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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관련 여러 잡설

1. 떼제베가 도입되기까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고속철인 KTX에 대해서 적지 않은 양의 글을 썼지만,
차량으로 하필 프랑스 떼제베(TGV)가 선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딱히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고속철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린 때는 무려 1989년 5월. 노 태우 정권 시절이며 아래아한글 1.0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이다.
고속철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이미 1983년에 했다. 경부선의 선로 용량 포화는 이미 그때부터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2년 6월 30일, 시험선 구간에 속하던 천안아산 역 건설 예정 부지에서 고속철 기공식이 거행되었다. 참고로 1992년이면 서해안 고속도로와 인천 공항도 갓 건설을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 고속도로와 공항은 완전 개통과 개항이 2001년이었으므로, 고속철도 질질 끌지 않고 2001년에만 잘 개통했다면 21세기가 처음 시작된 2001년은 그야말로 고속도로에, 고속철에, 공항, 게다가 서울 2기 지하철(5~8호선)까지 한국 교통 혁명의 원년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인천 공항과 더불어 단군 이래 최대의 건축 사업이었던 고속철이 순조롭게 추진되기에는 역경도 너무 많았고 정치· 경제적 악재도 너무 많았다.
그나마 서울시 교통 혁명 원년이라 일컬어지는 2004년에 1단계 구간이라도 개통한 게 다행.
다른 건 몰라도 버스 개편의 결과물인 초록-파랑 버스는 이제 여타 지방에서도 유행처럼 다 따라하고 있으며, 오히려 서울 버스와 다른 형태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경기도 버스만이 독자적인 도색을 여전히 쓰고 있다.

이렇게 선로부터 먼저 공사를 시작한 뒤, 도입할 차량은 1993~94년에 결정되었다. 한국이 고속철을 만들겠다고 하자 차량 납품 경쟁에 뛰어든 고속철은 잘 알다시피 일본의 신칸센 300계, 프랑스의 떼제베(TGV)-R, 그리고 독일의 이체(ICE) 이렇게 3종이었다. 이때 워낙 경쟁이 치열했고 저마다 솔루션들의 성능이 호각이었기 때문에, 어쩌다가 하필 떼제베가 선택되었는지는 협상에 관여했던 우리나라 고위 관리가 아니면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일본이 가장 먼저 탈락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워서 기술 지원 받기도 쉽고 이미 자국 내에서 고속철을 수십 년째 무사고로 잘 굴리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탈락한 이유로는,
한국이 요구하는 것만치 기술 이전에 소극적이어서, 수출 경험이 없어서, 원래 차량 폭이 우리나라의 철도역 규격보다 커서, 아직 시속 300을 못 내는 차종이어서... 같은 것들이 나돌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심지어 반일 감정 루머까지도.. -_-

일본은 기존선에는 작은 협궤 열차가 다니지만 표준궤로 건설된 신칸센은 폭이 오히려 한국의 표준궤 열차보다 더 크다. 또한 당시 신칸센 300계의 영업 표준 속도는 시속 300에 약간 못 미치는 270 남짓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 규격상의 차이나 한계는 신칸센을 한국형으로 로컬라이즈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 가능할 정도로 사소한 것이기 때문에, 기술의 한계가 일본 탈락의 본질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가 구입한 떼제베 차량은 프랑스 내부에서도 신형은 아니고 몇 년 굴린 적이 있는 기종이었다. 그러나 무사고로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거기에다 프랑스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문화재 반환 떡밥까지 내세우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외교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기술력은 세 나라가 모두 비슷하니 로비가 승부를 가른 듯하다.

그래서 아마 1998년이었지 싶다. 김 대중 정권 때 드디어 KTX 시제차인 1, 2편성이 국내로 반입되었으며, 그렇게 12편성까지는 떼제베 제작사인 알스톰 사에서 만든 차량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다 13부터 46편성까지는 우리나라의 현대 로템이 면허를 받아 차량을 조립 생산했다. 과거에 방산 업체인 대우 정밀에서 미국의 M16 소총을 면허 생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 도입된 떼제베 차량은 지금까지 한국 철도에서 등장한 적이 없는 무려 20량 1편성에 맞춰져서 전동기의 출력도 더욱 증가되었다. 열차 속도만 톱클래스가 아니라 수송력도 톱클래스. 1편성의 탑승 인원수는 935명인데, 이 역시 수요 예측에 의해 산출된 크기이다. 지금의 KTX 이용객 수를 감안한다면 넉넉하게 잘 잡았다.
200x년, 고속철이 정식 개통하기 전에 이 차량은 경부선에서 간간이 시운전을 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참고로 이 차량 한 편성 전체의 가격은 거의 600억 원이 넘는다. -_-;;

46편성을 편도인 절반으로 나누면 23편성, 그리고 열차가 종점에서 종점까지 넉넉잡아 3시간이 걸린다고 잡으면, 그 회전율을 감안했을 때 열차를 대략 8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투입할 수 있다. 1시간에 대략 7편성의 열차를 내보낼 수 있다는 뜻인데(경부, 호남 모두 합쳐서), 하루에 18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승객을 꽉 채워서 열차를 굴리면 이론적으로 하루에 수송 가능한 승객수는 11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고속철을 도입한 위정자들은 저런 식의 계산을 한 끝에, 도입 편성수와 1편성 승객수를 지금처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당시 이미 새마을호에도 있던 콘센트가 고속철 객차 안에 없던 이유는 당연히... 지금처럼 전자 기기의 수요가 많지도 않았고, 서울-부산을 1시간 58분 만에 주파할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편의 시설의 필요를 고려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센트뿐만 아니라 식당칸까지도 과감히 생략하였으나, KTX 산천에서는 다시 생겼다.

2. 가축 수송

KTX가 개통하기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마을호 이미지 때문에, 빠른 열차일수록 호화로운 소수정예 귀족 열차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철도 선진국들의 철도 운영 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빠른 열차를 더욱 가축 수송으로 만들어 주류 교통수단으로 굴린다. 오죽했으면 2층 객차까지 만들 정도. 새마을호가 아니라 지하철처럼 운행한다.

일본의 신칸센은 아예 지하철과 동일한 동력 분산식 열차에다가 승강장까지 고상홈이다. 지정석보다는 자유석 위주의 영업을 한다. 일본의 경부고속선이라 할 수 있는 도카이도 신칸센에는 8분 정도가 아니라 아예 5분 간격으로 시속 200이 넘는 괴물이 수시로 굴러다니며, 한 편성당 900명도 아니요 1300명에 달하는 승객을 태우고서 도쿄, 나고야, 오사카를 횡단한다. 이 정도의 승객수와 배차 간격이면, 좌석 지정이 아니라 열차 지정도 무의미하지 않을까? 진짜 속도만 빨라진 지하철이나 마찬가지이다.

집값 살인적으로 비싸고 자가용 몰기 버거운 건 세계 어느 대도시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은 더욱 그렇다. 도저히 도쿄 근처에서 있을 수가 없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지만 매일 도쿄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신칸센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칸센이 박리다매 덕분에 운임이 싸기라도 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오히려 동일 노선의 일본 국내선 비행기보다도 더 비싸다는데... 그래도 신칸센은 절찬리에 운행 중이라고 한다. 정기권 같은 할인 제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몇 년 뒤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가 완전히 퇴출되고 나면 우리나라의 철도 문화도 일본과 비슷하게 차츰 바뀔 것이다.

3. 독일 고속철의 대형 사고

독일은 잘 알다시피 장인 정신으로 기계를 잘 만드는 나라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U보트, 자동차 포르쉐, 폭스바겐, 벤츠 등 유명한 작품이 많으며 독일은 또 전기 철도의 메카이기도 하다. 독일의 ICE는 앞서 언급했듯이 프랑스 TGV와 끝까지 경합하던 한국 고속철 입찰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8년 6월에 ICE는 세계의 고속철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내서 기술 강국 독일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에세데 사고’라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시길.

우리나라에서는 KTX가 처음 개통하던 당시, 시속 300으로 달리면서도 물컵에서 물이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다고, 경부 고속선의 장대 레일과 KTX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홍보했다.
그런데 ICE 초창기 차량은 주행 중 소음과 진동이 매우 심했던가 보다. 승객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차량 제작 업체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차량의 바퀴를 교체하고 바퀴에다 외피를 씌우고 여차여차 형태를 바꿈으로써 당장은 소음과 진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패치’가 불량하여 열차의 고속 주행 중에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바퀴에다 씌웠던 외피가 금속 피로도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고, 객차와 선로에다 큰 충격을 주어 이들을 파손했다. 이 여파로 객차들은 줄줄이 탈선하였고, 옆에 있던 다리와 차례로 꼬라박은-_- 후 쌓였다. 육중한 열차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다리는 붕괴.

