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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그 억만 광년(!!)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은하의 모습을 척척 선명하게 찍곤 하는데..
그걸로 가까이 있는 우리 동네 천왕성, 명왕성, 심지어 달 표면 사진은 좀 찍을 수 없나? 매번 번거롭게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가?

꽤 그럴싸한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A. 태양계의 행성들은 매우 매우 가까이 있는 대신, 가까운 것 이상으로 크기도 깨알같이 너무 작다. 어두운 건 덤. 그렇기 때문에 우주 망원경을 동원한다고 해도 행성 사진을 그렇게 고퀄로 찍을 수는 없다.
과거에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명왕성을 찍은 적이 실제로 있었다. 하지만 화질은 이게 한계였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태양계 행성들을 자세히 관찰하려면 번거롭지만 탐사선을 보내야 한다.
유의미하게 선명한 명왕성 표면 사진은 뉴 호라이즌스 호가 2006년에 발사되고 무려 9년 동안 명왕성을 향해 직접 날아간 뒤, 2015년에야 얻을 수 있었다.

지구 풍경에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10km 넘게 떨어진 저 건너편 건물이나 산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다 해도, 그걸로 바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콩알이나 쌀알의 표면을 제대로 관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ㄲㄲㄲ 그건 서로 분야가 다르다. 저격소총과 자주포가 용도가 다르듯이 말이다.

이 정도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된 것 같다. '1분만'이라든가 '사물궁이' 같은 잡학 채널에서 선뜻 다룰 법도 한데.. =_=;;;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그러니 지표면에 설치된 우주 망원경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지구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 그 상태로도 촬영 목표물을 향해 시선을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는 게 무슨 함포 사격 통제장치마냥 정교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 일은 피사체가 가까이 있을수록 난이도가 더 올라가며, 먼 은하가 아니라 겨우 태양계 행성을 촬영한다면 더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우주 망원경이 지구상의 천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잘 알다시피 지구 대기로 인한 시야 핸디캡이 없다는 것이다.
뭐.. 중량 제약이 심하게 걸리기 때문에 지구 천문대와 같은 거대하고 무거운 망원경을 설치하지는 못한다는 다른 핸디캡은 있다.
운영 비용이 살인적이라는 것도 덤.. 테이큰 대사 "인공위성 카메라의 각도 하나 변경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생각은 해 봤냐?"는 빈말이 아니다. ㄲㄲㄲㄲㄲㄲ
그러나 대기빨 안 탄다는 장점이 워낙 넘사벽 독보적이기 때문에 학계로부터 우주 망원경의 수요는 마를 날이 없다.

* 여담: 우주에 대해서

(1) 핵융합이라는 게 일어나려면 극악의 고온 고압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낱 지구의 실험실 나부랭이 수준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우며, 꿈의 에너지원이라는 핵융합 발전도 아직은 SF의 영역이다.
근데 우주 규모의 거시세계에서는 물질이 정말 지구 따위 쌈싸먹을 정도로 너무 많이 쌓여서 자기 중력을 못 견디고 붕괴해서 핵융합이 일어날 정도이다.;;; 쉽게 말해 100% 철로만 이뤄진 지름 1백만 km짜리 공은 재료공학 차원을 넘어서는 이유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별들은 무슨 석유· 가스를 태워서가 아니라 수소 핵융합으로 열과 빛을 낸다. 원자가 입자 차원에서 붕괴해서 중성자별이 됐다가 블랙홀이 됐다가 이런다. 중력과 원자력,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이렇게 연계한다는 게 천체물리학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면모인 것 같다.

(2) 옛날에 TV나 라디오로 방송국 전파가 없는 주파수/채널을 돌렸을 때 나는 그 흰 쌀알 소용돌이 애니메이션=_=과 우렁찬 씨이이이치이이이이이이 잡음은 그냥 개소리 잡소리가 아니라 먼 옛날 우주 배경 복사의 흔적이다. ㄷㄷㄷㄷㄷ 그저 전자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열잡음만 있는 게 아니다.
먼 옛날에 엄청난 에너지의 발산이 없었다면.. 임의의 주파수/채널을 돌렸을 때 그냥 아무 신호 없이 조용해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그냥 비디오 테이프의 무음부를 재생하거나 터널 안에 들어갔을 때 위성방송이 조용히 끊기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 와야 할 것이다.

왜, 척 노리스 개드립 시리즈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해서 개통해 봤더니 척 노리스로부터 부재 중 통화가 3통이나 찍혀 있었다"..;;; 이 상황과 그나마 근접하는 현실 버전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 전파 수신인 셈이다.

옛날에는 저게 개나 소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잡음이었는데.. 오디오 비디오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뒤부터는 이걸 청취하는 게 생각보다 꽤 어려워졌다!! 유튜브에 백색잡음이 일부러 올라와 있을 정도로..
요즘 기기는 전파 신호 자체를 쌩으로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다. 정상적으로 압축 해제되지 않는 신호는 통째로 버린다. 그러니 무의미한 백색잡음은 다 걸러지는 것이다. 이런 것도 기술의 발전이다.

(3) 태양계가 얼마나 크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에 모든 행성들이 다 들어가고, 태양과 수성의 거리만 해도 태양 지름의 수십 배라고 그런다.
근데 태양이 수십억 년 뒤에 적색거성이 되고 나면 태양의 반지름만 무려 2AU에 달할 정도로 팽창해서 지구와 화성까지 다 삼켜질 거라니 이건 또 무슨 변고인가 싶다.

태양 자체는 맨눈으로 보면 그냥 닥치고 눈부시게 밝은 백색광이다. 붉은 노을이나 누런 불빛은 빛 산란과 보정을 많이 거친 색깔일 뿐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뜰 때나 질 때 태양의 모습이나 하늘 색깔은 아무 차이가 없으며, 서로 구분 불가능하다.

(4) 별은 우리가 지구에서 관측할 때 의미를 지니는 겉보기 밝기와, 거리를 동기화시키고 측정하는 절대 밝기를 따로 다룬다. 태양조차도 절대 밝기는 겨우 4~5등성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우주 전체의 별들 중에서는 최상위권의 밝은 별이라고 일컬어진다.
그것처럼 지진도 그 자신의 절대적인 강도 (규모)와, 우리가 지표면에서 피해 정도(진도)를 따로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08 08:35 2023/10/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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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보안

1. 고전적인 폭탄 테러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보다 훨씬 더 빠르고 위험하고, 엔진이 꺼졌다가는 바로 추락해 버린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여객기의 경우 진작부터 테러의 표적이 되었으며, 보안의 필요성이 타 교통수단보다 더욱 부각되었다.
1970~80년대에 수하물 폭탄 테러가 몇 건 발생하자, 여객기 업계에서는 인원과 수하물이 무조건 일치해야만 비행기를 출발시키는 절차를 추가했다.

환승 등 어떤 형태로든 주인 없이 슬쩍 싣는 짐이 기내에 절대 존재하지 않게 한 것이다. 그 짐 속에 폭탄이 들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짐과 짐 주인을 맞추는 게 마치 울나라 군대에서 탄피 개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누군가가 비행기 안에 들어갔다가 탑승을 포기하고 도로 내리는 경우, 이때도 객실과 수하물을 전부 싹 뒤지고 검사를 다시 하게 됐다. 이건 어디 건물에 폭탄 설치 협박 전화가 들어온 것과 완전히 동일 상황이라고 가정하는 거다.

비행기가 떴다가 응급환자 때문에 도로 회항하면.. 이번엔 승객들 짐은 건드리지 않지만 비행기가 비상 착륙을 위해 연료를 다 버려야 하는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뜨기 전에 승객이 일부 빠져나가면, 이번엔 연료는 안 버리지만 저렇게 보안과 관련된 시간과 인력 낭비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 858 (김 현희..) 이후로 수하물 폭탄 '테러'는 더 겪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화물기에 실렸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는 바람에 추락 사고가 난 적이 있었을 뿐.. (아시아나 항공 991편, 2011년. 조종사들 사망)

2. 자살 테러

짐칸에다가 폭탄을 못 실으면 사람이 직접 조종실로 쳐들어가서 조종사들을 제압한다~!!
우리나라는 1958년의 창랑호, 1969년 YS-11기 같은 북괴의 납북 테러 공작 때문에 진작부터 이런 거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반면, 미국은 2001년 9· 11 테러를 당한 뒤에야 보안이 뒤늦게 아주 아주 강화됐다.

20세기까지 항공 보안 이념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아무리 비행기를 납치하더라도 설마 자기들까지 다 죽을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 조건, 선입관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9· 11 테러는 그 선입관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해 버렸다. 그러니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수하물뿐만 아니라 기내 반입 소지품도 더욱 까다롭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기내식 스테이크를 써는 플라스틱 나이프조차 안 주고 미리 다 썰어서 주기 시작했다. 식사 때 포크와 나이프를 통제하는 곳은 교도소밖에 없지 싶은데, 이거 뭐 여객기도 그 범주에 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종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서는 절대로 못 열고, 심지어 수류탄을 터뜨려도 안 열릴 정도로 문이 필요 이상으로 엄청 튼튼하게 개조됐다.

3. 조종사의 일탈

그랬는데.. 21세기에 와서는 비록 극소수이지만 정말 의외의 뜬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외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내부의 조종사가 나쁜 마음 품고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더라는 거다.
기장과 부기장 중 한 명이 화장실 갔을 때 남은 한 명이 조종실 문을 잠가 버리고 비행기를 고의 추락시키면.. 이건 아무도 저지할 수 없게 됐다.

아니, 여객기 조종사까지 될 정도로 인생 성공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도대체 저런 짓을 왜 하나 싶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기준이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그 파일럿들 엘리트 조직 안에서도 서로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 나이 50이 넘도록 기장 진급 못 하고 눈칫밥 먹는 열등감 쩌는 찐따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나 조현병 따위에 시달리는 조종사도 없으란 법이 없다.

이 사람들 역시 받는 액수가 좀 상위권일 뿐, 사기업 다니는 월급쟁이 근로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월급만으로 성이 안 차서 다른 데서 돈놀이 하다가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은 케이스도 있다. 당장 울나라에서도 옛날에 무려 대학 교수가 돈 문제 때문에 지 애비 죽인 사례가 있었다.

1999년 이집트 항공 990편 추락, 2015년 저먼윙스 9525편 추락은 블박을 보아하니, 정말 충격적이게도 부기장에 의한 고의 추락이 거의 확실시됐다. 2014년에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은 물증이 부족하긴 하지만 기체 결함이 절대 아니고 얘도 누군가에 의한 고의 추락으로 가닥이 기울어 있다.
작년 봄에 중국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혔던 중국 동방 항공 5735편 사고도 정황상 조종사에 의한 고의 추락이다.

