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혼자 올라가서 텐트 치고 자는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요런 이야기들은 밤에 혼자 캠핑 중에 진지하게 읽어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ㅎㅎ

1. 1959년 2월, 소련 디아틀로프 사건

같은 대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20대 초반의 청년 10명(남8 여2)이 한겨울에 얼추 2주 일정으로(1/28~2/12) 우랄 산맥 종단 산행을 떠났다. 이 사건의 이름 '디아틀로프'는 이 산악팀의 리더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들은 스키도 챙기고 아주 화기애애하게 출발하려 했는데.. 일행 중 딱 한 명이 출발 직전에 감기에 걸렸는지 두통과 고열 증세를 보여서 팀에서 빠졌다. 그 상태로 혹한기 산행을 강행했다간 몸을 더 망칠 우려가 있으니 아쉽지만 출발지에 남았다.

산행 5일차이던 2월 1일, 예정 경로인 산 쪽에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낙오된 그 사람(유리 유딘)은 등산 중인 친구들에게 안부 무전을 날려 봤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텐트 치고 휴식 중이다. 아무 이상 없음"이라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2월 1일자 무전이 마지막 연락이 되고 말았다. 바로 다음날부터 이들과는 연락이 영원히 끊어졌으며, 그들은 2월 12일 이후에도 귀환하지 않았다.

결국 실종 신고가 들어갔고 20일부터는 거기 일대로 수색이 시작되었다. 사태가 심각하니 군· 경 합동에 항공기까지 동원해서 필사적으로 수색했다.
기록에 따르면 2월 26일이 돼서야 찢겨지고 손상된 채 버려진 텐트가 발견됐고, 그로부터 반경 1.5km나 떨어진 다양한 지점에서 멤버들의 시신 5구가 발견됐다. 나머지 4명은 그로부터 2개월이 넘게 지난 5월이 돼서야 더 멀리 떨어진 계곡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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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텐트가 외부로부터 공격받거나 파괴된 정황이 딱히 없이, 안에 있던 사람들이 텐트를 먼저 찢고 허겁지겁 밖으로 탈출해 나갔다. (왜??) 옷도 장비도 제대로 못 챙긴 채로 정말 황급히.. 그러다가 밖에서 다들 동사했다.
  • -20~-30도의 혹한 속에서 시신들이 다들 속옷 바람 탈의 상태였다. 나중에 발견된 4명이 먼저 죽은 5명의 옷을 더 걸치고 있기도 했다.
  • 리더인 디아틀로프는 밖에 나갔다가 이렇게 버티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텐트로 되돌아가서 옷과 장비를 더 가져오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텐트로 가던 길목에서 저체온증 때문인지 쓰러져서 숨을 거뒀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도대체 왜 텐트를 버리고 긴급히 탈출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그 뒤에 왜 저렇게 괴이한 최후를 맞이했는지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글을 쓰다 보니 이거 메리 셀러스트 호 사건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 사건도 선원들이 멀쩡한 배를 도대체 왜 버리고 탈출했는지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이니까 말이다.

소련 정부의 핵 실험이니 인근 원주민의 공격 같은 너무 극단적인 추측을 제끼면, 현재로서는 사건의 주범은 레알이건 낚시건 '눈사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람들은 당시에 정체불명의 웅웅웅웅~ 기괴한 소음과 진동을 감지하고는 눈사태가 나는 줄 알고 한밤중에 겁먹고 뛰쳐나갔다가 변을 당한 게 아닌가 추측된다. 물론 이것도 100% 납득되는 설명은 아니고 아쉬운 점이 있지만 말이다.

건강 악화 때문에 산행을 아예 못 하고 낙오됐던 멤버 1명만이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그 날 밤에 내 동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신에게 질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건 정말 꼭 묻고 싶습니다.." 그는 평생 이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2013년에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 1989년 7월, 일본 SOS 조난 사건

일본 홋카이도에 소재한 다이쎄스 산의 능선 평원에서 누군가가 자작나무 여러 그루를 베고 쌓아서 굉장히 큼직하게(글자 하나당 폭과 높이가 3~5 미터!!) SOS 문자 표시를 만들어 놓은 게 순찰 헬기에 의해 발견됐다.
그 헬기는 공교롭게도 근처에서 조난 당한 사람을 발견해서 무사히 구조는 했는데, 그 사람은 SOS 문자 표시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며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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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 캡처여서 화질이 별로..)
게다가 알고 보니 그 SOS 표식은 더 이전인 1987년에 촬영한 항공 사진에서도 아주 희미하게나마 찍혀 있었다. 이걸 만든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표식 근처를 수색하자 1984년쯤에 조난 당했던 한 20대 남성 회사원의 유골과 유류품이 발견됐다. 유류품 중에는 “도와달라. 나는 지금 벼랑 위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라는 다급한 음성이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도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유류품은 남자의 것인데 유골은 여자의 것이었고.. 비슷한 장소에서 84년에 죽은 사람의 흔적과 83년에 죽은 사람의 흔적이 서로 엇갈렸다느니 제3의 인물까지 거론되면서 온갖 괴담 미스터리가 나돌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 없고 유골 검사에 착오가 있었으며 조난 당한 사람은 남성 1명이 전부라는 반론도 있다.

정황상 어떤 불운한 남성이 산을 잘못 내려가다가 그만.. 한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수 없는 급경사 아래에 고립돼 버린 것 같다. 그는 쓰러진 자작나무들을 이용해서 며칠에 걸쳐 SOS 표식을 혼자서 굉장히 힘겹게 만들고, 도와달라는 음성 메시지를 녹음도 했다. 그러나 그는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탈진해서 산에서 뼈를 묻게 됐다. 여기까지는 확실하다.

그런데 저기 주변에는 자작나무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도 확실한 반박이 있는지? SOS 표식이 있는 곳은 진짜로 자력으로 빠져나가기 극도로 어려운 고립된 지형인 건지?
유품과 유골에 두세 명의 흔적이 뒤섞였다는 건 루머였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는다. 산에서 고립된 게 무슨 바닷가 테트라포드 아래에 떨어졌거나 무슨 무인도에서 조난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참고로, 1970년에 발생했던 후쿠오카 대학 반더포겔부 불곰 습격 사건이 이 다이쎄스 산의 바로 아래쪽 지역에서 발생한 거라고 한다. 이런 산은 급경사 절벽, 눈과 혹한, 거기에다 곰까지 위험 요소가 확실히 많기는 한가 보다.

3. 2014년 4월, 네덜란드 여대생 리잔-크리스 사망 사건
(정보의 출처에 따라서 리잔-크리스라고 이름을 쓰는 곳도 있고 프론-크레머르스라고 성을 쓰는 곳도 있음)

네덜란드 국적의 20대 여대생 두 명(리잔 프론, 크리스 크레머르스)이 머나먼 파나마로 졸업 여행을 떠나서는 4월 1일, 단둘이서 바루 화산 주변의 숲을 걸으며 당일치기 산행을 시작했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능선이나 탐방로를 걷는 하이킹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들은 당일 오후와 저녁부터 연락이 뚝 끊기고 실종되어 버렸다. 검증되지 않은 루머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민박집 강아지도 같이 데리고 갔는데.. 저녁에 강아지만 혼자 돌아왔다고 한다. ㄷㄷㄷㄷ
4월 3일에 곧장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현지 주민들을 동원한 수색이 시작됐다. 울창한 숲 속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은 얼마 이동하지도 못했을 텐데 이 아가씨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실종된 지 10주..(2달 반!)가 지나서야 일행 중 한 명인 리잔의 배낭이 발견됐다. 산책로가 아니라 아예 인근 원주민의 텃밭 부근에서 발견됐다. 이걸 발견한 주민은 그 전날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는 배낭 같은 게 없었다고 경찰에게 증언했다.;;
배낭 안에는 리잔의 핸드폰과 현금, 심지어 여권까지 포함해 유품이 단정하게 정리된 상태로 들어있었다..!! 참, 핸드폰은 신기하게도 리잔뿐만 아니라 크리스의 것까지 같이 들어있었다.

전화기에는 하이킹을 시작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곧장 112(네덜란드의 119에 해당하는 번호)와 911에 연락하려는 시도가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전파가 잘 안 터져서 실제 교신은 실패... 이들은 생각보다 일찍 길을 잃거나 사고를 당한 것 같다. 전화기는 그 뒤로도 며칠 더 쓰이다가 각각 5일과 11일에 배터리가 나가서 꺼졌다.

카메라에는 출발 당일인 4월 1일에 평범한 셀카와 경치 사진이 들어있다가.. 4월 8일 새벽에...!! 별로 좋은 구도나 풍경이 아닌데, 의미나 의도를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숲길 사진이 갑자기 90여 장이나 아무렇게나 무더기로 찍혀 있었다. 플래시까지 터뜨리면서 이런 사진이 찍힌 이유가 뭘까..?? 이것도 사건의 괴이함을 크게 증폭시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찰은 배낭이 발견된 곳에서 수km 떨어진 곳에서 크리스의 청반바지가 곱게 잘 개어진 채로 있는 걸 발견했을 뿐, 이때는 수색 성과가 더 없었다. 이건 본인이 놔 둔 건지, 아니면 타인의 소행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또 2개월 가까이 지난 6월 19일, 또 배낭 근처 지점에서 이번엔 신원 미상의 골반뼈와 부츠가 신겨진 발이 발견됐다.;; 그리고 강둑을 따라 뼛조각 30여 점이 발견됐다. DNA 감식을 해 보니 이건 역시나 리잔과 크리스의 일행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렇게 유해로 발견되었다.;; (아까 디아틀로프 사건도 추가 유해는 2개월쯤 뒤에 발견됐네..)

이들은 어쩌다 조난을 당했는지, 살아 있는 동안 산 속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짐승에게 당했거나 사람에게 범죄를 당했는지..?? 4월 8일의 괴이한 사진이 찍힌 배경은 뭔지, 그들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그들의 유품을 건드린 사람이 더 있었는지 같은 건 영원히 알 수 없게 됐다.

이런 걸 생각하면 첩첩산중에서도 망망대해 만만찮게 사람이 감쪽같이 실종되고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야산들은 아주 아주 안전한 축에 속한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3/06/12 08:35 2023/06/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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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 차이, 오류들

1. 종교 개혁

통상적으로 가톨릭이 아닌 기독교회는 종교 개혁을 계기로 생겨난 개신교라고 불리는 편이다. 그러나 기독교계엔 침례교처럼 개신교의 노선과 100% 일치하지는 않는 교파도 있다. 이런 진영에서는 1500년대의 종교 개혁에 대해 대체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 긍정적인 유물: 이신칭의와 만인 제사장 교리 재정립. 구교 가톨릭의 부정부패를 용감하게 폭로하고 교황의 권위를 약화시킴. 바른 계보에서 나온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 개혁자들이 직접 만든 찬송가 등
  • 한계: 유대인, 유아 세례, 정교분리 같은 주제에서는 종교개혁자들도 구교의 배경과 방법론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

물론 침례교라고만 써 놓으면 세부적인 교리 스펙트럼이 왕창 넓다. 그러나 얘들은 대체로 이스라엘의 문자적인 회복을 믿고, 유아 세례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개신교와 노선이 차이가 있다.
스스로 자기 믿음을 고백할 정도로 자란 사람에게만 침례를 준다는 점은 자유 의지를 강조하는 알미니안주의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침례교가 구원의 상실까지 말하는 알미니안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건 아니다.