열차는 박살이 났으며, 400여 명의 승객 중 무려 101명 사망, 88명이 중상을 입었다.
“금속 피로도의 증가로 인한 사고”라는 점에서는 1985년 8월의 JAL123기 추락 사고와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열차의 탈선과 완파, 건축물과의 충돌, 100명이 넘는 사망자”라는 점에서는 일본 철도 역사의 악몽으로 기록된 2005년 4월의 JR 후쿠치야마 선 탈선 사고와 비슷한 것 같다.
하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 사고도 철도 왕국 일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긴 참사였다. 가혹할 정도로 정시성을 강요하는 업무 강도에 적응 못 하던 어느 젊은 초짜 기관사가, 열차 지연을 만회하려고 급커브를 과속으로 돌다가 사고를 냈고 기관사 자신도 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기관사는 각종 사고 희생자 추모식에서도 추모 대상에서 제ㅋ외ㅋ되었다는 후문.

그래도 일본의 경우는 통근형 전동차일 뿐이고 신칸센이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기 때문에, 고속철 사고는 독일의 저 사고가 최악의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사고를 일으킨 차종은 1세대 ICE였고 독일이 한국에 제안한 차종은 아직 알파테스트 중이던 2세대 ICE였다. 만약 우리나라가 ICE를 도입해 있던 와중에 저런 사고가 났다면, 한국의 고속철 개통에도 먹구름이 끼고 애로사항이 활짝 꽃피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괜히 짬 많이 먹고 안정성이 검증된 차량을 선택한 게 아니다.

물론, 이건 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 독일 고속철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고속철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한 항공도 198, 90년대엔 하도 사고가 많이 나서 미국에서 공무원들에게 “한국 출장 때 대한 항공을 이용하지 마세요” 권고를 할 정도였으나... 이 역시 옛날 이야기이고 지금은 대외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지 않았던가.

4. 화물 수송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하면 그 전부터 있던 느린(?) 교통수단은 화물 위주로 개편된다.
항공의 경우, 미국은 아음속기인 보잉 747 점보 여객기를 개발하면서, 미래에 초음속기가 여객기의 주류로 등극한다면 보잉 747은 대형 화물기로 개조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철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고속철이 그것도 별도의 고속선에서 영업을 시작하고 나면, 기존선은 단거리 통근 열차나 화물 열차 세상으로 바뀌곤 했다.
땅이 워낙 넓어서 자동차나 비행기가 발달해 있는 미국에서 철도의 주 수요는 역시 화물 수송이다. 길이가 1km가 넘고 다 지나가는 데 3분 가까이 걸리는 화물 열차들을 심심찮게 본다. -_-;;

철도에서 화물 열차는 통과 우선순위가 최하이다. 그러니 특히 단선에서는 속도가 가히 극악일 수밖에 없다. 컴퓨터 용어를 쓰자면, 정규 여객 열차 스케줄을 피해서 남은 선로 용량만으로 다니는 idle time(잉여 시간-_-) processing이다.

서버가 아닌 클라이언트 컴퓨터라면 아무래도 사용자가 내리는 반응에 즉각 반응하는 게 최고로 중요하다. 철도로 치면 여객 열차의 속도와 우선순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경우, 탐색기 explorer와 작업 관리자 taskman은 최상급(real time priority)까지는 아니어도 스레드 우선순위가 상급(high)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용자의 동작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쉘이다 보니, explorer의 반응성이 곧 시스템 전체의 반응성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상태가 아무리 막장이더라도 Ctrl+ESC를 눌렀을 때 시작 메뉴는 떠야 하고, 먹통이 된 프로세스를 작업 관리자로 죽일 수 있으려면 작업 관리자 자체도 우선순위가 여느 프로세스들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선순위가 높다고 해서 언제나 이들 프로세스가 CPU 시간을 늘 잡아먹기만 하고 지내는 건 아니다.
서버용 운영체제는 그렇게 쉘보다는 background 프로세스나 서비스에 CPU가 더 우선적으로 배당될 것이다. 철도로 치면 여객 영업을 하지 않는 화물 전용 철도와 비슷한 위상인 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6 08:28 2011/02/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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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

오랜만에 또 디지털 카메라를 PC에다 연결했다.
이번 겨울방학 기간 동안에 싸돌아다닌-_- 흔적을 약간이나마 사진으로 남긴다. 데이트 코스 같은 건 전혀 아니니 오해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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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6일 밤~새벽에 익산 시내의 어느 골목길.
누리로 + 구특전 새마을호를 조합하니 구세대/신세대 열차가 조화를 이루어 가히 환상적인 철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중부 지방은 눈이 참 많이도 내리고 있었다.
모텔 방을 잡은 후 밖에 나가서 눈사람도 만들었는데,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게 무슨 말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 눈덩이를 뭉치는 게 무척 힘들지만, 일단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긴 뒤부터는 굴리기만 해도 알아서 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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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초, 용인 한국 민속촌.
인간문화재가 선보인 외줄타기 공연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날은 비록 바람은 안 불었지만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릴 정도로 굉장히 추웠다.
그런데도 공연자는 온갖 아슬아슬한 묘기들을 잘 소화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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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KTX와 고속버스가 한 곳에..!
대구 동부는 간선 교통 연계가 전국에서 가장 잘 되어 있다.
단지, 고속버스 터미널이 회사와 행선지별로 찢어져 있다는 것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괴팍한 점이지만 말이다. 이것도 무슨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대구에는 동서남북 사방의 이름이 붙은 시외버스 터미널이 각각 존재하고, 고속버스도 터미널뿐만 아니라 아류격인 서대구 정거장이 하나 더 있다.
시외버스의 경우 서부는 대구 지하철 1호선 성당못 역과, 남부는 2호선 만촌 역과 아주 가까운 반면 동부는 동대구 역 및 고속버스 터미널과 1km 남짓 떨어진 외톨이이다. 그리고 북부는 지하철 연계가 전혀 되지 않는 곳에 있으며, 서대구 고속버스 정거장하고는 600m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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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강릉의 어느 드라이브 코스.
이런 도로는 운전자의 눈요기감으로는 좋지만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들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4 18:29 2011/02/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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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처럼 아주 길쭉한 국가가 있다고 치자. 이 국가에는 지형을 따라 거대한 간선 철도가 놓여 있고 n개의 역이 있으며, n개의 역에 모두 정차하는 완행 열차가 일정 간격으로 다닌다.

이 설정을 좀 극단적으로 확장하여 역 수가 수백, 수천, 수만-_-개에 달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급행 열차를 운행할 필요가 응당 생긴다. 2000개역쯤 떨어진 지역에 가려고 하는데 전역정차 열차를 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여행 거리가 길어지면, 급행 열차가 서는 곳까지 가서 환승하는 불편 정도는 급행의 빠른 속도가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게 된다.

자, 이를 일반화하면.. 급행도 등급이 필요해서 특급, 쾌특 등 n차원의 급행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서는 역 수가 무척 적어서 타기 힘든 대신에 일단 타기만 하면 엄청난 이동성이 보장된다. 급행과 완행은 배차 간격은 모두 동일하다고 치자.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각 등급의 급행 열차들은 정차역 수를 얼마로 설정하는 게 좋을까?
또한, 철도역 수 n에 대해서, 최대 몇 등급의 급행이 존재하는 게 적당할까?

n개의 역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고 이용객 수가 균일하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급행을 운영하는 게 승객의 평균 표정속도를 최대화하고 반대로 평균 환승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선로 수는 충분하기 때문에, 완급 결합으로 인한 대피 대기 오버헤드라든가 선로 용량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가정하겠다. ^^

역 수가 10개 남짓이라면 급행이 있을 필요가 없겠지만, 역 수가 100개쯤 된다면 3~4개역을 건너뛰는 1차 급행에 이어서 한 10~12개쯤 역을 쉬엄쉬엄 건너뛰는 2차 급행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전산학을 전공한 친구라면, 이런 부류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비슷한 형태의 아주 유명한 알고리즘을 하나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바로 '쉘 정렬'이다!

쉘 정렬은 삽입 정렬을 원소별로 띄엄띄엄 적용하되 나중에 그 간격을 촘촘히 좁히는 방식이다.
삽입 정렬은 시간 복잡도가 O(n^2)이지만, n의 크기가 작아서 띄엄띄엄일 때는 오버헤드가 크지 않으며, 또 편차가 커서 리스트가 상당수 정렬되어 있을 때는 매우 빠르게 수행되기 때문에 그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쉘 정렬은 알고리즘의 특성상 실제로 코딩해 보면 루프가 3중, 4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무거울 것 같지만 돌려 보면 성능이 매우 좋다. 프로그래밍 언어라고는 아직 어셈블리밖에 없던 1950년대에 고안된 알고리즘이다.

