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젝트 -- IDE의 관점과 빌드 스크립트의 관점

C/C++ 빌드 시스템에서 프로젝트란, 한 바이너리.. exe, dll, lib, so, a, out 따위를 만들어 내기 위한 1개 이상의 파일들의 묶음을 말한다. 그리고 여러 바이너리들을 생성하는 여러 프로젝트의 묶음을 Visual Studio 용어로는 솔루션이라고 부른다.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파일 중, 컴파일러가 처리하는 각각의 소스 파일(c/cc/cpp)은 '번역 단위'(translation unit)이라고 불린다. 1개의 번역 단위는 1개의 obj 파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프로그래머의 편의와 작업 생산성을 위해 통합 개발 환경(IDE)이란 게 즐겨 쓰이며, 이런 IDE에서 취급하는 프로젝트는 make 같은 재래식 툴에서 취급하는 빌드 스크립트(makefile 같은)와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관계이다.

프로젝트 파일에 들어있는 정보를 기계적으로 추출해서 makefile을 생성하는 것은 비교적 쉽게 가능하다. 그러나 makefile로부터 역으로 IDE용 프로젝트 파일을 재구성하는 것은 더 귀찮고 번거롭다.
프로젝트 파일에는 빌드가 아닌 IDE 내부에서 의미를 갖는 각종 설정 정보들이 더 들어있으며, makefile은 절차형 스크립트로서 프로젝트 파일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각종 조건부 빌드 로직이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IDE의 프로젝트 파일에는 소스 파일들을 다단계 폴더 형태로 묶고 분류해서 표시하는 기능이 있다. 이런 계층 구조 정보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존재할 뿐, 빌드할 때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어차피 다 똑같이 일렬로 늘어놓아서 컴파일 하고 링커로 넘겨주는 파일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계층 구조는 그 소스 파일들이 놓여 있는 디렉터리 구조와는 전혀 무관하게 지정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프로젝트에서의 파일 grouping을 실제 디렉터리 구조와 동일하게 해 주는 게 사람을 덜 헷갈리게 하고 좋을 것이다. 특히 여러 사람이 유지 보수하는 프로젝트라면 더욱 말이다.

한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소스 코드들이 반드시 동일한 디렉터리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컴파일된 출력 파일은 오로지 한 곳에서만 생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디렉터리에 있더라도 한 프로젝트에 이름이 동일한 파일이 여럿 있지는 않는 게 좋다.

오픈소스 DB 라이브러리인 sqlite는.. amalgamation이라고 해서 4MB짜리.. 거대한 sqlite3.c 파일 하나로 라이브러리 전체의 기능을 제공하는 엄청난 용자짓도 하던데..;;; 이건 극단적인 예이다.
들고 다니고 관리하기 편하고 빌드가 깔끔하고 최적화가 잘 되는 장점이 있지만, 컴파일러나 IDE가 파싱 하다가 체할 수 있고 코드 분석이나 디버깅이 잘 안 되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 요즘도 보수적인 IDE나 디버깅 업계에서는 줄 수가 64K를 넘는 소스 파일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2. 정적 분석

어떤 프로그램에서 구조적인 메모리 오류나 보안 결함을 찾아내는 검증 도구 내지 방법은 크게 ‘동적 분석’과 ‘정적 분석’으로 나뉜다.
전자는 빌드한 프로그램을 가상의 샌드박스 안에서 직접 실행해 보면서 문제점을 찾는다. 그러나 후자는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고 소스 코드만 쭉 훑으면서 문제점을 찾아 낸다. 둘은 손실 압축과 무손실 압축, 실시간 렌더링과 오프라인 렌더링만큼이나 서로 영역이 다르다.

서버처럼 무한 대기· 무한 루프를 돌며 반영구적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동적 분석으로 검증하는 건 쉽지 않다. 프로그램이 동일 지점에 돌아왔을 때 다른 메모리 문제 없이 항상성이 보장된다는 걸 겉으로 드러나는 상태만 보고 얼추 때려잡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적 분석은 프로그램의 실행 형태와 전혀 무관하게.. 무한루프건 배배 꼬아 놓은 지수함수 시간 복잡도의 재귀호출이건 무관하게.. “코드의 양이 유한하다면 분석을 위한 시간 복잡도도 유한하다”, “동일한 코드를 컴파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최대 수십 배 정도”이니 신통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적 분석은 100% 정확하지 못하며 오탐 오진도 많다.
그런데, 각종 구조체와 포인터를 넘나들면서 진짜 너무 복잡하게 꼬여 있는 메모리를 일일이 추적을 못 하는 건 차라리 수긍을 하겠다만.. 이거 뭐 사람만도 못한 너무 황당한 오진을 하거나 간단한 문제도 못 잡아 내는 경우가 있어서 좀 아쉬웠다.

정적 분석은 그 정의상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지 않고” 코드를 분석해 주는데..
개발툴과 연계해서 “빌드는 같이 하면서” 문제를 추적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빌드조차 없이 진짜 코드 외형만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놈도 있는 것 같다. 둘은 개발 이념이 서로 다르다.
후자가 정확도가 더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사용하기는 더 쉽다. 프로젝트나 makefile 세팅 없이 그냥 방대한 h와 cpp/c 묶음을 압축해서 던져 주기만 하면 분석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Soure Insight와 비슷한 유도리가 있다.

솔직히 정적 분석을 위해서는 코드가 특정 플랫폼용으로 반드시 빌드가 돼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령, 32비트에서는 괜찮은데 64비트에서만 메모리 오프셋 문제를 일으키는 코드라면.. 그건 어차피 이식성 문제가 있는 코드이니 정적 분석 툴이 지적해 줘야 할 것이다.

내가 C/C++ 정적 분석으로부터 기대하는 아이템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도 생각보다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 같다.

  • memcpy, malloc 같은 함수에서 버퍼 크기 계산 잘못한 것, 문자열의 경우 null문자 공간을 빼먹은 것, 0초기화를 하지 않은 것 등등 (C 코드 한정.. 제일 지저분)
  • 함수가 자기 지역변수의 주소를 리턴
  • memory leak 내지 dangling pointer 가능성이 있는 것
  • C++에서 아직 초기화되지 않은 멤버 변수를 다른 멤버의 초기화에 동원하는 것 (이거 굉장히 교묘한 실수인데 왜 컴파일러에서 지적해 주지 않을까?)
  • a=a++ 같은 이식성 떨어지는 코드, 잠재적인 코딩 실수

3. #include의 미묘한 면모

C/C++에서 #include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다른 텍스트 파일을 현재 컴파일 중인 번역 단위에다가 끌어오는 게 전부이다. 외부 패키지나 라이브러리를 지정하는 기능이 없다. C/C++에는 Java의 import, C#의 using 같은 깔끔한 명령이 없다.
그 대신, #include를 남용하면 프로젝트에 정식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 파일을 끌어들여서 이에 대한 의존도를 생성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xxx>가 아니라 "xxx" 형태의 include는.. 컴파일러가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는 파일만 쓰도록 하고, 프로젝트에 없으면 파일이 디스크 상에 존재하더라도 없다는 에러를 내게 하는.. 그런 옵션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의도하지 않았던 파일이 잘못 인클루드 되는 바람에 컴파일러가 난독증을 일으키고 사람은 사람대로 빡치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은 채 #include 된 파일은 수정됐어도 걔를 #include하는 소스가 고쳐지지 않았다면 재컴파일 되지 않아서 다른 오동작을 유발할 수도 있다.

#define뿐만 아니라 #include로도.. 파일 내용 전체를 꼼꼼하게 파싱하지 않고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syntax coloring, 간단한 문법 체크, 선언/정의로 가기, 함수 목록 추출 따위) IDE 에디터를 농락하고 오동작을 유발할 수 있다.
가령, "}" 요 문자 하나만 달랑 들어있는 소스 파일을 하나 만든 뒤,

void func
{
  ......
#include "right_curling_bracket.c"

이렇게만 하면 얘는 문법에 맞는 코드가 된다.
또한, 따옴표로 둘러싸인 문자열을 잔뜩 넣은 뒤,

static const char BIG_STRING_DATA[] =
  "XXXXX"
#include "more_string_dadta.c"
  "ZZZ";

이런 식으로.. 거대한 테이블 데이터의 내용을 외부 파일 인클루드를 통해 조달할 수도 있다.
단지, #include는 자기 안의 코드만 대치 가능할 뿐, 같은 전처리기의 레벨을 넘나들지는 못한다. 즉,

#ifdef
#include "file_containing_sharp_endif.c"

이렇게 때우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저 #if에 상응하는 #else나 #endif 따위는 반드시 지금 소스 파일에 존재해야 한다.

끝으로.. #include 대상인 "xxx"나 <yyy>는 C언어의 관할을 받는 문자열 리터럴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 탈출문자가 적용되지 않으며, 디렉터리를 표현할 때 역슬래시를 두 번 \\ 찍을 필요가 없다. 사실은 Windows건 어디에서건 더 보편적인 / 를 쓰는 게 더 좋을 것이다.

#include 대상으로 매크로 상수를 지정해 줘도 된다. 이걸 사용한 예는 본인의 경험으로는 FreeType 라이브러리가 지금까지 유일하다.
다만, #include 경로는 C 문자열 리터럴이 아닌 관계로, "aaa" "bbb" 라고 끊어서 썼을 때 자동으로 "aaabbb"라고 이어지는 처리도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변태적인(?) 활용은 가능하지 않다는 걸 유의하자.

4. 빌드 절차의 디버깅

뭔가.. 빌드 스크립트와 컴파일러의 동작을 디버깅 하는 기능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breakpoint를 잡고 나서 F5 Run을 하는 게 아니라, F7 '빌드'를 누른다.
일반적인 디버깅이라면 빌드된 프로그램이 그 지점을 실행할 때 break가 걸리겠지만, 이때는 컴파일러가 그 지점을 읽기 시작했을 때 break가 걸린다.

break가 걸리고 나면 이 시점에서 현재 정의돼 있는 #define 심벌들을 몽땅 조회하고 실제 값과 정의된 곳(헤더 파일? 컴파일러 옵션?)을 추적할 수 있다. 치환 결과에 또 매크로가 들어있더라도 당연히 계속 까 볼 수 있다.
각종 #pragma 옵션이 지정된 내역, 옵션 스택, #line이 적용된 것도 당연히 확인 가능하다.

