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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그 특성상 마술, 마법 같은 문화를 굉장히 싫어한다. “마술사를 죽입시다 마술사는 나의 원수”... 를 떠올리게 하는데, 성경, 특히 구약 율법에 깔린 사고방식은 진짜로 그 정도로 단호하고 과격하다. 물론 본인은, 그런 행위의 저변에 역사적으로 얼마나 사악한 짓이 실제로 저질러져 왔는지를 알기 때문에, 성경 말씀이 과격하고 잔인하고 반인권적이라는 식의 드립은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늘날에 활동하는 마술사들이야 악령 소환이나 초능력처럼 영적으로 사악한 방법을 쓰지는 않으며, 전적으로 과학 기술과 테크닉만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인 제임스 랜디(James Randi; 1928-)는 마술 전문가로서 오히려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강경한 회의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사상적으로는 사두개인?). 그는 과거에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가짜라는 걸 폭로하면서 그에게 큰 망신을 안긴 바 있다. 그리고 냉전 시절에(대략 1960년대) 미국 CIA가 소련에 대항한답시고 초능력자 요원을 몰래 양성하려고 했을 때, 자기 제자들을 마술 테크닉만으로 초능력자로 위장시켜 간부들을 낚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허술한 시설로 어떻게 진짜 초능력자를 키워 내겠냐고 질타하자 CIA는 이 계획을 슬그머니 백지화하고 말았다. 이건 유명한 일화이다.

사실, 랜디 정도면 마술 실력을 좋은 곳에다 쓴 참으로 정직하고 훌륭한 애국자이다. 그는 있지도 않은(?) 초능력 따위로 사기를 쳐서 혹세무민하고 돈벌이를 하는 치들을 극도로 혐오하였고, 그런 사람이 내 손에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을러댔다. 그리고 실제로 적지 않은 사이비 초능력자들이 그에게서 박살이 났다.
개그 만화 일화 종말편에 나오는 진짜 초능력자 마술사가 현실에서 있을 리가.. ㄲㄲㄲ

그가 CIA를 상대로 그런 일을 벌인 것도, 내 조국의 정보 기관이 한낱 사기꾼들에게 놀아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교계에도 사기꾼 은사주의자들 잡아내는 랜디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좀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랜디 같은 사람이 모세의 이집트의 대재앙이라든가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보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폐하, 이런 기적 따위는 다 마술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똥고집으로 설마 얀네와 얌브레(딤후 3:8)의 후손처럼 되었을까?

뭐, 저런 부류 말고도 Pen & Teller라는 미국의 2인조 배우는 더 부담없고 가볍게, 잘 알려져 있는 마술에 대해서 테크닉을 공개까지 하면서 관객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는가 보다. 신체 절단 마술에 대해서 관련 동영상이 있다.

다만, 제아무리 초자연적인 배후가 없다 하더라도 마술사라는 건 근본적으로 사람을 속임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이고, 그 분장이나 세트의 분위기는 옛날의 뭔가 신비롭고 음흉한 컨셉을 어떤 형태로든 답습하게 된다는 점에서, 크리스천이 양심적으로 아무 걸리는 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애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교사가 마술을 공연하는 건 대체 뭐지? 김 재욱 형제님의 글 클릭.

한때 미국의(또는 영미권 전체) 기독교계에서는 세상의 타락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이런 퀴즈를 내곤 했다.
the Land of ?z
Z로 끝나는 두 글자 지명 중 첫 글자로 바로 떠오르는 글자는 무엇일까요?

TV나 인터넷 따위가 없고 성경만을 열심히 읽던 옛날 사람들은 의인 욥의 고향인 우스(Uz)를 바로 떠올리는 반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즈(Oz)의 마법사를 곧바로 떠올린다고 하더라.
똑같은 원순모음인데 ㅜ가 ㅗ로 바뀌었구나! 나도 기발함에 무릎을 쳤다.
http://av1611.net/87 클릭

마치 성경에서 정숙하고 훌륭한 여인의 이름으로 소개된 '사라'(벧전 3:6)가 <즐거운 사라>에서는 완전히 음탕한 여자로 와전된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대학 시절에 저 퀴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본인도 Uz가 생각 안 났다.
오히려 어렸을 때 본 TV 만화영화 주제가 가사 중의 '오즈는 오즈는 어떤 나라일까요'가 먼저 생각났다. 그래, 본인도 일종의 피해자였다. ^^;;

그리고 여담이다만, 항공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즈 하면 아시아나 항공도 떠오르지 싶다.
IATA가 규정하는 항공사 식별 코드가 OZ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이름의 발음과는 아무 관계 없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이는 AA는 아메리칸 항공에 이미 선점 당해 있고, 1986년에 도산한 미국의 오작(Ozark) 항공이 자기네 코드명을 반납하면서 이를 1988년에 창립된 아시아나 항공이 그냥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색동날개라는 컨셉부터가 좀 어린이 같고 오즈스럽지 않은지? -_-)

소문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으로서는 어차피 AA를 못 쓰는데 OZ는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라서 참신한(?) 느낌이 든다고 경영진이 이를 선뜻 선택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 항공보다 적은 수의 비행기로 운항을 굉장히 빡세게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항공덕들은 마법사의 비행기 운영이라고 칭송 내지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나 항공이 사탄적이라거나, 크리스천이 이용하지 말아야 할 항공사라는 식의 드립을 치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이름으로 마법사가 버젓이 존재한다. sorcerer이나 magician이 아니라 wizard.
윈도우 운영체제를 쓴다면 '설치 마법사'라는 말을 많이 접해 보셨을 것이다.
몇 단계에 걸친 질문에 사용자가 대답하면서 '다음 / 마침'을 클릭해 주면 나머지 일은 컴퓨터가 마술 부리듯 짠~ 해치워 준다는 의미에서 마법사라는 말이 붙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뭔가를 설치하는 기능에만 '마법사'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이거 원조는 1994년에 개발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6.0의 새 문서 마법사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개발 도구인 비주얼 C++에도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 때 AppWizard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검은 모자와 흰 장갑을 쓴 마술사가 금가루를 뿌리면서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그런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생성된 말임이 분명하나,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는 일을 그 정도로 신비로운 마술처럼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9/01 08:48 2011/09/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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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을 지원하지 않는 단순한 텍스트 에디터를 워드 프로세서로 발전시키려면 무슨 작업이 필요할까?
뭐니뭐니해도 글자마다 서식을 달리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서체, 속성, 크기, 색깔 등등)
그런데 그걸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장치 독립적인(device-independent) 레이아웃을 구현하는 것이다.