오늘날 정치· 군사 분야가 아니면서 한 사람이 수백 명의 목숨을 왔다갔다 할 수 있고 막대한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부과되는 업종은 의료나 원자력이 아니면 비행기· 선박 같은 교통수단이지 싶다.

옛날에 항공기관사가 있어서 조종실 승무원이 3명이나 있던 시절에는 이런 고의 추락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할 수가 없었다. -_-;;
옛날에 시내버스에 운전사뿐만 아니라 차장도 있던 시절에는 파주 시내버스 팔 끼임 사망 사고 따위 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수동 변속기 시절에 요즘 같은 급발진 따위도 절대 없었을 테고.

이런 게 무인화 자동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다.
뭐, 조종실 문을 봉인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닐 테니 요즘은 부기장· 기장 중 누가 화장실에 가면 객실승무원이라도 호출해서 조종실에 언제나 2명이 있게 운항 매뉴얼이 개정됐다.

사람이 935명이나 타는 KTX 열차는 1명이서 운전한다. 열차야 앞뒤로밖에 오가지 못하고, 안전성 면에서 타 교통수단의 추종을 아득히 압도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오죽했으면 쟤들은 시속 300으로 달리는데도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고 입석 승객까지 버젓이 받는다. 그리고 기관사가 생존 반응 확인 신호에 응답하지 않기만 해도 비상 정지한다.
이런 시스템은 오직 철도에서만 구현 가능하다. 그 반면, 여객기는 부기장마저 없어지는 1인 단독 조종이 될 일은 가까운 미래에 없을 것 같다. 이건 LPG 충전소가 무인화 셀프화되는 것과 동급이 아닐까 싶다.

(아 그러고 보니 1982년엔.. 기관사까지 버젓이 있는 와중에 기장이 기체를 고의로 추락시켰던 일본 항공 350편 같은 사례도 있긴 했다. 그건 얘기가 복잡해지는데, 일단 논외로 하자. -_-)

Posted by 사무엘

2023/10/03 08:34 2023/10/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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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흡 충동과 산소 부족은 서로 별개

인체는 숨을 오랫동안 참고 있으면 곧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기도를 열어서 무엇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빨아들이려고 애쓰게 된다. 주변이 온통 물이나 유독가스뿐이더라도 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물질(흡입), 다른 도구, 외력(강제로 호흡 차단)으로 인해 질식사를 할지언정, 혼자 숨을 참아서 자살할;;; 수는 없다. 이건 인간이 스스로 호락호락 목숨을 끊을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안전 장치이기도 한 것 같다.

글쎄, 과거에 대종교의 핵심 간부이면서 독립 운동가였던 나 철, 서 일 같은 사람은 스스로 숨을 참아서 목숨을 끊고 자결· 순국했다고 전해진다. 마치 어느 만렙 불교 승려가 꼿꼿한 가부좌 자세로 분신 인신공양을 한 것만큼이나.. 저게 아주 특수한 수련을 통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범한 일반인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숨을 안 쉬어서 인체가 괴로움을 느끼는 판단 기준은.. 정말 의외인데 산소 부족이 아니다. 반대로 체내에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증가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만큼이나 이산화탄소는 물질대사로 인해 계속해서 생성되니까.. 그리고 이게 산소 부족보다 먼저 감지되는 더 민감한 현상이다.

코나 입을 틀어막거나 목을 조르는 게 아니라 그냥 얼굴만 비닐봉지로 씌워서 밀폐해 보면(...;;) 얼마 못 가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벌개지긴 한다. 이것도 산소 부족 때문이 아니라 봉지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해서 호흡만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농도 조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요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0.04%, 대략 400ppm으로 여겨지는데, 날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가량으로, 약 100배 증가한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잘 하고 있으면서 순수하게 산소만 부족한 상황은 인체가 제대로 감지를 못 한다고 한다. 그냥 나른하고 체력이 딸리고.. 물론 그 상태로 등산 같은 무리한 신체 활동을 하면 고산병 같은 증세도 일어나겠지만, 대기압이 정상이면서 격렬한 신체 활동 없이 산소만 없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픽 쓰러지고 훅 갈 수도 있다.

하긴, 그렇게 위험을 감지할 기력 자체가 사라지니까 말이다. 스타에서 다크 템플러가 일꾼을 원샷 원킬 하는 것은 under attack 경보가 안 뜨듯이.. 일산화탄소 중독 같은 걸로 질식한 사람만 해도 다 그냥 픽 쓰러지지, 얼굴 벌개지고 켁켁거리면서 의식을 잃지는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리고 굳이 그 정도로 위험한 유독가스가 아니라 질소만 100% 있는 곳에 있어도 사람은 똑같이 픽 쓰러질 수 있다. 누가 나쁜 마음 품으면 이런 중독과 질식을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고통 없이 쉽게 가는 자살· 살인 방법을 고안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수영을 하면서도 과호흡이라고 해야 하나, 이산화탄소만 내보내어 인체가 내보내는 자연스러운 호흡 충동을 강제로 억제함으로써 실제 체력보다 더 오래 숨을 참는 테크닉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조심해서 활용해야 한다. 멀쩡히 수영하던 중에 뇌의 산소 부족 때문에 아무 이상 징후 없이 의식을 잃고 익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키는 Shallow Water Blackout이라는 현상 내지 용어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이런 맥락에서, 요즘은 하품도 산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최소한 주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졸음 운전은 명백하게 차내의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래도 날숨보다는 훨씬 낮은 농도이니까 졸리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지, 그 이상이면 탑승자들이 견디지 못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이 지치는 것에도 숨이 차는 것과 근육이 저린 건 별개의 영역인데, 호흡과 관련해서도 산소 부족과 이산화탄소 과다는 서로 완전히 별개로 생각해야겠다.
그래도 호흡이 어느 물질이 어떻게 변화하는 과정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체내의 산소 부족과 이산화탄소 과다는 대부분, 사실상 동치라고 봐도 무방하긴 하다.

여담이지만.. 호흡 하니까 떠오르는 게..
음식의 맛은 혀로 느낀다고들 그런다. 그런데 숨을 참으면서 음식을 먹을 때는 절대로 감지되지 않다가, 숨을 코로 내쉴 때만 느껴지는 그 형언할 수 없는 ‘끝맛’은 도대체 무슨 기관 내지 장기가 어떤 원리로 감지하는 것일까? 굉장히 궁금해진다.

2. 혹한 속에서 탈의

인체가 자기 상태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는 저런 호흡 관련 말고도 몇 가지 더 알려져 있다. 허기를 표현하는 배꼽시계만 해도 지금 정말로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만을 곧이곧대로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며..

한겨울에 눈에 파묻혀서 저체온 동사하기 직전인데, 정작 당사자는 정신줄을 놔 버렸는지 신체에서 무슨 반응을 내보냈는지.. 불타는 듯한 더위를 느껴서 스스로 옷을 훌훌 다 벗어 던져 버릴 수 있다 (paradoxical undressing). 물론, 그렇게 옷 벗은 뒤에는 더 빨리 의식을 잃고 죽는다.

그래서 이런 상태로 발견된 나체 시신은 본의 아니게 단순 사고를 넘어 강력 범죄를 당하기라도 했나 오해를 받곤 한다. 자가색정사처럼 말이다.
요즘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동사한 사람이 다 저러는 건 또 아니라는 게 의아한 점이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면서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한 사람의 회고도 전해진다. 갑자기 너무 더워져서 옷을 벗으려 했는데, 그랬다간 진짜 얼어 죽는다며 고참이 말렸다고 말이다.
옛날에 일본에서 러일 전쟁을 앞두고 동계 산행 행군을 하다가 수백 명의 군인들이 준비 미비로 인해 눈 속에서 얼어 죽는 참사가 벌어졌었는데.. (핫코다 산 참사) 이걸 묘사한 영화에서도 어느 군인이 정신줄 놓고 맛이 가서는 옷 훌훌 벗는 장면이 묘사됐었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 엔도르핀이 분비돼서 헤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 화재 현장 같은 데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초인적인 힘이 순간 나왔다가 그 뒤에 퍼지는 것.. 그런 면모가 있는 것 같다.

3. 뇌사

똑같이 의식을 (반)영구적으로 상실한 상태이더라도 뇌사는 식물인간하고는 완전히 다른 상태이다.
뇌사는 소생 가능성이 0%이고, 기계만 떼어내면 맥박이고 호흡이고 다 정지해서 무조건 바로 죽는다.
더구나 기계가 인체의 모든 생명 활동을 다 대체하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뇌사자는 기계로 도배를 해 놔도 1~3주 안에는 결국 심폐사에도 도달해서 어차피 죽는다.

그러니 뇌사자가 살아난다는 건 무슨 성경의 기적이 아닌 한 인류 역사상 전무하며 절대불가능이다. 아주 극소수 뇌사라고 오인된 식물인간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뇌사자가 놀랍게도 뭔 자극에 반응해서 양팔을 갑자기 치켜들었다가 자기 가슴에다 살포시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이건 ‘나사로(라자루스) 징후’ 내지 spinal reflex라고 불리는 현상인데, 이건 뇌가 아니라 그냥 척수에서 보낸 기계적인 반응일 뿐이다. 환자가 이제 살아나는 거 아니냐고 설레발 칠 필요가 전혀 없다.

뱀이라던가 일부 동물이 목이 잘린 뒤에도 일부 신체 부위는 뇌가 아닌 신경 반응을 보이는 것과 동일하다. 물론 그렇게 놔 두면 산소와 영양의 부족으로 인해 언젠가는 다 죽기는 한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현행법은 심폐사에 완전히 도달하지 않은 뇌사는 사망과 동급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뇌사도 사망으로 더 적극적으로 일찍 인정해 줘야 1분 1초가 급한 장기 이식을 더 수월하게 시행해서 “살 가능성이 있는 다른 환자”를 더 많이 살릴 수 있다~~~ 이런 말이 오가며 논란을 일으킨다. 안락사하고는 비슷해 보이지만 좀 다른 분야의 얘기이다.

