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33 : 34 : 35 : 36 : 37 : 38 : 39 : 40 : 41 : ... 67 : Next »

* 예전에 썼던 글을 내용을 보충하여 리메이크 한 것이다.

1. 들어가는 말: 자전거의 브레이크부터

육해공의 모든 교통수단들은 가속 장치만 있는 게 아니라 제동 장치도 어떤 형태로든 갖추고 있다. 어찌 보면 잘 가는 것보다도 제때에 잘 서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일 간단한 교통수단인 자전거의 경우, 19세기쯤에 자전거가 단순히 앞뒤로 배치된 바퀴 둘에다 안장 달린 수레에 불과했던 시절에는 페달이나 체인뿐만 아니라 브레이크도 없었다. 땅을 발로 차서 가속하고, 제동도 발바닥으로 땅을 끌어서 했다. 굉장히 원시적이었고 신발에 무리를 많이 줬을-_-;; 것 같은데, 페달이 발명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브레이크도 응당 도입되었다.

이륜차의 브레이크는 잘 알다시피 양손 핸들에 두 개가 달려 있어서 각각 앞바퀴와 뒷바퀴에 대응한다. 자전거 정도야 림(rim) 방식이라고 타이어의 금속 테 부분에다가 브레이크 패드를 압박해서 제동을 거는 간단한 방식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접촉 부위가 물이나 흙먼지 등으로 오염되면 제동력이 쉽게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림 브레이크는 앞바퀴에서 주로 쓰이는 듯하다. 뒷바퀴는 다른 부분이 꽉 조여지면서 제동이 걸리는데 이건 무슨 방식이라 불리는지 잘 모르겠다.
고속 주행용 고급 자전거에는 크기만 더 작을 뿐 자동차의 것과 별 차이 없는 정교한 디스크 브레이크가 달려 있기도 하나, 너무 고퀄인 브레이크는 비싸고 무엇보다도 차체를 무겁게 한다는 단점도 있다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만큼,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평소에 서서히 멈춰설 때에야 취향대로 쥐기 편한 쪽의 브레이크만 편파적으로 써도 된다. 하지만 급제동을 걸 때는 편파적인 제동이 위험하다. 특히 자전거 같은 가벼운 이륜차는 뒷바퀴보다도 앞바퀴 급제동이 더 위험하다. 뒤쪽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확 들려 올라가면서 운전자를 앞으로 패대기(...)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전거는 오른손 브레이크가 앞바퀴이고 왼손이 뒷바퀴이던 것이, 2010년경부터는 방향이 바뀌어 오른손이 뒷바퀴와 연결되게 되었다. 사람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왼손보다 오른손 브레이크를 반사적으로 꽉 잡는 편인데, 그걸로 앞바퀴를 붙잡으니 더 위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인 2009년쯤에 보행자의 통행 방향이 오랜 좌측통행 관행을 깨고 우측으로 바뀐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륜차에도 단절적인 변화가 추가된 셈이다.

2. 자동차의 브레이크 -- 제동력 전달: 브레이크액(소형차) 방식과 공기압(대형차)

다음으로 자동차의 브레이크는 사람의 누르거나 밟는 힘으로 감당하기란 택도 안 되게 무거우면서 또 넘사벽급으로 빠르게 운동하는 기계를 신속하게 세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가 더 복잡하다.

자동차에 가속 구동축은 일반적으로 앞바퀴나 뒷바퀴 중 한 곳에만 있다. 모든 바퀴가 구동축인 차량은 오르막과 험지 주행 성능을 매우 중요시한 군용차나 일부 SUV 정도밖에 없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어떤 자동차라도 반드시 모든 바퀴에 달려 있다. 급제동을 편파적으로만 했다간 사륜 자동차도 옆으로 홱 돌아가는 등 이륜차만큼이나 큰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한 페달만 밟아도 이 모든 바퀴가 동등(일단은..)하게 제동이 걸리는 게 일면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건 브레이크액(소형차의 유압-배력 방식)이나 압축 공기(대형 트럭· 버스의 에어 방식) 같은 유체의 유압을 이용해 (1) 페달 밟는 힘을 각 바퀴의 모든 브레이크에 동시에 분산해서 전하기 때문이다. 엔진의 동력을 두 바퀴에 분산 전달하는 용도로는 차동 기어 같은 톱니바퀴가 쓰이는 반면, 브레이크에서는 저런 메커니즘이 쓰인다.

그리고 차량용 브레이크에는 어떤 형태로든 '엔진의 출력'을 동원하여 (2) 사람이 페달을 밟은 힘을 증폭시켜서 더 큰 제동력이 전해지게 하는 장치가 있다. 핸들의 파워스티어링에만 증폭 장치가 있는 게 아니며, 사실은 브레이크의 증폭 장치가 더 중요하다. 유압-배력 브레이크에는 엔진 압축 행정 과정에서 생기는 진공을 이용한 브레이크 부스터가 있고, 에어 브레이크는 아예 엔진 출력을 바탕으로 동작하는 압축 공기 챔버가 따로 있다.

그러니 자동차의 브레이크는 시동이 꺼지고 나면 마치 오르간 악기처럼 진공압 또는 공기압이 남아 있는 동안만 동작한다. 그게 다 빠진 뒤에는 브레이크 페달이 아예 밟히지 않는다. 급발진 폭주가 시작됐다고 해서 무작정 시동을 꺼 버렸다면 그 뒤부터는 핸들 잠기지, 브레이크도 동작 원천이 더 보충되지 않아서 일회용 시한부 인생이 되었음을 알고 유의해야 한다.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자전거 브레이크 같은 걸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엔진 동력에 의존하는 브레이크 말고, 차 시동이 꺼진 뒤에 멈춰 선 차를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하는 브레이크는 주차 브레이크라고 따로 있다. 요건 보통 뒷바퀴에만 달려 있는 편인데, 주행 중에 얘를 급하게 당겨서 차를 감속하거나 세우면 역시나 편파적인 제동으로 인해 차가 돌아가 버릴 위험이 있다. 그래도 차라리 뒷바퀴를 붙잡지 앞바퀴를 붙잡는 건 더 위험한 듯하다.

3. 베이퍼 락과 페이드

자동차의 엔진은 연료의 연소와 폭발로 인해 지속적으로 열을 받으며, 이거 조절을 위해서는 라디에이터와 냉각수 같은 냉각 계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으로 브레이크는 제동 과정에서 자기 패드와 로터 사이의 마찰로 인해 열을 받는다. (타이어와 지면 사이의 마찰열은 또 별개의 문제) 두 손바닥만 살살 비벼도 열이 나는데, 그 무겁고 빠른 자동차를 세우는 과정에서 열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급커브 내리막에서 짧은 시간 동안 브레이크를 수십 회 이상 너무 자주 깊게 오래 밟으면 브레이크 패드가 달아오르고 과열된다. 그래서 접촉면의 마찰이 작아지고 미끌미끌해져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왜 서지를 못하니" 상태가 돼 버린다. 이것을 페이드(fade) 현상이라고 한다.

이보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유압-배력식 브레이크의 경우, 브레이크액 자체가 섭씨 300도를 넘나드는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부글부글 거품이 일고 기화해 버린다. 그래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기화된 브레이크액이 스스로 압축되어 운동량을 흡수하고, 지시가 브레이크로 가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은 밟는 대로 쑤욱 밟혀 들어가는데, 제동은 전혀 걸리지 않게 된다! 이것을 베이퍼 락(vapor lock) 현상이라고 한다.

베이퍼 락과 페이드는 원인은 비슷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페이드는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했는데도 제동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베이퍼 락은 애초에 밟아도 제동 명령 자체가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브레이크액은 꼭 저렇게 혹사당하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변질되고, 수분이 섞이면서 끓는점이 점점 낮아진다(= 베이퍼 락이 더 쉽게 발생하게 됨). 그렇기 때문에 엔진 오일만치 자주는 아니어도 일정 주기로 교환이 필요하다.
냉각수는 혹한기에도 얼지 않아야 하며 브레이크액은 끓지 않아야 하니, 자동차에 들어가는 액체는 어떤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어 브레이크 기반인 대형 차량들은 베이퍼 락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디젤 엔진에 점화 플러그가 없듯, 에어 브레이크에는 브레이크액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에어 브레이크는 베이퍼 락 없고 제동력을 전하는 성능도 탁월하지만, 더 비싸고 큰 부품이 필요하고 압축 공기의 비축을 위해서도 엔진 출력이 상시 소모되기 때문에 천상 대형 차량용이다. (에어컨도 냉매 컴프레셔에서 전기든 엔진 출력이든 에너지 소모가 제일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버스를 타 보면, 신호대기로 인해 정지했을 때 기사 아저씨가 무슨 스위치를 조작하고 차에서는 "축~ / 취익!" 이렇게 공기 빠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 걸 볼 수 있다. (문을 여닫을 때도 비슷한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지만, 아직 문도 열리기 전이고 멈춘 직후에)
그건 그 잠깐 서 있는 동안에도 주차 브레이크를 채우는 소리이다. 버스는 주차 브레이크도 공기압 방식이기 때문이다.

에어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대형 버스· 트럭의 계기판을 보면 승용차에는 없는 '공기압' 계기가 있다. 이건 타이어의 공기압이 아니라 에어 브레이크에 비축된 공기압을 나타낸다. 주행을 하다 보면 압력이 올라가고, 엔진 회전수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올라간다. 그 반면, 빡세게 브레이크를 자주 밟다 보면 압력이 감소하여 바늘이 왼쪽으로 돌아간다.

쉽게 말해 이건 이 차량의 제동력의 비축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속도계· 연료계· 냉각수 온도계에 준하는 매우 크리티컬한 계기이다. 타코미터가 오른쪽 끝(지나친 고회전)에 레드존이 있다면, 공기압계는 마치 연료계처럼 왼쪽(고갈..)이 레드존이다. 굉장히 흥미로운 특성으로 보인다.

4. 자동차의 브레이크 -- 제동 방식: 디스크와 드럼

브레이크는 제동력 전달과 증폭 방식에서는 저렇게 유압-배력 방식과 에어 방식으로 나뉘고, 실제로 바퀴를 붙들어 물리적인 제동을 거는 방식에서는 디스크 방식과 드럼 방식이 나뉜다. 차축 주변에 크고 반들반들 윤기 나는 금속 원판이 보이고 타이어 휠의 비주얼도 그걸 다 노출하는 형태이면 디스크 브레이크이고, 그냥 꽹과리 내지 솥뚜껑 같은 작고 납작한 금속판만 보이면 드럼 브레이크이다. 그래서 옛날 차들과 요즘 차들은 휠의 디자인 트렌드도 차이가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옛날에는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앞바퀴는 디스크, 뒷바퀴는 드럼 방식 브레이크를 썼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지간한 승용차들은 100% 디스크이고, 경차 또는 반대로 트럭· 버스 같은 대형차들은 뒷바퀴 드럼을 고수하는 중이다. 드럼 방식은 디스크보다 가격 대 제동성능이 더 좋지만,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과열 위험(= 페이드 현상)이 더 높다는 단점이 있다.

유독 대형차들이 언덕길에서 갑자기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사고를 내는 빈도가 더 잦은 건 (1) 근본적으로 차가 워낙 크고 무거워서, (2) 워낙 저렴하게 혹사당하는 상용차이다 보니 주행 거리가 매우 길고 과적· 차량 노후· 정비 불량 등의 위험이 있어서 외에도 (3) 드럼 브레이크라는 점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 그러니 한여름에 긴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주행할 때에는 자꾸 페달만 밟지 말고 엔진 브레이크 같은 다른 보조 제동 방법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8/04/02 08:32 2018/04/02 08:32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74

1. 물과 공기의 차이

1기압에 온도가 20도대인 지구의 공기는 사람이 활동하기 쾌적한 환경이다. 기온이 체온에 근접하면 체열을 밖으로 제대로 내보낼 수가 없어서 더위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20도대의 물은 수영을 하기에 여전히 꽤 차가운 물이다. 물의 온도는 체온에 근접해야 그럭저럭 미지근하고 물놀이를 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7~80도대, 심지어 그보다 더 뜨거운 공기는 사우나에서 겪을 수 있으며 잠깐 정도면 버틸 만하다. 그러나 같은 온도의 물은.. 닿는 즉시 화상을 입는 뜨겁고 위험한 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온도라는 건 도대체 과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실, 인체 내부는 온도의 변화에 의외로 취약하다. 체온이 정상보다 단 몇 도만 더 높거나 낮아지면 사람은 정상적인 활동을 못 하고 앓아눕게 된다.

저온에서는 세포의 물질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사람이 추운 실외에서 이불 같은 거 안 덮고 그냥 자다간 그대로 동사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반대로 고온도.. 뇌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40도 정도만 돼도 생화학적으로 변성되고 맛이 가 버린다고 그런다. 여기에는 내부의 감기 같은 질병 때문에 열이 나는 것, 혹은 외부의 혹독한 무더위 때문에 열이 나는 것(열사병..)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소아 때 이런 열병을 오랫동안 겪는 건 굉장히 치명적인지라, 병이 나은 뒤에도 머리와 몸에 영구적인 장애가 남기 십상이다. 헬렌 켈러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는 한여름에 어린이집 교사와 운전사의 부주의로 인해 어떤 아이가 한여름 땡볕에 더운 차내에서 몇 시간째 방치되어 혼수 상태에 빠진 사고가 몇 건 나곤 했는데 그 애가 지금은 어찌 됐나 모르겠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더 끔찍한 얘기를 꺼내자면, "왕창 고온인 공기" vs "온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열전달 효율이 넘사벽급으로 높은 유체" 이 둘의 차이가 따지고 보면 화형과 팽형의 차이를 만든다. 새까맣게 탄 시체도 끔찍하지만, 검지만 않을 뿐 뻘겋게 익고 퉁퉁 불어 터진 시체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뜨거운 공기든 뜨거운 물이든, 작열통은 의학적으로 볼 때 신체 절단과 더불어 인간이 느끼는 가장 끔찍하고 괴로운 고통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경에서도 지옥이 괜히 결코 꺼지지 않는 "불"로 묘사되는 게 아니다. 주토피아에 나오는 것처럼 "ice them"이면 차라리 양반이지, 진짜 본좌는 "burn them"인 것이다.

수은주가 달린 일반 온도계를 펄펄 타는 불에다 던져 넣으면 재질에 따라서 불타거나 녹고 깨지고 파괴될 것이다. 그러나 펄펄 끓는 물에 넣어서 100도대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다. 이걸 생각하면 단백질로 구성된 인체(생체)만이 그런 저고온(?)에 굉장히 취약한 재질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다. 고온의 공기는 그나마 고온의 여파가 끼치는 '정도'가 덜한 매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뿐이다.

2. 습도

앞에서 물의 온도와 공기의 온도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은 사람이 공기 중에서 더위나 추위를 느끼는 것에는 공기의 온도뿐만 아니라 잘 알다시피 공기에 포함된 습기도 굉장히 큰 기여를 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날씨가 더워도 굉장히 기분 좋게 더울 때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겨 40도에 근접한다면, 직사광선은 굉장히 뜨겁고 따가우며 땀 나고 더운 게 맞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그래도 기온만 높지 습도가 별로 높지 않다면 상황이 낫다. 밖에서 조금만 바람이 불거나 그늘에 들어가면 금세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해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온이 굉장히 신속하게 내려간다.

이와 반대로 습도가 높으면.. 낮 기온이 30도를 채 넘지 않고 심지어 해가 안 나더라도 푹푹 찌며 쏟아지는 땀을 감당할 수 없어진다. 땀이 나도 잘 증발하지도 않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최고로 치닫는다.
이런 날이 꼭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질 않고 열대야가 계속돼서 사람들을 고통에 시달리게 만든다. 에어컨은 온도가 아니라 습도를 낮추는 기능 때문에 더 필요하다.

습도라는 건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의 농도를 말한다. 물은 1기압에서 섭씨 100도에서 끓기 시작해서 몽땅 수증기로 바뀌며, 물의 끓는점이나 어는점은 잘 알다시피 공기의 압력에 따라 달라진다(고산 지대에서는 물이 더 낮은 온도에서 끓음). 물이 공기를 녹이고 있는 것만큼이나 반대로 공기도 수분을 함유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10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공기와 접촉하는 수면에서는 일부가 수증기로 증발하기도 한다.
이건 안개 내지 구름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건 수증기가 아닌 미세한 물 알갱이가 공기 중을 떠다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순수한 회색과 흑백이 교대로 촘촘하게 늘어선 디더링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물이 어떻게 이런 두 형태로 모두 존재할 수 있는지 난 완전히 직관적으로 이해를 못 하겠다.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습기의 한계라는 게 공기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습도에는 절대 습도와 상대 습도라는 개념이 따로 존재한다. 물이 온도가 올라갈수록 기체를 녹이고 있기 어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기 역시 온도가 올라갈수록 습기를 품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같은 양의 수분을 머금고 있더라도 온도가 올라가면 상대 습도는 더 올라간다. 겨울이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여름이 전반적으로 습한 것도 이런 상대 습도의 차이 때문이다.