장치 독립이란, 표시 화면의 해상도(=확대 배율)와 관계없이 글자들의 비율과 위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걸 말한다. 쉽게 말해 위지윅(WYSIWYG)이다. 요즘 워드 프로세서에서는 필수인 이 기능을 지원하기란 장치 종속 레이아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장치 종속 레이아웃과 장치 독립 레이아웃의 예는 다음과 같다.

장치 종속적 레이아웃: 웹브라우저 화면. MS 엑셀. MS 워드의 웹/개요 모드, Draft/normal view. 워드패드
장치 독립적 레이아웃: MS 워드의 인쇄 모드(print layout) view. 아래아한글, Acrobat PDF,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들의 '인쇄 미리보기 (print preview)'

차이를 아시겠는가?

WWW
iiiiiiiiiiiii

가변폭 글꼴로 두 줄에 W와 i를 비슷한 폭이 되는 개수로 찍은 뒤(당연히 i의 개수가 훨씬 더 많아짐),
화면 배율을 아주 작게 줄였다가 아주 크게 확대해 보라.
W와 i의 폭의 편차가 크면 장치 종속적인 레이아웃이고,
대체로 전반적인 배율은 잘 유지되지만 그 대신 작은 크기에서 i들끼리의 픽셀 간격이 들쭉날쭉하다면(저해상도에서 보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건 장치 독립적인 레이아웃이다.

엑셀을 실무에서 오래 써 본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엑셀은 심지어 Page layout view에서도 위지윅이 전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화면에서 보는 글자의 폭과 인쇄해서 보는 글자의 폭의 차이를 유의해야 한다.
화면으로 보기 좋게 글자수나 폭을 맞춰 놓은 것은 인쇄를 하거나 심지어 확대 배율만 바꿔 봐도 모조리 어긋나 버리기 때문이다.
편집 화면이 아니라 오로지 '화면 인쇄'만이 장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엑셀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수월하게 다루기 위해서, 성능상의 이유로 위지윅 편의는 희생한 셈이다.

요즘 워드 2007은 처음 시작했을 때 인쇄 모드 view로 시작하지만, 옛날, 한 97~2000 버전까지만 해도 print layout이 아니라 normal view가 기본 모드였다. 아래아한글은 비슷한 개념으로 '쪽윤곽' 옵션이란 게 있어서 둘의 차이는 화면에 용지의 여백이 나타나 보이는지의 여부가 고작이지만, 워드의 normal view는 print layout view보다 훨씬 더 이질감이 컸다. 그림이나 표 같은 틀이 제 위치에 표시되지 않고 다단(column)이나 세로쓰기 같은 건 아예 무시되었으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normal view는 앞서 말했듯이 위지윅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view가 기본 mode였던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normal view가 문서를 훨씬 덜 정교하게 대충 렌더링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normal에서 신나게 긴 글을 편집하고 있다가 print layout으로 처음으로 모드를 바꾸면, 워드는 “페이지를 정돈하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뜸을 들이곤 했다.

장치 독립적인 레이아웃에서는 여백이나 글자 크기 따위를 나타낼 때 픽셀이 아니라 어느 매체에서도 동일한 절대적인 단위가 쓰인다. 그래서 아래아한글이라든가 PDF 같은 문서 파일 포맷 스펙을 보면 그런 개념을 찾을 수 있으며, 아래아한글의 경우는 1/n 인치가 최소 단위였지 싶다.

운영체제 API는, 해상도가 서로 넘사벽급으로 다룬 모니터와 프린터를 모두 동일 코드만으로 수월하게 다루기 위해서 다양한 추상적인 좌표계와 확대 배율을 지원하며, WM_PAINT뿐만이 아니라 WM_PRINT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메시지도 제공하고 있다.
MFC가 OnPaint말고 OnDraw라는 화면· 프린터 통합 메소드를 제공하는 것 역시 다 이유가 있어서인 것이다
.
흠, 그러고 보니 나도 포스트스크립트나 '텍' 같은 전자 조판 언어를 공부하고 싶긴 한데, 접할 기회가 없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8/19 09:03 2011/08/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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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과 통합

요즘이야 학문간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 내지 통합이 대세라고들 다들 그런다. 특히 인문계와 이공계의 통합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본인도 일종의 그런 계열로 학업을 계속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과간 협동 과정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생각보다 꽤 최근이다.

그 전엔 그럴 수가 없었다.
대학 내부의 각 학과들은 자기 과가 좀더 연구비를 많이 타 내고,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더 많은 세력을 확보하려고 서로 싸우는 구도였다.
융합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융합 뭥미? 그거 먹는겅미? 우걱우걱..." 이었다.

어디 학계뿐이었을까?
요즘도 그렇기도 하지만 종교 때문에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고,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 강대국들은 식민지를 더 차지하려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가끔은 체력이 비슷한 국가들끼리 불가침 동맹을 맺기도 했지만, 힘의 균형이 깨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조약 그딴 거 없었다. 바로 침략.

그런 마인드로 과학 기술만 급속도로 발전하니, 그 결과는 인류의 비극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ㄷㄷㄷ;;
아마 그때 종교에 좀 심취해 있던 사람들은, 이걸 분명 요한계시록 재앙에다 갖다붙이면서 인류가 이렇게 멸망하고 말 거라고 호들갑도 떨었을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원자 폭탄의 버섯 구름을 본 사람들이 경험했을 충격과 공포는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 * * * * *
독특한 사례로 일본을 들 수 있다.
그때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 중 나름 일찍 근대화에 성공하여, 한때 미국과도 맞장 뜨고 전쟁을 벌일 정도로 성장하긴 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일본의 내부 조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장이었다.

