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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 재현 기관사 (1923-1950)

간단히만 말하자면, 6·25 전쟁 초기에 군사 작전에 자진 참여하여 열차 운전을 맡았다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순직한 분이다.
그 작전이란, 특공대를 투입하여 당시 옥천 지역에서 실종되었던 미군 사단장인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한 후, 열차에 태워 모셔 오는 것. D-day는 1950년 7월 19일이었는데, 이때 대전은 북한군에게 일찌감치 점령당해 있었다. 서울은 개전 3일 만에 함락됐고, 국군은 대전까지 빼앗기고서 후퇴를 거듭했다. 남한의 수도는 부산으로까지 남하하려던 시국이었다. 그러니 이건 적진을 뚫고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좀 인용하자면,

다윗은 그때에 요새에 있었고 블레셋 사람들의 수비대는 그때에 베들레헴에 있었더라. 다윗이 애타게 바라며 이르되, 오 누가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내게 주어 마시게 할까! 하매
세 용사가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뚫고 나가서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길어 그것을 가지고 다윗에게로 왔으나 ... (삼하 23:14-16)

정도 되겠다.

그러나 성경 스토리와는 달리 이 미션은 비극으로 끝났다. 딘 소장도 못 찾았고 특공대는 전원 전사했다. 대전에 들어올 때도 북한군으로부터 기관총, 수류탄 등으로 공격을 받았고, 철수하고 나갈 때도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이때 김 씨는 가슴 관통을 포함해 전신에 8발의 총알을 맞고 절명했으며, 곁에 있던 기관조사 1명만이 겨우 살아남아 다친 몸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열차를 운전하여 대전을 빠져나갔다.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휴전 협정 후 귀환하게 된다.

사망 당시 김 씨는 아직 서른도 못 된 나이로 본인과 지금 동갑이었다. 생년과 몰년에다가 60만 더하면 딱 본인의 생년과 지금 연도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ㄷㄷㄷ;;
그러나 아주 일찍부터 이미 철도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20대 중반의 나이로 기관사가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이미 결혼하고 씨를 남긴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유족과 후손이 있다.

고인의 시신은 동료들에 의해 영동산 아래에 묻혔다가 휴전 후 다시 고향인 논산으로 이장되었다. 고인의 공적이 알려지면서 박 정희 정권 초기이던 1962년 12월, 고인이 순직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의 선로 인근(서울 기점 171.8km 지점)에 순직 위령비가 세워졌다. 경부선 대전-세천 사이 구간으로, 지금은 대전 동구 삼정동이다. 상행과 하행 선로 사이에, 지하철 용어를 쓰자면 ‘섬식 승강장’의 형태로 위령비가 놓여 있다. 일반인이 위령비에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다.

한동안 경부선 열차를 운전하는 후배 기관사들은 열차로 이 위령비 근처를 지날 때마다 기적을 울리고 거수경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1983년 8월, 이분의 업적이 다시 전국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그 해 10월에 고인의 유해는 철도인으로서는 최초로 서울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에 가면, 이분의 사진, 유품, 이분에 대해 보도되었던 신문 기사와 잡지 스크랩, 이분에게 추서된 상과 훈장 등이 죄다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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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위령비가 있는 곳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다음 위성 지도에서 딱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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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여기를 근성으로 직접 답사를 하신 분이 있어서 그분이 찍은 사진과 위성 지도 사진을 같이 소개한다. 사진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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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위령비
노랑 & 파랑: 지하철 차량 기지 건물
초록, 파랑, 분홍: 길 건너편의 병원 내지 요양 시설
정확하지 않은가?

위령비가 세워지던 당시에만 해도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이었으나...;;
거기에 대전 지하철의 동쪽 종점인 판암 차량 기지가 들어서면서 주변 지리가 확 바뀌었다.
지도를 보면, 서쪽부터 국도 4호선과 대전 지하철 차량 기지, 경부선 철도, 그리고 통영-대전 고속도로(경부 고속도로가 아님!)가 나란히 조밀하게 지나는 아주 흥미로운 지형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는 어찌 된 일인지 상행 선로와 하행 선로가 노반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위령비는 상행(대전, 서울 방면) 선로와 같은 높이에 있다.
철도 당국에서는 해마다 현충일이면 위령비를 청소하고 분향도 하는 모양이다.
한국 전쟁 당시에 순직한 철도 종사자가 김 재현 기관사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만, 국가적으로 이 정도로 주목을 받고 더구나 하필 위령비가 있는 곳에 지하철 차량 기지까지 건설된 게 참 이례적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아야 할 분이다.

참고로, 김 씨가 순직하기 1주일 남짓 전에는 다른 곳에서 전쟁과 관련된 철도 비극(뭐 철도만의 비극은 아닐지도)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건 놀랍게도 북한군의 소행도 아니다.
이리(현 익산) 역 하면 1977년 11월에 발생한 대형 화약 폭발 사고로 너무나 유명한데, 1950년 7월 11일엔 미군 폭격기가 이리 역을 시작으로 민간인들을 무차별 폭격해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미국 국기를 보고는 아군이라 확신하여, 대피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태극기 흔들고 환영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폭격기는 오히려 그들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조준 사격을 가하고 나중에 확인 사살까지 했다고 한다. 오폭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

물론 본인은 미군 철수 내지 반미 반전 이러는 애들을 굉장히 싫어하며, 북한군의 만행과 미군의 만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굳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솔직한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 “아 ㅆㅂ, 그땐 그냥 기분도 드럽고 해서 피아 안 가리고 폭격했다”고 미국이 답변한다고 해서 우리가 뭐 인제 와서 응징이라도 할 수 있나? 우리가 미국이 필요하지 미국이 우리가 필요한가? 그저 솔직한 답변이 듣고 싶을 뿐이다.
아무튼, 눈이 안 달린 총알 때문에 전쟁은 정말 많은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게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8 09:54 2010/12/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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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페르시아의 왕자(고전 게임)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논평을 한번쯤 쓸 법도 했을 것 같은데 그런 적이 없어서 또 잠시 글을 올린다. ㄲㄲ
뭐, 게임 자체에 대해서라든가 제작자인 Jordan Mechner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 놓은 다른 글이 인터넷에 넘쳐나니 알아서 검색으로 찾아보시고..
이 글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에 대해서 인터넷 상에 잘 언급되어 있지 않은 버그나 trivia를 열거하되, 1보다는 2를 더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전편인 페르시아의 왕자의 버그는 주로 게임 역학(mechanics)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 달리다가 방향을 바꿔 턴을 하는데 공중에 잠시 붕 뜰 수 있고 그 상태로 도움닫기도 가능한 것: 이 버그가 속편인 2에서는 수정되었고, 덕분에 두 칸 길이의 평지에서 도움닫기 점프를 하는 방법이 1과 2가 서로 다르다.
- 엎드렸다가 일어나면, 그 동안에 떨어지는 판자에 맞아도 HP를 잃지 않는 것: 상당히 괴악한 버그이다. 2는 그냥 엎드리고 있으면 HP를 잃지 않게 바뀐 반면, 1은 그냥 엎드리고 있으면 HP를 두 칸이나 잃는다.
- 도움닫기 점프의 후반부인 포즈일 때는 아직 덜 열린 철문을 그대로 통과 가능한 것: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버그였으나 2에서는 고쳐졌다.
- 특이한 경우에 벽을 뚫고 전혀 다른 방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것: 그냥 1의 게임 엔진의 버그로, 2에서는 이런 것들이 거의 사라졌다. 1의 경우 본인는 level 2과 12에서 그런 버그를 알고 있으며, 일부는 인터넷에 공개도 되어 있다. 내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정도이면 남도 이미 다 알고는 있더라.

페르시아의 왕자 2는 게임 스케일, 그래픽, 사운드 등 모든 면에서 전편보다 월등히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러나 게임 역학을 넘어서 레벨 내지 게임 로직 차원의 황당한 버그도 여럿 있었다.
심증이 물증으로 굳어진 건, 중학교 시절에 친구 집에서 내가 해 본 것과는 뭔가 다르게 동작하는 페르시아의 왕자 2를 딱 하나 발견하고부터였다. 이건 아무래도 버그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온 것들이 다 고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건 ‘버그 패치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후로 본인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각종 고전 게임 자료실에서는 ‘버그 패치판’ 페르시아의 왕자 2를 결코 구하지 못했다.
오리지널과 버그 패치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이제부터 스크린샷으로 보여주겠다.

