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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의 크기별 분류

우리나라 기준으로 버스는 12인승 승합차부터 시작해서 25인승 중형 버스, 35인승 중대형 버스, 그리고 45인승 버스급으로 크기가 얼추 나뉘며, 본인은 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에 비해 트럭은 덩치의 종류가 더 세분화돼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버스 다음으로 트럭 얘기를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옛날에는 짐을 많이 나르기 위해 오토바이에다가 사이드카나 손수레를 연결하기도 했다. 하긴, 경운기에다가도 짐받이를 연결하면 화물을 잔뜩 실을 수 있는데 이건 크기만 작을 뿐이지 구조적으로는 트레일러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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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970년대에는 지붕 달린 삼륜차가 등장하여 1톤보다 더 가벼운 4~500kg급의 소화물을 담당했다. 1980년대부터는 포니 픽업이 등장했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이게 경차 다마스와 라보의 전담 영역이 됐다. 이에 대해서 사진이 곁들어진 더 자세한 설명은 역시 옛날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경상용차들은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만들고 팔아 봐야 이윤 남는 게 별로 없는 애물단지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안전 조건과 환경 오염 규제 조건을 제대로 충족하는지도 미심쩍다. 그래도 경차 혜택을 받는 서민 생계 밑천이라는 점으로 인해, 일반적인 시장 경제 이념에는 좀 역행하는 차량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생존하고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제미니 맥스라는 차량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앞부분은 승용차처럼 생겼지만 디젤 엔진 기반에 전반적인 덩치가 포니 픽업보다 더 크고, 뒤에 짐받이는 트럭에 더깝게 생긴 7~800kg짜리 픽업 트럭도 있었다.
그리고 '엑셀 밴'처럼 승용차 기반으로 천장은 있지만 좌석은 없는 화물 수송 최적화 차량도 있었는데, 오늘날은 이런 건 그냥 SUV의 영역으로 넘어간 듯하다.

1톤 트럭부터는 이제 앞에 엔진룸이 돌출되지 않고 승용차와는 다른 차량이라는 느낌이 확연히 난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크기가 차이가 나고 뒷바퀴가 복륜 형태이다. 현대 자동차에서는 이 체급의 트럭에 '포터'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있으며, 기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봉고'이다. 봉고를 승합차로 기억하는 사람은 옛날 아재이고, 트럭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신세대라고 한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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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트럭은 화물 운송 자체뿐만 아니라 배추 장사 과일 장사, 포장마차 푸드 트럭 형태로도 많이 보기 때문에 경차만큼이나 서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차급에는 보통 2500cc급 디젤 엔진이 얹히는데.. 어지간한 중형차보다도 더 큰 배기량으로 최대 출력은 150마력이 채 되지 않고 120~130대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무척 의아했다.
디젤 기반의 승용차 및 SUV와 달리 터보차저가 달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토크가 큰 대신에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

이 체급에는 바리에이션이 몇 가지 있다. (a) 먼저 1.25나 1.4톤 같은 약간 더 큰 놈이 있으나, 이것들은 오리지날 1톤만치 흔하지는 않다. 그냥 1톤에다가 그만치 과적을 하고 말지..

다음으로 (b) 뒷바퀴가 복륜이 아니라 앞바퀴와 동일한 크기의 단륜이고 사륜구동이 되는 '세레스' 같은 트럭이 있었으며, (c) 운전석 아래 대신 앞에 엔진룸이 달린 '리베로'라는 변종도 있었다. 전자 같은 부류는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듯하며, 후자도 일찌감치 단종돼서 이제는 견인차 형태로만 쓰인다.

그런데 1톤 트럭은 여느 트럭과 마찬가지로 엔진이 운전석의 아래에 있는데, 그렇다고 더 큰 트럭들처럼 탑승 공간(cabin)을 앞으로 굴려서 엔진룸을 끄집어낼 수 있지도 않다(틸팅 캡). 그 대신, 엔진을 정비하려면 운전석· 조수석 시트를 들어내야 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리베로처럼 엔진룸이 앞에 나와 있는 소형 트럭이 정비성 면에서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트럭이지만 짐받이가 좀 짧고 그 대신 뒷좌석이 달려 있어서 일가족이 다 탈 수 있는 일명 더블캡 차량도 내가 알기로 1톤급 트럭에만 존재한다. 얘는 동일하게 5인 탑승에 짐받이가 딸린 미국식 픽업 트럭과 정체성이 좀 겹치는 면모가 있어 보인다.

뭐, 이런 건 시골에서밖에 쓸 일이 없으며, 이것보다 더 큰 트럭들은 아무래도 운전사가 생계를 위해 혼자만 몰고 다니는 게 태반일 테니 더블캡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쭉한 더블캡을 틸팅 캡 형태로 만드는 것도 꽤 난감한 일일 것이다.

1톤 다음의 체급은 2.5톤이다. 현대 트럭은 '마이티'이고, 기아는 요즘도 그러나 모르겠는데 '타이탄'이라는 이름을 썼지 싶다. 엔진 소리가 승용차나 1톤 트럭보다는 톤이 낮아져서 남성다운(?) 느낌이 난다. 이제 좀 뒷바퀴와 앞바퀴의 크기가 서로 대등해지고, 틸팅 캡이 장착되기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차가 더 커지면 4.5톤이 나온다. 글쎄, 중간급인 3.5톤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고유한 특징 없이 2.5톤의 바리에이션에 속하는 것 같다. 참고로 버스 중에서는 25인승 소형 버스가 2.5내지 3.5톤 트럭과 비슷하다.

옛날에 기아 자동차에서 생산했던 복서(Boxer)가 4.5톤 트럭의 대명사였다. 앞바퀴 휠에 저렇게 동그렇게 돌출된 부분이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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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정도 체급부터 유압 대신 에어 브레이크가 쓰이며, 속도 제한 장치(90km/h?)도 설치가 의무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전용 나들목들은 바로 4.5톤 미만 트럭까지만 진입을 허용한다. (4.5톤부터는 불가..) 왜 이렇게 차별하는가 하면 중형급 이상 트럭들에 대해서는 축중량 측정과 과적 단속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반드시 한번 섰다가 가야 한다.

5톤 트럭도 있는데 역시 4.5톤과 도찐개찐인 것 같다. 이 정도면 전면부가 버스처럼 직각에 가까워지는 데다, 차체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버스를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트럭은 비슷한 덩치의 후방 엔진 버스보다 운전석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정도 트럭은 운전석의 뒤에 간이 침대가 있어서 밤에 차 세우고 거기서 잘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자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옛날에는 대형 버스에 준하는 덩치인 8톤 트럭도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거의 전멸했다. 8톤을 굴리느니 5톤 트럭에다가 가변축(=바퀴)을 하나 더 달아서 그걸로 퉁치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트럭은 옛날 트럭보다 엔진 성능도 더 좋으니.. 요게 앞바퀴와 뒷바퀴만 있는(= 축 2개) 트럭 중에서는 제일 크다.

그렇게 축을 늘려서 짐을 수 톤 더 실으면, 비록 차량의 스펙상으로는 과적이지만 법적으로는 축당 하중을 분산시켜서 과적 단속을 피할 수 있다.
물론 걸리지만 않을 뿐이지 차량은 설계 하중보다 훨씬 더 무거운 상태로 혹사당하느라 처음 출발할 때 배기가스가 더 많이 나오고, 차체의 금속 피로도가 증가하며 제동 거리도 더 길어지게 된다. 도로의 파손을 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차량의 수명 단축은 피할 수 없다.

8톤보다 더 큰 9.5톤이나 11.5톤 트럭은 드디어 뒷바퀴에 축이 하나 더 추가된다. 11.5톤은 우리나라의 1종 보통 면허로 몰 수 있는 가장 큰 자동차이기도 하다. 승합차는 겨우 15인승까지만 몰 수 있는 반면,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 트럭은 저 정도로 거대한 것까지도 몰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차의 덩치가 동일한 경우, 트럭 운전은 버스 운전보다 격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을 때의 여파와 책임이 사람의 경우가 화물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며, 통행 우선순위도 버스(여객)가 트럭(화물)보다 훨씬 더 높으니 말이다. 트럭에 전용 차선 같은 게 있지는 않다.

물론 화물도 아무 화물이 아니라 위험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조차는 그냥 3톤(적재 중량) 이상부터 대형 면허가 필요해지며, 위험물 수송을 위한 추가적인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적재중량 10톤을 넘어가는 너무 큰 트럭이나 위험물을 실은 트럭은 이제 내부순환로 같은 도시 고속화도로를 다니지도 못한다. 아니면 다니더라도 새벽 심야에만 몰래 다닐 수 있다. 이게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여도 도시 고속화도로와 아예 고속도로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고속도로는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대로 축당 하중 10톤 이내, 총 40톤 이내의 차량까지는 모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럭 중에는 덤프 트럭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짐받이를 번쩍 들어올려서 내용물을 밖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물건인데, 덩치가 작은 것도 있지만 공사장에서 돌과 흙을 잔뜩 싣는 용도로 쓰는 물건은 보통 15톤급이다. 10톤 이하인가 작은 건 차량 또는 건설 기계 중 원하는 형태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 큰 것은 건설 기계로만 등록 가능하다고 한다.

덤프 트럭은 포장하지 않고 쏟아붓는 짐을 싣는 걸 염두에 뒀기 때문에 여느 트럭과는 달리 짐받이가 굉장히 높으며, 딱히 화물을 결박하는 줄을 걸어 두는 부위가 없다. 그리고 여느 화물보다 밀도가 높은 걸 염두에 둬서 그런지 덩치 대비 길이는 일반 트럭보다 꽤 짧다. 버스가 저런 커다란 타이어에다 3개 이상의 축을 가졌다면 얼마나 길거나(굴절) 큰(2층..) 물건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명백해진다. 덤프 트럭뿐만 아니라 레미콘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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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보다 더 큰.. 트럭으로는 앞바퀴 바로 뒤에 축 하나, 뒷바퀴 쪽에 고정축 둘+가변축 하나.. 짐받이에만 축이 무려 4개나 있는 25톤 트럭이 있으며, 이게 트럭으로서는 마지막이다. 이것보다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실으려면 단순 트럭을 넘어 트레일러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 즉, 엔진+운전석과 짐칸이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각도로 꺾이는 게 가능한 차량이다. 버스로 치면 굴절 아코디언 버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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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를 몰려면 대형을 넘어 특수 면허가 필요하다.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차는 후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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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갓 생산된 승용차를 여러 대 탁송한다거나, 엄청 크고 무거운 강철 코일을 몇 개씩 한꺼번에 수송한다거나, 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건.. 대형 트럭의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은 본인으로서는 트레일러가 먼저 떠오른다.
(업계 용어로는 '츄레라'라고 하는 것 같은데, 트레이닝복을 츄리닝이라고 부르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맥락의 구개음화의 결과이다.)

트레일러에서 엔진과 운전석이 있는 앞부분을 '트랙터'라고 부른다. 철도 차량으로 치면 그냥 기관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트랙터가 짐받이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자기 중량 대비 엔진의 힘이 그야말로 넘쳐날 텐데, 이 상태로는 제로백이 얼마나 나오고 차가 얼마나 잘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이 정도로 큰 차량은 기사의 거주성도 어지간한 고급 승용차 이상으로 아주 뛰어나다. 특히 북미 대륙에서 보급을 책임지는 트레일러들은 운전석의 뒤나 위(!)에 그야말로 운전사의 개인 안방이 마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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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하나로도 부족해지면 호주에서나 볼 수 있는 road train이 등장하며, 이게 그야말로 육상 교통수단에서 트럭의 최종 테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mile train이 있다면 저기에는 road train이 있다. 나도 이런 크고 아름다운 트럭을 몰아 보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8/07/15 08:31 2018/07/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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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관련 생각들

1. 기독교 기본 교리를 북한에다가 좀 엮어서 비유해 보자면..

(1)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 구원의 영원한 보장.
==> 북한은 법적으로 대한민국의 미수복 영토이고, 거기 주민들은 법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번 탈북에 성공해서 자유 남한에 온 이상, 그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결코 재북송되지 않는다.

탈북자가 남한 와서 그 어떤 끔찍한 사고를 치고 흉악 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사형 무기징역 선고받고 남한 교도소에서 평생 썩을지언정 북송되던가? 이런 차원의 문제다. 구원받으면 사람의 신분이 근본적으로 싹 바뀌며, 그건 그 사람의 행실과는 전혀 무관하다.

(2) 죄의 형벌로부터 구원(과거), 죄의 권능으로부터 구원(현재), 죄의 임재로부터 구원(미래)
==> 북괴의 직접적인 마수를 제거(과거.. 6·25 전쟁 때 대판 싸워서), 북괴의 위협을 제거(현재.. 휴전선에서 으르렁거리고 간첩이나 잡으면서..), 북괴의 존재 자체를 제거(미래.. 과연 가능이나 할까?

2.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무슨 엉덩국 만화에서 홍콩 행 게이바에 들어온 존슨이 아니라, 남한 땅을 일단 밟은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저 제목과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구원의 영원한 보장과도 같은 급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또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그렇다. 남한 내부의 탈북자들의 근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또 북으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

좌빨 언론들이 뭐 탈북자 신문 센터에서 탈북자들이 인권유린 가혹행위를 당했네 뭐네 별 트집을 다 잡는가 보다.
거기서 탈북자들을 위장 탈북 간첩으로 너무 의심하다 보니 인권모독 발언, 구타 감금 같은 짓이 일부 벌어졌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리 그래 봤자 그게 과연 아예 재북송보다도 더한 인권 유린일까?

그리고 사실은 반대편에서도 우리 같은 원칙을 적용해 주면 더욱 좋겠다.
북괴 좋다고 북으로 가 버린 사람들.. 거기서 영원히 다시는 안 돌아왔으면 좋겠다. 내 간절한 바람이다.
목숨 걸고 탈북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보낼 게 아니라, 돼지새끼 좋아서 안달 난 새끼들, 평양도 아주 살기 좋다고 침 질질 흘리는 빠가들이나 몽땅 북으로 보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누이 좋고 매부 좋지 않은가?

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북한 주민들 구제 이상으로, 북괴 체제가 저딴 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한 통일은 결사 반대론자다.
김돼지를 재판에 회부해서 처벌하고, 국군의 손으로 정치범 수용소 문을 따고 들어가는 통일이 아니면 다른 통일 따위 1도 할 필요 없다!

