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네모 글꼴에 대한 생각

한글 타이포그래피에서 탈네모 글꼴은 만년 떡밥인 것 같다. 지금 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그렇겠지

한글 가변폭 글꼴: 한글 글꼴 중에서 명조, 고딕 내지 한자 같은 부류와는 달리, 글자의 폭이 획일적이지 않고 글자마다 차이가 있는 글꼴을 일컫는다. 본문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고 특이한 제목이나 장식용으로 쓰인다. 아래에서 설명될 세벌식 글꼴과는 살짝 다른 개념으로, 세벌 글꼴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한글 가변폭 글꼴이지만 모든 가변폭 글꼴이 세벌 글꼴은 아니다.

세벌식 글꼴: 공 병우 세벌식으로 만들어진 기계식 타자기로 글자를 쳤을 때 찍혀 나오는 자형과 같거나 최소한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는 글꼴. 일명 샘물체 내지 안상수체, 공한체 계열이다. 초중종을 이루는 벌수가 매우 적으며 글꼴 크기가 대체로 아주 작고 가볍다. 세벌식 글꼴은 거의 필연적으로 가변폭 글꼴이 되며, '가'과 '강'에서 '가'의 모양이 같아서 세로로도 기복이 크다는 특성상 '탈네모 글꼴'이라고도 분류된다.

그런데 문제는, 획일적인 정사각형을 탈피한 한글 글꼴에 대한 개인 호불호 편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국어학자,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한글 기계화 연구인 중에서도 그런 발상 자체를 완전 개혐오하는 분이 좀 있다. 수 년 전, 한겨레 신문사가 이질감을 최소화하려고 무늬만 세벌 글꼴 흉내를 살짝 낸 한겨레결체로 본문 서체를 과감하게 바꿨는데, 당시엔 그것만으로도 “이거 도대체 뭐야?”(성경에 나오는 '만나'의 의미가 정확하게 이것이다-_-) 하는 반발이 벌써부터 터져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애초에 과거 기계식 타자기 시절에 네벌식, 다섯벌식 같은 불편한 입력 방식이 있었던 것도, 세벌식만으로 타자를 하면 자형이 너무 들쭉날쭉하고 못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문자 습관이라는 건 무척 보수적이다.

그 반면에 서양 먹물 좀 먹었거나 일말의 선각자 자질이 있는 분은, 한글 자형이 정사각형 일색이기만 해서는 로마자(p, d, v 같은 들쭉날쭉 다양한 글자가 있는) 같은 가독성이 살아나질 않는다면서 그래도 탈네모 글꼴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렇잖아도 국어 정서법에는 대문자도 없고, 고유명사도 없고, 영문 정서법 같은 엄격한 띄어쓰기가 정착해 있지 않으며, 문장 부호의 활용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글 전용론자라면 맨날 한글이 우수하다고 자뻑만 할 게 아니라, 현실에서 드러나는 한글의 단점을 한글로 해결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컴퓨터용으로 만들어진 세벌식 글꼴은 최소한의 보정을 거친다. 가령, 간의 ㄴ은 감의 ㅁ보다 약간 위로 올라가며(공간이 너무 벌어지니까), 진짜 곧이곧대로 타자기 FM대로 1*1*1벌이라기보다는 최소한 2*1*2벌(특히 글자별 폭의 격차를 줄여서 디자인할 때) 이상이 시도되기도 한다.
<날개셋> 편집기에 존재하는 샘물이나 타자기 같은 글꼴은 에디팅 엔진의 한계 때문에 폭은 불변폭이나, 너그럽게 보면 세벌식 글꼴의 범주에 들어간다.

세벌식이라는 이념은, 한글을 풀어쓰기 형태로 파괴하지 않고 최소한의 형태와 원리를 유지하는 한편으로, 또 사람과 기계 모두에게 편리한 간결한 방법으로 한글을 입출력할 수 있는 정점을 찍은 일종의 교리이다.
탈네모 가변폭 한글 글꼴이라는 개념 자체는 글자판과는 별개로 일부 디자이너들이 시도하기도 했지만, 세벌식이 한글 글꼴에 그런 맥락의 변화를 시도하는 데에도 응당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이념의 영향을 받아 1980년대에 이미 안 상수 교수가 캐드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안상수체 내지 안체를 개발했으며, 1990년대에는 한 재준 교수가 공 병우 박사와 합작으로 공한체와 한체 시리즈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가변폭+세벌 글꼴이다.
안상수체는 아래아한글 2.1 (1993)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고, 공한체/한체는 아래아한글 96에서 도입되어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여러분은 이런 탈네모, 세벌, 가변폭 한글 글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일단, 이런 글꼴들은 생김새가 이질적일 뿐만 아니라 기존 네모 글꼴과는 디자인된 metric이라고 해야 하나, 전반적인 크기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같이 쓰기가 더욱 힘들다. 같은 크기로 맞췄을 때 저 글꼴은 여타 네모 글꼴들보다 훨씬 더 작아 보인다.

탈네모 글꼴을 처음으로 시도한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생소하고 디자인이 정착해 있지 못하며, 완성도 높은 탈네모 글꼴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거부감이 드는 것일 뿐이다'라고 생각했다. 즉, 시간이 탈네모 글꼴의 문제를 점차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2011년이 된 오늘날, 굳이 세벌이 아니더라도 가변폭 글꼴에 대한 국민적인 이질감은 예전보다는 줄어든 것 같다.

그러나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아무래도 탈네모 글꼴이 명조· 고딕의 벽을 완전히 넘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정사각형 안에 차곡차곡 자모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되는 명조· 궁서· 문화바탕 같은 미려한 서체의 완성도는, 탈네모 글꼴 주장자들이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런 글꼴이 괜히 수십~수백 년의 짬밥을 먹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살아남은 게 아니다. 탈네모 글꼴은 여전히 세리프 계열 글꼴이 빈약하며, 그나마 세리프 축에 드는 공한체는 진짜 무늬만 세리프이지 명조 같은 급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즉 여전히 실험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 되겠다.