작년에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피습 사건을 생각해 보자. 그가 의료진으로부터 정식으로 사망 판정을 받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은 ‘심정지’라고만 언론에 보도됐다는 걸 생각해 보자.
심장과 뇌의 관계가 이렇게 미묘하다. 컴퓨터에다 비유하자면 파워 서플라이랑 CPU의 관계와 비슷해 보이는데 말이다.;;

정작 전통적인 사망 판정 기준인 심폐사는 뇌사보다 소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멈췄던 심장이 갑자기 다시 뛸 수 있고, 심폐소생술, 제세동, 심지어 심장 이식 같은 대체가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가족의 사망이야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체 남기면서 일체의 희망이나 뒤끝 없이 깔끔하게 딱 죽어 버리는 게 차라리 더 나을 정도로 다른 방식으로 더 나쁘게 되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 실종: 생사불명. 사망과는 차원이 다른 잔인한 희망고문을 선사한다;;
  • 전신 마비: 외관상 사지 멀쩡하고 생명과 의식이 있고 지능도 100% 정상이지만.. 척수가 나가서 목 아래의 몸체를 조종을 못 한다..;; 평생 혼자서 대소변 통제도 못 하고(변의 자체를 못 느끼는 채로 그대로 싼다ㅠㅠㅠ), 간병인이 주기적으로 체위도 바꿔 줘야 한다(욕창 예방). 살아도 산 게 아님.
    아까 저 뇌사자조차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나사로 징후’를 못 하는 반대편 극단에 속한다.
  • 중증 치매나 이와 비슷한 급의 정신 질환: 역시 살아도 산 게 아니며, 주변 보호자의 인생까지 파탄으로 몰아넣는다. 오죽했으면 가족인 보호자가 환자를 작정하고 죽여 버린 뒤에 경찰에 자수하고 제 발로 교도소로 간 비극적인 사연이 나올 정도이다!! 이건 보호자를 절~대로 비난할 수 없는 사항이다.
  • 양안 완전 실명: 앞을 못 봄. 사망 다음으로, 혹은 심지어 사망에 준할 정도로 생명보험금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엄 여인 사건이 괜히 발생한 게 아니다. 여느 식물인간이나 사지절단보다 더 암울하다.
  • 뇌사: 사실상 사망이나 마찬가지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심폐사가 아닌 뇌사를 사망 기준으로 공식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제아무리 생명 존중하고 안락사 부류를 금기시하는 종교나 문화라도, 아무짝에도 쓸모나 의미가 없는 연명 조치까지 무작정 강요하지는 않는다. 뇌사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살인이랑,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가시려는 걸 억지로 막지 않고 놔 두기" 이 둘의 차이는 아동학대와 사랑의 체벌의 차이만큼이나 분간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19 08:35 2023/09/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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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드립

인류 역사상 자동차라는 물건이 발명된 지 15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일반 서민들이 자가용이라는 걸 굴리기 시작한 역사는 미국 기준으로나 겨우 100년 남짓이다.
자동차가 인류와 수천 년을 함께 한 보편적인 필수품으로 정착했다면..

  •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대신 "바늘 도둑이 차 도둑 된다"가 속담이 됐을 것이다. Grand Theft Auto!!!!!!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차 잃고 주차장 고친다, 차 잃고 이모빌라이저 장만한다" 정도로.. ㄲㄲㄲㄲㄲㄲ
  • "일찍 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가 아니라 "일찍 도착한 차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가 훨씬 더 공감될 것이다.;;

예수님도 나귀가 아니라 무슨 컨버터블 오픈카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을 것이다. -_-;;;;
"맞은편 마을에 들어가면 어귀에 아무도 탄 적이 없는 팬더 칼리스타 한 대가 키가 꽂힌 채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 차를 타고 시동 걸어서 몰고 오너라. 만약 주변에서 너 뭐 하는 거냐고 따지면 주님이 필요하다고 하신다고만 말하면 될 거다" (막 11:2-6)
(성경에는 직접 기록돼 있지 않지만, 당연히 그 차주, 아 아니 나귀 주인에게도 예수님이 꿈 같은 수단으로 미리 언질을 주셨을 것이다. ㄲㄲㄲㄲㄲ)

2. 진행 방향 전환

(1) 보행자
보행 중에 언제든지 마음대로 멋대로 방향을 틀어도 된다. 걷는 사람끼리 부딪혔다고 딱히 사망· 중상 같은 사고가 나지는 않으니까.
단,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와 애매하게 타이밍이 겹치게 되면 그냥 손을 "위로" 들고 빨리 건너자.
서로 애매하게 눈치 보느니, 확실하게 보행자가 먼저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주는 게 운전자한테도 훨씬 더 낫다.

(2) 자전거
평소엔 차도의 우측 끝(N차로)을 쭉 달리지만, 주· 정차된 차를 피하려고 왼쪽으로(N-1차로) 좀 가야 할 때가 있다.
방향 전환을 할 때는 팔을 "옆으로(특히 왼쪽으로) 뻗어서" 수신호 정도는 해야 뒷차에게 도움이 된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와 마주칠 때 손을 "위로" 들고 건너는 건 보행자와 동일.
공원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자전거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교차로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면 역시 안전을 위해 좌우 수신호를 하는 게 좋다.
이러니 자전거는 보행자와 자동차의 중간쯤 되는 방향 지시 개념이 있는 것 같다.

(3) 자동차
차로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진로를 전환할 때 모두. 직진이 아니라면 원칙상 깜빡이를 언제나 켜야 한다.
난 우회전 중인 차가 내가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대기 중인 경우.. 우측 깜빡이를 "켜고" 대기한다면 달리기를 해서 최대한 빨리 비켜 준다.
그러나 깜빡이 안 켜고 있으면.. 평소 걷는 속도대로 천천히 간다. "저 운전자는 느긋해서 여길 빨리 통과하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

3. 처벌

(1) 촉법소년 애새끼들 범죄와 어른들 음주운전은 제발 좀 지금보다 훨씬 더 엄하게 처벌할 수 없는지 너무 답답하다. 둘은 별개가 아니다. 전자도 어째어째 차를 몰 수 있게 되면 바로 똑같은 사고를 칠 테니 말이다.
편의점에서 미성년자한테 속아서 술 팔았다고 족치는 건 좀 적당히 하고, 음주운전 사고가 났을 때 그 운전자에게 술을 판 식당한테도 좀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싶다. 최소한 술 취한 손님이 차를 어떻게 몰고 가는지 정도는 감시하고 단속해야 된다.

(2) 그리고.. 무단 장기 방치 자동차, 무단 장기 알박기 텐트도 말이다. 좀 어찌할 수 없나?
이 나라가 경제 행정 안전 치안 안보.. 뭐가 부족해서 겨우 저딴 게 관련법이 미흡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유자와 일정 기간/일정 횟수 이상 연락이 닿지 않으면 강경하게 싹 임의처분 가능하게 해야 된다. 지시에 일정 횟수 이상 불응하면 초병이건 경찰이건 발포하는 거랑 완전 동급인 거다.

특히 캠핑카는 자동차와 텐트의 하이브리드이다.
자동차는 생계용으로 필요하다는 핑계라도 통하지만, 캠핑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사치품일 뿐이다. 저런 건 당연히 차고지 증명이 된 사람한테만 판매해야 되지 않느냐 말이다.
저게 무료 저가 공영 주차장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 놔 둘 곳이 없다면 아예 사지를 말고, 그냥 여름 휴가철에 렌터카처럼 대여만 해서 잠깐만 써야 한다~!

글쎄,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에 취업해 있는 프로그래머, 엔지니어조차 거기 집값이 너무 비싸서 캠핑카에서 산다는 얘기는 있는 거 같더라만.. 그거는 우리나라 사정으로 치면 농막을 불법 개조해서 거기서 먹고 자는 사람들 얘기와 비슷해지는 것 같다. 이 주제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4. 그냥 강한 처벌밖에 답이 없는 문제

요 근래에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서 애꿎은 보행자가 사망하는 천인공노할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도 아니고 인도에서 멀쩡히 서 있었는데 차가 돌진하는 건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
지난 4월에 대전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 아니 사건은 전국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그리고 얼마 전 분당 AK 플라자 칼부림 사건 때도 차가 인도로 돌진해서 보행자 1명, 혹은 사실상 2명을 숨지게 했다.

이때 피해자 유족이 뉴스 인터뷰에서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말이 있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안전 펜스가 있었으면 애/사람이 죽지 않았을 거라는 거. 결국 이것도 나라 탓인 거냐?
유족의 그 마음이야 무슨 수로 위로하겠느냐만, 글쎄... 작정하고 싸패 미친놈 약쟁이 꽐라가 정신줄 놓고 인도로 돌진하는 걸 겨우 그런 울타리로 막을 수 있을까?

일반 도로에 있는 중앙선 분리봉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같은 물건이 아니다. 일부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인도/차도 펜스는 고속도로의 가드레일 같은 물건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도로의 인도에다 그런 울타리를 도배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런 울타리가 너무 많이 쭉 깔리면 솔직히 보행자도 평소에 생활이 많이 불편해질 거다.
직접 겪어 보면 안다. 저 앞의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야 할 때, 버스를 빨리 타야 할 때.. 저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완전 100% 자율주행이 실용화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한, 저런 사고를 근본적으로 100% 예방 봉쇄하는 건 불가능하다. 저런 0.01%급의 예외적인 또라이 미친놈들이 무서워서 자동차 최고 속도를 20km/h로 제한하고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21세기 신 '적기 조례'라도 시행할 참인가?

그냥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의 신체와 명예와 재산을 탈탈 털어서 조지고 "나는 음주운전 살인마입니다" 팻말 달고 길거리 조리돌림 매장해 버리고, 처벌이 무서워서 미친 운전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 가해자 쪽에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견디다 못해 당사자든 가족이든 누가 ㅈㅅ했다.. 이런 말 나오는 게 정상이다. 이 정도면 피해자 유족의 분노와 원한이 좀 풀리지 않겠는가?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게 국가 공권력이 국민의 교통 안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이다. 이런 데 쓰이는 세금은 아깝지 않다.

그러니 저런 피해자 유족은.. 다른 쓸데없는 거 탓을 할 게 아니라 그냥 제발 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빡침의 절규를 내뱉는 게 최선의 인터뷰일 것이다. 아 물론 그런 말도 다들 하기는 했다만,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성선설을 전제로 깔고 만든 법과 규칙은 공산주의와 동급으로 처절하게 실패한다는 것이 인류 역사를 통해 증명돼 있다.

이렇게 처벌을 강하게 할 생각을 안 하고 어디서 사고 한번 났다 하면 연대책임 단체기합으로 비보호 좌회전이나 점멸 신호이던 게 몽땅 다 24시간 느릿느릿 답답한 적록 신호로 바뀌는 거..
사고 한번 났다 하면 거기 주변에 저런 울타리가 도배되는 거.. 선량하고 정상적인 다른 운전자들까지 몽땅 다 초등학생이라고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시간대에도 닥치고 느릿느릿 비효율적인 거북이걸음을 해야 하는 게 난 너무 싫다.

연대책임을 물을 거면 그 음주운전자놈의 동승자 내지, 놈에게 술을 팔고는 놈이 뭘 타고 집에 가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식당한테나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옛날에는 우한 폐렴 백신 강요라는 국가 시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난 그것보다도 규제 일색의 비효율적인 교통 정책이 더 싫다.