1. level 6
동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하늘 나는 양탄자를 타면, 낡은 궁전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그런데, 궁전으로 들어가면 바로 다음 첫 화면에 다음 레벨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열려 있다!” 그래서 level 6은 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skip 가능하다. 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그 패치판’은 이 버그가 고쳐져서 게이트가 닫힌 채로 게임이 시작된다.

2. level 10
낡은 궁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말을 타면, 붉은 궁전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아래의 스크린샷은 level 10을 클리어하기 직전의 모습인데, 정석대로라면 굉장히 먼 길을 돌아서 이 방의 오른쪽에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다. 오른쪽에 있는 철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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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름길을 잘 선택하면, 이 방의 위에서 발판을 부숴 떨어뜨려서(그림에서 부서진 바닥이 있는 곳) 게이트를 개방한 뒤, 아래로 내려와서(그림에서 왕자가 있는 곳) 레벨을 굉장히 쉽게 클리어 가능하다.
‘버그 패치판’은 레벨이 바뀌어서 게이트 개방만 가능하고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저렇게 바로 내려가지는 못하게 바뀌었다.

3. level 12
정체를 알 수 없는 횃불검이 중간에 나오기도 하는 굉장히 길고 어려운 레벨이다. 그런데, 이 레벨에도 지름길이 있다. 지름길의 끝자락에 있는 어느 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약이 있는데, 이 물약을 마시면 물병에서 갑자기 웬 난쟁이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얘는 화면 오른쪽 끝으로 걸어가면서 왕자가 통과할 수 없는 철문까지 통과하고(덩치가 워낙 작으니까), 그러면서 철문 너머에 있는 다음 단계 게이트를 “열어 준다.” 이걸로 게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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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전편 페르시아의 왕자 1에는 level 8에서 공주가 보낸 생쥐가 철문을 열어 주는 것 같은 기믹을 보는 느낌이다. 저런 걸 왜 넣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버그 패치판’에는 이렇게 쉽게 level 12를 클리어하는 방법이 없어졌다. 아마 난쟁이의 진행 경로에 게이트를 여는 버튼 자체가 없어졌던 것 같다.

4. level 14
최종 보스인 Jaffar와 싸우는 레벨이다. Jaffar를 죽이기 위해서는 왕자의 자기 육신이 아니라 불을 먹은 영혼을 꺼내서 싸워야 한다. 마법사를 죽이겠답시고 그에게 맨몸으로 접근해서 칼을 뽑으면 그 순간 아래의 그림처럼 칼을 빼앗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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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칼만 빼앗기는 걸로 끝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명백한 버그임을 알 수 있다.
‘버그 패치판’에서는 저랬다가는 왕자는 칼을 빼앗긴 후 곧바로 Jaffar에게 끔살 당한다. 이게 원래 의도했던 시나리오일 것이다.

여기에 버그가 또 있으니 설명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왕자는 붉은 궁전 스테이지와 그 이후부터는 방향을 앞뒤로 트는 동작을 반복하면서(좌우 화살표 교대로) 자기 영혼을 꺼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HP를 8이나 잃는다. 그리고 Jaffar를 죽이는 에너지 장풍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HP를 또 2 잃는다. 자기 생명력을 투자해서 적을 공격하는 셈이며, 기회는 사실상 한 번밖에 없다. 그러니 잘 쏴야 한다.

그런데 장풍이 빗나가서 Jaffar가 맞지 않은 채 HP가 2 이하가 되면, 왕자는 장풍을 쏠 수 없고 다시 시커멓게 된다. 영혼 주위로 퍼런 불꽃이 일 때는 Jaffar가 왕자를 피해 도망갔지만, 시커멀 때는 반대로 Jaffar가 왕자를 찾아와 죽인다. 쫓는 위치이다가 다시 쫓기는 신세로..

그래서 ‘버그 패치판’은 체력을 보충할 수 있게 저런 곳에 물약이 서너 군데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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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판은 그런 게 없다.

혹시 ‘버그 패치판’에 속하는 페르시아 왕자 2를 보유하고 계신 분은 본인에게 연락해 주기 바란다. 본인은 대학 진학 후에 한 번도 못 봤다.
그리고,

5. 랭킹
페르시아의 왕자 2의 Hall of Fame은.. 남은 시간이 오름차순으로 배열된다. 즉, 깨는 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어 적은 시간을 남긴 사람이 상위에 오른다는 뜻이다! 이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_-;;;

6. 내레이션
페르시아의 왕자 2는 게임 스토리를 설명하는 모든 대사에 음성 내레이션이 추가되었다. 사운드 카드 우왕ㅋ굳ㅋ
그런데 아래 대사의 음성 내레이션을 들어 본 분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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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게임 직후부터 60분 시간제한이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2는 스토리 설정상 level 4에서 죽었을 때, 아니면 level 5에서부터 무조건 75분 시간제한이 시작된다.
스크린샷은 그 시간제한이 시작되기 직전에 잠깐 등장하는 컷씬의 한 장면인데...
Prince, your bride is dying.
(When the last leaf falls, all will be lost.)
Waste no more time. Come to me!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따 온 설정임이 분명하다. ㄲㄲ
내레이션이 나오지 않는 PC 스피커 모드일 때는 ( ) 안의 대사도 정상적으로 출력된다.
그러나 사운드카드로 내레이션을 들을 때는 ( ) 안의 대사는 내레이션 없이 0.n초간 떴다가 곧바로 다음 대사로 바뀐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게임 개발 당시에 저 대사에 대한 성우의 내레이션이 제품 출시일까지 준비가 안 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운드카드를 쓸 때는 내레이션이 없는 대사를 슬쩍 제껴 버린 것이다. -_-;;
‘버그 패치판’도 여전한지는 모르겠다. 페르시아의 왕자 2엔 이런 옥의티도 있었다. ^^

※ 기타 잡설

1. 게임 개발자뿐만이 아니라 방송인 내지 영화감독 기질이 다분한 조던 메크너는 게임에도 스토리, 기믹, 아기자기한 시스템을 아주 중요시하는 것 같다. 닥치고 쏘고 부수기만 하면 장땡인 타입이 아니다. 이 점에서 그는 존 카맥보다는 존 로메로 스타일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로메로 같은 먹튀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1에서 생쥐가 닫힌 철문을 열어 준다거나 영혼이 분리되고 합체되는 것, 그리고 2에서도 영혼이 불을 먹는 것... 거 참 메크너의 세계관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 모르겠다.

2. 페르시아의 왕자 1은 퍼즐이 간단한 편이고 중간에 HP를 전혀 잃지 않고 엔딩을 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2는 그렇지 않다. 전투 요소가 굉장히 강화되어 적과 싸우다가 HP를 잃기가 훨씬 더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특히 나중에 영혼을 꺼낼 때 어마어마한 양의 HP를 잃기 때문에, 3으로 시작하는 HP를 최대 한계치인 12까지 올리는 건 필수이다. 마지막 레벨에 도착하기 전에 차근차근 해 놔야 한다.
게임 중에는 두 층 낙하처럼 HP를 무조건 잃지 않으면 안 되는 곳도 있는데(다른 우회 경로도 없이!), 본인 생각에 이건 게임으로서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3. 1과는 달리 2는 레벨 안에 클리어로 가는 길이 여러 곳이 있는 경우가 있다. HP를 늘려 주는 물약을 먹기 위해서는 지름길이 아니라 먼 길을 돌아 가야 하기도 한다. 좋은 예가 첫 동굴 스테이지인 level 3인데, 가까운 길과 먼 길, 그리고 엄청 먼 길이 있다. 지름길은 HP를 늘릴 수 없으며 먼 길을 가면 HP를 1만 늘릴 수 있지만 엄청 먼 길은 힘든 대신 HP를 2개 늘릴 수 있다. level 3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또 결정적으로 아직 시간 제한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 반드시 제일 먼 길로 가서 HP를 늘려 놓는 게 좋다.

