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전철 백과 사전

우리나라 수도권에 지하철 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전철 노선은 아래와 같은 10개가 있다.
광역전철은 색깔별 노선이 뚜렷한 지하철에 비해서 존재감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어 오지 못한 것 같다. (유아독존이던 분당선은 예외)

1. 경인선
- 성격: 클래식. 이미 있던 철도를 복선전철화해서 광역전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구로-인천 1974)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바다 앞에서 끝나는 짧은 노선이기 때문에 전철이 일반열차를 전구간 완전히 대체했다. 일부 부정기 무궁화호가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2복선을 일단 전동차가 완급 결합 운행으로 제각기 따로 사용한다. (전국 유일)
- 운행 계통: 서울역-청량리를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하여,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완전히 편입했다. 행선지는 인천/동인천(급행) 단일.
- 비고: 출퇴근 시간이면 2복선으로도 수송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난리인 혼잡 노선.

2. 경부선
- 성격: 클래식. (구로-수원 1974, 병점 2003, 천안 2005, 신창 2008)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를 넘고 호남· 전라· 장항선이 경부선에서 분기하기 때문에, 전구간이 광역전철로 바뀔 수도 없고 일반열차도 없어지 않는다. 일반열차와 전동차가 2복선 선로를 하나씩 사용한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한다. 워낙 거리가 길다 보니 행선지는 병점, 천안, 신창, 광명 등 여러 계통이 존재한다. 병점보다 더 남쪽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열차는 청량리 이북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 비고: 일반열차도 워낙 미치도록 많이 지나는 곳이다 보니 전철 공급이 부족하다. 경인선과 더불어 상시 급행이 다니고는 있으나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고작 1시간에 1대 꼴이다.

3. 중앙선
- 성격: 클래식. (회기-덕소 2005, 용문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경부선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장거리이기 때문에 간선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겨우 복선이기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많이 다닐 수 없다.
- 운행 계통: 덕소 행과 용문 행이 번갈아가며 다닌다. 앞으로 경의선과의 직결이 점쳐지고 있다. 요즘 전철 노선도를 보면 중앙-경의-경춘선이 동일한 옥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 비고: 중앙선은 경부선이 한 3~40년에 겪었던 발전을 이제야 겪으면서 봄이 찾아오고 있다. 물론 중앙선의 중요도가 대도시만 골라서 지나는 경부선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최소한 전구간 복선 전철화는 좀 돼야지?

4. 경원선
- 성격: 클래식. (청량리-성북 1974, 의정부 1986, 소요산 200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남북 분단 때문에 노선 길이가 길지 않으며 거의 모든 구간에 전동차만 다닌다. 그런데 북쪽 말단의 소수 구간은 또 CDC 같은 특수한 통근형 일반열차가 다니고 있어서 매우 독특하며, 이 점에서는 아래의 경의선도 마찬가지이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성북, 의정부, 동두천, 소요산 행이 존재한다. 경원선에서 출발한 전동차는 수원이 아닌 인천 방면으로만 간다.

5. 경의선
- 성격: 클래식. (서울-DMC-문산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원선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영향을 받았다. 평양, 서울, 부산이 한데 연결되었다면 경의선은 2복선으로도 모자랄 국가 간선 철도가 됐을 텐데.
- 운행 계통: 경원선과는 달리 경의선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의 기지 입출고 트래픽 때문에 수십 년 동안이나 광역전철화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대부분의 전동차는 DMC까지만 운행하고, 서울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는 기묘한 운행 계통을 물려받았다. 경원선이 먼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손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 경의선은 앞으로 경유지를 용산으로 옮겨서 중앙선 쪽으로 직결이 시도되고 있다.

※ 서울 역은 지하철 1· 4호선을 타는 곳뿐만이 아니라 경의선 전철을 타는 곳, 그리고 서울-천안 급행을 타는 곳이 다 제각기 다른 승강장이다. 흥미롭다. 결국 서울 역 플랫폼의 최동단 아니면 최서단 위치이다.

6. 경춘선
- 성격: 클래식 (상봉-춘천 201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춘선 전철은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기관차형 무궁화호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서 다른 클래식 광역전철과는 사뭇 다른 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반열차나 마찬가지인 좌석형 특급 열차가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답변은 X라기보다는 세모에 더 가깝다.
- 운행 계통: 기존 중앙선 광역전철에서 분기하여 독립 운행한다. 평면 교차 지장과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경춘선 열차가 중앙선과 직결하지 못하고 서울 시내로부터 더욱 외곽에서 착발하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 시설의 특이점: 경인선처럼 짧지도 않고, 경부· 중앙선처럼 길지도 않고, 경의· 경원선 같은 특색도 없고 신설 전철도 아니던 독특한 철도가 드디어 가장 늦게 광역전철로 거듭났다.

7. 분당선
- 성격: 지하 신설 (수서-오리 1994, 수서-선릉 2003, 오리-보정 2004 등...)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선릉-죽전/보정 독립 운행. 분당선은 클래식한 철도가 전혀 없는 서울 동남부에 홀로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보니 위상이 굉장히 특이하다. 직결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직결 운행하는 광역전철도 아직 없으며, 죽전 이남을 제외하면 전구간 지하이고 번호가 아닌 별도의 노선명에다가 노란색이라는 분명한 색깔까지 갖고 있다 보니 광역전철이라기보다는 별도의 지하철 노선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 시설의 특이점: 굳이 힘들게 지하화할 필요 없이 안산선처럼 지상으로 건설할 수도 있었지만, 인근의 서울 공항의 보안을 위해 지하로 건설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승강장이 10량 기준으로 건설되었으나 10량 편성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 비고: 분당선은 남북으로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앞으로 북쪽 서울로는 왕십리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수원과 만나서 분당선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일반열차를 안 굴리기엔 아까운 노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분당선의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다 보면 지금과 같은 분당선만의 고립성과 노란 개성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8. 과천선
- 성격: 지하 신설 (사당-금정 1993)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과 직결한다. 사당 행보다 열차가 뜸하다.
- 시설의 특이점: 분당선하고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VVVF 전동차, 콘크리트 노반이 첫 도입되고 지하 구간의 교류 전기 시설이 첫 시도되던 때였다. 이때가 기술 발전의 과도기였기 때문에 열차의 구동음도 크고 주행 소음도 커서 전철이 시끄럽다고 욕 많이 얻어먹던 시절이었다. 과천선과 4호선의 연결을 위해 절연 구간도 모자라서 아예 통행 방향까지 바뀌는 남태령-선바위 꽈배기굴까지 생긴 사례는 유명하다.

9. 안산선
- 성격: 지상 신설. 안산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원래 경부선의 지선 성격으로 계획되었다. (금정-안산 1988, 안산-오이도 200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의 과천선과 직결한다. 안산 행과 오이도 행이 나뉘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도시 개발과 동시에 전철을 굳이 비싼 지하가 아닌 지상 고가 형태로 잘 건설한 사례이다. 안산선과 과천선이 연결되면서 4호선은 서로 다른 시기에 건설된 광역전철 둘을 연달아 직결하는 유일한 노선이 되었다. 한대앞 역부터는 수인선과 노선을 공유한다.

10. 일산선
- 성격: 지하 신설 (지축-대화 199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3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전동차는 대화까지 일산선을 다니는 열차와 그렇지 않은 열차 반반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서울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을 따르는 유일한 광역전철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지하철까지 광역전철을 따라 좌측통행인 반면(그래도 전기는 직류), 3호선은 반대로 광역전철이, 먼저 건설된 지하철의 스펙을 따라 주고 있다는 뜻이다. 남태령-선바위 병크를 경험한 정부 당국이 일산선을 건설하던 당시에 미리 시정을 명령한 덕분에, 꽈배기굴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 비고: 일산선은 중간 구간에 지상-지하 짬뽕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경의선과 비슷한 선형을 갖추고 있으나, 원당-삼송 쪽 굴곡 때문에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일산선은 서울 2기 지하철 계획과는 관계없이 건설되었다. 오히려 2기 지하철들과 같은 타이밍 때 연장된 구간은 분당선과의 연장을 위해 건설된 양재-수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3 08:36 2011/0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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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오피스의 역사

간단한 IT계 역사 메모부터 남기고 새해를 시작한다.