5. 이상한 비유

그나저나 하나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승차 다이빙(보행자)이나 꼬리물기(자동차) 따위를 하지 말라고 계도하는 캠페인 내지 공익광고가 있다. 뭐... 그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거기서 펴는 논리가 "겨우 5초 아끼려고 남에게 민폐 끼치시렵니까? / 5초만 참으세요" 같은 식이더라. 그걸 보니 심기가 많이 불편해진다.
장난하나.. 5초가 아니잖아.
이 차를 놓쳐서 뒷차를 타게 되면 최하 3분 이상, 보통은 5~10분을 날리고 기다려야 된다. 그 시간을 아끼려고 승차 다이빙을 하는 게 아닌가? 좌회전 신호도 이때 꼬리물기를 해서라도 못 건너고 다음 신호로 가면 날리는 시간이 도대체 얼마냔 말이다.

꼬리물기나 승차 다이빙이라는 행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랑, 그 행동이 절약해 주는 시간을 완전히 혼동하고 착각했다.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다.
쓸데없이 시간 아끼는 드립 치지 말고 말이다. 저런 행동이 도로 흐름을 꼬이게 만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거, 운전사/기관사에게 큰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차량 운행을 지연시키는 내역을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그걸 입증해 보여야 광고가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시간 드립이라면 차라리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현실 고증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한 표어인 것 같다.
(저건 한국 도로공사에서 쌍팔년도 시절에 공모해서 실제로 사용했던 입상작 표어라고 한다. 이런 표어는 입상작에게 상금을 주는 대신, 저작권이 주최 측으로 넘어가는 형태이다.)

6. 나머지 관련법들

- 총기 쪽에 '총기 소지 허가'와 '수렵 면허'라는 게 별도로 운용되는 것처럼 자동차에도 자동차 소유와 관련된 보험과 등록 등의 법이 있고, 사람에게는 '운전 면허'라는 게 나뉘어 있다. 심지어 보험조차도 자동차 보험과 운전자 보험으로 나뉜다.

- 이제는 자동차 운전 면허는 1종과 2종의 구분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냥 '대형/특수 - 보통 - 오토 전용(기존의 2종 자동) - 소형(오토바이)' 정도로 간소화했으면 싶다. 영업용 차량을 몰기 위한 트럭/버스 자격증은 따로 있기도 하니 말이다.

- 자동차 등록증과 면허증은 기록이 다 전산화된 덕분에 상시 실물 지참 의무가 사실상 없어졌다. 오늘날까지 오프라인 아날로그 실물 방법론이 여전히 유효한 분야는 선거-투표 내지 여권, 민사에서 사람 유언 기록 같은 쪽이지 싶다.;;

- 우리나라야 영업용 차량(바사아자)과 렌터카(하호허)는 번호판 차원에서 바로 식별 가능하다. 법인 차량은 완전히 개인용 자가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내버스· 택시 급으로 승객을 태우며 운전 영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차량은 아니어서 위치가 애매한데.. 얘들도 바로 식별 가능하면 뭐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카셰어링이나 리스 같은 공유 차량은 자가용과 렌터카 사이에서 위치가 좀 애매한 듯..

- 도로에서는 시속 60 이상 낼 수 있는 '자동차'만 주행 가능한 '자동차 전용 도로'와, 보행자 '만' 출입 금지이고 오토바이 정도는 주행 가능한 도로가 좀 구분됐으면 좋겠다. 국도 정도면 보행자만 못 들어가게 하면 되지 오토바이까지 갑자기 동선이 꼬여서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끝으로..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과식과 과속은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늘 뒷차를 배려하고 남의 시간을 존중하고, 뒷차가 "예측" 가능하게 움직여 준다면 아무리 과속해도 위험하지 않고 도로에서 싸울 일도 없고, 교통사고나 보복운전 따위가 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집요하게 변태적으로 단속하고 근절해야 하는 건 과속이 아니라 꼬리물기나 지정차로 위반 같은 거다. 그리고 맨날 AI AI 그러는데 스마트한 감응 신호, 그리고 꼬리물기 상황에서는 신호등 자체가 파란불을 안 주는 식으로.. 이런 거나 좀 똑똑하게 바꿔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16 08:35 2023/09/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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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주행과 변속

1. 주행 중에만 사용 가능한 기능

시동 얘기가 많이 길어졌는데..
한번 시동이 걸린 엔진은 이전 행정 사이클 때 얻은 힘(폭발력)으로 다음 행정까지 진행하면서 연료를 연소시키고 꾸준히 돌아간다. 특히 4행정 엔진은 첫 회전인 흡입-압축 때는 폭발이 없고 새 동력이 생성되기 전이니, 영락없이 이전 사이클에 의한 관성이나 스타터 모터(최초)의 도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동차에서 엔진의 동력을 필요로 하는 건 바퀴 구동축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는 엔진 동력에다 빨대를 꽂아서 돌아간다.
다만, 자동차에서 기름을 태워서 생산된 전기는 원자력이나 석탄(!!)으로 증기 터빈을 돌려 생산된 발전소 전기보다 훨~~씬 더 비싼 전기라는 걸 잊지 말자.;;; 대형 발전소에 비하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나쁘다.

자동차의 에어컨도 엔진 동력을 직통으로 사용한다. 에어컨의 냉매 압축기는 소형 승용차용이라도 수 마력은 우습게 까먹을 정도로 동력 소모가 많은데.. 자동차용은 일반 실내 에어컨의 실외기처럼 굳이 전기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엔진 동력을 바로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 밖에 엔진이 지속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내부의 각종 유체들을 공급하는 냉각수 펌프, 연료 펌프도 전기 모터가 아니라 그냥 엔진 동력을 미량이나마 끌어다가 동작한다. 물론 이건 에어컨이나 발전기에 비하면 부담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심지어는 축의 회전 속도를 측정하는 타코미터나 속도계도 엔진 동력을 극미량 깎아먹으며 동작한다. 전압· 전류량을 표시하는 테스터도 그 자체가 전력을 아주 약간 깎아먹으며 동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동작하는 게 순도 100% 공짜가 아니다.
이렇듯, 바퀴 구동축 말고 엔진 동력을 직통으로 사용하는 장치들에게 동력을 연결해서 공급해 주는 끈이 '팬 벨트'이며, 이건 자동차에서 아주 중요한 부품이다.

배터리 정도면 방전됐더라도 어떻게든 시동을 걸어서 엔진을 공회전만 시키면 알아서 충전된다.
그러나 에어컨은 겨우 공회전 수준의 동력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실제로 악셀을 밟고 주행을 좀 해야 찬바람이 나오는 편이다. 특히 연비 주행 에코 모드 같은 걸 켜면 에어컨의 냉기도 눈에 띄게 소심해진다. 내 차 기준으로 말이다.

쌍팔년도 급의 먼 옛날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떠오른다. 옛날 자전거에는 아주 원시적이면서 기묘한 형태의 헤드라이트가 장착된 경우가 있었다.
앞바퀴를 소형 교류 발전기의 회전축에다가 접촉시키고, 거기서 나오는 전기를 전원으로 삼는다. 그래서 자전거의 주행 속도에 비례해서 밝은 빛이 나오며, 차가 정지하면 불이 완전히 꺼진다.;;

발전기가 바퀴와 연결돼 있으면 자전거가 마치 짐을 더 실은 것처럼 가속이 약간이나마 더뎌진다.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성능 오버헤드가 있기 때문이다.
옛날 자전거가 겨우 헤드라이트 오버헤드가 있었다면.. 자동차 급에서는 에어컨이 그 정도로 오버헤드가 큰가 보다. 더운 여름에 차가 막혀서 못 가고 있으면 에어컨도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서 애로사항이 더 커진다.;;

옛날에는 철도 차량조차도 통일호/비둘기호 급의 구형 객차는 별도의 발전차가 딸린 게 아니라 그냥 구동축에 발전기가 연결된 경우가 있었다. 이런 빈약한 발전량으로는 전등 켜고 천장의 선풍기 정도나 돌리지, 에어컨은 당연히 어림도 없을 것이다.
천장 선풍기는 정화조 없는 비산식 화장실과 비슷한 옛날 유물이라 하겠다. 아 하긴, 비산식 화장실도 "정차 중 사용 금지"였으니 마치 옛날 자전거 헤드라이트처럼 주행 중에만 유효한 존재였다. ㅋㅋㅋ

2. 자동 변속기

컴퓨터에 C:\로 대표되는 붙박이 보조 기억장치로는 ‘하드디스크’라는 게 있었다. 이건 원통형 디스크에다가 모터가 달린 기계식 하드가 당연히 원조이다. 하지만 2010년대쯤부터는 플래시메모리 기반인 SSD라는 것이 도입되어 비싸지만 더 빠른 하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의 자동 변속기도 상황이 비슷하다. 클러치 페달 없이 동력비 변환을 자동으로 해 주는 그 물건은 토크 컨버터 기반의 유압식이 원조이다.
이게 제일 무난한 방식이긴 하지만, 결국은 동력이 간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있다. 꿀렁거림과 시동 꺼짐이 없다는 장점도 바로 이런 대가를 치름으로써 얻었다는 뜻이다.
변속을 자동으로 한다는 결과물은 동일하지만, 내부 동작 원리는 통상적인 유압식이 아닌 물건이 몇 종류 존재한다.

(1) CVT
일명 무단변속기라고 불린다. 기존 변속기가 단수별로 지름이 다른 톱니바퀴를 갖추고 있다면, 얘는 단면의 직경이 연속적으로 달라지는 원뿔을 갖추고 있다. 거기서 적절한 기어비가 나오는 부위를 벨트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변속한다.

그래서 얘는 이론적으로 1 2 3 4단이 아니라 그냥 범위 내에서 임의의 동력비를 구현할 수 있어서 변속 충격이 없고 아주 좋다. 살짝 악셀을 밟아서 엔진 회전수는 2000rm으로 균일한데 변속기의 동력비만 유동적으로 달라지면서 차의 속도가 20에서 70km/h까지 쭉 오른다면 환상적이지 않겠는가? 거기에다 변속기가 차지하는 부피도 작다.

하지만 이렇게 융통성 뛰어난 변속이 기계적으로 다른 아무 부작용 없이 구현 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에 CVT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가령, 최적의 동력비로 얻은 효율을 벨트를 고정하느라 낭비한다. (이거 고정을 제대로 안 하면 벨트가 헛돌기 때문)
나도 모든 기계적인 디테일은 모르지만, CVT는 아주 작은 경차나 소형 승용차급에서만 한정해서 쓰이고 있다. 옛날에 마티즈의 CVT 결함도 국내에서 CVT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짙게 깔았었는데 그건 너무 옛날이니 제끼고..