4. 1과 2 모두 시간 제한 타임머신이 있어서 level 4까지는 그대로 skip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남은 시간이 15분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그 상태로 게임을 제대로 진행할 수는 없다.
1의 경우, 변태적인 타임 어택과 버그 exploit까지 이용하면, level 4 + 15분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고도 엔딩을 볼 수가 있었다...;; ㄷㄷㄷㄷ;;;
그러나 2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 각종 버그들이 잡히기도 하고 레벨들도 월등하게 길고 복잡해졌으며, 또 1과는 달리 적을 싸우지 않고 회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5. 마지막 붉은 궁전 스테이지는 배경으로 횃불 대신 촛불을 볼 수 있는데 난 저것만 보면 이 음반이 생각난다. Derric Johnson의 크리스마스 아카펠라. Christmas in Velvet.
배경이 무척 비슷하지 않은가?
페르시아 왕자 2를 심상 면에서 아랍 문화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리마스와 연결해 주는 매개채이다.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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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12/06 18:04 2010/12/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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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도로의 커브

교통수단이 지나다니는 길은 도로든 철도이든 곧은 것이 건설하기도 쉽고 고속 통과도 가능하니 여러 모로 좋다. 하지만 산이나 강 같은 지형상의 이유로, 또 사람이 사는 지역을 이곳저곳 경유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굴곡이 생긴다.

그리고 철도야 가능한 한 최대한 곧게 건설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사람의 수작업 운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도로의 경우, 과속과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일부러 커브를 좀 만들기도 한다. 커브의 크기와 간격은 그 도로의 설계 제한 속도에 의거하여 정해진다.

핸들을 한쪽으로 꺾은 채로 차를 몰면 차는 원운동을 한다. 그 특성상, 도로의 커브를 나타낼 때도 커브의 궤적이 이루는 가상의 원의 반지름으로 표현한다. R300이라고 하면 커브의 굴곡이 반지름이 300m 되는 원의 호와 같은 급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숫자가 작을수록 급커브가 된다. 너무 급격한 커브는 차량이 빨리 통과하기 힘들며,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자동차의 경우, 주행 중에 커브를 도는 정도를 넘어 주차를 할 때라든가 차의 방향을 돌릴 때는 가히 R 값이 10도 채 안 되는 극단적인 코너링을 하기도 한다.
그 반면 철도 차량은 자동차보다 덩치가 큰 만큼 훨씬 더 큰 회전 반경이 필요하다. 국내의 대형 전동차의 최소 회전 반경은 40~80m가량으로, 이런 선로는 차량 기지 내부에서 차의 방향을 돌리는 고리에서나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종각-시청 사이는 극악의 90도 드리프트 구간으로 철도 동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회전 반경은 겨우 R140. 동아일보 사옥을 피해 가느라 이렇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 전동차는 시속 겨우 30~40km밖에 내지 못하고 거친 쇳소리를 내면서 무척 힘겹게 커브를 돈다. 지하철로 이 구간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 주변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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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의 동작 대교 북단도 인근의 아파트를 피해 가느라 R200의 급커브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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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의 마장-답십리, 그리고 김포공항 역 일대도 급격한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구간이며, 신길 역은 1호선과 5호선 모두 승강장 자체가 곡선이다.

지하철 말고 일반열차가 달리는 철도의 회전 반경은 선형이 좋은 구간은 1000~1200대이고, 굉장히 열악한 곳이 400~600 정도 된다고 한다. 굉장히 열악한 곳이 어딘지를 묻는다면 호남선의 서대전-논산 같은 구간. 특히 개태사-계룡이 ‘킹왕짱’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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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반지름 400m짜리 원에 정확하게 맞게 떨어지더라. ㄲㄲㄲ

열차가 커브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의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선로 노반 자체를 커브 바깥쪽이 더 높게 건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 높이 차이를 철도 업계에서는 캔트(cant)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값을 너무 높게 주면 승차감이 떨어지고, 고속과는 반대로 동일 구간을 저속으로 통과하는 완행 내지 화물 열차가 커브 안쪽으로 전복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커브를 돌 때 선로가 아니라 열차 객실을 기울여서 무게중심을 조정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갖춘 열차를 바로 틸팅(tilting) 열차라고 한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유리할 거라고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곧은 길인 경부 고속선의 회전 반경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속철은 가히 세계구급 클래스로 건설되어 있다. 무려 R7000이며, 늦게 건설된 만큼 이 정도로 품질 좋은 선로는 세계 어느 나라 고속철에도 뒤지지 않는다. 설계 속도가 괜히 시속 350km로 설정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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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2차 개통 구간인 신경주-울산 사이가 그나마 고속선 중에서 급커브에 속한 구간인데, 여기조차도 반지름 7km짜리 원의 궤적과 정확히 포개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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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두 사진은 경부선 KTX와 호남선 KTX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므로 눈여겨보시라. 시속 300으로 달리는 곳과, 시속 100도 낼까말까인 곳의 차이이다. 전자는 경부 고속선 중에서 유명한 곡선 교량인 대전-천안 사이의 풍세교 구간이며(고속철의 로망!!), 후자는 호남선에서 악명 높은 저 최악의 곡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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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KTX 한 편성의 길이는 거의 380m에 달한다.
코레일에서 KTX를 광고할 때 뭔가 빠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고속선 고가 구간을 보여주고, 친환경적이고 인간-_-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꼭 호남선 커브 구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이제 나는 4월 1일 하면 만우절보다도 2004년 KTX 1차 개통일이 먼저 떠오른다. 철덕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5 08:24 2010/12/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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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그리고 수학의 정석

최 불암이 학교에서 <수학의 정석> 책을 주워 왔다.
그는 책을 주인에게 찾아 주려고 교내에서 방송을 했다. "수학의 정석 책을 어디어디에서 습득하였으니 잃어버리신 분은 와서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설정상 최 불암은 교사였던 듯)
그런데 하루를 기다렸는데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다시 방송을 했다. "책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주인이 누군지 아니 빨리 찾아가세요."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어서 최 불암은 그 이튿날, 마이크를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홍 성대! 너 책 빨리 안 찾아갈 거야?"

.
.

본인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수학의 정석> 실물을 접하기 전에, 초딩 시절 이 개그를 통해서 그 이름도 유명한 홍 성대 씨에 대해서 존함을 듣게 됐다. 삼류만화 패밀리에서는 그가 정석교 교주로 묘사된 바 있다. "싸인과 코싸인과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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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수분해..!!
대충 저런 만화 되시겠다. ㄲㄲ 출처는 작도닷넷의 삼류만화 아카이브.

홍 씨는 서울대 수학과 재학 시절이던 무려 1960년대 중반에 <수학의 정석>을 집필하여, 본인의 지금 나이 때 이미 백만장자가 되었다. 수학 과외를 뛰다가 자기가 직접 책을 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서울대 수학과라는 것만으로도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인 데다, 그 나이에 벌써 떼돈까지 벌었으니 공부 더 계속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ㅜ.ㅜ 30도 안 된 나이에 수학 교재를 집필할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 그때 자기는 정말 여간 똘끼가 충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한다고 한다.

<수학의 정석>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돼 있다.
워낙 크게 성공한지라 이분은 1981년에 전주에 상산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나중엔 모교인 서울대에다가도 건물까지 한 채 지어 기증했다. 정석의 힘.. ㄷㄷㄷ;;

슬하에 딸이 있다. 따님은 서울대 수학과 박사를 마친 후 고등 과학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수학과 교수가 되었다. =_=;; 물론 부친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채용된 거라는 게 서울대 측의 설명이다.
서울대 수학과 박사 -> 고등 과학원 -> 교수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건 퍼즐 관련 저술과 온라인 활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경남대 박 부성 교수도 동일하게 거친 진로이다. 가히 브레인들..;;

아울러, 따님의 사위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 출신이니, 이 정도면 그야말로 뼛속까지 수학 덕후 가문. 저런 분들에 비하면, 코레일 기관사 철덕 커플은 아주 평범한 정상인이고 양반일 것이다..
수학자라고 해서 설마 진짜로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라고 기도를 할-_-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어떤 점에서 덕후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의 유명한 조크에 단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양 한 마리를 보았다. 그러자 천문학자가 말했다.
"그것 참 신기하군.  스코틀랜드 양들은 죄다 검은색이잖아?"
물리학자가 천문학자의 말을 반박했다.
"그게 아니야.  스코틀랜드산 양들 중에서 일부만이 검은색이라 해야지."
이들의 말이 한심하다는 듯, 수학자는 하늘을 잠시 쳐다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린 거야. 스코틀랜드에는 적어도 몸의 한쪽 면 이상의 면적에 검은 털이 나 있는 양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 방목되고 있는 들판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고 해야 말이 되는 거라구!"


