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망했어요

사례 1: USB 플래시 메모리를 ‘안전하게 제거’하지 않고 그냥 뺌 → 어느 날 그걸 꽂으니까 “뭘 스캔해서 수정하시겠습니까?”라고 물음 → 예 → 뭐 오류가 있는 파일 조각을 따로 정리했다고 하는데, 그 후 작업하던 문서 파일이 날아가 버림

사례 2:자기가 작업하던 파일을 인터넷에 올림 → 다른 컴에서 그걸 그대로 엶 (인터넷 임시 파일 디렉터리에서) → 작업을 임시 파일에다 마저 다 해 놓고 저장 → 나중에 그 파일을 찾아보니 없음

이번 학기에 학교에서 주변에 실제로 있었던 낭패 사례이다. 조심하자. 본인이 겪었다는 건 아니고. -_-
PC가 발전하는 걸 도스 시절부터 그 디테일을 쫙 봐 오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저지를 만도 한 실수인 것 같다. 디스크 캐시와 flush의 필요성, 인터넷 임시 파일의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USB로 연결하는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평소에 그냥 쑥 제거해도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FAT 구조가 망가졌다고 그러면...;; 정말 사용자들 패닉에 빠뜨리기 딱 좋을 것 같다.
안전하게 제거를 하지 않는 것은 과거에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에 불이 들어와 있는데 디스크를 강제로 꺼내는 것이라든가, 하드디스크를 파킹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위험할 수가 있다.

다만, CD롬은 일단 쓰기가 없는 읽기 전용 매체인 데다가, eject 버튼을 누르면 아무 때나 디스크를 물리적으로 꺼내는 게 아니라 자기가 꺼낼 준비를 다 마치고 나서 eject를 시켜 주기 때문에 다소 예외적인 존재이다.

2. 하드디스크 파킹의 추억

옛날에 컴퓨터에 하드디스크라는 게 처음으로 등장하던 시절엔(도스+윈도우 3.x) 컴퓨터를 끄기 전에 하드디스크 파킹이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절차였다. 파킹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파킹을 하지 않은 채로 나중에 하드디스크가 외부로부터 충격이라도 받았을 때, 헤드가 자기 아래의 디스크 영역을 건드리거나 긁는 게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헤드와 디스크 사이의 간격은 아마 몇 마이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 싶다. 하드디스크는 그 당시로서는 그만치 첨단 정밀 기기였던 것이다.

파킹은 하드디스크의 헤드를 디스크가 아닌 다른 안전한 위치로 옮기는 동작을 말하는데, MS 도스 인터럽트를 날려 주면 수행되었다(INT 13, 19h). 286 AT급 이상부터 추가된 명령이다. 도스 시절에 컴퓨터의 C:\Util에 가 보면 park.com/exe는 꼭 한둘씩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이 파킹 유틸리티의 비주얼이라는 게, 오늘날로 치면 마치 화면 보호기의 비주얼만큼이나 아주 잉여스럽게 발달했다.
그냥 파킹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좋아하는 볼거리, 미소녀 그림-_- 따위가 뜨는 파킹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것이다.

당시 여러 파킹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본인의 기억에 가장 남는 건 일명 Princess maker 파킹이라고 아래와 같은 소녀 그림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렸을 때는 정말 환상적이기 그지없는 그림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인은 도스 시절에 하드웨어 제어 프로그래밍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그때는 각종 인터럽트 레퍼런스가 지금으로 치면 윈도우 API 레퍼런스나 마찬가지였다. ^^;; 그걸로 마우스를 직접 제어하고, 한글 바이오스가 설치돼 있는지 감지하는 등의 작업을 했는데 오늘날은 다 필요 없어진 셈.

또한, 전원이 끊어지는 순간에 자동으로 파킹이 되는(auto-parking) 하드디스크가 이내 등장하고, 도스에서 윈도우로 PC 환경이 바뀌고, 또 요즘 같은 복잡한 운영체제는 아무 때나 바로 끄면 안 되고 어차피 시스템 종료라는 걸 요구하게 되면서 customized 파킹 프로그램이라는 유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금은 파킹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화면 보호기도 LCD 모니터가 대세가 되면서 취지가 무색해지긴 했다.

3. 당신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서식 없는 텍스트 작성
컴 초보: 메모장이나 일반 워드 프로세서로 낑낑댐
나: EditPlus나 AcroEdit, <날개셋> 편집기^^ 잘 다룸
전산과 덕후: vim, emacs 등..;;

서식 있는 텍스트
컴 초보: 닥치고 아래아한글
나: 아래아한글이나 워드를 평균 이상으로 그럭저럭 활용
전산과 덕후: TEX이나 그냥 메모장으로 html 코딩..;; 리눅스 용자는 OpenOffice를 쓰기도 함 ㅋㅋㅋ

뭔가 자동화 작업을 반복 수행할 때
컴 초보: 직접 손으로..;; 아니면 프로그램 검색하거나 남에게 부탁
나: 적당한 프로그램이 없으면 그냥 비주얼 C++로 프로그램 자작
전산과 덕후: 파이썬이나 쉘 스크립트

위의 것보다는 더 규모 있고 성능이 중요하고 남에게 실행 파일을 전달해 주는 프로그램을 짠다면?
컴 초보: 그냥 선생이 지정해 준 툴로... 과제만 내고 나면 다 잊어버림
나: 닥치고 비주얼 C++ 짱
전산과 덕후: 커맨드 라인에서 gcc -_-;;

난 소프트웨어 개발자치고는 MS의 종속도가 높으며, 전산과 덕후의 문화를 너무 모른다. -_-;;;

Posted by 사무엘

2010/12/17 08:54 2010/12/17 08:54
, , ,
Response
A trackback , 1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32

NEW에 대한 고찰

오늘날처럼 세상이 급변하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게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 역시 뭔가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적은 역사상 없었지 싶다. 그런데 성경에 따르면 그런 트렌드 자체도 그렇게 새삼스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아테네 사람들과 거기 있던 나그네들은 새로운 어떤 것을 말하고 듣는 것 외에는 자기들의 시간을 달리 쓰지 아니하였더라. (행 17:21)

성경 66권 각 책들이 모두 개성이 넘치는 책이긴 하지만, 본인은 사도행전이 문체와 표현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을 해 왔다. 성경은 사도행전에서, IT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이미 얼리어답터라는 집단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맨날 뭔가 새로운 트렌드, 조금이라도 더 창의적인 개똥철학에 탐닉하는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것과 관련된 언어 현상을 먼저 좀 살펴보기로 하자.
new에 대응하는 한국어는 원래 ‘새롭다’라는 형용사인데, 신기하게도 ‘새’만 써도 관형사로서 ‘새롭다’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유명한 컴퓨터 개그가 있다.

“교수님, 새에 대해서 논문이라도 쓰시나 보죠?” (레 11:13-19 같은?)
“아니. 파일을 ‘새 이름으로’ 저장해야 한다는데, 이젠 더 생각나는 새 이름이 도저히 없어서 고민일세.”


영어권의 “Press any key...” / “any라는 키가 도대체 어디 있지?” 개그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식 컴퓨터 개그가 아닐 수 없다. 썰렁했다면 죄송. ㄲㄲㄲㄲㄲㄲㄲㄲㄲ

사실, GUI 환경에서는 각종 메시지 박스는 반드시 ‘확인’(OK) 버튼을 클릭해야 하고, 이 버튼은 Space나 엔터로만 인식이 되니까 Press any key 같은 메시지를 볼 일은 없어졌다. 명령창(command prompt; console) 환경에서나 볼 수 있다.
요즘 소프트웨어들은 새 이름 같은 악명 높은 오해(?)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새’ 대신 ‘다른 이름으로 저장’이라는 표현을 써 주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

하나 더, 본인은 한국어에서 ‘기존’이라는 표현이 오· 남용되고 있는 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거슬린다. ‘예전’, ‘종전’이라는 표현이 싹 다 저걸로 통합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이란, 현존(현재 존재)· 실존(실제로 존재)만큼이나 ‘이미 존재’라는 뜻일 뿐이다. “기존하는 아이템”처럼 활용도 가능하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것은 지우세요”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역전앞, 프린터기보다 더 말이 안 되는 표현이다.

‘기존’이라는 말을 제일 널리 퍼뜨리고, 또 잘못 퍼뜨리기도 한 곳이 IT계가 아닐까 하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맨날 업그레이드, 업데이트를 밥 먹듯이 하는 분야이다 보니 늘 예전 것과 비교를 하고 뭔가 새롭다는 걸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IT계가 아니어도 자동차계도 차 이름 앞에다 new를 붙이는 게 유행이었다. 뉴 엑셀, 뉴 소나타, 뉴 프린스, 뉴 그랜저... 그러고 보니 포니는 ‘뉴 포니’가 아니고 ‘포니 2’였는데, 나중엔 네이밍 방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new가 붙고 화려하게 세상에 드러난 그 이름들이 세월이 흐르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분야별로 살펴보면 재미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1년에 출시된 MS-DOS 5.0의 미국 현지 CF의 한 장면이다. “It's new!!” 출처는 유튜브.
1985년에 스티브 발머가 온갖 오버액션으로 윈도우 1.0 광고 개그를 펼치던 동영상만큼이나 웃기다.