3. 진공

그럼 물과 공기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 반대로 물과 공기가 전무하여 진공에 가까운 우주로 나가면 온도라는 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솔직히 말해 이 역시 난 잘 모르겠고 상상이 잘 안 된다.
공기 제로, 압력 제로, 습도 제로이다 보니 거기는 햇볕을 받느냐 마느냐에 따라 뻑하면 영하 1~200도와 영상 수백 도를 오르내리게 된다. 단지 그 온도의 여파가 지구 표면보다 훨씬 덜하다. 진공인 게 인체에 훨씬 더 해롭지, 온도 자체가 사람을 즉시 태워 죽이거나 얼려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 우주 공간에서 온도가 영향을 전혀 안 끼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위성은 뱅글뱅글 돌면서 몸체가 태양열을 골고루 받게 자세를 잡는다. 이거 조절 잘못해서 배터리가 과열이라도 되면 터지는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 수성이나 금성 같은 내행성으로 날아가는 탐사선은 커다란 양산처럼 생긴 차폐막을 앞에 두르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우주선 승무원들 역시 직사광선을 피해서 그늘 또는 저녁 시간대를 선택해서 주로 활동했다.
그러니 이런 정황들을 종합했을 때, 진공에서의 온도라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갈피를 잘 못 잡겠다. 일단 진공이라면 앞서 언급했듯이 각종 물질의 상태가 바뀌는 온도(끓는점, 어는점??)부터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형태로 바뀌어 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참고로, 사람이 우주에 맨몸으로 있으면 체내의 공기가 유출되고 체액이 끓어오르면서 신체 상태가 잠수병 이상으로 엉망진창이 되며, 수 분 이내로 의식을 잃고 곱게 질식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눈알이 튀어나오거나 몸이 풍선 터져듯이 터지면서 끔살 당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잘 훈련받으면 수 초 정도 동안 맨몸으로 우주 공간에 노출되고도 살 수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진공은 무중력과는 별개의 조건이다. 진공은 쇠구슬과 깃털이 똑같은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고, 무중력은 둘 다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물론 둘 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상황인 건 마찬가지이다만... 우주 개발 초기에 선진국에서 벌어졌던 여러 테스트· 훈련, 생체 실험-_- 중에는 진공을 버티는 것이 당연히 포함돼 있었다. 원심 가속기나 자유 낙하를 통해 흉내 냈던 무중력과는 별개의 코스이다.

4. 열이 전달되는 원리

온도를 변화시키는 열이 전파되는 메커니즘으로는 "대류, 전도, 복사"라는 세 종류가 있다. 이 개념 자체는 초· 중딩 과학 시간에 진작부터 배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심오한 개념이다. '열전달'은 전자기학, 뉴턴 역학, 양자 역학만큼이나 물리학의 엄연한 한 분야이고 공대에서 전공 필수 과목이다.

'대류'(convection)는 유체(주로 기체) 내부에서 온도의 차이가 나는 분자들이 물리적으로 직접 상하로 움직이고 돌면서 열이 골고루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바닷가에서 바람이 끊임없이 부는 것(땅과 물의 엄청난 비열 차이!), 화재 현장에서 불꽃이라든가 뜨거운 공기가 굳이 위로 솟구치는 것이 모두 대류 현상이다.
그러니 이건 가장 거시적인 규모의 열 전달이다. 분자간의 온도 차이가 아니라 단순 농도· 밀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확산'과는 다른 현상이다.

열은 매체가 저렇게 몸소 움직이지 않아도 전해질 수 있다. 펄펄 끓는 냄비의 영향으로 냄비 손잡이라든가 안에 넣어 뒀던 국자까지 뜨거워지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금속의 분자가 직접 움직일 리는 없으니, 이때는 직접 이동이 아니라 일종의 열역학적 '진동'이라는 미시 현상을 통해서.. 마치 소리가 전해지듯이 열이 전해진다. 이 현상을 '(열)전도'(thermal conduction)라고 한다.

진정 골때리는 건 가장 미시적인 현상인 '복사'(radiation)이다. 열은 전자기파의 형태로 아무 매질· 매체가 없는 곳에서도 퍼져 나가서 전해질 수 있다. 적외선이라고 다들 들어 보셨을 것이다. 애초에 전자기파는 파동 같기도 하고 입자 같기도 한 이상한 물건이니 말이다. 저 복사는 copy나 duplication과는 아무 관계 없고, '내리쬠'이라는 뜻이다.

'복사'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도 태양열이 지구로 전해질 수 있다. 음파(소리)는 순수한 진동일 뿐이기 때문에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퍼져 나갈 수 없고 속도도 훨씬 더 느리지만, 복사열은 위상이 빛과 같다.
전자레인지는 그릇은 별로 데우지 않고 안의 음식만 데우는 것이 무척 기가 막히고 신기한데, 이것만 봐도 열은 대류나 전도 같은 물리적인 접촉이 아니어도 직통으로 전해지는 게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복사는 도선의 전기 저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하고도 물론 다른 개념이다.

물을 끓이면 왜 물이 가만히 있질 않고 보글보글 사정없이 요동치는지, 무슨 근거와 원동력으로 저러는 걸까? 이건 열전달 내지 물질의 상태 변화와 관련된 여러 미시적인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리고 지표면에서 물과 공기뿐만 아니라 그 밑으로 땅 속에서도 물질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화산· 지진 같은 지질 현상이 발생하는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맨틀의 대류 같은 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의 자전은 아주 서서히 느려지고 있지만, 지구 내부는 지열 때문이든 자기장 때문이든 활동이 여전히 왕성하고, 옛날보다 오히려 더 활발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성경이 말하는 대로 지구 발 밑에 지옥이라는 뜨거운 장소가 있다면, 지구의 내부 구조와 양상은 타 행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열병합 발전소 -- 열전달과 폐열 재활용의 실제 사례

발전소 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수력· 화력이나 원자력 말고 '열병합'이라는 놈이 있다. 얘는 사실 화력 발전의 파생 변종이다.
물을 끓이고 증기 터빈을 돌려서 발전기를 가동하려면 열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 열이라는 게 열역학 이론적인 한계 내지 기술의 한계로 인해 전부 전력 생산에 쓰이지는 못한다. 거의 과반이 폐열로 버려진다. 딱히 재활용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8~90도에 달하는 뜨거운 물이 한 트럭이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 아무리 용을 써 봤자 100도 이상으로 실제로 펄펄 끓는 물을 한 컵만치라도 만들어서 증기 기관을 굴릴 수는 없잖은가? 그런 맥락에서 말이다.

전체 열량의 합이야 물론 90도짜리 물 한 트럭이 100도짜리 물 한 컵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에너지를 소비하여 열을 가해 주지 않는 한, 물의 온도 자체를 스스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열역학적으로 자연스러운 방향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열병합 발전소는 이런 어중간한 열이 담긴 온수를 수집해서 난방용으로 주변 지역에 공급해 준다. 전기만 파는 게 아니라 열도 판다. 전동차에 회생 제동이 있다면 화력 발전소에는 이런 열병합 시설이 있는 셈이다.

그럼 처음부터 모든 화력 발전소에다 열병합 시설을 추가하면 되지 않나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열이라는 건 폐열을 기껏 수집한다고 해도 무슨 태양 복사열처럼 간편하게 전해서 활용 가능한 게 아니다. 열이 담긴 물을 수송할 수 있는 거리에 큰 한계가 있다. 쟤들은 대류, 전도, 복사가 아니라 송유관처럼 '열배관'이라고 극한의 보온 시설이 갖춰진 비싼 특수 수도관에다가 온수를 공급하는 형태로 열을 전한다.

그러니 열병합 발전은 온수를 곧장 중앙 집중 난방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도시 위주로 소규모 화력 발전+열병합 시설을 갖춘 '지역 난방 공사'의 형태로 운영된다.
2018년 현재 경의선 곡산 역 근처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열병합 발전소의 자체 구비가 아니라 정식 화력 발전소와(한국 동서 발전 소속) 연계하는 대규모 열병합 발전소가 있다. 전국 유일의 인서울 화력 발전소인 당인리 발전소와 비슷한 격의 명물인 듯한데, 얘들도 얼마 못 가 더 외곽으로 이전하지 싶다.

그나저나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폐열이 담긴 온수(원자로 냉각용)가 나오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원자로를 소형화해서 대도시 근처의 지역 난방 공사를 운용할 수는 없으니(..; ) 이런 온수는 양식 같은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편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우주 기지와 마찬가지로 육지에서 최대한 떨어진 바닷가에 건설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말이다.

6. 차든지 뜨겁든지

"나는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이건 성경에서 예수님 말씀의 직접 인용일 정도로 유명한 문구(계 3:15)이다.
물론 성경의 저 문맥에서 제일 좁은 뜻은 양자택일하라고 해서 진짜로 '차가운 극단'으로 나가지 말고 "영이 뜨거운 가운데"(롬 12:11) 주님을 섬기라는 책망 내지 독려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나가 죽어!" / "학교 때려치우고 공장이나 가!" 이런 부모나 선생의 막말 꾸중이 진짜로 애더러 공장 가거나 나가 죽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듯이 말이다.

하지만 뭐, 좀 더 넓게 비유적으로는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이거 아니면 저거, 모 아니면 도 진영을 확실하게 골라서 화끈하게 살아라, 박쥐 같은 밍숭맹숭 회색분자 기회주의자가 되지 마라"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앞서 비유를 들었던 것처럼.. 폐열만 어중간하게 담긴 미지근한 물은 아예 펄펄 끓을 정도로 뜨거운 물이나, 얼음이 껴 있을 정도로 차가운 물에 비해서 효용이 낮다. 찬물과 더운물을 섞어서 미지근한 물을 만들기는 쉽지만, 미지근한 물이 저절로 찬물+더운물로 분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열을 가하든 냉각을 시키든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만큼이나 절대적인 사실이다.

그러니 "차든지 뜨겁든지 하길 원한다"란, "정체되거나 뒤쳐지지 말고 늘 전진하길 바란다", "아래로 떨어지지 말고 위를 향해 오르길 바란다" 같은 말을 "열역학적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쪽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는 비유를 동원해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밖에..

  • 학창 시절에 열역학을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비빔면을 끓여 먹을 때 이 정도 양은 물을 몇 번 헹궜을 때 면을 완전히 식힐 수 있을지를 숫자와 수식으로 모델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물에 대해서는 "10리터를 한꺼번에 끓이는 것보다 5리터부터 먼저 데운 뒤 나머지 5리터를 추가로 부으면 10리터 전체를 더 빨리 끓게 할 수 있다.", 심지어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언다" 같은 믿기 힘든 말도 존재한다. 물에다 날씬한 돌을 잘 던지면 수면에 몇 번 통통 튀는 것도 가능한데, 그것만큼이나 본인은 저런 현상은 어떻게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입증할 만한 지식이 부족하다.

  • 한국어는 '덥다'와 '뜨겁다', '춥다'와 '차갑다'의 차이가 존재하는 게 꽤 절묘한 것 같다. '덥다/춥다'는 사람이 느끼는 관점이고, '뜨겁다/차갑다'는 온도를 내는 해당 객체의 관점이다. "난 지금 덥다" / "난 뜨거운 남자다"처럼 말이다.
  • 물리라는 학문은 계속 미시적으로 파고들다 보면 결국은 역시 '파동과 입자'로 귀착된다. 그리고 직선이나 포물선이나 갖고 노는 게 아니라 결국은 삼각함수의 형태로 표현되는 진동을 논하게 된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한 미시세계 입자들의 끊임없는 불규칙한 운동.. 일명 '브라운 운동'은 어떻게 벌어지는지, 걔네들은 무슨 원동력으로 계속 운동하는지, 텔레비전의 백색잡음 같은 움직임도 왜 발생하는지.. 따지고 보면 참 궁금한 게 많다. 이런 것도 열역학과 전혀 무관한 게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3/19 08:36 2018/03/19 08:36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69

1.
10여 년 전, 본인이 MMORPG 게임을 개발하던 회사에서 병특 복무를 하던 시절에는 주된 업무 주문이 기존 제품을 WOW와 더 비슷하게 고치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 WOW가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은 회사에서 어쩌다 보니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게 됐는데, 주된 작업이 기존 제품을 다른 유명 SNS 앱과 더 비슷하게 고치는 것이다.

세상은 유행이 변하고 이런 식으로 돌고 도는 것 같다. 20년쯤 전에 Codeguru 같은 사이트에서 MFC CWnd 클래스를 상속받아서 온갖 기발한 UI 컨트롤 내지 MS Office 스타일의 도구모음줄을 만들어 올리고 테크닉을 공유하는 게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안드로이드에서 더 현란하고 기가 막힌 화면 전환, GUI 컨트롤을 만드는 게 유행의 뒤를 물려받아 있다. 또한 소스포지라든가 다른 사이트들은 다 망하고 개발자 관련해서는 오로지 스택 오버플로우와 github만이 본좌이다..

요즘은 소프트웨어로 엔드 유저로부터 수익을 내는 방식이 "특정 기술과 기능, 컨텐츠 자체에 대한 접근성" 자체는 아니어 보인다. 기술과 기능, 컨텐츠는 이제 너무 넘쳐나고 저렴해진지라, 정말 획기적이고 새로운 게 아니면 그닥 변별이 안 되는 것 같다. id 소프트웨어가 1990년대 옛날처럼 없던 그래픽 기술을 새로 개발하고 선보이면서 주목받지는 않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 대신 요즘은 다들 모바일에서 다들 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드는 대가로 수익을 내는가 보다. 이모티콘, 아바타 같은 것 말이다.

2.
카카오톡에서 그냥 있으니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기본 이모티콘들을 지금까지 써 왔다.
라이언인지 뭔지 알 게 뭐야? 난 그냥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의 '쿠마키치'=_=;; 짝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알고 보니 사자였구나. 갈기 없는 숫사자랜다~ ㅋㅋ

카카오프렌즈 이게 사이버 공간을 떠나서 봉제인형과 각종 캐릭터로 로얄티 받으면서 그야말로 돈을 빗자루로 쓸어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둘리· 호돌이처럼 옛날에 히트 쳤던 걸 제외하면 캐릭터 지지리도 못 만드는 나라인 걸로 본인은 알고 있는데..-_-;; 어째 이걸로도 돈줄을 성공적으로 텄구나.

영화나 만화처럼 뭔가 스토리가 있는 매체에서 유래된 캐릭터가 아니고,
앵그리버드의 동그랗고 눈썹 짙은 빨간 새처럼 인기 게임에서 유래된 것도 아니고..
그저 채팅 앱의 이모티콘에서 유래된 캐릭터가 이렇게 초대박을 치리라고는 난 절대로 예상할 수 없었다.

한낱 아스키 아트에 불과하던 이모티콘이란 게 그 다음으로는 찐빵 얼굴에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기호, 픽토그램 수준이었다가 이제는 거의 움짤 수준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이게 말을 직접 하기 난감할 때, 얼굴 표정과 므흣한 감정을 대신 전달하는 용도로 생각보다 유용하기도 하다.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의 썸네일 이미지도 있다. 그냥 동영상의 임의 구간 스틸 영상을 썸네일로 지정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고 문제 의식을 하나도 느끼지 않고 지냈는데.. 이것도 글자와 그림을 넣어서 귀신 같이 꾸며 주는 앱이 있다...;;

난 그냥 날개셋이나 우직하게 만들고 논문 써야지, 미래의 시장 판도를 예측하고 유행을 읽고 돈 벌 아이템 찾는 사업가 기질은 정말 아닌 것 같다.. ㅠㅠ

그나저나 애니메이션 이모티콘들은 gif도(꼴랑 256색) 아니고 플래시도 아니고(모바일에서 망함..) 도대체 무슨 기술을 써서 표현하는지 궁금해진다. 애니메이션 png 규격이 완성되기라도 했나..?

3.
프로그래밍 환경 내지 플랫폼을 처음부터 오랫동안 접하면 API나 방법론이 수시로 바뀌는 것 때문에 귀찮고 지저분한 일을 많이 겪게 된다. 안드로이드 내지 Cocoa API에서 숱하게 나오는 deprecated 경고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히 든다. 이러니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코드들을 아무거나 선뜻 믿고 쓸 수가 없다.

