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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 외형과 동력의 간략한 변천 내력

(1) 옛날에 처음으로 등장한 동력 비행기는 날개가 두 겹으로 달린 복엽기 형태가 주류였다. 빈약한 엔진으로 양력을 최대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날개 형태는 단엽기로 곧 바뀌었으며, 오늘날은 복엽기는 일부 작은 경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다.

(2) 비행기는 랜딩기어의 접지 형태가 자동차로 치면 삼륜차(...!)에 가깝다. 뒤쪽에 삼각형의 두 꼭지점이 있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옛날에는 전방에 삼각형의 두 꼭지점이 있는.. 일종의 역삼각형(▽) 형태의 비행기 디자인이 주류였다. 이런 비행기는 앞바퀴가 아니라 꼭지점이 하나만 있는 쪽인 뒷바퀴를 조향했으며, 아마 이륙 시에 양력을 더 크게 하기 위해, 땅에서 주기· 주행 중일 때는 기수가 위로 치켜세워진 형태이기도 했다. 오늘날 이런 비행기는 역시 일부 경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다.

(3) 비행기는 거의 1950년대 이전까지는 프로펠러기가 주류이다가 그 뒤부터 슬슬 프로펠러 대신 팬이나 다른 추진 기관이 달린 물건이 나온다. 그런데 프로펠러라고 해도 다 같은 엔진 기반이 아니었다.
동체의 전방에 프로펠러가 하나만 달려 있는 놈은 프로펠러를 자동차와 별 차이 없는 피스톤 왕복 또는 성형 엔진으로 돌렸다. 그렇기 때문에 엔진 소리도 자동차와 별 차이 없는 "털털털 부우웅~"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양 날개에 총 2개나 4개씩 프로펠러가 달린 것은 '터보프롭' 엔진으로, 프로펠러를 돌려서 뒤로 배기가스를 분출하는 터빈 기반의 제트 엔진이다. 이제 "위이잉~ " 좀 공기 가르는 비행기다운 세련된(?) 소리가 들리지, 자동차 같은 엔진 소리는 나지 않는다. 오늘날 왕복 엔진 기반 단발 프로펠러기는 역시 소형 경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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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비행기 축에 드는 An-2 (12인승)와 DHC-6 트윈오터(19인승). 날개 형태(복엽/단엽), 랜딩기어 구성, 프로펠러 구조(성형 왕복/터보 프롭)가 모두 다른 재미있는 대조군이다. DHC-6의 경우, 미국 그랜드 캐년 관광용으로 쓰이는 기종이기도 하다.

그리고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인데, 옛날에는 프로펠러가 뒤에 달린 비행기가 만들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마치 선박처럼 말이다.
프로펠러가 뒤에 있어도 비행기가 나아가고 뜨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게 다른 방면에서 의미와 장점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비행기가 떠서 기수가 들릴 때 프로펠러가 땅과 부딪칠 위험이 크다.;; 그리고 굳이 꼭 그렇게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 보니 사장되었다. 삼발기, 전방 엔진 버스 같은 레어템이 됐다.

2. 악천후

폭우나 폭설처럼 '물'을 동반한 통상적인 악천후뿐만 아니라, 물 없는 지나친 폭염도 교통수단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악재이다.
고온은 물질들의 열팽창과 밀도 감소를 야기하는데.. 이 때문에 자동차는 공기압이 부족한 대형차에서 타이어의 파열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면 자기 혼자만 운행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라 타이어 파편이 다른 차에 튈 수 있고, 또 조향력의 상실로 인한 연쇄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철도의 경우 레일이 과열된다. 팽창으로 인해 휘는 것은 요즘은 기술 개발로 인해 극복되어서 장대 레일까지 잘 돌아가고 있으니 괜찮다. 하지만 문제는 강도도 약해진다는 것. 기관총 같은 게 너무 과열된 상태로 격발이 계속되면 아예 총열이 휘어 버리고, 현지에서 정비 불가능한 정도의 심각한 손상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철도의 경우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기적으로 뿌려서 레일을 식히기도 하고, 불가피하면 고속철이라도 주행 속도를 평소보다 낮춘다.

육상 교통수단과는 달리, 비행기는 이착륙 때를 제외하면 타이어와 지면의 접촉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더위로 인해 공기의 밀도가 감소하면 이는 양력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비행기는 평소보다 더 긴 활주로에서 더 빠르게 달려야 이륙이 가능해지는데, 공항(작은 지방 공항)과 비행기(무겁고 큰 중형 이상급 여객기..)가 드물게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항된다.
비행기는 날개 위의 눈조차도 무게 이전에 양력 발생을 방해하기 때문에 반드시 싹 다 치우고 출발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러니 무더위와 관련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사정이 있다.

선박은 폭풍우라면 모를까, 그래도 폭염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육지가 폭염에 시달리는 중이어도 바다에는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가득하다.
물이나 바다가 싹 말라 버려서 배가 주저앉는 건 지구 멸망 급의 극단적인 천재지변일 테니..

3. 비상 탈출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있고, 선박에는 구명조끼와 구명보트가 있다. 그나마 철도 차량만이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는 게 인상적이다.
비행기에는 안전벨트는 물론이고 구명조끼와 산소 마스크까지 있다. 구명조끼는 비행기가 바다나 강에 내렸을 때를 대비한 것이고, 산소 마스크는 비행기가 사람이 정상적으로 호흡하기 힘든 고고도에서 위험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한 사람당 순항 고도에서 자연 호흡이 가능한 고도로 하강하는 데 걸리는 최대 시간만치만 산소가 준비돼 있다. (내가 알기로 대략 15분) 상승도 아니고 하강인데 이건 최대 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달성 가능할 것이다.

갑자기 산소 마스크가 덜컥 내려왔다는 건 비행기가 비상 상황에 빠졌음을 뜻한다. 이때 독신 홀몸이라면 그나마 나 자신만 챙기면 되지만, 곁에 금쪽같은 처자식이 있더라도.. 일단은 "가장인 나 자신부터 마스크를 쓴 뒤에" 아직 방법을 모르는 어린애들에게 마스크를 씌워 주는 게 정석이다. 다른 애들을 챙겨 줘야 할 어른 본인이 먼저 기절해 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뭐랄까, 굳이 창조 진화 논쟁이 아니어도 성경의 법칙도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질문의 답은 언제나 단호하게 "닭이 먼저"인데, 그런 심상이 느껴진다.

비상 착륙을 하든 불시착을 하든 심지어 추락을 했든.. 어쨌든 공중에서 땅이나 물에 내려앉았다면 이제 비행기를 신속하게 빠져나가야 할 차례다.
선박이야 건물 수준의 대형화가 가능하니 논외로 하더라도, 오늘날은 버스와 열차에 이어 비행기까지도 모두 2층 차량· 기체가 개발돼 있다. 보잉 747은 조종석과 특실..만 2층이었지만 A380은 일반실까지 모두 2층이 존재한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는 2층 여객기가 수요도 있고 기술적으로 문제도 없지만 한동안 출시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몇 차례 추락 사고를 겪은 뒤부터는 비상시에 비상구를 개방하고 미끄럼틀을 깔아서 모든 승객을 90초 이내에 탈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 안전 규정이 추가됐는데, 2층 객실로는 이 조건을 구조적으로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여객기는 1층을 유지하면서 승객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서 광동체가 먼저 개발되었다. 버스나 열차와는 달리 복도가 두 줄 있는 것 말이다. 보잉 747이 대표적인 예이다. 얘는 조종석과 특실(!!)만이 2층이다.
그래도 지금은 결국 2층짜리 비행기도 봉인이 풀리고 나오긴 했는데, 그 90초 탈출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나 모르겠다. 결국 배는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열차, 비행기에 모두 2층 차량/기체가 존재하게 됐다.

높은 비행기에서 승객을 0.1초라도 더 빨리 지면에 닿게 하려면 탈출용 슬라이드/미끄럼틀은 직선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최단 강하 곡선)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잡생각이 문득 든다.
어차피 이 슬라이드는 딱딱한 강체가 아니고, 비행기가 물에 내려앉은 경우 그대로 구명보트로도 쓰이니 현실적으로 그렇게 굽은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추락해서 부서진 비행기는 어디서 연료가 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승객들이 절대적으로 신속하게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사 승무원들은 깜깜한 비행기 세트장에서 임의의 엑스트라 승객들을 동원해서 탈출 모의 훈련도 실시하며, 이 상황에서는 "고갱님~ 5천원이십니다" 오글오글 서비스 모드가 아니라 강한 명령조와 반말까지 부득이하게 허용된다. "당신, 이쪽으로 빨리 나가!"처럼. 워낙 1분 1초가 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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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나가세요"보다 저런 반말이 승객들을 더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정신 차리게 만들어서 더 신속한 탈출을 돕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조종석에서 기장과 부기장끼리나, 비상 상황에서 승객과 승무원끼리나 한국어 특유의 괴상한 높임법은 별로 효율적인 의사소통 모델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하다.

비상구 쪽에 앉아 있던 승객은 지금까지 다리 쭉 뻗으며 편하게 앉았던 대신, 이제부터는 법적으로 승무원들과 함께 다른 승객의 탈출을 같이 도와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그럴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승객에게는 애초부터 비상구 쪽 좌석이 아예 발권되지 않는다. 이건 타 교통수단에서는 찾기 힘든 관행인데,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항공 상식도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비상 탈출을 할 때는 짐도 어지간히 거추장스러운 건 다 버려야 한다. 수하물로 부친 캐리어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어지간해서는 선반 위에 올린 백팩조차도 못 건진다. 지갑, 핸드백, 최소한의 개인 의료기기 정도나? 자기가 짐 꺼내느라 복도 공간을 점유하는 동안 뒤의 승객들이 탈출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 짐은 무게 당 얼마로 환산해서 나중에 보험사로부터 보상만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힐 같은 신발은 거동에 불편할 뿐만 아니라, 뾰족한 굽으로 탈출 슬라이드를 펑크내는 민족 반역자급 초 울트라 민폐를 끼칠 위험이 있다. 이런 거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 그 승객이 속한 국가와 사회의 평소 시민의식 질서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4. 추락 실험

자동차, 특히 그나마 작고 자가운전의 비중이 높은 양산형 소형차들은 모델을 처음 개발할 때 철저한 안전 테스트를 거친다. 사고가 나더라도 탑승객이 받는 대미지가 도를 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생존률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이다. 특히 미국 같은 자동차 선진국에 신차를 수출하려면 거기서 시행하는 아주 엄격하고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자동차의 구조적인 안전을 100% 완전히 예측하고 검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자동차에는 충돌 테스트가 쓰인다. 그때 교보재로 동원되는 마네킹인 더미는 보기보다 굉장히 비싸고 귀하신 물건이다.
그런데 자동차의 충돌 실험 말고 혹시 비행기의 추락 실험이 시행된 예가 있을까?

보잉이든 에어버스든, 양산형 여객기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조류 충돌에 대비한" 모의 충돌 테스트는 하지만, 아예 기체를 통째로 추락· 전손시키는 테스트까지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 사고가 났을 때 어디에 있던 승객이 가장 많이 생존하더라 어쩌고 하는 것은 다 실제로 일어난 사고들을 통해서만 데이터를 축적해서 통계를 낸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으니, 미국에서는 비행기 제조사가 아닌 다른 서로 다른 단체에서 딱 두 번 추락 테스트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처음은 1984년 12월 1일, NASA와 FAA(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번역은..;;)의 공동 주관으로 보잉 720기를 캘리포니아 주의 모 사막에다 추락시켰다. (☞ 자세한 설명) 720이라는 모델명이 생소할 텐데, 이건 727의 오타가 아니다. 195, 60년대를 풍미했던 구닥다리 4발 여객기인 707의 다운사이즈 버전으로, 제원상의 최대 좌석 수는 149였다.

시범타로 쓰인 기체는 FAA에서 1960년에 훈련용으로 구매한 것으로, 심하게 낡았고 어차피 폐기할 때도 됐으니 이런 용도로 쓰이며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기체는 파손되면서 연료가 온통 유출되었으며, 이것이 주변의 뜨거운 엔진열로 인해 발화하여 화재를 일으켰다. 기체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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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비행기를 추락시켜 부수는 것은 자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 한 번의 이벤트로 최대한의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추락 계획을 정말 치밀하게 잘 짜야 했을 것이다. 마치 건물 철거 계획을 수립하듯이 말이다.

더구나 자동차 충돌 실험 때야 궤도나 피아노줄을 이용해서 차를 무인으로 이동시킨다지만, 비행기는 그런 게 없다. 여객기는 하다못해 전투기 같은 조종석 사출 기능조차도 없다. 그러니 처음엔 사람이 들어가서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중간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려서 탈출해야 했다. 물론 동승한 전문 스카이다이버의 도움을 받으며 말이다. 비행기 조종 전문가가 낙하산 전문가는 아니니까.

이런 추락 실험이 비교적 최근에 또 행해졌다. 지난 2012년 4월 27일, 이번에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채널이 자사의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Curiosity) 프로 방영을 위해 구닥다리 중고 보잉 727-200을 구매해서 미국·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있는 사막에 추락시켰다. (☞ 자세한 설명)
추락시킨다는 게 공중에서 시동을 꺼 버리고 마냥 활강 내지 자유 낙하시키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착륙 때처럼 뒷부분부터 사뿐히 착지시키지 않고 그냥 연약한 앞부분부터 바로 땅에 닿게만 해도 하체가 으스러지면서 추락 사고가 나는가 보다.

이때는 1984년 실험과는 달리 비행기가 수평 자세로 비교적 곱게(?) 추락했으며, 기체에 불이 나지도 않았다. 훗날 발생한 2013년의 아시아나 항공 814편 추락 사고와 비슷한 양상이 된 것 같다.
단, 727은 삼발기이며 요즘 비행기들처럼 엔진이 날개 아래에 주렁주렁 달린 형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다른 비행기와는 사고의 양상이 좀 다르게 흘러간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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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과 727 모두 엄청난 구형 기종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객기의 추락 실험에 동원된 이력이 있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진다.
하긴, 서구· 영미권에서 저런 "스펀지" 스타일의 지식 쇼 프로들은 자동차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충돌시키고 박살 내고, 폭탄도 터뜨리고 별 엽기적인 소재를 갖고 실험을 하더라. 그리고 자동차의 충돌 실험 자체를 수평 충돌이 아니라 자유낙하 실험 형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14 08:28 2017/12/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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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렁크에 싣는 물건들

차의 접지력을 위해서 일부러 무겁게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트렁크에 쓸데없는 짐을 싣지 말고 차를 가볍게 유지하는 게 연비 운전의 정석이다. 하지만 평소에 차의 트렁크에 늘 실어 놓을 만한 물건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이 인간 편의용과 차량 비상용으로 범주가 나뉜다.

