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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의 역사

오늘날 PC의 GUI 환경에서 돌아가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F1을 누르면 도움말이 나온다.

윈도우는 운영체제 차원에서 표준 도움말 규격이 있는 것으로 예로부터 유명했다. 아예 운영체제의 API에 WinHelp 같은 함수가 정식으로 등재되어 있다. -_-
맥 OS는 모르겠고, 리눅스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고 들었다(쉘부터가 GNOME이 뭔지 KDE가 뭔지 사실 아직도 알쏭달쏭... ㄲㄲ).

그 원조는 바로 WinHelp와 그 기반의 HLP 도움말 파일이다. 20년 전의 윈도우 3.0때 처음으로 도입된 이 기능은 나름 굉장히 유용했다. 다양한 서식을 적용한 텍스트 + 이미지 + 하이퍼링크 + 팝업창은 일종의 인터넷 WWW와도 비슷한 수준의 인터페이스였다. WinHelp는 의외로 기능이 다양해서 도움말에다 색인도 넣고, 도움말 창의 버튼도 customize 가능했다.

당시 WinHelp를 설계한 엔지니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도움말이라는 간단한 주제 하나만으로 굉장한 대작을 만들어 냈다. 윈도우 3.1 때 도움말 시스템이 소폭 업그레이드되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대동소이하고 하위 호환성 정도는 유지되었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도움말은 기본적으로 오늘날 워드패드가 사용하는 RTF(서식 있는 텍스트) 기반이었다. 문서 파일에다가 각종 도움말 메타정보를 WinHelp 스펙대로 넣어 준 후, 이들 파일과 그림들을 Help Compiler로 컴파일하고 압축하면 HLP 파일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이건 대단히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그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위지윅 도움말 저작 도구도 응당 개발되어 나오곤 했다.
16비트 윈도우용 SDK를 보면 도움말 컴파일러가 HC30 (윈 3.0 공용), HC31 (윈 3.1 전용)이 따로 있었다.

이 WinHelp는 윈도우 95에서는 4.0으로 버전이 올라가고 기능이 훨씬 더 강화되었다. 계층 구조의 목차가 따로 추가되어서(*.CNT) 도움말의 첫 화면에다 번거롭게 목차를 본문 형태로 넣을 필요가 없어졌으며, What's this?라는 풍선 도움말이 추가되었다. 창도 더욱 아담해지고 응용 프로그램과 통신만 잘 주고받으면 거의 CBT 수준의 인터렉티브한 도움말을 만들 수도 있게 됐다.

윈도우 3.x 시절에는 매 대화상자마다 한쪽 끝에 ‘도움말’ 버튼이 있는 게 유행이었는데 그게 95부터는 다 사라졌다. 그 대신 X 버튼 왼쪽에 [?] 버튼이 생겼다.

그리고 또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도움말 시스템이 16비트(winhelp.exe)와 32비트(winhlp32.exe)로 완전히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윈도우 운영체제의 도움말은 단순히 하이퍼링크가 달린 RTF 문서 뷰어 수준을 훨씬 더 능가하는 방대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HLP 파일은 윈도우 API를 호출하는 건 물론이고 WinHelp 규격대로 만들어진 플러그 인 DLL들을 붙여서 도움말 화면을 사실상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었다. 나만의 버튼을 추가하고, 확장 기능을 넣고... DLL이 들어간 이상 16비트와 32비트의 분리는 불가피해진 것이다. 지금 같으면 32비트와 64비트의 분리가 필요하겠지.

얼마나 customize가 가능하냐 하면, HLP 파일에다가 마치 오늘날의 HTML 도움말(CHM)처럼 목차 탭을 도움말 내부에다 보조 윈도우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도움말이 WinHelp에다가 아예 없던 기능을 추가할 수 있을 정도였던 것이다.
과거 본인이 즐겨 이용하던 Paint Shop Pro 7은 Robo HelpOffice라는 저작 도구로 만들어진 HLP 도움말을 제공했는데, 정말 기능이 상상을 초월하게 화려했다.

이게 웹으로 치면 ActiveX이다. 도움말 세계의 ActiveX인 셈인 것이다. -_-;;

그랬는데, 윈도우 98 + 인터넷 익스플로러 4가 되면서 새로운 도움말 시스템이 또 등장했다. 서식 있는 텍스트+하이퍼텍스트의 진수는 바로 웹이 아니던가. RTF가 아니라 아예 IE의 엔진을 쓰는 도움말이 생긴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는 HTML 도움말이며, 파일의 확장자는 CHM이다. Compiled HTML.

HTML 도움말은 내부적으로 IE를 쓰는 관계로 과거의 WinHelp보다 훨씬~ 더 덩치 크고 무거웠다.
IE 4를 얹지 않은 옛날 윈도우 95 시절의 탐색기 vs 오늘날 탐색기의 덩치 및 구동 시간은
과거 WinHelp 도움말 vs 오늘날 HTML 도움말의 덩치 및 구동 시간

이건 비슷한 구도이다. -_-;;;
하지만 웹에서 쓰이는 각종 자바스크립트+다이나믹 비주얼 효과를 도움말에서도 그대로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웹 기술을 도움말에다 활용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WinHelp 기술은 윈도우 밖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테크닉이지 않은가.

개발자의 입장에서야 RTF보다야 HTML이 훨씬 더 친근하니 예전보다 도움말 만들기가 쉬워진 것도 아주 좋다. 본인도 HLP 도움말은 만들 엄두를 못 냈었는데 CHM 도움말은 나모나 프런트페이지만으로도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홈페이지 만드는 데 쓰이는 파일을 그대로 모아서 컴파일만 하면 끝. 그러니 CHM 파일은 웹 문서 아카이브를 만드는 데도 아주 유용했다.

일반 웹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도움말에는 필요한 기능이 있다. 가령, 팝업 메뉴를 띄운다거나 외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기능은 소스를 보면 MS가 자체적으로 ActiveX처럼 비표준 확장 태그를 써서 구현해 놓은 걸 볼 수 있다.

CHM 도움말은 장기적으로 기존 HLP 도움말 시스템을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HLP로 할 수 있는 일은 CHM으로도 다 할 수 있게 돼 있다. 가령, CHM으로도 풍선 도움말을 구현 자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쬐그만 풍선 도움말이 웹 페이지 내용이라는 건 영 안 어울린다. 실제로, 비스타부터 풍선 도움말은 윈도우 운영체제 내부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윈도우 98부터 XP까지 운영체제의 도움말은 WinHelp와 HTML 도움말이라는 양분된 구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윈도우 비스타는 과감하게 WinHelp를 없애 버렸다. HLP 도움말을 열면 ‘이 도움말은 옛날 버전으로 만들어져서 이제는 더 지원되지 않습니다’만 뜬다. (단, 16비트용 WinHelp는 남아있음)
원래 마소는 과거 호환성을 극도로 존중해 주는 집단이다. 그런데 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일까?

오늘날 과거 호환성보다 더 중요한 건 보안이기 때문이다.

HLP와 CHM 모두 단순히 read-only 하이퍼텍스트 문서만 취급하는 게 아니다. 사용자의 컴퓨터에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고, DLL의 코드를 불러와서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재적 보안 위험성도 충분하다.

마소는 21세기부터 자사 소프트웨어에 있는 이스터 에그를 모두 없앴으며, 이미 짜 놓은 수많은 코드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보안 강화 리팩터링을 시작했다. 비주얼 C++ 2005부터는 잘 알다시피 비표준 오명을 감수하고라도 C 라이브러리까지 뜯어고쳐서 *_s 함수를 도입할 정도였다.

그랬는데 그렇잖아도 구닥다리 WinHelp의 코드를 보니까, 이건 기능도 카오스 그 자체이지, 앞으로 지원도 안 할 건데 리팩터링을 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그러니 철도 당국이 수익 안 나는 간이역을 폐역하듯이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WinHelp 함수 지못미.

