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각종 잡설

1.
요즘 컴파일러는 참 똑똑하긴 하다.
release 빌드로 만든 exe/dll을 우연히 디버거로 들여다봤는데, 예상보다 함수 인라이닝을 상당히 더 적극적으로 해 놓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static 라이브러리 안에 들어있고(즉, 템플릿처럼 컴파일 때 매번 함수 몸체가 include되는 것도 아니고, 링크할 때가 돼야 정체가 알려지는...;;)
statement가 4~5개 정도 있던 함수도 함수 몸체 전체가 인라이닝되어 호출되는 곳에 일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라이닝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함수인데 말이다. 또한 FM대로 하는 전통적인 C/C++의 컴파일-링크 구조로 볼 때에도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니까 exe/dll 사이즈가 꽤 커졌겠구나 싶었다.
사실, 요즘 컴파일러들은 단순히 '빠르게 최적화'를 넘어서 번역 단위(translation unit), 쉽게 말해 오브젝트 파일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역 최적화라든가 심지어 프로파일 기반 최적화 기법도 제공하고 있다.
그런 것까지 동원해서 변태적인 튜닝을 하고 나면 코드의 크기가 대체로 더 커진다. 그렇게 커지는 건 대체로 인라이닝 때문이다.

그나저나, 개발 중인 ngs3.dll (날개셋 한글 입력기 커널)의 600KB 돌파 경축~~ ㅋㅋ

2.
그러고 보니, 웹에서 그림을 실제 크기와는 다르게 확대/축소해서 표시할 때 안티앨리어싱을 하기 시작한 게 IE8부터이구나!
8이 7에 비해서 바뀐 게 뭐가 있는지 도통 궁금했는데 아주 중요한 게 하나 개선됐다.
왜 진작에 이렇게 조치를 안 취했는지 모르겠다. 훨씬 더 보기 좋다.
예전에는 IE에서 축소된 그림은 보기가 굉장히 흉측했었다. 8 쓰다가 다시 7을 써 보니까 바로 티가 난다. 집 컴도 인터넷 뱅킹만 이상 없이 되면 8로 업글을 할 텐데.. 아직 7 쓰고 있다.

한편, 모 웹사이트는 표 안에 <tr><p></tr>라는, 문법에 어긋나는 HTML 코드가 들어있었다.
지금까지 IE는 이런 웹사이트도 그냥 알아서 봐 주고 제대로 표시해 줬다.
그러나 여타 브라우저라든가 IE8에서는 이 표의 레이아웃이 깨진다. '호환성 보기' 옵션을 켜야만 옛날처럼 보인다.

IE가 ActiveX 말고도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욕 얻어먹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 같다.
특히 구닥다리 IE6은 오늘날 최소한 개인용 컴퓨터 환경에서는 거의 다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이제 아직까지 IE6이 쓰이는 곳은, 개인의 권한으로 웹브라우저를 바꿀 수 없는 피씨방, 공공장소의 컴퓨터밖에 없지 싶다. 그런 곳에는 아직도 IE6이 널렸으며, 이제 IE6 퇴출 캠페인은 개인 사용자가 아니라 그런 공공장소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

3.
연세대는 정문에 들어서면 쭉 큰길이 나 있고 중앙 지점에서 Y자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그런데 남쪽의 정문, 남서쪽의 쪽문, 그리고 북동쪽의 동문, 북쪽에 있는 기숙사 구도는 카이스트의 지리 구조와 무척 비슷해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월요일이 아니라 언제나 3월 1일이나 9월 1일 이후에 개강하는 것도 카이스트와 동일하다.

재미있는 차이점을 말하자면, 교시라는 개념이 있고 수업 시간이 무조건 n시간 단위로 떨어진다는 것. 카이스트는 딱히 교시가 없고 3학점짜리 학부 수업이라면 90분씩 두 번도 한다. 그러나 연대는 1시간과 2시간 이런 식이다. 그런 체계는 학부 시절에 보지 못했다.
또한 연대에서는 여러 식당에서 밥을 먹어 봤지만, 메뉴 자체가 여러 종류가 있어서 그것만 고를 수 있지 카이스트의 학부 식당처럼 반찬을 내가 일일이 골라서 선택한 반찬별로 돈을 내는 식당은 못 봤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2 17:15 2010/10/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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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 제아무리 시력을 강화해 주고 눈을 보호해 주고 얼굴 외모를 살려 주고 온갖 좋은 액세서리 기능이 있다고 해도, 안경 쓸 필요가 없는 건강한 눈보다 좋지는 못하다.

휠체어가 제아무리 푹신한 웰빙 좌석이 있고 심지어 컴퓨터도 달려 있고, 전동이어서 이동도 힘 안들이고 편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건강한 다리 자체를 대신할 수는 절대 없다.

이것은 본인이 컴퓨터에서 일본어를 입력해 보면서 느낀 점이다.
자, 이제 본인이 무슨 얘기를 꺼낼지 눈치 빠른 분이라면 상상이 될 것이다.

일본어 입력기는 뭔가 휠체어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제아무리 일본어 IME에 일본어 사전이 통째로 들어있고 환상적인 한자 변환, 전/반각 변환, 히라가나/가타카나 변환에 상용구, 맞춤법 검사기 기능까지 워드 프로세서에나 있을 법한 기능을 죄다 옮겨 놓았다고 해도..
IME 자체가 아예 필요 없이, 치는 대로 아무 제약 없이 곧바로 입력이 접수되는 알파벳/숫자 입력만치 편리할 수가 있을까?

글자 하나로도 모자라서 어절 전체를 본문에다 바로 넘겨주지도 못하고 조합 영역으로 잡고, 또 변환하고, 잘못 변환한 게 있으면 교정하고, 사전 업데이트해서 신조어 등록하고..;

수분이 몸을 무겁게 하는 것보다도 한자는 문자 생활을 더욱 무겁게 한다. 문자를 처리하는 인간의 시간을 낭비하고 비효율을 초래한다.
뭐, 한자라는 문자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인류 역사의 비극이고 한자는 당장 없어져야 할 개 쓰레기라는 식의 초딩스러운 주장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본인은 한자의 그 무한한-_- 제자 원리에 담겨 있는 오묘함을 인정하며,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한자를 이용해서 축적한 동양 문화 자산의 가치도 존중한다.
다만, 오늘날처럼 PC· 노트북도 모자라서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정보화 시대에 한자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legacy로 전락해 있다는 객관적인 현실만을 얘기하고자 할 뿐이다.