  • 어디 여행 간 뒤, 현장에서의 인간 편의용: 돗자리, 담요(비행기 담요 같은..), 우산, 슬리퍼, 손전등, 식수, 나무젓가락, 종이컵, 상비약, 휴지/티슈
  • 차량 비상용: 소화기, 비상 삼각대, 경광봉과 건전지, (간단한 공구류와 스페어 타이어는 당연히..)

평소에는 워낙 조용하게 달리니 잘 모르겠지만, 자동차는 엔진 내부가 매우 뜨거우며 화재의 위험이 상존하는 물건이다. 굳이 냉각수 부족과 엔진 과열 때문이 아니어도, 운 나쁘게 엔진룸 속에 끼어들어간 종이· 나뭇잎 같은 이물질이 발화점 이상의 열을 받아서 불이 붙고, 그게 차량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식당도 굳이 누전이나 가스 누출 같은 일이 없이, 환풍기에 낀 사소한 기름때나 먼지만으로 불이 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큰 교통사고가 난 뒤에는 연료가 새서 케바케로 불이 나기도 한다. 승용차의 경우 엔진이 있는 앞쪽과 연료 탱크가 있는 뒤쪽 모두 안심할 수 없다.
이럴 때 소화기를 신속하게 꺼내서 연기와 불꽃이 최초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을 적절하게 초기 진화해 주지 못하면.. 엔진 부분만 교체하고 끝날 것을 발만 동동 구르다가 차량 전체를 홀랑 태워먹고 전체 폐차라는 비극을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는 뼈대만 쇳덩이일 뿐, 시트나 도색 등은 온통 가연성 화학물질이며, 불타면서 유독가스를 내뿜는 공해덩어리 그 자체다. 불 나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말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PC에 보안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만큼이나 차량에는 소화기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고가 난 뒤에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나 여기 있소) 도구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말이다. 자동차 학원에서도 이런 물건들의 필요성을 더 진지하게 가르쳐야 하지 않나 싶다.

돗자리나 우산, 슬리퍼 같은 수준을 넘어서 아예 낚싯대· 골프채, 커다란 악기, 자전거 같은 걸 차에다 상시 실어 놓는 건...;; 글쎄, 정말 차를 오로지 레저와 여가용으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면 "화물은 차를 무겁게 할 뿐이야!"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자전거를 차에다 싣는 게 가능하면 차와 자전거의 활용성이 더욱 커져서 상호 win-win이 되긴 하더라. 차 트렁크도 충분히 커야 하고, 자전거도 접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2. 자동차의 냉각수와 워셔액

자동차의 내부에 집어넣어서 비축하는 액체 중에 연료나 윤활유 같은 기름 계열 말고 '물' 계열 혼합물에 속하는 것은 엔진 냉각수와 와이퍼 워셔액 정도인 것 같다. 전자는 물의 높은 비열이 활용되고 후자는 물의 세척력이 쓰인다.
물론 두 액체의 용도와 성격은 서로 매우 다르다. 워셔액은 유리창이 깨끗하기만 하면 별로 쓸 일이 없는 선택사양이지만, 냉각수는 엔진의 가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필수품이다. 워셔액은 세척용으로 조금씩 소모되고 보충이 필요한 소모품인 반면, 냉각수는 누수 같은 이상 현상이 없는 한, 한번 주입해 준 게 반영구적으로 쓰인다는 차이가 있다.

순수한 물은 그리 낮지 않은 온도에서도 금세 얼어 버리며 금속류의 부식(녹)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액체 모두 부동액과 부식 방지 성분이 첨가된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알코올 계열 화합물이 첨가되는데, 둘 다 인체에 아주 해로운 독극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액의 첨가 성분인 '에틸렌 글리콜'은 물과 혼합될 경우 어는점을 영하 40도 아래로 크게 낮춰 준다. 성능 하나는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이것만 잔뜩 집어넣으면 반대로 물 고유의 냉각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부동액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물보다 많이 넣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에틸렌 글리콜은 독약임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외형에 꽤 달콤한 맛과 냄새가 나서 사람이나 동물이 실수로 마시고 훅 가는 사고가 세계적으로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이거 무슨 농약도 아니고.. 그 맛과 냄새가 어떤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부동액이란 게 자동차에만 쓰이는 게 아니고 혹한의 건축· 건설 현장에서도 물이 들어가는 곳에 쓰이기 때문이다.
도로의 제설용으로 사용되는 염화칼슘도 물과 섞이면 수용액의 어는점을 역시 거의 영하 52도쯤으로 크게 낮춰 준다. 이 효과로 눈을 녹여 버려서 제설 효과를 낸다. 그러니 나름 제설에다 제습 효과까지 있는 물건인데.. 얘는 이미 짐작한 분도 계시겠지만 부식 문제가 있어서 부동액 용도로는 쓰이지 않는다. 뭐 부동액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와이퍼 워셔액은 비록 사람이 마시는 술 같은 액체는 아니지만 소독(?), 빠른 증발, 부동 효과를 위해 역시 알코올이 들어간다. 그런데 단가가 저렴하고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메탄올이 들어가기도 한단다.
메탄올은 보다시피 극소량만 인체에 들어가도 신경을 마비시키고 눈을 멀게 하고 궁극적으로 생명까지 잃게 만드는 맹독이다. 선박이나 실험실 같은 데서 술 취한 기분 내고 싶어서 메탄올을 에탄올인 줄 알고 물에 섞어서 들이켰다가 골로 간 사람들.. 역시 없지 않다. 정상적으로 팔리는 술을 구할 수 없거나, 세금 안 붙은 저렴한 알코올을 섭취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2012년에는 워셔액을 술인 줄 알고 마시는 바람에 메탄올 중독으로 숨진 사람이 다윈 상 수상자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고의로 멍청한 짓을 한 게 아닌 단순 실수가 아니냐는 이견과 논란도 있다.

메탄올은 이렇게 입으로 들이키지만 않는다고 해서 장땡이 아니라고 한다. 앞유리에다 워셔액을 분사하는 경우, 메탄올이 소량이나마 기화한 형태로 차내에 유입되기도 한다. 워셔액 제조사들이야 그건 극소량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제 대한 정밀한 임상 실험이 진행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정 불안하면 좀 더 비싸더라도 에탄올 성분의 워셔액을 쓰는 수밖에 없다.

3. 차량의 외형과 내부 구조의 차이

트렁크와 객실(cabin)의 구분이 없는 해치백형 차량(SUV 포함)이 공간 활용성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뒷좌석을 완전히 접거나 옮겨서 자전거를 접지 않고 그대로 실을 수 있고, 아니면 사람이 발 뻗고 눕는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무척 부러운 면모이긴 하지만, 이런 실용성과는 별개로 본인의 취향은 그래도 트렁크와 객실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세단이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들고 좋다.

하루는 회사 업무 때문에 짐을(컴퓨터 본체 여러 대 등..) 승용차의 트렁크와 뒷좌석에 이르기까지 잔뜩 실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차는 회사의 이사· 사장급인 높으신(...) 분의 소유였고.. 그래서 대형 후륜구동이었다.
후륜구동은 잘 알다시피 뒷좌석 중앙 바닥이 구동축 때문에 위로 봉긋 솟아 있다. 요것 때문에 짐 싣는 데 의외의 어려움을 겪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일을 겪고 나니 뒷좌석 바닥이 그냥 평평한 내 차, 아니 요즘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긴, 나 완전 어렸을 때 탔던 포니 택시도 뒷좌석 중앙이 봉긋 솟아 있긴 했는데, 저런 차를 참 오랜만에 다시 구경했다. 포니야 소형차 덩치밖에 안 되지만 아직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해서 후륜구동으로 나온 것이다.

포니 1은 해치백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객실과 트렁크가 분리되어 있었으며, 트렁크를 열 때도 뒷유리는 고정된 채 아래의 몸체만 들려 올라갔다(4도어 일반 모델 기준). 즉, 사실상 세단이나 마찬가지였다. 해치백은 3도어 쿠페 모델에서 처음 적용되었으며, 그리고 후속작인 포니 2에서 완전히 해치백 형태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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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부 구조 말고 해치백은 세단과 달리 뒷유리에도 와이퍼가 달려 있는 게 특징이다. 뒷면의 유체역학적 구조상 트렁크가 튀어나와 있는 세단보다 뒷유리에 흙먼지가 더 잘 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4. 자동차의 동력원

(1) 내연기관이 발명되자 처음에는 자동차, 열차, 비행기가 모두 휘발유건 디젤이건 피스톤 왕복 엔진을 동력원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20세기 중반부터 비행기는 제트 엔진이 대세가 되었으며, 철도 차량은 주 동력원이 전기 모터로 바뀌었다.
덕분에 털털털 붕붕붕~ 이러던 엔진음이 다 바뀌었다. 제트기는 그 특유의 공기 뿜는 소리 덕분에 한때 '쌕쌕이'라고 불렸을 정도이며, 전철은.. 뭐 VVVF 인버터가 도입되면서 완전 전자악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날은 자동차만이 왕복 엔진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왕복 엔진이 배기가스를 내뿜는 건 그냥 연소가 끝난 잔여 찌꺼기를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엔진 출력과는 무관한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제트 엔진은 배기가스를 엄청난 고압으로 뒤로 내뿜어서 추진력을 낸다. 자동차와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이렇게 동일한 재료나 부품이 한 기술에서는 그저 그런 존재감인 것이, 다른 기술에서는 동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경우가 있다.
배터리가 기름 자동차에게는 그냥 객실 전원 공급과 시동 모터+점화 플러그 동작용이지만,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에게는 차를 가게 하는 동력원 그 자체인 것,
그리고 변속기 오일이 수동 변속기에서는 정말 단순 윤활 기능만 하지만, 자동 변속기에서는 엔진과 바퀴 동력을 중재하는 완전 핵심 매체인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 싶다.

(2) 그리고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차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전방 엔진, 후륜 구동인 일명 FR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승용차는 준대형급(대략 3000cc) 이하부터는 FF로 바뀌었고, 버스는 준대형급(35인승) 이상부터는 RR로 바뀌었다. FR은 이제 대형 승용차와 소형 승합차, 또는 크기 불문하고 트럭에서만 유지되고 있다.

(3) 전동차에 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VVVF) 인버터 기술이 있다면, 내연기관 자동차 엔진에도 공기를 흡입· 배출하는 밸브에 가변화 기술이 있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밸브의 여닫는 깊이를 지능적으로 조절하는 VVL (lift), 그리고 그 개폐 동작의 시점 자체를 조절하는 VVT (time). 흡기측과 배기측에 shaft를 구분한 DOHC 방식에 이어서 밸브 계통에 또 다른 발전이 이뤄졌다.

그리고 어느 분야건 양과 질, 주기와 강도를 조절하는 변수가 있다. 라디오에는 AM(세기)과 FM(주파수)이 있고, VVVF도 V는 전압(세기)이요 F는 주파수이다. 자동차에도 VVL은 강도이고 VVT는 타이밍이니까 동일한 개념이지 않은가?

5. 차량별 변속기 성향

자동차의 동력 변환 계통으로서 물리적으로 큰 바퀴와 작은 톱니바퀴를 맞물리게 돌아가게 하는 '기어'라는 건 꽤 간단하고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200~300마력짜리 자동차를 넘어서 열차나 거대 건설기계 수준이 되면 미세한 출력 조절을 위해서는 가히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어비와 다양한 단계가 필요해지는데, 이건 톱니바퀴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바퀴가 너무 커지거나 개수가 늘고 무겁고 복잡해진다.

(1) 그래서 철도 기관차는 동력을 일단 변압이 자유로운 교류 전기로 바꿔서 전동기를 돌려서 움직이는 디젤 전기 기관차가 대세이며, 드물게 자동 변속기 같은 유체 토크 컨버터로 동력을 변환하는 차종도 있다. 과거에 다녔던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가 이 범주에 속한다.
물론 이것들은 광원에다 비유하자면 직접조명에서 간접조명으로 바뀐 것과 같기 때문에 연비는 톱니바퀴 기어만치 좋지 못하다.

(2) 대형 버스와 트럭은 저 정도로 불가피한 상황도 아니고, 또 연비와 옵션 가격 같은 경제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여전히 수동 변속기 차량이 대세이다.

(3) 그런데, 이 와중에도 예외적으로 자동 변속기가 기본인 대형 상용차도 있으니 바로 “저상버스”이다.
바닥이 워낙 낮아서 버스 엔진 출력 정도의 동력비를 감당할 기어박스 내지 굵고 긴 샤프트조차(운전석에서 뒤쪽의 엔진까지)도 장착할 수가 없는 관계로 불가피하게 자동 변속기를 쓴다. 변속 명령은 기계 조작이 아닌 전기 신호로 전하고, 실제 변속 역시 톱니바퀴가 아닌 토크 컨버터로 행한다.

사실, 옛날에 버스가 트럭과 별 차이 없는 전방 엔진 방식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바닥이 왕창 높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구동축이 차체의 아래 중앙을 관통했다. 그래서 고속버스의 경우 바닥 아래의 화물칸까지도 좌우로 서로 단절돼 있을 정도였다.
그때에 비하면 버스가 바닥이 정말 낮아지고 사람이 타고 내리기 좋아진 셈이다. 철도로 치면 고상홈이 도입된 것과 비슷한 변화이다. 이런 차들에 비해 대형 트럭을 타는 건 지금도 거의 등산 수준으로 힘들다..;;

(4) 끝으로, 저런 대형차와는 상극의 체격인 오토바이는 또 반대로 수동이 대세이다.
글쎄, 리터급의 고성능 대형 오토바이라면 모를까 100~300cc대의 그저 그런 모델의 경우.. 그런 엔진 출력과 차체 크기에다가 크고 무거운 토크 컨버터를 장착하는 것부터가 삽질이고, 전통적인 기어박스를 장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아주 쬐그만 스쿠터는 차라리 CVT가 달리면 달렸지, 어떤 경우든 통상적인 자동차용 자동 변속기 같은 물건이 달리는 일은 없다.