그만큼 수학을 하는 사람들은 뭐든지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만 표현하는 엄밀한 용어를 쓰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사고 체계가 그런 쪽으로 철저히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진술을 명제라는 형태로 받아들이고 for all, given, such that, at least 같은 표현과, lemma, definition, theorem 같은 용어를 좋아한다. 저건 굳이 수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이공계 출신이기만 해도 충분히 수긍이 갈 것이다. 미분 귀신, 적분 귀신 개그류와 더불어..;; ㄲㄲㄲ
설마 홍 성대 씨가 자녀 가정 교육도 저런 식으로 시켰을까?? ^^;;

영어는 교육 과정이 유행을 많이 탄다. 단적인 예로 성문 종합 영어는 오늘날에 옛날 정도의 인지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학은 정말 왕도가 없고 절대불변 보편적인 진리를 다룬다. 성경과 비교했을 때, 수학은 선악이라든가 영적인 가치가 없는 진리라는 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정석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게 아닐까 한다. 수학에는 다른 과목들이 넘볼 수 없는 '포스'가 있다.

그래서일까? 각종 매체에서 학교의 수학 선생은 인간미가 없고 뭔가 정상이 아닌 무지막지한 이미지-_-로 묘사되어 있다.
한 10년 전 PC통신 시절에 히트 쳤던 박 상욱 씨의 <구타교실>1)이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 백정 구타 기계인 똥행패 선생은 체육 선생이 아니며 하다못해 과학 선생도 아니다.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래의 그림은 이 소설을 만화화한 <구타닷컴>2)의 표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똥행패가 어떤 인간인가? 빠따를 때리며 손에 전해져 오는 감촉만으로도 바지 원단의 재질은 물론 엉덩이의 두께까지 파악해 내는 구타 컴퓨터가 아닌가. ㄲㄲㄲㄲ (소설 중에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주인공의 담임 선생이 왜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었겠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수학과는 달리, 삐딱 나간 제자를 교화하고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내가 아는 한 언제나 음악 선생이다. 도덕 선생도 아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코러스>, <홀랜드 오퍼스>가 좋은 예이며, <구타교실>에서도 그나마 정상인인 여선생은 음악 선생으로 나온다. ^^;; 이렇듯 각 과목에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색깔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요즘 교사 임용 시험 경쟁률이 살인적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영어는 워낙 잘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으며, 암기 위주인 과목들도 다들 달달 외우면서 피튀기게 경쟁하다 보니.. 특히  TO가 적은 마이너 과목들은 실수로 한두 개 틀리면 바로 떨어지고, 실력이 아니라 국가 유공자 가산점 빨로 당락이 결정될 정도라고 한다. 직업으로 치면 마치 식당이나 택시 기사처럼, 진입 장벽도 낮고 망하기도 쉬운 그런 직종 같다.

그러나 수학은? TO가 많으나 과목 자체가 워낙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까놓고 말하자면 100점 만점에 6, 70점만 넘어도 안정된 합격권이라고 들었다. 정말로 실력으로 진검 승부가 가능한 순수 머리 싸움 과목이다. 그런데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라고 해도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미적분을 술술 풀어내는 건 아니니, 이것도 흥미로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둘은 서로 다루는 분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올 경시와 공모가 다른 것만큼이나 서로 다를 것이다.

지금 정석 책 다시 꺼내서 공부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홍 성대 같은 분 완전 부럽.. ㅜㅜ 하지만 매체에서 수학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묘사되어 있는 음악도, 근간을 이루는 이론을 파고들어 보면 수학적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게 역설이라 하겠다. Looking for you 분석하면서 이런 거 많이 생각해 봤는데... 먼 미래에 기회가 되면 글로 또 다루도록 하겠다. ㅋㅋㅋ

Notes:
1)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재미를 북돋웠던 PC 통신 소설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앞서 언급한 <구타교실>이고 또 하나는 <환상의 테란>. 후자의 경우는 스타 1.08 패치가 나오면서 일종의 현실화까지 되었다. 그런데, 프로게이머 중에 변 형태라는 선수가 등장할 줄이야! (똥행패의 본명)

2) 교실이 닷컴으로 바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 당시가 한창 닷컴 기업 vs 굴뚝 기업 운운하면서 개나 소나 닷컴 붙이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어서...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2/03 08:52 2010/12/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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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고리즘 얘기.
정보 올림피아드 공부를 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제목에 등장한 용어가 아주 친숙할 것이다. 앞으로 LIS라고 줄여 일컫겠다.

어떤 수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열돼 있으면, 그 배열 순서를 유지하면서 크기가 점진적으로 커지는 가장 긴 부분수열을 추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가령, {3, 2, 1, 4, 5, 2, 3, 5, 3, 6, 4} 같은 수열이 있으면
1, 2, 3, 5, 6이 가장 긴 solution이 된다. {3, 2, 1, 4, 5, 2, 3, 5, 3, 64} OK?
정렬만큼이나 알고리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문제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다이나믹 프로그래밍(동적 계획법)을 적용한 O(n^2)의 시간 복잡도로 풀 수 있다. 작은 set에 대한 답을 구한 뒤 그 결과를 저장해 놓고, 그 set의 크기를 차츰 키우면서 작은 solution들을 종합하여 최종 solution을 구하는 방식.

매 원소에 대해서 자기까지 왔을 때 존재 가능한 subsequence의 최대 길이와, 그 subsequence 상에서 자기 앞 원소의 위치를 적어 놓는다. 그러면 다음 원소 차례가 됐을 때는 자기 앞 원소들을 일일이 탐색하여, 자기보다 값이 작으면서 잠재적 subsequence 길이가 최장으로 설정되어 있는 원소에다 자기를 연결해 놓는다. 물론 자기의 subsequence 길이는 1 증가시켜 놓고 말이다.

오프셋 0 1 2 3 4 5 6 7 8 9 10
n 3 2 1 4 5 2 3 5 3 6 4
LIS길이 1 1 1 2 3 2 3 4 3 5 4
이전오프셋 -1 -1 -1 0 3 2 5 6 5 7 6

위와 같은 표가 완성되고 나면, 그 후 개수가 5로 가장 큰 9번 오프셋부터 시작하여 이전 참고 위치를 따라 역추적을 하면 LIS가 구해진다.

그런데 이걸 구하기 위해서 꼭 O(n^2)이나 되는 계산량이 필요할까?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은 없을까?
답은 ‘있다’이다. 물론 메모리 복잡도도 아까처럼 O(n)으로 완전히 동일하고 말이다.
이 새로운 알고리즘은 역시 길이가 n인 버퍼에다가 작업을 하는데, 버퍼의 용도가 아까와는 살짝 다르다.

이 버퍼 A[i](1<=i<=n)의 의미는, 길이가 i인 LIS를 구한다고 쳤을 때 존재 가능한 가장 작은 LIS 마지막 원소(와 그 원소의 위치)이다. 즉, 이 버퍼는 구해진 LIS의 길이만큼만 사용된다.