출처는 잘 모르겠다만 누군가가 말하길, 일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3N 중의 하나가 이런 일본어 정서법이라고 '카더라'. (일본의 무슨 메이저 통신 회사, 나리타 공항, 그리고 일본어-_-)
MS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어떤 엄청 똑똑한 사람이.. 일본의 문자 입력 체계는 진짜 ㅂㅅ 장애인급이라고 혹평을 한 글을 썼다는 소식도 본인은 들은 기억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태양계의 행성 중 마치 지구와 금성처럼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나 특히 문자에 관한 한은 정말 지구와 금성의 대기 구성의 차이만큼이나 극과 극인 것 같다.

물론, 아무리 눈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글이나 선글라스를 써야 하고,
아무리 다리가 정상인 사람이라도 빨리 이동하려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 문자 입력이라는 분야에서 휠체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오토바이나 자동차 같은 존재이고 싶다. 이것이 본인이 생각하는 개발 철학이다.

원래 한글은 글꼴과 글자판과 코드 체계만 약간 튜닝을 하면 로마자처럼 직결식--중간 조합 상태가 존재하지 않으며 치는 대로 곧바로 찍히는-- 입력이 가능하다. 풀어쓰기가 아니라 모아쓰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세벌식 타자기가 그 예이며 그 원리를 발견해서 처음으로 실용화한 분이 잘 알다시피 공 병우 박사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튜닝을 일상화하기에는 현실이 못 따라 주는 만큼(네모 글꼴, 음절 단위 한글 인코딩, 두벌식 글자판 등), 한글 IME라는 계층이 일단 컴퓨터에서 필요는 하다. 물론 그래 봤자 중국· 일본어 IME에 비해서 한글 IME의 동작 구조는 훨씬 더 간단하긴 하다. (또한, 전화기 같은 환경에서는 워낙 글쇠 수가 적다 보니, 사실은 영문조차도 다중타 같은 IME 계층을 거쳐서 입력하며, 심지어 사전을 이용한 단어 자동 완성 기능이 존재하기도 한다.)

"기왕 IME라는 계층을 넣을 거면 IME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편리한 한글 입력 기능도 넣어 보자. 세벌식은 원래 직결식 입력도 가능한 체계인데, 굳이 그 가벼움을 포기하고 이왕 중간 조합 상태를 만들 것이라면 세벌식으로만 가능한 편의 기능을 넣어 보자. 흔히 세벌식 하면 글쇠 수가 많은 걸 단점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초중종 글쇠가 모두 따로 있음으로써 더 편리해지는 점도 있을 것이다."

는 것이 10년 전의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철학이었다. 모아치기, 특정 낱자 바로 지우기, 앞 글자로 자동 달라붙기 등..! 그리고 그걸 연구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한글 입력 방식을 범용적으로 기술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계층을 나누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게임이나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아니고 한글 입력기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정올에서 입상을 했는지, 내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지도 잘 이해를 못 할 것이다.

그런데, 만들고 만들고 또 버전업을 거듭하고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계속 더 만들 게 생기고, 넣고 싶은 기능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10년을 연구한 것처럼 앞으로 또 10년은 더 투자해야 정말 한글 입력기로서는 더 개선할 게 없는 완전체가 나오려나?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끝으로 생각해 볼 게 있다.
그런 후진 문자를 쓰는 일본도 과학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벨 문학상까지 배출한 상태인데 왜 우리나라는 그 우수한 문자를 갖고도 해 놓은 게 없냐는 것이다.
기술이 있는 것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자본과 산업 인프라가 탄탄히 '축적'되어 있는 것은 다르다.
단순히 함수 f(x)의 값이 큰 것과, 그 f(x)의 값들이 꽤 긴 구간 동안 적분된 것은 차원이 다른 개념인 것이다.

제아무리 한글이 우수한 문자여도 한국어로 만들어진 고차원적인 철학 사상이나, 과학 기술 용어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그걸 이제 와서 살려 보려고 해도 답이 별로 없다. =_=;;
아래아한글이 혼자서 제아무리 날고 기는 워드 프로세서라고 해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가 한데 뭉쳐 있는 오피스 스위트슈트를 이길 수는 없으며(실제로 아래아한글이 그런지와는 별개의 문제),
고대인들이 아무리 과학 기술이 뛰어났어도 오늘날처럼 자동차와 컴퓨터, 인터넷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음이 자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1 09:09 2010/10/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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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반대편에 서서 끝까지 막장테크를 가며 저항하던 일본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뉴클리어'를 두 방 맞고서 무조건 항복했다. 이로써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당시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의 식민지 점령 하에 있던 민족들이 모두 주권을 되찾았다.
한국은 잘 알다시피 이 날을 광복절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이 날을 종전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갑작스러운 항복 때문에 광복군이 참전 못 했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2차 세계 대전 전승국이 되지 못한 것을 애석해한다.
오히려 교활한 소련이 일본과의 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다 이겨 놓은 싸움에 기회를 잘 보고 참전함으로써 전승국이 되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미래에도 치명타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 구 존경하는 진영에서 이 사실을 더욱 애석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제의 갑작스러운 패망은 국어학의 관점에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큰 행운도 안겨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첫째,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어 있던 외솔 최 현배 박사는 1945년 8월 18일에 총살 예정이었다. 주 시경의 제자이며, 연세 대학교(전신인 연희 전문학교 포함)의 교수를 역임하고 해방 후 미군정 때 당장 국어 교과서를 만든 한글학자 말이다.
그분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광복이 딱 사흘만 더 늦어졌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세가 불리해지고 이판사판 눈이 뒤집혀 있던 일본은 그 당시 9월이라든가 아니 8월 17일에만 해도, 신사 참배 거부나 조선어 학회 사건 등으로 투옥돼 있던 수많은 애국자, 지식인, 독립 운동가, 크리스천 내지 본토 거주 조선인들에 대해 홀로코스트 수준의 학살을 계획하고 있었다.