하지만, (또 반전을 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한자 같은 아예 픽토그램급의 상형문자가 아니고 일정한 규칙과 체계가 있는 '자질문자' 시스템인데..
천편일률적인 정사각형에만 맞춰 쓰는 건 많이 아까운 것도 사실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이것이 앞으로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믿거나 말거나. MS 워드는.. 2007의 바로 직전의 2003 버전까지만 해도 가변폭 한글 글꼴이 전부 불변폭처럼 고정폭으로 찍혔다! 한글은 한자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정사각형이라고 전제를 했던 것 같다.
워드패드--정확히 말하면 그 밑에서 돌아가는 리치 에디트 컨트롤-- 도 초창기 버전은 마찬가지였는데, 이건 아마 윈도우 2000/XP 타이밍 무렵부터 개선되었지 싶다.

과거의 아래아한글 97은 정사각형 글꼴을 쓸 때는 안 그런데 공한체나 안상수체 같은 가변폭 글꼴로 한글을 입력하면 매번 줄 전체가 번쩍거리며 바뀌는 게 보여서 불편했다. 이 문제는 차세대 엔진 기반인 워디안/2002부터 바로 개선되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25 09:23 2011/08/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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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제품들의 글꼴

1. 비주얼 C++의 글꼴

과거의 비주얼 C++ 4~6은 IDE의 글꼴 체계가 좀 특이했다.
영문 윈도우에서는 각종 UI 글꼴이 MS Sans Serif 8포인트로 나오고, 코드 에디터의 기본 글꼴은 Courier 10포인트로 나왔다. 트루타입 글꼴인 Courier New가 아님.

그 반면, 한글 윈도우에서는 코드 에디터의 기본 글꼴은 FixedSys 12포인트였고, 대화상자의 기본 글꼴은 무려 System으로 설정되었다. 글씨 크기부터가 다르다.
참고로, 비주얼 C++과 동봉된 Spy++ 유틸리티도 대화상자의 글꼴이 동일한 형태로 나왔다.
둘 다 MFC를 써서 개발된 것도 동일하니, 뭔가 동일한 UI 라이브러리를 공유라도 하지 않았나 추정된다.

이 윈도우 3.1스러운 System 폰트는, 비주얼 C++이 더욱 추레하고 꼬질꼬질하게 보이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_-;;;
사실, 윈도우 3.1 시절에도 영문판에서 원래 MS Sans Serif 8포인트로 맞춰졌던 UI가 한글 윈도우에서는 한글 때문에 글씨 크기를 더 키워서 System으로 나왔으니, 비주얼 C++도 이와 동일한 관행을 답습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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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버전인 닷넷은 그 글꼴 체계가 개선된 것만으로도 외형이 훨씬 더 깔끔해 보인다.
물론 MS 오피스 97 스타일의 UI가 오피스 XP 스타일로 바뀐 것도 작용했겠지만 말이다.
그 당시 윈도우 XP와 오피스 XP의 UI 디자인은 정말 파격적이었다. XP라는 브랜드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닷넷의 IDE는 신기하게도 에디터의 기본 글꼴이 돋움체 10포인트이다.
한글 윈도우에서는 자동으로 한글 서체를 찾아 쓰는 모양인데, 그럼 한글 글꼴이 없는 영문 윈도우에서는 뭐가 설정되는지 모르겠다.

2. 운영체제의 글꼴

한글 윈도우에서는 그저 굴림 일색이지만, 영문 윈도우에서는 MS Sans Serif에서 Tahoma로 UI 글꼴이 바뀌어 왔다.
MS 오피스도 그 구닥다리 97 버전도 영문판은 대화상자의 글꼴이 Tahoma이다. 보기에 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 C++이나 포토샵처럼 특정 계층의 전문 종사자들이나 쓰는 소프트웨어가 영문판인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언어라는 숲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이 다루는 분야의 용어라는 나무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번역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이다.
그러나 운영체제나 오피스 스위트는 워낙 불특정 다수가 쓰는 녀석인 만큼 한글판이 널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구하지 않는 이상 이런 프로그램의 영문판을 국내에서 접하기란 꽤 어렵다.

영문 윈도우 XP는 창의 제목의 글꼴이 일반 UI의 글꼴과는 달랐다. 제목 글꼴이 그 이름도 유명한 Trebuchet MS이었다. 온통 맑은 고딕이나 Segoe UI로 획일화되어 버린 윈도우 비스타/7조차도 그렇지는 않은데 말이다.
물론 한글 윈도우 XP는 제목의 글꼴이 역시나 '굴림+진하게'이기 때문에 영문판의 감흥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Trebuchet MS 글꼴이 한글 윈도우 XP에도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글판은 디스플레이 글꼴 설정에 이 글꼴이 뜨지 않으며, 사용자가 강제 지정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글꼴 목록에는 모든 글꼴이 나타나지 않으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마치 명령창(콘솔)의 글꼴도 왜 자유롭게 지정이 안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3. 트루타입 글꼴의 역사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속이 채워진(=래스터라이즈가 되는) 윤곽선 글꼴이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무려 윈도우 3.1부터이다. 멀티미디어 API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과 비슷한 시기이고, 공교롭게도 아래아한글 2.0이 출시된 것과도 비슷한 시기이다.
그 전에 존재하던 글꼴들은 몇몇 단계별로 지정된 크기 이외에서는 계단현상이 나타났다.
Script, Modern, Roman처럼 곡선이 그려지는 벡터 기반 글꼴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건 선만 그려지고 래스터라이즈 과정이 없는 원시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윤곽선 글꼴 기술의 명칭은 바로 트루타입(Truetype)이다.
Courier와 Times Roman은 영문권에서 워낙 유명한 글꼴이고 윈도우 1.0부터 있었던 잔뼈 굵은 글꼴인데, 이때 윤곽선 글꼴 버전이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Courier New와 Times New Roman이라고 new라는 단어가 중간에 붙었다. 한글 글꼴 '신명조'의 '신'과 비슷한 맥락인 건지도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된다.