95: 최초로 100% 32비트 코드로 제작되고, 각종 UI에서 운영체제의 공용 컨트롤을 적극 활용함.
Caption bar에 검정-파랑 그러데이션이 있었고, Microsoft가 고딕+이탤릭이었음. 나름 non-client 영역의 painting을 95 특유의 방식으로 처리했으며, 이게 당대에 출시된 윈도우 95 프로그램들의 유행이 되기도 했다. 아직은 16비트 프로그램을 32비트로 단순히 포팅만 했다는 느낌이 강하던 시절.

97: 메뉴와 도구모음줄이 모두 자체 제작 컨트롤로 대체됨. flat style 도구모음줄 + 도구모음줄 아이콘이 병기되어 있는 메뉴가 유행이 됨. Office 길잡이가 최초로 도입됨!
내부 문자 체계가 유니코드(정확히 말하면 wide string)로 바뀜. 당대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이던 벡터 그래픽 라이브러리가 도입됨(3차원 그림자 등).
윈도우 NT 3.x를 지원한 마지막 버전.

2000: 오늘날 오피스의 근간이 된 기능이 많이 도입되었다. Windows Installer 도입. 최초로 프로그램들 아이콘이 프로그램별로 고유색을 지닌 픽토그램 형태로 바뀜.
Word는 MDI 형태를 탈피하고, Excel은 블록이 검은 반전색이 아닌 옅은 파랑으로 생기기 시작. Word의 Plus pack에 한양 PUA 기반 옛한글 입력기 제공.
두 줄로 걸친 Toolbar와 personalized 메뉴, HTML 도움말(97은 HLP 기반이었음!). 윈도우 95를 지원한 마지막 버전.

XP (2002): 메뉴와 도구모음줄이 회색 3D 모양을 탈피하여, MS스럽지 않은 산뜻한 비주얼로 탈피함. Task pane 도입. TSF 문자 입력 시스템 도입. 이때부터 MS 오피스는 윈도우 운영체제와는 별개의 자체 IME를 제공하는 게 관례가 됨.
GDI+를 사용하여 벡터 그래픽에 안티앨리어싱. Word는 불연속적인 블록을 여럿 잡는 게 가능해짐. 스마트 태그. Plus pack의 옛한글 입력기가 유니코드 표준 방식으로 개선됨.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개발 정책 변경으로 인해 이 버전부터는 이스터 에그가 완전히 사라졌다. 윈도우 98/ME/NT4를 지원한 마지막 버전.

2003: 윈도우 XP 기준으로 메뉴와 도구모음줄에 전반적으로 파란 비주얼. Word에 읽기 모드 view 추가. 리서치 탭. OneNote와 InfoPath라는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프로그램이 새로 추가된 것 외에 기존 Word, Excel 같은 프로그램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이 버전은 2004라고 불릴 수도 있을 정도로 꽤 늦가을에 출시되었다. 윈도우 2000을 지원한 마지막 버전.

2007: 맑은 고딕. 리본 인터페이스. 새로운 XML+ZIP 압축 기반 문서 파일 포맷 도입. Live preview 등, UI가 굉장히 많이 바뀜.
Word는 자체 수식 편집기가 추가됨. Excel은 편집 가능한 시트 크기가 더욱 커지고, 드디어 천연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됨. 97 이래로 큰 변화가 없던 벡터 그래픽 및 글자 꾸미기 라이브러리의 기능이 크게 향상됨. (PowerPoint의 화려한 비주얼에 일조)
서비스 팩 및 추가 패키지를 설치하면 ODF 읽기/쓰기와, PDF 저장도 프로그램 차원에서 자체 지원함.

2010: 드디어 x64 바이너리 출시. 그리고 또..?

Posted by 사무엘

2011/01/01 19:57 2011/01/0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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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rogramming Life

1.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동일한 입력기 커널을 공유하는 세 개의 프런트 엔드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터줏대감은 전용 에디터인 편집기이고, 실질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프로그램은 윈도우용 IME인 외부 모듈이다. 한편, 편집기처럼 실행되어 마치 IME처럼 동작하는 포인팅 장치 입력 유틸리티인 입력 패드도 지난 5.3 버전에서부터 추가되어 제 3의 프런트 엔드 구실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편집기’는... 프로그램을 만든 본인부터가 에디터로서 아주 유용히 사용한다.
차라리 외부 모듈은 디버깅 할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운영체제의 기본 IME로 지정되어 있으면 파일을 고칠 수가 없어서 디버깅을 못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날개셋> 편집기는 어떤 점에서는 아주 답답하다. 가변폭 글꼴이 지원 안 되고 글씨 크기 조절도 안 되고, ClearType 렌더링이라든가 OpenType 스펙 등 오늘날의 모든 최신 타이포그래피 기술로부터 완벽하게 소외된 외딴 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날개셋> 편집기는 아주 작고 가벼우면서도 윈도우 95 이래 어떤 OS에서나 동일하게 유니코드 5.2 옛한글을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고 한글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우리집 안방 같은 공간이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어서 자화자찬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입력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텍스트 필터도 있고, 한글을 자모 단위로 찾고 입력기에다 넘겨주는 글쇠를 붙여넣는 것 같은 아기자기한 기능도 있다. 도스 시절 추억의 도깨비 한글 비트맵 글꼴을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예전에는 옛한글은 오로지 내장 글꼴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는데 5.3에서부터 임의의 조합 테이블과 추가 자모를 내장 가능한 자체 비트맵 글꼴 포맷을 제정함으로써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커널은 나름대로 글꼴도 독립을 이뤘다. 아래아한글 1.x와 비슷한 글월 입력 환경을 윈도우 환경에서 재현해 낸 것이다.

완전한 텍스트 에디터 엔진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한글 표현 방식이 어떻게 바뀌든 이 구조에 맞춰 엔진을 마음대로 내가 고칠 수 있다.
리눅스나 맥 OS에서는 이런 게 언제쯤 상륙 가능할까? ㄲㄲ

2.

지금까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당시엔 내가 방법을 전혀 몰라서 어려움을 겪던 고비가 몇 차례 있었다.
- 인스톨 패키지 만들기(2002~2003년): MSI 기반으로 완전히 해결
- 외부 모듈(2004~2005년): 3.x 초창기 버전 때 무수한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안정화 단계.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극소수 몰상식-_-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사소한 오동작 버그 신고가 올라오고 있음
- 64비트(2007년): 결국은 본인이 64비트 기계를 직접 장만하면서 지원에 성공.

3.

한 컴퓨터를 놔두고 세벌식 사용자인 본인과 두벌식 사용자인 지인이 같이 앉아 문서를 읽으면서 검토와 교정을 하고 있었다. 이때 복벌식 입력 방식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글자판 전환을 할 필요 없이 서로 자기에게 익숙한 글자판으로 자기가 수정하고 싶은 곳에서 바로 글자를 입력하면 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

이거 하니까 세벌식 관련 다른 팁이 또 생각난다. 세벌식 숫자 배열이 익숙한 분이라면, numlock이 켜져 있을 때 오른손 숫자 자리가 non-shift 자리로 내려오게 하면 엑셀 같은 데서 숫자 입력을 아주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는 가능하다.

4.

버전 5.53 내지 5.65쯤부터 추가되었지 싶은데, <날개셋> 편집기로 프로그램이 아닌 문서 창(MDI)의 시스템 메뉴를 보면 해당 문서 파일의 ‘속성’ 창을 바로 꺼내거나, 탐색기를 꺼내거나 전체 경로를 복사하는 명령이 있다. ‘파일 경로 복사’를 고르면 되는데, 지금까지는 진짜 말 그대로 파일의 경로가 텍스트 형태로 복사되어 메모장에서만 그걸 붙여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탐색기에서 Ctrl+V를 누르면 해당 파일 자체가 실제로 복사도 되게끔 프로그램을 고쳐 봤다. 메모장과 탐색기는 클립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기능은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며, 이렇게 하니까 아주 편하다. 5.8 버전에 이 기능이 반영되지 못해서 아쉽다.

5.8을 릴리즈한 후 현재까지 도움말의 오타 내지 로그인 화면· 아웃룩· vim 등에서의 사소하지만 쉽지 않은 외부 모듈 관련 버그가 몇 개 보고되어 있다. 하지만 다들 프로그램의 성능이나 안정성(죽는다거나-_-)과 관련된 건 아니다. MS IME의 소스를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이런 것까지 다 완벽하게 처리하는 버그 없는 IME란 제작 불가능하다. -_-

5.

