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 공항 이야기 외

본인이 철거민, 토지 보상, 알박기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벌어졌던 용산 참사였다.
이 사건에 대해서 본인은 철거민만 무조건 동정하지 않으며, 공권력만 일방적으로 비난하지도 않는다.
듣기로는 진짜 집 주인은 보상을 받고서 이미 옛날에 집을 비웠다고 한다. 문제가 된 건 거기에 세들어 살던 사람들.
그들이 자기 보금자리에 대해서 합법적으로 철거를 반대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처지는 딱하지만 "지금까지 살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했을 사람인지 본인이 여기서 단정적으로 판단을 내리지는 않겠다.

'알박기'라는 단어가 있다. 어디 개발한다, 건물을 짓는다는 말만 있으면 거길 비집고 가서 콘크리트 가건물을 짓고 눌러 산다. 그러다 나중에 자기 집이 철거된다고 하면 으르릉 워리어로 돌변, 배 째라고 드러눕는다. 그러면서 토지 보상 명목으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요구한다.
심지어 교회 예배당조차도 그런 식으로 무허가 건물로 만들어 놓고는, 우격다짐을 한 끝에 토지 보상비까지 버젓이 타내는 경우가 있었다. 처벌을 받아도 시원찮은데 오히려 보상금을 받았다. 합법적으로 임대료 꼬박꼬박 내면서 건물에 입주해 있는 교회가 보면 까무러칠 일이다.

저런 식의 이기적인 알박기 때문에 대규모 국책 사업이 차질을 빚기도 하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 문제의 희생양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는 바로 일본의 나리타 국제 공항이다.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도쿄의 하늘 관문이던 기존 하네다 국제 공항의 공간이 부족해지자, 더 외곽에 더 대규모 공항을 만든 것이다. 그 계획을 수립한 게 이미 1966년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그때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그나마 토지 보상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건설 예정 부지 일대에는, 골수 전투종족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집, 내 농토 뺏기기 싫다고 농민들은 물론이고 당시 악명을 떨치던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합세하여 공항 건설을 극렬 반대하고 방해했다. 환경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저 이유 때문에. 이 정도면 정말 우리나라의 극렬 좌익 데모꾼을 능가하는 수준인 듯. 이 친구들이 얼마나 악랄했냐 하면,

- 1972년 완공 예정이던 공항의 개항일을 무려 6년이나 늦췄다. (1978년으로)
- 건설 과정에서 경찰도 죽고 시위대도 죽을 정도로, 최루탄과 화염병이 오가는 전쟁 수준의 데모를 벌였다.
- 게다가 그나마 개항일을 얼마 앞두고 시위대가 관제탑에 무단 침입하는 데 성공, 공항 시설을 파괴하는 바람에 개항을 더욱 지연시켰다.
-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활주로 부지에다 알박기' 대응으로 일관했으며, 사건을 수습하러 온 토지 보상 위원회장에게도 테러를 가했다.

그들의 안티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덜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데모꾼의 공격을 예방하기 위해, 나리타 공항 이용객은 탑승 구역이 아니라 청사 입구로 들어갈 때부터 소지품 검사와 신원 확인을 받아야 한다. 휴전국인 한국에도 얼마 없는 경비원들이 이 공항에는 무진장 깔려 있다고 한다.

게다가 나리타 공항은 전투종족의 방해 공작 덕분에 처음에 의도되었던 규모로 지어지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긴 활주로를 충분히 못 만들고, 그 큰 공항이 개항 후 무려 24년을 단일 활주로로 버텨야 했다...;;;
어느 4km짜리 활주로는 2km 남짓한 길이로 두 동강이 나고, 어느 직선 유도로는 논밭이나 민가를 피해서 '커브'가 생기는 바람에 뚱뚱한 대형 항공기가 드나들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S자 같은 활주로, 오징어 같은 활주로, 만들다가 후회한 활주로.."

나리타 공항의 위성 사진을 보면 그 안습한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가 드나드는 길목으로 에워싸인 집, 비행기 활주로를 둘로 쪼개고 커브를 만든 밭;;; 아, 그렇게도 공항 지어지는 게 싫었는지?? -_-;;;;; 테란 기지가 저그 크립 때문에 거지같이 지어진 모습이다.

나리타 공항은 태생적인 ㅂㅅ이 되면서 일본 정부가 처음에 기대했던 정시성과 물류 경쟁력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게 지금은 나라도 포기한 공항이 되어서 오히려 하네다 공항을 다시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는 분위기이다. 지역 이기주의가 나라 말아먹은 좋은 사례이며, 덕분에 인천 공항이 반사 이익을 톡톡이 챙기게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잘 알다시피 인천 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를 메워서 거대한 섬으로 연결한 부지에다 건설되었다.

이 공항을 지으면서 대차게 데인 일본 정부는 토지 보상 문제란 말만 나오면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었고, 후대의 공항은 아예 인공섬을 만들어서 짓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오사카의 칸사이 국제 공항. 정말로 피똥 싸는 건설비를 쏟아부어서 바다 위에다 없던 섬을 만들어 건설했다. 하지만 후유증이 너무 큰 관계로 이 공항은 공항 이용료가 굉장히 비싸, 승객과 입주 항공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 반면 2002년인가 03년 이래로 공항 이용료를 동결해 온 인천 공항 만세~~)

그랬는데,
그렇게도 실적 좋은 인천 공항을 우리나라 정부가 매각한다는 얘기는 왜 나돌고 있는지? -_-;;

Posted by 사무엘

2010/11/10 08:28 2010/11/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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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세 버그는 해당 기능이 처음으로 추가된 5.31버전부터 지금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존재하다가 이제야 발견하고 고쳐졌습니다.

- "코드번호로 변환" 텍스트 필터의 설정을 고쳤는데 번호 표현 형태(format)가 사용자의 설정대로 제대로 적용되지 않던 버그
- <날개셋> 편집기의 "계산기"에서 '사용할 상수'를 바꿔 줬는데도 해당 분야에 속하는 상수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던 버그

- 외부 모듈: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TSF A급 프로그램에서는 bksp 키를 눌렀을 때 앞 글자로 달라붙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한 5.3x 정도부터로 추정-- 완성된 글자를 처음으로 지울 때는 달라붙는 게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있더군요. 아마 입력 패드 같은 기능이 처음으로 추가되면서 들어간 side effect 같습니다. 이걸 발견하여 버그를 고쳤습니다.

※ 아래의 버그는 현재의 최신 버전인 5.65에만 있다가 고쳐졌습니다.

- <날개셋> 편집기를 중복 실행을 허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중복 실행하면, 예전 인스턴스에서 새 문서도 같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되지 않는 것
- <날개셋> 제어판의 '낱자 처리' 탭에서 낱자 결합 규칙의 내정값으로 "유니코드 5.2 옛한글"을 골랐는데도 유니코드 5.2에서 새로 추가된 초록색 옛한글 낱자들이 로딩되지 않던 문제
- 낱자 결합 규칙 리스트에서 비사이클 -> 사이클이 있는 결합 규칙을 대상으로 Ctrl+클릭을 했을 때 프로그램이 무한 루프에 빠지고 죽는 버그 (Ctrl+클릭 기능 자체가 5.65에서 새로 추가된 것임)

※ 다음은 사소한 개선 사항들입니다.