  • Arial: 처음부터 윤곽선 글꼴로 도입되었고 예전의 Helvetica를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 Courier: Courier New와는 별개로 아직까지도 비트맵 글꼴의 형태로 공존한다. 두 글꼴은 폭이 살짝 다르고 제각기 용도가 있다.
  • Times New Roman: 이름에 new가 붙은 채, 기존 비트맵 글꼴을 윤곽선 글꼴로 대체

아울러, 한글 윈도우는 3.0부터... 영문 윈도우보다 한 발짝 일찍 트루타입 글꼴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그때 한글 글꼴들은 비표준 헤더를 썼기 때문에 정상적인 트루타입 글꼴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스템 비트맵 글꼴은 트루타입이 아닌 별도의 경로로 출력...-_- fallback 글꼴 같은 개념도 전혀 없고, 윈도우 95에 비해서 글꼴 시스템이 훨씬 더 열악하고 원시적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5/01 08:35 2011/05/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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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남기는 요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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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벌써 2010년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옆의 회사 동료의 책상을 보니 2011년도 달력이 비치되어 있는데,
‘힘차게’부터 시작해서 글씨체가 심하게 낯익다. 이거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렇다. ‘힘차게 땅을 딛고 날아오르다’는 신명 세명조이고, 달력의 숫자와 영문은 신명 중고딕이다. 딱 보면 안다.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전성기이던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하고서 지금은 유행이 완전히 지난 글꼴인데 그걸로 2011년도 달력을 만드는 인쇄소가 있다니! 반가웠다. 내 사랑 신명 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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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TX 산천을 대전-서울 구간에서 드디어 시승하다.
한눈에 봐도 구형 떼제베 기반 KTX보다 좌석이 더 큼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역방향 좌석이 없다.
이 날은 주말에 밤 11시 20분에 서울에 도착하고도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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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TX 2차 개통 후 어느 토요일 오후의 서울 역은 명절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그럼 진짜 명절엔 얼마나 혼잡할까?) 하긴, 비슷한 시간대에 고속버스 터미널을 가 봐도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만 10~20분씩 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유인 매표소 창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많은 무인 자동 발권기에다가도 저렇게 사람들이 줄서 있는 건 처음 봤다. 나처럼 홈티켓이나 SMS 티켓을 이용하면 줄설 필요가 없을 텐데!
주말엔 사람들이 어딜 그렇게도 많이 돌아다니는지 열차마다 꽉꽉 차서 갔다. 이틀 전에 예매한 주말 KTX는 영락없이 역방향 좌석에 걸려 있었고, 이미 서울에서부터 입석 승객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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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말로만 듣던 신경주 역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는 기존 경주 역에 갈 때보다 차로 시간이 15분 정도 더 걸린다.
그러나 일단 여기서 KTX를 타면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2시간! 시간 단축의 폭이 월등하다. 과거 경주-서울 새마을호는 4시간 40분, 그리고 경주-동대구 환승 KTX는 총 3시간 정도는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에서 가깝다고 신경주 대신 경주-동대구 환승을 선택하기엔 대구로 가는 재래식 열차가 너무 느려서 시간 손실이 크다.
특히 신경주-동대구는 16분 남짓밖에 안 걸린다는 게 더욱 충격이다. 보통 경주-대구는 최하 40분이고 재래식 열차로도 1시간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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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통사론 공부하다가 내 기분을 활짝 펴게 만든 예문. (남 기심· 고 영근 지은 <표준 국어 문법론>)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전산학계뿐만이 아니라 언어학계에도 천재들이 너무 많다. -_-;;;
그나저나 이제 고속철은 전구간 개통했으니 다음에 개정판을 낼 때는 예문의 시제를 과거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2004년 말에 잠깐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이번 12월부터 산천 차량으로 하루 딱 1회 재등장하여 서울-부산을 2시간 8분 만에 주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1~5의 사진들은 모두 서로 다른 날짜와 시간대에 찍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9 19:49 2010/12/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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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곡선(원뿔 곡선) 이야기

수학에서 함수라는 것은 y=f(x)와 같은 형태로, x에다가 임의의 수를 대입하면 그에 대응하는 y 값이 계산을 통해 딱 하나로 산출되어 나오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f(x, y)=0라고 함수를 정의할 수도 있다.
이 식을 만족하는 x, y가 곧 정의역과 치역임이 규정된다.
이런 형태의 함수를 수학 용어로는 음함수(implicit function)라고 일컫는다.
딱 명시적인 함수 형태는 아니지만 함수를 암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뜻인데, ‘음’이라고 하면 negative가 먼저 떠올라서 한국어로는 뜻이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음함수가 표현력이 더욱 풍부하다. 그도 그럴 것이 y=sqrt(1-x^2)라고만 하면 사분원반원 하나밖에 표현을 못 하지만, x^2+y^2=1이라고 하면 원 전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터 상으로 음함수를 처리하는 것도 더욱 까다롭다. x뿐만 아니라 x와 y를 2차원적으로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차원만으로 모자라서 z축도 동원하여 3차원까지 가면 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런 음함수 중에서 x, y의 계수가 최대 2차까지 갈 수 있는 녀석을 배운다. 일반화하면 아래와 같은 꼴.

a*x^2+ b*x*y+ c*y^2+ d*x+ e*y+ f = 0

2차식인 a, b, c중 적어도 하나가 0이 아니라면 이 음함수는 아래의 형태 중 하나가 된다.

1. x, y가 실수 범위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빈 그래프. (x^2+y^2=-1 같은 경우)
2. 두 직선 (x^2-y^2=0 같은 경우. 또한, xy=0 이라고 하면 x축과 y축^^)
3. 타원 (x^2+y^2=1)
4. 쌍곡선 (x^2-y^2=1)

원이나 포물선은 굉장한 레어 케이스에서나 존재 가능하다.
또한, a, b, c 계수의 관계에 따라 곡선의 모양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판별식도 있다.

2차 곡선인 이들 원, 타원, 포물선, 그리고 쌍곡선은 모습도 인간 세계에서 수학적인 의미를 두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래시계처럼 ▶◀ 형태로 놓인 원뿔의 단면을 잘랐을 때 나오는 곡선이라고 해서 원뿔곡선(conic section)이라고도 불린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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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초점이 동일한 어느 타원과 쌍곡선의 모습을 자작 프로그램으로 그린 것. 나름 안티 앨리어싱까지 되어 보기에 더욱 아름답다. ㅋ

타원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두 초점에다가 실을 묶고 팽팽하게 연필을 그으면 비교적 쉽게 그릴 수 있다.
원은 두 초점의 위치가 일치하는 특수한 경우라 하겠다. 타원 모양으로 된 당구대 안에서 그 타원의 한 초점에서 공을 굴리면, 그 공은 다른 초점을 반드시 지나게 될 것이다.

