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모이

1. 말모이

독자 여러분은 '말모이'라는 단어를 혹시 들어 보셨는가?
이건 word + collection을 직역한 합성어로, 구한말-일제 시대 급의 과거에 일부 국어학자들이 사전(dictionary)을 순우리말로 옮겨서 표현했던 단어이다.

코퍼스를 뜻하는 '말뭉치'도 어쩌면 ‘말모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연세대인지 고려대인지 어디 교수가 처음으로 만들어 쓰기 시작한 용어이다. 그 최초 제안자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물론 현대에 만들어졌으며 오늘날까지도 업계에서 활발히 쓰이는 용어이다.

다만, 명사로만 이뤄진 합성어인 말뭉치와 달리, 말모이에서 '모이'는 '먹다'(eat)로부터 '먹이'(food)를 만들듯이 '모으다'의 어간에다가 명사화 접미사 '-이'를 붙인 파생어이다.
결합 과정에서 모음 음운이 하나 탈락하긴 했지만(모으다 ≠ 모다) 그건 별로 어색하지 않으며, 저건 ‘해돋이’, ‘한살이’만큼이나 아무 문제 없는 조어이다. 하지만 어감이 이상하다고 까는 사람도 있다. horse + food (for birds to peck up)가 떠오른다고 말이다. =_=;;

뭐, 그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동음이의어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옛날에는 ‘시발’이라는 자동차도 있었다. 어감이라는 걸 판단하는 기준이 옛날과 지금이 서로 같지 않다는 걸 감안해야 할 것이다.

2. 동명의 최근 영화

세월이 흘러서 조선어 학회가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고 ‘말모이’라는 단어가 영화 제목이 되는 날이 왔다. 그놈의 좌편향 반일 프레임이 지긋지긋하다고 싫어하는 분들의 심정을 본인 역시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언어와 신앙 분야(과거에 일사각오..)는 내가 특별 관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요런 영화는 찾아서.. ‘혼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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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얘는 여느 전쟁 영화 같은 본격적인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일제 말기에 저런 단체가 있어서 국어사전을 만들려고 했고, 그러다가 왜놈들에게 잡혀서 회원들이 고초를 겪었다. 원고를 빼앗기기까지 했지만 다행히 해방 후에 서울역 창고에서 되찾았고, 사전은 마침내 성공적으로 출간돼 나왔다.”
라는 기본 배경만이 팩트이다. 아, 그 당시에 저기서 ‘한글’이라는 제목의 기관지를 발간했다는 것도 추가적인 팩트이고..

허나, 그것 이후로 세부적인 주인공, 조선어 학회 구성원, 중간에 일어난 사건 등등등은 순도 99%에 가까운 허구 창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도록 하자. 세상에, 조선어 학회의 대표가 친일파로 변절한 중학교 이사장의 아들 부잣집 도련님이라니, 완전 충격이다. ㅡ,.ㅡ;; ㅠ_ㅠ

더구나 영화에는 어설픈 첩보전까지 나온다. 조선어 학회가 일제의 어용 학술단체로 변절한 듯이 간판을 바꿔 달고, 조선총독부가 허가해 준 합법 집회에서는 대표가 일제 부역 독려 연설까지 하며 페이크를 친다. 그 뒤 그들은 야밤에 극장에서 진짜 동지들을 몰래 모아서 지방 방언을 수집한다.;;;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그런 건 그냥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려고 일부러 만든 설정이다. 이 영화의 등장 인물 중에는 조선어 학회 대표는 물론이고 일반 회원 중에서도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딴 인물이 없다. 그러니 <말모이>는 어찌 보면 과거의 <밀정>이나 <암살> 같은 부류보다도 현실성이 더 떨어진다.

3. 실제 조선어 학회의 대표

그 당시에 조선어 학회 ‘대표’의 직함명은 ‘간사장(간사+장)’이었다. 193, 40년대에 조선어 학회의 간사장을 역임한 핵심 간부로는 이 극로, 신 명균 같은 사람이 있다.
이 극로는 이 미륵(압록강은 흐른다)처럼 그 시절에 극소수이던 독일 유학 박사이고, 독일의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걸출한 학자로서 조선어 학회에서는 최 현배보다도 중요도가 더 높은 인물이었다.

이 사람이 남긴 매우 긍정적인 행적이 하나 전해진다. 근무 중에 눈병을 앓아서 근처 병원을 찾아갔는데(1938년경) 거기가 바로 개업한 지 얼마 안 됐던 공안과였다. 그는 거기서 자기를 치료해 준 원장 선생에게 대뜸 한글뽕(?)을 주입시켰다. 그리고 그 의사양반은 거기서 큰 감화를 받은 나머지, 훗날 세벌식 한글 타자기를 발명하게 되었다!
뭐, 말모이 같은 영화에는 들어갈 만한 문맥이 없었겠지만, 이런 일화가 영화 같은 매체에서 소개될 기회가 없는 건 아쉬운 점이다.

다만, 이 극로는 해방 후에는 월북을 하는 바람에 남한에서 존재감이 묻혀 버렸다. (사후에 평양 애국렬사릉에 안장됨) 오죽했으면 해방 후에 조선어 학회가 한글 학회로 이름을 바꾼 이유(1949) 중 하나도.. 대표의 월북으로 인한 빨갱이 누명을 조금이라도 벗기 위해서였다.

다음으로 신 명균은 나도 대학 시절 내내 전혀 몰랐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인물인데.. 1941년쯤에 일제의 한국어 탄압과 민족 말살 정책에 항의하여 ‘자결’을 해 버렸다. 그러니, 조선어 학회 사건에 연루되지도 않았고 투옥 기록도 없고.. 존재도 한참 뒤에야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이런 분들과 달리, 해방 이후 남한에서 그럭저럭 오래 살았던 최 현배 선생은 조선어 학회 간사이긴 했지만 간사장까지 맡은 적은 없었다.

4. 조선어 학회 사건이 발생한 진짜 이유

사실, 조선어 학회는 조선어 국어사전 편찬과 출간 자체는 조선총독부로부터 1940년에 허가를 받았다. 총칼 무장 독립 운동이 아닌 학술 활동일 뿐인데, 일제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탄압할 정도로 야박하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국어사전의 편찬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인물이라면 항일 성향도 강하다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으니, 놈들이 예의주시하고 감시를 하긴 했다.

그런데 갑자기 조선어 학회가 1942년에 뒤늦게 조선 시대 사화를 당하듯이 화를 입은 이유는.. 잘 알다시피 여학생 일기장 사건 때문이다. “국어(=일본어)를 사용하는 학생을 선생이 혼내 줬다” → 어라? 국가 정책을 무시하고 왜 일본어 쓰는 애를 혼내지? → 그 교사를 뒷조사 해 보니 전교조.. 아니 조선어 학회 소속 → 이거 알고 보니 골수 불령선인 악질 반동이구만? → 안 그래도 요주의 인물이었는데 그럼 그렇지, 요놈 잘 걸렸다.

일제의 고등 경찰인지 특별 고등 경찰인지 거기서 실적 껀수 하나 올리려고 요렇게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학자들을 잡아들이고 투옥시킨 것이다. 그리고 만들던 사전 원고도 빼앗겼다. 다만, 이건 피의자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참고하려고 증거물 차원에서 압수한 것이지, 그게 무슨 일제의 입장에서 나쁜.. 이를테면 일본의 국가기밀 누설, 조선총독부 폭파 음모, 총독 내지 덴노 암살 음모, 본토 테러 지령 같은 것이어서 압수당한 건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 조선어의 사용이 금지되긴 했지만, 그래도 조선어 사전 원고를 작성한 것 자체까지 법적으로 죄는 아니었다. 애초에 조선어 학회도 무슨 광복군 의열단 같은 단체가 아니니까 말이다. 굳이 그 사전 편찬자들을 해코지 하려면 명목상으로 다른 정치적이고 더 큰 죄를 뒤집어씌워야 했다.

애매한 학자들을 골수 반동분자로 조작하기 위해 잔인한 고문에 의한 자백 강요가 되풀이되었으며, 거기에다 춥고 비위생적인 형무소 수감이 장기화되면서 이 윤재, 한 징 선생 두 분이 결국 옥사했다.
그때 그 일기를 썼던 여학생은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학교를 졸업했는데, 자기 일기로 인해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을 뒤늦게 전해 듣고는 큰 충격을 받고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을 가족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일생을 보냈다.

그러다가 저분은 1982년 여름, 일본의 역사 왜곡 때문에 전국적인 반일 정서가 강해졌던 시절에 환갑을 앞둔 나이가 돼서야 “내가 그때의 영생여고보 학생 박 영희였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중앙일보 인터뷰를 했다. “그때 일기장을 빼앗기고 은사가 지금 어디 있는지 대라는 협박과 함께 온갖 불법 감금과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가 바로 본인이고 아직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자기들이 저지른 죄악을 오리발 내밀고 발뺌하고 부정한다니, 왜놈들은 정말 인간도 아닙니다!”라고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10년쯤 전에 옛날엔 “내가 소설과 영화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이고 최 용신의 옛 약혼자인 김 학준이오!” 커밍아웃이 나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쯤 뒤 1990년대 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으니.. 이런 식으로 옛날 역사의 증인들이 하나 둘 나타난 듯하다.

그러니 <말모이> 같은 소재의 영화가 좀 더 진지하게 역사 고증과 사실성을 추구한다면, 저런 사람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액자식 구성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 대신, 그랬으면 또 월북한 빨갱이 학자를 미화한다는 색깔 논란에 휩싸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 극로는 깨끗이 잊고 최 현배를 대신 부각시키거나..

5. 그들은 왜 그렇게 사전 편찬에 목숨을 걸었는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한국어에 이런 단어가 있었나 싶은 듣보잡 어휘가 의외로 많이 잠들어 있다. 가령, 미혼 해녀를 '비바리'라고 하고, 돌싱 여성을 '되모시'라고 한다.
한자어 합성이긴 하지만, 1/n 더치페이를 나타내는 '각추렴'이라는 말도 있다.

호칭과 높임법이 너무 불편해서 영어로 대화하는 거, 정말 어휘가 없어서 외래어 쓰는 것을 뭐라할 수는 없다. 그런 걸 어설프게 순화어 만드는 건 별 영양가가 없는 짓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당장 멀쩡하게 이미 있는 말부터 제대로 활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안 쓰여서 사어가 됐다면 그걸 고유명사화해서 브랜드명으로 써먹는 방법도 있을 테고 말이다.

더구나 한국어는 체언보다 용언을, 형용사보다 부사를 훨씬 더 좋아하는 언어이지 않던가. 순우리말도 저런 지엽적인 명사보다는 동사 같은 용언을 더 많이 찾아서 살려 써야 된다. ("많은 사람이 있다"라고 하면 어색한 번역투 같지만, "사람이 많이 있다"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들림)

 본인의 오래된 생각이긴 하다만 영어로는 reliable이라고 한 단어로 간단하게 표현하는 걸 우리는 맨날 '믿을 만한, 신뢰할 수 있는'이라고 길게 풀어서 번역해야 한다면 몹시 불편하고 비경제적이다. 이런 예가 한두 개가 아니라 수백 수천 개로 늘어난다면.. 한국어의 사고 체계는 영어의 사고 체계와 비교했을 때 결코 편리하다고 볼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그걸 '미덥다'라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믿음직하다'보다도 더 짧다. 한국어에 원래 그런 어휘가 있다는 증언을 바로 국어사전이 해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faithful에는 '신실하다'뿐만 아니라 '미쁘다'도 들어가 있어야 한다. throw는 그냥 '던지다'이지만, hurl에는 '내박치다'라는 뜻풀이가 실려 있어야 한다.

영일 사전을 그대로 베끼기만 해서는 진짜 우리말다운 표현이 반영된 영한 사전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국어 사전과의 적절한 연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어 최초의 사전이라 일컬어지는 조선어 학회 큰사전의 존재 의의였다.

6. Aftermath

이렇듯, 조선어 학회는 일제 시대에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내놓고 사전 편찬 작업을 했다. 영화에서는 맞춤법이라기보다는 방언 수집· 분류와 표준어 제정처럼 묘사되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사전을 편찬하려면 실제로 저런 식으로 온갖 어휘들을 수집하기도 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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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에는 이 학회 출신의 학자들이 미군정 하에서 거의 즉시 한국어 교과서를 편찬하고 사전을 실제로 출간하는 과업까지 이뤘다.
한글 학회 큰사전 이후로 나중에는 신 기철· 신 용철이 편찬한 '새우리말 큰사전'도 민간 국어사전의 양대 산맥을 구성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부터는 국립 국어원의 '표준 국어 대사전'이 나오면서 민간에서 국어사전을 또 편찬할 일은 사실상 없어졌다.

그런데 이때는 대세가 이미 인터넷으로 기울고 있었던지라, 국가 기관에서 편찬한 국어사전조차도 초판 종이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 출판사가 적자를 봤다고 한다. 그 뒤로 사전이 수차례 개정되고 증보되었지만 종이책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참 격세지감이다.

