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원 낭비

나는 어떤 리소스가 아무 하는 일 없이 쓸데없이 새어 나가고 낭비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
수도꼭지를 꽉 잠갔는데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거, 씻거나 설거지 하는 중에 틀어 놓은 수돗물이 잠시라도 그냥 무의미하게 하수구로 흘러가는 거,
냉장고 문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열린 거, 자동차 엔진의 장시간 공회전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쪽으로 좀 구두쇠 기질이 있다.

냉장고는 비어 있는 걸 추구한다. 특히 음식을 냉장고에 놔 두고는 잊어버리는 바람에 상해서 버리는 것은 극혐이다.
회사에서 퇴근하기 전에 내 컴터는 당연히 절전이나 최대 절전으로 해 놓는다. 주말· 공휴일 전날에 퇴근할 때는 완전히 끈다.

가게가 영업 중이라는 건 내부 조명과 간판 불빛으로 표시하면 되지, 감히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에어컨을 튼다니.. 그건 열역학적으로 정말 개뻘짓이다.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신호 대기 정도 걸리면(30~40초) 기어를 N으로 바꾼다. 교차로 파란불 신호가 이제 막 끝나 버려서 2~3분쯤 기다려야 될 것 같으면 시동을 꺼 버린다. 그러니 나는 ISG 같은 장치도 엔진에 크게 무리 주는 게 아니면 선호한다.

이건 마치 엔진 실린더나 총기의 총열에 구멍이 뚫려서 연료나 화약의 폭발력이 밖으로 줄줄 새는 것과 같다. 아니면 농사를 짓는데 잡초들이 잔뜩 자라서 물과 비료를 잔뜩 줘도 그게 농작물이 아니라 잡초 쪽으로 줄줄 새는 것과 같다. 이런 건 난 눈 뜨고 못 봐 준다.

이런 기질이 있으니 자원이 아니라 세금이 줄줄 새는 것도 눈 뜨고 못 봐 준다.
살 뒤룩뒤룩 찐 거대한 정부나 보편적 복지 같은 것도 경계하게 된다. 내돈내산이 아니라 눈먼 남의 돈을 또 어중이떠중이 남에게 분배하는 일에 공무원들이 영혼을 담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산주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성깔은 개인적인 코딩 스타일에도 반영돼 들어간다.
쓸데없이 동적 메모리 할당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조금이라도 CPU 사이클 줄이거나 지역변수 하나라도 없앨 수 없나..??
좋게 말하면 최적화 덕후이지만, 삐딱하게 보면 별 도움도 안 되는 어설픈 최적화나 잔뜩 하느라 작업 시간 더 잡아먹고, 코드를 더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솔직히 개인이나 한두 프로그램만의 문제를 떠나서 요즘 개인용 범용 컴터들은.. 운영체제의 덩치가 너무 비대해지고 쓸데없이 깔리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고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다. 아무리 메모리가 많아지고 싸졌더라도 말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 데 낭비되는 컴퓨팅 파워가 이루 말도 못 할 지경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듦.. ㅡ,.ㅡ;;

다만, 세상 기계들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효율이 좋아진다. 그래서 인간이 저런 쪼잔한 강박관념을 조금은 덜 가져도 되는 쪽으로 바뀌어 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가령, 요즘 보일러라든가 인버터 방식 에어컨은 어설프게 껐다 켜기를 반복할 바에야, 작은 출력으로 계속 켜 놓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건 마치..

  • 빨래나 설거지, 청소를 그때 그때 소량을 수시로 하는 게 낫냐.. 아니면 날 잡아서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게 더 낫냐..?
  • 자전거로 평지를 계속 달릴 때 작은 힘으로 페달을 계속 돌려 주는 거랑, 아예 페달에서 발을 떼고 쉬다가 일정 간격으로 힘 줘서 재가속을 하는 것 중 어느 게 덜 힘드냐?

와 비슷한 문제인데.. 기계들은 전자에 더 최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들은 심한 기복 없이 D에서 악셀을 같은 강도로 '살포시' 꾸준히 누르고 있을 때 정말 최적의 성능과 연비가 나오도록 연료와 공기 분배 알고리즘이 맞춰져 있다. D+브레이크 정지쯤은 당연히 N과 동급으로 알아서 접수하고..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운전할 필요가 있다.

기계 장치라기보다 화학 장치에 가까운 배터리조차도 완충 완방 패러다임은 끝난 지 오래다. 찔끔찔끔 바로 충전하는 게 더 낫다.
정렬 알고리즘도 현실에서는 거의 정렬된 데이터를 다시 정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데이터의 상태에 민감한 알고리즘이 실용성이 더 높다. 그래서 퀵 정렬이 병합이나 힙 정렬보다 더 우위이며, 삽입 정렬도 O(n^2) 복잡도인 것치고는 실용성이 더 높다고 취급된다.;; 아이고 별 얘기가 다 나오네.

2. 지하철역에서의 질서

(1)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오르내리면서 좀 급하게 이동하려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한줄로만 서고 한쪽 줄을 비워 두는 게 당연한 매너이다. 요즘은 두 줄로 에스컬레이터를 꽉꽉 채운 채 서 있으라는 오지랖 홍보 캠페인은 그만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물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도의적으로 발을 좀 살살 디뎌야 한다. 특히 내려갈 때 말이다.. 붙박이 콘크리트 계단을 뛰어 내려갈 때처럼 쿵쿵거리지 말지어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면 막대한 수리 비용이 깨지며, 수리하는 동안 에스컬레이터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민폐 인간들 때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르내리지 말라는 소리가 또 나오게 된다.

(2) 진짜 두 줄로 설 필요가 있는 곳은 지하철 승강장이다. 출입문의 양 옆에 각각 두 줄씩 줄 서서 기다렸다가 열차를 타는 거다. 모르는 사람의 옆에 붙는 게 자연스럽지는 않은 행동이니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계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출퇴근 시간엔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이 왕창 많아지고 줄도 엄청 길어지기 때문이다. 한 줄로만 늘어서서는 줄이 길어지는 게 감당이 안 되게 된다. 사람 많은 지하철 승강장에서는 뒤에 줄서는 사람들 공간도 제발 좀 생각해라.

(3) 그리고 요즘은 스크린도어 덕분에 선로로 추락할 걱정이 없으며, 지하철이 올 때 하나도 위험하지 않다. 그러니 제일 앞 출입문 바로 옆에 선 사람들은 제발 좀 출입문-스크린도어 쪽에 바짝 붙어 서라. 마치 버스나 택시에서 승객이 내릴 때 개문사고를 예방하려면 차를 길가에 빈틈 없이 바싹 붙여서 세워야 하듯이 말이다.
거기서 마치 스크린도어가 없던 시절처럼 띄엄띄엄 서 있는 인간들 보면 짜증이 치민다. 나중에 온 사람들은 줄 설 공간이 없어서 난리인데..

난 그럼 스크린도어 쪽으로 대놓고 새치기를 해 버린다. 누가 저지하면 "아, 줄 서신 거 아닌 줄 알았네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물러난다. excuse me나 sorry 같은 말은 절대로 안 한다는 게 포인트.
얘들은 열차가 오면 빨랑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싶지 않은가?? ㅡ,.ㅡ;;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는 자기가 스스로 챙겨야지, 이렇게라도 인간들 의식을 바꿔 놓고 싶다.

3. 인종 차별..??

교통, 경제 쪽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그 다음으로 딴 분야 생각이다. ㄲㄲㄲㄲㄲㄲ
아직 엄마하고 같이 여탕까지 들어갈 수 있는 영유아 꼬맹이라 해도 남자애는 머리 긴 예쁜 여자 알아볼 줄은 안다. 그건 본능이다.
그리고 어디 영어유치원에서는 시커먼 흑형이 싼타 분장 하고 들어오니까 무섭다고 겁내고 울더라. 이것도 본능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들이 어디서 그런 외모지상주의(?)를 배웠겠는가 말이다.
인간의 본능을 차별이라고 프레임 씌우고 억지로 강제로 개조해 봐라, 그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ㄲㄲㄲㄲ

19세기 말엔 흑인은 진화가 덜 돼서 짐승과 인간의 중간쯤인 생물이라고 취급하더니만,
21세기 초엔 인어공주를 흑인 버전으로 만들겠다고 난리이고.. -_-;;;
인간들이 왜 이렇게 한쪽 극단으로만 치우치는 걸 좋아하나 모르겠다.
정치범들까지 누명 씌워서 사형 때리거나, 아니면 아예 피해자가 용서 안 하는 범죄자를 솜방망이 처벌해서 인권 유린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과 비슷하다.

4. 바보짓

  • 페북 등 SNS에서 활동 내역 없는 예쁜 여자 사칭 사진 유령 계정의 낚시질에 홀딱 넘어가서 보이스피싱인지 몸캠인지 당하고 코가 꿰인 사람
  • 대형 버스나 트럭을 몰고 신월 지하차도에 들어갔다가 천장에 차가 끼이는 대형 사고 친 사람

정상적인 분별력과 사고방식으로는 저런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존재 가능한지 모르는데, 저런 사례가 잊을 법하면 생기는 것 같다. =_=;;;;

고속도로에서 낮에 앞이 훤히 보이는데도 졸다가 공사· 사고 현장을 들이받는 거는.. 어처구니없지만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신월 지하차도에서 차가 끼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고문 표지판들을 무시해야 할까? -_-;;;;
이건 뭐 음주· 졸음운전도 아니고, 초행길에 "내비가 저리로 안내해서"라는 가능성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 내비는 안내 대상인 차량의 차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모르고 동작하는 건가 싶다.

그리고 광우뻥으로도 모자라서 싸드 괴담, 또 뭐지? 끊임없이 선동에 낚여 주는 사람도. 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바보, 세 번은 공범이지 싶다.

5. 그 밖에

몇몇은 내 블로그 대문에 걸려 있기도 했었다.

  • 난방이란 씻을 물을 데우라고 있는 시설이다. 공기나 방바닥을 데우는 용도가 절대 아니다.
  • 그런즉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을진대,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다.
  • 철도를 명절에만 생각나는 여러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역사· 종교 분야의 내 개똥철학은 이미 여러 번 글을 통해 밝힌 바 있었을 것이다.

  • 우리나라가 깨끗한 독립운동가 기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 부역자 군경 간부를 재활용했던 것은 옛날에 Windows 95가 분명 32비트 운영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16비트 코드를 재활용했던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 예수 믿어서 한번 받은 구원, 한번 바뀐 신분이 영원한 것은 한번 남한 들어온 탈북자가 이제 어떤 짓을 해도 북으로 재북송은 절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죄 지어도 남한 교도소에 갇히고 남한 사형장에 갈 뿐이다. 그게 정상이다.

관심분야 별로 내가 꽂힌 이유

  • 한글: 그 모양. 창제 동기와 시기. 한글도 알파벳과 같은 수준의 기계화 가능하고 빠르게 잘 칠 수 있다. 오덕질 가능하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를 단순히 오버헤드 부담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컴퓨터: 디지털이다. 입출력되는 모든 정보를 최소한의 0 1  단위로 기계가 다 파악하고 있다. 이걸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고 나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
  • 철도: Looking for you 음악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 지리
  • 호박: 잎과 덩굴과 열매가 너무 예쁘고 경이로워서. 청각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 멧돼지: 역시 크고 시커먼 게 귀여워서

Posted by 사무엘

2024/05/09 08:35 2024/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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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자에 대한 안전 장치

자동차 계기판에서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등은 차량의 기계 상태(주행 가능 여부)와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빨간색으로 경보음까지 울리면서 심각하게 표시되는 유일한 경고등이다. 성격이 타 경고등과는 아주 다른 셈이다.
안전벨트 착용은 법적으로는 고속도로 주행 시 한정으로 반드시 의무이다. 고속도로 주행 중에는 승차 정원 초과 10% 유도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 반면, 오토바이는 다른 건 몰라도 헬멧 착용은 운전자와 동승자(있다면)에게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 의무이다. 안 쓰고 오토바이 타다가 경찰에게 걸리면 과태료다. 사실 오토바이의 그 무서운 속도와 탑승자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굳이 법에 의한 강요가 없어도 탑승자가 알아서 구해다 써야 한다.

자전거 운전자도 헬멧을 써야 한다고 법에 규정은 돼 있지만.. 얘는 위반 시 처벌은 없다. 뭔가 자전거의 음주운전과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자전거는 오토바이보다야 훨씬 느리고, 사람이 자기 체력을 소모해서 차체를 굴리니 헬멧도 더 작고 가볍고 통풍이 더 잘 되게 만들어져 있다.

2. 종류별로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

  • 보행자: 무단횡단
  • 오토바이: 헬멧 미착용, 자동차 전용 도로 주행
  • 자동차: 깜빡이 미점등, 승차정원 초과, 밤에 헤드라이트 안 켜는 스텔스 차량, 안전벨트 미착용 (현실적으론 거의 단속되지 않음)

(1) 차도에서 차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건 자전거만 가능하다. 오토바이는 원래 언제나 차로를 하나만 독립적으로 차지해야 한다.
자전거는 인도로 다닐 때는 천천히 역주행을 할 수 있지만, 차도에서는 역주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교차로나 커브에서는 더욱 말이다.

(2) 나는 도로를 횡단 중이고, 차가 옆에서 비보호로 좌· 우회전해서 들어오려 할 때 말이다.
난 그 차가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면 빨리 달려가서 비켜준다. 하지만 깜빡이 안 켜고 건방지게 들어오면 나는 그 차가 없을 때와 동일하게 천천히 느긋하게 "흠 저 차 운전자는 시간 많은가 보네, 급하지 않은가 보다" 이러면서 건넌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직진을 할 게 아니라면 언제든 깜빡이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보행자는 횡단을 할 거면 손을 위로 들면서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자전거는 방향 전환을 하려면 손을 그 방향으로 뻗는 수신호를 해야 한다.