쌍곡선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의 절대값(=차이)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절대값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곡선이 둘 존재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y=1/x 반비례 그래프가 알고 보니 이 쌍곡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물선이야 중학교 시절에 제곱근과 2차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으로 접할 때 배운다. 그런데 포물선은 단순한 2차식을 넘어서 “한 초점과 한 기준선이 주어졌을 때 초점에서의 거리와 준선까지의 수직 최단 거리가 일치하는 점들의 집합”으로 다른 관점에서 정의가 이루어진다. 사실, 타원과 쌍곡선도 한쪽 초점이 한없이 멀어지면 포물선 모양으로 수렴하게 된다.

포물선은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상에서 물건을 던지기만 해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단, 공기 저항이 없어야). 포물면은 반사하는 모든 빛을 초점으로 한데 모을 수 있다. 다만, 만들기가 구면보다는 어렵다.

2차 곡선은 이렇듯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실용적이다. 거리와의 제곱에 비례해서 감소하는 만유인력과도 관계가 있다. 제곱의 의미는 2차원, 즉 면적이다.
인공위성은 흔히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물체라고들 한다. 공중에서 충분한 추진력으로 위성을 가속하지 못하면 그 발사체는 지구로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속력이 어느 정도 빨라진 순간부터는 이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원 궤도를 그리게 된다.

더 빨라지면 위태위태 타원 궤도를 그리게 되고, 어느 정도 도를 넘어서면 포물선, 그 이후부터는 쌍곡선 궤도를 그리면서 그 발사체는 지구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된다. 옛날에 이런 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장난감 삼아 짜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

그 반면에 음함수의 식이 3차까지 가면, 모양만 변태적으로 복잡하지 쓸모가 없다. 변수의 값이 어떻냐에 따라서 쌍곡선 같은 그런 곡선이 3쌍둥이가 생기기도 하고, -⌒- 이런 모양이나 아니면, 그런 모양에 U자 모양 곡선이 합쳐진 놈 등... 자연에서 볼 일도 없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음함수를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윤곽선 폰트를 래스터라이즈하는 일과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게 x*y개의 함수값을 일일이 다 구해 보지 않고도 함수값을 구성하는 영역만 매끄러운 경계선을 추출하고 거기에다 안티 앨리어싱까지 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아한글이나 포스트스크립트 같은 다른 폰트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윈도우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는 매 도트에 대해서 윤곽선 안에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서 글자를 찍어 낸다. 그래서 힌팅 정보가 없으면 작은 글씨에서 가는 획이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은 옛날에 너무나 깔끔하게 잘 출력되는 영문 폰트들을 보고서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아주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힌팅 정보 덕분이었다. 힌팅은 획의 굵기를 일관성 있게 보정할 뿐만 아니라 윤곽점을 래스터라이저가 글립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위치로 강제로 옮겨서 획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흠, 글 주제가 수학에서 폰트 얘기로 급반전.. 어쨌든 음함수의 렌더링도 그만치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0/01 20:23 2010/10/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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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간이역 서체들

이제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추억의 서체들을 보라.
서체 쪽으로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철도 매니아라면 저런 글씨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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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90년대 철도청 시절에는 HY울릉도가 각종 역명판 서체로 쓰였고,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시아폰트에서 제작한 코레일체라는 전속 서체로 또 한번 서체가 다 물갈이되었다.
HY울릉도는 둥글둥글하면서도 간판용으로 가독성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건물 간판이나 도로 톨게이트 등에서도 많이 쓰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9년에 확인한 바로는 카이스트 기계 공학동 건물도 간판이 울릉도체였다.
그 반면 코레일체는 울릉도보다 좀 홀쭉하고 각진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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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각종 제목이나 심지어 도로 표지판 서체도 동글동글한 게 대세였다. 그러던 게 산돌 도로표지판이 등장하고부터 완전히 고딕 컨셉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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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추억의 간이역 역명판체가.. 디지털 서체로 부활한다면
과거 산돌에서 성경체(옛날 성경책 특유의 붓글씨 서체)를 개발한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업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저 '서빙고' 체는 아마추어 티도 안 나고 굉장히 예쁘다.
하지만 과연 부활이 가능할까? =_=;;

Posted by 사무엘

2010/07/08 08:22 2010/07/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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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바탕체를 기억하십니까?

요즘은 조금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나 단체들은 전속 서체를 만드는 게 유행이다.
MS에서 2006년 말부터 윈도우 비스타+오피스 2007+IE 7과 동시에 맑은 고딕을 뿌리기 시작했으며,
한겨레나 조선일보 같은 신문사들도 자기네 전속 서체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그 후 네이버 역시 나눔명조/고딕 시리즈를 공개한 것으로 유명하고, 최근엔 한컴도 아래아한글 2010과 함께 함초롬 바탕/돋움 시리즈를 공개하여 그 뒤를 따랐다.
대기업인 삼성도 전용 서체가 있고, 코레일도 역명판에 사용하는 전속 서체가 있다.
인천 공항은 각종 표지판에 미공개 전속 서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그 배후에는 하청을 받은 산돌이나 윤디자인 같은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엄청 고생했다.
 
개개의 서체를 만들어 파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서체 회사들은 확실한 과금 체계가 존재하는 포털 사이트(싸이)나 모바일 쪽으로 사업 대상을 바꾸거나, 저렇게 전속 서체 외주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웹브라우저나 MP3 플레이어 소프트웨어를 개인이 따로 돈 주고 쓰는 경우가 없듯이, 서체 역시 그 자체가 수익이 아니라 마케팅 수단처럼 되어 가는 게 현실이다.
 