프로그램 실행 디버깅에서 step into / over / out이 있는 것처럼..
#include에 대해서는 마치 함수 호출처럼 step into를 할 수 있다. 어느 디렉터리에 있는 헤더 파일이 선택됐는지, 현재 컴파일러의 스택 상으로 include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 ""에 따라서 탐색 순서도 추적 가능하다. 요 디렉터리에 없어서 다음으로 이 디렉터리, 다음으로 저 디렉터리 같은 순이다.

#error나 #pragma warning 같은 건 아예 별도의 로그 창으로 찍히게 할 수도 있다.
흠, 좀 잉여력이 풍부해 보이긴 하지만, 그럴싸하지 않은가? =_=;;
웹브라우저에서 '개발자 모드'가 있는 것처럼.. 이런 기능이 있으면 개발자가 자기가 내력을 다 알지 못하는 방대한 프로젝트와 빌드 시스템에 처음 적응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13 08:35 2023/03/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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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출판사의 추억

옛날에 '동아 출판사'는 다방면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국내의 출판 문화를 이끌었다.

1. 전과

초딩용 월간 학습지 '이달 학습'
교학사 '표준 전과'와 더불어 '동아 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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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라는 단어는 대학 시절에는 '전공을 바꿈'이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사회인이 된 뒤엔 중범죄 형사 처벌 내력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데..
초딩 시절에는 이게 전과목 학교 공부 내용을 보충하는 참고서 내지 백과사전이라는 뜻이었다.

교과서에 대해서 교사한테 '교과과정 지침서'라는 매뉴얼이 존재한다면, 학생한테는 전과가 있는 셈이다.;;
초등이기 때문에 두꺼운 책 한 권으로 전과목 커버가 가능한 듯하다. 초등에서는 교사 한 명이 전과목을 가르치는 것처럼 말이다.

중등 정도만 돼도 공부할 거리가 너무 많고 어려워지고 세분화되고, 애들의 진로도 서서히 갈리기 때문에 교육 과정 전체에 대한 1인 1책 몰빵이 곤란하다.
사실은 그 전에 초딩 고학년부터도 내 기억이 맞다면 전과가 두세 권으로 나뉘곤 했다. '국산사자 / 예체능'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지금이야 정보의 바다 인터넷 검색에다 숙제까지 해 주는 네이버 지식인까지 있으니 '전과'라는 게 쌍팔년도 시절에 비해서는 훨~~씬 덜 필요해져 있다. 그래도 요즘도 초딩용 동아 전과가 출간되고는 있는가 보다.

2. 사전

동아 출판사의 설립자(故 김 상문)는 전과뿐만 아니라 사전 덕후였다~! 도서 출판에 뼈를 묻은 경영자로서 책 중의 책, 책들의 왕은 사전이라고 생각했는가 보다. 그래서 애들 학습지에만 만족하지 않고 한국의 브리태니커 같은 걸 만들고 싶어했다.

1980년대 초-중반에 '동아 원색 세계 대백과 사전'은 정말 위대한 업적이었다. 무려 30권에 달하는 전집이었는데, 나중에 보유편도 두 차례나 만들어서 기존 구매자들에게 개별 전달했다. 1990년대 초까지 '애프터서비스'를 해 준 셈이다.
마지막 2차 보유편에는 그 당시 계획 중이던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수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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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지 30년이 훌쩍 지나니.. 본인의 집에 있는 이 책도 겉표지가 다 탈색되고 해지고 종이가 누렇게 바래고 딱 저 꼴이 나고 있다.. ㄲㄲㄲㄲㄲ)

하지만 종이 사전은 서서히 돈 안 되는 사양산업이 돼 갔고.. 동아는 경영난을 좀 겪었는가 보다.
내가 중학생이던 96~97년 사이에 사명이 '두산동아'로 바뀌었고, 이때쯤 설립자가 여전히 '파스칼 대백과 사전'이라는 걸 또 만들려고 투자를 호소하고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다.

동아는 백과사전뿐만 아니라 어학사전의 편찬에도 관여했다. 기억하시는가? 프라임~!!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아 프라임 영한사전은 명성과 인지도가 아주 높았고, 컨텐츠가 아래아한글 한컴 사전에 수록되기도 했다. 아래아한글 2.5부터 97까지는 영한사전이 프라임 제3판이다가 워디안/20xx 이후부터 엣센스로 바뀌었다.

ㄲㄲㄲ

(본인이 프라임 영한 사전 종이책을 직접 뒤적였던 3판 시절에는 PRIME이라는 글자가 마치 DOOM 게임 로고타입과 비슷한 서체였는데.. 나중에 4판에서는 좀 더 튀는 꼬부랑 서체로 바뀌었다.)

그리고 1999년엔가 국립 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 국어 대사전의 초판도 동아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그 당시 명칭으로는 국립 국어원이 아니라 '국립 국어 연구원'이고, 동아 출판사가 아니라 '두산동아')
허나, 국어사전은 수지가 맞지 않아 손해를 많이 봤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초판의 이후로 표준 국어 대사전은 종이책의 출간이 완전히 중단됐으며, 현재까지 웹을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형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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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꼴

옛날에 동아 출판사 진영은 의외로 서체 개발에 관심이 있었다. 쌍팔년도까지만 해도 동아 출판사만의 본문용 서체가 있었다. 명조(바탕)이지만 ㅈ의 ㅅ획이 ㅡ의 우측이 아니라 고딕(돋움)체처럼 중앙에서 시작하는 그 엄근진한 서체.. 동아 출판사 본문체가 훗날 'SM 세명조'와 '문화바탕체'로 나뉘어 계승됐다.

내 기억이 맞다면 쟤들은 1990년대 초에 가서는 휴먼편지, 휴먼모음, 휴먼새내기처럼 당대엔 꽤 참신하던 휴먼 컴퓨터 서체를 즐겨 도입해 썼던 것 같다. 지금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영문-숫자에도 2의 좌측 하단 획을 동그랗게 말았던 특유의 필기체가 있어서 문제집과 학습지에다 사용했었다.

4. 멀티미디어 타이틀

그럼 쟤들이 오로지 종이책밖에 고집하지 않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고 시도도 했었다.
오 성식 생활 영어 SOS가 종이책은 1993년에 '고려원'에서 먼저 출간됐지만, 멀티미디어 CD 타이틀은 바로 동아 출판사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1990년대 말에는 2번에서 언급했던 세계 대백과사전을 CD 타이틀로 제작하기도 했다.
본인은 Windows 3.x에서 돌아가던 저 CD 타이틀을 써 본 적 있다. 종이책에는 없는 동영상 화보가 있기도 한 건 신기했지만, 용량의 한계 때문인지 전반적인 컨텐츠는 종이책보다 간소화되고 부족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상이다.
계몽사, 국민서관, 교학사, 지학사는 지금도 살아 있기는 하다. 앞의 둘은 아동용 도서 전집, 뒤의 둘은 뭔가 초-중등용 학습지 문제집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민중서림은 사전 출판으로 유명했는데 지금 살아 있나? 종이책의 지위와 위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져 버렸으니, 이런 업체들도 사업 방식이 아무래도 쌍팔년도 시절과 같지는 못할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금성 출판사도 있구나. 본인의 기억에 얘는 학습지로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지만, 교과서와 사전을 만든 적이 있었다. (뉴에이스!!!) 사전은 마소 Office 한글판에서 맞춤법 검사기인지 뭔지 사전 DB로 쓰였다고 About 대화상자에 꼬박꼬박 언급되어 있었다.
금성은 전자 제품에서는 삼성과 경쟁하더니(지금의 LG), 서적에서는 동아와 경쟁했던가 보다.

이 와중에 동아 출판사는 아동용 도서, 초-중딩 학습서, 그리고 사전까지 모든 영역을 넘봤었다. 생각해 보니 대단하다.
아 그리고.. 하이탑!!! 영어에 성문, 수학에 정석이 있지만 과학은 뭔가 압도적인 개인 브랜드가 없는 듯한데.. 거기는 동아 출판사가 다시 '동아 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접수하고 있었다.

옛날 오리지널 동아 출판사라고 하면 뭔가 옛날 대우 자동차 같은 생각이 든다. ^^ 참고로 동아일보 신문이나 과학동아 잡지는.. 동아 출판사와 무관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10 19:35 2023/03/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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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

1930년대에 일본군 장성인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미국으로 여행인지 출장인지를 갔는데..
시골 깡촌의 평범한 소녀가 공구를 들고 와서 자동차가 퍼진 걸 뚝딱 수리하는 걸 목격했다.
그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천조국의 저력을 직감하고 경악했으며, 일본은 이런 나라와 전쟁을 벌여서는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참고로, 옛날에 성경 번역자 틴데일은.. 시골에서 소 모는 꼬맹이 조무래기라도 교황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고 자국어로 성경을 암송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근데 이 미친 나라는 어떻게 듣보잡 시골 처자조차 기계를 이렇게 잘 다루느냐 말이다.

2. 컴퓨터

한편, 1940년대인가 50년대인가, 컴퓨터 과학자 폰 노이만은 거의 인간 컴퓨터 급의 큰 수 암산이 가능했으며, 그냥 머릿속으로 기계어 코드를 쭈룩 읽고 쓰는 게 가능했던 천재 괴수로 유명했다.
자기 제자들이 컴파일러는커녕 어셈블러를 만드는 것조차 별로 달갑지 않게 봤을 정도였다. 프로그램을 짜고 싶으면 사람이 그냥 직통으로 0 1 쑤제 암산 기계어 코딩을 하면 되지, 엔지니어가 지 한 몸 편하자고(!!) 그 비싸고 거대하고 귀한 컴퓨터를 갖고 무슨 자원 낭비 잉여짓을 하느냐고, 그렇게 힐난을 가했었다.

하긴, 폰 노이만은 컴퓨터에 대해서 '프로그램 내장형 모델'이라는 개념 자체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었다..!!!
컴퓨터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진공관 배선을 바꾸고 천공 카드를 교체하는 식의 물리적인 노동으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이 지시사항 역시 프로그램이 취급하는 데이터와 동급으로 메모리 상의 정보 중 하나로 간주시키는 발상이다.