편집기 UI: 프로그램을 종료(Exit)할 때나 창을 한꺼번에 모두 닫을 때(Close All), 저장되지 않은 문서가 둘 이상 있으면 "저장할까요?" 대화상자와 더불어 "다음부터 이 질문을 하지 않음" 체크 상자가 뜹니다. 그래서 이걸 체크하면 여러 문서들을 한꺼번에 저장하거나 단번에 무시하고 버릴 수 있게 했습니다.
단, 이 UI는 윈도우 비스타 이상에서부터만 지원됩니다.

변환기 UI: 클립보드의 옛한글 텍스트 표현 방식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버튼을 추가하고, 이에 덧붙여 원본 형식과 대상 형식을 switch하는 버튼을 추가했습니다. 아래아한글 200x와 2010, 그리고 MS 오피스 200x의 옛한글은 모두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변환기를 사용하면 각 방식을 손쉽게 교환할 수 있습니다.

편집기: 수천-수만 줄, 수 MB에 달하는 대용량 텍스트를 블록으로 잡아 복사할 때의 성능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때 잦은 메모리 재할당으로 인해 디스크 thrashing이 일어나면서 동작이 멈출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전체 메모리를 한 번만 미리 잡아놓고 복사가 매우 신속하게 수행됩니다.

입력 패드와 외부 모듈도 편집기의 한글· 영문 비트맵 글꼴 설정을 따라갑니다.

정 재민 님이 추가로 제공해 주신 비트맵 글꼴을 적용하고, 임 정택 님이 제공해 주신 신세벌식 입력 설정을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예제로 제공되던 천지인 입력 방식을 복잡한 받침까지 완전한 일치하는 형태로 개선해 넣었습니다.

※ 다음은 알려진 문제입니다.

1. 현재 <날개셋> 한글 입력기 5.65와, <날개셋> 타자연습 3.21은 저의 부주의로 인해서 버전 충돌이 있습니다. 그래서 타자연습에서 입력기 외부 모듈이 동작하지 못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입력기가 5.80으로 버전업되고 덩달아 타자연습도 버전업되었을 때, 이 둘을 모두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해결될 예정입니다. 불편을 끼친 것에 양해를 구합니다.

2.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기본 IME로 지정한 후 gvim (7.3 기준)을 실행하여 A를 눌러 편집 모드로 들어가면, 영문이던 한영 상태가 느닷없이 한글로 바뀌는 현상이 있습니다. 참고로 TSF 모듈에서만(= 윈도우 비스타/7급) 나타납니다.

이것은... 운영체제의 동작 방식에 대한 정보 미비로 인해 해결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맞게 동작을 고쳐 놓으면, 다른 프로그램에서 side effect가 생기는 식의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MS 워드나 파워포인트가 처음 실행될 때 영문이 아닌 한글 모드로 시작하게 하는 옵션과 완전히 동일한 맥락이기 때문에, 제 프로그램이 gvim의 한글 모드 전환만 예외적으로 봐 줘야 할 명분이 없습니다.
물론 MS IME에는 그런 현상이 없죠. 그건 소스나 정확한 스펙이 공개되어 있지 않는 걔네들 방식대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그 이상 더 정확한 동작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3. 윈도우 7, 스타크 2에 이어 비주얼 스튜디오 2010에서도 한글 입력이 잘 안 되는 문제가 보고되어 있으며, 이 역시 해당 프로그램의 버그로 추정됩니다. MS IME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갑자기 최신 소프트웨어들에서 IME 쪽으로 자질구레한 버그가 왜 이리 자꾸 발견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짜고 나서는 고칠 일도 없고 버그가 들어갈 일도 없을 것 같은데.

Posted by 사무엘

2010/11/07 11:23 2010/11/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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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신자들의 글모음 (책 출간)

막간을 이용한 광고.

<성경 신자들의 글모음> -- 킹제임스 흠정역과 삶의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는 책에 제가 공동 저자 10인 중 1인으로 참여하여, 제가 옛날에 인터넷으로 공개한 신앙 쪽 칼럼과 간증들이 같이 실렸습니다. 저자들 중 저의 비중은(제 글이 차지하는 분량) 김 문수, 김 재욱 형제님에 이어 그래도 랭킹 3위 정도는 됩니다. 이 달 초에 갓 출간된 따끈한 책입니다.

책이 나온 곳은 킹 제임스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킹제임스 흠정역>을 낸 <그리스도 예수안에> 출판사입니다.
공중파 TV 출연에 이어, 제 글이 어떤 형태로든 공중파 출판사를 통해 publish된 건 이게 난생 처음이네요.

제 글은 저의 트레이드마크-_-인 <음란한 성경은 가라> 부터 시작해,
<킬로그램 원기>
<성경을 안 덕분에, 예수님을 믿은 덕분에>

같은 것들이 수록되었으며,
이외에도 다른 분의 글 중에도 주옥 같은 성경 비평, 칼럼, 간증이 많습니다.
다들 keepbible.com 의 게시판에서 개념글 인증을 받은 글들을 다듬고 재정비한 것입니다.

yes24 http://www.yes24.com/24/goods/4330581?scode=032&srank=1
갓피플몰 http://mall.godpeople.com/?G=9788992485210
생명의말씀사 http://www.lifebook.co.kr/final/bookjumun.asp?gs_product=aa01070079788&detail=yes

책이 팔림으로써 제게 돌아가는 이익은 사실상 전혀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차피 글들 자체가 제가 좋아서 혼자 끄적인 것이지 영리를 목적으로 돈 받고 글 쓴 것도 아니었고,
많이 팔리는 장르의 책도 아닌 데다, 참여한 저자도 워낙 많으니. ㅎㅎ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서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이 더 널리 전파되기를 기도합니다.
인터넷 상에 수많은 개독안티 사이트가 있으면, 한 곳 정도는 제 홈페이지 같은 곳도 있어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고서 KJV가 이단이라고 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KJV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사이트도 좀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겠나요?

대학원 다니면서 독자적인 책을 하나 쓰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그게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제는 <Introduction to 철덕>이 되겠고,
철덕 입문을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교에서 한 학기 강의할 분량 정도 되는 교재 컨셉으로,
철도와 교통 공학, 도시 공학 개론부터 시작해 우리나라 철도의 변천사, 수도권 지하철 노선별 분석, 차량 계보 등등.

인문계는 역사와 지리, 이공계는 기계와 전자 공학, 예체능은 음악을 두루 아우르면서
이 책 한 권이면 철덕의 머리 구조를 다 파악할 수 있게. 음, 한 학기 강의만으로 다 되려나?

