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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인 철도 드립 ㅋ

1899. 9. 18.
2004. 4. 1.
1994. 9. 1.
1905. 1. 1.
2010. 11. 1.
1974. 8. 15.
2006. 12. 8.
1985. 11. 16.
1987. 7. 6.
2003. 4. 30.
2005. 1. 1.
2008. 6. 20.
1925. 9. 30.
1967. 8. 31.
1995. 12. 31.
2000. 11. 14.
1981. 12. 23.
1984. 1. 1.

당신은 이런 날짜들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우리나라 역사 속의 순간들이 곧장 떠오르는가?

내가 거의 9~10년 가까이 철도를 빨면서 느낀 건데, 철도는 혼의 구원만 빼고 인간 정서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학창 시절에 국사 과목을 지지리도 싫어했던 나 같은 사람도 연표 암기를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이 할 수 있게 해 준 존재가 바로 철도이다. 정말 Looking for you를 3천 번 정도 들어 보면 사람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내 아이가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역사와 지리에 애착을 갖고 매사에 감사할 줄 알고 문과· 이과· 예체능을 골고루 갖춘 인재가 되길 원하는가? 그럼 어릴 때부터 온몸으로 철도를 경험시키고, 철길 주변에서 아이를 키워라. 난 대학 졸업할 때가 다 돼서야 철도를 접한 완전 늦깎이여서 그렇게 못 자란 게 한이다.

2000년대 초에 아직 코레일이 출범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철도청은 정부 기관이었으며 승무원은 죄다 ‘공무원’이었다. 그리고 철도는 국영, 독점이라는 수식어를 받는 가장 경직되고 사회주의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적자가 나도 그냥 세금으로 메우면 되고, 마케팅· 시장 경쟁 같은 건 필요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체계 하에서도 최고급 열차인 새마을호에서는 운행 직전과 종료 직전에 Looking for you라는 희대의 충격적인 음악이 흘러나왔다니! 이것은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가히 신묘불측의 영역이요 주최 측의 농간이며, 치밀하게 계획된 음모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4분 20초짜리 음악 한 곡 때문에 당시 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trance를 경험하고 완전히 철덕의 길로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Looking for you의 멜로디와 박자에 맡기자, 온갖 철도 지식과 우리나라 역사와 지리, 음악, 과학 등에 대한 향학열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사람의 인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철도청 내지 그 후신 코레일은 날 빨랑 책임져라.. (엉? ㅋㅋ)

“지식은 우쭐대게 하나 사랑은 세워 주느니라.”
“오직 사랑 안에서 철도를 논하며”
“너희 속에 있는 철도 안의 소망의 이유를 묻는 모든 사람에게 온유함과 두려움으로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며”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적이 있는 과분한 칭호들

철도 매니아, 진정한 의미의 오타쿠
철도교 교주
철도교 광신자
철도의 요정 (!!!)
천국에서도 철도를 만들 사람

“MALTA는 이 홈페이지 보면 상 줘야 된다” (Looking for you 음악의 작곡자!)
“철도청에서 너한테 상 줘야 된다”
“형제가 철도청 못 들어가면 그건 국가적인 손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5/24 08:22 2013/05/2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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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철도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철덕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주제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여객 열차의 이름의 변천사이다. 열차의 이름은 그 열차의 차종을 식별하는 동시에 등급을 식별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위상이 조금 모호하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비행기처럼 출발지와 도착지만이 중요한 point-to-point 수송 교통수단이 아니라 중간 정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정차 빈도에 따라 속도의 편차가 큰 여러 열차 등급이 존재할 수 있다.

1899년에 우리나라에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하고 1905년에 경부선이 개통했을 때는 고유명사라 불릴 열차의 이름 같은 건 딱히 없었다. 그냥 빠르다는 수식어가 붙은 ‘급행열차’라는 용어만이 쓰일 뿐이었다. 프랑스의 떼제베(TGV)가 거창한 뜻이 담겨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아주 빠른 열차’가 전부이듯이 말이다. 증기 기관차로 경인선 제물포-노량진이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고 지금의 서울-부산뻘인 경부선 서대문-초량이 17시간이나 걸렸지만, 그 시절엔 그것만으로도 속도 혁명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그 해 5월부터는 서울-부산이 14시간대로 단축된 특급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지만, 아직 그것만을 식별하는 명칭은 없었다.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원 태우 의사에게서 짱돌을 맞아 얼굴을 크게 다친 게 1905년 11월이니, 그건 바로 이 열차의 탑승 중에 발생한 사건일 것이다. 열차의 표정 속도가 아직 시속 30km를 채 못 넘어서 지하철보다도 느리던 시절이다. (그나마 요즘 지하철은 1km를 채 못 달리고 정차를 반복하면서도 그런 표정 속도를 내는데!) 그러니 그 시절엔 열차 밖에서 돌을 던져서 열차 안의 승객을 맞히는 게 가능했다.

한국 철도에서 최초로 고유명사 이름이 붙은 열차는 1906년 4월 16일부터 경부선을 달리기 시작한 ‘융희호’이다. 이것은 망해 가던 대한제국의 연호에서 따 온 명칭이다. 서대문-초량을 11시간 만에 주파했으니 경부선 개통 직후의 열차 운행 시간인 17시간에 비하면 상당히 빨라진 것이고 사실 KTX 개통 전까지 다니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보다도 빨랐다 (12시간 반이나 걸리던 1221 열차)! 표정 속도는 30km/h를 드디어 돌파하여 지하철을 따라잡았고, 최고 속도는 60km/h 정도에 진입했다.

융희호의 중간 정차역은 KTX 개통 전에 정차를 좀 많이 하던 경부선 새마을호와 얼추 비슷한 수준(8~9개역?)이었다. 여객 취급뿐만 아니라 물과 석탄 보충을 위한 정차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가감속이 병맛인 증기 기관차로 통일호만치 정차를 많이 했다간 그 속도를 절대로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때는 ‘융희’라는 이름을 반으로 쪼개서 서울 방면 상행은 ‘융호’라고, 부산 방면 하행은 ‘희호’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때는 경인선과 경부선이 두 말할 나위가 없이 단선이고 열차 운행도 몹시 드물었기 때문에 특정 열차에 곧바로 고유한 이름이 붙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엔 물가 대비 열차 운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비쌌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서민들은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지금으로 치면 고속버스나 KTX가 아니라, 비행기 정도는 타는 각오를 하고 열차를 타야 했다. 박리다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지금도 일본은 본토의 열차 운임이 사철 위주이고 비싼 걸로 악명 높은데 그 시스템이 식민지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로 일제가 조선 땅에서 철도를 운영하여 벌어들인 수익은 굉장한 흑자를 냈다고 한다.