이런 보안 강화 정책으로 인해, 윈도우 비스타부터는 탐색기에 16비트 윈도우 실행 파일들이 아이콘이 그려져 나오지 않는다. 웹페이지의 파비콘을 추출하고 그리는 코드의 허점을 이용해서도 악성 코드를 주입하고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_-;; 비슷한 이유로, 워드패드에서 과거 wri 파일 포맷을 읽는 기능도 삭제되었다. 구닥다리 코드는 이제 와서 보안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무시하기. ㄲㄲ

사실은, CHM 파일마저도 이제 MS가 더 적극적으로 개발을 안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즘 MS가 만드는 프로그램들은 CHM 안 쓰고 또 자기만의 다른 도움말 시스템을 쓴다. 비록 내용 렌더링이 HTML 기반인 건 동일하지만, CHM은 아니라는 뜻.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HTML 도움말을 보면, 도구상자의 아이콘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직까지도 16컬러 그대로이다. ㄲㄲㄲ

아울러, CHM 역시 보안 위협을 많이 받는 관계로, 웹에서 받아서 바로 실행한 녀석은 내용이 표시되어 나오지 않는다. 반드시 로컬 환경에다 저장해서 ‘속성 -> 제한 해제’를 해 줘야 내용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윈도우 운영체제의 도움말 시스템이 어떻게 변모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설마 CHM이 HLP처럼 그렇게 갑작스럽게 호락호락 없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하긴, 예전엔 아래아한글도 언어(한국어든 영어든)와 플랫폼(3.1/95/NT)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표시되는 GUI 엔진을 표방하고서, 도움말조차 자체 포맷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97까지만 해도 윈도우 3.1 도움말 스타일의 자체 도움말을 썼었는데 워디안/2002 이후부터는 싹 잊혀지고 그냥 CHM을 쓰기 시작했다.
도스용 프로그램 개발할 때 도움말 기능을 구현하던 추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

※ 잡설: 응용 프로그램의 보안 문제

유명한 국산 압축 프로그램인 빵집의 구버전에서, 악의적으로 일부 내용이 조작된 zip 파일을 열자 엉뚱하게도 내가 지정해 준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프로그램의 보안 취약점을 시연하는 동영상을 보니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프로그램의 소스로는 제각각의 이름으로 구분되는 수많은 변수와 함수의 명칭들이, 빌드 후에는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오프셋 내지 메모리 주소로 바뀐다. 그러니 이런 정교한 숫자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동작을 하게 된다. 그런 조작은 입력 파일의 조건 검사를 허술하게 하는 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해서 가능하다. 더구나 zip은 프로그램 실행과는 전혀 관계없는 데이터 파일일 뿐인데, 하물며 대놓고 프로그램 실행 기능이 있는 파일은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각종 보안 업데이트가 귀찮기 그지없다. 하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보안 업데이트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도 없다. 그러니 서로 답답한 노릇이다.

“모방 범죄 예방을 위하여 더욱 정확한 후레쉬 조작법... 이 아니고 더욱 정확한 악성 코드 삽입 방법은 알려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5/03 08:14 2011/05/0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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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제품들의 글꼴

1. 비주얼 C++의 글꼴

과거의 비주얼 C++ 4~6은 IDE의 글꼴 체계가 좀 특이했다.
영문 윈도우에서는 각종 UI 글꼴이 MS Sans Serif 8포인트로 나오고, 코드 에디터의 기본 글꼴은 Courier 10포인트로 나왔다. 트루타입 글꼴인 Courier New가 아님.

그 반면, 한글 윈도우에서는 코드 에디터의 기본 글꼴은 FixedSys 12포인트였고, 대화상자의 기본 글꼴은 무려 System으로 설정되었다. 글씨 크기부터가 다르다.
참고로, 비주얼 C++과 동봉된 Spy++ 유틸리티도 대화상자의 글꼴이 동일한 형태로 나왔다.
둘 다 MFC를 써서 개발된 것도 동일하니, 뭔가 동일한 UI 라이브러리를 공유라도 하지 않았나 추정된다.

이 윈도우 3.1스러운 System 폰트는, 비주얼 C++이 더욱 추레하고 꼬질꼬질하게 보이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_-;;;
사실, 윈도우 3.1 시절에도 영문판에서 원래 MS Sans Serif 8포인트로 맞춰졌던 UI가 한글 윈도우에서는 한글 때문에 글씨 크기를 더 키워서 System으로 나왔으니, 비주얼 C++도 이와 동일한 관행을 답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후 버전인 닷넷은 그 글꼴 체계가 개선된 것만으로도 외형이 훨씬 더 깔끔해 보인다.
물론 MS 오피스 97 스타일의 UI가 오피스 XP 스타일로 바뀐 것도 작용했겠지만 말이다.
그 당시 윈도우 XP와 오피스 XP의 UI 디자인은 정말 파격적이었다. XP라는 브랜드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닷넷의 IDE는 신기하게도 에디터의 기본 글꼴이 돋움체 10포인트이다.
한글 윈도우에서는 자동으로 한글 서체를 찾아 쓰는 모양인데, 그럼 한글 글꼴이 없는 영문 윈도우에서는 뭐가 설정되는지 모르겠다.

2. 운영체제의 글꼴

한글 윈도우에서는 그저 굴림 일색이지만, 영문 윈도우에서는 MS Sans Serif에서 Tahoma로 UI 글꼴이 바뀌어 왔다.
MS 오피스도 그 구닥다리 97 버전도 영문판은 대화상자의 글꼴이 Tahoma이다. 보기에 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 C++이나 포토샵처럼 특정 계층의 전문 종사자들이나 쓰는 소프트웨어가 영문판인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언어라는 숲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이 다루는 분야의 용어라는 나무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번역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그러나 운영체제나 오피스 스위트는 워낙 불특정 다수가 쓰는 녀석인 만큼 한글판이 널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구하지 않는 이상 이런 프로그램의 영문판을 국내에서 접하기란 꽤 어렵다.

영문 윈도우 XP는 창의 제목의 글꼴이 일반 UI의 글꼴과는 달랐다. 제목 글꼴이 그 이름도 유명한 Trebuchet MS이었다. 온통 맑은 고딕이나 Segoe UI로 획일화되어 버린 윈도우 비스타/7조차도 그렇지는 않은데 말이다.
물론 한글 윈도우 XP는 제목의 글꼴이 역시나 '굴림+진하게'이기 때문에 영문판의 감흥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Trebuchet MS 글꼴이 한글 윈도우 XP에도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글판은 디스플레이 글꼴 설정에 이 글꼴이 뜨지 않으며, 사용자가 강제 지정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글꼴 목록에는 모든 글꼴이 나타나지 않으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마치 명령창(콘솔)의 글꼴도 왜 자유롭게 지정이 안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3. 트루타입 글꼴의 역사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속이 채워진(=래스터라이즈가 되는) 윤곽선 글꼴이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무려 윈도우 3.1부터이다. 멀티미디어 API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과 비슷한 시기이고, 공교롭게도 아래아한글 2.0이 출시된 것과도 비슷한 시기이다.
그 전에 존재하던 글꼴들은 몇몇 단계별로 지정된 크기 이외에서는 계단현상이 나타났다.
Script, Modern, Roman처럼 곡선이 그려지는 벡터 기반 글꼴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건 선만 그려지고 래스터라이즈 과정이 없는 원시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윤곽선 글꼴 기술의 명칭은 바로 트루타입(Truetype)이다.
Courier와 Times Roman은 영문권에서 워낙 유명한 글꼴이고 윈도우 1.0부터 있었던 잔뼈 굵은 글꼴인데, 이때 윤곽선 글꼴 버전이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Courier New와 Times New Roman이라고 new라는 단어가 중간에 붙었다. 한글 글꼴 '신명조'의 '신'과 비슷한 맥락인 건지도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된다.

  • Arial: 처음부터 윤곽선 글꼴로 도입되었고 예전의 Helvetica를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 Courier: Courier New와는 별개로 아직까지도 비트맵 글꼴의 형태로 공존한다. 두 글꼴은 폭이 살짝 다르고 제각기 용도가 있다.
  • Times New Roman: 이름에 new가 붙은 채, 기존 비트맵 글꼴을 윤곽선 글꼴로 대체

아울러, 한글 윈도우는 3.0부터... 영문 윈도우보다 한 발짝 일찍 트루타입 글꼴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그때 한글 글꼴들은 비표준 헤더를 썼기 때문에 정상적인 트루타입 글꼴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스템 비트맵 글꼴은 트루타입이 아닌 별도의 경로로 출력...-_- fallback 글꼴 같은 개념도 전혀 없고, 윈도우 95에 비해서 글꼴 시스템이 훨씬 더 열악하고 원시적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5/01 08:35 2011/05/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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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6.0

※ 드디어 6.0 시대

5.8 이후 거의 5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발전한 결과물을 드디어 이렇게 선보이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무려 6.0!! 5.x에서 6.0이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을만치 변했습니다. 5.8 이후 소스 커밋은 약 60여 회(change set 개수)가 있었군요. 9개 모듈과 공용 라이브러리의 소스 코드 총합은 현재 약 6만 1천 줄.

