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가 있으니까 좋긴 참 좋다. 차는 회사나 교회를 왕래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레저/취미 활동의 영역에서도 예전에 불가능하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줬다.

나한테 차가 생기면 철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거라고 도대체 누가 말했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차가 생기기 전에는 신규 개통 철도 노선의 첫 차를 시승하기 위해서 전날 노숙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새벽에 차를 끌고 가서 차에서 자다가 첫 차를 타는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
예전에는 차를 이용해서 잠깐이나마 서울교외선 답사를 가 본 적도 있다. 자동차는 철도 덕질을 위한 훌륭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의 어느 날, 본인은 짬을 내서 과감하게 차를 몰고 서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당일치기 철도 테마 여행을 즐겼다.
나름 출근 시간을 넘긴 오전 10~11시 시간대를 선택했지만, 이때도 자동차 전용 도로들은 넘쳐나는 차들 때문에 대단히 혼잡했다. 그래도 서울을 벗어나고 한적한 교외로 들어서니 자동차의 탁월한 이동성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먼저 간 곳은 바로..

1. 주행 중인 KTX 촬영의 명당, 반월 저수지 인근 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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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곳이다.
호수 옆에 비교적 높지 않은 고가 위로 KTX가 달린다. 경부 고속선을 통틀어 보기 드문 낭만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여기는 광명 역을 지난 KTX가 무려 10km가 넘는 긴 거리를 지하로 달린 뒤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지상 구간이기도 하다.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조남 분기점의 바로 아래 지하로 KTX가 달린다는 걸 생각해 보라. 그 KTX가 여기로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4호선(안산선) 대야미 역이다. 북쪽 방면인 2번 출구로 나간 뒤, 왼쪽으로 꺾어서 나오는 한적한 도로를 쭉 가면 된다. 역에서 3.2km 남짓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는 좀 힘들다. 그리고 저기는 인적이 드물어서 버스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그러니 자가용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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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로 진입하는 야산 코앞에서 차를 세웠다. 선로 근처는 역시나 외부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도 선로에 무단으로 침입해 시설물과 전선류를 손괴하거나 절취하면 감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철도 안전운행을 저해하게 되어 철도 안전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 CCTV 실시간 감시 중 -


우리는 당연히 철조망을 월담하지는 않는다. 그저 철조망을 따라 언덕을 쭉 오르면 된다.
이로써 본인 역시 수많은 철덕들이 나보다 앞서 개척한 천혜의 철도 출사 성지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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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일명 하늘다리라고 불리며, 경부 고속선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극히 드문 구간!
선로는 한 치의 커브도 없는 직선이고, 앞에 저쪽 끝에도 산 속으로 들어가는 터널이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지상 선로는 인터넷 지도로 길이를 측정해 보면 길이가 거의 6k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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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서 있는 곳의 앞은 응당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으며, 삼엄한 접근 금지 경고문도 붙어 있다.
이곳에서 촬영된 KTX 사진들은 다 철망 안으로 카메라를 집어넣고 zoom도 굉장히 많이 당겨서 촬영된 것들이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집어넣기 좋으라고, 선로 중앙의 철망의 일부가 동그랗게 훼손되어 있다.
하지만 철망 너머로 웬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시야를 가리는 관계로, 이것을 피하느라 좋은 구도의 사진을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워져 있었다.
그리고 여름에 수풀이 온통 초록색일 때 왔으면 주변 경치가 더 좋았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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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산천이 하나 카메라에 잡혔다. 저 열차의 진행 방향이 어디인지 모르는 분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멀리서 오는 놈은 쉽게 감지가 되지만, 우리 밑을 지나가는 놈은 출현하기 몇 초쯤 전에 갑자기 주행 소음을 일으키더니 쌩 지나간다. 그래도 디젤 기관차처럼 천지를 진동하는 소음과 진동 수준은 아니다.