북한 인권 문제에 참견하지 말라고? 응, 참견 안 할게. 단, 그 대신 네놈들도 우리랑 통일 하자고 가증스러운 수작 안 부렸으면 좋겠다.
지극히 정당한 논리와 근거를 갖고 반대하는 것이니, 어디 한번 나 같은 사람을 잘도 얼마든지 반통일 적폐로 몰아붙이고 공격해 봐라.

3. 악의 무리들이 하는 짓들의 패턴

(1) 경전, 법전의 변개

  • '그분의 피' 삭제, '기도와 금식' 삭제. 성경을 야금야금 뜯어고치고 변개. 애초부터 이미 잘 번역되고 정착돼 있는 성경은 내팽개치고, "현대의 발달된 사본학과 언어학으로 잘 살펴봤더니" 그 단어는 나중에 임의로 추가된 것일 뿐이고, 원래 뜻은 그게 아니고 굳이 처녀가 아니라 그냥 젊은 여인이고, 홍해가 아니고 갈대밭이고 어쩌구 저쩌구...
  • '자유 민주주의'에서 굳이 자유 삭제. 자유라 하면 옛날 '자유당' 오로지 나쁜 심상이다.^^ 근로자 대신 노동자, 국민 대신 인민이나 그냥 사람 등등~

어떤 최종 권위 텍스트에서 단어가 하나라도 바뀌거나 빠지는 것에 대해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두 종류가 있다. (1) 성경이 단어 하나라도 변개돼서는 안 되는 골수 성경 신자들, 그리고 (2) 인간의 죄성에 빠삭하고 언어 교란 선전 선동술의 프로 전문가인 공산주의자 빨갱이들.

(2) 역사 왜곡

  • 역사상 기독교인들을 제일 많이 학살한 괴물 집단이 정통 기독교 타이틀을 자처하면서 피해자들의 역사는 몽땅 말살하고 부정하고 왜곡함. 콘스탄틴의 기독교 공인을 아주 긍정적인 승리로 선전함.
  • 자기 나라 역사는 오로지 잘못된 거 부정적인 것 한계만. 적 진영의 역사는 완전 정반대로.. 입만 더 아플 것 같으니 더 말을 말자..

(3) 거짓 평화

  • 유대인들은 옛날에 진짜 메시야는 배척하고 "그의 피가 우리에게로" 이랬는데, 미래의 대환란 때 적그리스도를 메시야로 받아들이고 환호하고 난리를 칠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된통 당하고 뒤늦게 정체를 깨닫고서 개고생)
  • 저 일이 있기 전에 동아시아 어디에서는 거짓 평화 공세에 혹해서 세계 최악의 살인마 독재자보고 우리 민족이라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환호하고 귀엽게 생겼다고 캐 난리.

당연히 성경 자체에 무슨 남한 북한이 나오는 건 아니다. 14만 4천 명이 누구랑 관계 있고, 동방의 의인이 무슨 자기 교주이고 하는 그딴 소리는 개소리이다.
한국이고 미국이고 이런 나라들은 성경이 말하는 이방인 중의 하나일 뿐, 걔네들이 유대인 이스라엘처럼 성경의 세대적 경륜의 직접적인 선상에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성경과 교회사를 공부하면서 습득된 그 세계관, 성경의 사고방식,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성경에 기록된 역사에서 반복되는 '추상적인 패턴'을 염두에 두고 세상사와 정치를 동일한 잣대로 일관되게 평론하고 전망할 수는 있다! 왜? 해 아래에 새로운 건 없으니까. 이 개념을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가령, 로마 교황이 미래에 나타날 성육신한 마귀 적그리스도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세에 하던 짓거리로 봐서는 거기에 정치 종교적으로 항거했던 사람들이 저놈은 그(the) 적그리스도라고 충분히 생각할 만도 했으며, 그 시절에 존 네이피어(수학 로그의 고안자) 같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처럼 북괴 정권은 얘 자체가 성경 교리 차원에서의 적그리스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얘들이 주민들에게 해 온 짓거리는 대환란기 때 벌어질 적그리스도의 본색 통치와 인류 역사상 가장 유사한 형태이며,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경계할 만한 적그리스도의 모형으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4. 우박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라는 게, 관측 가능한 모습만 서술하자면 공중의 구름 속 얼음 조각(빙정)이 적당히 커지고 무거워진 뒤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상 현상이다. 녹으면 비가 되고 언 채로 내리면 눈이 될 뿐이다.
구름은 짙은 안개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물건이다. 비행기 안이나 높은 산을 오르는 중에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잠시나마 할 수 있는데, 별 거 없다. 그냥 시야가 싹 흐려지고 온통 회색 천지가 됐다가 다시 풀려난다.

본인 역시 흐리고 비 내리는 날에 등산을 갔다가 이걸 실제로 겪은 적이 있다. 구름 속에 있다고 해서 딱히 눅눅하고 축축한 느낌은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때로는 하늘에서 비나 눈보다 더 더 딱딱한 얼음 덩어리인 우박이 떨어질 때가 있다. 얘는 큰놈을 맞으면 좀 아플 수가 있다. 심하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며, 건물과 차량을 부수고 농사를 아작 내는 재앙이 된다.

우박은 눈이나 비가 되어 곧장 떨어져야 할 빙정이 그렇게 되지 못하고, 대기의 상승 기류를 타고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서 녹지 않은 채로 비정상적으로 무거워졌을 때 생긴다. 그러니 기온이 무작정 낮을 때가 아니라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서 대기가 불안정할 때 더 잘 생긴다. 우박이 한겨울보다는 봄에 더 잘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경에서 우박은 이집트의 재앙(출 9:18)부터 시작해서 계시록에 나오는 대환란 재앙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하나님의 심판과 재앙이라고 언급된다.
구름 속 얼음 조각들을 평범한 눈· 비로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마치 기 모으듯이 요리조리 만지작만지작 크기를 일부러 키워서 우박으로 개조한 뒤에 떨어뜨리는 건 신의 입장에서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콩알만 한 우박은 그냥 귀여운 애교 수준이겠지만, 관측과 기록이 있는 근래에 수백 g~심지어 1kg에 달하는 우박이 떨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자세한 건 검색을..) 당연히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야기했다.
그런데 성경은 미래의 대환란 때 무려 1 달란트 무게의 우박이 떨어질 거라고 말한다(계 16:21). 달란트는 화폐 단위일 때도 매우 큰 단위이지만, 무게 단위일 때는 거의 27~30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 뭐 우박 한 덩어리가 수박을 넘어서 쌀 한 가마니나 무거운 아령, 완전군장의 무게에 맞먹는다. 일반적인 기상 현상/이변으로 발생하는 우박보다 수십 배 이상 무거운 놈이다.
얼음의 밀도만으로 우박 덩어리의 무게를 그 정도로 키우려면 우박 하나가 사람 머리통 이상으로 더 커야 할 것이고, 아니면 우박 안에 무슨 쇳덩어리라도 들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우박을 맞는 지역은 당연히 완전 작살이 나며, 이 재앙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님을 왕창 욕하고 모독할 것이라고.. 그 예상까지도 성경에 친절하게 기록돼 있다. 지난 5월 초에 서울에 난데없이 천둥과 우박이 내린 걸 보고는 성경에 나오는 우박 생각이 문득 들었다.

5. 웰 다잉

요즘 웰빙뿐만 아니라 '웰 다잉'이라고 해서 죽는 것도 미리 준비해서 품위 있게 죽자.. 뭐 그런 트렌드가 있다.
이게 조금 더 엇나가면 "더 추해지기 전에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권리다"로 발전하기 때문에 자살이나 안락사에 대한 윤리 논쟁까지 일으키게 된다만..

그래도 미리 장례 체험, 유서 미리 쓰기.. 이런 움직임 정도라면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군생활 하면서 KCTC 훈련 중에 적탄에 맞으면 전사로 처리되어 전장에서 열외된다. 영현빽에 산 채로 들어가고 자기 배 위로 태극기가 덮이는 체험을 해 보면, 체험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죽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하면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든다고 한다. 군대 가서 유익한 경험을 하고 온 셈이다.

물론, 내세를 가르치는 종교들은 죽음 준비 전문이니 이 분야에서 자기 교리를 따라 할 말이 무척 많을 것이다. 군대에도 군종이라는 병과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군인이란 직무 수행 중 순직할 수 있는 직업의 최고 극한 형태이니까..
다른 종교도 아니고 신약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내세와 심판, 절대자에 의한 구원과 영생이 핵심 교리이다. 이 땅에서의 물질적인 복에 대해서는 구약 유대교와도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좋은 교회는 복음 전파와 구원에 충실해야겠지만, 그 뒤로 한번 구원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성장· 양육을 통해 '그리스도의 심판석'을 대비시키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죽어서 가든, 아니면 산 채로 휴거되어서 가든.. 거기서 하나님이 무슨 질문을 할지, 우리는 욥기 끝부분을 능가하는 어떤 팩트폭격을 당하게 될지 그런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학원생이 졸업을 위해 논문 심사를 받는 순간이 오고 기업가가 정기적으로 세무 조사를 받는 순간이 오며, 기업에서 인사고과 평가를 하는 날이 오는 것과 같다. 일단 구원받은 사람들은 지옥행 천국행을 결정하는 심판에는 걸릴 일이 결단코 없지만, 그것보다 더 수준 높은 평가를 받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이걸 늘 의식하고 산다면 크리스천의 삶이 지금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7/12 08:31 2018/07/1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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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 중근 의사의 아들의 변절

일제 시대 얘기부터 먼저 꺼내도록 하겠다.
안 중근 의사는 주변의 일본인들까지 감화시킨 영웅이요 위인으로 칭송받는 반면, 그의 아들 (중 하나) 안 준생은 일제로부터 불령선인 차별 대우와 감시,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훗날 '변절'했다. 그래서 1939년엔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을 찾아가서 자기 부친의 죄(?)를 '사죄'까지 해서 한 자리 얻었다.
그 정도로 오글거리는 변절까지는 아니었다는 반론도 있지만, 아직은 기록을 통해 정식으로 입증되지 못한 소수설이다.

옛날엔 마라토너 손 기정조차도 금메달 따고 나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저 건너편의 일장기를 보면서 힘을 냈습니다" 이런 말을 외압에 의해 억지로 해야 했다. 그리고 청취자들은 당연히 "저런 개소리는 일제의 프로파간다일 뿐, 당사자가 진심으로 한 말이 절대 아니지"라고 그러려니 하고 보정을 하며 들었다.

또한, 윤 봉길 의사가 폭탄 의거를 벌였을 때, 동아일보 등 당시의 국내 언론들은 이를 비판하는 보도를 보냈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그건 그 신문사들이 악질 친일매국 언론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땐 형식적으로라도 그렇게 해야만 조선 총독부의 검열을 통과하고 신문이 출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 기정 일장기 삭제 같은 사건이야말로 아주 예외적이고 특이한 돌발 이벤트일 뿐이었다. 그런 반항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걸렸다간 아무리 문화 통치 시기라고 해도 조선인이 경영하는 언론 같은 건 남아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외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면모까지 "감안"하더라도 안 준생의 변절은 명백히 도를 넘었고 자발적인 면모가 있었다.

이 사실을 접하고 빡친 백범 김 구는.. 배운 것, 할 줄 아는 게 테러· 암살밖에 없다 보니 역시나 저 호부견자를 암살하라고 사주를 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를 상대로도 요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옛날에(1922) 자기에게 밉보이고 공금 횡령 의혹이 있던 독립 운동가 김 립을 자객을 보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의혹은 입증된 게 없으며, 이건 그냥 치하포 사건 같은 김 구의 흑역사로 쉬쉬되는 중)

제아무리 안 중근이 위인이면 뭐하나? 그 사람은 1910년에 죽었지만 안 준생은 1907년생. 철 들고 보니 조선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이미 일제 식민지가 돼 있었으며, 얼굴을 직접 본 기억도 없는 죽은 친부 때문에 당장 얼마나 고생하면서 지내는데?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윤 봉길 의사는 자기 아들이 저렇게 되지 말라고.. 폭탄 던지러 가기 전에 유언장을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라는 제목으로 써 놓은 것이지 싶다. 물론 훙커우 공원 폭탄 의거는 안 준생의 공개적인 변절보다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긴 하다만 말이다.

2. 임시정부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 이런 문구를 읽어보면 정말 비장함이 느껴진다.
의열단, 임시정부.. 이런 곳에 소속된 항일 무장 투쟁 독립투사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난 오늘만 산다" 같은 심정으로 평소에 옷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잘 놀면서(?) 지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영화에서나 비쳐지는 멋있는 모습일 뿐,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든 보급과 돈줄이 필요하며, 이를 담당할 행정과 정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절대로 마냥 깨끗하고 깔끔하게만 돌아가지 않았다. 정치질과 파벌 싸움, 삽질과 병크가 만만찮았다. 임시정부 시절에는 독립 운동가들의 사상조차 제대로 통합이 안 돼 있었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팀웍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임시정부 요원들이 무능한 사람, 백해무익 나쁜놈이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인간적인 한계에다가 평균 이상의 민족주의 애국심만 가미된 사람들이었다는 뜻이다. 너무 완전무결 거룩하고 성스러워서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할 빌미가 될 정도로 환상의 영역에 있을 정도는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신흥 무관 학교 세우고 가산을 몽땅 탕진하면서 독립운동 한 이 회영 육형제 같은 엄청난 사람이 행적에 비해 별 주목을 못 받은 이유도.. 임시정부와 협력하지 않고 아나키즘 성향의(그렇다고 사회 공산주의 빨갱이 성향도 아니고) 노선을 갔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저분한 추태에 학을 뗐기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이다.

3. 진짜 임시정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 듯

그리고.. 어떤 사람들 논리대로 그렇게도 김 구가 좋고, 임시정부 광복군만 죽어라고 빨아대고 싶으면 하다못해 임시정부를 직접적으로 도와줬던 장 제스를 치켜세워야지? 대륙이 아니라 대만이랑 친하게 지내자고 굽신거려야 하지 않는가?

마오 쩌둥은 6· 25 때 자유 통일을 저지한 원흉일 뿐이다. 걔가 일제 시대 때 임시정부를 도와 주고 우리나라 독립에 기여한 게 도대체 뭐가 있냐?
뭐 굳이 잘한 거, 우리 입장에서 일말의 고마운 게 있다면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등으로 뻘짓 열심히 한 덕분에 어부지리로 한국이 경제 개발하고 세계에 물건 수출할 기회를 줬다는 것 정도?