초· 종성 공유 낱자 결합 규칙이 추가된 덕분에,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글 입력 오토마타 부분이 오랜만에 크게 바뀌었습니다. 아직 100% 완전체가 구현된 건 아니지만 이걸 쓰면 복잡한 두벌식 한글 입력 방식을 구현하는 게 눈물나게 수월해집니다. 그 구체적인 메카니즘은 도움말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진작부터 추가되어야 했을 기능인데 이제야 도입됐고요.

조합 자동 종료 타이머는 제어판에서 ‘입력 일반’ 항목에 수식의 형태로 깔~끔하게 추가됐습니다. 예제로 제공되는 삼성 천지인 입력 방식이 당장 이걸 사용합니다. A==3 ? 1000: 0 즉, 오토마타 상태가 3번(종성 입력)일 때 1초간 제한을 둬서 사용자가 다음 타를 입력하지 않으면 음절을 끊게 됩니다. 그냥 1000이라고만 입력하면 모든 조합 상태에서 1초 제한이 걸리겠죠.
한글 입력 상태는 A, 그리고 <날개셋> 고급 입력기의 사용자 조합 상태 번호는 B이므로 이들 변수에 대한 수식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할 입력 항목과,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처음으로 지정할 입력 항목을 따로 지정할 수 있게 되고, 입력 항목의 배열 순서를 숫자 직접 입력 및 up-down 컨트롤로 손쉽게 바꿀 수 있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멋진 변화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제어판 화면을 직접 보시면 압니다.

이 외에도 바뀐 것 많습니다.
외부 모듈의 안정성 관련 이슈는 MS IME의 소스를 직접 참고하지 않는 한 앞으로 6.x 시대에도 계속 나올 것 같고..

※ 타자연습

타자연습은 명목상으로는 바뀐 API 구조대로 프로그램을 재컴파일하고 연습글을 일부 고친 것 말고는 변화 사항이 없습니다. 그래서 버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능 변화가 없다고 입력기만 6.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타자연습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타자연습 내부에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 6.0 외부 모듈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자체 입력란 말고 일반 입력란에서는 한글을 입력할 수 없고 MS IME 같은 다른 IME를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날개셋>을 윈도우용 IME로 사용하면서 타자연습도 동시에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타자연습 프로그램을 반드시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API 수준의 바이너리 호환성을 안 깨뜨리려고 노력하지만, 6.0은 한글 입력과 타자 재현 루틴 쪽이 많이 바뀌다 보니(타자연습도 핵심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인데!) 어쩔 수 없이 호환성이 깨지게 됐습니다.

그래도 변화가 너무 없으면 재미없으니까..
연습글의 변화로는,
헌법 연습글에서 헌법 전문(preface)만 있던 걸 1장과 2장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주옥같은 김 성모 어록을 단문 연습글로 추가했습니다! “미안하다. 똥 싸느라 늦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등으로 세벌식 타자 연습을 즐겨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습글의 패치 정도는 정말로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이라도 있으면 편하긴 하겠죠. 저도 그런 것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습니다.

※ 몇몇 표기법 변경

프로그램의 모든 UI와 도움말, 그리고 타자연습의 경우 연습글에서 한국 인명의 1-2자 성명은 성과 이름을 붙여 쓰는 것으로 표기를 바꿨습니다. (공병우, 김용묵) 제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 취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여타 길이의 인명은 여전히 띄어 씁니다. (김 구, 남궁 억, 김 에스더 등~)

한 10년 동안 일부러 표준 표기법을 안 지키다가 관행을 되돌렸으나, 제 느낌상 다시 생각해 봐도 성과 이름은 일관성 있게 띄어 쓰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제 블로그는 저의 개인 공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둘을 여전히 띄어 쓸 것입니다.

※ 안 마태 글자판

안 마태 한글 소리글판이 업데이트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공식 홈페이지에 제대로 홍보가 안 돼 있고, 키보드 드라이버를 개발하시는 분이 블로그에 게시해 놓은 배열과 공식 홈페이지의 배열이 일치하지 않으며, 심지어 레이아웃이 일반 키보드의 모양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제 프로그램의 예제 데이터에는 아직 업데이트를 안 했습니다.

※ 다음 버전은?

이제 6.0 이후의 입력기의 다음 버전은 현재로서는 6.1이나 6.2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시기는 올해 가을쯤? 이번에는 한글이 아닌 ‘한자 기능 강화판’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할 겁니다.
단어 단위 한자 변환 기능이 드디어 추가되고,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surrogate(확장 B 이상) 영역의 한자에 대한 독음· 부수 입력 지원 등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아주 옛날스러운-_-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 중에, 단어 단위 한자 변환 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새나루 입력기를 아주 좋아하는 분이 있죠. 참고로 제 편집기는 세로쓰기도 지원한다만... -_-;;;

뭐, 제가 한자 혼용론자의 수요를 의식하는 건 아니고요. 저런 쪽의 연구는 단순히 MS IME와의 기능 격차를 줄이고 제 프로그램의 기술 데모를 만든다는 성격이 더 강합니다.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은 MS IME가 그런 것처럼 TSF A급 프로그램에서만 제공될 것입니다.

지금은 옵션이 달랑 3개밖에 없는 편집기 계층에 한자를 단어 단위로 변환할지 글자 단위로 변환할 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며, surrogate 영역의 확장 한자까지 후보로 출력할지 설정하는 옵션도 추가됩니다. 솔직히 일반 사용자가 BMP 이외의 한자를 쓸 일은 거의 없고, 그런 것까지 그냥 추가해 버리면 한자 후보가 이제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죠.
부수+독음(ㄱ~ㅎ이니셜 정도) 연동 한자 검색 기능 추가도 검토 중입니다. 꽤 유용할 것입니다.
물론 한자 관련 기능만 계획되어 있는 건 아니고요.

※ 잡설

이번 6.0은 제발 잔버그가(특히 새로 추가된 기능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작업 완료에 앞서 도움말을 쭉 읽고 검토를 했는데, 좋은 의미로든 비아냥거리는 의미로든 이게 정녕 내가 내 머리로 만든 프로그램과 설명서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지금까지 참 어지간히도 또라이 같은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 -_-;;

맥/리눅스로의 포팅, 프로그램 아이콘, 그리고 다국어 UI 번역 등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타자연습은 이미 도저히 내 혼자 개발을 할 수 없는 경지에 간 지가 오래이고..;; 저도 슬슬 개발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사장-_- 컨셉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타자연습의 경우, 생각 같아서는 10년 가까이 묵은 연습글들 대부분을 이제 좀 갈아엎어 버리고 싶답니다. -_-;; 그런데 그것도 제가 할 시간과 능력이 안 되고. 게임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수준. 어쨌든 결론은 돈인데..;;
“내가 나루토를 보면서 느낀 건데, 사람을 쓰려면 돈이 존나 필요할 거 같아. 그런데 날개셋은 수익이 없잖아? 그러니까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ㅋㅋㅋㅋㅋ 뼈 있는 농담. -_-

뭐 그렇습니다.
유용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4/28 11:24 2011/04/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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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어떻게 건설되는가

지하철이 건설되는 방식에 대해서 본인은 꽤 오래 전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은 그 내용을 좀 더 보충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본격 토목 공학 탐방.

앞서 쓴 글에서 언급되어 있듯, 지하철은 크게 개착식 아니면 터널식으로 건설된다. 처음 건설되는 지하철은 대체로 큰길· 간선 따라 먼저 건설되고, 또 그리 깊지도 않기 때문에 응당 도로를 파헤치는 개착식으로 건설된다. 이게 도로 틀어막느라 민폐는 많이 끼치지만, 건설비가 더 저렴하니까.

그러나 나중에 건설되는 지하철은 좀 더 외진 곳으로, 지상에 길이 없는 곳을 만들면서 가기도 할 확률이 높으며, 기존 지하철보다 더 아래로 지나가기도 하기 때문에 터널식으로 건설되는 경향이 있다.

광산에서 갱도를 파내려가는 작업을 생각해 보자.
암반을 뚫고 길을 내려면 곡괭이나 비슷한 레벨의 연장으로 굴착을 하든가, 아니면 작은 구멍만 뚫은 뒤 거기에다 다이너마이트를 꽂고 폭파를 한다. 그리고 기껏 뚫은 구멍이 자칫 무너지지 않게 굴착면을 보호도 잘 해야 한다. 폭파를 잘못 해서 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시ㅋ망ㅋ.