3. 의도나 서술의 3단계

법조문은 어떤 서술의 강제성이 "(1) 할 수 있다(may 옵션) / (2) 한다(do) / (3) 반드시 해야 한다(must 강제)" 이렇게 3등급으로 나뉘는 편이다.

주행 중 급정거 같은 사고는 (1) 정말 불가피했고 어쩔 수 없어서 면책되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급인 것, (2) 그냥 부주의나 실수로 저지른 것, (3) 고의로 악의적으로 저지른 범죄.. 이렇게 등급이 나뉜다. (3)이면 뭐 보험금도 안 나오고 형사 처벌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도로 길바닥에 그려진 좌회전/우회전 표식도 이와 비슷한 유형이라고 느껴진다.
(1) '할 수 있다'는 직진과 우회전이 같이 그려져 있는 거.
(2) '한다'는 우회전만 있는 거.
(3) '해야 한다'는 직진 금지 X 표시와 함께 우회전이 있는 거.

(1)에서야 직진 차량이 앞에서 신호 대기 중이라고 해서 뒤의 우회전 차량이 빵빵 거리지 말아야 한다.
(2)는.. 직진한다고 해서 지시위반이 아닐 뿐이지 뒤의 우회전 차량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3)은 아예 직진하는 길이 없거나, 직진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일 것이다. 사고가 나면 지시위반으로 처리된다.

4. 신호에 대해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의 신호 체계는 길의 크기나 교통량의 규모에 따라 다음 양상으로 나뉜다.

  • 레벨 1: 길 좁고 교통량 적고 차와 보행자가 뒤섞여서 어차피 빨리 못 달리기 때문에 신호가 없다. 이런 길은 닥치고 천천히 조심해서 다니는 수밖에 없고,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교차로에서는 반드시 일시정지 해야 한다. (골목, 또는 시골길. 일상적으로 비보호 위주)
  • 레벨 2: 적록 신호에 의지해서 그럭저럭 돌아간다. 심야에는 가끔 점멸 신호로 바뀌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내 차도들)
  • 레벨 3: 보행자가 아예 없는 자동차 전용에다 교차로도 다 입체화돼 있다. 신호 신경 쓸 일 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어서 좋다. 졸음운전에 대한 계도가 많으며, "전방 n km 사고 정체"처럼 길 상태를 나타내는 전광판 안내도 있다. (고속도로, 고속화도로)

보충 설명

  • 레벨 3인 도로가 언제나 레벨 2짜리 도로보다 크다는 보장은 없다. 서울 여의도에는 10차로에 달하는 대로(여의대로)가 있지만 그래 봤자 신호 받는 레벨 2짜리 시내 도로이다. 그러나 지방의 자그마한 4차로 고속도로이더라도 걔는 레벨 3에 속한다.
  • 레벨 2 도로에 존재하는 버스 전용 차로(시내버스 BRT용)와 레벨 3 도로에 존재하는 버스 전용 차로(고속버스)는 성격이 좀 다르다.
  • 로터리 내지 회전교차로는 규모에 따라 레벨 1일 수도 있고 레벨 2일 수도 있다. 위치가 좀 애매하다.

5. 교차로와 관련하여 생각할 점

- 점멸 신호는 레벨 2짜리 도로를 제한적으로 조건부로 레벨 1로 운용하는 것과 같다. 다같이 비보호이면 다같이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교차로 일시 정지 의무가 부과된다. 황색 점멸을 초록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우를 절대로 범하지 말아야 한다.
- 비보호로 진행하는 차(가령, 우회전)들은.. 기다렸다가 신호 받고 진행하는 차(가령, 맞은편에서 좌회전)들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비보호는 신호 대기를 하지 않는 대신에 다른 걸 조심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 난 뉴스에서 우회전 사고가 났다고 그러면서 맨날 운전자만 나쁜놈으로 만들고, 무단횡단 보행자나 역주행 자라니는 비난하지 않는 게 너무 싫다. 손을 들고 건너려 하는 보행자가 있다면 차가 서야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차를 무조건 세우는 건 결사반대다. 우회전 후에 파란불 횡단보도가 있다 해도 그때는 건너는 사람이 없으면 차가 빨리빨리 지나가야 된다.

- 예전에 했던 말인 듯한데.. 난 차들이 정지선 좀 침범해도 좋으니, 교차로 신호등이 교차로의 건너편에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보행자도 차들의 신호를 미리 보고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호등 위치를 옮기는 뻘짓을 처음에 누가 고안해 냈는지 모르겠고, 생각 같아서는 멱살 잡고 싶다.

- 그리고 직진 후 좌회전 교차로에서 좌회전 유도차로(Extended bay)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이것도 미개한 운전자들 때문에 더 도입하지 않고 없애는 게 마음에 안 든다.
거기서 멀뚱멀뚱하게 서 있다가 민폐 끼치는 센스 없는 운전자는 면허 시험에서 걸러내거나 금융 치료 시켜야지 에휴~~ 또한, 좌회전 유도 차로의 운영을 위해서라도 교차로 신호등은 제발 좀 건너편에다가 설치해야 된다.

6. 과속 단속 카메라는 사탄 마귀다

우리나라는 시내 도로, 국도, 고속도로 등을 막론하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변태적으로, 병적으로, 사회악 수준으로 너무 많다.
공사 현장이거나 커브 틀자마자 바로 사거리 교차로가 나오는 정도로 극단적으로 위험한 곳이 아니면.. 대부분의 카메라들은 쓸데없이 차들의 멀쩡한 주행 흐름을 깨고 시간 낭비 기름 낭비만 초래하는 과잉 단속이다. 심지어 저런 곳이라 해도 AI니 IoT니 기술이 더 발달했다면, 당장 파란불이 계속되고 씽씽 달려도 될 때는 가려서 단속을 안 하는 게 더 낫다.

굳이 단속을 할 거면 시속 80(시내), 100(국도), 150(고속도로) 정도로 좀 완화해야 된다. 요즘 최첨단 자동차 엔진과 브레이크 성능을 뭘로 보는 거냔 말이다. 숫자를 건드리기 싫으면 면 같은 숫자에서 단위만 km 대신 마일로 바꾸든가.
작년 2023년 한 해 동안 사이다 같은 의거가 둘 벌어진 적이 있었다. (1) 하나는 6월경에 청도의 어느 무료 캠핑장에서 누가 무단 알박기 텐트들을 칼로 다 찢어버린 사건이었다.
(2) 그리고 다른 하나는 10월경에 제주도에서 누가 과속 단속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동식 단속 카메라 하나를 밤에 몰래 뜯어간 사건.. 난 이 둘을 완전히 동급으로 취급한다.

악랄한 구간 단속, 그리고 24시간 내내 시속 30을 못 넘게 만드는 정신나간 어린이 보호 구역 단속을 어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교통 문화는 정말 답이 없을 것이다.
"400미터 거리에 신호등이 5개, 통과하는 데 20분"(☞ 링크) 이것도 진짜 웃기는 짜장 같은 짓이다. 21세기 신 적기조례이구만 이거. ㅡ,.ㅡ;;

구간 단속을 할 정신머리로 1차로 저속 주행 같은 지정차로 위반 내지 유령 정체 유발을 단속하는 게 국가 경쟁력과 민족 긍지 고취를 위해 100배는 더 이득이다.
운전자들도 좀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우리가 마음 편히 주행할 권리 내지 자유를 빼앗긴다, 극소수 미친 또라이들 때문에 대다수 정상적인 운전자들까지 똥군기 연대책임 단체기합을 당한다" 이런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7. 진출로에서 제발 빠릿빠릿 좀 나가라

진출로의 한참 뒤부터 차들이 몰려들어서 거북이걸음 중인데.. 정작 진짜로 길이 갈리는 진출로 부근은 정체가 전혀 없다. 차들이 자기 앞에 한참 공간이 많은데도 슬금슬금 느긋하게 가고 있는 것 보면 분노와 짜증이 확..!!
이러니 누가 새치기 끼어들기를 안 하겠나? 뒤에서 순순히 기다리는 차들만 바보 되지.

이건 끼어들기 단속을 할 게 아니라 끼어들기를 조장하는 게으른 운전자들한테도 단속 계도 내지 페널티를 부과해야 된다.
칼치기 차량보다도.. 지정차로 안 지키고 1차로 저속 주행하면서 우측 추월을 강요하는 운전자가 더 나쁘듯이 말이다.
"지금 내 차가 차지하는 공간은 뒷차 운전자로부터 빌려 쓰는 공간이다"라는 관념을 운전학원에서부터 좀 가르쳐야 된다. 다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쓸데없는 교통사고나 보복운전 병림픽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8. 음주운전 교통사고 트렌드

(1) 10여 년 전엔 멀쩡히 가던 앞차의 뒤꽁무니를 쎄게 추돌하곤 했다. 앞차는 불이 나서 탑승자 전원이 몰살 당했다.
2012년 6월 새벽, 인천공항 고속도로. 공항 직원 일가족 4명 사망.
2015년 2월 새벽, 구미에서. 학원 선생 + 차 타고 귀가하던 학생 4명 사망.

(2) 비교적 최근엔 벌건 대낮에 인도 내지 횡단보도로 돌진해서 멀쩡한 보행자를 쳐서 죽였다.
2018년 9월, 부산에서 윤 창호 사건.
2023년 4월, 대전 스쿨존 사고. 초등생 1명 사망, 3명 부상

(3) 그리고 요즘은 배달 오토바이가 타겟이 되는 일이 늘었다.
2020년 9월, 을왕리 해수욕장 부근.
지난 2월쯤, 서울 강남 언주 역 부근, BJ 예송
라이더는 모두 사망. 공교롭게도 이 두 사고는 가해 차량이 비싼 외제차였고, 운전자는 새파랗게 젊은 여자였다.

아 그러고 보니 작년 1월엔 현직 개원의가 음주운전으로 배달 오토바이를 쳐서 사망 사고를 냈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의사가 중대한 의료사고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난 그건 그닥 합리적인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 법대로라면 저 의사는 당장 면허가 취소돼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06 08:35 2024/05/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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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라는 건 정말 유용하고 편리한 발명품인 한편으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야기하는 위험한 흉기가 될 수도 하다. 아울러 자동차는 몹시 크고 비싸고, 운행으로 인해 사회나 환경에 끼치는 여파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는 처음에 개발하고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소비자가 구매· 소유하고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는 것까지 온갖 까다로운 법과 규제들이 걸려 있다.

1. 번호판

누구든지 공도에서 차를 운행하려면 반드시 그 차량을 국가 기관에 등록해서 번호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차체에다 그 번호판을 부착해서 전· 후방에서 번호를 식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차적 조회를 통해 어떤 차량으로부터 그 차량의 운전자 내지 차주를 추적할 수 있게 말이다.

이런 번호판이 없는 차량은 공항 활주로(램프 버스, 토잉카)나 자동차 학원(장내 기능검정), 영화 촬영 세트, 혹은 자동차 연구소 주행 시험장이나 카레이싱 서킷처럼 외부와 단절된 자기 시설 내부만 돌아다닐 수 있다. 공도를 주행할 수 없다.
그리고 공도를 다니는 차량이 번호판을 갖고 장난을 치는 건 우리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고 무거운 범죄로 여겨진다. 번호판을 달지 않는다거나, 위· 변조하거나, 고의이든 실수이든 번호판의 일부 부위를 가리는 것 따위. 이건 신분증 위조, 공문서 위조나 마찬가지이다.

왜 그렇냐 하면.. 차주가 추적되지 않는 자동차, 운행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자동차로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무법천지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교통사고 뺑소니는 애교이고, (2) 운전 자체는 모범적으로 하더라도 차로 장물· 시체를 운반하거나 범죄 용의자가 도주할 수도 있다. 그리고 (3) 그 차와 관련된 세금이나 보험료의 징수에도 애로사항이 꽃핀다.

물론, 번호판이 외형상 멀쩡히 달려 있어도 그 번호판으로 실제 차주의 추적이 안 되는 차가 있다. 우리는 그런 차를 대포차라고 부른다. 대포통장(금융)이나 대포폰(통신)과 마찬가지로 대포차는 사회적인 해악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 공권력에서 엄하게 단속하고 처벌한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뒤에만 달아도 되는 반면, 자동차는 앞뒤에 다 있어야 한다.
자가용 승용차는 지역 표기가 없는 반면, 택시· 버스 등의 영업용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번호판은 여전히 지역이 표기돼 있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받으러 지역 관공서를 자가운전으로 갈 때에 한해서는 번호판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동차는 공도를 다니려면 임시 번호판이든 뭐든 없어서는 안 된다.

새 차를 구입한 뒤엔 정식 등록하기 전, 임시 번호판 상태일 때 최대한 오래 많이 시운전을 해 봐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때 차량에 문제가 발견돼서 차주가 인수를 거부하면 차주에게 그 어떤 손해나 책임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2. 세금

이렇듯, 자동차는 운전자-차주의 추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돈만 내고 구입해서 바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신분증 까고 뭔가 등록을 하고 개통을 해야만 소유와 운전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자동차의 유지비는 기름값이나 기계적인 정비 비용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만히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고정으로 깨지는 비용도 있다. 공간을 차지하는 비용인 주차비 같은 건 너무 당연한 거고, 그것 말고 자동차세와 보험료라는 행정 비용이 있다.