관동 대지진 때처럼, 아니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어차피 내가 못 먹을 떡이면 남도 못 먹게 다 작살을 내 버리고 가자는 간악한 심보였다. 그게 실현됐다면 진짜 우리나라의 운명은 어찌 됐을까? 그 사이에 광복군이 참전해 봤자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겠나 하는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한글이면 한글, 교회사면 교회사, 그리고 김 삼웅 지은 <일제는 조선을 얼마나 망쳤는가> 같은 여러 분야 문헌을 봐도 동일한 결론이다.

둘째, 조선어 학회 사건 당시에 빼앗겼던 <큰사전>의 작업 원고도 일제가 허겁지겁 도망간 덕분에 서울 역 창고에서 되찾았다. 이때 조선어 학회의 사전 편찬 위원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엔, 일제의 통치가 장기화됐다면 이 원고는 영원히 못 찾았을 수도 있다. 일제가 불태워 버리든, 아니면 본토로 가져가 버리든 무슨 짓을 해도 했을 것이다. 민족 말살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작업물을 일제가 그냥 뒀을 리가 있나?

우리나라 정부는 1962년, 최 현배 박사에게 건국 훈장 독립장을 수여했으며(아직 살아 계실 때), 국가보훈처는 이번 2010년 10월, 이 달의 독립 운동가로 이분을 선정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한국어는 나름대로 사용 인구 세계 1x위를 당당히 차지하는 언어이며, 외국에서도 학습자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최소한 국력이 약해서 정치상의 이유로 말살당할 수는 없는 탄탄한 지위를 획득했다는 뜻이다. 공대의 특성상 온통 영어 일색이던 학부 시절과는 달리, 이 대학원에서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중국인, 일본인 유학생들을 본인은 심심찮게 본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계속 잘 살아 주고 대외 이미지가 좋아야 한국어로 먹고 살려는 사람들도 어깨 펴고 살 텐데 말이다.
그러나 요즘 현실은 자국인들부터가 못 살겠다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결혼 기피하고 애 안 낳는다. -_-;; 캐안습.

Posted by 사무엘

2010/10/09 08:03 2010/10/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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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21세기에 이미 다 퇴역했지만, 전면부 중앙에 문이 달려 있던 그 일본식 초저항 전동차. 중저항 전동차.

2호선: 서울 지하철 중에는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던 옛날 플랩식 열차 안내 표시판(지존!!). 2호선 특유의 쵸퍼/저항 제어 전동차. 종점이 아니고서는 서울 시내에서 좀체 찾을 수 없는 시내 지상 고가 구간

3호선: 지금은 대거 퇴역하여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배불뚝이 GEC 쵸퍼 전동차.

4호선: 최초의 VVVF. 현대냐 대우냐? 거의 같은 외형의 전동차라도 제조사에 따라 구동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등장한 최초의 노선

5호선: 현악기 같은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인 전동차 구동음. 하저 터널. 강동에서 Y자형 분기

6호선: 5호선보다 더 판타스틱한 전동차 구동음. 객차 좌석 사이에 특이하게 쇠기둥 존재. 응암에서 단선 순환

7호선: 1차 도입분과 2차 도입분 전동차의 구동음과 UI 편차가 존재. 또한, 2기 지하철의 1996년도 전광판 인터페이스와 2000년도 전광판 인터페이스가 공존하는 유일한 노선. 2차 도입분 전동차는 최초로 큼직한 통유리 등장

8호선: 7호선과 비슷한 전동차 사양. 복정-산성 지상 구간

Posted by 사무엘

2010/10/07 17:01 2010/10/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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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철도 생각

1. 대학원 생활과 철도

연세대 안에서 문과 대학에 속하는 위당관, 외솔관 같은 건물은 정문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 밖이 아주 조용할 때는, 정문 근처의 경의선 철길로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어렴풋이 그 먼 곳까지도 들린다.
물론 새마을호나 KTX 같은 열차의 소리는 어림도 없고, 디젤 기관차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철도가 소음과 진동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게 이런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긴, 디젤이면 그나마 양반이지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열차가 지나가면서 주변에 끼치는 side effect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뿜어져나오는 연기가 아주 그냥..;;
"이 친구,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먹었나?"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일산에서 통학하는 대학원 선배가 계셔서 그분께 "경의선 서울-수색 구간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이기 때문에 선로 용량이 부족해서 전철이 1시간에 1대꼴로밖에 못 다닙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자기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하셨다. 열차가 왜 이렇게밖에 안 다니는지 궁금했고 불편했더랜다. 사실, 연세대 학생 중에도 자기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철길이 경의선인 줄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서울이나 용산역에서 운행을 마친 여객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라는 것도 다들 처음 듣는다는 반응.;;

언젠가 학교에서 경의선 열차로 서울 역에 간 후, 거기서 바로 열차를 타고 대전이나 경주로 가 보고 싶다. 그럴 일도 언젠가 분명 생기게 될 것이다. ^^

그나저나 연대 정도면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질없는 생각이다.
강의실이 정문에서도 워낙 멀어서.. 결국은 어차피 셔틀버스 타게 되더라. ㅋㅋㅋ 셔틀버스 타고 매일 독립문 구경하면서 등교한다.
학교 지리에 완전 새내기이던 시절에나 신촌 역에서 강의실까지 걸어 다니지, 지금 그 짓을 다시 하라면 최소한 혼자서는 못 할 것 같다.

끝으로, 좀 엉뚱한 상상.
(1) 내가 만약 지금 같은 과가 아니라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고 (2) 카이스트나 서울대를 가지 않고 유학도 가지 않는다면,
내가 가게 됐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단연 포항공대일 것이다. 서울도, 대전도 아니라면 고향과 가까우면서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 학교가 단연 저기였을 테니까 말이다. 집에서 CDC 타고 다니며 통학하거나 아니면 아예 운전을 하겠지.;;

하지만 둘 다 본인의 성향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또 지금은 KJV를 믿는 지역 교회가 필요하고 게다가 철덕 기질(우리나라에서 서울과 수도권만치 철도 교통이 발달한 곳은..;)까지 있다 보니 서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지는 중이다.

