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Next »

수원 역의 흑역사

1905년, 경부선이 개통한 당시부터 영업을 시작한 수원 역은 가히 경기도 남부의 교통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지금은 새마을호 이하 모든 열차가 정차하며 백화점이 인근에 있는 민자 역사이다. 구로와 수원은 애경 백화점(AK 플라자)이, 영등포, 안양, 청량리는 롯데 백화점이 접수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덧붙이자면 서울 역은 갤러리아 백화점이다.

수원 역은 한때는 수인선과 수려선이 만나서 수직인 경부선뿐만 아니라 수평의 철도까지 교차하는 지점으로, 즉 경부 고속도로로 치면 신갈 분기점 같은 환승역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그 철도는 없어졌지만 걱정 마시라. 분당선이 다시 수원으로 연장되는 중이고, 수인선은 복선 전철로 재건될 예정이기 때문에 옛날의 영광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수원은 대전과 마찬가지로 경부선 덕분에 급성장한 도시이다. 비록 인천만치 터져 나가지는 않지만 인구도 100만 명을 돌파하고 광역시급 덩치가 됐다. 단순 철도뿐만 아니라 1974년에 수도권 전철이 개통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한 선로 위의 동일한 역에서 과금 체계가 다른 두 종류의 열차를 취급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예 선로별 복복선인 서울 시내 구간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영등포, 용산, 서울, 청량리 같은 역은 여기에 속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하 모든 그림에서 파란 선은 일반열차를, 빨간 선은 전동차를 의미함)

하지만 방향별 복복선 구간에서 열차를 정차 내지 대피시킬 공간마저 충분하지 않은 역은 일반열차 승객과 전철 승객을 분리시키기 위해 머리를 좀 써야 한다. 지금의 수원과 평택 같은 역을 생각해 보면 된다. 수원 같은 경우, 전철 승객은 지하도를 통해 지하로 나가고, 일반열차 승객은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나가고 있다. 광명 역은 이런 시설이 없기 때문에, 셔틀 전동차 이용객은 개집표기를 통과하지 않고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없다.

이에 덧붙여, 드물지만 바로 역의 앞뒤로 전철 승강장과 일반열차 승강장을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좌우 공간이 충분하지 못한 역이 쓰는 방식인데 경부선 안양과 중앙선 덕소 역이 이에 속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전철 개통 당시 수원 역의 배선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열악했다. 사실 1호선의 또 다른 종점인 인천 역도 아직까지 인상 선로조차 없는 열악한 역이긴 마찬가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원에서 운행을 마친 전동차는, 부산까지 가는 경부선 일반열차보다 먼저 방향을 바꾸고 반대편 방향으로 ‘회차’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 역은 중앙에 전동차 승강장이 섬식으로 있고 양 끝에 일반열차 승강장이 존재하는 형태였다. 위의 그림에서 아래쪽이 부산 방면이요, 위쪽은 서울 방면이다.

그림을 보노라면, 당시 수원 역의 배선 구조는 문제가 많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전동차를 증차하기 위해 경부선 수원 이북 구간은 이미 1980년대 초에 2복선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전동차는 새로 생긴 외선으로, 일반열차는 기존 내선으로 방향별 복복선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원 역에서는 전동차가 회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열차--정확하게 말하면 수원에서 정차하는 열차--가 외선으로, 그리고 전동차가 내선으로 자리를 바꿨다. 철도에서 만악의 근원인 평면교차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것 말고도 진정한 재앙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내선과 외선을 바꿔치기한 후에, 수원 역의 전동차 승강장의 선로는 그럼 전동차만의 전용 공간이기라도 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외선은 일반열차 중에서 수원 역에 정차하는 열차만이 이용했고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는 여전히 그대로 내선을 통과했다. 전동차 승강장을 스쳐 지나가면서 말이다. 그렇다. 그 선로는 경부 본선이었다. 흠좀무.

이 때문에 전동차는 화서에서 수원으로 진입하기 전에(X자형 교차 지점) 늘 일반열차 눈치를 봐야 했고, 심지어 회차선에서 전동차 승강장으로 진입할 때도 일반열차 눈치를 봐야 했다. 마음 편하게 지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경부선 선로를 2복선으로 확장한 뒤에도 이것 때문에 전동차를 도무지 충분히 증차할 수 없었다.

이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새마을호였다. 이때 새마을호는 오늘날의 KTX의 위상을 능가하는 호화 귀족 열차였고, 모 사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트로트 가사에 정확하게 맞춰 신나게 질주하던 괴물이었다. 수원 역 플랫폼쯤은 최고 시속 140km로 통과해 버렸다. 전철을 타는 승강장이니 완전히 막아 버릴 수도 없고.. “전동차 승강장으로 열차가 통과할 예정이오니 부디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경부선 수도권 전철 구간이 여전히 복선이던 1970년대에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희귀한 경고 방송이 세 번째 반복되는 순간, 쌩....! 했다.