1. NE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윈도우 운영체제는 90%가 넘는 점유율로 PC 환경을 완전히 평정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5~20년 가까이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윈도우 1.0부터 3.x까지의 16비트 시절에 쓰이던 자체 실행 파일의 이름은.. New Executable이었다! 32 내지 64비트 시대가 된 오늘날에 이 실행 파일 포맷이 새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Portable Executable이라는 다른 포맷이 쓰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NDC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사진은 1984년에 도입되어 20년 남짓 국내에서 운행된 무궁화호 디젤 동차(기관차 견인형이 아니고)인데, 업계 종사자 내지 철도 동호인들이 부른 명칭은 NDC. 신형 디젤 동차(New Diesel Car)였다. 1984년에 철도청이 저런 CF를 찍던 당시에는 아주 새로운 차량이었으나, 지금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부터 폐차가 진행되어 지금 NDC는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못미 NDC.
출처: 류 기윤(현직 코레일 기관사 겸 철도 동호인) 님의 블로그

3. NIV, NASV, NRSV, NKJV 등등..;;
드디어 KJV 크리스천들에게 아주 친숙한 이름들이 나왔다.
new라는 이름이 유난히도 자주 눈에 띄는 분야는 다름 아닌 성경 역본이다.
물론 본인 같은 사람은 그런 것들을 변개된 old lie일 뿐이라고 폄하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과거 통근열차(CDC)를 무궁화호로 개조하여 2008년부터 NDC의 후속 차량으로 뛰고 있는 열차는 RDC라고 불리고 있는데, KJV 신자들이 싫어하는 RV, RSV의 R과 같은 의미의 이니셜이다. Revised와 New는 여러 분야에서 통용되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

이런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큰 교훈이 있다.
지금 당장은 새롭다고, 참신하다고 new라고 상업적으로 막 떠벌려진 것들도.. 세월이 흐르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게 태반이며, 결국 인간은 동일한 패턴의 쳇바퀴를 돌고 있을 뿐이라는 것. 성경의 그 유명한 말씀에 공감하게 된다.

이미 있던 것 즉 그것이 후에 있겠고 이미 행한 것을 후에 다시 행하리니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전혀 없도다. (전 1:9)

자칭 이종 예술가로 활동 중인 김 형태 씨의 칼럼을 읽어보면 글쓴이가 저런 면에서 상당한 통찰력이 있는 분임을 알 수 있다. 기타 다른 주제의 글에서 느껴지는 인본주의· 자유주의적인 견해가 성경의 사고방식에서 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옛날과 오늘날이라든가 옛 것과 새 것의 관계에 대해서는 영적으로 아주 잘 간파했다.

... 과거에 비해서 현재가 여러가지 의미로 더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문화, 예술, 철학은 오늘도 옛것을 계속 리메이크하면서 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누군가 저에게 반문했죠? 정말 이 시대보다 옛날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만 지식이 있으면 당연한 소리입니다. 아무 분야나 하나 잡아서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물어보세요. 20년, 30년 전, 40년 전, 50년 전에 비해서 지금이 더 좋은 시절이냐고. 음악, 패션, 건축, 디자인, 가구, 자동차, 경제구조, 세계 평화, 문학, 미술, 레크리에이션, 철학, 스포츠 등등 알고 보면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따끔하지만 유익한 고언, 충고, 조언이 많으니 칼럼을 진지하게 읽어보기 바란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주}가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는 길들 가운데 서서 보며 옛 행로들 곧 선한 길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그 길로 걸으라. 그리하면 너희가 너희 혼들을 위한 안식을 얻으리라. ... (렘 6:16)

굳이 이 구절과 비슷한 사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찾자면 온고지신인데...
이 말은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의 변화를 무조건 배척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수구꼴통이 돼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 극단으로 치우치면, 문명의 이기를 다 거부하고 생체 이식 칩과 신용카드가 666이라는 논리로 빠지게 된다.

말씀이 의도하는 바는, 언뜻 보기에 구시대적이고 수구꼴통(?) 같지만 결국 인간 세상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그 검증되고 안정화된 성경적인 길을 일단 존중하고 따라 걸으라는 뜻이다. 그런 것들이 괜히 아무 이유 없이 존재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 중에 진짜로 새로운 건 극히 드물다. 인생의 법칙은 불변이며, 결국은 하나 좋은 걸 만들었다면 이를 위해 다른 하나를 반드시 희생했다는 식으로 대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 분별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상업적인 광고는 그런 이면의 그림자를 소비자에게 절대로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행간의 의미를 읽는 게 인생의 지혜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필요한 능력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여기에 대해서도 분야별로 여러 case study를 제시할 수 있으나, 시간과 분량 관계상 거기까지는 생략하겠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인정하는 진짜 NEW란, 사람이 거듭나서 구원받은 후 바뀐 행적이고, 훗날 이 땅에 세워지는 새로운 왕국이며, 나중에 창조될 새 하늘과 새 땅이다.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로만 new가 아니라 저게 진짜로 객관적으로 new이다.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는 분이라면 역설적으로 성경이 제시하는 옛 길을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5 18:49 2010/12/15 18:49
, , , , ,
Response
No Trackback , 1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31

나도 나름 이 분야의 길을 가고 있는데, 유명한 대선배가 누가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겠지.
두 분을 소개하는데, 서로 나이가 비슷한 남녀이다. 각각 어도비와 MS라는 굴지의 기업에서 거의 20년째 근속 중이며, 각각 동아시아 로컬라이징 쪽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여러 모로 재미있는 비교 대상이라 하겠다.

※ Ken Lund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산학이 아닌 언어학 전공자로, 위스콘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에 있는 동안은 Adobe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한자 폰트와 관련 프로그래밍 연구를 했으며, 학위도 그런 주제의 논문으로 받았다고 한다. 20대 나이 때 라틴 알파벳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자인 한자에 완전 필이 꽂혔다나? (한글 덕후가 된 제임스 맥콜리와는 대조적)
졸업 후엔 Adobe 정직원으로 곧바로 들어갔고 그게 평생직장이 됐다.

놀랍게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와 새나루를 아는 외국인이다. 아니, 한국에 개발되어 있는 한글 IME들은 물론, libhangul의 존재까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무서운 분이다.
1998년 말에 CJKV Information Processing이라는 책을 썼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재작년 말에 그 책의 개정판을 냈는데, CJK 언어용 IME의 예로 내 프로그램도 소개되어 있다.
CJKV 하니까 KJV가 자꾸 떠오르는군..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아하니 밀덕 기질이 있는 듯. ㄷㄷㄷ;;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유난히도 권총과 도검류 사진이 많이 걸려 나오는데, 그것들도 다 이분 작품이다. (KJV 진영에 있는 미국의 유명한 모 성경학자도, 자기 집에 온갖 옛날 무기와 군복이 진열되어 있는 밀덕-_- ㄲㄲㄲ 새마을호를 안 타 봐서 저런 데에 빠진 거야)

※ Nadine Kano

사용자 삽입 이미지
Ken과는 달리 전산학 전공자이며, 현재는 언어 처리만 파지는 않고 IT 본연에 더 가까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개발보다는 소프트웨어 로컬라이징, 기술 자문, 사업부, 마케팅, 제품QA 등 뭔가 기획스러운 쪽에 짬을 더 많이 쌓은 것 같다. 로컬라이징은 Ken처럼 언어학 자질이라기보다는 시장 분석의 일환으로 공부한 분야일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가지 않고 곧장 MS에 입사했다. 듣기로는 학부 시절부터 MS와 인연이 있어서 알바도 했다고 하던데.. 그리고 회사 근무 중간에도 잠시 스탠퍼드에 가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분은 Developing International Software for Windows 95/NT 라는 책을 썼으며, 책의 저술 시기는 제목이 암시하듯 윈도우 NT 3.51~95 타이밍이다. wide string, 유니코드, 언어 로케일, 한중일 IME가 동작하는 기본 개념 등에 대해서 유익한 내용이 많다. 2009년엔 제목에서 for Windows 95/NT를 제거^^한 개정판이 나왔다.

아마 Ken이 자기 책을 쓰면서도, 시기적으로 먼저 나온 Nadine의 책을 분명 참고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4 08:47 2010/12/14 08:47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30

4종 교통수단 분석 3

이건 뭐 비교문학도 아니고 비교운송학-_-인지.. 철도에 하나 필이 꽂히니 별별 뻘글이 다 써진다. ㄲㄲㄲㄲㄲ 이미 예전에 썼던 내용도 있지만, 다시 정리하자면..