전속 서체는 이미지가 중요한 사기업만 만드는 게 아니다. 가끔은 지방 정부 내지 국가가 세금을 투입하여 만들기도 한다. 월드컵 때엔 경기장 내부 표지판용으로 나라에서 각종 표지판용 전속 서체를 제작해서 썼는데 이 글꼴은 요즘 WOW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애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엔 서울시에서 시 브랜드 재고를 위해 서울 남산체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고 이 서체는 지하철 인테리어에서 적극 쓰이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이 중요하게 부각되기 전에, 무려 1990년대... 그때는 어지간한 PC 환경에서는 윤곽선 글꼴 자체를 구경할 수 없던 시절에,
지방 정부도 아니고 우리나라 중앙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국고를 투입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전속 서체 세트'를 개발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특정 단체나 브랜드를 위한 톡톡 튀는 서체가 아니라, 본문용 네모꼴 한글 서체의 디자인 표준을 제시하는 가장 원천적이고 교과서적인 서체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 작품은 바로 문화바탕체이다. 여기서 '문화'란, 당시 이 서체 개발하라고 연구비를 대 준 정부 부처인 '문화부'(훗날 문화관광, 문화체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바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짜잔~ (맨 아래의 검은 글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명조체와 비슷하나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명조류가 아니다. 명조라고 보기에는 좀 붓글씨 내지 펜글씨 같기도 하지만 흘리거나 날린 흔적은 없다. 특히 명조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ㅈ이 명조가 아닌 고딕처럼 ㅡ+ㅅ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ㅠ에서 왼쪽 ㅣ가 왼쪽으로 삐쳐져 있다. 문화바탕 말고 ㅈ이 그렇게 그려져 있는 본문용 명조는 아마 신문명조 부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바탕은 1991년엔가 그때 개발되었으며, 1992년에 발매된 아래아한글 2.0 전문용이 지원하는 윤곽선 글꼴로 공개되어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 후 문화돋움도 나왔으며, 아래아한글 3.0 시기인 1994~1995년에는 문화바탕제목, 문화돋움제목 같은 진한 제목용 서체와, 문화쓰기흘림, 문화쓰기정자, 문화쓰기필기 같은 진짜 펜글씨· 붓글씨 서체가 후속작으로 잇달아 개발되었다.

이 문화* 서체들은 아날로그 서체이다. 마치 만화 그리듯이 사람 손으로 원도를 그린 후, 그걸 스캔하여 윤곽선을 추출하고 따로 보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사실, 수많은 서체들이 그런 방식으로 새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부터 쓰여 온 서체들도 그런 방식으로 디지털화했다.
 
문화바탕의 원도를 그린 사람은 최 정순 씨이나, 서체 컨셉은 개발 위원회 멤버들의 합의를 거친 것이지 전적으로 그 사람 개인 작품인 것은 아니다. 원도의 디지털화는 한글 타이포그래피과 출판 기술 쪽으로 최고의 권위자이며 왕년에 <컴퓨터는 깡통이다> 시리즈로 매스컴도 여럿 탄 유명한 이 기성 교수가 작업했다. 세리프가 많은 아날로그 글꼴을 디지털화했다는 특성상 문화바탕은 덩치가 크고, 과거 도스 시절에도 래스터라이즈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리는 글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요즘은 종이에 그리는 원도 없이 처음부터 컴퓨터의 포인팅 장비만으로 만들어지는 글꼴도 있다. Georgia라든가 윈도우 비스타에서 새롭게 추가된 글꼴들은 그런 순수 디지털 서체라고 한다. 전통적인 서체들에 비해 모니터 화면 같은 저해상도에서의 가독성이 더욱 강화되었는데, 특히 숫자를 좀더 위아래로 들쑥날쑥하게 그린 것도 그런 효과를 위해서라고 한다.)

문화바탕은 나름대로 굉장한 의미를 지니고 개발되었다. 앞으로 이런 문화바탕 특유의 냄새가 나는 서체는 거의 찾을 수 없을 것이다. ㅈ이라든가 ㅠ의 모양 같은 것도 본문용 한글 서체라면 앞으로 이렇게 문화바탕처럼 만드는 게 맞다는 식으로 나름대로 원칙과 표준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매우 보수적이라는 출판계의 보수성으로 인해, 그로부터 거의 20년 뒤, 윤명조가 대세가 된 오늘날까지도 그 가이드라인대로 만들어지는 본문 글꼴(특히 ㅠ 모양)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이 현실이다.
 
그 대신 오늘날까지도 문화바탕을 출판물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아는가?
여호와의 증인-_-이다.
본인이 몇 달 전에 우연히 간행물 파수대를 봤을 때에도 본문이 문화바탕체인 걸 봤다.
그런데 그들 간행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정교한 유채화(oil painting) 스타일의 삽화와 더불어 문화바탕체는 내가 보기에 근엄하고 진지한 분위기도 내면서 잘 어울리는 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문은 딱 보면 문화바탕, 굵은 글씨는 문화바탕제목임을 알 수 있다. 이걸 알면 용자. 그리고 저 본문 내용이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이단 교리라는 걸 아는 독자라면 더 용자. ㅋㅋ)

이러다가 문화바탕체가 여호와의 증인들 전속 서체처럼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본인이 21세기 이래로 문화바탕체를 본 곳은 이 기성 교수가 관여한 출판물 아니면 여호와의 증인, 딱 두 곳뿐이다! ㅜㅜ
 
아울러, 문화* 글꼴들은 한글에 어울리는 영문/숫자 글꼴이 전혀 개발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연구비 삭감-_- 때문이라고 하며, 이 교수 역시 그 시절을 회고하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몹시 아쉬워하는 것을 강연에서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12 19:11 2010/03/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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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아한글 2010과 함초롬체

드디어 한컴 오피스 2010이 출시됐다. 2006년 한글날에 2007이 나온 지 3년 반 가까이 지나서이다. 하양+파란 컨셉이던 2007과는 달리 빨간 컨셉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010 버전은 개발 중엔 코드네임이 '보난자'였다. bonanza.. 어원이 영어인 것 같지 않으나 영어이며, '노다지, 수지 맞는 일'이라는 뜻이다.

