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도의 ‘마지막’ 기록

1. 지하철, 광역전철, 기존선의 개량· 복선화· 고속화 등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비수도권의 지역과 지역을 잇는 간선 철도가 마지막으로 건설된 것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무려 박통 시절, 1973년의 태백선이 마지막이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말의 경전선이라든가, 1963년의 서울 교외선도 일제가 아닌 한국 정부가 만든 철도이긴 한지만.. 이건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

고속도로는 경부 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이 되기까지 그야말로 거미줄처럼 얼마나 많이 건설되었던가. 서해안, 중앙, 중부, 영동 등등~ 그에 반해 철도는 공주를 경유하는 철도가 생겼다거나, 포항과 울진이 철도로 연결되었다거나, 대구에서 광주로 가는 철도가 건설되었다거나 하는 소식이 전-_-혀 없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가 계속되었고 2차 세계대전 같은 이변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일본처럼 자동차도 좌측통행을 하게 됐을 것이고, 일본 본토가 그런 것처럼 전국을 촘촘히 연결하는 철도가 잔뜩 건설되었을 것이다. 사철도 엄청 많이 생겼을 것이고. 사실, 선로의 질을 떠나서 철도 노선의 양이 한반도에서 가장 풍부하던 시절은 역설적이게도 일제 강점기이다. 게다가 그때는 남북 분단 같은 게 없었으니, 철도로 중국이나 러시아로도 갈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일제 강점기가 좋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길. 그래도 한국과 일본의 위정자들이 철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런 식으로 차이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2. 우리나라에 기름으로 달리는 철도 차량이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1996~1998년 사이에 도입된 통근형 디젤 동차, 일명 CDC가 마지막이다.
CDC는 구닥다리 비둘기호 객차를 대체할 목적으로 도입되어 과거엔 경의· 경원선과 각종 비전철 지선(군산선, 동해남부선 등)에서 요긴하게 운행되었으나, 지금은 기름값 폭등 + 통일호 폐지 + 전철화 트렌드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됐다. 경의· 경원선의 말단 북쪽 구간을 제외하면 완전히 씨가 말라 있는 상태. 나머지 CDC들은 무궁화호로 개조되었다. 일명 RDC임.

3.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2003년에 디자인리미트(현 SLS 중공업)와 현대 로템에서 제조한 신조 무궁화호 객차가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한국 철도계에도 기관차-객차 대신, 전기 동차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더구나 비전철 구간에는 CDC로부터 격상된 RDC 무궁화호도 있으니 추가 객차를 도입할 필요가 더욱 없어져 있는 것도 사실임.

EEC 이래로 대가 끊기는 듯했던 좌석형 전기 동차는 공항 철도 직통 열차를 통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으며, 다음으로 누리로가 전성기를 열어 놓았다. 통근형 광역전철과 일반열차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춘선에는 앞으로 2층 좌석형 전동차도 도입될 예정이니 더욱 흥미롭다.

1994년에 마지막으로 도입된 새마을호가 몇 년 뒤에 없어지고, 이렇게 도입된 무궁화호도 모두 퇴역하고 나면 1970~80년대 이래로 대한민국에 존재해 온 새마을-무궁화호 체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될 것이다. 통근형 완행 등급은 운임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른 전동차가 대신하고 있으며, 새마을호처럼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호화로운 열차는 이제 필요하지 않으니... 간선 철도에는 고속철 + 로컬 같은 단순한 구도만이 살아남을 듯하다.

그럼, 우리나라 철도의 '최후/마지막 기록'에 속하는 것을 몇 가지 더 살펴보도록 하자.

1. 증기 기관차: 1967년 8월 31일에 서울 역에서 종운식을 함으로써 한국 철도의 현업에서는 완전히 은퇴했다. (관광용으로 일부러 증기 기관차나 그 비슷한 걸 깜짝쇼 차원에서 투입하는 건 제외)

2. 수인선: 우리나라의 최후의 협궤 철도이던 수인선은 원래 인천에서 수원, 여주까지 이어져 있던 게 무려 40년 전인 1972년에 수원까지로 구간이 단축되었으며(수원-여주 폐선크리), 나머지 구간도 점점 역이 폐역하고 열차 운행이 줄더니 1995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운행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유는 당연히 도로 교통에 밀려 수지타산이 너무 안 맞았기 때문.

오늘날까지도 경기도 동남부의 성남, 광주, 이천, 여주 쪽은 이렇다 할 간선 철도가 없는 철도 사각 지대이다. 하지만 수인선이 복선 전철로 다시 건설될 뿐만 아니라, 수원이 아닌 판교에서 시작하여 여주까지 가는 복선 철도도 건설되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분당선 이매 역은 무려 2004년에 야탑과 서현 사이에 새로 생긴 역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판교는 신분당선에다 이 철도와의 환승역이 됨.

3. 비둘기호: 1914년 9월 1일 오후 1시 무렵에, 미국의 모 동물원에 남겨져 있던 최후의 여행비둘기가 번식에 실패하고 죽음으로써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다. 한글이 이례적으로 창제자와 창제 목적· 시기가 알려져 있는 유일한 문자인 것만큼이나, 여행비둘기는 인류 역사상 멸종의 정확한 시기와 장소가 알려져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여행비둘기가 죽었슴다..--;

바로 이런 느낌이랄까? 대한민국의 정선선에 남아 있던 마지막 비둘기호 열차는 2000년 11월 14일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하였고, 이로써 당시 최하등급이던 비둘기호라는 열차 자체가 없어졌다. 똑같이 비둘기라는 단어가 있다니, 게다가 그냥 비둘기도 아니고 여행비둘기!! ㅋㅋㅋ 비둘기호가 사라진 날은 공교롭게도 2001년도 수능 시험 바로 전날(2000년 11월 15일)이었다. 그 당시 고등학생 철덕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앞서 언급한 수인선 협궤를 마지막 순간까지 달리던 디젤 동차도 운행 등급은 응당 비둘기호였다.
동물을 철도 이야기에다 이렇게 연결시키다니, 내가 쓴 글에 내가 감탄하고 말았다. 나 천재인가 봐. ㅋㅋㅋㅋㅋㅋ 철덕은 열차의 퇴역에 대해 특정 동물의 멸종을 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는 법이다.

4. 통일호: 비둘기호가 사라진 지 4년이 채 지나기 전에, 통일호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KTX 개통과 함께 과거의 구닥다리 객차형 통일호는 모조리 퇴출되었으며, 이와 함께 서울 교외선도 지나친 잉여력을 못 이기고 정규 여객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살아남은 것이라곤 일부 지선에 디젤 동차의 형태로만 명맥을 유지하던 통근열차 뿐.

KTX 개통 하루 전이던 2004년 3월 31일엔 철도계에서 워낙 유명하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가 종운식을 했는데, 당시 전국 각지에서 철덕들이 모여 이 열차를 타면서 통일호의 퇴역을 아쉬워했었다. 이 날은 가히 성경이 말하는 엄숙한 명절(solemn feast)이 아닐 수 없었다.

경춘선을 달리던 객차형 통일호가 모조리 무궁화호로 승격되는 바람에, 이는 사실상의 열차 운임 인상 효과를 야기하여 승객들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자전거처럼 바퀴로 전기를 생산하고, 정화조도 없이 배설물이 선로 밖으로 곧바로 배출되는 낡아빠진 열차를 21세기에 언제까지나 굴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불가피한 변화인 것도 있다. 그러다 지금은 경춘선은 무궁화호도 없어지고 온통 전철만 다니고 있으니, 참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6 08:14 2011/12/0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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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의 특징

자칭 철도 분석 전문가 사무엘 님이 진단한, 신분당선의 특징.

1. 눈에 확 띄는 홍색 노선색

1990년대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회색(국철) + 홍색(순수 지하철 구간)으로 구분하여 노선도에 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관행이 없어지면서 수도권 전철에서는 한동안 홍색을 볼 수 없었다. 인천 지하철, 공항 철도, 경의· 경춘· 중앙선 등등은 모두 청색이나 옥색 계열을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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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혹시 9호선이 홍색을 쓰지는 않을까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9호선의 노선색은 금색이라고 쓰고 커피색, 황토색, 똥-_-색이라고 읽는, 6호선과 비슷한 색깔로 정해졌다. 공교롭게도 6호선과 9호선은 각각 강북과 강남 전용으로 서로 환승이 되지 않으니 딱히 혼동될 우려는 없긴 함.