경부 고속선에 KTX는 상· 하행을 모두 감안했을 때 평균 대략 10분당 한 번꼴로는 드나드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빈도는 몹시 불규칙하여 편차가 큰 편이다.
그리고 아침 11시에서 12시 사이는 전차선 점검을 명목으로 서울과 부산 양 시발역에서 모두 KTX가 출발하지 않는다. 즉, 이 시간대에는 평소보다 열차의 운행이 몹시 뜸해지므로, KTX 출사를 하려면 시간대를 잘못 선택해서 낭패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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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산천 말고 떼제베 기반 재래식 KTX가 지나가는 모습이다. 재래식 KTX는 한 편성의 길이가 거의 380m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자.
광명 역을 출발한 KTX는 지하 터널을 한참 달린 뒤 이 구간으로 나올 무렵쯤이면, 이미 충분히 가속이 되어 주행 속도가 250km/h을 넘고, 속도가 객실내 모니터에 표시되곤 했다.

그런데 이런 언덕 위에서 KTX가 달려오는 걸 보면 생각만치 빨라 보이지가 않는다. 그냥 새마을호가 시속 140대로 슬금슬금(?) 지나가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동영상 분석을 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길이 380m짜리 열차의 맨 앞이 한 전신주 지점을 통과하고, 다음으로 열차의 맨 끝이 그 전신주를 통과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5.5초가 좀 안 됐다.
이로부터 열차의 속도를 구해 보면 딱 정확하게 시속 250km에 근접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온 뒤, 장소를 떠나기 전에 호수 주변의 경치를 좀 더 카메라에 담았다. 가히 철도 성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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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경부 고속선은 안산선 반월-상록수 구간의 중간을 위로 통과한다. 반월-상록수 사이는 역간거리가 3km가 넘고, 중간에 영동 고속도로도 지나는 일종의 교통 요지이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안산선과 경부 고속선의 궤적을 계속 추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으나, 본인은 이 먼 거리를 차를 몰고 온 김에 다른 의미 있는 일을 발견했기 때문에 동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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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있는 열차 승강장은 반월 역이다. 이 역은 전철역이라기보다는 완전 시골 간이역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선로와 역무실은 평지이고 지하도를 이용하여 승강장으로 가는 형태도 그렇거니와, 출입구도 남쪽으로 1번만 있지, 논밭을 향하고 있는 북쪽(본인이 서 있는 방향)으로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05/04 08:33 2013/05/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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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답사를 마치자 슬슬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밖은 여전히 대단히 추웠고, 비는 그칠 기미가 안 보였다. 내가 춥다고 느낄 정도면 정말 추운 거다.
일단 7호선 시승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자축하면서 차 안에서 아침 식사용 스낵류를 꺼내 먹었다. 그 뒤, 서울과 부천의 경계이며 김포 공항 이착륙 비행기 출사의 명당인 오쇠삼거리로 향했다. 온수에서는 차로 15분 남짓이면 가는 거리이니, 기왕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비행기 구경도 좀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포 공항의 담장은 철조망이 겹겹이 쳐져 있고, 주변의 황무지(wilderness)들은 '개발 제한 구역' 정도를 넘어서 아예 국유지이기 때문에 무단 접근 및 개발 엄금이라고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린벨트는 사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인 반면, 저기는 아예 개인의 부동산 권리고 나발이고가 애당초 없는 국유지라는 뜻.

어차피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비행기의 소음 때문에 여기는 거주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항공 보안상의 이유로도 공항 바로 옆의 땅은 불가피하게 그렇게 놀려야 할 듯하다. 그나마 김포 공항은 군사 보안이 필요하지는 않은 순수 민간 공항인데도 제약이 이 정도이다.

여기는 도로 폭이 좁기 때문에 도로변에 차를 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황무지 안쪽으로 차를 세워 둘 곳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주차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교차로에서 얼마나 가까이, 비행기를 얼마나 잘 볼 수 있는 곳에다 세우는지가 문제이다.

