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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음악 관련 생각과 일화들

1. 음높이

차들마다 빵빵 경적 소리가 도~시 중 정확하게 어떤 음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산업 표준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 제조사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내 경험상 대체로 A 내지 Ab인 것 같다.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유명한 음이다. 퀴즈 프로에서 "땡~~! 틀렸습니다", 전국 노래자랑 프로에서 "땡~ 탈락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컴퓨터에서 에러를 나타내던 비프음들도 이 음이었다. 특히 옛날 BIOS 시절에 컴터가 부팅조차 하기 전에 하드웨어 차원의 이상이 있었을 때 말이다.
도미솔 딩동댕이 긍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이라면, '라'음으로 띵~ 이거는 부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으로 알게 모르게 정착해 있다. 그게 자동차 크락숀에도 반영된 셈이다.

옛날엔 시내버스의 하차벨 소리도 낮은 옥타브의 A인 편이었다. 근데 이건 딱히 부정적인 느낌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요즘 버스들 하차벨은 '딩동~' 등 다른 소리로 바뀌는 추세이다.

2. 리듬

"교회 클래식 찬송가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군대 군가 같은 곡"들하고.. 1990년대 이후 CCM들이나 유행가의 큰 차이는.. 박자이지 싶다.
전자는 그냥 "강 약 중강 약"에 충실한 반면, 후자는 음의 강약과 장단이 정말 제멋대로이다. 그런데 그게 듣는 사람을 더 긴장· 흥분시키고 짜릿하게 한다.

처음 보는 생소한 곡의 악보가 점8과 16분 음표 사이에 온통 '타이'가 붙은 당김음투성이이면.. 읽기가 정말 정말 어렵고 힘들다. =_=;; 어떤 곡인지 악보만 보고 파악할 수가 없더라.;;

이는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word 단위 align되어 있지 않은 메모리를 읽고 쓰는 게 몇 배로 더 힘든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필요하지 않은 주변 메모리를 다 읽어야 되고, 클럭 사이클도 몇 배로 더 필요)
이마저도 메모리 절약 정신이 몸에 밴 x86 동네에서나 관대하게 처리해 주지, 다른 가볍고 간결한 형태의 CPU였으면 아예 접근을 포기하고 에러를 날려 버리기도 한다.

이런 멜로디는 악보를 읽기도 힘들고, 채보도 지독하게 힘들다.
내 개인적으로 채보하기가 제일 어려웠고 제일 애먹었던 리듬은.. 주토피아 OST Try everything에 나오는 "오 오 오 오오~"였다.

3. B장조의 유명한 곡

하루는 서로 다른 버스에서 실내 BGM으로 뭔가 익숙한 음악/노래를 들었다.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시(빰빰빰빰)~
미(빰빰빰빰)~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주선율은 바이올린으로 나오고 뒷배경 빰빰빰은 피아노로 나오는 요거..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얘는 ‘마지막 황제’ OST인 Rain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거 작곡자가 아마 일본인이지 싶다.
Summer도 일본 사람 곡이고 Rain도 일본인 곡이고..

1987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 전의 옛날이다만, 로보캅, 풀 메탈 자켓, 히든, 그리고 마지막 황제까지.. 나름 명작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나온 것 같다.
피아노 레슨을 하는 본인의 지인에게 물어 보니 Rain 참 멋진 곡이고 자기도 좋아한댄다. 그리고 저걸 피아노로 치려고 배우러 오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거 말고 또..
“따따따따 따다 딴딴” 이러면서 여자 가수 솔로가 나오는 경쾌한 외국 노래를 듣게 됐는데.. 이건 내가 지금까지 정체를 정확히 몰랐었다.

가사가 있는 곡은 가사를 알면 거의 곧바로 곡을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영어 리스닝은 젬병이고, 특히 노래 가사는 알아듣기가 더욱 어렵지만.. 이 곡은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필살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사를 들어 봤다.
아아.. If you wanna be my lover였구나. 스파이스 걸스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됐다.
Rain과 If you wanna be my lover는 주선율이 둘 다 B장조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한 C장조보다 약~간 낮다는 뜻이다.

4. 악어~~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악어'가 나오는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둘 있었다.
하나는 이 요섭 작사· 작곡인 동요 "정글숲"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정 광태의 개인 앨범에 수록됐던 "악어 사냥"이다.
“악어야 나와라~ 우리는 악어 사냥꾼~~ (..) 악어야 울지마” 이러는 노래였다. ㄲㄲㄲㄲ 이거 무려 1980년대 초중반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처음으로 소개된 그 앨범에 있던 곡이다.

두 곡 다 단조이고 박자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까놓고 말해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다음에 곧바로 "악어야 나와라~!"를 이어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딱히 정서적으로 악어가 친근한 동네는 아닌데, 공룡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악어를 소재로 한 익살스러운 노래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아마 정글숲 동요가 더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이 곡을 만든 이 요섭 선생은 2019년에 국내에 생존해 있다는 블로그는 하나 나오지만, 이것 말고 생년이나 학력, 프로필 등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몹시 드물다.

이분은 "산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 이거도 작사· 작곡했으니 동물을 참 좋아하신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독실한 신자로서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금과 은 나 없으나"와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 성" 같은 복음성가까지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굴러다니는 거의 모든 악보들에서는 그냥 작사· 작곡자 미상이라고만 기재돼 있다!! 그 정도로 자기 정체를 일부러 감추시는 것 같다.

5. 그린그린~~

휴먼버그 대학교 만화 세계관에는 야쿠자 조직이 있는데, 거기 건달 중에는 '코바야시 유키사다'라고, 머리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 미치광이 살인귀 파이터가 있다. 단검으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찌르고 쑤시고 돌리는 게 주특기이기 때문에 별명이 '나이프의 코바야시'라고 한다.
이 아저씨가 전투 전에 말하는 스타일은~~ "그린그린~~ 푸른 하늘에는.." 이러면서 해맑게 웃으면서

"오늘은 당신의 제삿날입니다~! 해피 데쓰 데이!!"
"당신 내장을 스무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양자택일 퀴즈!! 당신들이 전부 인생 하직하기까지 1분이 걸릴까요, 2분이 걸릴까요? 그린그린~~ 정답은 1분입니DIE!!"
뭐 이런다...;;


도대체 말 끝마다 그린그린 그러길래.. 그린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무슨 포크쏭 풍의 동요인가 보다. グリ―ングリ―ン (☞ 듣기)

진짜 원전은 미국의 1960년대 노래인데,
일본에서는 그걸 들여와서 같은 멜로디에다, 가사는 'green green' 추임새 부분만 남기고 다른 아기자기한 말로 바꿨다. 뭔 말인지는 나도 모름..
'그린 그린' 이러는 후렴 부분 말고, 도입부라고 해야 하나 그쪽 멜로디는 코드 진행이 복음성가 "노래할 이유 있네"(하늘문이 열리면 노래할 이유 있네 ... 월요일~매일 노래할 이유 있네)의 앞부분과 굉장히 비슷하다~!!

저렇게 피아노 연주에 맞춰서 애들 동요 부르는 게 옛날 한전 CF "빛이 있어 세상은 밝고 따뜻해" 같은 정겹게 느껴져서 좋은데..
야쿠자 건달이 나이프 들고 저런 발랄한 노래에 맞춰서 "그린그린~~ 오늘이 당신 제삿날입니다" 이랬던 거였냐? 개 싸이코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브레넬리"도 같은 멜로디에다가 원전과 완전히 다른 일본어 가사가 붙은 노래가 있었지 싶은데.. 일본이 그런 식으로 서양 노래 개조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 브레넬리" 같은 멜로디도 아주 좋아한다. 화사하고 예뻐서~~

6. 또 다른 비슷한 곡

(1) 오징어 게임 OST의 맨 첫 곡 “way back then” (전철역 승강장에서 딱지치기 게임이 시작되고 성기훈이 계속 따귀 쳐맞을 때 같이 나오는 그 병맛스러운 피리.. 아니 리코더 연주. 시시시~ 시시시~ 시라솔라 솔미미)
킬 빌의 “twisted nerve” (엘 드라이버가 간호사로 변장해서 병원에 잠입할 때 나오는 그 휘파람 연주. 이건 새로 창작된 곡이 아니라 그냥 기존 명곡이기 때문에 OST는 아님. 시~라~ 시시라~ 라~솔 라라솔~)

둘이 뭔가 심상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를 같이 떠올리기가 어렵더라;;
영화 초반에 뭔가 특이한 음색으로 주선율이 연주되고, 뜬금없고 병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 내 입술의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시편 19)
이 둘도 느낌이 꽤 비슷한 것 같다.
‘도레 미…’로 시작하는 첫 시작 부분뿐만 아니라 중간에 “뜻하신 그곳에 나 있기 원합니다” / “내 반석 나의 구원자” 이 부분도 말이다.
물론 멜로디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지, 가사 내용은 서로 크게 관련이 없는… 게 아니군. “주의 종 되기 원해” /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며 살리니”는 좀 비슷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2 08:35 2023/10/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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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동식물 생태 등

1. 육식

사람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 없는데, 정작 사람이 잡아먹는 소는 풀만 먹고도 어떻게 그 큰 덩치와 힘을 내는지.. 풀에서 사람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무슨 힘의 원천을 얻는지 참 신기하기 그지없다. (돼지는 잡식이니 논외)
물론 소나 코끼리 같은 동물은 이렇게 살기 위해 소화 기관이 정말 복잡 정교하며, 풀잎이라는 것도 영양분 밀도가 그렇게 높은 물질이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덩치 큰 초식 동물은 풀을 하루 종일 지독하게 많이 먹어야 한다.

