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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질

  • 영화 필름은 기본적인 화질은 좋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면 색이 바래지고 화면 곳곳에 검은 점들이 반짝반짝 거렸던 편이다.
  • 아날로그 TV는 근본적인 화질이 별로 안 좋고, 그놈의 노이즈가 문제였다. VHS 비디오 테이프는 TV보다도 화질이 더 안 좋았다.
  • 컴퓨터로 재생하는 디지털 동영상은?? 빡센 압축 때문에 JPG 깍두기 화질 열화라는 게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날 영상 재생 기술은 정말 정말 경이롭기 그지없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이 아주 정교한 정지 영상처럼 화질이 좋다. 그것도 다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옛날 같은 잡음 노이즈 깍두기 등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텔레비전이고 영화고 화질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걸 뭘로 느끼는가 하면.. 영상 속 각종 자막이나 글자가 2, 30년 전보다 엄청나게 작아진 걸 보고 느낀다.
저화질에서는 저런 작은 글자를 넣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일반인이 유튜브로 이미 1K, 2K니 4K니 하는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세상이니, 영화관의 그 커다란 벽면에다 쏠 정도인 영상은.. 7K급이라고 카더라처럼 듣긴 했다.
물론 전자기파의 속도나 대역폭 자체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닐 테니.. 전자 신호를 갈아넣는 기술이 더 발전하고 그거 중계하고 쏘는 인프라들이 곳곳에 엄청 많이 깔린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도 더 발달했고 말이다.

아날로그 TV로 아무 채널이나 틀면 나오는 치지지직 백색잡음을 일부러 들으려 해도 듣기 어렵고, 아예 그걸 따로 인코딩을 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하는 지경이다.
(디지털 방식에서는 그런 아무말 전파는 디코딩 실패 오류로 처리되니 애당초 화면에 뿌려지질 않음)

이건 뭐 아날로그 시계 바늘을 작대기 실물 현물을 기울여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작대기 모양 직사각형을 삼각함수 회전변환으로 좌표 계산해서 구현한 것과 같다. 백색잡음조차 그런 방식으로 졸라 어렵게 현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제는 텔레비전도 반쯤 컴퓨터가 됐다. KBS MBC 같은 제1군 지상파, 그 뒤 셋톱박스 얹어서 시청하는 제2군 케이블 방송, 그 다음으로 넷플릭스 같은 영화 스트리밍 제3군을 골고루 나눠서 시청하는 영상 단말기가 됐다.
DVD나 블루레이 같은 물리적인 영상 저장 매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존재감이 아주 작아지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2. 사진

요즘 사진과 영화는 처음에 발명됐던 것처럼 필름에다가 아날로그 기술로 빛을 화학적으로 담고 현상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는 저렇게 극초고화질로 압축된 디지털 동영상이고, 사진은 고화질 고해상도로 정교하게 컬러 인쇄물일 뿐이다.
이를 제조하는 기계가 그 이미지의 모든 정보를 픽셀 단위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고 있다. 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이다.

쌍팔년도 시절엔 사진관에 가서 필름을 맡기고 나면 최소한 다음날이나 며칠 뒤에 사진을 찾아 왔었다!
그게 조금 발전하면 “23분 완성, 5분 초고속 완성”..;;
사진 인화, 현상을 겁나게 신속하게 해 준다는 뜻이었는데 지금 관점으로는 정말 바보 같다. “고성능 특급 증기 기관차로 경성-부산을 무려 6시간 반 만에 주파”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저건 1930년대 아카츠키 호 소개 문구. -_-)

3.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

1990년대 말까지는 음성은 카세트 테이프, 영상은 VHS 테이프(매체)라는 아날로그 매체가 수십 년 동안 쓰였다.
영상은 아무래도 음성보다 정보량이 월등히 더 많이 들다 보니, VHS는 길쭉한 테이프(매체 속에 돌돌 감겨 있는 실제 띠)를 딱 최단거리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삐딱하게 기울여서. 즉 |를 /로 바꾸는 꼼수까지 썼다. 그래서 헤드와 테이프가 접촉하는 구간을 늘리고 정보를 더 집어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때문에 VHS 비디오 재생기는 헤드도 테이프(띠)를 비스듬하게 감쌌으며, 테이프(매체)를 넣거나 뺄 때, 그리고 재생하거나 정지할 때 각종 고정/해제 전처리 후처리 준비가 꽤 오래 걸렸다. 카세트 테이프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카세트 테이프는 일부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투박한 물건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즉시 재생도 됐던 반면, 그건 비디오 테이프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정말 의외의 사실인데,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는 영상을 띄워 놓은 채로 일시정지 기능을 구현하는 게 몹시 무리였다. 엥??? 컴퓨터가 쏴 주는 디지털 영상에서는 정말 식은 죽 먹기도 아닌 일이 도대체 왜 저런 거지..???
일시정지도 무슨 미분을 하듯이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그 구간을 헤드에서 계속 읽어서 신호로 보내야 했다. 오랫동안 일시정지를 시키면 테이프나 헤드에 무리가 갔으며, 그 동안에 화면 화질이 떨어지고 노이즈도 잔뜩 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비디오 재생기에는 요즘 컴퓨터처럼 비디오 메모리나 그래픽 카드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자신이 만들어 낸 영상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0과 1 차원에서 다 기억해서 화면으로 지속적으로 쏴 주는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 일시정지조차도 테이프를 같은 지점만 계속 읽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차가 멈춰 있는 상태로 핸들을 너무 많이 돌리면 타이어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가는데, 이와 비슷하게 장시간 일시정지는 테이프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유튜브 시대에 옛날 비디오 테이프를 생각하니.. 쌍팔년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열악했다 싶다. 인간이 달이나 화성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딴 분야는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

뭔가 비스듬하게 기울이는 거는 문자 타이포그래피에서 이탤릭체에서도 볼 수 있고, 또 대파를 비스듬하게 써는 것(실제 부피 대비 더 커 보기에),
로켓이 발사될 때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져서 상승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배기가스 분출 구간을 좀 더 늘리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담으로, 보잉 747의 아버지라 불리는 항공 엔지니어 조셉 서터는 생몰년이 1921-2016이다.
그런데 카세트 테이프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 오텐스는 생몰년이 1926~2021...;; 뭐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VHS의 아버지 내지 주 개발자라고 불리는 엔지니어는 전해지는 게 없는지 궁금하다.

4. 에디슨 과학 박물관

본인은 지난 6월에 여친과 함께 강릉에 갔을 때 말이다.
경포호 부근에서 어디 놀러 갈 데 없나 검색을 하다가 '에디슨 과학 박물관'이란 걸 우연히 발견했었다. 막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고 찾아가 봤는데.. 알고 보니 이거 엄청난 대박이었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참 위대한 오덕 수집가가 계셨구나. '에디슨 과학'은 대표 명칭이고, 사실은 전구, 축음기, 영사기별로 박물관이 따로 있어서 건물 세 채가 한 세트이다.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가 잘 만나고 박물관 만들기에 좋은 주제인 것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름만 들었을 때는 황금귀 진공관 스피커 덕후가 떠올랐는데, 소재가 거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더라.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영상과 음성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니.. 그 당시엔 이게 가히 요술 마법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기· 전자 공학이 그야말로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있었고, 그게 나중에 궁극적으로는 반도체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전화기, 무선 통신, 교류 전기..

에디슨이 카메라 자체를 처음 발명한 건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그 뒤에 축음기와 영사기를 만들어서 사진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긴, 영화도 처음에는 무성 영화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유성으로 바뀌고 컬러도 도입됐다.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엔 오르골이라는 게 있었다. 축음기와 음반이 임의의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mp3 같은 물건이라면, 오르골은 악보를 기록하고 저장해서 음악 연주를 자동화하는 midi 같은 물건이다. 이거.. 나름 구멍 뚫어서 0과 1 정보를 표현하는 천공 카드의 먼 전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종의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인 셈이다.

오르골은 자그마한 크기에 딸랑딸랑 예쁜 소리가 나오는 실로폰형 액세서리만 있는 게 아니더라. 야외에서 멀리까지 소리가 크게 나가는 '리코더형' 오르골도 있는데,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야외 서커스장이나 회전목마 유원지 따위에서 흘러나오던 무슨 피리 소리 같은 BGM들이 바로 이 오르골로 연주되던 결과물이었다. 오오 그랬던 것이군!!

소장품이 저 건물 안에 일일이 제대로 전시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거의 창고 수준이라고 하며.. 작동 가능한 현물이 전 세계에 거의 없다시피한 진귀한 축음기나 오르골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얼추 1시간 간격으로 가이드가 전시품들에 대해 설명도 해 준다.

우리나라에 올드카 수집 덕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분야의 수집 덕후도 계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뭐, 일본의 어느 대기업 회장이 이 소장품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내가 이거 박물관을 도쿄 한복판에 건립할 수 있게 지원해 주겠다. 박물관을 일본에다 짓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는데 설립자분께서 거절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20 08:35 2024/08/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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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중반, 일반 서민 땅개들은 DOS를 벗어나지 못하고 기껏해야 Windows 3.x니 이런 바닥에서 놀고 있었는데,
하늘 위로, 혹은 바다 건너편에는 서민이 범접조차 할 수 없는 별세계가 있었다.
아래의 것들은 골수 얼리어답터나 직업적으로 컴터 연구하는 사람, 해외 문물을 재정 타격 없이 접할 수 있는 금수저의 산물이었다.

1. 매킨토시

매킨토시 컴터 화면으로 실사 사진이나 전자출판 인쇄물 화면이 쫙 뿌려져 있는 건 그야말로 꿈만 같은 신세계 별세계 그 자체였다.
이때는 산돌, 윤 같은 서체도 맥의 전유물이었다. Windows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PC는 저해상도 화면과 프린터에 튜닝이 잘 된 한양, 휴먼, 큐닉스의 나와바리였을 뿐이다.

마소 진영의 빌 게이츠는 장사꾼이어서 악랄한 독점뿐만 아니라 박리다매, 하위 호환성, 고객 눈높이.. 이런 이념을 중시했었다. 그러나 잡스는 그렇지 않고 교주, 소수의 매니아, 고가 프리미엄.. 이런 쪽이었다.
본가부터가 저런데 그 당시 애플 매킨토시의 한국 총판이었던 엘렉스는 안 그래도 비싼 제품 가격을 더 지랄맞게 쳐 올렸다.

PC로 치면 286 AT밖에 안 됐을 저가 보급 사양부터가 1990년대 가격으로 2, 300만 원부터 시작했다. 하이엔드급은 6, 700만 원.. 돈 좀 보태면 집이나 차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흉악한 가격에 빡쳐서 그냥 미국 현지에 가서 제품을 직접 사서 들여 오는 사람도 있었다.

2. OS/2 2.x

1990년대 초에 각종 도스용으로 나왔던 업무용 프로그램· 개발툴들은 DOS뿐만 아니라 OS/2 지원을 Windows 지원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PC용으로 만들어졌던 진정한 32비트 운영체제였다고는 하는데.. 이후에 OS/2 Warp니 멀린이니 이런 거 나왔다가 존재감 없이 사라진 것 같다. 들리는 말로는 코드 구조가 어셈블리어 기계어 코드 일색이고 포터블하지 못했던 것도 OS/2의 명줄을 더 재촉했다고 한다.

나와 개인적인 접점은 전무하다. 단지, "OS/2 써 보려면 컴터 램이 4MB 이상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문구를 1992년도 컴터 잡지에서 보고 깜짝 놀라긴 했었다. ㅎㅎ

3. Windows NT 3.x

껍데기는 Windows 3.1처럼 생겼고 심지어 버전 번호도 똑같이 시작했지만 내부 구동은 정말 넘사벽으로 다른 물건이다.
안정적이고 탄탄하고 순수 32비트 기반이고.. 다 좋은데 램이 지랄맞을 정도로 많이 필요해서 돌릴 수 있는 컴퓨터가 별로 없었다. OS/2보다 더 자비심이 없었다.