2. 철도는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

본인은 지금까지 강북, 강남, 심지어 분당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10~25km 정도 떨어진 다양한 곳을 나름 출퇴근 경로로 왕래한 경험이 있다. 물론 어느 곳이든 주된 출퇴근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지만 아주 가끔 버스도 이용해 봤다.

버스와 지하철 중 더 빠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지하철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 차이가 나냐 하면, 지하철을 탔을 때 문에서 문까지 걸리는 전체 소요 시간과, 버스를 탔을 때 버스 안에서 순수하게 보내는 시간이 비슷하다. 즉, 버스를 타면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시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서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하철을 탈 때에 비해 추가로 더 걸린다는 뜻이다.

그래도 버스는 일반적으로 지하철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타서 목적지에서도 더 가까운 곳에 내린다. 또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없고, 지하철로는 한두 번 갈아타야 하지만 버스로는 한번에 가는 노선이 존재한다. 실제로 본인의 집에서는 논현을 경유하여 강남 역까지, 그리고 분당 야탑과 서현까지, 게다가 심지어 학교까지도 환승 없이 바로 가는 버스가 모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는 일반 도로 교통수단에 비해 우월하다.
빠르고 대량 수송이 가능하고 정시성이 뛰어난 것뿐만이 아니라, 일반 도로 교통보다 훨씬 더 쾌적하고 편한 여행이 가능하다.

철도는 불쾌한 진동, 급가속, 급제동, 급커브가 없어서 멀미를 사실상 전혀 겪지 않는다. 자동차 특유의 차냄새도 없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열차 안에는 안전벨트라든가 구명용 조끼, 구토용 봉투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어지러워서 노트북 작업이나 독서를 할 엄두를 못 내며, 그저 자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차 안에서는 이동 중에 그런 지적 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만치 철도는 시쳇말로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이라는 뜻이다. 철도는 정시성뿐만이 아니라, 탑승자를 덜 피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까지 사람의 시간을 아껴 준다. 도시 철도의 성격을 띠는 지하철은 정차가 굉장히 잦기 때문에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면 의외로 자동차에 비해 속도 메리트가 감소한다. 그러나 저런 편안함 덕분에 시간을 버는 면모도 생각해 봐야 된다는 뜻이다.

쾌적성 면에서는 철도와 비행기가 비슷하게 편하고, 버스와 배가 비슷하게 불편한 것 같다. 물론 비행기도 난기류 때문에 흔들릴 때는 가끔 멀미를 하지만, 버스나 배 수준의 빈도로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상 교통수단은 고체 매질과 마찰이 있고 선박도 액체 매질과의 마찰이 있지만, 비행기는 오로지 기체와의 마찰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도는 철과 철이 접한다는 특성상 매질과의 마찰이 아주 작으며, 완전히 떠서 달리는 자기 부상 열차는 마찰이 항공 수준과 동일하여 더욱 편안한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

3. 열악한 철도 인프라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철도 투자에 지금까지 너무 인색했다는 것이다.
일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없던 여객 철도 노선을 완전히 새로 만든 게 얼마나 됐나? (기존선의 개량, 연결, 복선화 같은 거 말고)

가장 시급했던 영동· 태백선 같은 산업선이라든가 6,70년대에 경전선이나 만든 게 전부이다.
고속철은 '빠른 경부선'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규 노선이 아니고, 공항 철도나 수도권 전철을 빼면.. 전무에 가깝다.

가령, 일제 강점기 때까지 철도가 없던 충청남도 공주에 철도가 생겨서 새마을호가 다니기 시작했다거나,
하남과 용인에 철도가 들어갔다거나, 대구와 광주가 철도로 연결됐다거나 한 적이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다는 소리이다.
그러는 동안 고속도로만 가히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구축되어 가고.;;

그러니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로지 자가용이나 고속버스만 생각하게 되고, 철도는 명절에나 생각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KTX라는 명칭 그 자체가 사실상 경부선이라는 노선과 한국형 떼제베라는 차량 계보를 대표하는 말이지만 일본은 신칸센의 노선과 차량 계보 규모가 가히..;;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철도에 대한 인식과 한국에서의 그것은 가히 넘사벽에 가까운 차이가 존재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이야 우리나라도 KTX에, KTX 산천에, 누리로에, 공항 철도처럼 다양한 철도 차량이 들어와서 다재다능한 전동차 맛을 보기 시작하는 중이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의 철도 인프라는 가히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에 가까웠다. 재래식 기관차+객차 운영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앞으로 기관차는 화물 아니면 침대차 같은 곳에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6 15:00 2010/10/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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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문맥 의존성

1.
- 나는 네가 좋다.
- 라면은 삼양이 맛있다.

2.
- 나는 학생이다.
- 나는 자장면이다. (너는?)
- 물은 셀프이다. -_-;;

3.
- 영수는 철수도 못 이긴다.
- 철수는 영희도 못 이긴다. (누가 누구보다 힘이 세다는 건지?)

이런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한국어는 정말로 문맥 의존적인 언어이다.
보조사 '는/은'은 주격 조사처럼도 쓰이고 목적격 조사처럼도 쓰인다. 그래서 3번 같은 모호성도 발생하게 된다.
보어도 주어와 동일한 '이/가' 주격 조사를 받는다는 것과, '와/과'가 and뿐만이 아니라 with로도 해석된다는 것도 난해한 점.

국어 문법 수업을 들으면, 국어 문법에 대해서 용법을 칼같이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증명을.. 듣는 게 아니라,
이런 건 학계에서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고 답이 없고 100% 떨어지지 않는다는 식의 말만 주로 듣게 된다. ㅜ.ㅜ

결국 한국어는 형태론이나 통사론을 넘어서 화용론까지 가서 각 단어의 의미와 문맥을 파악하지 않으면
제대로 구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계적인 형태소 분석으로는 대략 GG.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C/C++이 문맥 자유 문법이 아니라 문맥 의존 문법이어서 구문을 분석하기 다소 난해한 언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AA bb(cc); 가 각 토큰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함수 선언도 되고 객체 선언도 되며, (A)+B에서 A가 typecasting도 되고 피연산자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영어로 치면 and, with, to 같은 전치사의 의미가 뒤에 받는 단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의미가 뒤죽박죽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헐..
한글은 배우기 쉽고 기계화에 용이한 문자이다. 그러나 한국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꽤 배우기 어렵고 의미를 분석하기 난해한 언어일 것 같다.