※ 타는 곳

버스: 버스 터미널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 내지 승강장을 전통적인 평지가 아닌 지하에다 건설하고, 지상은 영화관이나 백화점 같은 종합 쇼핑 시설로 조성하는 것이 공간 활용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인기이다. 성남(분당) 버스 터미널이 좋은 예로, 버스들이 잔뜩 도열해 있는 마당(?)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길거리에서는 이 건물 안에 버스 터미널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요즘 터미널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이 없이 통합 형태로 만든다.

열차: 철도역. 철도는 없는 길을 새로 내는 형태로 건설된다는 특성상 평지뿐만이 아니라 지하나 심지어 지상 고가로도 많이 건설된다. 최소한 고속버스 전용 도로가 고가로 따로 건설되지는 않으니까.. 도시 계획을 잘 세우면 버스 터미널이나 철도역 모두, 번화가에 좋은 접근성이 보장되게 잘 건설될 수 있다.

비행기: 공항.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 항공기가 자가용 내지 택시로 널리 활용된다면야 높은 건물의 옥상에 간이 터미널이나 공항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고정익 항공기는 긴 활주로와 막대한 부지가 필요한 법(비행기의 커다란 날개가 차지하는 공간도 흠좀무섭..). 보안상의 이유로, 또 소음 문제로 인해 공항은 근본적으로 번화가에 들어설 수가 없으며 시가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외곽에 건설된다. 따라서 연계 교통수단이 자연스럽게 필요해진다.
물론 철길 주변에도 사람의 접근이 통제되고 높은 울타리나 접근 금지 경고문이 붙어 있긴 하지만, 공항 주변에는 아예 철조망을 두른 담장과 무장 경찰/군인이 근무하고 있다.

배: 여객 터미널이 있는 항구에서 탄다. 위치는 무조건 강이나 바닷가에서만 ^^..;; 그래서 인천이나 부산 같은 역사가 긴 대도시의 철도역은 도심에서 딱 끊어진 게 아니라 더 길이 없는 바닷가 근처까지 이어졌다. 당연히 선박과의 연계를 위해서이다.

※ 운행 시간 제약

버스: 도로는 24시간 반영구적으로 통행 가능한 길이다 보니, 제약 같은 게 전혀 없다. 운임에 할증이 붙은 심야 우등이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다. 좌석도 큼직하고 편하고, 차내에 불이 완전히 꺼져 있으니 자기 좋고, 심야여서 별로 막히지도 않고... 자동차 엔진이 시끄럽기로서니 설마 비행기 만하겠는가?
고속버스 말고 수도권 광역 버스 중에도 수요가 많은 노선은 막차가 차고에 들어가기 전에 첫차가 운행을 시작하는 사실상 24시간 운행을 하는 게 있다.

열차: 철도는 매일 선로 보수와 정비를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선로만으로는 24시간 열차 운행을 할 수 없다.
열차의 주행 속도가 무척 느리던 과거에는 침대차가 있기도 했으며, 지금도 중앙선이나 영동선 같은 낙후한 노선에는 유명한 밤차가 하루 하나씩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 시설이 발전하고 열차의 운행 시간이 단축되면서, 장기적으로 밤차는 없어지는 추세이다. 그냥 새벽 1~2시 안으로 하루 운행을 마치고, 첫 운행을 새벽 4~5시에 일찍 하는 식. 밤에 근무하는 역무원· 승무원에 대한 인건비 절약 내지 에너지 절약(전차선 단전)을 위해서일 것이다.
열차는 전철화의 혜택을 입으면서 아주 조용해지는 추세이다.

비행기: 비행기는 소음 문제에 가장 민감한 교통수단이다. 공항은 그렇잖아도 외곽에 있는데 그마저도 시가지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못하면 통금(curfew)에 걸려서 밤 10시 이후에는 비행기를 띄우거나 내리지 못하게 된다. 국내에는 김포, 김해, 제주 같은 유명 공항이 이런 제약이 걸려 있으며, 인천과 청주 공항 정도나 24시간 운항되고 있다.

배: 통금 뭥미? 그거 먹는겅미? 우걱우걱..
다만, 대양을 넘나드는 장거리 여객 수송 역할은 비행기가 대체했기 때문에, 오늘날은 타이타닉 같은 수준의 대형 호화 여객선이 다니지는 않는다.

※ 티케팅

버스: 사기업인 여러 버스 회사들이 버스를 번갈아가며 굴리는 시스템이지만 승객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목적지와 시간대만 말하면 그때 출발하는 버스 승차권이 알아서 발권된다. 금호 고속이 걸리든 동양 고속이 걸리든 코오롱 고속이 걸리든..;; 단골 고객, 포인트, 마일리지 그딴 것도 없다.

열차: 철도역부터 시작해서 열차까지 모든 시설이 코레일 독점인 아주 특이한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혼자서 다 해 먹는 구조인 덕분에 승차권 발권은 SMS 티켓까지 등장할 정도로 편리해져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해 철도의 프런트 엔드는 코레일 담당이고 백 엔드는 철도 시설 공단 관할이긴 하지만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알게 뭐야.;;

비행기: 공항 안에서 자기가 타고자 하는 항공사 부스를 찾아가야 한다. 서울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안에 금호/동양/코오롱 등 버스 회사별로 부스가 있다는 상상을 해 보라.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점에서는 고속버스 터미널이 통합 건물도 없고 회사별로 찢어져 있는 동대구가 아주 좋은 예이구나. ㅋㅋㅋ
비행기는 탈 때 아예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국제선은 아예 여권이 신분증 역할을 함), 애초에 개인 식별을 하고 탑승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공항 가서 신분증만 내밀면 예매된 탑승권은 다 알아서 발권된다.

배: 정보 없음. 아마 버스와 비슷한 절차이지 않을까? 물론 비행기처럼 탈 때 신원 확인이 필요할 것이고, 국제선의 경우 출/입국 신고 및 심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 수하물

버스: 큰 짐은 아랫부분의 짐칸에다 따로 실을 수 있다. 운송 약관에는 이런 짐의 크기와 무게 제한이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거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는다.

열차: 철도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또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point-to-point의 성격이 희박하며 중간 정차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나 비행기만치 개인 짐에 대한 특별 대우를 해 주기 곤란하다. 짐은 알아서 개인이 객실에 반입해야 한다.

비행기: 공항 카운터에서 큰 짐을 부칠 수 있다. 단, 이때 짐에 대한 X선 검사와 무게 측정을 엄격하게 한다는 점을 유의할 것.

배: 정보 없음. 하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자동차까지 실을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배인 만큼 짐에 대한 잣대가 상대적으로 관대할 것이다. ^^;;

※ 시설 이용료

버스: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로 공사에다 지불한다. 이에 덧붙여 버스 터미널의 차고에 주박하는 차량들에 대한 주차료나 터미널 사용료 지출도 있을 것이다.

열차: 코레일은 선로 사용료를 철도 시설 공단에다 지불한다.

비행기: 비행기는 연료를 쓰면서 움직이는 것 자체뿐만이 아니라 기반 사실을 이용하는 비용부터도 어마어마하다. 그렇기 때문에 땅에 세워 둘수록 돈 먹는 하마가 된다.
승객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탑승교(브리지) 설치하는 것, 객실에 전기 공급하는 것, 후진 견인차를 모는 것,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 다 돈이다! 국제선 노선의 경우, 영공 통과료를 경유 국가에다 지불하며 이 비용은 해당 국가 공항 시설의 관제 업무에 쓰인다.
비행기는 공항 이용료가 승객의 비행기 운임에 고정적으로 explicit하게 부과되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배: 정보 없음.

※ paid 영역의 경계

버스: 버스 승강장까지 들락날락하는 게 매우 자유롭다. 따라서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이 떠나는 사람을 마지막 순간까지 배웅하기도 쉽다. 실질적인 승차권 검사는 버스의 출발 직전에 버스 안에서 이뤄진다. 한 차에 타는 승객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열차: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굉장히 애매한 경우로, 변천사가 좀 복잡하다. 옛날에는 아래의 비행기처럼 역무원이 게이트 앞에서 일일이 승차권을 검사했으며, 배웅 승객은 입장권이라는 철도계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표를 구입해야 했다.
한동안은 마치 지하철처럼 자동 개집표기가 도입되기도 했는데 그것도 없어졌고 지금은 버스처럼 누구나 꽤 자유롭게 승강장까지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철도는 지정석 위주 영업이 주류인 만큼, 검표는 승무원이 차내에서 불시에 진행한다. 지급되는 PDA로 비교해서 팔리지 않은 좌석에 사람이 앉아 있으면 검사.

비행기: 얄짤없다. 게이트 입구에서 공항 직원이 탑승권을 일일이 확인한다. 짐 검사가 시작되는 일정 구역 이상부터는 비행기 탑승권 없이는 일반인이 절대로 드나들 수 없고, 거기 한번 들어간 사람도 도로 나오기가 대단히 어려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국제선 면세 구역에 무단 침입하는 건 국제법상 무단 월경 행위가 된다.