이상이다.
영화가 배경 말고 이야기의 주 뼈대가 거의 다 허구인 것은 아쉬운 점이다.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인 것을 처음부터 감안하고 먹긴 했지만, 성분 분포를 보니 싸구려 잡육과 밀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그래도 맨날 뻔한 무장 항일 투쟁 말고 조선어 학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온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아저씨>의 오 명규 사장과 <범죄도시>의 장 첸을 한데 만나니 반갑기도 했다.
국내에 있는 영화 소품용 1930년대 올드카 대여 업체들은 다 좌핸들 차량만 보유 중인가 보다. 그 시절 배경 드라마나 영화들을 봐도 다 그런 것 같다. 진짜 일제 시대에는 일본을 따라 다 좌측통행 우핸들이었을 텐데 말이다.

* 이 글은 한글 학회 홈페이지에 공식 기재된 학회 연혁을 상당수 참고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내 기억에만 의지해서 쓴 게 아니다.
아울러, 관심 있으신 분은 조선어 학회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잘 소개해 놓은 다음 사이트의 자료도 추가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1 / #2

Posted by 사무엘

2019/01/19 08:33 2019/01/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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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인선 특급

작년(2017년) 7월 7일부터 경인선엔 일반적인 급행을 넘어 그거보다도 정차역이 적은 일명 '특급'이 운행되기 시작했다.
사실 경인선에는 지난 2010~2012년 사이에 일명 '급행A'라는 이름으로 역사상 최초로 특급의 전신이 잠시 운행되었다가 곧 없어진 적이 있는데, 그게 5년 남짓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특급 정차역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지금 매우 인상적인 것은 구로-용산 구간에서도 여러 역들을 건너뛰고 노량진· 신도림· 구로에만 정차한다는 것이다. 즉, 노량진과 신도림 사이의 대방· 신길· 영등포는 스킵이다.
그리고 기존 급행이 정차하는 역곡도 건너뛰어서 구로 다음의 정차역은 무려 부천이다.

물론 특급은 거의 1시간에 1대꼴로만 다니기 때문에 경부선 천안 급행에 준하는 간격이다. 그리고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에 이 열차를 탈 수는 없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느껴진다.
운행이 뜸한 전동차도 순위를 매기면 상위권은 얼추 이렇게 분류 가능할 것 같다.

  • 하루 다섯 손가락 안의 횟수: 서울-천안 급행 (하루 단 3회), 중앙선 지평 (하루 단 4회)
  • 1시간에 0.n대급: 광명 셔틀. 그리고 최근에 연장된 분당선 청량리-왕십리 구간 (평일 한정 하루 9회)
  • 1시간에 1대꼴: 경의선 신촌-지상 가좌, 용산-천안 급행, 광주 지하철 녹동
  • 1시간에 2~3대: 1호선 종점들 (신창, 소요산), 경의선 서강-지하 가좌, 중앙선 덕소 이후 용문까지

이거 다음으로는 1시간에 4~5대 꼴로 서울 7호선 장암, 서동탄, 경의중앙선 (경의선은 DMC 이북부터, 중앙선은 덕소까지), 경춘선, 1호선 천안 정도가 오를 듯하다.

2. 강남의 지하철역 배치

서울 강남의 삼성동 일대에 횡축으로 지하철들이 들어선 걸 보면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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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아래에 가장 먼저(1980년대) 생긴 2호선은 쿨하게 두 블록 간격으로(거의 1.3km!) 선릉과 삼성 역이 들어섰다.
  • 그 다음으로 생긴 7호선은 어정쩡한 거리의 구간에 굳이 역을 여러 개 만들지 않기 위해 청담 역을 엄청나게 길게 만드는 꼼수를 썼다. 그렇기 때문에 '청담역 사거리'라는 이름의 교차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 그 반면 가장 나중에 생긴 9호선은 중간에 역을 하나 더 만들었다. 코엑스에 가려면 당연히 삼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봉은사가 코엑스에서 더 가까워졌다.

위의 그림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더 아래의 대치동· 개포동을 지나는 3호선과 분당선도 9호선처럼 각 블록마다 일일이 역을 다 만들었다. 3호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분당선은 광역전철인데도 도시철도 수준으로 역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비판받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성북· 강북구에 비해서 강남구는 지하철역이 정말 많긴 하다.

그리고 봉은사는 원래 서울 도심과는 전혀 관계 없는 조용한 오지 언덕에 자리잡은 절이었는데.. 강남 지역 개발과 지하철 9호선 연장 개통 덕분에 초대박 난 사례임이 틀림없다.
분당선 구성 역 덕분에 초역세권이 된 옆의 전통사, 그리고 처음부터 서울 종로 한복판에 자리잡은 조계사 뺨치는 입지를 갖추게 됐다.

3. 지하철 소프트 환승 예외

현재 서울· 수도권의 대중교통 통합 요금제는 잘 알다시피 버스와 버스(같은 번호끼리는 제외), 버스와 지하철 간의 환승 할인(30분 이내)은 인정하지만 지하철과 지하철 간의 환승은 인정되지 않는다. 지하철에는 애초에 하드웨어적인 환승 통로가 있으니 카드를 찍을 필요 자체가 없으며, 굳이 별도의 조건부 환승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지하철 간의 환승 할인도 기술적으로 구현하려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 단지 할 필요가 없으며, 한번 예외를 만들었다간 형평성 차원에서 여기저기 다 열어 줘야 되기 때문에 그게 번거로우니 안 할 뿐이다.
물론 용산(1)-신용산(4) 같은 경우는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안 되고 해 줬으면 싶기도 하다.

지금이야 환승 통로가 뚫렸으니 의미가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지상 청량리(지금의 경의· 중앙선)와 지하 청량리(1)도 서로 별개의 역이었으며 환승이 안 됐었다. 사람이 승차권을 일일이 개표하던 시절에는 승차권에다 특수한 표시를 해서 두 청량리 간에 상호 소프트 환승이 가능하게 유도리를 봐 줬을 정도였다. 자동차로 치면 외곽순환 고속도로의 청계 TG 영수증을 제시할 경우, 경부 고속도로의 판교 TG에서는 통행료 추가 징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이패스가 있으면 이런 거 다 자동으로 처리됨)

아무튼, 지금도 우리나라 전철에서 지하철의 환승은 무조건 전용 통로를 이용하는 것만이 원칙인데, 여건상 전용 통로가 갖춰지지 못했을 때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소프트/간접 환승 예외를 인정한다. 그래서 노량진 역이 1호선과 9호선 환승 통로가 없던 시절에 지하철 간 환승 할인이 인정되었으며, 현재는 유일하게 경의선 서울 역과 타 노선 간의 환승만이 예외로 남아 있다. 공항 철도도 전용 환승 통로가 뚫린 뒤부터는 간접 환승이 막혔다.

옛날에 노량진과 서울 역 딱 둘밖에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만...
지금은 카드를 찍고 나갔다가 5분 안으로 그 동일한 게이트로 다시 들어갈 때는, 환승 횟수가 1회 차감되지만 기본 요금 재부과는 없는 유도리도 추가되었다.
글쎄, 없는 것보다는 나은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반대편 승강장 횡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생활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 정도만 가능하고 그나마도 남자 소변 한정일 것이다. 서울 지하철이 지하철을 카드 찍고 나갔다가 그대로 다시 들어가는 쪽은 정책이 엄격한 편이다.

4. 중복 구간과 연속 환승역

수도권 광역전철과 지하철에서 둘 이상의 노선이 나란히 지나면서 환승역도 연달아 만드는 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청량리-회기 (1 vs 중앙): 지상/지하 청량리, 국철/지하철 청량리 등으로 구분하다가 2010년에부터 정식 환승 통로가 생겼다. 물론 청량리는 환승 거리가 회기보다 훨씬 더 길다.
  • 상봉-망우 (중앙 vs 경춘): 역간거리가 좀 짧긴 하다. 상봉은 그나마 두 노선의 승강장이 가까이 붙은 편이지만 망우는 선로 수가 매우 많고 전철 승강장이 양 끝에 있어서 환승 거리가 길다.
  • 동대문역사문화-을지로4가 (2 vs 5): 얘는 5호선이 꼬깃꼬깃 굴곡져 있기 때문에 둘 다 평행이 아니라 수직 교차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 신용산-서울역 (1 vs 4): 4호선이 미군 기지를 피해서 만들어지느라 1호선과의 어설픈 중복 구간을 형성했다. 그래도 1호선의 수요를 분산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 효창공원-공덕 (6 vs 경의): 옛 용산선 구간을 따라 경의선과 공항 철도가 복층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여기는 지하철 6호선조차도 동일 노선을 그대로 따라가니 무려 3중복이다. 그래도 공항철도는 급행을 표방하느라 효창공원 역엔 서지 않는다.
  • 수색-DMC: 원래 경의선 수색 역이 먼저 있었는데 거기서 어중간하게 떨어진 곳에 지하철 6호선이 또 수색이라는 이름의 역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마치 경의선 신촌과 2호선 신촌처럼 말이다. 그런데 경의선까지 수도권 전철로 들어오면서 지하철 수색은 DMC로 이름이 바뀌고, 기존 수색도 역이 유지되면서 굉장히 가까운 중복역이 생겨 버렸다.

5. 서울 지하철의 선형과 연장 가능성

서울 지하철 중 순환선이거나(2호선) 이미 광역전철들과 얽힐 대로 얽힌 다른 1기 지하철들을 제치고 5호선 이후부터 살펴보면..
5호선은 Y자 분기 굴곡(배차간격 너무 길어짐)에다 강북 도심에서도 1· 2호선과 차별화하기 위한 온갖 굴곡으로 가득하다. 6호선도 은평구와 용산구의 지하철 소외 지역을 일부러 들쑤시느라 굴곡이 심하며, 서쪽 끝은 아예 단선 루프로 매듭 지어져 있다(매듭을 역행하기가 매우 불편)
8호선은 남쪽의 성남 구시가지를 경유하느라 선형이 분당선에 비해 좋지 못하다.

그나마 선형이 전반적으로 곧은 축에 드는 지하철은 7호선과 9호선이다. 얘들은 정말 잘 만들었고 승객들이 터져난다. 특히 7호선의 경우 인천 서쪽 끝까지 계속해서 연장 떡밥이 나돌고 있을 정도이다.
다만, 이렇게 서쪽으로 잘 나가고 있는 7호선과 달리, 9호선은 서쪽 연장 없이 김포시와의 연계는 별개의 김포 경전철로 귀착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9호선은 공항 철도와의 직통 운행은 어째 성사되려나 모르겠다. 직· 교류 겸용 차량이 필요할 텐데..

그리고 노선이 굴곡졌다 해도 5호선은 상일동 지선이 하남시로 연장되고 있고, 8호선도 암사 이북이 구리시로 연장 중이다. 8호선은 복정-산성 사이라든가 모란 종점 근처에 역을 하나 더 만들 생각도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16 08:34 2019/01/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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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Windows라는 운영체제가 GUI 프로그래밍 용도로 제공하는 공용 컨트롤들 중의 하나인 리스트뷰(List-view) 컨트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름에서 '뷰'는 종종 생략되기도 함)
결론부터 말하자면 얘는 정말 세심하게 설계된 다재다능한 요물이다. 동일한 규격을 가진 다수의 아이템들, 특히 그림과 글자가 같이 가미된 아이템을 표시하는 모든 방식과 가능성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정말 많은 기능들을 제공한다.

리스트뷰가 기존의 재래식 초간단 리스트박스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 리스트뷰는 글자뿐만 아니라 곁들여진 그림도 태생적으로 같이 처리 가능하다. 리스트박스에서는 그림과 글자를 같이 표시하기 위해서 얄짤없이 owner-draw로 가야 했다.
  • 마우스의 동작이 다르다. 리스트박스는 내부를 왼쪽 버튼으로 아이템을 선택해서 드래그 하면 선택막대가 자동으로 쭉 바뀌며 스크롤도 된다. 하지만 리스트뷰는 그렇지 않다.
  • 키보드의 동작도 다르다. 아이템을 복수 선택할 때 리스트뷰는 Ctrl+화살표를 눌러서 포커스만 이동시키고 Ctrl+Space로 선택을 하지만 리스트박스는 Shift+F8과 space 같은 다른 글쇠를 사용한다. 리스트뷰는 F2를 눌러서 아이템의 이름을 바꾸는 기능도 있지만 리스트박스는 그렇지 않다.

아울러, 리스트뷰가 같이 추가된 공용 컨트롤인 트리뷰(Tree-view) 컨트롤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 트리는 아이템 하나를 HTREEITEM이라는 별도의 자료형으로 식별하지만, 리스트는 그냥 인덱스 번호이다. 트리는 노드 포인터 기반의 이산적인 컨테이너를 쓰지만, 리스트는 내부적으로 배열과 유사한 컨테이너를 쓰는 듯하다.
  • 리스트는 아이템의 복수 선택이 가능하지만 트리는 그렇지 않다.
  • 트리는 리스트와 같은 다양한 view 모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 아이템의 텍스트를 진하게 표시하는 state 플래그가 트리에는 있지만 리스트에는 없다.

리스트박스와 위상이 비슷한 자매 컨트롤(?)은 콤보박스이다. 하지만 리스트뷰와 위상이 비슷한 자매 컨트롤은 트리뷰라고 할 수 있다.
왼쪽에 트리뷰, 오른쪽에 리스트뷰를 배치한 프로그램으로는 탐색기, 레지스트리 편집기, 시스템 정보 등 의외로 꽤 많다. 왼쪽에서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오른쪽에서 세부 정보가 표시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Visual C++의 MFC 프로젝트 마법사에도 요런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템플릿이 제공될 정도이다.