다음은 <날개셋> 타자연습 이야기. 지금부터는 그림도 좀 곁들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도 실력 유지를 위해 타자 연습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주옥같은 연습글을 만들었다. 다음 버전에 추가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

공 병우 세벌식은 10년을 넘게 써도 한글의 위상을 끌어올린 정말 위대한 발명품임이 느껴진다. 그 반면 저 불편한 현행 두벌식 글자판은 어떻게 쓰는지 그걸로 빨리 치는 사람들이 대단하기 그지없다. 세벌식의 단점--기껏해야 글쇠 수 좀 많고 4단 쓰는 것--에 비해 두벌식의 단점은 훨씬 더 치명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존재하는 본인의 게임 점수판은 전부 ‘승리’(12단계 깨고 엔딩)이다. 본인이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건 2008년 말부터임.
<날개셋> 타자 게임은 과거의 한메 타자 베네치아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요즘은 한글 타자가 워낙 일상화했기 때문에 본인 말고도 엔딩 보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6.

끝으로, 10년 전에 만들었던 WordTech 엔진(컴퓨터 자동 대국 기능)을 요즘 완전히 새로 다시 짜고 있다. 스크린샷은 기존 WordTech와, 새 엔진(GUI를 갖다붙이지 않은 콘솔 프로그램)끼리 서로 검증 대국을 시키는 모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만들기 전엔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크로스워드 게임 엔진을 만든 바 있으나... 그 당시의 작품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적으로 개허접.. ㄲㄲㄲㄲ

요즘은 워낙 컴퓨터가 똑똑해진 덕분에, 굳이 이것보다 더 빠르고 메모리를 덜 쓰는 크로스워드 게임 엔진을 만든다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이번에 새로 짠 코드는 메모리 사용량, 계산량, lexicon의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코드의 깔끔함과 재사용성 등 모든 면에서 10년 전의 구닥다리 코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참으로 아름답다. ^^;;

사실, 이렇게 만들면 된다는 이론적 기반은 이미 수 년 전에 완성되었지만 <날개셋> 개발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서 지금까지 작업을 못 하고 있었을 뿐이다.
WordTech도 버전업 좀 하고 싶은데.. ㅠㅠ 컴퓨터과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무슨 과목으로든 프로젝트로 좀 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엔진 얹으면 버전 4.0으로 가는 건데.;;

콘솔은 만국의 공통 인터페이스이다 보니(표준 입출력 스트림^^), 엔진을 비주얼 C++뿐만이 아니라 오랜만에 DJGPP로도 컴파일해서 도스에서 돌려 봤다. 똑같이 32비트이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돌아간다. 지금도 DJGPP가 버전업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유하고 있는 건 무려 1997년에 설치한 버전. 혹시 bool 키워드가 지원되지 않나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지원한다.

10년 전에는 DJGPP의 그 느린 빌드 속도가 무척 거슬렸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전광석화. 별도의 도스박스 같은 에뮬뿐만이 아니라 그냥 윈도우 운영체제의 NTVDM에서도 잘 돌아간다.
단, printf의 포맷 지정자로 %c만 인식하고 %C는 인식하지 않는다. 대문자를 찍는다는 생각에 %X와 %x(16진수 숫자)를 구분하듯 습관적으로 %C를 지정해 줬는데 인식이 안 되더라. 뭐, 어차피 찍을 때 chCode+'A' 식으로 대문자를 지정하기 때문에 %c와 %C는 전혀 구분할 필요가 없고 %c만 지원해도 충분하긴 하다.

이상으로 본인의 programming life 잡설 끗.

Posted by 사무엘

2010/12/29 16:46 2010/12/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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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국대, 변 정용 교수

본인의 고향은 경주이다.
그리고 본인의 고향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은... 바로 동국 대학교 경주 캠퍼스이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시내로 가는 길이 시청과 경주 역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동국 대학교 정문을 경유하는 경로밖에 없어서 동국대 일대는 본인에게 아주 친숙했다. 아, 그러고 보니 동국대 경주캠도 정문 근처 아래로 중앙선 철길이 지난다. (야 신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 경로를 경유하여 경주를 순환하는 41번과 40번 시내버스가 경주의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같은 황금 노선이었다.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번호조차 바뀌지 않고 살아 있다.
내 기억으로 41이 일명 외선 순환, 40이 내선 순환 격이나 다름없는데, 서로 경로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서 별도의 번호가 부여된 것이지 싶다.

경주에는 경주대도 있다. 하지만 경주 시내에서는 꽤 멀리 떨어져 있고 본인이 거기 갈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이따금씩 좀 구경할 일이 생겼다.
왜냐고? 집에서 KTX 신경주 역까지 가는 길목에서 늘 경주대 입구를 경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주는 도시 크기에 비해서 고속철 지나지, 고속도로 있지, 중앙선 밤차 이용할 수도 있지.. 교통이 굉장히 편하다.

신경주 역은 경주 대학교보다도, 심지어 고속도로 경주 IC보다도 더욱 외곽에.. 거의 건천읍에 있다.
그래 봤자 본인의 서울 거처에서 연세대까지의 거리와, 경주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의 거리는 서로 아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대보다 신경주 역이 집에서 훨씬 더 멀리 느껴진다. 그 이유는 당연히 경주와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의 크기 차이와 대중교통 인프라의 차이 때문이다.
연세대는 지하철만으로 아주 손쉽게 갈 수 있는 반면, 신경주 역은 버스로 가려면 1시간은 잡아야 하고 현실적으로 택시 아니면 자가용이 답이다. 게다가 택시 타면 시외 구간이라고 할증 붙는다. -_-;;;

이래서 지방의 외곽에 세워진 고속철 역은 연계 대중교통이 절실하다. 그래도 신경주 정도면 고속철 초창기 계획에 애시당초 포함되었던 역이고, 경주 자체가 굉장히 작은 도시여서 외곽처럼 느껴질 뿐 절대적인 거리가 심하게 먼 건 아니다.
그러나 울산(울산 고속도로 타고 한참을...)이나 김천구미(구미 시내와는 아예 산으로 가로막혀 있고 김천 시내와도 그리 가깝지 않은..) 같은 역은 시내와의 접근성이 정말 안습하기 그지없다.
뭐 근본적으로 지금 고속철은 역을 너무 많이 만든 것부터가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흠 좀 쓸데없는 얘기가 길어졌으니 다시 동국대 얘기로 돌아오겠다.
잘 알다시피 경주에 있는 것은 동국대의 이원화 캠퍼스이고 본캠은 서울 중심부에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에 아예 '동대입구'라는 역이 있다.
본인은 경주캠에 있는 건 의대, 간호대, 관광학과 정도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거기도 나름 컴퓨터/전산학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거기에 변 정용 교수가 계시는데...;;
이분이 국어 정보학 바닥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한글 에반젤리스트이다.
아래의 짤방은 1996년 <세계로 한글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모습.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한글 예찬론자들의 문자관이 다 서로 일치하는 건 아니다.
자음은 왼손, 모음은 오른손으로 글자판 배열이 가능하다는 게 두벌식 사고방식으로는 대단한 발상이지만,
본인 같은 "세벌식 학파"-_-의 관점에서는 더 좋은 방식을 놔두고 겨우 저런 걸 자랑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본인은 이분이 의심의 여지 없이 서울캠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근무하시는 곳이 경주캠.
쉽게 말해 본인 고향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좀 과장 보태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계시는 국어 정보학자이다. 홈페이지는 여기... 동국대 소속답게 아주 독실한 불자이신 듯하다.
본인과 아는 사이인 분이어서가 아니고, 그냥 좁고 좁은 세상이 놀라워서 인물 탐방 블로그 포스트를 또 올리게 됐다. ^^;;
아주 옛날, 정부 과천 청사에서 글자판 전문 위원회 할 때 저분과 서로 대면한 적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8 09:10 2010/12/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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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 시승기

1. 들어가는 말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가 끝났다.
수련의 결과가 어떤 그레이드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_-, 어쨌든 리포트까지 다 제출하고 드디어 방학이 시작됐다.
그리고 종강과 성탄 연휴 기념으로, 올해도 작년과 동일한 지인하고 같이 철도 여행을 떠났다.
첫 코스는 경춘선. 수도권 전철로 개통한 경춘선이 첫 주말을 맞이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에 앞서
경춘선에 대한 미주알고주알 역사적 배경 설명을 다 늘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다. (그래서 여행 카테고리로 넣으려던 글이 결국 철도 분석글이 되어 버렸다. ㄲㄲㄲ)

경부선 개통 1905년 -> 수도권 전철화(당시는 수원까지만) 1974년.
경춘선 개통 1939년 -> 수도권 전철화 2010년.
우연의 일치일까? 둘 사이에는 거의 똑같이 70년간의 간격이 있었다.
서울-춘천은 85~90km대로, 서울에서 평택 내지 천안까지의 거리와 얼추 비슷하다.

