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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변증 예화와 비유

0.
세상엔 "니 남대문 열렸다, 니 이빨에 고춧가루가 잔뜩 꼈다~
오랫동안 안 씻어서 그런지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입냄새 발냄새가 심하다" 처럼..

당사자는 스스로 자각할 수 없지만 주변에 민폐는 분명 끼치고 있고, 이 상태로 어디 파티나 높으신 분 만나러는 절대 갈 수 없고..
지적하는 사람도 참 민망하고, 당장 "듣기에는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그래도 알려는 줘야 되는.. 그런 게 있다.

그리고 인간이 죄인이라는 지적도, 이 상태로는 죽으면 지옥 간다는 것도 예수 믿어야만 구원 받는다고 복음을 전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류에 속하는 지적이다..!
이런 식으로.. 복음과 관련된 성경 원리를 세상 다른 물건이나 시스템에다 적절히 빗대서 설명하면 복음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1.
Chick 출판사에서 복음 전도용으로 만든 만화 전도지 중에 The long trip라고 꽤 유명한 전설적인 작품이 있다. 국내의 어느 미디어 선교팀에서는 얘를 무빙툰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다가 올리기도 했다. "씨 뿌리는 자"에서 모티브를 딴 Sower TV라는 유튜브 채널이다. (☞ 링크)

만화 스토리가 "이 주인공(존)은 커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제 인생이 앞으로 40년 남았습니다. / 중년이 되었고 자녀도 많이 컸습니다. 이제 10년 정도 남았네요." 이렇게 전개되는데..
10년 남았다고 해 놓고는 그로부터 1년 뒤에 주인공은 사고로 꽥 죽어 버린다. 구원 못 받은 채로.. 요게 꽤 참신한 점이다.

남은 시간 카운트다운을 하고 나중에 꽝 사고가 터지는 게 마치.. 유튜버 다큐9분의 항공 사고 재구성 영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제: 대한항공 801편 추락 사고 편 링크)
다큐9분은 특유의 BGM이 있는데, 이걸 저 This was your life 무빙툰에다가 넣으면 비슷한 느낌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잘 날 것 같다.

2.
어떤 사람은 "당신은 예정 섭리를 강조하는 칼빈주의냐, 아니면 자유 의지를 강조하는 알미니안주의냐?"라고 신학 노선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십자가 이전(= 구원받기 전)엔 알미니안주의이고, 그 뒤부터는 칼빈주의입니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뭐 그런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답변이 있느냐?"란 반문엔 "댁이 먼저 이상한 질문을 했으니까 그렇죠"라고 받아치고.. =_=;;

엄밀히 말하면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는 진리라는 큰 그림의 서로 다른 부분만을 집어서 말하고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말이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느냐는 질문에 전자는 코만 만져 보고는 길쭉한 뱀 같다고 말하고, 후자는 다리만 만져 보고는 굵직한 건물 기둥 같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나님이 인간을 택하시는 것도 맞고, 인간도 하나님을 선택하는 게 맞다. 둘 다 상대방을 선택해야 된다. 특히 구약에서 맨날 하나님 편이냐 바알 편이냐 진영 논리 편가르기 하듯이 말이다.

자유 의지를 너무 고려하지 않고 전부 예정과 섭리로 치부해 버리면 죄악도 전부 하나님의 섭리가 되며, 죄에 대해서 인간의 책임이라고는 없게 된다. 아니, 일일이 주변에 복음 전하고 말씀 선포하러 나갈 필요조차 없어져 버린다.
그렇다고 인간의 행동과 자유 의지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행위 구원 내지 구원 상실 같은 또 다른 이상한 오류에 빠질 수 있으며,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러니 이건 바르게 나눠서 분간할 필요가 있다.

3.
휴먼버그 대학교 영상툰은 요즘이야 그냥 허구의 야쿠자 시리즈로 정체성이 바뀌었지만, 처음엔 세상 곳곳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단편 스토리 위주였다. 그런데 이건..? (☞ 링크)
어떤 바보가 국민연금 안 내고 존버하다가 갖고 있던 재산을 전부 압류 당하고 뺏기게 된다는 얘기이다. 주인공이 월급쟁이 회사원이 아니라 알바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연금 납부 독촉장이 또 날아왔다. 내용물 같은 건 볼 필요도 없다"
"처음에 전화와 엽서가 왔는데 무시했더니 '특별 독촉장'이라는 게 왔다"
"인터넷으로 물어 보니 대부분 '낼 필요 없다'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독촉장을 무시하고 며칠 후 연금 관계자가 압류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서류가 왔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결국..

"당신이 내지 않은 국민연금 미납분을 보충하기 위해 재산을 압류한다고 사전 통지가 있었습니다!"
"... 당신이 뭐라고 생각했든 관심 없습니다. // 당신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군요. 연금은 단순히 개인의 적립금이 아닙니다."
담당자의 눈은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고 내가 하는 말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 무책임한 글들에 놀아난 내가 너무 바보였다. 세상을 너무 몰랐다.


난 경제알못 돈알못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서 잘은 모른다.
단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저출산에 노인이 너무 많아지고, 옛날처럼 막 경제가 성장하고 투자해 대고 통화량이 증가하던 시즌도 끝났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가성비 효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그것만으로 노후대비가 "충분치 못하게" 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 때문에..!!!

그 이상으로 무슨 본전도 못 건질 거라느니, 국민연금이 님하의 돈을 일부러 악의적으로 떼먹는다는 얘기는 검증되지 않은 괴담 음모 선동인 것 같다. 은행보다 니 집 안방 금고가 더 안전하다는 식의 얘기처럼 들린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효용이나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 논평하고 싶지는 않다.
허나, 저 영상툰은 얘기 전개 방식이 기독교 복음 전도 만화의 클리셰를 놀라울 정도로 빼닮은 거 같다. -_-;;;

독촉창을 무시하는 건 전도지와 거리설교를 무시하는 거고,
재산 압류 당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건 죄 가운데 죽어서 지옥 가는 거고..
백보좌 심판석에서 듣는 말도 딱 저거 판박이.. "당신이 뭐라고 생각했든 관심 없다. // 나는 너에게 지금까지 무수히 많이 경고를 미리 해 줬다. 하지만 니가 그걸 다 무시했다."

당연히 저런 스토리 전개에도 논리적인 헛점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세상에는 제아무리 내 신념과 내 방식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어도 기본적인 규칙을 안 지켰기 때문에 그게 싹 다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거, 인터넷 넷심 집단지성을 마냥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건 성경이 아니라 일개 병맛 휴먼버그조차도 분명하게 교훈을 주는 것 같다.. ^^

휴먼버그는 배후에 도대체 무슨 돈줄이나 수익 모델이 있어서 이 방대한 분량의 영상툰을 유튜브에다 공짜로 뿌리고 외국어로 번역까지 하는 걸까..??
야쿠자를 너무 긍정적으로 묘사하던데. 악당들은 다 야쿠자에서도 파문당하고 짤렸거나, 야쿠자가 아닌 한구레(준폭력단) 양아치들이라고 몰아세우던데.. 혹시 야쿠자가 자기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제작비를 지원해 주기라도 하는가 싶다. ^^

그래도 휴먼버그는 코로나 시절에 방역 시책을 적극 권장하기도 하고, 세상 공권력에 적극 순응하는 친정부(?) 모범 시민 성향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03 08:35 2024/01/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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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강을 활용하거나 가공· 변형하는 방법으로는 이런 게 있다.

1. 강물을 취수해서 정수· 여과 후 수돗물로 공급한다.

수도 시설 덕분에 인간이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다가도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됐고, 보건· 위생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하수를 겨우 겨우 끌어올리는 우물이나 수동식 펌프, 물장수 같은 옛날 유물을 생각해 보자.;;
한반도에 건설된 최초의 현대적인 상수도 시설은 지금의 서울숲· 성수대교 부근의 한강 강물을 취수해서 썼다. 지금이야 더 상류인 팔당댐, 구리· 암사대교 부근으로 취수 지점이 이동했고, 잠실대교가 진짜 마지노 선이다.

이런 취수 지점의 반경 n km 이내는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서 정말 어지간한 그린벨트나 군사시설 보호 구역을 능가하는 살인적인 개발 규제가 걸린다. 땅을 갖고 있어도 안에서 진짜 아무것도 못 하고 개나 소나 허가를 받아야 된다.
세차 하나 마음대로 못 한다. 하수도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오· 폐수가 어차피 강 쪽으로 갈 일이 없는데도 규제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심한 면모도 있다.

강가에서 야영을 하다가 적발되면 여느 도시공원법이나 하천법, 산림법보다 더 빡센 수도법에 저촉되어서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가령,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 징역을 먹게 된다.
한강이 서울의 동쪽에는 상수원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서쪽에는 군사시설 보호 때문에 철조망이 쳐져 있으니 좋은 대조를 보인다. 그나마 서쪽의 철조망들은 북괴의 군사 위협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철거하는 추세인 반면, 동쪽은 별 가망 없다.

2. 댐을 만든다.

강물을 마냥 흘러가게 만들지 말고, 커다란 버퍼에다 한데 모아서 홍수· 가뭄에 대비시킨다. 하긴, 농업용수의 조달을 위해서 저수지라는 게 존재하긴 했는데, 댐은 강물을 모아서 더 거대한 호수를 만든다.
이렇게 물을 많이 모아 놓은 데서 상수원 공급도 하고, 물을 떨구는 힘으로 수력 발전도 겸사겸사 한다. 이러면 그냥 댐이 아니라 '다목적 댐'이 된다. ^^

댐의 건설은 어지간한 건물이나 공장, 교량 건설을 능가하는 정말 거대한 토목공사이다. 저 길고 넓고 높은 면적을 몽땅 커버하는 벽을 만드는 데 콘크리트가 얼마나 들겠는가??
물길이 확 달라지고 멀쩡하던 마을 하나가 통째로 수몰되기도 한다. 댐 하나 만들면 주변의 기후가 달라질 정도이다.

위의 둘은 아주 쉽게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저게 전부가 아니다.
물을 이용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진 과업도 있기 때문이다.

3. 바닥을 파서 수심을 늘리고(준설),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강물이 어떤 여건에서도 원래 흐르던 선형과 규모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안정되게 흐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폭우 좀 쏟아졌다고 금세 범람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렇게 해야 땅과 물의 영역 구분이 더 명확해지며, 강 주변의 땅을 더 많이 홍수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방 이래로 서울 한강은 이런 쪽으로 왕창 개조되어 왔다.
조선이나 일제 시대에는 한강 이남은 애초에 한양/경성부에 속하지도 않았으니 한강은 그냥 아오안이었다. 강가는 반쯤 바닷가 같은 뻘밭 모래밭일 뿐이었고, 홍수가 나면 주변이 온통 수시로 물바다가 되곤 했다. 평균 수심도 지금보다 얕았고, 어정쩡한 하중도가 지금보다 더 많았다. 잠실, 뚝섬, 난지도 등~~
한강이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6· 25 사변 1· 4 후퇴 때 강이 통째로 꽁꽁 얼 수 있었고, 시민들이 그 위로 자동차까지 몰면서 피난 갈 수 있었다.