옛날에는 리스트박스를 서브클래싱 해서 drag & drop을 구현하고, owner-draw와 item data를 이용해서 얼추 트리 계층 구조라든가 check list를 구현하고, 파일이나 디렉터리나 드라이브 목록을 채워 주는 리스트를 만드는 등.. 별별 짓을 다 했다. 그리고 Visual Basic 부류의 RAD 툴들은 그걸 미리 구현해 놓은 리스트를 컴포넌트 형태로 제공했었다. 하지만 리스트뷰와 트리뷰 공용 컨트롤이 등장하면서 리스트박스의 역할이 상당수 분담되었다.

Windows 탐색기의 보기 메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리스트뷰 컨트롤에는 다양한 보기 모드가 있다.

(1) 큰 아이콘
아이콘이 중심이고 이를 설명하는 주 텍스트가 아이콘의 하단 중앙에 찍힌다. 이걸로 끝. 아이콘의 크기는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지만 보통은 표준 아이콘 크기인 32*32 또는 그보다 약간 더 큰 48*48이 쓰인다.
탐색기에서 확대 배율 조정이 되는 대부분의 모드들은 이 모드에 속한다. 아이콘의 크기만 바꾸는 거니까.. (보통 아이콘, 큰 아이콘, 아주 큰 아이콘..) 또한 당장 바탕 화면에 표시된 아이콘들도 다 리스트뷰의 이 모드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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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 아이콘
글자의 크기와 대등한 크기인 작은 아이콘이 쓰이며, 아이콘의 아래가 아니라 오른쪽에 주 텍스트가 나란히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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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록
아이템 하나가 표시된 모습이 작은 아이콘 모드와 완전히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아이콘'과 차이가 무엇인지 언뜻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작은 아이콘(+ 큰 아이콘도 포함)에서는, 아이템을 드래그 해서 화면의 아무 위치로나 옮길 수가 있는 반면, 목록 모드는 그렇지 않다. i째 아이템은 현재의 스크롤 위치 기준으로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위치에 있어야 하며, 아무 위치로나 옮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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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세히(일명 report view)
한 줄에 아이템이 오로지 하나만 찍힌다. 작은 아이콘, 주 텍스트, 그 다음으로 n개의 부 텍스트가 마치 표처럼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즉, 이 모드는 부 텍스트를 표 형태로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모드이며, 상단에 헤더 컨트롤이 등장해서 쓰이는 유일한 모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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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헤더 컨트롤만 별도로 따로 생성할 수도 있다. 얘만으로도 각종 메시지 스펙이 공개돼 있는 별개의 공용 컨트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주 특수한 사연이 있어서 리스트뷰 컨트롤 같은 거창한 물건을 직접 자체 구현이라도 하지 않는 한, 헤더만 끄집어내서 사용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소개한 4종류의 모드를 정리하자면, 아이콘 모드들은 align을 어찌 하느냐에 따라서 상하와 좌우 스크롤바를 모두 볼 수 있고, '목록' 모드는 좌우 스크롤바만 볼 수 있다.
'자세히' 모드는 개수가 초과될 때는 상하 스크롤바이고, 아이템을 표시하는 폭이 초과됐을 때만 좌우 스크롤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콘 모드는 기존 리스트박스에는 전혀 없던 새로운 기능이며, 기존 리스트박스와 가장 비슷한 모드는 '자세히' 내지 '목록' 모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모드에서는 아이콘은 필수가 아닌 그냥 선택, 옵션이다. 기존 리스트박스처럼 그림 없이 글자를 출력하는 용도로만 써도 된다.

이들에 비해 '작은 아이콘' 모드는 정체성이 불분명해서 사실 잘 쓰이지 않는다. 아이콘을 강조하고 싶으면 '큰 아이콘'으로 가면 되고, 좀 더 예쁘게 일목요연하게 아이템들을 출력하려면 '목록'(간단히) 또는 '자세히'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저 그림에서도 보다시피 작은 아이콘은 폭이 들쭉날쭉이어서 보기에도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Windows XP에서는 제5의 새로운 모드가 추가됐다. 바로..

(5) 타일
큰 아이콘을 사용하는데, 주 텍스트는 아이콘의 아래가 아닌 오른쪽에 출력된다.
아이콘이 좀 큰 편이니 주 텍스트의 아래에도 여유 공간이 생기는데, 거기에는 부 텍스트 중에서 사용자가 지정한 것을 덤으로 출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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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굉장히 참신한 발상인 것 같다. 타일의 폭은 사용자가 임의로 지정 가능하다.
align은 아이콘 모드처럼 left와 top을 모두 지정 가능하다. 다만, 아이템들의 위치까지 아이콘 모드처럼 임의 지정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리스트뷰 컨트롤의 보기 모드는 4종류이다 보니.. 윈도우 스타일에서 0부터 3까지 딱 2개의 최하위 비트를 사용하여 지정하게 돼 있었다.
컨트롤을 생성하고 아이템들을 잔뜩 추가한 뒤에도 모드를 변경할 수 있었다. SetWindowLongPtr을 이용해서 스타일 값을 변경하면 컨트롤이 이를 인식해서 모드를 변경했다.

그런데 제5의 모드는 이런 식으로 지정할 수 없게 됐다. 리스트뷰 컨트롤은 기능이 워낙 너무 많아서 스타일, 확장 스타일, 거기에다 자신만의 고유한 전용 확장 스타일까지(LVM_SETEXTENDEDLISTVIEWSTYLE) 비트 플래그들이 꽉 찼기 때문이다.
결국은 LVM_SETVIEW라고 보기 모드를 지정하는 전용 메시지가 추가됐다. 새로운 보기 모드를 겨우 하나 추가하기 위해서였다.

네이버나 다음의 블로그들만 들어가 봐도 제목 목록만 표시, 본문까지 약간 포함해서 타일 형태로 표시.. 처럼 적어도 두세 종류의 보기 모드가 있는 걸 알 수 있다. 리스트뷰도 그런 식으로 그림과 글자의 표시 비율, 아이템당 전체 크기 같은 다양한 변수를 이런 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콘이 들어갈 자리에 사람 얼굴이 들어가면 무슨 인사기록표나 선거 후보 목록을 출력할 수 있을 것이고, 한자가 들어가면 옥편· 자전 내용을 이런 식으로 출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리스트뷰 컨트롤의 주요 개념이나 기능에 대해서 분야별로 간단히 소개한 뒤 글을 맺도록 하겠다.

1. image list

리스트와 트리 컨트롤은 아이템들 옆에 출력할 다양한 종류의 아이콘 그림들을 한데 관리하기 위해서 무슨 HICON을 몇백 개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건 아니고 image list라는 자료 구조를 공통으로 사용한다. image list는 마치 애니메이션 프레임처럼 크기가 동일한 여러 그림들의 배열이라고 생각하면 되며, 아이콘 핸들도 물론 손쉽게 등록할 수 있다. 투명색은 이미지 내부의 특정 배경색 또는 별도의 마스크 비트맵 중 편한 것으로 지정 가능하다.

또한 트리에서는 작은 아이콘이라는 한 종류만 사용하지만, 리스트 컨트롤에서는 구조적으로 큰 아이콘, 작은 아이콘 두 종류를 나눠서 지정 가능하다.
그리고 한 아이템의 아이콘에 대해서 여러 종류의 이미지를 한데 겹쳐서(overlay) 지정할 수도 있다. 파일이라면 '바로가기'임을 나타내는 자그마한 화살표라든가, 버전 관리 시스템에서 Up-to-date, modified 같은 상태를 나타내는 자그마한 modifier 그림이 바로 아이콘 overlay를 이용해서 표시된 것이다.

2. 그룹 분류

Windows XP에서는 타일 모드에 이어 리스트뷰 컨트롤에 아주 획기적인 기능이 하나 추가됐는데, 바로 '그룹' 기능이다. 필요하다면 그룹 내지 카테고리라는 것을 등록해 놓은 뒤, 아이템들별로 소속 그룹을 지정하면 이것들이 그룹별로 분류되어 딱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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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이 처음으로 도입된 XP에서는 이것 말고 다른 기능은 없다. Vista에서는 그룹에 대해 [+], [-] 버튼을 눌러서 마치 트리 컨트롤처럼 collapse/expand이 되게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단, 응용 프로그램에서 그게 가능하도록 별도의 비트 플래그를 넣은 그룹에 대해서만 그렇게 동작한다.
그룹은 다른 보기 모드에서는 다 지원되고 '목록' 모드만 열외이다.

3. 수많은 기능과 복잡한 API

리스트뷰 컨트롤은 당장 마소에서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보니, 자기 필요에 따라서 이것저것 수많은 기능들이 추가돼 왔다.
특히 IE4 시절에는 Active 데스크톱이니 뭐니 하면서 뭐든지 웹페이지처럼 보이게 하는 게 유행이었다. 리스트뷰 컨트롤의 아이템을 클릭하는 것조차 밑줄 쳐진 링크를 클릭하는 것과 비슷하게 보이게 하는 옵션은.. 음~ 정말 비장함이 느껴진다.

리스트뷰는 기능이 너무 많고, 공용 컨트롤 특유의 그 조작감까지 더해져서 다루기가 귀찮고 까다롭다. 리스트박스처럼 간단하게 LB_ADDSTRING + "문자열" 한 방으로 아이템을 추가할 수 없다. 뭘 더하고 고치려면 기본적으로 LVITEM 구조체 선언하고 마스크 플래그 지정하고..

더구나 문자열 부분 멤버는 읽기 쓰기 겸용으로 모두 쓰인다. Set 용도로 읽기 전용 문자열 포인터를 집어넣으려 해도 부득이하게 PTSTR 멤버에다가 const_cast를 해 줘야 된다. PTSTR과 PCTSTR을 공용체로라도 좀 같이 넣어 주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템 drag & drop은 컨트롤에서 우리에게 이벤트만 날려 주고 그걸로 끝이다. 드래그용 이미지를 생성하고 마우스 포인터 모양을 바꾸고 실제로 drop 처리를 하는 것, 아이콘 모드의 경우 실제 위치를 변경하는 LVM_SETITEMPOSITION 요청 따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자가 전부 일일이 구현해야 한다. 이거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헤더 클릭 정렬도 마찬가지다. 컨트롤이 자동으로 해 주지 않는다. 클릭된 헤더에 대해서 오름차순/내림차순/무정렬 상태를 나타내는 ▲▼ 모양을 표시하는 것, 다른 헤더에 있던 마크는 제거하는 것까지 전부 미주알고주알 우리가 해 줘야 되며, 아이템 비교 함수도 우리가 공급해 줘야 한다.
좋게 말하면 customize의 폭이 큰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귀찮다. 물론 재래식 리스트박스는 한번 등록된 아이템은 텍스트를 고치거나 순서를 변경하는 기능 자체가 전무했으니 그것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셈이다.

4. 시스템 색상 변경

어떤 윈도우가 WM_PAINT를 받아서 자기 내용을 그릴 때, 매번 GetSysColor나 GetSysColorBrush를 호출하고, 매번 색깔을 새로 지정하고 펜과 브러시를 새로 생성한다면.. 시스템 색상이 나중에 달라지더라도 별 상관 없다.
하지만 성능을 위해서 이런 GDI 개체를 보관해 놓는다거나, 특정 시스템 색상이 합성된 상태로 비트맵 같은 걸 저장하고 있다면(일종의 캐싱).. 그것들은 시스템 색상이 바뀌었을 때 갱신되어야 한다.

이 상태를 알리는 메시지가 바로 WM_SYSCOLORCHANGE이다. 이제는 macOS조차도 최신 10.14 '모하비'에서 Dark 테마가 추가되었으니 시스템 색상 변경과 비슷한 개념이 도입된 셈이다. Windows는 다른 색깔 테마들은 다 없어졌지만 고대비 블랙/화이트만이 특수한 용도로 남아 있다.

WM_SYSCOLORCHANGE는 top-level 윈도우들에게 전파된다. 차일드에 속하는 리스트뷰 컨트롤이 이 메시지를 직접 받지는 못한다. 아이콘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아이콘을 사용하는 컨트롤에 대해서 이 메시지를 수동으로 전해 줘야 한다. 그리하지 않으면 화면 배경의 흑백이 바뀌어도 쟤는 그게 반영되지 않아서 색깔 배색이 어색해지더라.

색깔 변경 통지도 마치 클립보드의 내용 변경 통지처럼 원하는 윈도우가 신청하면 top/bottom 위상을 불문하고 직통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부모 윈도우가 일일이 전해 줘야 하는 건 디자인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

5. Ctrl+휠 인식

리스트뷰 컨트롤 내부에서 마우스 휠이 굴러갔다면 그렇다면 창 내부를 스크롤 하면 된다. 즉, 자체적으로 처리하면 되고 굳이 부모 윈도우에게 알려 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Ctrl+휠은 화면 확대 배율을 변경하는 용도로 쓰이는 게 요즘 추세이다. 응용 프로그램마다 자기가 사용하는 리스트뷰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모드가 다를 테니, 이를 운영체제에서 임의로 일괄적으로 자동 지원할 수는 없다.

