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하버드 나와서 겨우 교수나 변호사나 대기업 사원이나 쳐 하며 썩기에는 너무 똑똑하고 똘끼 넘치던 젊은 컴덕 악동 몇 명이 1975년에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다.
마소는 처음에는 대기업 하드웨어에 같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납품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러나 결국은 전세계 PC에서 운영체제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평정해 버렸다. 자기 소프트웨어 단독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절에 컴터 프로그래밍은 16비트 x86 어셈블리 프로그래밍이 필수였다. 어셈블리어를 읽을 뿐만 아니라 직접 짤 수도 있어야 했다~!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고, 귀한 메모리를 1바이트라도 아끼고, CPU 클럭을 1사이클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설립자인 빌 게이츠 자신이 베이식 인터프리터.. 일종의 가상 머신을 어셈블리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아니면 대부분을 직접 코딩했었다. 수식 파싱, 메모리 관리, 각종 기하와 수학 알고리즘까지 전공 서적 찾아가면서 직접..
그는 천재 괴짜에 엄청난 워커홀릭이었다. (뭐, 컴터 업계에 빌만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결혼도 나이 40이 다 돼서야 했다. 물론, 억만장자 갑부가 됐으니 나이 따위는 결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처지였다. 결혼식 때 호텔 하나를 통째로 전세 냈다.
그는 자기부터가 그런 기질이니, 초창기엔 부하 직원들도 왕창 쪼고 갈구고, 작업 결과물에 헛점이 보이면 고함 지르고 쌍욕 퍼부으면서 개X랄을 떨었던 걸로 악명 높았다. 경쟁사의 잡스만 성질이 더러운 게 아니었다.
그런 데다 빌은 회장 대표이사라면서 거의 말단 직원의 직속상사 급으로 부하들의 업무 디테일을 다 꿰뚫고 있는 괴수였다. 이 사람의 손바닥을 빠져나갈 방법은 전혀 없었다.
전직 마소 출신 직원이 지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라는 책에 1990년대 초의 일화가 짤막하게 소개돼 있다.
직원들이 “이 양반.. 나이 30 중반이 되고 나니 그래도 갈굴 때 쌍욕(F***)이 좀 줄어들었네..”라고 회장 뒷담화를 한 것 말이다. ㄲㄲㄲㄲㄲ
Windows 3.0이 대성공을 거둬서 마소가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해지고 Windows NT에다 COM/OLE이라는 걸 처음 만들 때.. 더 나아가서 ActiveX라는 컴포넌트까지 만들던 90년대 초-중반이 마소의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중흥기 리즈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빌 회장님의 애환이 깃든 Visual Basic 자체를 COM 기반으로 완전히 싹 다시 만들고(버전 4).. 얘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토종 마소스러운 기술인 것 같다. 후대의 .NET이야 볼랜드 출신의 그 엔지니어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빌 게이츠는 엔지니어와 사업가 자질이 둘 다 두루 탁월했던 사람이다. 그는 컴퓨터를 그냥 오덕질이나 자아실현, 그냥 극한 시험용으로 쓰는 게 아니라, 이걸 전세계 남녀노소의 모든 민간인들에게 팔아먹고 그 짓을 하기 위한 보편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 생각을 했다.
소수의 빠, 매니아 위주로 신비주의 마케팅을 했던 애플 진영과 대비되는 면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은 잡스와 달리 그냥 장사꾼 같지, 무슨 ‘교주’ 같은 인상은 별로 없다. -_-
빌은 장사꾼으로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고 오픈소스 진영과는 적대적이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스팸 메일을 특별히 싫어해서 이런 거 거르는 솔루션의 개발에 몸소 친히 관여하기도 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저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팸 메일을 왕창 많이 받습니다. 저보고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느니, 대출 많이 쉽게 받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거예요. 웃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ㄲㄲㄲㄲㄲㄲㄲ
빌 휘하에서 마소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대기업 IBM을 통수 쳤고 애플과도 으르렁댔으며, 여러 경쟁업체들을 로비와 독점으로 비열하게 고사시킨 이력이 있다. -_-;; IE 브라우저 독점뿐만 아니라 도스 시절에 Stacker사 Double space 저작권 침해 사건을 기억하는 분이 있으면 완전 아재일 테고.. ^^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소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근무 성적 하위 5%인 직원은 꾸준히 짤랐다고 전해진다. 빌뿐만 아니라 사장인 스티브 발머도 엘리트 출신에 완전 “오로지 1등”주의였다고 한다. 꽤 살벌한 기업이었다.