747급의 대형 기종은 아니지만, 비행기는 수 분 간격으로 정말 자주 다녔다. 경부선 3복선 구간 만만찮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부 이륙만 할 뿐, 착륙을 하는 놈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비바람을 감안하여,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의 이착륙 진행 방향을 내가 원하는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지시한 모양이다. 내가 최근에 제주도 행 비행기를 탔을 때는 북쪽이었는데 말이다. 착륙하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놈보다 더 고도가 낮으며, 육지에서 비행기를 더 가까이서 큼직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동일 공항 착발이라 해도,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착륙하는 방향은 공항의 사정에 따라 수시로 바뀌며, 해당 비행기의 항로에도 영향을 꽤 끼치는 요소이다. 그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기가 방향을 바꾸려면 회전 반경이 얼마나 커야 하겠는가? 이러니 배가 밤에 등대가 필요하고 대형 선박의 경우 도선사까지 필요하듯이, 비행기에는 관제탑의 안내란 게 반드시 필요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의 제주 공항은 필요에 따라 취사 선택하라고 활주로가 십자까지는 아니지만 X자 모양으로 둘 있기도 하다.

여기서 비행기를 구경하면서 차에서 또 잠시 자기도 했다. 오쇠삼거리 근처에서 두어 시간 정도 머물다가 상암동 박 정희 기념 도서관/박물관으로 갔다.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위치가 지하철역에서 영 멀었던 관계로 선뜻 못 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랬는데 차가 있는 김에 거기까지... 게다가 안 중근의 거사 날짜뿐만 아니라 박 정희 전대통령이 부하의 총격으로 세상을 떠난 날도 10월 26일이니 오늘은 그 다음날이라는 의미도 있다.

건물은 크고 넓었다. 주차 공간도 지상의 마당에 아주 넉넉히 있어서 걱정할 것 없었다. 건물은 3층은 도서관 열람실이고, 2층과 1층이 박물관 내지 기념관인데 2층에서 관람을 시작하여 1층으로 나오는 구조이다.

무슨 내용이 있는지는 내가 굳이 더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난 성경의 용어를 동원하자면 박 정희가 역대기하 26장과 가장 비슷한 업적을 남긴 통치자라고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치수와 산림 녹화를 하고 농경 선진화를 이루고(대하 26:10), 이공계를 육성하고(대하 26:15) 국방을 강화했다(대하 26:14). 게다가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라는 모토는 느 4:13-18을 꼭 빼닮은 심상이지 않은가? 뭐, 박통이 교만 때문에 파멸에 이른 것까지 똑같은지에 대해서는(대하 26:16 이후) 독자들의 상상과 판단에 맡기겠다.

다른 건 몰라도 전기 얘기는 좀 해야겠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조금이라도 흔들었다가는 훅 가 버릴 정도로 정말 혼란스럽고 위태롭게 시작했다. 그랬는데 정부 수립을 앞두고 북한으로부터의 송전 중단은(1948) 당시 나라를 멘붕 상태로 몰아넣었음에 틀림없다. 일제 강점기 때 건설된 전력 공급 인프라의 8~90%가 지하자원이 더 풍부한 이북 땅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가 좀 나라답게 돌아가는 거 같았다가 1950년대 이후에 갑자기 호롱불을 켜는 조선시대 시절로 손발퇴갤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전쟁의 상흔도 있지만 또한 전력 부족 때문이다. (웬지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의 전기 고문 장면이 갑자기 생각나는 건 기분 탓.)

그래서 박통 이전의 이 승만 때부터 필사적으로 전력 공급 안정화를 위해 강원도 산업선 철도를 우선적으로 건설했으며, 무엇보다도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하려 애썼다. 그리고 원전 건설은 박통이 실제로 이뤄 냈다. 그 결과 제한 송전 소치는 거의 20년 뒤인 1968년에야 해제됐다.

박물관의 방명록을 보아하니, 박 정희 싫어하는 사람의 눈에는 거의 박통교 신자처럼 보일 내용으로 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포항에서 일부러 찾아와서 관람을 한 일행도 있고, “박 대통령님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란 요지로 찬사를 남긴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정치색을 떠나서 우리나라의 이런 객관적인 역사는 후세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는 요지로 방명록에 글을 남겼고, 내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도 적어 놓고 왔다.

