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 역시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 돈 졸라 많이 벌긴 하는데 쓸 일 별로 없다 (사람 접대를 안 하니, 품위 유지비 같은 것도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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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 덕분에 플로피 디스크는 오늘날 PC 환경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용량 캐부족하고, 느리고 에러율 높고.. 미래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왜 A가 아닌 C부터 시작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세대도 분명 등장하지 싶습니다.
아이오메가 ZIP 드라이브처럼 플로피를 대체하는 보조 기억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편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USB 메모리가 급속도로 널리 퍼졌지요. 윈도우 2000/ME급부터는 별도의 드라이버를 전혀 설치하지 않아도 이제 운영체제가 알아서 인식도 해 줍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지만, 그래도 플로피 디스크는 컴퓨터로부터 정보를 읽고 쓰는 그릇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최초의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각종 응용 프로그램에서 '저장' 아이콘은 아직도 3.5인치 디스켓 그림이 단골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저장이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메타포어가 된 것입니다. 마치, 화장실 같은 데서 남녀를 구분하는 단골 아이콘이 치마 모양이 된 것과도 같습니다.
USB 플래시 메모리가 처음부터 개발되어 쓰였다면 아이콘 모양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철도 차량은 어떤가요?
여러 객차를 한데 연결해서 쇠로 된 레일 위를 달리는 이 교통수단에 대한 메타포어는 단연코, 연기를 뿜고 달리는 증기 기관차입니다. 기차라는 한자어 자체가 증기 기관차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 그리고 철길 건널목 주의 표지판의 그림... 모두 증기 기관차의 특성이 그대로 철도 차량 자체의 상징으로 발전해 버린 예입니다. 요즘 디젤 기관차는 그 정도로 연기를 뿜지도 않으며, 심지어 전기 기관차는 칙칙폭폭은커녕 지멘스 옥타브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달리기도 하지 않습니까?
어떤 새로운 개념이 첫 등장하면, 무엇이든 그 새로운 개념이 최초로 사람들에게 구체화, 현실화한 그 형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가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윈도우 2000부터는 스크롤바에도 우클릭 메뉴가 생겼다. 마우스가 가리키는 특정 지점이라든가 맨 위/아래 지점으로 바로 스크롤이 가능해서 매우 편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병맛 같은 우리말 번역.
위쪽 / 아래쪽 이 무엇인지 짐작하시겠는가?
이게 영어는 Top / Bottom이다. 즉, 스크롤되는 대상의 맨 꼭대기/맨 밑바닥 위치를 가리킨다.
본인은 한국어를 봐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페이지 위로 / 페이지 아래로는 Page up / Page down의 직역이다.
차라리 위쪽 / 아래쪽은 Page up / Page down의 번역으로 더 적절하지 않은가? 아니면 차라리 '한 화면 위/아래' 말이다.
Top / Bottom의 의미를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최소한 '가장'이나 '맨', '최' 같은 최상급 부사가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보다 더욱 병맛 같은 번역, 사람 진짜 낚은 번역은 따로 있다.
윈도우 XP와 비스타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작 메뉴가 도입되어서 자주 실행하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메인에 뜬다. 그리고 사용 빈도와 관계없이 언제나 나타나 있길 원하는 프로그램은 거기에 '고정'(pin)이 가능하다.
고정을 할 때는 프로그램 아이콘을 우클릭한 후, '시작 메뉴에 고정'을 누르면 된다.
그런데 이미 고정된 프로그램을 우클릭하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와 '이 목록에서 제거'가 뜬다.
둘 중 하나는 단순히 '고정 상태 해제'이고,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시작 메뉴에서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한국어만 봐서 뭐가 뭔지 파악하겠는가? (7은 아예 작업 표시줄에 고정이 되므로 해당 사항 없음)
정답을 말하자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가 고정 해제이고, '이 목록에서 제거'가 완전히 제거이다!