NT는 Windows 2000, XP의 전신이고 심지어 오늘날 Windows 10/11의 먼 조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스 기반의 Windows 3은 x86에서 86 real, 286 standard, 386 enhanced 다양한 모드로 실행 가능했다.
그 반면, Windows NT는 그냥 여러 CPU를 지원했다. x86은 무조건 386인 거고, 그 밖에 MIPS, DEC alpha 등.. 개발 방향과 성격이 이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NT는 DirectX라는 게 개발되기 전부터 OpenGL을 지원하고 있었다. 게임보다는 업무용 그래픽을 위해서.
OpenGL에 대해서는 좀있다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4. NeXTSTEP

잡스가 애플을 잠시 떠나 있던 동안 개발했던 고급 컴퓨터와 거기서 돌아가던 운영체제 되시겠다.
id 소프트웨어의 존 카맥이 이 환경에서 Doom과 Quake를 개발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Windows용 아래아한글 3.0b가 요 NeXTSTEP의 UI를 차용한 독자 UI를 채택했던 바 있다. 특히 스크롤바의 화살표 삼각형이 양쪽 끝에 있는 게 아니라 한데 몰려 있는 거 말이다. ◀-----▶가 아니라 -----◀▶

이상이다.
일반 흙수저 서민들이 저런 급의 OS를 만져보게 된 첫 기폭제가 사실상 Windows 95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해진 건 램값이 싸진 덕분이다.
1990년대 이후 PC의 발전을 논할 때는 컴퓨터 속도의 향상(그 뒤 멀티코어화), 램 용량의 증대(단가 하락), 그리고 네트워크 속도 향상.. 이 순서를 기억하면 될 것 같다.

1990년대 말쯤부터는 슈퍼컴퓨터만을 위한 전용 컴터 아키텍처라는 것도 없어졌고,
워크스테이션이라는 개념도 아주 희박해져서 그냥 하이엔드 급 PC로 흡수된 것 같다.

※ 번외: OpenGL과 화면 보호기

과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에는 Windows 컴터에 "3D 텍스트, 3D 미로, 3D 날으는 객체들, 3D 미로"라는 화면보호기가 있었다.
Windows 95 때는 '쁘라스 확장팩'에만 수록되어 있었고, 98부터 XP에는 기본 내장돼 들어갔었다.

얘들은 OpenGL이라는 하드웨어 가속 3차원 그래픽 라이브러리의 기술 데모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마소는 전통적으로 게임용 그래픽 명목으로 DirectX를 강력하게 지지하곤 했는데 웬 OpenGL인 걸까?
"얘들은 '3D 핀볼'처럼 제3자 외주 개발 프로그램이기라도 했나? 근데 겨우 화면보호기를 외주로 개발해?"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얘들은 마소에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인데, Windows 95가 아니라 Windows NT 3.5에서 유래된 것이었다.
95 시절에 출시됐던 Hover! 이라든가 Fury!! 같은 초보적인 수준의 가정용 3D 게임과는 기술 계보가 완전히 달랐다. 이게 핵심이다.

(* 참고로, 저 당시에 마소는 팀 간에 경쟁과 알력 싸움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Windows 9x 팀 vs NT 팀, Office 팀, Visual C++ 팀 등등.. 그래서 서로 정보 공유도 안 하고, 같은 기능 API도 다 따로따로 중복 개발했을 정도였다.. 무슨 구 일본군 육군 vs 해군처럼.. 그 당시 빌 게이츠라든가 스티브 발머는 정말 살벌한 경영자였다. *)

하드웨어 가속이 없이 평범한 재래식 그래픽으로는 화면보호기에 점, 선, 글자 같은 초보적인 그래픽 애니메이션만 가능했다. 그것도 2D 위주..
물론, 쌍팔년도 시절 화면보호기의 정석 교과서는 별들이 씽씽 3차원 원근법이 적용되어 날아다니는 '우주여행'이긴 했다. 아니면 불꽃놀이..??? 시꺼먼 화면에서 점과 선만 갖고 나름 근사한 눈요깃거리였다. 직접 코딩해서 만들어 보고 싶다.

그런데 OpenGL이나 DirectX 같은 게 등장한 덕분에 텍스처나 광원이 들어간 3차원 애니메이션이 구현 가능해졌다.
그래서 마소에서는 OpenGL 데모를 화면보호기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고.. 사내 OpenGL 화면보호기 덕질 공모전을 열어서 제일 우수한 작품 하나를 Windows 제품에다 넣기로 했다.
그랬는데 결국은 출품된 작품들을 모두 제품에다 넣어서... 그게 저렇게 전세계에 퍼진 것이다.

얘들은 훗날 Windows Vista에서 대부분 빠지고 '3D 텍스트'만 남았다. 그리고 비누방울 같은 다른 보호기가 도입돼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새로 개발된 걔들은 당연히 Direct3D 기반이겠지..??

지금이야 화면보호기라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레거시 퇴물이 됐다. 마치 도스 시절에는 하드디스크 파킹 유틸리티가 각종 현란한 그래픽과 함께 유행이었는데 그것도 유행 지나고 퇴물이 됐듯이 말이다.
화면보호기가 하는 일은 세계 절경 풍경이 나오는 잠금 화면, 아니면 아예 컴 화면을 완전히 끄는 절전 모드로 계승되었다. 스마트폰에 화면보호기 따위가 있지는 않다.

이 화면 보호기 얘기는 the old new thing 블로그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하긴, 옛날에는 화면 보호기처럼 화면 전체를 마치 프레젠테이션 화면 전환처럼 조작하는 거 말이다.
Doom 게임에서 화면 녹으면서 내려가던 효과, 하늘소 프로그램에서 텍스트 화면이 좌우로 쫙 갈라지는 거..
비디오 메모리를 직접 조작하던 게 추억의 프로그래밍 테크닉이었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8/17 19:35 2024/08/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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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특성

1. 과속

비행기는 비행 중에 설계 한도를 초과하는 과속을 하면 기체가 공기 저항을 못 버티고 공중분해될 수 있다. 특히 대놓고 공기와 부딪히라고 돌출되어 있는 날개가 바로 부러질 수 있다. 이건 엔진의 과열· 과부하와는 완전히 별개인 문제이다.

몇만 톤짜리 대형 선박이 전속력으로 항해 중인데 갑자기 닻을 내리면.. 닻을 잡고 있던 설비가 못 버티고 통째로 뽑히고 부러져 버린다. 비행기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보다 m은 훨씬 더 작고 v가 훨씬 더 크겠지만.

성층권에서 마하 2가 넘게 날 수 있는 전투기도 동네 뒷산 급의 저고도에서는 시속 6~700km밖에 못 낸다. 연비도 훨씬 더 나빠진다. 저고도는 공기 저항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허나, 역사적으로 전투기가 작전 중에 적국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저공 저속 비행을 한 사례가 있었다. 이걸 포복비행이라고 부르는데, 어감상 아주 매우 적절한 작명인 것 같다.

2. 저속, 실속

반대로 비행기가 너무 느리게 가면..?? 비행기를 띄울 만한 충분한 양력이 발생하지 못해서 고도도 낮아지고 나중엔 추락한다.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주행 가능하기 위한 최저 속도가 있고, 자동차 엔진에 시동 유지를 위한 최저 회전수가 있는 것처럼.. 비행기에는 실속에 빠지지 않기 위한 최소 속도라는 게 존재한다. 공기 중에 움직이는 물체는 공기 저항과 양력 모두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붙는다.

비행기는 느려지면 자세 제어 같은 조종도 잘 안 된다. 그런데 착륙을 하려면 이런 기동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착륙이 임박했는데 활주로 주변에 문제가 생겨서 다시 떠야 한다면 대처하기가 어렵다.
전투기처럼 자기 무게 대비 엔진 출력이 강한 비행기라면 이럴 때 큰 어려움 없이 금방 다시 뜰 수 있다. 그러나 덩치 크고 뚱뚱한 여객기는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서 사고가 날 수 있다.

물론 전투기는 여객기보다 기동성이 좋은 대신, 여객기에서 기대하지 않는 훨씬 더 험악한 기동 훈련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사고의 위험이 있다.

3. 역추진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풀악셀 밟아서 "웨에에엥~" 터빈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공기를 빨아들이는 쿠우우우우~~ 소리는.. 정말 역동적이고 박력있고 아름답고 멋지다. 특히 붕붕이(피스톤 엔진) 말고 쌕쌕이(제트;;) 비행기들 말이다.

그런데 뜰 때야 그렇다 치는데, 비행기는 착륙하고 내려앉은 직후에도 생각보다 꽤 큰 소음이 발생한다.
자동차로 치면, 급격한 내리막길을 갈 때 기어를 1단이나 2단 고정으로 바꿔서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서 엔진 굉음이 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뭐.. 그렇다고 비행기에 그런 장치가 있는 건 아니다. 저 때 비행기는 감속을 위해 역추진을 한다.
바퀴를 브레이크로 붙잡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기를 앞으로 내뿜어서 제동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이때 뒤로 낙하산 같은 거라도 펼쳐서 저항을 더 키우고 싶지만.. (닻의 비행기 버전?)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으니 엔진 역추진에다가 날개 위의 스포일러까지 동원해서 최대한 어서 기체를 세운다.

아 하긴, 과거의 우주왕복선은 착륙 후에 낙하산을 뒤로 펼치기는 했었다. 얘는 아예 엔진이고 연료고 없는 글라이더 상태로 지구로 귀환하고, 주행 속도도 훨씬 더 빠른 상태이다. 엔진 역추진 같은 게 없으니 낙하산이라도 없으면 진짜로 안 됐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저 엔진 역추진 기능을 이용해서 이론적으로는 자력으로 후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거는 시끄럽고 연료 소모가 극심하고 주변에 배기가스 후폭풍도 많이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얘들은 공항 여객터미널 부근에서 택싱을 위해 후진할 때는 자력으로 움직이지 않고 토잉카의 도움을 받는다.

비행기라든가 진공 청소기 같은 걸 생각해 보면, 평범한(?) 공기의 움직임만으로 이런 엄청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놀랍게 느껴진다. 선풍기나 단순 헤어드라이어하고 비교하면 얼마나 시끄러운지..???
그런 기계들은 성능을 크게 희생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동작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4. 외형과 균형, 과적

-- 비행기는 자동차나 선박과는 달리, 자세와 형체와 표면 상태가 매우 매우 크리티컬 급으로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육상 교통수단은 무게만 신경 쓰면 되고 선박은 거기에다 무게중심 정도만 신경 쓰면 되는 반면, 비행기는 기체 외형이 당장 양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트럭과 버스, 여객선과 화물선은 외형이 서로 많이 다르게 생겼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여객기와 화물기는 창문 모양 말고는 외형이 완전히 동일하다. 그래야만 한다.
눈 내린 날에 비행기 표면의 눈과 얼음을 벗겨내는 게 단순히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눈조차도 비행기 주변의 양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비행기는 입석이나 정원초과가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교통수단이다.;;
비행기가 과적을 하면.. 활주거리를 초과해서도 이륙을 못 해서 활주로에서 사고를 내게 된다.
하늘에 뜬 뒤에도 무게 배분이 안 돼서 기체가 한쪽으로 기우뚱 하면.. 역시 실속에 빠지고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념적으로 배가 한쪽으로 쏠려서 뒤집히는 것과 비슷하다.

-- 자동차는 접지력을 늘리기 위해서 차체의 무게를 일부러 늘리는 경우가 있다. (철도 기관차, 비행기 토잉카, 후륜구동 차량 등등)
선박도 무게중심 안정성을 늘리기 위해서 화물을 다 내린 배에다가 일부러 바닷물을 평형수라는 명목으로 좀 싣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일부러 무게를 늘리는 짓은 할 필요가 없다.

-- NASA에서 우주왕복선을 수송하는 데 썼던 그 보잉 747 기반의 화물기는.. 우주왕복선을 실은 상태에서는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대륙 횡단도 한번에 못 했다. 무게나 기체의 모양, 순항 고도 등 모든 것이 평범한 여객기일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서 연비가 곤두박질.. 중간에 내려서 급유를 받아야 했다!!

5. 주변 공기가 끼치는 영향

(1) 기온이 올라가면 자연의 물질들은 뭐든지 '팽창'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이게 교통수단에게는 단순히 엔진이나 브레이크의 과열 가능성 이상으로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철도에서는 쇠로 된 레일이 부피가 늘어나고 휘려 하며, 강도가 약해진다. 열차들이 불가피하게 감속 운행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기철도의 경우, 가공전차선의 장력을 관리하는 데도 복잡한 설비가 필요해진다.