연습 문제로는 "다음 사진은 우리나라 어느 철도 어느 구간의 모습인가?"
"다음과 같은 지형과 행정구역이 주어졌을 때, 지하철 노선을 설계해 보시오."
"다음과 같은 배선을 지닌 선로에서 완급 결합 열차 다이아를 작성하시오."

그보다 먼저 Looking for you 악보를 피아노 양손 연주곡으로 편곡하고,
Looking for you의 각 소절별 화음· 음정 분석과 감상 포인트 해설을 집필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현실은 시궁창.
저 <성도들의 글모음> 책에서도 저는 철덕이라고 소개가 당당히 나갔습니다. ^__________^
(정확히는 철도 동호인이라고.. -_-)

아놔 기독교 서적 소개하다가 말고 옆길로 많이 샜네요.
아무튼, 이상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06 09:03 2010/11/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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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전산학과의 한 태숙 교수. (본인은 수업 들은 적 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숙'이라는 글자 때문에 좀 여자 이름 같다. ㄲㄲㄲㄲㄲㄲ 실제로 동명이인인 연극 연출가 한 태숙 씨는 여자이다.
쉰을 넘어 환갑을 바라보는 분이지만, 그래도 인상이 좀 장난기 있고 앳돼(?) 보이지 않은지?

이분은 대학 교수란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직업이라는 걸 입증-_-하는 산 증인이신 분이다.
학창 시절에 1등·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1972년에 경기고 수석 졸업. 학력고사도 그 해의 전국 수석이었다. 당시 신문에도 났다.
당연히 서울대에 수석 입학했고 전자공학과를 1976년에 수석 졸업.
자기가 스스로 천재라고 말하는 사람이야 없다 치지만, 이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공부 벌레, 공부 기계 덕후였음은 사실이다.

뭐, 대학원부터는 그런 서열화된 시험 점수라는 게 큰 의미는 없다만, 이분은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마치고, ETRI에서 몇 년 연구원으로 지내다 1985년에 도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30대 후반의 나이로 카이스트 교수에 부임한다.
요즘은 보통 반대로 카이스트 나오고도 대학원을 서울대로 가려는 경향이 크지만, 그때 저분이 반대의 진로를 택한 것은 당시 카이스트의 큰 매력 중 하나이던 병역특례 때문이었다고 한다.

본인은 언젠가, 역대 학력고사 전국 수석자들의 이후 행보에 대해서 보도한 가십성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사람들 죄다 변호사, 검사, 판사가 돼 있었다. ㅠ.ㅠ
그때가 그랬는데 하물며 그때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훨씬 더 심해진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로 한때 히트 친 장 승수 씨도 서울대 졸업 후 나중엔 사법고시 패스하고 지금은 어엿한 변호사가 돼 있다.

이렇듯, 그 당시 학력고사 수석은 곧 서울대 법대 행 티켓을 의미했다.
그런데 1972년도 수석에 어? 본인이 아는 카이스트 교수님의 이름이 있었고 이분은 이례적으로 다른 수석자들과는 달리, 그 머리로 우리나라 이공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가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하고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학교 교과서 내용을 다 머리에 집어넣고 수능 만점· 학력고사 수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ㅠ.ㅠ

나는 제도권 교육이 요구하는 인재상과는 너무 넘사벽으로 다른 길-_-;;을 걸어 왔다. 학교 공부가 싫은 건 아니었는데, 그것보다 컴덕질이 훨씬 더 끌려서 주체할 수 없었다.
학생을 공부라는 산소를 흡수하는 헤모글로빈에다 비유한다면, 컴덕질은 일산화탄소 같은 존재;; ㄲㄲㄲㄲㄲㄲ
그런데 그 컴덕질이라는 것도 남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듯 정올 문제를 쓱쓱 다 풀어 낸다거나 바이러스라도 만든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아 뭐라 말하기가 좀 그렇다.

난 학부 졸업할 때까지 오로지 내 동굴 안에서 인생을 너무 좁게 살았다. 그렇게 해서 완전 나만의 경지를 구축한 것도 있었고, 그 대신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대학원에서는 교수님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어차피 대학원에서는 교류 안 할 수가 없음..-_-) 좀더 폭넓게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04 16:56 2010/1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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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교통수단은 가벼워야 적은 힘을 들이고도 움직일 수 있고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하는 방식 자체가 매질과의 마찰에 의존한다는 특성상, 교통수단이 너무 가볍기만 하면 엔진의 힘이 매질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바퀴가 헛돈다거나(skid), 브레이크를 걸어도 바퀴는 멈췄는데 차체는 표면을 미끄러져 나아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볍고 마찰이 작은 게 진짜 유리하게만 작용하려면 비행기처럼 떠서 공기를 뒤로 밀어내서 달리는 교통수단의 경지에 다다라야 할 것이다. 자기 부상 열차는 레일 위에서 그런 장점을 얻으려는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폭설 때 제아무리 호화 고급 외제차라도 구동축이 가벼운 FR 차는 빙판에서 나아가질 못하고 그대로 뻗었다.
그렇잖아도 마찰이 작은 철도의 경우, 그 고성능 새마을호 전후동력 동차가 중앙선 같은 곳에 투입되지 못하고 그 힘 좋은 8200호대 전기 기관차가 산악에서 애로사항을 겪은 것은 역설적으로 동력부가 기존 디젤 기관차보다 무척 가벼워서였다.
철도 차량은 그 자체가 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질량을 자랑하며 자동차 정도하고는 건널목에서 충돌해 봤자 자동차만 개발살이 나고 자기는 아무 탈도 없을 정도로 무겁다. 열차 안에 안전 벨트가 괜히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마찰이 워낙 작아서 바퀴가 헛돌 수가 있는 것이다.

기차는 차체가 워낙 무겁고 안정적이며, 자동차와는 달리 타이어 펑크 걱정이 없다. 승객 체중이 한쪽에 막 실린다고 해서 전복· 탈선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완전 천하무적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걱정이 다른 교통수단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심지어 이륙 허용 무게와 착륙 허용 무게가 다 정해져 있다.
비행기의 착륙은 랜딩기어와 활주로에 굉장히 큰 열과 충격을 끼치기 때문에, 둘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착륙 가능한 무게는 이륙 가능한 무게보다 더욱 가볍게 설정된다. 비행하면서 연료를 그만큼 써서 비행기를 가볍게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행기는 한번 떠 버린 후에는 내려가기가 더욱 어렵다. 비상 상황이 발생해서 목적지까지 못 가고 회항하더라도, 목적지에 간 것처럼 연료는 다 써 버려야 착륙이 가능하다. 선회 비행을 하면서 시간을 끌든지, 아니면 공중에다 아까운 연료를 버려야 한다(fuel dumping). "기름 섭취는 비행기를 무겁게 할 뿐."
연료는 유체여서 저장 장소의 제약은 덜 받다 보니, 보통 날개 안에다 보관하는 편이다. 전투기들도 그렇고 과거 콩코드 여객기도 그렇고.. 그 대신 날개에 불이 붙으면.. "망했어요.";;;

비행기는 전체 중량뿐만이 아니라 무게 배분도 중요하다.
본인은 2008년에 미국에 가서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관광을 했다. 소형 터보프롭 비행기였는데, 한 줄에 좌석이 3개가 있었다. 주최 측에서는 비행기 탑승 전에 관광객들의 체중을 일일이 측정했다. 어지간한 여성의 두 배에 가깝게 무거운 본인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 중앙에 자리가 배정됐고, 내 양 옆으로 젊은 아가씨가 한 명씩 앉았다. 여자에게 둘러싸여서 기분이 좋았기보다는... 중앙이다 보니 경치 감상하고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ㅋ

경비행기뿐만이 아니라 747 급의 점보 여객기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는 비록 일일이 승객의 체중을 저렇게 재지는 않더라도, 수하물이라든가 승객의 어지간한 덩치를 감안해서 무게가 균형 있게 배분되도록 좌석이 발권된다.

