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행적에 대한 오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올해의 마지막 글로 채택된 주제는 이것. ㅎㅎ

1. 공 병우 박사
...는 한글 타자기를 최초로 만든 분이 아니다. 세벌식 한글 속도 타자기 내지 한영 겸용 타자기의 최초 발명자일 뿐, 한글 타자기 자체의 최초 발명자는 아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본인에 대해서도 세벌식 글자판이나 세벌식 한글 입력기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오해하는 분이 좀 계신다. 이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세벌식 자체만을 쓰는 게 목적이라면 기존 MS IME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세벌식 모아치기도 현재 내 프로그램만 지원하는 기능은 아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정체성에 대해 가장 짧게 설명하자면, “한글 입력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요소와 기능을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해 놓은 시스템인데, 그 체계가 철저히 세벌식의 사고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어쨌든 말이 어렵다. ^^

2. 우 장춘 박사
...는 씨 없는 수박의 발명자가 아니다. 그걸 발명한 사람은 따로 있으며(일본인), 우 박사는 “우리나라도 품종 개량에 투자를 해야 농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 기술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차원에서 씨 없는 수박을 한국에 가져와 재배하는 시범을 보였을 뿐이다. 그분의 업적은 다른 전문 분야에 따로 있으며, 대표적인 게 유전학 쪽의 종의 합성 이론임.

그는 을미사변에 가담했다가 일본으로 망명한 친일파 아버지 우 범선의 아들이었고, 일본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한국어가 어눌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진짜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한 분이며, 대한민국 초기에 각종 장관직 감투도 마다하고 오로지 한국의 영농 선진화에 헌신한 존경스러운 위인이다.

3. 이 휘소 박사
...는 핵 물리학자가 아니다. (ㅠㅠ)
김 진명 씨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때문에,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소립자 물리학의 대가가 유독 고향인 한국에서만 핵 물리학자로 와전되어 있다. ㅋㅋㅋㅋ

본인에게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며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박사까지 마친 수학· 물리 괴수인 친구가 하나 있다. 맨날 실험 기기와 씨름하기보다는 초끈 이론이 어떻고 하는 걸 연구한다기에(이게 이과대와 공대의 차이인가?) 걔에게 “그럼 네가 하는 연구가 故 이 휘소 박사의 연구 분야와 비슷하냐? 이건 좋은 질문 맞지?”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둘 다 yes였다. ^^;;

그런데 나도 그 소설이 아니었으면, 이 휘소 박사라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 같다. 조국의 핵무기 개발 연구 같은 거창한 민족주의 떡밥이 없었으면, 현대 물리학에 문외한인 평범한 사람이 초끈 이론 따위가 알 게 뭐고 양자역학이 알 게 뭔가? -_-;;

소설 내용이 고인드립이라고 그의 유족들이 불쾌해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법원의 판결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긴 해도 고인을 '아주 긍정적인 쪽으로' 왜곡한 것이기 때문에 사자 명예 훼손은 아님” 쪽으로 났지 싶다. 나도 공감한다.

다만, 박통이 핵무기나 그에 준하는 무서운 무기(장거리 미사일?)를 개발하려고 노력을 한 건 사실인 듯하다. 후임인 전 두환이 자기네 쿠데타 정권을 미국으로부터 승인받는 조건으로, 그 무기 개발 계획을 분명 백지화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박통이 허무하게 암살 안 당했으면 우리나라는 지금쯤 핵무기 보유국이 됐을 거라고 그리워하는 분도 계심.

저런 시대 정황에다, 의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한국 출신 천재 물리학자, 그리고 환빠스러운 민족 정서가 합쳐져서 <무궁화꽃...> 같은 허구 소설이 한때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게 아닌가 싶다. 이 휘소 박사는 생전에 박통의 군사 독재를 매우 싫어하고 비판했던 사람이다.

4. 아인슈타인
...은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 상을 받은 게 아니다.
당시로서는 상대성 이론이 대단한 업적이긴 했으나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그가 노벨 상을 받은 분야는 광전 효과(광양자 가설)이다.

그런데 이 사람 하면 역시 이 휘소 박사만큼나 원자 폭탄이 떠오르니, 어째 일반 사람들에게 현대 물리학의 총아는 원자력이나 핵무기로 집약되는 듯하다. 이거 뭐 스타크래프트 테란의 코우벌트 옵스(Covert ops) 애드온의 이름이 피직스 랩(Physics lab)이 돼야 하는 건 아닌가 몰라. ㄲㄲㄲㄲㄲ

5. 그리고 끝으로, 저런 사례들만큼이나,
예수님은 사대성인, 성인군자, 유대인의 혁명가, 사상가, 철학가, 도인, 교주 레벨이 절대 아니다. -_-;;;

예수님은 성육신한 하나님이며, 신으로서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을 주신 분이자 그 선물 자체이다.
그래서 인간의 식량이나 교육이나 주거나 경제· 사회· 정치 문제가 아니라 죄 문제를 십자가에서 해결해 놓으셨다. 예수님만이 인류의 유일무일한 구원의 통로이다.

세상 어느 종교들도 신이 죄 문제 때문에 자신의 창조물(피조물)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 어느 종교도 교주가 죽었다가 스스로 부활하고 승천했다고 가르치지 않으며, 빈 무덤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 호화찬란한 무덤이라든가, 방부 처리된 성인 내지 교주 시신을 자랑하는 곳은 몇 곳 있다. ㄲㄲㄲ)

대중들에겐 뭔가 임팩트가 크고 육신적인 감각으로 내세우기 쉬운 업적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실은 그것 너머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30 19:11 2011/12/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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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변환기의 리팩터링

우리나라가 인구의 1/4이 서울에 있고, 경기도의 수도권까지 치면 무려 절반이 바둥바둥 몰려 있다고 그런다. 그래서 서울만 지나치게 팽창함으로써 야기되는 각종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6만여 줄이 좀 넘는 소스 코드의 절반 가까이를 커널인 Ngs3.dll이 차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커널에는 문자와 문자열을 처리하는 기초 루틴부터 시작해서 모든 프런트 엔드들이 공유하는 한글 입력 오토마타가 들어있고, 방대한 제어판 GUI를 담당하는 코드도 있다. 수식과 XML parser 역시 거기에 있다. 그러니 덩치가 월등히 크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한글 입력과 관련된 기능이 또 추가된다면 커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Ngs3.dll만이 지나치게 팽창하는 걸 방지하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코드가 소프트웨어 공학적으로 최대한 바람직하고 보기 좋게(?) 분포하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도입한 개념은 바로 플러그 인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제공하는 동일한 성격의 여러 액세서리 기능들을 이미 플러그 인이 분담해 오고 있다.
가령, 20여 종류에 달하는 텍스트 필터들과,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처음 접한 사용자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빠른설정들은 모두 NgsX.nip라는 플러그 인이 제공하고 있다. <날개셋> 커널은 텍스트 필터와 빠른설정의 프로토콜만을 제시하고, 그 프로토콜대로 구현된 추가 기능들은 플러그 인으로부터 얻어 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글뿐만이 아니라 임의의 상태와 임의의 조합 문자· 변환 후보를 지원하는 ‘<날개셋> 고급 입력기’라든가 ‘동시 입력 스키마’ 역시 플러그 인 담당이다. 커널이 직통으로 제공하는 기능이 아니다. Ngs3.dll의 과포화를 방지함과 동시에, 기반 클래스로부터 이런 확장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시연할 목적으로, 이 확장 입력 기능들은 의도적으로 플러그 인으로 구현되었다.