아마 전에도 블로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일본군이 존재하던 시절, 일본의 육군과 해군이 서로 얼마나 사이가 나빴는지 말이다. 그냥 나쁜 게 아니라 서로 거의 적군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며, 서로 스파이를 보내서 상대편 근황을 알아볼 정도였다..!!

(르누와르와 세잔을 일본 육군과 해군으로 바꿔서 개그만화일화 만들어도 될 듯.. ㄲㄲㄲㄲㄲ)

육군과 해군이 각각 천황 직속이었던지라 육· 해군 통합 사령부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때 나중에 하도 상황이 안 좋아져서 해군이 보다못해 "육군아, 과달카날로 보병 좀 파견해 주셈" 하자, 육군 왈, "과달카날이 어디야?" -_-;;;
서로 작전을 알려주지도 않았으며, 둘 중 하나가 싸우다 다 죽어가고 있어도 상대편은 그냥 '생깠다'.

전투기나 장비조차도 똑같은 걸 서로 중복 투자하여 따로 개발했으며, 들어가는 부품의 나사 규격조차도 서로 달랐다고 한다. =_=;;

이 정도면, 지 만원 박사의 지론대로라면, 일본은 '시스템'에서 졌기 때문에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확한 표현이다.
본인이 공 병우 박사를 공부하던 시절엔, 전쟁 당시 일본의 주된 비효율 요인으로 '한자'를 비중 있게 살펴봤었다. 미군은 군함 곳곳에 영문 타자기가 비치되어 있어서 아주 빠르게 교신을 주고받았던 반면 일본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그런데, 한자보다도 저런 막장 군대 조직이  더 큰 비효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이런 막장 시스템은 헌병과 특별 고등 경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일본 헌병은 여타 군대의 헌병과는 달리, 군사 치안뿐만 아니라 민간인 치안까지 담당했다. 자기 마음대로 민간인을 상대로 사상 검문을 하고 구금, 체포, 고문이 가능했다. 우리 같은 피지배인뿐만이 아니라 일본 본토인조차도 자기네 나라 헌병을 싫어할 정도였다.

그런데 불순분자를 잡아내는 일은 어차피 일본이 만들어 낸 특별 고등 경찰과도 거의 겹치는 업무였다. 일례로,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한 건 올린 조직은 헌병이 아니라 고등 경찰이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업무 협조나 첩보 정보 공유? 그딴 건 전혀 없었고 둘 사이도 극도로 나쁘긴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육군· 해군 사이와 마찬가지로 실적 쌓기 천황 충성 경쟁 때문이었다. ㅋㅋ
* * * * * *

그랬는데,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부터 인간 사회에 과거와는 뭔가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났다.
컴퓨터가 발명되고,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전쟁으로 인해 발달한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민간 여객기가 지구촌 시대를 개막하고...
그리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예전의 국제 연맹보다 더욱 강력한 범국가 기구인 UN이 생기고..;;

지금은 분야를 불문하고 협력과 통합이 대세이다.
서로 협력해서 파이의 크기를 키울 수만 있다면, 어제의 적국도 오늘의 친구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시 영원히 생까고 지낼 것 같던 일본하고도 문호 개방하고, 6 25의 원흉이던 북한하고도 이 정도로 개방하고, 심지어 정치 이념적 우방이던 대만 대신에 시장 크기가 더 큰 중국과 수교하고.. 북한의 친구였던 러시아하고도 수교하고...;;
좋게 말하면 실용적인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일 수도 있다. 세상에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지옥 같은(같을 수도 있는) 세상인지는, 겪어 보지 않고서는 잘 모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각종 국제 규모의 올림피아드나 대회..;; 100년 전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던 개념이었다.
자, 학문간의 융합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만한 트렌드인 것 같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종교까지 통합 중이다. 성탄절 때 절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합니다" 현수막 걸어 주고(안 해 줘도 되는데! ㄲㄲㄲㄲ), 석가탄신일 때 성당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합니다" 해 주는 게 요즘 관행이라며?
물론 근본주의 크리스천들은 이런 에큐메니컬 운동을 굉장히 싫어한다. 성경에 예고된 대로 말세에 있을 큰 배도와 타락이라고 갖다붙이며, 그 의견에는 본인 역시 동의한다.

세상 정세에 더 민감한 미국 크리스천들은 UN도 굉장히 싫어한다. 하나님의 경륜은 국가와 민족을 나누는 것인데, 그걸 인간이 멋대로 힘을 합치고 통합하면 그걸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짓밖에 안 할 거라고 말이다.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다.
다만, 6 25 때 UN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 특히 반공 정신이 투철한 한국 교회 성도가 느끼는 UN 이미지와, 미국이 느끼는 UN 이미지는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해서 나쁠 것 없는 융합과, 영적으로 불순한 동기의 융합을 잘 분별하는 것도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24 18:38 2010/10/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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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C) 장조

현대 음악에서 조표가 하나도 없는 가장 기본적인 조이다. 쉽게 말해서 피아노로 칠 때 검은 건반을 전혀 누르지 않는다는 뜻. 그래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고 이 조로 만들어진 곡도 아주 많다.
본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노래인 Oh Glory Korail부터 시작해 일기예보 OST인 Frank Mills의 The Happy Song, 그리고 Peter Piper도 다 장조이다.

개천절, 삼일절(기미년 3월 1일 정오~)과 제헌절 노래(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역시 다 장조. 이 중 개천절과 삼일절 노래는 '도'로 끝나지 않고 '솔'로 끝난다.
군가 중에서는 <용사의 다짐>, <육군훈련소가>가 다 장조이다. <멸공의 횃불>은 같은으뜸음조인 다 단조이다.

※ 내림라(Db) 장조

다 장조를 반음만 내리거나 올린 조는 조표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조는 다 장조만치 친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본인이 아는 음악 중에서는 뉴에이지 성향을 띤다고 하는 몇몇 instrumental 곡이 이 조이다.
예를 들어 Frank Mills의 명작인 Music Box Dancer, 그리고 코레일에서 아직까지 현역으로 쓰고 있는 열차 종착 음악인 Steve Barakatt의 Dreamers. 잘 들어 보면 라 장조가 아니라 내림라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찬송가 중에서는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고마워라 임마누엘... ㅋ)라는 아주 한국적인 찬송가가 드물게 내림라 장조.
Db는 서울 지하철 2, 3, 9호선의 신형 전동차가 발차할 때 나는 구동음의 첫음이기도 하다.