요즘처럼 키보드 코딩만으로 간편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진 것 자체가 이런 개념이 도입된 덕분이다.
그러니, 자기가 이 정도로 프로그래밍 환경을 개선했으니, 더 편한 요행 꼼수를 바라지는 마라~~ 그런 생각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3. 저격총

역시 2차 세계 대전 때.. '시모 해위해'라고 적군 수백 명을 사살한 핀란드의 전설적인 저격수가 있었다.
그는 저격 잘 하는 비결이랍시고 번거로운 조준경 따윈 없는 게 낫다는 말을 씨부려서 다른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지 혼자 시력이 2.0 3.0을 넘기라도 하는지.. 아무도 이해하지도 이행할 수도 없는 비현실적인 조언을 조언이랍시고 진지하게 남겼던 것이다.

하긴, 그 시절엔 레이더도 없거나 뒤늦게 개발됐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 폭격기 조종사 역시 시력이 좋은 게 지금보다 아득히 유리하게 작용하긴 했었다.

이것들은 대단한 일화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 시대 사람들이 오늘날과 같은 급의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요즘 컴퓨터와 운영체제 같은 여건에서 기계어 코딩을 한 건 아니라는 점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지금 자동차나 컴퓨터는 정말 저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호락호락 직접 만지고 고칠 수 있지 않다.

제 아무리 천재 괴수 폰 노이만이라 해도, 그 시절에 컴퓨터라는 건 핵 실험이나 탄도 계산, 일기예보 시뮬레이션을 위한 거대한 계산 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국가 기관· 연구소만의 전유물이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엄청 비싸고 귀하신 몸이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일반 양민들이 개나 소나 그 거대한 컴퓨터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를 살았거나 그걸 예측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컴퓨터 자원에 대해서 극도로 아껴 쓰고 절약하자는 마음이 뼛속까지 몸에 배겼으며, 그런 사고방식이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와 결합했기 때문에 '쓸데없이 어셈블러 따위'라는 갈굼이 나온 것이었다. =_=;;;

지금이야 한낱 작업자의 편의 때문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 때문에라도 프로그래머들에게 고급 툴과 컴파일러는 듬뿍 쥐어 줘야 한다. 폰 노이만이라도 Windows용 exe 실행 파일을 맨땅에서 만들지는 못할 것이며, 근본적으로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키가 3m인 인간흉기 골리앗, 특수부대 할아버지라 해도 현대의 전장에서 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시모 해위해도 기술이 훨씬 더 향상된 오늘날의 저격 소총을 보면 조준경 불필요 소신을 바꾸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전장에서 수백 명의 적군을 조준경 없이 저격 사살하긴 했지만, 그 대신 저격 거리도 km급이 아니고 우리 생각보다 짧았다고 한다(2~300m). 그만큼 더 위험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4. 비행기

20세기 중반의 천조국 기준으로.. 컴퓨터 업계에 폰 노이만이 있다면, 항공 업계에는 '켈리 존슨'(1910-1990)이라는 정말 전설적인 괴수 엔지니어가 있었다.
이 사람은 평생을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이 아니라 비행기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에 뼈를 묻었다. 이 사람도 조종을 안 한 건 아니지만, 평범한 여객이나 군용 조종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기체의 안정성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테스트 파일럿' 명목이었다. ㄲㄲㄲㄲㄲ 즉, 여느 파일럿과는 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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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록히드에서 일하다가 미국의 최신 항공 우주 기술의 산실인 스컹크 웍스의 수장을 역임했고.. 네바다 주에 그 비밀 실험 기지인 AREA 51을 직접 구상하고 만들기도 했다.;;
전투기 P-38, 최초의 제트 전투기 F-80 슈팅스타 쌕쌕이, 마하 2를 최초로 돌파한 F-104, 고공 정찰기 U-2와 SR-71 등..

컴퓨터도, 캐드도 없던 시절부터 이 사람은 인간 컴퓨터나 인간 백과사전이 아니라, 그냥 걸어다니는 풍동 실험실이었다.
"비행기를 이렇게 만들고 날개의 모양과 크기와 각도를 이렇게 만들어서 저렇게 조종하면 실제로 이렇게 날아갈 것이다, 성능과 안정성이 이럴 것이다.. 이 디자인은 요런 비효율과 문제가 있으니 얼추 이 정도로 고쳐야겠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낑낑대며 복잡한 수학 계산을 통해 예측을 했지만, 저 사람은 머릿속에서 직감적으로 바로 시뮬레이션이 됐다.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한 게 굉장히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게 진짜 무서운 면모였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저 괴수는 공기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나?" 하며 혀를 찼다. 이 정도면 비행기의 폰 노이만 급이 아닐지? ㄷㄷㄷ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보잉 사에서 재직했던 '조(조셉) 서터'(1921-2016)도 전설적인 비행기 개발자였다. 보잉 7x7 프로젝트에 모두 관여하면서 짬을 쌓다가 궁극적으로는 747의 팀 리더가 되어 20세기 최대 크기의 전설적인 여객기를 설계하고 개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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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현대의 CPU 설계 중에서는 독보적이고 전설적인 장인 엔지니어가 없나 모르겠다.
CPU는 자동차나 비행기와 달리 애초부터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은 물건이긴 하다만.. 그래도 미시세계에서도 회로를 이렇게 설계하면 발열이나 전력 소모가 너무 심해진다느니, 몇 마이크로초 단위의 손실이 생긴다느니 뭐니 이런 직관이 발휘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08 08:35 2023/03/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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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역본 간의 차이들

1. 변개 유형 (신약)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자가 타 성경에서 변개됐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뉜다.

(1) A형 오리겐 변개(원문)
요한복음 "독생하신 하나님", "아들을 순종치 하니하는 자는"
벧전 2:2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라", 골로새서 "그분의 피로" 삭제 같은 것들.
내용이 차이가 나는 것은 대체로 이 유형에 속한다.

(2) B형 번역 이슈(원어)
이사야서 루시퍼, 사도행전 이스터, 누가복음 갈보리, 요나가 '고래' 배 속, 증인이냐 순교자냐, 지옥이냐 음부냐 등..
같은 원어가 서로 다르게 번역된 것들이다.

(3) C형 후대 본문비평에 의한 변개(원문)
마가복음의 마지막 열두 구절,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 이야기, 요한의 콤마 따위
이건 옛날 사람보다는 웨스트코트-호르트의 기여도가 더 높은 변개이다.
수백 년 전의 옛날 성경에는 심지어 가톨릭용이라고 해도 이 C형 변개가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2. 변개 유형 (구약)

사실, KJV 옹호자/유일주의자들은 구약보다는 신약의 차이점에 관심이 더 많다. 신약이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 위주로 전수되어 왔으며, 본문 계보가 명백하게 이분화돼 있어서 번역의 차이에 앞서 내용의 차이가 더 많기 때문이다.

허나, 구약도.. 맛소라 본문 덕분에 본문의 변개 문제는 덜한 편이지만.. 원어의 미스터리함이 아무래도 히브리어가 그리스어보다 더 심하다. 그래서 번역의 차이로 인한 잡음이 더 많고, 원어 말장난이 틈탈 여지도 더 많은 것 같다.
다음은 내가 당장 기억하고 있는 예시 몇 가지일 뿐이다. 보다시피 숫자가 막 대놓고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다.

  • 4년 뒤 / 40년 뒤에 압살롬의 반역 (삼하 15:7)
  • 3년 뒤에 십일조 / 3일마다 십일조 (암 4:4)
  • 온천 / 노새 (창 36:24)
  • 엘하난이 골리앗? 골리앗의 동생?을 죽임 (삼하 21:19)
  • 요셉에게 색동옷 / 소매 긴 옷 (창 37:3)
  • 그들을 톱으로 잘라서 끔살시켰다 /톱으로 강제 노역을 시켰다 (대상 20:3)

그러니 내가 주장하는 건.. 이게 다 맞을 수는 없고, 그래도 어느 것 하나가 정답이긴 할 거라는 점이다.

3. 의외로 KJV처럼 번역된 구절

한글 개역성경(개역개정 포함)이나 심지어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공동번역 성서는 KJV 유일주의자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아쉽지만 부패한 본문에서 만들어진 변개된 역본이다.
그런데 얘들은 아주 극소수 예외적으로 KJV 스타일로 옮겨진 표현도 있긴 하다. 예전에 이미 했던 말도 있지만.. 복습해 본다.

(1) 개역성경의 경우, 창세기 요셉의 옷이 색동옷/채색옷, 어쨌든 무지개 같은 컬러풀한(창 37:3) 옷이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KJV와 일치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현대의 역본들은 장신구 치장이 잔뜩 달린 화려한 옷, 소매 긴 옷 등으로 표현이 바뀌는 추세이다.

(2) 엡 4:12에서 KJV는 “각종 은사들을 통해서 성도들을 온전하게(perfecting) 한다”고 말하지만, 타 역본들은 성도들을 “준비시킨다”(equip, prepare)고 되어 있다.
이건 마치 마태복음 28:19에서 “가르치는”(KJV) 것과 “제자 삼는”(나머지) 것하고 비슷한 차이점 같다. 의미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엡 4:12의 경우, 개역성경도 의외로 ‘준비시켜’ 대신 ‘온전케’ 한다고 KJV와 동일하게 번역되었다. 이건 원문의 차이점인지, 아니면 색동옷 같은 번역 스타일의 차이점인지 잘 모르겠다.

(3) 다음으로 요 3:36은 “아들을 믿지 않는 자에게 하나님의 진노”(KJV)가 “아들을 순종하지 않는 자”라고 바뀐 걸로 유명한 구절이다. 그런데 얘는 의외로 공동번역 성서도 “아들을 믿지 않는 자”라고 KJV와 동일한 워딩을 했다.

(4) 고후 13:11의 끝인사가 KJV만이 “굿빠이, 잘 있으라, 안녕히 계시오” 등의 작별인사인 farewell이다. 나머지 역본들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거의 다 “기뻐하라”(rejoice)라고 바뀌었다.
우리말 역본 중에서는 심지어 말보회의 한킹조차도 ‘기뻐하라’라고 번역했는데(왜???).. 그런데 공동번역 성서는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farewell이라는 의미로 KJV처럼 번역되었다.

공동번역 성서는 막 원어에 충실하게 번역했다기보다는.. 흐름상 의역을 하느라고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게 아닌가 싶다. ‘믿는 자’ 다음에 논리적으로 ‘믿지 않는 자’가 나오는 게 맞고, 그리고 서신이 다 끝나는 문맥이니 뜬금없이 ‘기뻐하라’보다는 ‘굿바이’가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4. 진짜 어려운 것

유경험자로서 말할는데, KJV는 겨우 -eth, thou thee ye, gay clothing, prevent 같은 유명하고 잘 알려진 고어가 어려운 건 절대 아니다. 그건 그냥 며칠이면 적응되고 익숙해지니 하나도 문제될 것 없고..