결국 Ctrl+휠은 그냥 휠과는 달리 부모 윈도우로 통지해 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event notification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탐색기는 Ctrl+휠을 어떻게 구현했는지가 궁금해진다. 하긴, 탐색기는 리스트뷰 컨트롤도 워낙 많이 마개조했으니 윈도우 프로시저를 서브클래싱 해서 메시지 전체를 통째로 가로채 버렸다면 그 정도 구현쯤은 일도 아니긴 했을 것이다.

6. 체크리스트 모드에서의 버그

리스트뷰 컨트롤(그리고 트리 컨트롤도)에는 모든 항목들에 대해 체크박스를 넣는 옵션이 있다.
보통은 아이콘 자리에다가 체크박스 이미지를 집어넣는 꼼수를 동원해서 야메로 체크리스트 모드를 구현하는 편인데.. 이 옵션은 이미지와 별개로 체크박스를 또 표시해 준다.

이 기능은 공용 컨트롤이 처음 개발되던 때부터 있었던 건 아니고 Windows 98 + IE4 내지 5 타이밍 때 추가되었다. 이 기능이 처음부터 지원됐다면 리스트뷰 컨트롤의 Selection model이라는 속성 하에서 "단일 선택 / 체크박스 / 복수 선택" 중의 한 옵션으로 지원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다. 체크박스 모드에서 또 복수 선택을 사용할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체크리스트 모드는 그 정의상 보기 모드들 중에서는 '목록' 모드와 가장 잘 어울리고 아니면 기껏해야 '자세히' 모드와도 추가로 어울린다. 큰 아이콘이 부각되는 모드와는 아무래도 영 어울리지 않는데, 그래도 원한다면 그 모드에서도 체크리스트를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이 모드에서 키보드나 마우스로 체크 표시를 반복하면 선택막대가 갈수록 진해지는데.. 이건 명백히 버그로 보인다. 고전 테마나 XP~7 같은 구버전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고 Windows 8~10에서만 저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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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9/01/13 08:36 2019/01/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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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포 2019/01/14 11:16 # M/D Reply Permalink

    윈도우 API들을 보다보면 초대형 프로젝트치고 정말 잘 설계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있더라구요. GUI 쪽도 그런 것 같아요.

    1. 사무엘 2019/01/14 13:03 # M/D Permalink

      네, 동감합니다. 뭐, 일부 지저분한 레거시, 첫단추를 좀 잘못 끼운 듯한 API 구조도 없지는 않지만.. Windows가 역사가 엄청 길고 레거시 지원이 정말 빵빵한 걸 감안하면 그 정도도 감지덕지이죠.
      사포 님,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

  2. 사포 2019/01/16 10:24 # M/D Reply Permalink

    ㅎㅎ 오랜만이에용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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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에서 피연산자의 타입 동기화 방식

C/C++에서 포인터는 컴퓨터가 내부적으로 메모리를 다루는 메커니즘을 아무 보정 오버헤드 없이 쌩으로 노출하고 관리를 프로그래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물건이다. 그러니 강력한 대신 매우 위험하기도 하며, 사용자의 실수가 들어가기 쉽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에는 생성자와 소멸자, 템플릿, 연산자 오버로딩을 적극 활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포인터를 컴파일 시점에서 자동 관리해 주는 클래스가 존재한다. 소멸자에서 자신에 대한 delete 내지 Release를 자동으로 클래스가 있으면 한결 편할 것이다. 대입도 기존 오브젝트가 없어지고 다른 걸로 대체되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레퍼런스 카운팅 관리 같은 걸 해 주고 말이다.

함수가 실행이 실패해서 도중에 return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할당했던 자원(메모리, 파일)들을 반환은 해야 하니.. 부득이하게 goto문을 쓰느라 코드가 지저분해지는 거 공감하실 것이다. 이런 간단한 것 하나만 생각해도 C++이 C에 비해 코딩을 얼마나 더 편리하게 해 주는지 알 수 있다.

본인은 날포인터를 써서 만들어졌던 옛날 코드를 그런 wrapper 클래스 형태로 리팩터링 했다. 가령, FOO *p = .... p->Release() 하던 것을 CAutoPtr<FOO> p 하나로 대체하는 식이다. 자원을 수동으로 해제하는 코드를 최대한 줄였다.

그런데 하루는 큰 문제 없이 이렇게 고쳐지고 컴파일 됐던 프로그램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뻗는 걸 발견했다.
한참을 디버깅한 끝에 알고 보니... 문제는 A ? B: C 연산자 안이었다. 원래 B와 C 모두 FOO* 타입인데, B만 CAutoPtr<FOO>로 바뀌었던 것이다. 다른쪽 C는 구조체의 멤버이다 보니 타입을 고칠 수 없었고 말이다.

내가 의도한 건 B가 operator FOO*()를 통해 FOO*로 암묵적으로 형변환되는 것이었다. 이 ? : 식은 함수의 인자로 전달되는 문맥에서 쓰였으며, 이 인자의 타입도 그냥 FOO*였다.
그러나 이때 B와 C의 타입을 동기화하기 위해 컴파일러가 한 일은.. CAutoPtr<FOO>(C), 다시 말해 C를 CAutoPtr로 승격시키고 임시 객체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그 CAutoPtr에 대해서 역으로 operator FOO*()를 호출하여 리턴값을 함수에다 전달했다.

이 클래스는 생성자에서는 딱히 하는 일 없이 인자로 주어진 메모리 주소를 대입만 하고, 소멸자에서 그 주소가 가리키는 영역을 해제했다.
그러니 임시 객체는 소멸자에서 멀쩡한 메모리를 예기치 않게 해제했으며, 이 부작용 때문에 프로그램이 죽은 것이었다. 아하, 이런 내막이 있었다니... 무릎을 쳤다.

그런데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본인의 C++ 지식 범위에서는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때는 부득이하게, B에다가 static_cast, (FOO*), operator FOO*() 같은 명시적 형변환을 지저분하게 집어넣어 줘야만 하는 걸까? (리팩터링 전에 날포인터만 쓰던 시절에는 할 필요 없던..)

아니면 CAutoPtr의 생성자를 어째 잘 만들어서 저런 형변환을 허용하지 않고 최소한 에러로 처리시킬 방법이라도 없나 궁금하다. 암시적인 R-value 임시 객체가 생기는 것만 금지하고 막으면 될 거 같은데..??
explicit을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복사 생성자나 R-value 생성자 같은 걸 어설프게 건드리면 정상적인 객체 생성에 대해서도 에러가 발생하게 되더라.

FOO*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도 컴파일러가 B와 C를 모두 일단 클래스로 만든 뒤에 다시 operator FOO*를 호출하는 것은 일종의 언어 차원에서의 디자인 원칙인 것 같다. C++이 함수 오버로딩도 인자의 개수와 타입만으로 판단하지, 리턴값의 타입은 전혀 감안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일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수식 내부의 토큰을 해석하는 데 수식 바깥 전체의 타입을 굳이 고려하지는 않기로 한 듯하다.

또한, template<T> void Foo(T, T) 이런 함수를 선언한 뒤, 템플릿 인자 없이 함수의 두 인자에다가 CAutoPtr<FOO>와 FOO*를 집어넣는 것은 통하지 않더라. 컴파일러가 어설프게 타입 유추와 동기화를 시도하지 않고 깔끔하게 에러를 내뱉었다. Foo<FOO*> 이렇게 T가 무엇인지를 명시적으로 써 줘야 했다. ? :와는 다른 동작으로 보인다.

? : 연산자에 대해서 본인은 먼 옛날에 대입 연산과 관련된 파싱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 게 있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엔 다른 분야에서 알쏭달쏭한 게 생겼다. 흥미롭다.

A ? B:C에서 둘 중 하나가 기반 클래스이고 다른 하나가 파생 클래스라면, 이 수식의 결과값이 지칭하는 타입은 B와 C 어느 것이 걸리건 무관하게 당연히 더 범용적인 기반 클래스로 결정된다. 그런데 이것도 다중· 가상 상속이 개입하면 굉장히 골치아픈 문제가 될 것 같다. 파생 클래스가 자신의 실질적인 기반 클래스로 돌아가는 게 trivial한 일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2. 클래스 static 멤버 함수에서 non-static 멤버의 sizeof 구하기

C++에서 클래스의 static 멤버 함수는 그 정의상 this 포인터를 갖고 있지 않다. 명칭의 scope resolution만 빼면 기술적으로 일반 global 함수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함수의 내부에서 클래스의 non-static 멤버는 당연히 참조할 수 없다.

그런데 sizeof 연산자는 어떨까? 얘는 런타임 때의 메모리 값을 전혀 참조하지 않고, 컴파일 타임 때 결정되는 타입만을 기반으로 답을 구해 주는 답정너 연산자이다. 그러니 this 같은 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코드는 옛날 컴파일러에서는 에러가 발생하며 컴파일 되지 않는다. (VC++ 기준 C2070 Illegal sizeof operand)

class Sample {
    int MEMB[4]; //일반 타입이건 배열이건 포인터건 모두 무관
public:
    static void Talk() {
        printf("%d\n", sizeof(MEMB));
    }
};

저 안에서 MEMB의 크기를 어떻게든 구하려면?
sizeof( ((Sample*)NULL)->MEMB) 라고 써 줘야 했다. 마치 구조체 내부에서 특정 멤버의 오프셋을 구할 때처럼.. Sample의 포인터를 야메로라도 만들어야 한 것이다.
sizeof의 피연산자는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으니 저런다고 프로그램이 뻗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관상 깔끔하지 못하고 부자연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2015쯤 Visual C++ 후대 버전에는 sizeof(MEMB)라고 직통으로 요청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래, sizeof 정도는 static 함수에서라도 non-static 멤버를 피연산자로 삼을 수 있는 게 이치에 맞다.
클래스 밖에서 sizeof(Sample::MEMB)라고 요청해도 된다. 다만, 위의 코드에서는 MEMB가 비공개 멤버이기 때문에 클래스 밖에서는 컴파일 에러가 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VC++ 2010/2012의 경우 빌드용 메인 컴파일러와 인텔리센스용 컴파일러의 동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전자는 저 문법을 지원하지 않고 에러 처리하지만, 인텔리센스 컴파일러는 그걸 인식하는지 코드에 빨간줄을 긋지 않는다. 두 말할 나위 없이 마소에서 자기 컴파일러를 C++ 표준 내지 인텔리센스용 EDG 컴파일러의 동작을 참고하여 추후에 개선한 셈이다.

3. 멤버 함수를 가리키는 템플릿 인자

수 년 전에 본인은 템플릿 인자에 단순 함수 포인터나 functor가 아니라 C++ 멤버 함수도 들어갈 수 있는 걸 발견하고 이게 신기하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다. (☞ 관련 링크)

요약하자면 template<typename T> class Foo에다가는 멤버 변수처럼 T bar를 선언한 뒤,
Foo<int(PCSTR)> f를 선언하고 template<> int Foo<int(PCSTR)>::Bar(PCSTR p) 라고 specialize된 함수 몸체를 정의하면 된다. 그러면 n = f.Bar("kekeke")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역시 너무 사기적이고 사악했는지.. 후대의 컴파일러에서는 지원이 끊기고 봉인됐다.
Visual C++의 경우 딱 2010까지만 지원되며, 2012부터는 C2207 a member of a class template cannot acquire a function type 에러와 함께 컴파일이 거부된다.

그리고 사실은 2010도 인텔리센스 컴파일러는 마소 컴파일러보다 시대를 앞서 갔는지, 이걸 에러로 처리하고 있었다. 단지, 에러가 발생하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
인텔리센스는 template<> int Foo<int (PCSTR)>::bar(PCSTR s) 요렇게 멤버 함수 몸체를 정의하는 부분에서 에러를 찍지만 VC++ 후대 컴파일러는 Foo<int(PCSTR)> obj; 이렇게 템플릿을 찍어내는 과정에서 에러를 찍더라.

템플릿의 인자가 :: 연산자와 함께 다른 명칭의 일부로 들어갔을 때, 그 전체 명칭이 타입명인지 변수명인지가 오락가락 한다는 이유로 typename이라는 키워드가 도입됐다.
그것처럼 템플릿 인자가 non-static한 멤버의 변수가 될 수도 있고 함수도 될 수 있는 건 무질서도가 너무 크긴 하다. static 멤버라면 함수라도 단순 포인터로 간편하게 취급할 수 있지만 non-static 멤버 함수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면 저 문법은 완전히 사용 금지됐는지, 아니면 멤버 함수를 템플릿 인자로 전하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일단 멤버 포인터라는 물건 자체가 워낙 무시무시한 놈이어서 말이다.

4. friend 키워드의 클래스 명칭 인식 방식

어떤 헤더 파일 내부에.. global scope에서 class A가 먼저 선언되었다. 그 다음으로 namespace에 소속된 클래스 B가 선언되었고, B는 내부에서 class A를 friend로 선언했다 (friend class A).
Visual C++은 이 코드에서 우리 namespace에 속하지는 않지만 밖에서 먼저 정의되어 있는 A를 인식했으며, A의 멤버 함수가 B의 비공개 멤버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xcode, 안드로이드 NDK 등 타 플랫폼의 C++ 컴파일러들은 A를 인식하지 못하고 에러를 내뱉었다.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A라고 하지 말고 friend class ::A라고 써 주면 된다.
그럼 Visual C++은 함수 인자의 ADL 같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왜 유도리를 발휘한 건지 궁금해진다. 심지어 이건 인텔리센스도 동일하게 맞는 문법으로 인정해 줬다.

