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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서울 지하철 609 편성

서울 지하철 6호선 하면 2기 지하철 중에서 전구간이 가장 늦게, 21세기가 돼서야 개통한 지하철인 동시에 전대미문의 튀는 전동차 구동음으로 유명한 노선이다. 2000년대 초· 중반에 서울 지하철 5, 6호선의 신비로운 구동음은 내 삶의 낙이었다. 5, 6호선 모두 현대 정공이 차량을 제작했는데 어째 인버터 부품은 서로 다른 회사 것이다(5: 스웨덴 ABB, 6호선: 일본 미쓰비시). 그래서 구동음도 제각각임.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철도 차량의 핵심 기술은 일본, 유럽 등 외제 기술의 각축장이었다. 현대는 일본과 거래하고 대우는 유럽과 거래하는 식으로.. 차체 정도야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차량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전동기라든가 동력비 조절 인버터는 여전히 외제. 마치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차이처럼 말이다.

그런 와중에 전동차의 인버터를 국산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시범적으로 탑재된 차량이 바로 서울 지하철 6호선의 609 편성이었다. 제작사는 현대 정공(로템 법인 출범 전). 이 연구는 한국형 고속철 개발과도 관련이 있을 텐데 뭔가 협동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국산 VVVF-GTO 소자를 탑재한 이 609 편성은 6호선 초기 전동차 중 하나로 바로 도입되어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승객 수가 적고 배차가 길어서 만만했는지 6호선이 시범적으로 선택된 듯하다. (6호선은 역당 승차 인원으로 치면 그 짧은 8호선보다도 이용객 수가 적다.)

그러나 609 편성은 이내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기술 미숙 때문이었는지 인버터의 회생 제동 효율이 시원찮고 고장도 잦았다.
그래서 현업에서의 운행 빈도는 차츰 낮아졌으며, 결국 2005년에는 완전히 퇴역하고 인버터가 다시 다른 6호선 전동차와 동일한 외제 VVVF-IGBT로 교체되어 버렸다.

그 당시에 선구자적인 철도 동호인이 레어템인 609 편성 전동차의 구동음을 녹음해 놓은 덕분에 그 자료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철도 음향 분석의 전문가인 사무엘 님은 자체 감정을 한 결과, 이 609 편성의 구동음과 가장 유사한 구동음을 내는 지하철은 대전 지하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구동음의 음높이가 둘이 굉장히 비슷하다. F#~G 사이인데 G에 더 가깝다.

http://blog.naver.com/sj10913/50072280911
http://blog.naver.com/sj10913/50014134335

이 블로그 운영자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음향 연구에 관심이 있는 분 같다. 위의 음향에서는 두 전동차 구동음의 음높이가 좀 차이가 있어서 609의 음높이가 살짝 더 높지만, 본인이 다른 경로로 입수한 609 구동음 중에는 음높이가 대전 지하철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있다.
둘의 음향은 굉장히 비슷하게 들리지만 둘은 기술적인 디테일도 다르고 제작사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다.

이런 609 편성의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서였을까?
서울 도시철도 공사(SMRT)는 서울에서는 제일 어리고 파릇파릇한 지하철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와는 달리 전동차 부품의 국산화와 심지어 전동차 자체 개발에 남다른 관심과 의욕을 보여 왔다.

한때는 여러 병크들 때문에 도철의 음 사장님이 굉장히 많이 까였으나, 병크가 해소되고 또 스크린도어 기술의 국산화를 잘 이끌어 내면서 나름 능력도 인정받았다.
작년 12월 말에는 SMRT에서 드디어 코드명 SR-001이라는 자체 전동차 시제품을 선보이기까지 했는데(한국형 고속철의 코드명이 HSR-350이었던 것처럼), 사장이 직접 나서서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http://blog.naver.com/ianhan/120121006513

마침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연장을 앞두고 전동차가 더 필요해지기도 한지라, 양산형 차량은 7호선 3차 도입분 차량으로 곧바로 투입될 것이다.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6호선이 아닌 7호선이 혜택을 입을 예정.

역사가 워낙 짧아서 21세기 이래로 단 한 번도 신형 차량이 들어온 적이 없었고 전동차의 내구연한 연장으로 인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낮아진 서울 2기 지하철에, 새로운 바람이 예상된다. 사실 큼직한 통유리에 조용한 VVVF-IGBT 소자라는 오늘날 신형 전동차의 큰 트렌드는 서울 지하철 7·8호선 2차 도입분 전동차에서야 드디어 정착한 셈이다.

아니나다를까 저 행사가 열렸던 장암 차량 기지 한켠에는 SR-001과 나란히 과거의 609 편성 전동차도 함께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인다.

경부 고속철의 경우, 2차 개통을 계기로 일단 KTX가 예전보다 워낙 증편되다 보니 신형 차량인 KTX 산천도 더욱 많이 투입되었다. 산천은 잘 알다시피 프랑스 떼제베가 아닌 국산화 차량인데, 시설은 좋은 반면 아직도 이따금씩 고장을 심심찮게 일으킨다고 들었다.
기술이 살 길이다. 과거 나로 호의 실패도 그렇고 첫술에 배부를 수가 없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국 철도 기술도 점차 성숙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 나라에 이공계 엔지니어가 더욱 대접받는 풍토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11/01/15 19:28 2011/01/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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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내 UI 잡설

1. 일반열차: 열차별로 제각기 달라져 있는 안내 방송

최근의 믿을 만한 답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코레일이 운행하는 무궁화호, 누리로, 새마을호, KTX 열차의 정차역 안내 방송의 음원은 모두 제각각 다르다.

KTX야 개통 초기부터 일반열차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안내 방송 체계를 써 왔다. 그리고 한 2007~8년부터는 KTX 아니면 일반열차(새마을· 무궁화 공통) 이 구도로 인터페이스가 딱 둘로 갈리는 추세인 것 같았다. 열차 운행을 마친 후 Let it be 가야금 연주와 Dreamers가 흘러나오는 것도 똑같고.

그런데 2010년쯤에 새로운 안내 방송이 만들어져 무궁화호에 적용되었다. 그렇다. 일렉 기타로 사가 Oh Glory Korail의 한 소절이 흘러나오는 새로운 방송 말이다. ㅋㅋㅋ 들으니까 엄청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성우 목소리도 조금 바뀌었다.

그 반면, 새마을호는 2008년경에 제작된 조용한 피리 소리 + 기존 무궁화호 성우 기반인 안내 방송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듯하다. 명이 얼마 안 남은 열차여서 그런지 대략 투자 중단. -_-;;;

거기에다 누리로가 추가되었다. 누리로는 무궁화호와 동일한 최신 방송 음원이 그대로 적용될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을 깨고 마치 TTS로 기계가 읽은 듯한 여자 목소리로 녹음된 고유 방송을 그것도 영어는 없이 한국어로만 한다. 타 보고서 굉장히 놀랐다. 위상도 무궁화호와 동일하고 앞으로 무궁화호를 대체할 열차가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지하철들이 정차도 굉장히 잦은 주제에 번거롭게 주요 역에서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가미된 4개 국어 방송을 해 주고 있다. 서울 메트로가 제일 먼저 시작한 트렌드를 나중에 코레일과 도철(SMRT)까지 뒤를 이었다.

철도만치 친절한 녹음 안내 방송 멘트를 지닌 교통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만 해도 출발 직후 안전 수칙 안내를 빼고 나머지 방송은 전부 조종사 내지 승무원의 육성이다.

2. 지하철: 서양 클래식 대신 국악 & 회사 CM송으로

언제부턴가 서울 지하철의 환승역 도착과 시· 종착역에서 들을 수 있는 음향에서 클래식 곡은 놀라운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시종착 음향은 회사 CM송으로 바뀌고 특히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는 이례적으로 퓨전 국악을 환승역 음향으로 채택했다. (김 백찬 씨의 <얼씨구야>)
CM송은 이런 것들이다.. ㅋㅋ

“달려라 코레일~ 에코 레일 푸른 내일”
“국민의 철도 코레일”
“5 6 7 8 서울 도시철도 (‘앗-싸 좋구나!’는 아니고 ㅋㅋㅋㅋㅋ)”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 서울 메트로”

이제 클래식은 SMRT의 환승역 음악인 비발디 <조화의 영감>밖에 안 남았다. 이것도 내가 보기엔 몇 년 안으로 교체될 것 같다. 21세기 이래로 환승역 음향을 교체한 적이 없는 회사는 SMRT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메트로가 <얼씨구야>를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무려 2005~6년경부터 KTX는 정차역과 종착역 도착 음향으로 국악을 써 왔다. 국악이 요즘 트렌드인가..?