2007까지만 해도 국내 관공서 환경을 고려하여 윈도우 9x를 지원하고 비주얼 C++ 2003으로 빌드했는데 이제는 VC++ 2008로 완전히 탈바꿈했고 지원 플랫폼도 상향 조정되었다.
그리고 MS 오피스 2007의 리본에다가 기존 메뉴 인터페이스를 혼합한 나름 상당히 독창적인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것을, 베타 시절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MS 오피스에서는 2007 SP2때부터 도입된, OpenDocument 스펙 지원도 아래아한글 차기 버전에서 약속된 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다.

(2009년 여름 그때가 넥셀의 이름을 바꾸려고 막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베타테스터 신청만 해 놓고 활동은 거의 안 한 것에 대해서는 좀 송구스럽지만. -_-)

아래아한글 그쪽 제품은 지금까지 가정용으로는 상당히 비싼 가격 때문에 원성이 많았다.
물론 주 고객이 어차피 정부, 관공서이다 보니 그쪽으로는 비싼 가격으로 납품이 가능했겠지만, 아예 모든 개인 사용자를 잠재적인 불법 사용자로 간주하고 고객에서 배제하는 정책 때문에 한컴에 그나마 호의를 갖고 있던 사용자마저 잃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컴 오피스 2010의 가격은 가정용과 기업용이 서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

이번 한컴 오피스 2010에서는, 아래아한글의 한글 입출력 체계가 워디안 이래로 거의 10년만에 크게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새로 추가된 함초롬체가 있다.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이며 글꼴 쪽으로 관심이 많은 본인은 이것도 당장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글꼴의 제작사는 윤디자인.

글자 모양이야 딱 맑은 고딕이나 네이버 나눔명조, 서울남산 같은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깔끔한 모양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그 뒤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아래아한글도 10년 가까이 고수해 온 한양PUA 대신 유니코드 5.2 표준으로 돌아왔다. 즉, <날개셋> 한글 입력기 5.x와 옛한글을 그대로 주고받을 수 있다. 받침 ㅃ이나 ㅗㅑ 같은 모음까지 다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 아래아한글까지 이 대열에 합류한 이상 한양PUA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다.

오픈소스 쪽의 작품은 잘 모르겠지만, 유니코드 5.2 자모가 모두 들어있는 최초의 상업용--비록 일반 개인 PC 사용자에게는 무료 배포이지만-- 한글 글꼴이 바로 함초롬이 아닌가 한다.

과거 MS에서 도입한 한양 시스템 글꼴은 6*2*4벌로 옛한글을 매우 제한적으로 조합 가능했던 반면, 함초롬체는 옛한글 자모도 초성의 경우 15벌 가까이 디자인된 것도 있고 일반 현대 한글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이 어마어마한 옛한글 자형들을 그것도 볼드까지 모두 만들어 낸 서체 제작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함초롬은 옛한글 자모의 품질까지 크게 향상시켰다.

다만, 함초롬체는 매우 큰 약점이 있다.
옛한글의 조합은 아래아한글 내부에서만 된다!! ㅜ.ㅜ
옛한글 조합을 과거 MS의 서체처럼 GSUB, GPOS 같은 표준 오픈타입 기술로 구현한 게 아니며, 그 세부적인 조합 메카니즘은 여전히 아래아한글이라는 프로그램 내부에만 숨겨져 있다. 쉽게 말해 웹으로 치면, RIA 표준 기술 대신 액티브X를 썼다는 소리.

사실 그걸로 한글 특유의 정교한 3차원 조합 테이블을 오픈타입 스펙만으로 기술하기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옛한글 자모가 그냥 빨랫줄/직결식 글꼴처럼 모아쓰기 형태로 알아볼 수나 있는 최소한의 모양으로만 찍힌다.
뭐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긴 하나, 옛한글 표현에 관한 한 포맷만 TTF이지 거의 아래아한글 전용 서체처럼 된 건 분명 아쉬운 점이다. 간단하게라도 오픈타입 테이블도 내장해 주면 참 좋았으련만.

그래도 이런 서체가 생긴 것만으로도 날개셋 도움말이라도 업데이트 할 사유가 생겼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02 14:31 2010/03/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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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 궁서의 한자 글립

거의 20년 전의 윈도우 3.0 이래로 한글판 운영체제가 내장해 온 한글 글꼴은 바탕, 돋움, 굴림, 궁서의 4종류였다. 그리고 한자 글꼴은 바탕, 돋움에만 존재하여 2종류였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기본 글꼴에만 한자 글립이 있었다는 뜻.
그때는 fallback 글꼴이라는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궁서나 굴림 같은 글꼴을 쓰면 한자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윈도우 95에서부터는 상황이 크게 개선되어 궁서의 한자는 바탕으로, 굴림의 한자는 돋움으로 좀더 유사한 글꼴의 한자 글립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것은 별도의 fallback 글꼴을 지정한 게 아니라, 아예 한 글꼴 파일이 collection으로 바탕과 궁서를 나타내고 있고 한자 글립을 내부적으로 바탕의 것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윈도우 비스타에서 새롭게 추가된 글꼴인 ‘맑은 고딕’도 한자 글립을 갖고 있지 않다. 한자를 찍으려고 하면 돋움체의 글립이 자동으로 쓰이는데 이것은 fallback 글꼴이 쓰인 게 맞다.

한자 자체도 윈도우 95 시절까지는 고작 KS 완성형 코드에 있는 상용 한자 4888자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98부터는 확장 한자 2856자가 추가되었고, XP 무렵에는 유니코드의 ‘한중일 통합 한자’ 영역의 한자가 모두 기본 제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스타부터는 ‘한중일 통합 한자 확장 A’까지 굴림/돋움 같은 글꼴에서 기본 제공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surrogate 영역에 존재하는 확장 B도 외국에서 제작된 별도의 글꼴을 자동으로 fallback 하여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게 PC 환경이 좋아지면서 컴퓨터에서 문자를 표현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돼 왔는데 본인이 늘 아쉽게 생각하는 게 있다. 기본 제공되는 한자 서체 자체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탕과 돋움 두 종류뿐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굴림과 궁서도 고유한 한자 글립을 제공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21세기가 된 지 무려 10년 가까이 지나고 온갖 기발하고 현란한 한글/영문 글꼴이 넘쳐나는 지금도, 한국에서 소위 명조와 고딕 계열 이외의 한자 글꼴을 찾기란 의외로 매우 어렵다! 사실은 신명조와 중고딕 말고 견명조, 견고딕조차도 드문 실정이다.
어지간한 운영체제나 워드 프로세서가 번들로 제공하는 글꼴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고 최소한 별도의 글꼴 확장팩에서나 제공된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아래아한글 2.5 확장팩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신명 궁서’는 아래아한글이 최초로 제공한 궁서 계열 한자 글꼴이었다.