위의 예제 수열에서 매 원소가 들어올 때마다 버퍼는 다음과 같이 바뀌게 된다. 뒤에 새로운 원소가 추가되거나 이미 있는 값의 업데이트만 발생하지(O(1)), 배열 원소들을 전부 하나씩 밀어야 하는 삽입이나 삭제(O(n))가 발생하지는 않음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3: 3
2: 2
1: 1
4: 1 4
5: 1 4 5
2: 1 2 5
3: 1 2 3
5: 1 2 3 5
3: 변화 없음
6: 1 2 3 5 6
4: 1 2 3 4 6

즉, 버퍼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각 길이별로 가장 작은 수일 뿐이다. 그러나 버퍼가 가리키는 순서대로 배열을 참조하면 수열이 언제나 오름차순, 즉 정렬이 돼 있다는 게 보장된다.
최소값을 갱신할 위치를 찾는 것은 이분 검색(binary search)으로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작업이 O(n^2)에서 O(n log n)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O(n log k)(k는 LIS 길이)이니 더욱 빠르다. worst case로 증가 수열을 만들 수가 없는 내림차순 수열을 던져 주면, 거의 O(n)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금방 실행이 끝난다는 뜻이다.

물론, 이 버퍼에는 각 길이별로 가장 작은 증가 수열을 구하는 힌트만 들어있을 뿐, 가장 긴 LIS를 추적하는 정보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추적 순서는 역시 별도의 배열에다 따로 보관해 놔야 하며 이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심심하신 분은 이 알고리즘을 직접 코딩해 보기 바란다.

정보 올림피아드를 공부하던 시절엔 이런 유형의 문제도 재미있었다. 뭐, 본인은 머리싸움에 쥐약인 타입인지라 경시 부문에서는 별 재미를 못 보고, 대박은 공모 부문에서 다 냈지만 말이다.

- 양수와 음수가 뒤섞인 n개의 수열이 있을 때 합이 가장 큰 구간을 O(n) 시간 만에 구하기
- 위와 비슷한 예로, 0.x와 n.x가 뒤섞인 n개의 수열이 있을 때 곱이 가장 큰 구간을 역시 O(n) 시간 만에 구하기
- x*y 2차원 배열이 있을 때,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가장 넓은 면적을 구하기 (1999년도 IOI의 공항 건설 부지 찾기 같은)

알고리즘이라는 게 OR(operations research)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선형 계획법, 동적 계획법 같은 개념도 원래는 그 분야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용어에서 그다지 전산학적인 어원은 찾을 수 없다.
덧. algorithm인데 왜 다들 알고리듬이라고 적지 않고 알고리즘(=algorism?)이 보편화해 있는 걸까?

Posted by 사무엘

2010/11/30 09:00 2010/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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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2차 개통 관련 심층 분석

지난 11월에 끝난 고속철 2단계 공사의 의의는 첫째 동대구-부산 신선의 개통, 그리고 기존 고속선 구간 사이의 중간역(김천구미와 오송)이다.
특히 이번 신규 개통은 20km에 가까운 부산 시내를 죄다 지하 터널로 통과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서울 쪽은 KTX도 광명 역까지 거의 20km를 기존 경부선으로 천천히 달리는 반면, 부산에서는 곧바로 신세계가 펼쳐지게 됐다는 뜻이다.

과거 경부선 대구-부산 기존선상에는 KTX 정차역으로 밀양과 구포 역이 있었던 반면, 고속신선에는 경주와 울산 역이 개통했다. 2차 개통 후에도 '일부' KTX는 현행처럼 밀양과 구포를 지나는 열차가 유지된다.

※ 선로 용량 문제

이번 2차 개통을 계기로 KTX가 예전보다 더욱 증편되었는데, 문제는 KTX가 전국의 (거의) 모든 열차들과 합류하는 금천구청 역(구 시흥 역) 이북 구간은 선로 용량이 이미 극도의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했다. 아예 금천구청 이북 구간을 다니지 않는 광명 시종착 KTX와 영등포 정차 및 수원 시종착 KTX.

광명은 처음에 시종착역으로 의도되었던 역이었다고 치지만 수원 시종착은 뜻밖이다. 과거 전동차가 시종착하던 시절에는 평면교차 때문에 악명 높았던 그 역에 KTX가 다니고 시종착까지 하게 될 줄이야. 영등포 역이 셔틀 전동차의 시종착역이 되었듯이 수원 역도 제한적이나마 시종착역의 지위를 얻었다.

사실, KTX가 영등포 역에 정차하는 것은 선로 용량의 확보에도 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모든 열차들이 순차적으로 한 역에 정차하면 괜찮은데, 통과 열차가 존재하여 대피와 추월이 필요할 경우, 그 시간대의 앞뒤로 다른 열차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월 예정인 후속 열차가 지연을 먹고 있다면, 대기하던 열차들까지 연좌제로 줄줄이 지연되어야만 하게 된다.

시흥 이북뿐만이 아니라 대전과 대구 일대에서도 아직은 KTX와 일반열차들이 기존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대구-동대구 사이는(하행 기준) 내가 열차를 타 본 경험상, KTX와 일반열차 가릴 것 없이 주말엔 열차가 신호 대기 때문에 정지 서행을 안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새마을호야 KTX를 기다려 주느라 멈춰선다고 치는데, 우선순위가 최상위인 KTX는 도대체 왜 멈추냐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대전과 대구의 고속철 시내 통과 구간이 빨리 완공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열차의 주행 속도만 더 빨라지는 게 아니라, KTX와 일반열차들 사이의 신호 대기와 정체· 서행이 없어짐으로써 정시성도 더욱 올라갈 것이다.

이로써 경부선 KTX는 이제 전구간 신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전-서울은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구-부산을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이렇게 세 계보가 존재하게 됐다. 영등포 역은 이제 일부 KTX를 취급하게 됐지만 여전히 고속신선 주행 KTX를 취급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번 2차 개통에서 호남선 노선이 바뀐 건 없다. 오히려 일부 열차가 오송 역에도 정차하다 보니 평균적으로 더 느려지기만 했을 것이다.

※ 경주 역과 울산 역

경부 고속철 2차 개통의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은 곳은 단연 경주와 울산이라 할 수 있다.
새마을호로 무려 4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경주가 단 2시간(optimal한 경우, 이론상 1시간 56분)대로 좁혀졌으니, 비록 운임이 매우 비싸고 역이 시내에서 꽤 멀다 해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경주 역에서 대구까지 가서 KTX로 환승을 하는 경우, 경주-대구 기존선 열차의 주행 속도가 워낙 느려서 시간 메리트를 상당수 까먹는다.)

경주의 경우 기존 동해남부선 경주 역은 그대로 있으면서 고속철 역은 신경주 역이다.
그 반면, 울산은 기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태화강 역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고속철 역이 울산 역이 됐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조치가 취해졌냐 하면 잘 알다시피 두 역의 미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 전철화와 이설 공사가 모두 끝나면 기존 경주 역은 "없어진다." 그 일대 선로가 죄다 시 외곽으로 이설되기 때문이다. 없어질 역에다 '서라벌'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투자를 또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때서야 신경주 역이 KTX뿐만이 아니라 동해남부선상의 일반열차까지 취급하는 통합 경주 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 타이밍은 호남 고속철의 개통이라든가,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고속신선의 개통과 비슷한 시기일 것이다.

울산은 좀 사정이 다르다.
고속철은 경부 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울주군 언양읍 일대를 지나면서 울산 서쪽 변두리만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기존 울산 역(태화강 역)은 바다와 가까운 동쪽 끝에 있고 사실은 울산 공항도 동해남부선 호계 역 근처이니까 동쪽이다. 둘은 서로 워낙 멀기 때문에 서로 따로 놀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이다. 실제로 KTX 개통 후에도 울산 공항은 예상한 것만치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KTX의 개통으로 인해 근 20년 가까이 운행되어 온 서울-경주(포항, 울산, 부전 행) 새마을호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동대구-부전 새마을호로 강등임. 이미 서울-부전 밤차 무궁화호도 행선지가 부산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옛 경주 역은 중앙선 테크를 타는 소수의 청량리, 강릉 행 열차를 제외하면 대구, 포항, 부전 행의 근거리 열차밖에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은 새마을호와 KTX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편하게 타고 싸고 좌석 캡 편하지만 느린 새마을호 vs 멀리서 타고 비싸고 좌석도 불편하지만 일단 타면 졸라 빠른 KTX
거의 1시간에 1대꼴로 신경주 역에서 서울, 울산, 부산 행 KTX가 정차해 주고 있는데 하루 네댓 번 있던 서울 행 새마을호를 살려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경주· 울산과의 재미있는 대조군으로는 대구가 있다. 대구는 대구 역보다 반세기도 더 늦게 생긴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훨씬 더 커지고 KTX 정차역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대구 역을 대구 역으로 개명한다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록 대구 역이 철도 위상에서의 중요도는 동대구 역에게 밀렸지만 대구 역이 있는 위치가 대구 시내에서 훨씬 더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 김천구미 역과 오송 역

올 11월부터 김천구미 역이 개통함으로써, 6년째 중간 정차역이 없고 최장거리 구간을 유지하던 대구-대전 사이에 역이 하나 생겼다. 이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지금도 간격이 충분히 촘촘하다고 생각한 대전-천안아산 사이에도 역이 하나 더 생긴 건 좀..;; 두 역은 평균 거의 50분에 한 대꼴로 KTX가 정차하며, 기존 천안아산이나 광명만치 열차가 자주 서지는 않는다.