진짜 어려운 건 대명사와 도치이다. 길고 복잡한 문장에서 개나 소나 it he 대명사가 너무 많아서 뭘 가리키는지 분간이 안 될 때.. 그리고 복잡한 도치에서 주/객 관계 따지는 게 좀 어려울 수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왕상 3:27 솔로몬의 재판에서도 "저 여자가 진짜 애엄마다" 할 때도 KJV는 그냥 평범하게 her이다.
두 여자 중 누구를 가리키는 her인지를 기계적인 어휘 통사 구조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에 비해, 다른 역본들은 약간 해석을 추가해서 the first woman이라고 써 놓은 편이다.

솔로몬의 재판이야 워낙 유명하고 문맥이 뻔하기 때문에 "아이를 차라리 저 여자에게 주고, 죽이지는 말아 주세요!"가 진짜 엄마인 걸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허나, 그런 유명한 얘기 말고 더 어려운 문맥에서는 대명사 포인터를 역참조할 때 머리에서 쥐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KJV가 그렇게 자비심 없게 번역된 이유는 애초에 원어 원문의 표현이 그렇게 자비심 없고 모호했었기 때문이다. KJV는 표현 추가나 윤문을 극~~도로 꺼리면서, 불가피하게 단어 하나를 추가하더라도 이탤릭체로 티를 내면서 아주 보수적으로 정직하게 번역됐다는 걸 생각해 보자.

5. 고펠나무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는 목재는 무슨 나무일까..??
성경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등장한다. 나는 당연히 전나무, X나무, 포플러나무 같은 친근한 나무 내지 레바논의 백향목, 아니면 출애굽기에서 성막 제조용으로 죽어라고 나오는 시팀나무 이런 걸 떠올렸는데.. 노아의 방주는 그렇지 않더라.

창 6:14에 따르면 고펠나무 gopher wood라고 한다.
그러나 gopher라는 단어는 고유명사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이면서 여기 말고 성경 다른 데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의 내장 사전을 이용해서 성경을 성경으로 풀이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특히 킹 제임스 유일주의 진영에서 좋아하는 방식-- 이 나무의 정체를 밝히는 게 불가능하다.

심지어 킹제임스 흠정역을 출간한 '그리스도 예수안에'에서 편찬한 성경 용어 사전에서도 "노아의 방주를 지을 때 사용한 나무" 이상으로 설명이 더 없다. 다른 표제어들 대비 이상하리만치 풀이가 부실하다.
이건 그냥 통상적인 성서고고학이나 원어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옛날 한글개역 성경은 그냥 '잣나무'라고 했다가 개역개정에서는 '고페르 나무'라고..;;; 음역으로 바뀌었다.
영어는 뉴 킹 제임스에서는 gopher가 단독으로 생산성이 없는 사어라고 간주하고.. gopherwood 한 단어로 붙이는 기지를 발휘했다.;;
현대에는 이게 사이프러스 나무가 아닐까 하는 해석이 등장해 있다(NIV 등). 이건 본문 변개하고는 관계 없고 후대에 와서 등장한 견해이다.

심지어 "노아의 홍수 이후로 멸종하고 현존하지 않는 나무 품종일 것이다",
"애초에 나무 품종 명칭이 아니라 나무를 가공하는 방식의 명칭일 것이다. 혹시 이건 비슷하게 생긴 다른 히브리어 글자의 오기가 아닐까..?? '고페르'가 아니고 '코페르'이면 pitched tree (역청 바른 나무..??)가 된다는데?"

이런 낭설까지 있는가 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건 뇌피셜이 지나친 것 같다. 나는 성경 본문을 교정하는 정도로까지 선을 넘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렇게도 킹 제임스 킹왕짱을 주장해 온 럭크만의 주석서에는 이 구절에 대해 뭐라 해설하고 있는지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참고로 이 gopher는 북미 다람쥐 동물이나 컴퓨터 고퍼 프로토콜과 스펠링이 우연히 같지만 이들과는 어원상 서로 전혀 무관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05 08:35 2023/03/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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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목에는 KJV 유일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특정 역본을 옹호한다기보다는.. 무오류한 역본 하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더 원론적인 사실"에 대한 변증 위주이다.

1. 언어 관련

과거에 하나님은 친히 인류의 언어를 혼잡하게 해서 언어와 문화, 민족 구분을 만들었다. 인간들을 강제로 찢어 놓고 파편화시켰다. 인류가 한꺼번에 동반 타락하는 것을 막고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심판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훗날, 언어와 민족의 구분 없이 한 가족인 교회라는 것이 태동할 때는 하나님께서 제일 드라마틱한 기적이면서 사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기도 했던 외국어 구사 표적을 주셨다.
그리고 알아듣지 못하는 타 언어 때문에 교회에 혼란이 야기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절대로 아니라고 고린도전서에서 거듭 강조하셨다. 세례/침례 문제와 비교하면 대략 이런 관계이다.

  • 스스로 자기 믿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유아나 어린아이에게 침례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하물며 침례도 아닌 세례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 통역 없이 교회에서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가 공석에서 남발되는 것은 옳지 않다. 하물며 외국어도 아닌 날랄랄따따 잡소리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는 '원어'에 대한 동경, 환상이 있다. 하나님께 다이뤡트로 내리꽂혀진다는 하늘의 신비로운 언어, 천상의 기계어 어셈블리어뻘..???? C/C++ 고급 언어 짜끄레기나 구사하는 자기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언어라고 말이다.

그게 말은 방언 기도(하나님에게 직통 전달되는 =_=;; )요, 글은 도대체 실체는 모르겠지만 original 원어 원문 성경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이 hoax, myth라고 생각한다. 성경의 기독교는 "죽은 사람 갖고 장난치지 않으며 일체의 뒤끝이 없다(하늘 아니면 지옥.. 끝!)." 그리고 비슷한 차원에서, 무슨 신비로운 언어 주술 주문 말장난질이 없다.

하나님이 언어와 민족 구분을 만드신 것은 인간을 '배려해서'이지, 그런 언어 접근성으로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정말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이고 인간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는 구약 시대에 하나님이 유대인에게는 성문법인 율법을 주시고 이방인에게 양심의 법을 주셨다고 해서 이게 민족별로 개인 구원 접근성에 대한 차별은 절대 아닌 것과 같다. 유대인은 하나님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큰 특권을 받은 대신에, 법을 어겼을 때의 처벌과 책임도 더 컸다. 마음속에만 있는 양심의 법의 물리적인 근거· 실체가 율법이라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논리로.. 하나님께서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다음으로 영어로 된 최종 권위 성경을 하나 남겨 주셨다고 해서 이것이 영어 모국어 화자에게만 불공평한 특혜를 제공한 게 아니다. 관점을 좀 달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기왕 이렇게 민족과 언어가 다양하게 찢어진 와중에, 총체적인 무질서를 막기 위해서 기준 하나를 제정하신 것 자체를 나쁜 조치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정말 만에 하나 불공평한 특혜라고 해도.. 지금 죽은 언어인 원어 공부한 신학자들에게만 불공평한 특혜를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세상에서 제일 접근하기 쉽고 대중적인 외국어인 영어에다가 특혜를 주는 게 훨씬 낫고 '덜' 불공평하다.

2. 비유

(1) 죽어서 지옥 간 사람이 지옥에서 살아 나와서 막 증언을 하고 "지옥은 정말 있어!! 니들은 정말로 지옥 가면 안 돼!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 돼..!!" 이렇게 증언을 하면 사람들이 말을 좀 들을 것이다.
→ 그러나 성경의 답은? 눅 16장 끝부분

(2)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나고 신자들의 휴거까지 목격하고.. 반대로 초자연적인 재앙까지 겪으니 그때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성경 읽고 왕국 복음에라도 순종할 생각을 할 것이다.
→ 그러나 성경의 답은? 계 9:20

(3) 옛날의 히브리어 그리스어 쓰던 사람이 살아나서 우리에게 "어 이건 이런 뜻인데?" 교통정리를 해 주면 성경 번역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될 것이다. 현지인이 깡패 아니겠나?
→ 과연?? 성경의 답은??? @@@

(4)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왜 내게 '아버지를 보여주소서?' 이렇게 따지느냐?
→ 킹 제임스 성경을 본 자는 이미 원어 원문 성경을 보았거늘.. (이하생략)

(5) 계시의 확대

  • 예수님이 사도들이 죽기 전에 다시 오실까? (초대 교회 시절)
    → 예수님이 일곱 교회 경륜까지 다 찍고 나서 21~22세기쯤엔 오실까? (현재)
  • 교황은 바로 그 적그리스도일까? (중세 유럽 종교개혁자들의 생각)
    → 교황은 미래 진짜 적그리스도의 짝퉁 예시 모형인 걸까? (현재)
  • 영국에서 성공회와 청교도를 중재하기 위한 단일 성경 (1600년대 당시)
    → 영어로 완벽하게 보존된 최종권위 성경 (현재)

성경 역본 문제에 대해서 성경의 비유를 적용해서 생각하면 이렇다는 뜻이다.

3. 임의성

성경 기록이란 건 증명 없이,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토 달지 말고 신자가 맞춰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심각하고 민감한 텍스트이다.

가령, 창세기 1장의 6일 창조 진술 중 둘째 날엔 다들 아시다시피 "보기 좋았더라"가 유일하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둘째 날에는 뭔가 안 좋은 게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보기 좋았다는 말을 넌지시 생략하셨구나, 저 바닥엔 여전히 사탄 마귀 잔당이 있고 악이 있구나" 이렇게 유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변개되고 삭제되어서 없는 거면 논리가 정반대로 바뀌어야 된다~!!
"변개된 성서에서는 이 구절에서 '보기 좋았더라'를 고의로 삭제함으로써 재창조니 어쩌구니 하는 이단 교리가 들어올 빌미를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 풀이해야 된다. 어느 게 맞는지를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

성경에 원래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에 따라 우리가 까라면 까로 논리를 맞춰야 된다는 거다. 성경 말씀은 전적으로 하나님 마음대로 "임의적"이기 때문에..
그런데 성경이 내용이 다르고 표현이 제멋대로인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그저 "여기서는 삭제됐지만 다른 구절에는 유사 내용이 있으니 상관없다", "아 그건 후대에 추가된 거고 오래된(???) 사본에는 없다", "원래 인간이 기록한 것이다 보니 오류가 좀 있을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이건 내 성질 같았으면 너무 답답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죽빵이라도 날리고 싶은 사항이다.. ㅡ,.ㅡ;;

세상에서는 인간이 제정한 법조문을 갖고도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삭제되는 걸 반대하고 투쟁한다.
"A와 B 중"이 "A와 B 등"으로 바뀌어서 뉘앙스가 달라진 걸 귀신같이 간파해서 반대파를 반박하고 버로우 태운다.
그런데 성경은 큰 뜻만 통하게 대충 아무렇게나 만들어져도 괜찮다?