이게 전통적인 방법이다. 경부 고속철 공사를 할 때만 해도 산을 뚫는 폭파음 때문에 주변의 가축들이 놀라서 유산을 하네 마네 하면서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이를 약간 더 개선한 공법이 195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이름하여 나틈(NATM) 공법인데, 전산학계에 헝가리안 메소드가 있다면, 토목학계에는 오스트리안 메소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니셜의 의미가 딱 저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NATM은 폭약을 써서 터널을 뚫는 건 마찬가지이나, 빨리 굳어지는 급결제를 섞은 시멘트를 압축공기로 밀어내 굴착한 표면을 재빨리 콘크리트화하는 방식이다. 그 이상의 디테일은 본인도 잘...;;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별도의 지지대를 마련해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되어 예전의 공법에 비해 건설 비용을 절감한 것이 장점이지만, 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수준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당장 해저 터널을 뚫을 때 이 공법이 동원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건설 역사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 사이의 하저 터널이 이 공법으로 건설되었다. 한강 밑바닥보다 거의 10~20m 밑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저 대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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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은 마포-여의나루뿐만 아니라 광나루-천호 사이도 똑같이 한강을 건너는 하저 터널이긴 한데, 마포-여의나루 버전보다는 존재감이 훨씬 덜한 것 같다. 또한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터널 전후의 역이 모두 섬식이 아닌 상대식 승강장인 것도 특이한 점이다. 하저 터널은 섬식 승강장에 더 유리한 단선 쌍굴 형태로 지어져 있을 텐데 말이다.

사람 눈에 보이는 교량과는 달리, 지하철이 지나는 이런 하저 터널은 일반인들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정식 이름도 없다. 아쉬운 점임. 마포 철교/터널 이런 이름이라도 있어야 할 듯하다.

NATM 공법에 이어 터널 뚫는 데 쓰이는 공법은 TBM 공법이 있다. 쉴드 공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건 지름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둥근 드릴을 빙글빙글 밀어넣어서, 애벌레가 먹이를 파먹듯 지반을 뚫는다.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전산학도라면 1997년도 IOI의 이숑고로로 문제를 떠올릴 법도 하겠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공법은 굉장히 비싼 첨단 기계를 동원하여, 폭파를 하지 않고 둥그런 터널을 만들어 낸다. 주변 지반에 끼치는 영향이 적어서 안전하고, 터널 뚫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까지 있다고 한다. 뭐, 빨라 봤자 하루에 1~5m 남짓이지만.

다만, 폭파를 안 하고 단단한 바위를 뚫는다는 게 쉬울 리가 없잖아..;; 장비가 정말 억소리 나게 비싸며, 터널 뚫는 과정에서 드릴의 표면이 닳고 손상되고 망가지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에(유지비), 쉽게 말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터널 뚫는 도중에 갑자기 지반 구조가 다른 곳이 발견되었을 때의 대처도 어렵다는 게 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통되지 않은 분당선 한강 횡단 하저 터널이 TBM 공법으로 건설되었다. 터널이 완전히 뚫린 지 벌써 4년도 더 됐는데 아직도 노선의 개통은 오리무중..

http://blog.naver.com/ianhan/120122003473

그리고 서울 지하철 7호선의 부천 연장 구간도 일부는 시가지 아래로 TBM 공법으로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터널식 지하철은 NATM과 TBM 공법이 병행되어 건설된다고 보면 정확하다.
공항 철도는 그 깊은 서울 시내 구간이 당연히 터널식으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역시 저런 비슷한 공법이 쓰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 홈페이지의 '서울 지하철 상식 -- 5호선 편'을 보면 사진이 나와 있지만, 본인은 5호선 을지로4가 역이 방화 방면으로는 둥그런 터널이고 왕십리 방면으로는 네모 터널인 것을 주목한 적이 있었다. 아마 이 역의 양 옆으로 터널의 건설 공법이 달라진 것 같다. 놀라운 발견이지 않은지? 드디어 서울 시내로 들어가니까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굴을 판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지금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저런 사진은 찍고 싶어도 못 찍는다.

터널은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에서 동시에 건설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드디어 중앙에서 양 방향이 한데 만나면 건설이 끝나며, 그때 '관통식'을 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린다.
그런데 개미들은 굴을 파다가 어쩌다 상대방 부족의 굴과 관통이 되어 버리면 헬게이트의 시작. 어느 한 부족이 전멸할 때까지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끝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는 데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이 있듯이, 해저 터널을 파는 데도 이와 비슷한 침매 공법이라는 게 있다. 육지에서 터널 구조물을 건설한 뒤, 바다 밑바닥을 파서 구조물을 얹고, 그걸 다시 흙으로 파묻는다고..;; 내가 보기엔 그것도 터널식 만만찮게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에 개통한 거가대교의 가덕도-대죽도 사이 구간이 최초로 이 공법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공법은 수압 때문에 너무 깊은 바다에서는 쓸 수 없다.

철도를 공부하면서 연결되는 지식의 분야는 참으로 넓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4/26 19:44 2011/04/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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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표(*): 비교적 서울 시내에 가까이 있는 기지임을 뜻한다. (시계나 외곽이 아니라)

※ 코레일

- 구로*: 경부선과 경인선이 분기해 나가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차량 기지이다. 구로 역에 차량 기지 입· 출고 선로가 있으며, 전동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아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떡밥이 나돌고는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과연 글쎄다.

- 이문*: 여기는 원래 경원선 북쪽 방향에서 중앙선으로 바로 진입하는 삼각선, 일명 망우선이 시작하는 곳이고 망우선의 화물 취급역인 이문 역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갈수록 길어지고 그에 비례하여 운행 중인 전동차 수도 늘어나면서, 코레일은 이문 역을 폐지하고 여기에 전동차 차량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게 되었다. 그게 2004~2005년의 일이다.
바로 옆에 1호선 신이문 역이 있다. 이곳은 차량 기지뿐만이 아니라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 본부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 병점: 중정비 기능도 없고 그다지 존재감 없는 외딴 기지였으나, 내부에 지선 형태의 서동탄 역이 생기면서 인지도가 살아났다. 수원 일대에서 회차하는 전동차들의 입체 교차를 책임지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임.

- 월곶(시흥): 안산선의 종점인 오이도 역에서 북쪽으로 더 진행하면 나온다. 영동 고속도로의 인천 기점 근처인 월곶 분기점 일대에 있으나,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오이도 역 이북으로 수인선 전철이 완공되면, 이 기지 내부에도 달월 역이 생길 예정이며 전동차 안에서 기지 주변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 분당: 분당선의 종점에서 이어지는 차량 기지로, 용인에 있다. 2004년엔 보정 역이 기지 내부에 개통했다. 그러나 분당선이 남쪽으로 더욱 연장되고 나면 보정 역 역시 이설될 예정이라 한다.

문산(경의선), 용문(중앙선), 평내(경춘선) 차량 기지도 있으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설명 생략.

한편,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광명시 소하2동 일대를 지나면, 차량 기지처럼 보이는 선로들이 근처에 보인다. 이건 광명 셔틀 전동차를 취급하는 기지이지 싶다. 광명 역이 당초 계획대로 KTX의 시종착역으로 운영되었다면 이 부지가 KTX가 주박하는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서울 메트로

- 군자*: 용답 역 바로 옆에 있고 쉽게 보인다. 옛날에는 용답 역의 역명 자체가 기지 역이었으나, 이름이 너무 촌스러웠는지 용답으로 개명. 공교롭게도 근처에 도시철도 공사 본사도 있지만, 이 기지는 도철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서울 메트로의 관할이다.
다음에 설명할 신정 기지의 경우도 그렇지만,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지선은 차량 기지 입출고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니, 2호선이 맨 처음 개통한 구간이 신설동-종합운동장이었으니, 그때는 지금의 지선이 아예 본선 노선으로 포함돼 있었다!
성수 역에서 진입한 2호선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동묘앞-신설동 사이의 비밀 연결 선로를 이용한 1호선 서울 메트로 소속 전동차도 이곳으로 들어와 정비를 받는다. 어차피 1호선에 다니는 서울 메트로 차량은 코레일 차량의 1/6이 채 안 되니까 말이다.

- 신정*: 용답에 이어 2호선의 또 다른 지선인 양천구청 역의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저 역은 지하에 있는 관계로 전동차 안에서는 기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기지의 지붕 위로 아파트가 잔뜩 세워져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도 지하화하는 게 유행인데, 그런 것처럼 전동차 차량 기지가 만들어진 부지를 나름 입체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지선은 까치산 역까지 이어진 덕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개통 당시, 전동차의 반입 경로로도 이용되었다.

- 지축: 서울 지하철 3호선의 북쪽 지상 구간에서 전동차를 타고 쉽게 볼 수 있는 기지이다. 여기서부터 서울 메트로 구간이 끝나고 코레일 일산선이 시작된다. 3호선 전동차와 4호선 전동차를 취급한다.