(2) DCT
유압식도 CVT도 아니면서 요즘 각광받고 있는 자동 변속 기술은 ‘이중 클러치’이다.
얘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클러치 페달이 없고 똑같이 PRND 기어봉이 있는 게 영락없는 자동 변속기처럼 생겼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어 기반의 수동 변속기에 더 가깝다. 거기에다가 자동화 기능을 추가했으며, 그 자동화 기능을.. 홀수 단용 클러치와 짝수 단용 클러치를 따로 내장하는 식으로 구현했다는 게 핵심이다.

얘는 한 클러치가 변속을 위해 활성화됐더라도 다른 클러치가 엔진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나 변속 충격이 적다. 동력을 간접이 아닌 직접 전달하면서 자동 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에다가 수동의 성능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다.
단점으로는 기계적으로 더 복잡하고 비싸다는 것.. 수십 년 전, 맨 처음에 자동 변속기가 괜히 유압식으로 개발된 게 아니었다. 그때는 유압식 자동 변속기만으로도 차값을 10% 가까이 더 올릴 정도로 비쌌으니 말이다.

DCT는 CVT가 한계에 도달하는 차급부터.. 나름 큰 차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편이다. 얘가 기존 유압식 자동 변속기까지 대체하고 자동 변속기의 주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13 19:35 2023/09/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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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시동

1. 시동

내연기관은 정지 상태였다가 돌아가려면 시동을 걸어 줘야 한다.
큰 불을 피우기 위해서 맨 처음 작은 불씨를 일으켜야 하듯, 그리고 컴퓨터의 유사 난수 생성기에다가 맨 처음에는 '무작위한' 씨앗을 하나 공급해 줘야 하듯, 동력을 생성하는 엔진도 시동을 걸기 위해 첫 순간에는 외부로부터 힘을 공급받아야 한다.

자동차처럼 스타터 모터가 달린 내연기관에서는 시동을 거는 절차가 간단한 편이다. 키를 꽂아서 옆으로 살짝 돌리거나 아니면 그냥 start 버튼을 누르는 게 전부이다. 그러나 자동차보다 더 작고 열악(?)한 물건에서는 시동을 거는 방식이 생각보다 더 다양했던 것 같다. 특히 옛날에 말이다.

  •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벤츠 모터바겐을 포함해 100년 전의 옛날 자동차, 그리고 농촌 경운기는 뒤에서 엔진 크랭크축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묵직한 회전축을 힘껏 돌려 줘서 시동을 걸었다.
  • 기계톱이나 자그마한 모터보트, 예초기 같은 부류는 줄을 푸덜덜 당겨서 시동을 건다. 전문 용어로는 '리코일 스타터'라고 부른다.
  • 요즘은 안 그런 것 같다만.. 옛날 오토바이는 페달을 밟아서 시동을 걸곤 했다. 전문 용어로는 '킥 스타터'. 죽어라고 시동이 안 걸려서 고생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어린 시절에 본 기억이 있다.

묵직한 엔진을 스스로 계속 돌아갈 수 있게 만들려면.. 처음에 힘을 생각보다 많이 전해 줘야 한다. 수~십수kg에 달하는 부하가 걸려 있는 회전축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여러 바퀴 돌려야 한다.
수동 변속기 차량을 밀어서 시동을 거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해 보자. 이중주차된 차를 슬쩍 미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시동을 걸기 위해 걸어 줘야 하는 최소한의 회전수와 토크, 그리고 시동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최저 회전수나 허용되는 최대 토크(부하) 같은 걸 수식으로 구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걸 인력으로 때우는 게 불편하니 자동차에는 20세기 초반쯤에 스타터 모터라는 게 발명되었다. 덕분에 시동을 거는 게 더 편리해졌지만, 그 대신 자동차는 배터리의 방전에 더 취약한 물건이 됐다.

차가 이미 시동이 걸려 있는데 공회전 엔진음이 너무 조용하다 보니 운전자가 실수로 키를 또 start로 옮길 수 있다.
옛날에는 실수로 그러면 스타터 모터가 뭘 잘못 건드리는지 아주 시끄럽고 불쾌한 소리가 나서 운전자가 "앗차~!" 하면서 키를 황급히 on으로 돌려 놓곤 했다.

자동차 취급 설명서에는 "시동이 이미 걸렸는데 키를 start로 또 옮기지 마십시오. 그러면 스타터 모터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라고 쓰여 있긴 하다. 하지만 한두 번 실수로 잠깐 그러는 것만으로 차가 바로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고장 나지는 않는 것 같다.
뭐, 요즘 같은 버튼식 차량에서는 한 버튼이 상태별로 시동 on/off를 모두 겸하니, 저런 실수 자체가 아예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라이터나 가스레인지 같은 화기를 켜는 절차도 내연기관의 시동과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라이터는 과거의 '플린트 락' 총기처럼 소형 부싯돌 같은 걸 마찰시켜서 불꽃을 만든다. 그러나 가스레인지는 전기 스파크를 이용해서 불꽃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용 붙박이 가스레인지는 대형 건전지를 넣는 부위가 있거나 아니면 아예 가정용 교류 전원을 사용한다.

가스레인지의 점화가 자동차 시동과 다른 점은.. 불이 켜진 뒤에도 다이얼이 START에서 ON으로 이동하는 게 없이, 그냥 자기 상태가 화력에 대응한다는 점일 것이다.;;
정비 상태가 불량한 물건은 다이얼을 돌려도 딱딱거리기만 할 뿐 죽어라고 켜지지를 않는데.. 이는 자동차가 시동이 죽어라고 안 걸리는 것과 비슷한 답답한 상황이다. 전기 스파크의 화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불이 피어오르는 화구 주변이 젖어서 착화가 잘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에서 쓰이는 무슨 대형 가스레인지 중에는 가정용 가스레인지와 같은 점화 장치가 없는 물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 라이터나 성냥불 같은 걸 가까이 대 줘야만 불이 붙는다.
요즘 일반인이 성냥불을 켜는 건 뭐... 생일 축하 케이크에다가 양초 꽂고 불 붙일 때밖에 없지 싶다.;;

자동차 정도야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라도 키를 꽂아서 돌리거나 on 버튼을 누르면 곧장 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선박이나 철도 기관차, 비행기 같은 건.. 시동을 거는 절차가 더 복잡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고 들었다. 하긴, 화력 발전소를 정지 상태에서 첫 가동하는 것도 그렇게 까다롭다고 하던데.. 뭐 더 자세한 사항은 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아는 게 없으니 글로 쓸 게 없다.;;

2. 시동과 관련된 보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영화적 허용 중 하나는 주인공이 주변의 자동차를 너무나 쉽게 탈취한다는 것이다. =_=;;
차 몰던 엑스트라 운전자가 하필 주인공 주변에서 급똥 해결하려고 차 문 열어놓은 채로 황급히 자리를 비운다거나..
주인공이 열쇠 구멍을 들쑤셔서 손쉽게 차문을 연다. 핸들 주변의 내부 배선을 뜯어서 금세 시동을 건다. 그러면서 "이 차는 이제 제 껍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가 된다.

요즘 차들도 영화에서 하는 것처럼 내부 배선을 뜯어서 스타터 모터에다 강제로 전류를 흘려보내면 키 없이 시동 걸어서 엔진을 돌아가게 만들 수는 있다고 한다. 이 상태로 악셀 페달을 밟으면 차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엔진을 강제 가동시켰더라도, 이때는 놀랍게도 잠겼던 핸들이 풀리지 않는다. 차가 정말 직진· 후진과 정지만 할 수 있지 핸들을 돌려서 방향 전환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 상태로는 차량의 운행이 불가능하다. 이는 차키 없이 자동차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장치이다.
핸들이야 어떤 방법으로든 차내에 전기가 들어오기만 하면 당연히 풀리는 게 아닌가 싶지만.. (시동이 걸려 있지 않으면 파워핸들만 동작하지 않을 뿐..) 그렇지 않다.

차에서 키가 꽂힌 걸 확인하고, 요즘 같으면 거기 안의 칩에 기록된 ID가 자기 것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서 인증을 통과해야만 핸들이 풀린다(이모빌라이저). 잠겼던 핸들을 인증 없이 강제로 풀려면?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시동 배선뿐만 아니라 핸들 주변의 부품을 더 뜯어서 비가역적인 손상을 가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차에는 철옹성 수준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제 역할을 하는 보안 장치가 다 갖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키 없이 차를 구동하는 건 실용적인 수준에서는 매우 어렵다.
차를 훔치려면 유리를 깨든지 해서 차내에 들어간 뒤, 시동을 강제로 걸고 핸들도 풀어야 하니 말이다. 맨 처음에 차키 없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문을 열기만 해도 바로 도난방지기가 작동해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려퍼질 것이다.

핸들이 한쪽으로 꺾여 있으면 차키를 꽂아도 acc나 on쪽으로 안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보안 장치라고 한다. 핸들을 한쪽으로 힘을 줘서 돌리면 금세 키도 돌아간다고 한다. 무슨 원리로 구현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요즘은 뭐 다들 스마트키를 쓰니 이런 걸 볼 일이 없겠다.

그리고 자동차에 온갖 첨단 보안 장치가 갖춰져 있더라도 차주가 그냥 차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자리를 비워 버리거나, 심지어 차키까지 안에 놔 둔 채로 떠나는 멍청한 짓을 하면.. 그 차는 범죄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작게 끝나면 그냥 차 안에 놔 뒀던 금품만 털릴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차를 통째로 도난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쎄, 드물게 차 내부의 부품을 털리는 건 그 중간에 속하는 걸까? 사고로 부서진 게 아니라 도난 당해서 털린 건 자동차 보험으로 보상도 잘 안 된다. ㄲㄲㄲㄲㄲ

저렇게 덤벙대는 차주라면 차를 세우고 나서 백미러도 접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절도범들은 주차장에서 그런 차부터 먼저 노린다고 한다. 백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가 문도 잠기지 않았을 확률이 실제로 유의미하게 높기 때문이다. 극악의 초보 고문관 운전자는 접었던 백미러를 펴지 않은 채 운행(!!!!!!!!)하는 전설적인 경우가 있다는데, 주차 때 백미러를 접지 않는 건 그 반대편의 극단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집뿐만 아니라 차의 문단속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군대에서는 군인에게 총을 니 애인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남에게 절대로 건네주지 말라고 교육을 시킨다. 이와 비슷하게 키가 차 안에 있거나 심지어 시동이 걸려 있는데 차에서 내려서 자리를 비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도둑이 차를 성공적으로 탈취는 했는데, 하필 수동 변속기인 바람에 계속 시동 꺼뜨리고 운전을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절도에 실패한 사례가 미국과 우리나라에 좀 있었는가 보다. ㅉㅉㅉㅉ 훔치기 전에 변속기와 페달 모양을 제대로 확인했어야지..