그런 시절을 몽땅 건너뛰고 모든 게 그럭저럭 갖춰지고 안정화된 뒤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면 지저분한 일을 겪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게 다 갖춰진 너무 방대하고 복잡한 프로그래밍 시스템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오늘날의 웹 내지 앱 개발 환경과 30여 년 전 GWBASIC 내지 끽해야 도스 API 인터럽트 프로그래밍 환경은 얼마나 극과 극으로 다른가?
Windows는 그나마 초딩 시절부터 내가 오랫동안 써 왔으니까 익숙해진 것이지, 내가 2, 30년쯤 뒤에 늦게 태어났으면 프로그래밍을 진로로 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옛날에는 컴퓨터 성능이 빈약하고 각종 소프트웨어 시스템도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했겠지만.. 그게 아무 이유 없이 단순한 건 아니었다. 성능 대비 기계값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비싸고 프로그래밍 관련 정보를 구하기도 더 어려웠다. 금수저 내지 최소한 중산층 집안이 아니면 아무나 컴퓨터를 접할 수 없었으며, 프로그래밍 저변이 지금처럼 널리 확대될 수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프로그래밍 여건에 관한 한 일장일단이 있다.

그 최첨단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가 그래도 기업· 연구소· 군대· 정부 기관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Google 같은 엄청난 검색 엔진이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만민에게 정보 접근성이 주어지고 차별이 사실상 없어진 것은 매우 다행이고 축복이어 보인다. 비록, 그 반대급부로 어린애들에게 음란물과 폭력물에 대한 접근성까지 너무 올라간 것은 좀 심각한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건 컴퓨터가 진지하고 심각한 일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도구로도 활용해도 돈벌이가 되니까 자본주의 내지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해 대중화가 된 것일 뿐이다. 돈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진 현상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염세주의 음모론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컴퓨터가 워낙 비싼 기계이니까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일단 컴퓨터 자체는 팍팍 뿌린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고 온갖 교묘한 우회 결제 수단으로(= 일시불로 기계값을 몽땅 내지 않아도 되게 오랫동안 찔끔찔끔..) 소비자 부담을 줄여서 말이다. 그 뒤 온갖 컨텐츠들로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게 소비자에게도 좋고 생산자에게도 좋은 것이다.

4.
미국이나 이스라엘, 인도 같은 나라 말고 유럽에서 나름 세계구급 IT 강국을 꼽자면 노키아와 리누스 토르발스를 배출한 핀란드가 떠오르는 편인데.. 옛날에는 불가리아도 한 끗발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이름의 요구르트 때문에 "생명 연장이라는 게 요구르트만 딥다 쳐먹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같은 개드립의 원산지라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저 나라는 요구르트만 개발한 게 아니라, 1980년대에 국가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나름 고급 IT 엔지니어 육성을 했다.
1989년 5월에 제 1회,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라는 게 최초로 개최된 곳도 미국이나 다른 유명한 나라가 아니라 바로 '불가리아'였다. 이 역시 생각할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양성된 컴퓨터 똘똘이들이 자국에서 자기 재능을 좋은 방향으로 쓰면서 돈과 명예를 얻는 인프라가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불가리아에서 컴퓨터와 관련해서 세계구 급으로 선한 게 개발되어 나온 게 없었다. 그 대신 불가리아 산 컴퓨터 바이러스들이 악명을 떨쳤다.
당장 떠오르는 건 DIR-II, 어둠의 복수자(dark avenger) 바이러스. 이들의 원산지가 바로 저 나라였다. 그러고 나서 1990년대 이후부터 불가리아의 존재감은.. 지금 다들 알려진 바와 같다.

그 먼 옛날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 비싸고 귀하던 IBM PC의 내부 구조와 도스 API, x86 어셈블리를 다 마스터 했고 컴공이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그랬는데 만들어 낸 건 고작 남에게 해를 끼치는 물건뿐이었던 거다.
지금도 북괴에서는 아무리 컴퓨터 똘똘이가 돼 봤자 하는 일은 당의 명령대로 오픈소스들 다 무단으로 베껴서 이상한 프로그램 만들거나, 중국으로 외화벌이 정보전사로 파견 나가서 사이버 범죄, 남조선 종북 여론몰이 같은 지저분한 짓밖에 없다. 그런 것과 비슷한 맥락의 안타까운 상황이다.

5.
전에 얘기한 적이 있던가?
본인은 초딩 저학년 때 8비트 컴, 중· 고학년 때 16비트 IBM 호환 PC, 중학교 때 Windows와 PC통신, 고등학교 때 인터넷, 대학교 때 휴대전화, 대학원 때 스마트폰을 순서대로 접했다.
대학교 때 기숙사에서 10Mbps 유선 랜을 처음으로 접했고, 2003년쯤에 무선 인터넷과 USB 메모리라는 걸 처음으로 접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부터 대학원 연구실을 시작으로 유선 랜의 속도가 100Mbps로 올랐으며, 그로부터 얼마 안 가 교내 네트워크 주소들이 공인 고정 class B ip 대신, 가변 사설 ip로 바뀌었지 싶다.
이제는 그냥 무선 인터넷으로도 신호가 좋은 곳에서는 늘 100Mbps까지는 아니어도 수십 Mbps의 속도가 나오고, 유튜브로 HD급 동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는 시대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충격적이다. PC통신으로 사진 한 장 받던 시절의 전송 속도와 지금 속도를 비교하면 말이다.

지금이 우주 정거장 관광 단가가 1억 원 근처까지 내려갔다거나,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영화가 묘사하는 세상이 오지는 않았다. 컴퓨터의 클럭 속도가 싱글 코어로 10GHz를 넘어간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SNS 미디어, 고화질 동영상과 더 새끈해진 글꼴, 각진 게 아니라 날렵한 외형의 자동차들이 시대의 변화를 대신 말해 주고 있다. 이것 말고도..

  •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엔 오지에서 운전을 하다가 차가 퍼지거나 사고가 나면 보험사 연락을 어떻게 했을까?
  • CCTV와 블랙박스가 없던 시절엔 교통사고 과실 비율 산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을 것이며(바퀴가 굴러가는 이상 절대적인 100:0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_-),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억울한 경우도 얼마나 많았을까?
  • 구글과 riss.kr, dbpia가 없던 시절에 도대체 학술 문헌 검색을 어떻게 하고 논문이란 걸 어떻게 썼을까? (일일이 도서관 찾아다니면서 실물을..)
  • msdn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스택 오버플로우와 검색 엔진이 없던 시절에는 도대체 생소한 플랫폼에 대한 프로그래밍 자료 검색을 어떻게 하면서 코딩을 어떻게 했을까?
  •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이더넷 랜선을 꽂는 건 동일한데 랜 카드와 내부 기술 기반이 뭐가 바뀌었길래 인터넷 속도가 옛날보다 10배 이상으로 뻥튀기될 수 있었을까??
  • 전자기파의 물리적인 특성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건 없을 텐데 텔레비전의 화질은 어쩜 이렇게 좋아졌을까?

이런 걸 생각하면 과학 기술, 특히 정보 통신 분야의 기술이 세상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바꿔 놓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전까지 몇몇 얼리어답터들이나 쓰던 PDA, 휴대용 MP3 플레이어가 휴대전화와 결합해서 스마트폰으로 탄생한 건 정말 2000년대의 혁신 중의 혁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크기도 작고 기능도 열악한 특수 목적 컴퓨터의 범주인 '임베디드'로부터 '모바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범주가 파생돼 나왔다. Windows CE가 Phone, Mobile 등 갖가지 브랜드로 재탄생해야 한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금이야 그냥 10이라는 브랜드로 통합됐고, 스마트폰 OS로는 안드로이드가 지구를 평정했다만 말이다.

물론 냉동 기술이나 플라스틱, 의학· 생명 공학처럼 굳이 IT에 속하지 않는 획기적인 기술도 있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쿼츠 시계는 기계식 태엽 시계를 가격과 성능 모든 면에서 쳐발랐고, LED는 백열등은 말할 것도 없고 형광등까지 쳐발라서 인류가 발명한 가장 고효율 광원을 달성했다. 핵 무기는 같은 무게의 재래식 폭탄에 비해 위력 계수에 0을 몇 개 더 붙였다.

이런 정도의 혁신이 앞으로 어느 분야에서건 또 나올 게 있으려나 모르겠다.
무탄피총, 실리콘 반도체를 능가하는 컴퓨터 소자, 자동차에서 현행 기계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무단 변속기나 반켈 엔진, 혁신적인 무선 송전이나 2차 전지, 핵융합 발전 같은 것 말이다.

6.
정보 통신 쪽 얘기를 계속하자면..
자동차의 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무인 단속 카메라와 무인 주차 시스템도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1990년대 중후반부터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런 게 없던 시절에는 과속· 신호 위반 같은 건 경찰관이 숨어 있다가 위반 차량을 강제로 불러다 세우는 식으로 단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기술은 길거리에서 도난· 수배 차량이나 세금· 통행료 상습 체납 차량을 즉시 잡아내는 데에도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이게 없었으면 컴퓨터와 행정 전산망이 있더라도 사람이 일일이 차 번호를 입력해서 조회해야 했으니 일이 얼마나 불편했을지 모른다. 스피드건이 생각보다 속도를 굉장히 정확히 측정해 주는 것만큼이나 신기한 일이다.

단순히 편해진 것뿐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시스템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뀐 것은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모든 것이 전산화되고 컴퓨터가 통제하는 세상에 대해 무슨 666 짐승의 표인 것처럼 공포심만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3/07 08:26 2018/03/07 08:26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65

1. 수태와 고통

성경에서 창 3:16을 보면.. "(하나님께서)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 고통과 수태를 크게 늘리리니..."라고 나온다.
본문을 주의해서 똑바로 봐야 된다. 저건 고통을 늘리고 수태도 별개로 따로 늘린다는 뜻이다. "수태의 고통"을 늘린다는 게 아니다.

물론, 인간만 타 동물과는 달리 산통이 커져서 "고통 중에 자식을 낳게" 된 게 그 늘어난 고통 중에 포함은 돼 있다. 하지만 본문이 말하는 바는 그것보다 더 포괄적이라는 얘기이다. 고통과 수태의 교집합이 아니라 합집합을 말한다.
수태도 늘었다고 했으니 인간의 배란 주기 같은 게 이때 더 짧아졌다거나 가임 기간이 더 길어졌을 수 있다. 생물학적 디테일은 그 이상은 뭐 불명.

2. 가인과 아벨

창 4:8을 보면.. "가인이 자기 동생 아벨과 이야기를 하니라. 그 뒤에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가인이 자기 동생 아벨을 치려고 일어나 그를 죽이니라."라고 나온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의 인과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연결한 나머지, 가인이 아벨보고 "우리 같이 들에 나가서 바람이나 쐴까?" 이렇게 작정하고 꾀었다고 '각색을 해 놓은' 성경 역본이 일부 있다. 각색은 성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소설에서나 할 것이지, 성경 본문에다가 있지도 않은 말을 그렇게 써 놓으면 안 된다.

얘기를 했다는 게 그 얘기를 한 게 아니다. 오히려 가인과 아벨은 종교적으로 진지한 얘기를 나눴으며, 어쩌면 다투기까지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한참 뒤에, 둘만 우연히 황량한 들판에 있게 됐을 때.. 가인이 갑자기 악마가 각성해서 아벨을 죽인 것에 가깝다는 게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성경에서 아벨을 단순히 폭행치사· 살인 사건의 가련한 희생자가 아니라, 믿음의 영웅이고 의인이고 순교자였다고 신약에서 굉장히 치켜세운다는 점이 단서를 제공한다. (마 23:35, 눅 11:51, 히 11:4)

3. 해산함으로 구원

딤전 2:15 "그녀가 해산함으로 구원을 받으리라" she shall be saved in childbearing 이건 무슨 말일까? 기독교인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표현인 be saved by/through faith, by grace와는 달리 저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고전 15:29 baptized for the dead와 더불어 바울 서신서에서 생뚱맞은 양대 난해 구절로 일컬어진다. 이 문제를 내가 풀어 나가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성경 자체의 용례: 성경에 save(d)라고 해서 언제나 지옥에서 건짐받고 죄로부터 구원받는다는 얘기는 아님. 마 24:13 같은 여러 예가 있음.
  • 영어 표현의 용례: be saved in X에서 X는 구원· 구출을 얻는 방법이나 수단이 아니라 구원을 받는 상태나 환경· 여건이라는 용례도 있음. the spirit may be saved in the day of the Lord Jesus 고전 5:5.
  • 영어 표현의 용례 2: 일단 childbearing은 성경 전체에서 단 한 번 저기에서만 쓰임. 여기 말고 출산· 해산은 travail, be delivered 등의 표현으로 쓰이며, 중립적인 심상이 아니면 늘 수고, 고통, 괴로운 뉘앙스와 함께 쓰임.
  • 딤전 2 자체의 주변 문맥: 딤전 2의 뒷부분은 고전 14의 뒷부분과 마찬가지로 남녀 질서를 얘기하면서 페미들이 싫어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여자는 남자에게 권위를 행사하지 말고 잠잠하고 복종하고..." 최초의 인류도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 죄를 지었지 않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맑은 정신과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 가운데 지내면.. 저렇게 뭔가 좋게 될 거라고 말한다.

또한, 전근대 시절에 출산은 여성의 너무 당연한 인생 통과의례였다. 애 못 낳는 건 합당한 이혼 사유이기까지 했다.
이 모든 성경 안팎의 정황과 배경을 감안했을 때, 저 구절은..
여성이 "맑은 정신으로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을 계속해서 잘 유지하고 있으면.. 여성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벤트인 출산과 관련된 여러 심리적인 고통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을 거라는 평이한 뜻이다.

창 3:16이 말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출산이 시 127:3이 말하는 진정한 태의 보상이고 축복이 되게 해 준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저렇게 딤전 2:15가 말하는 구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 산후우울증으로 산모의 자살 내지 영아 살해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 구절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남자의 의무인 군대에다 비유해서 각색하면... "니가 이렇게 공손하고 홀리하고 댄디하게 잘 살면 나중에 군대 가더라도 통제되고 억압된 환경을 잘 견디고 고참들하고도 잘 지내고 탈영· 자살의 충동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도 된다.
닥치고 "남자는 군대 갔다 오면(와야) 인간 된다"가 아니다. 여성의 출산· 해산 자체가 무슨 구원의 수단인 것처럼 그렇게 풀이하다가는 군대로 치면 바로 저런 꼴의 이상한 해석이 나오게 된다.

하긴 고전 3:15 '불에 의해 받는'도 불을 무슨 구원의 수단인 것처럼 이상하게 풀이하거나 번역해 놓은 성경도 있긴 하더라. 그건 연옥 교리를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

4. 좋은 두려움과 나쁜 두려움

성경에는 '두려움, 두려워하다' 이런 단어가 좋은 심상으로도 쓰이고 나쁜 심상으로도 쓰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두려워하느냐에 따라 심상이 달라진다.
먼저, 좋은 두려움의 예는 다음과 같다.

  • ... 순종하여 두려움과 떨림으로 너희 자신의 구원을 일하여 드러내라. (빌 2:12)
  • ... 이 은혜를 힘입어 우리가 공경하는 마음과 하나님께 속한 두려움을 가지고 받으실 만하게 하나님을 섬길지니 (히 12:28)
  • 두려움이 동반된 너희의 정숙한 행실... (벧전 3:2)
  • ... 너희에게 너희 속에 있는 소망의 이유를 묻는 모든 사람에게 온유함과 두려움으로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며 (벧전 3:15)

한편, 나쁜 두려움은..

  •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두려움의 영을 주지 아니하시고 권능과 사랑과 건전한 생각의 영을 주셨느니라. (딤후 1:7)
  •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과 가증한 자들과 살인자들과 ... 모든 거짓말쟁이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호수에서 자기 몫을 받으리니 이것은 둘째 사망이니라. (계 21:8)
  • 사랑에는 결코 두려움이 없고 ...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완전하게 되지 못하였느니라. (요일 4:18)

요약하자면,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언제나 의식하는 것, 누가 안 보더라도 전지전능하고 공의로운 하나님이 계신 것을 늘 인지하는 것, 그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바로잡는 것은 건전하고 좋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아닌 사람의 평판을 두려워해서 죄를 묵인하고 동참하는 것, 하나님의 성품을 오해해서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면모를 쓸데없이 걱정하고 두려워하여 영적 성장이 방해받는 것은 나쁜 두려움이다.