도대체 시작 메뉴하고 이 목록의 개념상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_-;;
영어 원문은 엄연히 전자는 Unpin, 후자는 Remove이다. '고정 해제'라고 하면 아무 혼동 없이 알아들을 텐데 왜 번역을 이 따위로 했는지? 2002년에 윈도우 XP를 써 온 이래로 아직까지도 본인은 직접 아이콘을 실수로 없애 버리지 않고서는 분간을 못 한다. MS 제품에 들어있는 제일 엉터리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윈도우 XP sp2가 나오기 전, IE 6의 About 화면을 보면 '승인'이라는 버튼이 있었다. 이게 뭘까요?
영어 원문은 Acknowledgments이다. 이걸 클릭하면 IE 6의 개발자 명단이 애니메이션으로 쭈르륵 나온다. 그렇다. 이건 논문이나 저서(특히 외국물)에서도 볼 수 있듯, '감사의 글' / '만든 사람들' 뻘 되는 의미로 번역해야 맞다.
이때 Acknowledgment를 승인이라고 너무나 사전적인 의미로 번역하는 것은, '만든 사람들' 리스트가 나오는 Credits를 달랑 신용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번역가가 이 단어가 쓰이는 문맥과 상황을 알지 못하고, 그냥 수많은 영어 문장/단어 리스트를 보면서 기계적으로 번역해서 그런 것 같다.
저런 오역은 그냥 사람을 낚는 정도이지만, 오역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오늘날처럼 영어로 무수한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엔 영한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나 번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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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995-6년 사이는 PC 게임 환경의 역사상 굉장히 의미심장한 과도기였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고 있었고, 그래픽 역시 VGA 320*200 256색 모드를 탈피하여 2D 게임을 기점으로 고해상도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래픽 가속기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고, 비록 아직 듣보잡 지위이긴 하나 DirectX란 것도 그때 개발되어 나왔다. 빌 게이츠는 윈도우 95를 게임용 엔터테이먼트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중이었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저장 매체도 CD롬이 슬슬 플로피 디스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당시 게임은 650MB 공간을 꽉 채울 정도로 대용량은 아니었다. 97~98년 사이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도 음악과 동영상을 제외한 립버전이 200MB 안팎이었고, 윈도우 95 역시 실제 운영체제 파일 용량은 100MB도 채 하지 않던 시절이다.
이때 몇몇 게임은 CD롬을 아주 재미있게 활용했다. 디스크를 오디오 CD 겸 CD롬 겸용으로 만들어서 파일은 50-100MB 정도의 공간만 차지하고, 나머지 공간에다가는 게임 배경 음악을 집어넣은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퀘이크 1이다. 옛날에 무슨 팝송 영어 교재 CD도 그렇게 겸용 형태였다. 공간 활용을 잘 한 경우라 하겠다.
게임 내부에서 사용하는 음악을 일반 CD 플레이어로 간단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노출한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굉장히 기발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때는 그 CD를 정품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비록 가상 CD 기술 때문에 완전히 무력화됐지만 말이다.
그 당시에 오디오 CD는 CPU와는 완전히 별도로 동작했기 때문에 CPU에 부담을 전혀 주지 않았다. 요즘이야 MP3 틀어 놓고 온라인 게임도 마음대로 할 정도로 하드웨어 환경이 좋지만, 486이나 펜티엄급 컴퓨터만 해도 MP3 하나 트는 것만으로 CPU 사용률이 10~20% 정도 치솟던 시절이었다.
미디보다 음질 좋지, CD롬의 남는 용량을 활용하지, CPU 부담 안 주지, 40분 남짓한 정도의 시간이면 게임 사운드 트랙을 모두 담는 데 별 무리도 없지(게임 음악은 은근히 짧으며, 나머지는 전부 반복이다. ^^), 허접하게나마 정품 체크도 간단히 할 수 있지..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은 온라인 게임 클라이언트가 최하 기가바이트급이다. 배경 음악은 미디도 아니고 그냥 내부적으로 mp3/wma/ogg 같은 걸 그대로 재상한다. 불과 15년 남짓 전인데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다니 참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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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압축 프로그램으로 7zip과 압축시대-_-를 써 보다가 다시 빵집으로 복귀했다.
빵집!
한창 알집이 불안정함, 버그, 황당한 독자 포맷 때문에 파워 유저들을 중심으로 까이고 있던 무렵에, 개인 명의로 순수 공개로 개발된 프로그램인지라 한동안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개발자의 개인 사정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버전업이 못 되고 있어서 차츰 사용자가 다시 줄고 있다.