- 수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의 남동쪽 외곽에 존재하고, 3호선 전동차와 분당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하지만 위치가 수서 역에서 좀 먼 편이고 수서 역 자체도 지하에 있기 때문에, 전동차 안에서는 이 기지를 볼 수 없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어렴풋이 이곳을 볼 수 있다.

- 창동*: 4호선 창동-노원 사이에 있는 기지이고 4호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이곳은 4호선이 고가로 달리는 곳이다 보니, 기지의 모습을 전동차 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호선이 처음 생기던 당시에는, 이곳이 전철 노선을 지하로 건설할 필요도 전혀 없고 대놓고 차량 기지까지 지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으며, 코레일 관할의 구로 기지와 마찬가지로 창동 기지를 더 외곽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들 요구가 많다고 한다.

※ 서울 도시철도 공사

기지가 모두 상당한 외곽에 있다.
그래도 5호선이나 7호선 같은 긴 노선은 차량 기지가 양 끝에 두 개씩이라도 있지, 더 나중에 개통한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기지가 하나씩밖에 없다.

- 고덕: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최초 개통 구간인 왕십리-상일동과 더불어 영업을 시작한 역사 깊은 차량 기지로, 도철(SMRT) 관할의 차량 기지 중에서는 7호선 도봉 기지와 더불어 차량 중정비를 담당하는 양대 기지 중 하나이다. 서울 지하철을 통틀어 최고 동쪽에 있음.
이름과는 달리, 고덕-상일동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종점인 상일동 역에서도 좀 멀리 더 가야 나온다. 그래서 현재 정규 전철 노선만으로는 기지 모습을 구경할 수 없으며, 외곽 순환 고속도로의 강일 나들목 근처에서 접근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지 내부에 강일 역이 신설될지도 모른다.

- 방화: 5호선의 서쪽 종점인 방화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역시 일반적인 여객용 전철 노선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올림픽 대로의 서쪽 끝인 개화 IC 근처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 신내: 6호선의 동쪽 종점인 봉화산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현재 이 기지 근처로 가는 방법은 신내-남양주 도시 고속화도로 정도밖에 없으나, 앞으로 이곳에 신내 역이라고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건설되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시종착역이 환승역인 사례는 이게 최초가 되지 싶다?

- 도봉: 7호선의 북쪽 끝에 있다. 이 기지는 애초부터 내부에 장암 역이 건설된 덕분에, 도철 관할 차량 기지 중에서는 전철로 가장 접근하기 쉽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이건 원래는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차량 기지를 건설할 부지를 의정부시로부터 제공받는 대가로 선심성으로 만들어 준 역에 가깝다.
차량 기지 내부(옆이나 근처가 아닌!)에 단선 승강장 형태로 지어진 역으로는 장암 역이 최초이며, 나중에 개통한 분당선 보정 역은 장암 역의 스타일을 물려받은 사례라 하겠다.

- 천왕: 7호선 담당이지만, 도봉 기지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정말 존재감이 없다. 7호선의 서쪽은 여타 2기 지하철 노선들과는 달리, 차량 기지가 있는 쪽으로 노선이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는 놔두고 경인선 온수 역 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서동탄 역 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뜻.
이 기지는 천왕이나 광명사거리 같은 인근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고, 주변에는 유명한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도 없기 때문에 이쪽으로 찾아가기도 더욱 쉽지 않다.

- 모란: 8호선 남쪽 종점인 모란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오지만 이 기지가 있는 곳은 모란 역에서 지하철 두세 정거장 거리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오히려 성남 시청 내지 분당선 야탑 역에서 더 가깝다. 수서 기지와 마찬가지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달리면서 잠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8호선의 특이한 선형과 주변 지역의 특성상, 기지 내부에 역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량 기지는 철도 덕후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본인은 결혼도 저런 곳에서 하고 싶다. 공항 철도 용유 차량 기지에서 결혼식을 한 후 곧장 공항 가서 신혼여행 고고씽..;;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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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볼링장의 모습을 보고도 전동차 차량 기지가 바로 연상된다.
공이 우르릉~ 굴러가는 소리는 전동차 굴러가는 소리요,
점수가 뜨는 모니터는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로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4/24 19:31 2011/04/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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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C++ IDE (정확히는 비주얼 스튜디오)에는 간단하게나마 위지윅 HTML 에디터가 내장되어 있다. 다만, 입력하는 내용에 따라 프로그램이 생성해 주는 HTML 코드가 굉장히 지저분한 편이어서(여백, 정렬 상태 등~) 본인은 이를 즐겨 사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언어별로 IDE가 따로 놀던 비주얼 C++ 6의 IDE에는 HTML 편집기가 없었으며, 웹 편집은 비주얼 InterDev라는 프로그램이 따로 담당하고 있었다. 그 대신 비주얼 C++ 6은 OLE 기술을 이용하여 심지어 MS 오피스 문서를 자기 IDE 내부에다 가져와서 편집하는 기능이 있었다! 물론 MS 오피스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 한해서.

File-New 대화상자를 보면 맨 오른쪽 탭에 MS 오피스(워드, 엑셀 등) 문서를 만드는 항목이 있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을 것이고, 그 기능을 이용하거나 그렇게 OLE 친화적인 업무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비주얼 스튜디오에서도 이후 닷넷부터는 그런 잉여 기능이 제외됐다. 내 기억이 맞다면 딱 하나, MS 오피스에 이어 아래아한글 2002가 그렇게 문서를 만드는 기능을 지원했다.

비주얼 스튜디오 닷넷은 잘 알다시피 모든 언어들의 IDE가 Microsoft Development Environment라는 이름으로 한데 통합했으며, 그래서 한 프로그램으로 소스 코드, 텍스트, 웹 문서 등을 모두 한데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비주얼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웹 에디터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그냥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제공하는 에디팅 엔진을 그대로 차용했다.

본인은 비주얼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웹 에디터는 ‘진하게’를 왜 b가 아닌 strong 태그로 표현하고, ‘이탤릭’을 왜 I가 아닌 em으로 표현하는지 의아해했다. 200x년대에 사용하던 나모 웹에디터와 FrontPage는 b, I를 썼기 때문이다. 기능이 동일하면 더 짧은 표현이 좋기 때문에.. ㄲㄲ

물론 그 이유는 웹 표준의 개정 때문이다. HTML은 워드 프로세서 문서처럼 글자 비주얼이 아니라 문서의 논리적인 구조와 의미를 표현하는 용도로 유지하기 위해서 물리적인 비주얼을 표현하는 방식을 CSS 위주로 바꾼 것이다.

글씨체를 바꿨을 때 태그가 생성되는 방식은, 놀랍게도 비주얼 스튜디오의 버전마다 서로 다 다르다.
2003까지는 그냥 대놓고 <font face="무슨체"> 였다.
2005는 <span style="font-family:무슨체">가 되었다.
2008은? 아예 head 태그 내부에 그 서체를 지정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등록되고 <span class="style1">이 생성된다.

똑같은 운영체제와 똑같은 IE 버전 하에서도 서로 다르게 동작하는 걸 보니, 이건 전적으로 비주얼 스튜디오의 버전별 차이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분석을 하고 말려고 했는데...
비주얼 스튜디오 2008은 웹 에디터가 뭔가 바뀌었다. 지금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2003과 2005가 단순히 IE 기반인 것에 비해,
2008은 위지윅 에디터(소스 편집이 아닌 디자인 모드)의 윈도우의 클래스 이름이 FrontPageEditorDocumentView. 다시 말해 MS 오피스 2003 이후로 개발이 중단된 FrontPage의 에디팅 엔진을 얹었다는 뜻 되겠다! ㄷㄷㄷ;;;

덕분에, 2008 이전의 비주얼 스튜디오(VS) 내장 웹 에디터는 디자인 모드 아니면 소스 편집 모드 이렇게 두 가지 모드만 제공하였으나, 2008은 FrontPage처럼 한 화면에서 디자인과 소스를 한꺼번에 보고 편집하는 분할 모드도 같이 지원한다. 그리고 FrontPage처럼 태그 단위로 텍스트를 한꺼번에 선택하고 속성을 지정하는 정교한 편집 기능도 지원한다. 단순한 IE 기반 엔진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임.

그런데 그런 것만 바뀐 게 아니라, VS 2008의 웹 에디터는 진하게/이탤릭 태그도 과거의 FrontPage처럼 b, i로 되돌아갔다. 이런?
VS 2010은 어떤지 모르겠다. 듣기로는 소스 코드 에디터도 완전히 새로 다시 짰다고 하니 또 바뀐 게 있겠지.