배: 항구와 배가 연결된 딱 그 길목에서 직원이 탑승권을 수작업으로 확인하지 싶다.

※ 대기 구역

버스 터미널이나 철도역, 항구와는 달리 공항은 검표를 마친 뒤에 실제로 비행기와 연결된 구역 안에도 꽤 넓은 방과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한번 paid 영역으로 들어간 뒤부터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고 지정 시간이 되기 전엔 비행기에 미리 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런 대기 공간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순항 시점

버스: 시가지를 다 지나서 고속도로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대구는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터미널이 있는 곳과 고속도로 나들목이 꽤 먼 편이다.

철도: 고속철의 경우 고속신선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비행기: taxing, 이륙이 끝나고 순항 고도에 진입하고부터 전속력 주행이 시작된다.

배: 딱히 그런 개념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3 09:29 2010/12/13 09:29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29

친이스라엘이 살 길이다

1.
http://news.donga.com/Inter/3/02/20101123/32816154/1
이스라엘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미친' 체제를 저지하고 쓰러 뜨려야 할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케 한다"면서 "그들의 무기 확산과 도발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중략) 이스라엘의 대표적 영자신문인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자세히 보도한 뒤 리베르만 장관의 성명을 톱기사로 전했다.

독자 여러분은 이스라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우리와는 지리적으로 멀고 딱히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도 없는데, 괜히 반기독교 반유대주의 감정에 편승하여 안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물론 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찾는 과정이 아무 마찰 없이 된 건 아니며, 그들 역시 무력의 오· 남용으로 필요 이상으로 이웃 나라에게 민폐 끼친 것도 있다(그게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북한 수준으로 국제법 어기고 깽판 부리고 무법천지 난동을 벌인 것도 아니며, 나름대로 국제적으로 승인 받고 합법적으로 땅을 차지하기 위해 많이 애썼다.

또한 오늘날의 미국은 어차피 옛날처럼 이스라엘 편만 일방적으로 들어 주는 나라도 이제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 위정자가 대북 정책 때문에 골치인 것만큼이나, 미국의 위정자는 이놈의 이스라엘 때문에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라고 한다. 원칙대로라면 이스라엘 편 들어 줘야 하는데 쪽수가 더 많은 아랍권 눈치도 안 살필 수는 없고.
이 글에서 이스라엘의 국제 정세나 외교 문제에 대해서 시시콜콜하게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크리스천으로서 구국의 일념으로 분명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첫째, 우리는 이스라엘을 고마워하고 본받아야할망정, 욕할 자격이라고는 정말 없는 처지에 있다.
둘째, 성경대로라면 우리는 이스라엘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단적인 예로, 국익을 위해서 요즘 형제 국가로 통하는 터키 이상으로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

2.
이스라엘은 대한민국과 비슷한 시기인(3개월 전) 1948년 5월에 정부가 수립됐다. 남한보다 영토가 더 좁고 인구도 더 적고 열악했다. 남한처럼 이북 정도가 아니라 가히 사방에 적들이 깔려 있었다. 이렇듯 이스라엘은 자기네도 사정이 어렵고 대한민국과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6 25 때 UN의 각종 회의에서 남한에게 유리한 편을 들어 줬으며, 한국에 의약품과 식량을 지원했다! 남한이 북한보다 더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정부인데도 북한의 불법 무력 도발에 의해 축출당할 위기에 처하게 됨을 알고부터이다. 원래 의도대로라면 이스라엘은 전투 병력까지도 파견해 줄 작정이었다고 한다.
(하긴, 그 당시엔 터키도 도와 줬고, 지난번에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아이티 같은 나라도 남한을 도와 줬으니, 우리나라가 그 당시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가 실감이 간다.)

왜, 몇 년 전엔 김 충배 육사 교장의 편지라고 해서 정체불명의 ‘박빠성’(?) 글이 나돌았다. 기억하시는가? 거기 보면 앞부분에 “미국의 케네디 행정부는 박 정희 혁명 정부를 승인하지 않고 한국을 냉대했다” 같은 대목이 있다. 쿠데타를 일으켰지, 옛날에 남로당 경력까지 있지, 그래서 미국 정부가 박 정희에 대해서 처음엔 미덥잖게 여겼던 게 사실이며, 박 정희가 그 오명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민족일보 빨갱이 조작 사건 같은 걸 일으키기도 했다고 본인은 들었다.

그런데 이때에도 이스라엘은 은혜를 베푼다. 박 정희 정부를 국제적으로 승인했다. 미국과 그렇게도 짝짜꿍이 잘 맞는 나라가 한국을 인정해 줬으니 이게 박 정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겠는가? 게다가 이스라엘은 영농, 수자원, 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을 돕고,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는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단적인 예로 박통 시절에 한반도에 민둥산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20세기에 산림녹화 사업이 제일 성공한 걸로 손꼽히는 두 나라가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이라는 건 상식이지 않은가.

그러나 박통은 몇 년 못 가 이스라엘과의 우정을 저버렸다. 뭐, 그 심정은 이해한다. 그 시절에 중동으로 노동자 보내서 토목· 건축 사업 벌이고 외화 벌기 위해, 결국은 이스라엘 대신 아랍 편을 든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석유 문제도 있다. 1970년대에 석유 파동은 얼마나 치명타였겠는지 생각해 보라.

박통 초기이던 1964년에 한국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개관하였으나, 훈훈하던 두 나라의 외교는 대한민국의 노골적인 친아랍 노선으로 인해 점점 막장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1978년에는 한국 정부의 냉대 하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철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6일 전쟁의 영웅인 이스라엘의 모세 다얀 장군--훗날 이스라엘의 외무장관이 됨--이, 이대로는 남한과의 외교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뭔가 대만과 중국 사이의 관계 같은 게 된 듯.
그 후 1979년 10월, 박통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런 얘기는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박까나 박빠 진영에서는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_-;;
폐쇄되었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전 두환까지 거치고서 먼 훗날, 1992년에야 다시 문을 열었다.
솔직히 과거에 이스라엘이 우리를 도와 준 것만큼이나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을 지금까지 도와 준 적이 있었나? 내 생각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권리로 이스라엘을 욕한단 말인가?

그런 마당에 이스라엘이 지난 연평도 무력 도발에 대해서 우리나라 편을 들고 북한을 맹비난했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을 걔네들이 우리나라 위정자보다도 훨씬 더 속 시원하게 해 줬다. 물론 이스라엘은 북한과 사이가 좋은 나라들과 어차피 대체로 적대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북한더러 잘 쐈다고 지랄을 하는 몇몇 개념 없는 중국 짱깨들에 비해 쟤들이 얼마나 훌륭한가?

뭐, 이스라엘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병역기피자도 있고 별 희한한 일도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걔네들 특유의 애국심과 상무 정신(적에게 절대로 비굴하지 않고, 내가 적에게 당하면 반드시 수 배로 강경 보복..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다)도 역시 우리가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인 것이다. 북한 성질 건드리지 말고 고분고분 무조건 평화밖에 모르는 사고방식으로는 일제 강점기 때 독립 운동도 할 필요 없고, 이 완용의 친일 논리도 합리화 가능할 것이다.

3.
잠시 딴 얘기를 좀 꺼내겠다.
성경을 믿는 크리스천이 얘기를 할 때 굉장히 말을 아껴야 하는 분야가 둘 있다.
첫째는 종말론 쪽이다. 특정 인물, 특정 과학 기술 내지 세상 정세에다가 함부로 말세니, 누가 적그리스도니, 666이니 재림이니 하는 말 갖다붙이지 말아야 한다. 이 금기를 어긴 분별력 없는 크리스천들이 시한부 종말론 드립을 쳐서 망쳐 놓은 간증이 가히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이 마지막 때인 것은 틀림없지만 어느 타이밍에 휴거가 일어날지, 주님 다시 오시기 전에 북한 정권이 붕괴할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막장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때쯤에 세상이 끝날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Y2K 드립, EU 회원국과 요한계시록의 열 뿔 드립...;; 지금까지 그만치 예언이 빗나갔으면 이젠 좀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리고 둘째는 “저건 예수 잘 믿어서 복 받은 거다 / 안 믿어서 벌 받은 거다” ← 요런 부류의 말... 정말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행위에 대해 그렇게 즉각 결정론적으로 반응하시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말 잘못 하면 정말로 불신자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정 떨어지게 만들고 하나님에 대해 오해를 하게 만든다.
무슨 대규모 재난이라도 발생했다 하면 걔네들이 우상 숭배하다 벌 받은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개드립을 치는 유명 목사가 국내엔 꼭 있는 거 같은데... 그건 누가 아프기만 하면 다 마귀 들려서 그런 거라고 갖다붙이는 무식한 부류들과 다를 바 없다.

예수 전혀 안 믿는 우상숭배 천국인 일본이 오늘날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부자 나라 축에 든다.
또한, 태풍이나 쓰나미로 부족이 몰살당한 미개 부족 중엔 선교사가 들어가서 나름 ‘복음화’가 돼 있던 부족도 있었다. 왜 그렇게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하냐 말이다.