대구 지하철이 1호선에서 홍색이라기보다는 적색에 가까운 붉은 색을 처음으로 시도한 후, 수도권에서는 신분당선이 붉은 노선색을 물려받았다. 어쨌든 튀는 건 사실이다.

2. 무인 운전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 신분당선 전동차는 국내 최초로 운전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완전 무인 운전인 중전철이다. (무인 운전 “경전철”은 부산에 이미 있음) 그래서 열차를 타면 앞과 뒤의 전망이 훤히 보여서 너무 좋으며, 맨 앞 칸에 승객이 몰린다. 인천 공항 내부의 무인 운전 셔틀 전철인 스타라인을 타면서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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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기관사가 없을 뿐이지 승무원 자체는 한 명이 객실 내부에 상주하며, 상황에 따라 차내 육성 안내방송도 한다.

열차 안의 모니터에서는 현재 열차의 주행 속도와 다음 역까지 남은 거리가 미터 단위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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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철도들의 폐색 방식이 큼직한 구역 단위로 열차의 위치를 파악하고 1폐색 1열차 통제를 하는 반면, 신분당선은 발달된 RF-CBTC (무인 운전 + 무선 통신 기반 이동 폐색식) 신호 시스템을 채택하여, 모든 열차의 위치가 미터 단위로 세밀히 파악되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동일 구간 사이에 열차를 더욱 촘촘이 배치할 수도 있다.

이 신호 시스템이 후지고 똑똑하지 못하면, 앞 열차가 출퇴근 시간 때 조금만 지연되어도 뒤 열차는 걸핏하면 “열차 신호 대기 관계로 천천히 운행 중입니다” 크리를 먹는다. 일반 자동차도 GPS로 내비에서 위치가 m 단위로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궤도 위밖에 달리지 않는 철도는 더 똑똑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3. 지하철체와 형형색색 컬러 테마

신분당선의 비주얼 UI는 우릴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덕분에,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3호선 연장 구간과는 역 내부 인테리어가 전혀 다르다(난 개인적으로 그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안 좋아한다-_-). 어차피 신분당선은 우측통행도 아닐 정도로 서울+지하철과는 뿌리가 다르긴 하다만, 이 정도로 파격적일 줄은 몰랐다.

신분당선에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재래식 서울 지하철 전속 서체(초롱테크 개발)가 다시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의 서울 2기 지하철 이래로 전국의 지하철에서 찾을 수 없던 그 추억의 서체 말이다.
그리고 노선색이 홍색이랍시고 모든 역에 다홍색 띠만 도배한 게 아니라, 각 역마다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 맞는 서로 다른 색깔을 부여했다. 게다가 각 역마다 온갖 기하학적인 인테리어까지! 철도역을 마치 예술 작품처럼 꾸며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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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지금 있는 각 역마다 개성을 너무 많이 부여해 놓으면, 나중에 역을 추가하기가 힘들 텐데.

4. 요즘 대세는 사철, 급행화

신분당선은 구 분당선보다 역 수가 훨씬 더 적다. 그리고 노선의 선형도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곧게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근처인 정자에서 강남까지 겨우 16분밖에 안 걸린다.

쏟아지는 차들로 인해 만성적인 정체 몸살을 앓고 있는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 양재IC 사이를 생각하면, 이는 정말 시간 혁명이 아닐 수 없다. 도심 한복판의 서울 역에서 김포 공항까지 딱 20분 주파를 달성해 낸 공항 철도의 위엄에 필적할 만하다.

신분당선의 1차 개통 구간을 공항 철도의 1차 개통 구간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 강남(환승) → 양재(환승) → 양재 시민의 숲 → 청계산입구 → (꽤 긴 거리) → 판교(본사가 있는 곳) → 정자
- 김포공항(환승) → 계양(환승) → 검암(본사가 있는 곳) → (꽤 긴 거리) → 운서 → 공항 화물 청사 → 인천 공항

신분당선은 건설과 운영이 100% ‘싸제’인 최초의 철도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건설이 아닌 운영만 싸제인 경우인데, 지금은 운임도 기존 지하철과 완전히 동일하게 매겨지고 있다. 자기네만 따로 비싼 운임을 부과하려 했으나, 서울시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깨갱 한 후 저렇게 운영하는 것임.

공항 철도는 처음엔 100% 싸제였으나, 쌓이는 적자 때문에 운영 주체가 코레일로 인수되면서 요금 체계도 좀 하이브리드 형태가 됐다. 서울 포함 내륙 구간은 기존 지하철 운임 체계에 흡수된 반면, 영종도로 가는 곳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전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분당선은 진짜 자신만의 운임 방식을 최초로 시행하였으며, 기본요금도 900원보다 훨씬 더 비싼 1600원에서 시작한다. 버스로 치면 진짜 빨간색 광역 버스 같은 위상. 이런 독자적인 요금 체계를 쓰는 전철이 자꾸 등장하면서 정기 승차권의 위상이 좀 애매해져 있다. 공항 철도와 신분당선은 현재 자기만의 정기권 체계를 따로 세워 놓은 상태이다.

5. 기타 잡설

- 양재 시민의 숲 역은 인근에 윤 봉길 의사 기념관과 서울 교육 문화 회관 같은 주요 장소가 존재하며,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 위령탑도 거기 근처에 있다. 부역명이 ‘매헌’인데, 이는 아주 이례적으로 지역명이나 근처의 기관명이 아니라, 윤 의사의 호이다.
경춘선 김유정 역과, 안산선 상록수 역(최 용신)에 이어 셋째로, 위인을 컨셉화한 전철역이 또 등장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걸로 알려진 유명한 문구가 역 승강장에 새겨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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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산입구 역은 신분당선의 역들 중 역세권이 가장 없고 가장 한적하고 잉여력이 강한 서울 교외의 역이다. 인테리어도 산과 숲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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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당선 전동차는 6량 1편성이며, 구동음은 요즘 새로 도입되는 전동차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 역 내부엔 역 주변 안내도가 없는 것 같다. 모니터로만 표시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 스크린도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가 도착할 때 요즘 트렌드인 멜로디 대신 재래식 경보음이 들린다.
게다가 이때 화면에 뜨는 문구는.. “열차가 곧 도착하니, 승객 여러분은 스크린도어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아놔 이건 좀 시대에 맞지 않은 과잉 안내 같은데? 개통 후 나중에 다시 가 보니, 과잉 안내 멘트는 없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3 08:35 2011/12/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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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마 다리 붕괴 사고

중· 고등학교의 물리 시간에 '타코마의 다리 붕괴 사고'에 대해 들어 본 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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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homa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유명한 글꼴 이름이고, 여기서 지명은 미국 서북부의 워싱턴 주에 있는 Tacoma 시이다.

1940년 7월 1일에 바닷가 해협에 개통된 이 다리는 불과 4개월 만인 11월 7일, 강풍에 다리 전체가 널뛰기 하듯 들썩들썩 흔들리더니 와르르 무너져내려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비록 다리가 기둥이 적고 무척 가벼운 구조로 건설되어 바람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당초 설계 기준보다는 훨씬 더 약한 풍속(초속 19m가량)에 다리가 아주 개발살이 났기 때문에 건축 공학계의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2차선, 편도는 겨우 1차선밖에 안 되는 좁은 다리였으니 오늘날 서울의 한강에 놓인 8차선급의 크고 아름다운 '대교'들을 생각해서는 곤란하겠다. 사실은 1980년 이전에는 한강 다리들도 넓어 봤자 4차선급밖에 안 됐다가 나중에 다시 확장된 게 태반이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된 구조물이 저렇게 물렁물렁 출렁거릴 수 있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 붕괴 사고는 3년 전의 힌덴부르크 호 폭발 사고(1937. 5. 6.)와 더불어, 그 과정이 현장에서 생방송으로 녹화되어 기록이 전해지는 얼마 안 되는 사고이다. 그것도, 오늘날처럼 스마트폰으로 아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절과는 넘사벽급으로 다른 20세기 초중반에 말이다.