우리나라는 그 어렵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 더구나 북한 같은 악마의 위협 속에서도, 일부 흑역사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해 왔으며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단기간에 정말 잘 이뤄 냈다. 정말 하나(느)님이 보우하셨다. 솔직히 말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아니라, 그걸로 그래도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제철소를 만든 대통령이 있다는 걸 크게 감사해야 하지 않는가?

박통에 대한 까임거리는 크게 친일, 인권, 도덕성(?) 같은 분야로 요약되는 듯한데, 결론만 말하면 내가 보기엔 거의 전부가 되도 않은 소리들이거나 당시 어쩔 수 없었던 것들, 지금도 어차피 피장파장인 것들, 아니면 그래도 업적에 비해 미미한 실책들이다.
나라가 없던 시절에 일본군 장교 경력이 좀 있는 것보다, 솔직히 더 기가 막히는 이력을 가진 인간이 대통령 되려고 난리인 게 훨씬 더 문제이고... 특히 인권은 요즘 사형 집행 안 하고, 흉악범에게 너무 가벼운 처벌을 내려서 유린하는 게 옛날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런 식으로 논리를 적용하니, 나는 박통에 대해서 잘못한 건 면죄부가 적용되어 별로 안 보이며, 잘한 게 더 부각되어 보인다. 그래서 난 어쩌다 보니, 전쟁을 겪으신 어르신 및 부모 세대와 비슷한 정치관과 역사관을 갖게 됐다. (교회에서도 김 용묵 형제가 민감한 정치 얘기까지 자신과 잘 통한다는 걸 아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내게 수시로 그 주제로 얘기를 먼저 꺼내실 정도로..;;)

단, 박통 박물관에도 유품 명목으로 타자기가 하나 전시돼 있는데,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네벌식이다. 세벌식 사용자로서 그건 박통 정권의 어쩔 수 없는 흑역사이다. 박통 및 박물관 얘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다시 강변북로를 탔다. 차를 갖고 나갈 때부터 이미 각오했듯, 낮이 되니 역시 도로가 미치도록 막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경험상 강변북로는 경부 고속도로와 마주치는 한남 대교를 중심으로 동쪽은 서쪽 방면 도로가 엄청 막히고, 서쪽은 동쪽 방면 도로가 엄청 막힌다.

그래도 자동차 전용 도로니까 거북이 걸음으로라도 계속 가기라도 하지, 신호까지 받는 일반 시내 도로는 답이 없다. 이는 철도로 치면 복선과 단선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동차 전용 도로가 막힐 정도이면 전방에 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디서 진짜 사고가 나긴 했는지 구급차와 견인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지나갔다.

사실, 어제나 오늘 차로 장거리 여행을 하는 도중에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도 덩달아 하려고 했다. 혼자 차를 몰면서 약 50분 동안 엔진 시동이 걸려 있어야 할 때 그 미션까지 덩달아 완수하면 정말 보람찬 여행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문제 때문에 그건 못 했다. 결정적으로, 작년에 내비를 업데이트 할 때는 실행 파일이 윈도우 CE용 바이너리였는데 이번에는 내가 어디서 파일을 잘못 받았는지 실행 파일이 ELF로 시작하는 리눅스용이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슬금슬금 강변북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앞엔 한강 철교가 보였다. 새마을호 전후동력형(push-pull) 디젤 동차가 다음 달이면 퇴역인데, 어차피 도로 정체가 심하면 이거나 좀 구경하고 가려고 핸들을 돌려 한강 고수부지로 차를 뺐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미션이 설정되었다.

날씨가 춥고 비까지 내리니 고수부지엔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드디어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어 점심을 먹었으며, 그러면서 한강 철교 근처에서 약 1시간 동안 열차들을 구경했다. 심지어 컴퓨터를 꺼내 인터넷도 했다. 이 황량한 고수부지에도 사용자 신원과 컴퓨터 Mac 주소 확인 후 인터넷을 쏴 주는 무료 WIFI 신호가 미약하게나마 잡혔다.