초식동물들도 본능에 다른 동물 사냥이 입력되어 있지 않고, 앞발이나 이빨 구조가 남 목덜미를 물어뜯는 것에 최적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걔들이 육식을 아예 절대 못 한다거나, 고기가 들어갔다간 탈 나고 죽기라도 하는 건 아니다.
이미 잘 요리돼 있는 고기라든가 곤충 같은 거 주면 거부하지 않고 먹는다. 그리고 초식동물은 식물에서는 좀체 얻을 수 없는 소금을 따로 얻으려고 그렇게도 난리를 치고 환장한다고 한다.

신의 창조를 믿는 기독 신자들은 생물의 진화이라는 말만 나오면 아주 경계하고 싫어하는 편인데..
사실 최초의 생명 기원이야 어차피 신의 창조를 과학으로 증명도 할 수 없고 부정도 할 수 없다. 그쪽은 아무나 아무렇게나 믿기 나름이다.

그 대신, 이미 있는 생명의 분화, 변화는 심지어 성경에도 있다. 나중에 사자가 초식동물로 바뀔 거라는 거.. 반대로 과거에 자연 세계가 타락하면서 약육강식 살육이 시작되고 식물에서 독이 나오기 시작한 거.. 그런 게 신이 처음부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면 그것부터가 그냥 진화의 산물이다. 딴 걸 진화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거가 있고 심지어 성경조차 말하고 있는 현상을 다 부정할 필요는 없다.

2. 곤충들이 원래 있는 곳

꿀벌이나 모기 같은 벌레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건물 옥상 정원까지 날아오는 걸까? 특히 집단 생활을 하는 꿀벌은 어느 벌집 기지에서 출발했는가? 이런 곤충들은 냄새 맡는 능력이 인간의 몇 배인가..??? 참 궁금하다.
인간이 까마득한 우주 천체를 발견하고 전자기학을 발견하고 온갖 비과학적인 미신들을 타파한 와중에도 자연발생설은 19세기 중후반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남아 있다가 부정됐다는 걸 생각해 보자~!

손을 씻어야 한다는 거, 구더기는 파리의 유충이라는 거, 길거리에서 함부로 침 뱉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물의 세계는 미시적으로 파고들기가 꽤 어려운 영역이었다.

3.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라는 건 악취 나고 벌레가 꼬여서 깔끔하게 처분하기가 몹시 난감하다. 너무 썩지 않아서 골칫거리인 플라스틱하고는 반대편 극단으로 골칫거리이다만, 그렇다고 의료 폐기물 급으로 위험한 건 아니다. 분해되는 중간 과정이 짧고 굵게 혐오스러운 게 문제일 뿐, 분해와 재활용 자체는 그럭저럭 잘 된다.

봉투가 다 찰 때까지 음쓰를 (1) 냉동실에다 보관하는 건.. 당장 악취와 벌레는 예방할 수 있지만 냉동실에 같이 보관하는 다른 음식들의 위생에 대단히 ‘매우’ 나쁘다. 그렇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방법이 못 된다.

물컹물컹하고 자잘한 찌꺼기 정도는 (2) 변기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음쓰를 즉시 없앨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이건 기름기나 찌꺼기가 하수도관을 막히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별로 권장되지 않는다. 변기에다가는 원래 넣으라고 있는 배설물과 토사물-_-, 화장지만 집어넣는 게 좋다. -_-

음쓰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자그마한 전용 음쓰 봉투에다가 넣어서 배출한다.
여기에다가는 사람이 명백히 먹을 수 있는데 남았거나 상해서 버리는 것들만 버려야 한다. 사료나 퇴비로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포장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에 포함돼 있었더라도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부위들은 몽땅 걸러내야 한다. 뼈, 뿌리, 껍질 같은 건 음쓰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이다.

그런데 과일 껍질 중에는 사람이 전혀 못 먹는 게 아니어서 무슨 교차로 노란불이나 맞춤법 띄어쓰기 사이시옷처럼 굉장히 애매한 경우가 있다. 가령, 귤 껍질은 법적으로 일쓰가 아니라 음쓰라고 한다.
사과 껍질은 먹어도 귤 껍질을 먹는 사람이 도대체 누가 있나? 내 주변에서는 귤 껍질을 일쓰 종량제 봉투에 넣었는데 그게 나중에 걸려서 과태료를 문 경우가 있었다. -_-

이런 애매한 경우에 대해서는 그런 악랄한 단속질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단속을 할 거면 일쓰를 특별한 쓰레기인 음쓰에다가 넣은 걸 더 단속해야지, 애매한 음쓰를 더 범용적인 일쓰에 넣은 건 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char*를 void*에다 대입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식당에서는 회전률을 떨어뜨린다고 1인 단독 식사를 막을 게 아니라 1인석을 준비해서 돈을 더 벌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식당 말고 카페야 원래부터 1인 이용이 흔하지만 거기서는 개념 없는 카공족이 문제다. 그런 건 흡연실과 마찬가지로 반쯤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을 따로 만들어서 요금을 더 받고 서비스를 더 주든지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것처럼 음식물 쓰레기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처리하기가 참 난감하고 까다로운 구석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습기 빼고 부피 줄이고 냄새 없애서 버리기 좋은 형태로 가공해 주는 기계도 이미 나와 있긴 하지만 1인 자취생이 장만할 정도의 크기와 가격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거 잘 해결하는 게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0 08:35 2023/10/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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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밖에서 독서를 하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캠핑이건 비바크건 노숙이건.. 어쨌든 밖에서 자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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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잠이란 건 이렇게 자야 인간답게 아늑하고 포근하게 푹 잘 수 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
어디든지 으슥한 곳에서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아니면 텐트 없이 바로 침낭을 뒤집어쓰기만 하면 그곳이 곧 나의 숙소이다.

건물은 그냥 전기와 상하수도, 와이파이를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밤에도 섭씨 두 자리수 기온은 추운 게 아니다. 침낭에 담요만 두르면 바로 따뜻해진다.
텐트 없이 잘 때도 긴팔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모기 때문에 필요했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올해의 호박 농사도 끝나 간다.ㅠㅠ 호박 얘기는 나중에 추가로 할 것이고, 이 글에서는 본인이 지난 한글날 연휴 때 온라인 지인분과 가평에 다녀온 얘기를 좀 하고자 한다.

나 혼자 밖에서 잘 때야 저렇게 적당히 으슥한 곳 아무 데나 가서 노숙 수준으로 대충 자고 온다. 첨언하자면, 이렇게 텐트 치고 들어가서 혼자서 무슨 강력 범죄, 미제 살인/실종 사건, 대형 교통사고, 자연재해 같은 기사들을 읽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짜릿하고 제일 재미있다. ㅋㅋㅋㅋ

하지만 여러 사람이서 고기도 구워 먹고 놀려면 장소를 대충 잡아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된 캠핑장이나 숙박업소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여름이 휴가 시즌이라면 가을은 캠핑 시즌인 듯? 서울 근교나 교외의 적당히 가까운 캠핑장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난리였다.

주말은 그야말로 1~2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쓰며, 그것도 날짜가 뜨자마자 바로 예약이 마감되는가 보다. 서울 사람들은 캠핑 못 가서 안달 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ㅠㅠㅠ
서울 하늘공원 근처의 노을 캠핑장이라든가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 같은 곳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캠핑장 대신 평범한 민박, 펜션으로 타겟을 바꿔서 서울 북쪽 교외선 쪽의 장흥· 일영 유원지 일대도 알아봤다. 하지만 여기도 어지간한 곳은 주말에 찜하려면 2~3주 전 예약이 필수였다.
마치 평일에 에버랜드에 가는 것처럼 평일에 한적한 모텔이나 펜션, 캠핑장 잡고 놀아 보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_-;;

그러니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오지까지 찾아보게 됐다.
낙찰된 곳은 남양주를 넘어서 가평.. 남이섬과 자라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숙소를 잡는 것에만 급급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었다. 바로 앞에 맑은 시냇물(승안천)이 있네? 정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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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놀고 나서 이분들은 방에서 자고, 본인은 혼자 밖에서 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는 용추 계곡이라는 긴 시냇물과 함께 ‘연인산 도립공원’ 산책로가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엔 용추 계곡을 왕복 9km에 가깝게 걸었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고 대박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평까지 가게 됐는데 근처에 이런 보물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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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길게 뻗어나가는 시냇물이 가히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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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넓은 풀밭 공터도 눈에 띄었다. 이건 정황상 이건 옛날에 난립하던 불법 평상 같은 게 있던 공간이지 싶다.
이런 데서 돗자리 깔고 눕고 싶었다. 여기는 텐트는 당연히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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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렇게 물이 깊고 많아지는 곳도 종종 나왔다.
날씨가 맑을 때였으면 경치가 더 아름다웠을 것이고, 이때보다 두세 주만 늦게 여길 찾아갔으면 나뭇잎들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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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길이 이런 좁은 흙길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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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치에 감동하여 본인은 10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물에 첨벙 뛰어들기도 했다. 운동화 대신 크록스 쓰레빠 신고 산책한 덕분에 입수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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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흔들바위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저쪽으로 쭉 더 가면 연인산 정상까지도 도달하지만, 여전히 7~8km는 더 가야 하며 그건 지금 우리 여건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뭔가 의성 빙계 계곡 같은 분위기인데,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니 너무 좋았다. 이거 나름 가평군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굴하고 관광지로 개발한 거라고 한다. 빙계 계곡은 군립공원인 반면, 여기는 도립공원이라는 차이도 있다.