‘부수로 한자 입력’, ‘한손 입력기’ 같은 보조 입력 도구들은 PadUI.nip라는 제2의 플러그 인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날개셋> 편집기가 아니라 외부 모듈에서 제어판을 호출해 보면 시스템 계층에 ‘한글 표현 방식’ 탭이 있는데, 이 탭도 저 플러그 인이 제공하는 기능이다. 외부 모듈뿐만이 아니라 입력 패드(NgsPad.exe)에서 호출한 제어판도 동일한 탭 UI를 공유하고 있다.
플러그 인은 자신만의 제어판 탭을 갖출 수도 있으며, ‘시스템 계층’은 그런 확장을 하라고 존재하는 계층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어판의 ‘시스템 계층’에 가면 글꼴 본뜨기를 다시 하는 명령을 찾을 수 있는데, 이때 글꼴 본뜨기를 <날개셋> 편집기 프로그램을 특수한 옵션을 주어 실행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본뜨는 코드는 Ngs3.dll에 있는 게 아니라 NgsEdit.exe의 내부에 있다. 딱히 컴포넌트화할 필요도 없이 <날개셋>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만 잠깐 쓰는 보조 기능이니까 말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최근에 본인은 이런 리팩터링 작업을 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제어판의 글쇠배열 편집기는 글쇠배열과 관련된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파일을 열 수 있다.
자체 포맷은 말할 것도 없고, 윈도우 운영체제의 키보드 드라이버(NT 계열과 9x 계열 모두)와 아래아한글의 역대 글쇠배열 파일을 모두 지원한다. 그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 입력 자체도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여타 외국어 글자판과 한글 글자판을 손쉽게 병행해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용하고 편리하다.

지금까지는 해당 포맷들의 변환 코드가 모두 Ngs3.dll에 있었다.
그러나 그러던 것을 NgsConv.exe로 옮겼다. 그런 파일 포맷을 불러올 때는 잠시 <날개셋> 변환기를 호출한 후, 그 결과를 가져오게 바꿨다는 뜻이다. 이동한 코드의 양은 대략 8~900줄 정도.

이건 컴퓨터의 입장에서 성능이 향상된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프로세스끼리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오버헤드가 예전보다 훨씬 더 커지고, 사실 Ngs3.dll의 크기가 감소한 것보다 NgsConv.exe의 크기는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나 외부 파일 변환이 수천· 수만 번 반복되어야 하는 프로세스는 아니고 자주 쓰이는 기능도 아니며, 창의적인 기능이라기보다는 호환성 유지에 가까운 기능인 만큼, NgsConv로 기능이 이동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날개셋> 변환기는 지난 5.0 버전에서 첫 도입된 후로 그 중요성이 야금야금 커져 왔다.
초창기에는 진짜 기본적인 한글 코드 변환과, <날개셋> 3~4.x 데이터 파일을 변환하는 기능밖에 없었다가 한컴 2바이트 코드 변환 기능이 커널에서 이곳으로 완전히 이동했으며, 이번에 또 대규모 기능 이동이 이뤄졌다. 한글 입력기가 한글 입력과 관련된 데이터나 한글 코드를 변환하는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것은 completeness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이번 리팩터링은 프로그램의 디자인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개편임이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26 08:21 2011/12/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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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마다 연료 주입구의 위치가 제각각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지하철역의 내리는 문 위치가 역마다 제각각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는 우리나라라면, 연료 주입구도 오른쪽에 있는 게 마치 상대식 승강장 역처럼 자연스럽다. 주유소가 도로 중앙에 놓여 있지 않은 한 말이다. 그래서 우측 통행이 대세인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차들은 연료 주입구가 대체로 오른쪽에 있으며, 포니보다도 먼저 개발된 국산차인 1955년의 '시발 자동차'도 연료 주입구가 분명히 오른쪽에 있다. 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나의 친구이던 월간 <자동차생활>의 추억이여... ㅋㅋ (고학년부터는 컴퓨터가 친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현대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일본의 미쯔비시 사와 기술 제휴를 맺어 왔고, 이 영향으로 인해 좌측통행 기준에 맞춰진 차량 프레임을 물려받았다. 이 때문에 포니 시리즈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차들의 연료 주입구가 왼쪽에 있다.

각그랜저의 경우 현대와 미쯔비시가 공동 개발하여, 아예 동일한 차를 한국과 일본에서 제각기 다른 브랜드로 판매한 걸로 유명한 예이며,
현대 갤로퍼는 뒷문이 열리는 방향과 스페어 타이어의 위치도 노골적으로 좌측통행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뒷문을 여는 손잡이가 왼쪽에 더 가깝게 되어 있고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열리며, 스페어 타이어도 손잡이 반대편의 오른쪽에 있다. '한국식'(?)으로 되어 있는 쌍용 코란도와의 차이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왼쪽이 코란도, 오른쪽이 갤로퍼)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 차들 중에 연료 주입구가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달린 예외로 내가 알고 있는 차는 스텔라와 엘란트라가 고작이다. 쏘나타의 전신이기도 한 스텔라는 포드던가, 미국 차량의 프레임 기반이어서 그렇다. 엘란트라는 상당히 독자적인 컨셉의 차인데 어째 방향이 달라졌는지 그 내역을 잘 모르겠다. 후속 모델인 아반떼는 다시 왼쪽으로 돌아감.