그래서 원칙대로라면 팔리지 않은 좌석이라도 승객이 마음대로 자리를 바꿔 앉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항공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는 있으나, 개당 한 35~40kg을 넘는 수하물은 추가 요금을 아무리 주더라도 보통은 받아 주지 않는다. 그건 비행기보다는, 수하물이 쿵쿵 떨어지기도 하는 컨베이어 시스템의 안전과, 짐을 수작업으로 수송하는 직원들의 허리 건강-_-을 생각해서이다. ^^;;;

비행기는 높이 날아야 공기 저항이 적으니까 좋긴 한데, 비행기가 나는 방식 자체가 공기를 압축시켜 뒤로 뿜는 것이고, 또 연료를 태우기 위해서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기가 아주 없는 곳에서는 날 수 없다는 역설도 또 지니고 있다. 두 변수의 교점이 성층권 정도 되는 지점인가 보다.

끝으로 배는 어떨까?
배는 부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무거워지면 침몰 위험이 커지지만, 너무 가벼워도 문제이다.
물에 적당히 잠겨 있지 못하고 위로 지나치게 떠 있으면, 무게중심이 불안정해져서 전복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스크루가 돌아가는 물속이 너무 얕거나(수압 불충분) 심지어 수면 위로 스크루의 일부가 드러날 정도가 되면, 동력 효율이 크게 떨어져 배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선의 경우, 짐이 없이 텅 빈 채로 다닐 때는 바닷물이라도 일부 좀 먹여서 배를 적당히 무겁게 유지되게 하는 물탱크 설비가 있다. 잠수함에만 이런 설비가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진짜 짐을 잔뜩 실을 때가 되면 바닷물을 당연히 방출한다.

그런데 이것이 해양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왜냐 하면, 빈 화물선은 출발지에서 출발지의 바닷물을 실은 후, 짐을 싣는 도착지에서 출발지의 바닷물을 버리기 때문이다. 그 바닷물엔 소금물뿐만이 아니라 플랑크톤, 작은 미생물 등등 잡다한 것까지 흡입되고 그게 도착지의 바다에 대량 방출된다. 1, 2톤 방출하는 것도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이런 식으로 무역선들이 뒤섞어 놓는 바닷물의 양이 가히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흠좀;;

인간이 지구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직접적으로 들고 다니는 화물뿐만이 아니라, 저런 것도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다. 마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쓰이고 방출되는 더운물이.. 화학적으로 오염된 물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도만으로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듯이 말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의 냉각을 위해 가히 억소리 나는 양의 찬물을 필요로 하며,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바닷가에 건설된다. 방사능 폐기물만이 side effect는 아닌 셈.)

* 11월 3일, 학생의 날이라고 배운 이 날이 학생 독립 기념일이라고 이름이 바뀌어 있다.
그러고 보니 광주 학생 운동의 발단이 된 곳--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이 싸움이 붙은 곳--이 열차 안이다. 지금은 경전선의 일부 구간이 된 그곳이다.
이제는 더 말이 필요 없다. 역사를 보는 1순위 분야가 철도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1/03 08:57 2010/11/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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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썰렁 개그

1.
"Coffee or tea?"라는 질문에 고객이 대답한다. "OR!"
이건 최 불암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이다.
OR도 커피나 차처럼 아이템 중의 하나라면, 단어를 발음하는 억양부터가 다를 텐데 최 불암이 그걸 인지하지 못한 건 아쉽다. ㅋㅋㅋㅋ

2.
"How would you like your steak, sir?" (고객님, 스테이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요즘이야 한국에도 서양식 스테이크를 파는 패밀리 레스토랑 문화가 발달한지라, 이 질문이 Rare, medium, well-done 같은 익힘 등급을 묻는 것인 줄 다들 안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고, 문맥을 모르던 한국인이 아주 당당하게 "Large, please." (큰놈으로! / 많이 주셈)라고 응답하여 웨이터를 폭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본인도 익힘 등급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영어 회화 학원에서 처음으로 배웠다.

3.
"도대체 Any라는 키가 어디 있지?" (Press any key -_-)는 영어권에서 정말 그럴싸한 개그인가 보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의 테란 캠페인 대사에도 등장한다.
한국어는 그럴 수가 없는 게, '를'이던 목적격 조사가 '나'로 바뀌는 덕분에 any가 Any라는 키가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아무 키'라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해 준다.

요즘은 응용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가 바뀌어서 any key를 누를 일이 별로 없어진 것도 사실. GUI 환경에서 대화상자나 각종 에러 메시지 박스는 엔터나 ESC, space 같은 소수의 특정 키를 눌러야 없어지기 때문이다. Press any key는 다분이 도스 내지 command prompt 시절의 잔재이다.

4.
이건 영어 자체와 관련된 개그는 아니지만... 유명한 얘기이므로 소개한다.
1999년에 서강 대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한다. 본인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PC 통신으로 처음으로 접했으니,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도.

어느 영어 회화 수업에서 교수가 깜짝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상황 설정에 따른 영어 회화 실력으로 점수를 주고 그걸로 중간고사를 대체한다고 급선언.
"다음... 김 군하고 최 군이 나와서, 미국에서 있을 법한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의 실력을 발휘해 보게. 김 군은 미국에 관광차 찾아간 한국인, 그리고 최 군은 미국에 사는 현지인. 자, 시작해 볼까? 제한 시간은 3분."

최 군과 김 군의 등은 이미 무너진 제방이었고, 머릿속에선 현기증마저 느낄 때, 김 군이 재치를 발휘했다.

김 군(한국인 관광객): Excuse me, can you speak Korean?
최 군(미국 현지인): Yes, I can.
김 군: 아 한국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자유의 여신상 가려면 어떡해요?
최 군: 네, 저기서 녹색 버스 타구 4정거장 가서 내리세요...
김 군: 감사합니다.
최 군: 별 말씀을 ... 타국에서 모국인에게 그정도는 해야죠..안녕히 가세요.

교수: -.-;;; 미국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인정한다.