다 좋은데 여전히 아쉬운 건 돌아올 때의 교통이었다.
60번 서울-양양 고속도로.. 상행 방면에서 설악-서종-화도 사이의 미친 교통체증은 어찌할 길이 도저히 없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도 제대로 고생했었는데..
화도 IC 내지 졸음 쉼터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정체가 풀리는 걸 보니, 이건 사고 때문도 아니고 단순 교통량 증가 때문도 아니다. 유령 정체를 포함해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

이래저래 서울은 동쪽이 양평이나 남양주 방면으로 놀러 나가는 방향이다. 주말에 동쪽으로 빠져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참 고생길인 것 같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7 19:35 2023/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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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조직에 대해서

1.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학교나 기업이 아니고 종교도 아닌 무슨무슨 협회, 사회 단체 시민 단체들 말이다. 이런 걸 법에서는 법인이라고 부른다. 성경에서 말하는 '자연인'은 구원받지 못하고 본성에만 속한 사람을 말하는 반면, 법에서 말하는 '자연인'은 저런 법인의 반의어로서 단체· 조직이 아니라 생물학적 사람 개인을 뜻한다.

그런데 법인들이 다 같은 게 아니어서 어떤 건 사단법인이고 어떤 건 재단법인이다.
수십 년 전 철도청 시절에 열차 안에서 간식 카트를 굴리던 ‘홍익회’야 아무래도 퇴직· 상이 철도 종사자들의 재취업 알선과 복지가 목적이니 재단인 듯하고.. 지금은 존재는 하는지 모르겠다. ㅡ,.ㅡ;;

도산 안 창호 선생이 설립했고 지금도 살아 있다고는 하는 흥사단은.. ‘사단’으로 끝나서 그런지 사단법인이다. ㅋㅋㅋ
내가 학창 시절에 관심을 가졌던 한글 한국어 관련 단체 중에서는.. 세종대왕 기념 사업회는 사단법인이라고 일찌감치 대놓고 적혀 있었다.

그 반면, 한글학회는 의외로 재단법인이다. 한글재단이라는 단체가 따로 있었기 때문에 학회는 사단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니군. 둘 다 재단법인이고 인터넷 사이트만 hangeul.or.kr과 hangul.or.kr로 미묘하게 달랐다.
그러고 보니 2004년 초에 한글 학회 회장이던 허 웅 선생이, 그 해 말엔 한글 재단 이사장이었던 한 갑수 선생이 나란히 별세했다. 그때 그쪽 업계는 굉장히 슬픈 분위기였었다.

컴퓨터 쪽이야 곧바로 떠오르는 자유 소프트웨어 foundation... 머시기는 재단법인이다.
법과 제도를 검색해 보면 사단법인은 사람이 중심이고 영리와 비영리가 모두 존재 가능한 반면, 재단법인은 재산이 중심이고 비영리로만 존재 가능하댄다. 그 밖에 이사회가 있느냐, 설립자에 의해 임의 해산이 가능하냐 그런 차이가 있는데..
그 단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돌아가는 차이를 모르겠다. 운영하고 직원들 월급 주는 방식이라든가 세금 매기는 방식이나 다른 거겠지?

진짜 뜬금없는 개드립 갖다붙이기인 거 알지만.. 이거 뭐 옛날 컴퓨터에 있었던 직렬 포트와 병렬 포트, 네트워크 TCP 패킷과 UDP 패킷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ㅡ,.ㅡ;;

2. 조직의 운영

어지간한 조직들은 그 조직을 대표하고 조직의 실제 임무를 총괄하고 지휘하는 우두머리가 있는가 하면, 그 안에서 구성원들을 조율하고 여러 행정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우두머리가 있다.
그 개념이 병원에서는 원장 의사와 수간호사, 군대에서는 중대장과 행보관(궁극적으로는 장교와 부사관),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감, 교회에서는 목사와 집사, 선박에서는 선장과 기관장(또는 객실 승무원 사무장)으로 실현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조직의 크기가 작거나 사람이 짬과 계급이 낮고 전문성이 덜할 때는 한 대표가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 그러나 조직 규모가 커지고 세분화· 전문화되면 한쪽 대표가 다른 쪽 대표의 역할을 대체하기가 난감해지고 분업이 필요해진다.

항공법에 따르면 대형 여객기는 승객 50인마다 1명꼴로 객실 승무원을 둬야 한다고 어디선가 봤다.
그런데 교회에서도 집사는 대예배 최대 출석 인원 기준으로 50명마다 1명꼴로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3. 조직의 과거

(1) 현재 일본 항공(JAL)의 CI는 빨간 학인데.. 얘는 1958년에 제정했던 옛날 CI이다. 2000년대 초에 잠시 CI를 바꿨다가 2011년에 옛날 것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글쎄, 우리나라 대한 항공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유난히 사고가 잦아서 2000년대 초부터 경영 혁신을 감행했던 적이 있다. 이웃 JAL은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2000년대 중후반에 경영 실적이 많이 악화됐던 것 같다. 심지어 승무원들이 자사 유니폼을 헐값에 처분한 게 굴러다닐 정도였다고 하니..

그래서 쟤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자, 허리띠 졸라매자, 우리 리즈 시절을 기억하자" 차원에서 옛날 CI로 복고한 것 같다.
대한 항공이야 1983년 007 피격의 트라우마 때문에 옛날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폐기했다. 지금의 하늘색 도색도 그 일 이후에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로고타입만은 옛날 안티크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는 듯하다.

(2) 한편, 우리나라 국정원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원훈을 수 년 주기로 자주 바꾸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정권의 입김을 많이 타는 부서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랬는데 2022년에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옛날 1960년대 중앙정보부의 원훈을 다시 채택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유명한 문구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말이다. 일본항공의 사례와 국정원의 사례가 서로 뭔가 비슷한 것 같다.

여담이지만, 지난 2008년부터 2010년대 초까지는 국정원 원훈이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었던 적이 있다.
글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수정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국정원이 무슨 대학교나 종교 단체도 아니고 '진리'보다는 '진실'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야 병식아, 진실의 방으로"처럼 말이다. ㄲㄲㄲㄲ
성경적으로는 진리는 자유뿐만 아니라 사랑과도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4. 조직의 흑역사

(1) 현대 일본은 '자위대'라고 군대나 다름없는 조직을 버젓이 보유하고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의 원죄 흑역사 때문에 '일본군'이라는 말은 차마 못 붙이고 있다. 헌법 차원에서 정규군의 보유가 금지되었다.

얘들은 무슨 위장조차 안 하고 파란 전투복에 흰 탱크 몰고 다니는 UN 평화유지군 같은 처지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뭔가 다른 방식으로 여느 정규군에 비해 큰 제약을 받는다.
오로지 선빵 맞고 침략을 당한 뒤에야 반격할 수 있고 오로지 자국 내에서의 방어만 가능하다. 침략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무기 수출도 안 되기 때문에 자국에서 생산한 무기는 내수로만 다 소모해야 한다. 외국에 파병도 못 보낸다.

(2) 우리나라 '삼성 물산 건설 부문'도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_-;; 엄연한 건축 건설 회사이지만 30여 년 전에 너무 크게 사고 쳤던 흑역사 때문인지 국민 정서상 '삼성 건설'이라는 이름을 아직까지도 못 붙이고 있다. (경부선 철길 노반을 제멋대로 파헤치다가 열차를 통째로 전복시켰던.. -_-)

씨 프린스 호, 서해 훼리 호, 세월호, 남영호, 무슨무슨 호 등.. 어지간한 해양 사건 사고들의 명칭에는 사고를 낸 배 이름이 꼭꼭 붙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만 지역명만 붙고 선박이나 사고 주체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당시에 배후에서 언론 통제가 빡세게 되긴 했던 모양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5 08:35 2023/10/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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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모음 A와 O

라틴 알파벳에서 A와 O는 통상적으로 ㅏ, ㅗ 음가에 대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독일도 그렇고, 또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실질적인 최대강국인 미국에서는 이들 발음이 변해 버려서 비영어권 국가에서 외래어의 표기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걔네들은 ㅏ, ㅗ이던 것이 ㅐ, ㅏ로 변해 버렸다. 그러고 보니 U도 ㅜ냐 ㅓ냐 갖고 굉장히 오락가락하네.. 모음삼각도로 표현하자면, 다들 시계 방향으로 살짝 회전해 버린 것 같다. 안 변한 건 I(ㅣ)와 E(ㅔ)뿐이다.

그래서 톰이냐 탐이냐.. 도트냐 닷이냐도 헷갈리고, 할로윈이냐 핼러윈이냐도 헷갈린다. shop도 쇼핑, 워크샵/워크숍, 포토샵 등이 매우 혼란스럽다.
일본에서는 단모음 A는 일편단심으로 ㅏ로만 적고 있다. 그래서 패밀리는 그냥 파미리이고, 애니메이션도 아니메이다. 그러니 쟤들은 ㅏ와 ㅐ가 구분이 잘 안되겠지만 우리말에서는 A와 E, 즉 ㅐ와 ㅔ가 구분이 안 돼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스타일로 음차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시기가 굉장히 일러서 그런지 영국· 독일의 보수적인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패드'(pad)는 일본어로 '아이팟또 アイパット'인데.. '아이팟'(pod)은 '아이포또 アイポ-ト'라고 한다.
A와 O의 발음 괴리의 직격타를 제대로 맞았다. ㄲㄲㄲㄲ

영어의 이런 발음 변화는 영어 자신의 관점에서도 별로 좋은 현상이 아니다. 스펠링과 발음이 심하게 따로 노는 언어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영어 정도면 다른 언어들에 비해 문법이 단순하고 배우기 쉬운 축에 드는 것 같다.
영어 정도의 과거형 불규칙이나 복수형 불규칙 난이도가.. 설마 한국어의 미친 높임법과 호칭, 용언 불규칙 활용 난이도에 비하겠는가? =_= 라틴어나 러시아어, 독일어의 미친 굴절에 비할 수준이겠는가?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한때는 ㅏ와 ㅓ가 다른 것만큼이나 ㅐ와 ㅔ가 달랐던 적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말이다.. 근데 어쩌다 '내'와 '네' 1인칭과 2인칭 대명사가 구분되지 않는 난장판이 돼 버렸을까?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니 '네'가 현실에서는 '너'나 '니'로 불안하게 자꾸 바뀌는 것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의 입장에서도 아주 보기 좋지 않다.
아울러, '날다'의 활용형이 '나는'이 돼 버려서 I am과 겹치는 것도 영 보기 좋지 않다. '날으는'을 무작정 비표준으로 치부하고 금지하기가 곤란한 노릇이다.