어떤 클래스 B가 다른 클래스 A를 friend로 선언할 때, A의 명칭은 진짜 아무거나 적어 줘도 된다. friend 선언 당시에 A가 class A; 라고 달랑 전방 선언(forward)만 됐건, 아니면 심지어 전혀 선언되지 않은 듣보잡 이름이어도 된다. friend부터 맺은 뒤에 다음에 A를 선언해도 된다.
단, Visual C++의 경우, 친구 클래스 A를 인식하는 방식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특성이 있었다.

  • 앞의 경우처럼 A가 아닌 ::A라고 명시하려면 A는 그 전에 어떤 형태로든 global scope 어딘가에 선언이 돼 있어야 하더라. 그렇지 않으면 Visual C++이라도 에러가 난다.
  • A가 B와 동일한 namespace에 존재한다면 아무 문제 없다. B에서 friend class A만 해 준 뒤, A는 B의 앞에 있건 뒤에 있건 자유롭게 인식 가능하다.
  • A가 그냥 global scope에 있고 B와 동일한 namespace 소속이 아닌데 friend class A만으로 A가 인식되려면 A는 B보다 먼저 선언되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B의 친구는 namespace에 소속돼 있는 가상의 A로 간주되고, ::A는 제외된다.

다시 말해 자신과 다른 namespace 소속의 클래스를 친구로 지목하려면 친구 대상을 반드시 먼저 선언해 주고 :: 연산자도 동원하는 등, 통상적인 friend에 비해 문법에 약간 제약이 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Visual C++은 표준을 따르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약간 더 유도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10 08:37 2019/01/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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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수

작년에는 백 선엽 예비역 대장이 무려 99세 생일을 맞이했다. (☞ 관련 기사)
1920년생이라니, 20세기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모조리 겪은 거장이요, 국내 톱급의 장수 고령자이지 않을까.. 특히 시골 깡촌 장수촌에서 평생 농사만 지은 노인 할머니 말고,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한 남성 유명인사 중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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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60세가 아니요, 결혼한 지 60주년도 아니고, 대장 달고 예편한(1960) 지가 60년이 돼 가는.. 거의 미친 연배와 경력의 소유자이다. 게다가 부인도 아직 살아 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송 해 씨가 1927년생,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26년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출신이어서 몸 관리 잘해서 그런지 늙어서까지 쌩쌩 팔팔하고 건강한 걸 보면 굉장히 부럽다.
전사자를 끝까지 찾아내고 노병을 깍듯이 예우하는 미군도 부럽고.
사실, 저 사람은 한국보다도 미국에서 훨씬 더 알아주고 존경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에 취임하면 백 장군을 찾아 깍듯하게 ‘전입신고’를 하는 게 관례일 정도이니..

2. 다산

이 끔찍한 "먹고 살기 힘들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에 현재 자녀를 제일 많이 낳은 집안은.. 구미에 살면서 무려 13명의 자녀를 둔 김 석태· 엄 계숙 부부이다. 이미 여러 번 매스컴 탔다. 이분에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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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근황
2016년 근황

목사 집안인 것, 그리고 자녀들 이름을 모두 순우리말로 지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셋째인 '김 다드림' 군은 지난 2010년에 순우리말 운동 단체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러 모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애국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셈인데.. 2016년 근황에 따르면 장녀는 이미 대기업에 취업했고 서열 끄트머리뻘인 애들은 이제 고등학생이라고 한다.
모든 아이들이 대학에 가지는 못할 것이다. 일부는 곧장 취업하거나 방통대 독학사나 사관학교 같은 저렴한 방법으로 대졸 학력을 따야 할 것이다.

예외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다. 가령, 안 철수 집안은 그야말로 부부가 다함께 돈을 빗자루로 긁어모은 수준의 억만장자이지만, 서로 자기 전문직 종사하느라 바빠서 자녀는 그냥 외동딸 하나가 전부이지 않던가..;;

자녀 계획이야 그건 하나님도 존중해 줄 정도로 전적으로 각 부부들의 재량 영역이다. 그런데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이 정도로 극과 극으로 차이가 나니 자녀 계획도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음이 느껴진다.
성경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차와 돈과 집은 죽은 뒤에 절대로 못 들고 올라가지만, 자녀만은 그 뒤에도 영원히 같이 보며 지낼 수 있다. 물론 제대로 잘 키워서 구원받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아주 어렸을 때 병이나 사고로 잃은 자녀에 한해서 말이다.

3. 만학

지역 언론에는 잊을 법하면 한 번씩 시골 만학도 노인 얘기가 매스컴을 타는 것 같다.
그냥 4, 50대 나이에 방통대나 대학원에 다시 들어오는 정도로는 희소성(?)이 부족하다. 대학 교수나 의사· 변호사가 본업 은퇴 후에 또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서 늘그막에 방통대 같은 다른 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그래도 고등교육 등급의 만학이고 성격이 다르다.

아예 초등 교육 수준에서.. 한글도 제대로 못 깨우친 채 시골에서 평생을 보냈다가 이제야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새로 또는 다시 특별전형으로 입학하는 할머니들 소식이 종종 보도되곤 한다.

2007년 1월자, 전북 김제
2018년 11월자, 강원 평창

세계 톱클래스의 교육열을 자랑하고 무려 중학교까지 의무 교육이 된 지가 10년이 넘은 이 대한민국의 한구석에, 아직도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것이 실감이 잘 안 간다. 세월이 흐르고 일제 시대나 6· 25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 죽고 세대가 바뀌고 나면, 이 정도로 극단적인 만학도는 아마 찾을 수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하긴, 일제 시대에만 해도 의무 교육이란 게 없었다. 초등학교(그 시절 용어로는 소학교)도 시험 치고 돈 내고 들어가고, 심하게 사고 치면 얼마든지 짤릴 수 있었다. 특히 1940년대에 창씨개명 같은 거 거부하면 당연히 짤렸다. 그러니 북괴 김 일성의 최종 학력인 중졸도 그때는 아무나 보유 가능한 학력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자마자 그 가난한 여건에서 국가 단위로 교과서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초등학교 의무 교육을 시행하려 한 건 굉장한 재력이 필요한 과업이었으며, 보통일이 아니었다. 문맹이란 게 얼마나 서러운 건지는.. 당사자가 되어 겪어 보지 않고서는 아마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걸 시행했던 남쪽의 수장 할배는 뭐.. 차원이 다르다. 프린스턴 박사는 지금의 잣대로도 어마어마한 학벌 학력인데, 그걸 100년도 더 전에 배 타고 미국 가서 영어로 논문 쓰고 취득했으니 가히 넘사벽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할배나, 할배의 박사 지도교수(우드로 윌슨)나 모두 자기 나라의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자기 나라의 역대 대통령들 중 명예박사가 아닌 진짜 박사 학위를 소지한 유일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07 08:35 2019/01/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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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해맞이

2019년이 시작됐다. 나도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 벌써 후반으로 들어섰다니 섬뜩하다.;;
부모님 세대는 이미 지하철의 무료 탑승이 가능한 지경이 됐으며, 삼촌뻘 연배도 이미 환갑에 근접하거나 진입했다. 언제까지나 청춘일 것 같던 교회의 귀여운 꼬꼬마들마저 20대 중후반이요, 일부는 한국 나이 기준 30대로 진입했다.
이런 식으로 세대가 슬슬 바뀌어 가는가 보다.

이 와중에 본인의 근황을 좀 얘기하자면..
가장 먼저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지난달의 9.61 이후로 더 고친 것이 없고 단기간에 뭘 만들 게 떠오르지는 않은 상태이다. 한글 입력 핵심 기능이 9.5에서 끝났고 추가적인 UI 개발도 9.61에서 진짜로 완료된 듯하다. 아아..

18년 동안 만들어 온 프로그램을 이렇게 마무리 짓고 고정시킨다니 기분이 묘하다. 할 게 없어도 습관적으로 Visual Studio를 띄워서 날개셋 소스 코드를 이것저것 들여다보게 되는데.. 내가 이 짬으로 언제까지나 이것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게 고민거리이다.

졸업을 위해서 학술지 논문을 오랫동안 질질 끌다가 드디어 하나 더 투고했다(심사 통과와 게재까지는 또..). 그리고 최종 테크인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또 비밀 실험을 진행해야 하는데 올해는 제발 다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심사 통과까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최소한 심사 받을 수 있는 완성도의 논문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ㅠㅠ

학기 중에는 토요일에 교회 신학원 강의를 들어 왔는데, 지금은 방학 기간이니 신학원 수업이 없다. 그래서 토요일 낮에는 서울 역이나 시청 근처로 가서 태극기 집회도 종종 구경하곤 했다. 어르신들처럼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뭐 그건 그렇고, 본인은 2019년의 첫 날은 아차산 중턱과 정상에서 맞이했다. 새벽 산행을 할 바에야 전날 밤에 미리 산을 올랐다. 내가 요즘 안 그래도 등산과 야영에 재미를 붙였으니까.
고구려 정자와 해맞이 광장을 지나, 하늘과 한강이 보이는 어느 능선에서 텐트 치고 잤다. 사실, 산을 오르는 동안 나처럼 산에서 밤을 보낸 다른 등산객의 텐트도 두세 개 정도 봤다.

산을 오르는 동안은 더워서 땀이 날 정도였지만, 텐트 안에서 몇 시간 누워 보니 금세 추위가 느껴졌다. 날씨가 예전보다 덜 추운 듯하고 등산을 감안하여 짐 무게도 줄여야 하니, 사실 이번엔 두꺼운 침낭을 안 들고 갔다. 이 때문에 밤을 좀 춥게 보내게 됐다.

제일 큰 애로사항은 발이었다. 이러다가 발가락이 동상 걸려서 짤라내는 불상사라도 생길 것 같았다.
새벽에 깬 뒤에는 부득이하게 텐트를 걷고 산속으로 더 들어가서 결국 정상까지 갔다. 이렇게 움직이니까 몸이 따뜻해지고 발가락도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하지만 정상에서 1시간이 넘게 가만히 서 있자, 발은 다시 시리기 시작했다.;; 자는 동안 체온이 내려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때는 자지 않고 깨 있는 것만으로도 열 공급이 충분치 못했는가 보다.

새벽 5시 반쯤부터 사람들이 위치 좋은 곳에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했으며, 7시가 넘어가자 인파는 수십에서 백수십, 수백 수준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중· 장년 아재뿐만 아니라 앳된 고등학생, 대학생, 젊은 커플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그리고 하늘도 조금씩 밝아졌다. 7시 10분쯤부터는 폰 카메라가 풍경 사진을 '자동' 모드로 찍을 때 긴 노출과 플래시를 동원하지 않고 직통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 뒤에도 거의 2, 30분 동안, 하늘은 갈수록 희어지고 밝아졌으며 달도 어느 샌가 쏙 사라졌다. 하지만 수평선에는 붉은 노을만 보이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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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7분도 지났는데? 혹시 해가 떴는데 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버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던 찰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7시 53분에 드디어 건너편 산 위로 맹렬한 빛을 뿜는 금색 점이 돌출돼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 구름에 가려지긴 했지만 해가 뜨는 게 분명히 관측되었다. 단순 노을과는 확연히 달랐다. 내 뒤로 수백 명에 달하는 인파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어댔다.

이렇게 지구의 자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개인적으로 떠오른 문구는..

  • "어둔 밤 지나서 동 튼다, 환한 빛 보아라 저 빛"
  •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정도였다. 작가부터가 자연 현상을 실제로 봤으니까 감격해서 저런 가사와 시조를 쓰지 않았겠는가?
물론 난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겔 8:16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집 뒷산 수준 말고 제법 규모를 갖춘 산중 야영은 2018년 가을의 남양주 갑산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였다.
텐트, 돗자리, 침구류 같은 짐이 많은데 또 주차 문제도 생각해야 하니.. 산에 갈 때는 그냥 택시를 탔다. 하산할 때야 사람들 뒤를 졸졸 따라가기만 해도 자동으로 광장동과 광나루 역 방면으로 가게 되니 아무 걱정할 것 없었다.

본인은 야영 중에 일체의 난방을 사용하지 않는다.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같은 안전 문제는 부가적인 이유이고, 근본적으로는 추위는 오로지 체온의 보온만으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본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한겨울에 밖에서 침낭과 이불만으로 수십 번을 외박을 했지만 입 돌아가지도(..;;) 않고, 감기 같은 것도 전혀 안 걸리고 지금까지 잘 지내 왔다.