경춘선의 수도권 전철화가 갖는 큰 의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서울을 경유하는 “기존” 국철들 중에서 가장 늦게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005년의 중앙선을 시작으로 회송 열차 트래픽 때문에 금기의 벽에 머물러 있던 경의선이 2009년에 수도권 전철로 바뀐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둘째, 경춘선은 일반열차가 여전히 다닐 필요가 있는 장거리 간선인 경부선이나 중앙선 같은 노선이 아니다. 또한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최북단에 여전히 비전철 구간을 남겨 놓아야 하는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노선도 아니다. 전구간이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경인선과 비슷한데,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번듯한 무궁화호급 열차를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경춘선의 변신은 특이하다.

셋째, 수도권 전철이 충청남도(경부· 장항선으로 가는 1호선 천안· 신창 노선)뿐만이 아니라 드디어 강원도에까지 손길을 뻗치게 됐다는 점!
무려 천안과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했다면, 중앙선도 좀 더 욕심을 내서 양평에 이어 원주까지 전철이 다니게 되면 어떨까 싶다.
이런 특성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일명 ‘광역전철 총정리’라고 체계적으로 글을 다시 쓸 작정이다.

2. 경춘선의 역사

경춘선은 통근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좀 운행 시간이 길고--그렇잖아도 선형이 안 좋고 열차 주행 속도도 느린데!--,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아까운 규모였다. 새마을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이 장항선이라면, 무궁화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은 경춘선.

그래서 2000년대 초까지 경춘선에는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섞여서 운행되었다. 편도 배차 간격은 40분~1시간꼴로, 단선에서는 이게 거의 한계에 가까운 배차였고 이런 열악한 사정은 역시 단선이던 장항선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는 10분 이상씩 지연은 예사였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본인이 2004년 초에 마지막으로 경춘선 통일호를 타면서 남긴 사진이다. 통일호는 인테리어가 이렇게 생긴 열차였다. 좌석을 더 기울일 수 없고, 문도 자동문이 아니고, 화장실 오물은 정화조에 담기는 게 아니라 바로 밖으로 배출되었으며, 아마 차륜에다 체인을 감아서 발전기를 돌렸을 희대의 노후화 객차.1)
그래도 미치도록 싼 운임이 메리트였다. 경춘선에서 그 당시의 통일호 운임과 지금의 전철 운임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텐데 말이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동시에 구형 통일호 객차는 모두 퇴역하였으며, 경춘선의 모든 열차는 무궁화호로 승격되었다. 이는 당장 경춘선 이용객의 금전적 부담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당시엔 반발이 거세었다.
경춘선뿐만이 아니라 다른 간선에서도 간간히 운행하던 통일호 역시 모두 폐지되었고, 여기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부전 완행 통일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2004년 12월, 철도청의 공사화를 앞두고 웬일로 경춘선 신남 역이 김유정 역으로 개명. 공항 이름에도 인명이 붙은 사례가 없는 대한민국에서,2) 철도역에 사상 처음으로 인명이 등재되었다.3) 본인, 그 당시는 전철역 노선도를 암기하다가 상록수(안산선!)를 다시 읽던 터라, 철도가 나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더욱 키워 주는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던 중이었다.

2005년 10월, 경춘선 복선 전철 공사 때문에 춘천 역이 완전히 폐쇄되고 경춘선은 약 5년간 종착역이 남춘천 역이 되었다. 그런데 춘천 역 자체가 시내와의 접근성이 꽤 떨어지고 인근에 군부대까지 있어서, 폐쇄의 여파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2010년 12월이 돼서야 경춘선은 복선 전철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이로써 성북 역은 과거에 용산-덕소 중앙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원선 경유 용산 행 전동차 노선을 빼앗겼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춘선 무궁화호 노선도 빼앗겼다. 그래서 순수하게 수도권 전철 1호선만 취급하는 역으로 역할이 줄어들게 됐다.
육군 사관학교와 가장 가까운 역인 경춘선 화랑대 역도 역사 속으로 빠이빠이. 하지만 역 건물 자체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고 함.

3. 리모델링된 경춘선의 특징

경춘선 전철의 운행 계통은 상봉-춘천으로, 중앙선 상봉 역에서 출발하여 인근의 망우 역에서부터 분기한다. 예전에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상봉-망우의 위상은 마치 경의선 DMC-수색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노선의 실질적인 시작 지점은 후자이지만, 기존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가까운 전자에 역을 또 만든 것이다. DMC는 6호선, 상봉은 7호선.

편리한 기존 청량리나 성북 역에서 경춘선을 이용하지 못하고 중랑구의 듣보잡 역까지 가야 하는 게 불편해진 점이긴 하나, 강남으로 통하는 7호선이 중앙과 경춘이라는 무려 두 개의 국철 노선과 환승역으로 연결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아울러, 마치 7호선이 경인선과 만나러 천왕을 넘어 온수까지 연장되었던 것처럼, 6호선도 질세라 경춘선을 만나러 봉화산을 넘어 더욱 연장되는 수순을 밟는 중이다.

한 승강장에서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타는 건 없다. 이미 상봉에서부터 중앙선과 경춘선 승강장은 갈라져 있고 둘은 별도의 선로에서 따로 다닌다. 망우 역은 부지가 대단히 넓은데, 두 노선 승강장 사이의 거리는 망우에서는 더욱 벌어진다. 입체교차 설비가 없고 만들 공간도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편리한 환승 구조라든가 용산-경춘선 직결 운행이 “지금은 곤란하다.” 수준이다. 금정과 구로, 천안 역 주변의 매우 크고 아름다운 입체교차 고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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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역에서 인근의 망우 역을 훤히 볼 수 있다. 중앙선과 경춘선은 애초에 상봉에서 부터 이미 별개의 선로로 운행을 시작한다.

경춘선의 노선은 중앙선에서 뻗어가는 선형인 만큼 경의· 중앙선과 동일한 옥색으로 지정되어 있다. 같은 색의 두 노선이 Y자로 분기하여 오른쪽으로 분기하는 형태이다 보니, 바로 아래에 자주색으로 동일한 토폴로지로 그려져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중에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직결 운행을 시작하고 경춘선까지 직결이 시행되고 거기에다 분당선이 왕십리 역까지 올라온다면...?? 이렇게 연결된 광역전철의 네트워크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 경의· 중앙선을 다니는 여타 코레일 전동차들이 그냥 은색 깡통에 자석(red & blue) 모양의 띠 도색인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웬일로 독창적인 흰 바탕에 파란 띠 도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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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경춘선이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경춘선은 이래뵈어도 서울-평택, 서울-천안에 비견될 정도로 길며, 용문까지 연장된 중앙선의 수도권 전철 구간보다도 더 길다. 그래서 주말에도 상· 하행 공히 상시 급행이 운행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좌석형 특급 열차의 투입도 계획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상행만 제한적으로 급행을 운행하는 여타 신흥(?) 노선들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2복선 선로에서 10분 간격으로 급행을 운행해 주는 '미친' 경인선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뜻이다. ^^;;
또한 경춘선은 그 길이에 '비해서'는 아직 역 수가 적은 편이고 완행도 역간 주행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아 두자.

