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전하는 군부대들
2010년대 이후부터 추세를 지켜보니, 서울에 있던 군부대들이 수방사 자체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면 다들 이전했거나 이전 예정이구나!
- 용산 미군 기지는 일부 사령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몽땅 평택으로,
- 남동부 끝자락 마천동에 있던 특전사 부대는 이천 마장면으로,
- 서초동 한복판에 있던 정보사령부는 안양의 군사 허브인 박달산 일대로.
이거 뭐, 롸임이 "간은 충청도로, 눈은 경상도로, 심장은 서울로.."같은 느낌이다. 사실, 지금의 서울 지하철들의 선형도 이런 군부대의 영향을 받은 채로 형성되었다.
용산 미군 기지: 여기는 막 높고 험한 산까지는 아니어도 '둔지산'이라고 불리는 약간의 언덕 고지대이다. 조선 시대에는 용산이 아니라 남산 기슭부터가 이미 한양의 끝이었고 군사 훈련장이 있었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군 병영이 들어왔으며 지금은 미군 기지가 들어섰을 뿐.
이 넓은 땅이 반환되면 앞으로 업무 지구로든, 공원으로든 어찌 활용될지 앞으로 기대된다. 얘를 피하느라 서울 지하철 4호선도 한강을 건넌 직후엔 어중간한 드리프트에다 1호선과 많이 겹치는 형태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천 특전사 부대: 지하철 5호선 종점인 마천 역이 지상 도로를 쭉 따라 큰길인 오금로에 못 생기고 커브까지 틀고서 생뚱맞은 마천 초등학교 골목길에 만들어진 주 이유가 근처의 이 군부대 때문으로 추정된다.
개인적으로는 아침 일찍 여기를 지나면서 기상 나팔 BGM 들으며 청량산을 올라서 남한산성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몇 달 못 가 위례 신도시 개발을 위해 군부대가 이전하고 없어졌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정보사령부: 법원과 서리풀 공원 일대는 지금까지 내가 갈 일이 없어서 딱히 관련 데이터가 없다. 거기도 직선으로 쭉쭉 뻗어야 할 길이 지금까지 군부대+언덕에 가로막혀 몇십 년째 봉인돼 있었다. 지하철들도(2, 7호선) 이곳을 피해서 커브를 틀고 있고.. 그래도 그 언덕을 뚫고 서울 강남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서리풀 터널'이 이제야 건설 중이다.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금천구청 역 바로 근처에도 군부대가 있었으며 군부대 진입 전용선 철길까지 있었다. 거기 있던 부대는 이전해서 나간 게 이미 2000년대 말~2010년대 초로 꽤 오래됐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부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울러, 군부대뿐만 아니라 인서울에 있던 지하철 차량 기지 중에서도 구로와 창동은 이전 예정이다.
지하철 차량 기지는 지축, 수서, 고덕, 방화, 신내 등 전반적으로 굉장히 외곽에 있는 편이다. 서울 최초의 지하철 차량 기지인 군자는 나름 시내 깊숙한 곳에 있는 편인데, 얘는 그래도 딱히 이전 얘기가 없다.
2. 울릉도와 제주도 신공항
울릉도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적당히 크며, 다리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본토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적인 행정구역 명칭이 있다. 울릉도는 그냥 경북 울릉 '군'이지만, 제주도는 잘 알다시피 그보다 더 큰 도 단위로 분리돼 있다.
울릉도는 공항이 없는 관계로 고정익기가 뜨고 내릴 수 없다. 옛날에 헬리콥터 기반의 여객기가 정기 취항한 적이 있었지만 아마 수지가 안 맞고 인명 사고까지 나는 바람에 나가리 났었지 싶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중형 버스 크기의 소형 프로펠러기라도 드나들 수 있는 공항을 만들려고 터 닦고 준비 중인가 보다.
한편, 제주도는 공항이 있긴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게 전세계에서 최상위권을 다툴 정도로 바쁘고 정신 없으며 더 확장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남쪽 서귀포시에 작은 트래픽을 감당 가능한 공항을 하나 더 만들자는 얘기가 진작부터 있었다. 뜬금없는 해저 터널보다야 차라리 공항 하나 더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일 것 같은데 이건 어찌 진행 중인가 모르겠다.