똑같이 공간이 없는데 그 양상이 저상버스와는 다르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오를수록 기온이 내려갔다가 성층권에서는 다시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6. 동력의 취합과 분산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엔진이 죽어라고 피스톤 왕복운동만 한다고 장땡이 아니라..
여러 개의 피스톤이 균등하지 않은 주기로 만들어내는 불연속적인 힘을 한데 부드럽게 합쳐 주는 플라이휠 같은 부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힘을 실제로 회전하는 바퀴에 부드럽게 분산해서 전달하는 주는 차동 기어도 변속기와는 별개의 계층으로서 필요하다. 커브를 틀 때는 커브 안쪽의 바퀴와 바깥쪽의 바퀴가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CPU와 램뿐만 아니라 파워 서플라이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전거 중에는 크랭크가 둘 달려서 앞뒤 사람이 모두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물건이 있다. 이런 자전거는 개인이 구입해서 굴리기보다는 관광지 같은 데에서 대여하는 형태로 사용되는 편이다.
거기에서도 두 사람의 힘이 어떤 형태로 취합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실 자전거는 페달을 뒤로 밟았을 때 후진하지 않는 것도 신기하고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02 08:28 2017/12/0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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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동 변속기

자동차 운전을 오래 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전자 기기 일색이 된 요즘 차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옛날 차량의 '단순무식하고 견고한 특성'에 대해 일종의 향수를 갖고 있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는 단연 수동 변속기이다. 수동은 엔진의 힘이 고정된 비율로 곧이곧대로 바퀴에 전해지며, 강한 힘이 필요할 때도 저단에서 밟으면 밟는 대로 곧장 나간다.
그에 반해, 자동은 가속 페달을 깊게 꾹 밟은 채로 1초 남짓 좀 기다려야 킥다운이 일어나면서 추진력이 올라간다. 특정 단이라는 개념이 없고 시동 꺼뜨리는 일도, 클러치 일일이 밟고 떼는 불편도 없는 대신, 차가 운전자의 의중을 '간보고' 보정하기 위해 어느 정도 딜레이가 필요하다.

이건 수동 운전의 사고방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불편하게 일일이 클러치 밟고 떼도 좋으니, 차의 모든 상태를 자기가 스스로 파악하고 통제하고 결정하기를 원하는 골수 기계덕이라면, 자동보다 수동을 모는 게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수동 운전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오르막에서 멈췄다가 뒤로 안 밀리고(특히 뒷차와 부딪치지 않고) 매끄럽게 출발하는 건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동 변속기의 등장 초창기에는 킥다운조차도 버튼이 따로 있어서 이걸 사용자가 수동으로 알려 줘야 하기도 했다.
오늘날도 자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D에만 갖다놓고 때때로 킥다운만 하는 게 장땡은 아니다. 저단 고정이라든가 오버드라이브, 파워 모드 같은 미세한 제어 옵션이 달려 있다. 오르막· 내리막, 추월 같은 상황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주행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
(오버드라이브는 끌 경우 3 또는 4단 이하 변속만 허용하는 그냥 또 다른 형태의 저단 고정 기능 아닌가? 그런데 옛날엔 왜 따로 특별히 소개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참고로, 파워 모드는 단순히 자동 변속 조건을 평소보다 더 높은 rpm 시점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변속기의 수준에서 연비를 좀 희생해서 속도보다 가속력을 중시하는 결정을 내릴 뿐, 다른 마법을 동원해서 엔진에 힘을 더 불어넣는 건 아니다.

2. 카뷰레터

지금까지는 변속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옛날에는 자동차에 동력비의 변환만 수동· 기계식인 게 아니라 연료 분사까지 아주 원시적인 수동· 기계식이던 시절이 있었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에 힘을 내기 위해서 연료고 공기고 뭐든지 많이 공급해 줘야 하는데, 이거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적절하지 않으면 기껏 많이 공급한 연료가 제대로 연소하지 못해서 힘은 힘대로 안 나면서 연비는 안드로메다로 가고, 배기가스만 잔뜩 나올 수 있었다. 디젤의 경우는 이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전동차로 치면 저항 제어만큼이나 가장 원시적인 연료 공급 메커니즘은 기화기라고도 불리는 카뷰레터 방식이다. 이건 아주 간단히만 설명하면, 전자 기기가 정밀하게 뭔가를 통제하는 것 없이, 공기의 흐름을 따라 물리 법칙에 의해서 연료가 저절로 기화되어 섞이고 혼합 기체가 되게 한 것이다.

이런 카뷰레터 방식의 자동차는 단순 무식하게 밟으면 밟는 대로 엔진 rpm이 막 올라가고 반응성이 좋았다고 한다. 이건 안 그래도 수동 변속기의 장점이기도 한 특성인데.. 옛날 카뷰레터 엔진 차량의 엔진룸을 열어 보면 둥근 밥통처럼 생긴 헤드가 달려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원시적인 카뷰레터의 단점은 아까도 말했듯이 연비와 환경 문제이다. 그런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연료를 공급해서는 요즘 자동차 같은 효율을 절대로 달성할 수 없다.

또한, 굳이 가속을 안 하더라도 엔진이 돌면 도는 만큼 연료가 자연적으로 소모되는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즉, 퓨얼컷(fuel cut)이라는 게 없었다. 내리막에서 저단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서 전적으로 바퀴를 따라 엔진 회전수가 올라간 건데도 연료는 그 회전수에 맞춰서 쿵짝쿵짝 소모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에는 긴 내리막을 갈 때는 시동을 끄는 것까지는 위험하지만 기어를 차라리 중립으로 맞춰서 rpm을 줄이는 게 연비에 좋다는 팁이 통용될 정도였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 시절 옛날 자동차들은 주변 기온에도 더 민감했다. 날씨가 너무 추우면 배터리 같은 전기 장치뿐만 아니라 엔진도 잘 안 돌았다. 그래서 시동을 건 뒤에 어느 정도 공회전 예열이 필요했고, 또 시동이 잘 안 걸릴 경우 '초크 밸브'라는 걸 당겨서 연소실에 공기를 강제로 더 불어넣거나, 반대로 줄여서 연료의 농도를 올려 줘야 했다. 같은 힘을 내는 적정 공기량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편인데 그걸 기계식 카뷰레터만으로는 알맞은 값을 스스로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요즘 자동차들이야 ECU 기반의 전자식 인젝터에, 간접 분사도 넘어서 직분사 같은 다양한 연료 분사 기술이 개발되었고 저런 번거로운 절차들은 다 자동화되었다. 공회전은 쓸데없이 오래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내리막길을 갈 때는 엔진 브레이크 잘만 쓰면 된다. 오히려 중립은 시동 유지를 위해서 공회전만치의 연료가 들지만, 바퀴에 의해 엔진이 저절로 돌아가고 있을 때는 연료가 진짜로 전혀 들지 않는 퓨얼컷이 실현된다.
즉, 약간의 단순무식 거칠고 날렵함을 희생한 대신, 요즘 자동차는 더 똑똑해지고 운전하기 편해지고 성능과 경제성, 친환경성이 더 강화된 셈이다.

비행기만 해도 주변 온도와 공기 밀도, 기체의 중량 같은 온갖 복잡한 변수를 고려해서 V1 속도와 활주거리가 결정되는데, 자동차도 비록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엔진 시동과 구동은 매우 섬세하고 복잡한 변수가 많은 메커니즘인 것 같다.
이런 옛날 자동차와 요즘 자동차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고연비 고효율, 차에 좋은 주행을 하는 요령을 몇 가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시동 건 직후에 워밍업 공회전 쓸데없이 오래 하지 말 것.

물론 엔진 오일의 점성과 냉각수 온도를 맞추기 위해 길어야 10~20초 정도.. 시동 직후의 엔진 rpm이 좀 낮아질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좋다. 하지만 혹한에서 디젤 차량 정도가 아닌 이상, 분 단위의 공회전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긴 공회전과 예열은 바로 저 옛날 카뷰레터(기화기) 엔진 시절의 잔재일 뿐이다.

2. 내리막이나 평지에서 기름 아끼고 싶다고 쓸데없이 N으로 바꾸지 말 것.

요즘 차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차라리 D를 유지하고 상황에 따라 다음 둘 중 한 테크닉의 혜택을 입는 게 훨씬 더 낫다.

(1) 액셀 페달을 아예 안 밟아서 엔진 브레이크 + 퓨얼컷: 비록 완전 중립 관성 주행일 때보다는 차의 속도 감소 폭이 더 크지만, 이때는 전적으로 바퀴 관성만으로 엔진이 돌아가면서 연료가 아예 소비되지 않는다(이미 1500rpm 이상 정도로 엔진이 돌고 있는 경우). 그 반면, 중립일 때는 아이들링 rpm 유지를 위해서 기본적인 연료는 소모됨.
긴 커브+내리막에서 저단 엔진 브레이크는 브레이크 페달의 부담도 어느 정도 덜어 주는 굉장히 좋은 테크닉이다. 시속 100km 상태에서 1단.. 같은 미친 짓만 안 하면 된다.

(2) 액셀 페달을 얇게 꾸준히 밟아서 락업 클러치: 이러면 엔진 힘이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를 안 거치고 바퀴로 바로 전해진다. 특히 시속 60~80km급의 경제 속도에서 주기적인 재가속 없이 반쯤 크루즈 상태로 주행하면 가히 최강 연비를 달성할 수 있다.

3. 신호 대기처럼 작정하고 오래 정차가 예상된다면, D+브레이크 꿋꿋이 유지하는 것보다는 N으로 바꾸는 게 좋음.

요즘 차들은 D+브레이크 정차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자동 중립으로 최적화도 해 준다고는 한다만.. 일단은 기계적으로 봤을 때, 가려는 차를 억지로 붙잡고 세워서 변속기를 열받게 하는 것보다는, 직접 엔진과 바퀴를 분리시켜서 불필요한 동력을 끊어 주는 게 더 낫다. 똑같이 정차 공회전을 해도 N일 때 연료 소모가 약간이나마 더 적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수동에서 저랬으면 차가 견디지 못하고 바로 시동이 꺼졌을 것이다.

2와 3을 한데 요약하면, 변속기의 본래 설계 취지에 맞게 D는 주행할 때만 쓰고, N은 정차할 때만 쓰면 된다.
컴퓨터에서도 과거에 통했던 성능 최적화 꼼수들이 멀티코어 병렬화 시대가 되면서 통하지 않게 된 게 많은데 뭐 그런 걸 보는 느낌이다.

4. 주차하느라 전진· 후진을 자주 전환할 때.. 차가 완전히 서기 전에 P 또는 반대 진행 방향 기어로 절대 절대 성급하게 바꾸지 말 것.

이건 옛날 차든 요즘 차든 공통으로.. 모든 자동차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당부사항이다.
엔진 브레이크야 변속기가 브레이크의 역할을 일부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엔진 브레이크는 애초에 아이들링 rpm의 크리핑 속도보다도 더 느리게 차를 완전하게 세우는 기법이 전혀 아니다. 아이들링 rpm 상태에서도 차가 내는 힘은 엄청나며, 브레이크의 제동력으로 감당해야 할 힘을 변속기가 받으면 변속기가 망가진다. "시속 100km에서의 1단"과는 반대 방향 극단으로 차가 무리를 받게 된다.

잦은 변속 자체는 변속기를 닳게 하거나 차의 수명을 떨어뜨리는 짓이 결코 아니다. 단지, 차가 완전히 서지 않았을 때 변속하는 것이 변속기에 무리를 줄 뿐이다. 위의 성질 급한 관행으로 인해 차가 고장 나는 것 때문에 정차 중에 정상적으로 N에다 두는 것까지도 차에 안 좋은 것처럼 오해받는 것이다.
그 밖에, 빨리 튀어나가려고 정지 상태에서 미리 rpm 왱알앵알 거리거나, 구동축 바퀴를 헛돌게 하는 것도 웬만하면 하지 말 것..;

Posted by 사무엘

2017/11/26 08:33 2017/11/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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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덩치를 소형· 중형· 대형으로 분류할 때 이 등급은 탈 수 있는 인원수에 따른 절대적인 기준일 수도 있고, 승용차나 버스 같은 동일한 형태의 차량 중에서 상대적인 기준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5명이 타는 "소형" 승용차이더라도 모닝이나 레이 같은 경차는 소형차요, 아반떼는 준중형, 쏘나타는 중형이다. 그리고 그랜저 정도 되면 준대형이고 제네시스는 소형차 중에서는 대형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라고 해서 같은 거리를 가는데 고속도로 통행료가 아반떼보다 더 비싸지는 않다. (경차는 별도의 혜택이 있는 차급이니 논외로 하고.)