3. 철도와 우리말

믿거나 말거나, 과거의 철도청과 지금 코레일은 우리말 순화에 꽤 옹호적인 것 같다. 2000년경에 조직적으로 순화 운동을 벌여서 그때 대합실을 몽땅 맞이방으로 바꾸고 승강장을 타는곳으로 바꿨다. 1호선 신길 역의 전광판에는 종착역, 행선지도 아니고 '길머리'...;;;라고 적혀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인지, 철도청은 민간 우리말 연구 단체에서 주는 무슨 표창도 받았지 싶다. 본인은 우리말 순화 연구가인 이 오덕 선생님의 글을 새마을호 기내지 레일로드에서도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개정된 안내 방송을 들어 봐도 종착역이라고 안 하고 마지막 역이라고 한다. 우리말 연구가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도착하겠습니다” 대신에 “도착합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겠-’이 미래 시제뿐만이 아니라 추측의 의미도 강하기 때문에 어감상 안 좋다나? 그래서 ‘알겠다’(I see. OK) 대신에 ‘알았다’가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코레일 내부에 뭔가 이런 쪽으로 감각이 있는 직원이 근무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대전 역은 우동이 전통적으로 유명했다.
과거에 호남선은 호남 지방의 곡물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인지라, 선로가 부산 방면으로 이어졌지 서울 방면 선로는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는 호남선 분기 지점인 대전 역에서 기관차를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지금 대전과 서대전 역을 잇는 ‘대전선’이 호남선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호남선 열차는 대전 역에서의 정차 시간이 무척 길었으며, 승객들도 이때 내려서 식사를 했고 덕분에 우동이 인기가 많았다.

그랬는데... 철도청 시절에 본인이 대전 역을 이용하던 당시에도 간판에 우동이라고는 절대 적혀 있지 않았다.
‘가락국수’ ^___________^
영어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지엽적인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의 순화에 대해서는 본인도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데, 오히려 철도 당국이 저런 면을 더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근성으로 차라리 스크린도어나 ‘안전문’으로 좀 순화해서 잘 퍼뜨리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추가 정보들.

4.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는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도입된 이래로 아직까지도 코레일 열차 운행 종료 후 현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 중 하나이다. 그 반면 Let it be 가야금 버전은 2008년부터 도입되었음.

5. KTX의 TV 스크린에 뜨는 정차역 안내 자막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헤드라인체인데, 과거 새마을호가 쓰던 견고딕에 비해 별로 멋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견고딕이나 아니면 서울남산 같은 최신 서체를 썼으면 좋겠다.

6. Oh! Glory Korail 뮤직비디오의 2011년도 개정판이 나왔다. 신경주 역 같은 KTX 2차 개통 구간과, 공항 철도 2차 개통 구간이 영상에 추가되었으며, 2절 '고객과의 만남을' 대목에서는 서비스 정신-_-을 더욱 부각시킨 영상이 들어간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4 08:08 2011/01/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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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우리말/언어 관련 메모.
요즘 참 다양한 분야별로 블로그질 하는데, 방학 중에도 본인의 매일 수면 시간은 5~6시간대.. 아 피곤하다..;; 남들이 게임이나 연애 하는 동안 난 맨날 이 짓 하고 있다. 이것도 병 내지 중독이다. ㄲㄲㄲㄲㄲㄲㄲㄲ

1. 조어법

요즘 언어학의 설명에 따르면, 어휘의 조어 방식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사적 합성이라 하고 다른 하나를 비통사적 합성이라고 하는데, 전자는 생성에 사용된 개별 형태소가 온전하고 자립 가능한 형태인 것을 말하고 후자는 그렇지 못한 걸 일컫는다.

까놓고 말해 ‘먹자골목’은 통사적 합성인 반면, 논란이 많은 ‘먹거리’는 비통사적 합성이다. 동사의 어간 ‘먹-’은 이거 하나만으로는 자립할 수 없는 의존형태소로 일컬어지며, ‘먹는, 먹자’처럼 뒤에 어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헐 그럼 ‘먹튀’도 비통사적 합성이군?
그래서 성격 까칠한 민간 우리말 운동가 중에는 ‘먹거리’는 잘못 만든 말이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

난 조어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명사, 특히 고유명사야 겹치는 동음이의어 없이 어감상 거부 반응 안 들고 변별만 잘 되면 뭘로 지어도 나쁠 게 없지 않겠는가. 뭐, ‘나드리’처럼 표기법 바꿔서 고유명사화하는 게 한글 파괴라는 식의 개드립에는 결코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다양한 조어는 적극 권장해야 한다. 요즘 무섭게 쏟아지는 영어 신조어나 작명 센스들, 그리고 우리나라 인터넷 유행어들도 내가 보기엔 압도 다수가 비통사적 합성들이다.

‘쌍룡’이 표준어이건 말건 자동차 회사 ‘쌍용’은 고유명사이다. 하다못해 외래어 표기법도 아무리 Hyeondae가 원칙상 맞다 해도 현대 자동차 할 때 현대의 공식 로마자 표기는 Hyundai인 것이다. 성씨의 두음법칙 같은 문제에서도 본인은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게 맞다’ 주의이다.
본인은 ‘다르다’와 ‘틀리다’ 구분 안 하는 것 굉장히 싫어하고, “이 제품은 성능이 아주 좋으십니다” 이런 말 들으면 손발리 오그라들긴 하지만, 조어는 아주 창의적이고 파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웃기는 현상이 하나 더 있다.
우리나라는 God의 표기가 천주교하고 기독교(천주교에서 개신교라고 부르는)가 서로 다른 이상한 나라이다. 하나님 vs 하느님. 참고로 천주교 말고는 여호와의 증인도 ‘하느님’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전처럼 종교색이 없는 문헌도 하느님, 더 나아가서 공동번역 성서의 컨벤션을 더 존중하는 것 같다. '하나님'의 설명을 보면 '하느님으로 가셈' 같은 식.

어른들의 사정이 있어서 표기가 달라진 건 어쩔 수 없다 치는데, “‘하나님’은 ‘하나(one)’이라는 숫자에다가 님이 붙은 것이어서 어법에 어긋난다”고 ‘하나님’을 까는 건 영 수긍하기 곤란하다. 실제로 국어깨나 좀 아는 어느 천주교 신자에게서 본인이 들은 적이 있는 말임. 아하, ‘하나님’도 비통사적 합성이다 이거지?

종교적인 교리나 이념은 싹 배제하고, 순수하게 국어학 관점에서 “남이사 무엇에다 님 붙여서 말 만들든 무슨 상관이심?” -_-;;; 이라고 반문해 주고 싶었다. 오히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서양 선교사도 그 ‘하나+님’ 조어를 보고는 정말 멋진 번역이라고 감탄을 했다고도 하는데.
뭐.. 그냥 그랬다고.. ㅋㅋ 아님 말고.

2. 문법 용어

아마 내막을 아는 분도 있겠지만, 옛날에는 국어 문법 용어와 체계가 서울대 이 희승 라인과 연세대 최 현배 라인으로 갈려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대 국문과를 가려는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울대 기준으로 맞춰진 책으로 공부를 해야 했고, 연세대 국문과를 가려는 사람은 연세대 에디션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나중에 입시 점수가 엇갈리게 나오더라도, 맞은편 경쟁 대학으로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거 가히 도시전설 수준의 충격과 공포인걸??

그래서 학교 문법 체계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는데... 이거 무슨 글자판 통일 얘기 같다(세벌식 매니아의 직업병..ㅋㅋ).
문법 용어는 한자어 위주의 서울대와, 순우리말 위주의 연세대가 땅따먹기 하는 식으로 통합되었다. ㅜ.ㅜ “난 이거 양보할 테니 저건 우리 식으로 하자” 식. -_-;;

아하, 그래서 중학교 때 배운 음운 법칙이 ‘음절 끝소리 규칙’과 ‘된소리되기’, ‘사잇소리’는 순우리말이고 ‘구개음화’, ‘자음동화’, ‘음운 축약’은 한자어로 뒤죽박죽 섞여 있었구나.
그 엄청난 내막을 알게 됐을 때 대략 정신이 멍했다. ㅋ

하지만 문법 용어 말고 다른 분야 용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수 한자어로 이미 바뀐 것 같다.
과학 그림책에서 본 살갗, 힘살, 작은창자, 콩팥 같은 용어는 중학교 과학 책에서 전혀 볼 수 없었고(피부, 근육, 소장, 신장 등), 한글 학회 어르신들이 접했다는 넘보랏살(자외선) 같은 단어는 전혀 접하지 못했다.

요즘 애들은 6 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데, 저런 단어들도 안 쓰면 나중엔 애들이 진짜 못 알아들을 것 같다. 가령, 여기 오는 분들은 ‘뭍’이 육지(land)라는 뜻인 줄은 다 알려나?

3. 형태소 분석기를 엿먹이는 문장

한국어: 가가 가가가? (걔가 가씨 집안이냐?) -_-
영어: I think that that that that that boy wrote on the blackboard is wrong.
(접속사, 지시형용사, 명사, 관계대명사, 지시형용사) ㅋㅋㅋㅋ

4. 흠좀무스러운 다의어와 동음이의어

동사 table
- 영국: (의안 등을) 상정하다
- 미국: (의안을) 묵살[무기연기]하다.
뭐 어쩌라고.. -_-;;

학원을 끊다
- 전화를 끊다: 학원을 그만두다
- 승차권을 끊다: 학원에 등록하다
뭐 어쩌라고.. -_-

진돗개 1호가 풀렸다
- 5만원권이 전국에 풀렸다: 경보가 내려지다
- 통금이 풀렸다: 경보가 해제되다
release와 비슷한 의미의 중의성을 지닌 듯.