영어는 전에도 언급했듯이, 음운 체계와 어순이 완전 이질적인 것과 언문 일치가 막장이어서 처음에 철자법이 좀 까다로운 것만 빼면, 언어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언어가 아니다. 굴절도 다른 유럽 언어들만치 대책 없는 수준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영어는 어떤 경우에도 모호성이 없고 만능이냐 하면 그런 것도 물론 아니지만..!
(영어의 전치사 용법도 요즘은 많이 문란해져 있긴 하다)

한국어의 문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영어 문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말:

1.
- 나는 철수를 만났다 / 나는 철수와 만났다
하나는 그냥 우연히 마주쳤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볼일이 있어서 약속을 잡고 만났다는 뉘앙스를 더 풍기게 되지만, 용법이 100%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 나는 연세대를 갔다 / 나는 연세대에 갔다
하나는 그냥 그 장소로 이동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뉘앙스를 더 풍기는 것 같다.

2.
"물은 셀프"를 콩글리시가 아닌 실제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시는 분? ㄲㄲㄲㄲ
하긴, 미국은 사람이 서비스를 하는 업종을 이용할 땐 팁을 주는 게 당연시되고 있고 그게 아니면 주유조차도 운전자 자율 주유가 보편화해 있는 나라이다 보니, 저런 표현 자체가 문화 특성상 별로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나라의 아파트나 고속도로와 100% 정확하게 대응하는 영어 표현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울러 저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미국은 긴 시간 동안 꼼꼼한 사람의 일대일 서비스가 필요한 이발/미용업의 이용료가 굉장히 비싸다고 들었다. 듣기로 성인 남자 기본컷이 20$가 넘는다고..;;

Posted by 사무엘

2010/10/05 10:59 2010/10/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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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어머니께서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다시 경주로 돌아가셨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을 왕래할 때 동서울 직행 시외버스의 애용자이다. 우등 수준의 좌석이면서 운임은 우등 고속버스보다 싸고(일반고속보다 약간 비싼 수준), 중부내륙 고속도로까지 개통하니 더욱 빨리도 가고, 가격 대 성능이 여러 모로 아주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낮에 연락을 해 보니 어머니 왈, 경주로 가는 버스가 모조리 좌석 매진인 바람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3시간 가까이 뒤에 있는 저녁 6시 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 잘 알다시피 시외버스는 예매 체계가 개떡 같다.

-- 경주와 서울을 왕래하는 버스는 고속버스(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서울 터미널)로 이원화해 있다. 둘 다 공히 배차간격이 40분인데 고속버스는 40n분마다 출발하고, 시외버스는 거의 40n+20분꼴로 출발함으로써 경주-서울 버스의 실질적인 배차간격을 둘의 조화평균인 20분으로 좁혀 주고 있다. 현재 어머니께서 계신 곳은 물론 동서울 터미널.

-- 그런데 시외버스의 경우, 실질적인 운행 계통은 동서울-경주-"포항"이다. 그리고 본인이 알기로 이 노선은 경주 승객보다 포항 승객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 사람은 시외버스를 이용하기가 고속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들며, 주말에 예매를 안 하면, 지금 어머니와 같은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가 쉽다.

그래서 본인은 즉각 이렇게 조언을 했다.
그 차를 기다리지 말고, 경주보다 차가 훨씬 더 자주 있는 대구로 일단 간 뒤 거기서 경주 가는 차를 갈아타라고 말이다. 이건 버스든 철도이든 철칙이다. 서울에서 경주 가는 차가 없으면 일단 대구로 가면 된다.

다행히 대구 행 버스는 30분이 채 안 되어 출발하는 다음 차가 있었고, 어머니는 본인의 말대로 해서 6시 차를 기다렸을 때보다 2시간에 가깝게 훨씬 더 일찍 귀가하실 수 있었다. 어머니도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미처 생각을 안 했다며 좋아하셨다.

다만, 동서울 터미널에서 대구로 가는 건 시외가 아니라 고속버스 노선만 있는 모양이다. 강남 터미널에는 오로지 고속버스만 있지만, 시외버스 위주인 동서울 터미널에는 대구나 대전 같은 주요 도시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도 일부 있다.
그래서 우등의 경우 운임이 시외버스보다 비싸며, 대구에서 대전 포함 서울 방면으로 가는 모든 고속버스들은 서대구 터미널을 경유한다. 뻑뻑한 대구 시내를 동서로 횡단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고속도로로 쌩~ 통과할 때보다 시간 손실이 더 크다는 단점도 있다.

뭐 그래도 서울에서 발이 묶인 채 3시간씩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지 않은가?

열차를 탈 때엔 더 기발한 팁이 있다.
주말에 대전-서울 직행의 좌석이 매진이면, 동일한 열차에 대해서 대전-천안, 천안-대전 이런 식으로 좌석을 분할해서 요청하면 어지간해서는 다 자리가 있다. 중간에 열차 안에서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된다. 본인은 이 기법을 수 년 동안 여러 번 활용해 왔다. 다만, 대전-천안, 수원-서울 이런 식으로 구입하는 건 불법 무임승차가 되므로 주의하자.

다음은 관련 추가 잡설들.

1. 지금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지하철 고속터미널 역 일대)은 과거에 정부에서 강남을 주거 및 부도심 지역으로 집중 개발할 때 의도적으로 지금의 위치에 건설되었다. 그때는 한강 이남이 이북보다야 북한에서 더 멀리 있으니, 심지어 안보상의 이유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한편, 1980년대 말에 지어진 동서울 터미널은 중부 고속도로의 육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경부 고속도로의 혼잡 완화도 의도한 것이다.
이 두 곳 말고 상봉이나 남부 같은 다른 터미널은 이용할 일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본인에게 정보가 전무하다.