승용차는 '스마트 포투' 같은 극단적으로 작은 차를 제외하면 경차라도 일단 4~5인승이다. 왜건· 해치백형 SUV 내지 밴 차량은 맨 뒤의 공간에다 좌석을 추가로 달면 9명 정도가 탈 수 있다. 뒷문은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슬라이딩 도어)가 장착되기도 하며, 승용인지 승합인지 솔직히 좀 알쏭달쏭해진다. 아래의 차는 기아 카니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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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일명 봉고차라고 불리는 승합차는 일단은 좌석이 네 줄 있어서 최대 12명이 타는 게 표준이다. 하지만 세 줄만 있어서 9명이 타는 물건도 있고, 또 과거에 아시아 자동차에서 만들었던 '토픽'이라는 승합차는 이례적으로 줄이 하나 더 있어서 15명이 탈 수 있었다. 참고로 15인승이 1종 보통 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의 인원수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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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5인승 승용차보다 사람이 약간 더 많이 탈 수 있는 차량은 자그마한 학원이나 교회에서 수송용으로 운용하기 좋은 물건이다. 그리고 9인승 이상의 차에 6명 이상이 탑승했다면 경부 고속도로에서 버스 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남산 터널은 승용차라도 3인 이상만 타면 혼잡 통행료가 면제되고, 서울 시내의 중앙 버스 전용 차선은 일단은 오로지 정규 노선 버스 같은 영업용 차량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이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승합차보다 더 큰 차가 필요하다면 이제 미니버스 또는 마이크로버스라고 불리는 물건을 살펴볼 차례이다. 버스 중에서는 소형이지만 차량 전체의 덩치 랭크에서는 중형차 급에 속한다.
얘는 이제 한 줄에 좌석이 3개에서 4개로 늘어나며, 차에서 키 170~180급인 성인이 일어서서 차내 복도를 돌아다닐 수 있다. 작고 좁은 좌석에 25명 정도가 탈 수 있으며, 객실 아래의 별도의 짐칸과, 운전석에서 스위치로 곧장 개폐 가능한 자동문도 이 차급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요런 버스는 대중교통에서는 주로 마을버스 형태로 다닌다. 현대 자동차의 브랜드명은 '카운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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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얘는 오늘날의 대형 버스와 비교하면 여전히 전방엔진이며, 승객이 타는 문은 중문 하나만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다. 옛날 버스의 구조와 더 비슷하다.
승합차와는 달리 미니버스부터는 뒷바퀴의 한 축에 타이어가 하나가 아니라 트럭처럼 두 개씩 연결되어 있다. (사실, 기아 자동차 봉고는 승합차 차급인데 1톤 트럭처럼 뒷바퀴가 둘씩으로 구성되어 있었음)

마이크로버스보다 한 단계 더 커진 버스는 35인승 중형 버스이다. 얘는 바퀴의 크기, 차량의 길이와 폭이 대형 버스보다 미묘하게 작다. 사실 마이크로버스와도 구분이 쉽지 않아 보일 정도다. 그래도 얘는 덩치만 살짝 작을 뿐 앞바퀴의 앞에 드디어 폴딩 도어가 달렸으며, 외형이 더 각이 졌고 후방엔진이기까지 하니, 버스로서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전체 차급의 관점에서는 준대형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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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다른 중형 버스도 있다. 시내버스 중에 폭과 타이어 크기는 대형 버스와 동일한데 길이만 오리지널 대형보다 약간 짧은 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긴, 연세 대학교 셔틀버스도 요런 차종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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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45인승'(4*10+5) 대형 버스는 이제 8톤 트럭과 얼추 비슷한 덩치가 되며, 한 줄에 좌석이 5개까지 배치 가능하다. 구체적인 스펙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대형 고속버스· 관광버스는 대형 시내버스보다 크기나 엔진 출력이 좀 더 크다고 한다. 아래의 에어로시티를 보면, 위의 중형 버스인 그린시티와 길이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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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을 일반이 아닌 우등 형태로 배치하면 '28인승'(3*8+4)이 되는데, 일부 시외버스는 좌석의 폭은 우등과 동일하지만 간격은 약간 조밀하게 해서 31인승을 구현하기도 했다.

45인승보다 더 큰 버스는 차축이 더 늘어나고 굴절 또는 2층 형태가 된다. 우리나라는 요 얼마 전부터 일부 경기도 광역버스에 2층 버스가 도입된 정도이지 차내에 화장실이 있거나, 운전사가 두 명 타서 정기적으로 교대 근무를 하거나(짐칸 옆에 교대 운전자용 간이침실이..), 엔진룸이 차체 앞에 달린 경우는 없다. 제일 큰 이유는 물론 국토가 그 정도로 장거리 운행 최적화 디자인이 필요할 정도로 크고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처음으로 생겼던 1970년대에는 미국의 유명한 버스 회사인 그레이하운드 사가 국내에도 진출했으며, 그때는 미국 스타일의 차축 3개 + 일부 2층에 화장실까지 달린 버스가 잠시 다니긴 했다. 비행기로 치면 팬암 사가 한국에 진출해서 광고를 내던 시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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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버스 안에 굳이 화장실을 설치하느니 그냥 휴게소에 정차하면 되고, 도로의 상태와 차량의 성능도 향상되면서 흑역사가 된 것이다. 철도에서 야간 열차가 갈수록 없어지고, 침대차가 정규 운행 노선에서 퇴출된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단, 에버랜드에서 정문과 주차장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는 참 인상적이다. 차축이 3개이며 전문 중문 후문이 다 존재하여 거의 굴절 버스에 맞먹는 덩치이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굴절이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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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셔틀버스는 덩치가 너무 커서 우리나라 현행법상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차량이라고 한다. 차량으로 등록할 수가 없어서 법적으로는 '놀이기구'로 등록했으며, 번호판 자리에는 '구내운송용'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다. 이 버스들은 주차장과 정문 사이의 셔틀버스 전용 도로만 오가며, 일반 도로에서는 일체 주행하지 않는다.

역시 삼성빨로 이런 특이한 차량도 들여올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공항 활주로에서 비행기와 여객 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단거리 셔틀버스도 저렇게 성격과 용도가 특이한 차량이며, 인천 공항은 장기 주차장과 여객 터미널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니기도 한다. 주차장과 본 건물 사이에 버스가 다닐 정도로 거대한 시설은 인천 공항과 에버랜드 말고 국내에 또 있는지 궁금하다.

한편, 버스와는 달리 트럭은 대형 버스보다 작은 차종에도 추가적인 차축이 달린 게 많다. 특히 4~5톤급 중형 트럭에서 들었다 놓았다 하는 가변 차축의 형태로 말이다. 이렇게 차축이 더 달리면 4.5톤 덩치의 트럭에다가도 한 8톤 정도는 그냥 실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짐을 왕창 실으면 축중 하중이 여러 개로 분담되는 덕분에 도로 파손이라는 관점에서의 과적 단속에는 안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엔진 출력과 브레이크는 여전히 4.5톤 기준이기 때문에 차량이 무리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 추가 설명: 자동문

버스에 존재하는 자동문은 시내버스에서 안내양을 퇴출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물건이다. 얘는 사람의 힘으로 여닫는 승용차 문들과는 달리, 뭔가 철컥 걸린 채로 꼭 닫아야 한다는 단서가 없다. 차를 타면 일반적으로 "문이 완전히 안 닫혀서 도어 경고등이 여전히 켜져 있으니 다시 똑바로 닫으세요" 이걸 신경 써야 하지만, 자동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문과 차체의 부품이 기계적으로 연결되고 걸린 것에 의존하지 않고, 공기압 같은 외력에 의해 문이 닫힌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림' 구조(충분히 세게 꽝 닫아야 하는 것)랑 '자동문' 메커니즘이 꼭 일대일 동치 관계인 것은 아니다. 자동문이야 자체적인 동력으로 문을 붙잡고 있는 게 '걸림' 구조와 연동하는 것보다 더 쉬우니까 일반적으로 걸림 구조를 채택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쿠스 내지 오늘날의 EQ900 같은 호화 고급차는 트렁크 정도에는 자동 개폐 장치가 달려 있다. 롤스로이스는 승용차이지만 아예 출입문도 자동 개폐 가능하다.

그리고 소형 승합차는 원래는 자동문이 없지만 3rd-party 업체에서 만든 자동문 시스템이 추가 장착되기도 한다. 옛날에, 대략 10년쯤 전에 1시간 간격으로 대전 지하철 월평 역에서 출발하던 KAIST 행 셔틀버스가 그랬다.
봉고차 크기이지만 좌석은 마치 우등 고속 좌석처럼 1인석 위주로 띄엄띄엄 리모델링하고, 운전사가 일괄적으로 문을 개폐할 수 있게 자동문 장치를 달아 놓은 형태였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25인승 미니버스로 차의 크기가 업그레이드 된 모양이다.)

* 잡설: 버스와 지하철의 차이

대중교통으로서 지하철에는 없고 버스에만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라디오 방송이지 싶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 봐요 사랑을 나눠요.." 이런 CM송으로 끝나는 무슨 공익광고? 미담 사례 방송은 25년쯤 전에 나 초딩 때도 들었던 것인데 지금도 똑같이 흘러나오는 걸 우연히 들었다. 옛날에는 "기아자동차 협찬" 이러던데.. 물론 그건 IMF 이전의 정말 옛날 얘기이다.

한편, 지하철에는 버스에는 없는 잡상인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문 곁에 서 있는 사람 때문에 승하차 무질서가 야기되는 편이다.
이건 자동차로 치면 횡단보도나 교차로 근처에 불법주차된 차들 때문에 차량 통행이 불편해지고 사고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 같다. 이들 때문에 하차 승객이 나가기 어려우며, 심지어 동일한 문에서 승차와 하차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문의 양쪽에 서 있던 승객이 공평하게 승차하지 못하게 된다. 이 말인즉슨, 둘 중 한쪽은 좌석에 앉을 가능성을 공평하게 얻지 못한다.

이런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예측 가능한 정해진 위치에 정차하지 않는 게 문제이다(대로변에 버스 여러 대가 동시에 많이 들어오는 정류장 기준). 이 때문에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기가 어려우며 더 큰 무질서가 야기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7/11/17 08:26 2017/11/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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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사와 교수의 차이, 교육 체계 관련

교사는 이미 주어진 교과서와 교육과정대로만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지만, 교수는 자기가 독자적인 강의 계획표를 짜고 교재도 선택해서 전적으로 자기 재량껏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교사는 한 교무실에서 자기 자리가 있지만, 교수는 각 개인이 법적으로 걸어다니는 교육기관이며 자기 연구실이 따로 있다.

더 근본적으로.. 교수는 각 학문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지식· 학설·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논문으로 발표하는 게 업인 사람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가르칠 거리들을 만들고 정하는 사람이 교수이다. 글쎄, 현실에는 자질 미달인 교수도 있고 정년 보장만 딱 받은 이후부터 능력 파탄· 인성 파탄· 정신줄 다 놔 버린 교수도 일부 있겠지만, 교수의 원론적인 직무는 저렇다는 뜻이다.

물론 교육과정대로만 가르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니, 교사만 해도 일반인 평균 이상의 지능과 인성, 학력과 체력, 리더십이 필요한 직업이다. 어느 사회와 문명에서나 교사가 생업 전선 안 뛰어들고도 안정된 소득과 지위를 보장해 주는 좋은 직업인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원 버스를 타면 여기에 탄 승객들은 다 교사 자격증 소지자 내지 박사들이고,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좌석 승객이 내려서 자리가 생기는 건 교수· 교사 자리와 같지 않나 생각하곤 했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권위도 필요하다. 교사와 교수 같은 교원은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무슨 교실에서 학생을 대놓고 성추행 하거나 죽이기라도-_- 해서 현장에서 당장 저지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수업 중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체포되지는 않게 법으로 보장돼 있다.

하긴, 옛날엔 어떤 현직 교사가 도박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는데.. 취조를 담당하는 형사가 우연히도 그 선생의 옛 제자였던 일도 있었다..;; 그래서 그 형사는 민망한 나머지 황급히 저 피의자의 담당 형사를 자기 말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의학에서 소아과에는 "소아는 덩치만 작은 성인이 절대 아닙니다" 이런 금언이 있다. 어린아이는 몸이 돌아가는 구조가 의학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니, 성인에서 물질대사 규모만 줄인 급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초등교육은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보다 마냥 쉽고 열등하고 하위 호환 관계에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관계인 것 같다.
아이콘을 그리거나 글자를 찍는데, 초등교육은 10픽셀~20픽셀 같은 아주 작은 픽셀에다 그리는 것과 같다. 공간이 작으니까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다가는 큰 그림을 기계적으로 축소한다고 해서 절대로 보기 좋은 아이콘을 만들 수 없다. 정보량 자체가 아주 작으니 대충 그리는 건 금방 가능할지 모르나, 고퀄로 만드는 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만화에서는 사람의 눈만 엄청 크게 그리듯, 이렇게 작은 공간에는 사람이 중요하게 인지하는 부분만 강조해서 아예 별도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글자의 경우도 픽셀의 배치가 단 1만 차이가 나도 그 여파가 굉장히 커지기 때문에 아주 심혈을 기울여서 획을 그려야 한다. 폰트에도 쑤제 힌팅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기계의 자동화가 불가능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등을 거쳐서 고등교육으로 가면 그냥 닥치고 수백~수천 픽셀에서 최고화질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게 된다. 현업 최전선에서 그림의 화질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고 난리를 치는 게 고등교육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수십~100픽셀 이상 정도 크기부터는 굳이 크기별로 일일이 그림을 따로 그릴 필요 없이, 최고화질 그림을 축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글꼴에서도 힌팅이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된다. 수백 픽셀 이상부터는 아마 산술적인 anti-aliasing조차도 별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교육과정의 수준도 단계별로 이런 식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와 중등학교(중· 고등) 교사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대학 교수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육상 경기도 100미터나 200미터는 크라우칭(엎드린) 스타트에 뒷바람이던가 어느 풍속 이상으로 분 건 인정 안 하고 굉장히 까다롭지만.. 수 km 내지 마라톤 같은 장거리에서는 스타트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여러 사람들이 그냥 선 채로 떼거지로 설렁설렁 출발한다. 이런 차이에다가도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대학교 정도가 되면 의무교육도 아니고 학생도 반쯤 성인이며 굳이 "인간 되는 참교육"보다는 선생과 학생이 상업적인 거래를 하는 관계에 더 가까워진다. 학원과 얼추 비슷하지만 그래도 학원보다는 더 전문적이고, 실무보다는 일단 이론 위주의 학술 교육이 행해진다. (일단은 설립 취지가..) 대학 교수가 애들 군기를 잡고 생활 지도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전의 교육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해서 선생이 학생들을 꽉 잡고 있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선생이 누구 말마따나 노조 설립까지 가능한 근로자이고 학생은 '고갱님'이어서 자기 귀에 맞는 선생을 언제든지 취사선택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좋은 모습은 아니어 보인다. 아무리 자격 이하의 불량교사로 인한 폐단이 있다 하더라도 교권 자체를 부정해 버리면.. 인간 안 된다. 그러니 학교와 관련된 사회 문제가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또 학교에 암약해서 불량 이념을 애들한테 주입하는 교사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미혼과 기혼의 차이

미혼자와 기혼자의 처지 차이는 자동차에다 비유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미혼자는 처자식이 딸린 게 없기 때문에 매우 자유롭고 경제적인 부담이 덜하다. 이것은 자동차가 엔진이 돌아가지만 기어가 중립이어서 힘이 바퀴에 걸리지 않은 상태와 같다.
이 상태에서는 가속 페달을 정말 조금만 밟아도 '웽~~!!' 소리와 함께 엔진 회전수가 치솟는다. 그러나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 회전수 역시 곧장 곤두박질치면서 다시 공회전 상태로 돌아온다.

기혼자는 기어가 D로 들어가서 엔진의 힘이 바퀴에 전해지고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엔진이 굉장한 부하를 받고 있는 관계로, 액셀을 같은 강도로 밟으면 중립일 때보다는 엔진 회전수가 훨씬 더 더디게 증가한다.
그러나 이제는 엔진만 바퀴를 굴리는 게 아니라 바퀴가 굴러가는 관성도 엔진의 회전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 준다. 그렇기 때문에 주행 중에는 액셀에서 발을 떼더라도 엔진 rpm이 바로 곤두박질치지 않고 있다가 아주 서서히(평지 기준) 감소한다.