천안아산 역이 장항선 아산 역과의 환승역인 것처럼 오송 역은 충북선과의 환승역이다. 단, 천안아산처럼 두 노선의 이름이 서로 다른 건 아님. 천안아산 역이 경부선 천안 역과 가깝다면 오송 역은 경부선 조치원 역과 가깝다.
그런데, 천안아산 역은 기존 경부선보다 서쪽에 있는 반면, 오송 역은 경부선보다 동쪽에 있다. 이거 신기하지 않은가?

대구-대전 구간에서는 소백 산맥을 넘느라 꼬불꼬불한 기존 경부선이, 곧게 뻗은 고속선과 수 차례 교차하는 걸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평지가 많은 대전-서울 구간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교차가 딱 두 번밖에 없다. 그 중 하나로, 경부선 소정리 역 근처에서 고속선이 기존선을 타넘어 서쪽으로 이동한다.

언젠가 KTX를 탈 일이 있으면 이 구간 아래로 지나가는 복선 철도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그게 경부선이다. 경부 고속철 시험선 구간으로 가장 먼저 건설된 고가인 풍세교가 이 일대이기도 하다(천안 동남구 풍세면). 옛날에 KBS <신화 창조의 비밀> 다큐멘터리에서 고속철 시험선 건설에 대해 다룬 걸 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구나!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313469_1035.html (시험선 건설)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225464_1035.html (한국형 고속철 차량)
오송 역 일대는 고속철 공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만큼, 인근에 궤도 및 차량 주박 기지가 있기도 하다.

한편, 같이 새로 생긴 김천구미 역은 비환승역이며 앞으로도 환승역이 되지 않을 역이다. 앞으로 신설 동해남부선과 승강장까지 공유하는(수도권 전철 금정 역처럼) 환승역이 될 '예정'인, 신경주 역과는 대조적이다.
구미보다는 김천으로부터 훨씬 더 가까이 있다. 그러나 김천 시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외곽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김천과 구미 모두로부터 접근하기 어려운 역이 돼 버렸다. 구미 시내에서 이 역으로 가려면 산을 빙 둘러서 꽤 고생해야 할 듯.

사실은 경부 고속선 자체가 구미를 경유하지 않는다. 김천에서 금오산을 뚫고 들어가 나오면 이내 칠곡군이고 대구 인근이지, 구미 시내에서 KTX는 너무나 먼 존재이다. 현실적으로는 김천보다는 각종 공단이 입주해 있는 구미 쪽에서 고속철 수요가 더 많을 텐데, 이제 대전-대구 구간을 기존선으로 다니는 KTX는 없어졌기 때문에 이게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것 같다.

※ 기타 잡설

KTX 건설 전부터 정차역으로 확정된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 같은 터줏대감 역은 승강장이 지상인 반면, 중간에 생긴 천안아산, 오송, 신경주, 울산 같은 역들은 응당 승강장이 고가이다. 시내 구간 신선이 건설되고 나면 터줏대감 역들의 승강장도 좀 바뀌려나?
거의 유일한 예외로 광명 역만 승강장이 지하이다. 광명 역 일대와 경부 고속선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굉장히 자주 만나는 편인데, 이때 고속선은 전부 지하에 있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JC 바로 아래로 KTX가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광명 역을 출발한 하행 KTX는 산을 뚫고 만든 터널을 달리며 열심히 고도를 올린 뒤, 반월 저수지 인근에서 지상으로 나와 고가를 달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면 수도권 전철 안산선 반월-상록수 구간 철길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렇듯 광명 역 일대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연결 지점이 어차피 지하에 있지만, 대전이나 대구는 연결 교차 지점이 지상에 있기 때문에 거기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전 북부는... 배선이 워낙 복잡해서 아무리 열차 안에서 밖을 눈여겨봐도 잘 모르겠다.;;

아.. KTX 하나만 갖고 강의를 줄줄 하고 싶다. 입이 근지러워 죽겠어 ㅋㅋㅋㅋ
요즘 KTX를 타면 6년 전에 비해 고속 주행 중 차량 내부의 진동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때는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컵에 담긴 물이 흔들리질 않는다고 선전을 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28 16:15 2010/11/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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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날 울린 슬픈 동화들

1. 행복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
2. 플랜더스의 개 (위다)
3. 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

19세기에 지어진 작품이고 주인공이 추운 겨울에 불쌍하게 죽는 걸로 끝나는 공통점이 있다.
세세한 스토리가 기억이 안 난다면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보시고, 여기에는 각 작품별로 본인의 논평만 싣도록 하겠다.

1. 동상과 제비를 의인화했다는 점에서, 아래의 2와 3에 비해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다. 2와 3이 지지리도 불우한 주인공의 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1은 주인공 주변에 온통 불쌍하고 못 사는 서민들이 있다. 왕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대인배. 오오~~
참고로, 진짜로 하나님께서 귀중하게 여기시는 것이(제비의 시체나 왕자 심장보다도!) 뭔지 알고 싶으면 성경을 찾아보시라. 단적인 예로, 구원받은 성도의 죽음--자연사든, 순교든--이 주님의 눈앞에서 귀중하다고 나와 있다. (시 116:15)
왕자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고생만 잔뜩 한 제비가 죽는 게 어렸을 때 무진장 슬펐다.;;

2. 1과 3에 비해서 분량이 길고 스토리 전개가 가장 현실적이며 소설 같은 면모를 갖추고 있다.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화가를 꿈꾸던 어느 착한 남자애가 여차여차 한 끝에 결국은 아래의 성냥팔이 소녀처럼 추운 집밖에서(정확히는 성당 벽화 아래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얘기. 충견 파트라슈가 추가되어 애절함을 더한다.

뒤늦게 부잣집 딸과 결혼시켜 주겠다, 그림이 아주 우수한 작품이었다는 식으로 좋은 소식이 주인공에게 도착하지만 이미 사후약방문이다. 마치 시대를 너무 앞섰던 천재 수학자 아벨이 결핵과 영양실조로 죽어 버린 후, 이틀 뒤에 베를린 대학 교수 임용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듯이 말이다.
정작 이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된 벨기에의 그 지방 사람들은 “우리 주민들은 불우이웃에게 그렇게도 매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아냐!”하면서 소설 내용에 대해서 반발한다고... 하더라.