그랬는데 서울이 북쪽을 피해(북한산 + 지리적으로 북한과 너무 가깝)서 한강 이남 쪽으로 확장됐고, 그 과정에서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에 대대적으로 칼질이 가해졌다. 홍수에 대비한답시고 단순히 제방을 쌓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닥을 더 파는 건 물론이고, 밤섬을 폭파하기까지 했다. 여의도를 개발하는 대신 그쪽으로 물길을 내기 위해서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에서는 간척이란 걸 해서 땅을 확보하는데, 잘 범람하는 강가는 이렇게 준설에 사방 공사를 해서 땅을 확보했다는 게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그리고 1980년대 5공 시절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한강의 서울 시내 구간이 총체적으로 정비됐다. 땅과 물의 경계에 다들 시멘트가 발라지고 뻘밭이 없어졌으며, 강가의 저지대 곳곳에 한강 공원.. 옛날 이름으로 고수부지/둔치라는 게 생겼다. 이게 추진된 이유는 자국민의 복지 이상으로,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가 한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를 대비하는 비중이 컸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 뭐, 밤섬은 한번 폭파되긴 했지만, 그 뒤로 계속 퇴적이 진행돼서 지금은 폭파 전보다도 덩치가 더 커졌다. ^^ 도심 속의 아주 희귀한 자연 생태 무인도가 됐다.
  • 서울에서 한강 다음으로 가장 길고 큰 강.. 더 정확히는 한강의 인서울 지류 중에 가장 큰 강은 중랑천이다. 거기도 언젠가 보니 중장비를 동원해서 바닥을 파내고 삼각주 모래톱을 없애서 물길을 트는 '준설' 공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저런 건 왜 하나 싶었는데, 홍수 대비와 유속 확보, 수질 보전이 목적이지 싶다.

이렇듯, 지금 우리가 보는 한강 등의 강변 모습이 자연 그대로가 아니며, 그냥 저절로 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농산물로 치면 품종개량을 왕창 한 것과 같다. 단지, 지금은 옛날처럼 닥치고 불도저 식으로 시멘트질을 하지 않으며, 주변 환경을 생각하고 야생 동물의 생태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할 뿐이다. 100% 자연 그대로 방관 방치하는 게 아니다.

4. 위를 덮어 버린다. (복개)

이건 개천· 시내 수준의 자잘한 물줄기에 대해서 과거에 행해졌던 방법이다. 물을 몽땅 덮어서 그 위에다가 주차장이나 도로, 심지어 도시철도를 만든다.;; 그 개천은 졸지에 지하수.. 아니 하수도처럼 돼 버리며, 햇볕이 차단되기 때문에 주변 생태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확보한 부지에다가 무슨 건물을 올릴 수는 없다. 그건 다리 위에다가 건물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렇잖아도 땅값 비싼 대도시에서 도로를 만들 부지만 공짜로 확보할 수 있어도 아주 감지덕지이다. 개천을 따라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를 만드는 건 20세기 대도시 개발의 주요 트렌드이기도 했다. 뭐, 고가도로는 완전한 복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옛날에 하천 복개가 일리 있는 방법론이었던 이유는.. 그 시절 어차피 대도시의 하천들이 더러운 똥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수 처리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꼭 공장 폐수여야 할 필요가 없다. 바글바글 한데 몰려 사는 사람들의 분뇨와 생활하수가 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었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냄새 나고 미관에도 안 좋은 똥물은 위에서 덮어서 아예 안 보이게 하는 게 더 낫다.

2000년대 이후부터야 기술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져서 옛날에 복개했던 하천을 다시 복원하는 추세이다. 옛날에 만들었던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서 강과 관련된 마지막 아이템이 등장한다.

5. 하수처리장과 빗물펌프장을 설치한다. 생활하수, 오· 폐수가 강에 직접 흘러들지 않게 한다.

과거에 끔찍한 수질오염으로 악명을 떨쳤던 시화호나 울산 태화강 같은 걸 생각해 보시라. 그게 다 옛날 이야기가 되고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그럭저럭 깨끗한 강물을 보며 지내는 이유는..
인간이 산업화 문명의 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은 대규모 하수 정화 기술이 발달하고, 오염된 물이 강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지 않게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반대로 인도 갠지스 강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똥물의 상징이 된 것이고 말이다. ㄲㄲㄲㄲㄲ)

액체인 물뿐만 아니라 기체 공기든, 고체 쓰레기든 다 마찬가지다. (자동차 환경 규제, 쓰레기 재활용 기술..)
결국 과학기술이 환경에게 병 주고 약 주고를 다 하는 셈이다. 물론, 아무런 규제 없이 방임만 하면 인간들이 과학기술을 환경을 보전하는 쪽으로 개발하질 않을 것이니.. 밖에서 환경 운동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서울에는 하수 처리장.. 요즘 말로는 '물 재생센터'가 총 4곳이 있다. 제일 먼저 만들어진 중랑 물 재생센터(중랑천과 청계천 합류 지점) 이후로 동남부(탄천과 양재천 합류 지점), 서남부, 서북부(난지) 이렇게 말이다.
물론 더러운 물은 지하의 하수도관을 타고 거기로 도달하지, 거기까지 기존 하천을 타고 가는 건 아니다. 얼추 정화돼서 자연이 처리 가능한 수질로 올라간 물이 거기서 방류될 뿐이다.

굳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 아니더라도 아무 하천이나 개천에서 비누· 샴푸를 써서 몸을 씻거나 대소변을 방류=_=;;하는 건.. 처벌 수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에서나 금지돼 있다. 꼭 우물에다 독 타는 짓만 민폐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씻고 싸는=_= 건 하수도와 연계돼 있는 화장실에서 해야 한다. ㄲㄲㄲㄲㄲ

상수도보다는 싸고 수질 안 좋고, 농업용수나 변기 물 정도로는 쓸 수 있는 '중수'를 따로 만드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 있다.
그런데 하수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고민거리가 있다. 땅에 떨어진 빗물은 돌고 돌아서 하수도로 가는데, 이걸 몽땅 다 사람에 의해 적극적으로 오염된 하수와 100% 동급으로 취급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처리 비용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에는 물 재생센터뿐만 아니라 '빗물 펌프장'이라는 것도 있다. 그리고 지대가 낮은 곳엔 하수도관이 아니라 빗물이 빠져나가는 용도로만 쓰는 배수관이 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릴 때 개천· 하천에는 단순 흙탕물을 넘어 거품 낀 똥물이 흐를 때가 있는데.. 이건 그런 시설들에서 넘쳐나는 빗물이 감당이 안 돼서 처리가 덜 된 더러운 물까지 불가피하게 방류하기 때문이다. 이때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뭐, 이 때다~ 하고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비양심적인 공장장도 있긴 한데.. 쌍팔년도 시절엔 그런 게 뉴스를 자주 탔었다.
아무쪼록, 폭우가 쏟아지면 주변에 물이야 넘쳐나지만 전부 드러운 똥물밖에 없다. 접촉해서 좋을 게 없다고 하겠다.

이상이다.
청계천 같은 작은 개천부터 시작해서 한강 같은 거대한 강까지.. 인간이 강을 두고 어떤 가공을 했는지를 살펴보니 참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까지만 해도 폭우나 태풍 하나 겪고 나면.. 지금처럼 개나 소나 정부 탓 나랏님 탓을 하는 게 아니라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을 했다. TV에서는 성금 낸 사람 목록이 액수의 내림차순으로 쭉 소개되곤 했었다. -_-;; 그리고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물 부족 운운하면서 공중 목욕탕에서 자동 연사가 아니라 수동이나 반자동 연사만 되는 불편한 절수형 샤워기가 의무 장착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니 뭐니 하면서 기후가 더 지X맞아졌는데도 저런 관행들이 다 없어진 건 우리나라가 치수 사업을 잘 한 덕분인 걸 알아야 한다. 4대강 정비 같은 거 말이다.

강의 수위를 올리는 건 폭우나 댐 방류이지만, 바다의 수위를 올리는 요인은 지진해일이나 달 인력 변화 같은 것들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바다에 간척이 있으면 강에는 준설이 있고.. 바다는 바다에 적용되는 활용 방법이 있고, 하천은 하천에 적용되는 고유한 활용 방법이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31 08:35 2023/12/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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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중호우와 태풍

집중호우는 비만 죽어라고 많이 내리는 것이고, 태풍은 비뿐만 아니라 강풍을 동반해서 해일까지 일으키는 놈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후자는 따로 이름도 붙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강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동시에 범람시킨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는 단순 침수가 아니라 월파 피해를 많이 겪는 편이다.
아무리 파도가 높고 강하기로서니 설마 물 자체가 도로 아스팔트를 박살내는 건 아니고... 파도에 같이 실린 다른 단단하고 무겁고 딱딱한 물체들 때문에 그 난리가 난 것이다. 근처에 폭탄이 터졌을 때 폭압보다는 파편에 더 큰 대미지를 입는 것과 같으며, 운동 에너지만이 아니라 그게 수반한 충격량이 커진 셈이다.

그러니 겨울에 눈싸움을 할 때, 던지는 눈덩이 안에다 돌멩이를 집어넣어서도 안 될 것이다.

2. 화재와 비슷한 점

물난리 침수도 물의 반대편인 화재와 아주 대등한 피해를 끼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은 새까만 재를 남긴다. 재는 인간에게 아무 소용 없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물도 불타지만 않았을 뿐, 흙탕물 먹어서 어차피 못 쓰고 못 먹고 다 버려야 하는 쓰레기만 남긴다. 기계류든, 농작물이든 가재도구든 음식이건 무엇이든.
침수 쓰레기들은 시꺼멓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썩고 악취가 나고 위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흉측하다.

화재 현장도 소화기 한 대로 혼자 초동진압에 실패했을 정도라면 포기하고 현장을 바로 탈출하고 신고나 빨랑 해야 된다.
그것처럼 지하에서 무릎만치라도 물이 차면 이제 뭘 건질 생각 말고 바로 빠져나와야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다.
불이 번지는 거, 물이 불어나고 차오르는 거.. 둘은 정말 대등하게 경계해야 할 듯하다.

불에 대비해서 방화벽이 있다면, 물에 대비해서 차수판이라는 것도 있다.;;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물난리를 겪었는데 저수지가 돼 버린 지하주차장과 그렇지 않은 지하주차장은..
형태는 좀 다르지만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의 현대판을 보는 것 같다.

물난리 때는 사람 폐에 유독가스가 들어가서 질식해 죽는 건 없다. 폐에 물이 들어가서 익사할 뿐.
물난리는 연기나 열기, 유독가스 같은 건 확실하게 없지만..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바람에 시체가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야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3. 타 매체에서의 묘사

(1)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는 가사가 "임의 대는 천 년 만 년,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는가? 육지 지형과 관련해서 장구한 시간을 말할 때는 보통은 퇴적보다 풍화를 언급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느냐 말이다. 조약돌이 바위가 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바위가 다 쪼개져서 모래알이 되는 거..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동요처럼 말이다. 글쎄, 이것도 내 편견일 뿐일 수도 있지. ㄲㄲㄲ

(2) 성경에도 뭔가 물이 불어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겔 47:3-5에 따르면 발목, 무릎, 허리, 사람 키보다 더.. 이렇게 단계적으로 더 깊어진다.
깊이에다가 유속, 물에 섞인 이물질의 농도라는 변수를 추가로 고려하면 이 물을 건너는 난이도를 얼추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걷기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작정하고 헤엄을 쳐야 하겠는지 등..

4. 기조력

지구는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자기 주변의 물질이나 심지어 위성 달과 여러 힘을 주고 받고 있다. 그리고 여러 자잘한 물질들이 지구로 들어오기도 하고, 여러 물질들이 우주 밖으로 빠져나간다.
가령, 운석 같은 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들어온다. 그러나 지구에 있는 수소와 헬륨 같은 아주 가벼운 물질들은 반대로 아주 천천히.. 수십~수백 년에 걸쳐서 지구를 탈출해 우주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얘들은 아무리 가볍기로서니, 로켓을 쏘면서 온갖 애를 써서 우주로 힘겹게 나가는 인간에 비해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너무 잘 극복하는 것 같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좀 느려서 원심력이 덜하면 이렇게 빠져나가는 속도도 좀 느려질지?