이런 현대와는 달리, 대우 자동차는 르망이나 에스페로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 전통적으로 유럽 계열과 기술 제휴를 해 왔으며, 이 영향을 받아 연료 주입구가 오른쪽에 장착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대우 차들 중에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예외는 티코. 최초로 경차를 개발하느라 일본 스즈키 사와 기술 제휴를 하여 저렇게 됐다. (오토바이 제조사로 유명한 그 스즈키임.) 후속 모델인 마티즈는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일본을 좋아하는 현대와 유럽을 좋아하는 대우 트렌드는, 1990년대의 자동차와 철도 차량에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특징이다. 현대 중공업의 서울 지하철 2호선 MELCO 쵸퍼와 6호선 미쯔비시 VVVF 전동차, 그리고 대우 중공업의 GEC ALSTOM 전동차를 모르는 철덕은 없을 것이다. ^^

그런 텃새가 철도에서는 전동차 구동음의 차이로 이어지고 자동차에서는 연료 주입구의 방향 차이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이 바닥도 예외는 있어서 5호선 전동차는 현대가 유럽 스웨덴의 ABB사 VVVF 인버터를 사용했는데, 이례적으로 특이한 구동음이 나오게 됐다. ㄲㄲㄲ 본격 철도와 자동차를 두루 아우르는 뻘글! ㅋㅋ

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by 사무엘

2011/12/24 08:38 2011/12/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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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명

1990년대까지만 해도 휘발유로 달리는 어지간한 승용차의 연류 주입구에는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UNLEADED FUEL ONLY”
lead는 ‘지도하다, 거느리다, 지휘’ 같은 뜻이 있지만, 동음이의어로 ‘납’이라는 뜻도 있다. 발음도 [liːd]가 아닌 [led]로 다르다.

그래서 위의 문구는 ‘납이 첨가되지 않은 연료만 쓰세요’, 즉 이 차는 무연휘발유 차량이라는 뜻이다.
영어가 동음이의어인 것처럼 한국어도 좀 혼동의 여지가 있는데 ‘무연’이란 납 성분이 없다는 뜻이지(無鉛), 배기가스가 전혀 안 나온다는(無煙) 뜻은 아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웬 납? 자동차 연료에 납을 왜 집어넣는 걸까?

'테트라에틸'이라는 납 성분 첨가제는 내연기관의 노킹(knocking) 현상을 없애기 위해 발명되었다.
4행정 엔진이라면 흡입-압축-폭발-배기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폭발 때 연료가 모두 완전히 타서 없어지지 않고 실린더 벽에 일부가 잔류하다가, 예기치 않은 다른 사이클 때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엔진을 푸덜덜~ 털털거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엔진의 효율을 떨어뜨림은 물론이고 자동차의 내구성과 안전까지 위협했다.

유연휘발유는 이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함으로써 자동차 기술의 발달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마법과 같던 이 발명은 얼마 못 가 환경 문제로 인해 치명적인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납이 인체에 얼마나 해롭던가? 그런데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그런 게 섞여 나왔으니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으며, 유연휘발유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부터가 얼마 못 가 손발이 오그라들고마비되고 이상한 병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다.

오늘날 무연휘발유에는 납 대신 다른 대체 첨가제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유연휘발유는 이미 옛날에 유통이 중단되고 퇴출되었다. 한 2, 30년쯤 전에는 우리나라도 주유소에 ‘휘발유 vs 무연휘발유’가 따로 있었지만, 오늘날은 무연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도 없이 휘발유가 곧 무조건 무연휘발유이다. 요즘 컴퓨터계에서 IBM PC 호환 기종이라는 말을 안 쓰는 것과 같은 맥락임(IBM PC 호환이 아닌 PC가 없으므로.).

디젤 엔진에서 쓰이는 경유가 매연이 심하다고 하여 요즘은 유황의 함량을 줄이고(그 이름도 유명한 아황산가스의 주범!), 매연 저감 장치를 부착하고 시내버스를 천연가스 차량으로 대체하려고 국가에서 노력하듯, 휘발유에 대해서도 훨씬 전에 이런 식의 환경 개선을 위한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디젤 엔진에도 노킹 현상 같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휘발유 엔진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엔진 구조가 서로 완전히 다른 휘발유-경유 사이에 혼유 사고가 났다간 차 엔진이 다 망가지고 차가 개발살이 나지만, 같은 휘발유 사이에도 무연과 유연은 엔진이 서로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쪽에 최적화된 엔진에 별도의 변환 장치 없이 다른 쪽 휘발유를 넣어서도 역시 안 됐었다.

인류에게 거의 수천 년 만에 최초로 말보다 더 빠른 이동 수단을 선사하였으며 오늘날까지 우리가 너무나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가, 사실은 완전 공해덩어리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컴퓨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잊을 법하면 무슨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나오는 것일 테고.

유연휘발유처럼 발명 당시에는 인류 과학 기술의 총아요 마법의 물질이라고 추앙받았지만, 오늘날은 환경 문제 때문에 완전히 천덕꾸러기가 된 대표적인 다른 물질로, 역시나 그 이름도 유명한 프레온 가스라는 상표명으로 잘 알려진 CFC (chlorofluorocarbon)가 있다.

암모니아 냉매에 비해 독성 없고 폭발 안 하고 안전하고 순환식 냉매로서의 성능도 좋고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오존층 파괴만 안 하면 정말 인간이 20세기에 발명해 낸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꿈의 물질로 두고두고 칭송받았을 텐데! 참 안타까운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CFC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프레온 가스를 사람이 훅 빨아들인 뒤 그 입김을 다시 훅 불어서 양초를 끄는 시범을 보였을 정도이니까. 안전성과 불연성을 모두 입증한 셈이다. 만약 그 물질이 가연· 폭발성 유독가스였다면 흠..;;;

오늘날도 비록 CFC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라고 까일지언정, 냉장고 자체가 마치 자동차의 연료 탱크 마냥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된다거나 냉매의 폭발이나 유출 사고로 인해서 일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은 전혀 없지 않은가. 이게 CFC 덕분이다.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는 CFC 대체 물질이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고 국제적으로도 이 물질을 앞으로 완전히 퇴출시키기로 몬트리올 의정서까지 발효되어 있긴 한데, 이제 연구가 어디까지 진척됐나 모르겠다. 대체 물질은 CFC 원판이 내던 그 탁월한 성능까지 재연하기란 쉽지 않았지 싶다.

그런데 정말 기막힌 사실은, 유연휘발유와 CFC를 발명한 사람은 동일 인물이라는 것! 이를 발명한 토머스 미즐리(1889-1944)는 코넬 대학을 나온 미국의 과학자 겸 공학자· 발명가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철저한 환경오염 규제 기준 같은 게 없었다. 오늘날 줄기세포가 어떻고 DNA가 어떻고 하면서 생명공학이 각광을 받듯이 물리와 화학 분야에서 인류의 생활을 바꿔 놓은 발명이 이제 막 터져나오던 시절이었다. 그때 듀폰 같은 회사의 명성이 어땠던가? 나일론 같은 합성 섬유, 에어컨, 형광등도 20세기의 발명품이다.

미즐리 역시 19~20세기를 움직인 과학 학문인 물리와 화학에 정통하고, 전자공학보다는 기계공학 쪽으로 세계를 움직인 공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러나 대표작 발명품들이 죄다 환경을 치명적으로 해치는 걸로 밝혀져 이것들이 그의 사후 오점이 되었다.