수원 역에서는 전동차 기관사의 고충도 더 컸다. 수원에서 하행 전동차가 운행을 마치면 회차선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상행 방면 선로로 진입한 뒤부터 승객이 타야 되는데, 수원에서 상행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차에 빨리 타서 앉아 가겠다는 심보로, 이제 종착해서 회차선으로 들어갈 예정인 전동차에도 무자비하게 타 댔다(섬식인 덕분에 상하행 승객이 동일 플랫폼 사용!). 용산에서 종착한 급행 전동차도 지금까지 비슷한 이유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회차선에 들어가 있는 동안 직원이 차량을 청소도 하고 특히 기관사와 차장은 200m에 가까운(10량 편성 기준) 거리를 걸어 반대쪽으로 위치 교대도 해야 한다. 그런데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승객이 많이 타 버리면 이들은 부득이 차 밖으로 내려서 옆 선로로 걸어가야 했다. 바로 경부 본선으로 말이다! 그런데 거기로 새마을호가 통과해 버리면? 이건 그야말로 기관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이렇듯, 수원 역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열악한 회차 구조 때문에 문제가 많았고 실제로 2002년엔가 03년에는 선로 작업 차량이 대기 중이던 지하철 전동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이 모든 일들은 이제 옛날의 추억이 되어 있다. 회차 시설은 입체 교차 시설이 잘 갖춰진 병점 역으로 옮겨지고 이제 수원 역은 종착역이 아닌 단순 통과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5년에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 개통하기에 앞서, 2년 전에 중간 지점인 평택도 아니고 병점까지만 서둘러 연장 개통한 것은 그만큼 수원 역의 평면교차 문제 해소가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0 18:28 2010/02/20 18:28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3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오금 연장

작년 여름에 드디어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3기 지하철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오늘은 만년 떡밥이던 3호선 수서-오금 연장 구간이 드디어 개통하여 아침 11시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사실, 3호선이 처음 갓 만들어진 당시에는 남쪽은 무려 양재에서 끝이었다.
그러다가 2기 지하철 계획이 수립되고 나서 4호선이 당고개 역이 건설된 것과 같은 시기(1993)에 3호선도 그 이남으로 수서까지 연장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 17년이 지나서야 3호선의 남쪽 끝이 더욱 연장된 것이다.

가락시장(8호선 환승) - 경찰병원 - 오금(5호선 마천 지선).
아주 짧은 거리에 비해서 어마어마한 네트워크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애시당초 경제 타당성 평가도 높게 나왔으며, 3기 지하철 계획에 응당 포함되었다.
거리도 얼마 안 긴데 9호선보다도 먼저 진작에 개통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7호선 연장이야 부천시의 재정 악화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쳐도 말이다. (사실 부천은 경마 공원이 있는 과천과 더불어 서울 위성도시 중에는 재정 자립도가 높은 곳이라고 들었다. 인구가 워낙 많아서 세금도 많이 걷히기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서-오금 사이는 그렇잖아도 원래 비밀 선로가 있었고 5, 8호선 전동차의 반입 경로로 쓰이기도 했다. 왜 진작에 거기까지 노선을 만들 생각을 안 했는지도 의문이다.

언론에서는 마천에서 수서까지 이제 요금도 1100원에서 900원으로 200원이나 싸졌다고 홍보하는데, 이건 별 영양가 없는 탁상공론이다. 지금까지 마천에서 수서까지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는 바보가 어디 있었겠냐 말이다. -_-;; 마천 쪽은 지하철 배차 간격도 살인적으로 길지 않은가.

이로써 8호선은 천호, 잠실, 가락시장, 복정 이렇게 3정거장 간격으로 환승역이 규칙적으로 등장하는 노선이 되었다.
그리고 가락시장은 잠실, 모란과 마찬가지로 환승 통로가 모란(하행) 방면 맨 끝에 존재한다. 그러니 이쪽 객차의 혼잡은 여전히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2기 지하철은 3기 지하철과의 환승도 대비하고 가능한 한 역을 교차로에 골고루 퍼지도록 건설했다고 하는데 가락시장 역만큼은 문정 역과의 거리를 감안해서 그런지 골고루 안 만들고 여전히 한쪽에 치우치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앞으로 9호선이 동쪽으로 더욱 연장되면 8호선과 5호선 마천 지선은 환승역이 또 하나 생기게 된다. 이쯤 되면 5호선 지선은 이용객이 더욱 늘 텐데 배차 간격을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방화-상일동 열차를 상시 운행하고 차라리 강동-마천만 다니는 지선도 본선과 동일한 배차 간격으로 운행시키는 건 어떨까?

끝으로 하나 첨언하자면, 3호선 신규 역사들은 보아하니 너무 9호선틱하게 디자인됐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요즘 디자인 패턴이 바뀌었다고 해도 3호선 역이라면 좀 기존 3호선 역과 일관된 인테리어를 갖춰야지 역명판의 색깔과 글씨체, 배경색까지 똑같으니 정말 분간이 안 된다. 1, 2기 지하철 인테리어가 채택하고 있는 초롱테크 지하철 서체와 노선 색깔띠가 그립다.