강의실은 뒤집어졌고...
교수님은 앞으로 저 방식을 패러디하는 학생은 F에 처한다는 저작권 보호성 경고까지 덧붙였다.

그후, 최 군과 김 군은 A와 A+를 받았다는데...
성적이 다른 이유는 현지인의 한국어 실력이 이민자치고는 너무 능숙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함. ㄲ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0/11/01 13:29 2010/11/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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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1차 개통 시절에 대한 회상

지금으로부터 6년 반 전이던 2004년 4월, KTX가 1차 개통하던 시절의 기억이 본인에겐 아직도 생생하다.
본인은 아직 대전에 있고 학부도 졸업하기 전.
지하철 기본요금이 700원이고 서울에 아직 4색 GRYB 버스가 등장하기 전.
아직 코레일이 아닌 철도청 시절이고 바로타라는 사이트가 있던 시절. (우와!)
수도권 전철은 아직 천안이 아닌 병점까지만 가던 시절.

http://info.korail.com/ROOT/news/board_view.jsp?boardType=&bbs=bbs5&seq=94
그 당시 철도청은 정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KTX 광고를 해 댔다. 장대 레일과 관절 대차 자랑은 가히 침이 마르도록 했던 듯. 그땐 ktx.korail.go.kr 이런 사이트도 있었다.
사실, 고속철의 등장은 극도로 정체해 있던 한국 철도계에 획기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사건이긴 했다.
위의 링크는, 그때 철도청에서 제작한 홍보 동영상 중 하나인 <KTX 이젠 우리가 뜬다>로, 나름 인상적으로 봤다.
오프닝 음악이 참 역동적이지 않은가? “빰빰!”
“KTX, 이젠 우리가 뜬다. Let's speed up Korea” ㄲㄲㄲㄲㄲㄲㄲㄲ

KTX가 자기 부상 열차라는 루머가 그 당시엔 굉장히 많아 나돌았으나, 기존선을 달리는 구간이 엄청 많다는 것만 생각해 봐도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냥 재래식 바퀴식 열차이다.

그런데, 동영상의 기술 수준을 보면 KTX가 1차 개통하던 시절이 얼마나 까마득한 옛날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동영상 보기 위해 전용 ActiveX 설치해야 된다. 게다가 이 녀석은 윈도우 비스타/7의 Aero를 꺼 버린다. 이런~ ㅠ.ㅠ
참고로 저 때는 아직 유튜브도 없었고, 플래시 7이 이제 갓 flv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그게 대중화는 못 돼 있던 시절이다.
저 동영상도 파일로 뽑아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KTX 개통 때문에 본인은 한편으로는 심란했다.
“난 전적으로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때문에 철덕이 됐는데, 앞으로 새마을호는 몰락의 길을 가는구나.” 때문이었다.
그래도 프로게임계도 언제까지나 스타 1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듯, 우리나라 철도 역시 언제까지나 재래식으로나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철도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KTX에다 사운을 걸고 일반열차들은 KTX 연계용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런데 새마을호는 KTX의 하위 열차로 굴리기에는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좋아서 오히려 KTX의 경쟁 상대가 될 여지가 있는 열차이다.

KTX 개통 당시엔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2004년 4월 1일은 KTX 개통에 발맞추어 서울교외선 정기 열차가 폐지되었고 통일호가 없어졌다.
경춘선 통일호가 모두 무궁화호로 승격되었고(=비싸졌고), 특히 국내 최장시간 운행 열차이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도 없어졌다. 이로써 청량리 밤차를 제외하고는 중앙선을 전구간 직통 운행하는 열차가 없어졌다.
물론 당시 통일호 객차는 내구연한도 거의 끗발 수준이었고, 화장실 오물이 정화조 없이 곧바로 밖으로 배출될 정도로 정말 낡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버릴 때가 되긴 했다.

전라선의 기관차형 새마을호에 있던 전무후무한 2:1 특실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거 기억하시는 분은 정말 철덕 인증. ㅋ (KTX 특실도 2:1이긴 하지만 KTX 특실의 좌석은 새마을호 일반실보다도 훨씬 못하다.)
또한 전객차가 특실 좌석이고 대전과 대구에만 정차하던 ‘구특전 새마을호’도 경부선에서 물러나 장항선에 대체 투입되었다. 장항선은 운행 거리가 짧아서 지금까지 카페 객차 같은 각종 일반열차 서비스들의 베타테스트가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온 노선이기도 하다.

KTX 개통과 더불어 새마을호는 갑작스럽게 정차역이 무궁화호 수준으로 늘어서 서울-부산이 5시간 20분대까지 가기도 했고, 무궁화호는 과거 통일호가 정차하던 안양, 부강 같은 역까지 무차별 정차함으로써 서울-부산이 6시간대에 달했다. 게다가 일반열차의 운행 횟수 자체가 갑작스럽게 너무 줄었다. 소요시간의 증가보다도 더욱 나쁜 점이었다.
그 반면 KTX는? 내가 늘 강조하지만.. 서울-부산 무정차 직통 2시간 32분짜리 엽기 열차까지 있었다. 한국 철도 역사상 서울-부산 셔틀이 다닌 적이 2004년 저 때이다. ㅎㄷㄷㄷ;;; 서울-부산 4시간 10분 새마을호만큼이나 역사 속의 추억이며, 저 열차는 2004년 말의 1차 다이아 개편 때까지 다녔다. ㅋㅋㅋ

게다가 기술적으로 미비했던 점, 잦은 지연과 고장 때문에 KTX는 언론에 대차게 까였고, 광명 역도 3천억짜리 간이역이라고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2004년 가을이던가 그때쯤 열차 다이아가 1차 패치를 겪으면서 서울-부산 셔틀 KTX는 사라지고 새마을호도 서울-부산이 5시간은 안 넘게 일말의 개선이 이뤄졌다. KTX의 평균 정차역 수도 그때부터 야금야금 늘어 갔다. 그때는 아직 대전 통과 KTX는 있었으나, 2005년 11월 다이아 패치 때부터는 대전 통과도 없어져서 동대구나 대전은 무조건 정차하게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이아는 점점 똑똑해졌다. KTX 이용객은 충분히 늘었고, 국민들 의식도 성숙했으며 열차를 ‘골라 가며 갈아 탄다’는 관념이 정착했다. 경춘선은 이제 곧 수도권 전철로 부활하고, 중앙선 전구간 직통 열차는 무궁화호 형태로 2008년쯤에 다시 생겼다.
그리고 2010년 11월, 우리나라 철도계는 다시 변혁을 겪을 예정이다. 6년 전보다는 더 스마트한 모습으로 국민을 맞이하길 기대한다.

* * * * * * *
크리스천이 아니거나 성경 교리에 관심 없는 분이라면 이 단락은 읽지 말고 skip하라.
본인의 철덕 기질 중에 Looking for you 연구와 더불어 전세계에서 거의 나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을 거라 추정되는 똘끼가 뭐냐 하면, 철도와 성경의 융합-_-이다.