※ 여기서 잠깐, 힌덴부르크 호 폭발 (또 교통수단 얘기 작렬)

- 그렇잖아도 힌덴부르크 호를 촬영하러 언론사가 일부러 취재를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랬는데 다 와 가지고 비행선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폭발· 추락하자 리포터 양반이 “오 끔찍합니다.. 세계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라고 절규를 남겼다.
- 대서양을 건너는 교통수단의 사고로는 비록 승객수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타이타닉 호와 비교될 만하다. 대형 국제 여객선과 비행선 모두, 오늘날은 실용적인 항공기에게 자리를 내 주고 자취를 감춘 상태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한 이 비행선은 미국 뉴저지 주의 레이크허스트 해군 비행장까지 가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 한편,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출발한 타이타닉은 출발 후(4. 10.) 닷새(4. 15.) 만에 침몰했고, 이는 목적지인 뉴욕까지 직선 거리로 75~80% 정도 도달한 지점이었다.

비록 비행선이 선박보다 더 빠른 것은 자명하나, 비행선은 여전히 승객의 수면을 챙겨야 할 정도로 속도가 대단히 느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느린 배보다 2~3배밖에 빠르지 않았다는 뜻이니 말이다. 진짜 자동차 속도이다. (이 비행 시간을 훗날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는 무려 4시간대 이내로 단축시키기도 했고.)

※ 타코마 다리 붕괴

- 후세에 길이 남을 이 특종 명장면은 다리 정면과 아래 등, 여러 각도와 장면에서 찍은 게 전해진다. 출렁거리는 모습은 모 대학의 연구팀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어느 민간인이 제각기 촬영했다고 한다.
- 중간에 다리를 못 건너고 버려진 승용차는 정말 지못미. 그래도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탈출한 건 당연히 잘한 행동임.
- 어째 컬러 동영상이 전해진다. 1940년에 정지 사진도 아니고 컬러 동영상 기술이 있었나? 아니면 흑백 동영상을 나중에 컬러로 복원했는지?

타코마 다리의 붕괴는 그래도 무슨 부비트랩처럼 갑자기 무너진 게 아니어서 사람들이 일찌감치 대피했고, 그래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리고 붕괴 원인이 성수 대교와는 달리 부실 공사 같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그 당시 건축학계가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던 변수 때문이었는데...

잘 알다시피 바람이 다리를 직접적으로 때리는 세기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바람으로 인해 주변에 발생한 공기 진동이 문제였다. 어떤 물체에는 고유 진동수라는 게 있는데, 이와 같거나 최소한 겹쳐지는 배수급의 진동을 지닌 외력이 거기에다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같은 힘으로도 더욱 큰 진동이 내부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면 그 물체는 파괴됨.

일상적으로도 자연에는 수많은 파동이 존재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듣는 음파만 해도 무수히 많은 파동이 겹쳐진 복잡한 파동이지만,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많이 상쇄도 된다. 그 무수히 많은 파동들이 우연히 다 겹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로 돌변할 가능성은, 데이터 운이 억발로 없어서 퀵 정렬이 하필 매 루프마다 최악의 pivot만 골라서 시간 복잡도 O(n^2), 공간 복잡도 O(n)이 될 가능성만큼이나 낮다. (내가 생각해도 참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ㄲㄲ)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매체에서 자주 과장되어 묘사되는 장면이긴 하다만, 여성이 굉장히 높은 옥타브로 괴성을 질렀더니 유리창이나 유리컵이 박살 나는 걸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엇, 그러고 보니, 함성에 무너져 내린 여리고 성도 생각나는구나(수 6:20)? 허나 그건 과학 현상이라기보단 초자연적인 기적에 더 가깝겠다.

자동차의 소음기는 반대로 그런 음파 에너지를 counter-음파로 상쇄하여 엔진 소음을 줄여 주는 물건이다. 이게 없으면 자동차도 무슨 오토바이처럼 터덜 털털털 부우웅~ 하는 짙은 소리가 그대로 들리게 된다.

1831년, 영국 맨체스터 근교의 브로스턴 다리는 많은 군인들이 오와열을 맞춰서 행군하자 그 직후 무너졌다. 군인들의 발을 맞춘 박자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서울 강변의 테크노마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진동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혹시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 아니냐며 타코마 다리 사고가 언론의 주목을 잠시 받기도 했다.

그리고 끝으로...
1990년대 도스 시절 게임을 즐긴 친구라면, 타코마 다리와 관련하여 역시나 이 장면이 생각나지 않는지?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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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 2는 최종 보스인 Jafar만이 있을 뿐, 딱히 레벨별 보스가 존재하지는 않는 게임이다. 그냥 퍼즐을 풀어서 레벨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끝인데..
날으는 양탄자를 타고 동굴 world를 빠져나가기 직전의 막바지 단계에 이런 이벤트가 있다. 방법을 모르면 통과하기 굉장히 어렵고 짜증 난다.

여기서 핵심은, 저 죽지 않는 해골 악당과 적당히 칼싸움을 하고 있다가 다리가 와르르 무너질 때, 해골만 해치우고 자기는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왕자는 설정상 자기 칼을 떨어뜨린다. -_-;; Jordan Mechner의 게임답게 이 게임은 영화 같은 기믹이 풍부하다.

일종의 bug exploit을 이용해서 해골을 해치우지 않고 다리를 무너뜨리지 않고, 따라서 칼을 잃지도 않고 건너편의 돌문을 통과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러기는 굉장히 어렵다.
해골과 싸우지 않고 왼쪽의 돌문으로 달려가면, 해골도 오른쪽으로 가서 발판을 눌러 돌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로직상으로는, 해골과 싸우지 않고 왕자가 관문 근처로 가면, 그 해골이 발판에 도착하기도 전에 문이 강제로 쿵 닫히게 돼 있다. 그런데 이런 로직조차도 헛점이 있긴 했다. ^^
나중에 궁궐 world에서 나오는 허리 자르는 칼을 포복하지 않고 점프로 통과하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 역시 bug exploit)

Posted by 사무엘

2011/12/01 08:27 2011/12/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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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철도를 한 5년만 더 일찍 알았으면 학창 시절에 지리와 물리 공부를 훨씬 더 열심히 했을 것이고, 지금의 국어 정보학 대신 아예 이 진로를 선택했지 싶다. =_=;; 하지만, 그 경우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태어나진 못했겠지. (한숨)

글을 쓰고 보니 비행기 쪽 얘기가 너무 길어지긴 했다만..

1. 달리는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돌고 있는 팽이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와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회전하는 모든 물체에는 잘 알다시피 원심력이 발생한다. 팽이는 좌우로 원심력이 발생하고, 돌고 있는 자전거의 바퀴도 상하로(=지면과 수직으로) 원심력이 응당 발생한다. 이는 바퀴 자체나 팽이가 크거나 무거울수록, 그리고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더욱 커지며, 이 상태가 관성에 의해 유지되다 보니, 자전거의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진다. 이따금씩 발생하는 바퀴 좌우의 무게 불균형이 상하 원심력으로 극복 가능하고, 균형 보정을 위한 핸들 조작이 가해지는 한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는다.

자전거는 고효율·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인간의 매우 유익한 발명 중의 하나이다.
여담이다만, 꼭 원심력 때문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식으로 의문을 품을 법한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 자전거 페달로는 전진만 가능하고 후진이 되지 않는 이유는?
- 고압선 위에 앉은 새가 감전되지 않는 이유는?
- 종이 그릇으로 물을 끓였는데 종이가 타지 않는 이유는?

2. 철로 만들어진 집채만 한 배가 어떻게 물에 뜰까?

잘 알다시피 그 이름도 유명한 부력(buoyancy) 덕분이다.
물은 공기와는 달리 그렇게 가벼운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물질이나 호락호락 가라앉히지 않는다. 아니, 질량을 가진 모든 유체(fluid)엔 원래 그런 특성이 있다. “너만 중력이 있냐? 나도 있다” 그래서 유체 속의 물체를 밀어낸다. 그 이름도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되시겠다.

쇠로 만들어진 배가 물에 뜨는 것은, 그 배의 무게에 해당하는 물의 부피만치 배의 아랫부분이 이미 물에 잠겨서 힘의 평형이 상하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물의 밀도도 만만찮으며, 배도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물속에 가려져 있다.

물체 전체의 부피만 한 물의 무게로도 물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야만 물체가 물 밑으로 한없이 가라앉을 것이다. 그래서 내부에 공기가 많은 깡통은 물에 뜨지만 찌그러진 깡통은 곧장 가라앉는다. 물이 새기 시작한 배가 침몰하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물이 공기보다 훨씬 더 무겁기 때문.