아무튼 철도가 더 개통했다는 건 기쁘며 축하할 일이다. 20년 가까이 통용되어 온 수서-대화가 오금-대화로 바뀌려니 어색할 것 같다. 하긴, 이런 느낌은 아예 30년 가까이 통용되어 온 수원-청량리가 병점 내지 천안으로 바뀌었을 때도 경험했을 것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2/18 13:19 2010/02/18 13:19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9

안내방송, 일본어

지금까지 공공 장소나 각종 교통수단 내부에서 셀 수 없이 다양한 안내 방송을 들었다.
안내 방송은 한국어, 영어가 대부분이고 가끔 중국어나 일본어를 들을 일도 있었다.

원래 철도는 무궁화호조차도 중국어와 일본어 방송이 나왔는데 KTX가 개통한 지 얼마 안 되어 한 2005~6년쯤부터 중국어와 일본어는 삭제되고 화면의 자막으로만 대체되었다.
하지만 2007년에 개통한 공항 철도는 중국어와 일본어 방송도 나오고 있으며, 요즘은 심지어 지하철도 한 2008년쯤부터는 이용객이 많은 중요 환승역에서는 중국어와 일본어 방송을 다시 해 주고 있다. 내 기억에 이거 원조는 서울 메트로이다. 그걸 나중에 코레일과 SMRT도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부터 철도계에는 손님이나 승객 대신 '고객'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거 원조는 의심의 여지 없이 코레일이다. 서울 메트로는 그걸 적극 수용한 반면, SMRT는 조금은 더디다.
그 반면 SMRT는 행복미소라는 BI(브랜드 로고)를 만들고 스크린도어를 자체 기술로 굉장히 빠르게 도입해 냈으며, 역시 2008년 무렵부터 굉장히 적극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따금씩 심심찮게 붙던 철도 노조의 살벌한 포스터를 더 볼 수 없게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이런 시도는 지하철 회사의 형님격인 서울 메트로도 1234 행복열차 BI를 만들어서 뒤쫓고 있는 중이다. (사실 서메는 자체 TV 방송까지 하고 있는 엄청난 회사이다)

코레일, 서메, SMRT 사이의 유저 인터페이스 신경전은 대략 이런 구도이긴 한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는 지금까지 남자와 여자 목소리를 모두 들은 적이 있는데
일본어는 굳이 철도 시설이 아니더라도, 어딜 가더라도 남자 목소리는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일본어 하면 늘 나긋나긋 옥구슬 같은 여자 목소리이다.
일본어가 좀 여성스러운 언어라는 말도 어디서 듣긴 했지만 정확한 근거는 잘 모르겠고,
일본은 안내 방송에서 오로지 여자 목소리만으로 대외 홍보를 하기로 정책을 결정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이건 그냥 내가 일본 견문이 부족한 것이고 우연의 일치일 뿐인지도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8 09:50 2010/02/18 09:50
, ,
Response
No Trackback , 7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8

중앙선 밤차의 추억

서울과 부산을 잇는 철도 노선으로 경부선(경부 고속선 포함)만을 떠올리기 쉬우나, 사실은 중앙선과 동해남부선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 청량리 역이 있다면 부산에는 부전 역이 그 역할을 한다. 경부선 이외의 다른 마이너 노선을 주로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경부선은 선형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요 대도시를 경유하는 매우 중요한 노선으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찌감치 복선화가 되었고, 1970년대에 이미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도권 광역전철이 개통하기도 했다. 물론 서울과 부산을 직선으로만 잇는다면 용인, 상주를 경유하여 지금의 중부내륙 고속도로와 비슷한 노선이 거리가 더 짧으나, 험준한 지형을 피하기 위해 대전과 수원을 경유하는 노선이 결정된 것이다. (사실, 경부선 덕분에 가장 극적으로 급발전한 도시는 단연 대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부선과는 달리 중앙선은 경부선과 비슷한 위상의 장거리 간선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정지해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낙후해 있다. 건설부터가 경부선보다 35년 가까이 늦었고, 경부선은 이미 복선화 작업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물자가 열악하던 2차 세계 대전에 그것도 경부선보다 훨씬 더 험준한 오지를 경유하여, 애초에 여객보다 화물에 더 비중을 두고 졸속으로 만든 노선이니 경부선보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부선은 지금은 시속 140까지 달리는 구간도 있는 반면, 중앙선은 여전히 6~70대에 머물러 있다.