※ 라(D) 장조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의 구동음 첫음이 D이다.
본인이 최초로 들은 라 장조 곡은 역시 동요 겸 캐롤인 <탄일종>(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이다. 비슷한 시기에 들은 슈베르트의 <군대 행진곡> 역시 라 장조이니, 초등학교 음악 시간의 기억이 참 오래도 간다. ^^ (군대 행진곡은 중간에 사 장조와 사 단조 조옮김도 일어난다. 그리고 주찬양 선교단의 명곡인 <그 이름>(예수 그 이름 나는 말할 수 없네)도 라 장조이고 <라데츠키 행진곡>이 라 장조.

같은으뜸음조로는 라 단조가 있다. 라 단조인 곡으로 본인이 난생 처음으로 접한 곡은 <종소리>라는 동요이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온다 희망의 앞날을 알려 주러~) 단조이기 때문에, 똑같이 종을 소재로 한 <탄일종>과는 영 분위기가 다르며 가사와는 달리 별로 희망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으뜸음도 같고, 똑같이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는 가사인데도 말이다! 음악 교육용으로 아주 좋은 대조군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 내림마(Eb) 장조

알토 색소폰은 기본조가 이 조이다.
본인이 어렸을 때 처음으로 들은 내림마 장조의 곡은 <광복절 노래>(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였다.

참고로, 1994년에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납량특집 M의 OST인 <나는 널 몰라>는 올림라(d#) 단조로, Eb와 같은으뜸음조이다.

※ 마(E) 장조

장조로 이 으뜸음을 쓰는 곡은 의외로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음에 설명할 바 장조의 인지도에 밀리는 듯. 주찬양 선교단 7집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가 마 장조이고, 아마 <송 명희와 친구들> 앨범의 첫 곡인 <예수 이름을 내가 사랑함이여>가 앞부분이 마 장조이다. 이 앨범도 나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구나.

본인이 보기엔 마 장조보다는 마 단조가 훨씬 더 유명하다. <코시코스의 우편마차>도 마 단조이고(중간에 잠시 다 장조로 조옮김), 댄스곡인 코요태의 <순정>도 동일한 조. 6 25 노래는 영락없이 마 단조로 시작했다가 끝은 장조투로 급반전하는 것 같다.

※ 바(F) 장조

다 장조에서 조표가 딱 하나 붙은 비교적 쉬운 조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조이다.
경기도 아리랑, <작별의 노래>(오랫동안 사귀었던...)부터 시작해서 바 장조의 곡은 엄청 많으며,
새마을호 Looking for You도 이 조이다. ㅋㅋㅋ
서울 메트로 CM송인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 서울 메트로"도 바 장조이고, 새마을호 특실 음악 채널에서 듣다가 나를 눈물바다로 만든 <어머니의 마음>(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역시 바 장조이다.

※ 올림바(F#) 장조

내림사(Gb) 장조와 동일한 조인데, 샵(#)이든 플랫(b)이든 조표가 무려 6개나 붙는 굉장히 어려운 조이다. 인근의 바/사 장조에 밀려서 잘 쓰이지 않는 조인 듯.
피아노 소곡집에서 <고양이의 춤>(작곡자 미상)이 이 조라는 것밖에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같은으뜸음조인 올림바(f#) 단조는 의외로 인지도가 있다. 2007년 가을에 크게 히트 쳤던 원더걸스의 <텔미>가 이 조이다.
그리고 "대충 그런 느낌 개그 만화 보기 좋은 날"로 끝나는 <개그만화일화> OST 역시 올림바 단조. ㅋㅋㅋㅋ

※ 사(G) 장조

G는 GEC 알스톰(서울 지하철 7, 8호선 1차 도입분, 서울 지하철 4호선 대우 중공업 전동차) 인버터를 탑재한 전동차 구동음의 첫음이라고 기억하면 된다.
<칵테일 사랑>(마로니에)과 서울 도시 철도 공사 이미지송 <행복 미소>가 이 조이다.

본인은 애국가(동해물과 백두산이)와 한글 노래(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도 어렸을 때 사 장조로 처음 배웠으며 그 음높이가 완전히 머릿속에 박혀 있다. 공식 석상에서 애국가 연주하는 걸 들어 보면 역시 사 장조이다. (비록 반음 올린 내림가 장조 바리에이션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국민체조 음악 역시 사 장조.

같은으뜸음조인 사 단조의 대표적인 예는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제 5번>이다. 중간에 사 장조로 조옮김도 했다가 돌아온다.

※ 내림가(Ab) 장조

본인이 태어나서 내림가 장조라는 걸 인지하고 들은 최초의 곡은 찬송가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옛 통일 찬송가 488장)이다. 사실 찬송가에는 내림가와 내림마 장조의 곡이 굉장히 많은데, 다른 곳에서 내림가 장조의 곡이나 노래를 접한 기억은 별로 안 난다.
본인의 기억이 맞다면, 대구 지하철 1호선 전동차 구동음의 첫음이 Ab.

※ 가(A) 장조

주로 팝송이 생각난다.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이 정확하게 가 장조이고, 카펜터의 Top of the World는 가 장조인지, 내림나 장조인지 좀 가물가물하다. (다시 들어 보기 귀찮아-_-)

같은으뜸음조인 가 단조는 우리에게 많이 친숙하다. 스타크래프트 테란 배경 음악 중 하나인 "빠빠 빠빠빰 빰.. 빠밤.." 그 곡이 가 단조의 대표적인 예.
게임 음악은 사용자를 긴장시키고 뭔가 불안하고 부족한 심리를 유지시키고 게임에 몰입시키기 위해, 99% 단조로 작곡된다. 장조 곡은 게임 엔딩(해피엔딩)이나 오프닝에서나 접할 수 있다.

※ 내림나(Bb) 장조

동요 <둥글게 둥글게>(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가 본인이 난생 처음으로 들은 내림나 장조 곡이다.
그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나오는 주악이 이 조이며, 청소년 체조에 곁들여져 나오는 음악과, 그 유명한 바그너의 <결혼 행진곡>(딴 따따딴)도 나림나 장조이다.