3. 그다지 교훈이나 감동적인 메시지보다는, 그냥 ‘여자애 너무 불쌍해. 지못미 안습’이라는 생각만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였다. 너무 가혹하다. 소녀의 이름도 안 나오고 정확한 가정 배경--알코올 중독자에 아동 학대를 저지르는 아버지 말고는 그닥;;--도 안 나오는 게 어린 시절 본인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_=;;
설정상 사건이 일어난 날짜는 섣달 그믐날, 즉 12월 31일이고 죽은 소녀가 발견된 이튿날이 New Year이라고 되어 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성탄절로 자꾸 혼동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소녀가 눈 내리는 길거리를 걷다가 마차에 치여 넘어지는 바람에 신발이 벗겨진다. 그런데 그 신발을 누가 갖고 튄다. 그래서 소녀는 맨발 신세로 전락...;;; 야, 이 정도면 가혹을 넘어 가학적인 설정이 아닌지? ㅎㄷㄷㄷ;;;;

잘 알다시피 중간에 판타지적인 장면이 있긴 하지만, 뭐 1과 같은 수준은 아니다.
성냥불 그어서 소녀가 새마을호 특실과 Looking for you 환상이라도 봤다면 행복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열차야~ 날 떠나지 말아 다오~~~”

흔히 저주의 의미로 ‘얼어 죽을’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얼어 죽는 건 굶어 죽는 것만큼이나 정말 비참하게 죽는 것이다. 추위에 이빨을 부딪치며 제대로 와들와들 떨어 본 적이 있다면 그런 말 함부로 못 한다.
성인도 아니고 10대 소년 소녀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겨울에 밖에서 객사하는 이야기... 정말 충격적이었다. 초딩 시절에 페르시아 왕자를 하다가, 왕자가 쇠꼬챙이에 찔리고 쇠톱날에 두 동강 나 죽는 걸 본 것만큼이나 말이다. =_=;;;

요즘이야 우리나라에 문자적으로 굶어 죽고 얼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상대적인 빈곤과 박탈감이 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난 8월엔 패밀리 레스토랑 알바를 하던 어느 고졸 여성이 처지를 비관하여 한강 다리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기억하시는가? 성장 배경 한번 정말 기구하더라. (대학도 못 갔음. 알바는 학비가 아니라 생활비를 벌려고 한 것이다.) 20살도 안 된 여자애가 극심한 빈곤에 이대로는 백날 이 처지 못 벗어날 거라고 염증을 느꼈을 것이며, 또 맨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노는 가족이나 커플들을 보면서 더욱 박탈감을 느끼고 삶의 의욕을 상실했을 것이니 참 마음이 아프다. 이 세상엔 자기 생일이라든가 크리스마스 같은 날을 증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난 문학소년 체질이 전혀 아니며 “문학이란 모름지기 단순해야 한다”주의여서, 그냥 무조건 전지적 작가 시점에 권선징악 해피엔딩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딱 그런 스타일인 성경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문학에 비극이라는 장르가 등장한 이유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죄 때문임이 틀림없다.
가령, 세속 문학가가 창세기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 같은 사건을 각색했다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아벨을 장렬하고 비극적으로 묘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아벨이 죽었어도 믿음으로 지금도 살아서 말하고 있다고 진술한다. (히 11:4) 관점이 다른 것이다.

이 사회 구조가 잘못되어 있는 근본 원인이 사람들의 영적 상태와 관련이 있으며, 진짜 인생 역전의 길은 따로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할 텐데! 연말이 다가오니 추운 겨울 밤에 문득 저런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26 18:12 2010/11/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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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기관 이후 철도 차량의 동력원

(앞의 증기 기관차 글에서 계속됨)

내연 기관은 연료를 연소시켜서 폭발한 연소 가스의 힘을 곧바로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계이다. 외연 기관보다 더 만들기 어려우며, 외연 기관보다 훨씬 더 화력이 좋은 고품질 연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연 기관은 외연 기관보다 효율이 더 좋고 더 큰 동력을 낼 수 있으며, 오토바이나 기계톱 같은 기계에도 들어갈 정도로 소형화까지 가능하다. 증기 기관 정도의 출력으로는 열차를 굴리고 배까지는 움직여도, 비행기를 띄우는 건 어림도 없다.

그러고 보니 내연 기관의 선구자들이 다 독일 엔지니어들이구나. 자동차계의 앨런 튜링, 폰 노이만 같은 사람들이다. 난 내연 기관 하니까 컴퓨터로 치면 프로그램 내장 방식이 생각난다. 원동기를 지닌 동력 기관을 무슨 튜링 기계처럼 추상적으로 모델화할 수는 있을까? ^^;;

오늘날의 디지털 컴퓨터에 fetch, decode, execute 같은 기본 동작이 존재하듯, 내연 기관 중에서 피스톤 왕복 운전식 엔진에는 흡입, 압축, 폭발, 배기 같은 동작이 그런 기본 개념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2행정 엔진이 4행정 엔진보다 가볍고 간단하고 출력도 더 세지만, 부품의 수명이 짧고 연료와 함께 엔진 오일이 같이 연소되어 대기 오염도 더 심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오늘날은 극소수 소형 엔진이 아니면 전부 4행정 엔진만 쓰인다.

증기 기관도 피스톤 왕복 운동으로 바퀴를 굴리긴 하나, 내연 기관의 행정 사이클 같은 개념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내연 기관 중에는 피스톤 운동보다 효율이 더 좋은 로터리 엔진 같은 것도 개발되었으나, 아직까지 별로 실용화는 못 된 듯.

내연 기관은 그 특성상 연료 공급 방식을 자동화했으며(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사람이 삽으로 석탄을 퍼다 아궁이로 직접..;; ), 오늘날의 자동차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시동 상태 유지'와 '변속'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엔진이 최저 회전수 이상으로 돌지 못하거나 갑자기 너무 큰 부하가 직접 걸리면 시동이 꺼져 버린다. 그래서 동력비를 조절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덩치가 작은 차량은 톱니바퀴를 쓰고, 그보다 훨씬 더 큰 동력비가 필요한 철도 차량이나 선박에서는 엔진 효율을 좀 희생하고라도 유압 변속기를 쓰거나 아예 엔진으로는 발전기만 돌린 후, 동력비 조절이 용이한 전기로 차량을 움직이기도 한다.

오늘날 소위 디젤 기관차라고 불리는 철도 차량은 실은 '디젤 전기 기관차'이다.
비행기라든가 제트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는 역시 동력을 구동축에다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압축 공기를 분출하면서 나아가니, 일반적인 자동차와 같은 변속이라는 개념은 필요하지 않다. 제트 엔진은 큰 힘을 낼 수 있는 대신, 4행정 엔진보다 연료 소모가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

철도 차량의 동력의 만렙 완전체요 최후의 목적지는 단연 전기라 할 수 있다.
요즘이야 하도 환경 따지고 화석 연료의 고갈을 두려워하여 전기 자동차 내지 최소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20세기 초중반에도 전기 자동차라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성능과 충전 시간 등에서 기름 자동차와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되니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버로우를 타게 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자동차와는 달리, 철도 차량은 길만 따라 다니기 때문에 길을 따라 전차선을 설치함으로써 전기를 실시간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내연 기관의 선구자가 독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 철도의 선구자도 독일이었다. 이름하여 지멘스.

전동차는 시동을 걸 필요가 없고 별도의 변속기도 필요하지 않다. 자동차에다 비유하자면 키를 꽂아서 ON 모드로만 옮기면 곧바로 주행이 가능하며 START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서울역-남영, 청량리-회기 같은 곳은 자동차로 치면 시동을 끈 후 디젤 엔진을 휘발유 엔진으로 교체하고서(혹은 그 역순) 시동을 다시 켜는 건데, 전동차는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OFF-ON을 해낸다. ^^;;

지하철 전동차는 겨울에 냉방기 소리가 전혀 나지 않을 때 가만히 지켜보면, 소리가 전혀 안 나다가 그 상태 그대로 주행을 시작한다. 조용하다. 엔진 공회전 나부랭이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동차의 동력 부품은 전동기(모터)라고 할 뿐, 엔진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전기 자동차는 내연 기관에서 필요하던 변속기, 엔진 오일 같은 여러 부품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경량화, 소형화가 가능하다.

물론 전동차도 자동차 엔진의 변속기처럼 전압과 전류 조절을 통해 동력비를 제어하는 부품이 있긴 하다. 처음에는 옴의 법칙 V=IR에 의거, 열을 엄청 많이 뿜던 저항 소자가 쓰이다가 나중에는 쵸퍼 방식이 등장하고, 지금은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VVVF 인버터가 이쪽 바닥을 평정했다. 마치 쿼츠 시계가 태엽 시계를 떡실신시켰듯이 말이다. 전동차 부품이나 시계 부품이나 역시 대세는 반도체인 듯.