물에 여러 물질을 녹여서 밀도를 키우면 부력도 응당 증가한다. 그래서 맹물에서는 가라앉을 물체가 소금물에서 뜨며, 최강의 소금 농도를 자랑하는 사해 바닷물은 사람까지 둥둥 띄우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배가 물에 뜨는 것은 어디서나 재연 가능한 과학 법칙일 뿐, 물 위를 걸은 예수님의 기적(마 14:25-26) 같은 현상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

3.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로 뜰 수 있을까?

이건 위의 질문보다 더욱 어렵다. 하긴, 18~19세기엔 저명한 물리학자들조차도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것이니 말이다. 비행기의 발명은 가히 어마어마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A4 용지를 준비해서 직사각형의 네 변 중 짧은(21cm짜리) 변을 이루는 두 꼭짓점을 손으로 잡고 입가로 가져간다. 잡고 있지 않은 맞은편 두 꼭짓점은 아래로 축 늘어질 것이다.
이 상태로 종이의 윗부분(아랫부분 말고)을 힘껏 훅~ 불어서 바람을 만들면...;; 놀랍게도 늘어졌던 종이가 벌떡 위로 펴질 뿐만 아니라 더욱 위로 올라가려 하면서 펄럭거리기까지 할 것이다.

종이의 아랫부분을 훅 불면, 아래로 쳐져 있던 종이가 바람을 직접 받아서 위로 펴지는 게 이해가 되겠다만, 종이가 닿지 않는 윗부분에 바람이 부는데 왜 아래의 종이가 붕 뜨게 될까??

바로 이것이 오늘날 고정익 항공기가 하늘로 뜨는 이론적 배경이라고 한다. 베르누이의 원리라고 불리는데, 비행기의 날개는 폼으로 있는 게 아니라 주변 공기의 흐름을 교묘하게 바꿔 압력차를 만듦으로써, 아까 저 종이와 같은 양력(lift)을 만들어서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존재한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뭔가.. 냉장고와 에어컨의 동작 원리만큼이나 신기하다) 날개 표면이 이물질로 인해 조금만 울퉁불퉁해지기만 해도, 생성되는 양력이 크게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공기의 흐름부터 만들어야 이로부터 양력이고 자시고가 생길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비행기 자체가 무진장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것이 바로 비행기의 엔진이 하는 일이다. 비행기의 엔진은 공기를 뒤로 뿜음으로써 추력을 만들지, 자동차의 엔진처럼 피스톤을 회전시키는 방식은 아니다. 이 메커니즘 때문에 고정익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긴 활주로가 필요하며, 반대로 사뿐히 내려앉기 위해서도 활주로가 필요하다.
자동차의 고급 옵션 중 하나인 ABS 브레이크가 원래는 이런 비행기에서 쓰이던 기술이 자동차에도 덩달아 도입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주변의 컨테이너나 소형 승용차마저 팬에 빨려들어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인다. 그래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웽~’하는 엔진 내지 팬 소리보다도 ‘쿠르르릉!’하는 박진감 넘치는 바람 가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이다.

그럼, 고정익 항공기 말고 다른 비행체는 어떨까?

- 헬리콥터: 가벼운 바람개비를 빠르게 돌려 놓고 손에서 떼면, 이것도 잠시나마 하늘에 살짝 떴다가 떨어지는 걸 알 수 있다. 고정익 항공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발상으로 만들어진 이런 부류의 회전익 항공기는 비록 수송력과 경제성은 크게 떨어지지만,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초고속 이동을 해야만 양력이 유지된다는 한계에 매여 있지 않다. 그래서 긴 활주로 없이도 손쉽게 이· 착륙을 할 수 있으며, 공중에서 3차원 여섯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공중에서 정지해 있을 수도 있다.

헬리콥터의 로터는 개념상 날개이지 프로펠러가 아니다. 회전익 항공기라는 개념은 수백 년 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상상을 했을 정도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로터를 회전시킬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출력이 굉장히 좋은 고성능 엔진이 먼저 발명되어야만 했다.

- 비행선: 물에 적용되는 배, 아니 어찌 보면 잠수함의 원리를 공기에다가 접목-_-한 것이다. 비행체의 밀도가 공기보다도 가벼워지도록 어마어마하게 큰 부피의 수소나 헬륨을 적재한다. 고도 조절은 잠수함이 심도를 조절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하며, 엔진은 방향과 속도 조절용으로만 쓴다. 매우 저렴한 동력비로 하늘에 조용하고 우아하게 뜰 수가 있고 심지어 엔진이 꺼져도 곧바로 추락하지는 않으나..... 역시 수송력이 열악하고 주행 속도가 매우 느리며(빨라 봤자 100~150km/h대. 자동차급밖에 안 됨), 비행 고도도 오늘날의 항공기보다 훨씬 낮은 데다가 덩치까지 엄청 크다 보니 보안에도 매우 취약한 게 흠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행선은 양력이 아니라 부력-_-으로 뜨기 때문에 날개는 없다.
그런데, 공기보다 밀도를 낮추기 위해 비행선이 얼마나 덩치가 커야 했냐 하면.. 위의 그림과 같은 정도이다.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를 집어넣었는데도! (그림은 과거의 수소 비행선 힌덴부르크 호, 보잉 747, 그리고 여객선 타이타닉 호) 그래 봤자 저 비행선의 승객 정원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와 비슷한 겨우 100여 명 안팎으로, 무려 450명 가까이나 탈 수 있는 747의 1/4 수준도 안 됐다.

- 로켓: 다른 항공기들은 하늘로 떠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게 목적인 반면, 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하늘 위로 최대한 높이 뜨는 것 자체만이 목적이다. 유체고 나발이고 없이 오로지 작용· 반작용의 법칙만을 이용해서 나아가므로, 날개도 필요 없고 오히려 유체의 저항이 없는 진공이 유리할 것이다. 연료 소모가 매우 심하고 유인 로켓의 승무원은 발사 직후에 어마어마한 압력에 짓눌려야 하지만, 지구의 육중한 중력 가속도를 뚫고 수백 km 이상의 고도로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것만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이다.

지구 중력의 탈출 속도는 초속 11.2km가량 된다. 지표면에서 이 정도 속도로 공을 던지면 지구로 되돌아오지 않을 경지에 이른다는 뜻. 하지만 이 속도는 음속의 무려 30배를 상회할 뿐만 아니라, 공기와의 저항과 마찰, 그리고 엔진 기술의 한계 때문에 지표면에서 결코 낼 수 없는 속도이다. 성층권에서 겨우 마하 2.x 정도로 비행한 콩코드만 해도 소닉 붐 같은 충격파에, 공기 마찰 때문에 열받아서 수백 도로 벌겋게 달아오른 기체의 유지 보수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로켓은 그 탈출 속도보다는 당연히 훨씬 느리게 뜬다. 하지만 발사 후에도 연료 배기 가스를 뿜어서 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그 밑천으로 지구 대기권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 새들-_-: 비행기를 연구하고 설계한 사람들이 새의 날갯짓을 매우 세밀히 관찰하고 벤치마킹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새들은 인간이 만든 비행기처럼 주변 공기를 다 빨아들이지도 않으며, 헬리콥터처럼 날개에 이물질이 닿는다고 해서 바로 박살이 나지도 않는다. 항공계의 영원한 골칫거리인 조류 충돌(bird strike)이나 연료 폭발 같은 건 더욱 없다. 새의 놀라운 비행 원리에 대해 이런 거야말로 진화의 산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으며 지적 설계와 창조의 증거라고 특히 창조 과학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주장을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27 08:26 2011/11/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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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라 하면, 흔히 주류 대중 교통수단과는 완전히 소외되어 있는 오지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역세권을 넘어서 아예 전철역의 코앞에 닿아 있는 군부대도 있다. 보안상, 그게 지도에 표기되어 있지가 않을 뿐. 다음 예를 살펴보자.

1. 세류(1호선)

공군 부대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수원 비행장이 바로 이것임. 민간용 위성 지도로 보면 역 서쪽이 온통 논밭뿐이지만 이는 훼이크이다. 지상에서 위장(?)도 잘 해 놨는지 열차 차창 밖만 봐서는 주변에 군부대나 비행장이 있다는 걸 거의 눈치챌 수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세류는 전철의 시종착역 중 하나인 병점과,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수원 사이에 낀 마이너 콩라인 역이긴 하나 군부대로 인한 고정 수요가 있는 중요한 역이다. 면회 가는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곳에 항공유를 수송하여 공급하는 수단 역시 응당 철도이다. 부대 내부로 이어지는 선로가 있음.
이곳엔 미군 부대도 있기 때문에 국군 공군 장병뿐만 아니라 카투사 역시 이쪽으로 발령 가는 경우가 있다.