중앙선은 광역전철 개통도 덩달아 경부선보다 시기적으로 30년이 늦다. 복선 선로+대피선으로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다니는 지금의 중앙선은 정확하게 1970년대 경부선의 모습이다. 경부선은 시도 때도 없이 서울-부산 열차가 드나들고 고속철까지 건설된 반면, 중앙선은 전구간을 다니는 열차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며, 아직 전구간이 복선이나 전철화되지도 않아 있다. 청량리-부전 전역 정차 통일호가 2004년 KTX 개통에 맞춰서 폐지된 뒤에는 중앙선을 전구간 직통 운행하는 열차는 하루 단 한 번, 밤차밖에 없었다. (2008년부터는 낮에도 한 차례 전구간 직통 열차가 생기긴 했지만) 중부내륙과 중앙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중앙선은 더욱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부선과 중앙선의 차이와 더불어, 그 중앙선 밤차의 추억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2003년 말, 서울에서 볼일을 본 후 새마을호를 타고 경주에 가려고 했는데 그 열차를 놓치고 못 타는 바람에 대신 우연히 발견하여 타게 된 열차가 바로 중앙선 밤차였다. 세상에 이런 열차가 있나 싶었다. 그 당시는 서울-경주가 무려 6시간 반이나 걸렸다. 비록 느리지만 수원, 천안, 구미, 대구처럼 늘 식상한 역명이 아니라 원주, 제천, 안동 같은 색다른 지역을 지나면서 철도 여행의 운치를 더욱 북돋워 주었다.

그 후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할 것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애용했다. 경부선 열차를 이용할 수 없는 시간대에 존재하는 매우 훌륭한 우회 경로였기 때문이다. 고속철이 개통한 이래로 열차 시각표가 무수히 많이 개정되었지만 중앙선 밤차만은 없어지지 않고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량리 21:00 하행, 그리고 경주 0:06 상행은 바뀌지 않았다. 경주-서울 6시간 36분이던 소요 시간이 2005년 하반기에는 이 5시간 40분대로 좁혀지기도 했는데, 다이아가 비현실적이었는지 지금은 다시 6시간 10분 정도로 조정되어 있다.

서울 역을 출발하여 대구 역에서 대구선-동해남부선으로 빠지는 열차가 새마을호 중에는 여럿 있다. 하지만 무궁화호 중에도 밤 10시~10시 반 시간대에 서울을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차가 하루 단 한 번 있다. 그래서 경주 역에 새벽에 도착하는 열차는 중앙선 밤차와 더불어 이 열차까지 합해 총 2회가 존재한다. 이 구도도 2003년 이래로 지금까지 전혀 바뀌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실 밤차라는 것은 엄청 장거리 내지 소요 시간이 긴 노선에 적합한 것이고 요즘은 없어지는 추세이다. 선로의 관리 측면에서 볼편하기 때문이다. 침대차만 해도 오래 전에 사라지지 않았던가. 밤에 청량리 역을 출발하여 다음 날 아침에 강릉에 도착하는 그런 노선에나 어울린다. 하지만 중앙선은 앞으로 획기적으로 열차 주행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 한, 이런 특별한 환경에 따른 수요를 충당하는 밤차가 당분간은 사라질 것 같지 않다. KTX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간선 노선! 그래서 본인 역시 이 열차에 애착을 갖고 앞으로도 더욱 자주 이용하고자 한다.

기타 잡설

1. 심야에는 중앙· 태백· 영동선과는 달리 경부선과 호남선은 전차선을 가동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부선 쪽 밤차는 언제나 디젤 기관차가 다닌다.

2. 고속철 개통 전에는 주말에만 운행하던 경주-대전 경유-광주 무궁화호가 있었다. 대전-서대전 구간을 지나가는 아주 독특한 열차였다. 본인은 고향이 경주이고 그 당시 학교는 대전이었다. 그러니 일요일 17:20에 경주를 출발하여 20:30쯤에 대전에 도착하던 이 열차는 학교로 돌아갈 때 이보다 더 적격일 수 없던 열차였다.
경주에 사는 덕분에 청량리 밤차를 비롯해 여러 독특한 열차를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3. 경부선은 서울-대전 평지, 대전-대구 산악, 대구-부산 강과 들판이라는 세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중앙선도 대략 그런 구도가 있다. 어디까지는 들판, 어디까지는 산, 안동 이남부터는 평지.. 여기에 대한 연구도 좀 해야 하는데, 맨날 밤차만 타니까 그렇게도 절경이라는 중앙선 바깥 경치를 잘 구경할 수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6 07:32 2010/02/16 07:32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6

KTX II

http://tvnews.media.daum.net/view.html?cateid=100000&cpid=73&newsid=20100211210932494&p=sbsi
(인터뷰에 나오는 사람들은 네이버 바이트레인 운영진임. ^^)