자동차세는 주민세의 자동차 버전 같으면서 한편으로 재산세의 일종이다. 연초에 한 번 완납하거나 아니면 1년에 두 번에 걸쳐 낼 수 있다.
자가용 승용차는 배기량에 비례해서 비싸지는데, 그 임률 자체가 1000cc, 1500cc, 2000cc 이렇게 등급별로 달라진다. 2000cc 이상부터는 동일.
즉,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의 정비례를 넘어서 얼추 제곱에 비례하는 구석이 있다. 5명밖에 안 타는 자가용이 배기량이 지나치게 높은 걸 잉여· 사치스럽다고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 택시 같은 영업용 자동차라든가, 혹은 자가용이라도 트럭이나 승합차 같은 건 배기량과 무관하게 경차 급의 아주 저렴한 액수로 퉁쳐진다고 한다. 그 대신 승합차는 시속 110km 리미트가 걸렸고, 4.5톤 이상 대형 트럭은 시속 90 리미트가 강제로 부과된다.

자동차세를 오랫동안 체납하면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그 차의 번호판을 떼 가서 운행을 할 수 없게 만든다(번호판 영치). 불법주차 차량의 바퀴에다가 차꼬를 채우는 것보다 수위가 쎄다. 그러고도 체납이 악의적으로 계속되면 결국 차 자체를 압류 당하게 된다. ㄲㄲㄲㄲㄲㄲㄲ

뭐, 운전자가 현실적으로 세금을 제일 많이 내는 통로는 저런 자동차세 직접세보다도 기름값에 포함된 간접세의 비중이 클 것이다. 여러 변동 요인이 있지만, 기름값에서 얼추 절반이나 과반은 세금이다.
전국의 그 많은 도로들을 유지 보수하는 비용, 그리고 무수히 많은 교차로 신호등들의 운영 비용과 전기료..를 생각해 보시라. 빼박 소모품인 기름에다가 세금을 매겨서 충당하는 게 제일 간단하다.

3. 보험료

다음으로 자동차 보험..
얘는 사고를 냈을 때 대인은 1억 5천까지, 대물은 2천만 원까지 정말 최소한으로만 보장하는 법적 의무 마지노 선인 '책임보험'부터 시작한다. 오토바이 라이딩기어에다가 비유하자면 그냥 헬멧 하나 달랑 쓴 것과 같다.

이것만으로는 현실에서의 사고 보상 위력이 정말 턱도 없다. 대물만 해도.. 자기가 꼬라박아서 부순 차량의 수리 비용뿐만 아니라, 수리 기간 동안 피해자가 동급의 중고차를 렌트하는 비용까지 가해자가 다 물어줘야 한다~! 대물에는 기회비용까지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종합보험이 필수이다. 종합은 대인과 대물의 보상 한도를 크게 끌어올려 주며, 옵션으로 자기 자신이나 자기 차가 부서진 것에 대한 보상도 넣을 수 있다. 이제 좀 부츠나 장갑, 두터운 슈트까지 포함된다.

대물은 요즘 세상에 못 해도 1억이나 2억은 잡아야 하고 대인은 무한.. 이렇게 종합보험을 들면 사망· 중상해나 악질(무면허· 음주· 뺑소니)이 아닌 교통사고는 무조건 합의가 되고 형사 처벌을 안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실드를 받는다.

대물 한도를 늘린다고 해서 보험료가 그에 비례해서 폭발적으로 느는 건 아니다. 그 대신 보험사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대물을 10억 이상 무한대로 해 주지는 않는다. 무한은 대인에만 존재한다.
사고가 너무 잦거나, 자기 과실로 고급 신차가 가득 실려 있는 카캐리어를 뒤집어엎는 사고를 한번 냈다거나 하면.. 이듬해부터 보험료가 급등할 것이며, 나중엔 종합보험의 가입이 거절되는 뒤끝이 올 것이다. (책임보험만..) 자동차 보험업계에서의 신용이 작살나 버리기 때문이다. 보험료 할인율이 이 바닥의 신용 등급이나 마찬가지다.

자동차 보험은 여타 생명 보험 따위와는 달리, 1년 단위로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고, 1년이 차면 가입을 통째로 다시 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예전에 계약했던 보험사를 계속 이용하건, 보험사를 바꾸건 그건 차주의 재량이다.
영업용 자동차는 대물은 몰라도 대인은 무조건 무한으로 잡아서 종합보험에 준하는 보장이 돼 있어야만 운행 가능하다.
보험이 나름 피해자에게 많이 유리하게 짜여 있는데 중상해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병원비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얘기가 왜 여전히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자동차 보험은 가입돼 있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 상태로 운행을 하다가 걸리면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이 기다린다. 그러니 강제성으로 치면 자동차세와 사실상 동급이다.
허나, 운전자 보험은 운전자 개인의 손해, 법률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으로, 자동차 보험과 무관한 시스템이다. 법적 의무가 전혀 아니며 뭔가 자동차계의 애플케어 같은 옵션 상품이다. 혼자서 직업적으로 자동차 여러 대를 많이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면 딱히 들 필요 없다.

4. 정기 검사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의 소유주는 자기 차를 몇 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국가 공인 검사센터로 몰고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법적 의무가 있는 이유는 당연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자동차가 공도를 돌아다니면 그 차주뿐만 아니라 남의 안전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엔진오일 교환 한번 안 하는 무관심 차알못들한테는 이렇게라도 해서 차를 강제로 최소한의 관리를 받게 해야 한다.

이 검사에서는 엔진오일이나 타이어 공기뿐만 아니라 자동차관리법에 저촉될 정도로 불법 튜닝한 거, 헤드라이트 전구가 나갔거나 너무 어두워진 것, 그리고 밤에 번호판을 비춰 주는 램프가 나간 것을 찾아낸다. 이런 건 당장 차의 주행에는 영향이 없지만 주변 운전자에게 위험을 끼치며, 이 차의 신원 파악과 통제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게 걸리면 즉시 시정 조치 후에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배기가스 정화 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도 검사 및 시정 대상이다. 지방에서는 '자동차 검사'라고 하며, 수도권 등 일부 대도시로 등록된 차량은 상위 호환인 '종합 검사'라고 해서 이렇게 배기가스 검사를 추가로 더 하는 걸로 난 알고 있다. 물론 비용도 약간 더 비싸다.

검사 주기는 자가용 차량의 경우 첫 차 구입 후에 4년 뒤, 그 다음부터는 2년마다 한 번이다.
그 반면, 영업용 차량은 영리를 목적으로 빡세게 엄청 많이 굴리니 구입 직후부터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얘들은 자동차세가 저렴한 대신, 이런 조건이 더 빡센 셈이다.

그러니 전국의 자동차 검사소들은 1년 365일 내내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
얘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이 법에 대놓고 걸리는 사항이 없는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요소가 없는지 같은 최소한의 검사만 빨랑빨랑 해 준다.
배터리를 포함해 차량의 모든 소모품들의 교환 주기를 꼼꼼하게 체크해 주는 건 아니니 그런 건 단골 카센터나 차량 제조사 공인 정비소에서 점검하고 해결해야 한다.

5. 면허

(1) 잘 알다시피 사람이 자차의 소유 여부와 관계 없이 차를 몰려면 운전 면허를 따야 한다.
미국처럼 경제력 있으면서 땅 넓고 대중교통 없고 자동차가 신발이나 다름없는 필수품인 나라는 중학교만 졸업한 10대 중반 애들이 바로 면허를 딴다. 햄버거 가게 알바 출퇴근을 위해서라도 허름한 중고차라도 없으면 안 되기 때문.. 저기는 대학교에 그 많은 학부생들도 차를 굴린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고등학교 정도는 졸업한 뒤에야 면허를 딴다. 실제로 차를 굴리는 건 못해도 대학 졸업하고 취업한 뒤.. 그것도 지방에 살 때나 그렇고 서울· 수도권에서는 차 없이 사는 비중도 높다. 결혼하고 애 정도 생긴 뒤에나 자가용을 생각하게 된다.

하긴, 일본은 국력 경제력은 세계 톱급이지만 서민들의 자동차는 미치도록 작은 경차 위주이다. 뭐, 선진국이니까 아예 이륜차 삼륜차 툭툭이가 아니라 네 바퀴 달린 경차가 주류인 셈이다. 베트남은 가 보니까 오토바이 하나에 온 식구가 낑겨 타고 다니는 것도 눈에 띄더라만..

(2) 운전 면허는 운전하는 차량의 크기(대형, 보통), 그리고 차량의 운행 성격(자가용, 영업용)에 따라 난이도가 나뉜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타는 차에 가중치가 훨씬 더 크게 부여된다. 트럭은 축이 하나 더 달렸고 대형 버스와 대등한 덩치를 자랑하는 11.5톤까지도 1종 보통으로 몰 수 있는 반면.. 승합차는 봉고 15인승이 한계이다. 트럭은 커 봤자 사람은 최대 3명밖에 안 타기 때문이다.;;

다른 차량을 견인하는 트레일러나 렉카 같은 차량은 조금 다른 운전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크기 이상부터는 특수 면허가 필요하다. 대형과 특수는 보통 면허부터 따고 나서 1년 뒤에 도전 가능하다.

(3) 장내 기능 검정을 넘어 도로 주행을 연습하거나 시험 응시하는 건 엄연한 공도 주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연습 면허'가 필요하다. 자동차 학원에서 이런 거 처리를 알아서 하기 때문에 수강생이 느끼지 않을 뿐..
이 면허는 유효 기간이 있으며 경력 n년 이상의 조교가 반드시 동승해야 하는 등의 여러 제약이 붙는다. 이 상태로 대물 사고를 넘어서 인사 사고를 내면 바로 면허가 취소되며 아마 1년 동안 연습 면허를 못 딴다.

또한, 정식 운전 면허를 갓 딴 운전자는 향후 2년 동안은 자기가 운전하는 차의 뒤에다가 "초보운전"이라는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옛날에는 그 표식의 위치와 글자 크기까지 법으로 꼼꼼하게 규정돼 있었는데 그 규정이 폐지됐다. 그 법이 폐지되면서 '아이가 타고 있어요, 나도 내가 무서워요' 등의 다양한 문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글쎄, 재치 있다기보다는 좀 개념 없어 보이는 문구도 있지만 말이다.

(4) 운전 면허는 한 번 땄다고 영원히 지속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갱신을 해 줘야 한다. 요즘은 주기가 10년이니 여권 유효기간과 비슷해 보인다.
2종은 그냥 신청만 하면 바로 갱신되는 반면, 1종 보통은 형식적이나마 적성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1종 대형은 그게 더 까다로워서 신체검사 내지 건강 검진 결과 제출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즘은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많이 느는 추세여서 앞으로 노인들은 적성검사가 더 엄격해지고 주기도 더 짧아지지 않을까 싶다.

(5) 글쎄, 세계 각국의 '군주'(왕, 황제)는 통상적으로 외국 나갈 때 여권이 없어도 예우 차원에서 입국이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그냥 자기 얼굴이 여권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영국 왕의 경우, 자국 내에서 운전면허를 정식으로 따지 않아도 운전이 허용된다고 한다. 불체포 특권 같은 건지? 왕은 여권이나 면허증의 발급 주체보다 더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무려 왕이나 되는 사람이면 당연히 운전사가 몰아 주는 차를 타지, 자기가 직접 운전을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애초에 면허 따위 없어도 생활이 아무 지장이 없다.
롤스로이스 팬텀 같은 차에 무슨 쪼잔하게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_-;;

그럼 자동차와 교통법규 이야기를 앞으로 좀 더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03 08:35 2024/05/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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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10.7

오랜만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10.7로 버전업됐다. 9.7 이후로 10.7이 나오기까지 무려 5년이나 걸렸다.
하~~ 이번에도 개발 작업은 너무 더디게 진행됐다. 10.8 정도로는 올리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러지 못했다. 다음 버전 개발 근황글이 올라왔던 지난번 이래로 더 바뀐 게 거의 없다.

이전 버전이 소수점이 65였기 때문에 다음을 70으로 정한 거지, x0이었으면 그냥 x1로 정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이가 드니 개인적으로 프로그램 개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 ㅠㅠㅠ

1. 해결: 뻗는 문제 등

(1) 이번 10.7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외부 모듈(IME)이 구동되자마자 케바케로 뻗던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니 외부 모듈을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번거롭더라도 어지간하면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꼭 해 주시길 바란다.
안정성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수 년 동안 있었는데 그게 하필 요 근래에야 발견됐나 모르겠다. 이건 직전 버전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거랑 관련된 문의를 작년 말쯤부터 지금까지 메일로 여러 통 받았고, 개발 중인 임시 버전으로 다 해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번 10.7은 그 수정 사항이 정식으로 적용돼 있다.

(2) 그 밖에 화면 키보드가 외형이 크게 개선된 것도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다.
글쇠문자는 진하게 또는 적당히 확대되어 표시되게 했으며, 무엇보다도 아랫글쇠와 윗글쇠 중 지금 해당되는 것 하나만 표시되게 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직접 써 보면 무엇이 개선되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3) 편집기의 경우, 1.0 이래로 최초로 ctrl+ins와 shift+ins, shift+del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2. 미해결: 전각 및 한영 상태 오동작

지난 반 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저 뻗는 문제 말고 본인에게 제일 많이 접수된 문의는 바로..
일본어 IME와 날개셋을 같이 사용하는 분들로부터의 불편 사항이었다.
일본어 IME를 쓰다가 win+space나 alt+shift로 날개셋으로 돌아오면 한글이던 입력 모드가 매번 영문으로 바뀐다거나, 심지어 전각 모드가 지정된다거나..