2. 한자어처럼 생긴 외래어

바지 선(barge), 바자 회(bazaar), 마지노 선(프랑스의 지명 Maginot), 지로 용지(giro), 모기지 론(mortgage loan), 비박(Biwak)...;;

이런 것들은 한자어가 전혀 아니다. 특히 모기지 론은 '론'조차도 論이 절대 아니고 loan일 뿐이다. 마지노 선이 마지+노선(路線)이 아니듯이 말이다.
'비박'의 경우는 무려 독일어 일반명사이고, 사실은 우리말로도 '비바크'라고 표기해야 맞다. 숙박 泊하고는 전혀 관계 없다.

이래서 옛날에는 사람들이 표기를 더 꼼꼼하게 하려 애썼던 것 같다. 국한문 혼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인명 지명 같은 고유명사나 심지어 외래어는 폰트(서체)를 달리해서 표기해 놨다.
한글에다가 한자의 획 모양을 접목해서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순명조'라는 서체 말이다. 이게 옛날 동화책이나 교과서에서는 외래어를 표기하는 서체였다.

난 한자 혼용까지는 너무 오바이다만, 그 대신 개인적으로는 성 이름을 띄어 쓰는 것, 그리고 외래어 고유명사 뒤에 붙는 명사는 띄어 쓰는 것에 지지 소신이다. 이것까지 안 하면 구분이 너무 안 되는 것 같다.
태산, 백두산, 일본어, 평화선
에베레스트 산, 나일 강, 후지 산, 산스크리트 어, 마지노 선

3. 표기 수단

일본어는 변별 가능한 음운이 부족해서 그런지, 장단(긴/짧은)이라도 한국어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구분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대놓고 길쭉한 가로줄이 장음 부호로 쓰인다. 같은 소리라도 이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양의 알파벳 기반 정서법에서는 짤막한 가로줄(하이픈)이 (1) 정도가 좀 약한 띄어쓰기, (2) 긴 단어를 앞뒤 줄에 걸쳐서 열거하는 용도로 쓰이니 이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서양 정서법에서는 일본어의 장음 부호 같은 긴 가로줄은.. 음운 계층에서의 장음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치면 ‘줄표’.. 문장 단위에서 뜸을 들이는 걸 나타낸다. 음운 계층에서의 장음은 그냥 글자를 aa ee ei 늘어놓는 식으로 해결하니 말이다.

문자에 대해 더 생각해 보자면.. 라틴 알파벳은 대소문자 구분이 있어서 문자 용도에서 수직적인 상하 계층을 만든다. 고유명사나 이니셜을 대문자로 쓴다.
일본어는 히라가나-가타카나 구분이 있어서 수평적인 역할 구분을 형성한다. 잘 알다시피 외래어나 의성어가 가타카나로 표기된다. 알파벳으로 치면 이탤릭에 얼추 대응할 듯?

한글은 글자 차원에서는 초중종성을 모아서 스스로 굉장히 잘 완성된 형태를 형성한다. 한국어 역시 일본어보다는 음운이 풍부하고 또 복잡한 훈독이 없으니, 자국 모아쓰기 표음문자만 닥치고 늘어놓는 ‘전용’을 하는 방향으로 정서법이 깔끔하게 정착했다.

그게 대체로 좋긴 하지만, 그래도 장단을 표기에 너무 반영을 안 하다 보니 길고 짧음의 구분이 한국어에서 통째로 소멸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런데 한글은 그 상태로 완성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_- 추가적인 계층을 만들 여지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이상 글자의 형태를 구분하는 건 폰트의 영역으로 가야 할 듯..

필요한 경우, (1) 장음/단음이나 (2) 사이소리 정도는 기호 차원에서 표현할 방법이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이건 음운 차원이고..
더 욕심을 내자면 평소에는 붙이지만 필요에 따라 체언-조사 내지 용언-어미를 구분하는 마크, 이 명칭이 외래어나 고유명사임을 나타내는 마크, 이 어절이 체언인지 용언인지를 나타내는 마크 같은 것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가운뎃점은 일본에서 유래된 건지 모르겠다만.. 콤마보다 더 크거나(세미콜론) 작은(가운뎃점) 보조 구분자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4. 나머지

(1) 영어권에서는 글자를 읽을 때 같은 글자가 연속해서 나올 때 double/triple로 더 즐겨 대체하는 성향이 있다.
C++ C double plus / 007 double O seven / www triple W
우리말 "씨뿔뿔, 공공칠, 더블류더블류더블류"와 비교해 보자. =_=;;

(2) 베트남 - 비엣남, 베토벤 - 베트호픈, 맥아더 - 매카서..
뭔가 대놓고 독일식 같지는 않은데 실제 발음과 미묘하게 동떨어진 외래어 표기가 좀 있는 것 같다.
한국어와 영어의 음절 구분 방식이 다른 것도 있고, 옛날에는 실제 발음보다는 스펠링 형태를 더 고려해서 한글 표기를 정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지고 정착해 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치는데.. 하루아침에 터키 대신 튀르키예는 너무 뜬금없고 좀 문화 충격까지 느껴졌다. =_=;; 스페인 - 에스파냐도 아니고 이건 뭐..

(3) 메시지 - 마사지 - 소시지~~ 음운 형태가 비슷한 단어들이다.
'메세지'라고 쓰고 싶다면 소시지도 소세지가 돼야 맞으며, '맛사지'라고 쓰고 싶으면 메시지도 멧시지가 돼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 표기 방식을 보완하면 된다.
디저트 - 데저트(사막)-_-도 영어 스펠링과 발음이 헷갈리기 좋은 듯.. 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3/10/12 19:46 2023/10/1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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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어들의 형태와 의미

1. 단어 의미의 차이

(1) '오타쿠'라고 그 이름도 유명한 일본어가 국내로 유입돼 들어왔는데.. 이게 표현과 의미가 분화됐다.
앞부분을 떼어낸 오덕은 말 그대로 일본 애니, 미소녀, 모에 하앍하앍, 피규어.. 이런 특정 분야와 관련된 원래 뜻이고,
뒷부분을 떼어낸 덕후는 매니아, 전문가, 기크, 너드..라는 뜻인 것 같다. 역덕 밀덕 철덕에서는 접사로도 쓰인다.

(2) 나룻배는 뭐고 거룻배는 뭐지..??
수하물 수화물도 그렇고. 마치 성경 용어 환난과 환란만큼이나 별 차이 없이 섞여 쓰이는 단어 같다.

(3) 외도: 한국어에서는 ‘배우자의 외도’라고 보통 불륜, 간통, 음행 쪽만 가리킨다. 그러나 일본어에서는 그냥 일반적인 부도덕 죄악 악행을 모두 가리킨다. 휴먼버그 대학교 고문 소믈리에의 대사를 통해서 알게 됐다. -_-
외모: 한국어에서는 일단은 성형수술과 관계 있을 정도인 겉모습에만 국한되어 쓰이는 편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하나님은 외모를 취하지 않으시고”(person)는 가오뿐만 아니라 능력, 피지컬처럼 사람의 전반적인 스펙을 모두 일컫는 의미이다.
外자가 들어가는 흥미로운 단어 쌍이다.