1977년의 테네리페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도, 교신 중에 이런 식으로 중의적인 표현이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구제역 / 해충 구제 / 빈민 구제
물론 한자는 서로 완전히 다 다르지만, 어째 어감이 이상하다. “구제역 병균을 구제해서 불쌍한 소들을 구제해야지”라고 써도 될 것 같다.. ㄲㄲㄲㄲ

5. 부사를 겸하는 명사

‘오늘’, ‘내일’ 같은 시간이 명사도 되고 ‘부사’도 되는 건 한국어나 영어나 똑같다.
“나 내일/오늘 집에 가”라고 영어로 말할 때 today나 tomorrow 앞에 전치사를 붙이질 않으며, 한국어로도 ‘내일에, 오늘에’ 같은 식으로 조사를 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는 그런 게 더 발달해서 home이나 downtown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 명사도 부사로 통용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6. 흠좀무스러운 발음

아래의 두 단어 쌍은 영어 발음이 완전히 동일하다!

Colonel (육군 대령) / kernel (커널)
Pilate (성경에 나오는 본디오 빌라도-_-) / pilot (파일럿)

'컬라널'이 아니었군.. ㅜ.ㅜ 영어가 워낙 다양한 어원에서 유래된 단어가 많아서 어쩔 수 없다. 그 중 gh가 제일 판타지 같은 음운이라는 건 알 만한 분들은 알 것이다.
만약 한글이 세계 문자가 된다면, 같은 한글 단어도 중국어를 표기한 단어에서는 ㅐ를 ‘ㅏㅣ’로 풀어서 읽는다거나 하는 그런 예외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김밥, 비빔밥, 볶음밥, 자장밥에서 ‘밥’과 ‘빱’ 소리가 갈리는 원칙을 설명할 수 있으신 분??
‘김빱’이 아니라 ‘김밥’이라고 그대로 소리내는 게 맞다고 말은 하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 난 모르겠다. 아무 원칙이 없이 랜덤이라면 본인은 아까 조어와 마찬가지로 무슨 발음이든 다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김밥, 효과를 다 김빱, 효꽈라고 발음한다.

해님도 ‘햇님’이라고 자꾸 쓰기 쉬운데, 원래 ㅅ을 붙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한다. 사잇소리는 정말 너무 어렵다.

7. 영어 번역투

영어는 A must be followed by B 같은 표현조차 가능한 언어이다. 수동태와 피동형 남발은 민간 차원에서도 하도 많이 까여 왔고, 좀 각성하자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데.. 본인은 전형적인 영어 번역투로 그 외에도 아래의 사항도 지적한다.

- 명사형 관형어로 죽어라고 ‘-는 것’만 너무 남발하는 것 (to 부정사와 동명사의 번역. -음, -기 도 때때로 좀 써 주세요!)
- ‘가지다’를 너무 남발하는 것 (have 번역. 품다, 지니다 등도 좀 쓰세요!)
- 영문법 책에서 본 듯한 뭔가 장황하고 최적화(optimized)되지 않은 문장. 한국어 표현을 추적해 보면 원래 영어 원문이 무엇이었을지 디스어셈블리(?) 가능한 문장.

한국어는 단· 복수나 성별 구분은 거의 안 하는데 주체가 인격체냐 그렇지 않냐는 꽤 엄격하게 구분한다. 비인격체가 주어로 오는 걸 싫어하는데, 영어는 오히려 그걸 전혀 따지지 않으니 그게 문제이다.
“이 열쇠가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같은 식.

세상에 영어로 유입되는 지식과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영어가 한국어에 끼치는 영향도 방대하다. 영어를 무작정 배척할 수는 없으나,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지킬 건 지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영한사전이 제대로 돼야 국어가 산다는 지론을 오래 전부터 펴 왔다.

본인의 모국어인 한국어는 대명사가 극악인 언어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영어의 간결한 대명사 체계에 대해서는 가끔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영어도 2인칭이 단· 복수 구분이 없다는 기괴한 약점이 있기는 마찬가지. 차라리 킹 제임스 영어는 그 구분이 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2 07:43 2011/01/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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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IT인에게 필수라는 얼리 어답터 기질이 별로 없다. 옛날엔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듯.. -_- 1990년대 중반의 인터넷 트렌드를 받아들인 것 역시 굉장히 더뎌서, 개인 홈페이지도 2001년이나 돼서야 개설했을 정도이다. 그 기질이 지금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으니, 일례로 본인이 몇 년쯤 뒤에나 스마트폰을 쓰게 될지 모르겠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걸어다니면서 노트북으로 MP3 듣는 것까지 똑같으니 원.. ㅎㅎ
그 대신, 옛날에 얼리 어답터 기질이 있던 시절에 대한 복고풍 향수병이 좀 있다.

1. 소프트웨어 UI의 문체와 표기

난 20년 가까이 컴퓨터를 사용해 오면서, UI에서 반말, 그것도 단순히 ‘해라’체가 아니라 완전히 구어체 반말 쓴 소프트웨어는 딱 하나 기억난다.
이거 기억하는 사람은 엄청 old timer일 텐데, 고 호석이라는 분이 개발한 <Hot Time>이라는 마작 게임이다. 나중에 VGA 용으로 만든 버전 말고, 무려 허큘리스에서 돌아가던 것.

초딩이던 본인은 마작 같은 건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그때 할 줄 알았던 건, “돈 놓고 돈 먹기”라고 심심풀이 땅콩으로 제공하던 사다리 도박 게임이었는데, 본인이 사다리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그때 난생 처음으로 접했었다.
대화상자에서 Yes/No 조차 ‘응(아니면 “그래” 던가?)/아니’라고 적혀 있던 프로그램은 저것 이후로 본인은 전혀 보지 못했다. 요즘은 게임이라 해도 UI는 정중한 합쇼체가 필수인데 말이다.

지금은 작품 이름이나 개발자 이름으로 구글 검색을 해도 관련 정보가 전혀 뜨지 않는.. 그 정도로 묻힌 추억의 옛날 소프트웨어(특히 국산은 더욱 정보가..)가 여럿 있는데 때로는 그런 게 그립다.

MS 사의 제품 중 윈도우는 3.1을 포함해서 95까지 도움말은 ‘하라/해라체’ 반말로 적혀 있었다. 이것도 기억하는 분이라면 old timer임;; 그러다가 IE 4.0이 나올 무렵부터 완전히 존댓말로 바뀌었다. 국가를 막론하고 자기네 회사와 제품 이름은 대외적으로 무조건 영문 원어로만 표기하기로 정책을 확정한 것도 아마 그 무렵일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한글’의 로마자 표기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마치 한국 MS도 도스 완전 초창기 시절에는 조합형 코드를 사용한 적이 있었듯이(20년도 더 전, 거의 2~3.x 시절), 그때에 한글 MS 도스가 분명히 Hangeul을 사용한 걸 본인은 봤다. 그 기억이 있고 그게 현행 한글 로마자 표기법에 맞기도 해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지금까지 그걸 사용해 왔으나...
현실은 Hangul이 훨씬 더 대중적으로 많이 퍼져 있는 것 같다.

2. 90년대의 3D FPS 게임

울펜슈타인 3D와 둠은 1990년대 초· 중반에 ID software에서 차례로 내놓은 전설적이고 선구자적인(특히 PC 환경에서!) 3D FPS 게임이다.
둠이 전작인 울펜슈타인에 비해 기술적으로 월등히 발전했다. 잘 알다시피 고저 차이 표현, 사각형 격자가 아닌 임의의 각도의 평면, 초보적이나마 광원, 천장과 바닥의 텍스처, 오르내리는 지형과 애니메이션 텍스처 등 많다.

그런데 그런 굵직한 것 말고 이런 차이도 있다는 걸 최근에 뒤늦게 발견했다. 아래의 두 그림을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당시의 컴퓨터 성능의 한계상 안티앨리어싱이 안 되어서 텍스처의 점이 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는데, 둠은 가까이서 비스듬히 본 벽면의 텍스처 도트가 원근법에 의해 ‘사다리꼴’ 모양으로 보이는 반면... 울펜슈타인은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모든 도트가 무조건 x, y 축에 수직인(orthogonal) 직사각형 형태로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호라, 286 AT에서 실시간 3차원 텍스처 렌더링을 구현하기 위해서 이런 꼼수를 부렸다는 것.