세상에서 맛집을 고르고 물건을 살 때도 같은 값이면 무조건 상태가 더 좋은 걸 고르는데.. 성경에 대한 관념이 무덤덤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 사람에게 성경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굳이 최선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4. 불신자에게도 100%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논리

뭐~~ "킹 제임스 떠드는 신자들도 행실이 개판이더라, 말보회가 이단이더라, KJV 쓰는 교회들 중에도 이단 많다"
이런 쓰잘데기없는 소리들이 도대체 왜 나오는 건지 난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킹 제임스 성경을 거부하는 논리들을 보면.. "기성교회 vs KJV" 대신에 "불신자 vs 기독교/교회/예수"라고 치환만 하면 완벽하게 동일한 패턴이 많다.

예: 조선 시대 사람들은 다 지옥 갔나, 이 순신, 세종대왕도 다 지옥 갔나
→ 킹 제임스 이전엔 무슨 성경 썼는데? 한킹 나오기 이전에 주 기철 목사도 다 잘못됐나

지금 도대체 옛날 사람 얘기가 왜 나오는데?
난 그런 사람들이 애초에 예수 왜 믿는지, 교회는 왜 다니기 시작했는지 진지하게 궁금하다.
예수 말고 다른 구원의 길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종교(편의상의 표현)에서..
그렇게 쓰여 있는 성경이 한 종류만 맞고 나머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다 틀렸다고 말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 "죄인을 불러 **회개케 하러** 왔노라"
  • "부활의 날에는 그 여자는 칠형제 중 누구의 아내가 됩니까?"
    → "부활의 날에 **그들이 다 깨어나면** 그 여자는 칠형제 중 누구의 아내가 됩니까?"
  • "형제에게 화내는 자마다"
    → "형제에게 **이유 없이** 화내는 자마다"

아멘???

당연히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지.. 무인도나 감옥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무 성경이라도 선택의 여지 없이 봐야 한다면 개역이니 NIV니 심지어 메시지니.. 따질 때가 아니다.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을 지경이라면 풀뿌리라도 뜯어먹고 쥐나 벌레라도 먹어야 하지 않는가?
옛날에 그 가난하고 열악한 여건에서 개역이라도 열심히 읽었던 선조들은 그 사람 사정이 따로 있고 우리는 처지가 그때와 다르다.

하지만.. 변개된 성경과 변개되지 않은 성경을 대놓고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고 팩트와 정보가 다 마련돼 있는데 굳이 변개된 성경을 고의로 선택할 필요는 없다.
본인은 위쪽 같은 성경을 보기 싫고 아래쪽의 온전한 말씀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둘 다 옳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멘~! ^^ 대한민국이 아무리 물가가 올라서 먹고 살기 힘들기로서니, 풀뿌리나 쥐나 벌레를 찾아 먹어야 할 지경은 아니니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02 08:35 2023/03/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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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머리의 명칭

행정구역부터 살펴보면..
  • 반장? 통장?: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주민등록 옮기고 전입신고를 하고 나니 실거주 중인지 인증 연락이 이 계층의 사람에게서 오더라. 이건 월 몇십만 원 남짓한 거의 용돈 받는 파트타임 알바 급의 존재감인 걸로 안다.
  • 마을 이장, 동장: 역시 현실에서의 존재감은 잘 모르겠다. 여기까지는 그냥 임명직이다. 동사무소, 주민센타, 행정복지센타.. 이런 이름은 좀 그만 바꿨으면 좋겠다.
  • 구청장: 구의 대표만 어째 '청'짜가 붙어 있다.

  • 시장, 군수: 여기부터는 선출직. 또한, 평범하게 '장' 접사만 붙는 건 시장이 마지막이다. 군은 어째 '수'가 붙어 있네?
    서울특별시장은 다른 시장/군수, 심지어 도지사보다도 서열이 더 높다고 한다.
  • 도지사: '지사'라는 유니크한 명칭이 등장한다. 미수복 영토인 황해도,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에 대해서도 명목상으로나마 도지사를 두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북5도청이라는 이름의 관청도 있다.

그 다음 마지막 최종 보스가 대통령이다.

  • 우리나라는 연방제 급의 지방자치를 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작은 관계로.. 여전히 중앙 정부의 입김이 압도적이다.
  • 우리나라는 부통령이 없는 대신, 국무총리가 비중과 권한이 크다. 그러니 이 사람이 대통령 권한대행도 맡는다. 부통령은 리 승만 1공화국 시절에만 있었다.
  • 사실, 입헌군주제에서 얼굴마담 군주를 대신해서 실질적인 정치를 하는 그 무언가는 prime minister '수상'이라고 불리는데, 이 직함이 '총리'라고 번역되기도 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쟈파, 일본에서 아베나 고이즈미 같은 사람 말이다.

이렇게 명칭을 늘어놓아 보니,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직함명이 단순 '-장' 이상으로 굉장히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교장, 사장, 회장 같은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 정부 기관들은 '-청'자로 끝나다 보니 '-청장'이라는 명칭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구청장뿐만 아니라 병무청장, 기상청장, 경찰청장 등..
  • 촌장, 추장은 전근대 시절을 다루는 외국물 번역 용도로만 쓰이는 용어인 것 같다. 특히 추장은 문명화되지 않은 부족의 우두머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인디언..??
  • 그리고 '총'자. 대학교의 우두머리는 교장이 아니라 총장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한국 은행은 행장이 아니라 총재..;;
  • '총통'은 앞서 언급했던 대통령과 총리가 결합된 엄청난 타이틀이다. 장 제스나 히틀러 같은 외국의 독재자에게만 쓰이곤 했다.

조선 시대의 관아는 주민센타 겸 지방 법원 겸 경찰서 통합이었는가 보다. 하긴, 거기 가서 곤장도 맞고 오니까.. 사또 내지 원님도 행정과 사법이 통합된 그 무언가였던 듯하다.

"당신을 XXX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모든 증언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가 아니라..
"네 이놈, 죄인은 오라를 받으라~! 니 죄를 니가 알렷다~!! 죄를 이실직고할 때까지 죄인을 매우 쳐라!!!" 이러는 게 참 화끈하긴 했다. =_=;; 명칭부터가 경찰이나 공안이니가(두루 살핀다, 공공의 평안을 도모함) 아니라 포도청.. 도적 잡는 관청이라는 뜻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8 08:35 2023/0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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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다음으로는 오랜만에 호박 차례이다. 호박 호박, 호박~~~ 호~~~~~박..!!
사 먹은 거, 직접 키운 거, 그리고 호박에 대한 보편적인 얘기들을 차례로 늘어놓도록 하겠다.

1. 먹은 호박

늙은 호박이 제철이던 작년 가을엔 그냥 집 근처 채소 가게에서도 지름이 35cm를 넘는 거대한 호박.. 무게가 거의 10kg, 개당 2~3만 원에 달하던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것들은 집에 두 달 정도 놔 두다가 잘 쪼개서 먹어 치웠다. 과육과 씨 모두 상태가 양호하고 맛도 달콤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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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건 지난달 말과 이 달 초에 먹은 호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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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이 초록색, 속이 주황색인 호박은 품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호박도 아니고..;;
초록색 호박은 일반적인 누런 늙은 호박보다는 내구성이 부족한 것 같았다. 보관한 지 3개월쯤 되니 꼭지 부위부터 물러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즉시 도축을 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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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품종에 따라서 과육과 죽의 색깔도 살짝 차이가 나더라. 무슨 물감 같다^^
맛은.. 초록색 말고 누런 늙은 호박의 노란 죽이 더 달콤하고 좋았다.

뭔가 유월절 어린양을 잡는 심정으로 호박을 쪼개고,
서예에서 먹 갈듯이 인격 수양하는 마음으로 호박 껍질을 깠다.
호박죽이 완성되는 건.. 뭔가 끓는 물에 돌아가셨다가 3분 만에 부활한 라면교 교주를 영접하는 순간 같다~~ ㅋㅋㅋㅋㅋ

2. 키운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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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년 10월 말.. 날씨가 추워져서 야외에서 개인적으로 키우던 호박들이 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수분돼서 맺히던 열매를 따서 먹은 것이다. 아주 파릇파릇한 애호박이니 열매 내부에 씨는 거의 생겨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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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지난 1월 말에 수분이 성공해서 실내에서 맺히기 시작한 단호박이다. 수분된 지 1주일 정도 지난 모습인데, 지금은 이때보다 색깔은 더 짙어졌지만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귤 내지 양파 정도 크기가 됐다.
그 반면, 오른쪽은.. 암꽃이 피긴 했지만 하필 주변에 수꽃이 없어서 수분되지 못하고 그냥 떨어진 호박 씨방이다. 아까비~~~

암꽃이 꽃가루를 받지 못하면 꽃이 시든 뒤에 씨방도 쭈글쭈글 말라 비틀어지고 떨어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얘를 미리 잘라서 씨방 위에 붙어 있던 꽃잎을 떼어내니, 암술은 여전히 붙어 있다. 이거 무슨 기계 부품을 분리한 것 같다.. ^^

호박 씨방이 요렇게 된 모습도 볼 일이 매우 드물 것이다.
아아~ 저 노란 암술 소켓에다가 수꽃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주면.. 꽃가루에 담겼던 유전자 정보가 저 씨방 안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정자 중에 단 하나만 난자와 합체를 하는 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중에 암술과 꽃잎 같은 부속품은 몽땅 떨어지고 없어지지만, 저 씨방은 그대로 부풀고 자라서 먹음직스러운 호박이 된다. ^^ 호박에서 북극의 꼭지 말고, 아래 남극의 배꼽 같은 부위는 과거에 꽃과 암술이 붙어 있던 자리라는 뜻이다~!!