2. 녹사평(6호선)

민간 지도에서 녹사평 역 주변으로 아무것도 없는 방대한 공간(위성 지도에서는 다 숲으로 땜질-_-)을 차지하고 있는 건 잘 알다시피 미군 부대이다. 서울 용산구의 금싸라기 땅이라니, 아마 대한민국에서 땅값 가장 비싼 곳에 있는 자신만의 신세계일 것이다.

녹사평은 군부대 근처에 있는 역치고는 너무 으리으리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감이 없지 않다. 내가 예전 글에서도 썼듯, 서울 지하철 11호선과의 환승에다 서울 시청 신청사 이전을 염두에 두고 화려하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둘 다 계획이 흐지부지되었으니 역만 저런 신세가 됐다. 마치, 통합 글꼴 HFT가 제정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그걸 쓰는 건 결국 아래아한글밖에 안 남았고 아래아한글 전용 글꼴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것처럼 말이다. ㄲㄲㄲ

3. 남태령(4호선)

서초구와 관악구의 경계인 동작 대로에 자리잡은 이 역은 역세권 수요 때문도, 환승 때문도 아니요 그냥 서울 지하철 4호선과 과천선의 직결 사업의 산물이다. 동쪽의 서초구 방면으로는 방배2동 전원 마을이 있는데 산으로 뒤덮인 서쪽에 있는 것은... 무려 그 이름도 유명한 수도 방위 사령부이다. 참고로 국가 정보원과 거의 같은 위도상에 있다.

전원 마을은 진짜 말 그대로 단독 주택 일색이며, 3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서울 안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코앞의 군부대로 인한 고도 제한+개발 제한 크리 때문. 다만 여느 그린벨트 지대와 크게 다른 건, 코앞에 전철역도 있다는 점 되겠다. 마을 어귀에 나 있는 남태령 역 1번 출구의 모습은 짤방으로도 알려져 있다. 상업 시설이 아닌 한가한 주택가에 덩그러니 놓인 지하철 출입구는 역시나 이색적이다.

참고로 남태령 역은 서울의 최남단 역은 아니다. 1호선의 금천구청 역이 최남단이었는데, 이 기록을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또 갱신했다.
남태령 역은 깊은 섬식 승강장이며 에스컬레이터 형태를 포함해 전반적인 구조가 이대 역을 쏙 빼닮았다. 이쪽 구간은 1기 지하철로서는 드물게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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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질문: 수방사와 미군 본거지는 저쪽에 있는데, 그렇다면 육본은 어디 있을까?
대전의 위성 도시이면서 국방 도시로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독립한 충남 계룡시에 있다(원래는 논산시 영역이었음).
그리고 여기에 육본뿐만 아니라 육해공 3군의 본부가 모두 자리잡아 있다.
이래저래 논산을 비롯해 이쪽 일대는 육군 훈련소도 있고, 군사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 듯.

계룡 역의 예전 명칭은 두계 역이었다. 무궁화호 중에도 무정차 통과 열차가 있을 정도로 태생이 마이너한 작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 덕분에 현재는 일부 호남선 KTX가 정차하는 이색적인 위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육본이 그 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건 아니다. 거기서 북서쪽으로 직선 거리로 4km남짓 더 가야 된다.

육본, 아니 3군 본부가 있는 곳은 그 호남선 개태사-신도 R400짜리 드리프트가 있는 곳과 상당히 가깝다. 즉, 계룡보다도 과거의 신도 역에서 더 가까웠지만 현재 그 역은 폐역되었음.
군 본부는 민간 지도에는 당연히 표기되어 있지 않으므로 지도에서 찾을 생각은 하지 말라.

Posted by 사무엘

2011/11/25 08:28 2011/11/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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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성경 드립

1.
창세기 48:13-14를 읽으면서 주인공의 자세로부터 우리나라의 유명하고도 기괴한 어느 철도 시설을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성경과 철도에 모두 통달한 용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바로 지하철 4호선 남태령-선바위 사이의 꽈배기굴 되시겠다.
궁금하신 분은 본문을 직접 읽어 보시길.
실제로, 본인은 남에게 꽈배기굴이 뭔지 설명을 할 때 저 야곱 같은 포즈를 취하기도 하기 때문에 저 묘사가 아주 친숙하다.

2.
유모레스크를 작곡한 체코의 낭만파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작(드보르자크)은 잘 알다시피 타의 귀감이 되는 극렬 철도 덕후였다. (당시는 증기 기관차 열차 시대!)
차량 계보와 열차 시각표를 줄줄 외운 건 물론이고, 음대 교수가 된 뒤에도 열차가 들어오는 시각이 되면 인근의 철도역으로 달려가서 서성거렸으며 대륙 횡단 열차 타 보러 미국까지 갔다는 흠좀무스러운 일화가 전해진다.

당대의 유명인사가 이런 기괴한 행각을 벌이니, 동시대를 살았던 프로이드 파 심리학자들이 이런 개드립을 쳤던가 보다. “당신이 철도 덕질을 하는 이유는, 열차 바퀴의 피스톤 왕복 운동으로부터 성행위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에 빡친 드보르작은 “그럼, 열차가 터널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건 고래의 성행위이기라도 하냐, 이놈아?”로 일갈했다고 한다.

예수님도 이 땅에 계실 때 딱 저런 스타일의 모함을 받은 적이 있다. 마 12:24, 막 3:22, 눅 11:15를 읽어 보시라!
바리새인들의 개드립이 저 심리학자들의 개드립과 완전히 똑같은 차원이지 않은가? ㄲㄲㄲㄲ

3.
본인은 교회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형제가 철도 덕질을 할 때마다 성령님은 탄식한다”, “철도냐 주님이냐 하나만 고르라” 이런 식의 드립(?)을 듣는다. 마치 철도와 신앙이 모순되는 듯한 가정이 잘못된 질문을 받을 때면 본인의 공식적인 답변은 언제나 동일하다.

너희가 철도도, 철도의 권능도 알지 못하므로 잘못하느니라. (마 22:29, 막 12:24)

저건 마 22:23-28만큼이나 의미가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실제로 본인의 교회 청년부 친구들도 저 답변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_-;; 그저 “네가 나를 설득하여 거의 철도 덕후가 되게 하는도다”(행 26:28)로 쉴드를 칠 뿐. ㄲㄲ

4.
다만, 요 21:15를 읽어보면 예수님께서 식사를 마친 뒤에 구로 차량 기지에 있는 수많은 전동차들을 보면서 베드로에게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철도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는 장면이 연상되지 않는 건 아니다. -_- 졸지에 베드로가 철덕이 되어 버렸군.

Posted by 사무엘

2011/11/23 08:28 2011/11/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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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C++ 관련 잡설

1. 비주얼 C++ 한글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한글화한 프로그램의 UI에서 이런 저런 오역이 발견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뭐,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수준의 막장 발번역-_-은 아니지만, 이런 오역이 간간히 발견되는 주된 이유는, 번역자가 해당 소프트웨어가 다루는 분야의 용어를 잘 알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문장이나 단어가 실제로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에서 등장하는지를 모르는 채, 그냥 번역 리스트만 쭉 보면서 아무 문맥 정보가 없이 기계적으로 번역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개발툴 중 비주얼 베이직은 5던가 6 시절부터 이미 한글화가 되었다. 그 반면, 가장 어렵고 하드코어한 개발툴인 비주얼 C++ 6은 한글화되지 않았으며 닷넷에서부터 통합 IDE가 제공되는 과정에서 드디어 한글화가 됐다. 그러나 베테랑 개발자 중에 한글판 IDE를 선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이 점에서는 본인도 마찬가지이다.

옛날에 유니코드라는 것도 없고 PC의 환경이 극도로 열악하던 시절에는 한글판이 대놓고 영문판보다 성능이 열등했다. 텍스트 모드에서 한글 바이오스를 띄웠을 때와 띄우지 않았을 때의 성능 차이는 말할 나위도 없고, 도스 시절에 한글 QuickBasic은 성능은 둘째치고라도 그야말로 퀵라이브러리(qlb) 파일 포맷이 영문판과 호환조차 되지 않던 쓰레기-_-였다.