그래도 꼼수를 부린 것치고는 비주얼 상으로 의외로 그렇게 큰 티는 안 난다. 계단 현상은 그저 화면과 텍스처의 해상도가 낮아서 그러려니 하면서 은근히 그냥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진짜 100% 폴리곤 3D 세상은 1996년, 둠의 후속작인 퀘이크가 개막하게 된다. true 3D를 구현한 것뿐만이 아니라 로켓과 함께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광원도 굉장히 신기했다.
이거 하나의 시스템 요구 사양이 윈도우 95와 비슷했다. 그것도 나름 그 사양에서 돌아가게 만들려고 폴리곤 개수와 맵 크기에서 상당히 절충을 해서 얻은 결과물이다.

둠과 퀘이크 모두, 게임 개발자가 무슨 game mechanics를 표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고 강한 몬스터는 로켓 런처의 스플래시 데미지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었다. 그래서 둠의 Cyberdemon와 Spider mastermind, 그리고 퀘이크의 Shambler는 로켓 런처로는 유난히도 잘 죽지 않았다.
이게 스타로 치면 유닛의 크기별로 데미지를 받는 등급을 달리하는 소형, 중형, 대형과 진동형, 일반형, 폭발형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왜 대형 몬스터가 로켓 런처에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3. 옛날 에디터의 단축키

요즘이야 윈도우 운영체제의 영향으로 인해, Shift+화살표는 어디서나 selection, 즉 블록을 잡는 동작으로 통용되고 있다. 아래아한글은 이뿐만이 아니라 도스 시절의 잔재인 F3 블록도 여전히 지원해 주고 있는데, F3 블록을 잡으면 블록 옆에 있는 커서가 여전히 깜빡이고 있고 Shift를 안 눌러도 화살표 키로 계속 블록을 잡을 수 있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데 터보 C 2.0의 IDE, 그리고 이 인터페이스의 영향을 받은 과거 도스 시절 PC 통신 에뮬레이터 이야기의 텍스트 에디터는 Ctrl+K,B(시작점), Ctrl+K,K(끝점)이라는 괴악한 방식으로 블록을 만드는 걸 지원했다.

이건 한편으로는 직관적이지 못하고 불편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파일 ‘오려두기’ 동작도 UI 심리상 인간에게 직관적인 느낌을 못 준다고 함. 그러나 커서 위치와 블록의 시작점 내지 끝점이 완전히 따로 놀 수 있으며 시작점만 잡아 놓고 한참 딴짓을 하다가 끝점을 나중에 잡을 수 있다는 특성상, 이 기능은 매크로 같은 걸 만들 때 굉장히 편리할 수 있겠다.
가령, 본문에서 [ ] 로 둘러싸인 문자열만을 몽땅 찾아 지운다고 할 때 저런 식으로 블록을 잡을 수 있다면 매크로로 깔끔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4. 알툴즈

위의 예에 비해서 그렇게 고전 소프트웨어는 아니지만.
본인, 지인에게 한 몇백 MB짜리 ZIP 압축 파일을 전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인 컴퓨터에서는 압축이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파일은 지인의 다른 컴퓨터에서는 압축이 풀렸고.. 나중에 알고 보니 압축이 안 풀린 컴퓨터에 깔린 프로그램은 알집 7이었고 풀린 곳은 WinRAR이던가 아무튼 다른 프로그램이었다. 흠좀무..;;

이래서 알집이 악명 높았나 싶었다.
물론 본인은 지금은 알툴즈 안 쓴다. 하지만 FileZilla로 갈아타기 전에는 수 년 동안 알FTP로--그것도 최신 버전 업데이트를 꼬박꼬박 한 것도 아니고..-- 거의 모든 홈페이지 관리를 해 왔으며, 지금까지 딱히 사고를 겪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알FTP는 알집보다 더 악명이 높던데..?? -_-

언제부턴가 이런 공짜 압축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WinZIP이나 WinRAR 따위 안 쓰고, 사용 압축 포맷도 알고리즘이 완전히 공개되어 있는 zip 아니면 7z 정도만 쓰게 된 것 같다. zip은 MS 오피스 문서 파일이라든가 게임 롬 파일 같은 여타 포맷의 컨테이너로도 진짜 널리 대중화하긴 했다. 그보다 좀 더 나은 유료 포맷이 있다고 해도 어차피 거기서 거기이고, 지금이 무슨 PC 통신 시절처럼 1바이트라도 더 깐깐하게 줄여야 하는 시절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나마 ZIP이 옛날에 RAR, ARJ 같은 방식에 비해 큰 약점이 있던 게 플로피 디스크 복사를 위한 분할 압축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으나... 요즘은 거의 필요 없는 기능이 됐다. 전혀 필요 없는 잉여 기능은 물론 아니지만..;;

알집 처음으로 구경한 게 10년 전에 4.8 때부터였는데 참 많이 컸다. 새 폴더며, 각종 익살스러운 문구가 많은 게 인상적이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0 07:55 2011/01/1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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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 특강

이것만 알면 나도 철도 덕후!
자, 사무엘 님과 함께하는 본격 즐거운 한국 철도 교양 강좌 시간이 돌아왔다. ㅋㅋㅋㅋㅋ
오늘은 장항선 얘기를 해 보겠다.
장항선은 경부선 천안 역에서 분기하여 아산, 예산, 홍성 등 충청남도 서남부로 향하는 간선 철도이며, 새마을호가 다니는 가장 짧은 노선이기도 하다.

영동선에 정동진 해수욕장이 있고 경춘선에 강촌, 가평 같은 관광 코스가 있다면, 장항선에는 대천 해수욕장 일대가 관광과 MT 장소로 유명하다.
장항선에는 온양온천과 도고온천이라고 온천이 붙은 역이 이례적으로 둘이나 있으며, 이들은 안산선의 '신길온천'과는 달리 훼이크가 아니어서 진짜로 온천이 존재한다. ^^;;

장항선은 2000년대 중반에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시험에 나오니까 밑줄 치고 반드시 달달 외우기 바란다.

1. 원래 장항선에는 새마을호도 기관차형 열차밖에 안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새마을호 PP가 다니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속철 개통 후에는 장항선에 구특전 새마을호가 투입되어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다.
옛날에 철도청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전량 특실만으로 편성된 6량짜리 새마을호 PP를 운행했는데, 장사가 안 되어 이내 일반실로 격하는 했지만 전설의 서울-대전-동대구-부산 4시간 10분짜리 열차가 바로 이 구특전 열차로 운행되었다.
KTX 개통 후 이 4시간 10분 열차는 경부선에서 퇴출되고 장항선으로 발령이 났다. 일반실 요금으로 1량당 64석이 아닌 60석(간격이 더 넓은)의 특실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 구특전 열차를 타고 싶다면 장항선으로 가라. 그래 봤자 새마을호도 장항선에서는 10~20분을 못 달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정차하긴 하지만.. ^^;;

이후로도 장항선은 적당히 짧은 노선 길이 덕분인지, 카페 객차가 가장 먼저 도입되기도 했으며 KTX를 제외한 일반열차들의 편의 서비스가 가장 먼저 베타테스트되기도 했다는 점을 알아 두자.

2. 그 후 얼마 안 되어 장항선은 구불구불하던 노선이 긴 공사 끝에 상당수 개량되었다. 직선 + 고가 + 장대 레일로 리모델링되는 과정에서 여러 역들이 이설되었으며 듣보잡 역은 폐역되기도 했다.
단, 아래에서 설명할 수도권 전철 말고 다른 구간은 여전히 '단선'이다. 선형 개량일 뿐 전구간 복선 전철화까지 한 건 아니므로 주의하자. 하지만 선형 개량을 하면서 복선 노반은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나중에라도 복선화할 수 있도록.

3. 이 참에 천안에서 온양온천을 지나 신창 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들어갔다. 2008년 말의 일이다. 천안 행도 모자라서 신창 행 전동차가 생겼다. 물론 배차간격은 이제 극도로 길어진 최하 3~40분대이지만 말이다.
설마 경부선 전철이 천안에서 더 내려가서 대전까지 간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충북선의 청주 공항 쪽으로 가지도 않고 아산시 쪽으로 전철이 연장되었다. 이 참에 장항선 아산 역은 아예 KTX 천안아산 역 인근으로 이설되었으며, 덕분에 KTX 광명 역에 이어 천안아산 역도 장항선의 환승역인 동시에 수도권 전철을 탈 수 있는 곳이 됐다.

기존 천안 급행 전동차는 여전히 천안까지만 간다. 그 대신 신창까지 가는 좌석형 간선 전동차인 누리로 열차가 2009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4. 2의 연장선 공사라고 볼 수도 있는데, 배를 타고 가야 하던 장항선 남쪽 끝의 장항과, 군산선 끝의 군산 역이 다리로 연결되었다. 올레! 2008년 1월부터 다리 개통 겸 운행 시작함.
그래서 짤막하던 군산선이 장항선 노선으로 편입해 들어갔으며, 장항선 열차는 과거의 군산선을 그대로 경유하는 익산 행으로 노선이 바뀌었다. 그리고 아예 서대전 역에서 경부선이 아닌 장항선을 경유하여 서울로 가는 열차도 일부 생겼다. 다만 기존 군산과 장항 역은 화물역으로 기능이 축소되고 승객을 취급하는 역은 더 외곽으로 이설되었다.
이는 군산선 통근열차의 숨통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존선 주행 KTX와 더불어, 철도에서 '우회'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2007년이면 구미· 김천 경유 우회 주행 KTX도 생긴 때니까 말이다.