2. 행위에 대한 오해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이라는 게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혜의 복음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걸 갖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저질 궤변을 펴는 사람이 좀 있던지라, 구차하지만 이 기회에 좀 개념 정리를 해 보겠다.

(1) "저요~! 예수님 믿고 싶습니다, 구원이라는 공짜 선물을 받고 싶습니다."라고 스스로 손 내미는 것도 행위이고 선물에 대한 값을 지불하려는 짓이다
(2) 믿기만 하면 된다면서? 그러면 회개하는 것도 행위니까 할 필요 없네?

이 정도면 "이 가게는 없는 게 없다고요? 그럼 '없는 것'이라는 게 없다는 얘기네요~" 거의 이런 부류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논리학이나 철학에서 이런 궤변을 가리키는 용어가 분명 있지 싶다.;;

인간이 짓는 많고 많은 죄들 중에 용서받지 못하고 지옥 가는 유일한 죄가 바로 "예수 안 믿는 죄"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예수 안 믿는 게 어째서 죄인가? 그게 죄로 성립하기 위한 전제 선행 조건이 바로 도둑질, 거짓말 등의 다른 수많은 악행들이 추악한 죄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심으로써 값을 치러야 한 그 죄 말이다.

선행으로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은.. 인간의 알량한 선행만으로 신의 기준을 채우지는 못한다, 즉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그 자체가 일체의 의미가 없다거나 인간에게 무의미· 무익하고 심지어 해롭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술· 담배 끊고, 사기꾼 범죄자 인생을 스스로 그만뒀으니까 나를 구원해 달라는 말은 어불성설이지만, 구원받고 나서도 그렇게 계속 죄 가운데 살아도 된다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회개는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며, 구원의 조건으로서의 행위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조건이다. 예수 믿는 그 믿음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죄가 나쁘다는 걸 인지하지 않고서 어째 내가 구원받아야 하는 죄인임을 인정하고 예수님을 내 구원자로 믿을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누가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를 대신 내 주기만 해도 그 사람이 고맙고, 그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앞으로는 운전을 더 조심해서 몸 사리면서 하게 된다.
내가 큰 사고를 쳐서 교도소에 가게 생겼는데 누군가가 신분 위장해서 나 대신 교도소를 가 주거나 벌금을 대신 내 주면..?? 심지어 사형장에 대신 가 준다면..?? 대신 벌받아 준 사람을 생각하면 밖에서 또 죄 짓고 싶어지겠는가?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2)와 같은 궤변을 논파하시길 바란다.

(1)이야.. 사람을 최소한의 자유 의지조차 없는 로봇으로 만들고, 태초부터 천당 가기로 예정된 사람, 지옥 가기로 예정된 사람을 설정하려는 의도 같은데.. 길게 반박하지 않겠다. 본인은 '전적 타락'과 '무조건적인 속죄'는 스스로 선악을 분간하지 못하는 영· 유아, 정신지체아가 죽었을 때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3. 진단은 맞지만 처방이 틀림, 혹은 답은 맞지만 계산 과정이 틀림

  • 공의롭고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한다면서 세상에 왜 이렇게 악이 만연하고 선한 사람이 고통당하는가~ 하나님이 죄악도 창조하셨는가?
  • 자연 세상이 마냥 아름답다고만 보기에는 그 속에 잔인한 약육강식, 죽고 죽이기, 병들고 썩고 중독되기.. 이런 것도 많다.
  • 사람이 구원받고도 왜 이렇게 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짓는가? 이 사람은 정말 구원받은 거 맞나?

이런 게 "언뜻 보기에" 굉장히 모순돼 보이고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어거지와 억측을 동원해서 억지로 설명하려다 보니..

  • 구원 상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면 구원을 잃을 만한 죄다.. 뜨악~~)
  • 애초에 구원받은 것도 아니다 (진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이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그냥 논점 회피임)
  • 인간이 다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예정 섭리 주권이다 (하 정말 답답한 능구렁이 어물쩡)

결국 원천봉쇄의 오류나 자기 교리의 본질을 부정하는 쪽으로 빠지는 것 같다. 본인이 보기엔 그렇다.
특히 "이 정도면 구원을 잃을 만한 죄" 중 대표적인 예는 자기 자신을 죽인 자살일 것이다.
세상 비관해서 자기 혼자 곱게 자살한 것만으로 구원을 잃고 지옥 간다면.. 그럼 세상 비관해서 화풀이 하느라 지하철을 불지르고 무고한 시민들 여러 명을 골로 보낸 건 뭐가 되는가? 당장 지옥불 할아버지한테 떨어져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저렇게 예외를 만들고 논리 헛점을 허용하다 보면.. 애초에 그 어떤 죄라도 예수의 보혈로 용서받는다는 기독교 교리 자체가 어거지 모순덩어리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된다. 그러느니 차라리 행위 구원을 주장하는 게 더 낫다.
내가 여러 번 글로 변증했었지만, 이미 구원받지 못한 사람이 이판사판으로 죽으면 다 끝나고 없어질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자살해서 불행하게 지옥에 갈 뿐이다. 죽는 방식 자체는 그 사람의 구원 여부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자살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그저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면.. 그건 답은 맞지만 계산 과정이 틀린 것이다. 당장 답만 맞다고 계산 과정이 틀린 걸 계속 방치하는 건 그 사람의 성장에 유익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구원관을 왜곡하는 것 말고, 다른 분야에서 진단만 맞고 처방이 비성경적인 방향으로 간 사례를 더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불교는 세상의 문제점 자체는 올바르게 진단했다. 하지만 통찰이 전도서 수준에만 머무른 채, 진짜 진리와 빛으로 나아가지 못한 게(=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기에) 한계이다. 그냥 혼자 열심히 수련하고 노력해서 번뇌를 떨치고 득도 해탈 성불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2) 진화론도 마냥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탄적인 이론이 아니다. 단지, 타락한 자연 세계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적자생존 약육강식 아귀다툼을 신이 직접 만든 게 아니라면 스스로 진화해서 된 거라는 쪽으로 결론을 냈을 뿐이다.
'종'이 분화하는 건 과학적으로 진짜 사실인데..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남는 가능성은 그냥 저절로 진화하는 것밖에 없다. 진화론 자체보다는 진화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풀이가 우생학 같은 더 악한 결과를 낳았다.

4. 외부 이슈와 관련된 오류

한편, 요즘 교회 내부에서 이런 얘기가 오가는 경우가 많다.

  • 지구 평평;;;
  • 나라 걱정과 정치 얘기, 부정 선거 음모론
  • 우한 폐렴 백신 음모론

이런 건 성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슈이다 보니.. 교회에서도 "저런 주제는 교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으며, 각자 어떻게 믿든지 자유이다. 한쪽만 옳다고 너무 강하게 주장하면서 서로 싸우고 기력을 낭비하지 말라~ 교회까지 와서 자극적인 주제에만 너무 심취하지 말라" 정도의 원론적인 입장만 내면서 유야무야 넘기는 편이다.

뭐, 교회는 세상 학문을 논하는 곳이 아니니, 그런 태도도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과학 발견이나 논리 추론, 합리적인 의심까지 다 종교의 이름으로 찍어누르고 괴상한 반지성주의를 조장하는 건...;;; 성경이 말하는 고귀한 믿음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천동설이나 지구 평평은 어설픈 사진이나 과학 이론(?)이 아니라 아니라 성경 구절을 들이대며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류의 오류는 교회에서도 어느 정도 바로잡아 줘야 한다. 그리하지 않으면 성경의 다른 구절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방법론까지 싸잡아 사이비로 매도되고 설득력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우려하는 점이다. 까놓고 말해 킹 제임스 성경 신자라면 지구 평평에 현혹될 게 아니라, 인류 역사상 달 상공에서 낭독된 성경 역본이 KJV였다는 것이나 알아야 할 것이다.

정치 이슈도 마찬가지이다.
무슨 기독당을 만들고 교회 명의로 단체로 태극기 들고 길거리에 뛰쳐나가거나 심지어 불신자까지 교회에다 초청해서 시국 강연을 하는 건 교회의 존재 목적과 임무 우선순위를 심각하게 망각한 짓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교회 댕긴다는 사람이 분별력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교회가 무슨 여호와의 증인 급으로 세상 현실과 지나치게 단절을 감행하는 것, 뭐든지 다 예수님 다시 오셔야 해결되는 사항이니 우리는 닥치고 신경 끄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도 그닥 바람직하지 못해 보인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난 좌파도 우파도 아닌 예수파입니다" 같은 소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논점 회피라는 생각이 들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치고 진짜 세상에 얽매이지 않은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진 경우를 거의 못 봤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기도만 열심히 하면 공부 안 해도 시험 100점 맞을 수 있다거나, 아예 세상 지식 공부는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무책임 무질서한 개소리로 귀결되기 쉽다.

기독교는 혈과 육에 속한 싸움이 악하다고 해서 그렇다고 아예 집총도 하지 말고 국가의 병역 의무까지 거부하라고는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분야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면 좋을지는.. 답을 내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Posted by 사무엘

2023/06/09 08:35 2023/06/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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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하버드 나와서 겨우 교수나 변호사나 대기업 사원이나 쳐 하며 썩기에는 너무 똑똑하고 똘끼 넘치던 젊은 컴덕 악동 몇 명이 1975년에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다.
마소는 처음에는 대기업 하드웨어에 같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납품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러나 결국은 전세계 PC에서 운영체제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평정해 버렸다. 자기 소프트웨어 단독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절에 컴터 프로그래밍은 16비트 x86 어셈블리 프로그래밍이 필수였다. 어셈블리어를 읽을 뿐만 아니라 직접 짤 수도 있어야 했다~!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고, 귀한 메모리를 1바이트라도 아끼고, CPU 클럭을 1사이클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설립자인 빌 게이츠 자신이 베이식 인터프리터.. 일종의 가상 머신을 어셈블리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아니면 대부분을 직접 코딩했었다. 수식 파싱, 메모리 관리, 각종 기하와 수학 알고리즘까지 전공 서적 찾아가면서 직접..

그는 천재 괴짜에 엄청난 워커홀릭이었다. (뭐, 컴터 업계에 빌만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결혼도 나이 40이 다 돼서야 했다. 물론, 억만장자 갑부가 됐으니 나이 따위는 결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처지였다. 결혼식 때 호텔 하나를 통째로 전세 냈다.

그는 자기부터가 그런 기질이니, 초창기엔 부하 직원들도 왕창 쪼고 갈구고, 작업 결과물에 헛점이 보이면 고함 지르고 쌍욕 퍼부으면서 개X랄을 떨었던 걸로 악명 높았다. 경쟁사의 잡스만 성질이 더러운 게 아니었다.
그런 데다 빌은 회장 대표이사라면서 거의 말단 직원의 직속상사 급으로 부하들의 업무 디테일을 다 꿰뚫고 있는 괴수였다. 이 사람의 손바닥을 빠져나갈 방법은 전혀 없었다.