그리고 달의 인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긴다는 건 뭘 의미할까? 이것 때문에 전세계의 그 육중한 바닷물이 통째로 요동 치면서 밀물 썰물이 발생할 정도이며, 이건 정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이다.
그런데 그 에너지에 비해서 바닷물 말고 우리 인간이나 다른 가벼운 물체들이 딱히 달의 인력 때문에 어디 끌려간다거나 무게가 달라지는 걸 느끼는 건 없다시피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난 여전히 직감적으로 본질적으로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지구는 이례적으로 크고 묵직한 위성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일단 자신도 자전하는 축과 형태가 극도로 안정되는 효과가 난다. 먼 옛날에 뭔가 우주적인 격변이 벌어졌을 때, 금성은 이런 게 없었기 때문에 혼자 자전축이 180도에 가깝게 뒤집혀 버리고 자전 속도도 극도로 느려진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구는 기조력을 따라 수시로 드나드는 바닷물이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전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나마 느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여파 때문에 달은 지구로부터 1년에 수 cm 남짓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알아 냈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나는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건 이해가 되는데,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건 왜 그런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이것도 잘 납득이 안 된다.

5. 물의 나머지 특성

(1) 냇물이 모여서 강이 되고, 강물들은 하류 끝까지 가서 모두 바다로 흘러든다. 하지만 강과 바다는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제일 간단하게는.. 전에도 한번 얘기했었지만, 강이 하류로 점진적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짜워지는 게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강은 그냥 민물이고 바다는 처음부터 그냥 짠물이다. 처음부터 상태가 다르다. 이것도 뭔가 창조냐 진화냐 같은 소리처럼 들린다.
강이 바다의 염분에 기여를 하고 있었다면, 짠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는 걸 막는 하구둑 같은 걸 인간이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2) 그리고 음향 효과도.. 바다는 24시간 내내 파도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작은 계곡이나 개울은 졸졸 소리가 나서 시끄러운 편이다.
적당한 크기의 강은 물이 아무 소리 없이 흐르니 제일 조용하다.

(3) 강은 너무 빨리 많이 흐르면 흙탕물과 온갖 잡탕 이물질 천지가 된다. 그러나 너무 천천히 적게 흐르면 그것대로 고인물 썩은물이 된다. 그러니 적당한 유속으로 흘러아 가장 깨끗한 상태가 된다.
전반적으로는 상류에서 계곡· 개울 상태일 때가 제일 차갑고 깨끗하다. 하류로 갈수록 물이 마시는 건 물론이고 담그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더러워지는 편이다.

(4) 바닷물의 수질은 동해와 서해가 정말 유의미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 그리고 한여름에 바닷물은 계곡· 개울에 비하면 훨씬 더 따뜻하다.
그렇잖아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서 난리인데, 수온까지 올라갈 정도이면 열이 좀 받고 있는 게 아니다.;;

(5) 강은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댐에서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면 수위가 확 올라가고 범람한다.
그러나 바다는 지진이나 태풍 때문에 해일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달에 의한 기조력이 커졌을 때 일시적으로 수위가 확 올라가서 주변 땅이 물폭탄을 맞을 뿐이다. 서로 근본 원인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기조력으로 인한 수위 상승은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악천후 징후가 전혀 없이 슬그머니 발생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더욱 신기하게 느껴진다.

(6) 물은 그냥 무색 투명한 물질인데 대외적으로는 물의 상징색이 파랑으로 굳어져 있다. 태양의 상징색이 빨강이나 노랑으로 굳어진 것처럼 말이다.
물은 하늘 색깔을 투영해서 자신도 파랗게 보이는 것인데, 어지간히 규모 있는 물이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일은 극히 드물긴 하겠다.

(7) 일상생활에서 늘 드는 의문인데.. 물 같은 유체는 한 곳에서 다른 곳에다 옮겨 부어도 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몽땅 다 깔끔하게 흘러가지 않고 잔당이 남아 있는 걸까? 분자 구조 차원에서 표면장력인지 뭔지가 작용해서 지구의 중력까지 거스르는 걸까? 이건 곤충이 천장이나 벽에 착 앉을 수 있는 이유와 비슷하게 생각보다 굉장히 신기한 현상이다.
하긴, 물이 절대로 스며들지 않고 물방울이 동글동글하게 맺히는 특수한 재질을 쓴다든가.. 액체 자체가 물이 아니라 수은 같은 것이면 남김 없이 마치 모래알 붓듯이 옮겨 붓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8) 물과 땅의 엄청난 비열 차이 때문에 바닷가 내지 바다에서는 바람이 장난 아니게 많이 분다. 이렇게 공기가 많이 흐르고 바닷물이 증발도 많이 하기 때문에 바다 한복판에서는 비구름이 형성되고 태풍이 힘을 얻기도 한다.
바다에서 이안류가 사람 안전을 위협한다면, 항공에서는 급변풍이라고 불리는 윈드시어가 비행기의 이· 착륙 때 안전을 위협한다.
이걸 생각하면 그러고 보니 물뿐만 아니라 상승기류와 하강기류, 빌딩풍처럼 공기의 흐름에도 신기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유체역학의 위대함을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28 08:35 2023/1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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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 기원전 500년대 부근

유대인 바빌론 포로기 때 갑자기 불교와 유교가 생겼고, 중국 대륙에서는 제자백가 어쩌구 하면서 사상계가 리즈 시절을 찍었다.
이건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트렌드였으며,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지구 연대기에서 다뤄지는 선캄브리아 시대랑, 우리나라 고조선 시대가 뭔가 좀 비슷하게 느껴진다. ㅋㅋㅋ

2. 고대의 여성 군주

어째 서기 600년대에..

  • 당나라 측천무후(690-705).. 물론 황제로 정식 등극하기 전, 황태후 시절에도 사실상 여왕 포스였음
  • 신라 선덕여왕(632-647), 진덕여왕(647-654)
  • 일본 천황 스이코, 고교쿠(642-645), 사이메이(655-661), 지토(690-697)

한중일 모두 군주 내지 통치자에 여풍이 강하게 불었던 것 같다!!! 신기하지 않냐? 더구나 한중일 중에서 일본의 여성 천황이 최초이고 원조였다고 한다. 일본은 에도 시대에 예외적으로 잠깐 배출된 예외 2명을 말고는, 여성 천황이 600~700년대에 집중적으로 배출됐었다!
우리나라는 전 역사를 통틀어 여왕은 신라 시대에 3명만 나왔고, 800년대 말의 진성여왕이 마지막이다.

측천무후는 자기 아들도 죽였고, 남편의 첩인가 다른 여자도 정치적 라이벌이라고 사지를 짤라서 항아리.. 아, 그냥 항아리도 아니지. 술독에다 담아서 죽였었다.;;; 라이벌들한테는 악마 그 자체였지만 백성들 통치는 그리 나쁘지 않게 했댄다.
그리고는 죽을 때 다 돼서는 인생무상을 느꼈는지 자기를 황제라고 부르지 말고 황태후라고만 부르고, 묘비에 글 남기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특이한 여자다.;;

여왕이라 하니 성경에서 솔로몬을 알현했다는 스바의 여왕이 생각난다. 마치 제사장 멜기세덱만큼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인물인 것 같은데.. 이게 웬걸, 예수님이 저 사람을 실존 인물로 언급하면서 "심판의 날 때 스바의 여왕이 너희를 책망할 것이다"라고 인증을 하셨다. 이는 그녀가 가공의 허구 인물이 절대 아님을 시사한다.

3. 전간기와 2차 세계대전

1933년부터 1945년은 일제의 폭주 흑화와 중일 전쟁,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집권기, 나치 독일의 집권기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참 암울하던 시기였네.. 일본에 2· 26 쿠데타가 있었다면 독일에는 수정의 밤, 장검의 밤 같은 사건이 있었다.
미국은 경제 대공황을 뉴딜 같은 자체적인 공공 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 그럭저럭 건전하게 극복했다. 그러나 추축국 전범국들은 이 시국을 남의 나라 침략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그러면서 세계를 지옥의 불구덩이 나락으로 빠뜨렸다.

그 뒤 2차 세계 대전은 1939년 9월 1일,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는 걸로 시작됐다. 여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얽히고 소련이 얽히고 일본과 미국 태평양 전선까지 얽히면서 캐 난장판이 돼 버린 거다. 폭탄만 유폭하는 게 아니라 전쟁 양상 자체도 확전으로 치닫기 쉽다.

이런 전훈 때문에 훗날 우리나라 6· 25 때도 트루먼 대통령은 너무 호전적인 장성들을 찍어누르면서 전쟁이 세계 대전급으로 번지는 걸 막으려 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도 세계 각국이 확전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일본 항복이 1945년 9월 2일이었으니.. 2차 세계 대전은 진짜 딱 6년 걸렸다. 8월 15일 이후에도 일부 전선에서는 짜끄레기 전투가 있었는데, 이때 전사한 군인은 정~~~말 운 없고 안타까운 사람이긴 하다. >_<
단, 2차 대전의 실질적인 시작에 대해서는 태평양 전쟁과 독소 전쟁까지 시작된 1941년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고, 더 이전 1937년 중일 전쟁까지 포함시키는 견해도 있다.

4. 전쟁의 종결과 지도자의 사망

  • 임진왜란의 말기엔 침략자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었다.
  • 2차 세계 대전의 말기엔 연합국 지도자인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죽었다.
  • 6· 25 전쟁의 말기엔 침략 전쟁을 승인하고 지원해 준 쏘련 스탈린이 죽었다.

5. 20세기 후반에 한중일의 정치 행태

  •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1987년까지 25년이 넘게 군사 정권을 경험했다.
  • 대만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38년 동안 계엄 상태였다.
  • 일본은 1955년부터 1993년까지 자민당이 38년 동안 독주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1955년은 원조 쌍팔년도(단기 4288)라고 불리면서 뭔가 의미가 부여되어 있으니 흥미롭다.

※ 우리나라 -- 20세기

6. 20년 텀

20세기에 기가 막히게 정확하게 적중한 “20년 텀 예상/예언”이 둘 정도 있다.

(1) 먼저, “이 베르사유 조약은 영원한 평화는 개뿔이고 기껏해야 20년 정도의 시간밖에 못 벌어 줄 것이다” (by 페르디낭 포슈)
양 세계 대전 사이의 전간기는 정말로 2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1918~1938) 저 사람은 예언이 성취되는 걸 못 보고 1929년에 죽었다.

(2) 그리고 우리나라의 원자력 개발이다.
'워커 리 시슬러'(1897-1994) 박사는 1956년, 한국을 찾아와서 할배에게 "우라늄 1g이 석탄 3톤을 태운 것과 맞먹는 열량을 낼 수 있다. 이 자원 없는 나라에서 에너지 걱정 없이 사는 길은 원자력 육성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인재를 육성하면 된다. 지금 시작하면 한 20년 뒤에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측했는데... 그 말이 진짜 씨가 되었다.

이 말을 들은 리 승만 할배는 서울대와 인하대에 원자력공학과를 신설하고, 없는 나라 살림으로도 국비 유학생을 보내서 원자력 전문가를 양성했다.
1959년 7월 14일에는 지금의 서울 과학기술대, 그 당시엔 행정구역상 경기도 양주이고 서울대 공대가 있던 자리에 한국식 원자로의 건설을 시작했다.
(거의 두 주 뒤인 7월 27일엔 인천-안산 앞바다에서 3단 로켓 발사 시험까지 한 건 덤.. 1959년 7월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사에서 기념비적인 시기였다)

이런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거의 20년 뒤인 1978년에 부산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건설에 거의 6년이 걸렸으니 박통의 제8대 유신 임기 내내 건설된 거다.
경부 고속도로나 포철과 달리, 원자력 발전은 전임 대통령의 인재 육성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 아무튼 이것도 전간기만큼이나 기막힌 20년이었다는 거다.

7. 1982년의 반일 트렌드

이때 일본에서 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에서 동아시아 근현대사 설명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잔뜩 변개를 했는가 보다. 침략을 진출이라고 바꾸고 자기들이 한국과 중국을 근대화시켰다고 쓰기라도 했는지?
아무튼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난리가 났고, 오죽했으면 다음과 같은 일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벌어졌다~!