그래서 지금부터는 FrontPage 얘기를 좀 하겠다.
FrontPage는 여타 회사에서 개발되던 웹 에디터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하여 90년대 후반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그래서 초창기 버전에는 윈도우의 클래스 이름이라든가 생성된 HTML 코드의 generator 메타태그에 원래 회사의 이름 이니셜 같은 걸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HTML 태그는 아무나 만지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웹 에디터 역시 워드, 엑셀 같은 전국민 필수품은 아니며, 아웃룩처럼 업무용 필수품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게 액세스라든가 비주얼 스튜디오 급의 전문 개발자 영역도 아니다 보니, 이런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위상은 무척 어중간했다.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윈도우 3.x 시절부터 명성을 떨쳤는데 나중에 역시 MS에게 인수된 비지오(Visio)와 비슷한 위상 같다. FrontPage는 MS 오피스 제품군의 정식 멤버는 아니었지만 어째 오피스 XP 및 2003과는 동일한 타이밍에 버전업을 거쳤다.

FrontPage는 XP와 2003의 동작 방식이 서로 굉장히 달랐다. XP는 모든 html 코드를 자기 컨벤션대로(줄당 문자 수, 들여쓰기 등) 무조건 깔끔하게 정리하는 기능이 있었고, 심지어 html 코드 최적화 기능까지 있었다. 이게 잘 동작할 때는 무척 유용하지만,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태그를 제멋대로 고쳐 버리기까지 해서 믿음직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것이 2003에 와서는 정책이 정반대로 바뀌어서, 이미 만들어진 코드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수정된 부분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변경만 가하는 방식이 되었다. 이것도 좋긴 하지만,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앞서 말했듯이 코드가 무척 지저분해져서 싫다. 그리고 <li>, <ol>처럼 목록을 표현하는 태그에서 여닫기 처리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이 발전하면서 기존 디지털 카메라들은 아예 DSLR 같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었듯, 오늘날은 블로그가 발달하고 웹에서 바로 위지윅 html 에디터 내장 게시판을 쓰는 시대가 됐다. 로컬 환경에서 html 에디터를 쓸 일이 무척 줄었다.

그래서 FrontPage는 2003 버전을 끝으로, 더 전문적인 웹 디자인 솔루션인 MS Expression Studio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개발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그 FrontPage의 엔진이 비주얼 스튜디오의 2008에 전해져 오는 모양이다. ㅋㅋ

본인은 FrontPage를 내 홈페이지 편집과 프로그램 도움말 제작용으로 지금까지도 애용 중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Expression Studio를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나저나 요즘 드림위버는 살아 있나?

Summary:
1. 위지윅 웹 에디터로 각종 아기자기한 클립아트를 넣으면서 자기 홈페이지를 만들던 시절이 그립다. ㅋㅋ
2. 여러분은 html 편집을 무엇으로 하십니까?

Posted by 사무엘

2011/04/22 18:46 2011/04/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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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투어

본인, 요즘 너무 바빠서 몸이 힘든 것만 빼면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좋은 상태이다.
오늘 드디어 <날개셋> 한글 입력기 6.0의 '코딩'이 모두 끝났다! 한동안 자체적으로 여러 테스트를 하고, 지금까지 구현한 기능들을 도움말로 문서화만 하면 진짜 끝이다.

그런데 이거 좀 하다 보면 학교 과제의 압박이 찾아오고, 그거 끝내고 숨 좀 돌리려고 하면 회사일이 급 바빠지고..;; 이리저리 심하게 치이는 느낌이다. 회사를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 하겠다. 어차피 박사 과정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시켜 줄 리도 없을 테고.

그런 와중에도 짬을 내서 학부 모교에 좀 들렀다. 대학원에 간 이래로 이번이 두 번째이다. 볼일이 좀 있어서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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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서 시작하여 학교를 가로지르는 간선 도로. 연세대로 치면 백양로에 해당한다. 하지만 카이스트의 도로가 훨씬 더 넓은 데다 교통량도 더 적다는 건 주지의 사실. 그래서 카이스트는 도로 곳곳에 달리는 차량의 속도를 표시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연세대도 카이스트처럼 서쪽에 쪽문이 있고, 비록 카이스트의 엔드리스 로드만치 길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거기로 오솔길이 나 있다. 이 점에서는 지형이 두 학교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서울대나 고려대하고보다야 서로 닮은 구석이 좀 있으니까..;;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주차권부터 뽑아 가야 하는 땅 좁은 인서울 대학들과는 달리, 카이스트는 외부 차량도 간단한 신원 조회만 받은 후 진입 가능하다. 곳곳에 주차된 차들로 북적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딱히 대외 행사가 있는 날만 아니라면, 카이스트 내부는 어디든지 차 세울 곳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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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소속된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갈 뻔 했던' 대학원.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저기는 근본적으로 내 적성이 아니었으며, 떨어지길 잘 했다.
저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카이스트에서 나름 가장 학과간 협동과정스러운 대학원이며, 자교생보다는 외부 학생들이 많이 온다. 인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예체능 쪽 사람까지.

내가 지원했을 때만 해도 저기는 경쟁률이 꽤 됐고, 여전히 인기가 좋은가 싶었는데... 그런데 최근에 주변 학생에게서 얘기를 들어 보니, 정체성의 위기라고나 할까, 당초 의도했던 학과간 융합이 원활히 잘 되지 못하고 교내 분위기가 딱히 좋지는 않다고 하더라. 이대로 가다간 심하면 전산학과로 도로 흡수될지도 모른다고..;;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이스트의 전통적인 건물은 딱 두 가지 타입이다.
주로 북쪽에 있는 붉은 벽돌 건물, 아니면 주로 강의동인 하늘색 타일 건물. 그리고 건물 높이는 4~5층 남짓. 이게 철도로 치면 간이역 같은 정취를 느끼게 한다.
다만, 요즘은 온통 이질적이고 굉장히 높은 건물도 많이 생겨 있다.

난 저 길쭉한 기계공학동 보면 KTX 천안아산 역이 떠오르곤 했다. 아래 사진과 비교해 보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 남표 총장을 비판하는 대자보는 여전히 학부 식당 맞은편 게시판에 걸려 있었다.

5.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강당은 입학식과 졸업식뿐만이 아니라, 아예 카이스트 정식 입학 전부터 기관 토플을 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한 장소이기도 하니 학생들에게 친숙할 수밖에 없다.
창의학습관이 2004년경에 생기기 전엔 기초 필수 과목들의 시험(중간· 기말)을 치는 장소이기도 했다.
카이스트는 매주 대강당에서 금요 문화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본인은 재학 시절에 그런 데에는 거의 못 갔다.

아, one more thing..
카이스트는 강의실 내부에 완전 무료 WIFI가 바로 잡혀서 참 좋다.
연세대처럼 뭐 학번 입력하고 로그인 한다거나 접속 클라이언트· 보안 솔루션 나부랭이 깐다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20 18:27 2011/04/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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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환승과 막장 환승

지하철 노선에는 잘 알다시피 여타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있다.
그러나 환승역이라고 해서 다 같은 환승역이 아니다.
비교적 적은 거리만 움직이면 금방 환승이 가능한 '개념' 환승역이 있는가 하면, 가히 욕 나오는 수준의 '막장' 환승역도 있다.

같은 시기에 동시에 건설된 지하철 노선들은 가능한 한 상호 환승이 편리하게 되도록 건설된다. 애초부터 환승역으로 계획됐으니 말이다. 청구(5, 6), 천호(5, 8), 충무로(3, 4) 같은 역이 좋은 예이다. 군자(5, 7)는 앞의 역들보다는 환승 거리가 길지만, 환승객들을 수용할 공간을 내기 위해서 일부러 환승 통로를 길게 만든 것에 가깝다.

그 반면, 서로 다른 시기에 선견지명 없이 건설된 지하철과의 환승은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여러 유형이 있다. 기계적으로 무슨무슨 역이 막장 환승이라는 식으로 무식하게 암기하기보다는, 막장 환승역의 형성 경위에 대해서 본질적인 맥을 짚어 보기로 하자. (서울 지하철 기준)

첫째, 1기 지하철하고 2기 지하철 사이에 악명 높은 막장 환승역이 많이 생겼다.
그 이름도 찬란한 종로3가(1, 5), 노원(4, 7), 신당(2, 6), 잠실(2, 8), 신길(1, 5) 등. 환승 노선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생각 안 하다가, 나중에 억지로 환승 통로를 내다 보니 저렇게 됐다. 2호선 신당은 역간 거리 유지를 위해, 4호선 노원은 창동 기지 입출고선 때문에 교차로에 정확하게 닿는 형태로 역이 지어지지도 못했으며, 이로 인해 환승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둘째, 2기 지하철은 5~8호선이 모두 동시에 건설된 것에 가까운 반면, 1기 지하철은 1호선과 2호선이 서로 별개이고 또 3-4호선이 1· 2호선하고는 서로 별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끼리도 환승 거리가 꽤 긴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그래서 1호선은 전반적으로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거리가 좀 긴 편이다. 시청(1, 2), 서울역(1, 4), 신설동(1, 2) 등.