그는 말년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아마 유연휘발유로 인한 납 중독 때문으로 추정한다. 그는 이때도 공돌이 기질을 발휘하여, 자신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걸 보조해 주는 기계를 만들어서 자기 침대에다 장착했다. 그런데 1944년의 어느 날 밤, 신체에 연결된 그 기계가 오동작하는 바람에, 자고 있던 그의 목을 감은 채 압박했고... 그 후 이하 생략. 그는 그렇게 50대 중반의 나이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ㄷㄷㄷ;;

그의 죽음은, 배에서 실종된 후 변사체가 바다에 떠오른 루돌프 디젤만큼이나 허무하고(디젤 엔진의 발명자),
황열병을 연구하다가 자신이 그 병에 걸려 죽은 노구치 히데요만큼이나 어찌 보면 장렬하다.

Trivia:

1. 킹제임스 흠정역의 주번역자는 CFC 대체 물질을 연구하는 공대 교수인 걸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목회를 하고 성경을 만드느라 온 정신을 쏟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 동일 기간의 논문 출판 실적을 보면 정말 덜덜덜;;;.

2. 이타이 이타이 병은 카드뮴 중독 때문이고, 미나마타 병은 수은 중독 때문인데... 납 중독과 관련하여 생긴 병명은 모르겠다.

3. 죽은 후에 자기 연구가 디스당한 다른 유명한 사례로는,
명왕성: 1930년대에 미국인인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유난히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발견자가 1997년에 사망하자마자 천문학계에서는 이 행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2006년에 명왕성은 결국 행성에서 제외되고 왜행성급으로 강등됨. 자기 궤도에서 다른 천체를 완전히 몰아낼 정도로 충분히 중력이 크지 못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까 전에 언급된 노구치 히데요가 있다. 전자 현미경으로나 관찰할 수 있는 미세한 세균을 그게 발명되기도 전에 자기가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그게 나중에 오류로 드러나 죄다 부정되었다. 악의가 없는 오류에 불과한 건지, 아니면 고의적인 논문 조작인지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사후 위신이 크게 추락하고 말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21 19:15 2011/12/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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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첫 업데이트

평소에 운전을 하면서 차의 내비가 아주 가끔 오동작으로 의심되는 안내를 하는 걸 보고, 본인은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이따금씩 느끼곤 했다.

예를 들어, 마포 대교를 건넌 후 내비가 시킨 대로 강변북로의 동쪽 방면으로 정상적으로 진입하는데도, 내비는 이 무렵에 늘 경로를 벗어났다는 경고음을 내고 경로를 또 수정하곤 했다. 2009~2010년 사이에 그쪽 일대에서 지리 데이터가 바뀌어야 할 변화가 일어나기라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작년 말이 돼서야 개통한 전철 경춘선도 내비에는 당연히 반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또한 불편한 점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행히 방법이 있었다. 어차피 보급품, 순정-_- 내비이니 내비의 제조사는 자동차 회사와 연계가 잘 되어 있었고, 간단한 회원 가입 후에 2011년 하반기 기준의 최신 내비 파일을 무료로 곧장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그 용량은 2GB가 약간 넘는 수준. 내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도가 여기에 전부 들어있는 셈이다.

이걸 내비에다 주입하는 매체는 USB 메모리 또는 DVD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PC로 치면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여 재설치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위해 DVD는 최저 속도로 구울 것을 권하고 있었고, USB 메모리는 더 견고한 금속 접촉식으로 된 것을 쓰는 게 권장되고 있었다.

그 후, 차에 들어가서 USB 메모리를 꽂은 뒤, 시스템 메뉴에 들어가서 업데이트 명령을 내렸다. 이런 작업을 하는 게 완전히 처음이었으니 중간에 오류라도 나면 어쩌나, 아예 내비가 부팅이 안 되고 먹통이 되면 어쩌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으려나 걱정되기도 했다.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중에는 차 시동을 켜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당연히, 켜는 순간에 차에 전원 공급이 끊어지므로). 그러니 미리 시동을 걸어 놓고, 내비가 업데이트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서 주변 드라이브나 좀 하게 됐다. 이 경우, 내비의 기능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므로 과속 단속 카메라를 스스로 각별히 조심해서 눈여겨봐야 한다. 또한 시동을 꺼뜨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제약이 걸린다.

시간은 한 3, 40분쯤 걸렸으려나? USB 메모리는 access 때문에 불빛이 격렬하게 깜빡거렸다. 게이지가 너무 오랫동안 안 올라가고 있는 듯이 보일 때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업데이트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됐다.
내비는 드디어 경춘선과 신분당선 전철역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뜨는 최신 버전으로 바뀌었다. 야호!

그리고 음성 안내를 하는 아가씨 목소리의 억양이 살짝 바뀌었다.
강변 북로 오동작이 해결되었는지는 나중에 그 구간을 몰 일이 있을 때에나 확인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혼자서 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서비스센터에 가서 요청만 하면 직원이 내비 업데이트도 해 준다고는 하더라. 그도 그럴 것이 내장형 순정품이니까 말이다. 단, 이 경우 인건비로 돈이 2만원 남짓 깨진다.

업데이트 파일이 담겨 있는 USB 메모리를 살펴보니, 인스톨 프로그램은 PE 파일이었고, 대상 플랫폼은 윈도우 CE이다. target CPU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ARM Thumb이라는 아키텍처. 보아하니 32비트 RISC 체계하에서도 16비트 데이터 버스를 쓰는 임베디드 기기에 맞게 코드를 더 compact시켜서, 메모리를 더욱 절약해 낸 아키텍처 같다. (☞ 더 자세한 설명 클릭)

한편, 1GB가 넘는 다른 지도 데이터는 내부 구조를 전혀 알 수 없는 압축(또는 암호화)된 파일 형태임.

독립된 기기로서 내비의 위상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잘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이미 어지간한 품질의 사진과 동영상은 즉석에서 만들어 내니 기존 디카들은 훨씬 더 전문적인 화질을 만들어 내는 영역으로 이동했다.
그것처럼 스마트폰이 길 안내와 내비 역할까지 다하다 보니, 요즘은 내비도 이에 맞서 뭔가 개인용 종합 정보 처리 시스템처럼 바뀌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내비는 정말 다익스트라의 길 찾기 알고리즘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직선 거리뿐만이 아니라 시내 도로 상황, 상하 구배, 유료 및 자동차 전용 도로 여부, 지금 자동차의 진행 방향 등 온갖 변수들이 그래프의 weight에 감안되지 않았을까? ㅋ

Posted by 사무엘

2011/12/19 19:45 2011/12/1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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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옛날, 제로보드 홈페이지 시절에 올렸던 글이긴 한데, 살짝 고쳐서 재탕한다.
이런 글이 아직까지 블로그에는 올라간 적이 없었구나.

※ <날개셋> 한글 입력기 내력 퀴즈
퀴즈의 출제 의도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기까지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과 그에 따른 찔끔찔끔 점진적인 발전이 쌓이고 쌓여 왔음을 일깨우는 것이다.
출제 범위는 전부 readme.txt임. 관심 있는 분은 풀어 보시라.