융희호가 첫 운행한 건 한강 철교가 완공되고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경의선이 개통한(1906년 4월 3일) 거의 직후였다. 다만, 지금과 같은 서울 역은 없었고 공덕, 서강으로 가는 오늘날의 용산선이 그때의 경의선 본선이었으니 그 길을 통해 열차는 서울 이북의 신의주로 갔다. 융희호는 1908년부터 부산-서울이 아니라 부산-신의주를 몽땅 직통 운행하기 시작했다.

자, 그 후 조선이 망하고 일제 식민지가 되고부터는 열차 이름도 대놓고 하카리(빛), 노조미(소망) 같은 일본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스케일은 더 커져서 부산에서 아예 만주까지 열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일제는 애초에 대륙 침략의 발판을 닦으려고 철도를 놓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1936년 12월 1일부터는 ‘아까스키(여명)’ 호라는 특급 열차가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일제 강점기를 통틀어 한반도에서 가장 빠른 열차였다. 경부선이 전구간 복선화되기도 전에 그것도 증기 기관차로 서울-부산 무려 6시간 45분을 달성했다는 건 사기에 가깝다. 나중엔 6시간 반으로 더 단축!

일제 강점기 때 이 정도로 인프라가 구축됐으니 그 당시엔 육지에서 철도보다 더 빠른 교통수단은 없었고, 6· 25 때도 대통령과 참모진은 열차를 타고 피난을 갔다. 자동차는 서울을 벗어나면 빠르게 달릴 만한 포장 도로가 없어서 서울-대전이 과장 좀 보태면 8시간씩 걸리는 지경이었다. (사실 지금은 북한이 평양만 벗어나면 이 지경이기도 하고. ㄲㄲ)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인 1946년 5월 27일, 시대가 시대인 만큼 ‘해방자호’라는 이름의 증기 기관차가 경부선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해방호도 아니고 왜 ‘자’가 붙었나 하면 이건 者를 뜻하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Korean Liberator. 이 열차는 고급 컨셉을 표방하지 않았고 일본인 철도 경영자가 물러나서 그런지 서울-부산 운행 시간이 9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한국 철도는 이 승만 정권의 말기인 1960년 초가 돼서야 ‘특급 무궁화호’를 통해 옛날 아까스키 호의 표정 속도를 회복하게 되었다. 동력원은 증기가 아닌 디젤이다.

자막: 특급 무궁화호 등장
경부선에 또 하나의 특별 급행열차가 등장했습니다.
새로운 특급열차는 우리 이 대통령 각하께서 '무궁화호'라고 명명해 주셨는데, 2월 21일 아침부터 운행했습니다.
종래의 통일호보다도 30분이나 빠른 무궁화호는 서울-부산간을 6시간 40분에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호’라는 접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때까지 열차의 명명 방식은 배의 명명 방식과 비슷했다. 경부선을 다니는 열차와 호남선을 달리는 열차의 호칭이 달랐다. 이때의 무궁화호는 지금의 무궁화호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경부선 열차였고, 호남선에는 동급의 열차인 삼천리호나 태극호가 달리는 식이었다. 마치 옛날에 타이타닉 호에도 올림픽, 브리타닉 같은 동급의 자매선이 또 있었듯이 말이다.

또한 옛날에 증기 기관차는 오늘날의 디젤이나 전기 기관차와는 달리 외형적인 차륜 배치가 동력비 변환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여객용 기관차와 화물용 기관차의 구분이 더욱 분명했으며 차륜 형태를 식별하는 이름이 존재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미카, 901호, 파시 같은 이름이 바로 그 예이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증기 기관차는 1967년 8월 31일을 끝으로 현역 운행을 완전히 종료한다.

자, 1960년대 이후로는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재건호, 맹호호, 청룡호, 백마호처럼 호가 아니라 ‘부대’를 붙여도 될 것 같은 북한/군대스러운 명칭도 열차에 부여되었는데.. 실제로 박통 시절엔 월남전 참전 부대 이름들이 전부 열차 명칭으로도 의도적으로 쓰였다. 군사 정권 아니랄까봐. 그것 외에도 배에 이름 붙이듯이 열차에도 노선별로 다양한 이름이 난립(?)하기 시작했으니, 상록호, 풍년호, 부흥호까지. 비둘기호와 통일호도 옛날부터 명칭 자체는 존재했다. 단지 이름의 용도 내지 의미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뿐이다.

그러면서 열차의 속도는 특급열차를 위주로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고, 1969년 6월 10일에 등장한 초호화 특급 열차인 관광호가 드디어 서울-부산을 5시간대도 극복한 4시간 50분 주파를 달성했다. 경부 고속도로도 아직 없던 시절에 속도도 속도이거니와, 그 옛날에 객실에 천장 선풍기 대신 에어컨이 달려 있었을 정도면 얼마나 호화로웠을지 상상이 된다. 단지 관광호의 물가 대비 운임은 일본의 신칸센보다도 더 비쌌다는 점 역시 감안하시길. 진짜 돈지랄용이었다.

이 열차는 훗날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날부터 ‘새마을호’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바뀌었으며 이것이 그로부터 30년 뒤에 KTX가 개통할 때까지 대한민국 최고급 열차의 혈통을 이어 나갔다. 서울-대전-대구-부산만 찍는 그 고매한 열차 라인 말이다.

1977년 8월부터는 새마을호를 제외한 모든 열차들은 그냥 등급만으로 우등-특급-보통으로 바뀌게 정리되었다. 일일이 이름을 붙이기에는 열차의 운행 노선과 횟수가 크게 늘어서 이렇게 단순화가 이뤄진 셈이다. 우등열차가 오늘날의 무궁화호의 전신이며, 통일호가 특급이라고 불렸다니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1984년 1월 1일이 돼서야 드디어 새마을-무궁화-통일-비둘기 체계가 정립되어서 열차의 이름은 오로지 등급만을 나타나게 바뀌었다. 새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이름들은 국민 공모를 통해 뽑은 거라고 하지만, 결국 옛날에 한 번씩 쓰인 적이 있는 명칭들을 재사용한 셈이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새마을호는 잘 알다시피 1985년 11월 16일에 서울-부산 운행 시간이 4시간 10분으로 단축되어 표정 속도가 드디어 100km/h를 돌파하였으며, 이것이 한국 철도 역사상 기존선에서 이뤄진 최후의 표정속도 향상 기록이다. 기관차의 출력 증대를 통해 최대 시속 150km 주행 자체는 관광호 시절부터 가능했지만, 선로/선형 개량과 신호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 고속 주행 가능 구간을 늘린 덕분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지금까지 과거 얘기가 길어졌으니 이제 미래 전망을 하고서 글을 맺겠다. 1984년 이래로 거의 30년간 쓰여 온 재래식 ‘-호’ 체계는 오늘날 심하게 문란해지고 의미가 퇴색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 2000년 말에 비둘기호가 멸종하였으며,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통일호 역시 문서상으로는 사라지고 객차형은 전량 퇴역했다. 통일호 중 통근형 디젤 동차만 통근열차라고 명맥을 잠시 유지했지만, 그나마 얘도 이제 경의선/경원선의 극소수 구간에만 남아 있지 다 멸종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TX에 밀려 콩라인이 된 새마을호마저도 사망이 임박했다. 2013년 1월에는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가 드디어 전량 퇴역했고 2014년 말을 끝으로 지금의 새마을호는 객차형까지 죄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럼 ‘-호’ 열차는 무궁화호 하나만 남으니 기존 ‘-호’ 체계가 다 붕괴되는 셈이다.