꽤 옛날, 바로타 사이트가 있던 철도청 시절에는(2003~2004?) 장항선 무궁화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노량진 역에 정차를 했었다. 영등포에 이어 노량진까지..! 마치 그 시절에 새마을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대구 역과 신탄진 역에 정차를 했던 게 생각난다.
그때는 노량진 역의 한쪽에 있는 일반열차 승강장이 제 구실을 하던 시절이었으나, 2005년 1월 20일, 코레일이 갓 출범하던 무렵에 이 역의 일반열차 취급을 완전히 중단해 버리면서 그 승강장은 잉여물로 버려지게 되었다. 역사 깊은 역이고 일반열차용 저상홈까지 잘 갖추고 있다 보니 지금은 누리로라도 노량진에 정차하면 어떨까 싶지만.. 노량진은 인근의 정차역인 영등포와 용산하고 너무 가깝다..

현재 천안 역은 경부선을 주행하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쪽 파트와, 장항선 열차와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쪽 파트로 딱 갈라져 있다. 그런데 천안을 포함해 장항선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를 모두 취급하는 역들은, 일반열차 이용객과 전철 이용객의 동선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시설이 경부선의 기존역들과는 달리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다같이 그냥 한데 들어가서 한 승강장을 이용하니 원... (일반열차를 상대로도 개집표 게이트를 설치하려던 때는 언제고.. 지금은 입장권을 구입할 필요조차도 없어져 있다.)

승객 분리를 제일 확실히 할 수 있는 곳은 아예 선로별 복복선 형태인 영등포나 용산 같은 서울 시내의 역들이겠지만, 다른 역들은 선로가 그만치 대인배이지 못하니까. ㅎㅎ
좌우로 부지가 넓지 못하면서 방향별 복복선 선로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객을 서로 분리해야 하는 역은, 보통 앞쪽과 뒤쪽에 고상홈과 저상홈을 따로 만든다. 경부선 안양, 중앙선 덕소 역처럼. 하지만 장항선 전철역들은 그렇게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장항선에서 중요한 것. 온양온천 역은 전동차 승강장이 내선에 있고 일반열차 승강장이 외선에 있어서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를 하고 있다. 일반열차라든가 경인선 급행처럼 더 빠른 열차가 내선을 달린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깨는 구조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때 장항선 전철은 신창이 아닌 온양온천 시종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장항선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는 전동차가 평면교차 없이 내선에서 회차를 할 수 있게 나름 머리를 쓴 것이다.
과거(2003년 이전) 수원 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일반열차는 외선으로 꺾느라 약간 굴곡이 생기긴 하지만, 어차피 이 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중요한 역이기 때문에 성능면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산 역도 KTX와의 환승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들이 100% 정차하는 역이지만, 중간 회차나 시종착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역이기 때문에 이 역은 기존 관행대로 내선이 일반열차, 외선이 전동차이다. 울타리 하나 없이 한 승강장에서 전동차와 일반열차를 모두 탈 수 있는 모습.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전광판에는 각각 새마을 & 무궁화, 그리고 청량리라고 쓰여 있다. 온양온천 역은 배치가 아산 역과는 정반대라는 뜻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도 건설이라는 것도 노하우가 쌓이면서 은근히 발전한다.
2기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1기 지하철과의 자비심 없는 환승 거리가 문제되자, 2기 지하철은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까지 염두에 두고 건설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여의도 역 같은 명품 환승역이 탄생할 수 있었다.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2폼 3선 승강장이 능률이 좋다는 게 입증되면서, 이건 지방 지하철에까지 시종착역의 관례 형태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내선 전동차, 외선 일반열차' 형태도 이런 노하우가 반영된 건설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 장항선의 특징에 대해 요점만 설명했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아, 나 혼자 흥분한 듯.. ㅜㅜㅜ
철도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데 이건 글 주제에 벗어나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글에서 차츰 다뤄야겠다.
본인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철덕이 되어 버렸다고 커밍아웃 하는 독자가 나온다면, 본인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8 07:44 2011/01/0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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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다뤄졌을 법한 전형적인 확률· 조합 문제이다.

N명의 사람이 각자 모자를 쓰고 왔는데 이 모자를 다 벗어서 모아놓았다. 잠시 뒤 이 모자를 무작위로 사람들이 찾아 쓸 때, 모든 사람이 한 명도 예외 없이 남의 모자를 쓰게 될 확률은?


수가 커질수록 소수를 발견하기 어려워지는 것만큼이나 저 확률은 0으로 수렴이라도 하는 걸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N이 커질수록 그 확률은 1/e 에 수렴한다.
즉, 대략 37% 정도 된다는 뜻이고 이는 3지선다 문제를 깬또-_-로 맞힐 확률과 고만고만함을 의미한다. (깬또는 도대체 어느 나라 어원의 말일까? 순우리말이라면 흠좀무) 하필 자연대수와 관계가 있는 확률로 수렴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

신기하지 않은가? 이 정도면 여러분이 감으로 예상한 확률보다 높은 걸까 낮은 걸까? 수학이 좋은 점은, 인간의 감만으로는 아리까리한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영적인 안목만 없을 뿐이지 추상적인 세계에서는 성경만큼이나 100% 절대무오한 진리를 담고 있는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N개의 모자를 늘어놓을 수 있는 모든 가짓수는 잘 알다시피 N! (팩토리얼)이다.
N=2인 경우라면 1 2가 2 1로 뒤바뀌는 경우밖에 없으므로 1/2 = 50%
N=3이면 6가지 조합 중에 2 3 1, 3 1 2가 존재하므로 2/6 ≒ 33.3%
N=4는 잘 세어 보면 9가지 경우가 존재하여 9/24 = 37.5%
N=5일 때는 44가지 경우가 있다. 44/120 ≒ 36.7%
그리고 쭉쭉쭉...;;

그런데 이 가짓수에서 재미있는 패턴이 발견된다.
가짓수를 나타내는 함수를 f(x)라고 정의하면, 일단 f(x)의 값은 x-1의 배수임이 반드시 보장된다.
f(5)는 4의 배수인 11, f(4)는 3의 배수인 9인 식이다.
실제로 가짓수를 세어 보면, 왜 그렇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이 f(x)를 구하는 방법은 점화식으로 의외로 간단하게 유도된다.
패턴을 잘 관찰해 보면 f(1)=0, f(2)=1 이후로 f(x) = (x-1)*(f(x-1)+f(x-2))가 된다.

f(4) = 3*(1+2) = 9
f(5) = 4*(2+9) = 44
f(6) = 5*(9+44) = 265

숫자의 증가의 폭이 팩토리얼과 동급으로 폭발적인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비율의 극한이 0이나 무한대가 아니라 상수로 나온다.
f(x) = f(x-1)+f(x-2)인 피보나치 수열 점화식에다가 (x-1)을 곱한 것밖에 없으나, 점화식의 특성상 그 여파는 쌓이고 쌓이면서 훨씬 더 커진다. 피보나치 수열의 일반항은 2^n 같은 지수함수급인 반면 저건 팩토리얼급..;; 팩토리얼 자체가 f(x) = x*f(x-1)로, 점화식에 덧셈도 모자라서 곱셈이 등장하니까 말이다.

본인은 1/e라고 하면 x^x 함수를 최소로 만드는 값이기도 하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x^x는 a^x 같은 지수함수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팩토리얼보다도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괴랄한 함수이다.
이 함수는 양변에 로그를 씌워서 미분하는데, 도함수는 x^x * (ln x + 1)이 된다.

양수 x에 대해서 x^x 자체는 0이 결코 될 수가 없다(x가 0에 가까워져도 함수값은 1에 수렴). 하지만 x에다 1/e를 집어넣으면 ln x + 1이  ln 1 - ln e + 1 = 0-1+1 = 0이 된다. 고로 도함수의 값은 0. 이때가 최소이며, 그 최소값은 e^(-1/e)에 해당하는 약 0.69 정도.
e 자체뿐만이 아니라 e의 역수도 이런 의미를 지닌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표적인 공돌이 유머인 미분 귀신 적분 귀신에 잘 묘사되어 있듯, 다항함수는 유한 번 미분하면 0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초월함수들은 미분을 거듭해도 전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쓸데없는 계수들이 덧붙거나(지수함수), 형태만 바꾸면서 뱅글뱅글 순환한다(삼각함수).

그런데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e^x이다. 미분해도 적분해도 형태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 ^^;;;
이 녀석은 테일러 급수로 다항식 전개를 해 보면.. 진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테일러 급수 자체가, 특정 지점에서 주어진 함수와 함수값과 n차까지 도함수가 일치하는 다항함수를 구하는 것이니 원..