구원을 잃으면 어쩌나, 교회가 대환란을 겪게 되면 어떡하나 그런 걸 두려워하는 것은 대상을 잘못 설정한 나쁜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이다. 하나님의 훨씬 더 고차원적인 성품을 두려워하면서 현실에서 당장 자기 앞에 놓인 십자가나 잘 지고 가면 될 것을, 저건 가히 엄청난 삽질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계 21:8에서는 '두려워하는 자'가 살인자, 우상숭배자, 가증한 자와 완전히 동급으로 취급되어 불 호수에 던져진다는 극언이 나온다. 아니, 단순히 뭔가를 두려워하는 게 그 정도로 심각한 죄이기라도 하나? 킹 제임스 이외의 성경 역본들은 coward 겁쟁이, 비겁자로 말을 바꾸기도 했는데, 뭐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다. 사람이 비겁해지는 것도 결국 두려움 때문이니까.

이건 영적으로 악하기까지 한 쓸데없는 두려움으로 인해 우물쭈물 하다가 복음을 거부하고, 거의 구원받았지만 결국 구원받지 못한 죄인의 말로가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당장 세상적으로 보기엔 착한 사람, 불쌍한 사람도 이것 때문에 지옥 가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런 두려움은 정상 참작 요인이 결코 되지 못한다. 그러니 성경에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만큼이나 "두려워하지 말라"도 엄청 자주 나오는 것이다.

5. 눈과 우박의 곳간

"네가 눈이 있는 곳간에 들어간 적이 있느냐? 혹은 네가 우박이 있는 곳간을 본 적이 있느냐?" (욥 38:22)

지구과학 내지 기상학에서는 그냥 공기 중의 수증기가 먼지와 응결해서 구름이 됐다가 얼어서 눈이 내리고.. 그게 상승과 하강을 반복해서 더 큼직한 얼음덩어리가 되면 우박이 되는 것이라고 관찰하고 설명하는 게 전부이다.
그런데 성경의 묘사는 하나님이 무슨 음식에다 소금이나 후추 뿌리듯이 곳간에서 하얀 가루를 꺼내서 촥 뿌려 주면 눈이나 우박이 내리는 거랜다. 이 얼마나 대조적인가..;;

게다가 저 문맥은 그냥 애매한 서정적인 묘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욥에게 현피 요청을 하면서 하신 말씀의 직접 인용이다. "내가 땅의 기초들을 놓을 때 넌 어디서 뭐 하고 있었냐? 천사들이 노래하고 기뻐 소리 지르던 시절에 넌 뭐 하고 있었냐? 남자답게 일대일로 맞장 떠 보자."
이런 도발하는 얘기들과 함께 나오는 예시이다. 그러니 있지도 않은 걸 귀걸이 코걸이 같은 비유로 어물쩡 언급한 게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창세기만큼이나 욥기 자체도 실화일 리가 없고 누구의 주작일 거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많은데.. 글쎄, 그 사람은 야고보 사도보다 더 똑똑한 사람일까? (약 5:11.. 욥의 인내) 무슨 윌리엄(빌헬름) 텔처럼 실존하지도 않은 인물을 우리가 굳이 존경하고 본받을 필요가 있을까?

물이라는 물질도 얼마나 특이한지는 화학을 어지간히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얼음이 밀도가 더 내려가서 물에 뜨는 점이라든가, 굳이 끓는점에 달하지 않아도 일부가 혼자 증발해서 수증기도 되고, 또 심지어 물 알갱이가 그대로 공기 중에 존재하기도 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신기하기 그지없다.
수소 결합이 어떻고 하면서 분자와 원자 차원에서 물의 특성을 설명하기는 하나, 더 근본적으로 그게 어째서 그렇게 존재 가능한지 이유는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물은 해답을 알고 있다" 급으로 가는 건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판타지이다만 말이다.

성경대로라면 우주의 여러 별과 행성 중에서 지구는 정말 달라도 너무 특이한 행성이어야 한다. 지구만이 유일하게 물질이 순환하고 활발한 기상 현상이 발생하는 행성이고(비록 자전 속도는 점점 느려질지언정), 지구만이 속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뜨거운 장소가 있어서 지진파 결과도 타 행성과는 다르게 나오고.. 뭐 그런 게 있어야 한다.

무신론 과학자들이 외계에서 생명체 찾는 것에 열광한다면, 믿는 과학자들은 저런 지구의 넘사벽급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에 더 매진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3/01 08:32 2018/03/01 08:32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63

5. 제2 경인 고속도로의 동쪽 연장

우리나라의 서울과 인천 사이에 처음에는 경인선 철도가 건설되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 뒤엔 철길의 북쪽에 경인 고속도로가 생겼고, 또 한참 뒤에 1990년대에는 철길의 남쪽으로 제2 경인 고속도로가 개통했다. 제2 경인은 동쪽이 삼성산을 앞두고 끝나면서 행정구역상 서울을 경유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선의 상징성 때문에 '경인'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제2경인은 오리지널 경인이나 외곽순환처럼... 장거리 간선 고속도로가 아니라 그냥 수도권의 단거리 도시 고속화도로와 비슷한 위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도로의 서쪽 끝과 동쪽 끝이 연장되면서 그 위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

먼저, 서쪽은 인천대교와 연결되면서 사실상 공항 고속도로의 역할을 겸하게 되었다. 오리지널 경인 고속도로의 북쪽으로 공항 고속도로가 따로 지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리고 동쪽은 삼성산과 청계산 아래를 몽땅 터널을 뚫어서 근성으로 돌파한 뒤, 안양과 의왕을 지나 성남의 여수대로까지 연장되었다! 이 민자 구간은 따로 '안양-성남 고속도로'라고 부른다. 2017년 9월에 개통했다.

의왕과 성남 사이에는 이 고속도로가 기존의 외곽순환 고속도로와 매우 가까이 나란히 달리지만 새 길은 대부분 터널이기 때문에 서로 지상에서 마주볼 수는 없다. 지도를 보면 판교 운종동에서 아주 잠깐 지상으로 나올 뿐이다.
나중에 판교 분기점을 지나지만 지하로 통과하며, 기존 경부 내지 외곽순환 고속도로로 갈아탈 수는 없다.
용인-서울 고속도로(171)와도 갈아타는 거 없다. 단지, 종점을 앞두고 분당-내곡 고속화도로와는 갈아타는 연결로가 생기는 듯하다.

이 고속도로는 성남 시청 바로 근처에서 국도 3호선으로 바뀌면서 끝난다. 여기서 한참을 동남쪽으로 진행하면 광주시 초월읍에 도달하는데, 여기서는 중부 고속도로(35)와 만남과 동시에 광주-원주 고속도로(52)를 타고 계속 동쪽으로 갈 수 있다.

여기 사이 거리가 20km에 달하니 짧지는 않지만.. 수틀리면 고속도로 110과 52가 한데 만나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흥미로운 일이다.
철도 분당선이 겨우 분당-서울 전철이 아니라 이제 경기도를 두루 아우르는 거대한 순환형 광역전철이 됐듯, 110번 고속도로는 겨우 서울-인천이 아니라 경기도를 두루 아우르는 장거리 간선 고속도로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6. 하이패스 차단기, 코레일 개집표기

오늘날 전국의 고속도로 IC들의 하이패스 진입로에 딱히 차단봉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하여 통행료를 상습적으로 안 내고 튀는 악질 운전자 때문에 도로 공사가 골머리를 썩는 중이라고 한다.
과거에 하이패스라는 게 처음 도입됐던 시절에는 진입로에 여느 건물 주차장 입구처럼 차단봉이 있었다. 평소에는 내려가 있다가 차량의 하이패스 단말기가 본부와 통신이 정상 처리됐을 때에만 올라가곤 했다.

그런데 건물 주차장 출입구야 차들이 워낙 느리게 움직이니 그런 식으로 차량 진입을 통제하면 되지만, 고속도로는 그렇게 하기에는 차량이 너무 빠르게 달리는 중이라는 게 문제였다. 정말 악의 없이 기계 오류 때문에 인식이 안 된 건데도 차단봉이 안 올라가면 차가 차단봉과 부딪치는 사고가 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차단봉만 부수고 차량 앞부분만 좀 긁히면 차라리 다행인데, 운전자가 당황해서 차단봉을 피하느라 핸들을 옆으로 꺾으면 주변 시설물까지 다 부수는 더 큰 사고로 도지기 쉬웠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 공사에서 1차로 취한 조치는 부딪치더라도 차량에 상처를 주지 않고, 휠지언정 부서지지 않는 부드러운 훼이크 재질로 차단봉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마치 도로에 색만 칠해진 훼이크 과속방지턱만큼이나 초행 운전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은 여전히 준다. 오동작+회피 사고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관계 당국의 오랜 고민 끝에 하이패스 진출입로에서 차단봉은 모두 철거되고 사라지게 됐다. 설치하는 데도 돈 들고, 철거하는 데도 돈 들고.. 결국 예산 낭비라고 언론에서 까였다. 전국에 고속도로 나들목이 한두 개 있는 것도 아닌데..
얌체 운전자를 어떻게 잡아낼지는 따로 생각할 일이고, 일단은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현장 보존, 증거 확보, 과실 비율보다도 당장 차를 갓길로 옮기고 2차 사고를 예방하는 게 절대적으로 더 중요하듯이 말이다.

하이패스 차단봉 같은 지위와 운명을 지녔던 물건이 과거에 철도계에도 있었다. 바로 고속철 개통과 함께 주요역에 도입했던 지하철 스타일의 자동 개집표기이다.
이것도 나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도입한 것이었지만, 알고 보니 그다지 유용하지 않았다. 집어넣은 승차권이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는 걸림 현상이 잦았고, 또 승차권 자체도 항공권 같은 영수증 모양 내지 SMS· 홈티켓 등으로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저런 자동 개집표기가 무의미한 형태로 바뀌었다.

결국 자동 개집표기는 개집표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봉인되거나 아예 철거되기에 이르렀다. 이것도 언론에 보도되어 많아 까였었다.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차단봉과 정말 비슷한 처지로 보이지 않는가?

7. 버스 전용 차선 등~

경부 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로 인해 1990년대 중반에 국내 최초로 버스 전용 차선이 시행된 것으로 유명하다. 난 신탄진 IC 이북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팩트의 전부는 아니다. 평일에는 오산 IC부터이고, 주말과 공휴일에만 신탄진 IC부터이다. 그래서 신탄진과 오산 사이에는 파란색 버스 전용 차선이 실선이 아닌 점선으로 그어져 있다. 2017년 7월 말부터는 영동 고속도로도 신갈-여주 사이에 버스 전용 차선이 주말 한정으로 시행되었다. 시행 시간대는 여러 차례 변경을 거친 끝에 현재는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로, 남산 터널들의 혼잡 통행료 징수 시간대와 동일하다.

비슷한 시기인 1996년 초에는 서울 시내의 천호대로에도 중앙 버스 전용 차선이 첫 시행되었다. 하지만 고속도로의 버스 전용 차선과 시내의 버스 전용 차선은 중앙 1차로를 버스 전용으로 떼어 줬다는 점 외에 취지와 이념은 서로 차이가 있다.
고속도로의 버스 전용 차선은 보다시피 심야에는 시행되지 않으며, 9인승 이상 소형 승합차라도 6명 이상이 타면 통행이 허용될 정도로 유도리가 있고 관대하다. 그러나 시내의 버스 전용 차선은 노선 버스들만 통행 가능하며, 심지어 그런 버스들이 끊긴 심야까지 포함해서 365일 24시간 시행이다. 긴급자동차 정도가 아닌 한, 일반 차량 운전자들은 저 차선을 꿈에도 넘볼 생각 하지 말라는 뜻이다.

마이크로버스라도 정규 노선 버스라면 버스 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작은 마을버스들이 버스 전용 차선이 있을 정도의 큰 도로를 다니는 일은 없기 때문에 이 차선은 사실상 대형 버스들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을 보면 이 전용 차선을 다닐 수 있는 버스는 그냥 버스가 아니라 '노선버스'이다. 그러니 단순 학원· 교회 버스나 관광· 전세 버스, 사기업의 통근 버스는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소· 중형이 아닌 대형 버스라면 다 들어가는 것 같다.

경부 고속도로의 경우, 경기도 구간부터는 차들이 워낙 많고 혼잡하니 평소에는 갓길까지도 차량 통행용으로 개방해 주고 그 대신 대피소를 일정 간격으로 추가로 설치하곤 한다. 지금이 갓길 주행이 가능한지 여부는 마치 상하행 가변 차선 도로의 O X 표시 램프처럼 전광판이 별도로 해 준다.

옛날에는 고속도로의 일부 지점에도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고속· 시외버스가 정차하곤 했다. 지금은 휴게소 환승이 있지 그런 관행은 없어진 지 오래다.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비상용 활주로로 사용하던 관행이 없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옛날에 쓰이던 버스 정류장이 개조되어 졸음 쉼터 내지 비상 대피소로 탈바꿈하곤 한다. 고속도로의 내부 구조가 이런 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8. 그 밖에 고속도로 주행하면서 들었던 생각들

(1) 하이패스는 버스· 전철에서 환승 할인 교통 카드만큼이나 정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필수가 됐다. 고속도로는 폐쇄식과 개방식, 도로공사 구간과 민자 구간이 뒤섞이면서 요금 체계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고 있으니 하이패스 같은 거 없이는 이제 버틸 수가 없다. 이제는 하이패스 전용 IC도 등장하고 있으며, 현금 통행료 무인 징수기는 통과 시간이 정말 길고 불편하다.

돈 거래에 관한 한 현금은 동전이든 지폐든 절대로 기계 친화적인 매체가 아니다. 이건 동물의 다리는 바퀴와 달리 기계로 구현하기 아주 어려운 파트인 것과 같으며, 페이지를 넘기도록 제본된 책이 사람에게는 읽기 편한 형태이지만 스캔 뜨는 데는 아주 안 좋은 형태인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금 수납이 기계로 대체되고 나면 사람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고 불편해진다. 패스트푸드점에서든, 고속도로 톨게이트든, 지하철역 1회용 승차권 구입이든.. 예외가 없다.

(2) 난 옛날에는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칼치기 추월을 하는 스피드광 폭주족들만 미친놈 나쁜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1차로를 떡 버티고 정속· 저속 주행하면서 우측 추월을 강요하는 애들이 그보다 더 무개념 나쁜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체 상황이 아닌 이상, 추월 차로는 필요할 때 잠시만 이용하도록 하자~!
추월 차선을 딱 비워 놓고 언제나 좌측으로 예측 가능하게만 추월하면 독일 아우토반처럼 시속 200을 넘게 달려도 사고 잘 안 난다. 요즘 차들은 성능도 좋은데, 괜히 비현실적인 과속 단속 감시나 하지 말고 차로 분리를 더 적극적으로 계도· 계몽했으면 좋겠다.

(3) 휴게소의 주유소가 기름값이 생각보다 저렴한 게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미리 환전을 안 하고 공항에 가서야 환전하면 바가지를 잔뜩 쓰며, 열차 안이나 산 같은 현장에서 구매한 도시락은 비싸고 가성비가 안 맞게 마련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도 준비물을 미리 챙겨야지 거기 가서 잡상인을 이용하면 역시 바가지 쓴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기름도 시내에서 미리 넣어 가야 저렴할 텐데, 고속도로 휴게소의 기름은 그렇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ex-oil이라고 자체적으로 거품 없는 석유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덕분에 그렇다고 한다.

(4) 고속도로는 그러고 보니 유조차· 특대형 트레일러 같은 크고 아름다운 차, 위험물을 실은 차가 주행 가능하구나!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같은 시내의 여느 자동차 전용 도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인데 이를 지금까지 별로 의식 안 하고 있었다. 하긴, 고속도로는 그렇게 나라 먹여 살리는 자동차들을 당연히 통행시켜 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4.5톤을 초과하는 대형 트럭들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하이패스 단말기 장착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걸 본인은 지금까지 몰랐다. 고속버스가 하이패스 달고 잘만 달리고 있는데 의외다. 그러니 이런 트럭 운전자는 하이패스 카드를 제시해서 현금 취급 없는 통행료 결제까지만 가능하지, 톨게이트 무정차 통과는 할 수 없었다.
지금도 하이패스를 달더라도 톨게이트는 거의 기다시피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이유는 다른 기술적인 제약 때문은 아니고, 과적 단속을 위해서라고 함..