2004년은 고속철의 초림, 2010년은 고속철의 재림에다가 비유를 해 봤다. 그 6년간은 교회 시대 되겠다. ㄲㄲㄲㄲㄲㄲㄲ

성경에서 사 61:1-3은 예수님에 대한 예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초림하신 예수님도 훗날 그 구절을 읽으시면서 자기 입으로 그 예언이 드디어 성취된 거라고 선언을 하셨다(눅 4:16-19).
그런데 문제는 그 구절을 다 읽은 게 아니라 앞부분만 읽고 끊었다는 것. 보복하고 원수 갚는 건 초림 때 이루어진 일이 아니며 재림으로 미뤄졌다. 저 예언은 다 성취된 게 아니며, 사실 구약 성경에는 예수님의 초림 행적 덕분에 성취된 예언보다는 아직 안 이뤄진 예언이 더 많다.

사실, 구약 성경 시절에는 ‘주의 날(Lord's day)’이라는 개념만 있었지 그게 예수님의 초림과 재림이라는 선로 분기가 이뤄질 거라는 걸 생각할 수 없었으며, 그 과도기에 존재할 교회라는 개념도 있을 리 없었다.
콤마 하나로 쭉 나열된 예언들이 어떤 건 무려 2천 년 뒤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명되고 인간이 달에 갔다 온 뒤에야 성취될 거라는 사실이 정말 엄청나지 않은가?

성경에서 이런 간극을 아주 평이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창 1:1-2 사이의 간극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재창조 간극 지지자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이건, 철도 예언-_-으로 치면 이렇다.
“21세기에 한국에 고속철이 건설되어 서울-대전이 50분, 대전-대구가 50분, 대구-부산이 40분 걸리는 날이 오리라.”
이렇게만 써 놨다면, 이 예언은 아직까지는 부분 성취이며, 1차와 2차 개통이라는 개념(6년간의 간극)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문장이다. 1990년대에 고속철 기공식 하던 당시에는 공사 예상 기간도 실제로 걸린 것보다 훨씬 더 짧게 잡았다. 인천 공항 개항과 비슷한 시기에 서울-부산을 2시간대에 왕래하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게 질질 끌다가 실제로 대구-부산은 아직 미완성인 채로 1차와 2차로 나누어 개통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하나님의 경륜이 무슨 인간 사업의 진척처럼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말은 아니지만, 뭔가 비슷한 맥락의 비유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상, 헛소리 끗.
* * * * * * *

Posted by 사무엘

2010/10/30 19:57 2010/10/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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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간 뒤부터 컴퓨터나 프로그래밍 쪽 글은 눈에 띄게 줄고, 확실히 언어 쪽 글이 늘었다. 물론 철도 글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빈도로.. ㅋㅋㅋ
그래도 언젠가 한 번쯤 이런 글을 올리고 싶었다.

비주얼 C++ 4.2는 본인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 도스용 프로그램으로 정올 공모를 한 번 마친 후,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툴이다. 이때 윈도우 API, MFC, 심지어 C++ 객체 지향 개념까지 전부 뭉뚱그려서 동시에 공부를 시작한 셈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주얼 C++은 나의 소중한 친구이고 내 마음의 고향이다. ^^;;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이 VC++ 4.2로 개발되었다.

참고로 4.2 버전은 4.0 버전이 몇 차례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거친 것이었다. 4.2가 따로 4.0처럼 별도의 패키지로 출시되지는 않았으며, MSDN 구독자에게만 비공식적인 경로로 배포되었다고 한다. 이 점에서 4.2는 윈도우 95로 치면 마치 OSR2 업그레이드 에디션과 비슷한 위상이다.
지금은 윈도우든 개발툴이든 오피스든 MS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다 서비스 팩이라는 개념으로 업데이트 방식이 통일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4.2라는 버전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 윈도우 운영체제가 시스템 차원에서 MFC 라이브러리의 하위 호환성을 보장해 주고 있는 최후 버전이 4.2이기 때문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MFC42.DLL이다. MFC40.DLL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이 바로 윈도우 95 + 800*600 화면 + 비주얼 C++ 4.2 환경에서 개발됐다.)

그 전부터도, PC 환경에서 이제 윈도우가 대세로 넘어갔으니 윈도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려고 마음을 안 먹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는 비주얼 베이직이나 델파이, C++ 빌더처럼 RAD 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접한 비주얼 C++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이 툴로는 다른 툴과는 달리, 운영체제와 직통으로 대화하고 다른 이상한 런타임이 필요하지 않은 가볍고 빠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주얼 C++ 4.2 자체도 요즘 최신 버전에 비하면 정말 미치도록 작고 가볍다. ^^;;; 도움말은 RTF 기반이었고, C/C++ + 윈도우 API + MFC 레퍼런스를 전부 합해서 용량이 150MB 남짓밖에 안 했다. 그 당시 왼쪽의 class view는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으며, 소스 코드를 저장해야 업데이트 됐다. ^^;;;
또한 프로그램 파일들이 압축되지 않은 형태로 CD에 그대로 들어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CD에서 곧바로 MSDEV.EXE를 실행해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도 있었다. 물론 전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는 없었지만.

한동안 MS 오피스와 비주얼 C++은 요즘 서울 버스 색깔처럼 빨-노-초-파가 어우러진 4색 고리 모양 아이콘을 사용해 왔다. 4.2도 그랬다. 그런데 2010 버전은 둘 다 단색 아이콘으로 돌아갔으니 이 또한 흥미로운 점. 오피스는 노랑-주황색 사각형 창 4개 모양이 됐고, 비주얼 스튜디오(C++ 포함)는 보라색 ∞ 모양이 돼 있다.

세월이 흘러, 현재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9개 모듈을 모두 비주얼 C++ 2008로 개발되는 중이다. 그러나 타자연습과 파워업은 적극적인 개발보다는 유지 보수만 하는 만큼 여전히 2003을 사용 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29 16:10 2010/10/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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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든 생각

국어학이란 게 어떤 학문인지, 말뭉치(코퍼스) 연구라는 게 어떤 건지 슬슬 적응이 돼 간다. 또 여기가 사전 연구 전문이다 보니,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국어사전이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심지어 예문은 어떻게 뽑고 예문에 들어가는 철수, 영희 같은 명칭은 어떤 원칙으로 뽑는지 같은 것도 세부 사항을 그쪽 일을 하는 친구들에게서 들으니 재미있다.
코퍼스는 한글 사용 빈도 파악과 글자판 연구에도 사용 가능할 듯?

1.
본인이 생각하는 사전 표제어 기록 (이의 제기 환영)

백과사전에서 풀이가 가장 긴 단어: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역사, 지리, 분야별 현황 등이 죄다 좌르륵~)
혹은 United States (위와 비슷한 이유로), human (인간의 모든 것 ㅋㅋㅋ)

한영사전이나 국어사전에서 풀이가 가장 긴 단어: 보다 (see, seem 등~~)
영한사전에서 풀이가 가장 긴 단어: have

2.
영어에 '모르다'를 뜻하는 한 단어짜리 동사가 없다는 건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다.
'-에 무지한' 정도에 해당하는 형용사는 있지만, "어서 불어 / 난 모른다!"를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는 없다. 기껏해야 do not know.
아마 영어는, 뭔가를 모른다는 건 마치 뭔가가 '없는 것'처럼 상태일 뿐이지 '알다'처럼 정식으로 동사가 될 자격은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다못해 forget도 아니고.. 한자에서도 '모를 X' 같은 글자는 본 기억이 없다.