자동차는 고무 타이어가 열 받아서 폭발할 위험이 커진다. 공기를 너무 빵빵하게 주입한 타이어뿐만 아니라, 헐렁헐렁해서 짓눌리고 변형되는 타이어도 위험하다. 그 상태로 고속 주행을 하면 마찰열이 입빠이=_=;; 쌓이기 때문이다.

그럼 비행기는...??? 엄청 고온일 때는 주변 공기가 팽창해서 밀도가 낮아지고.. 이 때문에 양력이 떨어져서 비행기의 이륙이 어려워진다.
하긴, 멀쩡히 잘 날다가도 갑자기 공기 밀도가 낮은 공간을 지나가면 휘청 급강하하기도 한다.

(2) 비행기가 순항 고도 이상으로 고도를 한없이 무리해서 높이면..?? 결국 공기가 부족해져서 연료 연소가 안 되고 엔진 시동이 꺼져 버린다. 그 뒤 추락..;;

부력만으로 공기 중에 떠오르려면 거대한 비행선 같은 뻘짓이 필요하다. 추력만으로 비행하는 건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하다. 그 중간에 속하는 양력이라는 건 주변 공기와 매우 복잡 정교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얻는 힘이다.

몇 년 전에 NASA의 화성 탐사선에서 드론을 띄워서 양력 비행에 성공한 건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 공기가 희박하다는 화성에서 그걸 해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 비행기는 로켓으로나 가능한 기동을 흉내 내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구에만 생명이 있는 것처럼 지구만이 태양계의 행성들 중 실용적인 양력 비행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행성이라 여겨진다.

6. 엔진 구조

-- 자동차는 한 엔진에서 실린더가 몇 기통이냐~ 이걸 논하는 반면, 비행기는 그냥 엔진 개수를 통째로 따진다. 요즘 비행기들은 어지간해서는 그냥 쌍발(2개)이지만 말이다. 자동차는 스레드 지향적이고 비행기는 프로세스 지향적인 것 같다. =_= (플라이휠은 스레드 동기화 장치이고ㄲㄲㄲㄲ)

-- 자동차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와 최고 속도로 달릴 때 서로 다른 특성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걸 변속기라는 장치로 구현한다. 그러나 비행기 급이 되면.. 출발 - 아음속 - 초음속 - 극초음속.. 속도대별로 아예 서로 다른 엔진이 필요하다.

-- 초음속에 특화된 엔진은 아음속에서는 연비와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옛날에 콩코드가 이래서 무슨 KTX가 기존선-고속선 오가는 것처럼 유동적인 운항을 할 수 없었고 계륵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비행기는 열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지 상태에서 이륙하는 것도 여느 여객기보다 까다로워서 제한된 활주로에서 매우 급가속을해서 고각으로 힘겹게 떠야 했다고 한다.

-- 반대로 램 제트 같은 극초음속 엔진으로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을 할 수 없다.
이러니 단 분리 없이 한 엔진, 한 기체로 비행기와 우주 발사체를 겸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불가능.. 이건 SF의 영역이다.

-- 헬기(회전익기)의 로터, 프롭기의 프로펠러, 제트기의 팬 블레이드.. 이 셋의 관계는 참 미묘해 보인다.
이런 프로펠러나 헬기 로터의 회전 속도는 생각보다 그닥 높지 않다. 휘발유 엔진 자동차의 통상적인 회전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속도와 크기로 공기를 휘젓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시끄럽다.

-- 한때는 고속 고성능 증기기관차의 이름을 로켓이라고 불렀는데.. 정작 훗날 진짜 우주 로켓을 연구하던 NASA 연구소는 "제트 추진 연구소"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로켓이라는 이름이 로보캅마냥 촌스러웠다고.

-- 선박은 목재+돛 범선에서 19세기 말에 금속+엔진 기반으로 바뀐 것이 엄청난 혁신이었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도입된 것이 혁신이었고, 철도는 전기가 도입된 것이 혁신이었다.
비행기는? 내연기관은 기본으로 깔고서 20세기 중반에 제트 엔진으로 바뀐 게 혁신이었다. 동력 비행을 최초로 가능하게 한것은 왕복 내연기관이지만, 초음속 비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제트 엔진이다.

7. 항공 관련 속도

(1) 비행기에 "V1.. rotate!" 이런 고정 대사가 있다면, 우주 로켓 쪽은 10초 카운트다운과 "ignition sequence start.. we have (a) liftoff!"가 고정 대사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후자는 처음 출발할 때는 승무원들이 기체를 조종하지는 않는다. 그땐 가만히 안전벨트 붙들어 매고 누워 있기만 하지.
항공 쪽에서 쓰이는 V1, V2 속도 같은 건 물리학에서 말하는 각종 중력 탈출 속도, 우주 속도와는 전혀 무관한 개념이다.

(2) 자동차는 시속 100 이상이 고속도로 고속 주행으로 여겨지고, 철도는 시속 200 이상이 고속철도로 분류된다. 비행기는 대략 1000 이상이 초음속으로 여겨진다는 차이가 있다.
1960년대 즈음에 한국에서는 고속도로를 만들었고(자동차), 일본에서는 신칸센(철도)을 만들었고.. 미국과 구소련에서는 우주선을 만들었다.

8. 초음속기

옛날에 구소련과 서유럽에서는 각각 Tu-144 내지 콩코드라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했었다.
완전 뜬금없는 얘기이긴 하지만, 냉전 시절에 구소련과 미국의 전산학자들이 제각기 고안했던 자료구조인 AVL tree와 red-black tree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heap sort와 quick sort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다.
물론 오늘날까지 현업에서 살아남아서 C++ 라이브러리의 컨테이너를 구현하는 데도 쓰이고 있는 것은 미국산인 RB tree이다.

2020년대에 와서 일각에서는 초음속기를 다시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옛날 콩코드 시절의 문제점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게 하나도 없는데 그게 호락호락 다시 운항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소닉붐 같은 건 애초에 물리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현상이기도 한데 말이다.
미국 보잉이 초음속기 2707을 개발하다가 괜히 포기한 게 아니다. 포기한 게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최종 승자는 구소련도, 서구도 아닌 미국으로..

9. 나머지 잡설

- 교통수단별 전담하는 고등 교육기관이 철도는 교통대, 우송대이고, 항공은 항공대, 한서대.. 선박은 해양대인가 싶다. 사관학교(공· 해군)는 제외하고 생각했을 때 말이다.

- 비행기의 비행 중에 발생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도로의 육상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이랑, 건축물에 발생하는 조류 충돌(특히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의 딱 중간에 속하는 이벤트 같다.
그러고 보니 "벌레 - 곤충"은 "항공기 - 비행기"와 비슷한 관계인지도..??

-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비행기는 고속에서 양력을 최대한 잘 받는 형태로 설계된다.
그러나 자동차 스포츠카는 뒤에 공기 스포일러라는 작대기가 장착돼서 양력이 생기지 말라고, 고속 주행 중에도 차체가 뜨지 않게 설계된다. 비행기와는 상극이다.

-- 헬기는 단점이 많지만 수직 이착륙과 공중 체류라는 독보적인 장점 덕분에 살아남았다. 비행선은 장점이 많지만 독보적인 단점 때문에 도태됐다.
헬기 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테일로터에 맞는 게 위험하다. 그 반면, 제트기는 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엔진에 빨려들어가는 게 위험하다.

-- 자동차는 1단 전용 기어를 넣어서 제한적으로 후진이 가능하다. 그 반면, 일반적인 체인 자전거는 기어가 절묘하게 만들어져서 후진이 가능하지 않다.
전후동력형 철도 차량은 전진과 후진을 아무 차이 없이 할 수 있다. 그리고 비행기의 후진 능력은..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다.

-- 옛날에 버스를 프론트 엔진 형태로 만들다가 지금은 다 리어 엔진으로 바뀌었듯이..
비행기도 요즘은 쓰이지 않는 옛날 디자인이 좀 있었다. 삼발기라든가, 앞쪽에 랜딩기어가 양쪽에 둘 달렸던 역삼각형 디자인 말이다. 지상 평지에 정지해 있을 때는 비행기 앞쪽이 위로 들려 올라갔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14 08:35 2024/08/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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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과 발, 눈과 귀

손과 발 중 어느 것이 없는 게 더 불편할까? 눈(시력)과 귀(청력) 중 어느 것이 없는 게 더 불편할까? 둘은 마치 교통과 통신만큼이나 담당하는 영역이 서로 다른 것 같다.
인간이 일상적으로는 손을 써서 학교나 직장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다리가 없어서 자력으로 어디 이동을 할 수 없다면.. 이거 뭐 말짱꽝이 된다. 오오~ 그러고 보니 수난 이대 소설이 이런 상황을 잘 다루고 있다.

그리고 눈은 엄청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영상이라는 2차원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소리는 영상보다야 정보량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귀는 딴일을 하는 중에도, 굳이 고개를 돌리고 주목하지 않아도 시야각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정보를 습득하게 해 준다. 더구나 소리는 지형이나 장애물을 가리지 않고 잘 퍼지기까지 한다.

이러니 이 유튜브 비디오 시대에도 라디오가 완전히 쫄딱 망할 일은 없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앞을 못 보는 게 소리를 못 듣는 것보다 더 불편하고 더 큰 장애로 보이지만..
사실은 소리를 못 듣는 것도 앞을 못 보는 것에 필적할 정도로 엄청난 장애라고 그런다. 서로 대등하고 호각인 거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유전적인 특성 때문에 선천적으로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있다. 외형상 코의 모양은 평범하고 정상이기 때문에 이게 당장 티가 나지는 않는다.
putty 터미널 프로그램의 개발자 Simon Tatham이 냄새를 못 맡는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본인은 과거에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비슷한 체험을 했었다. 딱히 콧물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 김치에다가 코를 박아도 아무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게 무척 놀라웠었다..!
냄새를 못 맡는 건 시청각 장애에 비해서는 그나마 덜 심각한 장애로 여겨진다. 정확하게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이걸로는 병역 감면이나 면제가 가능하지도 않지 싶다.

하지만 음식이 상하거나 썩은 냄새, 타는 냄새.. 악취 이런 걸 못 맡으면 뭔가 결정적인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서 화재나 식중독 같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커질 것 같다.
마치 땀이 안 나는 병이 있는 것처럼 몸 사리면서 조심해서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건강에 대한 관념

난 아주 어린 꼬마 시절엔..

(1) 머리를 감기만 했는데 머리카락이 도대체 왜 수십 개씩 빠진다고 하는지 이해를 전혀 못 했다.
흰머리 뽑듯이 족집게로 머리카락을 뽑은 게 아닌데 그게 왜 저절로 빠지지??

(2) 걷다가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를 찧으면 피부가 까지고 피가 나고 아파서 울 수 있고, 빨간약을 바르기는 한다만.. 도대체 그거 갖고 어떻게 뼈까지 부러질 수 있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3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줄?

(3) 커피를 마시면 잠을 쫓을 수 있다는 말을 이해를 못 했다.
심지어 영어 회화 교재에도 I’m sleepy / Drink some coffee 라고 적혀 있던 대화의 인과관계를 전혀 몰랐다. 졸리는데 왜 커피를 마셔?

(4) 반대로, 잠이야 아무 때든 조용한곳에서 누워서 눈만 감으면 100% 언제든지 경험 가능한 건데, 불면증이라는 게 세상에 도대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어 간다~~!!!.

3. 기억

나는 이런 게 도대체 왜 기억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의 교가의 멜로디를 모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는=_= 일부 멜로디를 기억하는 게 있지만 다녔던 학교 중 어느 곳의 교가인지는 모른다.
중학교 교가는 일부 가사를 기억한다. 셋잇단음표와 함께 "거룩한 화랑 정신 핏속에 이어받아 온 겨레 떨치는 횃불이 되자"가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가는 가사 대부분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교가는 일부 구간이 찬송가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와 비슷한 곳이 있다.
대학교 교가는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의 작곡자인 그 침신대 교수가 작곡했다.

