 외국인 신문 기사를 보여 줬습니다.

“이게 외국인이 한국의 새마을호를 타 보고 쓴 기사에요. 아주 귀한 자료여서 제가 오른쪽에다 한국어로 번역도 했죠.” http://moogi.new21.org/railroad/news.htm
“오~ 님은 철도뿐만 아니라 영어 스킬도 상당히 뛰어난 거 같습니다.”

한참을 얘기를 나눈 뒤, 그 사람은 건대입구 역에서 Bye~란 인사와 함께 내렸습니다.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심지어 우리 교회에 온 외국인 선교사하고 교제할 때도 여기 지하철 얘기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더 났으면 객실 음악 얘기까지 할 수도 있었겠지요!

영어로 꼭 얘기하지 않으면 입이 근질거려 견딜 수 없는 소재가 하나 생기면, 영어 공부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어학은 동기 부여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23 01:19 2010/01/2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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텝스 쳐 본 소감

텝스는 토익과 비슷하게 990점대가 만점이지만, 토익보다 어렵습니다. 토익 점수가 7~900점대라면, 텝스 점수는 토익보다 약 100점 정도 낮게 나옵니다.

텝스는 듣기와 독해 모두, 졸라 긴 한 지문을 가지고 여러 문제를 푸는 게 없습니다. 문제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지문이 주어집니다.
또한 토익의 생활/비즈니스 영어와 토플의 학술 영어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 듣기

텝스의 듣기는 모든 문제와 보기까지 전부 음성으로만 들려 주기 때문에, 문제지엔 파트 별 지시사항밖에 인쇄돼 있지 않습니다.

듣기 60문제를 다 푸는 데 55분 가까이 걸립니다. 앞부분에 짤막한 대화로 빨랑빨랑 진행되는 파트는 전체 문제의 절반인 30문제를 15분이 채 지나기 전에 다 진행해 버리는 반면, 나머지 문제는 매 대화마다 긴 대화나 담화를 들려 주고, 모든 문제의 보기도 일일이 다 들려 주고, 더구나 반복도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깁니다. 무척 인상 깊게 느낀 부분입니다.

뒤쪽 파트는 지문과 질문을 다시 한 번 들려 주는 게 있다는 것도 특이합니다. 텝스는 문제지에 메모가 허용되기 때문에 이것도 수험자에겐 유리하게 적용합니다. 토플 듣기는 메모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비심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문제는 점진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처음에는 대화 내용을 다 들을 필요도 없이 “이 대화의 요지는? 이 대화가 이루어질 만한 장소는?” 이렇게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이 대화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 대화 내용과 일치하는 진술은?”처럼 매 문장을 일일이 파헤쳐 봐야 풀 수 있는 문제로 발전합니다. 어휘도 어지간한 대학 강의 수준으로 상당히 어려워져서 메모가 아무 의미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하더군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듣기는 여전히 시린 이처럼 아픈 분야였습니다. ㄲㄲㄲ

※ 문법과 어휘

이런 분야에서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골치아프고 뭐가 틀렸는지 모르겠고, 시간이 부족한 거 자체가 아직 영어 감각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상적인 경우라면 그냥 외우고 있는 표현으로 그대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답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문법의 마지막 파트인 ‘넷 중에서 문법이 틀린 문장 고르기’가 그래도 이 바닥에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시제, 복수, 관사 등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맴돕니다. 제대로 풀긴 풀었는지. ㅠㅠ
어휘 같은 경우는 모르면 아예 풀지를 못하죠. 시간 낭비할 겨를이 없습니다. 미련 없이 다음 문제로 가야 합니다.

문법과 어휘는 배점이 굉장히 낮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나마 족집게 달달 외우기로 땜빵이 되는 녀석이어서 그런지?) 듣기나 독해의 1/4~1/3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 독해

정확한 영문법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듣기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결국 지문만 뚫어지게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역시 어휘와 시간에서 걸립니다.

처음엔 수능 외국어 영역 수준의 쉬운 ‘빈 칸 채워넣기’로 시작하고 질문 자체도 글을 다 읽을 필요도 없이 ‘중심 생각은?’, ‘이 글의 제목으로 적당한 것은?’ 같은 포괄적인 걸로 나오다가 나중에 지문도 무지막지 어려워지고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진술은?’처럼 글을 꼼꼼히 읽어야 풀 수 있는 질문으로 바뀝니다.

마지막 세 문제는 “다음 네 문장 중 글의 전체 흐름과 관련이 없는 하나는?”인데, 모의고사 풀어 볼 때는 무척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번에 친 시험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
끙!
소위 입학, 취업에 필요하다는 영어 시험 부류에 응시하기는 8년만에 처음이어서 심하게 떨렸습니다. (8년 전엔 대학 학부 입학할 때 기관 토플) 영어 쓸 일이 없으니, 2001년 이후로 그런 공부하고는 완전 손을 놓고 살았죠.

이번에 그래도 시간 분배는 작정을 하고 후회 없이, 효율적으로 만족스럽게 했습니다. 별다른 미련이나 패닉 상태 없이 각 파트별로 딱 1분만 남기고 모든 문제를 차분하게 다 풀었습니다. 뭐 맞게 풀었냐는 완전 별개의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실력의 발휘는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ㄱ-

워낙 허겁지겁 시험 치고 오느라 머릿속이 멍합니다.
제게 영어는 언제까지나 native로 구사하는 언어가 아니요 thunking, emulation을 거치는 힘겨운 인스트럭션인지라,
많이는 안 바라고 한 750~800대만 나와도 아주 행복할 것 같습니다. ㄱㅅ;;;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3:00 2010/01/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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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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