1 + x + x^2/2 + x^3/6 + x^4/4! + x^5/5! ....

이게 끝없이 반복되니까 미분하면 왼쪽으로 shift, 적분하면 오른쪽으로 shift.. -_-;;
x에다가 1을 집어넣으면 결국 자연대수 e는 1부터 시작해 팩토리얼들의 역수의 합으로 2.71828...로 시작하는 그 값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수학에서 원주율 다음으로 유명하고 중요한 상수이다.
2.718281828 ..1828이 잠시 반복되는 덕분에 파이보다 외우기 쉽다.

우리는 학교 수학 시간에 자연상수에 대해서 (1+ 1/n)^n의 n 무한대 극한값이라고 처음으로 배운다. 이게 e로 수렴한다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사실이긴 하나, 저 식은 수렴 속도가 매우 느려서 비실용적이다. n=1000이 돼도 아직 2.716이고 2.718에도 도달 안 해 있다.
그 반면 팩토리얼 역수의 합은 직관적이고 수렴 속도도 꽤 빠른 편이어서 좋다. 6!까지 갈 때 이미 2.718에 도달하고 9!에서 벌써 소숫점 여섯째 자리까지 일치하기 시작한다. 굿..;;

범위가 0부터 1까지인 n차원 공간상의 점 P(a1, a2, a3, ... a_n)이 있을 때, 0<a1<a2<a3<...<a_n을 만족하는 영역이 차지하는 부피(?) 내지 product는 어떻게 될까? 1/n!이다. 2차원일 때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삼각형의 넓이가 되므로 1/2, 3차원일 때는 삼각뿔의 부피가 되므로 거기에다가 1/3을 또 곱하면 1/6이 되고, 차원이 그보다 올라가도 적분을 거듭하면 그런 식으로 값이 더욱 작아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미분이나 적분을 하면 항의 차수가 1 늘거나 감소하는 대신에 원래 갖고 있던 계수가 곱해지거나 나눠지는 만큼, 이 과정을 일반화하면 팩토리얼 연산도 태생적으로 연관이 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팩토리얼은 확률· 조합 같은 이산수학 영역뿐만이 아니라 해석학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연산인 셈이다.
아울러, -1승이라 할 수 있는 1/x만 적분하면 ln x라는 완전히 다른 함수가 된다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점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6 12:23 2011/01/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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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전철 백과 사전

우리나라 수도권에 지하철 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전철 노선은 아래와 같은 10개가 있다.
광역전철은 색깔별 노선이 뚜렷한 지하철에 비해서 존재감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어 오지 못한 것 같다. (유아독존이던 분당선은 예외)

1. 경인선
- 성격: 클래식. 이미 있던 철도를 복선전철화해서 광역전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구로-인천 1974)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바다 앞에서 끝나는 짧은 노선이기 때문에 전철이 일반열차를 전구간 완전히 대체했다. 일부 부정기 무궁화호가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2복선을 일단 전동차가 완급 결합 운행으로 제각기 따로 사용한다. (전국 유일)
- 운행 계통: 서울역-청량리를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하여,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완전히 편입했다. 행선지는 인천/동인천(급행) 단일.
- 비고: 출퇴근 시간이면 2복선으로도 수송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난리인 혼잡 노선.

2. 경부선
- 성격: 클래식. (구로-수원 1974, 병점 2003, 천안 2005, 신창 2008)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를 넘고 호남· 전라· 장항선이 경부선에서 분기하기 때문에, 전구간이 광역전철로 바뀔 수도 없고 일반열차도 없어지 않는다. 일반열차와 전동차가 2복선 선로를 하나씩 사용한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한다. 워낙 거리가 길다 보니 행선지는 병점, 천안, 신창, 광명 등 여러 계통이 존재한다. 병점보다 더 남쪽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열차는 청량리 이북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 비고: 일반열차도 워낙 미치도록 많이 지나는 곳이다 보니 전철 공급이 부족하다. 경인선과 더불어 상시 급행이 다니고는 있으나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고작 1시간에 1대 꼴이다.

3. 중앙선
- 성격: 클래식. (회기-덕소 2005, 용문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경부선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장거리이기 때문에 간선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겨우 복선이기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많이 다닐 수 없다.
- 운행 계통: 덕소 행과 용문 행이 번갈아가며 다닌다. 앞으로 경의선과의 직결이 점쳐지고 있다. 요즘 전철 노선도를 보면 중앙-경의-경춘선이 동일한 옥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 비고: 중앙선은 경부선이 한 3~40년에 겪었던 발전을 이제야 겪으면서 봄이 찾아오고 있다. 물론 중앙선의 중요도가 대도시만 골라서 지나는 경부선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최소한 전구간 복선 전철화는 좀 돼야지?

4. 경원선
- 성격: 클래식. (청량리-성북 1974, 의정부 1986, 소요산 200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남북 분단 때문에 노선 길이가 길지 않으며 거의 모든 구간에 전동차만 다닌다. 그런데 북쪽 말단의 소수 구간은 또 CDC 같은 특수한 통근형 일반열차가 다니고 있어서 매우 독특하며, 이 점에서는 아래의 경의선도 마찬가지이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성북, 의정부, 동두천, 소요산 행이 존재한다. 경원선에서 출발한 전동차는 수원이 아닌 인천 방면으로만 간다.

5. 경의선
- 성격: 클래식. (서울-DMC-문산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원선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영향을 받았다. 평양, 서울, 부산이 한데 연결되었다면 경의선은 2복선으로도 모자랄 국가 간선 철도가 됐을 텐데.
- 운행 계통: 경원선과는 달리 경의선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의 기지 입출고 트래픽 때문에 수십 년 동안이나 광역전철화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대부분의 전동차는 DMC까지만 운행하고, 서울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는 기묘한 운행 계통을 물려받았다. 경원선이 먼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손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 경의선은 앞으로 경유지를 용산으로 옮겨서 중앙선 쪽으로 직결이 시도되고 있다.

※ 서울 역은 지하철 1· 4호선을 타는 곳뿐만이 아니라 경의선 전철을 타는 곳, 그리고 서울-천안 급행을 타는 곳이 다 제각기 다른 승강장이다. 흥미롭다. 결국 서울 역 플랫폼의 최동단 아니면 최서단 위치이다.

6. 경춘선
- 성격: 클래식 (상봉-춘천 201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춘선 전철은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기관차형 무궁화호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서 다른 클래식 광역전철과는 사뭇 다른 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반열차나 마찬가지인 좌석형 특급 열차가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답변은 X라기보다는 세모에 더 가깝다.
- 운행 계통: 기존 중앙선 광역전철에서 분기하여 독립 운행한다. 평면 교차 지장과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경춘선 열차가 중앙선과 직결하지 못하고 서울 시내로부터 더욱 외곽에서 착발하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 시설의 특이점: 경인선처럼 짧지도 않고, 경부· 중앙선처럼 길지도 않고, 경의· 경원선 같은 특색도 없고 신설 전철도 아니던 독특한 철도가 드디어 가장 늦게 광역전철로 거듭났다.

7. 분당선
- 성격: 지하 신설 (수서-오리 1994, 수서-선릉 2003, 오리-보정 2004 등...)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선릉-죽전/보정 독립 운행. 분당선은 클래식한 철도가 전혀 없는 서울 동남부에 홀로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보니 위상이 굉장히 특이하다. 직결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직결 운행하는 광역전철도 아직 없으며, 죽전 이남을 제외하면 전구간 지하이고 번호가 아닌 별도의 노선명에다가 노란색이라는 분명한 색깔까지 갖고 있다 보니 광역전철이라기보다는 별도의 지하철 노선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 시설의 특이점: 굳이 힘들게 지하화할 필요 없이 안산선처럼 지상으로 건설할 수도 있었지만, 인근의 서울 공항의 보안을 위해 지하로 건설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승강장이 10량 기준으로 건설되었으나 10량 편성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 비고: 분당선은 남북으로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앞으로 북쪽 서울로는 왕십리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수원과 만나서 분당선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일반열차를 안 굴리기엔 아까운 노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분당선의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다 보면 지금과 같은 분당선만의 고립성과 노란 개성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8. 과천선
- 성격: 지하 신설 (사당-금정 1993)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과 직결한다. 사당 행보다 열차가 뜸하다.
- 시설의 특이점: 분당선하고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VVVF 전동차, 콘크리트 노반이 첫 도입되고 지하 구간의 교류 전기 시설이 첫 시도되던 때였다. 이때가 기술 발전의 과도기였기 때문에 열차의 구동음도 크고 주행 소음도 커서 전철이 시끄럽다고 욕 많이 얻어먹던 시절이었다. 과천선과 4호선의 연결을 위해 절연 구간도 모자라서 아예 통행 방향까지 바뀌는 남태령-선바위 꽈배기굴까지 생긴 사례는 유명하다.