하긴, 빵집이 나오기 전에 알집이 국내 압축 유틸리티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엎긴 했다. 알집이 없었으면 본인도 WinZIP이나 WinRAR 같은 것이나 어렵게 크랙판 구해서 썼을테니 말이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초보자의 관점에서는 압축 포맷 나부랭이를 떠나서 아무 포맷이나 원큐에 압축을 풀고 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원했을 것이고 알집은 수요 분석 하나는 잘 했다. (그보다 더 옛날엔, 아예 A, E, X 같은 옵션을 익혀서 온갖 어려운 명령행 유틸리티로 압축을 했으니 더욱 암울했다)
과거 WinZIP이 압축하기/풀기 마법사에다가 완벽한 쉘 통합(탐색기 우클릭)까지 환상적인 인터페이스 껍데기를 선보였다면, 알집은 ‘새 폴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빵집은 ‘알아서 풀기’, 복사해서 붙여넣기 등을 추가하여 더욱 편리한 기능을 제공했다. 요즘은 압축 프로그램이 액세서리로 심지어 CD 이미지 파일까지 열 수 있다. 압축 파일은 아니지만, 파일 시스템 정보를 포함한 아카이브 파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압축 프로그램에게 또 필요한 덕목이 생겼으니, 바로 64비트+유니코드 지원이다. 그야말로 필수가 됐다. 64비트 OS에서는 우클릭 메뉴가 안 나온다거나, 요즘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일본어로 된 영화 자막 파일의 압축을 못 푼다거나 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빵집은 안타깝게도 저게 되지 않는다. 시스템 코드 페이지가 한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프로그램 UI가 죄다 깨진다. 또한, 정확한 재연 조건을 잘 몰라서 빵집 잘못이라고 100% 단정은 못 내리지만, 빵 폴더 같은 쉘 통합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아주 가끔 explorer가 죽는 현상을 경험한다.
왜 빵집을 ‘의심’하는가 하면, 첫째, exception 상황을 알리는 에러 메시지 박스가 델파이로 개발된 프로그램이 죽었을 때 뜨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빵집이 설치되지 않은 컴에서는 그런 현상을 지금까지 전혀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본인도 빵집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타려고 대안을 찾아봤는데..
회사에서만은 도로 빵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유는 단 하나.
다른 모든 압축 프로그램들은 tar.gz 파일을 열면 내부의 tar 파일 하나만 달랑 보여주는 반면,
빵집은 사용자에게서 확인 질문을 받은 후 친절하게도 tar 내부까지 자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너무 편하다.
리눅스 환경에서 그냥 tar로 압축하여 백업한 파일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윈도우 환경에서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능보다도 저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고 꼭 필요한 기능인 것이다.
흠, 이런 건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개발자에게 건의를 해 봐야겠다. 본인은 특정 분야의 공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그 신고와 건의를 많이 듣는 편이지만, 본인도 역시 아주 가끔은 다른 소프트웨어에 대한 버그 신고와 건의도 직접 한다.
※ 덧.
윈도우 비스타나 7에서 Aero를 사용하고 있을 때 창을 최소화하면, 대부분의 표준 윈도우들은 작업 표시줄 쪽으로 멋있게 사그라든다.
하지만 경험상 델파이로 개발한 프로그램들은 아래로 멋있게 사그라들지 않고, 그냥 창을 닫을 때와 동일하게 그냥 fade-out으로 사라진다. AcroEdit라든가 WinM, 빵집 모두 마찬가지임. 뭔가 특별한 방식으로 윈도우를 다루는 것 같다.
그 반면 완전 자체 스킨을 사용하는 아래아한글이나 알집-_- 같은 프로그램은 그런 효과가 전혀 적용되지 않고 그냥 없어진다.
또한 비스타 이상에서 정상적인 실행이 보장되지 않는 비주얼 C++ 2003 같은 프로그램은, 최소화될 때 빈 창틀만 사그라들면서 다른 어느 프로그램과도 다른 이상한 애니메이션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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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날씨도 다시 쌀쌀해져 있는데,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먹는 순대와 뜨끈한 오뎅 국물이 이리도 맛있을 수가 없다. 행복이란 의외로 작은 곳에 있는 것 같다.