1. 입력기 설정을 xml로 저장하거나 불러올 수 있게 된 첫 버전은?

2. msi 기반으로 배포되기 시작한 첫 버전은?

3. 편집기에서 undo/redo 기능이 최초로 구현된 버전은?

4. 편집기에서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는 자동 줄바꿈 기능이 추가되고 탭 처리가 제대로 되기 시작한 첫 버전은?

5. 초성+한자로 특수문자를 입력할 수 있게 된 첫 버전은?

6. 아래아한글 200x의 사용자 글쇠배열 파일과 윈도우 운영체제의 글쇠배열 드라이버를 import할 수 있게 된 첫 버전은?

7. 지금과 같은 계층구조 <날개셋> 제어판 UI가 갖춰진 첫 버전은?

8. 특수 도깨비불 규칙이 도입된 첫 버전은 무엇이며, 이 개념으로 기술할 수 있는 한글 입력 방식은 무엇이 있는가?

9. 편집기에 '전체 화면' 기능이 추가된 첫 버전은?

10. 지금처럼 2만 7천여 자의 유니코드 한자 독음 정보가 모두 사용 가능해진 첫 버전은?

11. 편집기에서 ctrl+드래그로 불연속 다중 블록을 잡을 수 있게 된 첫 버전은?

12. 가상 낱자 규칙이 도입된 첫 버전은 무엇이며, 이 개념으로 기술할 수 있는 한글 입력 방식은 무엇이 있는가?

13. 단일 바이너리만으로 윈도우 9x와 XP 계열에서 모두 실행되고 유니코드 API도 지원하게 된 첫 버전은?

14. 100% 정확한 세벌식 최종 자판과 모아치기, 무한 낱자 수정 같은 기능은 언제부터 지원되기 시작했는가?

15. 지금 글쇠배열, 오토마타 등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수식이라는 개념이 첫 도입된 버전은?

16. 64비트 플랫폼이 정식 지원되기 시작한 첫 버전은?

17. 지금과 같은 형태의 프로그램 도움말(4th edition)이 들어간 첫 버전은?

18. 편집기에 영문에 대해서 빠른교정 기능이 존재했던 전무후무한 버전은?

19. 조합 자동 종료 타이머란 무슨 개념을 가리키며 이 기능이 필요한 한글 입력 방식은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어느 버전부터 이것을 지원하기 시작했는가?

20. 편집기에서 내장 글꼴 이외의 글꼴로도 옛한글을 찍을 수 있게 된 최초의 버전은?

※ <날개셋> 한글 입력기 사용자 설문
(☞)는 답안 예시이고, 다음 본문은 개발자 본인의 응답임.

1. 날개셋 편집기과 외부모듈(IME)의 사용 비중은?
(☞ 편집기는 지금껏 거들떠보지도 않고 MS IME 대체용으로 외부모듈만 써 왔다,
편집기만 메모장 대용으로 애용 중이고 운영체제에서는 여전히 MS IME나 새나루를 쓴다,
둘 다 잘 쓰고 있다 등)

편집기를 코드 말고 일반적인 텍스트의 편집용으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00% 내가 만든 코드로만 이뤄져 있다 보니 내부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심리적으로 마치 우리집에 온 것 같은 가볍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세상에 윈도우 환경에서 16*16 비트맵 글꼴로 조합형 한글을 찍는 프로그램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마치 세벌식 기계식 타자기를 컴퓨터로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 프로그램의 개발 의도였다.

2. 편집기 또는 타자연습에서 여러분이 선호하는 내장 글꼴은?
(☞ 바탕, 둥근모, 가는달, 또는 윈도우 3.1 바탕체나 굴림 같은 완성형 글꼴 등)

위에서 썼듯이 '바탕'과 '둥근모' 이 둘이 정말 짱이다. 오래 써도 질리지 않고 획의 모양이 좋아서 수 년째 사랑하고 있다. 둘을 거의 교대로 쓰는 중.
특히 퀴즈의 20번 문제의 답에 해당하는 그 버전부터는 조합 테이블이 좀 더 정교해진 아래아한글 1.x의 바탕체가 도입되어서 품질이 더욱 향상됐다.

3. 당신이 날개셋에서 한글 입력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입력 환경은?
(☞ 두벌식, 세벌식 390, 최종 또는 나만의 글자판, 안마태, 복벌식/신세벌식 등등)

세벌식 최종 + 모아치기 콜. 완전 FM 방식을 즐겨 쓴다. 즉, 이중모음 정석이 존재하고 겹받침은 Shift로만 입력 가능한 그 방식 말이다.

4. 날개셋 타자 게임을 해 보셨는가? 어느 주인공을 사용하며, 처음부터 시작해서 몇 탄까지 가는지?
(☞ 오타 보정 기능이 있는 미르가 좋고 얘로 8단계까지 간다)

게임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으로서, 어렵지만 맷집이 좋은 한별을 선호하며 대부분의 경우 끝 탄을 깬다. 다만 지옥 훈련 단계에서 바이러스가 더럽게 나오면 가끔 12단계에서 죽기도 함.

5. 혹시 Windows 말고 타 운영체제를 사용 중인가? <날개셋>이 윈도우 이외의 운영체제로 포팅되기를 가장 원하고 있는 운영체제는 맥과 리눅스 중 무엇인가?
(☞ 회사/연구실에서 리눅스를 쓰고 있는데 리눅스용이 나오면 좋겠다. / 맥북 쓰고 있는데 맥용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접근하기가 더 쉬운 운영체제는 리눅스이지만, 맥이 더 뽀대-_-가 나 보이고 사용자가 더 많기도 하니 개인적으로는 맥용이 먼저 만들어지면 좋겠다. IME를 못 만들면 편집기부터라도 말이다.
그 새끈한 맥OS에서 <날개셋> 편집기의 16*16 비트맵 글꼴이 나올 걸 상상하면 훈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16 19:37 2011/12/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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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7호선을 공부하는 철덕이라면, 청담-뚝섬유원지 구간을 특별히 주목하게 될 것이다. 먼저 청담 역. 거기는 경기 고등학교가 있는 곳이고, 영동 대교와도 가깝기 때문에 자동차로는 그 경로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다.

이 역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종착이 아닌 중간역으로서 보기 드문 2폼 3섬식 승강장인 데다, 비환승역으로서 역의 길이가 무려 650m에 달하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다. 600여 m 간격으로 역을 일일이 만든 저속철 분당선과는 달리, 역 수 대신 단일역의 역세권 길이를 늘린 현명한 결단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강 건너편에 있는 뚝섬유원지 역은 7호선 중간 구간의 유일한 지상역이며, 강북에서 한강 유람 시설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역이다. 여기까지가 7호선 2차 개통 구간이다.
그리고 이 7호선이 한강을 건너는 경로가 바로 청담 대교.
1999년에 개통된 서울의 17째 한강 다리라고 한다.