하지만 이건 내가 정확한 재연 방법을 파악하지 못해서 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특히 특정 웹브라우저에서만 뭘 어떻게 하니 날개셋에서 전각 모드가 계속 이어진다..?? 이건 정말 어떻게 해야 재연 가능한지 모르겠다.

내가 확실하게 파악한 건,
Windows 11에서 기본 제공하는 마소 일본어 IME를 쓰다가 날개셋으로 전환하면 이전에 한글을 치고 있었는데도 도로 영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마소 한글 IME는 그렇지 않더라.
요건 오동작이 맞고 나도 현상만 파악했다. 마소 한글 IME와 다르게 동작하는 것만 내 프로그램의 버그라고 접수한다.
전각으로 잘못 지정되는 현상까지는 도저히 모르겠으니 정확한 재연 스텝을 공개 수배하는 바이다.

임시방편으로는 날개셋 제어판을 열어서 "시스템 계층 - 고급 시스템 옵션 - 첫 실행 때 운영체제의 한영 상태를 무시하고 입력 항목 선택" 옵션을 켜 주면 영문으로 돌아가는 현상은 막을 수 있다.
원래는 이 옵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영 상태가 마소 한글 IME와는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

3. 다음 버전에서: 비한글 글쇠 처리 방식을 보정 옵션으로 추가

날개셋 외부 모듈이 마소 한글 IME와 동작이 다르다고 이슈가 많이 발생하는 요인 중 하나로는 비한글 글쇠의 처리 방식이 있다. 가령, 한글 조합 중에 space를 눌렀는데 그 공백이 씹힌다거나, 심지어 조합 중이던 한글이 사라진다거나..

마소 한글 IME 기준으로 두벌식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세벌식(390 및 최종 불문)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게 있다면? 100% 요 케이스이다. 반대로 세벌식에서는 괜찮고 두벌식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포함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도움말에서 “VI. 외부모듈 ? 알려진 문제 ? 비한글 문자 입력 관련”이 요 케이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인디자인 문제는 한글 입력 중에 엔터를 누르는 게 한번 인식되지 않아서 정말 악명 높았었는데.. 요즘 최신 버전도 여전히 저런지 모르겠다.
요 근래엔 운영체제의 ‘메일’ 앱에서도 한글 입력 중에 space를 누르면 높은 확률로 씹히는 현상이 있다고 어떤 분이 문의를 하셨다. 이 역시 같은 현상이다.

이건 엄밀히 따지면 응용 프로그램이 IME가 보내 주는 입력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래도 당장 이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을 날개셋 역시 여러 방법으로 제공하고 있다. Space를 응용 프로그램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마소 IME의 두벌식) IME가 가로채서 공백을 직접 보내게 한다거나(MS IME의 세벌식), 숫자나 기호도 응용 프로그램으로 직접 보내는 등..

그러나 이건 사용자가 입력 설정을 번거롭게 그때 그때 바꿔야 해서 번거롭다. 특정 프로그램에서만 조건부로 동작하게 만들 수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거야말로 “프로그램 호환성” 탭의 보정 아이템으로 넣어야 할 사항인 것 같다~!! 지금까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응용 프로그램별 보정이라는 사악한(?) 기능은 크롬 브라우저와 Windows Terminal 때문에 도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나, 저것들도 보정 옵션으로 추가된다면 사용 빈도와 유용성이 크게 높아질 것 같다. 이 비한글 글쇠의 처리 방식은 내가 보기에 진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이슈일 것이기 때문이다. ㄲㄲㄲㄲㄲ

4. 나머지

(1) 가끔은 멀쩡한 msi 파일이 잘 열리지 않고 설치가 안 된다는 문의가(정확한 에러 메시지는 한번 봤다가 까먹었..) 들어오곤 했다.
이건 내 쪽이 아니라 운영체제 쪽의 일시적인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딴 업데이트를 설치하다가 만 상태이다거나..
그냥 운영체제를 재부팅 하면 해결된다. 그것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는 걸로 보인다.
아 이건 도움말이나 프로그램 다운로드 페이지에다가도 언급을 해야 할 듯하다.

(2) 올해 연말, 아마 11월쯤에 10.9, 내년에 11.0으로 버전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타자연습도 4.0으로 부디..
과연 목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록 버전을 조금밖에 못 올려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번 10.7 버전도 누구든지 유용하게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번 상반기에도 알음알음 후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후원자는 다음 버전 때 도움말의 '감사의 글'에 꾸준히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등재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01 08:35 2024/05/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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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국의 "까라면 까"

1. 까라면 까

20세기 중반에 미국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공밀레 "까라면 까"는 이 둘이지 싶다. -_-;;

(1) "흠~~~ 엔진이랑(정확히는 보일러) 엘리베이터가 큰 이상 없다니 그럼 됐다. 이 정도 대미지는 사흘이면 충분하다. 요크타운을 이 기한 안에 수리를 마치도록. 우린 지금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체스터 니미츠 제독)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태평양 전쟁 시절, 배수량이 2만 톤을 넘는 큰 항모가 갑판에 이전 전투(산호해 해전) 폭탄을 맞고 다 부서져서 함재기를 적재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전문가들이 보니 이건 제대로 수리하는 데 3개월은 잡아야 할 큰 대미지였는데.. 우리의 제독님이 3주도 아니고 3일로 기간을 일방적으로 후려쳤다.

군에서는 화들짝 놀라서 SCV들을 싹싹 긁어모아서 밤새도록 갈아넣고 특근을 시켰다. 무려 1400명에 달하는 정비공들이 달라붙어서 사흘 만에 간신히 외형을 복원하고, 함재기 적재와 항해가 가능한 상태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걸로 모든 수리가 제대로 끝난 건 물론 아니었다.;;; 그러니 요크타운이 일본놈들과 싸우러 출항할 때, 공구를 바리바리 싣고 수리공들을 같이 태우고 갔다. 항해하면서도 계속 내부를 땜질하고 수리해야 했다.

이 조치 덕분에 나중에 일본군도 놀랐다. "어, 코쟁이들한테 항모가 하나 더 있었나? 요크타운은 우리가 분명 박살을 냈는데..???"
이 요크타운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큰 공을 세운 뒤, 이번엔 완전히 격침되어 침몰하는 걸로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훗날 우리나라 손 원일 제독은 미국을 상대로 군함을 사 올 때 미친 협상력으로 가격을 말도 안 되게 후려쳤었는데... 니미츠는 이렇게 전시에 군함의 수리 일정을 후려쳤다는 차이가 있다.

(2) "우리는 이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인간을 달에 보내고 말 것입니다. 그게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케네디 대통령)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통령이 이렇게 선언을 덜컥 해 버리니 그 당시 NASA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모든 게 소련에게 뒤쳐져 있었고 아무 기술이고 노하우가 없었는데.. 도대체 어쩌라고?

근데 천조국의 돈지랄과 미친 공밀레가 기적을 만들어 냈다.
1968년 말의 아폴로 8호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실험들을 여러 단계 한꺼번에 밀어붙여서 사람이 기어이 달을 한 바퀴 돌고 무사히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뭐 하나 삐끗 잘못했으면 사람이 지구로 못 돌아오고 우주에서 죽어 버릴 수도 있었는데.;;

그러다가 10호는 달에 내려가는 시늉만 잠깐 하다가 돌아왔다. 이때 승무원이 자기는 달에 뼈를 묻고 말겠다고 객기 일탈을 부렸으면.. 큰일날 수도 있었다. =_=;; 아직 지구로 귀환하는 시스템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서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는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정말 가까스로 인간을 달에 무사히 착륙시키고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젊은 대통령 케네디.
자기가 직접 글을 썼는지, 아니면 참모진이 대필해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역설의 진리로 독자들을 불끈 울컥 하도록 글을 잘 쓴 것 같다. 저 연설도 그렇고, "나라로부터 무엇을 받을지 생각하기 전에 자기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지부터 생각해 주십시오" 라는 취임사부터 그랬으니 말이다. =_=;;

2. 우리나라의 사례

(1) 우리나라에서 6 25가 터져서 한국 은행이 삽시간에 북괴한테 넘어가 버렸다. 이 때문에 울나라는 돈을 황급히 다시 만들어서 찍고 뿌려야 했는데.. 그걸 맥아더에게 부탁했고 맥아더는 "일본을 상대로 까라면 까"를 시전했다.

1분 1초가 아까운 위급한 상황이었고 패전국 일본은 이 기회에 무조건 미국한테 잘 보여야 했으니... 조폐국(?? 그 당시 대장성) 인쇄부 근로자들을 무기한 야근 철야 명령과 함께 갈아넣었다. 나중엔 GHQ 병사들이 총 들고 인쇄 공장을 찾아와서 직원들을 호위 겸 감시· 재촉했대나..
새 돈 도안 마스터판은 단 이틀 만에 완성됐으며, 돈 한 트럭 분량을 열흘 만에 찍어서 비행기로 실어 날랐댄다. 이거 통상적으로 최대 6개월 가까이 걸릴 일이었다고 한다. =_=;;

(2) 미국이 인간을 달에 보내려고 용 쓰던 동안 우리나라는 경부 고속도로 닦겠다고 인력과 물자를 갈아넣으며 용쓰고 있었다. 당재 터널 하나 못 뚫어서 사람 10여 명이 죽고 난리였었다. =_=;;; 지금으로서는 믿어지지 않는다.
인부들이 며칠 씻거나 옷을 못 갈아입으면서 일했고, 도로 포장을 하던 롤러 운전사는 작업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용변을 그냥 자리에서 지릴 정도였다. =_=;.

3. 태평양 전쟁 시절의 미국 대통령

사실, 태평양 전쟁 시절엔 니미츠 제독 이전에 미국 대통령부터가 노발대발해서 내리갈굼을 제일 먼저 시전했었다.
영화 진주만에서 나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명대사. "Do not tell me it cannot be done"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애인인 나도 이렇게 벌떡 일어섰는데 당신들 내 앞에서 안 된다는 소리는 일체 말고 까라면 까시오.
우리 조국의 아들들이 불의의 기습을 당해서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됐는데 뭐? 폭격기 항속거리가 부족하다고? 무리하다간 항공모함마저 털릴 위험이 있다고?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왜놈들한테 무조건 당장 보복하도록 하시오! =_=;;"

천조국은 이때부터 한 근성 했던 것 같다.
쟤들은 일본에게 천 배 만 배 보복한답시고 처음부터 일본을 통째로 지도에서 지워 버린다거나, 일본 민간인까지 몽땅 잔인하게 학살하려 하지 않았다.

단지, 쟤들도 우리처럼 똑같이 기습 당하고 허를 찔리고 뒤통수 얻어맞게 해야 된다고.. 여기에 목숨을 걸었다. 단순히 평범하게 전투에서 힘으로 밀어서 패배시키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그래서 항공모함에서 자그마한 함재기(프로펠러가 중앙에)가 아니라.. 육중한 육군 폭격기를 발진시킨(프로펠러가 양 날개에) 둘리틀 특공대가 조직되었다. 병맛스러운 일본 카미카제 특공대보다야 비교할 수 없이 멋있지 않은가?

4. 통계와 숫자

영화 미드웨이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 레이튼: 일본군의 현재 동태는 이러한데, 첩보에 따르면 아마 요 때쯤에 요기 일대에서 요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어쩌구저쩌구 브리핑)
- 니미츠: 그래서 결론이 뭐지? 그 추측만으로는 범위가 너무 넓고 막연한데? 어렵겠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라. 그래야 작전을 짤 수 있겠다.
- 레이튼: (하... 나더러 어쩌라고~ 자포자기하듯) 일본군은 오는 6월 4일 현지 시각 아침 7시 정각에 북서쪽 325도 방향으로부터 러쉬를 와서 미드웨이로부터 175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관측될 예정입니다.
- 니미츠: 좋아~ 난 내 부하의 말을 믿는다. 참모진은 저 정보를 바탕으로 곧바로 작전을 짜도록 해라.

(나중에 실전 당일에)

- 아무개: 적 항공모함이 미드웨이 북서쪽 320도 방향, 18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관측됐습니다~!
- 니미츠: (시계를 보더니) 오~ 레이튼. 오차가 딱 5분, 5마일, 5도밖에 나지 않았군?
- 레이튼: 충성! 다음번엔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아무 상황에서나 저렇게 레이튼 소령 같은 뽀록을 만들 수야 없겠지만.. =_=;;윗사람, 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거, 숫자, 통계, 데이터를 좋아한다. 저게 뭔가 군대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일 잘하는 요령이고,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할 때 좋은 인상을 주는 이력서를 작성하는 요령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또 하게 된 계기는 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었다. (미드웨이는 거의 2019년 말 개봉이었고 저거는 2020년 초였.. 시기가 아주 비슷하다)

  • 미쿡이 지난 반세기 이래 제일 낮은 실업률.
  • 700만 개의 일자리 창출, 지난 3년 동안 경제활동인구 350만 명 증가. 공장이 12000개 증설.
  • 어디 여성 취업률 72%..;;
  • 주식 시장 70% 성장, 국부 창줄 12조 달러.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우리민족끼리 평화, 착한 경제, 사람이 먼저 소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따박따박 무언가가 얼마만큼 생기고 경제가 살아난 걸 입증해 보이는 게.. 일단 말만 들어도 시원시원하다.