여타 정렬 알고리즘들이 O(n^2), O(n log n) 아니면 심지어 O(n) 같은 식으로 시간 복잡도가 딱 파악되는 반면, 이 쉘 정렬은 비록 O(n^2)보다야 훨씬 빠르긴 하지만 시간 복잡도가 제대로 분석되어 있지 않다.
삽입 간격을 설정해서 좁히는 방식을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서 성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완행 다음으로 급행을 겨우 1역 균일 통과, 특급을 2역 균일 통과처럼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게 운행하지는 않는다. 급행 등급이 하나 올라갈 때마다 급행은 최소한 기하급수적으로 통과역 수가 늘어야 이치에 맞다.
쉘 정렬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23, 10, 4, 1 같은 급으로 큼직하게 수가 바뀌고, 이 수들이 가능한 한 서로소가 되게 하는 게 정렬 효율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16, 8, 4, 2, 1처럼 정확하게 컴퓨터스럽게 배수· 약수 관계로 포개지는 간격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그런 나쁜 수열을 쓰면 쉘 정렬의 시간 복잡도가 최악의 경우 도로 O(n^2)로 치솟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급행 전철이 정차역 수가 여전히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환승을 싫어하는 국민 정서 내지 환승이 불편한 구조, 급행도 어차피 최대 속도는 동일하고 완행보다 그렇게 많이 빠르지 않은 것, 역마다 weight가 현실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 급행의 소극적인 운행(긴 배차 간격) 같은 다른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실에서는 환승역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 하나만으로도 역별 weight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 철도와 전산학을 융합한 뻘글이었다.
쉘 정렬의 수열 설정 방식이 철도 운영에서도 이론상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 (급행은 4역씩 건너뛰고 특급은 10개역, 쾌특은 23개역.. ㄲㄲ)
참고로 쉘 정렬은 수열을 제일 잘 설정했을 때 시간 복잡도가 O(n (log n)^2) 까지는 떨어진다고 한다.


* 덧붙이는 말:
어제는 KTX 열차가 개통 사상 처음으로 탈선 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철도 덕후 사무엘 님의 공식 입장을 말하자면, 이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선로 시설 문제이지 차량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량이 떼제베가 아닌 산천이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늘 말썽을 일으켜 온 것처럼 차량이 고장을 일으킨 거라면, 그대로 차가 멈춰서는 걸로 끝나지 지가 무슨 능력으로 탈선까지 하겠는가?

더구나 이 차는 보기 드문 광명 시종착 KTX였다. 광명이 단순 경유역이 아닌 종착역이기 때문에 여타 열차와는 다른 선로로 건너가야만 했다. 그래서 선로 분기기가 열차를 새 선로로 유도하고 있었는데, 열차가 다 건너기 전에 선로 분기기가 전산 착오 내지 추위로 인해 오작동한 것 같다. 그래서 뒷부분 객차의 진로를 막았고, 이것 때문에 찌이이이익 소음+타는 냄새+탈선이 야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열차가 고속으로 쌩쌩 달리다가 교량이 붕괴했다거나 차량이 자폭이라도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고이다. 오히려 열차는 종착역 진입을 앞두고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서 아주 천천히 달리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도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나 발생한 사고이다. 이 사고가 KTX 차량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풍조로 이어지기는 않기를 본인은 바란다.

이 사고로 인해 이 열차를 바로 뒤따라오던 상행 KTX는 평택쯤에서 다시 천안아산-_- 역으로 역주행하여 돌아가야만 했고, 대전-서울 구간의 고속선이 폐쇄되는 바람에 다른 KTX들은 아예 경부선 기존선으로 우회해서 다녀야 했다. 주말 임시 열차는 아예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운행 중단. 코레일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그야말로 막심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수원-천안 구간에서 KTX 산천이 보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2 17:49 2011/02/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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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야기 -- 下

※ 북한 주민들의 진심은?

북한의 지도자들이야, 우리 남한의 관점에서는 친북 좌빨이 아닌 이상 누가 평가하더라도 평생까임권 당첨이다. 6· 25부터 시작해서 온갖 납치· 테러와 불법 무력 도발들... 거기에다 절대로 사죄 안 하고 배째라 오리발 내밀기, 입만 열면 거짓말... 한 마디로 '개XX'다. 게다가 남의 나라에까지 쫓아가서 우리나라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을 한데 죽어 버리려 한 1983년의 아웅산 폭탄 테러는 정말 속된 말로 똥물에 튀겨 죽여도 시원찮을 천하의 개쌍놈급이지 않은가?

독자 중에는 박 정희, 안 두희 같은 사람을 엄청 싫어하고 그런 이름만 나와도 이를 가는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감방에 있다가 무엇 때문에 군 간부로 복직할 수 있었나? 6· 25 때문이다. 6· 25를 누가 일으켰나?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친일파 문제만 나왔다 하면 열폭하는 분들에게 본인이 꼭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우리나라의 친일 청산을 제일 방해한 존재는 바로 북한이라는 것이다.

이런 악행들은 경제 개발, 치안 유지, 정당 방위 등 그 어떤 명분도 성립하지 않으며 정상 참작이나 정당화를 할 수 없다.
허나,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본인이 뭐라 결론을 못 내리겠다.

한편으로는 불쌍한 굶주리는 동포이고, 심지어 김 정일 정권을 같이 욕하면서 남한의 좌빨들에게 돌팔매질을 할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북한 주민 중에도 반공 우익의 상징인 지 만원 박사 존경하는 사람들 많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주체 사상에 세뇌되어 이미 우리와는 상종 못 할 부류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였다.
소위 말하는 북측 미녀 응원단들... 김씨 부자 사진이 비를 맞아 젖어 있는 걸 보고는 광분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몇 년 뒤엔, 홍수로 인해 집이 다 떠내려가고 처자식이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어떤 북한 사람은 김씨 부자의 사진부터 비닐에 고이 간직해서 건져 왔다고 자랑하는 게 북한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소식을 본인은 들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지금도 심심찮게 TV에서 본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말랐을 것 같은 어린애가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대하신 장군님의 은혜로 잘 자라고 있습네다. 어서 자라서 미제 원쑤들을 쳐부수고 불쌍한 남조선 아이들을 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켜 위대한 혁명 과업을 달성하겠슴다!” 또박또박 대사를 외운다.
이 정도면 황국 신민 선서는 저리 가라 수준. 저러는 북한도 미국 없이는 못 돌아가는 나라이긴 마찬가지일 텐데 말이다. -_-

그런데... 미녀 응원단에 대해서 어느 탈북자는 다소 색다른 견해를 폈다. 저건 언론 플레이 오버액션일 뿐, 절대로 진심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고 말이다. 저렇게 사진 붙잡고 울고불고 하는 모습이 매스컴을 타야만 자신이 고국으로 돌아가서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지 않으며, 가족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를 생각해 보자. 윤 봉길 의사의 폭탄 의거 후, 국내의 신문들은 일제히 그의 행적을 규탄(?)했다. 왜냐고? 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조선 총독부의 검열을 통과하고 신문이 발간될 수 있었으니까. 독자들도 그냥 신문 기사를 재해석을 해서 읽었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맨날 손 기정 일장기 사진을 지우는 식으로 도발을 일으켰다간 신문사가 남아날 수 있었겠는가? 저 탈북자의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름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일제는 과거에 '이 봉창 의사가 천황을 향해 폭탄을 던졌으나 불행히도 맞히지 못했다'라는 중국 신문의 문구에서 '불행히도'란 표현에 완전 빡쳐서 상하이 사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 북한 주민들의 실상

이렇듯, 북한에서는 김씨 부자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냐에 따라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북한 하면 일단 시청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군인들 제식 훈련과 서커스, 매스게임, 카드섹션이 생각날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그 퍼포먼스가 얼마나 처참한 인권 유린을 자행하면서 가혹한 훈련을 시킨 끝에 만들어진 것일지 우리 상식으로는 제대로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애새끼들이 단체 기합, 몽둥이질은 말할 것도 없고 방광염에 걸릴 정도로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연습했다. 아픈 티 내서 간부에게 반동분자로 찍히면 가족이 평양에서 쫓겨난다든가 심지어 수용소로 간다든가.. 시ㅋ망ㅋ...;;;

우리나라도 공밀레, 공밀레 한다지만 북한에서 국비로 양성된 엘리트 과학자들은 정말로 갈려 들어갔다. -_-;;; 특히 핵실험 연구에 투입된 사람들은 과로, 방사능 피폭 등으로 김일성 대학 한 학번 출신이 죄다 죽어 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절, 박통 시절에는 월급을 저당잡힌 채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를 보냈다지만, 북한에서 해외로 파견된 노동자는 어떤가? 월급의 진짜 8, 90% 가까이를 세금으로 삥뜯긴다. 공제 내역 중에는 충성 자금에, 김씨 부자 생일 화환값도 있다. -_-;;

그렇게 뼈빠지게 일해 가지고 월 실수령액은 겨우 10~20$가 채 될까말까인데, 그게 그래도 국내에 있는 것보다는 벌이가 월등히 더 좋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기를 쓰고 밖에 나가려고 한다. 풀뿌리 캐 먹고 귤껍질까지 먹다가 굶어죽는 것보다야 훨씬 낫잖아?
남한의 체제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형태라고 불만인 사람은, 국가가 개인을 착취하는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할 것이다.

