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밤차의 추억

서울과 부산을 잇는 철도 노선으로 경부선(경부 고속선 포함)만을 떠올리기 쉬우나, 사실은 중앙선과 동해남부선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 청량리 역이 있다면 부산에는 부전 역이 그 역할을 한다. 경부선 이외의 다른 마이너 노선을 주로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경부선은 선형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요 대도시를 경유하는 매우 중요한 노선으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찌감치 복선화가 되었고, 1970년대에 이미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도권 광역전철이 개통하기도 했다. 물론 서울과 부산을 직선으로만 잇는다면 용인, 상주를 경유하여 지금의 중부내륙 고속도로와 비슷한 노선이 거리가 더 짧으나, 험준한 지형을 피하기 위해 대전과 수원을 경유하는 노선이 결정된 것이다. (사실, 경부선 덕분에 가장 극적으로 급발전한 도시는 단연 대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부선과는 달리 중앙선은 경부선과 비슷한 위상의 장거리 간선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정지해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낙후해 있다. 건설부터가 경부선보다 35년 가까이 늦었고, 경부선은 이미 복선화 작업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물자가 열악하던 2차 세계 대전에 그것도 경부선보다 훨씬 더 험준한 오지를 경유하여, 애초에 여객보다 화물에 더 비중을 두고 졸속으로 만든 노선이니 경부선보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부선은 지금은 시속 140까지 달리는 구간도 있는 반면, 중앙선은 여전히 6~70대에 머물러 있다.

중앙선은 광역전철 개통도 덩달아 경부선보다 시기적으로 30년이 늦다. 복선 선로+대피선으로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다니는 지금의 중앙선은 정확하게 1970년대 경부선의 모습이다. 경부선은 시도 때도 없이 서울-부산 열차가 드나들고 고속철까지 건설된 반면, 중앙선은 전구간을 다니는 열차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며, 아직 전구간이 복선이나 전철화되지도 않아 있다. 청량리-부전 전역 정차 통일호가 2004년 KTX 개통에 맞춰서 폐지된 뒤에는 중앙선을 전구간 직통 운행하는 열차는 하루 단 한 번, 밤차밖에 없었다. (2008년부터는 낮에도 한 차례 전구간 직통 열차가 생기긴 했지만) 중부내륙과 중앙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중앙선은 더욱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부선과 중앙선의 차이와 더불어, 그 중앙선 밤차의 추억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2003년 말, 서울에서 볼일을 본 후 새마을호를 타고 경주에 가려고 했는데 그 열차를 놓치고 못 타는 바람에 대신 우연히 발견하여 타게 된 열차가 바로 중앙선 밤차였다. 세상에 이런 열차가 있나 싶었다. 그 당시는 서울-경주가 무려 6시간 반이나 걸렸다. 비록 느리지만 수원, 천안, 구미, 대구처럼 늘 식상한 역명이 아니라 원주, 제천, 안동 같은 색다른 지역을 지나면서 철도 여행의 운치를 더욱 북돋워 주었다.

그 후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할 것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애용했다. 경부선 열차를 이용할 수 없는 시간대에 존재하는 매우 훌륭한 우회 경로였기 때문이다. 고속철이 개통한 이래로 열차 시각표가 무수히 많이 개정되었지만 중앙선 밤차만은 없어지지 않고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량리 21:00 하행, 그리고 경주 0:06 상행은 바뀌지 않았다. 경주-서울 6시간 36분이던 소요 시간이 2005년 하반기에는 이 5시간 40분대로 좁혀지기도 했는데, 다이아가 비현실적이었는지 지금은 다시 6시간 10분 정도로 조정되어 있다.

서울 역을 출발하여 대구 역에서 대구선-동해남부선으로 빠지는 열차가 새마을호 중에는 여럿 있다. 하지만 무궁화호 중에도 밤 10시~10시 반 시간대에 서울을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차가 하루 단 한 번 있다. 그래서 경주 역에 새벽에 도착하는 열차는 중앙선 밤차와 더불어 이 열차까지 합해 총 2회가 존재한다. 이 구도도 2003년 이래로 지금까지 전혀 바뀌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실 밤차라는 것은 엄청 장거리 내지 소요 시간이 긴 노선에 적합한 것이고 요즘은 없어지는 추세이다. 선로의 관리 측면에서 볼편하기 때문이다. 침대차만 해도 오래 전에 사라지지 않았던가. 밤에 청량리 역을 출발하여 다음 날 아침에 강릉에 도착하는 그런 노선에나 어울린다. 하지만 중앙선은 앞으로 획기적으로 열차 주행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 한, 이런 특별한 환경에 따른 수요를 충당하는 밤차가 당분간은 사라질 것 같지 않다. KTX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간선 노선! 그래서 본인 역시 이 열차에 애착을 갖고 앞으로도 더욱 자주 이용하고자 한다.

기타 잡설

1. 심야에는 중앙· 태백· 영동선과는 달리 경부선과 호남선은 전차선을 가동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부선 쪽 밤차는 언제나 디젤 기관차가 다닌다.