새마을호 PP가 요즘 고장이 너무 잘 나서 아예 객실 전기만 공급해 주고 기관차가 견인한다는 루머가 나도는 듯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전히 PP가 스스로 잘 다니고 있는 걸 확인했다. KTX나 일반 기관차 견인형 열차는 워낙 흔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나가서 몇 분만 기다리면 구경할 수 있는 반면, 새마을호 PP는 최하 40분~1시간 이상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에 열차 시각표를 보고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오늘은 비행기와 철도를 모두 구경하고 왔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 시승에다가, 여러 의미를 갖는 이벤트들을 한데 엮어서 수행하니 무척 즐거웠다. 여담인데, 동일 장소에서 비행기와 열차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IT 단지들이 입주해 있는 구로구-금천구의 경부선 철길 일대이다. 거기가 김포 공항 착륙 비행기의 항로와도 비슷한 선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주민들은 열차와 비행기의 소음 때문에 그리 유쾌하게 지내지는 못할 것 같다.

말 못 하는 기계이지만, 빗줄기를 뚫고 먼 길을 안전하게 잘 달리고 아늑한 야영 텐트 역할까지 해 준 애마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2/11/03 08:33 2012/11/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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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해양 대학교는 상선(무역선 포함) 승무원 및 관련 간부를 양성하는 게 주 목적인 국립 준특수 대학교이다. 상선사관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기간 인력이며, 군 복무도 상선 근무로 전부 대체된다. 사관학교나 경찰대 정도로 학비 완전 무료에 완전 폐쇄적인 학풍을 지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원 생활이란 것도 편할 리가 없는 고된 업무인 만큼 그 바닥에도 나름 군기가 존재하며, 이 학교의 학비는 교육대 수준으로 아주 저렴한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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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는 해양 대학교. 다시 말해, 부지의 해발 고도가 저만치 낮다는 뜻이다.

교통수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참고로 비행기 버전인 한국 항공 대학교는 원래는 국립이었다가 현재 사립이 돼 있다. 마치 대한 항공이 원래 국영이다가 민영이 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립 학교가 되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철도 대학은 원래는 전문대 수준이다가 지금은 충주 대학교와 통합되어 교통 대학교가 되었고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립인 건 물론 변함없다.

2.
다음은 국어 정보 처리 시스템 경진대회 당시의 작품 전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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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성능이 열악하고 한국어는커녕 한글을 기계에다 구현하는 것 자체가 아주 challenging하던 시절에는 한국어 공학보다 '한글 공학'이 더 시급한 연구 주제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글/한국어 정보 처리 학술대회의 초창기 시절이던 1990년대 초에는 하드웨어를 제어하여 컴에다가 한글을 찍는 방법, 두벌식이나 세벌식 사이의 기발한 절충 입력 방식 같은 게 PC 잡지뿐만이 아니라 그런 학술지에도 실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글꼴, 코드 쪽 연구도 많았다.

그랬는데 글꼴이나 코드 같은 원론적인 문제는 컴퓨터와 운영체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장벽이 다 해소되고 한국어 말뭉치까지 구축된 뒤부터는 '한글 공학'은 이제 뭐 더 연구할 게 없는 듯한 영역이 되었고, 학회의 초점은 급속히 '한국어 공학'으로 기운 듯하다. 내가 석사 논문을 쓰느라 옛날 연구 트렌드들을 뒤져 보니 확실히 추세가 그렇다. 그러다가 지금 다시 한글 입력 쪽이 논의되고 있는 건 모바일 쪽 한정이다. 그 반면 내 논문은 한글 공학의 fundamental한 부분을 다시 다루고 있다.