(4) 저것 말고도 '비겁', '묵살' 같은 한자어도 한국어와 일본어가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게 잘 알려져 있다.
우리말로는 둘 다 아주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인 반면.. 일본어로는 전쟁에서 적을 기막히게 속이고 낚고 농락해서 싸그리 몰살시켜도 비겁(!!)하다고 그런다. 긍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교활이나 악랄, 영악이라는 의미도 좀 포함한다는 뜻이다. 선전포고 없이 진짜 치졸 비열하게 진주만을 공격한 거 말고, 저런 것까지 말이다.
그리고 묵살은.. 한국어에 의미하는 ‘무시’의 강화 버전뿐만 아니라 신중한 보류..까지 의미한다. 과연 사무라이뿐만 아니라 에둘러 말하기의 달인인 일본 문화답다. 허나, 쟤들은 포츠담 선언까지 묵살한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가 결국은 핵을 쳐맞았다. -_-

(5)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직렬화란.. 어떤 오브젝트의 내부 상태를 스트림 형태의 비휘발성 메모리에다가 쭉 덤프해서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읽어들이고 복원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배열, 리스트가 아니라 트리 구조 같은 비선형 컨테이너는 직렬화를 위해서 코딩 기법이 좀 필요하다.
그런데 병렬화는? 같은 목적을 위해 수행되는 많은 작업들을 CPU 코어 여러 개에다 분산시키고 동시에 수행하도록 해서 전체 소요 시간을 줄이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걸 말한다. 그러니 직렬화-병렬화는 분야가 서로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6) 우리말 내지 이쪽 문화권에서는 돼지가 무척 공격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했는가 보다. 그래서 ‘저돌적’이라는 단어가 있으며, 여기서 ‘저’는 돼지 猪이다. 심지어 '저돌희용'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멧돼지 희'라니.. 참 희한한 한자인데.. 울나라 상용 한자가 아닌 듣보잡 글자이다.
그런데 영어권에서는 숫양이 사납고 성깔 더럽다고 생각했는지, ram에 저돌적이라는 뜻이 들어있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다, ‘공성 망치로 공격하다, 배끼리 서로 들이받다’ 같은 옛날 전쟁 전술과 관련된 살벌한 뜻이 들어있다.
옛날 영화 벤허에서도 갤리선에서 최고속을 가리키는 용어가 3등 battle speed, 2등 attack speed를 넘어 ramming speed였다..;;

(7) 영어에는 prosecute(기소)와 persecute(박해)가 형태가 비슷해서 이를 이용한 언어드립이 있는 걸 개인적으로 어디선가 봤었다. 악질 검사한테 박해 받는다..;; 뭔가 심상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translation(번역)과 treason(반역)도 비슷한 관계이다. 이건 굉장히 공교롭게도 영어와 한국어 모두 형태가 비슷한 단어쌍이다~!

(8) AV..
AV 단자라고 하면 오디오/비디오라는 뜻이다.
AV 1611이라고 하면 공인된 번역본이라는 뜻이다.
일본 AV라고 하면... 19금이라는 뜻이 된다. 의미와 용도가 완전히 제각각이다.. ㅋㅋㅋㅋㅋ

2. 욕처럼 들리는 단어

(1) 시발: 시발 자동차, 구로 역 시발..;;; 전설적인 예시이다.
채널A 카톡쇼에 출연했던 어떤 자동차 업계 원로의 회고에 따르면.. "시발 시발 우리의 시발~~~" 이러는 라디오 광고 CM쏭까지 있었다고 그런다.
그리고 필리핀에는 시발롬 Sibalom 이라는 지역이 있다.. ㅠㅠㅠㅠㅠㅠ.

(2) 옛날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은 본명이라고 해야 하나 휘호가 迪宮였는데.. 발음이 '미치노미야'였다. 영어로도 Prince Michinomiya Hirohito 라고 썼다.
일제 식민지 조선인들한테 "미친놈이야"라고 당연히 놀림감 0순위였으며, 일본도 이 사실을 광속으로 인지하고 단속을 벌였다.

(3) rape: 어떻게 노란 유채 식물이 이런 끔찍한 범죄와 동음이의어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영어로는 원래 명칭대로 안 부르고 카놀라 Canola라고 부른다.
하긴 유채는 순우리말 명칭도 굉장히 뜬금없다. '평지'라고 하네...;;;

(4) retard: 학창 시절에 접했을 음악 나타냄말에도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가 있고, 또.. 항덕이라면 비행기 조종에서도 어떤 기종은 착륙 착지 때 GPWS에서 retard, retard~~ 라고 안내를 해 준다. '엔진 출력 낮춰, 속도 줄여~!' 이런 뜻..
근데 현실에서는 retard는 음악이나 비행기 출력이 아니라 지능 발달이 더딘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백치 아다다'에서 백치처럼 말이다.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착륙하면 이탈리아 같은 일부 문화권에서는 승객들이 환호하고 박수도 치는데.. 정작 조종실 계기판에서는 병~~신 병~~신(약오르지ㄲㄲ) 이런 어감의 놀림(??)이 흘러나온다는 게 웃기게 느껴질 수 있다.

3. 언어유희

  • 헌신만 하다가 헌신짝 취급 당한다.
  • 다짐을 너무 많이 하면 다 짐이 된다
  • 교사 지침서 때문에 교사가 지침..
  • 지적이지만 지적질 하지는 않는 사람이 좋다~~ ㄲㄲㄲㄲㄲㄲ

그리고 파이널 Pinal air park(애리조나), 페인 Paine field(워싱턴 시애틀).. 둘 다 항공과 관련된 유서깊은 시설이 있는 지명이다.
전자는 노후 비행기 보관소이다. 그래서 최후 final과 비슷한가..?? -_-;; 그리고 후자는 위치에서 짐작이 가듯, 보잉 사 에버렛 공장에서 생산되고 출고된 비행기들이 첫 출발하는 곳이다. 비행기의 출산의 고통을 의도해서 pain 드립을 쳤는지 모를 일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0 08:35 2023/10/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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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그 억만 광년(!!)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은하의 모습을 척척 선명하게 찍곤 하는데..
그걸로 가까이 있는 우리 동네 천왕성, 명왕성, 심지어 달 표면 사진은 좀 찍을 수 없나? 매번 번거롭게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가?

꽤 그럴싸한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A. 태양계의 행성들은 매우 매우 가까이 있는 대신, 가까운 것 이상으로 크기도 깨알같이 너무 작다. 어두운 건 덤. 그렇기 때문에 우주 망원경을 동원한다고 해도 행성 사진을 그렇게 고퀄로 찍을 수는 없다.
과거에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명왕성을 찍은 적이 실제로 있었다. 하지만 화질은 이게 한계였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태양계 행성들을 자세히 관찰하려면 번거롭지만 탐사선을 보내야 한다.
유의미하게 선명한 명왕성 표면 사진은 뉴 호라이즌스 호가 2006년에 발사되고 무려 9년 동안 명왕성을 향해 직접 날아간 뒤, 2015년에야 얻을 수 있었다.

지구 풍경에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10km 넘게 떨어진 저 건너편 건물이나 산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다 해도, 그걸로 바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콩알이나 쌀알의 표면을 제대로 관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ㄲㄲㄲ 그건 서로 분야가 다르다. 저격소총과 자주포가 용도가 다르듯이 말이다.

이 정도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된 것 같다. '1분만'이라든가 '사물궁이' 같은 잡학 채널에서 선뜻 다룰 법도 한데.. =_=;;;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그러니 지표면에 설치된 우주 망원경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지구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 그 상태로도 촬영 목표물을 향해 시선을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는 게 무슨 함포 사격 통제장치마냥 정교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 일은 피사체가 가까이 있을수록 난이도가 더 올라가며, 먼 은하가 아니라 겨우 태양계 행성을 촬영한다면 더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우주 망원경이 지구상의 천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잘 알다시피 지구 대기로 인한 시야 핸디캡이 없다는 것이다.
뭐.. 중량 제약이 심하게 걸리기 때문에 지구 천문대와 같은 거대하고 무거운 망원경을 설치하지는 못한다는 다른 핸디캡은 있다.
운영 비용이 살인적이라는 것도 덤.. 테이큰 대사 "인공위성 카메라의 각도 하나 변경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생각은 해 봤냐?"는 빈말이 아니다. ㄲㄲㄲㄲㄲㄲ
그러나 대기빨 안 탄다는 장점이 워낙 넘사벽 독보적이기 때문에 학계로부터 우주 망원경의 수요는 마를 날이 없다.

* 여담: 우주에 대해서

(1) 핵융합이라는 게 일어나려면 극악의 고온 고압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낱 지구의 실험실 나부랭이 수준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우며, 꿈의 에너지원이라는 핵융합 발전도 아직은 SF의 영역이다.
근데 우주 규모의 거시세계에서는 물질이 정말 지구 따위 쌈싸먹을 정도로 너무 많이 쌓여서 자기 중력을 못 견디고 붕괴해서 핵융합이 일어날 정도이다.;;; 쉽게 말해 100% 철로만 이뤄진 지름 1백만 km짜리 공은 재료공학 차원을 넘어서는 이유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별들은 무슨 석유· 가스를 태워서가 아니라 수소 핵융합으로 열과 빛을 낸다. 원자가 입자 차원에서 붕괴해서 중성자별이 됐다가 블랙홀이 됐다가 이런다. 중력과 원자력,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이렇게 연계한다는 게 천체물리학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면모인 것 같다.

(2) 옛날에 TV나 라디오로 방송국 전파가 없는 주파수/채널을 돌렸을 때 나는 그 흰 쌀알 소용돌이 애니메이션=_=과 우렁찬 씨이이이치이이이이이이 잡음은 그냥 개소리 잡소리가 아니라 먼 옛날 우주 배경 복사의 흔적이다. ㄷㄷㄷㄷㄷ 그저 전자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열잡음만 있는 게 아니다.
먼 옛날에 엄청난 에너지의 발산이 없었다면.. 임의의 주파수/채널을 돌렸을 때 그냥 아무 신호 없이 조용해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그냥 비디오 테이프의 무음부를 재생하거나 터널 안에 들어갔을 때 위성방송이 조용히 끊기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 와야 할 것이다.

왜, 척 노리스 개드립 시리즈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해서 개통해 봤더니 척 노리스로부터 부재 중 통화가 3통이나 찍혀 있었다"..;;; 이 상황과 그나마 근접하는 현실 버전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 전파 수신인 셈이다.

옛날에는 저게 개나 소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잡음이었는데.. 오디오 비디오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뒤부터는 이걸 청취하는 게 생각보다 꽤 어려워졌다!! 유튜브에 백색잡음이 일부러 올라와 있을 정도로..
요즘 기기는 전파 신호 자체를 쌩으로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다. 정상적으로 압축 해제되지 않는 신호는 통째로 버린다. 그러니 무의미한 백색잡음은 다 걸러지는 것이다. 이런 것도 기술의 발전이다.