경춘선 전동차의 배차 간격은 중앙선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길어서 N/H 기준 15~20분에 한 대꼴이다. 급행은 1시간에 한 대이므로 경부선 천안 급행과 비슷한 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주말에 평일보다 열차 운행이 뜸해지는 여타 전철과는 달리, 경춘선만은 일반열차들처럼 주말에 예외적으로 집중 증차를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일행이 간 토요일 낮에는 미칠 듯한 인파 때문에 고생 제대로 했으며, 춘천에서는 먼 거리를 반드시 앉아서 가려고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중간역에서는 승하차 인원이 미미했으며 거의 다 남춘천 아니면 춘천에서 내렸다. 이것이 개통 첫 주만의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가감속력 좋은 전동차가 꼬불꼬불한 단선이 아니라 매끈한 복선으로 달리니, 예전보다 정차를 더 하고도 시간은 훨씬 더 단축되는 건 당연한 이치. 덜컹거림이 없는 장대 레일의 승차감도 정말 좋았고, 게다가 운임이 더 싸진 건 덤이다. 전철은 여러 모로 남양주와 춘천 사는 사람들에게 호재임이 틀림없다.
경의· 중앙선 전동차는 LCD 모니터가 출입문 쪽에 붙어 있는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모니터가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처럼 천장에 달려 있다. 경춘선도 8량인 건 동일하나,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건설됐던 걸로 기억한다.

4. 역 이모저모

강 따라 평지를 꼬불꼬불 다니기만 하던 경춘선도 이제 고가와 터널이 굉장히 많아졌다.
역은 기존역 근처에 전철 승강장(=고상홈)이 새로 건설된 것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설된 것도 있다. 예전에는 없는 부역명이 뭐가 이리도 덕지덕지 붙은 역이 많다. 우리가 달리는 고가 밑으로 가끔씩 구 경춘선이 꼬불꼬불 지나가는 걸 보기도 했다. 마치 KTX로 대구-대전 구간을 타면서 밑으로 구 경부선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평내호평: 경춘선이 이렇게 전철로 정식 개통하기 한참 전인 무려 2006년부터 신선 구간 중에는 가장 먼저 개통해서 무궁화호로 영업을 미리 시작했다. 이때가 장항선도 한창 리모델링되던 시절이었는데, 아직 복선 전철화는 안 하고 복선 노반만 만들어 둔 모양이다.

강촌: 경춘선에서 가장 상징성이 큰 역으로 가평과 더불어 젊은 시절 MT 코스의 추억이 깃든 곳이나.. 이 역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설되었다. 그런데 이설된 곳은 산과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 그래서 강촌이 아니라 산촌이 됐다.

김유정: 역명판이 코레일체가 아닌 궁서체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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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드디어 유리궁전으로 변신. 그런데 역 주변은 닭갈비집 몇 곳 말고는 정말로 황량하고 갈 데가 없다. 차라리 시내로 가려면 남춘천 역이 더 나을 듯. 역 주변엔 전철 개통 기념으로 세워진 듯한 이런 조형물이 있었다. 아 그리고 강원도 홍보 테마 누리로 열차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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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과거에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를 보면, 편성이 기관차+객차 각각 하나씩인데, 발전차가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_- 당연히 이런 자체 발전은 전력 생산량이 크게 부족하며 냉방기 같은 건 돌리지도 못한다.

2) 그 반면 외국은 드골 공항, 케네디 공항 등..;;

3) 참고로 진해선의 신창원 역은 인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____________^

Posted by 사무엘

2010/12/26 14:12 2010/12/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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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부터 하고... ㅋ
본인 블로그의 정기 구독자-_-라면 이미 귀가 따갑게 들으셨겠지만, 본인은 10년 전, 제 17회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KOI) 공모 부문의 고등부 대상 수상자이다. 그리고 얼마 전엔 모듈 음악에 대해 글을 쓰면서, 바로 전 해인 16회 대회의 고등부 금상 수상자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그때는 대상 수상자가 없었다.
이제 이 글에서는 전 회에 이어, 본인이 참가한 해의 바로 이듬해인 18회 대회의 고등부 대상 수상자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 성진 씨.
학창 시절부터 일찌감치 경시가 아닌 공모 테크를 타고 뭔가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했다는 점에서는 본인의 진로와 비슷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우물만 죽어라고 파고 있다는 점에서도 본인과 공통점이 있다. (무슨 분야인지는 곧 소개하겠다.) 그런 외골수는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여기 또 있다. ^^

이 친구는 KOI뿐만이 아니라 창의성 대회나 다른 소프트웨어 공모전 등에서 자기의 동일 아이템으로 상을 휩쓸었고, 본인보다 매스컴도 훨씬 더 많이 탔으며 IT 분야 사회 활동을 더 활발히 해 왔다. 사교/사회성, 정치성 자체가 본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뛰어난 사람이다.

이 친구의 보유 기술 및 아이템이 뭐냐 하면,
인터넷 보안, 음란 사이트 차단, 자녀 컴퓨터 사용 제어(parental control),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 쪽이다. 관심 분야부터가 지극히 사회적인 쪽이지 않은가?
그걸 수 년째 연구한 솔루션을 만들어서 그는 18회 KOI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고, 일반고 출신으로서 지정 대회 우수 입상자로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본인은 그와 2001년에 처음으로 메신저에서 만났고, 이내 학교에서 볼 수 있었다. 굉장히 예의바르고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기억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 후 2004년 가을에는 전산학과에서 제 1회 KAIST Computing Festival이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그때 대회 참가자로서 또 서로 만날 일이 있었다.
그는 확실히 이론보다는 실무형 인재였고, 내 예상과는 달리 전산학과가 아닌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해 있었다. 전산/산디 복수 내지 부전공인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저런 친구야말로 카이스트 전산과의 학부 과목인 ‘컴윤리’는 꼭 들어야 했을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김 진형 교수님도 불과 몇 년 뒤면 정년이다. 세월 한번 무섭다.)

그는 산디과 소속답게 자기 작품을 소개하는 발표용 프레젠테이션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던 걸로 본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 HCI(사람-기계 커뮤니케이션) 쪽에도 관심이 많은 듯. 스티브 잡스 근성이라도 있는 걸까? ㄲㄲㄲ

뭐,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 교내 공모전에서도 본인이 출품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 3.02가 1등을 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는 가히 전국에서 날고 기는 수학 덕후· 컴퓨터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이고, 난 그 집단 안에서는 별 보잘것없는 중하위권 학부생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까지 내 작품이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1, 2년 연구한 작품이 아니니 짬과 연륜면에서 타 작품들과 비교가 안 되고, 또 한글을 이런 식으로 입력할 수 있다는 게 세벌식 사고방식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두벌식밖에 안 써 본 사람이라면 카이스트 교수에게라도 충분히 창의적이고 참신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본인이 국어학하고 양다리를 걸쳤다면, 김 성진 씨는 디자인과 양다리를 걸쳤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산디과 석사까지 마친 후, 아예 (주)휴모션이라고 벤처기업 창업을 했다. 그게 2008년의 일이고, 현재까지 어엿한 사장님이 돼 있다. ^^;; 창업 과정에서 카이스트로부터 지원을 당연히 아주 많이 받았다. 보아하니 회사는 대전의 유성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꽤 가까운 곳에 있는 듯.
사장이 디자인 전공이다 보니, 핵심 기술인 ‘컴퓨팅 안전’ 분야 솔루션뿐만이 아니라 웹사이트 내지 심지어 회사 CI의 디자인 용역까지 담당하는 모양이다. 대단한 후배이다. 본인과 나이 차차도 별로 안 난다.

정올 공모 출품작 아이템을 이렇게 사업 아이템으로까지 스스로 발전시켜 잘 나가고 있는 입상자가 주변에 있으니 부럽기도 하고 훈훈하다. 정올 공모에서 이렇게 입상하고 덤으로 카이스트 같은 좋은 면학 환경까지 거쳐 간 인재들이 특별히 전산학하고 다른 분야와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뭔가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본인 역시 그 꿈을 이루려는 의욕이 있어서 뒤늦게나마 협동과정 대학원에 갔다. 나는 그렇게 학구파는 아니지만 저 친구 같은 사교력이나 사업 수완은 더 없기 때문에-_-;; 일단 공부부터 좀 하려고..;;
성진 후배가 이 글을 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성공과 사업의 번창을 기원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4 18:27 2010/12/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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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아주 흥미로운 동영상을 발견했다. 일본을 출발한 제주 항공 비행기가 김포 공항으로 착륙하는 과정을 누군가가 기내에서 창문을 내려다보면서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맑은 낮에 좋은 화질로 아주 잘 찍었다. 김포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분이라면 이 장면이 낯익을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품질 좋은 위성 지도가 서비스되고 있는 덕분에, 조금만 눈썰미가 있으면 동영상의 장면과 지도 그림을 대조하면서 지형 분석을 할 수 있다. 이 비행기의 착륙 경로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6분 56초 지점이면 착륙이 1분도 채 안 남았을 무렵이고 비행기의 속도와 고도는 상당히 낮아져 있다. 아래로 펼쳐진 것은 100 외곽순환 고속도로의 김포 톨게이트. 아파트 단지, 불룩한 도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펼쳐진 논밭이 보일 것이다.