2. 경주에서는 서울 행뿐만이 아니라 대구 행 노선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경쟁 관계이다.
고속버스(동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부 정류장.. 뭐 동대구 시외버스 터미널 뻘 된다)로 이원화한 구도이며, 배차간격도 30분대로 비슷하고 운임도 아마 같지 싶다. 고속버스의 경우 일반과 우등이 거의 반반씩 투입되지만, 단거리이고 시외버스와 경쟁하는 노선인 관계로 우등도 일반과 동일한 운임을 징수한다.
본인은 어렸을 때는 동부 정류장을 애용했지만, 나중에는 동대구 역과 연계가 잘 되어 있는 고속버스 매니아로 바뀌었다. 두 터미널은 1.n 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어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걸어서 가기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참고로 경주의 시외버스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미널은 비록 단일 통합 건물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이웃집 사이이고 매우 가깝다.

3. 경주와는 달리 포항에는 대구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이 없다. 경주를 거쳐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만이 존재한다.

4. 대구는 대중교통 인프라에 관한 한 굉장히 특이한 도시라고 예전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더 큰 것부터 시작해 고속버스 주제에 중간 정류장인 서대구 터미널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정작 종점인 동대구에는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 건물이 없어서 회사별로 고속버스 터미널들의 전산 코드마저 다른.... 정말 괴팍한 도시이다. (대구-동양, 대구-한진, 대구-중앙 등~~ 이게 뭐냐구!!)
그런 대구가 동대구 역 근처에다가 고속버스 터미널과 동부 정류장(시외버스)까지 통합한 종합 교통 허브를 만들겠다는데 과연 잘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5. 하긴, 밤에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열차 중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 밤차도 있고, 또 서울 역에서도 밤 10시~11시대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게 2010년부터는 부전이 아니라 부산으로.. 즉, 경부선 풀코스로 바뀌었다. 동대구 역에 새벽 2시 43분에 도착하고 부산으로 가는데, 동대구를 새벽 3시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소형 RDC 무궁화호가 추가로 생겼다. 즉, 서울에서 경주를 가려면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용답-신설동 지선을 타듯이.
대구선과 동해남부선 일대의 수요 부족 때문에, 아쉽지만 이렇게 바뀐 것 같다.

6. 한 2002~03년쯤엔 어머니께서 서울에 아주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나름 울산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신 적도 있었다. 그때 KTX가 있었다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운임과,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이동 시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대구 이남의 KTX 고속신선은 경주와 울산에 근접하게 만들어졌다지만 그래도 포항은 교통면에서 여전히 답이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3 18:26 2010/10/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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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곡선(원뿔 곡선) 이야기

수학에서 함수라는 것은 y=f(x)와 같은 형태로, x에다가 임의의 수를 대입하면 그에 대응하는 y 값이 계산을 통해 딱 하나로 산출되어 나오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f(x, y)=0라고 함수를 정의할 수도 있다.
이 식을 만족하는 x, y가 곧 정의역과 치역임이 규정된다.
이런 형태의 함수를 수학 용어로는 음함수(implicit function)라고 일컫는다.
딱 명시적인 함수 형태는 아니지만 함수를 암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뜻인데, ‘음’이라고 하면 negative가 먼저 떠올라서 한국어로는 뜻이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음함수가 표현력이 더욱 풍부하다. 그도 그럴 것이 y=sqrt(1-x^2)라고만 하면 사분원반원 하나밖에 표현을 못 하지만, x^2+y^2=1이라고 하면 원 전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터 상으로 음함수를 처리하는 것도 더욱 까다롭다. x뿐만 아니라 x와 y를 2차원적으로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차원만으로 모자라서 z축도 동원하여 3차원까지 가면 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런 음함수 중에서 x, y의 계수가 최대 2차까지 갈 수 있는 녀석을 배운다. 일반화하면 아래와 같은 꼴.

a*x^2+ b*x*y+ c*y^2+ d*x+ e*y+ f = 0

2차식인 a, b, c중 적어도 하나가 0이 아니라면 이 음함수는 아래의 형태 중 하나가 된다.

1. x, y가 실수 범위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빈 그래프. (x^2+y^2=-1 같은 경우)
2. 두 직선 (x^2-y^2=0 같은 경우. 또한, xy=0 이라고 하면 x축과 y축^^)
3. 타원 (x^2+y^2=1)
4. 쌍곡선 (x^2-y^2=1)

원이나 포물선은 굉장한 레어 케이스에서나 존재 가능하다.
또한, a, b, c 계수의 관계에 따라 곡선의 모양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판별식도 있다.

2차 곡선인 이들 원, 타원, 포물선, 그리고 쌍곡선은 모습도 인간 세계에서 수학적인 의미를 두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래시계처럼 ▶◀ 형태로 놓인 원뿔의 단면을 잘랐을 때 나오는 곡선이라고 해서 원뿔곡선(conic section)이라고도 불린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짤방은.. 초점이 동일한 어느 타원과 쌍곡선의 모습을 자작 프로그램으로 그린 것. 나름 안티 앨리어싱까지 되어 보기에 더욱 아름답다. ㅋ

타원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두 초점에다가 실을 묶고 팽팽하게 연필을 그으면 비교적 쉽게 그릴 수 있다.
원은 두 초점의 위치가 일치하는 특수한 경우라 하겠다. 타원 모양으로 된 당구대 안에서 그 타원의 한 초점에서 공을 굴리면, 그 공은 다른 초점을 반드시 지나게 될 것이다.

쌍곡선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의 절대값(=차이)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절대값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곡선이 둘 존재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y=1/x 반비례 그래프가 알고 보니 이 쌍곡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물선이야 중학교 시절에 제곱근과 2차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으로 접할 때 배운다. 그런데 포물선은 단순한 2차식을 넘어서 “한 초점과 한 기준선이 주어졌을 때 초점에서의 거리와 준선까지의 수직 최단 거리가 일치하는 점들의 집합”으로 다른 관점에서 정의가 이루어진다. 사실, 타원과 쌍곡선도 한쪽 초점이 한없이 멀어지면 포물선 모양으로 수렴하게 된다.