  • 독립기념관 건립 시작
  • 조선어 학회 사건의 당사자였던 박 영희 여사가 커밍아웃하여 일본를 공개 규탄
  • 독도는 우리땅 노래 발표

물론, 82년에는 반일이었고, 이듬해 83년에는 아웅 산 테러와 007 피격 사건 때문에 반공으로 트렌드가 금세 바뀌었다. -_-;;

8. 1994~1996년 사이에

  • 1995년 1월부로 방위병 제도가 폐지되고, 대한뉴스가 없어졌다.
  • 그리고 이때부터 지금 당연시되고 있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어서 유료 쓰레기 봉투라는 게 보편화됐다.
  • 행정구역이 개편되어 직할시가 광역시로 바뀌었고.. 서울에 광진구, 금천구, 강북구가 신설되었다.
  • 1996년부로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고..
  • 우리나라는 WTO(세계 무역 기구, 1995)와 OECD(1996)에 가입했다.

9. 1999~2000년 세기말에 잠깐 불었던 이집트 트렌드

  • 만화영화 이집트의 왕자
  • 게임 툼 레이더 4
  • 영화 미이라 시리즈
  • 이 정현 3집 '너'

이건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신기하지 않은가? 옛날 추억 돋는다. ^^

※ 우리나라 -- 21세기

10. 2002년의 IT 업계

2002년은 월드컵과 제2 연평해전뿐만 아니라, 국내 컴퓨터 업계에서 이런 흑역사가 만들어졌다.

  • 이스트소프트에서 alz 포맷 도입 (정확히는 01년 말)
  • '다음'에서 온라인 우표(4월) 도입. 엄청난 반발과 부작용 끝에 3년쯤 뒤에 폐지
  • 프리챌 유료화 선언(11월).

하지만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프리챌은 유료화를 잘못 밀어붙였다가 완전히 망했다.
한때 우리나라 압축 유틸을 선점했던 이스트소프트의 알집은 주도권을 반디소프트 반디집에게 완전히 빼앗겼다.
슬그머니 유료화해 놓고는 기업· 관공서를 상대로 불법복제 고소질=_=, 거기에다 알집과 알FTP는 한때 사용자의 데이터를 날려먹는 치명적인 안정성 버그까지 있어서 컴터 매니아들로부터 호감을 완전히 잃었다. 뭐, 이것도 다 10수 년 전 과거의 일이지만 말이다.
이스트는 이제 알툴즈 브랜드를 버리고, 온라인 게임이나 AI로 먹고 살려고 노력 중이다.

다음도 온라인 우표 때문 '만'은 아니지만 검색, 카페, 블로그까지 차례차례 경쟁사 네이버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고 현재는 2류 포털 정도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반면, 네이버는 저 2002년 10월경에 지식인이라는 걸 최초로 도입하면서 도약· 약진을 시작했다. 자연어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저 서비스가 벌써 20+n주년이라는 게 믿어지는가?

저건 서포카 출신의 컴공 병특 엔지니어들을 갈아넣으면서 개발한 거라고 전해진다. 그 전엔 자연어 검색은 엠파스가 강자였었는데.. ㅎㅎ
다만, 네이버도 세계구 급의 영원한 강자는 절대 아닌지라, 구글과의 검색 결과 격차는 이미 너무 벌어진 듯하다. ㅠㅠㅠㅠ "아래아한글 vs 마소 워드"이던 게 지금은 "네이버 vs 구글"처럼 돼 간다.

11. 나머지 2000년대 국내 전반

2003년은 국내 과학기술인의 부고 소식이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카이스트 풍동 실험실 폭발 사고, 그리고 그 해 말, 남극에서 전 재규 대원의 조난과 순직.

2005년에는 박 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이념 논쟁이 갑자기 좀 불거졌다.
민문연에서 펴낸 "만화 박 정희", 시스템클럽 지 만원· 진 중권 토론,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2002~05년은 뭔가 우리나라 영화의 중흥기였던 것 같다. 본인의 대학 시절과도 일치하는데, "태극기 휘날리며",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등, 명작 영화가 유난히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영화 중흥기는 1966년 부근과 저 2004년 부근이다.

2004~08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주40시간 근무, 일명 주5일제가 시행되고 정착했다. 그 전 44시간 시절에는 격주로 일토· 놀토 이러는 과도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대학 졸업 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시기와 딱 일치한다.

2007년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개정됐다. 악명 높던(?)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이 '그냥 충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5000원부터 시작해 신권 지폐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2009~2010년 무렵엔 우리나라의 보행자 통행 방향이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자전거의 핸들 브레이크도 오른손이 앞바퀴, 왼손이 뒷바퀴에 대응하다가 이때부터 반대로.. 오른손이 뒷바퀴로 바뀌었다.

2010~2011년엔 국군 전투복이 지금 형태로 싹 바뀌었다.
그리고 2010대 동안은 IE6 퇴출, 주민등록번호 수집 폐지, 플래시 퇴출, 도로명 주소 시행, 대체공휴일 도입 같은 일이 있었다. 2020년대에 와서는 IE 자체가 퇴출됐고 말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2/25 08:35 2023/12/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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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리와 패배의 조건

전쟁에서 졌다는 게 꼭.. 적국이 우리 영토에 쳐들어와서 관광 플레이를 시전하는 바람에 우리나라가 2차 세계 대전 때의 독일이나 일본처럼 "무조건 항복.. 우리가 졌스므니다~" 이러면서 싹싹 비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쟁에서 승패가 결정됐다고 해서 패전국이 반드시 체제가 싹 바뀌고 영토나 배상금을 왕창 뜯기지는 않는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승리가 있고, 져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패배가 아닌 패배가 있다.

제일 좁게 기계적으로는.. 공격자든 방어자든 전술적인 목표를 달성하면 승리이고, 그렇지 못하면 패배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자가 공격자보다 이기기가 훨씬 더 쉽다. 방어자는 존버해서 현상 유지만 해도 승리이기 때문이다.

6 25는 휴전이 아니라 이 상태로 전쟁이 끝나 버린 거라고 본다면, 한낱 무승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긴 전쟁이다. 물론 단독이 아니라, UN군과 함께 싸워서 이긴 것이고..
임진왜란도 당연히 방어에 성공한 조선의 승리(조선/명 연합군)이다. 단지, 조선도 피해가 너무 막심했기 때문에 이건 전리품 잔치를 벌이는 그런 승리가 아니었을 뿐이다.

러일 전쟁은.. 일본이 설마 그 대국 러시아를 완전히 굴복시킨 건 전혀 아니었다. 자기도 전쟁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나기 직전이었는데 전쟁 배상금 따위도 전혀 요구하지 못하는 '상처뿐인 영광'을 얻었을 뿐이었다. 허나,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사할린 지역을 빼앗는 '전술적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명백한 일본의 승리로 평가되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은 거의 미국의 대리전처럼 여겨지긴 한다만, 남베트남이 지고 베트콩이 이긴 전쟁이다. 허나, 그렇다고 미국이 화력의 열세 때문에 전투에서 병력을 다 잃고 패배해서, 무슨 베트콩한테 백기 들고 투항하고 항복 문서에 싸인하는 식으로 패배한 건 전혀 아니다. 여러 이유 때문에 전투를 계속할 명분을 잃어서 그냥 싹 철수만 했을 뿐이다.

이런 걸 보면.. 전투에서의 승패가 전쟁에서의 승패와 꼭 일치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중일 전쟁만 해도 중국이 전투에서는 일본한테 수없이 졌지만, 결국 전쟁은 이겨서 전승국 대접을 받았다. 영토와 인구빨이 있어서 계속 후퇴할 공간이 많고 일시적인 전투 패배를 수습할 만한 충분한 맷집이 있는 나라가 이런 상황에서 더 유리한 것 같다.

전쟁에서의 승패뿐만 아니라 '전멸'의 의미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통용되는 의미(마지막 한 사람까지 몽땅..)와 실제 군사적으로 통용되는 의미가 다르다. 현실에서는 병력을 훨씬 덜 잃어도 정상적인 부대와 전투력 유지가 더 안 되면 전멸로 판정하며, 철수하거나 추가 지원을 받는다.

전투의 목표도 적군을 꼭 죽이고 몽땅 다 파괴하고 부수는 게 아니다. 그저 적군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고 제압 내지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죽이는 건 그렇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전시의 군대는 정말 냉혹한 결과 실적 지상주의로 돌아간다. 평소에 아군을 왕창 악랄하게 지지고 볶고 갈구더라도, 어쨌든 전투에서는 이기게 하는 지휘관이 당연히 칭송받아야 마땅하다. 방망이 깎던 노인 타입이 군대에서는 대접받는다.

2. 전범

한편으로 '전범'이란 '전쟁 범죄' 또는 '전쟁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준말이다.

(1) 수뇌부의 입장에서는 명분 없는 불법 침략 전쟁을 일으키면 그 자체가 전범이 된다. 고위 정치인 내지 별 달린 장군 정도만이 이 유형의 전범이 될 수 있다.
단, 현실에서는 그렇게 전쟁을 벌이고도 "졌을 때만" 전범으로 몰려 처벌받는다. 쿠데타만 해도 성공하면 혁명이니 구국영웅이니 하면서 추앙받지만, 실패하면 주동자가 영락없이 역적 정치범 내란수괴로 몰리지 않던가? 전쟁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여기서 진다는 건 더 수지맞지 않아서 점령지를 슬쩍 철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격을 당해서 자기 나라가 다 망하게 생겨서 싹싹 비는 정도로 지는 것을 말한다.

(2) 다음으로, 전투를 실제로 수행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전범이 되는 방법은 전쟁 명분과는 전혀 무관하다.
무장한 적군이야 전장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 낚고 속이고 죽이든, 윤리 논란 따위 당연히 만무하다. 단지, 그 적군이 다치거나 포로가 됐거나 아예 항복을 해서 전투력을 상실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인도주의적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하지 않고 이런 적군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것, 포로를 반인륜적으로 학대하는 것,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고의로 약탈· 학살하는 것은 제네바 협약 위반이며 전쟁 범죄로 간주된다.
정상적인 군대라면 이런 건 자국 군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적발하고 처벌해서 근절해야 한다. 그러면 그건 국제적인 전쟁 범죄 문제로 불거지지 않고, 해당 범죄자만의 예외적인 일탈로 간주되고 넘어간다.

사실, 군인들도 감정이 있으니 방금 전까지 전우들을 죽인 이놈들한테 당장 보복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현실적으로 다 컨트롤 하기 어려운 면모도 있다. 그러나 지휘관인 장교 차원에서 이런 짓을 조직적으로 묵인하거나 조장한 게 밝혀지면 영락없이 전범으로 몰리게 된다.
이건 승전/패전과는 전혀 무관하게 공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패전국에 대해서만 더 집요하게 거론되고 터는 편이다.

그런데 1번 같은 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불의한 나라라면 그 과정에서 휘하의 지휘관들이 어차피 2번과 같은 범죄도 매우 높은 확률로 저지르며, 윗대가리들이 이를 막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1번에 해당하는 전범은 대부분의 경우 어차피 2번에 대한 책임까지 지워지면서 더욱 지탄받게 된다.

3. 포로

(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군인이 나라 지키려고 전투 과정에서 지휘관의 명령을 따라 무장한 적군을 죽이는 것은 자국 법으로나 국제법으로나 성경적으로나 죄가 전혀 아니다. 군인은 적국에 포로로 잡혀 간다 해도 "너 왜 우리 병사 죽였어?" 이런 추궁을 받을 일은... 없다. 그건 적군도 똑같이 하고 있는 짓이니까.

글쎄, 혼자 너무 심하게 악랄한 명성을 떨쳤던 유명 저격수나 삼손 같은 인간흉기, 초특급 에이스 파일럿이 포로로 잡혔다면 곁의 병사들에게서 개인적으로 감정적인 해코지를 당할 수 있지만.. 그것도 명목상으로는 불법이다.
그 대신 군인은 자기가 적군에게 죽는 것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 이런 특성이 있으니 군인은 전시에 민간인과 다른 취급을 받는 거다. 자기 목숨은 자기의 전투 능력으로 알아서 챙겨야 하며, 자기가 전사하게 되면 자국으로부터 호국영령으로 어지간한 의인 의사자를 아득히 능가하는 예우를 받는다.