※ 나(B) 장조

장조로나 단조로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 존재감 없는(?) 조인 듯. 그냥 더 쉬운 다 장조를 쓰고 마는가 보다. 어차피 어지간한 사람들의 귀는 나/다 장조 같은 반음 차이 정도는 분간도 못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25 18:25 2010/09/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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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라는 속담에 등장하는 이 두 동물은 인간의 항공· 우주 쪽 첨단 산업에도 재앙과 같은 존재이다.

항공업계가 새 때문에 이만저만 골치 아픈 상황이 아니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KTX만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번 고고씽을 하고 나면 앞면에 작은 새나 벌레가 부딪혀서 죽은 혈흔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심지어 유리창에 금이 가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는 오히려 아주 양반.
비행기는 주변의 공기 흐름을 크게 뒤흔들어야만 하늘로 뜨고 움직일 수 있는 기계이다. 조류가 기체에 단순히 부딪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예 팬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면 그 생물체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아주 끔살 당하고, 비행기도 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공항에서는 공항 주변에 새 떼들이 몰려들지 못하게 전문 용역 업체까지 동원해서 총소리와 이상한 냄새로 새들을 쫓아내고, 서식처를 없애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날씨가 좋길 바라야 한다는 점과 새떼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항공업은 숫제 농업과 공통점이 있다. ^^;;

쥐는 어떨까? 일단 비위생적인 곳에서 병원균을 옮기는 더러운 동물이고 앞니의 성장 속도가 엄청 빨라서 뭔가를 쉴 새 없이 갉아댄다. 이 때문에 인간이 사는 집의 전선까지 갉아먹어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원인까지 제공한다. 백해무익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나로 호 발사장 주변에도 로켓 발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쥐 소탕 작업이 필요했다. 우주 센터는 그 특성상 자연이 살아 숨쉬는-_- 캐오지에 들어서 있는데, 그곳 역시 개체수가 수천에 달하는 다양한 쥐들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쥐가 시설 발사대에까지 침입해서 정밀한 기계들의 배선을 하나라도 망가뜨렸다간 시스템 전체를 가히 개발살낼지도 몰랐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름도 유명한 국내 방제 업체인 세스코에게 용역을 줬다. 50여 명에 달하는 방제 전문가들이 1년 동안 현지를 답사하여 우주 센터 주변과 건물 내외로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해 줬다. 덕분에 그 후로 나로 호 시설에는 쥐로 인한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훗날 나로 호 역시 최소한 쥐 때문에 실패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빵을 먹다가 바퀴벌레 몇 마리를 발견했을 때 제일 끔찍할까요? 답은 반 마리” 같은 재치 있는 광고로 좋은 대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게다가 고객 상담 게시판도 독극물을 제조하는 살벌한 업체답지 않게 가히 센스쟁이 인기 만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

http://qilian.egloos.com/1084443
http://www.cesco.co.kr/Qna/View.aspx?startpage=1&page=3&a_day=2009-12-08%2009:54:57&idx=326457&keyField=&keyWord=

Q: 우리는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너희 세스코들을 적으로 간주하며 오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너희 세스코 본사를 대대적으로 공격할것이다. 우하하하
공격당하기 싫다면 우리 바퀴벌레에 대한 박멸을 당장 중지하고 내 통장으로 인간세계 돈으로 100만원을 입금할것을 요구한다.
거래를 거부한다면 전세계의 모든 바퀴들을 동원하여 세스코 본사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A: 치사하게 회사가 쉬는 날에 공격을 감행하다니. ㅡㅡ^
그러나 우리가 회사에 있지 않아도, 개미연합 병정개미사령부에서 본사 건물에 대한 방어를 맡기로 했기 때문에
바퀴벌레 네 녀석들의 온다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참, 추가로 알려줄 것이 있는데 세스코 본사의 경우 휴일에는 건물 외벽에 미약전류를 흐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바퀴벌레는 커녕 개미 한 마리도 침입할 수 없을 거란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

개... 개미 사령부 ㅠ.ㅠ
세스코는 조류 충돌 방지 업무는 안 하나 모르겠다. 해충 구제와는 좀 분야가 다른가?
생각해 보니까 원자력 발전소 같은 곳도 우주 센터와 같은 맥락으로 철통 방제가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게다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컴퓨터 버그(오류· 문제점)도, 컴퓨터 내부로 날아들었던 나방.. 즉 진짜 벌레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공항과 새는 이처럼 사이가 몹시 나쁜 반면, 공항과 골프장은 사이가 좋아요 투나잇이다. 흔히 골프장 건설이 환경 파괴라고 까이고 있으나,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골치아픈 새의 서식처를 없애는 동시에 넓은 녹지대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골프장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공항은 컨트리클럽이나 있을 법한 완전 외곽에 건설되며, 골프는 비행기 자주 타고 다니는 부유층 중산층에게 적합한 여가 수단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수지가 맞다.인천 공항이 있는 영종도에도 공항 근처에 골프장이 있다.

또한 활주로 옆에도 그냥 콘크리트보다는 잔디라도 깔아 놓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 일단 친환경적이고 보기가 좋은 데다, 잔디는 사고가 났을 때 충격을 흡수해 주고, 콘크리트와는 달리 더운 날 열 흡수에도 좋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3 07:35 2010/07/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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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과 커피

우리나라가 삼겹살과 커피 소비가 과거에 비해 급격히 늘었으며,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인구에 비해 소비량이 많다고 들었다. 마치 일본이 유별나게 참치와 고래고기 소비가 많은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란 불과 2, 30년 전이며 그렇게 먼 과거도 아니다.

커피를 예로 들어 보자. 사람 만나서 부담 없이 마시는 기호품 내지 음료수로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본좌급으로 등극해 있으며, 청량음료와 더불어 양대 산맥이다. 재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주제에 말이다. 스타벅스 정도밖에 모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커피집들을 보라. 원래 우리 민족은 이 정도로 커피 즐겨 마시지는 않았다.