무궁화호도 디젤 동차(NDC)는 진작에 다 퇴역하고 없기 때문에, 무궁화호는 그냥 재래식 기관차 견인형 일반열차를 총칭하는 상징적인 명칭으로만 남을 것이다. 요컨대 오로지 통일호만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와는 달리 객차형이 동차형보다 먼저 없어졌다. 등급이 등급이다 보니까 말이다.

이런 재래식 열차를 대신하여 꿰차고 들어온 것은 KTX부터 시작해 누리로, ITX-청춘 같은 신형 전동차들이다. KTX는 워낙 특별한 물건이고 누리로는 어차피 무궁화호와 거의 같은 위상과 운임 체계를 계승했다지만, ITX 청춘은 새마을호를 꿰차고 들어와서 새로운 등급을 만들어 냈다. 거기에다 새마을호의 후속 열차로는 ‘ITX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1974년 이래로 40년을 이어 가는 ‘새마을’의 명줄은 참 길기도 하다!

오늘날 철도계의 높으신 분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명명 전략은, 열차 명칭을 ‘등급-차종’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등급으로는 고속열차를 뜻하는 KTX, 그 다음으로 장거리 특급 간선을 뜻하는 ITX가 있으며, 이보다 낮은 등급에 대한 이름도 정해져야 할 것이다.

다음 차종으로 말할 것 같으면 ‘KTX-산천’이 있으니 재래식 떼제베 열차를 나타내는 ‘KTX-TGV’ 같은 차종명 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춘선에 ITX-청춘이라는 2층 열차가 다니듯이 기존 경부선이나 호남선에는 ITX-새마을이 다닐 것이고 중앙선에는 틸팅 열차가 다니게 될 수 있다. ‘새마을’이 이제는 등급명이 아니라 차종명으로 쓰이는 셈이다.

그보다 더 아래의 무궁화급라면 ‘누리로’는 등급명이 될지 차종명이 될지 확실치 않으나, 아마 차종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새마을(ITX)급이든 무궁화급이든 재래식 기관차-객차형 열차는 ‘클래식’(?)이나 그에 준하는 차종명이 붙지 않을까 싶다. 선박의 명명 스타일에서 유래되었던 한국 철도의 열차 명명 방식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가 기대된다.

이렇게 열차 이름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읊어 보니 참 훈훈하고 기쁘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철도가 희망과 동경, 기쁨과 평안을 주는 존재이기를 본인은 원한다. May the railroad richly bless you!

Posted by 사무엘

2013/04/22 08:33 2013/04/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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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좌석 배당 알고리즘

열차의 승차권을 구입하면 좌석은 어떤 식으로 배당될까?
객차 하나당 좌석은 차량에 따라 60~70개 정도가 있으며, 열차 한 편성은 일반실만 생각하더라도 최하 4량부터 시작하고 KTX의 경우 거의 15량에 가깝다. 수백 개의 좌석들은 어떤 순서와 원칙대로 승객에게 팔려 나갈까?

난 철덕후로서 그 알고리즘이 예전부터 굉장히 궁금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은가?

버스 정도면 그냥 아무렇게나 랜덤으로 배당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등 고속버스는 가장 쉽다. 승차 정원부터가 3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인 데다, 좌석이 구조적으로 2개짜리와 1개짜리로 나뉘어 있으니 말이다.

단독 승객에게는 진행 방향 기준으로 오른쪽의 단독 좌석부터 먼저 배당해 주고, 그게 매진되거나 2인 승객이 있으면 2인 좌석을 준다. 상석인 맨 앞자리는 약간 나중에 팔리도록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고, 반대로 최악의 자리인 맨 뒷자리는 최하위 우선순위로 팔리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열차는 단순하게만 좌석을 배당해서는 대략 곤란하다.
1부터 n호차까지, 그리고 진짜 무식하게 1번부터 m호석까지 앞에서 뒤로 순서대로 꽉꽉 승객을 채워 넣어서 뒤의 객차는 텅 빈 채로 달리게 할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좌석을(특히 단독 승객) 완전 랜덤으로만 여기저기 들쭉날쭉으로 배당하면 좌석의 단편화(fragmentation)가 너무 심해진다. 그래서 승객이 얼마 타지도 않은 상태인데 이따금씩 타는 2인 이상의 다수 승객은 이어진 좌석을 못 구해서 서로 찢어져서 앉아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본인이 추측하기로는 열차의 좌석 배당은 저 양 극단의 중간을 절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 같다.
두세 개의 객차를 묶음으로 나눠서 한 묶음 안에서 좌석을 무작위로 배당한 뒤, 그 묶음의 좌석이 다 매진되면 다음 묶음으로 간다. 각 묶음은 1~3호차, 4~6호차, 7~9호차 같은 규칙으로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1, 4, 7호차와 2, 5, 8호차, 3, 6, 9호차 같은 규칙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각 객차 안에서는 전체의 50~60% 정도는 단독 승객이 무작위로 띄엄띄엄 앉을 수 있게 배려한다. 즉, 2개짜리 좌석이라도 한 자리에 단독 승객이 있으면 거기는 일단 건너뛰고 다른 빈 자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머지 자리는 가능한 한 2인 승객이 한꺼번에 찜할 수 있게 비워 두며, 한 객차의 좌석의 10~20% 정도는 마치 KTX 동반석처럼 4인 가족이 연속해서 앉을 수 있게, 가능한 한 1~2인 승객에게 금세 팔리지 않도록 비워 둔다.

단독 승객의 경우 창측 좌석이 내측 좌석보다 먼저 팔리게 하는 건 기본이다. 또한 열차에서는 출입문과 가까운 맨 앞이나 맨 뒤 좌석이 '안 좋은 자리'이므로 이것 역시 다른 좌석이 모두 팔린 뒤에 나중에 팔리게 해야 할 것이다.
단독 승객용 좌석과 2인 이상 승객용 좌석 영역을 정하는 것 역시 '엿장수 마음대로' 무작위로 하면 되며, 그 비율 역시 평소에 승차권이 팔리는 단위 통계를 근거로 합리적으로 정하면 될 것이다.

저런 균형적인 요소에 덧붙여 환승 동선도 고려 대상이 된다.
국내의 예를 들면 KTX 천안아산 역과 장항선 아산 역은 남쪽 끝에서 만난다. 그리고 KTX는 한 편성이 무려 400m가 약간 안 되는 매우 긴 열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부선 KTX를 타다가 천안아산 역에서 장항선으로 환승하는 승객은 부산 방면(하행) 열차의 경우 최대한 앞쪽 객차로 좌석이 배당되고, 서울 방면 열차는 뒤쪽 객차로 좌석이 배당된다. 지하철에서 환승을 빨리 할 수 있는 객차의 위치와 정확히 같은 개념이며, 한국 철도도 그 정도 센스는 이미 갖추고 있다.