원래는 이 교량도 5호선처럼 하저 터널로 건설할까 논의되기도 하였으나, 여차여차 끝에 지상 교량으로 건설되었다. 어차피 이 도로 덕분에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생명력이 확 살아나기도 했고, 이게 철도만의 하저 터널로 건설되었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뚝섬유원지 역이 생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하철 7호선이 강을 건너느라 지상으로 나오는 덕분에 인근의 건대입구 역은 필연적으로 굉장히 얕아졌다. 2호선 건대입구 역도 지상 고가임을 감안하면, 이는 두 역의 수직 환승 거리를 조금이나마 줄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얕은 지하철은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으로 건설되었을 것이고, 지하철이 건설되던 동안 안 그렇도 좁아 터진 능동로 도로 일대는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지 않았겠는지도 생각해 본다.
철도 덕후라면 철도와 도로, 도시 개발 역사까지 다 통달해서 이런 수읽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청담 대교는 한강 다리들 중 유일하게 복층 교량이다. 즉, 기존의 2~4호선 다리들과는 달리 전동차 선로는 아래층에 있고 자동차 도로는 위층에 있다. 그래서 한 교통수단을 탄 사람이 다른 교통수단을 볼 일이 없다.

서울 지하철이 기존 철도들의 관행인 좌측통행을 버리고 돌연히 우측통행으로 건설된 유력한 이유 중 하나가 “열차와 자동차가 교량에서 나란히 달릴 때 통행 방향이 상이하여 사람들이 혼동하는 일이 없게 하자. 그래서 지하철의 통행 방향도 자동차의 그것과 일치시키자”였다는 걸 생각하면 복층 교량은 무척 참신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동호 대교(3호선)과 동작 대교(4호선)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동차가 다니는 청담 대교 북단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똬리굴’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다. 그것도, 터널이 아니라 지상에 마치 롤러코스터 선로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대입구 쪽에서 청담 대교를 타고 남쪽으로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길은 지하철 7호선처럼 수직으로 직진하며 내려가는 형태로 되어 있지가 않다. 마치 Q 모양처럼 360도 돌아서 매듭을 한 바퀴 만든 뒤에 다리로 진입하게 되어 있다. 회전하는 게 아닌 직진인데 왜 그럴까?

청담 대교 북단에 있는 하행 진입로는, 건대입구 방면의 서울 시내(능동로)가 아니라 강변 북로 영동 대교 방면(서쪽)으로부터 오는 차량의 소통에 더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 차들이 분당으로 더 편하게 가라고 말이다. 저 지도에서도 보이지만, 강변 북로에서 청담 대교 방면으로 꺾는 차선은 중앙선에서 가까운 1, 2차로쪽인 반면, 동쪽 잠실 대교 방면으로 계속 가는 차들은 우측의 3, 4차로로 가야 한다. 이 구조도 사실은 특이하다. 우회전하는 차가 중앙으로 가고, 계속 직진하는 차가 우측 차로로 가야 하다니?

그래서 강변 북로 서쪽으로부터 청담 대교로는 자연스럽게 직결되고 차선수도 더 많은 반면, 능동로에서 청담 대교로 갈 때는 한 바퀴 뺑 돌아야 하고 길도 더 좁다. 강변 북로와, 강변 북로→청담 대교 진입로를 모두 타넘었다가 다시 고도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철도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던 똬리굴이 청담 대교에 저렇게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청담 대교 상행은 그렇지 않아서 능동로로 진입하는 건 뺑뺑이 없이 곧장 된다. 강변 북로만 타넘으면 되니까 하행만치 더 높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리고 강변 북로의 동쪽에서 청담 대교로 진입하는 길은 없다. 더 서쪽에 있는 서울 강남 방면으로 갈 거라면 그냥 인근의 영동 대교를 이용하면 되고, 분당 쪽으로 가려면 굳이 청담 대교로 우회할 필요 없이 그냥 국도 3호선과 성남 대로를 타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담 대교는 지하철과 자동차 모두의 관점에서 재미있는 특성이 존재하는 교량이다. 나중에 이용할 일이 있을 때 더욱 눈여겨보도록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1/12/14 19:44 2011/12/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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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주요 국도

※ 1호선

북쪽으로는 통일로(자유로와 혼동하지 말 것)를 경유한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은평구에 있는 서울 지하철 6호선의 연신내-DMC 구간을 따라 지나는 도로가 바로 국도 1호선의 일부이다. 옆에 작은 하천이 있는 바로 그 길 말이다.

그 후 월드컵 경기장을 빙 둘러싼 후 성산 대교로 한강을 건너고, 안양천을 따라 쭈욱~ 남하한다. 일명 서부 간선 도로 되겠다.
그렇게 남쪽으로 가다가 금천 IC를 지나면 서해안 고속도로로 이어지는데, 거기서 국도 1호선은 오른쪽으로 쏙 빠져서 안양부터 수원까지는 '경수 대로'를 경유하게 된다.

대전까지는 철도 경부선과 선형이 유사한 편이며 특히 세류-오산대 역 사이는 철도와 거의 붙어 있다시피하다. 다만, 대전은 서쪽 외곽(유성구)만 살짝 비껴 가고, 공주 쪽에 예상보다 더 가깝다.
논산 육군 훈련소 입소 대대가 있는 바로 그 도로를 지나며, 남쪽으로는 목포까지 간다. 경부선+호남선을 합쳐 놓은 선형인 듯.

※ 3호선

서울· 수도권의 동쪽을 세로로 관통하는 도로이다. 북쪽은 경원선과 굉장히 비슷한 선형이어서 소요산 역을 빠져나가면 있는 도로가 바로 국도 3호선이다(녹양, 망월사, 도봉산 등도 포함). 그러다 도봉 역에서 꺾어서 수락산부터 중화까지는 서울 지하철 7호선 라인.
그 후엔 지하철이 상봉 역 방향으로 지상 도로와 무관하게 선형을 이탈하기 때문에, 국도 3호선은 이번엔 동부 간선 도로와 바싹 붙어서 나란히 지나게 된다.

그렇게 한없이 직진하여 남하하면 영동 대교와 마주칠 텐데, 거기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건 남부 순환 도로로까지 빠지는 국도 47호선 구간이기 때문. 3호선은 천호 대로에서 아차산 역까지 가서 꺾은 뒤, 잠실 대교를 타고 강을 건너며, 잠실에서부터 복정까지 서울 지하철 8호선의 선형을 탄다. 여기는 일명 송파 대로 되시겠다. 복정부터는 모란 역까지는 분당선 선형을 타며, 도로 이름은 그 이름도 유명한 성남 대로.