(5) 그나저나 영천-경주 구간 확장은 언제쯤 끝나려나.. 공사 때문에 갓길도 없고 하도 위험하고 사고가 나서 그런지 최고 속도 한계가 100에서 80으로 낮춰졌으며, 아예 예전에 없던 구간 속도 단속이 시행되고 "시속 80으로 달리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오글거리는 표어까지 붙었다. "이렇게 빌 테니 제발 과속하지 말고 천천히 가세요" 거의 이런 급이다..;;
고속도로의 상태가 주변의 국도(20, 4)보다도 못해진 상태이니 공사가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려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01/27 19:37 2018/01/27 19:37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52

1. 고속도로 개통 관련 에피소드

중부내륙 고속도로(45)가 주요 구간이 개통해서 서울-경주 갈 때 대전을 경유할 필요가 없어진 게 10몇 년 전 일인데..
2017년 6월 말엔 상주-영천 고속도로(301)가 추가로 개통한 덕분에 이제는 서울-경주 갈 때 대구· 구미를 들를 필요마저도 없어졌다.
사실, 거의 같은 시기에 저 301뿐만 아니라 제2경부 고속도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세종-포천 고속도로(29)도 포천-구리 구간이 개통했다! 이 좁은 땅에 알게 모르게 고속도로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하지만 저때 언론의 관심은 오로지 서울-양양 고속도로(60)의 전구간 개통에만 몰려 있었다. 그래서 29와 301은 존재감 없이 진짜 깔끔하게 묻힌 것 같다. 뭐, 저건 우리나라 최북단 고속도로인 데다 서울· 수도권 주민들의 휴가철 교통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니 임팩트가 더 클 수밖에 없긴 하다.

나 같은 자동차· 지리· 교통덕에게는 새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것이 무슨 새로 생긴 맛집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어느 지방에 무슨 맛집이나 카페가 생겼다고 하면 여자분들은 초점은 그 목적지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본인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중간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으음.. 뜬금없는 사실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 고속도로(120)가 서울-인천간의 주요 구간이 개통한 건 1968년 12월 21일이다. 하지만 서쪽 끝의 가좌동에서 인천항까지 6km 남짓한 구간이 마저 100% 완공된 건 이듬해(69년) 7월 21일이었는데..
이건 일개 고속도로 개통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구급 경축 이벤트와 날짜가 정확하게 겹쳤다는 걸 지금까지 전혀 생각 못 했다.
바로 아폴로 11호, 인간 최초의 달 착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을 아예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서 학교와 관공서가 놀았다.

한국은 인제 군사정권 하에서 산업화 찔끔 하고 짤막한 고속도로 '하나' 만들어서 좋아라 하고 있었지만 천조국은 이미 그로부터 거의 3, 40년 전부터 전국에 하이웨이가 거미줄처럼 깔렸으며 진작부터 마이카 시대가 시작돼 있었다. 그리고 1960년대엔 비행기를 넘어 아예 우주선을 만들고 인간을 달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공산주의 진영과 싸우는 스케일이 가히 넘사벽이었던 셈이다.
이때 국내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했으며, 이튿날 1면은 큼지막한 제목이 전부 '인간 달 착륙, 우주 시대 개막' 이랬었다. 그러니 경인 고속도로 전구간 완공 소식 따위는 그냥 싹 묻혔고 찾을 수 없었다.

2. 용인-서울 고속도로

2009년에 개통한 용인-서울 고속도로(171)는 위상이 꽤 독특한 물건이다.
얘는 2017년 현재, 전국의 고속도로들 중 유일하게 전구간이 다른 어떤 고속도로와도 직통하지 않고 고립돼 있다. 양 말단이 연결된 것이 없고, 중간에 타 고속도로로 갈아탈 수 있지도 않다. 얘는 무슨 바다를 건넌다거나 경북의 BYC처럼 지금까지 고속도로가 전무하던 오지를 개척한 게 아니며, 나름 수도권에 다른 고속도로들과 교차하거나 근처를 지나는 게 있는데도 말이다. (뭐 수도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오지에 속하는 그린벨트 지대 위주로 지나기는 하지만..)

얘는 안 그래도 민자이기까지 하니 뭔가 고속도로계의 유아독존 같은 느낌이 들며, 바다처럼 매우 넓긴 하지만 세계 다른 대양들과 통하지 않는 '카스피 해' 같은 호수를 보는 느낌이다. 하긴, '민자 고속도로'라는 개념도 영종도 다리를 경유하는 공항 고속도로 이후로 2000년대 중반에 대구-부산, 그리고 논산-천안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슬금슬금 도입된 개념이다.

용인-서울 고속도로가 혼자만 뻗어 있는 게 좋지 않았는지(창 2:18), 현재는 경부 고속도로와 교차하지만 분기점 없이 그냥 지나치던 곳에 '성남 JC'라고 일종의 '환승 통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판교 JC와 대왕판교 IC보다 약간 더 북쪽 지점이다. 이곳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헌릉까지 안 가고 경부 고속도로 라인에서 용인-서울 고속도로에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단, 얘는 사통팔달이 아니라 반쪽짜리로만 만들어진다. 용인(171)에서 서울(1) 방면으로(북쪽), 아니면 서울(1)에서 용인(171) 방면으로(남쪽) 동일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는 것만 가능하지, 용인에서 다시 대전으로 가거나 대전에서 방향을 꺾어서 다시 용인으로 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아울러, 얘는 북쪽 서울 방면은 그렇다 쳐도 남쪽은 왜 기존 고속도로와의 연결을 못 시킨 걸까? 동탄이나 오산 정도에서 경부 고속도로와의 분기점을 만들면 연계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거기까지는 아마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신경을 못 쓴 것이지 싶다. 저기는 안 그래도 휴게소도 전무한데 거대한 입체 교차로를 만드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그 대신, 하이패스도 있겠다, 앞으로는 이거 뭐 고속도로도 간접· 소프트 환승이란 게 도입될 것 같다.

3. 남해 고속도로, 고속도로의 지선

지난 추석 때 본인은 가족 여행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해 고속도로 일대를 운전할 일이 있었다. 서울· 수도권이 전혀 아닌 곳에 종축도 아닌 횡축으로 8~10차선급의 넓은 고속도로가 있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뭐 부산을 포함해 그 일대의 창원· 마산도 수도권에 준하는 대도시이니 수긍이 갔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함안-마산 구간은 길이 정말 많이 막히고 정체가 심했다. 알고 보니 여기는 원래 아주 악명 높은 구간이라고 한다. 교통 수요에 비해 길이 마땅찮아서 차들이 전부 여기로만 몰리기 때문이다.
그 안습한 철도라는 경전선도 동부 한정으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며, KTX가 지나고 그것도 승객 수요가 아주 많아서 장사가 잘 된다니 말이다. 슬금슬금 복선 전철화 공사도 진행 중이다.

요즘 고속도로도 전국 곳곳에 내가 모르는 새로운 번호들이 많이 등장하고, 특히 지선을 나타내는 세 자리 번호가 많이 눈에 띈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지선인 151처럼 말이다.
철도가 경전철이 트렌드가 되었듯, 이 좁은 땅에 고속도로도 굵직한 간선은 다 건설되고 이제는 촘촘한 지선을 만드는 게 트렌드가 된 듯하다. 그리고 남해 고속도로는 그 짧은 구간에 그런 지선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

철도에 동일 구간을 서로 다른 길로 진행하는 태백선과 함백선이 있듯, 고속도로 중에는 중부 고속도로의 경기도 구간(35)과 제2중부 고속도로(37) 쌍이 있다.
그런데 남해 고속도로에도 마산 시내를 경유하는 제1지선(102)과, 마산 외곽을 더 짧은 거리로 지나는 본선(10)이 이렇게 잠시 분기했다가 다시 만난다. 원래는 지금의 지선이(시내 경유) 먼저 남해 고속도로 구간으로 건설돼 있었지만, 그게 지선으로 바뀌고 나중에 건설된 외곽 지름길이 본선으로 편입된 것이다.

남해 고속도로의 제2지선(104)은 부산 서쪽 외곽의 김해 공항으로 빠진다. 그리고 제3지선(105)은 항구로 빠지기 때문에 일반 민간인이 여행 목적으로 이용할 일은 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2중부 고속도로도 지금 같은 37이 아닌 351이라는 지선 번호가 붙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맥락으로, 서해안 고속도로(15) 주변도 어느 건 둘째 자리수만 변화시킨 17이고 어느 건 아예 지선 번호를 붙인 153인지 좀 헷갈릴 지경이다.

4. 고속도로의 통행료 부과 방식

경부 고속도로의 경우, 가장 북쪽의 서울 시내 구간에 속하는 한남-반포-서초-양재 IC 사이는 엄밀히 말하면 경부 고속도로가 아니다. 입체 교차로와 방음벽이 쳐져 있고 도로 표지판에도 고속도로를 뜻하는 붉은 왕관 모양과 함께 고속국도 1호선이라고 안내는 돼 있지만, 거기는 그냥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서울의 여러 시내 자동차 전용 도로 중 하나일 뿐이다. 정식 명칭은 '경부 간선 도로'이다. 고속도로가 아니므로 여기만 통행하는 것은 아무 제약 없이 무료이다.

진짜로 경부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곳은 양재 IC 이남부터이다. 달래내고개 일대의 그린벨트를 지나고 외곽순환 고속도로와 교차하게 되는데, 여기는 일명 '개방식' 구간이다. 특정 구간이나 IC를 통과할 때만 고정된 액수의 통행료가 부과된다. 주변의 경인 고속도로, 외곽순환 고속도로는 IC가 조밀한 간격으로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일정 간격의 구간별로 톨게이트가 있다(전자).

그러나 경부 고속도로는 폐쇄식 거리 비례제로 요금제가 바뀌는 서울 톨게이트가 따로 있기 때문에 위와 갈은 형태의 톨게이트는 없다. 다만, 서울 톨게이트의 이북이고 그렇다고 무료 서울 시내 구간에도 속하지 않은 대왕판교 IC와 판교 IC는 서울 방면으로부터 진출할 때에 한해서 소액의 고정 통행료를 징수한다.

부산 방면으로부터 와서 판교로 나가는 거라면, 이미 서울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낸 상태이기 때문에 판교 IC에서 또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또한 판교 IC를 통해 부산 방면으로 진입하는 거라면 역시 서울 톨게이트를 곧 통과하게 될 것이므로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판교 IC의 통행료 징수는 전적으로 서울-판교 단거리 왕래를 대상으로만 적용되는 셈이다.

판교 IC 말고 판교 JC는 외곽순환 고속도로와 경부 고속도로가 만나는 분기점이다. 얘를 통해서 외곽순환 고속도로에서도 판교 IC로 나갈 수가 있는데, 이때는 비록 부산이 아닌 서울 방면으로부터의 진출이지만 청계나 성남 톨게이트처럼 인근의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냈다는 영수증을 제시하면 판교 IC에서 돈을 또 내지 않고 나갈 수 있다.
이건 대중교통으로 치면 일종의 환승 할인이나 마찬가지인 개념이다. 복잡한 규칙이지만 이것도 하이패스만 달고 있으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나가든 다 알아서 자동 처리된다.

판교 JC 역시 사통팔달 뚫린 길이 아니다. 외곽순환 고속도로에서는 경부 고속도로의 부산 방면으로만 나갈 수 있지, 서울 방면(양재, 한남)으로 나갈 수는 없다. 그리고 경부 고속도로도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 서울 방면 차량만 외곽순환으로 나갈 수 있지, 서울에서 부산 방면으로 향하던 차량이 외곽순환으로 갈아탈 수는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판교 IC도 외곽순환으로부터 유입되는 것만 가능할 뿐, 판교 IC에서 외곽순환 고속도로로 갈 수는 없다. 서울(여기서 통행료 내고) 또는 부산으로 경부 고속도로만 탈 수 있을 뿐.
저기 일대는 굳이 사통팔달 안 뚫어도 차들로 넘쳐나는 곳이니, 서울 일대에서 외곽순환이나 잠깐 타는 차들은 경부 말고 다른 대체 도로를 이용하라고 저렇게 막아 놓은 것 같다.

요렇게 개방식 요금제 구간에서 반쪽짜리 톨게이트를 굴리는 고속도로 나들목이 경부 고속도로의 판교 IC(서울 톨게이트 이전) 말고도 중부 고속도로의 하남 IC(동서울 톨게이트), 그리고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덕소삼패 IC(남양주 톨게이트)가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에는 그런 특이한 IC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고 나면 하이패스가 없는 차량은 통행권을 받으며, 진출하는 IC에서 통행권을 반납함과 동시에 이용 거리에 비례한 통행료를 낸다. 모든 차량이 하이패스가 장착되고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실시간으로 차량의 흐름을 파악하고 거리 비례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면 골치 아픈 개방식· 폐쇄식 같은 구분이 사라지고 통행권 발급과 현금 취급 같은 번거로운 일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넓은 톨게이트 부지도 필요 없어지니 거기는 공원이나 휴게소 같은 다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下에서 계속됨)

Posted by 사무엘

2018/01/25 08:29 2018/01/25 08:29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51

요즘 언론에서 제일 큰 주목을 받는 교통사고의 유형은 (1) 음주운전, (2) 졸음운전 대형차(버스, 트럭) 사고, 그리고 (3) 고령 운전자 사고인 것 같다. 일명 김여사 사고는 2010년대 초에 인천외고 운동장 사고와 인천대교 마티즈 사고 때 크게 논란이 일었다가 요즘은 잠잠해진 듯. 하지만 지난 2017년 여름에 발생했던 일산 백병원 차량 돌진 + 건물내 추락 사고는 오랜만에 또 발생한 김여사의 전형적인 운전 미숙 사고이다..;;

1. 음주운전

뺑소니와 더불어 죄질이 제일 나쁜 축에 들며 사람을 제일 빡치게 하는 사고이다. 이런 사고가 꼭 피해자는 차량 화재+몰살인데 가해자는 그냥 경상인 경향이 있다.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 가해자 처벌을 더 강화하라는 여론이 기세등등하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우리나라는 범죄자 인권에 너무 관대한 곳이어서 별 희망이 없을 것 같다. 이 글에서 음주운전 사고 사례는 생략하고, 더 소개하지 않겠다.

굳이 단속 기준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일단 대인사고가 났다 하면 가해자를 완전 작살을 내 줘야 할 것이다. 최소한 피해자 유족 측 변호사가 "저래 봤자 가해자는 고작 몇 개월~1년이나 살다 나올 텐데 그냥 합의해서 푼돈이라도 챙기시죠?" 이딴 식으로 유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기랄, 이게 나라냐? 오래된 생각이다.

2. 대형차 졸음운전

이건 2016년 7월의 봉평 터널 사고에 이어 작년에도 지난 7월에 경부 고속도로 상행선 양재IC 인근에서 거한 사고가 한 건 터지는 덕분에 또 이슈가 됐다.
버스와 승용차가 1차로에 엉겨 있길래 이것만 봐서는 "또 어떤 승용차가 자기 길이 막히니까 버스 전용 차선 침범하는 병신짓 하다가 뒤에서 달려오는 버스에 추돌 당했나" 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추돌 사고 자체는 2차로에서 발생했다. 오히려 버스가 웬일로 버스 전용 차선에 있지 않고 앞의 정체 구간을 못 본 채 앞의 승용차를 그대로 쾅 들이받고 타고 올라갔다. 승용차 과실 100%에서 버스 과실 100%로 원인이 완전히 반전되었다.

뒷차가 무게와 속도를 이기지 못해 앞차를 짓뭉개고 타고 올라가는 건 태생적으로 여러 객차들이 줄줄이 연결된 철도 차량의 중대한 충돌· 탈선 사고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렇게 될 정도이면 승객이 많이 죽거나 다친다.
"흰색 K5"가 졸음 운전 대형 버스에게 추돌 당해서 탑승자 전원 중상· 사망의 피해가 났다는 점은 봉평 터널 사고와 동일하다.

하루 10몇 시간씩 쉬지도 못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분들의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근본적으로는 물류비 교통비의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귀결돼야 할지도 모른다. 가해자인 운전사도 딸을 셋이나 둔 가장이고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무리하게 근무를 했다던데 말이다.

몇 시간 운전했으면 얼마 동안은 반드시 쉬라고 법으로 강제로 규정해도 현실에서는 빡빡한 운전 스케줄이 더 중요하고 제대로 지켜질 수가 없는가 보다. 운전 기사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처럼 버그와 싸우는 건 없지만 그래도 일정에 쫓기는 건 동일한가 보다.
물론, 아예 대형차의 최대 속도를 강제로 낮춰 버리는 건 미친 짓이며 개인적으로 적극 반대다. 자꾸 새 법을 만들고 규제만 더 넣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쉬는 걸 보장하는 법'부터 제대로 시행되게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영업용 차량을 쉴 새 없이 운전하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미친 짓을 할 리는 없으니, 음주운전은 주로 자가용 승용차가 저지르는 편이다. 그 반면, 졸음운전 사망 사고는 운전이 생업인 대형차 운전자가 내는 편이니, 가해자의 성격과 양상이 서로 다르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버스 전용 차선 침범은.. 자기 차가 제로백을 5초 만에 달성 가능한 제네시스 프라다 같은 급의 차라든가, 무슨 1분 1초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응급 환자를 수송하는 거라도 아니라면 꿈에도 시도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이건 단순히 단속에 걸리고 과태료 벌금 무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 생명을 거는 도박이기 때문이다.)