3.
자, 부산까지 갔다 왔으니 또 부산 지하철 얘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부산도 이제 지하철 승강장에 슬슬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갈 노반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자갈 노반이 완전히 사라진 게 못해도 아마 4~5년은 됐을 것이다. 그리고 2012년 현재까지 전국의 지하철 노선에서 VVVF 전동차가 전혀 없는 곳은 부산 지하철 1호선이 유일하다.
옛날에 부산 지하철은 한 1970년대 티가 나는 아주 못생긴 서체를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일반적인 고딕체로 다 바뀌었다. 아마 역명에서 '동(洞)'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같이 바꾼 모양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대부분의 역들이 상대식 승강장이며, 심도도 낮다 보니 대부분의 역들이 반대편 승강장을 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대합실을 통해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가능한 역”과, “동일 승강장에서 반대편 열차를 바로 탈 수 있는 역(쉽게 말해 섬식 승강장인 역)”이 다른 색깔로 노선도에 특별하게 표기가 되어 있다. 아래의 노선도 사진에서 동그라미 테두리의 색깔을 주목할 것.
드물게 등장하는 섬식 승강장 역에서는 평소에 열리지 않던 왼쪽 문이 열리기 때문에 이 문에 기대고 있는 승객은 조심하라고 따로 방송 멘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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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선도를 보면, 서울 지하철에서는 역시 4년이 넘게 전에 버린 옛날 notation을 아직까지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일반역은 흰 동그라미, 환승역은 태극 무늬 동그라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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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지금 서울/수도권 노선도는 역이 너무 많고 노선도가 복잡해진 관계로, 일반역은 그냥 사선 모양의 홈만 파고, 환승역이 흰 동그라미이다.
이 디자인을 처음으로 시도한 곳은 바로 서울 도시철도 공사이며, 이걸 나중에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까지 도입하였다.
비록 '얼씨구야' 환승음은 서울 메트로가 제일 먼저 도입해서 그걸 나중에 코레일과 도철까지 따라 했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10/29 08:36 2012/10/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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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내일로 티켓 여행기

새 홈페이지에다 이 귀한 자료를 내가 아직 올리지 않고 있었구나.
병특 회사에 다니는 중이던 2007년, 본인은 나이가 만 24세였던 덕분에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일로 티켓 여행을 즐겼다. 지금으로부터 딱 4년 전에!

사실은 내일로 티켓 자체가 그때 처음으로 생겼었다. 본인은 ISEF 참가 1세대일 뿐만 아니라 내일로 티켓 1세대. ㄲㄲㄲ
그 후로 코레일이 내일로를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내일로 UCC 공모전을 하고, 하계뿐만이 아니라 동계 내일로도 시행하고, KTX 내일로에다 일반 내일로도 2회에 한해 KTX 운임 50% 할인까지 도입했지만 내 때는 처음이라 그런 게 없었다.

그때는 정말 꿈같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보이저 호가 우주의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전송하듯, 미지의 세계를 철도로 탐사하면서 수많은 사진, 동영상을 찍었다. 여행 경로 구상과 모든 계획은 내가 직접 했고, 나중에는 내일로 티켓 여행을 떠나는 후배에게 코치도 해 줬다.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목걸이 명찰 형태의 티켓을 받는다. 이거 무슨 대회, 학회, 워크숍 같은 데에 등록하고서 받은 명찰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마치 한국의 모든 철도역이 대회장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여행 기간 동안 본인의 모습은, 미리 정해진 오전· 오후 일정대로 철도 워크숍에 참석한 기자 내지 연구원 같았다.