걔네들의 역사관 잣대로 보더라도 좌좀은 일관성이 맞는 게 없다.
특히 희대의 병신짓으로 인민을 그렇게도 많이 굶겨 죽인 지도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치켜세우고 있는 주제에, 뭐 보도연맹이니 국민방위군 씨부리는 거 정말 가증스럽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진짜 화해를 하고 싶다고?
평창까지 온 김에 북한 관계자들이 이 승복 기념관부터나 찾아갔어야지.

통일을 하고 싶다고?
그 전에 개방부터나 조금씩 하고 검열 없는 편지 왕래, 전화, 여행부터나 허용해야지.

이 개돼지들이 일제 위안부나 강제 징용 문제에 바득바득 매달리는 것의 절반이나 1/10만치라도 북한과 중국에다가도 요구하고 과거사 청산하자고 화해하자고 사람들이 일관성을 보였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이념적으로 이렇게 위험해지고 반목 갈등할 일이 없을 것이고
성장과 분배라든가 순수하게 진짜로 좌우 균형이 필요한 분야만 여당 야당이 견제 주고받으며 정치를 하고, 평범한 부정부패 비리 척결만 하면 됐을 것이다.

4. 일제의 전격 항복은 우리 입장에서도 다행이었음

1945년 8월, 일제가 원폭을 맞고 덴노가 부랴부랴 나서서 무조건 항복했다. 이로써 태평양 전쟁과 제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됐다.
전쟁이 일찍 끝난 덕분에 일단 가장 먼저 미군· 연합군의 희생을 줄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일제가 계획하고 있었던 정신나간 전국민 옥쇄 결사항전, 그리고 "죽어도 같이 죽자" 식으로 재일 동포 내지 투옥돼 있던 조선 애국지사 독립운동가들 몽땅 학살 같은 끔찍한 발악 계획도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여러 번 언급했었지만 외솔 최 현배 박사만 해도 자기가 1945년 8월 18일에 총살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또한, 조선어 학회 사건 당시에 압수 당해서 서울 역 창고에 처박혀 있던 '큰사전' 원고도 정말 기적적으로 되찾을 수 있었다.
일제가 더 오래 버텼고 자기가 저지른 악행의 증거를 은폐 말살할 시간이 충분했다면 저 원고도 과연 무사할 수 있었을까?

허겁지겁 도망가기에 바빴으니까 일제에 의한 최후의 조선인 민간인 학살 사건도 우키시마 호 폭침 의혹 정도로 그쳤지.. 전쟁이 더 오래 갔으면 한반도 본토까지 무슨 꼴 났을지 알 수 없다.

이 와중에 "우리 대한 광복군이 선전포고도 하고 태평양 전쟁에 참전해서 일본군 몽땅 몰아내고 독립을 되찾을 수 있었는데 미국놈들이 원폭을 터뜨려서 조선이 전승국이 될 기회를 뺏어 버렸다는!!" 이건.;;
그냥 "한국어가 너무 복잡미묘 오묘해서 영어로 번역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노벨 문학상을 못 받는다"와 동급이라고 생각하자. =_=;;;; 완전 망상일 뿐이다.

그 시절에 우리 민족이 객관적으로 도대체 뭐가 잘났고 무슨 능력이 있었던가? 1910년대에 러시아 식민지가 되지 않고 일제 식민지가 된 거, 그리고 1940년대에 몽땅 소련 공산주의 위성국이 되지 않고 반반이라도 나뉜 것을 일말의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북괴도 자기 체제의 존속이 위협받는 날이 온다면, 북한 주민이건 남한 국민이건 누구든지 인질로 잡고서, 과거의 일제와 정확하게 동일한 방식으로 최후의 발악을 할 거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염두에 둬야 한다. 평양이 폭격을 받기 전에 일단 수용소에 있는 죄수들부터 몽땅 학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인질이 많아질수록 북괴 체제의 존속에 더 유리해질 것이다.

5. 오로지 통일만 외치지만, 무슨 통일인지는 절대 얘기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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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8~9월 사이..
우리나라가 저기(+울릉도, 제주도 정도?) 빼고 몽땅 북괴에게 점령당했던 적이 있었다.
북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500km를 잡고, 매일 10km씩 진군하면 거의 50일 뒤인 8월 15일이라는 뜻깊은(?) 날짜에 맞춰서 적화통일 혁명 과업을 완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전쟁을 벌이기에는 너무 덥고 장마철까지 낀 시기에 무리하게 전쟁을 벌였다.

놈의 흉계는 비록 다행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1950년 8월 15일은 6· 25 사변 전체를 통틀어 남한이 영토를 제일 많이 빼앗겼고(낙동강 마지노 선!!) 제일 위험에 빠졌던 때였다. 상황 돌파를 위해 인천 상륙 작전 같은 특단의 조치가 괜히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허나, 이 그림을 보고 "저때 통일이 됐어야 하는데 미군이 훼방 놓는 바람에..." 라고 생각하거나 돌려 말하는 놈들이 있다.
아니면, 분위기상 차마 저렇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개새끼들이 그 대신 맨날 씨부리는 말이 국군이 못한 거, 이 승만 정부가 시행착오 저지르고 허둥대다 대처 잘못한 거, 미군이 민간인을 오인해서 죽인 것들이다.

이 승만 욕을 억만 번쯤 하면 김 일성이 착한 군자로 바뀔까? 병신 빠가사리 같으니라고. 그냥, 원숭이가 억만 년쯤 새끼를 계속 치다 보면 후손들의 유전자가 바뀌어서 사람으로 스스로 진화할 거라고 믿어라.
북괴가 죽인 민간인은 국군· 미군이 죽인 민간인 수에서 0이 한두 개쯤 더 붙을 텐데..

일단 일이 터져 버렸을 때 정부가 너무 허둥대고 대처를 잘못한 게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승만은 예방에 일가견이 있었다. 처음부터 강경책을 견지하면서 "북괴는 반드시 전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미국도 안일하게 군대 철수하지 말고 우리 군에게 지원 더 해 줘야 된다" 이런 고집스러운 말을 미국이 듣고 이행했으면 전쟁이 애초에 안 나거나 피해를 더욱 최소화할 수도 있었다. 이건 왜 계산에 넣지 않는가?

그리고 결정타가 하나 더 있다.
임시정부를 그렇게도 좋아하는 좌빨들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이라면서?
(글쎄, 이스라엘에서도 1948년이 건국이 아니라 밸포어 선언이 발표된 1917년이라든가, 시온주의자들이 처음으로 나라 세우자고 결의했을 때를 건국일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만..)

1940년대에는 정부가 국민을 못 지켜 준 정도를 넘어서 자국민이 일본놈들한테 왕창 착취당하고 남의 전쟁에 강제 징집되고 성노예로 끌려갔었다. 그럼 그에 대해서는 무려 '건국'까지 해 놓으신 우리 정부는 책임이 없냐? 한강다리나 보도연맹보다는 훨씬 더 많이 욕해야 할 사항 같은걸?

6. 통일 반대 외세 배후설?

그리고 통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와 관련하여 먼 옛날에 본인도 순진하던 시절에는 진지하게 믿었다가 이제 다시 생각해 보니 굉장히 말이 안 되고 황당하게 들리는 괴담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이 한국의 남북 통일을 바라지 않고 훼방 놓고 이간질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통일이란, 완전 개방이나 흡수, 멸공 같은 올바른 방식의 통일을 말한다. 연방제나 적화 따위가 아니므로 오해 말 것)

응? 도대체.. 왜?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면 그건 말이 된다.
친미 성향의 자유 진영 국가가 압록강 두만강 코앞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건 중국의 입장에서는 고까운 일이다.
그래서 걔들은 북괴 자체는 하나도 예쁠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알음알음 지원해 주고 탈북자를 잡아서 북송도 시켜 주고 북괴 체제 존속을 지금 이 순간에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리적으로 위험해질 것 없다.
남북이 합쳐져서 자신을 위협하는 강국이 될까봐 통일을 싫어한다는 논리인데.. 꿈 깨라. 그럴 일은 단언하건대 없다.

최대한 바람직한 방식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하더라도 통일 한국은 전후 피해 복구와 비슷한 상황이 된다. 무슨 경쟁력 있는 기업간의 합병 같은 게 절대 아니다.
이상한 데 세뇌되고 자본주의 경제관 없고 영양실조에 마약 중독까지 돼 있는 다수의 북한 주민들의 생산성이 도대체 얼마가 될 거라고 보는가? 북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싸질러 놓은 똥을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통일은 동족 동포인 거기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선사하기 위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하는 거지, 경제 논리 관점에서는 예측 가능한 가까운 미래엔 득 될 것 없다. 상당한 수준의 세금 폭등과 경제력 하락을 감수해야 된다.
일본이 남의 나라의 통일에 배 놔라 감 놔라 할 처지는 아닐 뿐만 아니라 통일은 일본의 국가 경쟁력에 하등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연방제나 적화 통일은 경쟁국 남한이 완전히 쫄딱 망하고 거지 되는 통일인데..
그놈의 "철천지원수 일본"의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천지에 무엇이 있겠나? 뇌와 양심이 있으면 생각을 해 봐라!

우리나라가 친일 청산을 못 해서 이 꼴이라는 개소리만큼이나, "통일 반대 외세 배후설"도 알고 보면 정말 지능이 의심되는 수준의 아무말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2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폭침 배후에 일본 미국이 있겠다 그럼? 그 나라들은 사람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한 신이구만.

사실,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면 통일은 반도에 영어 공용화가 불가능한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공산주의자들이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속이는 대상이 보통은 지상락원 "능력껏 벌어서 필요껏 쓰는 세상" 같은 경제 분야인데, 이 미개한 반도 땅에서는 적화통일도 그런 지상락원 통일로 위장되어서 프로파간다가 추가돼 있다.

하이튼 좌좀 종북좌빨은 말이 필요없고 산업화가 안 되면 내전 불사하고라도 쓸어버려야 된다. 그놈들과 이 나라가 같이 사이 좋게 공존 발전할 수가 없다. 배의 노를 젓는 사람과 배에 몰래 구멍을 뚫는 놈, 배의 벽면을 몰래 뜯어서 자기 보트를 만드는 놈들이 한 배를 같이 탈 수는 없다.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반역을 정당화해 주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고, 절대악을 놔두고 필요악만 정죄하고, 사람 취급을 해서는 안 되는 놈들을 너무 관대하게 취급한 바람에 이제 나라가 근간이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그 어떤 민주 인권 정부라도 마약사범과 빨갱이는 함정 수사, 유죄 추정 등 더욱 악랄한 필요악 방법을 동원해서 잡아낸다. 그렇게 안 하면 사회 체제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옛날 역사 용어들은 북괴를 어떻게든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한편으로 놈들의 본질과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서 용어를 아주 세심하게 잘 만든 편이다. '북한 공산 괴뢰 집단'처럼 말이다.
4· 3과 광주는 '사태'이며, 4· 19는 의거이다. 5· 16은 혁명이고 6· 25는 사변이다. 본인은 옛날 용어를 지지한다. 왜 고리타분한 옛날이냐고? 북괴가 참 고리타분하게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본질이 바뀐 게 전무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7/09 08:31 2018/07/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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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인간을 달에 보냈다가 성공적으로 귀환시킨 새턴 V(5호) 로켓은 일체형이 아니라 세 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얘는 높이? 길이?가 110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인간이 역사상 개발한 가장 고출력 고성능 유인 이동 수단이었다.

이 로켓은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되었으며, 사령 본부는 거기서 좀 떨어진 텍사스 주의 휴스턴에 있었다. 둘 다 적도에 최대한 가까운 미국 남부인 것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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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단 로켓: 발사 직후 딱 2분 반 동안 2천 톤의 연료를 몽땅 태우고 뿜으면서 기체를 고도 68km, 시속 9921km까지 도달시켰다. 발사 카운트다운이 0으로 떨어질 때까지 가만히 있는 건 아니며, 그보다 수 초 전부터 미리 점화된다.
  • 2단 로켓: 1단의 뒤를 이어 6분 동안 기체를 고도 176km, 시속 25182(초속 7)km로 가속시켰다.

참고로 우주왕복선의 고체 연료 부스터가 분리되는 때가 마하 4 + 고도 46km정도이고, 다음으로 액체 연료 탱크가 분리되는 때가 마하 23 + 고도 110km쯤이다. 지구 저고도까지만 가는 우주왕복선보다야, 새턴 로켓이 스케일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정도 크기의 로켓이 발사되면 그야말로 반경 수 km 이내에서 지축이 흔들리는 게 느껴지며, 전쟁이 나거나 유전이 폭발했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화염과 연기가 발사대 주변을 뒤덮는다. 그 거대한 폭발이 철저하게 제어되고 통제된 방향으로만 발생하기 때문에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거지, 안 그랬으면 그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그저 불바다+폭죽밖에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자동차든, 비행기든, 로켓이든.. 모든 교통수단들은 처음 출발하기가 제일 어려우며 이때 연료 소모도 많다.
로켓은 자동차처럼 구르면서 정지 마찰력을 극복하는 것은 없지만, 기체가 제일 무거운 상태에서 지구의 중력뿐만 아니라 공기 저항까지 극복해야 하니 고충이 크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연료가 줄어들면서 기체가 가벼워지고, 공기압도 줄어들기 때문에 로켓은 점점 더 힘이 붙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1단 로켓이 출력이 압도적으로 가장 강하다. 1단 로켓으로 제일 강하게 가속을 받을 때는 조종사가 거의 4G까지 경험한다고 한다. 1단만 등유(케로신)를 사용하고, 2단과 3단은 수소(액체) 기반이니 모두 액체 연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1단이 부피 대비 연료가 훨씬 더 무겁다

물론 산화제로는 모두 액체 산소를 사용한다. 연료를 많이 태워서 큰 힘을 내려면 연료를 많이 주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자동차만 해도 공기를 꾸역꾸역 많이 주입해서 엔진 성능을 향상시키려고 터보차저를 달며, 대형 여객기는 10km 남짓한 순항 고도보다 높이 올라가면 공기가 부족해서 헥헥거리기 시작한다. 하물며 우주를 날아가는 로켓은 산소를 직접 조달해야 한다.

액체 수소에 액체 산소.. 액체 연료 로켓은 내용물이 굉장히 차갑다(...). 한여름에 차가운 음료를 꺼내 놓으면 컵 주변에 이슬이 맺히듯.. 이 로켓도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고 나면 표면에 서리와 얼음덩이 같은 게 송글송글 맺히곤 했다.