이렇듯, 울릉도와 제주도는 이렇게 위치 차이(경북· 강원권 vs 전남권), 독립 행정구역 단위의 차이(시/군 단위 vs 도 단위)와 공항 현황 차이(0 vs 1)가 있다. 6· 25 전쟁 때 울릉도는 전쟁의 여파를 전혀 겪지 않았다. 제주도는 비록 빨치산의 침투와 토벌 과정에서 4· 3 같은 사건은 있었지만 그때 따로 북괴 공산군이 상륙해서 섬을 또 점령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UN에서 최악의 경우에 제주도에 대만 같은 남한 망명 정부를 세울 생각도 했던 것이다.
3. 서울· 수도권 오지 내지 조밀도 생각
서울 강북은 북악산과 북한산 기슭에 있는 삼청동, 청운동, 평창동, 구기동, 부암동 같은 곳이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개발이 영구봉인된 오지이다. 중구라면 모를까, 종로구는 시내 도심만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은 아무래도 구룡산· 대모산 이남의 세곡동· 내곡동, 청계산 근처의 신원동, 원지동, 염곡동 같은 곳이 오지이지만.. 이미 아파트가 지어지고 야금야금 재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모습을 더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성남은 대장동, 석운동, 동원동 같은 곳이 오지이다. 아직까지는..
하남은 검단산의 동쪽으로 상수도 보호원으로 얽힌 일부, 그리고 서울과 하남 경계가 그린벨트이긴 한데.. 여기도 곳곳이 재개발 중이다.
서울의 서쪽으로 광명, 부천은.. 그냥 지역 경계 구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빽빽해졌다.
군포와 구리는 인구는 많을지 모르지만 도시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과천은 지도 상의 면적은 그럭저럭 존재감 있지만 청계산과 관악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사이의 좁은 시가지는 면적이 아주 작다. 과천선 철도 양 옆 구간 말고는 정말 별 거 없다.
4. 자잘한 섬으로 이뤄진 지역
우리나라의 해안· 항구 도시들을 보면, 아주 크고 두드러지는 섬(본토와 다리로 연결된 것도 포함)이 본진이고 그 주변의 작은 섬들까지 행정구역상 포함된 것(제주도, 울릉군, 진도군, 고흥군, 거제시..), 본진은 본토에 있고 주변의 작은 섬들이 거기에 덤으로 딸린 것(보령시, 영광군, 여수시)이 있다.
그런데 섬으로만 구성되었는데 딱히 두드러지는 본진이 없이 그것도 거리도 꽤 멀리 떨어진 섬들이 싸잡아서 한 행정구역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바로 (1) 전남 신안군, 그리고 (2) 인천 옹진군이 여기에 속한다.
목포 바로 옆의 압해도가 신안군으로서는 본토와 가깝고 군청도 있어서 나름 본진이다. 하지만 압해도는 신안군을 구성하는 다른 섬들보다 압도적으로 크지 않으며, 저 멀리 흑산도와 가거도(최서남단 오지!)까지도 행정구역상 신안군이다. 태양계로 치면 한 행성이 단독 궤도를 구성하지 못하는 소행성대나 왜행성 같은 처지이다.
옹진군은.. 오이도 남쪽의 화성시와도 붙어 있는 영흥도도 옹진이지만, 서쪽 최전방의 연평도와 백령도까지도 옹진군 소속이다. 이건 뭐 우리가 황해도 본토를 수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기 근처의 섬만 수복하다 보니, 행정구역이 좀 기형적으로 편성된 경우라 하겠다.
국가 차원에서 영토가 단독 주도적이지 않은 다수의 자잘한 섬들로 구성된 대표적인 예는 인도네시아이지 싶다.
인구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나라인데 국제적으로는 저기가 별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오세아니아 대륙과 가까워 보일 정도로 굉장히 남쪽에 있기도 해서 유라시아 대륙 문화권이라는 생각도 별로 안 들 정도이다.