국가에 이용당하는 사람이 저 정도인데 하물며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잉여인생 반동분자들, 특히 최고 악질로 분류된 예수쟁이들이 겪는 참상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급. 상상을 초월한다.

어린 학생이 벌로 밭에 거름을 준답시고 손으로 인분을 직접 만지다가 똥독 올라 피부병 걸리고 나중엔 태업이랍시고 폭행 당해 죽는다. 피골이 상접한 채 끝까지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던 수용소 죄수가 굶어 죽고 구둣발에 목이 꺾여 죽고 심지어 용광로에서 일하다가 쇳물 세례를 받아 죽는다. 이건 전부 본인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199x~200x년대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바로 한반도 맞은편 반쪽에서 벌어지는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 맺는 말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세뇌 차원에서 남한의 교회에서 불리는 찬송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가사에 있는 '예수님, 주님, 하나님'이 '수령님, 장군님'으로 바뀌어서 말이다. ㄲㄲㄲㄲㄲㄲㄲ
아직까지도 저 이북 땅은 지도자를 잘못 만난 죄로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북한의 출판물이나 영상 자막에 등장하는 한글 서체만 봐도 우리나라로 치면 한 196, 70년대 유행 같아 보이지 않는가? -_-

구소련이 이미 옛날에 무너졌고 중국도 잘 살아 보려고 나름 저렇게 변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 같은 저런 막장 국가가 60년이 넘게 안 망하고 버티고 있고, 남한을 교묘하게 삥뜯어서 저렇게 건재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다. 통치자들이 머리는 좋다. 왜 걔네들이 고의로 망쳐 놓은 나라 사정을 우리 세금으로 복구해야 하며, 그 원인을 어찌하여 미국의 경제 봉쇄 같은 엉뚱한 데에다 갖다붙이는가?

김씨 부자 저건 단순히 공산주의 국가를 세운 수준을 넘어서, 또 자기 정치적 라이벌만 가혹하게 숙청한 독재자 수준을 넘어서... 무고한 백성들을 “고의로” 굶겨 죽이고 도탄에 빠뜨리고 자유를 억압한 살인마, 인간 백정, 해충, 범죄자이다. 정말 심각하게 나쁜놈이다. 제아무리 우리나라의 이 명박 현 대통령이 무능하고 부패하고 삽질 많이 한다 해도, 북한 따위로부터 '력도'(逆徒) 소리 들을 레벨은 아니다. -_-;;
그러고 보니 북한은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구나.

저런 북한이 좋다고 설치는 부류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우리나라 사회 구조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만한...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소위 '프롤레타리아' 계층의 사람들이 뭘 모르고서 현혹되어 북한 좋다고 으쌰으쌰 하는 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한 우리나라 위정자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으며 그건 이해한다 치는데,
얼마 전엔 남 부러울 게 없을 의사 중에서 국가 보안법 사범이 나오고 누가 월북이던가 했다는 소식이 들려서 본인은 그저 허탈할 뿐이었다.

물론, 비록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역시 성경적으로 100% 이상적인 사회 체계가 아니기는 마찬가지이다.
또 우리나라의 옛날 메이저급 지도자들도 과거에 안보를 빌미로, 반공을 빌미로 병크도 많이 저지르고 조금 민주주의를 유린한 게 있긴 하지만..
난 그게 당시 우리나라 사정--100% 민주적인 수사를 진행할 만한 국력, 기술력, 행정력 등--을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지탄 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자유당이 부정 선거로 집권했다고 해서, 그리고 제아무리 서슬 퍼런 유신 치하라고 해서 신앙의 자유가 억압받은 적은 없지 않았던가? 또한 그때는 교묘하게 위장한 간첩들, 좌익사범들은 약간 과격한 방법을 써서 그렇게라도 잡아냈어야 했다. 걔네들도 치사한 짓 하긴 마찬가지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북한을 배척만 하고 전국민이 과격하게 “때려잡자 김 정일” 하면서 성질 돋구고, 툭하면 전쟁 불사하고 갈 데까지 가자는 것만이 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언제까지나 과거사만 꺼내면서 일본을 무조건 배척만 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익을 위해서는 지혜로운 거래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며, 본인 역시 남한과 북한이 사이가 안 좋아야만 밥벌이가 되는 안보 장사꾼을 매우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용서하되 과거를 잊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해로운 바이러스라고 해도 숙주를 그렇게 금방 죽이지는 않는다. 숙주가 아주 죽어 버리면 자기도 죽으니까. 본인이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및 연평도 공격이다. 저렇게 찔끔찔끔 우리에게 해를 입혀 봤자 돌아오는 건 국민들의 경계 의식 강화이고 국제 사회로부터의 고립과 원조 중단일 뿐인데...

내가 북한의 위정자라면, 꾹 참고 계속 평화 무드를 계속하면서 남한을 교묘하게 삥뜯고, 남한 국민들의 안보 의식을 다 빼 버린 뒤 결정적인 타이밍에 뒤통수를 쳤을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도발을 걔네들이 왜 했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0 18:45 2011/02/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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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야기 -- 上

※ 가깝고도 먼 나라

우리에게 일본보다 더 가깝고도 일본보다 더 먼 나라, 이해할 수 없는 나라는 단연 북한일 것이다.
구성원이 소위 단군의 후손이고 우리와 같은 한국어와 한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공통점은 그것뿐, 통치 이념과 생활 양상은 대한민국과는 극과 극, 넘사벽으로 달라져 버린 저 나라!

우리는 명목상으로는 북한과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이며, 헌법을 FM대로 해석한다면 북한은 한반도의 북쪽 미수복 영토를 무단 점거하고 있는, 우리의 적국이다.
이 북한이라는 나라 때문에 우리나라 내부에 생긴 이념 갈등은 보다시피 가히 걷잡을 수 없는 막장으로 치달아 있다.

이런 이념 싸움의 희생양이 된 사람도 많다. 단적인 예로 생각나는 건 쿠바에 사는 교민들. 그들은 구한말에 반강제로 멕시코 내지 이곳으로 이민 가서 농장에서 엄청 고생한 분들의 후손이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쿠바는 대한민국하고는 수교하지 않은 얼마 안 되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오히려 북한과 더 친하다. 그래서 대한민국으로부터는 점차 out of 안중이 되고 말았으나, 그럼 북한이라도 쿠바 교민들을 챙겨 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들이 태극기를 쓴다고 싫어한다. 북한은 태극기나 심지어 '한글'이라는 명칭도 굉장히 싫어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쿠바 교민들은 남북한으로부터 모두 버림받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 한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부터 타지 생활을 했다는 죄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학교에서 사회· 윤리 교과서의 마지막 단원은 늘 북한 내지 통일 관련 주제로 편성되어 있었다.
한때 우리는 북한군을 공산군이라고 불렀고 더 깔보는 의미로는 북괴, 괴뢰군이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가 공산주의와 이념 경쟁을 했다고도 하지만, 사실 북한은 제대로 된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다. 그냥 지구상에 유례를 찾기 힘든(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개막장 또라이 군국주의 독재 국가일 뿐이다. 이런 나라의 공식 명칭에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있다는 건 신길온천 역보다도 더욱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위조지폐로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자국 인권을 유린하고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탄압한 수위는 과거의 그 악독했던 일제보다도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태평양 전쟁처럼 대놓고 '세계구급' 사고만 안 쳤다 뿐이지.
특히 오늘날은 골수 이슬람 국가가 아니면서 기독교를 저 정도로 극렬 박해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아마 북한밖에 없지 싶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1907년 나름 “조선 대부흥”의 본고장이었고 한때 아시아에서 예수쟁이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들어선 지금은... 정말 OTL

※ 폐쇄적인 나라

차라리 남한과 북한을 별개의 독립적인 정권으로 상호 인정하고, 마치 중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에 갔다 오듯이 비자와 여권을 발급받아 시민들이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면 이산가족 문제가 발생할 일도 없고 서로 잡아먹으려고 또는 통일하려고 으르렁거릴 필요도 없다. 그래서 '통일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통일이 찾아온다', '가장 빠른 통일의 길은 영구 분단'이라는 역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게 할 대인배가 못 된다. 자기 주민에게 잘 사는 남한의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켕기는 게 있기 때문에 저렇게 미치도록 폐쇄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북한이 남한의 심리전, 삐라, 애기봉 전등 따위를 왜 그리도 싫어하겠는가? 그리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언제까지나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겠는가?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고 무슨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스스로 주장하지만, 세계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이것저것 추정하면서 정황상 북한이 그걸 스스로 해냈을 리는 없다고 코웃음치고 무시한다.
과거의 달 착륙도 비슷한 맥락이다. 옛날에 구소련 같은 나라가 달에 그것도 딱 한 번 갔다 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충분히 의심할 만도 하다.