전직 마소 출신 직원이 지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라는 책에 1990년대 초의 일화가 짤막하게 소개돼 있다.
직원들이 “이 양반.. 나이 30 중반이 되고 나니 그래도 갈굴 때 쌍욕(F***)이 좀 줄어들었네..”라고 회장 뒷담화를 한 것 말이다. ㄲㄲㄲㄲㄲ

Windows 3.0이 대성공을 거둬서 마소가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해지고 Windows NT에다 COM/OLE이라는 걸 처음 만들 때.. 더 나아가서 ActiveX라는 컴포넌트까지 만들던 90년대 초-중반이 마소의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중흥기 리즈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빌 회장님의 애환이 깃든 Visual Basic 자체를 COM 기반으로 완전히 싹 다시 만들고(버전 4).. 얘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토종 마소스러운 기술인 것 같다. 후대의 .NET이야 볼랜드 출신의 그 엔지니어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빌 게이츠는 엔지니어와 사업가 자질이 둘 다 두루 탁월했던 사람이다. 그는 컴퓨터를 그냥 오덕질이나 자아실현, 그냥 극한 시험용으로 쓰는 게 아니라, 이걸 전세계 남녀노소의 모든 민간인들에게 팔아먹고 그 짓을 하기 위한 보편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 생각을 했다.
소수의 빠, 매니아 위주로 신비주의 마케팅을 했던 애플 진영과 대비되는 면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은 잡스와 달리 그냥 장사꾼 같지, 무슨 ‘교주’ 같은 인상은 별로 없다. -_-

빌은 장사꾼으로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고 오픈소스 진영과는 적대적이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스팸 메일을 특별히 싫어해서 이런 거 거르는 솔루션의 개발에 몸소 친히 관여하기도 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저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팸 메일을 왕창 많이 받습니다. 저보고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느니, 대출 많이 쉽게 받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거예요. 웃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ㄲㄲㄲㄲㄲㄲㄲ

빌 휘하에서 마소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대기업 IBM을 통수 쳤고 애플과도 으르렁댔으며, 여러 경쟁업체들을 로비와 독점으로 비열하게 고사시킨 이력이 있다. -_-;; IE 브라우저 독점뿐만 아니라 도스 시절에 Stacker사 Double space 저작권 침해 사건을 기억하는 분이 있으면 완전 아재일 테고.. ^^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소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근무 성적 하위 5%인 직원은 꾸준히 짤랐다고 전해진다. 빌뿐만 아니라 사장인 스티브 발머도 엘리트 출신에 완전 “오로지 1등”주의였다고 한다. 꽤 살벌한 기업이었다.

그래서 “마소 직원들은 애플이나 구글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사내 팀과 경쟁한다” 이런 말이 있었을 정도래나.. 이거 무슨 일본군 육군과 해군의 대립도 아니고.
안에서는 직원을 왕창 갈아넣고, 대외적으로는 저런 짓을 한 것이다. 그게 과거 마소의 놀라운 성장 비결이었다.

아~~ 그래서 그 시절에 Windows 9x와 NT 간에 API가 따로 놀기도 했었고, 한동안 오피스 팀이 파일 열기 대화상자를 Windows 것을 안 쓰고 따로 만들었고.. C 런타임 라이브러리도 Windows 팀과 Visual C++ 팀이 연계가 안 돼서 따로 놀고 그랬구나..!! 싶다.

그랬는데.. 마소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이 멈추고 몰락의 기미가 보였다.
Windows XP에서 Vista 사이에 이례적으로 시간을 오래 끌었고.. 심지어 IE (브라우저) 팀을 없애고 Windows 팀으로 합치려고도 했다.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얘들은 모바일에는 완전히 적응을 못 하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사실, 빌 아저씨도 선견지명이 없는 건 아니었다. 1990년대에 이미 "미래로 가는 길,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 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었다.
단지, 그걸 인터넷이 아니라 MSN이라는 독자 독점 프로토콜의 네트워크로 실현하려 했을 뿐이다.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리고 2010년대에 와서는 뒤늦게 Windows Phone/Mobile을 보급하려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노키아를 뒤늦게 인수해서 구글과 애플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주변의 자기 직원조차 아이폰을 쓰고 있는 걸 보자 스티브 발머가 노발대발했었던 건 유명한 일화이다.
이런 뒤숭숭한 와중에 출시된 Windows 8은 괴작으로 시장에서 크게 실패했다. 2000년대에 Windows ME가 실패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실패했다.

이런 시기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같은 “싸우자 독점하자 이기자” 1세대 경영진이 마소에서 완전히 물러났으며, ‘사티아 나델라’라는 인도 출신의 완전히 새로운 피가 들어왔다. 이를 계기로 오늘날의 마소는 과거의 마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기업으로 변화했다.
돈 안 되는 모바일 사업부는 포기하고, 영원한 원수 같던 오픈소스 진영을 포용하고, 마소가 Windows와 Office만 만드는 회사라는 편견을 깨뜨리려 하는가 보다.

다들 아시다시피 github를 인수하고 한때 빌도 하려 했지만 결렬됐던 id 소프트웨어를 인수하고(정확히는 그 모회사), 심지어 블리자드까지 인수하고.. 각종 옛날 자기네 제품들의 소스를 공개하고. 가히 놀랄 노 짜이다.
앞으로 마소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에서도 About 대화상자나 도움말 acknowledge 같은 걸 살펴보면.. 사용된 오픈소스 목록이 쭈루룩~ 나오고 "LPGL 라이선스에 의거해서 우리 제품에서 변경한 소스 부분을 공개합니다"
이런 문구를 보는 날이 올지...?? 내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 ^^

대외적으로는 그렇고 사내에서도 “직장 동료는 그저 경쟁하고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다같이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많이 아는 게 아니라 많이 배우는 게 좋은 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남의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뭔가 주토피아 Try everything스러운 사고방식을 회사 차원에서 전파하는 중이라고 한다. 과거의 악랄· 사악했던 이미지를 벗으려고 많이 노력하는가 보다. (그래서 MSDN도 LEARN.microsoft.com으로 바뀐 듯..^^)

일단은 이게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중이며, 마소의 주가도 10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솔직히 Explorer 브라우저가 독점하던 시절이랑, 이제는 마소에서 자체 Edge 브라우저조차 포기하고 그냥 크롬과 동일한 엔진으로 갈아탄 현 시국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너무 다르다. 당연히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배고프던 시절에 빌이나 발머 같은 1세대 경영자들이 마음 독하게 먹고 지저분한 짓, 욕 먹을 짓을 감행하면서 당장 마르지 않는 돈줄을 확보해 놨기 때문에 후대 경영자가 좋은 여건에서 저렇게 상생 운운하면서 다음 전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감안할 점이다. 단지, 언제까지나 1세대 사고방식만 고수하면서 살 수는 없을 뿐이다.

과거에 마소의 킬러 앱들도 1.0 시절부터 100% 순수 오리지널 창작이었던 것은 극히 드물었다. 엑셀 스프레드시트 정도나?
MS-DOS야 CP/M에서 시작됐고 Visual C++의 먼 전신인 MS C는 Lattice C의 소스에서 시작됐으며, IE야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원조이다만.. 그것들을 원본보다 크게 발전시킨 것도 능력이다.

뭐, 빌도 인간이다 보니 모든 미래 예상이 적중하지는 않았으며 실패도 했다. 그래도 회사를 말아먹을 정도로 큰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만큼만 실패했다. 이 역시 옛 경영진의 탁월한 능력이었음이 사실이다. (빌 아저씨는 너무 사용자 친화적인 마케팅 요소에만 집착하다 보니 1990년대 중후반엔 Bob이라든가 Office 길잡이처럼 너무 깜찍한 흑역사;;를 만들었던 적도 있다. ㅎㅎ)

이렇게 시대가 바뀌고 경영진이 바뀌긴 했는데.. 그 뒤부터는 이젠 PC와 Windows가 예전 정도로 중요한 밥줄이 아니어서 그런지..
마소 제품들에서 2,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나사 빠진 듯한 버그들이 종종 눈에 띄는 중이다. -_- 이게 좀 새로운 부작용인 것 같다. "일단 만들어서 배포부터 한 뒤에 문제가 발견되면 나중에 패치하면 되지..." 이런 군기 빠진 마인드가 마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 건지도 모르겠다.

※ 여담

(1) 이렇듯, 마소의 운영체제 독식과 브라우저 독식을 종식시킨 것은 스마트폰 모바일 환경, 그리고 오픈소스 진영의 약진이지 싶다. 2004년 파이어폭스, 2008년 크롬은 그야말로 컴퓨팅 환경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2) 은행 공공기관에서 IE가 완전히 필요 없는 세상은 도래하긴 한 건가? activeX의 대체제인 exe 프로그램은 기술적으로 나은 게 없다고 한때 논란이 많았는데 말이다. 난 여전히 edge+ie 모드에 의존 중이다.
이런 보안 분야는 여전히 웹 표준이 100% 감당이 안 되는가 보다. 오히려 스마트폰 은행 앱은 이 기기를 다른 사람이 쓸 일이 없다고 가정을 해서 그런지 돈 보내는 절차가 더 간단하다.

(3) 1990년대 후반부터 Windows 9x가 완전히 명줄을 다하고 16비트/도스 시절이 완전히 종식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RAM이다. 메모리가 엄청 용량이 늘고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win95 나오던 시절에만 해도 램 8~16MB 갖고 빌빌대던 게.. 겨우 98 때 갑자기 64~128MB로 뻥튀기 된 건 정말 경이로운 현상이다. PC의 발전사에서 클럭 속도뿐만 아니라 메모리의 증가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 전자도 이 시기에 큰 혁신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4) 과거에 공룡 기업 IBM은 메인프레임 장사가 너무 잘 돼서 그런지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었고, PC라고 불리는 개인용 컴터 시장에 대처를 제대로 못 했다. 덕분에 이쪽 주도권을 마소에게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쯤 뒤엔 공룡 기업 마소가 PC의 Windows와 Office에만 안주하다가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에 대처를 제대로 못 했다. 덕분에 그거 주도권은 안드로이드와 iOS 진영에게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굉장히 비슷한 패턴의 역사가 반복된 것 같다.

(5) 그러고 보니 2010년대에 애플도 잡스가 죽으면서 최고 경영자가 바뀌었고, 야후에서는 잠시 새로운 여성 CEO가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했다. 그 뒤로 아이폰과 갤럭시 폰은 갈수록 서로 비슷해지며 수렴 진화 중이고, 야후는 여전히 비주류로 밀려난 듯하다.
마리사 메이어는 먹튀 논란이 있긴 했지만.. 그 당시 야후는 어떤 CEO가 들어가더라도 수습이 안 될 정도로 상태가 너무 안 좋기도 했다. 야후 코리아가 없어진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Posted by 사무엘

2023/06/06 08:35 2023/06/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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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과 사이비

1. 이단과 사이비의 차이

세상에서는 종교계의 이단과 사이비를 별 구분 없이 싸잡아서 일컫는 경향이 있다.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정통(?) 주류 종교가 아닌 다른 종파들을 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둘에 대한 정의는 엄연히 다르다. 이단은 그 종교의 교리 차원에서 잘못된 곳인 반면, 사이비는 그냥 사회 통념상 물의를 빚고 잘못된 곳을 가리키는 편이다.

가령, 기독교회를 표방한다면서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을 다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교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기독교의 입장에서 이단이 된다.
그러나 세상적으로야 예수님에 대해 어찌 생각하건, 성경에 대해 어찌 생각하건 그건 알 바 아니다. 그저 공권력에 대항하고 신자들을 가스라이팅 하고 착취하고, 생업 때려치우고 교주한데 다 바치라고 조장하고, 성추행 저지르고 탈퇴자한테 뒤끝 부린다면 그건 사이비 종교일 뿐인 것이다.