영문 윈도우 95는 4MB 램에서 그럭저럭 돌리는 게 가능했던 반면, 각종 무거운 한글· 한자 글꼴을 얹어야 했던 한글 윈도우 95는 최하 6~8MB 램이 필요했다. 그것도 어지간한 PC의 메모리가 4~8MB 사이이던 시절에!
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게, 펜티엄급 노트북에서 IE4를 띄웠는데 빽빽한 영문으로 된 사이트는 비교적 매끄럽게 스크롤된 반면, 빽빽한 한글이 적힌 사이트(그냥 굴림체 비트맵 글꼴 크기)는 스크롤이 상당히 굼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윈도우 세계에서는 '한글'이 그것만 특별 취급해 줘야 하는 문자가 아니었으니, 당시의 도스용 프로그램들처럼 효율적인 조합형 한글 입출력 메커니즘이 쓰이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완성형이 주류 표준이다 보니 다국적 소프트웨어라면 한글을 2350자 내지 11172자의 그림문자처럼 취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언어에 따른 성능 격차는 없기에 앞서서 측정 자체가 무의미해진 건 사실이다. 지금은 성능 격차 때문에 일부러 영문 원판 소프트웨어를 찾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비주얼 C++ 같은 프로그램은 어차피 아무나 쓰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핵심 용어들에 대한 어설픈 번역에 이질감과 거부감이 들어서 한글판을 안 쓴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아래 스크린샷을 보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output 창에 있는 컴파일 에러 로그를 보자. Illegal case를 '대/소문자가 잘못되었습니다'라고 오역한 건, 비주얼 C++이 처음으로 한글화된 200x 이래로 지금의 무려 2010에서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번역자가 C++ 프로그래밍에 전혀 무지하거나, 이 문장이 어느 문맥에서 쓰이는지를 하나도 알지 못한 채 번역했음이 분명하다. 세상에 C++이 컴파일러 차원에서 코드의 대소문자 오류를 분간해 주는 언어였던가. ㄲㄲ

비주얼 스튜디오 2010은 C#에 이어 C++까지도 코드의 오류가 있는 부분에 빨간 점선을 그어 준다. 물론 C++ 코드는 C# 코드보다 분석하기 훨씬 더 힘들기 때문에, 이는 내부적으로 완전한 형태의 컴파일러를 백그라운드로 돌림으로써 상당한 양의 CPU 오버헤드와 디스크 용량을 대가로 치른 끝에 구현된 편의 기능이다.

마우스를 case문 에러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 보면, 에러 메시지가 뜻밖에도 컴파일러가 뱉은 것과는 표현이 다르다. 그런데 '스위치'라고? 이건 case를 대소문자라고 옮긴 것보다는 덜 심각한 오역이지만, 이 역시 번역자가 문장을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번역한 것 같다. 혹시 기능을 켜고 끄는 물리적인 스위치를 생각한 건 아닐까? 스위치를 음역하지 말고 그냥 'switch문'이라고 옮기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2. 비주얼 스튜디오 2010의 GUI customization

비주얼 스튜디오와 MS 오피스 제품(지금처럼 리본 UI가 도입되기 전)은 그야말로 자신만의 화려하고 강력한 GUI를 갖추고 있었다. 메뉴와 도구모음줄은 운영체제가 자체 제공하는 녀석이 아닌 독자 구현 버전을 썼으며, 정말 과잉 투자 잉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GUI 구성 요소를 사용자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었다. 도구모음줄의 배치는 두말 할 나위도 없고, 등록해 놓을 명령, 그리고 심지어 아이콘 그림과 기능 명칭까지도!

내 기억이 맞다면 이거 원조는 MS 오피스 97이다. BCG나 Xtreme toolkit처럼 이런 GUI 엔진만 짝퉁으로 구현하여 미들웨어 형태로 파는 업체도 응당 있을 정도였다.

이런 GUI 엔진이 탑재된 프로그램은 메뉴에 Tool(도구) - Customize(사용자 지정)라는 명령이 있었고, 이 대화상자는 약간 특이하게 동작을 했다.
보통 modal 대화상자가 떠 있는 동안은, 상위의 응용 프로그램 윈도우는 그 대화상자를 닫을 때까지 전혀 반응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그 Customize 대화상자는 비록 modal 형태이지만, 그게 떠 있는 상태에서 마우스로 도구모음줄을 클릭하거나 메뉴를 누르면 도구모음줄이 반응을 했다. 도구모음줄 아이콘을 드래그하여 배치를 바꾸거나 없애거나, 콤보 상자의 경우 폭을 조절할 수 있고 우클릭하여 아이콘이나 설명문을 고칠 수 있었다.

즉, 평소에 도구모음줄을 우클릭하면, 나타내거나 감출 도구모음줄을 선택하는 메뉴만 뜨지만, Customize 중에 도구모음줄을 우클릭하면 해당 도구모음줄 아이콘을 고치는 더 세부적인 명령이 떴던 것이다.
메뉴에서 자주 쓰는 기능을 도구모음줄에다가도 좀 올려 놓으려면, 메뉴를 연 뒤에 해당 기능을 원하는 도구모음줄에다가 Ctrl+드래그만 하면 끝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그런데... 비주얼 스튜디오 2010은 GUI 엔진이 싹 바뀌면서 저런 예외적이고 특이한 기능을 다시 구현하기가 대략 곤란했는지..
Customize 대화상자와 도구모음줄이 자연스럽게 연동하는 기능이 완전히 없어졌다.
대화상자가 떠 있는 동안은 도구모음줄을 전혀 건드릴 수 없다.

도구모음줄을 고치는 걸 전적으로 대화상자 안에서만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명령을 도구모음줄에다가 좀 추가하려고 했는데, 내가 원하는 도구모음줄과 내가 원하는 명령을 일일이 복잡한 리스트에서 찾으면서 정말 불편하고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콤보 상자(빠른 찾기, 솔루션 플랫폼, 빌드 configuration 바꾸는 것 등)의 폭을 좀 바꾸려고 했는데 세상에나...
폭을 픽셀 단위 숫자로 입력해야 한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에는 마우스 드래그로 간편하게 됐던 것이 상당히 퇴보한 게 아닐 수 없다..;;
난 개인적으로 GUI 운영체제에서, 화면으로 결과를 당장 볼 수 있는 값을 숫자 하나 달랑 입력받게 해 놓은 UI를 싫어한다. 가령, 객체를 회전하는 것만 해도 MS 오피스는 회전축을 잡고 마우스로 드래그함으로써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쉽게 할 수 있는데, 아래아한글 2007은 각도를 숫자로 입력해야 하고, 만족스러운 각도가 나올 때까지 사용자가 시행 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불편한 방식을 비주얼 스튜디오 2010이 답습한 셈이다.
Customize 기능을 없앨 수는 없으니까, 그냥 이런 형태로 대충 대체 UI를 집어넣은 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딱 하나 좋아진 게 있다면,
예전의 customize 방식은 편리한 대신, 편법 UI인 만큼 오로지 마우스로만 접근 가능하고 키보드로는 하는 게 아예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대화상자를 다루는 것이니 키보드로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는 것.
사실, 가장 이상적인 건 둘을 모두 갖추는 것이긴 한데 이건 비주얼 스튜디오 2010에서 아쉬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덧붙이자면, VS 2010도 Alt+F11을 눌러서 매크로 편집기를 열어 보면 그건 하나도 안 바뀌었고 예전의 VS 2008 IDE가 거의 그대로 뜬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21 08:32 2011/11/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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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출입구 이야기

성경 66권 중에는 장(chapter)이 하나밖에 없는 책이 있다. 구약 중엔 오바댜서가 유일하고 신약에는 요한이서, 요한삼서, 빌레몬서, 유다서가 있어서 총 다섯 권이다. 그래서 그런 책의 구절을 표시할 때는 장의 표기를 생략하기도 한다. 창 10:1은 창세기 10장 1절이지만, 유 7은 유다서 (1장) 7절 같은 식.

자, 그런데 지하철역 중에도 그런 레어템이 있다. 바로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이다.
보통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을 때는 'xxx역 n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고 말하는데, 이런 역에서 위치를 설명할 때는 'xxx역에서 내려서 나오라'고만 말해도 된다.