7일 중 4일은 주말+제헌절+회사 연차를 이용해서 연달아 여행을 즐겼고, 나머지 3일은 일종의 번외편으로 회사 퇴근 후에 밤에 또 기차를 타고 왔다. 수원까지만 갔다 오거나, 심지어 광주까지 갔다가 새벽 상행 열차를 되돌아온 후 바로 다시 출근-_-, 그리고 주 간선이 아닌 경춘선만 타고 돌아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티켓을 사용했다. ^^;;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하이라이트 중의 하이라이트 사진만 첨부한다. 지금 나이가 되는 후배 여러분들은 나중에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일로 여행을 가고 특히 새마을호를 많이 타 두기 바란다.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런 충고를 하는 거다. ㄲㄲ

차창 밖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동해남부선 해운대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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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2호선의 북서쪽 구간은 낙동강+경부선과 나란히 달리기는 하지만 서울과는 달리 고저 차이가 존재하며, 광역전철 직결 운행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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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에서 경치가 제일 빼어난 곳.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마곡 역 승강장 사진과 더불어 2007년에 본인이 남긴 명장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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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선으로 진입하는 열차 안에서 경부선과 경부고속선을 나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 날 유난히도 날씨가 참 좋았다. 그리고 최강 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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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산과 강, 들판뿐이던 영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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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과 태백선이 합류? 분기? 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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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티켓의 대단원을 찍은 곳! 이 마석 역은 본인이 방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리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기 한참 전에 이미 선로가 이설되면서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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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곳에 올린 사진들에 딱히 워터마크를 넣는다거나 내 꺼라는 티를 안 냈다. 우클릭을 막지도 않고..
한국 철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미래의 철덕 꿈나무들에게 동기와 자극을 주기 위한 비영리 목적이라면, 누구라도 마음대로 퍼 가고 사용해도 좋다. 새마을호 덕후인 사무엘 님이 찍은 거라고 출처 밝혀 주면 Thank you이지만, 강요는 안 함..;; 자기가 찍은 거라고 거짓말만 안 하면 된다.

사실, 웹에 올리기 위해 해상도를 팍 낮춘 것만으로도, 디카 원본 사진에 비해서 엄청나게 품질을 저하시킨 것이다.
원본 사진을 누가 갖고 있는지만 대조해 봐도 사진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는 바로 판가름이 날 테니, 인터넷 상으로 그렇게 저작권 따지지는 않을 생각.

Posted by 사무엘

2011/07/12 08:11 2011/07/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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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

오랜만에 또 디지털 카메라를 PC에다 연결했다.
이번 겨울방학 기간 동안에 싸돌아다닌-_- 흔적을 약간이나마 사진으로 남긴다. 데이트 코스 같은 건 전혀 아니니 오해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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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6일 밤~새벽에 익산 시내의 어느 골목길.
누리로 + 구특전 새마을호를 조합하니 구세대/신세대 열차가 조화를 이루어 가히 환상적인 철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중부 지방은 눈이 참 많이도 내리고 있었다.
모텔 방을 잡은 후 밖에 나가서 눈사람도 만들었는데,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게 무슨 말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 눈덩이를 뭉치는 게 무척 힘들지만, 일단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긴 뒤부터는 굴리기만 해도 알아서 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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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초, 용인 한국 민속촌.
인간문화재가 선보인 외줄타기 공연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날은 비록 바람은 안 불었지만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릴 정도로 굉장히 추웠다.
그런데도 공연자는 온갖 아슬아슬한 묘기들을 잘 소화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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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KTX와 고속버스가 한 곳에..!
대구 동부는 간선 교통 연계가 전국에서 가장 잘 되어 있다.
단지, 고속버스 터미널이 회사와 행선지별로 찢어져 있다는 것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괴팍한 점이지만 말이다. 이것도 무슨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대구에는 동서남북 사방의 이름이 붙은 시외버스 터미널이 각각 존재하고, 고속버스도 터미널뿐만 아니라 아류격인 서대구 정거장이 하나 더 있다.
시외버스의 경우 서부는 대구 지하철 1호선 성당못 역과, 남부는 2호선 만촌 역과 아주 가까운 반면 동부는 동대구 역 및 고속버스 터미널과 1km 남짓 떨어진 외톨이이다. 그리고 북부는 지하철 연계가 전혀 되지 않는 곳에 있으며, 서대구 고속버스 정거장하고는 600m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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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강릉의 어느 드라이브 코스.
이런 도로는 운전자의 눈요기감으로는 좋지만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들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4 18:29 2011/02/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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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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