이 정도면 내가 보기에 열차 좌석 배당 전략을 짜는 건, 마치 열차 시각표를 짜는 것에 필적하는 철도 영업 기술의 결정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성 있는 열차 운행 시각표를 짜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철도 인프라와 지형 특성, 차량 제원, 승객 패턴 등의 알토란 같은 영업 기밀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이런 걸 계획하는 건 인원을 더 투입한다고 신속하게 되는 게 아니며, 핵심 똘똘이 인력 한두 명이 다 도맡아 한다.

좌석 배당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말이다. 철덕이라면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분야 중 하나 되시겠다.
비행기는 무게 배분이(한쪽에만 승객 무게가 지나치게 쏠리지 않게) 좌석 배당에 감안되는 요인이라고 하는데, 철도는 무게 배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대신 길다는 특성상 다른 변수가 존재하는 셈이다.

자, 여기까지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빈 좌석에다 승객을 일정 규칙대로 채워 넣는 과정을 생각하자니 컴퓨터그래픽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알고리즘 분야가 문득 떠오르더라.
바로 디더링이다.

디더링은 적은 수의 색깔을 섞어서 더 화려한 색깔을 아쉬운 대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색을 물리적으로 섞을 수는 없으니 결국 서로 다른 색깔을 번갈아가며 늘어놔야 하는데, 한 색깔이 뭉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색깔들끼리 최대한 고르게 퍼지도록 픽셀을 배열해야 한다.

본인은 과거에 Windows 3.x 시절에 그림판에서 임의의 RGB 값을 주면 그 색을 16컬러만으로 디더링하여 표현하는 걸 보고 무척 신기해했었다. 가령, 흑에서 백으로 단계를 증가시킬 때, 검은색에서 흰색 점이 차츰 늘어나는 순서가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 규칙을 디더링에서 threshold matrix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그래픽 프로그램에서는 8*8짜리를 사용한다. (출처는 위키백과) 저기서 1부터 16까지의 점을 순서대로 채우면 25% 음영이 그려지고, 32까지 채우면 흑백이 딱 반반씩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50% 음영이 되는 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에는 4픽셀 간격으로 띄엄띄엄 점을 그리고, 나중에는 그 사이의 4픽셀 간격을 채우는 식으로, 점들이 뭉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최대한 흩어져서 퍼져 있게 한다. 임의의 격자 크기가 주어졌을 때 threshold matrix를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법해 보이는데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마방진도 아니고 말이다.

더 나아가 임의의 색을 16컬러 디더링 패턴으로 표현해 내는 프로그램을 직접 짜 보면 어떨까? 주어진 색을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2색 또는 3색 조합을 구한 뒤, 그 비율만큼 threshold matrix를 각각의 색으로 채우면 될 것이다. 색조합을 구하는 것은 미지수의 개수가 식의 개수보다 더 많아서 답이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 부등식이 될 터이니, LP(선형 계획법) 같은 계산 기법이 동원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threshold matrix만을 정석대로 적용하면 ordered dithering이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림이 칙칙하고 보기가 안 좋기 때문에, 디더링된 색깔의 픽셀이 인접 픽셀에 시각적으로 끼치는 영향을 감안하여(error diffusion) 더 정교하게 디더링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이 실생활에서 쓰인다. 더 깊게 들어가는 건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다.

뜬금없이 디더링 얘기를 꺼낸 이유는.. 저렇게 디더링 점을 찍어 나가는 게 마치 열차 좌석을 배당하는 것과 비슷한 심상이 느껴져서이다. 열차 좌석의 점유 여부를 흑백 픽셀로 표현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픽셀들의 상태를 표시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한쪽은 검은 색이 듬성듬성 있고, 한쪽은 검은 색이나 흰 색이 좀 연속해서 있겠지 아마?

철도의 좌석 배당 알고리즘과 래스터 그래픽의 디더링 알고리즘은 서로 따로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인데 이렇게 한 글로 연결이 됐다. 마치 예전에 내가 열차의 급행 등급과 셸 정렬을 한데 묶어서 글을 썼듯이 말이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3/04/08 08:18 2013/04/0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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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철역과 주차장

지하철은 역에 접근하는 여러 교통수단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계를 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도보는 trivial, self-explanatory이다.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다.
버스는 교통 카드를 이용할 경우 잘 알다시피 환승 할인이 된다(30분 이내에 환승시. 그리고 최대 5회까지). 외국에서도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 시스템을 배우러 올 정도로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잘 바뀌었다.

그리고 자전거가 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나라에서 나름 권장은 많이 한다. 역 주변에 자전거 주차대를 많이 설치해 놓았으며, 일부 역은 전동차에다 자전거 휴대도 가능하게 계단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몰기는 위험한 곳이 많고, 자전거를 휴대하여 승차하는 것도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자전거는 스마트폰만큼이나 도난에도 취약한 편이고 말이다. (공공 자전거 주차대에는 CCTV 정도는 장착해 둬야 할 듯.)

허나, 지하철이 대중교통으로서 진짜로 자가용의 수요를 흡수하려면 버스나 자전거 같은 것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승용차와의 연계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딴 게 필요한 게 아니라 주차 시설 말이다. 버스 이용자가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보다는 자가용 이용자가 지하철로 전향하는 게 훨씬 더 성공적인 현상이지 않은가? 교회로 치면 불신자가 교회로 새로 유입되어야지, 한 교회의 기존 신자를 다른 교회로 옮기기만 하는 제로썸 게임은 성장에 한계가 있단 말이다.

서울 중심부보다는 변두리 외곽의 역들이 이런 식으로 승용차를 맞이할 채비를 더욱 갖출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 근교의 전철역까지는 승용차를 타고, 거기서 서울 도심까지는 지하철을 타는 식의 통근 패턴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정착되어야 한다.

그 주차장은 기본적으로 유료이지만 지하철 환승객에게는 주차료를 아주 크게 깎아 주는 식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굳이 좁아 터진 서울 시내까지 스트레스 받으면서 차를 직접 끌고 가느니, 그냥 여기에 세워 놓고 주차료+지하철비가 시간과 비용면에서 훨씬 더 수지가 맞게끔 장점이 와 닿을 수 있어야 한다.

복정 역은 외곽+2개 노선 환승+주차장이라는 세 변수를 두루 갖춘 좋은 사례이다. 주변이 허허벌판이다 보니 주차장은 그냥 평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건물의 주차장은 보통 지하에 있는 편이고 지하철은 승강장도 지하에 있는데, 두 시설 다 지하에다 넣는 게 승객의 동선면에서 더욱 유리할 것이다. 이미 주차장 없이 완공되어 버린 기존역들은 어쩔 수 없고.