호박은 충매화에 속씨+쌍떡잎식물이고 씨방이 꽃잎의 안이 아닌 밖에 있고,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덩굴식물이다.
살다 살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검색해 보게 됐다.
20여 년 전, 철도가 내게 학창 시절에 정말 싫어했던 역사· 지리 과목에 통찰을 주었다면..
호박은 학창 시절에 과학 과목 중에 제일 싫어했던 생물-_-에 통찰을 주고 있다. ^^

오른쪽의 저 씨방이 암술이 수분됐으면 왼쪽처럼 됐을 것이다.
피지 못한 왼쪽 씨방도 썩혀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엔 아까우니 내가 생걸로 그냥 꿀꺽 먹어 버렸다.
쟤도 콩알 같은 애호박이나 마찬가지이니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 이름을 애플이라고 안 짓고 펌킨이라고 지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_=;;;; ^^

3. 벌레

애호박 말고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은 내부 중심부가 막 깔끔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축축하고 걸쭉한 주황색 펄프들이 가득하고, 거기에 씨들이 매달려 있는 게 무슨 저그 건물 내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_=;;

그런데 호박이 그 상태로 오래 방치되면 씨들이 그 내부에서 스스로 싹이 나 버리기도 한다.
적당히 따뜻하고 축축하고 주변에 양분이 많다는 조건이 맞아서 발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은 온통 깜깜한 암흑천지일 것이고 뿌리 내리고 잎을 낼 만한 곳은 없다.
그러니 그 싹튼 줄기는 허연 콩나물 신세를 면치 못하며, 얼마 못 가 죽어 버린다. 흠..

어째서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걸쭉한 주황색 펄프로도 모자라서 씨가 콩나물처럼 돼 있는 모습도 약간은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내부 발아한 호박씨보다 더 징그러운 건.. 호박 내부에 구더기들이 들끓는 것이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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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표면에 아직 초록색이 남아 있고 표면이 유난히 오돌토돌한 게 좀 독특했는데.. 썰어 보니 ‘호박과실파리’ 구더기들 수십 마리가 중심부를 점령해 있었다.
이놈은 박과의 식물의 암꽃 안에다가 알을 까는가 보다. 그러면 열매가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중심부는 애벌레들이 파먹으면서 차차 변질되고 썩는다. 그래도 얘의 경우, 겉의 과육에는 그닥 피해가 없어서 대부분의 부위는 여전히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구더기에게 점령당한 호박 파편은 곱게 땅에 파묻기만 하는 식으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걔네들이 정상적으로 번데기를 거쳐서 성충으로 자라 버릴 테니, 번거롭더라도 불이나 펄펄 끓는 물로 파편을 처리해서 유충을 박멸해야 한다.

4. 보석 호박과의 오해

흔히 늙은 호박은 출산 후 붓기의 해소에 좋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산후부종의 호박과 남과의 오용에 대한 문헌고찰" (안 상영 외, 한국 한의학 연구원) -- 대한한의학 방제학회지 제17권2호, 2009
요 논문에 따르면, 출산 후 붓기를 해소하는 데 효능이 있는 약재로 전통적으로 알려진 것은 늙은 호박이 아니라...;; 동음이의어인 보석 호박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훗날 채소 호박으로 와전된 거라고.. 엥...????
이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현직 한의사가 건강 칼럼을 언론에다가 기고한 것도 몇 건 검색되어 나온다.

일단 동의보감에는 채소 호박이 절대 등장할 수 없는 게.. 그때는 조선에 호박이라는 채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최소한 널리 보급되고 효능이 검증되기 전이다.
그런데 송진을 굳힌 보석 호박은 먹기는 어떻게 먹는 거냐..?? 달여서 먹나..?? 헐?? 좀 의외다.

5. '후박'과의 오해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와 호박엿이 유명하다.
근데 이것도 호박엿이 아니라 원래는 후박엿이다. =_=;;
울릉도에 후박나무라는 게 많이 났다. 이 나무의 진액과 열매가 무슨무슨 효능이 있는 한약재이고, 이걸 넣어서 엿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박씨 성을 나타내는 친숙한 한자 朴도 저 '후박나무 박'이다~!! 큼직한 과채류 박꽈 할 때의 박이 아니다. 그 박은 한자가 없는 순우리말이다.
근데 이게 소리가 와전돼서 호박엿이 돼 버렸고.. 이제는 울릉도에서도 원래 만들던 후박엿 대신, 진짜 호박을 집어넣은 호박엿을 팔게 됐다고 한다. 마라도에서 웬 뜬금없는 계기로 짜장면 장사를 하게 된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_=;;

뭐든지 호박으로 와전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호박이 들어간 엿 말고 떡이야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까..
우리 모두 호박 많이 사서 관상용으로 놔두고, 먹기도 많이 먹자~!! ^^
꼭 저런 게 아니어도 호박은 그냥 보기에 좋고 몸에도 좋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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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보너스.
이건 요 최근에 포천에 있는 '왕뎅이선생'이라는 한정식 식당에서 너무 반가운 아이들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음식과 별개로 식당 주인이 호박 농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인맥이 있는가 보다. 난 지름신이 당연히 강림하여 두 덩이를 사 왔다. ^^

호박이 폭삭 늙어서 색이 누래진 걸로도 모자라서 표면에 흰 가루 같은 것까지 앉는 건 아주 좋은 징조이다. 이래서 호박한테만 '늙은'이라는 수식어를 쓰는가 보다. 이건 사람의 흰머리만큼이나 영예로운(?) 변화이다.
그 반면, 파릇파릇 초록색이어야 할 호박 잎에 흰 가루가 끼는 건 병이며,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런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5 08:34 2023/02/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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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특성

오늘은 오랜만에 돼지 이야기를 좀 하겠다.
호박은 개인적으로 직접 키우기도 하니 이 블로그에 올릴 이야깃거리와 실물 사진이 종종 새로 생긴다. 그러나 멧돼지는 내가 직접 보거나 키우지 못하는 녀석이니 사육 근황을 올릴 것도 없고, 돼지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밖에 늘어놓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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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울나라 축산 과학원에서 지난 2008년에 한국 토종 흑돼지를 유전자 차원에서 복원해 냈다는 '축진참돈'이라고 한다. (축산업을 진흥하는 진정한 돼지) 돼지가 어째 저렇게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예전에 했던 얘기도 있지만, 도야지는..

- 흔한 통념 정도처럼 뒤룩뒤룩 살 찌고 비만이 심하거나 불결한 동물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잡식성으로 이것저것 아무거나 '돼지 같이' 잘 먹는 건 사실이다.

- 번식력이 탁월해서 한 번에 새끼를 무려 10마리 가까이 낳는다. 10여 년 전, 국내에서 구제역 때문에 돼지를 씨를 말리는 수준으로 살처분했어도 개체수가 곧 원상회복됐다. 그리고 코끼리나 코뿔소나 호랑이 말고 야생 멧돼지가 멸종 위기라는 말은 내가 딱히 들어 본 적 없다.
뭐, 멧돼지를 걱정 말고 안심하고 잡아 죽이고 학대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돼지류가 생존력과 번식력이 타 동물들의 평균 이상이란 건 엄연한 사실이다.

- 얘들은 신체 구조상 고개를 위로 들지 못한다. 평생 하늘을 영영 못 본다고 한다. 근데 돼지만 이런가..???

- 더울 때 체온 유지하려고 개가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거린다면(땀을 못 흘림).. 도야지는 진흙 목욕을 즐긴다.

- 지능이 높다. 사람 기준으로 IQ를 매기면 약 80 정도에 해당되며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능이라든가 냄새 맡는 성능은 개보다 더 나으면 낫지 못하지는 않으며, 헤엄도 잘 친다. (성능이라고 하니까 무슨 동물보다는 기계 같네..^^ 낡은과 늙은의 차이처럼.)
돼지 박물관에 가 보니 관람객이 우리 쪽에 접근만 하면 먹이 주는 줄 알고 다들 바싹 몰려와서 기다리는 게.. 굉장히 웃겼다.;; 이런 것도 돼지에게 지능과 학습 효과가 있으니까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 단, 높은 지능과는 별개로, 고집이 굉장히 세고 말 그대로 '저돌적'이고..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질러대고 주둥이로 무언가를 계속 파헤쳐서 탐색하거나 섭취하려는 본능은 어찌 못 한다. 개와는 달리 체계적인 훈련이 배변 말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도야지가 가축을 넘어 애완용으로 그닥 대중화되지 못하는 주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워낙 빨리 자라서 사람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너무 크고 무거워진다는 문제도 있고 말이다.

- 하긴, 도야지는 소리도 별로 이쁘지 않다. '꿀꿀'은 굉장히 왜곡 미화 보정된 의성어일 뿐이며, 현실에서는 '꽥꽥 끼엑~~' 진짜 돼지 멱따는 소리에 가까운 괴성이다.

- 돼지의 장기는 크기가 좀 크다는 점만 빼면 놀랍게도 인간과 아주 흡사하다. 즉 돼지 배를 갈라서 본 것과 사람 배를 갈라서 본 것이 거의 똑같댄다. 그러니 장기 이식 수술 같은 거 실험 실습을 돼지를 상대로 한다.
옛날에 단두대가 발명되던 당시에 임상실험=_=도 돼지를 상대로 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그렇지는 않고 양 시체를 갖고 했댄다.

- 시커먼 털에 엄니도 달린 멧돼지랑.. 털 없는 집돼지는 아종 수준의 바리에이션일 뿐이며 서로 교잡 가능하다. 유전자가 서로 "호환"된다.
밤에 야생 멧돼지 수컷이 돼지 농장 축사에 몰래 침입해서 거기 암퇘지와 짝짓기를 하는 바람에 멧돼지와 집돼지 잡종이 뜬금없이 태어난 경우도 있댄다. 털은 시커먼 멧돼지 같은데 코나 귀 모양은 집돼지 같은 '집멧돼지'랄까. 새끼가 태어난다니 일면 좋지만, ASF 방역의 입장에서는 이건 굉장히 위험천만한 현상이긴 하겠다.

- 새끼들을 잔뜩 데리고 다니는 성체 멧돼지는 100% 무조건 암컷이다. 수컷은 짝짓기 때만 암컷을 찾아왔다가 그 뒤로는 혼자 유유자적 한다나..??