그러나... 소위 자유 진영에 있고 전세계 나라들과 연구를 같이 하면서 연구 결과도 다 투명하게 공유한 미국이 달에 여섯 번이나 갔다 온 것은.. 정말 부인할 수 없다. 갔다 왔다는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증거를 월등히 압도한다. 더구나 미국의 최강 라이벌이던 구소련--허술한 자작극 정도는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허점을 찾아내고 폭로할 능력이 있는--이 멀쩡히 있던 시절에 자작극 음모론의 가능성은 더욱 생각할 수 없다.

그만큼, 폐쇄적인 국가와 그렇지 않은 개방적인 국가의 국제 신뢰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이 명박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어 봤어도 김 일성, 특히 김 정일의 목소리를 아는 사람 혹시 있는가? 특히 저 뽀글이 아저씨는 켕기는 건 있어 가지고 비행기를 극도로 무서워하여 못 타고, 중국 갈 때 맨날 육로인 기차만 타고 다니는 사람이다.

바닷가재, 상어 지느러미, 꼬냑 등 산해진미를 쳐묵쳐묵하러 요리사를 세계 각국에 보낸다는 아저씨가, 돈 없어서 혹은 돈 아끼려고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탈 위인은 절대 아니다. 철덕이어서 기차 타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고. -_-;;;;; 그냥 제일 안전하니까 타는 거다.

※ 북한의 기술 -- IT와 철도를 중심으로

북한의 표준 한글 코드에는 '김일성', '김정일'을 이루는 여섯 글자가 제각기 별도의 코드 포인트에 배당되어 있다.
이걸 국제 표준인 유니코드에다가도 등록하려고 했으나(미친놈들..-_-) 외국 학자들의 격렬한 반발로 인해 망신만 당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북한은 사전상의 한글 자모 내지 한글 배열 순서도 남한과 다르다. 그러나 유니코드에는 북한 컨벤션은 철저하게 외면-_- 당하고, 남한 기준으로 한글이 배당되어 있다.
북한의 표준 글자판은 남한과 크게 차이가 없는 왼손 자음· 오른손 모음 형태의 두벌식이다.

자국 내에서 인터넷 인프라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되고 간부들도 네트웍은 인트라넷 정도로나 한정되어 있다. 이거 무슨 군대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무척 뛰어나다고 한다. 자체 한글 IME를 만들기도 했고, 바둑 AI라든가 컴퓨터그래픽, 손전화용 소프트웨어 등 몇몇 분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라는 듯. 월트 디즈니 사에서 라이온 킹을 만들 때 일부 CG 작업은 북한의 어느 회사에다 외주를 줬다는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내 전공답게 철도 시설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북한은 남한보다도 더 의욕적으로 대부분의 철도를 전철화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장거리 간선에도 교류가 아닌 직류를 쓰고 제3궤도 집전식이다. 비록 궤간은 같은 표준궤이긴 하지만 남한과는 최소한 전기 철도의 직통 운행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전기 규격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같은 게 없으니..). 또한 대부분의 철도 시설이 노후화하고 선형이 안 좋아 어차피 고속 주행도 무리이다. 에너지 부족은 두말 할 나위도 없고 말이다.

그리고 북한은 남한보다 1년 먼저 지하철을 건설했다. 평양 지하철은 1973년에 개통했는데 그 때문에 1974년에 개통한 서울 지하철은 북한과의 이념 경쟁의 산물이라는 루머까지 나돈다고 한다. 박통 시절에 북한이 남한보다 지하철을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을 누설하고 다니는 자는 붙잡혀서 안기부 지하실에서 코렁탕을 먹을 수도 있었다고 전해지나, 진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_-;;

뭐, 그래 봤자 오늘날까지도 북한에 지하철이 있는 곳이라곤 평양뿐이며, 노선도 겨우 두 개가 고작이다. 그렇게도 지하철을 깊게 팠고 특히 수 차례의 남침용 땅굴 제작 기술까지 보유한 두더지 같은 친구들인데, 두만강 하저 터널을 건설하던 중에 터널이 붕괴되어 대형 사고가 났던 모양이다. 결국 하저 터널은 포기.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남한에는 지방 광역시라도 있지 북한은 평양 빼면 나머지는 진짜 오지 황무지이고 생지옥이다. 밤에 위성 사진을 보아하니 남한은 수도권 편차는 있을지언정 전국이 그래도 불빛으로 빼곡한 반면, 북한은 평양에 불빛 약간 빼고는 어두컴컴 그 자체인 장면을 본 적이 있으신가?
걔네들은 출입증 없이는 시 경계도 못 빠져나갈 정도로 자유가 없다. 그래서 간부들에게 잘 보이고 실적 잘 내서 우리 가족만은 기를 쓰고 평양이나 평양 근처에서 지내려고 애쓴다. 그게 북한에서의 삶이다.

(다음 下에서는 북한의 더욱 어두운 면모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기대하시라.)

Posted by 사무엘

2011/02/08 18:35 2011/02/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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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흥행 성적 외

1. 흥행 성공한 철도

- 서울 지하철 9호선: 본인은 9호선에 대해서 대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올림픽대로를 따라 서울을 동서로 횡단하면서 김포 공항, 노량진 역, 고속버스 터미널, 강남을 잇는 지하철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강을 끼고 다닌다는 특성상, 대부분의 기존 지하철들은 한강 횡단을 앞두고 지상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9호선과의 환승 거리가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까지 예측하였으며, 이는 모두 적중했다.

나만 9호선의 성공을 예측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IMF 때문에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이 줄줄이 퇴짜를 맞는 와중에서도 9호선만은 유일하게 살아남아 끝까지 공사가 추진되었다. 지금 9호선의 성공은 여러분이 보시는 것 그대로. 그 황금 노선이 왜 달랑 4량 1편성으로 소심하기 그지없게 운행되나 싶다. 특히 급행은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어서 조만간 전동차가 전량 급행으로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 KTX 울산 역: 울산 시내에서 상당히 멀다는 핸디캡, 그리고 인근의 신경주 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역은 개통 초기부터 예상치의 1.7배에 가까운 승객이 이용하면서 '만들길 잘한 역' 인증을 받았다. 반대로 울산 공항은 점차 승객 감소. (참고로 울산에서 공항과 KTX 역은 서로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메이저 경부선과 경부 고속도로에서 소외됨으로 인해 지금까지 울산 시민들이 겪은 교통 불편 고충이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런 추세가 되풀이되면 KTX가 신경주 역의 정차보다 울산 역의 정차가 더 늘지도 모른다.

- 경춘선: 무궁화호 시절에 비해 승객이 폭증하였으며 내가 알기로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다른 어떤 광역전철보다도 이용객이 많다. 통근, 통학뿐만이 아니라 관광 수요 때문에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무임 승객도 문제이긴 하지만) 하루빨리 '웟더헬 가축수송'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다들 아우성이다.

- 대전 지하철: 사람 대신 물통을 집어넣어서 알파?베타테스트를 했던 그 지하철. 개통 초기에는 대전 시민조차도 '저거 얼마나 타겠나' 회의적이었고 돈지랄에 비해서 수익 못 낸다고 언론에서 까대기도 했으나... 시내버스들이 지하철 연계 위주로 조직적으로 잘 재개편되고 2차 구간까지 개통한 뒤 이용객 수는 굉장히 늘었다. 가끔 대전에 가서 지하철 타 보면, 요즘은 앉아 가기 힘들다.
이용객이 증가한 덕분에 배차간격도 처음에 10분에 가깝던 게 지금은 출퇴근 시간엔 5분 이내까지로 단축되었다.

2. 흥행 실패(로 보이는 철도)

아래의 두 철도는 개통 시기도 2006~2007년대로 비슷한데, 철덕들 사이에서 '공기 수송'이라는 비아냥이 되었던 대상이다. 가루를 공기로 수송하는 게 아니라, 빈 공기'를' 수송.. -_-;;;

- 공항 철도: 초창기에 공항 철도는 운행 구간부터가 김포-인천의 양 공항 셔틀에 불과했던지라, 지방 승객과 서울 승객 모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너무 열악했다. 짐 별로 없고 철덕 기질이 있는 서울 거주 개인 승객에게나 매력이 있었던 듯. 시ㅋ망ㅋ은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월, 폭설 때문에 도로 교통이 떡실신하자 공항 철도의 가능성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제 2차 구간이 개통하고 서울 역에 아예 강북 도심 터미널까지 설치되면서 공항 철도는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야 당연히 승객 수도 제법 늘었다. 내륙 구간(영종도 말고 본토)이 대중 교통 환승 할인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강북-공항 익스프레스 내지 인천 북부의 광역 철도 명분으로 이용객은 더욱 늘 것이다. 거기에다 공항 철도는 용유도 관광 연계 교통수단으로도 단장 중이다. (용유 역)

- 광명 셔틀: 용산-광명 10량 전동차가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노라면 그저 안구에 습기만 찰 뿐.. -_- 전동차 좌석에 앉는 정도가 아니라, 롱시트 하나 전체를 차지하여 누워서 천장을 보고 갈 수 있다. ㅠㅠㅠ 그래도 이제 천안아산 역마저도 전철 연계가 되는 마당에 엄연히 경기도 수도권의 고속철 역이 전철 연계가 안 되는 건 말이 안 되니 운행 안 할 수는 없고.
지금은 4량 1편성이 되어 승용차로 치면 티코 같은 꼬마 경차가 생각난다. 차라리 인천이나 수원 방면에서 광명 역 연계 셔틀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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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관계가 없으나 문득 든 생각이다.
건물이나 교통수단에서 남녀 공용 화장실은 철도로 치면 단선이요, 남녀 분리 화장실은 복선과 위상이 무척 비슷한 것 같다.
화장실은 무조건 남녀 분리로 만들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건 아니다. 비행기처럼 공간이 부족한 곳의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다. 하지만 분리로 만드는 게 더 위생적이고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
철도 역시 복선으로 건설하는 게 사고 위험이 줄어들고 단선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열차를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선 병렬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 두 개 있는 격이구나. ^^;;;

Posted by 사무엘

2011/02/06 19:12 2011/02/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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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폐선, 폐역, 임시 승강장 개념

철도는 궤도를 따라 앞 아니면 뒤로만 다닐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이라는 특성상, 다른 교통수단에는 없는 재미있는 특성을 몇 가지 지닌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에 비행기 다음으로 빠르게 주행할 수 있지만, 길 위에 차 한 대가 뻗어 버리면 그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교통수단도 철도이다.