그러니 주차장이 갖춰진 지하철역은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구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드나드는 출입구도 어딘가에 생기게 된다. 개화산(5호선), 잠실(8호선. 2호선 말고), 동묘앞(1호선)처럼 인근에 지하철 관련 건물이 따로 있는 역들은 바로 그 건물의 지하에 주차장을 갖추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지하 승강장 + 지하 주차장이 갖춰진 역은 내가 알기로 공항 철도 서울 역, 그리고 신분당선의 판교 역 정도이다. 특히 판교의 경우 아직 지어지지 않은 건물의 내부에 있는 역으로 형태가 변모할 예정이니 지하 주차장이 미리 건설되는 게 당연한 이치이다. 상업 시설이 같이 갖춰져 있는 민자 역사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인해 주차장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내 경험상 성남의 8호선 수진 역은 출입구 바로 옆에 노상 공영 주차장이 있어서 본인 역시 몇 번 편리하게 이용한 적이 있다. 관리 요원이 퇴근한 저녁과 심야 시간대에는 무료 개방이기도 해서 더욱 좋았다.
다만, 도심 지하철이 아닌 광역전철들은 사정이 좀 낫다. 특히 지상 고가역들은 고가 아래가 주차장으로 개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경춘선 갈매 역이 좋은 예. 물론 무료이다.

중앙선 전철역들도 대체로 역 주변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최근에는 서울 강북 최동단에 있는 양원 역의 주차장을 유용하게 이용했다. 장애인 차량 주차 구역만 안 건드리면 된다. 물론, 무료이기 때문에 자리가 언제나 있다는 보장은 못 한다. 운빨이 작용해야 된다.

공항 철도도 역마다 주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유료이더라도 요금이 공항 주차장보다 무척 저렴하기 때문에, 영종도를 내 기름값과 톨비를 들여서 자가용으로 직접 힘들게 건너느니, 차라리 차를 역에다 두고 공항까지는 열차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든다. 이 전략에 대해서는 교통 평론가 겸 철덕인 한 우진 님께서 정리해 놓은 게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영종도 공항 화물 터미널 역의 근처에는 소규모 '무료 주차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료인 만큼 관리인도 없고, 차량 파손 및 도난 우려도 감수해야 한다고.

이렇듯, 현재 전철역들의 주차 편의는 역마다 케바케인 편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교통수단들이 힘을 합쳐서 파이의 크기를 키우고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철도역들도 주차에 대한 배려를 좀 더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서울 2기 지하철들은 내부가 깊어서 공간이 많아서 사업 아이템이랍시고 물품 보관 서비스 같은 것까지 한다는데, 자전거나 자동차 주차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사무엘

2013/03/19 19:36 2013/03/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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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디젤 동차의 퇴역

1987년 7월 6일.
민주화를 갈망하며 전국적으로 벌어진 6월 항쟁이 마무리되어 가던 이 날, 한국 철도계에는 일대 혁신이 시작되었다.

“철도청은 오늘부터 서울 부산간의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열차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 열차는 승차감이 좋으며 안전감이 높고 예비동력이 확보돼 고장과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MBC 뉴스 보도)


바로, 전통적인 기관차+객차 형태를 탈피하여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디젤 동차가 첫 운행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열차를 최초로 제작하여 납품한 업체는 그 이름도 유명한 대우 중공업이었다. 대우 중공업은 이 사실에 대해 무척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승차감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대우 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최신 유선형의 전후 동력 새마을 열차가 뛰어난 승차감으로 더욱 쾌적하고 안락한 철도 여행을 약속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7월 1일이라니? 지금도 이렇게 전시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철도 박물관에 적혀 있는 저 날짜는 잘못되었다. 6일로 바로잡혀야 한다.

이때 새마을호는 지금의 KTX를 능가하는 초호화 귀족 열차였다.
열차의 동력차부터가 아주 특이하고 심상찮게 생겼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면서 도중에 대전과 동대구밖에 정차를 안 한다니!
나도 이 새마을호 디젤 동차를 안 봤으면 철덕이 됐을 가능성이 아주 낮아졌을 것이다.

그 당시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가 내세웠던 장점은 기관차보다 엔진이 작고 가볍고 조용하면서도 성능이 탁월했다는 점이다. 디젤-전기 형태가 아니라 유압 변속기로 동력비를 조절했다. 엔진이 앞뒤로 두 개 달린 대칭형이기 때문에 전차대 없이도 회차가 용이하며, 두 엔진 중 하나가 퍼지더라도 속도가 느려질지언정 그럭저럭 운행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예비 동력'이라는 게 그런 의미이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나 로켓이야 닥치고 무조건 가벼운 게 진리이겠지만, 구름 마찰력에 의존하는 육상 교통수단은 너무 가볍기만 해서는 바퀴가 헛돌기 쉽다. 이 때문에 동차형 새마을호는 빨리 잘 달릴 수 있는 평지에서는 성능이 탁월한 반면,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투입이 곤란했다는 특성도 존재한다.

이 계열의 차량은 1994년까지 대우, 현대, 한진 중공업 생산분이 총 세 차례에 걸쳐 도입되었다.
동력차의 말단 부분에 저렇게 날렵한 45도 경사면을 처음으로 만드는 것부터가 1980년대 후반에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비록 그때 고속철이 다닌 건 아니었지만 새마을호의 디자인에서부터 이미 프랑스 떼제베의 외형을 벌써 참고한 거라는 썰이 나돈다.

초기 도입분은 6량 1편성이었으나, 나중에는 8량으로 늘고 엔진의 출력도 향상되었다. 차량 말고 엔진은 독일제이며, 우리나라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에서도 동일한 엔진이 쓰이는 기체가 있다고 한다.

이 열차는 분명 매우 획기적인 열차였으나, 이 열차가 새마을호의 최초 원조는 아니다. 가령,

  • 서울-부산 4시간 10분은 이 열차보다 먼저 특대형 디젤 기관차가 견인하는 새마을호가 1985년 11월에 달성했다. 디젤 동차가 최초가 아니다.
  • 새마을호 특유의 동그란 창문 모양의 객차는 1986년 제작된 '유선형 새마을호 객차'의 디자인을 물려받은 것이다. 디젤 동차가 최초가 아니다.
  • 새마을호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완전 으리으리한 좌석이었던 건 아니다. 1991년에 우등 고속이 생긴 뒤인 1992~1994년의 후기형 객차에서야 드디어 종아리 받침대까지 갖춰진 좌석이 도입되었다.

기존의 기관차형 새마을호 객차와, 새로 개발된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객실 인테리어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전기 배선 규격이 호환되지 않아서 서로 혼합 편성을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승승장구하던 새마을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정차역이 급격히 늘고 위상이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KTX가 개통한 뒤부터는 진짜 처참하게 몰락하고 말았다. KTX를 보조하는 한 수 아래 열차로 굴리기엔 내장재가 너무 좋아서 뭘 어찌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오래 된 엔진은 종종 퍼지고 고장을 일으켰다. KTX에 올인을 해야 하는 철도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진짜 계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차로 전락했다.