이 차이가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실제로 굴러가서 일을 하고 자동차의 존재 목적을 실제로 수행하려면 결국은 N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D에서 주행을 하긴 해야 할 것이다.

교회에서도 홀몸인 2, 30대 청년일 때야 체력과 지능이 최고 뛰어난 시절이고, 직장 다니면서 돈도 벌 테니 얼마든지 교회 일을 별 부담 없이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제풀에 꺾이기도 쉽다. 이것은 마치 N 상태에서 액셀 페달을 밟았다가 떼는 것과 같다.

그 성경적인 사고방식이 자기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고를 때에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결혼과 가정이라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지워진 뒤에도 변함없이 교회를 섬길 수 있을 때에야 그 신앙심이 진정 레알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배우자를 잘 만났다면 자신의 영적 상태를 배우자가 같이 돕고 유지시켜 주기도 할 것이다. 바퀴도 엔진을 퓨얼컷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회전시켜 주는 것처럼 말이다. 뭐 운전하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의 엔진에 가해지는 부하의 강도는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커진다.

  1. 애초에 엔진이 바퀴와 연결되지도 않은 채(기어 중립) 그냥 엔진 혼자 도는 것 (아무 부하 없음)
  2. 엔진과 바퀴가 연결은 됐지만 차체가 공중에 들려서 바퀴가 혼자 도는 것 (구동축 자체의 무게 말고 다른 부하 전무)
  3. 바퀴가 지면과 접촉하여 차체를 지탱하면서 돌지만, 바퀴와 닿아 있는 지면의 궤도만 돌아가고 차체 자체는 움직이지 않는 것 (그러면 바퀴가 아무리 고속으로 돌아도 공기 저항 받는 게 없음)
  4. 바퀴가 굴러가면서 차체가 그대로 움직이는 것 (실제 주행. 부하가 가장 큼)

3. 남이 올려 줘야 올라갈 수 있음

자동차의 원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인생의 원리는..
먼저 저단에서 엔진이 열심히 돌아서 rpm이 웽~~ 올라가야 더 높은 단으로 변속이 되고 차가 속도를 계속 낼 수 있다.
"쳇 겨우 1단? 쒜빠지게 몇천 rpm으로 돌아 봐야 시속 30도 채 못 낼 텐데 왜 돌아?" 이런 마인드로는 차가 결코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낮은 지위, 덜 중요하고 남이 안 알아주는 위치에 있을 때부터 자기 직분에 신실하고 성실해야 한다. 그래야 점차 더 화려하고 중요한 자리로 올라가고 책임감 큰 직분이 주어지고, 연봉도 덩달아 뛰게 된다.

남이 당신에게 보상을 주는 게 먼저가 아니라, 당신이 노오력하고 애쓰는 게 먼저다. 이것은 성경에도 거듭해서 등장하는 철칙 중의 철칙이다(눅 19:17, 눅 16:10, 눅 14:10, 마 25:23). 가령, 박봉 탓을 하기에 앞서 자기가 먼저 자기 월급보다 회사에 더 기여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당신이 무슨 기업의 경영자라든가 높은 사람 자리에 있어 봐도.. 누구한테 중요한 일을 맡기고, 누구에게 기업 기밀과 핵심 기술을 알려주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후계자로 삼고 싶겠는가? 답이 뻔한 노릇이다.

물론, 예외 없는 규칙 없다고, 이 악한 세상에서 당신의 노력이 반드시 금방 인정받고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된다는 법은 없다.
성실한 근로자를 호구로 삼아서 열정페이 착취를 일삼는 악덕업주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좌익들도 맨~날 이런 극단적인 예외 사례만 부각시키면서 반정부 반기업 선동을 벌인다.
허나 그건 법대로 처분하고 통계상의 outlier 상으로 생각할 문제이지 세상 전체에는 아직도 자기 월급보다 직원 월급을 더 생각하는 선량한 기업주가 더 많다.

이것이 인생이다.

4. 참교육

성경에 나오는 '참교육'이란 이런 거다.

"기드온이 이르되, 이런 까닭에 {주}께서 세바와 살문나를 내 손에 넘겨주신 뒤에 내가 '들가시와 찔레'로 너희 살을 찢으리라, 하더라." (삿 8:7)

그 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기드온은..

"그 도시의 장로들을 붙잡은 뒤 '들가시와 찔레'를 취하여 그것들로 숙곳 사람들을 가르치고" (삿 8:16)

기드온은 어렵고 위급할 때 자기를 무시하고 깔봤던 사람들을 예고했던 대로 그대로 되갚아 줬다.
타 성경들은 그냥 분위기 대로 응징, 징벌했다, punish, 방법(...!)했다.. 이런 식으로 번역했지만, 킹 제임스 성경만은 저걸 '가르쳤다' taught라고 번역했다.
기드온이 가시가 숭숭 박힌 식물 줄기를 폼으로만 들고 다니면서 무슨 강의를 했을 리는 만무하고 말 그대로 거기 사람들을 붙잡아서 자기가 말했던 대로 행했다.

"인생은 실전이야 이 존만아~" (퍽~퍽~)
"아 X발, 누구든지 작은 기드온을 건드리면 X되는구나, 아주 X되는 거구나.. ㅠㅠ"

그러니 당사자들은 이걸 가시에 찔리면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깨우치게 됐고, 성경은 그걸 '가르쳤다/가르침을 받았다'라고 표현했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일진들을 참교육 시키는 걸로 유명한 천10호 천 종호 판사 아저씨의 호통 따위는 그냥 약과다.

똑같이 애를 두들겨 패도 사랑의 체벌과 아동 학대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똑같이 사람을 죽여도 누가 무슨 명분으로 죽이느냐에 따라 한쪽은 나라를 지키는 숭고한 행동이거나 사회 정의를 행하는 사형 집행인 반면, 다른 한쪽은 흉악 범죄인 것이다. 정말 똑같은 화학 작용인데 발효와 부패의 차이와도 같다고 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이 사회는 필요악만 없애고 절대악은 그대로 방임하고 놔두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 인간이 하나님보다 자비· 자애로운양 코스프레 해서 인간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7/11/14 19:32 2017/11/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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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견인차

다른 자동차를 끌거나 수송하는 자동차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사다리차가 크게 (1) 이삿짐을 나를 때 혹은 (2) 불 끌 때로 용도가 나뉘듯, 견인차는 크게 (1) 사고· 고장 차량 견인과 (2) 불법· 부정 주차 차량 견인으로 용도가 둘로 나뉘는 것 같다.
그리고 (1)용 견인차는 유난히도 '현대 리베로' 개조 차량이 눈에 많이 띄는 듯하다. 국산차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엔진룸이 앞에 돌출돼 있는 그 트럭 말이다.

사고가 한번 나면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정말 광속으로 견인차들이 벌떼같이 달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견인료 바가지를 피하려면 반드시 자기 차의 관할 보험사가 운영하는 견인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차가 퍼졌다면 도로 공사도 자체적으로 인근의 휴게소나 톨게이트 정도까지는 무료 견인을 제공한다고 한다.
승용차 말고 대형 트럭이나 버스를 견인하는 더 크고 아름다운 견인차도 있으나 이런 건 더 보기 어렵다.

한편 이들과는 달리, 공장에서 갓 출고된 신차(특히 승용차 같은 소형차)는 여러분도 모양을 기억하고 있을 거대한 트레일러에다 최하 대여섯 대씩 통째로 싣고 운반한다. 액션 영화에서는 달리는 신차 수송 트레일러를 주인공이 폼나게 탈취해서 거기 있는 차를 곧장 시동 걸어서 달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수리의 여지가 없는 폐차는? 차량을 한 치의 손상도 안 나게 곱게 수송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생채기가 나건 말건 상관없이 차들을 같은 공간에라도 더 우겨넣어서 나르는 편이다.

자동차 다음으로 철도를 살펴보면.. 기관차는 애초에 동력이 없는 다른 객차들을 견인하라고 만들어진 물건이다. 특히 전기로 달리는 차량들은 디젤 차량보다 퍼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디젤 기관차가 '구원 운전'용으로 쓰인다. 또한,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이 아니라 단순히 역이나 기지 내에서 차량의 분리· 결합, 선로 전환용으로 잠깐 잠깐 쓰이는 소형 기관차를 '입환기'라고 따로 부른다. 오늘날의 특대형 기관차가 아니라 옛날에 도입되었던 상대적으로 소· 중형, 저성능 기관차 중, 4400호대가 오늘날까지 이례적으로 입환용으로 쓰이는 중이다.

끝으로, 선박에도 견인이라는 게 물론 있다. 예인선이라는 선박도 있는데 있는데 이건 구조가 어찌 되나 잘 모르겠다. 오로지 비행기만이 한 기체나 다른 기체를 물리적으로 어찌할 방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전투기를 동원해서 아예 격추시키는 것 말고) 다만, 고정익 비행기는 아직 공중에 뜨기 전에는 타 자동차의 견인을 받는 게 관행이다.

2. 비행기 tow car

고정익 비행기는 주변의 공기를 거세게 빨아들이고 내뿜으면서 움직인다는 특성상, 여객 터미널 주변에서는 자기 엔진으로 자력 이동을 하지 않는다. 특히 후진도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여러 여건상 무리라고 판단하여 그냥 봉인하고 지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타는 여객기들은 출발 직후에 주기장부터 활주로의 자력 주행 구간까지 잠시 동안은 별도의 견인차의 도움을 받아서 움직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항 활주로에서 납작한데 바퀴는 엄청 크게 생긴 이상하게 생긴 트랙터가 바로 비행기 견인차이다. 나름 비행기의 운행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크기는 다양한 편이며, 보잉 747이나 A380 같은 크고 아름다운 여객기를 견인할 정도의 견인차는 최대 시속은 겨우 32.2km인 주제에 엔진은 무려 10400cc 배기량에 1000마력대를 자랑한다. 가격은 억~10억 원대.

비행기는 움직이지 않고 자기 바퀴만 헛도는 현상을 방지하려면 엔진 힘만 강한 게 아니라 자기도 엄청 무거워서 접지력이 좋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견인차의 자체 중량도 수십 톤에 달한다. 또한 철도 차량이 아닌 것이 이례적으로 후진 역시 전진과 거의 대등한 다양한 단수로 할 수 있게 돼 있다.
대형 비행기 견인차는 가격과 엔진 성능으로만 따지자면 이거 무슨 외제 슈퍼카 스포츠카와 별 다를 바 없다. 단지 제로백이나 속도만이 천지차이일 뿐..

3. 스페이스 셔틀의 셔틀

비록 오래 전에 퇴역해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 분야의 최고 특별한 사례로는 우주왕복선을 실어 날랐던 보잉 747 개조 화물기를 꼽을 수 있겠다.

이게 왜 필요하냐 하면.. 우주왕복선은 착륙은 여러 곳에서 할 수 있지만 발사는 반드시 한 곳(케네디 우주 센터. 플로리다 주 소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뭐, 착륙 지점도 여러 곳이라고 해 봤자 실제로는 두 곳뿐이긴 했다만(에드워즈 공군 기지 추가. 캘리포니아 주 소재).. 한때 NASA에서 남아메리카의 이스터 섬조차 우주왕복선의 착륙 공항으로 개척할 생각을 했을 정도이니 우주왕복선이 활발히 운용된다면 착륙 가능 공항이 더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지구로 재진입하는 우주왕복선 사령선은 그냥 글라이더일 뿐, 동력 비행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발사 기지 외의 다른 곳에 착륙한 사령선은 재활용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다시 발사 기지로 수송해 줘야 된다.
그런데 얘는 크기도 엄청 큰데 일일이 분해해서 육로 수송을 하기에는 기계의 신뢰성 차원에서 리스크가 너무 큰지라, 있는 그대로 항공 수송을 선택하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큰 단일 세포가 타조알이듯, 우주왕복선 사령선은 세상에서 가장 큰 단일 항공 화물이라고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큰 화물기는 AN225이긴 하지만 우주왕복선은 그냥 보잉 747 개조기로 수송된다. 우주왕복선을 기체 안에 집어넣을 수는 없으니 저렇게 위에다가 특수한 방법으로 고정해 놓는다. 그리고 화물을 실은 뒤의 항공역학적인 최적화를 위해 이 비행기는 수직미익이 추가로 달려 있다.

우주왕복선을 위에다 얹는 작업도 특수한 크레인을 동원해서 며칠씩 걸리는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고정을 잘못했다가 우주왕복선이 공중에서 비행기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라도 나는 건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일 테니까.
게다가 이 비행기는 우주왕복선을 실은 상태에서는 미국 대륙 횡단조차 한 번에 못 하고 중간에 착륙해서 급유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굉장히 충격적이다. 747은 그냥 승객만 가득 실었을 때는 나름 한국· 일본에서 뉴욕까지도 직항이 가능하지 않던가?

물론 우주왕복선은 승객 400명보다 더 무거운 80톤에 달하는 무게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셔틀 수송기가 빌빌대는 더 큰 이유는 연료 탑재량, 엔진 출력 등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저렇게 우주왕복선을 등짝에다 업은 외형으로는 오리지널 비행기와 같은 수준의 양력이 발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리지널 747 여객기의 순항 고도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더 낮은 속도로 조심스럽게 비행해야 하며, 항속 거리도 몇 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그러니 수백만 달러가 깨지는 온갖 번거로운 두벌일을 안 하려면 우주왕복선은 어지간해서는 그냥 발사지인 케네디 우주 센터로 곧장 착륙하는 게 바람직했다. 그러나 하필 거기가 날씨가 안 좋고 폭풍이라도 분다면 이는 활강을 하는 우주왕복선에게 안전상의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불가피하게 에드워즈 공군 기지로 가야 했다.

사실, 자체 동력이 없는 우주 비행체를 잘 조종해서 특정 지점에 딱 맞춰 착륙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보통 우주에 다녀온 사람들은 자그마한 캡슐에 탄 채 대서양 망망대해에 낙하산 달고 퐁당 떨어진 뒤, 군함이 좌표를 받고 구조하러 오지 않던가? 그리고 우주왕복선은 이렇게 지구에서 수송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발사되는 과정도 모두 아주 경이로운 물건이다. 연료가 분출되어 기체가 나아가는 방향과 사령선이 달린 곳이 일직선이 아니기 때문에, 무게와 각도 배분이 아주 까다롭다..