셋째, 3기 지하철인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서를 지하로 관통하는 반면, 인근 환승역들은 대체로 종축(남북) 노선이며 강을 건너기 위해 역시 지상에 나와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환승 거리가 필연적으로 무척 길어진다. 동작(4, 9)이 아주 좋은 예이고 당산(2, 9)도 마찬가지. 노량진(1, 9)은 아예 아직 환승 통로 자체가 없다. 같은 지하역이지만 고속터미널도 7호선과 9호선 환승은 막장이다.

넷째, 막장 환승의 결정타를 찍은 것은 최근에 개통한 공항 철도 서울 도심 구간이다. 일단 이 노선 자체가 서울 시내의 어느 지하철보다도, 심지어 경의선보다도 밑으로 지나기 때문에 미치도록 깊다. 홍대입구의 2호선-공철 환승은 충정로보다 더 나쁘면 나쁘지 더 좋지 않다. 계획 환승역인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역과의 환승은 과연...;;

현재 막장 환승의 최고봉은 노원도 아니고 서울역이다. 경의선, 공철, 1호선, 4호선이 각각 서울 역의 네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철에서 4호선 환승은 그렇잖아도 막장 환승의 극치이던 경의선과의 환승조차도 버로우 타게 만든다..;;
지하 7층인 공철 승강장에서 지상 2층(지하 2층이 아니다!)까지 올라간 후, 그 큰 서울 역 건물을 동서로 횡단한다. 그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간 후 1-4호선 환승 통로를 지나고, 또 계단을 내려가면 4호선 승강장..;; 10분 족히 넘게 걸어야 한다. ㅎㄷㄷㄷ;;

다음은 본인의 관련 코멘트들.

1. 어떤 지하철 역과 수직인 노선이 나중에 건설될 때는 T나 L자 모양으로 역이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십자형)자 모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영업 중인 기존 지하철 역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역을 건설하려고 해서 그런가 보다.

2. 이런 막장 환승역들을 거울삼아, 서울시에서는 2기 지하철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나름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훗날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 환승역이 될 걸로 예상되는 역들은, 지름길 환승 통로를 쉽게 건설할 수 있게 공간을 확보하고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5호선 여의도, 6호선 녹사평, 7호선 논현, 8호선 몽촌토성 같은 역들이 그 대상이었으나 오늘날은 5호선 여의도 역만이 9호선과 연결되어 나름 개념 환승을 실현해 냈다.

3. 서울 말고 다른 광역시들은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되는 일 자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하철은 환승역들이 전반적으로 개념 환승에 가깝게 편리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막장 환승이 있다면 응당 개념 환승도 있다. 발전 양상은 다음과 같다.

4위 회기(1호선, 중앙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타 노선으로 갈아타려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덧붙이자면 계양(인천1· 공철)도 회기와 완전히 동일한 위상의 환승역이다.

3위 복정(8호선, 분당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복층으로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환승하려면 계단을 한 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된다. 이 정도만 돼도 무척 편하다. 천호 역도 이 정도로 편리한데, 이 역은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이고 평행형이 아니라 수직형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2위 금정(1호선, 4호선):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였다는 점에서는 회기와 비슷하지만, 입체 교차 시설까지 동원하면서 머리를 좀 썼다. 두 노선이 수직이 아닌 예각으로 만난다는 특성상, 1호선 상행(서울 방면)과 4호선 상행(당고개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고, 1호선 하행(천안 방면)과 4호선 하행(오이도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한다.

그래서 안산에서 구로 쪽으로 가는 사람,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는 사람은 계단을 전혀 오르내릴 필요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일명 평면 환승이다. 마치 경인선에서 완행과 급행을 갈아타듯이 말이다.
물론, 안산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하나, 안산에서 금정까지 찍었다가 수원으로 가는 건 굉장한 우회이기 때문에 이용 승객이 적다.

1위 김포공항(9호선, 공항 철도): 계단을 한 번만 이용하면 되는 복정과, 같은 방향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는 금정의 장점만 취합한 국내 최초의 환승역이다. 개념 환승의 최종 완전체이다.

이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늦게 생긴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계획 환승역은 극단적으로 환승이 편한 반면, 그렇지 않은 역과는 극단적으로 환승이 불편해져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8 18:42 2011/04/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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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급행 전동차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에서 가장 먼저 운행된 급행은 바로 경부선의 서울-수원 급행이다.
이 급행은 전철의 급행 운행이 무척 소극적이고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우리나라에서 의외로 꽤 오래 전부터 운행되어 왔다.
2복선화 공사와 함께 거의 2000년대가 돼서야 등장한 경인선 급행보다도 시기적으로 더 앞섰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운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 이 급행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했다.
운행을 하루에 출퇴근 시간 겨우 3회밖에 안 하는 극 레어템인 데다 이런 운행 계통이 있다는 게 제대로 홍보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열차는, 동일 선로 + 대피선/본선을 활영하면서 지능적으로 완급 결합 운행에 참여하기보다는, 그냥 일반열차 선로만 쭉 주행하는 예외적인 전동차에 더 가까웠다. 서울 역에서 출발은 한다지만 타는곳도 지하철 승강장이 아니라 별도의 특이한 지상 승강장에 있었다.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모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가서 타 봤다.
전동차가 일반열차 선로를 달리면서 노량진-대방 사이의 지하 꽈배기굴을 지나고, 일반열차들이 죄다 정차하는 영등포 역을 포함해 서울 시내 역들을 거의 다 무정차 통과하고, 심지어 구로에서도 교각을 안 타고 일반열차 선로로 커브를 돌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ㄲㄲㄲ
이 이색적인 기분은 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급행은 하행은 영등포 역에 서지 않고, 상행만 선다.
물론 하행보다야 상행이 서울 시내에서 정차를 더 하는 게 더 합리적인 정책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된 더 큰 이유는 승강장 때문이다. 일반열차 승강장에서 전동차 승객을 주고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등포 역 내부의 일반열차 선로에서 비교적 가깝게 전동차 플랫폼의 한쪽 면에 닿을 수 있는 곳은 상행 방면이기 때문에--선로별 복복선 배선 형태와 좌측 통행의 특성상-- 상행만 영등포 역에서 정차한다. 거기가 바로 5번 승강장으로, 평소에는 광명 셔틀 전동차가 대기하는 곳이다. ^^;;

완행과 급행이 같이 다니는 전철역의 경우 승강장과 선로가 상하행*완급행 = 4개 있는 게 보통이지만,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중요한 역이라든가 시종착· 기지 입출고 역할을 하는 전철역은 여분의 선로를 더 갖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용산은 중앙선 전동차 때문에 승강장이 하나 더 있다가 그것도 방향별로 승강장이 분리되어 총 6개가 되었으며, 구로는 상하행*완급행*경인/경부 = 8개의 승강장에다가도 당역 시종착 승강장이 하나 더 있어서 총 9개이다.

그리고 노량진 역도 마찬가지. 현재 일반열차 승강장만 잉여인 게 아니라 사실 전동차 승강장도 남아도는 게 하나 있어서 개수가 총 5개이다. 노량진은 차량 기지가 있지도 않고 딱히 시종착역도 아니지만, 한강을 건넌 직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역이기 때문에, 상전인 서울이나 용산 역이 사정이 있거나 선로 용량이 부족할 때 급행 전동차의 시종착역 역할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노량진 역도 일반열차 선로에서 전동차 승강장에 닿을 수가 있기 때문에 서울-수원 급행의 정차가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얘는 영등포와는 반대로 하행이 닿기가 좋다. 일반열차의 배선이 아까 언급했듯이 노량진-대방 사이에서 꽈배기굴을 통해 뒤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수원 급행 하니까 전철역의 승강장 및 선로 배치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어서 잠깐 다뤘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급행 얘기를 하자면...