그런데, 이런 두 가지 금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오늘날까지도 단정적으로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주제는 이스라엘, 유대인이다!
“저건 이스라엘을 괴롭혀서 벌 받은 거다, 유대인들에게 호의를 베풀어서 복 받은 거다”
차라리 저건 오늘날에도 엄연히 유효하고 적용 가능하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자를 자기도 축복하고, 이스라엘을 저주하는 자를 자기도 저주하겠다고 성경에 수차례 약속해 놓으셨기 때문이다. (창 12:2-3) 세상에 하나님이 존재하는 증거 중 하나가 이스라엘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01년의 9 11 테러도, 2005년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다 부시 대통령이 아랍 국가들을 옹호하고 이스라엘 땅을 빼앗아서 걔네들에게 넘겨줄 때 벌어진 비극이라고 풀이한 자료가 있다. 본인은 차라리 그런 자료에 훨씬 더 신뢰가 간다. 앞서 언급한 박 정희 정권의 몰락도 친아랍 노선과 함께 시작된 거라고 볼 수 있을까?

4.
이렇듯, 친이스라엘은 세상의 정권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은혜를 입었다는 역사적인 배경상, 이스라엘을 배척할 명분조차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너무 힘들어서인지 지금의 소위 ‘장로 대통령’마저도 과거의 박 정희 같은 불교 신자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이, 이스라엘보다는 두바이, 아랍 에미리트 같은 데에 훨씬 더 관심이 가 있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친이스라엘 노선이야말로 나라가 잘 되는 길인데 말이다.

다음은, 이스라엘이 6 25 당시의 우리나라 외에도 각종 재난 때 다른 나라들을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지를 열거한 자료이다. 월남전 시절에는 다른 나라에서 다 거절한 베트남 보트 난민들까지도 이스라엘이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 줬다고 한다;;;
이외에 저기는 사이트 첫 화면에도 이스라엘에 대해서 여러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료가 많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읽어보기 바란다.
http://www.conceptwizard.com/info.html

전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횡행하고,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100가지 잘못하는 것보다 이스라엘이 이따금씩 과격 대응으로 한두 개 좀 잘못하는 것에만 예의주시하는 이유에는.. 영적인 배경이 있다는 게 성경의 설명이다. “마귀가 유대인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수님을 죽인 민족이라고 유대인 미워하고 배척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미친 짓, 바보짓이다. 반유대주의는 그 어떤 명분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에게서 난 생각이 절대로 아니며, 기독교가 지지하는 교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아니, 예수님이 죽으시지 않았으면 우리 죄값이 어떻게 사해질 수 있었겠는가? 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짤방은 영화 <회복>(김 종철 감독)의 한 장면. 시 122:6(Pray for the peace of Jerusalem)은 하나님의 명령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11 08:48 2010/12/11 08:48
,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10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28

사진으로 남기는 요즘 일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아 벌써 2010년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옆의 회사 동료의 책상을 보니 2011년도 달력이 비치되어 있는데,
‘힘차게’부터 시작해서 글씨체가 심하게 낯익다. 이거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렇다. ‘힘차게 땅을 딛고 날아오르다’는 신명 세명조이고, 달력의 숫자와 영문은 신명 중고딕이다. 딱 보면 안다.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전성기이던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하고서 지금은 유행이 완전히 지난 글꼴인데 그걸로 2011년도 달력을 만드는 인쇄소가 있다니! 반가웠다. 내 사랑 신명 글꼴!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KTX 산천을 대전-서울 구간에서 드디어 시승하다.
한눈에 봐도 구형 떼제베 기반 KTX보다 좌석이 더 큼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역방향 좌석이 없다.
이 날은 주말에 밤 11시 20분에 서울에 도착하고도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KTX 2차 개통 후 어느 토요일 오후의 서울 역은 명절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그럼 진짜 명절엔 얼마나 혼잡할까?) 하긴, 비슷한 시간대에 고속버스 터미널을 가 봐도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만 10~20분씩 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유인 매표소 창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많은 무인 자동 발권기에다가도 저렇게 사람들이 줄서 있는 건 처음 봤다. 나처럼 홈티켓이나 SMS 티켓을 이용하면 줄설 필요가 없을 텐데!
주말엔 사람들이 어딜 그렇게도 많이 돌아다니는지 열차마다 꽉꽉 차서 갔다. 이틀 전에 예매한 주말 KTX는 영락없이 역방향 좌석에 걸려 있었고, 이미 서울에서부터 입석 승객까지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말로만 듣던 신경주 역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는 기존 경주 역에 갈 때보다 차로 시간이 15분 정도 더 걸린다.
그러나 일단 여기서 KTX를 타면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2시간! 시간 단축의 폭이 월등하다. 과거 경주-서울 새마을호는 4시간 40분, 그리고 경주-동대구 환승 KTX는 총 3시간 정도는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에서 가깝다고 신경주 대신 경주-동대구 환승을 선택하기엔 대구로 가는 재래식 열차가 너무 느려서 시간 손실이 크다.
특히 신경주-동대구는 16분 남짓밖에 안 걸린다는 게 더욱 충격이다. 보통 경주-대구는 최하 40분이고 재래식 열차로도 1시간대였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통사론 공부하다가 내 기분을 활짝 펴게 만든 예문. (남 기심· 고 영근 지은 <표준 국어 문법론>)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전산학계뿐만이 아니라 언어학계에도 천재들이 너무 많다. -_-;;;
그나저나 이제 고속철은 전구간 개통했으니 다음에 개정판을 낼 때는 예문의 시제를 과거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2004년 말에 잠깐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이번 12월부터 산천 차량으로 하루 딱 1회 재등장하여 서울-부산을 2시간 8분 만에 주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1~5의 사진들은 모두 서로 다른 날짜와 시간대에 찍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9 19:49 2010/12/09 19:49
, ,
Response
No Trackback , 10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27

故 김 재현 기관사 (1923-1950)

간단히만 말하자면, 6·25 전쟁 초기에 군사 작전에 자진 참여하여 열차 운전을 맡았다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순직한 분이다.
그 작전이란, 특공대를 투입하여 당시 옥천 지역에서 실종되었던 미군 사단장인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한 후, 열차에 태워 모셔 오는 것. D-day는 1950년 7월 19일이었는데, 이때 대전은 북한군에게 일찌감치 점령당해 있었다. 서울은 개전 3일 만에 함락됐고, 국군은 대전까지 빼앗기고서 후퇴를 거듭했다. 남한의 수도는 부산으로까지 남하하려던 시국이었다. 그러니 이건 적진을 뚫고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좀 인용하자면,

다윗은 그때에 요새에 있었고 블레셋 사람들의 수비대는 그때에 베들레헴에 있었더라. 다윗이 애타게 바라며 이르되, 오 누가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내게 주어 마시게 할까! 하매
세 용사가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뚫고 나가서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길어 그것을 가지고 다윗에게로 왔으나 ... (삼하 23:14-16)

정도 되겠다.

그러나 성경 스토리와는 달리 이 미션은 비극으로 끝났다. 딘 소장도 못 찾았고 특공대는 전원 전사했다. 대전에 들어올 때도 북한군으로부터 기관총, 수류탄 등으로 공격을 받았고, 철수하고 나갈 때도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이때 김 씨는 가슴 관통을 포함해 전신에 8발의 총알을 맞고 절명했으며, 곁에 있던 기관조사 1명만이 겨우 살아남아 다친 몸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열차를 운전하여 대전을 빠져나갔다.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휴전 협정 후 귀환하게 된다.

사망 당시 김 씨는 아직 서른도 못 된 나이로 본인과 지금 동갑이었다. 생년과 몰년에다가 60만 더하면 딱 본인의 생년과 지금 연도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ㄷㄷㄷ;;
그러나 아주 일찍부터 이미 철도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20대 중반의 나이로 기관사가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이미 결혼하고 씨를 남긴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유족과 후손이 있다.

고인의 시신은 동료들에 의해 영동산 아래에 묻혔다가 휴전 후 다시 고향인 논산으로 이장되었다. 고인의 공적이 알려지면서 박 정희 정권 초기이던 1962년 12월, 고인이 순직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의 선로 인근(서울 기점 171.8km 지점)에 순직 위령비가 세워졌다. 경부선 대전-세천 사이 구간으로, 지금은 대전 동구 삼정동이다. 상행과 하행 선로 사이에, 지하철 용어를 쓰자면 ‘섬식 승강장’의 형태로 위령비가 놓여 있다. 일반인이 위령비에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다.