2단 로켓이 분리되어 떨어질 때, 지금까지 로켓의 맨 꼭대기에 달려 있던 자그마한 비상 탈출용 로켓(launch escape system)도 같이 떨어져 나간다. 이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얘는 이건 전투기의 사출좌석처럼 비상 상황에서 자기 아래에 승무원이 탄 캡슐(사령선)만 따로 로켓 본체로부터 분리하고 탈출과 낙하를 시켜 준다. (그래도 다행히도 역대 아폴로 계획에서 이 탈출용 로켓이 실제로 승무원들을 구조하는 데 쓰인 적은 전무했다.)

총에서 발사된 총알은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며 날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뱅글뱅글 돈다. 그리고 총의 총열은 단순히 총알의 진로만 유지해 주는 게 아니라, 총알이 그렇게 회전하면서 나아가게 하려고 안쪽 표면에 나선 모양의 홈이 파져 있다. 이걸 강선이라고 하는데, 그 좁고 긴 총열에 강선을 새겨 넣는 게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로켓은 그렇게 돌면서 나아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발사 중에 진로가 어긋나지 않도록 자세를 제어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처음에 발사될 때는 비교적 느리게 수직 상승하기 때문에 우리가 실감을 잘 못 하지만, 로켓은 육지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오른 뒤부터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말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그리고 나중에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기울어지기도 한다.

달에 가는 로켓이라고 해서 무작정 눈에 보이는 저 달을 향하여 앞? 위?만 보고 직선 지름길(?)로 나아가는 게 아니다. 지구는 자전을 하고 있고 달도 지구를 공전하니, 달이 있는 쪽만 보고 나아가는 건 애초에 직선 운동이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무데뽀로 지구를 빠져나가는 데에는 연료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

달로 가는 로켓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지구 궤도에 진입하여 지구를 1.5~2바퀴 돈 뒤(3단 로켓의 엔진도 끄고), 거기서 적절한 타이밍에 엔진을 재점화한다. 원 궤도가 긴 타원 궤도가 되게 살짝 가속을 함으로써 지구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러다가 달에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달의 인력에 끌려가는 것이다.

이 과업을 위한 추진력을 공급하는 것이 바로 마지막 3단 로켓이다. 기체는 2단 로켓이 올려 준 고도보다 약간만 더 올라가서 188km 남짓, 일명 parking orbit에 해당하는 고도에서 이제는 수평으로 가속하는 데 힘쓴다. 200km가 채 되지 않고 우주 정거장보다도 낮은 고도이니 여기서 지구를 한없이 많이 돌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고작 한두 바퀴 남짓만 돌다가 더 가속해서 달로 가니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1단과 2단 로켓은 연료를 다 소모한 뒤에 지구로 추락하지만, 3단 로켓은 다 쓰고 나면 우주 공간에 버려진다. 태양을 도는 궤도로 끌려 가거나, 아니면 달에 충돌하는 등 알아서 잘 사라져 줬으면 좋겠지만, 모든 3단 로켓이 그렇게 처분되지는 않은 듯하다.

2002년에는 지름 수십 m 남짓한 정체불명의 물체가 지구를 도는 것이 어느 아마추어 천문가에 의해 관측되어 J00E2E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했는데, 이건 알고 보니 1969년에 발사된 아폴로 12호에서 떨어져 나온 3단 로켓 몸체였다. 태양 궤도로 끌려가는가 싶다가 도로 지구의 인력에 이끌려 와서 우주 쓰레기로 전락한 것이다.

아무튼 3단 로켓이 분리됨으로써 로켓은 이제 아무것도 없고 아폴로 우주선만 남게 된다. 로켓이 1~3단 세 파트로 나뉘었던 것처럼 우주선도 역시 사령선, 기계선, 착륙선(달 착륙선)이라는 세 파트로 나뉜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들 우주선도 추진력이 있으니 소형 로켓이다.

로켓의 진행 방향이 →라고 가정할 때 사령선은 ▷ 요런 원뿔 모양이며, 기계선도 대충 요렇게 분출 노즐이 끝에 달린 원통 ▶□ 모양이다. 문맥에 따라서는 기계선도 사령선의 일부라고 보기도 한다. ▶□▷처럼..

로켓의 발사 당시에 파트들은 "3단 로켓 → 착륙선(◎) → 기계선(▶□) → 사령선(▷) → (2단 로켓과 함께 떨어져 나가고 없는 탈출 로켓)"의 순으로 배열돼 있다. 달 탐사선은 처음에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로켓의 내부에 감춰져 있다.
그런데 3단 로켓이 분리되고 아폴로 우주선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기계선과 사령선이 앞으로 나가서 180도 "유턴"을 한 뒤.. 달 착륙선과 사령선을 ◎◁□◀ 이렇게 전방에다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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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아폴로 우주선은 달을 뱅뱅 돌다가 달 착륙선을 다시 분리시켜서 말 그대로 달에다 착륙시켰다. 승무원 3명 중 2명은 그렇게 달에 발을 디디고, 1명은 사령선에 남았다. 사령선에 남은 사람은 비록 달의 땅을 밟지는 못하지만 혼자서 달 뒷면을 구경하면서, 그 동안(뭐 한 번에 50분 남짓이었다고는 하는데)은 지구와도 통신이 끊기고 세상에서 제일 철저한 고독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달이야 대기가 없으니 지구 같은 대기권 진입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달 표면으로 자유 낙하하다가 연료 역추진으로 추락 속도를 낮춰서 땅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달 착륙선은 또 하부와 상부로 나뉘는데, 하부는 다리가 네 개 달려 있고 다시 달에서 출발할 때의 발사대 역할을 했다. 달을 떠날 때는 착륙선의 상부만이 이륙해서 달을 한두 바퀴 돌다가, 대략 110km 고도에 있는 사령선과 합체(도킹)했다. 달을 떠나서 사령선이 있는 상공까지만 가는 건 아예 모든 준비를 갖추고 지구를 떠나는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마지막으로 달에 다녀 왔던 아폴로 17호에서는, 달에다 두고 온 월면차에다가 카메라를 설치한 덕분에 달 착륙선이 이륙하는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17호는 유일하게 밤에 발사된 달 탐사 미션이며, 아프리카 대륙 모습이 나온 '푸른 구슬' 사진을 찍은 그 미션이기도 하다.

달 착륙선이 사령선과 다시 합체하는 건 아폴로 계획 전체를 통틀어서 매우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도박이었다. 이걸 실패하면 달에 갔던 승무원 2명은 달에서 질식하고 굶어 죽게 되고, 사령선에 남았던 1명만 혼자 지구로 돌아오는 상상도 하기 끔찍한 비극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승무원을 사령선에 무사히 진입시키고 나면, 달 착륙선은 연료도 떨어졌고 더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다시 버려져서 달 표면으로 서서히 추락했다. 사령선은 지구 방향으로 가속을 해서 달의 궤도를 이탈하고, 지구의 인력에 이끌려서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아폴로 미션들 중 13호의 경우, 기계선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때문에 달 착륙은 못 했지만 그래도 달을 멀리서 한 바퀴 돌기만 하고 모든 승무원이 지구로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얘는 달 착륙선을 버리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지구에 도로 갖고 오게 됐다. 허나, 달에 무사히 다녀오고 착륙선을 버리기까지 한 뒤에 그런 사고가 나서 기계선이 무용지물이 됐다면.. 승무원들은 착륙선의 기능을 이용할 수(추력, 산소 공급..) 없었을 것이며 지구로 살아서 돌아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끝으로, 이제 우주 여행의 최종 관문인 지구 대기권 재진입이 남아 있다. 아폴로 우주선은 초속 1.2km로 비행하면서 그야말로 쇠가 녹는 2000도 이상의 마찰열을 견뎌야 했다. 비록 각도는 매우 완만하지만 그야말로 총알보다 더 빠른 속도이다.
그리고 재진입 타이밍 때 사령선은 드디어 기계선과도 빠이빠이 한다. 기계선은 사령선과 같은 열차폐막의 보호 없이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진다.

재돌입을 무사히 마친 사령선은 낙하산을 펴고 바다에 떨어진다. 얘는 우주왕복선과 달리 딱딱한 육지에 착륙할 수 없다. 달에 착륙할 때와는 달리 충격 완화를 위한 역추진 장치 같은 게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계선이 없이 사령선은 단독으로 아무 동력이 없으며, 활강 능력도 없다.

사령선이 망망대해의 어디쯤에 떨어질 걸로 예상되는지는 사령선의 모든 궤적을 추적 중인 본부에서 컴퓨터로 다 계산해서 파악해 놓는다. 그래서 그 지점에 군함과 헬기를 대기시켜 놨다가 승무원들을 구조하고 데리고 온다.

이상.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수천 톤에 달하는 로켓을 쏴서 사람 세 명을 달에 보냈는데 이것저것 다 떼어내고 최종적으로 돌아오는 건 저 사령선 캡슐 하나뿐이다. 아래 사진에서 꼭대기의 비상 탈출용 로켓 바로 아래의 흰 원뿔 말이다.
총알만 해도 화약과 탄피를 빼고 실제로 목표물에 박히는 탄두는 총알 전체의 크기에 비해 아주 작긴 하다. 하지만 비율이 저 로켓만치 터무니없이 작지는 않다...;;

참고로 저 높은 로켓의 꼭대기 사령선에 승무원들이 처음 탑승할 때는.. 옆의 발사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 뒤, 발사대와 로켓 사이에 설치된 탑승교를 건너서 안으로 들어간다. 누워 있던 길다란 로켓을 기립시키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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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구 중력을 탈출했다가 돌아오는 게 얼마나 끔찍하게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오로지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그 모든 난간을 뚫고 1960년대의 과학 기술만으로 그 일을 이뤄 낸 미국의 공돌이들이 그저 경이롭게 보일 따름이다.

새턴 로켓과 아폴로 우주선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것저것 부품을 많이 떼내서 버리는데, 3단 로켓과 달 착륙선은 폐기 장소가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초기에는 그냥 해당 궤도(주로 달)에 방치한 뒤에 스스로 서서히 추락하게 했지만, 나중에는 우주 쓰레기를 만들 여지를 없애기 위해 잔여 연료로 확실하게 궤도를 벗어나고 달 표면에 신속하게 추락시키는 쪽으로 처분 방식을 바꿨다.

새턴 V 로켓의 1단 엔진은 미국 내부에서도 기술자의 명맥이 끊기는 바람에, 전해지는 설계도 도면만으로는 후대의 엔지니어들이 동일한 물건을 만들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21세기에 눈부시게 발달한 반도체 내지 전자 공학 기술만으로는 커버가 안 되는 고유한 노하우가 또 있는가 보다. 그래서 자기네 선배 직원(또는 협력업체 직원)이 옛날에 만들었던 부품을 정밀 촬영을 하고 reverse engineering을 해서 기술을 재현해 내려고 애쓰는가 보다.

우주에서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산소, 물 같은 물질을 지속적으로 보급받을 길이 전무하니.. 인간은 지구에서 챙겨 온 보급 물자에만 의존해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뭐, 물이야 수소 연료를 산화시킨 부산물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전세계 최고의 엘리트 공돌이들이 만들어 낸 치밀한 계획이 우주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들어맞지 않거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틀어졌다면.. 우주에 나갔던 그 사람들은 그대로 죽음을 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우주는 인간에게 친화적인 공간이 아닌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달 여행 방법을 그 옛날에 처음으로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긴 사람도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고서 이게 자작극이고 주작이라고 무식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적국이요 막강한 경쟁자였고, 대등한 우주 개발 기술이 있던 소련이 tolerant, weak, helpless해서 미국의 달 착륙을 인정하고 축하한 게 아니었다. NASA의 음모론 이러는 사람들치고 소련을 계산에 같이 넣어서 생각하는 사람을 난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995년에 영화 <아폴로 13>이 개봉했던 시절, 미국 본토 내부에서도 영화를 실컷 잘 봐 놓고는 이게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흔한 SF물인 줄로만 안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고 한다. (☞ 이 링크에서 Silly comments on Apollo 13 검색..) "저게 현실에서 일어났으면 사람들 다 죽었겠지? / 우주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으면 우주왕복선을 날려서 승무원들을 구출하지 그래?" 이랬다나 어쨌다나.. orz

Posted by 사무엘

2018/07/06 08:30 2018/07/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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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길이 한데 만나는 지점을 우리는 교차로라고 부른다. 이런 곳에서 차들이 부딪치지 않고 아무 곳으로나 통과하려면 신호등을 설치해서 한 번에 한 방향으로 가는 차들에게만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
혹은, 신호등을 설치하는 대신 교차로를 입체화해 버리면 신호 대기 없이 차들이 제각기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입체 교차로는 건설 비용이 많이 들며 진출입로(ramp)가 주변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자동차 전용 도로의 진출입로 내지 분기점 정도에서만 사용되는 편이다.

그런데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고, 굳이 애써 고저 차이를 만들지 않고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온 차들을 제법 유도리도 있고 안전하게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다. 바로, 교차로를 십자형이 아니라 원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뭔가 x-y 직교좌표 대신, 각도와 길이 위주의 극좌표가 떠오른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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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90도 우회전을 하든, 직진을 하든, 좌회전을 하든, 이 교차로에 진입하는 모든 차들은 방향을 불문하고 일단 저 둥근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모두 동일 방향이라는 게 포인트이다. 우측통행 체계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좌측통행 체계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돌게 된다. 그렇게 궤도를 돌다가 자기가 가야 하는 진출로가 나타나면 그리로 나가면 된다.

여기서는 비록 내가 원하는 방향을 최단 경로 지름길로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진행 방향이 완전히 다른 차량끼리 정면· 측면 충돌 사고가 날 일은 없다. 차들이 무조건 속도를 낮춰야 하는 게 보장되며, 사고가 나 봤자 원 안으로 끼어들다가 접촉사고가 나는 것 정도로 국한된다. 리스크가 적은 우회전만으로 원하는 모든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며, 신호등이 필요하지 않고 차량이 드물 때 뻘짓 삽질스러운 신호 대기가 없다는 것도 아주 좋은 점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원형 교차로는 나름 굉장히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하지만 얘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동그란 원을 만들고 중심부는 교통섬으로 비워 둬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직교 신호등 교차로보다야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원의 반경이 너무 작으면 초보 운전자가 교차로를 만만하게 보고 역주행을 할 우려가 있으며, 버스· 트레일러 같은 대형차들은 통과에 애로사항이 꽃필 수도 있다.