급행이라고는 서울-수원 급행이 유일하던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 본격적으로 급행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경인선이다. 경인선이 2복선화가 끝나면서(서울 시내는 아예 3복선) 용산에서부터 부평, 주안, 동인천의 순으로 급행이 상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급행열차를 직통열차라고 불렀다. 하지만 경인선에 운영 주체나 건설사가 찢어진 구간이 있기라도 한 것도 아닌데 직통은 그리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전동차가 종점과 종점만 찍는 서울-인천 셔틀인 건 더욱 아니고... 그러니 그냥 급행일 뿐이다.

얘도 완전히 별개의 급행 선로를 새로 까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 선로에서의 대피· 추월 같은 개념은 없었다. 완행이나 급행이나 그냥 서로 제 갈 길 가면 끝이었다. 사실, 급행열차의 운행 목적 자체도 딱히 경인선의 표정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분담과 증가에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일반열차에 쫓겨 운행해야 하고 고상홈· 저상홈 문제까지 존재하는 경부선 급행과는 달리, 경인선 급행은 애시당초 일반열차가 없이 전동차 천국인 경인선에서 정차역을 더욱 많이 설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울 시내 구간에 급행 전동차만 다니는 별도의 선로가 생기고, 경부선도 무려 천안까지 2복선화 및 수도권 전철화가 끝나면서 뭔가 경인선 급행스러운 느낌이 나는 새로운 등급의 급행 전동차가 경부선에 추가로 도입되었다. 그게 바로 용산-천안 급행이다. 기존하던 서울-수원도 구간이 수원-천안으로 그대로 확장되었다. 이제야 동일 선로에서의 추월+대피가 일어나는 급행이 등장했다.

용산-천안이 서울-천안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서울 시내에서는 급행 전동차 선로를 다니면서 구로까지 각역 정차한다는 것이다. 이 두 급행을 구분하기 위해 코레일 내부에서는 용산-천안을 A급행(빨간선), 서울-천안을 B급행(초록선)으로 부른다.

용산-천안 급행은 1시간에 1대꼴밖에 안 다니니 배차가 경인선 급행에 비하면 안습한 수준이지만, 과거에 경부선 급행은 아예 하루 3회였으니 그것보다는 낫다고 해야겠다. 경부선은 일반열차가 수시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급행 전동차가 저 정도로밖에 못 다닌다. 또한 사용하는 선로의 문제 때문에(대피선 부재 포함ㅋ) 안양-수원 사이는 정차역을 넣고 싶어도 못 넣는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도 못 서고 그냥 통과.

현재는 전철이 천안도 모자라서 장항선 신창까지 남하했지만, 경부선 급행 전동차의 노선은 천안보다 더 남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다. 만약 갔다면 장항선 수도권 전철 구간은 복선+대피선만으로 일반열차+급행+완행 전동차가 모두 다니는 초유의 구간이 됐을 텐데 말이다.
그 대신 잘 알다시피 '누리로'라는 새로운 전동차가 등장해서 서울(용산이 아니라)에서 신창(천안이 아니라)까지 1호선을 쫙 찍어 주고 있다. 얘는 무척 신기한 열차인게, 기술적으로는 전동차이지만 운영상으로는 무궁화호 수준의 완전한 일반열차이다.

그런데 서울 역에서 누리로를 타는곳은 예전의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타는 그 잉여 승강장이다. 결국 이 승강장은 서울 지하철 집표 구간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면서 일반열차 서울 역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구조가 고쳐졌다.

누리로는 고상홈과 저상홈에 모두 정차 가능하며, 버튼 조작 하나로 모든 좌석들의 방향도 한번에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조용하고 성능 좋아서 아주 실속 있는 열차이다. 2009년 이래로 야금야금 굉장히 증차되어 왔고 충북선처럼 수도권 전철 이외 구간에도 이미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운임 체계의 차이 때문에, 예상과는 달리 누리로가 경부선 B급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으며, B급행은 지금도 건재하다.

참고로 B급행은 토요일에도 정상 운행을 하므로, 한번 시승하고 싶으신 분은 주말에 나가서 타도 된다. 단지 빨간 날에 쉴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6 19:19 2011/04/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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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되는 지하철역

지하철을 타다가 졸기라도 해서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렸다면, 반대 방향 열차로 갈아타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때, 지나쳐서 내린 역이 섬식 승강장이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역이라면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갈 때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 보면 개집표기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역이 간혹 있다. 이럴 때는 역무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급기야는 집표기나 울타리를 타넘어서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가야 한다.
반대 방향 열차를 섬식 승강장처럼 손쉽게 갈아타기 어려운 것부터도 큰 불편인데, 집표기를 뛰어넘기까지 해야 하는 역은 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불편한 역이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은, 섬식 승강장이 아니면서(주로 상대식) 환승역도 아닌 얕은 지하역이다.
지하철역 내부에서 출구들을 연결하는 중간 통로는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횡단보도 대용으로 많이 이용하며, 특히 지상 도로의 교차로에 건설된 역은 이런 수요가 더 많다. 그 통로에 대한 이동 수요가 충분히 많다면, 집표기가 설치된 층을 또 만들지 않는 이상 결국 승강장 사이의 이동 통로를 집표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

2기 지하철들은 대체로 깊어서 중간 통로와 집표 구역을 층을 따로 둔 경우가 많다. 그 반면 1기 지하철들은 터널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층을 또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 는 아니고, 하지만 환승역이 되면 어떨까?
환승역은 환승 통로를 이용해서 집표기를 통과하지 않고도 100%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다. 2호선 선릉 역은 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2호선 잠실 역도 비슷한 사례이긴 하나, 환승 통로가 워낙 막장으로 길기 때문에 8호선은 몰라도 2호선은 사실상 여전히 집표기 타넘기가 필요하다.

2호선 용답 역은 지하가 아닌 지상역으로서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된다. 그렇잖아도 2층에서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은 데다, 지하철 비이용객이 역무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고 통로 양 옆에다 개집표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7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원래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됐는데 한 2006~2007년쯤에 개집표기 위치를 더 위로 일찌감치 옮기면서 가능해졌다.

얕은 상대식 승강장 비환승역이라고 해서 모든 역이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개집표기를 지하철의 진행 방향과 평행으로 양 옆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앞뒤로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르는 예는 분당선 야탑 역, 경인선 송내 역 등.

자, 그럼 2011년 현재 서울 지하철에서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을 본인이 아는 한도 내에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호선은 놀랍게도 없다(지하철 구간만). 아마 원래는 안 되는 역도 있었는데 나중에 개선되었지 싶다.
2호선은 좀 많다. 을지로입구, 한양대, 뚝섬, 구의, 신천, 종합운동장, 역삼, 신촌을 조심하자. 지선 중에서도 용답과 신정네거리는 횡단이 안 된다.

3호선은 도심에 워낙 섬식 승강장 역이 많다 보니 의외로 적다. 일산선 구간에 삼송, 그리고 남쪽의 압구정, 대청, 일원밖에 없다.
4호선은 강북 구간에 그런 역이 좀 많아서 당고개, 쌍문, 수유, 미아, 미아삼거리, 혜화, 숙대입구, 신용산. 그리고 과천선과 그 이남으로 선바위, 범계, 산본이 있다.

5호선은 김포공항, 발산, 우장산, 오목교로 서쪽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가 사실 얕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 딱 하나 답십리 역만 예외적으로 반대편 횡단이 안 된다.
7호선은 먹골, 상봉, 어린이대공원과 더불어 학동, 장승배기, 신대방삼거리, 철산이 해당하여 강북과 강남 구간의 비율이 그럭저럭 맞는 것 같다.

6호선과 8호선은 반대편 횡단이 불가능한 역이 “없다.” 단선 구간은 당연히 논외로 하고.
9호선은 신방화 역만이 안 되며,
분당선은 2004년에 신설된 이매 역만 유일하게 안 된다. 분당선은 전속 지하철 회사 관할도 아닌 것이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오리), 국내 최초로 지하 구간에 신설역 개통(이매) 같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유난히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많은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횡단 가능 여부가 지하철 노선도에 표기되어 있을 정도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 역은 서울 지하철에서 시종착역 중에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매우 드문 역이었다. 초기에는 횡단이 가능했으나 2번 출구의 공사로 인해 매표소 위치를 옮긴 관계로 불가능해졌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다시 가능해졌음.

아울러, 광명 역(광명 셔틀 전철)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시종착역이므로 주의하자. 여느 지선 셔틀과는 달리 열차가 들어오는 곳과 출발하는 상강장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양 승강장은 꽤 멀리 떨어져 있고(KTX가 다니는 고속선을 수직으로 횡단해야 하므로) 이동 통로는 개집표기로 막혀 있다.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이 있는 것만큼이나, 모든 출입구가 free area로 사통팔달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이나 종로3가 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역이 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4 18:56 2011/04/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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