포물선은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상에서 물건을 던지기만 해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단, 공기 저항이 없어야). 포물면은 반사하는 모든 빛을 초점으로 한데 모을 수 있다. 다만, 만들기가 구면보다는 어렵다.

2차 곡선은 이렇듯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실용적이다. 거리와의 제곱에 비례해서 감소하는 만유인력과도 관계가 있다. 제곱의 의미는 2차원, 즉 면적이다.
인공위성은 흔히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물체라고들 한다. 공중에서 충분한 추진력으로 위성을 가속하지 못하면 그 발사체는 지구로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속력이 어느 정도 빨라진 순간부터는 이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원 궤도를 그리게 된다.

더 빨라지면 위태위태 타원 궤도를 그리게 되고, 어느 정도 도를 넘어서면 포물선, 그 이후부터는 쌍곡선 궤도를 그리면서 그 발사체는 지구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된다. 옛날에 이런 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장난감 삼아 짜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

그 반면에 음함수의 식이 3차까지 가면, 모양만 변태적으로 복잡하지 쓸모가 없다. 변수의 값이 어떻냐에 따라서 쌍곡선 같은 그런 곡선이 3쌍둥이가 생기기도 하고, -⌒- 이런 모양이나 아니면, 그런 모양에 U자 모양 곡선이 합쳐진 놈 등... 자연에서 볼 일도 없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음함수를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윤곽선 폰트를 래스터라이즈하는 일과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게 x*y개의 함수값을 일일이 다 구해 보지 않고도 함수값을 구성하는 영역만 매끄러운 경계선을 추출하고 거기에다 안티 앨리어싱까지 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아한글이나 포스트스크립트 같은 다른 폰트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윈도우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는 매 도트에 대해서 윤곽선 안에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서 글자를 찍어 낸다. 그래서 힌팅 정보가 없으면 작은 글씨에서 가는 획이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은 옛날에 너무나 깔끔하게 잘 출력되는 영문 폰트들을 보고서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아주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힌팅 정보 덕분이었다. 힌팅은 획의 굵기를 일관성 있게 보정할 뿐만 아니라 윤곽점을 래스터라이저가 글립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위치로 강제로 옮겨서 획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흠, 글 주제가 수학에서 폰트 얘기로 급반전.. 어쨌든 음함수의 렌더링도 그만치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0/01 20:23 2010/10/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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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타 기피

사람에게는 “3연타”(그 이상의 횟수도 포함)를 싫어하거나 최소한 심리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숫자나 일반 문자를 입력하느라 같은 key를 세 번 이상씩 누르는 것 말이다. 글자를 쓰는 것도 포함.

물론 연타는 그 자체가 타자 행동에서 좋은 현상이 아니다. 반복은 두 번으로 족하지, 세 번 이상은 같은 손가락이 아프기도 하고, 또 내가 몇 번까지 반복했는지 횟수를 머릿속으로 세어야 하기 때문에 싫어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영문 정서법도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글자를 두 번까지는 연달아 적는 경우가 있어도(ee, ss 등) 세 번 이상은 절대 없다. 가령, s나 ss로 끝나는 단어의 뒤에는 심지어 's(소유격)도 또 붙이지 않는다. 쓸 때는 princess' 라고만 쓰고, 읽을 때는 [iz] 발음을 알아서 추가하지 않던가.
아마 알파벳을 쓰는 다른 유럽 언어의 정서법에도 그런 불문율이 있지 않겠나 싶다.

본인이 이런 생각을 별안간 하게 된 것은 최근부터 손전화로 천지인 입력 방식을 쓰면서이다.
한글도 어떤 방식으로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더라도 구조적으로 3연타 이상이 필요한 일은 거의 없게 되어 있다. 기껏해야 쌍자음이고 3중 자음은 옛한글에서 ㅅㅅㅅ 정도가 유일하다. 모음도 ㅑㅕㅛㅠ만 있지, 삐친 획이 三이나 川처럼 세 개씩이나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쇠 수가 매우 적은 손전화를 쓸 때에도, 본인이 과거에 나랏글 방식을 쓰던 시절에는 3연타를 할 일이 없었다. 나랏글은 10글쇠가 아닌 12글쇠를 사용한다는 것과, 자음과 모음을 불문하고 가획 키를 자꾸 눌러야 하는 게 불편한 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비교적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ㅌ, ㅍ 같은 글자도 ㄴ이나 ㅁ을 입력한 후 가획 키를 두 번만 누르면 만들어진다.

그러나 천지인에는 3연타가 존재한다. 쌍자음을 입력할 때 같은 자음을 세 번 눌러야 한다. 물론 이는 나랏글처럼 가획 글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음 글쇠 자체를 반복 입력하면서 낱자 결합을 하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3연타를 접하고는 의외로 굉장히 이질감을 느꼈다. 음절 모호성이야 천지인의 주 특징이라고 예전부터 워낙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저런 것은 직접 써 보기 전에는 실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쪼록, PC 키보드용이든 손전화용이든 좋은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려면 국어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인지 공학적인 여러 면모가 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천지인과 나랏글은 서로 제각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좀더 시스템이 단순하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건 본인이 보기에 천지인보다는 나랏글이다.

한편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든지간에 전화기에서도 모호성도, 도깨비불 현상도 없는(=세벌식) 한글 입력 방식이 있긴 있어야 한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비록 글쇠 수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가획이 복잡해지고 다른 불편한 점이 있을지라도 뭔가 중간 과정이 한글답게 찍히는 입력 방식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사무엘

2010/09/30 17:40 2010/09/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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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는 여러 분야에서 굵직한 철도 개통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생각만 해도 즐겁다.

※ 경부 고속철 2차 개통(1차가 2004년)

1차 개통을 한 지 거의 6년 반 만의 일이다. G20 정상 회의 때문에 진행 속도가 좀더 붙었다.
이번 개통의 가장 큰 변화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드디어 대구-부산 구간에도 신선이 개통된다는 것이다. 서울-부산 운행 시간이 더욱 단축된다. 대전과 대구에만 정차하는 걸 기준으로 서울-부산을 1시간 56분으로 예측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2시간을 약간 넘긴 시간으로 좀 더 길어진 모양이다.