2. 고속철 개통 전에는 주말에만 운행하던 경주-대전 경유-광주 무궁화호가 있었다. 대전-서대전 구간을 지나가는 아주 독특한 열차였다. 본인은 고향이 경주이고 그 당시 학교는 대전이었다. 그러니 일요일 17:20에 경주를 출발하여 20:30쯤에 대전에 도착하던 이 열차는 학교로 돌아갈 때 이보다 더 적격일 수 없던 열차였다.
경주에 사는 덕분에 청량리 밤차를 비롯해 여러 독특한 열차를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3. 경부선은 서울-대전 평지, 대전-대구 산악, 대구-부산 강과 들판이라는 세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중앙선도 대략 그런 구도가 있다. 어디까지는 들판, 어디까지는 산, 안동 이남부터는 평지.. 여기에 대한 연구도 좀 해야 하는데, 맨날 밤차만 타니까 그렇게도 절경이라는 중앙선 바깥 경치를 잘 구경할 수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6 07:32 2010/02/1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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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II

http://tvnews.media.daum.net/view.html?cateid=100000&cpid=73&newsid=20100211210932494&p=sbsi
(인터뷰에 나오는 사람들은 네이버 바이트레인 운영진임. ^^)

2004년에 KTX가 개통한 이래로 드디어 완전히 새로운 고속철 차량이 도입된다.
경부 고속철 2차 구간(대구-부산) 개통을 앞두고서 아주 뜻깊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40년이 넘는 짬밥을 먹은 신칸센은 어마어마한 차량 계보를 자랑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철인 HSR-350(프로젝트명) 시절에는 파란 도색이 아닌 빨간 도색이었고, 차의 디자인도 지금하고는 달랐는데 좀더 날렵하게 바뀐 모양이다. 이 열차는 현존하는 KTX보다 더 빠른 시속 350으로 달리게 설계되었으나, KTX II가 도입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서울-부산 주행 시간이 단축되는 건 아니라 함, 아직까지는 기존 KTX와 동일 속력으로 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KTX II는 프랑스 떼제베의 로컬라이즈 버전 수준이던 초창기 KTX보다 굉장히 많은 면에서 발전했다.
좌석이 회전 가능하게 바뀌어서 역방향 논란이 없어졌으며, 크기와 간격도 더 넉넉해졌다. 식당차도 있다.
객차 내부를 우리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는 초창기 KTX와는 달리 우리나라 기존 열차와의 이질감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국내 기술 개발이 이래서 좋다.
객실 내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되고 콘센트도 지금 새마을호처럼 객실 맨 앞과 뒤에만 존재하는 정도를 넘어, 놀랍게도 좌석마다 비치되었다.

(현 KTX에 콘센트가 없는 이유는? 고속철 건설과 차량 계약을 무려 1990년대 중반에 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휴대전화나 DMB 같은 온갖 전자 기기들의 수요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당차 역시, 어차피 서울-부산을 겨우 2시간대에 주파할 건데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만들지 않은 것임.)

그럼 기술적인 면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이 400미터에 달하는 935명짜리 커다란 열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 현 KTX와는 달리 편성수도 유동적으로 조절 가능하며,
그리고 언뜻 듣기로는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동력 집중식이 아닌 동력 분산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것도 정말 큰 변화인데 뉴스 중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차량의 가감속력 향상이 기대된다.

KTX가 또 전동기의 무슨 기술은 굉장히 원시적인... 직류 전동기던가? 이런 걸 쓰고 있어서 심지어 8200호대 전기 기관차보다도 비효율적인 게 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그런 것도 개선된다고 함.
뭐 그래 봤자 지금 KTX도 한 편성이 서울-부산을 한 번 오가는 데 전기 요금이 110만원 남짓밖에 안 든다고 하니 전기가 정말 싸게 먹히긴 한다.

새로운 열차가 도입되는 건 좋은데 운임이 문제되고 있는 듯하다. 그 좁디좁은 KTX가 객차 한 칸에 지금의 새마을호와 동일한 64명을 태운다. KTX는 차체가 기존 일반열차보다 훨씬 더 홀쭉함을 알 수 있다. 차 덩치는 비슷한데 좌석 공간은 더 커지다 보니, KTX II는 한 칸에 태울 수 있는 인원이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KTX II는 요금이 더 비싸져야 한다.
하지만 이 차도 등급상으로는 동일하게 고속열차 KTX인데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같은 무궁화호가 구형 탕엥 객차하고 디자인리미트 신형 객차가 운임이 서로 다르던가?

무궁화호급 열차는 CDC를 개조한 RDC 무궁화호와 누리로가 등장했는데
이제 KTX급 열차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럼 새마을호급 열차는? 누리로보다 내장재가 더 좋은 전기 동차 내지 틸팅 열차가 등장할 것이다. 과거 EEC의 후예뻘 되겠다. 그리고 그 즈음 지금의 새마을호 디젤 동차는 퇴역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KTX II가 대구-부산 고속신선과 대구· 대전의 시내 구간까지 쌩쌩 전속력으로 잘 달려서 서울-부산을 어서 2시간대까지 단축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2 13:02 2010/02/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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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차량의 수송 원가

http://blog.naver.com/mhangulo/20054140906
여기서 본인의 눈길을 끈 정보는
"서울-부산간 KTX 전기 요금은 100만원 남짓."
열차 주행뿐만 아니라 객실 내부의 전기 공급까지 다 포함한 비용이겠죠.

본인은 어디선가 다른 출처를 통해, 서울 지하철 5호선급의 노선에서 전동차 한 편성이 편도 운행하는 데 드는 전기 요금이 10몇 만원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부산간 거리는 약 408km에 약 100만원. KTX는 18량에 최대 935명이 타고.
지하철 노선 길이는 약 40~50km에 약 10몇 만원. 전동차는 8~10량에 초만원일 때 1600~2000명까지 탈 수 있음.