그나마 견명조, 견고딕, 궁서는 좀 사정이 나아졌다. 아래아한글이 번들로 제공하는 HY견명조, HY견고딕에도 한자 글립이 같이 들어있다. 하지만 굴림 계열의 한자 글꼴은 정말 없다. 무려 아래아한글 3.0대 내지 96의 확장팩부터 제공된 한글맵시 글꼴에서 그런 한자 글꼴을 본 기억이 나고 HFT가 아닌 범용적인 TTF 방식은 아직까지 구경조차 못 해 봤다.

둥근고딕, 세나루, 디나루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이 굴림 계열 글꼴은 원래는 그래픽이나 헤드라인처럼 일반 PC에서 보기가 쉽지 않은 글꼴이었으며, 아래아한글도 2.5 확장팩에서부터나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윈도우 95가 이 글꼴을 확 퍼뜨려 준 덕분에 굴림은 그때부터 그야말로 길바닥에 차이는 돌멩이마냥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웹과 인쇄물 등에서 제일 흔하게 쓰이는 글꼴이 되었다. ^^

워낙 흔하다 보니 굴림 말고 별도의 굴림 계열 글꼴은 거의 나오거나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흔한 기본 글꼴에 한자 글립이 없었고, 따라서 한자 글립이 추가된 다른 둥근고딕 글꼴도 거의 볼 수 없게 된 게 아닌가 한다.

사실 굴림체 계열의 한자 글꼴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둥근고딕 한자로 쓰인 문장만 봐도 일본이 바로 떠오를 정도이다. 한국에서 이런 글꼴을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뭔가 소프트웨어를 동아시아 환경에 맞게 localize할 때 기준으로 삼는 언어 역시 단연 일본어이다. 국력도 국력이거니와, 워낙 일본의 문자 체계와 문자 입력법이 복잡하기 때문에 일단 일본을 기준으로만 프로그램을 고쳐 놓으면 한국이나 중국어 버전은 약간만 추가 조치를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굴림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굴림체가 한글답지 못하고 일본 한자 서체의 스타일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한다. 사실, 한글 윈도우 95가 돋움이 아닌 굴림을 기본 글꼴로 내세우고 나온 것도, 굴림 계열 글꼴을 즐겨 쓰는 일본 쪽 문화를 참고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각종 컴퓨터 용어를 제정하거나 심지어 한글 코드과 글꼴 같은 걸 정할 때도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일본은 localize를 어떻게 했는지를 엄청 많이 참고해 온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굴림체를 도입해 놓고도 정작 둥근고딕 스타일의 한자 글립은 아직까지도 없다는 게 아쉽다. 예전이야 메모리 용량이 아깝고 하드디스크 용량이 아까워서 뺐다 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걱정이 없고 평생 쓸 일 없을 것 같은 유니코드 상의 온갖 외국어 문자도 다 글꼴이 내장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한글과 로마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문자인 한자를, 많이도 필요 없고 상용 한자 4888자만이라도 바탕과 돋움이라는 단조로움을 벗어나게끔 운영체제가 배려를 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9 08:47 2010/02/1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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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3.x 시절에 MS에 한글 글꼴을 공급한 업체는 왕년의 유명한 국내 벤처 기업이던 큐닉스 컴퓨터였습니다. 한때 프린터까지 만들던 곳인데, 지금은 망하고 글꼴 개발 부분만 모리스 디자인으로 상호를 바꿔 명맥을 유지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성체를 비롯해 동글동글한 이솝체를 만든 곳이죠.

이 글꼴들은 같은 명조, 고딕, 궁서라 할지라도 당시 아래아한글 2.x 전문용이 번들로 제공하던 한양 글꼴 equivalent에 비해 미려함이 덜하고 단조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외국산의 품질 좋은 래스터라이저와 힌팅 정보에 힘입어, 작은 크기에서의 품질 하나는 아래아한글이 적수가 될 수 없을 만큼 정말 좋았지요.
그때는 유니코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한글 글꼴은 2350자를 일일이 다 그려 넣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윈도우 95에 와서는 한글 글꼴 체계가 크게 향상됩니다. 그리고 이때 첫 라이선스 한 한양 글꼴은 그 최신 기술이 모두 반영된 작품이었습니다. 어떤 게 있는지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첫째, TTC. 굴림과 돋움, 바탕과 궁서가 한 글꼴 컬렉션으로 병합됨으로써 둘이서 한 한자 글립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나머지는 다 같은데 영문만 불변폭 글꼴인 ‘-체’ 글꼴 변종도 기억 장소의 낭비 없이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기술은 작은 고유 문자와 한자를 공용하는 일본에서도 더욱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굴림과 궁서도 별도의 한자 글립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지금도 명조 고딕 외의 한자 글꼴은 가정용 PC에서 좀체 보기 힘듭니다.)

둘째, 비트맵 자형 내장. 알파벳 글꼴이야 아예 비트맵밖에 없는 FON 파일만 쓰든가, 아니면 트루타입은 정교한 수제 힌팅만으로 작은 크기에서도 아주 보기 좋은 자형을 만들어 냈지만 한글/한자 같은 문자는 아예 비트맵을 만들어 넣어 주는 게 당장 더 유리합니다. 윈도우 3.1 시절엔 이런 개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바탕체 12포인트는 BT16.TBM이라고 TTF와는 완전히 별개의 파일에 글립이 저장되어 있으며 운영체제가 임의로 불러들이고 출력해 주더군요. 12포인트 말고도 15포인트용 BT20.TBM 파일도 있습니다.
TTF가 자체적으로 다양한 크기의 비트맵을 내장하게 된 것이 윈도우 95부터입니다. 덕분에 굴림, 바탕, 돋움이 모두 자체적으로 비트맵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윈도우 3.1보다 글꼴의 품질은 크게 향상되었죠.