지하역보다는 지상역이, 그리고 한적하고 접근하기 영 좋지 않은 지형에 만들어진 역일수록, 또 단순 시종착역일수록 출구 수가 적어지고 심지어 1개밖에 없는 경향이 있다.
다만 요즘은 지상의 일반 철도역도 선로 이쪽편과 저쪽편에서 모두 접근 가능하게 출입구를 최소한 2개 이상 만드는 게 관례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법칙도 잘 통하지 않는다. 동부와 서부 출입구가 모두 존재하는 오늘날의 서울· 대전 역을 생각해 보자. 바다를 끼고 막다른 곳에 지어진 인천 내지 부산 역 정도나 출입구가 하나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 2호선 신답: 한적한 지선의 지상역이기도 하고, 뒤로는 청계천이 지나기 때문에 출구가 한 쪽밖에 없다. 인근의 용답 역은 청계천을 건너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서 출구가 2개이지만 이 역은 그렇지 않다.
- 3호선 학여울: SETEC때문에 만든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종의 잉여역. 출입구도 거기 들어가는 통로밖에 없고, 주변역과의 거리도 600m 남짓이다. 하지만 코믹월드가 열리는 날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급이 된다고 함.
- 5호선 마곡: 주변 도로는 국도 6호선이자 크고 아름다운 8차선짜리 공항로. 주변이 개발되면 출구가 더 생길 여지는 있다.
- 6호선 독바위: 언덕 위이고, 주변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 -_-

가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덧붙여 7호선 장암, 분당선 보정, 경인선 인천, 경원선 소요산 같은 말단의 지상 종착역들도 출구가 하나뿐이다.

출구 개수 얘기를 좀 더 하자면,
환승역은 출구 개수가 늘어날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출구가 무지무지하게 많은 역의 대표적인 예로 종로3가 역이 잘 알려져 있다. 왕십리 역도 드디어 코레일의 민자역사까지 건설되면서 출구 수가 크게 늘었다.
7호선 청담 역은 한 역이 두 역 역할을 하게 만들려고 역을 이례적으로 쫙 늘어뜨려서 건설한 관계로, 단일 노선역치고는 출구 개수가 굉장히 많다.

다만, 현재 전국의 지하철 중에서 출구 수가 가장 많은 역은 무려 23개의 출구를 자랑하는 대구 지하철의 1· 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 역이다.
지표면으로부터 가장 깊은 역 기록도 이제는 서울· 수도권 전철이 아니라 부산 지하철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3호선 만덕)

환승역이라고 해도 두 역이 동시에 건설되어서 환승 거리가 짧고, 한 역이 다른 역의 중심에 완벽하게 포개지기라도 하면 지상의 출구 개수가 그렇게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첫 사례가 충무로 역이고, 복정 역도 환승역임에도 불구하고 출구가 4개밖에 없다.

끝으로, 지하철역은 응당 자동차가 씽씽 다니고 사람이 많이 보이는 번화가와 큰길에 건설되는 것이 통념일진대, 그 통념을 깨는 사례가 존재한다.

신길 역은 애초에 역세권이 아니라 오로지 환승을 위해서 억지-_-로 건설된 만큼, 1호선과 5호선 모두 원래 역이 있을 만한 곳에 있지가 않다. 1호선 신길 역만 해도 신길 역 주변과, 인근의 영등포· 노량진 역 주변의 도로 선형이 어떤가 차이를 생각해 보자.
더구나 5호선 신길 역은 전용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고(3번 출구), 게다가 나가 보면 승객을 반기는 것은 엄한 주택가와 골목뿐이다.

비슷한 예로 3호선 잠원 역도 유명하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지만 아파트 단지 내부의 2차선 도로 아래에 역이 만들어져 있다. 아파트 거주민 말고는 이용할 사람이 없는데다, 인근의 신사와 고속터미널 역에 밀려서 이용객 수는 매우 적음. 게다가 인근역과 거리도 아주 가깝다..

* 뭐 어쨌든... 이런 식으로 출입구뿐만이 아니라 서울 시내에서 역간 거리가 1.5km가 넘는 역, 지하 통로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역(종각-종로3가, 고속터미널-반포 등) 등 글쓸 거리는 많은데 시간이 없다. -_-;; 오 나의 철덕 근성이여. -_-

Posted by 사무엘

2011/11/19 08:35 2011/11/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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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슈퍼스타K> 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인기였다. 작년의 시즌 2에 이어 올해의 시즌 3이 지난 주에 끝났다. 결과는 울랄라 세션의 압승.

본인은 평소에 연예· 오락 쪽은 완전히 담을 쌓고 신경을 끄고 지내는데 이런 걸 어떻게 아냐 하면, 누나가 그걸 매주 즐겨 봐서이다. ‘울랄라 세션’의 팬이다. ㅋ 저 사람들은 나이가 좀 많은 것만 빼면, 장르를 불문하고 폭발하는 가창력에 댄스까지 정말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이긴 하다. 애초에 심사위원들도 이 팀은 아마추어급이 아니고 수준이 다른 팀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인정했을 정도이니까.

그런데 TOP 3에까지 오른 팀 중엔 남녀 듀오인 ‘투개월’이라는 팀이 있다. 미국 교포인지라 뉴욕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팀원이 모두 겨우 10대 고등학생 나이인데, 잘생기고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른다(男 도 대윤, 女 김 예림).

특히 김 예림은 뭐랄까 낮으면서 몽환적인 목소리가 포인트인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인 윤 종신은 김 예림에 대해 ‘뉴욕 예선 참가자들 중 가장 독특한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평한 바 있다. 나도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울랄라세션보다는 투개월에 더 호감이 가는 편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김 예림의 목소리가 곁들어진 남녀 듀엣을 여러 번 듣고 있다 보니, 나의 잠재의식 속에서 오랫동안 파묻혀 있던 먼 과거의 어떤 기억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거 뭔가 익숙한 분위기의 노랫소리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가 동질감을 느낀 원본의 검색 결과는 바로 주찬양 선교단이었다.

9집 <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여>의 5번 트랙 <와서 우릴 도우라>.
이 앨범은 전반적인 주제가 선교· 헌신이며, 저 트랙은 행 16:9의 표현을 근거로 당대로서는 좀 파격적인 리듬과 멜로디의 곡이었다(1993년 4월에 발매된 앨범임).

‘와서 우릴 도우라’ 코러스가 몇 차례 반복된 후 남녀 듀엣이 나오는데, 그때 곁들어지는 여자 가수의 목소리도 저것처럼 낮고 중후한 편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가수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어지간 한 거 다 외우고 있는데..;;

자, 더 말이 필요 없으니 직접 듣고 비교해 보시라.

(1) 투개월의 <Brown city> 中


(2) <와서 우릴 도우라> 中

물론 두 곡 자체는 분위기가 서로 사뭇 다르긴 하지만, 두 가수의 목소리에서 좀 동질감을 느낄 만한 공통분모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지?
참고로, 주찬양 선교단의 싱어와 슈스케의 김 예림의 현재 실제 나이 차이는 아마 거의 모녀지간-_- 수준일지도 모른다.

내가 학교에 가서 슈스케 얘기를 꺼내자 주변 친구들은 “오, 너도 그걸 봤구나” 하면서 신기해하는 반응이었다. 평소에 내가 TV를 전혀 안 보고 지낸다는 걸 아니까.;;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엔 주찬양 선교단만 듣다시피하면서 앨범 내용을 머리에 다 집어넣고 지냈다. 오히려 주변의 어른들이 “어, 이건 우리 세대 때 즐겨 듣던 음반인데 네가 더 잘 알고 있네” 이러실 정도였다.

우리 누나는 예전엔 H.O.T.를 좋아했고 다음으로 Back Street Boys를 좋아했고, 특정 농구 선수나 외국의 영화배우를 좋아했다가 그게 사그라지는 등, 연예인 아이돌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전형적인 타입이었다.

그 반면, 나는 그런 데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내 할 일밖에 안 했다.
그러나 뭔가 하나를 일단 좋아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리며, 그게 평생 지속되고 그 분야의 완전히 끝장을 보고 작살을 내 버리곤 했다.

어렸을 때 ‘빠돌이, 빠순이’ 기질을 적당히 발산하던 사람은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그게 없어지고 다시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는 반면, 나는 그렇지 않다.

새마을호에서 흘러나왔던 Looking for you 음악을 듣는 감흥은 2004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함이 없고 나를 철도에 미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철도에 관한 한은 첫사랑이 전혀 식지 않았으며(계 2:4) 시종일관 동일하다. 이 기질이 평생, 아니 하늘나라에서까지 지속될 걸로 예상된다.