※ 408km는 곧게 뻗은 고속신선으로 달려서 산출된 거리에요. 기존선으로 달리면 서울-부산은 440km가 좀 넘습니다.

요금과 거리의 비율이 얼추 맞죠.
KTX는 빠르게 운행하느라 힘들지만, 지하철 전동차는 고가감속으로 시도 때도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만만찮게 힘듭니다.

정확한 비교가 되긴 어렵지만 그래도 얼추 짐작해 보면 굉장히 수긍이 가는 결과인 것 같습니다.
서울-부산 KTX 편도 운임이 거의 5만원에 육박하니 935명이 타는 열차에 겨우 20여 명, 객차 딱 한 량의 1/3밖에 안 되는 인원만 타도 "수송원가"는 건진다는 황당한 얘기가 나옵니다.

또한 상일동-방화 교통카드 운임이 요즘 1600원이니, 지하철 한 칸에 성인이 좌석 승객(40여 명)과 입석 승객이 비슷한 양만치만 타도 "수송원가" 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얼마나 저렴한 동력원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 캡숑 짱 만쉐이입니다.

서울-부산을 기름으로 달린다면?
<과학 기술로 달리는 철도>란 책을 보면 우리나라 특대형 디젤 기관차는 1km 주행에 경유를 3.32리터 쓰는 기름 먹는 하마라고 합니다. 1리터로 3.32km가 절대 아님. 운행 조건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무척 부정확한 통계가 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감만 잡도록 하죠.

여기에다 408이든 440이든 곱하면 소모되는 기름 양은 약 1460리터에 달합니다.
철도에 무슨 비닐하우스나 어선처럼 면세유 쓴다는 말은 못 들었으므로, 세금이 그대로 붙은 자동차 경유값 리터 당 1800을 곱하면... 네, 무려 이미 260만원이 넘습니다.

그 디젤 기관차 하나로는 객차도 최고 많아야 8~9개까지만 끌 수 있습니다. 그 반면 KTX는 한번에 18개에 달하는 객차를 끕니다.
수송량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디젤은 거기에다 발전차 가동에 드는 기름값도 추가해야겠죠? 발전차의 연료 및 유류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으니 제끼더라도,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전기는 디젤보다 수송원가가 비교가 안 될만큼 무지막지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철화가 되고 나서 철도 수송원가가 거의 1/3이나 그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기름값 비싼 나라에서는!

Posted by 사무엘

2010/02/03 17:33 2010/02/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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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가 움직이는 과정

전동차는 내연 기관 대신 전동기(모터)로 달리다 보니, 자동차와는 달리 시동이라는 게 없고 자동차와 같은 식의 변속이라는 개념도 없다.
내연 기관은 달랑 기름만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작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 전기 불꽃으로 점화를 해 줘야 하고, 엔진에 갑자기 큰 부하가 걸리면 시동이 꺼져 버리기 때문에 동력비 조절을 외부에서 해 줘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전동차에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건 생각해 보면 무척 신기한 사실이다. 차 키를 꽂는 곳을 보면 ON까지만 있고 START가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외부로부터 동력과 전력을 공급 받으니, 생각해 보면 카오디오나 동작하는 임시 ACC 모드도 필요하지 않다. 전원을 켜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적인 부팅 초기화만 끝나면 곧장 달릴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지하철은 대부분의 경우, 냉방기나 송풍기를 가동하면서 달리기 때문에 그런 거 돌아가는 소음이 밖으로까지 들리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가동하지 않는 아주 추운 날에 지하철을 타 보면, 열차가 역에 정차해 있을 때는 그 어떤 엔진나 기계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달리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구동음이 들린다. 이래서 전기 차량은 디젤 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이 조용하다.

전동기가 내연 기관보다 on/off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는 절연 구간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남영-서울역 같은 구간은 자동차로 치면..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시동을 끄고 관성으로 달리면서 휘발유 엔진을 경유 엔진으로 교체한 뒤, 다시 시동을 걸어 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구간이다. 그래도 전동차는 그냥 전원 공급을 끊었다가 다시 공급만 하면 기계에 별 무리가 없이 잘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관성으로 달리다가 강한 역풍이나 장애물 때문에 서 버리면... 그 전동차는 꼼짝없이 디젤 기관차로 끌려가는 "구원 운전"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런 일은 전혀에 가깝게 발생하지 않는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철도 차량이 얼마나 무겁던가. 운동 에너지도 이미 상상을 초월하게 갖고 있다. 어지간한 자동차하고 충돌해도 자동차만 박살 난다. 철도 차량 안에 안전 벨트가 괜히 없는 게 아니다.

그 무거운 철도 차량을 서 있는 상태에서 그 정도 가속도로 움직이는 힘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1단 기어 정도의 기어비로는 어림도 없다. 전기가 아니면 그런 가속력을 얻기 어렵다. 단순히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전기는 지하철(철도)과 이 정도로 궁합이 잘 맞는 에너지인 것이다. 물론 비행기는 기름을 이용해서 일반 4행정 내연 기관이 아닌 제트 엔진 같은 다른 방법으로 매우 큰 힘을 얻지만, 연료 소모가 심하다.