군인이 교전 중에 전사하는 건 민간 생명 보험으로도 보장이 안 된다. 천재지변이나 사변처럼 영역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서킷에서 카레이싱 때 발생한 사고가 통상적인 자동차-운전자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쉽게 말해, 배에 돈 내고 탄 승객이랑 거기서 근무하는 선원이 조난 사고 때 역할과 취급이 서로 같을 리가 없다.

(2) 군인이, 특히 지휘관이 자기 할 바를 다하지 않고 제멋대로 전투를 거부· 포기하고 적에게 투항한다면? 군수물자를 스스로 없애 버리거나 아예 적에게 건네준다면..? 그건 사형으로도 모자랄 중죄 대역 반역이다. 그 어떤 민주 인권 국가라도 이런 극단적인 죄는 사형으로 다스린다. 옛날처럼 사지를 찢지는 않는 게 감지덕지일 것이다.

하지만 보급도 지원도 없고 정말 개죽음이 뻔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항복· 후퇴하거나 포로로 잡힌 건 당연히 면책이며 그래야만 한다. 단순히 인권· 도의적인 차원이 아니다. 그렇게 해 줘야 패잔병들로부터 전투 경험과 노하우가 전수될 수 있고, 그들이 자포자기해서 아예 완전히 탈영해 버리는 걸 막을 수 있다. 전투에는 졌지만,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히지 않고 도망쳐서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어지간한 운과 실력이 따라 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데서까지 무조건 항복이나 후퇴를 금지하고 닥치고 정신력 근성 깡 드립에 영예롭게 죽으라고 부하를 사지로 몰아넣는 건 지휘관의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이게 사랑의 체벌과 아동학대, 안락사 살인과 연명 치료 중단처럼 종이 한 장 차이로 판정이 참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3) '포로'를 영어로는 prisoner of war이라고 한다. 포로는 비록 정치· 군사적인 이유로 인해 자유를 박탈 당한 prisoner이지만, 군인의 직무 특수성으로 인해 여느 범죄자와는 성격이 다른 사람이다.
이와 비슷하게, 신념을 갖고 법과 공권력에 저항하다가 수감된 일명 '양심수'를 영어로 prisoner of conscience라고 한다. 이런 사람도 여느 범죄자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우리나라의 교정 시설에서는 평범한 사기· 상해· 절도 등의 대다수 잡범은 하양, 캐 흉악범 사고뭉치 요주의 인물은 노랑, 약쟁이는 파랑, 사형수는 빨강.. 이렇게 죄수복 명찰의 배경색을 달리하여 죄수들을 분류한다.
그런 것처럼 양심수라든가, 아무런 고의 없이 전적으로 과실로 금고형 정도 받은 죄수는 초록으로 분류해도 될 법해 보이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어서 초록색은 안 쓰는가 보다.

예수쟁이라면 prisoner of war, prisoner of conscience의 연장선상에서 성경에 나오는 prisoner of Jesus Christ (엡 3:1, 몬)와 prisoner of the Lord (엡 4:1)를 상기하면서 바울의 저 당시 심정을 생각해 보자. 전쟁이나 다른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분'으로 인해 박해받고 수감당했다는 뜻이다. '양심수'와 같은 방식으로 조어한다면 '예수囚' 정도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22 08:36 2023/12/2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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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타에서 저그의 특성을 보고 꽤 특이하다고 느끼는 건 다음과 같다. 뜬금없이 옛날 게임 얘기를 늘어놓게 되네..
밥집이 건물이 아니라 유닛(오버로드!!)인 건 너무 기본적인 차이점이니까 제끼고..

1.
히드라 덴은 기본 건물 중에서 가스를 먹는 유일한 건물(B)이다.
반대로 나이더스 캐널은 무려 하이브 테크 급의 최고급 건물(V)이면서 가스를 먹지 않는 유일한 건물이다.
타 종족은 가스 먹는 기본 건물이나 가스 안 먹는 고급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더스 캐널은 자기가 직접 공격을 하지는 않지만 자기 종족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기지의 방어'에 기여하는 자그마한 건물이다. 플토의 실드 배터리나 테란의 벙커하고 비슷한 부류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스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벙커나 실드 배터리는 기본 건물인 반면, 나이더스는 고급 건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2.
저글링의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는 그야말로 극초반의 기본 건물(스포닝 풀)에서 최후반 최고급 테크(하이브)를 가야만 누를 수 있는 극단적인 업그레이드이다. 타 종족에는 이 정도로 극단적인 기술 업글이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히드라의 럴커 업그레이드는 스포닝 풀 다음에 올리는 건물인 히드라 덴에서 하는 데다, 하이브 이전의 레어 테크에서 시전할 수 있다. 그러니 아드레날린보다 기술 격차가 훨~~씬 더 작다.

그래서 내가 성경의 간극에 대해 설명할 때도 이런 스타 비유를 든다. -_- "처음에 저글링이 나오니라. 그 저글링은 발업이 되고 아드레날린업이 되었더라."
우린 이 문장을 통해 게임이 굉장한 장기전으로 갔음을 알 수 있고, 발업과 아드레날린업 사이의 '간극'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 1:1-2 사이의 and 간극도 이와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맥락이다.

* 그나저나 spawning pool.. 이러니까 창 1:20도 떠오르긴 한다. ^^
"물들은 생명을 지닌 동물들을 풍성이 생성해 낼지어다~~~" Let the waters bring forth abundantly the moving creature that hath life!!!
요 5:2-4의 베데스다 연못 같기도 하고..

3.
저그는 자유도가 너무 높아서 컴퓨터 AI가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기술이 타 종족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게 무슨 말이냐..

(1) 컴퓨터는 나이더스 캐널은 전혀 쓰지 않는다. 자원 모으고 유닛 뽑아서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이런 걸 어떻게 구사하겠나? (캠페인에서 나이더스 캐널이 나오는 건 그냥 인위적인 트리거 스크립트일 뿐이다. 범용적인 게임 AI가 아님)

(2) 컴퓨터 AI는 고스트 락다운, 메딕 옵틱, 퀸 브루들링 등.. 평소에 온갖 마법 유닛들을 인간 게이머보다 훨씬 더 많이 구사하는 걸로 악명 높다. 그러나 AI는 퀸으로 테란 커맨드센터를 감염시킨다거나, 인페스티드 테란 유닛을 뽑지는 않는다. 사실 인페스티드.. 계열은 그냥 잉여 장난 관광 능욕 기능에 가깝긴 하다;;;
퀸의 감염 기술은 이동, 공격 같은 정규 동작이 아니면서 마나도 사용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기능이다.

(3) 컴퓨터는 디파일러의 마법을 쓰기는 하지만, 컨슘은 구사할 줄 모른다;;; 자기 저글링 몇 마리를 도시락으로 싸 와서 전장에서 수시로 먹으면서 다크 스웜/플레이그를 찍찍 뿌리지는 않는다. 하긴, 마나를 회복한다는 개념 자체도 전 종족을 통틀어 디파일러에게만 존재한다.;;

테란이야 컴퓨터 AI가 활용 못 하는 기술이 없는 것 같다. 베슬은 말할 것도 없고 핵이고 배틀크루저고 다 잘 쓴다.
프로토스도 템플러와 다크 아콘이 모든 마법을 잘 쓰고 있는데, 딱 하나 아비터가 걸린다.
AI가 아비터의 리콜을 쓰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

4.
프로토스 하이템플러는 자기 머리 위로 스톰을 뿌려서 자살이 가능한 아주 드문 유닛이다.
그 반면, 저그의 인페스티드 테란은 마법이 아니라 특정 타겟 지정 없는 어택 땅만으로 자폭이 가능한 유일한 유닛이다.
스커지도 자폭 공격 유닛이긴 하지만 얘는 어택 땅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스커지는 오리지널 시절에는 대공만 가능한 유일한 유닛이기도 했다.;;;

이상이다.
옛날 2000년경 PC 통신 시절에 "환상의 테란 소설"에서는 "서기 2020년, 블리자드는 스타라는 걸작 게임만을 남긴 채 망해 버리고, 소스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회사 사장은 어느 열받은 테란 유저에게 살해당했다"...;;; 라고 초반부에 쓰여 있었다.
그 시절에는 저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설정이라고 치부됐었다.

그런데 실제로 20여 년이 지나니, 물론 블리자드가 진짜로 간판 내린다거나 사장이 살해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장이 교체되고 회사가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삽질을 반복하다가 몰락하고 망조 들기는 했다.
2010년대 와우니 오버와치니 하던 시절에만 해도 망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게임 업계는 영원한 강자란 없는가 보다.

옛날에 컴퓨터가 비싸고 성능이 딸리던 시절에는 몇몇 최적화 괴수 천재들 소수정예로 엄청난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요즘은 기계값이 하도 싸지고 기술이 상향평준화되다 보니, 게임이 그런 식으로 뿅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똘똘한 컴터 공돌이들은 여전히 다들 게임 회사로 가는 것 같다.

작년 코로나 시국에 연봉을 제일 많이 올려줬던 곳도 저 바닥이다. 당연히 영세 중소 업계 말고 중견 이상 대기업들 한정으로.
난 실력은 둘째치고라도 게임 쪽은 관심이 없고 적성이 안 맞아서 그런 데에 안 갔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2/20 08:35 2023/12/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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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애굽기의 강한 손

성경에서 출애굽기의 앞부분은 모세라는 인물이 태어나고 광야로 도피 중이다가 하나님으로부터 자기 동족을 이집트에서 구출해서 나오라는 소명을 받는 내용이다. 모세는 자기는 인간적으로는 이집트 왕가를 맞닥뜨릴 면목이 없는 상태라고 변명하면서 뒤로 빼지만, 하나님은 겁먹지 말라고 다그친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파라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내 백성을 놓아 주라고 얘기해라. 하지만 파라오는 처음에는 네 말을 절대로 호락호락 듣지 않을 거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걔는 강한 손이라는 초월적인 파워로 쳐맞기 전까지는 절대로 너희를 놓아 주지 않을 것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이 출 3:19의 핵심이다. 즉, 하나님이라는 강한 손이 개입해야만 놓아 준다는 뜻이다.
이게 언뜻 보기엔 문맥상 굉장히 자연스러운 서사인 것 같다.

게다가 뒤의 6:1에서 '강한 손'이 다시 나온다. 이때는 모세가 파라오에게 겁먹어서 선포가 아니라 애원· 당부· 네고와 비슷하게 얘기를 하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완전히 의기소침해 있을 때이다.
"파라오는 강한 손한테 혼쭐이 단단히 난 뒤에 네 백성을 거의 추방하다시피 진절머리를 내며 내보낼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니.. 3:19도 '강한 손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놓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워딩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그런데... KJV의 출 3:19는 not let you go, no, not by a might hand이다. '강한 손이 있어야 풀어 준다'가 아니라 '강한 손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풀어 주지 않는다'라는 반대의 뜻이다.
no, not은... 로마서 3장에서 "의인은 없나니, 단 한 명도 없다", 시 14와 시 53에서 "선을 행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백부장의 믿음에서 "이와 같음은 이스라엘 전체에서 단 한 건도 못 봤다" 등.. 의심의 여지 없이 시종일관 전체 부정을 뜻한다.

이런 점이 감안되어 킹제임스 흠정역의 경우, 작년 여름에 출간된 6판 마제스티 판에서야 "강한 손으로도 가게 하지 않는다"라고 번역이 수정되었다. 딱히 변개 이슈와 관련된 구절이 아니다 보니, 흠정역도 얘는 오랫동안 별 생각 없이 타 성경의 번역을 그대로 따랐던 것 같다.