그리고 단 4주 동안밖에 접하지 않았지만 논산 육군훈련소가=_=를 멜로디는 음원 차원에서 100%, 가사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국군 도수체조 BGM은 들어도 들어도 정말 와 닿지 않고 기억이 잘 되지 않는다.

유사품인 국민체조 BGM 대비 멜로디가 그닥 명랑 경쾌하거나 매력적이지 않고, key부터가 깔끔한 G가 아니라 애매하게 낮고 어려운 G플랫.. 코드 진행이 장조인지 단조인지 모르겠고 어정쩡하고.. 뭐 그렇다. 그래서 머리에 잘 입력되지 않는다.
음악 전문가이신 여친님도 들어 보더니 정말 그렇다고 인증해 주셨다.

난 개인적으로 매일 아침에 이거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국군 장병에게 이 BGM이 그리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_=

아무 음악이나 한번 듣지마자 바로 기억에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나 포함 대부분의 인간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기억 아이템이라는 것을 취준생에다가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뇌의 기억장소라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기 기억에만 남아 있는 건 인턴, 계약직에 불과하다. 재계약이 안 되면 곧 짤린다. 잊혀진다.
장기 기억으로 들어가는 건 정규직/장기복무 합격에 대응한다.
평생 각인되는 거는 종신직 정년보장 철밥통 자리에 들어가는 거고..
인간의 뇌라는 직장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그렇게 많거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4. 욕구

인간 같은 동물에게는 잠뿐만 아니라 식욕, 성욕 같은 다른 기본 욕구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기본 욕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잘못 발산됐을 때 사회에서 가해지는 제재는 무엇이 있을까?

(1) 밥
조난을 당해서 무인도나 밀림이나 망망대해 구명보트에서 몇 달째 고립돼 있었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사람 시체라도 뜯어먹었다면.. 그건 뭐 그 당사자를 비난할 수 없다.
문명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도 정말 굶어죽기 일보직전에 최후의 발악으로 마트를 털기라도 한 거면 일말의 장발장 동정표가 주어질 수 있다.

허나, 이 2020년대 대한민국은 길거리에 아사자 시체가 굴러다니는 무복지 막장 국가가 아니다. 행려병자나 거지가 떠돌던 시절도 이미 지났다.
그렇기 때문에 사지 멀쩡한 사람이 밥을 못 먹어서 긴급피난이 인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래도 먹튀는 절도죄, 사기죄 같은 잡범 급이지, 정치범 흉악범 급은 아니다.

(2) 배설
노상방뇨 노상방분은 그냥 경범죄로 취급되어 과태료 범칙금 감이다. X을 잘못 싸면 그 사람의 체면과 사회 위신이 심각하게 저해되겠지만-_-, 인간의 생리욕구를 해소한 것만 갖고 사람을 체포하고 형사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
글쎄, 그 후폭풍 여파가 심하게 악질적이면 재물손괴죄로 이어질 수는 있겠다만 말이다.

반대로 아무 악의 없이 너무너무너무 극단적인 상황에서 급똥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회적인 민폐를 끼친 거는 긴급피난으로 인정될 수 있다. (남자가 닥치고 여자 화장실이라도 뛰쳐들어가서 해결을 했다거나..)
하긴, 수영 선수들이 수영장 경기장에 있으면서 몰래몰래 소변을 지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_= 마라톤 선수는 경기 중에 지리고..

(3) 수면
근무 중, 학습 중 같은 상황에서 졸아 버리면 그냥 그 조직 내부에서 잔소리 듣거나 징계받는 걸로 끝이다. 이거 갖고 판· 검사는 물론이고 경찰 면담을 할 일조차 없다.
졸음운전은 문제가 좀 심각하긴 하지만, 사고가 나더라도 그냥 평범한 과실로 다뤄진다. 음주운전과는 달리 특별히 더 가중 처벌되는 게 없다.

(4) 성
이거는 제일 위험하고 심각한 사항이다. 손 하나 까딱 잘못 놀리면 체포되고 벌금이나 징역까지 받을 수 있고, 최악의 흉악범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사회적 매장은 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린 피해자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열외돼서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린 피해자가 적지 않은가 보다.

정상적인 성욕과 끔찍한 성범죄는 마치 사랑의 체벌과 아동학대, 살인과 연명 치료 중단만큼이나 한 끗발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성범죄를 없애겠다고 아예 고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쪽의 유혹은 대적하고 맞서 싸우는 게 불가능· 무의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도 이건 그냥 피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다.

대놓고 적군이라면 싸우고 죽여야겠지만, 우리 편 사람이 잠시 헷가닥 맛이 가서 나한테 덤비는 거면.. 죽일 수가 없잖은가? 내가 그냥 피하거나 "잠시 실례" 기절만 시키거나..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리고 사실, 강간은 성욕 해소가 본질이 아니다. 성욕만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그건 혼자 화장실 가서 조용히 몰래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강간은 그냥 자기보다 약한 여성을 제압하고 제멋대로 범하는 과정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 고문이 진짜로 자백 받아내고 정보를 얻는 게 목적이 아니며, 결혼이 성욕 해소가 본질이 아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11 08:35 2024/08/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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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및 특수 차량들

0. 특성

대형 버스나 트럭은 일반인들이 면허 따서 흔히 운전하는 자가용 승용차에는 없는 특성이 여럿 존재한다.

(1) 엔진과 파워트레인

- 이 바닥은 휘발유 엔진 같은 건 없고 닥치고 디젤 엔진이다. 글쎄, 시내버스 정도에나 천연가스· 전기가 있고 아주 극소수 수소 연료전지도 연구 중이긴 하지만.. 고속버스라든가 40톤짜리 트레일러에 디젤 말고 다른 동력원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난 들은 적 없다.

- 그래도 자동차용 디젤 엔진은 어지간하면 다들 6기통으로 때우는 듯하다. 휘발유는 실린더 하나로 감당 가능한 최대 배기량에 한계가 크기 때문에 10리터가 넘는 배기량을 6기통만으로 구현하는 건 어림도 없다.

- 엔진룸이 운전석의 앞에 있지 않다. (트럭은 바로 아래, 버스는 차체 맨 뒤) 핸들이 승용차보다 아주 평평하게 놓여 있고, 같은 각도를 회전하려 해도 핸들을 여러 바퀴 많이 돌려야 된다.

- 이 바닥은 승용차의 세계와 달리,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그리고 평지에서 가벼운 상태로 출발할 때 한정으로 2단에서 바로 출발 가능한 경우가 있다.

(2) 제동

-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전하는 매체가 브레이크액이 아니라 압축 공기이다. 대형차가 승용차와 달리 걸핏하면 축 축 취익 방귀/트림 소리를 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압축 공기가 소모되면 브레이크를 못 쓰게 된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계기판에도 공기압 게이지라는 게 있다.

- 차체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승용차 같은 간편한 형태로 주차 브레이크를 구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드물게 있는 자동 변속기 차량이라도 P가 없다. 그리고 엔진 브레이크를 구현하는 방식도 승용차와는 좀 다르다.

(3) 운전의 관점에서

- 운전하기 위해서 면허부터가 '보통'보다 더 까다로운 '대형'이 필요하다. 처음에 취득하는 것도 보통부터 따고 나서 1년이 경과해야 응시 가능하다. 그리고 대형은 갱신하는 절차(운전자의 건강 상태 증명)가 보통보다 더 빡세다.
여객은 15인승을 초과하는 중형 버스부터, 화물은 11.5톤 초과분부터. 유조차는 아마 3킬로리터 이상부터 대형 면허가 필요하다. 이 말인즉슨, 사람이 아니라 단순 화물을 나르는 거면 어지간한 크기는 다 보통 면허만으로 커버 가능하다.

- 승용차를 몰 때보다 사각지대에 훨씬 더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백미러에도 볼록거울이 존재한다.

- 이런 차량은 최대 속도 리미터가 걸려 있다. 승합차/버스는 110, 그리고 4.5톤 이상 트럭은 90밖에 못 낸다. 즉, 고속도로에서 승용차 몰던 것처럼 마음껏 추월 차로를 넘나들면서 밟지 못한다. 그리고 그건 엔진 출력이 부족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뭐 이렇다. =_=;;
(1) 차가 완전히 서지 않은 상태에서 D/R 전· 후진을 급격하게 변환하지 말기. (2) 주차 브레이크 없이 P에만 의존해서 차 고정을 절대 하지 말기... 이건 승용차라도 변속기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다. 대형 차량은 자동 변속기라도 P가 아예 없다.

그나저나 자동차에 디젤과 수동 변속,공기압 브레이크가 대형차의 특성이라면, 우리나라 철도에서는 교류와 좌측통행(일반열차, 광역철도), 가공전차선이 직류와 우측통행(도시철도, 경전철), 제3궤조 대비 대형차의 특성처럼 정착한 듯하다.

1. 자력 주행 가능한 특수한 차량들

세상에는 바퀴가 달렸고 엔진도 달려서 자력 주행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주행이 주 용도는 아닌 기계류가 있다.
건설기계(불도저, 굴착기), 농기계(경운기, 트랙터), 군용 무기(장갑차, 탱크, 자주포..) 따위 말이다.

이런 물건들은 어디 멀리 수송할 일이 있으면 그냥 트럭에 실어서 보내는 게 낫다.
쟤들은 자력 이동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몹시 느리고 연비에도 안 좋기 때문이다. 바퀴가 아니라 무한궤도가 깔린 차량은 오프라인 험지 주행에만 너무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일반 아스팔트 도로는 파손시킬 우려도 있다.

이는 스타에서 프로토스 리버나 하이템플러를 적진까지 직접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셔틀에다 실어서 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객기들이 엔진의 추진 방향을 바꿔서 후진을 하라면 할 수는 있지만, 공항 계류장에서는 그리하지 않고 그냥 토잉카의 견인을 받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라 할 수 있다.

글쎄, 지게차라든가 믹서 트럭이나 덤프 트럭은 공사 현장에서 진지하게 작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뭔가를 수송한다는 성격도 강한 차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얘들은 건설기계와 일반 차량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얘들은 일정 규모 이상부터는 차량으로 등록할 수도 있고 건설기계로 등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취사선택 가능하다.

저런 특수한 농기계나 건설기계나 군용차· 무기는 번호판이 장착되지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경운기나 트랙터가 시골 농로를 번호판 없이 주행하는 것 정도는 그냥 묵인되는 것 같고..
가끔 탱크와 장갑차 무리가 훈련이나 작전을 위해서 공도에서 길게 대열 운행을 하는 건.. 미리 관할 관청에 신고해서 허가를 받은 뒤에 하는 것이다. 엄청 크고 무거운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도로 점용 허가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2. 엔진룸이 앞에 튀어나온 트럭· 버스

승용차 말고 트럭이나 버스는 엔진이 차량의 아래에 있다. 승용차처럼 엔진룸(보닛/본네트)이 앞에 툭 돌출되어 있지 않다.
엔진이 하부에 있으면 정비하기가 어려우며, 탑승자의 승차감에도 그닥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버스의 맨 뒷자리를 생각해 보자. 그게 높이로나 승차감으로나 트럭의 좌석과 비슷한 곳이다.

그리고 엔진을 저렇게 배치하면 전방 충돌 사고가 났을 때 엔진이 먼저 몸빵 역할을 못 한다. 운전자를 포함한 앞좌석 탑승자가 위험에 더 노출된다. 크고 무거운 차는 튼튼하고 안전할 것 같지만, 그래도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트럭은 운전사가 사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다.

장점은 운전자가 더 앞쪽에 있으니까 시야 확보에 더 유리하다는 것 정도? 그래도 차체가 워낙 크고, 트럭의 경우 높기까지 하기 때문에 우회전 같은 걸 할 때 사각지대 사고는 여전히 잊을 법하면 꼭 난다.
사각지대를 비추는 볼록 거울들이 있기는 하지만, 운전자가 그걸 언제나 꼼꼼히 살펴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늘 시간에 쫓겨 똥줄 타며 운행하다 보면 오로지 전방의 신호등만 뚫어지게 쳐다보게 된다. 그게 파란불이 되면 그냥 악셀 밟고 출발해 버린다.;; 뭐 그건 그렇고.