1987년 초기 도입분은 20년이 지난 2007년부터 슬슬 퇴역하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이 바로 2006년부터 잠시 다녔던 임진강 라이너 새마을호. 그리고 지난 2013년 1월 5일의 마지막 운행을 끝으로,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동차가 1월 6일부로 모두 퇴역하여 자취를 감췄다. 아아..! 내 너를 어찌 잊으리!

새마을호라는 열차 등급은 2014년 말까지 유지되다 폐지될 예정이다. 고로 지금 다니는 새마을호는 모두 기관차+객차형 새마을호이다. 비둘기호, 통일호에 이어 새마을호까지 없어지면 1980년대부터 시행되었던 '-호' 열차 등급 체계는 사실상 다 무너지는 셈이다. 사실, '-호'라는 체계는 배에서 모티브를 딴 옛날 스타일 작명법에 가깝다.

* 아, 그러고 보니 여담 하나. 1987년 7월 6일은 연세대에 재학 중이던 고 이 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은 뒤 치료를 받다가 끝내 사망한 바로 다음날이기도 하다.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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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8 08:40 2013/02/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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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진 분석 퀴즈

1. 다음 사진은 보다시피 경의선 지하 가좌 역의 승강장 역명판이다. 이 역명판이 있는 승강장은 서울(홍대입구)과 문산(DMC) 중 도대체 어느 방면 승강장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답과 해설


2. 아래의 사진은 대략 언제 어디에서 촬영되었을까? 물론 국내이다. (힌트: 레일의 개수가 심상찮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답과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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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2 15:26 2013/02/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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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을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서울 여행을 하고 제 발로 지하철/전철을 이용하기 시작한 건 2001~2002년 사이부터이다.
그리고 서울 지하철 중에서 5호선은 전동차가 아주 중독성 있는 특이한 가속 구동음을 낸다는 걸 스스로 인지한 게 한 2003년쯤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인간이 발명한 교통수단에서 어떻게 이런 구수한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나는 골똘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자동차처럼 연료를 폭발시키는 소리도 아니고, 비행기처럼 공기를 뿜는 소리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기계를 만들어야 이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
나팔을 부는 듯한 관악기 소리에 가까운지, 아니면 현을 켜는 듯한 현악기 소리에 가까운지는 내 음악 지식으로는 판단을 못 하겠다.

그래서 내부 디테일을 좀 공부하다 보니 몇 가지 용어를 알게 됐다. 전동차의 동력비 변환 메커니즘은 저항 제어, 쵸퍼 제어에 이어 반도체를 이용한 최신 기술인 VVVF(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 제어 방식으로 변모해 왔는데, 바로 VVVF 초창기에 속하는 차량이 이런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VVVF도 다 같은 물건이 아니다. 초기의 VVVF-GTO 방식은 윙~윙 하는 소음이 큰 편이지만, 나중에 등장한 VVVF-IGBT 방식은 구동음이 조용해진 편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는 물론 GTO 방식이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이곳에서.. 그리고 또 이곳 설명도 꼭 봐라, 두 번 봐라.

철덕들이야 이 소리를 아주 좋아하지만, 일반인들은 5호선 열차가 주행 중에 너무 시끄럽다고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자갈 대신 콘크리트 노반, 좁은 터널, 굴곡이 많은 선형 등 여러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당시 첫 도입되었던 VVVF 인버터도 소음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긴 했다. 게다가 5호선 차량의 인버터는 원래 지하도 아니고 지상 전철용 부품이 납품된 거라고도 하고.

그래서 5호선의 운영사인 도철에서는 장기적으로 5호선 전동차의 인버터를 더 조용한 것으로 차츰 교체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며, 지금으로부터 1년쯤 전인 2012년 2월, 제 502편성 열차 하나를 시범적으로 독일제 VVVF-IGBT 인버터로 교체해서 굴리기 시작했다.

난 그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열차와 마주칠 일은 없었다. 수십 편성짜리 열차 중에 달랑 하나만 바뀐 거니까 말이다.
그랬는데.. 며칠 전에.. 드디어 조우했다!

환승을 위해 겨우 두 정거장 구간밖에 이용을 못 해서 구동음을 충분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 2-3-9호선 신형 전동차보다도 더 조용한 듯하다. 그쪽 계열 소리가 아니다. 첫음은 G와 G# 중에서 G에 더 가까웠지 싶다.
내가 지난 10년간 탔던 5호선답지 않게 전동차의 구동음이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 된다.

마치 예전에 6호선에서 잠깐 다니던 전설의 609편성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처럼 지금 5호선에는 혼자 구동음이 튀는 열차가 하나 다니기 시작해 있다.
이런 식으로 이제 5호선의 마스코트인 ABB사 기존 구동음도 점점 듣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이제 서둘러서 녹음하려면 녹음하고 구동음을 실컷 감상해 둬야겠다.

어쨌든 철도는 이렇게 아름다운 구동음을 내면서 달리는 전동차도 있으니, 참 웰빙 교통수단임이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02/20 08:39 2013/02/2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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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이너 철도 탐방

우리나라 철도에는 경부선, 호남선처럼 하루에도 수십 회 이상의 전철이나 고속철이나 무궁화호급 이상의 일반열차가 다니는 메이저 간선 노선이 있는가 하면, 여객 열차가 정기적으로 다니지 않고 아예 화물 전용인 마이너 지선 철도도 있다. 그리고 철덕이라면 이런 마이너한 철도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이 글은 본인이 근래에 철도 영업거리표를 펴서 공부한 마이너 철도 중, 인상적이라고 느낀 노선들을 열거한 것이다. 다들 사철은 아니고 엄연히 코레일 소속이다.

1. 우암선

경부선이 남쪽 종점인 부산을 앞두고 바로 앞의 부산진 역에 진입하기 직전에, 경부선으로부터 분기하여 뻗어 나가는 형태이다. 여객 열차가 다니지 않는 화물 전용 지선임에도 불구하고 선로가 무려 복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닷가를 따라 감만동의 항구를 지나면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컨테이너들을 실어 나르는 화물 수송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다만, 복선이기만 하고 전철화가 돼 있지는 않다.

중간엔 우암 역과 신선대 역이 있는데, 둘 다 중요한 '보통역' 등급이다.
그리고 그 두 역 사이 구간을 인터넷 지도로 보면 모자이크 내지 풀숲으로 가려진 듯한 구역이 있는데, 거기는 국군 수송 사령부 항만 운영단이다. 그래서 보안상 가려져 있는 것이다.
이 컨셉의 철도가 생긴 건 무려 1950년대이지만, 그때보다 더 외곽으로 이설되어 지금과 동일한 선형의 우암선이 생긴 건 1984년이다.