사실, 영어에는 '없다'라는 깔끔한 단어도 없다. 그냥 없는 주체 앞에다가 no를 붙여서 There is no X 또는 No X exists 정도로 표현되는 게 고작. 그런데 반대로 한국어는 nothing이나 void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추상적인 명사 단어가 없다. 無는 접사에 더 가깝다.

3.
한국어에서 '뛰다'가 어째서 run도 의미하고 jump도 의미하는지는 오랫동안 본인의 의문점이었다.
마치 '푸르다'가 어째서 blue도 의미하고 green도 의미하는지 의아했던 것처럼 말이다.

단군의 후손들은 파랑과 초록도 구분 못 하는 색맹이었단 말인가? 어떻게 들판도 푸르고 하늘과 바다도 동시에 푸를 수가 있을까?
'푸르다'는 관용적으로 blue와 green을 싸잡아 일컬을 수 있게 놔 둔다 치더라도, '파랗다'는 blue로 완전히 굳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움직여도 되는 신호등 색깔은 파란불이 아니라 초록불이나 차라리 푸른불로 표현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뛰다'도 그렇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단어이다. 물론, 달릴 때는 걸을 때와는 달리 두 다리가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타이밍이 있다. 그 점에서는 run이 jump와도 공통점을 지닌다.
이것도 '뛰다'는 무조건 jump로, run은 '달리다'로만 강제로 구별을 시켜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해 봤는데, 쉽지 않은 문제이다.
마치 '손뼉을 치다'와 '박수를 치다'는 뉘앙스가 서로 완전히 다른 단어인 것처럼, '달리다'가 어울리는 상황과 '뛰다'가 어울리는 상황이 좀 구분이 되는 것 같아서이다.

4.
결정적으로는,
"한 대 맞고 두 대 친다"
"햇볕도 안 들고 양지바른 곳"
"서양 갑옷이 묘하게 존재감 있는 이런 요가 교실은 싫어"

같은 명문장들에 대해서도 이건 부사어, 이건 관형어, 이건 서술절 등 문법 구조와 parse tree가 그려진다. 저런 대사가 예문으로 잔뜩 수록되어 있는 문법 책이 있다면, 저런 대사 패러디가 수록되어 있는 성경 만화만큼이나 행복할 것 같다. ㅋㅋㅋㅋㅋ

5.
우리말에서 '저지르다'는 뭔가 나쁜 일을 벌이고 사고를 친다는 뜻의 타동사이다. 저지른 대상을 목적으로 받는다.
영어로는 주로 commit에 대응한다. 다만, commit 자체는 '저지르다'보다 뜻이 훨씬 더 넓은 말이기 때문에 위임하는 것도 commit이고, 소스 코드를 저장소에다 반영하는 동작도 commit이라고 한다.

실수부터 시작해 살인, 간음, 반역, 폭력, -질, -짓, -죄, -악, 비리, 불효, 과오, 만행 등 거의 모든 나쁜 짓이 '저지르다'의 목적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자살'을 저질렀다고는 안 한다. 그냥 '자살'을 한다고만 하지. 정작 영어로는 정확하게 commit suicide라고 하는데도 한국어에는 그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표현이 없으니, 이는 특이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뭐, 영어로도 suicide 자체만으로 '자살하다'라는 자동사가 될 수도 있긴 함)

내가 짐작하건대 한국어의 '저지르다'에는 "나쁜 짓을 하고도 당사자가 그 행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경우"라는 뉘앙스가 내포된 것 같다. 자살은 분명 나쁜 짓이지만, 당사자가 죽어 버린다는 점에서 다른 악행과는 차이가 있다.

6.
이 외에도, 한국어로는 컴퓨터 내지 인터넷에다가 바로 '하다'를 붙이지만, 영어는 do가 아닌 use가 쓰인다.
그러고 보니 한국어에는 운동 경기에다가도 '하다'를 붙이기 때문에 영어 직역투로 '축구를 논다' 이렇게 말하면 전형적인 번역투 비문이 된다. 실제로 한국어 배우는 영어권 사람이 초창기에 자주 저지르는 실수라고 함.
영어로는 산은 높다(high)고 표현하지만 건물은 마치 사람의 키처럼 tall이라고 표현한다.
open/close(열다, 닾다, 펴다, 덮다, 다물다, 감다...)라든가 wear(입다, 쓰다, 끼다, 신다...)의 표현 차이는 그야말로 판타지 수준.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단어와 단어가 결합하는 선호도는 언어에 따라 편차가 꽤 큼을 알 수 있다.
학부 시절엔 이런 생각은 혼자 머릿속에서나 해야 했는데, 여기 와서는 언어 현상에 대한 생각을 과 친구들이나 교수님과 마음껏 주고받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학부를 전산학 전공한 것도 후회 없고, 대학원으로 지금 과에 간 것도 잘 갔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28 08:52 2010/10/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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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 철덕후가 알기 쉽게 해설해 놓은 본격 21세기 한국 철도 동향. ㄲㄲㄲㄲㄲ

1. 대구

경부 고속 철도 2차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동대구 역을 출발한 부산 방면 KTX는 경부선 기존선을 타고 밀양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제 별도의 선로를 계속 이용해서 경주 쪽으로 가게 된다.

마치 대전이 호남·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이듯, 대구는 대구·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가 된다.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라. 왼쪽에 보라색 선으로 표시된 도로는 고속국도 55호선의 일부인 부산-대구 민자 고속도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속도로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지 않는 직통 고속도로가 뚫린 반면, 철도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는 고속선이 건설됐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 경주

KTX가 다니는 신경주 역은 천안아산 역과 비슷한 디자인을 한 방향별 복복선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되었다. 동대구-경주 소요 시간은 20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이는 대전-천안아산보다도 짧다. 물론 경주-울산은 더 짧지만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대구 역이 생겼다고 해서 대구 역이 없어지지는 않았으며, 경부선 천안 역도 KTX 천안아산 역과는 별개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역이다. 그러나 1910년대에 건설된 지금 경주 역의 운명은 이와는 다르며, 앞으로 없어진다. 그리고 지금 있는 경주-울산 동해남부선 구간 자체가 고속철 연계 위주로 대거 이설된다.
신경주 역이 경주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신경주 역은 KTX와 여타 지선 열차와의 ‘바로타 환승’이 가능하게 설계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경주 역의 위치이다. 건천읍 화천리에 있는데(화천 초등학교 근처) 경주 시내에서 멀어도 너무 멀다. 경부 고속도로 경주 IC보다도, 경주 대학교보다도 더 외곽이다. 국도 4호선에서 삐져나간 904번 지방도를 따라 한참을 가야 나온다. 경주는 수도권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를 기대할 수도 없는 중소도시인데 철도역 연계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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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정차 KTX는 현재 편도 기준 1시간에 거의 1대꼴로 편성되었으며 울산과 비슷하다. 경주-서울 고속버스가 40분에 1대꼴임을 감안하면 아주 넉넉한 편이다.