물론 숫자와 통계에도 속임수와 말장난과 조작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저것만 너무 집착하면 또 전시행정 같은 다른 부작용 폐단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숫자와 통계는 두리뭉실하지 않고 일단 객관적이다. 하다못해 그걸 까고 반박하는 거라도 정확하게 공략해서 할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고, 최소한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담겨 있다는 인상을 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숫자를 이용할 뿐이다"란 말도 있잖느냐 말이다. (by 마크 트웨인 ㄲㄲㄲ)

우리나라도 근로자건 정치인이건 저런 사고방식을 지향하고 우대했으면 좋겠다.
자매품으로 '협상 잘하는 요령'은.. 영화 패트리어트에 나와 있다고 여겨진다. 민병대 대장인 마틴이 적진에 홀로 찾아가서 구라까지 쳐서 포로들을 무사히 데리고 온 거 말이다.

5. 미국의 인내심의 한계

미국은 복수귀로 돌변하여 일본을 차근차근 쳐발랐다.
그런데 전쟁이 너무 길어지고, 일본은 제 살 깎아먹으면서도 도무지 항복을 안 하면서 악으로 깡으로 미국에 출혈을 강요했다. 이오지마 전투의 트라우마까지 추가되니 미국도 점점 지치고 악이 받쳤다.

병사들은 일본군 skull trophy를 챙기는 지경이 됐고, 수뇌부들은 핵폭탄 등 온갖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려하게 됐다.
핵 투하는 정말 인내심이 한계 중의 한계에 도달한 뒤에야 내린 극약 처방이었다. 미국은 그걸로도 모자라서 "쪽발이들은 이래도 항복을 안 할 것이다", "소련이라도 끌어들여서 힘을 합쳐 일본을 조져야 된다" 이런 비관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랬는데 리 승만 할배는 미국에게 그러지 말라고.. "니 혼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일본은 항복할 거다. 소련을 끌어들이지 마라. 전후에 한반도엔 미국만이 단독 진출해야 한다." 이렇게 독려했었다. 그게 해방 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내다봤던 선견지명이었는데..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그 뒤 우리나라는 식민지 트라우마 때문에 신탁통치조차도 반대하고 남북분단을 선택했으며.. 그게 이제 반영구적으로 굳어져 버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28 08:35 2024/04/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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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컴퓨터가 취급하는 데이터라는 건 (1) machine word 하나에 다 들어가고 함수 인자에 값이 그대로 전해지는 primitive type이 아니면.. (2) 별도의 메모리를 할당해서 저장하고, 평소엔 그 메모리 주소를 가리키는 포인터만 대신 취급하는 complex type 이렇게 둘로 나뉜다.
그럼 primitive type은? (1) 정수, (2) 포인터, (3) 아니면 부동소수점으로 종류가 크게 나뉘는 것 같다.

문자열은 complex type이고, 문자 하나는 정수라는 primitive type에 속한다.
포인터는 물리적인 형태는 정수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숫자값의 성격, 의미와 용도가 여느 정수와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 이념이나 프로그래머의 편의를 구현하기 위해, 무슨 오프셋이나 카운터 같은 부가 정보를 곁들인 약간 뚱뚱한 포인터도 있다. (스마트 포인터, 자기 함수나 클래스의 바깥 문맥도 지원하는 포인터, 다중 상속을 지원하는 멤버 함수 포인터 등등~)

다음으로 부동소수점이 있다. 얘 역시 완전 별개의 영역이다. 얘는 잘 알다시피 과학 시간에 배우는 x.xxxx * 10^yy 이러는 숫자 표기법을 2진법 기반으로 컴퓨터에다 구현한 것이다. x를 mantissa, y를 exponent라고 한다.
얘는 딱딱 떨어지는 이산적인 정보를 좋아하는 컴퓨터에다가 현실의 연속적인(실무 또는 수학 계산) 계산값을 표현하려 애쓴 근성의 산물이다.

부동소수점은 자리수와 관계 없이 유효숫자가 일정하게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1 ~ 1 사이의 0.xxx 구간이 압도적으로 제일 정밀하다. 32비트건 64비트건, 부동소수점으로 표현 가능한 수의 무려 절반이 -1과 1 사이에 치우쳐 있다. 절대값 1 이상인 양수 지수부와, 그렇지 않은 음수 지수부가 반반씩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0과 0.5 사이에 표현 가능한 수와 0.5와 1 사이에 표현 가능한 수는..?? 지수부의 크기에 비례해서 수백 배 이상 폭발적으로 차이가 난다. 이게 부동소수점의 심오한 세계이다. =_=;;
숫자가 커질수록 표현 가능 구간이 급격히 듬성듬성해지니.. 가장 흔히 쓰이는 축에 드는 32비트 single 부동소수점 기준으로 숫자가 1700만 정도로 커지고 나면 정밀도가 1이 되어 정수와 다를 바 없어진다.

또한, 1/2^n 형태가 아닌 모든 소수점은 원래 형태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하고 유효숫자 이후의 뒷부분이 버려진다. 이 점 역시 감안해야 한다.
부동소수점 숫자를 하나 받아서 이 수의 바로 다음 크기인 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 외에도.. x86에서는 정수끼리 나눗셈을 시키면 몫과 나머지가 같이 구해져서 레지스터에 저장된다. 그리고 0으로 나누는 건 CPU 차원에서의 오류/예외로 처리된다.
그러나 부동소수점에서의 나눗셈은 나머지라는 개념이 없다. 그리고 0으로 나눈 결과는 그냥 NaN이라는 값으로 처리된다. 이런 식으로 서로 관점과 동작이 차이가 있다.

초기화되지 않은 부동소수점 변수는 프로그래밍 언어 차원에서 NaN으로 초기화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일 것 같다. NaN이 '쓰레기값' 역할을 수행하는 셈인데.. 내 기억으로 D 언어가 이걸 실제로 수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IEEE754 부동소수점 규격을 보면 NaN도 아직 에러까지는 아닌 quiet NaN, 그리고 에러인 signalling NaN으로 나뉘어 있다.

현실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IEEE32 (single, float) 내지 64 (double) 이 둘만을 제일 많이 볼 것이다. 당장 마소 Excel이 취급하는 숫자의 자료형만 해도 64비트 double이다.
그러나 사실은 표준 규격으로나 역사적으로는 이보다 더 다양한 부동소수점 규격이 존재한다.

  mantissa exponent
IEEE16 11 5
IEEE32 24 8
IEEE64 53 11
IEEE128 113 15
IEEE256 237 19
MBF32 24 8
MBF64 56 8
Turbo Pascal Real 40 8
long double (IEEE80) 65 15


같은 공간 안에서 유효숫자 개수와 표현 가능한 자리수 구획을 정하는 건 꽤 미묘한 고민거리인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체 공간이 커지더라도 exponent는 그에 비례해서 쭉쭉 커질 필요가 없으며, 로그함수 급으로 아주 느리게 증가해도 된다는 것이다. (비율이 갈수록 작아짐) 말 그대로 2의 exponent 승만큼의 자리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ponent가 8만 돼도 0이 38개나 붙은 자리수를 표현할 수 있고, 바이트 경계가 딱 나뉘어서 처리하기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부동소수점 규격들이 얘를 8비트로 잡은 걸 볼 수 있다.

MBF는 오늘날 같은 IEEE754 표준 규격이란 게 등장하기 전, 1980년대 마소의 BASIC 언어에서만 독자적으로 쓰였던 규격이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젊은 시절에 나름 이런 것까지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구현했다니..
MBF32는 IEEE32와 공간 크기와 분배 배율이 동일하지만, 비트 배치 순서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바이너리 차원에서 곧바로 호환되지는 않는다.

mantissa와 exponent 모두 내부적으로 부호 비트가 존재한다. 전자의 부호는 표현하는 숫자 자체의 양-음 여부를 결정하며, 후자의 부호는 숫자가 1보다 큰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저 표에서 mantissa-1을 3.3으로 나누면 (3.3의 의미는 ln(10)/ln(2)의 근사값) 10진법 기준의 유효숫자 개수가 나온다.
그리고 표현 가능한 범위도 exponent-1을 3.3으로 나누면 10진법 기준의 표현 가능 최대 자리수가 나온다.

맨 위의 16비트 부동소수점은 half-precison floating point라고 불리는데, 유효숫자가 3개밖에 안 되고 5비트짜리 exponent로는 최대 자리수도 겨우 10000대밖에 안 된다. 그러니 실용적인 가치는 매우 낮지만 이런 숫자도 머신러닝 계산용으로는 쓰이는가 보다. 그렇기 때문에 FP16이라는 옵션도 있는 거겠지?
그리고 볼랜드의 16비트 파스칼 컴파일러에만 전무후무 존재했던 6바이트 Real은 존재가 참 독보적이다. 4도 8도 아닌 그 중간.;;

부동소수점은 그 구조상 숫자 2개를 조합해서 한 숫자를 표현하니, 각종 산술 연산이나 비교 따위가 정수를 취급하는 것보다 무겁고 부담스럽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동일한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게 되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리수를 일정하게 맞추는 '정규화'라는 규칙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동소수점 연산은 초딩 시절에 배웠던 어림셈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아주 큰 수에다가 아주 작은 수를 많이 더하면 오차가 쌓이고 결과가 안 좋아진다.

쌍팔년도 시절엔 부동소수점 연산을 하드웨어 가속으로 보조해 주는 CPU 애드온이 별도로 존재했다. 일명 FPU, 코프로세서.. 그 시절엔 이거 하나만으로도 존재감과 가격이 지금으로 치면 고급 게임용 GPU나 마찬가지였다.

286~486 시절엔 모든 컴퓨터에 코프로세서가 있는 게 아니었다(486은 제일 저가 깡통 모델인 SX만). 그렇기 때문에 그 시절의 컴파일러들은 부동소수점의 처리 방식을 지정하는 옵션이 있었다. 무슨 x87을 지원할지, 그런 FPU 코프로세서가 없는 경우를 대비한 소프트웨어 연산 처리 코드를 넣을지를 말이다. =_=;;

자고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정수나 포인터를 어떤 형태로든 취급하지 않고 동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소수점을 전혀 취급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분야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부동소수점을 더 빠르게 다루는 건 소프트웨어로나 하드웨어로나 오랫동안 추가 옵션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하드웨어 현질 없이 소수점 연산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고정소수점이라는 편법도 쓰였다. 기존 정수에다가 자리수만 기계적으로 옮기고 곱셈과 나눗셈 결과를 보정하는 것 말이다. 32비트 정수를 16:16 내지 26:6 이런 식으로 분할했다. 단점과 한계가 명백하지만 이게 성능 하나는 워낙 탁월하니.. 옛날 게임이나 폰트 엔진 같은 일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쓰였다. ㄲㄲㄲㄲㄲ

그러다가 펜티엄이 돼서야 부동소수점 명령이 CPU에 기본 내장되고 지원되게 됐다. 그랬는데 그 펜티엄에서 바로 FDIV 나눗셈 결함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가정용 컴에서까지 걱정해야 할 무슨 심각한 보안 문제 급은 아니었다. 아주 극단적으로 크거나 작은 수를 다룰 때 아주 미세하게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80비트 long double의 경우, x87 프로세서에서도 지원 자체는 한다. 심지어 더 작은 32/64비트 부동소수점을 다룰 때도 중간 계산 결과는 다 80비트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x87 이후에 도입된 SIMD 명령은 80비트 부동소수점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80비트가 사실상 봉인돼 버렸다.

이거 무슨 분당선 전철이 훗날 8량 편성으로 고정되면서 처음에 미리 만들어졌던 수서-오리의 10량 기준 승강장의 일부 영역이 봉인된 것과 비슷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ㅋㅋㅋㅋㅋ
하물며 128이나 256비트짜리 초대형 부동소수점은 어디 쓰이는 곳이 있기는 한지 잘 모르겠다.

본인이 과거에 만들었던 프로그램 중에 부동소수점 연산을 많이 하는 축에 드는 놈으로는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이 있다. 빌드된 실행 파일을 들여다보면 x87 명령이 많이 쓰인 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얘를 컴파일러를 업글해서 다시 빌드하니 코드의 레이아웃이 싹 바뀌었다. x87의 구닥다리 fmul fld fadd fstp 대신, addsd movaps mulsd 처럼 SIMD 명령이 쓰인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부동소수점 한둘의 연산을 넘어, 벡터· 행렬 같은 여러 데이터의 연산을 한 명령으로 한꺼번에 처리해 주는 확장 명령이다. 1999년, 펜티엄 III에서 도입됐다.
이미 Visual C++ 200x 시절부터 이 명령을 사용해서 컴파일하는 옵션이 /arch에 딸려 있긴 했다. 그러다가 2012부터는 별다른 옵션이 없으면 이 명령 세트를 사용하는 게 디폴트가 됐다~!!

이게 예전 198~90년대에 x87 명령 사용 여부와 비슷한 컴파일 옵션인 셈이다. 2012에서는 Windows XP 지원도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끊겼는데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상이다. 부동소수점과 관련하여 할 말한 얘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
x87에는 사칙연산뿐만 아니라 제곱근, 삼각함수, 2를 밑으로 하는 지수와 로그 같은 간단한 초월함수까지 CPU 명령 하나로 해치워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수학 함수를 지원하는 건 아니어서 e를 밑으로 하는 지수와 로그는 지원하지 않는다. 2는 지원하고 e는 지원하지 않는다니.. 진짜로 수학 대신 컴퓨터 지향적인듯. ㅎㅎ

그러니 CPU빨이 없는 수학 함수는 C 라이브러리에서 어떻게 구현돼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부동소수점을 10진법 문자열로 변환하거나 vice versa하는 것 말이다. 이거 은근히 어렵고 번거로울 텐데? exponent와 mantissa를 다 진법 변환하면서 두벌일을 해야 하니까..
에니악 같은 초창기 컴퓨터가 그 비효율 삽질에도 불구하고 숫자를 처음부터 10진법 단위로 묶어서 표현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지 싶다.