한동안 경부선 열차를 운전하는 후배 기관사들은 열차로 이 위령비 근처를 지날 때마다 기적을 울리고 거수경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1983년 8월, 이분의 업적이 다시 전국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그 해 10월에 고인의 유해는 철도인으로서는 최초로 서울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에 가면, 이분의 사진, 유품, 이분에 대해 보도되었던 신문 기사와 잡지 스크랩, 이분에게 추서된 상과 훈장 등이 죄다 진열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이제 위령비가 있는 곳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다음 위성 지도에서 딱 이 지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놀랍게도 여기를 근성으로 직접 답사를 하신 분이 있어서 그분이 찍은 사진과 위성 지도 사진을 같이 소개한다. 사진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빨강: 위령비
노랑 & 파랑: 지하철 차량 기지 건물
초록, 파랑, 분홍: 길 건너편의 병원 내지 요양 시설
정확하지 않은가?

위령비가 세워지던 당시에만 해도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이었으나...;;
거기에 대전 지하철의 동쪽 종점인 판암 차량 기지가 들어서면서 주변 지리가 확 바뀌었다.
지도를 보면, 서쪽부터 국도 4호선과 대전 지하철 차량 기지, 경부선 철도, 그리고 통영-대전 고속도로(경부 고속도로가 아님!)가 나란히 조밀하게 지나는 아주 흥미로운 지형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는 어찌 된 일인지 상행 선로와 하행 선로가 노반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위령비는 상행(대전, 서울 방면) 선로와 같은 높이에 있다.
철도 당국에서는 해마다 현충일이면 위령비를 청소하고 분향도 하는 모양이다.
한국 전쟁 당시에 순직한 철도 종사자가 김 재현 기관사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만, 국가적으로 이 정도로 주목을 받고 더구나 하필 위령비가 있는 곳에 지하철 차량 기지까지 건설된 게 참 이례적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아야 할 분이다.

참고로, 김 씨가 순직하기 1주일 남짓 전에는 다른 곳에서 전쟁과 관련된 철도 비극(뭐 철도만의 비극은 아닐지도)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건 놀랍게도 북한군의 소행도 아니다.
이리(현 익산) 역 하면 1977년 11월에 발생한 대형 화약 폭발 사고로 너무나 유명한데, 1950년 7월 11일엔 미군 폭격기가 이리 역을 시작으로 민간인들을 무차별 폭격해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미국 국기를 보고는 아군이라 확신하여, 대피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태극기 흔들고 환영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폭격기는 오히려 그들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조준 사격을 가하고 나중에 확인 사살까지 했다고 한다. 오폭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

물론 본인은 미군 철수 내지 반미 반전 이러는 애들을 굉장히 싫어하며, 북한군의 만행과 미군의 만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굳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솔직한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 “아 ㅆㅂ, 그땐 그냥 기분도 드럽고 해서 피아 안 가리고 폭격했다”고 미국이 답변한다고 해서 우리가 뭐 인제 와서 응징이라도 할 수 있나? 우리가 미국이 필요하지 미국이 우리가 필요한가? 그저 솔직한 답변이 듣고 싶을 뿐이다.
아무튼, 눈이 안 달린 총알 때문에 전쟁은 정말 많은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게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8 09:54 2010/12/08 09:54
, , , ,
Response
A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26

지금까지 페르시아의 왕자(고전 게임)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논평을 한번쯤 쓸 법도 했을 것 같은데 그런 적이 없어서 또 잠시 글을 올린다. ㄲㄲ
뭐, 게임 자체에 대해서라든가 제작자인 Jordan Mechner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 놓은 다른 글이 인터넷에 넘쳐나니 알아서 검색으로 찾아보시고..
이 글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에 대해서 인터넷 상에 잘 언급되어 있지 않은 버그나 trivia를 열거하되, 1보다는 2를 더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전편인 페르시아의 왕자의 버그는 주로 게임 역학(mechanics)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 달리다가 방향을 바꿔 턴을 하는데 공중에 잠시 붕 뜰 수 있고 그 상태로 도움닫기도 가능한 것: 이 버그가 속편인 2에서는 수정되었고, 덕분에 두 칸 길이의 평지에서 도움닫기 점프를 하는 방법이 1과 2가 서로 다르다.
- 엎드렸다가 일어나면, 그 동안에 떨어지는 판자에 맞아도 HP를 잃지 않는 것: 상당히 괴악한 버그이다. 2는 그냥 엎드리고 있으면 HP를 잃지 않게 바뀐 반면, 1은 그냥 엎드리고 있으면 HP를 두 칸이나 잃는다.
- 도움닫기 점프의 후반부인 포즈일 때는 아직 덜 열린 철문을 그대로 통과 가능한 것: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버그였으나 2에서는 고쳐졌다.
- 특이한 경우에 벽을 뚫고 전혀 다른 방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것: 그냥 1의 게임 엔진의 버그로, 2에서는 이런 것들이 거의 사라졌다. 1의 경우 본인는 level 2과 12에서 그런 버그를 알고 있으며, 일부는 인터넷에 공개도 되어 있다. 내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정도이면 남도 이미 다 알고는 있더라.

페르시아의 왕자 2는 게임 스케일, 그래픽, 사운드 등 모든 면에서 전편보다 월등히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러나 게임 역학을 넘어서 레벨 내지 게임 로직 차원의 황당한 버그도 여럿 있었다.
심증이 물증으로 굳어진 건, 중학교 시절에 친구 집에서 내가 해 본 것과는 뭔가 다르게 동작하는 페르시아의 왕자 2를 딱 하나 발견하고부터였다. 이건 아무래도 버그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온 것들이 다 고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건 ‘버그 패치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후로 본인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각종 고전 게임 자료실에서는 ‘버그 패치판’ 페르시아의 왕자 2를 결코 구하지 못했다.
오리지널과 버그 패치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이제부터 스크린샷으로 보여주겠다.

1. level 6
동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하늘 나는 양탄자를 타면, 낡은 궁전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그런데, 궁전으로 들어가면 바로 다음 첫 화면에 다음 레벨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열려 있다!” 그래서 level 6은 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skip 가능하다. 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그 패치판’은 이 버그가 고쳐져서 게이트가 닫힌 채로 게임이 시작된다.

2. level 10
낡은 궁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말을 타면, 붉은 궁전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아래의 스크린샷은 level 10을 클리어하기 직전의 모습인데, 정석대로라면 굉장히 먼 길을 돌아서 이 방의 오른쪽에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다. 오른쪽에 있는 철문이 보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지름길을 잘 선택하면, 이 방의 위에서 발판을 부숴 떨어뜨려서(그림에서 부서진 바닥이 있는 곳) 게이트를 개방한 뒤, 아래로 내려와서(그림에서 왕자가 있는 곳) 레벨을 굉장히 쉽게 클리어 가능하다.
‘버그 패치판’은 레벨이 바뀌어서 게이트 개방만 가능하고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저렇게 바로 내려가지는 못하게 바뀌었다.

3. level 12
정체를 알 수 없는 횃불검이 중간에 나오기도 하는 굉장히 길고 어려운 레벨이다. 그런데, 이 레벨에도 지름길이 있다. 지름길의 끝자락에 있는 어느 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약이 있는데, 이 물약을 마시면 물병에서 갑자기 웬 난쟁이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얘는 화면 오른쪽 끝으로 걸어가면서 왕자가 통과할 수 없는 철문까지 통과하고(덩치가 워낙 작으니까), 그러면서 철문 너머에 있는 다음 단계 게이트를 “열어 준다.” 이걸로 게임 끗.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치 전편 페르시아의 왕자 1에는 level 8에서 공주가 보낸 생쥐가 철문을 열어 주는 것 같은 기믹을 보는 느낌이다. 저런 걸 왜 넣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버그 패치판’에는 이렇게 쉽게 level 12를 클리어하는 방법이 없어졌다. 아마 난쟁이의 진행 경로에 게이트를 여는 버튼 자체가 없어졌던 것 같다.

4. level 14
최종 보스인 Jaffar와 싸우는 레벨이다. Jaffar를 죽이기 위해서는 왕자의 자기 육신이 아니라 불을 먹은 영혼을 꺼내서 싸워야 한다. 마법사를 죽이겠답시고 그에게 맨몸으로 접근해서 칼을 뽑으면 그 순간 아래의 그림처럼 칼을 빼앗긴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칼만 빼앗기는 걸로 끝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명백한 버그임을 알 수 있다.
‘버그 패치판’에서는 저랬다가는 왕자는 칼을 빼앗긴 후 곧바로 Jaffar에게 끔살 당한다. 이게 원래 의도했던 시나리오일 것이다.

여기에 버그가 또 있으니 설명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왕자는 붉은 궁전 스테이지와 그 이후부터는 방향을 앞뒤로 트는 동작을 반복하면서(좌우 화살표 교대로) 자기 영혼을 꺼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HP를 8이나 잃는다. 그리고 Jaffar를 죽이는 에너지 장풍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HP를 또 2 잃는다. 자기 생명력을 투자해서 적을 공격하는 셈이며, 기회는 사실상 한 번밖에 없다. 그러니 잘 쏴야 한다.