안식교나 몰몬 교는 명백한 기독 이단이지만, 사이비는 아닌 종파로 보인다.
그 반면, 전 X훈 교회는 교리 자체는 큰 문제 없는 교단 소속이지만, 처신하는 행태가 단순 정치색과는 별개로 사이비 냄새가 좀 풍기며 위험해 보인다. (그 목사님은 사임하고 그냥 시민 운동 정치 운동만 하시길..!)

통일교 정도면 이단과 아예 타 종교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데.. 다만, 사이비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여호와의 증인도 당연히 이단이며, 공권력 일체 부정과 병역 집총 거부, 수혈 거부는 사이비의 범주에 드는 특성이다. 단지, 강력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단/사이비를 판단하는 기준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구석이 있다. 기독교도 처음 전파되던 당시에는 제사를 안 지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어그로를 일으켜서 근본도 없는 서양 오랑캐 쌍것 사이비 종교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이슬람은 주류 메이저 종교 중에서는 행태가 심각하게 배타적인 것이 사이비스러운 위험 요소이다. 기독교처럼 예수 말고 다른 구원의 길이 없다고 사후 세계 "교리"가 배타적인 것이야 어쩔 수 없고 그건 세상 법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그런 것 말고 자기는 다른 나라에서 포교 가능하지만 자기 나라 안에서는 타 종교 포교를 못 하게 한다거나.. 탈퇴한 신자를 호적에서 파 버리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코지 한다거나.. 심지어 명예 보복 살인을 한다거나..
이건 세상 법리로 보기에 명백히 문제가 있는 관행이다. 울나라에서 주로 문제되는 개독들의 추태 따위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2. 다른 정도

본인은 종교/종파 간의 이질감을 이렇게 5단계로 분류한 적이 있다. 개념적으로는 이단과 사이비를 한데 뭉뚱그려 놓았다.

(1) 미세한 성경 해석 차이와 교리 차이가 있지만, 교제에는 큰 지장 없음
(2) 교파가 다름. 신학의 여러 분야에서 특별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차이가 있음. 교제 가능 여부는 좀 케바케.
(3) 외형은 기독교 같지만 주요 교리에서 중대한 오류. 성경적인 기독교라고 보기 어려움 (이단)
(4) 종교 차원에서 처음부터 다름. 여기까지는 그냥 집안 싸움일 뿐이지만 바로 다음은..
(5) 세상 공권력까지 동원해서 조져야 하는 미친놈 사회악 범죄 집단 (사이비)

여호와의 증인은 앞서 얘기했던 바와 같이 사이비 끼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집총 거부하면서 곱게 교도소를 가지, 대놓고 물리적인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으로서는 사이비보다는 잘못된 이단 교리를 더 강조해서 3번 정도로 등급을 매긴다.
그러나 옴진리교 같은 곳이라면 바로 5번으로 빠질 것이다. ㄲㄲㄲㄲㄲㄲ

본인이 다니는 교회 진영의 경우, 재창조 간극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건 1번에 가깝게 판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교회의 대환란 통과에 대한 견해가 다른 건 좀 더 무겁게 2번에 가깝게 판정하는 것 같다.
아예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자체에 대한 전면 불신 부정은 확고하게 2번으로 떨어지겠다.

신천지는.. 수 년 전 코로나 집단 확산에 데인 사람들이 5번 급으로 많이 싫어하는 듯한데.. 나는 그냥 3이나 4 사이로 분류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난 걔네들의 교리 자체를 잘 모른다.
극단적인 예로 아예 라엘리안 무브먼트-_- 같은 곳은.. 4나 5 사이가 되려나?

3. 조직력과 결속력

어떤 종교 종파가 교주 한 명만 없어지면 몽땅 힘을 잃고 와해되느냐, 아니면 그래도 추종자들이 또 점조직을 만들면서 끈질기게 버티느냐? 이건 조직의 세력을 판단하는 굉장히 중요한 잣대이긴 해 보인다. 절대적이고 유일한 필요충분 급 잣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오죽했으면 사도행전에서도 비슷한 예시가 언급된다. (행 5:36-39) "이 예수쟁이들의 말이 사실이고 이들이 하나님에게서 난 거면 어쩔래? 그럼 니들이 사도들 몇 명만 조진다고 해서 저 세력이 박멸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우리가 하나님을 대적하는 나쁜놈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성경에 이단 사이비를 판단하는 원론적인 방법이 몇 가지 나와 있다. "열매로 그들을 안다"(마 7:16,20), "누군가가 예언한 것이 적중한다면 걔는 참이고 그렇지 않으면 거짓이다"(신 18:22)..
그리고 또 자기들끼리도 소송 걸면서 걸면서 싸우고(고전 6:5-7) 자기들끼리도 일치하지 못하고 뭉치지 못하는 조직도 정상이 아니다(마 12:25-27). "스스로 분열하는 왕국마다 무너진다."

국내의 이상한 이단 사이비들 중에도.. 카리스마 있던 초대 교주가 죽은 뒤부터는 아들들이 돈과 권력 분배 문제로 싸우면서 찢어졌다거나, 거의 나가리 나서 고인물 썩은물 늙은이들 모임으로 전락한 조직이 여럿 있다.
그런데 내 개인적으로는 내가 지지하는 킹 제임스 성경 독립 침례교회들도 이렇게 스스로 무너지고 나가리 난 군소 종파의 반면교사 사례가 되지 않을지 좀 우려된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 좁고 작은 동네에서 한킹과 흠정역이 찢어진 것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안 맞아서 또 찢어지고 갈라져 나가는 게 도가 지나쳐 보여서 말이다.
이단들이야 교주를 신격화하고 사람을 너무 추종하게 만들지만, 저 진영은 반대로 사람을 너무 따르지 않고 각자도생만 일삼다가 각개격파 당할 것 같다. 두 방식 다 스스로 무너지는 결말로 간다는 점은 비슷하다~!

제아무리 독립 침례교회를 추구한다지만 신자가 교회로부터 독립해 버리고 예수님으로부터 독립해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지 꼴리는 대로 하다가 어려움 겪는 걸 무슨 박해나 영적 전투 따위로 포장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니 이 동네에서는 독립과 분리 얘기는 충분히 했으니 됐고.. 이젠 최소한의 일치와 단합, 팀웍을 더 강조해야 할 것 같다. 본질적이지 않은 형식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좀 양보도 하고 말이다.

율법주의를 타파하고 신앙의 자유를 강조하는 곳에서는 그 반대급부로 등장하기 쉬운 영적 무질서와 방종, 반지성주의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단 사이비도 바로 저런 혼란 속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목사님의 성경적인 설교를 듣고 진짜 정당한 권면에 따르는 것까지 죄다 사람을 추종하는 거네 마네.. 이딴 식으로 살아서 제정신 박힌 신자가 양성될 수는 없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6/03 19:35 2023/06/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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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10.5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5가 당초 예상보다 일찍 완성되고 공개됐다. 다음 버전 개발 근황을 올리고서 곧바로 다음 버전 완성 공지를 올리게 될 줄이야.. =_=;;
문서에다가는 6월 1일이라고 기재했지만 사실 그 전날 아침에 미리 올라왔다. 타자연습은 변함없으며 API 역시 호환된다.
오랜 작업의 결과물이 드디어 세상에 publish되니 개인적으로 몹시 홀가분하고 기쁘다.

UI 쪽의 변화 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번 글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편집기를 사용하지 않고 외부 모듈만 라이트하게 사용하는 분이라면 변화 사항들이 그리 와 닿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버전에서는 외부 모듈의 안정성도 향상된 게 있기 때문에 버전업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새로운 기능 소개 말고 외부 모듈 관련 이슈, 그리고 개발 관련 다른 잡다한 썰들을 늘어놓도록 하겠다.

1. Google Chrome + Google Docs 에서 한글 조합이 덧나는 문제: 해결

크롬 브라우저에서 주소 입력란이나 웹페이지 내부의 일반적인 텍스트 입력 폼에서는 괜찮은데.. 유독 Google Docs를 열어서 문서를 편집할 때 자잘한 문제가 또 있었다.
거기서 내 프로그램으로 한글을 입력하던 중에 마우스로 딴 데를 클릭하면.. 조합 중 글자가 덧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버그는 지금까지 거의 네댓 분으로부터 거듭 신고를 받았다.

수 년 전, 크롬 브라우저가 버전 70대이던 시절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그때는 내 쪽에서 동작을 수동 보정해서 회피했는데.. 또 크롬에서 자체적으로 버그를 고치기도 한 것 같아서 보정 동작을 삭제했다.

그런데 예전에 만들어 놨던 보정 로직을 되살려 보니까 Google Docs 문제는 해결되지만, 크롬의 다른 입력 창에서는 이제 글자가 덧나는 게 아니라 멀쩡한 글자까지 지워져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_=;; 동일 프로세스에서 서로 다른 에디팅 엔진을 사용하다니.. 더 똑똑한 로직을 새로 개발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다른 마소 IME, 한컴 입력기, 나빌 입력기는 괜찮은데 내 프로그램에만 이런 버그가 있는 이유는..
내 프로그램은 조합이 외부에 의해 종료될 때 조합 중 문자열을 다시 써 주는 동작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생략해 주니 크롬의 두 입력 환경에 모두 오류 없는 입력 동작을 구현할 수 있었다. 수동 보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저 동작이 꼭 필요한 입력 방식은 초성 지향 두벌식이라고 '한'을 먼저 '하ㄴ'이라고 표시했다가 조합이 외부에 의해 종료됐을 때 '한'으로 바꿔서 확정짓는 소수의 특이한 방식 말고는 거의 없다.
바꿔 말하면 Chrome이나 Edge 브라우저에서는 한 메이저한 버그를 보정하기 위해서 다른 마이너한 부작용을 남겼다.

2. 자주 받은 문의: 비조합 문자를 입력할 때의 문제

저 버그 신고 말고 본인이 자주 받은 문의는 이것이었다. 내 프로그램으로 콜맥 같은 영문 글자판을 사용해서 한글이 아닌 일반 문자가 Visual Studio Code라든가 몇몇 외국산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다는 거.

이건 명백하게 내 프로그램이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들이 IME 지원이 미흡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존 MS 한글 IME로도 두벌식이 아닌 세벌식으로 숫자나 기호를 입력해 보면 100% 똑같이 발생한다.
서구권에서 살다 보니 IME라는 게 뭔지 몰라서 IME로부터의 지시는 무조건 한글처럼 조합을 만드는 형태밖에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원래는 그 프로그램이 고쳐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내 프로그램 쪽에서 문자를 보내는 방식을 바꿔서 문제를 회피할 수는 있다.
그 글자를 IME 방식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키보드 메시지 형태로 보내게 하는 거다. 걔들은 어차피 한글도 아니니까.

글쇠배열 편집기에서 "전체 간소화 - 문자를 글쇠 누름으로" 기능을 알려 드렸더니 문제가 잘 해결됐다고 회신이 왔다.