여담: 숫자 자체를 컴퓨터가 primitive로 지원하는 숫자 unit들 여러 개를 묶어서 complex type처럼 취급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수십~수백 자리 어마어마하게 큰 정수: 공개(비대칭) 키 암호화 라이브러리에서 필요하다. 금융 거래 같은 데서..;; 얘만 기막히게 빠르게 처리해 주는 정수 연산 라이브러리도 있다.
  • 유리수: 부동소수점 단독으로는 유리수 하나도 정확하게 표현이 안 되니 정수 2개 분자/분모를 따로 취급한다. Windows 계산기가 내부적으로 이렇게 동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 복소수: 부동소수점 2개를 묶어서 실수/허수를 표현한다. 수학· 과학 일부 분야에서 쓰인다. C++에 complex라는 클래스가 있는데, 템플릿 형태여서 정수만으로 구성된 복소수도 만들 수는 있다.
  • 소수점만 임의의 자리수로: 전용 수학 패키지에서 쓰인다.
  • 행렬· 벡터, 사원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게임을 포함해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쓰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25 08:35 2024/04/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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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이야기

1. 평가

국왕이건 대통령이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군주? 국가원수는 재임 중에 그야말로 엄청난 부귀영화에다 최고의 복리후생 서비스를 공짜로 받으면서 최고 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 사람도 죽거나 퇴임한 뒤에는 엄연히 당대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칭호라든가 '묫자리'의 등급이 그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교외에 초라하게 쳐박혀 있는 연산군묘와.. 정말 으리으리한 규모로 조성돼 있는 세종대왕릉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이런 사례는 성경의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 "... 그들이 그를 다윗의 도시에 묻었으나 왕들의 돌무덤에 두지는 아니하였더라" (대하 21:20, 안 좋은 왕 여호람)
  • "... 히스기야가 자기 조상들과 함께 잠드니 그들이 그를 다윗의 아들들의 돌무덤 중에서 가장 좋은 곳에 묻어" (대하 32:33)

역사 속의 왕 중에서 특별히 매우 탁월 훌륭했던 명군 성군은 '대왕'이라고 높여 부르곤 한다.
고구려 광개토, 조선 세종, 프로이센 제국의 프리드리히 대왕 정도가 떠오른다. the great / der Große

2. 묘호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까지는 군주의 이름이 다 '무슨무슨 왕'이었다. 그러다가 고려부터는 묘호라는 게 도입돼서 '-종' 이렇게 표기가 바뀌었다. 내가 알기로 아마 중국 시스템을 가져온 거지 싶다.

자기 임기를 못 마치고 폐위된 왕은 '-군'이라고 불리며, 묘지조차 '릉'이라고 불리지 못하게 된다는 건 잘 알려진 상식이다. 연산군· 광해군이 그 예이다.
그럼 정상적인 왕에게 부여되는 '-종'과 '-조'의 차이는 뭘까? 이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의외로 드문 것 같다.

" '조'가 '종'보다 격이 더 높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왕위를 뺏은 왕이 '조'(세조, 태조..)다" 이런 말은 들어 본 것 같다.
글쎄, 검색을 해 보니 "공이 많은 왕은 '조', 은덕(?)이 많은 왕은 '종'"이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구분 기준이 매우 불명확하다. 공으로 치면 세종대왕이야말로 '조'가 돼야 하지 않는가? 여전히 좀 헷갈린다.

고려가 원 간섭기에 들어가서 개판오분전이 됐을 때는 왕의 이름에 '-종' 그딴 거 없고 몽땅 다 '충?왕' 내지 '공?왕'으로 물갈이됐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이름을 붙여야 했으니 말이다. ㄲㄲㄲㄲㄲㄲ
그리고 조선도 나중에 제국이니 황제를 표방했지만.. 일제에게 휘둘렸을 때는 그냥 '이왕가'라고 격하됐다. 천황 폐하의 휘하에 있는 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 왕들의 묘호는 그대로 고종 순종이 이어진 듯하다.

3. 현대의 대통령

현대 사회 시스템이 전근대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른 특성 중 하나는 고도의 세분화· 전문화, 계층 분리, 법과 규정· 매뉴얼 운용이다.
한 사람 독점이란 게 없으며, 한 사람의 실수나 폭주, 유고가 조직 전체를 순식간에 말아먹지 못한다. 서열 1위 VIP가 급사하면 이미 있던 매뉴얼에 따라 다음 서열이 그 자리를 승계할 뿐이다.

소유와 경영이 구분되고(국가뿐만 아니라 땅이나 기업, 선박, 군대 같은 것도..), 통치자의 권한도 사법 입법 행정 분야별로 분리된다. "짐이 곧 국가이니라, 짐이 곧 법이니라" 이런 게 없다.
뭐, 미국은 세계 최초로 임기제 대통령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이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정치 모델을 따랐다. 두 나라 모두 초대 대통령은 자기를 3인칭화하면서 반쯤 왕 행세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그 당시에는 충분히 파격적이었다.

대통령은 조선 시대 국왕 같은 존재가 아니다. 대통령이 죽었다고 해서 무슨 묘호를 따로 붙이거나 무덤을 왕릉 급으로 성대하게 꾸미지는 않는다. 그냥 국립 현충원의 국가원수 묘역에 모셔 주는 게 예우의 전부이다.
거기에 안장되는 자격은 단순히 무능해서 나라 말아먹은 정도로는 박탈되지 않는다. 악의적인 사고를 훨씬 더 크게 쳐서 형사 범죄 유죄가 확정됐을 때에나 박탈된다.

그런데 국립 대전 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이 생긴 이래로 40년이 다 돼 가는 와중에, 저기에 묻혀 있는 사람은 울나라 역사상 제일 존재감 없었던 대통령인 최 규하 내외밖에 없다는 게 함정이다..;; 덕분에 저 묘역 자체의 존재감도 최 대통령의 존재감처럼 돼 간다. -_-;;

(리 승만과 박 정희 대통령 묘소는 서울 현충원 안에서 어지간한 왕릉처럼 따로 조성돼 있긴 하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특례 예외가 더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4. 왕에 준하는 영어 어휘

(1) prince는 꼭 왕의 친아들뿐만 아니라 왕의 사위(부마) 내지 왕에 준하는 고위 통치자.. governor 총독과 얼추 비슷한 뜻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성경의 사 9:6 Prince of Peace가 '평화의 왕자'라고 번역되지 않음을 생각해 보자.
그러고 보니 Prince of Persia도 있구나. ㅋㅋㅋㅋㅋ 여기서도 주인공이 혈통상으로 무슨 왕의 친아들 같지는 않다. ^^

(2) 그러고 보니 여자 계열인 queen은 왕비도 되고 여왕도 된다. 영어에서 로얄 패밀리 관련 용어들이 전반적으로 중의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3) 다니엘서 6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총리 president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prince와 대등하게 같이 나열된다. 서로 비슷한 신분이지만 선출 방식, 영역이나 직무, 지위가 다른 듯하다.

5. 왕보다 높은 칭호

다음으로 반대로 왕보다도 높은 사람은 뭐라고 부를까?
성경에서 쓰이는 타이틀은 king of kings '왕들의 왕'이다. 우리식으로 좀 짤막하게 의역하면 '왕중왕' 정도. 사실상 예수님의 칭호로만 쓰인다는 건 성경깨나 공부한 사람이라면 아실 것이다.

그 반면, 세상에서 특히 동양 한중일 문화권에서는 '황제'가 친숙하다.
오늘날은 옛날 같은 왕정이 세계적으로 전멸하다시피했기 때문에 "테란의 황제 임 요환. 소프트웨어의 황제 빌 게이츠"처럼 그 분야의 지존 왕고, 1인자 같은 비유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오늘날 자기 국가원수에 대한 영문 공식 명칭으로 emperor를 쓰는 나라는 일본이 세계 유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야 반일 감정 때문에 '皇'자를 붙이고 싶지 않아서 '천황' 따위 생까고 '일왕'이라고 부르는 곳이 많다.
허나, 김 대중 때 저쪽에 대한 울나라의 공식 표기를 '천황'이라고 굳히기는 했었다. 노 태우 때 '중공' 대신 '중국'이라고 공식 표기를 굳힌 것과 완전히 동급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그때 한중 수교 내지 일본 대중문화 개방 같은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6. 나머지 얘기들

(1)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성경엔 이스라엘 백성 "우리도 왕을 갖고 싶습니다" vs 사무엘 "그 왕의 간지를 유지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하냐? 니들은 왕을 뒀다간 세금폭탄 맞고 개고생할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왕을 없앨 수도 없고 소용없을 거다" 이런 말이 나온다.
이거.. 요즘으로 치면 "우리도 빚 내서라도 차를 장만하고 싶습니다." vs "차는 안 몰고 세워 놓기만 해도 유지비가 얼마나 드는지 알기나 하냐? 나중에 빚더미에 올라서 고생해도 차를 무를 수 없을 거다" ...;; 카푸어와 싱크로율이 아주 높아 보인다.

(2) 동양에서는 역대 왕들에게 서로 다른 한자 글자를 할당해서 이름을 붙이는 반면.. 서양은 기존 선조의 이름을 계속 재활용하면서 n세 n+1세.. 이러는 관행이 있다!! 한중일에서 n세 n+1세 이런 이름이 붙은 군주는 내가 아는 한 없다. 신기한 노릇이다. =_=;;

(3) 신라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서로 다른 김, 박 왕조가 번갈아가며 왕좌에 올랐으며.. 잠깐이지만 여왕도 있었다. 왕릉이 바다에 조성된 왕도 있었고, 또 죽어서 왕으로 추존된 장군(김 유신)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사금인지 뭔지 이렇게 불리다가 진흥왕인가 그때 처음으로 중국식 표기가 도입됐다. 여러 모로 특이하다.

(4) 왕 내지 절대권력을 의미하는 색깔도 문화권마다 다른지.. 성경 시대엔 보라색?자주색? 계열이 고귀하게 여겨진다.
예수님이 왕드립 패드립을 당하실 때도 이 색깔의 겉옷이 걸쳐졌다(요 19:2).
한때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는.. "5호선 보라색의 상징은 황제입니다. 5호선을 이용하시는 승객 여러분도 황제입니다" 이런 아부성 광고가 붙기도 했는데.. 그 색의 의미가 저기서 유래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중국 청나라에서는 노랑이 황제를 의미하는 최고급 색깔이었다.

(5) 세종대왕에 대해서.. 종모법을 시행해서 노비 신분을 무슨 유전병 우성 인자마냥 퍼뜨리고 전 백성을 노비로 만든 원흉인 것처럼 얘기하는 낭설이 떠돈다.
글쎄.. 오히려 세종 이후 나중에.. "부모 중 누구라도 노비이기만 하면 자식은 모두 노비" 즉, X나 Y 둘 중 하나가 아니라 X|Y를 만들어 버린 게 진짜 노비를 폭증시킨 것 같은데 말이다. 저건 마치 "요셉에 대해서 백성의 땅을 몽땅 뺏어 버린 원흉"이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어 보인다.

(6) 왕은 저렇게 고귀한 신분이거늘, "우리를 사랑하사 자신의 피로 우리의 죄들에서 우리를 씻으시고 하나님 아버지를 위해 우리를 왕(경복궁!!)과 제사장(종묘!!)으로 삼으신 예수 그리스도"에게(계 1:5-6) 찬양과 영광을 돌리고 싶어진다.
진짜 왕 신분은 자주색 노선인 지하철 탄타고 부여되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피를 믿어야 영적 신분으로나마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22 08:35 2024/04/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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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요거 이후로 무려 5년 만이다. =_=;;

1. 건반악기

세상에 피아노 말고도 여러 건반악기들이 있지만, 피아노처럼 언제 어디서든 건반만 누르면 소리가 탱~ 나는 악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페달을 밟거나 손으로 뭘 주무르거나 입으로 뭘 불어서 바람을 넣으면서 건반을 눌러야 한다. 전자 악기라면 하다못해 전원이라도 켜야 된다.;;
피아노는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아가는 반자동 이상 등급의 화기인 것 같다. 다른 악기들은 장전을 매번 새로 해야 하는 수동식이거나 아니면 심지어 머스킷 같은 전장식 화기와 비슷하다;;

지금이야 건반의 배색이 주 음계는 흰색, 반음계는 검정으로 정착해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이 색깔 배치가 반대였었다고 한다. 수가 더 많은 검정색이 제조 원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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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실로폰은...? 건반악기이긴 한데 건반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채로 치는 형태라는 것.. 그리고 음별로 건반의 길이가 균일하지 않다는 게 특이하다. 하긴, 피아노는 그렇게 길이의 차이로 음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부위가 건반이 아니라 피아노 몸체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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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악기

일명 북, 드럼이라고 불리는 타악기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초등학교 음악 교과 용어인 큰북과 작은북이 전부이다. =_=;; 전자는 세워 놓고 옆을 치고, 후자는 눕혀 놓고 윗면을 친다.
이 두 드럼은 전문 용어로는 각각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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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물건 말고 '팀파니'라는 악기가 클래식에서 큰북 역할을 하는가 보다. 평범한 둥둥 단음이 아니라 나름 음역(음정) 구분도 되는가 보다. 윗면을 치는 형태인 듯?
작년 봄엔 KBS 교향악단에서 실황 공연 중에 팀파니가 찢어지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는데.. 연주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서 팀파니 3개만으로 4개 같은 연주를 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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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말고 현대/실용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바닥에서는 이렇게 생긴 드럼 키트? 세트가 있다.
저런 세트에는 드럼뿐만 아니라 심벌즈처럼 생긴 금속판도 달려 있어서 양손이 아니라 채로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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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럼 세트에서 스네어드럼 말고 툭툭 치게 되어 있는 작은북들을 '톰톰'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얘는 드르르륵 칠 때 나는 소리도 클래식이나 군악에서 나오는 진짜 작은북의 소리와는 다르다. 그러니 확실히 별개의 악기이긴 하다.