VVVF는 다 좋은데 주파수가 바뀌는 과정에서 윙윙~~ 우우웅~ 환상적인 전자음이 난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 VVVF 소자는 옛날 것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이 조용해진 건 사실이나, 그 환상적인 소리가 철덕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전동차들 중에서도 특히 서울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은 인간이 발명한 교통수단에서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소리가 날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훗날 이렇게까지 철덕이 될 줄 알았으면 학창 시절에 물리 공부 좀 더 열심히 해 놓는 건데. -_-;; 그러질 못해서 더 자세한 디테일을 서술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기계나 전자 쪽 공돌이였다면 컴퓨터보다도 이 바닥으로 갔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지금 본인의 현실은 취미와 직업이 독립된 형태로 가는 추세인데,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1/25 09:37 2010/11/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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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말, 본인은 학부 졸업과 병특 회사 취직을 앞두고 꿈같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3.4의 개발이 한창이었다. (8월 초에 나왔던 3.4가 심한 버그들 때문에 ㅈ망한 후 그 달 하순에 3.41로 바뀌었음)
그런데, 그 여름방학 기간에 카이스트 학부 식당 입구에 당당하게 걸렸던 포스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이것이 사실입니다.
예수님을 믿어야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변해도 이 사실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기독교 동아리 홍보도 아니고 개인이, 그것도 당시 2학년밖에 안 된 학부 여학생이 자기 실명과 연락처까지 까면서 담대하게(?) 복음을 전해 놓은 건 처음 봤다.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얼굴 보고’(예쁘면 같이 교회 나가겠다)라고 자보에다 낙서를 해 놨다. ㅋ 나도 저 친구 얼굴 본 적 없다.

카이스트와 연세대를 둘 다 다닌 경험상 느끼는 점인데, 어떤 면에서는 카이스트가 연세대보다 연세대의 설립 취지에 더 부합(?)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지난번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기독교 동아리 많지, 채플만 없다 뿐이지 교내 공식 교회(카이스트 교회)도 있지, 창조 과학 연구회 있지...;; 이 얘기를 하면 심지어 기독교인들도 놀란다.
물론 거기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므로 오해하지 말 것.

Posted by 사무엘

2010/11/23 19:33 2010/11/2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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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글 기계화 논평.

1. 나랏글의 장점
- 왼쪽이 자음, 오른쪽이 모음인 구조여서 양 손가락--양 손 아님--의 교대가 얼추 되는 게 아주 좋음 (천지인은 상하 구분)
- 모호성이 없고 구조가 직관적임. 동일 키의 3연타가 없는 것도 좋음
- 2003년부터 7년이 넘게 사용해 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주 익숙함

2. 나랏글의 단점
- 12키가 모두 한글을 입력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문장 부호 하나만 입력하려 해도 모드를 바꿔야 함. 아주 불편한 점
- 자음과 모음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가획 키를 누르는 게 마치 Shift를 누르는 것처럼 번거롭게 느껴짐

3. 천지인의 장점
- 일부 나랏글로 복잡하게 가획을 해야 하는 자음이 적은 타수로 입력될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낌. 마치 세벌식에서 Shift를 눌러야 하는 받침 ㄷ· ㅌ 같은 걸 두벌식으로는 곧바로 입력하듯이.
- 10키만 사용하는 관계로, 한글 모드에서 *, # 키를 통해 문장 부호와 일부 기호를 곧바로 입력할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함

4. 천지인의 단점
- 역시 천지인으로도 일부 된소리는 타수가 길며, 3연타가 필요하기까지 함.
- ㅝ 같은 복잡한 모음을 천지인 세 자만으로는 조합하기가 힘듦을 느낌
- 모호성이 존재해서 음절 연속 입력이 안 되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움

제각기 일장일단이 있지만, 본인은 나랏글과 천지인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위와 같은 장단점을 종합했을 때 나랏글을 더 선호한다.
다만, 기호 입력은 천지인이 부럽다.
그런데 나랏글에다가 천지인의 기호 입력이라는 장점만 따 오는 방법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가획과 쌍자음 키는 어차피 한글을 조합하는 중일 때만 의미를 가지며, 한글을 조합하고 있지 않을 때는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다. 이들 키는 다른 한글 기본 자모부터 먼저 누른 뒤에 누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 조합 상태가 아닐 때 *나 #를 누르면 천지인처럼 . , 라든가 ~ ! ? 따위를 다중타로 입력하게 하면 된다. 쉽죠?

물론, 이 방식을 쓰면 한글을 조합 중일 때 곧바로 마침표를 찍지는 못한다.
그때는 마치 천지인에서 '국가'와 '구카'를 구분하듯이, 한글 조합을 강제 종료한 뒤에 * #을 눌러야 한다. 그래도 음절 구분한답시고 한 타를 누르는 건, 입력 모드를 아예 기호로 잠시 바꿨다 돌아오는 것보다야 오버헤드가 월등히 작으며 훨씬 덜 불편하다. 그리고 천지인처럼 아예 한글 음절 구분이 강제로 필요한 것보다도 훨씬 낫다.

이렇게 나랏글 입력 방식에다가 천지인의 기호 입력 기능만 부분적으로 덧붙여도 전화기 문자질 생활이 훨씬 더 편리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다만, 나랏글밖에 모르다가 천지인이라는 신문물을 접함으로써 본인이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에 대해서 뭔가 대조를 하고 비교 분석을 하는 안목이 약간이나마 생긴 건 사실이다. 긍정적인 효과임.

한동안 '중국의 한글 공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웠다. 본인은 명색이 세벌식 지지자이고 한글 입력기 개발자이다 보니, 본인에게도 현 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문의가 주변에서 적지 않게 들어왔었다.

그런데 본인은 그에 대해서 이렇다 할 입장이 없다. -_-;; 사실 내가 보기엔, 한글 공정이라는 말 자체가 옛날 광우병 사태만큼이나 과장되고 부풀려진 게 많았다. 중국이 뭔데 무슨 수로 무슨 권한으로 한국 당사자부터가 통제를 못 하고 있는 남의 나라 휴대전화 입력 방식을 좌지우지한단 말인가?

과거 타자기 시절에야 글쇠배열의 통일이 절실했다. 세벌식이냐 네벌식이냐에 따라 당장 기계를 하드웨어적으로 만드는 방식이 바뀌고 타자기 모양에 따라 글꼴이 바뀌고 후폭풍이 너무 컸다.
그러나 휴대전화 세상은 모든 게 프로그래밍하기 나름이고 유동적이다. 터치스크린은 근본적으로 3*4라는 배열 자체도 customize 가능하며 특정 scheme에 조금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또한 태생적으로 사람의 손으로 빨리 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수한 입력 방식과 조금 열등한 입력 방식의 성능 차이가 PC/타자기만치 크게 나지도 않으며 세벌식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 곳도 아니다. (아니라면 반론 요망)

과거에 세벌식, 네벌식, 다섯벌식 타자기가 공존하는 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었고 누구나 글자판 통일을 염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에서 나랏글과 천지인이 공존하는 건 사람들이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강제 통합하려는 걸 반대하기도 한다.

마치 철도에서 경전철은 어차피 기존 표준궤 철도와 직통 운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휴대전화의 한글 입력 방식은 타자기와 컴퓨터 같은 기종간 글자판 통일이라는 대명제와는 다소 어긋나는 면이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12키 혹은 그보다 조금만 키 수를 늘린 15~18키(스마트폰은 화면 버튼 레이아웃 디자인이 자유로우므로) 환경용으로 음절 경계 모호성도 없고 도깨비불 현상도 없는 세벌식 입력 방식은 그 실용성을 떠나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상징적인 차원에서 하나 존재는 해야 한다. 그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좀더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염원으로는 아까 언급했듯이 천지인의 기호 입력 기능이 덧붙여진 나랏글 방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사람은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기계에다 문자를 입력하게 될 것이나... 과연 200년 전에 발명된 타자기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한 PC 키보드보다 더 빠른 입력 장치는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여타 작은 입력 방식이 컴퓨터에서 닷넷 바이너리나 자바 바이트코드라면, PC 키보드는 네이티브 기계어 코드와 같은 존재로 언제까지나 남을 것 같다. 다만 손가락을 휘게 만들지 않게 좀더 인체공학적 개선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
<날개셋> 한글 입력기 5.8과 <날개셋> 한글 입력기 3.22
간신히 공개합니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0/11/22 07:49 2010/11/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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