그리고 감속과 우회를 강요하고 신호등 없이 자발적인 양보에 의존해서 돌아간다는 특성상, 이런 교차로는 차량 통행량이 너무 많아지면 서로 우물쭈물 하다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어진다. 차라리 신호등이 있어서 각 방향별로 일정 주기로 통행 허용 시간이 강제로 보장되는 일반 평면 교차로만도 못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원형 교차로는 직교 신호등 교차로를 완전히 흡수하고 대체할 수는 없다. 단지, 황색 점멸 신호 상태인 교차로보다야 더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통행량이 적고 한산한데 오거리 육거리 형태로 길이 많이 분기돼 있는 곳일수록 원형 교차로의 가성비가 더 올라간다.
그런데 현대에는 도시를 이런 모양으로 건설하지 않으니 원형 교차로는 교차로의 주류에서 밀려나 있다. 유럽처럼 역사가 긴 도시, 아니면 신호등이 무의미할 정도로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에서나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회전 교차로는 회전문과도 구조적으로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회전 로터리가 독특한 장점이 있는 것처럼 회전문은 외부와 내부를 그럭저럭 단절시킨 상태에서 사람을 출입시킬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회전문 역시 단위 시간 동안 처리 가능한 교통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 출입문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건축법상으로는 출입구에 오로지 회전문만 있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옆에 비상용 일반 출입문도 반드시 갖춰 놔야 한다.)

다시 교차로 얘기로 돌아오면...
길이 동그란 모양이라고 해서 다 같은 원형 교차로가 아니다. 그 원의 크기(지름), 궤도 내부의 차로 수, 그리고 원과 접하는 도로의 진출입 형태에 따라 운영 방식이 차이가 있다.
우리가 평소에 원형 교차로를 자주 볼 일이 없어서 선뜻 떠올리지 못할 뿐이지, 얘는 아주 아담한 것부터 왕창 크고 아름다운 것까지 규모의 편차가 꽤 크다. 궤도의 차로 수가 2 이상인 것만으로도 일단 작다는 소리는 안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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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궤도를 드나드는 도로도 형태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곧이곧대로 원과 수직으로 ―○― 이런 식으로 접하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수직형), 원의 접선 수준으로 더 완만하게 접하는 것도 있다(평행형).

원형 교차로를 나타내는 용어로는 traffic circle, roundabout, rotray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한국어로도 회전 교차로와 로터리의 구분이 있다. 현실에서는 본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별 구분 없이 섞어서 사용하며 그냥 로터리의 순화 용어가 회전 교차로인 줄 안다. 일반 어학 사전 수준에서도 이런 용어들은 그냥 interchangeable한 유의어라고 나온다. 하지만 교통 공학을 공부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들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회전 교차로(roundabout)는 원으로 진입하는 지점에 정지선이 있으며, 이미 원을 돌고 있는 차량이 여기로 들어오려는 차보다 통행 우선순위가 더 높다.
하지만 로터리(rotary)는 원 내부에 정지선이 있으며, 들어오려는 차에 우선권이 있다. 이런 곳에서 마냥 회전 차량에게만 우선권을 주면 새로운 차들이 원 내부로 도저히 진입을 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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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는 통상적인 회전 교차로보다 더 크고 차량 통행량이 많은 대규모 버전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뭔가 아담한 원형 교차로는 다 회전 교차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서울에 있는 영등포 로터리와 혜화동 로터리는 회전 교차로가 아니라 진짜로 로터리이다. 거기는 원 내부에 아예 신호등까지 있어서 반쯤은 일반적인 오거리 육거리 교차로처럼 바뀌었다.

물론 앞서 보았다시피 회전 교차로 중에서도 왕창 크고 아름다운 게 있다. 하지만 회전 교차로는 반드시 크지는 않아도 되는 반면, 원 안에 정지선(+ 경우에 따라서는 신호등까지)이 있는 로터리는 규모가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검색을 해 보니 외국에서는 roundabout과 rotary를 이렇게도 구분해 놓았는가 보다. 우리나라처럼 정지선의 위치와 우선순위 기준이 아니라, 궤도 합류 방식의 차이를 두고 둘을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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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ary는 90도 우회전만 하는 경우 궤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진출입로만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IC를 드나들듯이 궤도에 합류하거나 밖으로 나가면 된다. roundabout은 이와 달리, 진출입로와 궤도가 겹치는 지점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양보가 필요하다.
우리와 관점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여기서도 rotary는 최소한 roundabout 같은 일시정지(빨강)까지는 하지 않고도, 서행으로 조심만 하면(노랑) 궤도 합류가 가능하니 진입 차량에게 더 유리한 형태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형태건 원형 교차로는 덩치가 커지면.. 수용 가능한 차량은 많아지겠지만 그만큼 우회해야 하는 거리도 길어지고,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해지고, 어차피 신호등 같은 통제 수단도 필요해지니 고유한 장점이 감소하겠다. 그 원 안의 공간을 놀리기가 아까워서 다른 건물이나 광장 같은 게 들어설 수도 있는데, 그럼 원 안에 정지선 정도가 아니라 횡단보도까지 필요해지며 로터리의 교통 사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7/01 08:31 2018/07/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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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록으로서 성경의 완전성에 대한 믿음

'성(城)'이라고 하면 서양에서는 월트 디즈니 영화 인트로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주변에 moat라고 불리는 도랑도 있고 거대한 저택이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아무래도 만리장성 같은 긴 성벽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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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남한산성과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돼 있다. 그러나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한양도성은 세계 유산에까지 등재될 정도의 유니크함은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아 등재가 거절됐다.

수원화성은 남한산성만치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 없고 한양도성만치 오래되지도 않은 데다, 일제 시대와 6· 25 전쟁을 거치며 왕창 훼손됐던 것을 어차피 후대에 재건· 복원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어째 세계 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을까?
'화성 성역 의궤(儀軌)'라는 기록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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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짓는 데 동원된 기자재와 구체적인 공사 기법, 건설 당시의 꼼꼼한 일지, 건설 과정에서 중앙 정부와 주고받았던 공문들, 건설에 참여했던 석공과 목수들 명단... 이런 게 미주알고주알 몽땅 적혀 있다.

성이 돌 위에 돌 하나 안 남기고 다 파괴됐다 해도 이 FM대로만 다시 이행하면 정말 1700년대 고증을 100% 반영해서 성을 똑같은 절차를 동원해서 똑같은 형태로 고스란히 다시 만들 수 있다. 쉽게 말해 프로그램 소스 코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 당시에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을지 현대 고고학 지식을 동원해서 재추적해야 하는 이집트 피라미드나 이스터 섬 모아이 같은 물건과는 처지가 정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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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그 유명한 오사카 성만 해도, 저 정도의 상세한 기록이 전해지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재건된 건물은 그냥 외형만 얼추 닮았을 뿐, 내부는 그냥 엘리베이터까지 달린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 재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조선이 말기에 망한 과정이 워낙 추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실록을 포함해 기록 하나는 타 왕조나 국가들보다 신경 써서 잘 남겼다. 이런 기록 덕후 왕조에서 한글 같은 문자를 새로 창제했으니, 문자의 창제 시기와 설계 컨셉 같은 것도 꼼꼼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이런 점이 큰 메리트로 작용했으며, 지금의 재건 레플리카가 1700년대 초기 원형 건물과 동급의 권위와 정통성이 있다는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세계 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

"원형 건물과 동등한 권위"... 아마 킹 제임스 성경 빌리버들에게 귀가 솔깃하게 들릴 텐데..
그렇다. 성경도 이런 정도의 퀄리티로 전수되고 번역됐다. 그렇기 때문에 자필 원본이 진작에 소실되고 없어도 지금 읽는 역본이 자필 원본과 동등한 영감을 담고 있을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오래되고 낡은 채로 짱박혀 있는 소수 사본이 아니라, 끊임없이 필사되고 읽히고 닳아 없어지길 반복했으며 교차 검증도 되는 다수 사본이 진품이다.

또한 수원화성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구약 성경에 기록돼 있는 온갖 쓸데없이(?) 디테일해 보이는 사람 명단이나 숫자 목록, 물건들의 구체적인 치수들에 대해서도 관점을 달리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성경 기록이 각종 초자연적인 기적까지 포함해서 모두 역사적 사실임을 입증하는 근거이다.

2. long S

1611년도 킹 제임스 성경 원판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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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를 오늘날보다 더 많이 쓰고 있고 (booke, fowle, forme, grasse, selfe, sunne, starres)
u와 v가 헷갈리는 등.. (heauen??)
완전히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단어 스펠링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겨우 thou, thy, -eth 이런 건 그냥 약과다.

심지어 KJV의 고유한 특징이라 불리는 '이탤릭체'조차도 오리지날에서는 이탤릭이 아니었다.
보다시피 본문은 뉴욕 타임스 같은 '고딕체'이고, 이탤릭은 그 안에 작은 크기의 '로만체'로 적혀 있다. (정작 난외주에서는 이탤릭체가 쓰였는데도!)
첨가된 단어에 대한 표기는 차라리 한글 개역성경과 더 가까운 형태인 셈이다.

그런데 I와 J, U와 V, W 이런 게 오락가락 하는 건 제쳐놓고라도.. s가 f처럼 적혀 있는 건 굉장히 적응이 어렵다.
graffe, beafts, felfe, feafons, leffer, faid, firft, alfo (???)
게다가 모든 s가 저렇게 쓰인 것도 아니고 s 자체 역시 따로 있다. s와 f모두 각각 음절초와 음절말에 다 등장하기 때문에 정확한 등장 조건이나 규칙을 찾을 수 없다. 도대체 이건 어찌 된 영문일까?

독일어 철자법에 ß가 있는 것처럼 저 시절에는 long S라는 게 따로 있었다.
내 생각에, 한글로 치면 아래아와 비슷한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처음엔 발음이 미묘하게 달랐지만 한쪽의 음가가 오래 전에 소멸하고, 영어의 철자법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결국 long S는 짤린 것이다. 그게 무려 1700년대의 일이다.
아래아가 음가를 상실한 뒤, 20세기에 와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짤린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 하겠다.

킹 제임스 성경이 원체 archaic한 단어와 문체로 유명하긴 하지만, 글자 자체도 archaic한 놈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수학에서 일명 '인테그랄'이라고 불리는 적분 기호 ∫가 바로 길게 늘어뜨린 long S의 후신이다. sum을 나타낸다.

3.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본인은 개인적인 신앙 노선을 여러 번 밝힌 바와 같이,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자이다.
구원의 길이 예수 유일이듯이, 그런 독단 배타적인 교리를 텍스트 형태로 명시하고 있는 성경도 특정 역본 유일이라는 개념은 이상하거나 어색할 것이 전혀 없다고 본다.

성경만은 번역되는 과정에서 여느 텍스트가 번역될 때와는 달리 예외적이고 특례적인 섭리와 보존이 있었다고 믿는다. 설령 KJV라는 성경의 번역을 지시한 왕이나 번역자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몰랐을지라도 말이다. 그래야만 기독교계가 원어 원문 운운하는 온갖 지적 사기와 말장난, 혼돈을 벗어나서 뭔가 절대 기준을 가질 수 있다. 교리의 근간과 믿음의 대상이 존속할 수 있으며 기독교가 최소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른 고전 텍스트들은 잘난 학자들이 점점 더 원래의 의미를 복원해 나가는지 모르겠지만, 성경은 이미 정확하게 잘 완성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성경을 번역하고 해석하는 트렌드가 반대로 타락하고 퇴화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솔로몬 왕이 아기를 둘로 쪼개서 반반씩 나눠 가지라고 명령을 내렸을 때 아이의 진짜 엄마는 완전 화들짝 멘붕했지 않던가? 성경을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읽는 성경이 변개되고 파편화돼 있다는 말을 절대로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JV 유일주의는 기독교계에서도 소수설로 취급되고 있으며,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아주 많다.
이런 사람들은 KJV에 '없음' 구절이 없는 게 정상이 아니라, 반대로 '없음'이 원래 맞고 KJV가 후대에 추가(!!)돼서 사본학 근거가 부족한 구절까지 덤으로 갖고 있는 거라고 주장한다.

또한, '없음'이 있긴 하지만 동일한 내용이 성경의 다른 부분에도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도 해명한다. 예를 들어 마 17:21에서 "기도와 금식"이 삭제되긴 했지만 막 9:29에는 동일 내용이 남아 있다.
골 1:14에서 '그분의 피를 통해'가 삭제되긴 했지만 엡 1:7에는 동일 내용이 남아 있다. 이런 식이다.

행 12:4의 '이스터'(파스카)와 마 12:40의 '고래'(케토스)는 단골로 오르내리는 번역 이슈이다. 이건 KJV 옹호 진영에서도 다 반박이 돼 있다.
요일 5:7은 일명 '요한의 콤마'라 하여 킹 제임스 성경에서만(동일 계열의 바른 사본도 포함) 하나님의 삼위일체를 온전히 입증하는 구절인데... 이것도 원래 성경에는 없던 말이 후대에 추가된 거라고 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성경은 나쁜놈들이 변개하고 삭제하는 게 훨씬 더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과잉 충성분자가 첨가하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계 22:18을 뻔히 믿는 사람이 설마 감히 첨가를 하겠는가?

그리고 원어· 원문뿐만 아니라 해석에 대해서도 대립하는 구절이 있다. KJV 빌리버들은 시 12:6-7이 하나님 말씀 보존에 관한 약속이라고 본다. 7절에 나오는 preserve them은 당연히 바로 앞의 words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자들은 이마저도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을 보존한다는 말일 뿐이라고 말한다.