3. 울산

경주를 통과한 경부고속선은 한동안 경부 고속도로와 함께 나란히 남하한다. 터널도 별로 없고 평지가 이어지는데, 그러다 긴 터널을 하나 지나고 나오면 밑으로 보이는 고속도로가 바로 16번 울산 고속도로이다. 여기는 울산 광역시 울주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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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속도로를 타넘는 저 지점(지도에서 분홍색 동그라미)이 꽤 특수한 공법으로 공사되어, 기반을 닦는 첫 몇 시간만 제외하고는 고속도로를 폐쇄하지 않고 차량 통행을 허용한 채로 공사를 마친 것으로 유명한 구간이다. 거기서 좀더 내려가면 신울산 역(지도에서 파란색 동그라미)이 나온다.

울산은 굉장히 넓다. 그리고 중앙이 산으로 가로막혔고 서쪽이 울주군, 동쪽이 울산 시내로 양분된 것과 얼추 비슷한 구도이다. 오죽했으면 그래서 울산 고속도로를 따로 건설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KTX 울산 역은 경부 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근처에 건설되니, 울산 시내에서 멀기로는 가히 경주를 능가하는 수준. -_-;;

그 반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바다 근처 완전 동쪽 끝에 있다. 이 울산 역은 울산이 너무 넓고, KTX 울산 역이 너무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진 덕분에 역시 없어지지 않는다. ‘새 동해남부선’은 신경주 역을 지난 후 904번 지방도와 비슷한 선형을 따라, 지금의 입실 역 인근(경주 외동읍)에서부터 기존 동해남부선과 비슷한 노선을 가게 된다.

4. 부산

경부 고속선은 울산 역까지는 경부 고속도로와 선형이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길이 갈린다. 고속도로는 산을 피해서 서쪽의 양산시를 경유한 후 다시 방향을 틀어 부산의 동북쪽으로 가지만, 울산을 지난 경부 고속선은 산을 뚫고 직선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그래서 만나는 곳은 부산 북부의 노포동. 고속도로 노포 IC와 부산 지하철 1호선의 노포 차량 기지를 볼 수 있다.
자, 여기서 경부 고속철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고속철은 부산 북부에서 부산 남부의 부산 역까지 20km에 달하는 시내 구간을 전부 산 뚫고 지하 터널로 통과해 버린다! 부산 동서를 가로막고 있는 산 따라 수직으로 길을 내면 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금정 터널이다.

경부 고속철의 중간 경유 도시인 대전과 대구는 시내를 지상 고가로 통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대전의 경우, 고속철의 지하 통과를 염두에 두고 지하철 대전 역의 승강장도 의도적으로 굉장히 깊게 지어졌으나, 결국 비용 문제 때문에 거기는 지하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 반면 부산은 통째로 지하 통과이다. 흠좀;; 밖으로 나오면 이미 좌천동이고 부산 역의 바로 옆인 부산진 역이다. 즉, KTX는 부산에서 지상으로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밖에 안 지난다는 뜻이다.

서울 역을 출발한 KTX는 광명 역까지 20km에 가까운 거리를 그냥 경부선 기존선으로 천천히 다닌다. 아니, 초창기에는 아예 광명 역을 고속철 시종착역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구간 지하화가 이제 와서 과연 가능할까? -_-;; 이것에 비하면 부산은 가히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게 아닐 수 없다. 사실 부산은 고속선뿐만이 아니라 기존 경부선도 시내 구간이 전부 고가로 올라가 있는데, 이것도 언제 그렇게 이설된 건지 궁금하다. 100년도 더 전에 일제가 처음에 그렇게 만들었을 리는 없잖아!

이미 경부 고속철 대전-대구 구간에도 굉장히 긴 터널이 있고, 전라선도 복선 전철화와 직선화를 하면서 5km가 넘는 꽤 긴 터널이 지어졌으며, 영동선도 스위치백 구간이 똬리굴로 바뀌면서 굉장히 긴 터널이 만들어졌지 싶다. 하지만 금정 터널만치 길지는 못하다. 이 터널은 천성산을 뚫는 과정에서 모 스님의 ‘도롱뇽 단식 투쟁’ 때문에 한동안 공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 적이 있다.

기왕 선로가 이렇게 만들어진 김에 부산 북부의 노포동 역 일대에도 고속철 정차역을 만들면, 서쪽의 화명 역(경부 기존선), 동쪽의 기장(동해남부선) 역과 더불어 중앙에 부산 북부 3대역이 생기고 노포동 일대는 마치 동대구 역처럼 지하철과 버스와 철도가 한데 만나는 교통 허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별로..;; -_-

이것으로 분석을 마친다. 이 주제로만 떠벌려도 입이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다.
다음은 덧붙이는 말.

1. 시발역 기준으로 오전 11~12시 사이는 경부고속선의 선로 점검 시간인 관계로 KTX가 안 다닌다. 심야에만 점검하는 게 아닌 듯. 그러고 보니 2차 개통 후에 남아있는 서울-부산 새마을호 딱 두 편이 하나는 심야(1003)이고, 다른 하나는 KTX가 안 다니는 11시대에 서울을 출발하는 열차이다. KTX가 안 다니는 시간대에만 새마을호를 남겨 놓은 센스.

2. 경부선은 아마 새벽 2~5시 같은 심야 시간대에 전차선을 단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야 열차는 전통적으로 디젤 기관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경부선 새마을호의 퇴출 분위기가 드리워진 이번 KTX 2차 개통 후에도 심야 새마을호는 앞서 말했듯이 건재하다. 새마을호 PP는 잘 알다시피 디젤 동차.
24시간 전차선이 돌아가는 노선은 중앙선이나 영동· 태백선 같은 곳밖에 없을 것이다.

3. 부산 일대에는 경인이나 외곽 순환 고속도로처럼 개방식 톨게이트를 쓰는 구간이 없는지 궁금하다. 서울에 이어 제2의 대도시라는 부산이 수도권형 고속도로도 없고 광역전철도 없다는 건, 아무리 이 나라가 서울 몰입 위주라고 해도 너무했다.

4.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 설정상 천안과 대전 역 씬이 실제로 촬영된 곳은 경부선도 아니고 아예 울산 역이다. -_-;;
영화 첫 부분에서 허 봉구가 조폭들과 마주치는 장소인 서울 역 대합실은 실제 촬영 장소가 아예 서울 지하철 논현 역이었으니 더 말이 필요 없을 듯. ㅋ

Posted by 사무엘

2010/10/26 09:04 2010/10/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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