그 반면, 말보회의 한글 킹제임스 성경은 오래 전부터 저렇게 번역되어 있었다. 그쪽은 '하나님이 자신을 어린양으로', '다시 채우다 replenish' 등, 진작부터 KJV의 튀는 번역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성향이어서 그런 듯하다.

2. 삼손이 빡친 이유

사사기 15장에는 이스라엘의 천하장사 재판관이었던 삼손이 적국 여자와의 사랑에 실패해서 사고뭉치로 흑화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우선 3절.. "선 넘네.. 이제는 내가 승질대로 깽판 쳐도 니들은 할 말 없을 줄 아쇼~~" 이거는 성경에서 제일 빡친 사람의 대사이지 싶다. 삼손이 빡친 구체적인 이유는 이 글에서 설명하지 않을 것이므로 관심 있는 분은 성경을 직접 찾아 보시길..

블레셋 사람들은 앵그리 삼손으로부터 불여우 테러를 당한 뒤, 맨 처음엔 의외로 삼손이 아니라 원인 제공자인 저 여자네 가족을 보복하고 응징했다. 집을 불질러서 그 집안 사람들을 몰살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6절)

그랬는데.. 삼손은 화를 푼 게 아니라 여자네 가족을 죽인 블레셋 사람들에게도 양학을 벌였다. 그 이유가 뭘까..??
어지간한 다른 성경들에 따르면, 삼손은 그래도 여자 집안에 대한 연민이 있어서 그들을 죽인 블레셋 사람들에게 보복을 했다. "이런 잔인한 살인극을 벌이다니 내가 보복을 하겠다" (because, since) (7절)

그러나 킹 제임스 성경의 묘사는 다르며, 싸이코패스 급으로 더 잔혹하다. "니들이 이렇게 하더라도 내 성에 안 찬다. 나는 더 보복하고 말겠다" (though)라는 도발이다~!!!
즉, 7절이나 앞의 3절이나 동일하게 '-하더라도' though가 나란히 쓰인 것이다. 이것 말고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다.

성경엔.. 특히 구약을 보면 사건의 묘사가 동심파괴스럽고 잔혹한 경우가 가끔 있다. "입다의 딸이 궁극적으로 어찌 됐는가?", "피지배민들을 톱으로 잘랐는가, 아니면 톱으로 노동을 시켰는가?" 같은 것 말이다. 성경 자체가 그러한데, 내 경험상 킹 제임스 성경은 그런 강도가 조금 더 높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만, 아무리 당장 이해가 안 되고 수긍이 안 된다 해도 말을 뜯어고치고 성경을 변개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3. 욥기의 영과 독

욥 6:4를 보자. "전능자의 화살이 내 안에 들어와서(박혀서/있어서)" 보통은 '내 영이 그 독을 마셨다' 인데,
킹 제임스 성경만 혼자 '그 독이 내 영을 마셨다' 라고 돼 있다.
우와.. 러시아식 도치 유머가 성경 역본에도 존재하는구나.;;;

이거 뭐

  • 미국에서는 시민이 대통령을 암살합니다. 하지만 소련에서는 대통령이 시민을 암살합니다~!!
  • 미국에서는 당신이 파티를 찾아 다닙니다. 하지만 소련에서는 당원(party)이 당신을 찾아 다닙니다!!
처럼..
  • 개역/NIV에서는 당신의 영이 독을 마십니다. 하지만 KJV에서는 독이 당신의 영을 마십니다~!
인 것이다. ㄲㄲㄲㄲㄲㄲㄲ the poison whereof drinketh up my spirit

일각에서는 "도치됐을 뿐 KJV도 영이 독을 마신다는 뜻이다, 이건 한국어 번역 문제일 뿐이다"라고 실드 치기도 하는데..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도치를 하더라도 "the poison whereof MY SPIRIT drinketh up" 정도가 돼야 주어가 '영'이 되지, 저건 누가 봐도 평이하게 독이 영을 마신다는 뜻이다.

내가 지난 10여 년 동안 KJV 특유의 그 복잡하게 꼬인 도치 문장을 파헤쳤던 경험으로는, 저 문장은 통사론적(= 문법)으로 영이 독을 마신다고는 절대로 읽히지 않는다.
해석은 독자 마음대로.
의미상으로는.. 영이 독을 마시든 독이 영을 쭉쭉 흡입해 버리든 어쨌든 털리고 X된다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_+

얘는 의외로 흠정역이 영어대로 번역돼 있고 한킹은 '내 영이 독을 마셨나니'라고 non-KJV 스타일로 번역돼 있다. 아까 출애굽기의 강한 손과는 좀 반대의 면모이다.

4. 물리 치료

사람을 두들겨 패서 질병이나 못된 심보를 고치는 걸 시쳇말로 참교육 내지 '물리 치료'라고 부른다. 뭐, 참교육은.. 엄밀히는 패는 것뿐만 아니라 경찰서 정모나 소송, 금융 치료까지 포함 가능한 더 큰 용어이지만 말이다.
성경에도 물리 치료라는 게 나온다. 그런데 KJV와 non-KJV가 사용한 방식이 서로 정반대인 곳이 있다.

바울의 비장한 심정이 담겨 있는 고전 9:27에서 KJV는 "억제하여 keep".. 단순히 욕구 절제, 자제.. 이런 뉘앙스가 강한 반면, 타 역본들은 beat, discipline, 심지어 punish라고.. '쳐서 복종하게 한다'라고 돼 있다. 기독교 외의 타 종교에서 행하는 고행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왕하 5:11에서 나아만 장군이 빡쳐서 내뱉는 말을 보자. "이야, 엘리사가 직접 날 찾아와서 썩은 부위를 팍팍 치고(strike) 신나게 푸닥거리를 벌이면서 나병을 고칠 줄 알았는데.. 꼴랑 강에 가서 목욕을 하라고? 이거 뭐야..?"
이건 반대로 KJV는 '치다, 때리다'인데 다른 역본들은 몽땅 다 '손을 흔들다'(wave)라고 수위가 약화됐다. 참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오늘날 2020년대까지도 이상한 데서 신앙 치료 한답시고 사람을 때려죽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KJV는 이를 정확하게 통찰한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5. 이익이 경건인가, 경건이 이익인가??

딤전 6:5는 킹 제임스 성경과 타 성경 간의 차이점이 두 가지 존재한다.
"마음이 부패하고 진리가 없어진"이라는 수식은 동일한데, 그 다음.. 대개는 "경건을 이익의 수단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말이 저렇게 쓰여 있으면 십중팔구 삯꾼 목자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영적인 거, 종교심 이런 걸 갖고 돈벌이나 하려는 사람.. 목회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 범주에 들지 않겠는가? 나도 이전 성경을 보던 시절엔 오랫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킹의 번역은 단어의 배치가 타 성경과는 반대다. (1) "이익을 경건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이건 쉽게 풀이하자면 예수 믿으면 복 받고 이 세상에서 일 잘 풀리고 잘 살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신자 수가 늘고 헌금 많이 걷히고 교회 팽창하고 이익 많이 남기는 것이 '곧' 하나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것이 경건이다.. 이렇게 실용주의를 적극적으로 접목한 사고방식이다. 더 뼈때리게 비유를 들자면 발람의 사고방식.

그냥 삯꾼 목자이기만 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잘못된 사고방식임이 명백하다. 아니, 저건 삯꾼 목자의 사상을 본질적으로 저격한 게 아니겠는가?
킹은 이익이 경건인 게 아니라, 반대로 '만족함이 있는 경건에 큰 이익'이 있다고 바로 다음 6절에서 말한다. 둘의 차이를 명심하시길 바란다.
빌 1:21 '죽는 것이 이익'과 더불어 신약 성경에서 예수쟁이의 '이익'에 대해 언급하는 둘뿐인 구절이다.

(참고로: 성경은 말씀 사역자가 물질적으로 보상받는 것 자체는 지극히 정당하다고 몇 번이나 말한다. 비현실적으로 물질 자체를 부정하고 죄악시하면서 무소유 위선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사 해서 이익 남기는 것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하는걸... 하지만 이 딤전6은 그와는 다른 문맥을 말하고 있으니 오해 마시기 바란다.)

그리고 킹은..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쓰잘데기없는 논쟁이 발생하니까, 독자 여러분은 (2) 저런 자들로부터 떠나고(withdraw 발 빼라) 쟤들과는 상종을 하지 말라고, 분리되라고 추가로 명령한다!!! 살후 3:6처럼 말이다.
그러나 킹 말고 다른 성경들은 '쓰잘데기없는 논쟁이 발생한다'까지만 말하고 5절이 끝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발생했는지는 난 모르겠고, 어쨌든 그렇다는 거.

요즘 안 그래도 킹을 우리말로 번역했다는 역본들이 여럿 난립해서 정신 시끄러운 상태다. 근데 어떤 역본은 차이가 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이 간단명료한 구절의 (1) 파트의 번역이 갑자기 뜬금없이 달라져서 독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야기했는가 보다. 킹의 번역본을 표방했다면서 non킹 스타일로 돌아간 거다.

난 그렇게 달라진 줄도 몰랐는데 최근에야 얘기를 듣고는 놀랐다. 도대체 왜 바꿨지? 딤전 6:5가 무슨 아세라/grove도 아니고, replenish도 아니고, baptize for the dead도 아니고, 해산함으로 구원도 아니고.. 하나도 어려운 구절이 아닌데 말이다.
부디 착오였길 바라며, 다음 판이나 쇄에서는 도로 원복 됐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7 08:35 2023/12/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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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흡

척추동물 급 기준으로 육상 생물은 폐(허파)로 호흡하고, 수중 생물은 아가미로 호흡을 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양서류 같은 수륙양용 하이브리드 중에는 피부 호흡이 가능한 녀석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보조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폐로 호흡하는 동물이 물에 통째로 처박히면 폐에 물이 들어가 버리고 곧 익사한다.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 때 "코로 숨쉬는 동물들이 몽땅 다 죽었다"(창 7:22)라는 진술이 있는데, 이게 바로 폐호흡을 말할 것이다.
반대로 아가미로 호흡하는 어류가 물 밖으로 나와 버리면.. 얘 역시 팔딱팔딱 몸부림 치다가 곧 죽는다(아가미가 말라 버리면 숨을 못 쉼). 이건 무슨 死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육상 동물은 폐 기반이고 물 속에서 호흡을 할 수 없지만 숨 참기의 달인이다. 가령, 하마만 해도 거구를 이끌고 물 속에서도 수십 분을 견딜 수 있다. 악어도 이에 준하는 스킬이 있기 때문에 물에서 그렇게 잘만 지낼 수 있다.

이 분야의 본좌는 고래일 것이다. 지느러미 달린 해양 생물인 주제에 호흡은 공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니 이거 참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그러니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꼭 올라와서 산소를 충전한 뒤에 다시 바다로 내려간다.
육상 동물이 주기적으로 물 마시러 물가로 꼭 와야 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고래는 심지어 뇌 구조가 2교대 듀얼코어(...)여서 잠을 자는 중에도 양 뇌가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선다. 그래서 잠을 자면서도 필요하다면 산소 충전하러 수면으로 부상했다가 다시 잠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고래는 완전히 물 밖으로 나와서도 살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질식사를 하지는 않겠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탈 나고, 대형 고래는 너무 무거운 장기한테 짓눌려서 꼼짝달싹 못 하고 죽는다고 한다.
철도 차량이 레일 위에서는 자동차보다 훨씬 더 무거운 상태로도 잘만 달리지만, 레일을 벗어난 상태에서는 그 가냘픈 쇠 바퀴로 지표면을 한 발짝도 제대로 달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특성에다가 비유가 가능할 듯하다.