(3) 태양계가 얼마나 크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에 모든 행성들이 다 들어가고, 태양과 수성의 거리만 해도 태양 지름의 수십 배라고 그런다.
근데 태양이 수십억 년 뒤에 적색거성이 되고 나면 태양의 반지름만 무려 2AU에 달할 정도로 팽창해서 지구와 화성까지 다 삼켜질 거라니 이건 또 무슨 변고인가 싶다.

태양 자체는 맨눈으로 보면 그냥 닥치고 눈부시게 밝은 백색광이다. 붉은 노을이나 누런 불빛은 빛 산란과 보정을 많이 거친 색깔일 뿐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뜰 때나 질 때 태양의 모습이나 하늘 색깔은 아무 차이가 없으며, 서로 구분 불가능하다.

(4) 별은 우리가 지구에서 관측할 때 의미를 지니는 겉보기 밝기와, 거리를 동기화시키고 측정하는 절대 밝기를 따로 다룬다. 태양조차도 절대 밝기는 겨우 4~5등성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우주 전체의 별들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밝은 별이라고 일컬어진다.
그것처럼 지진도 그 자신의 절대적인 강도 (규모)와, 우리가 지표면에서 피해 정도(진도)를 따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08 08:35 2023/10/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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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정보 기억장치는 다음과 같은 속성에 따라 분류 가능하다.

(1) 배열처럼 아무 지점이나 O(1) 시간 복잡도로 즉시 접근 가능한가? 아니면 링크드 리스트처럼 순차적으로만 접근 가능한가?
Random Access memory라는 건.. 아무렇게나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임의 지점 접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오늘날은 테이프 같은 극단적인 물건 말고는 RAM이 당연시되고 있다. 테이프는 임의 접근이 안 되니 번거로운 감기 기능이 필요했지만.. CD는 아무 트랙이나 바로 갈 수 있다.

(2) 읽고 쓰기 가능한가, 아니면 읽기 전용인가?
ROM이라고 불리는 물건들은 RAM의 속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ROM인 셈이다. ROM은 RAM의 엄밀한 반의어가 아니니 유의할 것.
CD 같은 광학 디스크는 요즘 기술로 '쓰기'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 부작용이나 부담 없이 자유자재로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3) 휘발성인가, 비휘발성인가
아주 중요한 속성이다. 전원이 끊어지면 내용이 싹 다 날아가느냐, 아니면 그 뒤에도 내용이 남아 있느냐? 읽기 전용 메모리는 당연히 비휘발성이어야 할 테니 이건 읽쓰 겸용 메모리가 대상이다.
반도체 기반의 주메모리는 속도가 빠른 대신 전자이고, 나머지 보조 기억장치들은 느린 대신 용량 많고 후자의 속성을 지닌다.

(4) 매체와 reader/writer가 쉽게 분리 가능한가? 아니면 붙박이인가?
이거 무슨 철도 차량으로 치면 기관차-객차 vs 동차 같은 차이점 같다.

(5) 그리고.. 어떤 기술 배경에 따라 만들어졌는가?
다음과 같이 세 계열로 나뉜다.

1. 자기장: 테이프, 디스켓 // 디스크, 드럼.

매체 분리형에서는 테이프만이 무슨 방송국이나 데이터센터 급의 백업/아카이빙 용도로 쓰이고 있고 나머지는 도태했다. 디스켓이고 zip드라이브고 뭐고 다 망했으니까. 붙박이형은 디스크만이 '하드'의 형태로 남고 다 도태했다.
1950년대에 슈퍼컴퓨터 용으로 무려 5MB짜리 하드디스크를 지게차에다 조심스럽게 실어 나르던 시절을 보면 참 격세지감의 극치가 따로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는 전통적인 트랙이니 섹터니 하는 구조 구분과 '포맷'이라는 게 통용되는 기억장치이다. 하드디스크는 실린더라는 것도 있었고 말이다.
똑같은 디스켓이라도 운영체제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공간 구획을 구분하고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다. 과거에는 플랫폼과 운영체제에 따라 이런 파편화가 더 심했기 때문에 디스켓들이 포맷되지 않은 채로 판매되곤 했다. 물론 IBM PC와 MS-DOS가 천하를 평정한 뒤부터는 디스켓들이 다 미리 포맷되어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드디스크는 전원이 끊어질 때 안전을 위해 파킹이라는-_- 마무리 동작도 권장되곤 했다. 물론 훗날 자동 파킹이 지원되면서 별도의 파킹 유틸리티는 화면 보호기만큼이나 별 필요 없는 눈요기 잉여로 전락했다.

2. 반도체: USB 스틱, SD카드 // SSD

메모리 반도체는 100% 전자식으로만 동작하는 물건이다. 빠른 대신에 비싸고, 무엇보다도 그 특성상 전기가 끊어지면 내용도 다 날아가는 '휘발성 메모리' 전용이었는데.. 기술의 발달로 보조 기억장치 역할도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가 등장했다.
얘 덕분에 기존의 테이프나 디스켓이 완전히 전멸해 버렸다. 그리고 SSD도 가격 내려가고 용량 올라가면서 기존 기계식 하드디스크의 입지를 상당수 위협하고 있다.

SSD는 조각 모음이 필요하지 않으며, 동작하는 특성이 기존 디스크와는 많이 다르다.
USB 스틱은 매체와 구동부가 일체형인 반면, SD카드는 매체와 구동부가 분리돼 있다. (별도의 reader가 필요)
옛날 8비트 시절에 게임용으로 쓰였던 롬팩 카트리지도 1번이 아니라 2번 반도체 기반이었던 거지..??

전자기기에서 캐퍼시터(축전기)와 본격적인 화학 전지의 관계가 반도체 메모리와 타 보조 기억장치의 관계하고 비슷해 보인다~!!
전자는 충전· 방전이 아주 빠르고 용량이 아주 작으니까. 그리고 캐퍼시터를 용량을 왕창 키워서 배터리처럼 사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3. 광학(레이저)

얄팍하고 비까번쩍 빛나고 뭔가 하이테크스럽게 생긴 원반이다. 1990년대에 첫 등장했을 때는 얼마나 간지 뽀대 났겠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그 특성상 붙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드라이버와 매체가 분리돼 있다. 기억장치들 중 디지털 방식의 음반· 영상매체와 가장 친화적이라는 특징도 있다. (그 반면, 테이프는 '아날로그' 방식의 매체..)
얘는 '쓰기'와는 그렇게 친화적이지 않다. 디스크에다가 작정하고 새로 기록 추가만 가능하며, 한번 새겨 버린 내용을 자유자재로 덮어쓸 수 없다. 평범한 디스크 저장이 아니라 종이에다 인쇄하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디스크의 영어 스펠링은 disk와 disc가 혼용되는 듯한데.. disc는 특별히 대놓고 원반 모양인 광학 매체에 한정되어 쓰이는 것 같다. 가령, 하드는 hard disk이지만, CD는 compact disc이다.
그리고 CD(+ DVD, 블루레이)는 지름이 12cm인 반면, 과거에 있었던 레이저 디스크는 지름이 12인치였다는 아주 흥미로운 차이점이 있다. 뭐, 거기에다 미니CD라고 지름 8cm짜리 규격도 있긴 하고 말이다.

한때 광학 기억장치는 용량이 방대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오늘날은 빛 바랜 장점이다. 이제는 컴퓨터에서 광학 드라이브 자체가 거의 퇴출되었고, 운영체제 설치도 그냥 네트워크나 USB로 다 되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DVD의 다음 규격인 블루레이는 용량이 더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존재감이 매우 미미하다. 블루레이에다가 수십 GB짜리 패키지 게임을 담아서 판매하는 시대도 아니니 말이다.

옛날에는 뭔가 레이저를 사용하는 컴퓨터 주변기기는 가격이 억소리 나게 비쌌던 걸로 악명 높았다. 레이저 프린터, 그리고 씨디 라이터.. 그게 어쩌다가 가격이 확 떨어지고 개인용 컴퓨터에 씨디를 굽는 기능까지 내장되어 들어갔는지.. 경이롭기 그지없다.
기껏 들어갔던 기능이 이제는 필요 없어져서 퇴출되는 지경이고..

※ 여담 1: 옛날 추억 더

  • 1990년대에 VGA 이후로 SVGA 그래픽 카드들이 표준 규격 없이 난립했던 것처럼.. 확장 디스켓도 표준 규격 없이 너무 난립했던 것 같다. 더구나 USB니 plug & play니 없던 시절에는 하드나 디스크 드라이브를 하나 더 장착하는 것도 엄청나게 어렵고 컴퓨터 하드웨어 지식이 많이 필요하던 과업이었다. 그러니 그런 싸제 물건들이 성공적으로 보급되기가 어려웠다.

  • 그나저나 이 바닥은 자동차 브레이크 말고도 '디스크와 드럼'을 쌍으로 구경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인 게 신기하다. '자기 드럼'은 어떤 형태로 동작하는 물건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

  • 옛날에는 테이프나 디스크에 물리적인 쓰기 방지 탭이나 딱지 같은 게 붙어 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관행을 찾을 수 없다. (운영체제 셸이 그런 데다가도 메타데이터나 썸네일 캐시 같은 걸 임의로 써 넣곤 함)

  • 옛날에는 광자기 디스크라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뭐지? 1번과 3번의 하이브리드인가 싶다.