Posted by 사무엘

2023/09/11 08:36 2023/09/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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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건, 기계 장치

  • 비를 화살에다 비유해 보면, 구름은 활이고 비옷과 우산은 갑옷과 방패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듯하다.;;;
  • 집에는 하자(보수), 자동차는 결함(리콜), 컴퓨터 프로그램은 버그(업데이트/패치)가 각각 있는 것 같다.
  • 담배를 피우는 방식이 파이프, 시가, 궐련 등으로 바뀌어 온 게, 총의 격발 방식이 바뀌어 온 것과 비슷해 보인다. 매치 락, 플린트 락, 탄피...
  • 이동을 보조해 주는 기계로 무빙워크(수평), 에스컬레이터(수평+수직), 엘리베이터(수직)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마트에는 잘 알다시피 경사형 무빙워크도 있고, 지하철역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있다. 이 둘은 용도가 좀 특수해 보인다.

  • 아래로 치렁치렁한 두툼한 전원 플러그를 조밀하게 잘 꽂으라고 요즘은 멀티탭의 콘센트가 45도로 기울어진 형태인 게 많다. 이는 마치 휴게소에서 45도 기울어진 전진주차와 형태가 비슷해 보인다.
    휴게소는 부지가 넓고, 차가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주차 형태를 사용할 수 있다. 들어왔던 곳으로 도로 나가야 하는 대다수 일반 주차장에서는 이 구조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2. 과학기술 관련

  • 광속과 절대0도, 완벽한 진공.. 과학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상태를 말하지만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 '운동'은 체육 운동과 3·1 운동, 물리학 운동을 모두 가리킨다. '힘'은 병력 강제력 무력과 물리학적인 force를 모두 가리킨다.
  • 운동 에너지와 운동량, 충격량.. 열용량과 비열은 모두 미묘하게 서로 다른 개념이다.
  • 스프링/태엽은 영구자석과 비슷하게 일상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굉장히 심오한 장치인 것 같다. 게다가 자석뿐만 아니라 탄성력도 근원은 전자기력으로 귀착된다.;; 고체뿐만 아니라 액체의 점성이나 표면장력조차도 근원은 동일하다.

  • 로슈 한계 때문에 작은 천체가 큰 천체로 끌려오다가 박살나는 거, 그리고 열전도 차이 때문에 유리 깨지는 거.. 뭔가 비슷한 심상이 느껴진다.
  • 성냥의 재료로 쓰이던 백린과 적린은.. 수소와 헬륨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 과학에는 분야별로 어떤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존재가 있다. 강체, 이상기체, 흑체 같은 것.. 그 중 흑체(black body)는 뜬금없지만 천문학 용어인 암흑물질(dark matter)과도 비슷한 심상인 것 같다.

  • 오디오 CD의 표준 샘플링 rate인 44100hz, 그리고 마라톤의 표준 길이인 42195m...;; 역사적인 사연으로 인해 40000에서 묘하게 비껴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 컴퓨터에서의 언어 기계번역과, 자동차에서의 자율주행은 뭔가 비슷한 양상의 연구 분야인 것 같다. 100% 무인 자동화되기는 많이 어렵고, 컴퓨터 보조 번역 내지 일부 자동화 보조 주행이 더 현실성이 높다.
  • NASA에서는 천체 운동을 시뮬레이션 하다가 여호수아기에 나오는 지구 자전 정지 시간을 찾아낸 게 아니다. 상대성 이론 덕분에 우주 스케일에서 수성의 세차 운동 오차를 찾아냈고, 인공위성 GPS에서 발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세한 오차를 찾아냈다.

  • 자동차 엔진이 비효율적인 카뷰레터가 전자 제어 연료 분사로 바뀌었듯, 모터도 원시적인 저항 제어에서 초퍼/VVVF 제어로 바뀌었다. 초퍼 제어는 뭔가 ABS가 동작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전원 ON/OFF, 브레이크 ON/OFF)

  • 양수 발전은 수력 발전의 파생 보강형이고, 열병합 발전은 화력 발전의 파생 보강형이다.
    전자는 전기가 충분할 때 물을 미리 좀 끌어올려 놔서 대비를 하는 것이고, 후자는 쓰레기 소각에다 잔열로 물을 데워서 근거리 난방을 겸하는 시스템이다.
    제철소는 타 공장과는 성격이 다른 더 근본적인 건물로 여겨지는데, 발전소는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근본적인 시설이다.

  • 우주발사체 나로호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는.. 분야는 다르지만 나름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실패를 겪었고 세 번째 시도에서야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 2013년, 2011년)
  • 저온 핵융합과 반대로 고온 초전도는 서로 비슷하게 여전히 SF의 영역이다. 한쪽은 온도를 높여야 하고 다른 쪽은 온도를 낮춰야 하니..

3. 인체, 의료, 보건

(1) 감기-독감, 일사병-열사병이 좀 서로 비슷한 쌍인 것 같다. 후자가 전자보다 차원이 다르게 더 위험하다.

(2) 몸 속을 들여다보는 의료 영상이라는 건 CT(X선), MRI, 초음파 이렇게 분야별로 나뉜다.
현대의 서양 의학은 최첨단 기계와 장비빨로 인체를 구석구석 다 관찰한 뒤에야 진단을 내리는데, 그래도 여전히 인체의 모든 것을 다 파악하지는 못해 있고, 때로는 과잉 검진· 진료 논란도 있다.
그에 비해 한의학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가 아니라 무술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 같다. 여전히 사람 몸이 묘하게 아프고 쑤신데 서양 의학으로 원인 파악이나 치료가 안 되는 걸 치료하는 것에 효과가 있다.

(3) 생물학에서는 세균 다음에 바이러스, 물리학에서는 분자 다음에 원자의 순으로 관찰하는 세계가 작아진 것 같다.
화학은 분자 레벨에서도 온갖 유기· 무기 화합물을 만들면서 연구할 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이나 원자력만치 작게 파고들지는 않는 것 같다. 생물학은..?? DNA보다 더 작게 들어가면 뭔지 모르겠다.;;

(4) 게임 황금도끼와 영화 킬 빌에 공통점이 있다. 악당의 코드명 명목으로 생소한 독사 이름이 쓰였다는 것이다. 전자는 death adder, 후자는 black mamba이다.;;
뱀의 독은 대부분이 신경독이지만 일부 혈액독도 있다. 이 독은 물려서 혈관에 바로 주입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반면, 먹어서 소화 기관에 들어가면 의외로 평범한 단백질로 소화되어 버리기도 한댄다. 그래서 영어로는 먹는 독과 물리는 독이 각각 poison과 venom으로 단어가 완전히 다르다.

(5) 머리카락 염색이라는 게 10대, 20대의 아주 어리고 젊을 때는 주로 갈색으로 물들이는 날라리-_-, 탈선의 상징인 반면.. 60대 이후의 장년? 노년층에서는 백발 새치를 감추는 수단으로 용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단순 미용 성형과 화상 치료 성형이 다른 것만큼이나 달라 보인다.

4. 의문점

(1) 플래시 불빛이 주변 물체에 도대체 무슨 물리적인 영향을 끼치길래 석굴암 안이나 각종 박물관 안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인지 모르겠다. 거기는 보안 때문에 촬영 금지인 게 아니다. 온도나 습도도 아니고 빛에 성질이 변해 버리는 물질은 무슨 필름 같은 감광 물질밖에 없을 텐데 말이다.
태양은 빛을 줄이고 줄이고 왕창 줄여서 찍지만, 다른 행성이나 은하 같은 우주 사진은 왕창 오랫동안 노출을 시켜서 간신히 찍는다. 그런 곳은 플래시 잠깐 터뜨리는 식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다.

(2) 집 창문을 여니 집안에 열어 놓았던 문이 바람이 안 부는 데도 저절로(?) 쾅 닫히는 현상 말이다. 이게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데 왜 발생하는지 잘 모르겠다. ㄲㄲㄲㄲㄲ

(3) 손톱 깎을 때 손톱이 자꾸 탁 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길바닥의 돌멩이가 자동차 바퀴에 갈려 들어가면서 멀리 튕기는 건 이해가 되는데 손톱깎이는 손톱을 무슨 원리로 그렇게 멀리 튕겨 내는지 모르겠다. 손톱을 가위로 싹둑 자르는 것과 무슨 차이일까?

(4) 자전거 타이어는 왜 자꾸 공기가 천천히 빠지는지, 겨울 침낭과 패딩 점퍼는 도대체 어디서 왜 깃털이 하나 둘씩 빠지는지 궁금하다. 이걸 막을 수는 없을까..??

Posted by 사무엘

2023/09/08 19:36 2023/09/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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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복음, 죄에 대해서

1. 구원, 복음 전파

(1) 구원 확인
공무원 대기업 취업 전형을 합격한 사람,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 논문이 통과되어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생, 국방부 시계 끝나고 전역을 앞둔 군인한테..

"너 취업했냐, 너 곧 결혼하냐, 너 졸업하냐, 너 제대하냐.."
이런 질문을 했는데, 당사자가 입이 귀 밑까지 째지지는 않더라도, 오히려 화를 내고 기분 나빠하기까지 한다면,
그 사람은 좀 정신 이상이나 인격파탄, 싸이코패스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는 합격, 졸업, 결혼, 전역 따위가 애초에 사실이 아니라 구라 주작이었을 가능성까지 있다.

자, 이와 완전히 똑같은 맥락이다.
예수 믿고 구원받았고 죄 문제 해결됐고 죽어서 하늘나라 가는 사람, 일명 '교인'이라는 사람이 "너 구원받았냐..?" 라는 구원 확인 질문을 기분 나빠한다는 건....;;;
무조건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99%는 구원을 못 받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거다. 도둑이나 탈영병이 경찰이나 헌병 근처에 있을 때 괜히 지리듯이 말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고 실제 구원 여부조차 알 수 없는데.. 이렇게 입으로 구원 간증을 주고받는 건.. 이 영적 전쟁터에서 정말 "최소한의" 기본적인 암구호요 피아 식별 방법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받았냐는 질문을 무슨 명절 때 어르신들로부터 "너 취업했냐? 결혼은 언제 하냐?" 같은 부류의 오지랖처럼 받아들이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 구원의 영원한 보장
교회 다닌다면서 성경을 모르고 구원의 확신 내지 구원의 영원한 보장을 안 믿는 교인 중에는.. "인간이 감히 자기가 구원받았다고 스스로 확신하다니 그런 신성모독 교만이 어딨냐....;;;;;;" 이렇게 버럭 하는 경우가 있다.
요런 잘못된 질문을 받아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럼 성경에 기록된 구원 약속을 안 믿는 불신은 신성모독 교만이 아니고..??"
오징어 게임 오 일남의 "그럼 자네가 지금까지 나를 속인 건 말이 되고??" 요렇게 반문하듯이 반문하면 된다. ㄲㄲㄲㄲ

인간이 진짜 알 수 없는 건 일단 구원은 받고 나서 "하나님이 왜 내게 이런 고난을 허락하시는가, 예수님은 도대체 언제 다시 오시는가, 나는 언제 어떻게 죽을까..??" 이런 것들이다.
개인의 구원 여부조차 긴가민가 알 수 없고 들쭉날쭉이면 우리는 도저히 정상적인 신앙 생활을 할 수 없다.!!