9. 안산선
- 성격: 지상 신설. 안산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원래 경부선의 지선 성격으로 계획되었다. (금정-안산 1988, 안산-오이도 200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의 과천선과 직결한다. 안산 행과 오이도 행이 나뉘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도시 개발과 동시에 전철을 굳이 비싼 지하가 아닌 지상 고가 형태로 잘 건설한 사례이다. 안산선과 과천선이 연결되면서 4호선은 서로 다른 시기에 건설된 광역전철 둘을 연달아 직결하는 유일한 노선이 되었다. 한대앞 역부터는 수인선과 노선을 공유한다.

10. 일산선
- 성격: 지하 신설 (지축-대화 199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3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전동차는 대화까지 일산선을 다니는 열차와 그렇지 않은 열차 반반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서울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을 따르는 유일한 광역전철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지하철까지 광역전철을 따라 좌측통행인 반면(그래도 전기는 직류), 3호선은 반대로 광역전철이, 먼저 건설된 지하철의 스펙을 따라 주고 있다는 뜻이다. 남태령-선바위 병크를 경험한 정부 당국이 일산선을 건설하던 당시에 미리 시정을 명령한 덕분에, 꽈배기굴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 비고: 일산선은 중간 구간에 지상-지하 짬뽕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경의선과 비슷한 선형을 갖추고 있으나, 원당-삼송 쪽 굴곡 때문에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일산선은 서울 2기 지하철 계획과는 관계없이 건설되었다. 오히려 2기 지하철들과 같은 타이밍 때 연장된 구간은 분당선과의 연장을 위해 건설된 양재-수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3 08:36 2011/0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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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오피스의 역사

간단한 IT계 역사 메모부터 남기고 새해를 시작한다.

95: 최초로 100% 32비트 코드로 제작되고, 각종 UI에서 운영체제의 공용 컨트롤을 적극 활용함.
Caption bar에 검정-파랑 그러데이션이 있었고, Microsoft가 고딕+이탤릭이었음. 나름 non-client 영역의 painting을 95 특유의 방식으로 처리했으며, 이게 당대에 출시된 윈도우 95 프로그램들의 유행이 되기도 했다. 아직은 16비트 프로그램을 32비트로 단순히 포팅만 했다는 느낌이 강하던 시절.

97: 메뉴와 도구모음줄이 모두 자체 제작 컨트롤로 대체됨. flat style 도구모음줄 + 도구모음줄 아이콘이 병기되어 있는 메뉴가 유행이 됨. Office 길잡이가 최초로 도입됨!
내부 문자 체계가 유니코드(정확히 말하면 wide string)로 바뀜. 당대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이던 벡터 그래픽 라이브러리가 도입됨(3차원 그림자 등).
윈도우 NT 3.x를 지원한 마지막 버전.

2000: 오늘날 오피스의 근간이 된 기능이 많이 도입되었다. Windows Installer 도입. 최초로 프로그램들 아이콘이 프로그램별로 고유색을 지닌 픽토그램 형태로 바뀜.
Word는 MDI 형태를 탈피하고, Excel은 블록이 검은 반전색이 아닌 옅은 파랑으로 생기기 시작. Word의 Plus pack에 한양 PUA 기반 옛한글 입력기 제공.
두 줄로 걸친 Toolbar와 personalized 메뉴, HTML 도움말(97은 HLP 기반이었음!). 윈도우 95를 지원한 마지막 버전.

XP (2002): 메뉴와 도구모음줄이 회색 3D 모양을 탈피하여, MS스럽지 않은 산뜻한 비주얼로 탈피함. Task pane 도입. TSF 문자 입력 시스템 도입. 이때부터 MS 오피스는 윈도우 운영체제와는 별개의 자체 IME를 제공하는 게 관례가 됨.
GDI+를 사용하여 벡터 그래픽에 안티앨리어싱. Word는 불연속적인 블록을 여럿 잡는 게 가능해짐. 스마트 태그. Plus pack의 옛한글 입력기가 유니코드 표준 방식으로 개선됨.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개발 정책 변경으로 인해 이 버전부터는 이스터 에그가 완전히 사라졌다. 윈도우 98/ME/NT4를 지원한 마지막 버전.

2003: 윈도우 XP 기준으로 메뉴와 도구모음줄에 전반적으로 파란 비주얼. Word에 읽기 모드 view 추가. 리서치 탭. OneNote와 InfoPath라는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프로그램이 새로 추가된 것 외에 기존 Word, Excel 같은 프로그램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이 버전은 2004라고 불릴 수도 있을 정도로 꽤 늦가을에 출시되었다. 윈도우 2000을 지원한 마지막 버전.

2007: 맑은 고딕. 리본 인터페이스. 새로운 XML+ZIP 압축 기반 문서 파일 포맷 도입. Live preview 등, UI가 굉장히 많이 바뀜.
Word는 자체 수식 편집기가 추가됨. Excel은 편집 가능한 시트 크기가 더욱 커지고, 드디어 천연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됨. 97 이래로 큰 변화가 없던 벡터 그래픽 및 글자 꾸미기 라이브러리의 기능이 크게 향상됨. (PowerPoint의 화려한 비주얼에 일조)
서비스 팩 및 추가 패키지를 설치하면 ODF 읽기/쓰기와, PDF 저장도 프로그램 차원에서 자체 지원함.

2010: 드디어 x64 바이너리 출시. 그리고 또..?

Posted by 사무엘

2011/01/01 19:57 2011/01/0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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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rogramming Life

1.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동일한 입력기 커널을 공유하는 세 개의 프런트 엔드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터줏대감은 전용 에디터인 편집기이고, 실질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프로그램은 윈도우용 IME인 외부 모듈이다. 한편, 편집기처럼 실행되어 마치 IME처럼 동작하는 포인팅 장치 입력 유틸리티인 입력 패드도 지난 5.3 버전에서부터 추가되어 제 3의 프런트 엔드 구실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편집기’는... 프로그램을 만든 본인부터가 에디터로서 아주 유용히 사용한다.
차라리 외부 모듈은 디버깅 할 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운영체제의 기본 IME로 지정되어 있으면 파일을 고칠 수가 없어서 디버깅을 못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날개셋> 편집기는 어떤 점에서는 아주 답답하다. 가변폭 글꼴이 지원 안 되고 글씨 크기 조절도 안 되고, ClearType 렌더링이라든가 OpenType 스펙 등 오늘날의 모든 최신 타이포그래피 기술로부터 완벽하게 소외된 외딴 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날개셋> 편집기는 아주 작고 가벼우면서도 윈도우 95 이래 어떤 OS에서나 동일하게 유니코드 5.2 옛한글을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고 한글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우리집 안방 같은 공간이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어서 자화자찬 차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입력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텍스트 필터도 있고, 한글을 자모 단위로 찾고 입력기에다 넘겨주는 글쇠를 붙여넣는 것 같은 아기자기한 기능도 있다. 도스 시절 추억의 도깨비 한글 비트맵 글꼴을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예전에는 옛한글은 오로지 내장 글꼴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는데 5.3에서부터 임의의 조합 테이블과 추가 자모를 내장 가능한 자체 비트맵 글꼴 포맷을 제정함으로써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커널은 나름대로 글꼴도 독립을 이뤘다. 아래아한글 1.x와 비슷한 글월 입력 환경을 윈도우 환경에서 재현해 낸 것이다.

완전한 텍스트 에디터 엔진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한글 표현 방식이 어떻게 바뀌든 이 구조에 맞춰 엔진을 마음대로 내가 고칠 수 있다.
리눅스나 맥 OS에서는 이런 게 언제쯤 상륙 가능할까? ㄲㄲ

2.

지금까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당시엔 내가 방법을 전혀 몰라서 어려움을 겪던 고비가 몇 차례 있었다.
- 인스톨 패키지 만들기(2002~2003년): MSI 기반으로 완전히 해결
- 외부 모듈(2004~2005년): 3.x 초창기 버전 때 무수한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안정화 단계.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극소수 몰상식-_-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사소한 오동작 버그 신고가 올라오고 있음
- 64비트(2007년): 결국은 본인이 64비트 기계를 직접 장만하면서 지원에 성공.

3.

한 컴퓨터를 놔두고 세벌식 사용자인 본인과 두벌식 사용자인 지인이 같이 앉아 문서를 읽으면서 검토와 교정을 하고 있었다. 이때 복벌식 입력 방식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글자판 전환을 할 필요 없이 서로 자기에게 익숙한 글자판으로 자기가 수정하고 싶은 곳에서 바로 글자를 입력하면 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

이거 하니까 세벌식 관련 다른 팁이 또 생각난다. 세벌식 숫자 배열이 익숙한 분이라면, numlock이 켜져 있을 때 오른손 숫자 자리가 non-shift 자리로 내려오게 하면 엑셀 같은 데서 숫자 입력을 아주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는 가능하다.

4.