 비행기는 남쪽(일본)에서 북쪽으로 올라왔지만, 김포 공항의 남쪽에서 북상하면서 착륙한 게 아니라, 북쪽으로 갔다가 삥 돌아서 북쪽에서 남쪽 방향으로 착륙했다. 그리고 위의 창밖 풍경은 비행기의 진행 방향 기준으로 '왼쪽'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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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을 가로지르는 6차선 도로는 바로 130 인천공항 고속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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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른쪽의 넓고 푸른 들판은 김포 공항 부지이다. 다 왔다. 공항 주변은 여전히 온통 논밭이다.
착륙 직전인 비행기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저 4차선 도로는 행주대교로 통하는 국도 39호선이다. 도로와 공항 사이에는 또 개천이 가로막고 있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김포 공항의 북쪽을 지나는 도로는 국도 39호선이며, 남쪽을 지나는 도로는 양화대교와 종로로 통하는 국도 6호선이다.
그로부터 15~20초쯤 뒤면 이 비행기는 드디어 쿵쿵! 진동과 함께 땅에 살며시 내려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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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자면 이 비행기는 외곽순환 고속도로에서 공항까지 얼추 위와 같은 경로를 거쳤다는 뜻이 된다.
직선 거리는 약 2km. 그런데 6:57부터 7:29까지 소요 시간은 얼추 30초이다.
그러므로 이 비행기는 착륙하면서 진행 속도가 시속 240km 정도 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KTX의 최고 속도보다는 좀 낮지만, 그래도 착륙을 앞두고 느리게 난다는 게 그에 맞먹는 속도인 셈이다.

비행기도 비행 경로를 알면 아는 만큼 주변 세상이 보이게 된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2/23 08:48 2010/12/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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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형 동차 DEC, EEC 쌍둥이

요즘 철도계엔 계속해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12월부터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하루 1차례 시범 운행을 시작한 데(6년 만의 부활. 서울-부산 2시간 8분. 그것도 최신형 산천 차량으로!) 이어, 지난 15일엔 마산으로 가는 경전선 KTX가 등장했다. 게다가 KTX 2차 개통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새마을호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청량리-안동의 중앙선 노선에 새마을호가 4년 만에 부활했다!
사실 지금 중앙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복선 전철화와 선형 개량이 진행되면서, 30여 년 전에 경부선이 그랬던 것처럼 전동차가 운행되고 운행 시간이 단축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또 옛날 철도 얘기를 좀 하겠다.
여러분은 옛~날 사진이나 그림책에서 이렇게 생긴 철도 차량을 본 기억이 있는가? 이건 물론 한국에서 현역으로 운행된 적이 있으며, 본인이 철덕으로 빠져들기 훨씬 더 전에 이미 은퇴하여 자취를 감춘 열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부분은 뭔가 선박 같은 느낌이 든다. 운전석 창문이 마치 2층이나 되는 듯이 좀 높다.
비슷한 디자인으로는 비행기 중에서 보잉 747 같은 기종이 있다. 이건 크기도 크거니와, 화물기 개조를 염두에 두고 전면부 뚜껑을 화물 적재를 위해 완전히 개방할 수 있게 하려고 조종석이 2층으로 올라간 형태로 설계되었다.
이렇듯, DEC, EEC의 모습을 보니까 선박 생각도 나고 비행기 생각도 난다. 일본의 신칸센 역시 앞부분의 디자인이 초창기인 0계부터 비행기(단, 여객기가 아닌 전투기-_-) 컨셉이었으니 나름 설득력 있는 추론인 듯하다. 어쨌든...

EC로 끝나는 이 두 종류의 차량은 비슷하게 1979~80년 사이에 도입되었다가 2001년 초에 모두 은퇴하였으나, 기관차-객차 일색이던 20세기 당시의 우리나라 철도계에서 아주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신선한 차량이었다. 그때는 기관차가 아닌 동차 자체가 동력원을 불문하고 상당한 레어템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핵심 기술인 엔진이나 전동기는 수입이지만 어쨌든 이들 차량의 생산 주역은 대우 중공업이었다.

DEC와 EEC 모두 앞부분은 비슷하게 저렇게 생겼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동력원으로, D는 기름으로 달리고 E는 전기로 달린다. 위의 사진은 EEC이다. EEC는 앞부분 끝에 운전석이 차지하는 공간이 마치 지하철 차량만큼이나 아주 작은 반면, DEC는 엔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지금의 새마을호 디젤 동차 정도의 길이는 된다. 즉, 동력차 안에 딸린 공간은 DEC가 EEC보다 더 작다는 뜻. 이뿐만이 아니라 열차 한 편성의 차량 수(=수송력)도 10량 편성 EEC가 5량 고정 편성인 DEC를 훨씬 더 능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청이 EEC와 함께 DEC를 도입한 것은 일단 그때에는 한국 철도에 비전철화 구간이 월등히 더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철화 여부를 넘어서 도입 목적 자체가 둘이 근본적으로 서로 달랐다. DEC는 새마을호 등급을 염두에 두고 역시 경부선, 전라선, 장항선 등에서 활약한 반면, EEC는 태백· 영동선 같은 전철화 구간에서 기존 전기 기관차의 느린 속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활약하던 지금의 8000호대 전기 기관차는 견인력이 무식하게 세서 화물용으로는 좋지만, 시속 80 남짓밖에 못 내는 느림보여서 속도를 중요시해야 하는 여객용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차 이름을 구성하는 영어 이니셜에서, 첫째 글자는 상술했듯이 이 차량의 동력원을 의미하고, 다음으로 둘째 글자 E는 우등(excellent)을 의미한다. 물론 30년 전의 관점에서 우등이었을 뿐이지, 화장실이 비산식이고(오물이 선로 밖으로 그대로 배출..;;) 편의 시설은 지금의 누리로 비해서도 훨씬 더 열악한 건 여전했다.

한국 철도의 역사를 좀 아는 분이라면, 무궁화호와 통일호라는 명칭은 새마을호보다 나중에 등장했다는 걸 알 것이다. 새마을호라는 명칭은 ‘관광호’의 후속 명칭으로 1974년부터, 즉 EEC· DEC의 도입 이전부터 이미 있었기 때문에 훗날 DEC는 곧바로 새마을호라는 등급으로 운행되었다. 하지만 무궁화호· 통일호라는 명칭은 EEC가 도입된 뒤인 1984년부터 쓰였다. 그 전에 오늘날의 ‘무궁화호’에 해당하는 열차는 그냥 ‘우등 열차’였고 EEC의 도입 계급도 이 계급이었다. 둘째 글자 E가 이런 의미였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

요컨대 오늘날 가장 만만한 최하위 등급이 된 무궁화호가 원래는 우등이었고, 새마을호는 넘사벽 귀족 특급이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DEC는 외형은 좀 비슷해도 기술적으로는 EEC보다 한 수 아래였음에도 불구하고, EEC보다 더 고급 열차로 기획되었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물론 이들은 다 세월이 흐르면서 비슷하게 무궁화호와 통일호로 강등을 거친 후 퇴역했지만 말이다.

DEC는 그냥 기름으로 달리는 열차가 아니었다. 유압 변속기를 이용하여 순수하게 디젤 엔진의 동력으로만 달리는 지금의 새마을호와는 달리, DEC는 디젤 동차이면서도 디젤 엔진으로는 전기를 생산하여 전기의 힘으로 달렸다. 기관차야 요즘의 특대형 기관차들은 다 디젤-전기 기관차이지만 동차 중에 디젤-전기 방식이 존재했던 것은 한국 철도 역사상 DEC가 유일했다.
그래서 기름으로 달리는 주제에 회생 제동 같은 전동차의 특징도 일부 갖고 있었다. 디젤 엔진은 동력 집중식으로 있고, 전동기는 동력 분산식으로 달린 아주 특이한 형태였다. 흠좀무..;; 새마을호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등장한 NDC, CDC 같은 디젤 동차들은 디젤-전기 방식이 아니다.