(3) 복음을 부끄러워함
누군가가 밖에서 복음을 전하고 구원 간증을 하는 걸 교회 댕기는 교인조차도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오로지 부정적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다. "광신자들이나 저런 짓 한다. 저렇게 전해 봤자 누가 듣나~ 부정적인 인식만 생긴다, 차라리 불우이웃을 물질로 돕는 게 더 낫다.. 헐"

진짜 도 넘게 무례하거나 외형에 품위가 너무 없고 헬렐레 거리고 행 16:17-18 같은 급이 아니라면..
저렇게 길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복음을 부끄러워하는 그 사람의 영적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죄에 대해서

(1) 죄의 성립 조건
죄악이 인간의 감각 기관을 통해 input으로 들어와서 뇌가 인지하고 반응한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이것 때문에 순간적으로 잠깐이나마 유혹이 느껴지고 본능적으로 각종 나쁜 생각이나 극단적인 생각이 들고, OOOO XXXX를 하고 싶어지는 것.. 그 자체도 죄는 아니다.

"으악..!! OME!! 안 본 눈 삽니다" / "번뇌 이놈 죽어라~!" 이러면서 무슨 금욕에 고행에, 속세를 떠나서 수련하고 정신줄 놓으려 애쓸 필요는 절대 없다. 영적 전쟁이라는 게 우리가 선빵을 맞고 시작하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겨우 저런 것조차 죄라면.. 인간이 나쁜 환경에 처하는 것 자체가 신의 책임이 된다. 그러면 애초에 인간이 구원받자마자 하나님이 사람들을 하늘로 다 데려가 줘야 마땅하다.

단지, 그 유혹과 시험에 굴복해서 '자발적으로' 계속 곱씹고 그에 끌려가는 것부터는 죄가 된다. 물리적인 행동으로든 마음만으로든 형태 불문하고 말이다. 성경에서 다윗이나 아간 같은 사람이 유혹을 받았다가 죄에 빠진 과정을 잘 생각해 보자. 롯은 어떻고? (소돔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아예 거기 눌러앉고 거기서 유명인사가 돼 버린... ㅡ,.ㅡ;; )

이 관계를 이렇게 비유한 문구가 있다. "머리 위로(ABOVE) 새가 날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새가 머리 위에(ON.. 머리와 접촉) 앉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항덕/항공 용어로 각색하면 "새하고는 항공 자유화 협정을 1단계 이상으로 더 맺지 말아야 한다." 정도에 대응하지 싶다. ㄲㄲㄲㄲㄲㄲ
"악은 모든 외형이라도 피하라~" (살전 5:22) 말씀은 특별히 2단계 자유화를 언급한 것일 테고 말이다. (여객 화물 교류 없는 단순 기술착륙)

(2) 함정 수사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범죄를 수사할 때, '함정 수사'라는 건 이미 범의를 품고 있는 사람에게 미끼를 던져서 죄를 실제로 저지르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까지가 허용이다.
멀쩡한 사람한테 적극적으로 범죄 저지르자고 꼬드기고 선동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거 무슨 안락사도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선까지만 허용하고 적극적인 건 허용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패턴 같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이 누구의 마음을 더욱 강퍅하게 함, 누구를 시험하심"도 그런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하나님은 애초에 사람의 마음까지 보시고 마음 속에 품은 생각에서까지 죄를 찾아내는 분인데..
그걸 밖으로 행동으로 그대로 끄집어내 보도록, 그 여파만 더 크게 퍼지도록 툭 건드려 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미리 아심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read-only operation이다.

단지, 아예 "죄를 새로 짓게 만들자, 더 타락시키자" 그런 짓을 조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약 1:13은 그런 의미이다. 하나님은 지옥 가기로 예정된 사람을 악역으로 일부러 조종해서 죄악을 창시하고 퍼뜨리는 정신나간 미친 신이 절대 아니다.

(3) 죄를 안 짓는가, 못 짓는가?
예수님은 여느 인간과 완전히 동등한 이성과 감정, 자유의지 하에서 죄를 자발적으로 안 짓고 모든 유혹 시험을 이기고 율법을 성취하신 분이다.
무슨 짐승이나 로봇처럼 죄를 지을 능력이 애초에 없어서 죄를 '못' 지은 게 아니라 죄를 '안' 지으셨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 "그가 버터와 꿀을 먹겠고 이로써 악을 거절하며 선을 택할 줄 알리니 ..." (사 7:15)
  • "우리에게 계신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의 감정을 몸소 느끼지 못하시는 분이 아니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셨으되 죄는 없으신 분이시니라." (히 4:15)

이사야서의 예언에 버젓이 자발적인 선악 선택이 명시돼 있거늘, 이 점에 대해 오해가 없어야 한다.
왜 자꾸 '믿어져야 구원', '죄를 못 지음' 등등.. 능동 자유의지를 떼어내려 하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01 19:36 2023/09/0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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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생

예수 믿는 신자는.. 동물들 도축되는 게 불쌍하다고 개고기 안 먹는다거나, 심지어 채식을 하는 쪽으로 몰두하지는 않아도 된다.
살생을 안 하겠답시고 개미 한 마리 부주의하게 밟아 죽이지 않으려고 조심할 필요.. 없다.
심지어 살인을 안 하겠답시고 군 복무 집총을 거부한다거나 사형 제도를 반대?? 이건 뻘짓을 넘어서 반기독교 반성경적으로, 마귀적으로 아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적으로 살인을 하고 싶지 않으면 저런 부류가 아니라 요일 3:15 "누구든지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살인자" 이런 거나 유의해야 한다!! 이런 게 자기 사고방식을 성경에 맞춰 바꿔 나가는 것이다. 아멘???

교회의 주변 지체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서 시샘하고 질투하고 죽이고 싶도록 밉다면.. 당신은 창세기 4장의 카인보다 나을 게 없고, 제아무리 개고기 안 먹고 다른 친환경 친생명(??) 운동을 한다 해도 하나님 앞에서 말짱 도루묵인 거다.
니 육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서 이런 심보나 다스리고 예수님의 성품, 그리스도의 마음을 구해야 한다.

2. 우상

또 다른 예로.. 돌부처나 차례상, 돼지머리 앞에서만 절 안 한다고 해서 우상 숭배를 안 하는 게 아니며, 장땡이 절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어설프게 기드온 코스프레 한답시고 단군상이고 소녀상이고 때려부시면.. 그냥 재물손괴죄밖에 추가되지 않는다. 뻘짓 바보짓이다.

지 마음 속에 있는 탐욕과 돈신 우상이나 때려부숴야지..!! 성경에 나와 있다. "탐욕이 우상숭배"라고.. 엡 5:5, 골 3:5
지금 자라나는 주일학교 아이들한테.. 온갖 황금만능주의와 안목의 정욕에 상대 비교 부추기는 세상 매체가 신앙에 더 해로울까, 아니면 저런 무능한 형상들이 더 해로울까?
그래서 만약 답이 전자라면 이젠 TV나 유튜브를 다 때려부숴야 하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혈과 육을 동원하는 방법론은 문제를 결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탐욕은 그 어떤 물리적인 행동도 필요하지 않고, 하다못해 주둥이 뻥긋조차 필요하지 않고 마음만으로 지을 수 있는 죄다.
로마서를 보니, 사도 바울이 "나 이 정도면 십계명이고 율법이고 다 지킨 거 같은데?" 이러다가 "하지만 탐욕이 출동하면 어떨까? 탐! 욕!"에 고꾸라지고 솔직하게 GG를 쳤다. 이게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3. 중도

  • 성경에는 지나치게 의로운 자, 지나치게 지혜로운 자가 되지 말라는 권고가 있다(전 7:16). 어정쩡하게 "니 말도 옳다" 내지 적당히 유도리 타협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며, "주여, 시험과 박해를 좀 내려 주시옵소서" 이딴 짓을 하지 말라는 얘기에 가깝다.

  •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말씀 중에는 "우리의 적이 아니면 다 친구"(막 9:40 / 눅 9:50)라는 논리도 있고, "우리의 친구가 아니면 다 적"(마 12:30 / 눅 11:23)이라는 논리도 있다. 평시냐 전시(박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 성경에는 "어리석은 것을 따라 대답하지 말라"도 있고, 바로 다음에 "어리석은 것을 따라 대답하라"도 있다(잠 26:4-5). 대꾸할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분별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4. 심판의 도구

사람의 적은 사람이고, 사람을 제일 많이 죽인 것도 사람이다. 사람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심판하고 징계하는 건 하나님의 주된 역사 방식 중 하나이다.
굳이 개인 단위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거부한 뒤부터 신약 교회 기간의 대부분 동안 극심한 핍박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하나님이 사람을 심판의 도구로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 크리스천이 남에 대한 심판의 도구 악역을 '자처'해서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너 말고도 세상의 다른 불신자들 중에 심판으로 사용할 사람은 쌔고 널렸다. 구약 성경에서도 이스라엘 백성을 일시적으로 괴롭히고 징벌했던 타 민족들은 그 뒤에 자기들도 거의 다 몰락하고 망했다.
심판의 도구 주제에 자기들이 잘난 줄 알고 도 넘게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히며 깝쳤던 인간들은 자기들도 더 큰 벌과 심판을 받았다. 크리스천이 반유대주의에 동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약 성경에 '예후'라는 인상적인 인물이 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보다는 그냥 아합 집안을 파괴하고 죽이는 것 자체밖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다. (왕하 9~10)
아합과 이세벨 집안을 완전히 씨를 말려 버리고 나봇의 원수를 갚기는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왕이 되긴 했지만 어차피 바른 신앙이 전수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예후처럼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5. 분별

  • 여호수아는 낡은 복장만 보고는 기브온 거주민들에게 낚여서 호구 언약을 맺어 버렸다. (수9)
  • 다윗은 다급한 피난 와중에 '시바'의 이간질에 살짝 낚여서 얼렁뚱땅 판단 착오를 저질렀다. (삼하16, 19:29)

이렇듯, 세상에는 선의· 호의만 베풀어서는 안 되는 일이 좀 있다. 요즘으로 치면 종점의 기적이나 기독교 앵벌이 같은 것 말이다. 지혜와 분별이 필요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03 08:35 2023/08/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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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한테 이토 히로부미야 뭐.. 을사조약을 밀어붙인 민족의 침략자 원쑤이며 악당이다.
원 태우 의사가 암살하려다 실패했지만, 나중에 안 중근 의사가 쏜 권총에 맞아 골로 갔다. 죽어서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걸로 인과응보를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놈은 “남자는 배꼽 아래부터는 인격이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으며, 뒤지는 순간에도 女짜 포즈를 그리며 쓰러졌다는 풍자가 나돌 정도의 호색한이었다.
과연 악당 캐릭터에 걸맞은 성품이다. 울나라에서는 이 정도의 이미지가 전부이다. 코 옆에 점이나 있는 사악한 흰 수염 꼰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반면, 이 사람을 암살한 안 중근 의사는 울나라에서 뭐.. 그야말로 초딩용 위인전에도 수록돼 있는 애국자에 민족의 영웅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항일 독립운동 업계에서 개인 테러 분야의 원조 ‘알파’이다. 피날레 ‘오메가’는 윤 봉길 의사이고. ㄲㄲㄲㄲㄲ

인생이 워낙 드라마틱하니 관련 영상물도 당연히 여럿 만들어져 나왔다.
바로 떠오르는 건 "도마 안 중근"... 아 이건 좀 작품성이나 감독의 자질에 논란이 많고..
검색을 해 보니 애시당초 해방되자마자 1946년에 바로 "의사 안 중근"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다. 하지만 얘는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필름이 소실되어 현재 전해지지 않으며, 1972년에 동일한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영화가 그나마 더 유명하다.