또한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노선 설정의 제약이 무척 크다.
다른 교통수단들은 '폐선'이라고 하면 그냥 운영자 마음대로 교통수단을 그 노선대로 굴리지 않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통수단이 평소에 다니던 그 주변 환경이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철도 노선이 하나 폐선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프로 치면 정류장이라는 vertex뿐만이 아니라 선로라는 edge까지 이제 관리를 포기하고 선로를 걷어내고 부지를 매각하는 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철도는 edge 차원에서의 변화는 쉽지 않다. 21세기 들어서 장항선, 경춘선, 전라선 등이 일제 강점기 시절의 구닥다리 티를 벗고 복선 전철 + 고가 직선(선형 개량) + 장대 레일화 등으로 변신 중이지만, 이제 이렇게 한번 집중적인 투자를 받고 변화를 겪은 철도는 또 앞으로 100년 이상은 변화 없이 그대로 갈지도 모른다. ^^;;;

그러나 철도에 vertex 차원의 변화는 이따금씩 있어 왔다.
지금 사라지고 있는 수많은 간이역들은--교행 내지 신호장 말고 순수하게 여객용--, 옛날에 철도가 구불구불 느리고 개인 교통수단이라고는 없던 시절의 유물이다.
그나마 인구가 워낙 많은 대도시 주변에 있는 작은 역들은 전철역으로 탈바꿈이라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역들은 전적으로 자가용이나 버스에 승객을 빼앗기고 폐역크리를 먹었다.

신호나 교행, 기관차 교체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임시역은 선로가 아예 복선화하거나, 기관차 교체 이유가 사라지거나(전철화 구간 확장, 스위치백 이설 등...), 입체 교차로가 신설되는 등 철도 시설이 더 좋아지면서 존재 목적을 상실하여 없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번거로운 관행은 오늘날은 다 없어지는 추세이다. 열차를 중간에 번거로운 조치 없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달리게 해야 도로에 비해 경쟁력을 얻을 테니까 말이다. 요즘은 중련 편성 열차의 중간 합체· 분리도 다 없어졌다.

선형 개량으로 인해 역 자체가 이설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이 원래부터 수요가 있었다면 '이설'로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잖아도 퇴출 0순위 역이었는데 어차피 선로 이설로 인해서 옮겨질 운명이라면 새 선로에다 옛 역의 자취를 남겨 놓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 말고, 철도 내부 사정이 아닌 외부적인 특수한 이유로 인해 정규 여객역 외의 임시 승강장이 만들어졌다가, 그 이유가 없어진 후에 없어지기도 한 사례가 있다. 그런 요인으로는 첫째 대규모 행사가 있을 수 있고, 둘째로 유명 장소가 있을 수 있다.

경부선에는 1968년 9월 9일부터 10월 20일까지, 40일 남짓한 기간 동안 '박람회'라는 역이 있었다.
이건 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 역 근처에 있었는데(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음), 당시 구로공단에서 개최된 '제 1회 한국 무역 박람회'의 참관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거기 근처에 경부선 철길을 타넘는 자동차 다리의 이름은 무려 ‘수출의 다리’! 딱 저 시절에 박정희스러운 이름으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ㄲㄲ

1968년이면 한국 철도사의 관점에서는 가히 상상도 못 할 까마득한 옛날임을 알아야 한다. 서울에 아직 지하철이 없으며 경부선 영등포-시흥(현 금천구청) 사이에 역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다! 선로도 2복선이 아닌 그냥 복선. 승객들은 시끄러운 디젤 기관차나 털털거리는 디젤 동차를 타고 박람회 역을 이용했을 것이다.

저렇게 행사를 목적으로 만든 임시역 중에 유명한 예는 역시 '엑스포' 역이다. 이건 맨땅에 승강장을 설치한 건 아니고, 여객 열차를 취급하지 않으면서 엑스포 장소와 가까이 있던 대전조차장 역 내부에다 여객 시설을 임시로 설치하여 역을 만들었다. 1993년 8월 7일부터 11월 8월까지 살아있던 역이었다. ^^;;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에 워낙 도로 교통편과 전철망이 발달한 덕분에 특정 행사를 위해서 임시 철도역이 생길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우리나라에 간선 철도망이 강남으로도 잘 발달해 있었다면 '올림픽' 역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이 개최되던 당시에 서울 지하철 9호선 전구간 같은 간선 철도나 지하철이 있었다면, 공항, 고속버스 터미널, 종합운동장이 철도로 한데 연결되어서 가히 금상첨화였을 텐데!

박람회와 엑스포(어 그러고 보니 둘이 어차피 비슷한 의미이다.-_-)가 일시적인 행사를 위해 만든 역이라면,
인근 장소로의 접근성을 위해 철도 당국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임시역을 만들어 준 경우가 있다.
본인이 당장 생각나는 예로는 충북선의 청주공항 역, 그리고 경전선의 진주수목원 역.
이런 역은 존재 가치가 일회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해당 시설이 안 없어지고 이용객을 많이 이끌어 준다면 정규역으로 승격되기도 한다. 뭔가 철도역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_-;;

즉, 이 글의 결론은.. 비록 철도가 선로를 따라 원천적으로 무척 경직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선로 위에서 어떤 역을 살리거나 죽이는 일은 생각보다 나름 유동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시종착역 명의로 작은 역을 만드는 테크닉은 이미 2기 지하철 무렵부터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서 7호선 장암, 분당선 보정뿐만 아니라 9호선 개화와 심지어 공항 철도 용유까지 물려받아 있으나, 중간에 이런 임시역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 하겠다.

그나저나 가산디지털단지(구 가리봉) 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즉 경부선 서울-수원 구간이 2복선으로 확장되기 전에 생긴 역이라는데 어째 양 승강장 사이로 선로 네 가닥이 있는지 궁금하다. 승강장 시설 자체가 대대적으로 확장된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04 21:17 2011/02/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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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및

우리말 순화 운동가 중에는 ‘및’을 싫어하는 분이 계신다.
우리말답지 못하고 어원이 또 무슨 번역투이고 등등~ 근거가 여럿 있는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및’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만하게 없앨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및’을 안 쓰고 이 성경 구절을 번역해 보라.

And the king, and all Israel with him, offered sacrifice before the LORD. (왕상 8:62)

뭔가 느껴지는 게 없는가?
그렇다. 우리말의 조사 ‘-와/과’라든가 어미 ‘-고’는 and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라 with라는 뜻까지 교묘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거 구분이 안 되는 게, 번역할 때 의외로 굉장히 불편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한다! (한국어 말고도 이런 특성을 지닌 언어가 좀 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접속부사 ‘및’은 정확하게 and의 뜻만 지니기 때문에 중의성의 해소에 도움이 된다.

물론 한국어는 부사를 무척 좋아한다는 특성상, 공동번역처럼 “왕은 온 백성과 함께 .... 했다”라고 문장 구조를 완전히 바꿔 번역하는 방법도 없지는 않다.

2. 어법에 어긋난 축약

알아듣는 데는 아무 지장 없는데 여기서는 쓰이고 저기서는 통용되지 않고.. 음운이나 형태론적으로 온전한 근거를 갖추지 못해 어법상 허용되지 않는 축약이 있다. 한국어에서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스러운'(O), '-스런'(X): 국기에 대한 경례마저 '자랑스런'에서 '자랑스러운'으로 고쳐졌다. 그냥 축약을 허용해도 되지 않겠나 생각을 했었는데... '아름다운'을 '아름단'이라고 적지는 않잖아..! ㅂ이 탈락하는 것도 모자라서 음절 전체가 탈락하는 건 대략 보기 좋지 않다.