어디서 본 통계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서울에서 다니는 대형 중전철의 경우, 한 칸당 최대 적재 하중을 20톤으로 잡고 설계된다고 한다. 즉, 이를 초과할 정도로 너무 차가 무거워지면 힘이 겨워서 버벅대고 가속이 떨어지겠지만, 그 이하에서는 차는 완전히 동일한 가속력으로 출발 가능하다는 것. 아침 시간 초만원일 때 지하철 한 칸에 거의 200~220명의 인원이 탄다는 것을 감안하여 충분하게 잡은 수치임이 틀림없다.

덧,

1. 이걸 생각하면 자살-_-을 해도 지하철 투신 같은 처참한 같은 방법은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뭐, 이제는 코레일 구간 빼고 서울 지하철은 사실상 전부 스크린도어가 완비됐지만 말이다.

2. 열기관은 그 태생상 일단 구조적으로 효율이 매우 낮은 기계이다(내연 기관은 열기관의 일종). 뭐, 화력 발전소와 심지어 원자력 발전소 역시 전기를 그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긴 하지만, 다른 열기관들에 비해서는 효율이 높은 편일 것이다.

3. 우리나라 전철이 교류 전기의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25000V짜리 전압은.. 정말 말 그대로 초고압이다. 신체가 선에 완전히 접촉하기도 전에 불과 몇 cm 앞으로만 접근해도 펑! 연기와 함께 불이 붙는다. 당연히 전신에 화상을 입고 감전사한다. (물론 사람을 죽게 만드는 요인은 사실 전압이 아니라 전류이지만)
정말 조심해야 한다. 2006년 동대구 역 어린이 감전사를 비롯해 최근까지도 사고가 몇 건 난 적이 있다. 일반열차가 아닌 전철도 교류 전기를 쓰는 구간은 그 전기가 흐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3 07:32 2010/02/0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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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trivia

1. 환승역

분당선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8호선하고 굉장히 비슷한 패턴으로 만난다.
모두 두 번 마주치기 때문에 3호선은 도곡과 수서, 8호선은 복정과 모란 이렇게 짝을 이루는데, 전자는 도곡과 복정을 A형, 수서와 모란을 B형이라고 묶을 수 있다.

A형과 B형 사이에 다른 노선 환승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A~B 사이의 역 간격도 매우 비슷하다. (도곡-수서 4, 복정-모란 3 정거장)
A형은 B형보다 더 북쪽에 있다. B형은 둘 다 노선의 시종착역이다. B 역과 남쪽 인근역은 역간 거리가 굉장히 길다. (수서-복정과 모란-야탑 모두)

또한 A형은 모두 계단 하나만 오르내리면 될 정도로 환승 거리가 무척 짧은 반면, B형은 T 내지 L자형이고 환승 거리가 굉장히 길다. 그래서 A형은 환승 거리가 짧고 그 반면 B형은 여타 노선 환승 시 시발역에서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는데, 이는 한 역에만 환승객이 몰리지 말라고 일부러 이렇게 설계한 거 같기도 하다.
A형역은 분당선이 섬식 승강장으로 타 노선의 밑으로 지난다는 공통점도 추가로 지닌다.

2. 소음

한때 분당선은 서울 지하철 5호선과 마찬가지로 시끄럽기로 악명 높았다. 분당선을 타다가 8호선으로 환승을 해 보면 분당선 전동차의 주행 소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개통 초기에는 너무 시끄러워서 옆 사람과 대화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나마 옛날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조용해진 것이다.

왜 시끄러울까? 분당선이 건설되던 90년대 중반은 한국에 VVVF 전동차가 처음으로 도입되던 시절이었고, 자갈 노반이 콘크리트 노반으로 처음으로 대체되던 시절이었다. 유지 보수가 더 용이한 기술이 도입된 대신에 VVVF 차량은 쵸퍼/저항 차량보다 더 시끄러웠고, 콘크리트 노반은 자갈 노반보다 소음 흡수가 안 되고 더 시끄러웠다. 즉, 지하철 기술의 변천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3. 야탑 역의 연결 통로

분당선 야탑 역의 인근에는 성남 종합 버스 터미널이 있다. 2003~04년 무렵에 증축· 이전한 것인데, 지하철 역과 더욱 가까워지고 백화점· 영화관과 건물을 통합한 데다 버스 승강장을 지하에 배치하여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밖에서 보면 버스 터미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앞으로 여러 신도시들에 세워지는 종합 터미널이 이런 스타일을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대구도 동대구 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을 통합한 신청사를 이렇게 깔끔하게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구는 그 정도 규모의 대도시가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도 없이, 버스 회사별로 터미널이 쪼개져 있으니 말이다. -_- 사실 요즘은 고속과 시외버스의 구분 역시 점차 없어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아무튼,
야탑 역과 야탑 버스 터미널은 거리가 매우 가깝고 더구나 버스 매표소와 승강장은 같은 지하에 있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둘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동선이 불편하다. 4번 출구로 나가서 횡단보도까지 한 번 건넌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통로를 건설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상권이라든가 여러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개통을 못 하고 있었던 거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 1월 18일부터 통로를 재개방했다니 무척 반가운 일이다. 마치 서울 역 급행 지상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를 이용하는 느낌일 것 같다.
야탑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 역도 동서울 터미널로 바로 들어가는 지하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강변 역은 역시 도로 중앙에 섬처럼 있어서 지상 횡단보도를 건너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여기는 사람이나 자동차들이나 교통량이 많아 굉장히 혼잡하다. 인근의 테크노마트하고 강변 역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동서울 터미널과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30 00:13 2010/01/3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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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의 철도 무용담

친구들 만나러 가는 약속이 있어서 온수 행 전동차를 탔습니다.
자리가 생겨서 거기 앉아 노트북을 켜고,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제 홈페이지의 철도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기사 번역인 <한국의 특급열차 새마을호>, 그리고 서울 지하철 상식 페이지는 언제 봐도 가슴이 훈훈해짐을 느낍니다.