이제 와서 뒤늦게 -EC 차량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니, 마치 모아(moa)라든가 여행비둘기처럼 멸종해 버린 옛날 동물을 책으로 대하는 것 같은 애환이 느껴진다.
DEC의 명목상 후손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라는 두 계열로 나뉜다. 먼저 그 이름도 유명한 새마을호 디젤 동차이다. 유압 변속기가 특징이라고 하여 DHC라고도 불린다. DHC는 1987년에 6량 편성이 첫 선을 보인 후 8량으로 확장되었고 대우뿐만 아니라 현대와 한진 중공업에서도 1994년까지 생산했다. 이들 동차는 동력차와 객차가 거의 일심동체이고 자기네만의 인터페이스가 있기 때문에... 객차가 기관차형 새마을호의 그것과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둘은 규격이나 좌석이나 인테리어 같은 외형은 서로 거의 동일한데도 말이다.

과거의 새마을호 객차 중에는 훗날 무궁화호로 강등되어 ‘유선형 무궁화호’가 된 놈이 있긴 했지만, 지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새마을호들은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좋아서 하위 열차로 강등될 수가 없다. 강등은커녕 그대로 놔두기만 해도 KTX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게 되니 이거 원...;; 요즘은 전철이 대세여서 기름으로 달리는 차 자체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새마을호는 앞으로 수 년 내에 내구연한이 끝나면 바로 폐차될 것이다.

DEC를 2~4량 짤막한 무궁화호 등급으로 계승한 열차는 두말 할 나위 없이 NDC이다. 1984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생산한 열차이지만 현역으로 있으면서 고장이 굉장히 잦았다고 하며, 2006년부터 은퇴와 폐차가 시작되어 2010년 초엔 한국 철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NDC를 뒤를 잇는 한국의 마지막 디젤 동차는 바로 1996~1997년에 도입된 CDC인데, CDC 역시 경의선과 경원선에서는 전철에 밀려 입지가 매우 좁아졌고 여타 지방에서는 2008년부터 개조 무궁화호 RDC로 승격되어 운행 중이다. NDC, CDC들은 모두 동력 분산식이다.

여기까지가 DEC 설명이다.
EEC와 DEC 모두 레어템임에도 불구하고 철도 동호계에서는 EEC의 가치와 희소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20세기에 수도권 지하철 내지 광역철도가 아니면서 장거리 간선에 동력 분산식 전기 동차가 운행된 유일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1960년대에 운행한 신칸센부터가 동력 분산식 전기 동차이고, 장거리 간선에도 지하철 같은 고상홈 전동차가 일상화되어 있었는데도...

2001년에 철도청이 DEC와 EEC의 운행을 중단하고 두 차량을 모두 폐차 처분하기로 결정했을 때, 다음 카페 철도 동호회 회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DEC는 몰라도 EEC는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최소한 한 량 정도는 철도 박물관에 보존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를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건의가 받아들여져서 철도 박물관에 EEC 선두차 하나가 보존된 것이다.

EEC의 그 독특한 구조를 계승한 열차는 한국에 한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2006년에 도입된 공항 철도 직통 열차가 장거리 간선형(롱시트처럼 단거리 지하철 형태가 아닌) 객실을 갖춘 동력 분산식 전동차의 첫 사례이며, 지금은 2009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누리로 열차가 한국에 EEC스러운 열차로 활약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객은 동차가 대세가 되고, 기관차는 화물 위주로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다.

21세기부터, 혹은 KTX 개통이나 코레일 출범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철도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철도는 복선 전철과 장대 레일, 고가 입체 교차는 필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기름으로 달리는 열차가 도입된 게 90년대 중후반의 CDC이고, 마지막으로 단선 철도가 건설된 건 경전선 정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관차형 무궁화호 객차가 도입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거기까지가 끝이고 그 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를 목격하고 있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1 15:29 2010/12/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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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잡설 컬렉션

※ 마곡과 마곡나루 역

1996년 3월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개통한 지 무려 12년 만인 2008년 6월에, 미개통 무정차 통과역으로 줄곧 남아 있던 마곡 역이 문을 열었다. 이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은 병특 중이던 시절, 아직 개통 전이던 마곡 역의 버려진 모습과 심지어 불 꺼진 어두컴컴한 승강장의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 위대한 기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ㄲㄲㄲㄲㄲ
하지만 마곡 역 일대가 워낙 허허벌판인지라 이 역은 개통하고도 승객 이용 실적이 굉장히 저조한 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거기에다 지금은, 동일하게 강서구를 지나는 9호선의 마곡나루 역이 과거 마곡 역의 안습한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중. 미래를 기약하고서 역을 건설은 했지만 당분간 미개통 무정차 통과인 역이다. 마곡 역은 그래도 공항로라는 대로변에라도 있지, 마곡나루는 그것도 아니다. 훗날 마곡 지구가 개발되고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역이라고는 하나, 환승은 계단 없이 3초 환승이 되는 김포공항 역에서 하면 되지 굳이 마곡나루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로써 서울 지하철에서 '나루'로 끝나는 역은 광나루(5), 여의나루(2), 최근에 개명된 잠실나루(2. 구 성내)에 이어 마곡나루가 추가되었다.
과거에 경인선 철길 일대가 전부 허허벌판이었다고 누가 말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그걸 결코 실감할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곡 역 일대는 2010년 현재까지도 '서울 시내'에서 논밭과 허허벌판을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대이다. 여기까지 마치 서울 강남처럼 빽빽한 건물로 뒤덮인다면?

일산선(대표적으로 원당-삼송)이나 안산선 일대도 그렇고 서울-성남 외곽(8호선 복정-산성 같은)도 몇 년 뒤면 다 개발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 준비된 환승역

준비된 바로타 환승: 금정이 최고의 환승역이다가 이제 김포공항 역까지 추가된다. 단, 9호선과 공항 철도끼리만 그렇고, 5호선은 아님.

준비된 십자형 환승: 두 노선이 같은 기간에 동시에 건설된 충무로, 군자, 천호 같은 역이 좋은 예이지만, 한 노선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나중 노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여의도도 최고의 대인배이다.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는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고려하여 여의도(5), 녹사평(6), 논현(7), 몽촌토성(8) 같은 역이 환승 대비를 하고 건설되었지만 여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역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다. 몽촌토성 역의 경우, 미지의 노선이 개통하면 바로 꽂으라고 노선 색깔띠를 꽂을 공간까지 미리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

억지로 만든 티가 노골적으로 나는 막장 환승: 노원, 신길, 신당 같은 역이 그 예이다. 가히 '환승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라' 수준.

※ 프로젝션 광고와 스크린도어

본인은 서울 도시철도 공사에서 개발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이랍시고 지하철 승강장에다 광고 프로젝션이 장착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시작했으며, 3년 남짓 뒤엔 그게 도로 철거되고 스크린도어가 대신 설치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끝냈다. 참 재미있는 시기였다.

왜 철거되었냐 하면 광고 동영상이 선로 쪽 벽 내지 기둥으로 프로젝션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쪽을 문으로 딱 가리는 스크린도어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이것도 어찌 보면 과거 코레일의 무인 개집표기 설치 -> 철거만큼이나 SMRT의 병크 아니면 최소한 흑역사인지도 모르겠다.

2006년이 절정이었다. 회사에서 퇴근한 후 맨날 7호선 강남 구간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본 CF로는 K-swiss, 그리고 그때 한전에서 이미지 광고로 히트 쳤던 <빛으로 만드는 세상>... 진짜 지겹도록 봤다. 그런데 이런 광고만 한 게 아니라 소주와 경마와 로또 광고도 어찌나 지독하게 많이 해 댔는지, 이거 공기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선로 쪽 벽이 아니어도 광고를 붙일 곳은 많다. 지금은 스크린도어에다가도 대문짝 만하게 광고를 붙이고, 또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 자체가 LED(청색을 표현할 수 없는)에서 올컬러 LCD 모니터로 교체되어 거기에다가도 쉴 새 없이 광고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2006년이면 2기 지하철 중 20세기에 개통한 5, 7(건대입구 이북), 8호선의 전광판에도 도착 열차 꼬마열차가 추가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것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 신도림-까치산 지선도 SMRT 관할?