버전 5.53 내지 5.65쯤부터 추가되었지 싶은데, <날개셋> 편집기로 프로그램이 아닌 문서 창(MDI)의 시스템 메뉴를 보면 해당 문서 파일의 ‘속성’ 창을 바로 꺼내거나, 탐색기를 꺼내거나 전체 경로를 복사하는 명령이 있다. ‘파일 경로 복사’를 고르면 되는데, 지금까지는 진짜 말 그대로 파일의 경로가 텍스트 형태로 복사되어 메모장에서만 그걸 붙여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탐색기에서 Ctrl+V를 누르면 해당 파일 자체가 실제로 복사도 되게끔 프로그램을 고쳐 봤다. 메모장과 탐색기는 클립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기능은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며, 이렇게 하니까 아주 편하다. 5.8 버전에 이 기능이 반영되지 못해서 아쉽다.

5.8을 릴리즈한 후 현재까지 도움말의 오타 내지 로그인 화면· 아웃룩· vim 등에서의 사소하지만 쉽지 않은 외부 모듈 관련 버그가 몇 개 보고되어 있다. 하지만 다들 프로그램의 성능이나 안정성(죽는다거나-_-)과 관련된 건 아니다. MS IME의 소스를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이런 것까지 다 완벽하게 처리하는 버그 없는 IME란 제작 불가능하다. -_-

5.

다음은 <날개셋> 타자연습 이야기. 지금부터는 그림도 좀 곁들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도 실력 유지를 위해 타자 연습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주옥같은 연습글을 만들었다. 다음 버전에 추가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

공 병우 세벌식은 10년을 넘게 써도 한글의 위상을 끌어올린 정말 위대한 발명품임이 느껴진다. 그 반면 저 불편한 현행 두벌식 글자판은 어떻게 쓰는지 그걸로 빨리 치는 사람들이 대단하기 그지없다. 세벌식의 단점--기껏해야 글쇠 수 좀 많고 4단 쓰는 것--에 비해 두벌식의 단점은 훨씬 더 치명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존재하는 본인의 게임 점수판은 전부 ‘승리’(12단계 깨고 엔딩)이다. 본인이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건 2008년 말부터임.
<날개셋> 타자 게임은 과거의 한메 타자 베네치아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요즘은 한글 타자가 워낙 일상화했기 때문에 본인 말고도 엔딩 보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6.

끝으로, 10년 전에 만들었던 WordTech 엔진(컴퓨터 자동 대국 기능)을 요즘 완전히 새로 다시 짜고 있다. 스크린샷은 기존 WordTech와, 새 엔진(GUI를 갖다붙이지 않은 콘솔 프로그램)끼리 서로 검증 대국을 시키는 모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만들기 전엔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크로스워드 게임 엔진을 만든 바 있으나... 그 당시의 작품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적으로 개허접.. ㄲㄲㄲㄲ

요즘은 워낙 컴퓨터가 똑똑해진 덕분에, 굳이 이것보다 더 빠르고 메모리를 덜 쓰는 크로스워드 게임 엔진을 만든다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이번에 새로 짠 코드는 메모리 사용량, 계산량, lexicon의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코드의 깔끔함과 재사용성 등 모든 면에서 10년 전의 구닥다리 코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참으로 아름답다. ^^;;

사실, 이렇게 만들면 된다는 이론적 기반은 이미 수 년 전에 완성되었지만 <날개셋> 개발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서 지금까지 작업을 못 하고 있었을 뿐이다.
WordTech도 버전업 좀 하고 싶은데.. ㅠㅠ 컴퓨터과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무슨 과목으로든 프로젝트로 좀 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엔진 얹으면 버전 4.0으로 가는 건데.;;

콘솔은 만국의 공통 인터페이스이다 보니(표준 입출력 스트림^^), 엔진을 비주얼 C++뿐만이 아니라 오랜만에 DJGPP로도 컴파일해서 도스에서 돌려 봤다. 똑같이 32비트이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돌아간다. 지금도 DJGPP가 버전업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유하고 있는 건 무려 1997년에 설치한 버전. 혹시 bool 키워드가 지원되지 않나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지원한다.

10년 전에는 DJGPP의 그 느린 빌드 속도가 무척 거슬렸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전광석화. 별도의 도스박스 같은 에뮬뿐만이 아니라 그냥 윈도우 운영체제의 NTVDM에서도 잘 돌아간다.
단, printf의 포맷 지정자로 %c만 인식하고 %C는 인식하지 않는다. 대문자를 찍는다는 생각에 %X와 %x(16진수 숫자)를 구분하듯 습관적으로 %C를 지정해 줬는데 인식이 안 되더라. 뭐, 어차피 찍을 때 chCode+'A' 식으로 대문자를 지정하기 때문에 %c와 %C는 전혀 구분할 필요가 없고 %c만 지원해도 충분하긴 하다.

이상으로 본인의 programming life 잡설 끗.

Posted by 사무엘

2010/12/29 16:46 2010/12/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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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국대, 변 정용 교수

본인의 고향은 경주이다.
그리고 본인의 고향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은... 바로 동국 대학교 경주 캠퍼스이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시내로 가는 길이 시청과 경주 역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동국 대학교 정문을 경유하는 경로밖에 없어서 동국대 일대는 본인에게 아주 친숙했다. 아, 그러고 보니 동국대 경주캠도 정문 근처 아래로 중앙선 철길이 지난다. (야 신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 경로를 경유하여 경주를 순환하는 41번과 40번 시내버스가 경주의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같은 황금 노선이었다.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번호조차 바뀌지 않고 살아 있다.
내 기억으로 41이 일명 외선 순환, 40이 내선 순환 격이나 다름없는데, 서로 경로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서 별도의 번호가 부여된 것이지 싶다.

경주에는 경주대도 있다. 하지만 경주 시내에서는 꽤 멀리 떨어져 있고 본인이 거기 갈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이따금씩 좀 구경할 일이 생겼다.
왜냐고? 집에서 KTX 신경주 역까지 가는 길목에서 늘 경주대 입구를 경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주는 도시 크기에 비해서 고속철 지나지, 고속도로 있지, 중앙선 밤차 이용할 수도 있지.. 교통이 굉장히 편하다.

신경주 역은 경주 대학교보다도, 심지어 고속도로 경주 IC보다도 더욱 외곽에.. 거의 건천읍에 있다.
그래 봤자 본인의 서울 거처에서 연세대까지의 거리와, 경주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의 거리는 서로 아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대보다 신경주 역이 집에서 훨씬 더 멀리 느껴진다. 그 이유는 당연히 경주와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의 크기 차이와 대중교통 인프라의 차이 때문이다.
연세대는 지하철만으로 아주 손쉽게 갈 수 있는 반면, 신경주 역은 버스로 가려면 1시간은 잡아야 하고 현실적으로 택시 아니면 자가용이 답이다. 게다가 택시 타면 시외 구간이라고 할증 붙는다. -_-;;;

이래서 지방의 외곽에 세워진 고속철 역은 연계 대중교통이 절실하다. 그래도 신경주 정도면 고속철 초창기 계획에 애시당초 포함되었던 역이고, 경주 자체가 굉장히 작은 도시여서 외곽처럼 느껴질 뿐 절대적인 거리가 심하게 먼 건 아니다.
그러나 울산(울산 고속도로 타고 한참을...)이나 김천구미(구미 시내와는 아예 산으로 가로막혀 있고 김천 시내와도 그리 가깝지 않은..) 같은 역은 시내와의 접근성이 정말 안습하기 그지없다.
뭐 근본적으로 지금 고속철은 역을 너무 많이 만든 것부터가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흠 좀 쓸데없는 얘기가 길어졌으니 다시 동국대 얘기로 돌아오겠다.
잘 알다시피 경주에 있는 것은 동국대의 이원화 캠퍼스이고 본캠은 서울 중심부에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에 아예 '동대입구'라는 역이 있다.
본인은 경주캠에 있는 건 의대, 간호대, 관광학과 정도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거기도 나름 컴퓨터/전산학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거기에 변 정용 교수가 계시는데...;;
이분이 국어 정보학 바닥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한글 에반젤리스트이다.
아래의 짤방은 1996년 <세계로 한글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모습.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한글 예찬론자들의 문자관이 다 서로 일치하는 건 아니다.
자음은 왼손, 모음은 오른손으로 글자판 배열이 가능하다는 게 두벌식 사고방식으로는 대단한 발상이지만,
본인 같은 "세벌식 학파"-_-의 관점에서는 더 좋은 방식을 놔두고 겨우 저런 걸 자랑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본인은 이분이 의심의 여지 없이 서울캠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근무하시는 곳이 경주캠.
쉽게 말해 본인 고향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좀 과장 보태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계시는 국어 정보학자이다. 홈페이지는 여기... 동국대 소속답게 아주 독실한 불자이신 듯하다.
본인과 아는 사이인 분이어서가 아니고, 그냥 좁고 좁은 세상이 놀라워서 인물 탐방 블로그 포스트를 또 올리게 됐다. ^^;;
아주 옛날, 정부 과천 청사에서 글자판 전문 위원회 할 때 저분과 서로 대면한 적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8 09:10 2010/12/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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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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