2004년에 KTX가 개통한 이래로 드디어 완전히 새로운 고속철 차량이 도입된다.
경부 고속철 2차 구간(대구-부산) 개통을 앞두고서 아주 뜻깊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40년이 넘는 짬밥을 먹은 신칸센은 어마어마한 차량 계보를 자랑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철인 HSR-350(프로젝트명) 시절에는 파란 도색이 아닌 빨간 도색이었고, 차의 디자인도 지금하고는 달랐는데 좀더 날렵하게 바뀐 모양이다. 이 열차는 현존하는 KTX보다 더 빠른 시속 350으로 달리게 설계되었으나, KTX II가 도입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서울-부산 주행 시간이 단축되는 건 아니라 함, 아직까지는 기존 KTX와 동일 속력으로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KTX II는 프랑스 떼제베의 로컬라이즈 버전 수준이던 초창기 KTX보다 굉장히 많은 면에서 발전했다.
좌석이 회전 가능하게 바뀌어서 역방향 논란이 없어졌으며, 크기와 간격도 더 넉넉해졌다. 식당차도 있다.
객차 내부를 우리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는 초창기 KTX와는 달리 우리나라 기존 열차와의 이질감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국내 기술 개발이 이래서 좋다.
객실 내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되고 콘센트도 지금 새마을호처럼 객실 맨 앞과 뒤에만 존재하는 정도를 넘어, 놀랍게도 좌석마다 비치되었다.

(현 KTX에 콘센트가 없는 이유는? 고속철 건설과 차량 계약을 무려 1990년대 중반에 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휴대전화나 DMB 같은 온갖 전자 기기들의 수요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당차 역시, 어차피 서울-부산을 겨우 2시간대에 주파할 건데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만들지 않은 것임.)

그럼 기술적인 면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이 400미터에 달하는 935명짜리 커다란 열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 현 KTX와는 달리 편성수도 유동적으로 조절 가능하며,
그리고 언뜻 듣기로는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동력 집중식이 아닌 동력 분산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것도 정말 큰 변화인데 뉴스 중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차량의 가감속력 향상이 기대된다.

KTX가 또 전동기의 무슨 기술은 굉장히 원시적인... 직류 전동기던가? 이런 걸 쓰고 있어서 심지어 8200호대 전기 기관차보다도 비효율적인 게 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그런 것도 개선된다고 함.
뭐 그래 봤자 지금 KTX도 한 편성이 서울-부산을 한 번 오가는 데 전기 요금이 110만원 남짓밖에 안 든다고 하니 전기가 정말 싸게 먹히긴 한다.

새로운 열차가 도입되는 건 좋은데 운임이 문제되고 있는 듯하다. 그 좁디좁은 KTX가 객차 한 칸에 지금의 새마을호와 동일한 64명을 태운다. KTX는 차체가 기존 일반열차보다 훨씬 더 홀쭉함을 알 수 있다. 차 덩치는 비슷한데 좌석 공간은 더 커지다 보니, KTX II는 한 칸에 태울 수 있는 인원이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KTX II는 요금이 더 비싸져야 한다.
하지만 이 차도 등급상으로는 동일하게 고속열차 KTX인데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같은 무궁화호가 구형 탕엥 객차하고 디자인리미트 신형 객차가 운임이 서로 다르던가?

무궁화호급 열차는 CDC를 개조한 RDC 무궁화호와 누리로가 등장했는데
이제 KTX급 열차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럼 새마을호급 열차는? 누리로보다 내장재가 더 좋은 전기 동차 내지 틸팅 열차가 등장할 것이다. 과거 EEC의 후예뻘 되겠다. 그리고 그 즈음 지금의 새마을호 디젤 동차는 퇴역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KTX II가 대구-부산 고속신선과 대구· 대전의 시내 구간까지 쌩쌩 전속력으로 잘 달려서 서울-부산을 어서 2시간대까지 단축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2 13:02 2010/02/12 13:02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2

서울 2기 지하철 이야기

1974년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첫 개통한 이래로, 2~4호선도 서울 올림픽과 비슷한 타이밍인 1980년대 중반에 서울 시내 구간이 모두 개통함으로써 서울 1기 지하철 프로젝트가 끝났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교통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1990년대 초에 지하철 5~8호선의 추가 건설이 논의되었으니, 이른바 2기 지하철이다. 시기적으로는 인천 공항 내지 고속철 사업과 비슷하게 시작한 셈이다.
1기 지하철을 서울 메트로(구 서울 지하철 공사)가 관할한다면 2기 지하철은 서울 도시 철도 공사--SMRT가 관할하게 되었다.

2기 지하철에는 기존 1기 지하철의 연장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작과 끝이 모두 국철 광역전철인 1호선이야 더 발전의 여지가 없고 2호선도 순환선이다 보니 지선 건설 외에는 더 생각할 게 없지만, 3호선은 남쪽으로 양재-수서 구간이 추가 건설되었으며 4호선 역시 북쪽으로 당고개 역이 이 때 신설되었다.