버스나 트럭이 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엔진룸을 아래에다 집어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한된 차체 크기 내에서 짐을 싣거나 승객을 태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 우리나라는 엄청 옛날에 새한 8톤 덤프 트럭이 엔진룸이 튀어나온 형태였었다. 하지만 이 차량은 1983년, 대우 자동차의 출범 거의 직후에 단종됐으며, 이런 형태의 차량은 그 뒤로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 현대 리베로가 이례적으로 엔진룸이 앞에 튀어나온 1톤 트럭이었지만 얼마 못 가 단종됐다. 얘는 통상적인 화물 운송 트럭이 아니라 견인차로는 그나마 인기를 끌었다.
  • 그래서 국내에서 엔진룸 있는 트럭의 최후의 보루는 바로.. 군용차였다. (5톤 및 2.5톤 트럭) 그러나 이마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차세대 군용 트럭은 민간 싸제 트럭과 형태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형 트레일러 천국인 미국은 다들 엔진룸이 있는 형태이다. 왜 그럴까?
트레일러의 길이 한계는 견인되는 그 짐받이 차량의 길이에만 적용되게 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에 법이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일러를 끄는 트랙터는 좀 길어져도 된다. 길이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엔진룸 돌출 형태가 주류가 된 것이다.

물론 법이 저렇게 관대하게 바뀐 이유는, 차에서 먹고 자고 살다시피하면서 엄청난 장거리 장시간 운행을 하는 운전사의 편의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땅이 엄청 좁아서 자동차 산업이 통째로 왜곡될 정도로 경차만 너무 우대하고 있는 일본과는 상황이 반대라 하겠다. 너무 작은 일본 내수 승용차나, 너무 크고 연비 안 좋은 미국 내수 승용차는 둘 다 한국이나 유럽 같은 시장에 그대로 내놓으면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다.

3. 사고 유형

대형 화물차는 과속이나 음주운전 사고는 잘 없다. 그런 사고는 철딱서니 없는 양아치 운전자가 쓸데없이 고급 승용차를 몰다가 내는 편이다.
그 대신, 대형 화물차가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더 잘 내는 사고는 이런 부류인 것 같다.

  • 내리막에서 브레이크 파열(fade 현상) 때문에 신호 대기 차량들 추돌
  • 격무에 시달리다가 졸아서 앞차 추돌
  • 시야 불량 때문에 우회전 중 보행자와 충돌
  • 적재 불량 때문에 주행 중에 화물들이 우수수.. (유리 소주병들 잔뜩, 또는 돌이나 쇳덩어리 같은 무거운 화물은.. ㄷㄷㄷㄷ)
  • 정비 불량 때문에 차량 자체의 부품이 우수수.. (타이어, 서스펜션..)
  • 정비 불량 때문에 달리다가 타이어 파열

이런 사고가 빈번하니 화물차를 저격하여 적재 불량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중과실 중 하나로 제일 최근에 추가되었을 정도이다. 11대 중과실이던 게 12대 중과실로.. 버스가 사람을 태울 때 '개문발차'와 더불어 트럭에서는 적재불량이 나란히 등재된 셈이다.

그리고 화물이 아니라 차량 자체의 부품도 말이다.
옛날에는 서스펜션 부품이 빠져서 도로에 떨어지고, 그걸 뒷차가 밟아서 공중에 퍽 떠 버리고.. 그게 더 뒷차나 심지어 맞은편 방향 차량의 유리창으로 날아가서 테러를 일으키는 사고가 종종 벌어졌다.
쇳덩어리는 말할 것도 없고, 타이어만 해도 대형차의 것은 한 짝 무게가 수십~100수십 kg에 달한다. 그게 통통 튀다가 다른 차량의 앞유리를 찍으면.. 그냥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다.

뭐, 타이어는 술술 빠질 때도 있고, 아니면 펑 터지기도 한다.
펑 터지면서 주변 차량을 파손시키도 하고, 그거 때문에 트럭도 제동력이나 조향력을 상실해서 다른 사고를 내게 된다.
저렴한 재생 타이어가 주행 중에 말썽을 일으킨 사고가 트럭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에서도 가끔 발생해서 뉴스를 타곤 했는데.. 아마 요즘은 재생 타이어의 사용이 아예 금지됐지 싶다.

안전에는 추가적인 비용과 오버헤드가 뒤따르지만, 그게 소탐대실을 예방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08 08:35 2024/08/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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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농사 근황 -- 下

2. 옥상 외의 호박들

본인은 집 옥상 말고도 다른 여러 아지트에 호박을 심었다. 집 옥상 화분에 호박 싹이 너무 많이 나서 몇몇 포기를 옮겨 심기도 했다.
이런 곳에서는 호박이 수꽃까지는 폈지만.. 덩치가 막 커진다거나 암꽃이 피지는 못했다. 강변만 제외하고 말이다. 다시 말해 호박 농사가 유의미하게 성공한 곳은 옥상과 강변 두 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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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집 옥상이 아니라 강변 무단경작 현장에서 딱 하나 얻은 열매이다.
타임라인 상으로는 낙과했던 옥상 4호와 비슷한 6월 29일에 인공수분 한 것이 성공해서 열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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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무럭무럭 정말 잘 자라서 큼직해졌다. 옥상 화분이 아니라 야생에서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허옇고 반들반들하던 게 생후 10일쯤부터 색이 짙어지고 쭈글쭈글해지고 뭔가 호박처럼 바뀌었다.
그런데 7월 13일쯤에 찾아가서 흙바닥 부위를 만져 보니 거기는 물러지고 상하고 있었다. 에구.. 밑에 스티로폼 바닥이라도 깔아 줄 걸 그랬나..
결국 얘는 부득이하게 따게 되었다. 크기를 측정해 보니 옥상 1호보다 크고, 2호보다는 작은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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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과육이 아주 탐스럽다~!!^^
여친님이 이 호박으로 맛있는 호박 부침개를 만들어 줬다. 그리고 싱싱한 호박잎을 잔뜩 딴 걸 데쳐서 호박잎 무침도 만들어 줬다. 이건 시금치와 비슷한 맛과 식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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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말고 여기 들판1의 난쟁이 호박은 지난번 근황 때도 소개한 적이 있다.
물과 비료를 더 주고, 무엇보다도 주변의 잡초들을 더 많이 없애 줬어야 했다.
얘도 꽃을 여러 번 필사적으로 피우고 나서는 점점 기력이 쇠하는 것 같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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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 2. 얘들은 사실, 지난 5월 중순쯤에 심은 아이들이다.
5월 말에야 싹이 나기 시작했고, 6월 중순에도 아직 저 모양이었다.
오랫동안 비실비실한 난쟁이였는데 비료와 빗물의 힘으로 드디어 힘차게 자라기 시작했다. 오른쪽 모양으로.
캬~ 이 둘이 같은 호박 사진이라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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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드디어 꽃도 폈다마는..
얘들은 침입자에 의해서 잎이 여러 장 뜯기는 테러를 당했다. 앞으로 안심하고 농사를 더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야외 무단경작이란 게 보안이 취약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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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양동이에서 키우고 있던 이 아이들은.. 아무래도 공간이 너무 비좁았던 것 같다.
한참 꽃을 예쁘게 피웠던 게 마지막 유작이 되어 버렸다. 그 뒤부터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없어졌다.

3. 강변의 비극: 제헌절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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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변 호박은 지난번에도 잠깐 소개했었지만 옥상에 있던 아이를 인구 밀도 조절을 위해 흙째로 옮겨 심은 것들이었다.
몇 주 동안은 본가 호박보다 훨씬 비실비실한 난쟁이 지체아 상태였고, 실제로 몇 포기는 적응을 못 한 채 죽기도 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아이들은 6월쯤부터 갑자기 폭발적으로 미친 듯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난쟁이 발육장애를 벗어나서 급기야는 기존 본가 호박보다도 덩치가 더 커졌다. 얘들은 화분 상자라는 제약이 없고 강변에서 야생의 흙 기운을 마음껏 받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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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호박은 지난 제헌절 부근에 서울·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모두 물에 잠겼다. 딱 한 번, 몇 시간 정도 흙탕물에 파묻힌 대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50일 남짓한 짤막한 생애를 마감했다.
거 참, 작년에도 강변 호박이 모두 물에 잠겨 죽은 때가 이때와 거의 일치했다. 이건 제헌절의 저주라고 이름이라도 붙여야 할 것 같다.

작년에는 맺히고 있던 단호박 열매도 같이 침수됐던 걸 나중에 건져서 허겁지겁 먹었다. 열매가 침수됐더니 보통은 쪼갰을 때 열매 내부에서만 나는 향긋한 냄새가 이미 겉에서도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며칠 못 가 강렬해지면서 고약한 악취로 바뀌려 했다.
다시 말해 열매도 절대로 오래 놔 둘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러니 곧바로 요리를 해서 먹었다.

그에 반해 이번에는 유일하게 맺히고 있던 강변 호박 열매를 며칠 전에 미리 땄으니 엄청난 전화위복이 됐다.
강변 호박을 미리 딴 것은 엄청난 전화위복이 됐다. 딱히 호박의 최후를 대비해서 딴 게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조치가 된 것이다.

저 무성했던 덩굴들이 남긴 열매가 겨우 하나밖에 없었다니 그건 좀 아쉽다. 그게 아주 튼실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호박들이 살판 나서 그런지 자기 덩치를 키우는 영양 생장에만 꽂혀 있었나 보다. 아무리 기다려도 암꽃이 덩치 대비 도무지 피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 무성하던 잎이라도 더 많이 따 먹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침수된 잎은 잎 자체는 아직 시들지 않았더라도, 미세하게 달라붙은 진흙들 때문에 사실상 먹을 수 없다. ㅠㅠㅠ

작년에는 저렇게 물난리가 난 둑에다가 늦둥이 호박을 더 심었다. 무려 7월 하순에 호박씨를 새로 심었으니 얘들이 한창 자랄 때쯤에는 여름이 끝나서 날씨가 추워져 버렸고, 이 아이들은 거의 3개월 정도밖에 못 살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양파에서 배 크기 정도의 애호박은 몇 개 얻을 수 있었다.

올해는.. 다른 바쁜 일이 너무 많고 거주지도 바뀐 관계로 강가에는 호박을 더 심지 않고 농사를 종결했다.
지금 이 장소에서 호박 농사는 2021년부터 지금까지 4년째 해 오고 있는데,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지난 4년 동안 둑 침수가 없었던 해는 첫 2021년 한 해뿐이었다.

지금 글은 어쩌다 보니 두 파트로 나뉠 정도로 분량이 길어졌다. 허나, 다음 9월쯤에 올리는 호박 농사 근황은 호박밭 자체가 한 군데밖 남지 않았고 1~3호 요리라든가 8~10호, 그리고 그 이후의 1x호 정도 얘기로 분량이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쪼록 호박은 정말.. 사랑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8/05 08:35 2024/08/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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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농사 근황 -- 上

0. 들어가는 말

올해는 6월에 벌써부터 살인적으로 덥더니만 반대로 7월은 맑은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장마가 끝나고 미칠 듯한 찜통더위가 시작됐고 말이다.
하지만 여름 그까짓 거 금방 지나가지 싶다. 내가 견뎌야 할 무더위의 기간을 생각하면 여름이 길지만, 호박과 함께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름이 막 길지도 않아 보인다.

본인은 올여름 7, 8월 동안은 상견례 준비차 고향 방문, 웨딩 촬영, 교회 수련회만으로 직장 연차 3개가 꽉 찼다. 지난 6월에 한번 강원도를 다녀오기도 했으니 올해는 장거리 하계휴가 여행이 따로 없을 듯하다.
이 와중에 오늘은 막간을 이용해서 지난 7월 한 달 동안 얻은 호박 열매 소식을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1. 옥상에서 수확한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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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올해 호박을 심어서 열매를 현재까지 총 11개 얻었다.
10개는 집 옥상의 화분에서 얻었고, 나머지 하나는 강변 무단경작에서 얻었다. 옥상 1, 2, 3호는 지난 6월 중순쯤에 수분되어서 지난번 근황글에서도 이미 소개했던 바 있다.