3. 고령 운전자

다음으로 이건.. 자가용과 영업용 차량을 딱히 가리지 않고 고령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손발 움직임 내지 판단 착오를 일으켜서 사고를 내는 빈도가 높아지는 편이다. 김여사처럼 '일부 예외적이고 운 나쁜 사례'만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2010년경이던가.. 면허를 4년 반 동안 필기 시험에서만 거의 무려 1000번 가까이 떨어진 할머니가 결국 턱걸이로 필기와 실기까지 간신히 합격했다. 이분은 전국적으로 매스컴을 탔고, 현기차에서는 축하한다고 이 어르신에게 경차를 한 대 기증도 해 줬으나..
저분은 그로부터 1년이 채 못 가 차가 반파되는 교통사고를 냈다고 한다. 그 뒤로 근황은 전해지는 게 없어서 알지 못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5년의 일인데.. 어느 70대 모범택시 운전기사가 서울 소공동 소재의 롯데 호텔에 차를 몰고 들어가던 중, 이거 뭐 졸음운전도 아니고 갑자기 몸이 말을 안 들었는지 화단을 들이받고 근처에 세워져 있던 고급 승용차들 4대를 연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 보도 자료 링크)

인명 피해 없는 접촉사고 수준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피해 차량 4대 중에서 제일 저렴한 싸구려 차가 그랜저였다는 거. 나머지는 포르쉐 두 대와 에쿠스였다..;;
수리 견적이 거의 5억 가까이 나왔으나.. 기사분은 대물 한도 1억까지만 보장되는 보험에 들어 있었고, 나머지 보상비는 고스란히 개인 부담이 됐다.

내가 알기로 택시나 노선 버스 같은 영업용 차량은 대 "인"은 I, II 보상 모두 무한대인 보험에 의무적으로 들게 돼 있다. 하지만 대물은 아니었나 보다.
저분은 처음에는 급발진 핑계를 대며 발을 빼려 했으나, 블랙박스 영상을 판독한 결과 그렇지 않고 순수 자기 과실 100%인 게 빼박 입증됐다.

그야말로 집안 뿌리를 뽑아도 갚지 못할 액수 때문에 택시 기사는 식음을 전폐하고 그대로 주저앉았고, 거의 자살을 생각하는 지경까지 됐다. 이건 뭐 거의 빚보증 잘못 서서 인생 조진 것과 별 차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 호텔 측에서 이 사정을 듣고는 보험 보상 범위를 초과하는 나머지 액수는 자기가 부담하겠다고 회장님이 초 대인배 조치를 취해 준 덕분에 구제를 받았다. (☞ 보도 자료 링크)

나름 모범 택시라는 것도 최하 5년 이상 무사고를 달성한 '모범 운전자'만 몰 수 있는 것일 텐데, 평생 쌓아 왔던 무사고 커리어를 저분은 저 사고 하나로 다 말아먹었다..;;
그러니 고령 운전자를 상대로는 적성검사를 더 자주 시키고, 일본처럼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쪽으로 인센티브 주고 장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젊은 애들은 철없고 객기 부리느라 사고율이 높아서 자동차 보험료가 비싸다지만, 반대편 극단의 노인은 다른 이유로 인해 사고율이 높은 게 현실이다. 다만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정말로 차가 없으면 안 되는 곳에서는 문제를 어찌 해결하면 좋을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고령자는 운전자로서 내는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보행자로서 신호 무시 무단횡단 교통사고도 좀 문제이다. 노인분들은 지금처럼 차들이 넘쳐나고 교통법규 준수가 절실하던 시절에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을 보내지 않았으며, 오랜 연륜에 따른 고집도 있어서 교통법규를 꼬박꼬박 잘 지키는 편이 아니다.

무단횡단을 할 거면 측면주시 잘 해서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남들과 다르게 잽싸게 건너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들은 몸이 민첩한 것도 아니니 문제다. 애초에 무단횡단도 빨간불 기다리는 게 귀찮다기보다는 횡단보도까지 쭉 우회하는 게 귀찮고 거동이 불편해서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 기타: 긴급 자동차 관련

출동 중인 구급차나 소방차 같은 긴급자동차는 재량껏 눈치껏 신호 무시와 과속, 중앙선 침범과 버스 전용 차선 주행이 허용되며, 막히는 길에서 양보받을 권리도 인정받는 등 여러 특례가 보장된다.
하지만 긴급자동차도 운이 나쁘면 사고를 낼 수 있고, 과실 비율에서 언제나 면책되는 건 아니다. 옛날에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에서 이런 사고 사례가 방영된 게 있었다.

(1) 사이렌 울리며 출동 중인 구급차가 있었는데, 교차로에서 좌우로 당장 차가 없는 걸 보고는 신호 무시하고 슬금슬금 직진했다. 하지만 그 왼쪽에서는 파란불 신호만 보고 계속 달려오던 시내버스가 있어서 결국 둘이 충돌했다.

→ 구급차는 정말 합법적인 긴급자동차였던 관계로, 드물게 우열 없는 쌍방과실 50:50이 나왔다. 자기 차량 보험사가 각각 상대방 차의 손해를 물어주면 된다. 사설 견인차가 사고를 냈으면 이런 판정은 당연히 못 받는다.

(2) 화재 신고를 받고 여러 소방차들이 대열을 지어 사이렌 울리면서 출동 중이었다. 그 행렬이 지나가는 걸 못 참고 어떤 승용차가 소방차 중 대형 물탱크차를 추월해서 그 앞에 바싹 끼어들었다.
그런데.. 교차로에서 소방차들이 좌회전을 시작했는데 하필 그 승용차 앞에서 노랑-빨강으로 신호가 끊겨 버렸다. 단속 카메라가 있었는지 승용차는 우물쭈물 하다가 정지를 선택했으나, 무거운 물탱크차는 곧장 정차할 수 없어서 승용차를 추돌했다. 승용차가 없었으면 물탱크차는 선두 소방차들을 따라 꼬리물기쯤 해도 아무 문제 없을 상황이었을 텐데.

→ 승용차의 입장에서는 하필 노란불 딜레마 때문에 참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구나 결과적으로는 소방차가 앞차를 추돌한 것이고, 크고 무거운 소방차보다 승용차가 훨씬 더 많이 부서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과관계로 볼 때 승용차가 공익을 수행하는 긴급자동차를 상대로 거의 민족 반역자 급의 너무 큰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당연히 100:0 나왔다. 이거 방영된 동영상의 밑으로는 악플도(승용차 운전자 욕) 작살나게 많이 달렸다.

* 기타: 운전 면허 시험장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사망 사고

지난 2016년 11월엔 도봉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참 어이없는 인명 사고가 났다. 시험을 치기 위해 배정받은 차량으로 가던 어떤 20대 여성이 다른 20대 남성 응시자가 탄 트럭의 앞을 슬금슬금 지나갔는데.. 이때 트럭은 출발 신호를 받고는 곧이곧대로 출발을 해 버렸다. 그래서 여성을 쳤다.

면허 시험장에서 차들이 무슨 쌩쌩 고속으로 달릴 리는 전혀 만무하다. 갓 출발하려던 상태였으니 곧장 사고를 감지하고 정지만 했으면 피해자는 기껏해야 좀 넘어지고 다치고 까지는 걸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지고 말았다. 가해자는 너무 놀라고 당황했거나 아니면 반대로 상황 파악을 못 했는지, 넘어진 피해자를 바퀴로 깔고 간 것 같다.

세상에 차량 급발진도 아니고, 어느 미친 음주운전자와 정면충돌을 한 것도 아니고, 대형 사고가 도무지 날 것 같지 않은 저런 곳에서도 사람이 사고로 죽다니 참 허탈하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는 총기와 맞먹는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에 저런 곳도 군부대 사격장에 준하는 군기와 안전수칙이 철저히 지켜졌어야 했다.
모든 총기는 장전된 것처럼 다루고 절대로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 말아야 하듯, 그와 동일하게 누구든지 차 앞을 얼쩡거리지 말았어야 했고 그러는 사람이 있으면 감독관이나 주변 직원이 철저히 제지했어야 했다.

내 발이 인도에 있다가 차도로 옮겨지는 순간이라면 반사적으로 측면을 응시해야 하며, 주차된 차들 주변을 얼쩡거릴 때는 보행자일 때든 운전자일 때든 왕창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어폰 끼고 스마트폰 들여다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심지어 무단횡단까지 하는 사람들은 안전불감증이 너무 심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멀쩡한 운전자를 인생 꼬이게 하지 말고 조심해야지. 사실 요즘은 블랙박스도 있고 해서 도를 넘는 막장 보행자는 마냥 약자라고 편드는 게 아니라 과실이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그래야 마땅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8/01/04 08:35 2018/01/04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44

1. 하나님/주께 속한 것들

  • 해석 (창 40:8)
  • 판단/심판 (잠 29:26)
  • 전쟁 (삼상 17:47)
  • 보복 (신 32,35, 시 94:1, 나 1:2, 롬 12:19, 히 10:30)

이런 거 한데 모아서 의미를 강론하면 심도 있는 설교 한 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아, 실제로 이런 설교가 나왔다.
위의 요소들을 종합하면, "목표는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하나님의 입장에서만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인간에게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2. 믿음에 대해서

평소에 아무리 영적이고 소위 말하는 신앙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상을 살면서 정말 최소한의 세상적으로 방어적으로 생각하는 게 있으며, 그로 인해 판단을 잠시 잘못하거나 하나님의 일을 불신할 수도 있다.

그 천하의 사무엘도 처음엔 이새의 맏아들 엘리압이 덩치 크고 잘생겨서 스펙 외모가 탁월한 걸 보고는 "이 사람이야말로 장군깜 대왕깜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때 기어이 하나님의 그 유명한 " '주'는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보느니라" 말씀이 나오게 됐다. (삼상 16:6-7을 꼭 보시길)

사도행전에서 베드로가 포악한 헤롯 왕에게 체포되자 교회가 정말 열심히 뜨겁게 간절히 기도했는데..
정작 기적이 일어나고 베드로가 진짜로 탈옥해서 찾아오니까 교회 사람들이 믿질 못했다. 여자애가 문을 열어 보지도 않고 달려와서 "저거 베드로 님 목소리예요!"라고 외치자 그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은 "너 미쳤구나?"였다. (행 12:14-15. "아니면 (죽은) 베드로의 천사의 목소리이겠지"라는 확인사살까지 나옴..)

5천 명을 먹이는 오병이어 기적 이전에 똑똑한 제자 빌립이 계산기 뚜드리면서.. "이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예산이 200데나리온, 1천만 원이 훌쩍 넘게 필요하겠는데요?"라고 말한 건
빌립이 특별히 믿음이 없거나 악의적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사무엘도, 저 초대교회 사람들도 저 상황에서 처음엔 당연히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우리가 죄나 잘못이라고 판단할 자격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다.
단지,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 곧장 자기 생각을 유연하게 고치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하면 된다.

계산기 뚜드리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고(눅 14:28, 31) 세상일을 소홀히 하라는 말도 아니고, 그냥 하나님 핑계로 내 일을 방관하라는 말도 아니다. 인간은 신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예수쟁이들도 평소에야 병 걸리면 병원 가고 백신도 맞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고 정상이다.

그 대신 세상 돌아가는 일이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라는 여지를 늘 고려하고 믿음을 전제로 깔고 살면 된다는 것이다.

3. 내가 믿는 것에 대한 흔한 부정적 편견과, 그에 대한 반박

(1) 구원의 영원한 보장
오해: 기쁜 소식 선교회, 일명 구원파..;;
반박: 저기서 무슨 교리를 가르치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원의 영원한 보장은 너무 당연한 얘기이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선행으로 구원을 얻은 게 아니기 때문에 자기 악행으로 구원을 잃지도 않는다. 일단 한번 예수님을 제대로 내 구원자로 영접만 했다면 말이다. 구원의 근거는 인간 쪽에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 쪽에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사람이라면 아주 예외적인 개막장이 아닌 이상, 죄에 대해서 결코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2) 왕국
오해: 여호와의 증인.. =_=;;
반박: kingdom은 지극히 평범한 성경 용어이다. 예수님이 지상 재림해서 이 땅을 다스릴 때에도 당연히 절대왕정으로 다스리지, 무슨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해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선거 유세할 일 따위는 없다. 개역성경에서 그냥 '나라'라고 번역한 단어들도 nation이 아닌 이상 kingdom은 '왕국'이라고 번역해야 정확하다.
멀쩡한 좋은 용어의 어감을 다 망가뜨려 놓는 집단이 공산주의자만 있는 건 아니어 보인다(인민, 동무..).

(3)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오해: 특정 성경 출판사, 특정 목사를 떠받드는 편협한 짓이다.
반박: 그건 KJV 유일주의를 반대하는 진영에다가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치졸한 논리이다. 그럼 그 사람들의 최종 권위는 그냥 특정 신학교 교수 내지 현대의 그리스어 히브리어 학자들일 뿐이지.

오로지 예수만이 유일한 구원자라고 믿는 종교가, 그 종교의 근거 경전이 단 한 종류만 완벽하게 보존돼 있고 나머지는 잘못됐다고 믿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또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셨다는 엄청난 얘기도 믿는데 말씀이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온전히 번역됐다고는 왜 못 믿는가? (저 말씀과 그 말씀이 서로 다르다는 태클은 사절)
내 신앙은 그 어느 집단이나 사람의 이익을 결코 대변하고 있지 않다.

(4) 간극 재창조
오해: 아담 이전의 인간, 귀신 따위를 가르친다.
반박: 전혀 아니다. 인간 문명만 6천 년이고 현 세상이 문자적인 6일 동안 창조되었을 뿐이지, 이전 세상은 더 오래 전부터 있었고 그걸 세속 과학이 말하는 긴 지질 시대 및 우주의 역사와 조화시키면 아무 문제 없다. 그리고 재창조는 기독교에서 당연하게 가르치는 사탄 마귀의 창조와 타락을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다. 아담은 최초로 죄를 지은 인간이지만 최초로 죄를 지은 인격체는 아니다.

(5) 세대주의
오해: 시한부 종말론을 조장한다.
반박: 세상에 끝이 있는 것 자체는 맞다. 단지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미래를 알 수 없고 끝이 없는 것처럼 신실하게 살다가 죽거나 들림받는 것이 바람직할 뿐이다.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도 있고 한편으로 맹렬한 보복과 "네 어린것들을 돌에 메어치는 자가 행복하리로다"도 있는 책이다. 성경의 저자가 싸이코 정신분열 다중인격자가 아닌 이상, 세대주의는 성경을 성경으로 풀이하고 성경에 모순처럼 보이는 구절, 우리에게 당장 적용되지 않는 구절들을 잘 분별해 주는 아주 건전한 성경 풀이법이다. 먼저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다음으로 영적으로 적용한다.

나로서는 계시록 20장에 거듭 반복해서 나오는 문자적인 1000년을 안 믿는 건, 창세기 1장의 문자적인 6일을 안 믿는 것하고 하나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성경에 논리·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고 일면 믿어지지 않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안 믿으면 된다. 성경이 말하는 바 자체가 그게 아니라고 주작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이다.