카세트 테이프(자기장)나 롬 카트리지(반도체)는 8비트의 산물이다. 16비트 IBM 호환 PC급에서 저런 것들을 취급하는 사례는 내가 아는 한 없다.
그 대신 디스켓 FDD는 컴퓨터 붙박이 형태로 16비트 이후 시대를 풍미했다가 64비트 시대에는 사실상 전멸했다.
CD-ROM은 16비트 도스 시절에도 존재하긴 했지만 mscdex니 뭐니 하는 굉장히 무거운 드라이브를 실행해야 사용 가능했다. 그리고 386, 486급 이상 PC의 전유물이었다.
그 뒤로 USB 메모리는 도스와의 유의미한 접점이 없다. ^^

아무리 생각해도 1990년대 중후반에 plug & play와 USB는.. 2000년대 중후반의 64비트와 멀티코어하고 굉장히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서로 담당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결국 비슷하고 관련 있는 성격의 기술이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 여담 2: 정보 저장이라는 관점에서 성경 본문 고찰

성경에는 뭔가 정보 기록 매체를 암시하는 얘기가 있다. 가령, 요한복음의 21장 25절 제일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다른 일들도 많으므로 만일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한다면 심지어 이 세상이라도 기록된 책들을 담지 못할 줄로 나는 생각하노라."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찬송가의 3절 가사는 이렇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흠, 책이 아니라 SD카드라면 어떨까? 자기 테이프라면 어떨까..??
혹시 생명책이 실제로는 책이 아니라 무슨 SQL 서버가 돌아가는 IBM 메인프레임인 건 아닐까?

Posted by 사무엘

2023/10/05 08:35 2023/10/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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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보안

1. 고전적인 폭탄 테러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보다 훨씬 더 빠르고 위험하고, 엔진이 꺼졌다가는 바로 추락해 버린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여객기의 경우 진작부터 테러의 표적이 되었으며, 보안의 필요성이 타 교통수단보다 더욱 부각되었다.
1970~80년대에 수하물 폭탄 테러가 몇 건 발생하자, 여객기 업계에서는 인원과 수하물이 무조건 일치해야만 비행기를 출발시키는 절차를 추가했다.

환승 등 어떤 형태로든 주인 없이 슬쩍 싣는 짐이 기내에 절대 존재하지 않게 한 것이다. 그 짐 속에 폭탄이 들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짐과 짐 주인을 맞추는 게 마치 울나라 군대에서 탄피 개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누군가가 비행기 안에 들어갔다가 탑승을 포기하고 도로 내리는 경우, 이때도 객실과 수하물을 전부 싹 뒤지고 검사를 다시 하게 됐다. 이건 어디 건물에 폭탄 설치 협박 전화가 들어온 것과 완전히 동일 상황이라고 가정하는 거다.

비행기가 떴다가 응급환자 때문에 도로 회항하면.. 이번엔 승객들 짐은 건드리지 않지만 비행기가 비상 착륙을 위해 연료를 다 버려야 하는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뜨기 전에 승객이 일부 빠져나가면, 이번엔 연료는 안 버리지만 저렇게 보안과 관련된 시간과 인력 낭비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 858 (김 현희..) 이후로 수하물 폭탄 '테러'는 더 겪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화물기에 실렸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는 바람에 추락 사고가 난 적이 있었을 뿐.. (아시아나 항공 991편, 2011년. 조종사들 사망)

2. 자살 테러

짐칸에다가 폭탄을 못 실으면 사람이 직접 조종실로 쳐들어가서 조종사들을 제압한다~!!
우리나라는 1958년의 창랑호, 1969년 YS-11기 같은 북괴의 납북 테러 공작 때문에 진작부터 이런 거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반면, 미국은 2001년 9· 11 테러를 당한 뒤에야 보안이 뒤늦게 아주 아주 강화됐다.

20세기까지 항공 보안 이념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아무리 비행기를 납치하더라도 설마 자기들까지 다 죽을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 조건, 선입관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9· 11 테러는 그 선입관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해 버렸다. 그러니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수하물뿐만 아니라 기내 반입 소지품도 더욱 까다롭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기내식 스테이크를 써는 플라스틱 나이프조차 안 주고 미리 다 썰어서 주기 시작했다. 식사 때 포크와 나이프를 통제하는 곳은 교도소밖에 없지 싶은데, 이거 뭐 여객기도 그 범주에 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종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서는 절대로 못 열고, 심지어 수류탄을 터뜨려도 안 열릴 정도로 문이 필요 이상으로 엄청 튼튼하게 개조됐다.

3. 조종사의 일탈

그랬는데.. 21세기에 와서는 비록 극소수이지만 정말 의외의 뜬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외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내부의 조종사가 나쁜 마음 품고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더라는 거다.
기장과 부기장 중 한 명이 화장실 갔을 때 남은 한 명이 조종실 문을 잠가 버리고 비행기를 고의 추락시키면.. 이건 아무도 저지할 수 없게 됐다.

아니, 여객기 조종사까지 될 정도로 인생 성공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도대체 저런 짓을 왜 하나 싶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기준이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그 파일럿들 엘리트 조직 안에서도 서로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 나이 50이 넘도록 기장 진급 못 하고 눈칫밥 먹는 열등감 쩌는 찐따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나 조현병 따위에 시달리는 조종사도 없으란 법이 없다.

이 사람들 역시 받는 액수가 좀 상위권일 뿐, 사기업 다니는 월급쟁이 근로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월급만으로 성이 안 차서 다른 데서 돈놀이 하다가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은 케이스도 있다. 당장 울나라에서도 옛날에 무려 대학 교수가 돈 문제 때문에 지 애비 죽인 사례가 있었다.

1999년 이집트 항공 990편 추락, 2015년 저먼윙스 9525편 추락은 블박을 보아하니, 정말 충격적이게도 부기장에 의한 고의 추락이 거의 확실시됐다. 2014년에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은 물증이 부족하긴 하지만 기체 결함이 절대 아니고 얘도 누군가에 의한 고의 추락으로 가닥이 기울어 있다.
작년 봄에 중국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혔던 중국 동방 항공 5735편 사고도 정황상 조종사에 의한 고의 추락이다.

오늘날 정치· 군사 분야가 아니면서 한 사람이 수백 명의 목숨을 왔다갔다 할 수 있고 막대한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부과되는 업종은 의료나 원자력이 아니면 비행기· 선박 같은 교통수단이지 싶다.

옛날에 항공기관사가 있어서 조종실 승무원이 3명이나 있던 시절에는 이런 고의 추락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할 수가 없었다. -_-;;
옛날에 시내버스에 운전사뿐만 아니라 차장도 있던 시절에는 파주 시내버스 팔 끼임 사망 사고 따위 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수동 변속기 시절에 요즘 같은 급발진 따위도 절대 없었을 테고.

이런 게 무인화 자동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다.
뭐, 조종실 문을 봉인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닐 테니 요즘은 부기장· 기장 중 누가 화장실에 가면 객실승무원이라도 호출해서 조종실에 언제나 2명이 있게 운항 매뉴얼이 개정됐다.

사람이 935명이나 타는 KTX 열차는 1명이서 운전한다. 열차야 앞뒤로밖에 오가지 못하고, 안전성 면에서 타 교통수단의 추종을 아득히 압도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오죽했으면 쟤들은 시속 300으로 달리는데도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고 입석 승객까지 버젓이 받는다. 그리고 기관사가 생존 반응 확인 신호에 응답하지 않기만 해도 비상 정지한다.
이런 시스템은 오직 철도에서만 구현 가능하다. 그 반면, 여객기는 부기장마저 없어지는 1인 단독 조종이 될 일은 가까운 미래에 없을 것 같다. 이건 LPG 충전소가 무인화 셀프화되는 것과 동급이 아닐까 싶다.

(아 그러고 보니 1982년엔.. 기관사까지 버젓이 있는 와중에 기장이 기체를 고의로 추락시켰던 일본 항공 350편 같은 사례도 있긴 했다. 그건 얘기가 복잡해지는데, 일단 논외로 하자. -_-)

Posted by 사무엘

2023/10/03 08:34 2023/10/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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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특성 이야기

1. 대미지 컨트롤

인체는 어떤 나쁜 환경이나 대미지에 오래 노출돼서 몸이 다치고 상했더라도, 치료한답시고 그 반대편 상황에 곧장 성급히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는 특징이 있다.

동상을 입었더라도 그 부위를 갑자기 뜨거운 물 같은 데에 집어넣지 말아야 한다.
화상을 입었더라도 그 부위를 갑자기 얼음물 급의 찬물에 풍덩 집어넣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미지근한 물에다가 오래 담가서 냉찜질을..)

아주 오랫동안 굶어서 죽기 직전인 사람한테 갑자기 밥과 고기를 많이 먹이는 짓은 금물이다. 그러면 몸이 그걸 못 받아들여서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탄광 매몰이나 삼풍 백화점 붕괴 같은 사고 때문에 10일 넘게 암흑 속에 갇혔다가 구조된 사람들은 눈을 가린 채로 나온다. 갑자기 빛에 노출되는 것도 눈에 안 좋다고 들었다.

피부가 쇠붙이에 깊숙이 심하게 찔렸다면 그 이물질을 함부로 빼내지 말아야 한다.
어디 무거운 물체에 오랫동안 깔려서 깔린 부위가 괴사할 지경이 됐지만, 그 물체를 함부로 치우지 말아야 한다. 깔린 부분에만 고여 있던 독소가 온몸으로 퍼져서 압좌 증후군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의료 보건 업종이 일이 힘든 것 같다. 각종 금단증상이라는 것도 각종 나쁜 중독이나 자극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더 심해진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고..
사람이 밥을 먹는 과정은 자동차 연료통에다가 기름을 꿀꿀 집어넣는 게 아니라,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는 것과 더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유아 기억상실증

"사람들은 대부분 3살 이전 시기를 기억하지 못한다. '유아 기억상실증' 때문이다. 유아 기억상실증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흔한 현상으로, 삶의 초기 3~5년 정도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생애 최초의 기억은 대략 3살부터 3살 반 정도에 형성된다."