이때 건설된 2호선 신정 지선은 딱히 지하철 연장 건설은 아니지만 2호선용 차량 기지의 추가 건설과 5호선의 차량 반입 수단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과천선 내지 일산선도 비슷한 시기에 3, 4호선에 붙어서 개통은 하였으나, 이는 철도청 광역전철이기 때문에 2기 지하철의 일환으로 건설된 것은 아니었다.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의 건설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설 당시부터 설계라든가 기술 등 여러 면모가 향상되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쵸퍼/저항보다 더 효율적인 VVVF 전동차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 롤지/플랩식 대신 LED 방식 전광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 자갈 대신 유지 보수가 용이한 콘크리트 노반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며, 3· 4호선과 마찬가지로 ATS보다 더 발달한 ATC 신호가 쓰였다.
- 전동차는 1인 승무와 자동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 또한 1기 지하철과의 긴 환승을 교훈 삼아 역을 가능한 한 교차로에 건설하고, 앞으로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의 환승도 건설 당시부터 염두에 뒀다. 그 덕을 제대로 본 환승역이 바로 여의도 역이다.
- 종착역에서 회차 용량을 늘려 주는 2폼 3섬식 승강장도 서울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다만, 서울 2기 지하철은 비용 절약을 위해, 1기 지하철과는 달리 교직류 겸용 운행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2기 지하철은 기존 철도가 거의 지나지 않는 곳을 위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차량 반입도 어려운 편이었다(특히 5, 8호선).

서울 2기 지하철과 비슷한 시기에 건설되어 비슷한 수준의 기술이 도입된 지방 지하철로는 인천 1호선, 대구 1호선, 부산 2호선 정도가 있다. 서울 1기 지하철과 시기가 비슷한 것은 부산 1호선이 유일하다.

서울 2기 지하철은 그 시기적인 특성상 차량 구동음이 가장 다채롭고 개성 넘친다. 또한 지금 7호선 부천 쪽 연장을 제외하면 딱히 노선 연장이라든가 차량 추가 도입 같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그렇잖아도 개통한 지 15년 남짓밖에 안 됐는데 차량 내구연한도 25년에서 40년으로 연장).

그때에 비해 오늘날의 지하철이 바뀐 것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기계로 좌석이 모두 불연재로 교체된 것, 초창기(1996년) 5, 7, 8호선 개통 구간에도 꼬마 열차 전광판이 설치된 것(2006년에), 그리고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것(2008~09년)을 들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3 20:33 2010/02/03 20:33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0

철도 차량의 수송 원가

http://blog.naver.com/mhangulo/20054140906
여기서 본인의 눈길을 끈 정보는
"서울-부산간 KTX 전기 요금은 100만원 남짓."
열차 주행뿐만 아니라 객실 내부의 전기 공급까지 다 포함한 비용이겠죠.

본인은 어디선가 다른 출처를 통해, 서울 지하철 5호선급의 노선에서 전동차 한 편성이 편도 운행하는 데 드는 전기 요금이 10몇 만원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부산간 거리는 약 408km에 약 100만원. KTX는 18량에 최대 935명이 타고.
지하철 노선 길이는 약 40~50km에 약 10몇 만원. 전동차는 8~10량에 초만원일 때 1600~2000명까지 탈 수 있음.

※ 408km는 곧게 뻗은 고속신선으로 달려서 산출된 거리에요. 기존선으로 달리면 서울-부산은 440km가 좀 넘습니다.

요금과 거리의 비율이 얼추 맞죠.
KTX는 빠르게 운행하느라 힘들지만, 지하철 전동차는 고가감속으로 시도 때도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만만찮게 힘듭니다.

정확한 비교가 되긴 어렵지만 그래도 얼추 짐작해 보면 굉장히 수긍이 가는 결과인 것 같습니다.
서울-부산 KTX 편도 운임이 거의 5만원에 육박하니 935명이 타는 열차에 겨우 20여 명, 객차 딱 한 량의 1/3밖에 안 되는 인원만 타도 "수송원가"는 건진다는 황당한 얘기가 나옵니다.

또한 상일동-방화 교통카드 운임이 요즘 1600원이니, 지하철 한 칸에 성인이 좌석 승객(40여 명)과 입석 승객이 비슷한 양만치만 타도 "수송원가" 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얼마나 저렴한 동력원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 캡숑 짱 만쉐이입니다.

서울-부산을 기름으로 달린다면?
<과학 기술로 달리는 철도>란 책을 보면 우리나라 특대형 디젤 기관차는 1km 주행에 경유를 3.32리터 쓰는 기름 먹는 하마라고 합니다. 1리터로 3.32km가 절대 아님. 운행 조건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무척 부정확한 통계가 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감만 잡도록 하죠.

여기에다 408이든 440이든 곱하면 소모되는 기름 양은 약 1460리터에 달합니다.
철도에 무슨 비닐하우스나 어선처럼 면세유 쓴다는 말은 못 들었으므로, 세금이 그대로 붙은 자동차 경유값 리터 당 1800을 곱하면... 네, 무려 이미 260만원이 넘습니다.

그 디젤 기관차 하나로는 객차도 최고 많아야 8~9개까지만 끌 수 있습니다. 그 반면 KTX는 한번에 18개에 달하는 객차를 끕니다.
수송량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디젤은 거기에다 발전차 가동에 드는 기름값도 추가해야겠죠? 발전차의 연료 및 유류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으니 제끼더라도,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전기는 디젤보다 수송원가가 비교가 안 될만큼 무지막지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철화가 되고 나서 철도 수송원가가 거의 1/3이나 그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기름값 비싼 나라에서는!