3. Visual Studio 검색란에서 한자 선택 UI: 해결 불가

이건 사용자로부터 문의를 받은 건 아니고 본인이 자체적으로 발견하고 파악한 현상이다.
개발툴 Visual Studio에서 일반적인 텍스트 에디터 말고 Ctrl+Q로 접근하는 짤막한 한 줄짜리 검색란은 뭔가 비범한 환경인 것 같다. 10년쯤 전 엄청 옛날에도 여기서만 한글 입력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던 문제가 있어서 해결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 한자 선택 UI를 꺼내면 마우스를 클릭해도 UI가 전혀 동작하지 않고 그냥 사라져 버렸다.
이건 마소 IME 등 어떤 IME를 써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내 프로그램의 문제는 아니다. 도대체 무슨 동작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우스 hook이라도 설치하는가 보다.
그런데 마소 IME는 그냥 곱게 꺼지기만 하는데, 내 프로그램은 몇 번 써 보면 프로그램이 뻗기까지 해서 문제..

디버깅을 해 보니 프로그램 상태가 외부에 의해 불가항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것이어서 뭘 해 볼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이건 불가피하게 해결 불가로 남기고, 도움말 "알려진 문제"에다가 언급만 해 놨다.

4. 잡설: 원고지 떡밥

문득 떠오르는 생각인데.. 날개셋 편집기에 원고지 형태 인쇄 기능은 넣기에 굉장히 적절한 기능인 것 같다. 얘는 서식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 쌩짜 plain 텍스트 편집기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래머 코딩보다는 자연어 텍스트의 입력에 더 맞춰져 있으며, 취급하는 문자도 형태가 전각 아니면 반각밖에 없어서 문자 배치가 아주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능이 너무 많은 워드 프로세서보다는 이런 프로그램에다가 원고지 인쇄 기능을 넣는 게 원론적으로 훨씬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제 원고지라는 물건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으니 만들어도 쓸모가 별로 없다. 굳이 이런 기능을 구현하고 싶지는 않다.

텍스트 파일을 읽어서 원고지 형태로 인쇄하는 기능 구현은 Visual C++ / Windows API 프로그래밍 실습용으로도 적당할 듯하다. 그래픽, 인쇄, 각종 좌표 계산과 문자열 문단 정렬, 금칙 처리 같은 것들이 두루 동원되기 때문이다.

5. 나머지 남은 얘기들

(1) 이번 10.5 버전에서는 도움말 "감사의 글"에 공 병우 박사뿐만 아니라 송 현 선생도 최초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분도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정작 2022년에는 프로그램 버전업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문구가 들어갈 기회가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오랫동안 버전업이 없던 동안에도 꾸준히 후원을 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요 며칠 전에도 후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10.5 작업을 해 보니 본인의 코딩 감각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는 걸 개인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3) 다음 버전은 올해 가을이나 겨울 연말쯤에 10.7 정도로 잡고 있다. 편집기, 제어판, 보조 입력 도구 곳곳에 이번에 다 완료하지 못한 UI 개선을 반영하고.. 여유가 되면 좀 더 어려운 성능 최적화도 할 예정이다. 작업 리스트는 다 마련되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6/01 08:35 2023/06/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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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 개발 근황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차기 버전 10.5가 현재 거의 완성 직전이다. 목표는 늦어도 다음달 6월 초-중쯤.. 10.4가 나온 지 벌써 1년 반이 돼 간다만.. 이 프로그램은 개발이나 유지 보수가 중단된 게 절대 아니다. ^^
엔진이 바뀐 건 없지만 각종 UI와 기능들이 아주 많이 바뀌고 개선되었다. 거기에다 외부 모듈의 버그 수정과 불편 사항 건의가 반영될 것이다. 특히 크롬+Google Docs에서 조합 중인 한글이 덧나는 문제는 여러 번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10.5 이후의 그 다음 버전에서 더 진지하고 더 무거운 새 기능들이 구현돼 들어갈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프로그램 개발은 즐겁다. 아무쪼록, 어서 새 버전이 완성돼서 지금 작업 완료된 기능들이 사용자에게 제공됐으면 좋겠다.

1. 편집기: 텍스트 import 기능에서 UTF-8 지원

편집기에는 콘솔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를 가져오는 기능이 먼 옛날부터 제공되고 있었다. (2004년, 3.0부터.. ㄷㄷ)
실행할 프로그램 파일명과 실행 인자를 따로 줘도 되고, 아니면 파일명은 비워 놓고 실행 인자에다가 파일명과 인자를 한꺼번에 써 줘도 된다.

후자처럼 하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SET, PATH, DIR 같은 도스 명령을 실행해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명령줄을 실행하기 때문이다. 그 명령줄에 프로그램을 실행하라는 명령이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경로와 인자에다가 시스템 기본 코드 페이지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코드 문자를 넘겨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허나, Windows 10 이후로 운영체제의 추세가 잡다한 재래식 multibyte 코드 페이지들에 대한 인지도를 낮추고, multibyte 환경에서는 UTF-8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2017~19?? 그래서 내 프로그램에다가도 Windows 10 이상에서 동작할 때는 명령줄을 UTF-8 인코딩으로 전달하는 옵션을 추가해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옵션을 주면 DIR을 했을 때, 한글판 기준 cp949에 없는 문자가 들어간 파일/디렉터리 이름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런 파일 이름을 찾도록 지정할 수도 있다. 단, 이 옵션을 주면 명령 프롬프트의 기본 UI가 한국어 같은 지역 언어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통일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울러, 콘솔 프로그램이 아니라 URL 가져오기 모드에서 이 옵션을 켜면.. URL에서 알파벳· 숫자가 아닌 타 문자(한글 등)를 자동으로 UTF-8 기준으로 % encode 하게 했다. euc-kr 같은 타 인코딩으로 encode해야 하면 그건 사용자가 수동으로 해야 한다.

2. 편집기: 다른 대화상자들

(1) 편집 화면 설정의 화면색에 '어두운 회색, 어두운 자주색(우분투), 옅은 파랑'을 추가하고, 완전 백색보다 약간 어두운 '아래아한글 2.x' 색상도 추가했다.
아래아한글은 1.x 시절엔 파란 바탕 흰 글자였지만, 컬러를 지원하기 시작한 2.x부터 흰 바탕 검정 글자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게 완전 순백 화이트가 아니라 회색에 가깝게 어두운 화이트가 디폴트였다. 뭐, 이게 너무 눈부시지 않고 장시간 작업하기에 좋긴 하다. 옛날 생각도 나고.. ^^
Windows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아래아한글 3.0부터 배경이 순백 화이트로 바뀌었다.

(2) 아울러, 지난 10.4부터 블록의 색깔을 4종류 중 하나로 customize하는 기능이 추가됐는데.. 색상 설정을 바꾸면 블록의 실제 색깔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대화상자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쪽 설정 대화상자의 컨트롤들을 "글자 - 문단 - 종이"의 순으로 스케일이 커지게 배치했다. 그리고 머리글과 바닥글의 입력란에서는 & 변수들의 종류가 풍선 도움말로 표시되게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도구 - 분량 계산 메뉴" 명령은 블록을 잡지 않았을 때도 사용 가능하고, 이 경우 텍스트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워드 프로세서에서 제공되는 텍스트 분량 표시 기능을 생각하면 진작에 이렇게 동작 가능했어야 했다.;;

3. 편집기: 메뉴

(1) 단축키로만 존재하던 명령들.. Shift+F3(뒤로 탐색), Alt+K(상용구 치환), Alt+L(탐색기에서 복사한 파일의 이름 삽입)을 모두 메뉴에다 정식 등재했다.
사실, 파일 이름 삽입은 기존 Ctrl+V 붙이기 기능과 통합하는 게 가장 좋긴 한데.. 편집기에서 제공하는 붙이기 기능과, 날개셋 에디트 컨트롤이 자체 제공하는 붙이기 UI가 서로 연계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냥 이렇게 놔 뒀다.

(2) 파일 메뉴의 하단에 표시되는 '최근 사용 파일'이 겉으로는 8개까지 표시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 2배에 가까운 14개까지 관리되게 했다. 그래서 지금 메뉴에서 파일 하나가 없어져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뒤에 밀려나 있었던 9순위 파일이 마지막 8순위로 당겨져 올라가게 된다.

(3) 창 메뉴의 하단에 표시되는 창 목록들에서 현재 활성화된 창은 체크 √가 아니라 ⊙ 불릿 마크로 표시되게 했다. 체크는 복수 개의 on/off이지만 불릿은 n개 중 단 하나만 선택되는 UI 요소이기 때문이다. 저 상황에서는 불릿 마크가 더 적절하다.

4. 에디팅 엔진

(1) home 키를 눌렀을 때 무조건 첫 칸으로 가는 게 아니라, whitespace를 건너뛴 첫 칸으로 가도록 동작을 수정했다. 이미 그 칸에 있을 때 home을 누르면 진짜 첫 칸으로 간다.
이건 워드 프로세서보다는 프로그래머용 텍스트 에디터에 더 특화된 동작이다.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2) 저건 당연히 날개셋 편집기 같은 multi line일 때의 동작이다. 반대로 single line일 때는 불필요하게 ctrl+드래그를 해도 multi-selection이 되지 않게 하고, 일본어 문자나 한자에 대한 툴팁도 동작하지 않게 했다. 이건 기능 추가나 개선이 아니라 그냥 사소한 변경이다.

(3) 세로쓰기 모드일 때 일본어에서 길쭉한 전각 장음 부호가 가로줄이 아니라 세로줄로 나오게 폰트 모양을 수정했다. 역시 개발자가 외국어에 대한 식견이 넓어져서 필요를 느껴야 이런 걸 반영하게 된다. -_-
그리고 라틴 알파벳뿐만 아니라 키릴 문자와 그리스 문자도 단어 단위로 wrap이 되게 했다. 아래 그림에서 X이던 게 O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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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어판: 최종 변환 규칙에서 여러 내정값을 한꺼번에 가져오기

제어판 - 편집기 계층 - 최종 변환 규칙을 보면 내정값으로 전각 문자, 호환용 한글 낱자 같은 몇몇 predefined set이 있다. 내정값을 가져오면 지금 있는 설정들은 모두 없어지고, 규칙 전체가 그 내정값으로 대체된다. 즉, A=B처럼 된다.

그러나 새 버전에서는 내정값을 Ctrl이나 Shift를 누른 채 마우스 클릭이나 화살표 키를 이용해서 지정하면.. 규칙을 그 내정값으로 통째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지금 규칙에다 그 내정값을 추가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A+=B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

이제 "전각 문자 + 호환용 한글 낱자"처럼 여러 내정값 규칙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것도 진작부터 필요를 느끼고 있었는데 간단한 UI 조작만으로 드디어 가능해졌다.
기존 규칙과 새 내정값이 충돌할 수 있다. 현재 A라는 문자를 B로 치환하게 되어 있는데 새 내정값에는 A를 C로 바꾸라는 규칙이 있는 것 말이다. 이때 Ctrl은 새 내정값으로 대체하는 반면, Shift는 그건 대체하지 않고 놔 둔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각종 대화상자에는 ctrl+클릭을 했을 때 동작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게 지금까지 은근히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ctrl을 눌렀을 때 뭔가 시각적인 피드백이 나오는 게 없는 게 좀 아쉽다. 이건 운영체제 차원에서 넣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장기적으로 좀 생각을 해 봐야겠다.