한때 '킥 드럼 베이스' 테크노(?) 댄스가 유행이고 유튜브에도 많이 올라오던데 말이다..;; '드럼' 때 나오는 동작이 톰톰을 드르르륵 치는 동작일 것이다.

타악기는 그냥 두들기기만 하면 되니,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통상적인 멜로디 악기들 정도로 오랫동안 전공하고 어렵게 숙달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_=;; 글쎄, 실제로 드럼을 전공한 분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무식한 소리 말라고 비웃음 당할지 모르겠지만.. 비전공자는 그쪽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니 말이다.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은? 드럼 계열이 아닌 초딩 타악기 3관왕인 것 같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 3S가 초딩 놀이터의 3대 구성요소인 것처럼 말이다. 얘들 정도면 악기를 제조하거나 구매하는 것도 엄청 저렴하고, 다루는 것도 워낙 가볍고 쉬우니.. 만년 유치원· 초딩용인 듯하다.
그나마 리코더는 초딩 음악 중에서는 약간 상위급이랄까? 나름 플루트처럼 전문가 괴수 연주자도 있다고 한다. ㄲㄲㄲ

3. 군악

오늘날이야 군대에서 악기를 다루는 건 열병식 퍼레이드 내지 각종 전통 행사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실전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악기가 동원되곤 했다.
북 같은 타악기는 (1) 으쌰으쌰 흥분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으로, 다같이 합을 맞춰야 하는 (2) 단체 행동에서 박자 맞추기 용도였다. 그리고 나팔 같은 관악기는 (3) 지시를 전달하는 신호기 용도였다.

디즈니 포카혼타스(1995) Savages 노래에 Now we sound the drums of war 가사는 절대로 비유적인 표현만이 아니었다. 1600년대에 인디언이고 유럽인이고 전투 때 실제로 북을 둥둥 쳤으며 그게 화면에서도 묘사됐다.
패트리어트(2000)에서도 독립전쟁 때 식민지 측이던가 and/or 영국 측이던가 “진격~!!” 명령과 함께 옆에서 누가 드럼을 드르르륵~ 치는 장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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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 시절을 풍미했던 고전 게임 남북전쟁에서도 교전 때.. 대포나 소총수를 움직일 때는 별 소리가 없는데, 기마병을 움직일 때는 나팔 소리를 흉내낸 듯한 빰빠빰빠~ 멜로디가 나왔다. 이거 나름 고증 반영이지 싶다.
그 뒤 비교적 근현대에 속하는 러일 전쟁.. 203 고지 영화도 보니까 일본군이 러시아 진지로 돌격할 때 옆에서 누가 저 남북전쟁 같은 나팔을 삐리리리 불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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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 나팔은 나중에 호루라기로 바뀌었고.. 각개전투 전술이 고도화되고 무전 같은 다른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야전에서 아날로그 음향 장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통신이라는 병과가 군악이라는 병과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한 셈이다.
승마라든가, 빨강 파랑 원색 전투복, 총검술, 제식 등 군대의 여러 요소들이 야전 실전에서 퇴출되고 그냥 스포츠로 바뀌거나 사관생도들 가오만 내는 레거시로 바뀌었다. 허나, 군악이라는 요소는 저런 것들보다는 비교적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이솝 우화던가.. 전쟁터에서 어느 군악병이 적군에 의해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히게 생기자 "살려주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일체의 총질을 한 적 없고, 오로지 나팔밖에 불지 않다구!!" 라고 항변했는데.. 적군 왈, "허나, 당신의 나팔 소리에 당신네 병사들이 사기가 오르고 고취되고, 더 신이 나서 우리에게 총질을 해댔지" 이렇게 대꾸하고는 그 군악병을 사살 내지 사로잡았다고 한다.
군악이 전쟁터에서 쓸데없는 무용지물 병과가 절대로 아니며, 다 이유가 있어서 군대에서 저런 걸 배치했다는 것이다.;; 군종· 정훈이나 심지어 의무 병과처럼 말이다.

4. 군대 나팔

군대에서는 휴대하기 야외에서 불기 좋은 악기를 선호한다. 하모니카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장에서 큰 인기였다. 이건 각 군인들의 심신 안정용이다.
수자폰은.. 그 큰 덩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행군용으로 워낙 최적화돼 있으니 천상 군대 악기인 것 같다. 악기가 사람 몸을 감싸고 덩굴을 튼 형태이다.

이런 것 말고 뭔가 군대에서 지휘와 권위를 상징하는 악기는 트럼펫 부류의 금관악기 나팔이라 하겠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 신약 성도들의 부활 내지 휴거를 알리는 시그널도 나팔 소리일 거라고 말한다. (고전 15:52, 살전 4:16 등) "하나님의 나팔 소리 천지 진동할 때에"라는 찬송가를 생각해 보자.

국기에 대한 맹세, 장성 행진곡 등 각종 국민의례 BGM들과 심지어 군대의 악명 높은 기상 멜로디까지 모조리 B플랫 장조인 이유는.. 트럼펫의 기본조가 B플랫이기 때문이다.
흠..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군대 기상 멜로디라면...??? 군대 트라우마가 있는 크리스천 형제라면 처음에 좀 섬뜩하긴 할 것 같다. =_=;;;;

강원도 전방 산골짜기 어딘가에 박혀 있는 모 부대는 우리나라에서 최후까지 기상 나팔을 녹음된 음원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불었다고 한다. 이건 마치 강원도 정선에서 최후까지 통표 폐색 방식을 썼던 옛날 철도역에 대해 듣는 느낌이다.
철길 건널목도 옛날에는 진짜로 금속종을 때려서 땡땡 경보음을 냈고 옛날 초인종도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전부 다 녹음된 멜로디로 바뀐 지 오래다. 기상 BGM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겪은 셈이다.

군대가 아닌 싸제 학교나 경찰에서는 호루라기가 쓰이는데, 이건 엄연히 악기이다. 쓰임새는 타악기와 비슷하지만 소리 내는 원리는 명백히 관악기이다. 학교 체육 시간에 달리기 경기를 시작할 때 먼 거리에서는 신호총을, 가까운 데서는 호루라기를 쓰는 듯하다.
그에 비해 휘파람은.. 성악도 아니고 기악도 아니고 뭘까? 군대보다는 애완동물에게 신호를 할 때 종종 쓰인다.

5. 나머지 잡생각들

(1) 음악 용어에서는 코드가 code가 아니라 chord를 가리키며.. 베이스는 base가 아니라 bass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차이점인 듯하다. -_- (화학에서는 base가 근간, 바탕, 기지, 밑 등의 뜻이 아니라 약간 뜬금없게 acid '산'의 반의어인 '염기'를 뜻하기도 하지..)

(2) 음악의 조도 key라고 하고 건반도 key라고 하다니 좀 이상한데..? 뭐 우리말은 원래 두 음고(시각)의 차가 음정(시간)인데, 음고 내지 조까지 다 음정이라고 부정확하게 싸잡아 말하는 편이다. '암호'(password / crpyto-, cypher)와 비슷한 유형의 모호한 다의어인 셈이다.

(3) 멜로디를 읽으면서 반주 코드를 쭉 넣는 거 말이다. 어느 정도는 답이 정해져 있고 컴퓨터로 자동화도 가능할 것이다. AI로 새로운 곡을 아예 작곡도 하는 세상인데 코드 넣는 걸 컴퓨터가 못 할 리는 만무하다.
다만, 멜로디에 대한 코드가 유일하게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것 자체도 일종의 편곡이며, 멜로디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창작이긴 하다. 악보라는 텍스트 본문의 주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4) 산 꼭대기에서 "야호!" 소리가 최대한 멀리까지 들리게 하려면 소리를 어떻게 질러야 할까? 물론 음량은 최대로 잡지만 음고는 한없이 높이지 않는다. 가장 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적정 음고가 따로 있다.
이건 마치 자동차 엔진에서 최대 토크 내지 최대 출력이 나오는 엔진 회전수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5) 여러 악기가 동원되는 오케스트라를 피아노 양손연주로 멋지게 편곡한 걸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더 열악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포팅을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왼손 빰빰빰으로 타악기 비트를 구현했다거나, 옥타브를 달리한 선율로 특이한 악기 소리를 표현했다거나.. 그런 것 말이다.

(6) 노래에서 숨소리는 철도에서 레일 이음매의 덜컹거림과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다. 사진만 보정 뽀샵질을 하는 게 아니라 음원도 뽀샵질(?)을 한다.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 근데 현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숨을 잠깐이라도 안 쉴 수는 없으니 립싱크와 라이브가 이런 데서도 차이가 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19 08:35 2024/04/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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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1차(동네의원) 2차 3차(대학병원급)로 나뉘고, 재판소(법원)가 지방-고등-대 3계층으로 나뉘고..
금융기관도 제1 제2 제3(사채)으로 급이 나뉘고..
냉전 시절에 세계 나라들이 제1(자유진영), 제2(공산권), 제3(나머지 신흥 독립/중립국)으로 나뉘었다.

그런 것처럼 좀 뜬금없지만 세계 문자들을 얼추 3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겠다.

1.
제1군은 형태가 제일 단순한 풀어쓰기 음소문자들이다. 서양의 라틴 알파벳, 러시아 키릴, 그리스 문자 따위.
기계화하기에 제일 유리하다. 기계식 수동 타자기는 말할 것도 없고, 컴퓨터 기준으로도 1980년대 8비트 PC의 메모리와 속도, 디스플레이 해상도로도 모두 거뜬히 구현 가능했다. 극악의 저해상도 8*8 픽셀 블록으로도 표현 가능할 정도니까.

한글 풀어쓰기라든가 반각 가타카나는 더 복잡한 자국 문자를 최소한으로 변형해서 제1군처럼 처리하려 노력했던 흔적이다.
세벌식 쌍초점 타자기(+ 직결식 폰트)는.. 한글을 외형상 모아쓰기를 유지하면서 제1군처럼 처리하는 굉장히 획기적인 방법론을 구현했다.

2.
다음으로 제2군은 동아시아 한중일의 소위 '2바이트 문자'에 속하는 한글, 가나, 한자 같은 문자들이다.
제1군 문자보다 훨씬 더 뚱뚱해서 전/반각 구분이 필요하고, 실용적인 수준의 문자 집합 크기도 수천 자에 달한다. 문자의 크기 대비 디스플레이 해상도, 컴의 메모리와 속도, 입출력 오버헤드 등을 감안했을 때 8비트 컴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최소 '16비트' 정도는 필요하다. 입력을 위해 IME라는 소프트웨어 계층이 필요하다.

내 한글 입력기는 이런 고민 과정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자국 문자는 1군이 아니라 2군에 속하는데? 대문자나 바리에이션 문자가 없는 대신에 모아쓰기가 특징인데?
그렇다면 이 특성을 그저 "부담, 오버헤드, 짐, 단점이 아니라 개성과 특징, 장점으로 살릴 수 없을까..?"

컴퓨터라는 기계가 존재하고 한글이라는 문자가 존재한다면 그 사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미친짓은 다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을 만들었다. 최소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걸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은 안 나오게 말이다.

왜 일본에서 무슨 영상물이나 물건 만든 걸 보면.. 장인정신에 창의적인 걸 넘어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쓸데없이 고퀄리티'스러운 게 많다.
"걔네들이 자국 문자가 한글이었다면 그 정신머리 근성으로 이런 입력기 정도 만들었을 것이다~~" 난 이걸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근데 그런 짓을 현실의 일본인이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한국인이 해야지.

(내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한글 입력 예제 중에는 일본인이 고안한 것도 하나 수록돼 있다. ㄱ+ㅏ+ㅏ로 '까'를 만드는 특이한 방식...)

  • 그런 기술 기반 위에서 공평하게 오덕질을 하다 보면 “세벌식이 잉여질 오덕질할 게 더 많고 활용 범위도 더 넓다는 게 입증된다. 초성 종성 구분하고 동기화할 골머리 대신, 초성 종성 병렬화가 가능하다~
  • 타자기에서 컴퓨터에서 바뀌었다고 두벌 세벌 차이가 없는 게 아니다.. 이것도 입증된다.
  • 기왕 1군이 아니라 2군에서 판을 짤 거면 이렇게 놀아야 문자 차원의 경쟁력이 선다..

이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내 지론이다. ^^

3.
그리고 끝으로 제3군은 뭐.. 제1군은 물론이고 제2군보다도 더 복잡한 로직이 동반돼야 입출력 가능한 문자이다. 이른바 complex script.
아무래도 8비트, 16비트를 넘어 32비트 이후의 컴터 시대가 돼서야 제대로 표현 가능해졌다.

  • 문자의 정보량이랑, 화면에 보이는 글자 수· 길이 사이에 개연성이 전혀 없다던가. -_-;;
  • 같은 문자가 앞뒤 글자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형태가 막 달라진다던가..
  • 글자를 하나 찍고 끝이 아니라 뭐가 덕지덕지 바리에이션이 많다던가..
  • 유니코드의 등장 이전엔 애초에 코드값이 부여조차 되지 않았던가..