일부러 밖에 나가기까지 했는데 별도의 연료를 때는 것은.. 산을 그냥 헬리콥터로 오르는 것과 같으며 손발 무술 대신 그냥 총을 쓰는 것과 같고, 그림을 그리기 귀찮아서 그냥 사진을 찍는 것과 같다.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튼, 이 블로그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체제를 위협하고, 번영과 풍요를 갉아먹고 적에게 퍼주는 악의 무리들이 자기 꾀에 걸려 넘어지고 망하고 나라가 조금이라도 성장과 발전과 성숙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04 08:35 2019/01/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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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들의 크기와 폭

난 대형 시내버스와 고속· 시외· 관광버스는 동일한 반경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대형 버스이고 크기가 거의 같지 않은가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제원표를 보니 시내버스는 대형이라 해도 길이가 11m급인 반면, 고속버스 중에는 12m가 넘는 놈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높기도 후자가 좀 더 높다.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도로법 시행령 제79조,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최대 크기 한계는 길이 13m, 폭 2.5m, 높이 4m이다. 굴절 버스나 트레일러처럼 중간에 꺾임이 있는 놈은 좀 더 길어도 되지만, 꺾임이 없는 단일 차체의 한계는 저렇다.
그리고 무게는 축당 10톤, 전체 40톤이 한계인데, 이건 사람을 태우는 버스는 무게 따위 걱정할 필요 없고 트럭이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현대 유니버스, 기아 그랜버드 같은 버스의 최고 사양을 보면 길이는 거의 12.1 ~ 12.5m에 달하고 폭은 2.49m, 높이는 3.3 ~ 3.5m여서 법적 한계에 거의 근접해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제일 큰 버스이다. 엔진은 1미터당 1000cc씩 잡기라도 했는지 역시 12000cc를 넘는 배기량에 400마력 이상이다.
화물차 역시 트레일러 말고 25톤 트럭(현대 엑시언트), 또는 그보다 작은 트럭이라도 초장축 모델을 보면 이 한계에 근접해 있다.

남자라면 왕창 빠른 차 아니면, 이렇게 엄청나게 큰 차를 몰아야 간지가 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 에너지 1/2 mv^2 중에서 m과 v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왕창 큰 거 말이다.
참고로 국내 기준으로 경차는 길이 3.6m, 폭 1.6m, 높이 2m, 엔진 배기량 1000cc 이내이니 얼마나 작은지가 비교된다..;;

한편, 자동차가 폭의 한계가 저렇게 2m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철도 차량은 표준궤 기준으로 3m대에서 논다.
"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과 관련 별첨 자료를 보면 집전 장치를 제외한 높이의 한계는 4.5m이고, 폭은 3.4m가 한계이다. 다만, 차량의 상부와 하부는 폭의 한계가 3.2m대로 약간 줄어든다.
그 좁은 궤도 위에 자동차보다 훨씬 더 뚱뚱한 차량이 올라가서 달린다는 걸 생각하면, 철도가 공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2. 트럭의 축/캡 사양

버스뿐만 아니라 트럭도.. 특히 작은 축에 드는 포터/봉고 급의 1톤 트럭에도 나름 바리에이션이 있다.

  • 초장축: 엔진의 성능과 적재중량 한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짐받이의 길이를 약간 더 길게 한다. 고급 승용차에 단순 세단 말고 리무진이 있듯이 말이다. 초장축은 짐받이에 화물 고정용 끈을 묶는 갈고리가 하나 더 달려 있다. (더 길기 때문)
  • 슈퍼캡: 운전석이 있는 좌석 뒤에 2~30cm남짓한 여유 공간을 추가한다. 그래서 좌석을 뒤로 젖히거나 좌석 뒤로 사람 한 명 정도 누울 수 있게 한다. 슈퍼캡 사양을 선택하면 이 공간만치 짐받이의 길이가 약간 짧아진다. 초장축+슈퍼캡과 장축+일반캡의 짐받이 길이가 서로 비슷할 정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장축/초장축, 그리고 일반캡/슈퍼캡/더블캡(아예 뒷좌석까지 있는) 이렇게 2*3 = 6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좌석 뒤에 있는 보조 공간이 선택사양 옵션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트럭은 좌석의 바로 아래에 엔진이 있는 것, 운전석과 조수석의 사이 중앙에도 좌석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안 그래도 생계형 소형 트럭인데 운전석 뒤에 그 정도 보조 공간도 없으면 너무 비좁고 불편할 것 같다. 거기에다 짐 실을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슈퍼캡+초장축 옵션이 모두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경차인 라보에는 슈퍼캡이나 초장축 같은 사양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3. 엔진 오일

엔진 오일은 자동차에다 주입하거나 장착하는 여러 물건· 물질 중에.. 연료처럼 직접 소모되어 줄어들고 없어지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주 교환해 줘야 하는 소모품이다.
튀김용 기름을 생각하면 된다. 닭을 수십 번 튀겨도 기름이 양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단지 시꺼멓게 탁해지고 변질될 뿐이지.

엔진 오일이라는 게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려면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가 무엇인지, 엔진 실린더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는 1초에도 수십 번씩 뜨거운 폭발과 피스톤 왕복 운동이 일어난다. 힘이 새어 나가지 않으려면 피스톤과 실린더 벽 사이가 밀폐가 잘 돼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마찰 없이 매끄럽게 운동이 돼야 한다.

이런 곳에서 엔진 오일은 단순히 자전거 체인에다 치는 구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엔진 오일이 없으면 엔진은 얼마 못 가 탈 나고 망가진다. 변질된 오일은 오일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윤활, 밀폐, 정화 같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엔진의 출력과 연비를 깎아 먹는다.

모든 내연 기관 왕복 엔진에는 엔진 오일이 필요하다. 적절한 교환 주기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사나 정비사, 실제 운전자들 간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주행 조건이 어떤지에 따라 5000~15000km, 또는 1년을 전후한 주기로는 교환하는 게 좋을 듯하다. 오랜만에 교환하고 나면 엔진의 상태가 달라진 게 곧장 티가 날 정도이다.
전기차에는 엔진 오일 같은 건 없어도 된다.

4. 변속기 오일

엔진 오일에 비해 변속기 오일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훨씬 덜하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수동과 자동은 변속기 오일의 용도가 서로 매우 다르다.
내 차만 해도 취급설명서를 보면, 변속기 오일은 그냥 씨크하게 무점검 무교환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현업 정비사들의 얘기는 다른 듯하다. 출발 직후의 가속 중에 변속 충격이 예전에 비해 커진 게 느껴지는데, 변속기 오일을 교체하면 변속 충격이 완화되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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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오일은 다른 부류의 오일과 외관상으로 구분되라고 제조사에서 빨간 염료를 섞는 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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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여름에 현대차에서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품질 차이 논란을 불식시켜 주겠다며 민간의 자동차 전문가가 임의로 고른 자기네 내수차와 수출차를 대상으로 시속 56km 정면 충돌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해 보였다. (☞ 관련 링크) 차종은 LF쏘나타이고.. 양 차가 제각각 56km/h로 달렸기 때문에 실제 충돌 속도는 그 두 배인 112km/h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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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충돌 잔해에서는 시뻘건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와서 무슨 핏자국처럼 보였는데..
그게 바로 변속기 오일이다. 바닥 주변이 다 붉게 물들 정도이니 주입량도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차가 저것 이상으로 박살 난 다른 교통사고 현장 모습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내부의 액체가 유출되었다고 해서 저렇게 시뻘건 액체가 줄줄 흘러나온 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것도 있겠지만, 그 붉은 염료가 변속기 오일의 품질 자체와는 별개로 오래 지속되지 않고 변색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 자동차 설명서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말이다.

현대차의 충돌 테스트의 경우, 공장에서 갓 생산된 따끈한 새 차를 동원했기 때문에 붉은색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논리가 아귀가 맞는다.

5. 타이어 펑크

자전거만 해도 타이어가 터지면 타이어가 완전히 다른 물질로 바뀌기라도 한 듯이 질질 끌리며, 페달을 밟아도 도무지 나아가질 않는다. 자동차는 주행 성능을 넘어 핸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등 조향· 제동과 관련된 더 위험한 문제가 이어진다. 그러니 타이어가 터진 상태로는 제대로 주행할 수 없다. 타이어 펑크는 배터리 방전, 문 잠김과 더불어 긴급출동 최다 호출 사유에 들지 싶다.

그런데 요즘 운전자들 중에 짹 같은 전통적인 공구를 꺼내서 차를 들어올리고 휠 너트를 풀고 조여서 타이어를 직접 교환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교환하고도 정비 불량 때문에 주행 중에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가 나는 판에 말이다. 다들 그냥 긴급출동을 부르고 만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자동차 운전을 참 어떻게 했을까 싶다.

20세기 초중반의 엄청 옛날 자동차들은 옆면이나 뒷면에 스페어 타이어를 노출하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던 것 같으나 요즘 차들은 그렇지 않다. 승용차들은 트렁크에, 버스나 트럭은 하부에 스페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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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요즘은 원가 절감과 경량화를 이유로 승용차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달리지 않는 게 추세이다. 어차피 다 긴급출동을 부르니까.. 그리고 타이어를 통째로 교환하기보다는 어지간해서는 그냥 지렁이 땜빵만 하고 말기 때문이다.

땅과 접촉하는 정면 부위에 압정이나 못이 좁게 박힌 것 정도는 땜빵으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누가 악질적으로 타이어 측면을 칼로 확 긋고 찢는 테러라도 벌인 것은 그런 식으로 대처할 수 없다. 이건 차 표면을 동전으로 긁어서 흠집을 내는 것만큼이나 적은 노력으로 차를 굉장히 크게 망가뜨리는 짓이다.

6. 속도계

타코미터가 엔진 회전수를 측정한다면 속도계는 바퀴 구동축의 회전수를 토대로 자동차의 주행 속도의 근사값을 표시해 준다. 정확한 값이 아니라 근사값인 이유는, 구동축이 동일한 속도로 회전했다 하더라도 차가 실제로 굴러간 거리는 타이어의 지름(= 공기압 상태)이 얼마냐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자동차가 지구상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절대적으로 따지는 GPS 내비 정도는 돼야 정확한 속도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계 바늘보다는 반응이 더딘 게 흠이다.
사실은 GPS까지 갈 것도 없이 스피드건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며, 속도를 어떻게 생각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도 개인적으로 무척 신기하다. 길거리에서 "지금 당신의 주행 속도는 xx km/h입니다" 이런 거 표시해 주는 전광판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속도계는 안전을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오차가 난다면 차의 실제 속도보다 약간 더 높은 값이 나오도록 만드는 게 관행이다. 이 속도계만 믿고 주행했다가 낚여서 과속 딱지라도 먹는다면 일이 꽤 골치 아파질 테니 말이다.
또한, 차에 따라서는 30km 지점에 빨간 눈금이 그어져 있는 속도계도 있는데, 그 이유와 의미는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7. 액티브 에코 기능

요즘 자동차에는 '에코 드라이브'라고 지금 운전 스타일이 경제 운전 친환경 운전 스타일인지, 아니면 차에 무리를 주고 돈을 길바닥에 흘리는 힘든 상태인지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

  • 백색: (1) 시동을 갓 켜서 냉각수나 엔진 오일이 제대로 초기화되지 않은 상태일 때(그러니 아직 너무 무리하지 마셈..), (2) 변속기 상태가 D가 아니거나 극도의 저속 주행 중일 때 (3) 급가속(킥다운, 높은 토크) 내지 고속 주행을 위해 좀 세게, 깊게 밟고 있을 때
  • 녹색: 백색에 해당되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상황. 슬금슬금 적절히 밟고 있거나 타력 주행 중일 때
  • 적색: 백색보다도 더 과격한 기동 중일 때

내 차의 경우, 시속 110~120km쯤 이상부터는 가속을 하려니 녹색을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 이상 속도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지금 엔진의 출력으로는 좀 무리라는 뜻이다. 더 큰 배기량의 엔진에 비해 연비가 더 크게 떨어지고 힘이 안 나고..
그리고 에코 드라이브 표시등이 백색을 넘어 아예 적색으로 바뀌는 것은 작년 여름에 딱 한 번 겪었다. 에어컨+오르막 상태로 옆 차 추월하려고 세게 밟았더니.. 저게 녹색과 백색 말고 적색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처음 봤다.

에코 드라이브에 이어서 '액티브 에코' 기능까지 탑재된 차도 있는데, 이건 엔진 성능을 일부 너프시키고 속도 리미트까지 걸어 가면서 더 적극적으로 '녹색' 상황으로만 동작하게 하는 옵션이다. 사용자가 켜거나 끌 수 있다. 본인 차에는 이런 옵션까지는 없더라.

먼 옛날 카뷰레터 시절, 퓨얼 컷 기능도 없고 공기 공급조차 엔진이 자동으로 조절을 못 해서 초크 밸브 당기고 시동 직후 몇 분간 예열을 해야 하던 때에 비해... 요즘 자동차들은 전자 제어 방식이 도입된 이후 정말 많이 똑똑해졌다. 최적의 동력비(자동 변속기)뿐만 아니라 최적의 연비까지 저렇게 계산해서 운전자에게 안내해 주니 말이다.
그러니 강제 공회전 예열은 마치 옛날에 니켈-카드뮴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조건 완충-완방을 해야 하던 시절 같은 흘러간 얘기가 됐다.

8. 선루프

선루프는 자동차의 엔진이나 주행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냥 액세서리이다. 선루프가 달린 스포츠카는 간지 하나는 정말 제대로 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길거리의 승용차들을 보면 선루프가 있는 차보다 없는 차가 훨씬 더 많으며, 선루프를 장착한 것을 후회하는 운전자도 많다. 선루프는 흔히 '빛 좋은 개살구, 계륵, 가성비 최악의 액세서리'에 비유되곤 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간지에 비해 치르는 대가와 단점도 만만찮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선, 평범한 일반인이 선루프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맑은 대낮에 운전을 할 일은.. 의외로 몹시 드물다! 더구나 맑은 대낮이라 해도 한겨울에 선루프를 개방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에 반해 선루프는 차값을 더 올리며, 수리비, 보험료 같은 유지비 제반도 덩달아 끌어올린다.
안전성 면에서도.. 전복처럼 지붕이 대미지를 입는 교통사고에 더 취약해지는 것 정도는 누구나 예상 가능할 것이다.