성경에 이런 말을 하다가 뜬금없이 갑자기 다중적용 예언이 나오는 게 한두 군데가 아닌데.. 하나님의 말씀 보존 약속을 불편해하고 굳이 가리려고 애쓰는 건, 마치 창 22:8에 "하나님이 자신을 어린양으로 예비하실 것임"이라는 의미가 절대로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고 창 1:2와 렘 4:23을 같이 연결하여 심판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을 이단시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렇게 KJV 유일주의를 기를 쓰고 공격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은 저런 유명한 구절들을 끄집어내서 KJV가 오역을 했거나 원래 원문에 없는 문구를 추가한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벧전 2:2까지 거론하면서 "말씀의 젖을 사모하고 자라라"가 아니라, "신령한 젖을 사모하고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라"라는 잘못된 교리가 맞다고 자신만만하게 주장하는 것은 본인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이런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성경과 관련하여 어차피 어딘가에 권위를 둬야 한다면, 현대 역본 번역자나 원어학자를 믿을 바에야 차라리 400여 년 짬밥의 안정화 내력이 있는 영어 성경에 권위를 두는 것이 훨씬 더 건전하고 현실성 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지엽적으로 약간 오류(흑역사, 아쉬운 점, 단점, 나쁜 점, 부정적인 것)가 있지만 그래도 큰 그림을 보면 좋은 게(선한 것, 감사할 것, 유익한 것 등..) (훨씬) 더 많고 괜찮다."
이런 사고방식은 통계를 동원하여 공학 연구나 과학 실험 결과를 평가할 때, 혹은 우리나라 현대사 같은 걸 논할 때, 이· 박 대통령 같은 사람의 행적을 평가할 때는 적절하고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성경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성경은 적당히 오역이나 오류도 좀 있지만 대충 요점만 들어맞으면 되는 부류의 책이 아니다. 만약 성경이 그런 부류의 책이라면 자기가 성경의 오류 감별사라고 설치면서 궤변 말장난을 늘어놓는 사기꾼들, 성경에 기록된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내용들을 제멋대로 영해하는 미친놈 이단 교주 등.. 그로부터 야기될 혼돈· 무질서와 오류, 부작용, 폐단이 가히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내가 저런 사고방식을 몰라서 KJV 유일주의를 고수하는 게 아니다. 성경이 기독교 정체성의 유지에 어떤 기여를 하는 존재이며 나에게 성경이 어떤 책인지를 제대로 알기 때문에 이런 지론을 갖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6/28 08:29 2018/06/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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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엔 철도에서는 KTX가 최초로 개통했으며(4월 1일), 서울 시내에서는 버스 전면 개편(7월 1일)이 시행되어서 우리나라 대중교통에 굉장히 큰 변화가 생겼다.

먼 옛날에 서울 시내버스가 분홍색 도색이었던 것은 본인의 기억에도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시간 위치 안내가 있나, 한눈에 보이는 노선도가 있나, 앱이 있나, 환승 할인이 되나, 도대체 뭐가 뭔질 모르겠으니, 서울에서 살지 않는 초행자에게 지하철 말고 버스는 도저히 쉽게 범접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던 와중에 버스 개편은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여러 마리의 토끼들을 한번에 잡으면서 가히 혁명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1) 운임 결제 수단

  • 선· 후불 교통카드(티머니!)가 도입되어 기존의 현금, 토큰(버스), 마분지(지하철) 승차권을 모두 대체했다.
  • 이 통합 결제 수단을 기반으로, 교통수단간 최대 5회까지 무료 환승과 거리 비례 요금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 지하철은 종전의 권역별 요금제에서 탈피하여, 최단거리 추정 원칙 하의 거리 비례 요금제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분지 승차권 기반의 정액권이 없어진 대신, 카드 기반의 지하철 전용 정기권이 등장했다.

(2) 버스의 용도 세분화와 경쟁력 강화

  • 버스들은 부도심 구간 순환, 지선, 간선, 광역이라는 성격별로 선명한 빨노초파 4색으로 바뀌었다. 흰 바탕에 색깔 줄무늬 그런 거 없고 차체 전체가 같은 색으로 칠해졌다.
  • 그리고 버스들의 노선 번호도 서울을 7등분한 권역 번호를 기반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일관성 있게 바뀌었다.
  • 큰 간선 도로에는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생겨서 간선 및 광역 버스들의 주행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법적으로 고속버스가 전체 구간의 몇 % 이상을 고속도로로 다니는 버스이듯, 간선 버스는 노선 중 몇 % 이상을 반드시 여기로 다니는 버스로 정의시켰다.
  • 버스 회사들이 장사 잘 되는 노선에만 편중되어 양극화+치킨 게임 공멸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준공영제가 시행되었으며, 기존 여러 회사들을 통합한 컨소시엄 업체도 등장했다. 사기업 일색인 버스 업계에 '한국 BRT, 서울 교통 네트웍'처럼 뭔가 공기업 같은 이름의 회사가 이때 생겼다.

2004년 버스 개편 이전에도 대도시에는 초록색 차선으로 구분된 버스 전용 차로라는 게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중앙의 1차로가 아니라 제일 마지막 n차로에 있었다. 정차나 우회전 하는 차들 때문에 차로를 온전히 버스만을 위해 분리할 수가 없었으며, 24시간 내내 시행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 비해서 중앙 버스 전용 차로는 굉장히 큰 변화였다.

그리고 덤으로..
마침 버스· 지하철의 요금도 올릴 때가 됐던지라-_-;; 버스 개편과 함께 그 당시 700원이던 기본 요금이 800으로 올랐다. 더구나 현금을 사용하면 100원이 또 추가되니 사실상 200원이 오른 셈이었다. 하지만 카드로는 환승 할인이 되니 체감 대미지가 많이 상쇄됐다.

1. 요금 관련

버스는 원래 한 번만 돈을 내면 끝인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환승 할인이란 게 도입되면서 내릴 때도 뭔가를 대고 찍는 형태로 바뀌었다. 찍고 내린 뒤에 후속 교통수단을 30분 이내에만 탑승하면 된다. 그것도 심야와 러시 아워에는 1시간으로 term이 더욱 관대해진다.

단, 지하철은 원래 자기 내부에서 환승 통로가 제공되고 있으니, 소프트 환승 예외가 인정되는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찍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환승 할인이 인정되지 않는다. 옛날에 노량진 역이 1-9호선간 환승 통로가 없던 시절에는 소프트 환승이 됐지만 지금은 없어지고 오로지 경의선 서울 역만이 남아 있다.

심지어 공항 철도 서울 역도 과거에는 소프트 환승이 됐다가 환승 통로가 개통한 뒤부터는 규정이 폐지됐다. 지하철 사이의 소프트 환승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것이 일관된 정책인 듯하다. 그러니 용산-신용산 같은 경우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버스도 같은 번호의 버스를 내렸다가 다시 타는 것은 환승으로 인정되지 않고 재승차(= 기본요금 재부과)로 처리된다. 같은 번호의 반대편 방향이더라도 말이다.

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한 카드로 여러 명이 함께 타는 '다인승'이 가능하다. 그리고 처음에 탈 때 한 번만 찍고 끝이던 과거 관행을 존중(?)하여, 비환승 1회만 탑승일 때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도 언제나 기본 요금이다. 그리고 내릴 때 카드를 찍지 않아도 된다. 찍고 내렸다 하더라도 버스 1회 탑승은 기본 요금 거리를 초과해서 탔다 하더라도 거리 비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교통수단을 2개 이상 이용하여 일단 환승 할인을 받았다면, 더 이용하는 교통수단 없이 버스에서 최종 하차를 앞두고 있을 때 카드를 반드시 찍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교통수단 이용은 끝을 알 수 없으니 최장거리를 뛴 것으로 간주되며, 기본요금의 두 배가량의 페널티를 받는다. 이게 거리 비례 요금제의 1회 탑승에서 이론적으로 산정하는 최대 액수이다.
그리고 경기도 시내버스들은 서울 버스 같은 유도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비환승 1회 탑승이더라도 내릴 때 카드를 반드시 찍어야 한다.

초기에는 빨간 광역 버스들은 환승 할인 대상조차 아니었던 것 기억하시는가? 2010년대가 돼서야 환승 할인이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인천· 경기 소속의 광역 버스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철도계에서는 공항 철도와 각종 경전철(의정부, 용인)들도 처음에는 환승 할인을 해 주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이 바닥에서 독불장군은 소탐대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운영사들도 인정하였으며, 차라리 기본 요금을 추가로 걷을지언정 환승 연계는 다 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

한편, 버스가 그렇게 바뀌는 동안 지하철에서는 지난 2009년, 지하철 9호선의 개통과 함께 서울· 수도권 지하철 전체에서 마분지 1회용 승차권이 완전히 폐지되어 사라졌다. 9호선은 처음부터 마분지 승차권 투입구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1회용 승차권도 반영구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카드 형태로 바뀌었는데, 이건 하차 과정에서 집표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집표를 유도하기 위해 승차권 구입 시에 부득이하게 보증금 500원을 추가로 걷게 되었다. 그래도 보증금이 카드의 제조 원가보다는 여전히 저렴하다.

모든 지하철역에서 돈거래를 하는(= 교통 카드 충전과 승차권 판매) 유인 창구가 사라진 것도 이와 비슷한 시기이지 싶다. 지금이야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주유소와 패스트푸드점들이 온통 무인으로 바뀌는 추세이나, 지하철역은 훨씬 더 전부터 단순한 업무는 모두 무인화되었다. 서울 지하철이 처음 개통했을 때는 지하철을 탈 때도 역무원이 승차권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서 개찰을 했는데 그와 비교하면 참 드라마틱한 변화이다.

2. 그때와 지금의 비교

버스 개편이 시행됐던 첫날에는.. 그냥 바뀐 것 자체 때문에 혼란스러워한 사람, 정치 성향 때문에 이 명박 서울 시장을 괜히 싫어했던 사람들까지 몽땅 난리를 쳤다. 쓸데없이 크게 적은 알파벳 기호 때문에 'X랄염병 버스', 그리고 버스들을 몽땅 중앙 버스 전용 차로에 집어넣었다가 생겨난 '버스철' 등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미흡했던 점은 차차 개선되었으며, 버스 개편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외국에서도 이 버스 개편 사례를 배우러 올 지경이 됐다.

지금은 버스 개편 초기 내지 당시 노선 설계자들이 의도했던 것만치 색깔별로 버스들의 성격과 용도가 분명하게 나뉘지는 못한 듯하다.
일단 노란 버스들은 전멸하다시피해서 남산 인근에 극소수 노선밖에 없으며, 탑승은커녕 구경조차 한 번도 못 해 본 사람들이 많다. 강남이나 여의도에 있었다고 하는데 난 직접 본 적이 없다. 이젠 차라리 마을 버스들에 노란색을 부여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이다. 단, 노란 버스는 의외로 기본 요금이 초록· 파랑 버스와 같고 마을 버스보다 비싸다.

그리고 초록과 파랑 버스들의 구분도 굉장히 모호해졌다.
초록 버스 중에도 어정쩡한 장거리 노선이 있고, 파랑 버스 중에도 간선 도로를 막 많이 달리지 않는 게 있다. 원래 파랑 버스는 같은 구간 안에서도 정류장을 덜 서고 기본 요금도 더 비싸게 책정할 생각이었지만.. 거기까지는 맹렬한 반대 민원 앞에서 버로우를 탔다. 초록 버스와의 차별화를 포기하는 쪽으로 갔다.

버스 개편이 처음 시행됐을 때는 간선 버스에 굴절(일명 아코디언) 버스도 잠시 등장했다. 하지만 외제차는 아무래도 유지 보수가 불편하다 보니 곧 없어졌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반대로 국산 인버터를 장착한 차량을 도입했다가 잔고장이 너무 잦아서 도로 없앴는데 흥미로운 점이다.

2010년대에 와서는 굴절 대신 2층 버스가 서울시는 아니고 경기도 광역/급행/좌석버스 위주로 등장해 있다. x축을 늘리려다 말고 그 대신 y축을 선택한 모양이다. 하지만 얘도 외제차이고 잔고장에 취약해서 버스 회사들이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번 수리를 맡기면 부품 구하는 동안 그냥 세월아 네월아여서..

버스의 노선 번호들은 자릿수도 서로 제각각 다르도록 굉장히 기발하게 정해져 있다.

  • 노랑 순환은 한 권역을 벗어날 일이 없고(한 자리) 종류도 다양하지 않으니(한 자리) 번호가 총 두 자리..
  • 초록 지선은 한두 권역을 다닐 수 있고(두 자리) 종류가 다양한 편이기 때문에(두 자리) 총 네 자리..
  • 파랑 간선은 서로 다른 권역을 누빌 수 있고(두 자리) 종류가 지선만치 많지는 않기 때문에(한 자리) 총 세 자리.
  • 빨강 광역은 총 네 자리이지만 첫 자리가 9로 시작..

서울 권역 번호는 1~7까지 있으며 0은 도심이다. 9는 광역 버스를 나타내는 접두사로 예약돼 있으니 결국 8이 하나 남는데.. 8xxx로 시작하는 번호들은 각종 맞춤형 지선 버스들을 가리키는 특수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N으로 시작하는 심야 전용 간선 버스는 2004년 버스 개편 당시에는 없다가 나중에 등장했는데, 심야에 귀가하는 직장인들의 교통비 절감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반응이 좋다. 그러고 보니 지하철이 자정에서 새벽 1시로 운행 시간이 연장된 것도 2000년대 중반 비슷한 시기였지 싶다.

20세기에는 시내버스가 디젤 대신 천연가스 기반으로 바뀌고, 엔진이 차체의 앞이 아닌 뒤로 옮겨지고, 그것도 모자라서 저상 차량까지 등장한 것이 변화였다. 더 옛날에는 안내양이 없어지고 하차벨이 생긴 것, 시내버스에서 감히 에어컨 바람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였다.

그랬는데 21세기에는 저런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겼고 버스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조회하면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xx번 버스 yy분 후 도착 예정, 현재 이 차의 내부 혼잡도는 zz" 이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단순히 저 버스가 현재 어느 정거장에 있고 여기까지 몇 정거장 남았는지가 나오는 게 아니다. 그건 신경 쓸 필요 없고 아마 지금으로부터 몇 분 뒤에 도착 예정이라고 더 직관적인 정보가 제공되는데, 버스는 지하철보다 정시성이 훨씬 더 떨어지는 교통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 예상 시각이 생각보다는 꽤 정확하다. 이건 그 버스의 이 구간 이 시간대에서의 평소 운행 통계 데이터를 토대로 아주 정교하게 산출된 값이기 때문이다.

또한, 운전석 주변이 온통 투명 플라스틱 차단막으로 둘러진 것도 내 기억이 맞다면 2010년대부터.. 버스 기사 폭행 사건이 몇 건 터진 뒤에 관련법이 강화됨과 동시에 시행되었지 싶다. 그 이전에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기억 나시려나 모르겠다.