그런데 장풍이 빗나가서 Jaffar가 맞지 않은 채 HP가 2 이하가 되면, 왕자는 장풍을 쏠 수 없고 다시 시커멓게 된다. 영혼 주위로 퍼런 불꽃이 일 때는 Jaffar가 왕자를 피해 도망갔지만, 시커멀 때는 반대로 Jaffar가 왕자를 찾아와 죽인다. 쫓는 위치이다가 다시 쫓기는 신세로..

그래서 ‘버그 패치판’은 체력을 보충할 수 있게 저런 곳에 물약이 서너 군데 비치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 판은 그런 게 없다.

혹시 ‘버그 패치판’에 속하는 페르시아 왕자 2를 보유하고 계신 분은 본인에게 연락해 주기 바란다. 본인은 대학 진학 후에 한 번도 못 봤다.
그리고,

5. 랭킹
페르시아의 왕자 2의 Hall of Fame은.. 남은 시간이 오름차순으로 배열된다. 즉, 깨는 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어 적은 시간을 남긴 사람이 상위에 오른다는 뜻이다! 이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_-;;;

6. 내레이션
페르시아의 왕자 2는 게임 스토리를 설명하는 모든 대사에 음성 내레이션이 추가되었다. 사운드 카드 우왕ㅋ굳ㅋ
그런데 아래 대사의 음성 내레이션을 들어 본 분은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이 게임 직후부터 60분 시간제한이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2는 스토리 설정상 level 4에서 죽었을 때, 아니면 level 5에서부터 무조건 75분 시간제한이 시작된다.
스크린샷은 그 시간제한이 시작되기 직전에 잠깐 등장하는 컷씬의 한 장면인데...
Prince, your bride is dying.
(When the last leaf falls, all will be lost.)
Waste no more time. Come to me!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따 온 설정임이 분명하다. ㄲㄲ
내레이션이 나오지 않는 PC 스피커 모드일 때는 ( ) 안의 대사도 정상적으로 출력된다.
그러나 사운드카드로 내레이션을 들을 때는 ( ) 안의 대사는 내레이션 없이 0.n초간 떴다가 곧바로 다음 대사로 바뀐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게임 개발 당시에 저 대사에 대한 성우의 내레이션이 제품 출시일까지 준비가 안 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운드카드를 쓸 때는 내레이션이 없는 대사를 슬쩍 제껴 버린 것이다. -_-;;
‘버그 패치판’도 여전한지는 모르겠다. 페르시아의 왕자 2엔 이런 옥의티도 있었다. ^^

※ 기타 잡설

1. 게임 개발자뿐만이 아니라 방송인 내지 영화감독 기질이 다분한 조던 메크너는 게임에도 스토리, 기믹, 아기자기한 시스템을 아주 중요시하는 것 같다. 닥치고 쏘고 부수기만 하면 장땡인 타입이 아니다. 이 점에서 그는 존 카맥보다는 존 로메로 스타일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로메로 같은 먹튀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1에서 생쥐가 닫힌 철문을 열어 준다거나 영혼이 분리되고 합체되는 것, 그리고 2에서도 영혼이 불을 먹는 것... 거 참 메크너의 세계관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 모르겠다.

2. 페르시아의 왕자 1은 퍼즐이 간단한 편이고 중간에 HP를 전혀 잃지 않고 엔딩을 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2는 그렇지 않다. 전투 요소가 굉장히 강화되어 적과 싸우다가 HP를 잃기가 훨씬 더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특히 나중에 영혼을 꺼낼 때 어마어마한 양의 HP를 잃기 때문에, 3으로 시작하는 HP를 최대 한계치인 12까지 올리는 건 필수이다. 마지막 레벨에 도착하기 전에 차근차근 해 놔야 한다.
게임 중에는 두 층 낙하처럼 HP를 무조건 잃지 않으면 안 되는 곳도 있는데(다른 우회 경로도 없이!), 본인 생각에 이건 게임으로서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3. 1과는 달리 2는 레벨 안에 클리어로 가는 길이 여러 곳이 있는 경우가 있다. HP를 늘려 주는 물약을 먹기 위해서는 지름길이 아니라 먼 길을 돌아 가야 하기도 한다. 좋은 예가 첫 동굴 스테이지인 level 3인데, 가까운 길과 먼 길, 그리고 엄청 먼 길이 있다. 지름길은 HP를 늘릴 수 없으며 먼 길을 가면 HP를 1만 늘릴 수 있지만 엄청 먼 길은 힘든 대신 HP를 2개 늘릴 수 있다. level 3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또 결정적으로 아직 시간 제한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 반드시 제일 먼 길로 가서 HP를 늘려 놓는 게 좋다.

4. 1과 2 모두 시간 제한 타임머신이 있어서 level 4까지는 그대로 skip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남은 시간이 15분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그 상태로 게임을 제대로 진행할 수는 없다.
1의 경우, 변태적인 타임 어택과 버그 exploit까지 이용하면, level 4 + 15분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고도 엔딩을 볼 수가 있었다...;; ㄷㄷㄷㄷ;;;
그러나 2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 각종 버그들이 잡히기도 하고 레벨들도 월등하게 길고 복잡해졌으며, 또 1과는 달리 적을 싸우지 않고 회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5. 마지막 붉은 궁전 스테이지는 배경으로 횃불 대신 촛불을 볼 수 있는데 난 저것만 보면 이 음반이 생각난다. Derric Johnson의 크리스마스 아카펠라. Christmas in Velvet.
배경이 무척 비슷하지 않은가?
페르시아 왕자 2를 심상 면에서 아랍 문화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리마스와 연결해 주는 매개채이다. 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10/12/06 18:04 2010/12/06 18:04
,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25

철도와 도로의 커브

교통수단이 지나다니는 길은 도로든 철도이든 곧은 것이 건설하기도 쉽고 고속 통과도 가능하니 여러 모로 좋다. 하지만 산이나 강 같은 지형상의 이유로, 또 사람이 사는 지역을 이곳저곳 경유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굴곡이 생긴다.

그리고 철도야 가능한 한 최대한 곧게 건설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사람의 수작업 운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도로의 경우, 과속과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일부러 커브를 좀 만들기도 한다. 커브의 크기와 간격은 그 도로의 설계 제한 속도에 의거하여 정해진다.

핸들을 한쪽으로 꺾은 채로 차를 몰면 차는 원운동을 한다. 그 특성상, 도로의 커브를 나타낼 때도 커브의 궤적이 이루는 가상의 원의 반지름으로 표현한다. R300이라고 하면 커브의 굴곡이 반지름이 300m 되는 원의 호와 같은 급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숫자가 작을수록 급커브가 된다. 너무 급격한 커브는 차량이 빨리 통과하기 힘들며,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자동차의 경우, 주행 중에 커브를 도는 정도를 넘어 주차를 할 때라든가 차의 방향을 돌릴 때는 가히 R 값이 10도 채 안 되는 극단적인 코너링을 하기도 한다.
그 반면 철도 차량은 자동차보다 덩치가 큰 만큼 훨씬 더 큰 회전 반경이 필요하다. 국내의 대형 전동차의 최소 회전 반경은 40~80m가량으로, 이런 선로는 차량 기지 내부에서 차의 방향을 돌리는 고리에서나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종각-시청 사이는 극악의 90도 드리프트 구간으로 철도 동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회전 반경은 겨우 R140. 동아일보 사옥을 피해 가느라 이렇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 전동차는 시속 겨우 30~40km밖에 내지 못하고 거친 쇳소리를 내면서 무척 힘겹게 커브를 돈다. 지하철로 이 구간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 주변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하철 4호선의 동작 대교 북단도 인근의 아파트를 피해 가느라 R200의 급커브를 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호선의 마장-답십리, 그리고 김포공항 역 일대도 급격한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구간이며, 신길 역은 1호선과 5호선 모두 승강장 자체가 곡선이다.