- '밤을 새우다, 담배를 피우다'(O), '밤을 새다, 담배를 피다'(X): '우'도 만만하게 보이는지 자꾸 탈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는 명백한 변별 요소로, 이게 빠지면 '물이 새다', '꽃이 피다' 같은 완전히 다른 단어가 되고 만다. 그러고 보니 타동사와 자동사로 각 용언이 격이 다르다 보니, 경계가 마음놓고 문란해지는 건가? -_-;;

- '바뀌었다'(O), '바꼈다'(X): 이런 식으로.. 현대 한글이 규정하는 한글 모음의 범위를 벗어나는 축약을 시도하다 보니, 음운 탈락을 감수하면서 말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구어체에서나 통용될 뿐 표기를 이렇게 하는 건 물론 잘못이다.

이런 축약은 꼭 음절수를 맞춰야 하는 노래 가사나 시 같은 데서나 제한적으로 묵인되는 듯하다. 이름하여 시적 허용. 그런 건 영어에도 있으니까..;; 만약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었다면 이런 축약 사이에는 분명 어퍼스트로피가 들어갔을 것이다.

3. 아리까리한 영단어

영어도 만능이 아니다. 중의적인 어휘가 생각해 보니 꽤 있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구분 가능한 게 더 좋겠다 싶은 것들 말이다.

- good: 좋다 vs 선하다. 웬지 '선한 사마리아인'과 '좋은 사마리아인'은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 free: 자유 vs 공짜. 이게 영어권에서 은근히 혼동이 심해서인지, 오픈소스 진영의 문서에는 “자유 소프트웨어란 무료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친절한 부연 설명이 들어가 있다.
- life: 생명 vs 삶(인생/생애/한살이). 그래서 한국어로는 life after death를 좀 더 깔끔하게 번역 가능하다. 내세에 대해 설명할 때 나오는 단어임.

- little: 작은, 어린, 거의 없는...;; 이거 은근히 중의성이 짙어서 헷갈릴 때가 있다. 이게 빈도부사의 역할까지 하니, 마치 more이 다중 품사 역할을 해서 헷갈리는 것과 비슷한 차원이 된다.
- great: 거대하다, 위대하다. 뭔가 크고 아름답다는 뜻인데, 어떻게 아름다운지가 중의적이다.
- child: 그냥 어린이 vs 계통상의 자녀
- mind: 생각 vs 마음

- egg, milk: 영어는 참 특이한 게 이런 단어들이 각각 달걀과 우유라는 특정 동물의 알과 젖을 뜻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이것 자체가 범용적인 알과 젖을 뜻하기도 한다. 마치 기름이 석유도 뜻하고 그냥 물과 섞이지 않는 가연성 액체의 총칭이기도 하듯이 말이다.

- day: 낮 vs 날. 문맥에 night가 대조되면 전자의 의미가 되고, month나 year 같은 단어가 오면 후자의 의미가 된다.
- earth: 육지(land), 흙 (dust), 태양계의 행성 지구(the earth)...;; 의 의미를 두루 지닌다.

- man: '사람, 사나이(남자), 성인'의 의미를 두루 지닌다. 성경에서도 고전 13:11에 나오는 “but when I became a man”은.. 무슨 단군 신화처럼 동물이 인간으로 변했다거나, 성전환을 해서 여자가 남자로 바뀌었다는 게 아니라.. 자라서 어른이 됐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

영어는 잘 알다시피, 혈통상 2촌 관계에 있는 형제 자매들을 나이 서열대로 부르는 호칭이 없다. 가령, brother이라고만 하면 형인지 남동생인지 알 수 없다. 그 문화권은 근본적으로 '나이가 깡패' 같은 사고방식이 없는 게 틀림없다.
그런데 그 반면 한국어에는 형제 자매들을 싸잡아 부르는 명칭이 없는 듯하다. 쉽게 말해 성별에 구애되지 않고 sibling에 대응하는 한 단어가 없다는 뜻. 그래서 맨날 가족 관계를 물을때 “형(언니)이나 동생 있어요?”라고 번거롭게 말을 풀어서 한다.

4. '들'이 의존명사라니!

나는 '들'이 field를 뜻하는 명사, 그리고 복수형을 의미하는 접미사 정도로나 알고 있었다. 특히 후자 용법은 단복수를 무진장 엄격하게 따지는 영어의 여파 때문에 한국인들 머리에 뼛속까지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건 뭔가?

【의존명사】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벌여 말할 때 맨 끝에 쓰이어, 그 여러 사물을 모두 가리키거나 또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뜻하는 말. 등.
¶ 전차·버스·택시 ∼.

쉽게 말해서 '들'이 '등'(and so on; et cetra)과 완전히 같은 용법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뭐병...;;
한컴 사전, 네이버 사전 등을 다 찾아봐도 그런 풀이가 있다.
본인은 태어나서 '들'이 그렇게 쓰이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근처의 국문과 학생으로부터도 “뭐 이런 게 다 있어” 동의를 받았다. -_-;; 이제 교수에게서 인증받는 것만 남았다는..;;

5. 내일의 순우리말, 한자어 번역어

한국어에 어제, 모레와는 달리 'tomorrow'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없는 것을 본인은 굉장히 특이하게 여겨 왔다. '한국어 순우리말은 왜 blue와 green을 구분하지 않을까?'만큼이나 왜 내일이 없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내일'의 순우리말은 '하제'라고 한다. 문헌상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언제부터 왜 '내일'로 대체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카이스트 학생이라면 '하제'가 아주 친숙할 것이다. 교내의 유명한 컴퓨터 동아리(게임 개발 분야)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제와 오늘, 모레, 글피 등의 서열에서 혼자 한자어인 어중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워낙 친근한 단어여서 중국이나 일본어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코레일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팔고 있는 내일로 티켓은 'rail-로'가 두음법칙에 의해 바뀐 것...이라고 한다. ㅋㅋㅋㅋ 그래도 싫어요-좋아요보다는 그럴싸한 설명.

'내일'도 이미 한자어인데 동일한 의미를 지니면서 더 탁한 느낌이 나는 한자어가 또 있다. 명일이나 익일... 이 서열대로라면 어제와 오늘도 작일, 금일로 바뀐다. 내일은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내일조차 다른 한자어로 바뀐다니, '내일'은 순우리말도 존재하고 더 어려운 한자어 버전도 존재하는 이상한 단어라 하겠다.. 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2/02 21:32 2011/02/0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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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의 분야 이야기들이 또 한데 컬렉션 형태가 됐다.

1. Personalization of Windows

이건 아무나 쉽게 할 만한 건 아니지만, 아마 윈도우 파워 유저들은 한번쯤 시도해 봤지 싶다.

콘솔(명령창)의 글꼴 바꾸기
솔직히 나도 Terminal 기본 서체는 이제 지긋지긋해서.. 똥 묻은 파르페 다음으로 싫다.. -_- 과거 윈 9x는 도스 프롬프트의 코드 페이지를 영문 437로 바꾸면 Courier New나 Lucida Console이라도 나와서 괜찮았으나, 2000/XP의 콘솔 글꼴은 너무 단조롭기 그지없다.
특정 레지스트리 부위에다 00이라는 키를 추가해서 원하는 글꼴을 지정한 뒤 재부팅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난 여러 사이트들에서 시키는 대로 해도 안 되더라...;; 잘 모르겠다.

XP의 경우, uxtheme 패치
자세한 배경 설명은 생략하고. 요지는.. XP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Luna 테마 대신 다른 시각 테마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테마를 바꾼다는 건 단순히 색깔이나 이미지 같은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각종 화면 요소를 그리는 실행 코드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체제의 안정성 및 보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운영체제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서명이 존재하는 테마만 고를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개인 테마 제작자가 일일이 자기 작품에 대해서 $를 지불하고 번거롭게 디지털 서명 인증을 받는 건 쉽지 않은 노릇이고.. 결국 디지털 서명이 없는 테마도 지정 가능하게 아예 운영체제 자체를 크랙하는 테크닉이 나돌게 됐다. 아이폰으로 치면 탈옥 정도 되겠다.

난 XP의 파란 Luna가 예뻐서 거기에다 custom 글꼴 & 그림만 붙여서 잘 썼다. 테마를 바꿀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비스타로 갈아탄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XP Luna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하긴, 비스타에서 Luna 커스텀 테마를 일부러 구해다 쓰는.. 흠좀무스러운 사람도 있다고는 하더라...