4. 유니목/우니모크 -- 만능 자동차

메르데세스 벤츠에서 개발한 '우니모크'(Unimog)라고 바퀴가 굉장히 크고 범퍼와 차체가 높고, 길이는 짧아서 좀 특이하게 생긴 트럭이 있다. 그런데 이게 보통 물건이 아니다. 얘는 유연성, 확장성, 플러그 인 연계, 험지 주행 능력.. 이런 것들이 지구의 그 어떤 육상 교통수단의 추종도 불허하는 세계 최강의 다기능 다재다능 다용도 자동차이다. 뭔가.. 자동차계의 맥가이버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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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을 보면 서스펜션부터가 비범해 보이는데.. 어지간한 험지에서도 하부가 긁힐 걱정 따윈 안 해도 된다.
45도 경사를 오를 수 있으며, 기어도 최저단은 가속 페달을 밟고도 사람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자동차가 보통은 idle creeping조차도 사람 걷는 속도와 대등한데..)

휠을 교체하면 레일 위 주행쯤은 당연히 가능하고, 심지어 운전대도 작업 편의를 위해서라면 좌핸들과 우핸들 실시간 전환이 된다. 그리고 덤프 트럭, 타 차량이나 비행기 견인 등 온갖 파트를 붙여서 작업용 차량으로 개조 가능하다.
이런 차는 군대에서 최고로 환영받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100% 정답이다. 독일군 내부에서 당연히 제식용으로 쓰이고 있다.

5. 바거 288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에 이어, 지상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력 이동 가능(= 다른 교통수단으로부터 견인받지 않아도 되는) 기계는..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독일에서 제작한 초대형 광산 굴착기인 Bagger 288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공돌이들의 발상과 능력에도 경의를 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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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법적으로는 교통수단이 아닌 건설기계일 테고,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일반 도로를 주행하기란 어차피 불가능하다. 과거에 나치에서 만들었던 열차포 따위와도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이니까... 자력 이동은 광산 지대에서 이동하라고 넣은 기능이지, 도로를 달리라고 넣은 게 아니다.

굴삭기의 경우 바퀴식은 그냥 도로를 달려서 주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타 자동차들보다는 주행 속도가 훨씬 느리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들에게는 추월을 강요하는 약간의 민폐를 끼친다. 무한궤도식은 도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에는 그냥 다른 대형 트럭에 실린 채 수송되기도 한다.

하지만 Bagger 288은 뭐 다른 교통수단에 싣거나 견인 받는 것 자체가 절대 불가능하고.. 자력 이동이 가능은 하지만, 주행 속도는 시속 1km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0.1~0.6km/h, 분당 2~10m)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지만 움직이는 기계에 다른 차가 부딪치면 그냥 통째로 뜯겨져 나가고, 사람은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7/11/06 08:32 2017/11/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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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세기 초에 일본은 여느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일찍 산업화 근대화를 이뤘고, 러일 전쟁에서 승리까지 함으로써 일단은 서구 열강과 대등한 급의 강대국이라는 인증까지 해냈다.
얘들은 제국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1) 대륙으로 진출하는 위치가 좋고 (2) 덩치가 적당히 작아서 만만하고, 또 (3) 정치 경제 군사가 모두 개막장을 달리고 있어서 무력으로 제압하기도 편해 보이는 조선을 먹어서 일본으로 편입시켜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옛날에 더 멀리 떨어져 있던 섬나라인 류쿠를 일본이 먹었듯이 말이다. 일명 '정한론'이다.

얘들은 단순히 군사력만 키운 게 아니라 조선의 식민지화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타 강대국들과도 외교 로비를 벌이면서 정말 치밀하게 노력했다. 전자뿐만 아니라 후자를 볼 줄 알아야 한다. 한반도 안에서 한일협약(내정간섭), 을사조약(외교권), 정미7조약(군대 해산) 등등이 벌어지는 동안 밖에서는 일본이 뭘 했는지를 말이다.

* 제2차 영일 동맹 (1905) 일부
영국은 일본이 한국에서 가지는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이익을 보장하며, 일본은 영국의 인도 지배 및 국경지역에서의 이익을 옹호하는 조치를 취할 것.

* 가쓰라-태프트 밀약 (1905) 일부 ... 을사조약의 전신
일본이 군대를 동원해서 대한제국이 일본의 동의 없이는 외국과 조약을 맺지말 것을 요구하는 정도로 대한제국에 대한 종주권(suzerainty), 즉 외교권을 확보하는 것은 러일전쟁의 타당한 결과이며 동아시아의 영원한 평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그래서 영국은 인도, 미국은 필리핀, 그리고 일본은 조선... 이렇게 각각 식민지를 나눠 갖고 서로 터치 안 하는 구도가 형성됐었다. 이렇게 입을 다 맞춰 놨는데 헤이그 밀사가 뒤늦게 나서 봤자 짜고 치는 고스톱 하에서 호소가 씨알이나 먹혔겠는가?
미국도 그때는 일본과 이미 먼저 맺은 약속이 있어서 조선의 일제 식민지화를 방조 묵인했다. 이런 식민지 분배 중재를 잘한 공로로 어떤 미국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 and 간극)

* 카이로 선언(1943) 요지
연합국의 목적은 일본으로 하여금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이래로 폭력으로 약탈한 일체의 지역에서(만주, 태평양 섬들 등등) 철수하고 해당 지역을 원래 국가에 반환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앞의 3대국은 한국민의 노예 상태에 유의하여 '적절한 절차'를 거쳐 한국을 자주 독립시킬 결의를 한다.

이렇게 역사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기까지 무려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헤이그 밀사가 허무하게 실패한 이후로 일본은 1차 세계 대전 때는 연합국 승전국으로서 대접 받았고, 반대로 한반도의 독립 운동이라는 건 무력 노선이든 외교 노선이든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고 아무도 안 알아 주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노답으로 흘러갔다.
이런 시류 속에서 세워진 국제 연맹이라는 조직은 조선의 독립에는 단 1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세대가 교체돼 버리면 단군의 후손이라는 민족 정체성이 송두리째 사라질지도 몰랐다.

그러니 카이로 선언이라는 게 우리 입장에서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는 크게 두 가지 면모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아이러니하게도 영일 동맹의 당사자이던 영국, 그리고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당사자이던 미국이 이 선언문에서는 3대국의 구성원으로 언급되었다. (나머지 마지막 하나는 중국;;) 조선의 독립에 대해 전혀 아오안이던 그 강대국들이 드디어 일제의 국제적인 악행을 인지하고 반대급부로 대한 독립을 승인하는 주역으로 바뀐 것이다.

둘째, 더구나 카이로 선언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일본이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벌인 침략 행위에 대한 저지와 원상복귀, 단죄였다. 다시 말하지만 1차 대전 시절까지만 해도 일본은 전범국은커녕 연합국 전승국이었기 때문이다.
한일 합방은 1차 대전보다 미묘하게 전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조선은 계속해서 일제의 합법적인 식민지 멀티 기지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열강은 한반도를 예외적으로 추가로 일제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점에 합의를 보고 이를 명문화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아아..

이런 역사가 있기까지 이 승만 같은 <Japan Inside Out> + 외교 노선과, 의열단 임시정부 같은 무장항쟁 노선이 모두 기여했을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Japan Inside Out은 1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한국인이 쓴 책 중에 북미권에서 제일 많이 팔린 책 1위이고, 아직까지도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인쇄된 책 말고도 지식과 정보, 소식을 얻을 통로가 왕창 많이 존재하는 오늘날의 베스트셀러 책 판매 부수를 그 시절의 책 판매와 수평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태평양 건너려면 여객선 타고 몇 주를 기다려야 했던 그 시절에 저 정도의 책을 영어로 직통으로 저술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일본의 내막을 폭로한다고 해서 무슨 찌라시성 음모론 제기라든가, 일부 사회 음지에서 벌어지는 조선인 학살 인권 유린 이런 수준이 아니다. 아예 국제 정세를 분석하고 결국 일본은 미국도 침략할 거라고 예측해서 적중까지 했다. 게다가 공산주의의 실체도 잘 알고 있는 사상 건전한 사람이니, 미국에서 고집쟁이 정치병 영감쟁이가 아닌 외교 정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한국 독립도 덤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자기 정치 성향에 따라 외교나 무력 노선 중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노선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성만 따지자면 둘 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고 우열을 가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무모한 삽질이긴 마찬가지였다.

이 승만조차도 그 교통 통신 불편하던 시절에 국제 정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을 때는 국제 연맹에다가 젠틀하게 조선 독립을 호소했으며, 일제로부터 통치를 받느니 차라리 니들 통치를 받겠다고까지 요청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냉담한 무시뿐이었다. (참고로, 이 승만의 저 탄원에 대해서도 좋게 말하면 오해이고, 삐딱하게 말하면 아주 쌩 헛소리 중상모략이 엄청 많이 나도는 중임..)
무장 투쟁 쪽도 뭐.. 언제까지 이렇게 젊은 투사들 희생시켜서 일제 요인들 암살하는 짓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러나 그런 발버둥과 발악이 쌓이고 쌓인 덕분에 조선은 일본과는 민족성이 다르고 일본과 싸잡아 전범국 취급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일제가 정말 나쁘고 쟤들이 정말로 독립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국제 여론과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런 방향 제시 없이 미국이 핵만 터뜨려 준다고 조선이 독립 가능한 거 아니었다!

일본은 무슨 마약 먹었는지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였지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결과는 처참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다 거덜나게 생겼지만 걔네들은 더욱 광기로 치달아서 전국민 옥쇄에 정신력 운운하며 난리를 쳤다. "귀축영미에게 항복하고 포로로 잡혀서 온갖 능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저항하다가 같이 죽자!"
주요 추축국인 이탈리아와 독일이 다 항복한 와중에도 일본은 끝까지 gg를 치지 않고 버텼다.

미국도 처음에는 치사하게 진주만 폭격을 벌인 일본을 상대로 그저 적개심과 증오심만 표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쟤들은 도대체 뇌 구조가 어떻게 돼 있고 무슨 약을 빨고 저렇게 날뛰는지 황당해하고 신기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포츠담 선언에서는 지난번 카이로 선언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곱게 항복하고 식민지들 반환하고 전쟁만 끝내라. 우리는 너희가 항복하더라도 너희가 원래 갖고 있던 영토 주권 같은 건 결코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친절하게 다시 friendly warning을 해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군부는 말귀를 못 알아듣고 선언 내용을 '묵살'로 대응했으며, 그 결과 1945년 8월에 핵폭탄을 맞고 말았다. 그것도 두 방이나 맞은 뒤에야 덴노가 번쩍 정신을 차렸으며, 전쟁에 미쳐 폭주하는 군부를 그대로 놔 뒀다가는 나라가 정말로 멸망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덴노로서는 이례적으로 자기 육성을 방송하여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것도 자기 잘못은 절대로 직접 시인하지 않고 일본의 높으신 분들 특유의 돌려 말하기 스타일로 아주 간접적으로 항복을 표현했다. "적들이 무시무시한 폭탄을 터뜨린 와중에 전쟁에 휘말려 고생하는 백성들이 너무 불쌍해서 전쟁을 이쯤에서 끝낼까 하노라"..;;; 아이고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겠다.

그런데 얼마나 세뇌를 당했으면 자국 덴노의 항복에도 동의할 수 없어서 '궁성사건'이나 '마츠에 소요' 같은 병맛스러운 항복 반대 쿠데타 및 항전 시도가 있었으며, 저 동남아 밀림에서는 자국의 항복을 믿지 않고 몇십 년째 혼자 군인 행세를 하고 다닌 소수의 미친놈도 있었다.

일본은 전쟁에서 항복함으로써 혹시 덴노의 신변에 위험이 생기거나(전범 재판에 회부), 덴노 제도 자체가 강제로 폐지당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러나 승전국인 미국 역시 이를 의식하고 쇼와 덴노 자체를 전범으로 기소하지는 않았다. 단지 맥아더 장군의 주도 하에 인간 선언을 시키고 덴노의 신적 권위를 불식시켰을 뿐이다. 만악의 근원이었던 신선놀음 하나만 중단시켰다. (미국도 감히 건드리지 않은 덴노 제도를 훗날 옴진리교가 무너뜨리려 했다는 것은 참 황당하기 그지없다.)

일본이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개겼으면 올림픽 작전, 몰락 작전 이런 게 몽땅 실행되었을 것이고 미국으로도 모자라서 소련까지 합세해서 일본 본토를 조졌을 것이다. 일본은 석기 시대로 돌아가거나 최악의 경우 지도에서 지워졌을 것이고, 한반도가 아니라 쟤들이 분단되고 여러 점령국들에 의해 조각조각 찢어졌을 것이다. 다만, 한반도는 전체가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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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나온 사진 두 장을 이렇게 대조해 보는 건 굉장히 흥미롭다.
인간이 아니라 신인 덴노가 감히 자기 목소리로 방송을 한 것만으로도(옥음방송, 무조건 항복) 일본 황국신민들은 깜짝 놀라서 벌벌 떨었는데, 하물며 맥아더가 1945년 9월, "천황이라는 작자도 한낱 인간일 뿐이고 내 갑빠와 포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냐!" 요런 사진을 의도적으로 찍은 뒤 이걸 일본 언론를 통해 일부러 내보냈다.

저 모습을 본 일부 일본인들은 멘붕에 자살을 하고, 또 더러는 이제 맥아더를 신성시하면서 집에 신사를 만들고 경배(?)하기도 했다. 딱 행 14:11-15와 비슷한 유형이었다. 일본이 근대화 산업화는 동양에서 일찍 해냈어도 각 개인의 정신 세계는 딱 그러했다.

지금이야 일본은 국민성이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선진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공중도덕 매너 쪽으로 굉장히 철두철미해서 남에게 민폐· 피해를 끼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사람들이 불과 몇십 년 전엔 무슨 약을 잘못 먹어서 침략 전쟁을 일으키면서 이웃 나라에 온갖 민폐와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 나로서는 정말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일본 사정은 그렇고..
그로부터 5년 남짓 뒤인 1950년 6월 말, 일본에 있다가 북괴의 남침 소식을 듣고 황급히 김포 비행장으로 달려온 맥아더는 씅만 리 할배하고는 저렇게 같이 얼싸안고 좋아서 난리가 났다. 히로히토하고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참고로 남조선은 일본 정도가 아니라 일본의 지배를 35년이나 받았으며, 미국 덕분에 해방된 지 그 당시 5년 남짓밖에 안 됐던.. 그야말로 한 주먹 쨉도 안 되는 듣보잡 약소국이었다. 그리고 맥아더는 성깔이 장난 아닌 완벽주의자였고 미국 안에서 같은 백인들끼리도 대인 관계가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포즈가 나올 수 있었을까?
맥아더와 할배 모두 천재에 과격파.. 하지만 사상은 지극히 건전하고 올바름.. 딱 내 취향 내 스타일이다. 존경스럽다.