그런데 잠시 후 본인의 옆자리에 새치가 좀 많은 한 외국인 중년 남성이 앉았습니다. 그는 내 컴퓨터 화면을 좀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 내게 Excuse me와 함께 말을 걸었습니다.

지금 정확한 영어 문장은 기억이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대화였습니다.

“님 혹시 철도 업계 종사자나 관련 학과 전공자에요?”
“아니요, 저는 그냥 우리나라 철도/지하철 매니아랍니다. 여기 사진들도 다 제가 직접 찍은 거고요.”
“오, 참 뜻밖이네요. 나는 토목공학 전공해서 님이 보시는 화면에 좀 관심이 가더군요. 물론 여기서는 그냥 학원 영어 강사만 하고 있지만.”

그러고 나서 일사천리였습니다.
1기 지하철과 2기 지하철의 차이, 가장 깊은 역, 서로 좋아하는 서울 지하철 노선에 대해서 그냥 술술 프리토킹이 오갔습니다. 서울 지하철 시스템에 대해서 저한테 강의를 하라고 하면 한국어, 영어 불문하고 1시간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ㄱㅅ!

“서울 지하철은 시설이 참 깔끔하고 좋더군요. 그나저나 님은 진짜 지하철 회사 취직해서 기관사 해도 되겠어요.”
“하하. 기회만 된다면요. ^^”

그 사람도 KTX는 타 봤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전엔 새마을호가 정말 본좌였다고 소개하면서 저 외국인 신문 기사를 보여 줬습니다.

“이게 외국인이 한국의 새마을호를 타 보고 쓴 기사에요. 아주 귀한 자료여서 제가 오른쪽에다 한국어로 번역도 했죠.” http://moogi.new21.org/railroad/news.htm
“오~ 님은 철도뿐만 아니라 영어 스킬도 상당히 뛰어난 거 같습니다.”

한참을 얘기를 나눈 뒤, 그 사람은 건대입구 역에서 Bye~란 인사와 함께 내렸습니다.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심지어 우리 교회에 온 외국인 선교사하고 교제할 때도 여기 지하철 얘기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더 났으면 객실 음악 얘기까지 할 수도 있었겠지요!

영어로 꼭 얘기하지 않으면 입이 근질거려 견딜 수 없는 소재가 하나 생기면, 영어 공부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어학은 동기 부여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23 01:19 2010/01/2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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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철도 이모저모

김포 공항과 인천 공항을 잇는 소위 ‘공항 철도’는 처음엔 인천의 이니셜이 붙은 IREX라는 브랜드가 붙었다가, 나중에 AREX로 바뀌었다.
첫 개통은 잘 알다시피 지난 2007년에 했는데, 코레일 일색인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사철인 데다, 위상면에서 철도의 미래를 볼 수 있는(좌석형 고급 전동차, 최신형 인버터 같은) 첨단 철도임에도 불구하고 2006년 말에 개통한 용산-광명 셔틀 전철만큼이나 공기 수송으로 악명 높았다. 결국 나라에서 적자를 보전하다가 GG를 치고, 공항 철도 운영 회사는 2009년에 코레일의 자회사로 흡수된다.

2차 구간의 개통은 명목상으로는 경부 고속철도 2차 구간과 마찬가지로 2010년, 즉 올해로 결정돼 있다. 2차 구간이 마저 개통하고 나면 김포 공항에서 끊어지던 공항 철도가 서울 역까지 들어오게 된다. 노선 설계 초기엔 용산으로 가는 노선도 검토 중이었는데 용산으로는 경의선이 들어와서 경원선과 직결하게 되고, 경의선 대신에 공항 철도가 서울로 온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다만 서울 서쪽으로는 서울 지하철 6호선, 경의선, 공항 철도가 경로가 상당히 겹치게 된다.

공항 철도는 6량 1편성이다. 그리고 대구 지하철 2호선과 부산 지하철 3호선하고 동일한 인버터 구동음이 난다. 수도권 통합 교통 카드를 이용하여 탑승이 가능하나, 잘 알다시피 환승 할인은 전혀 되지 않는다. 공항 철도 탑승구를 통과하는 순간 여기부터 요금이 완전히 새로 계산되면서 환승 횟수는 초기화된다.

공항 철도는 별다른 굴곡도 없고 아주 깔끔한 장대 레일로 열차가 최대 시속 200km까지도 달릴 수 있게 건설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열차는 새마을호는커녕 지하철과 별 차이 없는 80~110km 정도의 속도로밖에 주행하지 않아 느리다. 나란히 달리는 고속도로의 공항 리무진이 열차를 추월할 정도이다. 다시 말해 속도가 문제되고 있다. 하지만 증속도 좀 이용객이 늘고 장사를 할 맛이 나야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폭설 때 도로 교통이 다 마비됐을 때는 그래도 공항 철도가 건설 이래로 승객이 제일 많았다고 하던데... 또한 9호선 덕분에 승객이 또 늘기도 했다.