그리고 옥상 2, 3, 7호 이렇게 3개는 자연 수분의 산물이다. 암꽃이 핀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자연 수분이 된 것 같다.
꿀벌이 여러 마리가 건물 옥상까지 찾아와서 호박 덩굴들 주변을 많이 얼쩡거리던데 참 좋은 일을 해 줬다.
다만, 7월 장마 이후부터는 꿀벌이 좀체 눈에 띄지 않아서 자연 수분을 기대할 수 없어진 상태이다. 앞으로 비가 안 오고 맑은 날이 계속되면 꿀벌이 또 찾아오려나 모르겠다.

한편으로 내가 직접 꽃가루를 묻혀 줬는데도 열매가 더 맺히지 못하고 수분이 실패한 아이도 세네 개 정도 있었다. 또 기껏 수분이 성공했는데 더 커지지 못하고 낙과해 버린 아이도 있었다(4, 7호).
수꽃보다 훨씬 더 보기 힘든 암꽃이 힘겹게 맺히고 폈는데 수분 실패나 낙과가 발생하면 참 허탈하다. 호박 농사는 정말 운빨 케바케인 듯.. 번호는 최소한 수분이 성공해서 씨방이 더 부풀고 커지는 것이 확인된 단계부터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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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7월 11일에 1호와 2호의 모습이다. 저 사진을 찍고 얼마 후인 17일에 얘들을 땄다.
2호는 올해 수확한 호박 중에 제일 큰 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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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늠름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가만히 놔두고 있으면 쟤들은 차차 늙은 호박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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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는 1주일이 넘게 놔 뒀는데 덩치가 더 커지지 않고, 꼭지가 가늘어지고 말라 가는 듯해서 땄다. 이 정도면 호박 본체로부터 뭔가 공급받는 게 없다는 뜻이므로 딸 때가 됐다.
3호는 처음에는 저렇게 시커먼 색이었지만 그 뒤 3주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급격하게 주황색으로 늙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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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는 지난 6월 27일, 내가 직접 인공수분을 한 열매 중에서는 제일 먼저.. 최초로 수분 성공한 아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씨방이 첫 1~2일 동안 약간 커진 뒤부터는 더 부풀지를 않고 너무 오랫동안 저 상태 그대로였다.
그러다 7월 3일, 툭 건드려 보니 열매는 줄기에서 그대로 떨어졌다. 낙과.. 1주일을 채 살지 못했다. ㅠㅠㅠㅠ

그래도 얘는 수분이 아예 실패한 건 아니며, 저 열매도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작은 애호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분이 실패하면 씨방이 누래지고 쭈글쭈글해지면서 아주 보기 흉하게 시든다. 얘는 그건 아니었다.
그러니 얘는 번호도 정식으로 부여받았고, 양파 볶음 재료로 잘 쓰여서 나와 내 여친의 배 속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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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 하순에 수분된 저 1~4호 이후로 오랫동안 암꽃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7월 10일 부근에 호박들이 암꽃을 하루· 이틀 간격으로 연달아 피우기 시작했다. 이 5호는 7월 7일 아침에 핀 암꽃을 인공수분 한 것이 성공했다.
쟤들이 전부 같은 호박이라는 게 믿어지는가?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내게 큰 기쁨을 주었다.

보다시피 5호는 약간 납작하게 기형적인(?) 모양이 됐다. 그리고 가운데 부위가 뭐가 닿았는지 색이 갈색이고 썩은 듯했다. 만졌을 때 물렁물렁하지는 않아서 그냥 놔 뒀지만, 속이 연달아서 썩어 버리면 어쩌나 염려도 됐다.

그래서 2주 정도만 놔 두고 7월 20일에 얘를 땄다. 그래도 주먹보다 커지고 늠름한 모습이었다. 5호는 이렇게 맛있는 애호박 볶음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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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는 7월 9일에 핀 암꽃이 수분 성공하면서 맺혔다.
동글동글한 애호박으로 잘 자라고 있었지만 시든 가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얘가 달린 가지까지 실수로 잘라 버렸다. 그래서 얘는 부득이하게 오래 못 키우고 사과· 배 같은 상태에서 먹게 되었다. 4호와 비슷하게 양파 볶음의 재료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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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는 자연수분 된 것을 뒤늦게 발견한 케이스이다. 그런데.. 얘 역시 저기서 더 커지지 않더니만 낙과해 버렸다. 지난번의 4호보다는 더 커졌지만 6호보다는 작다.
얘는 여친이 요리해 준 비빔국수의 고명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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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8호는 7월 11일에 인공수분으로 태어났다.
처음에 암꽃이 폈던 당시에는 줄기와 씨방이 홀쭉하고 영 튼실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얘가 수분 성공할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얘는 그 예상을 정면으로 뒤집고 정말 잘 자라기 시작했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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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홀쭉하다가 나중에는 종횡비까지 바뀌어서 뚱뚱해졌다. 홀쭉한 타원이 원으로 바뀐 것이 느껴지는가?
가만히 놔 두면 선배인 1, 2호에 필적하는 크기가 될 것 같다. 몹시 대견스럽다.

8호 이후로는 덩굴 전체를 통틀어 암꽃이나 열매 소식이 없는 암흑기(?)가 계속됐다.
7월 13일과 7월 27일에 암꽃이 하나씩 피기는 했다. 그러나 꽃가루를 잔뜩 묻혀 줬음에도 불구하고 수분이 실패하고 씨방이 떨어져 버렸다. 하물며 그 사이 2주 동안은 완전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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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요 얼마 전인 7월 29일과 7월 30일에는 기특하게도 암꽃이 한 송이씩 나란히 폈고, 얘들은 고맙게도 모두 수분이 성공해서 열매가 맺혔다. 이렇게 커졌는데 설마 낙과하지는 않겠지? 얘들이 9호와 10호 번호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2024년 8월 현재, 호박 1~3호는 따서 보존 중이고, 4~7호는 따서 먹었다. 그리고 8~10호는 아직 가지에 달려 있는 중이다. 8호는 더 커지는 않거나 줄기가 시들었다면 따도 될 것 같다.
옥상 호박의 열매 얘기가 길어졌으니 나머지 얘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늘어놓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02 08:35 2024/08/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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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보회 한킹

말씀 보존 학회는 우리나라에서 바른 본문에서 번역된 성경이라는 걸 최초로, 가장 먼저 개척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킹이라는 성경도 면류관, 천국, 예수님 대신 예수, 길 대신 도(사도행전) 등 옛날 성경 용어가 남아 있어 좀 정겨운(?) 느낌이 든다.

얘들은 한킹을 다른 교회· 교단들에다가 전파하는 것보다는 독자적인 교회· 교단을 개척하려는 성향이 더 강했다.
모바일 생태계에다 비유하자면 애플의 맥이나 아이폰이 완전히 자기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일체형인 걸 생각해 보시라. 이 송오 목사는..

  • 성경침례교라는 아이폰을 만들었고,
  • 그 하드웨어에서 돌릴 한킹이라는 iOS의 개발을 주도했다.
  • 그 뒤 그는 말씀 보존 학회라는 앱스토어를 만들었고,
  • 이를 토대로 세대적 진리, 럭크만 주석서 같은 다양한 앱을 출시했다.
  • 이런 조직과 교회, 성경, 서적을 통해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이라는 여러 앱등이들을 양성했다.

이런 식이다.
스티브 잡스는 사업가로서는 혁신적이었지만 사석에서나 직장 상사로서는 X나 X랄맞은 인성과 싸가지를 자랑했다고 한다. 이 송오 목사도 이런 쪽으로 아주 악명높았었다.

쟤들은 자기 조직, 자기 교리 노선, 성경, 교회를 완전히 통합 일체형으로 본다. 사고방식이랄까 포교 전략이 저렇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저렇게도 독단적으로 구는 거다.

그래서 심지어 30여 년 전엔 자기들(만)이 대한민국 최초의 진정한 성경적인 신약 교회라는 드립을 쳤던 건 유명한 일화이고, 반대급부로 자기 교회에 있다가 나간 사람을 배교자라고 그렇게도 욕을 해댔다.
진짜로 순수하게 진리를 전하다가 부당한 박해와 배척 받는 거랑 그냥 혈기 깽판 부리다가 간증 잃고 욕 쳐먹는 걸 구분을 못 하고.. 심지어 탈퇴자한테는 자기네 성경을 쓰지 말라는 어이 안드로메다 급의 미친 소리까지 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진짜 중요한 사항인데..
한킹은 킹 제임스라는 영어 성경을 중역했기 때문에 '킹'이라는 명칭이 붙은 게 아니다.

400년 전 잉글랜드 사람들이 킹 제임스 성경을 번역할 때 쓰였던 그 바른 원어 원문(TR 공인 본문, 정통 맛소라)을 갖고,
마치 영킹을 만들듯이 우리말 성경을 만들었다..!! 도착어만 다르지 출발 원문이 영킹의 그것과 같다는 뜻에서 '한킹'인 것이다. ㄲㄲㄲㄲㄲㄲ

어, 써 놓고 보니 약간 진화론 얘기 같네..??
현대 진화론에서는 인간(한킹)이 원숭이(영킹)로부터 진화(번역)한 게 아니라..
인간과 원숭이가 같은 공통조상(히브리 헬라 원어)으로부터 진화했다고 말하니까 말이다! 딱 그 모양새이다!!!

한킹은 신약은 TR 원어 원문 기반(시민권)에다가 영킹 용어(이스터, 순교자 등)를 참고해서 만들어졌고,
오히려 구약이 영킹 중역(로뎀나무가 아니라 향나무)에다가 맛소라 히브리어 본문 용어(음부, 아세라)를 참고해서 만들어졌다.
후대의 그 어떤 성경도 채택하지 않은 특이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_=;;

일각에서 모함하는 것처럼 "한킹은 킹 제임스 성경이 아예 아니다"는 당연히 아니다. 단지, 성서 초등학교 애들을 도롱뇽 소년이 아니라 개구리 소년이라고 불러도 문제 없는 거, 구치소 얘기이지만 교도소 일기라고 웹툰 제목을 붙인 거,
그리고 복음 전할 때 예수 안 믿으면 불못이 아니라 지옥 간다고 말하는 거(정작 영원히 있게 되는 곳은 불못인데)..

이런 관계일 뿐이다. 별개가 아니고 어차피 그게 그것인 관계이기 때문에 좀 더 인지도 높고 대중적인 명칭을 썼을 뿐이다. 차이라고 해 봐야 영킹이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을 묘사했다면, 한킹은 그게 결국 이런 뜻이라는 식으로 표현한 정도가 대부분이다. (자유-생활방식 → 시민권, 긴장하다 → 거르다, 작은숲 → 아세라)

1980년대에 이 송오 목사가 TR을 기반으로 코리언 성경 번역을 시작했다는 건 그 당시 미국의 KJV 옹호 진영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피터 럭크만 같은 강성 영킹 유일주의자도 그에 대해서 "당신 왜 영킹에서 성경을 번역하지 않아?" 같은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
말보회 교회를 직접 다니는 사람들조차도 자기 교회 조직이나 성경책에 대해서 이렇게 애플에, 진화론에, 개구리 소년 비유까지 동원하면서 진지하게 깊이 고찰해 본 적은 아마 없을 것이다. -_-;;;;;

2. 표준역

표준역은 2020년대에 정말 젊은(나보다도 어린..!) 신학도가 과감한 영킹 중역을 표방하면서 편찬한 성경 역본이다.
우선 칭찬부터 하고 시작하자. 몇몇 일부 단어나 표현은 참신한 시도이거나 잘 번역한 것 있다.

- (가령, seek와 find를 찾다/발견하다 라고 구분해 준 것, win을 쟁취라고 시도한 것,
행 5:30을 단순히 "나무에 매달아 죽인"이 아니라 "죽여서 나무에 매단"이라고 옮긴 것.. 이런 건 잘한 거다.)
기존 타킹 쓰는 진영에서는 표킹의 이런 면모까지 다 무시하면서 밟아버리려는 듯이 감정적으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 영킹 직역이라지만 일부 표현은 말보회 한킹의 번역을 따른 게 있다. grave, walk 등.. 단지 원어를 참조한 게 아니라 영어에도 그런 뜻 있다고 웹스터 사전을 들이댈 뿐.