Posted by 사무엘

2010/02/03 17:33 2010/02/03 17:33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69

전동차가 움직이는 과정

전동차는 내연 기관 대신 전동기(모터)로 달리다 보니, 자동차와는 달리 시동이라는 게 없고 자동차와 같은 식의 변속이라는 개념도 없다.
내연 기관은 달랑 기름만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작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 전기 불꽃으로 점화를 해 줘야 하고, 엔진에 갑자기 큰 부하가 걸리면 시동이 꺼져 버리기 때문에 동력비 조절을 외부에서 해 줘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전동차에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건 생각해 보면 무척 신기한 사실이다. 차 키를 꽂는 곳을 보면 ON까지만 있고 START가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외부로부터 동력과 전력을 공급 받으니, 생각해 보면 카오디오나 동작하는 임시 ACC 모드도 필요하지 않다. 전원을 켜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적인 부팅 초기화만 끝나면 곧장 달릴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지하철은 대부분의 경우, 냉방기나 송풍기를 가동하면서 달리기 때문에 그런 거 돌아가는 소음이 밖으로까지 들리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가동하지 않는 아주 추운 날에 지하철을 타 보면, 열차가 역에 정차해 있을 때는 그 어떤 엔진나 기계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달리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구동음이 들린다. 이래서 전기 차량은 디젤 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이 조용하다.

전동기가 내연 기관보다 on/off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는 절연 구간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남영-서울역 같은 구간은 자동차로 치면..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시동을 끄고 관성으로 달리면서 휘발유 엔진을 경유 엔진으로 교체한 뒤, 다시 시동을 걸어 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구간이다. 그래도 전동차는 그냥 전원 공급을 끊었다가 다시 공급만 하면 기계에 별 무리가 없이 잘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관성으로 달리다가 강한 역풍이나 장애물 때문에 서 버리면... 그 전동차는 꼼짝없이 디젤 기관차로 끌려가는 "구원 운전"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런 일은 전혀에 가깝게 발생하지 않는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철도 차량이 얼마나 무겁던가. 운동 에너지도 이미 상상을 초월하게 갖고 있다. 어지간한 자동차하고 충돌해도 자동차만 박살 난다. 철도 차량 안에 안전 벨트가 괜히 없는 게 아니다.

그 무거운 철도 차량을 서 있는 상태에서 그 정도 가속도로 움직이는 힘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1단 기어 정도의 기어비로는 어림도 없다. 전기가 아니면 그런 가속력을 얻기 어렵다. 단순히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전기는 지하철(철도)과 이 정도로 궁합이 잘 맞는 에너지인 것이다. 물론 비행기는 기름을 이용해서 일반 4행정 내연 기관이 아닌 제트 엔진 같은 다른 방법으로 매우 큰 힘을 얻지만, 연료 소모가 심하다.

어디서 본 통계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서울에서 다니는 대형 중전철의 경우, 한 칸당 최대 적재 하중을 20톤으로 잡고 설계된다고 한다. 즉, 이를 초과할 정도로 너무 차가 무거워지면 힘이 겨워서 버벅대고 가속이 떨어지겠지만, 그 이하에서는 차는 완전히 동일한 가속력으로 출발 가능하다는 것. 아침 시간 초만원일 때 지하철 한 칸에 거의 200~220명의 인원이 탄다는 것을 감안하여 충분하게 잡은 수치임이 틀림없다.

덧,

1. 이걸 생각하면 자살-_-을 해도 지하철 투신 같은 처참한 같은 방법은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뭐, 이제는 코레일 구간 빼고 서울 지하철은 사실상 전부 스크린도어가 완비됐지만 말이다.

2. 열기관은 그 태생상 일단 구조적으로 효율이 매우 낮은 기계이다(내연 기관은 열기관의 일종). 뭐, 화력 발전소와 심지어 원자력 발전소 역시 전기를 그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긴 하지만, 다른 열기관들에 비해서는 효율이 높은 편일 것이다.

3. 우리나라 전철이 교류 전기의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25000V짜리 전압은.. 정말 말 그대로 초고압이다. 신체가 선에 완전히 접촉하기도 전에 불과 몇 cm 앞으로만 접근해도 펑! 연기와 함께 불이 붙는다. 당연히 전신에 화상을 입고 감전사한다. (물론 사람을 죽게 만드는 요인은 사실 전압이 아니라 전류이지만)
정말 조심해야 한다. 2006년 동대구 역 어린이 감전사를 비롯해 최근까지도 사고가 몇 건 난 적이 있다. 일반열차가 아닌 전철도 교류 전기를 쓰는 구간은 그 전기가 흐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3 07:32 2010/02/03 07:32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68

분당선 trivia

1. 환승역

분당선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8호선하고 굉장히 비슷한 패턴으로 만난다.
모두 두 번 마주치기 때문에 3호선은 도곡과 수서, 8호선은 복정과 모란 이렇게 짝을 이루는데, 전자는 도곡과 복정을 A형, 수서와 모란을 B형이라고 묶을 수 있다.