또한, 선루프를 단다는 것은 결국 차의 지붕에 어떤 형태로든 무겁고 복잡한 설비가 추가됨을 의미한다.
지붕이 재질은 약해지는 주제에 10~30kg에 달하는 중량이 차에 상시 추가된다. 연비에 마이너스.. 그것도 하부가 아닌 상부가 더 무거워지니, 차량의 주행 안정성에 악재면 악재이지 호재는 절대 아니다.
차의 외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선루프 부품이 위에 들어가려면.. 객실 내부의 천장이 수 cm 남짓 더 낮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핸디캡은 차량의 기술과 성능 발달만으로 극복 가능한 게 아니다.
더구나 운전 편의(자동 변속기)나 탑승자의 안전(ABS, 에어백)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물건도 아니니..
선루프는 고급 차량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이 달려 나오지 않는다. 오늘날까지도 고객이 별도로 주문했을 때에만 달아 주는 option 선택사양으로만 머무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01 08:35 2019/01/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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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블로그 글은 몇 년 동안 새 글이 없이 먼지만 쌓여 가던 '철도-관련 미디어' 카테고리 소속이 되겠다. 만세~!

내가 맨날 Looking for you 타령만 죽어라고 늘어놓고 있어서 존재감이 많이 묻히긴 했지만.. 옛날(200x년대) 새마을호 열차에서는 Looking for you 음악만 흘러나온 건 아니었다.
열차가 시발역에서 운행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종착역 도착을 앞두고는 황홀하고 모던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하이테크스러운 분위기의 다른 BGM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요런 안내방송이 나왔다. (☞ 동영상 링크) 본인은 이 BGM을 일명 로고송이라고 불러 왔다. 보통명사 또는 고유명사로 말이다.

초창기에는 출발 때에 한해서 새마을호의 로고송 자체가 Looking for you이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즉, Looking for you를 배경으로 하고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랬다는 거다. 이건 각 역별 도착 시각을 일일이 그것도 4개 국어로 다 안내해 주던 시절의 추억인데, 본인은 직접 들어 보지는 못했다. 지금은 KTX에서도 그러지는 않는걸..

그러던 것이 Looking for you 이후에 별도 로고송+안내방송으로 바뀌었다. 종착 Looking for you는 그래도 06년 말 정도까지 유지됐지만 출발 Looking for you는 KTX의 개통 이후에 얼마 못 가 스티브 바라캇 Dreamers로 바뀌었기 때문에 2002년 이래로 길게 잡아도 2년 남짓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그건 그런데.. 문제는 곡명이 다 알려져서 철덕들의 찬송가로 등극한 Looking for you 말고, 그 고유 로고송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 시절에 무궁화호에서 연주되었던 로고송은 CAGNET의 What will I do(원곡은 아닌 듯하고 C장조로 조가 올라간 리메이크)라고 출처가 곧 알려졌다. 얘도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새마을호 로고송 같은 황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새마을호 로고송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D장조와 D단조를 오르내리는 그 황홀한 멜로디는 출처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철덕들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로고송은 2008년 무렵부터 다른 곡으로 대체되었다.

본인은 지난 2009년 1월 6일 아침, 서울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정확히 같은 음색은 아니지만 로고송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을 우연히 목격..은 아니고 청격했었다. (☞ 옛날 글 링크) 그걸 블로그에 공개했으며 다른 철도 동호인께서 호응하는 댓글까지 올려 주셨다. 하지만 일은 그걸로 끝나고 여전히 정확한 출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이 사실이 나무위키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였다. (코모넷 항목.. 코모넷은 그 당시 새마을호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협력업체. 현재는 폐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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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그로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2018년 12월 17일,
디씨 철갤에서 어느 갤러에 의해.. 이 음악의 출처를 근성으로 "단서를 쫓아 여러 음반 뒤져가며 듣고 또 듣고 생노가다 해가며" 찾아냈다는 소식이 타전되었다!

출처는 바로 Headline News라고, 방송국 BGM용 컴필레이션 음반.. 그것도 엄청 옛날인 1992년 5월에 발매된 음반의 6번 트랙인 Outlook이었다. 이건 우리나라 철덕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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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나 TV 방송에서 광고나 섹션 전환, 아니면 심지어 방송사고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들려줄 만한 짤막한 BGM들 모음집이다. 이 분야의 음악만 전문적으로 작곡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심각하게 마이너한 분야의 음악인 관계로 전곡이 유튜브 같은 데에 공개돼 있지는 않으며, 인터넷 상으로는 맛보기로 중간 30초 분량밖에 못 듣는다. 하지만 곡 자체도 1분 30초 남짓으로 짧은 편이다.

안내방송 멘트에 가려져서 제대로 듣기 어렵던 구간을 이렇게 음악만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게다가 본인이 라디오에서 들었던 곡은 저 앨범의 4번 트랙(Young Blood 젊은 피??)이라는 것도 덤으로 알 수 있었다! 같은 작곡자가 같은 멜로디를 다른 악기와 다른 분위기로 리메이크 해서 연주했던 듯하다.

이 곡의 작곡자(Nicolo Bardoni & Stephen Warr)에 대해서는 새마을호 Looking for you의 작곡자인 MALTA보다도 안 알려져 있고, 하물며 음반은 Obsession보다도 더 구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출처를 알게 된 것만 해도 어디냐.. 이런 듣보잡 마이너 음반까지 뒤져서 로고송의 출처를 알아낸 그 철갤러 분께 진심으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철덕의 오랜 의문이 이렇게 풀리니 기분 좋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

※ 그리고 이미 국내의 어느 용자께서 이 곡의 음원을 구해서 유튜브에 이미 올리셨다.

Posted by 사무엘

2018/12/29 19:33 2018/12/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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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ㅂㄴㅌㅍ 2019/01/08 16:03 # M/D Reply Permalink

    https://youtu.be/tRuHFQ4L1Hw
    유튜브에 어떤 분이 울려놓으셨네요.

    1. 사무엘 2019/01/08 16:08 # M/D Permalink

      우와 세상에, 빠르기도 해라 ㄷㄷㄷㄷㄷ ㅠㅠㅠㅠㅠㅠ
      제가 살면서 이 음악을 음원 원본으로 듣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철덕 네티즌들의 정보력은 끝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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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파대로 일대의 시설

송파대로의 잠실 이남 구간이 한때 얼마나 황량했는지는 이 부근에 무엇이 있거나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짐작 가능하다.
1980년대에는 논밭과 비닐하우스 부지를 인수하여 가락시장이 들어섰다. 이 부근에는 나름 보안 시설인 전파 관리소도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문정· 장지 일대는 지금 강서구의 마곡 지구와 더불어 서울 최후의 미개발 농경지로 여겨지고 있었다. 198, 90년대까지는 거기에 자동차 학원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전파 관리소 부지는 지하철역 출구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금싸라기 땅이 되어 버렸고 2010년대부터는 그 역이 아예 환승역까지 됐다. (가락시장) 극소수의 전문 인력만이 근무하는 보안 시설답지 않게 시가지와 너무 가까워지고 접근성도 너무 좋아져 버린 것이다. 전파 관리소는 넓은 역세권 부지를 다 활용하지 못하고 상당수를 잔디밭과 테니스장으로 놀려 두고 있다.

철도 쪽을 살펴보면 서울 지하철 4호선의 북쪽 연장과 함께 창동 차량 기지가 이전할 예정이고, 구로 차량 기지도 어디 멀리 못 옮겨서 안달이다. 과거에 용산 역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던 철도 공작창 부지는 앞으로 어떻게 개발되려나 모르겠다.
또한 군부대도 정보사, 특전사 등 서울에 있던 많은 부대들이 이전했으며 이제는 용산 미군 기지조차도 평택으로 이전이 임박해 있다.
이런 시설들의 이전 시기와 맞물려서 전파 관리소도 어디 성남의 산기슭이나 멀리 지방으로 이전하게 될 것 같다.

한편, 가락시장과 그리 멀지 않은 오금 역 인근에 있던 성동 구치소는 문정 법조 단지가 조성된 뒤엔 서울 동부 지방 법원 옆의 동부 구치소로 확장 이전했다. 요즘은 구치소나 교도소를 주변 건물들과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여느 고층 아파트나 상업 건물과 다를 바 없는 스타일로 만드는 게 유행인 듯하다.

2. 자동차 전용 도로의 고저 위상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한강 공원들은 접근하기가 왠지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굴다리를 통과해야 하고 뭔가 기존 도로들과 입체 교차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의도 한강 공원만은 자그마한 도로의 옆으로 쏙 내려가기만 하면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심리적인 진입 장벽이 아주 낮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다른 한강 공원들은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거대한 시내 고속화도로의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그 도로를 횡단해야만 공원으로 갈 수 있다.
그 반면, 여의도는 사정이 다르다. 공원은 여의도에서 한강과 맞닿은 북쪽에 있지만, 올림픽대로는 여의도의 남쪽으로 지난다. 곁에 자동차 전용 도로가 아닌 평범한 시내 도로만 있으니 여의도 한강 공원은 자전거 라이더나 보행자가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가깝고 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동차 전용 도로들 중에서 내부순환로는 그 구조상 거의 다 고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입 램프는 위로 올라가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그에 반해 동부 간선 도로는 중랑천의 둔치에 만들어져 있으니, 장마철 때 종종 침수까지 될 정도로 고도가 낮다. 진입 램프는 당연히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이며, 빠져나갈 때는 위로 올라가게 된다.

강변북로는 한강 공원보다는 전반적으로 고도가 훨씬 더 높지만 그래도 한강의 다리들과 교차할 때는 대체로 아래로 지난다. 다만, 잠실대교에서는 동쪽 구리 방면 도로가 다리의 위쪽을 지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더 높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다리 아래로 공간을 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강변북로의 전신은 그냥 본토의 평지이기 때문에, 본토와 접해 있는 서쪽 일산 방면은 의외로 진입 램프 없이 평면으로 곧장 진입하는 곳도 많다. 이것이 동부 간선이나 내부순환로와의 차이이다. 물론 한강과 더 가까운 동쪽 방면으로 진입하려면 아래로 굴다리를 지난 뒤, 한강 공원 쪽의 도로를 거쳐서 진입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3. 주류 기술과 대체 기술

우리나라 고속도로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하이패스라는 무정차 자동 요금 정산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가끔은 하이패스가 안 달린 차가 실수로 하이패스 출입구로 들어가 버릴 때가 있고, 하이패스 장착 차량이라도 인식이 제대로 안 될 수가 있다.

본인도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서 무인 톨게이트에서는 하이패스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통과 차량의 번호판을 판독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돼 있으니까 도로 공사에서는 미납 통행료 청구서를 추후에 차주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패스가 인식되지 않았더라도 세상이 끝장난 게 아니니 당황하지 말고 제발 급제동 급조향 하지 말고, 안전을 위해 일단은 지나가라고 운전자를 안심시킬 수도 있다.

사실, 하이패스 없이 차량을 무인으로 자동 인식하는 기술 자체야 전국의 수많은 번호판 인식 주차장들과 과속· 신호 단속 무인 카메라를 생각해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속도로 시설에서 그런 인프라를 갖추면 될 일이지, 운전자들에게 비싼 돈 들여 하이패스 단말기를 번거롭게 장착하라고 홍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덥지가 못한지, 아니면 이미 계약을 맺은 단말기 제조사들과 담합을 한 게 있기라도 한지,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여전히 하이패스가 주류이고 그런 간편한 대체 수단은 전체 트래픽의 1% 이내의 보조 비상용으로만 활용하는 듯하다.

한편으로, 대통령 선거에서도 저렇게 비슷하게 '주류 기술'과 '대체 기술'의 관계에 있는 시스템이 보인다.
옛날에는 대선 당일에 자기 주민등록지에서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부재자 투표라는 게 따로 있었다. 이건 미리 부재자 등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기술이 좋아졌는지.. '사전 투표'라고 해서 당일 투표를 할 수 없으면 사전 등록 없이 아무나, 그것도 전국 아무 투표장에나 가서 미리 투표를 해도 된다.
이게 가능해졌을 정도면 아예 선거 당일과 사전 투표일의 구분을 없애도 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민이 사전 투표일에 아무 데서나 투표를 해 버리면, 투표 용지도 on-demand로 뽑아야 하고 행정적으로 발생하는 무질서도를 감당하기가 아마 어려울 것이다. 모든 차량들이 하이패스 단말기 없이 하이패스 톨게이트를 통과해 버릴 때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는 전국의 고속도로들에 톨게이트가 없어지고 하이패스 단말기도 없어지고, 고속도로 통행료는 월말에 고지서 형태로, 아니면 차주의 카드 요금이 매월 결제될 때 일괄 청구되는 게 순리에 맞지 싶다. 일일이 하이패스 카드에 충전을 하거나 아니면 선수금을 쳐묵쳐묵 하는 자동 충전 카드는.. 많이 삽질스럽다.
그리고 전자 투표인지 뭔지가 도입될지 모르겠지만, 투표도 시간· 공간 제약이 갈수록 더 없어지는 쪽으로 가기는 할 것이다.