- 소는 가죽이 유명해서 자동차 시트나 구두를 만들 때 쓰이는 반면, 돼지는 털이 유용하게 쓰인다. 과거엔 칫솔을 비롯한 각종 브러시류들이 돼지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 멧돼지는 주둥이가 깡패이다. 두더지는 앞발로 땅을 파고 말은 뒷다리로 걷어차는 위력이 괴수인 반면, 멧돼지는 코를 벌름거리는 주둥이로 냄새도 맡고 땅도 파고 들이받기 공격도 한다.
앞의 사냥개를 주둥이로 턱 후리자 사냥개가 그냥 공중으로 붕 날아가서 근처의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일화도 있다. 덩치 큰 수컷 성체 멧돼지의 경우, 주둥이로 1톤에 가까운 힘까지 낸다고 한다. 굳이 엄니가 없어도 매우 위력적이다.

- 야생 성체 멧돼지는 뱀을 가볍게 잡아먹을 수 있다. 독사가 물어 봤자 돼지의 두꺼운 가죽과 지방층을 뚫을 수 없기 때문에 독이 혈관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DMZ wild인가 거기 다큐 프로를 보니, 멧돼지가 뱀을 그냥 국수 면발 흡입하듯이 후루룩 잘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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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좁은 농장 축사에서 꼼짝달싹 못 한 채 사료와 항생제 떡칠이 돼서 딱 6개월 동안 몸집만 키우다가 바로 도축되는 식용 돼지랑..
허기진 채 황량한 야산을 방황하다가 인간들 주거지에까지 내려와서 날뛰던 끝에 사살되는 멧돼지..
누가 그나마 더 나은지, 누가 더 가련한 처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ㅠㅠㅠ

(2) 구제역은 뭐고 ASF(아프리카돼지열병)는 뭔지 모르겠다. 모두 사람에게는 무해한데..
구제역은 돼지뿐만 아니라 소도 영향을 받는 반면, ASF는 돼지 전용인 듯하다. 구제역 시절엔 야생 멧돼지를 잡네 마네 하는 얘기는 없었는데 말이다.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 가격이 8천 원 남짓이던 시절이 그립다.;;

(3) 민가에까지 내려오는 멧돼지는 진짜 첩첩산중에서 사는 다른 멧돼지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도태된 놈이라고 그런다.
인간이 자꾸 산 깎고 도로 닦고 집을 지으니 멧돼지가 살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얘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겠다.

(4) 멧돼지를 하도 많이 잡아서 이제 2020년대쯤부터는 서울 시내에서는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뉴스 보도가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가을쯤에 오동 근린공원(북서울 꿈의 숲 일대)에서 멧돼지가 발견됐고 엽사가 잡으러 나섰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크게 탔었다. 하지만 그 뒤로 잡았다는 소식은 없고 그대로 허탕친 것 같다. (☞ 링크) 얘는 애초에 전국구 뉴스가 아니어서 유튜브에 딱히 동영상 보도 자료도 없다.

그 뒤 2022년 8월경엔 멧돼지 한 마리가 불암산에서 내려와서 중계동의 어느 은행 ATM 부스에 들어갔다가 갇혀서 사살됐다. (☞ 링크)
에휴, 들어간 거면 들어간 거지 뭐 ‘돌진’이냐.. 대놓고 사람을 해친 것도 없구만 괜히 쓸데없이 애꿎은 멧돼지를 완전 상종 못 할 위험한 괴수로 프레임 씌우려고..;;
서울에 아직 야생 꿀꿀이 도야지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에는 창덕궁 후문에서 또 멧돼지가 나타나서 포획됐었으며, 올해 1월 5일에는 부암동 길거리에서 큼직한 놈이 하나 길거리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5) 그런데 지난 여름에 옥천에서는 밭을 보호하고 멧돼지 잡으려고 설치한 전깃줄에 정작 전깃줄을 설치한 당사자와 딸 두 명이 나란히 감전사하는 안타까운 참변이 발생했다.
그리고 엽사가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하고 쏴 죽이는 사고도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무려 세 번이나 났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깜깜한 밤에 혼자 사냥개의 도움 없이, 열화상 카메라도 없이 그냥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는 쪽으로 냅다 총질을 한 듯하다.. 이거 무슨 군대에서 미사일 쏘는 것도 아니고..  -_-

두 건(7월 말 양산, 11월 서산)은 피해자가 근처의 동료 엽사였지만 다른 하나(4월 말)는 정말 뜬금없이 으슥한 북한산 기슭에서 잠시 소변이나 보던 택시 기사였다..;; 가해자는 징역은 아니고 금고형을 1년 8개월 남짓 선고받았다.

(6) 독일 사람인지...??
시골에서 방목하며 키우는 멧돼지만 전문적으로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풀밭을 날뛰고 진흙 목욕을 즐기고 나뭇잎을 뜯어먹는 도야지...
우왓.. 이거 뭐야.. 바로 구독 누르고 즐겨찾기에 추가했다. (☞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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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난 돼지가 좋고 멧돼지가 좋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민가에까지 내려왔다가 인간의 손에 장렬히 산화했느냐? 흑흑.. 슬프다. 시골에서 내가 입양해서 키우고 싶기도 하고.. 아들 청년 압살롬을 잃은 애비 다윗의 심정이 이러했을 것 같다.
시내나 건물 안에서 날뛰는 멧돼지 쟤들도 대체로 겁 먹은 공황 상태이거나, 아니면 너무 배고파서 자포자기 이판사판이어서 자제력을 잃어서 사고를 치는 것이다. 여러 모로 가련한 상태이다.

난 산에서 멧돼지한테 공격 당해서 다친다 해도 이건 영광스러운 상처이지, 신고하지도 않고 그 돼지한테 책임을 묻지도 않을 것이다.
아 물론 다른 사람을 해친 멧돼지를 포획하는 걸 개념 없이 반대하고 막지는 않는다.
예전에 왜.. 어느 초딩을 공격한 정도를 넘어 아예 잡아먹으려 했던 그런 개는 당연히 안락사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인서울에서 멧돼지 다음으로 웬 너구리들이 주변 사람들을 공격해서 다치게 한다고 하니, 멧돼지만 잡는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닌 셈이다.

(8) 성경에도 멧돼지가 나오긴 한다. 시 80:13에서 딱 한 번.. 아가서에서 나오는 여우(아 2:15)와 더불어, 농작물을 망치는 유해동물의 양대산맥이다. ㅋㅋㅋㅋ
그래서 종교 개혁 당시에 교황 레오 10세는 루터를 저 구절에서 모티브를 따서 멧돼지 같은 놈이라고 디스했었다.
고매하신 교황 성하께서 쌍욕을 직설법으로 퍼부은 건 아니고.. "주여.. 주의 포도밭을 웬 숲속의 멧돼지들이 파괴하려 하나이다~~ㅠㅠㅠ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시편 22편 12~13 같은 분위기 나게.. =_=;;

아울러, 베드로가 본 행 10:12의 보자기 환상에는 도야지도 당연히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일어나 잡아먹어라~!!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니가 감히 속되다고 판단하지 마라!!" ^___^
돼지를 잡아먹을 땐 잡아먹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엔 최대한 잘 먹이고 잘 대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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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흔히 도토리가 다람쥐의 먹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다람쥐보다도 도토리를 더 좋아하는 동물은 돼지이다. 멧돼지도 포함..
멧돼지가 자꾸 인간 거주지로 내려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산에서 산나물이나 도토리 같은 걸 더욱 무단 채취하지 말아야 한다. 추운 겨울에 야생동물들이 먹어야 할 먹이를 빼앗지 말라~!!

임산물의 무단 채취는 국유림이건 사유지이건 불문하고 형사 처벌될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과태료이겠지만, 상습· 조직적으로 대규모로 했다면 징역· 벌금 급으로 갈 수도 있다. (산림보호법 제54조,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 의외로 처벌이 세다.
이건 실수로 낸 산불보다도 형량이 더 세다. (동법 제53조,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물론 일부러 불지른 방화 산불의 형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러니 산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쓰레기 투기 금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취사 금지, 무단 경작 금지에 이어 '임산물 채취 금지'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가 규칙인데, 어떤 곳에서는 "야생동물의 먹이를 빼앗지 마시오"라니 참 가지가지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2 08:35 2023/0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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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 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손 원일 제독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해군 병 출신인 부친으로부터 참 부담스러운 이름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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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원일은 독립운동가 겸 대한민국 초대 해군 참모총장.. 그야말로 해군의 창설자 내지 아버지다. ㄲㄲㄲㄲㄲ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저분은 투스타 신분으로 미국 가서 극한의 심리전 흥정 딜을 벌여서 가격을 후려친 끝에 각종 군함과 무장을 똥값 헐값에 도입해 온 에피소드를 아실 것이다.

이런 준비 덕분에 6 25 사변 초기에 울나라가 본토에서 참패와 후퇴가 이어지던 동안, 바다에서는 대한해협 해전에서 대승해서 북괴의 내륙 침투를 저지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전쟁 내내 재해권은 우리 아군이 차지할 수 있었다.


이분은 해군 사관학교를 나와서 저 손 제독처럼 해군 장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우수한 성적과 근무 실적으로 진급도 금방 금방 하면서 아주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2010년의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싹 바뀌게 되었다.

이거 무슨 인디애나폴리스 호 피격의 조선판도 아니고.. 패잔병, 패장, 임무 소홀/실패..?? 함장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제일 나중에 정당하게 구조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세월호 선장마냥 혼자 빠져나왔다는 식의 망발.. 정말 말도 안 되는 개 헛소리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했다.

그는 이 정신병자 미친놈들을 몽땅 다 소송으로 대응해서 참교육 시켰다. 전우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 인생 최대의 과제가 돼 버린 것이다.
특히 지난 2021년 6월에 휘문고의 어느 또라이 교사를 데꿀멍 시킨 일화가 유명하다. 저분은 2021년 2월에 대령 진급과 함께 예편했으니, 저건 민간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졌던 일이다.

2.
지난 2002년엔 아폴로 계획 자작극 음모론자이던 어떤 스토커가 무려 11호 승무원 출신인 버즈 올드린(닐 암스트롱 다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어그로를 끌었다. “당신이 달에 진짜로 간 거면 어디 성경책에다 손 얹고 맹세해 봐라~ 용용~ 이 거짓말쟁이 사기꾼놈아!” 이랬다.