2. Phone number as the hyperlink

남이 내게 문자 메시지로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 줬다. 이렇게, 발신자 그 자체가 아니라 본문에 포함돼 있는 전화번호를 번거롭게 암기하거나 수첩에 적지 않고 그대로 저장하거나 전화를 걸 수는 없을까?
마치 http로 시작하는 문자열이 인터넷 주소이고 "@ ." 같은 패턴이 이메일 주소이듯, 전화번호를 나타내는 정규 표현식이 통용되어 이런 건 전화기가 마치 클릭 가능한 하이퍼링크처럼 본문에다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자동으로 링크를 못 만든다면 최소한 번호를 마우스로 긁어서 복붙 정도는 되어야겠지.
간단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는 이미 구비되어 있는 기능일지도 모르겠다?
아래아한글 도스용에 있던 전화번호부와 팩시밀리 기능이 불현듯 떠오른다. COM 포트를 통해 컴퓨터가 모뎀으로 전화를 걸어 주던 시절이었다.. ^^;;

3. 디렉터리 생성을 좀 더 똑똑하게

컴퓨터의 파일 시스템에서 지우기 명령에 하위 디렉터리를 재귀적으로 몽땅 다 지우는 기능이 있다면,
디렉터리 생성 명령에도 중간의 다단계 디렉터리를 한꺼번에 생성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디렉터리를 생성한 후 바로 거기로 가는(change directory) 기능 내지 옵션도 있으면 편하지 않을까?
이건 114로 치면 전화번호를 물은 후 그 전화번호로 바로 거는 기능에 해당한다.

다단계 디렉터리를 한꺼번에 생성하는 기능은 있지만 생성한 디렉터리로 바로 가는 기능은 프로그래밍 API라든가, 각종 유틸리티 프로그램이나 명령으로도 내가 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 디스크/파일을 다루는 유틸리티에 대한 필요성이 훨씬 덜해지긴 했지만.. 특정 디렉터리나 드라이브로 곧바로 이동 가능하고 특정 프로그램을 단축키 하나로 바로 실행해 주고 한 화면에서 압축 파일이라든가 FTP 연동이 바로 되는 유틸리티가 있으면 컴퓨터 생활이 정말 편해진다.

토탈 커맨더, NexusFile 같은 프로그램이 유명하긴 한데 본인은 단축키가 완전히 손에 익어 버려서.. 개발이 중단된 구닥다리 WinM을 못 버리고 있다.

4. DR만 들어가면 다 박사?

DR이라는 약어가 하도 '닥터'라고 통용되니까, 과거에는 이로 인해 재미있는 오해가 발생한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MS-DOS의 경쟁자 중 하나이던 DR-DOS는 그래도 다 대문자로 쓰고 MS-DOS도 '엠에스'라고 읽다 보니, '디알'이라고 통용되었던 것 같다. MS-DOS를 설마 '미스 도스'이라고 하지는 않잖아? 도스의 모에화ㄲㄲㄲㄲㄲ 훗날 나온 노벨 도스의 전신이 DR-DOS인 줄은 모르고 있었네..;;

그러나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닥터할로'는 답이 없다..;; Dr. Halo라고 쓰면.. 누구에게라도 영락없이 '할로 박사님'처럼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설마 개발자가 박사 학위 소지자이기라도... 한지는 모르겠지만 Dr은 그냥 '드로잉'을 줄인 말이라고 한다.

5. 스마트폰 OS 에뮬레이터

PC에서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가 실행되는 속도는 실제 기계에 비해서... "꽤", 훨씬 더 느리다. 난 약간 느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하긴, 도스박스조차 200x년대의 컴에서 같은 x86 아키텍처용 도스용 프로그램을 펜티엄급으로밖에 실행을 못 하는데, x86와 ARM은 인스트럭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요즘 스마트폰은 CPU와 메모리로만 치면 이미 최하 윈도우 98/2000 정도는 너끈히 돌리는 성능이다. 무슨 고전 게임도 아니고, PC와의 격차가 의외로 높지 않으니 PC에서 에뮬레이팅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애플리케이션들은 그나마 네이티브 코드도 아니고 잘 알다시피 자바 기반.

그리고 마지막 복병이 있는데 바로 그래픽 가속이다. OpenGL 같은 통일된 인터페이스가 있다지만 그래픽 가속은 워낙 민감한 부위여서 그런지 가상화가 더디다. 가상 머신에서 돌아가는 윈도우 비스타/7이 Aero 효과를 내지는 못하며, 에뮬레이터에서 돌아가는 스마트폰 OS는 실물만치 현란한 비주얼을 선보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PC+에뮬레이터가 디스크 I/O만은 실물보다 훨씬 더 빠르게 수행한다.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 앱은 에뮬레이터에서 돌릴 때와 실물에서 돌릴 때의 성능 편차가 의외로 크며, PC에서 개발하더라도 수시로 실물에서 올려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31 22:28 2011/01/3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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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맥콜리 교수에 이어 한글을 사랑한 해외 석학 시리즈의 둘째 시간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람은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 1937년생으로, 제임스 맥콜리와는 나이 차이가 1년밖에 안 난다. 2010년 현재 생존 인물이다.
‘재레드’라는 이름을 보고 성경 인물을 떠올릴 수 있겠는지? 창세기 5장을 보면, 무척 기이한 이름인 마할랄레엘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아들이 야렛(Jared)이다. 야렛은 962세까지 산 인물이며 그 이름도 유명한 에녹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프로필을 조사해 보면, 프로필마다 그의 종사 분야가 제각각이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 UCLA의 교수이긴 한데, 어디서는 생리학과 교수라고 나와 있는 반면 이거 웬걸, 연구 분야가 역사학, ‘지리학’, 조류학 등등등...;;
그렇다. 그는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열정, 집중도가 상상을 초월하며 뼛속까지 학자 타입이다.
학계에서 큰 명성을 쌓은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도 그 공부 오덕질 하나만으로 성공한 불세출의 천재이다.

처음엔 의사가 될 목적으로 의학을 공부했으나, 어렸을 때부터 ‘새(bird) 덕후’였던지라 분야를 살짝 바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조류학자 행세를 하고, 그러다 비슷한 시기에 언어학에도 깊이 심취했다. 이 사람이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를 다 구사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ㅎㄷㄷㄷ;;;

그의 덕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의학과 생리학, 조류학, 진화 생물학에서 시작된 이과 기질은 언어학을 거치면서 점차 인문학적 기질로 바뀌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이번엔 역사학, 문화인류학까지 섭렵하기 시작했는데, 필력이 좋았던지라 <네이처>, <디스커버> 같은 잡지에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각종 글을 쓰며 본격 과학 작가 반열에도 올랐다.

그리고 <제 3의 침팬지>,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같은 책을 쓰면서 생리학자로서의 다이아몬드 교수 이미지는 완전히 묻히고 말았다....;;; 이공계 천재이기도 하지만 인문계 천재 기질이 그걸 능가해 버린 셈. 퓰리처 상도 한번 받았다.

그런데, 이 천재도--그렇잖아도 언어학 덕후이기도 했음-- 제임스 맥콜리 교수와 동일한 어느 문자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한글이다. 관심 분야가 ‘진화론 → 생물의 진화 → 인간 세상 → 문자의 진화 → 한글’의 순으로 뻗쳤다고 하는데...;;

첫눈에 반한 그는 저렇게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각종 글을 권위 있는 학술지에다 실을 때, 한글 얘기를 했다!
바로 Discover지 1994년 6월호에 Writing Right(흠 언어유희를 의식한 제목인가?)라는 글을 실어서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하였고, 이에 비하면 언문일치가 개떡인 영문 내지 온갖 난잡한 문자를 섞어 쓰는 일본의 글자 생활은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로 한글로>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여 한글이 왜 우수하고 대단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지로 증언했다. 라틴 알파벳밖에 안 써 본 서양인의 관점에서, 또 자기 특유의 덕후 관점에서 한글을 요모조모 뜯어보니까 이런 특징이 발견되더라는 것이다.
귀찮아서 동영상은 생략.. -_- 아래 사진에서 왼쪽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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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리와 글자가 딱 잘 대응한다. 영문은 그렇지 못하다.
2. 자음과 모음이 시각적 변별되고, ㄷㄴㅌ, ㅅㅈㅊ 같은 그룹화가 가능하다.
3. 입모양을 본뜬 모양 자체도 경이롭다.
4. 모아쓰기를 하는 음절문자여서 글자의 식별이 용이하고 시각성이 더욱 향상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한국인 인터뷰어가 “why do you think so ...” 이렇게 묻는 건 좀 압박스럽다. 뭔가 피의자를 취조하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what makes you think so가 훨씬 더 정중하고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인터뷰어는 국문과 교수임.)

그는 워낙 관심 분야가 다양한 덕후이다 보니,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은 한글 역시 그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많은 장난감 중 하나로 지나갔을 수도 있다. 그는 딱히 맥콜리 교수처럼 한글날을 20년째 기념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쓰는 한글이라는 이 문자가, 알고 보면 저 천재마저 감탄시킬 정도로 정말 엄청난 문자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

과학과 철학을 겸비하고 대중적인 인기도 많은 석학 중엔, 웬지 무신론자 내지 개독안티가 많은 경향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나 칼 세이건처럼. 저 사람도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또 진화론을 연구한 사람이기까지 하지만, 딱히 자기 종교색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학자로서 여러 모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본인, 언젠가 창조와 진화에 대해서도 글을 쓸 일이 있을 것이다. 무진장 재미있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30 08:45 2011/01/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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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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