아랍, 태국, 베트남 문자가 이런 3군까지 간다. 텍스트 에디터를 만들어서 블록이나 cursor 이동을 구현하는 것도 훨씬 더 어렵다.
아까 제2군은 각각의 글자가 복잡하고 무거워서 1군보다 처리하기 까다로웠을 뿐, 3군 같은 형태의 난해함· 복잡함은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라틴 알파벳은 아주 특이하게 날려 쓴 필기체를 구현할 때에 폰트에 한해서나 이런 기술이 필요하다.
한글은 옛한글까지 생각하자면 일부 기술이 3군까지 내려간다.

한글 기계화 카테고리에 거의 5년 만에 새 글이구나.. ㅡ,.ㅡ;;
자고로 문자는 그림보다는 숫자에 더 가까운 형태로 만드는 게 처리하기 더 용이할 것이다. 암호학을 생각해 보시길.. 문자를 숫자처럼 취급하지 않으면 정보이론이라든가 암호학이란 게 존재할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17 08:35 2024/04/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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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남 도발 내력

이 글에서는 일단 100% 확실한 팩트부터 늘어놓은 뒤, 논란이 있는 분야로 화제를 차차 옮기도록 하겠다.
쟤들은..

  • 대놓고 전면전을 벌인 건 1950년 6· 25 사변이 3년쯤 뒤 휴전으로 끝난 이래로 두 번 다시 엄두를 못 냈다.
  • 여객기 납치 내지 테러는 1987년 대한항공 858편 폭파가 마지막이다. (그 전엔 창랑호, YS-11기 납북)
  • 남침 땅굴이 발견된 건 공식적으로는 1990년 제4땅굴이 마지막이다. (그 전엔 1970년대 중후반에 1~3땅굴)
  • 전투기를 몰고 온 귀순은 1996년 이 철수가 마지막이다. (그 전에는 1983년, 이 웅평)
  • 고전적인 방식의 무장공비 침투는 1996년 강릉이 마지막이다. (그 전엔 1968년 서울 청와대 부근 습격과, 울진-삼척이 아주 유명)
  • 수상함을 이용한 해상 무력 도발은 2009년 대청해전이 마지막이다. (그 전엔 2002년 제2 연평해전이 유명) 이 방식으로 도저히 승산이 없으니 쟤들은 이듬해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일으켰다.
  • 핵실험은 2017년 제6차가 마지막이다. (2009년에 첫 시도)
  • 그리고 미사일 도발은 지금까지도 간간이 하고 있다.

북괴는 도발하는 방식만을 바꿨을 뿐, 본질적인 전략은 지금까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쟤들이 도발하는 방식을 바꾸게 된 건 국군이 기존 알려진 도발 방식을 꾸준히 차단· 저지하고 가성비를 떨어뜨리고 봉쇄해서 나라를 지켰기 때문이다.

2. 관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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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잠입)" (2020)이라는 독립 영화가 있던데..
나름 "태양 아래"(2016)를 능가하는 엄청난 근성의 산물인 것 같다.
주인공이 북한에 단순 외국인 관광객 신분이 아니라 아예 무기 밀매상으로 위장하고 들어가서 북한의 치부를 아주 오랫동안 몰래 촬영해 온 것이다.
20여 년 전에 '기 들릴'이라는 외국인 만화가가 공개했던 평양 체류기 만화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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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처음엔 영화의 배경부터가 이해가 잘 안 됐다.
"엥 KFA? 유럽에 사는 교포 빨갱이가 아니라 유럽 백인들 중에 위수김동 거리는 미친놈이 있다고? 구소련이 있던 쌍팔년도 시절 얘기 아냐?" 출국(2018) 같은 배경이 떠올랐는데.. 전혀 아니구나.
2010년대, 심지어 "태양 아래"와 동시대 얘기이다.

북괴가 대북제재를 어떻게 회피하고 먹고 살려고 몸부림쳐 왔는지, 쟤들이 얼마나 세계 평화에 도움이 안 되는 민폐 짓거리만 일삼고 있는지를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접했던 그 어떤 북한 고발 매체· 컨텐츠와도 겹치지 않는 참신한 내용이더라.

국정원 1급 요원도 못 할 일을 제3국 평범한 소시민이 해내서 북한 체제를 엿먹였다. 이런 영화가 국내에 더 많이 알려지기를..
북괴에서는 이 영화 내용에 대해 당연히 다 조작이라고 반발하고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실제 북한 미사일 TEL 같은 디테일을 일개 밀덕이나 영화 감독이 뽀샵으로 주작 가능하지는 않다.

이게 '락스퍼 국제영화제'의 앙코르 상영 명목으로 작년 가을에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CGV피카디리에서 재상영됐다.
나름 상영관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주연배우 간담회 때 질문도 많았다.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교회 댕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많이 퍼진 듯했다.

본인은 여기서 일하시고 영화 포스터를 제작도 하신 분의 초청으로 뒤풀이 저녁 식사에도 함께할 수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한테 방명록을 돌리고 있던 게 나한테도 왔다.
앞을 보니 누군가가 이름인지 소속인지를 '오이박사'라고 써 놨더라.
오오~~ 오이라고? 난 '호박박사'라고 쓸려고 하다가... 관뒀다. ^^

오이박사는 알고 보니 '오직 이 승만 박 정희 사랑'의 이니셜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이와 호박 모두 박과 채소인데... 저분은 농사 짓는 분이 아니었군. ^^
사실 난 그냥 호박소년이지, 호박박사까지는 과분하기도 하다.

이제 다음부터는 글이 다루는 소재와 분위기가 좀 달라질 것이다. 앞의 1, 2번 확실한 팩트를 염두에 두고서 판단을 해 보시기 바란다.

3. 극단적인 성향

우리나라의 지 만원 박사, 그리고 미국의 게일 리플링거라는 저술가는 다 1940년대생이다. 지금은 무려 80 부근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지 박사는 자기가 피타고라스 같은 수학 정리인지 알고리즘인지를 6개나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그는 미 해군대학원과 육사에서 잠시 교수로 재직한 적도 있었다.

리플링거는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분야를 전공했고, 대학교 전공 서적 급의 교과서를 6권이나 집필했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켄트 주립대에서 수 년간 교수로 재직한 적이 있었고, 테뉴어까지 받았었다고 한다. 다들 1980년대 초의 일이다.

그랬는데 지 박사는 자기 전공이 전혀 아니던 우리나라 현대사와 이념 쪽에 꽂혔고, 나중에는 광주 사태 연구를 계기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버렸다. 땅굴이나 부정선거 말고 저쪽에서 가히 독보적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폭동, 군대 의문사 등등의 배후에는 어지간해서는 다 북괴가 있고, 내 말에 동의 안 하면 다들 빨갱이. ㅠㅠㅠ

이 바닥을 제일 음모론스럽게 강경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적이 많이 생긴 건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같은 우파 보수 사람과도 많이 척졌다. 급기야는 말년에 기어이 구치소에 가게 됐다.

다음으로 리플링거는 자기 전공이 전혀 아니던 성경 역본 이슈에 꽂히더니, New Age Bible Versions라는 책을 써서 이 바닥의 유명인사가 됐다.
그냥 "KJV가 가장 우수한 성경 역본이다" 정도가 아니라 "원래 히브리/그리스어 본문을 언어적으로 압도하고 능가하는 성경이다~" 그리고 나머지 현대 역본들은 변개된 정도가 아니라, 용어와 번역 방식 자체부터가 아주 불순한 뉴에이지(??) 음모론 영향을 받았다고.. 히브리어 그리스어 학계부터가 다 부패하고 썩었다고 제일 과격하고 수위 쎈 주장을 한다.

이 때문에 기독교계에 반대자와 적이 많이 생겼으며, 심지어 일부 온건(?) 킹 옹호자조차도 "저건 선 넘었지" 이럴 정도이다. 그렇잖아도 스스로 공개하는 프로필이나 개인사에 불분명한 것, 주작 과장 의심 사항도 있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세상에 지 만원 박사와 게일 리플링거를 비교하다니 내 스스로 생각해도 진짜 뜬금없군.. -_-;; 활동한 분야 자체 what은 완전 극과 극이고 접점이 1도 없는 사람이다만, how에서는 일말의 동질감이 있는 것 같다. 똑똑한 것 같긴 한데 중년에 생뚱맞은 분야에서 큰 어그로와 논란을 일으키고 강경 파이터가 됐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도 정치 쪽이든 종교 쪽이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장 자체의 사실 여부, 논리적 타당성만 보면서 판단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비판 대상에 대해서 제대로 정확히 알기는 하고서 비판하자. 그리고 인신공격을 하지는 말자."
이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 나도 5 18 항쟁을 무슨 6 25 참전이나 심지어 4 19보다도 더 위대한 듯이 미화하고 무슨 벼슬처럼 나대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혐오한다. 폭동이라고 비하까지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광주 사태라고 계속 부르고 싶다.
  • 6 25는 북괴의 일방과실이고, 광주 사태는 민군경 간의 쌍방과실이다. (민간인 사격이나 반대로 군경 희생자 발생 같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화해니 과거 청산이니 하려면 양측을 다 추모해야 한다.

  •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부 지방 해안까지 북괴 간첩이나 무장공비가 침투하긴 했었다. 저 때 광주에도 소수의 정체불명의 양측 이간질 선동꾼 공작원이 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무슨 600명씩은 아니며, 시민군이 빨갱이였던 건 더욱 아니다. 600명 침투는 6 25 대한해협 해전 때 있었을 뿐이다. (얼굴 매칭 광수놀이는 제발 좀 ㅠㅠㅠ)

  • 허나,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저 아저씨를 무슨 징역 2년씩이나 매기는 것도 매우 잘못됐다. 광주 왜곡을 처벌하려면 이 승만 대통령 왜곡도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
  • "광화문에서 김 일성 만세"를 허용하려면 "금남로에서 전 땅크 만세"도 똑같이 허용해라. 김 일성 회고록을 출간하려거든 전 두환 회고록도 출간 허용해라.

4. 다른 우파 인사

(1) 조 갑제: 한때 엄청난 극우 수꼴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과격 극단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지금 종북은 친일보다 더 나쁘다,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넘들은 대한민국 땅에서 사라져야 된다" 정도... 이 당연한 말이 뭐 어때서?? 더구나 젊은 시절, 이 사람이 서슬 퍼런 군사정권 때 기자로서 남긴 행적은 그 누가 보기에도 훌륭하고 대단했으니 말이다.

이 사람은 "내가 그때 현장에 직접 취재를 가 봐서 아는데.. 광주에 북한군 따윈 없었다" 이것 때문에 지 박사와 견원지간이 됐다. 다만, 겨우 저런 주장은 "니가 취재한 것만이 전부라고 어떻게 장담하는데?"라는 카운터에 취약해 보인다.

(2) 서 정갑: 옛날에 노 무현 대통령 장례식 때 분향소에서 깽판 쳤던 바로 그 사람이다. 군복 차림에 전형적인 아스팔트 까스통 수꼴 우파스러운=_=;;; 인상이 짙은 분이다만.. 이 사람도 광주 북한군 개입은 단호히 부인한다. 그 시절에 광주 취재는 아니지만.. 계엄사에서 실제로 근무를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개미 새끼 하나 틈타지 못할 정도로 우리 기관에서 샅샅이 다 뒤졌슴다. 그런데 북괴군 600여 명 중에 한 놈도 안 걸렸다..?? 그건 말이 안 돼요."

그는 5 18뿐만 아니라 무슨 이상한 땅굴 음모론도 단호히 일축하고, 530 GP가 단순 아군 팀킬 총기 난사가 아니라 북괴와의 교전 중 전사라는 음모론 역시 부인한다. 이것들이 아예 대한민국 우파 진영을 좀먹는 3대 거짓말이라고까지 선을 긋는다.
근데 이건 최대한 의심하면서 삐딱하게 보면.. 단순히 군의 명예 위신을 위해서 저렇게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과거에 타이타닉 호 생존 승무원이.. 배는 절대로 두 동강 나지 않았다고 입을 맞춰 증언했던 것처럼 말이다.

(3) 이 진삼: 이 사람은 예편 후의 이빨 까는 행적은 좀 똥군기 똥별스러워서 인상이 별로 안 좋지만.. 그래도 1960년대 말에 전방에서 북괴 무장공비와 여러 차례 교전하면서 적을 때려잡고 도발 시도를 저지한 적이 있다. 20여 년 뒤 지휘관 시절엔 제4 땅굴을 찾아내기도 했고.. 그러니 왕년에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데 기여한 게 제법 있는 사람이다. 그건 인정해 주자.

이 사람은 "내가 땅굴에 대해서는 좀 아는데... 무슨 내륙 지방까지 땅굴은 개뿔.. 북괴 입장에서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만에 하나 그게 가능하다 쳐도, 그렇게 긴 땅굴을 하나 파느니 그냥 전방에 짧은 땅굴 수십 개를 파고 만다" 이런 식으로 제법 디테일한 논리를 동원해서 땅굴 음모론을 부정한다.

지 만원, 서 정갑 모두 최종 계급이 대령인 반면, 이 진삼은.. 육군 참모총장을 역임한 포스타 대장=_=;; 출신이다. 군에서의 레벨이 까마득히 다르다. (뭐,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대령만으로도 대기업 부장 급의 아득한 고위직이지만.)
하긴, 지 박사는 5 18과 530 GP에 대해서는 좀 무리수스러운 북괴군 개입을 주장하긴 해도, 땅굴 음모론은 주장하지 않는 걸로 난 알고 있다. 글쎄, 전자는 천동설이지만 후자는 아예 지구 평평이 아닌가 우려되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14 08:35 2024/04/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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