2. 교회에서 어느 샌가 20대 청년 중 최고령-_-에 등극하게 됐고, 여차여차 하던 끝에 20대 청년부 회장으로 당첨. 예배 전 찬양 인도에(부를 찬송을 완전히 내 마음대로 선곡 가능), 교회 홈페이지 운영자 권한 등, 한 교회에서 4년이 넘게 오래 정착해 있으니 점점 권력(?)도 생기고 역할도 커지고 있다.
3. <날개셋> 한글 입력기 버전업을 계속하고 싶은데... 요즘은 관심사가 여기저기 쏠리고 개인 신상의 변화도 있고 해서 영 작업이 안 되고 있다. ㅜ.ㅜ 최근에 스타크래프트 2에서 한글 입력이 잘 안 된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지만 이건 뭐 프로그램 덩치가 너무 크고 게다가 계정까지 필요하니 여기서는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다. 이것만 마무리 짓고 나서 5.53 패치라도? 사실 5.52 이후로 이미 이것저것 고친 게 그래도 꽤 된다.
4. 리눅스 쪽은 한글 입력기조차도 EXE 프로세스라는 게 굉장히 인상 깊다. 과거 윈도우 3.1이 그랬었다. 간단하게 실행했다가 종료가 되는 덕분에, 이것저것 고쳐서 테스트하기는 윈도우 환경보다 훨씬 쉬울 것 같다. 이미 실행 중인 EXE 파일을 지울 수도 있다는 것도 윈도우 세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굉장한 충격임.
앞으로 3년 안으로 맥이나 리눅스 중 최소한 한 플랫폼에다가는 <날개셋> 포팅을 완료하고 싶다. 그런데 XIM이라는 입력 프로토콜 자체가 이미 너무 구닥다리가 되어서, 앞으로 딴 걸로 바뀐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
5. 내 홈페이지에서 내 소개와 <날개셋> 한글 입력기와 관련된 페이지만은 영문과 일본어 버전도 만들까 생각 중이다. 특히 한글 입력기의 경우, 이미 일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알려져 있다. 일본어는 보통 로마자 표기 발음으로 입력하기 때문에 그들은 한글도 로마자 발음으로 입력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으며, 내 프로그램이 그에 대한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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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 방정식이란, 미지의 변수가 존재하여 이 변수의 값이 무엇이냐에 따라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등식을 말한다.
사실 일차방정식.. 즉, 미지수에 대해서 잘 해 봤자 상수배의 곱만 존재하는 간단한 방정식만 해도 인간의 지적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가령, "아날로그 시계에서 5시와 6시 사이에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이 겹치거나 직각이 되는 시각은?" 같은 것도 일차방정식으로 풀어 낼 수 있으며,
마음속으로 어떤 수를 생각해서 뭘 곱하고 뭘 했는데 언제나 무슨 수가 딱 떨어지게 나오는 것은 마술이나 독심술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차수는 일차인데 변수가 여러 개인 경우가 있다. 미지수도 n개이고 식도 n개. 이런 형태의 문제를 푸는 것은 실용적인 가치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행렬이라는 추상적인 모델로 간단히 표현하여 선형 대수학이라는 별도의 분야까지 수학에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행렬도 굉장한 발견이라고 생각함. 이런 개념을 만듦으로써 어마어마한 양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식에 미지수 자체의 제곱이 들어있으면 이차방정식으로 방정식의 격이 올라간다. 여기서부터는 제곱근, 인수분해 같은 개념이 등장하고 예전보다 살짝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2차 정도는 인수분해 뿐만 아니라 일반해를 구하는 근의 공식조차 유도가 가능하다. 이미 수백 년 전에 발견되기도 했고,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공계를 나온 친구라면, 비록 입시 코스를 통과했더라도, 수학 감각 자가유지 테스트 차원에서라도 근의 공식 유도 정도는 이따금씩 해 볼 만하다.