삼겹살도 마찬가지. 서양에서는 베이컨을 만들어 약간씩 먹는 부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푸짐한 서민 요리이고 회식 술안줏감이다. 우리나라는 돼지의 다른 부위는 별로 안 먹는데 그 부위만 기형적으로 수요가 많아서 수입에 의존한다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에 널려 있는 삼겹살 식당들.. 오죽하면 축산업계에서 다른 부위도 좀 먹어 달라고 캠페인을 벌일 정도이다.

원래 삼겹살은 중금속/먼지 제거 효과 때문에 광부들이 작업 마친 후에 먹었고 황사 때나 생각나는 그런 고기였다고 한다. 저런 삼겹살 문화가 생긴 건 상당히 최근이라 함.
자기 소득이 없는 가난한-_- 학생이 구내 식당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 식사로 삼겹살을 사먹을 일은 흔치 않다. 본인 역시 학생 딱지를 떼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커피와 삼겹살을 자주 접하게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회 풍토가 원래부터 이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라는 게 충격적이다. 마치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옛날에 빨간색 인테리어였다는 사실만큼이나 적응이 안 된다. 본인은 빨간색 인테리어를 본 기억이 전혀 없으며, 처음부터 1호선이 군청색인 줄로만 알고 있었으므로.

본인은 커피는 오로지 맛으로만 마신다. 마셔도 졸음 방지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카페인? 그거 조미료임?' 그냥 그러는 수준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카페인 중독 증세가 나타날 때까지 퍼 마시고 싶지는 않다. ^^;;
또한 삼겹살도, 참치 요리도 아주 좋아한다. "이모코와 참치는 사이가 좋아요 투나잇 / 베개의 속에는 참치가 한가득" -_- 참치는 그렇다 쳐도,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를 못 먹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사람들은 무척 딱하다. -_-;;

끝으로,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신분이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바뀌면서 학생 시절에는 전혀 존재감 없던 날이 공휴일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게 생각난다. 바로 성탄절과, 근로자의 날이다.
전자는 어차피 방학 기간에 포함되다 보니 별도의 휴일로서의 의미가 전혀 없었으며, 후자는 취지부터가 학생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학생과 직장인의 차이라 볼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24 09:52 2010/06/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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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익 광고들

1. 주제: 공중도덕
파란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갑자기 털이 북실북실 나면서 원숭이로 변한다. 그리고는 새치기, 운동 경기장에서 난동 등 갖가지 추한 행동을 다 한다.
거의 1990년대 초반에... 엄청 옛날에 본 광고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엔 그러고 보니 전화기도 다이얼이요, TV도 채널 바꾸는 다이얼이 있었구나.
사람 얼굴이 원숭이 얼굴로 바뀌는 CG가 하도 엽기적이고 흉악했던지라, 초등학교나 그 이전에 봤을 장면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2. 주제: 환경
어느 아날로그시계가 물속에 빠져서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그런데 시계 바늘은 째깍거리면서 점차 자정으로 다가가고, 물은 점점 흐려지고 더러워져서 시계를 볼 수가 없게 된다. 아마 시계도 고장 나서 작동을 멈췄지 싶다. 어린 나이에 보기에 은근히 무서운 인상을 받았다.

3. 주제: 환경
남녀 어린이들이 하얀 세트장에서 놀고 있는데, 바닥 곳곳이 시꺼멓게 변하고, 그런 구역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 공간도 갈수록 좁아진다. 애들은 겁에 질리고...
이것도 보기 무서웠다.

4. 주제: 과소비
새까만 세트를 배경으로 어느 중년 남성과 여성이 번갈아가면서 풍선을 분다. 부풀어 오르는 그 풍선에는 외제차, 고급 양주, 보석 등의 사진이 번갈아가며 오버랩된다. 그러다 나중에 풍선은 펑! 터지고 “과소비는 나라 경제를 어렵게 만듭니다”라는 무거운 멘트가 나간다.
닥치고 근검 절약 국산품 애용하자고 한창 밀어붙이던 5공스러운 이념이 좀 담긴 공익 광고이긴 하나, 오늘날도 곱씹을 가치는 있는 내용이다.

"국민 소득 4천 $. 소비 수준은 2만 $." 와.. 정말 언제적 멘트냐..;;
옛날 <과학의 노래>에서 수출 100억 $, 국민 소득 1천 $.. 이랬지 싶은데.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국민 소득 2만 $에는 도달 못 해 있다. 흠좀무.

5. 주제: 에너지 절약
다른 건 기억 안 나는데, 나중에 석유 드럼통이 견디질 못하고 옆으로 쿵!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6. 주제: 음주 운전
사고로 처참하게 부서진 차 옆에 운전자가 바깥까지 튕겨나간 채 죽어 있다. 그런데 카메라의 역방향 재생이 시작된다. 차가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오고 운전자가 다시 운전석으로 쓰윽 돌아온다. 차는 비틀거리면서 한없이 후진을 반복하는데... 재생이 끝나는 곳은, 바로 운전자가 술잔을 거하게 짠~ 부딪치는 지점.
나름 참신하게 잘 만든 광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은 되돌릴 수 있어도 생명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술 마시고 나서 '필름 끓겼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니 무척 잘 만든 광고 카피이다. 마치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갑니다"처럼 말이다.

요즘은 음주 운전뿐만 아니라 '운전 중 전화질'도 안전을 아주 위협하는 요소로 등극한지라, 외국에서는 Don't text and drive라고 교통사고 장면을 꽤 노골적으로 잔인하게 묘사한 공익 광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나저나 음주 운전 단속은 꽤 엄격하게 하는 걸로 아는데, 우리나라는 성 범죄는 여전히 왜 이리도 술에 관대한 걸까?

7. 주제: 언어 순화
앵무새가 ‘저 녀석! 저 녀석!’ 이라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학습한 말을 흉내 내는 게 나온다.
평소에 앵무새 주인이 말을 험악하게 하다 보니, 말을 조심해야 할 곳에서 앵무새가 자기 주인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나름대로 시간 순으로 배열했다. (1 oldest, 7 latest)
기억에 남는 공익 광고들을 나열해 보니까 은근히 많네... 혹시 이런 것들 기억하는 분은 없으신지?
.
.
.