이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나도 저기에 정확하게 해당된다.
나도.. 거의 86~87년 사이가 마지노 선이고 그 이전은 선사시대-_-이다.
아부지가 내게 나이를 물으셨는데 내가 제대로 대답을 못 하니 "넌 4살"(한국식이겠지)이라고 대답을 들었던 게 스스로 인지하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제일 어린 나이이다.

텔레비전으로 본방을 봤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제일 오래된 공익광고도 유튜브를 뒤져 보니 86~87년이다. 그때는 TV를 틀면 온통 올림픽 준비하느라 난리이기도 했고 말이다. -_-
난 흑백 TV나 흑백 사진, 중고딩 가쿠란-_- 교복을 주류로 본 경험은 없다. 그리고 당대에 인지했던 제일 옛날 대통령은 딱 노 태우였다.

인간은 아기 때 주변에서 들리는 모국어를 신기에 가까운 능력으로 흡입해서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춘다. 도대체 어떻게 그 나이대에 그게 가능한지는 내가 알기로 과학적으로 여전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렇게 언어 습득과 등가교환으로 언어 습득 이전의 옛날 기억은 지워져 버리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걸 생각하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의 의미도 다시 곱씹게 된다.
어차피 기억을 못 하니까 3살 이하 아기들을 마음대로 학대해도 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때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는지의 여부로 그 애의 인격이나 정신 건강이 평생 결정되어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갓난아기한테 기계적으로 물리적인 젖과 물만 주고 씻겨 주고 기저귀 갈아 주기만 하고, 아무 관심 안 주고 교감과 애정 표현 안 하고 스킨십 안 해 주면..??
놀랍게도 그 아기는 몇 달 못 가 죽는다고 한다!! 무슨 마루타 생체실험을 한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학대는 절대 안 한 것 같은데, 아기한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먼 옛날에 이런 비정한 실험을 실제로 한 군주 내지 학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건 마치 식물이 햇볕을 못 봐서 죽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아무리 물 많이 주고 땅이 비료로 기름져 있어도 햇볕 없고 통풍이 불량하면..;;

3. 이와 잇몸

신체 기관 중에 구강은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면서 음식물이 들어가는 부위이다. 여기가 평소에 청결하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 때문에 세균이 끼면 이나 잇몸.. 혹은 둘 다 탈이 나게 된다.
이의 병.. 충치, 치아우식증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교육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잇몸의 병.. 풍치, 치은염-치주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본인 역시 잇몸에 피는 비타민 C 결핍증 정도로만 아는 게 전부였다.

충치가 생기면 이가 윗쪽부터 시커매지면서 썩는다. 에나멜질이 썩네 상아질이 썩네, 신경까지 닿네.. 그러면서 진행 단계가 4개나 세분화돼 있다.
그런 것처럼 잇몸병도 얼추 4단계로 나뉜다. 잇몸은 다른 곳보다도 이와 이 사이의 양치가 제대로 안 될 때 탈이 나기 쉽다.
얘는 시커먼 건 없다. 그냥 벌개지고 붓다가 나중에는 이의 아래쪽이 다 드러나 보이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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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건물이 화재나 폭발, 테러 때문에 폭삭 주저앉고 붕괴하는 것과 비슷하다.
후자는 건물이 지진이나 홍수 때문에 지반이 싹 없어지는 바람에 그냥 자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꿩 대신 닭"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 없으면 잇몸"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 없이 잇몸만으로 어떻게 고기를 씹겠는가.

건강한 치아를 위해서는 소금이니 알코올이니 하는 어설픈 민간요법 찾아볼 시간에, 동네 치과에서 단돈 1~2만 원으로 의료보험 받을 수 있는 스케일링부터 받는 게 훨씬 더 낫다.
그리고 그냥 약품 가글은 물리적인 칫솔질을 결코 대체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를 무슨 때 밀듯이 너무 세게 닦는 것도 이와 잇몸에 안 좋다고 하니 인체는 뭔가 극단적인 것에 취약한 게 틀림없다.

비전공자인 내가 아는 건 이 정도까지.
근데.. 입안이 무슨 배 속 내장도 아닌데, 같은 입안을 보고 치과마다 진단해 내는 충치 개수가 다르고 치료 견적이 들쭉날쭉이라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 얘기를 들어 보면 치과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 불신이 여전히 없지 않다. 자동차 정비 쪽에 과잉 정비(멀쩡한 부품까지 몽땅 다 갈아 버리는-_-) 폐단이 있는 것처럼 의료도 사정이 비슷한가 보다.;;

  • 통상적인 칫솔질 → 치실 → 스케일링 → 잇몸 치료의 순으로 쑤시는 정도가 하드코어해지는 것 같다. 약한 잇몸을 찌르고 쑤시는 건 마치 손톱 끝을 찌르고 쑤시는 것처럼 괴롭게 느껴진다. >_<

  • 양치할 때 치약 묻힌 칫솔에다가 습관적으로 물도 묻히고 싶다. 거품이 잘 나고 치약이 잘 도포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치과 의사들은 막 해롭고 나쁜 짓까지는 아니어도 그걸 별로 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들 중 하나로 흔히 검색되는 "치약 성분이 희석되기 때문"은 좀 의아하게 느껴진다. 물을 묻히든 안 묻히든 치아에 닿는 절대적인 치약의 양은 동일하고 물리적인 솔질 강도도 동일한데 왜 약효가 떨어진다는 걸까? 그리고 광고에 나오는 것보다 치약을 훨씬 적게 써도 된다는 지론과도 별로 안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 이빨이 몽땅 나가는 것보다는 눈 한두 개를 잃는 게 더 치명적이다. 보험에서도 실명을 더 크게 보상하며, 군대에서도 이건 곧장 4급이나 면제 등으로 처분해 준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눈을 다칠 정도의 극단적인 이벤트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니, 안과보다는 치과가 존재감이 더 크고 사람이 치과를 찾을 일도 더 잦은 듯하다.

4. 손발가락

'쇠냄새'라는 건 사실 쇠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손으로 그런 금속을 만졌을 때, 손 표면에서 분비되는 고유한 성분이 금속과 닿아 변질되면서 나는 냄새일 뿐이다. 하긴, 그런 미묘한 분비 성분이 있기 때문에 사람 손이 닿는 곳마다 지문 채취도 가능할 것이다.

손가락 발가락은 인체의 말단 부위이다 보니, 질병이나 사고로 일부가 절단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조폭이나 비밀결사 같은 뒷세계에서는 맹세나 징벌· 각인의 의미로 약손가락이나 새끼손가락의 첫 마디를 일부러 자르는 관행도 있다. 그래도 이런 부위는 절단되더라도 지혈만 잘 해 주면 생명에 지장은 없다.;;

잘려서 떨어져나간 그 말단 부위를 잘 챙겨 가서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도로 봉합해서 붙일 수도 있다. 봉합 가능 조건을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좋은 상태에서 치료를 최대한 빨리 받아야 하지 싶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린 손발가락이 자동으로 재생되지는 못한다.;; 인체는 무슨 플라나리아나 불가사리, 도마뱀 꼬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생이 잘 되는 단순하고 물렁물렁한 생물들은 물리적인 절단에 강한 대신, 온도나 주변 염분 농도 같은 게 조금만 틀어져도 바로 녹아 버린다. 용어 좀 쓰자면, '항상성 유지' 능력이 고등한 동물보다 훨씬 못하다. 인체야 상처에다 소금 뿌리면 드럽게 아픈 걸로 끝이겠지만, 플라나리아는 소금 테러만으로도 사람으로 치면 온몸에 염산· 황산 테러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사고로 멀쩡한 손발가락이 잘리는 거 말고.. 다른 질병이나 세균 때문에 이 말단 부위까지 피가 잘 안 통해서 조직이 괴사하고 썩어서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직은 절단하지 않으면 근처의 살아 있는 부위까지 부패균과 독소가 다 퍼지고 썩기 때문이다.

  • 동상: 인체가 견딜 수 없는 저온에 너무 오래 노출돼 있으면 물질대사에 애로사항이 꽃피고 피가 잘 못 돈다. 이 경우 인체는.. 심장에서 멀리 떨어졌고, 없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말단 부위부터 먼저 포기하게 된다.
  • 버거 병: 이번엔 저온이 아니라 혈전 때문에 혈관이 막히고 피가 제대로 못 돌아서 손발이 차가워지고 작살 나는 병이다. 결과는 역시 괴저로 인한 사지 절단..;; 통계적으로 골초 흡연자가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서 상관관계가 명백하나, 그 구체적인 이유인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다 규명되지는 않은 듯하다.
  • 참호족: 1차 세계 대전 참호처럼.. 세균이 득실대는 더러운 진창 똥물에 피부, 특히 발이 너무 오래 노출되면 피부병을 넘어 피부가 썩어들어간다.;;; 이건 습성 괴저이다.
  • 당뇨발: 참호족만 있는 게 아니라 당뇨발도 있다. 혈당 때문에 말초혈관과 신경이 손상돼서 위와 비슷한 결과가 야기되고 발가락이 시커멓게 썩을 수 있다.;;;
요거 말고 또 다른 케이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동상의 반대편 극단인 화상도 3도 이상을 입으면 당연히 피부 이식 아니면 절단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간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30 08:36 2023/09/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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