참고로 이차방정식의 양변을 x로 나누면 분수 방정식이 된다. 그래프 모양은 2차 방정식과 완전히 다르지만, 반대로 양변에 x를 곱해서 이차방정식 풀듯 풀면 된다. 단, 풀고 나서는 분모를 0으로 만드는 무연근만 버리면 된다. (수학에서 0으로 나누는 게 용납된다면 "모든 수는 0이다" 같은 궤변도 증명할 수 있고 별별 게 다 가능해진다.) 분수 방정식은 비록 정석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조화평균처럼 나눗셈이 수반되는 곳에 미지수가 있을 때 쓰인다.
2차 방정식보다도 차수가 올라간 3차 이상부터는 일반해를 구하는 공식은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살인적으로 복잡해진다. 대학교 수학과 교수라도 안(못) 외운다. ^^ 학교에서 3차 이상의 고차 방정식은 인수분해가 안 되는 이상한 식이 다뤄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3차 방정식은 2차항을 소거하여 x^3 + p*x + q = 0 형태로 바꾼 후 푼다. 즉, 임의의 3차 방정식은 저 꼴로 본질적인 정보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인의 지인 중엔 손으로 3차 방정식의 일반해 공식을 스스로 유도해 냈다고 자랑하던 녀석이 있었다. 뼛속까지 수학과 물리를 진심으로 벗삼아 즐기는 놈인데, 흠좀무.
4차 방정식 역시 일단 3차항을 소거한 뒤 풀이하는데, 임의의 케이스에 대한 일반해 공식은 3차보다도 더욱 길고 아스트랄하다. 과연 대수학(algebra)의 무서움이다. 그냥 저런 게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면 된다. 실용적인 가치는 별로 없으며, 실생활에서 그 정도 방정식을 풀 일이 있으면 그냥 numerical하게 근사해를 사용해도 아무 지장 없다.
그런데..
문제는 5차 이상부터이다.
수학 쪽으로 조금만 상식이 있는 분이라면 잘 알 것이다.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인 방법으로 해를 구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P=NP 같은 것처럼 아직 해답을 못 찾은 게 아니라, 원천적으로 절대 존재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이 되어 있다.
인수분해가 안 되는 놈이라면 얄짤없이 포기하고 일찌감치 numerical 근사해로 만족하라는 뜻.
왜... 왜 없는 것일까? 그것도 왜 하필 5차부터?
2차부터 4차까지 일반해를 대수적으로 구하는 근의 공식을 살펴보면
비록 말도 못 하게 복잡하더라도 그 연산 자체는 평이하며 우리의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다. 식의 계수에 대해서 적당하게 사칙 연산 씌우고, 거듭 제곱하거나 (거듭) 제곱근을 구하는 작업을 유한 번 적용해 주면 답이 나온다. 즉, 이들 방정식의 해는 대수적 연산이라는 언어로 기술이 가능하다. (좀 전산학적인 개념이 들어가는군..)
그런데 5차 이상의 방정식은 해 자체가 그런 대수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수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냄으로써,
일반해 공식이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아니, 사실은 저것도 직접적인 증명이 아니라, 5차 방정식의 일반해를 대수적인 방법으로 기술했을 때 모순이 생긴다고.. 귀류법을 이용해 증명했다.
헐, 그런 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수이며 어떤 특성을 가질까? 루트라든가 기존 대수적 조작을 통해서 특성을 기술할 수 없는 수?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초월수도 아니고?? 아마 이런 수는 별 특성이 없고 의미가 없다 보니 그렇게 연구가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왜 하필 5차부터 그런 경우가 생기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런 걸 알면 내가 이 자리에 안 있지.. ㅋㅋㅋ
※ 외전: 방정식 연구자들의 말로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최초로 찾아낸 사람은 타르탈리아라는 수학자이다(16세기 사람). 그는 이 사실을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고 카르다노라는 의사 겸 수학자에게 해법을 전수해 줬는데... 제자인지 라이벌이지 뭐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 카르다노라는 양반, 아예 책을 써서 해법을 공개적으로 발설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걸 자기 이름으로 떠벌리면서 3차 방정식의 해법의 발견자로 '카르다노'라는 이름을 학계에 당당히 올려 버렸다.