그래서 “마소 직원들은 애플이나 구글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사내 팀과 경쟁한다” 이런 말이 있었을 정도래나.. 이거 무슨 일본군 육군과 해군의 대립도 아니고.
안에서는 직원을 왕창 갈아넣고, 대외적으로는 저런 짓을 한 것이다. 그게 과거 마소의 놀라운 성장 비결이었다.
아~~ 그래서 그 시절에 Windows 9x와 NT 간에 API가 따로 놀기도 했었고, 한동안 오피스 팀이 파일 열기 대화상자를 Windows 것을 안 쓰고 따로 만들었고.. C 런타임 라이브러리도 Windows 팀과 Visual C++ 팀이 연계가 안 돼서 따로 놀고 그랬구나..!! 싶다.
그랬는데.. 마소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이 멈추고 몰락의 기미가 보였다.
Windows XP에서 Vista 사이에 이례적으로 시간을 오래 끌었고.. 심지어 IE (브라우저) 팀을 없애고 Windows 팀으로 합치려고도 했다.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얘들은 모바일에는 완전히 적응을 못 하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사실, 빌 아저씨도 선견지명이 없는 건 아니었다. 1990년대에 이미 "미래로 가는 길,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 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었다.
단지, 그걸 인터넷이 아니라 MSN이라는 독자 독점 프로토콜의 네트워크로 실현하려 했을 뿐이다.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리고 2010년대에 와서는 뒤늦게 Windows Phone/Mobile을 보급하려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노키아를 뒤늦게 인수해서 구글과 애플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주변의 자기 직원조차 아이폰을 쓰고 있는 걸 보자 스티브 발머가 노발대발했었던 건 유명한 일화이다.
이런 뒤숭숭한 와중에 출시된 Windows 8은 괴작으로 시장에서 크게 실패했다. 2000년대에 Windows ME가 실패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실패했다.
이런 시기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같은 “싸우자 독점하자 이기자” 1세대 경영진이 마소에서 완전히 물러났으며, ‘사티아 나델라’라는 인도 출신의 완전히 새로운 피가 들어왔다. 이를 계기로 오늘날의 마소는 과거의 마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기업으로 변화했다.
돈 안 되는 모바일 사업부는 포기하고, 영원한 원수 같던 오픈소스 진영을 포용하고, 마소가 Windows와 Office만 만드는 회사라는 편견을 깨뜨리려 하는가 보다.
다들 아시다시피 github를 인수하고 한때 빌도 하려 했지만 결렬됐던 id 소프트웨어를 인수하고(정확히는 그 모회사), 심지어 블리자드까지 인수하고.. 각종 옛날 자기네 제품들의 소스를 공개하고. 가히 놀랄 노 짜이다.
앞으로 마소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에서도 About 대화상자나 도움말 acknowledge 같은 걸 살펴보면.. 사용된 오픈소스 목록이 쭈루룩~ 나오고 "LPGL 라이선스에 의거해서 우리 제품에서 변경한 소스 부분을 공개합니다"
이런 문구를 보는 날이 올지...?? 내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 ^^
대외적으로는 그렇고 사내에서도 “직장 동료는 그저 경쟁하고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다같이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많이 아는 게 아니라 많이 배우는 게 좋은 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남의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뭔가 주토피아 Try everything스러운 사고방식을 회사 차원에서 전파하는 중이라고 한다. 과거의 악랄· 사악했던 이미지를 벗으려고 많이 노력하는가 보다. (그래서 MSDN도 LEARN.microsoft.com으로 바뀐 듯..^^)
일단은 이게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중이며, 마소의 주가도 10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솔직히 Explorer 브라우저가 독점하던 시절이랑, 이제는 마소에서 자체 Edge 브라우저조차 포기하고 그냥 크롬과 동일한 엔진으로 갈아탄 현 시국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너무 다르다. 당연히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배고프던 시절에 빌이나 발머 같은 1세대 경영자들이 마음 독하게 먹고 지저분한 짓, 욕 먹을 짓을 감행하면서 당장 마르지 않는 돈줄을 확보해 놨기 때문에 후대 경영자가 좋은 여건에서 저렇게 상생 운운하면서 다음 전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감안할 점이다. 단지, 언제까지나 1세대 사고방식만 고수하면서 살 수는 없을 뿐이다.