까치산 역은 5호선(SMRT)과 2호선(서울 메트로) 지선과의 환승역이지만 100% SMRT 관할 구간이다. 마치 신도림 역이 인근의 영등포나 구로와는 달리 코레일 관할이 없고 100% SMRT 관할인 것과 비슷한 이치.
그래서 까치산 역은 2호선 열차를 타는 승강장도 2호선이 아닌 5호선 SMRT 스타일의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호선 열차가 진입하고 있는데 “항상 5678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멘트까지 덧붙이는 건 좀 심하지 않나? ㄲㄲㄲㄲ
그래도 5호선은 전동차 구동음이 우렁차고 아름다우니 용서된다.

※ 지하철 역 중에서 서로 연결된 곳

서로 다른 노선의 환승역이 아니라 동일 노선의 인접역이 순수하게 지하 통로(=상가들)로 연결된 곳은 어디가 있을까?
1호선 종각-종로3가가 대표적인 예이고, 2호선 을지로입구-을지로3가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상가가 원체 발달해 있는 7호선 고속터미널-반포 사이도 그렇잖아도 역간거리도 짧은데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1호선 동대문-동묘앞도 연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이 더 있으면(수도권 말고 지방 광역시 지하철도 포함) 알려 주기 바란다. 아, 대전 지하철도 대전역-중앙로는 거의 한 블록 거리인데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 경춘선과 서울 2기 지하철

이제 곧 있으면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한다. 벌써부터 지하철 노선도에는 경춘선 노선이 표기되고 있다.
2004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통일호가 사라지고, 2005년 본인의 병특 시절에 춘천 역이 폐쇄된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경춘선은 전철이 다니는 깔끔한 철도로 거듭나고 춘천 역도 다시 생긴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경춘선의 영향을 받아서 기존 지하철도 구간이 연장되거나 비환승역이 환승역으로 바뀌는 게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게 다 6~8호선이어서 SMRT 관할이다.
서울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전구간 개통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역이 생긴 사례가 없었으나, 2010년 이후가 돼서야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6호선 신내: 경춘선과의 환승을 위해, 차량 기지와 더욱 가까운 곳에 신설되는 역이다. 역의 지리적 위상은 5호선 강일(아직 완공되지는 않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7호선 상봉: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탈 수 있는 국철과의 환승역으로 바뀐다. 하지만 주변의 망우 역과 너무 가까워서 중앙선 전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개인적으로 우려된다.
8호선 별내: 6, 7호선보다는 아직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긴 하다. 8호선이 드디어 암사보다 더 북쪽으로 뻗어서 강을 건너고 중앙선과 경춘선을 수직으로 연결까지 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 일본 지하철엔 스크린도어가 없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이 수현 씨가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뒤 자신은 목숨을 잃었는데, 그로부터 8년도 더 뒤인 지난 11월엔 또 한국인 유학생 이 준 씨가 도쿄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했다. 덕분에 도쿄 소방서로부터 감사패 득템.

이분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안전 전문가일 뿐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공부도 교통 안전 분야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한다. 그 분야로 일본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 선로에 떨어졌을 때의 대피 요령과 전동차의 운행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은둔 철덕-_-이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는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철덕이 평소에 숙지한 FM대로 잘 행동한 덕분에 해외에서까지 국위를 선양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 역시 수 년 전엔 한 치의 막힘 없이 지하철 안에서 어느 중년의 캐나다 사람에게 서울 지하철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

철도 선진국인 일본도 지하철에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전역에 스크린도어가 완비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갑자기 뭔 바람이 들어서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스크린도어 설치 지시를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승객 안전보다도 당장 투신 자살 노이로제와 트라우마에 걸릴 것 같은 기관사들을 배려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0 08:53 2010/12/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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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와 '감사하다'

영어의 '땡큐', 중국어의 '씨에 셰', 일본어의 '아리가토', 독일어의 '당케' 에 해당하는 한국어는 아쉽게도 딱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사과하는 표현으로 '미안'과 '죄송'이 공존하듯이 '고맙습니다'라는 순우리말과 '감사합니다'라는 한자어 계열이 공존하는데, 인간의 자연어라는 건 “그럼 이 둘을 마음대로 섞어 쓰면 된다는 뜻이에요?”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은 미묘한 상황 차이에 따라 둘의 용법이 구분되게 마련인데, 그 원칙이라는 게 엿장수 마음대로 식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미치고 펄쩍 뛰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은 엄밀한 방법이 아니라 그냥 말뭉치 기반으로 수학으로 치면 numerical하게 해를 구할 수밖에 ㄲㄲㄲ

그럼 '고맙다'와 '감사하다'에 대해서 살펴보자.
'고맙다'는 be grateful/thankful에 가까운 형용사이다.
'감사하다'는 give thank, 또는 그냥 thank, 다시 말해 '고마워하다'에 해당하는 동사이다.
"네가 고마워서 난 네게 감사한다" 정도 된다.

다시 말해 둘은 일단 품사가 서로 다른 단어이다.
비록 관용구 감탄사에 가까운 Thank you에 대한 번역이야 둘 다 가능하다 할지라도, 각 단어가 원래 완전한 문장에서 무엇이 생략된 형태인지 정도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보통 '감사합니다'는 '고맙습니다'보다는 문어적이고 격식 있는 말투로 통용되는 것 같다. 마치 영어로도 Thank you so much가 very much보다는 여성적이고 구어적인 것처럼 말이다.
뭐 이런 것도 '한국에 만연한 토박이말 천시 풍조'의 일례이고 '감사'는 일본식 한자어라고 열폭하는 분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피해 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뉴스 끝날 때나 교통수단 내부에서의 각종 안내방송 멘트를 들어 보면, 요즘은 오히려 '고맙습니다'가 더 즐겨 쓰이는 듯하기도 하다.

교회 예배의 대표 기도에서 자주 듣는 표현으로 “고맙고 감사하신 하나님”이 있다. 이건 제아무리 한자어가 토박이말보다 품위-_- 있고 고상한 표현이라고 해도 어법에 어긋난다.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지, 하나님이 또 무슨 대상으로부터 은혜라도 입어서 거기에다 감사한단 말인가? '고맙다'와 '감사하다'는 뉘앙스의 차이에 앞서 근본적으로 품사가 다른 단어임을 잊지 말자. 그냥 '고마우신 하나님', '한량없이 고마우신 하나님'이라고만 하면 된다.

'고맙다'는 마치 '좋다', '밉다', '무섭다'처럼 일종의 심리형용사의 기능을 한다.
'좋은 사람'은 그 사람이 좋다는 뜻이지만, “나는 그 사람이 좋다/싫다”고 하면 그 사람의 실제 성품과는 무관하게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심리를 표현하는 말이 된다.
심리형용사는 1인칭이라는 주어 선택 제약이 존재하며, 영어로 정확하게 번역되지도 않는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싫어한다”처럼 동사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마운 사람', '나는 그가 참 고맙다'도 그와 동일한 맥락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고맙다'는 골수 왕자병이 아닌 이상, 나 자신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 형용사이다. “세상에 나보다 더 겸손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_-;;; 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쓰임이 딱 정해져 있다 보니, 어법상으로는 남이 고마운 게 아니라 내가 고마운 존재가 되는 식으로 좀 어정쩡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고맙다/감사하다가 뒤섞여서 자연어에서 통용되어 온 것 같다.

요약: 아무쪼록, 배은망덕은 어느 문화권을 가더라도 인간말종 천하의 개쌍놈짓으로 취급받는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자. 성경에서

모든 일에서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너희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니라. (살전 5:18)

...는 thank for everything이 아니라, thank in/under everything이다. 무슨 로봇이나 변태처럼 “앗싸, 불행을 내려 주셔서 ㄱㅅㄱㅅ!”가 아니요, “그래도 내가 북한이나 소말리아 애들보다는 처지가 낫지” 식으로 남과 비교하는 바리새인 버전 감사도 아니다. 내가 지금 당장은 나쁜 여건에 처했지만 그 나쁜 여건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고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고서 낙담하고 좌절할 필요가 없으며, 그분이 나의 모든 것이니 ㄱㅅ라는 정말 수준 높은 감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8 19:26 2010/12/1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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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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