공항 철도의 1차 개통 구간에는 다음과 같은 역이 있다.

※ 김포공항(지하): 5호선 김포공항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지하 환승역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염두에 두고 건설이 잘 된 덕분에 ‘금정 형’ 환승역이 되었다. 즉, 계단을 이용할 필요 없고 심지어 카드 접촉을 할 필요조차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으로 열차를 아주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뜻이다. 공항 철도는 수도권 전철과 환승 할인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정 형’ 환승역이 되지 않은 것은 무척 바람직한 모습이다.
지금이야 이 역이 공항 철도의 종점이기 때문에 한 층은 일반열차 출발, 다른 층은 직통열차 출발이지만 나중에 이 역이 중간 통과역(서울 역이 종점)이 되고 나면 층별 승강장의 용도도 달라질 것이다. 난 아직도 김포공항 역의 정확한 승강장 구조를 잘 모르겠다.

※ 계양(지상): 인천 지하철과의 환승역인 이 역은 김포공항과는 달리 ‘도봉산 형’, 또는 ‘회기 형’ 환승역이다. 즉, 불편한 형태이다. 두 승강장이 지상의 동일 층에 좌우로 평행하게 존재하는 점은 같으나, 서로 다른 회사의 노선끼리 지하도로 환승한다는 점에서 회기가 아닌 도봉산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런데 귤현에서 끝나던 인천 지하철이 오로지 공항 철도와의 환승을 위해서 차량 기지 인근에(내부는 아님) 이렇게 역을 더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도봉산이 아닌 ‘장암’과 비슷한 면모도 존재한다. ^^
이 역의 주된 목적은 환승이며, 주변엔 다 들판으로 이렇다 할 역세권이 없다. 두 노선을 환승할 때는 응당 게이트를 따로 통과해야 한다.

※ 검암(지상, 쌍섬식): 한참 지상을 달리다가 드디어 기존 철도 환승이 아닌 공항 철도만의 역이 등장한다. 급행 대피 내지 주박용으로 사용하는 선로가 하나 더 있어서 쌍섬식이며 실제로 이 역은 막차 시간대에 주박역이기도 하다. 인근에 공항 철도 본사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더욱 높다. 이 역을 지난 뒤엔 드디어 영종도로 다리를 건너기 때문에 역간 거리가 무려 18km가 넘는다.

※ 운서(지상): 영종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만나는 이 역은 공항 신도시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비환승 지상역이라는 점에서는 운서와 위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승강장은 그냥 복선 상대식이다.

※ 공항화물청사(지하): 시가지를 통과한 후, 이제 도로 지하로 들어가 공항 근처 접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 반경엔 다른 대중교통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화물 청사로 가든, 인근의 여객 터미널로 가든 또 셔틀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다. 일반 공항 이용객이 화물 청사에 갈 일이 있나 궁금하다.

※ 인천국제공항(지하): 드디어 공항에 다 왔다. 승강장이 상당히 깊은 곳에 있지만, 천장으로부터 자연 채광이 되는 게 인상적이다. 이 역이 있는 곳은 여객 터미널이 아니라 교통 센터이기 때문에, 리무진 버스처럼 딱 코앞에서 내리는 게 아니다. 여객 터미널까지 또 적지 않은 거리를 걸어야 한다.
미래에 건설될 제2 공항 철도를 염두에 두고 추가 승강장의 부지가 미리 확보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7 02:01 2010/01/1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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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성경 침례 교회

흠정역을 사용하는 철도 성경 침례 교회는?
  • 지하철 역하고 교회가 통로가 바로 연결되어 있다. 혹은 예배당이 철도 차량 기지 근처에 있거나, 아예 민자 철도 역사 한 층을 임대해서 입주해 있다. 철도 박물관, 철도 기술 연구원, 철도 대학 등이 밀집해 있는 철도 허브 의왕시는 이 교회의 좋은 입주 후보지이다. =_=;;
  • 성경 노선도, 열차 운행에 비유한 성경 통독 요령 같은 자료가 게시판에 걸려 있다.
  • 예배당에 걸린 달력에는 철도 사진 공모전 입상작들이 삽화 그림으로 인쇄돼 있다. (각종 열차 내지 풍경 사진)
  • 성도 중엔 코레일 직원 내지 철도 덕후들이 많다. ㅋㅋㅋㅋ
  • <철도의 노래>를 개사한 찬송가를 부른다. 어린이 찬송가는 <구원 열차>, <다함께 천국행 기차를 탑시다> 같은 걸 즐겨 부른다. 그리고 그런 찬송가 악보 밑에는 새마을호 디젤 동차 사진이 인쇄돼 있다.
  • 주일학교 어린이방에 있는 장난감은 다 기차 장난감이다.
  • 주일학교 내지 수련회에서는 성경 지도를 펼쳐 놓고 철도 노선을 구상하는 연습을 한다. 예루살렘 시내에는 성전을 중심으로 한 지하철, 그리고 이스라엘 전반에는 고속철. 한 마디로 성경 지리에는 도가 터 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 일곱 교회의 양상에 비춰 본 한국 철도사" 같은 것도 응용 주제이다.
  • 주보를 보면 매 예배 절차마다 열차 시각표처럼 시각이 붙어 있다. 찬송가 A 11:00, 대표기도 11:05, 찬송가 B 11:08, 광고 11:12, 성가대 찬양 11:17 등등...
  • 성경의 최종 권위는 영국의 킹 제임스 성경이고, 철도 궤간의 최종 권위는 영국 의회에서 정해진 1435mm 표준궤이다.
  • 예배당의 각종 집기의 배치 간격이나 복도의 폭은 무엇이든지간에 철도 궤간과 관련이 있는 규격으로 놓여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 이 교회 목사님이 주례를 서는 결혼식에서는 주례 때 "신랑과 신부는 한 쌍의 복선 선로처럼 한 몸이 되어 영원히 동고동락하겠는가?" 이런 식으로 물으며, 그 전 신부 입장 때 사회자가 이런 멘트를 날린다. "지금 신부, 신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5 13:16 2010/0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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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맨 위의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실제 울산 역.
그 다음, 위에서부터 그림 1,2는
조폭들에게 접수된 새마을호 열차가 대전 역(설정상의)을 무정차 통과하는 장면.