이 글을 쓰고 난 후...
http://www.kobaco.co.kr/ 에서 위의 공익 광고 방송들을 다 열람해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참 대단하다. -_-;; 그래도 내 기억도 상당히 정확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1990 늑대인간
1989 생활하수
1990 런칭
1989 풍선
1990 스위치
1991 필름역회전
1995 앵무새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건,
요즘 광고들은 처참하거나 무서운 장면을 옛날만치 노골적으로 내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단순히 본인이 나이가 들고 감수성이 무뎌져서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노골적인 공포감과 혐오감 조장은 지양하는 한편으로 메시지는 더욱 implicit(간접· 암시적)해졌다.
가령, 옛날 광고에서는 무질서 난동 부리는 나쁜놈을 저렇게 원숭이로 묘사하여 노골적으로 깠다면, 요즘은 마치 서울 메트로 광고처럼 럭비 선수에다 비유해서 "님들은 럭비 선수가 아닙니다. 지하철 탑승을 그렇게 하는 건 반칙입니당^^"이라고... 재치를 동원하는 식.

환경을 소재로 한 광고만 해도, 옛날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하게 주변 환경이 시꺼매지고 더러워지는 모습, 물고기들이 몰살 당해 물에 떠오른 사실적으로 묘사한 반면, 1996년도 광고를 보면 그냥 민속 그림을 CG로 애니메이션화해서 보여주면서 "그 (물이 깨끗하던)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라고 표현의 수위가 한결 누그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10 08:57 2010/06/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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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근황

본인은 군 장성하고는 아무 인연도 없다. 그냥 생각이 나서 자료를 모아 본 것이다. ^^
각 사람이 아니라 장군이라는 직급이 주제이기 때문에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글을 분류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3월, 투스타 신분으로 안양의 모 예비군 훈련장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매스컴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방 원팔 장군(1956년생. 육사 35기)을 기억하는가?
뉴스 기사를 검색해 보니 작년 말까지도 여전히 사단장 직급이던데 지금은 진급은 했으려나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쓰리스타와 포스타의 만남.
정 승조 장군(1953년생. 육사 32기)은 2007년 말에 저 사진에 나온 대로 군단장에 취임하고, 2009년에는 47대 육군 사관학교 교장을 역임한 후, 현재는 포스타로 진급하여 제1야전군 사령관을 맡고 있다. 육사 교장 재임 기간이 5개월 남짓밖에 안 되는데, 이는 일찍 진급한 덕분에 보직이 바뀐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등병과 포스타!!!
와.. 옆의 저 병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후덜덜덜덜... 얼어붙어 있는 게 표정만 봐도 느껴진다.
임 충빈 장군(1950년생. 육사 29기)은 45대 육군 사관학교 교장(2006~2008)과 39대 육군 참모 총장(2008~2009)을 연달아 맡은 후, 현재는 더 진급할 곳이 없으니 예편한 상태.
저 사진은 2009년 언젠가 육군 참모 총장의 초소 시찰 중에 촬영된 것이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19 08:19 2010/05/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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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실업자

- 이 사람들은 나이가 많고 가방끈도 너무 길다 보니 일단, 일반 직장의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싸게 이것저것 시키고 갈구면서 굴릴 수가 없으며, 그들 역시 그런 일은 못 한다. 박사까지 마치느라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얼만데..;;
- 그런데 그런 까다로운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은 얼마 많지 않고 수요도 아주 한정돼 있다. 대학 같은 경우,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정교수한테 주는 어마어마한 보수를 빼고 나면 남는 건... ㅎㄷㄷ

결국 도출되는 결론은 무엇인가?
월 100도 못 버는 시간 강사 신세가 되는 것이다. 흠좀무.
외국에서 박사 학위 받은 뒤 한국에서 도저히 취업을 못 하고, 이거 뭐 수 년 뒤에도 도무지 미래가 안 보이니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까지 생긴다.

노는 물만 다를 뿐 88 세대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진짜 말 그대로 잉여 인간으로 전락.
특히 인문학 같은 쪽은 정말 답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하다못해 아무리 IT계가 야근과 박봉에 시달린다고 해도, 어지간한 스킬과 경력만 있으면 월 100도 못 버는 직종은 절대 아니다. 몸 쓰는 힘든 노동에 비하면 정말 편한 환경에서 일하는 좋은 직종이다.)

물론, 극소수 잘 배운 부유층 지식인들만 경쟁 없이 쉽게 교수가 되어 평생 떵떵거리던 옛날에 비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다 나쁘기만 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도 문제라면 문제이다.
이런 부조리가 해결되려면 교수 내부의 시스템도 바뀌어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학력 인플레가 좀 진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 수부터 구조조정 되어야 하고 입학이 아니라 졸업이 어렵게 바뀌어야 할 것이며,
대학 이상은 경제력을 떠나서 정말로 공부에 뜻이 있는 친구들만 가고, 고졸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에는 고졸이(또는 '만') 종사하는 세상이 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제 와서 그렇게 바뀔 수 있을지는... 글쎄다.

지난 2009년에는 연간 배출된 '국내 대학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이제 토익 몇 점, 학부 간판과 평점, 어학 연수 같은 단순 스펙 나부랭이에 연연하는 레벨이 아니다. 자기 논문과 연구 실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워낙 박사가 많아지면, 앞으로는 박사도 그냥 박사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계급이 나뉠 것이다.
박사 세계에서도 요즘 학부가 그렇듯이 학교 간판을 따지게 될 것이고,
또 그냥 교수가 정해 준 주제로 수동적으로 떠먹여 주는 연구만 하다가 박사가 된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로 창의적이고 실용적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연구를 자기 노력으로 이뤄낸 박사인지 따지게 될 것이다.
마치 IT업계에서 단순 글자판때기 스크립트 코더냐, 아니면 진짜배기 전산학 고수이냐가 갈리듯이.