- 그러나 몇몇 접속사나 관사 복수형을 일일이 다 살려서 넣은 건 무리수이다. 영어의 모든 관사가 정확하게 수효를 한정짓는 용도로 쓰이는 게 아니다. 그냥 다음에 오는 단어가 형용사나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라는 것만 명시하는 용도로 습관적으로 붙는 것도 있으며, 그런 건 한국어로 옮길 때 굳이 번역하지 않는 게 정상적인 번역이다!
저런 번역 스타일만으로도 논란이 되는데 하물며 그렇게 하지 않은 타 역본을 변개 삭제라고 까는 거는.. 무리수를 넘어 누워서 침 뱉는 자충수이다.

- 같은 뜻인데 단순히 영문학상 패러프레이징 하느라 유의어를 동원한 것을 굳이 우리말로 무리해서 다 다르게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가령 행10의 kill '잡아먹다'과 11의 slay '도살하여 먹다')

- '비둘기 그녀, 지혜 그녀'는 좀 다시 생각했으면..? 영킹은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아기도 it이라고 가리키는 부분이 있다. 표킹도 아기를 '그것'이라고 옮기지는 않았더구만? 영어 대명사랑 우리말 직역이 어차피 대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 마케팅 방식이 적절치 못했다. 그렇게도 영킹 직역 성경을 내고 싶었으면 차이점만 나열하고 자기 것이 뭐가 좋은지만 얘기를 하면 됐는데 무슨 타킹들이 변개하고 삭제했다는 소리는 그 뒤로 욕을 십자포화로 얻어먹어도 실드를 칠 수 없다.
누가 정말 순수한 의도로 정당하게 성경 번역 새로 해도 기득권들로부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욕 먹고 비방 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거는 부당한 욕이 아니라 욕먹어도 싼 짓을 해서 욕먹는 거다.

- 영어 본문을 갖고 검증되지 않은 이상한 썰을 풀면서 어그로 끌었던 것도 이 바닥의 금도의 도를 어긴 거다. 일부 목사님들로부터 미운털 단단히 박힌 꼴이 됐다.

그러니 표킹에 대한 내 생각을 세 줄로 요약하면

  • 일부 영킹대로 잘 캐치하고 잘 번역한 표현
  • 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번역 스타일
  • 적절하지 못했던 마케팅

정도다.
참조용으로 고려할 만은 하다. 나도 처음엔 '다시 채우라'와 '하나님이 자신을 어린양으로', '예언'이 모두 살아 있고 it came to pass를 다 번역했다고 해서 아주 긍정적으로 봤으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아직은 무시 못 할 지경인 것 같다. 일부 장점이 아니라 성경의 전반적인 번역 퀄리티나 저 진영의 인성의 퀄리티가 아직 검증이 덜 된 것 같다. 더 지켜봐야지.

"이제야 우리 민족에게 참다운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졌다 앗싸!" 이렇게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지는.. 글쎄? 표킹 쓰고 싶거들랑, 한참 더 교열 보고 다듬는 일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 사람만 그 진영으로 가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성경으로 예배드리고 싶거들랑 혼자 조용히 교회 옮기면 된다. 기존 교회 목사를 비방하고 딴 초신자들 꼬드겨서 우르르 나가고 분탕질 치지는 마시라. 그건 무식하고 덕이 되지 않는 짓일 것이다.

3. 흠정역 (+ 근본역)

그리고 그 이름도 유명한 '흠정역'은 한킹의 뒤를 이은 2인자로 시작했지만.. 말보회의 삽질 뻘짓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받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점유율을 꾸준히 올려 왔다. 안티오크 권위역의 용어와 번역 이념을 많이 계승한 한편으로, 영킹의 표현을 말보회 한킹보다 더 많이 반영했다.

말보회가 애플이면 흠정역은 기기의 제조사가 다양한 안드로이드 진영이기라도 한 걸까? 흠정역 진영은 성향도 더 개방적이었다. 교리 노선이 번역자와 다른 기성 개신교회나 독립 교회들에게 자기 성경을 널리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그 대신 흠정역 쓰는 교회들은 영어와 원어 사이의 관념부터 시작해서 세부 교리의 파편화가 말보회 계열보다 더 큰 편이다.

그래서 흠정역 진영이 한킹 진영을 완전히 대체했느냐 하면.. 안타깝게도 그리 되지 못했다. 이쪽도 단점과 한계가 있고, 공과 과가 모두 생겼다.
세월이 흐르고 세력이 커지면서 성경 번역자 개인이 분별력이 흐려지고 흑화하는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방식만 다를 뿐 절대값은 별 차이 없었다. 허나, 말보회 쪽은 교리 노선이 확고하고 탄탄해서 성경과 성경 번역자를 완벽하게 분리해서 판단할 수 있는 반면, 흠정역 쪽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흠정역은 번역자의 독특 내지 이상한 신념이 들어가서 성경에 예언이라는 단어가 전혀 없다. 그리고 창조과학회 영향을 받아서 세대적 진리에서 간극 재창조는 별 이상한 근거를 들면서 거부하는 등 교리 노선이 예전부터 많이 삐그덕거렸다.
10년 전에는 "원어로 너스레 떠는 목사 격퇴하기" 하면서 영킹을 강조하다가 지금은 원어 의존도가 훨씬 늘었다.
10년 전에는 "바른 성경을 믿어서 이단 소리 들으니 얼마나 영광입니까?" 하다가 지금은 "우리는 이단 아니다. 성경 선택권을 보장하라"...;;;

차라리 한 교리 노선에 일관되게 단호박이면서 탈퇴자 뒷담화만 거하게 하던 원래 동네가 더 나아 보일 지경이다.
이 와중에 최신 마제스티판은 딤전 6:5 '이익이 경건'을 이상하게 고쳐서 이전 판보다 개악되었고, 이것 때문에 학을 떼는 사람과 이것도 별 상관없다고 실드 치는 사람이 갈라져서 싸우는 촌극이 벌어졌다.

말보회에서는 지금도 흠정역이 짝퉁 가짜 성서라면서 비방 험담하느라 여념이 없다. 근데 쟤들은 상대방의 동태에 대해 공부를 하긴 할까? 욕할 거면 진짜로 물어뜯기 좋은 이런 아이템을 갖고 물고 늘어져야지, 책 제목 같은 별 쓰잘데기없는 걸 갖고 참 수준 낮게 트집 잡고 제 얼굴에 침 뱉더라.

그 와중에.. 2020년대에 근본역이라는 게 성서 침례교회 진영에서 만들어져 나왔다. 이건 예언 같은 몇몇 단어만 빼면 흠정역과 아주 비슷하다.
다만 판이 올라갈 때마다 정오표를 만들어서 수정 내역을 정직하게 공개해 주고(!!!!), 개인이 아니라 위원회 명목으로 판권 없이 오픈소스 정신을 반영해서 출간하고.. 딱 3판까지만 만들고 영원히 관두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번역보다는 번역 방식 면에서 참신한 시도를 한 것 같다.

이상이다.
이 2020년대 대한민국 땅의 킹 제임스 성경 진영은.. 왕짜가 들어간 성경을 쓴다면서 정작 왕이 없는 판관기(사사기) 말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어느 한 진영이 다른 진영을 완전히 압도하고 대체· 흡수하지 못하고 전부 찢어져서 각자도생 중이다. 다양한 번역본들이 서로 장점을 합쳐서 하나로 수렴을 못 하고 혼란만 더 커지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각 진영의 번역자들을 골방에다 몇 달 가둬 놓고 한킹의 교리 체계에다가 흠정역 정도의 문장 구성, 거기에다 표준역의 일부 잘 캐치한 표현들을 집어넣어서 단일 역본을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만.. 그런 기적적인 통합이 성사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_-;; 애초에 정교분리 세속 국가에 제임스 왕 같은 중재자도 있을 리 없으니까.

어느 거 하나도 선뜻 못 고르겠으니 "역시 영킹을 직접 보는 수밖에 없군.." 이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아주 짧고 단순한 구절이야 영어가 임팩트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신은 엄청 길고 복잡하고 꼬인 영킹 구절도 술술 읽고 암기할 수 있겠는가? =_=;;

이 와중에 "이거는 이 번역이 맞고, 저거는 저 번역이 맞는 거 같다" 식으로 이렇게 하나님 말씀을 입맛대로 판단하는 교만이나 지적사기는 정말 위험한 짓이다. 내가 저런 짓을 하기 싫어서 킹 진영으로 왔는데, 한국어 한정으로는 그 진영 안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게 됐구나. -_-;;

본인은 오랫동안 흠정역을 쓰는 교회를 다니다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교회를 옮길 일이 생겼다. 이 참에 예언이 있고 "하나님 자신을 어린양으로"(창 22:8)가 있는 성경을 쓰고 싶어서 진영을 옮겨 봤다. 유의미한 단점이란 게 "영어가 아닌 TR 번역이다"밖에 없다면.. 그게 뭐 어때서? 영어와 TR의 차이점에 대해서 판단을 보류하고 공부 중이다.
이래저래 우리나라는 대한 성서공회만이 성경 번역을 독점하는 동네가 결코 아니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20년, 30년 뒤엔 3rd-party 성경의 점유율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참 궁금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30 08:35 2024/07/30 08:35

1. 목재, 건축 자재 등

목재는 적당히 단단하고 가공하기 편리하다는 장점 덕분에 오랫동안 별 걸 다 만드는 용도로 쓰였다. 옛날에는 집의 뼈대와 기둥, 심지어 벽면 전체(통나무집), 선박, 출입문, 각종 가구.. 철도 레일 아래에 깔리는 침목도 말 그대로 목재이며, 화약을 터뜨리는 총도 개머리판과 바깥 몸체는 나무로 만들곤 했다.

하지만 겨우 목재로는 집이든 탑이든 몇 층 이상으로 크고 높게 올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배도 배수량 수백 톤 이상, 길이 수십 m 이상으로 크게 만들 수 없었다. 목재가 용접이 가능한 물건은 아니니.. 동일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길게 이어붙이고 연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한계를 숫자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콘크리트(건축), 금속(선박, 출입문) 아니면 플라스틱(작은 물건)이 목재의 역할을 상당수 대체하게 됐으며, 목재는 일부 고급 가구 같은 데서나 쓰이는 것 같다.
산의 나무를 보호하는 방법은 나무를 베는 걸 무식하게 금지하고 찍어누르는 게 아니라, 연료건 재료건 더 싸고 좋은 대체제를 개발해서 나무를 벨 필요를 없게 만드는 것임을 느낀다.

하긴, 벽돌도 건축 자재로서 퇴출된 지 꽤 오래됐다. 요즘은 벽돌 기분을 일부러 내 주는 외장 타일이나 인테리어용 플라스틱 벽돌이 있는 정도이다.
그 대신 강화 유리는 쌍팔년도까지 구경하기 쉽지 않은 건축 자재였다. 2000년대 이후부터 철도역들부터가 온통 유리궁전으로 변모한 건 참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건축 자재인 강화 유리는 자동차에 설치되는 안전 유리하고는 성격이 다른 물건이다.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같은 교통사고에 대비하지는 않기 때문에 창문 유리가 자동차 유리보다는 더 잘 깨지는 것 같다.

한편, 철도는 1990년대쯤부터 전통적인 자갈 노반과 나무 침목이 퇴출되고 전부 콘크리트 노반에 장대 레일이 도입됐다.
원래 철길에 깔려 있던 기존 침목은 전국 각지의 공원이나 언덕 산책로에 계단으로 재활용되곤 했는데.. 문제는 침목이 현역 시절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온갖 유해한 발암 물질 방부제 약품에 쩔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침목 위로 열차가 아니라 사람이 지나가는 건 건강에 안 좋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서 요즘은 그것도 다른 걸로 다시 교체되고 폐침목은 완전히 소각 폐기하려는가 보다.
이것 관련 뉴스 보도가 2010대 내내 대전, 고양, 의왕 등 전국 곳곳에서 검색되어 나오곤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실제로 얼마나 나쁜지 입증된 자료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2. 벽돌

우리나라의 건축? 건설 트렌드를 살펴보면 1990년대쯤부터 신축되는 건물 외벽과 담장에 붉은 벽돌이 거의 사라졌고, 철도역은 유리궁전 스타일이 도입되었으며, 전깃줄은 모두 지중화된 것 같다.