타르탈리아로서는 "저런 쌍노무 새퀴, 인간말종 호로자식을 봤나!" 정말 이성을 잃을 정도로 노발대발하고 카르다노를 향해 매일 축시의 저주를 거행했을 것이다. -_-;; 그것 때문이었을까? 카르다노는 아들이 어머니(=카르다노의 아내)를 살해하고 그 죄에 대한 벌로 아들도 덩달아 처형 당하는 가정 팀킬-_-을 겪었다. 그 역시 도박에 빠져 가난하게 지냈으며, 나중엔 죽는 날짜를 예고한 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긴, 타르탈리아도 그 천재성에 비해 가난하고 어린 시절이 불우했으며 후천성 장애를 얻어 말더듬이였으니 더욱 안습.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카르다노의 제자이고 사실상 그의 양자였을 거라고 추정되는 로도비코 페라리가 최초로 발견했다. 이쪽은 다 16세기 이탈리아 라인이구나. 그런데 그 역시 술과 도박에 빠져 지내다 손가락 장애를 얻고 나중엔 무려 애인 또는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여인에게 독살 당했다. -_-;;
그리고 끝으로, 5차 이상의 방정식에 대한 연구는 19세기에 와서야 잘 알다시피 갈루아와 아벨이라는 두 천재 덕후 수학자가 확실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수학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얼마나 불운한 천재였는지 알 것이다.
닐스 헨릭 아벨(노르웨이)은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으로 풀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하고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 탁월한 논문을 남겼다. 그 분야 중 하나는 타원 함수는 아마 20세기 말에 와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도 쓰인 이론인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는... 너무 천재여서 능력을 인정을 못 받은 채, 가난에 찌들고 살다가 26세의 나이로 결핵과 영양실조로 인해 사실상 굶어 죽었다... ㅎㄷㄷㄷㄷㄷ 그가 죽고 나서 이틀 뒤에, 드디어 베를린 대학 교수로 임용됐다는 편지가 도착했으니, 지못미 아벨. ㅠ.ㅠ
갈루아(프랑스)는?? 아벨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은 덕후였다. 불세출의 논문을 하나 쓴 게 프랑스 과학원의 병신 같은 실수로 인해 분실되어 심사도 제대로 못 받았고, 겨우 21세의 나이로 치정 문제에 연루되어 권총 결투 중에 목숨을 잃었다...;;;
죽기 전날 유언장처럼 쓴 노트가 후대의 수학자들을 놀라게 한 논문이 되었다. 그는 아벨과는 다른 방법으로 5차 방정식의 대수적 풀이 불가능성을 증명하고 더 나아가 n차 방정식의 대수적 풀이 가능 조건을 논하면서 군론(group)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군 이론에 기초한 방정식의 갈루아 이론은 완전히 이해되는 데만 7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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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마천루 시대를 연 건물은 다름 아닌 ‘삼일 빌딩’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이 건물은 1960년대 말, 경부 고속도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완공되었으며,
15년 남짓 뒤에 63 빌딩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건물 높이는 약 110m에 달한다.
작명 원리는 63 빌딩과 동일하다. 이 건물은 31층이다. 하지만 삼일 빌딩은 31 빌딩이라고 쓰지 않으며, 63 빌딩은 육삼 빌딩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게 흥미롭다. 물론 63 빌딩은 지상은 60층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31일이라는 층수는 ‘삼일절’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며, 항일 의지를 담아서 의도적으로 이 층수대로 건물을 만들라고 당시 박 정희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술진이 나름 성공적으로 설계와 건설을 해 냈으며, 건물이 완공되자 시민들은 감탄하여 목이 빠지게 위를 쳐다보면서 층수를 세느라 정신없었다고 한다. 훗날 서울 지하철이 첫 개통했을 때 신기해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삼일 빌딩은 있는 곳도 지극히 서울스러운 도심 한복판이다. 그러니 서울의 상징으로 등극할 수밖에 없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며, 종각· 종로3가·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라는 네 전철역의 정확한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역, 서울 시청 등과 아주 가깝다. 꼭대기 층인 31층에는 뷔페식당이 있는데 창밖을 내려다보면 청와대도 보이고 동대문 두산 타워까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본인은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회사에서 병역 특례 근무를 한 적이 있는지라 이 건물에 더욱 애착이 간다. 위치 하나는 정말 끝내 준다. 청계천 길을 따라 자전거로도 출퇴근도 해 보고, 거기서 한글 회관까지도 자전거로 가 봤다.