버스 요금은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평균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많이 오른 요금에 속한다. 물론 처음에 워낙 저렴하게 시작하기도 했고, 또 그때에 비해 지금은 승용차와 지하철 때문에 버스의 수송 분담 비율 자체도 많이 내려가서 1인당 단가가 올랐으며, 지금은 비싼 대신에 과거에 누릴 수 없었던 여러 편리한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버스 도착 예정 시각 안내만 해도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한 기술을 동원하여 돌아가는 물건이다. 승객이 마냥 바가지만 쓰고 있는 건 아닌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통했던 KTX도 초기에는 욕을 많이 먹었다. 그래도 교통수단 시스템이 선진적으로 바뀌면서 공통적으로 '환승'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대중교통이 적절히 갈아타면서 spoke-to-spoke (거점 중심)가 아니라 일일이 point-to-point (문에서 문까지..)를 추구하다가는 속도와 접근성 어느 것 하나도 못 잡으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고속철이야 1990년대부터 대놓고 벌어졌던 국책사업이다만, 서울 버스 개편이라는 엄청난 과업을 처음에 생각해 내고 추진한 관료와 학자와 엔지니어들의 노고를 치하해 주고 싶다. 참 큰일을 해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6/22 08:33 2018/06/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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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의 성수대교는 지금이야 빨강 도색의 8차선 교량이지만 20세기에는 하늘색 도색의 4차선 교량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1994년 10월 21일, '경찰의 날' 기념일 당일 아침에 상판 하나가 그냥 뚝 무너져서 아래로 떨어지는 초유의 붕괴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상판과 함께 밑으로 떨어진 피해자라도 추락 타이밍이 어떤지에 따라 운명이 너무, 완전히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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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경들이 타고 있던 소형 승합차는 상판과 같이 거의 동시에 꽤 자연스럽게(?) 떨어진 덕분에 전경들 전원이 착지 타이밍 때 경상 정도밖에 입지 않았고 전원 무사했다. 심지어 외관상 차량의 손상도 별로 없었다.
아무리 같이 떨어졌다고 해도 차량 자세만 전방으로 유지됐을 뿐 엄연히 자유낙하이고, 엘리베이터가 수십 미터 높이에서 줄 끊어져서 추락한 것과 동일한데.. 그래도 차의 모든 타이어, 서스펜션, 시트 등이 충격을 고르게 흡수해 준 덕분에 탑승자들이 살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2) 그 반면, 같이 나란히 추락했던 옆의 승용차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강물로 돌진해서 침수됐다.
다른 어떤 승용차는 상판의 붕괴 직후에 다리에서 수직으로 추락해서 물에 빠졌다. 이건 차량 전방의 엔진룸이 수면 아래를 바라보는 자세이니 일종의 정면충돌 교통사고와 같은 양상이 됐다. 차량과 탑승자가 온전할 수 없었다.

(3) 최악의 경우는 잘 알다시피 16번(오늘날 145번의 전신?) 시내버스였다. 붕괴 부위와 다리 쪽으로 반반씩 걸쳐 있다가 결국은 무게 중심이 앞으로 기울면서 전복된 채로.. 천장이 아래를 향하는 자세로 추락해 버렸다.
차량은 가히 성냥갑처럼 구겨졌고, 승객 대부분이 저 높이에서 머리 부분부터 땅에 부딪혔으니 몰살을 면치 못했다. 전체 사망자 32명 중 2/3인가 3/4가 이 버스 승객이었다.

이것 때문에 성수대교 붕괴가 더욱 비극적인 참사가 되었다. 훗날 2010년 7월, 인천대교 마티즈 김 여사 사고 때도 공항 리무진 버스가 뒤집힌 채로 다리 아래로 추락해서 승객이 12명이나 사망한 것이 위의 사고 형태를 재현했다.
이렇게 차량들의 추락 타이밍이 엇갈리는 편인데.. 그래도 다리 아래의 수심이 얕아서 상판이 침수되지 않고 마치 섬처럼 육지를 만든 것, 그리고 차량과 차량끼리 부딪쳤거나 심지어 저 시내버스가 아래의 다른 차량 위로 떨어졌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점이었다.

성수대교보다 더 옛날 1986년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가 폭발했을 때에도 승무원들은 그 폭발과 화재에 휘말려서 공중에서 전원 즉사한 게 아니었다. 승무원 탑승 구역은 그 와중에도 큰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들은 성층권에 진입한 15km에 달하는 높이에서 거의 2분 30초 동안 자유 낙하하다 해수면에 부딪힘으로써 추락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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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냐고? "이 아줌마 콧구멍에서 반점이 나왔어..."는 아니고, 일부 승무원(2명? 3명?)이 착용한 헬멧에서 비상용 산소 마스크가 사용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장이 뛰는데, 시퍼렇게 산 채로" 우주선의 잔해와 함께 지상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이었다..;;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물이라 해도 그냥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거나 별 차이 없는 지경이었다.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낙하산 같은 게 아닌 이상, 그 어떤 어설픈 보호 장비로도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
다만, 아까 성수대교처럼 어지간한 한강 다리 높이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면 추락 자체의 충격보다는 그냥 "입수 후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인한 기절 + 익사"의 수순으로 죽는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고 있을 때는 이론적으로는 바닥에 누운 채로 한 손은 이마를, 한 손은 뒤통수를 받치고 있는 게 제일 안전하다. 만원 엘리베이터에서 누울 공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이긴 하겠지만... 추락 순간에 점프 같은 건 가능하지 않으며, 그러다 더 다치니 시도도 하지 말 것.

Posted by 사무엘

2018/06/15 08:36 2018/06/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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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메라, 애니메이션

요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렌즈가 하나가 아닌 둘이 달려서 나온다고 한다. 음향은 진작부터 2채널 스테레오가 보편화되긴 했다만, 영상도 사람의 두 눈처럼 두 렌즈의 결과를 적절히 합성함으로써 시야각과 광량을 더 개선하고 더 나아가 공간 인식에도 참고하려는가 보다.

총으로 치면 총열이 두 개 달린 초강력 샷건 같다. 비록 카메라는 셔터를 누를 때 반동이 발생한다던가 하지는 않지만, 촬영도 조준 잘해서 흔들리지 않게 찍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뭔가 사격과 비슷한 면모가 있어 보인다.

총이 휴대성을 강조하느라 총구가 너무 작으면 화력이 감소하며, 총열이 짧으면 명중률도 급격히 떨어진다. 이와 비슷하게 렌즈도 너무 작으면 화각이 감소하고 화면 가장자리가 휘는 왜곡이 심해진다. 초소형 몰래 카메라로 열악하게 찍은 영상일수록 그런 현상이 더 심한 걸 볼 수 있다.

동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그냥 자동화기를 넘어서 기관총 정도 될 텐데..
이게 실사 영화를 만들 때만 쓰이는 건 아니다. 실사 영화 그림을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는데, 한장 한장 보면서 2D 그림으로 일일이 베껴 그려 넣는 기법은 (1) 로토스코핑이다. 그리고 실사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찰흙 인형이나 레고 구조물을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이동시키고 바꾸면서 찍는 건 (2)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1)은 애니메이션으로 실사에 준하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고 (2)도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장면을 실사로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신하긴 하지만, 노가다 양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3D CG 기술이 발달했고 인건비 절약이 중요한 오늘날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3D CG로 오히려 2D 만화 그림체를 흉내 내고, 없는 찰흙 인형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격과 카메라 얘기가 동시에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스마트폰이 아주 가끔은 오발신(?) 현상이 있는가 보다.
전화기가 평소에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분에게서 오는 전화를 받아서 응답했는데 저쪽에서는 배경음만 들리고 아무 말이 없다.
나중에 그 사람에게 직접 묻거나 다시 전화를 해 보면 자기는 그때 전화를 한 적이 없댄다.

자동차가 급발진 의심 증세가 있고 총기도 오발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스마트폰도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평소에 전화기를 잠금 해 놓고 지내지 않나? 어떻게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오발신이 될 수 있지? 궁금하다.

2. 총은 살살 쏘면 맞아도 안 아파?

  • 총은 살살 쏘면 맞아도 안 아파~!
  • 하드디스크는 데이터를 엄청 많이 집어넣게 되면 무게가 늘어난다.
  • 에어컨은 살살 약하게 틀면 전기를 덜 먹는다.

이런 예가 또 뭐가 더 있을까?
으음..; 뭐랄까 "무거운 사람이 가벼운 사람보다 같은 높이에서 더 빨리 떨어진다" 같은 급의 발상 같다.
기초 과학 법칙에 극도로 무지하거나, 현대 문명의 이기들의 기본적인 동작 원리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이게 다들 그냥 요술상자 매직· 블랙박스인 줄로만 아는 기계치라면 이렇게 순진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영구기관 같은 사이비 유사 과학 데에도 낚이기 쉬울 것이다. 사실, 마찰이 아주 작아서 굉장히 오래 술술 잘 돌아가는 듯이 보이는 기계만 해도 일상적으로 보기는 쉽지 않으며, 영구기관인 걸로 착각하기 쉬우니 말이다.

에어컨이 전기를 덜 먹게 하려면 송풍기의 강도를 낮출 게 아니라 설정 온도를 높이거나, 아예 냉방을 끄고 송풍 모드로만 바꿔야 한다. 총을 살살 때리는 게 가능한 몽둥이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거나, 에어컨을 뭔가 최첨단 고성능 선풍기의 연장선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비행기는 고도를 낮춰 착륙하려면, 기수를 아래로 향하게 할 게 아니라 위로 들고 엔진 출력이나 서서히 낮춰야 한다. 기수가 먼저 땅에 닿는 건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이다..;;
자동차가 피시테일에 빠져서 요동치고 있다면 오히려 가속을 해서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게 해서 불안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이렇듯, 기계를 잘 다루려면 우리의 직관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조작을 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3. 90도 직사

군대에서는 총을 사용하는 훈련을 마친 뒤 복귀해서는 병사들 전원이 오와열 맞춰서 총구를 하늘로 들고 "노리쇠 후퇴 전진, 어깨 위에 총, 격발, 이상 무" 이렇게 총기에 총알이 없다는 걸 확인한다. 그런데 이때 격발이 되어서 진짜로 하늘을 향해 90도로 총을 쏴 버리면 어떻게 될까?

  • "건전지에 전선으로 양극을 연결하면 어떻게 되나요?"
  • "자동차 운전 중에 기어를 갑자기 R로 바꾸면 어떻게 되나요?"
  • "망원경으로 태양을 직접 보면 어떻게 되나요?"

꼭 destructive하고 위험한 쪽으로 비상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딘가엔 꼭 있다.

저 경우, 물론 바람 때문에 총알이 정확하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으로 그대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공기의 저항 때문에 탄두는 처음에 격발됐을 때보다는 훨씬 더 천천히 땅에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수치를 동원해서 구체적으로 그 위력이 얼마 정도 되는지... 총알은 고도 몇백 m 정도까지 올랐다가 1기압의 지표면에서 얼마 정도의 종단 속도로 떨어질지, 머리에 맞으면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낭설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만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뭐, 밤 하늘에 비행기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쏘는 것도 금지고, 공중으로 총을 쏘는 것도 도대체 무슨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은 절대 금지이긴 하다.
그리고 총알도 아니고 박격포를 90도로 쐈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이다. (박격포는 그 특성상 포병이 아닌 보병에 속하는 병과이다.)
저격수나 포병이나 다 규모가 차이가 있을 뿐 보병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화력 지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4.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과학 기술

  • 질소 합성: 인간은 다른 것보다도 우선 잘 먹어서 영양 상태가 좋아야 면역력도 좋아지고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공기 중의 질소를 인공적으로 농축해서 암모니아를 합성하고 비료를 만들 수 있게 됨으로써 식량 생산에 치트키를 넣을 수 있게 됐다.
  • 백신과 항생제: 인류를 무수한 세균성 질병으로부터 구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게 없던 시절엔 야외· 야전에서 좀 크게 다쳤다 하면 환부가 세균에 감염돼서 사람이 픽픽 죽거나 사지를 통째로 절단하는 게 다반사였다. 심지어 출산이나 발치 이후에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 수돗물 염소 소독: 깨끗한 상수도를 보급하는 기본적인 인프라야말로 그 어떤 의료· 제약 기술 이상으로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큰 기여를 했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흐르는 물로 늘 손을 씻는 것 말이다.
  • 비타민의 존재 규명: 이거 존재를 모르던 시절에는 평범한 식단을 유지할 수 없는 군인이나 선원들이 전쟁 내지 항해 중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비타민 결핍증으로 픽픽 쓰러지고 죽어도 속수무책이었다.

안전 유리가 없던 19세기 말의 자동차 초창기 시절에는 시속 60이 채 안 되는 속도로 교통사고가 나도 앞유리창이 와장창~ 하면서 수류탄 파편으로 변해서 탑승자에게 사망 또는 중상을 야기했다. 뭔가 기본적인 안전 장치가 없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사람이 죽을 이유가 전무한 간단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픽픽 죽거나 중상을 입어야 했다.
그리고 굳이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항생제나 백신이 없던 시절에 인류의 의료도 딱 그런 정도로 열악했었다.

세균의 존재를 모르던 불과 200년 남짓 전만 해도, 의사들이 방금 전에 시체를 부검했던 손으로 그대로 다른 환자들의 환부를 만졌다. 의사라는 사람들부터가 손 씻기의 필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 점에서는 오히려 동양이나 유대인들보다도 더 미개했다.

양치질에서 물리적으로 구석구석 칫솔질을 잘 하는 게 치약 바르고 묻히고 가글링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듯, 손 씻는 것도 '흐르는' 깨끗한 물에 손가락 구석구석을 비비고 문지르는 게 비누를 묻히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완전 기름때 위주가 아닌 이상..). 그리고 그 물을 잘 소독하여 보급하는 것의 중요성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수십 년 전에는 여객기 스튜어디스가 누적된 간접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려서 이걸 산업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위험한 힌덴부르크 수소 비행선도 객실 안에 흡연실과 라이터가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참 어이가 없다.

그리고 대소변은 반드시 화장실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길거리에서는 함부로 침 뱉지 말고, 기침은 팔꿈치로 입을 가리면서 하고, 다같이 식사를 하는 곳에서는 국을 국자로 푸는 것.. 이런 기본적인 위생 관념이 전염병 예방에 기여를 한다. 미국도 20세기 초에는 "제발 침 뱉지 맙시다" 계몽 운동을 할 정도였다.

한 가지 더..
세균의 존재가 규명된 것까지는 좋은데, 20세기 초에 일본에서는 그 당시의 최신 첨단 학문 트렌드였던 '세균설'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비타민 결핍증까지 세균 탓이라고 오인해서 군인들을 필요 이상의 위생 검열로 고생시키면서 결핍증은 전혀 해결하지 못한 병크를 저지르기도 했다. 바이러스까지도 세균이라고 주장했던(주작? 단순 착오?) 노구치 히데요를 배출했던 동네답다.

5. 기타 기계· 기술 분야 얘기

(1) 에어컨은 필터 청소를 안 하고 관리를 잘 안 하면.. 켠 직후에 그 특유의 더러운 냄새가 바람에 잔뜩 섞여 나온다. 하지만 그 냄새는 본격적으로 냉동이 시작되고 찬 바람이 나오면 없어지는 편이다. 처음이 문제다.