4. 음모론

믿을 가치가 있는 음모:

  • 이 세상의 영적 배후에 있는.. '빛의 천사로 위장한 세상의 신' (고후 4:4. 성경에 아예 대놓고 나와 있음)
  • 북괴의 대남적화 음모. 재래식 무기로 안 되니 비대칭무기, 남조선의 법조계와 교육계 적화, 나라 정체성 부정, 역사왜곡. 작은악과 필요악 교란. 민주팔이로 사회 기강과 체제 전복.
  • 철도청의 음모. 승객을 철덕 철도 중독자로 만들기 위해 과거 철도청에서는 코모넷에 외주를 줘서 새마을호 객실에다 Looking for you 곡을 주입해 넣음

별 영양가 없는 음모

  •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
  • 유대인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음모
  • 백신 제조 및 제약 회사들 음모

일고의 가치가 없는, 택도 없는 음모

  • 9· 11 테러는 자작극이다
  • 아폴로 계획 달 착륙은 NASA의 거짓 조작이다
  • 남북 통일을 원하지 않는 미국 일본의 음모, 친일파 음모, 뭐시기의 국정농단 음모 따위

5.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 초딩 시절에 4천~4500만이라고 배웠던 우리나라 인구는 5천 1백만을 넘어섰고, 옛날에 50억이라고 배웠던 세계 인구는 선진국들의 저출산 풍조에도 불구하고 80억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 지구 전체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340ppm쯤 된다고 배웠던 것이 이제는 400ppm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오존층은 파괴되는 걸 한창 걱정하던 시절과는 달리 많이 회복됐다고도 한다.
  • 언어학에서 한국어· 일본어에 대한 우랄 알타이 어족설은 부정되고 있다.
  • 한때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라고 배웠던 마리아나 해구 아래의 '비티아스 해연'(11034m)은 1957년에 행해진 러시아의 첫 탐사 이후로 재탐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질 않아서 당시 측정의 정확도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 어렸을 때는 곰팡이를 식물의 특수한 형태라고 배웠던 반면, 요즘은 이놈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계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로 분류되고 있다.
  • 난 어렸을 때는 김 구가 젊은 시절에 "국모의 원쑤"를 갚으려고 민간인으로 위장한 일본 육군 장교 첩자를 때려죽였다고 배웠지만, 사실 그건 생 날조이고, 김 구가 그냥 객기로 애매한 일본인 민간인을 죽인 흑역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한때 '청산리 대첩'이라고 배웠던 항일 독립군의 전투는 비록 우리가 전술적으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과연 정말 '대첩'이라고 불릴 정도의 압도적인 교환비로 이긴 것인지는 진위가 좀 의심받고 있다. 그 정도로 일본군이 졸전· 패전을 하고 학살당했는데 당시 지휘관이 문책되거나 본토로 지원 요청이 갔거나, 많은 시신이 수습되어 야스쿠니 신사에 간 정황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도 자기에게 불리한 역사를 대외적으로 조작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작할 이유가 없는 내부 기록에도 증거가 없으며 한국 내부에서도 전과 기록에 대한 과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용돼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선을 비하하는 근거로 즐겨 활용되던 지리학자 김 정호의 최후에 대해서 '주리 틀기+옥사설' 역시 21세기에 와서는 주작으로 여겨져서 부정되고 있다. 관련 증거와 기록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지도 작품이 잘만 전해져 내려오며, 지도의 제작에 관여했던 다른 관료들도 아무 처벌 없이 승승장구+자연사했기 때문이다.

뭐 이런 식으로.. 그 정의상 절대불변인 수학 공식이라든가, 우주가 뒤엎어지지 않는 한 절대불변이 보장되는 뉴턴의 법칙, 열역학 법칙 같은 게 아닌 한.. 세상 대부분의 학문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고쳐지고 보완된다. 심지어 고전 텍스트조차도 일본어· 영어를 거쳐서 중역되었던 것이 원어 직역으로 다시 나온다거나, 검열되었던 내용을 원래대로 다 넣어서 다시 출간되곤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추세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성경만은 그런 트렌드, 그런 연구 방법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믿는다. 오늘날 인간의 노력으로 성경 본문이 더 나아지고 있다거나, 새로운 해석, 더 정확한 해석이 나온다고 믿지 않는다. 그런 새로운 추세로 나왔다는 대안이란 게 기껏해야, 겨우, 고작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가 아니라 갈대밭을 건넌 것이다",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아담과 '스티브'였다", "가룟 유다도 사실 알고 보면 인간적으로 착한 사람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난 더욱 단호히 거부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성경이 전제로 깔고 있는 인간의 죄성과 근본 성품이라는 건 정말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만큼이나 6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없기 때문이다. 성경의 텍스트가 바뀌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죄인이 성경 말씀의 판단을 받아서 고쳐져야지, 인간이 성경을 업데이트 해야 할 필요나 이유나 당위성은 없다. 오늘날은 옛날처럼 성경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없애지는 않지만 성경 본문이나 해석을 변조하고 왜곡하는 시대이다.

다른 모든 텍스트들은 번역을 거칠수록 마치 jpg 손실 압축처럼 원래 의미로부터 차이와 왜곡이 커질지 모르나, 영어 킹 제임스 성경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는 본인은 다른 특례나 섭리가 있었다고 믿는다.

전에도 한 적이 있는 얘기이지 싶은데.. 이 '지구 안'에서는 저 수천 m 깊이에 달하는 암흑천지 바닷속이나 극지방, 심지어 화산 근처 등 일반적인 형태의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에서도 생명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구 밖 우주에서는 제아무리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 헤매도 생명 같은 건 코빼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증명이나 반증이 불가능한 신념의 영역이긴 하지만, 본인은 이것이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무신론 회의론자라면 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니 지구 밖에서도 기를 쓰고 생명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세상엔 이런 식으로 성경에 대해서든 신에 대해서든, 뭔가 우연 같아 보이지 않은 구석이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29 08:34 2017/12/29 08:34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42

1. 1공 시절

우리나라 헌정 체제의 변천사에 대해서는 본인이 이 블로그에서 몇 차례 글로 다룬 적이 있었다.
초대 대통령인 할배가 집권했던 최초의 1공화국 시절은.. 지금으로서는 뭐랄까 같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질감이 심하다. 대체역사물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그런 나라이다. 태극기, 한국어, 한글만 없다면 말이다.

이때 대통령은 생전에 군대의 근처에도 안 가 본 문돌이였고 군사 정권도 분명 아니었지만, 가난한 여건에다 극렬 반공 트렌드 때문에 나라가 막 자유롭다고는 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 지금과 같은 화폐 단위가 도입되고 마지막으로 화폐 개혁을 한 게 1962년,
  • 군대에 상병과 병장 계급이 추가된 게 1962년,
  • 공문서에서 서기 연호만 쓰기 시작한 게 1962년(더 옛날의 이 승만 시절 관보나 대한뉴스, 각종 법조문에서는 4천 몇백 년 하면서 단기 연호가 나온다~!)
  • 마지막으로 탈영병을 사면해 준 게 1963년
  • 부산이 전국 최초의 직할시로 승격된 게 1963년
  • 국가 차원에서 독립 유공자를 본격적으로 발굴해서 훈장을 추서한 게 1962년...

당장 떠오른 예만 나열해도 이 정도이니 지금의 우리나라 기틀이 상당수 다져진 건 확실히 박통 때부터라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나저나, 대통령 관저의 이름이 경무대에서 청와대로 바뀐 건 박통보다 미묘하게 전인 윤 보선 때 1961년..)

해방 이후 1962년 이전에 우리나라는 6· 25 전쟁을 전후한 1950년 8월과 1953년 2월에 화폐 개혁을 시행했다. 1950년이야.. 개전 직후 서울이 털리고 한국 은행에 보관돼 있던 현찰 뭉치들이 괴뢰군에게 통째로 노획돼 버렸기 때문에 그 돈은 당연히 국가 차원에서 무효화하고 유통을 금지시켜야 했다. 수능 문제지가 시험 전날에 외부로 유출된 것과 얼추 비슷한 상황이다. 새로 만든 돈은 부득이 일본에서 인쇄해서 수입해 와야 했다.

그 뒤 1953년의 화폐 개혁은 단위도 '환'으로 바뀌어서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용도로 쓰이다가, 훗날 1962년에 단위가 또 바뀌어 지금의 '원'이 정착했다. 개드립을 좀 치자면, 환에서 원으로 '환원'됐다.

할배 각하는 기본적으로야 크리스천이었지만, 자기 치적에 대한 자랑질도 했다. 남산과 탑골공원에 크고 아름다운 자기 동상을 세우고, 남한산성 근처 도로를 닦고는 자기 호를 따서 '우남로'라는 이름을 붙였다(지금은 헌릉로와 합쳐져서 없어짐). 1957년부터 하야 직전의 60년까지는 황금연휴 부근도 아닌 대통령 탄신일(3월 2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승만은 양력 기준 1875년 5월 1일생인데, 이 날짜가 그 당시 음력으로는 3월 26일이었던 것이다. 임시 공휴일은 그냥 일관되게 매년 양력 3월 26일에 시행되었다.

그리고 할배는 생일을 기리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환' 지폐에다 한복 차림의 자기 초상화를 집어넣었다(100, 500환). 처음엔 정중앙에다 집어넣었는데 지갑에 돈을 넣을 때 자기 얼굴이 접힌다는 걸 발견하고는 한쪽 끝으로 위치도 옮겼다. (그런데 소리만 '환'이지, 이때도 한자 표기는 여전히 '원'이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우리나라 지폐가 온통 조선 시대 '이씨' 인물만 너무 많이 집어넣었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먼 옛날에 대한민국 인물, 그것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인물을 집어넣은 적이 딱 한 번 있었던 셈이다. 전무후무 1공 시절에 말이다. 지폐에다 자기 얼굴을 떡 집어넣는 건, 나중에 군인 출신 대통령도 하지 않은 짓인걸.. 반쯤은 자기 자발적인 지시이고, 반은 부하들이 알아서 아부질 하는 걸 본인도 듣기 싫지는 않고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지 싶다. 대통령과 왕의 차이점에 대한 관념도 아직 드물던 시절이기도 했으니..

제1공화국 시절엔 남한 땅에서 미국처럼 서머타임(일광 시간 절약)이 시행되기도 했다. 미국이 단위 체계와 전압처럼 세계 규격과 달리 혼자 따로 노는 관행 중 하나인데.. 1960년대 박통 때부터는 폐지됐다. 그 서머 타임은 훗날 서울 올림픽을 하던 시절에 또 잠깐 부활했다가, 올림픽이 끝난 뒤부터는 다시 영구 봉인됐다.

2. 부산 잔혹사

우리나라 광역시들 중 대전은 공항이 없고(대전 대신 청주에..), 울산은 지하철이 없다.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대전은 포항· 울산 같은 네임드급 공장이 없는 대신(산업단지 자체가 없는 건 아님. 대덕구 대화동에..), 정부 청사와 각종 과학 연구소들이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1공화국 얘기가 나왔으니 그 시절에 특정 지역과 관련해서 기억나는 아이템을 하나 더 늘어놓아 보겠다.

부산은 앞서 언급했듯이 1960년대에 전국에서 제일 먼저 직할시로 승격됐으며, 서울· 평양과 더불어 한반도에 노면전차가 다닌 세 도시 중 하나이다.
6· 25 때 북괴에 점령당하거나 대판 전투가 치러진 이력이 없고, 오히려 안전한 최후방인 덕분에 임시 수도 본진 역할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부산은 전쟁과 지진이 없는 대신, 피난민 목조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던 와중에 화재 참화를 여러 번 겪었다.

1953년 1월 30일엔 영화로도 나왔던 국제시장에서 대화재가 나서 수천 채에 달하는 상가와 판짓집들이 다 타 버렸다. 하지만 이건 나중에 또 벌어졌던 화재들에 비하면 피해 규모가 약과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53년 11월 27일, 전쟁이 끝난 지 정확히 3개월 뒤엔 또 판자촌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시내 중심부로까지 번져서 부산 역, 방송국, 신문사까지 몽땅 불에 탔다. 이 때문에 부산 역이 철거되고, 오리지널 부산 역보다 1km 남짓 북쪽에 있던 초량 역이 지금의 부산 역 역할을 하게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54년 12월 10일과 26일에는 또 두 차례 대형 화재가 용두산 언덕 일대를 덮쳤다. 판잣집들 피해야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엔 휴전 뒤에도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서울로 아직 안 옮기고 부산의 모 창고에 보관해 놓고 있던 조선시대 어진과 유물, 문화재들 수천 점이 소실돼 버렸다.
국제시장, 부산역, 용두산 등등.. 다 비슷비슷한 지역이다. 열악한 닭장 같은 곳에서 살다 불 한번 나면 이렇게 작살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다가 5년 뒤에 1959년에는 땅, 불 다음으로 바람과 물 차례였다(이젠 '마음'만 남았나?-_-). 14호 태풍 사라 때문에 일대가 또 박살이 났으니, 1950년대에 부산은 제2의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살기가 참 잔혹한 곳이었지 싶다.

3. 1960년, 1980년의 올림픽

미국에서는 케네디 대통령과 링컨 대통령의 공통점 뭐 이런 괴담이 나돌았고, 또 1840년부터 1960년까지 20의 배수 년도에 당선됐던 대통령은 제 명에 못 살고 병사· 암살로 최후를 맞이했다는 일명 '테쿰세의 저주' 괴담이 나돌곤 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대한민국으로서의 역사는 아주 짧으며 정치가 아닌 스포츠 분야이긴 하다만, 20의 배수 년도에 참가했던 올림픽이 좀 뭔가 특이했다.

우리나라는 그 가난하고 열악했던 1948년 런던 올림픽 첫 참가 때, 그리고 전쟁으로 혼란스럽던 1952년도 올림픽에서도 복싱과 역도에서 메달을 따 오곤 했다. 그런데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현재까지 전무후무하게 메달을 단 하나도 못 따는 부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올림픽 선수단 대표이던 손 기정 단장은 삭발을 하고 귀국했다.

1960년대에는 국제 대회에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스포츠 행정 체계가 굉장히 미개하고 막장이었던 듯하다. 밥그릇 싸움과 부정부패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때문에 뉴스 기사를 찾아보면 손 기정은 1966년 방콕 아시안 게임 때도 선수단 단장이었는데, 이때는 나름 성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뭔가 심하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서 삭발 귀국을 단행했던 듯하다.

게다가 로마 다음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나름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수들을 파견한 것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성적은 꽤 부진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하에 박 정희 정권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스포츠 단체들을 통합하고 태릉 선수촌도 만들면서 엘리트 체육의 육성에 힘썼다.

지금 괴수들이 우글거리고 한국인 코치가 세계 곳곳에 활동하는 지경이 된 양궁조차도 처음부터 지금 같은 인프라가 갖춰진 게 절대 아니라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우리나라가 건국 이후 최초로 메달을 딴 분야는 역도와 복싱이지 양궁이 아니지 않던가??

뭐, 1960년대는 그렇다 치고 그로부터 20년 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짐작하다시피 우리나라가 애초에 보이콧을 해 버리고 참가를 안 했기 때문에 메달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산권 국가인 중국조차도 참가를 안 했다는 게 흥미롭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라고 해서 반드시 친소 성향은 아니니까..
세월의 변화를 느낀다만,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 여자 양궁의 초창기 멤버이던 김 진호 선수가 커리어에서 큰 손해를 봐야 했다.
2000년대부터는 1960, 1980 같은 굴곡이나 이변이 아마 더는 없을 것이다.

4. 국민투표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라 하면 대통령, 국회의원 같은 어떤 대표자를 뽑는 선거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국가적으로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릴 일이 있을 때 투표를 통해 yes/no를 묻는 제도도 있다(우리나라 헌법 제72조). 이를 '국민투표'라고 한다. 마치 논문이라고 해서 학위 청구용 졸업 논문만 있는 게 아니라 학술지 논문도 있고 발표 논문도 있듯이, 투표란 것도 그렇게 성격에 따른 구분이 있는 것 같다.

보통은 이런 의사 결정을 국민이 아닌 의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하게 돼 있으나,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직접 묻는 예외적인 제도도 대통령이 자기 재량껏 시행할 수 있다. 투표 결과가 대통령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나왔다면 이건 강력한 설득력을 얻게 되니 의회도 어찌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국민투표는 보통은 헌법을 고쳐야 할 때 시행되곤 했으며, 투표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곤 했다. 이 승만 때는 시행된 적이 없고 1960년대의 군사 정권 시절이 원조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10월, 제6공화국 수립을 위한 개헌을 앞두고 시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북괴의 붕괴와 흡수 통일과 같은 급의 이변이 없는 한, 현 헌정 체제에서는 앞으로도 할 일이 없는 게 좋을 것이다.

5. 대통령의 초법적 권한: 계엄과 긴급명령

자고로 대통령은 왕이 아닌 관계로, 자기 멋대로 기분대로 "짐이 곧 법이다" 식으로 통치할 수 없다. 특히 무엇보다도 혼자 평생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으며, 자기 자식에게 권좌를 슬쩍 넘겨줄 수도 없다. 현대의 대통령은 국가 원수라는 지위와 예우는 동일하지만, 권한의 행사 범위는 법의 통제를 받으며, 전근대 시절의 왕에 비해 큰 제약이 걸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전쟁을 포함한 굉장히 긴박하고 불가피한 상황일 때 예외적으로 일시적으로 법과 권한, 의회의 동의 같은 절차를 씹어먹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 정도는 이미 법에 보장돼 있다.
대표적인 예는 계엄이다. 계엄은 나라 사정을 준전시 상태로 만들어서 바싹 긴장시키고, 국민의 기본 자유와 권리를 일부 제한하는 조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국 이래로 1948년 여순 반란(여수· 순천 일대)과 4· 3 사건(제주도)을 시작으로 제일 최근에는 1979년의 부마 항쟁(부산· 경남)과 10· 26 사건 때 계엄이 내려졌으며, 전땅크의 쿠데타의 정점인 1980년 5월 17일 내란 때 또 계엄이 내려진 것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두 계엄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내려졌었다.
뭐, 4· 19 혁명(의거), 5. 16 쿠데타(군사 혁명), 10월 유신 같은 크리티컬한 이벤트 때는 제주도까지 포함한 전국에 계엄크리가 떨어지기도 했었다.