이제 무려 40년을 묵은 건물이 됐지만 그리 낡은 티는 안 난다. 단 하나,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후지고 더구나 주행 모습이 위태로웠는데 2008년을 전후하여 다행히 새 걸로 교체되었다.
서울 금싸라기 한복판이라는 특성상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그럴 만도 하다-_-), 당시 회사가 구로나 DMC 쪽으로 이사를 가려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냥 루머로 끝났는가 보다.
한국 최고층 건물이라는 기록은 훗날 63 빌딩에게로 넘어갔다. 위치는 잘 알다시피 여의도이다.
철도로 상경하다 보면 이 63 빌딩 건물은 창밖으로 꼭 보게 된다. 서울 톨게이트보다 이런 게 진짜 내가 서울에 도착했다는 인상을 더욱 강렬히 준다.
63빌딩의 높이는 약 240~250m이며, 층수가 두 배이니 높이도 삼일 빌딩의 두 배보다 약간 더 높다. 건설은 외국 회사가 한 것이다.
63빌딩과 직선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노량진 역이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이유로 인해 거기서 바로 63빌딩으로 가지는 못하고 여의도 상에 있는 5호선 여의나루나 9호선 샛강 역에서 내린 후 도보로 6, 700미터 이상 꽤 걸어야 갈 수 있다. 여의나루 역에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와 63빌딩은 방향이 정반대일 뿐 서로 비슷한 거리이다. -_-
건물 주변 경관은 무척 좋다. 여의도 하면 증권가가 먼저 생각나지만, 63빌딩이 있는 곳은 강변 고수부지가 코앞에 있고, 지어진 지 오래된 것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주거 구역에 더 가깝다. 도심이라기보다는 꼭 지하철 종점 같은 교외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삼일 빌딩 주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런 곳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지금은 63빌딩보다도 더 높은 건물이 강남 타워팰리스를 포함해 서울 목동에도 생겼지만, 평일 낮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업무 건물” 중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63빌딩이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
옛날에 분당선 구룡 역과 도곡 역 일대를 답사하면서 타워팰리스를 직접 본 기억이 있다. 양재천이 바로 앞으로 지나기도 하고 나름 괜찮은 주거 구역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구룡 역은 정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굴욕’ 역임이 틀림없음도 확인했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63빌딩보다 더 높은 건물은 계속 지어질 예정이다.
1990년대에 전철 분당선만 해도 신도시 건설과 동시에 건설되는 노선이었고, 지하로 건설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산선 같은 지상+고가 형태도 아니요, 하다못해 일산선처럼 지상+지하 짬뽕도 아니라, 건설비 증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구간 지하로 건설된 이유 중 하나는 인근의 성남 서울 공항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고층 건물 짓느라 서울 공항 활주로를 틀겠다고 하니 세상 참 심하게 많이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지금 잠실 역은 역명을 롯데 역으로 바꿔도 좋을 정도로 온통 롯데월드 천지가 되었는데 초고층 건물까지 생기면... 흠좀. 잠실 역의 혼잡도 가중되고 교통 역시 강남 역 주변 수준으로 열악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층 건물은 엘리베이터도 굉장한 고성능으로 장착하게 된다.
목적지 층보다 두세 층 이전부터 속도를 줄이는 기미가 느껴지는 정도라면, 어지간한 건물에서는 찾기 어려운 고속 엘리베이터이다. ^^;;
엘리베이터의 수 자체도 여러 대가 필요해지는데, 과거에는 단순히 저층/고층과 홀수층/짝수층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그런 거 구분 없이 버튼만 누르면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알아서 세워 주며, 아무 걸 타도 아무 층으로나 갈 수 있다. 그래서 야기될 수 있는 비효율은 오로지 엘리베이터의 뛰어난 가감속력만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아무튼, 고층 건물만으로도 글 쓸 게 참 많다. ^^;;
Posted by 사무엘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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