과거에 마소의 킬러 앱들도 1.0 시절부터 100% 순수 오리지널 창작이었던 것은 극히 드물었다. 엑셀 스프레드시트 정도나?
MS-DOS야 CP/M에서 시작됐고 Visual C++의 먼 전신인 MS C는 Lattice C의 소스에서 시작됐으며, IE야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원조이다만.. 그것들을 원본보다 크게 발전시킨 것도 능력이다.
뭐, 빌도 인간이다 보니 모든 미래 예상이 적중하지는 않았으며 실패도 했다. 그래도 회사를 말아먹을 정도로 큰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만큼만 실패했다. 이 역시 옛 경영진의 탁월한 능력이었음이 사실이다. (빌 아저씨는 너무 사용자 친화적인 마케팅 요소에만 집착하다 보니 1990년대 중후반엔 Bob이라든가 Office 길잡이처럼 너무 깜찍한 흑역사;;를 만들었던 적도 있다. ㅎㅎ)
이렇게 시대가 바뀌고 경영진이 바뀌긴 했는데.. 그 뒤부터는 이젠 PC와 Windows가 예전 정도로 중요한 밥줄이 아니어서 그런지..
마소 제품들에서 2,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나사 빠진 듯한 버그들이 종종 눈에 띄는 중이다. -_- 이게 좀 새로운 부작용인 것 같다. "일단 만들어서 배포부터 한 뒤에 문제가 발견되면 나중에 패치하면 되지..." 이런 군기 빠진 마인드가 마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 건지도 모르겠다.
※ 여담
(1) 이렇듯, 마소의 운영체제 독식과 브라우저 독식을 종식시킨 것은 스마트폰 모바일 환경, 그리고 오픈소스 진영의 약진이지 싶다. 2004년 파이어폭스, 2008년 크롬은 그야말로 컴퓨팅 환경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2) 은행 공공기관에서 IE가 완전히 필요 없는 세상은 도래하긴 한 건가? activeX의 대체제인 exe 프로그램은 기술적으로 나은 게 없다고 한때 논란이 많았는데 말이다. 난 여전히 edge+ie 모드에 의존 중이다.
이런 보안 분야는 여전히 웹 표준이 100% 감당이 안 되는가 보다. 오히려 스마트폰 은행 앱은 이 기기를 다른 사람이 쓸 일이 없다고 가정을 해서 그런지 돈 보내는 절차가 더 간단하다.
(3) 1990년대 후반부터 Windows 9x가 완전히 명줄을 다하고 16비트/도스 시절이 완전히 종식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RAM이다. 메모리가 엄청 용량이 늘고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win95 나오던 시절에만 해도 램 8~16MB 갖고 빌빌대던 게.. 겨우 98 때 갑자기 64~128MB로 뻥튀기 된 건 정말 경이로운 현상이다. PC의 발전사에서 클럭 속도뿐만 아니라 메모리의 증가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 전자도 이 시기에 큰 혁신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4) 과거에 공룡 기업 IBM은 메인프레임 장사가 너무 잘 돼서 그런지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었고, PC라고 불리는 개인용 컴터 시장에 대처를 제대로 못 했다. 덕분에 이쪽 주도권을 마소에게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쯤 뒤엔 공룡 기업 마소가 PC의 Windows와 Office에만 안주하다가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에 대처를 제대로 못 했다. 덕분에 그거 주도권은 안드로이드와 iOS 진영에게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굉장히 비슷한 패턴의 역사가 반복된 것 같다.
(5) 그러고 보니 2010년대에 애플도 잡스가 죽으면서 최고 경영자가 바뀌었고, 야후에서는 잠시 새로운 여성 CEO가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했다. 그 뒤로 아이폰과 갤럭시 폰은 갈수록 서로 비슷해지며 수렴 진화 중이고, 야후는 여전히 비주류로 밀려난 듯하다.
마리사 메이어는 먹튀 논란이 있긴 했지만.. 그 당시 야후는 어떤 CEO가 들어가더라도 수습이 안 될 정도로 상태가 너무 안 좋기도 했다. 야후 코리아가 없어진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