물론 반대편에 있었던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정말 최악의 막장만 골라서 가면서 썩고 곪은 사례이다. 북괴가 그렇게 극단으로 치달은 것에는 그 아래의 남조선의 존재(그리고 동맹인 미국)로 인한 두려움과 부담도 분명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남북 대결이 없었고 아예 남조선이 6· 25 전쟁에서 져서 처음부터 전체 적화가 돼 버렸다면 오히려 북한이 지금의 북한 같은 흉악한 괴물이 되지는 않았고 1990년대에 무너지고 개방하고 변화가 생겼을 수는 있다. 그 가능성은 본인도 인정한다.

그러나 저것도 언제까지나 가정일 뿐이고, 설령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미친놈은 없을 것이다. 여자가 야하게 입고 다녀서 누가 강간죄를 저질렀다면 그럼 여자 잘못인가? 은행에 돈이 많이 보관돼 있어서 은행 강도가 침입했다가 붙잡혔으면 그럼 돈을 많이 넣고 다닌 은행 잘못인가? 그거랑 완전 똑같은 논리이지 않은가?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북괴는 8월 종파 사건과 고난의 행군 이전부터 막나가는 미친 나라였고, 6· 25 이전부터 월남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이 전국민 옥쇄 운운하며 발악을 했던 것이 지금으로서는 북괴의 말로에 대한 좋은 예표이지 싶다. 쟤들 역시 절~대로 곱게 멸망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핵을 터뜨리고 반인륜 범죄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수용소 죄수들을 다 죽이고, 주민들을 인질 삼아서 별 미친 짓을 다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서 김씨 부자의 세뇌를 지우는 일은 어쩌면 일본 국민에게서 덴노에 대한 신격화를 제거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일본 대신 '북괴 정권', 한국민 대신 '북한 주민'이라고 바꿔서 카이로 선언의 북괴 타겟 버전이 국제적으로 발효되고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강제 이행됐으면 좋겠다. 언제까지나 주민들이 저렇게 도탄에 빠져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쟁도 어떤 전쟁이냐, 평화도 어떤 평화인지를 따지면서 옳고 그름을 논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28 08:35 2017/10/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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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모다테 2017/10/28 18:51 # M/D Reply Permalink

    철덕 입장에서 봐도 그당시 일본이 미친놈들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당시 일본이 증기기관차로 시속 200km급 고속철도를 계획했다는 겁니다.

    1. 사무엘 2017/10/28 19:38 # M/D Permalink

      영국과 미국에서는 시속 200km급 증기 기관차를 개발해서 여객용으로 운용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어림도 없었겠지요. 궤간도 겨우 협궤인 주제에..
      또한, 고속 증기 기관차라면 양반이지, 일본은 1940년대에 독일과 마찬가지로 미국보다 먼저 핵무기를 만들 생각도 했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자기네 여건에서는 엄두를 못 낼 일이었습니다. 정신세계에 똘끼가 참 넘쳤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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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철, 손 양원 목사는 우리나라 교회사에서 손꼽히는 의인· 위인이요 순교자이다. 단순히 자기가 믿는 교리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쳐 항거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의 행실도 정말 훌륭했고(남을 위해 헌신, 봉사..) 크리스천으로서 남에게 큰 귀감이 됐던 분이다.
이분들의 생전 "주요" 행적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됐고(각각 평양 경찰서 구속, 사랑의 원자탄 등등..), 이 글에서는 이분들의 순교 당시 배경에 대해서만 추가적으로 생각을 좀 해 보았다.

1. 손 양원

6· 25 사변 발발 당시에 우리나라의 영남과 호남은 똑같이 남부 지방이지만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영남은 나라 사정이 제일 위급했던 1950년 9월 무렵에도 낙동강 전선에서 대구, 칠곡, 영천 정도가 마지노 선이었고 거기보다 더 동남쪽은 그나마 북괴에게 함락· 점령당한 적이 없다. 6월 26일 새벽 대한해협 해전에서 대승도 거둔 덕분에 거기는 더욱 빨갱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호남은 전지역이 북괴에게 점령당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의 동남쪽으로는 일본이 있지만 서남쪽에는 중국이 있으니 이는 지리적으로, 군사 전략적으로 어쩔 수 없는 귀결이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손 양원 목사는 부산보다도 위도가 더 낮은 최남단 후방인 여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빨갱이들에 의해 순교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기독교인들의 순교가 일제 말기의 신사 참배 때보다도 6· 25 전쟁 중에 더 많았다.
신사 참배는 오히려 교단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굴복했기 때문에 더 적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 교회들이 빨갱이들 앞에서는 호락호락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이게 되면 적어도 크리스천 한정으로 반공 교육은 저절로 덤으로 이뤄지게 된다.

손 양원 목사가 여수에서 순교한 때는 1950년 9월 28일이었다.
겨우 사흘 뒤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인데 이게 뭘 기념해서 정해진 날짜인지 아는가? 38선 돌파 북진을 기념한 거다.
그때는 인천 상륙 작전이 이제 막 성공해서 북괴 공산군이 급 후퇴를 시작했으며 9월 28일은 1차 서울 수복일이기도 했다!

UN군 사령관이던 맥아더 장군은 전세를 뒤집을 획기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고, 결국 낙동강 전선의 전면돌파가 아니라 적군의 중간 보급로를 차단하는 특공대의 투입을 떠올리게 됐다.
인천은 극심한 조수 간만의 차이가 악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갯벌 뻘밭은 배로도, 차량으로도 다닐 수 없고 알보병들이 아무 엄폐물도 없이 적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최악의 전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평택, 군산, 심지어 남포나 동해상의 항구 도시도 같이 고려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남포는 평양과 매우 가까운 만큼 위험성이 너무 커서 배제되었으며, 나머지 지역도 비록 당장 상륙 난이도는 더 낮을지 몰라도 내륙에서 곧장 북괴의 보급로를 끊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제외되었다. 그 당시에 보급로란 곧 경부선 철도를 의미했다.

그러니 최종적으로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당첨됐다. 일단 상륙에만 성공하면 인천 시내 시가전 정도만 거친 뒤 곧장 서울에 도달할 수 있고, 서울을 먹으면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경부선 철도의 장악도 금방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평택과 더불어 한반도 전체에서 서쪽 해안선이 내륙 쪽으로 가장 깊게 파인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상륙 작전의 추진과 성공 덕분에 전세가 역전되었고 우리나라는 기사회생했다. 이 와중에 손 목사도 며칠만 더 버텼으면 살았을 텐데 인간적인 면에서는 아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국어학자인 최 현배 박사는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투옥 중에 1945년 8월 18일 처형 예정이었는데.. 사흘 일찍 아주 갑작스럽게 광복이 되는 바람에 극적으로 살아났었다.
하지만 손 목사에게는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분은 안 그래도 그 전의 여순 반란 사건 때 아들을 잃었는데 전쟁 때는 당사자가 희생되어 정말 고난과 순교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 주 기철 + 주 영진

1944년 주 목사의 죽음에 대해, 당시 주 목사와 가까이에서 수감되었던 안 이숙 여사는 일제가 주 목사를 약물을 주입해서 살해한 거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마치 윤 동주 시인의 죽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건 해당 주장 외에 다른 교차검증 가능 요소가 없고, 또 그렇잖아도 고문 때문에 몸이 극도로 망가져 있던 사람을 일제가 일부러 교묘하게 죽이기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점에서는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그 당시 일제는 주 목사를 다 죽여 놓고는 면피를 위해서 오히려 보석 명목으로 풀어 주려 했는데, 오 정모 사모가 이 꼼수를 눈치채고 보석을 거부했었다.

윤 동주야 옥중에서 고문 당한 것 없고 건강한 상태로 멀쩡히 수감돼 있었는데, 이상한 주사를 여러 차례 맞으면서 점점 쇠약해지고 이내 죽고 말았다. 이건 동료 수감자들 사이에 여러 증언이 일치하며, 그 주사 맞다가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윤 동주는 반도도 아닌 일본 본토의 형무소에서 수감됐었다. 그러니 윤 동주는 생체실험 약물 주사로 인한 사망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반면, 주 기철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고 여겨진다.

주 목사를 다룬 이전 글에서 본인이 이미 지적했듯, 주 목사는 재판 받고 형을 정식으로 선고받은 기결수가 아니었다. 윤 동주는 말할 것도 없고 유 관순, 최 현배 같은 분들과도 사정이 다르다. 그냥 경찰이 제멋대로 "너 이 셰끼 왜 신사참배 안 해?" 식으로 주 목사를 불법 구금하고 괴롭힌 것에 가깝다. 즉, 오늘날의 관점에서 그가 있을 곳은 교도소는 절대 아니고 기껏 유치장 내지 구치소(정식으로 기소라도 했을 경우) 레벨밖에 안 됐다.

그리고 그 상태로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사람을 몇 년 씩이나(마지막 4차던가 5차 검속 기준) 가둬 놓는 건 말도 안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구속 기간은 법적으로 180일로 정해져 있고, 그때까지 기소할 껀덕지를 발견하지 못했으면 피의자를 풀어 줘야 한다.

한 마디로 주 목사는 기독교 관점이 아니라 일제의 관점에서도 꽤 불법 막장 절차에 의해 구속당했던 것이다. 지금 박 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제는 태블릿이고 뭐고 증거가 넘쳐난다더니, 그 긴 기간 동안에 혐의 하나 입증을 못 하고 구속 기간만 억지로 질질 연장해서 가둬 놓고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시절에 일본의 법 체계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 같은 게 잘 적용되었을 것 같지는 않으며, 유치장· 구치소· 교도소가 엄밀한 구분 없이 그냥 '형무소'라는 시설 하나로 뒤죽박죽 통합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주 목사가 법적으로 기결수였는지 미결수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었다. (☞ 평양 형무소 관련 자료)

끝으로 주 목사의 장남인 주 영진 장로 얘기를 하고 글을 맺겠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목회자의 길, 그것도 평범한 목회자의 길이 아니라 정말 엄청난 고난의 길을 가다가 끝내 순교했다.

일제의 박해가 끝나나 싶었는데 평양은 잘 알다시피 북괴 공산당의 소굴이 되었다. 이분은 뜻을 품고서 아예 월남하지도 않고 고난을 자처했으며, 거기서 종교인 반동분자로 단단히 찍혀 있다가 6· 25 전쟁이 발발할 무렵에 이미 잡혀가서 순교한 것으로 추정된다. (☞ 관련 자료) 본인은 저분도 순교했다는 것까지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예 월남하지도 않았다는 건 미처 몰랐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25 19:34 2017/10/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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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으로 지어지고 가동된 건 고리 원자력 발전소로, 박통 말기인 1970년대 말이다. 그게 법적 설계 수명이 다 된지라 이제 가동 중단과 해체 단계에 진입해 있다.

원자력 발전의 건설과 운영은 당연한 말이지만 엄청난 과업이며,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결코 아니다. 박통 이전에 할배 대통령부터가 원자력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저게 이렇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반도에서 나라를 먹여 살릴 기적의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자기 조국의 숙적 원수요 전쟁 미치광이였던 일본을 단번에 거꾸러뜨리고 항복시킨(결과적으로 대한민국 해방과 독립을 가져다 준!!) 무시무시한 폭탄이 바로 원자폭탄이지 않던가? 그러니 원자력을 보는 할배의 눈빛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할배 대통령은 그 열악한 전쟁 폐허 여건에서도 서울대에 원자력 공학과를 신설할 것을 지시하고, 미국을 설득해서 시험용 원자로를 도입했으며 원자력 연구원의 전신인 원자력 연구소(1959)를 만들었다. 박통이 70년대에 KIST와 국방 과학 연구소(ADD)를 만들었으나, 할배는 그보다도 전에 원자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점을 밑줄 치고 외우시길 바란다.

그리고 국비 장학 유학 제도를 통해 원자력 공학 공돌이 전문가들을 양성했다. 외화 한 푼이 아까울 정도로 가난하던 시절에도 교육을 위해서는 저렇게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사전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훗날 박통 때 이 땅에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될 수 있었다. 핵무기나 만들어서 북괴처럼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깽판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먹고 살기 위해서,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원자력 기술을 도입했다.

본인은 원자력 발전의 적극 찬성론자이다. 화석 연료는 산림 황폐화를 예방해 주고, 원자력 에너지는 화석 연료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원리를 왜 다들 모르는 걸까? 우리나라는 그저 품종 개량하고 나무를 무작정 심기만 해서 산림 녹화에 성공한 게 아니다. 땔감용으로 나무를 벨 일을 없게 만드는 과업이 성공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녹화를 성공할 수 있었다. 바로, 런던 스모그의 주범이기도 한 그 더티한 석탄의 대규모 보급이 전국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의 산림 녹화 성공 사례가 아무 못사는 민둥산 나라에나 선뜻 도입 가능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런 큰 효과에 비해 대기오염이나 방사능 위험은 각각 따로 대책을 수립해서 해결해야 할 작은 부작용일 뿐이다. 다른 대안도 없는 주제에, 석기 시대로 돌아갈 생각도 없으면서 원자력 발전을 굳이 핵 발전이라고 부르면서 정작 북핵과 미사일엔 절대 침묵하는 애들을 난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한다. 그 대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도 저 트루먼 대통령처럼 껄껄 웃어 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말은 아주 젠틀하고 부드럽게, 공손하고 댄디하게 하되, 허리춤에는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있으면 된다.
요즘은 저 리스트에다가 "둠가이와 존나 크고 아름다운 총" 컷도 하나 더 들어가야 할 것 같긴 하다.

(뭐, 트루먼 대통령은 실제로는 잘 알다시피 마냥 저런 대마왕이 아니었다. 미국의 너무 호전적인 장성들이 6· 25 전쟁 중에 한반도에다 핵을 또 터뜨리려는 걸 오히려 저지하기도 했다.. ㅎㅎ)

아무튼.. 원자력은 이 승만 때 이래저래 뿌려졌던 씨가 박 정희 때 결실을 거뒀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컴퓨터는... 박통 때 뿌려졌던 씨가 그 다음 전대갈 때 결실을 거뒀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다.
물론 컴퓨터 자체야 박통 때 국내에 첫 도입됐으며, 70년대부터 각종 행정 서비스의 전산화가 찔끔찔끔 진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의 컴퓨터는 관공서와 연구소에서나 볼 수 있는 크고 아름다운 기계였지, 개인이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천공 카드, 자기 테이프.. 아직 뭐 이러던 시절이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와서야 일반 서민들도 정보화 시대라는 걸 체험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터져나왔다. 1983년에는 삼성 전자에서 반 년간 공돌이들을 갈아넣은 끝에 64K디램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했고 그와 별개로 SPC-1000이라는 8비트 컴퓨터를 만들어 냈다. 경쟁사인 금성사에서도 곧 금성 패미콤을 만들었다.