지하철 말고 일반열차가 달리는 철도의 회전 반경은 선형이 좋은 구간은 1000~1200대이고, 굉장히 열악한 곳이 400~600 정도 된다고 한다. 굉장히 열악한 곳이 어딘지를 묻는다면 호남선의 서대전-논산 같은 구간. 특히 개태사-계룡이 ‘킹왕짱’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곳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짜 반지름 400m짜리 원에 정확하게 맞게 떨어지더라. ㄲㄲㄲ

열차가 커브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의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선로 노반 자체를 커브 바깥쪽이 더 높게 건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 높이 차이를 철도 업계에서는 캔트(cant)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값을 너무 높게 주면 승차감이 떨어지고, 고속과는 반대로 동일 구간을 저속으로 통과하는 완행 내지 화물 열차가 커브 안쪽으로 전복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커브를 돌 때 선로가 아니라 열차 객실을 기울여서 무게중심을 조정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갖춘 열차를 바로 틸팅(tilting) 열차라고 한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유리할 거라고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곧은 길인 경부 고속선의 회전 반경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속철은 가히 세계구급 클래스로 건설되어 있다. 무려 R7000이며, 늦게 건설된 만큼 이 정도로 품질 좋은 선로는 세계 어느 나라 고속철에도 뒤지지 않는다. 설계 속도가 괜히 시속 350km로 설정된 게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속철 2차 개통 구간인 신경주-울산 사이가 그나마 고속선 중에서 급커브에 속한 구간인데, 여기조차도 반지름 7km짜리 원의 궤적과 정확히 포개짐을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의 두 사진은 경부선 KTX와 호남선 KTX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므로 눈여겨보시라. 시속 300으로 달리는 곳과, 시속 100도 낼까말까인 곳의 차이이다. 전자는 경부 고속선 중에서 유명한 곡선 교량인 대전-천안 사이의 풍세교 구간이며(고속철의 로망!!), 후자는 호남선에서 악명 높은 저 최악의 곡선 구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고로 저 KTX 한 편성의 길이는 거의 380m에 달한다.
코레일에서 KTX를 광고할 때 뭔가 빠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고속선 고가 구간을 보여주고, 친환경적이고 인간-_-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꼭 호남선 커브 구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이제 나는 4월 1일 하면 만우절보다도 2004년 KTX 1차 개통일이 먼저 떠오른다. 철덕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5 08:24 2010/12/05 08:24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24

수학, 그리고 수학의 정석

최 불암이 학교에서 <수학의 정석> 책을 주워 왔다.
그는 책을 주인에게 찾아 주려고 교내에서 방송을 했다. "수학의 정석 책을 어디어디에서 습득하였으니 잃어버리신 분은 와서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설정상 최 불암은 교사였던 듯)
그런데 하루를 기다렸는데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다시 방송을 했다. "책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주인이 누군지 아니 빨리 찾아가세요."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어서 최 불암은 그 이튿날, 마이크를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홍 성대! 너 책 빨리 안 찾아갈 거야?"

.
.

본인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수학의 정석> 실물을 접하기 전에, 초딩 시절 이 개그를 통해서 그 이름도 유명한 홍 성대 씨에 대해서 존함을 듣게 됐다. 삼류만화 패밀리에서는 그가 정석교 교주로 묘사된 바 있다. "싸인과 코싸인과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인수분해..!!
대충 저런 만화 되시겠다. ㄲㄲ 출처는 작도닷넷의 삼류만화 아카이브.

홍 씨는 서울대 수학과 재학 시절이던 무려 1960년대 중반에 <수학의 정석>을 집필하여, 본인의 지금 나이 때 이미 백만장자가 되었다. 수학 과외를 뛰다가 자기가 직접 책을 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서울대 수학과라는 것만으로도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인 데다, 그 나이에 벌써 떼돈까지 벌었으니 공부 더 계속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ㅜ.ㅜ 30도 안 된 나이에 수학 교재를 집필할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 그때 자기는 정말 여간 똘끼가 충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한다고 한다.

<수학의 정석>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돼 있다.
워낙 크게 성공한지라 이분은 1981년에 전주에 상산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나중엔 모교인 서울대에다가도 건물까지 한 채 지어 기증했다. 정석의 힘.. ㄷㄷㄷ;;

슬하에 딸이 있다. 따님은 서울대 수학과 박사를 마친 후 고등 과학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수학과 교수가 되었다. =_=;; 물론 부친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채용된 거라는 게 서울대 측의 설명이다.
서울대 수학과 박사 -> 고등 과학원 -> 교수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건 퍼즐 관련 저술과 온라인 활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경남대 박 부성 교수도 동일하게 거친 진로이다. 가히 브레인들..;;

아울러, 따님의 사위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 출신이니, 이 정도면 그야말로 뼛속까지 수학 덕후 가문. 저런 분들에 비하면, 코레일 기관사 철덕 커플은 아주 평범한 정상인이고 양반일 것이다..
수학자라고 해서 설마 진짜로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라고 기도를 할-_-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어떤 점에서 덕후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의 유명한 조크에 단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양 한 마리를 보았다. 그러자 천문학자가 말했다.
"그것 참 신기하군.  스코틀랜드 양들은 죄다 검은색이잖아?"
물리학자가 천문학자의 말을 반박했다.
"그게 아니야.  스코틀랜드산 양들 중에서 일부만이 검은색이라 해야지."
이들의 말이 한심하다는 듯, 수학자는 하늘을 잠시 쳐다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린 거야. 스코틀랜드에는 적어도 몸의 한쪽 면 이상의 면적에 검은 털이 나 있는 양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 방목되고 있는 들판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고 해야 말이 되는 거라구!"


그만큼 수학을 하는 사람들은 뭐든지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만 표현하는 엄밀한 용어를 쓰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사고 체계가 그런 쪽으로 철저히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진술을 명제라는 형태로 받아들이고 for all, given, such that, at least 같은 표현과, lemma, definition, theorem 같은 용어를 좋아한다. 저건 굳이 수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이공계 출신이기만 해도 충분히 수긍이 갈 것이다. 미분 귀신, 적분 귀신 개그류와 더불어..;; ㄲㄲㄲ
설마 홍 성대 씨가 자녀 가정 교육도 저런 식으로 시켰을까?? ^^;;

영어는 교육 과정이 유행을 많이 탄다. 단적인 예로 성문 종합 영어는 오늘날에 옛날 정도의 인지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학은 정말 왕도가 없고 절대불변 보편적인 진리를 다룬다. 성경과 비교했을 때, 수학은 선악이라든가 영적인 가치가 없는 진리라는 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정석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게 아닐까 한다. 수학에는 다른 과목들이 넘볼 수 없는 '포스'가 있다.

그래서일까? 각종 매체에서 학교의 수학 선생은 인간미가 없고 뭔가 정상이 아닌 무지막지한 이미지-_-로 묘사되어 있다.
한 10년 전 PC통신 시절에 히트 쳤던 박 상욱 씨의 <구타교실>1)이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 백정 구타 기계인 똥행패 선생은 체육 선생이 아니며 하다못해 과학 선생도 아니다.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래의 그림은 이 소설을 만화화한 <구타닷컴>2)의 표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똥행패가 어떤 인간인가? 빠따를 때리며 손에 전해져 오는 감촉만으로도 바지 원단의 재질은 물론 엉덩이의 두께까지 파악해 내는 구타 컴퓨터가 아닌가. ㄲㄲㄲㄲ (소설 중에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주인공의 담임 선생이 왜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었겠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수학과는 달리, 삐딱 나간 제자를 교화하고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내가 아는 한 언제나 음악 선생이다. 도덕 선생도 아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코러스>, <홀랜드 오퍼스>가 좋은 예이며, <구타교실>에서도 그나마 정상인인 여선생은 음악 선생으로 나온다. ^^;; 이렇듯 각 과목에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색깔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요즘 교사 임용 시험 경쟁률이 살인적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영어는 워낙 잘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으며, 암기 위주인 과목들도 다들 달달 외우면서 피튀기게 경쟁하다 보니.. 특히  TO가 적은 마이너 과목들은 실수로 한두 개 틀리면 바로 떨어지고, 실력이 아니라 국가 유공자 가산점 빨로 당락이 결정될 정도라고 한다. 직업으로 치면 마치 식당이나 택시 기사처럼, 진입 장벽도 낮고 망하기도 쉬운 그런 직종 같다.

그러나 수학은? TO가 많으나 과목 자체가 워낙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까놓고 말하자면 100점 만점에 6, 70점만 넘어도 안정된 합격권이라고 들었다. 정말로 실력으로 진검 승부가 가능한 순수 머리 싸움 과목이다. 그런데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라고 해도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미적분을 술술 풀어내는 건 아니니, 이것도 흥미로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둘은 서로 다루는 분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올 경시와 공모가 다른 것만큼이나 서로 다를 것이다.

지금 정석 책 다시 꺼내서 공부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홍 성대 같은 분 완전 부럽.. ㅜㅜ 하지만 매체에서 수학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묘사되어 있는 음악도, 근간을 이루는 이론을 파고들어 보면 수학적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게 역설이라 하겠다. Looking for you 분석하면서 이런 거 많이 생각해 봤는데... 먼 미래에 기회가 되면 글로 또 다루도록 하겠다. ㅋㅋㅋ

Notes:
1)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재미를 북돋웠던 PC 통신 소설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앞서 언급한 <구타교실>이고 또 하나는 <환상의 테란>. 후자의 경우는 스타 1.08 패치가 나오면서 일종의 현실화까지 되었다. 그런데, 프로게이머 중에 변 형태라는 선수가 등장할 줄이야! (똥행패의 본명)

2) 교실이 닷컴으로 바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 당시가 한창 닷컴 기업 vs 굴뚝 기업 운운하면서 개나 소나 닷컴 붙이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어서...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2/03 08:52 2010/12/03 08:52
, , , , ,
Response
No Trackback , 18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23

« Previous : 1 : ... 174 : 175 : 176 : 177 : 178 : 179 : 180 : 181 : 182 : ... 214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68374
Today:
95
Yesterday:
3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