앞으로는 의사와 변호사 세계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본 논리와 시장 경제가 통용될 것이다. 옛날처럼 철밥통이 보장되는 시절은 없을 것이다.
일단 이 좁은 땅덩어리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는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전문직도 임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계약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형태가 늘어나고 고용과 해고가 무척 유동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결국은 어느 분야를 종사하든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고 자기 실력이 뛰어나야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요즘 무슨 분야가 뜨든지, 남들이 지금 몰리는 곳에 줏대 없이 따라가지 말고 이 세상에서 나와 내 적성의 객관적인 좌표를 직시하여 내가 일류가 됨으로써 사회에 뭔가 공헌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부와 명예라든가 학위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내가 그런 활동을 하면서 덤으로 따르는 부산물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사무엘

2010/05/15 15:47 2010/05/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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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이야기

금과 은, 특히 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에게 값비싼 귀금속의 제왕으로 각인되어 왔으며 성경적인 의미도 풍부하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물질도 귀한 것과 흔해빠진 것을 구분해 놓으신 것이다.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누구라도 번쩍이는 누런 금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고, 탐내고 갖고 싶어할 것이다. 금은 어디서나 보편적인 ‘경제적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현찰만큼이나 검은 거래에서 쓰이는 매개체가 되기도 쉽다. 흔한 물질로부터 금을 만들려고 애썼던 연금술, 그리고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기억한다.

잘 알다시피 올림픽에서는 상위 입상자에게 금· 은· 동메달이 수여된다. 그런데 1차 세계 대전의 직전에 개최된 1912년 제 6회 대회까지는 메달을 단순 도금이 아닌 진짜 순금· 순은으로 만들어서 줬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흠좀무... 그렇게 해서는 올림픽 위원회의 재정이 남아나질 못했을 것이다.

금은 잘 알다시피 일단 외형이 정말 탐스럽다. 그런데 희귀하다.
그리고 매우 안정적이다. 공기 중에서 녹이 전혀 슬지 않으며, 수중이나 고온에서도 산화하지 않고 어지간한 화학 물질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뭐, 왕수 같은 일부 물질에는 녹지만) 제아무리 금이 보기에 아름다워도 공기 중에 조금만 놔 두자 쇠처럼 녹이 슨다면, 이 정도로 비싼 귀금속의 지위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불변성 역시 금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금은 액세서리를 만들 때뿐만이 아니라 그 안정성과 불변성 덕분에 치과 의료용으로도 쓰이고, 전기적 특성 덕분에 손전화 같은 전자 기기에도 소량 들어간다. 오죽했으면 그런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회사에서 수거되는 금을 몰래 빼돌린 직원이 경찰에 잡히기도 했을 정도이다.

태양계 바깥으로 떠난 우주 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는 혹시 외계인이 발견하면 보라는 의도로 지구의 위치와 인간의 모습 등이 새겨진 일명 ‘파이어니어 금속판(Pioneer plaque)’이 장착되었는데 이 금속판의 재질은 알루미늄에다 금 도금이다. 11호에는 아예 금으로 만들어진 LP 음반까지 들어있다(지구의 소리 수록). 그야말로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여행할지도 모르는데 변질되지 말라고 비싸고 무거운 금을 쓴 게 틀림없다.

또 금은과 비슷하게 안정적인 금속으로 백금이 있다. 백금은 촉매로도 실용성이 매우 뛰어난 금속이며, 백금과 이리듐(Ir)이라는 희소 금속과의 합금은 전자 장비의 접촉 부품, 만년필 펜촉 등으로도 쓰이고 측정 기기의 재질로 활용된다. 특히 과거에 킬로그램 원기, 미터 원기 같은 물건도 안정성 덕분에 이 합금으로 만들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손전화 같은 정밀 전자 기기를 만들 때 쓰이는 이런 희소 금속들을 확보해 놓으려는 경쟁도 국가간에 치열하다고 소식을 전에 들은 것 같다.

은만 있는 게 아니라 수은도 있고, 금만 있는 게 아니라 백금도 있다는 게 흥미롭다. 백금과 은의 차이는 마치 여성 친구(female friend; 그냥 우정)와 여자 친구(girl friend; 애인-_-)의 차이인 것 같다. ^^;;

성경에는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동방 박사들이 그분께 바친 선물 세 종류 중에도 금이 있었다(마 2:11).
뭐니 뭐니 해도 황금 잔치가 벌어졌던 때는 솔로몬 왕 시절인데, 궁내 경비병들에게 지급된 방패의 재질이 금이었고 왕좌도 금이었으며, 왕이 사용하는 식기조차 다 금이었다! (왕상 10:14-22, 27)

은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마냥 흔해 빠졌고 아예  하찮은 것으로 여겨졌다니 믿어지는가? (왕상 10:27) 그때는 사실상 전세계의 모든 금이 예루살렘으로 몰렸다는 소리이다. 조금 상식이 있다면 불신자라도 666이라는 숫자가 아주 나쁜 의미로 성경에 나온다는 걸 알 텐데, 계시록에만 666이 있는 게 아니다. 1년 동안 솔로몬의 왕국으로 반입된 금의 무게가 666달란트(약 20~25톤)였다고 한다. 성경에서 666이 딱 두 번 이렇게 나온다는 게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다.

뭐 그래 봤자 금으로 도배를 해 놨던 성전과 각종 집기들은 이스라엘 민족이 망할 때 다 외적들에게 뺏겼다. 예수님은 헤롯 시절에 지어진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 안 남기고 다 무너질 것”이라고 예고하신 적이 있는데(마 24:2), 이것은 유대인들의 민족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이요, 마치 “제아무리 불침선 타이타닉이라고 해도 처녀 항해 때 싹 침몰해 버릴 것이다” 같은 메가톤급 예언이었다.
하지만 예언은 그대로 적중. 왜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 안 넘기고 무너졌는가 하면, 탐욕스러운 적군들이 금을 추출하려고 돌을 하나하나 다 뒤지고 녹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말 ‘지못미 성전’이다.

그래도 안타까워하지 말자. 예수님께서 그 황금 잔치를 벌였던 솔로몬의 영광도 보잘것없다고 말씀하시며(마 6:29), 자신이 솔로몬보다도 더 큰 이(마 12:42)라고 소개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원 받은 크리스천이 하늘나라에서 살게 될 곳은 도시 전체가 맑은 유리 같은 순금일 테니 말이다(계 21:18).

이상, 4월의 마지막 블로그 포스트였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4/30 21:35 2010/04/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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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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