6. 제어판: 나머지

(1) 글쇠배열 편집 화면에서.. 매번 대화상자를 꺼내지 않고 글쇠를 클릭만 해도 그 자리의 수식과 수식값을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글쇠배열 편집기에도 아이템의 복수 선택, 아이템 이동 등 여러 편의 기능들이 더 구현되고 지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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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력 항목의 순서를 나타내는 이 입력란에서는 위가 아니라 아래 화살표를 눌러야 숫자가 커지고 목록에서 '아래'로 내려가도록.. 더 직관적으로 동작하도록 로직을 수정했다~!!
이거 진작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아주 최근에야 확인했다.

(3) 날개셋문자를 입력받는 대화상자에서 왼쪽을 보면 날개셋문자의 종류(type)가 트리 계층 구조로 표현되어 있다. 이 중에서 그 자체가 독립된 타입이 아니고 하위 타입들을 분류만 하는 명칭인 '한글 조합'과 '비문자'는 진하게 표시되게 했다.

(4) 설명문을 작성하는 대화상자에 '글쇠배열에 대한 설명문, 입력 항목에 대한 설명문, 설정 전체에 대한 설명문'이라고 제목을 더 세분화했다. 그리고 한글 로마자 입력기도 표준 로마자 표기법을 제외한 나머지 방식에 대해서는 "한글 로마자 Qwerty (HWP, 북한, 공진청)" 등 세부 규칙이 이름에 추가되게 했다.

(5) 세벌식 390은 / 자리가 한글을 입력 중일 때만 ㅗ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가 그대로 입력되는 형태이다. 그런데 이 상태로 복벌식 빠른설정을 적용하고 나면 그 수식이 사라져 버리고 문자가 /로 고정되곤 했다. 이 동작을 개선해서 / 자리는 390 + 세벌식 한글 입력 중일 때 ㅗ, 그 외의 상항에서는 / 로 제대로 처리되게 했다.

7. 보조 입력 도구

(1)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입력 도구에서 빈 입력 스키마 경고가 쓸데없이 자꾸 출력되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 영문(빈 입력 스키마) 모드일 때는 한번 나타나긴 하지만 한글 모드로 전환하면 없어진다. 그리고 이걸 아예 표시하지 않게 하는 옵션도 추가했다.
이 입력 도구를 유용하게 쓰면서 한자어를 평소에 많이 입력하고 계신다는 분이 건의를 하셨다.

(2) '수식 계산 기록'에서 오토마타 수식에 대한 계산 기록이 찍힌 경우, 이때의 오토마타 상태와 설명문도 같이 표시되게 했다.

(3) '필기 인식'이 한중일뿐만 아니라 대만 번체 인식기도 인식하여 지원하게 했다.

(4) '부수로 한자 입력'에서 한자를 우클릭하면 이 글자의 간체자/번체자로 바로 이동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그런 한자가 존재하는 경우). 호환용 한자를 찍으면 그 글자의 표준형 글자도 안내해 준다.
단, 이 간체/번체 변환은 운영체제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사용해서 동작하며, BMP 영역 글자만 지원하고 오류도 제법 있다. 그냥 없는 것보다 나은 참고용으로만 사용 가능한 퀄리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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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재 문자표나 한자 부수처럼 테이블 기반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입력 도구들에는 우측 상단에 '↔' 버튼이 있다. 얘를 누르면 문자를 본문에다 삽입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본문의 cursor가 가리키고 있는 문자 그 표에서 찾아서 표시해 준다. 그래서 처음 보는 한자에 대해서 ↔를 누르면 이 한자의 부수와 획수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능은 cursor의 글자를 얻어 올 수 없는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이때 에러 메시지만 출력하고 끝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환경에서는 ↔ 버튼 자체가 없어지고 표시되지 않도록 동작을 수정했다.

8. 버그 수정

(1) 이전 10.4 버전은 '고급 입력 스키마'의 고급 글쇠 인식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keydown 이벤트에서 앱이 뻗는 경우가 있었다. 이걸 사용하는 분이 계신다면 이 긴 시간 동안 분명히 버그 신고를 하셨을 텐데... 본인에게 지금까지 신고가 들어온 건 없었다. 이건 내가 자체적으로 발견해서 고쳤다.

(2) 편집기에서 문서 줄 수가 32767 줄을 초과해서 32K~64K 사이에 있을 때, Ctrl+G 줄 번호 대화상자를 열면 번호가 음수로 잘못 표시되던 문제가 있었다. 이걸 고쳤다.

9. 도움말

(1) 'I. 일러두기'와 '부록 - 예제 데이터 소개'를 세분화했다.
전자의 경우 '개발 방향', '책임 범위', '사용자의 참여'로 아이템들을 나눴으며, 후자는 '세벌식 한글, 두벌식 한글, 나머지 외국어/특수문자'로 나눴다. 이렇게 해 주니 보기가 훨씬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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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력 도구들 중에 '문자표'와 '부수로 한자 입력'은 지금까지 자신만의 도움말이 없었는데 이번에 추가했다.
사용법이 너무 자명해서 특별히 쓸 게 없다고 여겨져서 생략했던 건데.. 정작 도움말 글을 써 보니 그렇지 않았다. 고유한 동작 방식을 설명하다 보니 한 페이지 정도는 너끈히 분량이 나왔다. =_=;;

10. 예제 데이터의 수정· 보강

(1) 북한 표준 방식에 ㅓ+ㅣ=ㅔ, ㅏ+ㅣ=ㅐ 만 있지, ㅘ+ㅣ=ㅙ, ㅝ+ㅣ=ㅞ 는 빠져 있는 걸 확인해서 보충했다.

(2) 초성 ㄸㅃㅉ과 종성 ㄳㄶㄻ을 동일한 자음 글쇠로 모두 입력할 수 있는 변칙(?) 두벌식 예제를 추가했다. 몇 년 전에 이 블로그에서 다룬 적이 있었는데, 이걸 예제로도 정식으로 추가했다.

(3) 끝으로, Google 단모음은 초· 종성뿐만 아니라 중성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ㅏ+ㅏ=ㅑ, ㅓ+ㅓ=ㅕ처럼 동일한 낱자 연타는 되지 않게 하는 로직을 추가했다.
그러니 얘는 초중종 모든 입력 상태에 타이머가 필요해졌다. 중성의 동일 연타 차단은 오토마타 수식에서 B==E인 경우를 보면 되니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29 08:35 2023/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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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먹고 키우는 근황

지난 4월 중순쯤에 호박 근황을 올리고서 40일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막간을 이용해 또 짤막하게 본인의 호박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이젠 호박이 내 인생과 내 자아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 같다~~ ^^

1. 6개월 만에 먹은 마지막 호박

집에 비축해 놓고 있던 늙은 호박들을 4월 말~5월 초 사이에 드디어 모조리 먹어치웠다.
늘 보기만 해도 든든하던 큼직한 늙은 호박이 전혀 없으니 허전하고 서운하다. 이제 늙은 호박을 구경하려면 올해의 첫 수확분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 3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할 듯하다. (8~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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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남겨 놨던 호박은 지름 26cm짜리 큰 놈, 그리고 지름 18cm짜리 약간 작은 놈.. 이렇게 둘이었다.
얘들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작년 10월~11월쯤에 사 놓은 것이었다. 그걸 그냥 실내 상온에다 무려 6개월 가까이 방치하고는 이듬해 4월에야 먹었다.
한 2월쯤에 먹으려 했지만, 그때는 다른 호박들 중에 물러지려는 게 있었다. 그걸 먼저 처분하느라 쟤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은 먹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안팎으로 그 어떤 변질이나 부패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물러지거나 연해지는 부위가 없었고 모든 부위가 탱탱했으며, 과육의 상태도 양호했다. 한 달쯤 더 놔 둬도 됐을 것 같지만.. 이젠 날씨가 워낙 더워지고 있어서 상태를 더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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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시간이 워낙 오래 지나서 그런지 큰놈은 상태가 그때 그 포천 우수 호박보다는 못했다.
속이 건조하고 과육은 단맛이 덜하고, 씨앗들이 곳곳에서 오발아해 있었다. 그래도 꿀 좀 넣어서 죽을 무난하게 쑤어서 먹었다.
작은놈은 덩치는 작아도 속이 꽉 차 있고 씨앗들도 굵고 튼실해서 상태가 더 좋은 편이었다.

세상에 오로지 호박만이 단순히 '삭았다, 익었다'가 아니라 폭삭 늙었다는 영예로운 칭호가 붙는 채소이다.
동글동글 납작납작 쭈글쭈글.. 게다가 세상에 어느 채소가 저렇게 상온에서 반 년을 버티겠는가? 수박? 오이? 같은 호박이라도 제대로 익지 않은 아이는 당연히 저렇게 놔 두지 못한다.

내가 이래서 호박을 사랑한다. 비주얼과 특성이 모두 매력덩어리이기 때문이다. ^^ 올해의 햅호박을 어서 만나고 싶다.

2. 다시 키우는 호박

오징어 게임에서 오 일남 할배는 "게임을 관람만 하는 것보다 직접 참가하는 게 더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호박도 마찬가지다. 사 먹을 뿐만 아니라 직접 키워도 봐야 직성이 풀린다.
4월 초쯤 언제 심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아무튼 호박씨 수십 개를 퇴비와 함께 흙 속에 파묻고 물을 줬다. 그랬더니 그 달 하순엔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싹이 나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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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맑고 햇볕 나고 더워지니 이제 애들이 좀 제대로 자라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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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같은 떡잎 딱지를 떼고 그 특유의 허연 힘줄이 그려진 본잎이 쑥쑥 돋아나는 걸 보니 몹시 기쁘다. 씨앗 껍데기는 탯줄의 식물 버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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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다 돼서야 싹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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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중· 하순이 되니 이제 잎이 제법 커졌다. 이렇게 되기까지 씨 뿌리고 나서 40~50일 정도 걸린 것 같다.

너무 조밀하게 싹이 많이 난 걸 어찌할지가 좀 고민이다.
몇 개를 옮겨 심어 봤는데, 뿌리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그래도 이게 식물에겐 상처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것 같다.
내 경험상 옮겨 심지 않은 애들보다 발육이 훨씬 더 늦어져 있다. 자동차로 치면 전속력으로 직진으로 달리다가 한번 커브를 튼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씨앗은 주변에 물기가 좀 있어야 싹이 튼다는 건 초딩 자연 시간에 강낭콩을 갖고 실험을 하며 배웠다.
쌍떡잎식물은 그물맥(대부분의 식물들 같은 넓적한 잎), 외떡잎식물은 나란히맥이라는 건(파처럼 길쭉한 잎) 중딩 과학 시간에 다 배웠던 건데.. 이제 와서야 다시 복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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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다음 근황 때는 더 길어진 덩굴 줄기와 꽃, 심지어 수분된 열매 사진까지 올라오기를 기대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23/05/27 08:35 2023/05/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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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상 4~5월은 밖에서 자기 너무 너무 좋은 시기이다.
밤 기온 5~10도는.. 새벽엔 좀 쌀쌀하긴 하지만 침낭이나 담요를 덮으면 아주 따뜻해지고 딱 좋아진다. 전자기기가 퍼지지 않고, 모기 없고, 키우는 식물이 얼어 죽을 정도도 아니고.. 정말 최고이다.
요즘이야 밤에도 15~20도 부근이니 얇은 침낭이나 이불 하나만 덮은 채 아예 옷을 벗고 자도 된다. 보온 장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아서 짐 부담이 제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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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난 이렇게 자야 좀 발 뻗고 잔 것 같다.
덥고 갑갑한 콘크리트 건물은 인간이 자라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냥 수도, 전기, 화장실, 빨래, 와이파이 보급하라고 있는 곳일 뿐.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하는 아침 인사가 “잘 잤냐”가 아니라 “어젠 어디서 잤냐”로 바뀐 지 오래다. ㅋㅋㅋㅋㅋ 심지어 일요일에 만나뵙는 교회 목사님까지!!