일제의 탄압이 얼마나 천추의 한이었으면 1940년대 말에는 열차 이름도 '해방자'호였으며, 유 관순이고 윤 봉길이고 안 중근이고 항일 독립운동가 전기 영화부터 먼저 잔뜩 만들어졌었다. 그나마 "검사와 여선생"이 그 시절에 비정치 순수 픽션 분야에서 흥행 성공한 얼마 안 되는 신파 영화였다고도 예전에 언급한 바 있다.

유 관순 영화와 마찬가지로 안 중근 영화도 1959년에 "고종 황제와 의사 안 중근"이 하나 더 나왔고..
심지어 북한에서도 "안 중근, 이등 박문을 쏘다"(1979)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었다. 유 관순은 북한에서는 듣보잡 취급을 받는 반면, 안 중근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알고 보니 지난 2016년에는 "마지막 간수"라고 울산 MBC에서 다큐 반, 영화 반쯤 되는 성격의 TV 프로를 방영했었다. (☞ 보기)
마치 "조피 숄의 최후의 날"처럼 안 중근이 거사 이후 체포되고 취조받는 장면만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공교롭게도 KBS에서 주 기철 목사 다큐 겸 전기 영화인 "일사각오"를 만든 때와 시기가 아주 비슷하다. 그런데 저거는 중앙도 아닌 지방 방송에서 전기 드라마를 자체적으로 만든 거라니 무척 흥미롭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2022년 말에는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또 21세기 안 중근 전기 영화가 만들어져 있다. ㄲㄲㄲㄲ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안 중근과 이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안 중근을 위인으로서 흠모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일부 있는 반면, 한국에서 이토를 그냥 외국 정치인으로서 흠모하고 존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만, 이토는 그 당시 일본의 진짜 제국주의 정한론 침략자들에 비해서는 '온건한' 편이었고,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으로만 두면서 둘이 평화로운 공존을 바라고 있었다면서 이토에게 최소한의 실드를 치는 시각은 국내에도 일부 있다. 이 영상에서는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는구나. (☞ 보기)

  • “조선 정도의 전통과 규모가 있는 나라를 일본이 완전히 합병해 버리는 건 일본의 입장에서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대한제국이 자치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 “독자적인 문화를 1천 년 이상 가진 민족을 식민지로 병합한다면 일본으로서는 큰 후환을 만들게 됩니다”

  • “일본인 교사는 여가 시간에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십시오” (참고로, 이토 본인은 영국 유학파였고 영어를 아주 잘한 사람이었음)
  • “종교는 조선인들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니 이렇다 저렇다 평론하지 마십시오”

근현대에 일본은 어느 때건 온건파와 강경파가 늘 대립했던 것 같다.
한국 식민지화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 나중에는 천황에 대한 생각(황도파 vs 통제파), 더 나중엔 태평양 전쟁 때 미국에 대한 생각에서도 말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개인적으로야 살아 생전에 한복 코스프레 즐기고 조선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 정도이기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토가 진짜로 저런 생각을 갖고 저렇게 말했는데 울나라 국사에서 일부러 누락시키고 안 가르친 것인가?

이토가 한국의 잠재성을 믿었다느니 하는 말은 아무래도 오바 같다.
을사조약의 제5항에 “일본국 정부는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의 유지를 보증한다”라고 적혀는 있다. 나무위키에서는 여기에 밑줄 치고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로 링크가 걸려 있다. -_-

그는 조선을 보호국으로 먼저 만들고 나서 천천히.. 그래도 영국이나 로마 제국을 흉내라도 내면서 조선을 온건하게 일본과 동화시키려 했던 것 같다. 영국 유학파답게..
이렇게 비유를 해 보니 이토한테서 뭔가 야마모토 이소로쿠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후자는 미국 유학파이군..

그러니 고종이 헤이그 밀사를 몰래 보내면서 허튼수작 부린 것에 대해서는 이토도 강제 퇴위로 대응하면서 칼같이 응징했다.
그 시절에 고종은 아무리 봐도 러시아와 청, 일본 사이에서.. 그리고 친일과 항일 사이에서 오락가락 여기저기 양다리 걸치다가 죽도 밥도 못 쑨 것 같다. ㄲㄲㄲㄲ

안 중근 의사는 이토가 한국을 배신하고 동양 평화를 깨뜨렸다는 이유를 들면서 그를 사살해 버렸다. 그러면서 이토의 구체적인 죄목 15가지를 법정에서 주장했다. 아무리 온건파니 뭐니 해도 조선인 사이에서는 이토가 완전 죽일놈이라는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일야방성대곡'만 봐도 "이토 히로부미가 우리 편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을사조약 결과를 보니 전혀 아니었구나~ 저놈이 우릴 낚았구나!! 아이고 우리 어이할꼬"라는 내용이 전부이지 않던가..?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안 중근이 주장한 아이템들이 100% 다 팩트이고 맞는 얘기는 아니었던 걸로 난 알고 있다. 집필 중이던 "동양 평화론"이 완성되지 못해서 그의 생각을 다 알 수 없게 된 것이 일면 안타깝다.

안 의사는 체포된 뒤에는 자기를 적장을 사살하고 잡힌 군 장성급 포로로 대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총살이 아닌 교수형을 당한 건지도 모르겠다. 정작 윤 봉길 의사는 그런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본토로까지 압송돼서는 군 교도소에서 총살형을 당했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이토와 안 중근에 대해 어지간한 얘기는 다 나온 것 같다.
객관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1) 이토는 일본 자국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안 중근이 존경받는 것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단순히 조선을 침략한 것 같은 유치한 행적 때문이 아니다. 그는 일본 자체를 개조하고 근대화시킨 아버지 정도로 추앙받는다. 거의 울나라의 박 정희 수준? 괜히 지폐에까지 들어간 게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김 옥균 암살과 효수(시즌 1), 거기에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은(시즌 2)..
일본으로 하여금 조선에 대한 더 부정적인 인식을 심고, (2) 조선을 더 강하게 병탄하고 더 험악하게 취급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 건 분명하다고 하겠다. 쉽게 말해 통감부가 총독부로 바뀌는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

대만의 일제 통치에 비해 한반도의 일제 통치가 더 가혹했던 것, 처음부터 무단 통치에 헌병이고 고문이고가 횡행했던 것에 이런 사건이 직· 간접적으로 기여했지 싶다.
해방 이후에 김 구가 갑자기 암살 당하는 바람에 1940년대 말에 서로 눈치만 보던 남북 관계가 더 싸늘해지고, 6 25 같은 전쟁이 더 빨리 벌어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 사람의 다른 행적에 대한 가치 판단은 차치하고라도)

물론 을미사변이라든가(시즌 1) 의병에 대한 무자비한 토벌(시즌 2) 때문에 조선 쪽에서도 감정이 빡돈 게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애초에 조선이 일본을 완전히 몰아낼 군사력 국력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국지적인 저항과 도발만 하는 건 그냥 일본을 빡돌게만 할 뿐, "곱게 식민지 될래, 맞고 식민지 될래"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 없었다.;;

마치 진주만 공격이 그때 당시에는 일본의 대승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천조국을 빡돌게 해서 그 뒤로...!!@#@!#@! 됐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은 그로부터 10년쯤 뒤, 3· 1 운동이 비폭력을 지향하면서 크게 벌어지니 그제서야 일제도 발톱을 쓱 감추고 좀 고삐를 풀어 주고 문화 통치를 하게 됐다.

안 중근이 1910년대 국제 정세를 얼마나 크게 바꿔 놓았는지는 반대로 안 중근의 거사가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쓰여진 대체역사 소설 "비명을 찾아서" 같은 걸 읽어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일본이 저렇게 무식하게 가혹하게 통치를 했으니 반일 항일 감정도 강해지고 강한 독립 열망이 형성되고 그게 실제로 이뤄지기도 한 것이다. 이토 같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조선을 반발심 없이 교묘하게 잘 다스렸으면.. 한국이 진짜로 일본과 동화돼 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 나머지 관련 잡학들

  •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성이 이름 급으로 엄청 다양하고 많은데, '이토'는 그래도 그나마 흔한 축에 드는 성씨라고 한다.
  • 휴먼버그 대학교에 고정 출연하는 주인공 중에 불사신의 직장인 ‘사타케 히로부미(박문!!)’가 있다. 이 사람 이름도 좀 다시 보게 되겠다. ㄲㄲㄲㄲㄲㄲㄲㄲㄲ

  • 안 중근 의사가 거사를 벌이던 당시에는 하얼삔 역에 일본군보다는 러시아군이 훨씬 더 많았다. 안 의사도 러시아 헌병들에게 제압 당하고 체포됐다.

  • 이토가 마지막으로 "나를 쏜 자가 누군가? 조센징이라고? 이런 빠가야로.." 이런 말을 남겼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후손의 증언에 의해 부정된 바 있다. 또한, 이토를 쏜 사람이 러시아 저격수라고 따로 있다는 황당한 낭설이 있는데, 이 역시 그냥 주작이다.

  • 우리나라는 35년에 달하는 일제 식민지 트라우마로 인해, 훗날 UN이 제안하는 신탁통치조차도 극렬 반대하고 차라리 이대로 미군정-소련군정을 거쳐 분단을 선택한 것에 가깝다.;; 신탁통치 오보 같은 황당한 사건도 울나라의 미래에 영원한 쐐기를 박아 버렸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31 08:35 2023/07/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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