5. 서울의 옛 영화 촬영소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답십리 사거리' 교차로의 동쪽을 보면, 배봉산의 남쪽 기슭 구간을 차지하는 거대한 고개가 있고, 그 고개를 '답십리로'라는 길이 횡축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그 길의 곁에는 딱히 업무· 주거 건물이 없이 언덕뿐이며, '답십리 공원'이 조성돼 있다. 동쪽으로 더 가야 야구 연습장이나 체육관 정도만 있다.
그런데 먼 옛날.. 1964년부터 1970년까지는 여기 일대에 영화 촬영소가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동대문구 체육관과 근처의 동답 초등학교의 부지에 말이다. 나라에서 만든 게 아니라 어느 대인배가 사재를 털어서 만들었다.
그래서 답십리 사거리의 동쪽에 나오는 교차로의 이름은 '촬영소 사거리'이다. 촬영소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됐다.
지금으로 치면 남양주 종합 촬영소 같은 곳이 서울에 있었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 뭐, 1960년대에 국산 영화에서 많은 걸 바랄 수는 없겠지만, 6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곳에서 무려 90편에 달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동대문구에서는 2010년대에 와서야 여기에 영화 테마 공원을 뒤늦게 조성하려고 계획 중이라 한다. 마치 중랑구에서 망우리 공동 묘지를 근현대사 체험 테마 공원으로 꾸미려 하듯이 말이다.
지명을 보면 그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마장(말을 키우던 곳), 잠실(누에밭) 같은 농촌스러운 지명은 조선 시대 같은 너무 옛날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오늘날 실감이 잘 안 간다. 뭐더라, 과수원에서 유래된 명칭도 있었는데.. 아무튼 그 시절엔 거기는 인서울 도시가 아니라 그냥 한양도성 안으로 보급할 물자를 생산하는 기지였을 뿐이다.
그에 반해 촬영소, 해방촌, 기자촌 같은 명칭은 그래도 일제 강점기 이후 대한민국 시절의 사연과 유래가 담겨 있으니 이질감이 덜하다. 이런 예가 더 있는지 앞으로 더 눈여겨봐야겠다.
참고로 동대문 운동장은 조선은 아니지만 일제 시대에 생긴 시설이다. 그리고 '충무로'는 영화 촬영소라기보다는 영화 제작사들이 많이 입주했던 곳인데, 지금은 영화보다는 인쇄소로 더 유명한 듯하다.
6. 영화에 등장한 가상의 지명
본인은 먼 옛날 대학 시절에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영화를 친구 컴을 통해 우연히 봤다.
그때는 본인이 한창 철덕이 되어 가던 시절이었는데, 마침 무궁화호 열차 씬과 함께 '용강'이라는 가상의 역이 나왔다.
경북선에 '용궁'이라는 역이 있긴 하지만 '용강'은 허구이다. 사실 충북선 소이 역(무배치간이)에서 역 바깥 장면을 찍었으며, 역 승강장 씬은 바로 옆의 음성 역에서 찍었다.
그 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부산행>(2016)의 경우, 맨 처음에 '진양'이라는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가상의 지명이다. 뭔가 우리나라 어딘가에 저런 이름의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나 보다. 기존 지명과 안 겹치게 이름을 그럴싸하게 잘 지었다.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아주 한적하고 차량 통행이 드물어서 영화 찍기에도 유리한 영동 고속도로 속사 IC라고 한다. 하이패스가 없으면 무인 정산기에다 느리게 지폐 한 장씩 넣으면서 통행료를 결제해야 한다.
본인은 이 승복 기념관을 찾아갈 때 여기를 지난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곳과 부산행 영화의 관련성을 아직 모르던 상태였다.
끝으로 철도와 관계는 없지만 <아저씨>(2010)에서 잠시 등장하는 차 태식의 집 주소 "서울 용산구 동자동 산 21"도 생각난다. 이 역시 당연히 실존하지 않는 주소이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끼워맞추면 서울 역과 남산 사이의 으슥한 허름한 주택가이다.
영화를 실제로 찍은 곳은 부산 매축지 마을이라는 '도심 속 오지'이다. 서울로 치면 무슨 금화 아파트, 시범 아파트 같은 그런 곳인데, 거기도 몇 년 뒤로 다 헐리고 재개발될 공산이 크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