오늘은 지난 한두 달 동안 내 취미와 관련하여 수집한 유튜브 영상과 언론 보도들을 늘어놓아 보련다.

※ 특이한 차박러 아저씨

1. 버스 (EBS, 2021/9/16 방영)

우와 이 아저씨 완전 대박인데..????
혼자 버스를 한 대 구입해서 집으로 개조하고, 시골 공터 자기 아지트에다 세워 놓았다. ㄷㄷㄷㄷㄷ
그리고 텃밭에서 "호박"도 키우고 수박도 키운다.

뭔가 내가 동경하는 형태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
이런 덕질도 돈이 없으면 못 할 텐데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내력이 있는 분인지 궁금하다.
나도 저런 데서 글 쓰고 코딩 하고 호박과 멧돼지를 간간이 키우고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

2. 새한 덤프 트럭 (MBN, 2019/9/27 방영)

전라도 어딘가에 초록색 새한 8톤 덤프 트럭이 2010년대에도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차주가 저런 분이었구나~~!!!!
최대한 차 번호를 가린 채로 촬영했지만 저 차 번호는 이미 진작부터 다 알려지고 퍼져나가 있다. =_=;;

저 아저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가족을 떠나서 혼자 저 차에서 산댄다.
밤에 차에서 자고, 짐받이 위에서 라면 끓여 먹고, 비 오면 위에 천막도 치고..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골라서 하고 계시는구나~!!
산에서 텐트 치고 사는 거 아니면, 저렇게 살아 보는 것도 좋지.
그것도 1977년에 구입해서 등록한 40년 넘게 묵은 등록문화재급 올드카에서 말이다.;;; (저 다큐는 2019년에 촬영)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도 몰려다니며 "이 차 시동은 걸려요? 가기는 가요? 부품은 어디서 구해요?" 달라붙는 사람이 많아서 제발 관심 끄고 그런 거 묻지 말라고, 기웃거리면서 구경하지 말라고 차 문에다가 경고문을 써 붙여 놨댄다.
강원도에서 제무시 트럭 끌면서 통나무 나르는 분 중에는 이런 특이한 분이 없는지 궁금하다.

※ 텐트

3. 여고생 기숙사 앞, 밤마다 교장이 텐트 치는 사연 (☞ 링크)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경비 인력을 못 구해서 심야 시간대엔 교감과 교장이 직접 경비를 시작했댄다.
그런데 교장은 여학생 기숙사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밤엔 기숙사 입구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게 됐다고.. ㅠㅠㅠㅠㅠ

어디 명품이나 최신 스마트폰, 어린이집이나 주차 자리처럼 예약 접수가 폭주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죽치고 앉아 기다리는 경우는 있다. 아침 일찍 창구가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가려고 전날 밤부터 돗자리 깔거나 심지어 텐트까지 치고 진을 치는 거다.
그런데 저 경우는.. 좀 웃프달까;; 그런데 건물 주위에다 텐트 숙직실을 세팅해 놓고 당직을 선다니.. 나도 해 보고 싶다~~ ^^

※ 사건 사고

4. '비바크' 하던 50대의 참변…멧돼지 착각한 엽사 총에 사망 (☞ 링크)

파주에 산다는 어떤 50대 남성이 전국 각지를 떠돌면서 자연 속에서 텐트 없이 노숙 비바크를 즐겼다.
그는 지난 3월 말엔 멀리 의성까지 가서 공터에서 잘 자고 있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당한 게 아니라...
자신을 멧돼지로 오인한 엽사의 총에 맞아 죽었다. =_=;;

엽사는 목표물을 놓친 줄로만 알고는 현장을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 버렸다. 저 사람 시체는 나흘이나 지나서야 다른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와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소식을 다 듣네. ㅠㅠㅠㅠㅠㅠㅠ 얼마나 장거리 사격을 했길래? 산탄총이 아니라 무슨 군용 소총을 쐈냐?
엽총 쏘는 게 무슨 미사일이라도 날리는 거냐? 자기 눈으로 확인이 안 되는 곳에다가 오사· 오폭을 하게?

정말 공감 가는 취미 활동을 하다가 비명횡사한 저 아재분을 추모하는 바이다.
멧돼지 그렇게 많이 잡아도 ASF는 근절되지도 않고 갈수록 남하하고 있더구만.. 이제는 애꿎은 멧돼지는 그만 잡고 백신이나 만들어서 뿌려야 된다는 주장이 관련 학계에서 제기되는 중이더라.
힘내라, 귀여운 멧돼지들아~! 너흰 죄가 없단다.

딱 1년 전, 작년 4월 29일엔 서울 구기 터널 인근 북한산 기슭에서 멧돼지 오인 총기 인명 사고가 났었다.
70대 택시 기사가 잠시 소변을 보던 중에 근처의 엽사에게 사살 당했다. =_=;;

5. 강가에서 차박하려던 부부 폭우에 실종‥결국 숨진 채 발견 (☞ 링크)

아이고~ 혼자도 아니고 부부가 자연을 즐기는 참 훌륭한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무슨 참변이냐..ㅠㅠㅠㅠ
미래가 창창한 30대 젊은 부부가 그 오지인 울진, 봉화를 일부러 찾아가서 맑은 물 맑은 공기를 즐기려 했는데 말이다.
저 비박 아재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계곡 물 코앞에다 차를 대고 옆에 텐트를 쳤는데.. 다들 기억하시다시피 지난 어린이날 연휴 주말엔 전국에 비가 많이 내렸다.
저기도 물이 많이 불어나자 저 사람들도 뒤늦게 위험을 느끼고 텐트를 걷고 현장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오가는 길목에 계곡물을 가로질러야 하는 구간이 있었고, 거기도 물이 왕창 불었다. 결국 거기를 건너던 중에 물이 급류에 휩쓸렸던 것 같다.

지난 2014년 8월에 이런 부류의 차량 급류 사고가 청도(승용차)와 창원(마을버스)에서 각각 한 건씩 났던 게 생각난다. 그때도 차량 탑승자들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건 무슨 터널 안 화재처럼.. 차량을 탈출해도 어차피 목숨 부지할 방법이 없었다.

이 사고의 경우, 남편 시체가 하필이면 영동선 철길 교량 아래에 놓이는 바람에 열차 타고 창밖 바라보던 승객이 발견을 하고 경찰에 신고했댄다.
비 많이 내릴 때 그것도 물에 잠기는 길까지 거쳐서 계곡 바로 코앞까지 차를 끌고 간 건 많이 위험하긴 했다. ㅠㅠ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3/05/24 19:35 2023/05/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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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영화 이야기

1. 후속편 암시

요즘 영화는 악당이 확실하게 죽고 속편이 나올 여지가 도저히 없을 정도로 결말을 맺어 버리기보다는..
악당이 완전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떡밥을 여기저기 남겨 두는 경향이 옛날보다 더 짙어진 것 같다.

철도 건설에다 비유하자면.. 추후에 연장 공사가 가능하게 복선 노반을 미리 확보해 둔다거나, 심지어 환승역을 미리 건설해 놓는 것과 같다.
예정에 없던 환승 계획이 잡혀서 환승역을 부랴부랴 만들게 되면 힘들게 복구했던 땅을 또 파헤치면서 고생할 뿐만 아니라, 환승 거리도 엄청난 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처럼 예정에 없던 후속작을 만들다 보면 기존 작품의 설정을 건드려야 하고, 없는 개연성을 억지로 만들어 넣느라 스토리가 삐끗하게 된다.
가령, 페르시아의 왕자 1편의 엔딩은 "악당 쟈파가 완전히 죽었고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였는데, 2편의 시작은 "악당이 완전히 죽지 않았고, 왕자와 공주는 딱 11일 동안만 행복하게 살았다"로 바뀌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후속편 떡밥을 던져 놓기만 하고는 후속편이 나오지 못하는 것 말이다.
1700? 1800년대 프랑스가 배경인 안젤리크(2013), 현대 첩보물인 모멘텀(2015)은 둘 다 미국이 아닌 유럽 영화이고 예쁜 여주인공이 나오고,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아서 2편이 나와야만 하는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후속편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 유명한 쿵 퓨리(2015)는 일단은 히틀러를 제압한 것 같지만 놈이 완전히 죽지 않은 듯이 끝났다. 얘 역시 속편을 염두에는 두고 있지만 결국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속편이 나오지 않으면 황 인호라든가 성 기훈이 뿌린 떡밥을 수습할 수가 없다. 결국 2편의 제작이 확정됐다고는 한다.
범죄도시는 2편이 잘 만들어져서 후속편이 흥행에도 성공했다.

2. 반전

솔트(2010), 모멘텀(2015), 아토믹 블론드(2017).
다들 여성 요원이 구르고 고생하는 액션 첩보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솔트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만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중간첩 보내면서 엄청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솔트도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고 후속작 떡밥 좀 날리면서 끝나는 것 같았다만..??

아토믹 블론드는 1980년대 말 베를린에서 어쩌구 하는 게 <출국>(2018)이랑 비슷한 배경이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모멘텀은 소련이나 공산당 얘기는 없이 더 판타지 스럽고..

저 영화들의 공통점으로 느끼는 건 피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반전이 많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실수로 잡힌 게 아니라 일부러 잡혀 준 거다",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 동료는 알고 보니 적에게 매수당한 상태였다"
이런 게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아 그러고 보니 테이큰 3도 이런 구성을 어중간하게 흉내 냈던 것 같다. 러시아 악당이 나오는 것도 똑같고..

3. 군대에서 금녀의 벽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간 흉기급 여성이 특수 요원이 아니라 군대 특수부대에서 차별과 편견을 견뎌내며 어쩌구저쩌구 하는 줄거리인 영화가 몇 편 있었다.
옛날에 데미 무어가 머리 밀고 출연했던 "G.I. 제인" (1997)..
그리고 "잠망경을 올려라" (1996)는 여군이 무려 잠수원 승조원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존재감 없이 망한 듯하지만 "대한민국 1%" (2010)라는 영화가 있었다. 해병대에 여군 하사가 간부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잠망경을 올려라"를 소개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있는데 옆에 관련 동영상으로 "대한민국 1%"가 같이 뜰 정도이니.. 유튜브의 AI는 사람의 마음과 컨텐츠의 의미를 다 파악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1%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여배우는 '이 아이'인데.. 뭔가 아이유 IU처럼 EI라고 표기 가능한 참 특이한 이름이다.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듯하다.

아무리 군대에서 짬 찬 병이 초짜 간부를 골탕먹이고 심지어 하극상까지 저지른다 해도.. 저 정도는 영화적 허용일 뿐,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어떤 국산 영화 중엔 남자 교도관이 여자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말이다.