A형과 B형 사이에 다른 노선 환승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A~B 사이의 역 간격도 매우 비슷하다. (도곡-수서 4, 복정-모란 3 정거장)
A형은 B형보다 더 북쪽에 있다. B형은 둘 다 노선의 시종착역이다. B 역과 남쪽 인근역은 역간 거리가 굉장히 길다. (수서-복정과 모란-야탑 모두)

또한 A형은 모두 계단 하나만 오르내리면 될 정도로 환승 거리가 무척 짧은 반면, B형은 T 내지 L자형이고 환승 거리가 굉장히 길다. 그래서 A형은 환승 거리가 짧고 그 반면 B형은 여타 노선 환승 시 시발역에서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는데, 이는 한 역에만 환승객이 몰리지 말라고 일부러 이렇게 설계한 거 같기도 하다.
A형역은 분당선이 섬식 승강장으로 타 노선의 밑으로 지난다는 공통점도 추가로 지닌다.

2. 소음

한때 분당선은 서울 지하철 5호선과 마찬가지로 시끄럽기로 악명 높았다. 분당선을 타다가 8호선으로 환승을 해 보면 분당선 전동차의 주행 소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개통 초기에는 너무 시끄러워서 옆 사람과 대화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나마 옛날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조용해진 것이다.

왜 시끄러울까? 분당선이 건설되던 90년대 중반은 한국에 VVVF 전동차가 처음으로 도입되던 시절이었고, 자갈 노반이 콘크리트 노반으로 처음으로 대체되던 시절이었다. 유지 보수가 더 용이한 기술이 도입된 대신에 VVVF 차량은 쵸퍼/저항 차량보다 더 시끄러웠고, 콘크리트 노반은 자갈 노반보다 소음 흡수가 안 되고 더 시끄러웠다. 즉, 지하철 기술의 변천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3. 야탑 역의 연결 통로

분당선 야탑 역의 인근에는 성남 종합 버스 터미널이 있다. 2003~04년 무렵에 증축· 이전한 것인데, 지하철 역과 더욱 가까워지고 백화점· 영화관과 건물을 통합한 데다 버스 승강장을 지하에 배치하여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밖에서 보면 버스 터미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앞으로 여러 신도시들에 세워지는 종합 터미널이 이런 스타일을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대구도 동대구 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을 통합한 신청사를 이렇게 깔끔하게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구는 그 정도 규모의 대도시가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도 없이, 버스 회사별로 터미널이 쪼개져 있으니 말이다. -_- 사실 요즘은 고속과 시외버스의 구분 역시 점차 없어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아무튼,
야탑 역과 야탑 버스 터미널은 거리가 매우 가깝고 더구나 버스 매표소와 승강장은 같은 지하에 있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둘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동선이 불편하다. 4번 출구로 나가서 횡단보도까지 한 번 건넌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통로를 건설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상권이라든가 여러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개통을 못 하고 있었던 거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 1월 18일부터 통로를 재개방했다니 무척 반가운 일이다. 마치 서울 역 급행 지상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를 이용하는 느낌일 것 같다.
야탑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 역도 동서울 터미널로 바로 들어가는 지하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강변 역은 역시 도로 중앙에 섬처럼 있어서 지상 횡단보도를 건너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여기는 사람이나 자동차들이나 교통량이 많아 굉장히 혼잡하다. 인근의 테크노마트하고 강변 역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동서울 터미널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30 00:13 2010/01/30 00:13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60

서울 지하철 1호선의 환승 특징

1호선은 놀라울 정도로 압도 다수의 역들이 남쪽, 즉 하행 방면 끝으로 환승 통로나 출구가 쏠려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무척 유리합니다.
석계, 신설동, 동묘앞, 동대문, 시청, 서울역, 신길, 신도림, 구로, 가산디지털단지

그러므로 1호선은 하행(인천, 천안 방면)을 탄다면 진행 방향 기준 맨 앞,
상행(의정부 방면)을 탄다면 진행 방향 기준 뒷칸으로 가면 환승이 편하다는 뜻입니다.

단, 창동, 종로3가, 회기, 금정은 환승이 평행형 환승이거나 정확하게 중앙 십자형 교차이기 때문에, 중앙에 가까운 칸에 타는 게 유리합니다.

그리고 위의 예가 적용되지 않는 정반대 예외는 남영, 도봉산, 노량진 정도가 고작입니다.
남영 역은 상행 방면 맨 끝에 타야 빨리 나갈 수 있으며, 도봉산 역시 환승 통로가 북쪽에 존재합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26 16:44 2010/01/26 16:44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

« Previous : 1 :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1/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1696845
Today:
607
Yesterday:
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