4. 아직도 4차로인 경부 고속도로 구간

난 경부 고속도로에 2010년대까지 남아 있던 최후의 오리지널 4차로 구간은 울산-경주-영천뿐인 줄로 알았다. 거기도 수 년 전부터 6차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게 끝나면 경부 고속도로는 전구간이 최하 6차로 이상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 아직도 4차로이고 심지어 확장 공사조차 시작하지 않은 구간은 영동-옥천 사이에 더 있다. 거기가 경부 고속도로 최후의 4차로 구간이다. 마치 철도에서 경부고속선 때문에 경부선 기존선의 전구간 전철화가 오히려 늦어졌듯, 경부 말고도 다른 대체 고속도로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경부 자체의 전구간 확장이 작업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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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영동-옥천 일대는 2000년대 초에 대대적으로 선형 개량을 한 적이 있으며, 이때 커브를 워낙 많이 편 덕분에 무슨 지방도도 아닌 고속도로가 길이가 약간 짧아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새 길은 비록 지금은 4차로를 유지하지만 미래의 확장 공사를 염두에 두고 노반도 미리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 저기는 1970년 개통 당시의 오리지널 선형이 "아닌" 4차로이다.
그에 반해, 영천-경주-울산은 확장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진짜로 1970년 개통 당시의 선형을 그대로 간직한.. 정말 시간이 정지한 4차로였다.

경부 고속도로는 대구나 대전 같은 대도시 주변은 얄짤없이 8차로이고, 수도권에서는 아예 10차로에 육박하는 거대한 도로이다. 주변의 중부내륙이나 타 횡축 고속도로 같은 4차로 도로를 달리다가 경부로 진입하면 경부의 그 어마어마한 도로 폭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 경부조차도 6차로도 아닌 4차로 구간이 있다니, 거기는 경부 고속도로라는 게 실감이 안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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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8/12/27 08:38 2018/12/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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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trivia

1. 21년 전, 기성 교회에서의 크리스마스 성극 추억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1997년 말, 본인은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 본인이 다니던 교회 중고등부에서는 지도교사 선생님의 주도로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 때 무려.. 뮤지컬을 공연했다. 연극을 하다가 노래가 나올 때면 MR 틀어놓고 그에 맞춰 부르는 거다.

그 뮤지컬의 맨 처음 도입부에서 불렀던 노래가.. 기억에 남아 있는 가사를 검색해 보니 '마리아의 아기 예수'라는 곡이고 가사가 다음과 같다.
국내곡인 것 같지는 않은데.. 원곡의 제목과 가사는 무엇인지 정체를 알 길이 없다.

"오래 전 베들레헴에 성경 말씀 그대로
마리아의 아기 예수 오늘 탄생하셨네
천사 찬송하기를, '왕이 나셨다'
그를 믿는 모든 자는 영생을 얻으리.."


지금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라면 이런 컨텐츠는 심의상 공연 불가일 것이다.
이 진영에서는 '아기 예수' 이런 말 별로 안 좋아한다. 산타 클로스, 크리스마스 트리, 12월 25일 예수 생일 이런 거 다 생깐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마리아의 아기 예수'라니! 이런 OO교스러운 심상이 담긴 용어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성도들 중에 심지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조차 싫어하는 프로불편러도 있기 때문에, 저런 게 버젓이 공연되었다가는 곧장 클레임 들어온다.

뭐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성탄절이 잘못된 거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탄생 자체가 잘못된 교리는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12월 25일이라도 쉬는 나라가 안 쉬는 나라보다는 나으며, "메리 크리스마스"가 "해피 할리데이" 이딴 말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고로 본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을 지지한다.. =_=;;;

그 뮤지컬은.. "크리스마스 추억"이라는 주제로 그 안에서 또 세 갠가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었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 평소에 짜장면을 미치도록 너무 좋아해서 크리스마스 성극을 공연하던 중에도 "손님, 짜장면은 뭘로 드시겠습니까?"라고 NG를 낸 이야기가 있었다.

성탄절의 유래고 뭐고 교리 지식 다 제끼고 동심, 감성, 추억만 생각하면 저런 게 참 훈훈한 기억이다. 그 뮤지컬 각본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허나, 그런 긍정적인 심상이 어째 이교도의 전통과 혼합되어 변질되었는지를 같이 생각하면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빨간 싼타 모자 쓰고 열심히 율동 가르치는 주일학교 교사들 동영상도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데.. 착잡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ㅠ.ㅠ

주일학교라는 게, 그 당시에는 꼬마들이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선생님하고 같이 노래 부르고 떠들고 놀지만, 그게 커서까지 추억으로 각인되는 효과를 노린다. 그러니 유아 교육이 유치하고 시시하고 당장 지쩍으로 드러나는 효과가 없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나의 동심, 감성, 추억 분야의 결정판은.. 더 말하자면 입만 아프겠지만 2003~04년에 접한 새마을호 Looking for you이다. 요한계시록을 끝으로 신구약 성경이 완결되었듯이 Looking for you가 그냥 영원한 종지부를 찍었다.
국영 독점 교통수단에서 이런 음악이 흘러나왔다는 것은 충격 중의 충격으로 나를 철덕의 블랙홀로 빨아들이게 했다. 이걸 능가하는 충격은 내 인생에 다시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2.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해어졌으나

얘는 성경을 소재로 하는 얼마 안 되는 찬송가 중 하나이다.
완전 동요풍인 "신구약 성경책 (The B-I-B-L-E oh that's the book for me)" 다음으로 조금 나이가 들면 주일학교에서도 접하게 된다.

"나의 사랑하는 책"은 영어로 가사 첫 줄은 There's a dear and precious book..이고 원제는 My mother's bible이다.
"비록 해어졌으나"를 "비록 헤어졌으나"라고 ㅐ를 ㅔ로 잘못 기재한 책이나 사이트가 의외로 굉장히 많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들에서 자동 완성이 '헤어졌으나'라고 제시될 정도다.
영어 가사가 Tho' it's WORN and faded now이니, 우리말로도 worn out을 뜻하는 '해지다'가 맞다. 어머님의 성경책이 다 낡은 채로 남아 있기라도 하냐, 아니면 영영 잃어버렸거나 심지어 빼앗겼냐의 차이이다. 후자라면 작사자는 젊었을 때 신앙을 잃었다가 탕자의 아들처럼 되돌아온 것일 수도 있게 된다..;;

한편, 이 찬양은 3절 가사가 "어머님이 읽으며 눈물 많이 흘린 것 지금까지 내가 기억합니다"
즉, 우리말로는 어머님이 우셨다고 번역되어 있다.
하지만 원래 가사는.. "Then she dried my flowing tear with her kisses as ..."
"내가 울었고" 어머니께서 내 눈물을 닦아 주셨다는 뜻이다..;;
물론 단위 음절당 들어갈 수 있는 정보량이 한국어와 영어가 서로 쨉이 안 되니, 이런 보정은 오역이나 변개는 아니다. 단지 다르다는 것이다.

2절 가사도.. 우리말은 다니엘, 다윗, 엘리야가 언급돼 있지만 원래 가사는 엘리야가 아니라.. '요셉'이 언급돼 있다. 뭐, 요셉보다는 엘리야가 더 포스가 있는 인물인 건 인정한다만..
엘리야가 "병거를 타고" 무슨 은하철도 999처럼 하늘에 올라갔다는 가사는 약간 고증 오류이다.

왕하 2:11을 보면, 불길에 활활 타는 모양의 병거가 나타났다고만 했지, 엘리야가 그 행렬에 직접 합류하거나 병거를 타고 승천했다는 말은 없다. 그냥 혼자 몸뚱이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승천했다.
영어 가사는 애초에 엘리야를 언급하지 않으니 이런 오류도 존재하지 않는다.

3. 나는 인생의 산과 들 방황하며

위의 제목으로 오랫동안 방황하며 인생을 허비하다가 뒤늦게 예수 믿고 구원받게 된 기쁨을 노래한 찬송가가 있다.
얘는 작사· 작곡자가 따로 전해지는 외국곡인데, 원곡은 애초에 찬송가가 아니었다. 그냥 "그대를 향한 사랑 영원할 것이오"라는 내용의 일반 노래이다. 우리말 가사는 영어 가사와는 무관하며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다.

그러니 이 곡은 찬송가로서는 Believe me if all those endearing young charms 같은 원제를 기재해 줄 필요가 없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곡에다가 "존 브라운의 시체" 영어 가사를 병기할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인생의 산과 들 방황하며"의 마지막 2절 가사 끝부분은 "시냇물 흘러 바다에 돌아가듯 나는 주 안에 잠겨지네"이다.
이 찬송을 부르면서 본인은 늘 궁금했다. 가사를 쓴 사람이 졸업식 노래를 참고하기라도 했는지 말이다.

졸업식 노래의 3절 끝부분은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인데..
찬송가 가사에 저런 냇물-바다 비유가 들어갈 일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주 안에 잠겨지네.."는 침례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심상을 의도한 것일까? 누가 무슨 동기를 받아서 이런 가사를 썼는지가 무척 궁금해진다.

4. 지금까지 지내 온 것

"지금까지 지내 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라는 찬송가가 있다. 가사의 특성상 간증 집회나 연말 송구영신 때, 혹은 교회 창립 기념 예배 때 두루 부르기 좋다. 극동 방송 발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크리스천들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 조사에서 당당히 2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얘는 "복의 근원 강림하사"와 동일한 외국곡 멜로디가 붙어 있는데, 그것 말고 박 재훈 작곡의 민요풍 멜로디 버전도 있다. 이 작곡자에 대해서는 "어서 돌아오오"의 작곡자라고 얘기해 주면 한국인이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둘 다 3박자 계열인 건 동일하며, 우리나라 찬송가에는 두 곡이 모두 실려 있다.
한국곡 멜로디는 "부름 받아 나선 이 몸"과 분위기가 꽤 비슷하게 느껴진다만.. 그래도 "부름 받아..."의 작곡자는 다른 인물이다.

"지금까지 지내 온 것"의 멜로디 말고 가사의 출처를 살펴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본인도 굉장히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얘는 한국인 작사는 당연히 아니고 그렇다고 찬송가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유럽 계열도 아니다.

이 곡의 작사자는 보통 T. Sasao라고 소개돼 있는 편인데, 일본인이다. '사사오 데쓰사부로'(笹尾鐵三郞 1868-1914)라고 메이지 시대를 주로 살았던 성결교 목사이다. 데쓰(tetsu)는 '철'의 일본어 음일 뿐이며 death하고는 당연히 무관하다.
영어 가사가 멀쩡히 기재돼 있어서 일본인 작사가 아닌 것 같지만 이것 역시 일본어로부터 나중에 번역된 것이다.

이 곡의 진짜 원어 가사는 이렇다. きょうまで守られ
일본어를 모르는 본인이 보기에도.. 1절 지금(今日)까지 지내 온 것, 2절 몸과 맘도 연약하나(か弱き者を), 3절 주님 다시 뵈올 날이(主の日) 등 우리말과 일본어가 앞부분이 얼추 일치하는 것 같다.

사사오 데쓰사부로가 작사한 다른 대표적인 찬송가로는 "우리들의 싸울 것은 혈기 아니요"가 전해진다. March we onward 이렇게 시작하는 영어 가사가 있지만, 외국 사이트에서 검색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옛날 가사는 '일심'도 그렇고 약간 일본어스러운 표현이 있더라. 그래도 저 사람은 "지금까지 지내 온 것"의 작사자로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듯하다.

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나 위하여 십자가에 중한 고통 받으사.."이다.
"My life flows on in endless song; (...) How can I keep from singing?"이라고 Robert Lowry 작사의 가사가 분명히 전해지는데..
우리나라 찬송가에는 동일 멜로디에 "My life flows rich in love and grace (...) How can I keep from singing?"이라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가사와 함께 T. Sasao가 기재돼 있다. 작사자가 잘못 기재된 것 같은데 제2의 영어 가사는 정체가 뭔지 궁금해진다.

이런 식으로 오늘날 교회에서 불리는 찬송가들의 출처와 계보, 탄생 배경들을 연구해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다. 성경으로 치면 주석을 같이 보는 것과 같다. 계보가 의외로 복잡하고 배배 꼬인 것, 전혀 찬송가가 아닌 멜로디에다가 번역이 아닌 창작 수준의 가사가 붙은 게 많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곡들의 출처를 구글 검색 한 번으로 바로 알 수 있지 않고, 또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통일/새 찬송가에서 일본인 작사로 알려져 있는 가장 유명한 곡은 나카다 우고 작사의 "은혜가 풍성한 하나님은"이다. 내가 알기로 원어 가사까지 영어가 아닌 대놓고 일본어로 기재된(Megumi hukaki mikami yo ...) 거의 유일한 곡이다.
알고 보니 '메구미'가 은혜(惠)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본인은 배틀로얄에서 미츠코에게 낫으로 목이 따여 죽는 여학생 이름으로만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ㅠㅠㅠ ^^;;

Posted by 사무엘

2018/12/24 08:35 2018/12/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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