이 시기에 만들어졌던 분당과 일산 신도시는 처음부터 모든 전기 시설이 지중화된 형태로 건설됐다.
일산의 경우, 아파트 단지 아래에 지하 주차장을 넘어 아예 지하 도로를 만들어서 평소에 자동차도 지상의 단지 내부엔 아예 보이지 않게 했는데, 이건 2010년대 이후부터 대학교 캠퍼스들도 따라 하는 추세이다.

붉은 벽돌 건물로는 학교나 대학교 강의동, 주택, 4~5층짜리 맨션까지는 떠오르지만 고층 아파트가 이런 재질인 것 같지는 않다. 유리궁전과도 상극이고.. 이것도 추억의 옛날 건축 자재로 사람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 원소 인

원소들 중에 수소와 헬륨 같은 가볍고 단순한 놈은 우주 전체에서는 매우 흔하고 풍부한 반면, 지구 내부에서는 생각보다 귀하신 몸이다. 지구에서 묶어 두기에는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는 화합물이 아닌 단독 순물질 형태는 제조하기도 어렵고 다량으로 보관하고 운반하기도 너무 어렵다.

그런데 인(P)은 이들과는 반대로 우주적으로는 몹시 드물고 지구에만 이례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이다. 그리고 질소, 탄소, 산소와 더불어 생명체의 필수 원소 중 하나인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농업(비료)과 공업(화약)에서 모두 유용하게 쓰인다.
뭔가 지구에만 풍부하다는 건 산소와 비슷하고, 비료에 쓰인다는 건 질소와 비슷.. 그리고 동소체가 많이 존재하는 건 탄소와 비슷하다.

지구가 생명 탄생을 위해 신의 특별히 지적 설계의 흔적이 담긴 유별난 행성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인의 존재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이다. 태양과 달의 겉보기 크기가 일치하는 것, 체급에 비해 유난히 강한 자기장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은 질소처럼 대량으로 합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땅에서 캐거나 생물의 배설물, 오· 폐수로부터 회수하는 것에 의존해야 하는가 보다. 관련 설명을 예전에 하수도 과학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우루'라는 자그마한 나라는 석유도 아닌 인광석 하나만으로 벼락부자가 됐다가.. 그게 고갈되면서 쫄딱 망한 걸로 유명하다.
새똥으로 뒤덮인 새만금 태양광 패널을 보니 저기서 인광석이라도 얻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금과 다이아몬드

금과 다이아몬드는 매우 비싼 귀중품 보석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한편으로, 전자는 금속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큰 차이도 있다.
금은 녹여서 다른 모양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반면, 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처음 발굴됐을 때의 크기와 상태가 가격을 매우 크게 좌지우지한다.

5. 염산과 황산

염산과 황산은 초등 과학 시간에도 배우는 아주 유명한 강산이다. 모두 화장실 청소나 공업용으로 유용한 구석이 있는 물질이지만, 한편으로 신체에 닿아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한 독약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런데 이 둘은 기반 순물질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 염산은 염화수소(HCl)라는 기체를 물에 녹인 수용액인 반면, 황산은 황화수소(H2S) 수용액이 아니다. 황산의 화학식은 아시다시피 H2SO4이고.. 황산 자체가 이미 상온에서 액체이다(투명하고 약간 끈끈한).

아하..;; 그래서 염산은 염화수소를 제일 진하게 물에다 콱콱 쑤셔 넣어도 최고 농도가 무슨 열기관의 효율처럼 30%대가 한계인 반면.. 진한 황산은 100%에 가까운 농도가 존재 가능한 것이다.

산성 역할을 수행하는 건 황산 순물질을 물과 많이 섞은 묽은 황산이다.
진한 황산은 애초에 금속을 녹이는 산성 성분조차 발현하지 않는다. 그 대신 무슨 물질이건 수분을 뼛속까지 긁어 가서 시꺼먼 숯덩이로 만들 뿐... 이게 신체의 입장에서 더 위험하다.

황산은 순물질이 원래 액체라는 말이 처음엔 마치 "목성은 탐사선을 보내도 착륙할 땅이 없다" 이런 소리처럼 굉장히 이색적으로 들렸다.;;
근데 그러고 보니 강염기인 수산화나트륨은 기반 순물질이 그냥 고체잖아..?? 기체(염산) 액체(황산) 고체(...)가 골고루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 말이 나왔던 황화수소를 녹인 수용액도 있긴 하다고 한다. 하지만 걔는 의외로 탄산과 비슷한 급인 약산일 뿐이며, 학술적인 의미나 실용적인 의미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27 19:35 2024/07/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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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의 인천 국제공항은 경부 고속철도 내지 서해안 고속도로와 비슷하게 1992년쯤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2001년 3월 29일에 개항했다. 외국 여행이 전면 자유화되고 나니, 기존의 김포 공항만으로는 폭증하는 항공 수요를 도저히 다 감당할 수 없겠다는 게 예측됐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라 안에서는 서울-부산 간 육상 트래픽의 폭주를 해소하려 고속철을 만들었다. 그것처럼 나라 사이에는 항공 트래픽 폭주를 해소하려 공항을.. 둘 다 비슷한 시기에 구상하고 만들기 시작했다는 게 흥미롭다.

고속철이 대전-천안 시험선의 건설부터 시작됐다면, 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를 간척하는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부터 시작됐다. 건물을 올리기 전에 건물을 지을 땅부터 확보해야 하니 말이다.
여객터미널과 부속 시설들의 공사는 1996년쯤부터 시작됐다. 참고로 고속철의 경우, 1998년에야 KTX 제 1호차가 처음으로 수입돼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개발 과정에서 베타테스트라는 걸 하고.. 철도 노선이 새로 개통하기 전에는 몇 달에 걸쳐 시운전을 한다.
그것처럼 인천 공항도 개항을 앞두고 모든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세계 각국에서 날아오는 비행기들을 잘 처리해 내는지 테스트를 꼼꼼히 했다.

2.
그리고 인천 공항의 정식 개항 하루 전이던 2001년 3월 28일, 이때 국내의 메이저 항공사이던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본진을 옮기는 대공사를 벌였다.
김포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띄운 뒤, 미리 싸 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삿짐들을 인천 공항으로 날랐다. 김포에 주기돼 있던 비행기들 수십 대도 인천까지 초단거리 비행을 시켜서 밤 늦게까지 차곡차곡 자가비행 탁송(?)했다.

그 비행기는 김포에서 겨우 인천을 가더라도 최단거리 직선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규정된 항로를 따라서 안양 부근을 찍고 훨씬 더 길게 우회해서 빙빙 돌면서 갔다.
이건 지하철 개통을 앞두고 거대한 전동차들 수십 량을 반입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인데.. 이때 저기 주변을 살았던 사람들은 참 진귀한 구경을 했지 싶다. 끊임없는 비행기 소음 때문에 고생했을지도..??

이들은 트럭 1000대가 넘는 분량의 이삿짐을 나르느라 공항 고속도로 톨비만 총 7천만 원 가까이 들었고, 각 회사당 이사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어지간한 정부 기관의 지방 이전 비용에 맞먹었다.
지상조업에 쓰이는 토잉카, 소방차, 발전차, 탑승교 차량 등 온갖 특수한 중장비들도 몽땅 그렇게 탁송했다. 이런 기계류들 중에는 일반적인 공도를 주행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것들도 있었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됐던 영종대교를 살금살금 조심해서 통과해야 했다.

어제까지 김포이다가 바로 다음날부터 인천..
항공사들은 업무가 단절 없이 진행돼야 했기 때문에 모든 짐을 어차피 하루아침에 몽땅 다 옮기지도 못했다. 이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됐으며, 이 운송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서 일부 물자를 날릴 것에 대비한 보험도 단단히 들었었다고 한다.

옛날에 오키나와에서는 시내 도로들을 미군정 시절의 우측통행에서 일본 본토 방식인 좌측통행으로 바꾸는 7 30 조치가 취해졌었다. 1978년 7월 29일 밤 10시부터 긴급한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들의 통행이 금지됐고, 이때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공무원들이 모든 공도에서 우측통행 기준의 기존 표식과 신호등을 가리고, 미리 설치해 놨던 좌측통행 표식과 신호등을 꺼내 놓은 것이다.
이것도 참 역사적인 일회성 사건인데, 김포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의 이전 역시 그에 맞먹는 엄청난 사건이었던 것 같다.

3.
인천 공항은 그렇게 여객터미널 하나로 개항한 뒤, 지난 20여 년 동안 차근차근 확장도 해 왔다.
2008년 7월에는 확장 탑승동이 하나 완공됐고,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사이를 오가는 지하 경전철이 생겼다.
원래는 이렇게 확장 탑승동을 여러 개, 최대 무려 3개까지 만드는 식으로 확장한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인해 그 계획이 엎어지고, 2018년 1월에는 아예 여객터미널이 하나 더 생겼다.
지금은 일반항공(= 자가용 비행기)의 취급에 특화된 제3 여객터미널을 더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한다.

공항이라는 게 여객터미널과 활주로, 관제 시설만 덩그러니 만든다고 다가 아니고 안에서 돌아가는 시스템도 상상을 초월하게 복잡 정교하다.
특히 수하물을 비행기에서 출입국장까지 착오 없이 신속 정확하게 보내는 지하 컨베이어 네트워크의 길이는 이미 100수십 km에 달한다고 한다. 제2터미널이 생긴 지금은 더 길어졌지 싶다. 어지간한 택배 물류허브의 복잡도를 능가한다.

우리나라 인천 공항은 터미널 화장실이 깨끗하고 무선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프런트 엔드뿐만 아니라 이런 백 엔드까지도 우수하다고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4.
(1) 지금이야 다 지나간 일, 상관 없는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인천 공항이 완공이 임박했던 1999~2000년 즈음에는 한글 운동 단체들에서 새 공항의 이름을 '세종'이라고 지어 달라고 청원 민원을 넣고 난리를 쳤었다.
이 진영에서는 공문서 한자 혼용 반대, 영어 공용화 반대, 한글날의 국경일+공휴일 지정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이나 조선어 학회 사건 투옥자들을 기리는 일에도 앞장서는 편이었다.
허나, 인천이라는 지명을 홍보하고 싶어하는 정치 논리 앞에서 세종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 대신, '세종'이라는 이름은 잘 알다시피 새로 만들어지는 행정수도의 이름에 쓰이게 되었다.

(2) 1996년인가 마이클 잭슨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공연 장비들을 무려 An-225에다 싣고 방한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파괴된 비운의 비행기, 세계에서 가장 거대했던 6발 화물기)
이때는 이 비행기를 김포 공항이 차마 감당할 수 없어서 오산 공군 기지에 착륙했었다고 한다. 물론 저 사람 당사자야 여객기 일등석이건 전용기건 뭐든 타고 김포 공항에 내렸고, 화물기만 저리로 보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면 둘 다 인천 공항에 얼마든지 착륙 가능했을 것이다.

(3)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북한의 VIP 내지 손님들은 다 인천 공항으로만 드나들어 왔다. 북한 사람들한테는 감히 성남 서울 공항을 보여주지 않는 게 우리나라의 방침이라고 한다. 보안· 안보 문제 때문에.

(4) 우리나라의 모든 공항들은 '한국 공항 공사' 관할이다. 그러나 인천 공항은 '인천 공항 공사'라는 별도의 운영사가 있다. 마치 서울이 다른 시· 도들과는 다른 취급을 받는 것, 강원랜드만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국민이 출입 가능한 카지노인 것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그래도 국내선 면세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 공항에만 있다.

(5) 인천 공항이 생긴 덕분에 김포 공항의 청사 하나가 텅 비어서 놀면서 리모델링 대상이 됐다. 바로 그 낡고 빈 건물을 배경으로 영화 <튜브>(2003, 백 운학 감독) 초반부의 공항 총격전 씬이 촬영될 수 있었다.
원래 감독의 의도는 강남 테헤란로에서의 총격적이었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 그 대신 공항이 선택된 것이다.
그 당시, 김포 공항 주변에서는 "여기 안에서 영화 촬영 중이니 총소리가 들리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안내를 하는 차량과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25 08:35 2024/07/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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