끝으로 유니코드 지원입니다. 확장완성형 때문에 큰 물의를 빚긴 했으나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윈도우에서 운영체제 차원에서 11172자 한글 표현이 가능해지고 한글을 조합 글립으로 표현할 수도 있게 된 것이 95에 와서부터입니다.

윈도우 9x를 직접 설치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얘네 계열들은 설치 GUI가 정확하게 윈도우 3.1 커널 기반입니다. 16비트 코드와 32비트 코드가 짬뽕이어서 그런지 한글 글꼴도 두 체계가 완전히 짬뽕인 것을 볼 수 있죠. 첨부하는 그림을 보시면 설치 마법사 대화상자 안의 모든 글꼴들은 9x에서 볼 수 있는 ‘한양 시스템’ 굴림이지만, 그 바깥에 있는 약간 조악한 느낌이 드는 글씨들은 전부 윈도우 3.1 ‘큐닉스 굴림’ 10포인트입니다. 둘의 품질의 차이가 한눈에 보이시죠?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되고 운영체제가 발달하면서 문자 입출력 기술도 알게 모르게 더욱 정교해지고 범용성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똑같은 기능을 하면서 덩치만 아무 이유 없이 커지는 건 아니거든요.
예전에는 동아시아 버전 아랍권 버전 이렇게 따로 적용되던 기술이 이제는 전세계 어느 기계 내지 소프트웨어에나 동일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31 10:01 2010/01/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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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nerMania라고 무려 1989~90년대에 나온 도스용 프로그램이 있다. 나름대로 다양한 윤곽선 폰트를 사용하여 당대로서는 환상적이기 그지없는 글자 비틀기와 특수효과를 모니터와 프린터에 동시 구현하였다. 본인도 무려 286 AT 쓰던 시절에 이 프로그램을 돌려 봤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만든 프로그램이다. 굉장히 복잡 정교한 다각형 합성/채우기 계산 알고리즘이 쓰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다양한 그래픽 카드와 프린터 지원, 프로페셔널한 디자인 세트 등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의 두뇌가 결집하여 만들어진 작품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윤곽선 글꼴 파일을 읽어서 글자를 찍어 주는 프로그램을 나는 무려 2001년에 내 홈페이지 개설과 거의 동시에 만들어 올렸었다. 물론 내가 포맷을 분석한 건 아니고, 타인이 짠 코드를 포팅한 것이었다.
http://moogi.new21.org/src11.htm

이제 그로부터 7년 반 후,
본인은 그 글꼴 파일 자체를 아예 OTF로 변환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디 글꼴에는 진짜 최소한의 윤곽선 데이터만 들어있지 요즘의 범용적인 TTF/OTF처럼 코드 페이지 정보라든가 힌팅, 커닝 같은 개념은 있지도 않다. 그런데 BannerMania는 다각형 경계 계산을 일일이 수동으로 함으로써 커닝을 구현하는 듯하다.

WAVE 같은 단어도 보기 좋은 간격으로 찍히고, 글자의 ascent, descent 경계 구분도 자동으로 한다. 즉, 똑같은 줄이라면 AG의 A는 Ag의 A보다 더 크게 찍힌다는 것이다. 소문자 g가 차지하는 아랫부분 공간을 계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꼼꼼하게 잘 만든 프로그램이다.

글꼴 파일의 관행이 다 그렇기라도 한지는 모르겠는데, BannerMania 글꼴도 빅 엔디언을 쓴다. 이는 TTF, OTF 다 마찬가지이다. 단, 글꼴이 디자인된 공간의 크기를 나타내는 EM size는 220 남짓밖에 안 된다. (요즘은 1000~2000대가 대세)

윈도우 운영체제는 3.1 시절부터 TTF를 지원하다가 2000에 와서야 OTF도 지원하게 되었다. 글꼴 관리자를 꺼내 보면 전통적인 T자 아이콘 말고 O자 아이콘이 찍힌 글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OTF이다. 단, OTF 자체는 TTF 글꼴에다가 TTF의 고유 2차 스플라인뿐만 아니라 포스트스크립트 Type 2방식의 3차 스플라인도 포함할 수 있게 규격을 확장하고 몇몇 기능을 더 추가한, TTF superset에 가까운 개념이다.

윈도우 2000에서부터 Verdana, Times 같은 주요 영문 글꼴들이 OpenType으로 표시는 되나, 이들은 내부적인 윤곽선 표현 방식은 여전히 TTF 방식인 ‘껍데기만 OTF’들이다. 그것 말고 Type 2 방식의 진짜배기 OTF 글꼴도 윈도우 2000부터 지원은 하기 시작했으나, 그 지원 수준은 윈도우 비스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미비하다(7은 잘 모르겠음). OTF는 ClearType 안티 앨리어싱이 아직 지원되지 않으며, MS 오피스의 WordArt를 만들거나 오피스 2007이 제공하는 PDF 저장 기능으로 저장을 해 보면, 서체가 윤곽선 글립이 아닌 비트맵 이미지로 저장된다! 마치 아래아한글에서 hft 고유 글꼴을 처리하듯이 말이다. 이걸 보고 적지 않게 실망했다.

90년대에 아래아한글(휴먼 컴퓨터 포함)이 통합 글꼴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TTF를 썼다면 역사가 또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코드 페이지는 독자적으로 정해서 쓰고 있었으니 아래아한글용 TTF와 윈도우용 TTF가 서로 호환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 독자적인 한글 표현 방식이라든가, 글꼴 압축/암호화의 용이성, 글꼴 드라이버 계층의 독립 가능성 등으로 인해 통합 글꼴이 채택된 게 아닌가 싶지만, 결국 현재 통합 글꼴을 사용하는 제품은 지구상에서 아래아한글밖에 남아 있지 않고, 그나마도 어쩔 수 없이 legacy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30 09:52 2010/01/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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