이렇듯 국도 3호선은 1, 7, 8, 분당 같은 유명한 종축 전철 노선을 골고루 거치나, 성남에서부터는 광주, 곤지암, 이천 쪽으로 가기 때문에 철도와는 전혀 무관한 길을 가게 된다.

※ 4호선

본인은 고향이 경주이기 때문에 이 길이 아주 친숙하다.
경주 시내의 동쪽으로는 경주 월드와 각종 꼬불꼬불한 산길을 거쳐서 감포 해수욕장까지 간다. (단, 반대편으로 보문 관광 단지의 각종 호텔과 컨트리클럽들을 경유하는 그 길은 국도 4호선이 아님.)

경주의 서쪽으로는 대구와 대전을 거쳐서 군산까지 간다. KTX 신경주 역은 이 국도에서 지방도 904호선으로 빠져나가면 갈 수 있으며, 경주 외곽에서부터는 중앙 분리대와 입체 교차로가 갖춰진 고속도로 뺨치는 수준의 좋은 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 국도는 경주에서 대구까지는 경부 고속도로, 철도(중앙선+대구선)과 더불어 이 국도가 선형이 굉장히 비슷하며, 대구 지하철 1호선도 동쪽의 용계-안심 사이는 이 길을 따라 생겨 있다. 사실은 대구까지가 아니라 대전까지 이 국도, 고속도로, 철도는 삼형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 6호선

인천에서 시작해서 강릉에서 끝났다는 점은 영동 고속도로(고속국도 50호선)와 비슷하다. 서울의 최고 도심이며 지하철 1호선의 선형이기도 한 종로n가를 포함한다는 점, 그리고 서울과 양평을 잇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점에서 서울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도로이다.

인천에서는 경인 고속도로(고속국도 120호선)와 비슷한 길을 가다가 김포 공항을 남쪽으로 감싼 후,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 부근에서 공항로와 합류한다. 서울 시내에서는 양화 대교로 한강을 건너고 합정~충정로(서울 지하철 2호선 선형. 중간의 고가 도로 포함), 충정로~서대문을 찍은 후 종로로 들어간다.

서울 동쪽을 관통한 뒤 구리 시내부터는 중앙선 철도와 비슷한 선형으로 양평까지 가는데, 강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가 아주 아름답다. 길도 4차선+중앙 분리대가 갖춰졌고 나름 잘 닦여 있다. 양평 이후부터는 정보 없음.

※ 7호선

부산에서 강릉까지, 고속국도 65호선(동해 고속도로 및 울산-부산 민자 고속도로)에 딱 대응하는 길이다.
울산 공항부터 경주 역까지는 동해남부선 철도와 매우 유사한 선형이며, 경주 역과 효자-포항 역 근처에 있는 큰길도 이 국도의 일부이다. 그 이북은 영득, 울진, 삼척. 드라이브를 하면서 동해 바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39호선

안산, 부천, 서울 강서구를 지나서 의정부까지 가는 좀 어정쩡한 선형의 국도인데, 경기도 북부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일부 선형이 서울 교외선 철도와 일치한다. 벽제, 장흥, 온릉, 송추 쪽을 참고하면 된다.

※ 46호선

국도 6호선과 마찬가지로 인천에서 시작해서 강원도까지 간다.
경인선과 매우 비슷한 선형으로 경인 대로를 포함하며(영등포 역 북쪽 도로가 바로 이 구간의 일부!), 여의도와 마포 대교를 찍고 천호 대로까지는 강변 북로를 경유한다.
진리 침례 교회와 사랑 침례 교회는 모두 바로 이 국도 근처에 있으며, 본인 역시 자가용으로 교회에 갈 때는 대부분의 경로가 이 국도에 있다.

지금까지 보았듯, 국도라는 건 그냥 선 긋기 나름이지 시설이나 운영과는 전혀 무관한 개념이다.
도중에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일반 시내의 큰 도로가 있을 수도 있다.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일 수도 있고, 크고 아름다운 8차선 고가 도로일 수도 있다.
옛날엔 어디 여행 가려면 전국 도로 지도 책자가 거의 필수품이었는데 지금은 내비가 있으니 운전하기는 정말 편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12 19:37 2011/12/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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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들

1. Shrink는 압축이 아니다

파일 단위로 문서(document)를 취급하는 대부분의 응용 프로그램들은 파일 내용을 메모리로 전부 읽어들여서 처리를 하며, 저장도 내용 전체를 한꺼번에 한 파일로 쓴다.
뭐, 개발툴 같은 경우 여러 파일을 묶어서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개개의 파일을 읽어들여 편집하는 건 전체 단위이다.

하지만, 부분적인 수정이 빈번히 발생하고 매번 파일 전체를 메모리로 읽고 쓰기에는 용량이 너무 커질 수 있는 자료구조는 위와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라든가, 이메일 클라이언트의 편지함, 그리고 가상 기계 프로그램이 만들어 내는 가상 디스크 같은 건, 프로그램 메뉴를 살펴보면 Compact 내지 Shrink라는 명령이 반드시 존재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데이터들은 오래 사용하다 보면 파일 내부에 fragmentation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그 양이 누적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shrink를 해 줘야 파일 크기가 실제 내부 데이터가 차지하는 크기와 비슷하게 최적화되며, 데이터를 다루는 performance도 좋아진다.

사실은 오늘날 컴퓨터에 존재하는 파일 시스템 자체부터가 이와 비슷한 발상으로 관리되며, 그래서 '조각 모음'이 필요한 형태이다. 윈도우 비스타 이상부터는 그걸 운영체제가 서비스(시스템이 내부적으로 돌리는 프로세스)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알아서 돌려 준다. 뭐, random access에 최적화되어 있는 SSD 메모리는 그런 패러다임조차 바꿔 놓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나 관련 프로그램들이 그 기능을 '압축'이라고 번역해 놔서 나를 몇 차례 굉장히 혼동시키곤 했다. shrink의 결과가 파일 용량 감소인 건 사실이지만, 재배치 내지 정리와 훨씬 더 가까운 개념이 어떻게 압축이라 불릴 수 있는가? 서랍 정리와 방 정리를 군대식으로 잘 해서 방이 예전보다 넓어 보이는 게 어떻게 물건을 압축한 결과라 볼 수 있겠는가?

전산학, 컴퓨터, IT 쪽에 최소한의 감각이 있는 사람이 압축이라 하면 바로 떠올리는 개념은, 무손실이든 손실이든 압축 알고리즘이며, 결과물의 크기는 줄어드는 대신 데이터를 읽고 쓰는 cost가 커지는 그런 tradeoff이다. 그러니 데이터베이스를 압축하겠다고 하면 개념에 굉장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차라리 과거 도스 시절에 존재했던 Stacker, DoubleSpace, DriveSpace 같은 디스크 압축 프로그램은 진짜로 그런 의미의 압축이 맞았다.