1984년에는 철도청에서 최고급 열차인 새마을호부터 승차권 전산 발매를 시행했다. 지하철 승차권 같은 딱지(에드몬슨..) 말고 일명 전산 승차권이라는 게 이때부터 최초로 발급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전산화 이전에는 열차의 좌석 배당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행정 착오로 인해 한 좌석에 두 사람이 중복 배당되기도 했을 테고, 아니 옛날에는 애초에 지정석보다는 자유석 위주로 승차권이 발매됐지 싶다.

또한 이 해엔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의 전신인 전국 단위의 PC 경진대회가 최초로 개최되기도 했다. 이건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서 거절할 수 없는 규모의 상을 걸고 정말 성대한 규모로 치러졌었다. 이 당시에는 심지어 일반부(대학부를 초월하여!)까지 있었는데, 1990년대 중반부터 정보 올림피아드로 바뀌면서 대회의 범위가 국제 규격에 맞게 대학 미취학 연령으로 조절되었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뭐, 컴퓨터뿐만 아니라 자동차도.. 박 정희 때 이제 막 고속도로가 닦이고 자동차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한 생산이 시작됐다. 하지만 서민이 체감할 정도의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는 잘 알다시피 1980년대에 가서나 이뤄졌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분야별로 차근차근 산업화하고 발전해 왔다. 지금이야 어디 깡촌에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또 어디 개통하나 보네~ 내비 업데이트나 해야겠네" 짤막하게 뉴스로 나오고 말지만.. 옛날에 경부 고속도로가 처음 개통했을 때는 임팩트와 포스가 지금과는 가히 넘사벽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경부 고속도로 같은 길이의 거대한 고속도로를 한번에 만들 일 자체가 없어졌기도 하고 말이다.

또한, 옛날에는 탈북자의 귀순은 대대적인 뉴스감 및 선전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탈북자가 1년에 몇만 명씩 내려오고 체제 선전이나 경쟁 따위도 전혀 할 필요가 없으니, 이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닌 이상 그냥 "병사 1명 군사분계선 넘어서 귀순, 서해상으로 탈북" 한 줄 보도로 끝이다. 이름 같은 신상은 밝히지도 않는다. 63 빌딩과 서울 타워를 구경시키면서 남조선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관행 역시 없어진 지 오래이며, 그냥 국정원 소속의 탈북자 신문 센터와 하나원으로 직행이다.
초딩 시절에 김 만철 씨 가족의 해상 귀순과 <광호의 일기> 책을 봤던 세대로서 이것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17 08:34 2017/10/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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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매우 위험한 물건이며(무게와 속도..) 그걸 운전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현실은 컴퓨터 속 게임이나 매트릭스처럼 0과 1의 배열을 바꿔서 undo가 가능한 가상 공간이 아니다. 생명체를 포함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들은 속도가 붙었다면 물리 법칙을 거슬러 움직일 수 없으며, 한번 죽은 생명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는 자동차를 몰기 전에 사고에 대비해 최소한의 undo buffer 장치를 돈의 힘으로 마련해 놔야 한다. 차 굴리면서 실컷 잘 살다가 교통사고 한 방에 가해자 집안이 사고 피해를 보상하느라 기둥 뽑히고 훅 가 버린다면 무서워서 아무도 운전을 선뜻 할 수 없을 것이다. 보험이라는 게 이래서 필요하다.

옛날에 보험이라는 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선원· 선주)에게 주로 필요한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보험 회사의 이름에 무슨무슨 '화재'뿐만 아니라 무슨무슨 '해상'이 있다. 저 해는 손해(害)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바다(海)이다.
현대 사회에 자동차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배와는 달리 팔다리 멀쩡한 일반인이 대부분 굴리는 흔한 존재가 돼 있다. 그래서 여기에 붙는 보험도 여러 계층으로 나뉜다.

1. 자동차 보험 - 책임보험 (의무보험)

이건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안 그러면 처벌을 받는다. 가입만 안 하고 있으면 과태료, 그 상태로 운전까지 하다가 걸리면 징역/벌금이니, 무보험은 사실상 무면허 운전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차를 소유하고 있고 면허가 살아 있는 고객이라면 사고를 자주 내는 진상이라 해도 이거 가입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단지 보험료를 좀 비싸게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보험의 존재 목적은 보험 가입자인 나 자신이 아니라 사고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민사상의 보상이다. 병원 치료비를 대거나 부서진 차량· 시설을 물어주는 대인1과 대물배상으로 끝이다. 액수 한도도 유한하다.
자기 차야 보험 안 들고 버티다가 사고 나면 자비 들여 몽땅 수리하건, 아니면 평소에 보험료 내고 보험 들어 놨다가 사고 때 저렴하게 수리하건 차주 마음이다. 단지 남에게 입힌 피해는 반드시 보상해 줘야 하기 때문에 가입이 의무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책임보험은 간단하게 의무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자동차 보험은 여타 분야의 보험과는 달리 1년 주기로 갱신이 필요하며, 보험료는 운전자의 연령과 사고 경력, 자동차의 가격과 옵션과 연식 등의 영향을 받아 업데이트된다. 해마다 적산거리계를 검사해서 운행을 그리 많이 안 하는 운전자(가령, 1년 10000km 이내), 블랙박스가 있어서 보험사의 과실 따지는 부담을 덜어 주는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살짝 할인하거나 사후환급하기도 한다. (남 조금, 나 없음)

2. 자동차 보험 - 종합보험 (의무보험 + 임의보험)

책임보험은 말 그대로 정말 최소한의 법적으로 기본필수 보험일 뿐이기 때문에 보상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운전자들은 돈 더 내고 종합보험 형태로 자동차 보험을 든다.
종합보험은 책임보험의 superset 상위 호환이다. 대인2 (치료비 자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손해와 기회비용까지), 그리고 '자차 보상'이 종합보험의 대표적인 혜택이다. 드디어 자기 차량까지 보험 혜택을 받아 수리가 가능해지며, 여기에는 굳이 교통사고가 아닌 도난이나 침수 같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포함된다. 또한 사고가 아닌 고장 처리의 범주에 드는 긴급출동· 견인 같은 서비스도 이 계층의 옵션으로 신청 가능하다.

대인2의 보상 한도가 '무한'인 종합보험에 들면, 사망· 중상해 발생 내지 11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실드가 생겨서 형사 처벌이 되지 않는다. 보상의 한도가 충분히 크므로 피해자와 언제나 합의가 된 걸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를 규정하는 것이 그 유명한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이다. 어지간히 악질적이거나 심하지 않은 교통사고들은 다 형사 처벌 없이 보험빨로 민사 보상 수준에서 끝내서 운전자를 졸지에 전과자로까지 만들지는 않겠다는 취지이다.

이 등급의 보험부터는 법적으로 필수가 아닌 option이 된다. 대물 보상 한도도 옛날에는 최대 몇천만 원이 고작이던 것이 요즘은 억대~수십억도 나온다. 대물 한도를 올리면 보험료가 몇만 원 오르겠지만 그래도 외제차 잘못 건드렸다가 집안 파탄나는 꼴을 면할 수 있다. 고급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내 과실 0%가 아닌 한, 단 10%라도 수리비가 억소리 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종합보험에서 책임/의무에 속하지 않는 자차 보상 같은 파트를 임의보험이라고도 부른다. 사고 몇 번 내서 보험 처리를 했더니 이듬해부터 자동차 보험의 가입이 거절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대인 대물이 아니라 다 자차 얘기다. (남 많이, 나 조금)
사실, 자가용에는 대인1의 유한한 수준인 책임보험까지만이 법적인 필수이지만, 버스나 택시 같은 영업용 차량에는 대인2까지 무한인 보험이 필수이다.

3. 운전자 보험

자동차 보험 말고 운전자 보험이라는 것도 있다.
이건 자동차 보험의 수준에서 감당이 안 되는 사망· 중상해 및 11대 중과실 사고에 대해서 벌금, 합의 비용, 변호사 선임 비용, 의료비, 자기가 일 못 해서 얻는 경제적 손실 등을 보상한다. 자동차 종합보험 대인2의 '자기 자신' 버전뻘 된다.

운전자 보험이 위력을 발하는 건 내가 자동차 보험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의 실드 범위를 넘는 심각한 사고를 내 버렸을 때이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도를 넘는 과속 같은 11대 중과실로 인한 사고를 냈다면.. 그리고 굳이 그런 걸 어기지 않았더라도 고속도로에서 깜빡 졸다가 정체 구간에서 앞차를 고속으로 들이받아서 누가 죽거나 사지절단· 평생 휠체어 급의 장애인이 됐다면? 혹은 갑툭튀한 무단횡단자를 좀 고속으로 쳐 버렸다면..?

그러면 가해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아닌 저 특례법에 대한 위반 혐의로 기소된다. 피해자 앞에서 싹싹 빌고 합의를 봤다 해도 양형에 참작만 될 뿐 여전히 형사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집행유예로 끝난다 해도 구속과 구치소 생활은 피할 수 없으며, 사람이 여러 명 죽었을 정도이면 판례로 볼 때 수 개월~수 년 금고형이 나온다. (2016 봉평터널 사고, 2010 인천대교 사고)

11대 중과실은 과정 관점이고 사망· 중상해는 결과 관점이다. 보통은 바늘과 실이 따라다니듯이 둘이 따라다니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까도 언급한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 같은 악질적인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고의성 없고 불가항적인 실수로 여겨지기 때문에 11대 중과실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차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졸아 버리면 얼마든지 처참한 사고가 나며, 이 정도면 고의성이 없다는 것만으로 형사 처벌을 면하는 수준은 넘어서게 된다.

자차를 아무리 탄탄하게 들어 놨더라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동차 보험 수준에서 자신에게 보상해 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병원비나 차량 수리비, 중고차 렌트비 정도이다. 그 이상의 무형의 비용까지 보상 받으려면 운전자 보험이 필요하다. 그러니 정말 조심성과 대비성이 많고 평소에 운전 왕창 많이 하고 고속도로를 밥 먹듯이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보험까지 드는 편이다.

다시 말해 운전자 보험은 남에게 끼친 피해를 보상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운전자 자신의 피해만을 보상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1년마다 갱신하는 식의 체계도 아니고 자동차 보험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보험이다. (남 없음, 나 많이)

이상.
자동차에서 보험료는 기름값이나 자동차세와 거의 동급인 고정 지출 유지비인 셈이다. 자동차를 굴리려면 이런 어마어마한 유지비가 깨지는데 그러고도 남는 유익과 이익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이렇게 많이 존재 가능할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면 책임과 종합보험의 차이, 자동차와 운전자 보험의 차이 이렇게 둘끼리는 많이 설명돼 있는데 셋을 다 연계해서 설명한 곳은 거의 없더라.

당연한 말이지만 그 어떤 보험도, 심지어 운전자 보험이라 해도 신호· 속도· 주차 위반 범칙금 딱지 같은 걸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 그건 애초에 형사상의 벌금도 아니니. 그리고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자차의 보험 처리 보상이 되지 않는다.

* 보너스: 명백하게 비현실적이고 허점이 있지만, 딱히 현실적인 대안도 여의찮은 안습한 교통 관련 규제들

1. 한여름에 시내에서 대기 중인 관광· 전세 버스의 엔진 공회전 단속: 버스 기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공회전을 하는 게 아님. 차내에서 에어컨이라도 틀 수 있게 전기나 그에 준하는 동력 공급을 따로 해 줘야 될 듯하다.

2. 노란불: '이미 정지선을 넘어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경우엔 신속하게 밖으로 진행' 이건 너무 당연한 얘기지, 그 상태로 서 버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직 정지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대로 감속하더라도 정지선 앞에 맞춰 서는 게 불가능한 '애매한'(=모호한) 상황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서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 헷갈리게 하고, 단속 카메라 통과하는 기분을 괜히 찝찝하게 만들고, 도로 주행 시험에서 '애매한'(=억울한) 신호위반 불합격자를 양산하고 있다.

차라리 파랑 노랑 어느 불이든 신호등 차원에서 시간 제한을 명문화하는 게 나을지도.. 아니면 비행기에 이륙 결심 속도가 있는 것처럼 자동차도 교차로 통과 결심 속도와 거리라는 개념이 필요할 거 같다. (이 지점 이후에서 이미 최대 속도 상태였다면 중간에 노란불이 됐더라도 서지 말고 교차로를 빨랑 지나가라)

3. 하이패스 통과 속도: 고속 주행 중이라도 차량 인식과 과금에는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당연히 겨우 시속 30km보다야 훨씬 더 상향 조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일부러 감속을 유도하려고 입구의 폭을 아주 좁게 만든 게 아니라면 이 역시 넓혀 줘야 한다.

4. 고속도로 사고 시 후방에 삼각대 설치 규정: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규정인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차량을 갓길로 옮기지도 못하고 불가피하게 도로에다 세우게 됐을 때, 사람이 혼자 뒤로 그만치 이동해서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삼각대에 원격조종으로 자체 이동하는 기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2차 추돌 사고가 났다면, 잘 안 보이는 커브나 언덕 내리막에다 차를 내버려 둔 것, 비상등 켜거나 트렁크 열어 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해당 차량의 과실을 더 크게 부여해야 할 것이다.

5. 이륜차
(1) 자전거: 차도에서 역주행을 하는 것만 엄격히 금지하고(특히 교차로 부근..), 다른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인도냐 차도냐 선택 유도리를 줘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이미 자전거 차로가 그어져 있는 인도라면 통행 방향을 분명히 정하고, 사고 시 과실 비율을 이를 감안하여 정해야 할 것이다.

(2) 오토바이: 고속도로까지는 몰라도 평범한 자동차 전용 도로는 특정 배기량 이상, 특정 시간대에 한해서라도 허용해도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차로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걸 허용하는 조건을 제한적으로나마 명문화해야 한다고 여겨짐.

Posted by 사무엘

2017/09/06 19:34 2017/09/0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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