자, 이렇게 공기 폐호흡을 하면서 물에서 활동하는 동물은 저런 식으로 핸디캡을 극복하며 지낸다.
그런데 아가미 호흡을 하는 어류 중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핸디캡을 지닌 녀석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어.. 얘들은 아가미의 근육이 미약해서 주변에 물이 끊임없이 흘러야만 호흡이 가능하댄다. 주변에 물이 흐르든지, 아니면 자기가 끊임없이 물을 헤쳐서 움직이든지.. 둘 중 하나는 갖춰져야 한다. 가만히 정지해 있으면 호흡을 할 수 없어서 익사(질식사)한다.
이는 마치 비행기가 주변 공기가 흘러야만 이륙할 수 있고, 자전거가 계속 달려야만 쓰러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상어뿐만 아니라 일명 참치라고 불리는 다랑어꽈 물고기들도 이런 제약이 존재한다고 한다. 자는 중에도 계속 이동해야 한다. 고래가 수면(?) 중에 수면(!!)으로 수직 이동을 한다면, 얘들은 수중에서 수평 이동을 해야겠다.

그래서 지느러미만 짤린 채 방생된 상어는 물 속에서도 데굴데굴 구르면서 악을 쓰다가 질식사한다고 한다. 상어는 참치와 달리 살은 그닥 맛있지 않은지.. 잡혀 죽어서 통째로 냉동되는 게 아니라, 샥스핀 재료만 채취된 뒤 그냥 버려지는가 보다. 이러니 샥스핀은 잔인한 음식이라고 동물 보호 운동 진영에서 비판한다.

2. 식용

(1) 고래는 과거 쌍팔년도 무렵엔 멸종 위기 운운하면서 국제적으로 포경 금지 협약이 맺어지기도 했다. 모든 종인지 일부 종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늘어서 위기를 좀 벗어났지 싶다. 그러고 보니 육상 대형 동물인 코끼리도 상아 때문에 많이 남획되고 멸종 위기였는데.. 바다 버전인 고래도 비슷한 수난을 겪은 것 같다.

고래 포획이 줄어든 것에는 고래기름 등 여러 부산물들이 다른 저렴한 화학 물질로 대체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석탄· 석유가 삼림을 가장 크게 보호해 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도 지금도 고래를 마음대로 잡아도 되는 건 여전히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의로 적극적으로 포획하지 않고 우연히 자연사· 사고사한 고래 사체를 발견한 것에 대해서만 임의 처분을 허용한다. 그 고래로 만든 고래고기는 자가처분을 해도 되고 심지어 가공 후 판매해도 된댄다.
멧돼지 같은 야생 동물을 포획한 건 자가처분만 되지 판매는 금지인데, 이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 고래가 사냥된 건지 딴 데서 죽은 건지를 공무원이 판별하는 게 금방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정상· 합법적으로 유통된 고래고기라면 근본적으로 신선한 형태는 존재 불가능이다.
고래고기라는 게 무슨 참치회 급으로 맛있는 고기도 아닌데, 상태마저도 신선하지도 않은 냉동 일색이라면.. 수요가 많아지고 시장이 커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냥 개고기와 비슷한 마이너 장르의 고기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 그리고 다음으로 다랑어.
다랑어와 달리 '참치'는 남북 분단 이후, 1950년대 리 승만 시절에 남한에서만 따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그리고 회는 아니지만 국내에 참치 통조림이라는 것도 1980년대 이후 5공 시절이 돼서야 역사상 최초로 등장했다.
국내에서 자체 자본과 기술로 원양어업이란 걸 첫 시작한 게 1970년대이고, 동원 산업에서 국민 소득과 소비 수준을 감안했을 때 참치 통조림이라는 걸 개척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참치라 하면 여러 모로 근현대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
마이카 승용차나 컬러 TV, 퍼스널 컴퓨터만큼이나 참치 통조림이라는 건 박통 시절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전대갈 시절에야 등장했다. 하물며 통조림보다 훨씬 더 고급인 회는..??

보통 생선회라고 하면 광어나 우럭, 방어 같은 걸 떠올리는데.. 참치회는 씹는 느낌과 맛이 다르고 장르가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전자가 병원의 다른 평범한 진료과라면, 후자는 치과.. 처럼 뭔가 독보적인 존재감이 느껴진다. =_=;;

참치는 저런 광어· 우럭과 달리 몸체가 크고, 아주 먼 곳에서 잡아 오며 양식이 안 된다. -50도급에서 꽁꽁 얼어붙은 참치를 수송하고 절단하는 건 완전 극한직업이라고 소개됐었다. 이건 돌덩어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신체에 잘못 맞으면 인대나 뼈가 바로 나간댄다.;;

일본은 국제법까지 어겨 가며 고래를 세계 곳곳에서 그리도 많이 잡는 나라로 욕 먹어 왔는데 고래뿐만 아니라 참치에도 환장하는 걸로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에서도 "이모코는 스나(마구로가 아니고?)를 좋아해, 베게의 속에는 참치로 입빠이"이런 대사가 있었다. ㄲㄲㄲㄲㄲㄲ

내가 일본 TV 방송을 즐겨 보지는 않지만, 뭐 하나 우연히 채널 돌릴 때마다 꼭~~ 낚싯대 하나 들고 마구로 잡으러 망망대해로 떠난 노인 다큐가 방영되는 편이었다. "노인과 바다" 소설이 어째 일본에서 출간되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참치횟집에서 주기적으로 참치 해체 쑈를 하는 건 당연히 꽁꽁 얼려서 장거리를 수송해 온 참치를 해동해서 분해하는 것이다. 잡는 곳의 특성상 참치는 활어회라는 게 사실상 존재 불가능한데..
일본에서는 일부 갑부 동호인을 중심으로 참치 활어회를 찾아 먹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망망대해에서 어느 어선이 참치를 잡았다고 위성 전화로 연락을 날리면.. 회원들이 헬기를 타고 그리로 날아가서 그놈을 회 쳐 먹는다고.. 당연히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깨지기 때문에 재드래곤이나 건물주, 톱스타 배우 급의 VIP들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다.

(3) 고래건 참치건, 그 먼 거리를 거쳐 수송된 생선이 이렇게 저렴할 수 있다니, 이건 첨단 교통수단과 냉동 시설이 인류에게 내려준 큰 복임이 틀림없다.
그나저나, 이런 고래나 참치와는 달리 상어 요리는 일본보다는 중국의 괴식 별미 요리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그래서 북괴 김 정일도 평범한 참치회 부류가 아니라 샥스핀을 먹고 싶다고 난리를 쳤지 않았나 싶다. ㄲㄲㄲㄲㄲ

원양어선으로 저런 비싸고 맛난 생선만 들여오는 건 아니다. 싸구려 햄을 만들 때 저질 잡육이 쓰이는 것과 비슷하게, 어묵을 만들 때는.. 외국 현지에서는 먹지도 않는 별 맛 없는 듣보잡 생선을 정말 덤핑 처분 급의 싼 가격으로 왕창 많이 실어 와서 투입한다. 이러니 어묵이 값이 왕창 저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회덮밥 재료로 쓰이는 횟감도 저렴하고 급 낮은 건 무슨 듣보잡 냉동 상어고기라고 들은 것 같다.
고등어 회는 무슨 돼지고기 육회와 비슷한 취급인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4 19:35 2023/12/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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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 시절 회상

1. 노래

옛날에 들었던 노래 중에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듀엣을 하면서 "뚜비뚜바~~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죠" 이런 가사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은 저 상황에서 쑥떡이 아니라 개떡이라고 말하지..?? ㅋㅋㅋㅋㅋㅋ)

아하.. 이 정도면 가사 검색만 해도 무슨 노래인지 당연히 바로 알 수 있다.
이걸 불렀던 가수(김 국환)가 더 옛날에 뭔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지나"...;; 도 불렀었구나..
같은 가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울러, "자 남편들도 빨래를 하자"는 저 노래의 2절 가사가 아니라..
유 인촌 나오는 옛날 대우 전자 세탁기 광고에 등장하는 패러디 가사였다. 저 노래를 개사해서.. 아놔 ㅍㅎㅎㅎㅎㅎㅎㅎ

이거 다음으로,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는 타타타(1991)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이것도 저 가수가 불렀다.;;

왕년에 "이것이 미국 영어다" 책을 썼던 재미 교포 작가 조 화유 씨가 이 가사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자기 책에서도 언급했고, 나중에는 Life is worth living. Isn't that a good deal? Naked you come, clothed you go. 라고 영작 관용구를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다.

타타타도 있고 차차차도 있구나.. 그것도 공교롭게도 1990~91인가 비슷한 시기에. ㄲㄲㄲㄲ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는 설운도의 노래이다.
그리고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_=라는 팩트폭격성 노래도 있었는데.. 이건 다른 가수의 작품이다.

"아빠와 뚜비뚜바"뿐만 아니라 피노키오, 아빠의 크레파스, 파란 나라, 아에이오우, 담다디, 어른들은 몰라요..;;
특이한 의성· 의태어라든가, 어른과 애가 같이 부르는 노래, 성인용 동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요즘은 찾기 힘든 쌍팔년도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절이야.. 신토불이니, 민족주의, 순우리말 살려 쓰기 이런 성향도 더 강했다.
농산물이고 영화고 시장 개방했다가는 다 망할 것 같던 시절이었고 한국어는 수십 년 이내의 소멸 위기 언어이고,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 -_-;;

대학교에 아직 한총련이란 게 있고 반외세 NL 데모 운동권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_-;;
오죽했으면 그때 아래아한글 1.5x에는 백 기완 지은 장산곶 매 이야기.. 이런 게 예제 문서로 실려 있었다~!
개발자들이 그런 거 영향을 많이 받고 감명깊었으니까 예제로도 실은 게 아니겠나..? 공 병우 박사한테서 세벌식 영향만 받은 게 아니었다.

그거 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백 기완이라는 사람이 1992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니.. 개인적으로, 초딩 꼬마 시절에도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껴졌었다.

2. 과학 낭설들

(1) 바이오 리듬
신체 감성 지성이던가..?? 아날로그 시계 그리기와 더불어 삼각함수를 사용하는 굉장히 괜찮은 프로그래밍 주제였다. 지금이 태어난 지 총 며칠이 경과한지를 계산해야 하니 달력 같은 날짜 계산도 필요하고.. 한때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심심풀이 땅콩 액세서리 차원에서 제공해 주곤 했다. 계산기, 달력이나 테트리스/지뢰찾기 게임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유행 지나고 약발이 다했으니 잊혀지고 사라졌을 뿐.. 이게 진짜 유의미하고 유용한 정보라면 스마트폰 앱으로도 당연히 인기폭발로 현역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2) MBTI
매사 즉흥적으로 사는가, 계획적으로 사는가.. 이런 거 답한 대로 당신은 문과 성향이다 이과 성향이다, 감성파다 이성파다, 권장되는 직업 업종은 무엇이라고 알려주는 건데.. 뭐가 그리도 대단하고 절대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전 인구의 1%, 2~3%만이 이 성향이라는 말도 액면만치 대단한 얘기는 아닌 게.. 100%라는 비율을 전체 판정 개수인 16으로 균등하게 나누기만 해도 이미 6%대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난 30년쯤 전에.. 완성형도 아닌 조합형 한글 코드 기반으로 텍스트 모드에서 동작하는 도스용 MBTI 판정 프로그램을 써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얘는 어째 2020년대 오늘날까지도 현역이네??? 구직 이력서에다가 자기 MBTI 판정을 쓰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고.. 그동안 이쪽 알고리즘이 더 개선된 게 있는지 모르겠다. =_=;;

(3) 혀의 부위별 미각 영역 구분
수많은 아동용 과학 서적에서 다뤄졌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폐기됐다. 이 학설을 최초로 발견하고 퍼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힘을 오래 썼을 때 발생하는 근육통의 원인도 굉장히 오랫동안 젖산이라고 알려졌다가 21세기가 돼서야 폐기..

(4) 혈액형별 성격 구분
뜨앗..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ㄲㄲㄲㄲㄲㄲㄲ

3. 화장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에는 각종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공중 도덕이나 국민 의식 수준도 정말 미개했다.
그 당시 TV 뉴스를 보면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코너가 있었는데, 이런 것만 쭉 보면 우리나라는 이거 뭐 꿈도 희망도 답도 없고 그냥 망할 것만 같았다.