현실에서는 특전사에도 당연히 여군이 있고 유튜버 '은하캠핑'처럼 베어 그릴스의 한국 버전이요, 툼 레이더, 킬 빌, 악녀, 언니, 임 한림 등등등의 실사판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 때 도복 입고 무술과 격파 시범 보이는 특전사 요원들 중에 가끔 뒷머리 묶은 여군들도 보이는데 다 그런 사람들이다.

4. 오징어 게임과 타 영화 장면의 유사점

<오징어 게임>이 대히트를 친 게 벌써 2년 가까이 전 일이 됐다.
데쓰 게임이라는 게 막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니, 감독이 이걸 만드는 과정에서 "배틀로얄"과 "라이어 게임", "도박 묵시록 카이지"라는 기존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었다.
그런 플롯이나 스토리 말고 내 개인적으로 그냥 '느낌상'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지는 관련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라이터를 켜라"(2002)의 어리버리 봉구 허 봉구
극초반부에서 주인공 성 기훈이 그 나이 되도록 부모 돈이나 손대는 상찌질이인 것, 그래도 근본 성품은 착한 것=_=;; ,
어느날 일이 드럽게 안 풀려서 의기소침하다가 극적인 사건을 겪는 것, 결말부에서 뭔가 목표를 극적으로 이뤄내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 성 기훈은 소매치기랑 부딪혀서 돈다발을 털리고, 허 봉구는 야비군 훈련장에서 양 철곤과 부딪혀서 점심 우동 그릇을 엎지른다. 이거 비슷하고..
  • "내 돈 내놔!!!" (기훈이 새벽에게, 철곤이 용갑 국회의원에게)도 비슷하고... =_=
  • 처음과 끝이 반복되는 것도 비슷하다..!! 오겜은 딱지치기 게임이지만, 라이터...는 동창회다.. ^^

(2) "자토이치"(2003)에서 최종 반전 흑막이던 술집 종업원 노인
오 일남이 인상 좋은 동네 할아버지가 아니라 돈이 썩어빠지는 오징어 게임 기획자였던 것과 아주 비슷한 심상이다~!!
마지막 화에서 "당신의 깐부로부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처음 볼 때부터 난 자토이치 결말부가 같이 떠올랐다.

(3) "복수는 나의 것"(2001)
오징어 게임처럼 돈 때문에 범죄 저지르는 불우이웃에다, 밑도 끝도 없이 피칠갑 살인이 이어진다는 게 비슷하다.
그리고 오겜에서 강 새벽이 덕수를 극딜할 때 '혁명적인 개XX'라는 명대사가 튀어나왔는데..
"복수는.."에는 혁명적인 무정부주의 동맹-_-이란 게 있다.

결말부에서 여주인공인 영미가 동진에게 전기 고문을 당한 끝에 죽는다. 그런데 영미는 일제 시대로 치면 무슨 사회주의 성향 항일 운동 단체 같은 이상한 단체의 멤버였다. 영미가 살해당하자 거기 동무들이 또 동진에게 칼빵을 놔서 보복한다. 게다가 "네놈을 사형에 처한다"라고 판결문까지 만들어서 가슴팍에 칼과 함께 꽂아 준다.. =_=;;
두 영화는 혁명적인 게 있다는 정말 병맛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니 강 새벽을 배 두나가 연기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3/05/22 08:35 2023/05/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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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세계

1. 색 나열

가시광선이라는 전자기파는 파장에 따라서 빨주노초파남보... 이런 경이로운 색깔을 인간의 눈에다가 꽂아 준다. 이런 색깔 나열은 여러 분야에서 유형이나 등급을 구분하는 용도로 쓰인다.

단적인 예로, 태권도 띠는 "하양 -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 - 검정" 순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내 기억으로 옛날에 카트라이더 게임의 면허증 색깔도 이와 같은 순서로 쪼렙에서 만렙으로 올라갔었다. 만렙은 무지개색이던가..??
서울 버스의 색깔도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의 순으로 단거리-지선 지향이 장거리-간선 지향으로 달라진다.
이런 것 말고도..

전쟁터에서 발생한 대량의 부상병을 분류하는 표식(트리아지)에는 파랑이 없다.

  • 하양: 전문 의료진이 없이 간단한 응급처치만 하고 내보내면 됨
  • 초록: 하양보다는 더 크게 다쳤지만, 그래도 위급하지 않음. 좀 방치해도 생명에 지장 없음.
  • 노랑: 초록보다는 좀 더 주의 관찰이 필요하고 조만간 제대로 치료를 해 줘야 됨
  • 빨강: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환자. 관심과 치료 최상위.
  • 검정: 이미 사망했거나 치료 불가능/무의미/가망없음.

자동차 번호판은 이런 식으로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 자가용..?
  • 노랑: 영업용 (바사아자 + 배)
  • 옅은 파랑: 순수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 자동차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 수소..)
  • 남색: 외교

번호판에는 반대로 초록색이 없구나..;; 오히려 옛날에는 자가용의 번호판이 죄다 초록색 배경이었는데 요즘은 싹 없어졌다.
다음으로 죄수복은.. 옷 자체의 색깔뿐만 아니라 명찰(번호표)의 색깔에 의미가 담겨 있다. 어찌 보면 부상병 분류 트리아지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 하양: 특이사항 없는 일반적 잡범, 또는 미결수
  • 노랑: 살인· 강간 급의 흉악 중범죄자, 혹은 교도소 내부에서 요주의 인물
  • 파랑: 마약사범. 약쟁이;;
  • 빨강: 사형수

끝으로, 불 끄는 소화기도 용도별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A): 일반 화재용
  • 노랑(B): 유류 화재
  • 파랑(C): 전기 화재

요즘 시판되는 어지간한 소화기들은 ABC 세 유형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빨강은..?? 소화기 자체가 시뻘겋기 때문에 저 유형 표시에는 빨강이 없다. 이거 뭐 전기가 마약사범에 대응하는 건가..?? -_-;;;

어떤 경우든 흰색은 특이사항이 없는 가장 쉽고 일반적이고 무난한 상황을 나타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전쟁터에서 백기가 "교전 의사 없음 / 항복"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유치장이 비어 있으면 경찰서에서 백기를 걸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노랑은 약간 특수한 경우, 그리고 파랑은 많이 특이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도인 것으로 보인다.

2. 각각의 색

(1) 하양

세계사를 통틀어 볼 때 정말로 조선만 유난히 흰색과의 접점이 컸는지 궁금하다.
평민 백성들이 농사 지을 때도 흰 옷, 양반 선비들 두루마기도 흰 옷.. 물론 임금은 빨강 같은 컬러풀한 복장이며, 다른 벼슬아치들이나 포졸, 군인들 옷 역시 유색이지만 말이다.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도자기도 고려 때 청자이다가 조선에서는 백자로 바뀌었다고 그런다.
국까· 국혐 진영에서는 가난해서 염색을 할 여유조차 없어서 흰 옷으로 때우던 걸 무슨 순결이니 고결이니 정신승리 하는 거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누런 베이지나 아이보리도 아니고 쌩 화이트야말로 옷이건 도자기건 구현하기가 더 어려운 고난이도인데, 이건 문화 수준이 상승한 거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근데 한편으로는.. 무슨 청색 LED도 아니고 백색이 뭐가 그리 대수이겠나? 진실이 무엇이건 조선이 문화 차원에서 백색을 의도적으로 선호하기는 했던 것 같다.

(2) 초록

이거 좀 놀라운 사실인데.. 인간은 원색들을 다 균일하게 인식하는 게 아니다. 초록색을 더 많이 편향적으로 인식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산술적으로는 균일하게 가시광선의 파장을 변화시켜 보면.. 빨-주-노는 작은 영역의 변화만으로 굉장히 금방 지나가는 반면, 중간 초록색은 더 많은 영역에서 오랫동안 비슷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파-남-보는 또 금방 지나가는 편..

그래서 각종 그래픽 툴에서 색깔 팔레트 내지 색깔 선택 대화상자, 색공간 차트를 보면.. 초록색이 다른 색보다 영역이 더 넓은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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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RGB 값을 흑백으로 디더링 할 때, G에 부여되는 가중치가 가장 크다. 공식이 하나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3:6:1로 분배되는 게 일반적이다. 초록색이 가장 밝은 색으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옛날에.. 24비트나 32비트 트루컬러가 등장하기 전에 16비트 하이컬러라는 게 잠깐 등장한 적이 있었다.
팔레트가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든 천연색을 몽땅 자유자재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뭔가 특이한 모드인데..
RGB를 각각 5비트씩 할당하고 1비트는 남겨 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니면 초록색에다가만 1비트를 더 줘서 5-6-5를 구성하곤 했다. 초록색이 특별 취급을 받은 게 이 때문이다.

(3) 빨강

우리나라 태극기는 건국 이래로 수십 년 동안 동일한 형태가 쓰이다가 1997년 9월경에 살짝 개정된 바 있다. 태극 무늬의 청색· 홍색이 좀 더 산뜻한 색조로 바뀌었다.
옛날 태극기의 빨강은 주홍 scarlet에 더 가까웠다(왼쪽). 그러나 지금은 진홍 crimson에 더 가까워졌다(오른쪽). 빨강이 다 똑같은 빨강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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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옛날 태극기는 우리나라가 아직 못 살던 시절 내지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을 나타내고, 새 태극기는 말석 끄트머리나마 선진국 진영에 들어간 위상을 나타내는 것 같다. OECD 가입만 해도 1년 남짓 전인 1996년 가을이지 않던가?

그리고 성경에서 이렇게 주홍과 진홍을 나열하면서 빨간색을 대비시킨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바로 사 1:18이다. "{주}가 말하노라. 이제 오라. 우리가 함께 변론하자. 너희 죄들이 주홍 같을지라도 눈같이 희게 될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

3. 염색

색을 내는 액기스라고 해야 하나.. 이런 물질은 다른 매개유체에 녹는 염료, 아니면 그 자체를 바르는 안료로 나뉜다.

(1)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용적인 안료로 개발된 색은.. '프러시안 블루'라고 한다. 1700년대 프로이센 왕국 사람이 발견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는데.. 철이 산화철이 되면 보통 붉은색이 되는데, 저렇게 시안(CN) 화합물과 결합하면 파란 계열이 되는가 보다. 다만, cyan이라는 청록색이 저 물질과 관계가 있지는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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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 블루는 색깔도 예쁘고 저렴하고 만들기 쉽고 독성도 없어서 실생활에서 아주 널리 쓰였다. 프로이센 육군의 제복으로도 당장 이 색깔이 들어갔고, 작은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염색용으로도 쓰고..
옛날에 '청사진'이라는 걸 만들 때 입혀지는 파란색도 이 안료와 관계가 있다. 다만, 청바지의 청색은 이 안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2) 한편, 영국군은 전통적으로 '레드 코트', 즉 빨강이 유명하다.
이 색은 깍지벌레로부터 얻은 '코치닐' 색소 기반이다. 즉, 인공이 아닌 천연 안료인 셈인데, 저 시절에는 그게 적당히 간지 나면서 값도 저렴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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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인공 무기물 안료 중에서는 산화철뿐만 아니라 카드뮴이 들어간 '카드뮴 레드'가 빨간색 물감으로는 고급으로 쳐진다고 들었다.
허나, 카드뮴이 잘 알다시피 인체에 아주 해로운 금속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미술 전공자나 쓰지 초-중등 교육 수준에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19 08:35 2023/05/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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