그럼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shrink 내지 compact를 어떻게 번역하면 우리말로 더 잘 와 닿을지 고민된다. 한 단어로는 어려울 것 같고 끽해야 내부 메커니즘을 표현한 '파일 내부 구조 재정리'라는 뜻이 담긴 표현을 써야 하지 않겠나 싶다.

2. Everett

미국 북서부의 워싱턴 주, 시애틀 근교에는 Everett(에버렛)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런데,

- 윈도우 프로그래머로서: 비주얼 스튜디오 2003의 코드명이 이것이었다.
- 교통· 항공· 우주 매니아로서: 이곳에 보잉 사의 세계 최대 규모의 비행기 조립 공장이 있다. 항공 덕후라면 이 사실이 바로 떠오를 것이다. ㅋㅋ

VS 닷넷 초기인 2002/2003이 버그가 많다고 욕 많이 얻어먹긴 했다. 하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을 6년간 VS 2003으로 해 본 본인으로서는 그게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다. 닷넷이 아닌 Win32 native의 관점에서 봐도 오히려 VS 6.0보다 향상된 기능이 많고 UI가 깔끔해져서 반갑게 잘 쓰며 지냈다.

운영체제의 코드명인 시카고(윈도우 95), 휘슬러(윈도우 XP), 롱혼(윈도우 비스타) 등과는 달리, 개발툴은 아무나 쓰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코드명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코드명이 있긴 하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5의 코드명은 Whidbey, 2008의 코드명은 Orcas이다. 단, 오피스 제품이 코드명이 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못 들었다.

이 글 쓰는 과정에서 미국 지리 공부를 좀 했다. 미국의 행정 수도인 워싱턴 D.C.는 말 그대로 미국의 초기 역사가 담긴 동부 끝자락에 있는 반면, 워싱턴 주는 전혀 동쪽에 있지 않으며 그 반대이다. 워싱턴 주와 워싱턴 D.C.는 지리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으니, 뉴욕 주와 뉴욕 시의 관계처럼 생각해서는 절대 절대 안 된다. ^^;;;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곳은 시애틀. 고로 이곳 근처이며 역시 서쪽 끝 되겠다.

이름도 비슷하고 옛날에 윈도우 95의 임팩트가 크기도 했으니, 난 한동안 MS가 시카고에 있는 줄 알았으며, 고로 실리콘 밸리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치 칼텍과 MIT 사이만큼이나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 게다가 빌 게이츠는 하버드 중퇴이기도 하니 웬지 그의 주 활동 영역도 동부였을 것 같지 않나? -_-;;; 하지만 그렇지 않다.

빌 게이츠가 2008년 6월 27일에 은퇴했으니, 나 병특 마치기 딱 사흘 전에 은퇴했다.
나는 이제야 군필자가 되어서 한국에서 제약 없는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직전이었던 반면, 그 양반은 그때 기업 경영자로서 완전 만렙 찍고 은퇴했다. ㄷㄷㄷ

3. 김 명호

우리나라에 김 명호라는 이름은 여러 동명이인이 존재하는데, 다들 IT나 최소한 이공계에서 쟁쟁한 실력자들이다.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기술 임원인 김 명호 상무. IT 매니아라면 이름 안 들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 카이스트 전산학과의 김 명호 교수. 우리나라에서 얼마 안 되는 데이터베이스 전문가이다. 아, 그러고 보니 카이스트 황 규영 교수도 DB 쪽은 가히 만렙 찍은 분이 아니던가(빡센 강의 커리큘럼 때문에 학부생들로부터 별명이 '황디비'..). 카이스트는 DB에 강하다. ㄲㄲ

- 그리고, 성균관 대학교의 수학과 교수였고, “석궁-_- 테러”로 유명한 김 명호 박사. 좋게 말하면 정말 머리 좋고 유능한 학자이고, 좀 삐딱하게 말하자면 너무 강직하고 현실과 타협을 못 하고 일종의 똘끼도 보이는 천재 타입의 인상? 그 근성이 지나쳐서 교수 재임용에 탈락하고 나중엔 살인 미수 혐의로 징역까지 몇 년 살다 2011년 초에 출소했다.
세상 부적응형의 천재 타입이라면 정말 교수가 아니면 할 일이 없을 텐데, 그 연세에 범죄자로 전락하여 교도소 나와서 앞으로 뭐 하고 사시려나 좀 걱정되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10 19:27 2011/12/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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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장 단계

생산 설비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IT 기업을 기준으로,

1. 완전 소규모 회사 내지 신생 벤처는 건물의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주소가 xx호로 끝남. 건물은 오피스텔이나 대학교 안의 창업 센터 같은 곳이 보통임.
규모가 너무 작고, 이런 회사는 생기거나 망하는 일도 잦은 편이기 때문에 아직 병역 특례 같은 건 없다.

2. 그러다 약간 규모가 커진 중소기업은 일반 상업용 건물의 층을 하나 차지한다. 주소가 무슨 빌딩 x층으로 끝남. 전형적인 병역 특례 기업 정도의 규모가 된다.

3. 회사가 더 커져서 제법 인지도 있는 중견기업이 되면, 위치 좋고 임대료 비싼 유명 대형 건물의 여러 층을 차지하게 된다. 주소는 x~y층으로 끝남. 한컴이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액토즈소프트가 대표적인 예.
이쯤 되면 석사 이상의 전문 연구 요원 병특을 뽑을 법도 한 여건이 될 것이다.

Notes:
- 2와 3 사이는 간극이 큰 편이기 때문에, 두 단계의 중간 정도의 위상에 해당하는 회사도 많다.
- 모기업의 본사가 다국적 공룡 대기업이라 해도, 그 기업의 지역 지사는 그냥 중소· 중견기업의 위상이다.

4. 나중에 전국구 이상 수준으로 사업이 잘 풀리면 회사가 빌딩을 사게 되고... 자신만의 사옥을 갖게 된다. 넥슨이나 NHN, 그리고 최근에 이 단계로 레벨업을 한 안철수연구소처럼!

드디어 건물 이름이나 번지만으로 끝나는 주소 득템이다. 이쯤 되면 회사에서 딱히 홍보를 안 해도 입사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경쟁률이 올라간다. 병특 인력 따위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넓은 부지를 확보하느라 도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날 수는 있겠지만, 아무려면 어때, 이쯤 되면 통근 버스를 굴릴 여건도 될 텐데.

5. 그리고, 세계구 수준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급이 되면, 회사의 최종 완전체는 단지(complex), 캠퍼스(campus)가 된다.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절차도 며칠에 걸쳐 가며 완전 복잡해지고 전문화한다. ㅋ
동이나 우편번호를 독자적으로 할당받는 규모가 될지도..;; 통근 버스 정도가 아니라 캠퍼스 내부의 셔틀버스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8 19:33 2011/12/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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