사회 어디를 들춰도 법과 원칙이 안 통하고 편법과 부정부패가 넘쳐나고, '안 되는 건' 인맥과 연줄을 이용하거나 뇌물을 찔러 넣으면 얼마든지 되게 만들 수 있고.. 지방 양아치 조폭과 인신매매단이 횡행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하는 색기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학교에는 촌지 안 바치면 애들한테 비열하게 해코지 하는 쓰레기 선생들이 우글거리고.. 시화호나 태화강은 다 오염돼서 시커멓게 썩어 가고..

참고로 이건 정치적으로 민주화됐는지, 일제 식민지 군사 문화를 청산했는지의 여부하고는 거의 무관한 관행이었다.
그러던 게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정말 많이 시정되고 개선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살기 좋아졌다.

사회 인프라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국민성과 준법의식, 국제 매너도 개선되었다. 중국을 보고는 쌍팔년도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자격 정도는 갖춰졌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 글에서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2000년대쯤부터는 우리나라도 전국 어디의 터미널, 철도역 등을 가도 화장실이 무료인 주제에 워낙 깨끗해서 외국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절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악취 진동 쓰레기 천지에 엉망진창이고 화장지도 없고.. 정말 개판오분전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적이 있었던 거 기억나시는가?

이런 시국에 칼을 빼든 사람은.. 바로 1995년부터 2002년 거의 월드컵 직전까지 수원 시장을 역임했던(22~23대) '심 재덕'이라는 분이었다.
이 사람은 아예 외국에서도 Mr. Toilet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그야말로 화장실 덕후였다. 자기 관할인 수원시는 말할 것도 없고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등 전국의 공중 변소들을 자기가 총대 메고 깨끗한 곳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아예 한국/세계 화장실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긴, 구한말 때는 개화파 등 일부 선각자들이 한양 시내를 굴러다니는 똥들을 어서 치우고 상하수도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된다고 한탄했는데.. 거의 100년 뒤에는 저렇게 공중 위생 분야의 선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는 자기 땅의 자기 집을 허물고 거기에다가 변기 모양의 건물을 대신 올려서 '화장실 박물관..', 아니, 수원 화장실 문화 전시관을 만들었다.

이분은 화장실 말고도 재임 기간 동안에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적극적으로 등재시켰고, 삼성 후원빨을 얹어서 수원 월드컵 경기장도 건설했다.
서울 근처 광명에서는 '양 기대'라는 시장이 한때 광명 동굴을 개척하고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광명에다 유치하는 큰일을 해냈는데.. 만만찮게 훌륭한 시장이 수원에도 있었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2 08:35 2023/1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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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호박 근황

11월부터 올해 말까지 본인의 호박 덕질 근황은 이러하다.

1. 키우는 호박

날씨가 추워지자 호박들은 생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기세가 약해졌다. 당장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한때 정말 긴 덩굴에 커다란 잎들을 자랑하던 아이들도 잎들이 갈수록 생기를 잃고 시들었으며, 줄기 하나가 통째로 힘 빠지고 시들어 죽기도 했다.
가끔 새순이 돋고 꽃이 피기도 하지만 정말 자그마한 모습에 애처로운 상태인 게 느껴졌다. 여름· 가을에는 좀체 볼 일이 없던 흰가루 누런가루 병충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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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호박이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가 기온이 갑자기 0도 부근까지 뚝 떨어지는 기습 추위를 당해서 급사하는 걸 보곤 했다. 시기는 10월 말~11월 초 쯤..
생생하던 잎들이 자고 일어나니 시커멓게 멍들고 물러지고 싹 죽어 버리니 본인으로서는 참 가슴 아팠다. =_=;;
하지만 이번엔 그런 치명타 추위가 찾아오기 전부터 호박이 알아서 쪼그라들고 잎이 시들고 숭숭 빠졌다. 그러니 호박이 병사나 자연사를 하지, 돌연사 급사한다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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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상자에서 키우던 호박은 밤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갈 때쯤부터 실내로 옮겼다.
그렇게 놔 두고 시간이 흐르니 이 아이는 다행히 잘 회생해서 새순이 길게 돋고 있다. 꽃도 종종 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암꽃은 씨방을 만들려다가 만 것만 몇 차례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핀 적이 없다.

2. 밖에서의 마지막 꽃, 마지막 열매

화분 상자 호박은 일부를 대피시키기라도 했지만 강변에서 무단 경작 중이던 아이들은 11월 중순 주말의 초겨울 한파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향년 100일 정도 됐을까?
얘들은 잎이 다 시들어 떨어지고 앙상해진 와중에도 번식이라도 하려고 필사적으로 꽃을 피웠다. 아지트에 갈 때마다 어디에든 꽃이 안 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종말 이후에 다시 찾아가 보니 호박의 흔적은 깔끔하게 삭제되고 없었다.;; 꽃이 하나도 없는 풍경을 보니 현타가 왔다.

호박은 물론이고, 끈질긴 앙숙 겐세이 라이벌(?)이던 환삼덩굴까지 모조리 시들고 죽어 없어졌다. 잡초 특유의 미친 번식력과 성장 속도도 강추위 앞에서는 장사 없구나.
하긴, 얘들도 이미 1~2주 전부터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앙상해지고.. 예전처럼 힘들게 뽑고 자를 필요가 없어지는 징후 변화가 있긴 했다.

물론 잡초들은 자기는 죽어도 이미 씨를 주변에 수없이 많이 퍼뜨린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듬해에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하면 후세가 어김없이 또 돋아날 것이다.
지난 여름에 여기가 물에 잠겨서 온통 진흙탕이 되고 내 호박은 거의 다 익사해 버렸을 때 말이다. 환삼덩굴은 그래도 뭐 2~3일이 채 지나기 전에 곧바로 시퍼렇게 파릇파릇 싹이 저절로 났다. 그걸 보고 개인적으로 경악했었다.

호박은 매번 새로 씨 뿌리고 가꿔야 하는데.. 그나마 농작물 중에서 손 덜 가고 알아서 잘 자라는 축에 드는 호박조차 그러한데.. 잡초는 씨가 무슨 쌀알 모래알 깨알이냐..?? =_=;;
잡초와 해충을 생각하면 생명 자연발생설이 진지하게 믿어질 지경이다.

근데, 호박 몸체가 사라지자.. 뜻밖의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웬 귤 정도 크기의 열매가 저렇게..;; 정말 상상도 못 했다.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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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이 늦었는지, 줄기고 열매고 다 누렇게 죽어가고 있었고, 열매는 만져보니 물렁물렁했다. 날씨가 따뜻했으면 얼마나 더 크게 잘 자랐을까??
그래도 썰어 보니 막 상하고 썩었거나 못 먹을 상태는 아니었다. 썰어서 라면에다 넣어서 냉큼 먹어치웠다.

그로부터 엿새 뒤엔 진짜 아무 기대도 안 하고 현장을 다시 찾아갔는데.. 그야말로 돌아온 탕자요, 삼풍 백화점 마지막 생존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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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대체 어디서 언제 그렇게 늠름하게 자랐냐.. 어째 지금까지 눈에 안 띄고 잘 짱박혀 있었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줄기에 멀쩡히 붙어 있었다. 외부에서 굴러온 게 아님)
엿새 전에 먼저 발견됐던 놈보다 더 크고 상태도 더 좋다~!!

애호박이 아니라 폭삭 늙어버린 호박을 이렇게 우연히 발견했으면 가히 "심봤다" 급의 횡재였겠다만.. 저것만으로도 어디냐.
호박은 암꽃이 보이는 족족 꽃가루를 묻혀 주면 이렇게 나중에 보답을 한다!! 2~3주 가까이 전에 수분해 주고는 나도 잊어버린 아이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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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기와 노출된 윗부분은 얼어서 좀 물렁해졌지만, 그래도 땅 쪽은 그런 기미 없이 단단하고 상태가 아주 좋았다. 이런 것도 온도 차이를 만드는구나.
썰어서 볶음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호박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에게 이렇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구나.
지난 11월 초에 그래도 낮 기온이 잠시 15도까지 올라가면서 역대 최고 따뜻한 11월이 기록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잠깐이나마 호박이 자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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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잘 가라~ 그 동안 고마웠다." 한 해 동안 호박이 자랐던 아지트에서 잠시 감사의 묵념을 하고 거수경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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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호박밭이 오늘의 캠핑장이 됐다. 잡초까지 다 죽고 없어지자 여기는 평평한 잔디밭처럼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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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얘가 본인이 강변 아지트에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제대로 된 암꽃이었고, 마지막 인공수분 대상이었다. 날짜는 11월 4일이었다. 얘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으니 제대로 못 자라고 졌을 것이다.

3. 늙어 가는 호박

올해는 옥상과 강변을 통틀어서, 여름과 가을을 통틀어서 수분 성공해서 아주 작게라도 호박 열매를 본 건 30여 개쯤 된다. 그러나 테러· 도난· 자연재해, 자연낙과로 인해 그 중 1/3 가까이를 날렸고, 나머지가 수확의 기쁨으로 돌아왔다. 아, 여름 폭우 이전엔 잎도 150장? 200장? 가까이 땄었는데 말이다.. ^^

열매 중에서 뭔가 사과· 배보다 커진 건 10여 개, 그리고 늙은 호박으로 변하려는 티라도 난 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듯하다. 그래도 2년 전처럼 3kg이라도 넘는 큼직한 아이를 얻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딱 한 번 폭우로 인한 단절만 없었어도.. ㅠㅠㅠ

시퍼런 애호박은 그대로 방치하면 물러지고 상하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 그러나 적당히 껍질이 성숙한 애호박은 놔두면 누렇게 익으면서 늙은호박으로 바뀐다.
내 경험상 물러지는 건 겉부터이고(특히 꼭지 주변부터), 누렇게 익는 건 정반대로 중심부 속부터다.
나중에는 중심부는 텅 비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호박이 다른 과채류에 비해 엄청 커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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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에 땄던 이 아이는 강변이 아니라 옥상 출신이다. 따던 당시에는 그야말로 시커멀 정도로 짙은 초록이었는데.. 바닥부터 색깔이 누래지더니 한 달 정도 뒤엔 이 정도로 변색됐다. (10월 중순 ~ 11월 중순)
반들반들하고 단단하고 적당히 무게도 있어서 만지면 무슨 도자기 같은 느낌이다.
호박이 익는 건 굳이 줄기 본체로부터의 공급이 없이도 내부 자체적으로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 사 온 호박

지난 10월부터 호박죽을 꾸준히 쑤어서 잘 먹고 있다. 내 방엔 이런 아이들이 잔뜩 있기 때문에 난 외롭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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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직접 껍질 벗기고 썰면서 호박과 온몸으로 교감하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얘들도 그냥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키우고 수확한 것이었으면 더욱 애착에 갔을 텐데 말이다.
어떤 아이는 주름이 적당히 생겨 있지만, 어떤 아이는 유난히 쭈글쭈글 깊게 패여 있다. 이런 것도 품종 차이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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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덩치는 어지간한 늙은 호박 크기인데, 겉표면까지 익지는 않았는지 겉은 초록색인 아이가 있다. 완전히 늙은 호박보다는 보관성이나 상품성이 떨어지는지, 값이 좀 더 싸다.
얘는 가만히 놔 두면 늙은 호박으로 바뀌지 않는가 보다.. 호박의 세계란 참..;;

호박 열매의 상태를 나타낼 때, 호박의 크기와 무게는 X축, 누렇게 익은 정도는 Y축으로 나타낼 수 있을 듯.. 둘이 골고루 올라간 게 아니라 한 축만 치우쳐서 올라간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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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은 왼쪽처럼 되고, 늙은호박은 오른쪽처럼 되어서 식탁에 오른다는 게 참 흥미롭다. 묽은 황산과 진한 황산이 특성이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9 08:35 2023/1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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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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