어쩌면 나 같은 부류가 정말 무서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철도 음악보다 먼저 접한 건 그래도 주찬양 선교단이었으니, 이건 불행(?) 중 다행인 걸까? ㅋ

Posted by 사무엘

2011/11/17 08:41 2011/11/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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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

1. 바쁘고 잠 부족

매일 5시간 이하로 자는 나날이 3일 이상 지속되었을 때 사람 정신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요즘 체험하면서 지낸다. 미치겠다. 조금만 틈만 나면 정신줄을 확 놓고 싶어지고, 짜증나고 일의 집중도와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말년이 표현했듯이 생명체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잠의 의무이다. -_-;;

1999년쯤, 당산 철교가 재시공 중인 관계로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서쪽 고리가 끊어져 있던 시절, 노조가 파업까지 해서 비전문가인 대체 기관사가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그랬는데 그 중 어떤 사람은 극심한 과로로 인해 눈 뜨고 잠드는 경지에까지 이르렀고, 두단식 승강장이 되어 버린 합정 역의 수동 운전 구간에서 열차를 못 세우고 선로가 끊어진 곳으로 열차를 탈선시키는 아찔한 사고를 냈었다. 조금만 더 갔으면 열차는 끊어진 다리를 넘어 강으로 추락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 심정이 이해가 된다. 난 잠에 약하니, 아무래도 나폴레옹 같은 위인은 못 되는 게 틀림없다. 덕분에 블로그 글 비축분도 예전에 비해 줄어드는 중.

그런 와중에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 다음 버전 개발은 틈틈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열몇 가지에 달하는 개선 사항들 중, 요 근래엔 굉장히 좋은 성과가 있어서 하나 소개하겠다. 프로그램의 모든 과정에서, 운영체제의 known, system DLL 말고 일반 DLL을 로딩할 때는 언제나 절대 경로를 지정하게 개선함. 이것은 아주 바람직하고 진작에 취했어야 할 조치인데, 이로써 얻은 긍정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 fake DLL을 잘못 로딩하거나 인식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여 프로그램의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크게 줄였다. 가령, <날개셋>과 전혀 관계가 없는 동명이인(namesake) NGS3.DLL을 로딩하는 프로그램 내부에서도 이제 <날개셋> 외부 모듈이 잘 동작할 수 있다.
- FireFox Nightly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 외부 모듈이 전혀 구동되지 않는다는 버그 신고가 들어와 있었는데, 이를 덩달아 해결. (FireFox 구버전에서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함)
- 드디어.. 서로 API가 호환되지 않는 <날개셋> 버전을 사용하는 타자연습과 입력기 외부 모듈이 “동시 구동이 가능해졌다!” 이제 앞으로는 타자연습에서 외부 모듈을 같이 쓰기 위해서 두 프로그램을 항상 동시에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가 없다.

2. 국어 정보 처리 시스템 경진대회

국어 정보 처리 시스템 경진대회라는 게 있다. 문화 체육 관광부와 국립 국어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가장 직접적으로는 방대한 양의 세종 말뭉치를 효율적으로 조회하고 의미 태깅을 똑똑하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한국어· 한글과 관련된 뭔가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는 무엇이든 응모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공모전인데 왜 경진대회라는 표현이 쓰였는지 모르겠다. 2009년부터 시행해서 올해로 3회째이다.
한 달도 더 된 뒷북이긴 하다만,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 6.3을 출품해서 은상을 받았다. 대상과 금상에 이은 3등.

사실, 내 프로그램은 다른 작품들과는 체급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11년 전에 1.0이 이것보다 더 큰 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는 걸... 그리고 내 프로그램은 말뭉치라든가 사전, NLP 같은 분야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거라고 심사 위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소재의 프로그램이다만(오히려 심사 위원 중에 내가 과거에 두벌식 제정 위원 중 하나였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_-)...
그래도 내 프로그램은 국어 정보 처리와 분명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저 정도로 입상을 했으니 옛날 생각이 나고 기분은 좋다. 입상작들의 수준도 그렇게 호락호락 허접한 편은 결코 아님.

금상을 받은 분은 나이 지긋한 개인 개발자이신데 세종 전자 사전 통합 검색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상을 받은 울산 대학교 팀은 전산학과의 한국어 처리 연구실에서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를 개발하면서 몇 년째 작정하고 이 대회만 공략한 경우이다. 한 우물만 파면서 2010년 금상에 이어 이번에 대상을 수상했다.

3. 늦가을의 불청객, 모기

11월이 꺾여 가는 와중에도 아직까지 날씨가 별로 춥지가 않다. 특히 이상 고온이 기승을 부리던 월초엔 집에서 여전히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본인은 이놈의 모기 때문에 홍역을 치르며 악몽 같은 가을을 보냈다. 하긴, 뉴스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저녁에는 가능하면 선풍기· 에어컨을 가동하기보다는 문을 개방하여 집안을 냉각시키고 싶은데, 그럴 때면 정말 어김없이 모기가 기어들어오곤 했다. 피 빨아먹지, 게다가 귓가에 날아다니는 소음은 사람 기분 잡치기에 최적이다. 차라리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문을 열 생각 자체를 안 하고 무조건 에어컨 콜인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보니 모기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때려잡자니 피 빨아먹은 모기는 벽에 지저분한 혈흔을 남기고, 살충제는 사람에게도 무척 해로운 화학 약품이고... 처리하는 방법도 딜레마이다.

하루는 한밤중에 한적한 주택가에다 차를 세워 놓고 차 안에서 잠을 잤다. 냉각과 환기를 위해 창문을 약간만 열어 놨는데... 그게 실수였다. 그로부터 30분이 채 되기 전에 팔뚝에 가려움이 느껴졌고, 실내등을 켜서 차내를 둘러봤을 때 나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 좁은 틈새를 타고 모기가 이 작은 승용차 안에 서너 마리씩이나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ㅜㅜ 이런 썩을..;; 이놈들은 잠도 안 자나.;;

제아무리 살생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박애주의자라 하더라도 파리· 모기를 죽이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체벌 반대, 사형 반대, 채식주의, ‘자연으로 돌아가자’ 이런 식의 주장에 본인은 성경적으로 100% 동의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미 죄로 인해 타락하고 저주받은 자연은 인간에게 어차피 좋은 것만 선사하지는 않는다. 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해진 필요악이나 그 말단의 나쁜 결과만 지워 보려 애써도, 그 본질적인 원인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4. 노트북 키캡 이탈

지금 쓰는 제 4대 노트북은 용하게도 최초로, 3년이 넘게 키캡 하나 안 빠지고 잘 쓰고 있었는데
드디어 키캡 하나 이탈.. ㅜ.ㅜ
보통 단골로 빠지던 키캡은 Space나 화살표 키, 엔터 같은 부류인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문자 키인 기본 자리 F 키가 빠졌다. 문자 키의 키캡이 빠진 경우는 본인의 노트북 인생 13년 만에 처음이다.

뭐, 화살표나 엔터도 이미 키캡이 덜렁덜렁하고 상태가 위험하긴 마찬가지임.
노트북 키보드는 이거 좀 튼튼하게 만들 수 없나 아쉽긴 하다.
나중에 키캡이 세 개째까지 빠져 버리면 키캡을 전면 교체할 생각이다.
그나저나 키보드 밑에 껴 있던 먼지와 온갖 솜털의 양을 보고 기겁함. 먼지는 그렇다 치지만 이 털들의 정체는 뭐냐!!

5. VMware로 녹음하기

VMWare에서 돌리고 있는 guest OS에서 마이크 녹음이 안 되는 걸 보고 놀랐다.
guest OS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하는 게 아니라, host에서 꽂은 마이크의 소리를 guest에다가 전달하여 녹음하는 것 말이다.

host는 비스타이고 guest는 XP. 물론 하드웨어 계층의 차이가 많이 나는 OS이긴 하다만, USB에 네트웍에 별걸 다 잡아 주는 천하의 VMWare가 마이크를 못 잡아 주다니?
녹음을 시키면 마이크 소리는 없이 그냥 잡음만 녹음될 뿐이다.
한국어와 영어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딱히 답이 안 나온다..;; 원래 잘 안 되나 보다.
윈도우 XP에서만 돌아가는 음성 인식 관련 기능을 좀 테스트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15 08:29 2011/11/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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