디젤 차량도 차가 적당히 속도가 붙고 엔진 회전수가 올라간 뒤에는 괜찮은데 갓 출발할 때, 혹은 급가속을 할 때가 크리티컬이다. 연료의 불완전 연소 빈도가 높고 이때 매연이 뿌뿡 뿜어져 나온다.
VVVF 전동차 중에서 초기형인 GTO(사이리스터 소자) 기반 차량은 가속할 때 특유의 시끄러운 전자음이 나는데, 정작 전동기가 최대 출력에 도달하면 윙윙 소리가 인간의 가청 대역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조용해진다. 이런 것들이 다 기계의 특성인 것 같다.

(2) 내연기관에서 반켈 엔진이 왕복 운동이 아니라 회전 운동을 직통으로 생성하는 형태라면, 전동기에서 선형 모터는 특수하게 생긴 차량과 궤도를 이용해서 회전조차 생략하고 차체의 운동을 직통으로 구현한... 그런 형태로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06/09 19:37 2018/06/0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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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을 종합해 보면, 크기, 무게, 폭, 속도를 감안했을 때 차와 보행자가 법적으로 다음과 같은 4등급으로 나뉘는 듯하다.

1. 보행자

말 그대로 뚜벅이부터 시작해서 유모차, 리어카, 휠체어, 체인과 브레이크가 없는 느린 세발자전거는 보행자에 속한다. 인도로 다닌다.
요구르트 아줌마가 타고 다니는 전동 리어카도 약간 크긴 하지만 전동 휠체어에 준하는 보행자로 볼 수 있겠다.

2. 차

고속 주행 가능한 무동력 자전거, 전동 킥보드, 페달 보조 기능만 하는 일정 출력 이하의 전동 자전거 정도가 해당된다.
이런 것들은 자동차는 아니지만 법적으로 '차'이다. 사람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슬슬 빨라지며 부딪치면 다칠 위험도 커지는 관계로.. 원래는 도로에서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하지만 얘들은 자동차보다는 여전히 훨씬 느리기 때문에 차도에만 다니기에는 좀 애로사항이 있다.

그 대신 이 등급에 속하는 교통수단들은 한강 공원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주행 가능하다.
평범한 스케이트보드나 킥보드는 잘 모르겠지만, 인라인 스케이트는 잘 타는 사람은 평지에서 정말 자전거에 준할 정도로 빨리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2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차도를 통행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
인력거는 속도를 생각하면 1에 속하겠지만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2에 속할 듯하다.

이륜차가 인도로 주행하거나 운전자가 탑승한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일단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인도나 횡단보도에 별도의 이륜차 주행선이 그어진 경우는 예외) 하지만 이와 반대로 차도를 다녀서는 안 되는 느린 보행자가 차도로 다니는 경우도 있다.

  • 눈이 많이 왔을 때: 길 상태가 차도가 인도보다 더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도는 눈이 쌓였거나 빙판이 됐지만 차도는 그렇지 않음)
  • 전동 휠체어: 안 그래도 바퀴도 작은데 평평한 차도가 인도보다 당장 다니기 더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 짐을 잔뜩 실은 리어카: 혼잡한 인도를 다니기에는 리어카가 차지하는 폭이 너무 커서 행인들에게 끼치는 민폐도 크기 때문이다. 주로 폐품 수집하는 노인분들이 이러시는 것 같다.

3. 준자동차

페달질을 하지 않아도 가속 가능한 전동· 엔진 자전거, 오토바이, 사륜 오토바이(일명 ATV), 소형 전기차, 고속 주행을 할 수 없는 중장비(굴삭기· 지게차), 농기계(경운기, 트랙터..)
여기서부터는 운전자는 면허가, 차량은 등록과 보험이 필요해진다. 인도 주행은 진짜로 절대 금지이며, 자전거 전용 도로에 진입할 수도 없다. 오토바이는 같은 이륜차인 자전거와 달리, 맨 구석 차선에서 차들의 틈새로 다니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옛날에 있었던 삼륜차는 엔진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3일 것이고,
말의 경우는 단독으로 말 타고 달리는 건 속도 때문에, 마차를 끄는 건 크기 때문에 역시 3에 속할 것이다.

4. 자동차

이제 최종 단계이다.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도 진입하여 고속 주행이 가능한 사륜 이상의 차량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렇게 분류를 해 보니 교통수단은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며 1과 2, 2와 3, 그리고 3과 4 사이에 어중간하게 낀 처지인 물건들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무동력으로 인간의 이동을 보조해 주는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같은 건 무기로 치면 냉병기이고, 항공기에다 비유하면 기구· 비행선이나 글라이더 정도 된다.

자전거는 (1) 둥근 fender에 매끄러운 바퀴가 달렸고 여성분들이 탈 만한 제일 평범한 모델이 있는가 하면 (2) 바퀴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산악용 자전거 비스무리하게 생긴 일명 '유사 MTB'도 있다. 그리고 (3) 바퀴가 아주 가늘고 핸들이 뭔가 산양의 뿔처럼 생긴 경주용 자전거도 있는데, 이것들은 용도와 역할이 제각기 다르다. 똑같이 성인용 자전거라 해서 다 같은 자전거가 아니라는 뜻이다.

유아· 어린이용 자전거는 세벌뿐만 아니라 이륜이지만 보조 바퀴 달렸고 여전히 느린 것도 있다.

21세기 이래로는 못 봤지만, 본인 어렸을 때만 해도 검고 커다란 일명 '쌀집 자전거'에다 초소형 가솔린 엔진을 얹어서 반쯤 스쿠터 내지 오토바이로 개조한 자전거가 가끔 보였다. 글쎄,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자그마한 엔진 출력으로 쇠로 된 무거운 자전거의 큰 바퀴를 굴리려면 변속기도 신경 써야 할 텐데 싶다. 옛날에는 영운기 트럭도 뚝딱 개조했는데 자전거를 저 정도 개조쯤이야 못 할 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오토바이 중에는 '스쿠터'라는 물건도 있다. 얘는 여느 오토바이와는 달리 바퀴가 작고 엔진 소리가 유난히 앵앵거리는 편이며, 이륜차이지만 아래에 운전자의 두 발을 한데 모을 공간이 있다는 외형상의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오토바이나 말의 뒷자리를 일컫는 영어 단어가 pillion이라고 따로 있는 게 흥미롭다. 전투기 후방석도 그렇게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담 1: 간단한 자동차의 역사

(1) 옛날에는 나름 2000~3000cc급의 준대형 승용차로 여겨진 그랜저조차 초기 모델은 타이어의 휠너트가 4개였다. 그러다가 1992년에 나온 뉴 그랜저부터 곧장 5개로 올라갔다.
그랜저보다 더 작은 차종인 쏘나타는 한동안 4개이다가 2004년의 NF 쏘나타부터 5개가 됐다.
그보다 더 작은 준중형급 아반떼는 2006년에 나온 HD 모델부터 5개가 됐다. 그래서 이제 현대차 중에는 액센트 같은 소형차만이 4개가 유지되고 있다.

자동차의 휠너트가 4개에서 5개로 는 동안.. 대형 버스도 나는 타이어의 휠너트가 당연히 8톤 트럭에 준하는 8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10개짜리도 있는 게 케바케인 것 같다.

(2) 옛날, 1980년대 초까지는 겨우 2000cc짜리 차도 6기통으로 만들기도 했다(그라나다). 비록 휘발유 엔진이 실린더 당 최대 배기량이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겨우 그 배기량에 그런 엔진 설계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기통수가 많아서 부드러운 것보다 저출력으로 인한 저연비와 환경 오염 문제가 더 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은 차를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게 됐다.

(3) 또 무슨 예가 더 있을까? 어지간한 승용차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하는 게 유행이 되면서, 옛날처럼 자동차 타이어 휠이 가장자리에만 구멍이 숭숭 난 은색 쟁반 같은 모양을 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최소한(보통 휠너트 개수만큼)의 굵직한 스포크(spoke)만 있으며, 안쪽의 반들반들한 디스크 원반이 드러나 보이는 형태가 됐다. 이런 것들이 다 알게 모르게 변한 점이다.

(4) 옛날 자동차들은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이 정말 곧이곧대로 주황색(amber; 호박색)이었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들은 켜져 있지 않은 동안은 깜빡이도 전조등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흰색인 것이 유행이다. 황색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또한 미국 자동차의 경우, 후방은 깜빡이도 브레이크등과 동일하게 빨간색이고 그 대신 방향 애니메이션 같은 걸로 방향 지시를 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5) 옛날 자동차는 바깥 백미러가 지금처럼 운전석 앞 A 필러 근처가 아니라, 아예 엔진룸 앞의 최전방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늦어도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런 디자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운전을 오래 한 어르신들 중에는 백미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시야 확보 측면에서 좋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리고 현대와 미쓰비시가 제휴해서 만들었던 그랜저/데보네어 같은 차종도 일본판은 백미러가 그렇게 배치되어 출시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미러가 어디에 있건, 운전석 자리에서 곧장 각도 조절을 할 수 없다면 참 불편할 것 같다. 특히 조수석 것까지 말이다. 우회전 내지 오른쪽으로 차로를 변경할 때 우측 바깥 백미러의 중요성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제일 불편한 건 무식하게 창문이나 문을 열고 유리를 손바닥으로 직접 만져야 하는 타입이고, 조금 발전하면 차 안에서 별도의 레버로 각도 조작이 가능하다.
제일 편리해진 건 운전석의 버튼만으로 조수석의 백미러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전동형이다. ABS야 경차에도 다 달려 나오는 필수가 됐지만, 전동 백미러는 단순 편의 기능이다 보니 여전히 쏘나타급 중형차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렌트를 해서 몰아 봤던 아반떼에도 그런 기능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담 2: 크고 아름다운 자동차

대형 버스는 여느 승용차와는 특성이 다른 게 생각보다 많다.

  • 자동문 기반인 문 여는 방법부터가 다르다. 승객은 운전사가 열어 놓은 문을 통과하기만 하면 되지만 차에 제일 먼저 타는 운전사는 그렇지 않다.
  • 조향륜인 앞바퀴가 운전석의 앞이 아니라 뒤쪽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차(수직, 평행)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 엔진 위치의 특성상 핸들이 뉘인 각도가 승용차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낮다. 그리고 같은 각도로 회전하려면 소형 승용차보다 핸들을 두 배쯤 더 많이 돌려야 한다.

변속

  • 이 바닥은 여전히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평지에서는 1단이 아니라 그냥 2단에서 출발한다.
  • 소수의 자동 변속기 모델도 P가 따로 없다. 변속기의 구동축 고정 기능만으로는 그 무거운 차 바퀴를 붙잡아 둘 수 없고 오히려 자기가 파손되기 쉽기 때문이다.
  • 대형 디젤 차량의 일상적인 엔진 회전수는 승용차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낮다.

제동

  • 브레이크액이 아니라 압축 공기로 제동력을 전한다. 일단 제동력 하나는 정말 강한 덕분에 대형차 용도로 적합하다. 매개체가 처음부터 기체이니, 브레이크액이 열받아서 기화하는 vapor lock 현상 걱정도 전무하다.
  • 주차 브레이크도 압축 공기를 사용해서 건다. 얘는 제동을 걸고 있는 동안 공기가 소모되지는 않지만, 제동을 걸었다가 풀 때는 공기가 빠져나가는 푹~ 취익 소리가 난다. 역시 압축 공기로 평소에 문이 열리지 않게 꽉 붙잡고 있는 버스나 지하철의 자동문을 생각하면 된다.
  • 또한, 이런 차들은 엔진 브레이크에 대한 개념도 승용차와는 좀 다르다. 디젤 엔진은 워낙 고토크+저회전이기 때문에 승용차처럼 무작정 저단으로만 바꾼다고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엔진 rpm도 바퀴를 따라 같이 높아져서 탈이 나기 쉽다. 이런 차들은 배기구를 틀어막는다거나 리타더/제이크 같은 다른 형태의 엔진 브레이크가 쓰인다.

예전에 브레이크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에어 브레이크는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마다 공기가 조금씩 소모되고 압력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엔진 힘으로 상시 압축기를 가동해서 무슨 에어컨 냉매도 아닌 공기를 압축해서 탱크에다 비축해 둬야 한다. 압축 공기의 비축량은 냉각수 온도나 배터리 전하량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 아주 긴 내리막이 계속돼서 엔진 rpm은 올라갈 일이 없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만 계속해서 생기면 차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물론, 브레이크액 기반인 승용차도 제동력의 '증대'를 위해 엔진 힘을 일부 사용하긴 한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무슨 자전거 브레이크 같은 단순한 물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들은 '공기압 배력'이 아니라 반대로 '진공 배력' 방식이며, 별도의 게이지나 공기 탱크 같은 물건까지 필요한 구조는 아니다.

버스의 특성은 대형 트럭과 동일한 것도 일부 있다. 그리고 1종 보통 면허로도 사람이 아니라 짐을 많이 싣는 트럭은 대형 버스만치 긴 무려 11.5톤까지 몰 수 있으며, 그 정도면 트럭은 차축이 하나 더 달려 있다. (국내에 버스가 차축이 2개보다 더 많은 건 2층, 굴절, 에버랜드 셔틀 같은 것밖에 없다.)

뭐, 트럭은 자동문이나 자동 변속기 같은 건 없을 것이고 운전대가 버스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대형 트럭의 운전석에 올라타는 건 반쯤 등산 수준이지 않던가.
대형 버스는 와이퍼가 좌우+수직 형태로 2개인 반면, 대형 트럭은 와이퍼가 승용차와 동일한 수평 형태이지만 2개가 아니라 3개가 달려 있다.
버스는 운전대가 더 낮고 앞유리가 세로로 더 넓기 때문에 와이퍼가 저렇게 비치된 것 같다.

만약에 내가 뭘 잘못해서(...) 운전 면허가 취소돼 버리고 다시 따야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난 그때는 꼭 대형으로 딸 것이다.
6000, 8000cc짜리 초호화 승용차나 스포츠카를 몰면서 시속 200으로 밟는 거.. 참 좋긴 한데,
8000, 10000cc짜리 엔진이 달린 대형 버스도 만만찮게 몰아 보고 싶다.
그리고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 몰다가 밤에 운전석 뒷좌석에서 자는 건 생각만 해도 꿀잼이어 보인다.

크고 아름다운 기계를 굴리는 건 남자의 로망이다.
그런데 이렇게 버스, 트럭, 비행기, 열차, 선박까지 교통수단들을 조금씩 다 몰아 보려면.. 특전사나 공작원 같은 군인이 되는 것밖에 방법이 없으려나..?

Posted by 사무엘

2018/06/01 08:31 2018/06/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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