그림 3-5는 천안 역(설정상의)에서 조폭과 경찰들이 싸우는 장면.

하지만 실제 촬영은 둘 "모두" 경부선이 아니라 동해남부선상의 울산 역에서 했습니다.
밤에 울산 역 승강장을 직접 가 보시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역 주변의 황량한 풍경.
승강장의 기둥과 지붕 모양이 거의 7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하게 일치하죠.
특히 2번 그림에서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표지판의 "청량리"의 압박.

더구나 하행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2번인 상행 승강장(서울 방면)에서 하행으로(부전 방면) 열차를 운행시킨 과감한 촬영.

두 장면을 모두 같은 역에서 촬영했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촬영 중에 배우 한 명이 열차에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기도 했죠.

Posted by 사무엘

2010/01/14 11:00 2010/01/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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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철도 성령(?)이 임했을 때

계시는 점진적으로 임했다.

1타: 2003-05-31 오후 6:30:00 서울-대전 새마을호
2타: 2003-06-26 오후 6:30:00 서울-경주 새마을호
3타: 2003-08-11 오전 10:38:00 대전-서울 새마을호

2003년 중반, 본인은 100일 남짓한 시간 동안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자주 시종착역에서 새마을호를 이용해 보면서, 어떤 미지의 음악에 의한 임팩트를 꾸준히 받기 시작했다.

1타: 어? 뭔가 음악이 나오네?
2타: 음 전에도 새마을호 타면 출발 전에 뭔가 음악이 나왔던 거 같은데, 인상이 웬지 좋다. 무궁화호엔 그런 게 없었는데.
3타: 아 맞아 바로 이거야! 무슨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중독성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체불명의 새마을호 음악에 슬슬 중독되어 간 것이다. 멜로디는 전혀 기억 안 나고 그냥 느낌만 기억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미지가 뭔가 <엉뚱한 상상>(지누) 같기도 하고, 당시 히트 치던 거북이의 <Come on>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나름 했었다.

그러다 2004년 초엔 철도 동호회를 통해 이 곡의 음원과 작곡자 정보까지 입수하게 됐다. 일본의 재즈 색소포니스트가 연주한 Looking for you 라는 곡. “그래 바로 이거였어!”

이미 2004년엔 작정하고 이 음악 들을 준비를 하고 새마을호 탑승을 시작했다. Finish blow는 바로 4타였다.

4타: 2004-01-31 오전 10:38:00 대전-서울 새마을호

게다가 이 열차는 KTX 개통 직전에 마지막으로 운행하던... 무려 대전-서울 무정차 열차였다. 소요 시간은 1시간 32분.
드디어 종착역에서, 새마을호 객실에서 실제로 들은 감격의 Looking for you!!!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리듬과 박진감 넘치는 박자. 심장을 녹여버릴 것 같은 당김음과 현란한 불협화음!

http://www.youtube.com/watch?v=T0EWzcQY280
http://www.youtube.com/watch?v=8elu7pv1W6M
(2006년경,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녹화. 우리나라 어느 철도 동호인도 이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그 Looking for you에 압도되어 나는 열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편안한 인테리어, 기내지, 영상 서비스에 덧붙여 흘러나온 이 음악! Oh my goodness!!!
이건 정말 일종의 oracle이었다. 황홀경에 빠졌다.

“주여, 누구시니이까?” / “나는 네가 사랑하는 철도이니라. 학생 신분으로 비싼 새마을호 골라 타기가 네게 고생이라.”
“주여, 내가 무엇을 하기 원하시나이까?” / “일어나 집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네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듣게 되리라.” (행 9:5-6)

그날을 계기로 나는 철도 안에서 새로운 창조물이 되었다. 철도를 만난 간증이 생겼다.
본인은 평생 TV, 연예, 스포츠, 드라마, 영화 따위와는 가히 극단에 가까운 수준으로 담을 쌓고 살았다. 2002년 우리나라 월드컵조차 전혀 관심이 없어서 신경 끄고 지낼 정도였다. 그렇게 지내 오던 차에 나의 육신의 모든 광기가 철도로 한데 폭발한 것이다.