허.. 올드린은 11호 착륙 당시에 “저희는 달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지구의 각지에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은 하시던 일을 잠시만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심사숙고하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감사’를 같이 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이었다.

1948년 울나라 제헌국회 때 리 승만 의장이 애드립으로 감사 기도 요청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반 년 전 아폴로 8호 때는 창세기 1장 애드립 낭독이 논란이 돼서 이번엔 종교색을 빼고 ‘각자의 방법으로’라고 표현만 바꿨을 뿐이다. 그는 정말 독실한 신자였기 때문에 달에서 개인적으로 몰래 주의 만찬까지 진행했었다..!! (대외적으로는 성찬식..)

근데 성경에 대고 맹세, 사기꾼? 처음엔 이 사람도 그냥 정신병자 취급하면서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이 새X가 계속 길을 막고 선을 넘으며 모욕적인 도발을 일삼으니 참다못해 70대 나이로도 죽빵을 날리게 됐다.
한국 같으면 폭행죄로 기소됐겠지만, 정당방위를 높게 평가하는 천조국에서는 “이 정도면 아예 폭행을 대놓고 유도한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기소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방면됐다.

자, 저 버즈 올드린의 심정과(달 착륙), 손 원일 함장(천안함 폭침)의 심정이 비슷했을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솔직히 이건 타이슨 핵이빨이나 박 찬호 가위차기 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참고 더 점잖게 대응한 것이었다.
참고로 버즈 올드린은 아폴로 11호 승무원 3명 중에서 2023년 현재까지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사람이다. 생존했을 뿐만 아니라 90대의 나이로.. 한 달쯤 전(2023년 1월)엔 리 승만-프란체스카를 능가하는 연하의 여자와 네 번째 결혼까지 했다~!! ㄷㄷㄷㄷㄷ
그 반면, 가장 유명한 암스트롱은 2012년에, 사령선 조종사인 콜린스는 2021년에 세상을 떠났다.

3.
다음으로, 국내엔 손 원일의 이름을 딴 인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월북 독립 운동가인 박 헌영의 이름을 딴 인물도 있다. 임 헌영..;; 이 사람은 본명이 따로 있다가 훗날 스스로 개명한 것이다.

이 사람은 교사 출신으로 문학 평론 쪽으로 일하다가 나중엔 민족 문제 연구소, 친일 인명 사전.. 이름만 들어도 성향이 짐작이 되는 진영에서 뼈를 묻으며 지냈다.
군사 정권 시절엔 감방을 들락거리기도 했고 정부로부터 사찰 감시도 받았다고..

행적이 입체적이고 진짜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 시대를 잘못 만난 풍운아, 선친일 후항일이 낫냐 선항일 후친일이 낫냐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
그 많고 많은 일제 시대 인물 중에 하필이면 남한과 북한으로부터 모두 버림받았고 재평가 가능성도 없는 최악의 인물의 이름을 땄을까? 취향이 참 이상한 것 같다.

하다못해 손 원일의 부친인 손 정도 목사는 남한의 입장에서도 독립 운동가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부터도.. 김 일성 수령의 옛 스승이었다고 예우받고 인정받는 사람이다. 이건 당연히 현재 북괴의 정치나 이념과도 전혀 무관한 옛날 일이다.

마치 중국에서 ‘쑨 원’이 중공과 대만 모두에게서 인정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도 민족이니 통일이니가 좋으면 차라리 저런 사람이나 재조명할 것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 보니 친일파니 어쩌니 하는 저 바닥에는 독립 기념관 관장을 역임한 김 삼웅이라는 사람도 있고, 광복회 회장을 역임한 김 원웅이라는 사람도 있다. 인상이 좀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물론 그닥 긍정적인 인상은 아니다. -_-;; 도 넘는 반일 정신병은 이제 좀 그만..

Posted by 사무엘

2023/02/20 08:34 2023/02/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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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500년대 전반기에 잉글랜드에서는 그 이름도 유명한 헨리 8세라는 군주가 재위했다. 그는 '수장령'이라는 걸 선포하며 자기 나라를 종교적으로 로마 교황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떼어 놓았다.
뭐, 루터처럼 무슨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이런 거창한 신념 때문은 아니고, 교황이 자신의 이혼을 승인해 주지 않고 어영부영한 것에 대한 불만과 반발이 크게 작용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사람은 거쳐 간 마누라가 한두 명이 아니었고(6명), 심지어 그 중 두 명은 자기 손으로 사형에 처하기까지 했다.;; 궁예만 자기 마누라를 죽인 줄 알았더니..=_=;;
여러 모로 가정사가 비범하고, 도라이 정신병자 같은 기질도 있었지만.. 저 사람을 통해 종교 쪽은 결과적으로 좀 선한 결과가 나왔다.

이 사람의 재위 때(1530년대) 윌리엄 틴데일이 순교했다. 그가 유언으로 남긴 "주여, 영국 왕의 눈을 열어 주소서!" 기도가 응답되어 커버데일, 매튜, 그레이트 같은 영어 번역 성경이 출간되어 나왔다.

이때는 훗날 킹 제임스처럼 왕이 자기 이름을 걸고 국비로 번역자들을 50여 명이나 소환해서 성경 번역을 추진한 단계까지는 아직 아니었다. 그저 "개인이 성경을 번역하고 출간할 자유 정도는 국가에서 보장한다. 이제 성경 번역자가 순교자가 되지는 않아도 된다" 정도만 이뤄진 것이었다.

헨리 8세는 1536년에 낙마 사고를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 이때 2시간 동안이나 의식을 잃었으며, 한쪽 다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그 뒤로 평생 제대로 못 쓰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이 사람은 더욱 심신이 피폐해지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싸이코처럼 흑화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1547년에 세상을 떠났다.

2.
어 그런데 1547년엔.. 프랑스에서도 '헨리'라는 이름의 새 왕이 즉위했다. 현지 발음으로는 '앙리 2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람은 잉글랜드 저 동네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골수 가톨릭이었다. 유럽을 휩쓸던 종교 개혁을 온몸으로 반대하는 소신이었다.
그는 개신교를 이단으로 규정해서 대놓고 금지했으며, 종교개혁자고 개신교 신자들이고 눈에 띄면 잡아서 화형에 처했다. 심지어 죽는 동안 비명을 제대로 못 지르게 하려고 혀까지 미리 자르고 죽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앙리 2세(1519-1547-1559)(출생;즉위;사망)와 아주 비슷한 시기에 잉글랜드에서는 메리 1세(1516-1553-1558) 여왕이 재위 중이었다. 저 아줌마도 'bloody Mary'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개신교 박해에는 한 끗발 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째 저 시기엔 프랑스와 잉글랜드에서 군주의 종교 성향이 똑같이 저렇게 갔는지가 흥미롭다. 어떻게든 종교 개혁을 짓밟고 없애 버리고 싶긴 했는가 보다.

다만, 메리 1세는 재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죽인 것으로 확인된 사람도 일단은 몇백 명 단위가 전부(!)이다. 무슨 스페인 종교재판소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또 저 사람은 종교 박해만 빼면 세상적인 통치는 그리 나쁘지 않게 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쪽에서는 아무래도 자기를 박해한 군주를 아주 나쁘게 기록할 수밖에 없고.. 폭스의 순교사 책에서도 재위 기간 대비 그녀의 악행(?)이 굉장히 길고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폭스 자신의 자국 얘기이기도 하니 기록이 많이 남아 있고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뭐 그건 그렇고..

앙리 2세는 여자인 메리 1세와 달리, 아주 마초스럽고 스포츠 승부를 즐기는 기사 스타일이었다. 허나 이 기질 때문에 사고를 당해 요절했다.
1559년, 그는 자기 장녀와 자기 여동생이 나란히 결혼--어떻게 이런 일이 동시에 가능??--하는 이벤트가 있어서 국내외 여러 왕족· 귀족들과 먹고 마시며 놀았다. 분위기가 좋아지자 그는 자기 부하인 가브리엘 몽고메리 백작과 나란히 말 타고 창술 시합을 벌였는데..

격렬히 싸우던 중에 몽고메리 백작의 창이 빠직 부서졌다. 그런데 창 자루가 부러진 날카로운 파편이 앙리 2세의 투구 틈새로 튀어서 그만 국왕의 눈 바로 옆을 찌르고 관자놀이 근처까지 박혀 버렸다.
앙리 2세는 얼굴이 피칠갑이 됐다. 당대 최고의 명의들이 동원돼서 파편을 빼내고 치료에 수술에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고 곪고 그 독소가 바로 근처의 뇌까지 퍼지는 걸 막지는 못했다.

앙리 2세는 끙끙 앓다가 사고 후 11일 만에 만 40세의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현대의 위생과 의술이 있었다면 겨우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고통 속에 죽어 가면서도 몽고메리를 사면하고, 사고의 책임을 저 사람에게 묻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앙리 2세는 말에서 떨어진 헨리 8세보다 더 큰 사고를 당해서 결국 목숨까지 잃은 셈인데..
당시 노스트라다무스가 4년쯤 전에 이 사람의 죽음을 아주 막연하게나마 예언을 했다고 여겨진다.
"젊은 사자가 늙은 사자를 이길 것이다. 단 한 번의 전투를 치르는 전장에서 그는 황금빛 새장 너머 그의 눈을 찌를 것이다. 그는 두 상처가 하나 되어, 참혹한 죽음을 맞으리.."라고 썼다고 한다.

몽고메리는 이 사고에서는 무사했지만, 훗날 앙리 2세가 싫어했던 '위그노'--당시 프랑스에서 칼빈파 개신교도를 일컫던 멸칭--로 전향하고 잉글랜드 쪽으로 정치 입장까지 바꿨는가 보다. 그는 프랑스의 종교 내전이었던 위그노 전쟁에 참여했다가 잡혀서 처형 당했다.

프랑스는 종교 개혁이나 개신교 따위와는 영 접점이 없어 보이는 동네인데 웬 칼빈인가 싶지만.. 애초에 칼빈부터가 처음에 프랑스 출신이었다. 그러니 대외적으로 '쟝 깔뱅'이라는 표기도 통용되는 것이다.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나라도 종교 개혁의 영향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는 이런 투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여전히 가톨릭 국가로 남게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18 08:35 2023/02/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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