2. 부산신항선

이런 철도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 난 굉장히 놀랐다. 경남 김해에 있는 경전선상의 진례 역에서 시작하여 부산 강서구의 부산신항 역을 잇는 화물 전용 철도이다. 즉, 정체성에 관한 한 앞서 소개한 우암선과 비슷하다. 사실은 진례 역 자체도 원래는 없었는데 부산신항선과의 연계를 위해 신설된 역이다. 길이는 21.3km로, 지선치고는 그렇게 짧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철도는 무려 2010년 말, KTX 2차 구간과 비슷한 시기에 개통한 따끈한 21세기 최신 철도이다. 21세기에 화물 취급용 철도가 새로 생긴 게 있다니! 그리고 현대 철도답게, 여객 취급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선에다 전철화까지 돼 있다. 지상으로 길을 내기 어려운 곳은 과감하게 지하로 터널도 팍팍 뚫었다.

3. 강경선

호남선의 강경 역에서 분기하여 그 이름도 유명한 논산 육군 훈련소 방면으로 가는 짤막한 철도이다. 단, 분기가 호남선의 상행에만 맞춰져 있고 삼각선이 없기 때문에, 서울에서 논산으로 내려온 열차는 강경선에 진입하려면 기관차의 방향(= 열차의 진행 방향)을 바꿔서 분기해야 한다. 불편한 점이다.

강경선의 종점은 연무대 역인데 이것도 사실은 두 버전이 있다. 종점에 덜 가서 먼저 나오는 '구 연무대' 역은 그나마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하고 근처에 시멘트 공장이 있어서 거기서도 역을 이용하는 반면, 진짜 선로의 끝에는 '신 연무대' 역은 군용 승강장이어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다. 선로는 연무 초등학교 근처에 국도 1호선의 코앞에서 딱 끝난다.

참고로 육군 훈련소 입소 대대는 신 연무대 역으로부터 남쪽으로 거의 1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입소 대대도 국도 1호선상에 있다.
강경선은 '단선 전철'이다. 복선을 굴릴 만한 수요가 있는 철도일 리는 없지만 어쨌든 2004년에 전철화는 되었다.

4. 삼척선

동해 역에서 분기하여 남쪽의 삼척 쪽으로 가는 지선이다. 강릉에서 삼척으로 내려오는 방향만 있지, 청량리에서 삼척으로 바로 가는 선로는 없다(삼각선 없음).
비록 삼척선은 무궁화호, 새마을호 같은 정기 여객 열차는 없지만, 강릉-삼척 간 전용 관광 열차인 CDC 개조형 '바다 열차'가 다니고는 있다. 또한 삼척선은 바다 경치를 보여주는 관광 이상으로 시멘트를 수송하는 산업선으로서도 묘하게 존재감이 있다.

앞으로 포항 이북으로 영덕과 울진에 동해선이라는 철도가 들어온다면, 그 철도는 응당 삼척선과 연결될 것이고, 그러면 삼척선은 지선이 아니라 엄연히 간선의 일부 구간으로 편입될 것이다. 지금은 단선 비전철이지만 그때쯤이면 삼척선도 복선 전철화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선형이 개량되고 외곽으로 선로가 이설될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5. 부산뿐만 아니라 동해남부선의 태화강(구 울산) 역에서도 항구 방면으로 몇 개의 지선 철도가 분기해 나간다. 그런 지선에 있는 대표적인 역은 장생포 역(장생포선)과 울산항 역(울산항선)이 있는데, 주변에는 온통 석유/화학 공장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인터넷 지도를 보면 지역의 위성 사진은 다 모자이크나 흐리게 처리가 되어 있다. 이 역에는 일반인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

태화강보다 몇 역 더 아래로 가면 남창이라는 역이 있고, 거기서 온산선이 분기해 나간다. 온산선은 온산 산업 단지 내부에 있으며, 역 주변에는 역시나 무시무시한 화학 공장들이 즐비하다. 역시 고해상도 위성 사진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용도는 역시 화물 수요 위주이다. 근로자를 위한 통근 열차를 굴리려는 계획이 없지는 않았지만 수지가 안 맞아서 성사되지 않았다고. 차라리 통근 버스나 자가용을 몰고 말지, 철도만으로는 교통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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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08:33 2013/02/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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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지하철역 열전

1. 길이 아닌 건물 부지의 중심에 있는 지하철역

일반적으로 지하철역은 큰 도로의 교차로에 만들어지거나, 최소한 길을 따라 그 아래에 나란히 건설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신분당선 판교 역은 길이 아니라 사방의 길로 둘러싸인 거대한 직사각형 부지의 정중앙에 건설되었다.

이 때문에 판교 역 주변에는 버스 정류장도 판교역 동편/서편/남편/북편 이렇게 네 개가 서로 뚝 떨어져 있다.
판교 역이 있는 부지에는 앞으로 거대한 상업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면 판교 역은 마치 지금의 분당선 서현 역처럼 건물 안에 있는 전철역이 될 것이다.

이런 건물의 건설을 염두에 두고, 현재 역의 근처에는 신분당선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지하 주차장도 있다. 신분당선 본사가 이 역 근처에 있기도 하니, 판교 역은 공항 철도로 치면 검암역과 비슷한 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판교 역은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본사 소재 + 상업 시설 + 환승 노선이라는 속성이 모두 갖춰질 예정인 판교 역의 미래가 기대된다.

2. 지상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

지난 2005년에는 6호선 환승을 위해 1호선 동묘앞 역이 건설되었다. 기존 지하철 구간에 역이 신설된 것은 분당선 이매 역에 이어 이것이 두 번이다.
지하철은 선로+승강장뿐만 아니라 대합실· 매표소까지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상에는 내려가는 계단 출입구만 존재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1호선 동묘앞 역은 2번 출구 쪽에 지하철역 '건물'이 지상에 있다. 이런 형태는 지하철에서 좀체 보기 힘든 형태이기 때문에 본인은 이것을 흥미롭게 주목했다.

물론, 상업 시설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건물을 갖추게 된 지하철역이야 분당선에도 있고(서현 역이 대표적), 아까 소개한 판교 역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무 사무소 때문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5호선 개화산 역이 유명하다. 도철 소유의 승무 사무소 건물이 있으며 그 건물 아래로 지하철역이 있다. 이 역에 존재하는 2개의 출구는 그냥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그리고 8호선 잠실 역도 9번 출구가 바로 승무 사무소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통로가 건물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으며 곧바로 지하로 내려간다.

3.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암 역 vs 9호선 개화 역

차량 기지 내부에 설치된 임시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 장암은 의정부에 있는 반면 개화는 그래도 끝자락이나마 인서울이다..
  • 장암은 단선이고 모든 열차가 들어가지 않아서 배차도 길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고 급행이 아닌 일반열차들은 모두 간다.
  • 개화는 두단식 승강장이지만 장암은 그렇지 않다.
  • 장암은 스크린도어가 있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다.