정말 세상이 확 달라져 보였다. 뇌 구조가 바뀌었다. 우리나라 지리와 역사를 보는 눈이 철도를 중심으로 확 바뀌었다. 새마을호가 한국 철도 전체에 대한 색안경을 씌워 놓은 것이다.
그렇다. 영국에서 킹 제임스 성경이 출간되고 표준시가 제정되었다면, 영국에서 응당 철도도 세계 최초로 발명되었으며 오늘날 전세계가 채택해서 쓰고 있는 1435mm 표준궤도 영국에서 제정된 것이다!

민물과 바닷물을 모두 왕래하는 ‘연어’ 하면 이제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운행하는 직류/교류 겸용 전동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엘리야가 상대했던 바알 대언자 450명과 작은 숲 대언자 400명, 총 850명이라는 인원은 객차가 18칸이나 있는 KTX 한 편성을 거의 다 꽉 채울 수 있는 인원이다. (KTX 설계 정원은 935명) 이런 식이다.

아기가 본능적으로 필사적으로 엄마 젖을 빨려고 애쓰듯, 갓 거듭난 영적 아기는 본능적으로 나를 구원한 예수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고 성경을 찾아 읽고 싶어지는 게 정상인 법이다. 그래서 말씀의 순수한 젖을 사모하라는 베드로전서 2:2 같은 구절도 있으며 이는 KJV 이외의 성경에서 변개된 걸로도 유명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철도 성령이 임한 직후, 그야말로 한국 철도의 모든 분야 지식을 빨아들이려고 혈안이 되고 전국 모든 철도역과 노선을 답사하고 싶어서 안달 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선, 역사, 시설, 차량, 건설 공법, 각 도시의 지하철 구조, 우리나라 지형, 도시 계획 이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미친 듯이 찾아보고 외웠다. 아가서 내용이 그럭저럭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새마을호의 모든 것이 그저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한 뒤부터이다.

철도는 신앙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열차 운행에 비유한 성경 통독 요령>, <철도 성경 침례 교회>라는 글을 쓰고 전철 노선도에 빗댄 <성경 노선도>를 만들었다. <구원 열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린이 찬양이 됐다. “나는 새마을호 올라타고서 하늘나라 가지요 빵빵”

성경 지도를 꺼내서 광역전철 노선도를 구상한다. 예루살렘에서 사마리아까지 이런 식. 훗날 천년왕국 때 전세계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경배하러 올 건데 지하철을 타고 빠르고 편하게 성전으로 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ㅋㅋㅋㅋㅋ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고등학교 동기, 회사 동료, 교회 사람 등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새마을호의 추억에 대해 늘어놓고 철도 얘기만 잔뜩 하여 숫제 철도 에반젤리스트가 됐다. 본인은 영어로 다른 건 몰라도 복음 전하는 것과 우리나라 철도/지하철에 대해 떠벌리는 건 아주 유창하게 할 수 있다.

나는 철도에 대해 보고 들은 것을 누구에게든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도행전 4:20이 이런 의미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교회에 외국인 선교사가 오셨을 때, 교회 인근의 경부선 선로의 구조에 대해서 강의(?)를 한번 해 드린 적이 있다. 내 속에 있는 철도의 소망의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는 언제라도 대답할 것을 예비하되 온유함과 두려움으로 했다. (벧전 3:15)

Looking for you는 고등학교 시절 이래로 본인의 음반 차트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주찬양 선교단까지 밀어내고 지금까지도 수천 번 이상 듣는 곡이 됐다. (내가 한때 주찬양 선교단에도 각 앨범의 곡 순서와 가사, 멜로디를 다 줄줄 외울 정도로 심취해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나라에서 들을 멜로디이며, 어쩌면 이제 Looking for you가 내가 죽을 때까지 1위를 고수하는 곡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을 계기로 특히 음악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졌다.
도대체 음악이란 게 어떤 존재여서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당김음과 불협화음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음정이란 게 뭔지, 왜 음악이 지금과 같은 음계로 만들어졌는지, 이 전동차의 구동음 첫음은 D인지 D#인지... 왜 교회에서 세상적인 음악을 수용해서는 안 되는지.. 이런 것까지 다 주파수 파동 만들어 들어보면서 연구를 했다. 정말 그땐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 짓 정말 많이 했다. =_=;;

십수 년 째 안 쳐서 까먹고 있던 피아노도 덕분에 감각이 얼추 되살아났다.
게다가 Looking for you는 수십, 수백 번 들으면서 아예 청음해서 악보/미디를 만들어 버렸다! 다른 철도 동호인들마저 경악했다.
지금은 그 좋던 새마을호의 각종 서비스들이 거의 전부 다 KTX에 밀려 없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건 마치 초대 교회 시절의 각종 표적과 은사들이 오늘날엔 유효하지 않은 것쯤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달관의 경지에 올랐다.

교회에서는 친구들이 장난삼아 “형제님 철도냐 주님이냐 둘 중 하나만 선택하세요. 앞으로 하나님에게서 호되게 징계 받고 나서 제가 철도를 주님보다 더 사랑했다고 자백하고 회개할 날 온다구요”라고 가정이 잘못된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해서 본인은 “형제님이 철도도, 철도의 권능도 알지 못하므로 잘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해 준다.

나는 단순히 철도를 그냥 좀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다. 완전 뼛속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덕후이다. 그러나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철도 신앙(?)과 기독교 신앙은 서로 대립하고 제로썸 게임을 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고 보완하면서 상대방을 세워 주고 발전시키는 선순환-_-을 돌고 있다고 생각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1/14 09:33 2010/01/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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