계엄 다음으로 현행 헌법 제76조에 의거한 '긴급명령'이란 게 있다. 이건 건국 이래로 지금까지 총 16번이 내려졌는데, 그 중 13회가 6· 25 전쟁 기간 중에 내려졌다. 전시의 마지막 명령인 제13호는 1953년 2월, 1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화폐 개혁 지시였다.
대부분의 역대 긴급명령들은 관련법이 따로 제정됨으로써 폐지되었다. 우리나라에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내려진 긴급명령은 1993년 8월, 금융실명제를 빵 터뜨려 실시한 김 영삼 대통령의 명령이었다.

박 정희는 긴급명령을 제3공의 말기에 단 한 번밖에 내리지 않았으며(제15호, 1972. 8. 2.), 이것도 계엄과는 달리 정치 분야는 아니었다. 그 대신 이 양반이 특별히 고안해서 1974년부터 75년, 4공 유신 시절에 1년 반 남짓 동안 무려 아홉 번이나 남발했던 더 강한 특별 명령은 바로 '긴급조치'였다.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로 시작하는 게 제1호였고, 제9호가 가장 길었다. 이전의 긴급조치를 해제한다는 명령도 별도의 긴급조치 호수로 올라가곤 했다.

대부분의 긴급조치들은 사실상 빨갱이들, 데모질 하는 애들을 잡아서 벌 준다는 협박이었지만, 딱 하나 제3호만은 민생과 관련된 다소 생뚱맞은 긴급조치였다. 긴급조치는 박통이 암살당하고 헌법이 업데이트 되면서 즉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민투표 내력, 개헌 내력처럼 계엄과 긴급명령(/조치) 내력도 살펴보는 게 재미있다. 이런 게 사회 공부의 묘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23 08:36 2017/12/23 08:36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40

1. 비행기 외형과 동력의 간략한 변천 내력

(1) 옛날에 처음으로 등장한 동력 비행기는 날개가 두 겹으로 달린 복엽기 형태가 주류였다. 빈약한 엔진으로 양력을 최대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날개 형태는 단엽기로 곧 바뀌었으며, 오늘날은 복엽기는 일부 작은 경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다.

(2) 비행기는 랜딩기어의 접지 형태가 자동차로 치면 삼륜차(...!)에 가깝다. 뒤쪽에 삼각형의 두 꼭지점이 있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옛날에는 전방에 삼각형의 두 꼭지점이 있는.. 일종의 역삼각형(▽) 형태의 비행기 디자인이 주류였다. 이런 비행기는 앞바퀴가 아니라 꼭지점이 하나만 있는 쪽인 뒷바퀴를 조향했으며, 아마 이륙 시에 양력을 더 크게 하기 위해, 땅에서 주기· 주행 중일 때는 기수가 위로 치켜세워진 형태이기도 했다. 오늘날 이런 비행기는 역시 일부 경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다.

(3) 비행기는 거의 1950년대 이전까지는 프로펠러기가 주류이다가 그 뒤부터 슬슬 프로펠러 대신 팬이나 다른 추진 기관이 달린 물건이 나온다. 그런데 프로펠러라고 해도 다 같은 엔진 기반이 아니었다.
동체의 전방에 프로펠러가 하나만 달려 있는 놈은 프로펠러를 자동차와 별 차이 없는 피스톤 왕복 또는 성형 엔진으로 돌렸다. 그렇기 때문에 엔진 소리도 자동차와 별 차이 없는 "털털털 부우웅~"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양 날개에 총 2개나 4개씩 프로펠러가 달린 것은 '터보프롭' 엔진으로, 프로펠러를 돌려서 뒤로 배기가스를 분출하는 터빈 기반의 제트 엔진이다. 이제 "위이잉~ " 좀 공기 가르는 비행기다운 세련된(?) 소리가 들리지, 자동차 같은 엔진 소리는 나지 않는다. 오늘날 왕복 엔진 기반 단발 프로펠러기는 역시 소형 경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형 비행기 축에 드는 An-2 (12인승)와 DHC-6 트윈오터(19인승). 날개 형태(복엽/단엽), 랜딩기어 구성, 프로펠러 구조(성형 왕복/터보 프롭)가 모두 다른 재미있는 대조군이다. DHC-6의 경우, 미국 그랜드 캐년 관광용으로 쓰이는 기종이기도 하다.

그리고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인데, 옛날에는 프로펠러가 뒤에 달린 비행기가 만들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마치 선박처럼 말이다.
프로펠러가 뒤에 있어도 비행기가 나아가고 뜨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게 다른 방면에서 의미와 장점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비행기가 떠서 기수가 들릴 때 프로펠러가 땅과 부딪칠 위험이 크다.;; 그리고 굳이 꼭 그렇게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 보니 사장되었다. 삼발기, 전방 엔진 버스 같은 레어템이 됐다.

2. 악천후

폭우나 폭설처럼 '물'을 동반한 통상적인 악천후뿐만 아니라, 물 없는 지나친 폭염도 교통수단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악재이다.
고온은 물질들의 열팽창과 밀도 감소를 야기하는데.. 이 때문에 자동차는 공기압이 부족한 대형차에서 타이어의 파열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면 자기 혼자만 운행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라 타이어 파편이 다른 차에 튈 수 있고, 또 조향력의 상실로 인한 연쇄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철도의 경우 레일이 과열된다. 팽창으로 인해 휘는 것은 요즘은 기술 개발로 인해 극복되어서 장대 레일까지 잘 돌아가고 있으니 괜찮다. 하지만 문제는 강도도 약해진다는 것. 기관총 같은 게 너무 과열된 상태로 격발이 계속되면 아예 총열이 휘어 버리고, 현지에서 정비 불가능한 정도의 심각한 손상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철도의 경우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기적으로 뿌려서 레일을 식히기도 하고, 불가피하면 고속철이라도 주행 속도를 평소보다 낮춘다.

육상 교통수단과는 달리, 비행기는 이착륙 때를 제외하면 타이어와 지면의 접촉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더위로 인해 공기의 밀도가 감소하면 이는 양력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비행기는 평소보다 더 긴 활주로에서 더 빠르게 달려야 이륙이 가능해지는데, 공항(작은 지방 공항)과 비행기(무겁고 큰 중형 이상급 여객기..)가 드물게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항된다.
비행기는 날개 위의 눈조차도 무게 이전에 양력 발생을 방해하기 때문에 반드시 싹 다 치우고 출발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러니 무더위와 관련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사정이 있다.

선박은 폭풍우라면 모를까, 그래도 폭염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육지가 폭염에 시달리는 중이어도 바다에는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가득하다.
물이나 바다가 싹 말라 버려서 배가 주저앉는 건 지구 멸망 급의 극단적인 천재지변일 테니..

3. 비상 탈출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있고, 선박에는 구명조끼와 구명보트가 있다. 그나마 철도 차량만이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는 게 인상적이다.
비행기에는 안전벨트는 물론이고 구명조끼와 산소 마스크까지 있다. 구명조끼는 비행기가 바다나 강에 내렸을 때를 대비한 것이고, 산소 마스크는 비행기가 사람이 정상적으로 호흡하기 힘든 고고도에서 위험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한 사람당 순항 고도에서 자연 호흡이 가능한 고도로 하강하는 데 걸리는 최대 시간만치만 산소가 준비돼 있다. (내가 알기로 대략 15분) 상승도 아니고 하강인데 이건 최대 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달성 가능할 것이다.

갑자기 산소 마스크가 덜컥 내려왔다는 건 비행기가 비상 상황에 빠졌음을 뜻한다. 이때 독신 홀몸이라면 그나마 나 자신만 챙기면 되지만, 곁에 금쪽같은 처자식이 있더라도.. 일단은 "가장인 나 자신부터 마스크를 쓴 뒤에" 아직 방법을 모르는 어린애들에게 마스크를 씌워 주는 게 정석이다. 다른 애들을 챙겨 줘야 할 어른 본인이 먼저 기절해 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뭐랄까, 굳이 창조 진화 논쟁이 아니어도 성경의 법칙도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질문의 답은 언제나 단호하게 "닭이 먼저"인데, 그런 심상이 느껴진다.

비상 착륙을 하든 불시착을 하든 심지어 추락을 했든.. 어쨌든 공중에서 땅이나 물에 내려앉았다면 이제 비행기를 신속하게 빠져나가야 할 차례다.
선박이야 건물 수준의 대형화가 가능하니 논외로 하더라도, 오늘날은 버스와 열차에 이어 비행기까지도 모두 2층 차량· 기체가 개발돼 있다. 보잉 747은 조종석과 특실..만 2층이었지만 A380은 일반실까지 모두 2층이 존재한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는 2층 여객기가 수요도 있고 기술적으로 문제도 없지만 한동안 출시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몇 차례 추락 사고를 겪은 뒤부터는 비상시에 비상구를 개방하고 미끄럼틀을 깔아서 모든 승객을 90초 이내에 탈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 안전 규정이 추가됐는데, 2층 객실로는 이 조건을 구조적으로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여객기는 1층을 유지하면서 승객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서 광동체가 먼저 개발되었다. 버스나 열차와는 달리 복도가 두 줄 있는 것 말이다. 보잉 747이 대표적인 예이다. 얘는 조종석과 특실(!!)만이 2층이다.
그래도 지금은 결국 2층짜리 비행기도 봉인이 풀리고 나오긴 했는데, 그 90초 탈출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나 모르겠다. 결국 배는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열차, 비행기에 모두 2층 차량/기체가 존재하게 됐다.

높은 비행기에서 승객을 0.1초라도 더 빨리 지면에 닿게 하려면 탈출용 슬라이드/미끄럼틀은 직선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최단 강하 곡선)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잡생각이 문득 든다.
어차피 이 슬라이드는 딱딱한 강체가 아니고, 비행기가 물에 내려앉은 경우 그대로 구명보트로도 쓰이니 현실적으로 그렇게 굽은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추락해서 부서진 비행기는 어디서 연료가 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승객들이 절대적으로 신속하게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사 승무원들은 깜깜한 비행기 세트장에서 임의의 엑스트라 승객들을 동원해서 탈출 모의 훈련도 실시하며, 이 상황에서는 "고갱님~ 5천원이십니다" 오글오글 서비스 모드가 아니라 강한 명령조와 반말까지 부득이하게 허용된다. "당신, 이쪽으로 빨리 나가!"처럼. 워낙 1분 1초가 급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로 "나가세요"보다 저런 반말이 승객들을 더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정신 차리게 만들어서 더 신속한 탈출을 돕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조종석에서 기장과 부기장끼리나, 비상 상황에서 승객과 승무원끼리나 한국어 특유의 괴상한 높임법은 별로 효율적인 의사소통 모델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하다.

비상구 쪽에 앉아 있던 승객은 지금까지 다리 쭉 뻗으며 편하게 앉았던 대신, 이제부터는 법적으로 승무원들과 함께 다른 승객의 탈출을 같이 도와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그럴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승객에게는 애초부터 비상구 쪽 좌석이 아예 발권되지 않는다. 이건 타 교통수단에서는 찾기 힘든 관행인데,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항공 상식도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비상 탈출을 할 때는 짐도 어지간히 거추장스러운 건 다 버려야 한다. 수하물로 부친 캐리어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어지간해서는 선반 위에 올린 백팩조차도 못 건진다. 지갑, 핸드백, 최소한의 개인 의료기기 정도나? 자기가 짐 꺼내느라 복도 공간을 점유하는 동안 뒤의 승객들이 탈출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 짐은 무게 당 얼마로 환산해서 나중에 보험사로부터 보상만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힐 같은 신발은 거동에 불편할 뿐만 아니라, 뾰족한 굽으로 탈출 슬라이드를 펑크내는 민족 반역자급 초 울트라 민폐를 끼칠 위험이 있다. 이런 거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 그 승객이 속한 국가와 사회의 평소 시민의식 질서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4. 추락 실험

자동차, 특히 그나마 작고 자가운전의 비중이 높은 양산형 소형차들은 모델을 처음 개발할 때 철저한 안전 테스트를 거친다. 사고가 나더라도 탑승객이 받는 대미지가 도를 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생존률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이다. 특히 미국 같은 자동차 선진국에 신차를 수출하려면 거기서 시행하는 아주 엄격하고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자동차의 구조적인 안전을 100% 완전히 예측하고 검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자동차에는 충돌 테스트가 쓰인다. 그때 교보재로 동원되는 마네킹인 더미는 보기보다 굉장히 비싸고 귀하신 물건이다.
그런데 자동차의 충돌 실험 말고 혹시 비행기의 추락 실험이 시행된 예가 있을까?

보잉이든 에어버스든, 양산형 여객기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조류 충돌에 대비한" 모의 충돌 테스트는 하지만, 아예 기체를 통째로 추락· 전손시키는 테스트까지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 사고가 났을 때 어디에 있던 승객이 가장 많이 생존하더라 어쩌고 하는 것은 다 실제로 일어난 사고들을 통해서만 데이터를 축적해서 통계를 낸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으니, 미국에서는 비행기 제조사가 아닌 다른 서로 다른 단체에서 딱 두 번 추락 테스트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처음은 1984년 12월 1일, NASA와 FAA(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번역은..;;)의 공동 주관으로 보잉 720기를 캘리포니아 주의 모 사막에다 추락시켰다. (☞ 자세한 설명) 720이라는 모델명이 생소할 텐데, 이건 727의 오타가 아니다. 195, 60년대를 풍미했던 구닥다리 4발 여객기인 707의 다운사이즈 버전으로, 제원상의 최대 좌석 수는 149였다.

시범타로 쓰인 기체는 FAA에서 1960년에 훈련용으로 구매한 것으로, 심하게 낡았고 어차피 폐기할 때도 됐으니 이런 용도로 쓰이며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기체는 파손되면서 연료가 온통 유출되었으며, 이것이 주변의 뜨거운 엔진열로 인해 발화하여 화재를 일으켰다. 기체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싼 비행기를 추락시켜 부수는 것은 자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 한 번의 이벤트로 최대한의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추락 계획을 정말 치밀하게 잘 짜야 했을 것이다. 마치 건물 철거 계획을 수립하듯이 말이다.

더구나 자동차 충돌 실험 때야 궤도나 피아노줄을 이용해서 차를 무인으로 이동시킨다지만, 비행기는 그런 게 없다. 여객기는 하다못해 전투기 같은 조종석 사출 기능조차도 없다. 그러니 처음엔 사람이 들어가서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중간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려서 탈출해야 했다. 물론 동승한 전문 스카이다이버의 도움을 받으며 말이다. 비행기 조종 전문가가 낙하산 전문가는 아니니까.

이런 추락 실험이 비교적 최근에 또 행해졌다. 지난 2012년 4월 27일, 이번에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채널이 자사의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Curiosity) 프로 방영을 위해 구닥다리 중고 보잉 727-200을 구매해서 미국·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있는 사막에 추락시켰다. (☞ 자세한 설명)
추락시킨다는 게 공중에서 시동을 꺼 버리고 마냥 활강 내지 자유 낙하시키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착륙 때처럼 뒷부분부터 사뿐히 착지시키지 않고 그냥 연약한 앞부분부터 바로 땅에 닿게만 해도 하체가 으스러지면서 추락 사고가 나는가 보다.

이때는 1984년 실험과는 달리 비행기가 수평 자세로 비교적 곱게(?) 추락했으며, 기체에 불이 나지도 않았다. 훗날 발생한 2013년의 아시아나 항공 814편 추락 사고와 비슷한 양상이 된 것 같다.
단, 727은 삼발기이며 요즘 비행기들처럼 엔진이 날개 아래에 주렁주렁 달린 형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다른 비행기와는 사고의 양상이 좀 다르게 흘러간 것일 수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0과 727 모두 엄청난 구형 기종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객기의 추락 실험에 동원된 이력이 있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진다.
하긴, 서구· 영미권에서 저런 "스펀지" 스타일의 지식 쇼 프로들은 자동차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충돌시키고 박살 내고, 폭탄도 터뜨리고 별 엽기적인 소재를 갖고 실험을 하더라. 그리고 자동차의 충돌 실험 자체를 수평 충돌이 아니라 자유낙하 실험 형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14 08:28 2017/12/14 08:28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37

« Previous : 1 : ... 33 : 34 : 35 : 36 : 37 : 38 : 39 : 40 : 41 : ... 67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6/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4058976
Today:
1854
Yesterday: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