차량 기지 안에 역을 만드는 테크닉의 원조는 7호선 장암인데, 도철의 경우 그 후로도 5호선 강일, 6호선 신내가 계획되어 있다.
다만, 8호선 모란 차량 기지는 노선의 선형과 주변 역세권의 문제로 인해 내부에 역이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1기 지하철들은 순환선이거나 노선의 끝이 광역전철과 직결되거나, 이미 기지 구간 너머로도 노선이 연장되기도 했기 때문에(수서, 지축, 창동 등) 저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영역에 있다.

한편, 개화 역은 그래서 장암뿐만 아니라 1호선의 종점 중 하나인 인천 역과도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인천은 차량 기지가 있는 역은 아니지만 승강장이 지상에 섬식+두단식이며, 이전역과의 선형이 직선이 아니라 빙 굽어 있는 것이 유사하다.
또한 급행은 이전역까지만 운행된다는 점도 똑같으니 기막히지 않은가? (김포공항 vs 동인천)

다만, 개화는 계단 없이 승강장에 도달할 수 있는 '바로타'는 아니다.
장암은 역 건물에서 승강장까지는 '바로타'이지만, 역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 어차피 선로 하나를 육교로 타넘어야 한다.

* 이런 식으로 이색 지하철/철도역을 복습 차원에서 좀 더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승강장에서 자연 채광을 볼 수 있는 역은? 녹사평, 양천구청, 광명
  • 승강장이 지상인데 정작 지상에 역 건물이 없기 때문에, 지하로 들어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역은? 대방, 신도림
  • 주택가 내지 완전 골목길에 출입구를 볼 수 있는 역은? 마천, 신길
  • 지하역인데 승강장이 대합실보다 더 얕은 역은? 지하 청량리
  • 다리 위에 건설된 초유의 역은? 구일
  • 전부 또는 일부 승강장이라도 계단 없는 '바로타' 탑승이 가능한 역은? 인천, 가좌, 신답, 경의선 서울역, 노량진(일부), 화서(일부) / 용두· 장암· 7호선 건대입구(매표소-승강장 사이만)

Posted by 사무엘

2013/01/10 08:43 2013/01/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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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과 비교했을 때 버스는 막히고 느리고, 멀미와 차냄새, 급커브와 급가속 때문에 승차감이 월등히 안 좋은데.. 그뿐만이 아니라,
제발 예측 가능한 정위치에 정차 좀 할 수 없나?

대로변의 지하철역 근처처럼 많은 버스들이 상시 동일 정류장에 정차하는 곳에서는 이것 때문에 정류장 주변이 가히 헬게이트로 변한다. 도대체 어디서 줄을 서야 선착순으로 질서 있게 버스를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번호표나 한줄 서기 같은 '시스템'이 없으니 그 무질서함과 야만성 때문에 승하차에서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정차 중인 다른 버스들 때문에 정류장에서 20미터 가까이 떨어진 곳에서 문을 달랑 열어서 승객을 미리 승하차시킨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런 뒤에 버스가 정류장에는 안 들르고 바로 떠나 버리니, 이 때문에 골탕먹고 멘붕당한 적이 몇 번 있어서 나는 인상이 더욱 안 좋다.

겨우 좀 덜 걷고 계단 덜 오르내린다는 점 때문에 선호하기에는 난 버스에 안 좋은 면모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이 점에 관한 한은 내가 철덕이어서가 결코 아니라 정말 객관적으로 그렇다.
어쨌든 난 신사적이고 우아한 고품격 교통수단인 지하철이 더 좋다.

* 실제로 시각장애인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궤도 교통수단을 훨씬 더 선호한다.
시각장애인은 눈이 안 좋을 뿐 팔다리는 멀쩡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자만 따라가면 된다면 수직 이동은 별로 문제되지 않으며, 그 대신 정위치 정차가 접근성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
열차 운전 시뮬레이션이 되는 러닝 머신이 있으면 나 정말 운동 무지무지하게 열심히 해서 살 뺄 수 있을 것 같다.

러닝머신인데, 비디오 화면으로 운전석 전방을 찍은 열차 주행 동영상이 들어있다.
경부고속선, 수도권 전철 n호선, 경부선, 중앙선 등 노선을 고르고 운행 구간과 방향을 고른다.

그 뒤, 궤도가 움직이는 속도의 n배 속도로 열차가 주행하듯이 화면이 쫙 흐르고, 옆의 화면엔 현재 열차의 진행 위치와 다이아가 뜬다. 당연히.. 역에 정차할 때는 휴식. 주행 중엔 레일 부딪치는 소리와(장대레일 옵션을 켰을 때는 제외), 열차 구동음도 나온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서울-부산이 4시간 반 걸렸는데 지금은 4시간 10분만 걸린다는 식으로 속도를 올리면서 운동 강도를 높인다.
내가 지금 밀양 철교, 풍세교, 황학 터널, 한강 철교 등을 달린다는 느낌으로 운동을 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이런 기계 어디서 만들면 사 주겠다.

3.
그래서 요즘은.. 운전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게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
몸은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마음만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뮤직비디오 말고도 <영상포엠 간이역>, <심층취재 지하철에 미친 아이들> 등등도 다 인코딩해서 틀어 놓고 있다.
알고 보니 다음 팟인코더는 차종만 고르면 그 차 내비가 지원하는 동영상 포맷으로 알아서 인코딩을 해 주더라..;;

물론 안전을 위해 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동영상이 꺼지고 음성만 나오지만, 이것만으로도 차가 시내 정체에 갇혀 있을 때 예전보다 훨씬 덜 심심할 수 있게 됐다.
D에서 최소 엔진 회전수로 차가 슬금슬금 기어가는 걸 조금만 놔 둬도 동영상은 꺼짐.

4.
끝으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의 철덕이라고 한다..;; 오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통령이 되기 전 시 의원으로 활동할 때도 통근은 당연히 승용차 대신 아셀라 익스프레스로 해 왔으며,
지금은 저가 항공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국 고속철도망 계획을 구상하는 대단한 양반.
아예 철도역 승강장에서 다른 사람들까지 보는 가운데 가족 생일 파티까지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미국의 <레일로드>격이라 할 수 있는 Arrive라는 잡지에다 기고한 Why AMERICA needs TRAINS라는 글은 가히 전설을 넘어 레전드급의 포스를 자랑한다.
미국에 철도가 필요한 이유~!! 너무 멋지다! 미국엔 희망이 있다.

전문을 언제 날잡아서 번역하고 싶다.

“... 간단히 말해서 암트랙(미국 철도 회사)은 저와 우리 가족,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셀 수 없는 것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가치는 측정할 수도 없고, 열차표의 운임으로도 찍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철도 운송에 대한 저의 지지는 감정적인 것을 넘어선 것입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의 공항과 도로는 만성적인 적체에 시달리고 있으며 급격한 연료 가격 상승과 환경 위기의 증가에 직면해 있습니다. 철도 운송은, 증가 중인 국내 이동 수요를 위해 과거보다 더 확충될 필요가 있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05 08:38 2013/01/0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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