이것 때문에 항공 업계는 서울-부산 비행기가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대구 비행기가 이미 KTX에게 발리고 닥버-_-했듯이 말이다. 단적인 예로, 부산 김해 공항을 경유할 예정인 김해 경전철의 공항 역은 국내선을 배제하고 국제선 청사와 더 가까이 연결되게 건설된다.

앞으로 경부 고속철에는 신선뿐만이 아니라 기 개통 구간에도 김천구미와 오송 역이 신설되며, 아직 기존선을 사용하는 대전과 대구 시내 구간에도 시내를 관통하는 선로가 새로 생긴다. 사실, 대전-대구 사이에는 기존선 주행 구간이 너무 긴 게 문제이긴 했다. 대전의 경우 이미 옥천에서부터 고속선이 끝나고 기존선으로 빠지니 말이다.

대전과 대구의 시내 통과 구간을 지상으로 만드냐 지하화하냐 때문에 지금까지 말이 많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조삼모사 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 같다.

A: 고속철은 시내 구간을 지상으로 통과할 예정이다.
B: 꺅 꺅~ 소음과 진동 때문에 싫단 말야!
A: 싫으면 지하화할 사업비나 대던가.
B: 이미 지상 노반 다 확보해 놨습니다.
ㄲㄲㄲㄲㄲㄲ

※ 공항 철도 2차 개통(1차가 2007년)

김포-인천 공항 사이의 1차 구간이 3년 반쯤 전에 먼저 개통한 뒤, 이제 공항 철도도 서울 역으로 들어온다. 지하철들(1, 4호선)이 역의 동쪽에 있다면 공항 철도는 지금 경의선 전철이 있는 자리인 서쪽으로 입주하게 된다. 사실 공항 철도의 서울 강북 구간의 노선 자체도 경의선과 꽤 비슷하다. 둘 다 지하로 건설되지만 공항 철도가 경의선보다 더 깊게 건설된다.

환승역이 될 홍대입구, DMC, 공덕 같은 곳은 대략 대박. 이제 공항 철도도 이용객이 더욱 늘길 기대해 본다.

그런데 노선이 더 길어지는 것 이상으로 기대되는 떡밥이 있는데, 바로 공항 철도에 KTX 산천 차량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이미 경의선과 공항 철도 사이의 연결선의 건설도 확정된 상태. KTX를 타고 공항까지 간다니 뭔가 흥미롭지 않은가?

이건 코레일의 공항 철도 회사 인수, KTX 산천 도입, 공항 철도 2차 구간 등 여러 요인이 한데 어우러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미 거미줄처럼 구축된 공항 리무진 버스 인프라에 맞서, 단군의 후손들에게 “기차 타고 공항 간다”라는 인식을 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항과 서울 시내를 연결하는 철도 자체는 꼭 필요하다. 강남은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으로, 강북은 공항 철도로, 이렇게 양분된 구도가 될 예정이다.

더구나 KTX 산천은 편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굳이 한 편성에 무려 935명씩이나 태울 만한 지역이 아닌 곳에도 좀더 구석구석까지 고속철의 혜택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임률이 가장 높은, 쉽게 말해서 가장 비싼 철도는 KTX가 아니다. 명목상으로는 공항 철도 직통 열차-_-가 임률이 가장 높다. 1km당 새마을호가 93원, KTX는 기존선이 100원이고 고속선은 158원인데, 직통 열차는 무려 209원으로 잡혀 있다(일반 통근 열차는 82원). 그래서 김포에서 인천 공항까지 40k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가는 데 직통 열차는 무려 8천 원이 넘는 운임을 징수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하도 이용객이 너무 없어서 FM대로의 직통 운임 징수를 몇 년째 보류하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공항 철도는 무슨 박리다매 출퇴근 통근 컨셉이 아니라, 어차피 돈 많이 쓰고 오는 여행객이 주 고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좀 비싸고 내장재가 호화로워도 된다. 또한 무거운 짐을 취급하는 시설이 더욱 발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KTX가 공항 철도에 투입된다면 운임이 어떻게 산정될지 흥미롭다. 공철 직통 열차는 KTX 1과 동일한 좌석을 쓰고 있고 임률이 이미 KTX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2차 구간이 개통되면 이런 임률도 조금 개선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쩌면 옛날에 임진강 라이너 새마을호가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썼듯이 공항 철도를 달리는 KTX는 좀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쓸 가능성도 있다.

공철에 KTX가 투입되고 나면 열차 운행 속도나 좀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영종 대교를 달리고 있노라면 열차가 일개 공항 리무진(딱 규정 속도대로만 달리고 과속을 절대 하지도 않는!) 버스들에게도 추월당한다. 원래 공철 자체도 시속 150 이상도 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선형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또한, KTX가 공철에 투입된다 하더라도, 서울과 공항 사이만 오갈 뿐, 인천에서 바로 부산 방면으로 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인천 대교를 따라 철도를 건설해서 KTX를 인천 공항에서 서울 역이 아니라 차라리 광명 역으로 가게 한 후 경부 고속선으로 진입시키는 게 필요할 것이다.

※ 경춘선 복선 전철 개통(춘천 역은 2005년 10월부터 폐쇄됨)

이것도 꽤 오래 됐다.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뀌어, 30년이 넘게 수도권 전철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던 경의선마저 2009년부터 광역전철로 편입되었고 심지어 천안 이남의 장항선 구간까지 전철 1호선의 일부가 되었다. 중앙선과 경원선의 발전도 놀랍다. 이제 다음은 경춘선 차례이다!

그런데 성북은 물론이고 청량리 역까지 경춘선 취급 기능을 상실한다면 청량리 민자 역사 관계자들이 많이 섭섭해할 것 같다. 상봉이라는 웬 듣보잡 신설역이 경춘선의 시종착역으로 과연 굳어질까? 뭐, 선로 용량 부족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는 하던데.

느리고 무거운 무궁화호가 다니던 단선 비전철 노선이 복선 전철로 바뀌고, 루머에 따르면 심지어 2층 전동차까지 투입된다고 하는데 나름 경춘 고속도로와 경쟁한답시고 대비를 많이 한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29 08:25 2010/09/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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